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개헌론, 내란세력에 면죄부 주려는가
우원식 의장 대통령중임제 등 개헌 주장 제기
"지금 시급한 것은 개헌보다 내란 수사와 종결"
"위헌 세력에 정치적 면죄부 주는 결과 될 것" 비판
졸속 개헌 추진보다 헌법유린 세력 청산이 우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까지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한 것이 개헌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며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란 사태의 종결과 내란 세력의 청산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은 내란이지 현행 헌법이 아니라는 것, 섣부른 개헌론으로 자칫 위헌 세력에 정치적 면죄부를 주고 복권 기회를 주는 것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개헌을 운운하는 것이 온당한가, 라는 반발이 거세다. 87헌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오래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내란 행위자들에 대한 단죄와 청산이 선결과제라는 것이 압도적 다수의 민심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바꾸기 전에 헌법을 파괴한 세력부터 바로잡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4.6 연합뉴스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얘기되는) 개헌은 프레임"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개헌'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에 빠져들 때가 아니며 개헌보다 시급한 것이 내란 특검을 통한 내란 실체의 수사와 근원적 종결이다"고 말했다. "지금의 개헌 논쟁은 민주 공화국 공동체를 파괴하려 한 세력이 숨어들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인섭 서울대 명예교수도 페이스북 글에서 "우원식 의장의 개헌 제안, 한마디로 반대한다"면서 "5년 단임제라는 국민적 쟁취물을 졸속으로 바꿀 수 없으며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두 사람의 말에 개헌 주장에 대한 반대의 논리의 요지가 들어 있다.
주권자 혁명을 이끈 촛불행동도 긴급 성명을 내고 "개헌논의의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윤석열 파면 이후 내란세력의 책동을 완전히 진압하고 척결하는 일이 최우선인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주장인가? 국회의장이 내란세력에 대한 척결의지가 이렇게 박약하고,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개헌론은 내란세력이 숨어들 공간만 확보하게 해주고 이들을 척결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분산, 약화시킬 뿐이다. 개헌을 내란세력과 협치로 처리하겠다는 작정인가"라고 물었다.
성명은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나 그 시기는 내란세력 척결과 민주정부 건설 이후, 내란세력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국민적 논의를 통해 하는 것이 마땅하고 개헌논의에 내란정당 국힘당이 관여하게 해서는 절대 안 되며 이들 내란조직을 해체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우원식 의장에게 '자중'을 요구하는 한편 제 정당들에게도 이 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지도부와 여러 의원들로부터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 이인영 의원 등은 즉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파면이 엊그제고 아직 관저 퇴거도 안 한 상태인데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
"지금 국가적인 최우선 과제는 내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그 책임을 묻는 일"
"개헌은 당위적으로 맞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에 총단결·총집중할 때다"
"개헌? 내란수괴가 아직 감옥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내란 뿌리부터 당장 뽑아야 한다"
"지금은 개헌 논의할 때가 아니다. 불가능하다.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를 잘못하면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민의를 왜곡한다"
촛불행동의 성명과 민주당 의원들의 말에는 개헌 논의에 몰두하는 순간, 사태의 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의 과오가 물타기되고 단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 있다. 개헌 논의와 추진 과정에서 헌정 파괴 세력의 부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우 의장은 조속한 시일 내 국회 헌법개정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곧 내란 행위를 방조하거나 옹호했던 정치 세력까지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청래 의원의 말처럼 "개헌 논의를 하게 되면 개헌특위가 구성될 테고 그럼 해산해야 할 내란당이 동등하게 논의 테이블에 앉게 돼 개헌 논의의 50%를 '저들'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우 의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여러 당 지도부와 다 얘기를 했다"고 밝혔지만 우 의장의 개헌 제안이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측과 사전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개헌론은 한국 정치가 위기나 전환 국면을 맞을 때마다 제기된 이슈였다. 제왕적 대통령제, 삼권분립의 미비, 정당 정치의 경직성 등을 이유로 마치 모든 해법이 개헌에 달렸다는 식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내란 사태가 보여준 것은 섣부른 개헌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1987년 헌법에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헌을 논하기 전에 헌법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상식을 확고히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윤석열 탄핵 파면은 헌정 유린과 내란 음모에 대한 심판이었다. 헌재는 탄핵 결정문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활동 방해, 중앙선관위 장악 시도 등 일련의 행위를 명백한 헌정 유린으로 인정했고, 법치 수호를 위해 파면이 불가피함을 천명했다
윤석열 파면은 헌법을 문란케 한 내란 음모에 대한 헌정 수호적인 행위였다. 이 같은 탄핵 파면 과정이 주는 메시지는 헌법을 수호하려는 노력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헌법을 성급히 고치기 이전에 헌법을 짓밟은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 헌법을 제대로 수호하는 것이다.
한인섭 교수의 지적처럼 윤석열이 현행 헌법의 취약점 때문에 내란계엄을 도발한 게 아니고, 내란계엄을 단죄한 게 현행 헌법이었다.
개헌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헌법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 헌법이 흔들린 이유는 헌법 조항이 완벽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헌법을 무시한 권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의 개헌론은 역대 국회의장들이 들고 나왔던 개헌론의 맥을 잇는 것이기도 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재임 중 여러 차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2022년 7월 취임 직후부터 개헌 주장을 꺼냈고 이후에도 개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정치개혁'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개헌론이 당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실정에 대한 분노가 높아지고 있던 대다수 국민의 민심과는 동떨어진 주장인 탓에 외면을 받았다. 이번 우 의장의 개헌론 주장이 그와 달리 일정한 호응을 얻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 의장의 제안은 촛불로 표출되는 시민혁명을 개헌으로 완성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헌은 시민혁명의 완성이라기보다는 시민혁명의 위력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혁명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개헌 시도는 촛불 시민이 만들어낸 민의의 흐름을 거스르고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 국민이 이끌어낸 탄핵의 의미는 헌정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복원이다. 이를 완수하기도 전에 권력구조 개편을 논하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과제의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일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내란세력의 단죄와 새로운 민주정부 수립을 원하고 있다. 개헌은 새롭게 들어서는 정통성 있는 민주정부하에서, 국민적 합의와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숙의를 통해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원식 의장의 제안처럼 촉박한 일정에 쫓겨 조기대선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까지 하려 한다면,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개헌안에 국민들이 동의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 의장의 개헌론 주장이 놓치고 있는 것, 그것은 윤석열 파면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우원식 개헌론' 유감
때 아니게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대선과 함께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단편적 개헌을 추진하자고 주장하여 곧바로 우리 사회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다른 이도 아닌 탄핵 소추의 주역으로 국민의 신망을 모았던 유력 정치인의 발언임에 더하여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눈앞의 대선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이를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내란시도 그리고 탄핵에 이르는 전반적인 상황의 전개와 조건을 재삼 곱씹으면서 우 의장의 발언은 매우 무책임하고 자폭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심히 비판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향후 개헌작업은 직업 정치인들의 자기만의 게임으로 진행되어서는 아니 되며, 박근혜와 윤석열을 탄핵으로 끌어내린 위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결정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런 나의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아래의 글로서 지난 세월을 되돌려 살펴보고자 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결국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하였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대한민국의 현대사 기록에 또 한번 민주시민들의 위대한 성취가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번 사건이 윤석열과 그의 처이자 배후인 김건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로 대략 국민의 25-35%의 비중을 차지하며 구한말이래 누적된 반민족/매판/특혜/부패/기득/안주/외세 등으로 강고히 결집된 집단에 의해서 야기되었다는 점에서 현재로 상황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국제질서의 단극체제에서 다자다극체제로의 이동이 지정학에 예민한 대한민국에게 거대한 기회와 동시에 극심한 불안정과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국면이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경이다.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2025년 현재는 지난 수백 년간 국제질서를 지배해오던 집단서방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최근 황당한 고관세 부과가 상징하듯이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패권질서가 해체되는 초입에 서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 등이 중심이 된 BRICS+기구가 인구와 경제규모 면에서 집단서방 전체를 압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전반적 흐름을 주도해 가고 있다. 이에 더하여 과다하게 산업문명을 추구한 결과 우리가 매년 체험하듯이 엄청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제우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다시개벽’의 위기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하여 집단서방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2008년 세계금융 위험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이를 경고하여 Dr. Doom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는 뉴욕대학의 루비니 명예교수는 현재의 국제사회가 다음의 10가지 거대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다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촌 거주의 위기. Uninhabitable Planet
전례 없는 부채의 함정. Mother of All Debt Crisis.
시장과 공공 영역의 실패. Private & Public Failures.
인구통계학적 위기. Demographic Time Bomb.
지정학적 불안과 지역 분쟁. Cold War & unstable Geopolitics.
통화의 남발과 거품 형성. Easy Money trap & Boom-Bust Cycle.
거대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 The coming Great Stagflation.
통화 시스템의 붕괴와 금융위기의 재현. Currency Meltdown & Financial Instability.
세계화의 종말과 보호무역의 대두. The End of Globalization?
첨단기술과 AI의 위험. The A.I. Threat.
더구나 대한민국은 상기의 위험에 더하여 OECD 국가 중 최악의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과 세대간 지역간 산업간 극심한 편중과 불균형, 과다한 부동산 투기의 열풍,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부재, 공동선을 위협하는 능력주의와 이기적 개인주의 팽배, 중소기업의 위기와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폐업, 일반교육의 실패 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이번 윤석열의 계엄령 반란사건에서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앞서 깨어 있으며 상기의 위험과 난제들을 이겨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현재로서 경제산업규모에서 10위권을 유지하며 87년 민주화 대위업과 2016-17년 간 보여준 촛불행동 그리고 이번 빛의 혁명이 바로 우리 자신의 자랑스런 증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제도정치권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정책방향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들 일상을 편안하게 해야 할 자신들의 소명을 외면한 채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 개혁에 실패하면서 패착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악몽 같은 정치 실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왜 실패하고 있는가?
