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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5.3.17~

by 이성근 2025. 3. 17.

1. 가야대로 BRT 정류장에 정원형 도시 숲 조성  2. 자전거 안장에서 하루가 열리는 휘게의 도시  3. 세계 최초 물에 뜨는 해상도시, 계획은 거창했는데4. 국회, 동아시아 첫 글로벌 해양조약비준공해 내 생물 보전”  5. 공깃밥 한그릇 ‘2490’···일본 초유의 쌀 실종사태

6. 캐나다 벌링턴시, 도롱뇽 보호 위해 한 달간 폐쇄도롱뇽아, 안심하고 길 건너렴7. 미기록 곤충 10%아열대성기후변화 영향”  8. 장례식도 친환경골판지 관 에코핀무엇9. VRE가 석탄 넘어선 미국, “재생이 주력선언한 일본-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톺아보기

10.‘고탄소 산업투자한 국내 금융권기후변화 대응 않으면 45.7조 손실  11. 건물·건축이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 2023년 처음으로 일부 감소  12.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본격화

1.작년 지구 기온 1.55↑…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워  2.숲은 살아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기둥···80억명 노력으로 기후변화 중단시킬 수 있어”  3. 서울 면적 생물보호지역서 벌채 가능엉망진창 구역 관리  4. 해운대수목원 토사 유실 심각지반 침하 우려  5. 녹색 공원의 도시 부산국가도시공원·국가정원 동시 추진  6. 이기대 아트 파빌리온' 설치 급물살  7. 지역 건축가 협업 의무화, 부산만의 정체성 살린다

8.열흘간 세 번, 반복되는 수상한 산불산림청, 추적 나섰다  9.삵 사체서 조류인플루엔자고병원성최종 확인  10.목숨 건 비행, 흑산도민들이 위험하다

 

가야대로 BRT 정류장에 정원형 도시 숲 조성

주례역~동의대역 12곳 설치

정원 작가 설계 공모 후 9월에

가야역 BRT 정류장 전경.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시가 가야대로 BRT 정류장에 정원형 도시 숲을 조성한다. 시는 주례역에서 동의대역까지 BRT 정류장 12곳에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정원형 도시 숲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도시 숲은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자연주의 정원을 테마로, 정원과 짧은 산책로로 구성된다.시는 시민들이 기다리는 동안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차별화된 녹색 공간으로서 도시열섬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도시 숲은 정원 작가가 참여하는 설계 공모를 거쳐 부산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을 선정해 오는 9월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전에 완성될 예정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자전거 안장에서 하루가 열리는 휘게의 도시

코펜하겐 이너 하버의 자전거 전용 다리 쉬켈슬랑엔(Cykelslangen). 디싱+바이틀링

코펜하겐, 주민보다 자전거가 많은 곳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

소박한 삶의 행복과 일상의 미학 구현

어릴 적 가장 가 보고 싶었던 도시, 코펜하겐(덴마크의 수도). 멀고 먼 북구의 한 도시가 내 가슴속 깊이 들어온 건 한 시절을 풍미한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블 때문이다. 주사위를 굴려 정사각형 보드 한변 중앙의 코펜하겐에 도착하면 더 화려한 도시들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것보다 신이 났다. 네 음절 이름이 뭔가 안정감을 준 건지, 게임의 도시 증서에 적힌 소개 글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청년기를 거치며 이 도시에 대한 동경은 계속 깊어갔다. 행복지수 세계 1위 국가 덴마크,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를 누리는 평등한 나라. 아마도 이런 제목의 신문 기사들 영향이었을 테다.

세월이 한참 흘러 코펜하겐 출장이 잡힌 어느 날의 흥분감, 지금도 또렷하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과 경관, 공원 문화를 조사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정 내내 내 시선을 붙잡은 건 자전거였다. 도시를 가득 메우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전거 행렬. 거리에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덴마크인 열명 중 아홉명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코펜하겐에는 주민보다 자전거가 더 많고, 400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자전거로 통근하고, 취학 아동의 25%가 자전거로 등교한다. 또 코펜하겐에서 두 자녀가 있는 가정의 25%가 화물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엔 자동차보다 자전거에 유리하도록 교통신호가 조절된다. 2012년에는 광역 자전거 고속도로 네트워크까지 구축해 도시와 도시를 자전거로 이었다. 자동차를 사면 차 가격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장관도 국회의원도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에는 계급이 없다.

코펜하겐의 일상생활은 자전거 안장에서 시작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코펜하겐의 일상생활은 자전거 안장에서 시작된다. 날씨가 맑든 비가 오든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로 일터에 가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장을 보러 가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 편하고 빠르면서도 싸고 건강과 환경에도 좋아 자전거를 택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전거가 멋있고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이유도 크다. 코펜하겐의 자전거는 편리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넘어 일상의 미학적 실천이다.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인 미카엘 콜빌레안데르센의 책 사이클 시크는 제목처럼 시크(chic, 멋진·세련된)하다. 얼핏 스트리트 패션 화보집 같지만 찬찬히 넘기다 보면 자전거와 함께하는 코펜하겐 라이프 스타일의 미학에 빨려든다. 책에 등장하는 라이더들은 여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지에 어울리도록옷을 입고, “도시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시각적으로 일조한다. “치마를 입고 힐을 신고 자전거로 도심을 유유히 누비는 여자, 더블 재킷에 로퍼를 신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남자가 일상이 된 도시 문화가 읽힌다.

몇 차례 더 방문하자 자전거뿐 아니라 코펜하겐의 속살도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사나흘 스쳐 지나간 여행자에겐 여러 의문이 남았다. 도심에 주차장이 거의 없고 우버조차 없는 도시가 이 시대에 정말 가능한 걸까? 시민 절반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빌리티 혁명이 어떻게 성공했을까? 밀도 높은 공동주택 일색의 회색 도시 경관인데도 세련되고 여유로운 비결은 무엇일까? 산업시설이 점유했던 항구가 어떻게 시민들의 자유로운 여가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도심 한복판의 강에서 일광욕과 수영, 카약을 맘껏 즐기는 풍경은 무엇인가?

코펜하겐 하버는 여름철 휘게를 함께 누리는 공동의 거실이다. 배정한 제공

지난 연말 출간된 건축가 박희찬의 관계도시는 도시의 겉모습만 구경했던 여행자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소해주었다. 책은 코펜하겐의 도시 정체성과 매력이 다른 도시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기보다는 왜 다른지 드러낸다. 저자가 찾아낸 의 핵심은 책 제목에 강하게 자리한 단어, ‘관계. 이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자 사람과 집단의 관계이며, 사람과 이념의 관계이자 사람과 도시의 관계다.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관계의 성격을 명쾌하게 집약한 구절은 책의 부제인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일 것이다. 코펜하겐 도시성의 핵심은 익명의 도시에서 조금은 덜 외롭고 모르는 타인과 이따금 연대하며 공동체의 삶에도 참여하는 일상의 관계인 셈이다.

그런 관계가 도시의 일상과 주거 문화에 깊이 배어 있는데, 그 분위기를 대변하는 단어가 책 첫 챕터에 나오는 휘게’(hygge). 휘게는 덴마크어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라고 한다. 마이크 비킹의 책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에 따르면, 휘게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소박한 삶의 행복을 뜻한다.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휘게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와 더 가깝다.” 공간의 분위기는 물론 개인과 개인의 관계,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구성하는 휘게가 덴마크 특유의 가구 디자인, 건축, 도시, 경관을 관통한다. 자전거 라이프 스타일도 휘게 문화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코펜하겐 하버는 여름철 휘게를 함께 누리는 공동의 거실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코펜하겐만의 공동주택 문화와 경관은 조금 덜 익명적이고 때때로 연결되는 관계와 휘게의 도시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생주의와 사회민주주의에 기반한 협동조합주택과 사회주택, 오랜 전통을 가진 저층형 공동주택인 레케후스(줄 지어 있는 집), 다용도 중정을 공유하는 집합주택 등에 관한 박희찬의 밀도 있는 해석이 관계도시 코펜하겐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이해하게 해준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불법 점유한 자율 도시 크리스티아니아의 존재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 허용되었는지, 도시 확장 계획인 핑거플랜이 어떻게 도시에 자연을 제공하고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였는지, 정독해야 할 부분이 넘친다. 책에서 단 하나의 문장만 뽑으라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진다면, 나의 선택은 이 문장이다. “코펜하겐 하버는 사람들이 여름철 휘게를 함께 누리는 거대한 공동의 거실이다.”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공원의 위로저자/ 한겨레

https://www.youtube.com/watch?v=icdhkcz4ick

세계 최초 물에 뜨는 해상도시, 계획은 거창했는데.. |부산MBC뉴스

 

국회, 동아시아 첫 글로벌 해양조약비준공해 내 생물 보전

전 세계 공해 30%, 2030년까지 보호구역 지정하는

글로벌 해양조약통과“40개국 추가 비준해야 효력

공해는 전 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지만,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면적은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린피스 조사를 보면, 지난 30년간 태평양 장수거북, 태평양 참다랑어, 장완흉상어는 개체 수의 9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제공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정’(BBNJ)을 공식 비준했다. ‘2030년까지 공해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30X30 목표)는 결의를 담은 이 조약은 해양생물다양성 분야의 파리협정이라 불리는 국제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최초의 조약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14일 정부와 환경단체 그린피스 설명을 종합하면, 국회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글로벌 해양조약인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 이용 협정’(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정) 비준 동의안을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정에 동참한 국가가 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유엔(UN)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정(BBNJ) 비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20232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대형 스크린에 글로벌 해양조약 체결을 촉구하는 영상을 상영했다. 그린피스 제공

이 협정이 발표되기 위해서는 최소 60개국의 비준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비준을 완료한 나라는 스페인, 프랑스, 칠레, 세이셸 등 20개국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동의안을 가결한 상태로, 27개 회원국 각 나라의 비준 절차가 남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이 비준을 완료하면 50여개 국가가 협정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233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이 협정은 공해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목표로 한다. 공해는 전 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지만, 이 가운데 해양보호구역은 2%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관할권 밖이라 공해 상의 해양생물다양성·개체 수 모니터링 등은 제한적이지만 여러 국제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원 남획·혼획의 피해가 심각하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ZSL)가 발표한 해양생명보고서를 보면, 197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해양생물 개체군은 평균 49% 감소했다. 그린피스 조사에서도 지난 30년간 태평양 장수거북, 태평양 참다랑어, 장완흉상어는 개체 수의 9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심해 채굴 시도까지 이어지고 있어 공해를 보호·관리할 거버넌스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겨레 자료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정의 네 가지 주요 의제는 해양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 공유 해양보호구역을 포함한 지역 기반 관리 수단 환경영향평가 해양분야 역량 강화 및 기술 이전 등이다.

