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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6. 5.14~21 강남역 살인사건과 여성혐오

by 이성근 2016. 5. 21.

 

524 주간경향 520 한국

접대에 10조원 쏟는 한국김영란법이 뭘 잘못했나 515 프레시안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과 제창 사이 516 한겨레

북한 출신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라고?” 51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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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소득·안전 지수 나이들수록 추락 518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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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보다 95일 더 일해야 동일임금" 520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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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유료부수 급감, 시사IN의 씁쓸한 1518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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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투표 제도와 빈부격차가 샌더스를 버렸다 시사저널 520

중국 황제들도 즐긴 개고기 식문화, 달라질까? 521 프레시안

"지식 없는 아이돌로 몰아붙이는 건 폭력적" 518 한국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성불평등한 한국 사회 민낯 드러내다 519 여성신문

문제는 초미세먼지 PM2.5524 주간경향

 

 

 

  520한겨레-중부

 

 

 520 내일-경향

 

 

 519 한국-한겨레

 

 

  519 중부-중앙

 

 

  519 민중의소리-대구매일

 

 

 519 내일-경향

 

 

518 한국-518 중부

 

 

 518중앙-인천

 

 

  518민중의소리-대구매일

 

 

  5.18내일-기호

 

 

  518국민-경향

 

 

 517한국-한겨레

 

 

 517중부-중앙

 

 

  517민중의소리-대구매일

 

 

  517내일-국민

 

 

 517경향-516한국

 

 

516한겨레-519금강

517~516금강

516중부-중앙

 

 

516시사인-민중의소리

 

 

 516내일-경향

 

 

  515 민중의소리-513내일

 

 

  516~21 경향 장도리

 

접대에 10조원 쏟는 한국김영란법이 뭘 잘못했나 515 프레시안

보수의 반발, 오히려 김영란법 필요성 입증

 

지난 5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 안을 입법 예고한 이후 다시 격렬한 논쟁이 한창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에 100만원, 300만원을 받으면 처벌된다. 100만원 이하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받은 금품의 25배 과태료를 문다. 더욱이 공직자가 법에서 규정한 15가지 유형(·허가, 처벌 감경, 인사·계약, 직무상 비밀 누설, 평가, 감사·단속, 징병검사 등)의 부정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특히 뇌물로 간주되는 '금품'에는 돈과 유가증권, 부동산은 물론 초대권·할인권과 골프·식사 접대, 인사상 특혜 등 모든 유형·무형의 이익이 포함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를 위한 소액의 식사나 선물은 허용하고 있는데, 그러나 직무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서 3만원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5만원 넘는 선물 또는 10만원 넘는 경조사비를 받아도 처벌을 받는다.

 

소위 김영란법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것은 20138월이지만 제출 직후부터 이 법안은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기득권의 특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제출되면 언제나 그렇듯 여야 모두로부터 쉽게 '무시'되어 왔다. 그러나 2014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 조어)'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국가공공기관들 뿐 아니라, 여타의 국가공공기관 관료들을 비롯, 대형로펌과 금융계, 전체 기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얽혀 있는 관피아 네트워크가 부정부패의 주요 원인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연결고리들이 다양한 기득권 지배 세력의 특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결국 단순한 부정부패가 아닌 이를 통한 기득권 지배 세력들의 특권 타파와 척결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게 되었고, 이를 위해 관피아들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 속에서 김영란법이 다시 전면으로 부각된 것이다.

 

당시 공무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과도한 공권력 개입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농축수산과 화훼, 요식업 등 관련 업계에서는 금액 상한선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소비 위축을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권익위가 12개월 간 고민을 거듭하다가 법 시행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야 시행령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시행령에 불과한데도 대통령의 내수 시장 위축 우려 발언 이후 이를 등에 업은 여론을 빙자한 '언론 마피아'들의 반격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김영란법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에 한층 더 무소불위의 힘을 실어 주는 결과를 낳는 토대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언론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논의는 사라지고, 비판적 언론이 아닌 제 4 권부이자 권력과 자본의 대변인의 역할을 하는 언론의 입장에서의 궤변과 억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열의와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기득권 지배 세력들의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나 각종 갑질과 불법 행위들에 대한 비판에 쏟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 정도로 현장(?)을 발로 뛰어 다니며 이 법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산업과 시장들을 나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중국에게 좋은 일이라는 식의 교묘한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한 장면

 

접대에 10조원 쏟는 나라김영란법이 뭘 잘못했나

안타깝지만 이러한 일부 보수 언론들의 김영란 법안에 대한 격렬한 반대에 대한 근거는 어느 정도 타당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각한 왜곡과 과장이다. 그리고 이들의 격렬한 반대의 근본 원인은 전혀 다른 데에 있다. 아마도 최초 안처럼 고위 공직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안이었다면, 이렇게 '내수시장'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진정으로 이러저러한 분야의 영세자영업자들의 처지에 대해 걱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뇌물의 문제로 축소하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자신들의 향응과 접대가 사라질 것에 대한 것임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다시말해 단순한 뇌물 공여의 장소를 넘어 바로 자신들의 쾌락과 향응과 접대, 이를 통한 다양한 정치권력과 특권적 부유층 등 기득권 지배 집단들끼리의 연결망 구축, 그리고 이를 통한 출세와 성공의 길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접대와 향응이 제한될 수 있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진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각종 성매매 업소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한 경제 신문은 과거의 사례까지 들먹이면서 접대실명제가 경제를 위축시켰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접대가 사라질까봐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서민경제도 아닌 성산업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화훼산업도 농업도 요식업에 대한 걱정은 그닥 크지 않다. 너무나 잘 아는 얘기지만, 이들은 서민경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도 없다.

 

입법 과정에서 무엇보다 큰 비중을 두었던 공직자 이해 충돌 부분은 법무부 등 관료집단들에 의해 빠져 버렸다. 특히 국회의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부분에서도 교묘히 직무 관련성에서 빠져나갈 통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그 자신이나 친족이 직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관련자와 금전이나 부동산 등을 거래하는 것 혹은 소속 기관에 가족이 채용되도록 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 금지와 더불어 김영란법의 주요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나, 이 조항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언론이 오히려 크게 문제제기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지만, 자신들이 적용 대상에서 빠져 나와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적용대상이 확대될까봐 전혀 이러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이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게 위헌이라는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걸어 놓은 상태인데,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은 물론 의사나 종교인, 성산업가들 등 훨씬 더 많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부패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선동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언제 이렇게 기자들이 국가 경제를 걱정하며 현장들을 뛰어다녔고 서민들의 고통을 걱정했을까 싶을 정도로 취재 열기가 뜨겁다. 그리고 이들의 입을 빌어 법의 무력화를 위해 열심히 혀를 놀리고 있다.

 

언론인들을 내세운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지배 집단들은 법 제정을 계기로 다시 지배 카르텔을 가동하여 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집요한 저항을 지금까지 끈질기게 해 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법 제정 후 시행령이 나오는데 보통 몇 개월이 걸리는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통과 이후 12개월 만인 201659일에야 시행령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법안의 취지가 퇴색되었고 결국 여야의 공조로 누더기가 되어 작년에 법이 통과되었다. 누더기가 된 법을 보고 김영란 전 위원장이 스스로 이 법안에 대해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었다. 법의 원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 만 원 이하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었는데,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대폭 완화되어 한번에 100 만 원 이상, 한해에 총 300 만 원 이상 받아야 직무관련성 여부 상관없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게 처벌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100 만 원 이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된 경우에만 가액의 2~5배 과태료만 물도록 했다.

 

게다가 앞으로 법 시행까지 4달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작전에 들어간 기득권세력들의 공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집요하게 다양한 이슈를 통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작태들은 김영란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지만, 특히 언론이 장악된 현재,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여론은 쉽게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후,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역시도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미 누더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그 시행도 해보기 전에 더 너덜너덜해지거나. 심지어 폐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영란법을 시행해도 내수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부정부패를 줄여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낸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OECD 평균 수준만큼 청렴해지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138.5달러, 연평균 성장률은 명목 기준 약 0.6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각국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따라서 오히려 김영란 법으로 일정정도의 부패가 사라질 경우 국제적으로는 물론 거시적 관점에서 그 효과가 매우 긍정적일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패와 낭비, 그리고 여성 인권 침해의 상징인 어마어마한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의 축소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1076658억 원에서 201493368억 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접대비의 축소 및 생산적 영역으로의 전환은 여러 측면에서 절실한 사안이다. 그래서 김영란법은 옹호되어야 한다. 굳이 위의 몇몇 자료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현재의 부패와 부조리, 부정의의 정도가 심각함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악습이 철폐되어야만 분배의 정의가 살아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대 추구와 조폭 경제, 비공식 경제로 연명하는 국가 경제는 현재 기득권 세력들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경제 위기의 시대, 저성장 시대에는 더더욱 부적합한 것임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대중을 기만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반발하는 보수 언론? 오히려 김영란법 필요성 입증

우리는 이렇게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보수언론들이 쏟아내는 궤변들을 보며, 오히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부패되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드시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중을 현혹하려는 저들의 의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스승의 날을 맞아 아름다운 미풍 양식이 타격을 받을 거라는 등 이제 문화와 전통까지 들먹이기 시작했다. 성매매 특별법이 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수년 전의 논리는 소위 종북론과 더불어 경제 위기론에 약한 순진한 대중을 현혹시키기는 데 가장 적합한 논리이다. 물론 우리는 법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 성매매특별법이 법 자체의 문제이기 이전에 그 법의 적용대상자들이 법을 집행하는 극단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측면은 단 한 번도 폭로된 적이 없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김영란법이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 할지라도 그 법의 적용대상자들이 그 어떠한 견제나 감시도 받지 않은 채 그 법을 집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 법의 미래 역시 암울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은폐한 채 언론은 법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할 것이고, 특히 경제 불황이라도 닥치면 더더욱 이 법안 때문에 시장이 죽었다는 식의 논리에 많은 대중들은 현혹될 것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진보정당들은 물론 민주노총과 같은 노동조합운동 역시 적극적으로 김영란법을 방어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법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반대로 진보적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으로 과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와 그 국가의 법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우리네 운동은 이러한 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는 근본적인 사회체제변혁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방관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김영란 법을 둘러싼 갈등 구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근본적인 변혁을 기도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김영란법은 단순히 일부의 부패 관행을 축소시키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법과 범죄와 여성인권과 복지 등등의 영역은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정당 정치의 뒤에 숨어 절대적인 권력과 부를 통제해 오고 있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 지배 집단들의 탐욕 구조를 흔들어서 더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 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복지 증대 및 성평등을 포함한 평등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득권의 무력화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방어 논리를 넘어 법 적용 대상을 확대시키기 위한 적극적 운동과 더불어 적용대상자들이 어떠한 견제와 통제도 없이 마음대로 법을 집행하지 못 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 정재원 국민대학교 교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과 제창 사이 516 한겨레

_‘그들에겐 불편한 노래

 

16일 정부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합창 방침을 고수하면서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에 공조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에서 야당이 이 노래의 제창 허용을 강하게 요청한 뒤 이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전해지면서, 이 문제는 박 대통령의 변화 의지가늠자로 여겨져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떤 노래이기에, 정부는 합창은 되지만 제창은 안된다고 한 것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불러도 화제, 안 불러도 화제였던 노래  

2008518, 이명박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한나라당 소속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997년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행사로 치러져왔다. 이날 행사 마지막엔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두세소절을 따라 불렀다. 언론들은 이 사실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명박대통령이 2008518일 오전 광주 망월동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5.18민주회운동 기념식에 참석, 님을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건영 5.18유족회장, 신경진 5.18부상자회장, 박광태 광주시장,김양 국가보훈처장,이 대통령,강재섭 한나라당대표,손학규,박상천 민주당 공동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총재. 청와대사진기자단

 

5년 뒤 같은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행사 중간에 임을 위한 행진곡합창순서가 되자 박 대통령은 태극기를 들고 일어섰다. 직접 부르진 않았지만 곡이 끝나기까지 선 채로 노래를 청취했고 때때로 태극기를 흔들었다. 당시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대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를 때 원하는 사람은 일어나 따라 부르도록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일부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크게 불렀고 박 대통령도 이에 맞춘 것이다. 이 장면을 두고 노래는 안했다사실상 노래했다는 두갈래 해석 논쟁이 있었다. 5·18 기념재단은 누리집에서 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공연 순서에서 태극기를 들고 일어나 연주를 경청(사실상 참석자와 제창)”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5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45, 노무현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해 악보를 보지 않고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함께 불렀다. , 제창했다. 이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화제가 됐다.

 

보수정권은 이 노래가 불편하다

이상한 조짐이 감지된 건 2009년부터다. 취임 첫해 기념식을 찾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엔 참석하지 않았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행사에서 제외했다. 식전행사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부르게 한 것이다. 그해 10월 행정안전부는 각 기관에 민중의례를 하는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민중의례는 1980년대부터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에서 국민의례 대신 진행하는 사전 의식이다. ‘애국가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대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한다. 공무원노조가 자체 행사에서 하는 민중의례를 문제 삼은 것이다.

 

같은해 121일 정부는 이 노래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공식적으로 드러낸다. 보훈처는 “5·18을 기리는 공식 기념 노래, ‘5월의 노래를 제정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각급 학교에서 5·18 기념식을 여는 등 기념식을 확대하려고 하는데 현재 5·18을 기리는 공식 기념 노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5·18 행사에서 공식 추모곡 노릇을 해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밀어내려는 의도라고 본 관련 단체들이 반발했다. 보훈처는 그해 12175·18 노래제정 계획을 철회했다.

 

20105월에도 이 노래는 본행사에서 빠졌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식전공연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불렀다. 2011년부터는 본 행사에 포함되긴 했다. 하지만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상태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보훈처가 16일 밝힌 제창 불허 방침2011년부터 해온대로 올해 기념식도 치르겠다는 뜻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5·18’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불려왔다.

 

합창과 제창가깝고도 먼 차이

 

 

정부 기념식서도 두쪽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이 열린 20155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앞줄 맨 오른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다. 정부 쪽에서 참석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앞줄 왼쪽 둘째)과 박승춘 보훈처장(앞줄 맨 왼쪽)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광주/ 이정용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합창은 여러 사람이 화성을 이루어 함께 부르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선율로 부르면 제창이다. 정부의 정의는 이런 사전 뜻과는 조금 다르다. 제창은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것이고, 합창은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자들이 따라 불러도 되고 안 불러도 되는 방식으로 본다.

두 방식은 현실에서 큰 차이를 낳는다. 제창을 하면 카메라가 주요 참석 인사의 입을 향한다. 합창을 하면 카메라는 합창단을 비춘다. 즉 참석자에게 노래 부를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전자는 제창, 후자는 합창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전남대 경영학과 3년이던 19824월쯤 작곡했다. 당시 그는 19805월 전남도청을 끝까지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운동을 하다가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치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화운동을 하던 10여명과 함께 결혼식 선물로 노래극 테이프를 만들기로 했다. 광주에서 문화운동을 하던 소설가 황석영씨 자택에서 소형 카세트를 놓고 12일 동안 녹음했다.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평소 틈틈이 써놓았던 6곡을 조금 바꿔 임을 위한 행진곡4시간 만에 작곡했다. 30분짜리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음반의 마지막 합창곡으로 넣었다. 가사는 백기완 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일부를 차용해 황석영씨가 붙였다. 이후 1980년대 운동권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불순한 선동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의 노래!”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팀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임을위한행진곡' 합창 결정과 관련해 기자들과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보훈처는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대쪽 의견을 소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특정단체의 민중의례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께서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함.”, “북한이 19915·18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에 나오는 새날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

 

보훈처가 소개한 반대쪽 의견에 대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보훈처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곡이 아니냐,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는 노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런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보훈처가 직접 유포하고 있다. 김일성 찬양곡으로 의심하면 합창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보훈처가 왜 이런 인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20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김종률 사무처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모를까요? 다들 알고 있다고 봅니다.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순한 선동가가 아니에요. 이 노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까지 무릅쓴 광주시민에 대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북한 출신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라고?” 517 한겨레

북한 이탈주민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허락없이 부르면 북한에서도 잡혀가 정치범이 된다며 이 노래가 김일성을 찬양한 노래라는 주장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주 기자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대에서 배웠다. 1994년 초 대학에 온 전대협 방문단 환영할 때 부르라며 정치 강연회 시간에 학생들에게 배워주었다. 그땐 제목도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1991년에 나온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에서 배경음악으로 가사를 빼고 곡만 사용됐다고 하는데, 그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았지만 정작 대학에서 노래를 배울 때 영화에 나왔던 노래인 줄 전혀 몰랐다김일성대 학생들에게만 배워주었을 뿐 이 노래는 북한 사회에 퍼지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주 기자는 이 노래를 배울 땐 남조선 투쟁가요라고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남조선에 와보니 이번엔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가요라고 한다노래의 님이 김일성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세상 별 소재를 다 가져다 김일성 찬양하는 것이라고 사기로 둔갑시키고 자랑하고 선전하는 북한도 이 노래가 김일성을 흠모한다고 말하진 않는다고 했다. 주 기자는 제창곡으로 하든, 기념곡으로 하든 그건 내가 참견하고 싶진 않지만, 논란을 보면 참 웃긴다고 덧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목청껏 부르는 5.18유가족들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서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고 있다.권우성 518 오마이뉴스

