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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517~12 돈이 메뉴얼이 된 한국사회

by 이성근 2014. 5. 16.

 

 

 

 

 

 

 

 516 ㅍ중앙-국민

 

 

 

 

 

 

 

 515 국민-514내일

 

 

 

 

 

 

 

 513 내일-경향

 

 

 

 

 513한겨레-512내일

 

 

 

 

 

 512 경향-510중앙

 

 

 516~12 경향 장도리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열린다.

경우회와 고엽제전우회 등의 단체 회원 2천500명은 오후 5시 30분부터 원탁회의의 촛불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 바로 맞은편인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참사 애도분위기 악용세력 규탄 국민대회'를 연다. 이들은 집회 안내문에서 "위로와 치유보다 갈등과 증오를 조장하고 해외에서까지 조국 얼굴에 침을 뱉는 무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프레시안)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400명 여명은 길거리에 흰색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았다.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자유복장이 다수였지만 경찰 정복과 군복을 입고 나온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묵념과 애국가 제창으로 행사를 시작한 국민대회는 이번 행사가 범국민촛불행동에 대한 '맞불집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사를 주최한 구재태 재향경우회 중앙회장은 "전교조, 민노총, 원탁회의 등 이 나라의 종북 성향 강한 단체들이 길 건너(청계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면서 "저들을 규탄하고 제압하기 위해서 오늘 우리가 국민대회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저들은 그동안 광우병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해군기지 반대를 주도해온 세력들"이라면서 "저들이 오늘 하루 2만 명 정도 모이겠지만 애국의 열정으로 가득찬 우리가 얼마든지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관련자 엄중처벌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세월호 실종자 귀환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이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구 회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추도를 하려면 검은 리본을 달아야지 왜 노무현(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노란 리본을 다느냐"고 말했다. 그는 "침묵하는 보수들은 일어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행사가 열린 동화면세점 앞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출구 앞이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자리에 앉아 연사들의 발언을 들었지만 50~60대로 보이는 일부 여성들은 전화기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한 여성은 A4용지를 1/4로 접은 쪽지를 들고 "6번출구로 오면 데리러 나갈게"라며 통화를 반복했다.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V' 표시가 기록돼 있어 출석표를 연상 시켰다. 기자가 이 여성에게 접근해 "친구분들을 오라고 하시는 것이냐"고 묻자 여성은 "그런 것 아니다"라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오마이뉴스)

 

 

 

세월호참사] "돈이 무슨 소용" 피해가족 생계비 신청 '저조' 517 한국

정부가 세월호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가족에게 생활안정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피해가족의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장례지원단은 생활안정 자금 신청을 받은 15일부터 지금까지 피해자 66명의 가족이 지원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전체 지원대상자인 세월호 피해자 461명의 가족 중 14.3%에 불과한 수치다. 세월호 탑승자 467명 중 구속된 선박직 직원 15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희생자·실종자·부상자 가족에게 4인가족 기준 약 253만원의 생활안정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피해가족은 "가족을 잃은 마당에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지원신청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김모(41·여)씨는 "돈 같은 것 필요 없으니 아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아들 판 돈인 것 같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복지부도 지난달 30일부터 사고로 소득활동을 하지 못한 피해가족에게 긴급복지 지원금 신청을 받았지만 비슷한 이유로 전날(16일)까지 신청자는 374가구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관한 가족 대책위 성명 전문

세월호 참사 한 달, 참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고 초기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최선의 구조를 얘기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국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말이 오가지만 참사와 관련하여 뭔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구조 상황에 대한 보도 행태는 한 달 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바로 오늘 이 순간 정부, 국회, 언론은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무엇이 최선인지를 밝히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1. 진도 팽목항과 샐내체육관에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많던 언론들도 조금씩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 실종자들을 부르는 가족들의 절규만이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모든 실종자가 가족 품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여전히 진행형인 세월호 참사는 그 끝이 보일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의 실종자 유실도 없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가 즉시 취해져야 합니다.

 

 

2.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소중한 가족을, 수많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저희는 이 슬픔과 분노, 아픔과 불산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싶습니다. 치유의 시작은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자기 반성이고, 그 완성은 철저한 진상 규명입니다. 진상 규명은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나 재난 대응에 대한 일부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적어도 다음의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첫째, 진상 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진상규명기구의 구성,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절차, 진상 조사의 증거 확보 등 진상 규명의 전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그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둘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 직·간접적인 원인, 침몰 전 및 최초 3일간 초동 대응, 구조·수습과정, 국회 및 언론의 대응, 가해자들에 대한 조치,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및 보상, 피해자 가족들의 치유와 지역사회 치유 등 전 과정을 그 조사범위로 하여야 하고, 그 범위를 다룰 수 있는 충분한 조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셋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현장 관련 공무원에서 교육기관, 정부부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공무원, 국회, 언론, 및 관련 민간인을 그 조사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그 언행, 여러 쟁점 관련 결정 및 집행 책임소재, 그 시기, 내용 및 방식 등의 적절성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청와대 보고 및 지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전 과정에서의 보고와 지시의 흐름, 예산의 결정과 집행의 흐름이 제대로 파악되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관련 민간기관의 문서 등의 정보공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섯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정부나 국회 주도가 아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진상조사기구는 관련 정부기관 등에 자료나 물건 제출요구, 관련자의 동행명령, 청문회 개최, 정당한 사유 없는 협조 거부 시의 제재 등의 조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관련 국회의 국정조사, 형사수사 및 재판, 감사원 및 정부 내 감사, 청와대 및 정부기관의 자체 평가 및 대안 제시, 특별검사, 민간 차원의 진상조사 등 여러 민·관 차원의 진상조사의 결과 등을 반영하여야 하고, 민·관 차원의 다양한 진사조사의 경우에도 관련 기관 등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곱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그 결과에 근거하여 책임 있는 관련기관 및 관련자에 대하여 민·형사상 책임, 행정적 책임 및 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덟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그 결과에 근거하여 관련 법제 및 관행 개선, 예산 조정,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매뉴얼 마련, 관련 정부기관, 민간단체들 간 위기대응협력스시템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시정 요구, 후속조치 조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어 유사한 참사에 대한 확실한 재발방지스시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3. 대통령께 요청 드립니다. 진정한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저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위기를 낭비하지 않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적·사회적 재건에 앞장서 주십시오.

 

 

4. 국회에 요청 드립니다. 저희가 요구하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합니다. 저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의 진정한 대표로 거듭나는 그런 국회가 되어주십시오.

 

 

5. 언론에 요청드립니다. 저희의 요구를 그대로 보도하여 주십시오. 더 나아가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조사하고 제시해주십시오. 철저한 진상규명이 완성될 때까지 비판과 감시를 이어나가 국민을 위한 언론으로 부활해 주십시오.

 

 

6.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요청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저희의 요구에 동참해주십시오. 서명을 해주시고, 권유해주시고, 받아주시고, 진상규명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나서 주십시오. 저희는 사고 첫날부터 국민 여러분도 힘을 보았고, 그 힘을 믿습니다.

 

 

저희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모든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가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소중한 생명은 오랜 기간 차디찬 바다 밑에서 우리의 치부를 하나씩 하나씩 드러낸 영웅들입니다. 이들을 단순한 희생자, 피해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영웅으로 만들 것인가는 온전히 살아있는 자들의 몫입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

 

 

2014년 5월16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및 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 대통령도 조사' 가족질문에 “박근혜, 확답피했다” 516미디어오늘

유가족과 면담서 ‘특별법 민간인 조사권 부여’에도 부정적 “검찰수사 공유가 더 효율적”

 

 

세월호 침몰 한달째를 맞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들과 만나 본인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고 유가족이 전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6분 청와대 본관 1층에서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 17명과 전격적인 면담을 통해 이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주요 질의사항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확답을 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은 전날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제안해 애초 비공개를 요구했으나 16일 아침 회의를 통해 언론에 공개하는 쪽으로 다시 합의함에 따라 이날 오후가 돼서야 면담 사실이 공개됐다.

 

 

이날 면담을 마치고 나온 가족 대표단은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면담 당시 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면담 과정에 대해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 면담할 때 기대감도 많고 생각도 많이 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많은 문제점 해결책, 대안,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안 방향을 일부나마 듣고 위안을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만나 “사고초기 잘못된 대응, 전혀 구조안했는데 하고 있다고 보도된 것, 현장에서 거짓말로 나타난 구조작업의 내용 등을 소상히 언급했으며, 현재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생계문제 및 직장에서의 타격 등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은 말씀을 전했다”며 “여기에 대해 대통령은 수긍하면서 적극 검토하고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가족들이 대통령에 요구한 사항에 대해 △실종자가 단 한 명도 없이 가족 품에 돌아오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고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함과 동시에 가족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뿐 아니라 △참사 이후 구조 및 모든 수습 과정의 전 과정을 조사범위로 하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충분한 조사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진상조사와 관련해 “지위고하 막론 성역없이 모든 대상을 조사대상으로 규명 이뤄져야 하며, 모든 정부기관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진상규명은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관에서 강제적 조사권을 갖고 충분한 인력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민간 차원의 조사결과도 반영하되, 민간차원의 다양한 조사결과의 경우에도 관련 기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민형사상 책임·행정적 책임·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 요구했다. 이들은 진상규명의 결과에 근거해 관련법제 및 관행이 개선돼야 하고, 그 이행 강제를 위한 시정요구 및 후속조치의 절차가 진행돼 유사한 참사의 재발을 막는 방지시스템 마련돼야 한다고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런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한 뒤 성명 내용 가운데 특별법과 관련해 대통령을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는 점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고 유 대변인인은 전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법 안에 수사 조항이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대통령 등 모든 공무원 에 대한 모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목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대통령을 타깃으로 법만든 것 아니냐’는 곡해어린 말을 하는데,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며 “박 대통령은 질문에 대해 확답 피했다. 대신 특별법에 포괄적 의미에 대해 공감했으며, 다른 관련 질문이 있을 때엔 ‘특별법에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법의 개정과 실행시 지지해줄 것이냐고 하자 박 대통령이 ‘법은 국회에서 만들고 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많은 논의와 토의를 거쳐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된 위원 중 민간위원에도 강제조사권이 부여되는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부정적인 취지로 답했다. 유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격을 얘기할 때 충분한 조사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민간이건, 정부기관이건, 검찰이건 관계없이 수사권을 갖고 일해야 철저한 조사가 가능하니, ‘민간인에게라도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현재도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으니 유족과 공유하면서 유족 뜻이 반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 123명 "국가개조 위해 박근혜 퇴진해야" 516 오마이뉴스

교사 이어 실명으로 시국선언 이어져..."정부 도대체 뭘 했나"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공무원노동자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넋들을 애도하며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과 참담한 슬픔을 함께 합니다.

 

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의 눈앞에서 수많은 생명이 바다속에 수장됐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정부의 총체적 부실과 무능(부패)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사고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살인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적폐의 근원적 척결과 전면적 국가개조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함을 분명히 밝히며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국선언을 한다.

 

 

"가만히 있으라"

차디찬 바다 한가운데 침몰하는 세월호 배안에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만 강요되었던 말이 아니다. 탐욕에 찬 자본과 경제성장이 최우선인 친자본 정권이 그동안 입이 닳도록 외치던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고,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썩어빠진 공권력이 한 말이고, 회계조작으로 정리해고 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25명이나 사회적 타살을 당할 때 쌍용자동차 자본과 정부가 한 말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때 현대자동차 자본과 정부가 한 말이고, 승객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철도민영화 반대 요구에 코레일과 정부가 한 말이고,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을 천명하고 일어선 공무원노조를 12년간 탄압해온 정부가 한결같이 한 말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아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세월호 참사 직후 48시간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국가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은 박근혜대통령에게 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 34조 6항을 수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구조를 애타게 기원하며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철저히 돈과 권력에만 반응했다. 구조는 시늉만 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엔 단 한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이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공약이 "안전한 대한민국" 이고, 취임사에서는 "안전한 사회 만드는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하며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잔재주까지 부렸으나 결과는 "안전한 박근혜 권력"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국가기관 선거개입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등은 대표적인 권력기관의 사유화로 기록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죽음으로 몰지 말고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평생을 자숙하길 요구한다.

 

 

2014.4.16일 세월호 참사에는 생명 보다는 돈이 먼저였던 탐욕한 자본이 있었다. 구조 보다 의전이 먼저였던 무능한 공무원들이 있었다. 진실보다는 권력이 먼저였던 추악한 언론이 있었다. 국민의 복지나 안전은 뒷전이고 성장논리와 규제완화가 먼저였던 이명박근혜 정권이 있었다. 이들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어린생명들과 국민들을 죽였다.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예견되는 효율성과 수익성만 앞세운 민영화에는 인권, 안전, 노동권, 공공재는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밝혀진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국민의 구조마저 민간위탁을 한 사례는 민영화가 얼마나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민영화를 당장 멈춰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가 개조를 말하고 있으나, 박근혜 정권 초기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는 마치 비리청문회를 보는 듯 거의 대부분의 후보들이 사죄하고 송구하고 위장전입 세금탈루는 기본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일명 "관피아"라 불리는 낙하산인사들은 모두 박근혜대통령이 임명하였고 고위공직자나 유력정치인들이 임명되었다. 따라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적폐의 근원적 척결과 전면적 국가개조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한다.

 

 

이에 결연한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총체적 부실과 무능 · 태생적 불법정권,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한다.

하나.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 등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다시는 내 아이들과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하나. 정의로운 시국선언 교사노동자에 대한 징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5월 16일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선언자

 

 

 

연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책임 정부, 준엄한 심판 받아야”

연대 교수 131인 스승의날 앞두고 “스승답지 못해 반성”…“사실왜곡 언론도 자성해야”

 

연세대학교 교수들의 성명 전문이다.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은 비탄한 심정으로 참회하고 성찰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꽃다운 나이에 어른들의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가 숨을 거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이들과 함께 끝까지 곁에 있다가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아들딸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는 부모님들, 아직 시신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부모님들의 처참한 심정에 가슴깊이 동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분을 망각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해경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왔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대처 및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번 참사를 철저히 파헤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희들이 보기에,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합니다. 먼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우리 교수들부터 진지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을 진 모든 이들도 우리의 반성과 참회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안전•자유•행복의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면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들 또한 공정경쟁을 왜곡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정경유착이라는 낡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합니다.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합니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구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격려하던 어린 학생들은 엄중한 역사적 숙제를 안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죽음 앞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근본적인 참회와 성찰에 기초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과 비리, 생명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석에서 말끔히 제거될 때까지, 그리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반성과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이들에게 엄숙하게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 아들딸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간절히 빕니다.

