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주간경향 -4.29 경향
이런 ‘대통령’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428 미디어오늘
"터질 게 터졌다"... 부실 재벌, 97년 외환위기 수준 429 오마이뉴스
KBS·MBC 어버이연합 보도량, JTBC 51분의1 429 미디어오늘
해독불가 대통령 발언,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428미디어오늘
박근혜 51.6% 득표율 조작 음모론, 검찰 수사 결과는? 429 미디어오늘
현대중공업, 조선 계열사 임원 25% 감축 428경향
억대 연봉자들 모여 “6800만원 이상 임금인상 자제” 428미디어오늘
조선업계 작년 1만5000여 명 떠났다 422 프레시안
9급 공무원 연금, 30년 후 134만원…5급과 43만원 차이 429 머니투데이
침몰하는 부산영화제…책임지지 않는 부산시429 노컷뉴스
준비 못한 BIFF, 올해 개최 불투명 429 국제
검소한 '박정희 밥상'? '시바스 리갈'은 어디 갔나 428오마이뉴스
[주장] '과'는 감춘 채 박정희 전 대통령 치적만... 구미시의 '찬가'가 불편한 이유
학계 경고 무시한 졸속행정…‘국보’가 사라져간다 428경향
과장된 위기설…박근혜 정부발 북한 보도 오류 세 가지 429한겨레
국정원, 보수단체 컨트롤타워였다 425한겨레
정대협 "종북 재갈 물리려다 딱 걸린 청와대" 425경향
청와대 어버이연합 의혹에 침묵, 시사저널 죽이기 융단폭격 425 미디어오늘
“어버이연합 그러지 마세요”…‘후레자식연대’가 웁니다 426 한겨레
언론이 그들을 괴물로 키웠다
흑인·바보·돼지 없인 개그가 안 되나요? 426 시사인
지진-번개-화재-아버지 순으로 무섭다” 425 시사저널
필리핀해판이 아소화산까지 깨울까 425 한겨레21
조선업 몰락]산업문제와 노동문제 동시에 풀어야 한다 5.3 주간경향
429중앙-한국
429한겨레-내일
429 기호-428한국
428한겨레-중앙
428민중의 소리-미디어오늘
428 내일-기호
428 금강-국민
4.28 경향-강원도민
427한국-한겨레
427중앙-민중의 소리
427 내일-금강
427국민-경향
427강원도민-426한국
4.26 한겨레-중앙
426민중의 소리-내일
426금강-국민
26경향-강원도민
425한국-한겨레
425중앙-민중의 소리
425 내일-금강
4.25국민-경향
424미디어오늘-국민
4.25~29 경향 장도리
이런 ‘대통령’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428 미디어오늘
[김종철 칼럼] 후안무치한 책임 전가, 대통령 자리를 ‘한풀이’ 무대쯤으로 여기나
새누리당에 참패를 안겨줌으로써 박근혜 정권을 ‘데드덕(죽은 오리)’ 상태로 몰아넣은 4·13 총선은 ‘선거혁명’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사건이었다. 독선, 오만, 불통, 무능, 무책임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수식어를 달고 살던 박근혜는 민심이 내린 준엄한 심판의 의미를 깨닫고 신속히 사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선거 이튿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청와대 대변인 정연국이 기자들이 모여 있는 춘추관에 나타나 단 두 문장짜리 논평을 내놓았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뜬 구름 잡는 듯한 그 논평이 박근혜의 ‘승락’ 없이 나왔을 리는 없기에 조선·중앙·동아일보 같은 권력언론조차 민심을 읽지 못하는 그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박근혜는 총선 13일 뒤인 26일에야 청와대에서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말 폭탄’을 쏟아냈다. 취임 이래 한 해에 한두 번의 기자회견을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던 박근혜로서는 파격적인 행사를 가진 셈이었다. 그런데 그가 소낙비처럼 퍼부은 ‘말의 홍수’는 20대 총선의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종래의 독선과 자기도취를 되풀이하는 공허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간담회 들머리에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의 협력, 그리고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가 2시간 20분 동안의 간담회에서 언론인들의 질문에 답변한 A4용지 24장 분량의 ‘장광설’은 그런 다짐과는 정반대였다. 박근혜의 가장 심각한 착각 또는 자기 합리화를 단적으로 입증한 발언은 여소야대라는 총선 결과의 원인을 국회 탓으로 돌린 것이었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국민과 국가에 대해서 무한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체제가 대통령중심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지난 시절을 보면 대통령중심제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특히 국회와의 관계에서 보면 되는 것도 없고 또 이건 좀 해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겠다 호소도 하고 국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초청해서 말씀도 나눠보고 그래도 뭔가 되는 게 없이 쭉 지내왔기 때문에 그런 데하고 관계없는 법으로 되어야 되는 것하고, 관계없는 그런 행정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서 그런 쪽으로 성장 동력을 확충한다든지 또 외국에 나가서 수주하는 일을 돕고 정상외교나 이런 것을 통해서 뭔가 교류를 확대해서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든지 그런 쪽으로 계속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는 이렇게 주장하면서 “국민들이 볼 적에도 이게 국회가 양당체제로 되어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정말 무슨 식물국회라고 보도에도 봤지만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책임 전가(轉嫁)이다. 박근혜가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국회 통과를 강행하려던 ‘노동 4법’은 노동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경영자들이 독점하도록 하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테러방지법은 모든 국민을 권력의 감시와 통제에 예속시키는 위헌적 법률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장이 국회의장을 찾아가서 말이 ‘권유’이지 강압을 통해 직권상정을 ‘관철’하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권의 입법권 침해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박근혜는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3당인 국민의당이 161석이라는 압도적 우세에 힘입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그것도 ‘민의’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박근혜가 이번 ‘총선 민의’를 존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은 간담회의 발언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 국사교과서 국정화, 파탄 상태에 빠진 경제, 대선공약으로 내걸고도 지키지 않은 연금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런 저런 다양한 분석이 있다”는 말로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국가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할 내각을 개편하거나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을 했다. 결국 박근혜는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의 귀와입을 통해 자신의 실정과 악정에 대한 변명을 주권자들에게 전하는 ‘이벤트’를 한 셈이다. ‘내일’이 없이 오늘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이들, 갈수록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리는 대다수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과 대책에 관해서는 책임있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박근혜는 오찬간담회에서 총선 시기에 극한 대립을 벌인 ‘진박’과 ‘반박’에 관해 ‘오불관언(나는 모르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자신이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선거 때 마케팅으로 자신들이 그냥 만들어 갖고 친박이라 했다가 탈박이라고 그랬다가 짤박이라고 그랬다가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내면서 한 것”이란다. 박근혜가 음양으로 그런 편 가르기를 하고 ‘반박’의 대표적 인물인 유승민을 새누리당에서 추방한 일을 아예 잊었다는 뜻인가? 그는 대구에서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유승민의 복당에 관해 실질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스스로 새누리당의 ‘상왕’임을 인정한 셈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지옥’이라는 접두어가 따라 다닌다. ‘헬조선’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3월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에 관한 통계지수를 보면 한국은 ‘나쁜 종목’에서 ‘50관왕’에 올랐다.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가계부채, 남녀 임금 격차, 노인 빈곤율, 청소년 흡연율, 최저임금, 저임금 노동자 비율, 어린이 고통사고 사망률, 환경평가, 청소년 행복지수, 이혼 증가율, 국가채무 증가율, 실업률 증가폭, 독주 소비량, 정치적 비전 등등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2년 만에 나라가 ‘지옥’으로 변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 것이다.
박근혜는 간담회에서 파견근로법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해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는지,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고 탄식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하는 건 아닌데 하는 마음의 아픔이 많이 있다”고 읍소하듯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국가도 민족도 경제도 민주주의도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채 대통령 자리를 ‘한풀이’ 무대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일까?
이명박이 5년 동안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으로 국토와 국고를 분탕질한 뒤 국가 운영을 개선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킨 박근혜의 임기는 아직 22개월이나 남았다. 그런데 이번 오찬간담회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그가 독선과 오만, 무책임을 반성하고 대통령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야권이 그를 물러나게 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길 말고 주권자들을 ‘지옥’에서 구해낼 방책이 달리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야권이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하게 떠받들어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하기를 기대한다.
"터질 게 터졌다"... 부실 재벌, 97년 외환위기 수준 429 오마이뉴스
재벌과 유착 보수정권 8년 결과는 '구조조정'
말 그대로 올 것이 왔다. 기자가 최근에 만난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터져야 할 것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하는 구조조정 이야기다. 그는 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어차피 이쪽(조선,해운업 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문제는 이들만 있는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걱정은 단순한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산업 구조조정과 연관돼 있는 듯했다. 이미 중국에 넘어간 조선, 철강, 해운 이외에 전자, 화학, 반도체 등 최근 몇년새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고있는 분야에서 닥쳐올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대기업 중에서도 일부 상위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 대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이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왔던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4대 재벌 빼고, 중견 대기업 3곳중 1곳은 부실...재벌기업 부실 '외환위기 수준'
재벌의 연결기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추이ⓒ 고정미
사실 재벌 기업들의 부실은 그동안 금융권에선 널리 퍼져있었다. 최근 몇년사이 사실상 해체에 들어간 재벌도 꽤 있다. 동양그룹을 비롯해 에스티엑스(STX), 웅진그룹 등이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제개혁연구소의 재벌기업 부실징후 보고서를 보면 자산 5조 원이상 재벌 기업 48개 가운데 23개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이들 23개 그룹 가운데 10개 그룹은 이자보상배율도 1배에 미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이면, 자신들이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돈을 갚으려면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2014년말 기준으로 이들 10개 그룹은 현대를 비롯해 동부, 한진, 한국지엠(GM), 한솔, 한화, 한진중공업, 대성, 동국제강, 대림그룹 등이다. 좀 더 들여다볼 점은 대기업 부실기업의 수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 200%와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의 대기업은 지난 2007년에 2개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에 6개로 늘었고, 이후 2009년에 9개, 2010년 5개, 2011년 6개를 기록한 후 2012년부터 3년 연속 10개 대기업이 부실 상황에 놓여있다.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2012년이후 부실 그룹이 10개 정도"라며 "하지만 이들 10개 그룹에 이미 해체상태에 들어가 있는 동양, 웅진, STX, 대한전선그룹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4대 재벌(삼성, 현대차, LG, SK)을 빼고 나머지 중견 재벌그룹 가운데 3곳 중 1곳은 부실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대기업의 장기부실 상태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황이 2, 3년 지속될 경우 심각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수정권 8년여만에 재벌 기업 부실 가속화, 정부와 국책은행의 모럴 헤저드
한진중공업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고정미
2014년말 기준으로 동부그룹은 2007년부터 8년 동안, 한진은 2008년 이후 7년 동안 장기 부실상태에 놓여 있다. 현대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 역시 각각 4년 동안, 동국제강과 대성그룹도 지난 2012년 이후 3년 동안 부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재벌 기업 경제력 집중과 부실화 수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할 정도"라며 "지금같은 경제상황에서 이들 그룹들의 재무상태가 개선될 여지는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진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고정미
금호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고정미
이들 대기업의 심각한 부실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로 '주채무계열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민간자본의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산업, 우리은행)이 맡아온 것.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미 2010년부터 시중은행들은 일부 업종의 대기업 여신을 회수하는 등 발을 빼고 있었다"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부실 기업의 빚을 그대로 떠안고 왔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5년 주채무계열 41개그룹 선정 내용을 보면, 산업은행이 14개 그룹을 맡고있다. 14개 그룹 중에는 한진을 비롯해 동국제강, 동부, 대우조선해양, 현대, 한진중공업 등 부실징후가 뚜렷한 그룹들이 망라돼 있다. 우리은행이 맡은 16개 그룹에도 성동조선, 한라, 효성 등이 들어가있다.
박 교수는 "현재의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사실상 재벌과 정경유착한 정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을 허투루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채무계열제도라는 것으로 국책은행들이 사실상 퇴출돼야할 기업들에 막대한 돈을 넣고, 자신들의 관치금융의 창구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그동안 정부 스스로 부실화된 재벌을 감싸주다가, 국민 세금만 축내고 노동자들만 길거리로 내모는 꼴이 됐다"면서 "죽어가는 재벌살리기에 수조 원씩 넣는 것보다 그 돈을 실업급여, 직업재교육 등 실업대책과 사회안전망에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고정미
동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고정미
KBS·MBC 어버이연합 보도량, JTBC 51분의1 429 미디어오늘
“공영방송, 국민의 알권리 고의적으로 침해” 비판… “TV조선보다 편향” 문제제기도
KBS·MBC가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보도하지 않으며 극단적인 편향을 드러내고 있다. 공영방송이 논란을 은폐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상파3사와 종합편성채널4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지상파3사는 KBS 1건, MBC 1건, SBS 3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1건의 리포트마저 10초 수준의 단신이었다. 단신으로 ‘면피’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KBS와 MBC는 박근혜 대통령이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던 26일에서야 메인뉴스에서 어버이연합 이슈를 보도했다. 이 날은 박 대통령이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날이었다. 이날 KBS·MBC 보도는 검찰이 ‘어버이연합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오찬 회동 모습. 박근혜 대통령 왼쪽에는 정지환 KBS보도국장, 오른쪽에는 최기화 MBC보도국장이 앉았다.
ⓒ 연합뉴스
같은 기간 JTBC는 49건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공영방송을 압도했다. 미디어오늘이 28일자 방송7사 메인뉴스까지 확인한 결과 이날 관련보도를 한 곳 역시 JTBC가 2건으로 유일했다. 12일 간 방송6사 메인뉴스 총 보도량은 21건인데 반해 JTBC는 51건으로 방송6사의 2.5배 수준이었다. TV조선의 경우 11건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JTBC 다음으로 보도량이 많았다.
▲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JTBC 주요 보도현황. ⓒ민주언론시민연합
▲ 4월17일부터 11일간 7개 방송사의 메인뉴스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량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어버이연합이 누군가의 돈을 받았다는 단순한 수준의 사건이 아니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전경련이 묶여있는 거대한 여론조작사건이다”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TV조선이 명백한 정부편향 방송사임에도 사회의제를 덮어버리면 시청자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KBS와 MBC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종편은 정부에 불리해도 화제가 되는 내용을 외면하진 않지만 지상파는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종편 출범 당시 여론편향을 우려했던 지상파3사가 오늘날 종편보다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29일 <KBS·MBC의 ‘어버이연합’ 보도은폐,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나>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두 공영방송은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 철저하게 보도를 은폐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고의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8일 뉴스타파 보도화면.