 

'송곳' 같은 젊은 기자들, 이들이 있어서 희망이 있다 미디어오늘

헬조선20대 청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스핏츠를 창간했고 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대만과 홍콩, 일본 등의 청년 주거문화를 심층 취재해 청년 난민 되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비트니스라는 이름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산발적인 정보를 공간이나 주제에 따라 모으는 서비스를 개발해 SBS가 진행한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경우 더 작은 단위로, 독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독자들의 데이터를 보고 간단한 툴을 만들고 변형하는 등 기존 조직보다 가볍고 빠르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도 21인에 이름을 올렸다. 통신사의 한 기자는 한국일보를 2년 동안 넘게 보면서 느낀 건 그의 칼럼이 한결 같다는 것이라며 보통 언론사 데스크들은 성차별 문제를 양비적 관점에서 다루곤 하는데, 박 기자는 이와 다른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한국 언론에서 보기 드문 칼럼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 기자는 특별히 젠더 이슈만 쓰려 했던 것은 아니라며 아이를 낳고 아줌마로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인구 절반이 여성인데 10%도 언론에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소외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계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비마이너 강혜민(31) 기자는 장애인 보도에서 두각을 드러내 21인에 선정됐다. 그는 폭력과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원주 귀래 사랑의 집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기사화했다. 강 기자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인식했다가족들의 실제 삶이 어땠는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위근우(36) 아이즈 기자가 선정됐다. 그는 아이즈와 각종 외부 기고를 통해 웹툰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써온 웹툰 전문 기자. 그는 지난해 웹툰의 시대라는 책도 썼다. 또 젠더 이슈 관련 글에서 필력 못지 않게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동료 언론인들이 많았다. 위 기자는 올해부턴 젠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방송이든 기획사든 매우 중요한 비교우위 요소가 될 거라 본다그렇다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말을 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기자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진 등으로 화제가 된 오마이뉴스 이희훈(35) 기자가 꼽혔다. 그를 추천한 한 주간지 기자는 만나본 적은 없는 기자인데 잘 찍었네하고 보면 희한하게 바이라인이 오마이뉴스 이희훈이더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내부에서도 잘 찍는 수준을 넘어 예술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스타일을 내세우는 사진이라거나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이분법적으로 보도냐, 예술이냐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다사진은 예술의 장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도구다. 극적인 장면들을 사진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면 뉴스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인 미디어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미디어몽구 김정환(39)씨도 빼놓을 수 없다. 김씨는 내가 직접 듣지 않는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던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의 열정과 패기가 한국 언론의 동력 518 미디어오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70위까지 추락하고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그래도 아직 한국 저널리즘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 보자는 의미로 시작한 젊은 언론인 21

 

기자들도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대부분 기자들이 거대한 조직의 기계부속처럼 변별력 없는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게 현실이다. 흰머리 희끗희끗할 때까지 현장을 누비는 기자도 찾아볼 수 없지만 마흔 중반만 돼도 관리직으로 물러나는 게 관행이 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 언론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후퇴했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21주년을 맞아 주목해야 할 젊은 기자 21을 선정했다. 척박한 언론 현실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자들이다. 추천을 받은 기자들은 기획취재와 탐사보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자 경력 10년 안팎의 기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사로 이름을 얻고 타사 기자들이 높게 평가하는 기자들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독자들이 가장 무섭다

천관율(37) 시사인 기자는 젊은 기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인다. 천 기자는 정치·사회는 물론 국제·문화·과학·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분석 기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숙이 전 시사인 편집국장은 천 기자에 대해 새로운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정확하게 소화해줄 수 있는 기자라고 말했다. 출입처 문화에 길들지 않고 독서와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강점이다.

 

천 기자를 추천한 동료 언론인들은 대표적으로 일베 분석 기사(“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를 기억했다. 일베 유저가 공유하는 논리 체계를 도식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체 조명해 주목받았던 기사다. “다수 언론들이 일베발 사건에만 집중하거나 일베 현상을 외면할 때 일베 담론을 키워드로 분석했던 기사라는 평이다. 천 기자는 지금은 어떤 영역이든 전문가가 넘쳐나는 시대라며 그래서 독자들의 조리돌림에 공포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사를 쓰게 되는 동력은 독자였던 것이다.

한겨레 정환봉(38) 기자도 많은 언론인이 주목하고 있다. ‘정환봉하면 국정원이라는 인사도 있었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는 국정원 댓글 보도를 통해 그를 알게 됐는데 묻혀 있는 사건 실체를 파헤치는데 매우 능한 것 같다경찰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 사건에 뛰어난 기자라고 추켜세웠다. 정 기자는 2013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공작 사건 연속보도를 통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쳤고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다수의 특종을 비롯해 안팎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기자라며 바른 성품까지 겸비했다고 평했다. 주간지 한겨레21로 자리를 옮긴 정 기자는 지난 16, 잠적했던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찾아내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 추천을 받은 기자들 중에는 현장형 기자들이 많았다. 여전히 장기 기획취재와 탐사보도가 기자들의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료 언론인들은 출입처에 매이지 않고 사건의 이면에서 현상과 담론을 읽어내는 기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경향신문 구교형(33) 기자는 한국기자상 등 지난해에만 8개상을 쓸어간 민완기자. 지난해 강남구청 서울시 비방댓글부대보도, 선배 강진구 기자와 함께 한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이라는 연속기획 등이 대표적이다. 구 기자는 동료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경향신문만이 할 수 있는 보도와 기획을 꾸준히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조해수(38) 기자는 최근 안성모 사회탐사팀장과 조유빈 기자 등과 함께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보도 등 보수단체의 관제집회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조 기자는 자신이 선정된 데 저는 내세울 만한 기자가 아니라며 동료들 성과에 정말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멋쩍어 했다. 집회 지시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이 시사저널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보도의 파장이 컸다.

 

중앙일보 정강현(40) 기자는 청년 기획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MBC 기자는 “‘젊어진 수요일’, ‘신문콘서트등 주목할 만한 기획을 많이 하고 있고 필력도 출중해서 단행본을 여러 권 낸 주목할 만한 기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기획이 관통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청년의 일상을 의제화하는 데 뛰어났다. 정 기자는 청년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발랄하게 전달해보자는 취지라며 증명사진 기획 등은 재미도 추구했지만, 결국 우리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보여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박다해(29) 기자는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폭로했던 기자다. 이 문건에는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가 개시되면 특조위 여당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키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큰 파장이 일었다.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는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는 당시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의 기자회견장에서 문건을 하나하나 따지며 일당백기자 정신을 발휘했던 기자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세월호 관련 보도들은 머니투데이 더300(정책·입법에 특화한 전문 사이트) 기자로서 국회 상임위에 집중할 수 있던 환경 덕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①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이승환 경남도민일보 기자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 권성민 PD 권지윤 SBS 기자 김준범 KBS 기자 홍성희 KBS 기자 김필규 JTBC 기자 김정환 미디어몽구 박다해 머니투데이 기자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위근우 아이즈 기자 이희훈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임소정 MBC 기자 정강현 중앙일보 기자 정환봉 한겨레 기자 조소담 비트니스 대표 조해수 시사저널 기자 천관율 시사인 기자 (21)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

KBS 기자들 뉴스타파 심인보

여러 KBS 기자들이 뉴스타파 심인보(40) 기자를 추천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05KBS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 ‘추적60팀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2010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언급동영상을 발굴 보도했고, ‘추적60’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편을 공동 제작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캠프의 불법 선거 운동 사무실, 이른바 십알단 사건을 보도해 주목받았다. 조세피난처 보도, 친일과 망각 등 뉴스타파에서도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KBS PD능력 있고 강직하고 원칙적이면서도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오로지 자유로운 취재와 제작을 위해 KBS라는 안온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는 과단성까지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뉴스타파 홍여진(32) 기자는 앰부시 인터뷰’(Ambus,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인물의 말을 듣기 위해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가 강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같은 당 한선교 의원 등 유력 정치권 인사들에 질문을 과감히 던지는 모습이 기존 언론과 대비됐다는 평도 있다.

 

SBS·MBC 기자들도 KBS 홍성희(33) 기자의 실력을 인정했다. SBS 기자는 개인적 친분도 없고 취재현장에서 마주친 적도 별로 없는 기자인데 이상하게 큰 건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양질의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고 평했다. 지역MBC의 한 기자는 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 등 최근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노동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라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홍 기자는 땅콩회항논란에 휩싸였던 대한항공 승무원을 단독 인터뷰했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영상을 동료와 함께 찾아 보도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홍 기자에 대해 흔들리는 KBS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라고 말했다.

 

KBS 현직 기자로는 김준범(37) 기자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시사기획 창’ “고객님 실손보험 드셨죠?” 편에서 탐사 보도로 실손보험의 실태를 고발했고, ‘구치소 황제 수감등을 통해 권력의 비리를 파헤쳤다. KBS의 한 언론인은 “KBS 보도를 지켜낼 재목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김 기자는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 자격으로 자사 보도 감시 활동을 했다가 지난 2월 징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MBC, 20~30대 싹 죽었다

추천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과거 젊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MBC였다. “MBC20~30대가 싹 죽었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추천받은 기자와 PD들은 비취재·제작부서에 배치돼 있었다.

 

MBC PD들은 자사 권성민(31) 예능PD를 꼽았다. PD는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웹툰에 담아 페이스북 등에 게재했다가 해고됐지만, 지난 12일 대법원은 해고무효를 확정했다. MBC의 한 PD역설적으로 해고 이후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그가 보여준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PD는 예능 PD로 출발했지만 소외된 곳을 돌아보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언론인이라며 좋은 세상이 오면 제대로 날개를 펼 수 있는 PD라고 본다고 말했다.

 

20134시사매거진 2580’ “의문의 형집행정지편에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재조명해 한국방송기자대상 등 각종 기자상을 휩쓴 MBC 임소정 기자(34)도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임 기자는 사측과의 마찰 이후 시사매거진2580에서 스포츠중계AD, 다시 광고영업부로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다.

 

뉴미디어 부문과 관련, SBS 권지윤(36) 기자를 주목하는 인사도 많다.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비롯해 SBS 내부에서 그를 꼽는 인사가 많았다. SBS의 한 기자는 지난해까지 법조에서 수준 높은 8뉴스 리포트와 취재파일 콘텐츠를 만들어냈다고 평했고, SBS의 한 간부는 권지윤은 법조 등에서 쌓은 비판적 접근과 문제의식, 팩트 검증 능력 등을 바탕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했다. 권 기자는 현재 뉴미디어실의 팟캐스트를 맡고 있고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서 디지털 기반 기사를 만들고 있다.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필규(41) 기자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한 방송사 아나운서는 벌써 자신만의 코너가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궁금했던 사안들을 제대로 긁어준다고 추천했다.

 

지역신문 기자로는 경남도민일보 이승환(41) 기자가 돋보인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취재와 영상제작 등을 스스로 터득해 활용했고, 소속 부서 소셜 미디어 계정까지 직접 만들어 선거 때마다 후보 검증을 시도했던 기자다. 그를 추천한 한 인사는 “‘경남의 재발견과 같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기획을 정형화했고 선거 때 스스로 지역 후보 기준을 마련해 검증을 시도했던 기자다. ‘지역 언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언론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신문의 디지털 혁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이 기자는 서울 지역의 언론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소통하지만, 지역 언론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독자들이 기자라고 했을 때 막연하게 갖게 되는 인식의 벽을 깨보려고 가볍게, 하지만 꾸준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소담(27) 비트니스 대표는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한국 언론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헬조선20대 청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스핏츠를 창간했고 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대만과 홍콩, 일본 등의 청년 주거문화를 심층 취재해 청년 난민 되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비트니스라는 이름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산발적인 정보를 공간이나 주제에 따라 모으는 서비스를 개발해 SBS가 진행한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경우 더 작은 단위로, 독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독자들의 데이터를 보고 간단한 툴을 만들고 변형하는 등 기존 조직보다 가볍고 빠르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도 21인에 이름을 올렸다. 통신사의 한 기자는 한국일보를 2년 동안 넘게 보면서 느낀 건 그의 칼럼이 한결 같다는 것이라며 보통 언론사 데스크들은 성차별 문제를 양비적 관점에서 다루곤 하는데, 박 기자는 이와 다른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한국 언론에서 보기 드문 칼럼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 기자는 특별히 젠더 이슈만 쓰려 했던 것은 아니라며 아이를 낳고 아줌마로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인구 절반이 여성인데 10%도 언론에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소외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계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비마이너 강혜민(31) 기자는 장애인 보도에서 두각을 드러내 21인에 선정됐다. 그는 폭력과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원주 귀래 사랑의 집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기사화했다. 강 기자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인식했다가족들의 실제 삶이 어땠는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위근우(36) 아이즈 기자가 선정됐다. 그는 아이즈와 각종 외부 기고를 통해 웹툰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써온 웹툰 전문 기자. 그는 지난해 웹툰의 시대라는 책도 썼다. 또 젠더 이슈 관련 글에서 필력 못지 않게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동료 언론인들이 많았다. 위 기자는 올해부턴 젠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방송이든 기획사든 매우 중요한 비교우위 요소가 될 거라 본다그렇다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말을 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기자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진 등으로 화제가 된 오마이뉴스 이희훈(35) 기자가 꼽혔다. 그를 추천한 한 주간지 기자는 만나본 적은 없는 기자인데 잘 찍었네하고 보면 희한하게 바이라인이 오마이뉴스 이희훈이더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내부에서도 잘 찍는 수준을 넘어 예술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스타일을 내세우는 사진이라거나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이분법적으로 보도냐, 예술이냐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다사진은 예술의 장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도구다. 극적인 장면들을 사진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면 뉴스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인 미디어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미디어몽구 김정환(39)씨도 빼놓을 수 없다. 김씨는 내가 직접 듣지 않는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던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젊은 언론인 21을 선별하는 작업은 지난했다. 어떤 기준으로 획정해도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그만큼 한국에는 젊고 뛰어나고 유능한 기자들이 많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21명 명단에 미처 담지 못했던 기자들 가운데서도 주목해야 하는 기자들이 있다. 하어영·고나무·서영지·정은주·임지선 등 한겨레 기자들은 복수의 추천을 받았다. 이 가운데 서 기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경로를 정환봉 기자 등과 함께 추적했다.

 

프레시안의 노동 전문 여정민 기자와 최형락 사진기자도 거명됐다. 한 사진작가는 최 기자에 대해 탁월한 사진 실력으로 뉴스 이면까지 보려는 노력파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김주영 사진 기자도 추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과 멀티미디어를 막론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메시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 2013한국일보 사태 100일의 기록으로 한국보도사진전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는 주목받는 환경생태 전문기자다. 박수택 SBS 논설위원은 개발 성장 의제가 지배하는 시대에 생태 환경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식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취재 활동에 열정을 기울이는 기자라고 평했다.

 

뉴미디어 부문에서는 SBS 권영인 기자가 스브스뉴스라는 버티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와 연합뉴스 한운희·권영전·민경락 기자, CBS 김민재 기자,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KBS 김범수·임종윤 PD, 뉴시스 박대로 기자, YTN 양일혁 기자, MBN 김근희 기자, JTBC 백종훈 기자 등이 추천을 받았다.

 

블로터 채반석 기자와 ㅍㅍㅅㅅ의 이승환 대표, 아웃스탠딩의 최용식 기자, 워커스 박한솔 기자, 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등도 후보에 올랐다.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와 오마이뉴스 출신의 독립 기자 박상규 기자 등도 추천을 받았으나 40대라 젊은 기자 21명에는 빠졌다.

 

소셜 댓글은 가라, 다시 익명 댓글로 갑니다 518

인터넷 실명제 폐지 4미디어오늘이 댓글 자유지역을 선포합니다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최악의 언론 통제 사례였습니다. 개인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를 입증해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20128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됐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소셜 댓글 등을 걸고 로그인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시절의 낡은 관습이 남아있는 것이죠. 말하고 싶으면 니가 누구인지 밝혀라!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04월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을 내서 위헌 결정을 끌어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사들이 소셜 댓글 등으로 숨어 있습니다. 여전히 댓글 하나 남기려면 귀찮고 복잡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이지만 선거기간 실명제는 남아있기도 하고요.

 

미디어오늘은 518, 오늘부터 전면적으로 비실명 댓글을 도입합니다. 미디어오늘에서 기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려면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는 독자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할 뿐 실명이 뭔지, 성별이 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죠. 관리할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는 관심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아이디를 제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익명도 좋고 가명도 좋습니다. 뽀로로도 좋고 박근혜도 좋고 노무현도 좋습니다. 이름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쌍욕을 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모욕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이름으로 의견을 개진하든 폭넓게 댓글을 수용하겠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 댓글에서 자유롭게 논쟁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모욕과 비방, 스팸이나 광고성 댓글은 저희가 기준을 정해 정리하겠습니다. 저희는 이게 언론사 댓글의 표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시험삼아 지난 두어 주 동안 비실명 댓글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 댓글이 최소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소셜 댓글은 대안이 아닙니다. 누구든 의견을 개진하고 싶으면 실명이든 비실명이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고 그게 언론입니다. 미디어오늘이 그 실험을 주도하겠습니다.

