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제대로 도입할 때가 왔다…올해 대선이 기회
[탄핵 이후 사회개혁 구상] 이제 보편적 복지로
저부담-저복지 국가? 실제로는 중부담-저복지
복지 수준 목표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없는 가운데
윤 정부는 무분별 감세로 조세부담률 대폭 낮춰
다음 정부는 조세제도와 사회복지 판 새로 짜야
축소 지향의 선별적 복지, 시대에 뒤처진 지 오래
기본소득·기본주거 대들보 위에 보편 복지 구축
수십조 대 비과세 및 세금 감면 정비해 재원 마련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정부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복지국가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사회복지 수준을 목표로 삼는가. 이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전체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아직 거의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정부의 암묵적 전제는 경제성장 우선주의였다. 복지 수준을 크게 높이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큰 정부는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국리민복에 해롭다는 논리다. 또한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부가 늘어나면 그 혜택이 소득 하위계층에까지 돌아가는 이른바 낙수(落水)효과 이론도 있다. 대체로 성급한 일반론이지만 국민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그런 보수적 경제학의 영향권 안에 있다.
합의되지 않은 저(低)부담-저(低)복지 국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대체로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의 몇 %까지 복지에 할당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에게 증세의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꼭 선진국이나 OECD 평균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중에서도 미국과 스위스는 2022년 국민부담률(세금+사회보장 기여금)이 GDP의 27.66%와 27.23%를 각각 차지해 우리나라(31.98%)보다 낮았다. 또한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 세금이나 사회보장 기여금을 반드시 당장 올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효능을 다한 세금 감면제도를 없애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복지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우리의 복지와 국민부담 체계에서 저(低), 중(中), 고(高)수준 가운데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범사회적 합의를 추구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적정부담과 적정지출’ 같은 현상 유지 원칙이나 ‘작은 정부’와 같은 구호가 주류였다.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는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남발해서 조세부담률을 낮추면서도 국가부채를 늘리고 있다.
행정자치부 등 3개 부처 장관급 직책과 국세청장 등을 맡았던 이용섭 전 장관은 지난 12월 6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정부가 지향하는 저부담 저지출의 작은 정부는 정치적 구호로는 매력적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재정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기후위기, 성장잠재력 저하 등의 당면한 복합위기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24~2028)에 따르면 2024년에는 조세부담률이 19.1%(2028년 19.1%), 국민부담률은 26.8%(2028년 27.2%)로 과도하고 급격한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중(中)부담-저(低)복지 국가
그러나 정부 총수입과 총지출, 사회복지지출 등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저부담이 아니라 중부담 국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OECD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정부 총지출은 GDP의 37.75%로 32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끝에서 5번째였다. 반면 정부 총수입은 GDP의 37.4%로 밑에서 10위였다. 2020년에도 한국의 정부 총지출은 GDP대비 38.13%로 밑에서 3위, 총수입은 35.4%로 밑에서 9위였다.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3.8%로 OECD 평균 25.2%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OECD 홈페이지/data/indicators/ 2024년 12월 23일 업데이트)
정부 총수입 가운데 사회복지지출의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저복지에 비해 특히 상대적으로 중(中)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다. 2022년 기준 한국 정부의 총수입은 GDP의 39%로 스위스(34.2%), 미국(35%)보다 높고, 일본(39.1%), 영국(42.1%)에 비해 조금 낮았다. 노르웨이(63.9%), 프랑스(54%), 독일(47%)보다는 비율이 크게 낮았다. 같은 해 한국 정부의 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4.8%로, 프랑스(31.6%), 독일(26.7%), 일본(24.9%, 2020년), 미국 22.7%(2021년)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이 비율, 즉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GDP 대비 정부 총수입 비율로 나눠 보면 한국은 37.9%, 프랑스 58.5%, 독일 56.8%, 일본 67.3%, 미국 68.2%가 나온다. (2024년 12월 23일 업데이트). 이런 수치는 한국이 저부담-저복지 국가가 아니라 중부담-저복지 국가임을 보여준다.
부당한 감세 조치 철회와 기본소득제도의 도입
중부담이라고 해서 국민부담률(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지금보다 더 줄여서는 곤란하다. 복지지출을 더 늘려서 중부담-중복지 체제로 가야 한다. 그렇지만 당장 증세는 정치인 가운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윤석열 정부가 단행한 법인세 등의 감세 조치 가운데 일부를 철회하고 기존의 비과세 및 세금 감면제도를 정비해서 23% 대의 조세부담률은 유지하거나 더 높이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철회는 소득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을 부과한다는 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고, 혜택도 주로 상위계층에 집중된다.
이참에 사회복지지출을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세제도와 사회복지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어차피 올해 대선에서는 적어도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등에서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사회 공약을 들고나올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 강령에 ‘기본사회’를 명시했다.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스승’으로 불린 강남훈 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은 지난 1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사회는 더 미룰 수 없는 논의이자 양극화와 저출생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해법”이라며 “(다가올 대선에서는 기본사회가) 이재명 대표 개인의 관심이나 정책이 아닌, 더 미룰 수 없는 당·국회 차원의 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선은 축소 지향의 기존 선별적 복지제도를 버리고 기본소득, 기본주거 등의 대들보 위에 새로운 보편적 복지체계를 구축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기본소득은 '자격심사 없이 모든 사람(특정 국가, 지역 등의 구성원)에게, 개인단위로,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 전달되는 정기적 현금 지급'이다. 사회 구성원이 소득 공백기나 부채의 나락에 떨어졌을 때, 전직을 위한 재충천이나 교육(훈련)을 모색할 때 든든한 받침대가 될 수 있는 게 기본소득이다.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를 대체해야
지금까지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겨 온 선별적 복지는 이제 시대에 뒤처진 나머지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현행 사회 복지제도의 근간인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선별 조건, 노동 유인의 박탈, 적지 않은 행정비용, 차상위층과의 형평성 등 숱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송파 세 모녀, 방배동 모자, 창신동 80대 노모와 50대 아들 등의 비극은 모두 이런 모순에서 파생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하위 70%에게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갖고 있는 치명적 단점도 선별 복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혜 대상을 늘리지 않으려는 축소 지향의 복지제도는 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세금 감면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복지지출에서 아낀 재원(세수)은 전략산업과 농업지원을 위한 각종 보조금과 세금 감면에 집중됐다. 따라서 기본소득 등 기본사회를 위한 재원 마련은 우선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이런 비과세 및 세금 감면 제도, 즉 조세지출을 정비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복지의 신설과 확산은 어차피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제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시장과 사회의 이중구조와 격차가 날로 심화되면서 적어도 구빈(求貧)을 위해서는 보편복지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멀다.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걸림돌은 기득권층과 정부만이 아니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 관념에 익숙한 국민들도 기본소득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이건희 손자에게도 웬 기본소득?’, ‘막대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까?’, ‘나라 곳간이 텅텅 빈다’, ‘세금폭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이는 타당하지 않거나 입증되지 않은 생각들이지만, 미디어의 힘을 등에 업고, 이 시대의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활개 치고 있다. 대부분 정치인도 이런 상식에 기대 유권자의 표를 쫓는다. 개혁의 핵심 수단은 이런 때 묻은 상식, 또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는 일이다. 모든 유권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들과 대화하는 작업에 정치인과 언론인이 나서야 한다.
