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덕도신공항의 높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간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폭염에 농산물 가격도 상승... 밥상 물가 위협하는 '기후플레이션’ 3. 기온 40도 육박…'사상 최악' 2018년 폭염 재연되나 4. '연례행사' 낙동강 녹조…경남도·환경단체 해법 입장차 5. 들끓는 폭염 제주바다 덮쳤다… 6. 평균기온 30도 오른 남극대륙…지구 전체 데운다 7. 기후악당 구조화하는 도시계획부터 점검해야 8. 기후위기 앞에서 ‘녹색화’ 연대 지향하는 노동운동 9.“탈원전 맞으세요?” 한동훈 질문에 김소희가 내놓은 답 10. “원전 복구 일본, 후쿠시마를 기억에서 지우려 해
11. 나무 베지 마라…‘악성 온실가스’ 메탄도 먹는다 12. 다음 팬데믹 후보 33가지로 늘었다…“이 병원체들을 대비하라” 13. 사람에겐 안전한 가로등 불빛, 나뭇잎 먹는 곤충에겐 위협적 14. 지방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 'ESG 행동대장’ 15. 식량자급률 40%대→55% 올린다는 윤 정부, 정작 농산물 수입은 확대? 16 시, 아파트 규모 축소 구덕운동장 대안 제시. 17. 기후변화보다 무서운 '환경 기억상실’
18. 툰드라에 나무가 자란다…동토에 부는 섬뜩한 봄바람 19. 부산 구덕운동장에 아파트 건설 백지화해야”…반발 여론 확산 20. 지역신문으로 본 폭염·폭우 기후 위기의 현장 21. 30년 ‘댐 건설’ 전문가 “환경부 기후대응댐, 물폭탄 될 수 있다”
22. 정부, '주택 공급 확대' 위해 MB 이후 12년만에 수도권 그린벨트 푼다 23.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추진 24 금정산 ‘24번째 국립공원’ 지정 급물살 25.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다음달 7일 강남대로서 기후정의행진 26. 부산 건설업계 “가덕신공항 PK업체 참여율 20% 보장을” 27. 낙동강 대교 ‘마지막 퍼즐’ 엄궁대교, 환경평가 문턱 넘나
가덕도신공항의 높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간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⑨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25년 전에 조류와 그 서식지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주하였다.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공기, 특히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새들을 비롯하여 낙동강 하구와 그 주변의 엄청난 생물 다양성에 끌려서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부산도 지난 20년 동안 크게 변했다. 거대한 신항이 건설되었고,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도로와 다리가 생겼고, 마을은 아파트단지의 콘크리트숲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몇 안 되는 조류 관련 데이터는 많은 종의 새들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2024년 12월부터 5년 안에 가덕도의 산 하나를 낙동강하구로 밀어버리고, 그 잔해 위로 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2022년에 발표한 바로는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도 제안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공항과 동부의 관광지를 바로 연결하고 울산까지 이어지는 75km 정도의 신설도로가 생겨나고, 그 도로는 대부분 바다 위를 지나게 된다.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렇게 잇따른 인프라의 타당성과 긴급성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의 건설로 도시의 특성과 생물 다양성은 이미 감소했으며, 인구 감소 외에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3%에 달하는 부산의 초고령화도 막지 못한 연구 결과도 있다. 수십 년간의 인프라 개발과 가덕도신공항이라는 부산 국제공항 유치 약속과 막대한 홍보 비용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2030 엑스포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설득하지 못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개최권을 따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있어 2030년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식 웹사이트(https://riyadhexpo2030.sa/)에 설명된 대로, 2030년은 ‘유엔의 의제 2030과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집중되는 해’이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SDGs는 환경, 사회, 경제라는 세 가지 기본 기둥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목표 기반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경제와 사회가 생존하고 번창하려면 건강한 환경이 절대적이다.
▲ 가덕도. ⓒ연합뉴스
부산시의 2030 엑스포 유치는 신기술 및 신공항을 비롯하여 인프라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수십 년 된 낡은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시의 자연환경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기반으로서가 아닌 배경 경관으로 비쳤다. 부산의 접근 방식은 다른 후보 도시에 비해 정직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인간 복지에 미치는 심각성에 대해 잘못 파악한 것이다. SDGs와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관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준 도시들보다 부산은 뒤처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금 가덕도신공항 계획은 제주와 새만금의 신공항, 그리고 생물다양성 면에서 중요한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결함을 지닌 설계 과정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의 구태의연한 개발 모델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만금갯벌 매립과 그 이전의 4대강 사업처럼 이미 국내 환경은 물론 대외적인 우리나라의 환경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개발 모델이다.
가덕도 공항 설계 및 진행 과정에 있어 의아한 점이 있다. 우선, 가덕도 남쪽에 자리 잡을 부산의 신공항 부지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이유로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이전에 여러 차례 거절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부지가 다시 선정되었는데, 현재는 실패한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큰 이유였다. 이 지역은 수백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생물다양성과 문화유산 면에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를 극복하고 건설을 용이하게 하고자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그러고 나서 환경영향평가(또는 EIA)를 실시했다.
잘 설계된 환경영향평가라 함은 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과정에 실시하되 제안된 개발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여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기 전에 의사 결정자가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것을 비롯하여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고 잠재적으로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일수록 보다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가덕도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연구, 공표, 전문가 검토로 구성되어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최종 보고서는 2030 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 3개월 전인 2023년 8월에 발표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급히 서두르고 중단하지 않을 것이 명백해 보이는 과정을 거친다면 어떻게 국내 헌법이 명시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잠재적으로 수조 달러를 걸고 성장하고 있는 '녹색 시장 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와 경쟁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가덕도 환경영향평가는 '전략적 EIA'임을 자처하는데 다른 선진국에서는 공항 개발을 국가 정책의 틀에 넣고 신공항의 필요성 여부를 담은 대안에 대한 상세한 평가가 제공된다. 또한 전략적 EIA는 신설 도로와 같은 관련된 인프라의 누적된 영향평가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읽은 바로는 제2해안순환도로 안이 EIA 과정에서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대안에 대한 의미 있는 고려 사항이나 제2해안순환도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보인다. 대신, 공개된 EIA 보고서의 대부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지침에 따라 수년 전에 공항 입지로 사전 선정되었던 바로 그 구역과 거기로부터 13km 떨어진 지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CAO는 유엔 환경 보호 정책 및 관행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⑨전 세계 공항과 항공기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보장에 주된 역할을 하는 유엔 특별 기구이다.
가덕도 EIA에 관해 필자가 검토한 것은 주로 조류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었다. 조류에 관련된 것으로의 공항 EIA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슈에 주안점을 둔다. 첫 번째는 공항 건설과 운영이 조류와 그 개체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두 번째는 항공기에 대한 조류 충돌 위험성이다. 가덕도 EIA 보고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공항 건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을 지원하는 산림 및 해양 서식지의 손실과 황폐화를 초래하고,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소수의 생물종을 파괴할 것이다. 공항 운영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올해 초, 포르투갈의 리스본 신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취소된 바 있다. 이착륙 접근 시 저공비행 항공기로 인한 소음 증가가 철새에게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곳은 국내법으로 보호하는 낙동강 하구에서 7㎞ 이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제적으로도 물새에게 중요한 거제 해안에서 약 10㎞ 이내이다. 항공기로 인한 소음 증가는 두 지역의 물새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가덕도 EIA는 2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증가된 소음 수준이 물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류 충돌과 관련한 ICAO의 특정 지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일 수도 있다. 조류 충돌은 조류의 죽음, 항공기 손상, 때로는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하며 이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항공기 문제이다. 조류 충돌의 위험과 심각성을 줄이기 위해 ICAO는 모든 국제공항에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ICAO에 따르면 모든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은 연중 실시되는 조류 및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항공기와 관련된 조류의 행동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특히 활주로 근처와 접근 및 이륙 시 항공기가 사용하는 지역의 조류 무리의 크기와 비행 높이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대부분의 조류 충돌사고는 항공기가 이·착륙 시 활주로에서 13km 이하의 속도로 비행할 때의 높이인 지상 약 610m 이하에서 발생된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가덕도 환경영향평가용 조류 조사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단 62일 동안만 진행되었다. 그 조사는 1년 내내 하지 않았다. 게다가 활주로 예정지 인근이나 항공기 접근 및 이륙 시 아래에 있는 지역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현장 조사 외에도 조류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서 특수 레이더를 EIA 절차의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 EIA에는 레이더 조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대략 50마리의 새를 포획하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을 추적했지만 공항 예정지 근처 또는 항공기의 이·착륙을 위한 접근 시 사용되는 비행경로를 이용한 새는 이들 중에는 없었다. 오히려 약 5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가덕도신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조류 충돌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조사 결과는 거의 또는 전혀 가치가 없다. 따라서 이런 데이터를 EIA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정부기관의 자금 지원 없이 실시한 우리의 자체 조사도 한계가 있었다. 가덕도에서 11일간에 걸쳐 카운트를 수행한 결과, 총 11,000마리에 달하는 새가 대항마을의 활주로 예정지 일부 상공을 1분에 2~3마리씩 비행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많은 수의 맹금류를 포함하여 이 새들의 상당수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있는 높이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번 자체 조사에서 많은 수의 맹금류를 비롯한 이동 조류를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가덕도와 인근 지역의 물리적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류 종은 바다 위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최단거리 해협에 인접해 있다. 즉, 가덕도는 많은 종들이 이용하는 주요 이동 경로 상에 있다. 또한 역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남향 이동하는 새들이 삼각형의 남쪽 4분의 1분기점에 집중된다. 게다가 전 세계 맹금류는 이동 중에 언덕 능선을 따라 이동하고 해안 근처에서 큰 무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맹금류는 무겁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바다 위를 날아오르기 전에 높이를 얻고자 언덕 봉우리 주변에서 흔히 생기는 열과 상승 기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항마을의 활주로 예정지 양쪽의 높은 언덕 봉우리가 있음으로 해서 맹금류와 다른 비행 조류들이 바다를 향해 남쪽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높이를 올릴 수 있으며, 일본에서 도착한 후 처음으로 높이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안전 위험도는 충돌 확률과 일으킨 피해의 심각도를 곱한 값으로 ICAO에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새들과 새들이 큰 무리일수록 항공기 손상 정도와 비행 성능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가덕도 상공에서 때때로 한 번에 한 시간씩 저공비행하는 맹금류 무리의 존재는 항공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위험이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야생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ICAO가 승인한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은 유인 요소 제거를 비롯한 지역 서식지 파괴, 퇴치장치의 설치 및 최악의 경우에는 활주로 근처에 서식하는 조류의 사살까지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덕도의 경우처럼 지역의 지형에 맞춰 정해진 장거리 이동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맹금류와 기타 조류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항 건설이 조류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활주로 타맥에서 나오는 반사열은 일본과 한반도를 오가는 이동 중에 치솟아 날아오르는 맹금류에게는 유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 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이 드러나는 EIA 보고서에 제시된 내용은 조류 충돌의 위험과 그 심각성이 매우 과소평가되어 나타났다. 이 심각한 사안이 EIA의 공식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제대로 제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부산 시민과 전 국민 대부분이 신공항과 관련된 많은 환경적, 사회적 사안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EIA 보고서에 제시된 잘못된 정보(제주와 새만금신공항에 대한 EIA 보고서의 잘못된 정보처럼)를 옳은 정보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축하 받을 일이다. 이번 법정 사례를 계기로 부산시가 2030년과 그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부산은 필자의 삶터이다. 그리고 부산은 국제 무대에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자연과 문화적 자산을 이미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도시와 국가가 낡은 개발 모델을 거부해야 하고 계획 수립에 있어 국제적인 모범 사례를 채택하고 SDGs를 완전히 받아 들여야 한다. 되돌릴 수 없기 전에.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프레시안
폭염에 농산물 가격도 상승... 밥상 물가 위협하는 '기후플레이션’
▲ 한국은행은 폭염 등으로 일시적으로 기온이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p 높아지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니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이상기후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기후플레이션'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밀·코코아·커피 등 주요 작물이 모두 영향받고 있습니다.우리나라 역시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이 가시화된 지 오래입니다. 올해 사과가 '금사과'로 불리게 된 가장 큰 요인도 기후변화입니다. 봄철 개화 시기 냉해와 여름철 집중 호우, 병충해 등이 겹치며 2023년 사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나 줄었기 때문입니다.
기후플레이션이 밥상 물가를 끌어 올리는 만큼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최근 한국은행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은이 기후플레이션을 경고한 것은 처음입니다. 한은은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온 상승은 농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1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폭염 등으로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로 인한 영향은 최소 6개월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겨울철 한파가 일어나도 비슷한 물가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나아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도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가 이어질 시 기후플레이션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요 기관의 공통된 전망입니다.질문을 바꿀 시점입니다. 한국 사회는 기후플레이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의 질문에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질문이 10년 전에 나왔어야 했다. 그러면 충돌 없이 점진적으로 바꿔나갔을 수 있었다."
PIK·유럽중앙은행 "기후플레이션 세계적 현상"
기후플레이션과 관련된 연구는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고소득국과 저소득국 구분 없이 모든 지역에서 기후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진은 기후인플레이션이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식품 물가를 연평균 최대 3%p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경우 기후인플레이션 예측 역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경고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격이 높아진 작물 하나를 단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있습니다. 일례로 사과의 경우 비축물량을 풀거나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농업구조 개혁 없이는 중장기적인 기후플레이션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남 소장의 말입니다.