KBS·MBC에서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주장하다 징계를 받은 기자·PD들이 주축이 된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28일 “KBS·MBC 등 주류언론은 정부여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일반적인 시민단체나 시민들의 목소리와 대척점에 서는 ‘보수’의 주장으로써 어버이연합의 집회나 시위를 활용해 왔다”며 “이른바 1대1, 기계적 균형보도를 한다며 사실은 보수여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론몰이나 물타기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보수 성향 주류언론이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인 셈이다.
새누리당 대표가 종북 숙주(?)…국정원 개혁 나서자 여당 맹공한 어버이연합 429경향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2013년 12월 여야가 국가정보원 개혁에 합의하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69)를 “종북의 숙주”라고 지칭하는 등 노골적인 비난성 집회를 집중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새누리당 당사와 국회 앞에서 “종북세력에 국정원 해체 칼자루 쥐어준 황우여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57)은 2013년 12월6일 오후 2시15분부터 33분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150여명, 엄마부대봉사단 50여명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과 함께 ‘국정원 해체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추 사무총장 사회로 열린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황 대표 사퇴와 국정원 강화를 촉구했다.
사흘 뒤인 12월9일에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 어버이연합 회원 120여명이 모여 ‘황우여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일에는 황 대표를 ‘종북의 가장 악질적 숙주’라고 지목한 뒤 “사퇴하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이때는 황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개혁 입법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직후였다.
당시 정치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이 불거진 뒤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정보기관 개혁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 등을 대상으로 정보활동을 할 때는 법률과 규정에 위반한 파견과 상시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었다.
연말에 예고된대로 국정원 개혁 입법 처리시한이 임박하자 추 사무총장은 다른 보수단체 대표와 함께 12월24일 오후 1시10분부터 40분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어버이연합 150여명, 경우회 120여명, 반핵반김국민회의 30여명 등과 함께 ‘국정원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간첩잡는 국정원의 손과 발을 다 자르려는 정치꾼들 강력히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게시됐다. 또 보수단체 회원들은 ‘종북 타도’ ‘RO 타도’ 등의 내용이 기재된 손팻말을 흔들었다. ‘종북척결’이라고 적힌 인공기를 현장에서 불태우기도 했다.
이어 12월30일에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국정원 개혁특위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12월31일에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대한민국과 국정원 지키기 문화제’를 개최했다. 표면상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표방했지만 모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집회였다. 현행법상 집회를 개최하려면 최소 이틀 전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행사에는 ‘국내외 위협을 방관하고 정부기관에 족쇄를 채우는 정치권은 즉각 합의안을 파기하고 정보기관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 ‘간첩 잡는 국정원의 손과 발을 다 자르려는 정치꾼들 강력히 규탄한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의 사진이 부착된 허수아비가 소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국정원 개혁법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해독불가 대통령 발언,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428미디어오늘
국회 때문에 못했는데 국민들 때문에 더 못하게 됐다? 동문서답에 유체이탈, 논점일탈에 주술구조도 안맞아
“우리가 민의가 나타나면 그것을 아주 엄중히 받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선거 때도 계속 모든 당들이 얘기한 것이 민생을 잘 챙기고 일자리 많이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 그렇게 하다가 그 축이 3당으로 됐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그것을 기억을 계속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바람을. 그런데 서로 원활하게 잘 협력해서 국민에게 말하자면 선물, 약속한 그런 부분으로 이루어지면 정당들도 국민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게 19대랑 변함없이 뭐 별로 변화 없이 그대로 그냥 이것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고 이렇게 간다고 하면 아마 민심의 속도도 굉장히 빨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정치를 하는 목적이 국민의 삶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한 것이 우리 모두의 공통목표라면 그 부분에 있어서 같이 잘 협력해서 이번 20대 국회는 정말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그런 것이 되도록 같이 노력해 보자 그런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박근혜 대통령의 26일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에서 나온 발언을 분석해 봤다.
15개의 질문이 있는데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답변한 게 없다. 즉석에서 한 답변이라고는 하지만 논리가 널을 뛰고 기본적인 주어-술어 구조조차 맞지 않은 문장이 대부분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먼저 주요 질문과 답변을 요약해 본다. 원문의 단어를 최대한 그대로 쓰되 해독불가한 일부 문장은 의미를 살려 ‘의역’했다.
Q1. 첫째, 집권당의 선거 패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 아닌가? 둘째, 새누리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A1.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국민들이 식물국회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만들어준 거다. 친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신념의 정치를 해야 한다.
Q2.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A2. 북한이 스스로 붕괴를 스스로 재촉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Q3. 첫째, 5월6일 공휴일 지정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 둘째, 공직자들 골프를 허용할 생각이 있나. 셋째, 김영란법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은 생각해 봤나.
A3. 첫째,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둘째,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셋째, 시행령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겠다.
Q4. 아직도 단순히 양당 체제 국회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연금문제, 메르스 문제, 세월호 문제, 다 실망했고 공천 때문에 더 실망한 거다. 3당 대표들 만나 대타협을 이룰 의향은 있나.
A4.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또 경제 살리겠다, 이런 게 주가 됐지 않나. 3당 대표는 만나도록 하겠다.
Q5. 연정적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각 총 사퇴 계획은 없나. 개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5. 안보 위기 때문에 내각 바꿀 상황 아니다. 개헌하면 경제를 어떻게 살리나. 연정보다 더 힘든 건 여당과 정부가 서로 안 맞는 거다. 그게 미흡했다는 게 이번 총선 결과라고 본다.
Q6. 일자리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은 있나.
A6. 그런 거 잘해보려고 대통령이 된 건데, 파견법이 자영업자 대책도 된다. 그런데 대통령 돼도 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저도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
Q7. 공교육 정상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A7. 제 임기 안에 되도록 하겠다.
Q8. 어버이연합을 어떻게 평가하나. 보고는 받았나.
A8. 좋고 나쁘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고.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
▲ 어버이연합 사무실 사무총장 자리 뒤에 붙은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태극기. 사진=이치열 기자
Q9. 세월호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건가.
A9.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더 들어갈 거다.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 국회에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10.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
A10. 동물국회였는데 식물국회가 됐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둘 중에 하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법을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Q11. 유승민 품을 계획 있나. 대선에 도전할 인물이 있다고 보나.
A11. 복당은 아직 안정이 안 됐기 때문에 안착이 난 뒤 판단할 문제다.
▲ 유승민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Q12. 한국판 양적완화가 공약이었는데. 의견이 어떤가. 법인세 인상 문제도 궁금하다.
A12.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세금 인상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Q13. 개성공단은 계속 중단할 건가. 국정교과서 폐지될 가능성은 없나.
A13. 국정교과서는 심각한 문제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Q14. 미세먼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A14.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이 좋은 날씨에 말이죠,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고 이게 정말 뭔가.
Q15. 위안부 문제 어떻게 풀 건가.
A15. 소녀상 철거는 언급도 안 된 문제다. 선동하면 안 된다. 후속조치를 계속 소통을 해가면서 빨리 하려고 한다.
▲ 사진=이치열 기자
두 시간에 걸친 간담회 끝에 건질 수 있는 말은 몇 안 된다.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만든 게 국민의 뜻이라고 답변한다. 대통령 잘못이 아니라 국회의 잘못, 특히 양당 체제의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공천 실패에 대해서는 친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고 답변했고 어버이연합에 대해 물으니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고 말하고 끝이다. 자영업이 힘들면 파견직으로 가라는 답변은 박 대통령이 왜 ‘말이 안통하네트’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 다시 실감하게 할 정도다. 질문을 우회하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박 대통령 특유의 화술이다.
특히 연금문제, 메르스 문제, 세월호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은 정말 번역기가 필요할 정도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런 시각, 저런 시각 다양한 분석이 있고, 또 이런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든지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분석을 저도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민의를 좀 잘 받들어서, 결국은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가 거의 없었어요.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또 경제 살리겠다, 그런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러니까 결국은 20대 국회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좀 민생 살리고 일자리 좀 많이 만들고 그렇게 해서 다 좀 협력을 해서 그렇게 우리 삶이 좀 나아지게 해 달라, 그러니까는 그 이야기가 주로 된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민의를 받드는 데 있어서 더 좀 민생 살리는 데에 집중을 하고 또 그 부분에 있어서 더욱 좀 국회하고 계속 협력을 해 나가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민의를 잘 받들어서”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갑자기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로 넘어가더니,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가 주가 됐다”면서 다시 민의를 받들어 “민생을 살리는데 집중하겠다”로 끝난다.
그러니까
1. 공무원 연금과 메르스, 세월호 등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곧바로
2. 선거 때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
3.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를 열심히 하겠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답변도 개정을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결국 “법 보다 중요한 것은 법을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데, 개정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은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정국이 돼서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할 수도 있으니 잘 협력을 해서 하자는 의미로 추론할 뿐이다.
“그래서 법이 어떻게 됐든 간에, 하여튼 여고 야고 간에 이것은 우리가 민의의 정당이라는 곳에 어렵게 어렵게 선거를 치러서 국민한테 모든 약속을 많이 하고 들어왔는데, 여기에서 당리당략으로 가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안보문제, 또 일자리 만들고 그러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든지 그것은 협력을 하고,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은 따질 것은 따지고, 이런 운용하는 마음이 오로지 애국심 갖고 국민한테 약속한 대로 그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 안 하느냐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답변도 애초에 질문조차 문제가 많았지만 동문서답이다.
질문 : “국정 전체로 봐서는 큰 문제는 아니고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요. (중략) 대통령님께서 국민들 대화합이라든지 이런 측면에서 세월호 부분에 대한 것들을 마무리를 어떻게 잘 지으실 것인지 그런 것들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변 : “세월호 특위가 그동안 죽 활동을 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6월 달까지 하고 9월 달까지 여러 가지 자료를 잘 만들어서 그렇게 정리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 선거가 끝난 다음에 이것을 연장하느냐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 그런 것이 국회에서 얘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6월까지 이게 지금으로서는 마무리가 된다면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또 그것을 정리해서 서류를 만들어서 죽 해 나가려면 거기에 보태서 재정이 들어가겠죠.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와중인데 이것을 연장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나와서 그 부분은 또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하고 그렇게 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돈이 많이 들었고 앞으로 더 들 거라는 것과 특조위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건 국회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 뿐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1.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 때문에 못했다.
2. 국민들이 국회를 심판한 거다.
3.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한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대통령을 심판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으면서,
1. 국회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했는데
2.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지 못해서 더 못하게 됐다,
그래서 결국
3. 내 잘못이 아니라 국민들이 일을 못하게 만들었다
는 순환 논법이다.
“사실은 이런 문제들이 꿈은 많고 의욕도 많고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게 거의 안됐어요, 사실은요. 그러니까 그냥 혼자 가만히 있으면 너무 기가 막혀 가지고 마음이 아프고 내가 좀 국민들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내가 대통령까지 하려고 했고, 열심히 밤잠 안자고 이렇게 고민해서 왔는데 대통령 돼도 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결국은. 그냥 그렇게 해 보고 싶은 거를 못하고 있는 거죠, 지금. 그게 말로만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탁탁 풀어줘야 일자리가 생기는 거지,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고 세금을 어떻게 낮춰주고 그런 것 해 봤자 그것은 단기적인 일밖에는 안 될 겁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또 하냐 대통령이’ 그런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그게 안 되면 이 큰 문제가 해결 안 되니까 계속 얘기하다가 지금까지 오고 말았지만 그 문제는 편집국장님과 보도국장님들도 많이 협력을 해 주시고 알려주셔서 꼭 풀어졌으면…, 그렇게 안하고는 그냥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그것만 갖고 이렇게 대통령 돼도 자기가 한번 해 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 그리고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저도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아요. 뭔가 잘 국민들한테 그런 희망을 안기고 그만둬야지, 너무 할 일을 못하고 막혀가지고, 그리고 이렇게 하고 싶다고 대통령이 그렇게 애원하고 몇 년을 갖다가 호소하고 하면 ‘그래 해 봐라. 그리고 책임져 봐라’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하지도 못하게 하고 책임져 봐라 그러면 이거 할 수 있어야 자기가 책임을 지든지 말든지 하지, ‘그래 해봐’ 그렇게 놓고서 나중에 안 되면 ‘하라고 도와줬는데도 안 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잘못해서 욕을 먹는다면 한은 없겠어요. 그런데 손도 못 대보고 이건 어떻게 하느냐, 내가 이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런 마음의 아픔이 상당히 많이 있고요.”
분명히 우리 말이고 한글로 씌여있지만 한참 해석을 해야 겨우 뜻을 해독할 수 있는 이런 문장을 과연 우리 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우리 말을 잘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특유의 화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려 48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놓고 총선 참패와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그 어떤 설명도 해명도 없이 하소연만 늘어놓은 것은 남은 1년10개월이 지난 3년2개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암담한 예감을 남긴다.
박근혜 51.6% 득표율 조작 음모론, 검찰 수사 결과는? 429 미디어오늘
선거 9일 전 예측했다 게시물 삭제, 신원확인 없이 불기소 처분… 국정원 직원 음모론, "근거없다" 항고도 기각
2012년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인터넷 게시물이 있었다. 정확히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율을 예상했던 내용으로 입방아에 올랐고 이 게시물은 선거 이후 삭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단순한 헤프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시물 작성자가 국정원 요원이라는 설까지 돌면서 작성자의 정체에 의문이 제기됐다.
논란은 2012년 12월19일 선거날을 9일 앞둔 10일 '홍어먹고토했노'라는 아이디를 쓴 작성자가 '12/19 근혜님 득표율 공개!'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게시물은 "51.6% 어떻노? 과반 득표 하면서, 5.16 정신 계승. 근데 51.8% 되면 xx. ㅋㅋ"라는 내용이다.