임항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믽언론 민들레
내란범 궤변 생중계 언론, 기레기라 욕먹어도 싸다
김용현 변호인단 기자회견 주장 그대로 보도
연합·조선·중앙·한국 등 80여개 주류 매체도
YTN·연합은 극우 태극기부대 집회도 생중계
2차 내란 편드는 내란 가담· 동조 언론 아닌가
언론계에 ‘기레기 논쟁’이란 게 있다. 기자가 ‘쓰레기‘냐 아니냐는 논쟁이 아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기자를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기자가 다 ‘쓰레기’는 아니지만 언론 보도 행태를 보면 기자 집단은 그 정도의 멸칭으로 불러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개혁이 검찰개혁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계 ‘기레기 논쟁’이란 이 멸칭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이 정도의 심한 혐오 표현을 쓰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논쟁이다. 당사자인 언론인들과 일부 언론학자들은 기자가(언론이) 아무리 미워도 언론의 발전과 기자의 분발을 위해 이렇게 심한 멸칭으로 모욕을 주고 기를 꺾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반면, 세월호 참사 이후 화가 난 국민들은 거리낌 없이 ‘기레기’라는 말을 쓴다. 그렇게 부르는 게 당연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한다. ‘기레기’란 멸칭은 세월호 이후에 생겨났지만 꼭 세월호 오보만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다. 언론의 수많은 악의적 왜곡 보도와 오보, 저질 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언론의 게으름, 오만함, 이기심, 반성도 사과도 없는 태도가 기자와 언론에 대한 혐오를 더욱 강화했다. 그래서 언론이 이 정도의 욕은 먹어도 싸다고도 생각한다.
필자도 ‘기레기’ 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혐오 표현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쓸 수 밖에 없다. 26일 언론은, 특히 오만한 주류 언론들은 나라를 통째 몰락으로 내몬 내란 범죄자의 입에 ‘또’ 마이크를 갖다 대고 자기변명과 궤변을 국민들에게 전파했다. 시민과 국회의 힘으로 겨우 진압한 12.3 내란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아 그 잔당세력이 2차 내란을 벌이고 있는데도 언론이 이런 내란의 잔불을 끄기는커녕 내란 주모자와 동조자들의 선동 스피커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어떻게 ‘기레기’라는 말을 참을 수 있겠는가?
김용현 내란 주모자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들을 불러 ‘입장’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수사는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극우 성향이거나 윤석열 내란수괴에 우호적인 매체 기자들만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객관적 사실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변명과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자기 편이 아닌 매체는 취재를 불허한 기자회견 형식도 문제지만 내용은 더 어처구니없다. 국민에게 한 마디 사과는커녕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둥, ‘내란이 아니다’ ‘정치 패악질에 경종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둥 자기변명과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내란 정범인 김용현은 내란 수괴 윤석열처럼 수사를 거부하고 버티면서 그저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니 개돼지로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소리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내란범의 이런 궤변과 망언을 주류 언론을 포함한 수많은 매체들이 ‘생중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김용현 변호인단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퍼나르며 생중계한 매체는 무려 80개에 이른다. 이 중에는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연합뉴스, 민영통신사 뉴스1, 뉴시스를 비롯해 YTN, 연합뉴스TV, TV조선 등 뉴스전문채널과 종편, 그리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주류 매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매체들은 내란 정범 김용현 측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하거나 비판하는 내용 없이 그대로 생중계하고 받아쓰기해 보도했다.
주류 언론들이 내란범죄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주 전인 지난 19일 ‘윤석열 대리인’이라고 하는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의 내란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자 연합뉴스를 비롯해 조선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등 여러 주류 매체들이 '받아쓰기' 기사작성법으로 보도했다.
윤석열 내란을 지지하는 정신나간 극우 세력들의 집회와 주장도 끊임없이 생중계해왔다. YTN과 연합뉴스TV, 뉴시스, 뉴스1,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은 광화문에서 열리는 극우 태극기 부대 집회에서 내란 배후 지원 세력으로 알려진 전광훈 집단이 쏟아내는 정신병적 주장까지 따옴표 처리해 그대로 내보낸 바 있다. 심지어 연합뉴스와 YTN은 태극기 부대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와 시민들의 ‘탄핵 촉구’ 집회를 뉴스 화면에 반반씩 나눠 '공정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 윤석열 내란 수괴는 ‘내란이 아니다’란 궤변과 망발을 한 뒤 수사와 출석을 거부하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 있다. ‘떳떳하게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 김용현 등 내란 주모자들은 물론 내란에 책임을 져야 할 윤 정부의 장관들과 여당 국힘당은 마치 윤석열 수괴의 지령을 받은 듯 내란 수괴와 똑같은 궤변과 망발을 흘리면서 극우 세력을 선동하고 있다.
광화문 태극기부대와 온라인에 숨어있는 내란 지지 세력들은 이 말을 받들어 여론조작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한덕수 권한 대행과 국힘당 권성동 대표 대행이 벌이고 있는 윤석열 탄핵 지연 작전도 이런 맥락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진행중인 ‘2차 내란’이다.
그런데도 주류 언론들은 내란 범죄자들의 지령이나 다름없는 궤변, 망발, 선동을 거르지도 않고 비판도 없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물어보자. 독재자 히틀러가 '유럽의 평화를 위해 2차 대전을 일으켰고 인종학살을 벌였다'고 주장하면 이를 그대로 중계방송할 것인가? 북한이 '남북 통일을 위해 6.25 전쟁을 일으켰다'고 발표하면 그대로 받아쓰기할 것인가?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세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도 그런가?
윤석열 수괴와 그 공범들의 주장과 행태는 20여년 전 ‘골목성명’을 낭독하며 ‘정당한 통치행위였다’고 강변한 전두환 내란 수괴를 연상케한다. 전두환은 결국 내란죄로 1심에서 사형선고, 2심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확정 받았다. 전 국민이 목격한 윤석열의 내란 범죄도 이런 심판을 받을 것이다.
즉각 체포되어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할 내란 범죄자들이 전두환이 ‘골목 성명’을 하듯 직접 혹은 대리인이나 변호인단을 앞세워 기자들 앞에서 자기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직접 변명을 하든 변호사가 변론을 하든 그것은 취조실과 법정에서 하면 된다. 극형을 받을 내란 범죄자가 기자회견이란 그럴듯한 형식을 빌려 궤변과 망언을 계속 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인데, 그것을 이 나라 주류 언론들이 무슨 뉴스 가치(news value)나 국민 알권리에 해당하는 것처럼 받아쓰기하고 생중계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형법 90조에는 내란의 죄를 선동 또는 선전한 자도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언론이 지금 하고 있는 게 바로 ‘내란의 죄를 선동·선전’하는 것이다. 내란 동조·가담의 오명과 죄를 뒤집어 쓰기 싫으면 내란 범죄자들과 극우 내란 동조자들의 변명과 헛소리를 생중계하고 받아쓰기 하는 짓을 멈춰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내란을 중단시키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경제와 안보를 되살리려면 카메라와 마이크를 시민들과 내란 진압 세력을 향해 고정시켜야 한다. 잘못하면 언론이 그냥 ‘기레기’가 아니라 ‘내란 동조 기레기’라고 불리게 생겼다.
