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4.19~

by 이성근 2021. 4. 19.

 

 

속고는 계속되나

한겨레 21 1359호 표지이미지

 

부산 강서구 가덕도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612월이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만민공동회무대에 올라 대통령한테도 속고, 정치인한테도 속고, 다 속았심더라고 외쳐 속고 아줌마로 유명해진 김경덕씨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가덕도 토박이인 그는 마을 부녀회장으로 이웃들과 피조개 양식장을 운영하며 살다가 부산신항 개발로 토지가 수용돼 이주해야 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섬사람들은 집을 잃고 쫓겨나듯 마을을 떠나야 했지만,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외지인은 보상금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나라가 참 미웠심더. 우리나라가 왜 서민들을 안 지켜주는지. 믿고 있던 나라에 속았지예.” 지역의 한 산업단지에서 6개월 계약직으로 청소일을 하는 그는, 옛 이웃을, 그 양식장을 몹시 그리워했습니다. “먹고살 걱정 없고 좋았지예, 참 좋았어예.”

 

이번호(1359) 표지이야기를 읽으며 김경덕씨를 떠올렸습니다. 김규원·김선식 기자가 202147~9일 신공항 건설이 예정된 가덕도를 찾아가 그 산과 바다, 마을과 유적지, 그리고 대대손손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온 대항마을 주민들을 만났는데, 5년 전 김경덕씨가 겪은 그 일이 되풀이되나봅니다. “여기는 농사짓는 이가 없다. 다 어민이다. 평생 고기만 잡던 사람들이 다른 데 나가서 뭘 하겠나.”(김차정씨·87) “여기서는 낡아도 집이 있는데, 대토를 받으면 새로 집을 지어야 한다. 노인들이 무슨 수로 집을 짓나.”(한상태씨·79) “바다 일도 하고 채소도 길러 먹으면서 70년 넘게 잘 살았다. 이제 쫓겨나면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허순옥씨·79) “최근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고 집도 많이 짓는다. 살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투기꾼이 많은 것 같다.”(장영식 사진작가)

 

그리고, 우리는 한국의 인어라 불리는 작은 돌고래 상괭이를 봤습니다. 전세계 멸종위기종인 상괭이는 해산물이 풍부한, 해양생태도 1등급(보전 가치가 가장 높음)인 가덕도 앞바다에서 삽니다. 49일 대항항에서 출발해 가덕도 등대가 있는 남쪽으로 10분 남짓 달렸을 때, 수면 위에 반짝이는 둥근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등허리만 내놓고 유영하는 상괭이였습니다. 머리를 물 위로 들어 올려 그 특유의 웃는 얼굴을 볼 기회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놓쳤습니다. 하지만 지느러미가 없어 매끈한, 사람 크기와 비슷한 몸통은 여러 차례 봤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지역 주민들처럼 상괭이의 생존도 위협받습니다. “음파로 사물 방향을 탐지하고 의사소통하기에 공사 소음과 진동이 상괭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바다가 매립되면 해류가 바뀌어 먹이 어류의 서식·이동 경로가 흐트러지고 최상위 포식자인 상괭이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생태계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4·7 재보궐선거에서 패했지만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특별법은 이미 통과됐다.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경남·울산의 균형발전을 위한 일이었다.”(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도 환영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을 물류·허브 공항으로 건설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사람과 동물이 터전을 잃게 할 토건사업으로 얻을 발전은, 효과는 무엇일까요.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신공항 낙점 가덕도, 알고보니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환경부 4차 전국자연환경조사 자료 분석

·솔개 등 멸종위기 조류 6종 서식

보호종(10) 포함 법정 보호 대상 조류만 16

여당이 동남권 신공항 부지로 낙점한 가덕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를 비롯해 16종의 법정 보호 대상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멸종위기 2급인 솔개는 해당 지역 일대가 국내 유일한 번식지로 꼽힌다. 신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 서식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철새가 오가는 나들목이라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위험도 크다. 신공항 건설 이전 심도 깊은 현지 생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도엔 매·솔개가 산다

국민일보가 18일 입수한 환경부의 ‘4차 전국자연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에서 확인된 법정 보호 대상 조류는 멸종위기 1·26종과 천연기념물 등 보호종 10종이다. 전국자연환경조사는 환경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전국 단위 조사다. 4차 조사의 경우 가덕도 인근 조류 생태계를 8개월(20163~10)에 걸쳐 면밀히 분석한 점이 특징이다. 법정 보호종이 많은 지역이어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확인된 6종의 멸종위기 조류 중 절반이 가덕도를 주요 서식지로 삼는 것으로 평가됐다. 둥지와 육안, 새 울음소리를 토대로 판단한 결과다. 멸종위기 1급인 매와 멸종위기 2급 솔개·긴꼬리딱새가 주인공이다.

 

매의 경우 현지 조사 과정에서 처음 관찰된 만큼 먹이를 찾아 일시적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솔개나 긴꼬리딱새는 가덕도가 생활 터전이다. 솔개의 경우 부산시와 거제시 인근이 유일한 국내 번식지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현재 환경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턱대고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면 서식처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드 스트라이크위험도

서식처 파괴만이 문제가 아니다. 보고서는 가덕도 하단부는 이동 중인 철새들이 통과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다양한 조류가 지나쳐가는 곳에 신공항이 생기면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명 피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류 전문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굉장히 디테일한 조류 관련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히말라야에 메뚜기떼? 기후변화가 가져온 모습

지구 온난화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생태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히말라야의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 마을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조류, 곤충, 동물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5(현지시간) 보도했다. 히말라야의 고봉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에 둘러싸인 마을 레테에서 일하는 한 트레킹 가이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마을에서 뱀을 목격했다면서 다들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도 평생 그렇게 큰 뱀을 본 적이 없었다다들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 정도 고도에서도 이제 모기, 파리까지 볼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처음으로 메뚜기떼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인도 동물학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큰멋쟁이나비 등을 비롯해 히말라야에 사는 나비, 나방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1000m가량 더 높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2300m 이상에서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던 구름무늬표범이 해발 3500m의 네팔 랑탕국립공원에 설치된 카메라에 포착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기 출현으로 인해 히말라야 마을에서 말라리아, 뎅기 등 주로 더운 지방에서 발병하는 질환마저 나타나고 있다. 네팔 무스탕 지역의 경우 이전에 없었던 말라리아, 뎅기 유행 현상을 정기적으로 겪고 있을 정도다. 2016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산지대에서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 건의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 변화로 히말라야 마을 사람들의 생활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네팔 고지대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추운 겨울이 오면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 사는 풍습이 있었으나 요즘은 1년 내내 같은 곳에 머물며 생활한다.

 

현지 가이드는 올해만 해도 아직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건 초원의 풀이 더는 자라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겨울 기온이 보통 영하 25도까지 떨어지곤 했었지만, 지금은 영하 10도 정도다. 비도 불규칙하게 내린다. 매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지구에서 생태계 온전한 곳 3%이조차 과대평가?

아마존·콩고·시베리아·툰드라 일부 지역만 남아

위성영상으로 2040% 보존되는 것처럼 보여도

500년 전 생물상과 비교하면 동물종 거의 사라져

인간 영향 등으로 온전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있는 곳은 전지구의 3%가 채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 영향에 의한 동물 개체수 감소와 서식지 파괴를 모면하고 온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 3%도 채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위기 영향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어서 이조차도 실제로는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세계조류보호조직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18토착 동물 개체수가 유지되고 서식지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은 전지구 육지 가운데 아마존과 콩고 열대우림, 동시베리아와 캐나다 북부 툰드라지역, 사하라 일부 지역뿐이다. 코끼리나 늑대처럼 중요한 종들을 서식지가 훼손된 지역에 재도입하면 전 지구 땅의 20%까지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무료공개 국제학술지 <숲과 지구 변화 프런티어스> 최신호에 실렸다.(DOI : 10.3389/ffgc.2021.626635)

2007년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사슴을 쫓는 늑대 무리를 공중 촬영한 모습. 멸종됐던 늑대가 이 지역에 1970년대 재도입되면서 생태계가 더 건강해졌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제공

 

외래종 이식도 문제였다. 고양이와 토끼 등이 들어온 호주는 토착종이 훼손돼 동물 생태계가 온전히 남은 곳이 없는 곳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은 아마존과 콩고의 열대우림, 동시베리아와 캐나다 북부의 한대림과 툰드라,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 한정됐다.

멸종한 토착 동물종 규모 분포도. 회색 부분은 1500년 이래 인간 영향력이 커서 동물종들이 사라진 지역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숲과 지구 변화 프런티어스제공

 

선행연구들은 야생 지역에 대한 위성영상을 토대로 지구 표면의 2040%는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팀은 인간 영향 지도(휴먼 풋프린트 맵)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목록(멸종위기종 구분 목록) 등재 동물 7천여종의 1500년대 및 현재 분포도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온전하게 생태계가 보전된 지역은 전 지구의 2.9%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천여종은 대부분 포유류지만 조류와 어류, 수목류, 파충류, 양서류 일부도 포함됐다. 남극은 제외됐다.

 

연구를 주도한 앤드류 플럼프트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주요생물다양성지역사무국장은 “810%는 될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온전한 서식지라고 여겼던 곳 대부분에서 사냥이나 밀렵, 외래종의 침입, 질병 등으로 생물종들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에서 제시한 종 분포도가 정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3%라는 수치는 실제에 거의 근접한 어림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코끼리 등 중요 동물 15종을 집중 복원하면 온전한 생태계를 전지구 20%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팀 분석에서 콩고 누아발레 응도키 국립공원, 탄자니아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아마존 숲 알토리오네그로 원주민 지역, 러시아 북부 그레이트시베리아빙호, 칠레 남부 카웨스카르국립공원 등이 생태적 무결성이 유지되는 곳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이 매우 희귀하고 보존해야 할 특별한 장소임에도 이 가운데 11%만이 현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등 50개 이상 국가가 2030년까지 자연파괴를 중지함으로써 지구의 3분의 1을 보호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플럼프트리는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늑대를 재도입해 생태계를 복원한 사례를 들며 인간의 영향이 아직 덜한 지역에서 사라진 15종만 집중 복원해도 온전한 생태계를 2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끼리는 숲에 씨앗을 퍼뜨리고 중요한 개활지를 만들며, 늑대는 사슴이나 엘크의 개체수 조절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수세기 전 토착동물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기후위기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등의 연구 한계 때문에 연구팀이 제시한 3%라는 수치조차 과대평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타임>, 성냥개비 5만개로 만든 세계지도에 불 질러

426일치 <타임> 5. <타임> 누리집 갈무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기후위기가 등장했다.

<타임>426일치 표지에 기후가 모든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 곳곳이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연상키기는 이미지를 실었다. 표지 이미지는 성냥개비만을 이용해 만든 세계지도 위에 누군가 불을 지르는 장면을 담은 것으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각각의 대륙에 막 불이 붙기 직전의 장면이다.

 

<타임>이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표지 동영상은 이미 시커멓게 불탄 세계에서 아직 불이 붙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담겼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말레이시아 예술가 레드 홍 이(Red Hong Yi)와 그의 팀은 2주 동안 5만개 녹색 성냥개비로 세계지도를 만든 뒤 작품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제작했다고 한다. 홍 이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작) 배경이 됐다. 모든 사람이 관여되어 있으면서 한 곳이 영향을 받으면 다른 모든 곳도 영향을 받는 세계지도를 강조해보고 싶다는 데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후위기 남은 시간 7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비 온 뒤, 하늘이라 푸르렀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아무래도 웃는 표정을 짓기에는.” 사진 기자의 주문에 조 교수가 망설였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렇다. 파란 하늘인데 우울한 과학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가 저자로 참여한 다른 책도 구입해 읽었다.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책의 부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긴급메시지. 조 교수가 쓴 챕터의 제목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12이었다. 책 발간일을 확인했다. 2019. 2년 전이니 이제 남은 건 10년이다(그는 인터뷰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남은 시간은 7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2년간 우리가 한 일이 뭐가 있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2년을 허송세월한 셈인가. 지난 413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선 그것부터 물었다. “300여 시민단체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어요. 지역 단위에서도 연합해 지역 이름으로 단체가 구성돼 있고요. 내가 알기로는 시민단체들이 기후를 주제로 이렇게 연합체를 구성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체들이야 그렇다 치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 그러니까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를 쓴 상품이 아니면 받지 않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유럽은 탄소국경세 논의를 유럽의회 차원에서 하고 있고,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물건을 생산한다면 거기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는 겁니다. 그런 관세를 맞는다는 것은 수출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기후변화 대응 차원을 떠나 당장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의 길로 가야 하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완성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로드맵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던데요.

정부안은 나와 있어요. 탄소중립은 2050년에 달성한다고 선언했어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를 열어 지구온도 상승을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된 2가 아니라 1.5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의했거든요. 2018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20t이었습니다. 1.5를 확률 50%로 막으려면 5800t 이내로 배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남은 시간이 14년입니다. 3분의 2, 그러니까 66~67%로 막으려면 4200t으로 배출을 제한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확률 50%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3분의 2 확률로 막으려면 2018년 기준으로 10년이 남았다는 것이거든요. 2018~20203년 동안 어떤 특별한 조치를 전 세계적으로 취한 것이 없잖아요. 3년을 그냥 날린 거죠. 그러니 현재는 7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년의 시한마저 날리게 된다면요.

“7년이 지난 시점에 지금보다 0.5상승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기후는 원인에 따라 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연현상이 있거든요. 정오에 햇볕은 가장 세지만 기온이 가장 높은 것은 오후 2~3시가 됐을 때죠. 햇볕이 땅바닥을 데우고 그 열로 공기를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계절적으로 622일 하지 때가 햇볕이 제일 세요. 그런데 실제 기온은 8월 초쯤, 그러니까 한달 반 이후가 돼야 가장 높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표면이 따뜻해지는 데 한달 반이 걸려요. 공기 중의 온실가스 증가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 짧게는 10, 길게는 30~40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2020년도 초반에 호주에서 7개월 동안 가뭄이 있고 산불이 났는데 이건 지금 현재의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우리가 2000년대 초반, 1990년대 배출한 것의 결과이거든요. 현재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40년경쯤 1.5를 넘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는 어떤 상황입니까.

