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끈적하게 뭉쳤다··· 네트워크 전수 분석 해보니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⑥]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언론 장악 작업’은 일정한 패턴이 있고 특정 단체가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단체와 인물들을 전수조사해, 네트워크 지도를 그려 분석했다.
“지금 가짜뉴스는 하나의 대규모 산업이 됐습니다.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입니다.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합니다(윤석열 대통령, 8월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께서도 어제 광복절 기념식에서 가짜뉴스가 자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8월16일 가짜뉴스 방치 플랫폼 공적 책임 강화 정책 토론회).”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최근까지 이른바 ‘가짜뉴스의 폐해’를 수차례 지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좌편향된 언론 지형이 거대한 가짜뉴스 산업으로 발전해 이익집단, 정부를 공격하는 선동세력이 됐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러한 인식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이른바 언론 및 공영방송 개혁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에 보조를 맞춘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국회에서 각종 세미나와 정책 토론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에 힘을 싣는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앞서 8월15일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식과 8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다.
정부와 여당이 ‘합’을 맞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정 단체와 인사들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탄생한 언론 유관 기관·단체와 소속 인사들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언론 유관 시민단체를 표방하며 우후죽순 설립된 이 단체들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언론 관련 정책과 인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선거에선 핵심 지지층이 되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논란이 거세진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 ‘언론 장악 작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했다. 단체 출신 인사들이 언론 관련 기관의 수장이나 주요 보직에 잇따라 배치되는 등 인력풀 역할도 한다.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은 지난 7월부터 이 단체들과 윤석열 정부의 관계를 추적 보도해왔다. 공동취재단은 그동안의 취재와 단체 및 소속 인물 전수조사를 종합해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다. 국회 언론 정책 관련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한 단체, 참여한 토론자 등 자료를 활용했다. 네트워크 지도 분석 결과, 윤석열 정부와 단체들의 구체적인 관계 및 역할 그리고 일종의 ‘패턴’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분야를 움직이는 하나의 집단, 세력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국회 세미나 참석 단체 네트워크 지도 그려보니
공동취재단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2년 4월1일부터 2024년 8월16일까지,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정책 토론회·세미나(이하 ‘정책 세미나’로 통일) 3981건을 전수조사했다. 이 가운데 언론 분야와 관련한 정책 세미나는 79건이었다. 제목에 괴담·뉴스·방송·신문·언론·저널리즘 등 언론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정책 세미나를 추린 결과다. 공동취재단은 이 79건의 정책 세미나를 주최·주관하거나, 발제·토론자로 참석한 인물과 단체를 분석해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다.
〈네트워크 지도 1〉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주최 언론 정책 관련 정책 세미나에 2회 참여한 단체와 인사의 네트워크 지도.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그룹은 국민의힘 관련 정책 세미나 참여 그룹이고, 푸른색 점으로 표시된 그룹은 민주당 관련 정책 세미나 참여 그룹이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위 〈네트워크 지도 1〉은 국회에서 열린 언론 관련 정책 세미나에 2회 참여한 단체와 인물들의 네트워크 지도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네트워크가 거의 겹치는 부분 없이 확연히 구분된다. 두 정당이 미디어 정책을 의논하는 인물 그룹이 양분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네트워크 지도 2〉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주최 언론 정책 관련 정책 세미나에 각각 세 번 이상 참여한 그룹의 네트워크 지도.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그룹은 국민의힘 측 정책 세미나 참여 그룹이고, 푸른색 점으로 표시된 그룹은 민주당 측 정책 세미나 참여 그룹이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단
〈네트워크 지도 2〉는 국회에서 열린 언론 관련 정책 세미나에 3회 이상 참여한 단체와 인물들의 네트워크 지도다. 두 정당의 인물 그룹 갈림 현상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3회 이상 참여로 추렸을 때, 더불어민주당 주최 언론 관련 정책 세미나에 참여한 인물들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국민의힘 쪽 정책 세미나 참여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남았다.
〈네트워크 지도 1〉과 〈네트워크 지도 2〉에서는 다른 특징도 확인된다. ‘특정’ 단체다. 민주당 쪽 정책 세미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언론 유관 단체들이 국민의힘 쪽 정책 세미나 곳곳에서 등장한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설립된 보수 성향 언론단체다.
네트워크 지도를 펼쳐보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낯익은 이름들도 확인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언론사 또는 관련 기관 요직에 배치된 인사들이다. 이인철 KBS 이사, 황근 KBS 이사, 윤길용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김백 YTN 사장 등이다.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정책 세미나에 특정 단체와 소속 인사들이 빈번히, 중복돼 등장하기 시작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다. 자유언론국민연합,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정언론국민연대, 새미래포럼이 대표적이다. 이들 4개 단체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년간 거의 매달 번갈아가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이 주관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 공동주최·공동주관으로 참여했다.
취재팀이 조사한 기간(2022년 4월1일~2024년 8월16일)에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참여한 정책 세미나가 각 9회로 가장 많았다. 새미래포럼은 6회, 공정언론국민연대는 5회로 그 뒤를 이었다. 언론 관련 공식 학회인 한국언론정보학회, 국민의힘 공식 조직인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정책위원회 등이 같은 기간 3회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 4개 단체의 등장 빈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이들 단체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주최·주관한 정책 세미나의 경우 이른바 ‘가짜뉴스’를 주제로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2023년 8월23일 국민의힘 ‘가짜뉴스 괴담 방지 특별위원회(김장겸 위원장)’와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윤두현 당시 위원장)’가 ‘가짜뉴스 괴담, 무엇을 노리나?’를 제목으로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각 단체들은 ‘가짜뉴스 방치하는 플랫폼! 공적 책임 강화 정책토론회’ ‘가짜뉴스를 통한 선거공작 어떻게 막을 것인가?’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 공청회’ 등의 정책 세미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열었다. 정책 세미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 비판 보도를 문제 삼는 주장이 주로 다뤄졌다. 논란이 컸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보도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및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보도 등도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2023년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당시 국민의힘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유의동 단장, 조수진 의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박성중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제목에 괴담·뉴스·방송·신문·언론·저널리즘 등 언론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언론 관련 정책 세미나 총 79건 가운데, 이들 4개 단체가 주최 또는 주관한 행사는 18건으로 확인됐다. 절반인 9건은 ‘공영방송’이 주제였다. 주로 윤석열 정부 이전의 MBC, KBS, YTN 등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뤄졌다. ‘공영방송 정상화: 좌표와 전략’ ‘공영방송의 총체적 난국과 혁신 방향 토론회’ ‘공영방송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제목에서도 이들의 편향된 문제의식이 확인된다.
가짜뉴스’ 프레임 주도한 인물은 누구?
이들 단체들이 주최한 행사의 ‘단골’ 토론자의 면면을 보면, 미디어미래비전포럼 행사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인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다가,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제22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까지 5회, 입성 후 2회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함께 정책 세미나를 열거나 참석했다.
다음으로 눈에 많이 띄는 인물은 구종상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상임대표다. 공영방송 개혁, 가짜뉴스 관련 정책세미나에 총 5회 참석했다. 구종상 대표가 좌장을 맡은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의 모든 세미나에는 김장겸 의원이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로 자격으로 참석하거나(4월 총선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 주관 역할을 맡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과 새미래포럼이 주최·주관한 정책 세미나 참여 1위 인물 역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새미래포럼의 고문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두 단체의 참여도 2위를 기록한 인물은 황근 선문대 교수다. 황근 교수는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이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 좌장 역할을 가장 많이 맡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 정책 세미나에서 총 7차례, 새미래포럼 정책 세미나에서 4차례 발제 또는 좌장을 맡았다. 황근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비어 있던 KBS 이사 자리에 보궐로 선임됐고, 최근 재선임됐다.
