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도 없어서 산불 확산 못 막았다는 산림청‥실상은? 2. 산불, 진압에서 기후위기 대응으로 패러다임 전환하자 3. 산불은 괴물이 아니다 4. 두 생태도시의 후진(後進) 이야기, 서울과 대구 5. 가끔 닭고기 먹고 달걀 먹어도…채식주의자 맞아요
6. 공간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7. 팬데믹 5년... 프랑스인들은 왜 도시를 탈출할까? 8. 그 불길 속에서, 살고 싶었던 건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9. 환경단체 “황강 정비 생태 파괴”… 합천 농민 “홍수 대비 어쩌라고” 10.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골프장에서 ‘구름 위의 굿샷’
11.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 발전'하려면 12. 논란의 '한라산 케이블카', 세계자연유산 지정 취소 가능성도? 13.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위기에 처한 한반도 숲 14. “숲 가꾸기 운동은 산림 역사 최악의 사건
15. ‘배출권 거래제’ 도입 10년…배출권 100개 중 99개 ‘공짜’, 개당 9000원대 16. 제주 역사상 최대 해상매립-풍력발전 개발 '시험대'
17. 원전 밀집 부·울·경, 핵폐기물까지 떠안나 18. 한국의 산꽃’ 하면 19. 나무 머리'까지 잘라내는 가지치기‥아파트 단지는 사각지대 20. 영도 관통 ‘봉래산터널’ 내년 6월 착공
환경단체 "尹 정권 철저 청산하고 새 정부 기후위기 대응해야"
"문제를 더하는 지도자와 허비할 시간 없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환경단체와 문화단체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환경단체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문화단체는 체제전환을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일 성명을 내 "윤석열 정권과 그 폭정을 가능케 했던 구조와 세력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며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세우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고 이번 헌재 결정의 의의를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겨울을 밝혔던 촛불과 응원봉의 빛무리가 꿈꾸었던 세상"은 "자연과 동물과 공존하는 생명의 나라였고 전쟁도 재난도 없는 평화의 나라였다"며 "그러한 생명과 평화의 나라로 나아가야만이 윤석열로 표상되는 위기와 폭력의 시대를 완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차기 정부가 기후대응을 위해 큰 숙제를 안았음을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2025~2030년은 탄소 중립 달성의 가늠자라 할 2030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실행으로 옮겨야 할 시기"라며 "우리에겐 위기 해결은커녕 문제를 더하는 지도자와 함께 허비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두고 "결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며 "2023년 발표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를 대폭 완화해 우리 산업의 탄소 고착화를 방치했고 연도별 감축 계획은 2025년 이후로 떠넘기는 무책임함을 보였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도 배출권 과잉 공급이란 고질병을 고스란히 남긴 소극적 개편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의 풍력, 태양광은 전체 발전량의 5%에 불과해, 여전히 OECD 꼴찌 수준"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금지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 협상에서도 한국은 튀르키예와 함께 유이한 반대 국가"라는 점을 환기했다.
기후솔루션은 "올 9월은 198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의 2035년 NDC 제출시한"이라며 "2035 NDC와 2049년까지 감축 목표 설정은 지난 정부에서 거듭되어 온 '기후실패 정치'와 작별하고 국제 사회에 한국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될 정부는 사회 개혁 과제를 재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평화와 주권 역사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 중심사회,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세상,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평등 인권사회, 언론과 정보통신, 문화의 공공성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을 만들 숙제가 남았음을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더 강한 연대와 포용으로 굴절되고 분절된 우리 사회의 갈등도 보듬어야 한다"며 "생명이 존중되고 생태가 순환하며 평화와 녹색의 정치가 구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임도 없어서 산불 확산 못 막았다는 산림청‥실상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습니다.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 경상권에서 동시다발한 이번 산불은 열흘 동안 서울의 80% 면적인 4만 8천 헥타르를 태우고서야 꺼졌습니다. 30명이 죽고, 45명이 다쳤으며 이재민만 3천여 명에 달합니다. 모든 피해규모가 그동안 최악의 산불로 손꼽혀온 2000년 동해안 산불, 3년 전 울진 산불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이유를 두고 각종 진단이 쏟아져나옵니다. 진화대원의 고령화, 헬기 부족, 불타기 쉬운 소나무숲의 높은 비율. 여기에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원인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임도' 부족입니다.임도란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산속에 낸 도로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임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산림청은 국내 산림에 놓인 임도가 현저히 부족해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겪었고, 따라서 앞으로 임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 위치한 산불 현장에 접근할 임도가 없어 진화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임상섭 산림청장(지난달 30일)-
"임업 선진국들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열악한 임도가 산불 예방과 진화, 구호를 막았다"-박종호 전 산림청장-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임도는 산불 진압에 큰 효과가 없고 산림의 연속성만 단절시켜 환경을 훼손하며 오히려 산사태 피해를 키운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과연 임도 부족은 이번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됐을까요? 임도가 산불 방지와 진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국내 삼림에 임도는 진짜 부족한 상황일까요? 환경단체들은 왜 산림청과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는 걸까요?
■ 임도가 없어서 산불 확산 못 막았다?‥산림청 자료 따져보니
산림청 홈페이지엔 나라마다 임도가 얼마나 개설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임도밀도'가 나와 있습니다. 한국은 1헥타르당 임도 4.1미터, 옆 나라 일본은 24.1미터, 임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는 50.5미터입니다. 두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각각 6분의 1, 12분의 1 수준입니다. 산림청을 비롯한 전문가,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가 낮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먼저 나라별로 자료 출처가 통일되지 않습니다. 미국과 오스트리아, 독일, 핀란드 등은 정부 공식 자료를 인용하지 않았고 학술지 등에 적힌 통계를 가져왔습니다.
기준도 다릅니다. 산림청이 적시한 23년 일본 '임야청의 산림·임업백서'를 확인해봤습니다. 해당 자료 어디에도 '임도'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대신 한자로 '노망밀도'가 1헥타르당 24.1미터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단 '노망' 즉 '도로망'에는 어떤 도로들이 포함되는지는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답은 일본 임야청이 낸 또 다른 공식 자료에 나와 있었습니다.
"일본의 임내노망밀도는 1헥타르당 24.1미터이며 이는 국도와 공도, 농업용도로, 임도, 산림작업도로 구성돼 있다"
산에 낸 길만 갖고 임도 밀도를 계산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임도뿐만 아니라 국도와 농업용도로, 산림작업도 등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임도 밀도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갖습니다. 출처로 기재한 논문을 확인해보니 1헥타르당 50.5미터란 숫자는 '500ha 이상 산림을 소유한 기업의 산림 내 도로 밀도'를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의 전체 산을 대상으로 임도 밀도를 구한 게 아니라, 규모가 큰 임업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업용 임지의 밀도만을 계산한 겁니다.
이마저도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숲 내부는 물론 숲의 경계로부터 75m 이내에 있는 공공도로와 사유도로 등을 모두 합산해' 산정한 결과였습니다. 만약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는 1헥타르당 임도가 51미터로 집계됩니다. 산림청이 게시한 4.1미터보다 열두 배는 더 긴 겁니다(산림도로 밀도 현황분석 및 고찰, 홍석환·안미연, 한국환경생태학회지 74-81p, 2025).
하지만 산림청 홈페이지엔 어디에도 '나라마다 임도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등의 주석이 없습니다. 출처도 기준도 제각각인 통계를 별도 설명 없이 게재해 통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입니다.
■ "임도서 멀어질수록 피해 커" vs "산불·산사태 위험 가중"
임도가 대형산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지도 확인해보겠습니다. 재작년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임도가 산불 대응에 필요한 이유>라는 보도자료에서 그 근거로 미국과 핀란드 연구 사례를 들었습니다.
산림과학원은 "미국 내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삼림의 임도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임도로부터 거리가 1미터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은 1.55제곱미터씩 증가한다"고 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와 산림 여건이 유사한 핀란드는 13만km의 임도가 개설돼 산불 진화가 쉬워, 산불 한 건 당 피해면적이 0.4ha로 주변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산불도 임도 여부에 따라 진화 성패가 갈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 대운산 산불은 임도가 없어서 엿새간 축구장 1천3백 개 면적을 태웠는데, 근처 화장산 산불은 임도가 있어 20시간 만에 잡혔다는 내용입니다.
울주군에 직접 연락해봤습니다. 임도가 없어 피해가 컸다던 대운산은 알려진 바와 달리 임도가 존재한다고 울주군은 답했습니다. 반면 화장산의 임도는 정식 설치된 임도가 아니라 산주가 불법적으로 낸 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022년 경남 밀양 산불 현장 모습 [출처: 기후재난연구소]
임도가 산불 진화에 효과적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현장들은 과거 대형 산불에서도 여럿 목격됩니다. 이 사진은 22년 5월에 발생한 경남 밀양 산불입니다. 산 가운데로 선명하게 임도가 놓여 있는데 불은 임도 가까운 곳의 숲만 태웠습니다.
2025년 경북 청송 산불 현장 모습 [출처: 기후재난연구소]
이건 이번 경북 청송 산불 지역입니다. 역시 임도 가까운 숲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2023년 강릉 산불 피해면적 지도 [출처: 홍석환 교수 논문]
임도가 산불 대응에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1명이 숨지고, 5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던 지난 2023년 강릉 산불. 한 연구(산림 내 도로의 확대는 대형산불을 막을 수 있는가?_홍석환·안미연·황정석_한국환경생태학회지_2023)에 따르면 당시 산불 피해지역 50미터 이내엔 무려 59.6km의 도로가 나 있었습니다. 즉, 도로 밀도는 무려 1헥타르당 168미터에 달했지만, 불은 산림을 모두 다 태운 뒤에 비가 내리고서야 꺼졌습니다.
2025년 경북 의성 산불 현장 모습
이 길로 진화 인력을 보낼 수는 없었던 걸까요? 당시 강릉의 숲도 소나무로 빽빽했습니다. 송진을 가득 머금은 소나무는 불이 잘 붙을뿐더러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 온도가 1,500도를 넘습니다. 임도가 있어도 현장이 너무 고온이라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겁니다. 당장 이번 산불 피해지만 봐도 국도나 고속도로에 인접한 숲이 여러 지역입니다. 하지만 진화대원 접근은커녕 이 길을 통해 대피하던 주민들이 화마에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경북 산불 피해면적 지도 [출처: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SNS]
환경단체들은 이번 산불을 두고도 '임도가 없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경북 산불 피해지역과 도로를 중첩한 지도입니다. 의성에서 시작해 영덕까지 색칠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주왕산 국립공원 부분만 색이 없습니다. 국립공원은 개발행위가 까다로워 임도가 사실상 없습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들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주왕산의 산불 피해가 적었던 건 임도가 있어 불을 빨리 진압해서가 아니라, 애초 불에 강한 활엽수림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임도가 환경파괴는 물론 산사태 위험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1월 전국 725개 임도 유역 아래에 있는 1,925가구의 민가가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무분별하게 건설한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소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3년 7월,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충남 논산 납골당 산사태 원인으로 임도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 '통계의 오류' 알고 있는 산림청? 그래도 "임도 계속 만들겠다"
산림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임도를 개설해왔습니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임도는 총 2만 584km입니다.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745km의 임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산도 매년 꾸준히 늘어 작년 예산은 2천5백억 원이 넘습니다.
산림청은 '기준이 다른 해외 통계를 인용해 우리 임도밀도가 매우 낮은 것처럼 나타내고 이를 근거로 임도를 늘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임도 개설 예산을 확보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단순 참고용으로 올린 수치"라며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임도 개념이 조금 다르긴 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임도 개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형·대형 산불로 진행되지 않게 인력 및 장비가 초기에 신속히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주불을 잡은 뒤 뒷불 감시, 재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임도가 있어야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소형 태풍급 바람이 불고, 불붙기 쉬운 소나무숲이라면 임도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경북 영덕 산불 피해 현장 모습
오인해서 읽히기 쉬운 통계를 내세우며 임도 부족을 강조하고, 산불 대응 측면에서 제기되는 '임도 무용론'에는 귀 닫은 채 필요성만을 산림청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마다 여름이면 반복되는 산사태 피해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임도로 인한 산사태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한결같이 외면해 온 모습과도 중첩됩니다.