인천 IPCC 총회에서 논의된 것은 2010년 기준으로 2030년이 되면 45%로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전년대비 매년 15%씩 줄여야 합니다. 1998IMF 환란 때 우리나라는 GDP5%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5%가 떨어졌어요. 다시 말해 배출량을 연간 15%를 줄인다는 것은 IMF 환란 때와 같은 일종의 전시상황으로 그 사회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2030년까지 45%만 배출해야 하니 앞으로 10년 이내에 55%를 줄여야 합니다. 2030년 이후에 조금씩 줄여 나머지 45%20년에 걸쳐 줄여야 합니다. 초반에는 과잉해 쓰는 것이 많으니 줄이는 것이 수월한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필수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니 어렵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안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24.4%를 줄인다고 돼 있는데 국제기준인 55%에도 못 미치고 2010년 기준으로 15%밖에 줄이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에 24.4%이니까 나머지 약 75%2050년까지 남은 20년에 줄이겠다는 것 아닙니까. 앞부분은 조금 줄여놓고 뒷부분에 왕창 줄이겠다? 이건 숙제를 먼 훗날 미래세대에게 넘겨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요.”

 

-정부 입안자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네요.

유엔에는 회의가 2개 있어요. IPCC 과학자들이 모여 합의하는 모임이 있고, 정책결정권자들이 모이는 유엔 회의가 따로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나 파리기후협약 같은 것은 여기에서 맺어지는 겁니다. 이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1.5대응을 위한 당사국 총회를 2020년에 해야 했는데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영국에서 하도록 돼 있어요. 만약 여기서 1.5합의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엄청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10년 내에 55%를 어떻게 줄여요. 합의가 돼도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합의가 실패하면 1.5가 넘는 기후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합의에 성공해도 큰일이고, 실패하더라도 기후위기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파국적인 상황의 모습은 어떨까요. 영화 <2012><투모로우> 같은 상황이 전 세계적이지는 않더라도 국지적인 수준에서는 겪게 되는 겁니까.

실패한다면지난해 1월에 국제결제은행(BIS)이 낸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속칭 그린스완보고서로 불리지요. 거기서 기후 위험의 특징을 정의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들은 어쨌든 끝이 났습니다. 자연재난이나 감염병, 전쟁 최근 들어 금융위기까지 말이죠. 물론 굉장히 많은 피해도 봤지만, 회복이 됐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라는 위험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위험과 달리 일단 일어나면,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회복 불가능성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과 전혀 다른 유형이에요. 이것은 자기 파국적인 위험상태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회복이 불가능하니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막아내야 합니다.”

 

-기후변화 부정론 같은 음모론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겐 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요. 200년 전에 백인주류 남성사회에서 노예제를 없애자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습니다. 100년 전에 여성참정권을 이야기하면 감옥 갈 일이었고요.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이거든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만들어내어 위대해졌다고 했어요. 돈은 물질적으로 보면 종이쪼가리인데 우리의 삶을 지배해요. 그 종이쪼가리가 교환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버리면서, 인간이 만든 어떤 세계보다 우리의 삶을 지배해버렸잖아요. 모든 제도나 시스템도 다 허구입니다. 인간이 믿어버렸기 때문에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이거든요. 혁명적인 상황에서 사회는 그 어떤 한순간에 확 바뀔 여지가 있어요. 새로운 세상에 공감하고 믿어버리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상상 못 할 힘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바꾸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믿어야 해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생산 이익은 생산자의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반면,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일어난 기후위기는 생산자의 책임 없이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해요. 이러한 제도화된 무책임으로 인해 자연은 생산 과잉으로 파괴되고 사회는 서로 간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며 공동체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붕괴된 곳에서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생존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울리히 벡은 기후위기를 해방적 파국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없었더라면 지구환경과 공동체를 박살 내고 오직 성장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이게 삶인가보다라고 살았을 거예요.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도 지켜내야 하고 공동체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성찰을 하게 해요. 그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선생님 강의나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한 게 지금 대기학과 교수님들은 예전 식으로 말하면 전부 운동권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가, 이런 게 궁금하긴 하던데요.

인간은 인식과 행동이 꼭 일치하지는 않잖아요. 과학은 증거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고 반드시 반증, 검증해야 합니다. 과학은 확증된 절대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고 반증과 검증된 잠정적 진리를 찾는 것입니다. 다른 증거가 어디서 나오면 내일이라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과학은 물질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론입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책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1월 말 타계한 부인 전영신 박사께서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압니다. 다른 저서 계획은 없습니까.

원래 푸른 하늘, 그리고 붉은 지구로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파란하늘, 빨간지구로 고치라고 조언했죠. 파란하늘은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고, 빨간지구는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책을 낸 뒤 지금까지 쓴 칼럼으로 또 한권의 책을 만들 분량은 되는데 그럴 생각은 없어요. 한다면 개정증보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용을 보완하고 더 다듬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은퇴한 사람인데, 책이 나오니 여기저기에서 불러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대기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됐어요. ‘저 사람을 보니 나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과학만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시켜 새 영역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해야 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인데, 젊은 친구들이 해줘야 해요. 나는 빨리 사라져야 하고요. 하하.”/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부산시민공원 더 키우자"414억 투입해 광장·주차장 추가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설 1만 3600㎡ 규모의 시민광장 조감도. 광장 아래로는 873면의 대형 지하주차장이 조성돼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시민 발길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시민공원에 대규모 광장과 주차장을 조성하는 계획(부산일보 2020년 8월 27일 자 10면 보도)이 확정됐다.

414억 원을 투입해 1만 3600㎡ 면적의 시민광장과 800면이 넘는 주차장이 조성된다. 도심 휴식 공간인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시민의 발길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6일 부산진구청은 “‘부산시민공원 시민광장·공영주차장 조성사업’ 용역을 거쳐 사업 계획을 최종 수립했다. 앞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으로 부산시민공원 남문 앞 부지 1만 3609㎡에 시민광장이 조성된다. 공영 주차장은 광장 아래로 지하 1~2층, 873면의 규모로 설치된다.

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진구청은 주차장에는 345억 원, 시민 광장에는 69억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동안 부산시민공원은 폭증하는 주말 방문객 수에 비해 주차면이 부족해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어왔다. 매년 800만 명 가까이 공원을 찾지만,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시민공원 인근 주차 공간은 시민공원 부설 주차장(415면)과 임시 야외 주차장(485면)이 전부다. 주변에 부전시장 주차장(230면)이 있으나, 공원과 거리가 있어 방문객이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산시민공원 내에 2400석 규모의 부산국제아트센터까지 공사에 돌입하면서 추가적인 주차장 확보는 그동안 부산진구청의 묵은 숙제로 여겨져 왔다.

이번 타당성 용역 결과 주차장 조성과 운영은 경제성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용역은 매년 지하주차장 운영으로 20억 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설 주차장 위에 들어서는 시민광장은 4100평 규모다. 문화 행사와 버스킹, 전시 공간 등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부산시민공원과 시민광장이 연결되면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다는 게 부산진구청의 설명이다.

부산진구청은 사업 계획이 수립된 만큼 내년 착공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준비 중이다. 부산진구청 전병규 도시재생과장은 “착공에 앞서 투자사업 사전심사,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등 여러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 실제 조성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시민공원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도심 힐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유엔 보고서 "기후변화 파국까지 0.3도 상승만 남았다"

WMO 보고서 발표...작년 지구 기온, 산업혁명기 대비 1.2도 상승

지구 기후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국으로 치닫기까지 남은 온도 상승분이 섭씨 0.3도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이동량이 급감했음에도 지구 온난화는 더 가속화했다. "인류가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한탄이 나왔다. 19(뉴욕, 제네바 현지시간)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작년 세계 기후 상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관측 이래 지난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활동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기세(drive)와 그로 인해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 충격은 완화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구를 차갑게 하는 라니냐 현상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해였다. 2016년과 2019, 지난해가 지구가 맞은 가장 더운 시기로 기록됐다.

 

작년 대기 중 CO2 농도 410ppm 초과...축적 속도 더 빨라져

보고서는 크게 지난해의 온실가스, 해양, 극지방, 홍수 및 가뭄, 화재, 이재민, 코로나19의 영향 등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은 물론, 지난해에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해, 지구의 이산화탄소 몰분율(mole fraction, 복수의 물질계에서 차지하는 한 성분의 농도)410ppm을 초과했고, 올해는 414pp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일시적으로 온실 가스 배출량을 억제했음에도, 대기 농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설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2015400ppm에 도달할 때까지 근래 매년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은 2~3ppm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4ppm이 상승하리라는 WMO 보고서 전망치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축적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바다의 산성화도 지속했다. 2019년 이미 기록상 가장 높은 해양 열 함량을 기록한 전 세계 바다의 온난화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WMO는 전망했다.

 

해양은 지구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3%를 흡수해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저장고다. 그러나 과도한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세계의 바다가 점차 산성화되고 있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해양이 더 따뜻해지고 있다. 더 뜨거워진 해양은 태풍 등 기상이변의 핵심 요인이 된다. (관련기사 : 작년 지구 바닷물 온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WMO"지난해 전 세계 해양의 80% 이상이 한 번 이상의 폭염을 경험했다""강한 해양 폭염이 나타난 바다의 비율은 45%, '보통' 수준의 해양 폭염이 나타난 바다(28%) 비율보다 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지구 평균 해수면의 상승도 지속됐다. WMO는 특히 "최근에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지난해 여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잠깐 낮아졌으나, 이는 라니냐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며, 전반적으로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지난해에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특히 지구의 양 극지방이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구 북극의 표면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따뜻해졌다.

지난해 여름 기준 북극의 해빙(海氷) 범위는 374만 제곱킬로미터로 관측돼, 사상 두 번째로 400만 제곱킬로미터 미만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많은 얼음이 녹아없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여름 시기 시베리아에서는 섭씨 30도 중반을 훌쩍 넘는 초고온이 관측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지난해 그린란드에서 사라진 얼음 손실분이 40년 위성 관측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99월부터 작년 8월 사이 그린란드에서 총 152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남극의 해빙 범위는 상대적으로 장기 평균 수준에 가깝게 유지됐다. 다만 보고서는 "남극의 빙상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이 추세는 2005년경 가속화해, 남극에서는 매년 약 175기가~225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200기가톤의 얼음 손실 수준은 유럽 라인강 연간 방류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아시아서 홍수-남미서 가뭄... 이상 기후 피해 광범위

보고서는 아울러 지난해 세계 각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정리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폭우와 홍수로 인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폭우와 홍수가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부~아프리카 중부 사이의 반건조기후 지대)과 아프리카 대뿔(great horn,북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뚜기 발생을 일으켰""인도와 주변 지역,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는 비정상적(abnormally)으로 높은 강수 사태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남미 지역에는 심각한 수준의 가뭄이 나타났다. 특히 아르헨티나 북부,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서부 지역에서 큰 가뭄 피해가 발생해, 브라질에서는 약 30억 달러 수준의 농업 손실이 발생했다.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장기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미~남미에 걸쳐 대규모로 발생한 가뭄은 난민 현상까지 촉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인류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 양상과 더불어, 지구의 온난화 현상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베리아~북극에 이르는 지역의 기온은 평균보다 섭씨 3도 이상 높았다. 북위 60도 부근에 위치한 시베리아 북부의 베르호얀스크(Verkhoyansk)에서는 섭씨 38도의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 북반부가 뜨거워지면서 미국에서는 늦여름과 가을에 걸쳐 광범위한 화재가 발생했고, 7~9월 사이 미국 남서부지역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해졌다. 지난해 816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Death Valley) 기온은 섭씨 54.4도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적어도 지난 80년간 가장 뜨거웠던 기록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카리브해에서도 4월과 9월에 이상 폭염이 발생했다. 412일 쿠바 기온은 섭씨 39.7도까지 치솟아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 9월에는 도미니카공화국, 그라나다, 푸에르토 리코에서 역사상 최고 기온이 관측됐다.

 

호주에서도 서부 지역에서 지난해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일본에서도 817일 하마마쓰에서 섭씨 41.1도가 관측되면서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확인됐다.

 

지난해는 태풍과 허리케인 피해도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 미국에서는 12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해 이전 기록인 9회를 경신했다. 827일 미국 서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4급 강도의 허리케인 로라는 약 190억 달러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 허리케인 로라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대규모 홍수 피해를 일으켰다.

 

520일에는 인도-방글라데시 국경 지대에 사이클론 암판이 상륙해 140억 달러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지난해 4월에 발생한 태풍 해롤드는 바누아투 북부에 상륙해 거주민 65%에게 피해를 야기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역에 상륙한 태풍 알렉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500밀리미터 이상의 비를 뿌렸고, 특히 프랑스 일부 지역에는 하루에만 600밀리미터가 넘는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묘지가 대규모로 훼손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기후 재난과 코로나19 피해를 동시에 입었다. 이는 식량 위기를 더 강화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먼저 나타날 피해가 식량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9년에는 세계 인구의 9%69000만 명의 사람이 영양 실조 상태에 처했고, 75000만 명은 심각한 수준의 식량 불안에 노출됐다""코로나19 대유행이 농업과 식량 시스템 마비를 초래하고, 지역과 글로벌 공급망을 중단시켜 식량 안보 보장에 필요한 농장 투입물, 자원, 서비스 접근성을 상당히 떨어뜨렸다. 기후 관련 재난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은 전 세계적인 식량 불안 관리에 상당한 수준의 도전이 됐다"고 밝혔다.

 

지구 평균 기온 1.2도 상승..."당장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지난해 진행된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기 이후 섭씨 1.2도 상승했다.

 

지난 2015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파리 기후 협약은 전 세계가 파국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수준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고, 되도록이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후 이 협약을 바탕으로 201810월 한국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는 지구 기온 상승분을 2030년까지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기존보다 더 강력한 내용의 합의문을 완성했다. 그 사이 과학적 발견에 따라 섭씨 2도가 아닌, 1.5도 이내로 기온상승을 제한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에 기인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기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경우, 인류의 노력으로는 더 가속화하는 기후변화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하리라고 염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3개 이상 필요하다")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하면, 앞으로 인류는 2030년까지 남은 약 8년 반의 시간 동안 지구 기온이 추가로 0.3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당장 행동해야만 한다.

