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백선엽 어른대는 우파의 ‘새 독립운동사’
대한민국 독립운동 세력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뉴라이트 의혹을 받는다. 역사학계는 “독립운동사를 이승만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광복절 기념행사가 둘로 나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8월15일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들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 모습.ⓒ시사IN 신선영
8월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 서두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유가족과 후손 대부분은 거기 없었다. 광복회를 비롯한 56개 독립운동단체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개최했다. 단순 불참이 아니었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광복절 기념행사가 둘로 나뉘었다. 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다.
논란의 중심에 광복회가 있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후손들이 조직한 단체로, 보훈단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독립운동 문제에서 광복회의 목소리는 다른 시민단체보다 위상이 높다. 이 단체의 광복절 행사 불참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 세력의 대표가 정부에 등을 돌렸다.
현 광복회장은 이종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회영 선생 집안은 조선시대 수차례 정승을 배출한 명문가였다. 1910년 한·일 합병이 되자 그해 12월 이회영 6형제는 전 재산을 급히 처분해 만주로 이주했다. 현재 가치로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만주 독립운동 조직과 한인 단체를 조직하는 데 이 자금이 들어갔다.
이종찬 회장의 정치 성향은 보수에 가깝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16기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 중앙정보부에서 일했다. 1980년대에는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4선 의원을 지냈다. 국민의힘의 뿌리가 되는 정당으로,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찬 회장은 특수한 관계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윤 대통령과 초등학교, 대학(서울대 법학과) 동창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이철우 교수와 이종찬 회장을 두고 “집안끼리도 가족처럼 지내던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50년 이상 ‘가족’처럼 지내온 보수 인사 이 회장은, 8월10일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했다. “독립기념관 관장이 뉴라이트 깃발을 들고, (중략) 매국이 아닌가?” “대통령 주변의 밀정이 연극을 꾸몄다.”
2021년 6월9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이 이종찬 당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현 광복회장)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종찬 회장은 특히 두드러진 사례일 뿐이다. 독립 유관 단체와 역사학계 전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역사학회·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역사연구회 등 48개 역사 관련 학회·단체는 8월13일 성명을 내고 “민족 자주와 독립 정신의 요람인 독립기념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형석 신임 관장이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파를 옹호하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8월8일에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후손 일동’이 독립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8월13일 광복회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 김형석 관장 임명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현대사 왜곡” 주장한 학계의 외부인
독립기념관 노동조합까지 들고일어섰다. “김형석 관장의 사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옥주연 독립기념관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사IN〉과 통화에서 “노조원 전체의 투표를 거쳐 성명을 냈다.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취임 후 행보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인터뷰에서 ‘친일파 명예 회복’을 이야기한 일이나, ‘1945년 광복됐다는 건 역사를 잘 모르는 것’이라는 발언 등을 보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옥 위원장은 김 관장이 8월15일 서울에서 열린 경축식에 참석하고, 독립기념관 자체 경축식에 불참한 일도 거론했다. “광복절 정부 기념행사를 독립기념관에서 연 적은 있어도, 관장이 서울 기념행사에 가느라 독립기념관 행사에 불참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독립기념관 노조가 정치적 목소리를 낸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학계에서 김형석 관장은 유명 인사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995년 40세에 사학 박사학위를 얻었다. 논문 제목은 ‘명말의 경세가 서광계 연구’로, 16세기 명나라 관료에 대한 내용이다. 1997년 ‘한민족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은 뒤에는 근 20년간 사실상 학계를 떠나 있었다. 2022년 〈뉴시스〉 인터뷰에서 김 관장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연구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제자리로 돌아와 역사책을 다시 보니 현대사가 너무 왜곡돼 있었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한국 독립운동사 학계에서 김형석이라는 인물은 외부인에 가깝다. 