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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일몰제 대비한 이기대 땅 매입 노력에 찬물”
이기대 아파트 난개발 시민 저항 환경단체도 “시민 기만” 비판 가세
인허가 과정 복기 나서는 시의회 부산시 행정 문제 지적 규탄 예고
부산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이기대 경관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고층 아파트 건립에 대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이에스동서가 건립을 추진 중인 아파트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 이기대공원을 사실상 가리는 자리에 아이에스동서(주)가 건설 예정인 고층 아파트 허가와 관련해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가 공공의 이익은 외면한 채 건설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지적(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이 나오자 부산 시민사회와 시의회 등에서 격렬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오전 열리는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는 부산시 심의위원회의 허술한 심의 절차를 놓고 공박이 오갈 예정이다. 시의회 건교위 소속 서지연 시의원은 “지금 계획대로라면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이기대 문화예술공원과 용호별빛공원이 아이에스동서가 새로 짓는 아파트의 앞마당이 될 것”이라면서 “시민 혈세로 아파트 자산가치를 높여주고, 이로 인해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것이 뻔한데 아무런 견제 역할도 하지 못하는 부산시는 업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서 의원은 또 “아이에스동서는 이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하려다 무산되자 주차장 예정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상쇄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시에서 공을 들이는 곳 주변에 부지를 사놓고 용도변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입맛에 맞게 집행부를 움직여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이익을 보는 행태가 부산에서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일보〉 보도로 해당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43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연대체 부산환경회의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부산 시민을 기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규탄했다. 부산환경회의는 엉터리 심의를 하고 개발업자의 이익만을 대변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를 해체하고, 아이에스동서는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환경회의는 “이기대는 부산 시민이 즐겨찾는 갈맷길 코스이자 외지 방문객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지역민 또한 이기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앞장서 지켜왔던, 암묵적 보전 의지가 발동되는 부산 시민의 재산”이라면서 “부산시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해 이기대를 우선 보전 대상지로 삼고 매입을 서둘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번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그간의 노력과 의지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반부산, 반시민, 반생태적 행위를 벌였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시민과 지역보다 업자의 이익에 충실했던 부산시가 각성하고 사업을 반려해야 한다며 지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연대해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대 주변 대단지 아파트와 고층 아파트 등 인근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부는 오은택 남구청장에게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신축과 관련해 조망권 훼손 등 우려를 제기할 계획이다. 용호동 주민 김 모 씨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새 아파트가 장자산을 가리거나 이기대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며 우려한다”며 “법적으로 아파트 건축이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주민과 부산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본보 보도에는 “인구도 줄어드는데 또 아파트냐” “고층 아파트 짓는다고 시민이 휴식할 공간이 없다” 등 100건이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부산일보〉 온라인 구독자들은 “광안대교와 더불어 부산 시민이 자랑스러워할 워터 프론트 명소를 만들어 국민 관광지로 개발하면 좋을 곳에 아파트라니….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아파트 건설계획을 재검토하라” “건설사에 질질 끌려다니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부산 경관 사유화하지 말라” “부산이 수도권과의 차별점이 온화한 기후와 자연경관인데 제 발로 복을 차버리는 격”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우리 동네 낙후됐으니 세금으로 뭐든 지어줘라? 이게 합리적인가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⑥
공정을 위해, 가장 철저하고 보수적이어야 할 정부가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국가가 되었다. 특히 무언가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려 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삶이 팍팍한 국민이 정말 힘들게 모아준, 세금을 가지고 하는 사업일 터이니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숨기는 것이 많아지고, 공개하는 정보의 왜곡과 조작이 이어진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정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고스란히 나타난다.
부산시는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를 대표하는 선진도시답게 환경보전에도 앞장서는 도시임을 부각하고자 정밀 자연환경조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도시정책 추진을 표방한다. 친환경 지속가능도시행정을 위해 부산시는 자연환경조사를 시 조례로 지정하여 정기적으로 정밀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부산시가 내세우는 자연환경조사의 목적은 '부산시에서 수행되고 있는 많은 정책들이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정보가 없거나 혹은 분산 관리되고 있어 시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연환경부문이 소홀이 취급되고 있는 실정일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환경관련 자료들이 단순히 문서자료로만 존재하여 도시계획과 같은 공간적인 정책 결정 시에 자료로써의 이용성이 낮고, 오해나 왜곡이 발생하여 정책결정의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자연환경보전법' 제30조 3항 및 '부산광역시 자연환경보전조례' 제7조에 따른 자연환경 보전실천계획의 수립 및 시행을 위한 자연환경조사를 매 10년마다 진행하고 있다.
조례에 의한 첫 조사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두 번째 조사는 그 10년 후인 2013년부터 2016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지금은 또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러 3차 자연환경조사가 부산시 전역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3차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가장 최근의 부산시 자연환경조사보고서는 2차기 보고서가 된다. 이 조사는 부산시가 밝히는 바와 같이, 부산광역시 전역의 자연환경특성을 정밀하게 조사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한 후 공간별로 적정한 보전계획 수립에 활용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부산광역시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보전이 필요한 우수생태계지역을 선정하여 제시하고 있다.
3년간의 철저한 조사를 거쳐 확인된 우수생태계지역은 불과 몇 곳 되지 않는다. 개발에 과몰입된 부산시가 그동안 환경보전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동부산권역에서 7개소, 중부산권역에서 6개소, 서부산권역에서는 단 3개소만을 우수생태계지역으로 선정하였다. 대부분 선정된 지역은 면적이 그리 넓지 않기에, 지금은 우수하지만 그리 안정적이지는 않다. 10년 전에 비해 우수한 생태계가 늘어야 하는 게 일반적이겠으나, 오히려 7개소나 줄어든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가덕도는 1차 자연환경조사에서 제시된 우수생태계지역이 무려 5개소가 선정되어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우수생태계지역을 확보하고 있던 지역이다. 부산시는 이 중 한 곳인 가덕도 동백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기념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2차 자연환경조사에서도 가덕도에서 우수생태계지역 2개소가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부산시 전역을 평가한 후 우수생태계지역으로 선정된 곳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으로 보호해야 할 지역이 바로 지금의 공항부지이다. 현 공항부지는 부산시가 이렇게 가장 중요한 우수생태계지역으로 인정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연환경부문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하고자 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후 드러난 부산시의 행정은 도저히 정부기관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줬다.
지난 2021년, 가덕도를 취재하던 한 기자와 통화하면서 겪은 일이다. '부산자연환경조사보고서'에 관한 내용을 얘기하면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가덕도 자연환경 내용에 대해 동일한 보고서를 확인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대화가 되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확인된 것은, 같은 보고서인데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인쇄가 된 책자였고 다른 하나는 부산시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PDF파일이었다. 당연히 같아야 할 보고서가 각기 달랐던 것이다. 이유는 부산시가 가덕도의 중요성을 기술한 보고서의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시가 삭제한 문장은 아래와 같다.
가덕도권역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등급인 대흥란이 서식하고 있었다. 한국의 희귀식물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6개 범주 중 위기종에는 대흥란 등 1종, 취약종에는 애기등, 야고, 세뿔석위 등 3종, 약관심종에는 개족도리풀, 아팝나무, 두루미천남성, 검팽나무 등 4종, 자료부족종에는 토현삼, 옥녀꽃대 등 2종이 조사되었다. 가덕도권역은 서부산권역에서 가장(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또한 보호종 및 희귀종도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해당 문구 아래에는 '가덕도권역에 서식하는 주요 식물'이라는 제목으로 한 열에 4장씩 2열로 8장의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중 멸종위기종으로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대흥란이 포함된 윗열 4장의 사진이 통째로 삭제되어 있었다. 원 보고서에 있었던, 가덕도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대흥란의 서식을 알리는 내용이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 부산시가 가덕도 환경의 중요성을 감추고자, 우수한 지역임을 기술하는 내용과 멸종위기식물이 포함된 사진열을 삭제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
▲ 부산시 자연환경조사보고서의 원본. 부산시는 위 붉은색 사각형부분을 통째로 삭제한 후에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언제, 누가 이 보고서를 수정했는지는 부산시가 침묵하고 있어 알 수는 없었다.
보고서는 한 곳만이 아닌, 여러 곳에서 수정된 내용이 확인되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가덕도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바뀐 내용을 한 곳만 더 보자.
...... 가덕도의 어음포골 계곡 주변부에는 또 다른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대흥란이 서식하고 있었으며, ......
라는 원문보고서에서 '가덕도의 어음포골 계곡 주변부'라는 구체적인 위치 대신 '서부산권역'이라고 바꿔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또 다른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대흥란이 서부산권역에 서식하고 있었으며, ......
이렇게 보고서의 내용이 뒤바뀌면서 응당 가덕도에 있음을 알아차려야 하는 멸종위기생물종이 부산 어딘가에 있다는 식으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번에 다시 진행되는 제3차 부산자연환경조사보고서에는 가덕도의 이 곳을 어떻게 기술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과연 20년 동안 부산 최고의 우수생태계를 유지하는 지역이라 했던 곳이고, 지난 조사이후 10년 간 어떠한 훼손도 없이 더욱 안정적으로 발달한 곳을 말이다.
