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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8.19~

by 이성근 2024. 8. 18.

 

상속받은 5세금 0’, 일해서 5억 벌면 세금 1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상속세율

상위 1%의 실효세율 고작 10%

부가세·소득세·건보료 놔두고

상속세 감세명분 설득력 없어

지난 62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상속세 완화 등 감세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 감세를 추진한다. 명분은 여러 가지다.

첫째,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소득세를 낸 재산에 상속세를 또 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소득세와 상속세는 납세자가 다르다. 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짜장면집 사장에게 짜장면 값을 지불해도 짜장면집 사장은 사업소득세를 낸다. 마찬가지로, 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을 상속인에게 주어도 상속인이 상속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조세의 대원칙은 개인 과세다.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에는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상속을 통해 얻은 소득에만 특별히 세금을 면제해 줘야 할 논리는 빈약하다.

둘째, 우리나라 상속세가 다른 나라에 견줘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상속세 때문에 이민까지 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민과 상속세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민 가도 상속세는 내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모두 함께 이민 간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의 슈퍼 리치가 상속보다 기부를 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4포브스를 보면, 세계 최고 부자 100명 중 한국인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20대 젊은 나이의 최고 부자만 놓고 보면 상위 5명 가운데 2명이 한국인이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장녀(22)와 차녀(20)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내로라하는 초고액 자산가 자녀와 손자를 모두 제치고 한국의 20대가 상위에 있다.

2016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를 보면, 우리나라에선 상속으로 부를 일군 사람이 74%, 세계 67개국 중 5번째로 높다고 한다. 일본은 19%, 미국은 2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보다 세습 부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쿠웨이트, 핀란드, 덴마크, 아랍에미리트뿐이었다.

상속세 실납부는 상위 5%

셋째, 상속인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근로소득세와 같거나 작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국세의 10%인 지방소득세 추가분까지 합쳐 49.5%, 상속세 최고 세율 50%와 사실상 같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약 3.5%를 추가로 내니 실제로는 소득세+건강보험료의 부담이 상속세보다 더 크다. 특히, 상속세는 공제 금액이 크다. 5억원의 상속 소득이 생기면 기본 공제로 내는 세금은 0원이다. 그러나 노동 소득으로 5억원이 생기면 내야 할 세금은 1억원이 넘는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위별 상속세 과세액 대비 실효세율 분석을 보면, 상속이 발생한 사람(피상속인) 중 상위 1%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실효세율이란 상속세 과세액 대비 결정세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상위 1%에 속하지 않는다면 실효세율은 한자릿수에 그친다. 상속세를 1원이라도 내는 계층은 상위 5~6%까지다. 나머지 약 95%의 피상속인 재산에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넷째, 물가가 올랐기에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오른 것은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짜장면 가격도 올랐고 내 월급의 명목상 금액도 올랐다. 과거에 짜장면이 600원이었을 때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부가가치세 약 60(정확히는 54.5)을 냈다. 지금은 짜장면 가격이 6천원이다. 짜장면 한 그릇당 무려 600원의 부가가치세를 낸다. 내 월급도 올랐다. 실질 임금이 오른 것이 아니라 물가만큼만 올랐는데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낸다. 실제로 10년 전 우리나라 소득세수는 약 50조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소득세수는 130조원 가까이 된다. 내 실질 월급보다 세금은 훨씬 많이 올랐다.

특히 월급에 따라 일정 비율을 내는 건강보험료는 금액뿐 아니라 납부 비율도 높아졌다. 2010년 월급의 5.3%였던 건강보험료율은 거의 매년 올라 올해는 7.1%를 낸다. 그런데 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건강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상속세만 깎아주어야 할까?

국가 재정은 효율적인 공동구매

그럼, 상속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건강보험료율을 모두 깎는 것은 어떨까? 세금은 안 내면 안 낼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우리가 정부에 내는 돈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행정서비스로 되돌아온다. 건강보험료율이 지속해서 올라 건강보험 보장률도 지속해서 증가했다. 10년 전 국민건강보험 지출액은 44조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건강보험 지출액은 약 100조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료율을 깎으면 결국 우리의 사보험 지출액이 증가한다.

10년 전에는 기초연금도 없었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자살률, 특히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래도 노인 자살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때가 바로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다. 그 이후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압도적 1에서 지금은 그냥 1가 됐다. 정부가 돈을 투자해서 출생률을 높이기는 어렵지만, 자살률은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세금도 더 소중해진다. 물가 상승에 따라 아파트 가격, 짜장면 값, 월급, 건강보험료가 모두 오르는데 상속세만 감해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세금을 내리면 기초연금, 아동수당은 물론 국방비와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모두 깎아야 한다. 국가 재정은 일종의 공동구매다.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세금을 통한 공동구매로 더 싸게 살 수 있는 상품이 있다. 공동구매가 아니면 시장에서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2023년 단 100명의 피상속인에서 발생한 상속세 결정세액이 우리나라 전체 상속세 결정세액 123천억원의 약 60%(73천억원)를 차지한다. , 우리나라 상속세수는 단 100명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상위 1% 피상속인 3600여명이 전체 세수의 약 90%를 차지하는 구조다. 정부의 상속세와 증여세 감세안에 따라 5년간 186천억원의 세수가 준다. 이 말은 186천억원의 감세로 생기는 혜택의 60%가 최상위 0.03%에게 돌아가고, 혜택의 90%까지도 상위 1%가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겨레

