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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5.1.13~

by 이성근 2025. 1. 12.

여론조사는 잘못이 없다?'샤이'보다 '샤우트' 유권자

여론조사로 시끄러운 한 주였습니다. 딱 일주일 전 발표된 직무 정지 상태의 대통령 지지율이 40%(아시아투데이-한국여론평판연구소, 1월 3일-4일, ARS)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부터 시작됐는데, 취임 초기를 제외하고는 보기 어려웠던 숫자라 더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모두 12건의 조사가 발표됐는데, 이 가운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은 건 4건 입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대통령 지지율'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사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나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게 보통인데, 직무가 정지되어 있으니 물을 수가 없는 겁니다. 대통령과 관련한 조사는 영어로 'job approval rating'이라고 부릅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일(job)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측정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를 물었던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경우 '지지하느냐'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지지하느냐'와 '잘 하고 있느냐'는 측정할 수 있는 내용이 서로 다릅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은 관성적인 지지 습관, 그러니까 투표 행위와 더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김 부대표는 "보통은 지지하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높은 수치가 나오고, 그 다음이 직무 평가, 호감도 순"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질문에 따라 측정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탄핵 직전 발표됐던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11%(24.12.10~12, 전화면접, 한국갤럽 자체조사)나 탄핵 직후 발표된 NBS의 16%(24.12.16~18, 전화면접, NBS 자체조사)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겁니다.

다만, 이런 질문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40%라는 숫자는 작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여론조사의 방식과 응답자의 측면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① 여론조사 도대체 누가 답하는 거야?

사람이 묻는 전화면접과 기계가 묻는 ARS는 결과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선거가 가깝지 않은 시점에 지지 정당을 물어보면, 보통 전화면접에서는 20%, ARS에서는 10% 정도가 '지지 정당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ARS에 정치적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이 더 많이 표집된다는 가정을 합니다. 비단 ARS뿐만 아니라 전화면접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정치 참여 방식 중 하나인 여론조사에 더 많이 응답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가장 오랜 기간 정치 여론조사를 진행한 한국갤럽에 따르면, 똑같이 1천 명을 조사하더라도 때에 따라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가 더 많은 기간이 있고, 보수라는 응답이 더 많은 기간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부터 문재인 정부 초반까지는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좀 더 많았고 이후에는 비슷하거나 보수가 좀 더 많은 수준이었던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념 성향이라는 건 한 번 결정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이념 지형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정치적 고관여층'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설명으로 보입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이에 대해 "여론조사는 정치적 울분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거나, 또는 정치 상황에 크게 화가 난 진영의 응답자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이런 경향은 ARS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유권자들에게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 실시한 ARS와 전화면접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두 조사형식 사이에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ARS가 전화면접보다 10%p 넘게 더 높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누가 정치적 고관여층인가?

이번 주 나온 여론조사 결과들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탄핵과 내란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 많이 화가 나고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건 보수층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탄핵을 찬성하는 유권자들도 영하10도의 추위를 불사할 만큼 화가 많이 나 있긴 하지만, 현재 더 다급한 사람은 탄핵에 반대하는 유권자층이라는 겁니다.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한 조사업체 관계자는 "평소보다 조사 시간이 짧게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12.3 비상 계엄 이전과 비교해서 3시간 정도 단축됐습니다. 이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는 '응답 거절자'가 다른 때에 비해 적었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선거를 앞둔 경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관계자는 "현재 정치적으로 활성화된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조사 중에 응답자의 이념 성향을 물은 조사를 보면,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과 2003명을 조사한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조사를 제외하고는 보수가 진보보다 최대 1.7배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보수와 진보 응답자가 비슷하거나, 진보가 더 많았던 걸 고려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셈입니다.

③ '샤이' 이니고 '샤우트' 유권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 이후에는 '샤이 보수'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하기에 부끄럽거나 보수라는 것 자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관측됐다는 겁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샤이 보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토론회를 열고 보수층의 응답률이 떨어져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비슷한 매커니즘이 작동했다면, 이번 주 여론조사에도 보수층 유권자들은 '샤이'해 여론조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2025년의 보수층은 '샤이'하기보다는 오히려 '샤우트'를 하고 있습니다. 9년 전과 매우 다른 행보입니다. 왜 이렇게 양상이 다른지 한 조사회사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유튜브가 이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진 않았다"고 원인을 진단했습니다. 유튜브가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걸까요?

일반적으로는 내가 소수 의견을 가졌다고 느껴질 때 의견 표명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주류에 속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점점 소수의 의견이나 집단은 약화되는 '침묵의 나선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다루는 유튜브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내가 소수라고 판단하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내가 소수 의견을 가졌더라도 말입니다. 게다가 당시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탄핵 트라우마'를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추천하는 유튜브의 '필터 버블'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진단도 했습니다. 양극화를 좀 더 쉬운 말로 풀면, '비토' 정서가 강하다는 겁니다. 상대방 진영은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이때 상대 진영에 대한 반감과 혐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정파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이 흐려지는 경향도 함께 발생합니다.

그래서, 여론조사 필요한가요?

정치적 격변기에는 여론조사가 '널뛰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거 때 나오는 여론조사에서도 '골드 크로스' 등이 발생할 때는 여론조사마다 결과값이 크게 다르게 나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까지,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론조사 역시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조사를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명태균 씨 조작 사태 이후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여론조사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정치도구입니다. 유권자에게는 정치 지형을 알려주고, 정치인에게는 올바른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주 나온 조사들을 믿을 수 없다는 분들도, 이 조사를 믿어야 한다는 분들도 앞으로 나올 여론조사의 '추이'을 찬찬히 뜯어보면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 답이 나올 겁니다./MBC

윤석열 지지율 40%?유시민 마약 나눠 먹고 밤새 춤추는 것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 논란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유시민 작가가 자기들끼리 마약을 나눠 먹고 밤새 춤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6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자기들끼리 믿기 위한 (여론조사).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 작가가 언급한 여론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 4.7%). 이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는데, 문항 설계가 통상적인 여론조사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편향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는 12·3 내란사태를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가 주필로 있는 곳이고, 여론조사를 수행한 업체의 경우 최근 2년간 실시한 여론조사 24건 가운데 14(58%)을 고씨의 유튜브 채널 의뢰로 진행한 곳이다. 동일한 정치적 목적을 띤 이해당사자 간 짬짜미로 여론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기들끼리 마약을 나눠 먹고 춤추는 것이라는 유 작가의 비유도 극우 맞춤용 여론조사라는 점을 짚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유 작가는 극우 유튜버가 운영하는 언론사인지도 모를 그런 인터넷 언론사 명의로 의뢰해, 주로 그 사람이 주는 여론조사만 받아서 하는 회사가 에이알에스(ARS) 조사를 한 것이라며 명태균씨가 조작했던 여론조사가 훨씬 깔끔하다고 비꼬았다.

유 작가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불응과 여당의 비호로 내란 정국이 지속하는 상황에 대해선 이만하면 잘 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자들이 모든 국가기관에 다 있다. (내란) 공범이 사방에 다 있다짧은 시간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했다. 사안의 중대성에 견줘 내란 정국 종식을 위한 절차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유 작가는 폭력으로 군대를 동원해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른 집단을 말살하려고 했던윤 대통령의 시도를 지지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 그런 여론이 25%나 되나 (생각하면) 상당히 무섭다면서도 거꾸로 말하면 75%는 거기에 동의 안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유 작가는 12·3 내란사태로 사회지도층의 철학적 빈곤, 정치적 비겁함, 정서적 나약함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어느 국무위원 하나 위헌이란 지적을 대통령 앞에서 하지 못했고, 여당 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상황을 짚으면서다. 유 작가는 윤석열을 빨리 못 잡아오는 게 암담한 게 아니라, 이런 부분이 암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소매판매액 21년 만에 최악길어지는 내수 침체

지난해 1~112.1%나 줄어

내구·준내구·비내구재 다 감소

지난해 국내 소매판매액이 신용카드 대란으로 소비가 급감했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소비는 2년 연속 감소하면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내수 부진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모독하는 미국의 일부 극우세력

영 김 의원, 스칼라튜 사무총장 편향된 한국 인식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 선포 이후의 최근 한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미국 내의 한국 관련 여론 조성에 '의미 있는 위치'에 있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이 극우에 경도된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계로서 9일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미국의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과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영 김은 지난 6일 <더 힐>에 기고한 '한미관계는 인도·태평양 안보에 사활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칼라튜는 7일 열린 '워싱턴 타임스 재단' 주최 간담회를 통해 지나친 극우 편향 인식을 드러냈다.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공화)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회 건물인 캐논 하우스 빌딩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윤석열 탄핵은 민주적 과정이다
영 김 의원은 미국 등 서방 미디어가 윤석열 탄핵 찬성 시위는 '과도하게' 다루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위를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집회는 한국 내 특정 정치적 성향(극우) 지지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다수 국민들은 여러 여론조사들에서 탄핵 절차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핵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민주적 과정이다. 서방 미디어가 탄핵반대 시위를 무시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집회의 규모와 대표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 대다수 한국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집회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다.

설혹 계엄난동을 지지하는 집회 규모가 더 커진다 해도 언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법 절차를 무시하고 온갖 궤변의 법리를 총동원하는 내란 세력의 주장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따라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아닌가?

탄핵과 한미동맹 훼손은 무관하다

영 김은 윤석열 탄핵을 주도한 이들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훼손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주장을 폈다. 탄핵을 한미동맹 훼손과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대한 비판은 동맹 자체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파의 프레임에 불과하다. 동맹 관계가 한국의 국익과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한미일 협력 문제도 그렇다. 한일 간 역사 문제와 독도 문제를 무시한 채 3자 협력을 강조하면, 한국의 국민적 반발은 당연하다. 동맹은 상호 존중과 균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내 일방의 목소리만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는 동맹의 장기적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더 힐] 6일 자에 실린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기고 중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세력이 한미동맹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내용. 2025. 01. 06 [더 힐 캡처] 

2차 탄핵소추안에선 제외했지만, 1차 탄핵소추안에 담겼던, 윤석열 정권이 북·중·러를 적대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을 고립시키고, 또 너무 친일본이라는 지적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 외교의 특수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윤 정권이 친일 외교를 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역사적 맥락과 국민적 정서를 무시한 윤 정권의 외교 행보 때문이다. 그 비판은 단순히 친일적이라는 문제를 넘어, 국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 김은 한미동맹과 관련해선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한국이 중요한 동맹이라는 점에서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영 김의 주장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고, 한국의 주권적 의사결정 과정을 경시 내지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맹은 상호 신뢰와 균형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하며, 편향된 인식에 따른 왜곡된 논리에 기반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독립 국가로서, 자주적 외교와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극우로 편향된 시각이 아니면 현 한미동맹 관계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연합뉴스


'민주당 독재' 주장, 한국 민주주의 모욕

스칼라튜 북한 인권위 사무총장은 몇 술 더 떴다. 그는 한국의 현 정국을 의회 독재, 민주당 독재라 지칭하며, 북한의 김정은 독재와 동렬에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모욕으로, 심히 불쾌하다. 무엇보다 '인권'을 잣대로 삼아 활동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매우 잘못된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칼라튜는 계엄령 선포는 잘못이라면서도 윤석열 탄핵 추진을 두고 의회 독재, 민주당 독재라고 했다. 더욱이 그것을 극악무도한 김정은 독재와 동일 선상에 놓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극우집단을 편드는 언행이다. 그의 목표인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 독재에 비견되는 건 되려 불법으로 군을 동원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라고 해야 옳다.

윤석열 탄핵 추진을 스칼라튜는 "우리가 아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해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아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국 내 극우 세력이 알고 있는 민주주의일 뿐이다. 이런 인식은 국내에서도 민주당이 연이어 다수당을 차지한 국회에 대해 이른바 '입법 독재' 같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도 연결된다. 윤석열은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대화와 협력을 진지하게 추진한 적이 한번도 없다. 따라서스칼라튜의 인식은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북한의 독재를 민주당 등 야당에 비유하는 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북 배경(탈북)' 국회의원 박충권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을 대놓고 "조선노동당 같다"고 한 바 있다(매일신문 2024.7.15.). 야당뿐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에도 '종북'으로 몰아가는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역시 북 배경 주민인 조명철이 유승민의 사회적 경제기본법안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조직원리와 흡사한 법"이라고 단정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공부문 우선 조달'을 "배급제"라고까지 폄훼했다(the 300, 2015.04.30.)

