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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5년 4월21일 ~

by 이성근 2025. 4. 20.

지귀연 판사의 결정은 윤석열 특혜다" 63.8%

여론조사꽃] "윤석열 재구속해야" 62.4%

대선후보 적합도, 이재명 48.2% 압도적 선두

한덕수 11.4% 2위지만 '출마 부적절' 67.5%

여론조사꽃’이 4월 18~1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3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 응답자 이념성향: 진보 255 중도 417 보수 259, 기타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재판을 ‘특혜’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귀연 판사는 지난 14일 1차 재판에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에게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과 80분 이상의 법정 발언을 허용하고, 법정 내 촬영은 불허하는 등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한 ‘여론조사꽃’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63.8%가 지 판사의 해당 결정을 ‘특혜’라고 평가했으며, ‘특혜가 아니다’는 응답은 28.1%에 그쳤다.

 


40대 50대는 80% 안팎 ‘윤석열 재판은 특혜’, 무당층도 절반이 ‘특혜’

권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특혜’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특히 호남권에서는 82.2%가 ‘특혜’라고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경인권(66.2%), 서울(64.0%), 부·울·경(63.9%)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60%를 넘겼다. 대구·경북은 ‘특혜가 아니다’ 50.4%, ‘특혜’ 44.7%로 특혜가 아니라는 응답이 다소 높았으나 격차는 5.7%p로 크지 않았다.

연령별로도,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특혜’라는 응답이 앞서거나 우세했다. 특히 40대(81.1%)와 50대(78.5%)에서는 10명 중 8명가량이 ‘특혜’라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64.2%)과 여성(63.5%) 모두 ‘특혜’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당 지지층 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의 92.3%가 ‘특혜’라고 응답해 지귀연 판사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특혜가 아니다’는 응답이 66.2%로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무당층에서도 ‘특혜’ 50.0% 대 ‘특혜가 아니다’ 33.3%로, 16.7%p 차이로 ‘특혜’ 인식이 더 많았다.

윤석열 재구속 필요성도 10명 중 6명 이상 ‘재구속 해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의 재구속 필요성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62.4%가 윤석열을 ‘재구속해야 한다’고 답해, 10명 중 6명 이상은 재구속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구속할 필요 없다’는 응답은 34.1%로 조사됐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권역에서 ‘재구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호남권(87.2%), 경인권(66.4%), 부·울·경(61.9%)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구속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대구경북은 ‘재구속할 필요 없다’는 응답이 58.0%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재구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4.9%가 윤석열을 ‘재구속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 85.5%는 ‘재구속할 필요 없다’는 응답으로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무당층은 ‘재구속해야 한다’ 44.9%, ‘재구속할 필요 없다’ 41.4%로, 3.5%p의 격차로 재구속 찬성 응답이 소폭 앞섰다.

정권 연장 28.0% vs 정권 교체 67.5%

6.3 대통령 선거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67.5%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28.0%가 ‘정권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해 ‘정권 교체’ 의견이 39.5%p 더 높았다.

 


권역별로는 호남권에서 90.3%가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응답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울(66.6%)과 경인권(70.9%), 강원·제주(81.7%) 등 대부분 지역에서 교체 여론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정권 교체’ 48.4% 대 ‘정권 연장’ 49.3%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연령대별로도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정권 교체’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50대(84.5%)와 40대(82.0%)에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교체를 요구했다.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정권 연장'(48.8%) 응답이 ‘정권 교체’(41.3%)를 다소 앞섰다.

무당층에서도 ‘정권 교체’ 63.6%가 ‘연장’ 18.4%를 45.2%p 차 압도

직업별로 살펴보면 경제활동층에서도 자영업층의 67.9%, 화이트칼라층의 75.7%, 블루칼라층의 69.8%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당 지지층 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8.3%가 ‘정권 교체’, 국민의힘 지지층의 78.3%가 ‘정권 연장’을 지지했고 무당층에서는 ‘정권 교체’ 응답이 63.6%로 ‘정권 연장’(18.4%)보다 무려 45.2%p 앞섰다.

이념성향별로도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진보층(92.3%)과 중도층(73.4%)에서는 ‘정권 교체’ 의견이 다수였고, 보수층에서는 ‘정권 연장’ 응답이 61.9%로 우세했다.