2023년 8월22일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당대표(가운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세미나 ‘가짜뉴스·괴담, 무엇을 노리나? 산업이 된 가짜뉴스’에서 김장겸 특위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언론국민연합,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라는 언론단체의 다른 공통 키워드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기현 의원실은 2022년 4월 이후 언론 관련 정책 세미나를 총 3회 열었다. 모두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과 함께 주최했다. 김 의원은 새미래포럼 창립을 기념해 2022년 11월 포럼을 주관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새미래포럼과 공동주최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다음 달인 12월과 2024년 7월에도 같은 형태로 포럼이 열렸다. 김기현 의원은 새미래포럼 상임고문을 맡은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미래포럼을 김기현 의원의 언론 정책 관련 싱크탱크로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이다. 공언련 역시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10일 설립됐다.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 공언련의 뿌리다. 감시단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KBS, MBC, YTN 등에서 사장 및 임원과 같은 주요 보직을 거쳤거나,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소수 노조 관련 인물들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1월 설립했다.
공언련 주최 국회 정책 세미나 참여도 1위 인물은 오정환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5회)으로 집계됐다. KBS 출신인 최철호 공언련 1기 상임대표(4회), YTN 출신 이홍렬 공언련 1기 모니터단장(3회),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3회)이 그 뒤를 이었다. 허엽 KBS 이사, 홍세욱 공언련 이사, 김백 공언련 1기 이사장 등도 공언련 주최 정책 세미나에 주최, 발제, 토론 등으로 참여했다.
공언련 세미나는 다른 단체의 세미나와 달리 학계, 언론계 등 전문가를 초대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단체 소속 인물을 수급해 진행해왔다. 토론자 7명 중 5명이 공언련 소속이었던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2022년 7월29일)’ 행사가 대표적이다. 공언련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주최했다. 공언련이 ‘가맹단체’인 대안연대,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공동주관한 ‘MBC 방송문화진흥회 문제점과 대안 모색(2023년 5월9일)’ 세미나는 토론자 5명 전원이 공언련 또는 가맹단체 소속이었다.
이름은 다르지만 주소지는 같은 단체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생한 언론 관련 단체들의 네트워크 지도를 펼쳐보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새미래포럼’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를 중심으로 한 그룹이다.
〈네트워크 지도 3〉 윤석열 정부 출범한 언론 관련 단체 소속 인물들의 네트워크 지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네트워크 지도 3〉에서 왼쪽 덩어리에 위치한 인물들은 대부분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소속이다. 오른쪽 덩어리에 위치한 인물들은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불공정방송감시단 등에 소속된 인물이다.
왼쪽에 모여 있는 인물들이 소속된 단체인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자유언론국민연합은 하나의 행사에 주최·주관·후원 역할을 나눠 맡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2023년 12월 열린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하고 새미래포럼이 후원한 행사다.
다만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이들 단체 등록 주소지는 모두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다른 단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42, 종로빌딩 3층’에 있는 주소를 공유한다. 하나의 주소지를 공유하는 그룹이 한 행사에서 3개의 다른 이름으로 ‘주최’와 ‘후원’을 하고 ‘출범’도 한 셈이다. 종로빌딩의 같은 주소지로 등록된 시민단체는 이들 3개 단체 이외에도 자유민주국민연합, 엔지오프레스(자유연대), 한국NGO연합이 더 있다.
단체 임원을 맡은 인물들 또한 겹친다. 박준식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사무총장은 새미래포럼의 사무총장이다. 신창섭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은 동시에 새미래포럼 정책위원장이다.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대표도 새미래포럼 집행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네트워크 지도 3〉에서 오른쪽 그룹의 핵심은 공언련이다. 이 그룹에 속한 인물 대부분이 공언련 소속이다. 공언련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11, 707호’를 주소지로 등록했다. 이 주소는 공언련의 사업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와, 공언련이 만든 매체인 미디어X도 함께 쓴다.
보수 언론단체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 1억200여만 원
최근 국회에서는 특정 언론 관련 단체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8월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민간협력 및 매체지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 중 언론 관련 단체 지원사업 지원 자격을 2023년 이전에는 ‘설립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단체’에서 올해 ‘사업 신청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단체’로 기준이 바뀌었다. 특정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일 기준에서 사업 신청일 기준으로 변경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 관계자들이 8월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의원에 따르면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미디어연대는 2023년 1월25일자 설립 고유번호증을 공모 자료로 제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공모에 참여할 수 없다. 언론재단은 올해 사업을 1월19일에 공모했다. ‘설립일’ 기준으로 하면 공정미디어연대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신청일’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공모에 선정됐다. 공모에 선정된 공정미디어연대는 ‘22대 총선 불공정방송 팩트체크 백서 발간’ ‘가짜뉴스 언론보도 20선 전시회’ ‘허위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 지원사업 세 건에 대해 정부 보조금 4260만원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 공정미디어연대 등 3개 언론 관련 단체가 새로 언론재단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2023년). 이 단체들은 2024년 제출한 7개 사업에 선정돼 보조금 총 1억200여만 원을 받게 됐다. 언론재단 민간 언론단체 공모사업 전체 예산의 12%를 차지하는 규모다.
언론 관련 기관에 진출한 단체 출신 인사들
윤석열 정부에선 언론 유관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신생 조직 출신 인사들의 언론 관련 기관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김백 YTN 사장 등이 대표적인 공언련 출신 인사다.
지난 22대 총선 기간에 공언련 관련 인사가 2명(공언련 추천 몫인 권재홍 공언련 2기 이사장, 국민의힘 추천 몫인 최철호 공언련 1기 상임대표) 포함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역대 최다 법정 제재를 의결하면서 표적 심의, 과잉 제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동취재단 확인 결과 당시 선방위에 접수된 정당 단체 민원 181건은 모두 국민의힘과 공언련에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트워크 지도에서 미디어연대 출신 인사도 눈에 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에서 방심위에는 그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이 무더기로 민원을 접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중에는 박우귀 사무처장 등 미디어연대 관계자들이 접수한 민원도 확인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미디어연대 대표를 지낸 바 있다. 박우귀 방심위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장옥님 통신자문특별위원회 위원 등도 미디어연대 출신이다. 미디어연대도 다른 단체들처럼 국회에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2023년 7월 윤두현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주최한 ‘문재인 정권의 언론 장악 실체를 밝힌다 정책 토론회’이다.
그밖에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이 분석한 각 단체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요직에 진출했는지 정보와 전체 네트워크 지도는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 특별 인터랙티브 페이지(pages.newstapa.org/2024/sna )를 통해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문상현(시사IN)·박종화 박상희(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박강수(한겨레) 기자
"이승만, 사적 욕망추구 만연했던 부패한 권위주의 정권 만들어"
[인터뷰]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지난 1998년 12월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노르웨이 오슬로대 동방학과 교수직에 지원했다. 얼마 후 오슬로대에서 두툼한 봉투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나는 '아, 내가 되었구나!' 하고 흥분하여 두툼한 봉투를 열어보았다. 열어보니 나를 포함해 그 자리를 지원한 이들의 이력과 연구업적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는 탁월한 연구업적을 가진 지원자가 박노자 박사였다.