"좋은 기술만으론 부족" 고령화·소멸화 직면한 농촌
▲ 지난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52.6%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니엄
이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농촌구조와 식량자급률을 뜯어봐야 합니다.
현재 농촌은 고령화와 소멸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52.6%였습니다. 농업인 2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입니다. 이 중 대다수는 1500평 미만의 경작지를 운영하는 영세소농입니다.
기후플레이션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농가를 위해 스마트팜이나 시설원예 기술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에 직면한 농촌의 영세한 규모로는 이와 같은 지원사업에 발 빠르게 동참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옵니다.이상기후에 강한 품종 개발 및 도입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농가를 위해 폭염이나 홍수에 강한 품종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남 소장은 "(이상기후 대비를 위해) 품종 다각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농업구조 개혁 없이는 품종 다각화 역시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사과 품종 중 하나인 '부사'를 언급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일본에서 건너온 붉은 사과입니다.
현재 부사 품종은 국내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70%를 차지합니다. 농가 규모가 작을수록 단일품종을 재배하는 경우가 대다수란 것이 남 소장의 말입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품종 재배에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즉, 좋은 품종이나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투자 대비 수익이 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이 남 소장의 설명입니다.
한은 "구조적 개편 없이 통화정책만으로 해결 불가능"
한은 역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농업구조 문제를 짚은 바 있습니다. 기관은 "좁은 국토 면적, 영세한 영농규모 등으로 농업생산성이 낮다"며 "(농산물) 수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2년 기준 46%입니다. 국내 생산 비중이 절반가량,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는 뜻입니다. 사료용 옥수수 등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식량안보 불안을 더 부추기는 형국입니다. 한은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물가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은 줄어든 반면, 기후변화로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제언입니다.
기온 40도 육박…'사상 최악' 2018년 폭염 재연되나
최소 열흘은 더 지금처럼 무더울 전망입니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밤마다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씨는 최소한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면서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재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을 덮고 있습니다.
'이중 고기압'이 이불처럼 한반도를 뒤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티베트고기압이 차지한 대기 상층은 고기압권에서 발생하는 '단열승온' 현상에 따라, 중하층은 북태평양고기압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내리쬐는 햇볕에 공기가 달궈지면서 기온이 높습니다.
'단열승온'(斷熱昇溫)은 단열 상태에서 공기의 부피를 수축시키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 전 층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찬 상황입니다.
전날 경남 양산 최고기온이 39.3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49분쯤 경기 여주 점동면 기온이 39.0도까지 올랐습니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지역이 연이어 나오면서 2018년 8월 이후 6년 만에 '40도대 기온'이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기상청은 현재 폭염을 일으킨 기압계에 당분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 1994년과 2018년에도 지금처럼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더 강하게 발달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최고기온이 기록된 해도 2018년입니다.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의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는데, '처음 나타난 수치'에 기상청 직원이 현장에 가서 '참값'인지 검증하기도 했습니다.기온이 40도 이상을 찍은 사례는 여태까지 총 7번입니다. 지난 1942년 8월 1일 대구(40.0도) 사례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2018년에 발생했습니다.
한밤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도 계속되고 있다. 4일 기준 강원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16일째 열대야가 발생했다. 2013년 세운 연속 기록(16일)과 타이를 이뤘고, 최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다. 광주광역시와 대구·제주는 각각 14일, 15일, 20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14일 연속으로, 최장 기록은 2018년 세운 ‘26일 연속’이다.(SBS / 조선)
'연례행사' 낙동강 녹조…경남도·환경단체 해법 입장차
경남도 "녹조 전담기관 필요" vs 환경단체 "보 개방 실천해야“
2022년 8월 낙동강 하류지점 경남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 주변 녹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남도와 환경단체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해법을 놓고 입장차를 보인다. 4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달 많은 비가 내린 장마 영향으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개체 수가 줄어 낙동강 유역 조류 경보는 대부분 해제된 상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난 지난달 말부터 폭염이 시작되면서 남조류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낙동강유역환경청은 폭염이 이어지면 남은 여름 낙동강 유역에 조류 경보를 발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낙동강은 경남뿐 아니라 영남권 주민 젖줄이다.부산·경남·대구·경북·울산 등 5개 광역지자체 1천만여명이 낙동강 물을 상수도로 쓴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고도정수처리를 거치면 낙동강 물을 원수로 쓰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누차 이야기한다.
올해 6월 낙동강 강정고령보 일원 '낙동강 중·상류 녹조방제 합동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기준치 이하지만, 자체 조사에서 고도정수처리 후에도 암이나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녹조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서 나왔다며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에 경남도는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책으로 국가 녹조 전담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천법상 낙동강은 국가하천이라 환경부가 관리 권한이 있다. 경남도는 정부, 국회에 국가 녹조 전담기관 설립을 지속 요청했다. 녹조 전담기관은 환경부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녹조 관련 기능을 통합 조정하면서 조사·연구, 기술개발, 민관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맡는다.
지난해 낙동강이 지나는 밀양의령함안창녕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조해진 당시 의원이 녹조 전담기관 설립 근거를 담은 물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5월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6월 낙동강 칠서지점 녹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경남도는 녹조 전담기관 설립을 재추진하기 시작했다.'민선 8기' 하반기 경남도 최우선 도정 과제 중 하나가 녹조 전담기관 설립이다.
조해진 전 의원에 이어 같은당 박상웅(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녹조 전담기관 역할을 할 '국가녹조대응종합센터' 설립을 중심으로 한 물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 경남도는 법 제정 후 녹조 발생이 잦은 창녕군 남지읍 일원에 전액 국비 사업으로 2027년까지 조류 분석·배양시설, 연구동 등을 갖춘 국가녹조대응종합센터가 설치되길 바란다. 경남도는 최근 '초광역 경제동맹' 관계인 부산시, 울산시에도 녹조 전담기관 설립 추진에 협조를 요청했다.
'낙동강 녹조해결은 수문 개방' 시민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가 지난 6월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국가 녹조대응센터 건립추진을 백지화하고 낙동강 수문을 열어 녹조 문제 해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환경단체는 녹조를 없애는데 녹조 전담기관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녹조 전담기관 설치가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녹조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이 단체는 "녹조는 흘러야 할 물이 흐르지 않아 생긴다"며 "자연성을 회복해야 녹조를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이 단체는 녹조 전담기관 대신, 보 개방으로 낙동강 녹조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조는 질소·인 등 영양물질 과다 유입, 고수온, 높은 일사량, 물순환 정체 때 주로 발생한다"며 "기후 위기로 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강해지는 지금으로선 보를 개방해 낙동강이 흘러가게 하는 것 외에 녹조를 억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돈을 들여서 녹조 전담기관을 만들 필요 없고, 보 개방 실천만 하면 낙동강 녹조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들끓는 폭염 제주바다 덮쳤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에 서해·남해 곳곳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졌다. 제주도에선 고수온에 중국발 저염분수 유입 등으로 양식장 광어(넙치) 수천 마리가 폐사했다.
고수온 제주 연안엔 중국발 저염분수까지
2018년 8월 여름 폭염으로 전남 장흥군 관산읍 한 육상양식장 관리자들이 폐사한 광어를 뜰채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는 고수온 합동대응반을 피해 현장에 투입했다. 사육환경 조사와 질병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고수온과 함께 물고기 폐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또 다른 원인은 중국발 저염분수 유입이다. 중국 남부 지방 집중호우 등으로 양쯔강 방류량이 늘어 이런 저염분 물 덩어리가 해류와 바람을 타고 제주 쪽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에선 지난달 30일 마라도 기점 남서부 28마일 부근에서 바닷물 염도가 26psu(실용염분단위)인 저염분수 물 덩어리가 관측됐다. 평년 여름철 제주 바다 염분 농도 30~32psu보다 최대 6psu가 낮다. 저염분수는 염도가 26psu 이하인 바닷물을 뜻한다. 1psu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바닷물 1㎏당 녹아 있는 염분이 대략 1g쯤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제주 양식장 46억 원대 피해
2일 기준 고수온 특보 지역.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이런 고수온 저염분수가 제주 연안으로 유입되면 전복·소라 등과 같은 어패류의 삼투압 조절 능력에 악영향을 줘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광어 등을 기르는 양식장 피해도 크다. 2016년 8월에도 저염분수 덩어리가 제주 연안으로 유입돼 일부 어장 수산생물이 폐사했다. 지난해엔 제주지역 양식장 57개소에서 46억 5717만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는 고수온 경보가 발효되고 저염분수 유입이 관측됨에 따라 고수온 합동대응반과 비상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양식장별로 사용 밀도를 조절하거나 액화산소 공급 장치 등을 가동하는 등 양식 생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며 “피해 발생 시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서해·남해안에도 고수온 특보 잇따라
2일 기준 고수온 분포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와 남해에도 급격한 수온 상승이 이어지면서 고수온 특보가 잇따라 발효됐다. 지난 2일 기준으로 제주와 충남 천수만, 전남 함평만·도암만·득량만·여자만에 고수온 경보가 내져졌다. 고수온 주의보는 서해 중부와 남해 중·서부 연안, 흑산도 해역, 경남 진해만까지 확대됐다. 당진시 도비도항, 장산도, 사천만과 강진만 등에는 고수온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중앙일보
평균기온 30도 오른 남극대륙…지구 전체 데운다
서울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빙산인 'A23a'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남극 대륙의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최고 30도 정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극 대륙은 7~8월이 한겨울에 해당하는데, 이 때 남극 대륙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이상 기후 탓에 남극 대륙의 추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CNN은 4일 놀라울 정도의 폭염 탓에 남극 대륙의 7월 기온이 평년보다 50도 정도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7월 중순 남극 대륙의 기온은 일반적으로 섭씨 영하 50도에서 영하 60도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7월에는 동남극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5도에서 영하 30도 수준까지 올라왔다. 영하 25~30도도 충분히 추운 날씨지만, CNN은 “남극 대륙의 전형적인 겨울 추위는 미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영하 25~30도는 미국 노스다코타주에서도 겪을 수 있는 추위라고 전했다.
CNN은 지구 얼음의 대부분이 저장된 남극 대륙에서 한겨울에 이 정도로 기온이 높은 건 치명적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극 대륙의 모든 얼음이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45.72m 높아진다. 전 세계 해안 지역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기상학자인 데이비드 미콜라지크 교수는 “앞으로도 남극 대륙에 이런 폭염이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남극 대륙의 얼음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극 대륙의 얼음이 녹으면 전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6월 말 지구에서 가장 더운 날을 기록한 것도 남극의 폭염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성층권에서 회전하는 차가운 공기와 저기압의 띠인 극소용돌이가 줄어들면서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을 일으킨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에이미 버틀러 박사는 “7월 하순에 시작한 극소용돌이 현상이 8월 상순까지 계속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조선비즈
기후악당 구조화하는 도시계획부터 점검해야
온실가스 배출은 줄었는가. 정책 효과 덕분인가. 이런 결과는 기후위기를 완화할 만큼 충분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서울시(부산시도 포함됨: 이성근)의 기후 정책을 평가할 경우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질문들이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은 줄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여 서울시에서 지난 2005년부터 15년간 배출이 13% 줄었다고 소개했다. 국가 배출량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에 비하면 서울시의 배출은 확실히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오 시장이 비결로 소개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과 에코 마일리지 제도가 실제로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스럽다.
이 기간에 서울시 인구가 대략 10% 줄었고, 최종에너지 소비와 산업 및 교통 부문의 에너지 소비도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서울시의 기후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인구와 산업 구조 변화가 배출량을 줄였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같은 기간에 서울시의 전력 수요는 10% 정도 늘었는데, 전기화가 더 진행된 탓에 서울시 바깥에서의 전기와 열 생산에 의한 간접 배출이 많아진 것이다. 2019~2020년 사이 코로나19 효과로 인한 배출 감축도 무시할 수 없고, 코로나 회복 이후에는 서울시의 배출량도 정체 상태다. 그러니까 정책 효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고, 지속할지는 더욱 말하기 어렵다.