시민언론 민들레
임영웅은 왜 사회적 이슈에 미지근?
유명인의 사회적 표현과 참여 그리고 팬덤 문화
임영웅은 본래 사회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한 적이 없다. SNS에 그런 게시물을 올린 적도 없다.이 때문에 누구도 임영웅에게서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나아가 아무도 임영웅을 소셜테이너나 소셜아티스트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그것을 바란 적도 없다.
거꾸로 임영웅은 그런 발언이나 표현을 하지 않고도 명성과 부를 얻어왔다. 자기의 팬을 잘 관리만 해도 문제는 없었다.
비상계엄 이슈와 관련해 직접 반응이 없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지난해 12월 27일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에서 "걱정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저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 기쁨을 드리는 사람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다만 이는 팬들에게 사과했던 것이고, 노래만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 탈정치의 의중을 밝힌 것이다.
어쨌든 DM에 관해서 평소 같지 않게 임영웅이 보인 반응이 사실인지조차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는 거꾸로 사실임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일부에서는 임영웅이 민주 시민의 소양이 없다는 지적을 했는데, 이는 팬덤 위주로 판단하는 그에게 고려할 점이 못 된다. 그것보다도 자기의 팬들은 비상계엄에 관해서 오히려 우호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전제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전적으로 팬들이 그런 성향이라고 분석했다면 오산일 것이다. 연령대가 높은 팬들이 대부분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현실 착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민 애도 기간에 콘서트를 진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팬을 위해 공연을 계속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다만, 여객기 참사에 관해서는 공연 진행 가운데 잠시 애도의 표현을 했는데, 이도 팬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한 것이다. 아울러 비상계엄 때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달라서 언급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이를 두고 그가 상업적인 고려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 의사를 표명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가수 이승환처럼 활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전종서 등 여러 스타가 자신의 SNS 게시물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것에 관해서 각자 판단할 수 있다.국가애도기간에 맞지 않을 듯한 내용이라며 이견(異見)을 개진할 수 있지만, 일방적인 비난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진정한 추모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모욕적인 비난의 표현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반대로 스타나 셀럽의 발언을 요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JK김동욱처럼 자신의 반대 의견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논의를 위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중스타나 셀럽은 팬의 인기를 등에 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 팬들의 성향이나 취향이 스타나 셀럽의 행태를 좌우한다.아무리 중요한 국가적 사회적 이슈나 화두의 와중에도 팬심과 상관이 없으면 지나쳐 버리는 풍토가 어느새 굳어졌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고 하는데, 이는 팬덤 문화에 무력하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무조건 따르던 시대는 지났다.
일종의 팬덤 문화 부족(附族) 국가 시대가 된 듯싶다. 팬 중심의 활동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과 문화가 확립되면서 더욱 강화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의식이나 민주 시민 소양을 운운하는 것은 동심 어린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팬덤 중심을 행위나 활동이 반드시 원하는 대로 소망의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 김호중의 사례처럼 자기의 팬을 위해서만 활동하고 팬들도 모든 것을 옹호하거나 합리화하는 경우 그 자체의 파국을 맞을 수 있다.더구나 외연을 더 이상 확장하기에는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예컨대,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이를 은폐한 것은 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국민 정서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쉴드치는 팬덤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옹호될 수 없다. 그런 팬이 먼저인가 아니면 스타, 셀럽이 먼저인가. 이런 질문을 넘어 적어도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떠올릴 수 있다.무엇보다 전 국민이 ‘그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는 사안일수록 스타와 팬덤이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갈수록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일종의 브랜드 명성과 이미지, 가치에 훼손이 가해진다.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순간이 쇠락의 급변점이 되기 쉽다.
한국 사회는 문화적으로 최소한 공정하고 민주적인 가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이는 국민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을 보듬는 이가 전 세대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최고의 찬사를 얻을 것이다.이에 주목하고 선택하거나 실천하는 것은 각자에게 달려 있지만, 그에 관한 결과도 본인이 감당하면 된다. 어쨌든 스타나 셀럽은 팬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크게 문제는 없다.
가수 이승환의 팬들은 그의 행보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이어갈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팬이 아니었던 이들도 그의 팬덤에 대거 합류했다는 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굳모닝충청
끝나지 않은 중국 동북공정, 백두산까지 가져가려 하나
중화민족 다원일체를 강조하는 중국,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에 담긴 중국의 속내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타 다민족국가와 달리 개별 민족의 다양성을 중하기보다는 56개 민족이 본래 하나의 정체성을 함양하고 있다는 중화민족 다원일체(多元一體)를 강조하고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여러 민족이 독자성과 평등권을 가지면서 중국을 구성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문화적 일체화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러한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은 정부의 정책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가령 중국은 초중고 역사 교육에서 단일한 국정교과서를 채택해 교육한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의 내용이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교과서에 반영되는 내용이 학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정되는 것이 아닌, 후대 역사가들이 판단해야 할 현대사의 내용마저 교과서에 시시각각 반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적 배경을 거친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애국주의에 빠져든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2022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 정부에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도로한 백지혁명이 일어나자 중국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민족교육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가 2023년 편찬된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이다.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은 현재 대학의 공통 교재로 활용되어 학생들에게 통일화된 역사 인식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더욱 심화되어 중화민족공동체를 주제로 한 대학 학과개설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동북공정 속에 가려진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
중국의 민족주의 강화 움직임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근래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한복공정과 같은 문화충돌이다. 그러나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이론이 지금의 동북지역(요녕, 길림, 흑룡강성 일대) 역사 인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한·중 역사 갈등을 촉발한 동북공정이다.
2002년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은 2007년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일단락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암암리에 때로는 공개적으로 우리 민족의 기원에서 미래의 통일 한반도 시대까지 다각적이며 통시적인 제2 제3의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은 중국 문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시작된 국책사업이었다. 본 공정은 '중화문명 다원론'을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 발견된 신석기 문명을 모두 황하문명의 일부로 예속화하였다. 이는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태동한 고조선, 부여 그리고 고구려로 이어지는 우리의 고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향후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1994년 이래 추진해 온 '장백산문화론'은 청대 만주족의 장백산(중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지칭한다.) 발상지 인식을 확대 해석해 백두산을 만주족만의 성산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만주족이 고대 숙신부터 만주족에 이르기까지 숙신계민족이(숙신-읍루-물길-말갈-여진-만주) 오랜 기간 백두산을 발생지로 인식해 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백두산은 만주족(숙신계)의 성산이었고 만주족은 중화민족 공동체의 일원임으로 백두산은 중화민족만의 성산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장백산문화론'의 논리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백두산 일대를 개발하는 장백산문화건설공정(백두산공정)을 실시했다. 가령 길림성 돈화시에 청대 장백산에 대산 숭배의식을 복원한 장백산신사를 건립했다. 신사에는 만주족의 백두산 성산화 역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는 발해의 역참으로 알려진 보마성 유적지를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는 한편, 이곳을 금대 여진족이 백두산에 제사를 지낸 장소로 상정한다.