 

국방부가 2020년대 초반 병력 자원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같은 대체복무요원뿐 아니라 의무경찰과 의무소방원을 포함한 전환복무요원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합

 

2010명 중 7명꼴 5·18 '제대로 모른다' 518 전북

18일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맞아

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제기된 가장 큰 이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과 제창 논란이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16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고 현행대로 합창하기로 결정한 때문이었다.

 

제창과 합창 논란 속에 매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고 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노래인지, 가사는 어떻게 되는지, 이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 우리 젊은이들의 뇌리 속에서는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5·18 기념재단에 따르면 전북을 비롯, 전국의 20대 젊은이들은 5·18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인지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10명 중 7명 꼴에 달했다.

 

광주 5·18 기념재단이 올해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국민(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국민 5·18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20대의 35.1%어느 정도 알고 있다(27.1%)’거나 잘 알고 있다(8%)’고 답했다 나머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별로 알지 못한다’, ‘보통이다라고 대답했다. 30대에서도 5·18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잘 알고 있다는 비율이 38.1%에 불과했다.

 

20대와 30대의 이같은 5·18 인식은 다른 연령층과 대조를 보였다. 40, 50, 60대 이상에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잘 알고 있다는 비율이 각각 53%, 67.6%, 58.1%를 차지했다. 최근 이슈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직접 만나본 대학생들은 잘 모른다거나 단순 노동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이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1·전주대 2학년)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잘 모른다.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부르는 노래 아니냐합창과 제창 역시 함께 부르는 것인데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창은 따라 부르지 않아도 되지만 제창은 참석자 전원이 노래를 해야 한다.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를 합창이라고 하지 않고 제창이라고 하는 경우가 그 예다. 전주대학교 학생회 관계자는 역사문화콘텐츠학과에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포스터 전시회를 학교 내에서 하고 있다그만큼 학생들이 5·18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해보면 거의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5·18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 허재무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따로 5·18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생회 집행부는 18일 교내 이세종 열사 추모비를 참배할 예정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모르거나 그릇된 정보를 통해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이 집권 시나리오에 따라 실행한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에 항거한 전남 및 광주 시민들의 군사독재·통치 반대, 계엄령 철폐, 민주정치 지도자 석방 요구를 공수부대를 투입해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수 많은 시민이 희생된 민주화운동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가장 뜨거운 해될 가능성 99% 517 동아사이언스

미국항공우주국(NASA) “올해 4, 역대 4월 최고 기온

 

올해 4월의 지구 평균 기온을 지도에 기록한 그래프. 20세기 4월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그보다 온도가 높은 지역은 붉은색 계열, 온도가 낮은 지역은 푸른색 계열로 표시했다. 색이 진할수록 상승폭이 크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올해 4월 평균 기온이 역대 4월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지난달 지구의 평균 기온이 1880~2016년 사이 4월의 최고 기온 기록을 가장 큰 폭으로 갱신했다고 16(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4월의 평균 기온은 20세기 4월 평균 기온(13.7)보다 1.1도 높은 14.8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구의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를 통합해 평균을 낸 값으로, 바로 이전 최고 기록인 2010(14.5)보다도 0.3도가 높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 4월 평균 기온은 14.4도였다. 지난해 12월 유엔(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195개국이 모여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20세기 평균 기온)보다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파리 기후 협정을 타결했지만 4월 한 달에만 제한 수치의 73%까지 온도가 올라간 셈이다. 올해 2월과 3월의 평균 기온도 20세기 평균보다 1.2도씩 높아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기후과학자인 개빈 슈미트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장은 올해 1~4월의 기온 변화 추세를 보면 지난해 기록을 깨고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UN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엘니뇨까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계속되는 최고 기온 기록 갱신과 인도에 닥친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은 우리가 지금보다 더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1(J)부터 12(D)까지 1880~2015년 사이 월별 평균 기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15년의 4월 평균 기온은 14.4도였는데, 올해 4월 평균 기온은 이보다 높은 14.8도를 기록해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했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기후변화로 기후 난민생길 수도2050년엔 20억 명이 기후 난민 전락 15.10.14 동아사이언스

2050년 한국인도 기후 난민되나

 

그리스 해변에 도착해 육지로 올라오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 - Angelos Tzortzinis 제공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지난달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면서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학자들은 시리아 내전으로 빚어진 대규모 난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리아 내전 배후엔 기후변화 있다

리처드 시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팀은 시리아 지역의 오랜 가뭄이 초승달 지대에 닥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30일 자에 발표했다. 시리아가 속한 초승달 지대는 이집트 나일강 유역부터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초승달 모양의 지역으로, 과거에는 최초의 농경문화 발상지였을 정도로 매우 비옥한 땅이었으나 지금은 불모지가 됐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과거 100년 동안의 강수량과 기온, 해수면 기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시리아 지역의 가뭄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중해 동부 지역의 강수량이 감소하고 토양의 습도가 낮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7년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농민들은 한꺼번에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로써 시리아의 도시는 인구 수용 한계치를 넘어서게 됐고, 가난과 범죄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야기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정치적 불안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시거 교수는 시리아에서 기후변화는 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가뭄의 원인은 기후를 교란시킨 인간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리아 내전은 겉으로만 보면 정치적 독재와 이슬람국가(IS)의 종교적 광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자리잡고 있다먹고 살기 힘들어 지면서 표출되기 시작한 불만이 내전으로 치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10년 전에도 예견된 바 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 노먼 마이어스 영국 옥스퍼드대 그린칼리지 교수팀은 20055월 프라하에서 열린 13회 세계경제포럼(Economic Forum)’에서 환경 난민(environmental refugees)’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기후변화가 무력 충돌과 난민 사태를 가져와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마이어스 교수의 예측이 현재 시리아 내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홍수와 폭우, 가뭄, 냉해, 이상고온 등의 이상기후는 내전을 포함한 전쟁, 기아, 난민의 전조 증상이었다. 19세기 엘니뇨로 40년 동안 지속된 세계적인 가뭄은 제국주의와 근대화를 만나 브라질 카누두스 전쟁과 같은 비극을 낳았다. 인도-파키스탄 갈등, 아프가니스탄 전쟁 뒤에도 혹독한 기후로 인한 곡물과 빵의 부족, 기근의 고통이 있었다.

 

이런 분석에 따라 기후변화는 점차 안보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미국 신안보센터는 2007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과의 시대: 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에서 갖는 함의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커트 캠벨 전() 국방부 차관보,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리언 퍼스 등이 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

국내 외교안보연구소에도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 문제를 다루는 담당 부처가 생겼다. 윤 교수는 넓은 의미에서의 안보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가깝게는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식량 문제부터 전쟁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는 기후변화에서 안전할까. 기상청이 발표한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1912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기온이 약 1.8도 가량 상승했다. 특히 도시 밀집 지역에서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당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수치보다 더 빠른 변화다.

윤 교수는 “IPCC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에 IPCC의 예측 결과는 가장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실제로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이상고온 연평균 출현 일수와 홍수나 태풍의 출현 횟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충북 지역에 들이닥친 극심한 가뭄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기상연구소가 국제 표준 온실가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11년 발표한 ()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우리나라는 평균 기온이 3.2, 강수량이 16%, 전 해상 해수면이 27cm 상승할 전망이다. 중부지역의 강수량은 증가하고 남부지역의 강수량은 감소해 향후 한반도에는 가뭄과 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세계적인 기후변화 증세이기도 하다.

 

국내 생태계도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현재와 비교해 벼의 수량이 4.4% 감소하고, 사과의 재배면적은 34%, 고랭지 배추의 재배면적은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식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런 변화는 직접적으로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율이 23% 밖에 되지 않는다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국가의 농산물 재배에 문제가 생기면 결과는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성 미래예측에 따르면 2050년경에는 20억 명의 사람들이 기후 난민이 될 전망이다. 지난 달 9일 장-클로드 정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장은 EU 연설에서 시리아 난민은 유럽의 첫 번째 기후 난민일 뿐 굉장히 놀랍거나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기후 난민이 쏟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소득·안전 지수 나이들수록 추락 518 한겨레21

[서울시민 행복방정식] OECD 조사 11개 영역 중 소득과 연령이 결정적 영향 미쳐계층 소속감·계층 이동가능성 등 주관적 요소도 큰 변수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지 않더라도 행복이 사람들 삶의 궁극적인 지향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서울에 사는 1천만 시민 모두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개인의 행복감은 심리적 태도나 상태에 따른 것이 아닐까? 공공부문의 정책적 개입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까? 한 사회나 개인의 행복감은 측정 가능한 것일까?

최근 행복을 둘러싼 많은 질문과 사람들의 행복을 높이려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현 정부는 스스로를 행복 정부로 불리길 원한다. 과연 한 사회나 도시가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행복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서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하면서 끝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거대 도시가 되었다. 서울에 사는 수많은 사람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으며, 성장의 풍요로움을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과거의 시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2012년 유엔은 <세계행복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시민들의 삶의 행복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세계가 과거 수십 년에 비해 엄청난 경제성장을 했지만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 사회의 발전 수준을 국민총생산(GDP)으로 측정하던 일반적 기준에 대한 본질적 문제 제기다. 이 보고서의 출현으로 전세계의 성장, 한 국가의 성장, 한 도시의 성장은 무엇을 의미해야 하며, 사람을 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공공부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세계 대도시들 서로 행복정책 경쟁

오늘날 세계 대도시들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즉 사회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는 도시의 경쟁력이 경제성장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 직면한 것이다. 이미 절대 빈곤을 벗어난 발전국가의 도시들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사회의 질적 성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의 개입 없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정황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서울을 포함한 많은 도시에서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행복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자료가 전제되어야 한다. 행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행복을 이해하고 측정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세계 각 국가와 도시에서 주요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행복과 웰빙을 어떻게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며, 2011년부터 더 나은 사회’(Better Life Initiative)를 통해 세계 시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에서도 행복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수십 만 명의 시민이 함께 참여해 공동체의 행복지표를 구성했다. 개인적 웰빙, 관계, 건강, 일자리, 생활환경, 재정, 교육, 거버넌스, 경제, 자연환경 등 10개 영역으로 구성된 영국의 행복지표는 국민의 삶의 객관적 상태를 측정하는 지표와 사람들의 주관적 태도 등을 측정하는 지표가 모두 포함되었다. 이를 근거로 영국민들의 행복 상태를 파악해보니 주거환경을 포함한 생활환경 영역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행복감을 보였지만, 교육 영역과 재정 영역에서는 가장 낮은 행복감을 나타냈다. 한편, 유럽연합(EU)에서도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연합 삶의 질 지표’(European Union Statisticson Income and Living Condition)에 개인의 안녕(well-being)을 측정하는 부문을 개발하여 2013년부터 지표에 포함했다. 프랑스 역시 국민들의 심리적 감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시간사용에 관한 조사에 최근 웰빙 측정 모듈을 포함했다.

 

서울시민 행복관 러시아·폴란드 등과 유사

OECD 자료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영역으로 학력, 기술요소, 건강, 주관적 만족감과 일과 삶의 균형요소 등이 거론되었다. OECD 국가 내 사람들은 주관적 만족과 건강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특히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덴마크·스웨덴 사람들은 주관적 만족감 영역이 자신들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언급하였다. 한편, 전체적으로 행복감이 낮은 지역인 터키·러시아 사람들은 건강 영역을, 멕시코·칠레·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민은 학력과 기술 영역이 행복 결정 요인으로 가중치가 높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서울시민들은 OECD ‘더 나은 사회’ 11개 영역 중 자신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의 순위를 건강, 소득, 안전 순으로 생각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영역은 5점 만점에 4.55점으로 건강이 가장 중요하며, 소득이 4.39점으로 두 번째 중요도를 나타냈으며, 안전 4.23, 고용 여부 4.19, 일과 삶의 균형 4.05, 주관적 만족감 4.05점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과 유사한 행복 가치관을 보이는 국가로는 러시아·폴란드·룩셈부르크였고, 서울시민이랑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흥미로운 결과다.

 

이제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를 통해 서울시민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파악해보자.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2014년 서울서베이 자료를 통해 서울시민의 행복지수 영향 요인을 파악했다. 서울서베이는 서울시의 도시사회정책지표체계로 도시의 사회구조 변화와 시민들의 삶의 질, 가치와 의식, 소비와 문화 등의 변화를 조사, 분석하여 정책수요를 예측하거나 정책 효과를 분석한다. 서울시는 서울서베이를 위해 서울시민 2만 가구 15살 이상 가구원 전수조사를 2003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조사데이터를 보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계열로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민들의 행복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득과 연령이다. 예상하겠지만 서울시민들은 가구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저소득 가구층보다 행복하다. 서울시민들은 가구소득이 10% 증가하면 행복감은 0.04점 증가했다. 물론 소득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소득 증가분만큼 개인의 행복감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민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는 연령이다. 서울시의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이 점에서 서울시민의 행복감은 전세계 사람들의 행복감과 차이가 난다. 이른바 ‘U 패턴’(그림1)이 전세계 사람들의 연령과 행복감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형태다. , 전세계 사람들은 젊을 때 행복감이 가장 높으며, 이 행복감은 40대 중반 정도까지 계속 하락한다. 이후 50, 60대 등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차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반대다. 서울시민들은 나이 들수록 행복감이 툭툭 떨어진다. ·장년층, 고령자의 행복감은 점차 바닥을 향해 돌진한다.(그림2)

 

 

나이들수록 행복감 떨어져

그렇다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주관적 생각이 개인의 행복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가정생활에 대한 서울시민의 만족도가 1점 상승할수록 체감 행복지수는 1.64점 상승했고 재정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1점 상승할수록 체감 행복지수 또한 1.44점 상승하였다. 사회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체감 행복지수에 유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해당 만족도가 1점 상승할 때 체감 행복지수는 1.35점 상승했다. 주관적 계층의식 또한 시민들의 행복감과 중요한 연관을 맺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 평가할수록 좀더 행복감을 느꼈다. 또한 앞으로 개인의 노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현재 느끼는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중 흥미로운 것은 서울시민의 행복감 증가분을 설명할 때 소득 증가에 따른 행복감 증가분보다 다른 주관적·인지적 요소인 계층소속감, 계층이동 가능성, 생활영역별 만족도와 신뢰 요소의 설명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서울시민의 행복감 정도에 좀더 세분화된 분석 단위를 적용하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상이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평균 가구소득수준이 높은 자치구와 가구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 간에는 지역민에 미치는 행복 영향 요인이 다르다는 의미다.

 

우리는 서울시민들이 생각하는 행복영향 영역에 대한 생각과 실증자료 분석을 통해 서울시민의 행복 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질적 요소뿐 아니라 주관적·인지적 요소 역시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시민들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혹은 사회 공동체의 태도와 인지에 따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의 질()과 수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영향이나 사회경제적 조건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차원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의 공공성과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의 근거 자료로 삼아야 한다.

 

실증자료 바탕 이정표 삼아야

또한 사람들의 행복이나 삶의 질과 관련하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공론의 장에서 정부 영역, 시민 영역, 전문가 영역 등이 상호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을 위한 자료 생산(모니터링, 지표, 다차원 분석 등)이 필요하고, 그 소통의 결과물로서 자료 축적이 이뤄진다면(, 정기적인 국가·도시행복보고서, 행복영향평가 등) ‘더 나은 공동체 삶에 하나의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제고하고 정책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접근법이다.

 

서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 성장의 결과물이 응축된 상징 공간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전세계에 알리면서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도약했다. 눈부신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만큼의 그림자도 드리웠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1천만 시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때다. 행복 담론 논의는 그 출발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

 

 

빅데이터로 본 불황 극복 10업종 | 내 집, 내 아이에 지갑 연다 5.16 매경 이코노미

편의점을 찾는 60대가 지난 3년 새 부쩍 늘었다. 집밥, 먹방 열풍으로 식자재, 요리도구를 사는 2030세대도 증가했다. 수입차 점유율이 늘다 보니 비싸게 주고 산 차를 관리하고 주차하는 데 사람들이 지갑을 열었다. 탈모 고민이 부쩍 많아졌는지 가발 결제 건수, 금액 모두 상향 곡선이란 이색결과도 있었다.

 

매경이코노미가 삼성카드빅데이터연구소와 손잡고 지난 3년간 불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는 업종을 조사해본 결과 중 일부다. 불황 이기는 업종은 물론 어떤 연령대가 어디서 지갑을 열지 등 미래 소비성향도 가늠해볼 수 있다.

 

어떤 업종이 뜨나

수입차 늘자 주차·세차 매출 함께 증가

편의점·가구 구매 늘고 유학원은 추락

 

지난 3년간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커피전문점, 이용건수 1위는 가구, 이용금액 증가율 1위는 편의점이었다. 매경이코노미가 삼성카드빅데이터연구소와 손잡고 2013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카드 개인회원 1100만명의 신용카드 이용내역을 조사한 결과다.

삼성카드빅데이터연구소는 내수 시장을 총 233개 업종으로 분류했다. 이를 3년간 가맹점 수, 이용건수, 이용금액이 늘어난 업종으로 다시 나눴다. 불황이라도 성장성을 보이는 업종은 분명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 개인회원 한 명이 편의점 한 곳에서 삼성카드를 이용해 5000원짜리 물건을 두 번 구매했다면 가맹점 수는 1, 이용회원 수는 1, 이용건수는 2, 이용금액은 1만원으로 계산된다. 분석결과 삼성카드 결제내역 전체를 보면 가맹점 수는 9%, 이용건수는 26%, 이용금액은 10% 상승했다. 이 중 각 분야별 평균 상승률의 2배 이상 되는 업종을 찾아보니 총 41개 업종이 나왔다.

