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관저 '인간방패' 45명 국힘 의원은 누구?
대구경북 15명, 부울경 11명, 서울경기 5명, 충청 3명, 강원 2명, 비례 9명
참 사악한 언론…항공참사 터지자 '정쟁' 프레임 극성
국정혼란 원인을 야당 '줄탄핵'으로 호도
야권의 내란 참사 빠른 수습 요구가 '정쟁'인가
내란범 탄핵 지연하는 것이 '2차내란' 가담행위
'2차 내란' 동조 매체와 기자들에 책임 물어야
무안공항에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 부근을 군인들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충격적인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와 그 추종자들의 2차 내란으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민들은 크나큰 슬픔에 빠졌다. 국민들은 내란이 불러온 혼란과 불안에다 여객기 참사의 비극이 겹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언론은 여객기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히 규명하고 수습해나가도록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감추거나 축소하거나 애먼 곳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언론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12.3 내란 참사 보도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지금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과 국민의 분노‧불안을 수습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원인인 윤석열 내란 수괴와 공범들이 하루라도 빨리 단죄받도록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다. 내란 동조 세력들의 거짓말과 궤변이 더는 퍼지지 않도록 여론을 바로 잡고, 재난 참사 재발을 방지하듯 '2차 내란'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오히려 국정 혼란의 원인을 왜곡하고, 심지어 원인 제공자인 윤석열의 단죄를 지연시키거나 저지시키려는 듯한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극형에 처해질 내란 수괴와 공범, 추종자들의 거짓말과 궤변을 여과 없이 보도해 선동하는가 하면, 혼란의 원인이 마치 ‘여야 정쟁’ 때문인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끊임없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부추기는 ‘2차 내란’인데, 언론이 그걸 돕고 있는 것이다.
우선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이 큰 문제다. 이들은 지금의 국정혼란의 원인이 마치 야당의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에 있는 것처럼 보도해왔다. 권한대행으로 일 잘 하고 있는 한덕수를 흔들어 탄핵시키겠다는 야당의 '정쟁' 탓에 경제와 외교안보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한덕수 총리는 애초 내란의 공범이었다. 야당이 그를 처음부터 탄핵하지 않은 것은 국정운영의 공백과 혼란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특검을 방해하는 등 그는 오히려 내란 수습을 방해하고 국정 혼란을 더욱 키운 것이다. 그런 한덕수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이 국정 혼란을 빨리 수습하는 길인데도 일부 매체들은 마치 그것이 국정 혼란을 가져올 것처럼,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과 내란 특검을 거부해 내란 수습을 지연, 방해하고 있는 와중에도 “자리 잡아가는 한 대행 체제”(12.25)이라며 그를 감쌌다. 야당이 탄핵을 경고하자 “한덕수와 남은 장관들의 ‘줄탄핵’을 거론하는 야권은 외눈박이” “국내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고질병”(김진명 기자, 같은날)이라며 한덕수 지키기에 나섰다. 내란을 지연시키는데 '눈이 멀고', 야권의 내란 수습을 '정쟁'으로 몰고 있는 '고질병'에 걸린 기자의 칼럼이다.
또 한덕수 권한대행을 무슨 ‘양심적이고 공정한 공직자’인 것처럼 부추기고(“제2, 제3의 한덕수가 계속 나오면”, 박정훈 논설실장, 12.28), 그가 국회에서 끝내 탄핵 당하자 “거야 폭주로 경제불안 올수도”(“못난 정치가 고조시킨 경제불안”, 12.30, 사설)라며 ‘정쟁 몰이’ 프레임을 계속 퍼뜨렸다.
조선일보 아류 매체들과 다른 여러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언론이 ‘2차 내란’ 사태를 ‘정쟁’ 프레임으로 왜곡하고 있다.
“여야, 정쟁 멈추고 수습책 논의”(문화일보 나윤석‧이은지 기자, 12월30일), “정쟁의 장만 넓히고 말 모양새”(문화일보, 12월27일, “탄핵에 갇힌 경제...” 문희수 논설위원), “오늘날 정쟁은 도를 넘고 있다”(서울신문, 12.27, “공멸의 정쟁, 헌법의 문제인가”칼럼) “여야, 정쟁 멈추고 참사수습에 총력”(파이낸셜 뉴스, 송지원 기자, 12.30), “정쟁 자제 분위기 속 ‘특검‧헌법재판관’ 뇌관 여전”(YTN, 12.30), “정치권도 일제히 추모...‘정쟁 멈추고 유가족 지원에 최선’”(KBS,12.30), “여야, 사고수습 한목소리...정쟁 자제 움직임”(연합뉴스, 12.29)
평소 ‘중립적 언론’이라고 주장하던 한국일보의 “지긋지긋하던 정쟁 멈췄다...여야, 참사 수습에 총력”(우태경 기자, 12.29) 제목의 기사도 놀랍다. 한국일보는 앞서 “내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제목의 칼럼(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 12.24)에서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 막기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한덕수 권한대행 또한 내란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거부권을 숙고하겠다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진보-보수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반민주의 싸움이며 공화국과 반사회세력의 갈등”이라고 썼다.
이번 사태를 ‘진보-보수의 진영 싸움’이나 ‘정쟁’으로 보면 안된다는 경고다. 그런데 같은 매체의 기자는 이를 ‘지긋지긋한 정쟁’이라고 했다. 기자는 자기 회사 뉴스스탠다드 실장이 쓴 칼럼도 읽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정쟁' 몰이뿐만이 아니다. 여당인 국힘당은 비상계엄 해제에 제대로 동참하지 않았고 윤석열 탄핵을 방해한, 사실상 내란 방조 집단이다. 이 당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의 내란 가담혐의가 확인되면 국힘당은 정당해산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윤석열 내란 수괴가 “총을 쏘고 도끼로 문짝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전광훈 등 내란동조 극우세력들은 “내란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을 비호하고 있다.
이런 국힘당과 극우세력들의 내란 비호 주장을 여러 주류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쓰기' '생중계'하는 경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주류 언론들은 발포 명령까지 내린 윤석열 내란 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것인가?
많은 국민들은 무안 여객기 추락의 비극을 애도하고 있다.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어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애도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2차 가해’라고 부른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때 언론은 '정쟁 타령'만 늘어놓으며 진상규명을 방해하다가 결국 ‘기레기’라 불렸다.
내란 참사의 원인을 호도하고 내란 수괴와 공범들을 감싸려는 ‘정쟁’ 프레임 시도는 12.3 비상계엄 내란 참사로 분노와 불안에 빠져있는 국민들에 대한 ‘2차 가해’요 ‘2차 내란 가담’ 행위다. 나중에 내란이 진압되고 혼란이 수습되면, 2차 가해와 2차 내란에 대한 책임을 언론과 기자들에게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 가짜뉴스 확산범은 바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1월 4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짜뉴스'가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전날 12.3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 행진을 시도하던 중 이를 막는 경찰 무전기를 빼앗아 폭행하는 바람에 경찰이 혼수상태에 이르렀다는 허위조작정보입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은 1월 5일 <민주노총 공권력 유린에 '뒷짐'…경찰 폭행 사건은 '쉬쉬'> 보도자료를 냈고, 허위조작정보는 더욱 확산됐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도자료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같은 날 "명백한 가짜뉴스로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음해"라고 반박했습니다. 경찰 역시 '다친 경찰이 안면에 3~4cm가량 상처'를 입긴 했지만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부대로 복귀했다며, '혼수상태'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가짜뉴스 최초근원지 '더퍼블릭', 민주노총 색깔론 덧씌우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 허위조작정보가 첫 기사로 나온 1월 4일 밤 23시 31분부터 1월 6일 오후 2시까지 검색어 '민주노총'으로 검색한 보도내용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색깔론 공격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체포'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요 간부들 국가보안위반법 실형 선고"라는 작은 제목 아래 민주노총 전직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이력을 들먹이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정보원 해체, 주한미군 철수, 반정부 투쟁 등을 진행해 오면서 종북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사실무근' 확인된 후에도 가짜뉴스 반복
더퍼블릭의 첫 관련 기사 이후 스마트에프엔, 퍼블릭뉴스, 펜앤드마이크, 파이낸스투데이, 시민일보, 스카이데일리 등 다수 인터넷매체들이 서로의 허위조작정보를 인용‧복제했습니다. 가장 악의적인 매체는 스카이데일리입니다. 스카이데일리는 1월 5일 새벽 2시 59분 <단독/민노총 던진 둔기에 경찰 '의식불명' 제보 잇따라>(1월 5일 허겸 기자)에서 허위조작정보를 사실확인도 없이 다수 제보인 양 둔갑시켰습니다.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가 사실무근이란 보도를 가장 먼저 낸 곳은 KBS입니다. KBS는 1월 5일 오전 9시 31분 온라인판 기사 <경찰·소방, "민주노총 집회 통제 경찰 의식불명 의혹, 사실무근">(김범주 기자)에서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폭행해 의식불명이 됐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경찰 혼수상태' 허위조작정보가 그야말로 '가짜뉴스'라는 보도가 여럿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스카이데일리는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후 2시 15분 또다시 <속보/민노총 둔기 던져 경찰 폭행·혼절 막무가내…"중부상·사망 경찰 보고는 없어">(1월 5일 허겸‧장혜원 기자)를 통해 허위조작정보를 반복‧확대한 것입니다.