임도 신설을 강조하는 모습과 달리 불붙기 쉬운 소나무숲 위주의 산림 정책을 돌아보거나 불에 강한 활엽수로 숲을 가꾸려는 노력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국내 산림 대부분이 사유림이라 조림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경향이 큽니다.
기후변화는 분명 산불 위험을 키웁니다. 하지만 비슷한 기후대의 중국과 일본에서는 대형산불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산림청의 예산은 2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임도도 늘려왔고, 산불진화를 위한 헬리콥터와 헬리콥터 발진 기지도 늘려왔습니다. 그런데도 산불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산불로 목숨을 잃기 전에, 정말 산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객관적이고 정밀한 연구와 숙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MBC
산불, 진압에서 기후위기 대응으로 패러다임 전환하자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산불은 여의도 약 160배 면적, 축구장 약 6만 6000개인, 약 4만5156ha를 태우며 최대 규모의 인명, 재산 피해를 냈다. 발화 원인은 인간 실화였지만, 작은 불씨가 이같은 ‘괴물 산불’이 된 데에는 기후변화가 자리한다.
이번 경북 산불의 최초의 발화 시점인 3월 22일, 해당 지역의 산림청 산불위험지수를 보면, 그 지수가 매우 높았다. 산불위험지수가 높다는 것은 연료가 건조하여 타기 좋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건조화가 작은 불씨를 확산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라 산불의 규모는 커지고, 봄철에 주로 집중되던 기존과 달리 산불 위험 시기도 연중화하고 있다.
▲3월22일 11시30분 산불위험지수. 출처=산림청
그러나 국내 산불 대응은 여전히 지역, 경제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데 그친다. 이 같은 경향은 산불 관련 언론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검색사이트 빅카인즈에서 ‘산불’, ‘기후변화’ 그리고 한국 산불 관리 주체인 ‘산림청’과 ‘정책’을 검색한 결과 지난 3월 19일 기준 관련 기사는 총 670건이다. 이를 대분류 상으로 보면 ‘지역’이 334건(49.9%)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경제 104건(15.5%)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에 산불이 발생하는 해당 지역 언론에서 산불과 관련 정책에 대한 보도가 자주 이뤄진다. 또 국내 산불 관련 보도는 로봇이나 인공지능, 드론 등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한 산불대응 체계 구축이나 산림 바이오매스, 목재, 산림 일자리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 기후 상황은 ‘조울증 상태’라고 표현 가능하다. 조울증은 기분이 끝도 없이 고양되다가 우울에 빠지는 양극성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데, 기후 역시 역대급 폭염 후 혹한 예고가 매년 반복되는 등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인 양상을 보인다.
올해 경북 산불이 역대 최대 피해를 낸 데에도 조울증 기후의 영향이 있다. 극심한 기후위기와 변화로 인해 한반도 대기 역시 산불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는 건조해지고, 적설량은 감소하며 해충을 증가케 한다. 이로 인해 산불의 기간이 길어지고, 산불로 타버린 면적은 넓어진다.
산불로 인해 타들어간 면적이 넓어질수록 죽은 초목도 증가한다. 이런 건조한 죽은 초목은 불에 잘 타는 일종의 ‘땔감’ 역할을 하게 되는데, 건조한 대기에 땔감 재료까지 더해지며 산불이 더 자주, 크게 발생하게 된다. 타들어간 나무는 탄소를 내뿜고, 이는 대기 중 탄소농도 증가로 이어져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대형, 장기화가 다시 기후 변화 속도를 견인하는 끝없는 악의 순환 고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도 유례없는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2019년 인도네시아,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 포르투갈, 2023년 캐나다, 미국의 하와이, 2024년 칠레 등이 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이같은 대형 산불에 대해 미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은 기후변화가 산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산불 피해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 미국 LA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대 275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도 피해 면적이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대에 발생한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2010년의 약 7.8배에 달한다. 인명 피해도 급증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산불 사망자 수는 263명으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1997년 266명에 이어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Number of deaths due to wildfires worldwide from 1990 to 2023. 출처=OWID; EM-DAT
그럼에도 국내에는 아직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대응방안이 부재하다. 국내 산불 관리의 주체는 산림청이다. 산림청이 매년 발표하는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보면, 산불의 대형, 연중화 경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나아가 이상기후로 인해 산불이 국가적이고 전세계적 기후재난이 되어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종합 대책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다루고 있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방안이 포함되지 않으니 산불 논의는 여전히 지역적 차원에 그친다. 산불을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산불 대응 정책 기조 역시 ‘불이 나면 끈다’ 정도의 사후적, 단기적 방안에 그친다.
단기적이고 진압 중심적인 대응 정책에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포르투갈의 산불 대응 정책 기조 변화 연구에 따르면, 산불을 진압하는 데 중점을 두는 정책은 연료량을 증가시켜 오히려 산불을 더 크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압 중심의 정책은 경제적인 효율도 떨어진다. 미국 산림청에서 산불진압에 쓴 비용은 2020년과 1989년을 비교하면 약 4배 증가했으나, 연료량도 함께 증가하는 결과를 낳으며 오히려 산불 위험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레이아(Moreira) 박사 연구팀은 이 현상을 ‘소방 함정(Firefighting Trap)’이라고 명명하며, 사후대응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산불 위험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산불을 기후재난의 하나로 분류하고 통합적으로 관리, 대응해야 한다. 산불 저감을 위한 생태적 접근, 탄소 배출 저감 정책과 연계한 대응체계와 같은 산불의 연쇄적인 발생을 끊을 수 있는 장기적인 산불 대응 관점이 필요하다.
▲Fires and the Climate Feedback Loop. 출처=Global Forest Watch
언론도 산불을 단순한 자연재해에서 기후 위기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역 중심의 단편, 반복적인 내용 위주와 산불 피해와 경제적 대응책 강조에만 그치는 현 산불 관련 보도의 한계는 명확하다. 불안정한 기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산불 보도는 심층적인 원인 분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산불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재난 대응 정책이 무엇인지 조명해야 한다. 언론이 정책 비판을 넘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면, 보다 지속 가능한 산불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심혜영 그린피스 기상기후 선임연구원: 미디어오늘
산불은 괴물이 아니다
▲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닷새째인 3월26일 공무원들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국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내저었다. 자치2부장이었다. 산불 현장 취재를 총괄하는 부서장인 그에게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는 말이 나왔다. 편집국장을 비롯한 데스크들에게 운을 띄웠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일순간 조용해진 사무실, 다들 귀를 쫑긋 세운 듯했다.
“괴물 산불이라뇨.”
마우스를 따닥따닥거리며 자치2부장이 말을 이었다. 모니터에는 어느 한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괴물 산불’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어느 누구는 헛웃음을 쳤다.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산불이 확산하면서 ‘괴물 산불’이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11시52분, 문화일보가 <20도 초여름 날씨·강한 서풍… ‘괴물 산불’ 키웠다>는 제목을 처음 내걸었다. 같은 날 밤 9시26분 연합뉴스는 <사흘째 확산 의성 ‘괴물 산불’ 안동까지 번져>라는 기사를 냈다. 특히 연합뉴스는 다음날 이 표현을 다섯 번 쓰는 등 이후 3월31일까지 27번 사용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특성상 다른 매체에서도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을 많이 차용한 듯 하다. 너나할 것 없이 무분별하게 이 표현을 썼다.
물론 대형 산불의 위험성과 위력을 전달하는 데에 강한 표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은 단지 과장된 비유로 끝나지 않는다. 언론사가 선택한 단어에는 그 언론사의 시선과 태도가 담긴다.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은 산불 피해 당사자를 획일화하고, 보도의 자극성을 증대하며, 책임 소재를 흐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이 표현을 본 지역 신문 기자들이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헛웃음을 친 근저에는 기시감이 있다. 그것은 서울 대형 매체들이 지역에서 일어난 초유의 재난을 딱하게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서울은 보통 지역에 큰 사건이 터졌을 때만 주목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늬앙스의 문장들이 클리셰처럼 나온다. ‘참혹한 현장에 속수무책이며 불쌍하고 딱한 주민들’이다. 재난 현장을 온전히 전하려는 마음, 재난의 심각함을 알리고 싶은 마음, 그 선의는 십분 이해한다. 오히려 너무 현장에 공감해서 문제라면 문제다. 현장피해 당사자들 입에서 나올 법한 표현을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했을 때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이 있다. 결국 산불 상황이 수습되는 국면에서는 서울 중심으로 다시 돌아간다. <‘괴물 산불’ 피해 4만8150ha… 서울 면적 80% 태웠다>와 같은 제목처럼 말이다.
‘괴물’이라는 표현은 공포심을 자극한다. 산불을 종잡을 수 없는 괴물에 빗대면서, 점점 표현 수위는 올라간다. 처음엔 대형 산불이었고 그다음엔 초대형 산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괴물 산불이라 일컫더니 ‘역대급 불지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서울신문은 ‘불마귀’라고도 칭했다. 이처럼 점점 강한 수사를 사용하다 보면, 정작 언어의 힘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은 과학, 행정 언어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기상청, 산림청, 소방청 어디에서도 ‘괴물 산불’ 같은 용어는 쓰이지 않는다. 그저 감정을 앞세운 언론의 비공식 표현일 뿐이다. 이는 정보 전달의 명확성을 해치고,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은 산불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현상으로 만든다. 인간이 야기한 산불인데, 이를 ‘괴물’이라는 상상의 생명체로 치환하는 것은 주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책임 소재를 흐리게 만든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 위기, 정부의 대책과 대응 등 따져볼 문제들을 가리는 자극적인 조어다. 이는 인간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통제불가능한 산불이 번져가는 비극적인 결과와 현상에 초점이 맞춰지게 한다.
이때 주목 받는 기사는 ‘진단’과 ‘해설’이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다. 괴물같은 산불에 피해를 입은 불쌍한 지역 주민들, 산불에 뛰어들어 어르신들을 구조해낸 의인들, 산불 현장에서 고생하는 ‘영웅들’ 이야기가 주목을 받는다. 골치 아프고 복잡하게 얽힌 정책적인 문제나 구조적인 문제는 유려한 서사에 밀린다. 이것도 다루고 저것도 다루면 되는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의제는 한정돼 있다. 무엇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냐의 문제다.
재난 기사에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단어가 아니다. 뇌리에 박히는 조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재난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순간, 공동의 책임을 외면하게 된다. 언론사는 단어를 세심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제아무리 기사에 객관적인 정보를 담아도 독자 처지에서 기억에 남는 건 ‘괴물 산불’ 그 자극적인 단어 하나뿐일 수도 있다. 산불은 괴물이 아니다. 산불은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고,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언론의 언어가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미디어오늘
2019 강릉옥계 산불지역
두 생태도시의 후진(後進) 이야기, 서울과 대구
탄소중립을 후퇴시킨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대한민국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생태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전기요금과 세제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중앙정부만큼이나 지방자치단체도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는 중앙과 달리 공간 문제에 대한 기획 및 결정의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에 지하철역의 신규 개통이나 버스 노선의 연장 여부는 지자체에서 결정한다. 지구적 기후변화나 국가적 탄소중립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우리집 지하철은 역세권 전환을 통해 지가를 두 배 높일 뿐만 아니라, 매일 출퇴근하는 일상생활을 바꿔놓은 중요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기초지자체가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한발 늦게 2009년부터 시‧도 기후변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기초지자체는 지구온난화를 자신의 업무가 아니 국가 차원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며, 방치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2021년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2025년까지는 모든 시군구에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리하자면, 이제 탄소중립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지자체까지도 동참해야 하는 사안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기후 대응에서 앞서 나간 선도적인 지자체 두 곳이 바로 서울과 대구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의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도로망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때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를 탈바꿈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바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즉, 일반 승용차의 차량을 통제하고 버스 같은 대중교통만이 다닐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교통망을 구축하는 제도가 바로 이 전용지구이다.