국제적 흐름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행여나 전쟁의 먹구름으로 몰고 오면서 위에 언급한 '다시 개벽'의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우물안 개구리 신세인 한국의 국내정치는 타협과 출구가 없는 싸움에 갇혀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민주화 항쟁과 촛불행동 등 지난 시기를 되돌아 성찰해보면, 기존의 정치인들이 시민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를 제도화하기는커녕 문재인 정권의 예처럼 마치 자신들이 성취한 획득물로 고스란히 독점해 왔다. 국민들이 희망하고 기대했던 전진과 변화는커녕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치명적인 재앙으로 윤석열의 등장을 재차 허용하면서 악몽이 재현되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고질적이고 심각한 배경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엘리트와 유산층의 과두제라는 비판을 받는, 18세기에 시작된 서구의 선거방식 대의제가 현재 미국과 집단서방이 보여주듯이 이젠 시대적 한계에 봉착하여 포퓰리즘이 극심하게 발호하고 있는 것에 더하여 현재의 한국정치제도가 가지는 결함이 우리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대통령이 지닌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이다. 선거방식의 대의 민주주의가 지닌 문제는 인류사적인 주제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돌째는 구한말 이후 반민족매판의 수구기득권의 기반과 조직을 정리해 내지 못한 까닭이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검찰사법세력의 법비적 행태와 근거는 일제가 한국민을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 치안유지법 등에 원형을 두고 있어 이것을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하고 개혁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다. 또한 일제와 협력하고 부역해왔던 반민족매판의 수구언론들이 자성과 회개의 과정도 없이 여전히 공론의 장에서 주류를 자처하면서 지록위마와 교언영색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디어 지형이다. 이로 인해 국민 여론의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공적 이성이 작동하지 못하고 수구 기득권에 의한 마구잡이 왜곡과 조작이 판을 치고 있다.
셋째는 1945년 9월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 땅에 진입한 이래 대한민국은 온전한 주권이 없는 반쪽의 나라, 결핍의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군사안보의 주권은 물론이고 통상과 외교에서조차 국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70여 년간 한국정치에는 해방 이후에도 한반도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정치 세력과 국제적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에 의한 왜곡과 간섭이 있었다. 이들 외세는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 독재와 부패와 억압과 무도함을 눈감아 왔다.
마지막은 아니지만 한가지 더할 것은 제도정치권 특히 개혁민주세력들의 역량 부족과 시대정신을 상실한 채 상호간에 분열로 표류하는 재탕의 모습들이다. 해방공간의 좌충우돌에서도, 87년 대투쟁 이후 양김의 분열에서도, 촛불 이후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한 행보에서도, 최근의 대선에서 보는 개혁진보세력의 갈등과 대립 어디에서도 시대정신과 현안과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답을 읽을 수 없다. 개혁의 맏형을 자칭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를까?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깨시민들과 함께 더불어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시민주권 실현을 위한 제3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앞에서 제기했듯이, 국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을 현재의 정치 시스템으로 대응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자랑스럽게 이루어낸 사회 제 영역의 성과를 물거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운명까지 위기로 몰아갈 것이 명백해 보인다. 위기의 순간이다. 한편에서 수천 년의 민족역사를 되돌아 보면 국란의 순간마다 예외 없이 힘없는 일반 백성들이 떨쳐 일어나 나라를 구하고 위기를 극복해왔다.
따라서 이제 기존의 제도를 뛰어 넘어서 한국시민들이 보여준 엄청난 역량과 에너지를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제도로 안착시켜야 한다. 기존의 정치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서 참여하고 토의와 숙의를 통한 집단지성의 결정으로 시대의 소명과 과제를 해결하는 제도를 제대로 도입해야만 한다. 일부 개혁진보적인 제도 정치인들을 포함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가 힘을 보태가며 새롭게 ‘제3의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1987년의 민주화 대투쟁은 27년간의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문민의 정치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제1의 민주화 운동이라 할 수 있고, 2016~17년간의 촛불운동은 살아있던 권력인 현직의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이를 인용하여 해임시킨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치명적 재앙이었던 윤석열 정권의 치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제 세계인이 모두 부러워하는, 한국시민들이 보여준 엄청난 민주 역량과 에너지를 ‘일상화’ ‘규범화'하고 반드시 '제도화' '법제화’하여 새로운 정치의 장을 마련하는 제3의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주권·시민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에 대한 실천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와 감독민주주의 등 여러 형태가 있으나, 우리가 지닌 여러 여건과 정황을 고려할 때, OECD가 강력히 추천하고 서구사회에서 이미 도입 검증하여 성공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층위별 무작위 추첨형(Stratified Sortition, 지역별 연령별 성별 직업별 등) 방식의 '시민의회'가 우리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곧바로 실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시민의회는 이미 2017년 이래 현재까지 다수의 ‘공론화위원회’와 2018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숙의형 개헌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다. 촛불이 뜨겁던 2017년 초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들은 ‘시민의회법’을 약속했고, 2018년 ‘국민참여에 의한 헌법개정의 절차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2023년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는 여야합의로 500인 시민의 공론화 과정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정치권이 자기정당화를 위하여 면피용 흉내만 내는 절차와 결함투성이의 과정, 더구나 시행하려는 의지의 빈약으로 그나마 합의된 내용조차 묵살되는 실패를 반복해 왔다. 빛의 혁명을 이룬 우리는 이제 주저 없이 지난 경험들을 바탕으로 세계적 규범이 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시민참여’의 제도들을 반드시 만들어가야 하며, 당연히 할 수 있다.
그 예로 ‘시민의회 추진조직’은 지난 해 5월 8일 수백 명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 운동을 주도해온 해외의 여러 인사들과 이를 다방면으로 연구해온 국내의 연구학자들이 결집하여 국제심포지움을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시민의회 입법을 위한 100인 위원회(시민의회 포럼)'가 주최했고, 규모와 내용에 대하여 당시 국내외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지역포럼을 결성하고 탄핵판결 직전인 지난 3월 29일 전국조직 창립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개헌은 시민의회 방식으로!
26년 지방선거는 시민정치의 실험과 도약의 장으로!
핵심 과제는 촛불시민항쟁의 성과를 거품으로 만든 지난 문재인 정권의 패착과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원동력인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와 역량을 이제는 반드시 전면화, 일상화, 규범화, 제도화 그리고 법과 행정의 강제력을 동반하는 법제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되풀이하지만 제도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권력구조 중심으로 오는 대선과 함께 단계적 개헌을 하자는 우원식 의장 등 최근의 조급한 주장은 하책 중의 하책이며, 이는 결국 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이루어진 5년 대통령 단임제에 이어 또 다시 심각한 패착으로 귀결될 공산이 매우 크다. 한마디로 상황의 급반전에 따라 자기이해에 충실해온 직업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하이에나 근성의 표출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을 파면시킨 이후 한국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참여하고 토론하고 숙의하며 새로운 제도와 법규를 주도해서 결정해 가는 국민주권,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당연히 새로운 정부 탄생 이후 중앙정치에서 중요한 현안으로서 다루어야 할 개헌과 선거법개정 그리고 검찰사법개혁과 기후위기 등 중대 사안들을 광범한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지는 조건에서 숙의와 신중을 기해 반드시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시민의회' 방식으로 추진하고 결정해야 옳다.
또한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 대비하여 그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지역민회, 지방분권 등 다양한 운동에 헌신해온 현장조직의 활동가들은 함께 힘을 합하고 지혜를 모아 우선적으로 기초단위에서부터 ‘추첨형 주민의회’를 제도화하는 조례가 도입되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기초단위 지역으로부터 성취한 주민의회에 대한 성과와 경험을 축적하여 가는 것이 향후 민주주의 발전에 매우 소중한 토양과 자산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부의 갈등과 지정학을 포함하여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중적 위기상황에 대하여 현재의 정치제도와 여의도식 관행으로는 해결이 불가하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한국사회의 위기에서 언제나 '민'이 위기극복의 선봉장이 되어 온 것처럼, 보통사람들의 민주적 역량과 에너지를 일상적으로 제도화하고 강제력을 동반하는 법규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깨어있는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이들의 지혜가 작동하는 시민의회(지역 단위로는 주민의회)의 장을 마련하여야 제대로 된 개헌작업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제3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래경 시민의회전국포럼 실행위원장 시민언론 민들레
요직 차지했던 ‘윤석열의 사람들’...검찰 출신 인사들
윤석열 정부가 조기에 마감되면서 지난 3년간 검사들이 포진했던 기관장 등 자리에 향후 순차적 교체가 예상된다. 특히 기존에 검찰 출신들이 가지 않던 곳에 가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향후 해당 자리에 올해 6월 출범할 새로운 정부의 인사 스타일에 맞춘 인물들이 대거 등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임기가 보장돼 있고 기간도 많이 남은 검사 출신 현직들의 선택도 주목된다.
5일 각 관련분야를 종합하면 현재 검사 출신인 대표적 기관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있다.
금감원장에 검사 경력자가 임명된 것은 이 원장이 처음이었다. 그는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반대 의사를 밝히며 ‘직을 걸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조기 대선 국면이 현실화하면서 사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4(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감원장)가 다음 정부 출범까지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현실에서 홀로 이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선일이 올해 6월 3일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원장의 임기는 6월 5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임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안 위원장에게 쏠린다. 안 위원장이 첫 검사 출신 인권위원장은 아니다. 앞서 2001년 11월 임명된 김창국 초대 인권위원장도 검사 경험이 있다. 다만 그는 대한변호사협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간사 등을 지냈고 김근태 고문 사건과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변론을 맡는 등 인권변호사 이력이 임명 배경이다.
반면 안 위원장은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서울고검장을 역임하며 ‘공안통’으로 검찰 내 요직을 거쳤다. 안 위원장은 지난 2월 탄핵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해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그동안 안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 결과에 따른 그의 거취가 주목받는다. 다만 안 위원장 임기가 2027년 9월 5일까지라는 점이 변수다. 또 인권위원회에 김용원 상임위원도 검사를 지낸 인물이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도 윤석열 정부에선 검사들이 이어 맡았다. 처음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으로 호흡을 맞춘 조상준 전 기조실장이 있었고, 후임엔 ‘추미애 아들 의혹’을 수사했던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임명돼 현재도 맡고 있다.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맡았던 직책도 그동안 검사들이 가던 곳은 아니었다.
그 외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검찰 출신 인사들도 대선 이후 해당직을 유지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작년 10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이나 상임·비상임 임원 등에 임명돼 근무 중인 검찰 출신이 최소 2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근하는 14명의 기본급 평균은 1억3000만원이었다.
채종원 기자 jjong0922@mk.co.kr
sols**** 윤석렬이 취임하고 코드에 안맞는 사람들 다 나가라고 난리친게 국힘인데 이젠 뭐라고 할려나?
shin**** 차기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윤석열이 임명한 윤석열이 승진시킨 모든 공작자는 스스로 알아서들 100% 사퇴하고 새로운 정부에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 기회를줘야합니다. 특히 방통위장 방심위장 방송사장장들 인권위장 감사원장 검철청고위층들 경찰고위층들 군고위층들 모두 100% 사직해야합니다 !!! 세술은 새 병에 담가야지 더러운술과 새 술을 같아 담으면 변질됩니다 !!! 신 정부는 임기시작시 전국민들께 검철청 경찰대 육군사관학교 인권위 감사원 방통위 방심위 이들 부서 폐지 폐교를 투표로 확인해야합니다 !!
sych**** 임기는 무슨 직권남용으로 모조리 깜방으로 갈거다.
lis8**** 쓰레기들 특히 인권위 독버섯 안창호 김용원 하루빨리 버리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파면된 자가 남긴 청구서 | 스트레이트 292회 (25.04.06)
https://www.youtube.com/watch?v=SJN4O4tvE20
제주4.3이 제 이름으로 불리는 날을 위하여
'백골난감, 이름잃은 항쟁에 바치는 때늦은 조사'
제주 토박이 박경훈 작가 세 곳서 동시 전시회

