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 온도가 경쟁력…큰 나무 심는 설계가 도시숲 성공 열쇠” 2. 건물에 나무 심으면 친환경이다? 3. 나무만 심으면 기후변화 해결된다? 4. 이기대 시·구청 ‘동문서답’ 코미디 행정에도 아파트 심의 통과 5. 가닥신공항 이주대책 용역 착수
6. 지방소멸, 이대론 막을 수 없다 7. 짧은 시간 쏟아지는 '극한호우', 동남아 스콜보다 무섭다 8. 국제 플라스틱 회의 유치한 부산, 정작 시청사엔 1회용컵 넘쳐나 9. 생명평화운동을 위한 변명 10. 하제마을 팽나무와 생태감수성 11. 폭염과 가난
12. 기후대응댐 14곳 건설한다... '반도체 산단 물대기'도 활용 13. 동천 정화 위해 성지곡 계곡물 끌어온다 14. 엑스포 유치 실패했는데… 가덕도공항 공기 더 앞당겨졌다 15. 부산 가덕도 공항, 서울 대형 건설사가 다 짓는다
16. 마스크 다시 사야 하나…영유아 덮친 ‘수족구병’ 17. 매립 위기에서 지킨 해변… 부산의 서핑·노을 명소 됐다 18. 검찰,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방류 요구한 환경단체 대표 기소 19. 이 도넛 유심히 보세요... 지구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20. 근거도 없고 효과도 없을 기후대응댐 14개 21. 국민관광지 단양 8경 선암계곡에 댐을 만든다고? 22. 명태 떠난 ‘끓는 바다’, 오징어·고등어도 떠날 채비
23. 환경단체, ‘신규 댐 건설 계획 철회하라’ 24. 신의 선물인가 인류의 재앙인가, 에어컨에 대한 ‘알쓸신잡’ 25. 기후비상사태, 전문가들이 급박하게 제안한 것 26. 금메달의 책임 27. ‘친환경’ 맞나요?⋯나무가 깎여나간 자리, 드러난 흉물들
“도시 온도가 경쟁력…큰 나무 심는 설계가 도시숲 성공 열쇠”
멜버른 빅토리아 마켓 앞으로 트램이 지나고 있다.© Copyright@국민일보
도시가 달군 팬처럼 뜨겁다. 여름은 이제 시작인데, 낮 기온은 30도를 웃돈지 오래다. 그래도 거리에 나무가 있어 사람들은 잠시 숨을 돌린다.한여름 가로수는 도시의 휴식처다. 여러 겹의 가지가 촘촘히 햇빛을 막고, 시원한 공기를 내뿜어 주변을 쾌적하게 다. 사람을 걷게 하고, 폭염과 폭우가 주는 충격을 완화한다.제주도가 나무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민·기업과 손 잡는 방식으로 녹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국민일보는 달라진 제주도 도시숲 정책을 취재했다. 우리보다 앞서 기후 변화를 경험한 호주 멜버른의 고민과 이 도시의 녹지정책도 함께 살펴본다.
2009년 최악의 자연재해를 경험한 뒤 멜버른시가 수립한 도시숲 정책( ‘Urban Forest Strategy, 2012~2032’)은 매우 전략적이다. 어디에, 어떤 나무를, 어떤 순서에 따라 심어야 할지 기준을 명확히 수립했다.
멜버른시의 공공영역 캐노피(Canopy, 전체 토지에서 나무 그늘이 차지하는 물리적 범위)는 전략 수립 당시 22%에서 현재 30%까지 늘었다. ‘2040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5월 멜버른 근교 윌리엄스타운 자택에서 이안 쉬어스(Ian Shears) 씨를 만났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멜버른시에서 도시숲 업무 책임자로 근무했다. 시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새로운 도시숲 전략을 구상하고, 수립해 시행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늦가을에 접어든 지난 5월 멜버른 시내 모습. 사람들이 트램을 기다리고 있다.
이안 쉬어스(사진) 전 국장은 “멜버른이 세계적인 ‘정원의 도시’이자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게 된 도시숲 전략은 2009년의 비극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밀레니엄 가뭄’이라고 부르는 건조한 날씨가 2000년 이후 7~8년 동안 지속됐고, 2009년 멜버른 주변에 큰 산불이 있었다. 불은 한 달 넘게 지속되었고, 176명이 화재로 사망했다”고 했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폭염도 이어졌다. 당시 화재 등으로 인한 폭염으로 멜버른을 포함한 빅토리아주에서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쉬어스 전 국장은 “1800년대 멜버른 도시가 처음 조성되었을 때 우리는 나무를 일종의 장식물로 여겼지만, 지금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며 “이것은 나무를 심거나 나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도시에서의 삶을 더 낫게 하는 조치라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 중 하나다. 연평균 강수량이 우리나라의 절반인 600㎜를 밑돈다. 반면 기온은 대체로 연중 온화하다. 멜버른의 여름 평균 최고기온은 23~25도 수준, 하지만 2009년 1월 30일과 2월 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45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은 도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고온과 가뭄에 나무들의 상태가 악화했다. 해충과 곰팡이병은 늘었다. 도시 공해에 강한 나무로 인식돼 멜버른 도시상업지구(CBD)에 많이 식재했던 버즘나무는 고온에 약했다.
느릅나무는 뿌리를 접목하며 자라는 특성이 있어 감염 시 확산이 빨랐다. 이런 이유로 멜버른에서는 1200년이 넘은 거대한 느릅나무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2009년 발생한 기상 이변은 도시에 많은 문제를 가져다주었지만, 도시숲 정책을 한 단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쉬어스 전 국장은 “멜버른시는 도시 안에서 숲을 만드는 게 아니라 숲속에 도시를 만들 수 있게 전략을 개발하고 도시 비전을 준비했다”며 “초안 작성에서 의회 승인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여러 계층의 의견을 청취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쉬어스 전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를 크게 키우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무를 길옆에 심으면 작은 나무만 얻을 수 있지만, 큰길에 심거나 도로 한 가운데에 심으면 정말 큰 나무를 얻을 수 있다”며 “수관이 넓은 나무가 더 많은 이익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 나무를 심을지를 중요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나무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표면을 투수성 재료로 교체하고, 물 저장성이 큰 토양을 사용했다. 식수대 밑에 빗물 포집 장치를 설치해 인근 나무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며 “나무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했다”고 했다.
그는 “도시숲 정책은 시민의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답변을 전달하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특히 도시숲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시민과 도시에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했다.
가로수 정보가 탑재된 양방향 지도(Urban Forest Visual)를 통해 시민들이 가로수에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한 시책에 대해서는 “사람들로부터 개별 가로수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다른 부서나 기관에서 특정 지역 개발을 위해 나무를 잘라야 할 때 사람들이 이 나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근거로 보여주며 설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그 같은 상황이 발생했고, 나무를 보호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쉬어스 전 국장은 지난 2017년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선 나무의 숫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를 보았다”며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큰 나무의 수와 큰 나무를 심기 위한 설계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숲 전략을 짤 때에는 나무가 성장해 도시 온도를 낮추기까지 100년 이상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4년 임기를 기준으로 도시숲 정책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민들이 더 많은 정책과 개선을 요구해야 도시가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도시는 점점 더워지고 가물고 때로 급작스러운 폭우가 찾아올 것”이라며 “나무 등을 통해 도시 온도를 얼마나 낮추는가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멜버른=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건물에 나무 심으면 친환경이다?
어디든 '나무' 심으면 친환경? "그건 인간 친화적…국제 기준도 아냐"
'지구' 친화적인 목재…무기한 탄소 저장고
탄소 저장 1천년도 끄떡없다…유럽은 '목조 건축' 홀릭
판정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서울시 강남 청담동 일원에 들어서는 한 고급 주택은 건물 곳곳에 2500여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심어 수직 숲을 이뤘다며 "친환경 건축물"을 자처한다.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해 해당 건물을 재창조한 그림. Playground 제공
'환경을 생각합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서는 한 고급 주택의 홍보 문구다. '친환경 그린빌딩 콘셉트'를 표방하는 이 주택은, 건물 곳곳에 2500여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심었다. 건물 자체가 수직 숲을 이뤘다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건축물'을 자처한다.
친환경 주택은 세계적 트렌드다. 이 청담동 주택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와 같은 숲 빌딩을 벤치마킹했다.고급 주택에 덧입힌 친환경은 눈길도 사로잡는다. 최근 이른바 '환경 효능감'을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왕이면 탄소를 덜 배출하고 환경에 무해한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디든 '나무' 심으면 친환경일까
'친환경 건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올리버 스터는 "(건물에 나무를 심는 건) 인간의 기후 변화 적응일 뿐, 환경 친화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히 건물에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친환경 주택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에 나무를 심는 건) 인간의 기후 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일 뿐, 환경 친화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친환경 건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올리버 스터(Oliver Sterl)는 지구 친화적인지, 인간 친화적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즉,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 시기, 단지 '인간'이 적응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취재진이 인터뷰에 나선 7월 초순 오스트리아의 한낮 온도는 35도. 올리버 스터는 "35도, 40도…도시들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그는 "식물들은 단열 냉각을 통해 최대 5도 정도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게 바로 '녹화'의 효과"라며 "또 식물 안에서 사는 건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안락하게 느낄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사람들이 도시에서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목조 건물이든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든 상관없이 식물을 심으면 (인간의) 기후 변화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철기 임업연구사 역시 "공기질 향상 등 환경적 이점은 있겠으나 건축물 자체가 친환경이라는 지표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짚었다.이는 국제적인 방법론에 관한 얘기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산림분야에서의 탄소 흡수 방법으로는 △산림경영 △신규조림 △재조림 △목재 사용 등이 있다. 단순히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산림분야에서의 탄소 흡수 방법 중 목제품 활용은 포함되지만,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 발췌. 산림청 제공
한국 역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탄소 감축 의무가 있다. '나무 심은 건물'은 그저 숲 안에 살고 있다는 낭만의 실현일 뿐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탄소 감축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규원 산림기술사도 "물론 전 지구적으로 탄소량을 줄여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국제 룰은 정해져 있다"며 "새로 조림을 한다거나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다거나 등의 행위를 해야 국제적으로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친화적인 목재…무기한 탄소 저장고
그렇다면 '지구'에 친화적인 방식은 무엇일까. 탄소 중립 시대, 전문가들은 목재를 주목한다.나무는 태울 때 그동안 저장해온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뒤집어 말하면 나무를 태우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는 저장된다. 나무로 만든 목재 제품은 이산화탄소를 몸체 속에 고정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유럽에선 목재로 만든 놀이터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장윤우 기자
김 박사는 "목재 기둥 1㎥에는 약 840k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된다"고 했다.이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된다. 김 박사는 "2011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국산 목재를 사용하였을 때 목재의 탄소 저장량으로 인정된다"고 부연했다.더 중요한 점은, 사용이 끝난 목재를 폐기해 태울 때에도 국제 규정상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정한섭 임업연구사는 "IPCC 기준상, 목재는 수확되면 탄소가 방출된 것으로 산정된다"며 "(벌목 시) 탄소 배출이 이미 산정되었기 때문에 이후 추가 산정은 없다"고 설명했다.나무를 베어낸 후라면, 곧바로 태우든 가구로 쓰다 50년 후 태우든 배출량은 '0(제로)'다. 대신 감축량은 인정된다. 대표적인 산림 선진국이자 목재 강국인 오스트리아가 '목재 활용'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다.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있는 연방산림학교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산림은 탄소 저장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면서 "(따라서) 오스트리아의 전략은 목재를 장기적으로 사용해 추가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오스트리아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오스트리아의 전략은 목재를 장기적으로 사용해 추가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빈=정재림 기자
韓 "목재도 시간 지나면 탄소 배출한다"…전형적 인용 왜곡
산림청과 일부 언론들은 IPCC 보고서를 인용해 "목재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탄소를 배출한다"며 '평균적인 반감기'를 제시한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이는 보고서 일부만을 발췌해 오인한 것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은 "IPCC 기준 탄소 저장 기간이 제재목의 경우 50년, 보드 20년"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한다.이를 바탕으로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들은 "목재 제품마다 평균적인 반감기가 존재하고, 이를 지나면 탄소가 배출된다"는 식으로 해당 기준을 인용해왔다.
산림청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IPCC 기준 탄소 저장 기간이 제재목의 경우 50년, 보드 20년"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들도 "목재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탄소를 배출한다"며 해당 기준을 인용해왔다. (위)산림청 2030산림탄소경영전략 캡처·(아래)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캡처
취재진이 전체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보고서는 반감기가 목재에 따라 고정돼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이 같은 '오해'는 IPCC의 '2006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 2019 개정판' 12.7장의 "제재목(반감기 35년)과 목재 패널(반감기 25년) 같은 장수명 목재 제품의 배출량을 과대 평가할 수 있다"고 기간을 언급한 문장에서 비롯됐다.
기후변화협의체(IPCC)의 [2006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 2019 개정판]에 따르면 12장 수확된 목재 제품과 관련해 12.7(페이지 12.37) 평가의 불확실성에 다루는 장에서, 목재 제품과 관련해 탄소 추정치와 관련된 잠재적인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다. IPCC 제공
이 문장은 "특정 경제 상황에 따라 목재의 반감기(수명)가 과대 또는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맥락에서 예시로써 거론됐을 뿐이다.보고서는 경제 호황기일 때는 사람들이 목재 제품을 빈번히 교체할 수 있고, 반면 불황기에는 교체 주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목재 제품의 평균적인 탄소 방출 시기를 일정하게 고정하는 것은 잠재적 불확실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따라서 이 문장 속 언급된 기간을 '제재목과 목재 패널의 반감기'로 단정짓는 것은 전형적인 인용 왜곡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 올리버 스터가 목재 제품을 들고 탄소 저장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빈=장윤우 기자
보고서에 언급된 '35년'과 '25년'은 미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것이며, 개별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올리버 스터는 "그건 미국 보고서이고 미국의 건물을 기준으로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비엔나에선 보통 건물 수명이 200년 이상이다. 또 중국에는 1천년 된 목조 사원이 있는데, 1천년동안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IPCC가 발간한 또다른 보고서에서는 목재를 주택이나 가구에 사용한다면 탄소 저장을 수세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단 나무를 베어냈다면, 최대한 오래 쓸수록 지구엔 '진짜' 친환경이 된다는 의미다.
탄소 저장 1천년도 끄떡없다…유럽은 '목조 건축' 홀릭
올리버 스터가 설계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호호빈(HoHo Wien). 빈=장윤우 기자
전문가들은 목재를 장수명(長壽命)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목조 건축물을 꼽는다.콘크리트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를 나무로 짓는다면 지구에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도 상당한 양의 탄소 감축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재료 생산 및 건축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는데, 2021년 기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가 건축 분야에서 배출됐다.
올리버 스터는 "철,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로 건물을 만들 경우 상당히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설명했다.목재를 쓰면 건물 자체로 탄소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도 현저히 줄어든다. 콘크리트 1㎥를 목재 1㎥로 대체하면,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목조 건축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최보금 기자
내구성 역시 철·콘크리트 건물 못지않다. 목재기 때문에 화재, 지진 등에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올리버 스터는 "불이 났을 때 콘크리트와 강철은 650도에서 붕괴하는 반면, 목재는 1천도에서 90분 동안 불을 때어도 내부 코어 온도는 10도 상승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또 "지진 발생 시에도 목조 건물은 유연하다"며 "재료가 더 단단할수록 쉽게 부서지는데, 목조 건물은 구부러지고 탄력적이라 지진에도 잘 버틴다"고 주장했다.
그가 설계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호호빈(HoHo Wien)은 목재 비율 75%로 콘크리트와 혼합해 만들었고, 고전적인 콘크리트 100% 건물과 비교했을 때 약 28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크리트 1㎥를 목재 1㎥로 대체하면,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 오스트리아의 호호빈은 탄소 2800톤을, 국내 한그린목조관은 탄소 160톤을 저감했다.