 

 

2014. 5. 14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

 

강상현, 강승혜, 강정한, 고광윤, 권수영, 권영준, 기하서, 김갑성, 김경모, 김도형, 김동노, 김동현, 김동환, 김명섭, 김성보, 김성태, 김세익, 김시호, 김영희, 김왕배, 김용민, 김용준, 김종철, 김준일, 김준환, 김철, 김충선, 김태환, 김택중, 김학진, 김학철, 김현미, 김현숙, 김혜림, 김호기, 나윤경, Linda Kilpatrick-Lee, Michael Michael, 마광수, Mandel Cabrera, 문상영, 문정인, 문창옥, 박경수, 박상영, 박상용, 박애경, 박준성, 박찬웅, 방연상, 백경선, 서상규, 서현석, 서홍원, 설혜심, 손영종, 손창완, 손호현, 송인한, 송현주, 신동빈, Anthony C. Adler, 안춘수, 양재진, 양혁승, 여인환, 오홍석, 원재연, William L. Ashline, 유현주, 윤대희, 윤태진, 윤혜준, 이경원, 이덕연, 이동귀, 이삼열, 이상길, 이원용, 이윤석, 이윤영, 이재원, 이종수(법전원), 이지현, 이진호, 이태정, 이태호, 이한주, 이희경, 장원섭, 전광민, 전수진, 전지연, 전현식, 정석환, 정애리, 정의철, 정종락, 정종열, 정종훈, 정희모, Jen Hui Bon Hoa, 조문영, 조용수, 조재국, 조현수, John M. Frankl, Joseph Hwang, 차혜원, 최건영, 최우영, 최윤오, 최종건, 최종철, 최준호, Carl Sobocinski, Krys Lee, Tae Lee, Terence Murphy, Pearl Kim Pang, Paul Tonks, 하연섭, Hans Schattle, 한균희, 한승헌, 한웅, 허대식, 현승준, 홍길표, 황금중 (외국인교수 15명을 포함한 총 131명)

 

 

 

교사 1만 5천여명, "박근혜 대통령 자격 없다" 515미디어오늘

43인 교사 퇴진운동 선언 이후 정부 책임 요구 선언문 발표...교육부 징계는 "국민에 대한 징계"

 

 

교사 43인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선언에 이어 교사 1만 5853명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3만 5천여명이 교사들이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한 이후 대규모 선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5일 전교조 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발뺌과 속임수로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공직자들, 남이야 어찌 되든 제 자리부터 챙기고 보는 지도자들이 활개 치는 한, 권력에 빌붙어 정권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언론이 국민들의 귀를 사로잡는 한, 순박한 영혼들만 뒤에 남아 얼싸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참극이 끝없이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적극 행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서 아이들이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 때, 대통령께서는 공직자들에게 문책 위협을 하신 것 말고 무엇을 했느냐. 수명을 다한 낡은 유람선이 꽃다운 생명을 가득 태우고 기우뚱거리며 죽음의 바다를 향해할 때, 탐욕스런 자본가들이 승객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화물 적재량을 속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을 때,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고귀한 생명을 하나라도 건질 수 있었던 사고 초기단계, 그 금쪽같은 시간에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혼선과 무능 그 자체였다. 아니 생명을 구하려는 최소한의 책임마저 방기했다"며 "국민은 대통령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부실한 구난 시스템과 함께 가슴이 내려앉은 국민들은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 앞에 또 다시 넋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강압과 통제로 합리적 의심을 봉쇄하는 것으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의 책무 불이행을 뼈저리게 고백하고 이제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책임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 대통령은 무한 권력자가 아니라 무한 책임자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사 선언은 지난 9일부터 전국에 있는 학교로 선언문을 배포하고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따지지 않고 선언문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실명을 밝히고 서명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이번 교사 선언을 박근혜 대통령 퇴진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책임 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정부를 원한다. 정부는 사고가 사건으로 변할 동안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무능을 넘어서 방조했고 그 방조가 전 국민적 슬픔을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그 방조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와 그리고 이 사회가 자본으로부터 정권의 이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제시할 수 없다면 이 정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43명의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이번 교사 선언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징계 사태가 우려된다. 교육부는 15일 "위법한 교사선언 관련자에 대한 조치사항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교사 43명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선언은 국가공무원법 65조(정치운동의 금지), 66조(집단행위의 금지) 등을 위반한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소속과 직급을 파악하고 참여경위를 조사해 오는 20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김정훈 위원장은 교육부의 징계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정권의 입맛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재단하고 징계 받는 상황이 '가만히 있으라'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며 "소위 말한 징계 칼날이 온다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징계다. 어떤 정권도 국민을 징계할 수 없다. 맞서 싸우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징계가 가시화되면 법률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징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국가공무원법에 규정한 정치적 중립성 역시 수업 시간인 공무 중에 제한돼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선언은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교육부의 징계가 국립 초중고등학교, 사립 학교 교원, 교직자에게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공무원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지금까지 독재 정권 시절이든 사회에 대한 발언을 했을 때 국공립대 교수에 대한 징계는 거의 없었다"며 "똑같은 법 체계 안에서 교수들은 넘어가고,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공립 교사 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해서도 징계 칼날을 들이댔다. 법적으로 따지면 인위적으로 징계하고 자의적인 탄압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징계가 확정되면 이에 반발해 교사들의 제2, 제3의 선언으로 연쇄,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하병수 대변인은 "국민과 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요구하는 선언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는 교사 선언에 이어 오는 17일 전국교사대회에서도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을 규탄할 계획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애도 수업과 공동 수업을 진행한다. 전교조는 또한 5월 23일과 24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1박 2일 행진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윗선, '서울지하철 사고 키워서 보도' 지시"516 오마이뉴스

KBS노조, "박원순 서울시장 겨냥" 의혹 제기... KBS "사실무근, 심층보도 당연"

 

 

KBS 윗선이 보도본부에 지난 2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사고를 키워서 보도하라며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KBS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16일 오전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비중과 어떤 시각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매우 민감한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서울 지하철 사고를 키워서 보도하라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졌으며, 실제로 관련 뉴스가 확대 재생산돼 연일 톱뉴스로 보도됐다"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서울 지하철 사고는 새누리당에는 호재,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는 큰 악재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KBS 뉴스가 보인 행태는 지하철 사고 관련 보도를 어떻게든 여권에게 유리하도록 보도하려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일 KBS <뉴스9>는 관련 리포트를 머리기사를 포함해 8꼭지를 연달아 방송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머리기사를 포함해 6개의 리포트가 방송됐다. 반면,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식 사과는 <뉴스9>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KBS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KBS 홍보실은 노조의 기자회견 뒤 낸 입장에서 "당시는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안전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심한 상태에서 '시민의 발'인 지하철 차량의 추돌사고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면서 "특히 해당 지하철 사고는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초기 대피 방송 부실과 안전시스템 문제 등이 초기부터 유사했다는 점에서 외부 언론들도 중점적으로 다룬 뉴스였다"고 밝혔다.

 

 

KBS 홍보실은 이어 "공영방송 KBS가 대량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하철 사고를 신속히 보도하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심층취재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인데, 이를 지방선거 개입으로 몰고 가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S뉴스, 여권 승리 위한 선거홍보도구로 전락"

노조는 윗선 개입의 근거로 익명의 보도본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노조는 "보도본부를 상대로 집중적인 취재를 벌인 결과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현진 KBS노조 부위원장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복수의 보도본부 국장·주간급 간부가 증언한 내용"이라면서도 '윗선'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5월 들어 회사 고위층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외압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고 첫날부터 작은 사고는 아니지만 큰 부상자가 없는데 지나치게 키운다는 의견이 일선 취재부서 등에서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노조는 "한 관계자는 특히 '사고 다음날인 3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당초 톱뉴스가 휴일스케치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헬기가 못 뜬다는 등의 이유로 뉴스 편집이 새롭게 조정되더니 지하철 사고 관련 보도가 톱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면서 "이 관계자는 또 '취재부서에서도 당초 리포트 발제가 적었는데 나중에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3일 <뉴스9>에서는 오전 편집회의 때 논의된 것보다 2배 많은 리포트가 방송됐다. 노조가 공개한 사회2부 사건팀 취재계획에는 '지하철 추돌 사고 수사 속보', '위기에서 빛났던 시민 의식', '툭하면 사고, 지하철 왜 이러나?' 등 3건의 서울 지하철 사고 보도가 담겼다. 하지만 오후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뉴스9>에서는 6꼭지의 서울 지하철 사고 리포트가 방송됐다.

 

 

노조는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 개입행위"라고 비판했다. "특정 정당과 후보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상의 선거 개입행위가 아닐 수 없다"면서 "방송법이 규정한 보도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작태이자, KBS 뉴스를 사랑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기망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장이 청와대의 하수인임을 자인하고 보도국장이 청와대 면접을 보고 온 순간 KBS는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KBS뉴스마저 '윗선의 개입'에 의해 여권의 승리를 위한 선거홍보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현진 부위원장은 "방송법·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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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고향'에 '박근혜 바람'만 불었던 부산…선택은? 516 노컷뉴스

부산은 지금 여권의 든든한 후원자로 남을지 야권을 향해 빗장을 풀지 갈림길에 서 있다. '노무현의 고향'이었지만 최근 선거 때마다 분 건 '박근혜의 바람'이었다. 2004년 보궐선거 당시 탄핵 역풍과 노무현 대통령의 구애에도, 2006년 선거 때는 당시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 여파로 새누리당의 본거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곳이 부산이었다. 당시 두 번의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유력후보는 오거돈 전 장관이었다. 그는 오는 6·4 지방선거로 3수를 도전 중이다. 그만큼 인지도가 높고 동정론도 인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번에는 무소속이라는 점이다. 올해 초 독자세력화를 추진했던 안철수 의원이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그는 한사코 거리를 둬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야권 단일화에 나서고 있다.

 

 

 

단일화 상대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는 개혁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아니라 3류 도시로 전락했다"면서 "야당 시장이 한 번이라도 당선됐다면 감히 이럴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열린우리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18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복당 뒤 서울에서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3당 합당 이후 여권의 아성인 부산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단일화 협상을 벌여오던 김영춘, 오거돈 후보는 지난 15일 '7대 부산 개혁과제'에 전격 합의했다. 부산 대개혁과 기득권 타파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고리원전 1호기 폐쇄 등 안전 문제와 행정개혁, 복지강화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본선 경쟁력을 앞세웠던 오 후보에 맞서 개혁성을 내세운 김 후보의 고집 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단일화 합의 번복 소동 등 불협화음이 다소 수그러들었고, 양측이 밤샘 협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단일화의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두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합산할 경우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를 앞지르기도 하지만 각 후보의 지지율이 단일후보에게 그대로 옮겨갈지는 알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는 좋지만 민주당은 싫은' 유권자가 떨어져 나간 선례가 있다. 갤럽의 2012년 9월 넷째주 지지율 조사를 보면, 부산·울산·경남 유권자들은 '박근혜 51%-문재인 19%-안철수 22%'였지만 야권 단일화 이후 같은 기관의 12월 셋째주 조사에서는 '박근혜 55.4%-문재인 34.1%'로 나왔다. 문재인 후보의 실제 대선 득표율은 이보다 조금 높았지만 애초 야권 후보 지지율의 합산인 40%선을 넘지는 못했다.

 

 

반면, 지방선거가 행정가를 뽑는 선거인 데다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44.57%를 몰아준 만큼 부산 표심이 야권에 야박하지만도 않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역시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 '51대 49'의 접전이라면 후보 이름 세글자만이 아닌 '안철수-문재인'의 지원사격으로 임계점을 넘는 승부를 걸어볼 만도 하다.

 

이에 맞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4선의 서병수 후보는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있다. 정권에 가까운 만큼 '힘 있는' 후보론을 내세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유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을 그는 우선 공약으로 내걸며 자신했다. 그는 경선 직후 후보수락연설에서 "자랑스러운 새누리당 시장 후보로서 압승해 부산을 발전시키고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박근혜 없는 박근혜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민심’인 여론조사의 열세를 '당심'인 친박계 조직표로 뒤집은 만큼 '박심 마케팅'으로 바닥표심을 긁어모으는 게 그의 과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오거돈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인식이 분명히 부산에는 있다"고 했고, 부산시당 관계자는 "4년 전 55%대 득표는 역대 최하로, 그 밑으로 떨어지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야당 바람이 불어도 부산은 지지 않는다. 한 표 차로 이기더라도 이기는 데가 부산”이라고 확신했다.

 

 

김영춘 후보 사퇴... 오거돈 부산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516 경향

 

"국가를 못 믿겠다!"…'거부권' 행사하는 국민 516 프레시안

[기고] 침몰하는 한국사회, 다시 일으키려면-이병철 평화협력원 핵비확산센터 소장

맹자가 말하길, "백성이 가장 귀하며, 사직(社稷)은 그다음이고, 군주는 가벼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텔레비전 앞에서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는 내내 국가가 이 정도로 무기력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적어도 배가 완전히 기울기 전 어떡해서든지 선내로 들어가서 몇십 명의 생존자를 데리고 나오리라 기대했습니다. 국가는 그런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기만했습니다. 이는 국가의 직무유기입니다.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헌신과 충성을 기대하기가 더 이상 어렵게 됐습니다. 국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조적인 자신감을 토로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망가진 국가의 권위에 대한 시민적 불복종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쩌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도 국가를 떠날 수는 없다"는 정언(正言)조차 '심리적 망명'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내파(內波)를 지닌 올곧은 시민적 저항 앞에서는 포말처럼 이내 소멸되고 맙니다.