특히 이번 비준 참여는 한국이 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ur Ocean Conference) 개최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린피스 설명이다. 이 콘퍼런스는 해양오염, 기후변화, 해양안보를 논의하는 고위급 국제회의로, 다음달 28일부터 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연하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국의 글로벌 해양조약 비준은 중요한 한 걸음이지만, 동시에 시작일 뿐이라며 오는 6월 열리는 유엔 해양 콘퍼런스’(UN Ocean Conference) 전까지 조약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공깃밥 한그릇 ‘2490’···일본 초유의 쌀 실종사태

지난해 여름부터 쌀 부족 현상값 크게 오르자 정부 비축미 풀기로

지난해 97일 일본 오카야마현 가미모미 마을에서 농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수확한 벼를 햇볕에 말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에서 쌀이 똑 떨어졌다. 생산량은 늘었으나 시장에 나온 쌀이 줄어드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다. 쌀값은 1년 만에 70% 넘게 치솟았다. 쌀 수출 대국에서 일어난 이례적 품귀 현상에 대해 일본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레이와(나루히토 현 일왕의 연호)의 쌀 소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초유의 사태에 일본 정부는 뒤늦게 비축미를 풀기로 했다. 재난·재해가 닥친 긴급상황 이외에 비축미를 방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t 실종 사건

주식인 쌀이 부족해지자 일본 시민들의 생활 양식은 바뀌었다. 일본 방송과 유튜브에는 도시락값 아끼는 방법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제니즈는 지난해 12월부터 공깃밥 한 그릇 가격을 209(2050)에서 253(2490)으로 올렸고, ‘밥 무료 추가서비스를 없앴다. 도쿄에 있는 한 라멘 가게는 36일부터 공깃밥 가격을 크기별로 받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은 쌀 부족 현상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352500(24628) 정도였던 쌀 소매가격은 지난해 여름쯤부터 3000(29400)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2023년 추수한 쌀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집계한 2023년 쌀 생산량은 6624000t으로, 전년(6701000t)보다 77000t 줄었다. 20247월 말 쌀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40t 적은 82t으로 집계됐다.

비축미를 방출하지 않은 결정엔 잘못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사카모토 테츠시 당시 농림수산상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여름, 정부 비축미를 시장에 방출하자는 여론의 압박에도 농림수산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9~10월 벼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 쌀 유통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카모토 농수상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햅쌀이 풀려도 쌀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가격은 점점 올랐다. 5평균 소매가격은 2024113445(33861)으로 뛰더니 이듬해 13628(35780)으로 더 올랐다. 1월 가격은 전년 같은 달(2030·220)보다 78% 높아진 수치다.

이는 시장에 풀린 쌀이 줄어든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농업협동조합(JA)이 집계한 쌀 집하량은 2157000t으로 2023년보다 206000t 줄었다.

쌀 집하량이 줄어든 이유는 불명확하다. 역설적이게도 2024년 쌀 생산량은 6792000t으로 전년보다 91000t(2.7%) 늘었다. 생산량은 늘었는데 시장에 나온 쌀이 줄어든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쌀이 시장에서 행방불명된 이 사건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관광객 증가에 따라 쌀 소비량이 많아져서’, ‘난카이 대지진을 우려한 사람들의 사재기’,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은 쌀 직거래가 증가해서등 근거가 약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유통업자가 매점매석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으나, 통계로 입증된 사실은 없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 213, 정부 비축미 20여만t을 풀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15t을 먼저 방출하고, 이후 유통 상황을 조사해 구체적 추가 방출량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310일 비축미 입찰을 시작했고, 쌀은 3월 말이 돼서야 마트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4일 일본 도쿄에 있는 쌀 가게 매대에 쌀 포대가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농업 정책 손 뗀 일본 정부, 이번 사태 초래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카모토 농수상의 안일한 태도가 보여줬듯이,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비축미 반출을 피했다. 유통업자들에게 재고분을 풀라고 촉구했을 뿐이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대신은 지난 1월에도 농림수산성은 솔직히 새 쌀이 나오면 시장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농산물 생산량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농림수산성 관료 출신인 와타나베 요시아키 니가타식량농업대 명예학장은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에서 과거 수만명에 이르던 쌀 통계조사원이 예산 등 문제로 숫자가 줄어 현재 매우 작은 표본으로 전체 쌀 생산량을 추측하고 있다쌀 생산량과 유통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쌀 수급 관리를 점차 민간 시장에 맡기면서 가격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일본은 원래 쌀 시장을 강하게 통제했다. 1942년 식량관리법을 제정해 쌀 생산, 집하, 배급량을 사실상 정부가 모두 계획했다. 생산이 과해지자 1971년에는 정부가 논 면적을 정하고, 이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한 이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감반제도를 도입했다.

쌀 수요가 줄고 외국과 무역협정을 하나둘씩 체결하면서 일본은 점차 쌀 관리에서 손을 놓았다. 식량관리법은 1995년 폐지했다. 2018년 감반제도도 없애면서 쌀 생산 계획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가 농가와 협의해 결정하기 시작했다. 변동직불금(목표 가격 미달 시 차액 일부 지급)과 고정직불금(재배 면적당 주는 보조금)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농업이 각자도생기조로 접어들면서 농민 조직력도 약해졌다. 이는 생산자·정부보다 유통업체가 물건 가격을 정할 권한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케이신문은 과거 식량관리제도 시대에 쌀 전체 생산분 중 JA가 집하한 비율은 약 90%에 달했지만, 유통망이 다양화된 현재 50% 정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장기적으로 쌀이 귀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위기, 농업인구 감소로 생산량 자체가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레이와 쌀 소동은 남의 일이 아니다. 쌀농사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한국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르는 농자잿값, 변덕스러운 날씨, 불쑥 나타나는 해충,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 등 캄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주간경향]

캐나다 벌링턴시, 도롱뇽 보호 위해 한 달간 폐쇄도롱뇽아, 안심하고 길 건너렴

기꺼이 불편 감수하는 도시

땅속에서 지내다 봄철 번식 위해 연못으로 이동

캐나다의 벌링턴시가 지난 12(현지시각)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제퍼슨도롱뇽의 번식을 돕기 위해 도로 일부를 폐쇄했다. 컨서베이션 홀튼 제공

캐나다의 한 도시는 멸종위기에 처한 작은 도롱뇽의 번식을 돕기 위해 해마다 몇 주 동안 도로를 폐쇄한다.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이런 작은 전통이 이제는 도시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4(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벌링턴시가 지난 12일부터 49일까지 약 한 달간 킹 로드일부 구간을 봉쇄하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벌링턴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멸종위기종인 제퍼슨도롱뇽이 있다. 제퍼슨도롱뇽은 몸길이 약 10~20정도의 점박이도롱뇽 속 도롱뇽으로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 서식한다.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아니지만, 벌링턴시와 같은 캐나다 남부에서는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벌링턴시 지역보호기관인 컨서베이션 홀튼의 생태 모니터링 책임자인 개비 자고르스키는 제퍼슨도롱뇽은 매우 구체적인 서식지 요구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퍼슨도롱뇽은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숲 속의 땅속에서 지내지만 봄이 되면 땅속에서 나와 번식지로 이동하는데, 봄에는 물이 차오르지만, 여름이 되면 물이 마르는 독특한 연못에서 번식한다.

캐나다의 벌링턴시가 지난 12(현지시각)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제퍼슨도롱뇽의 번식을 돕기 위해 도로 일부(빨간 표시)를 폐쇄했다. 벌링턴시 제공

연못에 도착한 제퍼슨도롱뇽은 짝짓기를 하고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 뒤 다시 연못을 떠나 땅속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연못이 빨리 말라 버리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도롱뇽이 번식지인 연못에 접근하기 위해 도로와 산길을 건너야 한다. 이 때문에 시는 도롱뇽이 번식을 시작하는 시기에 서식지를 지나는 킹 로드를 봉쇄한 것이다. 자고르스키는 제퍼슨도롱뇽의 개체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마리가 죽는 것만으로도 개체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온타리오주에 서식하는 제퍼슨도롱뇽의 개체 수는 지난 20102500마리로 추산된 바 있다.

도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에게는 불편이 따를 수 있지만, 지난 13년 동안 이어져 이제는 연례행사로 인식하는 편이라고 한다. 마리안 미드 워드 벌링턴시 시장은 매년 이맘때 킹 로드를 폐쇄하는 것이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면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제퍼슨도롱뇽의 멸종위기를 알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미기록 곤충 10%아열대성기후변화 영향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곤충 가운데 10%는 아열대성 기후에 사는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리포트]백만 점에 이르는 곤충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 수장고.

국내에서 발견된 곤충을 건조하거나 보존액에 담아 보관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돼 이곳에 들어온 곤충은 모두 370.