한국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1990년대 국내에 유입되었던 생태교통 진영이 지역별로 조례를 만들고 지구의 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참여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대구에서는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이 2000년 전문가 워크숍에서 제안한 이래로, 2003년 교통종합대책에 이 전용지구가 반영되었다. 이후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2009년에는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 1킬로미터 구간에 국내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녹색교통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도입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대전시는 2009년부터 전용지구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각종 민원과 주민 반발로 인해 2011년에 최종 무산되었을 정도였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수원이나 전주가 전용지구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논의만 진행될 뿐이지 아직까지 추가로 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산 동천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2015년 신규 도입되기는 했지만, 출‧퇴근 시간에만 한정해서 차량이 통제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서울에서는 2011년 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녹색교통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던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제안을 박원순 후보가 받아들이면서 공약에 포함되었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산하 연구원을 통해 전용지구 선정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단계 82개, 2단계 32개, 그리고 3단계 10개 지역으로 후보를 좁혀나갔다. 이들 후보지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자치구의 추진 의지 검토가 함께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500미터 길이의 신촌 연세로 구간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2012년에 선정될 수 있었다. 이후 보행자 편의시설 확충 등의 설비 보강을 거쳐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통하게 되었다.
이처럼 대구에서 시작되어 서울로 확장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버스 이용의 편리성을 증진시키고, 보행환경의 개선 통해 시민들의 만족도 향상을 가져왔을뿐만 아니라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게다가 신촌에서는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운영하면서 축제의 장까지 마련될 수 있었다. 특히나 1990년대 이후의 상권 침체로 인해 쇠퇴하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태적 공간으로 알려지며,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신촌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11년 만에 해제된다. 서울시는 19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해제 관련 공고를 게재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버스가 오가는 모습. 2024.12.19 ⓒ연합뉴스
이런 한국의 대표적 생태도시 두 곳에서 최근 들어 역행하는 변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대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던 상인협회에서 시내 중심가의 상권을 활성화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홍준표 시장은 2023년 4월 동성로 상가를 방문해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예상치 못했던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절반을 해체하겠다는 제안이 이뤄지고 말았다. 게다가 당초에는 한시 해제를 거쳐 경제적 효과를 검토한 뒤에 최종 해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인 부분 해제가 선포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에서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요구가 목소리를 높아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공약에 없었던 연세로 해제를 요청하면서, 해제 촉구의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다만 구청은 주말 차 없는 거리 행사의 중단 권한만 가졌을 뿐이지, 전용지구의 해제는 상급 기관인 서울시의 권한이었다. 이처럼 기초지자체의 해체 압력이 강화되자 서울시는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인 해제를 통해 영향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에 판단하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2023년 10월부터 전용지구가 재개되었으며, 2024년 8월 공청회에서는 약간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차량 정체 및 대기행렬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함께 확인되었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전용지구 해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밝혔었다.
이런 서울시의 태도가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에 급변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발 빠른 계엄 해제와 탄핵정국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져든 상황에서 서울시는 12월 19일에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해제를 전격적으로 확정해서 공표했다. 그로 인해 2025년 1월부터 연세로는 승용차가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는 일반도로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준표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검토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오세훈 서울 시장은 탄핵 정국이라는 사회적 논의가 차단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생태도시를 후퇴시키고 말았다.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고려되는 오세훈 시장의 행보는 이후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시장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가격 폭등으로 인해 재지정하는 혼란을 일으키면서, 대선 후보로 자질이 없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을 정도이다. 함부로 비상계엄을 선언하며 국정을 혼란시킨 대통령만큼이나, 생태도시를 후퇴시킨 정치인들도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지연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무관하게, 대한민국의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필요한 2025년이다./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가끔 닭고기 먹고 달걀 먹어도…채식주의자 맞아요
건강 상태, 가치관 따라 각기 다른 식단
생선·해산물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유형에 따라 가금류·유제품 섭취하기도
공간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베를린 템펠호프는 폐쇄된 공항이자 광활한 시유지다. 오랫동안 공원이던 이곳에 베를린시는 도서관과 주택 공급 계획을 세웠으나 2014년 시민 반대로 무산됐다. ‘100% 템펠호프’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주민투표 결과 부지 전체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지와 시민 공간으로 남기기로 했다. 주거지가 불필요해서는 아니다. 그러나 시의 계획은, 임대주택의 공급 비율이 낮고 주택 임대료도 높았다. 평범한 시민보다는 민간 부동산 업자들을 위한 정책이었다. 스케이트를 타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던 공원이 평범한 시민들이 갈 수 없는 곳이 되는 일. 공간에 대한 시민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 베를린 시민들이 시 계획을 거부한 이유다.
서울에도 대규모 공공부지가 있다. 은평구 혁신파크는 약 11만㎡에 달하는 시유지다. 그러나 활용 방안은 베를린과 사뭇 다르다. 지난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혁신파크 기업 매각 절차를 강행했고, 서울시는 4월11일까지 4만8000㎡를 매각한다. 작은 카페와 시민들의 휴식 공간에는 이미 펜스가 쳐졌고, 머지않아 빌딩 숲이 돼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 민주주의는 없었다. 서울시는 기업 대상 설명회를 수차례 열었으나 시민 출입은 막았고, 항의가 거세지자 궁색한 시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주도 주민 조사 결과 60.9%가 매각에 반대했으나 시는 이를 무시했다. 시의회에서도 다수 의원이 반대했지만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더 큰 문제는 기업 특혜다. 기업이 헐값에 부지를 사도록 ‘제2종 일반주거지’로 매각한 뒤, 상업지구로 종 상향하는 특혜를 제공한다. 공공 기여도는 절반으로 줄이고, 공공 기여금도 기업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특혜 매각뿐 아니라 개발이익 환수조차 포기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을 위하는가, 기업을 위하는가.
이 졸속 매각은 한국 개발의 전형적인 문제를 반복한다. 부족한 공공토지를 매각해 비싼 주택과 상가로 채우고, 원주민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외곽으로 밀려난다. 늘어나는 통근 시간과 삶의 질 악화는 필연이다. 서울시는 혁신파크를 ‘유휴부지’라 칭한다. 그러나 연일 행사와 전시가 열리고 주민들이 저녁을 보내던 혁신파크는 과연 빈 땅이었나. 자본의 활성이 있어야만 쓰임 있는 공간이란 논리는 기만이다.
템펠호프는 혁신파크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시민이 공공 공간의 용도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간의 가치는 소유주의 날인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며 쌓는 역사 속에 만들어진다. 혁신파크 기업 매각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도시 공간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서울이 그런 도시로 남을 수 있을지, 지금 우리가 결정하자.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경향
팬데믹 5년... 프랑스인들은 왜 도시를 탈출할까?
코로나19 유행 이후 변화한 프랑스의 모습
▲2020년 5월 27일 한 남성이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자 자전거를 타고 파리 8구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3월 17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맞선 봉쇄령을 발표한 지 5년째 되는 날이었다. 실로 전쟁을 방불케했던 초현실적 시간이 흐른 지 5년,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상처와 충격을 남긴 채 과거 속으로 물러났으나, 또렷한 족적을 사회 곳곳에 남기며 사람들의 삶을 여러모로 바꿔놓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앞다투어 그 시간을 반추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곳곳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가 잃고 얻은 것들에 대해.
이후로도 이어진 도시 탈출
그날 이후, 사람들이 더 이상 대도시를 선망하지 않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마크롱이 봉쇄령을 발표하던 날, 파리의 외곽도로는 시골로, 지방으로 가려는 차량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마치 전쟁을 피하려는 피난 행렬처럼.
시골에 집이 있거나, 가족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필사적, 본능적으로 도시를 탈출했다. 이후 전원의 삶에 대한 선망은 코로나가 물러난 지금까지도 일종의 현상으로 남았다.파리를 비롯해, 리옹, 릴, 렌느 등 70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들은 대부분 인구 이탈 현상을 겪고 있다. 2024년 파리 인구는 208만 7600명으로 2019년에 비하여 약 9만 5000명 감소했다. 2023년 한 부동산 사이트(Meilleurs Agents)가 한해 전 대도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2%가 1년 안에 대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고, 파리의 경우 그 비율은 40%에 달했다.
그들이 대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더 조용한 환경(36%), 맑은 공기 속(33%), 더 넓은 곳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다(26%). 이들은 서해안 브르타뉴 지역, 지중해안의 프로방스, 코트다쥐르 등 물 맑고 경치 좋으며 햇빛이 풍족한 지역으로 떠나고자 했다. 소비·편리·일자리보다 자연·평화·쾌적함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설문을 진행한 부동산 사이트는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진정한 모터는 미래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라고 적고 있다. 전염병과 전쟁이 추동한 불안한 세상에서 자연이 도시 자본주의를 따돌리는 놀라운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따르면 2024년 파리의 부동산 가격도 팬데믹 이후 14.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진 소비 패턴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에 무기한 폐쇄된 프랑스 파리 에펠탑.연합뉴스/EPA
한편 <르 몽드>가 인용한 툴루나 해리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의 프랑스인들은 코로나 이후 소비 습관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가장 또렷한 변화는 당연하게도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증가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데 조급함이 없었던 프랑스인들은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요구에 대거 합류한다.
2019년 1018억 유로였던 온라인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24년 1753억 유로로 5년 만에 75% 성장했다. 규모가 성장하면서 품목도 전 분야로 확대됐다. 피자, 스시를 제외하면 소극적이었던 음식 배달 시장도,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견인하는 연령층은 MZ세대(18~35세)로, 주문자의 2/3 이상이 이들이다. 레스토랑에 오래 앉아 수다 떨고 와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즐기는 이들의 전형적 외식문화는, 코로나 시기에 청춘의 일부를 차압당했던 세대에 의해 집안에서 넷플릭스와 마주하며 미니멀한 식사를 즐기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변화했다.
의류시장에서도 온라인이 차지하는 규모가 2019년 15%에서 2024년엔 23%까지 상승한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7년 전에 비해 18%, 신발 매장은 26.4%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유명 의류, 구두 회사들(카미유, 산 마리나, 프랑스 갭, 쿠카이, 미넬리 등)의 유례없는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며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들기도 했다.
도심의 대규모 백화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랑스 전역에 19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 백화점 체인 갤러리 라파예트는 금년 중, 두 개의 매장을 폐점한다고 연초에 발표했다. 당초 절반의 매장들에 대한 폐점을 예고하는 기사가 나왔던 것에 비해, 최종 결정된 규모는 그나마 줄어든 셈이다.
반면, 팬데믹 기간중 이뤄진 통제령으로 멀리 가지 못하고 인근 가게들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골목 장사들의 단골 고객으로 남았다. 대형 쇼핑몰들이 간신히 1% 정도의 거북이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동네의 소규모 식품점들이나 약국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는 분석이다. 고립되고 차단되었던 시절을 함께 겪어내며 소비자들이 주변 소상인들과 쌓은 끈끈한 유대가 이동 통제가 풀린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모습이다.
홀로 독보적 성장세를 보이는 품목은 스포츠 관련 분야다. 온/오프라인을 포함, 팬데믹 이전 수준의 매출을 간신히 유지하는 다른 의류·잡화 분야의 성장세와 달리, 스포츠 의류와 스포츠 용품은 홀로 수직 상승, 2019년에 비해 2024년에 18%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자연과 건강, 운동을 향해 방향을 튼 모습은 사회 전반에 걸쳐 줄곧 목격되는 변화다.
명암 갈린 문화계
▲2010-2023년 프랑스의 도서 판매량. 2021년 최고치의 판매량을 보인 후, 코로나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단위: 백만)statista 2025
놀랍게도 2021년은 프랑스 출판계 역사상 가장 많은 책이 팔린 해로 기록된다. 아니 에르노가 프랑스에 16번째 노벨문학상을 안긴 2022년엔 오히려 조금 판매가 줄었다. 아직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던 2021년, 영화관이나 공연장, 미술관 등 문화 시설에 대한 출입은 자유롭지 않았지만, 책은 생필품으로 지정되면서 서점 영업은 가능했다.