오슬로대는 내게 "이번에 오슬로 대학교에 지원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지원서를 검토한 결과 우리 오슬로 대학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박노자 박사를 채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대학교에서 이렇게 결정한 결과를 보고 혹시 이의가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다시 검토해 보고 그 결과를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고 통보해주었다. 나는 완전 투명한 오슬로대의 채용절차에 감동했다. 그래서 비록 나는 떨어지고 박노자 박사가 되었지만 너무나 기뻤다. 내가 떨어져서 슬픈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거쳐 박노자 박사가 당당하게 합격했기 때문에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 후부터 나는 박노자 박사와 급속하게 친밀감을 느꼈다. 그래서 한국에 살 때도 아내와 함께 그를 만나 즐겁고 알찬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요즘 '역사전쟁', 윤석열정권 부패 등 여러 사회문제로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다. 이런 와중에 박노자 교수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와 관련해 지난 28일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그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 출신 장악한 관료제, 견제기능 정상 작동 안돼"
- 요즘 한국은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2차 대전 후 프랑스는 나치협력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했다. 하지만 한국은 2차 대전 후 오히려 친일파들이 독립운동가들을 처단했다. 프랑스처럼 과거청산이 없이 오늘 한국의 역사청산, 역사재정립이 가능하다고 보나? 또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한국 국민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직접 식민화와 일제침략전쟁에 협력한 이들은 이제 대부분 고인이 돼 직접적인 책임이야 '물리적으로' 질 수 없다. 한데 적어도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속에 그들의 행동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평가가 들어 있어야 한다. 가령 삼성상회의 창업주 이병철이 일제의 착취기관이었던 식산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토지를 사들여 쌀을 일본에 팔고, 태평양전쟁 때에 일본군 납부업자가 되어 사실상 침략전쟁 시 폭리를 추구하는 상업행위를 벌였다는 사실을, 지금 '삼성공화국'에서 사는 우리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지배자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라도 정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성방직 직공들이 파업을 벌였을 때에 그 기업을 소유, 경영했던 <동아일보>의 소유주들이 일본경찰에 도움의 손을 요청하는 등 일제 치하의 한국토착 엘리트와 식민지권력 사이의 완벽한 '유착'의 모습을, 사실대로 알 권리는 시민들에게 있다."
- 정안기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다. 그는 올해 광복절에 펴낸 책 <테러리스트 김구>에서 '김구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라 주장했다. 이런 정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식민화에 무기를 들어 대항하는 게 '테러'라면 남의 나라 국가주권을 빼앗는 것은 국가 수준의, 100배, 1000배 더 무서운 테러는 아닌가? 현지 주민들의 무장저항이 없었던 식민지란, 근현대 세계사에 없다. 그리고 김구를 포함한 한국독립운동은 그나마 재조선 일본인 민간인을 -그들이 통치, 착취기관들과 무관한 이상- 표적으로 삼지 않았는데, 예컨대 알제리의 독립전쟁사를 보면 불란서계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공격을 하는 등 훨씬 더 치열한 무장투쟁을 벌였다. 김구는 우파계열 독립운동가였고, 독립운동을 하면서 좌파와도 갈등을 빚어 그 갈등 속에서 김립 등 일부좌파운동가들이 암살된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볼 여지 역시 있다. 한데 일제의 통치, 착취기관에 대한 백범을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의 무장투쟁은, 세계 근현대 탈식민 과정이라는 '큰 그림'의 차원에서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2022년 낸 책 〈끝나야 할 역사 전쟁〉 책 표지를 보면 김구와 이승만 사진이 나란히 있다. 김씨는 책머리에서 '국민통합사관이 필요하다. 이승만·김구 두 사람 모두를 국부로 모시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저자가 김구는 비난하고 이승만은 찬양한다. 이런 김씨의 주장과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책은 '역사연구'라고 하기도 좀 민망하다. 그저 자신의 이념적 입장에 맞춰서 이승만을 무조건 과도하게 미화하고 있다. 즉, 역사를 전유해 어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의 달성을 노리고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매우 보수적인 외교독립운동론자인 이승만은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인 다수에게 매우 생소한 해외망명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해방이후 분단국가창립, 6.25전쟁, 그리고 전후 독재 권력의 공고화과정에서 이승만은 대대적인 민간인학살 등 막대한 국가폭력범죄를 저질렀다. '자유민주주의'를 들먹였지만, 실제로 이승만이 운영한 권력구조는 개발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적인 욕망추구가 만연했던 무능하고 부패한 권위주의 정권이었다."
- '김건희 명품백' 조사를 총괄하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이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처벌받은 사람도 없다. 이 사건을 보며드는 생각은? (관련 기사 : "김 국장 죽음 조사해야...한국 부패 선진국 될 수도")
"한국에 아직까지도 막스 웨버적인 의미(Weberian)의 '합리적 관료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검사정권 밑에서는 정상적인 관료제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위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은 고인이 사실 이를 하소연할 만한 곳이 없었다는 게 이 비극의 근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부당한 압력에 대한 고발이 불가능한 관료제는 정상적인 관료제 아니다. 좌우간, 비명에 가신 고인에 대해 숙연한 마음이 들고,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반복돼서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 한국의 공익신고자들에 대한 보호는 아주 취약하다. 한국의 공익신고자들은 해고와 낙인 등 엄청난 시련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노르웨이 공익신고자들에 대한 보호 현황은 어떤지?
"공익적인 내부고발이 쉬운 사회라고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노동자들의 절반이 가입한 노조나 기업들과 무관한 좌파일간지 등이 공익신고자를 측면지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노조의 힘은 아주 약하고, 언론들은 거의 자본권력에 의해 식민화된 상태다. 이건 고발자의 입장을 더 어렵게 만든다. 거기에다 지금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국가 관료제에서는 감찰, 견제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거시적으로 민주 국가이긴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권위주의적 통제기구가 작동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광의의 인종차별"
-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나경원 의원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한국인보다 더 적게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그 시행방한을 모색 중이다. 이런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관련 기사 : "한국인이 외국에서 임금 차별 받는다면 어떻겠나")
"국제법, 각종 국제협약 등에 대한 인식, 기본적인 세계인으로서의 상식이 없는 망동이다. 먼저 '세계인권선언서'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것인데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하려는 것은 사실상의 광의의 인종차별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고용허가제의 문제점, 직장이동금지 등으로 '현대판 외국인 노예제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아예 세계적으로 '신형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격리정책)의 국가'로 알려져 악명을 만방에 떨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나경원씨 등 일부 극우정객들의 이런 행동을 보노라면 이들이 대한민국의 커다란 수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런 몰상식한 이들이 한국에서 정치할 수 있다는 게 한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출근길 지하철 오체투지투쟁을 벌였다. 당시 현장에 계셨는데 노르웨이인들의 반응이 어땠나? 한국과 비교해 노르웨이 장애인들은 정부와 사회에서 어떻게 대우를 받고 있는지?
"나는 그때에 잠깐 지원연설을 하고 직장으로 가는 바람에 오슬로 시민들의 반응을 충분히 살펴볼 시간은 부족했다. 노르웨이 같은 경우에는, 우리 대학교를 포함한 어느 공공기관에 가도 장애인 화장실을 비롯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는 층은 하나도 없다. 우리 대학 학생 중에서도 휠체어 사용자 분들이 계시는데, 비교적 정상적으로 학업을 밟아 나갈 수 있다. 정치적인 의지만 있다면 한국만큼 부유한 사회도 충분히 이 정도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 정치 의지야말로 문제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그곳에 계시는 친인척들은 어떠한지? 이 전쟁이 향후 어떻게 마무리 될 것으로 보나? 푸틴은 향후 얼마나 건재할 것으로 보나?
"니코폴 (Nikopol)에서 사는 내 우크라이나 쪽 친척들과는 전쟁초기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이건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함께 21세기 최악의 국가범죄다. 한데 지금 푸틴이 운영하는 정권은 일종의 대중성이 있는 개발독재다. 지금 전시라는 국면, 서방제재라는 국면을 이용해 푸틴정권이 수입대체공업화에 상당한 자금을 투여해, 사실상 군수공업을 위주로 하는 '고속개발'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러시아가 취약한 반도체 생산도 이제 국가적 투자로 지원한다. 푸틴이 운영하는 정권은 분명히 범죄적 독재지만, 개발독재인 만큼 나름의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푸틴 퇴장 이후에는 아마도 좀 더 온건한 노선으로 가겠지만, 그 후임자들이 당분간 계속 이 시스템을 운영할 것으로 본다."
- 미국 대선결과와 남북평화 관계에 대한 영향을 어떻게 보나?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한반도 평화에 유리하다고 보나?
"트럼프는 어쩌면 북한정권에 대한 포섭시도를 다시 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 이 부분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해본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이미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망에 나름대로 안주한 것 같기도 해서, 트럼프가 포섭을 다시 시도해도 이미 시기가 많이 늦어진 것 같다. 해리스가 될 경우 아마도 북한이라는 핑계를 계속 이용해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일 블록의 공고화를 지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에는 한반도 상황이 좋게 바뀔 일은 별로 없다."