이 가운데 섬어린밤나방과 한라줄흰나비,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 등 모두 38종이 대만과 일본 남부 등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곤충'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은 4%에서 10.3%, 2.5배나 늘어났습니다. 곤충이 온도 변화에 민감한 생물인 걸 감안하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안능호/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 "곤충은 일정한 체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항온 동물이 아니라 변온 동물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의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난해 처음 발견된 아열대성 곤충 38종 가운데 21종은 제주도에서 포착됐습니다.

지난 5년간 제주도의 연 평균기온은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17.8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이래 가장 높았습니다.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곤충 가운데 해충은 없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 정착했을 때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세흠

 

장례식도 친환경골판지 관 에코핀무엇?

고인의 넋을 기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다양한 장례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친환경 골판지 관이다. 일러스트 WiLLiFE K.K.

()은 세상을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안식처다. 유족은 떠난 이를 위해 아낌없이 호화로운 소재와 장식으로 꾸며진 안식처를 준비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장례 방식과 상관없이 고인이 한 줌의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은 변치 않는다. 고인의 넋을 기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장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중 하나가 일본의 골판지 관이다.

일본만큼 골판지에 진심인 나라가 있을까? 일본은 지진 재해 시 대피소에서 유용하게 써온 골판지를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2021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 침대로 설치한 바 있다. 관은 다른 이야기다. 아무리 환경친화적인 장점이 있다 한들 고인의 마지막을 골판지로 만든 관에 모신다는 행위는 우리네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2006년부터 에코핀’(ecology+coffin)이란 골판지 관을 제작해온 윌라이프 주식회사 대표 마스다 스미히로가 이런 의문에 답했다. 왜 하필 골판지여야 했을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연간 고령 사망자 수가 약 159만명에 달한다. 반면 도심 속 화장장은 기피시설로 그 수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마스다 대표는 화장장의 처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골판지 관을 개발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골판지 관을 기존 나무 관과 비교 테스트한 결과, 화장장에서 사용되는 연료가 약 25% 감소했고, 하루 처리량도 두 배로 증가했다. 그는 골판지 관의 등장으로 새로운 화장장을 짓지 않아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고 다이옥신 배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또한 나무 관을 사용한 일반적인 화장 장례식은 한 번 치르면 약 200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호흡하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일본 윌라이프에서 제조하는 트라이월 소재(강화 골판지) 에코핀이다. 골판지 겉면에 식물 유래 레이온 100% 천으로 감싸 실크 광택을 낸다. WiLLiFE K.K. 제공

골판지 관은 어떻게 만들까? 에코핀의 경우 트라이월’(Triple Wall) 강화 골판지라는 삼중 구조 골판지를 소재로 사용한다. 1953년 미국에서 발명된 소재로 자동차를 올려놔도 찌그러지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높으며 나무 상자나 합판보다 무게는 20%, 부피는 15% 절감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 또한 나무 관에 비해 유리하다. 기존의 관은 나무 합판으로 제작된다. 오동나무, 떡갈나무, 편백나무 순으로 고가이며 그 외에 가공이나 장식에 따라 추가 비용이 더해진다. 최소 40만원에서 단단한 편백나무로 호화롭게 꾸민 관은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골판지 관의 가격은 장의사 납품 기준 2만엔(20만원)부터 시작한다.

에코핀은 소재가 골판지라고 해서 택배 상자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비단으로 감싼 듯한 우아한 느낌마저 든다. 마스다 대표는 골판지 위에 식물성 재생원료로 만든 레이온(인견) 100% 천을 붙인다. 레이온은 실크 같은 광택을 낸다고 말한다.

윌라이프는 에코핀 제품이 1개가 판매될 때마다 나무 1그루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07년부터 몽골 화재 피해 지역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60만그루 넘는 나무를 심었다. 마스다 대표는 소비자들이 장례를 치르는 행위가 곧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져 지구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바로 에코핀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경향

 

VRE가 석탄 넘어선 미국, “재생이 주력선언한 일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톺아보기

'석탄 제국'으로 불리던 영국이 지난해 탈석탄을 마무리지으며 자국내 남아있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춘 가운데, 세계 최대의 화석연료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이 오랜 기간 미국의 주력발전원이었던 석탄의 발전량을 넘어선 겁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중은 20102.3%에서 202011.6%로 처음 10%대를 넘어섰고, 202417.2%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수력까지 더하면 그 비중은 20108.5%에서 202422.6%로 더 커집니다. 이렇게 비연소 재생 3원은 이제 미국에서 제1 발전원인 천연가스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반대로 2010년 무려 44.9%에 달했던 석탄의 발전비중은 최근 10년새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난해 14.9%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불과 15년 전만 해도 석탄-천연가스-원자력-수력-태양광 및 풍력 순서였던 발전원별 발전량 순위는 지난해 천연가스-원자력-태양광 및 풍력-석탄으로 뒤바뀌게 됐습니다.

최근 15(2010~2024)간 미국의 발전믹스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집계한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당장 전체 발전량은 20104,113.9TWh에서 20244,387.3TWh6.6% 증가했습니다. 우리와 비교했을 때, 이는 전력수요의 증가를 상당히 잘 억제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연재에서 우리나라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봤던 것처럼, 한국의 전력 생산은 2010475,076GWh에서 2023604,577GWh27.3%나 늘었습니다.

2010, 미국의 주요 발전원별 발전량은 석탄(1,847TWh)-천연가스(988TWh)-원자력(807TWh)-수력(255TWh)-태양광 및 풍력(96TWh) 순이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태양광과 풍력은 '기타'로 분류되던 소규모의 여러 발전원들의 발전량보다도 적었지만, 2011년엔 이 '기타' 발전량(117TWh)보다 많은 122TWh의 전력을 생산했죠.

파리협정 채택 이듬해인 2016년엔 석탄(1,239TWh)과 천연가스(1,378TWh)의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오랜 기간 지켜온 석탄의 '압도적 1' 지위가 꺾인 겁니다. 그 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282TWh)은 수력 발전량(261TWh)을 넘어서는 유의미한 변화도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2021, 소위 '비연소 재생 3'인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수력 발전량은 약 789TWh에 달하면서 원자력 발전량(780TWh)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이어 2023, 석탄의 발전량(675TWh)은 원자력 발전량(775TWh)보다, 2024년엔 약 653TWh로 더욱 감소하며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757TWh)보다도 적어졌습니다. 이제 미국의 발전믹스는 천연가스(1,865TWh), 비연소 재생 3(993TWh), 원자력(782TWh), 석탄(653TWh) 순서가 된 겁니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한 일본 또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전력수급기본계획처럼 자국 안팎의 관련 상황들을 분석했습니다. 대내 환경 변화에 대해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동에서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자국내 경제 안전 확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과 동시에, 정부가 추진중인 DX(디지털전환)GX(녹색전환)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외적으론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현실적 방법들을 내놓고, 실제 이행에 나서는 한편,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탈탄소화라는 탄소중립 정책을 경제성장과 연결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2040년까지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전환),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전환)로 늘어나는 전력수요 속에 탈탄소 전원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확보하는 것이 일본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GX2040 비전에 발맞춘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가용 자원의 부족과 섬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탈탄소 모두를 이루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최대한 도입함과 동시에 특정 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균형잡힌 전원을 구성하고, 에너지 위기에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에너지 수급 구조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한 절약, 제조업의 연료 전환을 추진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에너지 안보를 높이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대책부터 우선 강구해야 하는 것이 불가결한 상황인 만큼, S+3E 원칙에 따라 탈탄소화에 따른 비용의 상승을 최대한 억제한다고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정책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여기서 S+3E 원칙은 오랜기간 일본의 에너지 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기본 원칙을 의미합니다. 당초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었던 일본 에너지 정책의 기본 목표는 2000년대 초반 3E(Energy Security, Economic Efficiency, Environment)라는 방향성으로 한 차례 변화했습니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뜻하는 에너지 안보와 더불어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의 3E 원칙은 이후 20113월 후쿠시마 참사를 계기로 안전(Safety)이 추가된 S+3E로 변경됐습니다.

이러한 원칙에 의거해 일본 정부는 2023년 현재 기준 68.6%에 달하는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을 204030~40%까지 낮추고, 현재 22.9%인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40~50%로 높이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은 태양광으로, 전체 발전량에서 23~29%를 태양광의 몫으로 정했습니다. 이어 수력(8~10%), 풍력(4~8%)과 더불어 바이오매스(5~6%), 지열(1~2%)이 그 뒤를 잇게 되고요.

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가운데, 후쿠시마 참사 이후 여전히 발전믹스 내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는 원전의 비중은 지금의 8.5%에서 20%까지 높임으로써 필요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활용할 방침이고요. 이 과정에서 SMR 등 차세대 혁신형 원자로의 연구개발 및 설치도 꾸준히 진행되나, 그러한 신형 원자로의 설치는 지역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폐로를 결정한 원전부지 내에서의 재건축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신규 부지를 찾아 원전의 물리적 확산을 도모하기보다는 기존 원전 부지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식으로 원전의 세대 교체를 추진하는 겁니다.

