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빙하…인류재앙으로 돌아오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 극지 기온이 20~30도까지 오르는 이상고온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극지 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어진다. 북극해를 덮은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해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 영향으로 해빙이 사라지면서 가뭄, 폭염, 태풍, 한파 등 기후재앙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남극의 얼음은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을 매년 3.0㎜씩 끌어올리며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4일 극지연구소의 ‘북극 해빙 면적’을 보면 북극 해빙의 여름철 평균 면적(9월)은 1980년 766만7000㎢에서 지난해 392만5000㎢로, 40년 사이 48.9% 감소했다. 지난해 9월15일에는 374만㎢까지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2030년 여름에는 북극에 얼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이는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시베리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았고, 같은 해 6월20일에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최고기온이 38도에 달했다.
■ 남북극은 지구온난화 바로미터
태양열 반사하는 북극해 얼음
여름철 면적 40년 새 49% 감소
바다로 흘러드는 남극 얼음
해수면 매년 3㎜씩 끌어올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1도 정도 진행됐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1만년간 자연적으로 0.5도가량 온난화가 진행된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특히 극지방은 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2~3배 더 빠르게 진행됐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지구온난화 증폭’이라 부른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남극과 북극 등 극지를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로 보는 이유는 온난화 증폭과 함께 해빙과 육빙이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얼음이 녹으면 지구 표면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이른바 ‘알베도(albedo)’가 줄어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흡수돼 온난화가 더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얼음은 바닷물이 얼어서 생기는 해빙과 눈이 쌓여 얼음이 된 대륙 빙하 등 육빙으로 구성된다. 극지의 심층수와 두꺼운 얼음은 이산화탄소를 가둬두는 마개 역할을 하며 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얼음이 녹으면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돼 온난화를 더욱 부추긴다.
WMO의 온실가스 연보를 보면 2019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5PPM으로, 2015년 400PPM을 돌파한 지 4년 만에 410PPM을 넘어섰다.
북극해 해빙은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북극해 주변 육지의 온난화 등에 의해 녹게 된다.
예컨대 북극 해빙면적이 가장 작았던 2012년 9월(약 340만㎢)의 경우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고 척치해(북극 결빙해역) 부근에 해빙이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해빙이 녹거나 사라졌다. 지난해 여름에도 북극 해빙이 크게 줄었는데, 주변 시베리아의 열파(이상고온이 지속되는 현상) 영향으로 분석됐다.
극지 온난화는 단순히 얼음 면적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온 진폭을 키워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를 유발한다. 미국 워싱턴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공동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를 통해 공개한 연구 논문을 보면 그린란드, 북극해, 캐나다 북부, 미국 알래스카 등 북극지역에서 6~8월 여름철 발생한 번개 횟수는 2010년 1만8181건에서 2020년 15만2848건으로 10년 새 8.5배가량 증가했다. 연구팀은 “북극 기온이 2010년 0.65도에서 2020년 0.95도로 0.3도 상승하면서 북극의 번개 횟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띠)가 약해지면서 당초 북극에만 머물렀던 찬 공기가 대만과 스페인 등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온다. 지난해 한반도를 휘몰아친 ‘역대급 장마’와 지난겨울 ‘북극발 한파’도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벌어진 이상기후다.
■ 남극 빙하, ‘해수면 상승’ 위협
가뭄·폭염 등에 전 세계 ‘몸살’
“신재생 에너지 지속적 개발을”
남극의 빙하는 서남극 지역을 중심으로 사라지고 있다. 따뜻한 바닷물을 막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늦추는 수백m 두께의 빙붕(육상 경계면을 기점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의 바닥에 온도가 높은 심층수가 지속적으로 흐르면 빙붕은 결국 바다로 떨어져 나가고, 이로 인해 남극 대륙의 빙하도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북극의 온난화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서남극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 고온현상이 발생하는 남극의 온난화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빙하가 녹아 바다로 계속 흘러 들어가면서 지구의 해수면을 매년 3.0㎜씩 끌어올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 본부장은 “인간의 경제·생산 활동이 극지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기후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올해는 ‘대파’ 대란, 내년은?…기후위기로 위태로운 밥상
지난 겨울은 초겨울부터 한파가 거셌습니다. 특히 1월 상순에는 북극발 냉기가 내려오면서, 전국적으로 나흘 연속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올들어 지난 1월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0년만에 가장 낮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강이 꽁꽁 얼어붙어 거대한 빙판으로 변했고 폭설도 잦았는데요.
이때 국내 최대 대파 산지인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연관기사] ‘기상전문기자’가 신안군 대파 산지를 찾은 이유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3237
■ "땅이 얼어서 곡괭이로 찍어서 출하했어요"
"임자도는 겨울에도 따뜻해서 땅이 얼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눈은 많이 오더라도... 그런데 최근에는 땅이 얼어서 곡괭이로 찍어 대파를 출하한 적도 있었어요. 앞으로 날씨를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농산물 수확량이나 가격이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김정원 / 임자도 대파 재배 농민)
임자도에서 20년 넘게 대파를 재배해온 김정원 씨의 말입니다. 전남지역은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해 대파 노지 재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곡괭이로 언 땅을 파 일부 대파는 출하했지만, 상당량은 냉해를 입어 폐기 처분했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임자도에 하루 150mm가 넘는 비가 내리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파는 물에 잠기면, 독특한 냄새가 나면서 흐물흐물해져 썩는 '무름병'에 걸리기도 하는데요. 이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상당량의 대파를 폐기 처분해야 했습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대파의 생육과 출하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실제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기후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이번에는 기상청을 찾았습니다.
■ 대파 산지에 쏟아진 폭우, 1년에 내릴 비의 70% 한꺼번에 쏟아져
최정희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분석관과 함께 지난해 여름 날씨부터 살펴봤습니다. 지난 장마는 역대 가장 긴 54일 동안 이어지면서 전국에 많은 비를 퍼부었는데요.
특히 대파의 주 산지인 전남지역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여름철 누적 강수량이 1,000mm를 넘나들어 1년 내릴 비의 70%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개의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로 찾아온 영향도 있었습니다. 이는 관측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태풍의 영향은 9월까지 이어졌습니다.
■ 온난화의 역설, 기록적인 한파로 임자도 '영하 12도'
한파가 찾아올 거란 경고도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나왔습니다. 북극의 얼음이 2012년에 이어 2번째로 많이 녹았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주변에는 거대한 열 에너지가 축적됩니다. 역설적으로 북반구 중위도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칩니다. 여기에 열대 적도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라니냐' 국면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 추위가 밀려올 거란 경고가 나온 겁니다.
[연관기사]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⑦ “올겨울 재난은 기록적인 한파?”…최대 변수는 ‘온실가스’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서울 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졌던 올해 1월 8일, 신안 임자도의 최저기온도 영하 12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임자도에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가까운 목포의 30년 평균 기온을 살펴 봤더니, 평년보다 10도 이상 낮았습니다.
영하의 추위가 없던 곳에서 사흘 연속 영하 10도 안팎까지 기온이 내려간 건데요. 수확을 앞둔 겨울 대파밭이 얼어, 곡괭이로 땅을 파고 수확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온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1월 상순까지는 이전보다 더 춥고, 2월과 3월에는 정반대로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죠. 마치 시소를 타는 것 같은 날씨여서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재배면적은 줄고, 인력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물론 농산물 가격 급등은 '이상 기후'의 영향 만은 아닙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최근 대파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 재배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는 대파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지난 4~5년 간은 대파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했기 때문인데요.
2010년대에는 대파 재배 면적이 3,400ha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0년엔 3,270ha로 감소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전국 대파 생산량도 전년보다 10% 적은 32만 2,000톤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대파 10ha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늘고 있습니다.
2010년 149만원에서 연평균 3%씩 올라 2019년 222만원, 2020년은 280만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용 중 절반 이상은 인건비가 차지했는데, 실제로 임자도 대파밭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거의 외국인이었습니다.
■ 2020년 대파 자급률 처음으로 '80%' 아래로
80% 이상이던 대파 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대파 자급률이 2020년 처음으로 80% 아래(79.9%)로 내려갔고, 2025년 79.1%, 2030년에는 78.2%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와 생산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국산 대파가 줄고 이제 중국산 등 해외에서 키운 대파가 우리 밥상에 더 자주 오를 거라는 뜻입니다. 과연 이게 '대파'만의 문제일까요. 올해는 대파 대란, 내년에는 배추 대란, 이런 식으로 농산물 급등 현상이 되풀이되고 언젠가는 국산 농작물을 우리 밥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식량 안보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 '코로나19'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입니다. 그동안 농작물 가격에 영향을 준 변수는 주로 기후나 사회, 경제적인 요인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러시아, 2012년에는 미국과 흑해 연안국에서 가뭄으로 밀과 옥수수, 콩의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2007부터 2008년에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바이러스도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간 물류를 중단했었죠. 이 때문에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기후나 사회, 경제적 요인이 아닌 '감염병'에 의해서도 식량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높아졌습니다.
■국내 식량 자급률 50% 이하, 우리 밥상 지키려면?