 

"한 달 숙박비만 400만원그래도 대입 성공욕망은 대치동을 향한다

사교육의 최전선 대치동 민낯

4일 밤 유명 입시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한 대입 수험생이 걸어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8일 밤 94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ㅇ호텔 로비. 권아무개(15)양이 왼편에 놓인 컴퓨터 책상에서 영어 문제 풀이에 한창이었다. 호텔 방으로 올라가거나 식당에서 나오는 들뜬 모습의 호텔 투숙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권양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강원도 춘천시의 중3 학생인 권양은 여름방학 동안 이 호텔에 묵고 있다. 엄마와 고3인 언니와 함께다. 침대 두개짜리 3인실을 빌려 3주째 장기투숙 중이다. 춘천의 집을 두고 세 식구의 대치동 호텔살이는 학원 때문이다. 권양은 오전 9시께 호텔을 나서 대치동의 영어·수학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오후 3시께 호텔로 돌아와 숙제를 한다. 권양의 언니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자습형 종합학원에서 공부한다.

3주간 호텔 숙박비로만 200만원 이상이 든다. 권양의 학원 수업은 과목당 3540만원가량이다. 숙식비와 학원비 등을 합치면 권양 가족은 3주에 400만원을 쓴다. 그럼에도 대치동 호텔에 머무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8일 밤 94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ㅇ호텔 로비에서 권아무개양이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 김민제 기자

와보니까 저보다 두살 어린 친구가 같은 걸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상위권에 절대 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명한 선생님이랑 잘하는 애들이 많은 여기서 많이 배우려고 왔어요. 이번 방학에 영어는 고2 과정, 수학은 고1 과정까지 끝내는 게 목표예요.”

방학 때 대치동 호텔에서 지내는 건 권양 가족만이 아니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이 호텔에 많이 묵어요. 엘리베이터에서도 자주 마주쳐요. 원래는 투룸을 구하려고 부동산에 갔는데 이 호텔을 추천하더라고요. 저희 애 친구 중에 학교에서 을 찍는 친구가 여기 10층에 묵는데, 1 때부터 방학 때마다 여기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권양의 어머니는 9일 아침 딸과 함께 기자를 만나, 이곳에선 집 떠나온 대치동 유학생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3개월 전부터 장기투숙 예약

유명 입시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방학 기간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호텔 장기투숙이나 원룸 월세살이까지 불사하며 대치동에서 학원 방학 특강을 듣는다. 정부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킬러 문항배제 정책을 펼쳤지만 사교육 과열은 전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학원비에 주거비, 숙식비까지 치르며 학원가로 모여드는 모습이다.

대치동 학원가엔 성공적인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초··고교생과 엔(n)수생들이 모인다. 특히 방학 철이면 서머스쿨’, ‘윈터스쿨로 불리는 특강을 들으려 지방 학생들까지 모여든다. 지난 8일 저녁 찾은 대치동 학원가는 책가방을 메고 트레이닝복과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학생들로 붐볐다. 한 손에 학습지를 들고 학원 안으로 들어가거나 걸어가면서 햄버거를 먹는 학생도 보였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치동 유학생의 하루도 이곳을 거니는 여느 학생들의 하루와 다름없다. 학생들은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과목별로 원하는 학원에 등록한 뒤 매시간 학원을 옮겨 다닌다. 남는 시간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숙제를 하거나, 끼니를 때운다. 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곳은 집이 아닌 인근 호텔이나 원룸, 학사 등이다.

낯선 곳에 머무는 생활인데다 경제적 부담도 크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대치동 인근 부동산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늘 찾아온다. 대치동 ㄷ부동산의 최아무개 공인중개사는 주로 방학 특강을 들으려는 상위권 중고등학생들이 찾아온다매달 월세로 120150만원 정도를 내야 하고 신축은 180만원까지도 받는다. 그런데도 발 빠른 분들은 3개월 전부터 와서 예약을 해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이곳에서 적당한 방을 못 구해서 주변 호텔로 가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호텔은 너무 비싸다며 방을 구해달라 하는 사람도 있다. 전국에서 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ㅇ호텔 관계자는 방학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가 장기숙박을 예약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곳 호텔의 숙박비는 한달을 기준으로 400만원 안팎이다.