일본은 이를 통해 전력의 탈탄소화는 물론, 에너지 자급률 개선을 꾀하는 만큼,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현재 2013년 대비 약 23%의 감축을 달성한 가운데 2040년엔 73%를 감축하고, 현재 15.2%에 그치는 일차에너지 자급률을 2040년엔 30~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발전믹스는 어떻게 달라지고, 이렇게 달라질 발전믹스가 불러올 효과는 무엇일까요.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는 2023년 현재 기준, 60.9%에 달하는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을 203829.3%로 낮추고, 8.4%에 그치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같은 기간 29.2%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일본의 40~50%라는 2040년 목표보다 미국과 일본의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 더 가까운 수준입니다. 우리의 과거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도, 그 발전비중도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충분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아쉬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쉬움의 목소리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청정전력의 '대량 소비자'인 기업들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백여 거대 글로벌 기업을 회원사로 두게 된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의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RE100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은 한국의 전기본에 대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전기본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와 같은 비재생에너지원이 '신에너지'로 포함되어 있다이러한 낮은 목표는 신속한 탄소배출 감축은 물론, 기업 투자 촉진 및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한국 내에서 36개 한국 기업이 RE100에 참여중이고, 한국서 활동중인 해외 RE100 가입 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160곳이 넘는다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없이는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RE100 이니셔티브 대표인 올리 윌슨은 재생에너지를 향한 글로벌 여정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여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윌슨 총괄은 이어 기업들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한국 정부가 기회를 적극 활용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를 촉구한다정책 입안자들이 기업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부응하고, 민간 부문이 한국의 에너지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벽을 제거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경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숫자를 담았습니다. 202421,840만톤의 전환부문 배출량을 2030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맞춰 203014,590만톤으로 줄이고, 11차 전기본의 마지막 목표연도인 2038년엔 8,310만톤으로 줄여낸다는 목표입니다. 이는 조만간 국제사회에 새로 제출해야 할 2035NDC에서 검토중인 두가지 안(1: 9,580만톤, 2: 8,310만톤) 가운데 더 강력한 감축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지금보다 더 청정한 전력을 만들겠다는 목표임은 분명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본 상의 배출량과 발전량 통계에 기반해 국제사회의 단위 전력당 배출량과 비교를 해보면, 그 아쉬움은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됩니다.

11차 전기본 상의 2024년 발전량과 배출량을 통해 추산된 우리나라의 2024년 단위 전력당 탄소 배출량은 395.44g/kWh입니다. 전체 아태국가 평균(572.8g/kWh)이나 세계 평균(445.45g/kWh)보다는 준수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유럽(193.55g/kWh)이나 미주(274.69g/kWh)에 비해선 높습니다. 같은 전력을 소비하더라도,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훨씬 더 적게 할 수 있는 셈이죠.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Electricity 2025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 기반한 2027년까지의 단기 전망을 내놨는데, 그에 따르면, 2027년 유럽의 단위 전력당 배출량은 146.78g/kWh, 미주의 배출량은 239.83g/kWh로 줄어들 걸로 추정됐습니다. 한국과 주요 선진국 그룹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거죠.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다시금, 일본이 자국 에너지기본계획의 정책 방향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디지털전환, 녹색전환의 진전에 의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맞는 탈탄소 전원을 국제적으로 손색 없는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상황이다.”

그에 맞는 탈탄소 전원이 확보되지 않아서 국내 산업으로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일본 경제가 성장의 기회를 잃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내세운 발전믹스 목표는 반도체, 모바일, 이차전지, 전기차 등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는 품목에서 수출 강국을 꾀하고, 글로벌 선도주자를 표방하는 모습과도 괴리가 큽니다. 이들 산업의 핵심이 결국 청정 전력에 있는데 말입니다.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작 자국 내에선 '소가 끄는 수레'가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것과 같은 상황인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누가 그 나라의 비전에 공감하고 투자할까요. 그 나라의 기술이 실제 목표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에너지전환 의지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시그널을 시민사회뿐 아니라 산업계와 국제사회 및 국제시장에 분명히 낼 수 있는 방법이 더 이상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번번이 목표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풍력발전에서 실제 정부 목표가 현실로 이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은 다시금 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양광 발전을 향한 온갖 부정적 이슈가 쏟아졌던 것에 비해, 우리의 현실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는 항상 정부 목표를 초과 달성해왔습니다. 빛 공해를 만든다, 중금속 오염을 일으킨다, 산사태의 주범이다온갖 비과학적인, 검증 안 된 주장을 넘어 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정부기관의 각종 활동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정당을 가리지 않고 활성화하겠다고 했던 풍력발전은 정작 제자리걸음을 걸어왔고, 그럼에도 2년에 한 번씩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올 때마다 해상풍력 목표는 도전적으로 제시됐습니다. 이젠 '도전적인 목표'를 넘어 실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요.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가, 그리고 국내 산업계가 한국을 외면하고 떠나기 전에, “양치기 소년이 아니었다, “도약을 위해 준비중이었을 뿐이었다고 말이죠.

 

고탄소 산업투자한 국내 금융권기후변화 대응 않으면 45.7조 손실

한은·금감원 14개 금융사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

기후변화 위험에 곧바로 대응하지 않으면 고탄소 산업의 대출 및 투자로 인한 국내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가 46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8일 열린 기후금융 공동 심포지움에서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14개 금융기관(은행 7, 보험 7)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은 2100년까지 전세계 국가의 기후대응 정책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각각 국내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를 추정했다. 국내 대형 금융사의 경영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 리스크에 따른 구체적인 미래 손익 규모를 추산한 건 처음이다.

테스트 결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0)을 달성(1.5대응)하거나 80% 감축하는 경우(2.0대응)에는 14개 금융기관의 예상 손실액(누적 기준)이 각각 269천억원, 27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2030년까지 대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실행(지연 대응)할 경우에는 전환 리스크(탄소가격 상승 및 친환경 기술발전)가 커지면서 예상 손실 규모가 399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만약 탄소중립 목표와 기후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무대응할 경우에는 물리적 리스크(고온·강수 피해 증가 등) 영향이 확대돼 예상 손실액이 457천억원으로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 분석 결과, ‘1.5대응은 초기 비용이 크지만 2050년을 정점으로 손실 규모가 감소하는 반면, 무대응 또는 지연 대응할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기후대응 정책은 시행 초기 고탄소 산업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친환경기술 촉진 및 기후변화 억제 등을 통해 손실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응 및 정책 지연은 고온·강수 피해 증가를 유발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농업·식료품·건설업 관련 자산의 신용·시장 손실과 보험손실을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위기 손실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1.5대응시나리오에서 은행권의 경우 고탄소 산업에 대한 대출(신용) 손실 탓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2050년께 규제 수준(11.5%) 이하인 8.0%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조금씩 상승해 2100년께 규제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무대응 시에는 2050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100년에는 10.0%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탄소감축 정책 시행을 미루다가 급격히 추진하는 경우 고탄소 산업 관련 신용위험이 대폭 증대될 소지가 있다최근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글로벌 탄소감축 노력이 위축될 경우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

 

건물·건축이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 2023년 처음으로 일부 감소

유엔환경계획 보고서 발표

2050탄소중립위한 노력은 아직 부족

2023710일 한 건설 노동자가 미국 뉴저지주 브릭에서 건설 중인 건물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에이피 연합뉴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건물 및 건축 부문배출량의 증가세가 최근 처음으로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17(현지시간) 유엔환경계획(UNEP)건물 및 건설에 대한 글로벌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며 “2015년 파리협정 서명 이후 10년 동안 2023년은 건물 건축의 증가와 해당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사이에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난 첫 번째 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2022~2023년 사이 전 세계 건축의 바닥면적은 2% 늘어났으나 건축 자재의 생산·운송·폐기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구체화된 탄소배출량)2.5% 감소했다. 건설 산업이 성장하는데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시기 건축 바닥면적은 50증가해 전체 2600를 넘었고, 구체화된 탄소배출량은 약 2.9기가톤(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건설 부문의 노력은 비록 더디지만, 지난해 몇 가지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으로 건물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의 32%를 소비하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34%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철 등의 건축 자재만 보면 전 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건물을 운영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9.8기가톤으로, 애초 목표치는 2015년 수치보다 28.1%를 감축했어야 했는데 되레 5.4% 늘었다. 2015~2023년 건물 부문의 에너지 집약도도 9.5% 감소했는데, 이 역시 애초 목표였던 18.2%에 못 미친 것이다. 에너지 집약도는 같은 비용의 건물을 지을 때 에너지 소비를 어느 정도 줄였는지 보여주는 척도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5~202317.8%포인트 증가가 목표였으나 실제론 4.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전세계 건축 바닥면적이 약 50증가했다. 이 시기, 전체 건축 면적이 2% 늘어나면서 총 2600를 넘는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 갈무리

그럼에도 구체화된 탄소배출량이 줄어든 데 대해, 보고서는 건축 자재에서 탄소 함량이 낮은 대안이 도입되는 등 건설 자재 생산의 탈탄소화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짚었다. 난방 및 냉방 시스템 이용에 재생에너지 및 전기화 사용이 많아지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신규 상업용 건물의 20%2023년 친환경 건축 인증을 따는 등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자재 재사용 등 순환형 건설 방식도 확산되면서 유럽에서는 건설 자재의 18%가 재활용된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 언급했다.