18대 대선 결과 박근혜 대통령 득표율은 51.6%,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48%였는데 정확히 수치를 예상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홍어먹고토했노'는 선거 당일 밤 10시 4분경 '현재 득표율 51.8===> 꿈의 득표율 51.6% 나오나?'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번영을 이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 5.16을 기리는 의미에서 최종 득표율 51.6% 가자"라고 썼다. '홍어먹고토했노'는 10월 4일 "이번 선거에서도 근혜님께 압도적 몰표로 보답해 드려야겠지"라며 박 대통령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해당 게시물이 몰고온 파장은 컸다. 두 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의 득표율이 51.8%가 아닌 51.6%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고 애초에 조작된 데이터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일각에선 득표율 역누적 데이터를 분석해 선거 당일 10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51.6%보다 다소 높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율을 최종 51.6%로 맞추기 위해 전국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막판 급격히 올라간 현상까지 지적했다.
법적인 고발도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율을 맞추거나 희망했던 게시물 작성자의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더욱이 게시물이 삭제되자 차라리 고발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발자인 정병진 여수솔샘교회 목사는 2013년 12월 "대선 9일 전에 박근혜 후보의 목표 득표율을 알고 있었고 개표 당일의 선동이 적중한 사실, 대선 이후 자신의 대선 관련 글들을 삭제하고 일베 활동 중단을 한 행태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홍어먹고토했노는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누리꾼의 신상 정보를 밝혀 국정원 직원일 경우 국정원법 등에 따라 처벌해달라"고 고소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 중 심리전단 요원이 일베 사이트에 정치와 관련된 상당수 글을 게시한 것처럼 해당 게시물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최소한 신상 정보를 밝히라고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불기소 이유통지를 통해 "피의자가 2012. 12. 10 게시한 글은 박근혜 후보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51.6%의 득표율을 목표로 선거에 임하자는 정치적 표현으로 봄이 상당하고 2012. 12. 19 게시한 글 역시 같은 취지로 봄이 상당한 바, 피의자가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것 이외에는 피의자가 국가정보원장의 원장 등 직원이거나 그 사주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고소를 기각했다.
정 목사는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지려면 피의자의 신분이 국정원 직원이거나 그의 사주를 받아 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을 해온 사람인지 여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했지만 순천지청은 항고사건을 기각했다. 대검찰청 역시 2014년 6월 24일 "공소를 제기할만한 중요사항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재기 수사 등 시정명령을 별도로 하지 아니한다"고 재항고를 각하했다.
해당 게시물과 관련한 의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으로 극에 달한 불신이 근거없는 음모론으로 발전한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병진 목사는 좌익효수 사건처럼 해당 게시물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원 확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좌익효수 사건은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이경선씨 가족을 비하하는 인터넷 활동을 한 사람이 국정원 직원 유아무개씨로 드러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법원은 유씨의 행위에 대해 모욕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지만 유씨가 올린 정치 댓글(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정 목사는 좌익효소가 국정원 직원임을 알 수 없었지만 결국 수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 신분임이 밝혀진 것처럼 정치 관련 게시물을 쓰고 논란이 되자 삭제하는 등 비슷한 행태를 보인 '홍어먹고토했노'라는 아이디의 신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검찰은 일베에서 활동하던 '홍어먹고토했노'에 대한 고발에 대해 '각하'처분하고, 불러다 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IP추적 같은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신원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조선 계열사 임원 25% 감축 428경향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관련 계열사 임원의 25%를 감축하는 상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창사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회사의 생존을 위해 내린 조치다. 이번 인사로 6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은 것으로 보인다. 신규 임원은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감축 임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대중공업 박승용 상무 등 7명을 전무로, 김형관 상무보 등 11명을 상무로 각각 승진시켰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사장단 급여 전액 등 모든 임원들의 급여를 50%까지 반납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직원들의 휴일 연장근로를 없애고 고정 연장근로도 폐지해 인건비를 줄일 계획이다.
이번 임원 감축을 시작으로 일반직과 생산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등 인력 축소도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0%가량 임원을 줄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조만간 추가 임원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최근 생산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숨지는 일이 잇따르면서 기존 경영지원본부 소속 안전환경부문을 안전경영실로 개편하고, 책임자를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신임 안전경영실장에는 김환구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데 책임감을 느끼고,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 아래 안전담당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며 “김환구 신임 사장은 회사 전체 안전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안전 업무를 최우선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억대 연봉자들 모여 “6800만원 이상 임금인상 자제” 428미디어오늘
[기자수첩] 노동자 ‘양보’만 주문하는 정부… “CEO 연봉만 제한해도 4조, 양심이 있어야죠”
억대 연봉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 청년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상위 10% 대기업·정규직의 양보를 토대로 청년고용을 늘리는 것은 노사정 대타협의 근본정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30대 그룹 CEO들과의 간담회 자리 이야기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사 자율로 근로소득 상위 10%수준인 연 임금 6800만원 이상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를 주문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한진, 두산, KT, 신세계, CJ, 부영, LS, 대림, 금호아시아나, 현대백화점, 현대, OCI, 효성, 영풍, KCC, S-oil, 대우건설, 교보생명 등 26개 대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문득 이들의 연봉이 궁금해졌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이 장관의 올해 연봉은 1억2086만원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연봉 8500만원 이상이면 상위 5%에 포함된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이 장관의 연봉은 CEO 연봉과 비교하면 '껌값'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49억5400만원이다. 2주 휴가와 주5일 하루8시간 근무로 계산했을 때 시간당 745만원을 번 셈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47억9900만원이었고 윤부근 사장은 36억9700만원이었다. 이상훈 사장은 31억7700만원을 받았다. 그 다음 고액연봉 CEO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으로 지난해 27억9900만원을 받았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1억7800만원을 받았다.
계속보자.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21억5400만원이고 최치훈 삼성물산은 지난해 20억1800만원을 받았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억1700만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17억9400만원, 이웅범 LG이노텍 대표는 17억1400만원을 받았다.
30대 그룹 CEO와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는 얼마나 될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 격차는 최대 142배(삼성전자)였다. 연봉 격차가 두번째로 큰 기업은 현대제철로 그룹 회장은 직원 연봉 132.8배를 받았다. 평균 격차는 30배 수준이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5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연봉만 제한해도 청년실업 해소에 상당한 효과를 준다. 공기업 임원 최고연봉을 최저임금의 10배, 대기업은 임원 최고연봉을 최저임금의 30배 수준으로 제한하면 4조3000억원이 남고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 1%만 조세로 걷어도 6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나이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다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청년실업을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와 무관하게 대기업 노동자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다며 “상위 10% 대기업·정규직의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이 ‘양보’에 대기업 임원진도 포함되는걸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심 의원이 지난해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장관도 임금피크제에 동참하고 계십니까. 5000만∼6000만원 받는 늙은 노동자들, 청년 임금 만들어내라고 하면서 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고액임금 다 받아갑니까. 도대체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조선업계 작년 1만5000여 명 떠났다 422 프레시안
수주 급감·해양플랜트 악재…빅3 대규모 감원에 협력사 줄도산
▲ 현대중공업이 건조, 2010년 11월 인도한 드릴십 ‘딥워터 챔피언(Deepwater Champion)’호. ⓒ현대중공업
하루가 멀고 조선업의 위기론이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대량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무직 등 정규직 3000명 구조조정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19년까지 3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수주 물량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나마 정규직 노동자의 구조조정은 발표라도 하고 진행된다.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감원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 4만1059명이었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2016년 3월 말 기준으로 3만331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년 3개월 사이 7742명이 사라진 셈이다. 다른 조선소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매일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금의 조선업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는 수주 급감과 석유가격 하락 등 두 가지가 손꼽히고 있다. 중국, 일본의 추격으로 수주가 급감된 것에 이어 석유가격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게 한국 조선업 위기의 배경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업황으로 국내 조선업계에서 1만5000여명이 일터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급감에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형 3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협력사 줄도산까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올해는 더욱 업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력이 감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노동뉴스(정기훈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 등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의 조선 및 해양 관련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9만5000여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조선사와 관련된 1, 2차 협력업체 인력이 지난해 5000여명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만 조선업계에서만 1만5000여명의 인력이 감축된 것이다. 이는 조선 관련 임시직과 일용직이 포함된 수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호황으로 관련 인력이 급격히 늘어왔는데 지난해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면서 조선소,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1만5000여명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조선업계 인력은 호황에 힘입어 급증해 왔다. 2000년 7만9000여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 9만4000여명, 2005년 10만4000여명, 2007년 14만3000여명, 2008년 15만1000여명, 2012년 16만9000여명, 2013년 18만3022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몰리자 인력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단행해 30%의 인력을 정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 1천300여명을 감축했다.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사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1주일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임원 30% 이상 감축에 임직원 수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들어 1분기에 선박 수주가 조선업계 통틀어 9척에 그치면서 인력 조정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과거 분기당 100척 정도 하던 시대에 비해 일감이 10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비상 경영에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체 인원 2만7천여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수시 희망퇴직을 계속 받고 있으며 대우조선 또한 해양플랜트 설계 인력을 서울 본사에서 거제 조선소를 내려보내는 등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사실상 인력 감축 수순을 밟고 있다. 대우조선은 간접직에 대한 분사 및 아웃소싱도 검토하고 있다.
STX조선은 정규직 생산 인원의 4분의 1이 권고사직을 요구받고 있고 한진중공업은 영도 조선소를 군함 등 특수 목적선 제조창으로 특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SPP 조선은 매각, 성동조선은 직원들의 희생을 전제로 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우조선 사내 하청업체의 경우 지난해 말에서 3월 말까지 계약 해지 등 폐업한 업체만 16개사에 달했다. 이로 인해 감축된 인원만 3400여명에 이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의 조선소가 올해 하반기에 인도 시점이 집중돼 완공 후 물량 감소로 대규모 실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 연금, 30년 후 134만원…5급과 43만원 차이 429 머니투데이
공무원연금개혁, 30년 후 10년차 5급 공무원 月 257만원→213만원 가장 많이 깎여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 활동시한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5.3.27/뉴스1
올해부터 공무원연금개혁이 적용된 뒤 30년 후 첫 달 연금액이 가장 많이 깎이는 것은 '재직 10년차 5급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재분배' 적용으로 9급 공무원이 받는 첫 달 연금액은 다른 직급 대비 상대적으로 덜 깎였다.
인사혁신처는 2014년부터 2년 간 추진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의 추진과정과 성과, 향후 발전방향을 담은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백서'를 29일 발간해 이 같이 밝혔다. 혁신처가 지난해 마무리 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은 기여율을 오는 2020년까지 현행소득의 7%에서 단계적으로 2%포인트(p)를 올려 9%로 높이고, 받는 돈인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0.2%p 깎아 1.7%로 줄인 것이 골자다. 연금개시연령도 기존 60세에서 2033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린다.
이를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해 30년 후 공무원들이 직급별로 수령하는 첫 달 연금액을 추산한 결과 2006년 임용돼 재직 10년차가 된 5급 공무원이 가장 많이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임용돼 30년 재직 후 2급 공무원으로 임기를 마치는 5급 공무원의 첫 달 연금 수령액은 257만원에서 213만원으로 총 43만원(17%)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 임용된 5급 공무원의 첫 달 연금액은 205만원에서 177만원으로 28만원(14%) 줄었고, 1996년 임용된 경우 302만원에서 280만원으로 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9급 공무원이 30년 재직 후 받는 첫 달 연금 수령액.
7급 공무원 역시 2006년 임용된 재직 10년차 공무원의 첫 달 연금수령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06년 임용돼 30년 재직 후 4급공무원으로 퇴직하는 7급 공무원의 경우 30년 후 첫 달 연금수령액이 203만원에서 177만원으로 26만원(13%) 줄었다. 올해 신규 임용된 7급 공무원은 173만원에서 157만원(9%), 재직 20년차 7급 공무원은 243만원에서 232만원으로 5% 줄었다.
9급 공무원의 30년 후 연금수령액은 타 직급 대비 감소폭이 적었다. 올해 신규 임용돼 6급으로 퇴직하는 9급 공무원의 30년 후 연금 첫 달 수령액은 137만원에서 134만원으로 2% 줄어드는데 그쳤다. 재직 10년차는 169만원에서 153만원으로 9%, 재직 20년차는 200만원에서 193만원으로 3% 가량만 줄었다.
이는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 적용된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액을 산정할 때 전체 공무원의 재직기간 평균급여를 반영토록 해 급여가 평균보다 적은 하위직은 연금액이 오르고, 고위직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침몰하는 부산영화제…책임지지 않는 부산시429 노컷뉴스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긴 침묵 끝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20년 만에 위기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로 인해 열린 부산시의 기자간담회 이야기다. 지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 부산시 관계자들은 서울에 소재한 각 매체 기자들과 마주했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부산시 측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마침 영화인들이 영화제 '보이콧' 결정을 했으니 부산시로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화두는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각종 외압 논란과 부산시 대 영화제의 갈등 문제였다. 기자간담회는 내내 청문회 같은 분위기였다. 부산시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며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간신히 답을 이어나갔다.
처음 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탓이었다. 부산시 측은 갈등 봉합책을 내놓기 보다는 그간 보도된 비판적 내용을 해명하기 바빴다. 위기 의식을 느낀 부산시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해명마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조직위원장은 하는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조직위원장 자리에는 부산시를 대표하는 사람을 앉히고 싶다"고 밝혔다. 신규 자문위원들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이유에 대해서는 자문위원의 의결권 여부를 몰랐는데 임시 총회를 요구하니 영화제를 좌지우지하려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부산시에서 영화제가 열린 것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해결책은 그저 '뜬구름' 잡기에 불과할 뿐, 의지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시 측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하는 것은 부산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의지"라며 "차기 조직위원장도 충분히 영화계와 논의해 선정하겠다"고 장담했다.