압도적 선두 이재명(48.2%), 대구·경북과 70세 이상에서도 1위

대선 주자 적합도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8.2%로 독보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1.4%를 얻으며 2위에 뛰어올랐다. 그러나 1~2위 간 격차는 36.8%p. 이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6.6%)이 3위로 약진했고, 기존 2위권을 유지하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5.7%의 지지율에 그쳐 4위로 하락했다. 그 뒤를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4.8%),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2.4%), ‘이낙연 전 총리’(2.0%),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1.9%), ‘김동연 경기도지사’(1.8%),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7%),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0.8%), ‘김경수 전 경남지사’(0.6%), ‘그 외 다른 인물’(0.4%), ‘적합한 인물 없음’(9.6%)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모든 권역에서 ‘이재명’이 1위를 기록해 전국적인 강세를 입증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60대 이하 모든 연령층에서 ‘이재명’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지켰고, 70세 이상에서도 28.7%로 1위를 기록하며 ‘한덕수’(23.7%)를 5.0%p 차이로 앞섰다. 다만, 18~29세에서는 ‘이재명’(26.9%)과 ‘적합한 인물 없음’(26.3%)이 팽팽했으며, ‘홍준표’(13.8%), 한덕수(7.3%), 안철수(7.1%)가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층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명’ 지지율이 86.4%에 달해 사실상 독점적인 지지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덕수’(32.5%), 홍준표(18.5%), ‘김문수’(16.3%), ‘한동훈’ (14.0%), 없음(4.9%) 등으로 지지율이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무당층에서는 ‘적합한 인물 없음’이 46.6%로 가장 높았으며, ‘이재명’(10.9%), ‘한덕수’(8.7%), ‘홍준표’(6.2%), ‘김문수’(4.0%) 순으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는 81.2%가 ‘이재명’을 선택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보수층에서는 ‘한덕수’(25.1%)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이재명’(15.8%), ‘홍준표’(14.8%), ‘김문수’(13.4%)가 경합을 벌였다. 중도층에서도 ‘이재명’이 과반(50.4%)을 얻으며, ‘한덕수’(8.1%), ‘한동훈’(6.3%), ‘홍준표’(5.7%)를 압도했다.

한덕수 대선 출마 ‘적절하다’ 27.0% vs ‘부적절하다’ 67.5%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7.5%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27.0%로, ‘부적절’이라는 응답이 40.5%p 더 높았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앞서거나 우세했다. 특히 호남권에서 76.0%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부·울·경(69.9%), 경인권(69.0%), 서울(68.8%)에서도 10명 중 7명 가까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부정 응답 비율이 가장 낮은 대구·경북에서도 ‘적절’ 39.8% 대 ‘부적절’ 51.4%로 나타나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11.6%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전 세대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특히 40대(84.0%)와 50대(85.6%)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남녀 모두 ‘부적절’ 응답이 우세한 가운데 18~29세 남성층만은 ‘적절’ 52.4% 대 ‘부적절’ 37.0%로 응답해 유일하게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격차:15.4%p).

정당 지지층별로는 입장 차이가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93.5%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3.8%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무당층은 ‘부적절’이 44.6%, ‘적절’ 39.5%로 5.1%p 차이로 부정적 인식이 소폭 앞섰다. 이념 성향에 따라서도 출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진보층(89.0%)과 중도층(75.0%)에서는 ‘부적절’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인 반면, 보수층에서는 ‘적절’ 54.5%, ‘부적절’ 40.3%로 나타나 ‘적절’ 응답이 앞섰다.

