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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5.20~525 ‘적도원칙’

by 이성근 2019. 5. 20.

기후변화 막으려면 제대로 비용 지불해야
인류도 멸종한 공룡 신세가 될 수 있다
알 품을 장소 잃은 저어새들 ‘사라질 위기’
충북 청주 명물 가로수길 또…사방에 가로수길 만들어
[팩트체크] 독일이 탈원전 후회? 조선일보의 의도된 왜곡
문제는 기후변화야!
플라스틱 오염, 지구 최대 산소생산 미생물 위협
“환경파괴·인권침해 사업 대출 거부” 신한은행 ‘적도원칙’ 이행한다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광안리 조망권 팔아먹는 행위”
콩고기에서 배양육으로…세포농업시대 '성큼'
목숨 건 비행, 장거리 이동 새들을 기다리는 것
기후변화로 어린 오징어와 문어 눈먼다
'복제 도시'에 살 것인가, '원본 도시'를 만들 것인가
오존층 뚫리거나 말거나…中 프레온가스 '뿜뿜'



기후변화 막으려면 제대로 비용 지불해야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멸종저항운동 활동가들이 지난 423(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의회 광장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지금 당장 탄소배출 제로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EPA|연합뉴스

 

우리는 크든 작든 기후변화와 생물 멸종의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온실가스 배출에 큰 책임이 없는 저위도의 빈곤국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강도가 더 세진 가뭄과 홍수, 태풍의 피해를 받고 있다. 기후변화와 대멸종의 위기를 피하려면 경제·사회·정치적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먼저 식량 소비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6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식량 시스템은 동식물 생산·가공·포장·운송 과정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발생시킨다. 일례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음식물은 소고기다. 50g의 소고기 단백질을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17.7을 배출한다. 소가 먹을 사료를 생산하고, 고기를 가공·운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모두 합한 수치다. 같은 양의 양고기 단백질은 9.9, 치즈는 5.4, 달걀은 2.1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두부와 콩, 견과류 단백질은 각각 1.0, 0.4, 0.1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동물성 단백질이, 그 중에서도 붉은 고기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 콩과 보리·간장처럼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치는 기후친화적 식단을 더 많이 이용하고, 우유도 두유 등으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고기가 빨갈수록 투입된 에너지와 사료, 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면서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자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한 끼라도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기후친화적 식단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음식물이 어디에서 생산돼서 나에게 왔나 그 거리를 따지는 푸드마일리지도 생각해야 한다수송에 투입된 에너지양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식단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생산과 투자, 고용과 일자리 등 경제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에 한 끼라도 기후친화적 식단을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57(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4월 민주당의 한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후변화가 미국 경제와 은행에 미칠 충격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실제 기후변화는 1차 생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키워 식량 선물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험산업도 비슷하다. 기후변화는 태풍과 호우, 가뭄의 피해를 키운다.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왔을 때 기존 통계치에 기반해 리스크 평가를 하던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져 재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관련된 재난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져 국내에서도 손해를 보기도 했다보험업계가 향후 기후변화 변수를 리스크 평가에 반영하면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화석연료산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평가가 강해지면서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은 수년 전부터 관련 산업 투자를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이런 선언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공적 연기금은 50~100년의 장기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고 국부펀드의 투자기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50년 이상을 보는 입장에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각국에서 탄소총량제 등의 규제가 도입되고, 탄소배출권 시장도 만들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려고 하는 시장의 흐름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과정의 핵심에는 그간 무시됐던 온실가스 배출 등 화석연료의 환경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한 뒤 할당받은 양보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 남은 배출량을 시장에 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유럽의 경우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RE100 대응 등 중요 에너지법 국회 계류 중

글로벌 기업의 시장가치는 장기 투자자들이 얼마만큼 주식을 사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장기 투자자들이 탄소산업의 비중을 줄이면 결국 이들 기업으로서는 변화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전망 속에서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는 제품 생산과 서비스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이니셔티브가 부상하고 있다. 516일 기준으로 175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2020년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 사업장의 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약속했다.

 

RE100에 참여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트프, 애플은 이미 100%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달성했다. 이들은 추가로 자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BMW나 볼보의 경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했다. 여기 들어가는 배터리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재생가능에너지만 써야 하는 상황이다. LG화학과 삼성SDS 등도 이런 요청을 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전력 판매시장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어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를 민간사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없다. 한전은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서 전기를 공급받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이 전력망에 들어오는 순간 화석연료 발전과 섞여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싼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을 따로 책정해 이를 구매할 경우 재생가능에너지를 쓴 것으로 인정해주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순진 교수는 만약 국내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구매할 수 없으면 결국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국내 생산과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탈원전을 비판하지만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도 안 된다고 말했다.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이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된 셈이다.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데도 비싸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전기료가 싼 것은 애초 화석연료 발전의 환경 비용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기후변화 위험이 줄어든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제대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경유세 인상을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비판받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을 올릴 때의 저항을 줄이고,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에너지 가격을 올릴 때 서민을 위한 적정 필요 에너지를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 보장하고, 그 이상의 경우 누진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인류도 멸종한 공룡 신세가 될 수 있다

 

국제 어머니의 날인 지난 512(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멸종저항운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서 인기 휴양지인 베트남 다낭까지의 거리는 2980. 이 거리를 왕복으로 비행하면 1인당 401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사용한 항공유는 36.5톤이다.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왕복 비행하면 1인당 이산화탄소 1669을 배출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홈페이지에 있는 탄소 배출 계산기를 이용해 여정에 따른 배출량을 확인한 결과다.

 

휘발유 소형차로 10를 달리면 이산화탄소 1.8이 나온다. 대형 휘발유차와 중형 경유차를 타고 같은 거리를 달리면 각각 2.35, 3.15이 나온다. 국내·외를 이동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는 생물 멸종을 재촉하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과학적 자문을 위해 설립된 정부 간 협의체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 56(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지구평가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동·식물 서식지 감소와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대멸종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멸종위기를 경고한 보고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각국 정부가 생물 멸종의 위험성을 합동으로 승인하고 대응책을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생물 멸종 재촉하는 기후변화

이 기구는 생물 멸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체 동·식물 종의 8분의 1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지표종인 양서류의 40% 이상과 해양 포유류의 3분의 1 이상, 상어와 어류의 3분의 1 가량이 멸종위기다. 탄소를 흡수하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숲은 2000년 이후 해마다 650씩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인 토지와 해양의 이용 변화를 비롯해 남획과 오염, 침입 외래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됐다.

 

국립생태원 생태계서비스팀 주우영 팀장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산업화 이후 지구 연평균 기온이 2도 상승했을 때와 1.5도 상승 때를 비교하면 전자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는 동·식물의 수와 멸종위기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는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내 1~2급 멸종위기종의 수는 198992종에서 2018267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에만 자생하는 소나뭇과의 구상나무 3분의 1 정도가 고사상태다. 국립생태원과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봄 기온 상승과 가뭄, 적설량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찬우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변동폭이 커지면서 동·식물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내 고산지대의 구상나무 군락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 멸종을 막으려면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유럽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멸종저항운동은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급감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영국의 시위대는 지난 4월 중순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의회 광장 등을 수일간 점거하면서 인류가 공룡과 같은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의 날인 지난 512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수천 명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이 멸종저항운동을 지지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행진을 했다. 키프로스와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소속 활동가들이 512(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광장 계단에 가짜 피를 흘려보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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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예산 25% 기후변화 대응에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도 이를 의식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벨기에·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스페인 등 유럽 8개국은 지난 5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유럽연합(EU) 예산의 25%를 기후변화 대응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여름의 폭염과 불타는 화염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느낄 수 있다기후변화 대응에 민간과 공공의 자금이 흘러가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1도 상승했다. 추가 상승폭을 0.5도 이내로 제한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로 바다와 동토가 붙잡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지구가 자연적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45%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순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511일 측정한 이산화탄소 일 평균 농도가 415.26ppm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으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멸종저항운동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이유다.

 

서영배 IPBES 부의장(서울대 교수)

생물다양성 보존 지원 강화해야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급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나.

한국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소나무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대수종인 구상나무가 줄어드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제주도 용두암은 동북아에서 해수면 상승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온난화로 예견치 못한 외래 곤충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변화를 머지않아 심각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IPBES에서 3년 전 수분 매개체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냈다. 꿀벌 같은 수분 매개체들이 급격히 줄면서 식량 확보에 큰 어려움이 도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꽃이 피는 식물은 90% 이상이 곤충에 의존해 번식한다. 해양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산호초가 수온 변화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구 평가보고서의 의의는.