대치동이 지역 학생들마저 빨아들이는 이유로는 입시에 특화된 학원이 많다는 점과 스타 강사의 현장 강의,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아무개(52)씨의 아내와 고3, 3 자녀도 이번 여름방학 동안 대치동의 ㅅ호텔에서 지낸다. 숙박비만 한달에 400만원 이상이다. 이씨는 어떻게든 학생들을 변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문제가 시험에 나온다. 대치동 학원은 이걸 맞히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준다. 스타 강사의 현장 강의를 들으며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한다. 상위권 대학을 가고자 욕심을 갖고 있는 애들은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학마다 대치동의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대전의 고1 학생은 여기에서는 애들끼리 경쟁이 굉장히 심하고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수학을 하는 분위기라며 지금 전교에서 10등 정도 하는데 이곳에 오면 중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 내가 어느 위치인지 확인하면 자극을 받고 공부를 더 하게 된다고 했다.

사교육 대책 백약무효불안감주목해야

유명 입시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사에 대학 합격 펼침막이 붙어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지방일수록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학군지와의 격차를 더욱 체감한다. 충청권의 한 일반고를 나와 올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ㄱ씨는 요즘 수능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방 학원은 대부분 내신 중심이고 입시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학교 수업도 입시와 거리가 멀다. 3 중에 학교 수업을 듣는 애들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또 “(수능을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방학 때 서울에 방이나 학사를 잡고 대치동 학원을 다니거나 대치동 학원의 문제를 구해서 푼다. 학생들 한명씩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을 각각 맡아서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대치동 시험지를 구해 오고 다 같이 그걸 돌려보면서 공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풍경은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학원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문제인 이른바 킬러 문항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겠다며 시대인재 등 유명 입시학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6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뿌리 뽑기 위해 공정한 수능 평가를 확실히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 교육위원회가 실시한 국정감사 자리에 나와 사교육 카르텔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밤늦은 시각 수강생들을 실어 나르는 학원버스들이 학원 근처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하지만 대치동의 사례가 보여주듯 사교육 과열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총 271천억원으로, 2021234천억원, 202226조원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능 해킹의 저자인 문호진 교육평론가는 사교육 과열 현상의 배경에는 공교육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자리한다고 진단했다. 문 평론가는 수능은 교육과정의 목표들을 잘 수행했는가와 무관하게 문제 풀이 훈련을 통해 치르는 퍼즐 맞추기시험이 됐고,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과의 연계성도 무너졌다. 동시에 학교는 가르치는 곳보다는 공부해온 내용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방 공교육의 경우 학생을 가르치는 역량이 학교마다 크게 차이 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면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말을 학부모와 학생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결국 각자가 사교육 기관을 찾아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선행학습 하고 알아서 수능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 과정만 충실히 따라서는 입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만연한 불안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030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2028 대입 시안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머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능의 창시자로 불리는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학들이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줄 세워서 선발하지 말고 고등학교에서 적성을 잘 찾고 개발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근본적으로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더 상위 대학을 나온 사람이 좋은 보수를 받는 체제를 완화시켜야 사교육 과열도 잦아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수험생 학부모들에겐 정부의 사교육 때려잡기약속은 부질없고, 전문가들의 지적은 공허하다. “저도 애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지만 공교육을 신뢰할 수 없고, 사교육이나 스타 강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인 서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버렸잖아요.” 자녀가 고3이 되어서야 대치동 호텔 한달 투숙에 월 400만원을 쓰는 이씨의 푸념이다. 그는 또 극단적으로 일반고에서 1등을 해도 학원에 안 가면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못 가는 상황이에요. 정부는 교육제도를 정교하게 만들고 학생들 적성을 찾아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사교육만 살찌워주는 제도로 변질된 거 아닌가요?”라고도 했다.

사교육의 힘 없이는 대입을 치르기 힘든 현실에서 대치동 학원가의 불빛은 방학에도 꺼지지 않는다. 수험생들이 성공적인 혹은 맘에 들지 않는 대입으로 빠져나간 자리도 새 수험생들로 메워질 터다. 이씨와 같은 학부모의 하소연은 언제까지 반복돼야만 하는 걸까.

김민제 박고은 기자 summer@hani.co.kr

연간 27, ‘저출생공범경쟁압력·사회격차 줄여야

대치동 사교육의 민낯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저출생을 극복하겠다고 나섰지만, 치솟는 사교육 수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매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고 학생의 사교육비는 약 271천억원으로 2022년 약 26조원과 비교해 12천억원(4.5%) 늘었다. 2021년부터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4천원,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제외하면 평균 553천원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그동안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늘 지목돼왔다. 올해 초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보고서를 보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매매·전세가격과 함께 사교육비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2월 실시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일반국민 의견조사에서도 저출생 주요 원인으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29.2%)에 이어 교육비 등 양육 비용 부담’(27.5%),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지난해 10저출산 인식 조사에서도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40.0%)와 함께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26.9%)이 꼽혔다. 2021년 감사원의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감사보고서에서도 사교육비가 주택가격, 실업률 등과 함께 저출생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바라봤다.