오스트리아는 정책적으로 건축 분야에서 목재 사용을 장려한다.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한 유럽 곳곳에선 목조 건축물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기후 정책의 산림 분야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목재를 건축 등 장수명 제품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이 강조하는 바다.그는 "이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시멘트나 철강 같이 생산 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재료를 대체할 수 있고 동시에 건물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제2의 숲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학과장도 "목재는 오스트리아가 직접 가진 원자재지만, 철강이나 천연가스 등은 수입해야 한다"며 "따라서 (목조 건축을 장려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경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이중 효과를 언급했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 국장은 "기후 정책의 산림 분야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목재를 건축 등 장수명 제품에 사용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빈=정재림 기자
한국도 "향후 조성하는 건축물 목조건축화 선언"…현실은 '저조'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소개된 목조 건축물이 있다. 경북 영주시 한그린목조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은 이 건물은 국내 최초로 CLT(목재를 가로세로 교차해 붙인 건축재)를 활용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증받은 건축물이다. 지난 2021년 세계목재페스티벌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그린목조관 역시 호호빈과 마찬가지로 목재와 콘크리트 혼합 방식이다. 국내 건축법상 피난 방화 규칙에 따라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무조건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그린목조관의 탄소 저감효과는 무려 160톤에 달한다.
김철기 박사는 "30년 된 소나무 숲 11ha(헥타르)가 15년 동안 흡수할 수 있는 양"이라며 "19평 되는 주택을 콘크리트로 지었을 때와 목재로 지었을 때를 비교하면 목조 주택은 승용차 18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 영주시에 소재한 한그린목조관. 이 건물은 국내 최초로 CLT를 활용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증받았다. 정재림 기자
다만 한그린목조관 준공 이후 국내 목조 건축 대중화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산림청은 2018년부터 총 예산 10억 원을 산정해 민간 건축물의 목조화를 지원하고 있으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집행은 단 2건에 불과했다.목조 건축을 위한 공급 여력 자체도 충분치 않다. 현재 국내 CLT 생산업체는 0개사, 집성재 생산업체는 5개사, SPB 생산업체는 1개사에 불과하다.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목재 소비 현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은 연간 2868만㎥의 목재를 소비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인 58.9%가 펄프용과 바이오매스용으로 쓰였다. 목조 건축에 쓰일 제재용은 16.6%, 보드용은 24.5%에 불과했다. 목재를 마치 일회용품처럼 소모적으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친화적으로 목재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목조 건축물을 꼽는다. 펄프용이나 바이오매스용은 저효율적 활용 방법이다.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신축되는 건물의 20%를 목재 등 소재로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목재우선법에 따라 국가자금이 투입된 건물은 목재를 주자재로 사용한다.
산림청은 "향후 조성하는 건축물의 목조건축화"를 선언하며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 지원사업을 우선적으로 조성해 인식을 제고하고, 목조 건축의 우수성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나무만 심으면 기후변화 해결된다?[노컷체크]
과대 평가된 나무의 탄소흡수력
우리나라 나무 16배 늘어야
산림 역할 키우려면 탄소 배출 감소부터
판정 결과, '전혀 사실 아님'
대기오염,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묻는다면 대다수가 나무 심기를 추천한다. 그만큼 나무가 대기 오염을 막으며 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산림청이 지난 2021년 한국갤럽을 통해 실시한 '나무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6.6%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특히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81.6%에 달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나무 심기가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산림청 제공
지난 8일 취임한 임상섭 신임 산림청장도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1%를 산림부문에서 충당하기로 한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산림부문 탄소감축 활동을 강화하여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인식처럼 나무심기는 실제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과대 평가된 나무의 탄소흡수력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의 숲 속 나무. 브루크안데어무어=장윤우 기자
나무의 탄소 흡수 능력은 인간의 탄소 배출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산림청의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2018-2027)'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 2.5톤과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고 산소 1.8톤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2.5톤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는 얼핏 많은 양처럼 느껴지지만 네덜란드 환경평가청(PBL)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93톤이었다.
한국이 오는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2억 9100만 톤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간한 '2022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은 6억 5620만 톤에 달한다.
반면 산림이 흡수한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 배출량의 약 6%에 불과하다.
'2022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산림지 부문 온실가스 흡수량.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김은영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산림지 부문 온실가스 흡수량은 2008년 6148만 8천 톤으로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를 거듭해 2020년에는 34.0% 하락한 4052만 2천 톤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산림청 김관호 산림정책과장은 "나무의 연령이 오래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숲가꾸기나 탄소 흡수량이 높은 수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로 탄소 중립?…우리나라 나무가 16배 늘어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작성한 '인간 탄소 예산: 미국에서의 대사적 탄소 소비와 배출의 공간적 분포에 대한 추정(The human carbon budget: an estimate of the spatial distribution of metabolic carbon consumption and release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은 호흡만으로도 1인당 연간 58.6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우리나라 인구 5178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호흡으로 배출하는 탄소량만 303만 4308톤에 이른다.
이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과 비교하면 인간의 호흡으로 인한 탄소를 흡수하는 데만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7%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나아가 나무만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탄소배출량을 상쇄한다고 치면 얼마나 많은 나무가 필요할까. 헤아려 보면 터무니없는 수치가 나온다.
산림면적이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지만 현재보다 16배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 전 국토를 숲으로 뒤덮고 임목축적을 현재 평균 165.1㎥/ha에서 약 1300㎥/ha로 8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전 국토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틈이 없을 정도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조림된 소나무들. 장윤우 기자
그럼에도 나무 심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무는 탄소 흡수 외에도 생물다양성 보존, 토양 보호, 도시 열섬현상 완화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소재한 연방산림학교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때때로 특정 지역에서 나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나무 심는다면 탄소흡수량 높은 단일 수종이 나을까?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국립산림과학원 자료 캡처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을 보면 나무 수종별 탄소흡수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탄소 흡수량이 가장 높은 수종은 30년생 기준으로 상수리나무(14.4kg)로 나타났고, 편백나무는 5.9kg으로 가장 낮았다.
나무의 나이(임령)로도 차이가 확인됐다. 중부지방 소나무의 경우 25년생이 9.8kg을 흡수하다가 70년생에는 1.8kg으로 급감했다. 일부 수종의 경우 오히려 나무의 나이가 늘어날수록 흡수량이 상승했다. 이에 기존에 흡수량이 떨어지는 숲은 벌채하고 탄소 흡수량이 높은 수종으로 숲을 재조림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벌채 현장에서 작업 중인 굴삭기. 장윤우 기자
산림청은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통해 70~80년도에 조림한 우리나라 산림은 수확기에 도달했기에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력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가꾸고-수확-이용하는 '산림순환경영'의 촉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 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는 "몇 종류 안 되는 나무종만 심으면 자연에도 좋지 않고, 생태계 다양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방산림학교 산림학과 학과장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해충'을 언급했다.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한 가지 수종만 장려하면 한 수종에 특화된 해충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다양한 수종을 사용하면 생태학적으로도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생물학과에 소속된 여러 연구진이 공동으로 작성한 'Young mixed planted forests store more carbon than monocultures a meta analysis(어린 혼합 조림 숲이 단일수종 조림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메타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혼합 조림의 탄소 저장량은 평균 단일 재배지보다 70%, 상업적 단일 재배지보다 77%, 최고 성능의 단일 재배지보다 25% 더 높았다. 혼합 조림이 가장 성능이 좋은 단일수종 조림에 비해서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나무, 낙엽송, 편백, 백합나무 등을 중심으로 조림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은 각 용도 및 지역별로 조림 권장 수종을 소개하고 있는데, 조림 권장 수종은 총 78개로 단일 수종 조림보단 상황에 맞는 수종을 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활착에 실패한 어린나무. 장윤우 기자
그렇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는 주장도 나왔다.지역 현장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심을 때는 낙엽송, 소나무, 참나무 이런 식으로 단순림으로 조성을 한다"며 "경제적 가치도 없고, 널리고 널린 게 소나무, 참나무인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산림과학원 장윤성 임업연구사는 "물론 한 헥타르(ha)를 보면 단일 수종일 수 있지만 전체 산림을 디자인해서 본다면 다르다"며 "작게 보면 단일 수종, 크게 보면 혼효림이다"라고 반박했다.
산림 역할 키우려면 탄소 배출 감소부터
기후위기 상황에 산림의 역할은 제한적이다.사유림 산주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산림의 용도 변경이나 벌채를 무턱대고 막아설 수 없기 때문에 매년 산림면적은 감소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산림면적은 10년 전과 비교해 7만 709ha가 줄어들었다. 이는 부산광역시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축구장 3만 9773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산림청은 산림면적 확대를 위해 매년 190억~1050억 원을 투입해 수천 ha에서 많게는 1만 ha까지 사유림을 구매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공유림을 조성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도 570억 원의 예산으로 4천 ha의 사유림을 구매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의 전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선 산림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산림과학원의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탄소흡수량' 자료에 따르면 승용차 1대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2.4톤으로 승용차를 10% 덜 탔을 경우 소나무 한 그루당 평균 연간 탄소 흡수량인 2.35kg으로 계산시 102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 전체 차량 2500만 대의 운행이 10% 줄어들 경우 2억 5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셈이 된다. 산림청 기준으로 1ha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720만~208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 연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산업과 특히 교통 부문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좁은 땅덩어리에 나무를 심어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는 공상에 가깝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등의 사소한 실천으로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큰 비용을 들여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브루크안데어무어=CBS노컷뉴스 장윤우 기자
시·구청 ‘동문서답’ 코미디 행정에도 아파트 심의 통과
이기대 아파트 심의 전 의견 교환
시 “경관 훼손 없도록 검토” 협의
구청 “도로 폭 넓히겠다” 엉뚱 답변
전문가들 “엉터리 심의 절차” 지적
서지연 시의원, 시·구청 감사 청구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 일대에 아이에스동서(주)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조감도. 부산시가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남구청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공공 경관 자원인 이기대를 가리는 아이에스동서(주)의 고층 아파트 계획과 관련, 부산시 도시계획과가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부산 남구청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구청은 부산시 의견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을 달고 ‘반영’됐다는 자료를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를 지적하자 뒤늦게 “잘못 적은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로 아이에스동서의 용적률 부풀리기 길을 터주고, 경관 심의를 피해갈 수 있는 조례를 적용하는 등 업자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남구청 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일보〉가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한 아이에스동서의 부산 남구 용호동 고층 아파트 계획 통합 심의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남구청이 제출한 자료 곳곳에서 황당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심의는 지난 2월 열렸다.
대표적인 부분이 부산시 도시계획과 지적 사항에 대한 남구청 조치사항이다. 시 도시계획과는 ‘대상 부지는 시의 대표적 수변공원인 이기대공원 전면부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 수립, 용호만 재개발 사업 등 수변 친수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고층 공동주택 건설로 인한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이 일대는 경관 보호 등이 필수인 퐁피두센터 분관, 용호만 재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남구청은 ‘경관 보호 조치’를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 동산교 확대 답변을 내놨다. 남구청은 해당 자료에 ‘동산교 현황 11.9m(2차로)에서 3차로로 확폭을 통해 중로 2-A호선(분포로)과 차량의 동선이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고는 시 도시계획과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처리했다.
해당 사업장 주 출입로인 동산교의 경우에도 부산시와 남구청 관련 부서 여러 곳에서 교량 폭 확대를 주문했다. ‘용호부두 마스터플랜’ 등 시 장기 계획상 동산교는 현재 12m인 교량 폭을 20m로 확장하고 왕복 4차로, 양측 보도 등도 추가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남구청 제출 자료상에는 교량 재가설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15.9m, 왕복 3차로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이 반복됐다. 다만, 향후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보고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용호부두 재개발,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등을 감안할 때 해당 지역의 사실상 유일한 진출입로인 동산교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남구청이 종합적인 검토를 해서 적정하게 반영했다고 올렸다고 보고 이를 심의에서 다룰 수 있도록 안건을 올린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문서를 작성한 남구청에 문의하라고 공을 넘겼다.
남구청은 본보 취재에 “(심의 자료에)잘못 적은 것일뿐”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시 도시계획과)검토 의견에 대한 조치 계획이 아닌데, 담당자가 밑에 적어야 할 내용을 위에다 잘못 적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영’ 처리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 등으로 표현했어야 하는데 잘못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구청과 부산시를 거친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시 심의위는 해당 아파트 건설 계획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심의 절차가 얼마나 엉터리로 이뤄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은 “시가 사전 검토 과정에서 분명히 우려를 나타냈는데도 남구청이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엄연한 핵심 절차 위반”이라면서 “누락이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없이 형식적으로 서류를 올려 사전 심의를 통과시켰다면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행정으로 민간기업에 수익을 몰아준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부산시에 남구청 등에 대한 감사 청구를 한 바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가닥신공항 이주대책 용역 착수
부산시, 주민 참석 보고회 개최
연내 타당성조사 뒤 최종 보고서
에코델타시티 내 이주단지 유력
폐업 어업인 생활대책한 검토도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입찰 조건을 완화(국제신문 지난 22일 자 1면 보도)하는 등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부산시가 주민 보상과 이주 대책 마련을 위한 작업에 들어 갔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제신문 DB
시는 지난 26일 강서구 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강서구 관계자, 가덕도신공항 개발 예정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덕도신공항 이주 대책 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보고회는 용역을 착수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용역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주민설명회를 겸해 마련됐다.
지난해 6월 시와 가덕도신공항 보상업무 위·수탁 업무 협약을 체결한 국토교통부는 주민 이주·생활대책 마련을 위해 시에 이번 용역을 맡겼다. 시는 3억6400만 원을 들여 오는 12월까지 용역을 진행할 방침으로 ㈜한국종합기술 컨소시엄이 용역을 맡았다. 이날 보고회에서 용역사는 현재 조성 중인 택지의 알선과 별도 이주 택지 조성 등 가덕도신공항 예정 지역 내 주민 이주 대책안과 생계를 상실하는 폐업 어선어업인 생활 대책안 마련을 위한 용역 방향과 향후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시는 보고회에서 제시된 주민,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용역을 통해 앞으로 마련할 대안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2월까지 다양한 대안들의 타당성 검토와 기본구상을 마치고, 최종 보고서를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제출한다.
현재 에코델타시티 명지신도시 눌차지구 공항부지 등이 이주단지 후보지로 거론되는데, 이 가운데 에코델타시티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시는 주민 선호지역 조사 등을 통해 최적지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주단지 조성에 최대 8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시 이주단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용역에 담을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영태 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이주 대책과 폐선 어선어업인 생활대책의 대상자인 주민의 이해를 돕고 상호 소통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겸한 용역 착수 보고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건설공단과 함께 주민의 목소리를 적극 검토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지방소멸, 이대론 막을 수 없다
논산 황산대교 야간조명과 전남 화순군 음악분수
참여정부 시절 신행정수도 건설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한 지 20년이 됐습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2004년 10월)으로 무산됐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만들어졌고 혁신도시가 선정됐습니다.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균형발전특별회계가 생겨 지방에 대한 예산지원이 강화됐습니다. 당시 5조 원이던 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는 올해 13조 원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집중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더 심화했습니다. 인구 과반과 취업자 과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2%, 경제성장률의 70%를 수도권이 담당합니다. 수도권 집중은 극심한 일자리 경쟁, 부동산 가격 폭등을 낳았고 세계 최저 출산율, 지방소멸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합니다. 기회발전특구, 지방소멸대응기금 같은 사업이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의 핵심입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수도권 집중의 흐름을 되돌려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요?
금강을 가로질러 충남 논산과 부여를 연결하는 황산대교에는 해가 지면 알록달록 조명이 들어온다. 지난해 가을 논산시가 금강변의 야경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15억 원을 들여 야간조명을 설치한 덕분이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대교 야경. 야간조명 설치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5억 원이 투입됐다.
전남 화순군 화순천변 꽃강길 한켠에는 지난해 가을 음악분수가 설치됐다. 음악 소리에 맞춰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화려한 레이저 조명 쇼가 저녁마다 펼쳐진다. 이 음악분수를 만드는 데 59억 원이 들었다.
전남 화순군 꽃강길 음악분수. 지방소멸대응기금 59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황산대교 야간조명과 화순군 음악분수의 공통점은 모두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지방소멸대응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22년부터 31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89개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10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돈이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또는 인구소멸로 생기는 지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으로 지자체마다 한 해에 적게는 60억여 원, 많게는 110억여 원을 받아 쓸 수 있다.
뉴스타파가 최근 3년 치(2022년~2024년) 기금 사용내역을 국회로부터 입수해 분석해 보니, 지방소멸대응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역 자치단체장의 공약사업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해마다 1조원 지원…옆길로 새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곳곳
인구 6만 명의 경남 창녕군은 현재 군내에 있는 2개의 파크골프장 외에 추가로 4개의 파크골프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파크골프는 경기 규칙은 골프와 비슷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는 스포츠다. 그런데 새로 만드는 4곳 가운데 창녕군 대합면에 만들고 있는 27홀짜리 파크골프장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45억 원이 들어간다.