2019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2.1%이지만, 밀은 0.7%, 옥수수 3.5%, 콩은 26.7%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인 식량 자급률도 45.8%로 절반을 밑돌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식량 파동을 겪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식량 공급을 해외에 의존할수록 출렁이는 가격을 방어하기 힘들고, 결국 밥상 물가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을 농산물은 우리가 재배하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더 적극적으로 보급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농민들의 외침도 더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농가는 해마다 치솟는 인건비와 인력 부족에 종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폭염과 가뭄, 태풍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밥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제발 최저가격만이라도 보장해달라"고 해마다 외치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더이상 외면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우리동네 50살 나무 100그루 숲, 일주일새 싹 사라졌습니다
생태복원 이유로 무더기 베어내는 지자체들, 주민들과 마찰
“한번에 싹 베면 야생식물·조류 생태교란…점진적 복원 필요”
지난달 22∼29일 서울 마포구청은 성미산의 40∼50년 된 아카시아 100여 그루를 무더기로 베어냈다. 성미산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등 40여종의 새들이 깃든 곳이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제공
식목일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들이 생태복원을 이유로 수십 년 된 큰 나무들을 무더기로 베어내 주민들과 마찰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은 ‘성미산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달 22일 삽차(포클레인)을 동원해 40∼50년 된 아카시아 100여 그루를 뿌리째 뽑아냈다. 낡아서 안전 우려가 있는 산책로와 에어로빅장을 정비하고, 외래종인 아카시아를 토종인 참나무로 바꾼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날아드는 성미산에 포클레인이
하지만 뒷산에 삽차가 들어와 땅을 뒤집는 모습을 보고 놀란 주민들은 “성미산 숲을 망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마포구청 담당자들을 만나 항의했다. 이달 15일에는 담당자와 다시 만나 성미산 재정비 관련 ‘주민·구청 협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성미산 아래 사는 박종혁 ‘산다움’(성미산 자연환경보호단체) 부회장은 “구청에서 고목들을 잘라낸 자리에 토종 묘목들을 심겠다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숲이 되려면 20∼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데 대해 주민들이 몹시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성미산에는 너구리 같은 네발짐승은 물론 솔부엉이 같은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인 새홀리기, 파랑새 등 관찰된 새만 40여종에 달한다. 이렇게 나무를 베면 생태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관련기사 : “성미산에 옹달샘 만드니 새들 날아와 생태학습장 됐네요”)
이민형 채비움 서당 훈장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 찍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한겨레> 자료사진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카시아는 40∼50년 전에 속성수(빨리 자라는 나무)·비료목(땅의 힘을 키워주는 나무)으로 많이 심었는데, 이제 수명을 다해 동공(나무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기는 등 쓰러질 우려가 있고 관련 민원도 계속 나와 제거하게 됐다”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나무를 베어 주민들이 놀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나무 베기는 더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아카시아를 파낸 곳은 다음 주부터 토종나무들로 빨리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해등로 ‘녹지 연결로 조성사업’ 현장의 모습. 주민들이 드론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갈무리 했다.
“생태길 만든다고 우거진 숲을 파헤쳐도 되는 건가요?”
도봉구는 ‘녹지 연결로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지난 2월27일부터 쌍문1동과 방학3동 사이 해등로 양옆의 상수리나무, 참나무 등 큰 나무 65그루를 벴다. 끊긴 북한산 자락을 잇는 ‘생태복원’을 하겠다는 것이 사업 취지다. 현재는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세워 지난달 5일부터 공사현장에 서명작업을 벌여 현재까지 2500여명의 동참을 받아냈다. 또 지난달 19일 구청장 면담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주민대책위 강주혜씨는 “수년 전에 쌍문1동 뒷산 정비 때도 ‘생태 다양화’를 이유로 우거진 숲을 파헤치고 묘목을 심었는데, 나무들이 자리 잡지 못했다”며 “2019년 말에 열 명도 안 되는 주민들이 참석한 주민설명회를 해 놓고 1년여 만에 갑작스레 공사를 벌이는 등 주민 설명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북한산 능선을 따라 생태길을 이으려면 도로 위로 다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최소한에서 나무를 벤 것”이라며 “전문가 용역에서 사업 타당성이 입증됐다. 공사 재개 전에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산·기간 맞추기 보다 생태 환경 먼저 고려해야”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이렇게 큰 나무를 싹 베어버리면 야생식물 유입 등 생태교란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크다”며 “꼭 필요한 사업만 하고, 불가피하게 큰 나무를 벨 땐 무성한 숲이 보전되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정해진 예산·사업 기간에 맞추기보다 생태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금강송은 왜 말라죽었을까…소나무로 본 기후위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 전해드리는 연속 기획 순서, 오늘두 번째로 경북 울진으로 가봅니다. 금강송이라 부르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주로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데,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이 금강송이 최근 수분 부족으로 말라 죽어간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죽이고 있습니다.
[리포트]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줄기가 곧고 잘 썩지 않아 최고급 목재로 꼽히는 금강송이 산들을 덮고 있습니다.
해발 800m 산 정상에 오르자, 앙상한 가지만 남은 하얀 나무들이 보입니다.
바람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나무도 있습니다.
["소나무인지조차 분간이 안 됩니다. 수피(껍질)가 다 벗겨졌으니까요."]
열 그루 정도는 이미 죽은 지 5년이 넘었습니다. 수분 부족 때문입니다.
[신재수/남부지방산림청 산림생태관리센터 팀장 : "겨울철에 온도가 올라가다 보니까 (나무의) 호흡량이 왕성해집니다. 호흡량이 왕성해지는 반면에 수분은 없기 때문에, 건조한 상태에서 수분 흡수는 잘 안 되고..."]
고도 600m 산 중턱에서도 햇볕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최근 1~2년 사이 여러 소나무들이 말라죽었습니다. 죽은 소나무 군락입니다. 푸른 잎은 모두 누렇게 변했고, 가지가 모두 떨어져서 이렇게 앙상한 모습만 남았습니다. 주민들은 기후가 확실히 바뀌었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최수목/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 "지금 같은 경우에는 옛날 같으면 눈이 쌓여 있어야 돼요, 산에 가면. 지금은 눈도 구경 못 하고 얼음도 구경 못 하고. 척박해지는 거죠. 수분이 없으면 모든 게 척박해져요."]
실제 이 지역의 최근 20년간 1월 기온은 계속 올랐습니다. 봄철인 3월부터 5월엔 건조 지수도 올라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임종환/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 : "소나무가 여름이나 다른 계절의 건조에는 매우 잘 견디지만, 겨울에 가뭄과 고온이 겹쳤을 때에는 매우 위험하게 됩니다."]
이전엔 해발 천 2백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말라죽는 침엽수가 발견됐는데, 이제는 6~7백 미터 고도에서도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10그루, 20그루. 특히 2020년에 많은 건 100그루까지 죽은 현장이 있었기 때문에 2021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금강송 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경북 울진과 봉화 일대에서 소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일어난 곳은 지난해에만 30곳이 넘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 석유 소비 5년만에 뚝… 회복도 '불투명'
2015년 이후 처음으로 8억 배럴대로 감소
항공유 소비 감소폭 40%대로 가장 커
친환경 정책 전환으로 정유업계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후 최근 석유 소비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량은 8억7811만 배럴로 전년(9억3195만 배럴)보다 5.8% 감소했다. 국내 석유 소비량은 2015년 8억5625만 배럴 이후 2016∼2019년 9억배럴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5년 만에 다시 8억 배럴대로 떨어졌다. 이동 제한으로 인해 해외 여행이 급감하면서 항공유 소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2178만 배럴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 전기차 충전소. ⓒ뉴데일리DB
올해 들어 석유 소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1∼2월 통계를 보면 1월은 7581만 배럴, 2월은 7241만 배럴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1월 소비량은 6.3% 감소했지만, 2월 소비량은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했다.
항공유 소비량은 여전히 전년 대비 절반 미만이지만 휘발유와 납사 등 다른 제품 수요는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석유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정제마진과 유가 상승,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 부족 등이 맞물려 올해 국내 정유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다만 유가나 정제마진 회복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 장기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전했다.
석유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올 1분기 국내 정유 4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 59억원, 에쓰오일은 2673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업계가 탄소 중립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장기적인 석유 소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전환 등에 따라 석유 수요는 2025년 이후 연평균 0.4% 감소해 2040년 8억6900만 배럴 수준일 것으로 관측됐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확산에 따라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이를 뛰어넘는 공급 축소 규모와 정유 설비 구조조정이 정유업계의 장기 수익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 소비량이 계속 줄 것으로 예측되면서 업계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통 석유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수소, 연료전지, 벤처투자, 생활 플랫폼 등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편집국 기자 press@newdailybiz.co.kr
유기동물 57만 마리 분석해보니…55%는 1살 미만 새끼
동물자유연대, 2016~2020년 동물 유실·유기 전수조사
비품종견·시골 지역 유기 늘어…절반은 보호소 내 죽음
최근 5년간 1살 미만의 어린 동물과 소위 믹스견이라고 불리는 비품종견의 유실·유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동물자유연대 제공
최근 5년간 1살 미만의 어린 동물과 소위 믹스견이라고 불리는 비품종견의 유실·유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지역의 동물유기는 줄거나 제자리였지만, 시골에서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 마당개 중성화 사업 등 지자체 관리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유실·유기 사례를 조사해 ‘2016-2020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를 펴냈다. 이 시기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실·유기 동물 공고 57만324건을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1살 미만 개체의 비중은 2016년 3만3807건에서 2020년 6만7175건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유실·유기동물 증가율 45.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1살 미만은 전연령 유기 발생 건수가 감소한 지난해에도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6-2020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 동물자유연대 제공
소위 ‘시고르자브종’이라 불리는 믹스견의 증가세도 눈에 띄었다. 품종견의 경우 2016년 2만9천 건에서 2018년 3만4천 건까지 증가했으나 2020년에는 2만2천 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비품종견의 경우 2016년에는 3만3천으로 품종견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매년 증가세를 보여 2020년에는 7만1천 건으로 품종견 대비 3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도시 지역의 유실·유기는 제자리거나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은 데 비해 시골 지역의 증가는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단위 지자체가 2016년 3만5천 건에서 2020년 3만3천 건으로 감소했지만, 시 지역은 4만5천 건에서 6만8천 건으로 52.8% 증가했다. 군으로 가면 수치는 큰 폭으로 증가한다. 2016년 8천 건에서 2020년 2만6천 건으로 211% 상승했다.