 

이번 WMO 보고서에서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기후에 관한 모든 핵심 지표와 그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지후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우리의 (기후 변화) 완화 노력 성공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수십 년간 기후의 부정적인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 보고서는 이제 우리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음을 보여준다""올해는 행동의 해다.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약속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글래스고의 COP26(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제26차 총회)보다 훨씬 앞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야심찬 국가 기후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기후 변화로 인한 참담한(disastrous) 사태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인류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심각한 수준의 위기감을 호소했다. /이대희 기자 프레시안

 

거기만 솔개 사는 것 아냐황당 해명환경부도 가덕도를 뜨는구나

가덕도 일대 멸종위기조류 매·솔개 서식 보도에

환경부 부산·거제 인근이 솔개 유일한 서식지 아냐

한정애 장관 눈치 보나주무부처로서 대책 세워야

2011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이 촬영한 솔개. 윤순영 작가 제공

 

부산시·거제시 인근이 국내 유일한 솔개 번식지는 아님.”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확정된 가덕도에 솔개 등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한다는 환경부 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환경부 스스로가 밝힌 입장이다. 멸종위기종 보호와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입장이 아닌 신공항을 추진하는 쪽 주장이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환경단체 쪽에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환경부는 19일 신공항이 들어서는 가덕도에 멸종위기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날치 <국민일보>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환경부는 자료에서 서식이 확인된 법정 보호대상 조류는 매, 솔개,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 6종과 두견이 등 천연기념물 1이라며 가덕도 일대 생태적 가치를 인정했다. 다만 덧붙인 설명에서 부산시·거제시 인근이 국내 유일한 솔개 번식지는 아니라며 다른 서식지로 부산, 울산, 인천, 전남, 충남, 경북, 경남 등을 거론했다. ‘향후 가덕도 주변에 서식하는 솔개 등 보호를 위한 대책 검토같은 주무부처의 적극적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뉴스

 

환경부의 이러한 해명을 두고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도 대규모 토목사업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이 환경단체에서 나온다. 특히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직접 발의했던 한정애 장관 눈치를 본 해명이 아니냐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한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에 입각해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20<한겨레>와 통화에서 다른 지역에도 솔개가 서식한다고 적은 것은 가덕도 일대가 솔개의 유일한 서식지라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일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신공항 부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솔개 등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 신공항 계획이 나오면 법으로 정해진 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신공항이 가덕도 어느 위치에 건설되더라도 생태훼손은 불가피하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 분포 지역이 쓸모 없어지는 셈이다. 주무부처로서 대책 수립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같은 단체 이성근 자연생태위원회 생태위원은 가덕도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대책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은 환경부가 취할 입장이 아니다.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장관이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원칙들을 지킬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쪽은 조류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볼 때 신공항 건설 뒤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안전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조각조각 분리되다 결국..초거대 빙산 A-68의 최후

A-68 빙산의 모습

제주도의 두배가 훌쩍 넘는 면적을 가져 역대 가장 큰 빙산 중 하나로 기록된 A-68 빙산이 결국 최후를 맞았다.

20(현지시간) 영국 BBC 등 해외 주요언론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으로 꼽혔던 A-68 빙산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A-68 빙산은 남극의 라르센C 빙붕에서 떨어져 나왔다. 당시 면적은 최대 6000, 길이 150, 머금은 물의 양만 1t 이상으로 추정돼 '작은 나라'라고 불렸을 정도. 그러나 최근 미 국립아이스센터 측은 "A-68 빙산이 셀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분리되고 녹아버려 이제는 위성으로 추적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4년 전 라르센C 빙붕에서 떨어져 나올 당시만 해도 A-68 빙산은 거대한 덩치 덕에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빙산은 처음 분리 후 2년 간은 크기의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이후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새끼를 출산하듯 덩어리가 갈라지면서 이에 명칭도 A-68a, A-68b, A-68c 등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특히 이중 남대서양 사우스오크니제도의 공해상까지 흘러간 A-68a는 지난해 영국령 사우스조지아 섬 연안까지 접근하면서 섬과 충돌하거나 앞바다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켜졌다.

흘러가는 A-68A의 이동 경로

 

사우스조지아 섬에는 수많은 펭귄과 물개들이 사는 야생동물의 낙원이지만 거대한 빙산이 충돌하거나 바닷길을 막으면 동물들의 생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후 A-68a는 몸통이 쪼개지고 녹으면서 또다시 새끼를 낳아 A-68d, A-68e, A-68f 등으로 계속 분리됐다. 이같은 과정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A-68은 최초의 'SNS 스타 빙산'으로 회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미 테라 위성으로 촬영한 A-68a 등등의 빙산 모습. 사진=NASA

 

A-68 빙산의 운명을 재촉한 것은 따뜻한 물, 대서양의 높은 기온 그리고 파도 등이다. 영국 스완지 대학 아드리안 럭맨 교수는 "A-68 빙산이 이렇게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결국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녹아버리는 빙산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탄소 흡수능력 뛰어난 염습지조림 경제효과일반 땅의 5

탄소 먹는 하마갯벌과 염습지

탄소 1t 흡수염습지 2370만원

일반 산림은 11230만원 소요

 

갈대·칠면초 등 광합성 작용

식물 살지 않는 갯벌보다도

탄소흡수량 최대 5배 많아

 

갈대밭 등 염습지의 탄소흡수량이 일반 갯벌보다 최대 5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염습지는 산림과 비교해 단위면적당 조성 비용은 약 10%, 1t의 탄소를 흡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 수준에 그쳤다.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비식생)과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사는 갯벌(염습지)로 구분되는데, 염습지의 탄소흡수 능력과 경제성이 일반 갯벌과 산림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의미다.

 

19일 해양환경공단·한국해양과학기술원·서울대·부산대 등 10개 기관의 블루카본연구 결과를 보면 염습지의 탄소흡수량이 갯벌보다 최소 1.7배에서 최대 4.7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염습지의 단위면적()당 연간 탄소흡수량은 염생식물이 흡수한 생체축적량 2t, 갯벌 속으로 흡수된 토양격리량 91t 등 총 93t이다. 이에 반해 비식생 갯벌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20t에서 최대 54t(이산화탄소 환산 시 최대 198.0t)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염습지는 통상 육지와 맞닿은 갯벌 상부를 말한다. 면적은 국내 전체 갯벌(2482)1.4%(35)에 불과하지만 탄소흡수 능력은 훨씬 뛰어난 것이다.

 

김승현 부산대 박사(해양생물학연구실)갈대 등 염생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와 땅, 물속에 있는 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해 퇴적층에 가둬두기 때문에 식물이 없는 갯벌보다 탄소흡수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염습지, 산림보다 저비용 고효율

연구팀은 이러한 염습지의 탄소흡수 능력치를 토대로 단위면적당 조성 비용과 탄소 1t 흡수 소요 비용을 육상조림과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대상은 내년 시범사업 예정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염습지(6.8), 산림청이 과거 공개한 기존 육상조림 사업 비용의 10.2%에 그쳤다.

 

연구팀은 염습지 조성 비용에 관한 마땅한 국내외 연구 사례가 없어 육상조림에서 자주 쓰이는 백합과 다년초인 맥문동을 기준으로 삼아 식재단가를 산출했다. 맥문동 1본을 14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해안으로 운반하는 비용 등을 더하면 1본당 식재 비용은 1756원으로, 단위면적당 100만본을 심으면 총 1756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설계와 토목공사, 기타 부대 비용 등 45000만원을 더해 단위면적당 사업비는 총 22600만원이다. 반면 육상조림은 한 그루당 식재단가가 615780원인 높이 3~4m의 스트로브잣나무와 후박나무 등을 단위면적당 35000그루 심었을 때 총 2155200만원이 들었다. 탄소 1t 흡수 비용은 국내 전체 염습지를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염습지(2370만원)가 산림(11230만원)21%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염습지를 비롯한 갯벌은 대규모 간척 등으로 인해 면적이 크게 줄었다. 갯벌 상부의 갈대 군락지는 대부분 농경지, 주거·산업단지로 바뀌었다.

 

국내 갯벌 면적을 보면 19873204에서 2018248230년 사이에 약 23% 감소했다. 1980~1990년대 시화 갯벌 200, 새만금 갯벌 208를 비롯해 영종도 신공항 50와 송도 신도시 20등 대규모 간척 사업의 결과다.

 

서해안 갯벌 감소, 연간 6조 손실

지난 40년간 서해안에서 간척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사라진 갯벌이 1000에 육박하고, 이로 인해 시화호(54t), 새만금(127t) 등에서 최대 265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면서 손실된 생태계 비용이 연간 6조원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는 19812681였던 서해안 갯벌이 간척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966가 줄어 2016년에는 1715로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갯벌의 생태계 보호 등 1당 연간 63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갯벌이 사라지면서 소모되거나 투입된 비용은 연간 6858억원으로 추산된다이는 승용차 110만여대가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갯벌 복원을 추진 중인 정부는 내년 보성 갯벌 복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전국 모든 갯벌을 염습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흥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염습지를 확대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염습지의 생태계 회복을 돕는 해수 흐름과 담수를 확보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갯벌에 염생식물을 식재하거나 폐염전·폐양식장 등을 염습지로 복원하는 탄소흡수형 복원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지속 가능한 갯벌 생태계 복원을 위해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갯벌 복원 후보지 발굴, 복원 계획 수립, 시공, 사후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세종식물원, 쥬라기 소나무부터 뉴튼의 사과나무까지

축구장 90개 크기 부지에 161만 식물 서식

사계절+식생맞춤기술, 온나라 희귀종 집합

 

세종시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 전월산과 중앙공원 사이에는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이 지난해 10월 문을 열고, 겨울을 지나 올해 봄꽃과 함께 진면목을 뽐내고 있다.

축구장 90개 크기(65ha) 부지 위에 세계의 사철 희귀식물,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모았다. 식물학 보다는 인문학을 배우고, 청년들, 가족들이 수목화초와 어울려 노는 곳이다.

 

식물학 보다 인문학.” 국립세종수목원은 초록동색인 청년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쥬라기 소나무, 동남아 맹글로브도=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에서 2453161만 본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다양성 등 면에서 열대식물 위주인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베이 보다 뛰어나다. 우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도 한다.

 

소나무가 2억년전 이런 모양이라고?” 쥬라기 공룡시대 살던 자웅동주 울레미소나무도 있는 곳으로, 국내 처음으로 이곳에서 개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호주산 원종의 후계목으로, 꽃까지 피운 나라는 드물다.

 

쥬라기때 공룡과 살던 올레미소나무

찰스 다윈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해 진화론 연구의 실마리를 얻은 다윈난(), 동남아 등지에서 재해를 막고 해양생물의 산란장소를 제공하는 맹그로브, ‘어린왕자의 소행성과 아프리카에서 볼수 있는 바오밥 나무, 자라면서 사람키 2~3배 거대 물병처럼 자라는 페루산 케이바물병나무도 키운다.

 

기후대가 모두 다른데도, 사계절 뚜렷한 대한민국 한복판인데다, 연구진들이 식생조절 과학을 잘 발휘해, 다른 기후권의 희귀 수목들도 한국 시민권자로서 잘 살아가는 것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

 

아마존 빅토리아 수련, 정이품송 아들도= 곤충을 잡아먹는 카니보러스과 벌레잡이 식물, 검은박쥐꽃, 물위에 아이를 눕힐수 있다는 아마존 빅토리아수련도 세종수목원에서 자란다.

 

장남평야 터에 세워진 세종수목원은 방문자센터에서 시계방향으로 수목원 거대온실, 청류지원(실개울, 함양지), 숲정원, 소쇄원 등을 벤치마킹한 한국전통정원 별서정원, 치유정원, 분재원, 야생화원, 희귀, 식물분류원, 민속식물원, 특산식물원, 습지원, 단풍정원, 어린이정원, 생활정원, 후계목정원(뉴튼의 만유인력 영감을 준 사과나무의 4대손자목과 정이품송 2대자목이 있다), 담향카페 & 고메플레이스와 꽃길이 이어진다.

 

튤립과 사이프러스의 조화

정은경 청장 닮은 이유미 원장 고라니야, 미안”= 장남평야는 예로부터 고라니의 세렝게티라고 불릴 정도로 야생동물이 많았는데, 수목원이 생기고 처음 맞은 봄, 고라니들이 봄꽃들이 뜯어먹자 이들이 다치지 않게 그물끈으로 간이펜스를 쳤다고 이유미 수목원장은 전했다.

 

광릉수목원장 등을 지내며 식물학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 원장은 풀하나 꽃하나 인간과 교감할 동반자로 여기며 조근조근 설명해주는데, 이 시국, 대표적 테크노크라트로 꼽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좀 닮았다.

 

이유미 세종수목원장이 나무와 꽃 하나하나에 인문학을 곁들여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창덕궁 후원, 소쇄원 옮겨왔나?= 전통정원은 솔찬루, 가온문, 도담정을 모티브로했다. 대문을 들어서면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닮은 전각과 부용지 같은 연못이 나타난다. 이웃 전각으로 들어서면 소쇄원의 계류, 화오, 담장, 광풍각, 별서정원을 재현해놓았다. 소나무, 앵도나무, 옥잠화, 맥문동 등이 자란다.

 

청류지원은 수생식물을 관찰할수 있는 생태교육의 장이다. 물푸레나무, 수양버들, 왕버들, 꽃창포, 붓꽃, 지리대사초 등이 자라고 있었다.

뉴튼의 만유인력 소나무

속리산 정이품송의 자목

 

수목원에서는 정원치유과정, 온노리배움과정, 학교속 정원교육이 운영된다. 또 금··일요일에는, 동화 주제 꽃전()‘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6.13), 뿌리식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구근구근 두근두근’(~6.13),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가 생화와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넌센스&판타지’(~10.31)가 진행된다.

 

쉼쉬러 나가다특별전, 가슴 뭉클= 오는 66일까지 일정으로 진행중인 허윤희 작가의 숨쉬러 나가다전시는 매일 보는 나뭇잎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날의 감흥을 그림 아래 연필로 적은 메모작품 700여장을 보여주는데, 수목들이 반려동물 못지않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마음을 방역시킨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식물을 다정하게 지켜보는 것 만으로 소중한 인문학 소양을 얻는다.

세종수목원 내 창덕궁 후원을 닮은 정원에서 청년들이 타이머셀카놀이 등을 하고 있다.