여전히 오프라인 책 판매율이 더 높은 프랑스에서 열려있는 서점의 의미는 적지 않았고, 문화적 욕구의 상당 부분을 책이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1년 한 해에 4억 8600만 부의 책이 팔리며, 전해 대비 15% 성장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07-2004 프랑스 영화관 연간 관객수. 2020년 코로나로 축소된 수치는 2024년에도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위 백만) statista 2025
반면 거의 300일 가까이 문을 닫아야 했던 영화관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모두 1억 8100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12.8% 감소한 수치다. 팬데믹 기간에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익숙해진 관객들 일부는 영화관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고 말았다. 2023년 6개월간 진행된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가들의 장기 파업의 여파도 영화관의 침체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진의 장기 파업으로 촬영과 개봉이 도미노처럼 지연된 것이다.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2년간의 암흑기를 보낸 공연장들은 반대로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2022년 120억 유로의 입장 수입을 기록하며 2019년에 비해 42%나 급성장한 공연계는, 2023, 2024년에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른 플랫폼으로 대체될 수 있던 영화와 달리, 현장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은 대체불가의 것을 관객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여행의 키워드 - 자연, 휴식, 건강
전 세계 항공 여행자들의 수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치보다 3.8 % 늘어났다고 국제항공협회가 밝혔던 2024년, 프랑스를 찾은 해외관광객은 1억 명을 돌파했다. 2023년부터 관광시장은 그 규모 면에서 완전히 이전의 리듬을 되찾았다. 한편으론 안도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또다시 엄청난 환경 파괴의 톱니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사람들은 염려스러워한다.
여행자의 수는 늘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도 변화가 보인다. 에어비앤비 측은 프랑스에 등록된 에어비앤비 중 1/3이 시골에 있는 주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시의 관광지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자보다, 시골집에서 사부작거리며 프랑스 전원의 평화를 즐기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여행 패턴에도 자연과 휴식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 두드러졌다.이런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것은 캠핑카를 동반한 여행의 증가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이동수단이나 숙박지 예약에 대한 제약 없이 느슨한 흐름으로 자연으로 향할 수 있게 해주는 캠핑카 여행은, 인신을 구속했던 방역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2021년 프랑스에서는 약 10만 대의 캠핑카, 혹은 이와 유사한 개조된 밴 차량 등이 판매되었다. 이는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약 120% 상승한 것으로, 이런 캠핑카 붐 현상은 2024년까지 이어지며 슬로우 여행이 '팬데믹 이후' 시대의 새로운 열망을 반영하는 트렌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도보여행, 디톡스, 요가, 기공, 단식, 명상 등 자연 속에서 심신의 휴식과 단련을 겸하는 프로그램은 팬데믹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관광지를 다니기보다, 자신과 만나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청소년들
▲2020년 3월 중순에 시작된 코비드 19의 첫 봉쇄령 중, 미술교사가 숙제로 내준 <감금>이란 제목의 사진. 당시 중3이던 아이의 눈에 비친 감금된 세계Kalli
청소년들은 팬데믹이 남긴 가장 큰 피해자들로 지목된다. 요양원에 거주하던 70세 이상의 노년층이 코로나에 가장 많이 희생되긴 하였으나, 다수의 청소년들이 그날 이후, 여전히 심리적 상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민감한 시기, 갑자기 청춘의 삶을 차압당했고, 노인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존재들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그들은 우왕좌왕하고 무책임했던 어른들을 보며, 자신들이 내디뎌야 할 세상에 대한 존재적 불안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모든 금지를 뛰어넘고 친구들과 쏘다닐 나이에, 사회가 내린 거대한 철문에 갇혀 부모와 함께 아파트 안에서 숨죽이며 지내야만 했던 것이다.
"제2차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응급 청소년심리상담 요청이 급상승했다. 평소에 비해 30% 이상으로 오르던 수치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해 20% 상승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파리 코샹 병원의 청소년정신의학과 센터장 마리 로즈 모로가 지난 3월 <라 크루아 레브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병동에 갑자기 환자들이 넘쳐나, 의료진과 환자들 모두가 지옥 같은 상태를 경험했다.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위험한 상태의 청소년들을 돌려보내야 하기도 했다. 더 많은 시설,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2차 봉쇄령이 있던 2020~2021년 병원에 오는 청소년들 중, 거식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고, 불안 장애, 차살 충동, 우울증 등이 주요한 증세였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 뿐 아니라, 세상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어른들을 보면서, 이제까지 가져왔던 안전한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은 아이들이 불안 장애를 보였다. 자신의 일상을 뜻대로 운용할 수 없게 된 아이들이 신체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가했고, 그것이 '거식증'으로 나타났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불안 장애는 우울증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제 방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며, 배달된 음식을 혼자 먹는 것은, 코로나 이후 형성된 우울한 청년층의 한 초상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모로 박사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5년이 지난 후에도, 안전하지 않고, 그다지 욕망할 것도 없는, 매우 불확실한 세상에 대한 인상이 그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가는 나이에 있던 그들에겐 그들이 붙잡고 나아갈 수 있는 일정한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에 금이 가 버린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을 위해 20억 유로(약 3조 원)를 추가로 지원하면서, 자국의 청소년을 위한 문화패스 지원비는 절반으로 축소해 버린 정부는 여전히 청소년·청년의 삶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파리 시민들은 지난 3월 23일, 500개의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자는 이달고 시장의 제안에 66%의 찬성표로 지지를 표했다. 그렇게 조금씩 가다보면, 청년들의 앞을 막고 서 있는 벽을 마침내 허물수도 있을까 하여.
목수정(anouck) 오마이뉴스
그 불길 속에서, 살고 싶었던 건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영남권 산불 재난현장에서 2주간 동물구조·보호 활동
정부 ‘동물 재난 매뉴얼’ 수립 약속했지만…근본문제 여전

사상 최악이었다던 초대형 영남권 산불이 할퀴고 간 터전은 고통으로 신음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방도가 없을 것 같던 거센 불꽃은 산에서 산을 타고 넘으며 민가까지 휩쓸었다. 멀리서 산불을 지켜보는 이들은 무력감에 발을 동동 굴렀고, 화마가 턱 끝까지 다가온 지역의 사람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거대한 두려움 속에서 간절히 살고팠던 이들은 비단 인간뿐이 아니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산불 발생 초기였던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3일까지 경남 산청, 경북 의성·청송·영양·영덕·안동 등의 산불 현장을 살폈다. 경남 산청에서 산불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꾸려 현장에 온 뒤 산불이 마무리된 시점까지 경북 지역을 떠나지 못했다.


활동가들은 산불이 지나간 지역에서 화상을 입었거나 치료가 필요한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피해 지역 곳곳을 돌며 수색을 이어갔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시커먼 절망이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새까맣게 타버린 산과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 그 속에서 숯덩이처럼 타버린 동물 사체가 연이어 발견됐다. 목줄로 발이 묶이거나 뜬장·울타리 등에 갇혀 미처 피하지 못한 동물이 도망칠 시도도 못 해본 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피해 지역을 샅샅이 살피며 운 좋게 생존한 동물을 찾아냈지만, 그 역시 마냥 안도하기는 어려운 모양새였다. 불길에 화상을 입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사람이 대피한 집에 홀로 남겨져 방치된 동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불길에 타죽을 뻔한 불행을 가까스로 빗겨났지만, 그보다 조금 덜한 불행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산불을 겪은 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해 발생 시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방침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끔찍한 사건·사고가 벌어진 뒤 아동복지법이 개선된 것을 두고, 사람들은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처럼 동물의 복지를 관장하는 법과 제도 역시 수많은 동물의 피와 희생을 거쳐서야 만들어지곤 한다.
재해로 숱한 동물이 피해를 본 뒤에야 겨우 뗀 첫발이지만 이제라도 재난 발생 시 동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건 다행이다. 그러나 매뉴얼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 동물이 실제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으려면 대피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를 개선해야 한다.


논이나 밭처럼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개를 덩그러니 키우는 관행, 급박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풀 수 없도록 단단히 동여맨 목줄, 사람에게 경계를 품게 하는 고립된 사육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위협하는 재난 앞에서는 동물의 목숨을 뒷순위에 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숱한 절망을 목격할 수밖에 없다.
온 땅을 집어삼킬 것 같이 기승을 부리던 산불이 마침내 마무리됐지만, 재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상을 입고 구조된 동물들은 고통스러운 치료를 견디며 일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다행히 산불을 피해 운 좋게 어느 곳도 다치지 않은 동물을 기다리는 세상은 어떠할까. 여전히 좁거나 답답하고 지루할 것이다. 재난을 피한 뒤에도 이러한 불행이 일상일 마당 개, 농장동물 등의 일생은 우리가 살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산불이 지나간 곳곳에서도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무너진 잔해를 헤치고 돌아다니다 매캐한 탄내 속에서 설핏 꽃향기를 맡으며 소망해본다. 새로 시작하는 봄날과 같이 이들의 삶에도 봄 같은 시간이 꼭 찾아오기를.
글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한겨레
환경단체 “황강 정비 생태 파괴”… 합천 농민 “홍수 대비 어쩌라고”
경남 합천군 황강 정비사업장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준설 작업을 하고 있다. 합천군 제공
지난 2020년 홍수로 피해를 입은 경남 합천군 황강 하천환경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정비사업을 막아서자 인근 주민들은 또다시 홍수 피해를 입을 수 없다며 환경단체 주장에 맞서고 있다.
7일 경남 지역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현재 낙동강청이 합천군 황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낙동강청은 황강 일대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합천군 용주·청덕 지구 등 5개 지구에서 황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합천군은 지난 2020년 대규모 댐 방류로 인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414.8ha 농경지가 침수됐고, 가축 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또 주택 78채가 물에 잠기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이에 낙동강청은 황강 하도 정비와 수목 제거, 물길·친수공간·낙차공 조성 등 황강 하천환경정비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으며, 2028년 완료 예정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환경단체 반발로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사업 추진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어류 ‘흰수마자’ 서식지가 위협받는 등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다며 낙동강청에 공사 전면 중지를 촉구했고, 이로 인해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환경단체는 “황강을 준설하면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가 서식지가 파괴된다. 하천 정비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합천군 주민들이 나서서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 20여 명은 지난달 24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방문해 환경단체가 황강 내 하천환경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한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2020년도 수해 피해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며 “환경단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다면 수해 발생 시 환경단체에 피해 보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청의 입장을 듣기 위해 7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낙동강청은 낙동강네트워크 측의 공사 중단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염려는 인정하지만, 홍수로 인한 피해 우려가 큰 만큼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낙동강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는 일부 구간에 한해서만 하천환경정비사업에 나설 것을 다시 요청한 상태다.
또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낙동강네트워크와 낙동강청은 일단 다음 주 황강 현장 확인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주민 간담회를 가진 뒤 입장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트 집행위원장은 “현재 낙동강청 황강 하천환경정비공사는 홍수 피해 대책을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 이미 제방공사 등이 추진 되고 있다. 수위 1cm를 내리기 위해 수백억 원을 넘게 투입하는 건 지나치다.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입장차를 좁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골프장에서 ‘구름 위의 굿샷’
강원랜드(대표이사직무대행 최철규)가 운영하는 하이원CC가 이례적인 폭설을 이겨내고 지난달 28일부터 2025시즌을 개장했다고 밝혔다.