이재형 삼성카드빅데이터 연구소 차장은 이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업종만 잘 선택한다면 내수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3년간 가맹점 수가 늘어난 업종은 뭘까. 가맹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해당 업종이 앞으로 전망이 좋다고 보고 창업 혹은 업종 전환을 그만큼 많이 했음을 의미한다.

 

커피전문점 급증, 경쟁도 격화

 

 

병원 수보다 인당 이용금액 늘어

증가율 부문에서는 커피전문점이 단연 1위다.

 

커피전문점은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 ‘도심 지역 사거리에만 8개 이상이 있다등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근래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번 조사는 이런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주차 서비스(54.9%), 차량 견인(54.05%), 캠프장(53.07%), 컨설팅, 경비 등 전문용역 서비스(52.48%) 등이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뒤를 이었다.

 

이재형 차장은 주차 서비스, 차량 견인 등은 고가 수입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차량관리, 사고 시 차량 이동 때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돈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수요가 증가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캠프장의 경우 최근 레저 열풍에 힘입어 전국 각 지역마다 창업이 줄을 이었던 현상이 반영됐다. 전문용역 서비스 또한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허드렛일 등은 외부 용역을 주는 수요를 예상하고 관련 업체가 증가했다는 게 연구소 분석이다.

 

이용건수 증가율은 어떨까.

가구가 압도적인 1위다. 128.01%2배 이상 불어났다. 셀프 인테리어, 홈퍼니싱 등 내 집 꾸미기 열풍이 불었던 데다 지난 3년간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 상승 여파로 전국적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아진 게 컸다. 주차 서비스(93.1%), 편의점(89.5%), 전문용역 서비스(79.47%), 완구(71.52%) 등이 뒤를 잇는다. 주차 서비스는 최근 호텔, 쇼핑몰 등에서만 보던 주차 대행 서비스가 일반 식당, 커피전문점까지 확대되는 트렌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그동안 주차장은 주로 현금 위주 지불 방식이었는데 최근 카드 대체로 바뀌었던 점도 이용건수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완구도 눈길을 끈다. “출산율 저하로 수요층인 유아 인구수는 절대적으로 줄어 관련 업계 성장세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각 가정별로 아이가 하나, 많으면 둘이다 보니 오히려 부모 외 조부모, 삼촌, 이모 등 친인척이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완구를 사주는 경향이 있었다는 게 삼성카드 자체 분석이다.

이용금액 증가율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 수치는 객단가(한 번에 결제한 금액)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증가율이 높은 업종이라면 그만큼 구매력 있는 사람의 유입이 늘어났다는 걸로 이해하면 된다.

 

 

편의점이 1(96.41%)를 차지한 가운데 수입차(60.29%), 병원(58.92%), 전문용역 서비스(57.83%), 주차 서비스(57.41%) 등이 그다음이다.

편의점은 흔히 현금을 많이 쓰고 평균 객단가 역시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편의점이 3만개 이상 늘어나면서 고객 접점이 늘어나 종전 슈퍼 등을 이용하던 구매력 있는 60대 이상 중장년층의 카드 사용이 많아진 측면이 있다. 더불어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뱃값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용금액 증가율 3위에 오른 병원(·한방 포함)도 눈길을 끈다. 병원은 가맹점 증가율은 33%대지만 이용횟수, 금액 증가율이 이보다 모두 높은 50%대를 기록했다. 병원, 한의원 수는 덜 늘었지만 건강검진,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다.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이 맞물린 결과일 터다. 이 자료만 보면 앞으로도 보건의료 관련 업종은 성장성, 수익성 면에서 전망이 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사양길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유학원이다. 2000년대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보편적이었던 조기유학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629000여명이었던 초중고 유학생은 20141900여명으로 줄었다. 8년 사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 유학 열풍이 잠잠해지자 유학원에서의 카드 결제도 감소했다. 이용금액은 8%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용건수는 26% 줄었다. 가맹점 수도 17% 감소했다.

가맹점 수 증가율은 높은데 이용건수나 이용금액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항목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커피전문점의 경우 가맹점 수 증가율은 55.2%, 이용건수 증가율도 61.66%였지만 이용금액 증가율은 46.81%. 가게 수는 늘어났고 이용자도 많아졌지만 경쟁 격화로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지불하는 금액은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차량 견인 역시 가맹점 수 증가율은 54%였지만 이용금액 증가율은 33%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당 업종 경쟁이 치열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한국 , 보다 95일 더 일해야 동일임금" 520프레시안

유럽엔 있는 '동일임금의 날', 우린 왜 없나?

 

"유럽의 모든 남성들은 1231일까지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반면, 유럽의 모든 여성들은 112일부터 59일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는 무임금 노동을 시작한다."

 

201510'유럽 동일임금의 날'을 앞두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정의소비자성평등위원회 베라 주로바 위원장이 한 말이다.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 현실을 비꼬는 말이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 여성은 연간 95일을 더 일해야 비로소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6%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15년째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성별 임금 격차는 15.6%.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겸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성별 임금 격차는 현존하는 불평등의 가장 명확한 증거이자 여성들의 노동시장으로 진입과 지속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0040%에서 15년 동안 고작 3.4%포인트 개선됐을 뿐이다.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직업과 임금에서의 남녀 평등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한국YMCA연합회, 미래여성네트워크 등 10여개 단체와 사단법인, 행동하는여성연대가 지난 2013년부터 '동일임금의 날' 제정 운동을 벌이는 배경이다. 동일임금의 날은 나아지지 않은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 의식을 확산 시키고, 공식적이고 신뢰할만한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김은경 원장은 "동일임금의 날 제정은 실질적인 여성 권한 확대와 남녀 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조치 가운데 가장 실질적인 방안이 될 중요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원장은 "우리나라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을 점검하는 기재가 없는데 남녀 임금 격차와 관련해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동일임금의 날 제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05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국가 차원에서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해 남녀 임금 격차의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집행위원회가 국가별로 특화된 권고안을 제안하는 등 회원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의 2015년 성평등 관련 지수를 보면,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하는 비율은 지난 5년 간 9%포인트 증가한 21%를 나타냈고, 정치에서의 성 균형은 지난해 27% 수준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는 2013년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발의한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5월 넷째주 월요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그러나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비록 19대 국회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들은 5월 마지막 주인 고용평등주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2개 지역에서 동일임금의 날 취지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이 진행된다. 23일에는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16 동일임금의 날 정책 토론회'를 연다. 이 토론회에는 김은경 원장과 차인순 국회 입법심의관이 발제자로 나서 유럽의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의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동일임금의 날은 왜 필요할까? 프레시안

 

전경련의 거짓말, 집단소송 도입되면 기업 망한다? 521 미디어오늘

소송 남발 우려? 기업이 사회를 두려워해야 한다징벌적 손해배상은 박근혜 대선 공약이었는데

 

집단소송법 반대의 역사는 길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집단소송법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고 외환 위기였던 1997년에는 세계은행(IBRD)가 한국에 집단소송법을 도입하라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도입논의가 된지 거의 30년이지만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재계는 소송이 남발되어 기업이 피해본다는 논리로 집단소송법 도입을 반대해왔다.

전경련은 2000년 초반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집단소송법 반대 논리를 확산해왔다. 전경련의 보도자료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2000)증권관련집단소송제는 순기능보다 남소 및 악의적 소송의 증가, 피소기업의 연쇄도산 등 부작용 많을 것이라며 일본·프랑스·독일 등 선진국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특히 2003522일 국회에서 열린 증권관련집단소송법제정에 관한 공정회에서 당시 전경련 상무보인 신종익 현 데일리안 논설위원은 미국에서 집단소송은 남소(濫訴, 함부로 소송을 일으킴) 등 부작용이 굉장히 많다기업은 최종판결을 받기 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고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2003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의 도입 이후에도 전경련은 증권집단소송법안, 남소방지를 위한 철저한 보완 시급’(2003917), ‘소비자단체소송제도 도입은 시기상조’(200499), ‘증권관련집단소송에 대한 기업의 대응수준, 크게 미흡’(200532) 등의 보도자료와 연구 자료를 계속해서 발표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집단소송제 확대 논의 동향과 문제점’(201459)에서도 전경련은 미국의 경우 그 폐해로 인해 지속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왔으며, EU의 경우에도 오랜 논의 끝에 미국식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배제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도 한때 집단소송제 도입과 관련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기존의 일본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일반 부분에 확대하는 것을 반대했다.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집단소송법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를 정리하자면 남소 일명 기업 사냥꾼같은 전문 변호사가 나타날 것 기업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 미국은 부작용이 많아 수많은 개정을 하고 있다는 점 한국과 법체계가 같은 일본도 집단소송법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외 집단소송법 관련 일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기업 사냥꾼이 아닌 워치독, 기업이 만든 프레임 조심해야

우선 집단소송법을 시행하면 남소가 일 것이라는 지적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만 봐도 그렇다. 법을 도입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7건의 소송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충분하다 못해 지나친 보완대책을 둬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경우다. 집단소송법이 일반 분야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보완대책이 함께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남소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게 할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

 

또한 기업 사냥꾼이라는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에 대한 우려는 기업 측이 만든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 정미화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업은 워치독을 기업사냥꾼이라고 속인다이는 기업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예를 들어 교통신호 위반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내는 일명 교통 파파라치가 많았다. 사람들은 그들을 욕했지만 결국 교통질서는 좋아졌고 교통 파파라치는 사라졌다기업사냥꾼이 나타나 기업이 지키지 않는 규칙을 지키게 만든다면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기업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2014소비자집단소송법을 발의한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들어 이를 반박했다.

 

경실련 사무실에 붙어있는 2002'증권관련집단소송법' 도입 기자회견 사진. 사진=정민경 기자

 

서 의원은 집단소송제가 있는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가 과대광고를 했고 미국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자 기업이 재빨리 문제를 해결했다만약 한국에 집단소송제가 있었다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업체가 재빨리 문제를 수습하려했을 것이고 오히려 기업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를 일찍부터 시작했던 미국이 부작용 때문에 법 개정을 자주했고, 우리와 법체계가 같은 일본이 집단소송법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기업의 단골멘트다. 하지만 미국의 법 개정은 부작용 때문이라기보다 절차를 매끄럽게 하기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발행한 과연 집단소송의 후퇴인가?’(이지수)라는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개정안은 실체법면에서 바뀐 것이 없어 미국 집단소송의 후퇴인양 소개하는 것은 속단이라며 오히려 아직까지 집단소송은 기업들에게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억제 기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기업이 자주 드는 일본의 사례도 이제는 틀린 말이 됐다. 일본은 20131211소비자재판절차특례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적 피해를 집단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특정적격소비단체가 피해회복 재판절차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본에도 재계가 남소의 위험 등을 들며 반대해 미국과는 달리 청구적격을 엄격히 하고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식으로 조치를 더했다. 재계의 논리처럼 미국식 법체제가 맞지 않다면 일본식 소비자집단소송법을 들여오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소비자재판절차 특례법의 절차. 1단계에서는 사업자가 상당 다수의 소비자에 대하여 공통되는 사실상 및 법률상의 원인에 근거하여 금전을 지불할 의무를 진다는 사업자의 공통의무를 확인한다. 2단계에서는 대상 소비자의 채권을 개별적으로 확정한다. 출처=글로벌 소비자법제 동향 제15

 

집단소송법 도입 여론 때마다 같은 논리 반복하는 전경련

하지만 전경련은 2016년에도 여전히 같은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전경련 기업정책팀 측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집단소송법과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은 감정적인 측면이라며 하지만 기업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물으니 전경련 기업정책팀은 역시 남소발생을 들었다. 남소가 과대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도 전경련 측은 한국은 미국과 달리 어떤 계기만 나오면 침소봉대한다소위말해 세월호 때, 대한민국의 모든 선장은 파견직이면 안된다고 주장했고, 그게 옳은지에 대해선 모두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10년 시행했지만 7건밖에 소송이 진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해도 마찬가지였다. 전경련 측은 증권관련에 집단소송법을 적용하는 것과는 다르다증권관련집단소송은 주주이거나 기업 관련 인사지만 소비자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 기업의 물건을 썼는지 알 수도 없고 간접적인 피해까지 생각해 변호사가 소를 부추길 수 있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관련 정치권 공약. 디자인=이우림 기자

재계는 30년 전과 같은 논리를 무작정 고집하고 있다. 1990년 초반부터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유림 간사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정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대선공약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 기조를 바꾸면서 공약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야3당은 20대 국회에 앞서 집단소송제(더불어민주당, 정의당)도입과 집단소송제를 포함한 소비자기본법 개정(국민의당)을 공약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정치권 차원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할 이유다.

 

시사주간지 유료부수 급감, 시사IN의 씁쓸한 1518미디어오늘

유료부수 1위지만 매년 부수 감소한겨레21, 3분의 2 이하로 줄어

 

2016년 한국ABC협회 잡지·전문지 정기공사결과(2014.7~2015.6) 시사IN43889부로 4년 연속 시사주간지 유료부수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대비 부수 하락폭이 커서 웃을 수 없는 1위다. 경쟁주간지인 한겨레21·시사저널·주간경향도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슈피겔·이코노미스트·타임 등 세계적인 주간지들이 겪는 인쇄매체의 위기와 흐름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시사IN은 주진우 기자가 출연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공전의 히트작으로 올라선 2011년과 2012년 유료부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창간 4년 만에 시사주간지 부수 1위를 기록했다. 20116월 대비 20136월 유료부수는 17000여부나 증가한 54422부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3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의 부수하락세를 겪고 있다. 2015년 공사에선 전년대비 5500, 2016년 공사에선 전년대비 5000부가 떨어져나갔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당시 페이스북 실시간 생중계를 비롯해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기획 콘텐츠 등이 호평을 받았으나 부수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사주간지 시사IN, 한겨레21, 시사저널 최근호 표지.

 

최근 5년간 시사주간지 유료부수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부수 하락이 시사IN만의 비극은 아니다. 경쟁 주간지인 한겨레21의 경우 최근 5년 간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했다. 올해 공사에선 시사저널에게 2위 자리마저 빼앗겼다. 한겨레2120116월 기준 43091부에서 20156월 기준 27889부로 4년 사이 15000부 가량 감소했다. 한겨레21은 지난해 안수찬 편집장 취임 이후 언론사 최초로 카카오톡 쇼핑몰에 입점하고 다양한 지면 실험과 디지털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으나 성과는 내년 공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2011632181부 대비 20156월 기준 29011부를 기록해 시사IN과 한겨레21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다. 한겨레2115000부 가량 감소할 때 시사저널은 3000부 가량 감소했다. 시사저널은 2006삼성기사 삭제사건 이후 편집권 위기 속에 시사IN의 성장과 대비되며 사세가 기우는 듯 했으나 지속적인 특종기사와 발굴기사를 통해 업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버이연합-전경련-청와대 간 커넥션을 폭로하며 주목을 받았다.

 

주간조선과 주간동아는 ABC협회 부수인증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번 부수공사에선 월간지 유료부수도 감소세를 보였다. 월간조선은 22654, 신동아는 17897, 월간중앙은 14080부를 기록했다. 전년도 조사에서 월간조선 26408, 신동아 23258, 월간중앙 17162부였던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감소세다.