학부모들도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약 76%,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60%가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크다고 인식했다. 하나은행의 2021생애금융보고서를 보면 40(19721981년생)의 인생과제 네가지(은퇴자산 마련, 주거 안정, 자녀교육, 자기계발) 중 자녀교육을 우선순위로 꼽은 사람은 16%로 중요도 3위에 머물렀으나, 실제 부담 규모는 월 107만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었다. 반면, 중요도 1위인 은퇴자산 마련(42%)은 자녀교육에 밀려 지출 3위였다. 이들에게 노후 준비가 중요한데 실제 돈은 사교육에 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카르텔단속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경쟁적 교육 시스템 등 사교육 수요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사교육비를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노동시장 격차, 대학 간의 격차 등 사회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며, “현 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사교육의 첫 단추인 영어 유치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영유아 교육의 질을 높여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짚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도 주거비나 양육비는 한시적인 비용이지만 사교육비는 자녀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등 20년 이상 저당 잡히는 지출이라며 사교육비의 원인은 결국 경쟁 압력이다. 대학 서열화 등 경쟁적인 교육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나는 서울대생 부모" 스티커, 인권위 판단 구한다"입시성공 과시, 부추긴 것"

학벌없는사회 "입시 성공의 정점으로 치부되는 로고 활용이 같은 행태에 경계 세워야"

최근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서울대생 가족임을 드러내는 차량용 스티커를 배포해 논란이 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해당 스티커 배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려 깊지 못한 사업으로 논란을 자초한 서울대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와 같은 행태에 경계를 세우고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학벌없는사회는 "이번 굿즈(기념품)는 입시 성공의 정점으로 치부되는 서울대 로고를 활용해 그 보호자에게 '자식의 입시 성공은 부모의 업적임을 마음껏 과시하라'고 부추긴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들은 인권위가 과거 특정 대학 합격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에 대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차례 권고한 사례를 소개하며 "특정 시기에 선점한 대학 이름으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능력과 노력보다 특권과 차별이 일상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간 인권위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행태에 엄중하게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서울대 굿즈 아래를 도도하게 흐르는 학벌주의에 맞서 건강한 가치를 싹틔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학벌없는사회 굿즈를 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학교발전재단은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 재학생의 부모들에게 "PROUD PARENT", "'I'M DAD' 등 서울대 학생 가족임을 나타낼 수 있는 차량용 스티커를 소개하며 "아래 신청하기 버튼을 통해 정보를 입력해주시면 SNU Family 스티커를 보내드린다"고 안내했다. 신청 링크를 통해 자녀의 이름과 학과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학부모는 해당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서울대가 학벌주의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에서 학생회가 학교 로고 등을 이용해 학생을 위한 기념품을 제작하는 일은 일상적인 편이지만, 대학교가 재학생 가족들을 위해 기념품을 제작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과학교육 전문업체 '과학과 사람들'을 운영하는 원종우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갈수록 더해가는 후진국형 계급주의적 천박함, 이미 성인인 서울대생을 양육해낸 부모임을 자랑함으로써 자식을 철부지로 만들면서 그걸 인지조차 못하는 사고의 수준, 이 모든 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공식화해낸 재단 측의 발상과 실행의 촌스러움까지.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이 나라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재단 측은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고취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배너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내려가 있다./박상혁 기자 | 프레시안

대체 어디 가서 살라고돈 없는 서민들 진짜 멘붕지방까지 전셋값 급등

지방 7개도 모두 전세가율 70%

울산 68.51% 광역시 중 가장 높아

올 상반기 지방에 총 245000여건 청약접수

세입자 청약시장 유입 영향

번영로 하늘채 라크뷰 조감도 [사진 = 코오롱글로벌]

최근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높아진 전세가격을 부담할 바에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20일 부동산 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수도권 제외 지방 평균 전세가율은 각각 52.95%, 62.17%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 76.71%을 비롯해 전남 72.53%, 충북 71.7%, 강원 71.61%, 충남 71.28%, 경남 70.75%, 전북 70.54% 등 지방 7개도는 모두 70% 이상의 전세가율을 보였다.

울산(68.51%)과 광주(66.99%), 대전(65.39%) 등 지방 광역시 역시 70%에 육박하는 전세가율을 기록했다.지방 전세가율 상승은 청약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지불하고 세 들어 살기보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는 23061가구(부동산 R114 자료)의 공급물량에 151004건의 청약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수도권제 외 지방은 37882가구의 공급물량에 245008건의 청약접수가 이뤄졌다. 이는 수도권 대비 약 94000건 이상의 청약이 더 몰린 수준이다.