문제는 이것이 모두 '말'로만 이뤄진 약속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 권력을 비판하는 영화 '다이빙벨'에 대해 상영 중지 시도가 있었다. '제2의 다이빙벨'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부산시가 '말'로만 건네는 약속은 믿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서병수 부산시장 사퇴와 관계 없이 확실한 '정관 개정'을 통해 영화제의 기본적 조건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의 압권은 "이 사안이 '보이콧'까지 갈 만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김규옥 경제부시장의 발언이었다. 부산시는 왜 영화인들이 영화제 '불참'이라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보이콧을 결단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공무원 혹은 정치인과 예술인의 가치관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의 소중한 문화사업이라면 영화인들에게 역시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떤 영화인도 부산시가 이야기한 것처럼 '제3자이기 때문에' 영화제를 흔들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보이콧'은 이들 나름대로 영화제의 본질을 지키고자 하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이날 부산시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행정적 투명성과 지원금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잣대를 서슴없이 들이댔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영화계에서는 작품 선정의 투명성을 보장해 달라는 것일 뿐, 행정까지 감시하지 말라고 요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영화제에 지원하는 부산시 입장에서는 영화 하나 틀지 말라고 한 것이 뭐가 그렇게 큰일인지 의문일 수도 있다. "내가 이만큼 돈을 주니, 우리 말을 들으라"는 지극히 경제 논리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많은 영화제들이 여기에 매몰돼 망가졌고,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만큼 예술적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은 영화제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한 가지 의문은 부산시가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 영화계나,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집행위원회 측에 어떤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위기관은 아니더라도 거액을 지원하는 부산시가 '갑'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 위기감이었다.
어디까지나 영화계와 문제의 초점 자체가 달라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계가 '표현의 자유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부산시는 영화제의 '주도권'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신규 자문위원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알 수 있듯이 정관 개정이나 차기 조직위원장 선출 등이 영화계의 뜻대로 흘러갈 경우,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일하게 거둔 수확은 이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소모전이었는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분명히 '소통'을 했는데 그 안은 '불통'으로 가득했다. 부산시 관계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렇게 흘러 온 사태에 책임지고자 하는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20년을 함께했지만 영화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도 없었다. 그들은 "우리도 이럴 줄 몰랐다", "억울하다", "몰랐다" 등의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를 봤을 때 어쩌면 부산영화제의 침몰은 아주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준비 못한 BIFF, 올해 개최 불투명 429 국제
市-집행위 갈등 장기화 탓, 필수예산 스폰서 계약 저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정상적인 진행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조직위원장 선출 방식 등을 둘러싼 정관 개정을 두고 부산시와 BIFF 집행위원회 간의 갈등이 장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행사 개최를 위한 물리적 시간 확보에 실패했다. 오는 10월 6일 개막 예정인 제21회 BIFF는 축소 진행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제 영화제의 성공 여부를 떠나 행사 개최 여부를 고민하는 막다른 길목에 섰다.
28일 BIFF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행사 진행을 위해 필수적인 스폰서 계약이 거의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영화제 예산 123억 원 중 스폰서 계약 금액은 35억여 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BIFF를 외면한 것은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탓이다. BIFF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제 사태가 심각해 기업들이 후원을 주저하고 있다"며 "기업은 연초 예산 집행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중간에 예산 지출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영화제의 핵심인 작품 공모와 초청 건수도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BIFF 사태가 국내외에 '검열 논란'으로 번지면서 감독과 제작사가 작품 출품을 망설이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의 초청 작업도 원활하지 않다. 칸영화제에 매년 참석해온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BIFF 사태 해결을 위한 시와의 협의 때문에 다음 달 11일 열리는 칸영화제에 갈 수 없다.
예년 같으면 벌써 확정돼야 할 심사위원 명단도 정하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행사 때 심사위원으로 결정된 인사에게도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시와 BIFF 집행위원회의 정관 개정 협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행사 준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다음 달 칸영화제 전까지도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사실상 올해 행사 개최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칸영화제에서 작품 초청과 마켓 부스 판매 등 주요 사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BIFF 사태가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자 지역 여론은 우려의 시선을 넘어 영화제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박재율 지방분권시민연대 상근대표는 "영화제 개최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 같은 갈등이 훗날 결과적으로 발전적인 진통이 되기 위해서는 올해 영화제가 차질없이 개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BIFF의 주인은 부산시도 영화인도 아닌 시민인 만큼 양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소한 '박정희 밥상'? '시바스 리갈'은 어디 갔나 428오마이뉴스
[주장] '과'는 감춘 채 박정희 전 대통령 치적만... 구미시의 '찬가'가 불편한 이유
▲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 권우성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유별나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구미시에서는 매년 박정희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박정희가 태어난 날인 11월 14일에는 탄신제가, 박정희가 세상을 떠난 날인 10월 26일에는 추모제가 성대하게 치러진다.
그래서인지 '구미시'하면 자연스럽게 박정희가 겹친다. 이는 남유진 구미시장의 공로가 가장 크다. 그는 지난 2006년 민선4기로 구미시장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하며 구미시를 '박정희의 도시'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다.
박정희를 향한 남 시장의 절절함은 지난 2013년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반인반신"이라며 박정희를 신의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구미시에서 박정희는 이제 신과 동급으로 취급받는다.
남 시장의 박정희 예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7년 시비와 도비 등 40여 억 원을 투입해 뮤지컬 공연, 국제학술대회, 기념우표, 사진전, 불꽃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남 시장의 야심 찬 계획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 <고독한 결단>(가제)에 28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드러나자 비난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박정희에 대한 국민 정서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막대한 시예산을 투입하려는 남 시장과 구미시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굴복할 남 시장이 아니었다. 그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꿋꿋했다. 이번에는 박정희가 먹었던 밥상이 찬양의 도구가 됐다. 구미시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근검절약 정신을 되새기고 관광자원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굴·재현한 대통령 테마밥상 시식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 경북 구미시의 한 식당 간판에 박정희 테마밥상 6종류 중 '보릿고개 상'과 '통일미 상'이 보인다. 둘 다 1인분에 8천 원씩이나 하루 전에 4인분 이상을 예약해야 한다. ⓒ 연합뉴스
'박정희 대통령 테마밥상' 6개 유형 중 '보릿고개 밥상'을 시식한 남 시장은 "테마밥상은 검소함과 대한민국의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한 번 체험하는 역사적 의미와 소중한 문화의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이쯤 되면 남 시장의 박정희 사랑은 각별과 유별을 넘어 애잔함마저 묻어난다. 구미시가 달리 '박정희시'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시'가 된 구미시, 조지 워싱턴 생가에서 배워라
▲ 박정희 생가서 96회 탄신제 개최 지난 2013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숭모제례'가 딸인 박근령씨(사진),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교육감, 노석균 영남대총장, 현경대 평통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소중한
미국 마운트 버논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살았던 저택이 국가 사적지로 보존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사적지 안에 '노예들의 숙소'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워싱턴이 부리던 노예들이 살던 공간이었다.
이 건물은 워싱턴이 죽을 당시 무려 318명의 노예가 살고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노예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묘사해 놓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워싱턴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워싱턴에 대한 존경과 찬사와는 별개로 살아생전 노예 늘리기에 집착했던 오점까지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인물의 '공'과 '과'를 함께 기록함으로써 다음 세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함일 것이다. 첨예한 과거사 논쟁이 있을 때마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이 모습에 녹아 있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박정희 역시 '공'과 '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끈 위대한 지도자란 평가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서슬 퍼린 독재자라는 평가가 동시에 따라 다닌다.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공'과 '과'를 함께 기록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박정희의 업적으로 도배되어 있는 박물관의 한 쪽에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유신독재 시절의 어두운 단면이 함께 전시되어야 하고, 테마밥상의 메뉴에도 '시바스 리갈'이 곁들어진 안가 음식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박정희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구미시는 박정희의 '공'만 기억하고 싶은 모양이다. 남 시장의 우상화 작업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박정희의 '과'는 희석되고 '공'은 점점 부풀려져 가고 있다. 그 결과 박정희는 이 지역에서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과를 일구어낸 영웅이자, '반인반신'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짓밟은 독재자가 마침내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구미시에는 5m 높이의 거대한 박정희 동상이 있다. 매년 박정희 탄신제와 추모제가 열리는 이곳에서는 조선중앙방송에서만 볼 수 있던 기괴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모습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정희의 그림자가 여전히 지배하는 땅, 구미. 이대로라면 구미시의 이름이 '박정희시'로 개명되는 것 아닐까.
학계 경고 무시한 졸속행정…‘국보’가 사라져간다 428경향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추진 중인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의 개념도. 문화재청 제공
▲ 반구대암각화 물막이 공사를 위한 수리모형 실험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28일 오전 공사가 중단돼 있는 대곡천 실모형 제작 현장. 울산매일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정부와 울산시가 학계 전문가들의 반대 속에 지난 3년여간 추진해온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58호) 보존대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겼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고래잡이) 유적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 문화유산이다.
2013년 이후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으로 추진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댐)의 2차 모형실험이 졸속 논란 끝에 연기됐다. 당초 2차 실험은 28일 경기 광주에서 검증평가단 입회 아래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실험주관 업체인 포스코A&C가 실험을 하루 앞둔 27일 구조물을 무단 철거하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포스코A&C는 2차 실험에 대비해 지난 25~26일 비공개 사전 실험을 치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실험은 이르면 다음달 초 다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저 실패한다면 키네틱댐 방안은 철회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반대 속에 지난 3년간 투입된 시간과 국민 세금 28억여원 등이 날아가는 것이다. 물론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며 여전히 훼손되고 있다.
■실패를 거듭한 실험
지난해 12월 치러진 키네틱댐 1차 모형실험은 투명판 접합부와 구조물 바닥에서 물이 새어나와 실패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설계부터 다시 해 치러진 비공개 사전실험 역시 같은 현상으로 실패했다. 모형실험에는 투명판 4개만을 이용했지만, 실제 반구대 암각화에 설치될 키네틱댐은 투명판 160개를 이어 붙여야 한다. 모형실험이 성공해도 실제 키네틱댐의 안전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데, 모형실험부터 연달아 실패만 한 것이다. 키네틱댐 아이디어를 최초 입안한 함인선 포스코A&C 수석기술고문은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물막이 투명판을 잇는 접합부에서 자꾸 물이 새고 있다”며 “1주일 정도 시간을 더 들여 접합부 밀봉 응고가 완벽해지면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망은 부정적이다. 입안 당시부터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반구대암각화보존연구소 자문위원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키네틱댐안을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만화 같은 소리”라고 비판했다. 키네틱댐 기술평가단 일원인 조홍제 울산대 교수도 “실험이 계속 실패하니까 연기한 것 같은데 (성공 가능성이 없어) 어차피 할 필요가 없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인물 형상과 고래, 호랑이 등 도상 300여점이 새겨져 있다. 수천년 전 선사시대 생활문화상 연구와 예술적 가치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문화재이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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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반대에도 성사된 보존책
반구대 암각화 훼손 상황은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암각화의 풍화단계가 6단계 중 5단계인 ‘흙상태 진입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바위에 새겨진 300여점의 각종 암각화가 희미해져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존방안은 관계 기관들 사이에서 표류했다. 문화재청과 학계 전문가들은 암각화를 침수하게 만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게 근본적 방안이라고 주장했고, 울산시는 식수원 문제를 들며 생태제방안을 제시해 팽팽히 맞섰다.
이 와중에 함 고문이 2013년 “우선 투명 막으로 물을 막고, 물 문제가 해결된 뒤 해체하면 된다”며 키네틱댐안을 제안했다. 함 고문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이후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해 5월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 등은 울산 암각화 현장을 찾아 “반구대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지 않게 하는 게 시급하다”며 “우선 임시 제방을 쌓고 그 후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6월 초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6월16일 정 총리가 참가한 가운데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는 전격적으로 키네틱댐 설치 추진에 합의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안이 공론화 한 달여 만에 정부 정책 합의로 이어진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당시 키네틱댐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임시방편인 데다 과학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홍제 교수는 “당시 여러 문제가 제기돼 키네틱댐안이 당연히 안될 줄 알았는데 MOU가 체결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애초 계산부터 턱없이 잘못된 방안이었다. 토목을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키네틱댐이 대안으로 전격 받아들여진 것과 관련, 정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계속 대안을 요구하는데,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었다. 뭐든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키네틱댐이라는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전했다. 사실 암각화 보존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그해 4월 “그것(반구대 암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책임 소재와 향후 대책은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2차 실험도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2차 실험이 실패하면 계획 전체가 백지화되고, 설계와 실험 등에 투입된 예산 28억원이 사라진다. 여기에 키네틱댐 계획에 매달리느라 암각화 보존을 위한 3년이란 시간도 허비했다. 문화재청은 키네틱댐 계획이 철회되면 사연댐 수위조절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식수원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암각화 보존책이 3년 동안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지금도 1년 중 절반 이상 물에 잠겼다가 다시 노출되면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흙이 되기 전에 정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과장된 위기설…박근혜 정부발 북한 보도 오류 세 가지 429한겨레
“북 종업원 20명 탈북하려다 막판 7명 포기”
“36년만에 북 당대회…외빈 없이 ‘나홀로 잔치’ 될 듯”
“대북제재, 북 전반에 타격…해외식당 20여곳 영업중단·폐업”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보고를 마친 뒤 쏟아져나온 북한 관련 기사들입니다. 핵심은 ‘대북제재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으며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북관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보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겨레>가 27일과 28일 언론을 달구고 있는 국정원발 북한 보도들의 사실관계를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1. 집단 탈북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20명이 같이 행동하려고 했다?
집단 탈출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국정원은 간담회에서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 ‘류경’의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과 관련해 ‘유인납치’라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총선용 기획 탈북’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었습니다. 국정원은 “종업원들이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북한으로 돌아간 7명의 ‘류경’ 종업원도 탈북을 하려다가 막판에 포기했다’고 밝힙니다. 이 내용은 정보위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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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사실관계를 따지기 전에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철우 의원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으로 돌아간 7명의 막판 포기’ 사실을 기자 브리핑에서 여과없이 공개한 게 적절했는지 여부입니다.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접근이 제한된 국정원 정보 공개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정보위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해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 북한으로 돌아간 7명도 탈북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서 어떤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 알권리는 어떤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보다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보장됩니다.