생물다양성 급감과 기후변화로 인간 활동의 변혁적인 개혁이 없이는 지구상의 생물체가 과연 언제까지 존재할지 우려된다. 100만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사슬에 얽혀 살아가는 인류 역시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를 경고하는 데 보고서의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나 생물 멸종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아 인식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인식한다면 소비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플라스틱의 소비를 줄여야 하고,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주는 선크림을 발라서는 안 된다. 과거 오존층을 파괴하는 불연가스를 냉매로 쓰지 못하도록 했듯이 생활과 소비패턴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는.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최악의 경우 공장을 닫아서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하면 된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한 번 무너지면 어떤 수단을 써도 되돌리기 어렵다. 반달가슴곰을 자연적으로 되살리는 데 과거 20~30년간 노력해도 큰 성과가 없다. 기후변화와 맞물려서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인류 생존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에 따른 정책적 지원과 예산이 필요하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알 품을 장소 잃은 저어새들 사라질 위기

[EAAFP 인천 10, 생태관광 가능성을 엿본다]1. 멸종위기종 번식·서식지 파괴 심각

2009년 인천 도심 한복판인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매립으로 갯벌이 점점 사라지자 저어새가 남동유수지를 피난처 삼은 것으로 분석했다.

 

남동유수지 내 200남짓한 저어새 인공섬에는 매년 약 300마리의 저어새가 찾아왔다. 하지만 가까스로 자리잡은 저어새가 언제 남동유수지를 또 떠나야 할지 알 수 없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저어새의 생존율이 감소해서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생존율은 201093%에서 201775.7%17.3%p 떨어졌다. 2017137개 둥지에서 총 272마리가 부화했다. 이 중 살아서 둥지를 떠난 저어새는 233마리다.

 

지난해 저어새 생존율은 더 위태로웠다. 38개 둥지에서 태어난 저어새는 74마리로 2017년에 비해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자라서 둥지를 떠난 저어새 수는 5분의 1로 급감한 46마리다.

 

원인은 지난해 약 13억 원을 투입해 유수지 내 인공섬(면적 900) 조성이 늦어진데다가 유수지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서 기존 인공섬에 물이 찼던 것이다. 저어새를 보호하는 인천시와 홍수를 대비해 수문 조절하는 남동구가 서로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저어새의 계속된 감소는 2011년 송도 11공구 갯벌 매립과도 맞물린다. 저어새의 생존율이 201295%로 정점을 찍다가 송도 11-2공구 호안공사가 시작된 2013년부터 84%로 줄었다. 201483.7%, 201580.2%, 201675%로 꾸준히 떨어졌다. 송도 11공구에 조성하기로 한 대체서식지의 규모도 안갯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의 바이오단지 조성계획에 밀리고 있다. 송도 11공구 매립지 바깥 갯벌에 조성하기로 한 버드 아일랜드도 숱한 논의 끝에 결국 무산됐다. 2014년부터 추진된 배곧대교 건설도 저어새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배곧대교는 왕복 4차로 총연장 1.89의 도로다. 이는 람사르습지·철새이동경로로 지정된 송도갯벌을 관통한다. 저어새 등 철새들에게 송도갯벌은 먹이터다. 저어새를 비롯해 송도갯벌을 찾는 수많은 물떼새들이 번식지와 서식지를 잃으면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송도남동산단 유수지논현 해안공원소래생태공원을 잇는 생태축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충북 청주 명물 가로수길 또사방에 가로수길 만들어

청주 들머리마다 가로수길 조성 눈길

양버즘나무이어 무궁화, 이팝나무 등

수종 다변화로 명품 가로수길 만들어

 

청주의 명물 가로수길. 청주시 제공

 

충북 청주가 가로수길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색다른 명물 가로수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 가로수길의 원조는 청주의 들머리인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강서동 반송교까지 4.53에 조성됐다. 1952년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심어 조성한 길은 100살 가까운 나무가 거대한 터널을 이루면서 청주의 명물이 됐다. 지금은 5.44로 조금 늘었으며, 양버즘나무 1572그루가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1970년대 초 4차로로 확장한 데 이어 2010년 세종시, 오송·오창 등 새 도시와 접근성을 높이려고 6차로로 늘렸다. 차로 옆엔 자전거 길과 산책로도 곁들였다. 주변 산·들판 등과 어우러져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이름이 났다. 2001년 산림청 주관 아름다운 숲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영화 <만추>,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도 등장했다.

 

청주는 가로수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자 제2, 3의 가로수길을 잇달아 조성했다. 2016년 청주 남부 외곽을 원형으로 연결하는 지북교차로~가마교차로 사이 3.22순환로에 메타세쿼이아·무궁화·은행나무 등이 어우러진 명품 가로수길을 만들었다. 지난해 서현중 네거리까지 4.3를 연장해 7.5가 됐다.

 

이어 청주시는 21일부터 청주의 동서 관문인 중부고속도로, 아산청주고속도로 등에서 청주공항을 잇는 오창대로 0.9구간에 새 가로수길을 조성한다. 이곳엔 이팝나무, 황금 사철나무, 화살나무 등 1200여 그루를 심어 청주를 찾는 이들을 맞을 참이다. 김상인 청주시 산림보호팀 주무관은 청주 하면 가로수길을 떠올릴 수 있게 다양한 명품 가로수길을 조성하고 있다. 관광 명소일 뿐 아니라 미세먼지 감소 등을 위한 도시 숲 구실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팩트체크] 독일이 탈원전 후회? 조선일보의 의도된 왜곡

'부진한 독일 에너지 전환' 지적한 <슈피겔> 기사가 한국에선 '탈원전 비판'으로 둔갑

 

독일 유력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지난 54독일의 대실수(Murks In Germany)’란 표제 기사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

 

외신 인용 기사는 원문까지 찾아봐야 하는 시대다. 독일 시사 주간지인 <슈피겔>이 독일 정부를 향해 '탈원전' 위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제대로 펼치라고 주문했는데도, <조선> 등 국내 일부 언론은 정반대로 <슈피겔>'탈원전'을 비판했다고 보도해 왜곡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독일이 탈원전 후회? <조선>에 가려진 슈피겔 보도의 '반전'

 

<슈피겔>은 지난 54일자 '독일의 실패작(Murks In Germany)'이라는 표제 기사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녹색 정전(Grüner Blackout)' 기사 도입부만 보면,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생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며 오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수십억 유로를 낭비했고 국민들 저항만 부르고 있다고 읽힌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국내 보수 언론들은 이 대목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등 주요 경제지들이 <슈피겔>을 앞다퉈 인용하면서, 독일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거나 비판을 받고 있고 심지어 탈원전을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사설과 칼럼을 포함해 가장 많은 기사 4건을 쓴 <조선>은 지난 59일자 사설 '한국이 따라가던 탈원전 독일, 스스로 '실패' 판정'에서, "전통의 독일 유력지 슈피겔이 자국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면서 "그런데도 국내 환경론자들은 독일 에너지 전환을 격찬하면서 본받아야 한다고 해왔다"고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겨냥했다.

 

[<슈피겔> 인용해 '탈원전' 비판한 언론 보도]

- "탈원전은 값비싼 실패"..독일서도 '밑빠진 독' 비판(<조선일보> 57)

- "200조원 쓴 탈원전, 값비싼 실패" 독일의 후회(<조선일보> 58)

- 한국이 따라가던 탈원전 독일, 스스로 '실패' 판정 (<조선일보> 59일 사설)

- [태평로] 슈피겔이 전한 독일의 '탈원전 반면교사'(<조선일보> 515일 칼럼)

- "탈원전은 값비싼 실패"..독일서도 비판 목소리(<한국경제> 57)

- 슈피겔 "탈원전은 실패 위기에 처했다" 경고(<서울경제> 57)

- 독일조차 "탈원전은 값비싼 실패"라는데(<매일경제> 59일 사설)

 

반면 환경단체와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은 보수 언론이 <슈피겔> 보도를 '탈원전 비판'으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9"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를 제시한 <슈피겔> 보도 내용이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발목 잡는 기사로 둔갑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5"<슈피겔> 기사의 주요 내용은 독일 에너지전환의 과제와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왜곡 보도 비판한 기사]

- '탈원전' 눈먼 조선일보, 독일 슈피겔 기사도 왜곡(<미디어오늘> 59)

- 독일이 '탈원전' 후회? 보수언론의 '슈피겔 보도' 왜곡 이유는?(<한겨레> 517)

 

[환경단체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 에너지전환포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제 제시한 슈피겔지 보도, 한국의 에너지전환 발목잡는 기사로 둔갑(59)

-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전환 강조한 슈피겔지 보도 이번엔 탈원전 비판용으로 오독'(516)

-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설명자료 '슈피겔 기사의 주요 내용은 독일 에너지전환의 과제와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515)

 

과연 어느 쪽 말이 사실일까? 앞서 <슈피겔> 기사 제목과 도입부 내용만 보면 독일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는 보수언론 보도가 맞는 듯하지만, 전체적인 기사 내용은 달랐다.