중도층 민주당 지지세 '탄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0.5%p 하락한 49.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1.0%p 상승하며 31.1%, ‘조국혁신당’은 4.7%로 1.6%p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는 18.0%p였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산 지지율은 53.8%로 ‘국민의힘’ (31.1%)을 22.7%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강원·제주에서 12.7%p 상승했지만 호남권(7.5%p↓)과 서울(4.6%p↓)에서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5.8% 상승했고, ‘조국혁신당’은 호남권에서 6.2%p 지지율이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호남권, 강원·제주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층에서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다. 중도층에서 ‘더불어민주당’은 0.4%p 상승한 54.3%, ‘국민의힘’은 5.2%p 상승한 24.2%로 집계돼, 양당 간 격차는 30.1%p로 나타났다. 이는 중도층 내 ‘더불어민주당’ 우세가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탄핵반대 그분들 지금 뭐 하시나 

 

4월8일 서울 한남동 관저 근처에 모여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시사IN 조남진

“아저씨, 이 번호로 전화했어요? 여기 1000만명만 전화하면 대통령님 탄핵 취소돼.” 4월8일 저녁 7시30분경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3번 출구 앞, 한 70대 여성이 무리지어 모인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그가 동참을 권한 전화번호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시작한 ‘국민저항 전화서명’이었다. “이미 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오자, 이 여성은 이렇게 덧붙였다. “지인들한테도 하라고 해요. 우리 대통령님 다시 살려야 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탄핵한 지 엿새째, 여전히 윤석열 파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였다. 이날 탄핵을 반대하는 청년단체 ‘자유대학’은 이태원부터 윤석열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한남동 관저까지 행진 집회를 열었다. 행진에 참여한 1000여 명 가운데 일부는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피켓을 들고 들뜬 기색을 보였다. 선두에 선 주최 측은 마이크를 들고 “집회신고를 1000명만 했는데 내가 애국시민들을 얕본 것 같다. 1000명이 아니라 1만명이 온 것 같다”라고 소리쳤다. 청년단체가 마련한 자리였지만, 참가자 절반은 중장년층이었다. 이들 중장년층 참가자들은 행진 대열을 바라보며 “참 기특해. 나라를 구할 청년들이야”라며 응원했다.

그러나 대오 사이사이에서 낙담한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다. 한남동 관저 근처 편의점에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은 “이 많은 사람이 파면 전에 국회나 헌재를 갔어야 한다. 이미 (파면)돼버렸는데 어쩔 거냐”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어머니와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8대 0으로 선고가 나서 크게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5대 3 아니면 4대 4가 나올 줄 알았는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들의 발언도 동상이몽이다. ‘자유대학’ 소속 광주대 학생 조태희씨는 “헌재 판결은 재심이 불가하지만, 정형식 재판관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나오면 재심할 수 있다. 윤 어게인!”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같은 연단에 선 심재홍씨(탄핵을반대하는대한민국청년 모임 소속)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그 정신을 잇는 후보를 원하지 않나”라며 조기 대선을 의식한 발언을 남겼다.

윤석열 탄핵으로 극우 세력은 혼란에 빠졌다. ‘탄핵 반대’라는 구호 아래 하나로 결집했던 일군의 세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인용 이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을 잃은 모습이다. 선고 이전에는 탄핵 반대 세력이 헌재 판결에 불복하고, 이들의 반발이 폭력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헌재 판결에 즉각 반발하며 법치주의에 반대되는 과격한 반응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 인물이 이른바 ‘광화문파’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그는 윤석열 파면 직후 열린 4월5일 광화문 집회에서 “이 판결은 사기다”라며 탄핵심판 판결 불복을 선언했다. 4월8일 자유대학 주최 집회에 선 유튜버 안정권씨 역시 “탄핵에 불복한다. 빨갱이들의 판결을 인정해야 하나. 대통령님도 선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바람 빠진 ‘풍선 극우’

