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고 내려앉는 내수…소매판매 9분기 연속 ‘뚝뚝’
2분기 지표 1년 전보다 2.9% 하락
가계 이자 부담 늘고 실질임금 ↓
음식점 폐업률 4%, 팬데믹 때 수준
바닥 모르고 내려앉는 내수…소매판매 9분기 연속 ‘뚝뚝’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9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나타냈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다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줄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102)는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란 2020년 마트 등 소매점의 판매액을 기준(100)으로 둔 일종의 내수 지표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감소세가 가장 길게 이어졌다.
영업 형태별로 보면 백화점(-6.9%)과 대형마트(-1.6%), 슈퍼마켓·잡화점(-7.6%), 편의점(-0.4%)에서 1년 전보다 매출이 줄었다. 인터넷쇼핑업체는 8.2% 늘었지만, 방문 및 배달 소매점은 7.9% 줄었다. 상품별로 승용차(-13.2%)가 가장 많이 줄었다.
내수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세금·사회보험료·이자 등)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난 107만6000원이다. 특히 이자 비용이 11.2%나 커졌다. 빚을 낸 가구의 소비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고물가로 실질임금도 줄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29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가구소득은 1.6% 감소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체불임금은 1조4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8% 늘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은 자영업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분기에만 약 6000개의 음식점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1분기 서울시 음식점 폐업률은 4%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분기(4.4%) 수준에 근접한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올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보다 3.68포인트 줄었다. 그중 주점업 지수는 70.93으로 세부업종 중 가장 낮다.
보고서는 “외식업 경기는 코로나19 때의 침체 국면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내수 부진을 근거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춰잡았다./경향
블랙 먼데이’ 하루만에 마통 4천억 급증…증시·부동산으로 쏠리는 돈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폭락한 지난 5일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증시와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3조원 넘게 빠진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를 곧 기회’로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노리며 증시로 향한 한편, 금리 인하 기대로 불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은 지난 5일 ‘블랙 먼데이’ 당일 하루 만에 2조366억원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까지 이달 들어 줄어든 요구불예금이 3조2760억원인데, 이중 상당 부분이 5일 하루에 빠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투자처나 용도를 찾기 위해,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잠시 맡기는 자금을 의미한다.
블랙 먼데이는 은행권의 신용대출도 키웠다. 8일 기준 은행권 신용대출은 103조435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288억원 늘었다. 지난 6·7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온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39조6678억원으로 전달 대비 5874억원 증가했는데, 증가한 잔액 대부분은 블랙 먼데이 당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주식 시장 주변에는 계속 돈이 흘러들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블랙 먼데이 하루 만에 5조6197억원 증가했다. 이후로는 다시 줄었지만 지난달 대비 8223억원(8일 기준) 여전히 많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주식 투자용 단기자금 마련을 이유로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스피 폭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요구불예금,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추가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9일 6거래일 동안 순매수를 이어왔다.
가계대출을 견인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이달 들어 1조6404억원 느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투자 수요가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해왔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은 지난 2일과 비교해 0.250%포인트 뛰었다.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20%포인트 오르는 사이, 대출 금리는 그 12배를 웃도는 오름폭을 보인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의 하락 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조정으로 주담대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주담대는 금리 아닌 부동산 대책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복 79년’ 인식조사…한국인 일본행 3배 높아
벗어야 산다? 생계 위해 돈 받고 사진 올리는 선수들[파리올림픽]
생계 위해 유사 성인 사이트에 콘텐츠 장사
"포르노 스타냐, 스포츠 선수냐" 논란
베일 쌓인 IOC 수익 배분…"스포츠와 선수들 발전 위해 써"
캐나다 장대 높이뛰기 동메달리스트 알리샤 뉴먼. 연합뉴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생계를 위해 유사 성인물 사이트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여기서 수입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입이 선수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IOC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0일 파리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은 캐나다 장대 높이뛰기 동메달리스트 알리샤 뉴먼이 '온리팬스(OnlyFans)'라는 유료 구독 사이트에 자신의 신체를 드러낸 콘텐츠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뉴먼 뿐만 아니라 영국 다이빙 선수 잭 로거, 독일 다이빙 선수 티모 바르텔, 호주 다이빙 선수 매튜 미첨, 뉴질랜드 조정 선수 로비 맨슨 등이 해당 사이트의 이용자다.
영국 기반의 '온리팬스'는 당초 성인 배우들이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한 플랫폼으로, 조회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업체 측에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준 뒤 나머지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카테고리는 전형적인 성인물을 뜻하는 NSFW(Not Safe for Work)와 노출이 어느 정도 제한된 SFW(Safe for Work)로 나뉜다. 선수들은 SFW 카테고리에 콘텐츠를 올려 수입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 배우들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직업을 가진 운동선수들이 차츰 해당 사이트에서 판매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노골적인 성인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맞느냐는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포르노 스타냐, 스포츠 선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 역시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해당 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미첨은 "매일 6시간 넘게 운동해서 만들어진 선수들의 몸은 엄청난 상품(commodity)이긴 하지만 (온리팬스에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성 산업 종사자와 비슷하다"고 말한 반면, Laugher는 "어차피 경기에 나서면 몸을 거의 다 드러내고 있는데 '온리팬스' 콘텐츠도 이와 별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비난의 화살은 IOC에 돌아갔다. 중계권과 티켓을 팔고 각종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 글로벌 애슬리트(Global Athlete)는 "IOC는 연간 17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다. 한두장의 티켓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집세를 내기도 빠듯하지만 IOC 임원들 상당수는 억대 연봉을 챙긴다"며 "이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IOC 대변인 마크 애덤스는 "수익의 90%를 스포츠와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쓴다"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파리=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다큐 <인혁당 생존자, 34년생 박중기> 제작 및 텀블벅 후원을 시작하며
"광화문이었던가. 올해 4월인가 우연히 박중기 선생님을 길에서 뵙고 인사를 드렸어요. 세상에, 연세가 91세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장 인터뷰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더 이상 늦으면 인혁당 사건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난 5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세월호 10주기 특별전'에 초청된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을 연출한 윤솔지 감독은 말한다. 박중기 선생님과의 어떤 우연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혁당 재건위 사건(2차 인혁당 사건)은 윤 감독이 가슴 뜨거웠던 스무 살 시절부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현대사 속 의문이었다고.
"말이 안 되고 분통 터지는 일이잖아요. 독재 정권이 조작 사건을 일으켰고, 말도 안 되는 재판을 거쳐 무고한 목숨을, 그것도 사형으로 죽여 버렸다는 것이. 그때부터 쭉이었던 거 같아요. 인혁당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 그러던 차에 박중기 선생님을 만나 뵙고, 어떻게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싶었던 거죠."
윤 감독은 4월과 인연이 깊다. 10년째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며 진상규명 운동에 천착해 왔다. <침몰 10년, 제로썸>이 그 결과물이다. 지난 2015년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소개된 <열일곱 살의 버킷 리스트>도 세월호 소재 다큐다. 그에 앞서 제주4.3을 소재로 한 단편 < 3만 명을 위한 진혼>도 완성,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2024 서울 4.3 영화제에 첫선을 보였다.
그리고, 1975년 4월 9일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에게 사형을 집행한 날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유독 4월과 인연이 깊은 윤 감독은 그래서 제작사 이름을 '네번째달'이라 지었다. 그렇다면 윤 감독은 박중기 선생님과 인터뷰를 이어 나가고 있는 <인혁당 생존자, 34년생 박중기>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
▲ 무도하게 희생된 8인의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 4.9평화통일재단
'서도원 52세, 도예종 51세, 송상진 47세, 하재완 44세, 우홍선 44세, 김용원 40세, 이수병 38세, 여정남 30세.'