- 현재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중동문제는 영국, 미국 등 유럽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이 중동문제를 영국, 미국 등 유럽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스라엘 군수복합체와의 일체 협력관계를 유럽업체부터 시작해서 중단 또한 청산하기에 들어가면, 그때쯤 이스라엘은 아마도 팔레스타인 측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할 것 같다. 그러려면 일단 유럽대중으로부터의 아주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대중으로부터의 압박이 정치판의 변수가 될 수 있다."
- 끝으로 한국은 요즘 세계 최저출산율과 노인층 최고자살률로 고민 중이다. 이 문제를 한국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내실화, 노인빈곤문제의 해결이 관건일 것 같다. 지금 평균적으로 노인 1명이 한 달에 약 65만 원을 받는데, 사실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부유층에 대한 세율, 법인세 그리고 노후연금 인상이 선결문제다. 재분배정책 이외에는 노년층 문제의 해결방법은 없다. 최저출산율은 결국 유럽처럼 모든 아동들에 대한 국가의 과감한 양육비 지원,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사회복지가 실현되어야 해결될 것이다."
박노자 교수는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코노프'다. 지난 2001년 귀화해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대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대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았으며, <당신이 몰랐던 K> <미아로 산다는 것>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성수(wadans) 오마이뉴스
출생 연도 기준 최다 인구 ‘71년 돼지띠’… 7년 뒤엔 정년
70년대 출생·90년대 학번 X세대 맏형
한해 100만명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막내
한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함께 성장률 하락” 전망
우리나라에서 출생 연도 기준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집단으로 흔히 ‘58년 개띠’가 꼽혔다. 그러나 작년 말 집계에 따르면 출생 연도 기준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집단은 ‘71년 돼지띠’인 것으로 나타났다. 58년 개띠는 99만3628명이 태어나 74만6695명이 남았고, 71년 돼지띠는 102만4773명이 태어나 92만8584명이 남았다.
‘71년생 돼지띠’ 유명인으로는 배우 이영애·고현정·이서진·마동석, 코미디언 신동엽·남희석 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71년생이다.
배우 이영애(왼쪽)과 이서진. 1971년생 동갑내기다.
◇71년 돼지띠 ‘X세대 맏형’ ‘베이비붐 세대 막내’
‘71년 돼지띠’는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X세대’의 맏형 격이다. 1997년 외환 위기의 여파로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도 많다. 직장 생활을 10년쯤 하던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기도 했다.
‘71년 돼지띠’는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 급으로도 볼 수 있다. 6·25 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은 아이의 숫자)이 6명을 넘기며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났다. 1960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108만명이 출생했다.
이후 연간 100만명 출생은 1965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71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 합계출산율은 4명대로 떨어졌지만 해방 이후와 6·25 전에 태어난 여성이 가임기에 접어들며 출생아 수가 늘었다. 71년 돼지띠를 전후한 1965~1974년생은 ‘2차 베이비붐세대’로 불린다.
그래픽=손민균
◇한은 “베이비붐 세대 정년 넘겨 일하면 성장잠재력 하락 폭 줄어들 것”
2차 베이비붐 세대(1965~1974년생) 이후로 출생아 수가 빠르게 줄었다. 1983년 합계출산율이 2.06명에 그쳤다. 기존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2.1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출산이 시작됐다. 2001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18명으로 더 내려가면서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 2023년 출생아는 22만5958명으로 1971년 돼지띠 출생아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출생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71년 돼지띠’는 올해 53세다.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하면 은퇴를 7년 앞두고 있는 것이다. 71년 돼지띠를 포함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총 954만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모두 정년을 맞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60대 고용률(남성 68.8%, 여성 48.3%)이 유지된다면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올해부터 10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교육 수준이 양호하고 IT 활용 능력이 우수하다”면서 “이들이 현재 일자리에서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성장잠재력 하락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 임금체계 개편, 중고령자 전직·재취업 지원 등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무조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주된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렸다. 토요타자동차는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가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판단한 직원에게는 재고용 기간을 70세까지로 확대했다.
한반도 민중은 마침내 비참의 공동체가 되었다
혼자서’ ‘돈 없이’ ‘몸 덜 쓰는’ 굴레에 갇힌 노인 여가활동
돈, 건강, 사람.
‘어르신, 뭐하고 노세요?’라는 물음에 부산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놓은 답이다. 이 세 가지 ‘제약’에서 자유로운 여가를 즐기고 싶다는 말이다. 국제신문 77번 버스팀이 지난 6~8월 부산 65세 이상 어르신 500명을 만나 설문조사를 진행해 얻은 ‘노인여가 키워드’이기도 하다.
청춘을 지나 황혼에 이르면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노인기 여가를 좌우했다. 한창 벌이에 나섰던 때와 견줘 지갑이 얇아졌으니 되도록 돈이 들지 않는 재밋거리를 찾아 나섰다. 줄어든 활기를 되찾고자 스포츠나 운동에 관심을 뒀다가도 한 해가 다르게 굳어가는 몸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죽마고우끼리는 시시껄렁한 농담만 늘어놔도 즐겁다지만, 야속한 세월은 친구들을 하나둘씩 저 세상으로 데려갔다. 그러니 돈 적게 들고, 몸 덜 쓰고,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에 손이 간다. 이들 제약에서 벗어나는 여가가 개발돼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노인 여가 ‘콤비네이션’
‘공원에서 산책하기’(19.4%)가 즐겨하는 여가로 첫 손에 꼽힌 이유다. 자유응답을 포함해 12가지 선택지 중에서 최대 3가지를 고르도록 한 결과다. 그 뒤를 이은 ‘신문·TV·유튜브 등 미디어 보기’(15.9%), ‘지하철·버스 타고 구경 다니기’(12.9%)도 궤를 같이한다고 보여진다. 혼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몸 편한 여가들이다.
반면 낯선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깔린 ‘경로당에서 놀기’는 2.7%, 같은 맥락에서 ‘노인복지관에서 놀기’도 4.53%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혼자도 가능하지만, 돈도 적잖이 들고 건강까지 해치는 ‘술 마시기’(2.3%)도 하위권에 속했다.
선호되는 세 여가는 복합적이다. ‘한 세트’로 이뤄진다. 도심 하천을 따라 산책하다 도시철도역에서 열차에 올라 목적지로 향하는 중간 신문이나 유튜브를 보는 식이다. ‘지하철을 통해 월화는 양산, 목금은 서면 남포동 다대포 등으로 공연을 보러 다니고 있다’는 한 응답자의 설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어르신(84·부산진구 개금동)은 여가 활동으로 앞선 세 활동을 꼽았다. 이런 방식으로 어르신들은 돈을 아끼고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세상구경, 사람구경도 한다.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에는 성별 차이가 눈에 띄었다. 남성(213명) 중에는 ‘바둑·장기’를 여가로 꼽은 이가 9.72%로 제법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바둑·장기가 여가라고 답한 여성(287명)은 한 명도 없었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은 이와 반대로 여성은 선호하고 남성은 꺼렸다. 이런 경향은 75세 이상 여성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어르신 사이에선 ‘복지관은 80대를 위한 시설’이란 인식이 자리하는 영향으로 짐작된다. 응답자 김모(73·연제구) 씨가 남긴 ‘복지관은 80세가 넘어야 가는 곳이라 젊은 노인이 갈 곳이 없다’는 의견이 이를 방증한다.
■쓸 돈 없고, 쓸 곳도 없다
‘여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 이들 제약 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보다 확연하게 드러났다. 1번이 돈(36%), 2번이 건강·체력(30.6%), 3번이 함께 할 사람(12.8%)이었다.
