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소라·달랑게 등 서식지 ‘북진’
해수부 ‘2015~2020 국가 해양 생태계 종합조사’
소라.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소라·달랑게 등 서식지 ‘북진’
"기후위기 시대, 가장 가치 있는 SOC 투자는 철도“
미 연준의 기후변화 경고
기후변화로 리먼사태급 위기 올수도" 美연준의 경고
美연준 "자연재해로 경제 연쇄충격…자산시장 붕괴 부를수도“
세계 60개 은행, 파리협정 아랑곳없이 화석연료에 4500조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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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해양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로 해조류와 어류 등의 서식지가 북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난류성 어종 등 난류의 영향을 받는 바다 생물의 종류도 늘었다.
해수부는 28일 ‘국가 해양 생태계 종합조사 3주기(2015~2020)’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년 동안 서해와 남해 서부는 홀수해에, 동해와 남해 동부, 제주는 짝수해에 각각 3번씩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해양생태계와 생물들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다시마와 미역 등 갈조류와 김,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 등 해조류의 연간 출현 종수를 분석한 결과 갈조류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홍조류는 남해 서부를 제외한 전 해역에서 출현 종수와 분포가 확대됐다. 또 남해를 중심으로 흐르는 따뜻한 대마 난류에 영향을 받는 어류 112종 중 난류종 어종이 최근 6년 동안 2015년 전체 52%에서 지난해 70%로 증가했다.
해수부 제공
해저 바닥에 사는 소라, 달랑게, 기수갈고동 등의 서식지도 ‘북진’했다. 소라는 남해안부터 북위 35도 일대에 걸쳐 서식했지만 최근 경상북도 울진 부근인 북위 37도까지 올라왔다. 동해안에 사는 달랑게도 경북 포항 북구에서 경북 울진까지 80㎞를 더 위로 올라왔다. 기수갈고둥은 경북 울진부터 강원 삼척까지 약 20㎞ 북으로 서식지를 확대했다. 해수부는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수갈고둥. 해수부 제공
해수부는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관찰된 제주와 남해안 해역에 대한 해양생태계종합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해수온도 상승을 고려하면 돔류, 방어 등 아열대성 품종의 양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난 6년 동안 조사 결과 확인된 해양생물 종수는 7919종이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확인된 4906종보다 61.4% 늘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기후위기 시대, 가장 가치 있는 SOC 투자는 철도"
"민주적 철도 거버넌스 확립과 코레일-SR 통합으로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으로 뻗어가야"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도로, 항공 등에 비해 친환경적 교통수단인 철도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철도계획)에 포함돼야 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SR)와 코레일의 통합, 관료 중심 철도 정책 결정을 바꾸기 위한 국가철도위원회 구성 등도 한국 철도산업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로 제시됐다.
'대륙철도시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의원 모임'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제4차 철도계획 대안 연구용역 발표회'에서 연구자들은 위와 같이 입을 모았다.
철도계획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5년에 한 번씩 수립하는 철도산업 로드맵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수립됐다. 4차 철도계획은 원래 올해부터 시행되어야 하나 이를 위한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 발주가 늦어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수립이 예상된다.
이날 발표회에 참가한 연구자들은 지난 1년간 4차 철도계획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국토부와는 별도로 대안적 합동연구를 수행했다.
▲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대안 연구용역 발표회 ⓒ철도노조
"철도, 기후위기 시대 가장 가치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연구자들은 철도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철도가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라고 주장했다.
연구를 총괄한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인류의 과제가 됐는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교통 부문의 전환 없이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철도는 세계 승객 이동의 8%, 화물 운송의 7%를 차지하지만 세계 교통 에너지의 2%만을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적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 전기철도의 에너지 소모량이 전기차 대비 1/3 수준이라는 점 △ 철도 건설 탄소 배출량은 도로에 비해 10배 정도 많지만 차량 생산 탄소배출량은 도로의 1/20 수준이고 운행 단계 탄소 배출량은 현격히 적다는 점 등 다양한 근거를 들어 철도의 에너지 효율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수단의 생애주기 전체를 감안하면 철도가 도로나 항공에 비해 온실가스 저감에 가장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철도산업'을 발제한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도 "철도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교통수단"이라며 "교통 부문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줄이려면 승용차에 의존하는 여객과 화물을 도시철도와 경전철 등으로 대체하고, 단거리 비행의 대체재로 고속철을 활용하는 등 모달 시프트(Modal Shift, 기존 운송수단을 효율 높은 운송수단으로 변경하는 것)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스위스, 스페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운용되는 철도를 확충하려는 해외 국가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2040년까지 모든 전기열차를 풍력 에너지로 운행하려는 네덜란드를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았다.
김 위원은 "한국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3% 정도에서 정체된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205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단위 철도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국판 그린뉴딜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철도는 가장 가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라고 주장했다.
▲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의 탄소배출량 비교.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철도 이용률 높이려면 철도망 확충 필요, 재원은 탄소세 도입으로"
철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렇다면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 철도는 어느 정도로 확충되어야 할까. 여기에는 얼마만큼의 재정이 소요될까.
'철도망 구성 및 운용'을 발제한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예측가능한 시간표에 따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며 "전국 주요 도시가 철도망으로 연결되어 있고 행정수도인 베른에서 전국 주요 도시로 최소 한 시간에 한 편의 열차가 출발하는 스위스의 철도망 구축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한국의 KTX망은 서울 중심으로 보면 완성도가 있지만 지방 도시를 보면 부산과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도 없다"며 "이런 빈틈을 채우기 위한 전국 규모의 철도망 구축이 필요하고 현재 불규칙한 열차 시간표도 주요 도시 간 열차 시간표도 30분에 한 편이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원은 또 "철도 이용률을 높이려면 시내 연결도 중요하다"며 "시내에서는 트램으로 운영되고 시외 철도 본선에서는 트레인으로 운영되는 '트램 트레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의 작업에 맞춰 철도망 구축에 드는 재정을 추정한 한상용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68개 철도 노선을 만드는데 드는 사업비는 KDI의 기존 철도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비춰보면 128조 300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2050년을 철도망 구축 완성연도로 잡으면 1년에 4조 원 정도가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마련 대책으로 한 교수는 △ 온실가스 저감에 가중치를 부여해 정부의 교통시설 예산에서 철도 예산 비율 상향 △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의 철도 시설 예산 분담비율 상향 △ 역세권 개발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민간 투자 유인 △ 유류세를 주행세로 전환해 교통시설 투자 비용 확보 △ 탄소세 도입 및 교통 부문 탄소세를 철도에 투자 등을 제안했다.
▲ 전국 철도망 확충 로드맵.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고속철 통합, 국가철도위 신설, 안전관리체계 노동자 참여 보장 필요"
이날 연구자들은 한국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SR)와 코레일의 통합을 꼽았다. 한국철도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가로막는 고속철도 분리 정책은 하루빨리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승 교수는 한국철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같은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해 코레일 영업 손실의 절반에 달하는 560억여 원 정도가 매년 코레일과 SR 간 거래비용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 비용만 없애도 철도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전문가, 산업관계자, 정부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국가철도위원회를 만들어 소수 관료에 의한 일방적인 철도 정책 결정 체계를 극복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철도 운용,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으로 향하는 한반도 철도의 건설과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철도 안전관리체계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4차 철도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으로 제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 대략적인 내용이 소개된 '4차 철도계획 대안 연구 보고서'는 더 자세한 내용을 담아 오는 4월 중순경 책자 형태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최용락 기자/ 프레시안
미 연준의 기후변화 경고
엊그제 미국에서 열린 콘퍼런스로 뒤숭숭하다. 비영리 환경단체 세레스(Ceres)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 때문이다. 세레스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환경과 경영의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들의 모임이다. 13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기업의 지속 가능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세운 원조 단체이다. 연준의 이사가 연사로 나올 정도면 권위와 영향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25일자 블룸버그는 “기후변화로 리먼 사태급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을 무겁게 보도하였다. 기후변화와 리먼 사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2008년 리먼 사태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사그라든 것과 비교하여 작금 연준의 경고는 무슨 뜻인가?
미국의 중앙은행이 기후변화를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준하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해 대비하겠다는 선언이다. 리먼 사태 이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출범시킨 기구에 금융안정 기후위원회를 추가로 더 만들어서 같이 노력하겠다고 한다. 통상 금융기관은 안정,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여 가장 보수적이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은행같이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관이 기후변화로부터 금융을 보호해야겠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기후재난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말할 것도 없고, 작년 말 캘리포니아 산불에 이어, 지난 4일 텍사스는 1899년 이후로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며 반도체 공장의 정전과 함께 도시가 마비되는 등일대 혼란을 겪었다. 또 11일 하와이에서는 일년 동안 내릴 비가 반나절 만에 내리는 바람에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댐 붕괴를 우려하여 주민 대피령까지 내렸다.
작년에 기후재난으로 인한 재해로 글로벌 보험사가 약 83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미 연준이 기후변화를 자산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 위험으로 안 보는 게 이상한 지경이 되었다. 물론 연준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조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에도 영향을 받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실로 혁명적인 전환이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해온 헌법개정 운동이 지난 17일 결실을 맺었다.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하원에서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전날 가결한 것이다. 아직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 또한 남겼다. 기후재난 대응은 바이든과 마크롱이 보여주었듯이 대통령의 제1 어젠다라는 메시지.
선거바람이 뜨겁다. 가까이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엔 대선이 실시된다. 후보 진영에 위원회는 있는데 메시지는 빈약하다. 기후재난 대비는커녕 창의적인 민생의 메시지도 안 들린다. 인기를 끌 몇몇 주제만 반복한다. 그런 후보님들을 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냐는 자괴감이 든다. 기후재난은 전쟁보다 더 심각한 위기이다. 돌발적이며 통제 불가능해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 경제를 한 방에 주저앉힐 핵폭탄이다. 기후위기 감수성 높은 후보를 기대한다.ㅣ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경향
기후변화로 리먼사태급 위기 올수도" 美연준의 경고
리먼사태급 위협으로 인식
전담기구 금융안정委 설립
◆ 기후변화發 위기 경고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후변화를 2008년 금융위기의 기폭제 역할을 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준하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23일(현지시간) 비영리 환경단체인 세레스(Ceres)가 주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금융안정기후위원회(FSCC)`를 출범시킬 것"이라며 "FS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업무를 맡는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SCC는 지난 1월 설립된 기후감독위원회(SCC)와 합쳐져 운영될 예정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FSCC가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SOC는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연준이 2010년 설치한 기구다. 그는 "연준이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며 "기후변화는 다른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을 일으키면서도 코로나19의 경우처럼 예측이 어려운 금융 체제 바깥에서 충격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폭풍우와 홍수, 대형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금융·부동산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누적된 기후변화가 금융 시스템에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기후변화 전담 조직을 세웠다.
이날 브레이너드 이사와 함께 세레스 콘퍼런스에 참여한 로스틴 베넘 CFTC 산하 기후변화 자문위원회의 임시 의장은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과 관련된 모든 기구가 협력해야 한다"며 "집단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美연준 "자연재해로 경제 연쇄충격…자산시장 붕괴 부를수도"
기후위원회 출범시킨 美연준의 결단…배경은
기후변화 중대위험으로 인식
증권거래위 산하 대응조직 설치
작년 대홍수·산불 등 재해로
글로벌 보험사 830억弗 손실
세계 곳곳 기후의 역습 현실로
美공화 "연준 책무 벗어나" 비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 =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후변화 위험에서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금융안정 기후위원회(FSCC)`를 설치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이다.
23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세레스(Ceres)가 주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FSCC 설치 계획을 밝힌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금융시장은 기후변화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후 위험을 평가하고 대처하기 위한 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환경변화나 무질서한 전환, 또는 그 둘 다로 인해 상당한 자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또 "기후변화는 단편적이거나 일시적인 충격과 달리 진행 중이며, 누적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예측 불가능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SCC는 기후변화가 연준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들에 어떻게 체계적인 위험을 주는지와 같은 거시건전성 위험에 집중한다고 CNBC가 전했다.
연준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의 배경에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있었다. 브레이너드 이사 역시 이번 콘퍼런스에서 기후변화를 코로나19에 빗대어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금융시스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오는 요인 중 중대한 위험으로 간주한 것이다. 올 초 `글로벌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이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높았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기후변화 논의가 쑥 들어간 2008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또 기후변화 추이가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번 세기말 사계절 중 여름이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CNN이 유핑 구안 중국 남중국해해양연구소 연구위원 등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후변화의 역습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BBC는 "호주가 지금까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라니냐의 영향을 받아 평균 강우량이 20% 증가해 왔다"면서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라니냐의 영향을 더욱 강화해 날씨 패턴을 한층 더 불규칙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1년 전 산불과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시드니 등 호주 동남부지역이 이번에는 60년 만의 대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은 금융기관에 악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보험사들이 자연재해와 인재로 총 83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정했다. 이는 직전 해인 2019년보다 32% 늘어났다. 지난해 호주와 캐나다는 우박으로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북유럽에서는 2월 겨울 폭풍으로 인한 홍수와 정전 등으로 20억달러 이상의 보험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등에서 8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해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 청구가 있었다. 올해 2월에 미국은 사상 초유의 한파로 정유설비와 반도체 등 주요 생산설비가 얼어붙었다. 제롬 장 해겔리 스위스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되지만 기후변화는 그렇지 않다"며 "녹색 회복 없이는 미래의 사회적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대형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의 잠재적 영향력을 평가하고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2019년에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기후 위기와 관련 정책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후 위기가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와 경제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연준은 최근 수개월 동안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준이 직접 기후변화 리스크를 언급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아울러 작년 말 연준 기후·환경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의 자발적 논의기구인 녹색금융협의체(NGFS)에 가입했다.
하지만 연준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조치들에 대한 반발도 있다.