야당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에 대해 조선노동당 운운하는 노골적인 종북 프레임 덮어씌우기 공격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종북 프레임 공격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빨갱이들이 건재하다고 두려워하는 우파 성향 일각의 집단심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계엄난동은 이런 종북 프레임 공격의 대상을 '반국가세력'으로 둔갑시켜, 쓸 수 있는 온갖 공권력을 총동원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물리적으로 멸절하려고 한 시도였다.

스칼라튜는 미국의 제도와 집단심리로 인해 한국 상황을 잘못 알고 있다고 봐야 할까? 미국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을 그저 'reds'(레즈)로 규정하는 것과 한국에서 '빨갱이'라고 낙인찍는 건 다르다. 한국은 미국처럼 매카시적 발언이 공적인 담론장에서 토론을 통해 퇴출되지 않는다. 스칼라튜는 국가보안법이 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저해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한국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내놓는 그의 발언은 반민주적이며 반인권적인, 극히 편향된 언행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한 인권 활동이 주목적인 북한인권위가 한국 내정에 간섭했다는 점 때문에 스칼라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관계자로서, 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해 발언할 수는 있다고 본다. 문제는 심각한 사실 왜곡과 편향된 인식이다.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이 25일 오전 미 의회 코리아스터디그룹(CSGK) 의원들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를 방문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 정세에 대한 전망에 발언하고 있다. 2024.3.25. 연합뉴스


한국 민주주의 모독을 즉각 사과하라

영 김은 상황이 다르다. 그녀는 한국의 탄핵 추진을 한미동맹과 지나치게 단순하게 연결하고, 탄핵 주도 세력을 곡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맡은 3선 의원으로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 영향을 끼칠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섣부른 개입, 그것도 잘못된 판단과 의도을 지닌 개입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하며, 특히 한국의 민주적인 정치 과정을 존중하지 않는 심각한 잘못이다.

두 사람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모독한 것을 즉각 사과해야 한다. 진정으로 한미 동맹이 민주주의 가치 동맹이 될 수 있으려면 미국도 한국도 먼저 극우와 손절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한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됐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 전반의 시각이 극우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권영태 시민기자ilovetoron@hanmail.net한양여대 ESG연구소 부소장상생사회일천인선언 상생대화분과 간사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극우 유튜버 무더기 고발카톡 통한 내란 선전도 기승

민주 "헌법 질서 훼손, 민주주의 위협 강력 대응"

허위조작 정보 접수 4일 만에 2만 건 제보 쇄도

"계엄은 합법이고 결단" "이재명은 친중 간첩" 등

전용기 "카톡 등으로 가짜뉴스 퍼 날라도 고발"

실제 SNS 통한 가짜뉴스 유포 대대적 진행 중

윤석열‧국힘 측 "자유민주 파괴" 적반하장 역공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선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거나 고발 예정인 유튜버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및 일련의 내란 행위를 옹호하고 동조해온 대표적 극우 유튜버들이 내란선전 혐의로 한꺼번에 고발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김현‧전용기) 산하 허위조작감시단(단장 김동아‧양문석)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 이를 옹호하는 주장을 통해 헌법과 법치를 훼손하고 내란 행위에 동조하려 한 혐의로 유튜버 6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형법상 내란선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고발 대상 유튜버는 ▲신혜식(신의한수) ▲배인규(신남성연대) ▲공병호(공병호TV) ▲김성원(그라운드씨) ▲김채환(김채환의 시사이다) ▲김상진(김상진tv) 등이다. 민주당은 또 명예훼손(부정선거) 혐의로 ▲민경욱(민경욱TV 채널) ▲성명불명자(이삿갓TV) 등 2명을 조만간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보를 요청하고 있는 민주당은 매주 금요일 '민주파출소' 접수 현황 및 고발 조치 내용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정례 기자회견을 이어갈 계획이다.

허위조작감시단 공동 단장을 맡고 있는 양문석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란 공범, 내란 폭동과 관련한 선전·선동에 대해서는 일절 예외를 두지 않고 철저하게 집요하게 쫓아가서 고발하겠다"며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일부 유튜브를 고발한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고 이는 형법 제90조 내란선전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파출소'에 접수된 허위조작 정보의 주요 키워드와 유형

이번 고발은 허위조작감시단이 운영하는 허위조작 정보 제보 플랫폼 '민주파출소' 출범 후 첫 번째 조치다. 지난 6일 출범 이후 이날까지 불과 4일 만에 플랫폼 누적 방문자 수가 11만 명을 넘었으며, 2만 2800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한다. 접수된 제보의 출처를 매체별로 분류하면 네이버(24.5%), 유튜브(21.8%),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11.3%), 커뮤니티(8.4%), 틱톡(1.7%), 기타(32.3%) 순으로 집계됐다.

제보의 주요 키워드는 '내란 선동'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부정선거' '항공참사' '집회' 순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내란 선동'의 경우 ▲윤석열 계엄은 부정선거 단절을 위한 합법적 행위다 ▲친중, 좌파 빨갱이 세력 적출을 위한 결단이다 ▲내란은 윤석열이 아닌 민주당이 한 것이다 등의 허위조작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경우 ▲이 대표가 중국 기자단과의 극비 회동에서 '대규모 전쟁으로 인간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은 친중 간첩이다 등의 허위선동으로 이뤄졌다.

감시단 공동 단장인 김동아 의원은 "분석 결과 내란 선동과 민주당 및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감시단은 오늘 고발을 시작으로 헌법 질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허위조작 정보 유포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많은 제보를 갖고 추가적인 고발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며 "오늘은 대표적인 유튜버를 고발했지만, 단순히 유튜버만이 아니라 생산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시킨 개인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김현‧전용기) 산하 허위조작감시단(단장 김동아‧양문석)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동아 의원 페이스북

특히 국민소통위 공동 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뉴스를 단순히 퍼 나르는 것도 충분히 내란선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단순히 퍼 나르는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저희는 단호하게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 관련 내용으로 고발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일들이 없도록 하셔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실제 카카오톡 등을 통한 가짜뉴스 유포 및 내란 선전·선동 행위는 매우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보수층에서 '카톡 검열'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서자 전용기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열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나 보면서 계엄령을 통해 만들고자 한 그런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했을 상상"이라며 "누구라도 내란선전 가짜뉴스는 카톡이건 SNS건 퍼 나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다른 글에서는 "법률에 위배되는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공질서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민주파출소는 제보를 통해 국가가 수행해야 할 범죄 수사에 대한 정보를 고발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 내란을 선동하거나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 마땅히 제재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나아가 "민주파출소의 활동을 검열이라고 몰아붙이는 행위 자체가 악의적 불법행위를 용인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백골단'이 탄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 시간에도 내란선전죄를 자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주장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면서 "더이상 불법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8. 연합뉴스

내란수괴 및 동조 세력 측은 제 발 저린 듯 발끈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민주당의 카톡 검열이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란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자신들의 뜻과 다른 대화조차도 금지하겠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검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침소봉대했다. 극우 유튜버들을 고발한 조치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백한 위헌적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 후배이자 '법기술자'인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전 의원의 해당 발언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강요죄, 협박죄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면서 "다음 주 초 전 의원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밖에 "모든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겠다는 공산당식 발상"(김기현) "무시무시한 카톡 계엄령"(나경원) "대한민국이 맞나"(원희룡) 등 여권 인사들의 적반하장식 역공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달 만에 재결집한 기득권 세력과 준동하는 양비론

윤석열 지킴이로 앞장선 최상목, 국힘, 족벌언론

저들의 무기와 전략–가짜뉴스, 여론조작, 이간질

"이재명 사법리스크 덮고 공산화하려" 선동 지속

극단화하는 극우 유튜버와 극우 행동대들 행태

기득권 결집 속 재등장하는 양비론과 타협 논리

다양성과 차이를 넘어서 함께 민주주의 지켜야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1차 시도가 불발되고 아직도 윤석열 체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많은 사람이 앓아 온 '내란성 불안 증세와 불면증'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사병이자 보디가드로 전락한 경호처의 행태에 분노가 폭발하고 있지만, 동시에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공수처에 대한 분노와 불신도 적지 않다.

물론 가장 큰 분노는 마치 궁지에 몰린 남미 마약 카르텔의 두목이나 사이비종교 교주 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윤석열로 향하고 있다. 재임 기간에도 폭탄주를 먹거나 계엄을 준비한 것 말고는 한 게 무엇인지 의심스러운데, 더 나아가 윤석열은 지금 자신을 체포하려는 시도와 반발 속에서 참극이 벌어지길 기대하는 듯하다.

2017년 촛불혁명도 보통 '무혈혁명'으로 기억되지만, 당시 탄핵 반대 극렬 시위 중에 경찰 차벽이 붕괴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서 박근혜 지지자 3명이 사망한 바가 있다. 경찰의 부주의하고 관성적인 대응도 문제이긴 했지만, 당시 탄핵 반대 운동 지도자들의 광적인 선동과 충돌 유도가 스스로 불러낸 비극이었다.

극우적인 탄핵 반대 운동 지도자들은 여기서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사망자는 모두 고령 노인들이었는데 그들은 그 후 '애국 열사'로 불리며 전광훈 목사 같은 극우 지도자들이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태극기집회에 참가자들을 모으는 데 중요한 명분과 원동력이 됐다. 지금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결사 항전'을 선동하는 윤석열도 그것을 노리는 셈이다. 

다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미 12.3 이전으로 돌아갔다/ 관련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윤석열은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자 갑자기 등장해서 '애도의 글'을 올리며 대통령 행세를 하며 슬퍼하는 척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때 윤석열이 보인 인면수심의 태도를 기억하는 우리 모두에게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뻔뻔한 행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은 제주항공 참사를 '애도 기간이니 정쟁을 중단하자'라면서 시간 벌기에 악용하기 바빴다.

윤석열과 내란공범들의 이런 행태는 최상목 권한대행과 모피아 등 고위 관료들, 국민의힘, 족벌언론들에 의해서 도움을 얻고 있다. 이들 모두는 윤석열의 체포와 구속을 막고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헌재의 탄핵 심판을 뒤로 늦추게 하는 데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이 모두 탄핵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목표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이들의 음흉한 전략과 무기는 몇 가지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최상목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경호처의 윤석열 체포 방해를 오히려 돕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법 등을 모조리 부결시킬 뿐 아니라 한남동으로 달려가 윤석열을 감싸며 자신들이 해산당해 마땅한 '내란의 힘'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족벌언론들을 중심으로 온갖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내란죄를 철회해서 탄핵은 법적으로 무효가 됐고,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시도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위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다시 '이 모든 게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덮으려고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면서 벌어진 일이고, 이에 대한 반발로 국민 여론이 바뀌며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라는 가짜뉴스로 연결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가짜뉴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조작된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그것을 다시 대대적으로 받아쓰면서 '여조라이팅'을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댓글 공작도 다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기사 화면 갈무리 

이 여론조사들은 응답률도 형편없고 표본이 너무 작을 뿐 아니라 문항 자체가 노골적으로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게 구성돼 있었다. 그래서 예컨대 진보당 지지자 중에서 30% 이상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다는 황당한 결과들로 짜여져 있다. 이런 여론 조작용 뉴스들이 족벌언론, 포털, 유튜브 등으로 여기저기 퍼 날라지면, 거기에 또 온갖 이상한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그런 댓글들은 또 조직적인 '공감' 누르기 속에서 최상단의 추천 댓글로 올라간다. 그런 댓글은 윤석열을 찬양하고 민주당과 야당들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반윤석열 운동과 윤석열 탄핵 집회 참가자들 내부의 다양성과 차이를 이용해 이간질과 갈라치기를 하려는 글들도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을 차지할 욕심뿐이다', '정의당은 뒤에서 윤석열과 유착해 왔다', '페미니스트들은 집회에 와서 자기들 주장만 펼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숟가락 얹는 것은 꼴 보기 싫다', '청년 여성들이 집회에 가장 많이 왔는데 지워지고 있다', '응원봉의 상징성을 퀴어와 운동권들이 훔쳐 가려 한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윤석열의 극우 결집 선동 속에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고 극단화되는 극우 유튜버들과 '태극기부대'의 행태이다. 이들은 윤석열 지지자들 속에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며 '이재명과 주사파가 중국과 손잡고 내란을 일으켜 나라를 공산화할 것'이라는 온갖 가짜뉴스와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펼치면서 폭력적 충돌을 유도하고 있다.