지방의 전세가율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0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2(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이후 임차인이 한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전셋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에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9.35를 기록했다. 지난해 7(87.26)이후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세보다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매매가격 역시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0.22%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전세가율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가격상승 전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방 전세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전세수요자들이 주목할 만한 지방 신규 단지들이 속속 공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 사업장으로는 울산시 남구 야음동 일원 번영로 하늘채 라크뷰’(지하 2~지상 최고 30, 8개동 전용 59~127803가구),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원 탕정 푸르지오 센터파크’(지하 3~지상 29, 16개동 전용 59~1361416가구),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일원 드파인 광안’(지하 2~지상 31, 10개동 전용 36~1151233가구 중 567가구 일반 공급) 등이 있다.

번영로 하늘채 라크뷰가 들어서는 울산 남구 야음동은 최근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개발 초기 단계에 공급되는 아파트로 향후 주거여건 개선에 다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도심 속 호수공원인 선암호수공원이 사업지 인근에 있어 정주여건이 쾌적하다. 또 야음초와 선암초이 도보통학가능 거리에 있고 야음중과 대현고, 신선여고도 가깝다. 울산 중심을 통과하는 번영로, 신선로, 수암로 등을 통해 중심 상업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울산고속버스터미널과 동해선 태화강역도 지근거리에 있다.

탕정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사업지 인근에 아산탕정디스플레이시티, 아산탕정테크노일반산업단지 등이 있어 직주근접성이 좋다. ‘드파인 광안SK에코플랜트의 새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첫 적용된 단지다. 부산지하철 2호선 광안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가계빚 1896조 역대 최대'영끌'이 가계빚 폭증 이끌었다

2분기 가계신용 잔액 1896.2공표 이래 최대 규모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 붐이 되살아나면서 가계 빚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의 8.8 부동산 공급 대책이 투기붐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뒤늦게 수도권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에 나섰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2분기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138000억 원 증가해 총 18962000억 원이 됐다. 이는 2002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2분기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138000억 원 증가해 총 18962000억 원이 됐다. 한국은행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까지 합산한 가계의 총 부채 규모다. 금융기관으로부터 가계가 받은 일반적인 대출은 '가계대출'로 개별 집계한다.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1분기 전분기 대비 145000억 원 감소했으나 이후 내리 증가세를 유지했다. 작년 2분기 82000억 원, 3분기 171000억 원, 4분기 7조 원씩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31000억 원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분기 들어 재차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가계신용 중 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 잔액만 보면, 2분기말 현재 1780조 원으로 집계됐다.가계대출 역시 작년 1분기(-112000억 원)와 올 1분기(-8000억 원)만 감소세를 보였을 뿐, 내리 증가세를 유지했다.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35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 중 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 잔액만 보면, 2분기말 현재 1780조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역시 작년 1분기(-112000억 원)와 올 1분기(-8000억 원)만 감소세를 보였을 뿐, 내리 증가세를 유지했다.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35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주원인은 역시 주택담보대출 증가였다. 신용대출 등 가계의 기타대출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해 올 2분기 말 현재 잔액은 6872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주담대 잔액은 올 2분기말 현재 1092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주담대는 기타대출과 달리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비은행 주담대는 다소 감소세를 보였으나 예금은행 주담대가 매분기 증가하면서 올 2분기말 현재 잔액 기준 6984000억 원이 됐다.

예금은행의 주담대는 올 2분기에만 167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작년 예금은행 전체 주담대 증가분(28조 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갭투자가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 데다, 주담대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증권사·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2분기 1000억 원이 증가하면서 잔액 기준 5375000억 원이 됐다.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절반을 조금 넘는 2904000억 원이다. 한은은 올해 3분기 들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 매매 수요 증가세가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해 이날 금융당국은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기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출 한도를 줄여 집값 급등세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기존 예정대로 스트레스 가산 금리를 얹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가산 금리 수준을 기존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높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시뮬레이션 결과 연소득이 5000만 원인 차주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경우(30년 만기, 대출이자 4.5% 가정) 스트레스 DSR 도입 전 대출한도는 32900만 원이었으나 9월 도입 후에는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28700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비수도권은 대출 한도가 32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수도권 대출한도는 스트레스 DSR 적용 전보다 4200만 원 줄어들지만 비수도권은 2700만 원 줄어든다. 수도권에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소폭의 주담대 대출한도 강화로 지금의 강력한 주택 투기 붐을 가라앉힐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은이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감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는 결국 대출금리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대출 수요를 더 키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지금의 가계빚 폭증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친일 독립기념관장'이란 형용모순에 침묵한 언론은?

조선일보 '딴청'·KBS '단신'친일·어용 언론 증명

한겨레·경향 강하게 비난한국·국민 "부적절" 사설

동아도 "논란" "유감"그러나 단지 '논란꺼리'인가?