CNBC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연준이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기존의 책무만으로도 버겁다며 기후변화는 연준 책무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공화당의 문제 제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기후변화 위험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해 연준을 비롯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협력해 기후 위기와 관련한 기업 공시를 강화하기 위해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3조달러대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은 청정에너지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중단 노력의 기틀을 다지는 인프라 법안에 예산을 먼저 반영할 방침이다.[매일경제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세계 60개 은행, 파리협정 아랑곳없이 화석연료에 4500조원 투자”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 산업 종말’ 전망됐지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투자 규모 계속 늘려
제이피모건체인스가 5년간 35조원 투자해 1위
한국 신한은행 포함…한전 해외투자 별도 언급
세계 60대 은행들이 파리기후협정 뒤에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금을 늘려 4500조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 60개 은행이 파리기후협정 이후에도 4조달러(약 4538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주요 은행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 뱅크트랙, 오일체인지, 리클레임 파이낸스, 시에라클럽, 원주민환경네트워크 등 국제환경운동단체들이 26일 발표한 공동보고서를 보면, 세계 60개 은행은 파리협정 이후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3조8000억달러 이상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증가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감소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투자 규모가 2016년 규모보다 더 컸다.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195개 당사국들이 채택한 것으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묶자는 목표가 담겼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 뱅크트랙, 오일체인지, 리클레임 파이낸스, 시에라클럽, 원주민환경네트워크 등이 <뱅킹 온 클라이밋 카오스 2021>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간했다.
60개 은행 가운데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은 미국의 제이피모건체이스로, 지난 5년 동안 모두 316억7000달러(약 35조원)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입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가 줄긴 했으나 총량으로 보면 60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미국 시티은행과 웰스파고은행이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은행 8곳과 캐나다 은행 5곳 등 13개 은행이 전체 화석연료 투자 규모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유럽에서는 24개 은행, 중국과 인도에서는 14개 은행, 한국과 일본에서는 5개 은행이 화석연료 투자 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신한은행이 화석연료 산업에 자금조달을 한 은행으로 등재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5년 동안 1억960만달러(약 1240억원)를 투자해, 규모 면에서 전체 60개 은행 가운데 58번째였다. 60개 금융기관에 속하진 않았지만 한국전력공사의 해외 석탄발전 산업도 보고서에서 언급됐다. 이들 단체는 한국전력 등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는 자와석탄발전소 9·10호기 투자와 관련해 “자와 9·10호기의 운영은 4700명의 조기 사망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됐는데도 한전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탈석탄 금융’ 선언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삼성화재에 이어 지난 1월 한화그룹 6개 금융사가 신규 석탄발전 산업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투자를 진행한 기존 산업에 대한 철회 방침이 담기지 않아 환경단체들로부터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길어진 여름·짧아진 겨울, 새 기후평년값 내보니 기후변화 뚜렷
기상청, 1991∼2020년 30년 평균값 적용
연평균기온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상승
봄·여름 4일 길어지고 겨울 7일 짧아져
폭염 1.7일, 열대야 1.9일↑ 한파 0.9일↓
기상청이 4월부터 새로 적용하는 새 기후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의 계절길이와 이전 평년값(1981∼2010년)과의 비교.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25일 “서울의 벚꽃이 24일 관측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폈다”며 “평년보다는 17일 이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때 평년은 1981∼2010년 30년 평균값을 말한다.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에 따라 10년마다 기후평년값을 산출해 적용하고 있다. 이 기후평년값이 다음달부터 새 기준값으로 바뀐다.
기상청은 이날 “1991∼2020년까지 최근 30년 동안의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새로운 기후평년값을 다음달부터 기후요소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해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새로 산출된 기후평년값은 기후변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새 기후평년값으로는 12.8도로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상승했다. 1980년대에 비해 2010년대가 0.9도 올랐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전국적으로 크게 올랐지만 지역별로 상승폭이 달라 중부내륙지방이 가장 컸다. 또 최고기온보다는 최저기온 상승이 뚜렷했다.
월별 변화에도 차이가 있어, 3월 최고기온은 이전 평년값에 비해 0.6도나 높은 데 비해 12월에는 오히려 0.2도가 낮았다. 겨울철 한파가 좀더 일찍 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김병준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장은 “이번 새 기후평년값을 산출하면서 그동안 제공하던 83개 요소에 한파일수, 열대야일수, 폭염일수, 일교차일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9개 기상통계요소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폭염과 열대야 현상은 이전 평년값에 비해 각각 1.7일과 1.9일이 증가했으며,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에는 이전 10년(2001∼2010년)보다 각각 3.1일, 2.7일이 늘어났다. 반면 한파일수는 이전 평년값보다 0.9일이 줄어들었는데, 지난 10년 동안에는 이전 10년보다 0.4일 줄어들었다.
계절 길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91∼2020년에는 봄과 여름이 1981∼2010년에 비해 2∼6일 일찍 시작하면서 기간 자체가 각 4일씩 길어진 반면 겨울은 7일이 짧아졌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지난 100년 동안 기상 기록이 남아 있는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6곳의 평균값을 비교해보면, 최근 30년 평균 계절길이가 과거 30년 평균에 비해 여름은 21일 증가한 반면 겨울은 20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수량에서는 큰 변동이 없으나 지역별, 시기별로는 변화가 있었다. 새 기후평년값으로 전국 연강수량은 1306.3㎜로 이전 평년값(1307.7㎜)와 비슷했지만 중부지방은 감소한 반면 제주와 영남지방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과 9월에는 강수량이 줄어든 데 비해 10월에는 증가했다. 김 센터장은 “1980년대에는 10월 강수량에 영향을 준 태풍 수가 1개였던 데 비해 2010년대에는 6개까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근해 바닷물온도(해수온)는 이전 평년값에 비해 새 평년값이 0.3도 올라 동아시아 해역(0.2도 상승)보다 상승폭이 컸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에는 0.8도로 급격히 상승했으며, 특히 1월의 상승폭(1.4도)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새 기후평년값을 기존 73개 지점 단위로 제공하던 것을 219개 시군 단위로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이전에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1곳 값만 제공하던 것을 구별로 확대해 모두 25개 지점별로 기후평년값을 제공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누구를 위한 제주 제2공항인가
주민 상처 깊어가는 제2공항
‘결정에 반영’ 협의한 여론조사
제2공항 반대 의견 더 높은데도
국토부는 제주도에 공 넘기고
원희룡 지사는 ‘강행’ 뜻 확고
찬성-반대 갈린 친구·이웃끼리
성산 지역 내 갈등 갈수록 심해져
전체 도민과 피해주민 의사 존중해
하루빨리 사람 위한 ‘결단’ 내려야
제주 제2공항이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책 결정에 반영하기로 한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반대가 높았지만, 국토교통부는 판단을 미루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를 요구했다. 정부는 책임을 미루고 제주도는 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틈바구니, 지난 15~18일 만난 제주도민들은 찬성이냐 반대냐를 떠나 “대통령의 결단”을 원하고 있었다. 찬반 양쪽 주민들 사이 깊어가는 갈등의 골은 ‘누구를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한가’를 묻고 있었다. 한편, <한겨레>와 인터뷰에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모든 평가에서 꼴찌였던 가덕도 공항을 어떤 절차도 안 밟고는 적극 추진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순간, 제2공항은 정책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문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대수산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제2공항 예정 부지 일대다. 제주/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해석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 의견이 조금 더 높게 나온, 제주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둘러싼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서다. 찬성 쪽과 반대 쪽 모두 절박한 이유가 있다. 그 사이, 이렇게 계속 제주 관광객을 늘리는 방향이 지속가능한가라는 문제제기도 거세다. 제주도민들과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이와 관련한 생각을 들어봤다.
“‘토론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이미 제주도민의 최종 의사가 확인된 만큼 그 뜻을 받드는 것이 저와 정의당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제주도민의 민의를 존중하고 실현에 앞장서야 할 원희룡 제주지사가 민의를 거스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제주 연동 제주도청 앞,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시작했다. “심상정 꺼져라! 정의당 꺼져라!” “제주도 뭘 안다고 여기 와서 떠드냐!” 4차선 도로 건너 제2공항 찬성 단체 회원 두세명이 ‘생목’으로 낸 소리가, 마이크와 앰프를 거쳐 증폭된 심 의원의 목소리를 이겼다. 기자회견 내내, 길 건너 자리잡은 제2공항 찬성 단체 한 무리 사이에선 야유와 고성이 쏟아졌다. 아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쪽으로 건너와 위협을 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제2공항 찬성 단체가 두 곳인데, (다른 한 곳과 달리) 저긴 제주나 성산 사람들이 아니라 다 외지에서 온 부동산업자들이에요.”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성산읍 주민이 설명했다. 10여개에 그쳤던 성산 지역 부동산중개소는 제2공항 계획 이후 70여개로 늘었다고 한다. 심상정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 월평균 255.5건이던 성산 지역 토지 거래량은 2015년 557.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제2공항 입지를 발표한 2015년 11월 거래량은 1278건에 이르렀다. 땅을 산 사람 가운데 외지인 비율은 2014년 월평균 60.1%에서 2015년 64.4%로 늘었는데, 그해 11월에만 69.9%였다.
1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시각, 길 건너에서 찬성 단체 회원들이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여론조사 ‘해석 전쟁’
제주도가 다시 갈등과 혼란의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18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부터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1월 제주 성산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제주의 여론은 둘로 나뉘었다. 한달 뒤 <한국방송(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1.1%로 반대(28.9%)를 압도했지만, ‘의견의 강도’는 반대가 훨씬 높았다. 제2공항 수용 예정지 5개 마을 가운데 신산리, 수산리, 난산리 3개 마을 주민들이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반대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가 ‘날림’으로 이뤄졌다고 공론화하고, 환경 문제와 오버투어리즘(수용 정도를 넘어선 과잉 관광)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청 앞에, 광화문에 천막을 쳤고, 단식농성(난산리 주민 김경배씨 42일 단식)도 불사했다.
민심이 움직였다. 2019년 9월 <제주 문화방송> 등 제주 언론사 4곳이 한 여론조사에서 찬성(47.9%)과 반대(45.4%)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지난해 9월 <제주 문화방송> 조사에선 찬성이 32.2%로 역전당했다(반대 17.5%, 현 공항 확충 47%).
찬성 여론이 미끄럼틀을 타다시피 한 상황에서 지난 2월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전까지와는 ‘급’이 다르다.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는 2019년 2월 당정협의 결과에 따른 조사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도의회,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주관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2곳이 제주도민 각 2천명씩을 상대로 실시하는 조사에서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반대가 절반을 넘었고(반대 51.1%, 찬성 43.8%),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대 47.0%, 찬성 44.1%로 오차범위(신뢰수준 95%에서 ±2.2%p) 안에서 반대가 조금 높았다.
‘도민 의견을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던 국토부는 이런 결과를 받아든 뒤 “관련한 제주도의 의견을 달라”며 제주도로 공을 넘겼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예정지인 성산 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지역 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하며,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며 제2공항 추진 뜻을 밝혔다. 이어 “(제2공항을)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고 하라”(17일 제주도의회 긴급현안질의), “국민과의 약속이자 제주도민과의 약속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드시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19일 정세균 국무총리 면담)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나섰다.
원 지사가 ‘적극 추진’의 근거로 든 것은 제주도민 전체가 아니라 성산 지역 주민 5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다. 이는 원 지사의 요구로, 지난달 도민 여론조사와 동시에 별도로 진행한 것이다. 엠브레인 퍼블릭 조사에선 반대 33.0%, 찬성 65.6%,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대 31.4%, 찬성 64.9%로 두 조사 모두 찬성이 두 배가량 많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성산읍 14개 마을 중에 직접 피해를 보는 3개 마을 인구는 성산읍 전체의 14%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수혜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갈등을 계속할 수는 없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이 ‘제주도민이 찬성하면 따르겠다’고 대승적으로 양보해 이뤄진 여론조사다. 그런데 3개 마을도 아니고, 원희룡씨가(반대 단체들은 10일 원 지사가 제2공항 추진 뜻을 밝힌 이후 “도지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희룡씨”라 부른다) 요구해서 넣은 성산읍의 조사 결과로 주민 수용성이 확보됐다고 하는 건 피눈물 흘린 피해 마을 주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6년 동안 도민들끼리 수많은 토론을 거쳐 제주 미래비전을 결정했고, 이제 그에 따라 이 문제를 매듭짓는 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는데 원희룡씨가 없는 갈등, 해결된 갈등을 다시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와 지속가능한 제주
부동산이 아니어도, 따지고 보면 제2공항 찬성·반대의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다. 기본계획상 500만㎡(152만평) 규모의 제2공항 부지에 직접 수용되지 않는 성산읍 9개 마을은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곳이다. 예정지에 포함된 5개 마을 가운데서도 고성리는 수용되는 땅이 많지 않고, 섭지코지 같은 관광지와 숙박시설·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어 ‘제2공항 낙수효과’를 예상한다. 온평리는 공항 예정 부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70%가량을 차지하는데, 터미널 등 사람이 드나드는 부대시설이 들어서기로 해 마찬가지로 개발이익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고성리에서 16년째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 추진위원장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제주에서 성산이 제일 낙후돼 있다. 이게 성산이 공항 입지로 선정되는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다. 내가 올해 74살인데,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나를 (추진위원장으로) 앞세웠겠나. 지금은 코로나로 사람이 안 들어와서 죽게 생겼는데, 제주는 외지인이 들어와야 된다. 제주 균형발전과 성산의 미래를 볼 때 공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2공항이 생기면 제주시 도심에 몰려있는 교통, 쓰레기, 오폐수, 소음 문제도 (성산으로) 분산되면서 제주시가 쾌적해지고, 제2공항은 만들 때부터 인프라를 제대로 갖출 것이므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추진위 부위원장인 강정민 성산읍상가번영회장이 거들었다. “지금 숙박시설 가동률이 절반밖에 안된다. 민박집이고 게스트하우스고 웬만한 덴 다 문을 닫았다. 아직도 관광객이 부족하다는 거다. (성산읍 인근, 제주 동쪽) 구좌, 표선, 남원 사람들 일주일에 한두 번 제주시를 안 가면 생활이 안 된다. 병원도, 학교도, 학원도 모든 인프라가 다 그렇게 돼 있다. 공항이 안 생기면 이건 안 바뀐다.”
제2공항 반대 여론의 중심지인 신산·수산·난산리는 이와는 다른 이해관계다. 이들 3개 마을의 수용 예정지엔 활주로가 들어선다. 보상을 받고 땅을 팔고 나가려 해도 규모가 크지 않다. 그 대신 소음, 분진 피해가 예상되고 농사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공항 주변 3㎞ 이내에선 비행기와의 충돌 우려 때문에 새가 날아들 만한 농작물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제2공항이 들어선다면 주민의 90% 이상이 농사를 짓는 이 마을들 밭에 있는 귤, 한라봉, 천혜향, 무, 양채류를 다른 작물로 바꾸거나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공항에 가로막혀 고립되다시피 하는 난산리는 교통도 지금보다 더 불편해진다.