경남 창녕군의 한 파크골프장. 창녕군 대합면에도 이런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데 지방소멸대응기금 45억 원이 투입된다.
창녕군 담당자는 “군 외 지역의 동호인들을 유치하면 경제적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창녕군 주변 대구 달성군과 함안군, 창원시에도 이미 각각 2~3개의 파크골프장이 성업 중이고, 그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육군 병장의 길’ 조성 사업에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20억 원을 사용한다. 논산IC에서 신병훈련소까지의 약 5km 구간 곳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논산시의 대표농산물 브랜드인 육군 병장 조형물을 세우는 가로수길 조성 사업이다.
충남 논산시의 농산물브랜드 '육군 병장' 캐릭터 조형물.
이렇게 자체 군 예산이나 시 예산으로 해도 될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금 심사를 맡았던 한 심사위원은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단체장들이 성과가 금방 드러나는 자신들의 공약사업을 기금 사업으로 포장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치고 7월에 (심사를) 했는데 서류 대부분이 ‘지자체장 관심 사항 아니냐, 이거 공약 사항에 있었던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드는 사업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사실 어떻게 보면 지자체 단체장의 성과가 금방금방 드러나는 거잖아요.-임성규 / 전 지방소멸대응기금 심사위원, 전 주택관리공단 사장
기금 운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은 심사과정에서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오는 31년까지 앞으로 매년 1조씩, 7년이라는 기간이 남아있는 사업이다. 7월부터 내년도 기금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다.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의 고군분투 무력화하는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지자체들도 있다. 문제는 지자체 노력만으로 지방소멸의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데 있다.
전남 화순군이 '청년 만 원 아파트' 임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화순읍내의 부영아파트 전경.
전남 화순군은 전국적인 히트상품인 ‘청년 만 원 임대아파트’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공실로 남아도는 20평짜리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료를 군이 부담하고 청년들에게 만 원에 재임대해주는 사업이다. 1년에 100호씩 사업 2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올해 이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 33억 원을 사용했다.
이 사업으로 청년들은 주거비를 아낄 수 있어 좋고, 지역에선 청년들을 붙잡아 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 22년 10월부터 신생아가 태어나면 육아수당 6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만 7세까지 지급하는데 출생률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 지역 출산율이 1.7까지 올랐다. 강진군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이 정책은 이제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월별 출생아 수
그렇다면 이 두 지자체의 인구는 늘었을까? 안타깝게도 인구 감소의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줄어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청년인구라는 사실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전남 화순군의 인구수 변화. '만 원 아파트' 제도 시행 후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출생아는 육아수당 시행 이후 크게 늘었지만 인구 감소세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기금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전북 남원시는 갈수록 빨라지는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소멸대응기금 150억 원을 들여 공립학원을 세울 예정이다. 중·고등학생 250명을 선발해 방과 후에 서울 유명 강사를 초빙해 무상으로 학원 수업을 받게 해준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를 마치고 난 뒤 인근 전주나 광주 등 큰 도시로 떠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다.
전북 남원시가 지방소멸대응기금 150억 원을 들여 세울 예정인 공립학원의 조감도 모습.
하지만 이미 2003년부터 공립학원을 운영했던 인근 순창군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순창군의 경우 공립학원을 만든 이후 10대 청소년들의 유출을 어느 정도 유예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2~30대 청년의 유출을 막지는 못했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이미 개별 기초자치단체가 대응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수도권 집중의 상징, 100만 인구 ‘화성시’
경기도 화성시는 최근 인구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다른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방소멸을 걱정할 때 화성시는 최근 10년 사이 인구 40만 명이 늘었다.
경기도 화성시 전경.
삼성전자와 현대, 기아차를 포함해 반도체와 바이오, 제약 등 첨단 산업 분야에만 4천8백여 개 기업이 화성시에 입주해 있다. 일자리가 많으니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다시 기업들이 들어서고 주택단지가 생겨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식서비스산업은 인적 자원의 집적이 필요한 산업인데, 우리의 산업구조가 기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급 인적자원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집중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한다.
인구가 밀집하다 보니 GTX 같은 광역교통망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134조 원)을 투입해 교통망을 더욱 확충한다. 지방소멸 대응에 투입하는 10년 10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큰 금액이 수도권에 다시 투자된다.
부산과 대구, 광주 같은 비수도권 대도시도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도권 집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이런 상황에서 인구 6만 명의 화순군이나 3만 명의 강진군에서 아무리 좋은 지방소멸대책을 시행한다 해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수도권의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수도권 대항마 못 키우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말한다. 그 핵심으로 내놓고 있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특구 같은 사업을 보면, 지역 어디에서나 수도권 못지않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기회발전특구에 기업을 유치하면 상속세와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주는 사업이 기회발전특구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가 1차로 선정한 기회발전특구를 보면, 부산과 대구, 대전 같은 광역시뿐 아니라 포항과 상주, 구미, 안동, 전주, 익산, 김제, 목포, 순천, 여수, 경남 고성 등 전국의 중소도시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정부가 1차 선정한 기회발전특구 현황.
수십억 원의 지방교부세를 지원하는 교육발전특구에도 6개 광역지자체 외에 43개 기초자치단체가 골고루 선정됐다. 얼핏 보면 지역별로 균형발전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배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 완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잘 활용해 쓴 기초지자체들이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 유출을 막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박진 KDI 국제정책개발원 교수는 “지식서비스 산업은 대도시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수도권과 맞설 수 있는 대도시를 지역 광역권 안에 키우지 못하고 여러 도시를 균형감 있게 키우려고 하면 대도시 집적효과가 사라진다”면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도 곱씹어볼 만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 비수도권 중소도시 3곳의 생산율을 각각 1%씩 올렸을 때 전국적인 GDP 상승효과는 비수도권 대도시의 생산율을 1% 올렸을 때가 가장 컸다는 것이다.
정민수 한국은행 지역연구지원팀장은 “중소도시에는 재정지출을 많이 해도 수도권 집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금씩 여러 곳에 지원하기보다는 집적의 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소수 거점도시에 집중해야 좋은 일자리도 생기고 서울이나 수도권 말고도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면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기회발전특구 같은 사업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도 지금처럼 모든 중소도시가 서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인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식이 되어서는 성과를 보기 힘들다.
부산이나 대구, 대전, 광주 같은 지역 거점도시조차 수도권에 청년들을 빼앗기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 뉴스타파
짧은 시간 쏟아지는 '극한호우', 동남아 스콜보다 무섭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인데, 빗줄기가 더 거세진 것 같습니다.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퍼붓는 '극한호우'가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동남아시아의 스콜과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릅니다..
【 기자 】지난 2022년 8월, 시간당 141.5㎜에 달하는 폭우에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2023년 여름 장마, 남부지방에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1년 만에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올해 7월 10일, 전북 군산에 1시간 만에 연 강수량의 10%에 달하는, 5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기록적인', '전례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늘어난 폭우.기후변화의 일환입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평균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대기 중에 평균 수증기의 비율이 7% 증가합니다. 이런 수증기의 증가는 결국은 너무 많은 비와 너무 적은 비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킵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를 보면, 오는 2041∼2060년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현재보다 6~7% 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8∼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 많은 비가 더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진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평균 강수 강도는 지금보다 16∼20% 증가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합니다.
'극한호우'라는 개념도 지난해 도입됐습니다.
'강하고 좁은 지역에 많이 내리는 비', 수치상으로 보면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경우를 뜻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강우 형태가 바뀐 것이다 보니, 극한호우를 동남아시아의 스콜과 비교하는 경우도 있는데, 스콜과는 또 다릅니다.
【 인터뷰 】박상훈 /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스콜은 소나기처럼 잠시 비가 내리고, 주기적으로 오후 타임에 내리고 마는 거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내리는 '극한 호우'라고 하는 집중호우의 특징은 굉장히 좁은 지역에 단시간 내에 시간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1500~1800㎜ 정도가 1년에 내려야 될 양인데 1시간에 150㎜ 내렸다고 하면…."
오히려 매번 일정한 시간에 내리는 스콜보다 예측하기도, 대비하기도 훨씬 어렵습니다.
【 인터뷰 】박상훈 /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일정한 주기성이 있으면, 그리고 양이 많지 않으면 저희가 예측하기 비교적 쉽습니다. 근데 시간적으로도 워낙 짧은 시간에, 공간적으로도 워낙 좁은 지역에 나타난다는 말은 관측 장비도, 수치 모델로도, 관측 분석하는 사람도 모두 예측하기 힘들어지거든요."
강우 패턴이 변화하면, 대책도 변화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구조적 대책은 빗물저류배수시설, 일명 대심도 빗물 터널입니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아주 큰 물탱크라고 보면 되는데, 비가 오면 최대 몇십만 톤의 빗물을 모아뒀다가 하천으로 흘러가게 하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양천구에 '신월 대심도 빗물 터널'이 지름 10m 규모로 설치돼 운영 중이고, 도림천, 광화문, 강남역 일대, 총 3곳에 올해 말부터 빗물 터널 공사가 시작됩니다.
【 현장음 】오세훈 / 서울시장 (KBS 일요진단 라이브 2024.07.07)"양천구 쪽에는 비가 그동안에 몇 번 많이 왔는데 다 무사했거든요. 그래서 검증이 된 걸로 보고 현재 강남구와 광화문, 도림천, 이 세 군데는 올해 말에 착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다만 대심도 빗물 터널만 믿고 있을 순 없습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기와 연결되어 있는 하수관로라든가 이런 것들을 개선 공사를 해야 되는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죠. 서울시가 특히 어려운 거는 구도심이다 보니까 일반적인 신도시의 하수관로 건설공사보다는 한 2~3배 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죠. 비용도 많이 들고."
또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서울 전역에 빗물 터널을 지을 수는 없고, 당장 올해 말에 공사가 들어가는 3곳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9년에나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물막이판도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입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내 침수 우려가 있는 주택 2만 4,842채 가운데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1만 5,259채, 61.4% 정도입니다.보급률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많이 보급하는 것 이상의 세심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물막이판을 설치할 때 어떻게 설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표면이 다 높이가 다르잖아요. 작년에 여기가 침수했다 그러면 그 정도 물을 막을 수 있도록 침수 물막이판의 높이를 위험한 구간에 좀 더 높여줘야 되는데, 그냥 똑같은 제품을 획일적으로…."
기후변화로 비 피해는 점점 늘고, '극한호우'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지는 상황.
빠르게 늘어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대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BS 조주연입니다
국제 플라스틱 회의 유치한 부산, 정작 시청사엔 1회용컵 넘쳐나
전국 31곳 공공청사 실태조사
부산 사용률 35%… 평균 웃돌아
환경단체 "1회용품 금지 필요“
환경단체가 부산 등 전국 31개 지자체 공공청사의 1회용컵 사용 실태를 조사했더니, 부산시청사로 들어가는 1회용컵 평균 사용률이 전국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2~24일 부산시청과 부산시의회 출입구에서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 1회용컵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고 29일 밝혔다. 그 결과 3일간 5261명이 청사로 입장하면서 1839개의 1회용컵을 들고 가는 것을 확인했다. 평균 사용률은 35%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1개 환경운동연합이 같은 기간 전국 지자체 31곳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그 결과 4만3247명 중 1만649명이 1회용컵을 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사용률은 24.6%로 나타났다.
부산은 조사된 광역 지자체 청사 중 가장 높은 1회용컵 사용률을 보였다. 반면 1회용컵 사용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는 ▷충남 당진시청 2.1% ▷전북도 3.9% 등이 꼽혔다. 이들 지자체는 각각 지난 6월과 4월부터 청사 내 1회용컵 반입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올해 말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 시는 이를 유치한 것에 기뻐할 게 아니라 더 긴장하면서 국제사회에 부끄럽지 않게 1회용품 근절에 앞장서는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며 “국내 1회용품 규제 강화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관내 공공청사 내 1회용품 사용 실태 모니터링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개발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올해까지 협상을 완료하자는 목표와 함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총 5차례의 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4월 캐나다에서 4차 회의가 마무리됐고, 마지막이 될 정부 간 협상 위원회 5차 회의가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생명평화운동을 위한 변명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유정길)
‘지금 여기’가 빠진 생태적 순환사회 건설의 공허함(박태주)
현실의 과잉과 이상의 결핍…박태주 반론에 재반론함(유정길)
탈성장론, 불평등 해소와 노동전환 담론 담아야(박태주)
생태적 문명전환을 위한 실천전략들(유정길)
노동을 탄소중립동맹의 주체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박태주)
위 주제는 지난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생명평화운동에 몸담고 있는 유정길(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과 노동운동 분야에서 일하는 박태주(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간에 전개된 논쟁의 주제들이다.
논쟁은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4월28일)라는 유정길의 글에 「‘지금 여기’가 빠진 생태적 순환사회 건설의 공허함」(5월 13일)이라는 주제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유정길은 「현실의 과잉과 이상의 결핍」(5월 26일)이란 주제로 박태주 반론에 재반론하였다. 이에 대해서 박태주는 「탈성장론, 불평등 해소와 노동전환 담론 담아야」(6월 1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탈성장담론은 장기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여기의 현실극복”을 재강조하였다.
유정길은 박태주의 문제제기와 반론에 대하여 「생태적 문명전환을 위한 실천전략들」(6월 10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 실천전략으로서 3차원 실천층위로서의 저항 실천, 대안 실천, 의식전환 실천 그리고 전환 방법론으로서의 틈새적 변혁, 공생적 변혁, 단절적 변혁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태주는 「노동을 탄소중립동맹의 주체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6월 21일)라는 제안을 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지난 6월 24일 일몰 무렵 이라크 남부 디카르 지방 나시리야에 있는 나시리야 화력 발전소 굴뚝들이 연기를 내뿜고 있다. 2024.6.24. AFP 연합뉴스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가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며 생명평화운동의 사상 이론 방법이 일반대중은 물론이고 지식인세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생명평화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명평화운동을 위한 변명을 해야겠다는 어떤 강박관념같은 것을 느꼈다. 그 변명의 방식은 생명평화운동의 스펙트럼을 캔버스화해 보고 거칠게나마 강령구성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사상이론 방법체계가 정교한 마르크스주의는 그 역사가 200년 이상이나 되고 그 실천상에서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그에 비하여 생명평화운동은 한반도 남녘에서 발원하여 그 역사가 30여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 보면 30년이 결코 짧은 역사도 아니다. 그동안 생명평화운동의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던 운동의 물결들이 결코 적지 않다. 한 살림 협동조합운동을 비롯한 각종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 경제운동, 대안학교운동과 마을교육공동체운동, 생명평화결사운동, 반전탈핵 평화운동. 생태전환 마을운동과 마을공동체운동,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마을공화국운동 등이 전개되어 왔다. 현재도 진행중이고 앞으로 그 운동의 폭과 깊이는 더욱더 넓고 깊어지며 풍요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가 알려져 있지 않았을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주요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첫째, 구체화 없는 원리나 가치 차원의 담론
첫 번째로, 생명평화운동의 담론이 단정적인 구체화작업이나 강령적 작업을 피하고 주로 원리나 가치 차원에서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것은 노자 <도덕경(道德經)> 제1장에 나오는 “도(道)를 도(道)라고 하면 더 이상 그 도(道)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는 것처럼, 생명평화운동을 “무정형의 정형(카오스무스)운동”으로 성격규정하며 원리나 가치 차원에서만 담론을 전개하다 보니 그렇게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하다 보니 바닥의 현실이 아닌 구름 위에서만 노는 것으로 이해되었을 터이다.