그동안 소위 ‘북한 인권’을 강조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에 비춰봐도 “7명이 탈북을 하려 했다”는 탈북 의사 공개는 매우 부적절합니다. 27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7명의 탈북을 포기한 분들이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탈북 포기했던 7명은 어찌되나” 등 비판과 걱정을 섞은 반응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시엔엔’이 ㅊ씨 등 20대 닝보 류경식당 여성 종업원 7명과 평양 고려호텔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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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팩트 확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류경’에서 근무하던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소속 20명의 지배인·종업원 가운데 이번 국내 입국을 주도한 지배인 ㅎ씨를 비롯한 13명은 5일 ‘류경’을 벗어나 한국행 여정을 시작합니다. 21일 보도된 <시엔엔>(CNN) 인터뷰를 보면 북한으로 돌아간 7명 중 식당 ‘수석 종업원’(조장)인 ㅊ씨는 “4월5일 지배인(ㅎ씨)이 나한테만 ‘사실은 남조선으로 가야 한다. 모든 로정(이동 경로)은 국가정보원 팀장이 조직·지휘하고 있으니 우리는 모두 아무 이상 없이 남조선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ㅎ씨가) ‘20명을 나 혼자 데려갈 수 없으니 네가 도와달라’고 했으나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ㅊ씨는 “이런 사실을 부조장인 OOO 동무한테 알려줘 우선 3명이 피했다”고 말합니다. ( ▶바로가기 :‘북 송환’ 류경식당 종업원 “동료들, 지배인에 속아 끌려가”)
실제 <시엔엔> 인터뷰에 등장한 7명 가운데 3명은 지배인 ㅎ씨 등 13명이 닝보를 ‘탈출’한 5일 이들보다 먼저 사라졌지만, 이날 밤 북쪽 보위부 인사로 추정되는 남성 둘을 대동하고 닝보로 돌아왔습니다. (▶바로가기 : [더 친절한 기자들] 류경식당의 정체와 탈북의 재구성 ) ㅊ씨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팩트입니다.
북한은 이 보도 직후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내 “유괴납치·귀순강박 악행”이라며 국내 입국한 13명의 북한 내 가족들을 판문점 등으로 보낼테니 면담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통일부는 거부했습니다. 현재 북한에 있는 ㅊ씨 등 7명이 밝힌 내용의 진실을 정확하게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자신들은 ㅎ씨의 탈북 제안을 거부했고 ㅎ씨 등이 동료들을 속여 남조선행을 기획·실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국내에 입국한 13명은 입국 3주일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직접 탈북과 관련해 발언한 바가 없습니다. 통일부가 이들의 ‘집단 탈북’을 발표하면서 제공한 알록달록한 사진 한 장이 우리가 이들의 탈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물증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볼 때는 국정원이 “7명이 탈북을 하려 했다”는 탈북 의사까지 자신만만하게 밝히기엔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2.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당대회에 참석하는 외빈이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 지난 1월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안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정원은 간담회에서 ‘북한이 36년 전 열린 6차 당대회에 118개국 177개 사절단을 초청했던 것과 달리 아직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사절단 초청 동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외국대표단 초청 때 내세울만한 경제 성과가 마땅치 않고 제시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이 여의치 않은 데 더해 대북 접촉을 꺼리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당대회는 집안 잔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최근 “대북 제재 영향으로 당대회 자금 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분야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기자들에게 “2월11~13일 김영철(통일전선부장) 등이 라오스 등을 방문했지만 뚜렷한 당대회 초청 외교 동향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외교적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7차 당대회는 오는 5월6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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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언급한 북한의 6차 당대회는 1980년 10월10일 개막했습니다. 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창건일로, 북한이 가장 성대하게 치르는 행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서 1·2·5차 당대회 땐 외빈 초청이 없었고, 1956년 열린 3차 당대회와 1961년 4차 당대회에 참석한 외빈은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의 공산당 대표들이었던 점을 볼 때 6차 당대회는 당 창건일과 겹쳐 외빈이 많이 초청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알고보면 당대회는 당비서 추대,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평가, 당규약 개정 등을 하는 ‘집안 잔치’가 맞습니다.
베이징 소식통은 <한겨레>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에게 “6차 (당대회) 때는 중국 쪽이 참석을 했지만, 5차 땐 북이 초청도 안 했다”며 북한이 중국 당국자들을 초청하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한반도 전문가는 김 특파원에게 “중국이 18차 당대회 한다고 해도 조선을 초청하지 않는다. 이건 원래 당 대회 성격이 그런 것이다. 조선 내부 사정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국가전략상 경제정책상 필요에 의해 중국과 교류할 필요가 있다면 실무급 교류를 통해 중국 쪽에 통보를 할 것이다. 그건 공개되지 않겠지만, 그건 어차피 당 대회 같은 기회에 지도자급을 초청해놓고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북한이 중국 쪽을 초청한다고 해도 중국이 초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에 당대회 초청 동향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분석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하기 위한 국정원의 아전인수식 보고로 보입니다.
3. 대북제재 때문에 해외의 북한식당이 줄도산?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닝보/연합뉴스
국정원은 또 “해외 북한식당은 방문객이 급감하고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의 식당 20여곳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각국의 동참으로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 내용을 전하면서 “해외에 있는 북한식당의 주 고객인 한국인의 발길이 끊기며” 나타난 결과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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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북·중관계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중국 내 북한식당에 대해 설명했던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 당국자는 “실제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 이용 고객들은 다 (중국) 현지인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일부 언론들이 앞다투어 ‘한국인이 발길을 끊어 북한식당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과장된 보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중국) 현지인들도 북한에 대한 반감과 최근 (중국의) 경제 불황을 이유로 해서 북한 식당 방문이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경기가 예전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비싼 북한식당을 찾는 빈도가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식당들이 폐업하는 게 중국 쪽의 제재나 단속 혹은 북한 정부의 철수로 인한 것이라는 당시 보도들에 대해서도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인한 폐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내 북한식당의 경우 중국 내 조선동포가 자금을 대고 북한이 요리사와 종업원을 보내 이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불황으로 북한식당을 이용하는 중국 현지인이 줄어드는 데다가 제재 분위기가 겹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한 달 여전 설명입니다. 당시 중국 내 식당들은 이미 문을 닫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대북제재 영향이 전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북제재 영향만을 강조하는 국정원의 설명과는 분명히 온도차가 있습니다. 또 대북제재로 국외에 있는 북한식당 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공무원 또는 정부의 ‘자제요청’을 받아들이는 한국민 정도로, 외국인의 경우 북한식당을 출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각국의 동참으로 제재 효과가 북한식당 운영과 직접 결부돼 나타났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북한 관련 뉴스들, 액면 그대로 다 믿기에는 허술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국정원, 보수단체 컨트롤타워였다 425한겨레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가 인근 교량 난간 너머로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정원 댓글’ 8차 공판서 검찰 밝혀
심리전단 직원, 2011년부터 보수단체 7곳 접촉
희망버스·무상급식 등 비판 신문광고 내게 해
청년 우파단체 설립 돕고 호국 사진전 지원도
친정부 관제 데모를 주도해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돈줄과 배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권 때부터 보수단체들의 활동을 사실상 지휘해온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정원은 보수단체의 신문 의견광고에 개입하는가 하면, 이들이 벌이는 1인시위와 전단지 배포 계획까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25일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의 주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박아무개씨가 보수 우파단체와 청년 우파단체를 지원하고 지도하는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공판에서 밝힌 내용과 <한겨레>가 입수한 재판기록 등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이 2011년 6월부터 2년간 접촉한 보수단체는 약 7곳이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통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대, 민주노동당 해산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신문광고와 보도자료 등을 내게 했다. 국정원은 이들 단체가 벌이는 1인시위까지 관여했으며, 피켓 문구 등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런 활동이 특정 보수매체에 보도될 수 있도록 직접 부탁했고, 보도된 기사들은 다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 전파됐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년 우파단체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이 청년 우파단체 창설 무렵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청년이다’라는 내용의 구호 초안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2년 6월 청년 우파단체가 호국사진전과 관련해 전시할 사진들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겨레> 취재 결과 박씨는 ‘대한국인청년단’이라는 청년 우파단체가 만들어질 무렵 2012년 3월 전자우편을 보내 단체 창설과 관련한 조언을 했으며, 같은 해 6월 청년단의 사진전은 한 특정 보수매체에 그대로 보도됐다. 검찰은 “박씨의 업무를 보면, 국정원은 사이버 활동 외에 오프라인에서도 보수우파 단체를 지원하고 지도하는 업무, 보수언론 매체 등을 통한 여론조성 활동 등을 광범위하게 구체적으로 펼쳤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7월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국정원이 관리한 보수단체 보니
2011년 6월부터 2년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의 박아무개씨가 가장 많은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인물은 ‘자유주의진보연합’(자유연합) 관계자다. 2009년 7월16일 창립한 이 단체는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에서 탈퇴한 이들로 구성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취임 넉달 뒤 만들어진 이 단체는, 30~40대가 주축인 젊은 보수우파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자유연합, 심리전단 활동시기와 겹쳐
학부모연합 대표, 총선때 여당서 활동
이 단체가 주목을 받은 것은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이라며 129명의 판사 명단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우리법연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 개혁 활동을 벌이면서 만들어진 개혁적 판사들의 모임이다. 자유연합은 2009년 8월 배우 김민선씨가 광우병 관련 발언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자 이 사건에서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를 배제해야 하다고 주장하며 명단을 공개했다. 신생 단체가 사법연수원 기수와 직위, 출신 학교와 지역 및 가입 시기까지 적혀 있는 비공개 명단을 입수한 것을 두고 자료의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당시 자유연합은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유연합과 국정원이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판사 명단의 출처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연합이 활발하게 활동한 2009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 시기와 거의 겹친다.
박씨가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은 서울시 교육청의 학생 인권조례에 반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을 고발하는 활동을 벌여온 보수단체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반대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에 글을 올리거나 집회를 한 것이 정치·집단 행위 금지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와 조영선 전교조 조직국장 집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 단체의 김순희 상임대표는 2012년 5월 전교조 교사들에게 ‘종북세력이 이끄는 전교조를 탈퇴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인물로,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소속 외부위원 6명 가운데 1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는 왜 잘못 예측했나 / 황용석
제20대 총선 결과는 정치엘리트와 언론의 예측을 보기 좋게 비켜갔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급격히 늘어난 정치평론물과 정치평론가들의 해법과 시나리오들은 허망하게 부스러졌다. 반면 유권자들은 정치엘리트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는 과거 정권 및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행동’으로, 정당투표는 미래 이슈를 중심으로 한 ‘전망적 투표’로 분할해서 투표하는 등 ‘전략적 투표 행동’을 보여줬다.
정당 지지층의 분할 및 변동의 기미가 다분히 있었지만, 정치평론가들은 ‘일여다야’라는 정치구도에 집착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을 과도하게 고려해서 집권당의 지지층을 세분화하지 못했다. 과거 데이터와 패턴에 집착해 변화된 정치환경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잘못된 여론조사와 결과 보도도 한몫했다. 유선전화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화여론조사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졌지만, 대체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여론 진단에 과도하게 사용됐다. 정치평론가들은 일반 유권자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정치 내부에 대한 집단화된 시각과 자신들만의 정치해석 프레임에 갇혀 잘못된 예측을 쏟아냈다.
그들은 왜 잘못된 예측을 했을까? 심리학적 관점에서 정치평론가들의 오류를 짚어보자. 정치평론가들은 유권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엘리트 또는 정치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교류한다. 정치엘리트 집단들 사이에 형성된 태도나 의견은 중요한 참조정보로 활용된다. ‘사회적 증거법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안을 판별할 때 다른 사람의 판단을 증거처럼 근거로 삼는다. 정치엘리트 집단 내에서 만들어진 제한된 참조정보가 여론을 진단하는 프레임이 되고 자신의 의견을 재강화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허위 합의 편향’은 오류를 더욱 강화시켰다.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합리적 생각을 반영한다고 믿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정치지도자들의 ‘불통’은 대부분 허위합의와 관련이 있다. 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주위의 소수 측근들의 편향된 의견과 행동이 ‘허위 합의’를 강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엘리트인 정치평론가들은 ‘평균이상 효과’, 즉 자신들의 지식이 일반인의 평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평균이상 효과’는 자신의 능력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낙천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스스로 남들보다 옳고 그름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또한 평론가들은 자신의 발언을 검증하지 않으며 잘못된 예측은 다른 외부요인을 찾아 원인을 그것으로 돌리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정치평론가의 말은 늘 정답처럼 해석된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오류인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전형적인 예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 문제를 지적할 때는 그 사람 자체의 문제, 즉 내재적 원인에 주목하지만, 자신의 행동 문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경향이다.
‘정치평론가의 범람’이 우리 사회에 더 합리적인 정치 해결책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지금은 정치엘리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패러독스를 먼저 해결해야 할 때이다. 그 답은 그들의 내부집단이 아닌 유권자에게 있다.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이다.
정대협 "종북 재갈 물리려다 딱 걸린 청와대" 425경향
여성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 1월13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정대협 해체를 주장하며 그 옆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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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임행정관(47)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종북세력’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대협이 “충격적인 종북 덫 씌우기”라며 반발했다.
정대협은 25일 성명서를 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 정권이 ‘종북 덫 씌우기’ 수법으로 지원단체를 공격해 입막음하려다 딱 걸렸다”며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뜻밖이라기보다는 과연 그랬구나 싶은 슬픈 예감을 확인시켜주었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 등 보수단체들의 잇단 정대협 규탄 시위를 언급한 뒤 “정대협 죽이기에 나선 행태 가운데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었다니 종북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하도 익숙해서 설마했던 것인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라며 “현 정권의 이 우스운 행태는 시민사회를 재갈 물리고 분단 상황을 이용해 국민을 우롱하며 반목을 낳고 있으니 그야말로 반국가적이고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이어 “정부로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와 지원단체들에게 으름장 놓던 청와대는 알고 보니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며 “제 길 막는 시민사회의 숨통은 끊어버리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종북 딱지 하나 척하니 붙여주면 어려울 것도 없다는 식이니 말도 안 통하고 상식도 안 통하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협 성명 전문>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성노예라는 반인도적 국가범죄가 한일 외무장관의 몇 마디 말로 그것도 차마 믿기 힘든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해결되었다고 하는 보도는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물론 정대협을 비롯한 지원단체와 범시민사회가 손잡고 일어선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합의 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분노도 모자라 경악할 뉴스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부끄러운 졸속 합의를 철회하고 피해자와 정의의 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 정권이 ‘종북 덫 씌우기’ 수법으로 지원단체를 공격해 입막음하려다 그야말로 ‘딱’ 걸린 것이다.