 

<슈피겔> 기사 전문은 슈피겔 인터내셔널판 영문 기사 원문('German Failure on the Road to a Renewable Future')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독일어 기사 원문(Grüner Blackout)을 참고했다.

 

[사실검증] <슈피겔>이 독일 '탈원전' 비판?

 

<슈피겔> 보도는 크게 독일 에너지전환 정책 실태를 진단한 전반부와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최근 독일 정치인들이 국민 눈치를 보면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와 송전망 확대가 부진해, 메르켈 총리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메르켈 정부가 원전을 줄이기로 하면서 정작 탈석탄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축소 압박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EU 최대 가스 공급원이었던 네덜란드를 비롯해 탄소세를 도입한 스웨덴과 노르웨이, 심지어 미국조차도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사용하면서, 에너지전환에서 독일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반부에서 <슈피겔>은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친환경 전력 생산뿐 아니라 건물, 교통, 산업 영역까지 포괄하는 '에너지전환 2.0'으로 한발 더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며, 독일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슈피겔>은 현재 독일 정부의 탈원전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제대로 하라고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같은 <슈피겔> 보도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라고 정반대로 종용하기까지 했다.

 

"원전을 절대악으로 여기는 탈원전 교조주의를 버려야 답이 보인다. 슈피겔은 '거울'이란 뜻이다. 그 거울에 비친 독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조선> 515)

 

[사실검증] 탈원전으로 독일 전력 부족?

 

더구나 일부 언론은 <슈피겔> 보도에 실제 포함되지 않은 내용까지 동원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탈원전으로 독일 전력이 부족하다는 내용과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독일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조선> 57)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5년간 1600억 유로(209조원) 이상을 에너지 전환에 쏟아부었지만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아 독일에는 전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조선> 58)

 

<슈피겔> 기사에는 독일이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현재 전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은 없다. <슈피겔>은 독일 전력의 35%를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고, 이미 석탄화력발전을 따라잡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원전 등 화석연료 발전 중단시 전략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4년 후에는 독일의 마지막 원전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멈추고 독일의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빨리 확대되지 않으면 전력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23년에 햇볕도 바람도 없는 '어두운 무풍지대'가 며칠 동안 계속되면 전력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슈피겔>)

 

에너지전환포럼도 "2018년 독일 순전력 수출량은 44.4TWh(1테라와트시=10KWh)로 오히려 전력을 수출하는 나라"라면서 "<슈피겔>'어두운 무풍지대' 지속시 시스템 한계 우려를 지적한 것은 전력기술 개발과 확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사 후반부에는 전력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세 도입과 주택과 공장, 교통에서의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과 더불어 수소연료를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사례가 뒤따른다.

 

"독일은 필요한 전력의 35%를 풍력, 태양력, 바이오매스, 수력 발전에서 얻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가 독일의 가장 중요한 전력 공급원이었던 석탄을 따라잡았다. 전력 생산의 진보는 인상적이지만, 건물, 산업, 교통 등도 '에너지전환'에 통합돼야 한다.(중략) 더 많은 녹색(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저탄소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없다. '에너지전환 2.0'은 모든 분야와 기술, 시장을 통합하는 훨씬 포괄적인 버전이다. 단순히 풍력, 태양력, 수력으로 생성된 전기를 분배하는 거대한 기계를 뛰어넘어 수준 높은 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슈피겔>)

 

[사실검증] 탈원전 실패 원인은 전기요금 상승 때문?

 

"독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전기요금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25%가량 상승했다."(<조선> 57)

 

"슈피겔은 하지만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로 인해 전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 국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슈피겔은 '에너지원 전환 사업은 독일 통일만큼이나 값비싼 프로젝트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한경> 57)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EU 국가들 가운데 최상위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슈피겔> 기사에서 전기요금 상승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20195월 현재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0.295유로로, 덴마크(0.313유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10KWh(킬로와트시)0.23유로(23유로센트) 수준이던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30.29유로대로 25%가량 올랐지만, 그 이후엔 큰 변동이 없었다.(참고: 데이터분석업체 스태티스타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 통계 자료)

 

2010~2018년 상반기까지 반기별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 추이. 201023유로센트(0.23유로)에서 201329유로센트로 25% 가량 상승했다. (출처: EU 통계국 Eurostat 자료를 바탕으로 데이터분석업체 스태티스타에서 작성) statista

 

에너지전환포럼은 "독일 에너지전환 정책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높아 정부 보조금이 필수였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으로 발전 단가가 급격히 하락해 에너지전환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슈피겔>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시민들의 저항을 우려하기보다 탄소세를 도입해 기후변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서 에너지전환 두 번째 단계에 독일 통일 못지않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화석연료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이 대목을 에너지전환 고비용 문제를 비판한 것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탄소세 수입 대부분을 납부한 시민이나 기업에 돌려주는 스위스와 같은 모델을 선호한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행동이 값비싸고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중략) 유권자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그들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희생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슈피겔>)

 

"독일 같은 하이테크 사회에서 기술적으로 2050년까지는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연구, 전략, 설비 등 모든 게 준비돼 있다. 학술단체인 ESYS는 독일이 태양력과 풍력 발전용량을 5~7배 늘려야 하고, 합성 연료를 에너지 시스템의 한 축으로 삼고, 모든 부문에서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GDP 2%700억 유로의 비용이 발생한다. 2050년까지 20억에서 30, 40억 유로가 되고, 에너지전환 두 번째 부분은 독일 통일 만큼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든 프로젝트다."(<슈피겔>)

 

[검증 결과] "슈피겔이 탈원전 비판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슈피겔>이 지금까지 독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과 기업의 반발을 우려해 탈석탄을 주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과 송전선 확대에 소극적인 독일 정부와 정치권을 비판한 것이다.

오히려 <슈피겔>은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미국 등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독일도 탄소세를 도입하는 한편 전력 생산뿐 아니라 건물, 산업, 교통 등 사회 전 분야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구나 국내 언론 보도와 달리 탈원전 정책 때문에 독일의 전력이 부족하다거나 전기요금 인상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는 내용도 <슈피겔> 보도에선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선> 등 국내 일부 언론은 마치 <슈피겔>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원전을 없애기로 한 독일의 '탈원전' 방향 자체를 비판한 것처럼 왜곡했다. 따라서 "<슈피겔>이 탈원전을 비판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는 <슈피겔>이 보도한 일부 사실을 포함하고 있지만, <슈피겔>이 탈원전 방향 자체를 비판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 정책을 주문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빠뜨렸기 때문에 '대체로 거짓'(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이들 언론은 그동안 탈원전을 향한 한국 정부의 에너지전환 행보에 비판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슈피겔>에 빗대 탈원전을 비판했던 <조선일보> 칼럼 마지막 대목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원전을 '절대선'으로 여기는 '친원전' 교조주의를 버려야 답이 보인다. 슈피겔은 '거울'이란 뜻이다. 그 거울에 비친 독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시연(staright)


문제는 기후변화야!

 

환경오염에 고통받는 해양 동물로 분장한 환경운동가들이 지난 1일 호주 퀸즐랜드주 보웬에서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웬 | AF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서구 국가에서 중요한 선거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체감하면서 생긴 변화다. 극우 정당은 이민 문제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새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 여론 조사

11개국 77% “주요 기준

호주 총선에선 최대 이슈

 

독일 공영방송 ARD가 지난 14~15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기후변화 문제라고 답했다. 이는 2014년 같은 조사보다 28%포인트가 더 높은 수치다. 이민 문제(25%)4위였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모리가 지난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11개국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가 기후변화를 투표 시 주요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달 초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들 간에 벌어진 TV 토론에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유력한 차기 후보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극소수 우파 괴짜들만이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성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중도좌파 그룹인 유럽사회당(S&D) 후보로 나선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전통적으로 좌파의 정책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을 EU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서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이 주장한 그린뉴딜 정책이 이슈화되면서 기후변화가 2020년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사주간 타임은 기후변화는 경제 이슈 등에 밀려 대선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 낙오한 이슈였지만 유권자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시간으로 체감하면서 역학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치러진 호주 총선은 기후변화 총선으로 불릴 만큼 지구온난화가 최대 이슈였다. 기후변화는 호주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를 꼽는 연례 여론조사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올리는 공약을 내놨고, 집권 자유국민연합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더 늘리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퀸즐랜드주 등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유국민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총선 승리로 연결됐다.

 

기후변화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거듭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먼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 눈앞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여름 시작된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학교파업시위가 10대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반향을 얻은 것도 한몫했다.