 

세종수목원 내 창덕궁 후원을 닮은 정원에서 청년들이 타이머셀카놀이 등을 하고 있다. 특별전시 수목으로는 4월하순부터 5월말까지는 델피늄, 초롱꽃, 호접란, 보스톤 고사리가, 여름엔 제라늄, 베고니아, 페추니아, 칸나, 파피루스, 베고니아, 무늬접란이 무대에 오른다. 가을과 겨울에도 특색있는 수목들이 센터에 선다.

 

코스 막바지 꽃길만 걷자”= 지중해식물 전시원의 32m 높이 전망대는 필수코스이다. 거리두기 차원에서 동시 입장객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고, 붓꽃의 3수성(꽃잎)을 형상화해 디자인한 사계절전시온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인원제한에 따라 가능한 방문 일시를 조율한다.

페루산 케이바물병나무

 

수목원을 시계방향을 돌면서 탐방 막바지에 이르면 꽃길이 이어진다. 튤립 원종은 꽃이 작지만 오래 피며, 굵고 화려한 것은 교배종이라는 이 원장의 설명을 비롯해 처음 접하는 얘기가 한둘이 아니다.

 

한라산비장이, 새우란, 장미과의 다정큼나무, 아왜나무, 넝쿨을 가진 등수국 등 특별한 서식지에서만 자라는 것이 이곳에서 건강하게 크는 것은 전문가 스태프들의 세심함과 지혜 덕분이다. “꽃길만 걷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 연인,친구,가족 방문객들은 이 꽃길에 오래 머물며 사진 놀이에 여념이 없다.

 

국립세종수목원

 

헨리데이비드 소로 월든실감= 세종수목원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꿈꾼 시인 헨리데이비드 소로가 170년전 쓴 인문학 저서 월든을 현장에서 실감하는 곳이다.

 

이 수목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 다양성 감소에 따라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유전 자원의 보전 및 자원화를 위해 조성됐다. 우리나라 3번째 국립수목원이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국립세종수목원을 선정하고, 세종시와 협력하여 집중적인 홍보·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소형 잠재관광지란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유망 관광지를 찾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육성해나가는 사업이다. 현재는 방문객이 많지 않지만 체계적인 컨설팅과 집중적인 홍보·마케팅 전개를 통해 인기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유·무료 관광지를 의미한다./abc@heraldcorp.com

 

별도 진출입로 안 될 땐 반대교수회에 막힌 부산대 특수학교

2년 미뤄진 개교 또 차질 우려

가슴 졸이는 장애인 학부모

부산대 특수학교 부지 부지안. 부산일보DB

 

부산대학교 특수학교 설립이 관련 단체의 반발로 2년째 지연되면서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20일 부산대에 따르면 부산대 교수회는 최근 특수학교 부지를 재학생 통행이 적은 대운동장 위쪽으로 옮기고, 특수학교 내 진출입로를 새로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부산대 장전캠퍼스 대운동장 인근 부지에는 사범대학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건립이 추진 중이다. 14000부지에 총 21개 학급, 138명의 장애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9월 학교 설계안을 확정한 부산대는 장애인 학부모단체 측과 세부사항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교수회가 특수학교로 인한 학내 구성원 불편을 이유로 세부 계획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당장 내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되어온 특수학교는 개교가 2024년으로 미뤄졌다.

 

교수회의 요구사항은 특수학교 부지 변경과 별도 진출입로 설치다. 당초 특수학교는 캠퍼스 내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미술관과 297m 떨어진 대운동장에 터를 잡기로 했다. 그러나 교수회는 부지 안에 운동장 스탠드 등이 포함돼 체육시설 등이 축소된다는 이유로 대운동장보다 더 고지대로 부지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대 재학생과 통행로가 중복되지 않도록 특수학교 학생만 드나드는 별도의 진출입로도 요구한다. 부산대 김석만 교수회장은 진출입로를 새로 만들지 않을 경우 교수회 차원에서 사업을 전면반대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갈등으로 개교가 미뤄지자 장애아 학부모들은 행여 사업이 무산되지는 않을까 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부산장애인부모회 도우경 회장은 장애인 학생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답답함 마음이지만 약자의 입장이라 큰 반발도 못하는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부산대 캠퍼스기획과 관계자는 학내구성원의 협의는 중요하지만 모든 사항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하는 입장은 아니다장애학생들을 위해 건립 사업추진이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산일보 탁경륜 기자 takk@

 

 

쓰레기 될래? 자원으로 순환할래?

쓰레기로 버릴까? 자원으로 순환할까?

폐기물 발생이 줄지 않는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분리배출만 잘하면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 되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전히 우리가 버린 상당수의 쓰레기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1의 혐오시설로 경원시되는 소각장은 더 짓기 힘들고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을 찾기 위해선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다. 이 쓰레기는 어디서 온 걸까? 라벨 없앤 페트병은 친환경인가,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은 정말 괜찮은 걸까?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들어야 쓰레기가 준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쓰레기를 자원으로 삼는 문화, 그것을 현실화할 사회 인프라다. 편집자 주.

 

우리집 쓰레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2025년 사용만료 시한을 앞둔 수도권매립지와 그 후속 대체 매립지 건설을 둘러싼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 갈등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예정대로 종료할 것인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원순환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매립장과 소각장 건설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폐기물 정책의 문제가 놓여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닐,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를 중심으로 한 생활폐기물이 늘어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화된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와 지자체별 반입 쿼터제의 효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체 매립지 공모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후보지 선정에 성공한다 해도 매립지 건설에는 7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이대로 2025년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만료된다면 그와 동시에 쓰레기 대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2015년 서울, 경기, 인천, 환경부 4자 합의대로 '대체 매립지 조성 전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천시는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10, 수도권매립지 '2매립장'이 포화돼 사용이 완료됐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갈등 속 늘어나는 생활 및 건축폐기물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연장 관련 갈등 이외에도 수도권매립지 이용을 둘러싼 일상적 문제점은 상존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는 모든 지자체들이 정해진 매립 쿼터를 초과하는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서울시 반입량은 쿼터(기준연도 2018)에 비해 124.8% 증가했다. 특히 강서구(247.9%), 구로구(202.2%), 영등포구(229.0%)의 배출비중이 높다. 25개 기초자치제 중 반입비율을 100% 이하로 줄인 곳은 종로구, 중구, 성동구, 도봉구, 마포구 등 5개 구에 불과하다. 수도권매립지의 운영을 담당한 인천시도 반입량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인천시는 반입 쿼터 대비 116.6%의 생활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반입했다.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02011월 기준으로 반입 쿼터 대비 102.6%를 반입했다.

 

또 다른 문제는 2019년 기준으로 건설폐기물류가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폐기물 총량(336t)4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건설폐기물류 감축 로드맵'을 의결하고 2022년부터 직반입(소각 등 전처리되지 않은 건설폐기물의 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서울수도권역의 건설 개발수요가 줄지 않는 데 반해 건설폐기물 재활용시설과 소각시설은 한정돼 있어 감축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의 수도권매립지 의존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용시한 연장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제의 근원이 보인다. 과연 수도권매립지 건설과 그 대체 매립지의 건설은 지역 갈등과 쓰레기 문제의 해법일까. 그동안 우리는 해법의 최종 과정일 뿐인 소각과 매립에 매달려 그 전 단계를 제대로 밟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수도권매립지 건설과 갈등사

1976년까지 곳곳에 분산형 비위생매립지를 설치해 쓰레기 최종처리를 해오던 서울시가 난지도에 대형 매립장(비위생)을 설치한 건 1978년의 일이다. 이어 난지매립장 포화가 임박한 1980년대 후반, 서울시는 난지매립장을 대체할 매립지를 모색했는데 후보지는 동아그룹이 인천-김포갯벌을 막아 간척한 동아매립지였다. 그러나 경기도가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수도권매립장 건설을 둘러싼 1차 지역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당시 환경청이 조정에 나서 서울, 경기, 인천, 환경청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3개 시도가 공동 사용할 광역 위생매립장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2월 개장됐다. 사용 종료 시한은 조성 당시 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추정한 2016년까지였다. 서울시가 부지 매입비용의 71%(373억 원)를 부담했고, 나머지 29%(150억 원)는 환경청 부담이었다. 건설 사업비도 서울시가 2417100만 원, 인천이 386700만 원, 경기도가 386700만 원을 부담해 서울시가 큰 비용을 댔다.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251)이 포화(6425t 매립)된 건 200010월의 일이다. 이후 사용이 완료된 제1매립장 위에는 골프장을 조성했다. 2매립장(262)201810월 포화(8018t 매립)됐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3도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연장하자고 나선 2010년이다. 서울시는 매립지 조성 이후 재활용품 분리수거 생활화, 종량제 정착으로 매립량이 줄어 2010년 당시 서울시 매립량이 '애초의 계획 대비 52.4%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2044년까지 매립 시한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매립 종료가 예정된 2016년이 10년 남은 시점이었다. 인천시가 이 제안에 반발했다. 인천시는 '1992년 수도권매립지 조성 당시 인근에 민가가 거의 없었으나 20년이 지난 2010년에는 청라국제도시, 한강신도시가 건설돼 100만 명이 넘는 주거민이 밀집한 상태라 환경위생 문제가 심각'하므로 '예정대로 종료하자'고 주장했다. 갈등과 대치가 계속되다 2015628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 '4자 합의체'가 지역 갈등을 봉합하는 합의안(수도권매립지정책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 도출에 성공했다. '2025년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을 공식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2015 합의안'은 지켜졌을까

'2015 4자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매립장 부지 면허권을 인천시에 양도, 잔여부지 면처권도 사용종료 후 일괄 양도한다. 인천시는 매립지 관리를 맡은 매립지 공사의 권리와 의무 일체를 인수한다(인천시 지방공사 설립). 폐기물 반입수수료를 50% 가산 징수해 인천시에 지원하는 조치를 2016년부터 시행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잔여매립부지 중 3-1공구(103)를 사용하고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확보추진단'을 구성·운영하여 대체매립지 조성 등 안정적 처리방안 모색한다.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하도록 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고 건설·사업장폐기물 매립을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폐기물 수송도로 환경 개선 및 수송차량 밀폐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2015년 말까지 그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한다.

 

'2015 합의'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이후 합의안대로 각 지자체가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수도권매립지로 들어오는 쓰레기 반입량은 계획대로 줄지 않았고 무엇보다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합의 이후 4년이 흐른 2019년 갈수록 늘어나는 생활쓰레기 반입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반입총량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고 2020년부터 '반입총량제'가 실시됐다. 반입총량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 기준(쿼터)으로 90%만 반입을 허용(2021년부터는 쿼터를 85%로 축소 실시)한다. 반입총량 초과 반입 시 초과분에 수수료 100%를 증액시키고, 5일간 반입정지 페널티를 부가한다. 반입수수료는 t756(2020.7.1. 기준)으로 하고 100% 증과 시 14112원으로 책정한다. 이렇게 시행된 반입총량제는 원안의 취지를 위배하는 제도 운용과 소각비용보다 싼 과태료로 인해 무력화됐다.

 

우선 '5일간 반입정지 페널티'를 받으면 기초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수거행정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에 밀려 수도권매립지공사(SL)가 규정상의 5일 연속 반입정지 페널티 규정을 2일과 3일로 나누어 부담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쪼개기'를 허용했다. '쪼개기' 덕분에 별 충격 없이 과반입을 할 수 있게 되자 총량 규제의 취지는 퇴색됐다. 또한 반입량 초과 과태료 수준이 2019년 기준으로 t25만 원에 달하는 소각비용보다 무려 10만 원 이상 싸다. 외부에서 소각하느니 초과 반입하고 과태료를 무는 게 훨씬 비용효과적인 구조라 반입량은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쓰레기 총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반입총량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시한 종료일이 가까워졌다. 3개 시도와 환경부의 쓰레기 최종 처리에 대한 부담이 증대됐다.

 

환경부는 2020923'자원순환정책 대전환 계획' 발표했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타 지역은 2030년부터 종량제봉투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소각 등 중간처리 후 소각재만 매립'하겠다는 이 계획은 사실 '2015년 합의안'에 규정된 추진 과제 중 하나였으나 합의 후 4년 이상 시간이 지나도록 미뤄지다 2020년이 돼서야 나온 것이다. 실상 2025년으로 예정된 수도권매립지 사용연한을 늘리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건 그런 까닭이다.

 

서구 소재 안동포 일대의 항공사진 1986. 국토지리정보원

서구 소재 안동포 일대의 항공사진 2018. 국토지리정보원

폭발한 3개 시도 간 매립지 갈등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이 늘어나는 상태에서도 대체 매립지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던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4자 합의체 명의로 2020'대체 매립지 공모'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인천시는 20201025, '쓰레기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2025년에 예정대로 수도권매립지를 사용 종료할 것이며, 3개 시도 공동매립지 확보에 나서는 대신 인천 자체 소각재 매립장(옹진군 영흥면에 '인천에코랜드' 조성)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권역별 광역자원순환센터(소각장) 신설하고 기존 3개 소각시설 중 2개 시설을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는 7년 이상의 공기가 필요한데, 수도권매립지 종료 연한이 만 5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대체 매립지 부지 공모에 나서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되며, 공모의 숨은 의도가, '2015 합의안'에 명기된 '대체매립지 조성에 실패할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수순 밟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자체 매립장과 소각장 건설에 나설 것을 명백히 했다. 이로써 다시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이 끓어올랐다. 현재 인천시는 이웃한 광역 자치단체와의 갈등은 물론 인천 지역 내 갈등에도 휩싸여 있다. '인천에코랜드' 예정지인 옹진군은 '인천시장의 독단적 행정'이며 '부지 적정성에 문제 있다'고 반발하며 반대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뒤늦은 대체 매립지 공모, 진짜 대안은?

인천시의 '쓰레기 독립선언'에 대해 서울, 경기, 환경부 등 기존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은 인천의 자체 매립지 조성계획을 '2015 합의 일방 파기'라 비판하고 '인천을 뺀 대체 매립지 공모 추진' 방침을 확정하여 2021114'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 공모'를 시작했다. 공모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1.1.14.~4.14.까지 90일간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를 찾는다. 부지면적 220이상(실제 매립면적 170이상)에 생활·건설·사업장폐기물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지정폐기물은 제외)을 매립할 계획이다. 매립장 외에 생활폐기물 예비처리시설(전처리시설 2000t/, 에너지화시설 1000t/)과 건설폐기물 분리·선별시설(4000t/)을 건설한다. 시설 설치비의 20% 이내에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하고,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20% 이내에서 주민지원기금을 제공한다. 특별지원금 2500억 원을 제공하며, 매년 반입수수료 50% 추가가산금을 제공한다. 신청가능대상과 조건은 부지면적이 220이상이고 부지경계 2km 이내 거주민 중 50%(세대주) 이상의 동의를 받고, 후보지 토지소유자 70% 이상의 동의를 받은 지역으로서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제한 없는 지역(상수원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 공원지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의 행위제한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닌 지역)이어야 한다.