가짜뉴스 정정 76건 vs. 가짜뉴스 강화 108건
KBS를 포함해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 허위조작정보를 바로잡은 언론은 1월 6일 오후 2시 기준 총 51곳이며 모두 76건을 보도했습니다. 반면 민주노총, 경찰과 소방당국에서 '사실무근'을 확인해준 이후에도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의 허위조작정보 기반 보도자료를 받아쓰거나 '민주노총의 폭력적 시위를 경찰이 제대로 진압하지 않는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그대로 전해 오히려 '가짜뉴스'를 강화한 언론은 1월 6일 오후 2시 기준 총 46곳이며 모두 108건을 보도했습니다. 바로잡은 기사의 1.4배나 됩니다.
파이낸셜뉴스는 허위조작정보임이 명백히 드러난 1월 5일 낮 12시 14분 <여당 "민노총이 경찰 폭행했는데‥경찰‧야당, 왜 쉬쉬하나">(김학재 기자)에서 "탄핵찬성 집회에서 민노총 조합원이 경찰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국민의힘 보도자료 내용을 여과 없이 인용했습니다. 조선비즈 역시 1월 5일 낮 1시 51분 <여당 "민주노총 경찰관 폭행…공권력 유린 행태 강력 처벌해야">(박숙현 기자)에서 같은 내용을 전하며 허위조작정보를 확산시켰습니다.
* 모니터 대상
2025년 1월 4일 밤 11시 31분~1월 6일 오후 2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어 '민주노총'으로 검색한 뒤 나온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 허위조작정보 관련 뉴스 전체
오마이뉴스
검찰 공화국 최후의 전쟁, 마무리도 검찰이?
윤석열에 대한 직접 수사는 공수처로 옮겨갔지만 검찰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윤석열 검찰 공화국을 열었던 검찰은 마지막 문을 여는 열쇠도 쥐고 있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검찰 공화국’의 완성이었다. 대통령의 ‘효율적인’ 권한, 권력 행사를 위해 장악해야만 하는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 전시 지휘부) 곳곳에 전현직 검사가 배치됐다. 검찰 공화국 대통령의 통치는 법 기술의 결정체였다. 대통령령(시행령)으로 국회를 우회하거나 상위법인 법률을 무력화하고 국정 전반을 이끌었다. 시행령 통치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도 검찰이었다. 이른바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축소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복원된 검찰의 칼날은 주로 이전 정부와 야당을 향해 날이 섰고,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씨 등 ‘살아 있는 권력’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무뎠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검찰 공화국이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도 검찰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이번 사태 전반을 검찰 후배들이 수사한다. 윤석열의 방패 역할을 맡을 변호인단 역시 특수부 전설로 불리던 검찰 선배들이다. 양측은 이번에도 다양하고 화려한 법 기술을 총동원한다. 후배 검사들은 시행령으로 복원된 수사 권한을 활용해 윤석열을 직접 겨냥했고, 윤석열 측은 대통령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앞세워 대응한다.
윤석열에 대한 직접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옮겨 갔지만 검찰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그를 수사하기 위해선 일찌감치 수사에 착수해 밑그림을 그려놓은 검찰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석열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관도 검찰뿐이다. 기소 시점에 따라 국회가 추진한 특검마저도 검찰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 윤석열 검찰 공화국을 열었던 검찰은 마지막 문을 여는 열쇠도 쥐고 있다.
‘받지 않는다, 답하지 않는다, 순서가 틀렸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대한 윤석열의 대응 방식이다. 수사기관들이 소환조사를 위해 보낸 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에 불응해왔다. 우편을 보내면 ‘수취인 불명’으로 배달되지 않았다. 수사관이 직접 전달을 시도하면 수령을 거부했다. 압수수색도 계속해서 실패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당시 사용한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의 통신 기록이 대통령경호처에 저장되어 있는데, 경호처는 수사관 진입을 저지하고 대신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넸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이 현직 대통령의 법적 지위라는 ‘요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소환 불응은 체포영장 발부의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윤석열 측은 현직 대통령 신분을 강조한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2024년 12월23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지고,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지금 대통령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 신분이다. 어떤 수사든 대통령이 응답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경호처도 ‘법률에 근거해’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를 방패막이 삼는다. 이들 주장 속에서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윤석열 측은 수사기관 조사에 응할 경우 조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검사 시절 윤석열은 특검 피의자 공개 소환을 강행하고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며 수사 성과를 내왔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과거의 자신과 모순된 입장을 내면서, 피의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수사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윤석열이 수사를 거부하는 명분
윤석열 측이 수사기관의 법적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검찰, 경찰, 공수처 세 기관이 일제히 수사에 착수하면서 수사권을 놓고 경쟁이 시작됐다. 이례적으로 수사 상황을 외부에 ‘생중계’하면서 주도권 쟁탈전을 벌였다. 다만 검찰청법과 공수처법을 보면,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 검찰은 시행령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된 직권남용 혐의를 기본 범죄로 보고, ‘관련된 혐의’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공수처는 내란죄를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수사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윤석열 변호인단 구성에 참여한 석동현 변호사가 2024년 12월19일 서울고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석동현 변호사는 2024년 12월17일 “수사기관이 서로 경쟁하듯이 소환과 출석 요구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정리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수사기관들의 중복 수사 논란 및 검찰과 공수처 모두 명시적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점을 윤석열 측이 수사를 거부할 명분으로 삼았고, 추후 법원에서 ‘수사기관이 권한 없이 위법하게 증거를 중복 수집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측의 전략은 수사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유무죄를 다툴 필요 없이 공소가 기각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내란죄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확실한 주체이지만 윤석열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권한이 제한적이다.