다만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건설 부문은 연간 약 20억톤의 건설 및 철거 폐기물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전 세계 폐기물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건물 부문에서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주요 20개국 및 주요 배출국에 2030년까지 건축물에 쓰이는 자재들의 탄소배출 한도를 에너지 코드에 포함하고, 전체 소비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도 같은 해까지 현재 17.5%에서 46%까지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85개국이 주거용 건물에 대해 빌딩 에너지 코드’(건물 에너지 성능을 최소 기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한 법적 기준)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적으로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신규 건설의 50% 이상이 이러한 법적 기준을 적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더 빠르고 광범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각국 정부가 2028년까지 탄소배출 ’0’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건축 규제를 채택하고, 2035년까지 이를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도 건물 규정 개혁 방안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본격화

고준위특별법 국무회의 통과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2060년 영구시설 마련 명시

사회적 갈등 소지 많아 과제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분 시설 건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다만 사회적 갈등 최소화 등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수조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부지 선정과 유치지역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201620대 국회에서 특별법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된 이후 법안 폐기와 재발의 등의 과정을 거쳐 9년 만에 제정된 것이다. 이 특별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에는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각각 마련한다는 목표 시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또 이들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도 명문화됐다.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시설 구축 신청을 받은 뒤 2단계에 걸쳐 부지 적합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후 주민투표 등을 진행해 지역(부지)을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정부도 부지 선정 절차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후속 절차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한 하위법령(대통령령) 제정 등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법률에서 위임된 의견수렴 절차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와 원전지역 주민 이해관계자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취합한 뒤 대통령령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주민 반발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확산 가능성이다. 실제 이번 특별법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 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담기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에 따라 신설되는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가 관련 업무(부지 선정 절차 등)를 전담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에 따라 원전 시설을 꺼리는 지역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 등을 설득하는 작업이 향후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건설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만약 국가적 난제로 인식되는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이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부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묻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번 특별법에는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가 있다. 다만 원전 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이 이전보다 개선됐기 때문에 부지 선정 작업이 과거처럼 어렵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작년 지구 기온 1.55↑…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워

기후위기 마지노선 ‘1.5첫 초과온실가스 농도 80만년 만에 최고

작년 지구 기온 1.55↑…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워

2024년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해 상승한 첫해로 기록됐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해놓은 ‘1.5마지노선을 넘긴 것이다. 다만 장기 추세로는 아직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 이내에서 관리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세계기상기구(WMO)19(현지시간) 공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보다 약 1.55도 상승해 175년 만에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는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약속했다. 지구온난화 정도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대기권 온실가스 농도는 80만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PPM으로 1750년보다 151% 증가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 역시 80만년 내 가장 높은수준이었다

. 해양온난화 속도도 가파르다. 바닷속 열에너지 총량인 해양 열 함량은 지난해 65년 관측 상 가장 높았다. 지난 20년간(2005~2024) 해양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2배 이상 빨라졌다. 해수면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해수면 고도는 1993년 위성 관측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빙하도 더 빠르게 녹고 있다. 2022~2024년 빙하 질량이 가장 크게 감소했으며, 1950년 이후 가장 크게 빙하가 줄었던 기록 10건 중 7건은 2016년 이후에 나왔다. 북극해빙 면적은 지난 18년 중 가장 작았고, 남극 해빙 면적도 3년 동안 200를 밑돌았다. 다만 1.5도를 한 해 초과했다고 해서 파리협정에 명시된 1.5도 이내 제한 목표 달성에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장기적으로는 아직 1.5도를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WMO장기적인 지구온난화 수준은 1.34~1.41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경향

 

숲은 살아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기둥···80억명 노력으로 기후변화

중단시킬 수 있어세계적 식물학자 베리스퍼드-크로거 인터뷰

기후변화로 탄소배출 가속

아이들에게 생물종 등 교육

지구 미래 변화 이끌어내야

숲은 지구의 허파이자 생명체의 보금자리다. 1의 숲은 연간 168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한다. 숲은 지구상 생물종 80%의 서식지다. 이처럼 소중한 숲은 그러나 빠른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사이에 한반도 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경향신문은 세계 숲의 날’(321)을 맞아 세계적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81)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캐나다로 이주한 베리스퍼드-크로거는 나무의 제인 구달로 불린다. BBC는 지난 1월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 <세계숲>(아를)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하기도 했다. 베리스퍼드-크로거는 많은 국가가 산림 파괴 문제를 외면해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나무를 심어나가면 기후 변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과학책 번역가로 <세계숲>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가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후 변화로 병충해가 극성을 부려 많은 수종이 죽고 있다. 캐나다에서 위험에 처한수종은 무엇이 있나. “기후 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서 생긴다. 이렇게 탄소가 증가하면 병원성 곤충, 세균, 바이러스의 내성이 커지고 더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위험에 처한 수종으로는 미국물푸레나무(Fraxinus americana)가 있다. 이 나무가 없으면숲이 헐벗는다. -지금의 빠른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수종은 얼마나 되나? 지구 온난화에 굴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는 나무가 있나.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방법이 있을 텐데,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많은 수종이 더위, 가뭄, 전 세계 토양의 저산소화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수 없다. 나는 이 또한 탐색 중이다. 모든 종의 참나무는 지독한 더위와 가뭄에 견디는 화학적 능력이 있다.”

-북부한대수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부한대수림은 지구의 북부를 띠처럼 두른 숲 지대다. 이곳의 나무는 햇빛이 부족한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물속이나 영구동토대에는 어마어마한양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메탄도 들어 있다. 세계가 더워지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다. 그러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들이 숲 복원에 동참하도록 장려하는 바이오플랜(생물학적 설계)을 제시했는데,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인이 6년에 걸쳐 해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 기후 변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들은 숲을 보호하고 기존 숲에 나무를 보태야 한다. 지난 200년간 어린숲과 오래된 숲을 막론하고 너무 많은 숲이 벌목되었기 때문이다. 숲은 살아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숲은 풀브산(토양유기물을 알칼리로 추출하여 생긴 유기물중에서 산성에서 침전되지 않고 남아 있는 유기물)이라는 유기물을 생성하여 바다를보호한다. 기온을 낮춰 기후 변동을 완화하기도 한다. 그러면 땅과 공기의 온도도 낮아진다. 숲은 광합성 반응의 제왕이다. 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산소가 없다면 우리는죽는다. 많은 나라가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중요하다. 대중은 수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80억명이나 되니까.”

-당신은 아이가 미래라고 말했다. 아이가 지구 미래에 대한 책임감과 존중심을 갖추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아이들은 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미래를 걱정한다. 지구서 가장 거대한 생물종을 자녀에게 소개하라. 아이들이 숲의 행진에 어떤 경외심을 품는지 보라. 우듬지에서 내뿜는 에어로졸만으로도 아이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나무의 DNA 패턴은 인류라는 가족의 구성원 하나하나와 비슷하며 어쩌면 그보다 더 비슷할지도 모른다.”

-세계의 현재 상황을 보면 절망에 빠지기 쉽다.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남았다고 생각하나? 절망을 이겨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퍼스트 네이션(북극 지방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해 온 캐나다 원주민들) 사이에서는이런 예언이 전해진다. ‘여덟 번째 불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살피는 것은 일곱번째 불이다.’ 사람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자연을 보호할 것이다.”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에 정원을 조성하고 다양한 식물과 나무를 수집한 것으로 안다. 정원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다. 최근에 입수한 수종이 있나?

내 정원은 연구 정원이고 이름은 카리글리아스(Carrigliath)’. ‘회색 돌이라는 뜻인데, 정원이 회색 지의류로 덮여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많은 자생종 나무가 무지와 부주의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이 나무들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속에 들어있는 약용 성분은 영영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 구출한 나무는 포포나무의 일종(Asimina triloba var. lutea)이다. 현재 섭씨 2도의 저온에 보관 중이며 20254월에 심을 예정이다. 이젠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크고 튼튼졌다. 열매의 노란색은 항암효과가 있는 유기 화합물로, 남성에게 특히 유익하다.”

-앞으로 입수하고 싶은 나무가 있는지?

내가 찾고 있는 나무는 모커넛 또는 불넛히커리라고 부르는 Carya tomentosa. 이나무가 생존하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필요하다. 목재는 치밀하며 캐나다퍼스트 네이션(원주민 집단)이 채소를 훈연하고 보존하는 데 쓰였다.”

-우리가 수목원을 지을 때 유의할 사항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자생종 나무로 수목원을 조성해야한다. 학교에 교과 과정을 마련하여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많은 독자가 당신의 삶과 글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소득 양극화와 환경 파괴라는 대가가 따랐다. 속도를 늦추고 다른 길을 모색하려면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지구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믿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DNA 알고리즘에는 치유 방안도 담겨 있다. 그것은 종의 합일, 또는 자신에 대한 앎이라고 불린다. 인체는 피부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안다. 나무는 이 지식을 가지고 있다. 숲에서는 치유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무는 균류의 균사체를 이용하여 나무의 마을(군집)을 이루는 듯하다. 자연에서는 배울 것이 무척 많다. 우리는 모두 답을 찾는 유치원생, 또는 여섯 살 아이와 같다. 답은 우리 코앞에 있다. 첫발을 내디디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보라.”

한겨레 정원식 기자

 

서울 면적 생물보호지역서 벌채 가능엉망진창 구역 관리

국회 보호구역 실태와 개선과제토론회

백두대간 보호지역인 충남 영동의 민주지산은 보호지역이지만 경제림육성단지로 지정돼 지난 2020년 벌채가 진행됐다. 왼쪽이 벌채된 지역이다. 그린피스 제공

전세계가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2030년까지 지구 자연의 30%를 보호하자는 취지의협약을 맺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은 서울 면적을 웃도는 생물보호지역을 나무 벌채가 가능한 경제림으로 지정하는 등 되레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나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산과자연의친구등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보호구역의 실태와 개선과제토론회를 열고 보호지역과경제림육성단지 중첩 현황, 보호지역 관리 체계의 문제점 등을 공유했다. 발제에 나선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국내 전체 보호지역 가운데 경제림 육성 지역과 겹치는 중첩 지역이 약 74947(750)에 달한다. 서울시의1.2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이 산림자원법으로 지정하는 경제림육성단지는 경제적가치가 높은 목재와 임산물 생산을 목적으로 조성·관리하는 지역으로, 나무가 자라난뒤 벌채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숲의 생물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지역 관할법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린피스는 국내 전체 보호지역 가운데 경제림육성지역과 겹치는 중첩 지역이 약 74947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도 위 보호지역(녹색)과 경제림육성단지(파란색)의 중첩구간(빨간색)이 확인된다. 그린피스 제공