2016-2020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 동물자유연대 제공
물론 도시 지역에서의 유기 발생 건수는 압도적으로 높지만, 1인당 발생 건수로 환산하면 시골 지역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20년 기준 구 단위는 1인당 발생 건수가 14.8건, 시는 28.3건이었으나 군은 60.1건으로 구와 시에 비해 각각 4배, 2배에 달했다.
인구대비 발생현황으로 살펴보면 광역지자체 가운데서는 제주가 한해 8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8건으로 가장 적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남 밀양시가 연평균 144건을 기록해 1위였고, 서울 서초구가 3.9건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시 보호소를 통한 입양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실·유기동물 입양률은 2020년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2016년 32.9%에서 2019년 29.5%로 되려 뒷걸음질 쳤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코로나 재택 영향으로 유기동물 입양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팬데믹 퍼피’ 코로나 19가 강아지 유행을 일으켰다)
동물자유연대는 시골 지역 유실·유기동물 예방을 위해 지자체의 마당개·들개 중성화 지원과 홍보 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단체는 이번 조사의 배경으로 △유실·유기동물 수가 2019년 13만5천 마리로 급증, 지속적인 증가추세이며 △지자체 보호센터 입소 동물 절반이 안락사(21~25%), 자연사(26~28%)로 죽으며 △늘어난 정부·지자체 예산(2019년 232억)에도 여전히 실효성 없는 정책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채일택 정책팀장은 “보호소 입소동물의 절반이 안락사나 질병, 상해, 원인미상의 이유로 죽음에 이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제한된 자원 내에서 동물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선 발생한 동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대책을 ‘유실·유기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유실·유기동물 방지 대책으로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번식 금지, 반려인 교육강화, 지자체의 마당개·들개 중성화 지원 홍보 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전문은 동물자유연대 누리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우리나라 땅, 1년동안 여의도 4배만큼 늘어난 까닭은
021년 지적통계연보 발간...영산강·시화호 등 간척사업으로 확대
지난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이 여의도의 4배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21년 '지적통계연보'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지적공부(토지·임대 대장)에 등록된 국토 면적은 총 10만413㎢입니다. 1년 동안 여의도 면적(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 2.9㎢)의 4배에 가까운 11.3㎢ 늘어난 겁니다.
왜 늘어난 걸까. 간척 사업과 공유수면 매립 등 각종 개발 사업 때문입니다.
간척 사업을 통해 늘어난 국토 면적 예시
공유수면 매립이란, 공유수면에 흙, 모래, 돌 등을 채워 토지를 조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남 영산강 주변(1.7㎢)과 경기 시화호(11.0㎢), 인천 국제여객터미널(0.6㎢) 등의 매립이 지난해 이뤄졌습니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0.6㎢), 인천신항 항만배후단지(0.7㎢) 총 1.2㎢ 증가
지난 10년 동안 국토 면적은 꾸준하게 증가해왔습니다. 2011년 10만33㎢에서 380㎢ 늘었습니다. 여의도의 131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간척사업이나 매립 등을 통해 실제로 면적이 넓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부상으로만 면적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원도가 대표적으로, 최근 10년 새 137㎢ 증가했습니다. 여의도의 47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특히 4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간척 사업 등이 불가능한 철원(93㎢)과 인제(24㎢), 양구(14㎢)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미등록 토지를 등록하고 토지대장 등을 복구하면서 지적공부 면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대호간척지 전경
2011년과 비교해 산림·농경지는 2%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공장·학교 용지 등 생활기반 시설은 23%, 도로·철도용지 등 교통기반 시설은 19% 늘었습니다. 전, 답, 임야는 각각 2.9%, 6.2%, 1.5% 감소했고, 대지, 도로는 각각 18.2%, 18.5% 증가했습니다.
신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유자별로는 국·공유지와 법인소유 토지 면적은 늘어났지만, 개인소유 토지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김서연 /JTBC 산업팀 기자 |
이성근 -좋아할 일이 결코 아니다. 매립전의 지형이 가진 생태적 자산이 매립 과정과 후를 통해 교란을 강제 당했고, 생물서식 환경의 손상과 경관의 왜곡을 가져왔다.
멸종위기 1급 ‘황금박쥐’ 탈진한 상태로 발견, 결국 폐사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달 15일 공원구역 안쪽 한 마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금박쥐(붉은박쥐)를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금박쥐’가 무등산국립공원에서 탈진 상태로 발견됐다가 폐사했다. 황금박쥐는 천연기념물 452호인 붉은박쥐의 별명이다. 2일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주민은 지난달 15일 공원구역 내 마을에서 날개가 찢어져 움직이지 못하고 탈진해있는 박쥐를 발견하고 공원사무소에 신고했다.
국립공원 측은 주민 제보를 받고 박쥐를 구조해 광주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했다. 센터로 옮겨진 박쥐는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폐사했다.
센터 측은 “조사 결과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452호인 붉은박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붉은박쥐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멸종위기 1급으로 보호받는 황금박쥐가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국립공원 측은 이 박쥐가 기력이 쇠약한 상태로 겨울잠 중 깨어나 야외 활동을 하다가 다친 것으로 추정했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황금박쥐의 발견은 무등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야생생물 서식지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탈진한 채 발견된 박쥐는 광주 야생생물구조센터로 옮겨졌으나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폐사했다. 사진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사진
탈진한 채 발견된 박쥐는 광주 야생생물구조센터로 옮겨졌으나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폐사했다. 사진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녹색강의 습격
녹조 물을 마시고 죽은 코끼리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35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원인은 코끼리가 마신 물. 코끼리가 녹조물을 마셨고, 그 녹조에 있던 독성이 거대한 체구를 가진 코끼리들을 급사하게 만든 것이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질소,인 등 영양 물질 공급이 늘어나자 지구 곳곳에 녹조 발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코끼리 뿐 아니라 돌고래, 수달, 심지어 사람이 키우는 애완견들도 녹조 독에 죽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천 마리의 개들이 녹조 독으로 죽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350마리가 녹조 독성이 있는 물을 마시고 죽었다.
녹조라 불리는 남조류의 정체는 박테리아.
여름 번성기에 초록빛 겔처럼 물컹물컹 걸쭉해져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바로 그 것, 우리가 많이 보아 온 흔히 녹조라고 불리는 그것의 정확한 명칭은 남조류(cyanobacteria)다. 남조류는 조류라기보다 세균이라는 점에서 남세균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남조류에는 무서운 독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만성 독이다. 반면 아프리카 코끼리를 죽인 아나톡신은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급성독이다. 최근에는 BMAA라는 독이 루게릭병, 파킨슨병, 심지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남조류에는 수십 가지 독이 있는데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이 바로 간독성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바로 이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남조류 독이다.
미국, 중국, 세르비아 등 여러 곳에서 녹조 번성 지역에 간질환 증가 관측돼
마이크로시스틴은 지방간이나 간염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노출되면 간질환이 심해지고 간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국과 세르비아 등의 남조류(독성이 있는 녹조)가 번성한 지역에서 간질환 발생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는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팀이 ‘남조류가 번성하는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콜성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0.3%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Cyanobacteria blooms and non-alcoholic liver disease: evidence from a county level ecological study in the United States 미국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의 생태 역학적 연구)
그렇다면 여름철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나타나는 녹조는 괜찮은 것일까?
4대강 녹조와 간질환
4대강 사업이 완공된지 7년 후인 2019년. 국제학술지에 <한국 4대강 유역에서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Harmful algal blooms and liver diseases : focusing on the areas near the four major rivers in Korea.)> 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환경보건학과 이지영교수 팀. 논문의 내용은 ‘4대강 사업 후, 4대강 공사구간에 남조류가 번성했고, 공사구간 지역의 비알콜성 간질환이 증가 했는데 남조류 번성과 간질환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한국 4대강 유역에서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
이지영 교수팀은 4대강 공사 전 후 환경부가 조사해온 클로로필a 수치(녹조의 농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4대강 공사 전(2005-2012)보다 4대강 공사 후(2013-2016)에 한강을 제외한 영산강, 금강, 낙동강에서 남조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클로로필a 수치가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간질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4대강 지역 중에서도 공사를 한 구간의 경우, ‘클로로필a 증가’와 ‘비알콜성 간질환의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반해 비공사구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지영 교수팀의 연구는 4대강 공사와 간질환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고 더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지영 교수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정확한 역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지금은 녹조 세포의 수를 세는 방식으로 녹조가 얼마나 심한 지를 판단하는데, 독성을 직접 측정하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을 비롯해서 주변의 토양, 작물 등 총체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숨쉬는 공기를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 오는 녹조의 독성
그렇다면 녹조의 독성은 어떻게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걸까?
수돗물, 수상 활동, 독성이 축적된 농산물이나 물고기를 통한 경로들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수돗물의 경우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거의 완벽하게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 답변이다. 그런데 이지영교수는 수돗물보다 수상 활동이나 농작물, 물고기를 통한 경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저희 연구팀에서 한 연구로는 먹는 물로 인한 노출은 오히려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요. 물과 관계되는 레크레이션. 예를 들어서 낚시 또 수상에서 하는 스포츠 그다음에 그 주변에는 이제 그럼 에어로졸로 이제 다 들어가게 되죠. 코로 들어가면 사실 더 위험합니다. 코 점막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가면 바로 혈관으로 들어갑니다.. 녹조 성분을 물로 마셔서 소화기관으로 들어가면 일단 위나 장을 통해서 또는 간으로 가고 어느 정도 해독 작용도 있는데, 코로 들어가면 더 위험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나 있습니다.
이지영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미국에서는 코로 흡입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결론 나 있다.’
녹조 독성의 전달 경로로 에어로졸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에어로졸이란 공기 중에 떠 도는 아주 작은 알갱이를 말하는 것으로 녹조가 있는 강에서 보트나 수영 같은 활동을 할 때, 미세 알갱이 형태로 코를 통해 몸에 흡수된다고 한다. 이 알갱이들은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지영 교수는 이렇게 에어로졸 형태로 흡수되는 독성은 코 점막을 통해 혈관을 타고 막바로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먹거나 마시는 것 보다 더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녹조 발생이 많은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에어로졸에 의한 독성 전파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대 연구진이 호수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을 채취하고 있다.