물론 서울시가 기후 정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도입된 기후동행카드와 지난 5월 발표된 기후동행건물(건물별 에너지 등급제와 온실가스 총량제) 프로젝트는 수송과 건물 부문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양대 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이 종합적으로 기획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동행카드가 감축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대중교통 이용 증가만큼 승용차 이용이 대폭 줄어야 하지만 서울시는 적극적 승용차 이용 저감에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새로 짓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조치는 필요하지만, 용산 국제업무지구처럼 새로운 초고층 단지가 들어서면 아무리 내부에 100% 녹지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시설의 건설과 운용 자체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한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2023년 확정된 ‘2040 서울시(부산시) 도시기본계획’은 특히 기후 환경 부문이 의아할 정도로 소극적이고 협소하게 다뤘다. 기후위기가 공간 계획, 교통, 안전, 방제, 경제 산업과 분리된 영역으로 언급된 것도 문제다. 그 때문에 기후적응 정책도 사후 약방문 격의 단편적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
강수량과 온도가 더욱 변덕스러워지고 있지만 한강에 인위적 구조물을 추가하고 지하와 하늘로 강철과 유리 건물을 확장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서울시의 기후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에게 주는 시그널의 부재와 혼선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홍보하면서, 야경 명소와 각종 랜드마크 계획을 발표하며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시장이 개인적으로 탈원전에 비판적일 수 있지만, 전 시장의 원전 하나 줄이기와 태양광 보급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바빠서도 곤란하다. 서울시가 전국에서 갖는 에너지와 기후 정책에서의 비중과 책임성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 가까운 미래, 아니 현재의 서울시민의 삶이 위태로우며 전환에는 상당한 어려움과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는 메시지와 이를 정의롭게 배분하는 정치적 노력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2050년 탄소중립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25년 뒤 기후위기 속 서울시의 미래와 현재의 과제를 말하는 시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후악당을 구조화하는 도시계획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
글로벌 폭염 확산…가계소비‧기업투자 위축의 '연결고리'
여름철 남극의 평균 기온이 평소보다 10도 상승하는 등 전 지구적인 폭염 확산에 소비와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4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각지에 엘니뇨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거시 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글로벌 폭염 확산의 거시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폭염이 해마다 심화할 경우 매년 3분기 중 글로벌 생산량 증진을 저해하고 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며 "더구나 현행 고금리 여건에서는 가계소비 위축 등을 더욱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에서부터 변화가 발생한다. 소비 부문에서는 냉방과 의료비 지출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에 일부 식료품을 포함한 비필수 소비재 구매를 위축시킨다. 즉 전체 소비에 대한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투자 부문에서는 기업의 냉방시설 신규 투자로 국내총생산(GDP)을 견인할 수 있는 한편 에너지 비용 증가와 노동자 보호의 필요, 노동생산성 감소 등으로 조업시간이 단축될 때 산출량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 노동자의 71%인 24억1000만명이 과도한 열에 노출돼 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ILO는 폭염으로 인한 근로 시간 감축 규모를 풀타임 일자리 감소 개수로 환산할 때 2030년 기준 8000만개~1억3600만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정부지출과 수출입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부장은 "민간 부문의 생산성 감소로 세수는 다소간 감소하는 반면 폭염에 따른 긴급 구호와 공공보건 서비스 제공, 인프라 보수 비용 증가로 정부 총지출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실제 올해 미국 정부는 50억달러 지출을 책정했으며 영국은 15억파운드, 프랑스 10억유로, 인도 5억달러 민간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또 "신흥국은 농산물‧노동집약적 재화의 생산 감소로 수출 물량이 줄고 선진국은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액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해상운임 상승은 수출입 모두를 제약한다. 최근 컨테이너 이용료가 크게 상승한 동시에 폭염에 따른 항만 노동자의 작업 지체는 추가적인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부장은 "일시적인 폭염이라 하더라도 다수 지역에서 동시에 해마다 심화하고 있어 북반구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 글로벌 성장률의 계절적인 하락 요인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며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주요국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완화 여력을 단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
기후위기 앞에서 ‘녹색화’ 연대 지향하는 노동운동
유정길 위원의 글 ‘노동은 기후위기 성장동맹? 운동 동력·주체 재배치해야’는 논쟁으로 가득하다. “노동자를 탄소중립동맹의 주체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라는 나의 물음에는 “그럴 수 없다”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런 말들 가운데 과속방지턱에 걸린 듯 두 개의 문장이 걸린다. ”최근 노동운동은 임금인상과 일자리 확보가 핵심의제가 되었다“라는 대목이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진보의 비전이 이제 적색에서 녹색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라는 것이다. 그럴까? 무언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격차 만든 것 아니다
“임금인상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그것도 정규직 조합원만의 투쟁”이라고 노동운동을 진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선일보식의 진술이며 윤 대통령식의 말투다. 이런 진단은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에 집중한 나머지 자본과 노동, 혹은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소득 및 자산 격차를 외면한다. 노동운동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이는 ‘현대자동차노조’를 바라볼 뿐 최근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주변부 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는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지불능력 격차를 반영한다. 대기업 노동자의 높은 근로조건은 대기업이 그만큼 돈을 벌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원하청 사이의 불공정 거래가 한몫을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2차적이긴 하나 노사관계의 영향도 무시하긴 어렵다. 조직률의 차이와 초기업별(산별) 교섭체제의 부재, 부실한 단체협약 효력확장 조항 등이 그것이다. 전국 수준에서 노동정책과 이와 관련한 경제·사회정책을 다루는 사회적 대화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원수라도 만난 듯 대기업 노조에다 임금 격차의 덤터기를 씌우지만 이는 그 자체가 오진일 뿐더러 해결방안도 되지 못한다. (실제로 대기업 노조의 선도적인 임금인상이 임금 불평등을 완화했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크루그만(P. Krugman) 교수는 정치의 보수화가 노조의 약화를 초래해 임금 불평등을 증대시켰다고 진단한다(2008 『미래를 말하다』). “정부가 고용주의 대변인에서 노동자의 수호자로 입장을 전환함으로써 노조에 활력을 부여”했을 때 부유층과 노동자 사이는 물론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도 줄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장 공감하는 주장이다.)
한국에서 ‘일자리 보장’ 문제로 좁게 받아들여진 ‘정의로운 전환’
유정길 위원의 진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가 양극화 해소에 제대로 나섰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것이다. 자칫 현상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다간 노동운동 현장의 동태적인 변화를 놓칠 수 있다. 비록 그 변화가 대군이 진군하듯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새벽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대응만 해도 그렇다. 노동조합으로서도 ‘열국열차’가 달려오는 게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이에 맞서 전선을 치고 대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속도는 느리지만 유조선이 방향을 틀 듯 노동운동도 변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은 한 마디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개념은 1980년대 미국의 노동운동에서 발원한 이래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의 노총과 국제노총(ICTU), 국제노동기구(ILO)의 승인을 거쳐 2015년에는 파리협약의 서문에도 포함됐다. 뿌리도 있고 뼈대도 갖춘 전략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이나 전략은 국가나 산업에 따라, 또한 노동조합에 따라 달리 해석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흔히 ‘기업 차원에서 기존의 일자리를 보장받는 일’로 협소하게 해석되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자리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노조는 기후위기를 강 건너 불로 바라봤다.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 노조조차 일자리 보장에만 집중할 뿐 기후위기 대응에는 손을 놓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노동운동은 자기 한계와 모순을 깨닫는다. 기후위기를 놓아두고선 일자리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었다. 국제노총은 이를 “죽은 행성에선 일자리도 없다”(No jobs on a dead planet)라고 표현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넘어 녹색노동운동으로의 연대
당면한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노동조합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일자리 중심이 아닌 기후위기 자체를 직면하는 것이 그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이) 노동자가 고용안정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회피해야 한다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산업을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노총의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 3월 30일 태안에서 진행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 노동자 행진’에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자신의 일자리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동의한 발전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민주노총, 2024).
녹색단체협약을 맺고 초기업 차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도 그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관련 단체협약, 즉 녹색 단체협약에는 △일터에서의 탄소중립 실현(재생에너지의 확보,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기후위기로부터의 보호(건강안전, 작업중지권, 일자리 등) △생활실천 캠페인(채식의 날, 통근버스 활용, 일회용품의 제한 등),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협의할 노사공동위원회(기후정의위원회)의 구성 등이 포함된다.
기후변화 대응이 일자리 보장과 같은 기업 차원의 분배투쟁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시작한 것도 진전이다. 일자리만 하더라도 그것은 기후·에너지정책, 산업전환정책의 파생물이며 국제통상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해 제품의 수출길이 막히고 관세의 부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이 벌써 벌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첨단산업(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의 해외 진출도 늘어나면서 산업 공동화(空洞化)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일자리에 매달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한국노총이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거버넌스 구축을 요구하는 이유다. 탄소중립 거버넌스는 노동조합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이는 전국차원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물론 산업·업종 차원의 사회적 대화, 그리고 기업 차원의 노사공동위원회 등을 포함한다. 노동조합이 기후정책, 경제·통상정책과 산업정책에 이해당사자로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노동조합의 경계를 넘어 연대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행이다.
‘적색에서 녹색으로’가 아니라 ‘여러 운동들의 운동’으로
두 주 전쯤인 7월 중순, 한국노총에서 기후위기대응 정책자문회의가 열렸다. 사전에 배포된 질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노총은 현재 기후정의를 위한 이벤트성 연대를 제외한 지속적인 연대활동은 거의 없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어떻게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 한국노총으로서는 어떤 노력이나 활동이 필요한지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노총의 이러한 시도는 기후운동단채에 대한 짝사랑에 불과한 것일까.
먼저 지적할 사항은, 유정길 위원이 사회운동을 등급 매기듯 줄 세우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시대가 저물고 기후생태운동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은 도대체 뭔 말일까. 노동운동과 기후운동 사이에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크든 작든, 그것이 여성운동이든 농민운동이든 성소수자운동이든 사회운동은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고유한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 사회운동 사이에 좌우는 있을지 몰라도 경중이나 앞뒤를 따질 일은 아니다.
“적색에서 녹색으로”라는 표현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녹색의 시대에 적색의 깃발을 버리지 못한 노동운동이 시대에 뒤떨어진 후진적인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사회운동은 앞으로 기후생태운동이 전일적으로 지배해야 한다고 보는 걸까? 여전히 사회운동을 자신의 가치에 따라 서열을 매기고 줄을 세우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면 그거야말로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운동의 확산이 노동운동의 쇠퇴에 기댈만큼 두 운동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기후정의운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개별운동들이 모여 기후정의운동을 이룬다. 다양성과 차이는 운동의 강점이다. 멕시코의 민족해방군이었던 사파티스타는 여러 운동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것을 ‘여러 운동들의 운동’(a movement of many movements)이라고 불렀다(웨인라이트 외, 2023). 기후정의운동이 그렇다. 섞여야 새롭고 아름다워진다(최재천, 2024).
탈핵시민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종교환경회의, 핵발전소지역대책위협의회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에 탈핵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5.30. 연합뉴스
노동과 기후가 한통속이 되기를
이러한 점에서 노동운동의 녹색화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각각의 사회운동이 자신의 영토에서 기후정의를 추구함으로써 커다란 기후정의운동을 이루듯이 노동운동 역시 노동운동의 지평 안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함으로써 이에 동참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기후운동으로 전환하는 것, 즉 ‘적색에서 녹색으로’가 아니라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서로 다가가면서 만나는 것, 즉 ‘노동운동의 녹색화’, 나아가 적록동맹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과 기후의 만남은 세계적인 형상이다. 한국에서도 지체되긴 했지만 그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고 있다. 매년 9월에 진행되는 기후정의행진에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대표적인 기후연대단체인 기후정의동맹이나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단체와 노동조합을 아우르고 있다. 2005년에 결성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노사) 외에도 다양하게 산업별·지역별로도 노동운동과 기후운동 사이의 만남이 모색되고 있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노동운동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엔진이다. 그 규모와 역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노동자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생산의 담당자일 뿐 아니라 소비자이자 시민이며 지역주민, 그리고 유권자이기도 하다. 각각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노동자는 기후운동에 결합할 수 있다. 더욱이 노동자는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집단적으로 기후운동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주민으로서 지역공동체 사업에 나서는 코뮤니티 노조주의(community unionism)나 기후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유권자운동,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민운동이나 1.5℃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소비자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운동 속에서 노동자는 작업장 안에서는 물론 바깥에서도 기후정의운동을 만난다.
기후정의운동도 풀뿌리를 확보하고 사회적 지지를 획득하려면 지역주민이자 유권자인 노동자를 끌어들이고 그 모임인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노동과 기후가 한통속이 되는 날을 끝없이 꿈꾼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시민언론 민들레
“탈원전 맞으세요?” 한동훈 질문에 김소희가 내놓은 답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51)의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슷한 표현은 22대 국회 개원 다음 날인 지난 5월 31일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나온다. “‘여당 내 유일 기후 전문가’로서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만들 힘을 보여드리고 싶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그는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으로 여러 기후 관련 워크숍과 정책토론회에서 활약했다. 영국에서 개발학을 공부하고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 2010년이니 15년 가까이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런 그가 정치에, 그것도 보수정당 의원으로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국회 기후특위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은 여야 모두 주장하는 사안이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지지 의사를 보였다. 그런데도 잘 안 된다.
“현재 기후특위를 상설화하자는 법안은 민주당에서 두 건, 조국혁신당에서 한 건 등 총 세 건이 발의됐는데 국민의힘은 발의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7월 30일) 제가 우리 안을 발의했다. 여야 안이 나오면 그 안을 가지고 양당 원내대표들이 논의할 수 있는데 이제야 그 틀이 갖춰진 것이다. 당론 발의까지는 안 되더라도 당 의원들께 최대한 같이 해달라, 신경 써달라고 설명·설득하고 싶어서 늦어졌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55명이 동참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의 안에서는 예산심의 등 기후특위의 권한이 대폭 늘어난다.
“그렇게 대폭 권한을 주면 권한을 뺏기는 다른 상임위들이 반대한다. 제 법안에서 예산심의는 기후대응기금 딱 하나다. 일단 그거라도 시작해 상설화가 되면 전문위원도 배치되고 관심도 늘어날 것이다.”
“작은 소망이긴 한데 우리 당 의원 108명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됐으면 한다. 또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108명 의원 각자가 자기 지역 기후 이슈 대응 법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의원이 됐으면 한다.”
-야당과 협의가 될 것 같은가.
“될 것이다. 기후대응기금은 기재부 소관이지만 환경노동위(환노위) 몫이기도 하다.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일부러 질문했다. 상설기후특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적극 노력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법안 하나, 예산 하나 그렇게라도 시작하면 한 걸음을 떼는 것 아닐까.”
-야당에서 기후 문제를 다루는 박지혜 민주당 의원이나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모두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소속이다. 에너지 문제 등을 두면 김 의원도 산자위에 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초선이니 밀린 것인가.