▲ 부산시가 가덕도 환경의 중요성을 감추고자, 가덕도가 우수한 지역임을 기술하는 내용을 수정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
▲ 부산시 자연환경조사보고서의 원본. 부산시는 위 붉은색 선의 내용을 조정하여 멸종위기종이 어디에서 출현했는지를 모르게 한 후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언제, 누가 이 보고서를 수정했는지는 부산시가 침묵하고 있어 알 수는 없다.
▲ 공항예정지에 위치한 동백나무군락지. 부산시는 이미 오래전 이곳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시가 스스로 기념물로 지정했다.
▲ 공항예정지에 위치한 동백나무군락지. 부산지역에서는 유일하며,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연성을 보이는 동백나무군락지이다.
▲ 공항예정지에 위치한 낙엽활엽수극상림. 부산지역에서는 유일한 해안가 극상림이다. 보전가치, 학술적가치뿐만 아니라, 관광적 가치 또한 매우 훌륭하다.
부산시의 이런 정책은 비단 가덕도 공항건설예정지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부산시는, 국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전문가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동북아를 대표하는 물새서식처인 낙동강하구 보호지역을 가로지르는 교량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제출당시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었다. 교량건설이 멸종위기종인 고니류의 서식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연구논문을 인용하면서, 개발에 따른 부정적 환경영향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 마치 학술적으로 인정된 것처럼 적시하여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하였다. 확인해보니, 해당 인용문건은 당시 그 어디에도 출간된 바 없는, 즉 어느 것도 검증되지 않은 유령문건이었다. 더 살펴본 결과, 이 내용은 부산시 환경분야를 책임지는 고위직 공무원 한 사람이 책임저자로 작성한 문건으로, 교량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도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결국, 부산시는 고위공무원을 동원하여 있지도 않은 문건을 마치,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것처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보호구역을 개발해도 환경문제가 적은 것처럼 평가서를 작성했다. 핵심은, 인용할 수 없는 문건을 활용하여 환경부의 행정을 기만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같은 정부의 일원인 부산시의 고위공무원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뿐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교량건설이 멸종위기야생조류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부산시의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낙동강하구에서 고니류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서는 교량이 없는 일정길이(약 4km 이상)가 필요하다는 학술연구결과가 나온 직후 벌어졌다. 해당 연구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급조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지역 관통 교량건설에 차질이 생길 우려에 고위공무원이, 객관적이어야 할, 환경부에 제출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오염시킨 것이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또 다른 교량건설 추진과정에서도 후진적인 부산시의 행정문제는 고스란히 발생했다. 멸종위기종서식처 훼손 문제의 심각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문제가 없다는 부산시의 대립을 중립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환경부는 각각 추천 전문가를 초빙하여 공동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조사과정에서 고니류는 부산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지역에, 시민단체가 제시한 곳에서 압도적으로 관찰되고 있었다. 이러한 관찰결과가 이어지자 부산시는, 고니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배를 몰아 돌진해 모두 쫓아버리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한겨울 추위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견디는 고니들을 위협해 쫓아내면서까지 조사결과를 오염시키려 했던 것이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멸종위기종은 이렇게 몇 차례 위협이 가해지면 그 지역을 찾지 않게 된다. 이 장소는 다름아닌 부산시가 보호지역 내에 교량을 건설하려 하는 그 지점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고니들에 부산시의 배가 돌진하는 현장을, 마침 해당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다른 전문가에 의해 고스란히 영상으로 찍혔음에도 뻔뻔함은 그대로였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개체가 찾아오던 낙동강하구의 고니는 환경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틀에 박힌 평가서를 제출한 을숙도대교 건설이후 단 몇 년 만에 급감하여 이제는 낙동강하구 전역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이렇게 검증되었음에도 또다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객관적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자료를 오염시키면서,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개발행위를 추진하려 하는가? 만약 개발 행위가 정당하다면 모든 정보는 당연히 모든 국민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스스로 부정한 일들을 저지르면서까지 사실을 숨기는 것은 추진하는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임을 방증하는 것일 뿐이지 않은가?
▲ 2021년, 낙동강하구 대저대교예정지로 부산시 소속의 배가 돌진하면서 한가롭게 쉬고 있던 고니떼가 결국 쫓겨 날아가고 있다. 당시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공동협약서에는 “조사기간 내 보트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인한 철새서식 교란을 예방하기 위해 수변부 출입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조사방해를 목적으로 교란을 인위적으로 유발하거나 방치하는 경우 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합의하여 삽입한 바 있다.
신공항 계획에서 후보에도 없었던,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가덕도신공항은 그 진행과정 자체가 모순덩어리다. 2016년 6월, 국토부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에서 타당성이 가장 높다고 한 김해공항의 확장계획은 왜 사장되었을까? 절대 그렇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영남권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면, 타당성이 높은 곳을 배제하고 굳이 타당성이 낮은 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항건설의 타당한 이유가, 객관적 정보를 숨긴 목소리 큰 몇몇 사람들의 주장이라 한다면 세상 그 어떤 개발이 타당성이 없겠는가?
2011년에는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모두가 환경훼손 우려가 크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체 백지화되었던 대규모 토건사업이 선거때만 되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온갖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은 없고, 오직 왜 부산시민의 숙원사업을 반대하는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만 있을 뿐이다.
"타당성을 면제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자연스럽게 "타당성이 없다”라고 읽힌다. 타당성이 없음에도 해야되는 이유를 정당하게 제시할 수조차 없으니, 아예 대놓고 타당성 같은 것은 보지 말자고 하는 것 아닌가?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왜 전국의 모든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동네는 낙후되었으니 세금으로 아무거나 지어줘라'는 주장이 어떻게 타당하고 합리적인가?
지금 필자가 거주하는 곳은 버스조차 잘 다니지 않는다. 대중교통 이용 자체가 원활할 리가 없는 그런 곳이고, 한번 버스를 타려면 제대로 된 도착시간조차 없어 정류장에 나가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계신다. 비행기를 타려면 김해공항을 이용한 환승조차 불가능하다. 당연히 동네에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천 명을 넘어가던 초등학교 학생은 이제 폐교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런 동네가 되었다.
그래서, '이 곳은 낙후되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도농 균형발전을 위해 지하철을 건설해달라'라는 주장이 그 어떤 설득력을 얻는단 말인가? 지하철이 이 마을에 건설되면 균형발전이 되는건가?
시대에 뒤떨어진 대규모 건설사업이 먼저가 아니라, 젊은 청년들이 오게 할 청년복지가 먼저인 이유이다. 그래서 공항을 건설할 비용으로 청년행복수당(어떤 용어라도 좋다)을 지급해주자고 주장하는 바이다. 오랫동안 소외받아온 부울경 청년들에게 말이다. 그게 부산시가 젊은 도시로 탈바꿈하는 방법이자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들의 미래를 그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지원하자. 도시는 우리 세대가 살아갈 미래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도시는 선진도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덕도는 우리가 미래세대에 남겨줄 부산에 단 하나뿐인 해안가 극상림이며, 과거 부산시가 스스로 인정한 훌륭한 자연자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프레시안
환경부 한화진 장관, '기후위기 대응한다'며 세종보 가동해 생태계 파괴?
금강 세종보가 윤석열 정부와 환경단체, 야당들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전선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환경부가 6년 간 개방돼 있던 세종보를 닫으려하자 환경단체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야4당도 5월 27일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감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종보 재가동을 막고, 물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구성한 '금강 영산강 낙동강 보 철거시민행동'은 세종보 상류에서 38일째 천막농성을 하며 보 재가동을 막고 있다. 활동가들이 천막을 친 곳은 세종보의 수문을 닫으면 바로 물에 잠기는 곳이다. 활동가들은 세종보가 재가동될 경우 수중시위를 해서라도 반드시 막겠다고 결사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강 막으면 녹조 창궐하고, 흰수마자·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 서식처 없어져"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이처럼 총력 대응하는 이유는 세종보 재가동을 막지 못하면 결국 4대강 보 전체가 닫혀 생태 재앙을 초래힐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보는 16개 보 중 가장 오랫동안 개방돼 생태가 개선된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종보는 2018년 1월부터 완전 개방된 뒤 녹조현상이 95% 이상 줄어들었고, 모래톱이 살아나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등 멸종위기 1급 어류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조류 중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가 발견됐고 강변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도 돌아왔다.
환경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생태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4대강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던 민물고기 연구자들의 최대 단체인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도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5월 30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완옥 한국 민물고기보존협회장은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우리 집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는듯해 참석했다"며 “4대강 보를 만들면서 집을 잃었다가 이제 좀 돌아오는 애들인데 쫓아내야 되느냐”고 호소했다. 채병수 민물고기 보존협회 낙동강지부장은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없어지고 물흐름이 느린 곳에서 사는 블루길과 배스가 낙동강에서처럼 창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민물고기' 저자이기도 한 채병수 박사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생태계 위해종을 관리하는 것이 환경부 업무인데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환경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온전하게 유지하고 강을 흐르게끔 하는 게 원래 업무인데 지금 너무나 무식하고 무도한 행위를 하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 대응한다면서 생태계 파괴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독성 녹조가 창궐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대가로 무엇을 얻는 것이기에 환경부는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주장했던 홍수 방지와 가뭄 해소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세종보 해체를 결정한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허재영 전 위원장은 “보는 워낙 규모가 작아서 수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홍수가 나면 보 구조물 때문에 수위가 조금이지만 오히려 상승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보는 가둘 수 있는 물 양도 적어서 가뭄 해소 용도로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내세운 목표는 무엇일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세종보를 조속히 정상화해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세종보 가동으로 소수력 발전을 해 탄소 발생 없는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소수력 발전은 물의 낙하차를 이용해 10,000kw 이하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그러나 소수력발전을 일부 할 수 있다 해도 녹조를 발생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훨씬 커서 세종보를 철거하는 것이 경제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내린 결론이었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합의이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회복되는 자연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데, 기후변화 핑계를 대면서 생물 다양성 붕괴를 앞당기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연합에서는 2030년까지 25,000킬로의 강에서 댐이나, 보를 제거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만큼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갖는 힘, 경제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금강 세종보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다.