박경훈 4.3목판화 개인전 ‘백골난감, 이름 잃은 항쟁에 바치는 때늦은 조사’는 현대미술, 특히 목판화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작지만 큰 전시다.
이 전시는 동일 제목, 동일 작품으로 서울, 제주, 광주에서 동시에 열린다. 갤러리 나무아트(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월 2일~15일), 포지션민제주(제주 관덕로6길 17, 4월 3일~5월 31일), 오월미술관(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29-1, 4월 7일~5월 31일).
세 곳 동시 전시가 가능한 것은 판화가 얇은 한지에 여러 장을 찍어 둘둘 말아 여러 곳으로 쉽게 운반할 수 있는 특성에서 말미암는다. 오로지 한 개뿐임을 내세워 시장가치를 증폭하는 현대미술의 대척점에 있음도 큰 몫을 한다. 무엇보다 작품 판매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치는 데 무게를 두는 작가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백골난감’ 제목이 말하듯이 전시는 4.3 희생자의 ‘죽어 백골이 되어서도 견뎌내기 어려운’ 한을 풀어주고자 한다. 해마다 4.3 관련 행사와 전시가 이뤄지지만 대개는 제주도에 국한되었던 바, 정치적, 정서적 족쇄를 풀어 전국에 확산함으로써 죽어서 말 못하는 희생자, 숨죽여온 유족들, 제주도민을 대표하여 목소리를 낸다.



들머리에 배치된 ‘우리는 죄없는 사람’은 전시의 성격을 대변한다. 4.3 당시 군법회의에 의해 유죄, 투옥되었던 4.3수형인들이 2019년 1월 17일 70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은 감격적 순간을 담았다. “4.3 역사정의 실현 만세”를 외치는 늙은이들 사이에 백골의 인간이 섞여 있는데, 총을 메고 있는 게 특징. ‘4.3 수괴급 재심청구’ 손팻말도 보인다. 가해자인 군경을 희생자 범주에 넣어 포용하면서도 소위 ‘수괴급’이라는 4.3항쟁 주도자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 당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작가의 이러한 작의는 법정문 밖에서 귀대기 하는 백골인간을 새긴 ‘201호 법정’, 위패 봉안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하는 ‘내 자리는?’, 무죄판결을 보도하는 텔레비전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어떤 모자’에서 반복된다.
작가는 그나마 이러한 성과에 이르기까지 유족들과 제주도민의 신산한 삶을 묘파한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위패봉안실2’는 이명박근혜 정부 하에서 극우들의 난동으로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서 소위 ‘불량위패’ 몇몇 개가 내려진 현실을 표현했다. 총을 든 백골인간들이 도열한 위패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등 뒤로 손목을 묶인 채 깊은 땅에서 백골이 된 ‘불복산’은 탐라가 고려에 복속된 뒤 일어난 최초의 민란 ‘양수의 난’ 이후 수많은 항쟁으로 점철된 화산섬의 역사를 요약한다. ‘송령이골의 탈주’는 1949년 1월 12일 토벌대에 붙들려 학살 위기에 놓인 주민을 구하기 위해 이들이 수용된 의귀국민학교를 공격하면서 벌어진 토벌대와의 교전에서 사망한 무장대 51명을 끌어묻은 무덤, 수십 년 동안 방치되다가 2004년부터 표지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게 된 현실을 반영한다. 달 밝은 밤, 스스로 무덤을 열고 나오는 백골들의 모습으로.