중국의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은 중국 내 유적 및 관광자원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국제적 공인화도 동시에 이뤄졌다. 2020년 중국은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단독으로 등재 신청했다. 그리고 2024년 9월 중국의 단독 등재 신청이 최종적으로 승인됐다.
위기의 백두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우리나라 애국가의 첫 소절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즉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단순한 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민족의 시원 인식이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특히 사드사태와 코로나를 계기로 대중관계가 악화 되면서 백두산을 찾는 여행객도 급감했다. 따라서 올해 9월 백두산이 중국에 의해 장백산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 단독 등재됐다는 소식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사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백두산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중국은 1994년부터 백두산에 대한 인문 지리적 연구와 귀속화 논리를 구축해 왔다면, 우리는 백두산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두지 않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피레네산맥처럼 여러 국가의 국경에 걸쳐있는 산지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이제는 남북분단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단독 등재했지만,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백두산에 대한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을 설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견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한편, 국내 백두산 연구는 지질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 쏠려있는 게 현실이다. 향후 중국의 백두산공정에 대한 민·관·학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백두산 관련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 또한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독도 체험관처럼 백두산 체험관을 건립해 백두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 프레시안
尹 수호대' 후원금만 1.3억…극우 유튜버들 떼돈 벌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유튜버들이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며 '떼돈'을 벌고 있다.
3일 유튜브 채널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한 지난 1일 기준 한국 전체 슈퍼챗 순위는 '신의한수'가 1위를 차지했다. 구독자 158만명을 보유한 '신의한수'는 이날 하루 수입이 약 759만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신의한수'는 "관저 앞 체포조 떴다", "윤석열을 지켜내자", "청년 10만명 모였다"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이에 지지자들의 '슈퍼챗'(후원금)이 쏟아졌다. 지난 2일에는 약 1360만원의 수입을 기록했다.이렇게 '신의한수'가 계엄 사태 후인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난 2일까지 번 후원금 수익만 약 1억3951만원에 달했다. 구독자는 계엄 사태 후 7만명이 늘었다.
슈퍼챗 순위 2위를 차지한 '홍철기TV'는 "관저 난리 났다! 경찰 기동대와 충돌!", "경호처 발포한다!", "체포조 진입 시도! 시민들과 충돌!" 등 제목으로 방송해 1~2일 각각 약 397만원, 약 365만원 후원금을 거뒀다.3위는 '젊은시각'이었다. 이 유튜브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 심야조", "대통령 관저 정문 괜찮다. 경찰 강제해산 착수 못 한다" 등 제목으로 방송해 1~2일 각각 약 376만원, 약 236만원의 슈퍼챗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지지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된다"고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에 지지자들이 모여 체포 반대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불법 도로 점거에 나선 참가자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결국 도로에 누운 참가자들의 팔다리를 잡고 끌어내는 방식 등으로 강제 해산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윤 대통령 지지자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이를 생중계했다. 지지자들은 채팅창에 "윤 대통령님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윤 대통령을 지키자", "탄핵은 무효", "경호처 최고", "공수처 해체하라" 등 댓글을 남기며 후원금을 보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김건희 울고 있을 것"...극우 유튜버 부추긴 윤석열, 이후 생긴 일
"생중계 보고 있다" 윤 대통령 메시지 전후 방송 내용 보니... 가짜뉴스·선동 남발
"우리가 체포를 막아주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울고 있을 거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오전 8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연일 '계엄 찬성' 시위 중인 극우 유튜버들의 발언입니다.
수일 전부터 공수처가 곧 체포영장을 집행할 거란 얘기가 나왔고,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극렬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더 힘을 내자"는 서면 메시지를 냈습니다. 사실상 체포를 막아달라고 선동한 것이라는 비판이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위의 발언들이 사실상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관저 앞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기며, 윤 대통령 메시지 이후 달라진 양상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가짜뉴스 무분별하게 전달... 지지자 자극 부추겨
지난 2일 기준 한남동 관저 현장 모습을 소개하거나 집회 생중계를 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들은 <신의 한수>, <김상진TV>, <홍철기TV>, <이영풍TV> 등으로 대부분 개인 채널입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를 보면 대부분 수천 명이었고, 조회수도 50만 회를 훌쩍 넘었습니다.
새해 관저 앞 집회에는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이자 변호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윤상현·김민전 의원이 참석했는데요. 문제는 이들이 무대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이같은 내용이 극우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이밖에 윤상현 의원은 "공수처가 직권 남용으로 수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을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면 기소할 수 없는 것은 맞지만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자체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도 헌법학자나 법률가들 모두 국회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정당한 절차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고, 농사짓지 않는 트랙터가 대한민국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김민전 의원)
2일 집회 연사로 나선 김민전 의원이 한 발언입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를 찬성한다는 주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촬영한 중국인들을 적발했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김 의원의 주장은 지지자들에게 공산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상계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주장은 헌법에 따라 통치하지 않는 독재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윤 대통령 측근과 정치인들의 사실과 다른 주장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돼 또 다른 가짜뉴스를 양산해 내며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 지키려면 '윤석열 수호대' 조직해야" 발언도
윤 대통령 메시지는 지지자들의 분노를 더욱 지폈습니다. 실제로 메시지가 나온 다음 날인 2일 지지자 30여 명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연좌농성을 벌였습니다. 친위 쿠데타에 이어 '사병'을 양성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지지자들의 집회가 2021년 미국에서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태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버들이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발언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 유튜버는 "윤 대통령을 지키려면 '윤석열 수호대'를 조직해야 한다"면서 "죽창, 쇠구슬 새총, 쇠파이프, 화염병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댓글 중에는 "불법 영장 집행을 옹호하는 경찰을 체포해야 한다", "누군가 순교해야 멈출 수 있다"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있었습니다.
'극'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선 찾아보면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익 유튜버, 우파 유튜버, 보수 성향 유튜버라는 말 대신에 극우 유튜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시위대를 가리켜 '애국 시민'이라고 지칭하며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동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에 결국 극우 유튜브 방송 내용이 있었다는 허탈한 분석이 나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유튜브로 아직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가 않다"면서 "돈벌이하려고 아직도 계엄을 옹호하는 행위, 돈만 생기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 것 같은 그들에게 의존하는 정치적 금치산자를 보면서,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 임병도(impeter)
집회 단상 오른 전광훈 "계엄 선포 안 했으면 이 나라는 이미.."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에는 전광훈 목사도 등장했습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 또 대한민국 선거가 북한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기자][대통령 관저 앞 집회 현장 (오늘 오후) : 전광훈! 전광훈!]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하자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가 관저 앞 집회 단상에 오릅니다.