그러나 이들 강경파 극우의 목소리는 대규모 동원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 헌재 판결에 대한 인정 여부, 이후 행동에 대한 판단, 추후 노선 정립,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구상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강경파와 달리, 상당수 인사들은 ‘현실론’을 앞세우며 다가오는 대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하자 국민변호인단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당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던 ‘대통령 직무복귀 환영집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민변호인단 김정희 기획실장은 4월7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결과에 승복해야지, 여기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통령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윤석열 반탄 집회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일단 ‘탄핵 결과 승복’을 입에 올렸다. 1인 미디어 ‘전한길 뉴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전씨는 4월7일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개헌을 통해 헌재가 가루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이하 부방대)도 SNS를 통해 최근 모집 공고를 올렸다. 박윤성 부방대 사무총장은 “회원 배가 운동과 대선 공정선거 감시단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극우 유명인사들이 곳곳에서 새 깃발을 들고 전략을 구상하는 한편 상당수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방향을 잃고 낙담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무엇보다 ‘세가 줄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4월8일 한남동 관저 인근 집회에서 만난 한 30대 초반 여성은 “헌재 판결 이후 상실감에 말도 못했다. 대선후보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탄핵 반대 선언을 조직한 박준영씨(24)도 “학교(연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파면 전에는 탄핵 반대 여론이 상당했는데, 파면 이후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 사이에서 막연하게 흘러나오는 구호가 있다. 바로 ‘윤 어게인’이다. ‘윤 어게인’은 4월5일 수감된 김용현이 서신을 통해 주장한 단어다. 그런데 탄핵소추 인용 이후 극우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윤 어게인’은 조금 다른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윤석열의 재출마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윤석열의 정치적인 모든 것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구심점을 잃은 이들에게 ‘윤 어게인’은 방향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으로도 사용된다. 6월3일 조기 대선에서 “윤석열이 지목한 사람을 지지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유대학 대표 김준희씨(24)는 4월7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현재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면 지지할 의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 ‘신계몽령TV’는 4월4일 영상에서 윤석열에게 “뭐라도 좋으니까 액션을 취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 사이에서 잠시 움츠러들었던 극우 세력이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대통령 파면 후 세이브코리아 집회의 종료를 선언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4월8일 손 목사는 세계로교회 유튜브를 통해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도록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한동훈은 정계를 떠나야 한다”라며 대선에 관한 의견을 표출했다.

선 긋다가 다시 손 내미는 국민의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미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한 상태다. 4월10일 현재 한동훈·안철수·김문수·오세훈 등 주요 주자들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을 대비하는 당 차원에서 ‘윤 어게인’에 준하는 메시지를 내기란 어렵다. 오히려 탄핵 선고 이후 태세를 전환한 정치인도 보인다. 인요한 의원이 대표적이다. “(비상계엄)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심정은 이해한다”라고 계엄 선포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며 내내 탄핵 반대 의견을 고수해온 그는, 4월4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계엄은) 논리적으로나 합법적으로 봤을 때 현명하지 못한,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4월4일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그간 탄핵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온 나경원 의원이 “이런 결과(파면)가 나올 가능성을 예상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1일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시사IN 이명익

동상이몽과 중구난방. 한때 윤석열이 기대던 극우 여론의 ‘본모습’이 탄핵심판 선고 직후 드러났고, 이들 극우의 힘을 빌리려던 국민의힘 역시 아직까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거리에서 확인된 극우의 에너지가 소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이들을 묶는 하나의 구심점은 ‘반(反)이재명’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섰던 서울 거주 자영업자 이상운씨(35)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에서 경선을 통해 나온 한 후보에게 집중해야 한다. 제일 문제는 제2후보가 난립해 이재명이 당선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병찬 파주 운정참존교회 목사도 4월8일 세계로교회 유튜브에서 “대선이 다가왔다. 가장 옳은 것은 이재명을 이기는 것이다.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라고 설교했다.

소멸하지 않은 극우의 에너지를 제도권 정치에서 동원하려는 정치인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9일 TV조선에 출연해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그만두면서 (윤석열에게) 전화했다. 잘 해보라, 고생 많았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대구경북권 탄핵 반대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4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윤석열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 “(윤석열이 내게)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대통령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고 당부하였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일정은 5월3일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윤 어게인’으로 확인된 ‘방향 제시를 기다리는 극우의 바람’을, 여당 후보가 자극하고 이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시사인 

https://www.youtube.com/watch?v=FDRAEDIyMNk

깃발 꽂고 전진 - 광장에 선 청년들 2025422PD수첩

감사원 "문 정부, 예산·인사 압박하며 주택통계 왜곡 지시" / SBS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고,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왜곡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1월부터 202110월까지 모두 102차례 통계 조작을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겁니다. 당시 청와대는 통계법상 공표 전에 통계 자료를 미리 제공 받을 수 없었지만, 사전에 이를 받아 통계 수치를 조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8월 서울 지역 집값 변동률이 0.67%로 보고되자, 청와대는 용산과 여의도 개발계획 보류 발표와 8·27 대책을 반영해 수치를 낮추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확정된 수치는 0.45%로 공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상반기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나타나자,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집값 변동률을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예산 삭감과 인사 조치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원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부동산원 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고, 부동산원 단체 대화방에서는 "국토부에서 낮추라고 한다", "폭주를 하네요. 갑질 시전, 최근에는 대놓고 조작하네요"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1911, 청와대와 국토부 외압으로 통계가 왜곡됐다는 정보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접수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묵인됐습니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이 주택 분야뿐만 아니라 가계소득과 소득 불평등 관련 통계에서도 일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감사원은 통계 왜곡과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 부동산원, 통계청 관계자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와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SBS 뉴스

