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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9.9~

by 이성근 2024. 9. 10.

연기금 고갈'보다 더 큰 재앙은 '사회적 연대의 고갈'이다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 계획안'에 부쳐

지난주 수요일(9/4)에 열린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 계획안'이 확정됐다. 핵심 내용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연령대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에 연동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한다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은 좀더 논의와 검토를 거치기로 했다.

국민연금, 정확히는 그중 노령연금이 갖는 기본 목표는 노후소득 보장이다. 그런데 지난 국회 연금특위와 공론화위원회에서 합의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보다 더 보장성이 후퇴된 계획안을 정부가 제시한 것이다. 사실 올해도 소득대체율은 42%. 2007년 연금개혁으로 이전 60%였던 소득대체율이 매년 0.5% 포인트씩 감소되는 중이었고 2028년에야 40%가 될 예정이다.

게다가 소득 수준과 가입 기간을 반영한 실제 수령 연금액은 평균 30%대의 소득대체율, 그리고 평균 급여액은 2023년 기준 약 6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35년이 경과했고 노인 다수가 연금 수급자가 됐음에도, 노인 빈곤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는 것이다. 2022년 기준,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무려 40.4%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저급여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가입기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각지대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보험료 부담이 큰 불안정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의 경우 납부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납부이력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보험료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보장성 강화 논의보다는 재정 안정화에 더 중점을 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재정중심론이 우세한 까닭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기금(이하 '연기금')이 머지않아 바닥날 것으로 추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수 개혁을 통해 연기금 소진 시점을 가급적 늦춰야 한다는 데 진보·보수 언론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지배 담론으로 유통되고 있는 '연기금 고갈론'은 마치 훗날 연기금이 바닥나면 연금을 못 받게 될 거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제도 원리상 그럴 수 없다. 국민연금은 일정 수준 준비금을 보유하되 그 근간은 부과방식으로 운용되는 부분적립방식(법률상 '수정적립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때 부과방식이란 매달 보험료를 걷어서 연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뜻한다.

, 국민연금은 대다수 국가들이 그렇듯 이미 부과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시중에 떠도는 것처럼 원래 적립방식이었다가 연기금이 떨어지면 부과방식으로 전환돼 미래 세대가 보험료 '폭탄'을 떠맡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연기금이 필요한 이유는, 급격한 인구학적 변화나 단기 유동성 충격이 발생했을 때 연금 지출 증가의 완충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준비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 사항이다.

이렇듯 부과방식 운용이 가능한 까닭은 가입자와 수급자 규모를 안정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당한 부담 전가로 보기 어려운 것은, 이들 역시 그 다음 세대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회가 지속되는 한 특정 세대만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일은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사회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전제다. 오늘날 특히 청년들을 중심으로 '미래세대 부담론'에 힘이 실리는 기저에는 바로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불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까닭에 대해 굳이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있을까. 절대 빈곤 대신 극심한 구조적 불평등을 물려받은 청년들은 이 사회가 내 삶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인식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철저히 개인화된 각자도생 사회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인간다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하라는 국가의 요구는 부당하고 기만적이기까지 한 것일 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세대 간 형평성'을 운운하며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화 방안을 꺼내든 정부의 태도는 참 얄팍할 따름이다.

만약 청년들의 불만과 저항이 '연금을 거부할 자유'로 표출되며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이를 불평등한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자유'를 회복하라는 요구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 국가가 청년들 눈치를 보는 듯 하면서도, 미래 세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명분 아래 '다층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축소하고 사연금 시장 확대와 연기금의 더욱 노골적인 금융자본화를 꾀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올바른 국민연금개혁이란 '사회가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적연금이 가진 소득 재분배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민연금은 자기가 낸 만큼 돌려받는 저축도 아니고, 보험도 아니다.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게 보다 유리한 형태로 설계돼 있다. 우리는 이 기능을 강화하여 국민연금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더 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험료 부과대상이 되는 소득의 규모는 전체 GDP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책정된 보험료 상한선 이상의 노동소득이나 자산소득, 법인소득 등 여러 소득원들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계층 간 재분배 효과의 강화도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금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연기금 고갈보다 더 큰 재앙은 불평등에 의한 사회적 연대의 고갈, 아니 사회 그 자체의 고갈일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건강연구소 | 프레시안

 

