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풍제련소 '조업정지 2개월' 항소심도 기각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또 최댓값 경신했다 4. 한국, 곡물자급률 20% 아래로…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 5. 부산마저…"이러다 큰일 난다" 무서운 경고에 '초비상’ 6. 윤 대통령, 재생에너지 확대하겠다며 석유가스 시추? 7.가덕신공항 2차 입찰 무산 일주일째 침묵…“국토부 결단을”
8. "7번 반려된 지리산 케이블카...환경부, 이번엔 왜 미적대나“ 9. 인간이 계속 이기적이면…“참새도 책으로 보는 날 올 것”10. 지구 온도변화로 종 이동, 생물다양성 대변화 11. 울릉 하늘길에 펼쳐진 난제…인간 - 자연 공존의 길 12. 박형준 시장 취임 2년,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쐐기 성과…물문제·행정통합 큰 숙제
13. “거기서 뭐하세요?”…길어진 여름, 돈 내고 나무 심는 사람들 14. 기후위기는 “가부장제·인종주의·자본주의의 재앙” 15. 중국이 고향인 러브버그, 어떻게 서울을 뒤덮었을까 16. 과수 농가의 한숨, "사과 보기 더 힘들어질 것 같어유"
17. 그린벨트 대폭 해제 지방소멸 막는다 18. ‘명지 중금속 오염토’ 1100억 들여 덜어낸다 19. 부산, 2년 연속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아시아 6위 20. 스트레스 없는 '스탄 5개국’ 21. AI 열풍? 온실가스 배출 걱정이네…구글 “50% 가까이 증가 22. 멀쩡한 자연흙길 두고 맨발길이라뇨 23. '중앙전용차로' 있어도 시내버스가 승용차보다 느려, 왜?
영풍제련소 '조업정지 2개월' 항소심도 기각
▲ 영풍제련소 제 1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로 온 사방이 하얗다.
"영풍의 조업정지 2개월 항소심을 기각한다."
28일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영풍) 조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대구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위와 같이 선고했다.
영풍은 2019년 환경부 조사에서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과 2018년 폐수처리 부적정 운영 등의 사유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후 동일 위반 사유로 처음에는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4개월을 처분 받았고 이후 경상북도가 조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영풍은 이에 불복해 2021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영풍의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영풍은 곧바로 항소해 2년여 만에 항소심의 선고 공판이 이날 열리게 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기각한 것으로 보아 이후 영풍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조업정지 두 달의 행정처분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일 대법원까지 가서 기각 판결이 나오면 영풍은 2021년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이행한 데 이어 또다시 두 달간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 지난 3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공장 위치ⓒ 환경보건시민센터
가뜩이나 지난 연말과 올해 3월 연이어 발생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마저 엄중하게 나오자 영풍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 낙동강 최상류(발원지에서 불과 20킬로미터 지점)에 들어선 공장으로 카드뮴, 비소, 납, 아연 등의 중금속을 낙동강 최상류 청정 지역에 배출해 낙동강을 오염시키면서 부를 축적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의 판결은 이런 기업에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지난 원심에 이어 이번 항소심에서도 영풍이 제기한 소를 재판부가 기각함으로써 2개월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그대로 받아야 할 날이 가까워졌다. 영풍이 낙동강에서 떠나갈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 투쟁의 두 주역.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 신기선 위원장과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가 항고심 선고 공판 뒤 환하게 웃으며 기각 판결을 자축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0년 넘는 세월 영풍과 싸워온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 봉화와 안동 그리고 대구에서 열심히 싸워준 덕분이다. 오늘의 판결을 자축하고 영풍이 대법원 항고를 하면 그 결과도 뻔할 것이라 앞으로 시간은 우리 편이다.오늘 대구고법의 판결은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이같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영풍은 더이상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소송전을 중단하고 겸허히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주변 지역 주민 건강과 낙동강의 중금속 오염에 분명히 책임질 것 또한 강력히 촉구한다."
정수근(grreview30)오마이뉴스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안양천을 되살린 시민들의 눈물겨운 '시민 태양광' 스토리
"저희가 안양천 살리기를 통해 배운 것은 '희망'의 소중함입니다. 이렇게 되살아나리라고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거든요."
안명균 안양군포의왕 시민햇빛발전 사회적 협동조합(아래 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태양광 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 20년 환경운동을 하며 안양천 살리기 시민운동을 주도해왔다. 안양천... 지금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산책길 생태하천이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5급수보다 20배가량 더러운 전국에서 가장 오염된 하천의 대명사였다.
"더러운 걸로 전국 1, 2등을 하던 하천입니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BOD)가 200ppm 가까이 되던... 참고로 5급수가 10ppm보다 맑아요. 5급수의 20배가량 더 오염되어 그 물에 어떤 생물도 살지 못하던 하천이었죠." (안명균 이사장)
그런 안양천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은 90년대 중반, 사람들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안양천 똥물을 어떻게 되살려? 살아나겠어?"
그러나 시민들의 간절한 노력에 기업들이 협력하고 지자체가 열심히 일하기를 10여년, 안양천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참게가 돌아오고 물고기가 돌아오고 새들도 돌아오고. 겨울철에 천연기념물 원앙이 천여 마리가 날아옵니다. (정말요?) 사람들은 잘 모르죠. 그런 변화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길래 그런 변화가 생겼냐는 질문에 안명균 이사장은 '정말 고생많이 했어요' 하는 짧은 한마디로 대신했다. 그는 안양천의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도 '희망'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기후위기, 막막하죠. 이거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이걸 작지만 시민들 힘을 모아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가다보면 저는 결국 이 기후위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거다..."
민원 방지 위해 직접 시뮬레이션까지... 이들의 노력
▲ 안양 4호기 시민태양광 가동 전경 (2024.2)ⓒ 안양군포의왕 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그렇게 2013년 3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태양광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냥 협동조합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배당이 단 1원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공부지에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금으로 태양광을 짓기 시작한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난관을 수없이 만났다.
"1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1호선 의왕역을 지나자마자 햇빛발전소 큰 게 보입니다. 그게 저희 1호기예요. 왕송호수 공원 주차장에 태양광을 처음으로 올렸는데..."
그린벨트 훼손부담금을 내라, 실무공무원들의 입장이었다. 그린벨트이자 공원인 왕송호수 주차장에 태양광 시설물을 올렸으니 법에 따라 훼손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거다. '아니 이미 녹지를 훼손해 지은 공영주차장 위에 올리는데 무슨 부담금이냐'고 반박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법이 그렇다'는 답변 뿐, 결국 시민들은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신청했다. 몇 달 간 지리한 행정공방이 계속됐다. 결과는 '내지 않아도 좋다'.
"공익적으로 필요해 만든 주차장은 이미 훼손 부담금을 면제받았고, 면제받은 것도 법적으로는 훼손 부담금을 낸 것으로 본다, 즉 또 낼 필요는 없다. 이게 국토부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태양광 발전소 전체에 대해서는 훼손부담금이 면제되었고, 다만 태양광 발전을 위해 세운 기둥 자리만 훼손 부담금을 내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선 그마저 아쉬운 대목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의왕 왕송호수 태양광 시설물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그린벨트 공원 내 태양광 시설로 기록된다.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민원 우려였다. 그린벨트가 아닌 공공부지 주차장에 시민태양광을 세우려다 보니 그 앞에 아파트가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태양광 빛반사로 인한 주민 민원이 들어올 우려가 있으니 '태양광 빛반사 피해가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시뮬레이션 자료를 준비하려다 보니 6천만 원의 용역비가 필요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시민들은 몸으로 떼우기로 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 태양광 패널을 들고 해당 아파트 앞으로 가서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 실험을 했다.
"패널을 주차장에 세워놨어요. 그리고는 담당 공무원 두 분께 아파트 1층부터 15층까지 다 올라가 보면서 빛 반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그 분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1층부터 15층까지 다 올라갔다 내려오시더니 '하나도 반사 안 되고 오히려 옆에 주차한 차 유리가 훨씬 번쩍거리더라'고 확인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고 결국 그 자리에 대해 누구도 빛반사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 그 주차장 부지에 제일 먼저 차를 대고 계시죠. 응달이고 시원하니까요."
그게 끝이 아니다. 민원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건물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할 때에도 숨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넓다란 옥상 부지는 어르신들의 게이트볼 장소였다. 당연히 태양광 패널을 받쳐줄 기둥을 곳곳에 세울 수 없었다. 게이트볼 치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둥을 모두 외곽에 설치했고 게이트볼 경기장 안에는 기둥이 없도록 시공비를 더 들여 세웠다. 중간에 이런 저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안명균 이사장은 이후 결과를 자신 있게 말한다.
"저희 햇빛발전소가 만들어진 다음에 게이트볼을 즐기시는 어르신들 숫자가 2배도 훨씬 넘게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각종 편견이나 관행을 하나하나 넘으며 가지않은 길을 걸어온 안양군포의왕 조합은 10년 만에 8호기의 햇빛발전소를 지었고 조합원수는 1115명에 달한다. 배당금 없는 사회적협동조합 구조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들은 태양광 수익이 나면 배당금 대신 재투자를 하거나 사회적 공익활동에 써왔다. 지역 아동센터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해 전기요금을 절감시키도록 했는데, 여기에도 기막힌 사연이 숨어 있었다.
"지역아동센터들이 대부분 임대예요. 건물주가 따로있는데, 건물주가 태양광 짓는걸 허락하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적절한 아동센터 찾는 게 어려웠어요. 결국 교회 부설 아동센터 3곳에 설치해 드렸습니다."
▲ 지역아동센터 미니태양광 기부사업 (2023)ⓒ 안양군포의왕 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안명균 이사장은 지금의 현실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며 걱정했다. 전 세계는 지금 한 해에 50%, 100%씩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데 우리는 오히려 신규 설치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틀 전에 국회에서 아주 따끈따끈한 법안이 발의됐어요. 프랑스 파리처럼 모든 신규 주차장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시키는 법안이죠. 이번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29명이나 모여서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을 만들기도 했고요, 우리가 불가능하다던 안양천을 되살린 것처럼 결국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할 거라고 봅니다."
그에게 칭찬하고픈 사람들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는 사실...이득도 안 생기는데 여기 참가해준 저희 1115명의 조합원들이 가장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께 칭찬을 어떻게 드려야 될지 모를 정도로 저는 이 분들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 2019년 11월 의왕 왕송호수 시민태양광 착공식ⓒ 안양군포의왕 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인터뷰를 들으면서 나는 한 명의 축구선수를 떠올렸다. 그는 축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였다. 어떻게 잘하냐면 그 선수가 있음으로 인해 11명의 선수 전원이 축구를 잘하고 결국 이기게 만든다. 그 선수로 인해 수비도 세지고, 공격루트도 더 다양해지고. 그런데 그 선수의 진가를 감독 빼고는 알지 못했다.
이동국처럼 헤딩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안정환처럼 개인기가 뛰어난것도 아니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기에 결국 그 선수는 주목받지 못 했다. 하지만 그 선수는 계속 자신의 축구를 했다. 매일 축구일기를 쓰며 자신을 분석하고 내일의 경기를 그렸다. 훈련 또 훈련,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그 선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다. 나는 시민태양광 조합이 축구의 박지성 같은 존재라고 본다. '시민 태양광'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나눔을 일상화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길이다. 이게 있어야 재생에너지를 마음껏 늘려가고, 그 혜택이 공유된다. 덴마크가 그렇게 재생에너지로 50% 전력 비중을 넘어섰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미래가 반드시 올 거라고 확신한다.
노광준(kbsnkj)오마이뉴스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또 최댓값 경신했다
지난해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8일 기상청이 발간한 ‘2023 지구 대기 감시 보고서’를 보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427.6ppm로 측정됐다. 이는 1999년 관측이 시작한 이후 최고 농도로, 전년보다 2.6ppm 증가한 값이다.
한국의 다른 지역의 기후변화감시소에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보다 높게 관측됐다. 고산 감시소에서는 426.1ppm, 울릉도에서는 425.6ppm으로 측정됐다. 미국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전지구 평균은 419.3ppm으로 아직 420ppm을 넘은 바 없다. 독도는 지난해 장비 점검 등의 이유로 관측되지 않았다.