1975년 4월 8일 오전 10시. 대법원에서 인혁당 및 민청학련 사건 관련 피고인 36명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원심대로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선고 바로 다음 날인 4월 9일 새벽 4시 30분부터 아침 8시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이들 8명에 대한 형이 집행됐다. 사형 집행이 시작된 것은 형량이 확정된 지 겨우 정확히 18시간 30분 만이었다. 그저 통일된 조국을 꿈꾸며 가족들과 평범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이력은 이랬다.
고 김용원(金鏞元, 1935년 11월 10일 경남 함안군 출생, 경기여고 교사)
고 도예종(都禮鍾, 1924년 12월 25일 대구시 출생, 삼화토건 대표)
고 서도원(徐道源, 1923년 3월 28일 경남 창녕군 출생, 당시 대구매일신문 기자)
고 송상진(宋相振, 1928년 10월 30일 경북 달성군, 현 대구 동구 출생, 양봉업)
고 여정남(呂正男, 1944년 5월 7일 대구시 출생,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
고 우홍선(禹洪善, 1930년 3월 6일 경남 울주군, 현 울산 출생, 한국골든스템프사 상무)
고 이수병(李銖秉, 1937년 1월 15일 경남 의령군 출생, 삼락일어학원 강사)
고 하재완(河在完, 1932년 1월 10일 경남 창녕군 출생, 건축업)
끔찍한 사법살인이 자행된 것을 전혀 몰랐던 가족들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조작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천주교 신부 등 사회 인사들은 그날 아침 면회를 하러 서대문 교도소를 찾았다. 가족들은 남편이 정보부에 끌려갔던 1974년 4, 5월부터 사형 당일까지 단 한 번도 면회를 할 수 없었다. 1년이 다 되도록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황망한 사형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실신하고 오열했다.
소위 대법원 법관들이 판결을 한 지 불과 19시간 전후였다. 믿기지 않는 사형 집행 앞에 이들이 남긴 유언은 대략 이랬다.
"10살 막내가 보고 싶다. 통일된 조국을 염원한다." (서도원)
"가족 생계비가 걱정된다. 학교에서 지급될 것이 있으면 받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가족들을 돌보지 못해 죄송하다. 아이들아, 공부 열심히 하기를 부탁한다. 여동생도 사랑하고, 다들 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김용원)
"가족들 얼굴을 한 번 꼭 보고 싶다. 더 할 말이 없다." (이수병)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다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홍선)
"빛을 보지 못하고 죽는 내 생애가 가련하다. 가장으로서 할 일 못하고 죽는 것이 부끄럽다." (송상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일찍 죽는 것이 억울하다. 재소 중에 소장 이하 교도관들에게 신세 많이 끼쳐 죄송하다. 담배 한 대만 피고 싶다. 물도 한 잔 마시게 해 달라." (여정남)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하재완)
"조국이 하루 속히 통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도예종)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 사법 살인을 자행한 이들의 악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도예종이 말한 '조국의 통일'을 적화통일이라고 왜곡했다. 적화라는 표현을 추가해 공문서에 기재한 것이다. 반면 사형 집행장에 참석했던 교도관들은 도예종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이후 증언했다.
독재정권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을 감추려 단 19시간 만에 이들을 법의 이름으로 살해했을까.
▲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다고 밝힌 박정희 광장 표지판 모양 및 박정희 동상 설치 예정지 정보가 담긴 문서를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 대구시는 13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하고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대구시의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과 지역 야당은 "박정희 우상화사업을 반대한다"면서 "박정희광장 표지판과 제막식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정희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12일 성명을 내고 시민의 여론도 묻지 않고 박정희광장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우상화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고 찬반 여론이 분분한 지금 무리하게 박정희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 의사를 무시하고 분열을 조정하는 전형적인 불통행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표지판 설치는 관련 법령과 정부의 업무편람 및 대구시 조례 등 법규에서 장한 잘차도 위반하는 독단적 행정"이라며 "대구시가 법률과 조례마저 무시하고 독단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대구역은 대구의 관문으로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며 "한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공공의 광장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홍준표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홍 시장은 대구를 스스로 수구 독재의 섬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동대구역 광장은 화합과 통합의 광장으로, 분단을 넘어 대륙으로 뻗어가는 평화통일의 광장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박정희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갖는 것은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했다. 혈서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자의 이름을 명명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하는 것은 홍 시장이 반인권적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오마이뉴스
코인 사기 "무지와 탐욕 탓만 할 것인가"
범죄 조직 치밀한데도 법·제도 허술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사건의 주된 원인이지만, 피해자들의 수익 욕심도 일부 원인이 된다."(2021년 11월24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결)
"사업성과 수익성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은 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투자를 결정한 측면이 있다."(2022년 9월23일 수원지법 판결)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 특별취재팀은 7월 중순 '코인사기공화국-그들은 치밀했다'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1>한국은 왜 코인사기공화국이 됐는가 <2>그들은 교묘하고 치밀했다 <3>가족은 해체됐고 노후자금은 날아갔다 <4>'무법지대' 코인 범죄 막기 위해선 등 4개의 큰 주제로 총 10개의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기사마다 수백여개의 댓글과 응원이 달렸다. 제보 메일도 쏟아졌다. 사기 조직, 사기 피해 등을 제보하고 싶다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이 같은 제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코인 투자 사기가 하루가 멀게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손가락질을 두려워했다. 욕심이 많고 멍청하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피해자의 탐욕과 무지를 꾸짖는 것은 형사판결문에도 엿볼 수 있다. '코인'과 '다단계'가 중심 키워드로 담긴 국내 형사판결문 162건(2021년 이후 전체 확정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했는데, 판결문 셋 중 하나가 '피해자의 허황된 욕심'을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돈을 투입하면서도 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점을 언급한 판결도 다수 확인됐다. 전체 판결문 중 53건(32%)이 이 같은 피해자의 책임을 피고인의 유리한 양형요소로 판단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코인사기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소는 이미 잃었다. 그런데도 피해자의 무지와 탐욕탓만 하며 외양간을 고칠 생각이 없다. 그들의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별취재팀이 파헤친 코인 사기 조직은 교묘하고 치밀했다. 철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그들은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기 조직이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정부 기관의 선제·능동적 대처를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코인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재개정이 절실하다. 코인 사기를 인지한 즉시 관련 계좌에서 출금을 정지해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로선 피해자들은 사기를 뒤늦게 알아채도 돈이 인출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한다. 코인 다단계 사기에 가담한 판매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기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만큼 방문판매법 개정도 필요하다.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코인 사기 조직은 조직적으로 동시에 여러 사기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온라인을 통해 피해자가 빠르게 느는 특징이 있기에 대체로 피해 금액이 큰 만큼 양형을 강화해야 한다. 코인 사기의 주 무대인 '불법 해외 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불법 해외 거래소'가 정부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2년 넘게 방치되는 등 정부 규제 공백 속에서 국내 사기 조직과 결탁해 대규모 피해를 양산했다. 코인 사기 피해자를 모집하는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플랫폼 자율규제도 강화돼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지 알고 있다. 무지와 탐욕을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코인 사기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추진해야 할 때다. 전 국민이 코인 사기로 골병들기 전에 말이다.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서울형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눈물] “에어컨 끄고 일해” 고객 갑질에 속수무책
‘무리한 요구’ 계약해지 조항 있어도 무용지물 … 손 놓은 서울시 “분쟁 있으면 민법 등으로 해결해야”
▲ 서울형 가사서비스 사업 홈페이지
6년 차 가사노동자 한지숙(71·가명)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객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니 쌩쌩 돌아가던 에어컨이 소리 없이 조용했다. 닫혀 있던 창문은 열려 있었다. 집 주인이 외출을 하면서 한씨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에어컨을 끄고 나간 것이다.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란 서러운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어느새 한씨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 선풍기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에어컨 리모컨도 자취를 감췄다. 한씨는 당시 일을 떠올리며 “속이 너무 상했다”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상황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 말 없이 에어컨을 꺼놓고 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며 서울형 가사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서비스 이용고객의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씨도 이 사업에 참여해 일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객(서울 시민)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고객 말 한마디면 교체당해
불이익 두려운 업체, 문제제기 못해
서울형 가사서비스는 중위소득 150% 이하 임산부·맞벌이·다자녀 가정에 가사부담을 덜기 위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가구당 가사서비스 10회가 제공되는데, 가사인증기관(위탁업체)이 고용한 가사노동자가 가정에 방문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서울시는 올해 1만가구에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 규모가 전년도(6천 가구)보다 67% 확대됐다.