예컨대 산림청이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도 2020년부터 벌채를 진행한 충북영동 민주지산이 대표적이다. 최 캠페이너는 산림청은 민주지산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백두대간법이 벌채를 허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 애초의 법 취지를 고려하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민주지산은 지난해 경제림육성단지에서 해제됐지만, 최근 강원도 정선의 산림자원보전구역이 다시 경제림으로 지정됐다면서 법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림 지정 엇박자뿐 아니라 가리왕산곤돌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등과 같은 개발사업이 보호지역 지정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보호지역이 제대로 관리·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는 생물다양성전략의 파편화와관리 주체의 분산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 관리 주체는 환경부, 산림청, 문화유산청, 해양수산부, 국토부 등이고, 보호지역 관련법도 자연공원법’, ‘야생생물법’, ‘습지보전법’, ‘해양생태계법’, ‘공원녹지법’, ‘산림보호법10여 개에 달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호지역의 37%가량은 여러 부처에의해 중복 지정돼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 체계로는 ‘30X30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COP15)에서 우리나라는 196개 당사국들과 함께 2030년까지 전세계 육상과 해상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보전·관리한다(30X30 목표)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2023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했고, 지난해 8월 협약 사무국에 전략을 제출한 바있다.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 비율은 육상 17.8%·해양 1.8% 수준으로, 2030년까지보호지역을 각각 1.69, 16.3배 확대해야 한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보호지역이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어 보호지역의 양적 확대는 물론 효과적 보전·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생물다양성법을 기본으로 해 생물다양성협약 이행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제안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른 보호구역의 실태와개선과제토론회가 열렸다. 그린피스 제공

환경부가 시행 중인 생태계 보전 활동을 하는 지역 주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확대·개편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여창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예산 대부분이 철새 먹이주기에 사용되고 있는데, 그나마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보조금 3조원에 비하면0.14%(43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또한 보호지역은 아니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인 자연공존지역’(OECM)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주민이나 땅 주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사무국장은 토론회에서 지적된문제들은 과거부터 산적한 사안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계획만 언급하는 것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호지역 관리 주체인 부처 간 이기주의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지 못한다면 주요 방안들은 단순한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해운대수목원 토사 유실 심각지반 침하 우려

국내 최대 규모의 공립 수목원인 부산 해운대수목원이 지난해 극한호우 영향으로 심각한 토사 유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해운대수목원이 옛 매립장에 조성된탓에, 보강공사를 하더라도 토사 추가 유실 가능성이 큽니다.

[리포트]흙탕물이 수로를 타고 쉴새없이 쏟아집니다.지난해 9월 태풍 때 하룻밤 사이370mm 넘게 내린 비로 해운대수목원의 토사가 쓸려 내려갔습니다. 유실된 토사는 18톤이 넘습니다. 지금 현장은 어떨까. 토사 유실로 인해 해운대수목원의 산책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산책로 진입도 통제됐습니다. 극한호우로 우수관에서 빗물이 넘치면서 보행로까지 훼손됐는데요. 지금은 임시로, 흙과 모래를 채워놨습니다. 특히 피해가 큰 곳은 해운대수목원 2단계 사업의 경사로 일대입니다.앞으로 여름철, 극한호우가 이어진다면 토사가 추가 유실될 우려가 높습니다.

[최우호/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장 : "차수벽을 설치하고 물이 모이는 대나무 숲하단부에 집수정과 배수로를 설치해서 원활하게 물 배수를 할 수 있도록 (보강 공사)."]

전문가들은 지하수 흐름과 지반 성향을 따지지 않는 '임시 처방'만으로는, 더 큰 화를부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과 교수 : "땜질식으로 그냥 이렇게 약간 침하가 되니까 거기에 또 때워놓고 하면은 그러면 나중에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가 있어요."]

경사가 있는 옛 매립장 터에 흙을 쌓아 인공적으로 만든 해운대수목원이 극한호우에취약성을 드러낸 상황. 토사 유실을 넘어, 지반 침하로 이어지지 않게 철저한 조사와대비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아르내

 

반려 금붕어는 어떻게 야생의 ‘메갈로돈’이 되었나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생태교란종 인식 주간’을 맞아 금붕어가 유기된 뒤 1.8㎏까지 자라난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페이스북

해외 뉴스를 보다 보면, 몸집이 엄청나게 자라난 금붕어가 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종종 듣게 됩니다. 지난 2021년 미국 미네소타주 번스빌의 켈러호수에서는 ‘축구공만 한 금붕어’ 28마리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번스빌시 당국은 “제발 반려 금붕어를 연못과 호수에 풀지 말라”면서 “금붕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자라며, 강바닥의 퇴적물을 엉망으로 만들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호소한 바 있 습니다.

그러니까 강에서 살고 있는 금붕어가 한때는 누군가 어항 속에서 키웠던 작은 반려동 물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호수에서 발견된 금붕어의 몸길이는 46㎝ 정도에 몸무게가 1.8㎏에 달했습니다. 어항 속 금붕어가 보통 몸길이 5~15㎝에, 몸무게 30~300g인 점 에 비춰보면 몸집이 대여섯 배나 커진 셈입니다.

지난 2021년 미국 미네소타주 번스빌의 켈러호수에서는 유기된 금붕어 28마리가 발견 됐다. 번스빌시 엑스(X)

최근 ‘생태교란종 인식 주간’을 진행했던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FWS) 또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각) 공식 페이스북에 “당신의 반려 금붕어가 야생에서 2년을 보낸 뒤 모습”이라면서 호수에서 발견된 금붕어 한 마리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금붕어에 게는 ‘메갈로돈’이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했 던 고대 육식 상어의 이름을 딴 이 금붕어는 환경조사원의 양손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야생에 유기된 뒤 거대해진 금붕어의 모 습은 뜻밖에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금붕어는 어떻게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것일까요. 먼저 금붕어(Carassius auratus) 가 어떻게 사람의 ‘반려동물’이 되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붕어의 생태 계 침입을 다룬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금붕어의 원서식지는 동아시아로 약 1000년 전 중국 송나라 때 본격적인 품종개량이 시작됩니다. 그보다 훨씬 앞선 진나라(256~120) 때부터 붕어의 돌연변이인 붉은붕어를 연못에서 키우기 시작했다고 하니, ‘반려 금붕 어’의 역사는 꽤 길고 오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을 중심으로 했던 금붕어 키우기가 미국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800 년대 후반입니다. 역사학자 카트리나 걸리버는 미국 정부가 당시 처음 만들어진 ‘어류 위원회’(Commison on Fisheries, 현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를 홍보하기 위 해 1870년부터 1880년 초반까지 워싱턴디시 주민들에게 무료로 금붕어를 나눠준 것을 그 시작으로 짚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해에는 금붕어 2만 마리 이상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니, 금붕어 반려문화에 미국 정부가 꽤 큰 역할 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물건처럼 쉽게 공유됐던 금붕어가 자연에 버려지기 시 작했고, 1970~80년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면서 금붕어가 생태교란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점차 알려지게 됐습니다.

송나라 화가 류채의 ‘낙화유어도’에 담긴 금붕어. 위키피디아 코먼스

지난 14일 과학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최근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올린 ‘메갈로돈’ 사진을 소개하며 금붕어가 야생에 ‘방생’되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소개했 는데요, 이들은 금붕어의 몸집이 커진 배경에는 유전적 특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크리스틴 보스턴 캐나다 해양수산부 연구원은 “충분한 자원이 있다면 금붕어는 매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특히 상위 포식자가 없을 경우에는 더 빨리 자라난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오대호에 서식하는 토종 어류인 배스 등이 금붕어를 잡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 포식자들이 먹기에는 금붕어가 너무 빨리 크게 자란다는 것입니다. ‘금붕 어의 발달과 진화’를 쓴 대만국립정치대 킨야 오타 박사도 “아직 유전적 기초 연구가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한 실험에서 영양분이 가장 풍부한 사료를 먹은 금붕어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것이 관찰됐다”면서 “가끔 어항의 금붕어가 서로를 잡아먹는 경우 가 있는데, 그럴 때 아주 큰 개체가 등장한다”고 전했습니다.

금붕어의 산란을 연구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머독대 연구진의 2016년 연구를 보면, 금붕어들은 조류, 물고기 알·유생, 심지어 다른 성체 물고기까지 먹어치우면서 암컷은 해마다 최대 4만개 이상의 알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항 속에서 제한된 사료 만 먹던 금붕어가 포식자가 없는 야생에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면 엄청난 크기로 성 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금붕어의 번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캐나다 온타리 오 호의 금붕어를 연구해 온 보스턴 연구원은 “금붕어는 다양한 산소 농도와 수온에 내성이 생겨 다른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지역에서도 잘 적응한다”면서 “기후변화로 수 온이 높아지면 차가운 물과 높은 산소량을 요구하는 토착종보다 금붕어가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짚었습니다. 이미 풀려난 금붕어들을 제어할 방법은 없을까요. 호주 바스강의 금붕어를 연구한 스 티븐 비티 등 연구진은 그것이 굉장히 어려울 거라 내다봤습니다. 금붕어는 해마다 220㎞를 이동하며, 번식기에는 무리 지어 습지로 이동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금붕어는 머리가 좋지 않다는 통념과 달리, 복잡한 인지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는 것입니다. 어항 속 금붕어가 바흐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구별하고, 훈련에 따라 작은 축구공을 그물에 넣는 모습을 보면 금붕어가 강을 지배하는 ‘메갈로돈’으로 거듭 난 것이 무리도 아닌 것 같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이기대 아트 파빌리온' 설치 급물살

부산시의회 기재위 진통 끝 통과 민락동 옛 청구마트 매각도 가결

박형준 부산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이기대 예술공원의 핵심 시설 ‘아트 파빌리 온’ 설치 사업이 진통 끝에 시의회의 1차 문턱을 넘었다. 또 20년 이상 방치됐던 수영 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옛 청구마트 부지 매각안도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김태효(오른쪽) 의원이 가 19일 공유재산관리계획안과 관 련해 질의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19일 ‘2025년도 제3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 해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이기대 예술공원의 조형물 역할을 할 아트 파빌리온 사업은 지난해 11월 기재위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에 올랐다가 사업성 논란과 주민 의견 수렴 부족 등으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아가 지난해 열린 2025년 본예산 심사에 서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소한의 사업 진행 예산(2 억5000만 원)을 남기면서 ‘시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의결을 받은 뒤 예산을 집행 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이날 심사에서도 김태효(해운대3) 의원은 “화장실 등 주민 편의시설 예산 배정, 주민 의견 수렴 미비 등이 보완 되지 않았는데 왜 또 다시 심사 안건으로 제출했나”고 질타 하며 “공유재산 심사 통과도 없이 예산이 반영된다면 심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선호(비례) 의원도 “37억짜리 조형물이 세워지면 공원 조성 을 무를 수도 없다. 부산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안철수 푸 른도시국장은 “조형물 설치를 위한 국제 공모 절차 때문에 부득이 일부 예산이 먼저 필요하다”며 “주민 편의시설은 조성계획 등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격론 끝에 기재위 는 ‘파빌리온 사업은 예산 범위(37억 원)에서만 추진하라’는 의견을 붙여 안건을 가결 했다.