둘째, 자신만의 정치사상적 지향성 결여
두 번째로, H2O를 본질로 하는 물은 조건에 따라 기체ㆍ액체ㆍ고체로 자기형상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비유의 맥락에서 볼 때, 그동안 생명평화운동은 ‘메시지 네트워크’와 같은 기체형태로만 자신을 드러내온 것 같다. 이제는 ‘사회운동 네트워크’와 같은 액체형태와 정당 등과 같이 자신의 정치사상적 지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고체로서의 실체를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운동의 특성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명확한 지휘체계 없이 집단지성들의 공진화 과정으로 지어지는 개미집 짓는 모양새일 것이다. 인위적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전략적 전위그룹을 고정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계적 공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 노동 자연 지역과의 연대동맹 결여
세 번째로, 생명평화운동이 노동문제와 같은 불평등 의제와의 연대동맹이 적었고 지역의제와 구체적으로 결합하고 천착하는 작업이 미흡했던 것같다. 또한 의식적으로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다 보니 종교계와 결합하여 추진하는 행사가 많았다.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생명평화운동을 종교권 사회운동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자연과 노동에 대한 착취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해체는 자본주의 동학이 노정시킬 수밖에 없는 세 측면이다. 이 세 측면의 자본주의 동학은 기후위기.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지역(공동체)위기라는 삼중위기를 낳으며 그 위기를 날로 심화시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지금 여기’가 더욱 더 긴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녹적역(綠赤域) 동맹전략을 필요로 한다ㆍ녹적역동맹을 할 때 생명평화운동은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지금 여기’가 없는 공허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지난 6월 22일 환경 운동가들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지금 자연 복원'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 왕립 조류 보호 협회(RSPB), 멸종 반란(XR)을 포함한 350개 이상의 환경 단체가 행진에 참가해 영국 정부에 기후 및 생태 위기 해결을 요구했다. 2024.622. EPA 연합뉴스
기후 인간 지역 삼중위기 극복 위한 개벽운동
일반적으로 건축설계를 할 때, 조감도-설계도-시공도를 순차적으로 그려 나간다. 그런데 급박한 기후위기 앞에 서 있는 생명평화운동은 사상이론 방법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나갈만한 여유가 없다. 고장난 자전거 바뀌를 갈아 끼우면서 달려야 하는 상황처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이 이러하다 하여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를 뚝딱 만들 수도 없고 그렇게 만들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상이론 방법체계가 인간과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현실성을 획득하려면, ‘갈리아의 수탉’과 같은 프락시스적 실천과 ‘미네르바의 부엉이’같은 이론적 실천이 피드백되는 축적과정이 필요하다. 그 무수한 축정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내공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내공은 자발적인 누군가에 의해서 창발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그 시도의 성과-한계-오류를 딛고 수정 보완하는 후행적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단단해질 것이다.
필자는 생명평화운동을 기후위기,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지역(공동체)위기와 같은 복합위기 극복의 총체적 해결을 위한 사상이론 방법을 창안하며 전개해나가는 개벽운동(자연과 인간, 문명 변혁의 공진화운동)으로 개념정의한다.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 방법(주로 이론과 방법 차원)을 ‘지역’의 관점에서 구성해보는 창발적 시도를 필자의 책 <담대한 혁신사회플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을 통해 펼쳐 보았다.
생명평화운동의 캔버스와 강령
생명평화운동을 대표하는 사상이론 방법을 집대성하기 전에 가건물을 짓는 수준에서, 필자의 책을 매개로하여 그동안 생명평화운동 과정에서 공유 공감되었던 담론들을 사상이론 방법의 틀로 다음과 같이 캔버스화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생명평화운동 캔버스 표>
위와 같은 생명평화운동의 캔버스를 기초로 생명평화운동의 강령을 거칠게나마 다음과같이 정식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최적강령은 인류의 궁극적 목표인 탈국가/탈민족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으로 가기 이전 이행기에 바람직한 과제와 목표로서 요구되는 강령이다. 혹자는 당장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며 전쟁 불장난을 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당장 끌어내리는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놈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한가한 소리냐와 같은, 구름 위에서 노는 고담준론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의 전쟁발발 요인도 경계해야 하지만 민족공동체와 인류의 미래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최대강령(궁극적 과제와 목표)
ㅡ탈국가/탈민족 마을공화국 지구연방
ㅡ탈자본(탈성장) 성숙사회(초록문명 생명사회)
최소강령(곧 이루어야할 과제와 목표)
ㅡ읍면동 마을공화국 기반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 민치(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와 통치(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의 협치공화정체제
ㅡ1:39:60% 자유안정성 공평사회
최적 강령(바람직한 과제와 목표)
ㅡ코리아 양국체제론
ㅡ코리아 삼국체제론:한반도평화를 위한 DMZ 생태도시국가 건설 후 남과 북간의 세 개 체제(DMZ 사회민주주의체제/북한 사회주의체제/남한 자본주의체제)국가연합론
ㅡ녹색한반도 통일론 ㅡ한반도 마을연방민주공화국 통일론
ㅡ한반도 남과 북 그리고 몽골 3국 연방(연합)국가론
ㅡ네오샤먼 문명 기반 유라시아대륙 평화번영권 형성
필자는 마을공화국 지구연방과 초록문명 생명사회 건설은 지역으로부터 창발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생명운동의 캔버스와 강령을 지역을 매개로 해서 구성했다.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6월 25일 공원에 소풍 나온 이란인들. 2024.6.25. AFP 연합뉴스
지구문명의 재건축은 지역에서부터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와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등)’ 그리고 ‘지역(공동체)위기’라는 복합위기에 처해 있고, 지구는 재(再)야생화(Rewilding Earth)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 길은 지구문명의 재건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의 재난과 불평등위기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는 지역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문명을 재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재야생화되는 지구에 걸맞은 사회상을 그려가며 지역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리라!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회복력 시대>에서 재야생화되어가는 지구를 통찰했다. 이러한 지구 상황은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네오 수렵채취농업 문명과 탈성장 성숙사회를 만들어 낼 것인바, 이에 걸맞은 서사적 사회상으로 필자는 초록문명 생명사회(Eco-dream Society)를 제시한다.
앞서 복합위기의 해결과 지구 문명의 재건축은 지역에서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지금 인류는 삼중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 현장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삼중위기는 ‘같은 것의 다른 모습’으로 상호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의 결과인 자연재해와 재난은 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말미암은 불평등위기의 결과는 지역공동체의 해체로 귀결된다. 자연재해든 공동체의 해체든 그 현장은 지역이고, 이는 범지구적 차원에서의 지역공동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앞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녹색 계급투쟁의 현장은 공장이 아니라 지역일 것이다.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노동계급은 공장으로만 담아지지 않는다. 지역이 노동계급과 녹색계급과 지구를 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이 노동계급과 녹색 계급의 집이 되고 있다. 지구가 지역을 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이 지구를 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마을공화국 상임의장/시민언론 민들레
하제마을 팽나무와 생태감수성
전북 군산 수라갯벌 인근 하제마을은 주민들이 모두 쫓겨나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다. 미군기지 탄약고와 가깝다는 이유로 660가구, 약 2000명의 주민이 강제 이주당하고, 주민들이 살던 집은 모두 철거되면서 마을은 텅 빈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매달 네번째 토요일만은 평소와 달리 활기찬 분위기가 된다. 수십, 수백명의 지역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마을에 남아 있는 600년 수령의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모여들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경남 창원의 500년 된 팽나무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팽나무가 꿋꿋이 마을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군산시 보호수이자 전라북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덕분이었다. 이 팽나무는 시민 수천명의 서명에 힘입어 문화재가 됐고, 현재는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등재하기 위한 심사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수라갯벌과 하제마을을 지키고 싶은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마음이 이 나무를 지키는 원동력과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이 나무의 존재 자체가 갯벌과 마을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더 상처 입지 않도록, 낙담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다. 갯벌과 마을을 사랑하는 이들은 현재도 매달 한 차례씩 하제마을에 모여 팽나무를 중심으로 ‘팽팽문화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연다. 평화를 기원하고, 갯벌을 보존하려는 취지다.
오랜 세월 살아온 나무들은 이 팽나무처럼 개발 명목의 훼손에 반대하고, 자연을 지키려는 이들의 구심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이런 나무들이 끝내 벌목되는 순간은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크고 오래된 나무일수록 그만큼의 긴 세월을 품고 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닭발 가로수’라고 불리는, 지나친 가지치기의 희생양이 되어 앙상하고 짧은 가지만 남은 가로수들을 볼 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착잡함 역시 개발의 희생양이 된 나무들을 볼 때의 슬픔과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최근 남산 곤돌라 건설 추진으로 벌목 위기에 놓였다면서 환경단체들이 금줄을 건 서울 남산의 100년 된 음나무도 마찬가지 사례다. 서울시가 해당 나무는 벌목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남산 정상부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를 포함해 벌목 위기에 놓인 나무들이 있다. 곤돌라 경로상의 다른 나무들도 벌목을 포함, 다양한 악영향을 받을 위험이 높다.
곧 양양군의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오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예정지에서도 아고산대 수종을 포함한 많은 수의 나무가 잘려나가게 될 것이다. 설악산 숲이 훼손되는 모습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심지어 이권과 탐욕에 눈이 멀어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숲의 나무들을 지구 행성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슬픔을 느낄 것이다. 그중에서도 생태 감수성이 높은 이들, 특히 어린이·청소년들 중에는 큰 충격을 받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지난 총선에서 치악산 케이블카를 공약했으며 인사 청문회에서 ‘케이블카도 넓은 의미의 생태관광’이라고 공언하는 ‘생태맹’이 환경부 장관에 취임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설악산 훼손과 벌목의 현실화를 더욱 걱정하게 되는 이유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경향
폭염과 가난
더위가 추위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매일 깨닫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 폭염 속에서 많은 이들이 가족과 지인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뜨겁고 습한 날씨에 지쳐 있다가, 문득 이 정도의 폭염이라면 ‘아는 사람’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해는 물론 더위, 추위에 대처할 수 없는 사람들, 돈이 없어 극단적인 더위나 추위가 닥칠 때에도 냉난방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다. 시기와 기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00만가구 이상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쪽방, 고시원, 옥탑방 등 극단적 날씨에 대처하기 더욱 어려운 곳에서 살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15만가구 이상이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가난 때문에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가구 중 절대 다수는 노인가구, 특히 나이가 더 많은 고령노인가구이다. OECD 1위인 높은 노인빈곤율로 볼 때, 또 75세 이상 고령노인에게는 국민연금도, 일자리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빠른 속도의 기후 변화를 불러온 것은 우리 모두이고, 그 영향도 우리 모두에게 미치지만, 사실 이로 인한 고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더 많은 산업생산을 해 온 잘사는 나라들과 더 많은 소비를 한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지만 가장 먼저, 더 큰 고통을 겪는 이는 돈이 없는 사람들이다.
원인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찜통더위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야 하고 쾌적한 잠을 준비할 수 없다. 이 속에선 건강하기도, 미래를 꿈꾸기도, 사람과의 온전한 관계도 이어가기 어렵다. 이제야 8월이 시작되는데 다들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딜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인한 삶의 질 차이는 당연하게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 차이가 무조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생태위기는 소득불평등, 빈곤과 만나 부정의를 증폭시킨다. 특히 기후위기 원인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가난한 이들에게 고통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의는 명분을 넘어서는 생존 문제이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땡볕과 습기와 누수에 지친, 그래서 건강도, 미래도, 관계도 위협받는 가난한 이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니 이들이 중심에 서서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독 가난에 대해서는 ‘타인의 고통’을 눈에 띄는 형태로 전시하고 무감각해지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미봉책으로 상황에 대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태와 사회정의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대신 큰 폭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생태적 전환과 함께 복지의 기준과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겨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일례로 지금 주거복지는 주거비 보조 위주이고 획일화된 주택을 보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 생태와 결합된 커뮤니티를 다수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꾸는 정책 전환을 모색할 만하다. 또한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현재의 에너지 바우처는 그 대상과 수준이 너무 제한적이다. 에너지 지원 방식과 대상을 크게 넓힐 필요가 있다. 아울러 누구나 누려야 할 ‘최저생활’ 개념과 기준을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게 재구성하는 것, 이에 따른 소득보장 수준과 범위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 대표적 기후취약집단인 고령노인, 즉 국민연금에는 가입하지 못한 세대이자 기초연금은 부족한 나이 든 고령노인에게 추가 소득을 제공하는 게 그 예이다. 물론 지금 저연금 상태인 국민연금을 높여야 제도 간 정합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상태와 복지의 패러다임 변화 없이 가난한 사람부터 기후위기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한다면, 결국 그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며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후대응댐 14곳 건설한다... '반도체 산단 물대기'도 활용
환경부 14년 만에 다목적댐 건설 추진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 지켜야" 강조
MB정부 시절 댐 14곳 3조원 예산 책정
환경단체 "과학적 추진 근거 없어" 비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부가 전국 각지에 '기후대응댐' 14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대용량 다목적댐도 3개 포함되는데 다목적댐 건설 추진은 14년 만이다. 기후위기로 홍수·가뭄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댐을 '물그릇'으로 활용해 재해 방지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한편에선 소요 예산이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재난 대응 효과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 등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홍수조절댐 7곳 중 5곳은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것이고 나머지 9곳은 새롭게 댐을 짓는다. 후보지는 4대강 권역으로, 계획된 댐은 모두 총 저수용량 1억 톤 이하 중소형이다.
기후대응댐 14곳 후보지. 환경부 제공
다목적댐은 한강 권역의 경기 연천 아미천(4,500만 톤)과 강원 양구 수입천(1억 톤), 금강 권역의 충남 청양 지천(5,900만 톤)에 건설된다. 다목적댐 건설은 2010년 경북 영천 보현산댐 착공 이후 14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용수전용댐 입지는 한강 권역의 강원 삼척 산기천(100만 톤)과 충북 단양 단양천(2,600만 톤), 낙동강 권역의 경북 청도 운문천(660만 톤), 섬진강 권역 전남 화순 동복천(3,100만 톤)이 선정됐다. 홍수조절댐은 낙동강 권역에서 5곳(경북 김천 감천·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섬진강 권역 1곳(전남 순천 옥천), 영산강 권역 1곳(전남 강진 병영천)이 지어진다. 홍수조절댐 7곳은 모두 지역에서 건의한 댐으로, 80만~2,200만 톤 규모다.
文정부 '댐 건설 않겠다'... 6년 만에 변화
이번 발표는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 만에 나온 '국가 주도 대규모 치수(治水)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댐 정책 패러다임을 건설에서 관리로 전환하고,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은 더는 없다'고 선언했으나 6년 만에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김 장관은 "국민 안전과 재산,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명칭에서 강조하듯이, 극한호우나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건설 시 댐마다 한 번에 80~220㎜ 비가 와도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게 되고, 가뭄 때 활용할 수도 있는 생활·공업용수를 연간 2억5,000만 톤(220만 명 사용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경북 예천군은 지난해 홍수로 3명 인명피해, 117억 원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댐을 신설하면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폭우가 와도 댐 하류를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근방 다목적댐 신설로 확보된 용수는 '반도체 산업 물대기'에도 쓰일 계획이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에서 물이 많이 사용된다. 환경부는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 대응을 위해서도 물그릇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경기 용인시 반도체 산단 등 국가 첨단 산단은 향후 대규모 물 부족 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미천·수입천 댐을 신설하고 발전용 화천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해 용수 공급 능력이 증대되면, 이를 용인 첨단 산단뿐 아니라 기존 산단이나 생활용수 수요 증가분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 제한적"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댐 건설 효과로 제시했지만 근거는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발생한 대부분 수해 사례는 제방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등이 원인이었다"면서 "저수량 수백만 톤 규모, 하루 200㎜ 강우 수용 수준의 홍수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지역별 필요 용수량, 부족량 등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다목적댐을 어떻게 홍수 대응에 쓸지 과학적 설명도 없다"면서 "댐 건설에 소요될 예산은 막대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막 후보지를 발표한 단계라 소요 예산과 착공 시기 등은 아직 유동적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임기 말 발표된 '댐 건설 장기 종합계획'(2012~2021)에서는 14개 댐 건설에 3조 원 예산이 책정된 바 있다. 환경부는 규모가 작은 일부 댐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7년 착공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계획부터 완공까지 10여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지역별 설명회를 통해 환경오염, 수몰 위험 등 주민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기후대응댐 후보지는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후보지로 반영된다. 이후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댐 위치와 규모, 용도 등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동천 정화 위해 성지곡 계곡물 끌어온다
부산시 10월부터 사업 진행
- 부전천 1.7㎞ 구간에 분리벽
- 오염수 구분 맑은 물만 유입
- 악취·수질 개선 효과 기대감
악취가 심해 ‘똥천’이란 오명을 썼던 부산 동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성지곡 수원지의 계곡수가 투입된다. 부산시는 기존 해수와 함께 계곡수가 동천으로 흐르면 수질 개선에 더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30일 부산진구 상공에서 바라본 동천 전경. 이원준 기자
시는 오는 10월부터 8개월간 부전천 상류 성지곡 계곡수의 동천 직유입 사업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시비 20억7000만 원을 투입해 부전천 복개 박스 정비 공사를 진행하며, 부산시민공원부터 광무교까지 1.7㎞ 구간의 오수·우수 분리벽을 설치한다.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은 성지곡 수원지부터 광무교까지 4.62㎞의 복개 하천이다. 그동안 이곳을 흐르는 성지곡 계곡수는 생활하수와 비점오염원 등과 섞여 전량 하수처리됐다. 그러나 분리벽을 설치해 생활하수와 계곡수를 분리, 맑은 물만 동천으로 유입시킨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부전천의 나머지 구간에는 오수·우수 분리벽이 이미 설치돼 있다.