대통령실 기자들의 '질문 무능력'은 불치병인가

지난 829일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은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무지와 현실 인식 수준, 그리고 과연 그가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는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응급실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등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를 황당한 소리를 답변으로 내놓았다. 중앙일보 같은 보수언론들조차 줄줄이 대통령의 말이 현실과 동떨어졌다’ ‘민심과 괴리됐다라고 평가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주류 언론매체 기자들의 수준과 능력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장이기도 했다. 권력자에 대한 질문은 기자의 특권이며 동시에 국민에 대한 의무다. 최고권력자 대통령이 거짓말과 무지의 뒤에 숨지 못하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그의 면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기자의 특권이다. 대통령이 불편해하더라도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줄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의무다. 50년 백악관 출입을 한 전설의 기자토머스 헬렌이 권력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라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그 특권을 백분 활용하고 의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이날 기자들은 의료개혁, 연금개혁, 김건희 명품백 수수,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 대북 관계, 부동산·가계부채, 저출생, 노동개혁 등 여러 분야의 현안과 관련해 질문했다. 넉달 전 기자회견 때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질문을 골고루 했다는 데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그러나 질문들은 대체로 본질을 꿰뚫고 핵심을 찔렀다고 보기 힘들다. 지지율 2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나라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한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공손한 질문과, 부실하고 엉뚱한 답변에도 추가 질문 없이 넘어가는 바람에 그걸 듣는 국민들은 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지난 82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상점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첫 질문으로 나온 “2021년 연금개혁과 지금 연금개혁이 달라진 부분을 짚어달라는 질문이 그러했다. 정부 연금개혁 추진과 문제의 핵심이 이것인가? 기자는 연금개혁이 야당과 협의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는데 국회 협조를 구하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대통령의 당부가 연금개혁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이를 해결할 해법인가?

의료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급박한 상황인데 의료분쟁을 타개할 대책을 설명해달라고 하고 대통령실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너무나 한가하고 두루뭉술할 뿐이었다. 두 명의 기자가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질문하면서 거의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반복할 필요가 있었을까? “응급실이 잘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더 뭘 하란 말이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답변을 듣고 이를 반박하는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을까, 아니면 짜여진 각본 때문이었을까?

또 다른 기자는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관련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질문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 사건은 단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의 부도덕과 현행법 위반, 그것을 국가인권위와 검찰이 나서 덮었다는 비판, 청탁금지법이 훼손되고 법치가 무너졌다는 우려 등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질문은 단조로왔다. 김건희 씨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아직 제대로 해명되지도, 수사가 진행되지도 못하고 있는데도 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제가 언제 공식화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거리였나?

기자들은 한동훈 대표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한덕수 총리 자리에 야당 추천 인사를 기용할 복안이 있는가” “야당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가 채 상병 사건 핵심 관계자라는데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도 2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윤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관해 묻는 것으로는 두루뭉술하거나 지엽말단적이었다.

829일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자의 모습. jt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여당 대표 사이의 갈등설은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의 균열을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다. 4월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를 계속 유임시키는 것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주는 중요한 인사 실패 사례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은 이른바 충암고 인맥의 국방·안보 라인 기용과 엮여져 국민의 계엄 공포를 불러오고 있는 문제다. 더 크고 중요한 맥락이 빠진 채 파편화한 사실에 관해서 대통령의 입장을 묻고 있는 것이다.

반국가세력은 어떤 세력을 지칭하는가” “뉴라이트 인사들이 등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친일 정권 비판이 있다” “정부가 광복회 외의 단체 추가지정을 검토하는 것은 보복조치냐는 질문은 윤 대통령의 엉터리 답변만 듣고 끝낼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여야간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사안이다.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는 동문서답식 답변 이후 추가 질문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어야 했다.

-북 협력과 북한 도발로 긴장상황인데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인가” “대북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대통령실 출입기자 수준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다. 윤 정부는 북한과 대화 단절 상태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북한 고립과 남북대결 고조임은 이미 명확해진 상태다. 그런데도 대화를 지속적으로추구할 것인지, 대북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 묻는 것은 기자의 무지 때문인가?