 

과연 이런 조건을 맞출 후보지가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대체 매립지 공모가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뿐 자원순환사회로의 진화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것이다. 매립과 소각 이전의 자원순환사회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갈등은 미래에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난 33, '수도권매립지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한 환경운동연합 내부 토론회'가 열렸다. 당일 발제자로 나선 서울, 경기, 인천의 활동가들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홍 소장은 "마을 단위로 '주거지에서 도보 15분 이내'에 포장재 없는 제품 판매점(제로 웨이스트 숍) 개장 모든 음료 매장에서 다회용기 테이크아웃 시스템 구축 마을 단위 중고품의 판매와 수리점 개장 전 기초단체가 지역별로 재활용품 분리배출 및 선별장을 확충해 재활용체계를 전면적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소각장에서 태우고 매립지에 묻어서 생활세계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자원순환사회를 이룰 수는 없다. 환경적으로 정의롭지도 않다. 소각과 매립 이전 단계인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사회적 인프라'를 마을 단위로 확충하는 것이 먼저다. /박현철 <함께사는길> 편집주간 |

 

너도나도 '친환경'본질 퇴색된 마케팅에 눈살

국내 패션뷰티 및 유통 업계가 '친환경'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급적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나 원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오염도 막자는 취지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 화두가 됐고, 새로운 소비군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환경 보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업계를 친환경으로 이끄는 분위기다.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면서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하고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마케팅에 집중하는 화장품 기업들

'이니스프리'의 페이퍼보틀을 자르자 플라스틱 용기가 보인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의 브랜드숍 '이니스프리'는 곤욕을 치렀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용기 겉면을 종이로 감싼 제품을 내놨는데 이를 '페이퍼 보틀(종이병)'이라고 칭했다가 망신을 샀다. 시민사회는 얇은 플라스틱병이 들어갔는데 이를 페이퍼 보틀이라고 칭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커지자 이니스프리 측은 "용기 바깥을 싸고 있는 종이 라벨의 역할을 보다 쉽게 설명하려고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했는데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A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과욕'이란 단어로 정리했다. 이 관계자는 "(이니스프리가) '우리는 친환경 한다'는 걸 강조하고 과도하게 마케팅으로 활용하다 탈이 난 것"이라며 "이니스프리 브랜드 콘셉트가 제주도다. 과거부터 깨끗한 환경에 힘을 주던 브랜드인데 이번 일로 참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력이 허사가 되는 모양새다. 사실 아모레는 친환경 측면에 나름대로 애를 쓰는 뷰티 기업이다. 이미 자사몰에서 직배송하는 상품은 비닐 보호 충전재 대신 재활용이 되는 재생지 등을 사용한다. 지난 2일에는 한솔제지와 MOU를 체결하고 친환경 용기 등 제품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앞서 3월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70%까지 줄인 친환경 튜브 용기 등을 개발했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나친 친환경 마케팅 욕심이 화를 불렀다.

다른 뷰티 브랜드는 배송과 포장에 친환경 이미지를 입히기도 한다.

 

닥터 브로너스는 '제로 플라스틱 친환경 배송 패키지'를 도입했다. 배송 중 제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스티로폼이나 비닐 완충재 대신 재생지 펄프를 제품 크기에 맞춰 제작해 쓴다. 박스를 포함한 모든 완충재는 친환경 무표백 종이 소재만을 사용해 재활용 분리 배출이 가능하다. 헬스&뷰티스토어(H&B) 올리브영은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의 포장재를 기존 PVC 비닐 소재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크라프트지로 바꿨다고 했다.

 

리사이클링 소재 의류결국 기술자랑?

패션 업계도 친환경을 한다며 리사이클링(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스파오'는 최근 터키산 친환경 원단을 사용한 리사이클 데님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스파오는 인조가죽을 사용한 '에코 레더' 상품도 내놨다.

코오롱스포츠 모델 공효진과 류준열. 코오롱스포츠는 재생 나일론 에코닐'을 사용해 아웃도어에 적용한 원단을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를 보유한 코오롱FnC는 이탈리아 원사 제조 업체 아쿠아필의 재생 나일론 에코닐을 사용해 만든 원단인 '코오롱나일론'으로 의류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에코닐은 1톤이 생산될 때마다 7만 배럴의 원유를 절약할 수 있고, 65000톤의 탄소 배출을 피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코오롱나일론을 이용한 옷을 쏟아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봄·여름 시즌 상품 중 10개 스타일에 코오롱나일론을 소재로 사용했다. 이번 시즌 상품에 적용된 코오롱나일론의 생산량은 2.5톤 수준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노스페이스·블랙야크·K2도 패트병을 재활용한 원료 등을 적용한 의류나 가방, 신발을 홍보 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제로 웨이스트'(제품, 포장 등을 태우지 않고 재사용하도록 하는 것), '플라스틱 제로'(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 운동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코로나19로 젊은이들이 산행하는데 주요 소비자의 특성을 무시하겠나. 아웃도어 업체가 리사이클링 의류에 집중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웃도어는 고기능 의류다. 기술적 측면에서 패트병이나 에코닐 등 리사이클링 원단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월등한 자체 기술력이 있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리사이클링 원단이라면서 너도나도 자랑하는 이면에는 기술력 자랑 측면도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 "소비 부추기는 친환경"

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패션뷰티 업계가 내세우는 친환경 마케팅에 냉소적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경쟁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소비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요즘 기업들은 친환경을 일종의 트렌드라고 보는 것 같다. 유행처럼 친환경을 생각하고 마케팅이나 신제품 홍보나 소비로 연결한다"고 꼬집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지난 3월 봄을 맞아 출시한 다양한 굿즈들.

 

그러면서 스타벅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허 팀장은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향후 4년 이내에 모든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면서도 "반면 스타벅스는 매달 각종 컵 등의 굿즈를 내놓는다. 과거보다 빈도가 더 잦아진 듯하고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을 한다면서 매달 굿즈 소비는 부추긴다는 인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국장은 통화에서 "친환경이 일종의 슬로건이나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세'가 친환경이다 보니 그에 맞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뜻도 밝혔다.

 

정 국장은 "제로웨이스트나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진짜 친환경은 실제적 소비를 감축하는 것이다""플라스틱 빨대를 안 쓴다면서 실리콘, , 다회용 빨대 등이 종류별로 출시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나오고 어디선가 버려지고 소각된다. 플라스틱만 아니면 친환경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촘촘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플라스틱 용기류 생산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는 순환이용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는 생산 목표를 낮추고, 대신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유리한 유리병은 생산 목표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 국장은 "각 기업이 친환경 한다면서 재활용 등의 원료를 들고나오는데 실제 대체재로서 역할을 하는지 여부에 대해 인증이 필요하다. 현재라면 기업이 개발하고 인증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연 이 대체재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땅에 매립하면 100% 없어지는지, 인체에 무해한지 누가 장담하나.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규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물속 사냥도 하는 길이 20cm’ 대형 신종 지네 발견

동남아서 3번째 오키나와·대만서대형 민물새우 포식하기도

오키나와와 대만에 서식하는 신종 왕지네는 물속에서도 산다. 쓰카모토 외 (2021) ‘주택사제공

 

동남아 열대지역 산간 계류에 발을 담글 때는 조심해야 할지 모른다. 길이 202의 큰 몸집에 맹독을 분비하는 날카로운 독니를 지닌 대형 왕지네 가운데 물속에서도 사는 종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 연구자들은 오키나와의 섬 4곳과 대만에서 물과 뭍 모두에서 사는 새로운 종의 왕지네를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주택사최근호에 보고했다. 이로써 동남아에서 발견된 물·뭍 지네류는 모두 3종이 됐다.

신종 지네가 서식하는 오키나와의 숲 속 계류. 쓰카모토 외 (2021) ‘주택사제공

 

연구자들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지마와 쿠메지마, 대만에서 신종 지네를 채집했는데 산림을 흐르는 개울을 따라 서식했다고 밝혔다. 이 지네는 종종 개울가 돌 밑에서 발견됐는데 위험을 느끼면 물속으로 도망쳐 돌 틈에 숨는 습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물속은 이들의 도피처일 뿐 아니라 사냥터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 지네가 물속에서 길이 10인 대형 민물새우인 왕징거미새우를 포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길이 10에 이르는 오키나와의 민물새우인 왕징거미새우. 신종 지네의 먹이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신종 지네의 학명 스콜로펜드라 알키오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물총새로 만든 알키오네에서 따왔다. 이 지네의 청록색 다리 색깔과 물과 뭍에서 사는 행동이 물총새와 비슷해 지은 이름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대형 육상 무척추동물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발견되는 것은 오키나와의 섬들에 미지의 생물이 다수 산다는 증거라며 생물다양성과 온전한 생태계를 보전할 필요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물속에서도 사는 왕지네로 2016년 처음 학계에 알려진 종 스콜로펜드라 카타락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속에서도 사는 왕지네는 2016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베트남, 라오스, 타이에서 발견된 왕지네 스콜로펜드라 카타락타는 열대림 개울의 돌 밑에 숨어있다 돌을 들추면 뱀장어처럼 몸을 구불거리며 헤엄쳐 달아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또 물 바닥을 편안하게 돌아다니며 걸어 다니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필리핀에서 또 다른 양서 왕지네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번에 세 번째 물뭍 지네로 드러난 신종 스콜로펜드라 알키오나. 츠카모토 슈, 도쿄도립대 박사과정생 제공

 

지네는 토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곤충과 거미를 주로 사냥하지만 개구리나 뱀 또는 쥐를 공격하기도 한다. 앞다리가 변형된 독니로 강력한 독을 주입하는데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심혈관계, 호흡, 근육, 신경계를 타격해 치명적일 수 있다(맹독 왕지네는 왜 동료와 물고 싸워도 끄떡없나).

인용 논문: Zootaxa, DOI: 10.5281/zenodo.470069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코로나19 팬데믹 시즌2, 전망은 밝지 않다

끝날까? 언제 끝날까?”

 

남극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2021년을 사는 세계인의 공통질문 한가지를 꼽자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말일 것이다. 2019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이 신종 바이러스는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2021년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자국민의 몇 배가 쓰고 남을 백신을 싹쓸이한 미국과 영국, 유럽은 올여름을 일상의 정상화기점으로 삼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해 성인의 47%(1차 접종 기준)가 백신을 접종한 영국은 412(현지시간)부터 음식점과 술집, 미용실, 상점, 스포츠센터 운영 재개를 발표했다. 코로나19는 이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일까. 백신과 함께 우리는 코로나19 없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코로나 라이프’ 2년차,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46(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코로나19 n차 대유행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 집계에 따르면 47일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3000만명을 넘었다. 누적 사망자 수는 288만명이 넘는다. 그래프를 보면 1월과 2월 잠시 감소 또는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3월 이후 확진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직 전 세계 확진 상황을 분석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라별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추가 방역에 들어간 곳이 많다.

 

특히 유럽은 3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선언했다. 독일은 신규감염자 수가 매일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지난 312일 보건부에서 “3차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고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독일 정부는 오는 921일까지 백신 접종을 원하는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47일 기준으로 접종률은 1회차 접종 기준 5%, 2회차 접종 기준 12%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최근 독일 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3%만이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의 정부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부실한 대처를 비판하며 각료들의 사퇴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라예보|EPA연합뉴스

 

프랑스는 지난 45일부터 4주간 전국봉쇄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번째로 실시하는 전국봉쇄책이다. 오후 7~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낮에도 필수목적 외의 외출이 금지된다. 특히 2차 전국봉쇄 때에는 문을 열었던 유치원과 학교도 이번에는 폐쇄했다. 학교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중환자실은 포화상태로 AFP의사가 어떤 환자를 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잔인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누적 사망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발병률에 속을 썩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2주간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긴장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조심스럽게 ‘4차 대유행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로첼 월렌스키 국장도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다절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터키와 인도는 지난 331일 팬데믹 발생 이후 하루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46(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샌 안토니오 데게라의 한 공립학교가 1년 만에 대면수업을 재개해 한 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 샌안토니오데게라|EPA연합뉴스

 

코로나19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않아 집단면역 달성이 느리다는 것과 백신 접종을 계기로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느슨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현재도 전파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 언론은 최근 신규감염자의 3분의 2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미국도 50개주 전체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도 남미 10여개국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브라질은 46일 하루 사망자가 처음으로 4000명을 넘겼고, 아르헨티나에서는 하루 신규확진자 수만 2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생겨나면 1·2차 변이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백신을 만든 제약사들도 이미 코로나19 오리지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용 백신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미 개발된 백신으로도 변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류사에 등장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변화력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바이러스는 그랬지만, ‘이 바이러스는 어떤 특이점을 갖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높고, 보다 젊은층에게 감염이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30~40대 젊은 코로나19 환자들이 늘고 있다.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3분의 145세 이하로 나타났다. 뉴저지주에서도 3월 마지막 주의 20~29세 연령대의 입원 환자가 3월 첫 주에 비해 31%, 40~49세의 입원 환자는 48% 증가했다.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의 피터 호테즈 원장은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를 거의 새로운 바이러스로 생각해야 한다전파력이나 젊은이에게 끼치는 영향에서 우리가 본 어떤 것과도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지난주 코로나19 중환자실 환자의 44%가 기저질환이 없는 45세 미만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를 앓고 난 뒤 겪는 후유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의학저널 랜싯46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를 앓은 사람 중 3분의 1이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라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은교 국제부 기자 indi@kyunghyang.com

방사능 우럭또 잡혔는데여론, 오염수 방류 찬성으로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또다시 기준치를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일본 국민의 입장은 찬성 쪽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리포트]지난 1,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입니다. 일본 정부 기준치의 2.7, 후쿠시마현 자체 기준의 5.4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불과 두 달 전, 인근 해역에서 잡힌 우럭에서도 정부 허용 한도를 5배 넘긴 세슘이 검출된 바 있습니다. 가뜩이나 먹거리 안전성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는 피해를 더 키울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쿠보 키요카타/방류 반대 시위자 : "지금도 후쿠시마산 어패류는 자유롭게 출하가 안 됩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후쿠시마 어업은 그걸로 끝입니다."]