 

유럽 극우, 대응 반대 초점

환경 정책은 서민에 피해

 

기후변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표를 모았던 일부 유럽 극우 정당들은 기후변화 대응 반대로 초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슈피겔과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지난 14일 기후변화 위기론을 반대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여는 한편 툰베리를 정신병자라고 부르면서 공격하고 있다. 핀란드 극우 정당 핀란드인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핀란드가 기후변화 히스테리아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해 1위와 불과 1표 차이로 제2당이 됐다. 핀란드인당은 총선 과정에서 환경세와 벌목 규제 등 환경정책이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해 호응을 얻었다.

 

유럽전문 매체인 유랙티브닷컴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우파 정당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엘리트들의 관심사이며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로 이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플라스틱 오염, 지구 최대 산소생산 미생물 위협

플라스틱서 녹아 나온 화학물질이 광합성 세균 활동 억제 확인돼

 

Anne Thompson, Chisholm Lab, MIT-1.jpg » 광합성 세균인 프로클로로코쿠스의 현미경 사진. 바닷물 11억 세포가 있는 초소형 미생물이지만 단일 생물로는 지구의 최대 산소 공급원이다. 앤 톰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5085%)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은 아마존 열대림이 아니라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몫을 바다에 사는 시아노박테리아인 프로클로로코쿠스가 하는데, 지구에서 벌어지는 광합성의 510%를 차지한다.

 

프로클로로코쿠스는 크기가 0.001이하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바닷물 1속에 10만 마리(세포) 이상 들어있을 정도로 많다. 지구의 산소생산을 책임지는 이 작은 거인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위험에 놓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샤 테투 오스트레일리아 매콰리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플라스틱에서 녹아 나온 화학물질이 프로클로로코쿠스의 성장과 산소 생산 능력을 저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밝혔다. 바다에 가장 풍부한 광합성 세균이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산성화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위협에 놓이게 됐다.



GettyImages-897472034-2.jpg » 타이의 세계적 관광지 피피 섬의 바닷속 비닐 오염 모습. 플라스틱 폐기물은 관광지 폐쇄와 동물 폐사뿐 아니라 지구의 산소 공급원을 흔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은 상점에서 흔히 비닐봉지로 쓰이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깔판 등의 재료로 널리 쓰이는 피브이시(PVC) 등 대중적인 플라스틱 2종과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널리 분포하는 프로클로로코쿠스 2종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플라스틱을 바닷물에 담근 뒤 시간이 지나면서 녹아나는 화학물질이 광합성 세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에서 녹아 나온 화학물질은 광합성 세균의 성장과 광합성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자 전사의 변화를 초래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들은 프로클로로코쿠스는 바다에 가장 많은 광합성 단세포 생물(1027 제곱 개)로 광합성을 통해 연간 40t의 탄소를 생산한다플라스틱 용출물이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합성 세균의 산소 생산 능력은 플라스틱 용출물에 노출된 지 24시간 뒤부터 명백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고밀도 폴리에틸렌보다 피브이시 용출물의 독성이 강해 노출 3시간 안에 산소생산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논문은 밝혔다.

 

플라스틱은 제조과정에서 가소제, 안정제, 살생물제 등 다양한 첨가제를 넣기 때문에 바닷물 속에서 이들이 차츰 녹아 나온다. 연구자들은 플라스틱 용출물은 유기물과 무기물이 뒤섞인 60001만 종의 화학물질로 이뤄진다특히 아연 등 중금속과 유기물질이 세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태평양 한가운데 해류가 빙빙 도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160의 바다에 18000억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떠돈다. 이 해역에는 표층 바닷물 1억 마리꼴로 프로클로로코쿠스가 산다. 연구자들은 장기적으로 이 해역 미생물 분포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512.jpg » 재활용하기 위해 잘게 조각낸 플라스틱 폐기물. 플라스틱 자체의 중합체보다 첨가제로 들어간 화학물질이 광합성 세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앞으로 10년 뒤 10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 증가가 계속되는데 폐기물 처분은 부실하고 폐기된 폐기물은 느리게 분해돼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미세플라스틱 섭취와 대형 플라스틱 조각에 고래나 거북이 피해를 보는 문제에 더해 플라스틱 용출물에 의한 위협이 추가됐다.

 

미국 미생물학회는 지난달 발표한 높아지는 이산화탄소에는 미생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에서 바다의 미생물은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45%를 흡수하고 있다기후변화로 바다가 산성화하면서 프로클로코쿠스의 광합성 능력이 저해되고 있음을 주요한 문제로 꼽았다.

 

200744_web-1.jpg » 분열 중인 프로클로코쿠스 세포. 플라스틱에서 녹아나온 화학물질이 정상적인 생식을 저해한다. 치좀 연구실,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그렇다면 이제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심해로 격리하고 부산물로 산소를 생산하는 프로클로코쿠스는,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위협에 동시에 놓이게 된 셈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sha G. Tetu et al, Plastic leachates impair growth and oxygen production in Prochlorococcus, the ocean’s most abundant photosynthetic bacteria, Nature Communications Biology (2019) 2:184, https://doi.org/10.1038/s42003-019-0410-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환경파괴·인권침해 사업 대출 거부신한은행 적도원칙이행한다

세계 96개 금융사들 행동협약

신한 측 사회책임투자 앞장

 

신한은행이 환경파괴와 원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업에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은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적도원칙이란 환경파괴나 오염, 지역 원주민의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사들의 행동협약이다. 이러한 개발사업이 주로 열대우림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전 세계 37개국, 96개 금융사가 가입해 있다.

 

신한은행은 경영기획·소비자보호, 글로벌자본시장(GIB), 대기업, 여신심사, 리스크관리 등 유관부서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적도원칙에 가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구체적으로 가입요건 분석과 선진은행 벤치마크, 세부 개선과제 도출 등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원들의 업무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2017년 적도원칙 채택을 선언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사업 위주로 투자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적도원칙과 반대되는 투자를 계속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그린본드(녹색채권)와 올해 4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의 사회책임투자(SRI)에 앞장서고 있다이번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나란히 지속가능금융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광안리 조망권 팔아먹는 행위

 

부산블루코스트가 2016년 민간사업으로 부산시에 제안했다 반려된 해운대 동백유원지~이기대공원 해상케이블카 사업의 당시 조감도. 부산블루코스트 제공

 

부산의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추진과 관련해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광안리 앞바다 조망권을 민간 사업자에 팔아먹는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부산 시민·환경단체 입장 밝혀

교통대란·비싼 탑승료도 문제

 

부산경실련과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YMCA·YWCA 11개 지역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부산시민연대)’21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부산시민연대는 입장문에서 해상케이블카가 건설되면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간 사업자 측 자료에 따르면 탑승객 수는 하루 평균 9000여 명 정도이다면서 이럴 경우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데, 사업자 측은 이에 대한 해법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시민연대는 또 부산·경남 등 남해안에 있는 해상케이블카만 6개인데, 부산의 경관을 파괴하면서 들어서는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가 과연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다해당 케이블카가 생기면 당장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의 탑승료가 최소 2만 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싼 탑승료를 내고 케이블카를 이용할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민연대는 또 해상케이블카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업자가 가져가는 몫이 커질 뿐 부산시와 시민이 가져가는 몫이 커지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부산시민들과 부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우리 후대들이 누려야 할 광안리 바다 조망권을 특정 사업자에게 내주는 것은 옳지 않다공공재가 민간기업의 전유물로 전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콩고기에서 배양육으로세포농업시대 '성큼'

 

식당 메뉴로 등장한 식물기반 대체육 버거. 위키미디어 코먼스

 

1931년 처칠의 '50년 후 세상' 에세이에 등장한 배양육

"(50년 후) 우리는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기르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매개물로 이 부위들을 각각 기르게 될 것이다. 물론 합성식품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식품은 자연 생산물과 실질적으로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고기(대체육) 개발업계에서 회자되는 윈스턴 처칠의 배양육 예측이다. 영국 총리를 지내기 9년 전인 1931년 월간지 <스트랜드 매거진>(Strand Magazine) 12월호에 기고한 에세이 '50년후'(Fifty Years Hence)의 한 대목이다. 정치가이면서도 훗날 노벨문학상을 탈 정도로 빼어난 에세이 작가였던 그는 이 글에서 과학 발전이 가져올 세상의 다양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배양육 시대의 도래를 꼽았다. 그가 이 글을 쓴 1931년은 영국에서 한 과학자가 처음으로 화학 합성을 통해 티록신(갑상선 호르몬의 일종) 호르몬을 만들어낸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20세기 초 플라스틱이 등장한 데 이어 호르몬까지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인공 창조물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커진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처칠의 예측이 나온 지 88년이 지난 오늘날 대체육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비욘드미트 주가 추이

 

비욘드미트의 화려한 나스닥 상장...대체육 첫 상장 '유니콘'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과학기술 미디어 의 의뢰로 선정한 '2019 10대 유망기술'에는 '고기 아닌 버거'가 포함돼 있다. 게이츠는 열렬한 대체육 옹호자다. 대규모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줄이려면 대체육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다. 개발업체에 직접 투자도 했다. 그로부터 두달여 뒤인 52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화려한 상장 기록이 나온 것. 주인공은 이날 나스닥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식물기반 인공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였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하룻동안 163%나 뛰었다. 시초가 25달러에서 시작한 주가는 수직상승해 65.75달러로 하루를 마감했다.