안면도, 고산, 울릉도, 독도와 전지구의 이산화탄소 배경 농도. 기상청 제공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450ppm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농도가 이 기준치를 넘어가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까지 상승해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78ppm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2015년 400ppm을 돌파한 뒤 9년 만에 419ppm까지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수준으로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온실가스 농도도 증가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안면도의 메탄 농도는 2025ppb로, 전년도인 2022년보다 14ppb 증가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화질소는 338.8ppb로 0.7ppb 증가했고, 육불화황은 12.2ppt로 0.7ppt 늘어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상청이 기상 항공기와 기상관측선으로 상공과 해상의 온실가스 농도를 관측한 결과, 상공(고도 3~8km)의 농도는 안면도 지상 배경농도보단 1.5%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그러나 이 역시 매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다만 다른 기후변화감시 요소들인 에어로졸 광학깊이(AOD, 대기 중 에어로졸에 의해 빛이 감쇄되는 정도. 에어로졸의 양과 비례), 에어로졸 총수 농도, 대기 질 성분으로 불리는 일산화탄소, 질소화합물, 이산화황, 입자상 물질(PM10) 등은 감소 경향을 보였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구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고품질의 온실가스 등 지구대기감시 자료 생산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경향
한국, 곡물자급률 20% 아래로…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
농경연, 2021~2023년 평균 집계 19.5%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커져
지난해 8월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지역에서 밀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등 곡물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며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곡물가격과 수급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식량안보에 미치는 위협도 커지게 된다.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을 보면, 한국의 최근 3개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집계됐다.
곡물자급률은 국가별 곡물(쌀, 보리, 밀, 옥수수 등) 생산량에서 자국 내 소비되는 비율을 의미하며, 농경연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를 토대로 곡물자급률을 산출했다.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7%다. 주요국 중 곡물자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호주이며, 자급률은 338.8%로 집계됐다. 이어 캐나다 169.9%, 미국 122.4%, 중국 92.2%, 일본 2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3개 국가 중 2008년 대비 최근 3개년 변화 추이를 보면, 한국은 31.3%에서 19.5%로 11.8%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102.7%에서 92.2%로 10.5%포인트 하락했으며, 일본은 27.5%에서 27.6%로 0.1%포인트 높아졌다.
곡물자급률은 낮아진 반면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커졌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11억7800만달러로, 2021년(255억200만달러) 대비 56억7600만달러 늘었다.
이밖에 농축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2022년 기준)는 미국(11.1%), 중국(11.0%), 독일(6.5%)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398억달러로 집계됐다. 주요 수입 품목은 옥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세계 전체 수입액의 각각 6.9%, 6.6%, 6.1%를 차지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곡물 가격과 수급 변동에 취약해진다. 농경연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식량정책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중장기 식량 수요에 대응한 식량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쌀에 편중된 농업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해 전반적인 식량작물의 수급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그러면서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입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승준호 농경연 곡물경제연구실장은 “수입선 다변화 전략은 콩을 중심으로 대상 국가의 생산과 수출 능력, 운송 거리와 운임, 곡물 유통 시설(엘리베이터, 저장고 등) 등의 여러 요인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주요국의 작황 부진에 따른 수출금지 조치가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국제협력 관계 구축을 견고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해외농업개발과 유통망 진출 국가 등을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밀 가격 한때 급등…우크라 곡물 의존도 높은 빈곤국 식량위기 우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7182102005
부산마저…"이러다 큰일 난다" 무서운 경고에 '초비상’
부산광역시가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다. 소멸위험지역에 신규 진입한 11개 시군구 중 8개가 광역시로 나타나면서, 광역시의 인구소멸 위기도 대두되는 모양새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에서는 전남의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28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상호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2024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의 현황과 특징'을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여름호에 수록했다.
17개 시도 중 소멸위험지역은 이번에 진입한 부산을 비롯해 모두 7개다. 20~39세(임신·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눠 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한다. 소멸위험지수가 낮을수록 소멸 위험은 커진다. 1.5 이상이면 소멸 저위험, 1.0~1.5이면 보통, 0.5~1.0이면 주의, 0.2~0.5면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0%를 기록해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소멸위험지수가 0.490에 그치며 광역시 최초의 '소멸위험지역'이 됐다.
전국 평균은 0.615로 집계됐다. 전남(0.329), 경북(0.346), 강원(0.388), 전북(0.394) 등 4개 도가 0.4 미만이다.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전남의 경우 전체 인구가 179만8000명으로 10년 전보다 5.1% 감소했고, 이 중 20~30세 여성인구는 23.4% 급감했다. 전체 인구 중 전남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불과하나, 고령인구 비중은 26.4%에 달하는 '가장 늙은 도'가 됐다.
17개 시도 중 소멸위험지수가 '저위험'인 1.5 이상인 지역은 전무했다. 세종이 1.113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0.810), 경기(0.781), 대전(0.736)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28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으로 57.0%를 차지했다. 20~30대 여성인구가 65세 인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멸 고위험' 지역도 57곳에 달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신규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 곳은 11개였는데, 이 중 8개가 '광역시 구·군'이었다. 광역시 구·군은 북구·사상구·해운대구·동래구 등 부산 4개 구, 대구 동구, 대전 중구·동구, 울산 울주군이고, 나머지 3곳은 전남 목포시·무안군, 충북 증평군이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전체 45개 구군 중 소멸위험지역은 46.7%에 해당하는 21개였다. 시도별로는 부산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대구 3곳, 대전 2곳, 인천 1곳이었다.
소멸위험 유형에 따른 지난 10년간의 순이동률을 살펴보면 지수가 낮을수록 인구 유출이 더 많았다. 특히 20~39세 인구순이동률은 소멸위험지수 0.4 미만 지역은 -24.6%, 0.4~0.5 미만 지역은 -18.7%에 달했다.
소멸위험도가 높을수록 1인 독거노인가구 비중과 빈집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30년 후 전체인구는 4분의 1 감소하고, 20~30대 여성인구는 절반 이상 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65세 이상 인구는 3의 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위원은 "소멸위험지역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은 저출생 대책과 마찬가지로 지방소멸 대책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지역들이 어떤 경로를 밟아갈지는 지역의 인구 구성과 산업·사회문화적 특성도 중요하지만, 중앙과 지역이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윤 대통령, 재생에너지 확대하겠다며 석유가스 시추?
기후위기 시대에 산유국을 꿈꾸는 정부와 대통령이라니
지난 3일, 22대 총선 참패 이후 대국민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나선 첫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동해 석유가스전 탐사시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유국을 꿈꾸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탐사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들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5월 31일, 산업통산자원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했다. 2024년~38년까지 전력수급 기본방향을 담은 11차 전기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2038년 전력수요가 23년 대비 최소 31%(30.6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밝혔다. 한편 핵발전 확대 일변도이던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간담회'를 열어 10여 개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가장 더운 6월이라며 폭염에 대한 뉴스는 반복되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야기하면서도 핵발전 확대와 더불어 화석연료까지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마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라는 명확한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환보다 이윤'이라는 속내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산업화의 첨병, 국가 전력체계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는 당연히 윤석열 정부 차원의 정책을 넘어선다. 길게는 1960년대 시작된 국가 개발독재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자본주의 산업화를 위한 국가 인프라로서 전력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당시 존재하던 전기회사 3개를 통합해 '한국전력'을 만든다. 당시 미국의 차관원조와 자문에 기초해 진행된 국가 전력체계의 특징은 남동부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남동임해 중공업단지와 서울수도권 경공업단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즉 전력 생산의 일차 목표는 자본주의 산업화‧공업화를 위한 '저렴한 전기에너지'의 공급이었던 것이다. 농촌지역에 전기가 들어간 것은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이후였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인프라로서 '전원(電源)개발 5개년 계획'을 동시에 추진했는데, 당시 군사정부의 경제개발‧전원개발 계획들은 문자 그대로 군사주의를 전체 사회로 확장하면서 추진되었다. 자본주의 산업화‧공업화는 대외원조와 초기 자본축적을 통해서 시도되는데, 바로 초기 자본축적에 중요한 요소가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었다. 분단상황과 반공주의 아래 군사작전을 하듯 발전소, 송전망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자연에 대한 엄청난 착취와 수탈, 폭력을 통해 관철되었다. 전력다소비 기업에 혜택을 주는 에너지 공급체계, 모두를 위해 일부가 희생해야 한다는 '국책사업' 논리가 이때 자리를 잡았다.
'혁신과 성장'으로 간판을 바꾼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
1990년대에 한국 정치는 군사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해갔지만, 경제는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커녕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었다. 오히려 공공이 담당하던 에너지, 교통, 통신 등 기반시설에 대한 민영화‧사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이제 자본은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외환위기 이후 집권한 민주당 정권의 신자유주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었다. 구조개편으로 한전은 '송전, 배전, 판매'를 담당하고, 기존의 발전부문은 6개 발전공기업으로 분할되어 전력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대기업 민자 발전사와 경쟁하게 된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발전공기업 경영의 결과였다. 발전공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을 대폭 늘렸고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모든 사항들은 아껴야 할 비용이 될 뿐이었다. 이제 민자발전의 비중은 전체 전력 설비의 40%를 넘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도 민자발전사는 역대급 이윤을 기록했고, 이들의 전기를 비싼 값에 구매해야 했던 한전은 수십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흐름이 기존 전력산업의 권위주의적 개발정책과 결합해 자행된 폭력의 현장이 '밀양'이다. 수익과 매출실적 압박에 내몰린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대대적인 해외 자원에너지 사업에 나서게 된다. 2009년 한전은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수출계약을 맺는데, 수출 모델이 된 신고리 3호기가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지체 보상금을 물도록 계약한 것이다.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송전선로가 완성되어야 했고, 2014년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다.
'에너지 시장화, 상품화'에 날개를 단 '2050 탄소중립'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진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시장화 흐름은 2019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산업을 자본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자본 유치와 투자 촉진을 통해 신자유주의 녹색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정부 지원으로 돈이 되니 크고 작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뛰어들었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허가로 산비탈이 깎이고 태양광 패널로 논밭이 뒤덮였다. 대규모 발전시설인 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사업허가를 받은 77개 가운데 71개가 대기업과 해외 투기자본이다. 이대로라면 2038년까지 120GW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대부분을 민간자본이 소유하고 운영하게 된다.
이에 더해 2021년에 시행된 '기업PPA' 법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기업에 직접 전력을 판매하고, 지난 6월 14일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특별법'으로 지역에너지사업자가 특정 지역 내에서 직접 전력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재생에너지, 지역분산형 에너지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를 '에너지 시장화‧상품화'를 통해 이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누구에게나 존엄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는 사회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화‧상품화'는 그 어떤 사회적‧민주적 통제도 거부하면서 오직 시장논리에 따라, 구매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축적과 시장확장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생태적 지속가능성과는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오직 이윤과 시장 확대 가능성이 모든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차 전기본에서 2034년까지 총 30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을 밝힌다. 그런데 9차 전기본에는 포스코, 두산, SK, GS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참여한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면서, 핵발전소 건설과 석유가스전 개발에도 뛰어드는 것은 해당 산업계의 이해를 충실히 따른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에너지 전망보고서'는 큰 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결코 온실가스 감축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더 큰 폭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확대된 재생에너지는 늘어난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확장,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무려 30.6GW나 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바로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의 작동방식이다. 기후정의운동은 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인지(RE100), 화석연료로 공급할 것인지 묻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내야 한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 이윤을 위해 무한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에너지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체제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함께 맞서 싸우는 이들
지난 5월 28~29일 이틀 동안 부산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HPS 지부의 첫 파업투쟁이 펼쳐졌다. 발전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남부발전의 하청업체로 전국 곳곳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총고용 보장',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이행!'을 요구하며 싸움에 나선 것이다. 발전산업 민영화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위험하고 힘든 일로 내몰리던 노동자들이 정부의 대책 없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맞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총고용 보장을 주장하며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곁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외쳐왔던 기후정의활동가들의 힘찬 연대투쟁이 함께했다.