8년 전 촛불혁명 때는 박근혜 탄핵 이후 뒤늦게 등장했던 이들이 전광훈 목사 등의 주도 속에 그동안 성장해 왔고, 지금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활동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극우 행동대(아스팔트 극우)에 일부 청년 남성들이 동참하는 경향이다. 고령 노인들에 의존해 온 약점을 벗어나기 위해서 극우 지도부는 이것을 의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페미니즘 청년 극우 '신남성연대'가 태극기부대와 융합하고 있다. 

요즘 태극기집회를 관찰해 보면 무대에 청년 남성 연설자들을 계속 올리는 것을 볼 수 있고, 반페미니즘으로 악명 높은 '신남성연대' 같은 청년 극우 조직이 전광훈 목사 쪽과 공개적으로 협력하며 융합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윤석열 체포 저지를 위한 '백골단'(반공청년단)까지 등장해서 사회적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젊은 남성들로 구성된 이들은 헬멧과 ‘멸공봉’으로 무장하고 특전사 출신 인사 등에게 훈련과 지휘를 받고 있다고 했다.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화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던 '백골단'뿐 아니라 해방 공간에서 악명높던 서북청년단까지 연상시켰다. 이 때문에 여론의 역풍이 불면서 극우의 자책골이 되기는 했지만, 극우가 폭력적 행동으로 나서는 경향은 계속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극우 유튜버와 극우 행동대들의 배경에는 결국 기득권 세력의 지지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윤석열 지키기에 앞장서는 이들은 단지 미쳤거나 망상에 빠져서가 아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요즘 떼돈을 벌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신의한수'는 슈퍼챗 수입으로만 1억 5070만 원을 벌었고, 성창경TV는 4억 1812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것은 극우 유튜버들의 몇 배를 뛰어넘는 조회수를 올리는 '진보 유튜버'들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인데, 더 큰 돈이 가는 곳에 기득권 세력의 뜻이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보수우파-공안세력-족벌언론-재벌로 연결된 기득권 카르텔은 윤석열의 내란죄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득권까지 흔들릴까 봐 대대적인 반격으로 결집하거나 힘을 보태고 있다.

저들은 8년 전의 박근혜 탄핵 때처럼 순순히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래서 그때와 달리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추락하거나, 보수우파 정치세력이 2~3개로 쪼개지는 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지도부와 대다수 의원들은 내란수괴와 그 공범들을 지키려고 똘똘 뭉쳐서 국민의힘 내부 소수의 탄핵 찬성 의원들을 쫓아내려 한다.  

극우유튜버들은 지금 떼돈을 벌고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탄핵 운동 내부에서도 조금씩 타협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민주당이 너무 강하게 나가며 무리수를 두니까, 계엄에 반대했지만 이재명에는 거부감을 가진 보수우파들이 저쪽으로 다시 붙고 있다. 적당한 타협과 양보도 필요하다'라는 논리이다. 12.3 이전에도 민주당과 국힘의힘 사이에서 양비론을 펴던 사람들이 특히 이런 입장이다.

이런 주류언론과 지식인들은 그동안 툭하면 '구독자의 90% 이상이 민주당 지지자인 김어준 방송이나 구독자의 90% 이상이 국민의힘 지지자인 극우 유튜버나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 <슬로우뉴스>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겨레, MBC 이용자의 90%도 민주당 지지자로 나온다.

그리고 동아일보, 한국경제, MBN은 이용자의 절반 정도는 민주당 지지자, 절반 정도는 국민의힘 지지자로 나온다. 그러면 한겨레와 MBC는 '진영 언론'이고 이런 언론은 '공정 언론'일까? 바로 이처럼 '진영을 벗어나 편향적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자처하던 주류언론들과 지식인들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세력들은 12.3 이후 윤석열을 강하게 비판하긴 했지만, 요즘 대부분 다시 12.3 이전의 '중립과 객관'으로 돌아서서 탄핵 반대와 찬성의 양편을 공평하게 받아쓰며 중계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랐다고 호들갑이다. 이런 현상은 12.3 전에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도 윤석열이 10~20%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많았다.

지난 총선 때도 '민주당의 공천학살 때문에 국민의힘이 과반을 얻으며 승리할 것'이라고 여론조사 기관과 전문가들이 합창했다. 즉, 요즘 우리를 갑갑하고 열 받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인 주류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이 합작하는 여론조작은 언제나 디폴트값으로 존재했다. 그것은 다시 실제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알다시피 대선과 총선 결과는 주류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개딸도 문제고, 극우도 문제라는 전형적인 양비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저들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고 믿을 것은 우리들 자신의 힘이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서 투쟁할 때만 그 정도만큼 민주주의는 전진해 왔다. 언제나 거대한 투쟁의 폭발은 다양한 세력의 연대를 낳는다. 지금도 다양한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요구를 가진 다양한 성별, 세대, 지역,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불신하며 서로의 요구를 깎아내리면 연대는 깨지기 쉽고 적들은 바로 그 틈을 노린다.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함께 행동하고 토론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우리를 서로 불신하고 적대하게 만들려는 수많은 시도들 속에서도 12.3 새벽에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있는 절체절명의 투쟁이다. /시민언론민들레 

"이재명-中 밀회" 음모론 반박되자…국힘 "정쟁에 외신 이용, 국격마저 찢냐"

지난 8일 明-외신 비공개 간담회에 '中매체와 비밀회동' 규정한 與 미디어특위
간담회엔 일본·구미계 등 15명 참석…주선 국내기자에까지 "브로커" 비난한 與
참석 기자들 "음모론 대상 아냐, 취재환경 훼손" 성명도…與 "외신 정쟁"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중국공산당 기관지 측이 '비밀 회동'을 했다는 음모론에 편승했던 국민의힘은 미국·영국·일본 등 외신이 다수 참석했단 점과, 참석 외신기자들의 '비판·유감' 성명까지 알려지자 민주당에 "외신을 정쟁에 이용 말라", "국격마저 찢으시렵니까"라는 대응을 했다. 과거사까지 꺼내며 "친중세력과의 유착 의혹"이라고 공세를 키웠지만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단 해석이 나온다. 집권여당과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과의 관계 설정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월10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페이스북에 특위 성명서를 게재해 더불어민주당과 중국공산당 간 유착 의혹 제기를 되풀이했다. 지난 1월8일 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중국·일본·구미계 외신기자 비공개 간담회를 '민주당-중국 비밀회동'으로 규정해 불법 시비를 벌인 것의 연장으로 풀이된다.<이상휘 국회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 의원)는 12일 입장문을 내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국내 언론보도로 일부 내용만 알려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포함 외신기자들과 이재명 대표 비공개 회동에 참석한 매체들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밝혔다. (행사를) '비공개'라고 신신당부해놓고"라며 "그동안 한국과 우호관계를 쌓아온 외신기자단과의 신뢰를 민주당은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헌신짝처럼 버렸다. 국익은 안중에도 없나. 국격마저 찢으시려나"라고 맹비난했다.

미디어특위는 앞서 9일 성명에선 "복수의 '외신통'에 따르면 8일 오전 12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마포의 '채그로 스튜디오'라는 카페의 전층을 임대해 중국과 일본 특파원 위주의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한다"며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계획이 중국 정부와 공유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외신통'은 신문사 '스카이데일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다. 매체는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계엄 합법", 대통령 탄핵 반대 논조를 취해왔다.
특위는 "현장에 참석한 일본 특파원은 동석한 중국 기자들을 가리키며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있다'고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고 성명에 적시했는데 해당 매체의 보도 문장과 거의 일치하는 대목이다. 매체는 "국내 보수 일간지의 출판국 부국장급 기자가 (회동을)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주장했는데 특위는 "동아일보의 출판국 부국장"으로 특정해 "이재명 참모인가, 아니면 기자의 탈을 쓴 정치브로커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미디어특위는 9일 산하 조직 '진짜뉴스 발굴단' 명의의 입장문에서도 "이 시국에 중국 정보수집기관 '신화통신' 포함 비밀회동? 이 대표 제정신인가"라고 음모론을 그대로 옮겼다. 발굴단은 또 "연일 사설과 칼럼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글을 써온 동아일보 간부가 이 시국에 중국 관영매체를 포함한 중국 특파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을 비밀리에 주선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줄곧 주장해 온 최근 동아일보의 논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월10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틀 전 이재명 당대표와 중국 등 외신기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를 불법 비밀회동으로 규정한 일부 매체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입장을 반박하는 참석 외신기자 입장문을 페이스북을 통해 배포했다.<이언주 국회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그러자 이언주 의원은 10일 배포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출석 외신 매체 기자들' 명의의 성명을 소개했다. 해당 외신기자들은 "일련의 부당한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진짜뉴스 발굴단'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과 민주당 간의 비공개 간담회에 대해 특정 외신 매체의 국적과 소속을 근거로 '비밀 회동', '정치 브로커', '법률 위반' 등으로 규정했다. 이런 국민의힘의 인식은 모 국내매체가 8일자 단독 보도한 기사에 근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매체의 보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힘의 입장 표명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외신의 자유로운 취재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외신기자의 향후 국내 취재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행사는 당초 일본계 외신기자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부 모임'이었으며 금번 행사에는 민주당 측과의 사전 조율에 따라 미국·영국·중국 등 기타 국적의 언론사들을 초청했다"고 반박했다.

외신기자들은 또 "'공부 모임'은 그간 국민의힘을 포함해 정당 수뇌부 인사와 정재계 지도자 등 다수의 인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공개 간담회는 언론과 정치인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취재활동의 일환으로, '비밀 회동'이란 음모론적 서사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나아가 이러한 정당한 취재활동을 '법률 위반'이라 단언하는 건 언론의 자유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취재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디지털타임스 
 

제일 많이 일하고 가장 가난한 한국 노인

 

노인의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10.2 성동훈 기자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이 일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가난한 노인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나타난 한국 노인들의 현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 규모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가장 높다. OECD가 2022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7.3%로, 2위인 아이슬란드(32.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한국은 노인 빈곤율도 2020년 기준 40.4%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 대부분이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종사하는 탓이다.

특히 65~74세 전기 고령자 빈곤율(31.4%)보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빈곤율(52.0%)이 훨씬 높았다. 75세 노인 2명 중 1명은 평균 소득이 빈곤 기준선인 ‘중위소득 가구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을 밑돌고 있다는 의미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세웠을 때 가운데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한국 노인들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빈곤율 뒤에는 다른 나라보다 빈약한 공적연금 제도가 있다. 은퇴 후 받게되는 연금이 워낙 적다보니, 일을 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생계조차 어려운 것이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0%로, OECD 평균(57.3%)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반면 노동소득 비중(48.6%)은 OECD 평균(25.5%)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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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

한국 연금 제도가 선진국보다 빈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제도 도입 자체가 늦은 영향이 크다. 20세기 초반 연금 제도의 골격을 갖췄던 서구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1988년에야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확대된 건 1999년이 되어서였다. 당시 만 50세를 넘었던 현재 75세 이상인 노인들(1949년 이전 출생자)은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10년)조차 채우기 어려웠다.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현 세대 노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4년 소득 하위 70% 노인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2017년 20만원이었던 기초연금 수급액도 2024년 33만원으로 빠르게 올랐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정한 노후 최소생활비(개인 124만3000원)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 고령자가 되는 10년 뒤 쯤엔 노인 빈곤율도 일부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 내부 격차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지역가입자의 수급액은 임금노동자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연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기초연금은 노후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되, 정부 재정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정액 지급보다는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며 “반면 기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은 더 낼수록 더 받는 소득 비례 원칙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심윤지 기자

내란 공범들의 '후덜덜한' 학벌을 소개합니다

'12.3 내란 사태'의 완전한 마무리는 교육개혁이어야

"한 달여 전부터 TV만 켜면 등장하는 저 사람들의 학벌이 정말 '후덜덜'하네요."