“그렇다(웃음). 국회에 들어와 우리 당에서 최다선인 모 의원을 만났는데 꺼낸 말이 ‘환노위 가서 열심히 해야지’였다. 그러니까 이분들 머릿속에는 기후는 곧 환경이라는 도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노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건 아니다. 배출권 거래제 문제도 심각하고, 내년에 발표할 NDC(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도 그렇고,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플라스틱 국제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총선 기간에 민주당의 RE100(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캠페인) 정책을 비판했다. 전력망이나 송전시설이 안 된 상태에서 RE100만 주장하면 뭐하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건 경로의존성이 있지 않을까. 민주당 쪽은 아무래도 그동안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을 해온 진보·시민단체 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지난 정부 때는 보급만 신경 쓰다 보니 인프라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지금 법이 통과돼도 실제로 설비하는 데는 5년 이상 더 걸린다. 그래서 그걸 좀더 서둘러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 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당론으로 발의했다.”
-해상풍력육성 특별법과 기후금융법안을 두고 어떤 것을 의원 1호 법안으로 할까 고민한 듯싶은데, 법안 내용을 보면 두 법 모두 야당이 반대할 것 같진 않다.
“반대는 안 할 것 같은데 야당에서 ‘이거 해줄 게 다른 것 해줘’라는 교환 대상이 될 것 같다.”
-총선 때 민주당의 RE100과 조국혁신당 3080정책 패키지(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80%를 달성하겠다는 정책)를 비판했다. 야당에서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나를 한없이 밉게 보는 사람은 어떤 활동을 해도 계속 밉게 볼 것이다. 실천으로 옮기는 걸 보고 ‘어, 진정성이 있네’라고 생각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된 법안 내고 활동하는 것이 1년, 2년 쌓이면 그 쌓인 결과로 인정받고 싶다.”
7월 30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기후특위 상설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소희 의원 페이스북
-지난 총선 때 원자력시민협의회 같은 단체에서 김 의원을 ‘실질적인 탈원전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다시 이번 당대표 선거 때 ‘팀 한동훈’ 17명 의원 중 1명으로 거론되면서 ‘한동훈 위장보수론’의 근거로 사용됐다.
“그때 선거가 이런 것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성명 낸 곳에 물어보니 노조가 쓴 글을 그냥 올린 것인데 자기들은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가면서 한동훈 당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제가 알기로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맞으세요?’라고. 사실 너무 어이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산업부 장관 간담회 자리에서 ‘장관님,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에어컨 사용률도 높을 것이고, 기후적응 차원에서 진짜 에너지가 많이 들 것이다. 그런데 원전을 버려야 되는 것이 맞냐’라고 질문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시민단체 사람들도 내가 탈원전이 아니라는 걸 다 안다. 그 질문했다가 환경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 자문에서 다 잘렸다.”
-‘원전 대 재생에너지’라는 프레임이 ‘석탄 대 저탄소 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봐야 하는가.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만. 방폐장 문제는 별개 이슈다. 프랑스를 방문해서 시설 운영하는 걸 봤는데 고준위 핵폐기물 시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스웨덴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 중 어떤 것은 2000년, 어떤 핵종은 10만 년 이상 묻어야 하는데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저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생에너지로 다 할 수 없으니 그린 수소에너지 기술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
-초선의원들에게 드리는 공통질문이다. 4년 뒤엔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 당에 기후 전문가로 영입됐는데 민주당이 공격하면 방어하는 ‘기후 스피커 1명’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 작은 소망이긴 한데 우리 당 의원 108명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됐으면 한다. 또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108명 의원 각자가 자기 지역 기후 이슈 대응 법안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의원이 됐으면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원전 복구 일본, 후쿠시마를 기억에서 지우려 해
탈핵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福島)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말뿐이다. 실제로는 후쿠시마를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나카노(中野)구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탈핵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사무실에서 만난 마쓰쿠보 하지메 사무국장은 단호했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구인 원자력위원회의 위원으로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전략에 반대한 인물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녹색전환(GX)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은 원자력 복구다. 일본 의회는 현재 최장 60년까지 허용된 원자력발전소 수명을 늘리는 GX 전력공급법을 통과시켰다. GX 전략에 따라 폐로를 결정한 원전은 보수해 재가동하고, 원전 신설과 증설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일본 원전 부활은 정부 주도하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마쓰쿠보 CNIC 사무국장은 GX 정책 결정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시 원자력위 위원 23명 중 반대한 이는 마쓰쿠보 사무국장을 포함해 단 2명이었다.
그는 “일본의 정책은 관료 손에 결정된다.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성원은 관료가 정한다.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명분을 위해 만든 조직이어서 결론은 정해져 있다. 국민 여론은 반대였지만 원전이 선거에 영향을 줄 만큼의 이슈는 아니었기에 정부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원전 신설 계획을 2030년대 초반으로 잡았는데, 원전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2040년대에나 가동된다”며 “탄소 절감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20년 후 효과를 기대하며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원전 수명 연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당초 40년 수명에 맞춰 설계된 원전을 ‘더 쓸 수 있을 거 같으니 더 쓰자’는 발상인데, 원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이렇게 가전제품 취급하듯 연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원전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에도 회의적이다. 간사이·규슈 전력 등 일부 전력회사는 원전 재가동으로 각 가정의 전기 요금이 한 달 기준 1000엔가량 내려갔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2011~2022년 일본 전력회사에서 가동 중단 원전을 유지·관리하는 데 투입된 비용만 13조엔이 넘는다. 원전 유지 비용은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그는 “시코쿠전력은 원전 재가동을 했는데 인하 효과가 거의 없었고, 도쿄전력의 경우에는 원전 재가동을 전제로 요금을 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재가동이 되더라도 인하 효과는 월 100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 폐기물 저장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그간 풀지 못한 과제들은 그대로 남았다.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그간 13조엔 넘게 투자한 전력회사들은 원전 재가동을 전제로 전력계획을 세웠는데, 가동을 하지 않으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정부도 여기에 편승해 원전의 근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억지 행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뜨겁게 달궜던 후쿠시마 오염수는 무관심 속에 조용히 방류되고 있다. 2016년부터 논의됐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당시 국민 공청회에서 거의 전원이 반대해 중단됐다가 시간이 흐른 뒤 폐기된 안건이 되살아나 결국 방류가 이뤄졌다.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일본 국민 여론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태평양 연안 나라들에 피해를 끼친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낸 의견만 되풀이 인용하며 안심하라지만 10년 뒤 오염수로 인한 위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7등급 대참사였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당장 폐로 절차를 밟기도 막막하다.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가 구조물과 엉키면서 생긴 핵찌꺼기인 ‘데브리’부터 제거해야 하는데 데브리는 여전히 원전 1~3호기 원자로 주변에 880t이나 남아있다.
마쓰쿠보 사무국장은 “데브리를 1~2g 단위로 빼내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그렇게 해서 880t을 언제 어떻게 빼낼 것인지 문제이고, 어디에 보관해 처리할지도 문제”라며 “여기에 드는 비용만 최소 20조엔인데 부담 방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 | 글·사진 반기웅 일본 순회특파원/경향
뜨겁게 달궈지는 지구…지표면·해수면 다 뜨겁다
새계해수면온도(8월2일). (그래픽= NOAA 제공) *
나무 베지 마라…‘악성 온실가스’ 메탄도 먹는다
나무껍질 서식하는 미생물이 흡수
온실가스 제거 효과 10% 더 높여
나무에는 평균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온실가스인 메탄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지구상의 수많은 동식물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미생물은 숙주와 기생 또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 우리 몸속의 장내 미생물 수는 세포 수보다 약간 많은 38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장내 미생물은 위장기관과 중추신경 간의 생화화적 신호전달 체계인 장-뇌 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흙속의 박테리아는 식물의 뿌리가 물과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잎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새로운 박테리아의 침입을 막아준다.
지구상에서 생물량(탄소 기준)이 가장 큰 집단인 나무에도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대표적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인 메탄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 배 큰 물질로, 대기 중 농도가 산업화 이후 2.5배 늘었다. 또 나무에는 평균 약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버밍엄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나무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대기 중의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흡수하는 것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나무 미생물의 메탄 제거 기능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토양 미생물이 지상의 유일한 메탄 흡수원으로 여겨졌다. 이 박테리아는 메탄을 흡수해 이산화탄소와 유기화합물을 생성한다. 연구를 이끄는 빈센트 가우시 버밍엄대 교수는 "메탄영양세균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이는 메탄보다 훨씬 덜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환경에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7~30배(100년 기준), 81~83배(20년 기준)에 이른다. 따라서 배출량은 적지만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비중이 높은 온실가스다.
연구진은 레이저 스캐닝 방법을 이용해 지구 전역 삼림의 나무껍질 표면적을 추정해 계산한 결과, 나무의 메탄 제거 효과는 연간 2400만~5000만톤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또 나무의 껍질을 펼쳐 놓으며 그 면적이 지구의 육지 표면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나무 미생물이 흡수하는 메탄은 토양 미생물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며 “이는 나무의 온실가스 제거 효과를 약 10% 더 높이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빈센트 가우시 버밍엄대 교수는 “우리는 주로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탄소로 저장하는 것만을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는 나무의 놀랍고도 새로운 기후 서비스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메탄 흡수력을 측정한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하나인 페루의 마누국립공원. 빈센트 가우시 제공
따뜻하고 습한 열대우림, 메탄 흡수력도 최고
연구진은 아마존과 파나마의 열대우림, 영국의 온대 활엽수림, 스웨덴의 한대 침엽수림 나무들의 메탄 흡수율을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메탄 흡수력은 열대우림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열대 지역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 덕분에 미생물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열대 지방에서는 12%, 온대 지방에서는 7%였다.
연구진은 또 나무 높이에 따른 메탄 흡수율도 조사한 결과, 지표면에서는 나무가 소량의 메탄을 방출할 가능성이 크고 위로 올라갈수록 메탄을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우시 교수는 “유엔은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이번 연구는 더 많은 나무를 심고 벌채를 줄이는 것이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나무 높이별로 메탄의 유출입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빈센트 가우시 제공
세포 20개당 1개꼴로 미생물 서식
이와 함께 예일대 연구진은 나무(5톤 기준)에는 평균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북동부에 분포하는 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 16개종 158그루의 줄기에서 분석 표본을 채취했다. 이어 각 나무 주변에서 토양 표본도 채취했다. 그런 다음 나무와 토양 표본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한 후 1g에 존재하는 미생물 수를 헤아린 결과 세포 20개 당 1개꼴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여기에 평균 나무 질량인 5톤을 곱해,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대략 1조개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또 나무 종마다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단풍나무엔 단풍 시럽을 만드는 달콤한 수액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풍부했다. 또 나무 속 조직에 따라서도 미생물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뿌리에서 줄기로 물과 영양분을 전달하는 바깥쪽의 부드러운 밝은색 목질 세포로 구성된 변재(sapwood)엔 호기성 미생물이, 물과 영양분 전달 기능이 없는 안쪽의 단단한 짙은 색 목질 세포로 이뤄진 심재(heartwood)엔 혐기성 미생물이 많았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92-w
Global atmospheric methane uptake by upland tree woody surfaces.
https://doi.org/10.1101/2024.05.30.596553
A diverse and distinct microbiome inside living tre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다음 팬데믹 후보 33가지로 늘었다…“이 병원체들을 대비하라”
세계보건기구 발표…‘요주의 병원체’ 3배 늘려
“다음 팬데믹은 발생 ‘여부’ 아닌 ‘시기’ 문제”
채색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본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노란색). 위키미디어 코먼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이 끝난 이후 세계 보건 당국의 관심사는 이제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를 찾아내 예방 조처를 취하는 데 쏠려 있다.
예컨대 요즘 미국에선 조류(조류독감, AI)에 감염된 젖소를 통해 사람까지 조류독감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조류독감이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조류독감 팬데믹은 일어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느냐 하는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류독감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적지만 치명률은 50%나 된다. 세계보건기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 동안 23개국에서 약 900명이 감염돼 460여 명이 사망했다.
때마침 세계보건기구가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수도 있는 병원체 후보군을 발표했다. 우선적인 ‘요주의 대상’으로 선정된 병원체는 아직 출현하지 않은 미지의 병원체 엑스(X)를 포함해 조류인플루엔자A, 뎅기열, 원숭이두창(엠폭스) 바이러스 등 모두 33가지다.
이는 2017년과 2018년에 발표했던 후보군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앞선 두 차례의 발표에선 다음 팬데믹 후보군 병원체가 각각 10가지였다. 이번 발표는 50여 개국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2년여 동안 28개 바이러스 계열과 1개 박테리아 그룹의 1652개 병원체와 관련한 증거들을 종합 검토한 끝에 이뤄졌다.
조류독감 등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7개 최다
보건기구는 ‘병원체 우선순위 : 전염병 및 팬데믹 연구 준비를 위한 과학적 프레임워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목록에 포함된 병원체는 세계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전염성과 독성이 얼마나 강하고 백신을 비롯한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의 준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젖소를 통해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르자 조류인플루엔자 팬데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들어 미국 소들 사이에 전파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를 포함한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가 7개나 목록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소가 감염된 사실은 올해 3월 텍사스 농장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지금까지 13개주에 걸쳐 소 160마리와 사람 4명이 감염됐다. 현재로선 착유기가 전파 통로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4월 유럽 임상미생물학및감염병학회(ESCMID)에서 발표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87명 중 57%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장 강력한 다음 팬데믹 후보로 보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바이러스다. 두개의 가닥이 결합돼 있는 DNA가 아닌 단일 가닥의 RNA 유전물질을 지질 껍데기가 감싸고, 그 표면에 세포 침투 도구로 사용하는 단백질이 박혀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중가닥이 아닌 단일 가닥이어서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세포 감염 도구로 쓰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아제(NA) 단백질이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할 때는 헤마글루티닌을, 증식 후 세포에서 빠져나올 때는 뉴라미니다아제를 도구로 쓴다.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에는 18개의 헤마글루티닌 아형과 11개의 뉴라미니다아제 아형이 있다. 소를 감염시킨 H5N1는 HA5과 NA1이 결합돼 있다는 뜻이다. H5N1 조류 인플루엔자는 1996년 중국의 거위 농장에서 처음 발견된 뒤 다음 해 홍콩에서 크게 퍼져 사람까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이후 국제적인 경계 대상이 됐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감염세포(갈색)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청록색)의 투과 전자 현미경 사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이중가닥의 DNA 바이러스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원숭이두창바이러스가 후보군에 오른 이유
후보군에 포함된 병원체 중 사르베코바이러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상위 그룹(아속)이며, 메르베코바이러스는 201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 상위그룹(아속)이다.