또 복개 하천에 설치돼 악취와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침사지(물을 가두고 물에 섞인 모래 흙 등을 가라 앉히는 못) 4개소 등도 철거해 수질오염원을 제거할 방침이다. 시는 이 공사가 끝나는 내년 6월부터 하루 평균 7000t의 계곡수를 동천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수량이 많은 5~9월에는 공급량을 늘려 하루 1만3000t의 계곡수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0년 12월부터 관로 누수로 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1차 해수도수시설도 보수한다. 이 관로는 2010년 동천 광무교 성서교 일대에 설치됐지만, 앞서 2차 사업 증설 과정에서 중장비를 옮기며 관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이에 시는 오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시비 41억 원을 투입해 1차 해수도수시설 관로 파손 부위를 보수하고, 하천 내 침전 퇴적토 제거 등 하상 준설도 진행한다. 현재 부산교통공사 인근과 범4호교, 성서교 인근에서 해수를 공급하는 2차 해수도수시설은 정상 가동 중이다. 1·2차 해수도수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하루 최대 25만 t의 해수가 동천에 공급될 수 있다.
시는 기존 공급 해수에 성지곡수원지의 계곡수까지 투입되면 동천 일대 수질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병석 시 환경물정책실장은 “그동안 꾸준히 동천의 수질개선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시민이 만족할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개선안을 마련해 맑은 물이 흐르는 동천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천은 해양 조석의 영향을 받는 감조 하천으로 퇴적물 증가 때 수질 오염이 심화하는 구조를 띤다. 특히 여름철에는 강우에 따른 월류 하수의 유입과 수온 상승 등으로 하천 바닥 퇴적물이 부패해 악취 와 물고기 폐사도 매년 발생하곤 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엑스포 유치 실패했는데… 가덕도공항 공기 더 앞당겨졌다
가덕도 신공항① 3230쪽짜리 ‘기본계획 보고서’ 전문 단독 입수
‘비행기 뜨는데 옆에서 토목공사’ 하는 무리한 일정
2021년 4월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대항항 뒤로 국수봉이 보인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수봉은 깎여서 바다에 매립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덕도신공항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2029년으로 예정된 개항이라는 목표에 딱 가서 맞히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에 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4년 2월13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2024년 12월 착공을 앞둔 가덕도신공항은 과연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과녁에 꽂힐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가 만든 3230쪽짜리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종합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그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2022)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2023)는 공개된 바 있지만, 기본계획 보고서 전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 기간을 대폭 앞당기겠다는 계획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은 2023년 말 수립·고시됐지만, 기본계획 종합 보고서는 2024년 4월에야 나왔다. 그간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선 기본계획 용역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고시된 기본계획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국토부 쪽은 “총사업비 협의가 늦어지면서 용역이 중지된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기본계획을 고시할 때 이미 완료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가덕도신공항 완공을 위한 로드맵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과 함께 분석해봤다.
기본계획 종합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사 기간(공기)이다. 기존의 사전타당성 연구나 적정성 검토에서 예정했던 공기는 9년8개월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개항 시점을 2029년 12월로 앞당기면서 공기도 6년(2024∼203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2030년 유치하려 했던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정부의 개항 목표 시점은 최근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보고서도 공기 단축 계획에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보고서 10장의 공사 시행 계획 부분을 보면, 처음 산출된 예정 공기는 ‘7년’으로 나온다. 이 공정표에 따르면 2029년 말에도 공정률은 80%에 미치지 못한다. 완공 시점은 2031년이다. 2029년 개항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2029년 12월 개항을 위한 공기 단축 방안’을 제시했다. “조속한 개항이 가능하도록 동측 매립 부지 위주의 시공 및 공정계획 수립”을 하고 “서측 부지 매립 완료 전과 일부 구역 배수 및 포장 공사 완료 전에 종합시운전 시행”을 하는 식이다. 공항이 모두 완성되기 전에 개항하겠다는 얘기다. 보고서엔 이런 공기 단축 방안이 적용된 표를 하나 더 만들어 제시하는데, 그것이 <표1>의 예정 공정표다.
그러나 이 공기 단축 방안에 따르더라도, 개항 시점까지 끝나지 않는 공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지 조성과 관련한 포장 공사나 부대 공사는 2030년 초까지 예정돼 있고, 서측 부지의 3단계 매립공사 또한 2030년 초까지 예정돼 있다. 부대 토목공사는 2029년 종합시운전과 함께 시작해 2030년 말까지 이어지고, 서측 부지의 배수 및 포장 공사는 2029년 말 시작한다. 이헌석 위원은 “비행기는 뜨는데 옆에서 토목공사를 한다는 얘기”라며 “2029년에 맞춰 개항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4년 7월19일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며 공기를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동측 매립지 공사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인 시설을 집중적으로 우선 시공해 2029년 말 개항을 추진하고, 서측 및 전체공사는 공기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29년 말 개항’이라는 일정은 바꾸지 않겠다는 셈이다.
공항 지반이 각기 다르게 가라앉는 ‘부등침하’
부산 엑스포 유치도 실패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무리한 일정을 고수하는 걸까. 김정희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 핵심 프로젝트라 신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또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이 올해 확장했음에도 수용 능력이 830만 명이거든요. 그런데 올 연말엔 860만 정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적정 수용 능력을 넘어가면 (이용자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가덕도신공항은 원래 발표했던 대로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본계획에 명시된 총사업비는 15조8187억7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공항 부문이 13조4913억4400만원, 접근 도로 부문 7126억4400만원, 접근 철도 부문 1조6147억8700만원이다. 2022년 국토부에서 진행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나온 총사업비는 13조7584억원, 2023년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나온 총사업비 16조6437억원보다 되레 줄었다.
“처음에 국토부에서 낸 (계획에 명시된) 금액이 약 14조원이거든요. 이게 물가인상 반영하면 15조원까지 된다는 거였는데, KDI에서 검토해봤더니 거의 17조원에 육박하는 숫자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걸 줄이는 방법을 고민한 거죠. 기존 계획안과 가장 다른 건 면적이에요. 매립하는 면적을 줄이고 액수를 맞춘 것 같습니다.” 이헌석 위원이 말했다.
게다가 적정성 검토 단계까지만 해도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기본계획에선 육·해상 배치로 바꿨다. 부지면적도 784만㎡에서 684만㎡로, 다시 667만㎡로 줄었다.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깎아내는 흙의 양(1억5200㎥)과 쌓는 흙의 양(2억400만㎥)은 적정성 검토 때보다 늘었다. 적정성 검토 당시 계산한 깎는 양과 쌓는 양은 각각 1억2700㎥, 1억6700㎥였다.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큰 육·해상 배치
애초 국토부가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기로 했던 건 불균등한 지반 침하(부등침하) 우려 때문이었다. 가덕도 육지의 지반과 활주로가 놓이는 해상 매립 지반이 다르기 때문에 완공 이후 해상 매립 부분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등침하 가능성을 외면한 채 육·해상 방식으로의 변경을 선택했다. 기본계획 보고서에도 ‘활주로가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되는 계획의 경우, 부등침하의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지반 조사를 시행하고 부등침하 방지를 위한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활주로 구간 부등침하 염려에 대한 자문 의견이 빈번하게 제기된바 설계 단계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말이다.
“(활주로가) 일정하게 가라앉지 않고 중간에 단차가 생겨버릴 수 있거든요. 해상 부문에서 단차가 생기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거죠.” 이 위원이 말했다. 실제 바다 위에 지어진 일본 간사이공항의 경우 침하를 고려한 건축계획을 수립했음에도 제1터미널 중심부 기준 좌우측, 상하부에 1.5m 이상의 부등침하가 발생한 바 있다.
해상 배치와 육·해상 배치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해상 배치의 경우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저촉면적과 생태자연도 1등급 저촉면적이 각각 169만2513㎡와 21만3878㎡였지만, 육·해상 배치는 각각 184만5762㎡와 24만1967㎡로 늘었다. 다만 산림훼손 (예상)면적은 육·해상 배치(211만8683㎡)가, 해상 배치(221만198㎡)보다 조금 작았다. 보고서는 “자연환경 훼손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며 “적극적인 저감방안 마련으로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해양공간의 생태환경 조사 결과, 가덕도신공항 부지 인근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를 포함해 9종(대흥란, 수달, 구렁이, 게바다말, 거머리말, 둔한진총산호, 해송, 긴가지해송)의 법정보호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등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많은 주민이 환경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보고서는 이를 모두 ‘미반영’ 처리했다. 사유는 전부 같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및 사후환경영향조사 등 환경영향 검토와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만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2024년 3월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용역사를 선정한 상태다. 용역 기간은 2025년 10월까지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인 2024년 말부터 공사를 해도 문제가 없냐는 질의에 김정희 단장은 “환경영향평가와 관계없는 일부 시공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는) 2025년 6월 전에는 대강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부산 가덕도 공항, 서울 대형 건설사가 다 짓는다
가덕도 신공항② 부산에 60% 이상 집중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 진짜일까?
인천대 연구팀, 정반대 결과 발표…서울에 40% 집중, 부산은 10% 불과
부산 강서구 가덕도 국수봉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국수봉은 깎여서 바다에 매립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Q. 가덕도신공항 건설 기대효과는?
A. 사업추진에 따른 총 생산유발효과는 28조9209억원이며, 이 중 부산지역에 18조3272억원(63.37%)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되는 것으로(…)
정부가 2024년 2월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당시 자료엔 용역이 완료되지 않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보고서에서 발췌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부분도 들어 있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언론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21>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종합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른 총 생산유발효과는 27조8536억원으로, 부산지역에 17조6508억원(63.37%)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부산에 66.4%가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생토론회 보도자료와 총금액은 달랐지만, 부산에 효과가 집중된다는 점은 같았다.
그런데 최근 국토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부풀려졌다는 민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 연구팀이 2024년 6월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경제성 분석 연구’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으로 발생하는 28조3321억원의 생산유발효과 가운데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3조4378억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39.3%(11조1233억원)가 서울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전체 7305억원 중 서울이 2863억원(36.7%)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 1044억원(14.3%)에 그쳤다.
국토부와 연구팀의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투자 비용에 대한 실질적인 이득이 어디로 귀속된다고 보는지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국토부는) 투자 금액 전부를 부산에 투입해 생산유발계수 등을 도출해 파급효과를 분석했다”며 “(연구팀은) 투자 금액 전부를 부산이 아닌 실제 해당 사업을 수주하는 사업자 소재지에 적정 배분하는 관점으로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거주성을 바탕으로 분석되는 산업연관분석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가진 현실적 문제를 간과합니다. 예전에는 건설이 현장중심의 노동재 기반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대형토목공사는 장비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자본재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역에서 건설을 하면 모든 효과가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설정은 오류가 생기게 되죠.” 연구팀의 송지현 연구원이 말했다.
부산·경남 건설업체 지분은 11%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소재지는 대부분 서울이다. 2023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30위 안에 드는 건설사 중에 소재지가 부산인 건설사는 없다. 이에 연구팀은 조달청 발주내역을 통해 이미 수주된 사업들은 기업의 소재지에 따라 나누고, 부지조성공사와 같이 입찰이 되지 않은 사업은 서울과 부산의 비율을 8 대 2로 나눠 계산했다. 지역업체 비율을 20%로 계산한 것은 인천공항 사례와 지역업체 20% 참여 의무조항을 넣어 발주한 새만금국제공항 사례를 참고했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입찰의 경우 지역업체가 참여하면 가산점을 주는 우대조건은 있지만 의무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2차 입찰 당시 단독으로 응찰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경우 부산과 경남의 지역업체 14곳이 참여했는데 지분을 다 합해도 11%에 불과했다.
양 교수는 결국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인한 이익이 부산이 아닌 서울, 지역 중소업체가 아닌 대형건설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PQ)는 커트라인 점수만 넘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산점을 위해 지역 중소건설사를 참여시킬 이유가 없다”며 “지역 대형건설사 몇 곳만 참여시키면 가산점을 채울 수 있는 구조라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어려운 실정”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된 이후 대기업의 공동도급 참여 제한 업체 수를 2곳에서 3곳으로 완화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사업규모와 공사 난이도를 감안할 때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위 건설사가 추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 교수는 “공동도급 제한을 2개 사에서 3개 사로 확대하면 지역업체와 중소업체의 참여 장벽이 더 높아진다”며 “2개 기업이 나눠 먹을 것을 3개 기업이 나눠 먹게 되는 만큼 지역의 영세기업에 떨어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공동도급 참여 제한 완화의 의미
국토부의 이런 조처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상위 10위 이내 업체 상호 간에는 공동도급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달청이 2023년 기술형 입찰에서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업체 간 공동도급을 허용하도록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를 개정했다. 사업의 규모나 난이도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3개 사 이상 확대도 허용하도록 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개정에 반대하며 “느닷없는 상위 10대 사 간 공동도급 허용 행정예고는 추진 과정에서부터 예타 면제 등 실체적·절차적 위법의 문제가 심각한 가덕도신공항 입찰 과정에 활용하려는 ‘원포인트’ 개정 의도”라고 지적했다. 중견건설사 357개 사도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개정안은 시행됐다. 국토부는 2024년 7월31일 변경된 입찰조건을 반영해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마스크 다시 사야 하나…영유아 덮친 ‘수족구병’
최근 면역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0~6세 영유아를 중심으로 수족구병 환자가 크게 늘면서 예방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족구병은 주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예방 백신이 없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염 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 수족구병, 원인 바이러스 다양…한번 걸렸어도 안심 못해
수족구병은 병명 그대로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잡히는 질환이다. 통상 4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 중순 또는 7월까지 유행한다. 수족구병 환자는 대부분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이다. 특히 0~6세 영유아는 면역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데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4∼20일) 기준 영유아에서 외래 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환자 분율은 78.5명에 달했다. 과거 최고 수준이었던 2019년 77.6명을 웃돌면서 관련 통계가 관리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한달 전인 올해 6월 넷째 주 58.1명과 비교하면 환자 수가 40% 가량 늘어난 것이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유행이 벌어졌던 최근 3∼4년 동안 수족구병의 유행이 크지 않아 지역사회 내 집단면역력이 낮아지면서 면역력이 약하고 개인위생이 취약한 영유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5세 미만 수족구병 환자는 1만1679명에 그쳤는데 2022년 22만3169명, 2023년 22만442명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수족구병의 주요 원인은 엔테로바이러스의 일종인 콕사키바이러스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 종류가 다양하다기 때문에 재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에코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71형(EV-A71) 등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수족구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한번 걸린 적이 있더라도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면 다시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양무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수족구병은 타액, 체액 또는 배설물의 직접 접촉으로 감염된다"며 "감염 시 열, 목 통증과 함께 식욕부진, 설사 증상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만진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과 입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보니 개인위생이 취약하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여름 감기와 증상 비슷…‘수포성 발진’이 특징
수족구병에 걸리면 약물치료와 함께 대부분 7~10일 안에 자연 회복이 가능하다. 다만 엔테로바이러스71에 의해 생긴 수족구병은 증상이 더욱 심하다고 알려졌다.
바이러스 잠복기는 3~7일 정도다. 감염 시 식욕저하, 설사, 구토,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열나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데 미열이 있거나 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손, 발, 입안의 안쪽 점막과 혀, 잇몸 등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이 특징으로 영유아는 발 뿐 아니라 하지나 기저귀가 닿는 부위에 수포가 발생하기도 한다. 발진은 발보다 손에서 더 흔하며 3~7㎜ 크기의 수포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보다는 손등과 발등에 더 많다.
문제는 심한 경우 뇌염, 무균성 뇌막염 등 신경계 질환이나 폐출혈, 신경인성 폐부종 등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물게 쇼크 및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양 전문의는 “아이가 38도 이상 고열에 손, 발, 입, 몸 등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 치료와 함께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마스크 착용·손씻기…더워도 기본 원칙 지키는 게 최선
수족구병은 감염성 질환인 헤르판지나, 헤르페스성 구내염과 혼동될 수 있다. 전문의에 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입안의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면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발생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기도 한다. 대부분 7~10일 후면 자연 회복되지만 영유는 통증으로 음식을 섭취 못하면 탈수가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영양 공급을 해줘야 한다.
