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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괜찮은 詩

장마

by 이성근 2024. 7. 21.

장마 / 최옥

 

앙드레 콘 :러시아 출신 화가

 

 

장마 / 최옥

 

일 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 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 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에드바르 뭉크 : 키스 1892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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