환경부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지영 교수의 논문에 대해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은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답했다. 박 단장은 우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정수된 수돗물 검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농작물이나 물고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축돼 사람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국가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건강 질환이라든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부분에 대해서는 어쨌든 다양하고 연구들이 더 많이 이뤄져야 될 것 같구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수용체, 생태계 생물체도 그렇고 인간 수용체 경우에는 어떤 질환이 발생하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시스틴 이라는 독소만 놔두고 다른 변수들을 다 통제 한 상황에서 그거를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것인지 연구의 한계도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통계적 유의성만 가지고 따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
국가연구기관도 인정하는 에어로졸 전파, 그러나 대비책은 없다
환경부는 녹조 독성이 에어로졸로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나 에어로졸 문제는 국가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낸 보고서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2015년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담수환경에서 조류독소의 생물농축에 관한 연구’는 ‘수상스키 등 수상활동을 할 때 에어로졸이 인체에 흡입될 수 있고 어린이가 녹조가 많은 수변에서 노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 이후에도 에어로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사 연구나 대비책은 전혀 없었다. 에어로졸 전파가 우려되는 수상 스포츠 시설의 경우 기존에 있는 경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이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을 운영하는 낙동강레포츠센터(대구 달성군 운영)에 물어봤을 때 담당자는 ‘지금까지 녹조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녹조가 경계단계를 넘어서면 수상 레포츠나 어로행위, 낚시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도 운영을 계속했다는 뜻이다.
고여있는 물은 녹조의 배양지
4대강 사업 후, 우리의 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녹조의 성장조건은 풍부한 영양소, 따뜻한 온도, 많은 빛이다. 거기에 물살이 잔잔하면 녹조는 물 표면에 군집을 이루며 번성하게 된다. 이런 녹조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만들어 녹조가 군집을 이루어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금강은 우리에게 보를 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지를 보여 주었다. 4대강사업으로 보가 생기고, 물이 흐르지 못하자 녹조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던 금강은 3년 전 보 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낸 결과 지금은 맑은 강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맑은 강변에는 하얀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강 바닥 모래는 모래 알갱이 사이에 많은 산소를 품고 있다. 물은 모래 알갱이 사이를 흐르는 동안 산소를 공급 받고, 수질을 나쁘게 하는 물 속 유기물은 모래 알갱이에 부착되면서 맑아진다. 모래는 물을 맑게 걸러주는 필터인 것이다. 이지영 교수는 모래가 녹조의 독성을 없애준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수족관에 모래를 깔고 자연적인 파도를 만든 뒤 마이크로시스틴을 넣으면 물이 모래 속을 왔다 갔다 하고, 모래가 마이크로시스틴을 흡착한 뒤 여러 가지 작용으로 분해한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서 무리한 준설로 많은 모래를 파낸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보가 열리면 물이 흐른다. 물이 흐르며 강에 쌓인 찌꺼기가 씻겨 나가고 모래가 다시 쌓인다. 물은 모래톱 모래 알갱이 사이를 흐르며 맑은 강이 되는 것이다. 맑은 물을 되찾는 그 모든 것은 보를 여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녹조의 독성이 위험하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 물이 흐르면 녹조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보를 열어야 한다. / 시사타파 최승호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이르면 6일 입찰공고
예산 약 20억, 수행기간 300일…건설 여건·항공 수요 검토 목적
- 국토부 과업지시서에 규정 명시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행정절차의 첫 단추인 사전타당성 조사(사타) 용역이 이르면 6일 입찰 공고된다.
국제신문이 4일 확보한 국토교통부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사타 용역 예산은 19억9980만 원, 과업 수행 기간은 계약 후 300일로 정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가덕신공항 특별법 후속조치 계획’이 국무회의에 보고된 후 지난달 31일 조달청에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발주 의뢰했다. 같은날 가덕신공항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도 입찰공고를 냈다.
이번 연구 용역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검토하는 용역으로, 가덕도 일원 내 최적의 입지와 장래 항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시설계획을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국토부는 규정했다.
주요 과업 내용은 ▷가덕신공항 건설 관련 각종 여건 분석 및 전망 ▷수요예측 ▷시설규모 산정 ▷시설 입지 및 배치 ▷총사업비 추정 ▷대안별 세부평가 및 최적대안에 대한 타당성 평가 등이다.
구체적으로 신공항 건설 여건 관련해서는 ▷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지반조사, 유사여건 해외공항 시설 운영 사례, 과거 50년 이상의 기상자료 분석 등이 포함되며, 수요와 관련해서는 ▷전환수요 및 유발수요 등을 포함한 가덕신공항의 총 항공수요 예측, 현 김해공항과의 역할배분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항공수요 예측에 따른 가덕신공항 인프라 확충, 활주로 계류장 터미널 등 시설 규모 산정, 그 외 주변 물류거점 개발계획 및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 등을 살피게 된다.
당정은 다음 달 중 사타에 착수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내년 3월 전까지 끝낸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가덕신공항특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당정이 긴밀히 협력해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하되 2029년 개항 스케줄에 맞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산 채로 분쇄, 눈뜬 채 도살…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삶
요리사 모자를 쓴 채 활짝 웃는 닭, 너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돼지. 정육점이나 고깃집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림들입니다. 우리가 먹는 동물들, 오로지 먹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은 정말 그림에서와 같은 삶을 살다 죽는 걸까요?
■ "죽어라 낳거나 죽어라 찌거나"
한국인이 1년 동안 무려 10억 마리를 소비하고 있는 닭부터 볼까요. 닭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달걀을 얻기 위한 산란계와 고기를 얻기 위한 육계입니다. 인간의 쓸모에 따라 워낙 다른 품종으로 개량되다 보니 산란계는 죽어라 알을 낳는 일 외엔 쓸모가 없고, 육계는 죽어라 살을 찌우지 않고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데 알 낳는 산란계가 수놈으로 태어나면 어떨까요.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만든 품종인데 알을 못 낳는 수컷으로 태어났으니,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결국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습니다. 주로 마대자루에 떼로 들어가 깔려 죽거나 분쇄기로 들어가 갈려 죽습니다. 최근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알도 못 낳고 맛도 없는 쓸모없는 수평아리는 폐기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수평아리들의 죽음을 암시합니다.
현대 축산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호주 다큐멘터리 ‘Dominion(2018)’의 한 장면.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수평아리들이 의식이 있는 채로 분쇄기로 떨어지고 있다.
상품성이 없기에 이들은 편안히 죽을 처지도 못 됩니다. 상품으로 출하되는 동물들은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도축됩니다. 죽기 전 의식을 잃게 해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물보호법에도 규정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도축의 단계까지 가지 못 하는 수평아리들에 대한 처분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결국 국내 양계업계 상당수는 병아리의 의식이 있는 채로 마대자루에 넣어 깔려 죽이거나 분쇄기에 갈아 죽이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암컷은 공책만한 넓이의 닭장에서 매일 한 개 씩, 1년 반 동안 4백여 개가 넘는 달걀을 낳습니다. 더 이상 달걀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수평아리와 마찬가지로 분쇄기에 갈려 죽거나 싼값에 동남아 등에 팔려 나갑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육계는 암수 구분 없이 살아남긴 하지만 한 달 안에 도축됩니다.
■ 한해 11.5억 마리 도살… 반려동물 140배
돼지는 어떨까요. 수퇘지는 특유의 냄새, '웅취'를 없애기 위해 어릴 때 거세합니다. 마취하려면 수의사를 불러야 하는데 이게 다 돈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작업자가 손으로 잡아당겨 떼어냅니다. 양돈업계에서는 "돼지가 어려서 크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론 극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면 죽기도 합니다.
이빨과 꼬리도 자릅니다. 앉고서는 게 전부인 좁은 사육 틀(스톨)에서 살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돼지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때 생긴 상처는 돼지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마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 한 돼지농가에서 새끼 돼지의 꼬리와 이빨을 자르고 거세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마취 없이 이뤄진다. 국내 대부분의 농가, 심지어 동물복지 농가에서도 비용과 시간 문제를 이유로 마취없이 외과적 처치가 이뤄지고 있다.
축산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편히 눈 감기 쉽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로 넘어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와 전기를 이용해 기절시킨 뒤에도 여전히 상당수 동물은 다시 깨어나 의식이 있는 채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해 국내에서 식용 목적으로 도축된 동물은 11억 5천만 마리가 넘습니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8백만 마리(추정)의 140배가 넘는 수입니다.
■ 오직 인간을 위해 태어나고 죽는 삶
우리가 먹는 축산 동물들의 삶. 어차피 죽는 삶이라지만, 이것이 곧 사는 동안 모든 고통을 감내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인간을 위해 태어나고 살고 죽는 생명인 만큼 살아 있는 동안에라도 불필요한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남 거창에 위치한 한 동물복지 농가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는 동물복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2018년 동물복지 전담 부서를 만들었지만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위주입니다. 지난해 관련 예산은 반려동물에 88억 원이 집중돼 축산동물에는 4억 원이 전부였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동물 관련 법안 50여 개도 대부분 반려동물과 실험동물 위주입니다.
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매년 양식 물고기 1290억 마리가 고통 속에 죽는다
수산양식 급성장, 동물 복지 무관심..초식 어종과 해조·패류 양식 바람직
육식성인 야생 물고기를 밀식해 사육하는 양식 방법은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수산연구소의 참다랑어 가두리 양식장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바다와 담수의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양식은 미래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산양식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해당 동물의 복지에 대한 관심은 현저하게 부족해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카 프랭크스 미국 뉴욕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세계의 수산양식 발전속도를 동물복지 연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기르는 과정에서 고통과 괴로움을 주기 쉬운 연어 등 육식성 어종보다는 틸라피아 같은 초식성 어종이,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문어 등 두족류보다는 조개와 굴, 해조류가 더 양식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의 전복 양식장에서 전복을 채취하고 있다. 해조와 패류는 동물복지 우려가 거의 없는 양식 대상 종이다. 박미향 기자
세계의 수산양식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에 이르며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를 보면 2018년 양식어업 생산량은 8212만t으로 68%가 어류이고 나머지는 조개, 새우, 게, 문어 등 무척추동물이다.