 

 

국가에 대한 신화와 관료제에 대한 믿음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지금은 정의롭지 못한 국가가 스스로 초래한 정당성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도덕적 가치와 신뢰를 상실한 관료제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길러야 한다"는 미국의 사상가 서로우(H. D. Thoreau)의 100년도 훨씬 지난 주장이 지금 이 땅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 비극적인 아이러니 입니다.

 

 

최고 통치권자 대통령이 유가족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한) 그게 바로 명령입니다"가 노회한 관료들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렸을 게 분명합니다. 저는 그렇게 해석됐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여태껏 국민적 공분(公憤)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임기 초반인 대통령으로서는 모욕일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레임덕의 전초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면 돌파가 해법입니다.

 

 

부족한 자본과 기술만으로 이미 앞서나간 서구를 급히 뒤쫓아 간 '압축혁명' 발전전략을 수립·집행한 것처럼 국가개조 역시 혁명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경성국가(strong state)의 관성에 젖어 있는 관료제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 이번에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가 시스템 개조과정에서 관료는 철저하게 보조자로만 머물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들을 또다시 전면에 내세운다면 안약으로 산불을 끄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문제의 진단이 어긋나면 처방 또한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대통령이 올바른 진단을 했는지는 처방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권위주의화 한다고 했습니다. 내면화된 철밥통 관료제는 시민사회로부터 더욱 엄중한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시대정신이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해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세력관계의 산물입니다. 말하자면, 특정 집단들 내 인사이더들 간 암묵적 공모의 결과였습니다. 무슨 마피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이들은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이야 무슨 소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사이더들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는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인사이더들은 그리고 그들끼리만 정보와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이를 집행합니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라도 다른 인사이더들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자 이들만의 오래된 불문율입니다.

 

 

이처럼 권위적인 국가권력 아래에서 관료들의 관성적 저항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를 혁파하고 관료들이 배제된 국가 시스템 창출을 수용할 용기가 있는지 "뜨지 않는 간장독처럼 부글부글 끓는"국민들은 지켜볼 것입니다. 분노란 본래 불의에 대한 감정의 이기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분노에서 이기적 요소가 조금씩 배제된다면 그 분노는 분명 정의를 이루는 순수한 매개(媒介)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시민사회의 자발적 동의에서 구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해졌습니다. 이제는 시민세력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줄기차게 호명(呼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에 진실 되게 답해야 합니다. 백성이 최고로 귀하다면, 침몰했어야 할 것이 국가를 멍들게 하고 국민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무능한 관료제였음을 대통령 스스로 마지막으로 참회하듯 고백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경향이대근칼럼]박근혜 극장 516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관해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그 하나는 의외로 공감할 줄은 모르면서 책임회피는 잘한다는 사실이다. ‘순수 유가족’ ‘70년 적폐’ ‘유언비어’. 이 용어만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보는 시선이 보통 시민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70년 적폐론은 ‘세월호 참사는 70년 전부터 쌓인 결과다. 내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의미다. 그는 주요 회의 때마다 유언비어로 사회가 불안하다고 주장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민심이 흉흉한 건 나 때문이 아니라 유언비어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는 핵심을 파악할 줄 모르거나 정직하지 않다.

 

 

우리는 그가 정쟁 유발로 국면을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자리를 내놓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NLL 포기라며 1년 내내 소모전을 이끌던 이가 알고 있던 걸 박 대통령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쟁 그만두기를 바랄 때 박 대통령이 싸움을 거들고 은근히 부추긴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그가 이미지 정치에 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장관 여럿을 모아 놓고 가르치거나 잘못을 지적하며 고쳐주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어떻게 혼자 빛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순발력과 즉흥성이 뛰어나야 한다. 그는 그것도 잘한다. 어느 신문이 국가개조론을 제기하자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걸 받아서 반복했다. 공직사회를 질타하던 날에는 그날 아침 신문에 실린 ‘관피아’ 기사를 거의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개혁가 이미지로 바꾸고 책임 전가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관료에 의존해 국정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상황에 맞게 대사를 고치고 연기할 수 있느냐가 문제 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국제무대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핵안보가 의제였을 때다. 북핵 문제로 핵의 위험성을 부각하면 모양이 좋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영변 핵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설을 했다. 이 근거 없는 폭로에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그에게는 국제회의에서 주목받는 게 우선이었다. 지난해에는 한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학생들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역사를 수능 필수 과목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지도자가 뭔가 보여주는 그럴듯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건 성인도 헷갈리기 쉬운 남침·북침 용어를 사용한 엉터리 여론조사였다.

 

 

우리가 몰랐던 것도 있다. 그는 무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침몰 다음날 신속히 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지휘했다. 그것까지는 모양이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잘 알다시피 아무것도 없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때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할 때도 그랬고, 창조경제와 공기업 개혁을 내세울 때도 그랬다. 깃발만 나부낄 뿐 제대로 한 게 없다. 그 높은 지지율은 무엇에 쓸모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자주 정치적 적대, 당파적 비판을 위해 동원하느라 본래의 의미를 잃은 오염된 언어가 됐지만 그것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표현력이 부족해도 어쩔수 없다. 무능한 건 무능한 거다.

 

 

그가 이미지에는 능하면서 현실에서 실패한 이유는 단 하나, 현실과 직접 부딪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현실이란 우아하지도 않고, 멋지게 말하고 행동할 기회도 좀처럼 주지 않는 불친절한 공간이다. 그래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가공된 현실, 무대가 필요하다. 배우는 준비되어 있다. 통치 행위가 연극적일수록 현실과 괴리되었고, 그럴수록 그는 무능해졌고, 그 무능 때문에 더욱 연극적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능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소비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그의 이미지와 현실의 충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충돌로 찢긴 곳을 메우기 위해 그도 달라지기는 했다. 부하로부터 사과받는 대신 부하 앞에서 사과하는 정도로는 변한 것이다. 그러나 정권위기 상황에서도 지지율은 40%대다.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그가 아직도 두 다리로 현실을 딛지 않고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걸쳐 있는 이유다. 거품이 더 커져 40%대를 넘으면 그는 다시 극장으로 들어갈 것이고, 거품이 빠져 30%대가 되면 완전히 극장 밖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박근혜를 원하는가

 

자본주의, 참사의 문고리를 잡고 웃다 [한겨레21 05.19 제1011호]

 

 

재난은 당사자에겐 절망이지만 시장엔 기회다. 기괴한 셈법이다. 절망을 복구하는 과정 자체가 수요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재해 발생시에 경제성장률은 평시보다 오히려 웃돈다는 연구가 ‘파괴의 경제학’이라고도 불리는 재난경제학 안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어떤 극단적인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재난을 틈타 시장의 외연을 확장한다. 이른바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다. 민간에 국가의 기능을 아웃소싱한 정부는 재난을 막을 능력이 없다. 발생한 재난 상황을 해결할 능력도 갖지 못한다. 국가의 부수적인 분야를 먹고 살았던 시장이 핵심 기능까지 먹어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은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더욱더 잠식해 들어간다. “이 정부는 무능하고 대중은 충격에 빠져 있으므로.”

 

결국 문제는 돈이었을까. 바다 밑에서 여린 손들이 붙들었던 희망을 하나둘 놓아버릴 때, 때 묻은 손들은 뭍에서 흥정의 전표가 될 구조 실적을 단단히 붙들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20여 일 동안 한국 사회가 쉼없이 분노한 것은, 재난의 절망을 밟고 선 자본의 욕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이라는 핵심적인 책무마저 시장에 내준 뒤였다. 충격과 절망을 엔진 삼아 달리는 재난자본주의의 징후를 세월호 참사 속에서 짚어봤다.

 

 

100만달러짜리 계획 그리고 카트리나

2005년 8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무려 25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직접적인 피해보다 오랫동안 미국인들을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미국 정부의 무능력이었다. 미 연방긴급사태관리국(FEMA)은 그로부터 1년 전인 2004년, 루이지애나주로부터 허리케인 대비자금을 요청받았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FEMA는 민간기업에 100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주고 재난 계획 설계 용역을 맡겼다. 매뉴얼은 완벽했지만, 정작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 매뉴얼대로 된 것은 없었다. 후속 조처를 취할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그악스러운 것은 자본의 탐욕이었다. 그해 9월 뉴올리언스는 미국 내 ‘그린존’(이라크 내 미군 주둔지역)이 되었다. 이라크전으로 몸집을 불린 민간 경비업체들이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주검 처리를 맡은 상조업체는 최대한 천천히 주검을 수습해 비용을 극대화했다. 부시 정부는 공공 분야 노동자의 급여를 위한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뉴올리언스시의 요청을 거부했다.

 

“구조 현장에선 민·관·군의 공조가 필수적이어서 그동안 모든 민간 단체가 동등하게 참여해왔습니다. 세월호 구조 현장은 공공성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운영이에요.”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

 

돈 때문에 사고를 막지 못했고, 사고가 일어나자 다시 돈을 좇는 이들이 끼어든다. 정부는 무능해선지 부패해선지, 적극적으로 그들의 손아귀에 책임과 권한을 내준다. 재난 현장은 돈벌이의 장이 된다. 캐나다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클라인은 저서 <쇼크 독트린>에서, 이처럼 재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의 공습을 ‘재난자본주의’라고 이름지은 바 있다. 10년 전,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진 이 재난극에는 기시감이 있다. 재난의 스케일이 다르고 유발 요인이 다르지만, 비극의 본질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많이 다르지 않다. 재난을 취하고 재난을 배설하는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한 푼이라도 건지려는 자본의 탐욕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단 사실은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명백해지고 있다. 세월호는 실을 수 있는 최대 적재 화물량(1070t)의 세 배에 달하는 화물(3608t)을 싣고 있었고, 이미 20년 가까이 사용해 낡은 선박에 승객을 더 싣기 위해 객실을 늘렸다. 수사본부는 지난 5월8일 김한식(71) 청해진해운 대표를 체포해 세월호의 과적 운항 등을 실질적 오너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구속된 안아무개(59) 청해진해운 해무이사는 세월호의 증축을 맡은 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물신주의가 가져온 재난을 목격한 것이 우리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충남 태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2007년)…. 한국 사회에서 인적 재난은 대개 비용을 아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에 부패한 관료가 눈감아주면서 발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의 재난’,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가져온 재난은 사실 세월호 참사에서 새로운 충격이 아니었다. 더 큰 충격은 재난의 현장까지 밀고 들어온 자본의 셈법, 그러니까 ‘재난의 자본주의’에 있었다.

 

 

“구조나 수색에선 정부보다 민간 실력이 낫다”

누구보다 먼저 세월호 참사 현장의 이상 기류를 감지한 것은 오랫동안 구조 현장을 뛰어다닌 민간 잠수부들이었다. “구조 현장에선 민·관·군의 공조가 필수적이어서 그동안 모든 민간 단체가 동등하게 참여해왔습니다. 세월호 구조 현장은 공공성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운영이에요.” 30여 년의 잠수·구조 경력을 가진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의 비판이다. 협회 소속 민간 잠수부들은 지난 4월17일 전남 진도 사고 해역에서 부표·유도선 설치 작업을 하고도 18일엔 입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날씨가 아니라 사람이 이들을 막았다. 해경은 민간 잠수부들에게 접수처에서 사전 등록을 하고 입수할 것을 지시했다. 접수를 맡은 곳은 해경 산하 법정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였다. 해양구조협회와 해경은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구조 참여를 지연시켰고, 구조 작업은 해양구조협회의 회원사인 ‘언딘마린인더스트리’(언딘)가 독점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 민간 잠수사들의 주장이었다. 한술 더 떠 해경은 “구조나 수색 이런 점에선 오히려 (정부보다) 민간(언딘)이 실력이 낫다”고도 말했다.

 

“해경이 국가적 참사 앞에서 이권을 앞세운 정황도 놀랍지만, 사실 끔찍한 것은 공권력 스스로가 무능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해경 관계자는 대놓고 언딘이 해경보다 낫다고 인터뷰했다. 앞으로 선박 사고가 나면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하지 말고, 더 능력 좋은 민간 구조업체와 계약해 일을 처리하라고 정부가 이야기한 셈이다. 이런 식이면 아마도 조만간 여객선 요금에는 옵션으로 ‘민간 구조업체 이용금’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의 지적이다.

 

 

“회원 모집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 민간 잠수부들은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서 공공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한다(위).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수사 범위를 해경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28일 검찰이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를 압수수색한 뒤 떠나고 있다(아래). 뉴시스, 한겨레 김성광

 

해양경찰청 산하 법정단체인 해양구조협회가 발족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난구호법 개정안이 2012년 8월 시행되면서 단체가 꾸려졌다. 개정 법안은 “해수면에서의 수색 구조·구난에 관한 기술 등의 연구·교육훈련”과 “행정기관이 위탁하는 업무의 수행” 등을 위해 ‘한국해양구조협회’를 설립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인명 수색·구조를 위해 설립한 협회라고 하지만 회원사들의 면면은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6개 조선사가 이름을 올렸고 당연직 회원으로 한국선급·선박안전기술공단 등 선박 안전을 검사하는 법인,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선주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해난 사고가 생기면 구난·구조에 협력하기보단 해경이 수사해야 할 단체들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은 모두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해운산업의 이권이 난마처럼 얽힌 이 ‘민간 단체’에서 언딘의 김윤상 대표이사는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함께 부총재직을 맡아왔다. 김 전 청장이 지난 5월7일 결백을 호소하며 부총재직을 사직했지만 해양구조협회와 해경, 언딘의 유착관계에서 의혹의 눈길을 거두기 어렵다. 해경은 왜 이 협회를 만들었을까.