한 아이의 '감탄사'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12.3 내란 사태' 이후 모든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한 '내란 공범'들의 면면이 궁금해 부러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단다. 국회의원과 경호처, 경찰청, 군부 등의 고위공직자들인 그들의 학력이 가장 먼저 눈에 띄더라고 했다. 그때까진 윤석열 대통령만 서울대 법대를 나온 줄 알았다며 멋쩍어했다.

그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덜덜한 학벌'은 다음과 같다. '12.3 내란 사태'의 기획부터 실행 과정까지 전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군 수뇌부는 전원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이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후배로, 상명하복을 철칙으로 하는 군 조직 특성상 비상계엄 상황에 특화된 관계였다.

계엄의 핵심 용현파, 모두 육사 출신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비상계엄 선포 당시 현직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정보사령관은 물론, 퇴직 후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그들이다. 이른바 '용현파'로 불리는 자들로, 과거 전두환 신군부의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에 비견된다. 이들은 현재 모두 구속된 상태다.

기수별로 가장 촉망받던 생도들로서, 대한민국 국군을 정예 강군으로 이끌 동량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노상원은 1981년 육사를 수석으로 입학했을 만큼 수재였다. 그는 군 내부의 핵심 보직을 커지며 승승장구했지만, 성추행 의혹으로 인한 불명예 전역을 했다.

운영위 보이콧한 대통령경호처8일 12.3 윤석열 내란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가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을 비롯한 대통령비서실 인사들이 전원 불참해 파행을 빚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찰대 출신이다. 불과 36세의 나이에 총경으로 진급하고,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쳐 45세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하여 경찰청 차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 또한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자타공인 최고 엘리트다.

사전 내란 모의 혐의로 이미 구속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모두 경찰대를 졸업했다. 박종준 경호처장과 직속 선후배 관계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내란의 임무를 수행한 내란의 주범들이라고 본다. 그들은 졸지에 경찰대의 흑역사로 남을 이름이 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경호처의 최고 강경파로 통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서울대 대학원 출신이다. 미국에서 공공정책을 연구한 유학파로, 경호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로 들어왔다. 실세 중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관저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계엄 모의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내란을 옹호하고 있는 이들의 학벌도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극우적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대놓고 내란을 옹호한 윤상현과 김민전 두 국민의힘 의원 또한 서울대 출신에 미국 유학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정치학 박사로, 대학 강단에 선 이력이 있다. 특히 김민전 의원은 명색이 인문학과 정치학을 통섭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모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였다.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할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을 엉뚱하게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려대 출신이다. 역시 미국에서 유학한, 여권의 경제통으로 손꼽힌다. 현재 그는 계엄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간방패들의 화려한 이력

국민의힘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내란 옹호당'이라는 오명을 각오한 채 대통령 관저로 달려가 방패막이를 자처한 45명의 국민의힘 의원 또한 앞서 소개한 이들 못지않은 학벌을 자랑한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아선 '현행범'으로, 역사는 그들을 법치를 파괴한 '사이비 국회의원'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들은 상당수 '명문대 동문회'를 방불케 한다.

그들 중 맨 앞에 서서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변호하며 헌법을 조롱한 '법꾸라지'들의 학벌을 보자. 국민의힘 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판사 출신으로, 경상도와 수도권을 대표하는 집권 여당의 정치인이다.

여당의 호남 몫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조배숙 의원도 서울대를 졸업한 전직 판사 출신이다. 국민의힘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박성훈 의원은 하버드대를 나왔다.

유상임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친형인 유상범 의원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여당의 법사위 간사인 그는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대거 참여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서 온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장동혁 의원도 서울대 졸업생이다.

비록 대통령 관저로 달려가진 않았지만, '내란 옹호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인 권영세 의원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이력이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소추위원을 대표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중앙대 출신이다. 그는 '윤 대통령 방탄'을 위해 얼굴마저 화끈거리는 억지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육사와 경찰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와 하버드대. 아이가 '내란 공범'으로 대강 지목한 이들의 학벌이 이 정도다.

'엘리트'들이 망친 나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문에 버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그의 표현대로라면, 내신 1등급인 상위 4% 안에 들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우주 최강' 대학들이다. 고3 교실마다 '의치한약'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도 아이들이 오매불망하는 학교들이다.

그는 '12.3 내란 사태'로 '1명의 엘리트가 1만 명의 서민들을 먹여 살린다'는 기성세대의 말을 조롱하게 됐다고 했다. 조언이랍시고 누군가 그 말을 또 꺼내면, 이렇게 반문할 거라고 했다. 선거 때마다 최고 엘리트라고 뽑아줬는데, 그들이 '내란 공범'이 되어 우리 사회를 만신창이로 만들지 않았느냐고. 기성세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고통은 왜 우리들 몫이냐고.

많은 언론과 야당에서는 연일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부르댄다. 눈보라치는 동장군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광장을 덥히는 시민들도 윤 대통령을 파면하고 단죄하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극우 세력을 통제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마음씨 고운 학생이 '모범생'으로 대우받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와 하버드대 나온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망상이라는 게 이번 사달로 분명하게 드러났잖아요."

그는 '12.3 내란 사태'가 온전히 마무리되는 종착지를 교육개혁으로 여겼다. 온존한 학벌 구조와 특권 의식을 타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거다.

서부원(ernesto) 오마이뉴스

나훈아, 고별 무대서 꼭 그래야만 했나58년 음악 인생 덮어버린

1967년 데뷔해 58년 가수 외길을 걸어온 나훈아

그는 이날 3시간 공연 중 1시간 가까이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아이스-양비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딱 세부류다 판단능력이 없어서 무엇이 옳은지 선택을 못했거나 사실은 한쪽을 지지하고싶은데 부담이나 저항이 있을게 확실해서 그 위험을 회피하기위해 현자같은 태도를 보이며 본인을 우상화하거나 마지막으로 당연한 결론을 거부하기 위한 본질 흐리기 작전일환 은퇴무대인데 그따위 소리로 마무리를 하다니 실망이다 ㅉㅉ

조중동 반대-개인적인 출세를 버리고 목숨걸고 민주화운동을 위해서 싸울때 너는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서 호래호식 한 ×××가 할 말은 아니다. 지나간 역사를 모르는 돌쇠 ×××

satire 너훈아 니 왼팔 오른 팔은 문제가 많은가베... , 잘못한 두 팔 다 잘라 삐리라!

s a p i e n s 본인이 뭐나 된 것처럼 국민에게 훈계하냐? 니가 뭔데!

이 사건은 반란과 헌법 위반에 관한 것이야. 형제간 싸움이 아니고.

x도 모르는 놈이 국민을 가르치려하네.

똥치와 양아치는감빵에 처넣자-저놈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정체가 드러나 다행이다. !

 

Mac-나라 지키는 국방력을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 겨누는 데 사용하고 북한의 전쟁 도발을 유도하는 게 국방이라고 여기는 내란 세력한테 욕하는 거지요?

만약 그렇지 않고 내란에 반대하는 세력을 욕하는 거라면 당신은 내란 동조세력일 뿐입니다.

나 대구 사는 60대지만 당신은 가왕 자격이 1도 없는 그냥 편협 무지한 경상도 꼰대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비인-조옷또 아무것도 아닌 나후나야! 그냥 아가리 닥치고 찌그러져있어라. 도대체 니가 뭐라고. 주제파악 하고 살아라

G-우리는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른다운 행동을 할때 비로소 어른입니다 오른팔이 심장을 찌르며 자해를 하는데 왼팔을 욕하는 이런자가 어른일까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욕심만 가득찬 한낮 가사로운 늙은이 일뿐

- 씨블놈아 너 노래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데 그 주디 함부로 놀리지 마라   그냥 마

한동훈·조중동 배신자취급내란옹호 유튜브의 역습

계엄 찬성 유튜브 채널, 조회수·슈퍼챗 수입 급증

지지층 결집시키고 음모론 동원해 야권 공세 총력전

그들만의 세상? 확산력 제한적이지만 이례적인 제도권 결합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보수·극우 유튜버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Getty Images Bank, 그래픽=미디어오늘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모인 집회 참여자들에게 보낸 서한 속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극우 음모론에 빠진 대통령의 계엄 발동 이후 한 달, 극단적 목소리가 제도권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계엄 이후 보수·극우 유튜브 급성장

유튜브 통계사이트 플레이보드 서비스를 활용해 집계한 결과 비상계엄 발동 후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브 채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계엄옹호 보수유튜브 채널들의 추이를 보면 가장 조회수가 높은 채널은 성창경TV로 지난 12월 한 달 간 조회수가 9735만 회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3799만 회)과 비교해 2.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펜앤드마이크TV(3530만 회→7649만 회), 젊은시각(3146만 회→5973만 회), 고성국TV(1237만 회→3492만 회), 서정욱TV(1748만 회→2955만 회) 등 다른 상위권 채널들도 조회수가 급증했다.

이들 채널의 슈퍼챗(실시간 후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신의한수 채널이 거둔 슈퍼챗 수입은 1억271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5956만 회)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어 홍철기TV(4755만회), 그라운드C(3849만원), 시사우동균(2965만 원), 젊은시각(2450만 원) 순이다. 이들 채널의 슈퍼챗 수입은 지난해 11월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까지 늘었다. 여러 채널들이 슈퍼챗 외에 계좌 후원금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후원 수익은 이보다 클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계엄을 옹호하는 채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기준 조회수와 슈퍼챗 상위 7개 채널 중 6개 채널이 계엄을 옹호했다.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이지만 계엄을 직접적으로 옹호하지 않거나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는 보수성향 채널은 1곳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찬성 보수 유튜버들의 조회수 순위. 자료=플레이보드, 그래픽=안혜나 기자

尹 진지전에 결집, 허위정보·혐오 공장됐다

이들 유튜브 채널이 올리는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드러진 건 ‘보수의 분리’였다. 계엄 직후 윤 대통령을 비판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주된 타깃이었다. <한동훈은 사이코패스 꼴통, 국힘 대폭발>(시사우동균), <홍준표, 한동훈 쿠데타 개박살>(이병준TV) 등의 섬네일 문구가 담긴 콘텐츠가 올라왔다. 이봉규TV 운영자 이봉규씨는 한동훈 전 대표를 가리켜 “좌파”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을 향한 비난 영상도 다수 올라왔다.

보수의 분리는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창경TV의 성창경씨는 “이재명이 대통령 될 게 유력해 보이니 줄을 서려고 작정하고 윤석열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전하며 조중동 절독운동을 소개했다. 배승희 변호사도 <조중동 절독운동 보여줘야!> 영상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건 이런 기사가 아니다”라며 조중동 절독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망했어요! 절독이 30%!”라는 이봉규씨의 집회 발언이 담긴 쇼츠 영상 조회수가 23만 회에 달했다.

보수를 분리하면서 동시에 윤 대통령의 계엄 발동을 지지하는 ‘결집’ 바람을 일으킨 것도 유튜브였다.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씨는 윤 대통령의 선거부정 음모론을 전하며 “들고 일어나야 한다. 싸워서 암덩어리를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이봉규TV에 출연한 양영태 정치평론가는 “체포할 사람은 체포해야 한다”라며 “이재명·정청래·최민희·장경태·박찬대는 반국가 애들이고, 골수 좌파”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체포 거부를 전후해 집회현장과 결합한 ‘결집’ 분위기가 더욱 거세졌다. 고성국TV 운영자 고성국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저 앞을 지키는 자유우파 국민들은 완전히 한 몸이 됐다”며 “유일하게 자유우파 유튜버만 관저 앞 투쟁을 보여주고 있고, 그러니 윤 대통령도 유튜브를 통해 이를 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의한수는 <긴급! 대통령 친서 도착 대통령의 의지, 우리와 함께한다> 영상을 올렸다.