 

덕분에 비욘드미트는 하루만에 시가총액 38억달러(45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유니콘 상장기업에 올라섰다. 대체육 개발 업체 중 최초의 상장 유니콘이다. 유니콘은 뿔이 한 개 달린 전설 속의 동물 이름으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11천억원)가 넘는 신생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날 주가 폭등은 사람들이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그만큼 크게 본다는 걸 뜻한다. 분위기를 탄 비욘드미트 주가는 51696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까지 넘보기도 했다. 비욘드미트의 성적은 올 봄 상장 이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의 양대산맥 우버, 리프트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비욘드미트 상장 10여일 후인 13일 경쟁업체 임파서블푸드는 3억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임파서블푸드의 기업가치도 2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왼쪽부터 비욘드미트 버거, 소시지, 크럼블.

 

빌 게이츠, 디카프리오도 투자...전세계 35천여 매장에서 취급

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욘드 미트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9년 기술기업가 에단 브라운(Ethan Brown)이 창업한 회사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즈(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이후 미 식품 대기업 타이슨푸드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채식주의자인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투자에 참여했다.

 

2015년 식물육 버거를 처음 출시한 지 불과 몇년 만에 전세계 35천여 매장에 식물기반의 대체육을 공급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델타코, 칼스주니어, 티지아이프라이데이 등 체인 레스토랑은 물론 홀푸즈 등 식료품 체인점과 호텔, 대학, 식품가게 등이 비욘드미트의 식물 대체육을 취급한다. 매출도 2016 1620만달러에서, 20173260만달러, 20188790만달러로 쑥쑥 오르는 중이다. 지난해 6월엔 미주리주 콜롬비아에 캘리포니아보다 세 배나 큰 두번째 공장을 지었다.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아직은 적자(20182900만달러).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흑자 전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도축을 기다리는 소. 저스트 홍보 동영상 갈무리

 

'고기 아닌 고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이유

고기 아닌 고기에 왜 이렇게 투자자들이 열광할까? 대체육은 오늘날의 인류가 외면할 수 없는 몇가지 큰 명분을 갖고 있다. 첫째는 지구 환경 문제다. 축산업은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대략 15%를 차지한다. 그 중 절반이 전 세계 사육 소 15억마리에서 나온다. 이는 인도와 거의 같은 배출량이다. 그런데 이를 대체육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고기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에는 같은 양의 식물 단백질보다 물은 4~25, 땅은 6~17배 더 필요하다. 엄청난 양의 가축 분뇨 처리도 골칫거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얼음이 없는 지역의 26%가 가축 방목 면적이다. 또 전체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좋은식품연구소(GFI)"닭에게 9칼로리를 주면 우리가 얻는 건 고작 1칼로리"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둘째는 동물 윤리 문제다. 살아 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공장식 집단 사육을 할 필요가 없어 동물 학대나 생명 윤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도 궤를 같이한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GfK22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약 절반의 인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 한국도 이미 반려동물 인구 1천만시대에 진입했다.

 

셋째는 건강 문제다. 식물육에는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지방 등이 없다. 몸에 이로운 것만을 추출하거나 추가해 만들었다. 배양육은 집단 사육을 하는 가축에 많이 투여하는 항생제나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박테리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TO)가 경고한 가공육 제품과 붉은 고기의 발암 유발 경고도 대체육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세계 고기 수요 증가 추이

 

비효율, 반환경, 반생명, 반건강의 굴레를 벗는 도구

넷째는 식량 부족 문제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세계 인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203085, 2050100억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식량 수요는 이보다 훨씬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는 전세계 1인당 식품 소비량을 늘린다. 세계자원연구소(WTI)2050년까지 식량 수요는 50%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 고단백 식품인 고기가 있다. 고기 증가 예상 폭은 7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인류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몫은 약 30%. 세계 76억 인구가 소비하는 고기는 연간 닭 600억 마리, 10억 마리에 이른다. 지금도 전세계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가축 먹이로 사용된다. 이를 식량으로 돌리면 4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급증하는 고기 수요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육식의 이면에 있는 이런 비효율, 반환경, 반생명, 반건강의 굴레를 벗어나는 주요한 도구로 주목받는 게 바로 대체육이다.

 

임파서블푸드 공장 내부. 유튜브 갈무리

 

식물에서 뽑아내는 추출육과 세포를 기르는 배양육의 경쟁

대체육엔 두 종류가 있다. 비욘드미트처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드는 식물육(추출육)과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다.

개발 초기 콩고기로 불렸던 식물육은 콩류와 밀, 곰팡이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다. 비욘드미트 인공고기는 프랑스와 캐나다가 주산지인 노란 완두콩 속의 단백질로 만들었다. 여기에 비트 주스로 붉은피 색깔을 흉내내고,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대신했다.

 

식물 기반 대체육에선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가 쌍벽을 이룬다. 임파서블푸드는 채식주의자인 스탠퍼드대 생화학 교수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2011년에 설립한 회사다. 대체육 시장의 미래를 확신한 그는 2015년 구글의 3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는 아직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이었다. 2016년 처음 시중에 나온 임파서블 버거는 몇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는 대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재료로, 뿌리혹 속 레그헤모글로빈으로 붉은피 색깔을 내고 코코넛과 해바라기 오일로 육즙을 대신했다.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육은 현재 미국 7천여개 레스토랑에서 취급한다. 4월부터는 버거킹이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0여 매장에서 이 회사의 식물육 패티로 만든 햄버거 '임파서블 와퍼'를 메뉴에 추가했다. 소비자 반응을 보아가며 연말까지 전국 7200여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칸 패스트푸드점 큐도바(Qdoba), 델타코도 임파서블푸드의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현재 오클랜드 공장에서 한 달에 400만 파운드의 버거 패티를 생산한다. , 소시지, 치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현재 시판하고 있는 건 버거 패티 한 종류라고 회사는 밝힌다.

 

세계 2위의 고기 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그동안 비욘드미트와 함께 배양육 개발업체 멤피스미트, 퓨처미트테크놀로지(Future Meat Technologies) 등에 투자자로만 참여했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뛰어든다. 올 여름 안에 자체 식물고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준비인 듯 최근 비욘드미트에 투자한 돈을 회수했다. 타이슨 경쟁업체인 조류 가공육업체 퍼듀팜스도 식물기반 고기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도 식물 기반의 미트볼을 개발중이다. 미트볼은 이케아 매장 푸드코너에서 파는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이케아는 내년 중에는 시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배양육 제조 과정

 

배양육 내년 중엔 시중에 나올 수 있을 듯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도 경쟁이 뜨겁다. 아직 실험실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막바지 단계에 있어 내년 중엔 시중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세포 배양 과정은 몇가지 과정을 거친다. 우선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를 떼낸다. 그런 다음 줄기세포(myosatellite cells)를 추출한다. 이를 소태아혈청이 든 용기에 집어넣는다. 줄기세포는 혈청을 먹이 삼아 근육세포로 분화한다. 세포들이 뭉쳐 근육조직이 된다. 몇주가 지나면 국수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진다.

 

2013년 발표된 세계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 패티. 모사미트 제공

 

버거 패티에서 미트볼, 치킨, 오리고기까지

2013년 첫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였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르크 포스트 교수가 설립한 모사미트, 미국의 멤피스미트(Memphis Meats)와 저스트(Just) , 뉴에이지미트(New Age Meats)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멤피스미트는 2016년 미트볼에 이어 2017년 배양육 치킨과 오리고기를 선보였고, 뉴에이지미트는 지난 3월에 배양육 소시지 시식회를 열었다. 멤피스미트엔 곡물업체 카길과 빌 게이츠, 2014년부터 육식을 중단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도 투자에 참여했다. 첫 시제품은 1개에 2500달러나 들었으나 지금은 250달러로 낮아졌다고 한다. 멤피스미트는 2015년 심장전문의 우마 발레티(Uma Valeti)와 줄기세포학자 니컬러스 제노비스(Nicholas Genovese)가 설립한 회사다.

원래 인공계란 분말 제조업체인 저스트(옛 햄튼 크릭)는 지난해 말까지 배양육 제품을 시판한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아직 후속 소식은 없다.