재판에 넘기기 전 구속 기한 문제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과 검사는 각각 10일 이내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검사의 경우 1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검경이 함께 수사하면 최장 30일, 검찰이 직접 청구한 경우라면 최장 20일 구속할 수 있다. 문제는 공수처다. 윤석열처럼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피의자의 경우, 구속 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검찰과 공수처는 최근 구속 기간을 20일로 정하는 쪽으로 협의했다. 양쪽이 10일씩 ‘쪼개 쓰는’ 방식이다. 공수처가 10일 수사하면 검찰이 10일 수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시간이 촉박해서 공소장이 부실하게 작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윤석열 등 피의자들이 ‘불법 구속’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윤석열 측의 ‘위법 수사’ 몰아가기 전략이 이 지점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사 초반 수사기관들 역시 법적 약점에 대한 우려와 고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먼저 법리 해석을 통해 주도권을 잡은 건 검찰이었다. 2024년 12월10일 자정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성공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검찰이 내란 사건을 수사 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해석에 더해, 추가로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
김용현 전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나·다목’이다. 이 조항에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대해 ‘경찰의 범죄(제1항 제1호 나목)’ 그리고 ‘이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제1항 제1호 다목)’라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는 의심을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을 ‘공모자’로 적었다. 검찰이 “내란죄는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지만, ‘나목’에 따라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관련된 범죄인 만큼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뜻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영장전담 판사 한 명의 판단일 뿐이지만, 일단 김 전 장관뿐만 아니라 내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 길도 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사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찰과 공수처를 견제하는 모양새도 갖췄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2024년 12월18일 공수처에 윤석열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도 전날 윤석열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에 대한 직접 수사가 공수처로 일원화된 것이다. 검경이 수사권 분쟁을 벌이면 공수처는 검경 모두에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할 권리가 공수처에 있다. 이 규정을 무시한 채 검찰이 윤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했다가 나중에 수사권 문제로 무죄가 나왔을 때 그 책임을 모두 자신들이 질 순 없다는 검찰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수사 주도권 경쟁이 일단락되고, 공수처가 ‘키’를 잡은 모양새가 됐지만 여전히 검찰 영향력이 가장 크다. 공수처의 내란 수사 성공을 위해선 검찰 협조가 필수다. 검찰은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구속하면서 내란 수괴인 윤석열 조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윤석열과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군 지휘부 관계자들은 윤석열 측의 방어 논리를 무너뜨릴 주요 피의자이자 참고인인 만큼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공수처가 윤석열의 내란죄를 추궁하려면 이들 핵심 실행자들의 검찰 수사기록을 참고해야 한다. 검찰은 윤석열의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 등 기초 자료를 공수처에 보냈지만 김 전 장관 등의 수사기록은 넘기지 않았다. 검찰은 윤석열 수사만 공수처에 이첩한 것이고, 수사 협조 범위도 법적으로 규정된 바가 없어서 김 전 장관 등의 수사기록까지 넘겨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공조수사본부 수사관들이 2024년 12월16일 윤석열 출석 요구서 전달을 위해 대통령실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공수처가 수사를 마무리하면 다시 윤석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권만 있고,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공수처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윤석열에 대해 추가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이 검찰 ‘들러리’ 될 가능성도
국회에선 ‘내란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일단 시작된 수사는 수사기관들이 하되, 나머지 수사와 그에 대한 결론은 특검에서 내야 한다는 취지다. 특검이 임명되면 검찰은 즉시 모든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특검 출범 나흘 만인 2016년 12월5일 검찰로부터 기록을 확보해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과 검찰의 신경전이 과열되는 점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특검은 중복 수사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중립 수사’를 위해서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특검 또한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실제 수사 시작까지는 최소 20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 인력을 파견받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검찰과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 이하 공조본)가 경쟁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사했고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윤석열 소환조사만 남겨둔 상황이다(2024년 12월25일 기준). 특검 출범보다 검찰 기소가 빠를 수 있다. 검찰이 특검보다 먼저 윤석열을 내란 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 특검은 검찰 기소 과정에서 빠진 곁가지 범죄만 처리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13조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검찰이 누락한 범죄 사실을 특검이 ‘별개의 사건’으로 추가 기소할 수는 있지만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 수사기관별로 쪼개진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모이고 있다. 2024년 12월24일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중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여 비상계엄의 최종 배후와 기획·준비 과정의 전모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12월20일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또 ‘계엄 3인방’으로 불리는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을 실행한 주요 지휘관 3명을 우선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8일 가장 먼저 긴급체포된 김 전 장관의 구속 기한은 12월28일로 예정돼 있다.
시사인 문상현 기자
미분양·PF부실·공사비·수주 절벽 … 건설사 덮친 '4대 공포'
30대 건설사 11곳 '빨간불'
금호·코오롱글로벌 등 중견사
부채비율 400% 넘어 부담 커
공사비 급등에 분양가 상승
미분양 쌓이고 PF부실 악화
수주 줄어 건설 생태계 붕괴
"내수 살리려면 건설회복 절실"
◆ 건설사 부도공포 확산 ◆
건설 업계가 바라보는 대표적인 악재는 미분양 증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공사비 급등, 수주 가뭄 등이다. 급등하는 공사비를 반영하느라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오르고, 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덩달아 PF 부실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이후 전국 미분양 물량은 국토교통부가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 6만채 이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지난해 지방에서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 149곳을 조사한 결과 73곳(49%)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한계에 몰린 건설사들이 사업 확대를 꺼리면서 '미래 먹거리'인 수주 물량도 떨어지고 있다. 2022년 230조원이던 전국 건설 수주액은 작년 170조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부실 PF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작년 12월까지 5.2%였던 부동산PF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11월 11.3%까지 올라왔다.
건설 업계는 신동아건설 법정관리가 '도미노'식으로 위험을 옮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동아건설이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 상당수가 '공동 시공'인 경우가 많아 다른 회사에 부담을 전이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매일경제
한강진대첩 '키세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함께 만든 '광장의 시간'... 우리는 또 나아갈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눈보라 속에서도 밤샘 농성을 한 시민들 ⓒ 송경동관련사진보기
한강진 윤석열 공관 앞. 텅 빈 광장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3박4일 몇 시간 못 자며 몽유병 환자처럼 그 광장에서 먹고 잤습니다. 이곳에 울려 퍼지던 노래와 춤들과 함성들, 모든 시대의 고통과 억압과 차별을 고발하며 터져 나오던 새로운 시대의 발언들, 새벽 폭설을 맞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눈부처가 되어가던 경이로운 광장. 겨울비가 내려도 겨울 나목들처럼 처연히 그 자리를 비키지 않던 사람들의 존엄한 광장.
그 소리 없는 견인과 호소에 응답해 오병이어처럼 끊임없이 밀려들던 사람들. 끊임없이 밀려들던 연대의 물품들.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걸 받고 분류해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 한밤의 메밀묵 장수나 찹쌀떡 장수처럼 나누러 다니던 수많은 이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의료지원단, 민변의 인권지킴이, 형광색 안전조끼를 입고 그 광장의 동맥이 되고, 실핏줄들이 되어 주던 이름 없는 자원봉사단과 비상행동 상황실 사람들, 힘겹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감동적이고 유쾌했던 또 하나의 코뮌.
낙담하지 않고, 또 나아가리
▲윤석열 즉각 체포 긴급행동 집회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려, 참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그 광장에 잠시 서서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윤석열 체포·구속의 시간은 잠시 미뤄졌지만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광장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 냈습니다. 새로운 사회의 주체와 의제를 세워내는 또 한 번의 소중한 전진이었습니다. 결국 윤석열은 체포·구속·파면되고, 그 자리에 우리 모두가 함께한 3박 4일 한강진 대첩에 대한 기억이 이 공동체의 소중한 역사적·정신적 자산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기록될 것입니다.
어떤 '장'들이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 완강한 광장에서 이름 없이 버티며 반짝이던 은박의 젊은 천사들과 수많은 눈부처들, 빛나던 응원봉들, 때가 되면 길을 열던 노동자 민중들의 대열이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오늘 기운 빠져 하거나 낙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그리곤 또 나아가야겠죠. 또 한 번 반복된 내란에 대한 응징까지 해야 되겠죠. 윤석열과 그의 사설용병에 불과한 경호처가 헌정의 집행을 위해 간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맞서 실탄을 사용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는 주권자와 헌정에 다시 친위 쿠데타의 총구를 들이민 것입니다. 이는 용서할 수 없는 헌정 파괴 행위이자 2차 내란 행위입니다.