결집 과정에서 야당을 비롯해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혐오를 동원한 주장이 적극 확산된다. 가로세로연구소는 HID(북파공작부대)의 공산당 요원 체포설을 퍼뜨렸다. 시사우동균 채널에선 “탄핵되면 중국의 속국 전락”이라고 공포를 조장했다.

이병준TV에선 가수 아이유와 중국을 연관 짓는 의혹 제기가 나왔다. 탄핵 촉구 집회에 중국인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다는 주장의 영상은 여러 채널에 반복적으로 나온다. 집회현장에선 “중국인, 동성연애자들을 마구잡이로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 집회 참여하지 말라고 했더니 인원이 반의 반으로 줄었다”와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일부 기자와 정치인이 ’화교‘라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로 진영 간 대결구도가 증폭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다. 허위정보까지 유포하고 있는데, 자기 진영을 똘똘 뭉치게 하고,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라를 두 쪽 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을 피해자로 만들고, 사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유튜버들이 구독자나 조회수를 늘리고 있다”며 “극우 유튜버들을 가장 지지해준 정치인이 윤석열이다. 극우 유튜버와 윤 대통령들의 이익이 맞닿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애초에 이념적 공백이 있었다. 대선후보가 되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기 위해선 뭔가를 채워 넣어야 했고, 우파적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단으로 치우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속 극단적 주장, 여론 뒤흔들까

이들의 영향력은 지지층의 결집 이상의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보’ ‘사실’ ‘지식’으로 분류한다면, 레거시 미디어는 정보를 사실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전문가들은 사실을 지식으로 바꾼다”며 “하지만 유튜버들은 정보를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신율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유튜버들의 이념과 결합되면서 더 그럴 듯하게 보일 것이고, 시청자들이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김준일 평론가는 “극우 유튜브에서 허위정보가 유포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더 주목받게 됐다”며 “양당제 구조에선 중도층을 잡아야지 극우에 의존해선 미래가 없다”고 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도 “선정적이고 극단적 주장이라도 유튜버 지지자 사이에선 결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중도층 확장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갖지 않은 중도층은 혐중정서나 부정선거 음모론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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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탄핵집회 참여? 음모론 선 넘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 우려했다. 유승현 겸임교수는 “극우 유튜버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겨졌다.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해왔는데, (이번 계엄 사태로) 극우 유튜버가 제도권으로 올라오고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과 적극 호응하는 데 이어 윤상현 국민의임 의원 등 일부 여권 인사들, 일부 언론도 ‘결집’을 위해 가세하면서 전례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승현 겸임교수는 “극우 유튜버들은 허위정보를 대량 유포하고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기도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자율규제는 작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금준경 기자

 

백골단' 스피커 노릇한 언론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경찰부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경찰제복 대신 사복을 입고 하얀 헬멧을 쓴 탓에 붙은 이름입니다. 1991년 4월 학원자주화투쟁에 참여했던 명지대학교 1학년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이 휘두른 쇠 파이프에 맞아 숨지며 노태우 정권을 향한 국민적 항거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백골단은 군사독재정권 국가폭력의 상징이자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학생·시민들에겐 큰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국가폭력의 대명사 백골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1월 8일입니다. 조선일보가 <"대통령 지키자" 2030 '백골단' 수십명 관저 앞 등장>(1월 8일 고유찬·양인성 기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다음 날인 8일", "친윤 시위대는 '관저 사수'를 위해 이른바 '백골단'까지 조직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백골단 관련 보도가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했고, 특히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하면서 관련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최초 보도 조선일보 "백골단은 시위대 진압·체포 경찰부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백골단' 관련 첫 보도가 나온 1월 8일 오후 4시 28분부터 1월 10일 오후 2시까지 키워드 '백골단'으로 검색한 보도내용을 모니터링했습니다. 총 465건의 보도가 나왔으며 하루 평균 155건씩 보도된 셈입니다.

조선일보는 위 기사에서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경찰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백골단이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경찰부대로 군사독재정권 국가폭력의 상징이자 민주화시위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사실은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문화일보, 아이뉴스24, 아시아투데이, 뉴시스 등 다른 언론사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백골단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지 않은 채 내란수괴 윤석열이 은둔 중인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나타난 친윤 시위대 '백골단' 자체에만 주목했습니다.

‘백골단’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보도(1/8~1/10) ⓒ 민주언론시민연합관련사진보기


스카이데일리 '백골단 의협심 부각'

'백골단'이라 자처한 이들은 1월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을 "대통령에 대한 불법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2.3 내란 주범 윤석열에 대한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체포 시도'로 규정하고 이를 막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과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즉 백골단의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시도 저지는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일부 언론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겠다고 공언한 백골단의 스피커 노릇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스카이데일리는 <"2030반공청년단, 윤 관저 사수 위해 '백골단' 결성">(1월 9일 장혜원 기자)에서 백골단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의협심으로 뭉친 2030세대 청년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백골단 대표 김정현씨 인터뷰를 상세히 전했습니다. 김정현씨가 "민주노총·공수처가 연합해서 윤 대통령을 직접 잡겠다는 모습을 보고 청년이 분노했다"거나 "당일(1월 6일) 새벽 공수처와 민주노총이 연합해서 대통령 관저로 쳐들어간다는 첩보를 받았다"는 등 허위정보를 언급하는데도 정정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불법 집회 당시 폭력 동반 시위", "민주노총 폭력시위대", "민주노총의 불법 행위"와 같은 표현을 써가며 폭력성을 부각했습니다. 반면 백골단에 대해서는 "목숨을 건 심정으로 자리를 지킨 용맹한 친구들", "애국심 강한 사람", "의협심이 강하고 정치적으로 행동으로 생각을 대변하는 이들", "정의감을 갖고 맞서겠다는 의지",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과 같은 표현으로 의로운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임을 강조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도 <"2030 남성 직장인 모였다…윤 불법 체포 시도 막을 것">(1월 9일 박영훈 기자)에서 스카이데일리와 마찬가지로 김정현씨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백골단의 일방적 주장 그대로 전해

언론은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도 거리낌 없이 보도했습니다. 아주경제는 <'백골단' 부활선언…"강력한 수단 동원해야 위기상황 극복">(1월 9일 이성휘‧이다희 기자)에서 "백골단은 이승만 정부 시절 당시 자유당이 조직한 정치깡패 집단의 명칭이자, 1980~199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진압했던 사복경찰관"을 일컫는다고 설명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백골단'이 부활"했다며 '부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백골단의 일방적 주장도 그대로 전했습니다. 조선비즈 <윤 지지 '2030 백골단' 대표 "무리하게 체포하면 내전 가능성">(1월 9일 최정석 기자), TV조선 <국회로 '백골단' 데려온 김민전…"무리한 윤 체포 시도 중단해야">(1월 9일 박한솔 기자)의 보도내용도 대동소이합니다. TV조선 <티조 클립/"윤 대통령 무리한 체포 시도 중단할 것 엄중 경고한다">(1월 9일) <티조 클립/"백골단은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1월 9일), 채널A <현장영상/"백골단? 공식 명칭은 반공청년단">(1월 9일)은 각 8~10분가량 영상으로 백골단 기자회견을 전했습니다.

또한 아이뉴스24 <김민전 "한남초 청년들 열정에 감동…'백골단' 명칭, 내가 정할 문제 아냐">(1월 9일 설래온 기자)와 매일신문 <김민전 느닷없이 "백골단 기자회견은 사기, 김민전 이용당했다" 글 공유>(1월 9일 황희진 기자)는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체포 시도 저지'라는 불법행위를 목표로 설립된 백골단의 뜻에 동조한 김민전 의원의 스피커 노릇까지 자처한 것입니다.

김재원 "윤석열 체포시도 잘못…백골단 민심 엄중함 상징"

공영방송 KBS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사사건건>(1월 9일)에서는 백골단을 근거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잘못된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KBS 사사건건(1/9) 방송 중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발언 갈무리 ⓒ KBS관련사진보기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백골단은)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하려는 이런 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모여서 (중략) 나와 있다", "(백골단이) 현장에 나와서 활동하고 있는 이 민심의 엄중함을 알아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당 전 최고위원이 공수처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이 '얼마나 잘못되었나'라고 하는가 하면, 군사독재정권의 국가폭력으로 일컬어지는 백골단을 '옛날 체포조 경찰관'으로 지칭하며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보며 "민심의 엄중함을 알아야 된다"고도 했습니다. 진행자 송영석 KBS 기자와 출연자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무런 정정도 반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1/9) ⓒ KBS관련사진보기


* 모니터 대상
2025년 1월 8일 오후 4시 28분~10일 오후 2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어 '백골단'으로 검색한 뒤 나온 관련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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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포 지연이 초래한 '백래시'와 복장 터진 국민

내란 사태 40, 첫 체포영장 발부 2주 지나

'오늘은 체포하겠지' 기대감 매일 배신당해

'전면 재검토' 보도에 시민들 짜증분노 폭발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 "피가 마른다"

영장 집행 지체에 내란 세력 반동 갈수록 기승

법치 능멸, "체포 중단" "탄핵 무효" 선동까지

경호처 강경파 반발 속 15일 관저 진입 유력

체포 성공해도 공권력 난맥상 철저 복기해야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1.14.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지 벌써 40일이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1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로 14일,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 7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아직까지 수사기관에 붙잡히지 않고 요새화한 관저 '한남성' 안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이 오늘은 출동하겠지'하는 기대가 매일 배신당하며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이제 점점 진이 빠지다 못해 짜증과 분노가 치밀 지경이다. 정부‧여당에 엄존하는 내란 지지 세력이 끝없이 발호하는 가운데 국민은 늘 불안하고 대외 신인도를 포함한 국격은 나날이 추락하는데 법원이 발부한 영장 하나 신속하게 집행하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 공권력이 이토록 무기력할 수가 있는지 실망을 넘어 절망의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한 매체가 14일 보도한 <공수처·경찰, 윤 체포영장 집행 계획 전면 재검토>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가 포털 메인 뉴스로 배치되자 여론은 터질 듯 끓어올랐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측이 15일을 영장 집행 디데이로 잡았지만 집행 일정이 사전 유출됐다는 이유로 계획을 재논의 중이며, 강제수사 대신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한남동 관저 '방문 조사' 또는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데일리 기사에는 다음 포털에서만 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각종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빗발쳤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복장 터진다." "대체 언제까지 미룰 거냐." "빨리 잡아라 제발." "체포할 생각이 있는 거냐?" "이러다 윤석열 임기 끝나겠다." "죄인 하나 잡는데 이렇게 무능한가."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피가 마른다." "진짜 말라 죽겠다." "나는 반건조 됐다." "이 기사가 진짜라면 이 나라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

 

이데일리가 14일 보도한 '공수처·경찰, 윤 체포영장 집행 계획 전면 재검토' 단독 기사. 포털 다음에서 갈무리

실제로 이날 오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평하며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를 검토하자고 했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에 대해 검찰이 그랬던 것처럼 '황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어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대통령 경호처 측과 3자 회동을 갖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수처 관계자가 "평화적인 영장 집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오갔고, 어떤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논의 내용이 집행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전면 재검토하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이해해 달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시민들의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영장 집행이 자꾸 지체되면서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내란 잔당 및 동조 세력의 일종의 '백래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도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계엄 사태 초기엔 사표를 냈던 정진석 비서실장이 이젠 "사실을 호도하는 정파적 선동, 수사기관의 폭압으로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 경찰과 공수처의 폭압적인 위협에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라고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를 치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도저히 '직무 정지' 상태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2025.1.7. 연합뉴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온갖 궤변과 간계를 내놓고 있는 윤석열 법률 대리인단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터무니없는 기피 신청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하자 "법리에도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다"면서 정 재판관이 스스로 회피해 재판에서 빠지라고 촉구했다. 변론 개시 자체와 기일 지정 등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을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내란 공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우습게 보는 법치 능멸이 점입가경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는 영장 집행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적 수사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며 대놓고 윤석열 체포 포기를 주장했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불구속 임의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아예 "당당히 외치자. 탄핵은 무효다"라고 선동했다. '을사45적'을 포함해 이런 언동을 하는 여당 의원이 부지기수다.