역사학계에는 ‘김형석이라는 독립운동사 연구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처음 알았다’는 이들도 많다. 정치 성향을 따지기 이전에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런 그가 취임 후 “〈친일인명사전〉에 사실상 오류가 있더라. (중략)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라고 말했다. 8월8일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항의 속에서 간신히 취임식을 치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8월12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시사IN 신선영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일까. 주진오 명예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는 지난 20여 년간 뉴라이트 학자들과 논쟁해온 대표적 사학자다. 주 교수는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는 김형석 관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뉴라이트(학자)들도 김 관장을 잘 모를 것이다. 존재감이 없다. 뉴라이트 활동에 특별히 기여한 바가 없다.” 그런데 주 교수에 따르면 김 관장이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내가 뉴라이트다’라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뉴라이트 단체도 시들하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 교과서 파동을 거치며 세가 꺾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뉴라이트 활동’을 하지 않았고(혹은 못했고), 스스로 뉴라이트라고 밝히지도 않지만, 김형석 관장의 논리는 뉴라이트와 같다는 게 주진오 교수의 평이다. 주 교수는 김 관장의 개별 발언 이상으로, 정부가 그에게 부여한 임무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를 비롯한 역사학자들은 “독립운동사를 이승만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김형석 관장의 견해는 2022년 낸 책 〈끝나야 할 역사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표지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김 관장은 책 앞머리에서 ‘국민 통합 사관’이 필요하다며, ‘이승만·김구 두 사람 모두를 국부로 모시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문 전체를 살피면 ‘이승만 띄우기’에 가깝다. 책의 주된 화두는 ‘건국’이다. 그는 ‘1948년 건국설’이 옳다며, 여기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의 생각은 ‘분단 사관’이라고 비판한다. “이승만 정부를 분단을 고착화시킨 반민족 세력으로 매도”하려는 게 그들의 목적이라고 썼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궤변”이라고 적었다.
똑같이 ‘국부’로 모시자면서도 김 관장은, 김구 선생은 깎아내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추어올린다. “국제정세를 정확히 판단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통일 노선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우선하여 국가의 기초를 다진 이승만과, 당시의 상황은 비현실적이었지만 통일을 강조하여 미래 통일 한국을 위한 이상의 기초를 심어놓은 김구”를 대비했다. 더 노골적인 대목도 있다. “이승만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중략) 건국을 완성하였다.” “김구는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였을 뿐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과 남북 협상을 시도하였고,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책에서 그는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자학 사관”이며, “역사학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8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시사IN 신선영
사학자들은 김형석 관장이나 뉴라이트의 사관이야말로 특정한 의도를 지닌 정치 프로젝트라고 반박한다.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지내다 최근 퇴임한 역사학자 박한용씨는 이번 일에서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정치적 상황과 관변 학자들의 논리가 그때와 같다는 것이다. ‘자학 사관’이라는, 뉴라이트 ‘전가의 보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뉴라이트 학자들은 역사학 전공자들이 아니라 경제학 등 타 분야 학자들이다. 이들에게 일제강점기 연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는 뉴라이트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한강의 기적’ ‘OECD 가입’ ‘산업화와 민주화 동시 달성’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현재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논제다. ‘비결’이 무엇인지 설파하는 것이다. ‘민족주의라는 망령에 빠지지 않고 이승만이 친일파 엘리트를 청산하지 않아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전했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왜 꼭 이승만이어야 하는 걸까
이 주장은 사학계에서 소수설에 가깝다. 15년 전 뉴라이트 학자들은 정치세력과 합작해 제 생각을 구현하려 했다. 지지 기반이 허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승만 재조명 사업이 시작되고, ‘건국절’ 추진 논란이 불거졌다. 박 전 교수는 “보수세력 내 기반이 약한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상황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만 신화를 정권의 이념적 배경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보훈처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밝혔으나 반발에 부딪히자 모금을 통한 민간 건립으로 계획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등이 직접 기부에 참여했다.