이달 초까지 수산1리 청년회장을 지낸 오창현(46)씨의 반대 활동도 거기서 출발했다. 오씨는 대학과 직장을 제주시에서 다니다 10년 전 고향마을로 돌아와 부모님이 하시던 한라봉, 귤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2015년 11월9일, 정부의 제2공항 계획 발표를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우리 동네 근처인 것 같은데 거기가 어디지? 왜? 갑자기?” 계획을 홍보하는 관공서의 펼침막이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뭐지? 어떡하지? 얼마 전에 하우스 만든 곳 바로 앞이 예정지라는데 그럼 저 하우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오씨처럼 수십개, 수백개의 물음표를 품은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이듬해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곧 이웃한 신산·난산리와 함께 반대대책위를 구성했다.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함께 정부가 벌인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공부를 계속했다.
반대의 이유에 돈이나 편리로 환산되지 않는 것도 포함되기 시작했다. “사전타당성조사에선 안개일수를 조작했고(주민들은 연평균 17일이 12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오류였다고 밝혔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선 근처 오름 10개를 깎아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게 안전한 건가?(비행기가 착륙을 못할 경우 선회비행을 해야 하는데 이때 오름이 장애물이 될 수 있어 수십m씩 깎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부는 오름을 깎지 않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엔 새가 지상 100m까지밖에 못 난다고 돼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제주가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이렇게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등장했다. 올레 열풍, 저가항공 운항 증가, 중국 관광객 등에 힘입어 연간 제주 관광객은 2013년 1천만명, 2016년 1500만명을 넘는 등 폭증세를 이어왔고, 코로나19로 여행업이 얼어붙은 지난해에도 1천만명 이상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 면적의 3배인 발리, 15배인 하와이의 연 관광객도 1천만명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제주는 영국 <비비시>(BBC)가 2018년 4월 선정한 ‘너무 많은 관광객과 씨름하고 있는 전 세계 관광지 5곳’ 가운데 하나에 포함되기도 했다.
사람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배출되는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그대로 방치되기 시작했고, 생활하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바다로 쏟아지는 날이 늘었다. 제주도는 대책을 세웠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2019년 구좌읍 동복리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지었고, 하수처리장 역시 도내 8곳의 현대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처리 용량’을 늘리는 게 답일까?
제2공항 추진의 주된 근거는 2016년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제주공항 이용객이 2035년엔 45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등, 현재도 포화상태인 제주공항이 더는 이용객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항은 제주에 갈 때와 돌아올 때, 두 차례를 이용하니 예측된 이용객 규모를 단순 계산하면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보다 700만명 많은 2200만이 넘는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렇게 관광객이 더 늘어나면 쓰레기와 생활하수 처리 용량을 또 늘리고, 그보다 더 늘면 또 늘리고…, 이런 반복을 해야 하는 걸까? 아니 가능할까?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고민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갈등의 골
그등애. 신산리의 옛 이름으로, ‘끝동네’라는 뜻이다. 바닷가 끝에 자리잡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일제강점기 때 근본 없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게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강원보 이장의 설명이다. 제주에서 한라산을 볼 수 없는 마을 3곳 가운데 하나여서 ‘한라산이 숨겨놓은 보물’로도 부르지만, 큰 인물이 안 난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2공항이 들어서면 활주로 남쪽 끝동네가 될 운명이다. 얄궂다.
“동창회를 갔는데, 친구가 ‘공항을 왜 반대하냐. 저 땅을 팔아야 빚도 갚는다’면서 울더라. 우리 마을에도 ‘샤이 찬성론자’가 있다. 노부모만 마을에 살고 자식들이 농사 안 짓고 타지에 나가 있으면, 그 땅 팔아서 자식들한테 줄 수 있으니까. 마음은 아프지만 제주도 전체, 나아가 한국 전체를 보면 제2공항은 아니다. 우리 마을은 500년이 넘었고, 수산리는 1천년이 됐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공동체가 여기서 살아오려고 돌 하나하나 치우면서 일구고 사랑한 옥토다. 여기에 공항이 들어오면 떠나는 사람이 생기고, 마을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공동체에 금이 간다. 제주도 전체가 난개발되면서 확인한 것 아닌가. 제주의 가치는 자연환경과, 제주 사람 중심의 인문환경이다. 제주인의 삶이 빠진 제주는 ‘관광자원’이 아니다. 그래서 생업은 생각도 안 하고 제2공항 저지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한테 공항은 먼 얘기고, 과수원 약 치러 가는 게 더 시급한 일이니 힘들 때가 있다. 언젠가 어느 여름엔, 동네에 제2공항 반대 깃발을 교체하려고 혼자 미친놈처럼 다니는데 눈물이 나더라.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너무 서글퍼서 나중엔 펑펑 울어지더라.”
울음은 환갑을 바라보는 강 이장만의 것이 아니다. 제2공항에 찬성하는 오병관 위원장은 “이웃 마을이라도 다들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데, (반대하는 쪽에선) 조카뻘 되는 후배들이 이제는 인사도 안 하고 외면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사이좋게 오순도순 지내던 사람들이 공항 때문에 찬반으로 갈려 공동체가 깨지고 무너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정민 부위원장도 “제2공항이 성산 주민이 원해서 여기 오기로 한 게 아니다. 정부가 발표를 했으면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6년 가까이 오다 보니 갈등만 심해졌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하지를 말든지, 정부가 빨리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 사람이 산다
제주도의회는 25일 ‘제주 제2공항 갈등 종식을 위한 조속 결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가 공항 건설 추진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지난 19일 제주를 방문해 “제2공항 문제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 국토부가 제주도 의견도 참고하고 제주도민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는 방안을 곧 마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절차적으로 현재 국토부는 환경부가 요구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마련하는 단계다. 당정협의를 거쳐 실시한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여기에 담기진 않지만, 공항을 지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해야 하는 자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장관의 임기가 ‘시한부’인 상황에서 국토부가 엇갈리는 여론을 무릅쓰고 어느 쪽으로든 속히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도 눈치를 보는 건 마찬가지다. 그냥 밀어붙이기엔 도민 전체의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고, 철회하기엔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가능성이 크다. 찬성 쪽도 반대 쪽도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결단의 바탕은 ‘사람’이어야 한다. 오창현씨는 수산초등학교 38회 졸업생이다. 부모님이 7회, 누나가 36회 졸업생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건너갔던 마을 사람들이 광복 이후 고향에 돌아와, ‘아이들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성읍리 폐교에서 자재를 가져다 지은 학교다. 1975년부터 급식을 시작했고, 1992년엔 ‘전국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2공항이 생기면, 제주의 상징인 토종 홑동백이 봄까지 흐드러지는 이 학교는 어떻게 될까? “학교랑 공항이 직선거리로 800m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아이들이 비행기 바퀴를 보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가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을과 역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 제주공항 바로 옆에 용담레포츠공원이 있다. 그 전엔 70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수근동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항이 생긴 뒤 주민들이 다 이주해 마을이 사라졌다. 광주공항 근처 송정마을에선 비행기 착륙 10~15초 뒤에 큰 ‘뒷바람’이 불어 심할 땐 비닐하우스가 다 찢어진다고 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데, 그런 얘긴 아무도 안 한다.”
그래서 오씨는 원희룡 지사에게 화가 난다. “몇 년 동안 청년회장 하면서 얼굴 한 번 못 본” 원 지사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성산포 주민들과 수십 차례 소통했다’고 하는데, 소통한 건 찬성 단체 쪽뿐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공항이 들어서는 반대 마을은 성산포 주민 아닌가? 왜 우리는 배제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2공항 삽을 뜬다면 강정마을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는 건 제주의 ‘수눌음’ 정신(상부상조)을 지키고 싶어서다. “반대운동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땅 보상 잘 받아서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땅도 없이 세 들어 사는 우리 마을 삼촌들(어르신)은 어떡하나. 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고, 이주비라고 받아봐야 몇백만원 수준일 텐데. 어릴 때부터 ‘창현아, 창현아’ 하던 분들인데 그분들 놔두고 내가 어딜 어떻게 가겠나. 땅값 올라서 좋은 거 아니냐고? 농사꾼들은 안 그래도 잘 못 버는데, 땅값 오르면 세금만 올라서 더 힘들다. 개발, 개발 하면서 땅값 올려놓으면 농민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 제2공항 강행? 경해도(그래도) 싸움칠 거라.”
등단 시인이기도 한 강원보 이장은 신산리 오름을 소재로 쓴 ‘독자봉’이라는 시의 마지막을 이렇게 이렇게 읊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높은 고향 하늘이다/ 고독한 자는 저 하늘을 보며 다짐한다/ 저 하늘 위로 종이비행기 하나조차 날릴 수 없다고/ 이 하늘에는 오직 새와 나비, 자유로운 자의 영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꾸는 희망의 꿈만이 날갯짓할 수 있다고”.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800m가량 떨어진 성산읍 수산리 수산초등학교. 주민들은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75년 역사가 깃든 이 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800m가량 떨어진 성산읍 수산리 수산초등학교. 주민들은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75년 역사가 깃든 이 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제주/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가덕신공항, 이르면 이번 주 ‘사타’
정부·여당, 특별법 이행 ‘속도’
국토교통부가 이번 주 김해신공항 계획의 백지화를 공식 천명하고, 곧바로 가덕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이하 사타)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당 가덕신공항 특별위원회와 국토부의 협의대로 30일 국무회의에서 김해신공항 추진을 중단한다는 국토부의 공식적인 보고가 있을 예정이며,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가덕신공항 사타를 발주할 것”이라며 “이는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대한 후속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당과 정부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동시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돌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관계자는 사타와 관련, “원칙적으로 조사 기간을 10개월 이하로 발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업지시서상에 신속한 추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담아 기간을 최대한 줄인다는 데에는 당과 국토부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26일 국토부 2차관에 황성규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을 발탁했다. 지역 정치권은 이번 인사로 국토부의 가덕신공항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전향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121억원을 벌었다...누가?
이번 주말에는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토요일(27일) 시작된 비가 일요일(28일)까지 이어졌다. 벚꽃 구경을 비롯한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막 피어난 벚꽃이 비에 젖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팠다.
하지만 봄비가 반가운 사람도 많다. 산림청 직원이 그렇다. 산림청 직원들은 보통 봄철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수시로 발생하는 산불때문이다. 더구나, 사람들의 외출이 잦아지는 토·일요일, 산림청 직원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 주말에는 봄비 덕분에 편안하게 발 뻗고 잤어요.”
한 산림청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상청은 27·28일 봄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한 바 있다. 예보대로 비는 28일까지 내렸다.
■봄비의 산불예방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봄비의 산불 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연구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간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산림 내 낙엽 수분량을 측정·분석한 결과, 봄철의 낙엽 수분량은 평균 22.6%로 연평균 수분량(30.4%)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엽의 수분함량이 18%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산불 발생 가능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낙엽은 말라있어 산불이 나기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낙엽의 수분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내 낙엽의 수분량을 측정한 결과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전날보다 수분량이 9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의 양에 따른 산불 예방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가 10㎜ 내리는 경우 50.2시간(2.09일) 동안 산불을 막아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5㎜의 비가 내리면 25.1시간, 다시 말하면 약 하룻동안 산불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에 1㎜의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약 5시간 동안 산불을 예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봄비의 산불 예방 효과를 돈으로 따져봤더니…
산림과학원이 봄비의 산불예방 효과를 계산해봤다. 기준 연도는 2019년으로 했다. 2019년에는 4월 고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등으로 2881.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그해에는 하루에 19건의 산불이 발생이 발생한 적도 있다.
산림과학원은 2019년 산불이 난 곳에서 산불이 나기 전에 비가 내렸다면, 하루에 최고 12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산불로 인한 나무 피해액, 산불에 따른 산림 평가액 감소분, 산불 진화에 드는 비용 등이 반영됐다. 산불진압에 투입되는 헬기 비용(연료비 등)도 물론 포함됐다.
■산에서는 ‘불씨’를 만드는 행위를 아예 하지 말자.
산림청은 매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기간’으로 설정, 대대적인 산불예방대책을 마련하고 감시태세에 돌입한다. 하지만, 산불은 이 기간에 주로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66%(3110건)가 이 시기에 발생했다. 봄철이 그만큼 산불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봄철 산불은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큰 것이 특징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피해면적의 93%(1만369㏊)는 산불조심기간에 발생한 산불에 의한 것이었다. 여의도 면적의 35.8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산불조심기간에 불에 타버렸다는 얘기다.
2021년 3월말~4월말까지 산불발생위험 전망. 산림청 제공
봄비가 내려주면 고맙겠지만, 봄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내리지 않는다.
산불을 막는 방법은 딱 하나다.
봄철에는 산림과 산림 인접지에서 소각·흡연·취사 등 산불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만 한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달말부터 4월까지 전국에서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이 아주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강원과 경북 동해안지역의 산불발생위험은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봄비만 기다릴 수는 없다. 산림이나 산림 인근에서는 불씨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금정산 ‘생태 배꼽’ 장군습지, 습지보호지역 지정해 달라”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육지화하고 있는 ‘장군습지’의 복원화가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였던 금정산 장군습지는 최근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지하수가 유출되는 등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근 공사로 지하수 유출 육지화
환경단체들, 환경부에 건의 고려
28일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경상남도 양산시 금정산 장군습지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꼬마잠자리 등 동·식물 30~40종이 서식지를 이탈했다. 장군습지는 양산의 장군봉과 부산 금정산 고당봉 아래 해발 550~610m 지점에 위치한 습지로 면적은 6만6800㎡에 이른다. 이곳은 경상남도 람사르환경재단의 2009년 조사한 결과, 수생식물 6종과 습생식물 72종, 건생식물 172종 등이 서식하고, 멸종위기종인 말똥가리와 수리부엉이, 삵, 천연기념물인 소쩍새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인근 공사로 장군습지의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금정산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 공사 등으로 장군습지의 수맥이 끊기면서 육지화가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김합수 생태전문가는 “복원활동 이후 생태가 절반 정도 살아나 끈끈이주걱 등이 조금씩 발견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정산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습지의 원상복원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구한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습지보전계획을 세울 수 있고 습지훼손 우려가 있는 행위에 처벌도 가능하다. 특히 장군습지는 높은 생태적 가치로 인해 환경부의 '금정산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용역에 있어서도 주요 평가 지역으로 꼽힌다.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 김흥숙 상임대표는 “금정산 생태계 핵심인 장군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오전 장군습지 인근에서는 환경보호 정화운동이 열렸다./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황사에 속수무책 몽골…무분별한 목축·광물 채굴 사막화 가속
中 매체 "몽골 국가적 차원 노력 효과 못거둬"
몽골 돈되는 산업이 목축, 광업 밖에 없다보니
기후변화도 사막화에 한몫
차이신 캡처
최근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열흘 간격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작점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 양질의 매체로 평가받는 온라인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원지 논란과 별개로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더해 몽골의 과도한 목축과 광산 채굴이 사막화와 황사를 촉진시키지만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몽골의 자연 조건은 황사에 취약하다. 삼림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80% 이상은 고산지대, 사막 스텝, 메마른 초원 등이다. 건조하고 황량한 땅에 강한 바람이 불면 황사가 발생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지만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몽골에서의 황사 빈도를 증가시킨다.