작가는 나아가 산 자의 도리를 이야기한다. 제주4.3평화기념관의 백비를 일으켜 세워 제 이름을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4.3인민항쟁’이다. 분단 이후 이념의 사슬에 묶여 불온한 언어가 된 ‘인민’. 작가는 당시의 언어로 당시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게 옳다고 본다. 잘못된 이름은 바꿔야 한다. 선선무 후토벌을 주장하던 김익렬 9연대장 자리를 꿰찬 박진경. 부임 한 달 사이에 6000여 명의 주민을 체포해 괴롭히는 만행을 저지른 끝에 부하들에게 살해당한 인물. 추도비에 “위민 충정으로 공비 소탕를 지휘하다 장렬하게 산화하시다”라고 새겨져 있다. 2022년 시민사회가 뒤집어 씌운 철창은 열흘 뒤 제주도 보훈청에서 철거했다.


따라서 작가의 4.3 역사 바로세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시선이 12.3내란 국면에 머묾은 당연지사. 은박지로 전신을 감싸고 탄핵의 겨울을 난 키세스 시위대에서 죽은 자와 산 자, 과거와 현재가 함께 함을 본다. 트랙터로 상경한 농민과 응원봉을 든 2030청년들이 만나 일군 ‘남태령 대첩’은 130년 전 동학농민항쟁이 겹친다.
123일 간의 시민항쟁 끝에 쟁취한 윤석열 탄핵. 사악한 정권을 꺼꾸러뜨린 기쁨을 나누고 대동세상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목판화전이 전국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최악도 생각... 파면 4개월 걸린 건 기득권 힘 막강하단 뜻"
[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 "시민저항 없었다면, 계엄해제-탄핵인용 어려웠을 것“
사실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의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오기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1960년생인 내 세대들은 계엄령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상처)가 많다. 1970~1980년대 박정희, 전두환 정권시절 많은 지인들이 계엄령 아래서 학살로 죽거나 고문 받다 죽었기 때문이다. 혹시 가까스로 살아남아도 그 후 수많은 고문후유증으로 영구장애인이 되거나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연명하는 지인들이 다수다(관련기사 : "전두환 정권 획득 과정 보며 한희철과 대안 모색" https://omn.kr/26hq5).
그래서 난 그런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동갑내기' 윤석열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절대 용서 할 수 없다.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박정희 정권시절 계엄령 아래서 다니던 대학에서 무기정학을 당했고 그 덕에 고향에서 "거의 내놓은 사람"이 됐다(관련기사 : "줄세우기 하는 박근혜 정부, 국가 붕괴 위험 커졌다" https://omn.kr/fhym).
최근 김동춘 교수와 윤석열 12.3 내란사태와 더불어 그 이후 벌어진 탄핵까지 현 시국에 대하여 폭넓은 대담을 나눴다. 다음 지난 5일~6일 그와 페북메신저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나는 그때 대만 방문연구원으로 체류 중이었다. 인터넷으로 소식을 듣고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고 충격적이었다. 그게 가짜뉴스가 아니란 걸 확인하고는 1시간 정도 덜덜 떨었다. 내가 정치적으로 별로 한 역할은 없었지만, 과거 전두환 정권시절 1980년 5.17 비상계엄을 생각하면서 기관원들이 대만까지 나를 잡으러 오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몇 시간 숨죽이면서 사태를 지켜보다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하는 것을 보고 좀 안심을 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홍준표 등이 '그것이 해프닝'이라고 과소평가하는 발언을 한 보도를 보고 흥분해서 '이것은 거대한 국가폭력가해, 혹은 학살미수사건'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탄핵인용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 결정을 듣고 든 감회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했듯이, 나도 탄핵인용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3월 중순 이후에는 계속 초조하고 불안했다. 최악의 상황도 생각했다. 한국의 일부 보수적인 판사들이 얼마나 비상적이고 어이없는 판결을 내리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어떤 논의나 갈등이 있었는지 잘 알 수 없으나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4개월 가까이 걸렸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탄핵지지 세력, 기득권 엘리트의 힘이 그 정도로 막강하게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누가 이런 윤석열을 만들었다고 보나?
"당연히 그를 대선후보로 기용한 국민의힘 주류,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조직이다. 그들은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 출신 윤석열이 어떤 과거와 한계를 갖고 있는지 대체로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집권을 위해 그를 이용하였다. 그들은 박근혜 탄핵을 겪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또다시 윤석열 탄핵을 겪었는데, 권영세가 사과는 하기는 했으나 지금도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들은 이제 윤석열을 잊어버리고, 다음 대선주자를 물색할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조직이다. 검찰은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과정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등장했다. 사실상 정당 이상의 권력을 행사한 검찰의 조직이 윤석열을 대통령까지 만든 것이다. 검찰은 과거 군부를 대신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고, 그들이 보유한 각종 수사사찰기록으로 기업가와 정치가들을 겁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무기를 들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조폭조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다. 이들 보수언론 역시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득권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를 지지하고 활용한 것이다. 더 추가하면 서울법대라는 학력, 학벌주의가 그를 그 자리에 까지 올렸다고 볼 수 있다."
- 그럼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몰락한 주요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처음부터 예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힘입어 준비되지 않은 채 굴러온 권력을 그냥 주은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권력을 추구하는 욕망 외에 국가운영, 국민의 삶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윤석열이 추진한 정책 중에서 한국 기득권세력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을 제외하고 진정으로 국익을 고민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의대증원 같은 것도 그렇다.
특히 김건희는 인생 그 자체가 사기와 기만,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면 반대파는 물론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설득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윤석열이 계엄까지는 감행할 것으로 예상은 못했으나, 정권자체가 지탱되기 매우 어렵다고 봤다. 집권 1년 정도 지났을 때 윤석열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 등 실용적 고려보다는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통치능력부재를 반대로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힘', 좁게는 권성동, 권영세, 윤상현, 나경원 등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윤석열은 집권직후부터 자신과의 친소관계, 자신에 대한 충성심 여부를 중심으로 당을 윤석열당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초기 '윤핵관'으로 거론된 사람들 중에서 정치가로서 좋은 경력이나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직 사적인 연고와 이익을 위해 뭉친 사람들이었다. 권성동과 권영세가 그런 사람이다. 나경원도 당원경쟁에서 밀려났으나, 비상계엄 이후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아마 윤상현과 나경원은 내란선동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김상욱 의원 등 몇 사람을 제외한다면 국민의힘이 지도부나 초선의원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므로 곧바로 흩어져서 자기 살 길을 찾을 것이다. 조갑제 등이 말하듯이 국민의힘은 사실상 해산해서 합리적 보수 중심으로 재창당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대한 도리일 것이다."
- 정통(?) 관료인 한덕수와 최상목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아직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 이들 배후에 있는 한국 보수 세력의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압력이 있고, 이들 자신이 윤석열 내란에 공모까지는 아니어도, 일정한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은혁을 임명하게 되면 탄핵인용이 쉽게 될 것을 예상하고 계속 거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들이 헌법위반인 것에 대한 처벌은 직접적이지 않고, 마은혁 비임명으로 인한 자기보호, 기득권보호, 윤석열 탄핵저지는 매우 현실적인 압박이기 때문에 끝까지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엘리트 관료의 추한 모습을 온 국민에게 폭로한 사례들이다. 한덕수의 경우 차라리 김앤장에 계속 있으면서 돈이나 벌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관료개혁이 본격 논의되어야 한다."
- 지난 4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윤석열이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어떻게 봤나?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트럼프가 그랬듯이 자신은 사면복권 될 것이고, 탄핵 인용도 사실상 무효화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자신은 헌법위반으로 탄핵된 것이 아니라 야당에게 정치적으로 밀린 것이라는 인식 위에서 이런 행동이 나온 것이다. 그가 탄핵 인용이후에도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과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의 행동이 아니라 조폭 두목의 행동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의 조사활동이 다음 달 종료된다. 피해자 유족들의 기간연장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선영 위원장 체제의 진화위 연장은 별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박 위원장이 이끄는 진화위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사에 대한 아무런 식견도 없고, 진실규명에 대한 소신도 없는 사람, 절대로 그 자리에 가서는 안 될 사람을 윤석열이 자신의 사적이해 때문에 무리하게 임명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모든 인사가 그렇듯이 윤석열 탄핵과 더불어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할 사람이다. 김광동 위원장 때부터 그렇듯이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결정을 내리고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다(김광동씨, 이제 그만 떠나세요 https://omn.kr/2acwr). 박선영이 이끄는 진화위의 활동은 중단하고 새로운 정부에서 새롭게 진화위를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이 난국을 맞아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난 2016~2017 촛불시위의 성과가 모두 문재인 정부에게 위임되었는데, 문 정부가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아 윤석열이 굴러온 권력을 거저 가진 것이다. 이번 탄핵에는 민주당의 역할이 과거보다 컸던 것은 사실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계엄해제, 탄핵인용은 어려웠을 것이다. 대선, 이후의 개헌, 그리고 개혁조치 모든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대선후보 선정에서 범야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고, 민주당, 시민사회 공동대선본부를 꾸려야 하며, 집권하더라도 거의 공동정부를 구성해야 내란세력 처벌과 이후의 개헌 개혁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실패로 윤석열이 집권한 사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현행 대통령 권한의 축소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민발안 등 직접 민주주의제도 도입 ▲사법의 시민참여 등을 포함한 개헌작업과 선거법 정당법 등 중요한 개혁입법을 서두를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을 하고, 그 일정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약력 |
경북 영주 출생(1959) 현 성공회대학교 명예교수(2024.9- ) 현 좋은세상연구소 대표(2022- ) 전 성공회대학교 교수(1997-2023.8), 민주주의연구소 소장(2010-2023)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비상임) 2019-2020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차관급) 2005-2009 전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2000-2002) 전 [경제와 사회] 편집주간과 편집위원장(1991-1992, 1997-1999) 전 서울시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 서울시 교육청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방문교수(2014), 프랑스 사회과학고동연구원(EHESS) 방문교수. 미국 미시간대, UCLA 대 방문연구원 (2003, 1996), 대만 민주기금회 방문연구원(2024)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학사(1977-1982)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1982-1984)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1990-1993) 2004년 한겨레신문 선정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 2005년 제 20회 단재상 수상 2016년 제 10회 송건호 언론상 수상. 2024년 제 18회 임종국 상 |
김성수(wadans) 오마이뉴스
사유하지 않는 언론, 그리고 악의 평범성
언론은 사유하는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1963년에 출판됐습니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 전범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의 강제 이주 및 학살을 계획하고 지휘한 총책임자로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장본인입니다. 600만 명이라는 수치는 서울 시민의 2/3, 부산 시민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이들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학살당했습니다.
아렌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으로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재판에 참여한 아렌트는 그토록 잔인한 학살을 저지른 사람이 의외로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내놨습니다. 즉 근면하고 성실하며, 삶에 대한 의지가 충만한 평범한 인간들, 심지어 선량한 시민들이 절대악을 저지르는데, 의외로 거기에는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이히만은 재판 내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죄라면 당시 공무원이었던 자신이 상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찌 보면 아이히만의 주장에도 일견 수긍이 갑니다. 관료 사회에서 상부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1980년대 광주만 봐도 당시 광주로 들어간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아니 적당히 따랐다면 오늘날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렇게나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들어간 군인들은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고, 그렇게 잡은 정권은 권력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광주시민의 고통으로 남았고, 우리는 이 고통을 역사로 기억합니다.
2024년 12월 3일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비상계엄은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선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평범한 일상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누가 봐도 위헌적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장갑차로, 버스로 그리고 헬리콥터로 경찰과 군인들이 속속 서울로 국회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국회는 비상계엄 3시간을 조금 넘긴 1시경에 비상계엄 해제를 선포했습니다. 당시 많은 시민에게는 무장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까지 들어갔음에도 어떻게 비상계엄 해제를 막지 못했을까 하는 작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 답은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위법적인 명령이라서 충실히 따르기 불편했던 군인들이 있어서 독재를 꿈꾸며 발령한 비상계엄은 실패했던 것입니다.
만약 당시 군인들이 사유하지 않고, 관료 사회의 규칙대로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면, 지금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렌트가 주목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아렌트는 사유하지 않는 무사유가 인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히만 재판의 교훈이라고 말합니다. 사유 없이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한 평범함이 얼마나 큰 사회적 해악을 가져올 수 있을지, 악의 평범성은 말해줍니다.
언론은 사유하고 있는가
그러면 언론은 과연 사유하고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요즘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아닐까 합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늘 어느 정치인의 말을 '따옴표' 형식으로 전달합니다. 정치 뉴스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보도 패턴입니다.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저에는 공인의 말은 사실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만약 언론에서 인용한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거짓을 전한 정치인이 비난받을 일이지,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전한 언론에는 책임이 없다는 정서도 있습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2025년 2월 6일을 전후해서 이런 제목의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오세훈 '문 닫을 위기' 중증외상 수련센터 지킬 것... 서울시 기금 5억 투입". 당시 넷플릭스에서는 중증외상센터라는 시리즈물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 중증외상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관련 뉴스 내용은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을 인용하고 있었으며, 중요한 필수 예산을 삭감한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야당'이 예산을 삭감했다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제목에서부터 오세훈 "중증외상센터 예산 삭감... 민주당 예산 폭주 탓"(아주경제, 2025. 2. 10)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주장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점입니다. <한겨레> 등의 후속보도를 보면, 처음부터 정부 예산안에는 중증외상센터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관련 예산 8억8000만 원 증액 의견을 제출했고, 보건복지부도 이를 수용했으나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증액 협상 반대로 최종 예산안에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팩트입니다.
사실관계가 드러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증외상센터 예산 삭감, 민주당이 했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이 말은 또다시 뉴스 기사의 제목이 됐습니다(아이뉴스, 2025. 2. 20). 분명히 오 시장의 페이스북의 내용을 기사화하기 전에 어렵지 않게 팩트체크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또 국회 보건복지부의 반론권도 보장돼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팩트체크도 하지 않았고, 반론권을 담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일반 서민의 생명을 지키는 문제와도 직결되지만, 정부·여당이 중증외상센터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을 때, 국회가 예산을 책정해 또 올렸음에도 예산을 삭감했을 때, 언론은 이를 공론화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유력 정치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삿거리 하나 던져주니 그 기사를 받은 것뿐입니다. 오세훈 띄워주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다행히도 중증외상센터 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가 '운영 위기'에 처한 중증외상 수련센터에 예산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습니다.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가 드러나고, 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증외상센터의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언론의 역할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춰내 알리고, 여론을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언론은 사유(思惟)해야 합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대변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브룩 보렐(Brooke Borel)은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정치인이나 권력자가 사실이 아닌 말을 할 때, 추가 설명 없이 그 발언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다면, 그는 기자가 아니라 속기사에 불과합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면 적어도 대중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런 보도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며, 결국 언론은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 브룩 보렐의 주장입니다(<팩트체크의 기초>, 브룩 보렐(Brooke Borel), 2016, 2023), The Chicago Guide to Fact-Checking–시사IN 2025. 2. 28.).
'고구마 100개' 언론
요즘 언론을 보면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합니다. 많은 보도가 정치인의 말을 인용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도 거의 없고 비판도 많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언론에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유하는 일부 언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마치 키재기를 하는 것처럼, 전달자의 역할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전달자의 주장이 우리 사회의 통념, 가치, 기준에 맞지 않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사유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요즘 주위에서 유튜브를 통해 시사·보도 정보를 접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시사·보도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기존 주류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가 단순 전달에 그치며 깊이가 없고 피상적이라는 것도 한몫합니다.
요즈음 가장 많은 뉴스를 생산해 내는 정치 뉴스의 경우,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인의 말만을 그대로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헌법재판소(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선고일을 지정하자, 한덕수 권한대행은 담화문을 발표합니다. 언론마다 헤드라인으로 뽑은 내용은 일관되게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떤 언론은 "어떤 헌재 결정도 받아들여야... 정치인들 자극 발언 삼가달라"(연합뉴스, 2025. 4. 2)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고, 또 어떤 언론은 "한 대행 '헌재 어떤 결정도 받아들여야... 폭력엔 무관용"(중앙일보, 2025. 4. 2)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습니다. 폭력에는 무관용이라는 내용이 추가되는 정도입니다. 기사 내용은 전체가 담화문을 요약한 수준입니다.
정치 뉴스에 정치인만 있고 언론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이는 헌재가 위헌이라고 밝힌 재판관 미임명에 대해 두 권한대행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언론이 많지 않은 현실과도 연결됩니다. 헌재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권한대행이 국민을 향해 헌재 결정을 따르라고 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꼬집는 언론도 몇 안 됩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두 권한대행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습니다.
뉴스 기사에 고민이나 사유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우리 언론의 현주소라 씁쓸하기만 합니다. 사유하지 않는 평범함이 만들어낼 사회적 해악이 작지 않다는 악의 평범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심미선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책임경영', '사회적 신뢰 회복' 1년 만에 해냈다는 카카오, 정말?
시세조종, 콜 몰아주기 일방적 분사…'플랫폼 자율규제'는 허상이다
☺ 척 토드(Chuck Todd) :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에게 처음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거짓말(falsehood)을 하게 시킨 것입니다. 왜 그런 겁니까?
♾ 켈리앤 콘웨이(Kellyanne Conway) : 당신은 그걸 '거짓말(falsehood)'이라고 말하지만,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 우리 측에서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을 제시한 겁니다.
☺ 척 토드 : '대안적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건 거짓말이에요. (Alternative facts aren't facts; they're falsehoods.)
가짜 뉴스의 다른 이름 '대안적 사실'
2017년 1월 22일, 미국 NBC의 <Meet the Press(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한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콘웨이가 프로그램 진행자 척 토드와 나눈 대화내용의 일부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첫 당선 취임식 참석 인원이 역대 최대라 주장한 숀 스파이서(Sean Spicer) 백악관 대변인의 주장에, 언론들이 직접 사진과 데이터를 통해 거짓임을 지적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참 신박한 단어의 조합이다. '사실(facts)'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사실과 다른 '대안적 사실'이 있다니? 이 방송이 나간 뒤 '대안적 사실'이라는 표현은 가짜 뉴스, 즉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쇼 <SNL(Saturday Night Live)>과 <The Daily Show(더 데일리 쇼)>에서 자주 정치풍자의 소재로도 사용했고, 뉴욕타임즈나 가디언(The Guardian)에서도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설의 제목으로 애용되기도 했다.
또다른 형용 모순 '플랫폼기업 자율규제'
'대안적 사실'만큼이나 신박한 단어 조합이 한국에도 있다. 주로 플랫폼기업을 상대로 자주 언급되는 '자율규제'가 그렇다. 독점의 폐해가 너무 크니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데, 어떤 부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플랫폼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해서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여야 가리지 않고 자율규제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주해 최근 공개된 연구용역 보고서 <해외 주요국의 플랫폼 노동 현황과 법제 검토>의 결론 파트에도 유럽연합(EU)의 플랫폼노동 법제가 주는 시사점을 이렇게 정리한 바 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플랫폼의 약속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해야 한다. 자율규제적 접근은 대중의 압력과 (초)국가적 조치가 동반된다면 플랫폼에서의 불공정한 노동조건을 극복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확정한 '플랫폼노동 입법지침(Platform Work Directive)' 내용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이런 결론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EU의 법제는 플랫폼 노동자와 기업 사이의 '고용 관계(employment relationship)'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인데 이걸 어떻게 '자율규제' 같은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까?
자율규제 민낯 보여준 카카오 사례
정부가 그토록 좋아하는 '자율규제'의 꼴이 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다. 네이버, 배민, 쿠팡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공룡 플랫폼으로 꼽히는 곳이 카카오 아닌가. 그 카카오그룹이 2023년 12월에 '준법과신뢰위원회'라는 기구를 출범시키게 된다.
이 기구를 출범한 배경은 간단하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논란과 관련 수사 본격화 △골목상권 침해 등 독과점 논란 △계열사 상장과 이후 본사와 각계열사의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들 불만 △쪼개기 상장과 각 계열사 임원들의 스톡옵션 매도 등 사회적 질타로 카카오그룹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그룹은 '준법과신뢰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일종의 플랫폼기업 자율규제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기구의 논의속도 역시 굉장히 빨랐는데, 출범하지 2개월 뒤인 작년 2월에 위원회는 카카오그룹에 '3대 의제'를 권고하게 된다.
그 의제들이 무엇이었을까?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 회복 - 모두 좋은 얘기들이다. 여기에 플랫폼 노동 권리보장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자는 내용도 있으면 좋겠지만, 여하튼 이 세 가지라도 제대로 지켜진다면 큰 진전임에 틀림없다.
1년 만에 '3대 의제' 이행 완료 선언?
그런데 이 의제를 권고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15일, 카카오그룹은 이 '3대 의제' 권고 이행을 완료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헐! 3대 의제 이행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평가한 게 아니라 완료했다는 것, 그러니까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는 것이다.
그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카카오 창업자이자 그룹 총수라 할 수 있는 김범수 의장이 작년 7월 23일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가 구속된 혐의는 바로 이 위원회 출범의 이유 그 자체였다. SM엔터 인수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고액으로 책정해 시세조종을 벌였다는 것.