시사저널의 보도로 밝혀진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청와대의 부적절한 밀월관계 속에서 정대협을 종북이라 낙인찍고 정대협 앞에서 집회를 열도록 종용하는 청와대의 행정관의 행보는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뜻밖이라기보다는 과연 그랬구나 싶은 슬픈 예감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미 합의 후 보수단체들의 정대협 공격은 일사불란하게 시작되었다. 1월 6일 어버이연합이 수요시위 직후 집회를 열기에 앞서 1월 4일, ‘엄마부대봉사단’이 정대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일본을 용서할 때”라며 “ ‘위안부’ 할머니들도 용서를 받아들여야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다음날인 1월 5일에는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모임’, ‘부모마음봉사단’, ‘엄마의힘’ 등 보수단체들이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대협이 ‘위안부’ 협상을 트집 잡아 한일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주인 1월 13일 수요시위 후 어버이연합은 다시 집회를 열어 정대협 실행이사 한 명의 얼굴사진을 피켓으로 만들어 간첩질 임원이라고 주장하고 정대협의 즉각 해산을 요구했다. 바로 며칠 뒤에는 ‘블루유니온’이라는 단체가 정대협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월에 들어서는 ‘정대협의진실을알리는사람들모임(정진모)’이라는 단체가 등장하더니 서울역과 곳곳에서 정대협 이사들의 사회참여 경력을 일일이 문제 삼는 것을 비롯해 명예훼손적이고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이어지는 집회도 모자라 대부분 정대협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비상식적인 주장이었다. 전단지 배포를 통한 선전전까지 밀어붙이며 정대협 죽이기에 나선 이러한 행태 가운데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었다니 종북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하도 익숙해서 설마했던 것인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다.
역대정권이 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민간이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을 정부가 했다고, 피해자들을 위한 최선의 합의였다고, 정부로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와 지원단체들에게 으름장 놓던 청와대는 알고 보니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제 길 막는 시민사회의 숨통은 끊어버리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종북 딱지 하나 척하니 붙여주면 어려울 것도 없다는 식이니 말도 안 통하고 상식도 안 통하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
일본정부가 강제연행은 없었다며 아무리 마음 놓고 우겨대도 상관없다는 듯, 일본정부가 언제 내놓을지도 모를, 그마저도 일본정부 스스로 배상도 아니라는 10억 엔을 구걸하듯 받아 재단을 설립하고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합의를 기어이 강행해 박근혜 정권의 성과로 치장하고 싶은 욕심 앞에서는 역사도 정의도 인권도 안중에 없는 것인가.
그러나 우매한 위정자들을 바라보는 민중의 두 눈이 더 매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북 덫 씌우기라는 비상식적인 행보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의 실현을 거꾸로 뒤엎는 작태도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일개 행정관의 일탈 행위인 것처럼 짐짓 손을 놓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는 시도란 있을 수 없다. 낱낱이 그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 역시 정부의 과오였음을 인정하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 정권의 이 우스운 행태는, 오히려 시민사회를 재갈 물리고 분단 상황을 이용해 국민을 우롱하며 반목을 낳고 있으니 그야말로 반국가적이고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하고 있음이 아닐까.
2016년 4월 5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청와대 어버이연합 의혹에 침묵, 시사저널 죽이기 융단폭격 425 미디어오늘
공식 대응 없이 행정관 내세워 정정보도 청구, 출간배포 금지 가처분, 민·형사상 고소 및 손배 청구까지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정정 보도 청구뿐 아니라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20일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 지시를 했다는 의혹 보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매체는 22일에도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47)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월요일(1월4일)에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발언을 전하며 추가 보도를 내보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기보다 법적 절차를 밟는 등 보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만 밝혔고, 허 행정관이 ‘개인 명의’로 언론중재위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고 전했다.
허 행정관은 정정 보도 청구에 더해 22일 법원에 시사저널 출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잡지 출간을 원천봉쇄하려 했고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찰과 법원에 제기했다.
▲ 2013년 4월24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의 모습. (사진=청와대)
경향신문은 25일 청와대가 허 행정관 ‘개인 명의’를 강조한 것에 대해 “허 행정관 관련 의혹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의도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민정수석실에서 나서 선임행정관 등을 조사하면 기초적인 사실이 정리될 수 있지만 청와대가 이를 외면하고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청와대는 행정관 한 사람 대응에 모든 걸 맡긴 채 넘어갈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소극적인 부인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라며 “청와대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계일보도 청와대 관계자가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하면서 “청와대는 의혹에 대응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인해 국정 장악력이 약화될까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세계일보는 “청와대는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시사저널 안성모 사회탐사팀장은 지난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청와대의 법적 대응에 위축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런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기사에 허 행정관 반론을 싣지 못한 것에 대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문자까지 보냈다”며 “(허 행정관이) 답변을 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할 허 행정관이 침묵하는 데 대한 지적이다.
▲ 중앙일보 25일자 사설.
청와대가 비판·의혹 보도에 법적 절차로 응수하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당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등 4명은 시사저널을 상대로 8000만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이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도 청와대는 보도를 막는 데 급급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4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허위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4년 5월 한겨레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겨레신문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4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해 세월호 생존자 권아무개 양을 만난 것을 두고 아이를 섭외해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인터넷 판에서 이를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청와대 비서실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특종을 터뜨리자 보도 직후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들이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사회부장, 기사를 작성한 평기자 등 6명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어버이연합 그러지 마세요”…‘후레자식연대’가 웁니다 426 한겨레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우회 지원을 받고 청와대로부터 ‘관제 집회’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이 페이스북에서 ‘후레자식연대’라는 풍자 페이지를 만들어 화제다.
후레자식연대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페이지 (▶바로 가기: 후레자식연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정보에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같은 부모를 두지 않은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비폭력, 보편적 인권, 평등, 자유, 평화를 지향합니다’라고 썼다. “저희는 전경련에서 돈을 받지 않고 청와대의 지시로 뭔가를 하지 않으며 국정원과도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레자식연대’ 로고.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이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자기 목소리를 소신껏 발산하고 사회와 정치 곳곳의 흐름을 견제하는 것은 정의로우며 뜻깊은 일이지만 그 뒤에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거대 권력으로부터의 작용이 있었다면 그것은 비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특히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궤를 같이하지 않는 이들에게 호전적이었던 집단, 그리고 그들 뒤에 연결된 거대 권력 이야기는 더욱 저열해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이 페이지는 개설한 지 나흘 만에 169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팬이 됐다.
대한민국 효녀연합 홍승희씨
지난 1월 초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려던 어버이연합 앞에 대한민국효녀연합이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한민국효녀연합 회원들은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라는 팻말을 들고 소녀상으로 향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막아섰다. 22일 현재 대한민국효녀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대한민국효녀연합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1만5058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팬이 됐다.
어버이연합 기사, 한 건도 없는 이 신문은 어디일까요?
전경련 회원사들이 대주주인 한국경제의 수상쩍은 침묵… 유근석 편집국장 “아직 의혹 단계, 전경련과 무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극우 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전경련 회원사들이 주주인 한국경제신문 지면에는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관련 기사가 단 한 건도 없다.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 사용되긴 하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발언을 나열할 때 언급되는 정도였다.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어떤 내용인지 이 신문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주요 언론이 어버이연합에 주목한 시점은 지난 12일이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탈북자를 ‘일당 알바’로 동원한 의혹이 담긴 회계 장부를 시사저널이 전날 공개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내일신문 등은 이날 보도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다음 날인 13일 “어버이연합, 집회 온 탈북자에게 2518만원 ‘교통비’”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다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일. JTBC가 19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거액을 입금한 사실을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계좌에 전경련이 1억2000만 원을 입금했다는 사실은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경제지들도 보도를 시작했다. 헤럴드경제는 20일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억대의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고, 아시아경제는 21일 “탈북자를 동원한 단순 ‘알바 집회’ 의혹에서 시작된 파문이 전경련 등의 자금 지원 논란에 이어 청와대의 배후 조종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22일자 33면 박스 기사. 매일경제 역시 어버이연합과 관련해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21일까지 양대 경제지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그리고 서울경제 지면에서는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다. 매일경제는 22일자 33면에서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뒷돈 의혹’ 검찰 수사 의뢰”라는 제하의 작은 박스 기사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반면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등 타 경제지들은 이날 어버이연합 기사들을 섹션의 톱뉴스 등으로 주요하게 다뤘다.
▲ 한국경제 23일자 8면. 한국경제 지면에서 어버이연합이 언급된 것은 12일부터 23일까지 이 문장이 전부다.
한국경제 지면에서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23일이었다. “김종인 ‘경제특별위원회 구성’ 안철수 ‘경제대화’ 5대 의제 제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발언을 소개할 때 한 번(“김 대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언급된다.
서울경제도 “특정 경제세력들이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놀랍다”고 한 김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소식을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특정세력이 나라에 영향 미치려는 시도 놀라워”라고 제목을 뽑으며 전경련 비판에 초점을 맞췄는데, 한국경제의 제목과는 대비된다.
헤럴드경제는 25일 지면에서 “건물주는 ‘방 빼라’ 사무총장은 잠적… 어버이연합 진퇴양난”이라는 기사를 통해 각종 의혹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어버이연합을 추가 보도했지만 한국경제는 26일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 아시아경제(위)와 아주경제(아래)의 22일자 보도.
한국경제가 이번 사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경련 회원사들이 한국경제의 주주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지분의 20.55%를 소유하고 있다. ㈜LG가 14.03%, SK텔레콤이 13.8%, 제일모직 5.97% 등 전경련 회원사들이 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을 포함해 190여개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유근석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버이연합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실히 드러난 것이 없다”며 “의혹 제기 단계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나 청와대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도를 하겠지만 지금은 서로 주장이 엇갈린 상태”라며 “전경련 해명도 아직 일방의 주장이니 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전경련 때문에 지면 보도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전경련 회원사가 한국경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과는 무관하다”며 “신문의 편집과 지배구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한 기자는 “전경련을 비호한다기보다 원래 청와대 비판 기사는 안 썼으니까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세월호 때도 (청와대) 비판 기사는 잘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신문의 소유 지배구조.
언론이 그들을 괴물로 키웠다
극우 폭력단체 관제시위, 여론으로 포장… 최악의 여론조작 사건, 어버이게이트에 언론도 공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의 청와대 집회 개최 지시 및 돈줄 의혹과 관련해 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6년 5월 결성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정치적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등 극우적 성격을 띄었지만 언론이 이들을 보수단체로 포장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영향력이 커졌고 정치·자본 권력과 결탁해 여론을 왜곡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어버이연합이 공개적인 활동으로 최초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난 2007년 7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언론은 어버이연합을 ‘박근혜 지지 모임’이라고 소개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 상대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단체로 이름을 알렸다.
어버이연합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방식은 폭력을 동반한 과격한 집회와 시위였고 언론은 어버이연합의 폭력성을 활용해 이슈를 확대 재생산시켰다. 어버이연합은 언론 보도를 힘으로 폭력성을 더욱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0년 1월에 벌어진 이용훈 대법원장 계란 투척 사건이다. MBC PD수첩 제작진이 허위보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를 받자 어버이연합 등 회원 50여명은 공관 정문을 막고, 이용훈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던졌다. 법조계와 일부 언론은 사법부 판결이 폭력으로 물들었다며 엄단을 주문했지만, 대부분 언론은 어버이연합의 행동을 이념 대결의 장으로 끌고 왔다.
2010년 1월22일 중앙일보는 계란투척 사건을 사회면에 짧게 다뤘고 동아일보도 검찰이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문에 그치는 등 심각한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인터넷 보수 신문들은 ‘좌파 판결’ 법원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오히려 어버이연합의 행동을 두둔했다. 언론이 어버이연합의 행위를 극우단체의 폭력이 아닌 아닌 보수단체의 일탈 쯤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행위를 ‘행동하는 보수’로 정당화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박아무개씨를 각목으로 구타한 사건을 비롯해 2009년에는 국립현충원 정문 앞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곡괭이로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2010년 대법원장 관용차 계란 투척 사건, 2010년 국가인권위 군대 내 동성애 인정 의견에 회의장 난입 등 어버이연합의 폭력은 갈수록 과격해졌다. 하지만 언론은 어버이연합의 폭력성을 방치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데만 골몰했다.
▲ 지난 4월21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의 보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V조선은 지난 2013년 8월8일 “보수 성향 어버이연합 회원들 서울광장서 경찰과 대치”라는 리포트에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등 시위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광장 상황이다. 종북 척결 모형 화형식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속보로 관련 화면을 내보냈다. TV조선은 북핵 시험 등 안보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도 속보 형식으로 어버이연합의 북한 규탄 시위를 호들갑스럽게 보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어버이연합 회원이 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터졌지만 ‘도 넘은 극우단체’의 행위를 비판하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대신 언론은 이들의 행위를 ‘충돌’로 보도했다. 지난 2011년 8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어버이연합 회원이 충돌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현장에선 어버이연합 측의 일방적인 폭력이 난무했지만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와 진보의 충돌로 몰아갔다. 지상파 3사의 리포트 제목엔 어김없이 ‘충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번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버이연합 돈줄 의혹이 시사저널 보도를 시작으로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고 있지만 지난 2015년 4월 오마이뉴스는 이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과 관련한 보수 집회에 탈북자들이 동원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탈북자 단체의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는데도 언론은 대수롭지 않게 이들의 활동을 받아 적으면서 주요한 여론의 흐름처럼 보도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어떤 이슈에 대해서 찬반이 있을 수 있고 보수와 진보가 합리적인 경쟁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없이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어버이연합과 같은 단체는 돈이나 권력에 의해 움직이고 실체도 없다고 지적했고, 언론도 알고 있었지만 마치 찬반 여론이 있는 것처럼 여과 없이 어버이연합의 활동을 과잉 거짓 대표되게 반영해버렸다. 이번 사태도 언론이 공범으로서 키우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사무처장은 “어버이연합의 집회 시위는 마치 국론이 분열돼서 청와대와 여당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작용했고 언론도 뻔히 알고 있었다”며 “누가 보기에도 다른 생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폭력을 자행하는 극우단체인데 마치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몰고갔고 약자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부도덕한 집단을 마치 여론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언론 스스로 무능을 드러낸 것이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바보·돼지 없인 개그가 안 되나요? 426 시사인
장동민의 한부모 가정 비하 발언으로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약자 혐오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웃기려는 개그맨도 문제지만 제작자·심의기구·언론·시청자 모두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1987년 ‘시커먼스’ 콤비가 있었다. 코미디언 이봉원과 장두석이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박자에 맞춰 ‘말장난’ 개그를 선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인종차별을 이유로 코너가 폐지됐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개그콘서트(개콘)>가 공개 코미디의 시대를 열었다. 간판 코너는 ‘사바나의 아침’. 연기자들은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거나 ‘미개함’을 강조하는 소재로 웃음을 만들었다. 그 후로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에서 이주노동자는 자주 어눌한 말투로 등장했고 지적장애인은 ‘바보’로, 비만인 사람은 ‘돼지’로 불렸다. 그러니까, 최근 <코미디 빅리그>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다만 ‘문제적 인물’ 장동민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을 뿐이다.