헌정의 정의를 지키고 회복시켜야 할 국가적 책무를 가진 최상목 대행과 국무회의 위원, 국민의적들 역시 다시 반복된 친위쿠데타에 공모·동조·부역하며 계속되는 내란 행위를 이어가는 반헌정세력에 불과함도 재차 확인했습니다. 기다리되, 용서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는 11일, 광화문을 뒤덮자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 체포, 구속’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 도로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밤샘 농성을 하는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농성자들을 위해 기도실과 화장실 등이 휴식공간으로 공개된 관저 부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 권우성
수만명이 3박 4일을 살아야 했던 이 벅찬 광장을 위해 공간 전체를 개방해 주었던 '일신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찬가지로 공간과 모든 편의를 내주셨던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뎅과 핫도그와 꿀떡과 라면과 커피와 차와 죽과 김밥과 여러 각색의 빵 등을 실컷 먹을 수 있게 해주신 수많은 연대자들, 봉사자들께도 늦었지만 고마웠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단 한번도 꺼지지 않던 무대를 지켜주셨던 무대음향 노동자분들, 새벽까지도 한달음에 달려와 언 손 언 몸으로 노래부르고 춤춰주던 여러 동료 문화예술인들께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새벽에 어디선가 잠 못 들고 실시간 유튜브 화면을 통해 그 광장에 참여하며 긴급하게 보내주신 당신의 매트와 핫팩, 무릎담요, 은박덮개 등이 있어서 우리 모두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늦은 새벽에도 눈길과 빗길을 달려 그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우리에게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전달해 주시기 위해 수고해 주신 수많은 택배기사님들, 퀵서비스 노동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도 힘들 텐데 나서서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도로와 거리 곳곳을 깨끗이 청소해 주신 분들께도 정말 고맙습니다. 그 모든 이들이 모여 함께 만들었던 해방의 광장, 투쟁의 광장, 연대의 광장이 한강진이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1월 11일 토요일에는 이 모든 분노를 모아 광화문광장을 뒤덮자는 계획입니다. 최소한 100만의 주권자들이 모여 모든 지연된 정의를, 훼손된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제안입니다. 사회대개혁의 첫 과제는 내란 세력에 대한 분명한 단죄와 응징, 사회적 퇴출이어야 할 것입니다. 12월 14일의 여의도 광장, 12월 21일부터 22일까지의 남태령 대첩, 그리고 오늘 1월 3일부터 6일까지의 한강진 대첩을 이어 1월 11일의 광화문 광장을 거대하게 다시 여는 일에 주권자 모두가 함께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송경동시인/ 오마이뉴스
영악한 검찰, 사악한 언론
역사가 크게 움직이는 격동의 시기엔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기 마련입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생사뿐 아니라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가 21세기 한국 사회를 더없는 격동의 시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격동의 시기는, 누가 알곡이고 쭉정이인지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분류 작업도 해줍니다. 12.3 내란 사태는 입만 열면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던 자들이 실상은 반법치-반자유-반민주 세력이었다는 걸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인과 정당, 어떤 장관과 관료, 어떤 집단이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고 능멸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12.3 내란 사태는 한국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12.3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대표적인 쭉정이가 검찰과 언론 집단이라고 봅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두 집단의 대응 자세는 확연하게 다르지만, 두 집단이 윤석열 내란을 키우고 지원했던 세력이었다는 본질엔 변함이 없습니다.
‘윤석열의 주구’에서 ‘윤석열 사냥개’로 변신한 검찰
아시다시피 검찰은 윤 정권 내내 공익의 대표자, 정의의 수호자는커녕 ‘윤석열의 사병’ 노릇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윤석열의 정적인 조국과 이재명 일가에 대해서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 방식의 수사로 죄가 나올 때까지 마구 쑤셔댔습니다.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검증 보도를 한 <뉴스타파>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이라는 여론몰이 수사로 옭아매려고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와 관련한 비리에는 특급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검찰이 12.3 내란이 실패로 끝날 것이 확실해지자 얼굴을 싹 바꾸고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윤석열의 주구’에서 ‘윤석열 사냥개’로 변신했습니다. 중국 경극의 가면 바꿔쓰기 기술을 능가할 정도의 신기입니다.
최근 나온 검찰의 윤석열 내란 수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은 빼도 박도 못하는 ‘내란 수괴’입니다. 야당에 겁을 주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고, 실탄은 지급하지도 않았으며,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는 윤석열의 해명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진술이 아니라 카톡 대화와 손전화 메모 등의 명백한 물증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역시 검찰이 잘한다’라는 평가가 나올 만합니다.
검찰이 12.3 내란을 기점으로 태도를 돌변한 것은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습니다. 어느 정권 아래서든 그들의 전략적 목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무소불위의 무기를 활용해, 검찰 권력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번 변신은 윤석열이 더는 검찰의 이익 지키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전술 변화일 뿐입니다. 어떤 가치보다도 검찰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영악한 둔갑술입니다.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와 같은 검찰의 현란한 말장난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이참에 검찰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검찰의 권한을 문민통제 아래 두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인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처럼, 문민통제를 벗어난 검찰권 행사는 언제든지 주인을 물어뜯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변하는 척하다 도루묵 된 허술하고 사악한 언론
언론의 그간 행태를 보면, 검찰 못지않은 윤석열 내란의 공범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이 대선 토론회 때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나왔을 때부터 언론이 철저한 검증보도를 했다면 민주공화정을 왕정처럼 유린하는 극악무도한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집권한 이후에라도 거부권 남발과 시행령 정치를 따끔하게 비판하고 견제했다면, 내란을 꿈꿀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가 뭔 짓을 해도 비위 맞추기만 해온 언론이 있었기에 그의 간도 겁 없이 커졌을 겁니다.
언론도 12.3 내란 사태 이후 짐짓 변화하는 시늉을 하고는 있습니다. 검찰의 변화가 교묘하고 영악하다면, 언론의 변화는 허술하고 사악합니다. 내란 수괴를 비롯한 내란 세력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이는 검찰과 달리, 언론은 잠시 정색하고 비판하는 척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양비론의 방패 뒤에 숨어 이전의 악행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내란 초기, 언론단체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언론에 ‘내란 세력의 스피커’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자 잠시 듣는 척을 하더니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12월 14일 이후부터는 <조선일보>를 필두로 하는 우파 언론 카르텔이 대놓고 내란 세력의 ‘헛소리’를 그대로 중계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객관 보도와 균형 보도를 내세우면서 찬반양론을 동등하게 전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내란 세력의 논리를 비판도 검증도 없이 확산하는 부역질을 하고 있습니다.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정설인데도 그렇지 않다는 설을 동등하게 보도함으로써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정설을 무력화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수법이 ‘따옴표 기사’를 통한 여론조작입니다. 법리에도 논리에도 맞지 않는 내란 세력의 요설을 따옴표로 묶어 사실 보도인 양 전하는 방식입니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익명의 발화자를 동원해 그의 말을 따옴표로 전하는 것입니다. 기자가 자신의 주장을 마치 실제 인물이 한 것처럼 ‘한 변호사’, ‘한 법관’ ‘한 전문가’, ‘한 당국자’의 입을 빌린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기사 작법입니다. 지금처럼 중대한 내란 국면에서는 양비론과 따옴표 기사는 아예 배척하는 게 상책입니다.
쭉정이 모아 폐기까지 하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양비론과 따옴표 기사를 통한 여론조작의 선두에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조·중·동’이라는 보수우파 언론 카르텔에서 마침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이탈 조짐을 보이는 터인지라, 조선일보의 독보적인 행보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이정환 전 <미디어오늘> 사장은 <조선일보>가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달리 “혼란과 대립을 강조하면서 내란 범죄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전선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인 것처럼 프레임을 뒤섞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격동의 시기는 알곡과 쭉정이를 분별해 주기는 하지만, 분리 처리 작업까지 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알곡은 알곡대로 모아 거두고 쭉정이는 쭉정이대로 모아 폐기하는 것은 사람이 나서 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제 깨어 있는 시민이 나서 그 일을 이뤄내야 할 차례입니다. 무소불위의 검찰권은 시민의 통제권 안으로 집어넣고, 여론조작 언론은 깨끗하게 폐기 처분하는 작업을 이번 기회에 완수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내란’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오태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실장 /시민언론민들레
한동훈 암살설’ 김어준의 폭로가 언론계에 남긴 질문들
충격 제보, 진실 찾아가는 과정서 불거진 ‘저널리즘’ 논쟁...‘저널리스트’ 김어준, 언론인으로서 책임 다해야
음모론자 혹은 저널리스트. 방송인 김어준씨가 등장하면 치열한 ‘저널리즘’ 논쟁이 벌어진다. ‘한동훈 암살설’ 제보의 진위를 가리는 과정에서 나온 공방들이 언론에 생각해볼 거리를 던졌다는 의미다. ‘받아쓸 가치도 없는 음모론’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로 평가받기까지, 정치권 반응과 언론보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봤다.