연구자들은 “양식하는 어류 41종에 대한 평가 결과 대부분 기형과 생리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 비좁은 곳에서 공격성이 높은 상태로 거칠게 다뤄지다가 극단적인 고통을 겪으며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복지 상태는 물고기의 생애 전체에 걸쳐 나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물고기 등 양식 대상 종의 상당수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지각 있는 생물체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뿐더러 복잡한 인지능력을 보유하고 도구를 쓰는가 하면 개체마다 다른 성격이 있고 특정 환경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만 타이베이의 수산물 시장에서 농어가 더 오래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 줄로 묶어 놓은 모습. 물고기의 고통을 무시한 이런 관행을 없애자는 시민사회의 캠페인이 벌어졌다. 대만 동물사회연구회(EAST) 제공
게와 새우도 고통을 느끼며 지적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문어가 아니라도 게도 뛰어난 미로학습 성적을 거두고 바닷가재(롭스터)는 정교한 길 찾기 능력을 보였으며 가재도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윤리적으로 어느 선부터 동물복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적어도 물고기, 게와 새우, 문어 등 두족류를 포함한 양식 대상 종의 상당수는 도덕적인 고려와 동물복지를 적용할 만한 행동, 인지, 정서 능력을 보유한다고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축이 수천 년 동안 가축화 과정을 거친 데 견줘 수산양식 대상 종은 야생이거나 최근에 가축화해 인위적인 양식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동물복지 문제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프랭크스 박사는 “우리는 대상 동물에 관해 거의 모르면서 대량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양식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식성 물고기로서 양식 역사가 오랜 틸라피아는 밀식 환경에서도 큰 괴로움 없이 자란다. 나이얼 크로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양식 대상인 408종 가운데 84종에 대해서만 동물복지 연구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5건 이상의 연구결과가 있는 종으로 좁히면 25종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제대로 동물복지 측면이 연구된 상태에서 생산되는 수산양식 생산량은 전체의 7%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동물복지 연구가 이뤄졌다고 동물의 처지가 좋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닭의 동물복지에 관련한 연구가 수없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수십억 마리가 나쁜 여건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 모습.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동물 복지를 위해 어류 학대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세계에서 수산양식 되어 해마다 죽는 동물은 2500억∼4080억 마리이며 이 가운데 물고기 등 척추동물은 590억∼1290억 마리라고 추산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g06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가습기살균제·석면피해자를 위한 나무 500여 그루…“기억해주세요”
서울에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피해자들을 위한 작은 추모의 숲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 한편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과 '석면피해자를 위한 추모의 숲'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조성한 곳은 아닙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의 단체가 피해자들과 함께 2016년 식목일부터 매년 나무를 심어 만든 공간입니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의 도움을 받아 6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행사는 그동안 20여 차례 동안 5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공원에서 자라고 있는 500여 그루의 나무는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와 석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숨진 희생자들과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숨진 희생자들 그리고 희생자임에도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숨진 이들을 위해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병 중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도 나무를 심으며,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모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오늘(5일)도 이 추모의 숲에 30여 그루의 나무가 새롭게 심어졌습니다.
추모의 숲 위치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라돈과 같은 환경 피해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념관조차 만들어진 적이 없다"면서 행사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추모의 숲 장소가 노을공원에서 조금 외진 장소에 있어 아쉽다"면서 "식목일 뿐 아니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기억을 나누며 나무를 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소장은 "투병 중인 피해자들에게 해당 사건들은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 사건을 공유하고 기억과 교훈을 후대로 전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올해 행사에서 나무를 심는 모습
■ "매일 고통스러워 숨도 쉬기 힘들어" …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오늘(5일) 행사에 참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인 송미정 씨는 "매일 고통스러워 숨도 쉬기 힘들 지경"이라면서 "잊고 싶어도 정부와 가해 기업의 행태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송 씨는 "4년 넘게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너무 그립다"면서 "하루빨리 모든 일이 제대로 바로 잡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무를 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석면피해자인 이성진 씨도 오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씨는 "나무를 심으면서, 유가족들과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위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모두가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피해자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7,380명 가운데 가해기업 배·보상 받은 피해자는 단 700여 명"
올해 3월 26일까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7,38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22%인 1,647명은 투병 중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습니다.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이름 모를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이나, 여전히 투병 중인 희생자들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의거한 정부 판정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4,114명에 불과합니다. 또 가해 기업에 피해를 배상 또는 보상받은 사람들은 단 700여 명뿐입니다.
■ "최근 10년 동안 확인된 석면 피해자는 4,946명, 산업재해 피해자 인정은 449명뿐"
10년 전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되고 지난해 2월까지, 해당 법에 따라 환경성 석면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피해자들은 모두 4,946명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35%인 1,745명은 숨졌습니다. 또 피해자들 가운데 지난해 11월까지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449명에 불과합니다.
■ 잊혀져 가는 사람들과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석면 피해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해 기업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환경적 위험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최근 발생한 라돈 침대 사태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몸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수많은 피해자처럼 내가 피해자인 것도 모른 채 이유 모를 질병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석면 피해자, 라돈 침대 피해자 등 수많은 환경 피해자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고쳐나가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박민경 기자 pmg@kbs.co.kr
문 대통령, '탄소 중립' 강조하며 어린이들과 나무 심었다
식목일 행사서 회양목 심어…꽃말은 '참고 견뎌냄'
"2050년까지 30억 그루 더 심어, 더 많은 탄소 흡수"
5일 식목일 행사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식목일인 오늘(5일) 화력발전소를 찾아 어린이들과 나무를 심었다. 청와대는 탄소 중립과 코로나 19 극복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전 서울복합화력발전소에서 열린 제76회 식목일 행사에 참석했. 우리나라 최초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자리로, 기존 발전설비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는 공원을 만든 곳이다. 이곳을 행사 장소로 정한 건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와 도시 숲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행사에서 문 대통령 부부는 상지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2인 1조로 '회양목'을 심었다. 회양목의 꽃말은 '참고 견뎌냄'으로, 코로나 19 극복 의지를 담은 식수라고 청와대는 의미를 부여했다.
본 행사에 앞서 최병암 산림청장은 '2050 탄소 중립'과 관련한 나무 심기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관이 초등학생들과 문 대통령에 나무 심기 요령을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학생들과 나무를 심고, 식수를 마친 뒤 주먹 인사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석탄발전소가 공원으로 바뀌는 그곳에 공원을 만들기 위한 나무를 심었다"며 "앞으로 나무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이곳이 어떻게 발전하고 달라져 가는지, 살아가면서 잘 지켜보라"고 말했다.
특히 2050 탄소 중립 정책의 취지를 설명한 뒤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더 심어서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계획"이라며 "자라는 어린이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 숲을 늘리는 것은 미세먼지 대책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TBC뉴스
소나무 재선충 방제 vs 미방제, 결과는?
1천 295만 그루!’ 지난 1988년 처음 부산에서 발생해 지금까지 죽어 나간 소나무재선충 피해 규모입니다.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그 상징성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소나무 재선충을 없애려고 엄청난 인력과 예산, 그리고 방제약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제작업이 우리 산림을 지키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을까요?
저희 KNN은 식목일을 맞아 방제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을 짚어보려 합니다
KNN이 마련한 기획시리즈 ‘방제의 역공!’,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맹목적 방제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윤혜림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수려한 해안선이 펼쳐진 한려해상국립공원입니다. ‘수려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해안선을 따라 ‘흉측한’소나무 무덤이 펼쳐집니다. 소나무재선충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실시한 방제작업의 흔적입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 ‘방제지역’과 ‘방제하지 않은 지역’을 비교해봤습니다.
둘 다 비슷한 시기 재선충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 곳은 지속적인 소나무 방제작업이 이뤄진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대부분 나무들이 이렇게 잘려나가면서 거의 민둥산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선충 피해목 뿐 만 아니라 관련 없는 나무까지 잘려 나갔습니다.
“저는 지금 거제도 내도에 왔습니다. 이 곳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을 하지 않은 곳입니다. 상황이 어떤지 직접 한번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재선충 피해는 더디게 진행됐고 낙엽활엽수 등 다른 나무들과 공존해 숲에서 자연적인 정화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에서도 재선충 방제로 인한 지역이 미지역보다 전체 수목량의 80%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봤습니다. 재선충 방제지역의 온도가 비방제 지역에 비해 기온이 3도 이상 높고 습도는 10% 가까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방제작업이 재선충 확산하는데 오히려 유리한 환경인 ‘고온건조화’를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소나무 스트레스를 막기 위한 그런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지금 소나무재선충 방제가 되는거죠.
그렇다 보니까 주변에 살아남은 소나무들도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화가 진행되니까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공간으로”}
재선충피해를 막기 위해 하고 있는 방제작업이 되레 산림의 황폐화를 촉진하는 것 아니냐는,‘방제의 역공’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KNN 윤혜림입니다.
그린워싱’에 대한 청년들의 경고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각자의 렌즈를 갖고 있다. 살아온 경험이 비슷한 사람들은 같은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다. 진보나 보수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보는 렌즈가 되기도 하고, 종교적 신념이 렌즈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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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재앙보고서 |
파란하늘 빨강지구 |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
기후 예고된 재앙 |
얼마 전 청년들이 주최하는 기후렌즈로 보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 공약이라는 집담회가 있었다. 이 모임에서는 ‘그린워싱’이 주요한 성토의 대상이었다. 후보들이 겉으로는 기후위기와 친환경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개발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대규모 주택 개발이나 부산의 가덕도신공항 공약이 대표적인 비판의 대상이었다.