그런데 고객의 갑질,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5년 차 가사노동자 김정숙(65·가명)씨도 한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집주인이 덥지 않다며 냉방기를 켜주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자신은 가만히 앉아 있으니 안 덥지만, 저희는 일을 하며 왔다 갔다 하니 덥다”며 “어떨 때는 땀에 흠뻑 젖어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라 수건을 가지고 닦아 가면서 해도 땀이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고객이 얼음물 한 컵을 주는 것도 없다”며 “고객이 자기 컵 쓰는 것을 싫어하니, 물 일체를 갖고 다니라고 교육받는다”고 덧붙였다.
한지숙씨는 “(고객은) 서비스가 마음이 안 드는 게 있으면 사람을 교체해 달라고 한다”며 “고객과 우리(가사관리사)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고객이) 나쁜 쪽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 인격은 없구나 싶다”고 한숨 쉬었다. 한씨는 설거지한 그릇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었다는 고객 민원에 소명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일을 관둬야 했다. 그는 “서울시에서도 고객 민원이 오면 우리 사무실을 야단친다”고 덧붙였다.
가사노동자는 업체에 고충을 호소하지만, 업체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을 제재하기 쉽지 않다. 가정 내 고용의 특성상 당시 정확한 상황은 고객과 가사노동자만 알 수 있고, 고객이 서비스 질을 문제 삼으면 시시비비를 따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이 서울시에 민원을 넣으면 업체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냉방기 틀어 달라” 서울시는 권고만
비닐장갑 주며 “변기 닦아라” 해도 거부 못 해
업체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ㄱ업체 관계자는 “서울형 가사서비스 사업의 기준이 시민들 기준에 맞춰 있다 보니 갑질을 하면 가사관리사는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서울시도 에어컨 등 가사관리사 근무환경과 관련한 내용을 안내하지만 말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울형 가사서비스 이용에티켓 중 하나로 “7~8월 폭염 속 가정 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님께 냉방기 사용을 권장 부탁드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가 만든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기관 간 체결 약정서에는 제공 서비스와 제외 서비스, 이용자 준비사항 등이 명시돼 있고 “가사관리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 등은 서비스 중단 및 해지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가사노동자 안전·건강에 직결되는 냉난방기 관련 규정은 없다. 제외서비스를 고객이 요구할 때 서비스를 중단·해지할 수 있는지, ‘무리한 요구와 부당한 대우’가 무엇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서울시 눈치를 봐야 하니 명백한 고객 잘못도 눈감기 일쑤다.
ㄴ업체 관계자는 “서비스 거부권은 사실상 업체에 없다”며 “고객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관리사가 여섯 번 바뀐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와 고객 간 약정서에는 커튼 세탁 및 설치 업무는 약정서상 가사관리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고객이 요구해 가사노동자가 따랐고, 커튼 장식이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고객의 변상 요구에 업체는 배상을 해 줘야 했다.
ㄱ업체 관계자는 “청소도구도 없이 수세미와 비닐장갑을 주고 변기를 닦으라는 고객의 요구도 있었다”며 “4시간 중 30분은 휴게시간인데 가사관리사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일을 시키거나, 도저히 시간 내 끝낼 수 없는 집 청소를 요구하고 일을 다 못했다며 서울시에 항의하는 집도 있다”고 전했다.
“4시간 서비스 이용시간 중 1시간당 10분의 휴게시간” “효율적인 가사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소 도구를 미리 준비” 모두 서울시가 고객 에티켓으로 안내하는 사항이다.
“사업 시행 주체, 서울시가 분쟁 조정해야”
서울시 “업체-이용자 간 약정, 우리는 비용만 지원”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자가 이용자한테 인격적인 모독,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긴 쉽지 않다”며 “이용자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일방적인 주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알아서 하도록 돼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조 연구위원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이용이 중단되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민원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시행 주체인 서울시가 분쟁해결절차위원회 등을 만들어 분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쟁 조정 사례가 쌓이면 일종의 판례처럼 작용해 민간 가사서비스 영역에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형 가사서비스는 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 간 계약에 의해서 이뤄지고 서울시는 실비 일부를 지원한다”며 “서울시와 이용자 간 약정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중단·해지에 관련해서도 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 간 약정서에 있다”며 “분쟁이 있으면 민법으로 처리하고, 안 되면 소비자기본법도 있고 법에 의해서 하는 것이지 서울시가 개인 분쟁에 개입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올해 상반기 유학·연수 목적 방한 외국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11만 2000명으로 전체의 55.2%에 달했다. 이어 베트남(3만 3000명), 일본(6900명), 몽골(6700명), 우즈베키스탄(5000명) 등 순이었다. 프랑스(3500명)와 미국(3100명)에서도 각각 3000명 넘게 찾았다.
권익위 국장 죽음에도 "뭘 잘못했나"…소시오패스 정권
윤 정권 책임 있는 인사들, 일말의 자책감 안 보여
권익위원장 출신 전현희, 고인 빈소에서 통곡‧울분
"반드시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죗값 치러야" 일갈
부위원장 쫓아와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나" 고함
권익위, 야당 의원들 빈소 방문도 사실상 막으려
'유족 요청 따라 친분 없는 분들 조문 사양' 문자
정작 유족들은 그런 의사 전한 사실 없다며 항의
"권익위원장은 그저 다녀갔을 뿐 아무 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비롯한 이 정권은 진정 소시오패스 집단인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렴‧부패 관련 실무를 총괄해왔던 50대 고위 공무원의 비통한 죽음을 두고 시민들 분노가 들끓고 있다. 권익위 핵심 부서인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대리였던 이 공무원은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 등 여권의 직간접적 압박이 심했던 사안들을 자신의 양심에 반해 처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은 일말의 자책감도, 유족에 대한 사죄 의사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권익위 수뇌부조차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며 심지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적반하장의 태도까지 보여 사회적 공분을 더 증폭시키는 실정이다. 소시오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에 대한 감정적인 애착에 바탕을 둔 의무감으로서의 '양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0일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면서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쉴낙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모 국장의 빈소를 다녀온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권익위원장을 지냈다. 감사원을 앞장세운 윤석열 정권의 갖은 축출 공작에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임기를 완수했던 그는 그 과정에서 권익위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쌓아왔다. 그래서 퇴임 뒤에도 "권익위 직원들이 자괴감으로 힘들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6월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던 중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2023.6.27. 연합뉴스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전날 빈소를 찾아 홀로 남겨진 채 통곡하는 국장의 부인과 어린 자녀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함께 울었다. 도저히 울분을 참기 어려워 장례식장을 떠나기 전 주변에 있던 윤석열 정권 고위직들에게 "반드시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숨진 국장의 직속상관인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뒤따라 나와 전 의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 권익위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이에 전 의원은 "애꿎은 권익위 공무원들이 잘못이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비호를 위해 권익위를 망가뜨리고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바로 당신들이 잘못이고 문제"라고 답했다.