경제 분야의 가계부채 관련 질문, 부동산 시장 불안 관련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는 시한폭탄 한국 경제의 뇌관처럼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인 만큼 윤 대통령의 그저 잘 풀어가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직전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 살아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경제 현실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들은 이 말을 듣고 기함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도대체 이런 '초현실적' 현실 인식과 무책임한 답변이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지난 829일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답변하는 모습. jt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심한 것은 또 있다. 이 정부 내내 언론계를 혼란에 빠뜨린 방송장악과 언론탄압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2인 체제MBC 장악을 목적으로 방문진 이사를 교체했다가 위법성 여지가 있는 졸속 심사라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처분을 받았다. 언론계가 들끓고 있는데도 그 언론계의 일원인 기자들은 이 사태의 책임 당사자인 윤 대통령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불편해할 정도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불편해할 주제도 피해갔다. 19명의 기자가 125분 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와 수준에서 질문한 것이다.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대통령의 명확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도록 마당을 열어준 것도 넉 달 전 기자회견 때와 똑같다.

이러려면 굳이 아까운 시간과 전파를 써가며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 필요가 없다. ‘서면(書面)’ 인터뷰면 충분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종이에 적어 내면 대통령이 답변을 써서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고 기자들은 그걸 자기 매체에 있는 그대로 받아쓰기해 전재(全載)하면 되는 것이다. 최고 권력인 대통령실 출입기자에 각 언론사는 이른바 에이스 기자를 보낸다고 한다. 과연 이 정도 질문을 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에이스 기자라면 우리나라 주류 언론 평균 기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시민언론 민들레

윤석열, 이런 유튜브 보고 '이태원 기획 테러' 집착했나

참사 직후 보수 유튜버들이 주장했던 음모론 실태

이봉규TV "각시탈 쓴 사람이 아보카도 오일 뿌려"

"이재명 갤러리에 사고 암시 글탄핵 조직 있었나"

가세연 "MBCKBSJTBC 등이 이태원 오라고 선동"

"용산서장은 김만배 수사 뭉개려 문재인이 알박기"

신의한수 "민노총 건설노조 차량 등 증거 딱 걸려"

"촛불시위대 책임지고 처벌받아야언론 쓰레기"

군소 유튜브 채널은 더 과격"좌빨들이 대형 테러"

유튜브 채널 '이봉규TV'2022117일 방송한 '이태원 현장 사진' 영상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에게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얘기한 것은 지난 2022125일이다.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는 그해 1029일 발생했다. 참사 직후부터 인터넷을 통해 기승을 부렸던 각종 음모론이 한 달여 간 지속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현장에서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이 '밀어'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밀면서 사고가 시작됐다" "각시탈을 쓴 남성 두 명이 길바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일부러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게 했다" "민주노총과 이재명 지지자들이 개입한 사건이다" "MBC, KBS, JTBC 등 좌파 방송들이 사고 전부터 이태원에 사람들이 몰리도록 유도했다" 등 일종의 '기획 테러설'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에게 했다는 말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음모론 전파에는 특히 파급력이 높은 유튜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00만 안팎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윤 대통령도 애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봉규TV> <가로세로연구소> <신의한수> 등 대형 유튜브 채널은 물론 극우보수 성향의 수많은 군소 채널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음모론 콘텐츠를 허다하게 제작했다. 명예훼손 신고가 들어가고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이 삭제됐다고 하는데도 현재 그 같은 방송을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직접 출연할 정도로 여권 인사들이 즐겨보고 현재 구독자가 89만여 명에 달하는 <이봉규TV>2022117'이태원 현장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방송을 했다. 과거 TV조선에서 활약했던 시사평론가 이봉규 씨는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자랑한 바 있다.

유튜브 채널 '이봉규TV'2022117일 방송한 '이태원 현장 사진' 영상 화면 갈무리

"이태원 참사가 이상한 게 많습니다.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압사당한 그 사고 현장 골목에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는 건데, 일단 156명의 사망자가 거기서는 나올 수가 없다는 겁니다. () 지금 사진 보이시죠. 완전히 이건 누가 작정하고 한 거 아니냐. 뒤에서 미는 것도 이상한데 옆에서도 밀었다는 거는 뭔가 이상하다 이런 얘깁니다.