 

멤피스미트의 배양육 치킨과 알레프팜스의 배양육 스테이크. 각 사 제공

 

미국 뒤쫓는 이스라엘...초기 제품은 50달러 프리미엄

이스라엘에서도 배양육 개발이 활발하다. 알레프팜스(Aleph Farms)는 지난해 12월 배양육 스테이크를 발표했다. 배양육 스테이크 개발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슈퍼미트(SuperMeat)는 배양육 치킨을 개발하고 있다.

 

값이 비싼 참치회의 대체육 개발도 진행중이다. 미국의 오션허거푸드(Ocean Hurger Food)는 토마토로, 핀레스푸드(Finless Foods)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참치회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좋은음식연구소(Good Food Institute) 브루스 프리드리히(Bruce Friedrich) 대표는 4월 캐나다에서 열린 테드 강연에서 "2020년에는 배양육이 일반에 시판될 것"이라며 "그러나 최초의 가격은 50달러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대체육이 넘어야 할 벽 '유전공학기술 논란'

그러나 배양육엔 몇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배양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저스트의 배양육 치킨너겟은 한 조각 만들어지는 데 2주가 걸린다. 이스라엘 알레프팜스가 만든 배양육 스테이크도 2~3주 걸린다. 이는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알레프팜스의 배양육 스테이크는 원가가 50달러다. 환경면에서도 식물육보다 불리하다. 영국 옥스퍼드마틴스쿨이 계산한 바로는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는 지금 방식의 배양육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7% 정도에 불과하다. 대기중 존속 기간이 이산화탄소는 최대 1000년에 이르는 반면, 메탄은 대기 수명이 12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환경 효과는 더 줄어든다.

 

세포배양에 유전공학기술이 쓰이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미 인터넷언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멤피스미트는 20191월에 낸 특허 문서에서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해 인공치킨과 소고기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이 회사 대변인은 그러나 확인을 요구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질문에 "우리는 여러가지 혁신 기술을 탐구하고 있으며 2021년으로 예정한 첫 시판 제품에 유전자편집기술이 적용될지 아닐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답변했다.

이스라엘의 알레프팜스는 한때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한 스테이크를 검토했으나 포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유럽에선 미국과 달리 유전자편집도 유전자변형생물(지엠오)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대두 뿌리에 달려 있는 뿌리혹(오른쪽)과 이를 절단한 단면. 빨간색이 레그헤모글로빈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안전성은 인정받았지만 유기농 라벨은 못붙여

이런 문제는 식물육에도 있다. 임파서블 버거에서 붉은 고기색깔을 내는 건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이다. 콩 뿌리 안의 뿌리혹(nodule)이라는 곳에 있는 이 물질은 헴(heme)이라는 비단백질 분자와 결합돼 있다. 이 헴이 붉은 색을 만드는 물질이다. 헴 덕분에 임파서블 버거는 실제 소고기와 같은 모양과 향, 맛을 낼 수 있다. 조던 섀도우스키(Jordan Shadowsky) 임파서블푸드 해외사업 이사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미래식량 국제컨퍼런스에서 "헴은 요리할 때 변형된다""고기를 구울 때 나는 독특한 냄새와 향은 헴의 화학적 결합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임파서블 버거에 사용한 레그헤모글로빈은 콩의 뿌리에서 추출한 게 아니라 유전공학 기술로 변형한 맥주 효모에서 추출한 것이다. 맥주 효모에 헴을 만드는 콩 유전자를 추가해 맥주 대신 레그헤모글로빈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지엠오(GMO). 임파서블푸드는 "헴을 얻기 위해 콩 뿌리를 파내는 것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며 토양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대신 효모를 이용하면 버거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다.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은 인정받았지만, 농무부는 지엠오에서 파생된 식품이란 이유로 유기농 라벨은 붙이지 못하게 했다.

 

20138월에 있었던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 시식회. 위키미디어 코먼스

 

성공의 관건이 될 품질과 가격, 식습관

대체육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은 품질과 가격, 그리고 식습관의 벽을 넘는 것이다.

맛에선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많다. 임파서블 푸드는 자체 조사 결과 임파서블 버거 맛을 본 사람의 90%가 진짜 고기로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초기의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에서 이제는 고기와 비슷한 색깔과 육즙, 향까지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3월부터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한 비욘드미트 1(2개 들이)을 온라인몰을 통해 구입해 시식해봤다. 일반 햄버거 패티와 똑같이 프라이팬에서 조리한 뒤 먹어본 결과, 맛은 합격점을 줄만 했다.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제법 고기에 근접했다. 다만 실제 고기를 씹을 때의 식감은 나지 않았다. 부드러운 동그랑땡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배양육 가격경쟁력의 핵심은 소태아혈청 대체물질의 개발

식물육 가격도 가격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임파서블 와퍼의 가격은 일반 와퍼보다 1달러 더 높은 정도이다. 멕시코음식 체인점 델타코가 미 전역 580여개 레스토랑에서 파는 비욘드타코도 일반 타코보다 1달러 비싸다.

 

배양육은 아직 제조비용이 꽤 높다. 모사미트의 햄버거 패티(140g 기준)는 현재 한 장에 500유로(66만원) 정도라고 한다. 2013년 첫 배양육 버거 생산비가 25만유로(32700만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이지만, 일반 버거와 경쟁하기엔 부족하다. 모사미트는 향후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지면 9유로(12천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모사미트는 "현재 유럽 슈퍼마켓의 햄버거가 1유로인데 다음 10년동안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사미트는 2021년 첫 시판 때까지 1개당 10달러선까지 비용을 맞추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관건은 배양육 생산비의 80%를 차지하는 소태아혈청(FBS=fetal bovine serum, 세포 및 조직배양에서 배양액으로 많이 사용되는 혈청)의 대체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공급이 제한된 소태아혈청에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대체혈청 시제품은 개발한 상태다.

 

식습관 넘으려면 새로운 가치를 소비한다는 인식 공유돼야

식습관을 넘는 문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 번 굳어진 개인의 식습관과 고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개인의 식습관 뒤에는 수백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운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체로 젊은층일수록 대체육에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대체식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소비한다는 인식을 얼마나 공유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육류산업은 연간 14천억달러나 된다. 대체육이 이 중 일부만 차지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대한 시장이다. 업계에선 낙관적이다. 우선 소비자들 반응이 좋다. 임파서블 푸드는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해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올들어 미 전역 7천개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제휴 레스토랑 수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식물육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23%나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서 미국의 대체육 시장이 201814억달러에서 20232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8187억달러서 20232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요가 늘자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도 대체육 버거 판매에 합류했다. 4월 말부터 독일에서 네슬레의 식물육 패티로 만든 버거(Big Vegan TS)를 팔기 시작했다. 독일은 맥도널드의 네번째 큰 시장이다. 네슬레도 4월에 유럽에서 식물육으로 만든 인크레더블 버거(Garden-Gourmet Incredible Burger)를 출시했다. 네슬레는 올 가을 스윗 어스(Sweet Earth)란 브랜드로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네슬레는 식물육 시장 진출을 위해 20179월 스윗어스(Sweet Earth)를 인수했다.

 

한국에 수입된 비욘드미트. 요리 전과 후의 모습이다. 단백한 맛은 합격점을 줄 만했고, 고기를 씹는 느낌은 부족했다. 곽노필

 

단백질 재배·사육 시대에서 추출·배양 시대로

3월 한국에 진출한 비욘드미트의 버거 패티는 지금까지 약 1만개가 팔렸다. 수입업체인 동원F&B는 한국에선 아직 대체육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단기간 판매 목표보다는 시장 기반을 닦아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엔 비욘드 소시지도 들여올 계획이다.

대체육의 미래에 대한 낙관의 근거 가운데 하나는 두유의 성공 사례다. 비유제품 우유(Non-dairy milk. 소 대신 콩이나 견과류, 씨앗 같은 곡물에서 추출한 우유)는 미국에서 전통 우유시장의 13%까지 치고 올라왔다. 벤처투자가인 댄 앨트슐러 말렉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식물고기 1세대는 철학적 이유로 동물단백질을 거부한 채식주의자들을 대상으로 했고, 2세대는 여기에 맛과 향을 더했으며, 비욘드미트 같은 3세대는 대체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질이 좋아졌다""고기와 비슷한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시작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은 길들어져 있는 동물고기 맛과 비교하지만, 나중엔 굳이 기존 고기 맛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대체육 자체가 독립적인 고단백질 식품 시장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영양공급원인 단백질을 재배, 사육이 아닌 추출, 배양을 통해 얻는 시대로 넘어간다는 걸 뜻한다.