1940년 이후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8도 이상 상승했고 이런 추세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몽골의 건조화와 사막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도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6개국이 환경문제 완화를 위해 구성한 협의체인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의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 사막화의 주요 원인은 가뭄과 바람에 의한 침식이다.
몽골의 경제가 가축 방목과 광물 수출에 의존하는 것도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몽골 정부 자료에 따르면 1990년에 비해 2018년에 2.6배나 많은 가축이 방목되고 있다. 방목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목초지에 대한 수요와 황폐화로 이어진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몽골에는 자연 목초지에서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가축보다 3천3백만 마리나 더 많다. 특히 염소에서 추출하는 캐시미어 가격 상승은 더 많은 염소 사육으로 이어져 1990년과 2018년 사이에 몽골 전체 가축의 20%에서 40%로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염소는 풀을 뿌리째 들춰내면서 먹는 습성이 있어 목초지 황폐화와 사막화를 가중시킨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지하자원 채굴도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황사로 뒤덮인 중국 수도 베이징. 연합뉴스
몽골도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법을 제정하고 그린벨트를 구축하는 등 생태환경 보호에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목축과 광업 이외에 마땅히 돈 되는 사업이 없다보니 사막화 방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차이신은 몽골의 농부와 목동의 절반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며 가축을 줄이면 연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로는 환경이 삶의 질 개선보다 우위에 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차이신의 이런 보도는 황사의 주된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몽골이고 중국의 황사 방지 노력은 성공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국 기상 당국과 달리 우리 기상청은 최근의 황사가 중국 북서부와 몽골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한국 에너지전환 ‘최하위권’…화석연료 늘고 재생에너지는 ‘찔끔
[영국 싱크탱크 ‘엠버’ 전력생산 보고서]
지난해 석탄발전 2015년 대비 10% 감소했지만
영국 -93%, EU -48%, 일본 -15% 훨씬 미쳐
태양광·풍력 전력비중 세계 평균 절반도 안돼
한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최하위권인 것으로 분석됐다. 픽사베이 제공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속도가 주요 국가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석탄발전 감소폭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뒤처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엠버’가 29일 발표한 ‘2021 글로벌 전력생산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2020년 태양광·풍력 발전은 2015년 대비 1% 증가해 국가 전력 생산의 3.8%(21TWh)를 차지했다. 주요 20개국 가운데는 네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세계 평균 9.4%의 40% 수준이다. 브라질(10.6%)보다 낮으며, 아시아권의 일본(10%), 중국(9.5%), 인도(8.9%)가 세계 평균에 가까운 것과도 비교된다.
세계적인 화석연료 감소 추세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생산은 353TWh로, 2015년 350TWh에 비해 1%가 증가했다. 화석연료가 여전히 국가 전력의 66%를 공급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전력 비중 및 변화(전년대비)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은 전력수요 감소와 대기오염 억제를 위한 겨울철 출력 제한으로 2019년 대비 13%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런 감축은 원자력발전이 10% 증가하고, 석유·가스발전이 4% 증가해 메웠다. 하지만 한국의 2015년 대비 2020년 석탄발전 감축은 10%에 그쳐, 영국(-98%), 유럽연합 27개국(-48%)에 훨씬 못 미치고 일본(-15%)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석탄발전 감축은 재생에너지 확대로 수렴되지 않고 가스발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발전 비중은 2015년 22%(113TWh)에서 2020년 27%(142TWh)로 증가했다. 또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원자력발전은 전년 대비 늘어났다. 지난해 석탄발전 감소의 절반 가량을 원자력에 의존해 10%(14TWh)가 증가했다.
아디트야 롤라 엠버 선임전력정책분석가는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정책의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태양광·풍력 발전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가스 위기에 계속 직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적으로 신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크게 증가(325TWh)한 반면 석탄발전은 기록적인 하락세(-346TWh)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2015년 이후 치솟는 전력 수요량이 청정 에너지 증가 속도를 앞질러 화석연료 증가와 탄소 배출 증가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전력 수요 증가세가 주춤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밝혔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소는 누가 키우냐고? 이산화탄소가 키우지
이산화탄소로 가축 사료용 단백질 만드는 농업기술, 상용화 궤도에
소에게 공급되고 있는 가축용 사료. 최근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사료용 단백질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제공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에서 홀로 조난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식량조달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애당초 임시 거주공간으로 지어진 화성기지에 장기간 체류를 고려한 ‘식량 창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남기고 간 배설물을 비료로 써 밭을 만든 뒤 와트니가 심은 작물은 감자였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선에 탑승할 때까지 생명을 연장시켜준 일등공신은 바로 ‘화성 농장’이었다.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설정은 영화적 상상이지만, 사실 현실에선 이보다 훨씬 치열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인간의 화성 장기체류가 막연한 꿈이 아닌 수십년 안에 도래할 미래가 되면서 우주에서 영양소를 얻기 위한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일단 우주선이나 우주기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곤충을 사육해 영양분을 만드는 방안 등이 제기된다. 이런 여러 아이디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우주인이 숨을 쉬며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 “이산화탄소로 사료 생산”
영국 기업, 2023년부터 생산 추진
이산화탄소를 특정 미생물로 가공
단백질 추출하는 기술로 투자 유치
식물의 광합성과 유사한 원리 활용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가 열리기 전에 다른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가축 사료용 단백질을 만드는 신개념 농업기술이 상용화 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이달 중순 영국 신생 기업인 ‘딥 브랜치’는 이산화탄소를 특정 미생물로 가공해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로 800만유로(약 107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으며, 2023년 상업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사료용 단백질은 물고기를 빻아 가루를 낸 어분(魚粉)과 함께 콩에서 주로 뽑아낸다. 하지만 이런 조달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지난주 영국 BBC에 따르면 노르웨이나 중국 등에 어분을 다량 수출하는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선 어분으로 쓰기 위한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들여 정작 자신들의 식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콩도 상황이 좋지 않다.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밀어내는 일이 많아서다.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2018년에 전년보다 22% 늘어난 8330만t의 콩을 수출했는데, 상당수가 산림을 농지로 바꾼 곳에서 재배됐다.
영국 기업 ‘딥 브랜치’가 이산화탄소로 만든 사료용 단백질 분말. 2023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딥 브랜치 제공
■ 광합성 원리 응용해 추출
딥 브랜치 기술의 핵심은 단백질을 자연이 아니라 산업체의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진짜 가능할지 의구심이 느껴질 법도 한 이 기술은 사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실현되고 있다. 바로 식물의 광합성이다. 식물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포도당, 즉 유기물을 생산해 생존한다. 일종의 천연 생화학 공장이다. 딥 브랜치의 기술은 자체적으로 영양분을 생산할 수 있는 특정 미생물을 사용해 식물의 광합성을 흉내낸 것이다.
글로벌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딥 브랜치의 기술을 주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어스 하트 WWF 양식업 부문 책임자는 영국 언론 가디언을 통해 “콩 재배로 인한 숲 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잠재력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바꾸는 기술은 미국 기업 ‘에어프로틴’ 등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 “과도한 기대 경계” 시각도
문제는 과정 중 첨가되는 수소
다량의 전기 소모…환경에 영향
이산화탄소 감소 큰 효과 없을 수도
과학계에선 이 기술에 대한 기대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마이크 앨런 영국 엑서터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전환하려면 수소를 꼭 첨가해야 한다”며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있을 것”이라고 가디언을 통해 지적했다.
수소를 얻는 데에는 다량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생산된 단백질로 만든 동물용 사료는 현존하는 구식 공장 시스템에서 생산된 다른 영양분과 혼합해 써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추가되면서 향후 관련 기술의 발전 방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마스크 올가미에 걸린 지빠귀…동물아, 인간이 미안해
세계적으로 매달 마스크 1290억 개 사용
새부터 게까지…코로나 쓰레기로 몸살
마스크 재사용, 고리 자르기 등 필요
의료용 라텍스 장갑 틈으로 파고든 농어가 등지느러미 가시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모습. 네덜란드 레이던 운하에서 발견됐다. 아우커-플로리안 힘스트라 제공.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는 세계적으로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 사용되는 이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대량으로 버려지면서 야생동물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손가락에 끼인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됐고 캐나다의 미국지빠귀는 날개에 마스크가 얽힌 채 죽었다. 피해 동물은 무척추동물인 게와 문어부터 각종 조류, 여우와 박쥐 같은 포유류 등 다양하고 피해 범위도 육상에서 담수, 해양 생태계로 확산하고 있다.
마스크 끈에 날개가 얽혀 죽은 미국지빠귀. 샌드라 데니숙 제공.
아우커-플로리안 힘스트라 등 네덜란드 레이던 대 연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운하 대청소를 벌이다가 야생동물이 개인보호장비로 인해 피해를 보는 모습을 처음 발견했다. 라텍스 장갑 손가락에 파고든 농어는 등지느러미 가시 때문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물닭이 마스크와 물휴지를 둥지 재료로 쓴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각국의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검색했다.
이들이 조사 결과 종합해 과학저널 ‘동물 생물학’ 최근호에 보고한 결과를 보면 야생동물 피해는 이미 세계적으로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둥지 재료로 쓰던 폴란드 바르샤바의 참새는 새로 눈에 띄는 의료용 장갑을 놓치지 않았고 영국의 갈매기와 매는 발에 마스크가 걸린 채 돌아다녔다. 이탈리아의 혹고니는 목에 마스크를 걸고 있었다.
네덜란드 물닭은 마스크와 장갑으로 둥지를 만들었음이 밝혀졌다. 아우커-플로리안 힘스트라 제공.
포유류도 예외가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선 마스크 2개가 옭아맨 박쥐가 발견됐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고슴도치는 각각 마스크와 장갑에 얽힌 모습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원숭이는 마스크를 물어뜯고 있었다.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처럼 마스크와 장갑은 바다로 흘러간다. 미국에선 마스크에 얽힌 복어가, 프랑스에선 집게에 달린 마스크를 떼어내지 못하는 게와 문어가 발견됐다. 브라질의 마젤란펭귄의 뱃속에선 마스크가 나왔다.
집게에 마스크 끈이 걸린 채 헤엄쳐 달아나는 게. 프랑스에서 발견됐다. 아에프페(AFP) 통신 동영상 갈무리.
마스크와 장갑을 이루는 폴리프로필렌 섬유와 고무 끈은 야생동물에 직·간접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들은 “마스크 등에 얽히면 질식이나 익사 같은 즉각적인 죽음에 이를 수도 있고 만성적으로는 상처와 감염, 절단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개인보호장비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 사례를 모으기 위해 모든 이들의 참여를 촉구한다”며 “쓰레기를 수거 캠페인을 벌이는 이나 동물 구조 센터 활동가, 탐조가, 자연 사진가 등이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누리집을 만들어 세계에서 이런 사례를 모으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모니터링과 함께 마스크의 고리를 잘라 동물이 걸리지 않게 하고 재사용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려진 코로나19 개인보호장비. 미국에서 촬영된 모습이다. 제니스 셀비 존스 제공.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개인보호장비 사용량은 매달 마스크 1290억 개, 라텍스 장갑 650억장으로 추정된다. 조아나 프라타 포르투갈 아베이루 대 연구자 등은 지난해 과학저널 ‘환경 과학기술’에 실린 논문에서 인구 6000만인 이탈리아가 한 달에 마스크 10억 개와 장갑 5000만장을 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렇게 추정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버려지는 마스크는 600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인용 논문: Animal Biology, DOI: 10.1163/15707563-bja1005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부산*경남 환경단체, “사송지구 개발로 멸종위기종 떼죽음”
부산경남 환경단체들이
양산 사송지구 개발에 따른 금정산 멸종위기종 보호 등을 촉구했습니다.
부산경남 4개 환경단체들은 “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종들이 택지개발로 계속 죽어간다”며 시공사인 LH의 대책 마련과 환경영향평가 자료 공개등을 촉구했습니다.
knn 최한솔
낙동강의 명물 '갈미조개'가 사라졌다
부산의 명물 낙동강 '갈미조개'가 사라졌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갈미조개가 사라지자 어민들은 어업 환경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지역 특산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0일 부산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개량조개(갈미조개의 정식 명칭)가 낙동강 하굿둑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개량조개는 갈매기의 부리 같다고 해서 갈미조개로 더 잘 알려졌는데, 낙동강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명지 갈미조개'라고도 불릴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낙동강 하굿둑의 환경이 바뀌며 '갈미조개'가 자취를 감췄다. 주변이 개발된 낙동강 하굿둑의 모습. 부산일보DB
'명지 갈매조개'로 이름난 개량조개. 부산일보DB
생산량 적고 상품성 떨어져
어민 “돈 안 된다” 채취 꺼려
지난해부터 찾아볼 수 없어
식당들 전남·전북에서 구입
내달 종패 10만 미 살포 계획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생산량 자체가 적어 어민들이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아예 채취를 꺼리는 분위기다"며 "개량조개를 채취하더라도 크기 자체가 크지 않은 상품성이 부족한 조개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개량조개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매년 생산량의 변화폭이 크다. 어민들은 종패를 사서 방류를 해두는 식으로 조개를 얻는다. 사실상 씨만 뿌려놓고 자연 상태로 알아서 크는 방식이라 생산량 자체가 조절되지 않는다. 사실상 양식이 불가능한 셈.