수족구병은 백신, 치료제가 없다. 예방과 전파 차단이 최선이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손 씻기 등 철저한 위생 관리와 환자와 생활용품을 따로 사용하는 등 가족 구성원 간 감염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립 위기에서 지킨 해변… 부산의 서핑·노을 명소 됐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과 낙동강 하구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얇고 길게 퍼지는 파도라 초보자들이 즐겨 찾는다. 바다 건너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가덕도와 거제도가 보인다.
바다는 좀처럼 안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안개는 높이 솟지 않고 얕은 파도만큼 일렁거리며 수면 위로 퍼져나갔다. 바다 건너 컨테이너항구도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도 기초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듯 보였다. 부산 서쪽 다대포해수욕장, 여행객은 그렇게 몽환의 시간 속 신기루를 걷는다.
서핑과 노을 명소 다대포해수욕장
부산의 여름 바다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해운대와 광안리를 떠올린다. 송도해수욕장을 포함해 도심에 위치한 3개 해변 말고도 기장의 임랑, 일광, 송정, 그리고 서쪽 끝 다대포해수욕장까지 부산에는 7개 대표 해변이 있다.
다대포는 투명한 쪽빛을 자랑하는 여섯 해변과 많이 다르다. 썰물 때는 바다 멀리까지 모래사장이 드러난다. 서해안처럼 물이 쏙 빠지지도 않고 질펀한 갯벌도 아니다. 찰랑거리는 파도를 밟으며 끝없이 걸을 수 있는 해변이다. 물살 따라 움직이는 고운 모래 알갱이가 발가락 사이로 흐른다. 아이나 어른이나 젖은 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모래장난을 즐긴다. 낙동강과 남해안이 만나 드넓은 모래밭을 만든 곳, 그곳이 다대포다.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다대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하철 1호선 다대포해수욕장역이 바로 붙어 있어 접근이 편한 데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라 외지 여행객이 제법 찾는다. 특히 해가 질 무렵이면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붉게 물들어, 일몰 사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낮에 다소 한가하던 해변은 저녁이 되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젊은 사람들로 붐빈다.
얕은 모래해변이 끝나는 곳부터는 서퍼들 차지다. 파도가 거칠지는 않지만 파장이 길게 이어져 서핑 초보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바다다. 해변 바로 옆 습지에는 ‘고우니생태길’이 조성돼 있다. 다양한 수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덱 산책로가 바다로 이어진다.
다대포해수욕장 바로 옆 습지에는 고우니생태길이 조성돼 있다.
서부산의 보물이 된 다대포해수욕장도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해변 입구에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1991년 건설교통부는 다대항에 목재전용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을 세웠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1996년 계획을 철회했다. 2000년에는 해양수산부가 매립 계획을 들고 나왔다. 2011년까지 다대포부두를 건설하는 계획안에 해수욕장 매립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에는 환경단체 주도로 범시민 반대 운동이 전개됐다. 서명운동과 시장실 점거 농성, 상경 시위까지 반대의 강도는 더 세졌고, 결국 2002년 6월 매립 계획은 백지화됐다. 시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논리에 저항해 환경을 지켜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라질 뻔한 해수욕장 일대는 다대포해변공원으로 정비해 올해 한국관광공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고,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일대에서 부산바다축제가 열렸다. 해변에 다양한 먹거리 부스와 테이블(다대포차)이 차려지고, 풀파티 공연이 펼쳐져 다대포를 한여름 밤의 낭만으로 채웠다. 일부 프로그램은 고르지 못한 날씨 때문에 뒤로 미뤄졌다. 반려견 동반 서핑과 초보자를 위한 선셋 서핑은 8월 1, 2일 진행된다. 도심 속에서 야간 캠핑과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별바다부산 나이트 뮤직 캠크닉' 행사도 8월 9일부터 24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여섯 차례 계획돼 있다.
박형관 한국관광공사 부산울산경남지사장은 다대포해변공원은 생태자연경관과 해양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서부산권 핵심 관광지로 육성해 해운대와 광안리 중심의 부산 관광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글·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검찰,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방류 요구한 환경단체 대표 기소
2024 수족관 감금 종식 국제공동행동의날’인 5월12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가 서울 송파구 잠실역 1번 출구 인근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방류 약속 이행 촉구 시민행동’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흰고래)의 자연 방류를 요구하던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송영인)는 30일 황 대표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그와 함께 행동에 나섰던 일반 회원 등 7명은 기소유예 결정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방류를 요구하며 대형 수조에 접착제를 활용해 현수막을 부착하고 약 20분간 구호를 외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결과와 피해자 측의 처벌 불원 의사, 피의자들의 연력, 동종범죄 전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도넛 유심히 보세요... 지구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 플랜 A] 오버슈트데이, 유한한 지구에서 사는 법
▲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영국의 (당시) 리시 수낵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로 분장한 독일 자연보호청년회 활동가들이 2023년 8월 2일 '오버슈트데이'를 맞아 독일 베를린의 총리청 앞에서 지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버슈트데이(Earth Overshoot Day)라는 것이 있다. 오버슈트데이는 해마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지구의 연간 생태 자원 용량을 모두 써버린 날을 뜻한다. 한글로 표현하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로 번역할 수 있다.
오버슈트데이가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지구의 자원을 모두 소모한 날을 뜻하기 때문에, 오버슈트데이 이후의 인류는 한 해가 끝날 때까지 미래의 자원을 끌어다 써야 한다.
애석하게도 거의 매년, 오버슈트데이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12월이었던 전 세계의 오버슈트데이는 2024년에는 오늘인 8월 1일로 바뀌었다. 한국의 오버슈트데이는 훨씬 빠르다. 한국은 이미 올해 4월 4일에 오버슈트데이가 지나갔다. 전 세계가 한국처럼 자원을 빠르게 소진한다면, 우리에게는 한 개의 지구가 아닌 적어도 3.8개의 지구가 필요할 것이다.
오버슈트데이가 조금씩 빨라지는 모습을 볼 때면, 우리는 기후위기에 저항하기 위해 개발된 슬로건인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라는 말을 완전히 반대로 적용한 '더 소비하고 덜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구는 우주 바깥에서 볼 때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일 만큼 젊은 행성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래의 자원까지 마구 당겨써야 하는 처지의 행성으로 지구가 남게 될 때, 그 내부의 지구 생태계는 그 어떤 것보다 빠르게 늙어갈 것이다. 젊은 행성 위에 존재하는 늙은 세상은 인류를 포함한 자연을 위협한다. 허용된 속도보다 빨리 성장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고갈과 소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다만 자원의 문제로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도넛 위에서 살아가야 한다
▲ 도넛 경제학이 제시하는 도넛 경제 모델.ⓒ Doughnut Economics Action
2010년대 말,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둥그렇게 생긴 도넛 모양 그림 하나를 경제 모델로 제시했다. 우상향하거나 우하향하는 그래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점과 선이 아닌 면으로 된 둥그런 도넛 모양을 제시한 것은 분명 새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이에 더 나아가 우리가 모두 그 도넛 모양의 그림 위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트 레이워스의 설명에 따르면, 도넛의 경계면 안쪽은 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삶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영역을 상징한다. 각 영역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회 구성원들은 교육이나 의료, 민주주의, 주거나 식수와 식량 부족 문제 등을 겪게 된다. 그러나 부족만큼 과잉도 위기를 초래한다.
도넛의 경계면 바깥쪽은 유한하고 유일한 지구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생산되고 폐기될 때 발생하는 위협을 뜻한다. 생태계 파괴, 오존층 파괴, 대기 오염 등 기후위기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경제 이론들이 어떻게 하면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집중했다면, 케이트 레이워스는 성장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와 같은 도넛의 경계면 바깥의 위협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도넛의 경계면 안쪽의 위협보다 덜 임박한 문제로 여겨진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을 논할 때 빈곤과 주거, 교육과 복지, 식수와 식량 등의 문제가 자주 거론되지만, 자연의 파괴는 자주 거론되지 않는다. 미래에 일어날 비극을 쉽게 현재에 체감하기는 어려운 일인 까닭이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당겨서 쓰는 일은 충만한 현재를 위해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항상 기대한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미래의 자원이 충만한 현재의 '질'을 만드는 대신 오로지 '양'만을 늘리는 데 집중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GDP(국내총생산)의 향상을 경제의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있지만, GDP는 사회 전반적인 평등과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GDP가 도넛 경제 바깥쪽의 환경 파괴를 측정하는 수치로도, 도넛 경계 안쪽의 내용(교육, 의료, 민주주의, 주거 등)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수치로도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매년 한국에서 대규모 인명과 자연, 재산의 피해를 낳는 기후재난은 GDP의 측면에서는 플러스(+) 요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후재난 복구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의 가격도 GDP의 숫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숫자로는 때로는 시장의 가치 이외의 것들을 포괄할 수 없는 법이다. GDP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이 필요하고,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이론의 근거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렇다면, 미래의 자원까지 끌어다 쓸 만큼 가쁘게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한국 청년들은 어떤 현재를 맞이하고 있을까?
'그냥 쉬었음' 40만 명
▲ 2024년 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구직상담, 구직등록 창구.ⓒ 연합뉴스
최근 들어 '그냥 쉬었음'이라는 설문조사 문항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6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한 해 동안 '그냥 쉰'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이 40만 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잡힌 NEET 청년의 수는 전체 청년의 수의 4.9%이기에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진감을 느끼는 청년'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 되면 SNS 중 하나인 X(구 트위터)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개쓰레기 요일"이 찾아왔다는 분노를 쏟아내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등재되고, 한국은 여전히 OECD 자살률 1위이며, MZ 세대의 빠른 퇴사가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된다.
더 빨리 성장해야한다는 말 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세상에서 지구만큼이나 인간도 빠르게 소진된다. 내 옆의 사람을 돌보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과 상관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경제의 질, 즉 지구 위에 사는 존재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위해 미래의 힘을 모두 끌어다 쓰면서 다가올 황폐화된 미래를 걱정하는 삶은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가혹하다. 이 모든 것은 '어떻게 함께, 지구를 원래의 속도만큼 천천히 늙어가게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유한한 지구에서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사회의 선택과도 연결된다. 더 많은 삶의 선택지를 가지는 것은 나의 의지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상황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일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단열이 보장된 주택일 수 있다. 자연을 가꾸고, 남을 돌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여가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 좋은 삶이 좋은 차를 사는 것, 좋은 집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면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경제가 꼭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늙어가는 지구 위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면 경제의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노력을 시작한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9년에 경제 성장이 아닌 구성원의 행복에 초점을 둔 '행복예산제(Wellbeing budget)'를 채택한 바 있다. 노원구에서는 일상에서 온실 감축 방법을 고민하며 정책에 대해 말하는 '1.5도 라이프스타일'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에, 미래를 만드는 것에, 삶의 질을향상하는 것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닌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한 쪽으로 빠른 변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모두가 살아남는 방법은 조금 더 천천히 사는 방법을 익히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조금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며, 더 존재하기. 지구의 서버 종료 대신, 변화를 만들어 가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gshin02)/ 오마이뉴스
근거도 없고 효과도 없을 기후대응댐 14개
환경부, 14개 댐 후보지 발표
환경부(장관 김완섭)가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 국가전략산업의 용수 수요 등에 대비해 댐 14곳을 짓겠다고 7월 30일 발표했다. 다목적댐을 추진하는 것은 14년 만이고, 전국 곳곳에 여러 개 댐을 추진하는 것은 2001년 이후 20년 만이다. 환경부는 이 댐들을 ‘기후위기 대응댐'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기후위기 대응댐' 건설 계획은 법적ˑ절차적 근거가 없고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 “신규 댐 계획은 근거가 없다"
먼저 ‘법적ˑ절차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댐 14개 계획은 우리나라 최상위 물관리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 내에서 수립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물 부족량을 연간 6백 6십만톤 정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14개 댐으로 확보하겠다는 수자원은 무려 2.5억 톤으로 42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정밀한 지역별 물 수지 분석을 통해 확립된 것인데 이것과 맞지 않는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논리상 타당하지도 않고 물관리기본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 타당성을 검토한 뒤 2026년에 있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정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환경부는 ‘너무 시급한 문제였다'는 명분을 댈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14개의 댐 계획이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실효성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강원도 원주에서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모습.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댐 건설 계획은 기후변화에 무지한 관성적 대책"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댐 건설 계획은 기후변화에 무지한 관성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주 송곳 폭우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강수에 대해서 언제 어디에 기록적 폭우가 올 것인지 예측해서 댐을 지을 수 있나? 양재동엔 비 오고 도곡동엔 해가 나는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댐 같은 경직된 인프라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댐 건설 같은 대책보다 반지하 같은 취약지대를 개선하고 오송 참사를 일으킨 것 같은 제방 관리 부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효용 없는 저수지 수준의 댐을 짓는 계획이다”
설사 댐의 효용을 인정한다 해도 이번에 건설 계획이 발표된 댐들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댐은 저수용량이 커야 물공급량도 많고, 갑작스런 홍수로 불어난 물을 담아놓을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환경부가 건설 예정이라고 발표한 14개 댐의 저수용량을 다 합쳐도 3.2억 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양강댐이 29억 톤이니, 14개를 합해도 1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효율이 있을 만한 1억 톤 이상의 댐은 강원도 양구 수입천에 지어질 것 하나 뿐이다. 1천만 톤 이하가 7개고, 심지어 경남 거제에 지어질 것은 불과 80만 톤짜리다. 전문가들은 ‘댐이 아니라 저수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저수량 100만 톤 이상의 저수지는 554개, 1천만 톤 이상은 33개다. 신규 댐 14개 중 1천만 톤 이하가 7개나 되니 저수지 수준이라는 평가가 과장은 아닐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하루 약 200mm 강우를 수용할 수준의 저수량 수백만 톤 규모 홍수 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만약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홍수 방어를 위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를 위한 대응을 제대로 고민했다면 환경부의 이같은 계획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자원공사 사장을 지낸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환경부의 대책이 댐을 건설하거나 아니면 강바닥을 준설하는 식의 타성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제 댐은 지을 만큼 지었고, 큰 댐을 지을 곳은 더 이상 없으니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댐보다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홍수가 나면 거기에 물을 담을 수 있게 하고 피해가 나면 국가가 보상을 하는 홍수 저류지들을 많이 만드는 게 낫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댐 건설의 또다른 명분인 '수원 확보'의 대안도 제시했다. ‘발전용 댐들의 물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발전용 댐의 물을 용수공급용으로도 활용하면 대량의 신규 수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조가 가득한 안동댐. 7월 26일 상황이다. (사진: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수온... 댐에 녹조 창궐할 것
기후변화로 수온이 날로 뜨거워지는 시대에 녹조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댐을 만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올해 낙동강 유역인 안동댐과 영주댐에서는 매우 고농도의 녹조가 발생해 환경단체가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의뢰해 측정한 바에 따르면 녹조(남조류) 세포 수가 안동댐 110만셀, 영주댐 190만셀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환경부가 설정한 최고 단계의 농도, 조류대발생에 해당한다.
“물관리 하라 했더니 수계를 파괴하는 환경부”
1억톤 짜리 댐이 들어설 양구 수입천의 두타연 계곡. 비무장지대 아래 위치한 천혜의 생태보존지역이다.
이번에 발표된 14개 댐 후보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강원도 양구 수입천의 댐(저수량 1억 톤)은 생태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지역은 비무장지대 바로 아래에 있는 천혜의 생태 보존지역인데 댐을 지으면 파괴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은 “수입천은 옛날부터 두타연계곡이 열목어 최대 서식지고 어름치, 가는돌고기, 둑중개 등 한두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다. 환경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싶어도 DMZ라서 못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환경부가 거기다 댐을 짓겠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에 물관리 권한을 주니까 수계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말하는 ‘물관리'란 문재인 정부 시절 여러 부처가 나누어 갖고 있던 수량, 수질, 재해 관리 기능을 환경부에 몰아서 일원화한 것을 말한다. 문제는 물 관리 일원화 이후 환경부가 전통적으로 환경부가 해왔던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는 역할에서 개발하고 파괴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던 환경부가 ‘14개 댐 건설 선언'을 한다거나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폐기하는 등의 행태가 그것이다.
환경 무시하고 토목세력 욕망 받쳐주는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환경부가 본래의 가치를 스스로 무시하고 토목 세력의 욕망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가 환경처에서 시작해 환경청, 환경부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위상이 높아진 데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환경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컸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과거에는 작더라도 때로는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의 물관리 정책을 감독해야 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만약 내가 물관리위원장을 하고 있었다면 환경부 장관을 오시라고 해서 심하게 질책했을 것 같아요. 환경부가 근거 없는 일을 하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배덕효 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댐 건설 발표 하루 전인 7월 29일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고를 했다. 그의 기고 내용에는 기후위기 시대에 댐이 홍수나 가뭄 대응수단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검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과거부터 그래왔으니 댐이 최고라는 식이다.