그뿐이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총 151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확정하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아니라 가맹 또는 직영에 해당하는 카카오T 블루 기사들에게 콜을 몰아줬다는 건데, 이럴 수 있는 힘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이라는 권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선 것이다.
그룹 총수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고, 그룹의 가장 큰 돈벌이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적 권력으로 이윤을 뽑아낸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때려 맞았는데, 카카오그룹은 3대 의제를 모두 이행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총수 구속이 '책임경영'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시세조종과 콜 몰아주기가 '윤리적 리더십'이 할 일이란 걸까?
노조와 소통 강조해놓고 '다음(Daum)' 일방적 분사?

카카오그룹이 올해 초에 발간한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연간보고서 2024>를 살펴보면 '임직원과의 소통'이란 항목 아래 노동조합(크루유니온)과도 대화한다는 내용을 상당히 강조해 놓았다. 카카오 경영진이 강조하고 위원회도 권고한 '신뢰'를 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소통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카카오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이 모든 것이 한낱 '쇼'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지난 3월 13일 오전 10~12시 사이 2차례에 걸쳐 컨텐츠 CIC 직원들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분사 관련 공식 언급을 하게 된다. 직원들은 사전에 조직 내에서 이와 관련 어떤 공식적 논의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기습적'이었다.
간담회와 거의 동시에, 그러니까 3월 13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경제>에서 "카카오, 토종 포털 '다음' 분사한다 … CIC로 분리 후 2년 만"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가 올라오게 된다. 그 이후 카카오가 다음(Daum) 포털 매각 수순의 일환으로 우선 분사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포함 다수 언론기사가 뒤따랐다.
이는 전형적인 '소통형식 끼워맞추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소수 경영진끼리 의사결정을 확정해놓고 언론 보도까지 사전에 맞춤형으로 준비해둔 뒤, 형식적으로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끼워맞추기 위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데이터·알고리즘·콘텐츠 모두 가진 자가 자율규제?
문제는 콘텐츠 CIC, 그러니까 사실상의 다음 포털을 분사하는 것은, 그저 사업부를 재편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섬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에 따르면 이번 분사가 만일 매각 및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 규모는 무려 1000명 안팎에 달한다고 한다.
콘텐츠 CIC와 업무적으로 직접 연관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검색CIC, 케이앤웍스, 디케이테크인, 링키지랩 등에 8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게다가 이와 관련한 인력이 대부분 제주 지역에 상주하고 있어서, 제주 지역 사업 철수 우려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직원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3대 의제(△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 회복)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사실을, 카카오 경영진 그리고 준법과신뢰위원회 멤버들은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애초부터 이용자들의 데이터, 알고리즘, 콘텐츠 유통, 가격 책정 등 모든 걸 플랫폼기업이 쥐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에게 불리한 규제를 만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다. 내가 시장 지배자인데 왜 나에게 족쇄를 채워 발목을 잡겠냐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이제 제대로 규제해야
카카오라는 공룡 플랫폼의 문제는 아직도 끝난 게 아니다. 다음(Daum) 포털을 분사하고 심지어 매각할 가능성까지 있다면 정말 큰 문제가 눈 앞에 닥치게 된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 포털 최강자가 '다음'이었고, 그래서 초창기에 이 포털에서 한메일(hanmail) 계정 만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체 그 데이터와 개인정보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20년도 전에 만들었던 계정이니 지금쯤은 쓸모없는 데이터(개인정보)가 되었을 것이라고 손쉽게 넘어가면 안 된다. 자그마한 개인정보 하나만 알고 있다면, 이용자가 웹이나 모바일 상에서 행동하는 패턴 데이터 조금만 추가하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귀중한 데이터(개인정보)로 가공해내는 게 최근 빅테크(BigTech) 산업의 트렌드 아닌가.
게다가 다음 포털 사업 전체를 제3자에게 매각한다면, 그 많은 데이터(개인정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사용권, 소유권, 관리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혹여 매각기업·매도기업 양측이 모두 자기 잇속에 맞게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플랫폼이 자율규제로 스스로를 정화시킨다? 그거야말로 대안적 사실, 즉 가짜 뉴스에 다름 아니다. 공룡 플랫폼 카카오의 일방통행을 저지하기 위해 크루유니온 지회장은 단식에 들어갔고,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저항을 시작했다. 이들의 저항을 응원하는 것이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 '자율규제'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프레시안
3개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 새 답안지 내놓을 '경제 리더십' 절실
①산업 경쟁력의 균열 ②내수 소비 구조적 위축 ③노동·창업·자산 통한 3대 사회적 모빌리티 붕괴
산업은 흔들리고, 내수는 얼어붙었으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끊어졌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정치 리스크가 갈수록 심화됐고,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이 이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변수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의 균열, 내수 소비의 구조적 위축, 사회적 모빌리티의 붕괴라는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들이 중첩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만큼 속히 정책 공백을 메우고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정비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약화 문제는 이미 가시화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미래 기술로 주목받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에서 밀려난 사건은 산업 경쟁력 약화의 상징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경쟁 실패를 넘어, 한국의 핵심 산업이 기술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한국 첨단 제조업의 기술력 신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적 기업조차 언제든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경고이며, 한국 산업 전반의 기술 리더십과 민첩성이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며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투자 및 공급망 관리에 근본적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이차전지, 전기차, 태양광 등에서 정부 주도의 기술 내재화와 공급 확대를 통해 세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변화는 한국의 대표 산업군을 압박하고 추격하는 다중 경쟁 구조를 형성하며, 산업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칭송받던 이차전지 산업만 봐도 어려움이 뚜렷하다. 50% 내외였던 중국 기업의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4%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30%를 넘던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14%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인공지능(AI)산업의 미래도 밝지 않다.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AI 생태계는 빠르게 경쟁력을 잃으며 ‘삼류’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다.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유출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의대 쏠림 현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풀이 말라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시행한 국제 조사에서도 한국은 선도국이 아닌 ‘2군’ 수준에 머물렀다. 에포크AI가 집계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수는 많지만 국제적 주목도는 낮아 ‘갈라파고스형 AI’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첨단산업 경쟁력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내수경제, 구조적 위기
내수 문제는 이미 구조적 위기로 전환했다. 일시적인 경기 둔화, 단기간의 내수 침체가 아니다. 작년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이익은 2022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금융 지원에 의존하던 자영업자들의 생존도 한계에 도달해 자영업 연체자 수는 2022년 6만여 명에서 지난해 15만 명을 넘어섰다. 내수가 부진하니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도 아닌데 1%에도 못 미치는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렇게 내수 위축 국면으로 전환한 것은 구조적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인구 구조 변화다.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1%를 넘어섰다.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소비 여력이 큰 청년층은 줄고, 소비를 덜 하는 고령자 계층이 늘면서 내수 위축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데이터를 봐도 명확하다.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54만 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11년간 차례차례 은퇴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해, 내수 소비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을 약 0.33%포인트 낮췄으며, 더 규모가 큰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매년 0.38%포인트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1%대 성장률에 머무는 한국 경제에 거대한 충격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내수 활성화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내국인 관광 패키지 붐업과 같은 보조금 중심의 기존 정책은 추세의 악화를 늦출 뿐, 내수 반등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내수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도 부채만 늘리고 폐업 시점만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장기 트렌드 앞에서 내수 회복 정책은 ‘회복’이 아니라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 리스크 일단락...경제 리더십 재구축해야
첨단산업이 흔들리고, 내수가 위축돼 소상공인이 어려워지면 ‘사회적 모빌리티’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성장성이 약화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한 사회적 이동 가능성도 급격히 떨어진다. 소상공인의 쇠락은 자영업을 통한 계층 이동 통로까지 축소시킨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단순한 자산 격차를 넘어, 전통적인 자산 축적 경로였던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렸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폭등한 집값은 중산층 진입을 위한 '주거 사다리'를 사실상 차단했다.
다시 말하면 노동·창업·자산을 통한 3대 사회적 모빌리티 채널이 모두 막혀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모빌리티 채널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충분히 타당하다. 한국 청년층 사이에서 위험성이 크지만 수익성이 높을 수 있는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자연스럽다. ‘똑똑한 한 채’를 보유해야만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시장 구조는 젊은 세대에게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 결국 ‘주거–자영업–일자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중산층 도약 경로가 모두 막히면서, 한국 사회는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사회 전반의 활력을 저해하는 뿌리 깊은 문제다.
한국 경제가 이 같은 3중고에 직면했지만, 경제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내수는 위축되며, 사회적 이동 가능성마저 무너지고 있지만 새로운 해법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답안지는 낡아가고 있으나, 단기적인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새로운 답안지를 쓰려는 이가 없다. 이미 표출된 위기 상황에 대해 정치권은 무관심과 무능으로 방치하고 있으며, 정책 담당자들 역시 현안 해결에만 급급해 과거의 답안지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마무리됐고,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제는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경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결국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다시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 리더십과 구조 개혁에 대한 정교한 제안이 절실하다.
윤석열 파면에 배아픈 조선일보의 놀부 심보
마침내, 결국, 드디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온갖 분탕질로 나라를 어지럽힌 윤석열 부부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윤석열의 이름 뒤에는 ‘전(前)’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것 빼고 달라진 건 없다. 기가 꺾이긴 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인 조선일보도 그러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야 성이 차는 ‘대(大)’ 조선일보는 윤석열에 이어 또 다른 윤석열을 창출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다음날의 조선일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제목에는 별 감흥이 없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인데, 의도적으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1면 제목은 ‘8:0 전원일치 “윤 계엄은 위헌”’이고, 중앙일보도 1면에 ‘8: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한겨레는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로 제목을 뽑았고, 경향신문은 1면을 기사 없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15글자로 채웠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음날인 4월5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1면 모습.
배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요즘 조선일보가 그렇다. 조선일보 활자에는 놀부 심보가 묻어난다. 조선일보의 행간에선 놀부 마누라와 뺑덕어미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고 이재명은 마침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8:0 파면이라는 현실은 부정해야 하고,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윤석열은 갔어도 정권은 뺏기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힘당에는 후보가 많아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하단다.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지지 후보 없음’이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단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국힘당에서 가장 높은 김문수의 8%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이재명 지지율은 국힘당 후보군을 다 합친 20%보다도 높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조선일보는 ‘차기 지도자는 1위는 '없음·모름'씨... 부동층이 이재명 제쳐’라고 보도했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지율은 49.5%로 50%에 육박했고,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국힘 후보군을 합친 34.9%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왜 굳이 부동층이 1위이고 이재명 대표가 2위라고 보도할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라는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국힘당 후보들은 그 누구도 실력이든 능력이든 자질이든 인성이든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은 비호감이라는 ‘혐오 프레임’을 계속 씌우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듯이 이재명을 이기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이재명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을 하는 매체라는 걸, 조선일보는 그렇게 자백한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4면.
언론은 사실을 전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는 게 언론 윤리이고,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지키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언론 윤리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다.
윤석열 파면 다음 날,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시종 찬성 측을 압도했던 것은 계엄 지지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며 광장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 거라고. 꼭 윤석열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나온 거라고. 진짜 그런가? 명색이 자칭 일등신문의 논설실장인데 사실 왜곡을 넘어 흑과 백을 바꿔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이재명의 강’을 넘어야 한단다. 국정 안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거대 야당 대표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는 ‘리스크 유발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고장난 레코드판이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듯한 그 악담과 저주를 옮기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차마 옮길 수 없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다 자기가 악마가 된 조선일보는 ‘이재명 공포증’에 사로잡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기필코 막으려 한다. 조선일보가 그러는 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다. 죄지은 자는 경찰서 간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사설도 그러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다음 날의 조선일보에는 두 개의 사설이 실렸는데, 첫 번째 사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고, 두 번째 사설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4월5일자 사설.
먼저 첫 번째 사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좌절감은 클 거란다. 그들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방탄, 입법 폭주로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온 거란다. 그러하니 민주당과 탄핵 찬성 단체들이 그들을 폄하하며 탄핵을 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헌법 행위자 처벌법’을 발의한 것은 경솔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흑과 백이 바뀌고 선악이 뒤바뀐 것 같아서.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그러하듯 이건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탄이 천사를 나무라는 격이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단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탄핵 소추되어 2명이 파면됐다며 슬쩍 노무현 대통령을 끼워 넣는다. 고약하다. 그렇게 노무현을 모욕하더니 고인이 되었는데도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비열함은 조선일보의 주특기 중 하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보수정당은 간판을 바꿔 달아가며 3연속으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중에 2명은 연속으로 탄핵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대기록을 이룬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반성하는 척 사죄쇼라도 하더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방귀 뀌고 성을 낸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핀다. 묻고 싶다. 보수정당이 달성한 ‘3연속 감옥행-2연속 탄핵’ 대통령 배출이라는 대기록이 대통령제 탓인가? 그런 대통령은 왜 보수정당에서만 나오는 건가?
보수정권이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밥상을 어지럽히고 물러나면 진보정권이 설거지를 하고 새로 밥상을 차리는 내내 ‘베짱이’ 보수정당은 보수언론과 합동으로 뒤에서 훼방을 놓고 악담을 해대며 국민의 피로도를 높여 정권을 넘겨받아 밥상을 어지럽히고... 그런 악순환이 대통령제 때문인가? 윤석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나라의 보수정당야말로 ‘패악질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조선일보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건, 윤석열의 내란을 잊어달라는 거다.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법치를 무시한 윤석열의 분탕질을 잊어달라는 거다. 김건희도 잊고 디올백도 잊고 주가조작도 잊어달라는 거다. 이태원 참사도 잊고, 채 상병 사건도 잊고, 부산 엑스포도 잊고, 의료 대란도 잊고, 대파 한 단에 ‘875원’도 잊고, 다 잊어 달라는 거다.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선을 바로 앞둔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론’은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 유권자의 기억에서 지난 3년을 지우겠다는 거다. 나도 개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정치 원로들까지 동원하여 열심히 불을 지피는 개헌론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의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기억상실증 마약을 살포하여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서 두 번째 사설. ‘헌재도 비판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 제목이 가관이다. 헌재의 결정문에 있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존중돼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된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단다.
인터뷰도 그렇지만 남의 글에서 일부를 인용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이나 글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 그 또한 언론의 윤리다. 조선일보 사설이 인용한 헌재 결정문의 구절은 윤석열의 주장을 그대로 적은 것이고, 보수성향 재판관의 주장을 결정문에 반영하고 그들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헌재가 이른바 ‘5대3의 교착’에 빠지는 파국을 막고 가능하면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고 헌재재판관들이 심판정을 떠날 때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는데, 아마도 보수성향 재판관들을 설득하여 전원일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에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구절이 있는 단락을 빼면 문맥은 더 매끄러워지고 내용은 더 명료해진다.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헌재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고 하는 건, ‘윤 대통령이 없는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통절하게 반성하고 자책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고 ‘민주당 일각은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이 환호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점령군 행세가 아니라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훈계를 한다. ‘민주당이 국익을 우선하는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앞세우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마치 불을 끄고 나니 방화범이 불쑥 나타나 소방관을 야단치고 훈계하는 것 같다. 그런 걸 일컬어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무지와 무능, 독선과 불통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건 대통령 윤석열이다. 지지율이 10%를 겨우 넘는 ‘정치적 사망’의 지경에 이르자 저 살자고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윤석열이다. 12.3 계엄의 밤에 계엄은 실제상황이고 국회로 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고 담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국회의 권능으로 계엄을 해제한 건 민주당 등 야당의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고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끝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던 조선일보는 매를 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야단치고 있다.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전광훈이라는 목사가 설쳐대는 이 나라에선 사탄이 천사를 야단치는 몰상식과 몰염치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조선일보의 확증편향이 중증으로 깊어지고 있다. A4 용지로 100쪽이 넘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의도에 맞는 몇 문장을 가져와 입맛대로 해석하여 기사에 인용하는 것은 수많은 사실 중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향된 취사선택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막무가내 아전인수이며 확증편향이고 언론윤리 위반이다. 조선일보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거짓으로 쌓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성이 무너질까 두렵고 불안하여 그럴 것이다. 윤석열 탄핵 다음 날의 조선일보 지면에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의 심리적 공황이 행간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기자) / 시민언론민들레
검찰, “뉴스타파 영화 <압수수색> 상영 제지해 달라” 법원에 요청


