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진들- 박용주(중학생)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엇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 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그날>_정민경(18세)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정치는 짧고 예술은 길다"…친일문인 서정주 전집 내는 이유
서정주 전집 20권 완간
이남호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정치적,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큰 문학세계가 전집으로 기려질 가치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당처럼 한국어로 넓고 다양한 세계와 지극한 마음을 보여준 경우가 한국문학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당이 '화사집'을 출간하고 돌아가셨다면 '애비는 종이었다' 이 문장만으로 최고의 민중시인이 되어 대한민국의 문학사속에서 큰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한국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유산이 있는 게 천배 만배 낫다 생각한다. 많은 시인들이 시집 1~2권으로 유명하지만 '화사집'과 '귀촉도'도 큰 별이고 산문집도 큰 별이었다. 미당은 별 하나가 아닌 안드로메다같은 큰 성운"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위나 독재정권 당시 권력자를 위해 시를 쓴 것 등에 대해서는 "훌륭함 속에는 인간적인 약점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잔디밭이 있는데 한뼘만한 잔디에 잡초 2포기 있는 것과 잠실 운동장만한 잔디에 잡초가 10~15포기 있는 것과는 다르다. 큰 잔디밭에 잡초 서너 포기 있다고 잔디를 다 뒤집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문학이 어떤 사람의 삶과 100% 분리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굉장히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나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는디
탕, 탕, 탕, 난데없이
오그라든 몸이 냅다
YMCA 뒷골목으로 뛰었는디
전일빌딩 쪽으로
헬리꼽따가 날아갔당께
보고도 믿기지 않는디
아무헌티도 말 안 했제,
못 했제
잊어뿔자 잘못 본 것이여
잘못 들은 것이랑께 저 소리!
총알이 정수리를 향하던 꿈을
자주 꿨어라우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는디
헛것 같은 세월이
시방……37년이락 했소?
고영서(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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