[전광훈/목사 : 저는 광화문 국민혁명 대표요, 그리고 총사령관으로서…]
자신을 총사령관이라 지칭한 전씨, 계엄은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며 선동을 이어갔습니다.
[전광훈/목사 :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실패했습니까? {아니요.} 실패했으면 어떻게 여기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까. 이제 우리는 완전히 이겼습니다. {아멘.}]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또다시 색깔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전광훈/목사 :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안 했다면 이 나라는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거야.]전씨는 자신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로 했다며 그에게 한국의 부정선거를 알리겠다 했습니다.
[전광훈/목사 : 내가 가서 만나면, 딱 3가지만 말하려고 그래. 대한민국의 선거는 완전히 북한의 해킹을 통하여 이뤄졌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북한이 점령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절반은 가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의 근거로 주장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그대로 전하겠다는 겁니다.전씨는 윤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집회를 계속하겠다며 오는 주말에도 관저 앞으로 나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 호소했습니다./ JTBC
12월 3일 이후의 한국 종교는 바뀌어야만 한다
2030 여성들의 등장과 극우 종교인·철학자의 종말
12월 3일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는가. 아니면 여전히 진행 중인가. 지난 31일 발부된 체포영장에 윤석열은 내란 수괴로 분명히 적시되었다. 12월 3일 이전 한국 사회와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는 같지 않다.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월 3일 밤,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던 김동현(33)씨는 지하철역과 집 근처 거리에서 소리 질렀다. "윤석열이 나라를 전복한답니다.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TV를 보십시오. 국회로 와주십시오. 오늘 막아야 합니다. 오늘이 고비입니다."
“내 시체를 넘어가라” 군용 차량 막아 선 시민들
그리고 그는 곧 택시를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려 국회 담벼락을 따라 돌던 그는 국회 쪽으로 향하는 군용차를 발견하고 맨몸으로 막아섰다. 그러자 여러 시민들이 달려와 차량의 이동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다. "어느 시민은 ‘내 시체 위로 넘어가라'고 소리쳤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70대의 인하대 김영 명예교수와 부인 서은숙 여사처럼 다른 군용 차량 앞에 맨몸으로 앉아 저지했던 의로운 시민들이 또 있었다.
전남 강진에 사는 강광석 농부처럼 "가자 서울로, 윤석열 체포하고 농민헌법 쟁취하자" 외치며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을 향하여 진군한 농민들이 있었다. 우금치 전투에서 패퇴한 동학 농민군이 부활하여 서울에 입성하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2000년 전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수는 2024년 12월 트랙터 37대를 몰고 서울에 도착했다.
양방향 도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던 남태령은 트렉터 몰고 온 농민들이 살거나 죽을 자리였다. 밤 11시면 지하철이 끊기는 바람 찬 남태령에서, 무장 군인들도 서 있기 어려운 추운 고지에서, 고립되어 떨고 있는 농민들에게 생명의 소리가 전해졌다. ‘시민들이 온다!’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 ‘차빼라, 차빼라’를 함께 외치며 응원봉을 치켜든 20대 여성들이 등장했다. ‘나라는 2030 여성을 버렸지만 20, 30대 여성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왔다.
100살 넘은 철학자 보다 더 지혜로운 2030 여성들
12월 3일 이후 자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투철한 2030 여성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합리적인 생각을 지닌 4050 민주시민들이 주축을 이루던 항쟁 대열이 부쩍 보강됐다. 한국에 2030 여성이 등장한 사건은 그 옛날 예루살렘에서 성령 강림에 필적할 만한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시로페니키아 여인이 논쟁과 질문을 통해 유다인 예수를 깨우쳐 주었듯이, 2030 여성들이 잠든 시민들을 깨우고 가르쳤다. 시민들은 수십 만 명씩 집회에 참석할 뿐 아니라 또다른 수많은 시민들은 선결제 나눔을 통해 윤석열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을 위로하고 있다. 서로 어깨 겯고 가는 것이다.
“윤석열이 큰 사고(계엄령)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사실 하나님이 한국 교회를 위해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광훈 목사는 말했다. 전광훈이라는 사람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목사 맞는가. 12월 28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을 갖고 있으니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본인들이 정권을 갖고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교만에 빠졌는데, 회개해야 한다"며 설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어디까지 망치려 하느냐. 경제가 무너지고 환율이 오르고,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윤석열에게 해야 할 설교를 엉뚱한 곳에 하고 있다.
12월 17일 철학자 김형석(104) 연세대 명예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나는 꼼꼼히 읽었다. 그는 “민주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뀝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윤석열에게 해야 할 소리를 엉뚱한 곳에 하고 있다. ‘지도자의 무지(無知)는 사회악이 된다’고 플라톤은 말했다. 민주 시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극우 종교인과 극우 철학자의 무지는 커다란 사회악이다.
시민이 종교에게 배울 것이 아니라 종교가 배워야 한다
카타콤 교회 양희삼 목사는 강조한다. “이단 사이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잘못 가르치고 복음을 호도하는 목사와 교회들이 더 위험하다. 빨리 그런 교회를 탈출해야 한다.“ 마땅하고 옳은 말씀이다. 한국 종교는 시민들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종교는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탄핵 집회 현장에 적지 않은 스님 수녀 목사 신부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종교는 시민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 같다. 종교는 시민을 가르치기보다 시민에게 배워야 한다.
종교가 시민에게 배우려면, 종교가 우선 시민 속에 있어야 한다. 스님 목사 신부들은 지금 시민 속에 있는가.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는가.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멘토인 베투 신부는 말했다. “지금 나는 누구 곁에 서 있는가” 먼저 살피라는 뜻이다. 스님 목사 신부들은 지금 누구 곁에 서 있는가.
종교에서 권위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종교인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남성우월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노년층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부자와 권력자 중심주의도 더 이상 안 된다. 무속 비슷한 종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종교에서 평등사상과 민주주의를 더 키워야 한다. 합리적인 설명이 존중되는 문화를 더 길러야 한다. 청년세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신도와 성도들은 거짓말 하지 않는 설교를 듣고 싶다. 민중을 측은히 여겨 올바른 가르침에 열중하던 예수를 그리워한다.