부산시수협은 약 163ha의 복합양식장에서 개량조개를 생산 중인데 복합양식장 상부에는 김을 양식하고 하부에 종묘를 뿌려두는 식으로 관리한다. 사실은 김이 주라 갈미조개는 관리도 특별히 하지 않을뿐더러 환경 변화에 약해 조절도 불가능하다.
개량조개가 워낙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보니 그 이유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요 생산지인 명지 일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하굿둑 개방 실험 등의 다양한 변화가 있다 보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자율관리어업전국연합회 오성태 전 사무총장은 "4대강 보 문제부터해서 녹산지역 하수관거 문제까지 낙동강에 기대어 살고 있는 어민들의 환경이 많이 변했다"며 "이에 따라 올해는 낙동물김의 품질도 많이 떨어졌고, 개량조개도 씨가 말랐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민들은 환경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수산물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지역 특산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명지동 일대에는 개량조개를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전북, 전남 등에서 생산되는 개량조개를 구해 영업 중이다.
일단 부산시수협은 2000만 원을 투입해 4월 중에 종패 10만 미를 낙동강하구에 뿌린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수협 차원에서 종패를 뿌리는 것은 처음이다. 종패는 1년이면 성체로 자란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지역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패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병진 기자 joyful@
삼림 벌채·지구 온난화·해충 피해…2020년 세계의 숲은 더 급속히 사라졌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이 화전 때문에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해 세계의 숲도 급속히 사라졌다. 삼림 벌채·지구 온난화·해충 피해 등으로 지난해 삼림 파괴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온라인삼림감시단체인 ‘글로벌포레스트워치’는 지난 20년간 삼림 파괴가 평균을 크게 웃돌았는데, 지난해에만 주요 열대 지역에서 420만㏊의 숲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2020년은 삼림 피해 모니터링을 시작한 2002년 이후 3번째로 삼림 파괴가 심각한 해였다.
아마존, 콩고, 동남아시아와 같은 습한 열대 원시림에서 피해가 심각했다. 세계자원연구원(WRI)는 이들 지역에서 사라진 420만㏊의 숲은 연간 5억7500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흡수할 수 있는 탄소 흡수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파괴 면적은 지난해보다 2019년보다 19% 늘었다.
특히 브라질에서의 삼림 파괴가 두드러진다.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170만㏊가 파괴됐다. 정부는 주민들의 화전 관행을 막기 위해 군인들까지 배치했지만 삼림 파괴 속도는 더 빨라졌다. 자이르 보우소나로 정부는 개발을 명목으로 삼림 벌채를 눈감아주고 있다.
기후변화도 삼림 파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브라질 아마존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열대 습지인 판타날 지역에서도 나무들이 급속히 사라졌다. 대부분의 화재는 화전 때문에 일어났지만, 40여 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부유한 나라에서도 숲은 빠르게 사라졌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삼림 파괴가 2018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덥고 건조한 날씨로 나무껍질이 허약해졌고, 해충 피해도 잇따랐다. 호주는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날씨와 산불로 인해 삼림 손실량이 9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폐쇄와 경제상황 악화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WRI의 삼림프로그램 책임자 로드 테일러는 “코로나19 전염병과 삼림 손실 간의 뚜렷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도시가 폐쇄돼 할 수 없이 농촌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들이 화전을 더 많이 일궈 삼림 파괴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RI 선임 연구원 프란시스 세이모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느라 급격히 늘어난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국가들이 숲을 파괴해 상업적으로 활용하거나 삼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자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원전이 친환경? 빌 게이츠가 틀렸다.. 화석연료 문명 7년 뒤 붕괴할 것
차세대 원전, 태양광·풍력보다 비싸
전 세계 2028년까지 인프라 전환 필요
한국 전력 생산 66% 화석연료 의존
태양광 등 3.8%… 中·日의 절반 이하
한국 정부 그린뉴딜 정책 속도 느려
한전, 이 상태로 가면 좌초자산 될 것
바이든 정부처럼 극약처방 적용해야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31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문명은 2028년이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제공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보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빌 게이츠를 높게 평가하지만, 이번엔 전문가 조언을 잘못 받은 것 같아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76)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31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으로 다음 시대를 예견해 왔다. 지난해 쓴 ‘글로벌 그린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뒤 환경부 공무원 사이에서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가격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리프킨은 게이츠가 지난 2월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인터뷰 등을 통해 탄소 발생 없는 전기생산 방식 중 하나로 차세대 원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새로운 기술로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태양광과 풍력보다 훨씬 비싸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미래세대에는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고 이미 일부 큰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게이츠가 이를 잘못 읽고 있다는 주장이다. 균등화 발전비용이란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할 때 전력시장에서 최소한으로 받아야 하는 수익을 말한다.
그는 원전과 석탄 같은 화석연료 문명이 7년 뒤인 2028년이면 붕괴되는 변곡점이 온다고 봤다. 그 전에 모든 세계가 그린뉴딜을 통해 ‘인프라 전환’을 이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꾸리면서 저탄소 경제구조로 체질을 개선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한다. 리프킨은 “1차 산업혁명(기계화)이 일어나기까지 30년 걸렸고 2차 산업혁명(석유를 통한 전기화)은 25년 안에 이뤄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녹색 디지털 3차 산업혁명(커뮤니케이션·재생에너지·운송 및 물류 등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 혁명)은 20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이 지칭하는 3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같은 정보기술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의미한다. 그는 인공지능 개발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도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본다.
●차기 정부서 그린뉴딜 멈추면 골든타임 놓쳐
리프킨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좌초자산(화석연료 종말로 쓸모없어지는 시설)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금 있으면 대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그린뉴딜을 이어 가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좌초자산은 원전이나 석탄 등 이전까지 경제성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 기후변화 등으로 가치가 하락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리프킨은 “정부 선언도 나왔고 대기업부터 금융기관까지 준비가 다 돼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미국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도 이제 ‘충격과 공포’ 처치(극약 처방)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포함)이 원전과 석탄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인 ‘엠버’가 지난 29일 발표한 ‘2021 글로벌 전력생산 보고서’에서도 보면 지난해 화석연료 기반의 한국 전력생산은 66%를 차지했다. 반대로 태양광·풍력 발전은 3.8%에 그쳤다. 세계 평균은 9.4%이고 일본(10%)과 중국(9.5%)보다 낮다. 원전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그는 “유럽이나 중국 전력회사에 비해 굉장히 뒤처져 있다”며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14% 수준으로까지 올라가는데도 2~3년 안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한전은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 인식’ 젊은층 정치 참여 늘려야
리프킨은 한전의 역할이 전력의 생산·공급자가 아닌 효율적 관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든 태양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서다. 전력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사업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력이 효율적으로 모든 곳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리프킨은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홀딩스, 현대기아차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모두 3차 산업혁명 인프라의 핵심 요소들이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은 어려움을 뚫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나라인데, 이는 미래 인류가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리프킨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중장년층과 젊은층 간 인식 차가 큰 것을 두고 젊은층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도 더 많은 ‘AOC’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OC는 29세의 미국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지칭하는데, 그는 기후변화 문제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국회와 정당으로 들어가거나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리프킨의 조언이다./yj2gaze@seoul.co.kr
‘식물의 집’은 어떻게 만드나?
정원 식물 키우는 건 와인 공부와 비슷해
식물 뿌리 내릴 흙을 잘 고르는 게 중요
실내, 옥상 등 환경도 따져볼 만
대구에서 치과재료상을 운영하는 권순대씨의 베란다 정원. 사진 최이규 제공
정원을 보다 보면 식물을 키우는 건 커피나 와인 공부와 비슷하다고 느끼곤 한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토스카나 키안티, 아르헨티나 말베크 등 사람들은 커피와 와인을 말할 때, 그것들이 태어난 고향을 거론하면서 맛을 표현한다. 몇몇 심각한 애호가들은 커피나무나 포도 덩굴이 자라는 지역을 다녀와서는 감동에 북받쳐 원산지의 극적인 경험을 묘사한다. ‘에게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짭조름한 해풍과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사막 모래의 꺼칠꺼칠함이 황금빛 화산재 흙 사이에서 맺힌 이슬이 바로 산토리니 와인’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우리는 원두와 포도즙에서 머나먼 땅의 흙냄새를 맡아보려고 킁킁댄다. 그것들이 자란 곳을 상상한다. 커피나 와인 한 모금에는 캥거루가 뛰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웃백도 있고, 칠레의 안데스 숲도 있고, 소노마 구릉지대를 휘돌아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도 녹아있다. 차를 마시는 이들은 푸젠성 첩첩산중과 대만의 고원지대, 히말라야 산악마을 다르질링을 떠올리기도 한다. 가보지는 못해도 그 대지의 온갖 향을 내 입속에 머금었다는 시적인 착각이 우리를 취하게 한다. 때로 고상하게 만든다. 칙칙한 현실과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순간이다.
나 같이 남의 인생에 관심이 없어서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냉혈한과 달리, 식물을 멋지게 키우는 이들을 보면 공통으로 식물의 고향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커피나 와인 애호가처럼 말이다. 실상 식물 키우는 취미에서 가장 재밌고 매력적인 점은 커피나 와인처럼 출생지를 상상하고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보는 일이다. 글라디올러스 한 포기를 보면 인도네시아 정글의 무지개 폭포와 그 포말을 가득 머금고 있는 진녹색의 절벽이 떠오른다. 복슬복슬한 가시를 걸친 선인장을 보면 고대 신전이 내려다보이는 멕시코 오악사카의 고대 경관이 겹쳐지고, 감귤색 금잔화는 소치밀코 호수를 부유하는 나룻배들을 떠올리게 한다.
습지의 생태를 정원으로 해석한 작품 ‘그린어스’. 김원정 작. 사진 최이규 제공
서양 사람들은 격렬한 애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아피시나도’(aficionado)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단순히 좋다거나 싫다는 선호가 아닌 지식과 철학의 영역으로 다룬다. 대상을 자기 위주로 보지 않고 저간의 사정을 파악한다. 조건과 환경을 따진다. 그러다 보니 대상에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아피시나도 중엔 식물 애호가도 많다. 이들은 식물의 고향의 토양 구성, 빛의 양, 강수량 등을 알아보고 최대한 비슷한 조건을 식물에 마련해주려고 한다. 식물 입장에선 가장 고마운 일이다.
우리 야생화도 마찬가지다. 야생화 전문가로서 농업 부문 명장 칭호를 받은 장형태 대한종묘조경 대표는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선 정원사의 손질이 닿기 전 자연 상태의 식물을 틈틈이 관찰할 것을 추천한다. 식물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 그러니까 ‘식물의 집’을 살펴보고 기억해 두면 정원을 꾸밀 때 훨씬 편하다. 식물 심을 위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나 실내 공간은 식물 입장에선 어떤 특성을 가진 곳일까? 대체로 빛이 부족한 편이다. 볕 잘 드는 남향이라 해도 베란다 유리에 선팅했거나 자외선 차단 제품을 사용했다면 광량은 턱없이 모자란다. 물론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오히려 약해지는 식물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속새속이 대표적이다. 영어에서는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스테일’이라고 하는데, 원래가 습지식물이다. 간접 광이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우리 집 베란다가 양지인지, 음지인지, 반음지인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그 조건에 따라 식물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대개 들판에 살던 야생화를 실내에 두면 비실비실 키만 웃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햇빛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실내는 야생 환경에 견줘 온도도 높고, 사계절이 없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열대 식물이 가장 적합하다. 그것들은 원래 큰 교목 아래에서 자라며 그늘에 적응된 식물이다. 제대로 울창한 열대우림은 한낮에도 깜깜할 정도다. 그런 이유로 아레카야자와 같은 열대성 관엽식물은 햇빛이 약한 거실에서도 꽤 잘 자란다. 우리나라 남부에서 자라는 수종(나무 종류)도 추천할 만하다. 온대에서 자라는 수종을 실내에서 기르는 건 여간해서는 어려운 일이다.
식물의 집을 이해하는 데 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토양이다. 유튜브 채널 ‘오~하르방이 알려주는 반려식물’을 운영하는 오창호 국립생태원 차장이 부엽토와 펄라이트, 화산송이, 모래, 굵은 마사 등 7~8가지를 섞어 식물에 적합한 토양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요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적이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유카와 은사초가 좋다. 사진 김은지 제공
열대우림에서 잘 자라는 파인애플은 영양분이 풍부하면서도 건조한 흙에 심어야 잘 자란다. 반면 몬스테라는 물이 풍부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버미큘라이트라는 질석을 보충해서 보습해주면 좋다. 물만 잘 주어도 쑥쑥 잘 자란다. 올리브와 로즈메리는 우리나라와 반대로 겨울에 습하고,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에서 온 식물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 강수량을 생각하면서 물을 주어야 한다.
옥상이란 곳은 어떨까? 옥상 정원은 대개 건물의 하중을 고려해서 흙의 깊이가 얕다. 그나마도 경량토를 쓰니 보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과도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서 식물 입장에서는 항상 목마른 곳이다. 집 안에 키우는 식물도 꼬박꼬박 물주는 일이 녹록지 않은데, 옥상 정원에 부지런히 물을 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옥상 정원 조경사는 생태 조직에 물을 저장하는 캠식물을 종종 사용한다. 선인장이나 다육이, 돌나물처럼 건조한 곳에 살던 식물들은 저녁에 이슬을 저장했다가 해가 뜨면 끄집어내서 광합성에 이용하는 메커니즘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잎이 두툼하다. 요즘엔 아예 다육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바이오매스와 흙 등을 혼합한 블록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옥상 정원을 만들 때는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처 나무가 자리를 잡기 전에 바람에 시달리게 되면 뿌리와 흙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제대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채 말라죽는 일이 생긴다. 해안가 개활지에 심은 묘목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그리스 산토리니의 포도 덩굴마냥 땅바닥에 찰싹 붙은 채 잘 자라는 식물을 심거나 옥상 난간을 높게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임시 벽을 설치해서 바람을 막아주면 더 좋다. 사람에게도 훨씬 쾌적한 공간이 된다.