한일 양국에서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류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어민 피해 보상을 위한 '상담 창구'를 설치했고,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오염수 처분 계획'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일본 내 여론도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해양 방류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말, 과반이었던 '반대' 여론이 일본 정부 방침이 정해진 뒤 '찬성'으로 돌아선 겁니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시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관방장관 : "한국 정부, 현지 경찰 당국에 대해 대사관 앞 연좌 농성의 철거(강제 해산)를 요청하는 등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경비 강화 등 필요한 조치는 이미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여행을 멈췄다인간은 코로나 때문에, 북극고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매년 하던 6000이동, 2년간 멈춰

북극해 얼음 얇아져 필요 사라진 듯

생태 변화 가설들 공통점은 기후

북극고래(일명 활머리고래)가 매년 해오던 6000의 여행을 2018~2019년에는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주로 바다 얼음 밑에서 생활하는 북극고래들이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줄면서 생태에 변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1(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야생동물보호협회 연구팀은 매년 봄 베링해에서 추크치해로 이동해 알래스카 북동쪽 보퍼트해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베링해로 돌아오는 활머리고래들이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 이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진행한 스티븐 인슬리 박사는 고래의 이동을 추적하는 수중장치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북극고래가 이 여행을 멈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행동인지, 아니면 삶의 방식이 아예 바뀐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북극고래는 수온 영하 0.5~영상 2도의 바다에서 주로 생활한다. 몸무게는 100t, 몸길이는 15~20m에 달하는데 몸의 3분의 1이 활 모양의 입이어서 활머리고래로 불린다. 얼음 밑에서 수영을 하다가 숨을 쉴 때 단단한 머리를 이용해 얼음을 뚫고 올라온다. 수염고래 종류 중 가장 긴 최대 4m의 수염으로 먹이를 유인한다. 주로 갑각류와 플랑크톤을 먹는다. 북극고래들은 여름에 보퍼트해로 이동해 새끼를 낳고 다시 베링해로 돌아오는 여행을 이어왔는데, 2018년부터 2년간은 겨울에도 보퍼트해를 떠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북극고래 생태 변화의 이유로 여러 가설을 들고 있다. 우선 천적의 서식지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고 얼음이 줄면서 북극고래의 천적인 범고래의 서식지가 넓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최근 범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베링해와 추크치해로 이동하는 대신 보퍼트해에 머무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수온 변화로 4계절 내내 먹이가 풍부해졌기 때문에 이동을 멈췄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겨울에도 보퍼트해의 수온이 높게 유지되면서 플랑크톤이 많아졌고, 북극고래들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여행 대신 보퍼트해를 떠나지 않고 번식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북극해의 얼음이 예전만큼 두껍게 얼지 않는 점도 북극고래의 생태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추정한다. 얼음 밑에서 생활하는 북극고래들은 숨을 쉬기 위해 얼음을 깨고 올라오는데, 얼음 두께가 1m를 넘으면 단단한 머리로도 깨고 올라오기 힘들다. 북극고래는 수온이 낮으면서도 얼음이 적당히 있는 바다를 찾아 이동을 해왔는데, 지구온난화로 이동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인슬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고래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지구온난화로 물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적응을 하지 못하는 종도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 왕립학회보 20214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고래보호단체 WDC의 에리히 호이트는 이번 연구가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래는 종종 먹이, 포식자 등을 이유로 이동 경로를 바꾸곤 한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기업 온실가스 더 뿜뿜갈 길 먼 탄소중립

2019년 배출량, 2년 전보다 증가

전경련 정부 차원서 CCUS 기술 확보해야

기업 온실가스 더 뿜뿜갈 길 먼 탄소중립

주요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은 지난 3년 동안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성실히 공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CCUS는 석탄화력 발전소 등에서 방출된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재사용해 대기 중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탄소포집 기술의 글로벌 동향과 과제보고서를 통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를 공개한 38개 대기업·공기업의 직간접 배출량은 201722660t에서 201923312t으로 약 652t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거꾸로가고 있는 셈이다. 해당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기업 수도 분석 대상 38개 기업 가운데 16(42.1%)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에만 감축 과제를 맡기기보다 정부 차원의 CCUS 기술 개발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경련은 제언했다.

 

미국은 2018CCUS 시설 등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과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45Q 텍스 크레디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2016년 경제산업성과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가 탄소활용로드맵 1.0’을 발표하고 2030CCUS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로드맵을 제시했다. 노르웨이는 정부 주도로 27억달러(3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달에야 올해 상반기 중 CCUS 기술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하는 등 기술경쟁에서 한발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은 CCUS 기술에 필요한 연구·개발 예산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촉구하면서 ··호주·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이 추진 중인 CCUS 상용화 파트너십에 한국이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CCUS판 쿼드에 참여함으로써 탄소 포집 기술을 공유하는 동시에 아세안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온실가스 흡수 실적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원전 사고 교훈사라진 자리에 피폭 안전 신화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 위치한 동일본 대지진재해·원자력재해 전승관에 핵발전 광고 간판이 전시되었다. 전승관은 사고의 교훈을 가르치는 대신 부흥을 선전한다.

201531일 출입이 통제된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의 핵발전 광고 간판.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고 쓰여 있다.오누마 유지 제공

 

322일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사태 선언을 73일 만에 전면 해제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유효한 긴급사태 선언이 있다. 그것은 2011311일 오후 7어디까지나 예방적 조치라며 내려진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이다. 언제쯤 이 조치가 해제될지, 해제될 수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 해제될지 알 수 없는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을 떠안고 오늘도 오누마 유지 씨는 미래를 위해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며 열심히 살고 있다(시사IN395‘27년 전 표어 지키자, 일본 전역은 서명 중’, 497핵발전소는 마약, 교부금에 목맨 삶기사 참조). 도쿄에서 250떨어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보내는 전기를 쓰며 살았던 나는 열 번째 3·11을 맞아 오누마 씨를 응원한다.

 

10년 전 3월 오누마 씨가 황급히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双葉町)를 빠져나와 아이치현에서 피난 생활을 한 뒤 이바라키현에 정착한 지 올해로 7년째다. 3·11 당시 아내의 태중에 있던 첫째 아이가 열 살, 둘째는 일곱 살이 되었다. 20211월 말 현재 후쿠시마현이 집계한 지진 재해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난민은 약 36000명이다. 그런데 131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후쿠시마현 그리고 후쿠시마현 내 각 지자체의 피난민 집계 기준이 모두 달라서 실제로는 67000명이 넘는다. 이렇듯 피난민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탓에 피난민 지원단체들의 고충이 크다. 고향을 잃은 상실감과 잦은 이사로 인한 단절감 그리고 외면당하고 있다는 고립감이 오늘도 피난민들을 괴롭힌다.

 

202034일 일본 정부는 전 지역이 귀환 곤란 구역이던 후타바마치의 5%에 해당하는 곳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JR후타바역 앞에 위치한 오누마 씨의 집과 세를 놓던 맨션도 피난 지시 해제구역에 포함되었다. 지난해 9월에 그는 두 아이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그에게는 100번째 일시 귀향이고 아이들에게는 첫 번째 방문이었다.

 

2011311일을 기점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뀐 오누마 씨는 여전히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신이 고안한 표어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가 채택된 핵발전소 광고 간판의 영구 실물 보존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다. 그는 지난 10년간 전국 어디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후타바마치의 어제와 오늘을 증언하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취재에 응했으며,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글을 썼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그에게 온라인상에서 온갖 중상과 비방이 따라붙는다.

 

다시 부상하는 피폭 안전 신화

그는 한때 원자력은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 배웠고 절대 안전하다고 믿었던 부끄러운 과거로부터 도망가지 않기 위해 실명으로 활동하고 얼굴도 공개한다. 온라인상의 익명을 무기 삼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공격한다. ‘지원금을 받고 싶어서 유치한 원전이니 자업자득이다라며 입 다물라고 했다. 그들은 핵발전소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을 볼모로 삼고 그 지역에 엄청난 위험을 떠안기는 독박 시스템이라는 것을 무시한다. 그가 방호복을 입고 후타바마치의 현재를 전하면, 고향을 버리고 떠난 주제에 더 이상 피폭 위험이 없는데도 방호복을 입고 다녀 후쿠시마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고 비난한다. 한때는 원전 안전 신화를 노래했던 정부와 전력회사가 주장했고, 사고 나기 전까지는 핵발전소 건설과 유지로 돈을 벌고 이제는 제염(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체나 토지에서 그것을 제거하는 작업)과 부흥 사업으로 수익을 챙기는 대기업(미쓰비시·히타치·도시바), 하청 기업, 그들과 공생하는 언론과 학계 등 이른바 원전 마피아가 새롭게 조장 중인 피폭(被曝) 안전 신화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누마 씨는 가족이 공격 대상이 될까 봐 블로그를 폐쇄하고, 아이들에게도 핵발전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자신이 표어를 만들었던 시절의 나이에 가까워지자 용기를 내어 지난해 9월 온 가족이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2021324일 오누마 씨 가족은 다시 후타바마치에 있었다. 그날은 후타바마치가 핵발전 광고 간판을 폭 16m, 높이 7m 크기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하고, ‘동일본 대지진재해·원자력재해 전승관(www.fipo.or.jp/lore/)’에 실물을 전시하는 첫날이었다.

 

1987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오누마 유지 학생이 후쿠시마현의 원전 표어 공모에 응모한 작품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1988년 우수상에 뽑혔고 그 표어가 핵발전소 광고에 쓰였다. 핵발전소와 함께 발전하는 후타바마치의 밝은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소년은 마을 번화가에 걸려 있는 간판 밑을 지나갈 때마다 뿌듯했다. 하지만 20153월 그 간판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오누마 씨는 후타바마치 지자체에 핵발전소 사고의 교훈과 기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간판을 제염하고 수리한 뒤 보존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6902명이 이 운동에 동참했고 6년에 걸친 그와 시민들의 활동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동일본 대지진재해·원자력재해 전승관그날의 경험을, 미래의 교훈으로삼기 위해 후쿠시마현이 후타바마치에 세워 20209월에 개관한 공공 아카이브 시설이다. 오누마 씨의 표어 간판은 전승관 입구의 정반대편, 방문객들이 일부러 물어보고 건물 밖으로 나와 한참 돌아서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 바닥에 놓여 있다. 어쩔 수 없이 전시는 했지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교훈이 되려면 원전 안전 신화의 거짓과 정책 실패, 그 모든 과정을 제대로 남겨 거울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기록하고 기억을 계승해야 할 이 전승관에, 핵발전 정책을 추진한 후쿠시마현이 스스로의 실패와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명확히 보여주는 전시는 없다. 오히려 전승관 측은 주력 프로그램인 가타리베(, 자신이 겪은 체험을 말로 전하는 사람)’ 활동가들에게 도쿄전력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삼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전승관은 핵발전소 사고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후쿠시마의 부흥을 선전 중이다.

1988년 원전 표어 공모전에 응모해 상을 받은 오누마 유지 씨()와 그의 가족이 표어가 쓰인 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누마 유지 제공

 

표어 간판을 전시하기 시작한 다음 날인 325일 오후 후타바역 앞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성화가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성화 봉송을 감격스럽게 반기는 주민도 많았지만, 오누마 씨는 깨끗이 정비된 역 앞만 비추며 부흥 올림픽을 내거는 정부와 미디어에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후타바역을 중심으로 한 특정부흥재생 거점구역20203월 규제완화 이후 통행증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고 극히 일부 구역은 제염작업으로 방사선량도 크게 내려갔지만, 여전히 장시간 체류는 위험하다. 그는 2011311일 이후 약 7000명에 달하는 주민이 모두 피난민이 되어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는 폐허가 된 후타바마치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전해주길 원했다. 그는 누구를 위한 부흥이고 올림픽인가묻는다.

 

2012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 정권은 그해 여름 핵발전과 에너지에 관한 국민적 논의 속에 결정된 ‘2030년대 원전 제로방침을 백지화했다. 20213월 말 현재 일본에서 상업 운전 중인 원자로는 4(3·11 이전에는 59)뿐이다. 지난 10년 일본은 거의 원전 제로로도 전력공급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가해자인 도쿄전력은 3·11로 중지되었던 핵발전소 건설을 다시 추진할 요량이다. 건설 예정지는 도쿄에서 720떨어진 아오모리현의 북단 히가시도리무라(東通村). 그리고 과거 핵발전 사업을 추진했던 또 다른 가해자경제산업성이 지금은 피해자들의 생활을 크게 좌우하는 피난 지시 구역의 설정·재편·해제에 관한 방침을 정한다. 거기에 주민들의 의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오누마 씨는 후타바마치가 거짓 부흥 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3·11 목도하고도 핵발전이 안전하다면

오누마 씨는 이바라키현에서 20145월부터 시작한 태양광발전소 사업과 부동산 임대업으로 생활이 조금 안정되었다며 웃었다. 그는 태양광발전소 입구에 걸어놓은 재생 가능한 밝은 미래 에너지라는 표어야말로 핵발전을 대신할 밝은 미래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후타바마치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기록하고, 강연과 취재에 적극 응할 생각이다. 그에게는 그 기록들을 책으로 엮어 후세에 남기고 싶은 꿈이 있다. 그리고 운 좋게 쓰나미 피해를 당하지 않은 후타바마치의 임대 맨션을 고쳐서 언젠가 마을 부흥 작업과 핵발전소 폐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핵발전소 사고를 의식 변혁의 계기로 삼아 행동하는 삶을 꾸려가는 오누마 씨는 한국 시민들에게 앞으로 일본이 핵발전소 사고를 잘 극복해가는지, 혹은 실패하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한다. 사고 처리나 폐로 작업, 오염수 처리 문제나 그 대응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3·11을 목도하고도 여전히 핵발전이 클린 에너지,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라고 믿는다면, 후쿠시마의 과거는 우리의 현재이고, 후쿠시마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시사인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일본 영사관앞 청년 대학생 오염수방류 규탄  연좌 집회

가덕도 주민들 산과 바다만 버리고 공항 못 지을 수도

여당 공약이었지만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도 추진 계획, 건물 신축과 이주민 늘어

대부분 어민인 주민은 찬성 거의 없어

47일 재보궐선거 뒤 가덕도 신공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업을 밀어붙인 쪽이 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2019~2020년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를 통해 2016년 신공항 입지 조사에서 탈락한 가덕도 신공항을 되살려냈다. 입지 선정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도 2월 말 국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제1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가덕을 자신의 호로 삼겠다고도 밝혔다. 애초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이번 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엘시티(LCT) 등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관련 의혹이 주요 이슈가 됐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국민의힘도 찬성 의견을 밝힌데다 지지율 조사에서 박 후보가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박 후보가 28.3% 차이로 대승을 거두면서 가덕도 신공항 공약이 애매해졌다. 이 이슈를 주도한 여당이 완패했고, 국민의힘 내부는 이 사업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414<한겨레21>에 보내온 답변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물류·허브 공항으로 건설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절차가 생략된) 예비타당성조사나 입지 검토는 특별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거의 전 지역이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

선거에서 진 여당도 가덕도 신공항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우원식 의원은 특별법이 이미 통과됐고, 우리는 그대로 간다.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경남·울산의 균형발전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도 정부·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추진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부정적이던 국토교통부도 특별법이 시행되는 9월에 맞춰 신공항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3월 김해신공항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5월께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공항건립추진단도 9월부터 활동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415일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전국 공동행동기자회견과 1인시위 등을 했다. 특히 부산·경남·울산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대항마을 전망대에서 반대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전국 70여 개 시민·환경 단체로 이뤄진 신공항반대시민행동도 322일 출정식을 열었고, 4월 말부터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40여 개 환경단체가 참여한 한국환경회의는 전담팀을 꾸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4~5월에 토론회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열 계획이다.