물을 채우는 것이 세종보 가동의 진짜 목표
결국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든지,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주장은 전문가들로부터 ‘너무나 함량미달의 주장'이라고 평가절하되고 있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세종보를 재가동하려는 것은 결국 수면을 좀 넓히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시는 '세종보에 물을 채워 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다. 세종시는 금강에 스카이워크나 대관람차 같은 시설을 설치할 것을 검토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세종보를 가동해 물이 꽉 차 보이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화진 장관도 세종보 재가동의 목표 중 하나로 ‘세종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
결국 세종보를 가동하는 진정한 이유는 물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기후변화로 극한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수면이 넓은 것을 좋아하는 일부의 기호를 위해 생태계를 죽이는 것이 과연 환경부가 할 일인지 탄식이 나오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사라졌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미호종개가 세종보 개방 뒤 다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왜 4대강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나
16개 보 중 가장 작아서 해체도 쉽고, 개방기간이 길어 생태도 많이 복원됐던 세종보를 문재인 정부가 해체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 결정을 한 것이 2021년 1월인데, 세종보는 규모가 크지 않아 환경부의 마음만 있었다면 어떤 식의 조치든 이루어질 수 있었을 텐데도 집행을 안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이행에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 보 개방을 지시하면서 ‘2018년말까지 16개 보 처리방안을 확정짓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이나 지연된 2021년 1월에야 금강, 영산강 6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만 결정됐다. 이낙연 총리는 ‘단 한 사람의 농민도 보 개방에 반대하지 않도록 설득하라'는 이행 불가능한 지시를 했고, 세종시 국회의원이던 이해찬 대표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는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장관은 보 해체에 걸리는 기간이 '길게는 6-7년, 짧으면 4-5년'이라고 해 보 해체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임이었던 한정애 장관은 '세종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수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보 개방을 지시한 것 외에는 퇴임할 때까지 4대강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환경단체 활동가들, 38일 째 천막농성 중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남긴 짐은 환경운동가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천막농성을 38일째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세종시는 2차 경고장을 전달했다. 오는 10일까지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이 천막을 철거하고 환경부가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담수를 시작할 경우 활동가들은 수중시위를 해서라도 끝까지 금강의 생태파괴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승호 뉴스타파
천수만서 ‘멸종위기종 이것’ 발견에 공사 중단…얼마나 귀하길래
천수만 공사현장서 태어난 멸종위기 쇠제비갈매기. 사진=서산시 제공
멸종위기종 2급 쇠제비갈매기 집단 번식이 천수만 공사 현장에서 확인돼 서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가 공사 일정을 미루는 등 긴급 보호조치에 나섰다.7일 충남 서신시에 따르면 최근 천수만 내 철새서식지 조정 공사 현장에서 쇠제비갈매기의 집단 번식 정황이 포착됐다. 모래톱에서 포란 중인 쇠제비갈매기 둥지 20여 개와 흰물떼새 둥지 5개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쇠제비갈매기 둥지에는 새가 3개가량의 알을 품고 있었고, 일부는 부화한 상태였다.
둥지가 발견된 모래톱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간월호 내 손실된 철새서식지 모래톱의 대체서식지로 조성하고 있는 장소로, 공사 장비 등 차량 운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서산버드랜드사업소는 새 둥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 간월호 준설 공사사무소와 협의해 공사 진행 조정을 요청했다. 시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쇠제비갈매기 보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출된 장소에 둥지를 짓는 습성을 가진 쇠제비갈매기는 다른 야생 동물의 공격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쇠제비갈매기는 전국의 하천과 해안, 하구의 모래섬에서 번식하는 철새로, 국내에는 봄·가을에 주로 관측된다. 해안사구의 감소, 강 준설 등으로 인해 번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출된 장소에 둥지를 짓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야생 동물의 공격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색목록(IUCN) 관심대상종(LC)로 분류되고 있다.
폭염 살인…통째 구워질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2021년 8월16일 한국계 미국 여성 엘런 정과 남편 조너선 게리시, 그들의 한 살배기 딸 미주가 요세미티에서 가까운 집 근처 산길을 걷다가 열기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여덟 살짜리 반려견 오스키도 함께 변을 당했다. 이날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한 일가족은 5분간 차를 달려 7시30분께 등산로 초입에 내렸다. 첫 번째 셀카를 찍은 7시44분 무렵 온도는 21℃ 정도였고, 이들은 10여 킬로미터의 코스를 5시간여에 걸쳐 주파하고 오후 1시께에는 귀갓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한 시간 남짓 내리막길을 걸어 강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이들이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한 10시29분, 기온은 급상승해 38℃에 육박했다. 문제는 2018년의 대규모 산불로 나무들이 모두 불타 버려 등산로에 열기를 피할 그늘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힘겹게 3킬로미터 정도를 오르다가 위기감을 느낀 게리시는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오전 11시56분, 당시의 기온은 41.6℃였다. 그러나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니었던 탓에 문자도, 이후의 다섯 번에 걸친 통화 시도도 불발에 그쳤고, 가족은 결국 이튿날 오전에 모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환경적 노출에 따른 이상 고열과 그로 인한 탈수증”을 사인으로 발표했다.
미국의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쓴 ‘폭염 살인’에 나오는 사례다. 이 책이 출간된 2023년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터라 책의 ‘예견’이 화제가 되었다지만, 해마다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하다시피 하는 이즈음의 상황을 놓고 보자면 그런 화제가 오히려 새삼스럽다 싶기도 하다. 책에도 나오듯 “2014년에서 2022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기간으로 기록되었”고, 바다 역시 “2022년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요컨대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인 기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 조건으로 우리 가까이에 머물러 있다고 보아야 할 테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큰 것으로 예보되었다.
과테말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 세바스티안 페레즈는 2021년 6월, 미국 오리건주의 한 농장에서 40℃를 넘는 폭염 속에 일을 하던 중 쓰러져 숨지고 말았다. 비슷한 무렵 역시 오리건주의 월마트 창고에서는 51살 노동자 켄턴 스콧 크럽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주 힐스버러에서는 지붕 공사를 하던 인부가 작업 도중 쓰러져서 그대로 사망했다. 택배 기사인 24살 에스테반 데이비드 차베스 주니어는 캘리포니아에서 물건을 배달하던 중 사망했다. 카타르에서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경기장과 호텔 등을 짓는 과정에서 수천 명의 이주 노동자가 열노출로 목숨을 잃었다.
지은이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폭염의 현장을 기록한다. 일주일 내내 기온이 52.2℃를 돌파한 파키스탄의 자코바바드, 2022년의 폭염으로 기온이 무려 21.1℃까지 오른 남극, 지구 최대 규모의 산호초인 남태평양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2003년 폭염으로 도심에서만 1천명이 사망한 프랑스 파리,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온난화가 4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북극 등의 현실이 생생하고 긴박하게 묘사된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손실이 부각되지만, 사실 폭염은 지구 온난화라는 더 크고 심각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2019년에만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48만9천명에 달했다. 이는 허리케인과 산불을 비롯한 다른 모든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전 세계적으로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에어컨 가동에만 거의 20퍼센트가 할당된다. 그러나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의 상당 부분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산되고, 화석연료를 태우면 그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기후는 더 뜨거워지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에어컨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지은이는 강조한다. “에어컨은 절대 냉방 기술이 아니다. 에어컨은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다.” 게다가 빈곤층은 에어컨의 혜택을 보지 못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살인적인 더위 속에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현한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픽사베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에는 나무들이 큰 역할을 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뱉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데다 땅에서 물을 빨아들여 잎으로 배출함으로써 공기를 시원하게 만든다. 가지와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토양에도 그늘을 드리워서 증발에 따른 수분 손실을 줄여준다. “나무들이야말로 기후 싸움의 슈퍼히어로들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무렵, 나무는 보기 힘들고 온통 콘크리트투성이였던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빈민가 렌츠의 기온은 무려 51.1℃였던 반면, 곳곳에 공원과 녹지가 조성돼 있고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고급 주택가 윌래밋하이츠의 기온은 37.2℃였다. “폭염 속에서도 부자들은 약 15℃를 더 시원하게 지낼 여력이 있는 셈이다.”