 

“저희들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구조) 네트워킹을 잘 만들어놓고 활성화를 시키면 예산도 절감되고.” -2011년 10월 임창수 해양경찰청 차장

 

 

“저희들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구조) 네트워킹을 잘 만들어놓고 활성화를 시키면 예산도 절감되고.” 2011년 10월 국회 법안심사소위 자리에서 ‘수난구호법 전면 개정안’을 두고 임창수 해양경찰청 차장이 내놓은 설명이다. 해상 치안을 담당하는 해경 간부가 국민의 안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두고 ‘비용’과 ‘예산 절감’을 운운할 때,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예고돼 있었는지 모른다. 끝내 국가의 책임을 놓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였던 김진애 전 의원은 “공공의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며 입법 반대 의견을 냈다. “해양 사고는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일어났을 때 지휘가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저는 공공에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양경찰청에서는 (구조에서) 손 떼는 방식이 될까봐 굉장히 우려스럽고요.” 이어 그는 말했다. “보통 이렇게 연합회 만드는 일이 대개 정부에서 보조금 받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보조금)을 빼고서 한다고 했으나, 이렇게 해놓고 나면 뭔가 보조가 안 들어가려야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김 전 의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설립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은 해양구조협회를 공익활동지원사업자로 선정해 5900만원의 보조금을 줬다. 지난 4월에도 국무총리실이 2천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다가 논란이 일자 승인을 취소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해경은 반강제적인 유료 회원 유치에 나섰다. 해양구조협회 회원 1만여 명 중 해양경찰관이 23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1월에는 일선 해양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해양구조협회 회원 모집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협회에 가입한 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딘에 대한 정부 투자가 여러 경로로 이뤄진 점도 의혹을 산다. 언딘의 201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최대주주인 김윤상 대표이사가 지분의 64.5%를 보유한 데 이어 정부 투자기관이 29.92%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도 적지 않다. 2012년 5760만원 수준이던 정부 보조금은 지난해 2억3409만원으로 올랐다. 중소기업청과 해양기술원에서 연구과제 지원 용도로 제공한 연구비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30억원이 넘는 차입금의 지급보증을 해줬고 성남시는 언딘이 시중은행에서 빌린 5억원의 차입금에 이자를 일부 내줬다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정부 투자와 보조금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대개 5~10% 수준에 그치는 지급보증이 2013년 매출액(151억원) 대비 30%에 이르는 점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의혹을 받아온 언딘은 지난 5월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 내부적으로 인양을 포기하자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업무가 아니게 된 ‘경비’”

기실 ‘재난의 자본주의’는 언딘이나 맹골수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무능을 극단적 형태로 세월호 참사에서 보고 있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국가가 담당하던 국민 안전의 상당 부분을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에 이관해왔다”고 한지원 연구실장은 지적했다. ‘경비’ 업종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 민간 경비산업은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 계열사 에스원은 2000년 매출액이 3천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조3천억원에 이른다. 경비업체 수도 2001년 1900개에서 3600개로 급증했다. 등록된 경비원 수는 1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에서 경비는 이제 경찰의 업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비는 ‘돈’이 있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됐다는 의미”라고 한 연구실장은 말했다.

 

나오미 클라인이 참사 이후 뉴올리언스의 상황을 ‘재난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격리 또는 분리 정책)’라고 설명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얼마 전만 해도 재난은 사회적 단합이 일어나는 시기로 여겨졌다. 즉, 하나로 뭉친 지역사회가 구역을 따지지 않고 합심하는 보기 드문 순간이었다. 그러나 재난은 점차 정반대로 변하면서 계층이 나뉘어 있는 끔찍한 미래를 보여주었다. 경쟁과 돈으로 생존을 사는 세상 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직후 미국토목학회는 미국이 도로·교각·학교·댐 같은 기반시설 관리에서 상당히 뒤처졌다고 지적했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대신 미국 내 재난 대처 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5년 미국 애틀랜타의 한 도시는 연간 2700만달러를 주고 컨설팅 업체에 ‘지역정부’의 기능을 맡겼다. 세월호 참사 뒤 분노한 어떤 시민은 “정부를 아웃소싱하라”고 외쳤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정부를 아웃소싱하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재난의 아파르트헤이트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걸.

 

징후를 주시하라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자본주의’의 징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안전이 정부로부터 균등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안전이나 치안의 문제를 개인이 스스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특히 아파트 단지나 교외 지역의 타운하우스로 이미 주거 형태 자체가 블록화돼 있어 ‘안전의 계급화’가 나타나기 쉽다.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그 기능의 무력화로 이어지기보단 공공 영역의 강화로 나타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 참고 문헌

<쇼크 독트린>, 나오미 클라인(2008)

<문화/과학> 72호(2012)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찰스 페로(2013)

 

 

“대낮 뉴스로 새누리 선거운동하는 TV조선·채널A” 516미디어오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2차 보고서…적어도 너무 적은 공영방송 KBS의 선거보도

 

지방선거가 3주도 남지 않았지만 공영방송 KBS의 선거 관련 보도가 너무 부족하다는 내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도로 출범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2차 보고서는 “세월호 대참사로 인해 지방선거에 대한 방송 보도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 당내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선거 보도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공영방송 KBS는 지나치게 선거 관련 보도가 부족하다. 선거에 지나치게 관심이 없는 KBS의 행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에 선거 관련 보도가 부족하다는 점은 다른 방송사의 보도와 비교하면 금세 드러난다. 지난 5월 7일부터 13일까지 KBS의 선거 보도량은 총 4건으로 총보도(178건) 중 2.2%에 그쳤다. 같은 기간 MBC와 YTN의 선거 보도량은 12건, SBS의 선거보도량은 11건이었다. JTBC는 16건, TV조선은 24건, 채널A는 27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KBS는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경선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경선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 타 방송사는 새누리당 경선과 새정치민주연합 경선 결과 모두 한 꼭지씩 할애해서 보도했다”고 전했다.

 

 

위의 통계를 보면 선거 보도를 가장 열심히 하는 방송사는 TV조선과 채널A이다. 하지만 보도량보다 중요한 것은 보도의 질이다. 보고서는 “TV조선, 채널A 대담코너의 정치잡담이 도를 넘어선 편파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채널A <직언직설>에 출연한 이영작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진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 나라는 굉장히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경제는 망가지게 돼있다”며 “그나마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새누리당’이라는 메시지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틀 뒤 TV조선 <뉴스1>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서 만약에 좌파가 이기면 대한민국이 완전히 마비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만약에 대통령이 참패라도 하면 귀태 얘기하던 좌파들이 얼마나 신나겠냐”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지 다음 거의 4년을 우리가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등의 주장을 펼쳤다.

앵커들은 발언을 제지하거나 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좌파들이 4년 내내 분노마케팅을 할 것이다”라는 이 씨의 말에 “정권 초기부터 그랬다”, “(좌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는 등 적극 호응했다. 보고서는 “대낮 뉴스프로그램이 대놓고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간섭 있었다" KBS 보도국장의 폭탄발언, 왜? 5.9 오마이뉴스

[분석] 길환영 사장, 보도 영역 건드렸나... 새노조, "사실이라면 방송법 위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9일 사임을 밝힌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김 국장의 '폭탄발언'으로, KBS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보도영역에 간섭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돌연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KBS 사장은 언론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며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며 "저의 사임이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자회견후 김 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관련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세월호 사고 때는 덜했다, 그 전에 정치적 간섭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포함한 그동안의 뉴스 보도 과정에 사장이 관여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도국 독립성 침해, 사실이면 방송법 위배"

그의 길 사장 사퇴 요구는 KBS 내부에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들은 그가 사장 퇴진을 거론하는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취재진이 사장 사퇴 발언 여부를 재차 확인하려 하자 "오늘 이 자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논란을 빚었던 부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자리다,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책임자가 보도국 독립성 침해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면서, KBS 내부에서는 그동안 우려돼온 경영진의 보도·편성 개입이 사실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 KBS 뉴스는 이른바 '땡박뉴스', '청와대 홍보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은 축소 보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정은 빈번하게 소개한다는 지적이었다.

 

 

KBS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에서 보도국 독립성·공정성 침해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결국 이게 사실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건일 KBS 새노조 편집국장은 "만약 김 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장은 방송법 제4조에 명시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장과 보도국장의 엇갈린 '해명'... KBS의 '자중지란'?

KBS가 자중지란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새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국장의 사퇴 과정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한 길 사장과 김 국장의 설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KBS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길 사장은 청와대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찾아가 "보도국장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여러분께 큼 슬픔을 안겨드린 부분과, 지금 이런 불편을 겪게 해드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부적절한 발언과 논란 때문에 사임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보도국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새노조는 "(길 사장은)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사임 과정에 대해 거짓말까지 하며 김 국장의 사임을 강요한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이 길 사장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만큼, 길 사장은 사실상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새노조는 "김 국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폭로 논란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내놓으라"며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의 종착지는 김시곤 보도국장이 아닌 길환영 사장 본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JTBC <뉴스9>은 김 국장이 청와대의 보도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국장은 JTBC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이번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며 "한 예로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김 국장은 '청와대 등 권력층의 지시도 있었냐'는 질문에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KBS 사장 연임제도 탓에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연임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13일자 1판(초판)의 1면 편집

 

 

조간 서울신문은 13일자 1면에서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는 당일(12일)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한 것 같습니다. 뉴스가치가 큰 사안만큼 1면에 비중있는 사진을 싣는 것은 응당하다 하겠습니다. (위 사진 참조)

 

문제는 해당 사진의 편집입니다. 이날 오후 6시경에 나온 1판에는 정 후보와 박 후보 두 사람을 나란히 실었는데 별 문제 없습니다. 정 후보가 꽃다발을 든 사진은 이날 후보 선출 현장에서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후의 사진들입니다. 흔히 신문사에서는 1판(혹은 초판) 발행 이후 특별한 일이 발생할 경우 기사나 사진을 교체하기도 합니다. (이를 보통 '개판(改版)'이라고 함) 즉, 1판 발행 후에 큰 사건이 터지거나 하는 경우 등입니다. 이 경우에도 사진을 교체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이날 밤 11시경(?) 1면의 두 후보 사진을 모두 바꾸었습니다. (위 사진 참조) 정 후보는 우는 장면으로, 박 후보는 활짝 웃는 장면으로. 물론 정 후보가 이날 후보수락 연설을 하면서 '아들 발언' 건으로 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박 후보 사진을 활짝 웃는 것으로 바꿔 이를 대비시켜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일 박 후보가 이처럼 활짝 웃은 적도 없을뿐더러 정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우는 사진 옆에 활짝 웃는 박 후보 사진을 대비시킨 것은 박 후보가 정 후보를 야유, 조롱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세월호 정국'입니다.

 

서울신문은 이날 위 사진으로 판을 제작해 전국에 뿌렸으며, 최종판은 아래 사진으로 제작한 걸로 보입니다.(서울신문 홈페이지 PDF 참조) 이 역시 두번째와 진배 없습니다. 제대로 된 공정한 편집이라면 1판(왼쪽)의 형태여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이번 13일자 서울신문 1면은 '악마의 편집'(<시사인> 고재열 기자)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기사만 왜곡보도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진이나 혹은 편집기술을 이용한 교묘한 왜곡.편파보도도 적지 않습니다. 보도비평 차원에서 지적해두기로 합니다.

 

 

 

경향 단독]세월호 침몰, 국정원에 가장 먼저 보고됐다 5.15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1차 보고 대상 명시 확인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는 사고가 났을 때 국가정보원에 최우선적으로 1차 보고를 하도록 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세월호는 침몰하면서 해양경찰에 앞서 국정원에 먼저 보고했다.1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 해운조합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해양경찰,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는 그 다음 순서이다. 계통도에는 국정원 제주·인천지부의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지난해 2월25일 청해진해운이 작성했고, 해경은 이를 심사해 승인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세월호 선박과 국정원 제주지부 및 인천지부가 바로 연결돼 있다. 계통도에는 국정원 지부의 전화번호, 세월호가 사용하는 조난비상 통신주파수(VHF 채널16, 11) 등도 표시돼 있다. 계통도에 따라 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 등은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10분쯤 국정원에 문자메시지로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국정원이 초기부터 사고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해경에 따로 연락하지 않은 것은 제주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 진도VTS에서 사고를 먼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해당부서가 사고로 정신이 없을 것 같아 혹시 (국정원 보고가) 누락됐을까봐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회사가 국정원에 직접 사고 사실을 보고토록 한 것은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승객 구조에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서 구난구호와 큰 관계가 없는 정보기관에 먼저 보고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테러업무 때문에 부두나 공항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해난사고 때도 다른 곳에 앞서 1차 보고를 하도록 명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제주를 오가는 또 다른 6000t급 여객선인 오하마나호는 국정원 보고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진해운이 작성한 ‘오하마나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사고 시 해운조합, 청해진해운 제주본점, 인천VTS와 해군2함대 상황실에 보고토록 돼 있다. 구난구호와 직접 관련된 조직에 우선 보고토록 한 것이다. 이 규정은 지난 2월7일 작성됐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왜 세월호는 국정원에 보고하는데 오하마나호는 그러지 않아도 되도록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해경이 심의를 했고, 문제가 없다고 하니 매뉴얼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 상황을 우선 보고받도록 한 것은 세월호가 전시에 군수물자와 피란민 수송을 위해 동원되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가보호장비 지정은 2000t급 이상 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평시에 국가가 별도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가보호장비 지정 여부는 대외비여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 '관피아'가 웃는 이유

[取중眞담] 요직에 '법피아' 기용... 진정성 의심 받는 '관피아와의 전쟁' 515오마이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첫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개조' 수준의 국정운영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인사는 앞으로 있을 개각과 청와대 개편 방향의 예고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선택을 통해 앞으로 있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기대했던 변화의 조짐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육군사관학교와 법조인 출신으로 참모진을 구성해 '육법당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내각과 청와대를 육군사관학교 출신과 서울대 법대 출신의 법조인들이 장악했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여 동안 상명하복에만 익숙한 '육법당'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박 대통령의 법조인 편애는 더 심해졌다.

 

 

더 심해진 법조인 편애... 영남 지역 편중도 심각

국가정보원 2차장에 공안검사 출신의 김수민 변호사를 기용한데 이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 공직기강비서관에 권오창 전 고법판사를 내정했다. 특히 굳이 법조인이 맡을 필요가 없는 민원비서관 자리에도 김학준 전 부장판사를 발탁했다.

 

그런가 하면 국민대통합 차원의 지역적 배려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경북 영주,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은 경북 안동,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대구 출신이다. 김학준 민원비서관만 서울 출신이다.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민정수석까지 고려하면 청와대 민정라인 5명 중 4명이 영남 출신이 되면서 지역 편중은 더 심해졌다.