기후렌즈로 선거 공약을 본다는 것은 기후환경 분야만의 공약이 아니라 선거 공약 전체를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기후환경 분야 공약의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인가도 평가하지만, 대표적인 개발공약들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기후위기 극복은 피할 수 없는 앞으로의 시대적 과제이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생각했던 상황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그 서막이라고 한다. 기후위기가 모든 것을 바꾸고, 인류는 모든 일을 기후렌즈를 통해 보아야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와 산업은 물론 생활 전반이 큰 전환을 겪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부터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탄소국경 조정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들을 순식간에 좌초 산업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RE100과 ESG를 모르는 기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화석연료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더욱 힘겨운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이번 서울과 부산 시장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기후렌즈로 평가해 보면 유력 주자들의 점수가 낮다. 그들의 일차적 관심은 주택공급과 신공항 개발이다. 집담회에서 청년들은 이들 공약대로라면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서울과 부산은 어디나 공사판이 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발 사업이다. 아무리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더라도 개발사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탄소중립 사회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 모범적인 대도시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노력하지만, 개발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더 고심하고 있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시멘트와 철근은 도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시멘트 1t 생산에 0.913t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철 1t 생산에 2.89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대도시의 기후위기 대응은 도시계획의 접근방식을 바꾸거나 건설 사업의 재료를 바꾸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선거 때가 되면 ‘그린워싱’에서 더 나아가 대규모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나 타당성 검토를 오히려 면제해주고, 여론몰이식으로 못 박기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선거과정에서 제시되는 개발 공약이 위험한 이유는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섣부르게 결정하고 합리적 정책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한 공약은 국가 전체로 보면 애물단지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일지라도 그 사업에 확실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 내서 사업의 전환이나 개선을 어렵게 한다. 소위 대못 박기의 전형이다. 새만금사업이 그렇고 4대강 사업이 그랬다. 표에 묶인 개발사업들은 합리적인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기후환경 정책을 열심히 제안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던 의원들이 선거 공약과 맞물린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벌써 10년도 전에 ‘녹색 성장’과 그린뉴딜을 국정의 핵심 목표로 발표하고 대외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의 선도국가처럼 행세해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은 기후위기의 대응이 미흡한 기후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겉으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있는 ‘그린워싱’ 국가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러한 비난이 과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소수 후보들의 공약 중에 기후위기 대응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잣대로 세상과 정치를 보아가고 있다. 이번 선거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마지막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 갈 당당한 젊은 세대가 주역이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기다린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경향
부산시장 후보 3대 공약 봤더니..."도시개발에 집중, 난개발 염려"
"공약 상당 부분이 도시개발 사업에 집중"
"기존 사업에서 명칭만 바꾼 재탕이 많아"
"1년 임기 공약인데, 실현 가능성에 의문 “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부산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 내용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간 공방이 부각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후보가 어떤 행정을 펼치려 하는지입니다. 부산 경실련은 각 분야 전문가 14명의 공약검증단을 구성해 후보의 주요 공약들을 놓고 구체성, 개혁성, 적실성 등을 평가했습니다.
〈후보들의 3대 공약은?〉
부산경실련 제공_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 박형준 3대공약
김영춘 후보는
'가덕신공항 2029년 완공, 40리 경부선 숲길 조성, 코로나 국난극복과 중소상공인 피해지원'을 꼽았습니다.
박형준 후보는 '어반루프 건설(도심형 초고속철도), 기업현장 연수기반 산학협력체계 구축 청년 일자리 확대, 공공부지 활용 적정주택 공급'을 내세웠습니다.
두 후보 모두 공약 3개 중 2개가 도시개발 사업 관련입니다.
검증단은 "종합적으로 복지 분야 공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도시개발의 철학 등이 드러나지 않아 또 다시 부산이 '난개발 도시'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고 평가했습니다.
〈김영춘, 기존 공약 재탕...참신성 떨어져〉
경실련은 김 후보의 공약들은 이미 이전 부산시정의 주요 과제들이라 참신성과 개혁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후보의 제1공약은 가덕신공항 2029년 완공.
가덕신공항 건설은 특별법 통과로 추진력을 확보했지만 예비타당성 면제 같은 일정 진행에 불확실한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가덕신공항이 1공약인데도 공항복합도시나 연관 산업 발전 등 중장기적인 계획 제시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제2공약인 40리 경부선숲길 공약은 경부선 17km구간을 지하화해서 숲길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경실련은 공약 자체는 환경친화도시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예산 배분 등의 공약시행 로드맵의 구체성 미흡하다고 했습니다.
다음 코로나 지원 정책, 중소상공인 피해지원에 대한 실효성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원대상, 시기, 선정방식, 재원규모 등 구체적성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현안보다는 근시안적이고 임시적인 사항들만을 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준, 개발주의 공약들...현실성은?〉
박 후보가 제1공약으로 내세운 '어반루프'는 도심 초고속 철도 사업입니다.
부산 주요 거점들에 최고 시속 300 km 어반루프를 구축해 신공항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경실련은 '개발주의적 관점 사업'을 우려했습니다. 철도가 지나는 지역들에 대한 투기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방식의 건설, 토목공사 확대 방식의 공약이 많아 아쉽다고 했습니다.
창업펀드 조성을 통한 청년 기업 유치 공약은 향후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업들이 협약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만큼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정책,검증단은 정책 효과가 나타날 시점엔 공급과잉이나 시장침체가 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두 코로나19, 일자리 대책은 부족〉
경실련은 종합적으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지역경제와 일자리 분야 공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비한 공공의료시스템 공약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며 후보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습니다.
부산 공약검증단은 조용언 동아대 교수를 단장으로 류은영 동아대 교수,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김동현 부산대 교수 등 14명이 참여했습니다.
울주 습지서 메탄·유해물질 PVC 분해하는 균 발견
국립생물자원관, 특허 출원 준비
무제치늪.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습지에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염화비닐(PVC)의 작은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 균이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물질에 대해 상반기 중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윤석환 카이스트 교수진과 공동연구로 울산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무제치늪에서 메탄을 분해하는 메탄자화균 2균주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21배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1998년 생태·경관보전지역·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은 2007년 12월 한국의 6번째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습지다. 무제치늪은 낮은 온도로 인해 죽은 식물들이 분해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쌓여 만들어진 토양층인 이탄습지이기도 하다. 메탄자화균은 이탄습지와 같이 산소가 없는 토양에서 만들어지는 메탄의 90%까지 분해한다고 알려져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 60종의 메탄자화균이 보고됐다.
이번에 발견한 균은 ‘메틸로모나스 JS1’과 ‘메틸로시스티스 MJC1’이다. 메탄자화균은 메탄을 알코올(메탄올)로 분해해 이를 에너지원삼아 살아가는 세균으로 환경 내 메탄올을 감소시킨다.
특히 메탄을 분해해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능력뿐 아니라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염화비닐을 이루는 작은 물질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강재신 과장은 “메탄을 분해하기도 하지만 폴리염화비닐을 녹이는 역할도 한다. 다만 페트와 같이 플라스틱 전부를 녹이지는 못하고 폴리염화비닐 상태만 분해가 가능하다”며 “메탄자화균은 학계에 60종밖에 보고가 되지 않은 균이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개도국아, 빚 깎아줄 테니 환경 보호 해다오”
UNDP 외채·기후위기 동시 해법 촉구
저개발국 ‘환경 담보 부채’ 논의 활발
‘기후변화 대응’ 조건으로 부채 조정
에콰도르 환경보전 사업 지원 경험
민간 금융기관 포함 다자 협력 필요
브라질의 환경보호단체 ‘이바마’의 활동가들이 지난해 8월 산불이 1년간 지속되고 있던 파라주의 노부프로그레수 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노부프로그레수/AP 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개발국들에 대한 ‘환경(또는 기후) 담보 부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는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조건으로 기존 부채를 부분 탕감해주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 구호단체 등에서 주로 제기했으나, 최근엔 유엔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시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합동 회의에 앞서 지난 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 개도국 중 72개 나라가 외채 위기에 취약한 상태”라며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등이 제시한 부채 유예만으로는 이들에게 기후위기에 대처할 여력을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개발계획은 외채 부담과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처할, 대담한 해법을 촉구했다.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도 앞서 낸 ‘아프리카 녹색 회복 보고서’에서 새로운 지원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프리카가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이중의 어려움 속에 25년 만에 역성장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위원회를 이끄는 베라 송궤 유엔 사무차장은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를 녹색, 지속가능 경제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제통화기금이 특별인출권(SDR)을 이용해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송궤 사무차장은 특히 “기후를 위한 부채 또는 자연 담보 부채 개념을 활용한 채무 재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프리카경제위원회는 이런 채무 재조정은 아프리카만을 위한 것이 아닌 ‘상생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경제학자 줄리아 버드는 “아프리카는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많을 뿐 아니라 콩고분지처럼 온실가스를 흡수할 자연 생태계도 발달해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자연보전은 전세계 기후위기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말이다.