온난화는 식량 생산에도 차질을 빚는다. 지구 평균 기온이 1℃씩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퍼센트, 밀은 6퍼센트, 쌀은 3퍼센트씩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예측도 나왔다. 온난화는 영구동토층 얼음 밑에 갇혀 있던 병원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야생에서 밀려난 동물들이 인간의 거주지 가까이로 옮겨 오면서 코로나19보다 무시무시한 병원체들이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 ‘폭염 살인’의 끔찍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를 나열한 지은이는 나름의 대안 역시 제시한다. 고도 비행 항공기 선단으로 성층권 상부에 황산염 입자를 살포해서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린다는 구상이 있는가 하면, 청계천을 비롯한 생태계 복원 사례들이 소개되고, 2026년까지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한 파리시의 계획도 거론한다. 지은이가 만난 파리 시의원 알렉상드르 플로랑탱의 말이 책의 주제를 요약한다.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폭염 살인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l 웅진지식하우스 l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절차 본격화···울주군,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초안 제출
울산시 울주군은 산악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관련 기관과 본격 절차 협의를 한다고 9일 밝혔다.울주군에 따르면 케이블카 개발사업 시행자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지난 5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서를 제출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관한 협의를 하기 전에 진행하는 행정절차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측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8월 중 환경영향평가 본안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에 제출된 초안에 담긴 주요 내용은 케이블카 노선 주변의 현장 여건과 측량 결과를 반영해 상·하부 정류장 위치가 조정되면서 전체 케이블카 길이가 기존 2.48㎞에서 2.46㎞로 축소됐다. 케이블카 이용객이 탑승하는 캐빈은 기존 계획대로 50대로 추진된다. 보조 캐빈 10대는 별도로 마련된다.기존 계획대로 중간지주 3개를 설치한다. 시간당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는 10인승 캐빈 60대(보조 10대 포함)를 운영한다. 내년 1월 착공, 2026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전액 민자로 644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시행자가 선정한 평가대행업체는 이번 조사에서 ‘희귀식물 등이 대부분 신불산 정상 인근, 등억온천단지 등에서 확인돼 이 사업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예상했다’며 다만 ‘케이블카 노선 예정 부지에 대한 식생 군락의 불가피한 훼손이 일부 예상된다’고 했다. 사업 시행 후 원형보전지역을 제외한 상·하부 정류장, 중간지주는 식생보전등급 중 가장 낮은 ‘Ⅴ등급’으로 변경이 예상됐다.
삵, 담비 등 일부 포유류는 공사 기간 유사한 서식 환경으로 이동 회피할 것으로 예측됐다. 양서·파충류의 서식지 훼손, 축소도 거론했다. 사업 노선 일부는 생태계변화관찰지역이다.
평가업체는 ‘케이블카 조성에 따라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고 공사 과정에서 수목 훼손, 일시적인 날림 먼지 발생, 강우 시 토사 유출, 소음 등이 예상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산지 스카이라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영남알프스케이블카(주)는 여러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수시설, 방음벽 같은 각종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오수와 폐기물처리계획, 경관 저감과 소음 대책 등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의 산란기를 고려하는 한편, 야간 공사는 지양한다. 고사목 쌓기 등 미소(微小)서식처도 조성한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서는 다음달 5일까지 울주군청 관광과, 울주군 상북면·삼남읍 행정복지센터, 경남 양산시 원동면·하북면 행정복지센터,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eiass.go.kr)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
초안 요약문과 공고문은 울주군 누리집(ulju.ulsan.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안에 대한 의견은 열람 장소에 비치된 주민의견서 양식에 따라 서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초안 주민설명회는 21일 오후 4시 울주군 상북면 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한 뒤 내년 1월 착공해 2026년 6월 준공하는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통도사 영축총림 등의 불교계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가 생태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울주군 케이블카 개발사업은 2001년부터 추진했으나 환경 보전 논란에 휘말려 20년 넘게 표류하다가 민선 8기 이순걸 군수 공약으로 다시 시동이 걸렸다.
국힘 부산시당 "이재명 대표 부산엑스포 절망 발언 심각한 모독"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7일 대변인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산엑스포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 없는 산유국론 잘 챙겨봐야겠다"며 "막판 대역전 외치며 수천억 쏟아붓고 결국 국민 절망시킨 부산엑스포가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시당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열망과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며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전 국민의 노력을 조롱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 대표의 발언은 자칫 결과가 1등이 아니면 도전 자체가 무의미한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 대표는 본인이 지난 대선에서 낙선할 줄 알았다면 선거는 왜 출마했는지, 이마저도 본인을 지지한 국민을 절망시킨 사건으로 설명할 것인지 자가당착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시당은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와 전쟁 이후 국민들의 진취적인 정신과 노력으로 극복하며 선진국에 진입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가"라며 "도전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런 도전 자체를 조롱하는 이 대표의 태도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부산세계박람회를 통해 헛되이 돈을 날린 것이 아닌 부산과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박람회 유치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유치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지난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다가올 다양한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한 충분한 양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야당에서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에 대한 정부 탓만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녕 본인들이 유치에 열정을 다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 시민의 또 다른 염원인 산은 부산이전 등의 지역현안을 위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경향 +부산
원전 안전 '위험한 신화'…11차 전력수급계획 폐기해야
(5월 31일) 친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공개하였다. AI 등 데이터센터 산업 등으로 전기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여 2038년까지 새롭게 대형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등의 대책을 내세웠다. 신규 원전이 전기본에 포함된 건 2015년 수립된 7차 전기본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40년)이 종료되는 노후원전 10기 모두에 대해 수명연장 절차를 거쳐 계속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1-3년 이내에 설계수명 40년이 만료되는 고리 원전 2호기와 영광의 원전 1‧2호기, 월성 2·3·4호기의 운영을 연장하기 위한 절차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지닌 위험성에 대한 고려없이 필요하니까 지어야 한다는 식이다.
한울원자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런 정책은 모두 국민들이 원하는 방책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2017년 시민대표 471명이 한달 동안의 숙의과정을 거쳐 신고리 5-6호기에 대하여 중단된 건설을 계속하되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시키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채택하였고, 정부도 이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취한다고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제안된 국민들의 정책 제안은 윤석열 정부에 의해서 철저히 무시되고, 원전만이 살길인 양 친원전 정책으로 급선회하였다.
주요 언론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호응하여 친원전 정책이 고사해 가던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며, 국가경제에 불가피하다는 식의 기사들을 띄우고 있다.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이런 정책의 전환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이제는 친원전 정책을 아무 문제없이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과 십여 년 전인 2011년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건이 발생하여 1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지만, 13년이 지난 현재의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거의 전무한 것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심리학자로서 이 현상을 이해해 보고자 싶어서 이 글을 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원전의 안전신화에 있다고 여겨진다. 원자력발전이 실제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근거없는 신화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확률론적으로 원전의 대형사고 가능성이 영에 가깝다고 친원전론자들이 주장해 왔지만, 세계적으로 터진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세 건의 대형 원전사고는 그런 확률론적 추정을 비웃고 있다.
이런 안전신화는 그렇다면 무엇에 근거하는가?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세 가지가 작용한다. 하나는 상관의 착각 심리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비슷한 사건들이 실제보다는 더 인과론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심리적 현상이다. 예를 들면, 큰 효과(결과)는 큰 원인이 작용하며, 작은 원인은 작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착각이다.
원전 안전의 신화와 관련해서 본다면, 대형 원전사고는 폭격, 충돌, 지진, 해일 같은 큰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것이기에 방호벽을 튼튼하게 하는 등의 시설을 강화한다면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인류가 목격한 세 건의 대형 원전 사고 중 두 건은 작은 실수에 의해서 발생하였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냉각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모르고 비상냉각수 가동 스위치를 꺼놓은 것이 냉각수 부족으로 결국 노심용융을 초래하게 된 인재이며, 아울러 설계 상의 작은 실수가 섞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건은 정전으로 전기공급이 끊어진 상태에서 원자로의 터빈이 관성에 의해 얼마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형 쓰나미로 인해 정전이 되고, 다가온 쓰나미에 침수된 비상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냉각수가 공급되지 못하여 벌어진 폭발사고였다.
신한울 1·2호기 전경. 한수원 홈페이지
올해 초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을 위한 핵분열과정은 일단 시작되면 일정하게 출력을 유지하는 것이 설비운영에 유리하다. 급격한 출력변동을 하는 경우에 핵분열과정의 안정성을 해치고 대형 사고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피하고 있다. 그래서 원자력 발전이 돌연히 중지된다는 것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건이다. 왜 정지했는지를 조사해 보니 예방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10시 42분에 정비원이 조절장치판의 개방 단추를 눌러 교류차단기가 열렸다. 이 차단기가 동작하자 가동 중이던 발전기가 멈췄고, 원자로 출력이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후 7시 39분에 원자로가 멈췄다.