2022년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 한동안 뜸하다 최근 중앙아프리카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는 원숭이두창(엠폭스) 바이러스는 1980년 인류가 사상 처음 박멸 선언을 한 천연두 바이러스과 같은 계열(속)에 속한다. 그러나 공기 전파가 가능한 천연두와 달리 직접 접촉을 통해 주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력은 천연두보다 훨씬 떨어진다. 치명률도 천연두보다 훨씬 낮다.
네이처는 “이 바이러스가 다음 팬데믹 후보군에 오른 것은, 사람들이 더는 정기적인 예방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이 바이러스 계통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인 감염이 팬데믹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군 선정 작업에 참여한 스리랑카의 스리자예와르데네푸라대 교수(면역학)는 네이처에 “이 바이러스는 테러리스트의 생물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 중 박테리아는 5가지다. 이들은 모두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으로 콜레라, 페스트, 이질, 설사, 폐렴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다.사람이 아닌 설치류 바이러스 2종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박쥐에서 유래한 니파바이러스는 치명적이고 동물 간 전파력이 강하고, 현재 이를 예방할 약물이 없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팬데믹 후보군에 올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역사는 우리에게 다음 팬데믹은 발생하느냐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느냐는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과학과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다”며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는 데도 똑같이 과학과 정치적 의지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사람에겐 안전한 가로등 불빛, 나뭇잎 먹는 곤충에겐 위협적
중국 연구진, 야간 조명 노출 나뭇잎 분석
영양소 줄고 질겨져... 곤충 먹기 힘든 상태
광합성 시간 길어지며 방어물질 늘기 때문
게티이미지뱅크
한밤중 도심의 빛이 만들어 낸 야경이 나뭇잎의 성분을 바꿔 생태계 먹이사슬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5일 장솽 중국과학원(CAS) 생태환경연구센터 교수 연구진은 밤새 켜놓은 가로등 때문에 도시의 나뭇잎이 딱딱해져 곤충의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식물과학 프론티어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세계 빛공해가 매년 10%가량 증가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구체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빛공해와 먹이사슬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가로등이 환한 중국 베이징 시내 주요 도로를 따라 심어진 회화나무와 물푸레나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도로에 100m 간격으로 30개의 표본 장소를 정해 장소마다 빛의 양(조도)을 측정했다. 이후 나뭇잎 5,500개의 크기, 인성(질긴 정도), 수분 함량, 영양소 수준 같은 특성을 분석한 다음 곤충의 야간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야간 인공 조명이 일부 나뭇잎을 더 질기고 딱딱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잎이 딱딱할수록 곤충이 먹은 흔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야간의 빛 때문에 나무의 광합성 시간이 길어지면서 잎에 축적된 영양소가 늘어난 걸 원인으로 지목했다. 식물은 내재된 영양소를 성장·번식·방어와 같은 기능에 분배한다. 야간 조명에서 얻은 영양소는 주로 방어 물질을 생성하는 데 쓰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로 회화나무의 경우 인공 조명에 노출될수록 인(P)을 비롯한 영양소는 줄었지만, 화학적 방어물질인 '탄닌'의 수치는 늘어났다. 탄닌은 보통 딱딱한 뿌리나 줄기에 많이 있는 유기 화합물이다.
그런데 물푸레나무에선 방어물질 수치가 오히려 줄었다. 연구진은 "식물은 동물의 포식에 방어하려는 성질이 있다"며 "회화나무는 초식동물과 곤충들이 선호하는 먹이여서 광합성 증가로 늘어난 영양소를 방어물질 생성에 사용했으나, 물푸레나무는 선호하는 먹이가 아니기에 굳이 방어물질을 생성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질긴 나뭇잎은 곤충과 초식동물이 먹기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선) 그들의 개체 수가 줄고, 그들을 잡아먹는 새나 포식 곤충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수십 년간 세계에서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든 만큼 이런 추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전하연 인턴 기자 psstella@naver.com
지방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 'ESG 행동대장'
해외의 우수 대응 사례, 지방정부부터 시행하자
세계경제포럼(WEF)은 해마다 세계위험보고서를 발간한다. 위험보고서를 보면, 올해도 예외 없이 앞으로 10년 안에 닥칠 위기의 1위부터 4위까지를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단어들이 채우고 있다. 1위 기상이변, 2위 지구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 3위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변화, 4위 자원부족 등이다. 지난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기록상으로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산업화(1850년~1900년) 이전보다 1.48도 상승했다.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와 '오늘의 화석상' 대한민국
그래도 대한민국은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다. 2024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보면 모니터링국가 67개 중 대한민국은 지난해보다 4계단 더 내려앉은 64위로 꼴찌 수준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전 세계 기후악당 국가에 주는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Award)'을 대한민국은 올해도 수상(?)했다. 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쉬쉬해야 하고, 태양광 이야기를 하면 '역적(?)'으로 몰릴 분위기라, 우리가 '기후악당' 신세를 면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때에, 국내에도 ESG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 부모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는 세대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ESG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기업은 2026년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영역까지 ESG를 하겠다는 선언과 보고서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곳곳에서 선언식이 열리고, 하루건너 세미나 참석 요청 문자가 온다. 학회와 단체와 컨설팅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선언, 세미나, 조직 수로는 선진국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가 아닐 수 없다.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소리만 요란한 수레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소리만 요란한 ESG,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빈 곳이 많아 소리만 요란한 수레를 짐칸이 꽉 찬 수레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민이 뽑은 300명 국회의원이 모인 여의도가 앞장서면 가장 좋겠지만 '정치 없는 전쟁', '국민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만 몰두하는 여의도가 ESG에 앞장서길 기다리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길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 같아 포기한다. 지방정부가 시민의 인식 수준을 높이고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ESG 경영을 선도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지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지방정부 ESG위원회 설치
첫째, 내실 있는 ESG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직속으로 지방정부 ESG위원회를 만들고 평가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평가지표와 평가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평가프로그램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적절하게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가기관의 난립을 방치하면 A기관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지방정부가 B기관 평가에서는 최우수상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민간 기후경비대' 발족
둘째, 시민의 기후 위기 인식도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은 아직 기후 위기나 ESG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지 않다. 심지어 공무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방정부는 평생학습원이나 평생학습센터 프로그램에 ESG 강좌를 대폭 보강하고, 지역대학에 ESG 특별과정을 만들어 지역 내 ESG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시민들이 높은 위기의식을 무기로 기업과 공공을 압박하는 것은 ESG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민간 '기후경비대'를 만들어 기업 활동과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 정책을 철저히 감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민이 두 눈을 뜨고 요구하고 감시하지 않는다면 국회도 기업도 공공영역도 결국은 시늉만 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지방의제 21'부터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3) 지역기업 ESG 로드맵 지원
셋째, 지역기업에 대한 ESG 로드맵 지원이 필요하다. 탄소 국경세가 국제적인 ESG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이 ESG 로드맵을 실천하더라도 1~2차 협력사들이 준비하지 못하면 결국 대기업 공급망이 무너지고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중소기업인 지역기업들은 이런 로드맵을 만들 여력이 없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이 협업을 통해 지역기업에 ESG 경영 로드맵을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4) ESG 글로벌 협력 해외연수
넷째, ESG 실천에 모범적인 해외 지방정부와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목적도 성과도 알 수 없는 외유성 해외 여비의 절반이라도 ESG 글로벌 협력을 위한 해외 세미나나 교류 협력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기획 출판한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에 보면 해외 지방정부의 모범사례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대만 펑후(Penghu)현은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해서 용수 사용량을 줄였다. 스페인 마요르카(Mallorca)는 태양에너지로 연간 300톤가량 그린 수소를 생산해서 농어촌 공공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고틀란드(Gotland)는 달리면 전기차가 충전되는 전기차 충전 도로를 깔아 놓았다. 영국 런던은 온실가스 배출 차량을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저배출구역(Low Emission Zones)을 지정하고 있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파리시의 차량 운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시내에 있는 자동차 주차장 부지를 자전거 주차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직원만 27만 명에 달하고 설립된 지 150년이 된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는 향후 10년간 2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약속했다.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와 같은 말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가 식량권을 기본권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의 벨루오리존치는 세계 최초로 시민의 식량권을 인정했다. 세계적인 환경도시 꾸리치바는 먹거리 자급을 위해 크고 작은 지역사회 텃밭을 도시 전역에 146개나 만들었다. 이런 세계적인 ESG 모범 지방정부와 교류하는 것은 우리 지방정부의 ESG 역량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5) 국내 지방정부와 교류 확대
다섯째, 국내로 눈을 돌려 크고 작은 성과를 낸 지방정부 간 정보교류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모든 경유 시내버스를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전환했다. 부산시는 국내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ESG우수기업인증제를 도입했다. 수원시는 국내 최초로 한 달 동안 인구 4300명이 사는 행궁동 일원에서 자동차 통행을 한 달 동안 금지하는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12년째 개최했다.
전남 해남군은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유치하고 RE100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지방정부의 ESG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한다.
6) 시민참여예산 ESG 사업 개발
여섯째, 시민을 ESG 사업에 참여시켜 기후 위기 인식을 높이는 시민참여예산제 정책사업을 많이 추진해야 한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폐지 압축 단열재를 비롯한 재활용 제품을 생산하면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지역에서 나오는 폐자원이나 특이한 재료를 이용해서, 시내에 있는 인도 바닥을 예술작품으로 포장하는 사업도 ESG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주차장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잔디 블록이나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고, 과실수를 심어 도시 과수원으로 만들면 공원도 확보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시민이 지방정부와 함께 자동차 주차장의 2분의 1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할애하거나, 4차선 도로의 차선 하나는 자전거가 쓰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꿈같은 일은 아니다. 이미 파리에서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가 편리한 도시를 만드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면서 ESG를 선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등하교 시간에 통행을 제한하고, 차량이 쌩쌩 달릴 수 있는 아스팔트 포장을 거둬 내고, 화강암 포석으로 포장해서 아예 차량들이 기어서 가도록 해야 한다. 차를 쌩쌩 달리도록 포장해 놓고 CCTV로 과속을 단속하는 것은 반환경적이다.
지방정부ESG 300프로젝트, 지역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희망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시민이 쥐고 있고, 시민의 위기 인식도를 높여 ESG 행정으로 인류 생존의 위기를 극복할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 지방정부가 ESG 추진을 위한 체계를 정비하고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교류 협력 활동을 통해 좋은 정책을 배우고, 시민 참여 ESG 정책을 활발하게 펼쳐 당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충실히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복지국가소사이이터는 <지방정부ESG 30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SG 플랫폼을 구축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기획 출판한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에 제안한 ESG지표를 바탕으로 226개 기초지방정부와 17개 광역지방정부에서 진행하는 ESG 정책을 본격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ESG 정책이 서로 경쟁하고, ESG 행정을 충실히 실천해 나갈 인물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활동들도 지방정부의 ESG 활동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동완 ㈜브레인파크 대표 | 프레시안
식량자급률 40%대→55% 올린다는 윤 정부, 정작 농산물 수입은 확대?
'FTA 체결규모 세계 1위 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여의도에서 열린 7.4전국농민대회에 왔다가 지금껏 귀가하지 못한 청년 농부가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김재영 사무국장은 이날 1톤 트럭에 빈 농약살포기계를 싣고 왔다는 이유로 현재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쌀 15만 톤 시장격리대책'을 발표했지만, 산지 쌀값은 역대급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농민대회를 앞두고 농민들은 정부에 쌀값 근본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이대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항의의 뜻으로 '농기계를 반납하겠다'고 선포했다. 농민단체들은 그간 집회에 농민의 상징물로 트랙터나 이양기 혹은 농작물을 가져온 바 있고, 전날 한우생산자집회에서는 소를 싣고 와 한우반납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7.4전국농민대회에서 경찰은 농기계들의 서울 진입을 과도하게 진압했을 뿐만 아니라, 농약살포기계는 차량에 실려만 있었을 뿐인데도 김재영 농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연행하고 끝내 구속했다.