그 다음에 여기 보면 각시탈을 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실물 사진을 입수했다며) 둘이 막 시민단체 활동하고 윤석열 퇴진에 앞장서 온 사람들입니다. 병을 들고 있는데 이게 수상하다는 거예요. 오른쪽에 마트가 있는데 여기서 깜짝 놀랄 걸 샀습니다. 저 병에 기름이 있다, 이런 얘기예요. 당시에 바닥이 미끄러웠다는 제보들이 있거든요.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깁니다. 각시탈 이 두 사람이 딱 병을 들고 있는데, 기름병 사진을 확대해 보니까 아보카도 오일이라는 이름이네요. 이거를 한 병도 아니고 두 병을 가지고 바닥에 막 뿌려댔다고 한다면 저 엄청난 참사가 일어나죠.

그런 데다가 가뜩이나 저 사람 많은데 뒤에서는 밀고 그러면, 밀지 않아도 지금 넘어질 판인데 기름 때문에 미끄럽고 뒤에서 밀면 다 넘어지지. 조금만 밀어도 다 넘어지는 거예요. 특히 여성들은 신발이 뭐 (하이)힐일 것 아닙니까. 한참 모양을 냈을 거 아니예요. 핼러윈 파티니까. 그 밑에 기름이면 다 넘어지지. , 이거 이상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를 면밀히 조사해 달라는 거예요. ()

일부러 작정을 하고 무슨 기획을 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입니다. <이재명 갤러리>에 이런 글이 한 달 전에 106일 올라왔거든요. '기다려봐. 그 새끼 일당들 11월 되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질 거임. 거대한 사고가 나서 수습이 안 돼서 모든 게 스톱될 거임. 그렇게 되면 진짜 무정부 상태로 가는 거임. 저때쯤 하여 탄핵이 본격 논의가 될 거임.' 이런 글이 한 달 전에 나왔다, 암시하는 글이. 진짜 이 말대로 엄청난 사고가 나서 수습이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로 탄핵을 시키려고 했던 어떤 그룹, 어떤 조직이 있었던 것 아니냐. 그리고선 뒤에서 밀고 옆에서도 밀고, 각시탈을 쓰고 기름을 사서 뿌리고. () 용산경찰서장이 참사가 났는데 뭔 생각을 했을까? 뒷짐 지고 편히 갔을까? 이게 다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지금 다."

이태원 참사 당시 '각시탈'을 쓴 남성들이 길바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길이 미끄러웠다는 '이봉규TV' 방송에 달린 댓글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2022111일 방송한 '[현장출동] 이태원 참사 근본 원인!!!' 영상 화면 갈무리

구독자 83만 명인 <가로세로연구소>도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유튜브 채널이다. 가세연 김세의 대표는 지난해 112일 생방송 중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설 선물을 공개하며 "우리가 문재인 정부 내내 이런 선물을 못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 단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렇게 선물을 보내주신 건 굉장히 감사하다"고 감격해하기도 했다. 가세연은 참사 직후인 2022111일 곽성문 전 한나라당 의원(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이 진행한 '[현장출동] 이태원 참사 근본 원인!!!'이라는 방송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쪽 해밀턴(호텔) 벽을 따라서 여기 음식문화거리는 가장 지름길이었습니다. 그 전날 28일 금요일 저녁부터 MBC라든가 KBS라든가 JTBC라든가 거의 모든 지상파 방송과 종편들이 현장에 출동해서, 특히 MBC는 중계차를 보내서 바로 그 사고가 난 입구에서 '내일 마스크가 없는 노 마스크의 핼러윈 축제다. 이태원으로 와라.' 이런 식의 그냥 아무런 대책 없이 (보도를 했습니다). (지하철) 6호선 1번 입구와 여기 세계문화거리에서 연결되는 양쪽 코너에서 대부분의 방송사 지상파와 종편 기자들이 28일 저녁에 '내일 저녁에 우리 다 여기서 축제를 벌이자'고 당신들은 책임 없이 선동만 한 것이 아니냐 따져 물어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노 마스크 거리라고 선동을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위치도 정해줬단 말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말했다는 "MBCKBS, JTBC 등 좌파 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라는 발언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가세연에서 곽성문 전 의원은 또 2022114'[인싸뉴스] 용산서장은 어디?'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과 문재인 정부 유착설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리산 산골의 구례경찰서장으로 있던 이임재 서장을 '알박기 인사'로 용산에 불러들여 대장동 사건 수사를 깔아뭉개도록 했다는 요지다.