 

 

게다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 내정 소식은 야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단행된 인사에 야당은 반발했다. 내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몰아붙였다. 불통인사는 다시 반복됐다. 이번 인사가 어떤 비판에도 변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 장악한 대형 법무법인 출신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공직에서 퇴직해 대형 법무법인으로 갔던 인사들을 다시 공직에 중용하는 '회전문 인사'다. 이는 세월호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의심케 만든다.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민원비서관은 모두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우는 김앤장 출신이다. 홍경식 민정수석도 대형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였고, 김종필 법무비서관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다시 권력의 핵심부로 왔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을 떠난 뒤 김앤장을 거쳤다. 이밖에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김앤장 고문이었고,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도 공직 퇴직 후 태평양 고문을 거쳤다. 국내 3대 로펌인 김앤장·태평양·광장 출신 법조인들이 청와대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퇴직 판검사나 관료들을 억대의 월급을 줘가며 영입하는 것은 '전관'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정·관계 인맥의 힘이 크다. 또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큰 돈을 번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경우 이들은 '고위직 인맥'으로 법무법인의 자산이 된다. 공직 복귀에 성공한 이들은 다시 정관계 영향력과 인맥을 강화해 더 센 전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관예우금지법이 만들어질 정도로 고질적이었던 법조계의 비정상인 전관예우, 또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의 중심에 대형 법무법인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진정성 의심 받는 청와대의 '관피아와의 전쟁'

현재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무원들이 관련 협회와 규제기관에 똬리를 틀고 업계와 유착하는 관피아 청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업계와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유착관계도 뿌리 뽑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인사에는 개혁 대상으로 꼽은 회전문 인사로 '법피아'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현재 관피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법부부 장관은 검찰을 떠난 뒤 법무법인으로 옮겨 월 1억여 원의 급여를 받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대표적 인사다. '법피아'가 관피아를 수사하고 있는 꼴이다. 청와대가 선포한 '관피아와의 전쟁' 진정성이 의심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인사를 본 관피아들은 청와대의 서슬에 떨고 있는 게 아니라 뒤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공기관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코스콤 4345만원 '초봉 킹' 516 한국경제

올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은 코스콤(옛 증권전산)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중에서 덩치가 크고 정부의 집중 관리를 받는 공기업(자체 수입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공공기관)만 놓고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연봉이 가장 높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가장 낮았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대졸 사무직(일부 정부 출연연구소는 석사 출신 기준) 신입사원 연봉을 공시한 299개 공공기관 가운데 코스콤이 434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코스콤은 지난해에도 연봉 1위였다. 이어 한국정책금융공사(4278만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4267만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4264만원), 중소기업은행(4240만원) 순이었다.

 

이 밖에 한국원자력연구원(4229만원), 산업은행(4187만원), 강원랜드(4158만원), 한국장학재단(4130만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4112만원)이 10위권을 형성했다. 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정부 출연연구소가 많은 게 특징이다.

 

공기업 중에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401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 기관은 2009년부터 6년 연속 ‘공기업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울산항만공사(3843만원), 한국마사회(3789만원), 대한주택보증(3577만원), 한국수력원자력(3446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42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LH는 신입사원 연봉이 2549만원으로 공기업 최저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2572만원), 한국철도공사(2602만원), 한국도로공사(2743만원), 한국석유공사(2770만원)도 연봉이 최하위권이었다.

 

준정부기관 중에선 한국장학재단에 이어 한국거래소(3969만원), 한국세라믹기술원(3949만원), 한국예탁결제원(3918만원), 한국전력거래소(3879만원) 순으로 연봉이 높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2157만원), 한국농어촌공사(2407만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2433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2442만원), 축산물품질평가원(2485만원) 순으로 연봉이 낮았다.

 

 

세계 경제 15위 ‘한국호’, 안전한 삶은 OECD 꼴찌514 한겨레

무너진 공공성, 가라앉은 한국사회

세월호는 국내 여객선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깔끔하고 화려한 식당, 카페 등의 내부시설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화물이 잘 묶이지도 않은 채 과적돼있고, 곳곳에 안전시설이 고장나 있는 줄은 몰랐다.

 

 

2014년 한국 사회의 외관은 화려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평등, 빈곤, 빈약한 사회안전망이 사람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승객들은 살기 위해 배를 탈출했지만, 매년 1만5천여명의 ‘한국호’ 승객들은 이 배에서 탈출하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화 속도는 영국의 6배, 일본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빨랐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다녔다. 1996년에는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개발도상국의 옷을 벗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975억달러로 경제규모로 보면 세계 15위다. 1990년 6303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4년 만에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을 2만6244달러~3만535달러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1위다. 고등학교 이수율(98%)과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64%) 또한 오이시디 1위다.

 

우리나라가 오이시디 1위를 차지하는 지표들은 더 있다. 우리나라는 오이시디 회원국(평균 12.6명) 가운데 자살률(10만명 당 33.3명)이 1위다. 9년째다. 2011년 1년동안 1만5681명, 하루에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65살 이상 노인자살률이 심각하다. 오이시디 국가들의 평균을 보면, 노인자살률이 2000년 22.5명(인구 10만명당)에서 2010년 20.9명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34.2명에서 80.3명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아이를 낳는 사람도 적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은 2010년 기준 1.23명으로 오이시디(평균 1.74명) 가운데 아래에서부터 1위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자살은 자기생명을 중단함으로써 공동체를 탈출하는 것이고, 저출산은 생명을 더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대로 가면 인구가 줄어들어 인간공동체로 존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런 인간지표들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느끼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생명에, 죽음에 마비돼있다”고 말했다.

 

 

1인당 GDP 3만달러 육박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한국 사회 외관 화려해졌지만

자살률·저출산율 등 ‘인간지표’ 심각

빈곤·차별·빈약한 사회안전망 기인

 

세계 최고 자살율의 뒤에는 빈곤, 차별, 장시간노동이 존재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49.3%)은 오이시디 국가(평균 13.5%) 가운데 가장 높다. 오이시디 기준 임시직노동자(기간제·파견·일일근로자 포함) 비율은 23.76%로 전체 33개 나라 가운데 3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기준(기간제, 시간제, 파견·용역, 특수고용, 영세사업장 임시직노동자 포함)으로는 임금노동자 가운데 45.9%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은 141만원으로 정규직(284만원)의 49.7%다. 최저임금(2013년 시간당 4860원)도 받지 못하는 임금노동자가 208만8000명이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연간 2090시간으로 오이시디 국가(평균 1776시간)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도 10만명당 20.99명으로 오이시디 21개 나라 중 1위다. 하루에 5명 가량(2013년 연간 1929명)이 일을 하다가 죽고 있다. 노조조직률은 10.3%에 불과해, 오이시디 33개국 가운데 30위다.

 

국가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료비 중 공공부문에서 지출하는 비중이 55.3%로 오이시디(평균 72.2%) 34개국 가운데 31위다. 이는 병에 걸렸을 때 환자 본인이 내야 할 돈이 많다는 의미다. ‘세계 최악의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 32위로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복지 수준도 낮다.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9.6%로 오이시디(평균 22.1%) 33개국 중 32위다. 나라가 가난해서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일 때 오이시디의 평균 공적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9.9%였고, 스웨덴은 34.5%, 미국은 13%였다.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오이시디가 지난해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등 11개 영역에 대한 점수를 매겨 행복지수를 따져보니 한국은 조사대상 36개국(오이시디 34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중 27위였다. 미래 세대를 끌고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 불행하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오이시디 23개국 중 우리나라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는 겉으로 멀쩡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어있다.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해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식 개발 30년·신자유주의 20년 병폐 터져514 한겨레

사람이 중심이다] 공공성 무너진 나라  무엇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나

 

 

“이것이 국가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린 말이다. 이 짧은 언명에는 우리가 목격한 재난이 시스템의 예외적 오작동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직관적 깨달음이 담겨 있다.

 

<위험사회>를 쓴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일찍부터 경고했다. “우리의 주된 관심을 ‘예외’로 돌려야 한다.” 이 경고는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체계가 고도로 분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위험은 ‘예외가 아닌 상례’가 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현대 위험사회의 일반적 속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현재 한국 사회의 근본문제를 드러낸 ‘징후적 사건’이라는 데 지식인사회, 시민사회의 의견이 쏠리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세월호 참사는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 한국 사회의 수십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세월호 참사는 제도와 윤리의 이중 침몰을 보여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진단했다.

 

세월호를 낳은 우리 사회 현주소를 설명해줄 수 있는 열쇳말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이것이 나라냐” 물을까

이 재난이 시스템 예외적 오작동 아닌

자체결함서 비롯됐다 깨달았기 때문

 

지난 50여년간 압축성장 거치면서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최고목표로

이윤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민관유착이란 한국적 특수성 중첩

세월호 참사는 수십년 역사의 결과

 

 

 

1997년 외환위기 전후에 시작해 20년 가까이 진행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 변동에 주목하는 이들은 효율성과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의 시장원리 지상주의를 문제삼는다.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독일 일간지에 실은 기고문에서 “살인자는 선장이 아닌 신자유주의”라고 단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자유주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논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노후선박 연령이 연장된 것, 선장을 비롯한 선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점, 국가의 해양사고 구조업무가 부분적으로 민영화됐다는 점 등에 주목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복지국가 시대를 수십년간 겪은 뒤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든 서구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발독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적 사회안전망도 없는 상태에서 신자유주의가 급격하게 수용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며 이를 ‘악성 신자유주의’라고 불렀다.

 

현재 전지구적으로 확산돼 있는 신자유주의에 참사의 모든 원인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띠지 않는 정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이 신자유주의라면)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다른 국가들 모두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을 겪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관료·공무원들이 민간업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각종 규제를 무력화시킨 ‘민관 유착’ 부분은 한국적 특수성이 나타난 대표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기업과 관료의 유착 부분은 순수한 신자유주의적인 특성도 아니고, 순수한 관료주의 모습도 아니다”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관과 기업의 유착 문제는 한국 경제 성장의 독특한 특징, 발전주의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정희식 개발주의 30여년, 신자유주의 20여년이 중첩된 결과가 세월호 참사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는 이를 “부정부패와 줄·푸·세가 결합된 한국식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했다.

 

전혀 다른 두 체제지만, 이 50여년의 기간을 꿰뚫는 일관된 논리가 있다. 그것은 ‘경제성장 제일주의’ ‘압축성장’이 국가와 사회 전체의 최고 목표이자 가치였다는 점이다. 김호기 교수는 “압축적 발전의 초기부터 산업화된 국가를 따라잡기 위해 성장에 모든 것을 걸었고, 이런 성장지상주의가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적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 이후 더 심화됐지만, 그 이전부터 고도성장과 기업이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국민들이 거기에 동원되는 문화가 쌓여왔다. 전 사회가 ‘고도성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침몰 이후 ‘구조 실패’ 부분에서 두드러진 것은 통치권자와 관료조직의 무능과 무책임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구조 국면에서 나타난 관료들, 국가기관간의 판단 미루기와 책임 떠넘기기는 그동안 ‘엘리트 집단’으로 여겨졌던 관료집단의 허상을 드러냈다. 대통령 역시 정부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박명림 교수는 “대통령이 사고현장에 내려가 지시를 내린 뒤에도 총력 구조작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 기강과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국민에게 위협적이고 권위를 내세우던 권위주의 국가가 얼마나 무기력하고 무능한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머잖아 통치의 위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경제적 합리성이 유일 규범인 사회, 국가도 사회도, 나아가 개인들 누구도 서로를 돌보지 않는 각자도생, 자력구난 사회에서 삶은 재난이 되고 예외적 재난(비상사태)은 일상이 된다. 세계 수위를 다투는 자살률과 산재사망률, 노인빈곤율 같은 우리 사회의 지표들이 이를 증언한다. 그러니 시급한 것은 지속되는 비상사태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다. 박형준 연구위원은 “전체 사회의 목표가 성장과 이윤이 아닌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적 원인에 머물지 말고, 근본문제를 틀어쥐고 사회구조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곧 매뉴얼이 된 한국 사회514 한겨레

한겨레 창간 26돌 연중 기획] 사람이 중심이다

공공성 무너진 나라

 

 

 

눈물이 마를 새 없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를 거대한 충격과 비탄 속에 빠뜨렸습니다. 그리고 되묻게 했습니다. 왜 저 고귀한 젊음들이 희생돼야 했는가. 저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우리는 누구인가. <한겨레>는 ‘사람’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적 인식·풍토·관행·제도에 이번 참사의 뿌리가 닿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화두로 삼아, 사람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심이 되는 사회를 목표로 중단없는 탐색과 독자와의 소통을 이어가려 합니다. 세월호 참사 를 부른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성찰하는 심층·기획 기사를 올해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미 낡은 일본 배였다.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사이 작은 섬들을 잇던 연락선 ‘나미노우에’는 1994년에 만들어졌다. 스무살이 안 된 배였지만, 일본에서 퇴물이었다. 일본에선 배의 나이가 10~15년쯤 되면 조선소와 선박기자재 업체, 금융, 해상보험 등 선박 시장 참여자들의 압력에 눌려 해외 매각이 장려된다. 기능과 안전성이 떨어진 일본산 중고 배들은 비교적 ‘싼값’에 한국과 중국, 대만 등지로 흘러든다. 그리고 마지막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보내진다.