“체포조가 아니라 암살조가 가동된다는 제보였습니다”
2024년 12월13일, 김어준씨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출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관련 김씨에게 현안을 묻는 자리였지만 김씨는 예상치 못한 발언을 이어갔다. 사실확인이 된 건 아니라고 전제한 김씨는 △한동훈 사살 △조국·양정철·김어준 체포 후 도주 △북한 군복 매립 뒤 북한 소행으로 발표 △미군 사살 뒤 북한 폭격 유도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 탑재 사용 등의 내용을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내용이 국회 생중계로 나오자 곧바로 김씨의 발언은 기사화됐다. 순식간에 기사가 쏟아지자 이를 자제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지난달 13일 성명을 내고 “언론매체들이 빠르게 관련 내용을 조각조각 내어 ‘속보’로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 냉정을 되찾고 신속하게 전달하기에 앞서 검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지난 6일 통화에서 “국회발 받아쓰기 기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때는 좀 특별한 상황이라고 봤다. 언론에서 어떤 게 보도되는지에 따라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선 언론의 일반적 관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개인적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첩보 수준은 보도하면 안 된다.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당시엔 두세 군데 정보를 취합해 보도하는 게 맞다”면서 “현실적으로 국회에 출석을 했으니 안 쓰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쓰더라도 사실 확인이 안 된 내용을 공론장에 올린 국회 책임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도 “(과방위 현안질의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설사 제보를 한다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자리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한 방송인 김어준 씨. ⓒ연합뉴스
동시에 비상상황이어서 오히려 김어준씨의 발언을 기사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가 혼자 주장하는 것과 국회에 출석해 주장하는 건 다르다. 국회도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언론의 ‘거리두기’ 단계는 넘어섰다”며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 사안의 심각성, 국회 현안질의라는 공인된 자리 등 몇 가지 필터링을 거쳐 보면 보도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해 교수는 “보통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의도적인 해악, 김어준씨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번 건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가령 우크라이나 정보국에서 나온 북한 파병설은 당사자 이해관계가 있는 데도 초기 보도가 그대로 나왔다. 물론 판단은 각 언론사의 몫이지만 김씨에 대한 기존의 불신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이중 잣대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당한 허구’ 한국일보 보도에 ‘허위보도’ 공방까지
2024년 12월17일, 한국일보가 김어준씨의 제보에 ‘상당한 허구’가 있다는 민주당 내부 검토 보고서를 보도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도 이후에 알려진 이 보고서는 “일부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어준씨 제보와 선을 그었다. 다른 언론이 이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김어준을 손절했다’는 식의 기사도 나왔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미디어오늘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국일보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은 당 차원의 공식 보고서가 아닌 의원 보고용일뿐더러, 이후 수정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이유였다. 박선원 의원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어준씨가 거짓말한 것처럼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언론은 야당이 거대 팬덤을 가진 유튜버에 머리를 조아린다고 비판했다.
채널A는 2024년 12월18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첩보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2024년 12월23일엔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김어준씨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김어준씨의 제보가 나오고 언론이 이를 후속보도하며, 사건이 진실의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김어준씨의 영향력이 워낙 큰 탓에 공방이 지나치게 자주 벌어진 측면도 있다. 김어준씨를 향한 기성 언론의 불신과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권의 언론 대응 방식이 모두 드러났다.
▲ 지난해 12월19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선원 민주당 의원. 유튜브 캡처
정치권이 ‘허위보도’를 주장한 한국일보의 ‘상당한 허구’ 기사를 보면 검토 보고서는 ‘한동훈 암살설’ 등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해 지금 정황이 드러난 것과 배치되지 않는다. ‘북한 소행인 것처럼 공작’ 등의 제보 내용을 놓고 당시 보고서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진영 커뮤니티에선 이미 ‘기레기’로 찍혀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공당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은 당연히 보도 가치가 있다. 사실의 영역이기 때문에 첩보를 보도하는 것과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없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 제보가 신빙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만약 아니었으면 어떡하나. 그러면 그게 또 어떤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검증하는 언론 보도들이 오보가 되는 건 아니다. 단편적인 사실들로 전체 그림을 맞춰가는 과정인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차이들을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하는 문화가 너무 뿌리 깊게 잡혀 있다. 쉽게 ‘허위보도’라고 단정하면 언론이 중간 단계에서 검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 김어준, 언론인 책임 다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과정에서 김어준씨는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체 수호라는 공익성을 위해 충분히 공론화될 수 있는 자리를 노려 제보를 공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어준씨가 언론윤리를 지켰는지 여부는 따져야 한다. 누군가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김어준씨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저널리스트로 사실상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어준씨가 얘기했던 것들 중 사실로 밝혀진 게 없는 건 아니다. 과거에 주장했던 ‘선관위 디도스 공격’처럼 결과적으로 맞았다고 하더라도 의혹을 제기할 당시에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증거가 있는지의 문제다. 그동안 틀린 것도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비상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김어준씨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꽂히면 컨트롤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그 제보가 그렇게 시급한 것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런 의혹을 제기했다면 그건 또 다르게 평가해야 할 것 같지만, 언론윤리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 기준이란 게 분명 있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본인도 의심하는 상황에서 제기했다면 좋은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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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고의 침몰설과 부정선거 주장으로 붙은 ‘음모론자’ 딱지는 김어준씨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김준일 평론가는 “저널리스트가 오보도 내고 틀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저널리즘은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의 차이”라며 “과거 세월호 음모론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김어준씨가 뭉갠 것처럼 본인이 인정을 안 하니까 항상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광의의 저널리스트라고 본다. 저널리스트라고 해야 틀렸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김씨는) 당연히 언론인이다. 언론의 본질은 대중을 향한 공표 행위이기 때문에 유튜브와 신문, 방송이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다만 저널리즘 윤리가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언론의 역작용을 바로잡고 사회에 더 좋은 기여를 하기 위해 저널리즘 윤리가 만들어진 것처럼 유튜브도 나름의 윤리를 발전시켜야 기성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을 비판하면서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신뢰도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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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와 기성 언론의 복잡한 '협업'
뉴스타파 봉지욱.이슬기
입금되면 상관없다? ‘이재명 반란군’ ‘헌재 토벌’ 조선일보 광고 적절한가
조선·문화, 탄핵 국면에서 극단적 주장 담은 의견 광고 게재
“좌파 재판관 처단” 요구에 “이재명·민노총 반란군 전쟁” 주장까지
“신념·윤리 기준으로 게재 결정해야” 신문사 윤리·책임 의식 필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사진=금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수사 거부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선일보·문화일보 등 지면에 극단적 주장이 담긴 광고가 게재되고 있다. 주로 보수성향 단체와 기독교계에서 게재한 광고로, 헌법재판관과 검찰·경찰 간부를 토벌·처단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담기고 있다. 이 광고를 법적으로 금지할 순 없으나, 신문사가 자신의 신념과 경쟁력을 고려해 스스로 게재를 거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에 “이재명·민노총 반란군과 전쟁” 극단 주장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조선일보·문화일보 등 일간지에 의견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적법 절차에 의한 조치였으며, 대통령 탄핵과 수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12일 중앙일보에 광고가 나간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9일까지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총 9건(조선일보 6건·문화일보 3건)의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광고 내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13일까진 비상계엄의 당위성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동조하는 내용의 문구가 담겼지만, 지난달 20일 ‘자유민주세력연합-자유민주총연합-자유대한민국모임 전국 300개 자유애국단체 3백만 회원 일동’ 명의의 광고에선 수위가 강해졌다. 이 광고주가 조선일보에 게재한 광고는 총 4건이다.
이 광고주는 지난달 2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광고에서 검찰과 경찰을 향해 “수사를 계속한다면 자유애국국민의 준엄한 항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7일 광고에선 “윤 대통령은 일어나 반역 헌법재판관을 토벌해야 한다” “대통령을 협박하는 검·경 간부, 좌파 재판관 너희들은 반란죄로 처단될 것” “자유민주 애국민이여, 일어서라! 이재명과 민노총 반란군과의 전쟁이다”라고 했다.