또 27년 동안 방치된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를 민간업체에 매각하는 안건을 놓고 의원들은 업체의 사업 추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약 270억, 감정평가액은 400억~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디즈니 전시 시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기장2) 의원은 “막대한 사업비 대비 수익 구조가 탄탄한지 의문”이라며 “지정 용도로 지정 기간 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특 약 사항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재위는 ‘계약금 10%를 현금으로 낸 뒤 60일 내 잔금 납부와 허가 이후 2년 내 착공을 계약서와 입찰공고문에 명시하라’는 의 견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부산어린이대공원 내 ‘실감형 사파리 조성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어린이대공 원 활성화를 위해 100억 원을 들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이용한 미디어 전시 체험관을 짓고자 한다. 김형철(연제2) 의원은 “동물원 문제 등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공원 전체 활성화 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사업을 먼저 추진하 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창용(사하3) 시의회 기획재경 위원장은 “사파리 조성 사업을 하려면 동물원 정상화에도 적극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는 점을 명시해 안건을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지역 건축가 협업 의무화, 부산만의 정체성 살린다

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 부산 시내 건축사 참여 조율

해외 건축가 명성 탈피 의지 건폐율·용적률 등 미리 협의

사업지 선정 방식도 차별화

부산시가 올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에서는 지역 건축가와의 협업을 필수 조건으 로 내걸 방침이다. 지난해 특별건축구역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남천2구역(삼익비치) 재 건축 설계 조감도. 부산일보 DB

부산시가 올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에서는 지역 건축가와의 협업을 필수 조건으 로 내걸 방침이다. 지난해 특별건축구역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남포동 하버타운 설계 조감도. 부산일보 DB

부산시가 올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에서는 지역 건축가와의 협업을 필수 조건으 로 내걸 방침이다. 지난해 특별건축구역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영도 콜렉티브 힐스의 설계 조감도. 부산일보 DB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도 앞으로 지역 건축가와 협업을 해야만 부산 특별건축구역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실력을 갖춘 국내 건축사무소라면 해외 유명 건축가에 기댈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릴 전망이다. 19일 부산시와 지역 건축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은 지 역 건축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지난해 시는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계적인 건축가를 중심으로 설계를 맡겼다. 자연히 해외 유명 건 축가가 부산에 랜드마크형 건축물을 짓는 데 방점이 찍혔다. 도미니크 페로와 렘 콜하 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후보지 설계를 맡아 관심을 모았다.

물론 이들도 국내 건축설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했지만, 반드시 부산 지역 건 축가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부산 지역 건축사무소가 컨소시엄에 반드시 참여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가 조율할 방침이다. 이 같은 협업을 통해 지역 건축업계의 내실을 다지고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서다. 해외 건축가의 위상에만 기대지 않고, 부산이라는 지역 특색을 살리는 설계 결 과물을 받아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사업지 선정 방식도 지난해와는 차별성을 둔다. 종전에는 사업 주체가 부지와 설계안 을 가져오면 시가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형태였다.

이러다 보니 실제 용적률 완화 정 도 등을 바라보는 부산시와 사업자 간의 ‘동상이몽’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설계는 만들었지만 심사에서 탈락한 이들이 수십억 원의 설계비를 떠안아야 하는 일도 발생했 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사업자와 미리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 높이 제한 등 건축규제 완 화에 관한 사항을 미리 협의해 예상되는 규모를 정한다. 이후 해당 부지를 두고 설계 공모를 내서 5개 안팎의 설계 공모안을 받겠다는 것이다. 시는 사업지마다 외국계 건축사무소 2곳, 국내 건축사무소 3곳 정도를 추려 설계안을 받아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세계적 건축가라는 명성에만 기댔던 지난해 시범사업과 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보완책 마련에도 특별건축구역이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특히 특정 사업지의 규제 완화를 위한 들러리 행사라는 비판은 업계 곳곳에서 아직도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해 삼익비치 재건축, 남포동 하버타운, 영도 콜렉티브 힐스 등 3곳을 시범사 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남포동 하버타운과 영도 콜렉티브 힐스는 구역 지정을 신청했 지만, 논란이 됐던 삼익비치는 다음 달 조합원 총회를 거쳐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 이다. 제출한 설계안대로 삼익비치가 99층짜리 건물로 건립된다면 최소 9억 원 안팎의 분담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갑툭튀’ 마천루 개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산의 한 건축사는 “부산의 아파트가 천 편일률적이고 정형화된 형태로 개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업이지만, 지난해 뽑힌 작품들을 보면 높이만 높아졌지 기존 개발과 차이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주 변 건축물은 그대로인데 해당 사업지만 콕 집어 초고층으로 개발된다면 오히려 조화로 운 도시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열흘간 세 번, 반복되는 수상한 산불산림청, 추적 나섰다

충남 공주·경남 양산 등서 반복 발생 당국, 방화 가능성 판단철저 대응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에서 지난달 16일 발생한 산불로 산림이 타고 있다. 산림청 제공

 

봄철 산불 위험이 높아진 시기에 특정 지역에서 산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방화로 인한 산불 등 고의성이 있다고보고 경찰과 함께 원인 파악과 가해자 검거에 나섰다.20일 산림청 산불발생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16일 오후 812분쯤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의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4시간여만에 꺼졌다.

 

산림청은 당시 산불 조사 과정에서 의문스러운 점을 확인했다. 불이 난 용당리 산12번지에서만 2022년 이후 벌써 네 번째 산불이 발생했다. 발생 시간대도 야간으로 비슷했고, 발화 지점도 인적이 드문 농로 주변으로 확인됐다.

 

산림당국은 이 일대에서 누군가 고의로 반복적인 산불을 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협조로 용의자 파악과 검거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가해자는 검거되지 않았다. 양산시는 해당 지역에 감시카메라 4대를 설치하고 24시간 감시원을 배치한 상태다.

 

지난 19일에는 이미라 산림청 차장이 현장을 찾아 관계기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원동면 관계자는 앞서 관계기관 회의에서 산불진화가 어려운 야간에 고의성 산불이 발생해 지역 민심이 좋지 않다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방화범이 조속히 검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에서도 최근 반복적인 산불이 일어났다. 공주시 우성면 내산리에서는 지난 16일 오후 720분쯤 산불이 났다. 불은 44분만에 진화됐지만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내산리 일대에서는 지난 10일과 8일에도 낮 시간 두 차례 산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림당국은 앞선 두 차례 산불 당시에는 담뱃불에 의한 실화를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16일에는 낙엽을 모아 태운 듯한 흔적 등을 토대로 방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11일에는 강원 원주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방화 용의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오후 152분쯤 원주시 문막읍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났는데, 목격자 신고를 받은 경찰이 30여분만에 인근을 서성이던 40대 방화 용의자를 붙잡았다.

 

산림청 홈페이지 산불 발생 통계 화면 캡처.

 

올 들어 전국에서는 모두 174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 162.51가 불에 탔다. 평년보다 산불이 적었던 지난해 1년 동안 279건의 산불이 발생해 131.94가 불에 탔던 것과 비교하면 건수가 크게 늘었고, 피해면적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산림당국은 올해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겨 지난 1월부터 봄철 산불조심기간운영에 들어갔다. 반복적인 방화성 산불도 엄정대응해 끝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도 산불 원인 행위자로 확인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른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경남 양산과 충남 공주 등에서 반복된 산불 상황을 점검하면서 동일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목록화하고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철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삵 사체서 조류인플루엔자고병원성최종 확인

지난 16일 전남 화순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쓰러진 채 발견 시 삵. 환경부 제공

 

국내에서 폐사한 야생 삵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6일 전남 화순에서 발견된 야생 삵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출이 최종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방역당국은 삵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자 고병원성 여부 확인을 위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야생포유류의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삵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조류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생 포유류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매해 1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중증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는 야생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등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삵의 행동반경이 2~3km로 넓지 않고,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논의 내용을 토대로 야생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 표준행동지침(SOP)을 구체화하겠다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포유류 간 전파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전남 화순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쓰러진 채 발견 시 삵. 환경부 제공

 

국내에서 폐사한 야생 삵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6일 전남 화순에서 발견된 야생 삵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출이 최종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방역당국은 삵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자 고병원성 여부 확인을 위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국내에서 야생포유류의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삵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조류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생 포유류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매해 1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중증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는 야생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등과 긴급회의를 열었다.전문가들은 삵의 행동반경이 2~3km로 넓지 않고,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논의 내용을 토대로 야생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 표준행동지침(SOP)을 구체화하겠다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포유류 간 전파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숨 건 비행, 흑산도민들이 위험하다

흑산도(黑山島). 검은 산의 섬이라는 뜻이다. 산과 바다가 검게 보일만치 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혹자는 큰 산이라는 의미의 '검뫼'를 한자로 잘못 차용하면서 흑산이 되었다고도 해석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산의 색이나 크기가 아니다. 섬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이 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리마을 주민들의 삶을 깎고 파괴해 지어지는 것

산 위에 공항을 지을 수는 없다. 공항, 특히 활주로 공사를 위해서는 산을 깎아내는 일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흑산공항 계획의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는 흑산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대봉산 일대를 모조리 깎아 활주로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봉산 너머에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예리마을이 있다. 대봉산이 예리마을의 방풍림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지형적 조건 때문에 바람과 해일과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 섬의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고 있었던 게 대봉산이다.