종교계 내 내란 동조 세력 뿌리 뽑아야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시대에 십자가를 밟지 못하는 사람은 천주교 신자로 인정되어 박해 받았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은 종교계에도 적지 않다. 그들을 색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란 특검과 헌재 재판관 임명을 어떻게든 반대하는 사람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내란 잔당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원하거나 돕는 사람을 암세포에 비유할 수 있다. 암세포는 끝까지 추적하여 박멸해야 한다. “죄인을 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백성에게 저주 받고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다.” (잠언 24,24).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는 말한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시민언론 민들레
환율 방어 예비자산 206조... 이게, 다 윤석열 내란 때문
12월 26일, 12.3 내란 사태 와중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경제 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 날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던 날입니다. 바로 전 거래일이었던 12월 24일 1,459.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그 날 오후 1,469.20원으로 치솟더니 다음 거래일이었던 27일에는 내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1,470원대(1,476.00원)를 뚫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단, 하루 만에 10원 넘게 치솟았던 겁니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비금융기업 대외채무액은 1761억5060만달러입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0원만 떨어져도 1조 8000억원 정도의 기업 채무 규모가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오니,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여파가 얼마나 큰 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사태 피의자 윤석열 체포에 나선 오늘(3일) 환율 변화를 주시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그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새벽 6시께였죠. 1,471.5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67.8원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8원 오른 1468.4원이었습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죠. 일부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고, 이는 '한덕수 리스크' 당일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외환시장에 반영된 셈입니다. 만약, 공수처가 피의자 윤석열을 체포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이런 상황만으로 오늘의 외환 시장을 해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란 소식이 알려진 것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이다",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란 말이 오늘 한국은행을 출처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피의자 윤석열 내란이 초래한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내란 때문에 우리나라가 핵폭탄을 추가로 맞아서 고환율 구간에 들어갔는데, 원/달러 환율을 1,450원에 정부가 맞추려고 모든 카드를 쓰기로 마음먹은 상황이다. 목표가 노출됐기 때문에 방어를 해내야 하는데, 이 방어선을 설정하고 하루 만에 무슨 일이 났느냐. 한덕수 권한대행이 되지도 않는 발표를 하면서 환율이 실시간으로 급등해서 1,450원대 방어선을 하루 만에 넘겨서 (한때) 1,486원까지 찍었다.
지금도 정부가 환율 방어에 계속 나서고 있다. 어떤 수단을 현재 정부가 강구하고 있느냐면, 국민연금 환 헤지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전략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을 다 합치면 750억 달러(약 110조 3700억원)다. 현재 대기중인 금액으로 1,450원 선을 넘으면 버튼을 계속 누르는 식이다. 그 다음 달러와 원을 바꾸는 걸 스와프라고 하는데, 이를 650억 달러(약 95조 6540억원)까지 열어놨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박시동 경제평론가, 2일 매불쇼 중)
피의자 윤석열이 내란의 이유 중 하나로 강변한 감액 예산 규모는 4조 1000억원이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엄청난 규모의 돈이 일종의 환율 방어 예산으로 잡혀 있는 셈입니다. 제발, 그 '버튼'을 누르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q43zNpinYgk
남태령에서 농민 지키고, 한남동에서 노동자와 함께한 20대 여성
언제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46%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어려움과 불안을 마주한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불안 속에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의미를 발견하며 나아간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2024년 11월 22~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의 결정요인과 그것이 삶의 의미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스스로 행복하다 평가 42%..."올해 더 행복해질 것" 72%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11점 척도(0점 전혀 행복하지 않음 ~ 10점 매우 행복함)로 물어본 결과, 10점 만점 중 7점 이상, 스스로 행복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46%로 절반을 넘지 못한다. 보통(4~6점) 정도인 사람이 42%로 뒤를 잇고 불행하다고 평가하는 사람(0~3점)은 12%이다.
주변과 비교할 때는 어떨까?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게 행복하다는 사람이 45%로 가장 많은 가운데, 주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람(35%)이 덜 행복하다는 사람(20%)보다 많다.
주관적 행복도와 상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비슷하다. 소득 및 주관적 계층인식이 낮을수록, 그리고 친밀한 지인 수가 적을수록 주관적·상대적 행복도 함께 낮아진다. 한편 혼인상태별 주관적 행복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행복하다 53%), 사별(41%), 미혼(38%), 이혼(29%) 순이고 상대적 행복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주변보다 더 행복하다 43%), 사별(40%), 미혼·이혼(각 24%)으로 나타나 배우자의 유무 또한 행복도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된다.
주관적 행복과 상대적 행복 간에도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는데, 주관적 행복도가 낮을수록 상대적 행복도도 낮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하 행복집단) 중에서는 64%가 ‘주변보다 행복’한 반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하 불행집단)에서는 85%가 ‘주변보다 덜 행복’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72%)이 2025년에 2024년보다 더 행복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은 희망적이지만, 주관적 행복과 상대적 행복 수준에 따라서도 기대감의 차이도 크다. 행복집단이 불행집단보다 올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48%포인트 높고 주변 사람들보다 행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긍정 평가가 41%포인트 높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느냐, 막연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즐기느냐는 삶의 방향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조사 결과, '미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18%,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40%이다(둘이 비슷하다 43%).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특히 행복집단은 54%가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불행집단은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35%, '미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36%로 엇비슷하다. 삶에서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더 희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불행집단은 경제 정치 문제 민감, 행복집단은 환경 안전 사회구조 더 관심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 중 사람들은 앞으로 벌어질 불확실한 상황에 불안감을 가장 많이 느낀다. 10명 중 4명이 노후생활(불안하다 42%)과 나의 미래(40%), 죽음(32%)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적 상태(42%), 신체적 건강상태(35%) 또한 적지 않은 사람이 불안을 느낀다.
다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러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들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노후생활(27%)과 경제적 상태(24%)이고 가족관계(8%)와 인간관계(8%)와 같이 관계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다. 반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모든 문제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10명 중 9명이 경제적 상태(89%)와 노후생활(87%)에 대해 높은 불안을 느낀다. 불행집단 내에서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하는 가족관계(48%)와 인간관계(55%)의 불안 수준도 낮지 않다.
두 집단을 비교하면, 행복집단보다 불행집단의 불안도가 평균 55%포인트 더 높다.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은 경제적 상태(65%포인트 차이)와 정신적 건강상태(64%포인트), 전반적인 상태(62%포인트)이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불안감도 확인해 보았다. 사람들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10명 중 5명 이상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마약 문제(70%)와 환경문제(70%)에 가장 높은 불안을 느끼고 뒤이어 고용 및 노동 불안정 문제(69%), 저출산·고령화 문제(68%), 경제문제(67%)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주관적 행복도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행집단이 경제적 안정성과 정치적 문제에 더 민감한 반면, 행복집단은 환경과 안전, 사회구조 문제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행집단의 불안도는 경제문제(88%), 고용 및 노동 불안정 문제(81%), 정치문제(74%) 순으로 높고, 행복집단은 환경문제(74%), 마약문제(72%), 저출산 고령화 문제(72%) 순으로 높다. 두 집단 간에는 사회 전반과 경제문제의 불안도에서 25%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인다.