 

윤석열에 넘어지고 트럼프에 얻어맞은 한국 경제

통상 전쟁으로 인해 대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수출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도 더디다. 위기를 돌파할 만한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

미국이 관세를 발효한 4월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달러당 148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연합뉴스

윤석열은 파면했지만 한국을 둘러싼 대외 경제 환경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4월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내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나라 밖으로 향하는 수출도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여전한데, 트럼프발 미국 관세 폭풍이 통상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틀 뒤인 4월9일,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로 인해 환율이 요동쳤다. 이날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달러당 1484.1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준다. 다만 환율로 표현되는 통화가치는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초만 해도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흐름으로 인해 고환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 움직임은 달러 강세만 가지고 설명하기 어렵다. ‘달러의 가치’를 표현하는 ‘달러 인덱스(DXY)’라는 지표가 있다.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측정한 결과다. 올해 1월13일만 해도 달러 인덱스는 109.96을 기록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통상 전쟁 점화로 인해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는 점차 떨어졌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본 결과다.

상호 관세를 발효한 4월9일, 달러 인덱스는 102.9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과 달러 인덱스는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4월9일에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달러화가 가치 하락을 겪고 있지만, 원화는 그보다 더 크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100엔당 85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4월8일 1018.53원까지 오른 것도 유독 ‘원화만 약세’인 현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환율이 드러낸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원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한국 경제의 내우외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적 요인과 국외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당면한 위기는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다. 미국이 발효한 한국의 상호 관세율은 25%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4월9일(현지 시각) 중국을 제외한 75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발표해 당장의 충격은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기본 관세 10%만 부과), 여전히 트럼프가 쏘아 올린 통상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한국 수출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거래량 전반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에 대해서만은 관세를 유예하지 않고 125%까지 올렸기 때문에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겹겹이 악재다.

4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AP Photo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위안화 동조 현상’이다. 원화는 국제무대에서 중국 위안화와 상관관계가 큰 통화로 분류된다. 우리 경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그렇게 믿고 거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경우다. 중국이 미국에 파는 물건 하나가 10달러라고 가정해보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기존 중국산 제품은 약 22.5달러로 판매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1달러당 7위안이던 위안·달러 환율이 8위안으로 오를 경우, 달러화로 표시된 물건 가격은 10달러에서 8.75달러로 떨어진다. 관세를 매긴 최종 가격도 약 19.69달러로 내려간다(물론 이는 단순화한 계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관세 효과를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4월9일 중국 인민은행은 1달러당 고시 환율을 7.2066위안으로 발표해 ‘위안화 절하’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달러당 7.2위안은 외환시장에서 ‘중국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수치다. 만약 우려대로 위안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경우, 이와 ‘동조하고 있는 통화’로 평가받는 원화의 가치 하락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이와 같은 환율 전쟁으로 대응할 경우, 관세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중국은 4월10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84%까지 올린 가운데 글로벌 통상 전쟁을 ‘환율 전쟁’으로 확전시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가 단순히 우리만 잘한다고 풀리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트럼프의 존재감 때문에 통상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내부적인 문제 역시 위중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전쟁 전부터 유독 전 세계 통화 가운데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과 2025년 1월 사이 ‘달러화 대비 절하율’은 일본 엔화(26.8%), 노르웨이 크로네화(22.2%)에 이어 원화(17.9%)가 3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취임 전까지도 유독 한국 원화에 대한 평가가 더 나빴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원화 약세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반) 취약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12·3 쿠데타까지 발생했다. 비록 윤석열 파면으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저성장 고착화라는 문제가 남는다.