요즘엔 멋지고 개성 있는 신축 주택을 다루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많다. 그만큼 정원에 관심 갖는 이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에 등장한 정원의 나무는 언뜻 보아도 죽어가거나 근근이 연명하는 모습이다. 우선 집 공사를 하다 보면 토양이 다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통기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청년들이 나무를 심었다는 정원에 간 적이 있다. 단풍나무가 너무 힘이 없기에 봤더니, 뿌리를 칭칭 동여맨 고무 끈조차 풀지 않은 채 심겨 있었다. 나무란 생명력과 적응력이 무척 강한 식물이라서 상식대로만 챙겨주면 말라 죽을 일은 거의 없다.
정원은 키 큰 나무뿐만 아니라 관목, 지피식물들이 층을 이루어야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하층 식생이 없어 흙이 노출된 정원은 보기에도 좋지 못할 뿐 아니라 토양의 유기질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 또 빗물 등으로 흘러내린 흙과 모래는 정원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먼지를 일으키며, 배수 시스템을 막기도 한다. 관목으로 흙을 보호하면 유기질이 축적되어 미생물이나 미소생물이 토양을 부드럽게 만든다. 하층 식물들을 심을 여력이 없다면 흔히 바크라고 부르는 분쇄된 나무껍질로 토양을 덮는 것도 한 방법이다./최이규(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한겨레
유행의 최첨단’ 가로수길에 펼쳐진 100년 전 풍경
[가로수길서 열리는 ‘洄(회) 지키고 싶은 것들’전]
1921년 최초 근대미술가 단체 ‘서화협회’ 창립전
당시 발기인·제자들 그린 서화 등 38점 전시
구한말 대가 소림 조석진의 비단 그림 <팔준도>. 소나무 아래 혈기 왕성한 8마리의 말이 갖가지 자태로 등장하는 1910년대 추정 작품이다. 정교한 윤곽선으로 준마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절벽·소나무와 절묘한 조화 속에 화면을 구성했다. 소림은 물고기 그림으로 유명했지만, 말 등 다른 동물화에도 능숙한 기량을 발휘했다.
‘유행에 민감한 강남 젊은이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화랑가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시가 나타났다. 무대는 서울에서도 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 중 하나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미국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신제품을 사려고 줄을 선 젊은이들과 디자인센터와 팬시한 가게, 각종 맛집 등이 즐비한 가로수길 한켠 예화랑 건물에서 29일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그림과 글씨가 내걸렸다. ‘洄(회) 지키고 싶은 것들’이란 제목의 전시는 100년 전의 기념비적인 전시를 기억하기 위해 기획됐다. 바로 1918년 결성한 국내 최초 근대 미술가 단체인 ‘서화협회’가 1921년 4월1일 서울 북촌 중앙중학교 강당에 마련한 사상 최초의 대중 전시회인 ‘1회 서화협회전’이다.
심전 안중식이 1910년대 중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청록 산수화 <염계애련>(부분). 비단에 채색한 작품이다. 바위와 산야에 특유의 녹청빛 점을 찍어 봄날의 화사하고 아련한 산수 경치를 표현했다.
전시장에는 1918년 창립한 서화협회 발기인인 심전 안중식, 소림 조석진, 위창 오세창, 청운 강진희, 해강 김규진 등의 작품과 협회 스승들한테서 필력을 익힌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등이 188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그린 서화 38점이 내걸렸다. 1921년 첫 서화협회전 당시 출품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당대 내걸렸던 작품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협회를 주도했던 당대 근대미술 선각자들이 관념성을 벗고 시대정신에 맞게 실경과 자유로운 표현 기법을 고민하면서 그린 산수, 정물, 도석인물화(신선이나 불교 고승 등의 인물을 그린 그림) 등을 사실상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1회 전시 당시 겸재 정선, 추가 김정희 등 조선 후기 작가의 작품에 자신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고, 3회부터는 자신들이 가르친 김은호, 변관식 등 후학의 작품들을 함께 내보이면서 1936년 15회까지 전시를 지속했다. 조선총독부가 1922년부터 해방 때까지 주도한 조선미술전람회(선전)와 대비되는 당대 조선 미술의 주축이었다.
심전 안중식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성재수간>.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부는 어느 날 초당의 미닫이문 창에 비친 선비의 모습과 그의 명을 받고 바람 소리가 나는 데를 알아내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동자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1910년대 중엽 작품으로 추정된다.
출품된 작품들은 김방은 예화랑 대표의 증조부이자 서화협회 회원으로 선대 화가들로부터 지도를 받은 규당 김재관의 컬렉션이 주축이다. 여기에 개인 소장품을 일부 추가했다. 들머리에서 관객을 맞는 최고의 주목작은 소림 조석진의 비단 그림 <팔준도>. 소나무 아래 혈기 왕성한 8마리의 말이 갖가지 자태로 등장하는 1910년대 추정 작품이다. 정교한 윤곽선으로 준마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배경의 절벽과 소나무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소림은 물고기 그림으로 유명했지만, 말 등 다른 동물화에도 능숙한 기량을 발휘했다. 소림과 쌍벽을 이룬 심전 안중식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성재수간>도 반갑다.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부는 날, 초당 미닫이문 창에 비친 선비의 모습과 바람 소리가 나는 곳을 알아내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동자의 뒷모습,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동남권신공항, 용역에서 시작해 용역으로 끝난다?
김해공항 용역 중단가덕도 사타 용역발주
김해공항 확장안이 공식 폐기됨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가속화된다.
국토교통부는"'가덕도신공항법 후속조치 계획'이 30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돼 이를 계기로 기존의 김해신공항 사업 추진은 공식적으로 중단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추진은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후속조치 계획은 먼저 기존의 김해 신공항 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는 즉시 중단하고 보류 중인 '김해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역시 중단한다.
이와 함께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게 된다.
이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를 신속하게 착수한다. 사전타당성 조사는 공항관련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용역을 발주하게 되는데 발주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용역업체 선정 등 모든 절차를 2개월 내에 마무리짓고 5월 안으로 용역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전타당성 용역은 법률상 입지가 '가덕도 일원'으로 된 만큼 입지선정 절차가 생략되므로 10개월 동안 속도감있게 추진해 내년 3월 내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타 착수와 함께 수요·물류, 항공·해사 안전, 지반, 환경·소음, 공항건설·운영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사타에서 도출된 주요 성과에 대한 분야별 자문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국토부 내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TF는 오는 9월 17일 법 시행일에 맞춰 정규조직인 '신공항건립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한다.
동남권 관문공항이 이슈화된 이후 각종 용역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여러가지 이유로 '없던 일'로 됐다. 대구·부산, 경남도는 각각 용역을 했고 수십억 원이 투입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도 검증 결과 환경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이번 가덕도 신공항은 기존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정권의 부침에 따라 변수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벌써 대구경북 야권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타당성이나 환경영향평가 용역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제2의 김해신공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세계 강의 흐름을 바꿨다
관개·토지관리 등 인간활동보다 기후변화로 홍수 가뭄 잦아져
2015년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캐먼처 저수지(Camanche Reservoir) 바닥이 말라있다. EPA/연합뉴스
기후변화는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폭우와 태풍은 물론 이상 한파와 가뭄까지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런 이상 기상현상 외에도 지구의 물줄기 흐름마저도 바꾸고 있다.
스위스와 미국 등 12개국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지난 40년동안 전 세계 강의 흐름을 바꿔놨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 세계 하천 7250곳의 유량 변화를 조사한 결과다.
소니아 세네비란트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대기및기후과학연구소장팀은 1971년부터 지난 40년 동안 기후변화 영향으로 강의 유량 변동폭이 커졌다는 분석결과를 12일자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특정 지역은 물이 말라가고, 특정 지역은 물이 많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극심한 홍수 또는 가뭄이 잦게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여러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진행했다. 우선 수문학 분석모델을 이용해 1971년부터 2010년까지 관측된 기후 데이터를 분석했다. 수문학은 지구의 물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지표의 하천과 호수, 지하수 등 물의 흐름과 특성을 취급하는 학문이다. 연구팀은 기후에 따라 전 지구적 강의 흐름과 특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또 기후변화 외에 토지 관리나 관개 등 인간활동으로 요인이 강의 흐름과 특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토지 관리나 관개 등의 요인은 전 세계 하천 유량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기후변화는 물 흐름 및 특성 변동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발생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 수문학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하천의 유량 변화와 관련된 실제 관측치와 비교도 진행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의 시뮬레이션은 실제 관측치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발생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실제 관측치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특정 지역의 경향성보다는 수 십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전 세계의 하천이 어떻게 변한 것인지 살펴 본 것”이라며 “관측된 변화들은 기후변화 없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물의 흐름에 가시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제 관측 데이터를 가지고 입증한 최초의 연구다. 기후변화가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들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국내의 경우, 기후변화에 따라 2050년 일부 유역 홍수량이 현재보다 최대 5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강수량 및 홍수량의 증가정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11~2040년에 해당하는 21세기 초 강수량 각 3.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41년~2070년인 21세기 중반, 2071~2100년인 21세기 후반에는 각각 9.2%, 17.7%씩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홍수량 증가는 유역별 편차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강유역은 홍수량이 -9.5% 정도 감소하는 반면 금강은 20.7%, 낙동강 27%, 영산강 50.4%, 섬진강 29.6% 홍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장래 강수량 및 홍수량 증가에 따라 현재 100년 빈도로 설계된 댐과 하천제방 등의 치수안전도가 지점에 따라 최대 3.7년까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100년에 한 번 범람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하천 제방이 미래에는 4년에 한 번 범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 분석에는 13개의 '전지구 기후모델'과 2개의 지역 기후모델이 이용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채택한 29개 전지구기후모델 중 국내 실정에 맞는 모델들을 뽑았다. 온실가스 배출은 현재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RCP 8.5)를 적용한 것이다./ Sciencetimes
기후변화로 더 센 태풍이 몰려온다
최대 풍속 5% 강해지고 강우율 14% 증가
국제적십자사에 의하면 지난 6개월 동안 1,03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전쟁 및 지역분쟁으로 인한 이재민 수의 약 4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많은 수재민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전 세계의 수재민 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을 포함한 국제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이 더욱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7년 8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위성 사진. ©Public Domain
적도 부근의 열대 해상에서 발원해 지역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이 커지면 연안 침수의 위험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강수량이 증가해 홍수의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NOAA, 미국 프린스턴대학,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연구원들은 90개 이상의 기존 논문을 조사하여 인간의 활동이 열대성 저기압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2℃ 상승하게 되면 열대성 저기압의 최대 풍속이 약 5% 더 강력해지고 강우율은 14%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안 침수와 홍수 증가할 전망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대기 중의 습기가 증가하게 되면 폭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따뜻한 기온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강한 폭풍우가 불게 되면 해안 지역의 침수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1980년대 이후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는 세계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북대서양에서 강력한 폭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일본과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그 같은 조짐이 없었다. 이에 따라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 증가가 기후변화 탓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즉,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자연적인 기후 요소나 대기오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1980년대 이후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후 모델을 이용한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온난화가 더욱 심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강도가 센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풍속과 강수량이 더 강해진 열대성 저기압이 빈발하게 되면, 건물과 인프라 시설의 위치 및 취약성과 같은 인적 요인에 따라 폭풍으로 인한 실제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허리케인 하비는 1주일 동안 텍사스주의 연간 강수량과 맞먹는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Public Domain
또한 열대성 저기압이 더 강해지게 되면 일부 지역에서 더 느리게 움직임으로써 특정 지역에서 큰 홍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8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다.
이 열대성 저기압은 1주일 동안 텍사스주의 연간 강수량과 맞먹는 물폭탄을 쏟아부었는데,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지구온난화가 하비의 강수량을 19~38% 증가시킨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 덜했던 극지방도 위험 대비해야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코린 르 퀘레(Corinne Le Quéré) 교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열대성 저기압을 강하게 해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열대성 저기압이 최고 강도에 도달하는 위도가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폭풍에 대응할 준비가 덜 된 지역에서 앞으로 열대성 저기압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폭풍의 강도 및 강우량 증가,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면 저지대의 침수 위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연구 결과는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유엔 기후총회 COP26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료집인 ‘사이언스브리프 리뷰(ScienceBrief Review)’ 3월 26일자에 게재됐다.
르 퀘레 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새로운 증거가 확보될수록 더욱 분명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증거들을 평가하는 작업은 COP26에서 내릴 결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대륙별로 순회하며 2주 동안 개최되는 COP는 2-3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유엔 국제회의로서 제26차 회의인 COP26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11월에 개최되며, 내년 COP27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COP28의 한국 유치를 표명한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11월 개최되는 COP26에서 국내 유치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Sciencetimes
동아시아 내륙 사막화 돌아갈 수 없는 지점 건넜다"
"최악 폭염·산불 한반도 더 자주 온다“
정지훈 전남대 교수, 기상청 온라인 기상강좌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폭염경보가 내려진 도심의 모습. 열화상 이미지에서는 높은 온도는 붉은 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연합뉴스 제공
2018년 한국은 관측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 3월에 5월 초를 연상케 하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5~7월에 전국에서 폭염주의보가 속출했다. 결국 8월 1일 서울이 39.6도를 기록했다. 1907년 서울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역대 최고 기온 이었다. 동시에 여름철 산불도 증가했다. 2018년도 여름철 산불 발생 빈도가 직전 년도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가뭄 및 폭염 증가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기상청 온라인 기상강좌에서 “2018년 폭염과 산불 발생이 늘어난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 설명했다.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토양의 수분을 앗아갔고, 수분이 없어진 토양의 온도가 높아지며 지면이 뜨거워져 폭염과 가뭄 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산불의 경우에도 토양이 말라가며 불이 크게 번질 가능성이 기존보다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산불 증가 등이 국내에서 더 잦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 교수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 중 지표면에서 반사되지 않은 에너지인 순복사에너지가 지면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지면은 들어온 에너지를 다시금 빼내게 되는데, 그 방법에는 헌열과 잠열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열은 물의 증발 없이, 잠열은 물을 증발을 통해 에너지를 다시 방출하는 것을 뜻한다.