검찰이 뉴스타파 영화를 우려하는 세 가지 이유


보수도 진보도 질색하는 “기회주의자 끝판왕” 한덕수
고향 바꾸기·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불참
“기회주의자” “인륜 거슬러” 평가
총리 지명 직전까지 김앤장서 고액 보수
‘한국 공직사회 도덕적 해이 대표’ 비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위헌적인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뒤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기회주의적 면모가 회자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 이후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로 발탁되며 14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에게는 줄곧 ‘노회한 기회주의자’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넘나든 최초의 국무총리란 진기록을 세운 그는 취임 100일을 맞아 “이 자리가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은 봉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한 권한대행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다. 김앤장에서 초고액 보수를 받은 그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모럴해저드를 대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지난 9일 페이스북 글에서 한 권한대행을 볼 때마다 “무능하지만 기회주의적인, 노회한 직업 관료의 이미지를 느낀다”고 썼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도 이날 한겨레 라이브 시사 토크쇼 `뉴스 다이브'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법인카드와 관용차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때 같은 편이던 야권 역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도 출세지향적인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뒤 인사청문을 벼르던 당시 야권에서는 민주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한 권한대행이 민주정부를 향해 침을 뱉었던 일화들이 회자됐다. 특히 그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지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불참한 일은 “인륜을 거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권 인사들에게 이 일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의 ‘고향 바꾸기’ 논란도 입길에 올랐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한 권한대행이 보수 정권에서는 승진을 위해 전북 전주 출신임을 밝히지 않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비로소 이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원적과 본적을 같이 쓰게 돼 있던 시기에 착오나 오해 등으로 혼동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야권 인사는 드물다. 한 권한대행 인준 표결에 참여했던 안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회주의자 한덕수 청문회, 이분의 삶의 궤적과 가치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회주의자는 포섭의 대상이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 떠오르는 씁쓸한 날”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월권적인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으로 다시 입길에 올랐다.
야권은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중에는 형식적 권한 행사에 그치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다가 윤 전 대통령 파면 뒤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에 주목한다.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추대받으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대선의 ㄷ도 꺼내지 말라”며 부인했다.
그렇지만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탓에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회한 기회주의자의 끝판왕이 되려고 하는가. 내란 옹호와 명태균 늪에 빠져 대선 후보가 사라진 국힘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인가. 한덕수 탄핵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썼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K밸류업 외치는 사이, 무너지는 한국 제조업
한국은 노동자 국가에서 ‘자본가 국가’로 변모했다. 이는 엘리트와 상층 중간계급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주식에 투자하며 ‘서학 개미’로 등장한 시점과 겹친다
.테이터에기반하여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분석하는 것을 보통 ‘성장회계’라고 부른다. 성장회계에서는,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라고 일컫는 자본(기계설비, 건물 등 유형자산)과 노동(인구), 총요소생산성(기술) 등으로 성장 요인을 분석한다.
성장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을 고도화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물론 경제성장에선 인구와 기술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자본의 투자가 결정적 요소로 꼽히는 이유가 있다. 투자로 매입하는 기계설비에 기술적 진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신기술 개발 등 공격적인 투자는 성패가 불확실한 만큼 미래의 위험(투자 실패 가능성)을 동반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 혁신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파업을 노동자들이 기계를 멈추는 행위를 파업이라고 한다면,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자본 파업’이라 부를 수 있을 터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 역시 투자였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선 투자를 ‘총고정자본형성’이라 부른다. 총고정자본형성을 구성하는 것은 설비투자, 건설투자, 무형자산(지식재산권, 기술 관련 연구개발 등) 투자다. 국민계정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의 총수요에서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내외에 이른다. OECD 주요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편이다. 최근엔 무형자산 투자의 상대적 비중이 상승한 반면 설비투자 비중은 줄고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국민소득 대비 연구개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였다. 2022년 현재 인구 1000명당 연구개발 인력이 9.5명으로 세계 1위다.
선진국으로 진입, 마냥 기뻐할 일일까?
한국은 이제 명실공히 ‘선진국’이다. 1인당 소득이 커지고, 소비력이 올랐으며, 기술도 고도화되었다. 마냥 즐거운 일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성장 국가일 때는 투자만 적절하게 하면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성장률이 하락한다. 한국의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2010년대 초반 3%대, 2010년대 후반 2%대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2%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 즉 총수요 증가의 정체가 기업에 의미하는 것은 수익성 약화다. 수익이 줄거나 수익률이 떨어지면 신규 투자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투자는 불확실성이 동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예상수익률이 하락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인다. 투자 감소는 좋은 일자리 창출 능력의 축소와 혁신역량 쇠퇴를 초래한다. 이로써 저가격을 경쟁력으로 삼는 나라들에겐 한국을 추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그런 나라의 업체들이, 한국이 점유했던 시장으로 밀고 들어온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과거 한국이 유럽과 일본을 위협했듯 중국이 지금 한국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의 투자율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살펴보자. 〈그림 1〉은 키스밸류(Kis-Value·한국신용평가가 제공하는 기업 분석 및 연구 프로그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업 기업들의 유형자산 투자율을 계산한 수치다. 각 연도에 표시된 수치는 해당 연도의 유형자산이 직전 연도에 비해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표시한다. 〈그림 1〉에서 대기업(재벌 소속 계열사와 중견기업)을 보면, 2006~2016년엔 유형자산 투자율이 7%대 중반~10% 사이에서 등락하다가 2017년 이후엔 대체로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유형자산 자체는 늘었지만 ‘늘어나는 정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엔 유형자산 투자율이 각각 –1.8%로 음(陰)의 수치다. 유형자산이 직전 연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최근 10년 사이 ‘뭔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는 민간에서 창출하는 좋은 일자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도 많이 투자한다. 해외 투자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해외에 공장을 건설해 생산활동을 벌이는 ‘제조업 투자’, 다른 하나는 외국의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을 사고파는 ‘포트폴리오 투자’다. 이 같은 한국의 해외투자는 2015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나타낸다.

〈그림 2〉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2015년을 전후해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이전의 해외투자는 주로 한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에 역외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개척하려 했다. 2015년 이후엔 중국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미국 등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삼게 된다.
이쯤에서 〈그림 2〉에 〈그림 1〉을 교차시켜 관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2015년은 한국 조선업 붕괴 및 자동차산업 산출 감소가 급속히 진행된 시기다. 두 업종의 산출 감소는 일반기계(부품 공급), 철강, 1차 금속 등의 산업까지 강타했다. 이로써 한국의 ‘전통 제조업’ 부문의 침체가 본격화된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부터 한국 제조업체들의 해외직접투자액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2015년 이후 해외투자에서 금융투자의 규모가 제조업 투자를 추월했다는 점이다.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거나 외국 기업 인수로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사용하는 돈보다 외국의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금액이 더 커졌다. 2015년 이후 해외 금융투자를 주도한 것은 주요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펀드였다. 최근엔 개인들의 해외 주식 매입이 해외 금융투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이른바 ‘서학 개미’가 이 부문의 주류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증가 및 국내 설비투자 감소, 해외투자 가운데 금융투자 증가는 국제수지의 변화와도 큰 관련성이 있다.
‘자본가 국가’의 ‘시민 주주’들
큰 폭의 해외투자 증가는, 한국이 자본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경상수지에서 무역수지만큼이나 본원소득수지(특히 자본수지)의 비중이 커졌다(편집자 주: 경상수지는 국제거래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돈’에서 ‘한국으로부터 나간 돈’을 뺀 차액이다. 전자가 많으면 경상수지 흑자, 후자가 많으면 경상수지 적자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무역수지와 본원소득수지다. 외국에 상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은 무역수지, 해외 투자로 받는 배당금과 이자는 본원소득수지에 속한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상수지 흐름을 보면 2017년 이후 무역수지가 급격히 감소한다. 반면 금융투자 및 제조업 현지 투자에 따른 본원소득수지는 꾸준히 상승하더니 2019년에는 100억 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심지어 2022년과 2023년엔 무역수지가 적자인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각각 200억 달러와 300억 달러를 넘겨 해당 연도의 경상수지가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은 해외로부터 수입한 자본에 국내 노동을 결합시켜 재화를 생산했다. 이를 수출해서 해외에 이자를 갚거나 원금을 상환했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한국이 노동자 국가에서 ‘자본가 국가’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엘리트와 상층 중간계급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주식에 투자하며 ‘서학 개미’로 등장한 시점과 겹친다. 오늘날 한국의 고소득 노동자들은 ‘자본가 국가’의 ‘시민 주주’들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인, 특히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꿨고 바꿔나갈 것인가? 〈그림 3〉은 최근 5년간 배당이 진행된 대기업의 배당률과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나타낸다.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에서 노동의 몫인 임금총액(노무비·총급여·퇴직적립금·복리후생비 등)의 비율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배당률은 사내유보금이나 이익잉여금 중 주주에게 배당되는 금액을 총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그림 3〉에서 배당률은 2020~2021년을 기점으로 크게 상승하는 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하락한다. 제조업 배당률은 전 산업의 평균을 훨씬 웃돌지만 추이는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잉여자산을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있으시다면, 이 그림을 보고 어떻게 느끼시는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반드시 취업자(‘고용되어 있는’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통계수치에서 임금 몫의 총액은 ‘고용된 노동자 수와 평균임금의 곱’이다. 취업자들의 임금이 오른다 해도 취업자 수가 더 크게 줄어든다면 개별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한다. 어떤 대기업이 매출과 수익성이 상승하는 가운데 고용 중인 노동자 임금은 올리지만 신규고용을 피하거나 자연 감소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면, 해당 업체가 생산하는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자들의 몫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대기업들은 유형자산 투자율이 꾸준히 내려가는 가운데서 앞으로는 배당률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 입장에선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 당장 주가 상승을 바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시민 주주(유권자)들을 배려해서 여야 모두 ‘주가 올리기’나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기업들의 장기적 경쟁력과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그동안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였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생산설비를 자동화시켜버린 측면도 있다. 그 의도가 어떻든, 이런 설비투자의 증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산출을 증가시켰다. 그런데 〈그림 1〉에서 보듯이 이런 메커니즘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잘 알려진 한국의 성장모델은 설비투자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20년 이후 그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재벌 집단의 핵심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줄였고 계열사들에 대해서조차 독립된 생존을 요구할 만큼 기업집단이 규모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선회했다. 더불어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투자를 대체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여길 수도 있는 점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액의 비중이 올랐다는 정도다. 한국평가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배당하고 있는)들에선 연구개발이 꽤 활발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의 비중이 2012년 평균 1.77%에서, 2016년 2.03%, 2023년 2.31%로 상승했다(〈그림 4〉 참조). 이는 국민소득 계정의 총고정자본형성에서도 나타난다.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반 노동자와 시민들이 반드시 반길 소식은 아니다. 이미 설비투자 증가율의 감소는 생산직의 신규고용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액의 증가를 감안하면, 기업들이 새롭게 발굴한 투자 영역은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한국 내에 공장을 더 짓거나 고용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자본 파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동맹군’은 일반 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로 교체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주가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이에 한국 대기업들은 엄청난 구조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유럽 기업들처럼 연구개발이나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고 생산기지는 역외에 두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경우, 지금까지 보유해온 국내 제조 역량도 장기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대기업의 신규고용은 주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고급 인력에 쏠릴 것이다. 제조업에서조차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없는 성장의 고통이 주어지고, 유명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에게만 고임금 일자리가 제공되는 신세계가 한국의 노동자와 시민을 덮치고 있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시사인
진보 성향일수록 "빈부 격차는 심각한 사회문제“

빈부 격차는 매우 큰 문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자국 내 빈부격차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Very big Problem)’라고 생각하는 답변은 36개국 평균 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느 정도 큰 문제(Moderately big problem)”는 30%였다. 이번 조사는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5월 세계 36개국 4만1,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퓨리서치센터는 “각 국가별 경제 불평등에 대한 대중적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뚜렷했다”라고 전제했다.
국가별로는 튀르키예(68%) 스리랑카(66%) 프랑스 인도 페루 칠레(이상 64%) 독일 태국 콜롬비아(이상 61%)에서 빈부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폴란드(24%) 스웨덴(27%) 싱가포르(29%)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35%) 네덜란드(37%)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은 47%로 36개국 중 25위 수준이었고 일본은 35%로 낮았다.