"일단은 현장에 있던 용산서장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 상황을 보고 ', 내가 이거 큰일이 벌어졌구나' 그래서 바로 이태원으로 뛰어온 것이 아니라 전화질을 해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구명을 하기 위해서 경찰청장한테도 보고를 안 하고 자기를 살려줄 사람, 구례경찰서에서 서울까지 불러준 자기의 서포터즈가 있을 거니까 구명을 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전화질을 해댔지 않느냐. 현장에 와서 무고한 시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고 수습하는 게 아니라 자기 모가지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 빽들한테, 자기 후원자들한테 전화 보고해서 구명운동을 했던 게 아니냐 저는 이런 의심을 합니다.

그럼 이임재 경찰서장은 어떤 분이냐. 뭐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전라도 함평 출신의 경찰대학 출신으로 구례경찰서장으로 있다가 어떻게 됐는지 올해 1월에 용산서장으로 올라왔습니다. 구례는 인구 24000 명 정도의 아주 작은 지리산 산골 마을인데 용산은 22만 명입니다. 인구 10배가 많은 용산경찰서장으로, 서울의 핵심으로 올라왔습니다. 자 상당한 어떤 뒷배가 있는 거죠. ()

김만배 거주지가 용산구 관내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만배 관련된 수상한 현금 흐름, 계좌추적 문제가 용산경찰서 소관이 된 겁니다. () 그런 상황에서 김만배에 대한 계좌추적, 수상한 현금 흐름에 관련된 수사를 깔아뭉갤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냐. 이임재가 선택이 돼서 정말 문재인의 마지막 알박기 인사로 1월달에 온 겁니다. 이임재라는 사람은 굉장히 전 정권과 아주 밀착된 사람이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2022114일 방송한 '이태원에 금속노조 왜!'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올라와 있는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들

보수 계열 시사 유튜브 중 최대인 15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신의한수>도 빠질 수 없다.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할 정도로 여권과 밀착한 인물인데, 지난해 110일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최고위원 출마 개소식을 열 때는 당시 당권 주자였던 김기현·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안상수 전 의원, 김재철 전 MBC 사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 대표는 2022114'이태원에 금속노조 왜!'라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노총이 또 그날 행사에 왔고 촛불 참여자가 또 이태원에 왔고 그래서 일거에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라는 많은 사람의 의혹이 있습니다. 또 심지어는 테러다, 크리스마스 산타 복장을 한 여성이 막대사탕을 나눠줬는데 그걸 먹고 사람들이 쓰러졌다, 뭐 이런 흉흉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막 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파장이 예상보다 길게 갈 것 같습니다. ()

여기 차량 있죠. 민노총 건설노조. 이런 건설노조 차량을 끌고 집회까지, 이태원 해밀턴 호텔, 여기 다 증거들이 나타나는 거야. 촛불집회 끝나고 이태원으로, 골목길로 막 사람들이 갔다는 거, 대거 몰렸다는 거, 이거 촛불집회 주최자들은 도의적으로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해요. 금속노조,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님, 이분들도 여기서 돌아가신 거예요. 무슨 핼러윈데이에 젊은 사람들이 가는데 이런 트럭을 끌고 갑니까? 그때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 거, 이렇게 피켓까지 거리에 나부낄 정도로 많이 몰려 있었다는 거, 이 사람들이 참석했다는 거, 제가 이 방송에서 여러 번 강조한 내용입니다. 용산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이 촛불집회의 용산 행진이 상당한, 아니 지금 증거가 드러난 거예요. 이번 촛불집회를 주최한 세력들은 처벌받거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

이거는 명백한 사항이에요. 명백한 딱 걸린 거죠. 딱 걸린 거야. 사고 직전 현장 주변에 14000명이 몰렸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한 5000명 정도 됐는데 상당한 수가 사고 직전에 그쪽으로 몰렸다,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결국은 촛불시위대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걸 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과는 해결이 아닙니다. 이거 처벌해야 돼요. ()

세월호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거든요. 세월호 때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게 저희가 뺨따구 맞고 그냥 아구창 맞고 막 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그때 당했기 때문에 맷집도 있고 말이죠. 대응력도 있단 말이야. 국민들도 또 안 속아요. 저항력이 생겼어요. 그래서 좌파들이 지금 안달복달해요. () 촛불집회가 저렇게 용산으로 행진해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떤 언론 하나 그거를 문제 삼는 데가 없어요. 만약에 애국 우파가 용산으로 행진했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우린 그냥 집단 살인자가 됐어요. 대한민국 언론은 쓰레기입니다. 완전히 X새끼들, 뭐 진짜 너나 할 거 없이 쓰레기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각종 이태원 참사 음모론 관련 영상들