이 밖에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내란 수괴 피의자도 인권이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려고 하는가 하면, 윤석열 체포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 '백골단'은 "백골의 정신은 감추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하고 계승해야 할 것"이라며 명칭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활동하기로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반동 움직임이 기세를 올리면서 여론조사에 보수층이 결집하는 현상도 한층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 모두가 내란 우두머리 체포 및 구속이라는 당연한 법 집행이 한정 없이 지연되면서 빚어진 것이다.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 강경파 수뇌부가 장악하고 있는 경호처가 아직도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기존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며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공수처와 경찰은 이르면 15일 오전 5시부터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2박 3일 또는 그 이상의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을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란 세력의 생떼와 겁박에 끌려다니며 여러 측면에 걸쳐 노정했던 공권력의 지리멸렬상은 추후 반드시 철저하게 복기되고 시정돼야 한다.

 

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개소리' 내뱉는 패거리

1950~1980년대 역사 반복한 21C 극우폭력

민주 절차, 정치적 타협 불신하는 파시즘 후예

권력상실의 두려움과 무한대 권력행사의 욕망

52년 이승만, 72년 박정희, 80년 전두환에 이은 정변

이미 집권 초기부터 윤석열은 발언, 행태, 통치방식이나 외교정책을 통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길을 따라가는 듯했는데, 결국 독재 시기의 유물인 비상계엄까지 끄집어냈다. 그래서 한국은 21세기에도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작년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 포고령, 그리고 이후 내란사건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을 보면 윤석열은 헌법과 실정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적나라한 국가폭력을 행사하려 했다. 일찍이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할 때부터 그들의 국지전과 북풍 시도를 의심하면서 그들의 비상계엄 선포를 예고하고 경고했다. 보통 시민들도 ‘충암파’의 요직 기용, 경호처의 여러 번의 ‘입틀막’ 사건, 그리고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온 ‘폭력의 언어’ 즉 야당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고 지목한 담론을 보고서 정상적인 정치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파국적 탈출구가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을 빈 내란, 즉 친위 쿠데타(self-coup)였다.

1980년 5.18 비상계엄의 기억을 가진 50대 중반 이상의 모든 한국인들은 이 친위 쿠데타, 즉 방첩대, 수방사, 경찰, 심지어 (HID) 북파공작원까지 수천 명의 군인을 동원한 윤석열의 내란 사태와 그가 밝힌 쿠데타의 논리에 대해 기시감을 갖고 있다. 사실 이들은 이미 2016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비상계엄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비상계엄 선포와 유신체제 수립,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2년 5월 이승만의 계엄령 선포야말로 한국 역사에서 나타난 가장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앞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군 병력과 대치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백 명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 쿠데타를 촉구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지에서 시설물을 파손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에 대한 강력 처벌을 천명하고 이번 사태 배경에 전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2023.01.09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31건 발생한 친위 쿠데타

그러나 이번 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결행한 것은 지난 총선 결과가 조작이라고 지속적으로 선전한 극우 유튜버의 알고리즘에 빠진 결과이기도 하고 선거 정치, 법치와 정당정치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극우의 창궐과 폭력, 즉 지구적인 민주주의 퇴행의 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2021년 1월 미국의 트럼프, 2023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도하여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난동사태와 같은 궤도에 있다.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70, 80년대에 잠잠하던 쿠데타는 1990년대 이후 빈발하기 시작했고, 최근 10년 사이에 무려 31건의 친위 쿠데타가 발생했다.

친위 쿠데타는 통상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장악한 권력자가 군사력을 동원하여 헌정을 중단시키고 입법부나 사법부를 완전히 통제하여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선거 등 절차와 제도가 그들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법이나 절차 등 거추장스러운 굴레를 벗어던지고 노골적 힘을 행사할 욕망을 드러낸다. 과거나 현재나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는 대통령이나 정치 세력은 모두 19세기 왕당파, 20세기 파시즘의 후예들인데, 사실 이들은 법, 민주적 절차, 정치적 타협 자체를 불신한다. 더구나 군사력이나 대중적 힘을 동원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적’을 학살해서라도 없애야 한다는 사고구조를 갖고 있다. 그들의 머리와 몸은 가부장주의, 엘리트주의, 인종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로 가득차 있다.

평생 법으로 밥을 먹고 산 윤석열이 헌법이나 실정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이나, 이후에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이나, 법원의 영장집행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는 놀라운 일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우익은 원래 그러했다.

어쨌든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야당과의 대화, 설득과 조정 등의 방법으로는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치 초보생이 자신의 국가 운영능력 부재와 통치력 상실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 극약처방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성취한 나라에서, 일사불란한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대와 검찰에만 몸담으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한 검사 대통령과 전쟁 경험도 없이 오직 권력논리만 몸에 지닌 채 살아온 기성세대 군부 엘리트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환경에서 자란 21세기 청년 병사들을 따르게 할 수는 없었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024.12.5. 연합뉴스


반성 대신 거부권, 친일 반북, 부자감세… 결국은 계엄

사실 박근혜의 탄핵을 겪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민주당의 실정에 편승하여 가까스로 권력을 잡게 되었으면, 대선에서 거의 국민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얻었고,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과 협치의 길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과 비판적인 언론을 ‘적’으로 간주했다. 윤석열은 이재명 야당 대표가 범법자라는 이유로 취임 700일이 넘도록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극단적 성향을 가진 인물들을 각료로 기용했으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대해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편승하여 엉겁결에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과거 군사정권과 유사한 친미, 친일 반북 일변도의 외교정책과 노골적인 부자감세 정책과 반노동 정책, 친원전 정책 외에 새롭게 국가 운영의 방향과 철학을 제시한 것이 없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해 윤석열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2년 반 동안 그의 실정을 묵인 추종했다. 권력권 내부의 비판자나 조언 세력은 모두 사라졌다. 이러한 지도력 부재, 정치력 부재가 노골화된 시점에 그는 최측근들에게 비상계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극우 유튜버의 알고리즘에 빠진 검사 대통령의 머리에는 오직 과거 계엄의 성공 스토리, 극우반공주의, 반북주의와 공안몰이밖에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군사정권의 DNA를 간직한 국민의힘과 관료조직, 보수 언론은 그의 ‘입틀막’ 정치를 비판하지 않았고, 그래서 철 지난 계엄까지 선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과거의 파시즘은 사회주의의 위협을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했지만, 분단 체제하 한국의 우익은 북한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퍼서 권력 유지의 생명수로 활용했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가 “그들(파시스트)은 한 명의 유대인도 없으면 유대인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한국의 역대 우익세력은 한 명의 친북인사가 없더라도 국가보안법을 휘둘러 종북세력을 만들어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 세력은 적이 없다면 적을 만들어 내고, 전쟁이 없다면 전쟁을 벌여서라도 계엄을 선포하려 할 것이다. 이번 윤석열의 경우도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드론 평양 침투 등 전쟁을 유발하려 한 혐의가 있는데, 그것은 과거 국민의힘의 북풍공작을 답습한 것이다.

성공한 듯했으나 결국 비참한 최후 맞은 친위 쿠데타 주역들

오늘날 전 세계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익들도 자유와 시장, 효율을 앞세우고, 분배와 정의를 주창하는 세력을 ‘공산주의’라고 지목하여 혐오 대상으로 설정한다. 여기에다 권위주의 성향의 최고 권력자의 위기의식과 집권 연장 욕망이 결합되면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다. 사실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대통령이 아무리 큰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과거 군주와 같은 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런 조건에서 극우 대통령은 자신의 통제 밖의 국회를 눈엣가시처럼 여긴 나머지 국회 활동을 정지시킨 다음, 자신이 더 일방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 개정, 선거, 언론 통제, 국민 복종을 유도할 유혹을 갖게 되는 것이다.

권력상실의 두려움과 권력행사의 걸림돌 제거가 친위 쿠데타의 기본 공식이다. 과거 이승만은 군부를 동원하여 국회의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좌익을 척결하겠다’고 계엄령을 정당화했는데. 윤석열의 국회의원 체포 시도나 비상입법기구 설립 구상도 동일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의 계엄이 성공했다면 그는 이승만처럼 국회를 해산하고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선관위 직원을 고문해서 선거부정 진술을 받아낸 다음 장기집권을 시도했을 것이다.

친위 쿠데타의 결말은 어떠했나? 트럼프의 국회 난동, 이번의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처럼 실패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승만은 대통령 간선제 헌법 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켜 8년 더 집권했고, 박정희는 유신 쿠데타를 감행하여 7년 더 집권했다. 과거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도 성공해서 몇 년 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결국 국민에 의해 쫓겨났으며, 박정희는 최측근의 총을 맞아 사망했다. 후지모리도 결국 추방되었고, 이후 종신형을 받았다. 친위 쿠데타 자체가 명분이 없는 권력 연장의 의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쿠데타의 주역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1월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해 있다. 비상계엄 해제와 윤석열 탄핵을 거부한 국힘당은 윤석열 내란사태 진압과 수습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언론이 이를 일일이 보도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온갖 ‘개소리’ 내뱉는 쿠데타 일당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했으나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란 세력은 이것을 내전으로 전환하려 몸부림친다. 수사 대상이 된 윤석열은 법원의 영장을 거부하고 있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권력 복귀를 시도한다. 공수처가 그를 체포하러 오면 무력 사용까지 검토하라고 한 것은 내란을 내전으로 확대하여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기독교, 영남, 노인층을 동원하려는 속셈이다. 윤석열 자신과 윤석열의 변호사들은 온갖 거짓말과 ‘개소리’를 매일 쏟아내고 있으며,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은 이들의 ‘개소리’를 충실하게 중계, 확대하여 보도한다.

그들은 선관위와 국회를 폭력으로 점령하여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던 시도를 마치 2시간의 해프닝 정도로 축소하고,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계엄은 ‘원상회복’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평화적인 계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법 위에 있다고 말하고, 아직 판결이 없으니 내란범이라고 부르지 말자면서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고, 법원의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니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주장한다. 법을 전공했거나 평생 법으로 먹고 산 사람들의 발언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소리’들이다.

윤석열이 2년 반 이상 집권하는 동안 그가 심어놓은 행정부, 사법부, 검찰, 경찰, 공수처의 최고위층은 거의 친위 쿠데타에 동조적이고, 그를 대통령으로 올린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은 권력 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내란’이라는 말을 지우고 여야 간의 대선 구도로 전환하려 한다. 그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내란을 내전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일등 공신이 바로 윤석열이 임명한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이다. 그는 내심 윤석열이 복귀하여 그의 친위 쿠데타에 동조, 묵인한 일로 이후 처벌 당할 위험을 차단하거나, 내란이 내전, 혹은 정쟁으로 변해서 국민의힘이 재집권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할지도 모른다. 헌법을 유린한 일이나 국가 유지의 근간인 법치가 무너지고, 국가의 국제적 신뢰도가 무너지고 기업이 무너지고 자영업자들이 모두 가게를 닫고 은행이 파산해도, 자신의 권력만 유지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이들 윤석열이 임명한 최고위 관료들은 한국 주류 보수의 적자들이다.


여러 가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2025.1.11. 이호 작가


2030 젊은이들이 내란세력 극복하고 새 나라 희망 만들 것

원래 진보세력은 부끄러움이라는 가치를 알고 있으나, 윤석열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한다. 국가를 거의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떨어뜨리고도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반성하지 않는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여 살아남았듯이 그들은 윤석열의 탄핵을 최대한 막되, 도저히 못 막으면 그를 버리고 재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을 것이다. 이 내란이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그 어떤 국가 위신도 질서도 법치도 정상적인 경제운영도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그들은 관심이 없다.