4월7일 방영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이 한부모 가정 비하 논란으로 방영 1회 만에 폐지됐다. ‘애늙은이’ 캐릭터로 등장한 장동민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친구가 장난감을 자랑하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네”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여. 재테크여”라고 말한 데 이어, 할머니로 출연한 황제성은 “너는 엄마 집으로 가냐, 아빠 집으로 가냐” “아버지가 서울서 두 집 살림 차렸다는데” 따위의 말을 내뱉었다. 할머니가 손자의 성기를 만지는 내용 역시 아동 성추행을 희화화하는 장면으로 비판받았다. 방송 후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사과하고 코너를 폐지했다. 한부모 가정 권익단체가 출연진과 제작진을 고소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tvN <코미디빅리그> 갈무리/‘충청도의 힘’ 코너.
그날 방송에서 문제가 된 건 ‘충청도의 힘’뿐만이 아니다. ‘시그날’에 출연한 김영희는 드라마 <시그널>의 김혜수를 흉내 내며 큰 가슴을 강조했다. “차수현 형사, 지금도 가슴에 집착하고 사나요”라고 했는가 하면, 가수 문희준을 지목해서는 “살이 쪄서 인기가 죽고 말았다”는 식의 발언도 이어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프로그램 방영 후 ‘외모·지역·외국인·노인·여성 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코미디 빅리그>에 자주 등장하는 개그의 소재’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혐오 발언(hate speech)은 ‘국적, 인종, 성, 종교, 성 정체성, 정치적 견해, 사회적 위치, 외모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이다. 한국의 개그 프로그램은 혐오 발언을 먹고 산다. 손쉽게 웃음을 양산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17년차 장수 프로그램인 KBS <개콘>도 마찬가지다. 그간 세태 풍자를 통해 시류를 잘 꼬집은 코너도 있었지만 여성·장애인 비하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공개한 ‘2015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 결과 보고서에서 <개콘>은 대표적인 성차별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연합뉴스장동민(위)의 한부모 가정 비하 발언으로 ‘충청도의 힘’ 코너가 폐지되고 제작진이 사과했다.
지난해 폐지된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아래 사진)가 대표적이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새해 목표를 묻자, 한 아이가 “난 김치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될 거야”라고 답한 데 이어 “오빠 나 명품백 사줘. 신상으로. 아님 신상 구두”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모태 솔로’ 여성을 무에다 비교하고(무매력이라서) 강판에 무 가는 행위를 성형수술에 비유하는 등 외모 비하와 관련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강명석 <아이즈> 편집장은 지난해 한 칼럼에서 “(<개콘>에) 개그우먼은 많지만 여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코너는 없다. 대신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자만 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도 차별과 관련된 소재는 다양하다. 2012년 <개콘> ‘체포왕’은 지적장애인을 ‘동네 바보’로 호명하고 괴롭히는 장면을 내보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코너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4년 tvN <SNL 코리아>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이슨 두영 앤더슨’에서 해외 입양아의 서툰 한국어를 강조해 이들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강자 조롱은 배운 적이 없으니…”
유독 개그 프로그램에서 노골적인 차별 발언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뭘까. 코미디의 속성 자체가 무언가를 대상화하고, ‘가지고 놀면서’ 웃음을 만드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잘되면 권력이나 다수의 모순을 비판하는 ‘사이다’가 되지만, 더러 약한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쉬운 선택’으로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허락되는 경쟁적인 분위기도 한몫 거든다. 장동민 역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할 당시 “웃음만 생각하다 보니 발언이 세졌고 자극적인 소재, 격한 단어를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안철호 PD는 한 인터뷰를 통해 제일 쉬운 개그가 외모 비하라고 밝히며 이런 개그가 ‘개운하지 않은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는 이번 논란에 대해, 개그맨들이 이런 방식 외에는 개그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짐작했다. 그는 “강자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것, 힘은 세지만 비합리적인 무언가를 드러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선배들도 못 해봤으니 배운 적이 없지 않은가 싶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분위기는 방송에서만 목격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상의 차별·비하 등 혐오 표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건수가 총 83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혐오 발언이 두드러졌던 최근 한국 사회의 풍경을 반영한 수치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나 문화 다양성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으려는 기조가 있었다. 어느 순간 약자가 조롱의 대상으로 위치하게 됐고 그게 사회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놓고 유가족을 조롱하던 분위기를 그 기점으로 삼았다. “세월호 사고는 재난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 내 소수자·약자가 존중과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차별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분기점이기도 하다. 소수자가 종북으로 엮이고 비국민으로 치부되는 사회 분위기 등이 제작진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제작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생각 없음’의 형태로 나타난 것 같다.”
ⓒKBS <개그콘서트> 갈무리/개그 프로그램에는 여자 이야기가 없고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자만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제작진을 향한 질타가 적지 않다. <코미디 빅리그> 측 역시 ‘모든 건 제작진의 잘못이며 제작진을 믿고 연기에 임한 연기자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한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개콘>의 여성 비하 문제를 지적했던 전병헌 국회의원은 “개그맨들이 개그를 만들어낸다지만 결국 이를 검수하고 채택하는 것은 제작진”이라며 이들의 문제의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사별로 비하·차별적 소재를 지양하도록 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에 머물 뿐이다. 제작진의 각성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전규찬 교수는 “우리 무의식의 문제다. 아프리카계 원주민 분장을 하고 나오는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걸 감수성 있게 보지 못한다. 비하하거나 놀리는 것만 문제라고 본다. 연기자·제작자·심의기구·언론 모두 노골적인 사례만 가지고 말하니까 함정에 빠진다. 저들의 문제지, 내가 문제라고는 생각 못하는 거다. 그걸 드러내려면 고도로 예민한 언어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비평의 문화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시커먼스’와 ‘사바나의 아침’을 보며 웃던 데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시청자인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진-번개-화재-아버지 순으로 무섭다” 425 시사저널
정부 시스템·교육·안전의식으로 재난 대처하는 일본인들
4월17일 연쇄 지진이 일어난 구마모토현 마시키에서 경찰이 무너진 주택가를 돌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 AFP 연합
지난 4월14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시작된 지진 활동이 아소(阿蘇) 지방과 오이타(大分)현까지 확대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4월14일 저녁 구마모토현 마시키초(益城町) 가까운 곳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후 16일 새벽에도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4월21일 현재까지 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자 48명과 사망 추정자 11명을 포함해 총 59명에 이르며 피난민은 12만명을 넘어섰다.
연속 강진으로 지진 활동이 약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여진에 대한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첫 지진 발생 이후 4월21일까지 규모 1 이상의 지진이 761회나 발생해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지금까진 대지진이 발생하면 그 이후의 지진은 작아졌는데 이번 지진의 경우에는 처음보다 강도가 더 세졌다. 일본 기상청도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또 지진의 범위도 커져 구마모토현의 동쪽에 있는 아소산 주변과 오이타현까지 100km정도로 진원 범위가 확대됐다.
日 기상청 “이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지진”
일본 기상청에선 4월14일 지진 발생 후 규모 6인 약(弱)강도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확률을 20%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4월16일 오전 1시25분에 규모 7의 본진이 발생해 지진의 강도와 활동 영역이 오히려 확대됐다. 이번 지진은 구마모토현 중부에 연계돼 있는 후타가와(布田川)·히나구(日奈久) 단층대가 어긋나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열도에 있는 활단층은 알려진 것만 해도 2000개 이상이다.
구마모토현의 경우 메이지 시대인 1889년 7월28일 규모 6.3의 직하형 지진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지만 그동안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지역이다. 지진 전문가들에 의하면 활단층에 의한 지진은 일본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서(西)일본 지역의 경우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서일본 지역은 도쿄 근처인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규슈의 미야자키(宮崎)현까지 광범위하다. 서일본 태평양 해안의 난카이(南海) 트러프(trough)는 대지진이 약 100년 주기로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 지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내각부 전문가 회의에서도 서일본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비슷한 규모인 9의 대형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쇼와히 가시난카이(昭和東南海·1944년)·난카이 지진(南海地震·1946년) 등 수십 년 전부터 내륙에서 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발생 확률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위험은 수도인 도쿄에서 발생하는 직하형 지진(수도 직하형 지진)이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2011년 3월11일 대지진으로 동일본 지반에 균열이 많이 생겨 태평양의 깊은 해저로부터 해수가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쿄 동부 지하에 넓어지는 ‘남관동 가스전’의 메탄이 지반 변형의 영향을 받아 팽창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전문가들은 수도 직하형 지진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97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걱정스러운 규칙성도 발견되고 있다. 고베 대지진(1995년), 9년 후 주에쓰(中越) 지진(2004년), 7년 후 동일본 대지진(2011년) 그리고 5년 후인 이번 구마모토현 지진이다. 이론화된 현상은 아니지만 대지진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지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전세계에서 1629회 발생했는데, 이 중 18.5%에 해당하는 302회가 일본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대지진에 많이 노출돼 있다.
일본이 수많은 자연재해를 겪어오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정부 및 각종 단체의 시스템이다. 우선 건물의 안전을 체크하는 응급위험도 판정사가 전국에 약 10만명 있다. 건축 전문가가 ‘조사 완료’ ‘요주의’ ‘위험’ 3단계로 나눠 표지(標識)를 붙인다. 일본의사회·일본약제사회·피해자지원노하우민간단체 등 지원단도 체계화돼 있다. 재난 대책의 기본은 재해 예방과 사전 대책, 재해 응급대책, 재해 복구와 복구 대책으로 돼 있다.
건물 응급위험度 판정사 전국에 10만명
일본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찰·소방서·자위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피해규모가 작은 경우 국토교통성의 방재센터, 총리부의 비상재해대책본부가 대응하거나 도도부현(都道府縣)이 개별적으로 본부를 설치해 대응한다. 일본 정부의 재난 구조 체계는 크게 소방, 경찰, 해상보안청, 항공자위대, 해상자위대, 의료기관, 민간기관으로 되어 있다.
두 번째는 안전의식에 대한 교육과 실전 훈련이다. 일본인들은 자기 주변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대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9월1일은 방재의 날로 학교·기업 등에서 소방 훈련, 피난 훈련을 실시한다. 이처럼 반복된 훈련과 안전의식을 통해 재해를 줄이고 있다. 관동 대지진 이후 규모 7.5 정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건물들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도 대피 훈련만큼은 빼놓지 않고 있다. 또 구명조끼, 캡슐형 방재 대피용품을 준비해 스스로 보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세 번째는 질서 및 공동체의식이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붕괴된 건물 밑에 깔려 며칠간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할머니의 “신세를 지게 돼 죄송합니다”라는 표현은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한 인간으로서 평생 몸에 배어 있지 않고서는 그같이 절박한 상황에서 할 수 없는 표현이다.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메이와쿠(迷惑), 즉 “남에게 신세나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화합과 집단의 공존·공영을 위해선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단의 규례(規例)와 질서를 중시하는 사상의 뿌리는 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말이 있는데 촌락 생활의 규례와 질서를 어긴 사람은 장례식과 화재 진압하는 일 이외에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관계를 끊는다는 말이다. 일종의 이지메다. 집단생활을 중시하는 공동체정신이 자연재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더 큰 피해를 줄이고 있다.
네 번째는 자연재해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일본 사람들은 흔히 “지진, 번개, 화재, 아버지 순으로 무섭다”고 말한다. 그만큼 지진에 대한 공포가 심하고, 지진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해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매뉴얼대로 대처하며 미래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방지하는 대책을 강구한다. 이 같은 시스템과 안전의식 및 훈련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대지진이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시간 내에 복구할 수 있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시스템과 안전의식과 훈련을 통해 인재형(人災型)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필리핀해판이 아소화산까지 깨울까 425 한겨레21
일본 구마모토 두 차례 강진에 주민들 긴장… 큰 지진 없던 한반도도 안전지대 아니다
동아시아의 지체구조. 이번 일본 구마모토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한반도에도 일부 전달됐다. 북미판의 3색원은 4월20일 ‘동북 일본’ 센다이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6). 구마모토 지진과는 발생 기작과 원인에서 관련성이 없다. 붉은색 삼각형은 활화산들. 이윤수 제공
일본열도는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동서 방향의 ‘서남 일본’과 북미판에 속하는 남북 방향의 ‘동북 일본’으로 구성돼 있다.(그림 참조) 이들 일본열도 아래로 각각 필리핀해판과 태평양판이 아래로 파고들고 있다. 필리핀판이 서남 일본 아래로 들어가는 곳을 난카이해구(해구는 바다 밑바닥의 도랑처럼 깊고 좁은 곳을 말함)라고 한다. 후지산 자락의 유라시아판에 한끝을 걸치고, 시즈오카 부근에서부터 낮은 각도로 ‘서남 일본’ 아래로 파고든다. 규슈 해안 부근에서 점점 큰 각도로 틀면서 오키나와∼대만 아래까지 이어진 섭입 구조를 류큐해구라고 한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난카이해구와 류큐해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화산호(Volcanic Arc)와 그 앞의 전이대에 속한다. 규슈에서 이 전이대는 서남 일본을 동서로 자르는 중앙구조선과 중첩돼 있다. 이 전이대를 따라 많은 활단층이 달리고 있는데, 1차(4월14일 규모 6.5) 지진이 일어난 하나구 단층과 2차 지진(4월16일 규모 7.3)이 일어난 후타카와 단층과 벳푸·마네야마 단층도 여기에 속한다.