이 산이 사라지고, 대신 공항이 지어진다면 마을은 어떻게 될까? 오래도록 마을을 가꾸고 마을에 기대어 살아가던 이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 마을에도 드디어 비행기가 들어오게 됐다며 마냥 기뻐할까? 아니면 태풍이 불어닥칠 때를 늘 염려하며, 언제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몰라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될까?

"예리마을의 주민들은 태풍에 완전히 취약해요. 7, 8, 9, 10월에 오는 태풍에요. 항상 그래요. 제가 여기서 28년째를 살았는데, 큰 태풍이 올 때마다 막 지붕들도 날아가고 주민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그 산까지 깎여버리면 태풍을 막아주던 것 자체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게 방파제 같은 건데, 방파제 없이 파도가 몰아치면 그 피해는 다 누가 보겠어요?"

 

흑산도에서 28년을 살아온 김선복 주민의 이야기다. 그녀는 예리마을이 처한, 보다 구체적인 어려움도 들려주었다.

"주민들 사는 곳들이 전부 다 40~50년도 더 된 집이에요. 옛날식 슬레이트 지붕으로 돼 있거나, 양철만 덮어서 생활하는 데가 많이 있어요. 볼라벤이나 매미 같은 큰 태풍이 앞으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지구 온난화는 계속되고 바다 수온은 높아가고 그럴수록 태풍도 더 많이 발생할 거잖아요. 그럼 그런 약한 집들은 어떻게 될지..."

 

흐려지는 말끝에 마음을 얹어, 그 약한 집들에 대한 상상을 한다. 그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 다음에 올 태풍에도 여전히 그 집에 머물러 있을지 모를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흑산공항을 추진하는 동안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처음 내세워진 주된 논리가 건강권을 포함한 주민 생존과 생계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흑산도 예리마을 사람들이 태풍과 해일의 위협에 수시로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로 말이다.

 

배가 뜰 수 없는 기상 조건이라면 비행기도 결항될 수밖에

예리마을의 문제를 말하지 않고도 짚을 문제는 많다. 주민 건강권 운운의 핵심은 응급 의료 처치를 위한 이동 수단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흑산도 내에는 종합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목포까지만 하더라도 두 시간이 걸리고 하루 네 번밖에 운행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결항이 잦은 선박편은 위급한 환자를 이송하는 데 맞지 않다. 그래서 비행기가 필요하고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흑산공항 토지이용계획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2018.2.다도해해상국립공원

 

그러나 배가 뜰 수 없는 기상 조건이라면 비행기도 결항될 수밖에 없다. 또한 흑산공항은 위성 장치의 정확한 계측을 통한 자동 운행을 하는 '계기 비행' 대신, '시계 비행' 기준으로 설립되는 공항이다. 사람이 맨눈으로 앞을 보고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도의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고,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시계 비행 방식을 도입한 공항은 전무하므로, 시계 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사 역시 드물 것이다. 만일 이 기술을 가진 이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바람·안개가 그 어떤 공항 및 공항 예정지보다 강도 높고 빈번한 흑산도에서라면 결항률이 얼마나 높을지 알 수 없다.

 

ATR 기종으로 시계 비행, 괜찮을까?

문제는 또 있다. 흑산공항은 애초 ATR 기종 중 50인승 항공기를 기준으로 활주로를 고안했다. 그런데 해당 기종이 더는 생산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국토부가 이를 80인승(ATR72) 기종으로 바꿨다. 활주로 확장이 필요해졌다. 공항 등급을 최소 한 등급 이상 높여야 하는 상황인 것.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는 현재(1.2) 그대로 유지하고 착륙대만 확장하는, 최소의 등급 상향 방안을 선택했다. 이 등급에 맞추면 예산은 덜 늘어날 수 있지만, 여전히 계기 비행은 불가능하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정인철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항공사 근무하시는 비행사분들과 인터뷰를 많이 나눴어요.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인용하면, 미친 짓이라고, 어떻게 사람들을 프로펠러 비행기에 태우고 시계 비행을 해서 이착륙할 생각을 하느냐고, 나머지는 논할 것도 없다고 말씀들 하세요. 그리고 당연히 본인들도 위험하죠. 누가 그런 일을 하겠어요. 다른 일할 곳도 많은데 굳이 그런 위험까지 감내하면서 비행기 몰고 돈 벌 생각을 할까 싶어요."

 

ATR 기종은 기체 내 결빙을 해소하는 데 취약하다는 결함이 존재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2022년 발행한 <흑산공항 추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TR 기종의 경우, 최근 10년간 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6건이었는데 이 중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가 3건이었다. 그리고 탑승 인원 전원이 사망한 경우 또한 3건이나 되었다.

 

보고서 발행연도인 2022년 이후에도 사고는 있었다. 20231월에 72명이 탑승한 예티항공 ATR72가 네팔 카스키 지구에서 추락해 7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었다. 탑승했던 이들 모두가 희생된 것이다. 20248월에는 62명이 탑승한 보이패스 ATR72가 브라질 상파울루주 지역 주택가로 추락했고 이 또한 전원이 사망했다.

지난 2024810일 브라질 상파울루주 비녜두에서 62명이 탑승한 비행기(브라질 항공사 보이패스의 ATR72 기종)가 추락한 현장의 잔해.AP/연합뉴스

 

누가 위험과 공포에 탑승하겠는가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위험감소에 관한 기준'에 의하면, 흑산공항 부지 8km 이내에는 있어서는 안 되는 시설이 무수히 속해 있다.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호수 및 늪지 등. 특히나 공항 부지는 국립공원이었던 구역을 끼고 있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이었'다며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가 있다. '흑산공항의 빠른 추진'은 윤석열의 대선 공약이었다. 때문에 흑산공항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2023, 공항 부지에 해당하는 구역이 국립공원에서 지정 해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별개로 두더라도, 흑산공항 부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에 포함된,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구역이다. 또 흑산도와 홍도는 국내 철새 개체의 80%가 쉬어가는 곳이다. 조류 충돌 위험은 당연히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도 물새류, 맹금류의 비행기 충돌 위험이 클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심각해 보이는 조류 충돌 위험 지표에도, 정인철 사무국장을 비롯한 전남지역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은 말한다. 조류 충돌의 위험보다 항공기 기종과 운행 방식에서 기인하는 위험이 훨씬 크다고. 상시적으로 안개가 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흑산도에서, 조종사의 시력·판단력과 좋은 컨디션만을 전적으로 믿고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위험과 공포에 탑승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흑산도 일대 모습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모두를 위해 여객선 공영화가 시급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정인철 사무국장과 김선복 주민은 여객선 공영화를 강조한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응급 의료를 위한 닥터헬기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 우리 도시에서 버스 타고 다니는 거 다 공영제잖아요. 지하철, 버스, 기차...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거예요. 요금이 조금씩 인상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이용하잖아요. 흑산도의 경우는 주민 선박 요금 자체는 싸요. 문제는 여객사들이 대부분 선박을 돌려쓰다 보니, 상태가 너무 안 좋은 배들만 다닌다는 거예요. 그러니 날씨 조금만 안 좋으면 안 뜨죠. 서비스와 안전성 모두 (주민들이 느끼기에) 최악이에요. 당장 이걸 개선해 주는 게 섬 주민들에게 절실해요. 그래서 공영제가 필요한 거예요."

 

김선복 주민은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민들한테는 뱃값 천 원 받아요.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주의보가 내려지는, 바람의 기준 초속이 있다고 쳐요. 배 안 뜨는 기준이요. 그 기준에 못 미치는데도 사람 좀 없다 싶으면 여객사에서 예비 특보를 때려버리는 거예요. 그러고는 운항 안 해요. 외부인들에 대한 여객선비 문제도 커요. 국내 여행은 이동 교통비가 여행지 결정에 영향을 많이 주잖아요. 근데 지금 목포에서 흑산도 오는 편도 여객선비만 거의 4만 원이에요. 이렇게 비싸면 다 제주도 가지 여기 안 오거든요. 여객선 공영제를 해서 관광객들 요금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리고 비행기 뜨면 흑산도 코스는 더 짧아져서 1박도 안 하고 잠깐만 있다가 바로 홍도로 가겠죠. 흑산도는 원래부터 홍도 가는 경유지였거든요. 결국 우린 더 안 좋아져요."

 

앞서 50인승 ATR 비행기가 단종된 탓에 80인승 기종으로 변경하면서 활주로 착륙대를 확장하는 계획이 발표되었음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예산은 애초 1835억 원에서 6700억 원으로, 무려 3배 이상 증액되었다. 증액된 예산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심의를 거쳐야 한다. 타당성재조사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타당성재조사가 흑산공항 전면 무효화를 위해 주어진 문턱일 것이라 믿는다. 흑산도 주민의 삶을 구하기는커녕 위험에 담보 잡히는 사업이 추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기에. 흑산공항의 무효화는 하나의 뜻깊은 응답일 것이다. 흑산도 주민뿐 아니라 흑산도의 과거와 지금과 미래를 지키고 싶은 이들, 흑산도와 연결된 모든 존재들을 지키고 싶은 이들에 대한 응답 말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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