하이원CC는 국내 최초 해발 1136m의 고원에 위치한 파 73, 전장 6592m의 18홀 퍼블릭 골프장으로, 백두대간과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쾌적한 힐링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NEWSIS 홍준봉기자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 발전'하려면
차기정부 혁신과제 1] 지속가능발전 분야
중첩된 위기
세계는 지금 중첩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레베카 헨더슨은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환경파괴, 경제적 불평등, 제도의 붕괴를 세 가지 위기로 꼽습니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생태적 위기를 살펴보면,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성장이 필요했던 시절의 개발 정책이 가져온 자연 생태계 파괴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과잉 상태인 도로나 공항의 건설이 갯벌과 산림을 파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토건족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낸 사업으로 강을 막고 물을 썩게 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2017년 동해 연안의 62%, 남해의 33%, 제주 연근해의 35%에서 백화현상으로 바다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누적되는 오염으로 인한 바다와 육지에서의 급격한 생물종 멸종은 식량 위기를 가속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의 이동으로 팬데믹은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일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024 환경성과지표는 180개국 중 58위입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기후변화 58위, 환경보건 45위, 생태계 건강성은 100위로 경제적 성과와 심한 불균형을 보입니다. 지속가능발전 이행성과가 166개국 중에서 33위라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성과가 나쁜 다섯 가지 목표에 기후변화 대응,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의 보전 등 환경지표가 세 가지나 포함된 것도 생태적 위기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국가가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태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 시급히 강화돼야 합니다.
두 번째 위기 요인인 불평등도 세계적인 추세처럼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부의 집중도와 그로 인한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빠르다는 점 그리고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 불평등과 빈곤을 개선하는 국가의 역할이 가장 낮다는 점 등이 문제입니다. 세계적 경기침체들이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큰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며, 이미 부의 집중으로 인한 서민들의 구매력 감소는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을 부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계 소득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능력주의 서사와 맞물려 신분 세습을 강화하고, 강자 동일시와 약자혐오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살률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국민의 낮은 행복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낮은 출산율이 국가 소멸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정작 그 근본 원인인 불평등을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대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가 풍요와 지배력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희생시킬 제물이 줄어드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세 번째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 역시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서구에서는 극우세력이 등장하고 확산해 가는 확연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심장이라는 미국에서 2021년 낙선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는 모습이나, 2024년 재선된 트럼프가 그 폭도들을 모두 사면하는 충격적인 사태는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극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 제도를 파괴하려는 시도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저항과 극복을 위한 노력이 극명하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나, 시장에서 배제되는 국민의 불만이 우경화의 원인이라는 분석과 시장의 정치 지배를 지적하는 목소리 - 우리가 소리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삼켜버릴 것입니다(야니스 바로파키스) - 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세 가지 위기가 모두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역설하는 레베카 헨더슨의 주장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경제정책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하면서 성장만을 추구해 왔던 결과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서로 분리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정책의 변화와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문제를 가져온 성장 자체도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장 정책의 이론적 근거였던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집중된 부는 투자되지 않고 있습니다. 커지는 불평등으로 구매력이 감소해 내수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미국의 보호주의, 중국의 기술 추격, 국제 시장의 환경규제 강화 등의 여건으로 보아 수출 중심의 경제도 예전과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장이 어려운 여건에서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케이트 레이워스의 경고를 생각하면 우려는 더욱 커집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국가의 목표를 다시 세우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더 많은 성장을 추구하면서 부를 독점한 소수와 빈곤한 다수가 망가진 자연생태계 속에서 환경오염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사회를 선택한다면 위기들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경제시스템 자체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위기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가운데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더욱 형평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가 국가의 새로운 목표가 돼야 합니다.
지속가능발전 : 중첩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담론
Unsplash Image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을 고려하며,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면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불가능할까요?
지속가능발전은 그러한 고민에 대한 대안으로 선언되어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 실천 방법을 고민해 온 담론입니다. 지구라는 고립된 생태계에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지도 않고, 무한한 성장이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성찰을 바탕으로 지구의 한계 내에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탐구해 왔습니다.
경제학은 자연생태계라는 우리 삶의 기반을 무시해 왔지만, 공기, 물, 토양 등 자연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 인간 사회가 지속될 수 없음은 그것이 오염되거나 부족해지는 순간 명확해집니다. 경제학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고 불평등을 높이는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국가의 경제성장과 환경보전 정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동일한 경제성장 수준에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환경보전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냅니다. 불평등 역시 마찬가지여서, 많은 나라가 같은 경제 수준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불평등을 보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정책 결정 과정을 관리해서 지속불가능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할 것인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가 가져온 문제들에 대한 비판은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냐는 면박으로 차단돼 왔습니다. 사회주의는 실행 과정에서 확실히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실패가 자본주의의 완벽함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위기들이 자본주의의 존립 기반을 갉아 먹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 자본주의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회주의 역시 더 많은 생산과 소비가 본질인 산업주의를 숭배하고 있어 지속가능발전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담론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은 그 새로운 담론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발전을 통해 지구 한계 내에서 번영을 추구하는 것과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필요를 우선 충족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지난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꾸준히 다듬어왔으며, 2015년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설정해 모든 국가가 각 지표의 개선 목표를 설정해 이행해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불평등, 기후대응, 생태계 보전 등의 지표들이 포괄되어 각각의 지표가 다른 지표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체적인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이 목표 체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환류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이 체계는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거버넌스로 운영됩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탄생했고, 185개국 정상들이 모여 각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으로 합의한 지 38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회의 기본 가치나 국정의 기조로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채 모호하고, 어렵고, 유행이 지난 흐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가치를 가지고 새로운 담론을 보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나 '자유'와 같은 모든 새로 생겨난 담론들도 다르지 않았고, 그 담론들은 지금도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어렵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개념을 축소하고 왜곡시키는 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수백 년 지난 경제이론에 기댄 사람들이 지속가능발전을 지나간 유행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 복잡한 사회의 중첩된 위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기술이나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지만 갈 수밖에 없는 길이고, 중첩된 위기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일시적 유행으로 사라질 것은 아닙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비판이 아니라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고력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지속가능발전은 생산소비 구조를 전환해 새로운 경제 기회를 만들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필수적인 담론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분야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뿐아니라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춰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도로와 공항 등 과잉 상태에 이른 SOC 투자를 훼손된 자연생태를 복원하는 회복의 경제로 전환하면 생물다양성 감소를 낮추고 자연생태계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생산소비구조에서 추출과 폐기를 줄이는 순환경제 모델로의 전환은 자원의 부족을 해소하고 폐기물 처리 과정의 오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이 경제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외부화를 통해 사회에 비용을 떠넘김으로써 이익을 챙겨온 기업들이 그 기득권을 지키려는 무책임한, 근거 없는 주장일 뿐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에 이르기 위한 실천, 지속가능발전은 지금까지 경제가 외면해 온 블루오션이고, 새로운 투자기회이고, 경쟁력입니다.
차기 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제도 혁신 과제
life is a succession of choices, what is yours?
차기 정부가 정책의 기조를 전환해 국정을 운영한 결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 성과로 평가될 것입니다. 변화된 국정기조가 각 분야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는지, 다른 분야에 정책과 상충되거나 중복되지 않는지를 통합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 추진 제도들이 재정비돼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모델이 되는 활동을 펼쳐왔으나,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내세워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훼손하고 무력화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에야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복원됐으나 아쉽게도 운영체계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예 이전 정부 위원회 정비 대상으로 지목되어 무시되다가, 기본법 시행 2년을 넘겨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별도의 사무국조차 없이 국무조정실 일반직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고, 2025년 예산이 7억 원도 되지 않아 변화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킨 수준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에 비해 지속가능발전은 사회 전반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어서 2023년 현행법 중 지속가능발전을 반영한 법률이 126건에 달하지만, 그 법들이 실제로 지속가능발전을 이행하고 있는지는 점검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시행된 지 2년 반이 지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음 정부 출범과 함께 지속가능발전 운영체계를 복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복원
국정과제의 연구 및 정책대안 개발, 시민사회 제안 연구 및 정책화, 국가 중장기계획 지속가능성 검토 및 보완, 갈등 사안의 조정 및 대안 마련 등의 역할을 수행했던 참여정부 수준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국가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및 이행계획의 수립 및 보완과 2년마다 유엔에 보고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보고서 작성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담당해야 할 일입니다. 더욱 커진 국민들의 참여 요구에 맞춰 국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숙의하고 정책화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추진을 지원하고 이행성과를 평가하는 역할도 강화해야 합니다. 국가 지속가능발전 전체를 견인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합니다.
▲ 지속가능발전기본법 개정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시행 2년 반이 지났으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과 중앙부처들이 지속가능발전을 행정의 최종 목적으로 삼아 실효성 있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주체가 지속가능발전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조문으로만 존재하는 교육, 연구, 컨설팅, 인증 등을 실제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과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추진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이 보완돼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실증 사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갈등 사안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 지속가능발전 평가체계 확립
정부업무평가에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이행성과를 반영해 지속가능발전 추진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경제적 성과에 치우친 공공기관 업무 평가에 지속가능발전 이행성과 평가를 반영하는 것도 동시에 시행돼야 합니다. 나아가 정책과 예산의 심의 과정에서 사전에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헌법개정에 지속가능발전 가치 반영
1987년 헌법이 반영하지 못한 지속가능발전을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에 국한된 환경권 보호 대상을 모든 사람과 사람 이외의 생물로 확대하고, 현세대와 더불어 미래세대의 권리를 보장하며, 지속가능발전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국가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들에게도 부과해야 합니다.
헌법에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담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개선하고 모든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정부의 출범과 함께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은경 (사)지구행동 이사장/ 오마이뉴스 .
논란의 '한라산 케이블카', 세계자연유산 지정 취소 가능성도?
제주도의회 중심으로 케이블카 설치 언급 지속돼
훼손 불가피 ... 세계자연유산 취소 위험성도 높아져
최근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2007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된 발언은 최근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 사업은 6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해묵은 논란거리 중 하나다. 1962년에 한라산 1900고지까지 총연장 9.1km 에 달하는 케이블카 사업 구상이 있었지만 추진되지 않았고, 이후 1968년 2개 업체에서 한라산 정상을 관통해 동서를 잇는 대규모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 바 있지만 반대 여론에 막혔다.
이외에도 197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이처럼 케이블카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환경 및 경관훼손과 지질 악화 등을 이유로 '설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곤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3년 40년 넘게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조건부로 승인되면서 강상수 의원(국민의힘, 정방·중앙·천지·서홍동)이 다시 한 번 한라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당시 오영훈 제주도정은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나, 강 의원은 최근까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를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이슈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다른 의원들도 이 케이블카 설치에 동조하고 있다. 8일 열린 제43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자리에선 원화자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원 의원은 오영훈 지사를 상대로 "제주는 최근 관광 구조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 케이블카와 같은 신교통형 관광 인프라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전국에 약 40개의 케이블카가 운영 중이고 이는 이동약자 접근성 개선, 관광 동선 확대, 지역상권 연계에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며 "아울러 도의회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관련 인식조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지사가 이를 정책에 반영할 의사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외에 현기종 의원(국민의힘, 성산읍)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라산을 중심으로 등재돼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제주에선 2007년 7월2일 한라산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을 중심으로 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의 첫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었다. 다만 당시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이뤄지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5대 권고사항이 제시된 바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자연유산 지구 핵심지역의 사유지 매입과 자연 훼손 방지, 관광객의 효율적 관리, 생물다양성 가치 조사 및 관리, 세계자연유산 확대 등재를 위한 노력 등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특히 이 중에서도 세계자연유산 구역의 원형 유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 때문에 용암동굴의 원형 보전을 위해 동굴 위 지상부에서 이뤄지던 농업활동을 규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라산의 원형과 자연환경, 경관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된다면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는 위험성을 키우는 꼴이 된다.
오영훈 지사도 이런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지사는 "케이블카가 도입될 경우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유네스코에 알려야 하고 한라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지난 2007년에 지정됐던 세계자연유산의 지정 취소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제주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위기에 처한 한반도 숲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림녹화' 기적을 이뤄냈지만 지금 숲의 미래는 불투명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이고 산악 국가다. 전체 국토 중 63.9%가 숲이다. 대륙 끝자락에 있어서 예로부터 특별한 지정학적 의미를 갖곤 했다. 대륙 세력에는 해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고 해양 세력에는 대륙으로 진입하는 전초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는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었다. 동북아시아는 국제 사회 주변부에서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북아시아가 거점이 된다는 건 그만큼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도가 커진다는 말이다.