정승윤 부패 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김 국장의 직속 상관으로서 실질적인 지휘 라인에 있던 인물이다. ☞ 권익위 간부 "너무 힘들다"…윤 정권이 죽음 내몰았나 권익위 내부에선 김 국장이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를 비롯한 여러 사건 처리에서 정 부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의원은 정 부위원장이 빈소에서 고함을 쳤던 장면을 상기하며 "젊은 국장의 비통하고 서러운 죽음에도 아무런 반성 없는 잔인한 윤석열 정권의 민낯을 본다"면서 "제가 대표 발의한 '디올백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권익위-김건희-윤석열 부패 커넥션 진상규명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6월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4.6.10. 연합뉴스
전 의원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윤석열 정권이 살인자다. 윤석열 정권이 강직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국민권익위에서 부패 방지 업무를 담당해온 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청렴한 공직자였던 그분이 법과 원칙과 다른 결정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적 기관으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수호해온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권익위를 망가뜨리고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서 명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한국과 일본, 세계에서 가장 세속적인 국가
한국과 일본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종교적 색채가 가장 옅은, 즉 세속적인 국가로 조사됐다.
13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8~2023년까지 전 세계 102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종교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종교 색채가 강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세네갈, 말리, 탄자니아, 르완다, 잠비아 등에서는 90% 이상의 성인이 ‘종교는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중남미와 중동 지역 국가도 종교 몰입도가 강했다. ‘매일 기도한다’는 답변이 이라크 87%, 과테말라ㆍ파라과이 81%, 코스타리카 78% 요르단 77% 등으로 높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종교가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종교의식(기도 등) 회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토대로 간접 추정했다”면서 “또 일부 종교가 실천하는 식단 조절 참여도(채식주의 등) 등을 참고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는 국가별로 편차가 컸다. 인도네시아는 ‘종교는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답변 비율이 98%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또 파키스탄(95%) 스리랑카(92%) 말레이시아(85%) 인도(84%)도 80%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세계에서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인구 대국 인도를 주목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엄격한 식단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 자이나교도들의 경우, 92%는 채식주의자였고, 67%는 뿌리채소(감자 양파 마늘 등)를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인도 성인의 50%는 식단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는 함께 식사하기 어려워했다”고 덧붙였다. 자이나교는 뿌리는 큰 생명을 담고 있는 존재로 인식, 뿌리채소를 먹지 않는 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국의 매일 기도율은 30%, 캄보디아 22%, 베트남은 20% 수준에 머물렀다.
유럽은 종교 몰입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동유럽과 서유럽의 분위기가 달랐다. 아르메니아(56%) 조지아·루마니아(55%) 크로아티아(41%) 아제르바이잔(39%) 등 동유럽은 대체로 종교가 삶에 중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서유럽은 그리스(57%) 외엔 스페인(22%) 이탈리아(21%) 네덜란드(20%) 노르웨이(19%), 프랑스·독일(이상 13%) 핀란드·영국(이상 10%), 덴마크(8%) 등 낮은 수치가 나왔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는 종교 색채가 가장 옅었다. ‘종교는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질문에 한국은 응답자의 17%, 대만은 12%만이 동의했다. 일본은 단 6%로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매일 기도한다’도 한국(21%) 일본(19%) 대만(17%) 순이었다. 퓨리서치센터는 “홍콩 역시 13%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사도광산’ 알리려 세계유산 동의?…얼빠진 외교부의 ‘원영적 사고
2015년 군함도 이어 올 사도광산서도 똑같은 일
불확실한 약속 믿고 동의했다 사후 정당화에 급급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항에 지난 7월 28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신문이 게시돼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왜 동의했나”, “정부가 2015년 사례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기대와 결과가 다른 점은 어떻게 봐야 하나”, “후속 조치의 불완전성은 언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똑같은 방식에 계속 당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인가, 능력의 문제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지난 7월 27일 알려진 ‘사실’에 관한 것이다. 이날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외딴섬이 경사를 맞았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과거에는 ‘귀양지’로 활용됐던 곳이 세계문화유산을 배출했다. 빛나는 ‘금광’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숱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어두운 곳. 사도섬 내 ‘사도광산’이다.
일본이 맞이한 경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자타공인 ‘한국’이다. 과거에는 수탈 대상이었고, 현재는 일본이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한다. 피해자의 역설 때문이다.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의 지지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보증서다. 출범 이후 지속해서 일본에 양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윤석열 정부는 해당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 시작이었다. 국민에 대한 설득이나 합의는 없었다. 이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한국이 동의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하시마(군함도)에 이어 2024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은 일본인들만의 유적이 아니다. 이곳에서 죽은 조선인들의 역사도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 강제동원한 조선인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는 사도광산에서 죽은 조선인 희생자는 밝히지도 못하면서 일본인이 과거 영광을 추억하는 곳에 ‘세계문화유산’이란 명패를 달아줬다. 게다가 이는 어떻게든 정치에 ‘애국심’이라는 미학적 요소를 섞으려고 하는 일본 극우세력 망상에 조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상가 미시마 유키오,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라는 수사를 앞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살아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통 큰 결정’에 감사했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정부 인사 중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외교 실패’라고 인정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외교부가 지난 7월 2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굉장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설명한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무슨 대단한 것을 얻었든 조선인이 강제로 끌려가 죽은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적어도 한국 외교부가 이를 두고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을 계속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는 덕담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불확실한 약속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위원회 2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동의한 회원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외교부의 공식 설명은 주요 논점을 교묘하게 비껴간다. 사도광산 논란의 핵심은 ‘왜 한국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했는가’이다. 그런데 외교부 설명은 ‘일본이 이런 약속을 했다’ 등에 집중된다. 이마저도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의 ‘발언’이 근거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 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에 있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도광산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소개하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장 전경 /외교부 제공
발언은 미래의 불확실한 약속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개발할 것, 명심할 것, 노력할 것’ 등이다. 9년 전 군함도 때와 똑 닮은 말의 향연이다. 한국 외교부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일본은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설치했고,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한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가 설치했다는 자료는 사도광산에서 2㎞ 정도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있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사도광산으로 오게 된 과정, 규모 등에 대한 설명이 전시돼 있다. 현재 공터인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에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안내자료 등을 통해 해당 장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일본 대사의 발언으로 소개된 내용, 전시물 모두 문제투성이다. 우선, 카노 다케히로 대사의 발언으로 소개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이라는 부분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발언의 원문(국회 사무처 번역)은 “모든 노동자가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이었다. 외교부가 이 내용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면서 ‘모든’을 ‘한국인’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인이라고 지칭한 것이 아닌)모든 노동자가 맞다”면서도 “해당 발언 이전에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뒤에 나오는 문장 속 ‘모든 노동자’ 역시 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해당 문장을 요약하며 ‘모든’ 대신 ‘한국인’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로 변형한 것처럼 지적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적 발언에 사용된 모든 단어는 의도를 갖는다. 특히 민감한 강제동원 문제를 두고 한 일본 대사의 발언을 요약하기 위해 ‘모든’을 ‘한국인’으로 특정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외교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말 그대로 요약을 했는데 글자수는 오히려 늘었다.