정부는 대규모 해고가 불가피하다며 석탄화력발전소 수십 기를 폐쇄하면서 신규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전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통해 전환의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틀간의 파업투쟁을 마친 발전HPS 노동자들은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 투쟁 집회에 함께 하며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삶을 살리는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자고 외쳤다.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 아래 빼앗기고 짓밟혀온 이들이 함께 모여 이 체제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하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맞선 싸움의 다른 이름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공공이 직접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환에 나서, 공공 소유‧운영의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 시스템은 지금의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지난 70여 년 동안 개발독재, 신자유주의 민영화, 에너지 시장화와 상품화라는 다양한 작동방식이 착종되며 유지되고 있는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체제가 기후생태위기를 초래했음에도 오히려 에너지 산업을 혁신하고 키워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며 끝없이 팽창하며 모두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이 이 에너지 체제의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 가며 맡으면서 말이다. 이 세상의 정언명령이 된 '이윤추구'에 맞선 투쟁으로부터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향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그동안 자본축적의 선도자, 보조자 역할을 자임했던 '공공'을 탈환하고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단지 공공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소유‧운영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사회생태적 재생산을 목표로 공공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전면적인 재배치와 계획‧조정자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무엇을 위한 에너지 생산인가',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윤'이 아닌 모두의 평등하고 존엄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에너지라는 원칙에서 출발할 것이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프레시안
가덕신공항 2차 입찰 무산 일주일째 침묵…“국토부 결단을”
국토부, 사업자 선정 방식 고심
- 조건 변경 땐 신뢰 하락 불가피
- 수의계약은 특혜시비 나올 수도
- 지역선 2029년 개항 지연 우려
- 업계 “공동도급 확대 등 결정을”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을 위한 2차 ‘입찰 참가자격 사전적격심사’(PQ)가 유찰된 지 일주일이 됐지만 국토교통부가 아직 별다른 후속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숙고 기간이 길어지자 늑장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국토부가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4일 2차 입찰 유찰 이후 지금까지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담당할 사업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것인지에 관해 결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1차 입찰 때 응찰 업체가 없자 이틀 뒤인 7일에 재공고를 하겠다는 계획을 즉시 밝힌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국토부는 가장 합리적인 사업자 선정 방식을 채택하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면서 10조530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가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끄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국토부는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3차 입찰 ▷조건을 변경한 뒤 신규 입찰 ▷2차 입찰 때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와 수의계약 등 세 가지 선택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사의 공동도급 범위 2개 사로 제한’이라는 기존 규정을 계속 고수한 채 3차 입찰을 공고하는 것은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그동안 주요 건설사들은 공사 난도 등을 고려하면 상위 10개사 가운데 적어도 3개사는 공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같은 의견이 수렴되지 않자 1차 입찰 때 무응찰, 2차 입찰 때 현대건설 연합체(컨소시엄) 단독 응찰 등으로 대응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국토부가 업계의 반발을 무시한 채 동일 조건으로 입찰을 다시 시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토부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3차 입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공동도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절대 불가’라던 기존 방침을 뒤엎는 것이어서 정책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공고 조건을 바꾸게 되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업계 주장을 왜 두 번이나 거부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로서는 피하고 싶은 선택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남은 것은 2차 입찰에 응한 현대건설 연합체와의 수의계약이다. 국토부와 조달청의 공사입찰설명서에 “입찰이 재공고 후 유찰될 경우 최종 공고의 단독입찰자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때에도 대규모 공사 물량을 경쟁 없이 특정 업체에 몰아준다는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최종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토부는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자를 가려낼 방법을 계속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 유찰 때와 달리 선뜻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지역사회는 국토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무 부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입찰 공고든, 수의계약이든 최대한 빨리 후속 조치가 확정돼야만 다음 일정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 조성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정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다. 공사를 담당할 업체가 정해지지 않으면 2029년 말 적기 개항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토부로부터 대형 국책사업에 동참해 달라는 권유를 받는 업계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확실한 일정과 조건이 제시돼야만 향후 거취를 표명할 수 있어서다. 1, 2차 입찰에 응하지 않았던 한 업체 측은 “공동도급 대상 확대, 설계비 증액 등 그간 건설사들이 요구했던 사항들이 받아들여지면 사업 참여를 검토해 볼 의향은 있다”면서도 “최종 결정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는 일”이라며 국토부의 발 빠른 움직임을 촉구했다.
국제 염창현 기자
"7번 반려된 지리산 케이블카...환경부, 이번엔 왜 미적대나“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 지리산 케이블카 신청서 반려 촉구 기자회견
▲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186개 연대단체, 1일 환경부 청사 앞 기자회견
"미국에는 모두 63개의 국립공원이 있으나 케이블카는 한 대도 없다. 스위스에는 스키를 위한 관광 케이블카 460개가 있으나, 국립공원에는 한 대도 없다. 일본에는 1970년 이후 국립공원에 신규 케이블카 한 대도 건설되지 않았다. (중략) 상황이 이러함에도 환경부는 산청군과 구례군이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186개 단체는 1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열린 '지리산케이블카 신청서 반려 촉구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산청군과 구례군이 제출한 신청서는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방침'과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당장 반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2012년 환경부는 구례, 남원, 산청, 함양 등 4개 지자체가 추진한 케이블카를 모두 부결시켰다. 그런데 환경부는 2023년 6월에 산청군이 제출한 '지리산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공원계획변경 신청서'와 구례군이 그해 12월에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신청서를 아직까지 반려하지 않고 있다.mn 이에 남원시는 지리산 케이블카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경상남도는 산청과 함양이 추진하던 케이블카를 산청으로 단일화했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연대체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윤석열 정부가 설악산 케이블카에 이어 지리산 케이블카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예산자립 전국 꼴지 산청군, 1177억 원 군비로 케이블카 놓는다?"
정은아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로 나선 신강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마치 지자체들이 '1 지자체 1 케이블카 운동 결의대회'를 한 것 같다"면서 "케이블카가 숙원사업이고 지역발전의 원동력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면서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호수 기후위기남원행동 대표는 "지리산 주변 5개 시군이 벌이는 개발경쟁은 우리 생명을 죽이는 경쟁"이라고 성토했고 정기용 함양난개발대책위원은 "지리산은 누구의 땅도 아닌, 우리의 후손들이 뭇생명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갈 땅"이라고 강조했다.
민영권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청에서는 함양과 노선을 단일화해서 1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지리산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고, 동의한 주민들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1177억을 전액을 군비로 조성하는데 산청군은 예산자립도 전국 꼴지입니다. 작년에도 300억 이상 적자를 보는 가난한 지자체입니다. 주민에게 돌아갈 복지와 교육, 돌봄 예산을 케이블카 건설비용으로 써야 할 텐데, 이걸 누가 동의하겠습니까. 이게 어떻게 주민들의 숙원인가요. 전국의 케이블카가 거의 적자인데, 지리산케이블카가 적자가 되면 군민들이 빚더미를 짊어져야 합니다."
"민족의 영산을 관광시설 전시장으로..."
▲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186개 연대단체, 1일 환경부 청사 앞 기자회견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이며, 백두대간이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이 사는 땅"이라면서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도 방해되어서는 안 되는 야생의 공간이 케이블카, 산악열차, 골프장, 도로 등 국립공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광시설 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어 "그간 환경부는 케이블카가 지리산국립공원의 건강성을 훼손하고 야생동식물의 삶터를 빼앗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로 국립공원 이용 행태를 왜곡하고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판단해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신청서를 모두 부결 또는 반려했다"면서 "2012년 부결, 2016년 반려, 2017년 반려, 2022년 반려 등 무려 7번에 걸친 부결과 반려가 뜻하는 바를 지금의 환경부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케이블카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지자체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댔다.
"전국 관광 케이블카 41곳 중 38곳이 적자다. 25곳이 2012년 후 과열된 개발열기로 건설되었고 모두 적자이다. 한때 케이블카의 모범 사례로 불린 통영 케이블카도 2023년에는 탑승객이 이전의 1/3 수준인 42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 3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리산 주변에도 사천, 하동, 거제 등에 케이블카가 있고, 이들 모두 적자이다."
"적자 허덕이는 전국의 케이블카... 환경부는 왜 신청서 반려 미적대나?"
이들은 "산청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신청서를 보면 탑승객이 첫 해 55만 명이고, 30년 간 꾸준히 증가해서 30년 후에는 77만 명이 케이블카를 탈 것이라고 하는데 인구 감소와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 30년간 탑승객이 계속 늘 것이라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케이블카는 지역인을 수렁에 몰아넣고 토건업자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방침'과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어긴 산청군과 구레군의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이렇게 미적거리니 지자체들이 계속 엉뚱한 일을 벌이는 것 아닌가, 환경부는 정신 차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는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생태적으로 가장 우수한 곳이며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야외박물관이기도 한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지리산에 철탑을 세워 훼손한다는 건 우리 민족정기를 스스로 끊어내는 것이기에 전 국민적인 분노를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병기 오마이뉴스
인간이 계속 이기적이면…“참새도 책으로 보는 날 올 것”
“여기까지 오시면서 어떤 동물들을 만나셨어요?”
주로 사람들을 봤다. 길에서 얼쩡거리는 비둘기 두어 마리도 만났다. 그러고는 떠오르는 동물이 없었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이 질문을 자신의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에게도 똑같이 한다고 했다. 대답은 비슷하단다. 비둘기, 참새 혹은 모기.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역시 ‘인간’이었다. 그가 다시 묻는다. “우리 이외에 나머지 동물이 다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과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
천 교수는 ‘인간동물학’ 학자다. 인간동물학이란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융합학문’이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가 최근 목소리를 내 온 동물 관련 이슈를 살펴보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쉽다.
그가 전임교수로 있는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 교실에서는 화천 산천어 축제 등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2017년), 개 식용 관련 시민 설문조사(2022년), 제주 마라도 길고양이 조사(2023년) 등을 진행했다. 모두 인간이 특정 동물과 맺은 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과 갈등, 공존을 고민한 사안들이다. “인간동물학은 동물이,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기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학문”이라는 천 교수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책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를 펴낸 천 교수를 6월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책은 그의 첫 단독 저서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인간동물학을 다양한 국내외 사례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동물학은 국외에서도 1990년대 연구가 시작된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학문이라고 한다. “누군가 ‘인간동물학을 만듭시다’라고 한 것은 아니고, 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가 동물을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생겨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8년부터 인간동물학을 가르쳐온 천 교수는 국내 수의인문사회학 1호 교수로,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인간-동물 관계, 수의 윤리, 동물복지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취약성은 연계돼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왜 중요할까. 천 교수는 책에서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관계를 시대적 변화, 사회적 쟁점 등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그 관계는 대체로 ‘인간의 필요 때문에 생산되고 소멸되며, 인간을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일이 많다.
축산동물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약 350만마리의 소, 1000만마리의 돼지, 1억7000마리의 육계가 사육됐지만, 우리는 이들도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인간은 야생동물의 멸종도 가속화하고 있다.
천 교수는 인간이 지금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나 말고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지식화한 점”을 꼽았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학문적 고민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인간은 “동물을 보고 만지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희한한 욕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 역시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의 고통을 본능적으로 인지하며 그들의 고통에 둔감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의 취약성은 연계되어 있다”고 천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직 인간의 ‘식량’이 되기 위해 비좁은 밀집 사육시설에서 태어나 고작 수개월을 살다 죽는 소, 돼지, 닭을 위해 육식을 전면 금지하자고 주장해야 할까. 천 교수는 이 주장에 앞서 우리가 동물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의 공장식 축산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떻게 죽는지 알아야 해요.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인도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게끔 해줘야죠.” 우리가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동물복지 축산품을 구매하고, 공장식 축산을 대체할 과학적 연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공존이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천 교수는 “순식간에 바뀌는 건 없다”면서도 공장식 축산의 역사가 고작 50~6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동물을 집약적으로 사육하고 생산성을 늘린 배경에 ‘과학의 힘’이 있듯, 그 방향을 우리가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고양이 4마리의 ‘집사’이기도 하다. 맨 왼쪽 ‘바둑이’는 서울대 교정에서 돌보던 길고양이인데, 고양이가 살던 곳에 공사가 진행되자 연구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지금은 천 교수는 집에 살고 있다. 천명선 교수 제공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그가 말했다. “지구에 인간만 남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삭막하겠죠. 동물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면 동물은 점점 더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우리 다음 세대는 참새를 책으로만 보는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할까. “공존이란, 우리가 다른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동물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제 ‘동물 학대’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는 것. 그는 대표적인 예로 ‘개 식용 종식’을 들었다. “동물을 보호하자고 하면 누군가는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동물이 없으면 우리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공존이 우리 모두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지구 온도변화로 종 이동, 생물다양성 대변화
북미와 남미 생태계 변동성
‘대미 생물교환’ 원인 분석
북미와 남미 사이의 생물다양성 교환을 일으킨 ‘대미(그레이트 아메리칸) 생물 교환(GABI·The Great American Biotic Interchange)’ 원인이 지구 온도변화인 것으로 분석됐다. GABI는 생물다양성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생물지리적 사건이다. 북미에 살던 종이 남미로 이동하고 남미에 살던 종이 북미로 서식지를 옮겼다.
1일 국제학술지 ‘포유류 진화 저널’의 ‘온도변화는 그레이트 아메리칸 생물 교환기 동안 포유류 분포에 영향을 미쳤다’에 따르면 지구 온도변화(특히 냉각)가 GABI 동안 포유류 분포를 변화시켰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미 멸종률이 높아졌다.
냉각 조건으로 지구 환경이 변화하면서 GABI 동안 북미에서 중미로, 남미에서 중미로 포유류 종의 분산이 촉진됐다. 시간이 흐르고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빙하가 증가해 해수면이 낮아지고 중미 전역에 걸쳐 분산을 위한 이른바 ‘육교’가 만들어졌다. 이 육교를 통해 포유류 종들이 서로 다른 대륙으로 이동을 했다.