우리 숲의 소유 구조는 특이하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산림 대부분은 중앙 또는 지방 정부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67.8%가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림이다. 산림을 가지고 있는 산주(山主)는 220만 명이 넘는다. 산주 가운데 90%가 1ha 이하 산림을 보유하고 있는 '영세 산주'다. 66%는 거주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 산림을 가지고 있는 '부재중 산주'다. 우리 산림의 이러한 현실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다. 효율적이고 통합된 정부의 산림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 관리가 어렵다. 경제면에서도 수지 타산이 맞는 산림 경영이 만만치 않다. 임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산림녹화' 기적을 이룬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산림 녹화를 성공한 경우가 유일했기에 그럴 만했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가 주도한 치산녹화 사업은 'K-산림정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300년이 넘는 산림 황폐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냈다. 치산녹화 사업기간 심은 나무는 100억 그루가 넘는다. 면적으로 보자면 219만ha로, 축구경기장 306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넓이다. 매해 14.6만ha를 녹색으로 만들었다. 사유림이 3분의 2를 넘는 상황에서 민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숲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1987년 이후 산림예산은 20분의 1로 줄었다. 산림청 예산은 국가 총 예산의 0.4% 이하다. 한때 한 해 47만ha 이상 나무를 심었는데 최근 연 평균 조림 면적은 2만ha를 넘지 못한다. 2020년 기준 10~20년생 이하가 거의 없다. 숲이 늙어 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나무와 새로 심어진 나무 사이의 양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숲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건 산주들의 위기를 의미한다. 경제 부담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산주가 늘고 있다. 숲이 버려지고 있다. 추세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딱히 없어 보인다.
위기의 신호, 45년 만에 열린 산주 대회
지난 3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산주대회'가 열렸다. 45년만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4000여 명의 산주가 모였다. 만사 제쳐 두고 서울까지 올라온 산주들의 주장을 귀를 열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숲이 지속가능하려면 산주들이 숲에서 경제적 보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당연하다. 숲이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사적 재산이다. 경제적 가치가 없다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재난에는 대개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무시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산주대회는 대책을 세우라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산림청은 부족한 예산이지만 관할 국유림을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영역은 역부족이니 맡은 거라도 성실히 하면 되는 건가. 인간의 눈으로는 소유가 구분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는 다 같은 숲이다.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금방 망가진다. 그게 생태계의 본성이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산에 오르거나 숲에 들어 갈 때, 국유림인지 공유림인지 사유림인지 가리지 않는다. 산과 숲이 거기 있으니 가서 향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등산할 때마다 고액 입장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숲은 강우를 저장하고 서서히 방출함으로써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녹색 댐'이다. 홍수 조절, 가뭄 완화, 수질 정화, 토사 유출 방지 등 우리가 아는 댐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환경부가 계획 중인 '기후 댐' 14곳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이 예산은 '녹색 댐'에 투입되는 게 마땅하다. 효과가 더 크다. 그 보상은 토건업자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산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목재와 임산물 이외 자본 시장에서의 '카본 크레딧(Carbon Credit)'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은 축구장 6만 3245개 면적을 태우고 82명(5일 오전 6시 기준)의 사상자를 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폭염, 폭우, 태풍 등 다른 기후재난과 달리, 산불은 잦은 인간 실화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지어 연구되지 못했다. 그린피스가 카이스트 김형준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기후 이상이 산불 위험 일수 증가, 위험 지역 확대, 규모 거대화와 관련 있음이 드러났다.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갈수록 거대해지는 산불을 맞닥뜨릴 것이고 통제하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숲은 하나다. 한반도 숲은 괜찮은가. 남쪽은 남쪽대로 위기에 빠져 있고 북쪽은 북쪽대로 황폐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율은 40%에 육박한다. 해마다 10만ha이상 손실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다가오는 새로운 국제질서인 '다극화체제'에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는 당연 동북아시아 거점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숲은 환경 문제를 넘어 전략적 자산이 된다.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자명하다. 북한은 스스로 산림녹화를 할 수 없다. 우리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사용할 때다.
김용만(freundkim)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
“숲 가꾸기 운동은 산림 역사 최악의 사건”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된다. 그러나 홍석환 교수는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 숲 가꾸기 사업, 임도 건설 등 정부 정책 실패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참혹한 화마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는 데 소방 전문가가 아닌 조경학과 교수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가 뭘까.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지난 3월11일 대형산불 사태에서 가장 뜨거운 발언자다. 그는 산불을 키우는 주범으로 산림청을 콕 찍어 지목했다. 홍 교수는 최근 〈창착과 비평〉 주간논평에 기고한 글 ‘산불 키우는 산림청, 숲에서 답을 보라’는 글에서 한국과 가깝고 식생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만 산불이 급증하고 대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침엽수) 위주 숲 가꾸기 사업, 임도 건설, 소방청이 아닌 산림청의 화재 지휘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홍 교수는 SNS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기후위기가 산불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대형산불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이 일을 그르쳤다고 주장했다. 내륙인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다를 끼고 있는 경북 영덕까지 번진 3월26일 저녁, 경남 밀양시 부산대 밀양캠퍼스에서 홍석환 교수를 만났다. 그는 처음부터 산불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깼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산불을 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꺼진다’라고 보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비가 너무 안 왔어요. 2023년 경포대 인근까지 덮친 강릉 화재, 2022년 울진 화재도 결국 비가 내려서 최종 진화했습니다. 2022년 이곳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가 안 왔는데도 꺼진 경우는 대체로 날씨가 흐려지면서 습도가 올라갔을 때입니다.
산불은 원래 끄기 힘든 겁니까?
2019~2020년 몇 달 동안 계속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산불을 보세요. 결국 비가 와서 꺼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염려되는 곳에 저지선을 치고 계속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위험천만하게 산속으로 진화 인력을 보내고 헬기를 띄워서 물을 뿌리잖아요. 대형산불 때 헬기를 띄워서 불이 붙은 곳의 1만 분의 1이나 물을 뿌릴 수 있을까요? 강풍이 불 때는 위험하기도 하지요.
홍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시사IN〉에 “진화 인력이 불에 맞서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불길을 살펴가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이 활활 타는 곳에 헬기로 물을 뿌려봐야 증발하기 때문에 산림청 역시 아직 불이 붙지 않은 곳에 방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2022년 5~6월 밀양 산불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사용 가능한 많은 헬기(57~58대)가 동원되었음에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헬기 무용론을 거듭 주장했다.
홍석환 교수의 주장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 조림 정책이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조림 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처럼 산불이 감소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산불 감소는 불에 잘 타는 침엽수가 줄고 잘 타지 않는 활엽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만 산불이 늘고 있다는 지적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중북부, 유럽 지중해 등 대형산불 발생 지역은 한국과 달리 식물이 활발하게 자라는 여름철이 건조합니다. 건조한 여름을 견디고 수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잎과 줄기에 기름 성분을 둘러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는 식물로 식생이 변화합니다. 뜨거운 여름에 기름까지 둘렀으니 산불에 매우 취약해지는 겁니다. 반면 한국은 여름에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증발산(증발·증산)을 막을 필요가 없는 식물들이 잘 자랍니다. 원래대로면(인위적 조림 정책이 없었다면) 중국, 일본처럼 산불에 안전한 숲으로 변했어야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산불이 감소하고 있다는 홍 교수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번 국내 산불과 비슷한 시기에 이웃 일본 서부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면서 SNS상에서는 홍 교수의 주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2020년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 하나를 보자. 난징 정보기술대학에서 발표한 ‘2003~2016년 중국 전역의 활성 화재에 대한 시공간 분석(A Spatio-Temporal Analysis of Active Fires over China during 2003~2016)’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이렇게 적고 있다. “초원, 경작지, 도시 지역에서 화재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지만 산림과 사바나에서는 화재 추세가 상당히 감소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화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주로 중국 남부에 위치한 활엽수림에서 상당한 (화재) 감소 추세가 있었으나 중국 북부에 위치한 침엽수림과 혼합림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산불 감소는 주로 활엽수림의 변화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자연적으로는 활엽수가 많이 자랄 텐데, 침엽수를 인위적으로 많이 심었다는 뜻인가요?
과거 우리나라 산은 벌거숭이산이었어요. 소나무는 양분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과거에는 소나무가 잘 자랐고, 이를 베어 땔감으로 썼지요. 그러다 1986년에서 1994년 사이에 천지개벽을 해요. 집집마다 아궁이 대신 보일러가 들어와요. 그때부터 나무를 안 때니까 숲이 급속하게 활엽수림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에 대한민국 산림 역사로 볼 때 최악의 사건이 일어나요. 숲 가꾸기 운동이 대히트를 친 겁니다. IMF로 인한 실업자 문제를 공공근로 사업으로 해소하겠다는 목표도 있었죠. 그런데 숲 가꾸기 사업의 핵심은 큰 나무를 남기고 작은 나무를 자르는 겁니다. 큰 나무는 소나무이고, 작은 나무는 활엽수죠. 이후 30년 가까이 이런 사업을 펼쳐온 겁니다.
산림청이 소나무 위주 조림 정책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산림정책은 벌거숭이산에 나랏돈으로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국유지도 사유지도 모두 세금으로 나무를 심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자연림이 빽빽하게 만들어지면 더 심을 곳이 없어집니다. 그럼 숲 가꾸기를 통해 벌목을 해야죠. 숲 가꾸기 사업에 매년 수천억 원이 들어가요. 그리고 임도(산지에 만든 도로)도 만들어야죠. 그런데 임도를 만들면 산사태가 나거든요. 산사태를 방지하려고 또 사방댐을 짓습니다. 산림청 1년 예산이 약 2조6000억원인데 상당 부분이 여기에 쓰입니다.
임도가 산불 위험을 가중시키는 이유는 뭔가요?
산에 길을 내면 어떻게 되겠어요? 햇빛이 비추고 바람이 불겠죠. 잘 말라서 불이 확산되기 쉬운 이동통로가 되는 겁니다. 산림청은 임도가 있어야 산불 진화 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바람이 불면 나뭇잎과 가지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멀리는 2㎞까지 날아가게 되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기후위기 때문에 산불이 더 악화하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만약 우리나라 숲이 (활엽수림 위주로) 안정화가 됐다고 쳐요. 산불이 ‘1’ 정도 발생하면 기후위기 탓으로 1.5 정도 파급이 생길 거예요. 그런데 (숲 가꾸기 사업으로) 산이 쑥대밭이 되면서 100 정도 산불이 나는 거라고 봅니다.
홍 교수의 주장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 주장을 펼쳐왔다. 사상 최악의 산불 앞에 속수무책 망연자실한 우리 사회가 이제서야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2021년 펴낸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에서 그는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에 대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세금 증발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님은 산림청이 지금처럼 비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시겠군요.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임업 관련 부서 또는 환경부 내에 자연환경관리국 정도면 된다고 봅니다. 일본의 산림 면적이 한국보다 4배 넓습니다. 그런데 일본 임야청 예산은 큰 차이가 없어요. 면적이 넓은데 예산이 비슷하면 일본은 산불에 더 취약할 텐데 왜 산불이 줄어들까요? 활엽수림으로 바뀌게 내버려둬서 그래요.
겨울에 활엽수 잎이 떨어지면서 산불의 연료가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산불 영상을 찾아보세요. 불이 위로 확 솟구치며 타는 건 100% 소나무입니다. 활엽수는 그렇게 안 타요. 소나무 옆에 있는 활엽수의 경우 열에 쪄죽을 수는 있어도 잘 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들어가서 진화 작업을 벌이는 곳은 거의 활엽수림입니다. 소나무숲에서는 그렇게 못해요.