기독교계 광고도 눈에 띈다. 영등포 비전교회 목사는 9일 조선일보에 전면 광고를 내고 “윤 대통령께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잠들어 있는 온 국민에게 알리고자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윤 대통령을 무너뜨리면 자유대한민국은 무너지고 공산주의 국가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달 13일과 이달 3일 문화일보에 광고를 내고 “부정선거 의혹을 정리해야 한다” “계엄선포는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과 지난 7일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광고 화면 갈무리
“아무리 광고비 준다고 해도… 바보같은 결정”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신문사가 의견광고 게재 여부를 선정할 때 윤리적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광고 게재 여부를 결정할 때 신문사는 신념과 윤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의견광고는 그 자체로 강한 신념이 담겨있기에 신문사가 자체적인 판단 기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신문사가 의견광고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게재를 거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일반 독자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광고로 인한 현실적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런 광고를 게재한 신문사가 문제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광고비를 준다고 해도 막가파 주장을 담은 의견광고를 지면에 싣는 건 바보같은 결정”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의견광고에 대한 공익성도 찾기 힘들다면서 “신문사 스스로 이런 광고를 싣는 게 합당한지 고찰해봐야 한다. 이런 광고가 신문 경쟁력에 도움되는 일인지, 오히려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심 교수는 지난 7일 자 의견광고에 선동적 문구가 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긴 힘들지만, 과격하거나 폭력적 주장이 담긴 광고는 언론사가 적절히 걸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인신공격·허위·기만 광고 허용 않는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광고에 허위 사실이나 기만적 내용이 담겨 있을 경우 광고 내용 수정, 나아가 게재 거부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절차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정돼있다. 뉴욕타임스는 광고 가이드라인에서 “광고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며 “광고에 나온 주장이 기만적이거나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삭제·수정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광고 가이드라인에서 “일반적으로 모든 유형의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면서도 “사기성 기만성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 인신 공격 내용을 포함한 광고는 허용하지 않는다. 광고주의 주장이나 결론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지만, 사실관계를 다루는 주장에 대한 입증 자료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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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신문 광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의견광고는 예외다. 신문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마련한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에 따르면 신문사는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저속한 표현이나 선정적·폭력적인 내용을 광고에 게재해서는 안 된다. 신문윤리위는 의견광고에 대한 자율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2020년 10월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전광훈 목사는 언론에 전면 광고를 내고 “정부가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고 검사 대상을 늘려 확진자를 늘렸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신문윤리위는 “정치적 주장을 담은 의견성 광고는 개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같은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광고를 게재한 신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공지 10분 만에 "민주당 내란" 댓글 추천 폭등, 윤 지지 단체의 댓글 여론전
신남성연대, 1만 3500여명 있는 '여론정화방'에서 네이버 뉴스 댓글 관리...'가짜뉴스' 최상단 게
내란수괴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주의 단체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네이버 뉴스 기사에 윤석열을 지지하고, 민주당 등을 비방하는 댓글을 추천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신남성연대'는 올해 1월부터 '남성연대 여론정화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채팅방 관리자는 윤 대통령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 댓글 중 대통령 비판 댓글에는 '비추천'을 누르고, 대통령 지지 댓글에는 '추천'을 누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네이버 댓글의 경우 추천수에 따라 상단에 노출되는 댓글들이 달라지는데, 추천수 조작을 통해, 윤석열 지지 댓글이 우선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채팅방에선 이를 '정화'라고 지칭하고, 추천 작업이 완료된 기사에 대해선 '정화완료'라고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채팅방에 공유돼 추천 작업이 이뤄진 기사들을 보면, 댓글창 상단은 모두 윤석열 지지 혹은 민주당 비판 댓글들로 채워졌다.
"간첩" 운운하고 가짜뉴스 퍼트리는 댓글이 최상단에
<세계일보>의 "'윤석열 대통령 도피' 제보자는 군 관계자" 네이버 인링크 기사는 '또 아님말구???제발 정신들좀 차려라 민주당 지지자들아 그렇게 속고 또 속아서 진짜 간첩들한테 국가 넘길꺼냐??제발 정신들좀 차려라 그 증인 군관계자가 누구인데??'라는 댓글이 3000여 개 이상의 추천을 받아 최상단 위치를 점유했다.
<오마이뉴스> '민주노총 폭행 경찰 혼수상태' 가짜뉴스, 누가 확산시켰나'라는 제목의 네이버 기사는 '이야 교묘하게 가짜뉴스로 선동하네 ㅋㅋㅋㅋㅋ 민노총이 경찰을 후드러 팬건 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함? 어딜 감히'라는 댓글이 16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아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이 채팅방에 공유된 다른 기사들도 민주당, 대통령 체포하려는 경찰 등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최상단에 올라와 있다.
"윤 체포 몸으로 막겠다는 김은혜, 정치적 단죄 하겠다"<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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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김상욱에 탈당 고민해보라고 권유"…김 "탈당 안 해" <뉴시스>
댓글: '당과 정체성 안맞으면 나가야지'(추천수 2786개)
수사 대신 재판?‥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법 기술" MBC
댓글 : '아직 탄핵도 되지 않은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발악하는 경찰과, 그것을 뒤에서 배후조종하는 민주당을 질책하며 이것이야말로 내란이다'(추천수 1875개)
대통령실, '도피설' 윤석열 촬영한 오마이뉴스 고발 <미디어오늘>
댓글 : '좌파는 맨날 무슨 음모론 설을 갖고 와서는 진실 사실인거처럼 말하는데 결국에는 아니었음 오마이 조사 받아라. 우파는 거짓을 말하면 화내고 좌파는 진실을 말하면 화낸다 ㅋㅋㅋㅋ' (추천 2021개)
이 채팅방에 해당 기사가 공유되고, 이들이 지지하는 댓글들이 최상단을 차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MBC의 네이버 포털 기사(수사 대신 재판?‥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법 기술")의 경우, 9일 낮 12시 3분 "정화 갑시다"라는 관리자 공지가 나왔는데, 10여 분 뒤인 낮 12시 15분, 관리자가 "정화완료"라고 공지했다. 9일 기준 이 채팅방에는 1만 3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시로 올라오는 관리자 공지에는 수천 개의 이모티콘이 붙는 등 적극적 참여하고 있다.
신상호(lkveritas)오마이뉴스
기본소득에 관한 '잘못된 상식' 세 가지를 타파한다
게을러진다? 기본소득은 노동 의욕을 꺾지 않아
세계 각국 실험서 오히려 고용 늘고 불평등 감소
일부에게 주나 모두에게 주나 마찬가지 재분배
'세금 폭탄론'은 '재정 환상'이 빚은 착각에 불과
국고 축날 일 없고 중산층도 순수혜자로 만들어
중소상인, 자영업자, 시민단체들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가계부담 긴급대책 촉구 회견 후 난방비 등에 힘든 서민을 표현하고 있다. 2023.2.22. 연합뉴스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우리는 흔히 말한다. 그러나 그 상식이 '지배하는 상식', '유일한 상식'이 되는 순간 몰상식이 시작된다. 사회학자 노명우(아주대 교수)는 "사람들이 각자 상식적 판단을 하지만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였을 때 무시무시한 몰상식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초래한 엄혹한 시기에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에서 비롯된 '부자 되기'라는 상식이 "유일한 상식이 되는 순간 몰상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겠다고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이과생들이 모두 의사만 되려고 하는 상황은 상식에서 분명 벗어나 있다고 노교수는 말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사계절, 2014, 25~26쪽)
상식과 양식의 대결 : 상식의 허구와 양식의 공허함
모든 상식이 올바르지는 않다. 따라서 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 몰상식의 발호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은 힘이 세다. 그 힘이 정치인에 의해 악용된다면? (이때 상식은 지배 이데올로기와 거의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노명우 교수는 이 대목에서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라는 이탈리아 혁명가가 '옥중수고'에서 성찰한 상식의 역설을 소개한다.
"자신의 생각을 시대의 상식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장악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만든 생각을 세상의 보편적 상식으로 만들 수 있는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 시중에 떠도는 상식을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둔한 사람은 힘으로 지배하지만, 교묘한 사람은 상식을 이용해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같은 책, 27쪽)
상식이 바람직함을 갖추면 양식(良識)이 된다. 하지만 양식은 상식 앞에서 무력하다고 노명우 교수는 말한다. "상식을 자극하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보수정당은 '서민'의 표를 얻고, 경제정의를 외치는 진보정당은 빈민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같은 책, 29쪽) 정치인들이 더 정확한 표현인 '빈민'이나 '저소득층'보다 '서민'과 그들의 '살림살이'나 '민생'을 더 많이 들먹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기본소득의 상식과 양식
기본소득의 사전적 정의는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 정기적으로 재산 유무와 노동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 소득'이다. 여기에서 세 가지 핵심은 소득과 재산조사(자격심사)가 필요 없다는 보편성, 노동 여부나 일할 의사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무조건성,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주어지는 개별성 등이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기본소득은 지금 시대의 새로운 복지 모델로 부각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취업 준비, 실업, 질병으로 인한 장기요양 등 인생의 빈칸, 또는 과도기에 처한 사람에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안전판을 제공한다. 특히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하는 약자들에게 계약 당사자로서의 교섭력을 제공한다.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므로 형편없는 일자리를 거부할 자유가 생기는 한편, 소득은 적지만 적성에 맞아 하고픈 일을 선택할 용기도 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의 이런 장점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더 자주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 상식 세 가지에 대해서 반론을 제시해 볼 것이다.