또한 열에 대한 낮은 내성은 GABI 기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포유류 멸종이 발생했다는 게 확인됐다. 이는 지난 500만년 동안의 고생물학적 생태적 지위 모델(PaleoENMs)을 사용해 기후변화가 GABI 동안 포유류 종의 분포를 유발했는지 또는 분포하는 종의 멸종을 유발했는지 분석한 결과다.
GABI와 관련된 포유류 189종의 현존 및 화석 등과 고기후 데이터를 사용해 고생물학적 생태적 지위 모델에서 종 분포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북미 중미 남미 사이의 종분포와 멸종률을 계산하고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다.
생태적 지위 모델은 화석과 고기후 데이터를 통합해 과거 기후변화에 대한 생물다양성의 반응을 조사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진은 “GABI는 복잡한 사건이고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기후변화가 이러한 요인 중 하나임을 알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울릉 하늘길에 펼쳐진 난제…인간 - 자연 공존의 길
괭이갈매기 집단서식, 울릉공항 운영 시 조류충돌 예방 강화 시급
사람 때문에 유입된 '집쥐'가 독도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 대책 필요
6월 26일 경북 울릉군 북면 관음도 인근 도로에는 ‘괭이갈매기 찻길 사고를 주의해달라’는 취지의 문구가 붙은 표지판이 세워져있었다. 이날 기자가 탄 버스도 여러 번 도로 위의 괭이갈매기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육상동물도 아닌 조류의 찻길 사고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니 얼마나 많은 수의 괭이갈매기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관음도는 괭이갈매기 대규모 번식지 중 하나다.
6월 25일 울릉도에서 만난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다고 자연의 보고이자 보물섬으로 불리는 울릉도의 장점을 버리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괭이갈매기 등 기존에 살던 조류들에게 큰 영향이 없도록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괭이갈매기, 번식지 회귀본능 강해 =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울릉공항은 1970년대부터 언급된 사업이지만 오랜 기간 진척이 없었다.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울릉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의 단계를 밟아 2020년 공사를 시작했다. 2024년 5월 말 공정률은 47.4%다.
2020년 11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끝났다. 당시 협의의견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괭이갈매기 등 바닷새 정밀조사 실시였다. 조류충돌 저감 방안과 보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조류충돌은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면 엔진은 물론 동체에 크고 작은 손상을 입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26일 대구지방환경청은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인 관음도와 울릉공항은 이격 거리가 최소 10km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또한 모니터링 결과, 울릉공항 사업 지구보다는 외부지역에서의 조류들이 날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관리·이행 현황’ 자료에서는 ‘평가서에서 괭이갈매기 1쌍이 서식하는 걸로 나타났고 향후 개체 수 증가를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활주로 공사기간 동안 추가 관찰 조사해 서식 개체 수가 증가하면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울릉공항 운영 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예방대책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류학회지에 실린 ‘국내 괭이갈매기 번식집단의 유전적 개체군 구조’ 논문에 따르면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에 국한해 번식하는 종으로 어른 새의 번식지 회귀 본능이 강한 편이다. 또한 독도와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 서해 남해 번식지 13곳의 괭이갈매기 326개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다양성은 보통 수준이다.
독도는 ‘집쥐’ 문제로 한창 몸살을 앓고 있다. 집쥐가 바다제비 등 독도에 사는 생물종들을 공격하고 땅굴을 파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켜 해결책이 필요하다.
◆바닷새 46%, 외부 유입종으로 멸종위협 =
공항 건설로 분주한 울릉도 인근 독도는 때아닌 ‘집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도는 특정도서 및 천연기념물이다.
최근 외부에서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쥐가 바다제비 등 독도에 살던 생물종들을 공격하거나 땅굴을 파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토심이 얕은 독도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낙석 등의 추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월 25일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은 “독도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집쥐를 처리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집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살펴본 뒤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성 조류 집단번식지에 쥐나 고양이가 유입되면서 일으키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심각하다.
국제학술출판사 엘스비어의 ‘해양조류보존’에 따르면 바닷새 약 30%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그 주요 원인은 포유류 등 섬에 유입된 외래종이 바닷새를 잡아먹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전세계 바닷새 종의 46%와 바닷새 1억7000만마리에게 미친다.
게다가 영향을 받는 바닷새 중 66%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전세계적으로 위협받는 생물로 등재되어 있다. 그만큼 바닷새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침입종의 위협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종이 유입돼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킨 만큼 또 다른 변동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침입종이라고 하지만 해당 종을 어떻게 사후 관리해야 할지도 문제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와 부산 사하구 을숙도가 최근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는 길고양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뿔쇠오리를 공격해 문제가 됐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지난해 길고양이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반출된 고양이를 어떻게 살게 하느냐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도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한창이다.
이들 문제는 지역이나 종은 다르지만 원인은 똑같다. 바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인간이 아무런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생태계에는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말처럼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울릉도=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쐐기 성과…물문제·행정통합 큰 숙제
박형준 시장 취임 2년
# 성과
- 투자유치 취임 전 2815억에서
- 작년 4조 원으로 가파른 증가
- 국제금융도시·스마트도시 등
- 도시브랜드 이미지 한층 성장
# 과제
- 세계엑스포 유치 뼈아픈 실패
- 부울경 메가시티 폐기 아쉬워
-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 산은법·글로벌허브법 속도내야
‘박형준호’ 부산시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박 시장은 2년 전 민선 8기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도시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시정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유치, 도시 브랜드 제고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정치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한국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답보, 부울경 메가시티 폐기 등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이는 고스란히 민선 8기 후반기 박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민선 8기 임기 2년을 맞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1일 강서구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신차에 올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산업현장의 애로 사항을 직접 살피는 ‘부산시 원스톱기업지원 전담공무원 1호’로 활동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성과
민선 8기 전반기 박 시장의 가장 큰 성과로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을 꼽을 수 있다. 애초 가덕도신공항은 2035년이나 돼야 개항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 주도로 조기 개항의 당위성 논리를 만들었고, 박 시장은 중앙 정부와 정치권 설득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29년 조기 개항 로드맵 확정에 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법 제정과 건설공단 출범이 이뤄졌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애초 2035년에서 2029년으로 6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해졌다. 박 시장 취임 전이던 2020년 2815억 원이던 투자 유치 규모는 2021년 2조 원을 넘어섰고, 2021년 3조 원, 지난해 4조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6조 원 시대’를 바라본다. 혁신 기업을 유치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기업들이 부산에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지옌 그룹이 실시한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올해 27위를 기록했다. 2021년 같은 조사에서는 33위였다. 또 ‘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에서는 2021년 62위에서 올해 14위로 뛰어 올랐다. 여기에다 이코노미스트지가 평가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서 부산은 86.7점을 얻어 아시아 도시 중 6위를 차지했다.
지난 2년간 박 시장의 개인의 정치적 위상도 높아졌다. 박 시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 부산 선거를 이끌었는데, 사상 처음으로 보수 여당이 부산 16개 기초단체장을 석권했다. 지난 22대 총선 때도 여당은 전국적으로 참패했지만 부산에서는 18석 중 17석을 차지했다. 부산 총선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힘이 컸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시장은 올해부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아 ‘지방시대’ 실현을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이전, 행정통합 등 과제
민선 8기 전반기 가장 뼈아픈 대목은 ‘엑스포 유치 실패’이다. 국가 사업으로 추진한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민의 상실감은 매우 컸다. 유치 과정에서 도시 브랜드가 높아지는 등 순기능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야당에서는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날을 세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폐기하고, 부산 경남 간 행정통합으로 선회해 광역경제권 실현이 지연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오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을 마련하고, 주민의 의견을 묻는 등 로드맵을 밝혔지만, 역시 통합을 추진하는 대구·경북에 선제권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랜 숙원인 ‘낙동강 맑은 물 공급’ 문제도 여전히 제자리다. 시는 경남 의령군과 협약을 하고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취수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원점으로 돌아갔고, 시는 행정의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다 한국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은행법 개정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지역소멸이 가속화하는 점 역시 민선 8기 후반기에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민선 8기 후반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역점”
박 시장 남은 임기 시정목표 밝혀
“지난 2년이 부산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과 변화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경제 체질과 도시 공간을 더 새롭게 혁신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자료=부산시 제공
4년 임기 반환점을 돈 박형준 부산시장은 1일 민선 8기 후반기 시정 목표를 이 같이 설명했다. 박 시장은 우선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과 관련,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이 물류 금융 첨단산업 문화관광 교육 등에서 국제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특별법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닌 만큼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의 핵심 인프라인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은 에어시티, 물류기지 등 공항과 연관된 모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공항 조기 개항으로 서부산의 새로운 혁신기지가 건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시장은 혁신 기업의 부산 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과거보다 10배 이상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대부분 혁신 산업 분야라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 같은 투자가 신속하게 진행돼 많은 기업이 부산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실제 이날 후반기 첫 공식 행보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방문했는데, 기업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를 비롯해 아이 키우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신중년과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정책을 후반기에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 행복에 있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허브도시의 전제이자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산적한 현안을 시민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부산·경남 행정통합과 관련,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통합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연방제 주에 준하는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는 것”이라며 “이를 특별법에 오롯이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맑은 물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부, 경남도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시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지난 2년은 매 순간 애가 타고, 바쁜 시간이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부족한 일도 많았고, 모든 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내게 힘이 되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서 뭐하세요?”…길어진 여름, 돈 내고 나무 심는 사람들
[쾌적한 도시, 제주 숲 프로젝트①]
지난달 8일 제주 모충사 앞 공원에서 헌수를 기증한 도민이 직접 나무를 심고 있다. 나무에는 기증자의 이름과 수종 등이 적힌 팻말이 부착된다. 문정임 기자
“여보, 어때? 여기 조금 더 밟아야 할까?”
“너무 밟으면 뿌리가 상한대. 옆으로 하나를 더 심자.”
지난 8일 제주 모충사 앞 작은 공원에 비옷 입은 사람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토요일 오전, 모처럼 늦잠을 잘 만도 한데 더운 날씨에 비옷까지 껴입고 한 손에 삽을 들었다. 사람들은 땅을 파고 묘목을 심었다. 배롱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평소 같으면 나무 종류를 구분하는 일에 관심을 둘 리 없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직접 돈을 지불해 묘목을 사고 모두를 위한 공원에 심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흙이 신발에 달라붙어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웠지만, 사람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비 덕에 삽질은 한층 수월했다.
이날 모인 사람은 도청 공무원을 포함해 40명가량. 제주도가 처음 추진한 도민 참여 수목 헌수 프로젝트에 84명이 신청했고, 이 중 절반이 직접 심겠다며 동참했다. 현장에는 아이와 참여한 가족이 많았다. 여섯 살 두 아들과 이곳을 찾은 한 아빠는 나무가 아이와 함께 커가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라고 즐거워했다. 이 가족은 아이들 키와 비슷한 애기동백을 심었다. 나무엔 두 아이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걸렸다. 가족은 손바닥만 한 팻말에 ‘자연아, 고마워’라는 문구도 같이 새겨 넣었다.
지난 10일 제주는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차량 온도계는 31도를 가리켰다. 노형동 롯데마트에서 제주일고 교차로에 이르는 동쪽 도로변에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화단을 정비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 가로수 정비에 나선 이들은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직원들. 모두 40명이 신청해 12명이 첫 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식수대 빈 곳에 백일홍과 샐비어를 심었다. 먼나무 가로수가 한층 화사하게 변신했다. 한 시간 남짓 주운 쓰레기는 두 포대나 됐다. 작업 중 기자와 만난 양미라 과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하던 차에 제주도의 반려 가로수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다”며 “도로에 차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가 있었다. 앞으로 월 2회 정도 이곳에서 가로수를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제주시 청사로 시민복지타운 거리에선 인예어린이집 아이들이 ‘1일 나무 엄마’가 됐다. 초록색 장갑을 끼고, 나무 주변에 떨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컵을 주웠다. 현장에 함께 한 홍경아 제주도 산림녹지과 직원은 “제주도가 처음 시작한 ‘반려 가로수 입양사업’에 여러 단체가 신청했다”며 “부서의 업무라고만 생각했는데 도민들이 참여해 함께 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나무를 생각하기 시작한 도시
제주도가 올해 도시녹지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설계했다. 예산이 확보되면 업체를 선정해 기계적으로 공사를 발주하던 공공 위주의 시스템을, 도민과 함께 심고 가꾸는 형태로 전환했다. 정원 확대, 기부 숲 조성, 가로수 입양 등 올해 총 7개 사업에 민간을 파트너로 참여시킨다.앞서 여섯 살 형제가 참여한 헌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도민이 직접 묘목을 구입해 기증한 나무로 숲을 조성한다. 산림조합에서 마음에 드는 나무를 선택해 돈을 내면 사라봉공원 인근 유휴공간에 식재하는 방식이다. 직접 심을 수도 있고, 나무만 기증할 수도 있다.