 

나미노우에는 한국에 126억원에 팔렸다. 천톤이 넘는 우리나라의 여객선 열일곱 척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온 중고 선박이다. 그 가운데 일본에서 들여온 게 일곱 척이다. 한 선박 중개업자는 “일본에선 폐선 비용이 더 든다. 거의 고철가격으로 한국에 들어온다. 나미노우에도 건조 당시엔 500억원이 훨씬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 위해

고물 선박 띄우고 계약직에 맡겨

정부는 규제 더 풀어주고

국민 안전 관리는 민간에 맡겨

 

청해진해운이 나미노우에를 사들였다. 회사는 비싼 새 배를 사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헌 배를 샀다. 회사의 주수입원이었던 오하마나호도 2003년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 배였다. 1989년에 건조된 배였다. 회사는 오하마나호 한 척이 다니는 인천~제주 항로에 배를 한 척 더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어 돈을 벌려는 계산에서였다. 청해진해운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사한 한 간부는 “인천~제주는 노른자 항로였다”고 말했다. 돈 되는 항로에 다른 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항로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나미노우에호는 2012년 10월에 전남 목포에 있는 한 작은 조선소에 맡겨졌다. 낡은 배는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넉달에 걸쳐 고쳐졌다. 이름도 세월호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여객선 두 척 가운데 한 척은 같은 이유로 개조된다. 세월호 개조를 맡은 조선소는 일감을 맡겨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청해진해운 이사에게 6000만원가량을 건넸다. 4층에서 5층으로 높아진 세월호가 태울 수 있는 정원은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 들여올 때 595명이던 오하마나호의 정원도 4차례 개조를 거쳐 937명으로 증가했다

 

 

안전은 ‘아껴야 할 비용’…‘돈의 맛’에 무너진 안전매뉴얼

세월호는 수리비로만 51억원이 넘게 들었지만, 오하마나호가 그랬던 것처럼 얼마 되지 않아 본전을 뽑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세월호를 굴릴 시간도 넉넉히 확보돼 있었다. 지난해 3월 첫 출항을 시작한 세월호는 이미 19살이었지만, 11년 이상 운항할 수 있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덕이었다. 2008년 5월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업 부담 해소’란 명분 아래 배의 나이 제한이 25년에서 30년으로 늘었다. 정부는 “기업의 비용절감 효과가 해마다 2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말만 달랐지, 사실상 기업의 이윤증대 효과를 의미했다. 이날 하루 동안 국무회의에서 없어진 행정규칙은 94건이었다.

 

이윤을 뽑아낼 더 긴 시간을 보장받았지만, 회사는 만족하지 못했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낯익은 방법들이 동원됐다.

청해진해운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아파트 경비원을 하던 이준석씨를 다시 부른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퇴직 전에 정규직 선장으로 있던 그는 촉탁직 선장이 됐다. 1년마다 계약을 새롭게 맺어야 했다. 하는 일은 같았지만, 신분이 바뀌었다. 월급은 270만원(연간 3240만원)으로 확 줄었다. 한 연안여객선사 관계자는 “수당 등을 다 포함하면 큰 연안여객선의 선장 연봉은 보통 6000만~7000만원은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비정규직으로 선장을 고용해 매월 3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한때 잘나가는 원양선 선장이었던 그는 94년부터 가까운 바다에서 승객과 짐을 나르는 연안여객선 선장이 됐다. 임금도 낮고 잦은 출항과 승객 관리를 해야 하는 연안여객선은 선원들 사이에서 ‘3D 업종’으로 불린다. 내항선 임금은 외항선의 60%를 조금 웃돈다.

 

불꽃놀이까지 관람할 수 있는 화려한 여객선, 하지만 그 안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의 신분은 대체로 불안정했다.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 17명 가운데 12명이 4~12개월짜리 단기 계약직이었다. 임금을 줄이고 직접 고용에 따른 부담을 덜려는 회사의 ‘효율적’ 인력 운용의 결과물이었다. 1~3등 기관사의 월급은 170만~200만원에 그쳤다. 회사는 배를 잘 아는 오래된 선원을 원치 않았다. 정규직을 최소화하면서 세월호에서만 매달 수천만원의 임금을 아꼈다. 이충배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청해진해운은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결국 ‘저급’ 선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질까봐 노조를 허용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전직 간부는 “노조를 못 만들게 했다. 노조를 만들 기미가 보이면 바로 잘라버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주사 및 다른 계열사에도 노조가 없다. 청해진해운에서 퇴직금과 수당 미지급 등이 잦았던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안전은 기업에 비용을 의미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려는 기업에 안전은 ‘이윤 통제선’이자, 최소화해야 할 비용이었다. 세월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정한 한계선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지난달 15일 저녁 인천항은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 모든 배들이 항구에 묶여 있었지만, 세월호만이 홀로 운무를 뚫고 밤 9시께 출항했다. 안전은 뒷전이었다. 무리한 출항에 과적까지 겹쳤다. 차량과 컨테이너 등을 다 더해 1107t 이상 실을 수 없는데도, 이날 세월호에는 3608t의 화물이 실렸다. 한도를 3.4배 초과했다. 회사의 수입이 그만큼 늘어났지만, 배가 가라앉을 확률도 더 높아졌다.

 

과적은 일상이었다. 세월호는 지난해부터 인천~제주 노선을 240차례(편도 기준) 다니면서 138번이나 과적했다. 이렇게 해서 30억원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다.

과적을 하기 전에도 배는 이미 복원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배가 기울어졌을 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능력이 훼손된 것이다. 애초 더 많은 승객과 짐짝을 싣기 위해 무리하게 증축한 결과였다. 세월호의 정규직 선장인 신아무개씨가 회사에 얘기했으나 묵살됐다. 화물 과적의 위험성도 경고했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회사는 배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를 적게 실었다. 대신 그 자리에 더 많은 화물을 실었다. 과적을 하다 걸리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면 그만이었다. ‘안전 매뉴얼’은 ‘돈의 매뉴얼’을 제어하지 못했다.

 

정부도 안전의 문턱을 낮춰줬다. 기업의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안전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없애거나 기준을 완화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선령 제한이 연장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20건이 넘는 선박·해운 관련 안전규제가 이미 풀렸거나, 완화가 추진중이었다. 내항선을 운항하는 선장에게 주어진 안전 관련 부적합 사항의 보고 의무 등이 폐지됐다.

 

덩달아 안전을 제대로 지키는지 관리·감독하는 정부의 권한도 하나둘씩 민간의 손에 넘어갔다. 자율 준수란 이름 아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주체에게 관리·감독권이 주어졌다. 15일 밤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나기 전에 받은 안전점검의 주체는 한국해운조합이었다. 비영리를 표방하는 조합은 실은 여객선사(배를 소유한 회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이익단체다.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326명 사망)을 계기로 해운조합에 안전점검 권한이 주어진 뒤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조합의 운항관리자가 조합원인 청해진해운을 제대로 감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여느 때처럼 세월호에 대한 안전점검은 요식행위에 그쳤다.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은 가입비로 10만원, 연회비로 96만원을 납부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네 등급으로 된 조합원 가운데 가장 많은 연회비를 납부한다. 그만큼 조합 내 입김도 셀 수밖에 없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안전 의무를 어겼을 때 조합이 배의 출항을 정지시켜야 하지만, 같은 편인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안전검사는 한국선급에도 위탁됐다. 비영리를 내세운 선급은 위탁 업무로 영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 세월호는 모두 5번의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한국선급으로 흘러들어간 검사비만 1억5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세월호는 지난해 증축했을 때도, 지난 2월 정기검사를 받았을 때도, 문제없이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했다. 검사는 매번 통과의례였다. 정부 위탁 업무로 인한 한국선급의 수익은 보장됐지만, 배의 안전은 보장되지 못했다.

 

지난 2월 구명벌 등 17개 항목에 대한 안전검사를 수행한 한국해양안전설비 쪽도 실제 점검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양호’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당시 46개 구명벌 가운데 단 하나만 펴졌다. 한국해양안전설비는 목포해양항만청이 지정한 우수정비사업장이었다.

 

한국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은 이사장이나 회장 자리를 해양수산부나 국토해양부 차관 등 관련 부처 고위 공직자들에게 매번 내주었다. 기업의 ‘대리인’이 된 퇴직 공무원은 현직 공무원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부가 해야 할 ‘감시견’ 역할을 마비시켰다. 그들에게 수억원의 연봉을 챙겨주지만, 그 이상의 대가가 조합과 법인에 돌아온다. 수십년째 카르텔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다.

 

 

19년된 낡은 세월호 싸게 산 청해진

MB정부 규제완화탓 11년 운항 가능

더 많은 승객·화물 싣게 배 고치고

선원들 비정규직 고용 ‘비용 최소화’

극대화된 이윤은 대주주 주머니로

 

박근혜정부 규제완화까지 더해져

민영화된 안전점검 요식행위 그쳐

국민의 생명 지킬 정부 업무마저

민영화되면서 부패고리 생겨나

 

‘돈이 매뉴얼’인 사회는 세월호를 소유한 청해진해운이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좋은 토양이었다. 이렇게 악착같이 불린 기업의 이윤은 정작 어디로 흘러들어간 걸까? 주식회사 청해진해운이란 기업의 외피를 벗겨내면, 불과 몇 사람에게 이윤이 집중되는 구조가 드러난다. 이 회사의 전신인 세모그룹의 회장을 지낸 유병언씨는 청해진해운의 주식이 한 주도 없다. 회사와는 아무런 법적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매달 고문료 명목으로 1000만원씩을 챙겨갔다. 인건비를 줄이려 선원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썼던 기업의 ‘속살’이었다. 유씨가 빼간 돈은 이준석 선장과 같은 비정규직 선장 4명분의 임금이다. 유씨 일가가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지배회사인 주식회사 천해지, 그 위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에서 온갖 불법과 편법을 써서 빼돌린 돈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는 유씨 일가가 축적한 재산 2500억원의 종자와 거름이 되었다.

 

‘돈의 흐름’은 세월호 침몰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원인들뿐 아니라, 침몰 이후 ‘구조 0명’이라는 비극적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본의 탐욕과 거기에 날개를 달아준 정부가 세월호를 좌초시켰다면, ‘예산절감’이라는 단순 논리가 낳은 정부의 무능력은 좌초 뒤 구조·구난의 실패로 이어졌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가 조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민간에 너무 의지한 채 임무 수행 능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언딘’이란 민간업체에 크게 의존했다. 효율적 정부란 명분 아래, 정부는 구조·구난에서 민간의 역할과 능력을 키웠다. 해경은 대놓고 “구조나 수색 이런 점에선 오히려 민간(언딘)이 실력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2011년 10월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회의실, 임창수 당시 해경 차장은 의원들에게 ‘수난구호법 전면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저희들(해경)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것보다는 (민간) 자율구조대를…네트워킹을 잘 만들어 놓고 활성화를 시키면 예산도 절감되고 오히려 저희들이 장비를 가지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냐.” 이에 김진애 당시 민주당 의원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의 책임을 미루는 거다”라며 반대했지만, 결국 해경의 바람대로 처리됐다.

 

정부에 스며든 기업의 비용 최소화 원리는 정부 업무의 민영화로 이어졌다. 개정안은 “행정기관이 위탁하는 업무의 수행과 해양 구조·구난 업계의 건전한 발전” 등을 위해 해양구조협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지난해 발족한 이 협회는 해경 본청 민원실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의 구조·구난을 독점한 언딘의 대표이사가 이 협회의 부회장이다.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은 당연직 회원이다. 해경 출신 ‘낙하산’들도 포진해 있다. 여기에 정부의 보조금도 지원됐다. 협회는 해양 이해집단의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압축판과도 같았다.

 

해경은 큰 해양 사고가 있을 때마다 몸집을 불려왔지만, 정작 구조·구난 전문 인력은 많지 않다. 안전 관련 예산도 전체 약 1조1136억원의 예산 가운데 1.6%(181억원)에 불과하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해경 인력의 상당 부분이 구조 및 구난보다 수사나 정보 쪽에 편중돼 있다. 정부 차원의 구조 시스템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자신들 은퇴 이후 내려갈 수 있는 해양구조협회를 만들어놨다. 안전을 민영화한 것이다. 거기에서 공무원과 민간업자, 국회의원의 부패 고리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부분적으로 ‘민영화’했지만, 임창수 전 차장의 말대로 예산이 절감되긴 글렀다. 언딘 쪽은 “어떤 형태로든 국가에 최대한 (구난 비용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결코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수백명의 생명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왜 세습에 분노하지 않는가 [한겨레21 2013.01.14 제944호

 

 

재벌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재벌 2세는 아무나 되지 못한다. 2세는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부와 지위에 따라 자녀의 삶이 결정되는 사회는 불공정하다. 국적·인종·성별로 차별하는 나라가 부당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더이상 세습에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자 부모, 힘센 부모를 둔 그들을 선망한다. <한겨레21>은 신(新)신분사회에 관대해지는 2013년 한국 사회를 분석한다.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했던 이지운(38)씨는 “대기업에는 신분이 있다”고 했다. 오너의 자식은 성골, 임원의 자식은 진골,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육두품이다. 신분을 망각하고 날뛰다가는 단칼에 날아간다. 감히 권력 세습을 부정하고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다는 주장을 펴면 목숨을 잃던 왕조시대와 다를 바 없다. “무역 관련 부서에서 경력사원을 뽑았는데 현직 임원의 아들이 들어왔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실력이 되지 못해 협력업체에서 경력을 쌓게 한 뒤 데려온거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부모 잘 만나면 저렇게 쉽게 사는구나’라며 다들 부러워만 했다.”

 

재벌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

초등학교 6학년·5학년 딸과 5살 아들을 둔 이계화(39)씨는 “계층을 뛰어넘으려면 부모의 재산이 필수”라고 했다. 의사로 10년간 일한 남편 덕에 세 자녀를 뒷바라지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부모가 대형병원을 세워준 ‘부의’(富醫)와 월세 수백만원에 허덕이는 ‘빈의’(貧醫)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예전에는 누가 쉬지 않고 빨리 달리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가 사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슬슬 페달을 밟지만 격차가 자꾸만 벌어진다. 죽어라 뛰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조다. 자전거가 부러운 게 당연하다.”