 

시사주간지 부수 감소는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공짜뉴스에 익숙한 대중의 미디어이용 습관과 흐름을 같이 한다. 지난 331일 공개된 세계 유력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혁신보고서는 슈피겔을 망치고 있는 다섯 가지 슈피겔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중요하다고 추켜세운다. 우리는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지적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놀라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너무 적게 한다. 우리는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

 

오늘날 시사주간지는 끝없는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끝내 공화당 대선 후보된 여성혐오자트럼프 521한국

 

17일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로이터 연합뉴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공화당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부동산 재벌 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로 보고 있다.워낙 앞뒤 가리지 않는 막말과 공포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트럼프가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설마했던 공화당 사람들은 이제 우려와 공포를 넘어 수용단계에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아직도 자신에게 냉담한 보수세력에 어필하기 위해 지명을 거부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만나 당의 승리를 다짐했고 대통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11명의 대법관 후보 명단까지 발표했다. (기사보기무섭게 상승하는 트럼프 기세 )

트럼프가 불러 일으킨 수많은 논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뿌리깊은 여성혐오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을 비판한 여성 경쟁자들에게 혐오 발언을 퍼부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웹진 슬래이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철학: 여성혐오라는 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천박하고 저속한 도발을 즐기는 호색적인 관심에 기반해 악명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기사보기Donald Trump Hates Women )

 

폭스뉴스의 앵커 메간 켈리. 최근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화해'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되짚어 보면 기겁할 만한 막말 일색이다. 지난해 8월 보수 매체인 폭스에서 중계한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성 앵커 메간 켈리가 그의 여성 비하적 발언을 문제 삼자 트럼프는 토론 후 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 피가 흘러 내렸다그의 다른 어딘가에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마치 켈리가 생리 중이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식의 발언이다. 그는 또 켈리를 멍청한 금발 여성이란 뜻의 빔보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에 대해서는 저 얼굴을 봐라, 저런 얼굴의 후보를 누가 뽑겠느냐며 외보 비하 발언을 해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19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트럼프의 모금행사를 앞두고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확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 트럼프의 40년 여성 비하 스토리 공개

지난달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되자 미국의 진보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잡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트럼프와 지난 40년간 연인, 부하직원 관계였던 여성과 지인 50여명을 인터뷰해 여성혐오자트럼프의 실상을 까발렸다. (기사보기뉴욕타임스, 트럼프의 여자들 인터뷰여성 비하히스토리 보도 기사 원문보기Crossing the Line: How Donald Trump Behaved With Women in Private )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40년 동안 직장, 파티, 모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비하했다. 그는 자신이 개최한 미인대회의 참가자들의 외모를 품평하며 줄 세우고, 자신의 사무실에는 무조건 예쁜 여성만 뽑았다. 또 회의 시간에 여성을 더듬기도 했다.이에 대해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망해가는 NYT가 나를 강타한 기사를 썼다내가 여성들을 정중하게 대하는 것에 모두가 감명을 받았는데 NYT는 이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16일 미국 켄터키주 트란실바니아 대학에서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클린턴 상대로는 남성 카드활용해 편견 자극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강력한 맞수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할 때는 남성 카드를 십분 활용했다. 지난 2NYT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트럼프가 남성 특혜를 누리려고 클린턴 전 장관에게 여성특혜를 누린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보기트럼프 공공연한 여성비하 믿는 구석있다” )

지난달 말 클린턴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 득표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클린턴이 밀어붙이는 유일한 카드가 여성이라고 몰아 세웠다. 트럼프는 또 멋진 것은 여성들이 클린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여성 유권자들과 클린턴을 분리하기 위한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통했는 지는 의문이다. CBS뉴스는 지난해 11월 전국 가상 대결에서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도 조사를 통해 클린턴 58%, 트럼프 3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이다. 지난 4월 초 여론조사업체 갤럽 발표에 따르면 미국 여성 10명중 7명은 트럼프에게 비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트럼프는 교묘히 클린턴의 여성성을 약하다는 이미지와 연결시켜 공격했다. 그는 힐러리는 중국 문제나 그 밖에 다른 일을 다룰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최근 NYT의 여성 관련 기사로 더욱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까지 끄집어 내 흠집내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1999년 논란이 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사건을 언급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악의 여성 학대자”,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남편의 나쁜 행동을 도운 조력자라고 비난했다.

 

 

최근 클린턴 진영 슈퍼팩이 공개한 광고. 논란이 된 트럼프의 여성혐오 발언을 배우들이 립싱크로 연기하며 여성혐오자트럼프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19일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과거의 추한 여성 혐오의 흔적

이 같은 여성 비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상승 기세를 탄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 인종적으로 미국 백인 남성들에게 치우쳤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그의 남성 우월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진보 운동단체 무브먼트 비전 랩의 창립자 겸 CNN 방송 토론자인 샐리 콘은 칼럼에서 미국 사회가 성숙하면서 여성 인권과 소수 인종 권리가 향상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백인 남성의 남성 우월주의를 트럼프가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기사보기Trump maxing out his ‘man card’ )

 

공공연히 유색 인종 차별을 표방하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면서 우리는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되돌려놓자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안다백인 남성들을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샐리 콘은 트럼프를 지원하는 그룹인 일부 백인 남성은 과거보다 삶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과거에 백인 남성들이 혜택을 누리는 동안 여성과 소수민족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반동적인 유권자들 덕에 대통령이 돼도 우리는 극복하고 진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나선 미국 대선은 여성 혐오’’인종 차별등 삐뚫어진 편견과 무지와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복잡한 투표 제도와 빈부격차가 샌더스를 버렸다 시사저널 520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좁혀지고 있다. 두 후보는 이제 곧 대의원 '매직넘버'에 도달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62, 클린턴은 89명만 대의원을 더 얻으면 각 당의 대의원 과반수(공화 1237, 민주 2383)를 확보해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경쟁 후보들이 모두 사퇴해 공화당의 유일한 대선 주자로 홀로 달리는 중이다. 경선이 남은 주들에서도 지지율이 높아 매직넘버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완주를 다짐한 버니 샌더스가 경쟁자로 나서고 있지만 '힐러리 대세'로 판세는 굳어졌다. 힐러리의 누적 대의원 수는 2294명이지만 샌더스는 1523명을 얻고 있다.

 

419, 뉴욕에서 패배한 샌더스는 "후보자 지명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완주와 별개로 패배를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동시에 그가 강조한 것은 선거 제도의 복잡성, 그리고 그로 인해 빈곤층이 투표층에 가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 선거. 민주당 후보에게 뉴욕은 247명의 대의원과 44명의 슈퍼대의원을 지닌 '목장'과 다름 없는 곳인데, 이곳에서 클린턴은 약 58%의 득표율을 기록해 42%를 기록한 샌더스를 제쳤다. 이 시점에서 클린턴의 대의원 수는 1428, 샌더스의 대의원 수는 1153명인데 슈퍼대의원 715명 중 500명 이상이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격차는 훨씬 크고 사실상 게임이 끝난 셈이다.

 

(* 민주당의 대의원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당원 대회(코커스)나 국민 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등 예비 경선을 통해 선택되는 '선언 대의원', 다른 하나는 선거 없이 자동으로 선택되는 '슈퍼 대의원'이다. '선언 대의원'은 민주당 당원으로 민초의 뜻을 반영하지만 슈퍼 대의원은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등 자격과 구성 면에서 잘 나타나듯이 민주당의 엘리트 집단(Establishment)을 대변한다)

 

샌더스는 뉴욕에서 선거제도를 문제 삼았다. 뉴욕 주 선거 규칙을 보자. 실제로 선거의 복잡함이 샌더스를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주에서는 419일에 실시되는 예비 선거를 두고 먼저 유권자가 민주당원 또는 공화당원 중 하나에 등록을 해야한다. 등록일은 지난해 109. 그리고 올해 325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런 예비 선거의 규칙은 주마다 다르다. 어떤 주는 선거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받는 곳도 있고 민주당원 뿐만 아니라 무당파가 민주당 후보에 투표해도 상관없는 주도 있다. 올해 들어서 샌더스 바람이 불며 무당파의 정치적 관심, 그리고 투표를 이끌었지만 뉴욕에서 당원으로 등록해야 할 작년 10월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그런 바람은 없었다. 결국 올해 분 바람에 뉴욕 주에 거주하는 무당파는 당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었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복잡한 제도도 문제지만 뉴욕 주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함도 요즘 비판 받는 중이다. 뉴욕시의 경우 브루클린 지역을 중심으로 약 125000명의 민주당원 이름이 유권자 명단에서 실수로 삭제됐고 이들은 투표를 할 수 없었다. 뉴욕 주 법무장관과 뉴욕시 감사는 이번 선관위의 실책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고 뉴욕주 선관위는 브루클린 지역 책임자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유권자 명단에서 이름 삭제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 샌더스 진영에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는 이런 가운데 본격적으로 미국의 격차와 투표의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중이다. 미국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선거 활동에서 우리는 저소득층의 정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난번 선거(2014년 중간 선거)에서는 무려 저소득층의 80%가 투표하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이 안고있는 큰 문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샌더스의 지지 기반이다.

 

미국 사회에서도 격차는 커다란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저소득층이 직접 투표로 바로잡는다?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큰 원칙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겠지만 그런 그림은 이상적이다. 현실에서 수많은 미국의 저소득층은 경제적 이유로 투표장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소득 2만달러 이하의 유권자는 약 48%만이 투표를 했다. 반면 연소득 75000달러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78%였다. 이 해 미국 내 연간 소득 2만 달러 이하의 유권자는 약 1430만 명이었는데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은 약 890만명이었고 실제로 투표한 사람은 약 680만명이었다. 투표 의사를 내비치며 등록을 했더라도 사정상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가 200만명 이상이라는 얘기다.

 

연소득 2만 달러 이하의 미국 유권자 가운데는 적지 않은 숫자가 투잡 이상을 뛰고 있는 점은 투표율 하락과 직접 연결된다. 미국의 대선 투표일은 보통 화요일인데, 우리와 달리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는다. 부유층이 사는 지역일수록 투표소의 준비가 잘 돼 있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뉴욕대 로스쿨의 브레넌 사법센터가 메릴랜드,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를 조사했는데 소득이 적은 소수 민족이 사는 구역일 경우 투표소 직원이나 투표 장비 등의 숫자가 부족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대기 시간이 훨씬 길었다.

 

결국 이런 이론대로라면 격차가 큰 지역일수록 힐러리가 유리하고 샌더스가 불리하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민주당 경선에는 격차의 법칙이 작동됐다. 미국에서 격차가 심하다는 17개 주 중 무려 16개 주에서 클린턴이 승리를 거뒀다. 반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응 클린턴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56%로 부정적 의견이 절반을 넘겼지만 샌더스는 고작 36%에 불과했다. 샌더스에 대한 높은 호감이 경선 결과로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이고 선거 제도의 복잡함과 유권자의 격차가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미국보다 한국이 격차에 따른 투표율 편차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회원국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투표율 격차는 평균 13%p 정도다. 반면 한국은 이 격차가 29%p까지 벌어진다. 미국은 23%p였다.

 

중국 황제들도 즐긴 개고기 식문화, 달라질까? 521 프레시안

중국인의 육식 개고기와 중국인

고대 중국에서는 고기를 먹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면 고대 중국인들은 어떤 고기를 먹었을까? <주례>의 기록에 따르면 상고시대의 주왕(周王)의 음식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권력자들은 기본적으로 '육축(六畜)'을 먹었다. 육축이란 소, , , , 돼지, 개를 일컫는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사실은 고대 중국의 귀족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개고기를 구육(狗肉), 향육(香肉), 지양(地羊)이라고 불렀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1980년부터 '단고기(甜肉)'라고 부른 이래로 지금도 개고기를 그렇게 부른다. 19704, 저우언라이(周恩来)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이 개고기로 연회를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어떤 외국 학자는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유가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 한국, 베트남 등지에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인류학자들은 개가 14000년 전 즈음부터 늑대로부터 가축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에서 개고기를 먹게 된 것은 신석기 시대부터였다. 개는 신석기 시대 때부터 가장 잘 훈련된 가축이었다. 당시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개가 사육되었다. 따라서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광범위하게 개의 유골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하북성 서수현(徐水縣) 남장두(南庄頭)에서 발견된 개의 유골로 거의 만 년 전이고, 하남성의 배리강(裵李崗) 유적지에서 발견된 개의 유골은 8000여 년 전의 것이다.

 

신석기 시대부터 개를 먹기 시작한 중국인

그런데 당시 원시인들이 생활했던 유적지에서 나온 개의 유골은 다른 동물의 유골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당시에 개를 식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발견되는 개의 뼈는 대부분 분쇄되어 있는데 원시 인류가 개고기를 먹고 뼈를 부수어 버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나라와 주나라에서 개는 가장 중요한 가축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개는 집을 지키고, 사냥에 이용되고, 최후에는 식용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개고기는 육식의 등급 측면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지위가 높았다. 그 서열은 소고기와 양고기 다음이고 돼지고기보다는 더 높게 평가되었다. 당시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귀족이었다. <예기·왕제>편에 "제후는 이유 없이 소를 죽여서는 안 되고, 대부는 이유 없이 양을 죽여서는 안 되며, ()는 이유 없이 개와 돼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 이상의 귀족이어야만 비로소 개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예기·내칙(內則)>에는 주나라 시기 진귀한 음식인 '팔진(八珍)'에 기름으로 튀긴 개의 간이 들어가 있었다.

 

한편으로 개와 개고기는 상나라와 주나라 시대에 귀족들의 제사나 장례에 주요한 제물로 사용됐다. 이것은 한자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바치다'라는 의미의 ''()'이라는 글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개를 뜻하는 견()를 제사에 공헌(貢獻)하는 것으로 공경과 정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하나로 '()'자를 해부해 보면 좌변에 '()'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 글자는 도기나 청동기로 만든 솥을 의미한다. 이는 음식을 만들 때 기구를 뜻한다. 따라서 ''이라는 글자는 결국 개고기를 솥에 넣고 삶는다는 뜻으로 신에게 공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하나의 글자를 보면 '()'자이다. 의미는 '그러하다'라는 긍정적으로 표시할 때 쓰는 말이다. 글자를 분석해 보면 '굽다'라는 의미의 '()'와 개()가 합쳐진 글자인데 의미는 개고기를 구우면 맛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 예스(Yes)의 뜻인 것이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 개고기는 맛있었다는 표현이 곧 긍정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개고기, 중국의 제사나 장례에 제물로 사용되다

()대의 갑골문에는 여러 차례 개와 관련된 제사인 '견제(犬祭)'의 기록들이 나온다. 이른바 '견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자와 함께 묻어주는데 이는 생전에 주인을 도와 사냥을 하고 여러 가지 도와주었듯이 주인의 저승길에도 함께 따라가라는 의미다. 또 다른 의미는 신령께서 개고기를 드시고 사자의 평안을 도모해 달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개고기의 식용은 중국의 북방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남방지역으로 전파되었다. 특히 남방의 초나라와 월나라에서도 개고기 먹는 일이 성행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초나라에서는 궁중과 귀족들만이 즐겼다면, 월나라에서는 평민들도 귀족들과 함께 즐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은 백성들에게 자식을 많이 낳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아들을 낳으면 술 두 독과 개 한 마리를 상으로 주고, 딸을 낳으면 술 두 독과 돼지 한 마리를 상으로 주었다."(국어·월어) 이러한 기록으로 보면 당시 개의 지위는 분명 돼지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시대에 들어서 개를 식용하는 상황은 보편화되었다. 특히 <예기·왕제>에서 엄격하게 규정한 "지식인 계급은 이유 없이 개와 돼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이미 구속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는 개를 도살하는 상황이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개를 잡는 직업도 나타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시기 5대 자객으로 이름을 떨친 섭정(聶政)"집안이 가난하여 개 도살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전국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미 개 사육이 보편화되었고, 과거의 권력자들만이 개고기를 먹던 습관에서 일반 평민의 음식에도 개고기가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개고기 식용의 오랜 역사

역사상 일찍부터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먹었던 것은 이미 현대 고고학의 발견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011월 섬서성 서안의 함양(咸陽) 국제공항 제2기 건설 공사장에서 건설에 앞서 고고학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때 2400년 전의 진나라 묘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청동정(靑銅鼎)이 발견되었다. 이 청동정에서 '보신탕'을 끓인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진한(秦漢) 시기에 이르면 개고기는 백성들의 주요한 육식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나라의 일반인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유명한 화상석(畵像石)에 주방에서 개를 잡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회남자>에는 개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논쟁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특히 동한의 허신(許愼)<설문해자>에서 '육부(肉部)'를 보면 "()은 개고기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의 개고기 음식은 다양하게 발전했다. 특히 개고기 편육과 당시 크게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개고기 육포인 '용포(庸脯)'였다. 이 요리는 먼저 개고기를 삶아서 꺼내서 산초가루와 생강가루를 뿌린 뒤 건조시켜서 각종 조미료를 하면 개고기 육포가 되는데 당시 최고의 인기 식품이었다. 서한 시기 부유한 자들은 개고기를 먹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었다. 이때까지 개고기는 돼지고기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후 한나라에 이르러 개고기를 먹는 분위기는 여전히 왕성했다. 한나라 개국 황제인 유방(劉邦)도 개고기를 좋아했다. 유방은 강소성의 패현(沛縣) 출신이다. 당시 패현의 개고기는 중국에서도 특별히 맛있기로 이름이 났다. 양념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개고기를 먹을 때 생 산초를 같이 씹으면 맛이 특별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개고기의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었으며 당시 생 산초는 그다지 맵지 않았다고 한다.

 

한고조 유방의 부하들도 대부분 개고기를 즐겼다. 유방의 고향 친구인 번쾌(樊噲)는 후에 대장군에 임명되지만 초시적에는 '개 도살'을 직업으로 하는 하층민이었다. 초한(楚漢) 쟁패 시기 유방은 서초패왕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얻은 뒤 고향 패현으로 돌아오자 축하연을 마련했다. 이때 올라온 요리 중 특히 개고기에 술을 마시며 <대풍가>(大風歌)를 불렀다고 역사서는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 등장하는 한신(韓信)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고사도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고 한탄하며 유방을 원망했던 점에 유래되었는데 역시 개를 삶아먹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진나라와 한나라 시기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좋아했던 것은 미신 및 개고기 품질과 관련이 있다. 중국 고대 전통 양생학은 개고기가 몸을 보하는 데 매우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의 맹선(孟詵)<식료본초>(食療本草)에서는 "개고기는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당한 사람, 즉 신체가 허약하고 병이 많은 사람에게 몸을 보신하고 혈맥을 보충하며 양위를 두텁게 하며 하초(下焦)를 실하게 하고, 정수를 채운다"고 했다. 510국시기의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개고기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독성이 없고 위의 기를 보충하고 양기를 키우며 허약함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에 도움을 준다"고 약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보신의 개념이 중국인들에게 개고기를 먹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진한 이전의 사람들이 비록 개고기를 좋아했으나 어떠한 개고기도 모두 먹었던 것은 아니다. 개의 형태, 품종, 털색 등에 모두 까다로웠다. <주례·청관총제>에서 다리에 털이 없는 개는 먹지 않았다. 이러한 개는 고기가 노린내가 많이 나고 건강에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도 황구가 영양가치가 가장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식료본초>에서는 "개는 누렁이가 최상이고, 백색, 검은 색이 그 다음이다"라고 했다.