‘환경 담보 부채’ 개념은 1980년대 세계야생동물기금(WWF·현 세계자연기금)이 처음 제시했다. 라틴아메리카 외채 위기를 해소하는 동시에 아마존 등의 파괴를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 지원해주는 기구나 국가가 외채 위기로 가치가 떨어진 지원 대상국 발행 채권을 싸게 사서 해당국에 넘겨준다. 대신 지원받는 국가는 채권 액면가만큼 현지 통화 또는 채권을 발행해 환경보호 사업에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달러 같은 외화가 부족한 나라로서는 외국에 진 빚을 자국 통화로 갚는 혜택을 보게 된다. 그 대신, 지원 대상국은 자국의 환경 사업에 그만큼 돈을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세계야생동물기금은 1987년 액면가 100만달러짜리 에콰도르 정부 발행 채권을 금융시장에서 35만5천달러에 사들여, 에콰도르 환경보전 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볼리비아 정부도 미국 환경단체 ‘콘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이 65만달러에 사들인 액면가 100만달러짜리 채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생태계보전지역 관리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7개 나라가 이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실비아 아나 아이니오 정책 담당관은 “세계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부채 관련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국이 지속가능한 경제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줄 창조적인 해법이 요구된다”며 환경 담보 부채 개념의 활용을 촉구했다. 아이니오 정책 담당관은 2018년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이 국제 환경단체, 유엔개발계획 등과 함께 2700만달러의 외채를 해양환경 보호용 기금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등 최근 성공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니오 담당관은 “이 개념을 활용한 채무 재조정의 열쇠는 부채 부담을 확실히 줄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저개발국들이 부담을 덜지 않는 한, 장기간 진행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 정책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프랑스령 기아나 국경 지역의 열대우림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연보호 노력을 조건으로 외채를 줄여준 ‘환경 담보 부채’ 사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도국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이런 나라들이 국제 환경보호 노력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이아포키/AFP 연합뉴스
이런 해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기업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영국 ‘국제 환경개발 연구소’의 경제학자 폴 스틸은 “과거와 달리, 개도국 차관 제공자 가운데 중국과 민간 금융기업들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며 다자간 협력 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무분별 남획에 칼 빼 든 제주도…“야간 해루질 제한”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제주도가 무분별한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해루질은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 등을 잡는 행위로, 제주에선 해루질로 인해 다이버와 어촌계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도는 내일(7일)부터 맨손어업 신고자와 비어업인이 야간에 해루질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시가 시행되면 해루질은 낮에만 허용되며, 세 차례 위반 시 맨손어업 신고증은 박탈된다. 제주도는 지난달 19일 수산조정위원회를 통해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를 정한 뒤 법적 자문을 거쳤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과장은 "이번 고시의 핵심은 야간 조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분별한 채취에 칼 빼 든 제주도
해루질 다이버는 마을어업권자가 조성·관리하는 수산물인 소라나 전복, 해삼 등 정착성 수산동식물은 채취할 수 없지만,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일부 다이버들은 이를 이용해 문어와 오징어 등을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맨손어업을 신고해 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미와 레저를 넘어 판매를 목적으로 씨를 말릴 정도의 남획이 이뤄지면서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맨손어업은 손으로 낫ㆍ호미ㆍ갈고리류 등을 사용해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어업으로, 맨손어업 신고자는 잡은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잠수를 통해 수산물을 잡을 수 없다.
반면 해녀들은 산소공급장치 없이 잠수한 후 낫ㆍ호미ㆍ칼 등을 사용해 패류, 해조류, 정착성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나잠어업을 신고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 서귀포시 대평리 어촌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속이 어려운 야간 해루질을 중단하고, 해루질로 피해를 입는 해녀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며 제주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 야간 해루질 제한…"수중레저는 가능"
다만 이번 고시로 야간 해루질이 제한된다고 해서 수중레저 활동이 금지되는 건 아니다. 수중레저법상 안전요원을 대동하고, 합법적인 장비를 갖추면 야간에 바다에 들어가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다만 상업적 목적의 포획·채취는 전면 금지된다. 판매를 금지해 일부 다이버들의 남획을 막는 게 이번 고시의 취지다.
■ 해루질 다이버·어촌계 환영 입장 밝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어촌계와 레저를 목적으로 해루질을 즐기는 다이버 측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 회원인 지현호씨는 "이번 고시로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행위가 규제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촌계와 대화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태형 제주도어촌계장연합회 회장은 "일부 무부분별한 해루질 행위 때문에 다이버분들과 갈등이 커졌던 것"이라며 "이번 규제가 어촌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 회장은 또 "점차적으로 레저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루질 다이버분들이 지역에 올 때 어촌계장들에게 사전에 협의를 하고 레저를 즐긴다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다이버는 "어촌계와 해루질 다이버들이 마릿수를 제한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대책이 상생의 길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말했다. 이 다이버는 "괭생이모자반, 해양 쓰레기 제거 등 다이버들이 어촌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많다"고 밝혔다.
■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 등록하자" 일부서 반발
한편 맨손어업을 신고한 일부 다이버들은 제주도 대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맨손어업 신고자가 제주도에 300여 명 있다. 단체 행동을 해야겠다'며 맨손어업자들의 모임을 꾸리고 있다.
해당 글에는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을 등록하자", "종패를 뿌리고 몇 년이 지나면 실효성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고시를 시행한 뒤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kbs 문준영
WHO “인간→개·고양이 등 동물에 코로나19 전파” 확인
“감염자 접촉 밍크, 개, 고양이, 사자, 호랑이, 너구리 등 양성 판정”
“사람-동물 오가며 바이러스 변형 우려, 감염시 반려동물 접촉 자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과 개, 고양이 등 동물 사이의 코로나19 감염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멜리타 부이노비치 WHO 러시아 주재 대표는 5일(현지시간) WHO가 인간이 고양이, 개, 밍크, 너구리, 사자, 호랑이 등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이노비치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인간 대 인간 전파로 퍼지지만, 동물원성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인간 대 동물 전파의 증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밍크, 개, 고양이, 사자, 호랑이, 너구리 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다른 동물 종에 대한 바이러스의 영향을 연구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재적인 동물 전염원을 찾고 향후 발병을 피하려면 어떤 동물이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이노비치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 사이를 오가면서 유전적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이런 변화는 잠재적으로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 소장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반려동물 등을 대규모로 전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하면서 인간과 밀접해 생활하는 반려동물과 가축 등으로 옮겨간다”며 “이들을 대규모로 감염시키고 일정 기간 뒤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에게 옮겨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주연 인턴기자
을숙도에 중국 유리알락하늘소 개체수 급증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2020년 육상 곤충 조사’에서 을숙도에 외래종이 늘어가는 추세를 보였다고 6일 밝혔다.
국가기후변화지표종인 ‘남색이마잠자리’. 부산시 제공
2011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는 ‘을숙도 육상 곤충 조사’에서 생태계교란종은 아니지만 어린 솔방울의 즙을 빨아 먹어 열매가 시들고 발육을 저하하게 하는 소나무허리노린재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관찰됐다. 2014년부터 중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알락하늘소는 국내 종과 비슷해 보이지만 습성이 다른 종으로 최근 5년 사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 낙동강변 버드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낙동강관리본부는 7월 시민단체와 외래종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코센터는 을숙도 생태계 복원 이후 늘어난 식물과 많은 종의 곤충이 함께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2019년에 비해 70종 1294개체가 증가했다. 특히 국가 지정 곤충 종을 살펴보면 국가기후변화지표종과 한국 고유종은 2019년에 비해 종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고유종은 두색장님노린재, 배무늬콩알락파리가 추가돼 총 7종으로 관찰됐다. 이에 더해 을숙도의 지형 환경적인 특성상 사구에 서식하는 분포특이종은 꼬마길앞잡이 등 6종, 생태계교란종은 갈생날개매미유충, 등검은말벌 등 2종이 확인됐다. ‘국제신문 정채영 기자
가덕도 찾은 박형준 "성공한 공항 위해 모든 힘 집중해야"
민주당의 비판 제기에는 쓴소리...국민의힘, 여야 힘 합쳐서 조속 추진 약속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마지막 선거 운동날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지를 찾은 국민의힘이 조속한 완공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6일 오후 2시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김도읍·김미애·박수영·서병수·안병길·이주환·이헌승·하태경·황보승희 의원 등 부산선대위는 "가덕도신공항 부산시민과 함께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헌승 의원은 "사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먼저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이 제출된 지 3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부산시민 숙원이자 염원인 가덕도신공항이 드디어 뜨기 시작했다"며 특별법 통과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부산선대위 총괄본부장인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는데 그는 "김태년 대표가 3월 31일날 야당이 시장되면 가덕신공항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것은 야당 시장되면 정부가 안 도와주겠다고 부산시민 협박한 것이다. 부산시민이 바보인가. 계속 부산 비하하더니 이제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 통과 시킬 때는 요란을 떨더니 야당 시장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조기에 완공해야 하는데 협조 못 해주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분노를 넘어 절망한다"며 "저희들이 시장 되어서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하고 방해 세력들 다 조기에 정리할 테니 부산시민은 방해꾼 신경 쓰지말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형준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동과는 잘 된 것이고 여야가 힘을 합쳐했기에 박수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부터 가덕도공항이 불가역적인 사업이 되고 동시에 신속하게 추진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적으로 여야를 넘어 힘을 합쳐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며 "여야를 따질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한다면 부산시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국제물류허브공항으로 만들고 남부권 전체를 연결하는 국제공항, 부산의 신산업 육성하는 기폭제로 만들기 위해 정말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사전타당성 조사를 할 때부터 부산의 집단지성을 모아서 어떻게 성공한 공항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경 기자(=부산)/박성현 기자(=부산)
실뱀장어 씨 말리는 '괴생명체'의 실체
해마다 이맘때면 한강 하류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 때문에 소동이 일곤 합니다. 끈처럼 생긴 벌레가 그물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그 양이 더 늘었다고 하는데 염분의 차이 때문이다, 아니다, 수질이 나빠진 탓이다,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기자]한강 하류 행주대교 아래 선착장입니다.실뱀장어를 잡으려 준비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어민들 표정이 어둡습니다.
[김홍석/행주어촌계 어민 : 모든 고기는 다 죽어요, 닿으면. 고기가 색깔이 변해 버려.]닿는 고기마다 죽게 한다는, 끈벌레 때문입니다. 길이 20cm 정도의 끈벌레는 자극을 받으면 표면에서 점액질을 분비해 작은 어류를 마비시켜 죽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선 2013년 한강 하류에서 처음 보고됐는데, 해마다 출몰한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입니다.