이와 유사한 극우보수 유튜버들의 영상은 부지기수다. 대형 유튜브 채널은 그나마 표현 수위를 어느 정도 자제하는 측면이 있는데 군소 채널에서는 훨씬 과격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곤 했다. 2022115일에 방송된 '각시탈이 발작 버튼인 듯'이라는 영상은 조회 수가 14만이 넘었는데 이런 내용이다.

"586세대는 20대 때 정말 과격한, 소위 말해 사회주의 투쟁하던 그런 애들이잖아요. 감방 갔다가 나중에 금배지도 다는 그런 인간 쓰레기들도 있잖아요. 걔네들을 롤모델로 지금 큰 건 한방 터트려 가지고 출세하고 싶은 어떤 욕망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젊은 애들이 이태원에 가서 충분히 깽판을 치고 그걸 훈장 삼아 나중에 출세 한번 하는데 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야. 과거에 똥팔육들이 그렇게 출세한 로드를 똑같이 걷고 싶다면 뭐 하나 진짜 역사에 남을 만한 큰 건 하나 터트려야지. 지금이야 조용히 찌그러지고 쥐 죽은 듯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뭐 정치판에 공천 자리 하나 나면 내가 그때 이태원 기획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할 수 있잖아요.

이태원 참사가 난 주변에 윤석열 퇴진 운동하던 20개 이상의 좌빨 시민 단체들이 그날 2시부터 9시 반까지 계속 시위 중이었어요. 그러니 수많은 조직이 지금 이 테러에 다 관여가 되어 있고 그게 어찌 보면은 분업이 된 거예요. 처음에 들어가서 한 6시쯤에 기름병 들고 다니면서, 아보카도 기름 슬슬 뿌리고 다니면 되는 거예요. 언덕이기 때문에 그 언덕에 흘러내리는 적당한 지점에다가 쓱 뿌려 놓고 자기는 길 건너가면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

그러니까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서 압사 상황을 아주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전에 몇 시간 전부터 계속 돌아다니면서 주요 지점에다가 기름 뿌리고 다녔던 애가 각시탈 코스튬으로 돌아다녔던 애라는 그 의혹을 제기하자마자 관련된 글이 몇십 개가 순식간에 날라가고 막 그래요. () 이 대형 테러 사건은 여러 명이 개입되었는데 그중에 한 5명 정도가 과격하게 막 사람을 밀치고 다니는 수준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적어도 몇십 명에서 몇백 명까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 몇십 명, 몇백 명이 일사불란하게 소수 그룹으로 나뉘어져 이태원 주변 여러 지역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하게 추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정황이 영상 증거로 나왔죠.

150명이 죽고 나서 그거에 대한 반사 이익을 어떤 놈이 얻고, 그놈이 어떤 거대한 권력을 얻고, 그러면 그 150명 정도 희생시켜서 엄청난 대가를 얻고 나라를 뒤집어엎고 정권을 찬탈하고 대통령 하야시키고. 우리나라가 예산 규모 600~700조짜리 어마어마한 나라인데 이권 사업이라고 생각해 봐요.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공만 하면 1년에 700조를 해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려있는 거야. 그러니 물불 안 가릴 수 있어요. () 윤석열 퇴진 주장하던 저 빨갱이 운동권 젊은 애들, 과격한 애들, 그런 애들까지 해서 몇만 명이 왔다 갔다 했는데 그중에 일부라고 해도 몇천 명이에요. 500, 1000명 정도만 와도 거기 완전히 다 장악할 수 있어요. ()