서울 중구 자유총연맹 자유센터 내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시사IN 신선영
다른 보수 정치인이 아니라 ‘이승만이어야 하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이승만은 친미와 반공, 그를 위한 친일파 용인의 아이콘이다. 주진오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관에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한·미·일 동맹은 역대 보수 정권 모두의 난제였다. 미국은 한·일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돼 북한과 중국을 포위하길 원하는데, 우리 국민 정서는 일본과의 동맹을 용인하지 않는다. 이를 누그러뜨리려면 철저한 반공과 남북 대립이 정당화되어야 한다. 그 역사적 뿌리로 삼을 만한 이가 이승만이다.” 김형석 관장이 ‘명예 회복’ 대상으로 백선엽을 거론한 것 역시 이승만 반공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백선엽은 스스로 간도특설대의 독립군 토벌 이력을 시인했지만 김 관장은 책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백선엽이 공산화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했다며, “설령 (백선엽에게서) 친일의 과오가 발견되더라도 구국의 공적마저 지울 수는 없다. 구국의 가치는 독립의 가치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김형석 관장 임명은 ‘독립기념관장’이기 때문에 유독 두드러진,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정부 산하 3대 역사 연구 기관으로 불리는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일찌감치 뉴라이트 인사가 자리를 채웠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으로는 올해 1월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취임했다. 뉴라이트 성향 도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2006)을 공저한 영국사 학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지난 5월에는 허동현 경희대 교수가 국사편찬위원장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 교과서 편찬 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7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다. 이 책은 식민지근대화론을 다룬다.
8월15일 항일독립선열 선양단체 연합(항단연) 주최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개최한 '국민이 함께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참석자들이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2021년 퇴임한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김형석 관장 임명을 두고 “어떠한 자격도 갖추고 있지 못한 사람을 정부 의도에 따라 핀셋으로 집어내듯 그 자리에 앉혔다”라고 비판했다. 독립유공자 지청천 장군의 후손인 이 전 관장은, 긴 시간을 들여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독립기념관장이 어떻게 친일 인사 명예 회복을 생각하고, 말하는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전두환에게 5·18기념관 관장을 맡긴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30조 성산업 불패의 공범들
①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은 누구
성매매업소 132곳 장소 제공자들
불법영업 눈감은 채 임대 돈벌이
안마·스파 내걸고 영업
대부분 “알지 못했다” 잡아떼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상가 건물. ‘ㄷ안마’란 이름이 외벽에 크게 붙어 있었다. 상가 표지판에도 ‘7층 ㄷ안마소’라 표기돼 있었지만, 지도 앱에서 이 상호는 검색되지 않았다. 이곳은 클럽에서처럼 여성들과 함께 춤을 춘 뒤 성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클럽안마’로 유명한 곳이다.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선 강남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업소로 꼽힌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자, 음악 소리가 귀를 때렸다. 문이 열리자 어두운 조명 아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예약하고 오셨나요?” 한 직원이 말했다.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자 안쪽 공간으로 안내됐다. “찾는 아가씨 있어요?” 자리에 앉자 직원이 물었다. 옆에는 젊은 남성과 중년 남성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입구에 표시된 안마시술 가격은 11만5천원이었지만, 가격을 묻자 “27만원”이라고 했다. “한번이 이렇고 두번이면 32만원이요.” 머뭇거리던 기자가 ‘안마만 하는 곳이냐’고 묻자 직원이 당연한 듯 말했다. “여긴 섹스하는 곳이에요.”
ㄷ안마는 이 건물 6, 7, 8층을 쓰고 있다. 건축물대장으로 보면 6층은 271.9㎡(약 82평), 7~8층은 각각 260.42㎡(약 79평)씩이다.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과거 사진들을 확인했더니, 2014년 10월부터 10년 가까이 같은 안마시술소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런 공공연한 영업은 단속망에도 포착됐다. “내부의 방을 개조해 클럽식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는 신고가 성매매 예방·감시 활동을 하는 다시함께상담센터에도 수차례 접수됐다.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8년 넘게 모니터링해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2018년과 2023년 두차례 ㄷ안마를 고발했다. 그 결과 업소 운영자는 불특정 다수 남성에게 10만~4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2020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 벌금 1500만원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처벌이 이뤄졌는데도 영업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ㄷ안마가 입주해 있는 건물 소유주는 △△ 정씨 ○○파 문중이었다. 조선시대 명문가로 손꼽혔던 명문가로 지금도 종중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2003년 이 건물을 사들여 20년 넘게 소유하고 있다.
현장을 살펴본 결과, 건물주는 6~8층이 불법 성매매 영업에 쓰인다는 사실을 모르기 어려워 보였다. 직접 찾아보면 성매매 업소임이 뻔히 확인되는데다, 종중 사무실이 5층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이다.