산림청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한 건 사실”
산림청 역시 소나무 등 침엽수가 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소나무는 활엽수와 달리 겨울과 봄에도 가지에 잎이 붙어 있어 지표층(낙엽층)에서만 타던 산불이 나무 윗부분 즉 수관층까지 옮겨붙으면서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나무의 잎과 줄기에는 불에 잘 타는 정유물질이 함유되어 산불의 기세와 확산 속도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산불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 산불의 경우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이 컸다.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2024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경제림 조성 연도별 수종비율 변화’ 자료를 공개했다. 산림청이 제출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체 경제림 중 침엽수 비중이 2014년 49.5%에서 2023년 73%로 23.5%포인트 대폭 확대됐다. 반면 활엽수는 2014년 50%에서 2023년 27%로 23%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미애 의원은 “기상이변이 산불, 산사태, 병해충 등 각종 산림 재해를 유발하는 현실에서 경제림에 치중하는 산림정책을 다변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산림청은 “침엽수 조림 비율이 늘어난 건 소나무 외에 낙엽송, 편백 등의 수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낙엽송 등 침엽수가 고부가가치재인 제재목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며, 소나무는 송이버섯 생산 등 농산촌 주민의 소득 창출 등 경제적 가치와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서의 문화적 가치가 높아 조림 사업에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경제성 등 다른 가치를 고려해 적절한 균형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산림청의 제1목표는 산림 보호가 아니다. 산림청의 ‘비전 및 목표’는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이다(홈페이지 소개 글). ‘경제’가 ‘생태’보다 앞선다. 실제로 침엽수림 논란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을 막는 게 산림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목재 활용 등 경제적 가치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소나무는 산불을 키우지만 송이버섯을 통해 산지 주민 등에게 주요한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형산불로 상상을 넘어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제 ‘균형추’가 크게 기울고 있다. 숲이 타버렸는데 송이버섯이 나올까. 소나무 등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한 것이 사실인 만큼 이제 새로운 산림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동안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습니다.
2022년 울진 삼척 산불의 경우 피해액이 2000억원 남짓이었는데, 산림 복구 비용으로 정부와 경상북도가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이번에도 산림 복구에 막대한 재정 투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가장 좋은 대책은 숲을 자꾸 교란시키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이번 산불 피해 지역은 앞으로 10년 정도 뒤에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바뀔 겁니다.
눈물로 심는 나무

가습기살균제로 6개월 된 자녀를 떠나보낸 김홍석씨가 8일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에서 열린 ‘환경 피해자 추모 나무 심기’에서 식재한 나무에 자녀의 사진을 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 10년…배출권 100개 중 99개 ‘공짜’, 개당 9000원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앞에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기본계획 공청회 공동 대응 기자회견을 한 후 정부의 느슨한 할당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배출권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지 10년째 되는 지난해 1~8월 시장에서 거래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평균 가격이 t당 9000원대로 전년보다 하락했다. 2023년 기업들에 할당된 배출권의 99%는 무상할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탄소 감축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최근 펴낸 ‘2024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를 8일 보면, 지난해 1~8월 배출권거래제 가격은 t당 9167원을 기록했다. 배출권거래제가 처음 도입된 2015년 평균 거래가격인 1만1013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3분기 유럽연합(EU) 배출권 평균 거래가격인 10만951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만7276원인 중국 배출권보다도 헐값에 사고팔렸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간 배출권을 할당한다. 기업은 할당량 안에서 배출활동을 하면서 여유분을 시장에 팔 수 있다. 할당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정부에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하면 배출권 시장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74%를 차지한다.
시장 기능을 활용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이 낮을수록 유명무실해진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보다 배출권 가격이 싸면 기업으로서는 일단 온실가스를 배출한 후 시장에서 배출권을 싼값에 사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출권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 정부의 과잉 무상할당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를 보면 2023년의 배출권 최종할당량 5억7910만t중 무상할당량 비중은 99%에 달했다. 기업들이 경매를 통해 사들여야 하는 유상할당량은 590만t로 단 1%에 불과했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의 목표 유상할당 비중인 10%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가 공짜로 주는 할당량 자체가 넉넉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전체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시장에서 싼값에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이 편한 셈이다.
정부 역시 낮은 유상할당 비율이 배출권의 적정 가격형성을 방해하고 기업의 탄소 감축 유인을 축소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3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할당된 배출권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다른 수단으로 배출권을 제출한 업체 10곳 중 6곳은 ‘기술적 투자 및 내부 감축활동을 추진(13.1%)’하기보다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서 구입(60.0%)’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절반 이상(51.9%)의 기업은 올해까지 탄소 감축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3~5년씩 계획기간을 설정해 배출권거래제를 계획하고 관리한다. 제3차 계획기간은 올해 끝난다.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을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에 따르면 구체적인 할당비율 등을 담은 할당계획을 올 상반기 안에 수립해야 한다.
플랜 1.5의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오염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출권 무상할당은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제4차 계획기간에는 최소한 발전 부문에 대해 100% 유상할당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발보다 싼 탄소배출권…물 타는 정부, 말라가는 시장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8140500
제주 역사상 최대 해상매립-풍력발전 개발 '시험대'
제주신항-추자도 해상풍력 '시동'... 환경훼손-도민공감대 험난한 과제 산적
제주 앞바다에 20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 공사가 연이어 추진되면서 제주도민 공감대와 환경 훼손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제주신항 건설기본계획 변경 고시'를 발표한 데 이어 제주에너지공사가 조만간 추자도 해상풍력 개발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신항은 2016년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정부에 사업추진을 공식 요청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듬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지역공약으로 채택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제2차 신항만건설 기본계획에 제주신항을 포함시켰다. 해상 물동량 포화 문제를 해결하고 늘어나는 크루즈 관광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였다.
신항만건설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졌지만 이후 코로나19가 사태가 터지면서 후속 절차는 멈춰섰다. 이어 5년 만에 기본계획 변경고시가 이뤄지면서 사업에 재시동이 걸렸다. 변경안에 따르면 신항에는 크루즈부두 4선석과 잡화부두 3선석, 유류부두 1선석, 관리부두 1선석이 들어선다. 2019년 계획한 여객부두 9석은 제주외항으로 모두 밀려난다.
▲해양수산부가 8일 고시한 제2차 신항만건설 기본계획. 2019년 고시안과 비교해 사업내용이 일부 달라졌다. ⓒ 제주의소리
국비 지원 확정시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 해양 매립 토목공사
항만부지와 항만배후부지를 포함한 매립 규모는 총 126만7800㎡이다. 이는 탑동 매립지(16만㎡)의 8배에 달한다. 총사업비도 5년 전 2조8662억원에서 3조8278억원으로 늘었다.
제주도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신청에 나서기로 했다. 국비 지원이 확정되면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양 매립 토목공사가 현실화된다.
대규모 매립은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업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는 1988년 몽돌해변이 처참하게 파괴된 탑동 매립 당시에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공공주도 2.0'을 최초로 적용한 추자도 해상풍력발전 사업개발계획을 수립 중이다.
입지적정성 평가를 두고 제주도와 에너지공사 간 이견이 있었지만 최근 사태가 일단락됐다. 풍력자원 계측자료 확보를 사전검토가 아닌 지구지정 단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에너지공사는 사전설명회와 사업개발계획 수립을 거쳐 곧 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평가를 거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풍력발전지구 지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풍력개발후보 지위를 얻을 사업자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가 유력하다. 2023년 추자도 풍력발전 경쟁사를 인수하며 ㈜에퀴노르사우스코리아후풍의 덩치도 키웠다. 국내 법인인 이 업체는 2022년 3월부터 추자도 해상에 부유식 풍황계측기 11대를 설치해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풍황 자료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에퀴노르는 추자도 앞바다 3GW급 해상풍력 발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인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100MW의 30배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기 3기와 맞먹는 규모다.
사업 추진시 선박통행-어업활동-전남 여론 등 과제 산적
▲1980년대 제주시 탑동 해양 매립 모습. 당시 대규모 해양매립으로 제주시 도심지 해안의 몽돌 풍경이 사라졌다. ⓒ 제주시 사진DB
사업이 추진되면 해양 환경 변화는 물론 선박 통행과 어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저케이블과 육상 변전소, 송전탑 설치에 따른 전남 지역 여론 등 과제도 산적하다.
제주신항과 추자도 해상풍력은 추진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 훼손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절차다.
주민수용성과 도민공감대 형성도 선행 과제다. 공공주도 2.0의 최우선 취지는 주민수용성에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제주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도민 갈등을 수차례 경험했다. 사업 추진의 불가피성과 공감대 형성 사이에서 제주도가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 지 지켜볼 대목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오마이뉴스
선행의 행복 기여도, 돈의 4~5배 높다
국민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금전적 요인보다 봉사와 선행을 통해 주고받은 심리적 안정이 행복 수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가 나왔다.
8일 갤럽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의 행복 수준과 그 결정요인에 대한 국가별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갤럽은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과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웰빙)와 행복 지수가 높다고 밝혔다. 심리적 만족의 행복에 대한 영향력이 금전적 요인보다 4, 5배나 크다는 수치도 함께 공개했다.
예컨대 ‘물리적 폭행을 당했을 때’는 삶의 만족도가 영향받는 비율(상관계수)이 -0.16, ‘수입이 2배가 늘었을 때’는 0.1이었다. 반면 ‘자선활동을 했을 때’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긍정적 영향비율이 0.43에 달했고,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받았을 때는 0.77로 높아졌다. 갤럽은 “주변 사람들이 정직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개인의 행복감을 증폭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 행복지수 부문에서 8년째 1위를 차지한 핀란드를 비롯해, 행복지수 5위권 국가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었다.
자원 봉사, 기부 등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갤럽은 “자선 활동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롭다”면서 “주는 사람에겐 심리적 활력을 제공하고, 파급 효과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도 자선활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개선하고 사회관계를 강화하며 심지어 수명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요인을 종합해 산정한 행복지수 랭킹에서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5~10위는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노르웨이,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멕시코 순이었다. ‘불행 국가 순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높았고, 시에라리온과 레바논 말라위 짐바브웨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58위(전년 대비 6계단 하락), 미국은 24위였다. 이 수치는 갤럽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세계 147개국의 행복지수를 종합한 결과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모르는 사람 안 돕는 일본... 기부·자선 '최하위' 왜?
지난해 글로벌 전역에서 기부·자선 활동이 움츠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해 5~8월까지 144개국 14만4,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한 달 내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는 2021년(63%)과 2023년(61%)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다. ‘돈을 기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도 33%로, 2021년(37%)보다 하락했다. 갤럽은 “관련 지표가 2021년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면서 “다만, 2019년 이전보다는 높다"고 덧붙였다.
기부·자선 활동이 위축된 것은 경기 악화의 여파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재 수입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답변은 2023년 50%에서 2024년 46%로 감소했다. 갤럽은 “특히 기부를 했던 국가들이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지원을 줄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왔다.
한편 ‘최근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운 적 있느냐’는 질문은 국가별로 편차가 컸다. 라이베리아와 베네수엘라가 각각 87%로 긍정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일본은 21%로 가장 낮았다. 갤럽은 “라이베리아와 베네수엘라는 지역사회 유대감이 강한 국가인 반면, 일본은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자립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에티오피아는 관련 질문에 대한 긍정 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낯선 사람을 도왔다’는 항목은 2023년 66%에서 2024년 44%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금전 기부도 40%에서 22%로 18%포인트 감소했다. 갤럽은 “가뭄 등 자연재해와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여유를 잃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원전 밀집 부·울·경, 핵폐기물까지 떠안나
“10만 년이 지나야 출입 가능한 금지구역, 지구 속 잠재적인 폭탄. 바로 이곳입니다.” 언뜻 들으면 온라인 괴담인 것 같지만 실제로 지구상에 이런 공간이 있다. 유튜버들이 공포 미스터리 콘텐츠로 자주 다루는 곳, 핀란드 온칼로(Onkalo) 얘기다. 온칼로는 세계 최초로 완공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심층 처분장, 즉 ‘핵폐기장’이다. 골칫덩어리 핵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하는데, 그 어렵다는 ‘원전 화장실’ 만들기에 성공한 셈이다.
온칼로는 올해부터 실제 운영에 들어간다. 앞으로 100년간 원전에서 나오는 폐연료봉을 거대한 지하 공간에 차곡차곡 쌓을 예정이다. 이곳이 다 차면 온칼로는 영원히 봉인된다. 핵폐기물의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가 되기까지는 약 10만 년이 걸린다. 수만 년 이후 닥칠 수 있는 빙하기나, 후세 인류의 침입, 문자의 변화 등 10만 년간 일어날 거의 모든 가능성에 대비했다. 미래세대가 이 땅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지상의 생태계가 안전하게 이어지게 하는 것이 온칼로의 최종 목표다.