 

유목민족의 등장과 개고기의 쇠퇴

위진 남북조 시기가 되면서 북방 중원지역에서 점차 개고기를 먹는 풍조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수당 시기에 이르면 개고기를 먹던 풍속은 서서히 약해지고 개를 잡는 직업도 희소해졌다. 일반인들의 관념 속에는 개는 이미 식용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득이 할 경우 개를 잡았다. 특히 개를 잡는 행위는 깡패들이나 하는 일로 보기 시작했다. 왜 이러한 상황이 나타났을까?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위진 남북조 시기가 되면 북방의 유목민족들이 중원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유목민족은 양고기를 위주로 먹고 특히 개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개념이었다. 따라서 개고기를 먹는 행위가 점차 사라져갔다. 또 다른 측면에서 양의 사육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유목민족들이 중원에 유입되면서 양고기의 소비량도 증가하게 되면서 개고기의 소비도 줄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불교의 중국 유입과 관련이 있다. 불교의 오계(五戒) 중 첫 번째 계를 직역하면 "생명 죽이는 것을 멀리하는 계를 지키겠습니다"이다. '살생하지 말라'는 불살생계(不殺生戒)와 관련이 있다. 불교의 유행은 중국인들에게 개고기의 육식을 금지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수나라와 당나라 시기에 이르면 사회적으로 개고기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등장한다. 개고기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개고기는 고급 연회에 오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개고기를 먹는 것도 크게 억제되었다. 그러나 가난한 백성들 사이에는 몰래 '문을 닫고 개고기를 먹는' 상황이 나타났다. 민간에서는 "하늘에는 용고기, 땅에는 개고기"라는 속어가 떠돌며 자신들의 개고기 먹는 것을 합리화했다. 당나라 이후 개고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파계한 승려나 하층민들이 개고기 먹는 것을 자주 이야기했다. <수호지>의 파계승 노지심(魯智深)은 술에 취해 산문을 깨부수고 들어가 개고기를 훔쳐 먹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수나라와 당나라 이후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크게 변하였다. 상층인사들은 양고기와 소고기로 바뀌었고 하층민들은 개고기와 돼지고기로 육식문화가 변화한다. 특히 마지막 왕조인 여진족인 청조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풍조는 거의 사라졌다. 그 이유는 청조를 건국한 누루하치와 개의 관계 때문이다. 누루하치가 명나라 군대와 싸울 때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까치와 황구였다. 이후 청조 여진족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따라서 중국인들에게 청조 시기는 개고기와는 거리를 둔 시기였다.

 

 

개고기 축제를 풍자하는 중국 만평. 구글 이미지 검색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시작된 중국 남부 광시장족 자치구 위린시에서는 매년 6'개고기' 축제가 열린다. 개가 주로 잡히지만, 고양이도 잡아먹는 축제다. 그동안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이 이 축제에 대해 반대하는 동시에 축제가 열리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지만 이 축제는 올해도 열릴 전망이다. 이런 문화는 중국 전통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2015년 통계로 중국인들의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는 인구는 15000만 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개가 61.74%이다. 다음으로 고양이 19.13%, 거북이 6.09%를 키우고 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지식 없는 아이돌로 몰아붙이는 건 폭력적" 518 한국

 

지난 3일 온스타일 채널 AOA’에서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 하고 제작진에게 힌트를 요구하는 모습. 방송화면 캡

 

눈물 어린 사죄로도 부족한 것인가. 지난 3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채널 AOA’에서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21)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각자 계정에 무지를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 16일 새 미니앨범 발매 기념 행사에서는 눈물까지 흘리며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무식 인증” “나라 망신등 험한 조롱과 인신공격성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역사 관련 퀴즈를 풀다 빚어진 실수인데 과연 아이돌 그룹 멤버가 그토록 강력한 비난 폭탄을 받아야 하는 지 의문이다. ‘역사 인식의 부재를 거론하며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부 대중의 폭력성도 위험천만해 보인다. 설현과 지민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한국사회의 소비 방식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설현과 지민을 둘러싼 논란에 입체적 접근을 시도했다.

 

라제기 기자()= “역사 지식의 부족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지민의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 언급과 가벼운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는 게 문제다. 이미 공식적인 사과가 두 차례나 있었는데도 비난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

양승준 기자()= “두 사람이 공인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비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라도 역사 속 위인들 사진 늘어놓고 이름 맞히라고 하면 반도 맞힐 자신 없다.”

= “인기 많은 연예인을 공인으로 여기고 그들에게 공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설현은 한국 방문의 해홍보대사와 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까지 맡아 더 욕을 먹고 있다. 공공기관은 별다른 연관성도 없는 연예인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홍보대사를 덜컥 맡기고 대중은 거기에 걸 맞게 의식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물론 자신들의 소양을 감안하지 않고 인기 유지를 위해 공공기관 홍보대사를 별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돌 멤버와 기획사도 비판 받아야 한다.”

 

= “한국 홍보대사는 우리 역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면 애초 설현의 역사적 지식이나 소양을 살펴보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잘못은 없는 것인가. 그가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더 비판 받는 건 지나치다.”

조아름 기자()= “만약 이들이 나치 문양과 관련된 의상을 입고 나왔다고 치자. 나치를 상징하는 의상인 줄 알았건 몰랐건 지금보다 더 강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히 지식 부족으로 봐야 한다. 두 사람이 사과문에 썼듯이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이지 대중의 무차별 공격을 받을 만 한 일은 아니다.”

 

= “얼마 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 역시 방송에 나와 제작진이 준비한 대만 국기를 흔들어 홍역을 치렀다. 방송인 은지원은 예능프로그램 ‘12에서 담배 피는 장면이 나와 비난 받았다. 성인이 담배를 피우는 게 무슨 문제인가. 결국 논란의 소지가 있을 장면을 걸러주지 못한 제작진이 문제를 키웠다.”

= “만약 설현과 지민이 제작진이 낸 문제를 망설임 없이 다 맞혔더라면 오히려 재미없다고 편집했을 수도 있다. 제작진이 역사인물 맞히기 퀴즈를 만든 것 자체가 아이돌 그룹은 지식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출발한 듯해 불쾌하기도 하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제작진의 인식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만큼 대중 앞에서 발언이나 태도 하나하나에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쇼케이스에 나와 눈물 어린 공개사과까지 해야 할 정도인가 의문이다. 아이돌그룹에게 역사나 교양 교육을 특별히 시키는 것도 아닌데 대중은 지나치게 높은 인성과 지성을 바란다.”

= “눈물을 보인 걸 두고 뭐 잘한 게 있다고 우느냐란 소리까지 나온다. 인기가 치솟으면 무조건적으로 추켜세우다 실수하면 바로 깎아 내리는 모습에서 한국사회가 아이돌그룹을 소비하는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성불평등한 한국 사회 민낯 드러내다 519 여성신문

강력범죄 피해자 87% 여성

성차별·폭력 문화가 원인

피의자 진술 공개한 경찰·

비판없는 언론보도 문제

남성=잠재적 가해자불편?

함께 여성혐오에 맞서자

 

19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엔 추모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이세아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혐오로 인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2호선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려던 20대 여성은 낯선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피해 여성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7일 오전 120분쯤 서초구 서초동의 한 상가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김모(34)씨를 붙잡았다. 강남구의 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16일 저녁 이 식당 주방에서 흉기를 갖고 나와 배회하다가 밤 1140분쯤 범행 장소인 상가 건물 2층 공용 화장실에 숨어 3시간 가량 범행 대상을 기다렸다. 피해 여성은 이 건물 1층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은 19강남역 살인 사건여성혐오 살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피의자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명백한 여성혐오 살인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경주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정신병력이 있는 한 사람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며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폭력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만연한 상황에서 여성혐오가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과 일상에서 놀이나 표현의 자유처럼 허용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혐오가 결국 살인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분석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단지 일탈한개인이 저지른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인식으로 인한 여성 살해라고 명명했다.

 

19일시민들이 여성혐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강남역 10번 출구 앞을 찾아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문제는 이 같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살인, 강도, 강간, 약취·유인 등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199572.5%에서 201487.2%로 증가했다.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경찰과 언론보도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여자가 무시했다는 피의자의 진술과 피의자의 살해 전후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언론에 전달했다.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도하기 보단 묻지마 살인’ ‘여자가 무시해서등의 표현을 쓰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 여기에 남성 가해자 입장에서 유흥가’ ‘목사의 꿈같은 표현을 쓰며 마치 피해자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이번 사건의 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사건 발생 지역인 강남역 10번 출구 입구에서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을 통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한편, 여성혐오 범죄에 공분했다. 추모 물결이 이어지면서 일부 남성들 사이에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일반화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여성들은 이러한 인식이 불편하다면 젠더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남성들도 여성혐오에 적극 맞설 것을 요구했다.

 

여성단체연합은 그들이 느끼는 어떤 불편함을 없애는 방법은 여성들로 하여금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혐오·차별·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젠더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쓰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젠더불평등 문제를 중요하고 시급한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의 기록

우리 남자들은 잠재적 가해자‘...이제 변해야 합니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될걸?” 정말 그랬다. 살면서 겪은 여성 차별·폭력·혐오의 경험을 나누는 말하기대회가 열리자, 순식간에 백여 명이 모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20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서울 신촌에서 열린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의 열기는 뜨거웠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이제 여성혐오가 담론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줬다. ‘살아남은여성들의 분노는 뿌리가 깊다. ‘여자라서겪은 일상화된 폭력에 대한 고백은 이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장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이를 지켜본 이들은 공감과 분노, 연대와 지지를 표했다. 용기 있게 입을 연 참가자들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남성 참가자 1) “지난 318일 대학원 개강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신입생들이 각각 장기자랑을 했는데, 한 여학생은 걸그룹 노래를 틀어 놓고 수많은 대학원생들 앞에서 섹시댄스를 췄어요. 대학원생들이 문자 그대로 환장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폭력입니다. ‘이게 뭐가 폭력이지? 자기가 좋아서 한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강압에 의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남성들의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무형의 폭력이 은연중에 존재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남성성을 강요하는 폭력에 심하게 노출돼 있고 그게 너무 싫습니다. 여성에게 좋은 것은 남성에게도 좋습니다. 여성해방, 그리고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합시다.

   

(남성 참가자 2) “강남역 분향소에서 한 남성이 붙였다는 포스트잇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앞으로 여자들을 잘 보호하겠다’. 이 일이 한 남성이 한 여성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일일까요? 한 남성이 한 여성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 해결될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보호할 때, 보호 대상이 나보다 약하고 힘없는 대상이라고 상정합니다. 보호자와 보호 대상 간에는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있습니다. 그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여성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다’. ‘한국여성은 김치녀’.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여성을 나누고 배제하고 악마로 만들어버립니다. 여성을 사람으로 보기는 합니까? 김치, 구멍, 맛있는 것으로 보입니까?

 

이번 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남성으로서 부당하게 많은 권력을 갖고, 여성들에게 요구를 하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졸면서 집에 가다가도 누가 내 몰카를 찍지는 않을까, 만지지 않을까 두려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동성집단에서 여성 혐오와 폭력이 만연하는 순간에도 침묵하곤 했습니다. 배제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남성은 변해야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기반해 있고 여성을 비인간화했는지, 집단에서 배제되기 싫다고 이 문제를 방치했는지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성이 스스로 변하거나 다른 남성들을 변화시킬 때 우리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성 참가자 3) “오늘 문득 헤어진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진 거예요. 그 친구가 있는 강의실 밖,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어요. 문득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얘가 나와서 내 얼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여자가 만나주지 않아황산을 뿌리고, 토막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들이 넘쳐나요. 그걸 보고 듣고 자란 여자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을 보면 공포스러웠겠구나.

많은 남자들이 잠정적 가해자라는 말을 엄청나게 불쾌해해요. 근데 그게 별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별 게 아닌데도 여성들에게 공포를 조장할 수 있어요. 이걸 모든 남성들이 깨달았으면 해요.

 

우리는 일본에 말하죠. ‘독일은 이렇게 반성하는데 너희는 왜 하지 않느냐. 근데 우리는 왜 반성하지 않을까요? 여성을 죽인 건 아니지만 방조해 온 게 아닐까요? 내가 인식하든 못했든 사회에서 권력을 향유해 왔고, 그래서 아무 피해 없이 살아온 게 아닐까요?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침묵을 계속하려 했고, 방조했다는 것에 사과드리고 싶어요.”

 

“2004년 유영철이 22명의 여성을 죽였을 때, 언론은 피해자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이었음에 집중했습니다. ‘주부들이 보도방에 많이 나간다. 가정이 무너져서 사회가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몰아갔죠. 며칠 뒤 보도방 여성을 상대로 연쇄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자가 검거됐어요. 그 남성은 유영철 사건 보도를 보고 우리나라 주부들이 이렇게 타락했다는 걸 알았다. 화가 나서 노래방 도우미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죠. 사람들이 가해자의 변명에 반응했고, 그 결과 아주 구체적인 폭력이 일어난 겁니다.

 

IMF 이후 남자들의 불안 심리가 여성에게 향했다고 하죠? 그런데 IMF 이후 3년간 여성 30만 명이 먼저 해고됐습니다.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됐고, 남녀 임금 격차가 큰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남성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연민을 만들어왔죠. 아무도 여성에게는 공감하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나도, 바로 다음 날부터 그게 왜 여성혐오 범죄냐’ ‘왜 특별한 애도를 표해야 하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게 계속될 것이고, 그 반응의 주기가 점점 짧아질 거라고 봅니다. 아주 위험한 신호죠.

 

정말 기대하고 있는 건, 남자들에 의한 문화를 바꾸겠다는 선언과 운동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게 일어난 적이 없어요. 중요한 건 왜 나를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해?‘가 아니라, 그렇게 취급받지 않기 위해서 뭔가 하는 거예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서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너희들 탓이야라고들 합니다. 남자분들, 그 담론에 휩쓸리지 마세요. 유령사회에 살고 있지 않잖아요. 죽은 여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렵습니까. 남자들에게는 쉽게 동일시하면서, 왜 그 반대는 어렵죠?“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탄생15.9.17

온라인 여성혐오의 원인은 무엇일까. <시사IN>은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회사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일베에서 드러나는 여성혐오 지도를 그렸다. 게시글 43만 개를 원자료로 삼아 여성 관련 논의를 추출했다. 여성혐오의 탄생지로 연애결혼이 지목되었다.

 

온라인 공간 일부의 소동처럼 여겨지던 여성혐오의 물결이 이제는 현실 세계를 덮치고 있다. <시사IN>2015년 한국 사회의 첨예한 단층선인 여성혐오에 관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호(417)에서는 여성혐오 담론의 구조와 확산 동력을 입체 해부한다. 다음 호(418)에서는 여성혐오의 언어를 그대로 남성들에게 돌려주는 미러링전략을 구사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반()여성혐오의 거점 메르스갤러리를 살펴본다.

 

여성혐오 지도’ -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2015년은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이 시민권을 획득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유명 칼럼니스트가 자기 칼럼의 파장으로 진행하던 방송에서 하차하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래퍼가 여성혐오 랩을 쏟아내 문제가 되고, 개그맨이 팟캐스트에서 여성혐오 개그를 하다가 사회적인 논란까지 불거져도, 여성혐오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 공고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남성지 <맥심 코리아> 9월호는 여성 납치 범죄를 연상시키는 표지 사진을 내걸었다가 여성혐오라는 집중포화를 받고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맥심 코리아>는 미국 <맥심> 본사가 규탄 메시지를 내는 등 외신으로 문제가 확산되자 94일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같은 극우 커뮤니티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놓고 여성혐오를 과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김치녀에 자기 이름을 걸고(페이스북은 실명 계정이 원칙이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6만명이다. 한국의 젊은 남성에게 여성혐오는 차라리 시대정신이다. 가부장제의 익숙한 남성 우월주의와는 결이 다른, ‘약자로 전락했다는 분노가 젊은 세대 남성을 사로잡았다.

 

그런 걸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여성혐오만큼 희한한 전략도 흔치 않다. 전략을 쓰는 남성은 여성과 데이트할 확률이 극히 떨어지는데, 젊은 남성이 이런 손실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아주 불투명하다. 그러니까 여성혐오란 거의 자해적인 전략이다. 그런데도 여성혐오의 깃발 아래 갈수록 많은 남성이 줄을 선다.

 

이 기묘한 현실을 이해하려면 당사자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성혐오 담론을 날것 그대로 전시하는 쇼윈도를 알고 있다. ‘일베. 일베는 폭넓게 퍼진 여성혐오 담론 구조의 원형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훌륭한 전시장이다.

 

STEP 1:데이터가 그려낸 여성혐오 지도

<시사IN>은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회사 아르스프락시아와 함께 일베에서 확인되는 여성혐오 지도를 그렸다. 2011~20143년 동안 일베에 올라온 게시글 43만 개를 원자료 삼아 여성 관련 논의를 추출했다. 그 결과가 아래 <1>이다.