기본소득은 노동 의욕을 꺾지 않는다
첫째,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사람들이 노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기본소득이 게으름을 부추길 것이라는 상식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진부한 격언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있는 곳을 보면 고용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가 단위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나라는 없지만,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하거나 일부 집단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줄어도 고용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 아시아·아프리카 대학(SOAS) 연구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보니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며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사람들이 게을러져서 일을 안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8월 23일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인도 마디아 프레디시주에서 6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고, 나미비아, 핀란드, 캐나다 등지에서도 실험이 진행됐다"면서 "많은 실험 결과 영양 상태와 건강이 개선되고 의료 서비스 접근권이 향상됐으며 여성의 지위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 게으름을 부추길 것이라는 강제노동 시대의 인간관은 시대착오적이다. 먼 나라의 실험 결과보다는 기득권층의 시각에서 나온 상식에서 벗어날 필요를 부각시키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노동능력을 지닌 평균적인 한국인이 예컨대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해도 하던 일을 포기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재미와 보람을 위해서도 노동을 한다.
일부에게 주나 모두에게 주나 마찬가지다
"재벌 자녀에게도 기본소득을 주다니.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 보장제도, 고용보험의 구직수당, 기초연금 등이 모두 선별적 소득보장에 속한다. 선별적 복지 제도는 그만큼 친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보편적 복지 제도보다 외견상 더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상식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는 내는 세금을 불변으로 여기고, 받는 보조금만 생각하니까 생기는 착각이다.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세금을 거둘 때 소득계층별 세율을 비례적, 혹은 누진적으로 설계할 것이다. 이때 세율 배분에 따라 기본소득 제도는 어떠한 선별소득보장 제도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은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과세 유예자와 납세자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기본소득) 하에서 선별적 제도와 똑같은 순(純) 수혜를 누리거나 순(純) 부담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순수혜는 내는 세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한편으로는 선별소득보장과 동일한 금액을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별소득보장 대상자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선별소득보장 하에서 내야 할 세금에다가 (그들도 받을) 기본소득을 더한 금액만큼을 세금으로 걷으면 된다." (강남훈, 기본소득의 경제학, 박종철출판사, 2020, 14~16쪽)
우리나라에서 선별적 복지가 주축이라고는 하지만, 보편적 복지도 부지불식간에 이미 시행되고 있다. 0~5세 보육료를 하위 70%에게만 지급하던 선별적 지원이 논란 끝에 2013년부터 보편 무상으로 변경됐다. 초중고교 보편 무상급식도 꾸준히 늘어서 이제는 대세가 됐다.
세금 폭탄론은 '재정 환상'일뿐, 중산층도 순수혜자로
"기본소득 시행에 필요한 막대한 세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마련한다고 하면 나라 곳간이 텅텅 빌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치권에서 증세나 복지 확대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주류언론이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가 '세금 폭탄론'이다. 시민들의 머릿속에 복지 확대와 짝을 이뤄 연상되는 '세금 폭탄'이라는 '상식'의 위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정부는 원칙적으로 돈을 쓸 곳을 먼저 정하고 그에 필요한 만큼 세금을 걷는다. 이 같은 균형재정의 원칙을 한국 정부만큼 근사하게 잘 지키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드물다. 그러니 세금을 많이 내면 그만큼 더 많은 보조금과 정부 서비스를 받게 된다. 세금과 보조금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그 중 어느 하나만 고려해서 판단을 내리는 현상을 '재정 환상'이라고 한다. '텅 빈 곳간'과 '세금 폭탄론'은 재정 환상이 빚어내는 착각에 불과하다.
기본소득은 물론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이다.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가구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위해 거둔 세금은 많든 적든 딱 그만큼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보조금으로 도로 지급된다. 재정 중립적 정책이니 국고가 축날 일은 없다. 다만 기본소득의 지급 규모가 클수록 순(純)부담층 (상위 5~10% 안팎의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 제도가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하기 위해서도 국민의 절대 다수인 소득하위층과 중산층이 순수혜자가 돼야 한다. 기본소득을 다수가 지지해야 이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하의 소득을 상대적으로 더 늘려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신자유주의 이래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는 더욱,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및 자산 격차가 커졌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에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계속 줄어들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남훈 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중산층을 순수혜자로 만드는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책, 23쪽)
임항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민언론민들레
정치가 실종된 시간, 자영업이 무너진다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된 내수 침체에 계엄 후유증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혔다. 연말 특수까지 사라진 자영업자들은 단기적인 금융 대책이 아닌 ‘일상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밤, 서울 영등포구에서 요리 주점을 운영하는 나혜림씨(42)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열고 지인에게 연락했다. 가족과 친구들 걱정이 스쳤지만 당장 주말에 열기로 한 팝업 행사가 먼저 떠올랐다. 가게 한편에서 지인이 디저트 케이크를 팔기로 한 터였다. 이미 모든 재료를 주문해놓은 상태라 취소할 수도 없었다. ‘비상계엄이라니···’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황한 마음에 진땀이 났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이후에도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그주 주말,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나씨의 가게에는 손님이 너무 줄어 조촐하게 팝업 행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가게를 찾겠다고 약속했던 단골손님들이 여의도 집회를 다녀와야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담아 SNS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 가장 장사가 잘된 날은 2024년 12월14일, 탄핵이 가결됐던 날이다. 가게에 모인 손님들이 오랜만에 큰 소리로 떠들며 근심 없이 웃었다.
2017년 개업을 한 나씨는 가게를 운영한 지 어느덧 9년 차다.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새벽 1시 무렵 문을 닫는다. 매출이 떨어진 요즘 그는 점심 영업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아침 7시에 영등포청과시장 등을 직접 다니며 식재료를 준비하는 나씨는 잠깐의 낮 휴식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식당에서 어떤 시도를 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 패턴이 확연히 바뀐 데다 물가상승으로 손님들도 쉬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수입 가격이 치솟은 치즈 플레이트 안주 대신 비교적 저렴한 세트 메뉴를 내놓자 눈에 띄게 주문이 몰리는 걸 보고 나씨는 요즘 손님들의 위축된 소비심리를 읽었다.
나씨가 체감하는 변화는 각종 통계수치로도 증명된다. 내수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의 판매금액을 조사해 작성하는 소비지표)는 2024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했다. 2022년 2분기부터 10분기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래 최악의 감소 기록이다. 시장에 돈이 마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된 내수 침체에 계엄 후유증까지 더해지면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실물경제에 즉각 반영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2월 첫째 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주 대비 26.3% 줄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인 12월1~7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카드 사용 금액이 약 1700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일상이 ‘버티기’의 연속이다”
경기가 풀릴 조짐도 요원하다. 국내 가계대출을 받은 이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2024년 3분기 말 처음으로 9500만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1.8%)와 현대경제연구원(1.7%) 모두 1%대 전망에 그쳤다. 2024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에 머물렀다. 지난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해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당시 CCSI는 94.3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12월3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수출 경기 하강 같은 위험 요인이 현실화되고 내수 부양의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U자형 회복 시나리오가 아닌, 장기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에 따른 높은 비용(high price for Yoon’s selfish martial law)을 한국의 5100만 국민이 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존 경제적 위기에 입법 공백이 더해져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거운 생맥주 통을 옮기고 쉴 새 없이 요리를 해온 지난 9년 동안 나혜림씨의 열 손가락 관절은 툭툭 불거져 있었다. 나씨는 ‘영광의 상처가 생긴 장사꾼의 손’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씨에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정부 지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물가 안정”이라는 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 “소비자들이 살 만해야 가게들이 산다. 저금리 대출 지원이나 만기 연장, 상환유예 조치 같은 금융지원도 필요하지만 그건 ‘빚내서 버티라’는 단기 대책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사람들 숨통이 트여야 맛있는 것도 먹고 자신과 주변인들을 위해 소비도 하지 않겠나. 지금은 모두의 일상이 ‘버티기’의 연속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가다. 2024년 기준 19.6%로 10명 중 2명이 자영업자다. 미국(6.6%), 독일(8.7%), 일본(9.6%) 같은 국가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치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몇 가지로 추려진다. 이른 퇴직 혹은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하기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대표적 원인이다. 비자발적 생계형 자영업자를 대거 양산하는 구조다. 서울시의 2023년 가맹사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치킨집 평균 창업비용은 6700만원, 편의점은 6460만원으로 추산된다. 초기 창업비용만 감당하면 가맹본사가 창업을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발달한 데다 배달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점 역시 자영업에 쉽게 뛰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높은 자영업자 비중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자영업자가 많을 경우 외부 충격에 국가경제의 하부구조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수가 포화됐을 경우 정부는 이에 적절히 개입해 사회불안 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정책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김우형, 2018).