 

일본 스타트업 인테그리컬처가 개발한 자체혈청 생산 시스템. 인테그리컬처 제공

 

핵심은 배양육...불모지 다름없는 한국의 과제

대체육의 문은 식물육이 열었지만 그 마무리는 배양육의 몫이다. 배양육 연구는 세포농업이라는 새로운 미래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몇몇 나라가 이 연구를 이끌고 있다.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일본에서도 도쿄의 '인테그리컬처(integriculture)'란 스타트업이 '컬넷 시스템'(CulNet System)이라는 인공혈청을 이용한 세포 배양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5년 화학과 농학을 전공한 젊은 연구자 2인 창업한 회사다. 최근 실험실 수준의 자체 혈청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쇼진미트(Shojinmeat Project)라는 비영리 기업은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직접 동물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3조원이 넘는 소고기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배양육 연구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쇠고기 수입국이다. 식물육도 걸음마 단계다. 올 들어 동원에프앤비(F&B)가 비욘드미트 버거를 들여오고, 롯데푸드가 닭고기 맛의 식물육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형편이다. 미국발 대체육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대체육이 식품시장에서 주류로 진입하기 위한 문을 두드렸음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2019년은 대체육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해다. 한국에서도 미래의 식량을 발굴한다는 사명감과 도전정신에 충만한 연구자와 투자자의 탄생을 고대한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목숨 건 비행, 장거리 이동 새들을 기다리는 것

기진맥진한 새들 앞 도사린 포식자와 투명 방음벽의 위험

 

이동 중인 큰유리새가 나뭇가지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쉬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유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

 

매서운 겨울은 새들을 움츠리게 할 것 같지만, 몸을 건강하게 만들 가장 좋은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잘 견디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겨울나기는 종의 번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겨울을 잘 난 철새는 번식을 위해 이동에 나선다. 수천의 목숨을 건 여정이다. 남보다 먼저 좋은 번식장소를 확보해야 짝을 얻을 수 있다.

 

먼 비행을 마친 유리딱새가 땅에서 쉬고 있다. 깃털도 매끈하지 못하고 거칠다. 내일이면 회복될 것이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와 체력고갈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도 한다. 새들의 선대가 그랬듯이 힘겨운 여정을 반복한다.

 

이동 중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도로에서 먹이를 찾는 작은 도요새.

 

특히 작은 새가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더욱 경이로워 보인다. 태평양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드넓은 대양을 건너는 도요새는 300g의 몸무게로 하는 작은 날갯짓으로 무려 1이상을 넘나든다.

 

동남아에서 온 황금새도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먼 거리를 날아왔는지 딱새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서 쉬고 있다.

 

도요새는 이동 중 3~5월께 우리나라 해안 갯벌에 들러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간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뒤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월동지로 이동하기 위하여 8~10월 다시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큰뒷부리도요 등 일부 도요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쉬지 않고 단번에 비행하기도 한다. 황금새도 호주나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동하는 새들에게 거대한 유리 방음벽은 죽음의 장벽이다. 최근 주민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의 방음벽이 투명한 유리를 쓰고 있다.

 

봄이 되어 번식지로 날아가는 새들에게는 5000~1가 기본적인 비행 거리이다. 가을에는 그 길을 따라 새끼들이 어미와 함께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동 길목을 배운다. 중간 기착지를 이용하는 새들은 지정석처럼 단골 쉼터까지 둔다. 그때 그 장소에 가면 늘 만났던 새를 만날 수 있다.

 

투명 방음벽에 부닥쳐 죽은 새를 까치가 먹고 있다.

   

기진맥진하여 날개를 늘어뜨리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몸으로 휴식을 취하는 새를 보면 안쓰럽다. 진정한 삶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새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방음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제비.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족제비가 사냥한다.

 

이동 시기에 힘든 길을 이겨내면 또 다른 적과 마주하게 된다. 유리창이나 방음벽이다. 영문도 모른 채 부딪혀 죽는다. 그야말로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이다.

 

천적인 족제비, 길고양이, 까치는 유리 벽에 부딪혀 정신이 없거나, 이동 중에 기운이 빠져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를 냉큼 잡아먹는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여기저기 깔린 위험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 장기동의 투명 방음벽은 길 건너 야산과 이어져 있어 이동하는 새들의 충돌사고가 빈발한다.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소쩍새와 흰배지빠귀.

   

투명 방음벽은 죽음의 덫이다.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와 쇠밭종다리.

 

아름다운 새소리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우리가 자연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찾아오는 새들의 쉼터를 무심코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충돌사고로 죽은 숲새(시민 제보).

 

새들은 방음벽 너머로 날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창틀 사이의 빈 공간으로 날려 한다. 그쪽이 에너지가 덜 들고 천적의 눈에 덜 띄기 때문이다.

    


방음 유리창에 충돌해 죽은 큰유리새 암컷. 입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오늘도 목숨을 건 새들의 위대한 비행은 계속된다.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은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새들에게 죽음의 덫인 유리 방음벽이다. 전국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여 방음벽을 설치할 때 새들의 충돌을 막을 조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 표면의 유리벽과 유리창에 대해서도 충돌을 줄일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기후변화로 어린 오징어와 문어 눈먼다

바닷물 속 산소 줄어 일시적 시력 상실온난화가 악화시켜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줄면 즉각 반응해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동태평양 서식 오징어 유생의 모습. 토드 앤더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바다 산성화에 더해 산소 감소가 인류의 수산자원 확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먹이를 잡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동물은 복잡한 시각기관을 갖추고 있다.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동굴에 적응한 동물이 가장 먼저 시각을 잃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공급은 산소를 통해 이뤄진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에서 산소공급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낀다. 육상동물뿐 아니라 해양동물도 산소 부족 때 시력 감퇴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릴리안 매코믹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오징어와 문어 각 1, 2종 등 해양 무척추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실험생물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 결과 오징어 등 일부 해양생물은 산소 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즉각적으로 시각 손상이 일어났고, 산소 농도가 회복되기까지 시력 상실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와 게, 크릴 등 갑각류, 그리고 어류는 특히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생물로 세계의 주요 수산물이기도 하다지구온난화와 과잉 영양분 유입 등으로 바다의 산소가 줄어들고 있어 이번 연구는 중요한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 대상인 두점문어 유생의 모습.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조도변화에 둔감해 포식자에 쉽게 잡아먹힌다. 릴리안 매코믹 제공.

 

연구자들은 이들 해양생물이 알에서 깨어난 직후 상태인 유생의 망막에 미소전극을 부착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식으로 실험했다. 유생이 살아남는가는 그 종이 자라 수산자원이 되느냐를 결정한다. 놀랍게도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조금 떨어졌을 뿐인데도 모든 해양생물의 유생은 시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었다. 특히 오징어가 민감해 산소 감소에 즉각 반응했다. 저산소 상태에서 오징어 유생의 망막은 빛의 변화에 현저히 둔하게 반응했다.

산소 감소에 대한 망막 반응의 저하는 60100%로 종마다 달랐다. 문어는 산소 포화도 13%까지는 잘 견뎠지만 3% 이하로 떨어지자 대부분의 종과 마찬가지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다행히 이런 시력 상실은 산소가 풍부한 곳으로 옮기면 30분 이내에 대부분 회복됐다.

 

바다는 표면만 산소로 포화돼 있을 뿐 깊이 들어갈수록 산소가 줄어들어, 수심 717m에서 산소 농도는 표면의 35% 수준에 그친다. 연구자들은 이번 실험의 저산소 상태는 자연상태의 변동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 유생은 밤에 바다 표면에 나와 먹이를 찾고 낮 동안에는 포식자를 피해 깊은 물 속에 머문다. 깊은 바다에서 이들은 시력 감퇴를 감수하거나, 산소 농도가 높은 곳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시력 감퇴는 이들 유생에게 잡아먹히거나 먹이를 못 먹어 굶어 죽거나 할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유생의 주요 먹이인 동물플랑크톤 요각류는 포식자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튀듯이 헤엄쳐 달아나기 때문에 먹이를 잡으려면 망막이 빛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문어 유생은 저산소 상태에서 빛의 조도변화에 둔감했는데, 이는 접근하는 포식자를 보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유생들은 주·야간 빛을 단서로 수직 이동하는데, 산소 감소는 이런 이동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1960년 이후 대양 산소 농도의 변화. 붉은 곳일수록 감소가 심한 곳이고 푸른 곳은 증가한 곳이다. 순케 쉬미트코 외 (2017) 네이처 제공.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감소하고 있어 이들 해양생물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순케 쉬미트코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 연구원 등은 2017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바닷물 속 산소는 2% 이상 줄었는데, 앞으로 2100년까지 추가로 17%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바닷물의 수온 상승으로 녹아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줄기 때문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llian R. McCormick et al, Vision is highly sensitive to oxygen availability in marine invertebrate larva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http://jeb.biologists.org/lookup/doi/10.1242/jeb.2008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복제 도시'에 살 것인가, '원본 도시'를 만들 것인가

[똑경제-황세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실효성을 묻다

지난해부터 지방 제조업 일자리에 대한 연구를 위해 전국을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깨달은 것 하나가 '복제'의 매커니즘, 그리고 그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선 이 이야기를 꺼내려면 필자가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시절 알게 된 사실 하나를 설명해야겠다. 2010년쯤 패션 담당 기자로 일할 때였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인 한 의류회사는 항상 당대 최고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홍보 활동도 열심히 해왔다.