정치 성향별 빈부격차 문제 인식
퓨리서치센터는 특히 “정치 성향에 따라 빈부 격차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게 갈렸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일수록 ‘빈부 격차가 매우 큰 문제’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보수·진보 성향 간 의견 차가 가장 큰 국가로 나타났는데, ‘빈부 격차가 매우 큰 문제’라는 답변은 보수 성향인 경우 30%, 중도 55%, 진보 76%로 나타났다. 한국도 보수 31%, 중도 45%, 진보 66%로, 정치 성향에 따라 의견 차이가 비교적 큰 국가로 나타났다. 또 소득이 높은 국가보다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빈부 격차는 매우 큰 문제”라는 답변이 대체로 많았다.
한편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무려 60%가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고 짚은 답변은 48%, “기회의 불평등 때문” 39%, 로봇·AI 등 기술의 발전은 31%였다. 하지만 “(잘사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잘사는 것”이란 답변도 40%에 달했다.
미국과 캐나다, '먹는 즐거움'에서 세계 최고

지역별 음식 및 삶의 만족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속한 북중미 지역 주민이 음식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지역은 서유럽, 동아시아와 함께 세계 다른 지역보다 다양한 음식 선택권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국 갤럽에 따르면, 전 세계 140개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1%가 “최근 1주일 기간, 즐기면서 음식을 섭취했다(Mostly enjoyed Food I ate)”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5%는 ‘(해당 음식이) 건강에도 도움이 됐다(It was mostly healthy)’고 덧붙였다. 갤럽은 “2022년엔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87%와 82%였다. 2년 전 대비 소폭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또 64%는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had a lot of choices in the types of food)”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남북 아메리카와 서유럽(이상 92%)이 ‘음식에 대한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건강한 음식이었다”는 답변은 유럽이 아메리카 지역보다 소폭 높았다.
식재료가 비교적 풍부하고 저렴한 동남아·태평양도 음식에 대한 즐거움이 89%에 달했고, 한국과 일본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도 86%로 높았다. 특히 동남아는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는 답변이 84%로, 서유럽과 함께 세계 각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동아시아도 82%나 됐다.
반면,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76%)와 중동 지역(71%)은 음식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특히 아프리카(61%)의 경우 전역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아프리카는 특히 음식 선택권에 대한 만족도도 42%로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음식에 대한 인식은 삶의 질과 관련이 있다”면서 “최근에 먹은 음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웰빙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대한 사회적 연결성이나 애착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식생활(양·질·선택권)에 만족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한편 갤럽이 전 세계 삶의 만족도를 0~10점으로 측정한 결과, 전 세계 평균은 6.2점(2023년 기준)이었다. 지역별로는 음식 만족도가 높았던 북미 지역은 7.0, 중남미 6.9, 서유럽 6.8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또 동아시아는 6.4, 동남아·태평양 6.2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5.1로 낮았다.
그런데 한덕수는 트럼프와 왜 통화했을까?
"내 엉덩이에 입맞추며…" CNN이 전한 트럼프의 반응
한의 '윈-윈 리스트'와 트럼프의 '쇼핑 리스트' 제각각
한미동맹 지속 '희망' 거듭 피력에, 트럼프는 돈만 언급
트럼프 상호관세 발효 하루 전 서울과 워싱턴의 풍경
짧은 발표문에도 굴곡이 있다. 같은 내용보단 다른 내용에 실제 통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고 국정을 잠시 책임진 이의 생각이 드러난다. 8일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이하 대행)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대행은 "윈-윈(win-win)"을 말했다고 발표했고, 트럼프는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을 강조했다. 그런데 대행의 '윈-윈' 리스트와 트럼프의 쇼핑 리스트는 같지 않다. 대행은 조선·액화천연가스(LNG)·무역균형 등 3가지만 언급했지만, 트럼프의 리스트는 길었다. (한국의) 지속 불가능한 흑자와 관세, 조선, 미국산 LNG의 대규모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투자, 한국에 제공하는 군사보호 대가 지불 등을 나열했다. 이 모든 걸 한목에 '쇼핑'하라는 말이다. 차이는 또 있다.
평생 관료의 우회 화법과 포퓰리즘 대통령의 직설 화법의 차이다. 통화 내용을 전한 국무총리실 보도자료는 애매모호한 수사로 가득하지만, 트럼프가 X 계정(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은 의미가 분명하다. 보도자료에는 트럼프의 글에 없는 "희망한다"는 표현이 두 번 나오지만, 놀랍게도 '관세'라는 단어가 없다. 지난 2일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로 증시가 주저앉고 온 국민이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에 '관세'를 과감하게 지웠다. "조선, LNG 및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양측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에서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는 문장에 숨겼다.

보도자료 첫대목의 인사말을 제외하고 통화 내용은 달랑 4가지다. 이 중 3가지가 외교안보 내용이다. 경제 관련 문단은 단 한 개. 대행이 트럼프에게 전했다는 '희망'은 모두 안보 문제였다. 동상이몽 또는 희망적 사고가 묻어난다. 대행은 "미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심화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북한의 핵 보유 의지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공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글로 쓴 건지, 영어를 한글로 옮겼는지 당최 헛갈리는 대목이다. "양측은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에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라는 게 총리실이 전한 외교안보 관련 세 번째 통화 내용이다.
통화 중 '한미 동맹'이 두 번 언급됐고 '북핵'과 '대북정책' '한미일 협력'이 거론됐다는 게 총리실 발표. 그런데 트럼프의 X 계정 글 어디에도 없는 단어들이다. '한미동맹'은 물론 '북한'도 없다. 실제로 통화 중에 관련 이야기가 거론됐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는 관심이 적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오죽 메아리가 없었으면 대행이 일방적으로 희망을 피력했겠는가. 외교안보 관련 트럼프의 유일한 언급은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적 보호비용 지불"뿐이다. 양측의 주파수가 맞지 않는 통화였다.

관세와 경제협력, 외교안보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는 이미 공개됐다. "한국은 '현금지급기(money machine)'이다.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을 벗겨 먹어온 (riffed off) 국가"라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했으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게 트럼프의 셈법이다. 자신이 제시한 리스트를 한목에 쇼핑, 지갑을 열라는 거다.
그런데 하루, 이틀 상관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하기 56일 전, 대행은 대체 왜 트럼프와 통화를 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세계를 상대로 호통치고 있지만, 트럼프는 '위대한 거래'의 빠른 성사에 마음이 급하다.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경제의 전망이 급속히 흐려지는 가운데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보복관세로 정면충돌을 선택했고, 유럽연합(EU)는 조건부 '관세 0%'를 흘리면서 한편으로 보복 조치를 다짐하고 있다. 악수와 주먹을 동시에 내보이는 것(뉴욕타임스). 2024년 대미 수출액이 한국(1354억 달러)보다 많은 캐나다(4130억 달러)는 대놓고 EU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최소한 그런 모양새라도 보인다.

총리실은 이날 대행의 CNN 인터뷰를 소개하는 또 다른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에 부과된 25% 상호관세가 "pity"라고 말해놓고 보도자료에는 '유감'이나 '애석한 일'이 아니라 '큰일'로 번역하는 창의성을 보였다. 대행은 "모든 일이 하루 이틀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차분하게 25% 관세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평가하고, 차분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CNN은 인터뷰를 '이 아시아 지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대해 중국과 매우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소화했다.
트럼프의 사고에 한국은 가장 만만한 나라인 게 분명하다. 통화 뒤 백악관은 "일본과 한국의 협상팀이 오고 있고, 이탈리아 총리가 다음 주 워싱턴에 온다. 이스라엘은 '선제적인 접근'을 통해 미국과의 새 무역협정이 모두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말본새는 원색적이다. 그는 이날 공화당 전국 의회 위원회 만찬 행사에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전화하고 있다. "내 엉덩이에 입을 맞추면서(Kissing my a**)…"라고 말했다. CNN이 생생한 현장을 전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의 발효 하루를 앞둔 8일 서울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윤석열 파면에도, 파면 안 된 '언론계의 윤석열들’
윤석열 망상 돕고 내란 동조한 언론인·언론단체
첫째, 12.3 계엄 이후 내란 옹호·지지한 언론사
둘째, 가짜뉴스로 내란 정당화한 극우 매체들
셋째, 윤 정권 아부하고 실정 덮은 주류 매체들
넷째, 공영방송 장악·언론탄압한 방통위·방심위
다섯째, 윤석열 지지한 공언련 등 극우언론단체
국민이 언론계에서 퇴출해야 민주주의 지킬 것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파면 사유로 윤석열의 ‘헌법 위반과 민주공화정의 안정성 침해 등 국민 배신 행위’와 ‘법 위반의 중대성’ 등을 들었다. 사실 윤석열 파면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권자 국민들이 그의 헌법 위반 범죄행위와 국민 배신행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했는데 더 무슨 변명이 필요하랴? 윤석열은 ‘국민을 배신한 반역자’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윤석열과 그의 변론인단, 그를 추앙하는 국힘당과 극우세력들이 온갖 해괴한 이유와 논리, 거짓말과 허언, 협잡, 개소리(bullshit)를 총동원해도 애시당초 소용없는 일이었다.
정신이 멀쩡한 주권자 국민들은 처음부터 파면만이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당연한 윤석열 파면 선고를 국민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린 것은, 그것이 하나의 ‘민주주의적 절차’였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단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한겨울 눈보라와 찬바람을 참아내며 기다리고 인내했던 것이다. “끝내 시민이 이겼다”는 경향신문의 1면 제목처럼,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시민의 승리를 재확인한 절차였을 뿐이다.
언론은 민심을 대변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내란 범죄 이후 이런 주권자 국민의 마음, 즉 민심을 언론은 정확히 읽고 제대로 보도했는가? 천만에. 상당수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파면을 갈망하는 민심과는 다른 보도를 하거나 심지어 민심을 왜곡·조작했다. 기자의 본분이란 무엇인가? 주류 언론에서 밥벌이하는 많은 기자들은 민심 전달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헌정 파괴자요 국민 배신자인 내란범 윤석열 일당을 옹호하고 내란에 동조하거나 선동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것은 윤석열이 국민을 배신했듯이 언론 또한 국민을 배신한 행위 아닌가?
국민 배신자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그를 옹호하고 지지한 언론은 파면되지 않았다. 내란 선동죄(형법 91조), 내란 동조죄(92조)에 따라 처벌받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을 배신한 언론은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언론은 헌재가 파면하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파면은 언론에 보도의 책임과 의무를 위임한 국민이 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므로 국회가 나설 수도 있다. 국민을 배신한 반역 언론을 국민이 파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이 언론에 위임한 보도의 권한과 언론자유의 특권을 축소하거나 중단시키는 것이다.
모든 언론이 파면 대상인 것은 아니다. 12.3 이전에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도록 돕고, 내란이후 윤석열을 옹호함으로써 내란 동조·선동에 가담한 언론이 파면 대상일 것이다. 어떤 언론 또는 언론인이 여기에 해당될까?