하지만 국내 자영업자 비율이 수년째 20% 내외로 유지되는 동안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최근 그 추세는 더욱 악화됐다. 2024년 12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11.55%였다. 역대 최고치인 13.98%(2012년 3분기)와 근소한 차이에 그친다. 해당 보고서는 취약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이유에도 주목했다. 그 이유는 저소득·저신용 가계대출 차주가 신규 사업자대출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중소득·중신용 이상의 자영업 차주가 소득과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로 대거 유입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아니라 자영 노동자?
‘취약 자영업자’에 속하는 40대 자영업자 안진한씨(가명)는 팬데믹을 거치며 대출 연체에 빠지게 되었다. 실용음악 학원을 25년간 운영한 그는 코로나19가 이어진 3년여 동안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경영난을 버텨보고자 소상공인 대출로 36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왔고 가파르게 빚이 쌓였다. 트롬본과 색소폰을 불 줄 아는 안씨의 유일한 수입원은 공연 아르바이트였다. 가족을 부양하고 대출금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여름, 안씨는 재기를 꿈꾸며 대출로 마련한 창업 비용 5000만원으로 캠핑 체험장을 열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자 조금씩 예약 손님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짧은 꿈이 깨졌다. 지난해 11월, 때 아닌 습설이 내려 야외 시설이 모두 망가져버린 것이다. 시설을 복구할 돈도, 여력도 없었다.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제외하고도 카드 대출만 8000만원에 이른다. 카드사 두 곳에서 대출금리 12%로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린 금액이다. 지금 상황에서 더 미끄러지면 사채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시한부 인생이다.” 안씨는 다시 공연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인 실용음악 학원과 캠핑 체험장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그는 쉽사리 폐업도 선택하지 못했다.
봉필규 한국자영업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창업만큼이나 폐업 역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폐업을 하면 권리금 등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폐기물 처리, 건물 원상복구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게다가 가게를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최대 250만원을 지급하는 폐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2024년의 경우 11월 첫째 주에 관련 예산이 일찌감치 동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4년 11월까지 폐업 건수는 10만2940건에 달한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도 같은 기간 1조3019억원이 지급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봉 위원장은 “자영업은 겉으로 보이는 수치보다 안 보이는 그림자가 훨씬 더 짙다”라고 말했다.
조합원이 약 1000명에 이르는 법외노조인 한국자영업자노동조합은 국가를 상대로 자영업자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을 요구한다. 특히 ‘나홀로 사장님’ 혹은 가족의 노동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라는 정체성을 ‘자신에게 고용된 노동자(self-employed workers)' 즉, ‘자영 노동자’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영업 생태계가 왜곡된 데에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임금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방치되면서 비자발적 자영업자 유입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 노동자’의 생존과 생계를 위해 정부가 노동시장에 균형적인 개입을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봉필규 위원장은 ‘정치의 힘’을 강조했다. “자영업자가 20%에 이른다는 것은 이들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의미다. 영세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여전히 취약 자영업자 대부분은 복지제도 안에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다. 이제 정부는 대출자금 확대, 재창업 인센티브, 배달료 지원 등을 넘어서는 제도적 안전망을 구상해야 한다. 정치가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실종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영업자들의 내일에 그늘도 깊어진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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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박종화.봉지욱
미국의 '전광훈'? 영김 미 하원의원에 미국 교민 "민주주의 모독" 규탄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 "尹 계엄령이 민주주의와 법치 훼손"…KAPAC "한미 동맹 훼손시킨 건 尹 대통령" 반박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세력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비상계엄의 비민주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한국계 영 김 하원의원의 언론 기고문이 의회 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교민 사회 내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국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9일(현지시각)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는 '영 김 의원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 모독을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서에서 "지난 1월 6일자 <더 힐>에 기고한 영 김 의원의 망언과 왜곡으로 가득찬 기고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미국의 시민, 납세자, 유권자들로서 김 의원이 내란수괴 윤석열과 한국의 극렬 극우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 김 의원의 기고문에 대해 "그 내용들이 사실과 법적 근거가 매우 빈약한 일종의 망상과 같아서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면서도 "이번 기고문을 근거로 마치 이것이 미국 의회나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인 것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하는 현재 상황 또한 간과할 수 없다"며 이번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우선 영 김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집단"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오히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시키며 한미 동맹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미 하원 15선 의원이자 '한반도평화법안'을 대표 발의한 브래드 셔먼의원은 지난 12월 7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동의 헌신' 이라고 밝히고 윤석열의 '계엄령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영 김 의원이 "탄핵을 주도한 이들을 포함함 정파들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약화하려고 해왔다"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지난해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와 공식 면담 석상에서 '한미 관계는 굳건하게 잘 발전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 '한미일 간 협력관계도 계속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영 김 의원이 "언론의 보도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탄핵 반대 집회 장면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불법적인 계엄과 내란을 일으킨 내란 수괴가 탄핵되는 것이 헌법이고 법치다. 영 김 의원은 아직도 계엄과 내란이 불법이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어찌하여 정당한 탄핵을 찬성하는 민주시민들을 반란수괴를 편드는 탄핵 반대 세력과 동등하게 보는 것인가? 영 김 의원은 민주주의자가 맞는가? 도대체 한국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듣고 있는가? 극우 유튜버인가? 용산 대통령실인가? 전광훈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영 김 의원이 선거 때 전국의 한인 동포사회에 표와 후원금을 호소하며 수차례 공개적으로 '연방의회에서 지역 유권자분들과 한인 커뮤니티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않았길 바란다"며 한인 동포사회의 절대 다수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오늘부터라도 약속대로 연방 의회에서 한인동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윤석열 탄핵을 지지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나치즘 비판으로 유명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리자면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판하고 헌법과 법치를 따라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국의 국회와 민주시민들을 지지하는 브래드 셔먼 의원과 앤디 김 등 동료 한국계 의원들의 발언들을 경청하고 배우고 사유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 김 의원의 기고문에 대해 지난 8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내란 동조자들의 논리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엉터리 주장"이라며 "심지어 극우의 대표 격인 전광훈 씨는 과거 '영 김 의원을 설득해 미국 의회의 한반도평화법안을 막았다'고 자랑한 바 있다. 이번 기고문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민주주의의 심장'을 자처하는 미국의 하원의원이, 되레 민주주의를 지키려 행한 탄핵의 본질을 호도했다.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의 스피커를 자처했다. 참으로 유감"이라고 일갈했다.
이재호 기자 | 프레시안
“양경수 내가 죽인다” 민주노총에 협박글···극우 ‘백색테러’ 우려
민주노총 홈페이지의 노동상담 게시판에 양경수 위원장 등을 향한 협박 메시지가 올라왔다. 민주노총 제공
최근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살해하겠다는 메시지가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백색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1일 논평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보수세력의 극악스러운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백골단’이 출범하고, 극우유튜버 ‘신남성연대’ ‘신의한수’가 내란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을 살해하겠다는 메시지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4일 이후 민주노총 홈페이지의 노동상담 게시판에 양경수 위원장 등을 향한 협박 메시지가 폭주했다. 양경수 위원장과 노조 간부, 그 가족들을 해하겠다는 내용이 거친 언어로 담겨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상황이 극우단체의 ‘정치깡패’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수 집회를 벌이는 ‘반공청년단’은 지난 9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주선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경단인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청년으로 이뤄진 이들은 반공청년단이란 이름으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출범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백골단은 1985년 창설된 서울시경찰국 산하 사복기동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동반한 체포 방식 탓에 당시 경찰폭력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체포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보수 극우의 백색테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라면서 “대통령이란 자가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더니, 정치깡패가 부활하고, 극우시민이 민주노총을 살해 협박하기까지 이르렀다.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길을 윤석열 체포 구속뿐이다”라고 밝혔다.
백색테러는 극우 세력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행하는 폭력적인 테러 행위를 의미한다. 1795년 프랑스 혁명 당시 왕당파가 가한 보복 행위에서 유래했고, 백색이라는 표현은 프랑스 왕권의 상징인 흰 백합에서 비롯한다./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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