 

그런데 그 회사 브랜드들은 이상하게도 젊은 층에서는 외면 받는, 속된 말로 '한물 간' 디자인의 제품만 만들었다.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없어서 일까? 그 회사 디자이너 면면을 보면 유학파를 비롯해 최고의 인재만 선발하고 입사 경쟁률도 높다고 하니 그럴 리는 없어 보였다.

 

'복제' 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

 

패션쇼 패션 트렌드는 복제해서 따라가려 해도 계속해서 새로워진다. (출처: 셔텨스톡셔터스톡

 

우연한 기회에 그 회사 홍보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우리 제품의 주요 소비자가 지방 대도시 주민들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소비자들의 취향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이 파리, 뉴욕에서 선보이는 최신 트렌드와 별 차이가 없고, 어차피 국내 기업으로서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 현실적으로 지방 대도시 소비자를 노리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러 최신 트렌드와 어느 정도 시차가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 의류 브랜드들은 서울 주요 백화점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지역 도시들 중심가에는 널찍한 단독 매장을 갖고 있었다. 이 설명을 듣고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TV, 인터넷을 통해서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아니 세계 어디에 살든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인데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그 정도로 나느냐고 다시 물었다. 홍보 담당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럼요. 서울의 트렌드가 지방으로 오는 데는 몇 년이 걸립니다."

 

비록 10년 가까이 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그 브랜드가 같은 전략을 쓰는 것을 보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패션 분야처럼 유행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도 이 정도인데, 건설과 생활 인프라 등을 '복제'하는 데 나타나는 시차는 더 분명할 것이다.

 

복제된 도시에서 살아야 할 이유?

최근 한 지방 도시에 도착해서 기차역을 나서는데 눈 앞에 신축 공사 중인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있었다. 족히 몇 천 세대는 될 것 같았다. 지역 사정을 아는 이에게 "이 도시에 저 아파트를 채울 만큼의 신규 입주 인구가 있나요?" 하고 물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서 얼마 전 한 공기업 본사가 이전해 왔다고 한다.

 

그 직원 수는 1000여 명 정도. 그들이 전부 이사를 온다 해도 짓고 있는 저 아파트들을 채울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다 공기업 직원들이 모두 가족과 함께 이사 오고, 수도권에서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그대로 옮겨 오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보다는 매주 KTX를 타고 수도권의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고 올 가능성이 더 높다.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수도권의 집을 팔기 어려운 사정 등등, 핑계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물론 복잡한 수도권을 떠나서 지역에서 사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매일 출퇴근에 많게는 서너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 만족스럽지 않은 집에 사는 데에도 수입의 상당 부분이 들어간다는 것, 자녀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공간도 없다는 것 등등, 다른 삶을 꿈꿔 봄직한 이유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 도시에서의 주거 환경이라는 것이 결국은 수도권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고, 그나마도 '복제'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 때문에 아무리 새 것이어도 어딘지 뒤쳐져 보이는 형태라면 어떨까? 굳이 지방도시로 이사하느니 이사할 수 없는 이유, 앞서 나열했던 그 핑계들을 찾게 되지 않을까?

 

경쟁력 없는 닮은꼴 도시들

 

공공기관이 이전된 지방의 한 혁신도시 모습. 경상북도

 

지역마다 도심과 주변 지역의 구성은 묘하게 비슷하다. 어느 시기에 개발 붐이 일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구도심에서는 1980~1990년대 서울에 많았던 콘크리트 빌딩과 '맨숀' 스타일 아파트, 연립주택을 볼 수 있다.

 

신도심에는 2000년대 이후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 느낌의 아파트와 대형마트들이 있다. 그 주변으로는 유동인구에 비해 과도하게 커 보이는 주민 편의 시설, 복지센터 등이 신축되어 고요하게 서 있다. 지역 고유의 역사와 이야기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닮은꼴들이다.

 

이렇게 복제 도시들이 열심히 만들어지는 가운데, '원본'인 서울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복제 도시들도 나름대로 변신을 거듭해 보지만 원본과 같아질 수는 없다. 왜냐 하면,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 자체가 원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파리, 뉴욕, 밀라노의 패션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트렌드가 발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조어를 아무리 빨리 익혀서 써먹어 봐야 청소년들에게 "구리다"는 말을 듣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복제'의 전략을 취했다면 애초부터 '원본'에 대한 경쟁력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지역마다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 옳았는지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사실상 수도권의 좋은 일자리,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방에 복제하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만큼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복제된 도시에서의 삶을 여간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본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도권 집값이 아무리 비싸고, 집과 직장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수요가 살아있기 때문에 수도권 도시들은 지방 도시들 못지않게 새 아파트를 지어대고, KTX, SRT 등 수도권 집으로 직원들을 실어나르는 교통편은 점점 더 발전한다. 어디를 봐도 지방 도시들이 살아날 수 없는 구조다.

 

고유한 '원본'의 삶 추구하는 사람들



귀농 귀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 팜프라’(맨 왼쪽 유지황 대표)가 청년 세대를 위한 작업복 ""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선보였을 당시 사진. 팜프라

 

그런 가운데 작지만 귀한 희망의 실마리도 보인다. 거대한 복제 구조에서 벗어나서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귀농 귀촌 청년들을 위해서 자연에 동화되는 이동식 주택,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복을 만들고 있는 '팜프라'(대표 유지황) 구성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농촌에서의 일과 삶이 도시에서보다 더 보람될 뿐아니라 더 멋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현실로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귀농 귀촌을 상의하는 또래 청년들이 다 응대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그 청년들에게 팜프라는 하나의 '원본'으로 보일 것이다.

 

이밖에도 고유한 '원본'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 있다. 물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숱한 어려움도 겪을 것이다. 중도에 포기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일과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은 그 지역만의 문화가 되고 그곳은 비로소 '원본 도시'가 된다. 소리 소문 없이 자리잡은 서퍼들로 인해서 서핑 문화의 중심지가 돼 버린 양양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필승 선거전략일 뿐인가?

이런 사례들은 어디까지나 이례적이고 작은 규모일 뿐이어서 전국적인 일자리와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자리와 인구 문제의 대안이 되지 못 하기는 '복제 도시' 전략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새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들이 텅텅 빈 채로 늘어선 '혁신도시', '기업도시'들이 그대로인데도 정책 입안자들은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지 궁금하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느니 작더라도 새로운 시도들이 하나라도 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물론 이런 시도들은 그 고유성과 자발성, 각기 다른 개성에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억지로 유도하거나 확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생활 안정성과 필수적 생활 인프라를 저변에 깔아주는 방향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당에서 내년 총선 공약으로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 채택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역 언론들마다 해당 지역으로 이를 끌어와야 한다는 보도를 쏟아냈고 한 매체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복제 도시'의 실험이 아직도 더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실패한 적 없는 선거 전략이 이번에도 절실한 것뿐일까, 질문하고 싶다. /황세원(joonchigirl) / 오마이뉴스



오존층 뚫리거나 말거나프레온가스 '뿜뿜'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인 프레온 가스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제사회가 엄격하게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프레온 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은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리포트 남극 성층권에 거대한 오존 구멍을 뚫은 건 냉장고와 에어컨 등의 냉매로 사용하던 프레온 가스였습니다. 성층권 오존이 뚫리면 치명적인 자외선이 급증합니다. 국제사회는 1987'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했고, 파괴됐던 오존층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이 놀라운 사실을 폭로합니다. 해마다 줄어들 줄 알았던 프레온 가스가 2013년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당시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 내뿜는다고 의심됐지만 정확히 어떤 국가인지는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그 나라가 어디인지 밝혀냈습니다. 경북대 연구진이 지난 10여 년간 동아시아에서 프레온 가스를 배출된 지역을 분석한 영상입니다. 중국 산둥성과 허베이성, 랴오닝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프레온 가스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분석 결과 중국은 2013년 이후 해마다 7천톤이 넘는 프레온 가스를 몰래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선영/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고농도의 프레온가스가 도대체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추적하는데, 바람 자료를 이용해서 공기들이 어떻게 어디서 이동했는지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국제환경단체 'EIA'는 중국 내 많은 업체들이 건축 단열재 등을 만드는 데 프레온 가스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현장을 확인했다고 고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 발표하는 한편 유엔에도 보고할 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