첫째, 국민 배신자 윤석열의 편에서 그를 명백히 옹호한 언론, 언론인들에게는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 주류 언론들은 12.3 비상계엄 내란이 터진 뒤 일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교묘하게 윤석열 옹호와 내란 동조·선동에 가담했다.
이 언론들은 내란범죄자들과 지지자·옹호자들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 내란 옹호·동조 논리를 전파했다. ‘중립’을 가장해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들의 헛소리 집회를 내란을 진압하려는 야당·시민들의 집회와 나란히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내란 세력의 확성기 노릇을 했다. 이런 보도는 극우 반국가세력을 결집시키고 사법기관을 침탈·협박하도록 부추겼다.
주류 언론들은 헌재의 파면이 지연되고 윤석열이 석방되자 윤석열 복귀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 12.3 내란 범죄의 중대함을 축소·은폐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위헌행위를 하는데도 오히려 이를 두둔하거나 감추었다.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의 뒤에 숨어 내란 범죄를 물타기하더니 마침내 헌재를 흔들어 탄핵 기각이나 각하로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뿐 아니라 연합뉴스, YTN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했다. 이들의 보도는 헌재의 윤석열 파면 사유인 ‘헌정질서 파괴행위’‘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
둘째,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함으로써 12.3 내란이 정당한 것처럼 보도한 극우 매체들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중국인 해커 99명을 체포해 주한미군에 인계했다’는 따위의 황당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한 인터넷 매체, 그것이 허위정보임이 드러났는데도 보도를 낸 여러 매체들이 해당된다. 문제의 극우 매체는 신문윤리위원회 등에서 제재를 가해도 전혀 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두고 보자’는 식으로 협박하는 칼럼까지 냈다. 어떤 지역신문은 내란을 옹호하기 위해 가짜뉴스 받아쓰기는 물론 극우집회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식으로 내란 범죄자 옹호·동조 여론을 조작했다. 이런 언론은 반드시 언론계에서 퇴출시키고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부터 줄곧 헌법 파괴와 국민 배신 행위를 하도록 부추긴 언론들이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혼자의 정신병적 망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망상에 빠져 군을 동원한 학살극까지 계획한 것은 그가 극우 유튜브 방송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여론 형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주류 언론들의 책임은 훨씬 크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은 정권 초기부터 윤석열을 찬양·미화하고 반면 그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을 줄기차게 해 오는 동안 입을 닫아왔다. 윤석열은 입만 열면 ‘반국가세력 처단’을 말해왔는데, 이는 조중동 등 주류 언론들의 보도와 큰 차이가 없다. 조중동 보도는 윤석열의 계엄선포문에 그대로 옮겨갔다. 이태원참사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주가조작·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같은 비리가 터져도 주류 언론들은 조용했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비판언론에는 압수수색과 구속기소로 입을 막아도 눈을 감았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댄 ‘야당의 탄핵 폭거 예산 폭거’는 조중동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류언론이 십팔번처럼 불러댄 레퍼토리였다. 12.3 비상계엄 직전 주류언론들의 사설을 보라. 윤석열의 계엄선포문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깊어진 민주주의 위기, 경제· 외교안보· 민생의 위기는 주류언론들이 윤석열 정권에 아부하느라 국민을 배신한 주류 언론들의 보도 탓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넷째, 윤석열 정권을 위해 공영방송 장악에 나선 방송통신위원장, 비판언론 탄압을 자행한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그리고 방통위·방심위의 어용 위원들도 파면되어야 한다. 탄핵소추되었던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위법적인 2인 방통위 체제를 운영하면서까지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해왔다. 어용 방통위는 윤석열의 술친구로 알려진 박민을 KBS 사장에 앉힌 데 이어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혐의를 축소하기 위해 ‘작은 파우치백’을 들고온 박장범 앵커를 사장에 기용했다. 박민·박장범 씨는 공영방송 KBS를 일찌감치 관영방송, ‘땡윤방송’으로 만들어 윤석열이 비상계엄 내란을 모의하고 추진하기 좋은 여론을 조성했다. KBS가 12.3 비상계엄에 어떤 역할을 준비했는지 파헤쳐 이에 가담한 인사들은 모두 파면해야 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윤석열의 온갖 실정(失政)을 언론이 견제·비판하지 못하도록 큰 기여를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심의’ ‘위법심의’까지 벌이면서 비판언론 ‘입틀막’의 최전선에 섰다. 12.3 비상계엄 당시의 방통위원, 방심위원들이 윤석열 내란에 어떻게 동조하고 가담했는지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다섯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돕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극우 목소리를 내온 어용 언론인단체를 해산하고 이 단체에 속한 언론인 중 공공기관에 종사한 자들을 모두 파면해야 한다. 우파 성향 언론인·언론단체들이 모여 만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대표적이다. 공언련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그를 지지한 우파 언론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어용 단체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백 YTN 사장 등이 이 단체 출신이다.
공언련 출신 우익 언론인들은 방통위, 방심위,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미디어 분야 공공기관은 물론, KBS, YTN 등 언론계 고위 임원직에 진출해 민심을 왜곡·조작하고 윤석열의 망국적인 망상을 키워줬다. 극우 언론인단체 출신이 포진한 정부 공공기관은 모두 60여 곳으로 알려졌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내란범 윤석열은 파면됐다. 그는 내란죄로 기소돼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처해질 것이다. 내란을 모의했거나 가담한 공직자와 군인들도 처벌과 연금박탈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내란사태가 종식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내란범을 옹호하고 지지했던 자들이 정부와 공공 기관 곳곳에 남아있다. 이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여론 형성 책임을 지고 있는, 언론계에 남아있는 내란 동조·지지자들이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네 번째 기둥으로 불린다. ‘언론계의 윤석열들’이 파면· 퇴출돼야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고 지킬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shorts/bksK1qsc6eQ
https://www.youtube.com/shorts/ZVbpq9hhqAI
https://www.youtube.com/shorts/gbUVPBgRC8Q
문형배의 다짐 그리고 반성
한국 경제, 2/3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고령화로 주식시장 붕괴 가능성 제기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가계는 비금융자산(부동산) 9774조원, 금융자산 5204조원을 들고 있습니다. 가계자산의 65%가 부동산, 35%가 금융상품입니다. 금융상품 중에선 예금·현금(2410조원), 보험·연기금(1457조원), 주식·펀드(1127조원), 채권(167조원) 순입니다. 금융상품 중 예금·보험 비중은 무려 74%에 달합니다.
정부와 기업도 자산비중은 비슷합니다.
정부는 비금융자산 4693조원, 금융자산 2395조원을 들고 있습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지라 기업도 비금융자산(토지·공장 등)이 7337조원, 금융자산은 4034조원을 들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도 비금융자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66%로 가계와 비슷합니다.
이 같은 자산은 은행의 ‘담보대출’로 뒷받침됩니다.
은행의 대출규모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4401조원에 달합니다. 이 중 약 절반은 기업대출로(공장 등을 담보로 잡고), 절반은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등)로 구성돼 있습니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 정부가 들고 있는 예금(약 3600조원)을 수취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해줍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매경DB>
하지만 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는 위험합니다.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핵심 지역을 제외한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기반으로 한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 구조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바로 ‘기업 밸류업’, ‘코스피 5000’ 담론입니다하지만 이 또한 어렵습니다. 은퇴 인구가 늘어날수록 주식시장 투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금융학회서 지난해 발간한 ‘한국 금융의 미래’서,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향후 국내 주식시장 규모’를 ‘2035년(1948조원) → 2050년(1749조원) → 2070년(618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곧 혁신기업의 붕괴를 의미합니다.자본은 규모에 따라, VC(초기기업 투자)-PE(중견기업 투자)-IPO 상장 -코스닥-코스피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저성장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을 점점 외면하고 있는 상황서, 국내 주식투자자 마저 해외주식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상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상장 이전의 투자(VC·PE 투자)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령화는 예금을 더욱 늘릴 것이고, 이는 ‘부동산 금융’을 심화시키게 됩니다. 정부는 각종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시장(주식)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 마저 무너지면, 국가의 부(富)가 증발해버리기 때문이죠. 이는 높은 집값·주거비 등으로 이어지면서 청년세대의 저출산을 고착화합니다.
mjg8**** 일들을 해라 이것들아. 돈벌이 하나 안되는 부동산 끌어 안고 경기도 안좋은데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가격 올리자고 질질 짜지 말고. 이러다가 나라도 망하고 꼭 끌어안고 있는 빚으로 사놓은 부동산 반에 반토막 난다.
jsya**** 아주 잘 못된 오해를 하고 있다. 주식이란 서비스상품의 가치는 실물이라는 제품가치로 결정하는 것이다. 실물경제 성장하면 주식상품도 덩달아 성장하는 것이다.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경제가 대표적 예다. 실물경제는 중국에 맡기고 용역경제로 수십년간 해먹다 보니 미국이란 나라는 제조력이 사라졌다. 그래서 트럼프라는 실물경제 실무자가 득세한 거다./ 매일경제
尹 파면에 BBC가 “좌파 때문에 한국 망한다”고 했다고?
‘BBC 현 시국 촌평’이라며 진보진영 사법부 등 비난 글 확산
과거에도 같은 글 반복적으로 유포돼… 현 시국과 무관
BBC 보도라는 근거 없어, 외려 BBC는 계엄에 부정적 보도
▲ 이봉규TV 유튜브 갈무리.
영국 공영방송 BBC가 현재 한국 상황에 내놓은 ‘촌평’이라는 출처불명의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유포되는 글인데 실제 BBC가 관련 보도를 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고, BBC 논조와도 차이가 크다.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에 확산된 ‘BBC 촌평’
지난 10일 유튜버 감동란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국 BBC방송의 한국 촌평>과 함께 “쪽팔린다”고 쓴 글에 좋아요 1만8000여개가 붙었다. 해당 글은 ‘한국은 제 살 뜯어 먹는 미친 나라’, ‘판검사가 법치문란의 주범인 나라’, ‘한국은 법관의 편향된 이념과 주체사상이 나라를 망치는 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강신업, 이봉규 등 시사유튜버들은 유튜브 방송에서 이 촌평을 강조했다. 이봉규씨는 “영국에서 한국상황에 대해서 낸 논평. 영국 언론은 이렇게 분석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유튜버는 물론이고 댓글에서도 사실로 믿는 이들이 다수였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제대로 봤네요. BBC 감사!!! 저런 언론이 있어야 계속 깨어나죠”라고 했다.
▲ 유튜버 감동란이 자신의 채널에 올린 글
블로그, 카페, 인터넷 커뮤니티, 메신저 대화방 등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 카페에는 <[영국 BBC 촌평] "BBC가 바라본 좌파로 망해가는 대한민국 !!!> 등의 제목으로 유포되고 있다.
일부 언론도 이를 인용했다. 내외뉴스통신의 김흥묵 칼럼니스트는 지난 9일 기명 칼럼을 통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종주국인 영국 언론의 비판이라 울림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계엄에 대한 위헌 인용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엊그제인데 BBC는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촌평”이라고 소개했다. 이 칼럼은 출처로 ‘국민뉴스’에서 이 ‘촌평’ 내용을 봤다고 언급한다.
현 시국 촌평이라더니 2020년에도 동일한 글 확산
현 시국에 대한 촌평이라는 이 글은 전부터 반복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주요 내용이 동일한 BBC 촌평 글은 2024년, 2023년, 2022년 등 꾸준히 올라왔으며 5년 전인 2020년 9월에 올라온 버전도 있다. 현 시국에 대한 촌평이 아닌 것이다. 과거 버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우려나 지난해 총선 결과에 따른 BBC의 촌평 등으로 소개됐다.
▲ '좌파로 망해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유포된 글.
BBC가 해당 보도를 했다는 근거는 없다. BBC가 특정 국가에 비난에 가까운 내용을 논평으로 담는 경우는 찾기 힘들뿐더러 현재 한국 언론에서도 정치쟁점으로 다루지 않는 ‘주체사상’을 문제 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BBC 홈페이지에 한국 정치 관련 소식을 검색했을 때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TV방송에서만 다뤘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 정도의 논평이라면 국내 언론이 소개했어야 하지만 직접적으로 인용한 보도는 없다.
극우 진영에서 허위정보를 만들며 BBC 보도로 둔갑시켰고, 해당 글이 주기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 2021년 12월에 올라온 'BBC의 촌평' 글.
실제 BBC 논조는 계엄에 부정적
실제 BBC 보도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BBC는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그것은 곧 외부의 위협이 아닌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BBC는 “(계엄령 선포 때)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정치적 반대파들을 북한의 동조자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BBC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등을 언급했다.
해당 보도에서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BBC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법적 권한 남용이자 정치적 오산”이라며 “불필요하게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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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14일 BBC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국내에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도 BBC는 ‘한국이 망해간다’고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11일 BBC는 “(이번 선거가) 임기를 3년 남긴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었다”며 “(선거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대선에 출마하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파면된 자가 남긴 청구서 | 스트레이트 292회 (25.04.06)
https://www.youtube.com/watch?v=SJN4O4tvE20&t=77s
발령 났습니다" 그런데…해경 '충격 폭로' 터졌다 / JTBC New
https://www.youtube.com/watch?v=NJ_lUrv0LpA
목수의 일을 대신하는 집 짓는 로봇! 1년에 1,700채까지 생산하는 로봇 주택 공장 2025년 2월 22
https://www.youtube.com/watch?v=XQNhwaD-U-o
건설 현장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계절과 기후의 변화, 작업 인력과 주변 민원 등 크고 작은 변수들이 언제,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따라 공사의 품질과 기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제가 어려운 건축 현장 대신, 공장에서 먼저 유닛을 생산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 설치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 시장의 흐름을 또 한 번 바꿀 ‘게임 체인저’로 로봇이 손꼽히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건축 회사. 이곳은 노동력에만 의지해 집을 짓지 않고, 로봇 자동화 설비로 집을 지으며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실현하고 있다. 대량 구매한 원자재로 대량 생산을 하기에 고품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 대지 면적 50,000㎡(약 15,000평), 공장 면적만 19,800㎡(약 6,000평)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공장 내에는 40여 개가 넘는 로봇 자동화 설비가 200m 길이로 길게 이어져 있다. 하나의 공정을 지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10여 분! 목재를 재단해서 벽체를 완성하기까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루 최대 4채! 1년이면 1,700채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로봇 주택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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