2월25일,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는 대내적 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었다”라고 지적한다. 쿠데타로 얼어붙은 경제심리는 윤석열이 파면된다고 해서 곧바로 풀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나 경제심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12·3 쿠데타 이전만 해도 한국은행은 2024년 4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내수 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이 기간(4분기) 동안의 실질 성장률이 0.1%로 밑돌았고 그 여파는 올해 상반기 동안 완만하게 완화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진단한다.

실질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건설투자는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2.7% 감소했고, 올해도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PF 부실 여파뿐만 아니라 지방 아파트 대규모 미분양 사태처럼 위험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건설·토목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충북 지역 최대 건설사인 대흥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올해에만 중견 건설사 9곳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고 건설투자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위험이 크다. 개별 시행·시공사 입장에서 사업성을 확보해야 투자를 벌이는데, 이들의 사업 시도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는 데 걸림돌이 된다. 딜레마 관계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낮출 경우, 동시에 낮은 금리가 가계부채를 늘려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 같은 금융안정과 경기부양 사이의 딜레마를 자주 언급했다. 4월3일 ‘한국은행-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대담에서도 이 총재의 이 같은 인식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날 이 총재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금리를 낮추면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가거나 해외 주식으로 가는 등의 문제가 생겨 통화정책을 하기 굉장히 어려워진다”라며 통화정책(금리 조정)의 한계를 언급했다.

대선 앞두고 거세지는 추경 요구

최근 트럼프의 관세 폭탄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체된다는 점도 우리 통화 당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는 관세를 부과함과 동시에 금리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4월5일(현지 시각)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실업률 상승 위험도 높다”라고 말했다. 관세로 인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참여연대, 금융소비자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생 회복 위한 추경과 민생 5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물가를 끌어올린다. 통상 전쟁으로 인해 무역 거래량이 줄고 실업이 늘어날 경우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과감하게 내리기 어렵다. 미국의 현 기준금리는 최대 4.5%, 한국은 2.75%로 1.75%포인트 금리차를 보이는데,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릴 경우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

나라 밖에서는 통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나라 안에서는 소비도, 건설투자도 늘릴 길이 막막하다. 그렇다고 금리를 내려서 돈을 풀기엔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안정 문제가 걸림돌이고, 자칫 환율을 더 자극할 위험도 있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계든 기업이든, 자연스럽게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4월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조원 규모 추경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충격에 따른 피해 회복을 위한 집행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추경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4월9일 금융소비자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앞에 모여 “30조원 이상 추경이 편성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추경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증액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차기 정부의 2차 추경’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기 대선의 핵심 어젠다는 여전히 ‘내전 종식’이다. 그러나 내우외환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 역시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다급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1분기 GDP -0.2% 역성장3분기 만에 또 뒷걸음질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2% 줄어, 3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 자료를 보면,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0.2%로 뒷걸음질을 하고, 3분기와 4분기에는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뒤 이번에 다시 역성장을 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 감소했다.

한은 자료 갈무리

앞서 한은은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영남권 산불 발생 등을 원인으로 든 바 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경기 흐름이 나빠졌다. 민간소비가 서비스 소비(오락문화, 의료 등) 부진으로 0.1% 감소하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3.2% 줄고, 설비투자도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가 줄어 2.1%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 수출이 줄어 전체 수출이 1.1% 감소하고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4% 줄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밑돌았다.

한겨레 정남구기자

 

이재명의 경제 책사' 말에 깜짝 놀라...진보학자가 왜 갑자기

[넥스트 대한민국] 새 정부가 펼쳐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 세 가지

바야흐로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다. 양대 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고, 진보당과 개혁신당은 이미 후보를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질 텐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분위기를 굳히려는 측과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려는 측이 어떤 선거 전략을 구사할지 자못 궁금하다.

정치적 공방이나 네거티브 전술이 주를 이룰 공산이 큰데, 그렇더라도 선거전략의 중심이 후보의 정책 공약이라는 점은 변하기 어렵다.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이끌고 갈지 판단하려면 그의 이미지나 떠도는 소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후보가 어떤 정책 공약을 제시하는가인데, 공약 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제정책 공약이다.