지금 농민들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작년 4월 윤석열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현 정부는 생산가격에도 못 미치는, 그나마 10년 전 목표가격인 20만 원(80kg)의 쌀값마저 보장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7월 3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농정방향 역시 오직 물가안정을 위한 '농산물 수입확대' 뿐이다. 같이 나온 <역동경제 로드맵>에서는 대외여건을 '지경학적 분절의 심화, 경제안보에 입각한 자국우선주의 기조 확산'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하여 '2027년까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규모 세계 1위 국가'가 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FTA 체결규모 세계 1위' 목표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1995년 이후 신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체제 하에서 농산물 시장개방의 직격탄을 맞아 왔던 농민들에게는 주요 농산물의 생산기반 붕괴와 농촌의 빈곤화로 내몰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 차원에서의 농정의 흐름은 자국 농민과 농업기반 안정화를 우선에 두며 공정가격 보장과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2023년 11월 폴란드에서 시작된 농민들의 도심과 고속도로 점거 트랙터 시위는 2024년 2월까지 유럽 22개국에서 이어졌는데, EU는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따라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의 FTA 협상 중단, 다른 모든 FTA 유예 등의 보호정책으로 선회하였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율을 55.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이처럼 일관된 농산물 수입확대 방침 하에서 어떻게 식량주권을 확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민들이 정치적 입장과 의사를 표현하고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을 범죄화하고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억압하는 상황에 이른 지금, 농촌과 농민의 권리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제분업과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식량생산과 공급체계가 바람직한가이다. 소규모 가족농과 농민은 전 세계 인구의 70-80%를 먹여 살리지만, 기아와 빈곤에 처한 사람의 70% 이상도 역시 농민이란 사실은(☞참고문헌 바로가기) 자유무역협정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체계적인 농업 수탈의 구조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낸다. 더욱이 한국에서 쌀은 물가관리의 희생양이자 농촌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그런 농민들에게 이제 와서 양곡관리법이 "시장의 수급 조절기능을 마비시킨다"며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쌀을 다른 상품과 달리 특별대우를 할 수 없으니 '형평성'에 맞게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재난의 피해와 인구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농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유무역이라는 불평등하고 철 지난 사지로 내모는 것이 어찌 형평한가.
우리가 생각하는 형평성이란 농산물의 가격이 생산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이 되어야 할 뿐 아니라, 농민들이 도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특별한 기여에 보상하고,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하면서 존엄하게 그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평성은 정의롭게 마땅한 몫을 나누는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오로지 상품의 시장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것으로 왜곡되어선 안된다. 의료, 교육, 주거 등 삶의 모든 필수요건에 대해 시장에서의 이익 여부를 따진 결과 지금 같은 농촌의 쇠락과 불평등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둘째,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대책은 농민에게 있다. 농민들의 노동이 제대로 보상받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을 넘어, 기후재난 대응·생물다양성 보호·식량주권 확보라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재 전지구적 과제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족농은 세계식량생산의 80%를 맡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농생태학 및 에너지 활용과 방제, 자원과 토양관리 등 광범한 맥락적 지식을 식량 및 농업생산관행에 적용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그래서 많은 국가가 소규모 가족농들을 생태환경적인 농식품 생산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체 농가의 80%가 소규모 가족농이다. 정부는 밀착된 지역기반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대안적이고 회복력 있는 모델을 시도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지역소멸 혹은 지역불평등의 최전선에 있는 곳들은 농업이 경제적 기반이 되는 지역들이다. 가장 불평등한 지역과 사람들의 노하우가 다시 지역과 국가, 지구의 생존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농민들의 참여의 권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점차 농민은 정치적으로 가장 주변화된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감소하는 인구 규모(2023년 기준 전체인구의 4%)로나 그들이 시장경제에서 가지는 몫(농업 부문은 총 GDP의 3.2%, 전체 예산 중 농업예산 2.8%)으로 따르자면, 농민들의 사회정치적 권리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대표되지 못한 채 단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결정에 대하여 참여할 권리는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다. 유엔농민권리선언 10조에도 "농민들이 자신의 삶, 토지, 그리고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사업 또는 계획의 준비 및 시행 단계에서 직접 그리고(또는) 대표 단체를 통해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참여의 권리는 정책수행과정의 민주적 결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옹호되며, 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주권자들이 실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국가는 농민들이 중요한 농정 정보에 접근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공적 논의 과정에 농민 당사자가 참가하여 발언하고 그들의 주장이 공식적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원이나 민원수준의 참여를 넘어서기 위해 이해당사자로서 농민들은 정책에 대하여 정부나 민간사업자들이 가지는 정보와 같은 수준의 내용을 숙지해야 하며, 농민들의 결정 역시 다른 행위자들의 결정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농민들의 정치적 참여는 민주주의의 규범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체의 문제해결에서 윤리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더 확대되어야 한다.
김재영 농민의 구금 뒷바라지 비용모금을 제안한 동료농민은 "자기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청년이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키지 않았는데도 구금시키는 세상은 그리 옳은 세상이 아니" 라면서 "의는 외로우면 안된다"라고 적었다.
지금 '의를 외롭지 않게 하려는' 수많은 농민들이 "윤석열 정권, 농업을 버렸다"고 진단하며 탄압에 대한 항쟁을 선포하고, 8월 6일 긴급농민대회를 예고했다. 약자만 골라서 일방적으로 싸우는 윤석열 정부가 농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이대로 죽어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농민들의 오랜 희생과 불평등한 삶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시민들의 분노로 정권 자멸의 순간을 앞당길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 참고문헌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2024.7.3.) <세계 농민들 생존권 투쟁의 중심, 공정가격 그리고 식량주권> 시민건강연구소 |
시, 아파트 규모 축소 구덕운동장 대안 제시
36층으로 낮추고 250세대 줄여
백지화 요구 주민 수용 ‘미지수’
지난달 3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앞에서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청장 규탄문을 발표하고 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제공.
부산시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부지에 들어갈 아파트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재개발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수정안을 내놓은 것인데, 아파트 건설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과는 입장 차가 여전해 시의 이 같은 대안 제시가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지는 미지수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계획안에서 당초 4개 동 49층으로 추진되던 아파트 높이를 36층으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전체 세대 규모도 850세대에서 600세대로 줄어들게 됐다.
시는 이 같은 수정안을 금명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심의를 통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부지의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는 당초 혁신지구 지정 이후 구체적인 사업시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아파트 규모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주민과 시민 사회의 반대 여론이 완강해 수정안을 앞당겨 내놨다. 시 관계자는 “향후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주민 요구를 적극 반영해 체육시설을 보강하고 도서관과 키즈카페을 확대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아 주민들이 시의 수정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아파트 규모 축소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변수다. 구덕운동장 재개발에는 799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사업 부지를 현물 출자하고, 재개발 시행은 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민간이 공동 출자해 설립하는 부동산투자회사가 맡는다. 재개발 완료 후 아파트 분양 수익 등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개발 이익이 줄어들면 민간이 참여를 꺼릴 수 있다.
1928년 지어진 부산 첫 공설운동장인 구덕운동장은 올해로 94년이 된 노후 건물이다.
시가 서구청의 요구를 반영해 낙후된 구덕운동장을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축구 전용경기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일대를 스포츠복합타운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재개발 계획과 사업비 조달 방안을 내놨지만, 아파트 건립 계획이 포함되면서 주민 반대에 직면해 있다.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기후변화보다 무서운 '환경 기억상실’
기후변화의 속도? 가속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은 소위 '집돌이와 집순이'의 두문불출 성향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현관문을 열고 폭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도전인지 우리는 매일 느끼며 살아간다.
실제 서울의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 통계를 보면 1970년대 연평균 5.8일, 1980년대 5.2일, 1990년대 8.4일, 2000년대 5.9일로 한 자리 수를 유지하다가 2010년대 12.6일, 2020년대(2020~2023년) 12.8일로 껑충 뛰었다.
특히 2016년 24일과 2018년 35일 등 최근엔 그 일수가 폭증하여 2016년 이후 한 자리 숫자 폭염일수를 보인 해는 2020년(4일) 한 해 뿐이다.
굳이 숫자로 말하지 않아도 매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쯤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자체의 변화 속도, 즉 기후변화의 가속도를 눈으로 보게 되면 절망감이 찾아온다.
메인대학교 기후변화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많은 선들이 아래쪽에 겹쳐있어 과거의 기후변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의 선들은 그 무리에서 완전히 이탈했으며 지구평균기온 상승의 고삐가 풀려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별 매일의 전지구 평균 기온(가로축 월, 세로축 기온, 각 곡선은 각 년도). 적색은 2024년, 황색은 2023년. |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각국은 21세기 말까지의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시대 이전 대비 1.5도 선에서 방어하고, 2도 상승은 필수 저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영국 일간지 이 2018년 이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관련자를 대상으로 질의한 결과, 목표인 1.5도 상승 저지를 예상한 학자는 6%에 그쳤고, 무려 77%가 2.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예견했다. 특히 각국의 이해관계와 경제발전을 향한 욕망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삼림의 벌채 등이 멈추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회의적 시각은 더욱 커져만 간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도 세대 차이
기후변화를 경험하는 개별 주체인 우리는 어떨까. 일상 속에서 '기후변화'라는 말을 밥 먹듯이, 아니 그 밥의 알곡 수만큼이나 자주 듣고 살지만 그 위기감도 모두 같게 느끼고 있을까.
어릴 적 경험했던 자연환경과 현재의 차이를 모두가 다르게 느끼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충격의 깊이는 기후변화가 적었던 시기의 기억이 남아있는 앞선 세대에서 더욱 뚜렷하다.
한국환경교육학회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1956∼1964년 출생)에서 Z세대(1997∼2006년 출생)로 갈수록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경제성장 포기 가능성을 낮게 응답해, 기후변화 저지의 적극적 의사가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 기억상실에서 깨어나야
이렇듯 세대 간 태어난 당시를 기준으로 현재의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환경에 대한 세대 간 기억상실'이라고 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도, 오히려 그 환경을 '원래 상태'로 인지하기 시작하며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툰드라에 나무가 자란다…동토에 부는 섬뜩한 봄바람
기후변화로 한대림 한계선 북상
빛 반사율 낮아 지표 가열 우려
미국 알래스카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에서 찍은 북극 주변의 한대림 전경.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주로 이끼가 사는 북극 주변의 추운 초원지대인 ‘툰드라’에서 숲이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큰 나무들이 살환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툰드라에서 숲이 넓어지는 일은 금세기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과학계는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최근 북극 주변 툰드라에서 나무 군락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실렸다.
툰드라는 북반구에서 가장 더운 7월 평균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곳이다. 대개 북위 60도 이상에 자리 잡고 있다. 워낙 춥기 때문에 큰 나무는 잘 자라지 못한다. 주로 이끼나 키가 작은 관목이 서식한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 형성돼 있다.
연구진은 1984~2020년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툰드라, 그리고 툰드라의 남방 한계선에 붙어 있는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군락인 ‘한대림’(북위 50~60도)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2100년까지 툰드라에서 벌어질 일을 전망했다.
그러자 한대림이 툰드라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확인됐다. 툰드라에 대한 한대림의 ‘침공’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본래 큰 나무가 자랄 수 없을 만큼 툰드라가 추웠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아서다. 연구진은 “툰드라에서 나무 서식지가 증가하면 광합성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무들이 밀집한 숲은 공중에서 봤을 때 검은 종이를 덮어놓은 것처럼 어둡다. ‘알베도’, 즉 햇빛 반사율이 낮다는 뜻이다. 당연히 전보다 툰드라 지상이 뜨거워진다.이렇게 되면 툰드라 지하에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진다.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는 기체인 메탄이 대기로 다량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0배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질 공산이 크다./경향 이정호
“부산 구덕운동장에 아파트 건설 백지화해야”…반발 여론 확산
주민협, 구청장 주민소환 예고
시민단체, 부산시장 사과 요구
축구전용구장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부산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부산시 제공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시가 아파트 건립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책 없는 건설행정”이라며 부산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부산시는 애초 사업비 7990억원을 투입해 구덕운동장 일대 7만㎡ 부지에 축구전용구장(1만5000석)을 비롯해 문화·생활체육시설과 상업·업무시설, 아파트·오피스텔을 건립(2028년 준공)하는 내용의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올 2월 계획에는 아파트 530가구(3개동·38층) 건립이었으나 지난 5월에는 850가구(4개동·49층)로 건립 규모가 커졌다.
구덕운동장 재개발로만 알았다가 대규모 아파트 건립 계획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했고, 지난 6월에는 아파트 건설 반대 서명 운동이 펼쳐졌다.
결국 부산시는 지난 6일 아파트 건립 규모를 36층 600가구로, 사업비는 7990억원에서 6641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심재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시민토론회 개최, 전문가·주민대표·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지역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파트 개발에 대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는 아파트 건설 계획을 축소가 아닌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한수 서구청장에게 아파트 개발에 찬성한 것을 사과하고, 해당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회원들이 6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100년 역사의 미래유산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이들은 9일까지 이러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구청장에 대해서는 주민 15%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협의회는 지난 6월 구덕운동장 건립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서구 주민 10만5000명 가운데 2만여명에게서 반대 서명을 받은 바 있다.