사라봉은 원도심 오름 중 이용자가 가장 많다. 조선시대 나눔의 삶을 산 의녀 김만덕을 모신 사당(모충사)까지 자리해 숲의 의미를 더한다. 제주도는 이 사업에 ‘온국민 모다드렁(모여들어) 낭(나무) 심기 대작전 1호’라는 역동적인 이름을 붙였다.
지난달 1차 사업에선 배롱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애기동백, 수국 등 5개 수종이 식재됐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공원은 더 다채로운 식물로 채워진다. 도는 심기 작업이 가능한 10월까지 세 차례 더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올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도민 참여 녹지사업의 모집 공고 포스터(맨 위)와 관련 협약식. 제주도 제공
도로교통공단 직원과 인예어린이집 아이들이 참여한 ‘반려 가로수 입양 사업’도 올해 새롭게 시작했다. 총 12개 구간에 12개 단체를 모집해 입양자로 선정했다. 어린이집, 시니어클럽, 숲해설가, 공무원, 유통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이 고루 참여를 희망했다.이들은 배정받은 구간의 가로수를 관리한다. 잡초를 뽑고, 생육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짧게는 300m 구간이지만 여러 단체가 참여하면서 3㎞에 가까운 도로변 가로수 식수대가 보살핌을 받게 됐다.
7월부터는 기업이 기부채납해 도시숲을 조성하는 사업이 본격화된다. 2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달 중 협약을 거쳐 하반기 공사를 진행한다.제주에서 기업이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성지에는 기업의 이름이 적힌 안내판을 설치한다. 감사의 의미다. 조성 후에는 제주도와 기업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이경준 제주도 산림녹지과장은 “기후 변화에 기업과 공공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일시적인 광고와 달리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기업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유익한 사회공헌 사업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제주 날씨
제주도가 도시숲 확대에 주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년 전부터 한 해 12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을 녹지과 주요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도민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민관 공동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기후변화로 녹지 수요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불편해진 건 더위다. 2022년 제주도 여름은 역대 가장 무더웠다. 6∼8월 평균기온이 26도였다. 평년보다 겨우 1.5도 높았는데, 가장 빠른 열대야(6월 29일)가 나타났다.
인구 밀도가 높은 제주시 북부는 지난해 8월 10일 낮 최고기온이 37.5도를 기록했다. 192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9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해 제주도의 여름 기온은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특정 해에만 더위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위는 더 일찍 찾아오고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
제주지역은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을 뜻하는 폭염일수가 2004~2013년 41.2일에서 2014~2023년 57일로 급증했다. 폭염이 이어지는 기간(첫 폭염과 마지막 폭염까지의 기간)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7월 중하순 첫 폭염이 시작돼 아이들 개학 철인 9월 초 더위가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6월 말~7월 초로 폭염 시작이 빨라지고, 9월 중순까지도 폭염이 나타난다.
2022년에는 8월 4일부터 16일까지 13일간이나 폭염이 이어졌다. 이 해 제주는 6월 23일 첫 폭염이 시작됐고, 9월 19일 마지막 폭염이 확인됐다.
더위는 도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제주는 온열질환자 발생 수가 인구 10만명당 13.7명(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일수는 매년 평균 30~40일이나 발생하고 있다. 2004~2013년 290.8일에서 2014~2023년 353.4일로 62일이나 증가했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로가 누적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분류된다.더위는 지역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냉방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키는 것 외에도 소방 출동 증가, 기후 취약 계층 지원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심리적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안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폭염과 열대야 강도가 심해질 때 사람들은 기후 우울감을 갖는다. 기후변화가 본인과 가족 등 공동체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되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도시 녹지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기후변화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쾌적한 일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앞서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나무 심기를 제시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지난달 도민이 직접 공사 현장에 들어와 나무 심는 작업을 처음 진행해 보았다”며 “안전 문제 등 행정기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도시에서 녹지공간이 갖는 의미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도민 참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기후위기는 “가부장제·인종주의·자본주의의 재앙”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최근 몇 년 새 에스엔에스에 기후와 생태, 자본주의에 관한 글을 활발히 올려 왔다. 지난 3년 동안은 전국을 돌며 기후위기에 관한 강연을 펼쳤다. 강연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 있었다. ‘왜 영화감독이 기후 강의를 하고 다니세요?’ 그의 첫 단독 저서인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기후위기는 단연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고 그에 관해서는 숱한 진단과 처방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문외한’인 이송 감독이 그 문제를 다룬 500쪽 남짓한 책을 내기로 한 까닭은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보기에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들의 상당수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연원은 서구 제국의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에 있고 위기에서 벗어날 방도 역시 탈자본주의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가부장제 재앙이고 인종주의 재앙이며 자본주의 재앙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 재앙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체제 전환이라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과 성장에 목매다는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기후위기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 탄소 포집과 같은 불확실한 기술적 해결책이 아닌, 체제 전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인간 삶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을 먹어치우는 파괴적인 시스템에 저항하는 생태사회주의가 필요하다.”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켜서 기후위기를 초래했다’는 인류세 개념에 그는 비판적이다. 뭉뚱그려서 인류 또는 인간이라 칭하는 방식으로는 책임을 정확히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7개 나라는 전체 탄소 배출량 중 48.3%를 배출해왔는데, 소말리아는 0.00027%, 방글라데시는 0.015%, 온두라스는 0.012%를 배출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구 강대국 국민들이 아니라 남반구의 민중들이다. 탄소발자국 개념을 처음 제시한 영국의 석유 기업 BP를 비롯해 전 세계의 100대 대기업이 탄소 배출량의 71%를 뿜어내는 상황에서 분리배출을 하라, 텀블러를 써라,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라, 채식을 해라…처럼 ‘개인’을 조준하는 명령어들은 사태를 호도할 뿐이다.
‘가난한 국가의 인구가 많아져서 생태계 파괴가 발생하고 생물다양성이 손실되고 있다’는 식의 인구론적 진단은 어떤가. 저명한 생물학자 제인 구달이나 영국의 환경 다큐 전문 방송인 데이비드 애튼버러도 이런 주장을 펼치곤 하는데, 이송 감독은 이 역시 신랄하게 비판한다. 12억 인구를 지닌 아프리카 전체의 누적 탄소 배출량이 3% 미만인 반면 영국 한 나라가 5%를 차지하고 있는데, “정말 인구가 문제인 걸까?” 게다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기근과 식량 불안의 뿌리에는 “15세기 영국을 필두로 한 식민지 체제”가 있다. 단적으로 지난 4세기 동안 최소 6천만 명의 인도인이 굶주려 죽게 된 배경에는 전통적인 자급용 농업을 무너뜨리고 수출용 단일 작물 재배를 강요한 영국의 제국주의 지배가 자리하고 있다.
생태 위기의 책임과 비용을 남반구의 토착민에게 떠넘기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이송 감독은 ‘개발도상국의 삼림 벌채로 인한 배출량 줄이기’(REDD+) 프로젝트를 든다. 북반구의 기업들이 남반구 재조림과 삼림 보전에 투자하고 그 대신 탄소배출권을 획득한다는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삼림 보호를 채굴권과 벌목권과 거래하는 속임수의 만찬”으로 변질되었다. 2020년 한국 산림청이 캄보디아에서 이 사업을 벌여 65만 톤을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는데 현지 조사 결과 오히려 해당 삼림의 37%가 파괴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한겨레 2021년 8월23일 치).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차가 거론되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을 추출하는 공정에는 엄청난 물이 들어간다. 리튬 생산지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 인근 주민들은 리튬 추출이 야기한 물 부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말고도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금, 은, 흑연 등으로 구성되는데, 니켈 강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을 침출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고자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는 중이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전기차 배터리를 위해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는 기막힌 모순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기차와 함께 생태 친화적 대안으로 촉망받는 바이오연료 역시 알고 보면 대규모 삼림 벌채와 식량 위기의 주범이다. 팜유 1톤을 생산하는 데에는 석유보다 열 배 많은 33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SUV 자동차 에탄올 한 번 채우는 데 필요한 곡물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지은이는 이렇듯 기후위기를 둘러싼 오해와 위선을 바로잡은 뒤 ‘제국적 생활양식’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건너가기 위한 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2023년 8월 두 차례 국민투표를 거쳐 야수니 자연보호구역과 초코안디노 숲에서 석유와 광물 추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에콰도르,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덮쳐 전기와 물 등의 인프라가 끊겼을 때 태양광 발전으로 도시의 등대 구실을 한 푸에르토리코 아드훈타스의 ‘민중의 집’, 1970년대에 주민들과 손잡고 덤불 숲 보호 투쟁에 나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건설노동자연맹, 브라질의 무토지 농민운동과 인도의 제로예산 자연농법 운동, 쿠바의 텃밭 가꾸기 등은 소비주의가 아닌 “다른 세계와 다른 쾌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 가능성을 꿈꾸며 저항의 춤을 추자는 것이 지은이의 명랑한 제안이다. 춤은 “그것 자체가 생명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퇴각할 다른 행성이 없고, “그렇기에 반격이 가능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중국이 고향인 러브버그, 어떻게 서울을 뒤덮었을까
1934년 중국 장수성서 처음 발견
국내에선 2018년 인천서 첫 출몰
기후변화로 개체수 폭증 가능성
사랑벌레는 비행 중에도, 벽에 붙어 있을 때도 암수가 내내 붙어 있는 모습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몇 년 전까지 이름조차 생소했던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매년 여름마다 서울을 뒤덮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벌레, 러브버그 등이 대량 출몰하는 것은 결국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수생물학회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곤충 대발생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러브버그와 미국선녀벌레, 대벌레, 동양하루살이 등 집단 발생 기록이 있는 곤충들의 현황과 대발생의 원인 등을 발표했다.
최종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1934년 중국 장수성 지방에서 처음 발견돼 신종 기재됐다고 소개했다. 중국 남부지방과 대만에 주로 분포하던 러브버그는 1996년 일본 야야마 제도로 건너갔고 2015년엔 오키나와 본섬에서도 발견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은 2018년 인천에서였다. 다만 자료가 부족해 중국이 기원지가 맞는지, 어떤 경로로 한반도에 유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의 2022~2023년 발생 지역 분포.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에서 러브버그 개체수가 폭증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 탓일 가능성이 있다. 변다현 서울대 연구원은 “원래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러브버그가 위도가 높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했다. 2022년 12월 미국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러브버그보다 앞서 서울을 뒤덮었던 대벌레의 대발생 역시 기온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국 강원대 교수가 대벌레의 알 부화율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겨울철 온도가 높아질수록 알 부화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벌레의 기원이 열대지역인 만큼 낮은 온도에 취약한데, 평균 기온이 올라가 알 폐사율이 낮아지면서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데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러브버그를 화학적으로 방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는 생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적까지 박멸해 오히려 개체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러브버그로 골머리를 앓았던 미국도 화학적 방제 대신 낙엽 치우기, 물 뿌리기 등의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러브버그가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보이지 않던 종이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맞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생태학적 습성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향
진드기·모기 번성하는 기후변화의 ‘나비효과’…멍냥이도 예외 없다
Q. 올해도 때 이른 찜통더위에 기후변화를 절실히 체감하게 됩니다. 녹아내리는 북극 유빙 위에 서 있는 비쩍 마른 북극곰이나 대규모 산불로 불에 그을려 죽은 코알라 등을 보면 야생동물에게 기후변화는 정말 무서운 재앙처럼 보이는데요, 반려동물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걸까요?