돈, 즉 생계가 해결되지 못하는데 ‘여가는 무슨 여가’라는 의미일 터다. ‘먹고 사는 것이 좀 해결돼야 여가를 즐긴다’(여·79·사상구 학장동), ‘여가활동비용이 너무 부족하다. 자녀 관계도 나빠 용돈을 못 받는다’(82·해운대구 반송동), ‘노인연금을 높였으면 좋겠다’(81·서구 초장동), ‘노인일자리를 다양하게 해 달라’(여·70·동래구 사직동), ‘정부의 노후 대책 및 지원금이 부족하다’(77·수영구 망미동) 등 관련한 의견도 수없이 쏟아졌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6%는 여가활동 경비가 부족 또는 매우 부족하다고 여겼다. 충분 또는 매우충분은 9.4%에 그쳤다./국제신문
비교적 돈에 대한 고민이 덜한 축인 어르신이라도 여가의 폭이 넓지는 못했다. 월 생활비로 30만 원이 안 되는 돈을 쓰는 노인이든, 80만 원 이상을 쓰는 노인이든 공원 산책과 미디어 보기를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경제 활동도 하고 자녀 용돈도 받는 노인 역시 일도 그만두고 용돈도 못 받는 노인과 비교해 여가에 있어 별다른 경향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놀거리 자체가 다양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다 보니 ‘돈을 쓸 데가 없다’(82·연제구 연산동·월 생활비 80만 원 이상)는 것이다.
다만 생활 여건이 나은 어르신일수록 단순 걷기인 공원 산책보다는 장비 값이나, 회비 등이 수반되는 스포츠를 여가로 삼는 경향이 나타났다. 생활비 월 30만 원 미만 어르신의 스포츠 향유 비율은 4.6%인 반면 월 80만 원 이상의 어르신은 13.7%를 기록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돈보다는 건강과 체력에서 제약을 느끼는 경향이 나타났다. 75세 이상 어르신은 건강·체력(35.2%)이 돈(31.8%)보다 문제라고 지목했다.
■놀아줄 사람이 없다
‘친구가 다 죽어, 친구가 필요함’(84·부산진구 부암동).
어떤 여가든, 마음 맞는 지기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울 것이다. 그런데 세월 탓에 친구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게다가 세대간 간극이 점차 벌어지는 오늘날에는 손아랫사람들과 이야기 섞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말 들어줄 이가 없으니 하루 하루가 무료하다.
결국, 혼자 놀아야 한다. 모든 어르신이 겪는 공통된 애로다. 특히 여가의 어려운 점으로 ‘함께 놀 사람이 없음’을 언급한 어르신들은 유독 ‘컴퓨터·스마트폰 게임’(14.8%)을 즐겼다. 공원 산책(16.9%)이나 지하철·택시 동네구경(15.5%)과 맞먹는다.
여건이 된다면 즐겨보고 싶은 여가로 ‘문화센터 가기’(14.7%)가 선호된 것도 이 같은 점이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문화센터 가기는 ‘국내·외 여행’(19.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마음 강좌가 열리면 좋겠다’거나 ‘노인을 존중하는 주민프로그램 활성화’, ‘노인공동체 기간 확충’ 등 노인끼리 서로 터놓고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놓을 만한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박민성 민생정책연구소장은 “이번 기획 시리즈 기간 부산 어르신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돈이 들지 않는 여가,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여가, 사람 구경할 수 있는 여가를 선호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나왔다”며 “특히 지하철·버스 타고 구경 다니기를 선호하는 어르신이 높았다는 건 사람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끼는, 일종의 외로움을 반증한다. 앞으로 고안될 노인 여가는 이 같은 제약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국제
농담처럼 끝난 검은 월요일, ‘빅 컷’ 꿈도 사라질까
며칠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증시의 변동성이 심상치 않다. 취사선택된 정보에 따른 극단적 ‘쏠림’은 증시가 실물경제로부터 완전히 자립했다는 의미다. 열광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7월 소매판매, 소비자 심리 등 미국의 소비 관련 지표들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쇼핑 체인인 월마트 매장 풍경. ⓒAFP PHOTO
글로벌 주요 증시들이 한꺼번에 폭락한 그날(8월5일)은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 이미 올여름 들어 불안감이 도처에 싹트고 있었다. 우선,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었다. ‘남몰래’ 세계 증시를 떠받쳐온 일본 엔(円)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진 것도 큰 리스크였다.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를 올리는 경우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었다. 2020년대 들어 수천억 달러가 투자된 인공지능(AI) 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의심도 부풀었다. 로봇이 아무리 사람처럼 대화하고 작동해봤자 ‘돈이 되지 않으면’ 어디에 쓴단 말인가.
광범위하게 깔린 기름 같은 이 불안감에 튄 첫 번째 불씨는 지난 7월31일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이전의 ‘마이너스 기준금리(-0.1%)’를 0.0~0.1%로 올린 바 있다. 금리가 오르면 통화가치도 올라야 하는데 엔화는 거꾸로 갔다. 7월10일에는 1달러당 161엔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던 일본은행은 그다음 날(7월11일), 대대적 외환시장 개입(보유 외환으로 엔화 매입)을 감행했다. 하루 동안 엔의 달러 대비 가치가 3%나 올랐다. 이후 엔화가 급속히 상승하던 와중인 7월31일, 기준금리가 0.25%로 다시 인상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경악했다. 엔화의 초저금리를 활용한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투자가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2022년 초부터 급격히 0%대에서 5%대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일본은 초저금리를 고수했다. 이로써 불거진 ‘일본과 다른 선진국 간 금리 차이’를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금융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 140만 엔(올해 1월 초 환율인 ‘1달러당 140엔’을 가정)을 금리 0%로 빌려서 1만 달러로 바꾼 뒤 미국 금융기관(연 금리는 10%로 가정)에 예치한다. 1년 뒤 미국 은행에서 1만1000달러를 찾는다. 그중 1만 달러를 140만 엔으로 바꿔 상환하는 것으로 거래를 청산한다. 수익금은 1000달러다. 이런 투자 기법을 ‘엔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사실은 매우 위험한 투자다. 엔화 가치(와 일본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는 깡통을 찬다. 예컨대 1달러당 140엔에서 100엔으로 엔화 가치가 올랐다고 치자(예전엔 140엔을 줘야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0엔만 줘도 1달러와 바꿀 수 있으니 엔화 가치가 오른 것이다). 위의 투자자가 140만 엔을 갚으려면 1만4000달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 은행에서 찾은 돈은 1만1000달러밖에 안 된다. 3000달러 손실이다.
즉, 엔화로 ‘캐리 트레이드’를 한 투자자들은 엔화 상승기엔 1초라도 빨리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 돈을 엔으로 환전해 상환하면 거래가 청산된다. 이미 7월 중순부터 엔화 가치가 오르는 와중에 기준금리까지 인상됐으니 상당수 투자자들이 뒷목을 잡았을 터이다.
‘캐리 트레이드’된 엔화의 규모는 매우 크다고 추정될 뿐 구체적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8월15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예측치를 소개했는데, 국제결제은행(BIS) 신현송 박사는 2700억 달러(약 41조 엔), 스위스와 미국의 초국적 금융기관인 UBS와 제이피모건체이스는 각각 5000억 달러, 4조 달러로 본다. 더욱이 엔화와 관련된 스왑 시장(미래의 특정한 날짜에 다른 통화들을 일정한 환율로 바꾸기로 체결한 계약)의 규모는 무려 14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지난해 GDP가 약 2조 달러다.
금융시장 출렁이게 한 엔화의 위력
이 거대한 자금 중 일부가 해외 자산(예금·기술주·국채 등)에 투자되어 있다가 엔화 가치 상승에 따라 ‘자산 팔아 엔화 사자’ 물결을 타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자산 팔자’로 인한) 아시아 증시 폭락 및 (‘엔화 사자’로 인한) 엔화 가치 상승으로 보인다.
두 번째 불씨는 8월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6월(4.1%)보다 0.2%포인트 오른 4.3%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예상치(4.1%)보다 높았다. 7월에 미국 경제가 창출한 일자리(농업 부문 제외)는 11만4000개로 ‘이전 12개월 평균(21만5000개)’의 절반에 머물렀다. 전문가 전망치(18만5000개)보다 적었다.