전시물은 더욱 문제다.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 오게 된 것은 조선총독부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있었고, 1944년 9월부터는 ‘징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강제동원’ 용어의 부재를 넘어 이는 사실관계 왜곡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1939년 2월부터 조선인 강제동원이 있었음을 증언 및 후속 연구로 밝히고 있다. 게다가 사도광산으로 강제동원 한 조선인 명부를 인정하지도, 내놓지 않는 일본 정부가 1944년 9월부터는 사도광산에 ‘징용’한 조선인이 있었다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 확인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결국 해당 전시물 문구를 작성하며 참고한 자료가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전시물 문구를 감상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면밀히 따져봐야 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 설명만으론 ‘그래서 왜 동의했다는 것인지’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대로면 ‘강제동원’ 문구가 빠진 전시물 하나 얻자고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한 꼴이 된다.
외교부에 지난 8월 6일 연락했다.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보기 위해 미리 질문을 전달했다. 관계자의 답변이 왔다.
사후 정당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지난 7월 28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이 공개됐다.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더욱 힘든 노동에 종사했음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근원적 의문인 ‘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는가’이다. 외교부 답변은 “한국이 동의한 이유는 7월 27일자 보도자료 1항에 분명하게 나와 있으니 참조해 달라”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우리 정부는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덕지덕지 붙은 수사를 빼면, 일본을 믿고 동의했다는 것이다.
군함도 때와는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이에 대해 “2015년에 비해 나아진 점은 일본의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미 이행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는 앞서 지적한 전시물, 추모식을 일컫는다. 전시물의 경우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시된 내용을 보면 누구나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탈출했다가 붙잡혀서 감금됐다는 부분도 있는데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카와 박물관 전시를 통해 이미 확보된 강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강제동원 역사가 ‘전시물을 보고 각자 알아서 추론’할 일인지와는 별개로 이미 ‘확보된 강제성’이라는 발언은 한 번 짚어봐야 한다. 마치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한 대전략(Grand Strategy)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도하는 엉성한 추론을 따라가야 한다. 외교부는 2015년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일본 대표의 발언을 통해 “(조선인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본다. 이를 2024년 카노 다케히로 일본 대표의 “약속을 명심하겠다”는 발언과 연결했다. 직접적으로 강제동원이란 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말한 것과 다름없다는 추론이다. “사도광산 관련해서는 일본이 강제동원을 인정한 표현이 어디에도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외교부는 “(2015년에) 1차로 확보하고, (2024년에) 2차로 또 부분적으로 확보한 것이지 이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누락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확보된 강제성’의 의미를 이해해볼 수 있다. 즉 2015년 군함도로 ‘강제성’ 인정을 확보했으니 2024년에는 사도광산으로 ‘강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했다’는 논리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에는 모두 강제동원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정’과 ‘설명’은 별개의 유적 각각에 모두 필요하다. 이와 달리 외교부는 두 사례를 모아 보니 일본은 ‘강제성도 인정’하고(2015년 군함도), ‘후속 조치’도 한 것(2024년 사도광산)이란 논리다. 해당 방식 대로면 세상에 긍정하지 못할 것이 없다. 외교부식 ‘원영적 사고, 럭키비키’다.
외교부의 설명은 같은 날 공개된 정보로 곧 ‘사후 정당화’임이 드러났다. 지난 8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전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전시 문안을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외교부 역시 사도광산 설명에 ‘강제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길 원했으나 거절당하고, 어떻게든 수습을 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결국,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고 명시하지도 않는데 대체 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느냐”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부정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규탄 시위/연합뉴스
왜 동의했나
애초에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과의 ‘충분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등재가 연기 혹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답변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면 표결을 했을 것이고 일본이 표결에서 승리하면 등재, 한국이 승리하면 금년(올해)은 보류되고 내년에 재상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 정부가 동의한 것과 관련해 묘한 설명을 하나 붙였다.
“표결을 하면 승패와 관계없이 사도광산의 역사는 관심받지 못하고 묻힐 것이다. 일본이 투표에서 이겨서 등재했다면 전체역사 설명 조치를 지금 합의한 것과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은 우리가 등재에 동의해 주었기 때문이고, 자력으로 투표에서 이겼으면 그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금년과 내년에 두 번 연속 표결에서 이긴다고 가정하면,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게 되고 그 역사는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이다.
해당 답변을 차근차근 뜯어보면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표결을 했다면 승패와 관계없이 사도광산 역사가 관심받지 못하고 묻힐 것’이란 말이다. 국가 간 분쟁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부른다. 대표적 사례가 ‘독도 문제’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은 일관되게 대응하지 않는다. 양국 간 인식 차이로 인한 분쟁은 곧바로 국제사회 쟁점이 되고 사안에 대한 유불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일이 사도광산 내 강제동원 문제를 두고 격돌하는 쪽과 전시관에 ‘강제동원’ 문구도 없는 설명판 하나를 걸어두는 쪽 중 어디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을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둘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부결되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고, 그 역사가 알려지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뒤집으면 ‘사도광산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는 말이다. 이 논리대로면 일본 내 강제동원 관련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앞으로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은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발굴 및 보호, 보존해야 할 대상’이다. 외교부 설명처럼 억울한 역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껏 방문해 본 세계문화유산 중 노동착취로 건설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곳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해당 인식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 기대와 달리 사도광산 내 강제동원을 알리는 일본의 태도는 군함도 때를 연상케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과 후가 다르다. 외교부 역시 이를 알고 있다. “당장 이행이 미비한 설비 부분(임시로 설치된 전시 패널, 기숙사 안내판)은 조만간 개선돼야 하며, 일본에 촉구 중이다. 전시 내용과 문구는 이제 막 협의가 끝난 부분이니만큼 상당기간이 지나야 개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전시 내용이 강제노동이나 다름없다’는 불만도 있는 만큼(8월 3일자 산케이 신문 사설), 섣불리 건드릴 문제는 아니다. 자칫 개선하려고 했다가 후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즉 논란이 된 전시 내용과 문구는 당분간 개선이 없을 것이고, 일본 언론 중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는 곳도 있는 만큼 일본에 개선 건의를 할지 말지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돌고 돌아 다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대체 이럴 거면 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느냐’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조선일보, 조국 부녀에 1700만 원 배상 판결…조국 “패륜적”
범죄 보도에 조국 부녀 삽화 넣은 조선… 소송비용은 조국 부녀가 90% 부담
1심 법원 “초상권 침해…조선일보 영향력과 사후대처 고려”
▲2021년 6월21일자 조선닷컴 기사에 삽입된 조국 대표 부녀 삽화.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성매매·절도 범죄 관련 보도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딸 조민씨를 연상케 하는 삽화를 사용한 조선일보가 조 대표와 조민씨에게 17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선일보가 범죄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는 조국 대표·조민씨 삽화를 사용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는 14일 조국 대표 부녀가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가 조국 대표에게 700만 원, 조민씨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소송비용 90%를 조국 대표 부녀가, 10%를 조선일보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 측은 절도 범행을 보도하면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국 부녀가 묘사된 삽화를 허락 없이 사용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조선일보의 규모와 영향력, 조국 부녀의 사회적 지위, 조선일보의 사후 대처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삽화로 인해 명예권과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조국 대표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021년 6월21일 혼성 절도단 사건 기사에 조국 대표의 뒷모습과 조민씨 삽화를 사용했다. 그해 2월27일 서민 단국대 교수가 작성한 칼럼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에 넣은 삽화를 그대로 재사용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삽화 논란이 불거지자 2021년 6월 23일과 24일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같은달 30일 28면 전체를 할애해 조국 대표 부녀 삽화가 사용된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을 밝혔다. 조선일보 지면 기사에선 삽화가 없었지만, 기자가 조선닷컴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리는 과정에서 삽화를 별도 검증 없이 넣었다. 조선일보는 조국 대표 부녀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관련자 징계와 디지털 팩트체크 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조국 대표 측은 조선일보 기사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같은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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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패륜적 인격권 침해” 조선일보에 10억원 손배 청구
조국 대표는 14일 SNS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패륜적이고 사악한 행위에 대한 1심 민사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조국 대표에 대한 손해배상 인용액은 지난해 언론보도 관련 손해배상 인용액 평균보다 높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보도 관련 소송의 손해배상 인용 평균액은 897만 원이다. 지난해 1억 원이 넘는 고액 손해배상이 인용되는 판결이 나오면서 평균값이 높아진 것이다.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 사건의 71.6%에 달한다.