대통령이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큰 집의 살림을 맡아 꾸려나가야 하는 존재다. 그가 엉터리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면, 수많은 국민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가 좋은 경제정책으로 나라 살림을 충실히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의 주머니도 두툼해져서 많은 국민이 의식주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윤석열, 대한민국호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다

최근 우리 국민이 팍팍한 삶을 이어가며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내란을 일으켜 영구 집권을 꾀했다는 것 외에도, 집권 후 3년 동안 엉터리 경제정책으로 나라 살림을 망가뜨린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부자 감세 남발로 세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소위 '건전재정'을 핑계로 복지지출, R&D 지출, 경기 활성화 지출 등을 위축시킴으로써 경기침체와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비정규직 대책을 외면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나빠졌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침체를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투기 억제 장치를 전면적으로 폐기함으로써 시장에 의한 가격 안정화는 저지되고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났다. 자영업자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해도 철저히 외면했다. 12.3 내란 전부터 대한민국의 경제는 크게 무너지고 있었다. 유례없는 성장률 하락과 국가채무 증가, 원화 가치·주가 하락은 경제 붕괴의 상징적 징표다.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꾸리는 일꾼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윤석열은 3년 동안 대한민국호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내란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엄청나게 고조시키는 바람에 대한민국호는 휘청거리기까지 하고 있다. 방향을 잘못 잡고 달려온 휘청거리는 배를 안정시켜 제자리로 돌려놓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제 항로로 되돌아오는 배를 가속하는 일이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공허감 느껴지는 이재명 진영의 성장중심주의

이하의 논의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 진영이 내놓는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분배보다 성장을 앞세우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은 유종일 박사(그는 수십 년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주창한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다)<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성장친화적 분배를 해야" 한다며 AI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성장과 통합'은 내부 진통으로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내부 정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나는 두 사람의 입장 변화가 한국 정치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결과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억강부약과 대동세상을 강조해 온 이재명 후보의 소명 인식이 사라졌을 리야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왜 윤석열 정권이 망쳐놓은 경제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완연해지면서 세계 경제학계가 도달한 '분배 없이 성장은 없다'는 담론을 왜 거론하지 않을까.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봉착한 이중위기(불평등위기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이야기를 왜 꺼내지 않을까.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성장을 추진해 온 민주당의 전통적인 성장 전략은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분배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왜 표명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외쳤던 구호와는 동떨어진 정책을 여럿 펼쳤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에 투항한 건가

내 전공 분야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공허하다는 느낌을 넘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종일 박사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은 계엄 해서 국민에게 꼼짝하지 말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이 후보에게 강조했다고 하면서, 공급확대 정책이 정답인 양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정책 공론장을 어지럽혀 온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투기가 발발하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의 발생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공급확대론을 집요하게 유포한 목적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정공법인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을 흠집 내는 데 있었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을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제대로 설계할 경우 부동산 보유세는 매우 시장 친화적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인 유종일 박사가 이렇게 갑자기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엉터리 부동산 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이다. 3년 동안은 부동산 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다가 집값 폭등과 유례없는 '풍선효과'(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책 때문에 투기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를 유발했고, 임기 후반 이미 집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 모두를 중과해서 주택 소유자의 원성을 샀다. 집값을 폭등시켜 서민층의 마음을 잃었고, 과도한 과세 강화로 중산층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유종일 박사는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해서 대책을 내놓았다기보다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휘둘려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일까. 유 박사 주장대로 하면 목욕물 버리려다가 아기까지 버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겠다니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 아쉽다.

또한 유종일 박사는 도심의 주민복지센터를 고층화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마치 '비책'인 양 소개하는데, 이는 과거에 철도부지에 행복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던 박근혜의 공약을 연상시킨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가 주민복지센터를 허물어 주택 공급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유 박사가 생각하는 시장원리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주택 한 채 소유한 중산층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사는 주택에 대한 세 부담 경감 정도로 방향을 잡으면 될 일이다. 토지는 국민 모두의 공동 재산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과, 토지를 차지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사용하는 만큼 사용료를 공동체에 납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자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이다. 득표에 유리하다고 해서 정체성을 훼손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은 성장친화적이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분석의 대가인 앤드류 세이어(Andrew Sayer)에 따르면, 부를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 창출과 부 추출이다. 전자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참여해서 부를 얻는 방법이고, 후자는 다른 사람이 만든 부를 끌어와서 치부하는 방법이다. 부 추출을 통해 얻는 소득이 바로 불로소득이다.