난리가 났다. 그동안 미국 금융계의 염원은 ‘너무 뜨거운 노동시장’의 냉각이었다. 실업자가 늘고 취직하기 어려워져야 ‘호황 국면이 아니란 것’이 입증된다. 그래야 연방준비제도(미국의 중앙은행, 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었다. 그런데 7월 고용지표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이토록 일자리가 줄다니,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8월5일(월)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주가지수들이 폭락했다. 이는 ‘미국 경기침체 논쟁’으로 이어졌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감소’라고 주장해온 클라우디아 샴 전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가 갑작스럽게 각광받았다. 그가 고안한 ‘샴의 법칙(Sahm Rule)’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의 실업률 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최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 6, 7월 미국 실업률의 평균은 4.1%다.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낮은 실업률은 2023년 7월의 3.5%였다. 언론과 금융계는 탄식했다. ‘최근 실업률 평균이 최저치보다 0.6%포인트나 높네. 미국이 급기야 경기침체로 떨어지는구나.’
누가 이 무서운 재앙을 초래했는가? ‘인플레를 잡았다는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금리인하를 끝내 거부한 자는 누구인가? 바로 연준이다. 결국, 미국 경기침체의 원인은 연준의 금리인하 지체인 것으로 대충 정리되었다. 이를 빌미로 제롬 파월 등 연준 간부들을 감옥에 처넣을 수는 없지만, 고집불통 연준에게 큰 폭의 금리인하를 요구할 대의명분은 만들 수 있었다.
7월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 PHOTO
마침 파월 의장은 7월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9월 FOMC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더 신속하고 통 큰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9월 정기 FOMC 이전에 긴급회의를 열어서 금리를 내리거나 혹은 회의 한 번에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씩 팍팍 내리라는 것(빅 컷)이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모두 3차례(9월 중순, 11월 대통령선거 직후, 12월).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5.25~5.5%에서 아마도 3.75~4.25%까지 인하될 수 있을 터였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9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펄펄 뛰었다. 동기는 순수하다. 11월 대선 이전에 미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된다면 자신의 당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흘 만에 다시 뒤집어진 주식시장
그러나 이 모든 분노와 욕망과 논란은 ‘한여름 밤’의 ‘헛소동’으로 끝나고 만다. 불과 사흘 뒤인 8월8일에 엄청난(?) 사건이 터진다.
그것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였다. 이 수치가 높으면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런데 청구 건수가 23만3000건에 불과했다. 전문가 예상치(24만 건)보다 적을 뿐 아니라 전주(25만 건)에 비해서도 줄었다.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였다. 사실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통적으로 크게 중시되는 경제지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시장을 다시 뒤집어놓았다.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3대 주가지수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S&P500은 이날 하루 동안 2% 이상 급등했다.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할 만한 데이터들이 연이어 발표되었다. 7월의 소매판매, 소비자 심리, 소비자 기대 등의 지수가 이전 시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의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이 2021년 말 이후 최초로 3% 밑으로 내려갔다(2.9%). 소비력이 상승하는데 물가상승률은 둔화되다니, 고무적인 지표들이다.
경기침체 공포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농담처럼 사라졌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불길한 지표도 나왔지만 무시당했다. 3대 주가지수는 8월 셋째 주(11~17일)에 올해 들어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S&P500 지수의 경우, 8월7일 5199.50에서 8월20일 현재 5340선으로 올랐다. 역사상 최고 수치다.
2024년 8월 16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AFP PHOTO
이로 인해 연준에 대한 ‘긴급회의 개최’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다음 FOMC 회의의 금리 변동 추정치를 표시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8월 둘째 주까진 9월의 금리인하 폭이 0.5%포인트일 확률을 높게 반영했다. 그러나 셋째 주 이후엔 ‘0.25%포인트 인하’가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은행들의 연합체가 연준이다) 총재이자 FOMC 의결권자인 라파엘 보스틱은 8월15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냉각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인하에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라며 자신은 “9월의 금리인하에 열려 있다(open)”라고 말했다.
이렇게 불과 며칠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증시의 변동성은 심상치 않다. 취사선택된 정보에 따른 극단적 ‘쏠림’은 증시가 실물경제로부터 완전히 자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이 아니라 열광이 증시를 지배한다.
이런 와중에 증시의 ‘쏠림’을 지배할 변수들이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다. 미국의 성장률은 연착륙 여부와 상관없이 하향 추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를 떠받쳐온 엔비디아 등 기술주들은 8월8일 이후 다시 상승했지만, AI 기술의 경제성에 대한 회의는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엔화 가치 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동에선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 대선 결과도 불투명하다. 8월5일의 ‘검은 월요일’을 초래한 추세들이 여전히 건재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8월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엔화 캐리 트레이드’의 일부 청산에 따른 7월 말~8월 초의 자산가치 폭락을 “싸게 빌린 돈(easy money)으로 쉽게 수익(easy return)을 내던 팬데믹 시대의 마지막 단말마로 볼 수 있다”라며 “(증시가) 지난 18개월 동안의 꾸준한 상승세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라고 썼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
물려받을 재산, 있습니까? 다가온 ‘대상속의 시대’
부의 대물림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정치권은 이들을 ‘중산층’으로 부르며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 향후 10~20년간 상속과 증여는 한국 사회의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富)의 이전.”
2023년 5월14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그동안 전 세계가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상속’의 문제를 경제 전반의 변수로 다룬다. 1946~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사망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거대한 부의 세대 이동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미국 사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 열매를 가장 많이 차지한 세대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가계 전체 자산 140조 달러(2022년 기준) 가운데 절반 이상인 78조 달러가 베이비부머의 부(富)라고 설명한다. 기사는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상속과 증여’가 미국 사회에서 부의 쏠림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사례가 모든 나라에 다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마다 가계 자산의 세대별 분포가 다르고 고령화 정도도 제각각이다. 기대수명도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도 많다. 대부분의 국가가 20세기 중반 각자의 ‘베이비붐 시대’를 겪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사망에 따른 사회적 여파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자본주의가 성숙한 사회일수록 상속·증여의 흐름이 점차 강해지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도 ‘대(大)상속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조짐이 나타난다. 정치권에서 상속세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상속으로 인한 자산 처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노동시장이나 재화·서비스 시장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과 비교해 조금 다른 방식의 ‘상속 논쟁’이 일고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상속의 쟁점은 향후 10~20년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 28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상속세
최근 상속세는 정치권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28년 만에 상속세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의 기초가 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7월25일 공개되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담겨 있다. 첫째, 정부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과표구간도 조정해 전체적인 세 부담을 줄이려 한다. 그동안 보수정당과 경영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최고세율 인하와 각종 할증 제도를 개편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흔히 ‘부자 감세’로 비판받는 정책들이다.
둘째, 상속을 받아도 상속세를 내지 않는 구간인 ‘공제’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안에는 ‘자녀 1인당 공제액’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는 계획이 담겨 있다. 자녀가 여럿일 경우 그만큼 공제 혜택이 커진다. 이런 정부의 안으로 당장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는 세대가 발생한다. 바로 1·2차 베이비부머 세대(1954~1973년생), 현재의 50~70대 세대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에서 가장 덩치가 큰 집단이기도 하다.
애초 상속세가 왜 갑자기 화두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는 그동안 ‘부자들의 세금’으로 여겨졌다. 상속을 받는 이들 가운데 1%도 안 되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과세 대상에 포함되었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이 모두 큰 금액을 납부하는 것도 아니다. 2022년 기준 전체 상속세 징수액(총결정세액)의 92%는 상속세 부과 대상 가운데 상위 10%가 납부했다.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 다수는 부모나 배우자가 사망해서 상속을 받더라도 상속세를 내지 않거나, 애초에 상속받을 재산 자체가 없다. 상속세는 그래서 이제껏 국민 일반과는 거리가 먼 세금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점점 상속세가 대중 전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속세 과세 대상이 늘고 있어서다(〈그림1〉 참조). 2005년에는 전체 피상속인(사망이나 실종으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이) 가운데 상속세가 부과되는 비율이 0.8%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5년에는 2%로 늘고, 2022년에는 4.5%로 확대됐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공제한도 이상으로 상속받는 사람, 즉 ‘부모의 자산이 많은’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내는 기준을 결정하는 게 바로 ‘공제 기준’이다. 현행 부모의 재산을 상속으로 물려받을 때 상속인은 두 가지 공제 가운데 하나를 적용받게 된다. 일괄공제 5억원, 혹은 기초공제(2억원)에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를 더한 값 가운데 더 높은 값을 공제받는 방식이다.