정 교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토지 속 수분이 사라지면, 잠열을 통한 에너지 방출 방법이 사라지게 되고 헌열만 남게 된다”며 “헌열만을 통한 에너지 방출은 결국 지표면의 기온을 높여 폭염과 가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지표면의 기온이 오르면 고기압이 발생하고, 고기압은 또 폭염을 지속시킨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은 폭염과 가뭄, 산불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미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유럽은 2003년과 2010년, 2018년 기록적인 대폭염을 경험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며 최근 몽골과 중국 북부 등 동아시아 내륙지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및 미국, 중국, 일본 연구팀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내륙 지역의 나무 나이테와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과 가뭄이 최근 20년 사이에 점점 잦아지고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상측정소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몽골과 주변지역의 7~8월 기온과 토양 습도 데이터수십 년치를 확보했다. 여기에 토양 수분에 민감한 나무와 폭염시 유독 잘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 간격 데이터를 통해 과거의 토양 습도와 폭염 데이터를 복원하는 방법으로 1750년 이후 260여 년의 폭염과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20년 전부터 폭염의 빈도가 극도로 잦아졌고, 같은 기간 토양의 습도 역시 전례 없이 크게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정 교수는 “동아시아 내륙 지역의 사막화가 ‘돌아올 수 없는(irreversible)’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여름철 급성 가뭄이나 산불 증가 등 이미 직접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Sciencetimes
코로나 사태로 자연 찾는 사람 줄더니 검색량 '뚝'…
디지털 숲에서 자연 위기 신호 찾는다
생태계 분석에 문화 행동 데이터 활용하는 과학자들
생물다양성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으로 종간의 다양성, 종 내의 다양성을 모두 포포괄한다. 과학자들은 위키피디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생물다양성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생태 보고인 국립공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리카르도 코레이라 핀란드 헬싱키대 지질및지리학과 연구원은 2016년 1월~2020년 7월 구글에서 전 세계 2411개 국립공원의 검색량 변화를 추적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지난해 3월 초 검색량은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국제학술지 ‘생물보존’ 2월 19일자에 실린 이 연구는 이 연구는 문화(culture)와 유전체학(genomics)을 합친 ‘컬처로믹스(culturomics)’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컬처로믹스는 수많은 유전자를 해독해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 듯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언어, 사회, 역사, 문화 등을 분석하는 분야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을 찾고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생태학 분야에서도 컬처로믹스 연구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SNS에서 생태위기 신호 감지
컬처로믹스는 2011년 미국 수학자 에레즈 에이든이 구글이 디지털화한 책 500만 권에서 시기별 특정 단어의 빈도를 조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제임스 파울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정치과학과 교수는 2010년 미 중간선거 기간 중 미국의 페이스북 사용자 약 6100만 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 독려 메시지를 받았을 때 실제 투표율이 올라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서양화 2만9000여 점을 대상으로 시대별로 특정 색이 나타난 빈도를 계산한 결과 종교화 위주이던 중세시대 작품은 특정 염료와 한정된 기법만 사용해 다른 시대보다 색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했다.
컬처로믹스의 접근법은 최근 들어 생물종다양성, 자연보전정책 등 생태학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도윤호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2014~2016년 국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지리산국립공원, 전남 순천시 순천만, 경남 창년군 우포늪 등 3개 지역을 방문한 뒤 올린 사진 총 1604장을 대상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분석해 자연경관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2019년 국제학술지 ‘에코시스템 서비스’에 발표했다.
표정에 따라 8개 감정(놀람, 슬픔, 무표정, 행복, 공포, 혐오, 경멸, 분노)을 분류하고 점수를 매긴 결과 3개 지역 모두 행복이 1위를 차지했다. 공포, 혐오,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은 전체 점수의 5% 미만이었다. 도 교수는 “생태계의 심미적 가치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처음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컬처로믹스가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 문화의 행동을 파악하듯 생태학에서는 다양한 생태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고 했다.
○ 멸종위기종 찾고 생물다양성 위기 가늠
멸종위기종을 찾는 데도 컬처로믹스 생태학이 활용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15~2020년 5년간 위키피디아 페이지뷰를 이용해 국가별, 생물 종별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도를 측정하는 지수(SAI·Species Awareness Index)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보전 생물학’ 2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동물 4만1197종에 대해 중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총 10개 언어로 된 위키피디아 페이지뷰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SAI 변화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일본은 다양한 생물종 중에서도 포유류와 새의 SAI가 모두 1.5로 조사돼 다른 나라보다 새의 멸종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 교수는 "전통적인 생태 연구는 현장에서 직접 조사해야 하는 만큼 자료 수집이나 시간에 제약이 있다"며 "컬처로믹스를 생태학에 접목하면 지리적 한계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Sciencetimes
공룡 멸종할 때, 식물은 어땠을까?
6천 6백만년 전 북아메리카 남쪽과 남아메리카 위쪽 사이에 작은 도시 크기의 소행성이 충돌했습니다. 충돌 부근에는 직경 약 185km, 깊이 약 20km에 달한 '칙술루브 푸에르토'라는 이름의 크레이터가 남았는데요. 이 사건으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영영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칙술루브 충돌구.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공룡이 멸종하던 당시 식물들은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까요?
리셋되다
펜실배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연구진은 파타고니아의 나뭇잎 화석을 분석해 당시 식물은 큰 타격을 입고 함께 멸종했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해당 연구는 에 게재됐는데요.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박사 과정 엘레나 스틸스(Elena Stiles)는 “모든 대량 멸종 사건은 리셋 버튼과 같고, 리셋 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어떤 유기체들이 살아남았고 그들이 생물권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생물 다양성은 6천 6백만년 전 마지막으로 대규모 리셋된 생물들과 관련 있다”고 말합니다.
연구진들은 아르헨티나 남부에 있는 Lefipan 층의 절벽옆면에서 화석을 수집하고 있다. 절벽 중간에 찍힌 과학자들은 백악기 말기 층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그 위에 절벽에서 튀어나온 사암으로 된 바위는 고제3기의 시작을 나타낸다. 출처: University of Pennsylvania/ PETER WILF
연구진은 백악기(Cretaceous)의 대량멸종에서 살아남아 고제3기(Paleogene)에 이르기 까지 얼마나 많은 종이 살아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의 두 장소에서 3,500개의 잎 화석을 모아 조사했습니다. 비록 이 지역의 식물은 잘 살아가고 있었지만 과학자들은 파타고니아에서 92%에 달하는 놀라운 수준의 멸종률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 이 지역에서 발생했을 멸종률을 추정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였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지구과학과 교수이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인 피터 윌프(Peter Wilf)는 “남반구가 북반구보다 백악기-고제3기 대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에서 더 쉽게 벗어났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우리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생각한 식물과 동물 집단을 계속 찾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는데요. 이어 “우리는 파타고니아가 피난처라는 것을 기대하며 이 연구를 진행했고, 대신 우리는 멸종과 회복의 복잡한 이야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반구에서 식물화석 찾기
백악기-고제3기(K-Pg)경계로 잘 알려진 지역이 많이 존재하는 미국 서부와는 달리, 남반구에서는 이 시기의 화석 기록은 빠르게 변화했던 고대 환경 때문에 전역에 걸쳐 조각 나 있었는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남반구에서 알려진 백악기-고제3기 경계는 대부분 해양입니다. 이에 육지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기 위해선 육지에 있는 기록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가능한한 K-Pg 경계에 접근하려고 노력했고 추부트 주(Chubut province)의 작은 지역에 도달했습니다. 연구진은 K-Pg 경계 직전에 식물군을 발견했는데, 마스트리히트(Maastrichtian)시기와 K-Pg 경계 직후 데인(Danian)시기에 모두 존재했습니다.
지질연대. 출처: The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연구팀이 확보한 식물 화석 집합체는 남반구에서 백악기 말기에서부터 고제3기 초기에 이르는 식물군 화석 중 가장 완벽한 수집품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은 식물 화석 집합체에서 백악기와 고제3기에 모두 성장한 식물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종 수준에서의 일치점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해당 지역의 이전 꽃가루나, 초식 곤충 연구와 그리고 북미의 화석 기록과 비교했습니다.
엘레나 스틸스는 “우리가 K-Pg 경계에 나뭇잎 화석의 종을 고려할 때 우리가 얻는 92%의 멸종 추정치는 최대치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어 “북미에서 볼 수 있는 60%의 멸종률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높은 멸종 수준을 발견하고 놀랐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식물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종 수준에서의 높은 멸종을 관찰했다”고 말합니다. 이어 생태계 회복은 수백만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물론 이는 지구의 45억년 역사의 일부입니다.
과학자들은 살아남은 종의 쌍을 확인하기 위해 3,500개 이상의 화석을 모두 조사했는데 이 화석들은 모두 K-Pg 경계에서 자라난 식물들이었다. 왼쪽에 있는 두 개의 화석은 백악기 화석이고 오른쪽 두 개는 고제3기의 잎 화석이다. 출처: University of Pennsylvania/ ELENA STILES
엘레나 스틸스는 또한 백악기에서 고제3기까지 잎 모양의 변화를 식별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공간 분석법(morphospace analysis)을 진행했는데요. 잎 모양의 변화는 어느정도, K-Pg 경계의 환경 및 기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잎의 모양, 크기, 엽맥 패턴 등을 포함해 거의 50가지 특성을 조사했습니다.
그 분석은 고제3기의 잎 형태들이 더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이는 백악기 말기에 높은 수준의 종 멸종과 개체 수의 감소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연구진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일반적으로 더 추운 환경에서 발견되는 잎 모양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걸 발견했는데요. 이는 백악기 말 멸종 사건 이후 기후상 냉각이 일어났다는 걸 암시했습니다. 즉, 연구 결과 백악기 말 있었던 높은 수준의 종 멸종에도 불구하고 남아메리카의 식물은 대부분 살아남았고 고제 3기 동안 더 다양해졌음을 시사합니다.
이때 살아남은 식물로는 월계수 잎, 아보카도 등이 속하는 '놋나무과(laurel family)'와 산딸기(raspberries)와 딸기 같은 과일등을 포함하는 '장미과(rose family)'가 있습니다. 엘레나 스틸스는 “식물들은 지질학 역사 상 큰 사건들에서 종종 간과되곤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 식물은 지구 상의 풍경에서 제1차 생산자로서 지구 상의 모든 다른 생명체들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식물 화석 기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식물 화석은 우리에게 어떻게 그 지형이 변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떻게 다른 유기체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말해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고자료##
Stiles, Elena, et al. "Cretaceous–Paleogene plant extinction and recovery in Patagonia." Paleobiology 46.4 (2020): 445-469.
함예솔 이웃집과학자(http://www.astronomer.rocks)
‘프라다 입고 유산 상속’...6조원 펫코노미 4가지 트렌드
“반려동물,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길러”
펫코노미 성장 이끄는 4가지 트렌드
그래픽=전어진 기자
개·고양이 등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다. 1~2인 가구 증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저출생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계속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반려동물 가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전 세계 공통적으로 반려동물 입양이 늘어났고 미국에서는 ‘팬데믹 퍼피’, ‘팬데믹 펫’ 등의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펫코노미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육아 용품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3753억원에서 2027년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산업의 트렌드와 주목할 기업들을 살펴봤다.
펫 케어 기능을 탑재한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왼쪽)과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 /삼성전자 제공
그래픽=전어진 기자
펫테크 AI로 반려견 감정 읽고 앱으로 위치 추적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펫테크(pet-tech) 바람이 불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펫테크 제품은 훈련용 도구, 건강 관리와 추적 용품, 자동화 용품, 장난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분류된다. 2021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 2021)에서도 펫테크 분야 신기술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의 스타트업 너울정보는 반려견의 음성을 이용한 AI 감정 인식기 ‘펫펄스(PetPuls)’로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펫펄스는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로, 반려견의 음성을 분석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반려견의 기분이 어떤지 감정 상태를 알려주고 신체 상태와 활동을 기록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반려견의 음성을 크기별··종류별로 구분해 수집하고 빅데이터화해 AI 딥러닝을 통해 분석한다. 이렇게 도출된 음성 인식 알고리즘이 ‘안정’, ‘행복’, ‘불안’, ‘분노’, ‘슬픔’ 등 다섯 가지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집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스마트도어 ‘마이큐(MyQ) 펫포털’은 스마트 홈 부문에서 CES 2021 최고의 혁신상을 받았다. 마이큐 펫포털을 이용하면 내·외부 카메라, 양방향 오디오, 블루투스 기술 등을 통해 스마트폰 앱에서 반려동물의 행동을 라이브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위성항법장치(GPS) 추적과 지오펜스(가상 울타리) 격리 기술을 통해 반려견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왜그즈 프리덤(Wagz Freedom)의 스마트 개목걸이도 화제를 모았다. 청각··초음파··진동 보정 기술을 이용해 반려견이 스마트폰 앱으로 설정된 지오펜스 구역 내에 머물게 할 수 있다.
펫테크 시장은 2025년 200억 달러(약 22조6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펫테크 시장이 커지자 가전업계도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펫 케어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21에서 펫 케어 기능이 탑재된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인텔의 AI 솔루션 반도체를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 청소기로 AI 솔루션과 카메라, 라이다 센서, 3D 센서가 장애물을 판별해 반려동물을 피해 청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인 ‘스마트싱스 펫(SmartThings Pet)’ 서비스도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펫은 제트봇 AI와 연동돼 밖에서도 원격으로 반려동물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릴 우려를 덜어준다. 갤럭시 스마트태그는 갤럭시 기기 외에 반려동물이나 열쇠 등 통신 기능이 없는 것들에 부착해 위치를 간편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액세서리다. 스마트싱스 앱의 ‘스마트싱스 파인드’ 서비스를 통해 기기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반려견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해 두면 반려견과 거리가 멀어져도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공기 중 반려동물의 털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극세 필터와 대소변 냄새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주는 탈취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 ‘펫케어’ 모델도 출시했다.
LG전자도 반려동물 가구를 겨냥해 세탁기와 건조기에 펫케어 기능을 탑재한 ‘LG 트롬 스팀펫 세탁기·건조기’를 출시했다. 2019년 7월 출시한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펫’은 기존 제품 대비 더 강력해진 탈취 성능과 털··먼지 제거 성능으로 호응을 얻었다. 2020년 팔린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중 4대 중 1대는 펫 케어 제품으로 알려졌다.