 

<한겨레21>이 두잇서베이와 함께 2012년 12월28~31일 20살 이상 27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61.4%)이 ‘한국 사회에서 세습이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겨레>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2012년 12월22~23일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3명 중 2명(61.6%)이 한국 사회를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녀의 계층 상승 기회가 닫혀 있는 폐쇄적 사회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75% 안팎으로 올라갔다. 자녀가 성공하는데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개인의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영향을 끼치는지 물어보니, 부모의 경제적 지위라는 답변(54.9%)이 개인의 노력(44%)보다 우세했다. 역시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는 60% 이상이 부모의 경제력을 꼽았고, 25∼29살에서는 그 비율이 71.9%나 됐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20대가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젊은 층이 부의 대물림에 더욱 민감하다.” 한 집안에서 축적된 부가 여과 없이 대물림되는 ‘부의 세습’이 한국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다. 설문조사 결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사회에서 심화하고 있는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31%가 ‘부의 세습으로 인한 계층 이동의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같은 ‘노동시장의 불평등’(22.2%), ‘과도한 학벌사회’(16.5%), ‘부족한 사회안전망’(14.7%)이 뒤를 이었다. 주로 40대 이하(37.2%), 대학 재학 이상(38%), 월평균 가구소득 400만원 이상의 중·상위 소득(40.5%), 자영업(40%)·화이트칼라(38.4%) 응답자가 부의 세습을 양극화 심화의 제1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지운씨나 이계화씨처럼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대물림을 경험한 이들이다.

 

돈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해보면 부의 세습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2년 7월 한국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조사했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 14만2천 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절반가량(45.8%)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모았다. 그다음으로는 개인사업이 28.4%, 상속이나 부모의 지원이 13.7%, 월급을 저축해서 재산을 모았다는 사람은 3.9%였다. 그렇다면 부동산 종잣돈은 어떻게 모았을까? 개인사업(32%)과 부동산 투자(29.1%)가 엇비슷했고 부모의 지원·상속(21.2%)이나 월급(11.4%)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더 흥미롭다. 50살 이상은 48.7%가 근로소득으로 종잣돈을 모은 반면, 49살 이하는 부모의 지원과 상속이 29.9%에 이른다. 50대 이상은 자수성가로 종잣돈을 모았다면, 50대 미만은 부의 대물림으로 부자가 되는 경향이 강한 셈이다. 조준현 부산대 교수(경제학)는 “대물림하지 않고는 부자가 될 수 없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그만큼 고착화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일’ 아닌 ‘부러운 일’

평균 자산 규모를 비교해봐도 그렇다. 2012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동향조사’를 보면, 20대의 경우 평균 순자산이 7042만원이다. 그러나 50대는 3억2663만원으로 4.6배가 넘는다. 과거에는 부모 세대가 힘들게 벌어 자녀 세대를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는데, 이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아들보다 부동산에 투자한 아빠가 소득이 훨씬 많은 탓이다. 반면 부동산값이 치솟아 아들은 월급을 모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결혼할 때 부모가 집을 사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부러운 일’이다. <한겨레21>의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집값을 지원하는 경우 ‘세습이 아니다’(46.9%)라는 의견이 ‘세습이다’(33.4%)라는 의견을 압도했다. 세법상 증여세를 내야 하는 일인데도 말이다(36~37쪽 기사 참조). 부모의 결혼 ‘선물’에 세습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한겨레21> 설문조사에서도 ‘부의 세습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2%였다.

 

 

부의 세습을 용인하면 경영권 세습에 가까워진다. 재벌 총수들에겐 기업은 ‘내가 키운 것’이고 ‘내 소유’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무슨 문제냐’고 주장한다. ‘내 재산’에는 기업 경영권도 포함된다. 문제는 기업이 총수가 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개인 재산’이냐는 점이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재벌)의 소유 현황을 보면, 재벌 총수 일가의 지분은 많아야 4∼5%에 그친다. 예컨대 재계 1위인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0.95%에 불과하다. 법률적으로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점에 비춰보면 지분율 0.95%의 이 회장 일가가 주인 행세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총수가 적은 지분만으로도 재벌을 지배할 수 있는 건 계열사가 가진 지분 덕분이다. 재벌의 계열사 지분은 평균 50.65%에 달한다. 이건희 총수 일가는 실제 소유권 0.95%에 계열사 지분 58.75%를 더해 이른바 ‘황제경영’을 한다.

 

유전될 리 없는 경영 능력인데

 

“경영권 세습은 2020년 올림픽 대표팀을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식들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워런 버핏

 

보유 지분을 상속하면 경영권도 따라간다고 재벌은 주장한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은 동의어가 아니다. 보유 지분을 상속하는 것이야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개인의 자유지만, 기업을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는 경영권은 사유물이 아니다. 특히 한국 재벌은 개발 과정에서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 국가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설명이다. “1972년 8·3 조치(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대통령의 긴급명령 15호)로 망해야 할 기업의 채권을 국가가 탕감해줬다. 부실 기업을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시장을 일부 기업에 몰아주고 철도·전기 요금 등 온갖 혜택을 국민의 세금으로 안겨줬다. 그런데 재벌들이 과거를 잊고 황제처럼 군림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대기업을 “국민기업”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경영 능력은 부와 달리 상속될 수도, 유전될 수도 없다. 경영권 세습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미국 뉴욕 월가의 전설적인 주식 투자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경영권 세습은 2020년 올림픽 대표팀을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식들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 사회는 자격 없는 2세들의 경영권 세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미 1997년 경제위기 때 경험했다. 30대 재벌 중 16곳이 간판을 내린 ‘대마불사 붕괴’의 바탕에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들의 무리한 차입 경영과 사업 다각화가 있었다.

 

그런데도 재벌 3세의 경영권 세습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2년 9월 발표한 ‘20대 기업집단(재벌)의 경영권 승계 보고서’를 보면, 재벌 3세가 입사 뒤 회사의 임원이 되는 데 평균 6.5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부장까지 평균 17.3년, 임원까지 21.2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승진 특혜다. 이들은 대학 졸업 직후 형식적 입사를 통해 적을 만들어놓고 수년간 해외 유학을 다녀오는 관행도 따른다. 실제 경영 수업 기간은 더욱 짧다는 얘기다.

 

그들만의 리그 된 외교관

아버지와 아들, 딸이 삼성에 함께 다니는 경우는 유달리 많다. 어떤 임원의 딸은 삼성에 들어간 뒤 삼성의 엘리트 직원과 결혼해 아버지와 딸, 사위가 ‘삼성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 한국 사회에서 세습은 재벌·교회·정치 권력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다 배임죄로 2009년 8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법정에 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명진 기자

부의 세습을 넘어 경영권 세습이 널리 퍼지자 이번에는 대기업 임원들이 신분을 세습한다. ‘현대판 음서제도’인 임원 자녀 우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삼성의 경우 입사 면접 때 ‘2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에게 5∼10점의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딸이 삼성에 함께 다니는 경우가 유달리 많다.

 

‘삼성의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전 그룹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두 아들이 모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이건희 회장의 ‘집사’로 불렸던 최도석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아들은 삼성전자에, 딸은 금융 계열사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을 맡았던 김순택 전 부회장의 아들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어떤 임원의 딸은 삼성에 들어간 뒤 삼성의 엘리트 직원과 결혼해 아버지와 딸, 사위가 ‘삼성 가족’을 이루기도한다. 이들은 부자 부모를 만나 좋은 교육을 받고 한국 최고의 직장까지 보장받은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뒤질세라 직원 자녀를 우대해 채용하기로 2011년 노조와 합의했다. 2012년 7월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때 처음 적용했는데 합격률이 일반 지원자보다 3배나 높았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의 인사 청탁은 더 노골적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을 총괄했던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아무개(39)씨가 이건희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지자 2010년 삼성전자 과장으로 특채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에는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계약직 특별채용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일었다. 외교부에는 ‘외교관 가족’이 많다. 1997년에 도입한 ‘외무고시 2부’ 때문이다. 당시 외무고시 2부는 “우수한 재외동포를 외교관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생겼다. 기존 외무고시가 1·2차 시험을 통틀어 11과목이었던 데 비해, 2부는 영어를 포함해 6과목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시험 준비가 수월했다. 첫해 5명이 선발됐는데, 그중 3명이 외교관 자녀였다. 해마다 전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그랬다.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사람’이라는 응시 자격 제한 탓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이다. 논란 끝에 2부 제도는 폐지됐다. 하지만 로열패밀리는 그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 2012년 10월 교회 세습을 천명한 서울 동작구 신림동 왕성교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방인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류우종 기자

»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수행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왼쪽부터) 한겨레자료

 

신분 세습은 교회에 이어 정치권력으로 번졌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잇따라 새 지도자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진핑 총서기, 아베 신조 차기 총리는 대통령·총리를 지내거나 혁명 원로로 유명한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를 두고 있다. 북에서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 세습으로 정권을 잡고 있다. ‘왕조 세습’에 가깝다. 일본의 경우 세습 정치가 상당히 오래됐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는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의 아들딸이라는 건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연예인 2세와 비슷하다.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네트워크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실제 정치 활동에도 유리하다.”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좀더 비판적이다. “정치적 카리스마의 세습은, 경영 세습을 하는 재벌과, 교회를 세습하려는 목사와, 또 혈연·지연·학연을 통해 크고 작은 특권을 유지하고 세습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아 오늘의 정치 현실을 만들고 있다. 권력 세습은 독재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체제의 모든 기득권 세력의 특권 세습과 맞물려 있다.”(<프레시안> 2012년 12월14일) 한국 사회에서 ‘세습’은 왜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재생산되는가? 이남주 교수는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으로 붕괴된 지배계급이 재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문화적·정치적 권력을 차례로 장악한 파워엘리트가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일본학)의 진단도 일맥상통한다. “근대사회에서는 사회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세대 간 직업 이동이 광범위하고 격렬하게 일어났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선 아버지와 자식의 직업 사이에 세대간 직업 이동의 가능성이 점차 적어진다. 그래서 권력·재산·소득의 위계는 현재이면서 미래이기도 하다. ‘9회말 역전’이나 ‘개천에서 용날 가능성’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바늘구멍이다.”

 

부모 월소득 100만원 많아지면 토익 16점 높아져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서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가구 소득 수준과 자녀 성적 순위는 일치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의 월소득이 100만원 많으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점수 백분위가 2.9단계 올라간다. 같은 조건일 때 국어는 2.2단계, 수학은 1.9단계 높아졌다. 토익 점수도 비슷하다. 수능 영어 점수가 같더라도 부모 소득이 100만원 많으면, 자녀의 토익 점수가 16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사교육에 대한 투자, 해외연수 등이 소득이 높을수록 많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로 KDI는 분석했다. 공교육을 받으며 혼자 열심히 공부하는 ‘용’의 승천을 사교육이 가로막는 것이다.

 

영어 격차는 자녀의 취업 기회 및 연봉과도 궤를 같이했다. 토익점수가 높으면 정규직 일자리를 얻거나 대기업에 입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토익 점수가 100점 높은 노동자는 연봉을 170만원 더 받는다. <한겨레>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도 63.8%가 ‘교육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심화한다’고 답했다. ‘격차를 줄인다’는 응답은 절반(31.6%)에 그쳤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그동안 교육은 중간층의 계층 이동의 중요한 통로였지만 지금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아이들도 암울한 현재와 미래를 직시하고 있다. 2012년 7월 <한겨레>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와 함께 중학교 2학년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보니,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아이(77.4%)가 잘사는 집 공부 못하는 아이(81.2%)보다 꿈이 적었다. 살아온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도도 잘사는 집 공부 못하는 아이(74.1%, 70.1%)가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아이(56.1%, 63.7%)보다 더 높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지적처럼 교육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불평등을 유지·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홍성민 동아대 교수(정치학)가 말했다.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오면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삼성그룹의 이재용씨가 미국 하버드대를, SK그룹의 최태원씨가 시카고대를 나온 것은 경영권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단순히 지적 훈련의 정도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정치·사회·문화적 위계상의 위치를 가르친다.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는 사회계급적 위치의 확보와 상승을 위한 사회적 투쟁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빌미만 있으면 폭력적 형태로 터져나올 것”

부와 신분, 권력의 세습이 확대될수록 양극화 현상은 심화된다. 잘사는 이는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이는 더 못살게 되면, 중산층이 무너진다. 조준현 교수는 한국 사회를 이렇게 전망했다. “빈곤층이라 하더라도 중산층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으면 자신이 속한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계층 이동에 힘쓴다. 하지만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희망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당연히 구성원 간에 불신과 갈등이 쌓이고 없는 자에 대한 경멸과 있는 자에 대한 분노가 빌미만 있으면 폭력적인 형태로 터져나오기 마련이다.”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참고 문헌: <중산층이라는 착각>(조준현·위즈덤하우스), <가족·생애·정치경제>(장경섭·창비),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강준만·인물과사상사)

 

 

삼성가 3대 이야기 5.16 한겨레

연매출 300조 초거대기업, 새로운 전환점에 서나

 

 

▶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는 1987년부터 삼성을 절대권력으로 이끌어온 인물입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삼성은 한국 사회에 빛과 그림자를 짙게 남겼습니다. 의료진은 그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가 없는 삼성이 어떻게 될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지요. 삼성의 3대를 되돌아봤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졌다. 지난 10일 밤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가 쓰러졌고,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응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진 이 회장은 심장의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현재는 진정제를 투여받으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삼성서울병원은 밝히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6일 이 회장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재차 설명했고, 병원 윤순봉 사장은 이날 낮 12시께 병원 지하 1층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을 찾아 “이건희 회장의 (예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좋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무의식 상태가 길어지면서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 ‘이 회장 건강상태 악화설’이 퍼진 것에 대해 윤 사장은 “나빠졌다면 여기(기자실) 내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이미 1999년 폐암 수술을 받은 바 있고 지난해에도 감기가 심해지면서 폐렴 증세로 번져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겨울이 되면 따뜻한 해외로 나간 지도 몇년째다. 이 회장이 깨어나더라도 계속 경영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이 회장이 은퇴한다면 삼성에는 3세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삼성그룹이 연매출 300조원이 훌쩍 넘는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시기 삼성을 이끌었다는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삼성의 엄청난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회장의 부재가 삼성에, 또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삼성 3대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1938년 작은 상회에서 시작해

삼성을 대기업으로 키운 이병철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물러났다

경영 복귀해 전자산업까지 시작

‘무노조’ 유훈은 여전히 비판받아

 

3남이지만 기업 물려받아

스마트폰 세계1위 키운 이건희

특검수사 뒤 경영 은퇴하고

아버지처럼 위기 앞세워 돌아와

빛과 그림자 다 함께 만들었다

 

이병철 시대, 삼성의 태동

삼성의 역사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38년 삼성상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1910년 2월1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났다. 이병철 회장의 큰아들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쓴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 보면 이병철 회장의 집은 ‘풍년이면 2000석, 가물면 1500석’을 짓는 부농이었다. 삼성가 외에도 이 근처에서 태어난 재벌은 또 있다. 엘지(LG)그룹의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은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고, 함안군 군북면에선 효성그룹의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이 태어났다. 또 지에스(GS)그룹의 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고 허만정 회장의 생가도 근처인 진주시 지수면이다. 구 회장은 이병철 회장과 지수보통학교를 같이 다닌데다 나중에 사돈을 맺을 정도로 절친했고, 조홍제 회장도 삼성의 창업공신 중 한 명이지만 나중에 독립해 효성그룹을 일궜다. 구 회장과 허 회장은 함께 엘지그룹을 키웠다가 나중에 엘지와 지에스로 분리됐다.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이 인근에서 무더기로 태어난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많지만 이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병철 회장은 애초 서당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가 곧 싫증을 느껴 지수보통학교로 입학한다. 하지만 서울로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라 11살에 수송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도 그리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16살 때인 1926년 박두을씨와 결혼했고, 그 뒤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에 입학했다. 유학 생활은 길지 않았다. 나빠진 건강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병철 회장은 입학은 여러번 했지만 졸업은 한 적이 없다. 귀국 뒤 그는 고향에서, 또 서울에서 노름판과 술자리를 전전하는 ‘한량’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할 결심을 해 1936년 마산에서 정미소 사업을 시작했고 운수업, 부동산업까지 손을 뻗쳤으나 결국 망했다. 그 뒤 대구 수동에 무역회사인 삼성상회를 열고 재기에 성공했다. 인근의 사과와 동해의 수산물 등을 만주에 내다 파는 회사였다. 여기서 크게 성공한 그는 해방 뒤 서울에서 삼성물산을 열었고, 6·25전쟁 당시 전 재산을 날리는 등 몇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제일제당, 제일합섬 등을 성공시키며 사업을 순조롭게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다. 1966년 9월16일의 일이다.