이번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광주 5.18 비상계엄의 기억을 가진 시민과 야당이 제대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육사 출신 군부 지도자들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울타리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들이 누려온 과분한 사회적 권력과 대우가 남북한 적대와 냉전, 극우 반공주의 등 한국 사회의 구시대적 잘못된 유산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앞으로도 계속 누리려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국의 정치권, 관료사회, 언론, 종교, 대학에 깊이 뿌리내린 내란 지지세력은 여야의 대립 구도로 전환하기 위해 언제나 이재명을 들먹인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들, 특히 2030 젊은이들은 윤석열의 ‘자살골’로 지난 한 달 동안 생생한 시민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내란세력을 엄격하게 단죄함과 동시에 검찰이나 군부가 더 이상 정치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여러 법과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특권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는 일, 남태령에서 터져 나온 농민과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제도를 수립하는 것 등이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은 당장은 혼란 그 자체이나 장기적으로는 새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입만 열면 거짓말' 윤석열의 25개 프레임 조작

[민언련 특별칼럼]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주도한 여론 호도... 언론도 공범이다


서울구치소 향하는 윤석열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언론의 의제 설정이 대중의 인식과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프레이밍 이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 한남동 관저 공성전에 이르기까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주도한 주요 프레임 조작을 시간 역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국격이 떨어진다'는 프레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을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한 뒤 비슷한 주장이 계속 나왔다. "유혈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안 된다. 애초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이 정권을 지키려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부터 국격이 떨어졌고, 체포영장 집행에 반발해 관저에 틀어박히면서 국격이 계속 떨어졌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말했듯 국격이 걱정되면 스스로 걸어나와서 조사를 받으면 되었다.

국격이 떨어진다는 프레임 ⓒ 아시아경제관련사진보기


2. '탄핵 심판 이후로 미루자'는 프레임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탄핵 심판은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을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 수사는 형사 처벌을 다투는 법적 절차다.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관계가 탄핵 심판에 반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직권남용 등이 불소추 특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파면 이후 수사가 진행됐지만 내란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탄핵 때도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탄핵 인용 전에 구속됐다.

‘윤석열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프레임 ⓒ 동아일보관련사진보기


3. '윤석열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프레임

당연히 모든 범죄 피의자들에게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에게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체포영장은 구속영장이 아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다섯 차례나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청을 뭉갰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공수처에 출석해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면 체포영장을 집행할 일도 없었다. 구속영장은 다음 문제다. 죄질이 중하거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겠지만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방어권 보장은 윤석열 하기 나름이다. 끌려 나와야 하는 상황을 만든 건 윤석열 본인이다.

윤석열 방어권이 보장되야 한다는 조선일보 ⓒ 조선일보관련사진보기


4. '방문 조사로 가자'는 프레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는 이야기다. 윤석열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이라며 출석 요구를 뭉개던 상황에서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정진석 비서실장 주장에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체포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5. '오죽하면 계엄을 했겠냐'는 프레임

지난해 12월 12일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제4차 대국민 담화는 윤석열의 뒤틀린 세계관을 또 다시 드러냈지만, '멘붕'에 빠진 보수진영에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했다. 윤석열은 "거대 야당의 위헌적 조치"에 맞서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을 척결한다"는 건 애초 윤석열의 자의적 판단인 데다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법을 어겼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이날 윤석열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켰고, 둘째, 위헌적 특검 법안을 발의해서 정치적 선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헌법이 정하는 비상계엄의 요건은 아니다.

‘오죽하면 계엄을 했겠냐’는 프레임 ⓒ 경향신문관련사진보기


6. '통치 행위'라는 프레임

윤석열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통치 행위도 헌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3 내란은 헌법이 규정한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 헌법적 결단이란 말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란 주장도 결국 비상계엄이 '폭동'이고 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7.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는 프레임

역시 궤변이다. 헌법 7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폭동'이냐 아니냐가 관건일 뿐 비상계엄을 몇 시간 동안 선포했느냐는 것은 쟁점이 아니다. 게다가 두 시간 만에 끝난 건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됐기 때문이고, 그나마 윤석열이 계엄해제를 선언한 것도 3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더욱이 윤석열은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두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윤석열은 "총을 쏴서라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까지 확인됐다.

8. '탄핵 사유 80%가 날아갔다'는 프레임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윤석열 변호인단은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진영에서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거나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한다"며 논쟁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형사상 내란죄라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게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탄핵 심판은 파면 여부를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는 어차피 형사 법정에서 따로 다뤄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상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고, 비상계엄이 불법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불법이라면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그것만으로도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된다. 현재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굳이 헌재에서 여기까지 다룰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9. '공수처 자격 없다'는 프레임

윤석열이 버티는 이유 중 하나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신청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 사이에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이미 정리된 상태다. 첫째, 내란죄는 경찰에 수사 권한이 있다. 둘째, 검찰은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만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면서 연관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셋째,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 받을 권한이 있다. 지금은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검찰이 빠지고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수사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이상 교통정리는 끝난 상황이다. 왜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느냐는 주장도 쟁점이 될 수 없다. 피의자 윤석열이 불법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닌 데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10. '거야의 폭주' 프레임

더불어민주당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별개의 사안을 물타기하는 것이다. 가수 나훈아가 "왼쪽, 니는 잘했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횡포라는 말로 합법과 불법을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합법이다. 여기에는 어떤 논쟁의 여지도 없다.

‘거야의 폭주’ 프레임 ⓒ 서울신문관련사진보기


11. '탄핵 반대 여론 늘었다' 프레임

탄핵 반대 여론이 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와 비교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높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하락 폭이 크다. 분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니고 윤석열이 체포영장을 거부할 명분이 될 수도 없다.

12.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프레임

가장 강력한 프레임이지만 역시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지금은 명백한 헌정 유린 사태를 두고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누군가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을 가리면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고 시간을 끌 문제도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대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부각하려는 보수언론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13.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프레임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선 순위를 뒤섞으면 안 된다. 5년 단임제의 폐해가 크고 성공한 대통령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윤석열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윤석열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지금은 윤석열의 헌법 위반 범죄를 심판하는 게 한국 사회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을 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는 프레임 ⓒ 한국일보관련사진보기


14. '대통령을 수갑 채워야겠냐' 프레임

‘대통령을 수갑 채워야겠냐’ 프레임 ⓒ 조선일보관련사진보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을 관저에서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이 강제로 끌려나오는 장면이 생중계되거나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경우 야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것도 전형적인 프레임 왜곡이다. 끌려나오고 싶지 않으면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면 됐다. 출석 요구를 뭉개고 있으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유혈 충돌 때 여야는 감당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기도 했다. 유혈 출동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이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수갑 채워야겠냐’ 프레임 ⓒ 조선일보관련사진보기


15. '특검으로 가자' 프레임

일단 특검을 막고 있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을 빼놓으면 안 된다. 특검이 출범하면 그때 가서 수사 자료를 넘겨받으면 된다. 특검에게 맡겨야 하니 공수처가 손을 떼라거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없다. 당장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특검 추천과 임명, 준비 기간까지 20일 이상 걸릴 거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특검으로 가자는 주장을 1면에 싣는 건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16. '합의하라'는 프레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합의가 안 돼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고, 합의가 안 돼서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겠다는 논리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권한이 없다는 프레임도 있다. 헌재 재판관 임명권은 안 되는데, 특검법 거부권은 된다는 주장도 논리적 모순이다. 오히려 특검법 거부권은 적극적인 권한 행사라 자제하는 게 맞고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도 임명을 미룰 명분이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17. '자영업자들 어렵다' 프레임

원인과 결과를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이 원인이고 탄핵은 결과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건 탄핵 때문이 아니라 비상계엄 사태가 수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때문이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국정 공백은 피할 수 없다. 혼란을 끝내려면 탄핵 심판과 진상 조사, 법적 절차를 질서 있게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이게 잘 끝나야 모든 게 정상 궤도로 돌아간다.

‘자영업자들 어렵다’ 프레임 ⓒ 조선일보관련사진보기


18. '불법시위' 프레임

보수언론의 해묵은 레퍼토리다. 도로 점거가 불법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밤을 지새우는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도둑을 쫓고 있는데 무단횡단을 했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게다가 내란죄는 절도죄와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불법시위’ 프레임 ⓒ 조선일보관련사진보기


19. '친중혐오' 프레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8일 외신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자 국민의힘은 '친중매체를 포함한 비밀회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미국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하는 나라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이재명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3월 중국-대만 문제에 대해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하면 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가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보수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는 최소 2년 이상 한국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직후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간첩혐의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을 같은 담화에서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한다"고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윤석열은 한미동맹 강화, 윤석열이 탄핵당하면 한미동맹이 무너지고 친중 이재명이 등장한다는 프레임으로 혐중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20.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프레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을 다들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같은 질문에 같은 말로 답변한 것뿐이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정갑윤(당시 새누리당 의원) : "이런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당시 여주지청장) :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 :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말의 원천을 따지자면, 정갑윤이 최초로 발언한 것이고, 윤석열은 이에 그대로 대답했을 뿐"이라며 "윤석열이 정갑윤에게 이 발언의 저작권료를 줘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갑윤이 말한 '사람'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퇴출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고 윤석열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할 때 '사람'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은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곧 정의라고 믿는 사람이니 채동욱이나 황교안 같은 '사람'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21. '정의의 심판자'라는 프레임

국민들이 윤석열의 실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툭하면 격노하고 한 시간 회의에 혼자 59분을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관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고 이준석과 한동훈 등 여당 대표도 맘에 안 들면 찍어 누르거나 쫓아 보냈다. 윤석열 충성의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김건희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비극이다. 김건희의 일곱 간신들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막고 극우 유튜브의 세계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22. '박절하지 못했다' 프레임

검찰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장학금 600만 원을 받은 것은 유죄라면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300만 원짜리 명품 디올 백은 제재 규정이 없다며 뭉갰다. 윤석열은 "외국 회사 그 작은 파우치"라고 '쉴드'치던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에 앉혔다. "(김건희가) 박절하지 못해서 (명품 백을) 받았다"고 윤석열은 주장했지만 박절했든 안 했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라면 100만 원 이상 선물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김건희는 처벌받지 않지만 윤석열에게는 신고 의무가 있다. 거침없이 휘두르던 법의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23.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다' 프레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다른 공범들은 항소심 선고까지 끝났는데 김건희는 소환 조사 한 번 받지 않다가 지난해 7월 검찰이 방문조사를 한 번 한 게 전부다. 검찰은 결국 김건희를 4년 6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대선 때 TV 토론에서는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사실 공표가 된다. 김건희가 1차 주자조작 때 손실을 본 건 맞지만, 2차 주가조작까지 합치면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한 번도 탈탈 털지 않았고 이제부터 털어야 한다.

24. '부자 감세하면서 건전 재정한다'는 프레임

애초 불가능한 프레임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3년 동안 깎아준 세금이 97조 원에 이른다. 낙수 효과는커녕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떡고물을 나눠 가졌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세수 펑크가 3년 동안 87조 원,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돈을 풀고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윤석열은 건전 재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 지출을 틀어쥐었다. 내수가 죽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소비자 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소매 판매액 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매매일지 ⓒ 슬로우뉴스관련사진보기


25.'노동개혁'이라는 가짜 프레임

태생이 검찰 정권이라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격했다.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찍어눌렀고, 조합원 채용 요구를 문제 삼아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낙인 찍어 공격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편승하는 악의적인 프레임 전략이다. 명백한 표적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화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 가깝지만 안전운임을 적용하지 않으면 과속과 과적, 과로, 야간 운행이 늘고 소득이 줄어든다. 안전운임을 다시 도입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건설노조가 채용에 관여했던 건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고 불법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줄이기 위한 노사 협의의 결과였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도 연장 근로와 위험수당을 더한 개념이다. ILO(국제노동기구)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노조활동을 탄압했다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었던 2년 8개월

윤석열이 집권 절반 지난 시점에 폭주한던 건 결국 김건희 리스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가 한 명리학자를 만나 "저 감옥 가나요"라고 물었다는 게 2023년 12월이다. 김건희특검법이 발의되고 디올백 사건으로 시끄럽던 무렵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 참패했고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명태균게이트가 터지면서 김건희특검법의 수사범위가 더 늘어났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회의를 했던 11월 17일은 명태균이 구속된 지 이틀 뒤다. 11월 24일 윤석열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도 명태균을 언급했다고 한다.