미디어오늘
지하철역 ‘독도’가 사라졌다…하필 광복절 앞두고
민간 기증한 모형…서울교통공사 “시민 안전 위해, 철거 뒤 폐기”
2019년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 설치되어 있던 독도 모형. 연합뉴스
14년 전 민간에서 기증받아 서울 지하철 역사에 설치돼 있던 독도 모형이 최근 잇따라 철거됐다.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독도 모형이 사라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안전을 위한 조처였다고 밝혔다.
14일 서울교통공사는 2호선과 8호선이 다니는 잠실역과 3호선 안국역 대합실에 설치돼 있던 독도 모형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잠실역의 독도 모형은 8일, 안국역은 12일 철거됐다. 광화문역에 있던 독도 모형은 이미 지난 5월 철거됐다.
이들 독도 모형이 지하철 역사에 등장하게 된 것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던 2009년 서울시의회는 ‘독도수호를 위한 서울시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을 마련했다. 이듬해 당시 서울메트로(현재 서울교통공사)는 강남디자인모형이 제작·기증한 독도 모형을 잠실역과 시청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이태원역, 김포공항역 등 6곳에 설치했다. 이후 종로3가역에 설치된 모형은 안국역으로 옮겨졌다.
독도 모형은 가로 1.8m, 세로 1.1m, 높이 0.9m로 실물의 700분의 1 크기로 제작비용은 1개당 2000만원 정도다. 설치 당시 서울메트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용 인원이 많은 환승역에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거된 독도 모형은 폐기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 안 다른 공간으로 독도 모형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공사 쪽의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작가가 있는 예술품이 아닌 단순한 모형이고, 설치된 지도 오래돼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폐기 조처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역과 이태원역, 김포공항역에 남아있는 독도 모형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철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독도 모형을 제작해 기부한 강남디자인모형 관계자는 한겨레에 “(서울교통공사가) 4~5년 전부터 모형이 낡아 철거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계속 해왔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철거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을 이해하긴 하지만, 좋은 뜻에서 기증한 모형이 철거돼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법인세 감소로 상반기 재정적자 103조 '역대 두 번째'
올해 총 예상 적자 웃돌아…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출 컸던 2020년보다 큰 적자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과 2022년 이후 역대 세 번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 규모는 팬데믹 타격으로 인해 전 세계가 큰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크다. 법인세 수입 감소가 주원인이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6월 말까지 누계 총수입은 296조 원이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48.3%였다.
상반기 국세수입(잠정)은 168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 원 감소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 부진하다. 그로 인해 한해 절반이 지났으나 진도율은 45.9%에 그쳤다.
지난해 세수 펑크의 주원인이었던 법인세수 감소가 올해도 이어졌다. 6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30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6조1000억 원 급감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실적 저조로 인해 납부실적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법인세수를 짰음에도 6월까지 진도율은 39.5%에 그쳤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이다.
증권거래세는 3000억 원, 관세는 2000억 원 덜 걷혔다.
법인세수 급감으로 인한 구멍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메웠다. 6월까지 누계 부가세 수입은 41조3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조6000억 원 더 걷혔다. 소득세 수입은 58조1000억 원이었다. 작년보다 2000억 원 더 걷혔다.
상반기 세외수입은 16조5000억 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1000억 원 늘어났다. 상반기 기금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조7000억 원 증가한 110조9000억 원이었다.
상반기 총지출은 371조9000억 원이었다. 작년보다 20조3000억 원 늘어났다. 선거를 앞둔 신속집행과 복지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56.6%가 됐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상반기 국세수입(잠정)은 168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 원 감소했다. 6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30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6조1000억 원 급감했다. ⓒ기획재정부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 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빼 실질적인 정부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 원 적자였다.
상반기 기준 이 같은 적자 규모는 2020년(110조5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멈춰서자 긴급재난지원금을 집행한 영향이 있었다.
아울러 이 같은 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산을 짤때 예상한 한해 총 적자 규모인 91조 원보다 크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한해 전체 총 적자 예상액을 넘어선 것은 2014년, 2019년, 2023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이 중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가 윤석열 정부 들어 발생했다.
역대급 펑크가 난 작년 상반기(-83조 원)보다도 올해 상반기 재정 적자 규모가 크다. 5월까지 누계 적자(-74조4000억 원)보다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6월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월보다 9000억 원 줄어든 1145조9000억 원이었다.
7월 국고채 발행액은 15조8000억 원이었다. 외국인의 국고채 순투자액은 4조7000억 원이었다. 7월까지 누적 국고채 발행액은 115조9000억 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의 73.2% 수준이었다.
이처럼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내년 예산안은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이하에 맞춰 내년 예산안을 680조 원대로, 총지출 규모는 670조 원대로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당초 예정한 4.2%보다 증가율을 더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큰 규모로 발생하면서 재정 여건이 나빠진 가운데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살림 적자 비율을 당초 목표인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가 담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9%로 가정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세입이 줄어들어 정부 지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복지 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계층의 내년 삶의 전망이 크게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 삭감 논란을 빚었던 연구개발(R&D) 등 분야의 재정 지출 수준을 어느 정도로 조정할 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 정부의 감세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을 낳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난 서울대생 부모" 스티커, 서울대가 밝힌 제작 이유
서울대 발전재단, 올 1월부터 'SNU 가족 스티커' 총 2100세트 배부... '학벌 서열화 조장' 비판도
▲ X에 올라온 '서울대생 부모 인증 차량 스티커' 사진. 이 스티커의 공식 명칭은 'SNU 패밀리 스티커'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이 기획 제작 배부하고 있다. 대상은 서울대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X 갈무리
한 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서울대 학생 학부모 차량용 스티커'다. 지난 13일 X(옛 트위터)의 이용자 노OOOOO는 서울대학교 상징 로고와 함께 "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라고 적힌 차량용 스티커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조회수 126만(14일 오후 5시 현재)을 기록하며 각종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갔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학벌 서열화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식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스티커는 서울대학교 공식모금기관인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이 서울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부하고 있는 스티커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 누리집에는 해당 스티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공식 명칭은 'SNU Family(패밀리) 스티커'다. SNU는 서울 국립 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의 줄임말이다.