사람이 금방 죽지는 않아요. 근데 용산경찰서 그 새끼가 몇 시간이나 사람 죽을 때까지 시간 벌어다 주는 바람에. 그 벌어다 준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 현장에 혹시나 경찰이 들이닥치고 기자들 들이닥쳐 갖고 현장 사진 찍을 때 사진이 찍히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걔네들 추스르고 현장 탈출하게 시간 벌어다 주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보고 체계 다 누락하고 나중에 일 끝나서 사망자 150명 넘어갈 때쯤 그제서야 현장 나타난 거 아닙니까. () 범죄단체들이 공권력의 비호를 믿고 조직적으로, 분업으로 대규모 인명 살상을 위한 테러 행위를 몇 시간 동안이나 팀을 나눠 가지고 하고 있었다. 물론 이거는 그냥 내 썰입니다만, 만약에 이게 밝혀져 갖고 진짜가 되면 이거는 나라도 아니에요."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20221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하고 있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이런 유튜브들을 시청한 탓인지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도 공공연히 음모론을 거론했고, 특히 이만희 의원은 참사 9일 뒤인 20221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하며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사고 현장 동영상을 느리게 틀어 놓고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손목에 따라 사람들 움직임이 달라진다"면서 "펴면 멈추고 주먹을 쥐면 다시 앞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만희 의원은 심지어 국민의힘에서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같은 해 117일 브리핑에서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상 위치나 폐쇄회로(CC) TV 분석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또 1111일 브리핑에서는 '각시탈'을 쓴 두 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 빔'(Jim Beam)이라는 술(미국산 버번 위스키)이었다"고 설명하고 역시 혐의가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경찰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해 125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내가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건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 주장에 얼마나 심각하게 함몰된 상태에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2023113일 이태원 참사 사고 원인에 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토끼 머리띠' '각시탈' 남성들은 사고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시민언론민들레 

성공한 여자 옆엔 항상 '불륜 남편'일하면서 가정 소홀한 탓?

SBS 드라마 '굿파트너' 7화에서는 남편의 바람으로 눈물을 흘리는 차은경(장나라)과 임신에 기뻐하는 내연녀 최사라(한재이)의 모습이 교차됐다. SBS사진 SBS

불륜은 안방극장의 단골 소재다. MBC ‘인어 아가씨’(2002), KBS2 ‘장밋빛 인생’(2005), SBS ‘내 남자의 여자’(2007) 등 오래 전에도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막장이라 불리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17%를 넘긴 SBS 주말극 굿파트너엔 바람난 남편을 둔 이혼 전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이 나온다. 동네 병원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남편 김지상(지승현)은 은경의 법률사무소 의학 자문을 봐주다가, 은경의 비서 최사라(한재이)와 눈이 맞아 이중 살림을 차렸다.

지난달 9.5%로 종영한 tvN ‘감사합니다에도 불륜 에피소드가 들어 있다. 대외적으로 신망 높은 유미경(홍수현) 부장은 자신과 위장 이혼하고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 복수하기 위해 34억원을 횡령하려다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균)에 붙잡힌다.

지난달 종영한 tvN '감사합니다'의 한 장면. 사내 커뮤니티에 불륜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진 tvN

이외에도 10년 전으로 회귀한 주인공이 불륜을 벌인 남편과 절친에 복수하는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남편의 불륜 등으로 흔들리는 여성 지휘자의 삶을 담은 tvN ‘마에스트라’, 아들을 잃은 심리학자가 남편의 불륜녀 추적에 나선 MBC ‘원더풀 월드’, 유명 심리상담가의 가정에 닥친 위협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MBC ‘우리, 등 올해 드라마의 키워드는 불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륜 안에 판타지 담아

같은 불륜을 다룬다고 해도 설정은 과거와 달라졌다. 20년 전 드라마가 남편의 바람으로 상처를 받는 가정주부 이야기를 다뤘다면, 요즘 드라마는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런 여성 옆엔 사회적 지위 등에서 조금 밀리는 남편이 있고, 이 남편들은 아내의 주변 인물들과 불륜 행각을 벌인다. 결말에서 대부분의 남편들은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제작사 SLL의 김진주 PD드라마 주인공은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주 타겟 시청층인 4050 여성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여성 캐릭터의 지위를 높게 설정하는 편이다. 또 복수의 과정이 조금 수월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못난 남편 캐릭터가 전개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BS '굿파트너'의 남편 김지상(지승현)잘나가는 파트너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이 집안에 소홀했다는 바람의 이유를 들었다. 사진 SBS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과거엔 남편이 사회생활하다보면 바람 필 수도 있지라고 했다면, 요즘은 여자가 일하면서 가정에 소홀하니 그렇지라며 남편의 바람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부연했다.