 

선거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가덕도 주민들 역시 움직였다. 3월 말 가덕대항 신공항반대 대책위원회를 만든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이 가장 절박하다. 대항동은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관제시설을 짓는 곳이어서 거의 전 지역이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석 대책위원장은 되도록 빨리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내부 준비를 한 뒤 시민단체와의 연대 활동도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항마을 선착장 부근 양지바른 공터에 마을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당 손상우 부산시장 후보 제공

 

대항동 중심으로 신축과 재건축 100건 이상 늘어

가덕도는 1개 행정동(가덕도)5개 법정동(눌차·성북·천성·동선·대항)으로 이뤄졌다. 공항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관제 등 핵심 시설은 모두 맨 남쪽 대항동에 들어선다. 대항동은 대항과 새바지, 외양포 3개 마을로 이뤄졌다.

 

앞서 2월에는 가덕도 5개 법정동 전체가 참여하는 가덕도동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신공항이 대항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덕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여야 정당과 국회 상임위, 청와대, 국토교통부 등에 신공항 건설에 따른 주민지원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전형탁 위원장은 지금 정부와 부산시는 대항동에 활주로만 만들면 공항이 되는 것으로 말한다. 그러나 관제나 여객, 화물 등 공항시설을 모두 설치하려면 결국 가덕도 전체를 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먹구구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고 종합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시가 내놓은 조감도를 보면 규모 있는 국제공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예컨대 현재 인천공항 넓이는 22.4인데 가덕도 전체 넓이는 21.4에 그친다. 가덕도 전체 넓이가 인천공항보다 좁은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가덕도의 4분의 1쯤 되는 대항동 일부에 국제공항을 다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구체적인 공항 건설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덕도엔 벌써 변화가 꿈틀거린다. 먼저 인구가 늘었다. 활주로가 들어서는 대항동 3개 마을의 인구는 신공항이 추진되기 직전인 202010월 말 272가구 415명에서 20213월 말 306가구 480명으로 늘어났다(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 5개월 사이에 34가구 65명이 늘어난 것이다. 가덕도 전체로도 2020103580명에서 202133812명으로 200명 이상 많아졌다.

 

건설도 활발하다. 대항동에선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재건축, 새바지에선 빈 땅에 새 건물을 짓는 신축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형탁 가덕도동 대책위원장은 신공항 추진 이후 대항동을 중심으로 신축과 재건축이 100건 이상 늘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항동 일대 땅은 70~80%가 외지인 소유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인구나 건축의 증가가 신공항 건설에 따른 보상을 노린 것으로 본다. 대항동 모습을 기록하는 장영식 사진작가는 최근 외지인이 많이 들어오고 집도 많이 짓는다. 살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투기꾼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가덕도동 관계자도 같은 땅이라도 건물이 있으면 보상받을 때 유리하다. 여기에 거주하면 이주권(딱지)도 받을 수 있으니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활주로 만들려면 바다 3메워야

대항동 주민들은 신공항 사업을 원하지 않았다. 대부분 어업과 낚싯배 대여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농지가 거의 없어 재산도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대항동 선착장 부근 양지바른 곳에서 볕을 쬐던 김차정(87)씨는 여기는 농사짓는 이가 없고 다 어민이다. 평생 고기만 잡던 사람들이 다른 데 나가서 뭘 하겠냐고 물었다. 옆에 앉은 한상태(79)씨도 여기서는 낡아도 집이 있는데, 대토를 받으면 새로 집을 지어야 한다. 노인들이 무슨 수로 집을 짓나. 여기서 내쫓으려면 땅만이 아니라 집까지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상태씨는 이곳에 공항을 짓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새바지 쪽은 외해라서 물발이 엄청 세다. 수심도 깊어서 바다를 메우는 게 쉽지 않다. 다 쓸려 내려갈 것이다. 잘못하면 바다와 산만 버리고 공항을 못 짓는다.” 한씨 말을 옆에 앉아 있던 이사식(84)씨가 반박했다. “요새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바다를 못 메우나? 여기는 공항을 지어야지 그대로 있으면 발전이 안 된다.”

 

실제 대항동에 가보면 공항을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항동은 대부분 가파른 산지이고 평지가 아주 좁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 부분처럼 생긴 대항마을과 새바지 사이 땅의 너비는 600m밖에 되지 않는다. 계획된 3500m 활주로를 만들려면 바다를 2900m 메워야 한다. 더욱이 활주로 예정지 양옆으로 연대봉(459m)과 국수봉(269m)이 붙어 있다.

 

바다 수심도 최대 21m, 연약 지반도 최대 45m로 깊다. 게다가 활주로 서쪽인 대항 앞바다는 부산신항 화물선들이 오가는 수로다. 따라서 항공기가 최대 높이 70m의 화물선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활주로 높이를 해발 40m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활주로 동쪽인 새바지(샛바람받이)는 외해 쪽이어서 바람이 세고 파도도 높다.

 

신공항 사업 추진으로 가장 애태우는 사람은 대항동에서 가장 작은 마을인 외양포 주민들이다. 옛 일본군 포진지인 외양포는 토지가 모두 국방부 소유여서 거의 보상받을 수 없다. 일본군의 옛 건물을 수리한 비용이나 밭에 심은 농작물에 대한 보상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외양포 선착장에서 채소를 팔던 주민 허순옥(79)씨는 답답해했다. “대항에서 집 없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넘어와 살았다. 바다 일도 하고 채소도 길러 먹으면서 70년 넘게 잘 살았다. 이제 쫓겨나면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 무허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병연씨는 이제 바다 좋고 공기 좋은 데서 떠나야 한다. 외양포 사람들은 땅이 없으니 어떻게 (옮겨서) 땅을 사고 집을 짓겠느냐고 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공항 신설?

48~9일 이틀간 만난 대항동 주민 가운데 신공항이 들어서길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나이가 많고 인구도 500명이 되지 않아 정부와 싸워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미 1990년대 말 부산신항에 강제수용된 가덕도 북쪽 장항·율리의 사례가 있어, 보상을 잘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제1공약으로 내세운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부산은 역사적으로 항만 중심이다. 여기에 대규모 공항을 짓는다고 외국 항공사들이 부산으로 오겠나.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에 대규모 공항 신설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가덕도 생태환경을 조사하는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100년 전 일제가 주민들을 내쫓고 외양포에 포병부대 만든 것과 정부가 가덕도에 공항을 만드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변방이고 인구가 적으니 함부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덕도(부산)=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환경부 최신조사에서 가덕도 솔개서식 거듭 확인

환경부 5차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 보니

솔개·새매 등 멸종위기조류 신공항 부지 서식

지난달 환경단체 카메라에도 솔개 찍혀

공항 생기면 비행기와 충돌할 우려도

지난달 24일 부산 가덕도 대항동 근처에서 카메라에 잡힌 솔개 사진. 발로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이성근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생태위원 제공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환경부 5차 전국자연환경조사(2019~23)에서 신공항 부지인 가덕도 일대에 솔개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사실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4차 조사(2014~18)에 이어 두 번째다. 환경단체는 가덕도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1<한겨레>5차 전국자연환경조사 중 동선 일대의 조류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20195~11월 신공항 부지로 낙점된 가덕도 부근을 조사한 내용인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하는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선은 창원·부산 남쪽 해안과 가덕도를 포함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조류는 솔개, 긴꼬리딱새, 팔색조 3종이다. 이 지역을 거쳐가는 멸종위기 조류는 독수리, 새매 2종이다. 4차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는 5차 조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법정 보호종이다.

 

특히 솔개는 지난 달에도 가덕도 인근에서 관찰됐다는 증언이 있다. 이성근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생태위원은 지난 324일 부산 가덕도 대항동 인근에서 날아가는 솔개 두 마리를 발견했다며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환경부 전국자연환경조사는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전국단위 조사다. 야생생물과 자연환경 현황 및 서식 유형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다. 조사 결과는 환경부 디지털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되는데, 현재는 4차 조사보고서까지만 나왔다. 환경부는 5차 조사 기간 중 2019년도 조사 내용을 올해 상반기 중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2016년 이뤄진 4차 조사에서도 5차 조사 결과와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 바 있다. 4차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와 2급 솔개, 팔색조, 벌매, 긴꼬리딱새, 새호라기, 천연기념물인 두견이 등이 가덕도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번 5차 조사에서는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양서류, 파충류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조사 결과 가덕도가 포함된 지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과 2급에 해당하는 포유류와 양서류, 파충류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한국 고유종인 한국산개구리 서식이 확인됐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신공항 건설로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와 생명의 터 대표인 나일 무어스 박사는 <한겨레>공항 활주로가 생기면 지열이 발생하고 새들이 이 열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비행기와 부딪칠 수 있다. 특히 가덕도는 대마도에서 새가 날아오는 관문이자 통로 역할을 한다. 경로에 대한 연구와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후정상회의, 한국의 공허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7억 인류의 삶의 터전을 기후변화 위기에서 지켜내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생존의 과제다. 아울러 새로운 성장과 산업 모델을 향한 패러다임 대전환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본다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22~23일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는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세계에 공개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두가지 약속은 너무나 아쉽다. 22일 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기존 목표를 올해 안에 올리겠다고만 했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다른 나라들의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은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얼마나 핵심적인 정책으로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은 기존 40%였던 감축 목표를 55%로 올렸다.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배출량의 약 46%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5년 전 계획을 유엔에 그대로 제출했다가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75개 국가에 포함됐는데도, 이번에도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두번째 약속으로 해외 신규 석탄발전에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탄받으며 한물간 산업이 되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11개국은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했고, 국제 금융기관들은 물론 한국전력과 국내 금융기관들도 지난해 말 해외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의 뒤늦은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선언은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등 진행중인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복귀한 뒤, 기후변화를 외교정책과 안보의 핵심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기후 대응 리더십을 회복하고, 친환경 에너지와 기술 투자로 질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유럽, 영국도 여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51번째 지구의 날에 맞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기후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4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협력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주도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의에 이어 11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국제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소극적 정책은 산업·무역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정부는 기후정책 대전환의 흐름을 냉철히 읽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사회 전체의 심대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 산업과 기술, 경제의 전방위적 변화를 향한 청사진과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더는 미룰 수 없다./경향

 

미 의회 연설한 툰베리 화석연료 감세 혜택, 수치스러운 일

지구의 날, 미국 의회 초청 연설에서

역사는 기후 재앙에 대해 책임 물을 것

지난해 3월 미국을 찾았던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51번째 지구의 날인 22(현지시간) 미국 의원들을 향해 화석 연료 생산자들에 대한 감세 혜택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툰베리는 이날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하원 환경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화석 연료 생산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청문회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화석 연료 보조금 역할이었다.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이 여전히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저리 대출 지원 등 보조금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을 두고 우리가 기후 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과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기후 위기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얼마나 오래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 지금 당장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곧 당신들이 지금 한 일에 대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하지 않으면 역사는 기후 재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시각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세계 40개국 정상들이 모인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올해 안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고, 영국도 2035년까지 78% 감축으로 목표치를 끌어올린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를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46%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또 한국은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기존 투자는 계속 진행한다는 점, 환경파괴와 낮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세계적으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현실 등에 비춰 형식적 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이 낸 ‘2020년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206월까지 한국 공적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 제공한 전체 금융 규모는 222천억원이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더워지는 바다, ‘무지개 물고기색깔 지운다

빛 약한 깊은 수심 도피, 탁한 물과 비슷한 시각 교란번식, 먹이 찾기, 포식자 회피 등 타격

바다가 더워지면서 물고기들이 선선한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산호초 망둥이는 불타는 듯한 멋진 색깔을 자랑하지만 20m 깊은 곳에서는 칙칙하고 흐릿한 색으로 보일 뿐이다. 나지르 아민 제공.

 

기후변화로 바다 표층의 수온이 오르자 물고기들은 점점 깊은 곳으로 대피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피난처에서 물고기가 짝을 찾고 경쟁자를 내쫓을 때 요긴한 피부의 선명한 색깔은 칙칙하게 보일 뿐이다.

엘레노르 케이브스 영국 엑시터대 연구자와 손케 욘슨 미국 듀크대 교수는 22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시각은 동물이 짝을 찾고 짝짓기 상대를 평가하며 침입자 경고와 동료를 찾는 데 꼭 필요하다그러나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면서 시각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런 악영향이 지구 전역에 걸쳐 많은 종에서 나타나 있으며 특히 산호초의 얕은 바다에 사는 화려한 색깔을 띤 동물에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불과 10m 깊은 수심에서 화려한 산호초 물고기는 평범한 색깔로 보이게 된다. 물고기가 온난화를 피해 선선하고 깊은 수심으로 이동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버나드 스프래그 제공.