문제는 정비원의 실수가 아니라 현장 조절장치판의 도면에의 선 연결이 잘못되어 있었고, 정비원은 잘못 기재된 것을 모르고 표시된 대로 작동을 한 것이었다. 즉 흔히 말하는 인재가 아니라 원자로 제작의 품질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내용을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 수십만가지의 부품과 회로가 쓰일텐데 이들 중의 미세한 오류 하나가 이같은 발전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느낀 소름이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유출 사고’를 비판한 조선일보의 기사. 2013.9.16. 조선일보 인터넷판 갈무리
둘째 이유는 언론보도가 미치는 영향이다.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원전 관련 보도는 한두 매체를 제외하면 친원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탈핵 결정이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주로 보도하였지, 원전 운영이 지니고 있는 무책임의 윤리(핵폐기물 처리 못하면서 어떻게 되겠지 하며 원전 운영하는 것), 사회 정의의 문제(현세대가 값싼 원자력 전기를 쓰고 후세대가 부담을 지는 것, 농어촌 지역에 원전발전의 부담을 지우고 송전망을 깔아 도시에서 사용하는 것)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더욱이 원전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 기술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SMR(소형원전). 파이로프로세싱 등을 마치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인 것처럼 보도하였다. 수명연장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인 안전 기준 상향 및 헐값의 수명연장 예산에 대한 보도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셋째 이유는 엄청난 사고가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생각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런 희망을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여 이를 비현실적 낙관론이라 부른다. 핵발전에 대하여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전문가와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에 기대어 내용을 따지지 않고 판단한다. 이들의 말을 불신한다는 것은 과학을 불신하는 것으로 여겨서 잘못이라고 여긴다. 이런 낙관론은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자신의 생활에서 마주치는 도전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을 지니지만, 동시에, 위험한 정책이나 행동에 대한 대비를 소흘하게 만들기도 하는 역기능을 지니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제6차 일본 후쿠시마 해양투기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6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2024.5.20. 연합뉴스
한국사회에서 원자력발전은 원자력 발전 대국인 프랑스, 미국, 중국 등의 국가들이 지니지 않은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핵발전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부지에 2~6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울진에는 8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과밀집된 형태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외국의 사례가 적기 때문에 하나를 운영할 때 지켜야 할 안전지침을 좇아서 밀집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어떤 복합 위험이 발생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설마 그런 일이 발생하겠느냐는 희망으로 대책을 삼고 있는 격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로 높은 좁은 국토를 지닌 탓에 후쿠시마원전사고 같은 사태가 생겼을 때 일본식의 대응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나자 발전소 반경 20km 안에 거주하는 국민들을 피난시켰다. 15만 명이 거주지를 떠나야 했다. 이 기준을 국내에 적용시키면 원전밀집 지역인 부산 북부, 경주, 울산의 지역 주민 삼백만명 이상이 대피해야 한다. 이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로 핵폐기물처분장을 지을수 없다는 것이다. 핵발전을 하면 고준위 방사능 물질인 핵발전 쓰레기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마련하려고 1980년대 이후 나름으로는 많이 노력했다. 적절한 지질학적 구조를 가진 부지를 발견하기도 어렵지만, 발견해도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모두 핵폐기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여 9번이나 실패하였다.
8월 22일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저장 탱크의 모습.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24일 "오늘 오후 1시께 해수 이송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2023.08.24. AP 교도 연합뉴스
정부에서도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탓인지 발전소 부지 내에 두고 있는 습식 및 건식의 임시저장 시설들을 더 만드는 쪽으로 법안을 만들어 저장용량이 곧 포화될 발전소들을 계속 운영하고, 새로운 핵발전소에서 나올 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지니고 있다. 이런 방침을 시행하려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되었다. 핵발전소를 새로 3기를 더 건설하겠다는 방침의 11차 전력수요 계획을 지닌 정부여당에서는 핵폐기물의 임시처리 방법을 대응책이라고 추진하는 형편이다.
핵발전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근거없는 희망이고, 한국의 여건에서는 아주 비현실적인 신화에 불과하다. 정부는 핵발전소를 임시방편적 대응책을 바탕으로 계속 운영하려는 11차 전력수급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그런 수급계획은 비현실적인 안전신화에의 믿음을 추진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고가 나든 안 나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초래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운영형태를 지속하는 아주 나쁜 정책이기 때문이다.
한규석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전남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시민언론 민들레
멸종위기종 하늘다람쥐·팔색조 서식...생태계 보루 '동네 뒷산
우리 주변의 '도시 숲'에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루인 '도시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생태 조사와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주택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강원도 강릉 도심의 작은 숲. 단풍나무에 눈망울이 큰 작은 야생동물이 매달려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입니다.
지난달 울산의 한 중고등학교 인근 숲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가 발견됐습니다.깃털이 무지개처럼 화려한 팔색조는 도시에선 거의 보기 힘든 여름 철새입니다. 도시 숲이 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된 겁니다.
환경 모임 회원들이 배설물과 발자국 등 야생동물 흔적을 찾아다니며 생태 조사를 합니다.
"이건 족제비 똥인데…."
기후 위기 속 도시 숲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최지원 / 세손가락협동조합 : 기후 위기로 인해서 멸종위기 동물이 더 많이 멸종으로 치닫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뭘까 같이 고민해 보는….]하지만 대부분 도시 숲에서는 어떤 동물이 얼마나 사는지, 기본적인 생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함의정 / 야생동물연합 : 오랫동안 적은 개체 수로 교배가 이뤄지고 하다 보면 근친교배가 이뤄질 수 있고 또 그 근친교배로 인해서 유전자 다양성이 굉장히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전국에 조성된 도시 숲은 2,600여 곳.
야생동물과 인간이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도시 숲에 대한 생태 조사와 함께 자연 휴식년제와 생태 축 연결 등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This oak tree was more than 40 years old when Mozart was 8 years old.
This tree was 50 years old when the first steam engine was patented.
This tree was 180 years old when the Wright brothers flew the first powered airplane.
When he was over 300 years old, he was sacrificed for the construction of roads (between the cities of Leamington and Kenilworth, England).
They took away his right to life without asking him.
Man is an insatiable, arrogant and soulless monster. As if the world belonged only to us.
There are no words to say./History Avenue face book
모차르트가 8살 때 이 참나무는 40년이 넘었다.
이 나무는 최초의 증기기관이 특허를 받았을 때 50년 된 나무였다.
이 나무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동력 비행기를 날렸을 때 180년이었다.
그는 300세가 넘었을 때, 도로(영국 레이밍턴과 케닐워스의 도시 사이) 건설을 위해 희생되었다.
그들은 그에게 묻지도 않고 그의 생명권을 빼앗아갔다.
인간은 참을 수 없고 오만하고 영혼이 없는 괴물이다. 세상이 오직 우리에게 속한 것처럼. 할 말이 없다...
“다 녹았다”…위성으로 본 사라진 베네수엘라 ‘최후의 빙하’
위성으로 촬영한 훔볼트 빙하. 왼쪽은 지난 2015년 4월 28일. 오른쪽은 2024년 5월 14일 촬영. NASA
베네수엘라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상 처음으로 빙하를 모두 잃은 첫 번째 국가로 기록된 가운데, 이 모습이 위성으로도 확인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위성 랜드샛 8과 9로 촬영한 ‘훔볼트 빙하’의 ‘최후’를 담은 과거와 현재 이미지를 비교해 공개했다.
훔볼트 빙하는 남미 안데스 산맥 북쪽 지역인 시에라 네바다 데 메리다 산맥의 가장 높은 곳인 해발 4900m 부근에 오랜 시간 자리잡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빙하하면 남극과 북극 같은 곳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안데스산맥 고지대처럼 일부 열대지방의 고도가 높은 지역에도 빙하는 존재한다.
문제는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으로 이곳의 빙하가 지속적으로 녹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베네수엘라 당국은 특수 덮개까지 덮어 훔볼트 빙하가 녹는 것으로 막기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자연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지난달 국제 지구빙하권 기후 이니셔티브(ICCI)는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남은 빙하였던 훔볼트 빙하는 더 이상 빙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크기가 작아졌다”고 밝혔다.
훔볼트 빙하 자료사진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학(ULA) 연구팀에 따르면 훔볼트 빙하의 경우 과거에는 최대 4.5㎢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약 0.02㎢까지 쪼그라들었다. 빙하의 최소 면적 가이드라인을 대체로 0.1㎢로 잡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더이상 빙하라 부를 수 없는 것.
이같은 사실은 이번에 NASA가 공개한 위성사진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지난 2015년 4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훔볼트 빙하가 한눈에 드러나지만, 지난달 사진에는 사실상 사라진 것이 확인된다. 이에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빙하가 오래 전 부터 녹기 시작했으나 지구의 기후변화가 이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제공: 나우뉴스
기후위기 시대 인공지능, 약인가 독인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 여성 이미지 /픽사베이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충격을 주며 인공지능(AI)이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 5월 13일 GPT 개발사 OpenAI는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GPT-4o(GPT-포오)’를 공개하며, 인공지능 발전의 또 다른 도약을 보였다. 새 모델명의 ‘o’는 모든 것을 뜻하는 라틴어 ‘옴니(omni)’를 뜻한다. 텍스트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이용자와 실시간 음성 대화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을 요청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다.
알파고를 필두로 인공지능은 사람 곁으로 바짝 다가와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사람이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답변을 제공한다. 학생, 회사원, 연구원의 일상 숙제와 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준다. 친절한 선생님으로, 유능한 직장 동료, 학자로 대화 상대가 되어 문제를 풀어준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혁신적이고 인간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부족한 부분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표현 방식과 차이가 있어 기계와의 대화를 인지할 수 있었다.