 

‘사카린 밀수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요샛말로 ‘팩트’는 분명하다. 당시 세무국장이 발표한 대로 ‘한국비료의 이일섭 상무이사와 이창식(이병철의 2남 이창희의 가명)이 사카린의 원료인 OTSA 2400부대를 건설 자재와 같이 밀수입해 정상 수입품인 것처럼 매각하려다가 부산 세관 감시과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훗날 <호암자전>에서 OTSA는 비료의 원료로 합법적으로 들여온 것이며, 한국비료 주식의 30%를 내놓으라는 ‘정치권의 누군가’의 압력을 거부하자 사건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이맹희씨의 회고는 이병철 회장과는 다르지만 정황은 더 자세하다. 삼성이 당시 밀수를 한 것은 공장 건축공사를 수주한 일본 미쓰이 공업사의 리베이트 100만달러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며, 이 방법을 제안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밀수로 들여온 돈 중 3분의 1은 박정희 대통령 쪽에 정치자금으로 주기로 약속까지 다 돼 있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밀수품은 변기, 냉장고, 에어컨, 전화기 등 다양했다. 그런데 당시 공화당의 실력자인 김아무개씨가 따로 정치자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일보>의 등장(1965년)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던 다른 언론들이 얼씨구나 하고 삼성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는 것이 이맹희씨의 설명이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은 다음해 10월22일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한다’ ‘경제계에서 은퇴한다’는 두가지 사항을 밝히고 물러났다.

 

이병철 회장은 은퇴 선언 뒤 1년3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한다. 삼성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병철은 <호암자전>에서 “맹희에게 그룹 일부를 맡겼는데 6개월도 채 못 돼 그룹이 혼란에 빠졌다”고 썼다. 어디서 보던 말이다. 이건희 회장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진 특검수사를 통해 조세포탈·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3년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뱉은 일성과 꼭 닮았다. 2010년 3월24일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하며 삼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역사는 돌고 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맹희씨는 6개월이 아니라 7년 동안 자신이 삼성그룹을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 됐든 당시에 이병철 회장과 이맹희씨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확실하다. 1970년에는 한국비료 사건으로 6개월가량 복역하고 나온 2남 이창희씨가 이병철 회장이 외화 밀반출, 탈세 등을 저질렀다는 투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삼성 일가에서 쫓겨난 이창희씨는 새한미디어를 세워 독립에 성공했지만 1991년 7월 백혈병으로 일찍 사망했다. 이병철 회장은 이런 격랑 속에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 석유화학, 건설, 중공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비서실을 강화해 삼성 특유의 그룹체제를 완성시켰고, 3남인 이건희를 부회장까지 승진시키며 그룹을 넘겨주는 작업을 공식화한다. 이 회장은 1987년 11월19일 사망했고, 운명하기 직전에 인희, 명희(신세계그룹 회장), 건희, 재현(씨제이(CJ)그룹 회장·장손)씨를 모아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이건희 회장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었다고 이맹희씨는 회고록에 썼다. 최근까지 계속된 이맹희-이건희 유산상속 소송에서 이 회고록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 유산 소송은 차명계좌와 비자금을 통해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업을 물려줄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병철 회장은 정경유착이나 비자금 조성 등 많은 일들이 ‘경제성장’이라는 구호 아래서 묵인되던 산업화 초기의 기업인이다. 현재의 잣대 그대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회장의 무노조 원칙은 여전히 ‘유훈’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여공들이 파업을 벌이려 하자 바로 공장 문을 닫아걸고 직원을 해산한 바 있다. 삼성의 ‘그림자’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건희 시대, 삼성의 비상

이건희 회장은 1942년 1월9일 태어났다. 지금도 매년 1월9일이면 삼성그룹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과 신년 사장단 만찬을 연다. 언론이 이건희 회장 생일 만찬이라고 표현하는 행사다.

 

이 회장이 태어날 당시 이병철 회장은 삼성상회 일로 한창 바쁠 때여서 경남 의령의 생가로 보내져 할머니 밑에서 3년을 자랐다. 1947년 서울로 올라와 혜화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6·25전쟁으로 마산·대구·부산으로 옮겨다녔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일본에서 같이 살던 바로 위 형 창희와는 9살 차이였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같이 놀 친구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입학했지만 곧바로 일본 와세다대학 상학부로, 또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건희 회장은 예전 <신동아> 등과의 인터뷰에서 떨어져 사는 게 버릇이 되어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됐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고 또 깊이 하게 됐다고 자신의 성격을 설명했다. 그는 9시간이나 계속된 프랑크푸르트 회의 등 여러 군데서 자신의 외골수 같은 성격과 집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홀로 있는 시간에 영화, 개,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빠져들었다.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성을 만든 듯한 지금 삼성의 모습은 어쩌면 이 회장의 모습을 닮았다.

 

이 회장은 이맹희, 창희 두 형이 잇따라 아버지의 눈 밖에 나면서 삼성의 총수가 될 기회를 얻었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건희에게는 처음에 매스컴 경영을 맡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매스컴의 어려운 경영에 대비해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몇 개의 회사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건희가 일본 와세다대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삼성그룹의 전체 경영을 맡을 사람이 없어 건희를 그룹 경영의 일선에 차츰 참여시키게 되었다. 다행히 건희가 자질도 보이고 기업 경영에 열심히 참여해 후계자로 정하게 됐다”고 썼다. 이건희 회장은 1968년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로 취임한 뒤 1978년 삼성그룹 부회장 자리를 꿰차며 후계자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했다. 그사이 이 회장의 일은 아버지를 충실히 보필하는 것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1974년 한국반도체를 사재를 털어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은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이병철 회장이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을 ‘구멍가게 같은 공장에서 개인사업으로 시작한 반도체가 10년 만에 삼성의 핵심 사업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건희 회장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역시 1993년의 이른바 ‘신경영 선언’ 이후다. 이 회장은 에세이집에서 “87년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고 국내 경제는 3저호황 뒤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없고 내가 제일이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50년간 굳어진 체질이 너무도 단단했다. 경영자들은 변하지 않고 회사간, 부서간 이기주의는 눈에 보일 정도가 되어 소모적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특히 9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썼다. 지난해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가 수원사업장에서 연 전시장에는 당시 이건희 회장이 임원단과 함께 본 사내방송이 상영되고 있었다. 세탁기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직원들이 칼로 깎아내는 모습이다. 93년 2월 이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전매장 베스트바이에서 본 것은 삼성 티브이(TV)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처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주요 임원을 모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서 “회장이 되고 만 5년 몇개월 동안 계속 불량 안 된다, 불량 안 된다. 모든 것을 양을 없애버리고 질을 향해라. 그런데도 아직까지 양을, 양을, 양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것이 바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구호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이다.

 

신경영 선언 이후인 1995년 이 회장이 불량률이 높은 무선전화기 15만대(150여억원어치)를 수거해 화형식을 해 전량 폐기처분하는 충격요법을 사용하면서 삼성은 차차 변해갔다. 신경영 선언 20년 동안 그룹 매출은 29조원(1993년)에서 302조원(2012년)으로 10배, 세전 이익은 8000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배 늘어났다. 디(D)램 하나뿐이던 삼성의 월드베스트(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20개가 됐다. 실적만 놓고 보면,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그사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엄청난 적자를 남기고 포기한 일도 있었다.

 

이와 동시에 삼성은 차차 ‘삼성공화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고, 그 그늘도 짙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 비자금 폭로 사건이다. 엑스파일 사건은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나눈 대화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도청한 사건인데, 삼성이 정·관계 인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사태 또한 선대 회장이 물려준 재산이라는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세포탈 혐의로만 기소됐고 이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다. 신경영 선언 이후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은 바뀌었지만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누적된 고름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던 사건이다.

 

여전히 악명 높은 무노조 원칙이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백혈병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가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난치병 발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만큼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 문제를 자신이 삼성을 맡고 있는 동안 털고 가서 후계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당시 “인간은 65살 전후면 노망기가 든다. 절대 실무를 맡으면 안 된다. 60이 넘으면 손떼야 한다. 65살이 넘으면 젊은 경영자에게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건희 회장의 나이는 72살이다.

 

 

이건희 회장 쓰러진 뒤

그룹 승계구도 관심 쏠려

안그래도 지난해부터 착착

후계 위한 밑그림 그려왔다

 

경영능력 미지수인 이재용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으로

후계자 자리 확실히 했지만

e삼성 실패는 아킬레스건

그는 어떤 경영자가 될것인가

 

이재용 시대, 준비는 돼 있는가

지난해 삼성을 출입하기 전에는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3남매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룹 사정을 잘 아는 내외부 사람들은 그런 생각에 코웃음을 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발행됐을 때 이미 삼성의 승계 문제는 끝났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어도 그러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전환사채 발행이 1996년이니 이미 20년 가까운 예전부터 후계자는 정해졌다. 게다가 삼성은 지난해부터 에버랜드 사업 구조조정, 삼성에스디에스(SDS) 합병 뒤 상장 등 후계구도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오던 참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은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아버지에 비해 외부 활동이 잦은 편이지만 실제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여러번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고 에세이집까지 펴낸데다 매년 신년사나 기념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려온 아버지와 달리 이 부회장이 속내를 털어놓은 적은 별로 없었다. 가끔 기자들을 만나도 단편적인 대답이나 아버지의 ‘뜻’을 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2010년 <매일경제> 기자와 우연히 만나 당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더 열심히, 더 겸손히, 더 지혜롭게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한 것과 2009년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기능올림픽 당시 기자들이 ‘일이 많은데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내가 피곤하다고 불평할 자격이 있겠는가. 운 좋게 좋은 부모, 훌륭한 선배(경영진)를 많이 만나서 이 자리에 있다. 삼성 경영자들은 기업에 헌신하고 충성심이 강하고 현명하다. 이분들과 수십만명의 삼성 임직원분들이 함께해 잘해주리라 믿는다. 물론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라고 한 정도가 그나마 자기 심경을 말한 얼마 안 되는 기록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재용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고 적었다.

 

1968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잠깐 일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로 유학 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학업을 계속하는 사이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헐값으로 발행돼 이재용에게 우선 배정됐고, 편법 승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2009년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이건희 회장에게 제일모직 주주들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유학 중이던 1999년 이건희 회장이 폐암 수술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고,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가 중심이 돼 추진한 프로젝트가 바로 ‘e삼성’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지금도 이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참여한 인터넷 사업체들을 동시에 출범시킨 ‘e삼성’ 사업은 닷컴 거품 붕괴와 함께 대부분 망했고, 이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삼성그룹 9개 계열사가 2001년 매입하면서 손실을 보전해줬다. 2008년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구조본이 e삼성의 설립과 운영, 지분 처분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결론내렸지만 배임행위임을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항상 드는 사례가 이 ‘e삼성’ 사건이다. 삼성 쪽은 이재용 부회장은 대주주였을 뿐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중이다.

 

 

이 부회장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해 상무(2003), 전무(2007), 부사장(2009), 사장(2010), 부회장(2012)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잠시 해외마케팅을 맡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운영 부문을 맡아왔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성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차기 총수인 만큼 많은 부분에 관여했을 터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이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만일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할까? 노키아는 망하다시피 했지만 핀란드는 그렇지 않았다.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대기업이었다. 다만 삼성이 흔들린다면 우리나라 경제도 큰 생채기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의 승계 문제가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이미 편법 논란으로 한차례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순환출자구조로 낮은 지분율을 가진 총수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삼성이다. 과연 이재용은 준비가 된 것일까. 이재용이 만들어갈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름다운 음악여행

Quimantu / Kyrie, Surtierra Canto de Bienvenida


 

Llaqui Phuyo (슬픈 구름) - Inti Raymi

아무도 , 아무도 없이(Sin nadie sin nadie)
아무도 ,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남았네.
초원의 외로운 꽃일 뿐인 그녀와 그녀의 슬픈 그림자.

너무도 걱정스러워 입에서 케나를 뗐네.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너무 많이 울어 그녀 목소리가 쉬었네.

삶이 이럴 수가 있을까 !
길은 모두 사라지고 나를 감싸주던 것들은 죽고 없네.
모든것이, 모든것이 사라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