 

다이버들은 잘 알겠지만 바다 표면에서 선명한 빨강, 노랑, 자줏빛으로 빛나던 물고기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흐릿해지고 어느 깊이를 넘어서면 푸른빛을 뺀 무지개색은 모두 사라진다. 물속에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햇빛이 기하급수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수심 이동 효과는 적조나 오염으로 인한 탁도 증가가 일으키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았다. 인위적 오염 등에 물고기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

발트 해에 사는 큰가시고기 수컷은 목과 배를 선홍색으로 물들여 암컷을 유인한다. 큰가시고기는 수컷이 둥지를 짓고 알을 부화시켜 돌보는데 선명한 색깔을 띨수록 알의 부화율이 높다. 암컷은 색깔을 통해 최적의 수컷을 찾는다. 그러나 물이 혼탁해지자 암컷은 수컷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수컷의 자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됐다.

큰가시고기 수컷은 선명한 붉은색 혼인색을 띨수록 새끼를 키우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물이 탁해지면 암컷은 수컷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의 시클리드는 한 종이 수많은 종으로 분화한 것으로 유명한 민물고기이다. 그러나 오염으로 물이 탁해지자 미묘한 색깔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다른 종과 짝짓기해 잡종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탁한 물에서 물고기 사이의 신호가 교란되는 똑같은 일이 온난화에 밀려 더 깊은 수심으로 밀려나는 종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짝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먹이 찾기, 경쟁자 인식, 포식자 경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9년 세계의 바다 표면 수온이 19812010년 평균에 견줘 얼마나 높아졌나 보여주는 지도. 진한 붉은 빛일수록 높은 온도를 가리킨다. 케이브스 외 (2021) ‘왕립학회보 비제공.

 

온난화 영향은 고위도의 찬 바다일수록 심하다. 미국 북동해안의 표층 온도는 19682007년 사이 1도가량 올랐지만 물고기들은 해마다 1m 이상 깊은 수심으로 이동했다.

수온 상승은 열대바다라고 예외가 아니다. 산호초가 있는 207개 열대바다를 조사한 결과 10년에 0.32도꼴로 수온이 높아졌다. 케이브스는 금세기 말까지 바다표층 수온은 18962005년 평균에 견줘 4.8도까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돼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온 상승 영향은 좀 더 선선한 고위도로 서식지를 이동하기 곤란한 가로로 펼쳐진 바다나 호수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내다봤다. 지중해, 멕시코만, 북해, 오대호와 애초에 고립된 산호초 해역이 그런 곳이다.

산호초 물고기의 화려한 색깔과 10m 더 깊은 곳에서 모의한 색깔. 버나드 스프래그 제공.

 

연구자들은 수학모델을 이용해 물고기가 표층에서 깊은 수심으로 이동했을 때 어떻게 보일지 모의 조사했다. 대양에서는 붉은색이나 오렌지 색 같은 긴 파장의 색이 먼저 줄었다. 담수에서는 청색과 녹색 계통의 단파장 빛이 먼저 사라졌다. 욘슨 교수는 마치 컬러 티브이를 보다 흑백 티브이로 돌아간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1.039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일본 오염수 방류지지한 미국바이든 이 물을 마실 수 있을까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아무리 적은 방사선량이라도 인체 유입 땐 암·유전자 변형 가능성

ALPS 통해 핵종 정화자신아소 부총리 물 마셔도궤변

못 걸러낸 삼중수소농도, 미국 음용수 기준 두 배 가까이 넘어

후쿠시마 핵연료빨라야 2031년 제거오염수 120만톤 넘을 수도

, 향후 주변국 겪는 고통 외면발표만으로도 이미 피해는 시작

 

과학의 역사에서 19세기는 풍요와 완성의 세기였다. 19세기 말에는 특히 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과학적 완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는 넓은 의미의 뉴턴역학으로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남은 일은 보다 높은 정밀도로 자연을 기술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었다.

 

이같은 인식에 파열을 낸 것이 1890년대 중반 이뤄진 X선과 방사능(放射能·radioactivity)의 발견이었다. X선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다. 과학자 집안 출신의 앙리 베크렐은 형광물질을 이용해 X선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방사능을 발견(1896)했다.

 

방사능이란 아주 간단히 말해 입자를 방출하는 능력 또는 성질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들은 양의 전기를 띠는 원자핵과 음의 전기를 띠는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 속에는 양의 전기의 근원인 양성자와 전기가 없는 중성자가 있다. 일부 원소들은 원자핵 상태가 불안정해 보다 안정된 상태로 바뀌는 변화를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입자들을 방출한다. 바로 이런 성질이 방사능이며, 방사능을 가진 원인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 부른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입자의 흐름을 방사선(放射線·radiation)이라 한다. 그러니까 방사능을 가진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한다.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 바로 방사선이다. 과학자들이 방사선의 정체를 잘 몰랐을 때에는 대표적인 세 가지 방사선에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의 이름을 붙였다. 동양 과학자가 방사선을 처음 연구했다면 갑, , 병의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르겠다. 알파선은 양의 전기를, 베타선은 음의 전기를 가지며 감마선은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또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의 순서로 투과력이 높고 질량이 가볍다. 알파선은 종이 한 장도 투과하기 어렵다. 베타선은 피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지만 얇은 금속판으로 막을 수 있다.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좋아 두꺼운 콘크리트나 납으로 막아야 한다. 훗날 이들의 정체가 밝혀졌다. 알파선은 헬륨 원자핵이고 베타선은 전자이며 감마선은 X선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전자기파이다. 알파선은 투과력이 형편없으니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약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양의 전기를 띤 무거운 입자가 신체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마리 퀴리(마니아 스크워도프스카)이다. 베크렐은 방사능이 형광물질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포함된 우라늄 때문임을 알았다. 마리는 우라늄광에서 우라늄보다 훨씬 더 높은 방사능을 확인하고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원소가 높은 방사능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발견한 새 원소가 폴로늄과 라듐이다. 폴로늄은 마리의 조국이었던 폴란드에서 따온 이름이다.

 

방사능이라는 말도 마리의 작명이다. 방사능 현상을 발견하고 연구한 공로로 마리와 피에르는 베크렐과 함께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이후 1911년에는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공로로 마리 단독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서로 다른 두 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아직까지 마리가 유일하다. 그의 딸 이렌 졸리오퀴리는 사위인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와 함께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합성한 공로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베크렐과 퀴리의 이름은 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도 쓰인다. 1베크렐()1초 동안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전에는 퀴리(Ci)라는 단위를 썼다. 1퀴리는 370억베크렐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베크렐이 방사성 물질, 소스의 세기를 나타내는 양이라면 시버트()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나타낸다. 베크렐값이 같더라도 알파선과 감마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이므로 별도 단위가 필요하다. 보통은 11000분의 1인 밀리시버트(m)를 많이 쓴다.

 

방사선은 인간 활동과 상관없이 원래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에도 존재한다. 자연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연간 2~3m정도이다. 반면 X선 촬영이나 암 치료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방사선도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제시한 인공방사선의 피폭 허용치는 연간 1m이다.

 

방사선은 인체에서 암을 유발하거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도 있다. 100m이상의 방사선 피폭선량에 대해서는 암 발생 확률이 선형적으로 비례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그 이하 피폭선량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논란도 있으나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 이 영역에서도 비례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즉 아무리 적은 선량이라도 암 발생 확률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 그 정도는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원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반감기라는 개념으로 표시한다. 반감기가 한 번 지나면 원래 양의 2분의 1이 줄고 두 번 지나면 4분의 1로 줄어든다. 반감기가 10번 지나면 원래 양의 약 1000분의 1만 남는다.

 

한때 침대에서 검출돼 논란이 있었던 라돈222의 반감기는 3.8일이다. 갑상샘암의 주원인인 방사성 아이오딘(요오드), 즉 아이오딘131의 반감기는 8일이다. 스트론튬9029, 세슘13730, 플루토늄239는 무려 24000년에 달한다. 요즘 가장 유명한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약 12.3년이다.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보통의 수소원자핵인 양성자 하나에 중성자가 두 개 더 붙어 있는 구조이다.

 

라돈과 플루토늄은 알파선을 방출한다. 아이오딘과 세슘은 베타선과 감마선을, 스트론튬과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낸다. 핵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스트론튬과 세슘은 주기율표에서 각각 칼슘 및 포타슘(칼륨)과 같은 족에 있어 이들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이들 원소는 체내에 들어온다면 뼈와 근육에 축적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핵연료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저장탱크에 보관한 오염수 총량은 120t이 넘는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의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핵연료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저장탱크에 보관한 오염수 총량은 120t이 넘는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의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로 누출된 핵연료에 의해 오염된 물(냉각수와 지하수 등)을 바다에 버리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물은 핵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인 핵연료와 직접 접촉했기 때문에 고준위의 방사성 오염수로 수백종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핵발전소를 가동할 때 사용하는 냉각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하루 최대 180t 정도 생성되며 지금까지 저장탱크에 담아 보관한 오염수의 총량은 120t이 넘는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했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1)7분의 1 수준(당 약 1400)으로 희석해 30년 동안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이 물을 마셔도 별일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음용수 기준은 740, 유럽은 겨우 100에 불과하다. 미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마 이 물을 절대 마시지 않을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삼중수소 논란이 일본의 성동격서라는 우려이다. 모든 관심이 삼중수소로 몰려 있는 와중에 다른 방사성 핵종들이 과연 모두 안전한 수준으로 제거될 수 있는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여전히 전체 오염수의 70% 정도는 기준치가 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작년 12월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트론튬, 세슘, 아이오딘 등은 여전히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어 ALPS의 유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62종에 포함되지 않은 탄소14 등도 상당량 검출되었다. ALPS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는 말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성 핵종은 오염수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그중 가장 만만한 삼중수소만 집어서 물타기를 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120만여t이 오염수의 전부일까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내 핵연료를 모두 제거하는 시점은 빨라야 2031년이다.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계속해서 오염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그 결과로 바다와 수산물이 얼마나 오염되느냐,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미치느냐는 별도로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일본 주장대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환경단체나 전문가들 우려대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주 확실한 피해가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때문에 우리가 수시로 해수와 수산물의 안전성을 일일이 점검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하며 온 국민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등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지상에서 처리하면 우리가 전혀 치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이런 칼럼을 귀한 지면에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염수 방류 발표만으로도 이미 그 피해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이종필 교수/경향

 

부산대개조 핵심 '경부선 철도지하화' 국가철도망 10년 계획 제외

여야 막론하고 선거 공약 내세웠지만 정부 계획안에 안 담겨...부산시 "지속 건의할 것"

부산대개조 핵심 중 하나인 경부선 지하화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를 떠나서 선거 공약으로도 추진을 약속했던 사업이지만 정부계획안에 담기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 부산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 수립 연구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을 보면 신규사업 43개에 부산시가 건의한 5개 사업 중 2개 노선이 반영됐다.

 

반영된 노선은 정부가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대의 하나로 추진한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철도산업 활동지원을 위한 '부산신항 연결지선'이다.

 

그러나 부산의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한 사업이었던 경부선철도 지하화, 부전복합역 조성, 창원~부산과 구포~울산 연결선, 가덕신공항~거제 연결선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은 부산 덕천에서 가야 조차역까지 10.7km를 지하화하는 사업으로 선거 공약으로 제시됐던만큼 실현 가능성에 시민들의 기대가 쏠렸던 사업이다.

 

부산시도 이번 철도망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공청회가 끝나면 의견서를 받게 된다. 관계기관 협의할 때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며 사업 정상 추진 의지를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부산시가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시설효율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으로 용역 결과에 따라 철도망 계획과는 별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국토부의 이번 철도망 계획을 보면 철도 신설과 광역철도망 구축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개별적으로 부산에서 철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호경 기자(=부산) 프레시안

 

고목 베는 게 탄소중립이라고요?

수령 30년 이상 베고 유목 식재산림청 2050 계획 논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2일 서울 영등포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석우 기자

 

탄소 흡수량 줄기 때문다른 연구선 큰 나무가 더 잘 흡수

환경단체 산림은 탄소 흡수만 하는 게 아냐계획 철회 요구

 

나이가 들어 탄소 흡수기능이 떨어진 늙은 나무는 베어 버리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한 적절한 방안일까.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두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멀쩡한 나무를 베지 말라며 산림청에 관련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산림청은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에서 산림의 탄소 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불균형한 산림의 영급 구조 개선을 꼽았다. 영급은 수목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계산한 것이다. 산림청은 30~40년 이상 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이 어린 나무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 든 나무를 벌채하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2050년까지 탄소를 3400t 감축하겠다고 했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국내 산림면적의 72%를 차지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나이가 들수록 생장량이 떨어지면서 탄소 흡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그때는 벌채를 하고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산림과학원은 2019년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 흡수량보고서에서도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30년 이전에 가장 높고 임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현재 우리나라 숲의 평균 나이는 30~40년 정도로서, 앞으로 점차 나이가 들면 생장이 둔화돼 탄소 감축기능이 줄어들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나이 든 나무의 탄소 흡수기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역시 산림청 소속 기관인 국립수목원은 2018최근 30년간 큰 나무 개체의 탄소 흡수기능은 일반 크기 나무 개체에 비해 13배 높다고 밝혔다. 국내 산림에서 자라는 큰 나무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국립수목원은 큰 나무의 지속적인 탄소 흡수기능 증가는 네이처등 외국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면서 지속적 탄소 흡수기능 성장 배경은 매우 넓은 수관 면적, 많은 잎에 의한 경쟁 위치라고도 설명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도 중요한 것은 탄소 저장능력이라며 네이처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최대 800년 된 숲까지 조사해보니 40~80년 탄소축적의 정체기가 있다가 100년이 되면 축적량이 늘고 300년 되면 또 늘더라는 것이다.

 

나무가 오로지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탄소 흡수량만을 고려해 벌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울창한 산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탄소 흡수기능뿐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자연생태계로부터 공급과 문화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고, 많은 야생생물들도 산림에 기대 살고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나무를 탄소 흡수 도구 및 자원으로만 간주하는 생태감수성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벌채 예정지와 해당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 계획 여부 등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산림청은 내달 6일 환경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안을 포함한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