이번 새 인공지능 시연을 보면서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GPT-4o와의 대화는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레 이어진다. 말하는 와중에 끼어들 수 있고, 여러 명의 목소리도 동시에 인식한다. 응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대화하는 이와 다양한 목소리, 감정, 톤을 바꿔가며 복잡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그녀(Her)>(2013)에서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AI 운영체제 ‘사만다’가 현실이 됐다-실제로 시연회 인공지능의 목소리는 영화 속 그녀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어느 순간 인격체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 인공지능은 누구인가? 그것은 인간의 삶에 약인가, 독인가? 인류가 접하는 기후위기 속에 인공지능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지구 온도 상승도 거침이 없다. 지난 4월까지 11개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하고 지구 물순환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대기는 대지 표면을 건조해 산불의 위험을 높인다. 증발하는 물의 양과 다시 비의 형태로 대지에 돌아오는 물의 양이 증가해 극한 폭우의 가능성을 높인다. 건조한 대지는 단단해지고 폭우와 함께 홍수의 위험을 키운다. 최근 브라질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본 원인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로 발생할 극한 폭우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 예보와 폭우 예측은 물리적 수치 모델링에 기반하고 많은 가정과 조건-예를 들어 초기조건, 경계조건, 모델 단순화-이 포함된 어려운 시뮬레이션이다. 데이터가 풍부하고 컴퓨터 성능이 강력할수록 정확도와 계산속도는 높아지지만 100% 정확한 예보를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시작되고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하면서 마치 ‘물 폭탄’을 다루듯, 더 민감해지고 더 복잡해진 문제가 됐다.
날씨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이런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 기후 모델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기후변화 예측, 홍수 예보 등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날씨 예측 방법이 논문으로 실렸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일기예보 시스템 그래프캐스트(GraphCast)’가 그것인데,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했던 구글 딥마인드 팀이 개발했다. 그래프캐스트 역시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딥러닝으로 1979년부터 2017년까지 38년에 걸친 기상관측 데이터를 학습한 뒤 이를 토대로 최근 기상관측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해 날씨를 예측한다.
그래프캐스트의 주간예보는 최고의 수치 모델을 사용하는 유럽중기기상예측센터(ECMWF)의 예측값보다 더 정확했다. 1380개 항목 가운데 90%에서 실제에 더 가까운 값을 내놓았다. 그래프캐스트는 노트북에서 단 몇 분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유럽중기기상예측센터 수치 모델은 100만개의 프로세서가 장착된 슈퍼컴퓨터가 몇 시간 동안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날씨는 본질적으로 100% 예측이 불가능하고, 알파고처럼 그래프캐스트의 결과를 개발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이런 이유로 딥러닝 방식의 예측을 블랙박스라고도 부른다. 특히 인공지능은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해 미래를 예측하기에 과거에 없었던 이상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극한 기후의 결과가 나왔고, 그것이 많은 인명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결정이라면, 이를 얼마만큼 신뢰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알파고처럼 한 번 틀려도 되는 바둑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중기기상예측센터는 기존 수치 모델을 완전히 대체하는 대신 그래프캐스트를 보완적으로 이용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특정 유형의 날씨 예측, 가까운 시간의 강우량 등을 예측하는데, 그래프캐스트의 빠른 계산 결과를 보완적으로 이용한다. 추후 그래프캐스트의 기여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캐스트가 기상 결과를 계속 학습하면서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한 번 경기에 패배한 후 약점을 찾아내 학습하고 더 이상 인간에게 패배한 적이 없는 것처럼.
전기 먹는 하마 인공지능
인공지능 발전의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개발·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 평균 0.3Wh의 전력이 쓰일 때 생성형 AI 챗GPT는 그보다 10배에 가까운 2.9Wh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개의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전기는 일반 가정 100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을 초과한다는 추산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개발과 유지에 필수인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6년 최대 1050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22년 전력 사용량이 460TWh였는데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다. 인공지능 발전이 당장 화석연료 발전의 의존도를 올리며, 기후변화 대응에 독이 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표절과 가짜뉴스 위험이 있고, 내재된 오류와 편견의 문제도 수반한다. 인공지능이 바꿀 산업 지형, 일자리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45도 높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라는 임계점이 이제 바로 앞에 있다. 인공지능도 계속 진화하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임계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인공지능이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우리의 삶에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2개의 판도라 상자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겸임교수/ 주간경향
석유 채굴·의대 증원, 정말 '미래'를 위한 일일까
‘미래’를 의심하자
뜬금없이 대통령이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형식부터 내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이 나온다. 크게 이렇게 나눠볼 수 있겠다. 먼저, 발표 자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의뢰를 받은 업체에 대한 의혹들, 이전 탐사업체가 이미 15년간 조사하고서도 철수한 정황을 보았을 때,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둘째는, 발표 자체를 신뢰한다 해도 경제성이 낮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제시한 확률 역시 20%에 불과한데, 개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지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경제성과 무관하게 석유 가스 채굴 계획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현재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화석연료 채굴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우리는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과 채굴 계획 자체에 대해 더 이상 말을 보태지는 않으려 한다. 다만 이번 발표와 관련한 주변의 표현들에 주목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의식', 더 나아가 '산유국의 꿈' 같은 것들 말이다. 이번 발표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간 많은 정책의 논의에서 '미래'가 호명되고는 했다. 마치 우리가 모두 동의하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바람직한 미래, 혹은 꿈 같은 것이 있고, 그들의 주장대로 하면 비극적 미래가 아닌 희망찬 미래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처럼.
과연 그런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발표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래'에 대한 언급을 신뢰할 수 있는가. 유력 정치인, 정책결정자, 경영인, 전문가 등 자주 사회적 발언을 하고, 그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들이 공적으로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하자고 발언할 때, 어쩌면 그 '미래'는 미사여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실은 본인의 사적인 이익 추구, 정치적 기반 확보, 인정 욕구 충족 등 숨겨진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재벌총수가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진짜 목적을 뒤로 하고, 기업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 합병을 추진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숨겨진 목적을 분명히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공익적 측면과 사적인 이해관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얽혀 있는 것이 세상만사 아닌가. 거기다 다른 의도를 가진 쪽도 허술하게 본심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니, 잡아떼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일이 진행되면 원하는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 예컨대 의대 증원 논의를 보자. 정부는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며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 하고, 의사협회는 한국의료의 미래를 위해 의대 증원을 저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 수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미래에도 의사 부족과 쏠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고, 마찬가지로 시장에 내맡긴 정부의 의료개혁으로도 의사 쏠림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처럼 문제에 대해 제시한 해결책이 문제 해결과 어긋날 때, 자연스럽게 숨겨진 의도가 없는지 다시 의심하게 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이 정말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맞는 걸까. 복잡한 문제를 뭉뚱그리고 단순화하여 뭔가 하는 척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아닐까. 혹은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고 시장을 강화하려는 기조를 밀어붙이는 게 진짜 목적은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볼 것은 그 미래는 누구의 미래인가, 또한 그것은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면 안 된다면서 재정건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만 재정건전성이 의미 있는 것이지, 사람들의 삶을 방치하며 재정건전성을 사수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본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말할 때, 그 반대편에는 자연스럽게 기성세대가 위치하지만, 이는 다른 축들을 가리는 효과가 있다. 이를테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요구하는 금융 채권자와 예산 삭감으로 공적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시민들 간의 대립 같은 것 말이다. 또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말하지만, 정확히 누구의 부담을 말하는가. 여러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이라면 기성세대든 미래 세대든 공적 서비스 축소의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공적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기성세대든 미래 세대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결국 뭉뚱그려진 '미래'는 장애인, 노인, 이주민, 빈곤층, 성소수자 등을 배제하고, 누군가의 미래는 더욱 보호하는 불평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원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조정한다. 다시 말해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과 지향이 현재를 구속한다. 구체적인 정책 시행뿐만 아니라 단순히 예측, 전망 그 자체가 사람들의 인식과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의 부정의를 정당화하는 것일 수도, 미래를 위해 당장 마주한 고통을 뒤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생각해 볼 일이다. 산유국이라는 장밋빛 미래든, 연금 기금과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는 미래든,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인을 이민 보내는 미래든, 누가, 누구의 어떤 미래를 위해 어떤 현실 개입을 하려는 건지. 목소리 들리지 않는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미래 담론은 어떻게 가능한지 말이다.
시민건강연구소 | 프레시안
기후소송 “아이들이 기회를 주었습니다, 어른이 될 기회를”
역사적인 헌법재판소 기후소송을 앞두고 도착한 시민들의 손편지 일부를 소개한다. 초등학생부터 학부모까지, 이들의 편지에는 미래세대에게 이런 현실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간절함이 담겼다.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소송 원고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판결을 염원하는 손편지를 모았다.ⓒ사진합성 시사IN 유옥경
2년 전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앞세워서 선동 조작 날조하네.” “세뇌교육 된 아동들, 정말 불쌍하다.” “니들은 차 타지 말고, 옷 입지 말고, 물 쓰지 말고 완전히 원시시대 사람처럼 살아라.”