한 경제에서 부 추출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 창출은 억압 받고 경제성장은 둔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우선 부 추출이 불가능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지하듯이 대한민국은 부동산 투기와 금융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나라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상도 불로소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은 필요하다.

이재명의  정부가 펼쳐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이제 새 정부가 펼쳐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난 49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이재명이 가야할 길...9년 전 그날을 기억한다" https://omn.kr/2cxfc) 에서 밝혔듯이 이재명 후보가 끝까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첫째, 새 정부는 새로운 것을 말하기 전에 윤석열 정부가 후퇴시킨 정책과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복원하는 일이다. 법인세 복원은 비교적 간단하다. 과거의 법인세 과세 방식을 그대로 회복하면 된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복원은 약간 복잡하다. 보유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 방식을 적용하면서 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주택 자가 거주자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감면이 더 이루어지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보다도 더 좋은 세금이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내가 쓴 2021727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집값 잡는 국토보유세, 이재명·추미애가 옳다" https://omn.kr/22dlp )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세금이라도 수용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도입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공론장에서 부동산 조세에 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시간이 지난 후 국토보유세의 내용과 장점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충분해지면 그때 가서 도입을 추진하면 된다.

새 정부가 윤석열 정권의 '건전재정' 원칙을 폐기하고 복지지출, R&D 지출, 경기 활성화 지출 등을 확대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해낼 것으로 보여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확장재정 정책을 펼칠 때, 경제학자들이 그 전범(典範)으로 평가하는 미국 뉴딜 정책의 경험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제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가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펼치며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때 예술가들도 일자리를 얻어서 공공건물 내부에 멋진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의 공공건물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벽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상당수가 뉴딜정책 덕분이었다(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아르테, 44~45). 정부 지출을 늘릴 때 그런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AI 위주의 성장 전략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잘만 하면 김대중 정부의 IT 정책에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런데 혁신적인 분야에 투자해서 단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지가 중요하다, 과실의 분배와 관련해서는 투자자가 중요한데 유종일 박사는 '다양한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투자자로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대기업, 금융기관, 개인 투자자 등이다. 유 박사가 이 펀드를 국부펀드가 아니라 국민펀드라고 명명하려는 이유다. 이는 사실상 국가가 초대형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성장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국가가 일부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게 될까 우려된다.

이 점에서 이재명 후보와 유종일 박사 간에는 차이가 있다. 유 박사와는 달리 이 후보는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국가와 국민이 소유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지분의 비중만큼 투자의 과실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눠 갖게 된다는 점도 함께 부각했다. 사실, 이 방식은 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소유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성공할 경우 성장이 곧 분배로 이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 후보는 밖으로 기본소득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기본소득 실행의 한 가지 방법을 채택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셋째,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이야기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 불평등 위기와 기후위기는 핵심의 위치를 차지하는데, 유독 대한민국은 두 위기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향후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방해할 결정적인 두 요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하는 시점인데도, 새 정부를 담당할 이재명 진영에는 그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지 않다.

3-4-5 비전을 내세우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차기 대통령 임기 중 잠재성장률 3%, 4대 수출 강국 도약,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의 7-4-7 공약을 모방했다는 느낌이 강한데, 과거에 정치인들이 숫자로 국민을 현혹해 표를 긁어모으려고 할 때 흔히 활용했던 방식이다.

대한민국호가 직면한 복합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는, 이명박의 7-4-7 공약이 처참하게 실패했듯이 3-4-5 비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국민은 그런 구호에 현혹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이재명의 새 정부가 내세워야 하는 것은 그런 국민 현혹용 구호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문재인 대통령의 표어('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20대 대선 당시 추미애 예비후보가 내세웠던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정치적 레토릭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뛰게 만들었는지 상기해 보기 바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50대 정책과제니 100대 정책과제니 많은 공약을 제시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굵직한 과제 두세 가지 정도만 이행하더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 그 두세 가지는 대한민국호의 난관을 극복하고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근본 정책이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 일을 이루어내서, 끝까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강수(gsjun)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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