ㄷ안마는 7층 입구를 통해서만 6, 8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런 공간 설계 또한 건물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성매매 업소 입주 의심 신고만으로도 건물주에게 통보된다. 과거 성매매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ㄷ안마는 그 일대 안마방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며 “건물주가 모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성매매 의심 업소의 입구 모습. 채윤태 기자
이 문중처럼 불법 성산업으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건물주는 얼마나 될까. 한겨레 탐사팀은 오영환 전 의원실을 통해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성매매 모니터링 대상 업소 132곳의 주소를 입수해, 해당 건물들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건물주를 파악했다.
그 결과 공동소유자를 포함해 171명이 확인됐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64.3살이었다(등기부등본에 나이가 표기되지 않은 1명 제외).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판결문,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건물주 관련 정보를 추적한 결과, 예비역 장군, 유명 종교인, 유통업체 대표, 국립대 교수, 전 대기업 대표이사 등 저명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최소 13명 포함돼 있었다. 유명 단체와 기업도 1곳씩 있었다.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불법 누리집 ㅅ에 지난 4월 기준 광고된 내용을 보면, 해당 건물들에는 마사지, 키스방, 휴게텔, 안마 시술소, 스파 등의 간판을 내건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계열 이단종교 교주인 김아무개(77)씨가 2005년 252억원에 사들인 강남구 논현동 건물 지하에서는 10년 이상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해군 중장으로 예편한 오아무개(96)씨 또한 불법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다. 그는 군사정권 시절 해군 참모차장에까지 올랐고, 전역 뒤엔 남미 한 나라 대사로 부임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오씨 소유 건물 3층에는 ‘××마사지’라는 커다란 간판과 그 옆에 회전하는 하트 표가 그려져 있었다. 간판 설치 시기를 살펴보니, 최소 2016년 4월부터 업소가 운영됐음을 알 수 있었다. 3층 현관문으로 가자 자동으로 업소 문이 열리고 붉은색 조명의 작은 방이 여러개 붙어 있었다. “12만원, 돈 주면 다 돼.” 카운터에서 만난 업소 관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이 불법 성매매 업소라고 안내했다.
국립대 명예교수이자 원로 기계공학자인 이아무개(68)씨 일가가 보유한 강남구 역삼동 건물도 입주 업소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을 지냈으며, 현재도 과학계 주요 단체의 간부직을 맡고 있다. 또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대표를 지냈던 김아무개(78)씨가 강남구 역삼동에 보유한 건물도 입주 업소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신고가 여러차례 접수된 바 있다.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신진희 변호사는 “(성매매에 쓰인) 부동산 소유주가 건물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임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등 (건물주가 성매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중요해진다”며 “수사당국은 성매매 사건에서 성매수자나 알선자 처벌로 수사를 끝내는 게 보통이다. 장소 제공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장소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중요한 매개 수단으로 (건물주가) ‘몰랐다’며 빠져나가는 건 무책임하다”며 “부동산 소유주와 건물주들은 이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juneyong@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이게 된다고?… ‘엄마가 깔아줄게’ 수능 보는 학부모들
‘0점’ 늘면 ‘만점’ 자녀 표준점수 20~30점 향상 가능
“수치상 몇 십명이 대한민국을 갖고 놀 수 있는 구조”
한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접수했다며 수능 응시 원서 사진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녀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접수했다고 인증한 학부모들이 등장해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응시 인원이 적은 탐구과목의 경우 수십명의 저득점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성적 향상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8일 한 입시 관련 카페에는 “4교시만 수능 원서 접수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필수과목인 한국사와 화학1, 생명과학1을 선택한 응시원서 사진을 첨부했다. 이 학부모는 “같이 수능 보기로 한 엄마들이 당뇨 있다고 배신 때려서 혼자 씩씩하게 다녀왔다”며 “우리 아이들 화1, 생1 표준점수는 엄마가 지켜줄 거야”라고 했다.
다른 학부모도 “화생러(화학, 생물 응시하는 수험생) 아이 위해 접수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결제 내역을 인증했다.
누리꾼들은 이같은 학부모가 ‘극성’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능 응시생이 수십만명에 이르는 만큼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런다고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싶다” “깔아주면 수험생이야 고맙겠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6월 모의평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응시인원이 수천명에 불과한 일부 탐구 과목의 경우 이같은 ‘깔아주기’를 통한 점수 향상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특히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기는 표준점수의 경우 그 영향이 클 수 있다.