서울· 문화· 세계 등은 또 '여야정쟁' 몰이로 왜곡

친일 뉴라이트 성향을 갖고 있는 김형석 씨가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9일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독립운동을 반일 종족주의로 폄하해 온 친일 극우 인사를 끝내 민족 자주·독립의 역사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국가 공식 기념관의 수장에 앉혔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형용모순인 친일 독립기념관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정의에 반하며, 독립 정신이 훼손되고 우리의 정체성이 유린당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 때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라고 불렸던 그는 배신감을 느낀다” “용산에 밀정이 있다는 격한 감정적 표현도 쏟아냈다.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야당도 크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도 이 사태를 중요하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의 사설 제목처럼 제 정신을 갖고 있는언론이라면 친일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를, 다른 곳도 아닌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이 정부의 반역사적·반민족적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 이것은 무슨 정치적·정파적 진영 간의 대립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 국민 보편적 감정은 물론이고 헌법 가치를 농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 가운데 조선일보, KBS를 제외한 대부분은 윤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광복회·독립운동가 단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기사로 보도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물론, 스스로 중도지를 자처하는 한국일보, ‘보수매체 중 하나인 동아일보와 국민일보도 사설을 통해 김형석 씨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7독립기념관장까지 뉴라이트로 채우다니사설에서 당혹스럽고 기가 찰 노릇, 도대체 윤 대통령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하는가라고 개탄했고, 9일에도 독립기념관이 친일파 명예회복위원회인가사설에서도 독립기념관이 머잖아 친일파 명예회복위원회가 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김형석 씨 독립기념관장 임명~취임 비판여론이 나오는 지난주 단 한 건의 관련 기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마치 친일 극우 인사가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여러 공직에 채용되는 것이 무슨 문제라고 소란이냐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광복회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12일자에 '논문, 저서를 보면 김형석이 뉴라이트가 아니다'란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김형석 씨가 '보수'이긴 하지만 '극우 뉴라이트'까지는 아니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가 웃을 소리다. 김형석 씨는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임시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48년이라고 하고 식민지배 기간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식민지배 합법화 발언을 하는 자이다.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친일 독립기념관장'이란 형용모순에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를 모면하고 변명하려고 억지 주장을 기사로 쓴 것이다.

조선일보는 광복절을 앞두고 오히려 TV조선 등의 방송에서 일본 노래를 일본말로 부르는 것이 이제는 문제될 것 없다는 내용의 기사(“예전엔 왜색손가락질...이젠 일상이 된 일본 노래”. 8. 2), 지난해 국민들과 야당의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을 괴담이라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조의 사설(“오염수 괴담 1, 거짓에 반성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8.7)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줄곧 일본 극우와 한국 내 친일 세력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해 왔다.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일본 노래 부르기 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두둔 기사를 내는 것은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롱하는 것이다. 또 이번 친일 독립기념관장임명을 제대로 기사화조차 하지 않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반민족적 행태에 대해 비판과 논란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극우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국내 친일 세력이 벌이고 있는 독립 역사 지우기막장 드라마에 조선일보가 중요한 배역을 맡은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지난 17(현지시간) 김민희는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77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수유천'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날 김민희는 감독이자 9년째 열애 중인 상대 홍상수와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육영수 다큐'에 속지 말자, 이 영화의 불쾌한 노림수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실을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 <1984> 중에서

정치와 역사는 따로 떼어놓고 바라볼 수 없다. 극단적으로 양분된 현대 정치판에서 과거의 역사를 점거하는 일은 직접적이고 실재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실 정치세력이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 김영삼과 김대중, 다시 노무현에 이르는 지도자를 계승한다 주장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체가 있는 계승이든, 허울뿐인 구호든 간에 현실정치 가운데서 효력을 발한단 점만큼은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수많은 정치인이 일면식도 없는 옛 인물의 무덤을, 생가를, 관련된 온갖 유적까지를 방문하는 일은 없었을 테다.

박정희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호감도 평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유력한 인물이다. 노무현을 제외하고는 그와 비슷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조사업체와 방식을 가리지 않고 지난 십수 년 간 그는 매 조사마다 선호도 1, 2위를 다퉈왔다. 4.19 혁명을 군홧발로 짓밟고 일어나 18년 간 집권한 독재자란 평가에도 꺾일 줄 모르는 호감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좋든 싫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산업화, 그 성취의 상징적 존재가 박정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확고한 정치적 자산을 가졌으니 그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발전과 성취에 따르는 낭만, 독재와 민주화탄압 사이엔 무시할 수 없는 격차가 있기에 그 유산을 계승할 수 있는 이도 정해져 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화와 진보를 주창하는 이가 박정희의 유산을 계승할 수는 없다. 반면 영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정치세력과 기득권적 보수세력 치고 박정희라는 정치적 자산을 탐내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정치적 색채에서 얼마 닮은 곳 없는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를 수차례 만나고 박정희 생가를 찾는 등 접점을 만들려 시도하는 데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 포스터 다자인 소프트

육영수 앞세운 현대사 다큐, 그러나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은 박정희의 유산, 즉 현실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자산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수년 간 유행한 정치인 다큐, 특히 보수 정치인 다큐의 문법 그대로 과거 자료에 여러 인물의 인터뷰를 덧대고 일부 재현과 평가를 넣어 완성했다. 가수 김흥국이 제작하고 고두심과 현석이 나레이션을 맡았으며, 영화판에서 얼마 알려지지 않은 윤희성 감독이 연출했다.