이런 공제 구조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과세 피상속인’의 규모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그림2〉 참조). 상속세를 내야 하는 대상, 즉 ‘과세 피상속인’의 수는 1997~2007년 2000명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9년 4000명대를 넘어섰고, 2020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서더니 2023년에는 약 2만명으로 늘었다. 3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갑작스럽게 사망자가 늘어 ‘상속’의 사유 또한 증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체 피상속인 수’는 2018년 35만여 명을 기록한 뒤 2022년까지 3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속을 주는 총인원’은 변함이 없지만, 이 중에서도 ‘상속세를 내야 할 만큼 물려주는 자산 금액이 큰 사람들’이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다. 무엇 때문일까? 2020~2022년에 발생한 자산 가격 상승의 여파가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주범(?)은 그 시기 가격이 급상승한 서울의 아파트일 확률이 높다.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해보자. 2018년 전체 상속 재산가액(상속액 총합)은 약 46조원이었다. 이 중 과세 대상이 되는 상속액은 18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총 96조원 가운데 67조원이 과세 대상으로 잡혔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인원은 2018년 8002명에서 2022년 1만5760명으로 약 2배가 되었고, 그들이 물려받는 부의 총규모는 2.6배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세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 ‘고만고만한 상속’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2022년에도, 상속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약 34만명이, 약 28조원을 상속했다. 상속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뜻이다.
■ 가장 많이 상속받는 대상은 부동산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재산이 이후 세대(X세대, 밀레니얼 세대)에 상속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는 아직 활발하게 상속받는 세대에 속한다. 나라마다 베이비부머 연령대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가 1946~1964년생이라면, 한국은 1954~1963년생이 1차 베이비부머(705만명), 1964~1973년생이 2차 베이비부머(954만명)에 해당한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다. 2023년 기준 전체 사망자 37만명 가운데 20만명이 80세 이상 고령자다. 이를 감안하면 현시점 가장 많은 상속은 1930~1940년대생이 사망하면서 1950~1960년대생이 그들 부모의 부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상속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가 부과되는 연령대를 살펴봐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피상속인의 연령별 결정 현황’을 살펴보자. 2022년 상속세를 부과받은 전체 피상속자(1만5760명) 가운데 80세 이상 피상속자의 비중은 51.3%를 기록했다. 2007년 80세 이상 피상속인의 비율이 36.1%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차 ‘노년에 상속해주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료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 기준으로 ‘전기 노인(65~74세)’에 해당되는 1차 베이비부머의 상속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물려받는 자산의 종류다. 2022년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 1만5760명 가운데 1만2877명이 ‘건물’을 상속했다. 피상속인이 가장 많은 과세 구간(상속 재산가액 10억~20억원 구간)에서도 전체 상속가액 8조6400억원 가운데 5조1200억원이 ‘건물’ 상속이었다. 상속세 전체를 놓고 볼 때에는 ‘유가증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건 최상위 부유층의 ‘기업’ 상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상속받는 대상’은 역시 부동산이다. 2020년 이후 상속세 납부 대상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시기 부동산 가격의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1차 베이비부머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이 한국 역사상 형제자매가 가장 많은 세대라는 점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정부의 세제개편안과도 연계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상속세를 회피할 구간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게 한다. 부모가 둘 다 사망하고, 형제자매가 4명이라고 가정하면, 22억원(기초공제 포함)까지 상속세 공제가 가능한 구조다(실제 정확한 계산 결과는 장례비용 등 기타 공제가 포함되기 때문에 이와 다를 수 있다). 즉,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이해관계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한시적인 상속세 완화 정책이기도 하다. 2~3명으로 형제자매 수가 줄어든 1970년대생 이후로는 이 같은 자녀 1인당 공제액의 혜택이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
상속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8월21일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에서 노인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미국과 비교해볼 때, 한국은 베이비부머의 위 세대인 ‘산업화 세대(1940~1954년생)’의 자산이 상당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5월 하이투자증권(현 아이엠증권)이 발표한 ‘베이비부머 은퇴와 부의 대물림’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세대별 부의 편중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대별 순자산 규모 면에서 산업화 세대, 1·2차 베이비붐 세대가 상대적으로 유사한 자산 규모를 보유 중이며, 미국과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 및 Y세대(밀레니얼)가 자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 실린 ‘세대별 가구당 순자산액’을 보면 체감이 가능하다. 2020년 산업화 세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약 3억6000만원, 1차 베이비부머는 약 4억원, 2차 베이비부머는 약 3억7000만원, X세대는 약 3억원이다. 세대 간 격차가 미국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퇴한 산업화 세대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X세대보다 순자산이 많다. 이 말은 곧 지금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물려받을’ 자산이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미국보다 한국에서 ‘상속의 시대’가 더 빨리 찾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부의 편중과 격차가 세대 간 자산 이전을 통해 점점 심해지는 형국이다.
상속세는 단발성으로, 극소수만 납부하는 세금이라 조세 저항의 목소리가 뭉쳐지기 쉽지 않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고는 하지만, 1만명이 내던 세금을 2만명이 낸다고 당장 부과 대상자들이 결집된 유권자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세대가 이 세금을 ‘우리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하필 그 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1·2차 베이비부머 세대(1954~1973년생)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1659만명에 달하는 이들 인구는 투표율도 높고 교육수준이나 소득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 높다. 세대 문제로 결집할 경우 이들 표심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이들 세대의 목소리와 지지율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36만명이던 연간 사망자 수는 2029년 40만명, 2038년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40만명이 사망하기 시작하는 2029년에 1차 베이비부머의 나이가 66~75세에 다다른다. 당장 5년 뒤부터 이들은 상속인 입장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피상속인의 위치에서 상속세 문제를 고심하게 된다. 막연히 ‘부자 과세’로만 여겨졌던 상속세가 곧 중년 이후 동년배들의 술자리에 단골 소재로 오를지도 모른다.
■ 부의 세습 ‘상속’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도 이를 감지했다. 대표적 인물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8월18일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직후, 기자들과 상속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했다.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말만 놓고 보면 모순이다. 상속세를 내는 이들을 ‘중산층’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이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서 ‘자녀 1인당 공제액’으로 설정해둔 금액은 5억원이다. 5억원 넘는 자산을 상속받는 사람들에게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중산층이 세금으로 어려워지는 일’일까?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기준, 순자산 5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3%에 불과하다. 흔히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대표되는 10억원 이상 순자산 가구도 10.3% 수준이다.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중산층은 실제로는 중산층이 아닌 상류층에 가까운 집단이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7월25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금은 중산층에 속하는 분들도 상속세 대상이 됐기에 그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라며 상속세 개편안을 설명했다.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이라는 기묘한 잣대는 상속세 등 주요 조세 정치 현장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자주 꺼내드는 기준이 되고 있다.
6월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상속세·종부세 개편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대상속의 시대’는 상속세 납부 유무와 별개로, 격차를 강화한다. 상속세를 내지 않는 수준의 상속 역시 상속 받는 세대의 격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액으로 정해져 있는 공제액 일부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 가능한 일이다. 야당인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안도 일괄공제를 일부 인상하고(8억원),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논의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명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속세는 중산층이 내면 부당한 세금’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는다는 것이다.
상속으로 인한 부의 이전이 확대되는 문제와, 적정 상속세를 산출하는 문제는 동일한 것 같지만 사실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의제다. 상속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은 상속받는 이들과 상속받을 게 없는 이들 사이의 격차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속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다. 특히 상속받는 자산이 부동산같이 불로소득을 더욱 강화시키는 성격의 자산이라면 세대가 거듭될수록 자산에 의한 격차는 더 커진다. 상속세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려서 답을 낼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 구조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의제인 것이다.