A.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입니다. 폭염뿐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산불, 초대형 허리케인, 갑작스러운 홍수까지 이상 기후로 지구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죠.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 조사보고서만 보더라도 현재 지구의 멸종 속도는 과거 1000만년 평균보다 수십 배나 빠르고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온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여름에 주로 활동했던 진드기·벼룩의 활동기간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늘어나거나 한 해 내내 살아남아 반려동물에게 피해를 입힌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이 반려인이나 반려동물에게 당장 일어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날씨의 급격한 변화와 각종 재난은 이미 여러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된 영향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①진드기나 벼룩과 같은 외부기생충의 피해가 늘어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기온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여름에만 주로 활동했던 진드기·벼룩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활동하거나 한 해 내내 살아남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진드기와 벼룩이 반려동물의 몸을 물거나 피를 빨게 되면, 이에 기생하고 있던 병원체가 동물에게 옮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외부기생충이 동물에게 옮긴 병원체들은 반려동물의 적혈구에 기생하면서 ‘바베시아 감염증’나 ‘에를리키아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합니다. 흔히 들어보셨을 ‘쓰쓰가무시병’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그에 속합니다. 이 질병들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사람한테도 옮길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외부기생충 매개 질환의 증상은 반려인이 그 원인을 금방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절이 붓거나 염증이 생김 △걸음걸이가 뻣뻣해짐 △활동이 줄고 기력이 없어짐 △식욕이 줄어들거나 사라짐 △평소보다 몸이 뜨겁고 열감이 느껴짐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다른 질환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평소 가지 않았던 공원이나 산에 다녀왔거나 야외 캠핑을 한 뒤 반려동물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동물병원에 방문해 진료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진드기·벼룩이 좋아하는 덥고 습한 곳을 좋아하니 수풀이 우거진 곳, 비온 뒤 풀숲에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겠죠.
②모기로 인한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온다습한 기후와 잦은 비로 고여있는 물웅덩이들이 많아지면서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면서 모기의 서식 영역도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모기가 더 오랜 기간 생존할수록 반려동물도 ‘모기 매개 질환’에 더 많이 노출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심장사상충입니다. 모기를 통해서만 감염되는 기생충인 심장사상충은 개나 고양이의 심장에서 자라는 기생충인데, 독특한 삶의 주기를 갖고 있습니다. 모기가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개나 고양이의 피를 빨면, 혈액 안에 있던 심장사상충 유충을 같이 섭취하게 되는데요, 이 유충은 모기 몸속에서 다른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도록 자라납니다. 이후 모기가 다른 개·고양이의 피를 빨면 유충도 함께 동물에게 전파됩니다.
모기의 흡혈로 전염되는 심장사상충은 독특한 삶의 주기를 갖고 있다. 모기가 이미 심장사장충에 감염된 동물의 피를 빨고, 이후 다른 동물에게 유충을 옮기면서 연쇄적인 감염이 일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반려동물의 혈액으로 들어간 유충은 약 2달 동안 성충으로 자라나 동물의 심장에 자리를 잡습니다. 성충은 다시 개·고양이의 몸에 유충을 낳고, 이 동물의 피를 모기가 흡혈하면 연쇄적으로 감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인한 증상은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감염되었을 때는 기침, 헐떡임, 식욕 저하 등 불특정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려인은 물론 수의사들도 증상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평소 예방과 정기검진을 통해 감염 초에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워진 날씨는 ③반려동물을 열사병에도 취약하게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 체온 조절이 어렵거나 심장병·호흡기 질환과 같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반려동물, 또 주둥이가 짧아 평소에도 호흡이 어려운 단두종 동물들(퍼그, 프렌치 불도그, 시츄 혹은 먼치킨 고양이 등)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열사병에 특히 치명적입니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처럼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벌려 열을 내보내거나, 발바닥을 통해 소량의 땀을 배출합니다. 그런데 주위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열사병에 걸리게 됩니다. 열사병의 주요 증상은 과도한 헐떡임, 침 흘림 그리고 잇몸 색이 청색이나 자주색으로 바뀌는 것 등입니다. 열사병은 방치하게 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날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거나 자동차에 오래 타고 있는 일은 피하는 게 좋겠죠.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지구는 반려동물에게도 여러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으로 ④기후변화는 음식 공급망에 변화를 일으키며 반려동물 먹거리에도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태풍과 홍수로 인한 수질 변화와 식용수의 감소, 불안정한 농작물 수확 등은 반려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수급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기후로 인해 원재료의 생산량이 줄거나 각종 자연재해로 아예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태풍·홍수 등은 또한 오염된 물의 이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동물에게 설사를 일으키는 원충성 질병이나 개홍역 감염의 위험성도 높이게 됩니다. 그야말로 기후변화와는 먼 것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차례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멍냥이,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여파에 인간도, 야생동물도, 반려동물도 예외는 없습니다. 더 길고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 친환경·저탄소 생활에 동참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과수 농가의 한숨, "사과 보기 더 힘들어질 것 같어유"
작년과 또 달랐던 올 봄 날씨... 이상기후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과 농사
▲ 충남 부여군 내산면 월명산 자락의 사과 농가 장마, 폭염, 폭우등의 이상 기후를 잘 이겨내야 사과를 수확할 수 있지만 앞으로 이 어린 사과들의 운명이 밝지는 않다.
장마가 코 앞인 최근, 아까시 꽃이 핀 것을 보았다. 작년에도 충남 부여군 서동요 둘길 주변에서 때를 착각한 아까시 꽃 몇 송이가 피더니 올해도 핀 것이다. 이미 아까시 꽃이 피는 시기가 지났지만 꽃이 피는 기후 조건과 비슷해서 다시 개화한 것 같다. 어쩌다 한 번은 식물들도 날씨를 착각할 수가 있다지만, 요즘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기후를 우리도 몸으로 느낀다.
그런 현상을 '기후 위기'라는 용어로 정의해 부를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지 오래다. 기후 위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다.
모든 생물에는 때에 알맞은 생장 조건(온도, 습도, 햇빛 등)이 있다. 그 조건이 맞아야 꽃들이 피어나고 열매도 맺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조건이 무너졌을 때 질병이 오거나 뒤늦게 꽃이 피고 기형과가 생기는 등의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몇 년 사이 농촌 마을에 나타난 기후 위기의 징후가 심각하다. 올해 사과와 배 가격의 폭등은 기후 위기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농촌의 농가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대응책도 대안도 없이 직면만 하고 있다.
과수들의 성장을 방해한 이상 기후
이 높고 들판이 적은 충남 부여 내산면에는 과수 재배 농가가 몰려 있다. 주로 사과와 배, 복숭아, 자두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작년에도 폭염과 폭우로 내산면 과수 농가들이 피해가 컸다. 부여 사과 역시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 가격 폭등에 일조했다.
추석 선물로 사과를 거의 다 팔았던 농가들은 단골 소비자들에게 사과는 보내지 못하고 일일이 '사과 문자'만 보내야 했다. 해가 바뀌면 나아지려니 기대했지만, 올봄 날씨는 작년과는 또 다른 양상의 피해를 주었다.
작년에 기껏 농사지은 자두를 팔아보지도 못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퇴비로 버렸던 농가에 연락을 해보았다.
"올해 자두 농사는 좀 어떠세요? 작년에 열 화상병으로 자두를 못 파셨잖아요?"
"봄에 벌들이 베랑(별로) 없대유. 비가 자주 왔잖어유. 모든 과수에 꽃이 피었을 때 습기가 많으면 좋들 않쥬.(좋지 않아). 벌들이 일을 못 하니께 수정이 안 되잖어유. 그래도 자두꽃은 사과꽃보다 늦게 펴서 피해가 덜해유."
한낮의 폭염과 평균 기온보다 낮은 이상한 밤 기온은 봄에 수정이 잘되고 열매를 잘 맺은 과수들의 성장을 방해했다. 착과가 된 열매들이 6월 즈음 나무에 계속 매달려 있지 못하고 떨어지는 현상을 전문 용어로 쥰 드랍(June drop)이라고 한다. 과수가 몸집을 부풀리고 맛이 들어가는 6월에 성장을 멈추고 땅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몇 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로 과수를 비롯한 야생화들의 개화가 10~15일 정도 빨라졌고 이상 기후까지 덮치면서, 최근 주로 노지에서 재배하는 과수에서 조기 낙과 현상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자두에 비가림 시설을 했슈. 작년에 자두 농사 베리고(버리고) 비가림 시설이 없이는 매년 자두를 못 딸 것 같아서 서둘렀슈. 근디 사과 농가들은 올해도 재미 없다는디... 앞으로 사과를 보기도 더 힘들어질 것 같어유."
자두 농가는 비가림 시설을 하는 것으로 조기 낙과 현상과 기후 위기의 대안을 찾았다.
보도에 의하면 밀양 얼음골 사과는 꽃이 피는 시기에 한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라서 벌들의 활동력이 떨어졌고, 꽃에 수정이 잘되지 않아 착과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여 내산면 월명산 자락에서 재배하는 사과는 사과꽃이 수정될 때 비가 자주 내려서 냉해와 안개 분무 현상으로 착과율이 낮았다고 한다. 어떤 농가는 밀양처럼 꽃만 무성하고 수정이 되지 않기도 했다. 또 다른 농가는 작년의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의 연장선에서 사과나무 자체 회복이 늦어서 착과율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부여의 경우 작년 대비 착과율이 20% 정도 떨어지기 했슈. 나라 전체로 보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확하는 날까지 날씨를 장담할 수가 없잖어유. 작년만큼 비싸기야 하겠슈."
결론적으로 현재의 이상 기후는 앞으로 우리가 사과를 전처럼 흔한 과일로 여기지 못하게 될 것이고 사과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게 할 것이란 사실을 뜻한다.
사과 농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
다행히 추석 무렵에 수확하는 홍로 품종의 사과는 이상 기후 속에서도 사과꽃의 낙화가 심하지 않아서 착과율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늦사과 품종인 부사 사과가 이상 기온의 직격탄을 정통으로 맞아서 수확량이 좋지 않을 것 같고 올해처럼 보관할 사과가 부족할 전망이라고 한다. 사과 농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동안 구하기 쉽고 흔하게 먹을 수 있어서 과일의 대명사라 불렸던 사과는 차츰 그 자리를 아열대 과일에게 내줘야 할 것 같다.
"20년 후에는 부여에서 사과 보기는 힘들규. 사과는 생육 기간이 다른 과일에 비해 길어서 날씨가 안 맞으면 병충해에 남어나들 않어유. 사과 농사를 잘 지어 보려구 선진 농가들도 견학하고 작목반도 만들어 토론도 하고 있는데유. 농사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잖어유."
과수들의 비정상적인 생장 원인이 기후 위기 때문인 것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기상청의 지역별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서울의 여름일수는 66.6일에서 2100년에는 194.3일이 될 것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는 가장 먼저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와 재배지 이동 등으로 농가 살림과 농촌 생태계부터 위협한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농산물에 피해가 되지 않는 '착한 비'로 내리다가 조용히 물러나 주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오마이뉴스 l오창경(och0290)
그린벨트 대폭 해제 지방소멸 막는다
尹정부, 하반기 역동경제 로드맵
- 토지·농지·산지 이용체계 재검토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엄격한 토지이용 규제’를 꼽고 올해 하반기부터 ‘국토 재창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토지 등 이용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대폭 해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올해부터 ‘국토(토지·농지·산지) 재창조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고도 성장과 인구 증가 등 과거 환경에서 마련된 현 토지이용 제도가 저성장과 인구 감소 등 최근 사회·경제적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2026년까지 근본적인 토지이용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최 부총리는 “난개발 방지 등 국토 보전의 목적으로 도입된 토지이용 규제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 상황에서 비수도권 경제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토지·농지·산지 등 국토 이용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관계기관 협의회를 발족하고 내년부터 연구용역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엄격하게 운영돼 온 토지 등 이용 체계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만큼 향후 비수도권 그린벨트가 대폭 해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는 국내 GRDP에 대한 비수도권 기여율을 2022년 29.9%에서 2035년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수도권 기여율이 같은 기간 70.1%에서 50%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특화비자’를 비수도권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역특화비자는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과 동포에게 인구감소지역 거주 및 취업을 조건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명지 중금속 오염토’ 1100억 들여 덜어낸다
- 100만㎥ 외부 매립·반출
- 차단벽·살수차도 포함돼
- 매립쓰레기 대책은 빠져
- LH “법적 토양정화 완료”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국회도서관 인근에 방치된 총 100만㎥ 규모의 중금속 오염토(국제신문 지난 4월 24일 자 1면 등 보도)를 처리하기 위한 부산시의 로드맵이 마련됐다. 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해 로드맵을 만들면서 신속한 오염토 처리를 시민에게 약속했다. 다만 오염토 아래 매립된 비위생쓰레기(환경오염 방지시설 없이 처리된 폐기물)의 처리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주민 불만은 여전하다.