'목련'이란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박정희란 개인을 넘어 그의 동반자였던 아내 육영수를 주요하게 다룬다. 정반대의 의미로 오늘의 영부인 또한 그 자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지만, 한국인에게 영부인의 상을 가장 깊게 새긴 인물이 육영수란 사실엔 반박하는 이가 얼마 되지 않을 테다.

세계 많은 나라 독재자의 아내가 극심한 사치행각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반면, 육영수 여사의 검소함과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행보엔 반대파조차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베트남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쩐 레 쑤언, 전두환의 아내 이순자 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육영수 여사와 한 시대를 함께 한 나이든 이들 중엔 어린 나이에 계모와 그 자식 가운데서 살아갔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또 전쟁 중 남장을 하고서 군인이던 박정희를 찾아가 만났던 이야기를 옛날 동화처럼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영부인 시절 독일을 찾아 간호사와 광부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거나 어린 노동자며 고아들, 또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찾아 위로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쯤이면 왜 진보진영에서조차 그녀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지 단박에 이해 된다. 육영수 여사는 살아 있을 적엔 유신정권의 훌륭한 자산이었고, 또 죽어서는 보수세력의 잠재적 유산이 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 스틸컷 다자인 소프트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은 한국사회가 박정희와 육영수, 지난 시대의 유산을 대하는 한 가지 태도를 비춘다. 흔히 보수세력이라 불리는 이들이 조국 근대화의 영웅이며 민족주의의 대표이자 낭만적 절대 대통령상으로서 박정희를 추앙하고 소화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비친다. 또 박정희를 넘어 이승만으로 이어지는 저들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김구를 배척하는 태도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영화는 지난 시대의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죽은 박정희에게 '박비어천'가라 해도 좋을 찬양을 바친다. 그들에 따르면 박정희는 따뜻한 인간성을 가졌고, 울보라 부를 만큼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더불어 조국의 민중들을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열망이 있고, 일찌감치 관광산업을 비롯한 산업화의 큰 비전을 가진 식견 있는 지도자다. 그리하여 앨빈 토플러나 헨리 키신저, 덩샤오핑 같은 해외 유명인사도 존경과 인정의 뜻을 밝혔을 만큼 대단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나 그 대통령이 반대 진영으로부터 부당한 비난을 사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고작 중소위 1년을 한 걸 가지고 친일이라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란 주장이 대놓고 몇 차례 등장한다.

일본군 출신 조선인을 광복군으로 적극 편입한다는 한국독립당의 방침에 따라 박정희를 비롯한 만주군관들이 베이징의 광복군 3지대 군관으로 임관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해방 후 광복군이 됐다 해서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쓰고 독립군을 때려잡는 만주군관학교로 간 이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요컨대 박정희에 대한 영화의 평가는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 스틸컷 다자인 소프트

송진우 죽음이 김구탓? 도 넘은 왜곡

뿐만 아니라 미군정기 신탁통치를 두고 찬탁과 반탁 사이에서 현실적이자 중도적 입장을 취했던 송진우의 죽음을 영화는 마치 백범 김구의 탓인 양 연출한다. 송진우는 김구와 신탁을 두고 2시간 여의 토론을 한 뒤 집으로 향했다가 한현우에게 난사당해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탁을 내세운 김구 및 임시정부 요인들과 각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미군정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임에도 송진우의 이 같은 입장을 영화는 제대로 다루려 들지 않는다. 한현우가 김구의 부하라는 확증을 영화 곳곳에서 흘리기까지 한다.

반면 체포 뒤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한현우가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 이르러 방면돼 거리를 활보했고, 후엔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다는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다. 이승만의 천하가 된 뒤 한현우가 자유를 얻었단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크지 않은가.

김구를 비롯한 임정 요인들이 귀국한 뒤 거사를 논하는 모습을 마치 룸살롱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맥주병들을 늘어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표현하는 장면, 또 안두희가 김구를 암살한 이유로 송진우와 장덕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들어 그를 처단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대목, 이승만이 북한의 남침계획을 미리 내다보고 남한의 단독정부를 수립하기로 했다는 둥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역사적 근거가 미비한 건 물론 왜곡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같은 설정을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위험하게 다가온다.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 스틸컷 다자인 소프트