부의 세습은 ‘상속’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상속세는 증여세와 쌍둥이처럼 함께 움직인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기준 또는 공제 한도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경우,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의 일괄공제가 늘어날 경우 증여보다 상속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생전 증여보다는 사후 상속을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이 용이해지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는 증여세의 공제 한도 역시 상속세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상속과 증여가 서로를 끌고 밀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결국 향후 10~20년간 상속과 증여 두 가지가 모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현재 정치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나라는 붕괴되는데 자화자찬 바쁜 윤석열 탄핵해야"
106회 촛불대행진 '한일군사동맹 추진' 등 규탄
7일 서울 시청 인근에서 열린 106차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다. 촛불행동TV 유튜브
9월의 첫 촛불집회이자 제 106회째인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 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자화자찬에 나라는 붕괴 윤석열을 탄핵하자!’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2일 '윤석열 탄핵을 위한 100일 범국민 총력 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집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퇴임을 앞둔 일본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동맹 추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및 김건희 씨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국회 개원식에 나가는 대신 대통령실에서 미국 상원의원들과 만찬과 함께 김건희 씨의 생일 잔치를 연 것 등에 대해 거센 비판과 규탄이 쏟아졌다.
집회는 배우 유정숙 씨의 격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한쪽에서는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한쪽에서는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
두 살 된 아이는 돌아가지 않는 응급실에서 혼자 죽었다.
죽지 않아도 될 목숨이 당신(윤석열)을 위해 매일 죽어 나가고 있는데 당신은 매일매일 태평하구나.
국민에게는 반국가적이라며 대적하고 협박을 던지고 국회는 무시로 일관하면서 미국은 상전으로 모시고 일본 총리의 퇴임 잔치를 열어주는 당신은 모두의 재난, 절망의 도화선이다.
특권과 자화자찬이라는 맹독성 마약에 취해 만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당신에게 주권자 국민이 줄 것은 탄핵이다.”
이날도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기 위해서 100일 안에 반드시 탄핵 시키겠다는 각오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서명을 시작했다"면서 많은 참여를 요청했다.
발언에 나선 서울 강북 촛불행동 권오민 대표는 “미뤄졌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개원 석 달 만에 열렸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개원식에 불참하고는 같은 날 청와대에서 김건희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미국 상원 의원들과 만찬을 벌였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김건희 씨는 한 술 더 떠서 이 생일이 자신의 생애 가장 감동적인 생일이었다고 했다는데,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이런 이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부인인 것이 과연 맞냐”고 물었다.
권 대표는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세수 적자에 나라 경제가 무너져 가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 한국 경제의 성장이 개발도상국의 필독서라며 뜬금없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면서 "대체 미국이 윤석열을 왜 도와주는 걸까, 그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국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기 때문 아닌가"라고 물었다.
권 대표는 “윤석열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니까 윤석열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미국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지지해 준 것처럼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지지해 줄 건가”라면서 “더 이상 독재자 윤석열을 비호하고 지원하지 마라, 윤석열 탄핵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압도적 여론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윤석열의 거짓말을 얘기하려고 나왔다”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뭐냐,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의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의사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을 때려 잡아서 그걸로 정치적 이익만 얻으려고 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경증 환자는 응급실에 오지 말라고 본인 부담금을 무려 90%나 올리겠다는 것으로, 본인 부담금을 올리게 되면 대부분의 서민들은 의료비 걱정 때문에 응급실을 못 가고 부자들만 돈 걱정 없이 응급실을 갈 수 있게 된다"면서 "우리의 의료계 문제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응급시설이나 중환자 시설을 방치한 민간 의료 공급 체계 때문인데 윤석열 정부는 의료개혁이라고 말을 하면서 대형 병원 문제나 건강보험 체계 개선은 외면하고 오로지 국민들이 이용을 자제해야 된다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나아가 이번 기회에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 대기업과 민간 보험사들의 이익을 키워주려 하는데, 미국인들도 스스로 엉망징창이라고 인정하는 미국식 의료제도를 한국에 가져오려는 것"이라면서 "재벌들과 민간 보험사들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런 정부, 계속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그대로 놔두면 미국처럼 돈이 없으면 집에서 찢어진 상처를 직접 바늘로 꿰매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윤석열을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 구본기 공동대표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100일 범국민 총력 운동’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통해 "정기국회가 개원한 2일에 국회소통관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총력운동에 돌입해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탄핵을 위한 행동과 결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촛불행동의 24개 지역 지구에서 100일 총력 운동 결의문이 발표되고 지역별로 윤석열 탄핵 유권자 대회 일정이 속속 확정되고 있으며 254명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윤석열 탄핵 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집회 외에도 안동, 영주, 안동, 봉화, 영양, 청송, 울진 등 경북 북부 촛불 시민들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구 대표는 "윤석열 탄핵 소추안 발의 참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 탄핵 명령 닷컴이 개통되자마자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가 모이고 있으며 탄핵 기금 5억 모금 운동도 현재 6100만여 원으로 11%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을 위한 각종 기획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김민웅 상임 대표를 비롯한 촛불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용산경찰서장 용산 경비과장 등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천 종각역을 지나 안국역 일본 대사관 부근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행진을 한 뒤 정리집회를 갖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촛불집회는 다음주 토요일인 14일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집회를 열지 않는 대신 귀성객들을 상대로 한 홍보행사 등을 펼칠 예정이다. 9월 전국집중촛불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다.
한편 이날 107개 시민사회 단체가 '윤석열 탄핵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 올해 안에 기필코 탄핵하자!'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한민국의 침몰을 막는 길은 윤석열 탄핵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검찰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윤석열의 집권 기간은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친일매국 굴종외교, 전쟁위기 조장으로 일관된 최악의 통치기간이었다"면서 "윤석열의 탄핵사유는 차고 넘치며,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70% 이상의 반윤석열 국민여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탄핵민심이 확인된 상황에서 22대 국회는 준엄한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시민언론 민들레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윤석열 탄핵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 올해 안에 기필코 탄핵하자!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국민들의 고통만 쌓인 지옥 같은 시간이다. 2년도 너무 길었다. 검찰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윤석열의 집권 기간은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친일매국 굴종외교, 전쟁위기 조장으로 일관된 최악의 통치기간이었다.
윤석열은 일본의 식민지 범죄역사를 덮어주고,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며, 독도와 한국 기업을 일본에 팔아넘기려는 노골적인 친일 굴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익을 파괴하고 주권을 포기하는 매국 역적이다.
윤석열은 본인과 부인 김건희의 범죄를 덮기 위해 국가권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채해병 사망사건, 마약밀수 사건 수사외압을 비롯하여 윤석열과 김건희의 부정부패, 국정농단 행위는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을 사찰하고, 입틀막 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에 임명하더니 국민을 적으로 선포하고 계엄음모까지 꾸미고 있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군 민주주의는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 윤석열은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하고 대북전단 살포,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 침략 의지를 버리지 않은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훈련을 감행하며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윤석열의 무모한 대북정책으로 한반도는 급기야 전쟁을 향하고 있다.
윤석열은 서민 증세, 부자감세라는 기득권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민생을 파탄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포자기하는 청년들, 줄파산하는 자영업자들, 치솟는 물가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윤석열은 이를 해결할 능력도, 관심도 없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국익은 파괴되고, 민주주의는 훼손되었으며, 국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의 탄핵사유는 차고 넘치며, 탄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00석에 육박하는 야당의 총선압승, 143만을 넘은 탄핵청원, 70% 이상의 반윤석열 국민여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탄핵민심이 확인되었다.
이제 탄핵은 대세이며 제도적 절차만 남았을 뿐이다. 22대 국회는 준엄한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탄핵만이 살 길이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9월 정기국회 회기 100일 안에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하자! 각계각층이 힘을 합치고 전국각지에서 들고 일어나 윤석열을 올해 안에 몰아내자!
2024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