지진 단층대에 원전과 화산 인접
필리핀해판이 후지산 서쪽 해안에서부터 낮은 각도로 서남 일본으로 스며들면서 서남 일본을 서쪽으로 밀어내면 동쪽으로 그만큼의 반작용이 만들어져 서남 일본은 동서로 큰 압축응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북동에서 북동 방향을 갖는 하나구 단층과 후타카와 단층을 따라 지층의 오른쪽이 앞쪽으로 밀리게 된다(우수향 주향이동단층). 인근 지역에 설치된 지진계로부터 지진파를 분석하면 어느 쪽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진이 규슈 서쪽 연장부의 시코쿠섬에 놓인 중앙구조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지난 2차 지진 때, 구마모토와 아소산 사이에 위치한 마시키초와 니시하라무라에서 ‘진도 7’(목조건물 완파, 철근콘크리트건물의 강성과 강도가 약한 층이 파괴되는 최고 단계 수준)의 강진이 동시에 발생했다. 일본 지진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2차 지진의 본진과 여진이 후타카와 단층의 긴 연장성을 가지고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구마모토 지진은 규모 3.5 이상의 여진이 3일 만에 165회나 발생했다. 단층대에 인접한 규슈 서쪽의 센다이 원자력발전소와 시코쿠 서쪽의 이카타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인근 주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약 9만 년 전 600km³의 분화물을 쏟아낸 세계 최대급의 아소화산(Aso-4·남한에서도 화산재가 발견됨)과 1792년 1만4524명, 1995년 43명의 인명을 앗아간 운젠화산이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강진에 아소화산 주변 미나미아소무라에서 단층이 1m 정도 어긋났다는 뉴스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단층이 마그마방(마그마가 가득 찬 지하 공간)까지 이어지면 마그마방의 압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화산 분화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진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지진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병력을 알아야 하듯이, 일본 지진의 영향을 파악하려면 한반도·일본의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300만 년 전 일본열도는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필자처럼 의심이 많은 독자들은 한반도∼동해∼일본열도의 지도를 살펴보기 바란다.
먼저 함경도에 눈길이 닿는다면 2시 방향으로 길게 꺼진 지형이 눈에 띌 것이다. 바로 길주∼명천 지구대라고 부르는 곳이다. 지구대의 동해 해안선을 보면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다. 둘째,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중간쯤에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지형을 주목해보자. 해저 바닥에서 바라본다면 수천m의 높고 멋진 고원대지다. 그런데 이 바가지 모양은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가?
자, 이젠 이 퍼즐 조각을 그림의 흰색 화살표 방향으로 한반도 길주∼명천 지구대에서 본 해안선에 맞춰보자. 와, 꼭 맞는다! 그렇다. 한때 이 해저 고원대지는 함경도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틈이 벌어져 동해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본열도는 판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반도로 떨어져나갈 때 생긴 경계부 또한 암석권 단위의 거대한 구조대를 이룬다. 서남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는 대한해협을 따라 쓰시마∼고토 구조대가 발달했다. 1500만 년 전 서남 일본이 한반도를 밀어붙여 울산 앞바다 석유가스전의 배사구조를 만든 것도 이 구조선이다.
내진설계 안 된 한국 건물 취약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쓰시마∼고토 구조대를 따라 에너지가 퍼졌다. 한반도에도 에너지가 일부 전달됐으며, 이 때문에 남부 지역이 흔들렸다.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 구조대에 의해 한반도와 서남 일본이 지체구조(대규모 지각변동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만들어진 지질구조)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규슈 북쪽 앞바다에서 발생한 후쿠오카 지진(규모 7.3) 때도 이번처럼 한반도를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지진이 게고 단층(서남 방향)을 따라 왼쪽으로 수평이동했기 때문이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를 일으킨 역단층과 다른 점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재해를 일으킨 지진은 우리에게도 큰 공포감을 준다. 지진 재해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학술적 근거 없이 무작정 두려워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한반도는 히말라야조산대와 환태평양조산대 사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보호막에 끼어 있어 큰 지진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서울∼인천∼홍성을 지나는 추가령·예성강 단층과 경주∼부산을 지나는 양산 단층을 따라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데, 내진설계가 안 된 구조물이 많아 작은 규모의 지진에서도 피해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댐 등 공공시설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적정 규모의 지진에 안전한지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선업 몰락]산업문제와 노동문제 동시에 풀어야 한다 5.3 주간경향
ㆍ빅3 호황기 누릴 때 중소업체는 몰락… ‘사내하청화’ 가속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어려운 수준이 아닙니다. 거제는 내년에 유령도시가 돼요.”
4월 21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번화가에서 만두 트럭을 운영하는 강모씨(51)의 말에는 위기감보다는 절망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이날 오후 8시30분 거리는 한산했다. 삼성중공업 야드 인근에 있어 거제시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거리였지만 치킨집, 카페, 음식점 등에는 테이블의 20%도 채 차지 않았다. 손님이 없어 오후 9시에 접는 포장마차도 있었다. 이곳에서 8년째 만두 장사를 해온 강씨가 말을 이었다. “지금 다니는 사람들이 예전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예전에는 잔업이 있어서 오후 5시, 7시, 9시, 11시 나눠서 퇴근하느라 거리가 늘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거가대교 개통할 때가 제일이었지요. 지금은 일도 없고, 언제 잘릴지 몰라 다들 숨죽이느라 오후 5시에 다 퇴근해서 조용하다는 거 아닙니까.”
거제는 한때 ‘불황을 모르는 도시’였다. 국내 빅3 조선업체에 해당하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도 ‘돈 걱정’은 없었다.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하던 2010년 국내 선박해양구조물 수출은 491억1200만 달러, 국내 전체 수출의 10.5%를 차지했다. 반도체에 이어 2위였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뿐 아니라 해양플랜트(해상 석유탐사시추시설) 산업에 뛰어들어 실적을 내던 무렵이었다. 강씨가 제일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는 때다.
4월 2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5만 명 가까이 근무했던 대우조선해양은 4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인력을 올해 안에 3만 명 수준으로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 박은하 기자
지역경제 붕괴, 대규모 고용대란 우려
‘불황을 모르는 도시’는 ‘유령도시’가 될 걱정을 하고 있다. 2014년 조선업의 수출실적은 398억8600만 달러, 국내 수출액 중 비중은 7.0%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년간 총 5조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한 해양플랜트 18기 중 9기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24기 중 5기를 올해 상반기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신규 수주물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는 조선업 전체를 통틀어 9척에 그쳤다. 신규 수주가 없다는 말은 적어도 향후 2~3년간 일감이 끊긴다는 의미다. 기존에 수주해 놓은 일감이 있던 상황에서도 지난해 조선업계에는 1만5000명이 일터를 떠났다.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의 조선 및 해양 관련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9만500여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일감이 사라진 이후에는 몇만 명 단위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수주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 일들이 마무리되는 올 6월부터 대규모 고용대란이 우려된다며 “거제시를 고용재난특별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경제 붕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출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최근 30년 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이자 불과 5년 전만 해도 ‘최고의 시절’을 누렸던 조선업은 이제 ‘제2의 IMF 사태’ 뇌관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또한 모험적 경영자 소수의 잘못된 판단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 과정만 보더라도 ‘미뤄둔 구조개혁의 산물’이자 ‘한국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달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성급한 해양프랜트 진출이 화 불러
‘유령도시’의 뇌관은 ‘가장 좋았던 시절’에 이미 타들어가고 있었다. 2008~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거진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 조선업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을 때 한국의 조선업계는 정반대로 역대 최고의 실적을 쌓았다. 2008년 431억5700만 달러였던 조선해양 수출실적은 4년 연속 치솟아 2011년에는 565억8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실적 부진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메우고 남은 덕이었다. 셰일가스 개발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앞다퉈 심해 유전 개발에 나서 석유탐사 및 시추 구조물인 ‘해양플랜트’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업체들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STX 팬오션 등 인수·합병으로 급속히 성장한 신규 업체도 경쟁에 가세했다. ‘신성장동력’을 앞장서 선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는 2013년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5조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 및 해양 수출실적은 2012년 397억5300 달러로 급락했다. 2013년에도 371억8600 달러로 줄었다. 정부의 정책은 완전히 뒷북이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조선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은 성격에서 차이가 많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대책 없이 기업이 성급하게 뛰어든 것이 현재 조선업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공동집필한 <축적의 시간>에서 김 교수는 바다에 떠다니는 구조물을 만드는 것은 동일하지만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산업적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는 선박산업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정해진 항로를 ‘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장소에서 ‘점’처럼 설치된다. 특정 장소의 해류·지형·구조 등에 대한 설계가 더 면밀히 이뤄져야 하고, 위험부담도 크다. 돌발상황이 많아 교과서에 나온 지식보다는 현장에서 갈고닦은 숙련기술에 더 의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양플랜트 산업은 엔지니어링, 구매, 시공, 설치 4단계로 나눠 세계 여러 업체들이 협력해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돌아오는 이득도 크다. 국내 업체는 이 중에서 ‘시공’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와 꾸준히 협력하며 다른 영역의 해양플랜트 관련 기술을 차근차근 쌓아가기보다 이 4단계를 독점해 일거에 큰 이익을 얻고자 했다. 김 교수는 “(엔지니어링, 설계 등의 기술을 익히려면) 외국 회사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들이 가진 교과서 밖 경험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그 과정을 생략하고 1~2년간 우리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며 무리수를 던졌다. 엔지니어링이 잘못되면 구매가 잘못되고 시공을 위한 제작 시수가 달라진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해양플랜트도 안전문제 등으로 중간중간 설계변경 등이 필요한데도 이런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지난 1~2년간 조선소가 큰 손실을 입었다”고 서술했다. ‘조급증’으로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끼리 저가수주 경쟁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4조원 하는 해양플랜트를 한국 업체에서는 3조원이면 할 수 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고도의 기술과 국제분업체계로 이뤄진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저가수주와 설계변경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이득을 내는 기존의 영업방식을 추구하다 산업 전체가 부실화됐다.
대기업이 무리하게 해양플랜트 산업에 진출하면서 조선업계의 노동환경은 ‘하청화’가 가속화됐다. 조선업계 하청노동 비율은 IMF 외환위기 첫해인 1998년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증가하다가 2008년부터 급증하는 모양새를 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던 것은 대기업뿐이지 국내 조선업계 전체는 빅3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더 나빠진 상태였다. 특히 금융위기의 여파와 키코 피해로 중소 조선업체가 줄도산하면서 이곳의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대부분 ‘사내하청’으로 채용됐다. 박종식 금속노조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서 “하청 기능직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0년 2만5960명에서 2013년 10만5041명으로 거의 4배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9월 <노동리뷰>에서 분석한 것을 보면 조선업 하청근로자의 76%가 소위 빅3라 불리는 대형 조선소 소속이었다. 빅3 조선업체의 사내하청 근로자는 2008년 이후 약 3만5000명 순증했는데, 이는 중형급 조선소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내보낸 인력들이었다. 하청인력 활용 비중은 조선업 68%, 해양플랜트업 90%로 해양플랜트에서의 하청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거제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는 명찰만 봐도 누군지 안다. 직영 근로자는 명찰에 회사 이름과 더불어 과장, 부장, 팀장 등 명확한 직함이 달려 있다. 협력업체와 하청 직원들은 ‘○○산업’, ‘○○개발’ 등 간단하게 표시된 명찰만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기업에서는 작업량이 갑자기 많아지는 경우 소위 ‘물량조’라고 불리는 임시근로자들을 투입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거꾸로 임시 일용직 활용이 만연했고, 하청기술자들은 중소기업에서 갈고 닦은 숙련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봉쇄됐다. 위험한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산재 확률도 높아진 반면, 직영업체의 위험한 작업 대처능력은 감소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정부가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황이 열악한 기업마저 해양플랜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한국형 성장 방식’이 파국을 맞은 예
‘하청노동자’들은 거제 경제의 뇌관이기도 하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대우조선해양에는 약 4만2000명이 근무한다. 대우조선은 3만명 선까지 줄일 계획이다. 정리될 1만명은 대부분 협력업체, 하청 직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이 급속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하청’을 동원했고, ‘하청’이 만연하면서 숙련기술이 필요한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부실화됐으며, 위기가 닥치자 ‘하청’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셈이다.
파국의 고통은 전 지역 전 연령대에 미치고 있다. 고현동에서 만난 한 실업계 고교 3학년 학생은 “거제에서는 취업이 잘 되지 않을 것 같다. 울산의 중공업 관련업체에도 서류를 넣었다. 업계 자체가 워낙 불황이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21일 고현동의 한 치킨집에서 만난 조선소 직원들은 야반도주한 협력업체 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우조선 협력업체도 지난해 45곳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에 부품·기계 등을 납품하는 창원, 포항 등의 업체에도 연쇄부실이 찾아와 ‘남동임해공업지대’ 전체가 도미노처럼 쓰러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의 한 부장급 인사는 “부장이면 내 밑의 사람들을 챙겨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200명을 100명으로 자른다고 해 나부터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만다”며 쓰게 맥주를 들이켰다.
거제시가 집계한 전체 세금 체납 건수는 2014년 8만5893건에서 지난해에는 8만9397건으로 늘었다. 한전 경남본부가 집계한 거제지역 1개월 이상 전기요금 체납 가구 수의 경우 지난해 2월 연체 가구 수는 3352가구였으나 올해 2월에는 4157가구로 805가구가 늘었다. 실업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기는 아직 예고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구조조정이 시장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바람직하지만 채권단과 경영진이 책임을 떠넘기며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시사한 것이었다.
한계기업 퇴출이 ‘부실기업’ 정리와 ‘노동자 대량해고’가 아니라 산업을 부실하게 만든 원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축적의 시간>에서 김용환 교수는 “해양산업은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데 급급했던 공학교육을 벗어나, 개념설계 등 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등을 모두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구조조정뿐 아니라) 신규수주 및 물량지원, 선박금융 지원체계 구축, 선종 다각화 및 연구개발 지원, 고용보호 및 고용안정화 방안 지원 등을 통한 조선산업 상생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계기업 퇴출과 하청의 만연화 등을 맞바꿔 한국 노동·산업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1. The Secret Garden /2. High Atop A Mountain / 3. This Little Bird
4. Ha Gan Habi Adi / 5. Di Go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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