여자 주인공 옆엔 못난 남편도 있지만, 직장에서 잘나가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왕자님 캐릭터도 존재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선 능력과 성격을 갖춘 재벌 2세가 나왔고, ‘굿파트너에서는 동료 변호사 정우진(김준한)이 앞으로의 전개에서 차은경의 우산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방영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는 바람난 남편에 복수하는 강지원(박민영)과 그를 돕는 유지혁(나인우)이 나온다. 사진 tvN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중심으로 서사가 바뀌면서 불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 주인공이 가정에선 삐걱대지만 결국은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일과 사랑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녹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사에 따라 불륜 드라마도 흥망 갈려

비슷한 플롯으로 성공을 거둔 해외 작품도 있다. 앤 해서웨이가 젊은 사업가로 나온 영화 인턴’,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흑인 여성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셀프 메이드: 마담 C.J. 워커에도 불륜 남편이 등장한다. 시즌4 제작 중인 애플티비 시리즈 더 모닝쇼는 아침 뉴스 프로그램의 유능한 앵커 알렉스(제니퍼 애니스톤)15년 동안 호흡을 맞춘 동료 앵커 미치(스티브 카렐)의 불륜으로 함께 위기에 빠지는 모습으로 이야기 물꼬를 텄다.

민용준 대중문화평론가는 "불륜 장면이 나와도 어떤 드라마는 불륜으로만 기억되고, 어떤 드라마는 성공한 여성 스토리로 남는다"면서 "결국 주인공 서사에 불륜이란 위기가 어떻게 잘 녹아들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하늘은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에서 국내 최고 재벌인 화인그룹 회장의 며느리이자 전직 유명 프로 골프 선수인 오완수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그런 면에서 지난달 10부작 전편 공개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능력있는 여성의 재벌가 입성이라는 흥행 소재를 다뤘지만, ‘OTT 막장극’, ‘디즈니판 아침드라마란 혹평을 받았다. 재벌가의 불륜이란 식상한 스토리를 그대로 차용했고, 유명 골프선수 출신의 자선 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알 수 없는 분노만 가득한 전개는 고리타분했다. 거짓과 모략, 불륜 등의 자극 만을 앞세웠던 SBS ‘7인의 부활도 저조한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막을 내렸다.

정덕현 평론가는 불륜을 다루는 방식이 자극에만 머무는 상투적인 방식일 때 막장이란 비난을 받는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은 자극을 위한 것인지, 진실된 관계를 위해 불륜이란 소재를 가져온 것인지 바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굿파트너'를 집필한 이혼전문변호사인 최유나 작가는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변호사들의 파트너십,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파트너십, 부모 자식 간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성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사진 SBS

굿파트너의 흥행을 예로 들며, “변호사가 집필한 드라마라 이혼 에피소드마다 현실감이 묻어난다. 남의 이혼을 숱하게 접한 변호사에게도 본인이 겪은 사랑의 배신은 큰 상처임을 보여주는 장치로 불륜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번 나오는 불륜에 지겹다는 반응도

한편, ‘성공한 여성들의 걸림돌이 불륜 남편 밖에 없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하늘은 화인가 스캔들에 앞서 KBS2 ‘멱살 한번 잡힙시다로 올해에만 두 번이나 불륜 남편을 뒀다. 장나라 또한 지난 1월 종영한 TV조선 나의 해피엔드에서 남편의 불륜으로 괴로워하는 사업가를 연기했다.

이들 작품 대부분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설정을 갖고 있다. 여성들의 직업은 매번 바뀌지만 불륜 남편으로 여성의 위기를 드러내는 방식은 같다. 김하늘은 화인가 스캔들종영 인터뷰에서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은 다 그런(불륜) 소재다. 우리 또래의 가장 자극적인, 흥행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불륜을 다룬 여성 주연의 드라마. 사진 각 방송사

공희정 평론가는 예전부터 불륜 소재가 있었음에도, 최근 들어 유독 기시감이 드는 것은 불륜을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재미있는 설정 정도로만 그려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륜 설정이 필요함을 드러내는 대사, 전개 상에서 불륜이 주는 메시지 등이 있다면 시청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데, 대부분 자극적인 설정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민용준 평론가는 불륜 자체로는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라면서 여성들이 겪는 고충을 표면적으로만 표현하지 않도록 제작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PD"가정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불합리하고 불행한 결혼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걸 드라마 속 여러 선택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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