표준점수는 과목별 난이도를 반영한 점수다. 평균점수가 낮으면 시험이 어렵다고 판단, 고득점자의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지구과학1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8점이었으나 화학2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80점이었다. 동일한 1등급이지만 표준점수는 12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처럼 자녀와 동일한 탐구 과목에 응시하는 학부모들은 평균점수를 낮춰 자녀의 표준점수를 높이는 전략을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녀의 의대 진학을 노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같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과학탐구2는 응시자가 매우 적어 응시자 증감에 따른 표준점수 변동폭이 크다. 지난해 가장 응시인원이 적었던 과탐 과목인 화학2는 4460명의 수험생만이 응시했다. 다른 과탐2 과목의 응시인원도 4726~6818명에 불과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작당으로 평균 점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임성호 종로교육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부모들이 깔아주면 일부 탐구 과목에서는 표준점수가 다른 과목보다 20~30점 높아질 수 있다”라며 “수치상으로는 몇 십명이서 대한민국을 갖고 놀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탐구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의 수능 응시를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탈 행위를 하는 일부 학부모가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계에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정보사 기밀’ 이렇게 허술했나···7년간 출력·촬영·캡처·메모로 유출
블랙 요원 명단 등 2·3급 기밀 빼돌린 군무원
중국 정보기관 요원이라는 동포에 포섭 당해
대가 1억6000만원 수수···북한 연계성 미규명
비밀 요원 명단 등 기밀 정보를 유출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49)에 대한 군검찰 수사 결과 정보사의 허술한 보안 실태가 확인됐다. A씨는 정보사의 보안 체계를 무력화하며 7년 동안 비밀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28일 A씨와 관련한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중국 연길 공항에서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다. A씨는 정보사 부사관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옷을 바꿔 입은 뒤 중국에서 첩보 활동을 해왔다.
A씨를 붙잡은 이들 중 한 남성은 한국어를 쓰는 중국 동포였다. 그는 자신을 중국 정보기관 소속 요원이라고 소개하고, A씨를 포섭했다.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중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동포로부터)가족과 관련한 협박을 받아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중국 동포에게 기밀을 넘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루는 기밀이나, 다른 부서의 기밀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화면을 캡쳐하거나 메모하기도 했다. 이 자료를 분할 압축해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올렸다. 그런 다음 중국 메신저 위챗의 음성 메시지로 클라우드 서버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A씨가 중국 동포에게 넘긴 파일에는 2·3급 기밀과 블랙요원(신분 위장 요원) 정보가 담겼다. 군검찰 관계자는 “(블랙요원이)북한 쪽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아니다”고 말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임을 시사했다. 그가 넘긴 파일은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로 18건 등 총 30건이다.
A씨는 2017년 11월께부터 현금으로 돈을 받기 시작했고 그 시점을 전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기 시작했다고 자백했다. 다만 군검찰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 시점은 2019년 5월부터라고 밝혔다.
군무원 A씨가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동포에게 기밀을 넘긴 사건의 체계도. 실제 이들은 메신저 앱에서 음성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이를 위 그림에서는 텍스트로 표현했다. 국방부 검찰단 제공
A씨는 그 대가로 현금을 받았다. A씨는 약 40차례 중국 동포에게 4억원가량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1억6205만원만 수십 차례에 걸쳐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최대한 빨리 (기밀을)보내달라’는 요구에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고 했다고 군검찰은 전했다.
중국 동포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췄다. 다만 군검찰은 A씨에게 입금한 차명계좌를 추적해 중국 동포가 어느 소속인지를 특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현 상황에선 중국 동포가 북한과 연계됐다고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군 검찰은 전했다. A씨는 당초 혐의를 부인했지만, 포렌식 자료 등 관련 증거를 내밀자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국군방첩사령부가 복구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만 2000건에 달한다.
군검찰단은 지난 27일 A씨를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를 맡긴 음성분석 결과 등 추가 증거를 토대로, 중국 동포의 북한과 연계성이 밝혀지면 군형법상 간첩죄로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와 별도로 정보활동 관련 예산 16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