2년이 지난 뒤 그 아이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2년 전 제가 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어린애가 뭘 알고 했겠어? 부모가 시켰겠지’와 같은 댓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저의 진지한 생각이 무시당하는 듯했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5월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소송’ 공개변론에서 헌법소원 청구인인 서울 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양이 최종진술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한제아 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22년 6월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단에 참여했다. 이번 기후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원고 19명이 첫 기후소송을 제기한 이래 아기 기후소송을 포함한 다른 소송 네 건을 병합해 진행한다. 쟁점은 한국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이 불충분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이번 소송이 주목받은 것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기 때문이다. 이미 네덜란드· 프랑스·독일 등에서는 국가가 시민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왔다.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후 대응 부담을 미래세대로 넘기는 것을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이후 독일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높였다. 이르면 오는 9월 나올 헌법재판소 판단은 한국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송을 앞두고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치하는엄마들 등 기후소송 원고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판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손편지 130여 통을 모았다. 초등학생이 쓴 편지도 있고,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학부모의 편지도 있다. 이들의 편지에는 미래세대에게 절망적인 현실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간절함이 담겼다. 이들 편지 가운데 일부를 발췌·축약해 소개한다.
“지난주 아이들과 봄을 주제로 풍경 그리기 수업을 하였습니다. 저는 충격받았습니다. 아이들이 꽃과 함께 그린 것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미세먼지로 흐린 하늘이었습니다. 벌과 나비는 11명 중 2명만 그렸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길에서 벌을 본 적이 없는데 왜 어른들은 봄 하면 자꾸 벌을 떠올리라고 해요?’ 저는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무슨 자격으로 무슨 권리로 아이들에게서 봄을 빼앗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기회를 주었습니다. 어른이 될 기회를(경기도 고양시 26세 청년 김현서).”
“기업과 산업계 전반의 각성과 노력 없이 기후위기가 해결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저는 늦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자동차가 덜 다니고 중국의 공장이 좀 쉬니 뿌옇게 보이던 먼 산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많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일곱 살 아이의 엄마이자 숲해설가 구혜진).”
'기후소송'으로 알려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등의 위헌 확인 소송 2차 공개변론이 열리는 5월21일 오후 소송을 대표하는 3인을 포함한 소송 주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당장에 손해인 것 같더라도”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부끄럽게도 착하게 바르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도 하찮게 여겨지고 한 푼이라도 더 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두 가지 고민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저는 재판관님의 가르침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착하게, 바르게 살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일인지! 당장에 손해인 것 같더라도 진정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경기도 용인시 마흔 살 시민)!”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함께 2년 전 서울에서 충북 옥천으로 내려온 가족입니다. 식목일에 묘종을 파는 곳에 갔더니 ‘식목일은 나무를 심기에 좀 늦은 감이 있다’라고 하시더군요. 날씨가 예전보다 훨씬 더워졌다는 겁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고 모든 건 변하는 게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 아이를 비롯한 미래세대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충북 옥천군 45세 강영훈)?”
아이들이 보낸 편지도 여러 통 있었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갔다. 맞춤법이 틀린 것도 있었다.
“재판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옥천에 사는 2학년 4반 강로이입니다. 기후변화는 막아야 해요. 제가 로블록스라는 게임에서 자연재해 (서바이벌을) 하는데, 그런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안 될 거 같아요(충복 옥천군 초등학생 강로이).”
“서울에 사는 예솔이라고 해요. 요즘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지구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대요. 그러니까 이번 재판에 환경정책에 대한 재판을 해주세요. 재판관님, 응원할게요( 서울 구일초 4학년3반 이예솔).”
“서울에 사는 5학년 학생입니다. 저희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지금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도 살기 어려워집니다(초등학생 손유찬).”
“저는 참나무어린이집 정윤찬이에요. 지구를 더 이상 안 아프게 해주세요(참나무어린이집 정윤찬).”
“기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받아요. 재판관님 제발 배출하는 양을 좀 줄여줘요. 제발(그림 인하·인결, 글 인우).”
이번 소송을 총괄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2019년 낙태죄 위헌결정 때 합헌 의견을 내는 등 헌법재판관으로서 보수적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공개변론을 시작하며 “최근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종석 소장이 언급한 ECHR의 판결은 2020년 64세 이상 스위스 여성 2400명이 기후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지난 4월9일 ECHR이 스위스 정부의 대응을 기본권 침해라고 판결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 만인 5월2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한 장관은 “헌법소원을 통해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본다”라면서도 “현재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기후소송에 대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사인/이오성 기자
부산 찾은 생명순례단 “가덕도신공항·고리원전 중단해야”
2024생명평화순례단, 2박3일 도보 행진
“신공항 건설 땐 수많은 생명 파괴
핵폐기물, 인간이 감당할 수 없어”
2024생명평화순례단이 10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고리원전 2~4호기 수명연장 중단을 요구했다. 2024생명평화순례단 제공
5대 종단 환경단체 소속 종교인들과 부산·울산·경남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과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2박3일 도보 순례에 나섰다.
‘2024생명평화순례단’은 10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예정 터가 내려다보이는 대항전망대 출발을 시작으로 2박3일 일정의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첫날 일정에는 5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오후 4시30분께 대항전망대를 출발해 2029년 12월 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하면 사라질 외양포항까지 2㎞가량을 걸었다.
양기석 2024생명평화순례단 상임대표(경기도 수원교구 신부)는 “기후위기시대에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방식인 항공 수요를 늘리려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수많은 생명의 파괴가 불가피하다. 핵폐기물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시설이고 미래세대에 엄청난 불안한 요소를 떠넘겨주는 무책임한 시설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11일엔 낙동강 하구에 자리한 부산 사하구 아미산전망대에서 대규모 바다 매립과 가덕도 산의 절취가 불가피한 가덕도신공항 추진의 문제점을 공유한다. 낮 12시30분 부산 기장군 고리핵발전소로 버스와 자가용을 타고 이동한다. 이어 오후 2시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원전설계수명이 끝났거나 다가오는 고리 2~4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오후 2시40분부터 신고리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새울원자력본부까지 2~3㎞를 걷는다. 새울원자력본부에서 오후 4~5시 고리핵발전소 건설 역사와 핵폐기물 등의 위험성을 공유한다.
12일엔 오전 9시30분 부산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금강제화 사거리에서 출발해 부산시청까지 3㎞가량을 걷는다. 오전 11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고리 2~4호기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해산한다.
생명평화순례단은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천도교 환경단체들이 만든 종교환경회의가 시작했다. 해마다 4대강, 성주 사드기지, 비무장지대 등 환경 파괴가 진행되거나 우려되는 곳을 찾아가 걸으면서 환경 파괴를 멈춰달라는 기도를 한다. 지난해 8월엔 방조제를 만들면서 생태계가 무너진 새만금을 찾아가 2박3일 동안 순례했다. 올해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고리2호기수명연장반대 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함께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서울에서도 ‘꿀벌 보호’ 조례 발의…군집 붕괴에 “생태계 지켜야”
지난 4월7일 서울 성동구 하동매실거리에서 꿀벌이 활짝 핀 매화 사이를 비행하며 꿀을 모으고 있다. 성동훈 기자
급격한 기후변화로 개체수가 급감한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농가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절기가 무너지면서 꿀벌의 활동 주기에 교란이 시작돼 벌통 밖에서 대량으로 폐사하는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가속화된 탓이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정준호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4)은 ‘서울시 꿀벌 보호 및 양봉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0일 밝혔다.이번 조례는 양봉 산업의 육성·지원뿐 아니라 꿀벌에 대한 보호·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시가 밀원식물의 보급과 서식처를 확대하고 꿀벌을 보호하며 양봉 관련 육성·지원 계획, 지원 사업 등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례안은 오는 17일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 시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실종·폐사한 꿀벌이 약 78억~80억 마리에 달한다”며 “꿀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서울형 정책을 수립하고, 도시양봉을 지원하는 것은 산업의 문제를 넘어 서울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서울시청사 옥상에 벌통 5개를 시작으로 서울시 산하 공원 등에 324통까지 늘어났던 도시 양봉의 규모도 줄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공원·가로수 병해충 방제에 꿀벌에 강한 독성이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대신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우려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촌진흥청에 등록된 약제 중 독성 등급이 가장 낮은 제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수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가 양봉산업 지원 조례를 잇달아 만든 가운데 최근 농가가 많은 지역에서는 수정용 벌을 특정해 지원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화분매개용 수정벌 지원 조례’를 통과시키며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예농가를 지원해 농가의 노동력을 절감하고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으로 농가소득 보전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경향
특혜 의혹 솔솔… 이기대 아파트 ‘수상한 구청, 2종 일반주거지역 부지
‘지구단위계획 의제’ 시 심의
최대 200% 용적률→250%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도 생략
“난개발 방지 정책 악용” 비판
부산의 자산인 이기대공원 경관을 훼손하고 사유화하는 아이에스동서(주)의 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이 일사천리로 추진된 배경에는 부산시와 남구청의 온갖 특혜와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남구청은 해당 사업부지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구역 의제 처리를 가정해 이를 부산시 심의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2종 일반주거지역인 해당 부지는 최대 용적률 200%를 적용받지만 지구단위계획 구역이 되면 최대 2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아이에스동서는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염두에 두고 각종 인센티브를 모두 끌어모아 용적률 250%까지 적용한 사업 계획을 냈다. 부산시는 아직 결정도 나지 않은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을 기정사실화해 건설사가 제시한 용적률 그대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지난 2월 아이에스동서(주)의 자회사 (주)엠엘씨의 남구 용호동 973 일원 개발 계획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당시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249.99%, 59.86%로 적용됐다. 1000㎡가 넘는 2종 일반주거지역인 해당 부지에는 최대 200% 용적률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시는 남구청이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를 해줘도 되겠다고 판단해 심의에 올렸고 시는 심의만 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같이 포함해서 신청했고, 남구청이 아파트 부지에 한해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를 하는 걸로 정해 시 심의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려면 주민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심의, 고시, 일반열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제 처리는 이를 생략하고 사업계획이 승인·고시된 경우 지구단위계획도 결정·고시된 것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통상 산업단지나 택지개발지구, 재정비촉진구역 등을 지정·고시할 때 의제 처리를 한다.