행복한 사람들이 삶에도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평소 자신이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삶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49%이다. 행복집단 중에서는 78%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끼고 부정적 응답은 단 1%인 반면, 불행집단 중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낀다는 응답은 21%,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3%에 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낄까? 가족, 일, 물질적 풍요, 인간관계, 건강, 종교 등 여러 삶의 영역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한 결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46%로 가장 높고, 이어서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때' 45%,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때' 29% 등의 순이다. 20·30대는 다른 세대와는 달리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때' 삶의 의미를 느낀다는 응답이 가장 많고 특히 20대는 '연애나 사랑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도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주관적 행복도별 만족도를 살펴보면, 행복집단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52%)과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때(50%)를 가장 의미 있게 여기는 반면, 불행집단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때(45%)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 있을 때(37%) 가장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 기본적인 물질적 필요가 충족되어야 건강과 가족관계와 같은 더 높은 차원의 행복과 삶의 의미를 추구함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제시한 다양한 삶의 영역들 중 사람들이 실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건강(82%), 미래 안정성·주거 환경·물질적 풍요·인생 결정의 자유(각 78%) 등이며, 중요성과는 별개로 실제로 만족을 느끼고 있는 영역은 가족생활(63%), 인간관계(52%), 인생 결정의 자유(51%) 등이다. 다만 불행집단만 놓고 보면, 이들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은 여러 영역들 중 가장 중요(84%)한 동시에 가장 만족도가 낮은(9%) 영역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영역은 실제로 얼마나 충족되었을까? 각 영역을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만 별도로 뽑아 만족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가장 충족된 영역은 종교(81%), 가족생활(78%),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65%) 순이고, 충족되지 못한 영역은 물질적 풍요로움(40%), 미래의 안정성(48%), 건강(49%) 순이다.
행복도를 기준으로 나눠보면, 행복집단이 불행집단보다 전반적인 충족도가 더 높다. 두 집단 간 충족도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60%포인트), 일·직업(59%포인트), 인생 결정의 자유(59%포인트) 등이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삶의 만족과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에서는 행복집단이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반면, 불행집단은 미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뤄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불행집단은 물질적 결핍과 불안이 크며, 이것이 충족되었을 때 삶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행복집단은 가족, 건강, 환경, 사회적 구조 문제 등과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에 더 큰 관심과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물질적 필요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더 높은 차원의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물질적·경제적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관계의 안정, 심리적 자원의 강화, 그리고 삶의 방향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노력이 비롯될 때 비로소 국민 개개인이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30 남성, 그들은 왜 탄핵의 광장에 보이지 않았을까
‘계엄 반대→약자 연대’ 사회 참여 활발한 2030 여성들
연대할 의제와 공간 딱히 없어 각자도생 남성들과 대비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이어진 시민들의 탄핵 촉구 집회 키워드는 단연 ‘2030 여성’이었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온 2030 여성들이 K팝 노래에 맞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장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30 여성은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대구·부산 등 지역 집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막는 경찰에 항의해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 적극 참여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농성에 연대를 이어갔다.
그런데 같은 시기 ‘2030 남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주간경향은 2024년 12월 30~31일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이번 탄핵 집회 국면에서 2030 남성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2030 남성이 빠진 광장은 이대로 괜찮은지’를 물었다. 30명 중 21명은 계엄 선포 후 집회에 나가지 않았고, 8명은 집회에 나갔다. 1명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침묵하는 자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집회가 외치는 바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하더라도 방법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2030 남성을 ‘극우보수’나 ‘2찍남’ 등으로 쉽게 규정하기 전에 이들의 말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들은 대체로 “지금 우리가 연대할 의제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경향신문
계엄 반대하지만 집회엔 안 나간 청년 남성들
이번 탄핵 집회에 2030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분석(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을 통해 확인된다.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의 성별·연령대 분석 결과 20대 여성의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0.8%로 2030 여성이 집회 참가자 10명 중 3명꼴(29.7%)이었다. 12월 14일 여의도 집회 때도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30대 여성은 12%로 그다음이었다. 2030 남성은 3~5%에 그쳤다. 여성과 남성의 참여 격차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가장 컸다.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 대부분이 계엄은 잘못됐고,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A씨(24)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국가 비상사태라는 계엄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체포 등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행위였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의사는 대거 집회에 나가는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B씨(27)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집회에 나갔다는 인증숏을 많이 올리고 남자인 친구들은 거의 안 올렸다”며 “정치적 입장이 덜한 것은 아니다. 저도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지만, 집회에 나가는 것 말고 탄핵안 가결을 캡처해 올리는 식으로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 추정 인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17.9%로 가장 높았다.
계엄에 비판적인 2030 남성의 의사는 왜 집회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최근 10년간 2030 여성과 남성의 경험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메갈리아 출현을 시작으로 2030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중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인 사건’과 미투 운동이 있었고, 불법 촬영, 텔레그램 n번방, 스토킹·딥페이크 범죄, 교제폭력 등 끊임없이 젠더 의제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발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2030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엑스(X·구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는 2030 여성들이 젠더 의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작동했다. 이들은 함께 토론, 공감하고 연대와 결집, 행동으로 나아갔다. 국회·정부·법원에 항의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 거리로 나갔다. 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 성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개정과 같은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이런 경험이 이번 탄핵 집회에서도 이어졌다. 2030 여성들은 엑스와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집회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숏을 찍어 올리며 서로 참여를 독려했다.
정치·사회문제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이 없다
반면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자신들에게 연대할 의제나 공간이 없다고 했다. 국가가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군 복무 의무와 그에 따른 불이익 문제가 2030 남성의 의제로 꼽히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행동하는 측면에서 2030 여성의 규모에 미치진 못 했다는 평가가 많다. 2030 남성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것은 반페미니즘 이슈 정도다. B씨는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할 만한 20대 남성들의 의제가 없다”며 “커뮤니티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그냥 여성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이지 어떤 요구나 의제가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C씨(27)는 “취업, 돈 모으기는 모두의 어려움인 것 같고 사실 구체적으로 청년 남성만 겪는 어려움은 뭔지 모르겠다”며 “과거와 달리 성차별 없는 사회 때문에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게 억울하다는 정서가 보이긴 한다”고 했다.