강서구 명지 부산국회도서관 뒤 중금속 오염토 전경. 국제신문DB
시는 3일 명지국제신도시 국회도서관 인근 폐토사와 관련해 ‘오염토 처리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는 국제신문의 집중 보도 이후 박형준 부산시장이 ‘LH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이끌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상세한 처리 로드맵을 만들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앞서 이 폐토사의 토양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납의 최고 오염농도는 2000㎎/㎏로 법적기준(700㎎/㎏)의 약 2.85배를, 아연은 최고 5500㎎/㎏ 검출돼 법적기준(2000㎎/㎏)의 2.75배를 초과하는 등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
시의 로드맵에 따르면 총 100만㎥의 폐토사 중 반출 처리 오염토는 87만㎥ 규모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11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약 13만㎥ 토사는 외부에서 반입한 것으로 처리 대상이 아니다. LH는 중금속 기준 초과 오염토(36만㎥)를 당초 2025년에서 오는 8월로 발주 시기를 앞당겨 외부 매립 방식으로 처리한다. 또 2025년 9월까지 중금속 기준치 이내 오염토(51만㎥)를 폐기물 용역업체에 위탁해 반출 처리한다. 폐기물 전문감리자도 별도로 선정해 관리 감독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곳은 원래 1982년부터 1985년까지 비위생 쓰레기 매립지였다. LH는 명지국제신도시 개발 초기 이곳을 파내 쓰레기와 폐토사로 분리하고 폐토사를 성토재로 재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폐기물 재활용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재활용 환경성 평가’가 추가되며 차질이 생겼다. 2017년 토양오염조사결과 해당 폐토사는 중금속 오염에 따른 외부 반출 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후 오염토 처리 과정은 1000억 원대에 달하는 비용 확보와 관련 행정절차 때문에 지지부진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도서관(2019년 착공) 등이 생기며 그곳에서 파낸 흙도 일부 추가돼 거대한 ‘흙무덤’을 이루게 됐다.
시는 이와 함께 주민이 우려하는 2차 오염 피해 등을 방지하는 대책도 내놨다. 차단벽을 최고 9m 높이로 설치하고 살수차 등을 운영해 비산먼지 등 2차 오염을 방지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대기질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염토 반출로를 분산해 원활한 차량 이동을 유도하고, 신호수를 배치해 보행자 안전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로드맵에 담겼다.
다만 중금속 오염토 아래 묻힌 비위생 쓰레기 처리 방안은 빠졌다. 이미 매립지 사후관리 기간(30년)을 넘긴 데다가 2019년 관련 법에 따라 토양 정화를 완료했다는 게 LH와 강서구의 설명이다. 강서구의회 김정용 의원은 “시가 오염토 처리 로드맵을 마련해 다행이지만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비위생 쓰레기 처리 방안까지 포함됐어야 했다. LH는 법적 한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주민과 명지국제신도시의 위상 등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부산, 2년 연속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아시아 6위
부산시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 발표한 ‘2024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 보고서에서 부산이 2년 연속 아시아 6위를 달성했다고 3일 밝혔다.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EIU는 매년 세계 주요 도시의 생활 여건과 살기 좋은 정도를 평가하는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평가 분야는 △안정성 △의료 △문화와 환경 △교육 △기반시설 5개 분야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배경으로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부산시 제공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시는 종합평가에서 87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0점대 후반 점수를 기록했다. 순위도 지난해에 이어 아시아 6위를 사수했다. 이는 부산이 지난해 종합평가에서 80점대 후반의 점수로 ‘퀀텀 점프(폭발적인 성장)’하게 한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이 올해까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종합평가에서는 70점대에 머물렀다. 2024 EIU 선정 아시아 행복도시 순위는 일본 오사카와 도쿄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고, 이어 싱가포르, 홍콩, 서울이 각각 3~5위를 기록했다.
시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의 도시브랜드 매력과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세계 유수의 도시브랜드 평가 지수들이 부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은 최근 급부상한 브랜드가치를 바탕으로 각종 세계 도시브랜드 평가 지수에서 연이어 선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싱크탱크인 지옌(Z/YEN)사의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121개 금융도시 중 27위(아시아 9위), 세계지능형도시 지수에서 79개 지능형 도시 중 14위(아시아 3위)에 오르며 역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또 세계적 컨설팅 기관인 레저넌스 컨설턴시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최고의 도시’ 보고서에 처음 진입해 ‘한국의 마이애미’라는 찬사를 받으며, 270개 도시 가운데 67위에 오른 바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결과는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 실현을 위해 일으킨 혁신의 파동이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난 것”이라며 “부산이 가지고 있는 도시브랜드의 매력과 가치를 전 세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스트레스 없는 '스탄 5개국’
흔히 ‘스탄 5개국’으로 불리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권 주민들이 일상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일 한 가지 이상의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비율은 중남미와 동남아의 저개발 국가에서 높았다.
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감정 건강’(emotional health) 지수를 측정한 결과, 2014년 이후 매년 증가하던 ‘글로벌 부정 감정’ 지수가 2023년에는 하락했다. 2014년 전년 대비 2포인트 하락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 지수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악재로 매년 상승했다. 2022년에는 33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등에 힘입어 지난해 31포인트로 소폭 하락했다.
'감정 건강'의 국가별 수준은 크게 엇갈렸다. 지구촌 전체의 스트레스 수준은 37%로 전년(40%)보다 낮았으나, 10년 전인 2014년(33%)보다는 현저하게 높았다. 군사적 긴장이 높은 북키프로스(65%)와 이스라엘(62%) 국민들이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반면, 키르기스스탄(8%), 우즈베키스탄(13%), 카자흐스탄ㆍ아제르바이잔(14%) 등은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은 39%로 세계 평균보다 약간 높았으며, 미국과 일본, 중국은 각각 51%와 38%, 43%를 기록했다.
삶의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을 한다는 비율도 지난해 모처럼 상승했다. 갤럽 조사에서 지구촌 응답자의 70% 이상이 일상의 삶에서 편안함을 느끼며(71%), 미소와 웃음을 짓는 경험(73%)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를 떠올렸을 때, 새로운 걸 배웠거나 재미있는 경험을 했느냐’는 질문에 긍정 반응을 한 비율이 54%로 2022년보다 급증했다. 특히 2023년 한 해 급등한 국가는 인도(12%포인트 상승), 그리스ㆍ중국(10%포인트 상승)이었다. 다만 인도 및 중국의 상승에도 불구, 이 지수에서 가장 높은 긍정 응답을 보인 국가는 세네갈(79%)과 과테말라(75%), 필리핀(75) 등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이었다. 서방 국가에서 가장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70%)였고, 우리나라의 해당 수치는 42%에 머물렀다. 일본(54%), 중국(59%), 대만(57%) 등 주변국들도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한국
AI 열풍? 온실가스 배출 걱정이네…구글 “50% 가까이 증가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시설이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4년 새 48% 증가했다. 거대 기술기업들이 AI 사업에 힘을 주면서 AI 열풍이 본격화하기 전 야심차게 내걸었던 ‘넷제로(탄소중립)’ 목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구글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서 지난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430만tCO2e(이산화탄소환산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13%, 2019년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구글의 목표와 상충된다.
구글은 AI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영향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량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증가한 게 온실가스 배출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통해 AI 모델을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시키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지난해 구글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전년 대비 17% 늘었다. 데이터센터 열을 식히는 냉각시스템 가동에 사용되는 물의 양도 같은 기간 17% 증가했다.
구글은 “AI를 제품에 추가로 접목하면서 AI 컴퓨팅 강도가 높아지고 기술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는 데 따른 에너지 수요로 인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AI가 미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I 모델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청정에너지 구매 계약을 맺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구글은 밝혔다.
AI 발전이 데이터센터 내 엄청난 양의 전력 소모를 수반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 등에 사용되는 전력 소비량이 1000테라와트시(TWh)에 이르러 2022년의 2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수요에 맞먹는 규모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AI가 미국의 전기 수요 증가율을 2배로 늘릴 것이고, 2년 내에 총 소비량이 현재 공급량을 앞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난제에 빠진 건 구글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데이터센터를 많이 지으면서 2023회계연도 기준 탄소 배출량이 2020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4년 전인 2020년 MS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마이너스’를 실천하겠다는 ‘탄소 문샷(Moonshot, 달 탐사처럼 혁신적인 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여러 면에서 달은 2020년보다 5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과 그에 따른 전기 수요 증가로 목표 달성이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는 AI가 기술과 전력망의 효율성을 높여 오히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글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AI 기술을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경향
멀쩡한 자연흙길 두고 맨발길이라뇨
서대문구 ‘백련산 포장’ 추진에 반대 서명
“지금처럼 새 지저귐 들으며 산책하고 싶어”
“주민들이 ‘맨발길’을 좋아한다고요?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200명 넘게 반대 서명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금송힐스빌 경비실 앞에서 만난 주민 이승신(64)씨는 ‘백련산 맨발길 반대’ 서명용지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서대문구가 예산 8억5천만원을 투입해 백련산 2㎞를 마사토로 포장해 맨발 산책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지난 14일 밤 알려진 후 주민들은 이튿날인 15일 곧바로 대책회의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6일, 같은 거주민, 옆 빌라 주민, 백련산을 찾은 탐방객들에게 받은 서명수가 214명이었다.
“아침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빌라에서 들을 수 있어요.” 서울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랐던 이날 이씨와 마사토 맨발길을 만든다는 산책길을 왕복 40분동안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숲이 우거진 곳을 가리키며 “이 땅 보세요. 마사토보다 더 좋은 자연 흙길이잖아요”라고 했다. 한 주민은 “산에 맨발길 만든다고 공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뿐일 겁니다. 백두산, 한라산,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에서 맨발길 만들기 공사를 하면 아름다운 산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서대문구 홍은동 금송힐스빌 경비실 앞에서 백련산 맨발길 조성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금송힐스빌 주민들이 반발했던 건 새로 조성되는 백련산 맨발길이 거주지와 10m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도 크다. 주민 김아무개(62)씨는 “이곳은 마을버스도 1대만 들어올 정도로 길이 좁고 주차장소도 없다”며 “사람들이 몰려들면 조용히 살기 좋았던 이곳에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맨발길 조성 사업이 지자체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3일 자치행정법규시스템 누리집을 보면, 2023년 4월14일부터 이날까지 1년 3개월도 안 된 기간 동안 전국 253개 지자체 중 160곳(63.2%)에서 맨발 걷기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 서울만 봐도 서울시를 비롯해 총 18곳(69.2%)에서 조례가 제정됐다. 구청장이나 구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내세울 수 있고, 주민 상당수가 찬성하는 곳도 많아서다. 실제로 이날 만난 황아무개(69)씨는 “맨발로 걷다가 돌멩이에 발바닥을 다친 적이 있다”며 맨발길 필요성을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맨발길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면서 맨발 걷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이 발생한다. 금송힐스빌 주민이자 맨발동호회 회원인 50대 장아무개씨는 “안산 황톳길처럼 없던 길을 만드는 것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백련산처럼 자연 그대로의 길이 있는데, 굳이 마사토를 깔아 길을 조성하는 것엔 맨발 동호인들은 거의 다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서대문구에서 안산 황톳길을 만들 때 구청에서 사전답사를 부탁해 다녀온 적도 있는 자칭 ‘맨발’ 마니아다.
백련산 맨발길을 만드는 2km 구간. 서대문구는 주민들의 반발에 금송힐스빌 뒤편 150m 정도 구간에는 마사토를 까는 맨발길로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송힐스빌 주민 제공.
금송힐스빌 주민들의 민원과 반발이 지속되자 서대문구는 지난 28일 민원 답변서를 통해 “금송힐스빌과 삼성빌라 뒤편 능산길에는 주민들께서 염려하는 대규모 마사토 재포장 등 공사를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150m 정도 되는 금송힐스빌 뒤편 길은 마사토를 깔지 않고, 전체적으로도 인공적인 변형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서대문구 푸른도시과 관계자는 “돌부리나 경사진 곳을 정비하고, 꽃과 나무도 심으려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거창한 사업이 아니다”며 “다른 지역 주민들이 몰리지도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대문구는 맨발길 용역 결과가 나온 후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중앙전용차로' 있어도 시내버스가 승용차보다 느려, 왜?