환경부의 이번 댐 건설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우선 최대의 댐 후보지인 수입천을 끼고 있는 양구군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남 화순군도 ‘환경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발표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충북 단양군도 대표적인 관광지인 선암계곡에 댐을 짓겠다는 환경부의 계획에 펄쩍 뛰고 있다.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계획이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뉴스타파 최승호
단양팔경 수몰? 환경부 댐 건설 계획에 "미치지 않고서야"
상선암·중선암·하선암 등 세 곳 위치... "관광으로 먹고 사는 곳" 반발 예상
▲ 환경부가 충북 단양군 단양천을 기후위기댐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단양팔경 중 삼경이 수몰될 위기에 빠졌다. 사진은 단양팔경 중 단양천에 위치한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 모습ⓒ 충북인뉴스
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충북 단양군(군수 김문근, 국민의힘)의 단양팔경 중 삼경이 수몰될 위기에 빠졌다.30일 환경부(장관 김완섭)은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전격 발표했다.
댐을 건설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기후위기'를 꼽았다. 환경부는 "2010년 착공된 보현산 다목적댐 이후 14년간 단 한 곳도 새롭게 추진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에 근원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다목적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또 극한 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현재의 물그릇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후보지로 14곳을 발표했는데 강원도의 경우 수입천(양구)과 산기천(삼척), 경기도 아미천(연천), 충북도 단양천(단양), 충남 지천(청양), 경북 운문천(청도)과 감천(김천) 그리고 용두천(예천)이 포함됐다.
경남도의 경우 고현천(거제)과 가례천(의령), 울산은 회야강(울주)이 전남도의 경우 동복천(화순)과 옥천(순천), 그리고 병영천(강진)이 후보지에 들어갔다. 이중 저수용량이 1000만㎥이 넘는 곳은 강원 양구 수입천과 충북 단양 단양천 등 7곳이다.
국민관광지 선암계곡에 댐을 만든다고?
▲ 충북 단양군 단양천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계곡 전경 (사진=단양군청 제공)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단양군은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연간 1000만명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단양팔경은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명승지 8곳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단양전통시장을 추가해 '단양 구경'이라는 말도 널리 쓰인다.
환경부가 댐 건설 후보지로 발표한 단양천에는 단양 8경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등 세곳이 포함됐다.위치를 정확하게 발표하지 않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단양천에 댐이 건설될 경우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은 수몰될 가능성이 높다.이들 세곳은 모두 단양천 계곡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양천은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수리봉에서 단성면 가산리·대잠리 거쳐 흐르는 21.5㎞ 구간으로 선암계곡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선암계곡에는 단양팔경에 포함된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 외에도 오토캠핑장과 일반 캠핑장, 펜션과 같은 관광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선암계곡을 끼고 도락산, 용두산, 덕절산, 두악산, 제비봉이 있어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다.이곳에 댐이 건설된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양을 지역구로 둔 오영탁 충북도의원(국민의힘)은 "단양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 곳인데, 이곳에 댐을 만든다고 하면 찬성할 주민은 없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되면 반대가 매우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양이 고향인 김다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단양은 충주댐 건설로 이미 수몰의 아픔을 겪은 지역"이라며 "여기에다 단양팔경 중 세 곳을 수장시킨다고 하니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선암계곡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A씨는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댐을 만들겠다고 하겠나?"라며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어디가서 구해오나? 말도 안 된다. 다들 미쳤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단양천에 건설될 댐은 '용수전용'으로 신규로 건설된다. 총 저수용량은 2600만㎥에 달한다.
충북인뉴스 김남균(043cbinews)
명태 떠난 ‘끓는 바다’, 오징어·고등어도 떠날 채비
고수온에 ‘피시플레이션’ 오나
2100년 연안 수온 4도 높아질 듯
연근해 수산물 지도 예고된 급변
도루묵·명태 생산량 0 수렴 이어
회유성 어종 꾸준히 북상하는 중
상업성 떨어지는 열대어종 급증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고수온은 ‘정해진 미래’다.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친환경 정책을 펼치더라도 2050년 우리나라 앞바다의 평균 수온은 1도 가까이 상승할 전망이다. 단 1도의 나비 효과는 상당하다. 국민 생선 고등어, 멸치의 서식지가 바뀌고 열대어가 출몰하는 등 국내 수산 자원이 뒤바뀔 수 있다. 잦은 양식장 폐사, 어획량 감소로 물가까지 치솟으며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38년 뒤 20도 돌파 ‘악화일로’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 수온은 오는 2050년 최대 19.41도까지 오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안 평균 수온은 18.09도였다. 재생 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 연료 사용이 최소화하는 ‘저탄소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2050년 수온은 19도를 넘어선다. 연료 사용량이 많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수온은 2062년 20도를 넘으며, 2100년에는 22.07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금보다 약 4도 치솟는 셈이다.
이미 5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연안 수온은 크게 오른 상태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화석 연료 사용 증가 탓이다. 1970년 국내 연안 평균 수온은 16.04도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17도를 웃돌았고 2021년 처음으로 18도를 넘어섰다. 고수온 현상은 탄소 배출 증가에 따라 전 세계에서 발생했지만, 특히 국내 앞바다에 두드러진다. 열을 품은 채 저위도에서 들어오는 대마 난류 유입이 늘고,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으로 바닷물실제 1970년 이후 부산 앞바다의 수온 상승 추세가 지구 평균보다 최대 4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이후 전 지구 평균 수온이 10년마다 0.14도 오를 때 부산 앞바다는 0.53도씩 올랐다.에 가해지는 복사열도 강해진 탓이다.
■어장 지도 바뀐다…대중성 어종 이탈
국내 수산업계는 오랜 기간 고수온에 시달려 왔다. 어패류 폐사 등을 겪은 양식 어가뿐 아니라 선망·유통업계도 들쭉날쭉 어획량에 몸서리친다.
고수온 영향에 취약한 건 통상 ‘회유성 어종’이다. 회유성 어종은 먹이 활동이나 산란 등을 이유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어종이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수온을 찾아 적극 이동하는데,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범위를 벗어나면 국내 생산량이 뚝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20만~25만t의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2만 3000여t에 불과했다. 1970년대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꽁치, 명태, 도루묵도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1970년 연근해에서 1만 3418t이 생산됐지만 지난해에는 생산량 집계 자체도 되지 않았다. 꽁치와 도루묵도 같은 기간 2만 5036t에서 256t, 1만 6110t에서 611t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파랑돔, 연무자리돔 등 국내에서 못 보던 열대 어종 출몰이 급격히 늘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울릉도 연안에서 발견한 131종 중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절반 이상(58.5%)인 것으로 드러났다. 열대 어종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상업적으로 활용할 만큼 다량으로 잡히지도 않는다.
■국민 생선도 북상…대비 태세 시급
소비량이 높은 고등어를 비롯해, 삼치, 멸치, 방어 등도 회유성 어종이라 적합한 수온을 찾아 서식지를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수과원 관계자는 “어종의 서식지 변화는 해류와 수온, 해양오염 등 많은 변수가 얽혀 있다”면서도 “이들 어종은 장기적으로 시원한 수온을 찾아 동해를 떠나 오호츠크해 방향으로 분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방어는 최근 동해에서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1990년 방어 어획량 중 동해 비중은 21.7%에 불과했으나 2022년 기준 46%까지 치솟았다. 어업 현장에서는 고등어도 산란 시기와 이동 경로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는 말이 나온다. 대형선망수협의 한 관계자는 “고등어는 주로 제주도 근처에서 산란하고 이동하지만 최근에는 서해 등 다른 지역에서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어종이 고수온으로 서식지나 산란, 회유 시기가 변하면 수산물 가격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고수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상 수온 발생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수과원은 2025년까지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법 등을 활용한 예측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토대로 주요 연근해 어종의 서식지 변화 흐름을 읽어 어민에게 제공하고, 관련 어법이나 스마트 양식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국민이 선호하던 생선이 사라지면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전쟁 등 대외 변수에 가격이 출렁이게 된다”면서 “정부는 고수온 현상을 가정해 총허용어획량(TAC)을 조절하고 수산물 수입국 다각화, 고수온 내성 종 개발 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환경단체, ‘신규 댐 건설 계획 철회하라’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신규 댐 건설 발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환경단체는 1일 윤석열 정부 신규 댐 14곳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하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한 가운데 홍수·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 남한강도민회의,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 한국환경회의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환경부의 댐 건설 계획이 잘못된 원인 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간의 홍수 피해는 댐 부재가 아니라 제방 관리 부실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은영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현 정부의 토건만능주의 정책을 규탄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가장한 댐 건설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신의 선물인가 인류의 재앙인가, 에어컨에 대한 ‘알쓸신잡’
에어컨은 인간을 위한 발명품이 아니었다. 과도한 에어컨 사용이 인간의 기후순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럴수록 에어컨으로 인한 전력 소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AI) 분야 프로그래머 김의현씨(가명)는 여름만 되면 공포에 떤다. 그는 더위에 유난히 취약하다. 영상 25℃ 정도만 되어도 땀을 줄줄 흘린다. 언젠가부터 에어컨 켜는 시점이 점점 빨라지더니 올해는 5월 말부터 에어컨을 돌렸다. 원격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 특성상 6월 중하순 정도부터는 외출도 삼가고 집에서 24시간 에어컨을 튼다. 귀가했을 때 집 안의 열기를 견딜 수 없어 외출 시에도 에어컨을 틀어놓는다.
AI 개발자인 데다 틈틈이 가상화폐 채굴까지 나서는 그의 컴퓨터에는 전력 소모가 큰 최고급 CPU와 그래픽카드 등이 설치돼 있다. 여름만 되면 월 전기료가 수십만 원씩 찍히지만, 그는 에어컨 사용량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날이 점점 더워지는 데다 습도 높은 날이 길어지고 있기에 에어컨을 더 많이 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그는 기후위기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에어컨 냉매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알고 있다.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에게 더위와의 싸움은 이미 생존의 문제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여름철이 되면 망설임 없이 에어컨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이것이 김씨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7월15일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건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가득 설치돼 있다. ⓒ시사IN 박미소
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에어컨 없는 여름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식당과 마트부터 엘리베이터와 공중화장실까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실내를 찾기 어렵다. 에어컨을 튼 채 문을 활짝 열고 영업하는 ‘개문 냉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이 계속되지만 서울 명동 등 주요 번화가의 상점은 여전히 찬 바람을 밖으로 내보내며 손님을 유혹한다.
과거 에어컨은 부의 상징이었다. 한국갤럽의 연례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에어컨 보유율은 1993년만 해도 6%에 불과했지만, 역대급 폭염이 닥친 1994년 이후 늘기 시작했다. 1998년 24%, 2001년 36%로 증가하다가 2012년 74%, 2018년에 87%로 늘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보유율이 무려 98%에 달한다. 에어컨은 이제 밥솥이나 냉장고 같은 ‘생활필수품’의 지위에 올랐다.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다. 미국, 일본과 함께 에어컨이 많이 설치된 나라 ‘톱 3’에 꼽힌다.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 상위 3개국은 일본(91%), 미국(90%), 한국(86%)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63%)나 중국(60%)보다 훨씬 높다. 유럽은 10%, 인도는 5%였다. IEA는 일평균 기온 25℃ 이상인 지역에 사는 인구는 28억명인데, 이 중 에어컨을 소유한 가구는 8%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자료는 6년 전 것이므로 그동안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름철에 크게 무덥지 않아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유럽에서는 최근 10여 년 사이 폭염이 닥치면서 에어컨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에어컨 감사의 날(Air Conditioning Appreciation Day)’이라고 있다. 매년 7월3일이다. 1902년 7월 미국의 기술자 윌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을 발명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어떤 이들은 더위를 물리치게 해준 에어컨을 두고 ‘신의 선물’이라고 말하지만, 에어컨은 사실 인간을 위한 발명품이 아니었다. 캐리어는 여름철 인쇄 공장에 습기가 많아 종이가 쭈글쭈글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어컨을 만들어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1950년 윌리스 캐리어가 자신이 만든 원심 냉각기 앞에 선 모습. ⓒwww.williscarrier.com
에어컨 도입 이후 미국 노동자의 일상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노동자들은 일찍 퇴근했고, 상점과 극장도 일찍 문을 닫았다. 여름철 도심은 텅텅 비곤 했다. 날씨가 노동을 통제했다. 에어컨이 등장한 이후 기술이 노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미국 최초로 현대식 에어컨을 설치한 곳은 땀 흘리는 블루칼라 노동자의 일터가 아니라 뉴욕 증권거래소였다. 당시에도 화이트칼라 노동은 컴퓨터 칩과 같아서 온도가 낮을수록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인식이 있었다.
1930년대부터 미국 기업가들은 “에어컨이 경제성장을 자극하고 대공황을 끝낼 강력한 힘”이라고 말했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낮이 긴 여름에 남아도는 전등 전력 잉여분을 에어컨이 소모할 수 있으므로 발전업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미국 연방정부 전시생산국은 ‘개인적 쾌적함’만을 누리기 위한 에어컨 생산 및 설치를 금지하기도 했다. 도시 상점에 설치된 에어컨을 군수물자 공장으로 이전해 전쟁장비 생산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데 활용했다(스탠 콕스, 〈여름전쟁〉).
에어컨의 보급은 미국의 인구지도도 바꿔놓았다. 플로리다주는 캘리포니아, 텍사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2023년 기준 2261만명). 뉴욕주(4위)보다 인구가 많다. 지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마러라고 리조트)이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플로리다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여름철의 극심한 무더위와 모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인구를 증가시킨 것은 에어컨이었다. 1960년대 이후 에어컨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이 플로리다로 모여들었다. 일부 부유층은 겨울철에만 휴양지로 이용하기 위해 플로리다에 별장을 지었다. 그들은 별장을 사용하지 않는 여름철에도 높은 습도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틀어놓곤 했다.
2006년 에어컨 이용이 과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플로리다 지역 언론이 ‘에어컨 없는 집 세 가구’를 찾아내 기사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인터뷰를 통해 “에어컨이 없다면 플로리다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같은 해 〈뉴욕타임스〉는 맨해튼에 있는 여러 매장의 온도를 일일이 측정해 고급 상점일수록 에어컨을 더 세게 튼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고급 에어컨 설비는 지위를 상징한다.”
7월15일 서울 명동의 상점들이 에어컨을 켠 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에어컨이 무더위를 물리치고 노동환경을 쾌적하게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여름철에 창문을 닫고 생활함으로써 모기 등 해충의 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점도 있다. 그런데 건강 측면에서 보면 에어컨 자체가 질병의 온상이 될 염려가 있다. 대표적인 질병이 레지오넬라균 감염병이다.
우리 몸속 ‘열충격단백질’을 아시나요
레지오넬라균은 에어컨과 샤워기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감염되면 무기력증·고열·두통·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항생제를 쓰면 80% 이상 증상이 완화되지만 사망자도 꾸준히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래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들어 현재 확인된 국내 레지오넬라균 감염 환자가 5월11일 현재 101명이라고 밝혔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이 늘수록 발병 가능성도 높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4년 “에어컨 시스템이 레지오넬라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발병을 막는 방법은 에어컨을 자주 소독하는 것이다.