 

우선 깨져나가는 통념이 있다. ‘군대는 핵심이 아니다. 여성혐오 담론지도에서 군대 문제는 주변부에 고립되어 있고(표 위쪽 회색 블록), 담론지도의 핵심부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지도 않다. 단어의 등장 빈도로도 732회에 불과해 20위권 밖이다. 분석을 진행한 아르스프락시아 김학준 연구원은 데이터 분석 결과로 보면 군대는 담론 형성에서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여성혐오가 먼저다. 군대는 더 본격적으로 미워하기 위해사후에 가져다 붙인 명분에 가깝다. 군가산점이나 여성부도 핵심이 아니라 사후 명분이라는 점이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담론지도에서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김치녀. 일베에서 이 말은 사실상 여성의 대체 단어일 정도로 자주 나온다. ‘여성’(‘여자등 유사 단어 포함)1159차례 등장하는 동안 김치녀8697차례 등장한다. ‘김치녀는 한국의 여성혐오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일베의 여성혐오 담론지도는 김치녀가 탄생하는 곳을 정확히 지목한다. 데이트 경험이다. 지도에서 남성을 둘러싼 키워드들을 보자(표 가운데 초록색 블록). ‘남성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호구. 여성은 평소에는 남녀 평등을 외치다가도 정작 남자를 고를 때는 능력을 따지는 이기적인 존재다. ‘더치페이하는 남자는 데이트 상대로 쳐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나랑은 자주지도 않는다(‘섹스’). 데이트의 좌절은 여성혐오의 원체험이다.

 

데이트의 좌절은 일베가 그리는 가족 판타지와 결정적으로 충돌한다. 담론지도 아래쪽에서 핵심 키워드는 결혼이다(푸른색 블록). 일베에서 이 키워드는 이중의 의미다. 상대가 김치녀일 때, 결혼은 재앙이 된다. 일베는 김치녀를 피해 좋은 여자를 부인으로 맞아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지만(<시사IN> 367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기사 참조), 가족 판타지는 언제나 김치녀의 습격에 결정적으로 취약하다. 일베에서 결혼을 검색하면, ‘김치녀와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결혼 상대가 김치녀인지 알아보는 법을 다룬 글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일베의 여성혐오 담론지도는 하나의 결론으로 달려간다. 짝짓기 시장, 그러니까 결혼까지 포함해서 연애 시장에서의 환멸이 여성혐오의 뿌리다. 여성혐오 담론에서 김치녀란 무엇보다도 연애 시장에서 반칙을 하는 여자를 뜻한다.

 

반칙이란 뭘까.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의 능력을 따지는 여자’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데이트 비용은 남자에게 물리는 여자’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여자’ ‘자기 외모는 성형으로 과대 포장하면서 남자의 능력은 칼같이 따지는 여자. 포괄적으로 정의 내리면 이렇다. ‘연애 시장에서 (사람 됨됨이나 사랑이 아니라) 남자가 보유한 자원을 따져서 분수 이상으로 한몫 잡으려는 여자.’ 한국의 젊은 남성을 사로잡은 여성혐오 담론이 내놓는 김치녀의 원형이다.

 

이것은 지독한 역설로 이어진다. 담론지도의 남성여성사이 붉은 블록에 낯선 키워드가 있다. ‘사랑이다. 이 여성혐오자들이 보기에 사랑이야말로 연애 시장에서 유통되어 마땅한 유일한 화폐다. ‘김치녀는 연애 시장의 화폐를 사랑에서 남자의 경제력으로 바꿔놓는 시장 교란자다.

 

 

연합뉴스 개그팀 옹달샘은 팟캐스트에서 여성혐오 개그를 해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Mnet <쇼 미 더 머니> 화면 갈무리 온라인에서 여자를 때리는 상남자 만화(왼쪽)’가 퍼졌고, 래퍼 송민호씨(오른쪽)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혐오 랩을 쏟아내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극적인 가치 전도가 일어난다. 여성혐오는 이 시장 교란자를 단죄하는 정의로운 분노이자, 사랑에 충실한 순수한 남성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숭고한 경지가 된다. 여기까지 오면 여성혐오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차라리 자긍심의 원천이다. 여성혐오는 연애 시장에서 최하층에 위치하는 루저의 정서를 뛰어넘어 멀쩡한 젊은 남성도 공유하는 집단 정서로 진화한다. 이제 페이스북 김치녀 페이지에 실명을 걸고 좋아요를 누르는 남자들이 탄생한다.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거의 병리적인 자아도취를 드러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연애 시장에서 좌절을 느끼고 그 분노를 여성 일반에게 겨누는 남성 집단이 왜 이리도 대규모로 쌓여가고 있는가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우리가 30년도 더 전부터 묻어둔 폭탄을 꺼내야 한다.

 

STEP 2:연애 시장에 들어온 남성잉여세대

자연 상태에서 신생아의 성비는 남아가 조금 더 많은 수준으로 나온다. 대체로 여아 100명당 남아 비율이 103~107명 사이에서 형성되면 자연 성비라고 부른다. 남성의 수명이 더 짧고 조기 사망 확률도 조금 더 높기 때문에, 자연 성비 범위에서는 신생아가 성장해갈수록 성비는 11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성비 불균형 국가다.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시점인 1975년에도 이미 출생 성비는 112.4로 붕괴 수준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인구 억제 정책으로 산아제한을 강력히 추진했는데, 이것이 남아 선호 문화와 만나자 여아만 골라 떼는성감별 낙태의 대유행으로 귀결되었다.

 

몇 번 들쭉날쭉하던 출생 성비는 1983년 들어 107.3으로 다시 자연 성비 범위를 벗어난다. 이후 성비 왜곡이 그야말로 폭주했다(<2>). 2006년까지 무려 24년 연속으로 남아 비율이 자연 성비를 초과한다. 가장 심했던 1990년에는 성비가 116.5까지 치솟았고, 성비가 110을 넘긴 해도 13번이나 된다. 남자 10명 중 1명은 짝이 없는 거대한 남성잉여세대가 탄생했다.

 

 

1983년생은 올해로 32세이다. 남성 평균 초혼연령이 32.4세이니, 이 남성잉여세대의 맏형도 아직 연애 시장에 머물러 있다. 이후로도 4반세기 동안 남성잉여세대가 연애 시장에 진입할 것이고 잉여 남성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는 2010년판이 최신판이다(올해 총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2010년 조사에서 각 연령대에 5년을 더해보면,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최근 5년 동안의 사망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대략의 연령대별 잉여 남성 숫자를 알 수 있다. 그 결과가 <2-1> 그래프다.

남성잉여세대의 맏형 그룹이 포함된 30~ 34(2010년 조사에서는 25~29)에서는 남자가 67000명이 남는다. 이 연령대 남성 인구의 3% 정도다. 그다음 세대부터가 본격적인 잉여 축적 세대다. 25~29세에서 남자는 195000명이 남는다. 남성 인구의 12%. 20~24세 그룹에서는 214000, 11.7%가 남는다. 연애 시장의 핵심 연령대인 20~34세에서 잉여 남성 숫자가 47만명이다. 그나마도 이 수치는 과소평가되어 있다. 인구총조사에서는 25~29세 구간에서 남성 인구가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이 1990년 이후로 일관되게 나타나는데, 인구학 연구자들은 대체로 이 세대 남성 인구의 이동성이 높아 총조사에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 잉여 남성 인구가 실제로는 47만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기자 마라 비슨달은 세계 곳곳의 성비 붕괴를 취재한 논픽션 <남성과잉사회>를 썼다. 이 책에서 비슨달은 상상하기 힘든 곳까지 영향을 주는 성비 붕괴 효과를 소개한다. 얼핏 듣기에 황당한 얘기지만, 성비가 무너지면 저축률이 높아진다. 1자녀 정책을 강제해 성비가 무너진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성비와 저축률은 어떻게 이어질까. 신붓감이 부족해지면, 아들을 둔 부모는 필사적으로 저축을 늘린다. 부모가 물려줄 자산이 클수록 아들이 연애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성비가 무너지면, 남성의 연애 시장 입장권이 비싸지는 것을 사람들은 경험으로든 직관으로든 알아챈다. 입장권 가격이 오르면 남성이 좌절할 가능성도 따라서 올라간다. 비슨달은 성비가 1% 높아지면 범죄율이 5~6% 올라간다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 홍콩 중문대학 공동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중국의 젊은 남성이 늘어난 것만으로 전체 범죄 증가의 3분의 1을 설명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더해 문화적 성비 붕괴현상도 관찰된다. 여자보다 남자가 결혼에 더 적극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2012)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하는 편이 좋다를 합친 비율이 남자는 67.5%였던 반면 여자는 57%에 그쳤다. 한국의 연애 시장에서는 생물학적 성비 붕괴 위에 문화적 성비 붕괴’ 10%포인트가 추가로 붙는다.

 

결혼 회피의 성별 격차를 만들어낸 범인은 가부장제의 압력일 가능성이 높다. ‘시댁 또는 처가 중심의 결혼 생활이 부담스러워서 결혼을 회피한다라는 설명에 비혼 여성 중 72.2%가 찬성했다. 비혼 남성 중 찬성 비율은 49.4%였다.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이중 공급과잉 상태다.

 

남성잉여세대의 선배 그룹인 1970년대 이전 출생 세대도 남초 성비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배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낮았던 을 보았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을 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남성잉여세대는 선배들이 겪지 않았던 새로운 환경에 놓여 있다. 오늘날 연애 시장에서 좌절한 남성들은 웹과 모바일이 제공한 초연결사회에 살며 대단히 간편하게 서로를 발견하고, 여성혐오를 배양하고 증폭해낼 공간을 온라인에서 확보했다.

 

STEP 3:결혼경제학, 연애 시장을 해부하다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게리 베커(1930~2014)는 화폐경제를 넘어 범죄 등 인간 행동 전반에 경제학을 적용하는 시도로 유명했다. 결혼을 경제학으로 해석한 최초의 시도도 그가 1973년에 내놓았다. 이후 경제학자들은 연애 시장에서 남녀의 전략을 예측하는 일련의 모형을 발전시켰다.

결혼시장 탐색모형은 다음과 같은 모델을 제안한다. 구혼하는 성은 남성이고 승낙과 거절을 선택하는 성은 여성이다. 이때 여성은 남성이 가진 자원(대표적으로 소득수준)을 평가해 기준선 이상이면 받아들이고 이하라면 거절한다. 이 모델은 낭만이라고는 없는 데다 지독히 단순하지만 현실을 그럭저럭 보여준 덕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 모델은 흥미로운 예측을 내놓는다. 설사 소득의 평균값에 변화가 없다고 해도,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결혼은 줄어든다. 불평등이 커지면 여성이 설정한 기준선을 넘지 못하는, ‘자원 없는남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올라가도 결혼은 줄어든다. 여성이 설정하는 기준선이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금융경제연구(201012)에 실린 논문 저출산·인구고령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결혼 결정의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이상호·이상헌)는 남성의 임금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여성의 결혼율이 하락한다는 기존 연구가 한국에서도 타당하다는 결론을 낸다. “임시직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결혼율은 15~39세 인구 1000명당 0.23~0.40건 감소하는데, 이는 임시직 비율이 높아지면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결혼경제학은 한국의 여성혐오 진영에 희소식처럼 들린다. 여성이 남성의 경제력을 평가해 결혼 여부를 선택한다는 결혼경제학의 모델은 순수한 한국 남성 대 계산적인 김치녀구도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데이터도 있다.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서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은 응답자가 남성은 9.8%, 여성은 30.3%였다.

 

희소식은 여기까지다.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의 경제력에 민감한 경향은 존재한다. 다만 한국 특유의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 남성은 여성의 외모에 더 민감하고, 여성은 남성의 자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진화심리학은 예측한다. 두 성의 속성상 번식 전략이 다르게 진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경향성만은 일관되게 관찰된다.

정도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면 여전히 여성혐오 담론은 비빌 언덕이 있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한국 여성이 연애 시장에서 유난히 경제적 실리 추구 경향이 강할까? 이런 주장의 근거는 불충분한 반면, 다른 해석의 가능성은 오히려 탄탄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성별 임금 격차가 크기로 악명 높다. <3>은 남성과 여성의 연령별 임금 곡선을 한데 모아 그린 것이다. 아래의 붉은색이 여성의 생애임금 곡선, 위의 푸른색이 남성의 생애임금 곡선이다. 남성이 40대 후반에 임금곡선 정점에 도달하는 반면, 여성은 3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로 계속 떨어진다. 출산을 전후한 경력 단절의 흔적이다. 정점의 높이도 여성이 남성보다 터무니없이 낮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져서 50대 전반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1.9배를 더 번다.

 

연애 시장에 뛰어든 한국 여성의 관점에서 보자.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기대소득은 남성의 절반 남짓밖에 안 된다. 노동시장 퇴출도 더 빠르다. 반대로 연애 시장에서는 생물학적·문화적 이중 성비 붕괴 덕에 여성이 더 많은 자원을 쥐고 있다. 서로가 쥔 패를 따져보면, 한국 여성이 더 많은 자원을 연애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략도 등장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자원 추구형 전략이 일부 여성의 전략이라 해도 상관없다. 남성혐오 진영에서는 일단 사례가 수집되면 축적되고, 공유되고, 증폭되며, 결국 일반화된 혐오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혐오는 자기강화의 경로에 올라탄다.

 

이제 결정적인 질문이 남았다. 대기업 입사 경쟁은 경쟁률로 보면 연애 시장에서의 구애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지만, 취업준비생 대부분은 대기업을 혐오하기보다는 선망한다. 연애 시장에서 여성이 더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면, 남성은 왜 더 많은 호의가 아니라 더 많은 혐오를 택하나. 여성혐오에 젖은 남자를 데이트 상대로서 매력을 느끼는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연애 시장의 논리로 보면 거의 자해 전략인 여성혐오가 어떻게 해서 연애 시장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STEP 4:혐오, 절망적인 가격 흥정 전략

진화심리학의 기틀을 다진 연구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버스 교수(텍사스 대학)는 책 <이웃집 살인마>에서 왜 어떤 남자들은 연인을 학대하는가라는 독특한 질문을 던진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보면, 남성에게 여성 배우자는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다. 그런데도 왜 남성은 배우자를 때리고 모욕하고 특히나 외모를 폄하할까. 더 황당하게도,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을 학대하는 배우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그녀를 도우려던 지인들을 속 터지게 만든다. 이 기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논란이 된 남성지 <맥심 코리아> 9월호의 사진(왼쪽). <맥심 코리아> 측은 외신으로 문제가 확산되자 94일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버스의 설명은 이렇다. 외모 폄하에서 폭력까지, 남성의 학대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 자긍심이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는 도구로, 그러니까 일종의 가격 측정 센서다. 이 자긍심 센서가 망가지면 여성은 자신의 시장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남성은 여성에게,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을 테니 자신과 함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주지시키려 하는지 모른다. 강력한 배우자 감시 전략인 학대와 고립은 여성을 손상된 관계에 잡아매는 극악한 기능을 수행한다.”(<이웃집 살인마> 165)

 

남성이 스스로 선택해서 이런 전략을 고른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이런 전략적 옵션이 진화 과정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심리에 내장되어 있고, 특정 상황이 되었을 때 무의식중에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주장이다.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학대란, 자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 배우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가격 흥정 전략이다. 마치 중고차를 고르며 이리저리 트집을 잡고 사고 기록을 따져 묻듯, 학대는 배우자 여성의 가치를 줄여 잡아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도구다. 이 전략은 분명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하지만, 자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은 어차피 떠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우자보다 뒤처진 남성에게는 이판사판으로 해볼 만한 도박이 된다.

 

이 논리를 여성혐오에 적용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연애 시장에서 남성의 시장가치가 주저앉는 메커니즘을 여럿 확인했다. 바꿔 말하면, 여성 집단의 시장가치가 남성 집단보다 올랐다. ‘뒤처진 남성이 대규모로 축적되는데, 이때 여성혐오는 마치 저강도 학대와 같은 효과를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가한다.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연애 시장에서 협상력이 딸릴 때에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키라는 전략이 내장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절망적인 전략이다. 11 관계에서는 학대를 통한 흥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있는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저강도 학대는 애초에 협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서 가격 흥정이 될 수가 없다. 11 관계에서 써먹으라고 진화가 내장해놓은 전략이 엉뚱한 장면에서 스위치가 켜진다. 더욱이 여성혐오는 연애 시장에서 그 남성의 시장가치를 더 떨어뜨린다. ‘가격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가격 흥정도 따라서 다시 절박해진다. 막다른 골목이다. 남성잉여세대의 맏형들이 이 막다른 골목에 이제 막 들어섰다. 그 뒤로도 25년 동안 동생들이 줄을 서 있다.

 

문제는 초미세먼지 PM2.5524 주간경향

먼지 잘 날없는 날씨에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미세먼지 체크는 빠뜨릴 수 없는 일상이 됐다. 그런데 한국은 먼지 지름을 나타내는 PM10PM2.5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PM2.5가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데도 말이다.

지금 이 좋은 날씨에 말이죠,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고 이게 정말 뭡니까, 진짜!”

한국 사회가 호흡 곤란증을 겪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이 아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적, 미세먼지 때문이다. 언제 창문을 열지, 어디서 크게 숨을 들이마셔도 될지, 애들을 내보내도 될지 걱정이 앞선다.