황보연 서울시립대 교수 분석
"버스 우선 신호X, 광역버스 증가"
"지하철 노선과도 경합, 경쟁력↓"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 시내버스가 중앙전용차로 도입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보다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우선 신호체계 도입과 노선 재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보연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초빙교수는 1일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황 교수에 따르면 2007년 시속 22.3㎞에 달했던 중앙버스전용차로 속도는 2022년 시속 17.2㎞까지 느려진 반면, 같은 기간 승용차 도심 속도는 시속 14.4㎞에서 19.2㎞로 빨라졌다. 중앙전용차로 도입 초기 승용차보다 시속 8㎞가량 빨랐던 버스가 현재는 오히려 승용차 2㎞ 더 느려진 것이다. 그는 "2014년을 정점으로 대중교통 분담률이 점차 감소하고, 코로나19 이후 승용차 통행이 급증하는 한편, 전용차로 버스 통행속도는 승용차 통행속도보다 느려져 버스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그 이유로 서울 대부분 지역에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로 더 이상 확대가 곤란한 점, 경기도 신도시 확장과 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로 노선 증설과 증차가 이뤄진 점, 경전철과 광역급행철도(GTX) 등 철도망과 겹치는 버스노선을 개선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해결 방안으로는 '버스 우선신호체계' 가시행 중인 세종, 부산, 경남 창원처럼 신호체계 개선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버스 속도가 느려지는 바람에 코로나19 때 불가피하게 승용차를 이용했던 시민들이 다시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버스 우선 신호를 적용해 속도를 높여주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이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로 진입하는 외곽 철도 환승역에서 갈아탈 수 있도록 노선 조정과 주차장 신설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 원장은 경기도 버스 운행량이 너무 많은 점이 서울 시내 교통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서울·경기 경계 요충지에 환승센터를 건립하는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 도시에 비해 부족한 서울 버스 재정지원금 문제도 제시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서울 버스 요금(월별 요금 기준)은 뉴욕의 36%, 런던의 41%, 파리의 53%, 도쿄의 74% 수준이다. 반면 2022년 기준 요금 수입이 전체 운송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서울 54%로 뉴욕(23%), 런던(42.8%)보다 높았다. 외국도시에 비해 재정지원금이 크게 적다는 얘기다. 임 원장은 "버스 우대정책을 강화해 승용차 이용 급감 추세가 지속되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도로보다 뜨거운 BRT 정류소에 ‘정원형 도시숲’ 만든다
지열 등 시민 건강 위협 지적 반영
시, 송상현 광장 등 4곳 우선 설치
내년부터 125곳 전역에 조성키로
환경 맞는 식물 식재 미니 정원 가꿔
온도 저하·미세먼지 저감 등 기대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BRT 정류소에 설치된 ‘정원형 도시숲’이 미세먼지와 도심 온도 저감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2년 동안 부산 BRT 정류소 125곳 전체에 ‘정원형 도시숲’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조영미 기자 mia3@
속보=부산시가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소가 도로보다 더 뜨겁다는 시민사회의 지적(부산일보 2023년 9월 5일 자 1면 등 보도)을 받아들였다. 시는 앞으로 2년 동안 BRT 정류소 전역에 정원형 도시숲을 만들기로 했다.
부산시는 하반기부터 ‘BRT 정류소 정원형 도시숲 조성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송상현 광장·도시철도 2호선 가야역·동해선 센텀역·초량역(초량교차로) BRT 정류소 4곳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시는 추가경정예산 2억 원을 확보했다.
시는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2년 동안 부산 BRT 정류소 125곳 전역에 ‘정원형 도시숲’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2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가 각 정류소의 환경에 맞는 식물을 선택해 식재하고, 향후 유지와 관리는 각 지자체가 맡는다.
시가 BRT 정류소에 일종의 ‘미니 정원’을 만들기로 한 것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다. 앞서 부산시청,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BRT 정류소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정원형 도시숲이 미세먼지 저감과 온도 저하 효과가 있다는 판단도 했다.
그동안 BRT 정류소는 뜨거운 여름철 햇볕과 지열, 미세먼지에 노출돼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부산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8월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 BRT 정류소 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낮 시간 최고 57.1도를 기록했다. 그만큼 BRT 정류소가 폭염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당시 조사에서 도로 한복판에 있는 BRT 정류소가 가로수가 있는 도로보다 최대 1.5배 더 뜨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RT 도입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편의가 증진됐지만, BRT 건설 과정에서 2021년 5월 기준 6만 9079그루의 가로수(부산그린트러스트 추산)가 다른 장소로 이식됐다. 도심에서 완충 작용을 하던 가로수가 그만큼 많이 사라졌고, 부산 시민이 고스란히 폭염과 미세먼지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부산시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BRT 정류소에 정원을 설치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단순히 정원 설치에 그치지 않고 중앙차도 바닥에 잔디블록이나 플랜트 박스 같은 방식으로 식물을 심어 녹지축을 만드는 사업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 소도시 유진시처럼 버스가 다니는 길바닥에 녹지축을 설치해 도심의 온도를 낮춘 사례가 실제로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로테르담시는 트램이 다니는 도로의 하부 좌우 바닥에 식물을 심어 도심 녹지 공간을 대거 확보했다.
부산시 한영진 푸른숲도시과장은 “자연주의 형태의 정원을 각 BRT 정류소 상황에 맞게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면서 “정원형 도시숲이 탄소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하는 것에 더해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부산, 전국 17개 시도 중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 1위
세이브더칠드런·서울대 발표
세종 대구 광주 울산 순
부산시청 어린이복합공간 들락날락 내 동화체험관에서 유치원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아동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최근 ‘2024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4∼5월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각 2500명,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등 8개 영역 43개 지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 삶의 질 지수(CWBI)가 가장 높은 지역은 부산(117)이었고 이어 세종(116), 대구(110), 광주(109), 울산(106) 순이었다. 경남(96)은 11위를 기록했다.
4년 전 직전 조사에서 2위였던 부산은 △건강(125) △아동의 관계(119) △주거환경(116) 등 3개 영역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주관적 행복감(115)은 2위, △물질적 상황(108) △바람직한 인성(108)은 3위, △위험과 안전(106) △교육(106)은 5위로 각각 집계되는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점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충남(82.24)으로 물질적 상황·위험과 안전·교육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강원·전남도 대부분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하위권을 기록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사회서비스와 환경 등 지역 사회의 인프라 격차가 아동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인구 유출과 저출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인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회의 평등을 제고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아동에 대한 지원을 늘려 아동 친화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생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100억 짜리 연산교차로 ‘스마트링’ 사실상 중단
운전자 혼란에다 막대한 예산
- 설치땐 도시철 안전성 위협까지
- 연제구, 건설 계획 무기한 연기
- 20억 테마거리 조성마저 난항
2025년까지 연산교차로에 거대한 고리형태 구조물을 설치해 랜드마크로 삼겠다던 부산 연제구의 야심 찬 계획이 사실상 좌초됐다. 구조물 건설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뿐더러, 구조물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일 6면 등 보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연제구는 연산교차로 상징 조형물 건설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24일 밝혔다. 애초 구는 내년에 총사업비 100억 원을 투자해 13m 크기의 대형 스마트링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준공 기한 설정을 폐지하고 장기 검토 사안으로 둠으로써,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스마트링 건설은 연산교차로 명소화 사업의 핵심이다. 앞서 구는 총사업비 120억 원을 들여 연산교차로에 랜드마크를 세우고, 테마거리를 조성해 이곳을 명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형 스크린에 기존 신호체계와 표지판을 결합한 구조물을 세우면 연산교차로의 복잡한 구조도 다소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연제문화체육복합센터(총사업비 1040억 원) 설립과 더불어 주석수 연제구청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가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의 마스터플랜 용역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구조물이 교차로 내 시야 차단·방향 오인 등 운전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했다. 또 100억 원에 달하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구 안팎에서 제기됐다. 최근에는 스마트링 건설을 위해 연산교차로의 교통섬 녹지를 제거하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부산교통공사가 대형 구조물 건설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면 연산역 1·3호선 등 도시철도 구조물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구는 결국 스마트링 건설 계획을 접었다. 스마트링 외 다른 랜드마크 설치 계획도 현재로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는 20억 원 상당의 테마거리 조성·보행환경 개선 사업만 추진하기로 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편성에 반영하려던 사업비 8억여 원이 의회를 거쳐 용역비 6000만 원만 남기고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구의회에서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제구의회 더불어민주당 권성하 의원은 “핵심인 랜드마크 건설이 좌초된 마당에 굳이 추가 예산을 투자해 하위 사업을 진행 필요가 없다”며 “인근 상권을 활성화하거나,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등 시민에게 실익이 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r
사망자 739명을 단 2명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
22대 국회, 폭염과 죽음의 고리를 끊어라
▲ 지난 6월 19일 건설노조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 및 폭염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지역에 올여름 첫 발효된 폭염주의보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은 폭염기 건설현장 실태 등을 고발하며 "폭염기 건설현장 사업주 체감온도(온습도) 관리, 폭염기 건설현장 휴게실과 그늘막 설치 확대 강화, 폭염기 건설현장 샤워실과 탈의실 등 세척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으로 법제화를 촉구했다. ⓒ 이정민
더위가 심상치 않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릴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가 겪은 지난 한 달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이미 바다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극한의 기상현상이 예고된 바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 탓에 폭염의 강도와 빈도 모두 거세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여름이 앞으로 우리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
최근 가장 더웠던 해는 2018년이다. 폭염 일수는 31.5일.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워낙 더웠고 피해가 컸던 탓에 국회는 자연재난의 유형에 폭염을 포함시키도록 재난안전기본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서 온열질환 사망자는 160명이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 건강 영향을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초과 사망자 수'는 929명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올해는 2018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많은 기상전문가들이 예상한다. 즉, 더 많이 죽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폭염은 단순히 덥고 불쾌한 날씨가 아니라 그 자체로 죽음을 부르는 재난이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가 자신의 저서 <위험 사회>(1986년)에서 했던 표현이다. 현대사회의 위험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재해가 계급이나 보건의료적 상태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닥쳐오더라도 그것이 낳는 효과가 다르다는 걸 안다. '자연적 이유'인 폭염이 일으키는 피해의 정도나 회복 가능성은 '사회적인 이유'들을 따라 천차만별로 펼쳐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펴낸 '2020 폭염영향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2018년에 야외노동자는 1만 명당 28.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반면, 그 외 직업군에서는 불과 3.5명이 발생했다. 또 저소득층 1만 명당 2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비해, 고소득층에서는 불과 7.4명이 발생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만 명당 16.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65세 미만 인구에서는 불과 7.1명 발생했다.
사망률은 1인 가구에서는 100만 명당 16명꼴로 나타난 반면, 다인가구는 불과 1.1명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홀로 사는 노인이면서 야외노동을 하는 저소득층이면 폭염에 의해 아프거나 죽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폭염이 대중적인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유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지 않거나 다른 기상 재난처럼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폭염의 희생자들이 노인, 빈곤층, 고립된 이 등 대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폭염사회>(2002년)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폭염사망자와 사회적·인종적 불평등의 지형이 닮아있음을 폭로한다. 위에 인용한 보고서와 유사하게 폭염사망의 피해자는 65세 이상 노인,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다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번번이 폐기
▲ 서울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위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종철·채여라 연구원은 논문에서 "폭염의 강도와 빈도 모두 2018년이 1994년을 넘어섰지만 초과 사망자수는 1994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그 이유로 "국민의 건강과 생활수준이 과거에 비해 향상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이로써 폭염에 의한 죽음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큰 연관을 맺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폭염은 사회적 재난이고 지극히 불평등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폭염은 구조적인 불평등과 연관을 맺고 있지만 동시에 직관적인 실체로도 닥쳐온다. <폭염사회>가 다루고 있는 시카고는 1995년 폭염에서 7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두번째 폭염에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사망자를 단 2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즉, 적극적인 공공정책들이 폭염의 재난화를 막은 것이다. 특히 당장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노동해야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대책은 시급하고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2020년 기준 낮 시간대(53.7%), 실외(84.1%), 단순노무 종사자(26.6%)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삶의 전반적인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과 적응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폭염과 맞설 수 있는 법이나 제도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 폭염 대비를 위해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노동현장 등에 배포했다. 가이드에는 체감온도 31도가 넘을 때는 사업주가 단계별로 매시간 10~15분 휴식을 제공하고, 오후 2~5시 사이 옥외작업을 단축 또는 중지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는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강제할 방안이 없고 사용자의 호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잦은 폭염과 폭우 때문에 임금 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작업중지나 건강을 고려한 자체적인 휴식 같은 건 엄두를 내기 힘들다. 이에 건설노조는 지난 6월 19일 폭염에 맞서는 기본적인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폭염법 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매우 높은 확률로 곧 극한 폭염이 닥칠 태세지만 손에 잡히는 제도적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린 매년 일터에서 '폭염-죽음'의 반복을 겪고 있다. 그리고 때마다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지난 5년간 정당을 불문하고 김성원, 노웅래, 박대수, 우원식, 윤미향, 이소영, 이수진, 이용빈, 이은주, 전용기, 홍영표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폭염·한파시 지자체장의 작업중지 명령권과 불이행시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부과, 작업중지로 인한 임금 보전, 사업주에게 시설 개선을 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엔 폭염-죽음의 고리가 조금이나마 끊어질 수 있을까? 이미 한여름 7월, 죽음의 예고장이 날아들었다. 부디 여야가 당장 닥칠 폭염 앞에 모처럼 손잡고 법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
▲ 김건우 / 참여연대 정책팀장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