부산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저항과 반대를 일으킨 물의에 책임을 지고 부산시장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재개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부산환경회의는 8일 “주민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기존 운동장을 팔아 고층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로 새 축구장을 만들겠다는 계획 그 자체”라며 “이 사업에서 축구장은 들러리요, 본질은 고층아파트”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이 사업은 운동시설의 축소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파트 층수 몇 개 층을 줄인다는 것은 주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 개개인이 중심이 되는 도시,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간 재분배를 통해 구현하는 도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도시’인데, 고덕운동장 재개발이 도시재생혁신지구사업으로 갈아타면서 ‘15분 도시’의 의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향 권기정기자
지역신문으로 본 폭염·폭우 기후 위기의 현장
폭염·폭우 ‘도깨비 날씨’, 폭염으로 온열질환 증가, 강원 지역 고랭지 배추 농사도 위기
수온 상승으로 산소 부족 은어 대량 폐사, 해파리 출몰…“에너지 빈곤층 대책 필요해”
7일은 가을에 접어든다는 절기 입추(立秋)였지만 최근 전국 각지에는 폭염 등 이상 기후로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기후가 급변하면서 자연스레 농어민 등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신문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연일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영남일보 <폭염 아니면 폭우…‘도깨비 날씨’ 지속>, 경기신문 <역대급 ‘폭염’ 속 기습적 ‘폭우’…오락가락 날씨에 짜증 폭발> 등의 기사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전국 각지에서 폭염 아니면 폭우, 특히 동남아 지역의 ‘스콜’과 같이 집중적으로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경상일보 인터뷰에서 “한반도 폭염은 기후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며 “폭염 재현 주기가 짧아지고, 언제 또 이같은 무더위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이상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강원일보는 7일 1면 톱기사 <기후 위기에 타들어 가는 ‘고랭지 배추’>에서 “일부 고랭지 배추재배 농가는 배추의 줄기와 뿌리 부분이 무르고 썩는 ‘무름병’으로 인해 여름철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태백 지역의 출하가 어려운 배추밭 사진을 함께 실었다.
▲ 7일자 강원일보 1면 기사
폭염으로 수온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사천 6일자 <연일 계속된 폭염에 은어도 ‘헉헉’... 사천강서 은어 사체 긴급 수거>기사를 보면 경남 사천시 사천 강변에는 사천시가 지난 5일 하루동안 수거한 은어 사체만 30kg, 300마리가 넘었다. 이는 연일 35도 이상 계속되는 폭염으로 물속 산소가 급격히 줄어서 발생한 일이라고 진단했는데 이날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사천강 용존산소량(DO)은 0.67ppm으로 나타났다. 어류 생존에 필요한 용존산소 농도는 4ppm이상이다.
부산일보 7일자 <폭염 속 들끓는 해파리, 국내 연근해 어민들 ‘한숨’> 기사에 따르면 폭염으로 국내 앞바다에 해파리가 자주 나타나고 조업 중인 어민들 그물에 섞여 들어와 해파리를 고등어 등과 분리해내는 작업으로 인건비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남일보 이날 사설을 보면 서부경남 주민들의 상수원인 진양호 일부 지역에 올해도 남조류가 대량으로 번식해 물 색깔이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 식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일보는 “이상 기후 탓만 하는 것은 문제”라며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기후 위기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7일 <‘재난급 기후변화’ 동해안 해수욕장 피서객 안 보인다> 기사에서 “휴가철 피서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울진 망양해수욕장은 썰렁하기만 하다”고 보도했고 경상매일신문은 이날 <폭염으로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율 증가> 기사에서 “대구시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 무더위와 8월 휴가철 야외활동 증가로 모기 매개 감염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동양일보 6일자 <‘살인 폭염’…충북서 가축 6만4528마리 폐사> 기사에선 폭염이 이어지면서 충북 폐사 가축 수가 전국(30만3111마리)의 21%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폭염으로 전통시장이 침체된다는 보도도 있다. 충청신문 7일자 <폭염에 발길 끊긴 대전 전통시장…대형마트는 ‘북적북적’> 기사를 보면 “며칠째 이어진 폭염에 이렇다 할 냉방시설이 없는 전통시장은 손님 발길이 뚝 끊긴 반면, 대형마트는 무더위를 피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에 전통시장 냉난방 장치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전북신문도 <폭염에 전통시장 손님 발길 ‘뚝’>에서 전주의 한 전통시장 모습을 전했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영남일보는 7일 사설에서 “5월20일부터 6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대구경북 190여명을 포함해 1700여명이고 사망자도 14명이나 된다”며 “폐사한 가축도 30만 마리가 넘었고 양식장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물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경북 청도군 1700여세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한 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총체적인 보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에어컨이 없거나 전기 요금 등으로 켜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앞장서야 한다”고도 했다.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에선 버스정류장에 얼음을 비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온열질환을 주의하라는 경고도 지면에 실렸다. 남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 지난 3~4일 광주 10명, 전남 28명 등 모두 3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며 “각 지자체는 사망자 발생 환경과 상황을 분석해 대비책 마련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30년 ‘댐 건설’ 전문가 “환경부 기후대응댐, 물폭탄 될 수 있다”
[인터뷰] 김승 세계기상기구 아시아지역 수문자문관
문재인 정부 때 ‘물관리일원화’로 환경부 역할 왜곡 지적
“지금은 신규 댐에 투자하기보다 기존의 큰 댐이나 주요 시설들이 안전한지 검토해서 그런 쪽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때입니다. 옛날 정책 방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기후변화 시대에는 맞지 않습니다.”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세계기상기구(WMO)에 아시아지역 홍수와 가뭄관리를 자문하는 수문자문관으로 활동 중인 원로 수문학자 김승(71) 박사는 5일 한겨레와 만나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대응댐’에 쓴소리를 했다.
김 박사는 국책연구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에서 1988년부터 30년 동안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 댐과 제방 등 하천 구조물의 설계지침 개발 등을 수행해온, 굳이 말하자면 주로 ‘댐 건설’ 필요성을 말해온 전문가다. 1999년부터 추진된 한탄강댐을 놓고 반대가 극심했을 때는 각종 토론회는 물론 법정에까지 나가 댐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해 댐이 건설되게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런 그가 환경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환경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14곳 지역에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갑자기 가치관이 바뀌어 환경주의자나 ‘댐무용론자’로 전향한 것은 아니다. 그는 “환경부가 댐 건설을 할만 한 데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댐을 만들면 홍수·가뭄 때 도움은 될 것”이라 했다. 다만 ‘기후대응댐’이란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30~50년에 한 번 올 정도의 가뭄, 100~200년에 한 번 올 정도의 홍수를 막는 정도의 설계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해주겠다고 내세우고 있는데, 사실 지금 걱정해야 될 것은 그 범위를 벗어난 가뭄이나 홍수가 오는 겁니다. 그럴 때는 댐이 있다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거든요.”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해당 설계기준을 벗어나는 홍수가 실제 일어나면 아예 댐 자체가 ‘물폭탄’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1990년 한강 유역 홍수 때 충주호 수위가 설계 홍수위(댐 건설·설계 시 기준이 되는 홍수량)를 초과해 남한강 상류 일대가 침수된 것과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때 10조원이 넘는 피해를 냈던 것 등을 설계 범위를 넘어선 홍수로 일어난 피해의 사례들로 꼽았다. “설계 범위를 넘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도 했다. 김 박사는 노트북 컴퓨터로 자신이 작성해온 자료를 보여주며 “모든 댐은 가장 많이 올 수 있는 비를 기준으로 만들어놨는데, 이론적으로 설정한 비와 실제 내리는 비가 큰 차이가 없이 근접하고 있어요. 이건 댐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니, 사실 심각하지요”라고 말했다.
가뭄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닥칠 수 있는 재앙적 가뭄 앞에선 댐도 확실한 용수 공급 시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댐 같은 수자원 사업은 시공간을 바꾸는 사업입니다. 여름에 물을 가뒀다가 봄에 쓴다든지, 여기서 물을 모아서 저기로 돌려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이처럼 시공간만 바꿔줄 뿐 절대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니 극심한 가뭄이 와서 시공간 이동할 게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이젠 어떤 경우에도 국가와 도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까지는 설계 범위를 벗어난 재해가 발생해도 국가가 지원해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재해의 규모가 커지면 국가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사회기반시설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해 피해를 위험과 노출, 취약성의 관계식으로 설명하며 “기후변화로 위험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허술한 사회기반시설을 보강해 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댐을 만들거나 철도와 도로 같은 멀쩡한 지상 시설을 지하화하는 것 등은 되레 피해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특히 확충하고 보강해야 할 구조물로 김 박사는 침수지역에서 물을 퍼낼 펌프장, 하천의 교량, 농업용 댐(저수지)의 물을 방류하는 여수로 등을 꼽았다. 그는 “농업용 댐들은 대부분 흙으로 쌓아놓은 댐들이어서 큰 비가 내려 다 찬 뒤에도 계속 밀려드는 물을 100% 방류하지 못하면 붕괴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이미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그런 것들을 보강하는 것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기후변화 시대 수자원 정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회복력과 탄력성을 의미하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강조했다. 댐과 같은 구조물로는 재해 대비에 한계가 있으니 중요한 곳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 설계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도 피해가 최소화되고 신속히 원상 복구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가뭄 대응과 관련해서도 댐 건설과 다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댐을 건설해 물을 시공간적으로 이동시켜도 가뭄 대응이 안 될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하수를 처리해 쓴다든가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농작물을 바꾼다든가 하는 여러 장기적 대안을 놓고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에선 그런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댐 개발을 툭 터트렸는데, (국가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별 물관리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는 “옛날에 국토부가 댐 개발 계획을 세우면 환경부가 환경영향을 평가해 대안을 찾아보라며 제동을 걸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환경부가 그런 역할을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과거에 댐 건설을 놓고 내가 환경부와 얘기를 많이 하고 대립했지만, 그때 환경부가 했던 그런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우가 계속된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국수력원자력은 팔당댐 수문을 열고 초당 1697.4톤을 방류하고 있는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는 환경부에서 이런 역할이 사실상 실종된 계기로 ‘물관리일원화’를 지목했다. 물관리일원화는 2018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수질 관리는 환경부, 수량 관리는 국토교통부로 나눠져 있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에 통합시킨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관리 부문 조직과 인력을 넘겨받고 수자원공사까지 산하기관으로 두게 됐다. 이 일원화에는 환경부에 수자원 관리를 맡기면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모한 수자원 사업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 반대가 됐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김 박사는 “한국과 같이 물관리가 중요한 나라에서 바람직한 물관리는 전문화된 여러 부처에서 참여해서 서로 견제하게 하고 그것을 잘 연계시켜 ‘종합’해 하는 것이 맞지 한 부처에 ‘통합’해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여기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확실하게 해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통합 이후 그런 기능이 실종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이미 물관리일원화로 환경부가 주무부처가 된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행정위원회도 아닌, 실행력 없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껍데기 조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정부, '주택 공급 확대' 위해 MB 이후 12년만에 수도권 그린벨트 푼다
8.8 부동산회의, 대규모 주택 규제 완화 방안 마련
정부가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 8만 호 이상을 짓기로 했다. 주택 공급량을 늘린다는 이유이지만 아파트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그린벨트를 희생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를 늘리고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해주는 한편, 비 아파트 매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빌라 등을 무제한 사주는 방안도 발표됐다.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우량주택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해 8만호 신규택지 공급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8만 호 이상의 신규택지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서울 지역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건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 가운데 1만 가구 이상은 서울의 그린벨트 지역에 공급된다. 서초와 강남권 일대 그린벨트가 해제되리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그로 인한 투기를 막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서울의 그린벨트 전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된다.이는 올 1월 발표 당시 공급 규모인 2만 호의 4배 수준이다. 올해 연내 5만 호, 내년 3만 호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 안이다.
올해 공급량(5만 호) 중 2만 호의 70%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또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 이용을 효율화해 당초 예정된 추가 공급 물량(3만 호)에서 2만 호를 더 확보하기로 했다.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후분양 주택 일부는 선분양 전환
기존 발표된 정부의 주택 규제 완화 방향이 이번 대책에도 고스란히 유지됐다.정부는 LH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를 대상으로 22조 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해 주택 조기 공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수도권 3만6000호가 대상이다. 민간이 착공해 준공한 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LH가 매입해준다는 방안이다. 건설사의 주택 공급 유도를 위해 수요보다 높은 수준의 분양가가 형성되더라도 분양에 실패하면 정부가 대신 사준다는 얘기다. 미분양 시 매입가격은 세대별 실제 분양가에 매입확약률과 최대 2% 수준의 가산비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LH의 매입 물량은 공공주택(뉴:홈 선택형)으로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6년 후 분양 전환된다.기존 2018~2020년 후분양 조건부로 공급한 1만7700호 중 7월 현재 본청약 실시 전인 4500호는 선분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대 1년 6개월 내외의 분양 시기 조기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정부 안이다. 당장의 주택 공급 실적을 늘리기 위해 부실 공사 등의 위험이 후분양 주택보다 클 수밖에 없는 선분양 주택이 나오게 된 셈이다.
정부는 또 2022년 이후 발표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5곳(14만5000호)의 지구지정을 김포한강2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는 등 지구지정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평택지제(3만300호 규모), 내년 상반기까지는 용인이동, 구리토평, 오산세교3(6만6000호)의 지구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PF 보증 5조 늘린다
주택 공급 여건 개선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정부는 우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공급 규모를 당초보다 5조 원 늘린 35조 원 규모로 올려잡았다. 정상 사업장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는 이유이지만 이 같은 보증은 무리한 PF로 인한 실패를 정부가 보증해 부동산 투기 시장을 떠받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된 사안이다.
정부는 또 지자체 협의회와 권역별 점검회의 등을 통해 주택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인허가의 장애요인을 해소하기로 했다. 이달 중 서울 25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수도권이 우선 실시 대상이다.
중소형 평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현행 60제곱미터 이하인 건축면적 제한 수준을 85제곱미터 이하로 완화한다. 더 크고 비싼 집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서민가구를 대상으로 공급 주택 일부에 포함하는 소규모 주택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등 용적률 완화에 따라 조합이 건설해야 하는 임대주택의 인수가격은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 수준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조합은 완화 용적률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 공공에 매각할 의무가 있다. 즉 정부가 더 비싸게 사줘서 재개발 조합의 이익을 보전해준다는 방안이다.