2021년 11월, 부산은 핵폐기장 이슈로 뜨거웠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특별법)’이 국회 법안소위에 상정되면서다. 방폐장을 만들어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법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원전을 끼고 사는 지역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독소조항이 숨어 있었다. 바로 ‘임시 저장시설’이다. 온칼로 같은 심층 처분장을 만들기 전까지, 갈 곳 없는 핵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한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그 위치가 원전 옆이라는 사실이었다. 원전만 있어도 불안한 판국에 핵폐기물 저장시설까지 원전 옆에 짓는다니, 게다가 저장 용량과 운영 기간조차 모호했다.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19일부터 영구 정지에 들어갔다. ⓒ시사IN 신선영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19일부터 영구 정지에 들어갔다. ⓒ시사IN 신선영
말이 ‘임시’이지 온칼로 같은 심층 처분장을 짓지 못하면, 원전 부지가 결국 ‘영구’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핵폐기장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거부감은 ‘2003년 부안사태’에서 나타났다. 부안군수가 방폐장을 유치하려다 주민들과의 갈등이 크게 일어 유혈사태까지 일어났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는 핵폐기물을 영원히 묻을 곳을 끝내 선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준위특별법을 규탄하는 반대 운동을 이어나갔다. 국회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여갔다. 결국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2022년 취재차 온칼로에 직접 갔다. 당시 온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인 출입을 극도로 제한한 채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상의 문이 열리자,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갱도가 펼쳐졌다. 차를 타고 10여 분 달리면 450m 깊이에 폐연료봉을 묻을 자리가 나타난다. 구리 캡슐에 밀봉된 폐연료봉은 벤토나이트로 완전히 차폐하고, 9000t 분량의 폐기물이 묻히면 터널 전체를 콘크리트로 메워버린다. 방폐장이 지상과 완벽히 분리되는 것이다. 하루이틀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핀란드는 첫 원전 가동에 들어간 이듬해인 1978년부터 방폐장 논의를 시작했다. 과학적인 조사와 투명한 공개, 주민 설득, 지방의회 투표를 거쳐, 무려 47년 만에 그 결실을 맺었다. 당시 취재는 2022년 7월22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되었다(‘[집중취재M] 10만 년 봉인, 세계 유일 방폐장 핀란드 온칼로에 가다’).
올해부터 운영하는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심층 처분장 ‘온칼로’. ⓒ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공청회도 없이 통과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핀란드와 가장 대비되는 사례를 꼽자면 바로 한국이다. 강한 반대 속에 2년 이상 진통을 겪던 고준위특별법이 폐기된 시점이 지난해 5월이다. 그런데 불과 10개월도 지나지 않은 올해 2월 말, 22대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이 통과됐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의 논의는 1년도 안 돼 연기처럼 사라졌다. 신설 법안이지만 해당 상임위(산자위)와 법사위의 의결로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전 비중을 줄이자는 야당의 입장을 반영해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용량을 제한한 정도다.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지만 초유의 내란 사태 속에 지역사회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혔다. 빛의 속도로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더 이상 핵폐기물을 둘 곳이 없어 원전 가동 중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여야의 공통된 위기의식뿐이다. 인구 대비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대인 부·울·경은 떠밀리듯, 최소 25년간 핵폐기물까지 떠안게 됐다.
값싼 전기를 나눠 쓴 계산서는 불평등하게 돌아간다. 원전을 둘러싼 논란, 그 그늘에는 늘 지방의 희생과 소외가 존재했다. 지방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전력자급률 11%에 불과한 서울로 보내느라 백두대간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이 내리꽂힌다. 국지적으로 지원하는 현금성 보상은 오히려 지역민들 사이 갈등을 부추겨 극단적인 충돌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은 원자력발전이 정말 값싼 에너지인가 되묻게 한다. 차라리 광역지자체에 방폐장을 하나씩 짓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과연, 우리는 한국의 온칼로를 찾을 수 있을까?
윤파란 (부산MBC 기자)
‘한국의 산꽃’ 하면
여기 세 ‘식물 연구자’가 있다. 김진석(50·가운데)·이강협(65·왼쪽)·김상희(58·오른쪽)씨는 20년 넘게 산과 들로 꽃을 찾아다녔다. 사진을 찍고, 식물 정보를 기록했다. 여러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모은 결과물이 〈한국의 산꽃〉(돌베개 펴냄)이다. 총 1210종류의 산꽃을 담았다.
〈한국의 산꽃〉 공저자인 이강협·김진석·김상희씨(왼쪽부터) ⓒ김진석 제공
책임 편집자 역할을 한 김진석씨는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식물 공부’를 시작했다. 국립수목원·국립생물자원관 등에서 일했고, 몇 년 전에 퇴사해 연구소를 설립했다. 좀 더 자유롭게 답사를 다니고 싶었고, ‘한국의 식물로 가꾼 수목원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꿈을 위해 용기를 냈다. 김 대표는 한 해에 200~250일 답사를 다닌다. 예를 들어 3월 마지막 주에는 지리산 답사를 간다. 그는 가족여행을 가도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 아침 먹을 때까지 혼자 식물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는 “필요한 사진을 찍고 아침에 돌아오니까, 이제 가족들이 잔소리를 안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식물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확한 도감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2011년에 670여 종의 나무를 담은 〈한국의 나무〉를 펴냈고, 2018년에는 〈한국의 들꽃〉을 출간했다. 그 책엔 들꽃 1140종류를 수록했다.
처음부터 나무, 들꽃, 산꽃의 순서로 책을 내려 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사진을 찍어야 하는 작업이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번 ‘산꽃’ 책은 직장 동료였던 이강협씨가 함께했다. 〈한국의 나무〉를 공저했던 자연생태 연구가 김태영씨가 ‘꼭 같이 해야 할 사람’이라고 김상희씨를 추천했다. 주부인 그는 ‘숲이랑 꽃이랑’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20여 년 동안 우리 꽃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각자 가진 사진을 김진석 대표가 모으고 원고를 썼다. 사는 지역이 달라 업무 배분이 용이했다. 특정한 산꽃이나 열매 사진이 필요하면, 서식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가서 촬영해왔다.
〈한국의 산꽃〉에는 1210종류의 산꽃 사진 6000여 장이 실려 있다.
1210종류의 산꽃이라니! “꽃을 보면 어떤 꽃인지 바로 아는지” 물었다. 김진석 대표는 “한국의 식물은 대체로 다 안다. 두 공저자도 마찬가지일 거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산꽃〉에는 외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 기록이 없는 꽃, 문헌에는 있는데 사진 도감으로 설명된 적이 없는 꽃 등 희귀 자생식물이 여럿 포함돼 있다. 어떤 산꽃들은 세 사람이 처음으로 이름을 지었다. 김진석 대표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세 사람이 공저한 이 책이 ‘우리나라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에는 세 권을 합하고 빠진 식물을 추가해 〈한국의 식물〉을 펴낼 계획이다.
〈시사IN〉 차형석 기자
나무 머리'까지 잘라내는 가지치기‥아파트 단지는 사각지대
봄철에 나무 가지치기 하는 모습 많이 보셨을 텐데요.너무 많이 잘라내서 앙상해진 나무들을 볼 때, 저래도 괜찮을까 싶죠.사고와 병충해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과도한 가지치기는 오히려 나무를 해칠 수 있다는데,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규제에서도 빠져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안에 날카로운 굉음이 울립니다. 전기톱이 지나는 자리마다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갑니다. 가지가 꺾여 사고가 나거나, 병충해를 막기 위해 가지치기에 나선 겁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음성변조)]
"플라타너스(나무)가 정원수는 아니잖아요.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차가 손상된 게 많았어요. 전정 작업(가지치기)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작업은 웬만한 나뭇가지들을 다 잘라내고 굵은 기둥만 남을 때까지 계속됩니다.심지어 나무의 윗부분을 잘라내는 '두절' 작업도 합니다.두절 작업은 나무가 고사 될 가능성이 높아져 국제수목학회에서 금지한 방식입니다.
사시사철 변화를 보여주던 나무는 가지가 다 잘려 앙상하게 변했습니다.특히 지하주차장이 없는 구축 아파트는 토양이 깊어 나무가 더 무성하게 자라는데, 그만큼 나무를 과도하게 베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 영/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저 속에 있는 부분은 훨씬 세균이 침투하기가 쉽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불안하고 이제 언제 쓰러질지 모르고 하는 그런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고요."
과도한 가지치기의 문제점이 대두 되면서 도심 속 가로수를 가지치기 할 때는 지자체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도록 하는 '도시숲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는 사유지라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제 도시 지역의 인구 밀도가 높고… 아파트의 숲이 주는 그런 공공성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아무리 사유재산이라고 할지라도…"
기후변화로 도심 숲의 생태적 가치가 커지면서 아파트 안 나무도 이런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가꾸고 관리하는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도 관통 ‘봉래산터널’ 내년 6월 착공
부산시는 최근 ‘봉래교차로~동삼혁신도시 간 도로건설사업’(이하 봉래산터널 개설 사업)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을 통해 진흥기업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해 현재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용역은 이르면 올 연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교통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년 6월 착공, 203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봉래산터널 개설 사업은 영도구의 혼잡도로 개선을 위해 봉래교차로에서 동삼동 해경교차로(동삼혁신도시 입구)까지 약 3.2km에 걸쳐 왕복 4차로 규모의 터널(2.99km)을 개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비는 총 2419억 원 규모로, 국비 1195억 원과 시비 1224억 원이 투입된다.
봉래산터널이 개통하면 현재 해안을 따라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돼 영도구의 교통 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영도구 동삼동 일대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과 동삼혁신지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도에서도 안쪽에 있는 동삼동의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착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영도구 관계자는 “영도 주민은 물론 부동산, 관광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영도의 해묵은 숙원이 드디어 풀리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영도의 교통난 해소는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영도구는 지형의 고저차가 심한 데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많이 몰린 탓에 도로가 복잡하게 형성됐다. 특히 영도 주요 도로가 섬 가운데 있는 봉래산을 빙 둘러 가는 구조라 교통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더구나 2012년 섬 안쪽에 동삼혁신지구가 들어서면서 출퇴근 시간 교통난이 더욱 심해졌다. 이 지구에는 국립해양박물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대학교 등 국내 해양수산 관련 기관들이 많이 몰려 있다.
현재 영도 지역 주요 도로인 절영로(왕복 2차로)와 해양로(왕복 4차로)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부산시가 2036년 교통량을 예측해 본 결과, 절영로에는 하루 2만 1000여 대, 해양로에는 3만 9000여 대의 차량이 지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도로 운행 상태를 설명하는 LOS(Level of Service) 기준으로 최하점(F)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봉래산터널이 뚫리면 절영로 교통량은 하루 1만 3000여 대로 줄고, 해양로의 하루 교통량은 3만 3000여 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봉래산터널은 2016년 국토교통부의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 계획’에 포함돼 처음으로 추진됐다. 당초 2021년 착공,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2022년 기본설계에서 터널 길이가 기존 2.78㎞에서 2.99㎞로 늘어나면서 사업비가 증가하고, 기본설계 적정성 검토에 시간이 지체됐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2월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총 사업비를 조정했다. 봉래산 터널 길이는 2.99km로, 개통되면 부산에서 금정터널(20.3km), 가덕해저터널(8.2km), 산성터널(5.62km)에 이어 네 번째로 긴 터널이 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봉래교차로에서 동삼혁신도시로 가려면 해안을 따라 둘러가는 태종로와 절영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교통이 매우 불편했다”며 “봉래산터널이 개통되면 영도구의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부산의 현안 3가지와 관련된 법안에 대해 국회 동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한 8개 단체(이하 부산시민단체연대)는 10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글로벌 허브도시·북극항로 특별법 및 산업은행 이전 입법 동시 추진’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