이 스티커 세트는 서울대학교 발전재단 누리집에서 별도의 신청을 하면, 정보 확인 후 신청자에게 배부된다.
이 차량 스티커 세트는 4개 종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스티커에는 서울대학교 상징 로고와 함께 "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 "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 "I'M MOM"(나는 서울대생 엄마) "I'M DAD"(나는 서울대생 아빠)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서울대 측 "학부모들도 고생, 소속감 제고하기 위한 목적"
▲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이 배부하고 있는 'SNU 패밀리 스티커' 신청화면. 차량스티커 세트는 모두 4개 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들 스티커는 지난해 12월 기획돼 신청자를 받아 올해 1월부터 배포됐다. 14일 서울대학교 발전재단 관계자는 스티커 제작 배부 기획 취지를 묻는 기자에게 "요즘에는 학부모 역시 교육 참여 주체로 학교에 관심이 많다. 단과대 학과 커리큘럼 설명회 등에도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면서 "학부모 맞춤으로 학교에 대한 관심과 소속감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답했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은 이 스티커 세트를 받는 학부모들에게 온라인 뉴스레터, 소식지 등을 함께 보낸다고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부 시작부터 8월 현재까지 약 2100개 세트가 배부됐다. 이 관계자는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다른 대학도 소속감을 고취하는 목적으로 스티커를 만든다"며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 등 미국의 대학들도 이런 사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경우, 서울대학교처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기념품을 제작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학벌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등의 비판 여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학교에 들어온 것은 학생이지만 학부모도 고생하셨다. 그런 부분에 대한 소속감, 연대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은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오마이뉴스 김지현(diediedie)
김민기가 '서울대 부모 스티커' 봤다면 뭐라 했을까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냐/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라는 내레이션이 끝나고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라고 노래가 시작되는 대목, 숨이 턱 막혀옵니다. 이어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라고 낮게 읊조리는 부분에선 아득한 기분이 듭니다. 끝에 "친구야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까지 들으면 괜히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됩니다.
'봉우리'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카이브K의 2019년 김민기(2024년 2월 온라인에 공개) 인터뷰에서 이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모래시계>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가 MBC에서 올림픽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해서 "금메달리스트 대신 떨어진 사람들에 대해 해봐라"라고 조언했고, 이에 송지나 작가가 "그렇게 할 테니까 아저씨(김민기)가 주제곡 주세요"라면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MBC 다큐멘터리 <내일을 향해 달려라>에 쓰였고요. 인터뷰이가 "'봉우리'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낮은 목소리라고 느껴진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깨져본 놈들을 위한 곡이니까.“
...올림픽이 끝나고 주변을 돌아보니 곳곳에 솟아있는 '사람들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높고 뾰족한 봉우리'가 위압감 있게 다가옵니다. 한두 개가 아닙니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 줄을 잘 타서 성공한 정치인, 건물주, 좋은 학벌, 한강 변의 아파트, 멋진 외모 등... 그런 표식을 갖기 위해 경쟁하라고,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우리 사회는 요구합니다.
멈추어 서거나, 내려가거나,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행렬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낙오자가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봉우리로 올라가는 척은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불만 있으면 너도 노력해서 올라오라고.' 이 말에선 숱한 스포츠의 결과처럼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은 생략됩니다. 또한 올림픽과는 다르게 현실에서 봉우리로 가는 길은 '출발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감춰집니다. 누군가는 시작부터 높은 봉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어쩌면 올림픽보다 더 잔인한 것일 테고요.
최근 서울대발전재단이 차량에 붙일 수 있는 '서울대 가족 스티커'를 배포하고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 상에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서울대 로고에 "프라우드 패밀리(자랑스러운 가족)" "프라우드 패런츠(자랑스러운 부모)" "아임 맘" "아임 대드"라고 적혀있더군요. 스티커 배포 사업 이후 2100여 명의 학부모가 받아 갔다고 합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부모도 '프라우드 패런츠'라는 문구가 있는 스티커를 차량에 붙이진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관련 기사: "난 서울대생 부모" 스티커, 서울대가 밝힌 제작 이유 https://omn.kr/29t1m)
'서울대 가족 스티커'는 높고 뾰족한 봉우리 위에 반듯하게 붙어만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식의 우수한 입시성적이 부모의 큰 업적이 된다는 기이한 현실을 상징하듯요. 학벌의 노골적인 특권화가 부끄럽거나 터부시할 일도 아닌 세상에선, 능력주의와 천민 자본주의에 맞서는 "여기가 봉우리"라는 김민기의 외침이 힘을 잃는다는 사실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평생 '학연'과는 동떨어진, 서울대 간판을 팔지 않는 삶을 살아온 김민기가 생전에 이 스티커를 봤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박정훈 오마이뉴
포털이 좌파에 장악됐다는 ‘개소리’
점잖지 못하게 비속어인 ‘개소리’란 말을 쓰게 돼 유감이다. ‘개소리’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저명한 도덕철학자 해리 프랑크퍼트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원제 ‘On Bullshit’)에 나온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개소리’는 ‘거짓말’ ‘협잡(挾雜)’ '헛소리' 등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첫째, 거짓말, 협잡, 헛소리는 적어도 자기 말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진실에 대한 최소한 존중을 보이지만, ‘개소리’는 진실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전혀 없다. 둘째,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떠드는 거짓말은 ‘개소리’다. 셋째, 거짓말은 그것이 거짓임이 들통나면 부끄러운 줄 알지만, ‘개소리’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요약하면, '개소리’란 거짓말 중에서도 특히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저 자기 이익만을 위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구 떠드는 거짓말이다. 프랑크퍼트 교수는 책에서 ‘개소리’란 ‘언어타락 시대를 꿰뚫는 날카롭고 강력한 개념’이라고 썼다. 요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타락한 언어를 들어보면 ‘개소리’가 비속어라고 하더라도 이 말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또다시 “포털이 좌편향됐다”면서 이를 바로잡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포털에 입점한 콘텐츠 제휴사의 편향성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포털 불공정 개혁TF’라는 조직을 발족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국힘당 강민국 의원은 “(네이버·다음이) 편향된 뉴스 유통 플랫폼 중심지라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뉴스제휴시스템 편향성 문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포털이 ‘좌파 언론’에 장악되어 편향되어 있고, 이를 고치기 위해 포털 입점 매체를 선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정부 입맛에 맞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포털 불공정 개혁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8.12. 연합뉴스
우리가 자주 보는 네이버·다음 포털이 “좌파에 장악되어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두 포털 회사의 임직원이 좌파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중에 ‘좌편향’ 뉴스가 너무 많고, 또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중에도 ‘좌파’ 언론사가 훨씬 많다는 뜻으로 보인다. 혹은 ‘좌파’ 언론사의 ‘좌편향’ 기사의 포털 노출이 너무 많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 말은 사실인가?