빌라 등 비 아파트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공공이 신축 비 아파트를 앞으로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 호 이상 사들여 이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5만 호는 분양 주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비 아파트 매입은 '공급 상황 정상화'까지 무제한 이뤄질 것이라고 정부는 공언했다.
▲정부가 빌라로 대표되는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위를 늘리는 등 최근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해 적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구입 시 1주택자도 세제 혜택
최근 주택 투기 붐이 되살아난 수도권과 달리 대규모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지방을 대상으로 정부는 미분양 CR리츠를 9월 중 도입하기로 했다.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해 미분양 위험을 해소한다는 안이다. CR리츠가 미분양 주택 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에는 취득세와 종부세 세제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또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도 허용한다.
지방의 준공전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는 HUG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 한시 확대 혜택이 제공된다. 지금은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는 분양가의 70%를, 초과 주택은 60%를 지원하지만 앞으로는 전용면적 구분 없이 일괄 70%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별 최대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도 한시 확대한다. 현재 HUG 신용등급 BBB- 이상 기업 3000억 원, CC 이상 2000억 원의 한도를 앞으로는 BBB- 이상 5000억 원, CC 이상 3000억 원으로 늘려준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사업자가 이를 분양하는 대신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원시취득세 50%를 감면해주고 기존 1주택자가 내년 12월까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할 경우에는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현재 주택 소유자라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는 12억 원 한도에서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최대 80%)을 주며 종부세 12억 원은 기본공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정부 "수도권에 42만7000호 우량주택 공급 이뤄질 것"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국민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양질의 우량주택을 21만 호 이상 추가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수도권 신규택지 8만 호에 토지 효율성 제고를 통해 2만 호를 공급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이 신축매입주택 11만 호를 공급하고 서울의 경우 최근의 사기 사건 등으로 인해 수요가 떨어진 비 아파트를 공급 정상화까지 무제한 매입해 이를 공급하면 최대 21만 호 이상의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더해 기존에 추진 중인 주택 사업의 소요기간을 줄이는 이번 추가 규제 완화에 따라 21만7000호의 조기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이를 합산하면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우량주택 공급이 이뤄지리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회의 모두발언에서 "2023년 이후 공사비 상승과 PF 부실 등으로 인해 주택공급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이번 대책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라며 "정부는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실행 가능성이 확실한 대안을 위주로 마련"했다며 "즉각적인 후속조치 이행으로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하루 빨리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박 장관은 또 "국민이 원하는 우수한 입지에 양질의 주택이 넉넉히 공급될 때까지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어려움을 덜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주택을 많이, 꾸준히,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오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미래 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30% 완화, 사업 기간 3년 단축···실효성은 미지수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추진 일시적 용적률 상향, 사업기간 단축
공사비 인상 여전한데 실효성 의문
지난 1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노후 아파트 앞에 재건축 사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절차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한다. 용적률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사업성을 늘리고, 재건축 1주택 원조합원의 취득세를 감면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주택연금을 활용한 조합원 분담금 납부도 허용한다. 그러나 공사비는 여전히 높고 분담금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중 재건축·재개발에 관한 대책은 속도와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이 약 3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약 37만 가구다.
정부는 우선,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용적률을 역세권 정비 사업의 경우 360%에서 390%로, 일반 정비 사업은 300%에서 330%로 각각 높일 방침이다. 다만,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은 제외된다. 재건축·재개발 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도 폐지했다. 지금까지는 재개발은 85㎡ 이하 주택을 80% 이상,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은 60% 이상 공급해야 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물 높이 제한과 공원녹지 확보 기준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공동주택 간 거리를 법적 최소 기준까지 허용하고, 공원을 확보해야 하는 부지 면적 최소 기준도 5만㎡에서 10만㎡로 높였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완화된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면 일반분양을 늘려 조합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현행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의 80%로 1.4배 상향한다. 조합은 완화된 용적률의 50%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지은 뒤 지자체나 공기업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수익률은 올라갈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단계별 계획을 간소화해 정비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 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정비 계획을 수립할 때 분담금 추산 등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을 고려해 먼저 대표 유형 분담금만 산정한 뒤, 조합 설립 시에 세대별로 산정하도록 했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요건도 완화하고, 관계 기관 간에 의견이 달라 절차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 합동 조정회의’도 신설한다.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재건축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추진한다. 비규제지역의 분양가 12억원 이하의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에서 취득세를 감면해줄 수 있도록 했다. 정비 사업 분담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연금 개별 인출 한도를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왼쪽 첫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부동산 관계 부처 관계자들이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우 장관, 최 부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정비 사업이 늦어진 데는 공사비와 금리 인상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지원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자금 지원과 공적보증 강화 등은 결국 개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대출”이라며 “이것만으로 정비사업 시장이 크게 탄력받기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연금 개별 인출 목적에 분담금 납부를 포함하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를 미리 주택연금으로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세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재건축 재개발 문턱을 낮추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향 박상영 기자
금정산 ‘24번째 국립공원’ 지정 급물살
부산·양산 73.645㎢ 구간…환경부 전략환경평가 재개
19일까지 주민 의견 청취…내년 상반기 절차 마무리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 절차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재개와 함께 급물살을 탄다. 목표대로 절차가 끝나면 내년 상반기 금정산은 전국 24번째이자 도심 한복판의 산악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 절차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재개와 함께 급물살을 탄다. 사진은 8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항공촬영한 범어사 일대 금정산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환경부는 오는 19일까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공개하고 주민 등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지난달 17~29일 민간전문가, 부산시, 지자체별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를 열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환경보전방안의 대안 ▷평가항목·범위·방법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을 결정했다. 이는 부산 금정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연제구와 경남 양산에 걸친 73.645㎢의 금정산 구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다. 부산에 속하는 면적은 58.891㎢(약 80%), 양산은 14.754㎢(약 20%)다. 이번 결정 내용 공고 이후 주민 등의 의견 청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된다.
환경부는 이번 결정 내용을 공개하면서 “금정산은 국가 주요 생태 축인 낙동정맥 끝자락에 있어 지리·생태·인문·사회적 가치가 크며 국가지질공원으로 국가의 중요한 환경자산”이라면서 “탐방객이 많고 개발 압력이 커 훼손될 위험이 있기에 통합적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2022년 8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시작했지만, 환경부가 원활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주민 동의 등을 담은 인근 지자체와의 업무협약을 요청해 1년 만에 일시 정지했다. 이후 시가 국립공원 지정의 핵심 이해 당사자인 범어사를 시작으로 ▷경남도 ▷양산시 ▷북구 ▷동래구 ▷연제구 ▷사상구 ▷금정구 ▷부산진구 등 인근 지자체와 협약을 추진하면서 지난 6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재개도 요청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재개와 함께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6월 실제 경계 등을 확정하기 위해 ‘금정산 국립공원 경계 조정 및 공원시설계획 재정비 용역’도 시작했다. 이는 앞서 공단이 진행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조사를 보충하는 차원이다. 8개월간 진행되는 이 용역 결과에 따라 국립공원 지정 때의 경계와 용도지구계획, 시설계획 등이 확정될 예정이며, 전략환경영향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두 용역이 마무리되면, 환경부는 다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진행한다. 이후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최종 검토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다음달 7일 강남대로서 기후정의행진
907 기후정의행진’ 포스터.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제공.
올해 기후정의행진이 다음달 7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4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후정의행진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기후정의행진의 표어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대규모 대중 행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해인 2019년부터 매년 1회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팬데믹 때인 2020년과 2021년에는 행진이 진행되지 못했고, 지난해와 2022년에는 각각 약 3만여명의 시민들이 행진에 참여한 바 있다.
조직위는 이날 “이상 기후는 보편적 현상일지 몰라도 이로 인한 재난은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다”면서 “여성과 농민, 빈곤층과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신공항 건설 예정지, 세종보를 비롯한 사대강의 댐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현장, 케이블카·송전탑 등과 싸우는 숲과 마을 등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멈추지 않는 탐욕적 개발 사업의 현장들이 있다”면서 “907 기후정의행진은 이런 투쟁의 현장을 연결하는 행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번 기후정의행진의 취지에 대해 “기후재난 속에서 우리는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기후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물가, 고금리, 사상 최고 기온은 모두 불평등과 부정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더욱 크고 너르게 싸워야만 정부와 자본에게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경향
부산 건설업계 “가덕신공항 PK업체 참여율 20% 보장을”
상의-건설공단 이사장 간담회
- “부지조성공사 2차입찰 11%뿐
- 정부·市, 3차 땐 참여 확대해야
- 하도급 인력·장비 등 분야서도
- 지역업체 60% 이상 참여 절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사업자 3차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지역 상공계가 지역업체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업체 참여율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탠다. 지역 건설업계는 3차 입찰 과정에서 정부와 부산시 및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8일 2층 국제회의실에서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양재생 상의회장과 정형열 부산건설협회 회장을 비롯해 지역 건설업계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상의는 지역 최대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입찰이 2차례 유찰되고, 지역 건설업체 참여비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에 따라 이 자리를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입찰 참가자격 사전 적격심사(PQ)’ 3차 입찰을 공고했다. PQ 신청서 제출 마감일은 오는 19일이다. 국토부는 이번 입찰에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기간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 ▷상위 10개사 공동도급 범위 기존의 2개에서 3개로 확대 ▷설계기간 종전 10개월에서 12개월로 2개월 연장 등 이전과 변경된 내용을 담았다. 3차 입찰을 통해 시공사가 정해지면 호안 기초공사를 시작으로 해상 및 육상매립을 거쳐 활주로, 유도로를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앞서 1, 2차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부산 업체는 동원개발 동아지질 흥우건설 삼미건설 협성종합건업 지원건설(이상 지분율 1%)과 경동건설 대성문건설 영동 동성산업(이상 0.5%) 등 10곳이 참여했다. 경남에서는 대저건설 대아건설(이상 1%), 정우개발 대창건설(이상 0.5%) 등 4곳이 포함됐다. 전체 공사비에 대한 지분율 1%는 1000억 원, 0.5%는 500억 원가량이다.
부산과 경남 지역업체 14곳 지분을 모두 합하면 11%다. 업계는 3차 입찰에서도 지역업체의 이 비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지분이 많은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등의 지분율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건설업계는 더 많은 지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부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열 부산건설협회 회장은 “앞서 진행된 1, 2차 입찰을 보면 부산 업체는 8%, 부울경을 합해도 11%에 불과하다. 3차 입찰 때는 부울경 업체의 참여 비율이 20%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신공항 건설은 변수가 많은 만큼 시공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변경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전문건설업계도 공사가 시작되면 하도급 인력·장비 등 분야에서 지역업체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공단과 부산시,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영주 유창중건설 회장은 “부산의 종합건설업체가 지분만 참여해서는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하도급 인력·장비 등 분야에서 지역의 우수한 전문건설업체가 60% 이상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와 원자재가 고공행진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역 건설업계는 극한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지역기업의 참여 비중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단 이윤상 이사장은 “가덕도신공항은 건설 단계뿐만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지역 상공계 및 건설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낙동강 대교 ‘마지막 퍼즐’ 엄궁대교, 환경평가 문턱 넘나
부산시가 이번 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엄궁대교 건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엄궁대교 예정지 일대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대교 사업 중 유일하게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과 국가유산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엄궁대교 건설 사업이 환경청 환경영향평가 재개로 다시 본격화한다.
부산시는 엄궁대교 건설 예정지를 재조사한 결과와 이전보다 구체화한 생태계 보전 방안 자료를 이번 주 환경청에 제출한다. 엄궁대교와 함께 추진돼 온 대저·장낙대교 건설 사업이 모든 심의 관문을 통과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만큼 마지막으로 남은 엄궁대교 승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시는 이번 주 환경청에 엄궁대교 건설 사업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엄궁대교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길이 2.9km 교량으로 사업비 3455억 원이 투입된다.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1년 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들어갔지만, 아직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이뤄졌던 지난 4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보완 요청이 내려졌다.
시는 엄궁대교와 대저·장낙대교가 낙동강 일대에 함께 건설되는 만큼 이들 사업 연계성을 고려한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보다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환경청의 보완 요청을 받았던 지난 4월부터 엄궁대교 건설사업 예정지 현지 조사를 다시 진행했다. 겨울철새 대체 서식지를 구체화하고 교량 일대 대모잠자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구체적인 분포 범위와 모니터링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을 담기 위해서였다. 낙동강 일대 조개류 분포도를 확인하기 위해 잠수부를 투입해 수중 조사도 진행했다. 엄궁대교 사업지뿐만 아니라 낙동강 일대 동·식물 조사와 환경청이 요구한 생태계 보전 방안 등을 중심으로 내용도 대폭 보완했다.
시는 대교 건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기질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소음, 분진에 대한 저감 방안도 이번 자료에 담았다. 차량 바퀴와 노면의 마찰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건설 공법 등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대저·장낙대교가 국가유산청의 심의를 통과해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하는 만큼 엄궁대교 승인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보완한 환경영향평가 자료와 함께 지속적인 철새도래지 관리 방안과 주기적인 모니터링, 습지 개선 등을 약속한다면 환경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엄궁대교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대교 건설의 마지막 퍼즐이다. 엄궁대교는 서부산권과 도심을 잇는 핵심 연결축이 될 전망이다. 엄궁대교 건설 예정지 주변에는 2029년 7만 6000여 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코델타시티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 구간 교통을 원활히 하는 진입도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 곧바로 국가유산청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심의에서 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쳐야만 엄궁대교 건설 계획을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이달 안으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고 승인을 받으면 다음 달 국가유산청 심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저·장낙대교가 외부 기관 승인 문턱을 모두 넘은 만큼 엄궁대교 사업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