펫 푸드 프리미엄·휴먼그레이드가 대세
동원F&B의 펫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 제품 /동원F&B 제공
펫 푸드 시장에서는 반려동물을 인간과 같이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프리미엄 사료가 각광받고 있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천연·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자연식 사료, 사람이 먹어도 될 만한 품질의 재료와 공정을 활용한 휴먼그레이드 사료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원F&B ‘뉴트리플랜’, 하림펫푸드 ‘더리얼’, 한국야쿠르트 ‘잇츠온펫츠’, KGC인삼공사 ‘지니펫’ 등 식품 기업들이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 푸드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휴먼그레이드 사료를 원하는 반려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프리미엄 사료에 집중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이 자사의 시그니처 재료를 사료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KGC인삼공사는 6년근 홍삼, 동원F&B는 참치, 하림은 닭고기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재료만 휴먼그레이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공정과 설비까지 일반 식품 수준으로 구축하고 제과 업체에서 사용하는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수입산의 견고한 벽을 아직 뛰어넘지 못한 상태다. 프리미엄 사료의 수입산 비율은 여전히 70%에 달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로 눈을 돌린 기업도 있다. 동원F&B는 2020년 5월 펫 전문 온라인몰 ‘츄츄닷컴’을 열었다. 동원F&B는 츄츄닷컴에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사료와 간식부터 장난감, 이··미용품 등 다양한 펫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길 원하는 제품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정기 배송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로 개척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 등을 바탕으로 동원F&B의 펫 푸드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3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동원F&B가 펫 전문 몰을 오픈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율은 2005년 1.2%에 불과했지만 2019년 20.5%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이커머스 비율이 3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반려동물 용품의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1위인 ‘츄이(Chewy)’다. 츄이는 사료·간식·의류·장난감·비타민 등 반려동물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면서 반려동물 카테고리에서 아마존보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반려동물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츄이는 ‘오토십(Autoship)’이라는 정기 배송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8년부터는 반려동물 헬스 케어 시장에 진출해 처방약 비즈니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펫 리빙 개들은 프라다를 입는다…50만원짜리 목줄도
프라다의 반려동물 가방(왼쪽)과 루이비통의 도그 캐리어(반려동물 이동 가방) /프라다 코리아·루이비통 코리아 제공이미지 크게보기
가구·인테리어업계도 반려동물 가구 공략에 나섰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기 최적화된 인테리어를 완성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펫테리어(펫+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퍼시스그룹의 생활 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2019년 11월 펫 가구 시리즈인 ‘캐스터네츠’를 론칭하고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책장 캣타워, 계단형 숨숨집, 데스크스텝, 해먹 소파테이블, 펫소파 테이블 등을 선보였는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펫콕족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의 캐스터네츠의 매출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3개월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
고가의 펫 관련 용품도 코로나19 이후 더 잘 팔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펫 컬렉션의 2020년 1~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들은 샴푸 4만5000원(250mL), 해충 접근 방지 로션 5만7000원(50mL), 데오도란트 2만5000원(150mL) 등 고가임에도 반려동물의 민감한 피부에 자극이 적은 자연 유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매년 완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명품업계도 펫 의류를 비롯해 반려동물 용품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이 새로운 고객이 된 것이다. 루이비통은 360만원대 도그 캐리어를 판매하고 있고 프라다는 2020년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반려동물 패딩 조끼와 재킷·레인 코트를 출시한 데 이어 50만원짜리 가죽 반려동물 목줄, 330만원에 달하는 가죽 이동 가방(캐리어), 31만원인 스카프 목줄 등 다양한 펫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펫 금융 자식 같은 반려동물에 유산 상속까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금융사들도 펫 보험, 펫 신탁, 펫 카드 등 다양한 금융·보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 질병 발생 빈도가 높아져 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KB금융은 KB펫코노미 적금·KB국민 펫코노미 카드·KB펫코노미 신탁 등의 ‘KB펫코노미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동물병원이나 장례 업체 등 이용 시 펫코노미 카드를 사용하면 30% 청구 할인해 준다.
하나은행은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목돈 마련 금융 상품인 ‘펫사랑 적금’을 출시했다. 월 5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기본금리 연 1.0%에 펫사랑 서약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0.5%까지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위드펫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 치료비 목적인 경우 중도 해지하더라도 기본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상해··질병 치료비 보장 상품과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다양한 펫 보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펫 신탁을 통해서는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처럼 반려동물 앞으로도 재산을 남길 수 있다.
펫 신탁은 반려인이 사망·질병 등으로 반려동물을 더 이상 돌보지 못할 경우 새로운 반려인에게 양육에 필요한 자금(현금·수표·부동산 등)을 설정하는 신탁 계약이다. 한국은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1% 미만으로 저조한 편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에 따라 펫 금융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사람, 반려동물에 전파… ‘거리두기’ 철저히
코로나 시대, 반려동물 관리 어떻게하나
반려동물 유래의 코로나19의 인체감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 아플 때 행동 양식에 반려동물과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면 실제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모두 인체감염에서 유래한 역인수공통감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5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처럼 권고했다.
9일 ‘코로나19 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를 주제로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 열렸다. Ⓒ포럼 유튜브 영상 캡처
코로나19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송 교수는 “반려동물은 실험적 조건에서 뚜렷하게 병원성이 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서 실험적 조건이란 현실 세계에서는 감염시킬 수 없는 굉장히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직접 비강에 불어넣고 입에 넣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감염 발생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반려견이 52건, 반려묘가 70건 정도다. 우리나라 감염 사례는 3월 8일 기준으로 7건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역인수 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 설령 반려동물이 감염되었더라도 그것이 다시 사람에게로 넘어온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송 교수는 “미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만 명일 당시, 반려동물 감염은 다섯 마리 정도였다. 미국 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를 63%로 봤을 때 확진자 500만 명 중 353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5마리 감염이라면 발생 확률은 70만 분의 1 정도인 셈”이라며 “이런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현재 반려동물 감염 사례들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가 ‘반려동물과 코로나19’를 주제로 발표했다. Ⓒ포럼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 동물과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된 밍크의 경우도 송 교수는 “산업적으로 대량사육하는 밍크농장에서 감염이 일어났고 거기서 일하는 인부들이 지역사회로 전파를 시켰다”며 “역학적으로 반려동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밍크의 사례를 빗대어서 반려동물로 넘어간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에게로 전파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전파… 동물과 거리두기도 철저히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의 장벽을 뛰어넘는데 탁월하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보통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종이 다르면 잘 감염이 되지 않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매개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로 넘어왔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이렇게 종을 뛰어넘어 다른 종에게 감염된 사례가 매우 일반적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나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패렛 등은 감수성(어떤 질병에 쉽게 걸리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감염이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에 매우 친숙한 숙주라 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개와 고양이의 감수성에 대해 송 교수는 고양이가 더 민감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고용량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투입해 실험적으로 감염시켰을 경우 개는 임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양이는 임상 증상도 나오고 동거 사육을 하는 고양이에게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또 어미 고양이보다 새끼 고양이가 더 민감하게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나, 감염증상이 나타날 때는 동물과의 거리두기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는 굉장히 복잡하고 동물끼리의 재조합도 잘 일어나며 돌연변이도 쉽다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송 교수는 “이렇게 대규모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돌연변이 발생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혹시나 반려동물이 굉장히 잘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로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만 걱정하는데, 코로나19처럼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전염되는 경우에도 주목해야 한다”라며 “지금으로써는 내가 감염의 가능성이 있을 때나 혹은 감염 증상이 있을 때 반려동물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코로나19 감염이 반려동물에게로 확산하지 않도록 지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
강원·경기 등 25개 지자체, ‘스마트 그린도시’ 비전 선포
환경부, ‘스마트 그린도시’ 비전 선포식 열어
한정애 장관 “기후위기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삶의 공간부터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3월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열린 스마트그린 도시 비전 선포 및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부가 강원·경기 등 지역 지자체 25곳과 ‘스마트 그린도시’ 협약을 체결하고, 탄소중립 이행에 앞장서겠다고 선포했다. 환경부는 3월30일 오후 화성시 모두누림문화센터 누리아트홀에서 스마트 그린도시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다.
‘스마트 그린도시’는 정부의 그린뉴딜 과제 중 ‘도시의 녹색 생태계 회복’을 위한 대표 사업이다. 마을 규모에서 기후‧환경 여건을 진단하고 기후, 물, 대기, 자원순환 등 다양한 환경 분야 사업들을 진행해 친환경 공간을 구축한다. 지역이 중심이 돼 사업을 구상‧시행하면, 중앙정부가 정책‧재정 지원을 한다.
25개 대상지는 △강원도(외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강원 강릉시 △경기 부천시 △경기 성남시 △경기 안성시 △경기 안양시 △경기 양주시 △경기 평택시 △경기 화성시 △경남 김해시 △경남 밀양시 △경북 상주시 △경북 포항시 △광주 동구 △부산 사하구 △인천 서구 △전남 강진군 △전남 순천시 △전남 장흥군 △전남 해남군 △전북 장수군 △전북 전주시 △제주특별자치도 △충북 진천군 △충남 공주시다.
환경부와 25개 지자체는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통한 실질적 성과 도출 △적극적 정보 공유와 홍보를 통한 성과 확산 △지역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이행 촉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법적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선포식이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는 좋은 협업사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삶의 공간부터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환경부도 스마트 그린도시가 단기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출발점이 돼 전 국토에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신문 김규희 기자 gyu@womennews.co.kr
우리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 1만 4507종…목록집 발간
해양수산부는 국내에 서식하는 해양수산생물 1만 4507종의 정보를 담은 '2021년 국가 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을 1일 발간했다. 국내 연구팀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극피동물인 굽은애기불가사리(Henricia epiphysialis Ubagan·사진) 등 172종은 새로운 생물로 등록됐다. 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는 국내에 서식하는 해양수산생물 1만 4507종의 정보를 담은 '2021년 국가 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을 1일 발간했다. 올해 목록집에는 정부가 분류군별로 실물을 보존하고 있는 8660종을 포함해 모두 1만 4507종에 대한 학명과 국명을 수록했다.
생물 종별로는 해양무척추동물이 5815종으로 전체의 40.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해양 미생물 3005종(20.7%), 해양 원생생물 2990종(20.6%), 해양 척추동물 1458종(10.0%), 해양식물 1071종(7.4%), 담수생물 168종(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목록집에는 새로운 생물 172종과 새 국명을 얻은 31종에 대한 정보도 실렸다.
국내 연구팀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극피동물인 굽은애기불가사리(Henricia epiphysialis Ubagan) 등 172종은 새로운 생물로 등록됐다. 극피동물이란 가시가 있는 외피를 가진 바다생물이다.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정부가 진행한 '국민 선호도 국명 조사'를 통해 새로운 이름을 얻은 31종도 목록집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수수께끼괴물노벌레(Monstrillopsis paradoxa)가 대표적이다. 목록집은 분류군에 따라 모두 6권으로 나눠 발간됐다.
정부는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해양생물과 관련 있는 전국 50개 기관에 목록집을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양생명자원통합정보시스템(www.mbris.kr)에도 공개해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곡물값 오르는데 경작 찔끔 늘어…지구촌 ‘미국발 식량위기’ 우려
농림부 올해 경작 계획 조사 결과, 옥수수·콩 경작지 예상보다 한참 적어
농지값 급등으로 영세농 어려움…곡물값 더 오르면 제3세계 기아 우려
미국 노스다코타주 캐링턴의 한 농민이 제대로 여물지 못한 콩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도 올해 미국의 옥수수·콩 재배가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조사돼, ‘미국발 식량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링턴/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도 올해 미국 농민들의 곡물 경작 계획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에 대한 의문과 함께 ‘미국발 식량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농림부는 31일 발표한 올해 농작물 경작 계획 조사 보고서에서 옥수수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0.3% 증가한 9114만에이커(3688만㏊)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분석가들이 예상한 9320만에이커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콩 재배 면적도 분석가들의 예상치(8999만에이커)보다 적은 8760만에이커(3545만㏊)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고 농림부가 밝혔다.
두 작물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거래되는 농산물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이며, 콩의 경우 브라질에 이은 2위 수출국이다. 이 때문에 곡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옥수수와 콩의 선물 가격은 이날 농림부 발표 이후 하루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농림부가 함께 발표한 농산물 재고 현황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3월1일 기준, 미국의 콩 재고는 한해 전보다 40% 감소한 15억6400만부셸(615억t)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사이 최저치이다. 옥수수의 재고도 7년 만에 최저인 77억부셸(3030억t)로 나타났다.
국제 농산물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해 봄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급등해 지난 2월 기준으로 한해 전보다 26.5%나 올랐다. 특히, 국제 옥수수 가격은 7년6개월 사이 최고치, 콩 가격은 6년6개월 사이 최고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농림부의 올해 경작 계획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상품 중개 업체 ‘에이/시(A/C) 트레이딩’의 짐 걸라크 사장은 “이 정도의 콩 경작 면적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어디서든 경작지를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컨설팅 업체 ‘에이이에스’(AES)의 릴 랩 대표는 “지난 2년 동안은 날씨 여파로 경작지가 줄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그래서 예상치에 크게 미달하는 경작 계획은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저조한 농업 생산 예상치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이 치솟는 농지 가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의 농지 가격이 지난해 6% 이상 올랐고, 최근에는 과거 최고치였던 2014년 수준에서 땅이 거래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농지 가격 상승은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새로운 수익을 찾는 자본이 농지로 몰리고, 농산물 가격 상승에 힘입어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때문에 농사지을 땅을 빌리거나 사지 못해 애를 태우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네소타주의 농민인 조던 고블리시는 “그동안 빌려 쓰던 땅의 주인이 올해는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경작지가 절반으로 줄어들 상황”이라며 “백방으로 농지를 알아보지만 현재 땅 시세로는 수지를 맞출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3세계의 농업 상황은 더 나쁘다. 식량농업기구는 최근 내놓은 ‘재해의 영향과 농업·식량안보 위기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재해가 일상화하고 코로나19 대확산 사태로 식품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저개발국의 식량 상황이 아주 나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농업 관련 재해로 라틴아메리카가 입은 피해는 인구 1인당 하루 975k㎈, 곧 하루 권장 섭취량의 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는 1인당 하루 559k㎈, 아시아는 1인당 하루 283k㎈에 해당하는 농산물이 재해로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은 저소득 국가의 기아 위험을 더욱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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