네이버·다음 포털에 들어가 보자. 네이버의 ‘뉴스스탠드’와 ‘뉴스홈’을 클릭해 보면 수많은 언론사 이름과 기사들이 뜬다. ‘뉴스스탠드’는 대략 100여개 안팎의 언론사 가운데 이용자가 구독하는 매체의 기사를 보는 방식이다. 각자 ‘구독’하는 언론사 기사나 언론사별로 기사가 뜨기 때문에 보기 싫은 언론사 기사는 읽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서는 좀 다르다. 피씨에서 ‘주요뉴스’와 모바일에서 ‘이 시각 추천뉴스’가 화면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어쨌든 수많은 언론사의 기사들이 노출되는데, 국힘당의 주장에 따르면 이 많은 언론사 중에 ‘좌파’ 언론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그래서 포털에 온통 ‘좌편향’ 기사가 넘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좌파 장악’ ‘좌파 편향’이라는 주장이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포털 이용자들은 이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네이버에서는 내가 원하는 매체의 기사를 보면 그만인데다 ‘뉴스스탠드’에 입점해 있는 매체 중에는 ‘좌파’ 매체보다 그렇지 않은 매체가 더 많다. 뉴스 화면에 노출된 기사들도 ‘좌파 편향’으로 보기 힘든 기사들이 많다. 다음 포털에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다음 포털에 ‘입점’되어 있는 언론사 중에 실제로 ‘좌파’나 ‘좌편향’ 언론사들이 그리 많지 않고 그러니 포털 뉴스화면의 기사들이 ‘좌편향’ 기사로 물들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화면 갈무리
포털에 윤 정부와 국힘당이 말하는 ‘좌파’ 언론사는 몇이나 될까? 포털 화면에 매체명과 기사가 노출되는 언론사, 즉 ‘콘텐츠 제휴언론사(CP사)’는 100여개 안팎이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영자지, 인터넷신문, 주간지, 전문지, 지역신문, 지상파 방송, 뉴스전문채널, 종편 등이 포함된다. 이 언론사들의 성향을 모두 따져보긴 힘들지만, 이 가운데 국힘당이 ‘좌파 언론’로 지목한 매체는 한겨레, 경향, MBC,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정도일 것이다. 100여개 ‘입점 언론사’ 중에 10분의 1도 안된다. 이 정도의 ‘좌파’ 언론사가 네이버·다음 두 포털을 온통 ‘장악’하고 ‘좌편향’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인가?
그럼 100여개 ‘입점 언론사’ 중 90%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언론사들은 어떤 언론사인가? 여론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주류 언론’ 중에 조중동,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의 전국단위 종합일간지가 있다. 조중동은 ‘극우’나 ‘극보수’로 분류되고 한국일보는 자칭 ‘중도’, 서울신문은 조선일보의 ‘아류’ 정도의 논조다. 순복음교회와 통일교 같은 보수적 종교기관이 주인인 국민일보, 세계일보도 ‘보수’ 성향이 당연하다.
대기업과 건설회사가 주인인 경제신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기업이 운영하는 SBS, YTN, MBN,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좌파’일 리 없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윤 정부 들어 이승만 다큐를 방영할 정도로 극우로 전향했고 조선, 동아가 운영하는 두 종편TV는 모회사와 똑같은 ‘극우’또는 ‘보수’ 매체일 뿐이다. 인터넷신문 중에도 데일리안 따위의 몇몇 매체들은 ‘보수’를 넘어 ‘극우’ 매체로 분류된다. 수많은 지역 언론, 전문지들을 ‘좌파’라고 부르면 당장 항의가 쇄도할 것이다. 이들은 ‘좌파’라기보다는 ‘보수’이거나 ‘중도’ 혹은 ‘무늬만 중도인 보수’라고 보면 맞다.
이 정도면 포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좌파’가 아니라 ‘극우’나 ‘보수’세력이라고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포털 입점 매체의 90%에 해당하는 많은 ‘극우’ ‘보수’ 혹은 ‘무늬만 중도인 보수’ 언론들이 매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데도 짐짓 모른 척하며 거꾸로 ‘좌파가 포털을 장악’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존중도 없고, 굳이 진실을 따지려 하지도 않으며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저 우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언론사 기자 1만2천명이 가입한 최대 언론단체인 기자협회를 ‘좌파 언론단체’라고 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저명한 도덕철학자가 명명한 ‘개소리(bullshit)’인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이혼 예능에 이혼 드라마…이혼 콘텐츠 끝물 아니었나
이혼 콘텐츠 몇 년 간 지속에 피로도 높지만 ‘굿파트너’ 같은 히트작도
구구절절 사연 자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생활 솔루션 형식으로 변화
▲SBS '굿파트너'.
수년 째 이어진 이혼 콘텐츠에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진 듯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이혼 콘텐츠가 나오고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극적 부부 사연으로 이목을 끌었던 과거 이혼 콘텐츠와 달리, 법적 팁을 주거나 이혼을 막는 해법을 담은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2020년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1이 시작된 이후 연예인이나 셀럽 부부의 이혼 사연을 다룬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그 흐름은 2024년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TV조선 ‘이제 혼자다’나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등 이혼을 주제로 만든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꼭 이혼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이나 채널A ‘아빠는 꽃중년’, SBS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경우도 이혼을 하거나 고려 중인 사람의 사연을 주로 다루고 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이미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새로운 이혼 프로그램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이혼숙려캠프’의 경우 파일럿을 지나 정규 편성이 됐다. 지난 13일 JTBC ‘이혼숙려캠프’ 제작발표회에서는 수많은 이혼 콘텐츠가 이미 있는 와중에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혼숙려캠프’를 연출한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는 “이 프로그램은 부부들의 사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솔루션을 통해 위기 부부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캠프에서는 55시간 동안 부부 상담이나 드라마 심리치료, 법률 상담과 같은 종합적인 관계 회복을 위한 패키지를 제공한다. 부부들이 처음에는 사연 영상처럼 사이가 안 좋았다가 캠프를 통해 관계 개선되는 것을 보는 게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이며, 주 내용이 솔루션과 관계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했다.
▲JTBC '이혼숙려캠프' 첫방송.
최근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로 꼽히는 SBS 드라마 ‘굿파트너’도 이혼을 다루고 있다. SBS ‘굿파트너’ 시청률은 7.8%로 시작해 2회 8.7%, 3회 10.5%, 4회 13.7%, 5회 12.1%를 기록(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했다.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 이후에도 시청률에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예상이 나오는 정도다. ‘굿파트너’는 스타 이혼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가 펼치는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가 작품 집필을 맡아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혼 법정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시청자들이 이혼 이야기를 관음적으로 들여다보는 시대를 지나, 이미 보편적인 문제가 된 이혼을 어떻게 해결할지 콘텐츠를 통해 습득하려는 시대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통화에서 “이혼 이야기가 계속 되는 이유로 우선 이혼이 너무 흔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이전에는 주변에서 간혹 일어나는 일이거나 있어도 숨기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됐기 때문에 오히려 사연 그 자체보다 그 일을 어떻게 깔끔하게 해결할 것인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이 일을 넘길 수 있을까, 즉 생활의 팁이 필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그렇기에 이혼 콘텐츠 역시 사연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혼을 잘 하는 법’, 즉 법률적인 팁과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는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굿파트너’는 구구절절한 이혼 사연을 생략하고 법적인 디테일을 잘 살려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예전에는 이혼을 다룰 때 사적인 갈등을 부각하는 게 많았지만 이제는 일상의 문제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자극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 얼마나 실질적인 문제로 잘 다루느냐가 중요해졌다”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 ‘굿파트너’는 법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줬다.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서 시청자들의 관심 포인트도 달라졌기 때문에 실제 사연 중심에서 구체적인 법적 문제와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모습도 달라졌다”고 했다.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