영화는 영부인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현실정치, 특히 이념적 요소에 개입하지 않았던 육영수 여사를 간판으로 세운 뒤 과거의 역사를 교묘히 뒤틀어 놓는다. 5.16 군사반란은 조국을 위한 무혈혁명이라 평가하고, 민주화 인사들을 탄압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청렴결백하고 인정 많은 인물이란 입장을 고수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독재, 재벌친화적인 산업정책을 펼치며 빈부격차와 노동자 착취문제를 방치한 점, 또 지역감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 등 기초적인 평가조차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쯤이면 역사가 아니라 프로파간다 전달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목련이 필때면>의 제작을 지난해 <건국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건국전쟁>에서도 지나치게 폄훼됐던 김구가 이 작품에서도 적극 왜곡되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을 끝끝내 이어 붙이려 했던 김구의 선택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으려 했던 의지 때문이었다. 좌우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하는 오늘의 정치판에서 가장 간절한 게 김구와 같은 태도일 텐데, 사실을 호도하면서까지 그를 까내리기 바쁜 영화가 참담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오히려 현 보수집단과 박정희, 그리고 이승만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또 그 반대편에서 김구에 이르는 민주, 민족진영의 색채를 선명히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맞부딪히는 박정희와 김구, 둘 가운데 민족과 애국을 표상하는 보수주의자가 과연 누구인가. 북과 편을 갈라 제 집권을 공고히 하려 든 박정희인가, 그조차 끌어안고 비극을 막으려 든 김구인가.

영화가 그저 박비어천가를 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김구의 폄훼를 거듭한다는 사실이 도리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히 내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박정희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공개한 <만주신문> 1939331일자 기사. 기사는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 지원하며 '一死以御奉公 朴正熙'(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한다 박정희)'라는 혈서를 동봉했다고 전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성호(starsky216) 평론가 / 오마이뉴스

 

유동성 마른 대형 건설사들 알짜 자회사까지 판다

GS건설 순차입금 770% 폭증에 GS이니마 매각 검토

태영건설, SK에코, HJ중공업 등도 자산 매각 추진 중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따른 자금경색 해소 안간힘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엘리베이터 제조 자회사인 GS엘리베이터와 알짜 자회사인 GS이니마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데, 알짜 자회사인 GS이니마를 매각해야 할만큼 GS의 처지가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GS뿐 아니라 태영건설 등의 대형건설사들이 앞다퉈 자산매각에 나서는 등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녹록치 않은 상태다.

황금알을 낳는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GS건설

GS건설은 20"GS엘리베이터 매각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로, 지분을 전량 매각할지 또는 일부 매각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GS건설과 중국 업체 사이에 접촉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승강기 산업 본격 진출을 위해 2020100% 출자로 '자이 메카닉스'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사명을 지금의 GS엘리베이터로 변경했다. 그러나 GS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3' , 현대엘리베이터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가 대부분을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건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GS엘리베이터는 매출 245억 원에 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GS엘리베이터는 16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시장에선 GS엘리베이터 매각 추진 보다 GS이니마 매각 추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2011년 스페인 수처리 회사 이니마(Inima)를 인수해 세운 자회사로 지난해 매출 4930억 원에 당기순이익 52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430억 원과 당기순이익 217억 원을 올렸다. 한 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런 자회사를 매각해야 할만큼 GS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물론 GS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부인하고 있다. GS건설은 "현재 2조 원 이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부 자산 매각이 검토되는 것일 뿐 유동성 위기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GS건설, 순차입금 3년 새 3조원 넘어서

GS건설 IR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의 순차입금은 2021년 순차입금 3560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218690억 원으로 늘어난 후 202325490억원, 올해 상반기 31730억 원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영업활동현금흐름도 -2180억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순차입금의 증가는 유동자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순차입금비율도 높아졌다. 순차입금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20%를 넘을 경우 재무안정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GS건설의 순차입금비율은 20217%, 202234%, 202352%, 올해 상반기 63.5%까지 폭증했다.

GS건설 순차입금 추이

올해상반기 GS건설은 영업이익 164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를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유동성 부담은 여전히 만만찮은 상황이다.

보유자산 매각해 유동성 확보하려는 대형건설사들

보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는 GS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DDI가 태영빌딩 인수 목적 사업비를 2537억 원으로 책정한 만큼 2500억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영건설은 '디아너스CC 골프장'도 강동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또한 알짜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도 최근 민간형 임대주택인 '신동탄 SK뷰파크 3' 지분의 80%를 약 1000억 원에 주가변동스와프(PRS) 방식의 계약 방식으로 신한투자증권에 매각을 진행중이다. 2년 전 투자한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 이은 행보다. PRS 방식은 매수자가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취할 수 있는 파생상품 거래 방식이다.

HJ중공업도 지난해 6'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522-1번지 외 13필지'1050억원에 북항아이디씨피에프브이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520-1번지 외 13필지 토지'940억원에 인천에이치투에 팔며 총 2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유동성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실적이 나지 않는 만큼 보유한 알짜 토지나 건물 자회사 등 유형 자산을 처분해 급한 불부터 끄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알짜 자산들을 내다 팔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만큼 건설업계가 직면한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펄펄 끓는다고 호들갑을 떠는 서울 일부 아파트 시세와는 완전히 대비된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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