에어컨의 문제점 또 하나는 ‘더위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사람은 보통 일주일가량 더위를 견디다 보면 땀샘이 활발해져 체온조절이 용이해진다. 이를 더위에 대한 ‘기후순응’이라 부른다. 과학자들은 기후순응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이 생성된다는 점도 발견했다. 열충격단백질은 더위로 인한 불편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물질이다. 미군의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매일 두 시간씩 10일간 더위에 노출돼야 기후순응 과정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전기를 사용한 이래 최대 전력수요는 주로 긴 밤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하는 겨울철에 피크를 찍었다. 에어컨이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달라졌다. 최대 전력수요는 여름철 오후와 저녁으로 바뀌었다. 2022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공간 냉각장치로 쓴 전기소비량이 건물 부문 총 전기소비량의 약 16%를 차지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인간의 기후순응 능력이 떨어질수록 에어컨으로 인한 전력 소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에어컨은 영어로 ‘Air Conditioner’다. ‘공기를 조절’해주는 기계라는 뜻이다. 에어컨은 내부의 더운 공기를 냉매를 통해 흡수한 뒤 이를 다시 실외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한다. 간단히 말하면 실내의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저서 〈폭염살인〉에서 “에어컨은 결코 냉방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 공간에서 빼낸 열기는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해 열기를 더할 뿐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지구의 에어컨은 따로 있다. 남극과 북극이다. 극지방이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냉방), 전 세계 물의 2% 정도를 얼음 형태로 머금으면서(제습) 에어컨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지구 과열로 이런 에어컨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 얼음이 사라진 극지는 더 많은 열을 품으면서 기온과 해수면을 끌어올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122년 전 캐리어가 만든 에어컨 바람을 쐴 때, 한 번쯤은 망가져가는 지구의 에어컨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사인 이오성 기자
기후비상사태, 전문가들이 급박하게 제안한 것
기후위기·양극화·저출생에 모두 대응... 참여소득이 마중물 될 수 있어
올 여름도 집중호우에 이어 혹독한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21세기의 세 번째 10년 주기 중턱을 넘어가는 지금 생물다양성 상실, 감염병 확산과도 결합한 '기후비상사태'는 지구라는 별을 지탱하기 위해 '생태복지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복지사회라는 말은 생태복지국가라는 용어만큼이나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복지국가, 나아가 진정한 복지사회로 나아가려면 기후위기와 양극화, 저출생을 초래하는 돌봄의 위기 모두에 대응하는 생태복지의 제도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안 고프 영국 배스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열, 탐욕, 인간욕구>(2017년)에서 사회정책을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공관리"로 규정하면서 "서구에서 공공의료, 기초교육, 공장입법, 사회보험 등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정책들이 2차세계대전 후 복지국가로 제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압도적으로 새로운 위험일 뿐 아니라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생태사회적' 위협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생태복지국가'의 대안을 고민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고, 생태복지사회를 향한 실천도 아직까지 미약한 수준이다.
김상준 경희대 교수는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2021년)에서 "근대 팽창문명이 종언을 고하고 내장(內張)문명이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내장문명을 포스트성장(postgrowth)의 사회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 부국이 최근에 경험하는 저성장 기조 역시 이러한 내장문명의 필연적 귀결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에서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만든 경제성장은 더 이상 기후변화와 사회적 배제라는 생태복지의 걸림돌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에 펴낸 보고서 <한국 복지국가의 진단과 전망>에서 최영준 연세대 교수 등은 양적 성장의 패러다임을 넘어 환경과 삶의 질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경제체계 및 복지의 질적 성장을 위해 '참성장(genuine progress) 전략'을 제안한다.
한국에서 생태복지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긴급한 과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많이 알려진 보편적 기본소득제도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 UBS)와 연계하는 '참여소득(participation income)'이라는 생태복지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생태복지국가 전환, 근본적이고 급진적이어야
서구적 전통의 복지국가는 자연 정복에 바탕을 둔 생산주의에 치우쳐, 가정의 재생산 노동이나 자연에 대한 돌봄에 비해 노동시장의 교환가치, 임금계약 등을 더 중시해왔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포스트성장이라는 새로운 전망은 시민 욕구의 존엄성을 확보하는 사회적 기초와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 안에서 안전한 생태계 모두에 초점을 맞추는 '생태복지국가'로 집약되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생태복지국가 전환은 기존의 복지국가체제에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생태 서비스를 접합하는 국가역량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사회 등의 역량도 결집하는 다양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동안 생태복지사회를 향한 제도화 시도로, 부유세, 탄소세, 녹색 에너지 및 탄소포집에 대한 공공투자 등을 이뤄왔다. 유의할 것은 생태복지국가로의 전환은 위의 시도들이나 이 글에서 다루는 참여소득 도입 같은 것들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급진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국가를 둘러싼 갈등은 대개 효율성이 인간의 사회적 삶을 얼마나 지배하는가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생태복지사회로 가는 길은 계약보다 도덕에 근거한 사회관계, 자신보다 타인에 대한 책임, 개인적 자원주의(voluntarism)보다 집합적 의무, 개별 효용극대화에 대립하는 신성한 것에 대한 존중 등을 얼마만큼 현실화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한다 하더라도, 합리주의, 개인주의, 소비 및 경쟁 등 자본주의의 지배적 가치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메리 P. 머피는 <생태사회적 복지의 미래 창조>(2023년)에서 "생태복지국가에 대한 상상이 규범, 행위 및 태도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돌봄, 일, 소득, 서비스 등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것에 근거한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피오나 듀크로우 등은 "생태복지사회가 '노동과 돌봄에 걸친 시간의 재분배'를 주된 쟁점으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유럽노조회의가 제안한 '더 짧게 일하고 더 길게 살자'라는 구호는 젠더 간 돌봄 재분배와 여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자는 간명한 요구다. 나아가 돌봄은 '종의 활동'으로, 복합적 삶을 지탱하는 자신, 타인 및 자연환경에 대한 보살핌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OECD 가입국의 공통 관심사인 연금 수급연령 문제 또한 '삶의 시간 상품화'를 둘러싼 의제이며 생태복지제도의 구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다.
사회보장체제는 한번 확립되고 외부의 정치사회적 충격이 없다면 스스로 강화,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작년에 발표한 논문 '발전국가, 수출지향 산업화, 한국의 사회보장체제'에서 "발전국가 맥락에 있는 한국의 수출지향 산업화가 서구적 의미의 복지국가 형성을 제약해왔다"고 언급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수출 일변도 정치경제 구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저해할 노동비용 상승을 우려해 사회보장체제의 범위, 급여를 미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1987년 이후의 노동조합운동 역시 대기업 분배수요를 초점으로 함으로써 사회복지의 요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조직화된 노동자'의 실제적 인센티브를 잠식해 왔다"고도 파악한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주창하며 복지국가의 세계적 추세인 근로연계복지의 방향에 처음으로 동참했다. 생산적 복지는 당시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지원의 대가로 취창업에 대한 참여를 의무화하는 자활사업의 이념이기도 했다. 즉 복지국가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한국에서는 소득을 보조하는 일자리에 대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복지의 생산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 정부들에 이어온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소득지지는 재생산 노동을 징벌화하고 수급자에게 유급노동을 의무화함으로써 오히려 생태사회적 활동에 대한 참여를 저해해왔다. 이에 반해 기후위기 시대 생태복지국가의 제도 설계는 노동에 대해 생산주의적 고용에 국한하지 않고 생태사회적 재생산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요청한다.
기본소득제도는 근로연계복지와 달리 일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특성이 있다. 이 제도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노동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돌봄 노동처럼 낮은 보수의 일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이점을 지닌다. 그리하여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노동하는 능력과 노동조건 개선 둘 모두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참여소득제도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
▲ 참여소득의 핵심은 사람들을 돌봄, 생태서비스 제공 활동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 셔터스톡
한국처럼 UBS가 매우 초보적인 데다가 자유주의 복지 전통이 지배적인 나라에서는 기본소득이 좀 더 빠르고 손쉬운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소득제도의 지향에는 민주주의, 돌봄 및 생태적 참여를 향한 전사회적 목표와 사회보장제도의 현금 이전을 융합하는 통찰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 선택에 대한 개인 자유의 무조건적 극대화로 인해 과잉소비를 내재하는 데다가 교통, 먹거리, 생태 서비스 등 핵심적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외면되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생태복지사회의 제도화와 관련해 필자는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UBS에 좀 더 유념하여 주목해보고자 한다.
UBS는 커먼스(공유자원)와 같은 이용자 참여의 경제민주주의 실험을 통해 자율적이고 분배적인 공공서비스를 촉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덜 소비지향적이면서 좀 더 생태적인 UBS가 기본소득을 대체한다면 공동체적 삶 속에 연대를 창출하는 비상품화된 기본서비스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 글이 생태복지사회의 마중물로 소개하는 '참여소득제도'는 UBS를 통해 기존과 다른 형태의 노동과 돌봄 제공, 민주적 참여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시간 회복을 가능케 하는 국가 소득지지의 사례이다. 참여소득은 기후위기 극복이나 공동체적 돌봄 등에 참여하는 최소소득의 하한을 밑도는 사람들에게 '개인소득'을 기반으로 지급하는 급여이다. 이 제도의 개인화된 측면은 가구 단위 소득자산 조사에 의한 소득지지에 비해 낙인화의 위험을 줄이고 돌봄을 둘러싼 젠더 평등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참여소득의 핵심은 소득이전 프로그램이 현금부조뿐 아니라 사람들을 돌봄, 생태서비스 제공 활동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이 제도는 직접적 생태보전 활동, 돌봄의 젠더 간 공유, 민주적 숙의에 대한 종합적 참여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러한 인센티브에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개인소득을 제공하거나 그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 지방정부 생태 프로그램, 시민사회 프로젝트, 사회적경제 기업의 창업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참여소득제도는 강력한 지방자율성과 권리에 기초한 사회민주주의적 거버넌스가 구비된 복지국가에서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아일랜드 등 유럽에 비해 이러한 제도 여건이 미비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근 30년의 역사를 지닌 자활사업과 사회적경제 활동 등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밀착된 UBS를 창의적으로 고안해낸다면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가 작년에는 예술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올해는 체육인, 농어민, 기후행동, 아동 돌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기회소득제도는 참여소득의 직전 단계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이 가운데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걷기, 자전거 타기, 배달앱의 다회용기 사용 등 친환경 활동 15개를 인증한 경기도민 약 10만 명에게 최대 연 6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한상진(soko) 울산대 사회복지학 전공 교수/ 오마이뉴스
금메달의 책임
진행 중인 파리 올림픽이 ‘그린워싱’ 시비에 빠졌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야심차게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들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를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저탄소 행사로 만들기 위해 취한 핵심적 조치는 경기장의 95%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시설로 치르도록 한 것이다. 신규 건물도 대부분 대회가 끝나고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놓고 채식 식단을 확대한 것, 일회용품을 제한하고 숙소와 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선수와 시민들만 고생시킨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인식 제고 효과는 있을 것이다. 조직위는 여러 수단들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과거 올림픽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워싱 논란이 이는 것은 우선 스포츠 행사를 비롯해 현대의 대다수 대형 이벤트가 기본적으로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 투입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시설의 건설과 운용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하더라도 건설 자재를 프랑스 바깥에서 제조해 나르고 선수단이 이동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이 엄청난 게 당연하다. 게다가 코카콜라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다국적기업들이 파리 대회를 후원한다는 점은 그린워싱에 대한 의혹을 더한다. 돌이켜보면 파리협정이 만들어진 2015년의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후원사들도 에어프랑스나 미쉐린 같은 기후악당 기업들이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 내내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대하며 파리의 도시구조와 관행을 크게 바꿔온 안 이달고 시장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다소간 억울할 것 같다. 파리 올림픽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기후위기에 대해 커진 관심을 반영할 뿐 아니라, 향후 모든 국제행사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가장 큰 관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종의 벤치마킹 효과를 낳을 것이다.
다른 한편, 파리의 그린워싱 수모를 조롱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한국의 금메달 행진에 열광하는 우리는 어떤가? 최근 몇번의 올림픽 금메달 순위를 보면 대체로 미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투고 그다음으로 유럽연합 국가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러시아와 호주 등 에너지 강국들이 자리한다.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한국이 거둔 10위권 전후의 성적 역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순위와 다르지 않다. 간단히 말해 각국의 선수들이 금메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피땀만이 아니라 막대한 화석연료와 핵발전이 만든 에너지와 세계화된 제조업, 농식품 산업이 필요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과 배달음식을 시켜두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우리들 모두 이런 ‘제국적 생활양식’의 톱니바퀴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들의 눈물은 격려받아야 마땅하고 우정과 평화를 표방하는 올림픽 정신은 더욱 고무되어야 한다. 그러나 화려한 중계 화면 뒤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기후위기를 만들고 그것 자체가 기후위기다.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의 무게 역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져야 할 책임의 무게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경향
‘친환경’ 맞나요?⋯나무가 깎여나간 자리, 드러난 흉물들
나무를 베어내고 산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의 산과 들, 호수가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개발로 멍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춘천 외곽을 뒤덮은 태양광 패널 면적은 총 38만5863㎡(약 11만6724평), 축구장 54개 면적에 달한다. 춘천 태양광 시설 500여곳이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전력 판매 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포장된 태양광이 멀쩡한 산과 논밭을 파헤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크다.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으로 인해 춘천의 경관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주민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춘천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칠전사거리 인근 산 중턱. 이곳에 춘천시가 운영하는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경사가 급한 언덕인 데다 나무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진입도로가 차단기로 가로막힌 곳에서 드론을 띄우니 태양광 패널이 흉터처럼 드러났다. 울창한 숲 사이가 ‘바리깡’으로 정수리 한복판을 민 듯 비어있었고 그 자리에는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태양광 시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이곳 ‘칠전 해드림 발전소’의 태양광 발전 설치 면적은 9690㎡였다. 축구장 1개(7140㎡)보다도 더 넓었다.
춘천시가 칠전동 야산에 마련한 태양광 발전 시설. 급경사지에 설치돼 산사태 우려가 커, 장마철마다 안전 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발전소가 설치된 야산 바로 건너편에는 1400여가구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칠전동 주민 대부분은 인근에 대규모의 태양광 시설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인근 주민 A씨는 “매일 지나는 길이지만 산 아래쪽에서는 눈에 띄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요즘 ‘극한 호우’로 산사태 우려가 큰데, 집 근처에 대규모 태양광이 있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춘천지역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들이 집중 호우시 산사태 위험이 높은 ‘시한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전국 임야에 대대적으로 설치됐다.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반발에 부딪치며 금세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대부분 최대 20년간 시설 운영이 보장되어 있다.
▶산속 태양광 발전소, 산사태 시한폭탄 되다
춘천시는 2020년 칠전배수지가 자리 잡은 야산을 깎아 9490㎡ 면적에 325㎾ 설비용량을 갖춘 칠전 해드림 발전소를 설치했다. 당시 ‘에너지 자립 도시’가 화두로 떠오르며, 2019년에 수도시설 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확보하는 캠페인) 목표 달성을 위해 춘천시장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춘천시는 충분한 일조량이 보장되는 칠전동의 시유지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산 중턱에 자리한 나무를 베어내고, 송전선로와 진입도로, 부지 공사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토양 특성과 물흐름이 바뀌면 산사태 위험이 커지게 된다.
칠전 해드림 발전소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꼽은 ‘태양광 인근 급경사지’에 포함돼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진 이번 장마철을 앞두고 안전 관리 대상으로 삼았던 곳이다. 지난해 8월에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육동한 춘천시장이 직접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다행히 피해가 없었지만,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반복될 때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춘천 동산면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소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다. (사진=박지영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1만2527개) 중 산사태 위험이 큰 1~2 등급지에 설치된 곳이 922개(7.4%)나 된다. 산사태 우려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만 강원도내에서도 54개다. 춘천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면적이 가장 넓은 동산면 원창리(2개 시설 합계 2만2464㎡)나 사북면 오탄리(9274㎡)의 발전소 역시 숲이 우거진 산속에 세워졌다.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주거지와 가까워,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게다가 중앙고속도로와 바로 인접한 야산의 경사면에 대규모로 발전 시설이 설치돼 산사태가 일어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산림청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약 8000㏊의 산지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산사태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한다. 2022년 횡성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70대 주민 1명이 숨지고 인근 주택도 두 채가 파손됐다. 이 사고는 인근 산지의 태양광 시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8년과 2020년에는 철원에서 폭우로 태양광 시설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내 산림 중 경사도가 20도를 넘는 급경사지가 65%나 되고, 응집력이 낮은 모래흙의 비중이 높아 지형‧지질적으로 산사태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소는 중앙고속도로 원무2터널 부근 야산의 경사지에 설치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정부 방침 따라 급속 추진⋯“매년 정기 검사”
춘천시가 시유지인 야산에 직접 투자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경우도 많다. 칠전 해드림 발전소를 비롯해 춘천시가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시설만 6곳, 1만9654㎡ 규모다. 칠전동뿐 아니라 동면 장학리와 감정리 야산, 심지어는 춘천의 ‘진산’ 봉의산에도 나무를 깎아내고 태양광 시설을 지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도 태양광 발전 시설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칠전동 시설의 경우 급경사지에 설치돼 모래나 암석이 떠내려올 수 있어 추가 공사까지 진행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충분한 일조량이 확보되는 부지를 찾다가 해당 장소를 고른 것”이라며 “급경사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박지영·오현경 기자 ksodamk@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