명태균이 12월 2일 윤석열 부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휴대전화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명태균이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탄핵된다"고 했던 말은 사실이 됐다. 명태균 구속은 11월 1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은 12월 14일이었다. 윤석열은 명태균을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명태균은 당원 명부를 빼돌려 여론조사를 했고 윤석열에게 보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크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명태균의 역할은 마치 킹메이커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명태균과 윤석열 부부의 대화에서 뭐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프레임 뒤에 숨은 윤석열의 공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023년 10월 서울시 강남구청장 보궐 선거 직후 "윤석열은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과장된 어법과 끝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자신감이나 자긍심의 발로일 수 없고, 그저 내재된 여러 두려움에 대해 반사작용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강조했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려고 비상계엄으로 폭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을 비판하면 반국가 세력이고 윤석열이 지키고 싶었던 건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 아니라 김건희의 자유와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온갖 핑계를 쏟아냈지만 핵심은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탄핵 심판을 미루거나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거나 이재명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오는 등의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면 버텼던 것다.

보수언론의 프레임 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여전히 <조선일보>의 힘은 강력하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 감시와 비판의 사명을 갖고 있는데 어떤 언론은 플레이어로 뛴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거나 판을 바꾸려 든다. 윤석열 탈출은 '동아-중앙-조선'이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동아일보>는 이태원과 채상병 사건 때부터 돌아섰고, <중앙일보>는 잼버리와 총선 패배 이후 차갑게 식었다. <조선일보>는 비상계엄 이후에도 윤석열 비판보다는 프레임 세팅에 주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 보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기사의 의도를 보고 한 발 물러서서 큰 프레임을 봐야 한다.

언론인들은 개인의 편향을 지면에 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훈련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거나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돼야 한다는 등은 가치 판단의 문제다. 반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언론의 책무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토론을 제안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혼란스러운 길에서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거부하는 내란세력과 이에 맞서는 세력 사이에 정치적 중립이란 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12월 3일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쟁과 토론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에 반대한다"거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편적인 정의의 영역이다. 본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외쳐야 할 때다.

 

'윤의 몰락'을 한국의 고질적 정쟁 탓이라는 일본

한국 대통령들이 퇴임 뒤에 체포, 구속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배경에 무엇이 있는가?

15일 <아사히신문>의 베테랑 기자 마키노 요시히로가 쓴 기사(“끝맺음이 어려운 한국 대통령, 구속의 배경은”)는 그 핵심을 “보수세력 대 진보세력 간의 ‘보복의 연쇄’”로 정리했다. 마키노 기자의 이 기사는 한국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와 대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어서, 오코노기 교수의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들 실패 뒤에 성리학적 이념대립?

기사에는 이런 구절도 들어 있다.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의 구속이 되풀이되는 배경에는, 이념적인 완결성을 중시하는 정치문화가 있다. 왕조시대로부터의 유교적 전통일 것이다.”

“이념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정치문화”, “왕조시대로부터의 유교적 전통”이란 구절은 일본 식민주의 역사관에서 곧잘 들먹이는 조선시대 성리학과 사색당파의 폐해를 연상시킨다. 다른 어디에도 없는 조선(한국)만의 고질적인 (그리고 후진적인) 성리학적 이념대결이 그 뿌리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면서 기사는 대결적 한국정치의 양대 세력을 “친미적이고 국제협조적인 보수 반공세력”과 “민족주의적이고 북한에 융화(유화)적인 진보세력”으로 정리, 대조한다. 이 기사가 ‘세력’으로 뭉뚱그린 것의 현실정치상의 실체를 대표하는 것은 ‘국민의힘당’(국힘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다. ‘국제협조적’이란 말은 일본과 미국에 협조적이란 얘기다. 민주당이 국제협조를 거부하는 당은 아니니까. ‘민족주의적’이란 말은 일본과 미국에 비협조적이란 의미다. ‘북한에 융화적’이란 말은 윤석열 씨가 얘기한 ‘종북좌파 반국가세력’과 상통한다. 결국 위의 구절은 ‘친일 친미적인 보수반공 국힘당’과 ‘반일반미적인 진보 민주당’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도식은 실체가 아니라 일본이 바라보는 한국의 정치지형이다.

끝맺음이 어려운 한국 대통령, 구속의 배경은.   아사히신문  1월 15일

한국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위험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최근 ‘한국사태’에 대한 일본 쪽의 반응들을 보면, 단순명료하게 도식화된 이런 대립적인 한국정치 개념이 일본 지식계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반인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한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마치 적국과 우방국 대하듯 한다는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친북좌파로의 퇴행으로 보며 매우 위험시하고 심지어 적대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고질적 대립구도 때문에 앞으로도 “모든 분야에서 타협하지 않고 경쟁하는 장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같은 날 아사히의 다른 기자가 쓴 관련 기사에서 한국 어느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면 대립과 분단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매우 비관적이다.

이는 바로 이런 한국 정치상황이 “한일관계에 끼칠 영향은?”이라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진다. “탄핵정국 이후 진보세력은 대일 비판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권이 수립될 경우 언제까지 대일 협조가 지속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획기적인 대일 유화론자였던 윤석열 정권이 물러나고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지금과 같은 한국의 ‘대일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인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일 협조외교에 대해 일본 쪽이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호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친일반민족’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전면적인 대일 유화론자였던 윤석열 정권의 등장이 가져다 준 최선의 기회에 놀라고 기뻐하며 그것을 적극 활용했지만, 상응한 대한 유화조치로 윤석열 정권을 지원해 주지 못해 결과적으로 그 기회를 날려 버리게 만든 일본 위정자들에 대한 원망이 묻어난다.

이런 시각에는 또 문제를 만들어낸 쪽이 일본 자신이 아니라 한국이며, 한국의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한일관계가 바뀐다는 전도된 관념이 뿌리박고 있다. 자신이 문제를 만들어내고도 스스로 그것을 제대로 풀겠다는 의지 없이, 상대의 변화를 보며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만 살피는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자세가 일본의 한국관에 짙게 배어 있다.

일본 매체 가운데 한국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아사히의 이런 시각은 일본의 일반적인, 그리고 비교적 ‘건전한’ 한국관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 우파들은 여전히 한국의 정권교체나 탄핵을 민주주의의 역동성이 아니라, 미숙한 민주주의, 후진적이고 저열한 시민의식의 소산으로 치부하며 경멸하거나 위험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 우파 매체들에 등장하는 다수 논평자들의 시각이 그러하다.

‘역사적 현실’이 빠져 있는 일본의 한국관

오코노기 교수와 마키노 기자의 한국관 내지 한국정치에 관한 생각에서 빠져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는 역사 내지 역사적 정의(正義)다.

최근에 출간된 <미군 점령 4년사>(송광성, 나무이야기)에 영국인 역사학자 존 할러데이의 다음과 같은 경구가 인용돼 있다.

“남한은 1950년 6월에 북한에 침공당한 것이 아니라 1945년 9월에 미국에 침공당한 것이다.”(203쪽)

일본의 패전으로 한국은 해방되고 독립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점령군 미군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한반도가 미군 내지 미국의 지배를 받아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었다. 단지 일제보다 힘이 더 센 미국이 대신 이 땅을 접수했고, 미국의 대일전쟁 참전 요구에 응한 소련에게 그 몫으로 절반(패전국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을 떼어 준 것이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 자유와 권리를 일제에 이어 미국에 의해서도 박탈당했다.

그 과정에서 일제 조선총독부는 1945년 9월 8일 미군이 이 땅에 들어오기 전부터 미군 점령 이후의 한반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손실을 최소화할지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그들은 냉전을 시작한 미국의 철저한 반공주의, 그리고 토착세력(민족주의세력)의 독립적 정치세력화를 용납하지 않은 점령정책에 영합하는 전략으로 미 점령군에 접근해 미국의 지지를 얻었다. 한국에 아무런 정치 사회적 기반이 없었던 미국은 조선총독부의 제도와 정책, 그들이 키운 인물들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해방된 조국’에서 대중적 질시와 반감 속에 불안에 떨던 친일 부역세력도 ‘반공’의 기치 아래 미국에 투항하면서 하루아침에 애국자, 민족주의자로 변신했다. ‘반공’이 친일부역죄에 대한 면죄부였다.

 
일본제국 강점기에서 미 점령군 강점기로

친일 지주 자본가들 중심의 한민당이 그랬고, 백범이 이끈 보수 항일 민족주의세력인 한독당도 결국 미국에 투항했다. 진보적 민족주의세력은 철저히 탄압당해 남한에서 멸절되거나 북으로 피난했다. 미국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인물은 가장 친미적이었고 국내 정치기반의 없던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은 미군의 지원과 친일 부역세력과의 동맹을 통해 최종 승자가 됐다.

제주 4.3과 여순 ‘반란’사건, 대구 10월 항쟁 등이 일어나고 처참한 유혈진압이 되풀이된 것은, 왕조시대 이래의 성리학이나 유교문화 전통 같은 추상적 이데올로기 대립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그런 정치 사회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해방 정국에서 대다수 대중이 바랐던 가장 시급한 조치는 친일 부역세력을 징벌, 배제하고 그들에 저항했던 세력 중심으로 새 나라를 세우고 주린 배를 채워 주는 공평한 경제사회 정책이었다. 기득권세력은 그들의 그런 염원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허무는 위협으로 읽고 철저히 탄압했다.

일본 우파와 한국 우파, 닮은꼴

냉전에 대비한 반공국가 수립이 제1차적 목표였던 미 점령군과 거기에 영합한 이승만은 한국 대중의 기대를 배신하고 친일 부역세력과 손잡고 그들의 기득권을 옹호했다. 제주 4.3과 여순 ‘반란’, 대구 10월 항쟁 등의 빈발했던 대중 봉기는 거기에 대한 저항이었다. 좌익 당파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작이 일부 거기에 개입했지만, 그것은 부수적 요인이었을 뿐이다. 그들의 공작 때문에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들이 일어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작이 일부 먹혀들어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해방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족주의 ‘좌파’세력이 8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도, 대중이 사회주의 등 좌파 이데올로기나 이념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진보적인 민족주의 세력이 한시라도 빨리 올바른 세력이 올바른 나라를 세우기를 바랐던 그들의 염원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황은 중국 공산혁명이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서방과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저항한 민족해방투쟁이었고, 베트남전쟁이 사회주의혁명을 위한 싸움이었다기보다 프랑스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 침탈에 대한 민족해방투쟁이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것을 종북 좌파 ‘빨갱이’ 탓으로 모는 몰역사적인 언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정책을 정당화하고 실패를 감추기 위한 우파들의 상투적인 프로파간다일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씨의 그 숱안 친일적, 반공주의적 언사들에서도 그것은 그대로 드러난다.

놀랍게도 일본 우파들과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는 한국 우파들은 매우 닮은 역사관과 정치관, 철학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보수와 진보(혁신)라는 대립구도는 이런 역사적이고 체험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오코노기 교수나 마키노 기자가 얘기하는 성리학이나 사색당파의 전통, 유교적 문화 따위의 추상적 개념으로 한국 정치사회의 대립 구도를 설명하는 몰역사적인 해석은 어불성설이다. 그것으로 표면적 현상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저의 본질을 파악하는데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런 이해는 한국 역사에 대한 무관심, 무지 탓일 수도 있고, 일제의 침략과 강점이라는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한 무관심 내지 무지 탓일 수도 있다. 심지어 그것을 숨기기 위한 의도적인 물타기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윤석열 구속과 정권의 퇴장을 걱정하는 일본의 무책임한 관찰자적 시선들이 그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오늘날 일본 지식인들이나 일반인들의 왜곡된 한국관에는 이런 역사적 사실, 일본의 책임 문제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도덕적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 ‘친일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의 역사다.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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