[임모 씨/어민 : 어제 실뱀장어 그물을 문을 막았다가 열어 놓은 것에 (실뱀장어가) 얼마나 들었나 보러 나가는 중입니다.]고양 행주대교와 김포 신곡수중보 사이에 오니, 그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민 : 이제 시작하는 거예요. 푸는 거예요. (건져 올리시는 거예요?) 네.]
그물을 건져,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치웠더니 실뱀장어보다 끈벌레가 먼저 손에 잡힙니다. 이쪽을 보시면 이렇게 투명한 색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실뱀장어입니다.
배 바닥을 한 번 보실까요. 그물에서 분리해놓은 이 물체가 바로 끈벌레인데 이렇게 계속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에도, 세 번째에도 나뭇가지와 컵라면 용기같은 쓰레기를 치우니, 꿈틀거리는 끈벌레가 보입니다. 실뱀장어에 닿기 전에 어민이 서둘러 떼어 냅니다.
[어민 : 이거 빼 놓고. 이게 끈벌레예요. 얘네(실뱀장어)는 치어라 이만해서 (끈벌레가) 닿았다 하면 죽어요. 하얘져가지고.]지금 어민들이 네 번째 그물을 걷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실뱀장어가 얼마나 잡혔을지 보겠습니다.
[어민 : (지금은 좀 어떠세요?) 두 마리네. 이건 아니고. 이건 빙어.]
지금은 그나마 적은 편입니다. 한강에 물이 많을 때면, 끈벌레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온다고 말합니ek.어민들이 일주일 전 촬영한 영상입니다.폐사한 하얀 실뱀장어가 가득 담긴 통에 붉은 끈벌레들만 살아서 꿈틀거립니다.어민들은 서울시의 서남, 난지 하수처리장 때문에 끈벌레가 급격히 늘었다고 주장합니다.
[심화식/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 : 지금 방금 뜬 물이 이 한강 물인데요. 거의 하수처리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물인데요. 그물 하나에 보통 끈벌레가 5㎏ 정도 걸리고 많을 때는 10㎏까지 걸립니다.]
행주대교와 인접한 방화대교로 와봤습니다. 저기에 안내판이 있는데요.
물재생센터에서 처리된 하수를 배출해 한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이라고 써 있습니다.
어민들은 바로 이 하수 때문에 끈벌레가 출몰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충분히 정수를 해서 물을 배출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한강에 저희 하수처리장이 최초에 70년대부터 생겨가지고 개량을 계속했었습니다. 과거의 수질보다도 굉장히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가 좋아졌고…]
2016년 고양시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선 해당 구역의 '염분 농도'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행주어촌계 조업구역의 소금 농도가 끈벌레가 서식하기 알맞다는 겁니다. 하지만 왜 끈벌레가 급격히 늘어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책이 시급하다고도 지적했지만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민 주장처럼 정부가 수거하기도 어렵습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 : 자연상태 내에서 유해를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나 데이터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이런(수거) 부분들까지 논의하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민들 속은 타들어갑니다.
[심화식/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 : 저희가 2013년부터 녹조 끈벌레 기형물고기 관련해서 민원을 100번씩 넣고 그랬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고…]
한강 어민들이 끌어올린 끈벌레가 이렇게 실뱀장어와 뒤엉켜 곳곳에 버려져 있습니다. 원인을 밝혀달라는 어민들의 요구와 확인 됐다는 지자체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jtbc/ 이예원 기자
세계 1위 조선업계도 2050 탄소중립 선언 행렬 동참
2050 탄소중립 달성에 조선업계도 동참한다.
조선업계는 8일 산학연관 협의체인 ‘조선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2050 조선업계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위원회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등 6개 주요 조선기업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이 참여했다.
조선업종은 연간 약 208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 중 60%가 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력으로 간접 배출되고, 시운전 등에 사용하는 액체연료가 24%를 차지한다.
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연료 전환 및 친환경 선박 생산 확대, 각종 시설·설비 및 공정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꼽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는 연구개발 지원,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합리적 공급,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량 기준으로 2021년 1분기 수주 1위, 6개월 연속 세계 1위(2021년 3월 기준)를 달성했다. 특히 고부가가치선박 및 친환경연료 추진선박 관련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친환경연료 추진선박분야의 경우 2019년부터 전체 발주량 대비 수주 비중을 60%에서 70% 후반대로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등 탄소중립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세계 1위를 지속 선도할 수 있도록 조선·해운분야 신시장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스마트·친환경 선박 등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을 지속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한국형 야드 개발에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태풍에 해양생물까지…기후변화, 원전 안전 신화 흔드나
한울 1·2호기 해양생물 ‘살파’에 두 차례 정지
따뜻한 바다서 부유하는 살파
“개체수 늘면 원전 위협 변수 커져”
해양생물 ‘살파’.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 제공
지난 6일 한울 원전 1·2호기가 해양생물 ‘살파’의 유입으로 발전을 멈췄다. 지난달 22일에 이어 15일 만이다. 지난해 가을 태풍에 원전 6기가 멈춰섰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양·대기 상황이 달라지면 원전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살파가 대량으로 원전 취수구로 유입되면서 한울 1호기 터빈이 멈추고 한울 2호기는 터빈·원자로 모두 정지했다. 한울 1·2호기는 29일 원안위의 안전성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가동을 재개했으나, 6일 또 다시 살파가 취수구로 유입돼 발전을 멈춘 상태다. 취수구는 원전 안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이곳을 통해 끌어온 바닷물은 냉각수가 돼 원전 발전계통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원전 취수구에 유입된 살파는 독도 주변과 남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투명하고 관 모양인 젤라틴 몸체를 가지고 둥둥 떠다녀 간혹 해파리로 오해받는다. 크기는 손가락 하나 수준부터 15㎝까지 다양하며 기차 모양으로 띠를 이뤄 다닐 때도 있다.
해양생물 유입으로 원전 가동이 멈춘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8일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의 최근 사고·고장발생 현황을 보면, 1978년 이후 살파, 해파리, 새우떼, 큰 가시고기 떼 등 해양생물에 의해 원전 발전이 중단된 것은 모두 19건이다. 4건은 한울 1·2호기가 동시에 멈춘 지난달 22일과 6일 발생했고 나머지 15건은 모두 2006년 이전이다. 다만 2006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해양생물 유입이 최근 들어 다시 발생했다는 점과, 이번처럼 보름 사이 두 번이나 발전을 정지시킨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기후변화로 원전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살파가 더 쉽게 나타나는 것은 맞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판단하려면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지난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나 살파 같은 개체가 늘어나면 원전에 해양생물이 유입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제주수산연구소 담당자는 “살파는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 종이다. 그러다보니 수온이 오르면 살파로 인한 어업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살파는 대만난류 등 따뜻한 해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올 때 주기적으로 유입된다. 정량적인 평가 없이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연근해의 해양수온은 1991~2020년이 1981~2010년 0.3도 높고 동아시아 해역의 해양수온은 1991~2020년이 1981~2010년보다 0.2도 높다. 또 우리나라 주변 수온은 2000년대(2001∼2010년)에 비해 2010년대(2011∼2020년)에 0.8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한울 1·2호기가 해양생물 유입에 대응하기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다른 원전은 냉각수를 빨아들이는 통로를 호기 당 하나씩 두고 있는데 한울 1·2호기만 이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이번처럼 해양생물이 유입됐을 때 발전이 멈추는 호기가 그만큼 많아진다. 그만큼 대응에 불리한 것”이라고 말했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태양광으로 달리는 자동차' 주목
미국이 주도하며 확산
앱테라, 사전계약 완판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 개발이 고개들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스타트업 앱테라가 선보인 태양광 자동차. 사진 엡테라 웹사이트
7일 코트라(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은 '태양광으로 달리는 차세대 모빌리티에 주목'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미국의 태양광 패널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며 "그 가운데 자동차 스타트업 앱테라가 내놓은 태양광 차량이 공개되며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알라이드마켓리서치는 글로벌 태양광 자동차시장이 2023년 3억2950만달러 규모에서 2030년 4조876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자동차 시장은 미국이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앱테라는 올해 태양광을 주동력으로 하는 자동차 첫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연내 차량 인도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사전계약을 받았으며 선주문 시작 24시간만에 첫 목표 생산 대수인 330대를 완판했다. 올 2월 기준 7500명이 구매를 위한 보증금을 지불했다. 앱테라 태양광 전기차는 바퀴가 3개인 3륜차다. 차량 지붕 태양광 패널을 통해 충전된 태양열로 하루 약 45마일에서 최고 1000마일(75~1610㎞)까지 주행 가능하다.
포드·페라리 출신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한 험블모터스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5인승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험블 원'을 최근 공개했다. 험블모터스에 따르면 차량 지붕과 창문에 82.45평방피트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으며, 하루 최대 60마일 주행이 가능하다. 생산 시작은 2024년이며 고객 인도 시점은 2025년으로 예정됐다.
테슬라는 모델3에 전기 사이버트럭 지붕에 태양열 패널 설치 가능성을 밝혔다. 이외에 독일의 태양광 자동차 스타트업인 소노모터스, 네덜란드의 신생 자동차 제조업체 라이트이어, 2인승 태양광 스포츠카 이모투스를 선보인 호주의 EVX 벤처스, 중국의 하너지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7월 현대차가 차량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주행 중 충전 가능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했다. 현재 프리미엄 차급에서 옵션으로 판매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태양광 전기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차량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에 쓰이는 가솔린 연료가 12~30%에 불과하며 72% 에너지는 모두 엔진에서 소모된다. 약 25%는 공기 저항력, 구름 저항을 통해 휠에서 소모된다.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21~40%의 연료만이 차량 동력 생산에 사용되며, 대부분의 에너지는 엔진에서 열로서 소모된다.
디트로이트무역관 관계자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차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자동차까지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크고 작은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있다"며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미국 태양광자동차 스타트업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각각의 기술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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