 

앞의 말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426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점심을 먹으면서 한 발언이다. 종종 불통 대통령이라고 비판 받지만 이날만큼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짚어줬다. 정부가 과연 국민들이 안전하게 산책하게끔 준비하고 있을까. “이번에 체제를 다시 정비했다는 박 대통령도 아마 잘못 알거나 어쩌면 깜빡 속은 게 있을지 모르겠다. 일부 부실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게 다가 아니다.

 

좀처럼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 박 대통령이 이토록 답답해 한 건 며칠 전까지 이어진 미세먼지탓이다. 424일은 국내에서 이른바 미세먼지로 통용되는 PM10 굵기의 분진이 급증한 날이다. PM10은 먼지 지름이 10인 크기다. PM10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6분의 1 정도다. 이날 하루 평균치로 서울 신촌로가 270/였다. PM1024시간 평균치 100/가 대기환경 기준이다. 동작대로 중앙차로는 이 수치가 243, 영등포로도 234였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고, 이날 새벽 1시에 신촌로는 456/, 전날 밤 11시에는 540/까지 치솟았다. 기준치보다 5.4배 짙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5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독면을 쓴 채 박근혜 정부의 부실한 미세먼지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맞벌이 직장인 이모씨(38··서울 신도림)유치원생 딸(5)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미세먼지 수치는 아침마다 확인한다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이면 유치원에 전화했다고 한다. 딸에게 물어 보니 그런 날도 운동장에서 그대로 뛰어놀았다는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다.

마라톤대회 일정을 정리한 인터넷 사이트 기준으로 424일에만 서울 4개를 포함해 전국에 11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학교나 어린이집에 운동회나 현장체험학습 활동, 미술대회 등도 다수 열렸다. 조선일보 주최 통일과 나눔 서울 하프마라톤이 시작된 424일 오전 서울 중구, 마포구 일대는 PM10 농도가 한때 200/를 넘었다. 서울시는 전날 발령했던 미세먼지 주의보를 낮 12시에야 해제했다. 이 수치의 법정 기준은 100이지만 미세먼지 예보 때는 81을 넘어 150까지는 나쁨으로 경고를 보낸다. 151부터는 매우 나쁨이다.

 

여기까지는 익히 잘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미세먼지 대응에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다는 건 잘 모르는 얘기다. 우리는 미세먼지라고 하면 황사를 떠올리고 PM10부터로 여겨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PM10은 호흡기로 들어오는 입자 물질 정도를 가리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PM10호흡성 알갱이로 부른다.

그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WHO 기준 미세먼지? PM2.5 이하 분진을 가리킨다. 이게 정확히 미세먼지(fine particle)’. WHOPM2.5‘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한국은 이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데,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정책기본법과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 같은 법에도 PM10PM2.5를 모두 미세먼지로 혼용해 쓰는 실정이다. 정부도 PM10 위주로 정책을 펴 왔고, 정작 중요한 미세먼지(PM2.5)는 덜 강조했다.

잘못된 이름 붙이기는 대통령을 포함해 국민에게 눈에 보이는 분진에 더 집착하게 했다. 황사나 시커먼 굴뚝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이제 더 작고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적들과 싸워야 한다.

 

PM2.5는 몸 속 깊숙이 침투 가능한 크기

황사 같은 요인으로 PM10이 급증한 때는 PM2.5도 늘어난다. 다만 PM10PM2.5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서울지역의 경우에 PM10424일 최악이었지만, PM2.5410일에 가장 나빴다. 일평균으로 종로가 93/로 가장 높고, 이어 광진구 88/, 중랑구 85/를 찍었다. 시간대별로는 중구와 구로구가 오후 4시에 113/로 나란히 최고였고, 서대문도 오후 2~3시 줄곧 112/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하루에 51~100이면 나쁨’, 101부터는 매우 나쁨으로 예보된다.

PM2.5 이하 진짜 미세먼지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PM10보다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전문가인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예방의학과 교수)은 한마디로 미세먼지가 몸속 어디까지 가느냐가 중요하다. 성분을 떠나 일단 깊숙이 가는 게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중금속, 다이옥신 등 미세먼지의 성분 연구를 많이 했는데, 결국 크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에서는 PM1.0까지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임 교수는 “PM10은 호흡성 분진이고 미세먼지는 PM2.5 이하 입자라며 잘못된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PM10은 들이마시더라도 코 등으로 걸러져서 몸속에 전부 들어가지는 않는다. 반면 PM2.5는 폐포에 달라붙거나 혈액을 타고 돌며 혈관계통 문제나 염증을 일으켜 암을 만들 수 있다고 임 교수는 밝혔다. 일부는 피부로도 바로 침투가 가능한 크기다. 자살률과 우울증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임 교수는 들이마시는 속도도 중요한데, 호흡량이 크면 깊이 많이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마라톤 대회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물론 황사나 PM10 같은 분진도 특히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해롭다. 기관지 점막은 연약해서 굵은 먼지라도 바로 달라붙기 때문이다.

 

학술지 암역학과 생체표지, 예방에 올해 429일 발표된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의 논문 내용도 비슷하다. 연구 결과 1998~2001년 홍콩의 65세 이상 66820명을 모집해 2011년까지 추적한 결과, PM2.5 미세먼지가 10/늘어날 때마다 종류 불문한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평균 22%씩 증가했다고 <뉴스위크>가 최신호로 전했다. 여성은 대기 중 미세먼지가 10/증가하면 유방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80%나 늘었다. 저자인 닐 토머스 응용건강연구소 박사는 직경 1미만 초미세먼지(PM1.0 미만)는 혈류에 들어갈 수 있다유방은 미세혈관이 발달돼 있어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4년 자료에는 2010~12년 동안 회원국 36개 중 한국이 연간 PM2.5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라고 나온다. 한국은 2015년에야 PM2.5 기준을 적용해 측정에 나섰다.

늦은 시작에다 국내 PM2.5 감시망도 허점투성이다. 감사원이 510일 밝힌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PM2.5 자동측정기 65대 가운데 35(53.8%)가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그대로 써온 사실이 드러났다. PM10 자동측정기 108대 중 1617대도 허용 오차율인 10를 초과해 신뢰도가 떨어졌다.

측정 위치도 비판 대상이 됐다. 전국에 있는 152기의 PM2.5 측정기는 서울에 자치구별로 25개가 있는 데 비해 충청남도는 3기뿐이다. 영향 권역을 고려치 않고 행정구역 기준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충남은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서쪽인 데다, 특히 미세먼지의 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다. 천안시 성황동 측정소에서는 424일 오전 5PM2.5118/까지 올랐다.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PM2.5 관측기가 없는 곳이 121곳이다. 서울에서도 정작 필요한 PM2.5 측정기는 대로변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남동풍이 부는 7~10월 충남의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의 미세먼지가 수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PM2.5의 경우 수도권에 미치는 기여율이 4%에서 최대 28%까지로 계산된다. 또한 중국의 화석연료 난방이 시작되는 가을부터 봄까지 날아드는 미세먼지가 오히려 황사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

 

일반 마스크로는 걸러지지 않는 PM2.5

PM2.5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사 영향은 계절별로 다른데, 대체로 30~50%로 작지는 않다. 다만 시각적 충격이 큰 황사에 매몰되다 보면 다수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점을 가볍게 볼 우려가 크다. 2012년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비산먼지·생물성 연소 제외) 기준으로 도로이동(자동차)39.8%로 가장 많고, 비도로이동(차 외 철도, 항공)32.6%, 제조업 8.8%, 에너지산업(발전·난방 등)7.6%를 차지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지만 미세먼지 발생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화력발전소 28기를 추가 건설할 경우 전국에서 연간 1387명이 조기에 사망할 것이라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도 있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계획 중인 화력발전소가 모두 건설되면 지난해 2배 수준인 24.56/의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다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의 미세먼지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부엌에서 조리를 할 때도 상당히 많은 미세먼지가 나온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애초 PM10PM2.5가 각각 19, 9/인 원룸에 가스레인지를 중간 불로 20분 동안 켠 뒤 1.5m 높이에서 측정했더니 각각 81/, 28/로 늘었다고 전했다.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는 LG전자연구원 측은 입자 측정 수치는 위치나 공간 크기 등에 따라 차이가 많다면서도 냉동 삼겹살을 구워서 재보니 PM10 농도가 700~800/까지 나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PM2.5라면 일반 마스크로는 거의 걸러지지 않는 수준이다. 일명 황사 마스크로 0.04~1.0크기의 미세한 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제품이 권장된다. KF80, KF94 등 숫자가 크면 효과적이다. 다만 어린이나 노약자 등 호흡이 약한 사람은 저산소증으로 호흡곤란을 겪을 위험이 있다.

 

미세먼지를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다. 현실적 대안은 정확한 예보와 대응이다. 그러나 앞서 마라톤 대회에서 보듯 우리는 실행력이 떨어지는 예보체계를 가지고 있다.

WHO 가이드라인에 비춰보면 국내 기준도 느슨하다. PM10은 하루 평균 50/, 연평균 20/WHO 권고치다. PM2.5는 각각 25/, 10/이다. 410일 종로에서 하루 종일 밖에 머문 시민이라면 WHO 권고 PM2.53.7배나 높은 농도에 노출된 것이다. 국가 환경기준 PM2.5는 하루 50/, 연평균 25/.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대로 시행하더라도 2024PM2.530/에 머물 것으로 한국대기환경학회는 예측했다. 송창근 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WHO 권고보다 국내 기준이 높은 건 맞지만 우리는 중국이 서쪽에 있어서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하기는 억울하다달성 가능한 목표를 위해 WHO의 잠정 권고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부모들은 스마트폰에 일본의 미세먼지 예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서 국내 발표와 맞춰보기도 한다. 정부의 측정치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해서다. 이세걸 처장은 예보 정확도가 62%(서울 76%)로 낮은 편이라며 정확도가 떨어지면 차량 부제 시행에 대한 반발도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눈앞에 드러난 누런 황사(꽃가루는 물론)에 현혹돼선 숨은 적을 놓치기 십상이다. PM10에 너무 겁먹을 건 아니다. 예보에 좋음으로 떠도 PM2.5 수치를 WHO 기준에 대입해 보는 게 세계인으로서의 자세다. 진짜 이 좋은 날씨가 맞는지부터 따져보자.

 

]‘매연차로 찍힌 디젤차를 어쩌나

미세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사회의 시선이 경유차로 쏠리고 있다. 마침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까지 터졌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다시 물리거나 경유 세금을 높이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먼저 냉정한 인식을 위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들이 있다. 일단 PM10 같은 분진 또는 PM2.5 이하 미세먼지의 상당량은 비산먼지에서 나온다. 비산먼지는 도로 운행으로 인한 자동차 재비산 먼지와 타이어 마모 분진, 사업장이나 공정상 대기로 배출되는 먼지 등을 가리킨다. 2012년 환경부 배출량 조사 기준으로 수도권 대기관리권역 PM1071.6%(27178), PM2.532.3%(4400)가 비산먼지에서 왔다. 도로에 날리는 먼지를 빨아들일 진공청소차 보급이 경유차 단속보다 시급한 셈이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장이 2015106일 인천의 연구소에서 폭스바겐 골프 GTD 모델의 실제 도로 배출가스 시험 과정과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이어 마모 먼지가 훨씬 더 많아

타이어 마모 분진 위험은 환경부도 안다.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연구해 20147월 발표한 타이어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를 보면 타이어 먼지가 수도권 미세먼지(PM10, PM2.5)의 주범으로 나온다. 당시 정용일 환경부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사업단장은 자동차가 1달릴 때 디젤승용차 배기가스에서 먼지 5이 발생하는 반면, 타이어 마모 먼지는 100으로 20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제 아무리 전기차, 수소차라도 타이어 없이는 못 달리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심각하다. 다만 비산먼지가 애초에 자동차 등 어디서 얼마나 온 것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일단 경유차라고 하면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이전에 나온 디젤차이거나 배기가스저감장치(DPF)가 없거나 노후화로 정상 작동하지 않는 차량들이다. 폭스바겐 사기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유로6’ 기준 경유차까지 비난하는 건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다.

산업부가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관으로 고려대 박심수 교수에게 위탁한 자동차(현대차 쏘나타) 연비와 배기가스 실증 연구를 보면 고려할 부분들이 적잖다. 외부로는 거의 안 알려진 이 연구는 대한석유협회와 LPG협회 연구까지 합산해서 3개 기관 평균데이터를 산출했다. 그 결과 1PM 배출량에서 휘발유차는 1.8, LPG차는 1.6인 데 비해 경유차는 2.1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는 휘발유차가 199.4g으로 가장 많고, 이어 LPG차가 198.5g, 경유차는 193.9g으로 집계됐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는 경유차가 다소 유리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운행거리에 따라 드는 연료량을 가리키는 연비다. 이는 경유차가 14.7로 가장 높다. 이어 휘발유차 12.2, LPG9.0였다. 연비가 20% 좋다는 건 실제 운행에서 오염원 배출도 더 적어진다는 뜻이다.

 

가솔린차도 최근 새로운 흐름인 직접분사(GDI) 엔진의 특성을 감안해야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디젤은 고압으로 압축시키면 저절로 불이 붙는 성격이 있고 열량이 높아서 큰 힘을 낸다. 디젤차가 트럭이나 대형차에 많이 쓰이는 이유다. 연소실(실린더)에 미세한 기체상태로 경유를 직접 뿌려주는데, 급가속할 때처럼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고 배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미세먼지가 늘어난다.

가솔린차는 휘발유와 공기를 섞어 연소실에 넣어줄 때 점화플러그 불꽃으로 폭발시켜 힘을 얻는 방식이 전통적이다. 그런데 휘발유 특성상 힘이 약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진다. 가솔린차도 디젤차처럼 직접 휘발유를 뿌려주는 직분사 엔진이 연비 향상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포드 등 대다수 브랜드가 이 기술을 애용한다. 그 결과 미처 연소되지 못한 미세먼지나 연소실에 남은 찌꺼기가 배기가스로 나오는 문제가 있다.

 

노후차량 저감장치 장착 지원해야

미국 포드는 2013GDI 엔진이 디젤 배기가스저감장치(DPF)를 장착한 디젤 엔진보다 미세먼지를 더 배출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 검사단체 ‘TUV 노르드와 독일자동차클럽(ADAC)도 비슷한 내용을 밝혔다. 이들은 대안으로 가솔린 직분사 차량에도 배기가스저감장치(GDF)를 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젤차에서 나오는 시커먼 먼지는 상식처럼 입자가 굵고, 상대적으로 안전할까. 휘발유차나 경유차나 나오는 미세먼지 양의 문제일 뿐 입자 크기는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경유차 배기가스도 99% 이상이 PM1.0보다 작은 입자로, 중간값은 0.08(80나노)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커먼 매연은 입자가 PM10 정도로 굵은 게 아니라, 단지 양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최근 경유차는 미세먼지가 적게 나오며, DPF가 없는 노후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경유차 마녀사냥에 나섰다고도 비판하지만, 산하 교통환경연구소 설명의 경우 상당히 균형잡힌 시각임을 엿볼 수 있다.

 

주요 타깃은 DPF를 달지 않았거나 고장난 경유차인 셈이다. 이 연구자는 조기 폐차를 유도하고, 그마저 서민에겐 부담스러우면 저감장치를 달아주는 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경유차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앞서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당 경유차가 221으로, 가솔린 15LPG 15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고 실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경유의 성분상 질소산화물을 없애기는 어렵다면서 촉매제와 필터를 통해 걸러내 줄여나가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밝혔다. 박용성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평가실장은 경유차는 미세먼지를 줄이면 질소산화물이 늘어나고, 질소산화물을 줄이면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대체관계가 있다면서도 연비, 온실가스까지 고려해 경유차를 어떻게 할지 균형잡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와 함께 주목받는 질소산화물은 실제 운행 차량의 검사장비조차 정부는 갖추고 있지 않다. 초기에 차량 인증을 해줄 때는 질소산화물을 검사한다. 그러나 운행 차량을 검사하는 50여 검사소는 물론 정비공장마다 필요한 장비는 구비가 되어 있지 않다. 환경부가 뒤늦게 자체 개발해서 현재 마지막 점검단계로 알려졌다.

경유차냐, 가솔린차냐의 경쟁은 비산먼지의 대기오염 기여도를 감안하면 부질없는 것일 수 있다. 그나마 발전소를 통해 오염물질 통제가 편한 전기차를 늘리거나 수소차 시대를 앞당기자는 주장도 부쩍 늘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경유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연비에서 유리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유차를 유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니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같은 대안까지 고려해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전기차에 쓸 전기 대다수를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에서 얻는 한국 사회는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경유차가 오염물질을 더 배출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온실가스 감축효과나 연비, 에너지 수급체계까지 고려한 한국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산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장 절실한 것은 적어도 도심지로의 자동차 운행 규제다. 디젤차는 물론이고 가솔린차까지 생계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차량은 중국 베이징처럼 운행 5부제를 비롯해 적극적인 제어책이 요구된다. 10안팎 거리는 전기차 대신에 전기자전거·스쿠터 같은 소형 수단으로 대체할지도 고려할 만하다. 자신에게 이로우면 잠자코 있다가도, 조금만 불편하면 할퀴려 드는 고양이(유권자)’ 목에 누가 감히 방울을 달 것인가.

 

 

 







Sarah Chang(장영주), violin (08:25)




Kerstin Feltz, cello (08:59)




Sergei Nakariakov, trumpet (06:48)




Nicola hall, guitar (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