2024년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D씨(25)는 온라인의 남초 커뮤니티가 정치·사회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정치·사회문제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문제에 비해 순위,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진지한 논의가 오가기 어렵다”며 “그런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진지한 주장이라기보다는 게임처럼 오락거리의 일종으로 보거나, ‘정치 밈’처럼 소비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치·사회문제가)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 문제이고, 논쟁을 해서라도 좋은 방법을 찾는 공간, 논의, 사회적 조건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논의를 하더라도 조직화해서 광장에 나갈 만한 유인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E씨(30)와 F씨(27)는 “(엑스와 여초 커뮤니티를 하는) 여자친구에게 물어 집회 정보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2030 남성들이 오프라인에서 또래와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G씨(28)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한다고 쳐도 장난스럽게 하면 했지, 진지하게 말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경제나 투자, 어떻게 먹고살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여기서 정치까지 가면 대화가 투머치(과도)해진다”고 했다. G씨는 “(정치·사회문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누구는 이랬네’ 정도의 가십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H씨(26)도 “행동을 하려면 사람들과 같이하는 게 필요한데 제 주변엔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E씨는 “남자들은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우기만 하지 어떤 것을 하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여자들은 평소에도 그런 이야기를 잘하니까 (이슈가 있을 때) 단합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C씨는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 오프라인에서 모이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집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주변 남성들의 문화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 의견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 사회에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밤새 대치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22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I씨(33)는 20대 대선 전후로 극에 치달은 ‘젠더 갈등’ 프레임과 ‘이대남 논쟁’이 2030 남성들의 공론장을 좁힌 측면이 있다고 했다. I씨는 “(젠더 갈등) 열풍이 지나가면서 온라인에서는 남성들이 정치 담론을 이야기할 만한 장 자체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 남성들이 정치를 엔터테인먼트 성격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졌다가 그 열풍이 지나면서 다시 관심이 줄었다”고 했다. I씨는 “여전히 정치 성향을 띤 커뮤니티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4050 남성들의 전유물이고 2030만의 커뮤니티는 없다 보니 시위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어려웠다고 본다”고 했다. H씨는 “사회가 많이 분열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게 (이번 집회에서) 표면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별로 인해 갈라져 있는데 여성들은 집회 참여에 좀더 능동적·적극적이고 남성들은 수동적·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우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2024년 12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 등에서도 계엄은 잘못됐고 윤석열은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며 “(집회 참여가 적었던 것은) 남성들이 참여 가능한 연결이나 통로,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경우 페미니즘 이슈도 있지만 팬덤 문화가 커지면서 꼭 정치적인 게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일종의 사회적인 조직화를 경험해보는 기회가 있다”며 “그러나 대학의 학생회 문화도 사라진 상태에서 남성은 사회적인 조직화를 해볼 수 있는 통로가 딱히 없다”고 했다. 그는 “청년 여성들이 행동할 때는 그것을 통해서 만들고 싶은 세계관이 있는데, 현재 청년 남성 집단은 도대체 우리가 어떤 정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대나 열망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이 느끼는 고통과 관련해서는 2015년 이후 여러 단어와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젊은 남성의 경우 고통을 표현하려는 갈망은 커졌지만 구호와 언어, 논의의 공백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이 젊은 남성들의 행동이나 생각, 참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세’ 부른다고 형편이 나아지나요”
인터뷰한 2030 남성들은 말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J씨(28)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취업 준비라는 ‘현생(현재의 인생)’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J씨는 “만약 내가 취업을 한 상태라면 부담 없이 역사의 한 축으로서 활동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할 일이 바쁘고 내 밥 먹고사는 일이 더 당면해 있기 때문에 참여를 못 한 것”이라며 “26에서 29 사이가 암울하다는 ‘20춘기’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현생을 제쳐두고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20대 초반 남성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K씨(24)도 수업과 자원봉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K씨는 계엄 당일부터 방송사의 유튜브 라이브와 각종 기사를 찾아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G씨는 “계엄을 보고 시민으로서 공포감을 느꼈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상황인데 ‘현생’을 살기에도 바쁘고, 시위에 참여하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F씨는 “당장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는데 군대에 갔다 오면 2년간 유예가 된다”며 “분명히 성인은 됐고 자기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도 있으니 (사회참여에) 시간을 빼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공정과 능력주의 담론과 함께 ‘각자도생’은 2030 남성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극심한 경쟁 속에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회참여와 연대에 대한 냉소와 회의적 태도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동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자조도 많았다. F씨는 “각자도생과 개인주의가 유행이지 않느냐”고 했다. F씨는 “(2030 남성이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나 하나 나가서 바뀌지 않는다는 낮은 효용성 때문”이라며 “먹고살기가 힘든데 그 시간에 공부해야지, 집회 나가서 ‘다시 만난 세계’(탄핵 집회에서 많이 불린 소녀시대의 노래) 부른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느냐”고 했다. F씨는 “혼자 승리를 독식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 공동체 전체가 다 으쌰으쌰해서 잘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갖는 남자는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옆의 남자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J씨는 “남자들이 ‘군인 월급을 올리네 마네’ 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사회적 압박에 대해선 각자도생을 한다”며 “그걸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라 무능력이 된다”고 했다. J씨는 “공감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애초에 응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L씨(30)는 “군대 가서 다치면 떠넘기기 바쁘고, 꼬리 자르기 바쁘지 않나”라며 “과연 ‘내가 나라에 헌신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까’ 했을 때 아니라고 단정 지은 순간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M씨(30)는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끼리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뭐 해봤자 바뀌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2030 남성들은 이런 각자도생 태도에 ‘군대’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F씨는 “군대에선 명령이 완전히 위법하지 않는 이상 부당하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하므로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면 보수성이 강화된다”며 “뭔가 잘못된 게 있더라도 그것을 뒤집는 건 사실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N씨(23)는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면서도 집회엔 나가지 않았다. N씨는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게 있더라도 상명하복이 몸에 배는 것 같다”며 “그냥 ‘알겠습니다’ 수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남성들 집회 나와 함께 공유했으면”
광장에 2030 남성이 없어도 괜찮을까. 인터뷰한 2030 남성 상당수는 근본적으로 정치권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이 됐는데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의견,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끌어내리기만 바빠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20대 대선 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부추긴 것도 정치권이었다.
동시에 이들은 집회가 2030 여성들만의 것으로 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갖고 있었다. 2030 남성도 연대할 수 있는, ‘모두의 집회’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O씨(28)는 “실제 주변 또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어 (2030 여성이 집회에 많다는 언론 보도가)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대하고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독려하고 싶다”고 했다. O씨는 “다만 집회를 응원봉이나 K팝 문화에 국한한다면 (2030 남성의) 참여를 이끌기 힘들 것”이라며 “계엄은 성별과 관계없는 2030의 공동의제이고, 이를 계기로 젠더갈등이 봉합되고 공동의 시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탄핵 집회로 생전 처음 집회라는 것에 참여해본 E씨는 “남성들이 스스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E씨는 “한번도 안 가본 것이라 걱정이 됐고, 어색하고 민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한뜻으로 모인 것을 직접 보고 느끼니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게 좀 부끄럽기도 했다”고 했다. E씨는 “주인의식을 갖고 나라의 위기가 왔을 때 국민으로서 할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너무 반감을 갖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 봐야겠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며 “매체에서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P씨(26)는 “인터넷 여론도, 친구 넷이 모인 카페 테이블 위도 얼마든지 광장이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내 생각도, 네 생각도 틀린 게 없다는 것을 학교에서부터 잘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했다.
Q씨(23)는 2030 남성들이 집회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Q씨는 “2030 남성으로서 탄핵 집회에 나가는 게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개인 의지로 나갔다”며 “나가보니 광장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Q씨는 “응원봉도 있었고, 농민들 이야기는 사실 잘 몰랐는데 알게 됐고, 전장연에 대한 연대도 늘어났던 것 같다”며 “안 만나던 사람들이 만나니까 서로 이해가 잘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30 남성들도 집회에 나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집회에 나오면 좋겠고, 좀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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