아이에스동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 시 선행돼야 할 부산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도 생략하는 ‘프리패스권’을 얻었다.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통합 심의에서 개발행위와 건축 심의를 받았다는 이유, 건축물 층수가 30층 미만이라는 이유 등에서였다. 결국 지난 2월 단 한 차례 열린 ‘식물 심의’가 면죄부가 됐다. 건설사에 엄청난 편의를 준 셈이다.
건축 전문가는 “지구단위계획 운용지침 등에 나온 규제 완화 조항은 ‘할 수 있다’인데 부산시는 마치 ‘해야 한다’라는 의무인 것처럼 사업자 편에 서서 모든 걸 풀어줬다”며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똑같이 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문화적 가치 보호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결정된 서구 비석마을 일대는 공공주택 최대 용적률이 180%로 적용됐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은 남구청이 검토해서 올린 것”이라고 남구청에 공을 넘겼다. 반면 남구청은 지구단위계획 지정과 관련 “검토 중이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 행정 처리가 지구단위계획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며 감사나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구단위계획은 공익 차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계획이고, 그 지침을 잘 따랐을 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건설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방식으로 악용됐다는 취지다.
부산대 정주철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구단위계획은 난개발을 막고 주변 지역과 어울리게 계획을 짜도록 만든, 작은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공익적 차원의 도시설계 개념”이라면서 “해안 경관을 지키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하는 건데, 반대로 해안 경관을 파괴하는 난개발에 적용하는 건 본질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이기대 아파트…부실한 근거 위에 최대로 올린 용적률 인센티브
이기대 아파트 수상한 용적률
249.99% 신청 5가지 요건 중에
배점 큰 ‘공공시설 제공’ 시늉만
기부채납 적시 1개 차로 200m 등
아파트 도로 성격 짙어 특혜 논란
아이에스동서가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을 ‘공공시설’이라 포장해 용적률 혜택을 받으려 하자 비판이 인다. 사진은 아이에스동서가 건립을 추진 중인 아파트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 시민의 자산인 이기대 턱밑에 고층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아이에스동서(주)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아파트 용적률 인센티브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부지와 맞닿은 도로를 확장하고 이를 관할 기초지자체에 기부하는 명목으로 용적률 혜택을 받은 것인데, 사실상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을 ‘공공시설’이라 속여 부산 시민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맞장구치듯 온갖 인센티브를 적용해준 부산 남구청에 대해서도 철저히 업자 편의에 초점을 둔 행정에 이라는 비난이 인다.
11일 남구청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남구 용호동 973 일원 아파트 신축과 관련해 249.99% 용적률로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높은 층수의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건설사는 친환경 건축물, 돌봄 시설·도로 조성 등 공공 기여를 약속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개발 이익을 늘린다.
하지만 해당 사업 부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면적에 따라 최대 200%의 최대 용적률을 적용받는데, 지구단위계획 구역 기준에 해당하는 법정 용적률 180%에 더해 70%에 달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남구청에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센티브가 더해지면 지구단위계획 구역에서는 최대 250%까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
아이에스동서가 남구청에 제출한 용적률 인센티브 근거는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25.0%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5.4%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 18.0% △녹색 건축물 5.4% △지능형 건축물 16.2% 등 다섯 가지다. 5가지 인센티브를 합하면 딱 70%가 나오고, 남구청도 이를 적용해 부산시 심의를 올렸다.
특히 아이에스동서는 아파트 부지에 바로 맞닿은 도로 약 200m 구간에 대해서 1개 차로를 확장하고 이를 남구청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아파트 뒤편에 경관녹지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두 개의 공공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최대 25%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도로는 사실상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단지를 진출입할 때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현재 도로는 왕복 2차로 넓이 정도인데, 300세대가 넘는 입주민의 교통 통행량을 고려하면 당연히 차로를 확보해야 한다. 해당 도로는 아파트 공사를 위해서도 확장이 불가피하다.
남구청과 달리 인천 등 타 지역에서는 개발행위에 따른 도로 확장 등은 용적률 인센티브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인천시가 2022년 발행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의제 처리 기준’에 따르면, 인천시는 사업으로 인한 완화차로 확보 등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다. 개발 사업으로 인해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당연히 개발 사업체가 이에 따른 조처를 해야 할 사항이라 판단한다.
반면 남구청은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진출입로를 기부채납으로 평가했다. 남구청은 사업계획 검토 시 용적률 인센티브 타당성도 들여다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남구청 관계자는 “경관녹지 부분은 관련 부서가 판단하는 중이고 도로는 기부채납 받을 계획”이라며 “아파트 입주민 전용도로면 공공시설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곳 도로는 용호부두, 이기대를 향하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 도로”이라고 주장했다.
도시 전문가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만큼의 공공성이 확보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어떤 부분에서 공공성이 확보됐고, 이 아파트를 지었을 때 부산 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오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시가 시민 공공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보존해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질타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혁신당, 엑스포 국조 시동…부산 여야 ‘정쟁 도구화’ 우려
조국·김준형 등 국조결의안 발의…결과 오판·원조남발 문제 등 규명
조국혁신당이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외교참사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국정조사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에 부산지역 정치권에선 “부산엑스포 문제를 정쟁 도구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국조가 현실화할 경우 시민 여론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 2035부산엑스포 재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지난 10일 이 같은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결의안에는 조국 대표를 비롯해 혁신당 소속 의원 12명이 모두 서명했다. 김 의원은 결의안 발의에 이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국조를 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결의안은 ▷국제박람회 기구(BIE) 회원국 동향 판단에서 실제 결과와 크게 다른 오판을 한 원인 ▷이를 언론과 재외공관장에게 무분별하게 유포한 경위 ▷과도한 공적개발원조 및 투자 공약 남발 ▷회원국 재외공관 설치 계획 공개한 일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부산 산단 지붕형 태양광 설치… 온실가스 22만 t 감축 기대
市, 8개 기관과 프로젝트 MOU
미음·국제물류산단 내 700개사
2027년까지 380MW 규모 설치
7000억 투입 재생에너지 확보
부산지역 산업단지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친환경 에너지 확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강서구 미음·국제물류산업단지 내 기업 700곳의 지붕을 활용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전액 민간자본 7000억 원으로 마련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구상이다.
시는 11일 오후 시청사에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강에셋자산운용 부산그린산단㈜ 부산정관에너지㈜ 대보정보통신㈜ 유클릭㈜와 함께 ‘부산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음·국제물류산단 내 회사의 지붕 등 유휴공간에 총 380㎿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 인프라를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역 기업이 기후위기 극복과 함께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저탄소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산단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2027년을 목표로 이 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22만 t을 감축하면서 연간 발전량은 500GWh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 프로젝트로 5000명의 고용이 유발되는 효과와 함께 연간 발전 수익도 1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이 프로젝트에서 행정 지원을 맡는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정책 자문과 제도개선을 맡는다. 또 한강에셋자산운용은 자금조달을, 부산그린산단은 사업 운영을 맡는다. 부산정관에너지 대보정보통신 유클릭은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시공 등 사업을 수행한다. 향후 협약기관과 업체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태양광설비의 승계 ▷한전 전력계통 대응 ▷산단(기업) 지원방안 등 협의를 거쳐 지역 산단에 최적화된 지붕 태양광 사업모델을 구현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시는 지역 내 39개 산단 전체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발전 규모를 2800㎿(총사업비 5조4000억 원)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이번 프로젝트로 산단 내 기업의 전기요금 절감도 기대할 수 있고, RE100이나 유럽연합(EU) 탄소국경세 부과 등에도 대응할 수 있어 탄소중립시대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산단 내 지붕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저탄소 그린산단을 조성하고,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시대의 도래가 부산 기업에 위기보단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시가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산단 입주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 제안사인 한강에셋자산운용의 손진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부산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전국 산단 민·관·공 협력사업 가운데 성공사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한 해역서 원전 - 풍력 - 생물다양성까지 신 ‘녹녹갈등’
예고된 재앙에도 ‘해상풍력·전력망 특별법’ 21대 국회서 폐기 … 기후위기 대응 위해선 생물다양성 손실 최소화 필수
4일 전남 영광 납대기는 괭이갈매기 뿔제비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노랑부리백로(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들로 가득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새부터 어른 새까지, 인간의 접근을 경계하듯 요란스럽게 날갯짓을 하며 목청껏 울어댔다.
“전남 영광 칠산도는 갈라파고스와 비슷한 곳입니다. 뿔제비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노랑부리백로(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등이 번식할 수 있는 곳이 흔하지 않아요.”
4일 전라남도 납대기에서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이 괭이갈매기 등의 서식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근 전남 영광 칠산도 역시 비슷했다. 괭이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번식지인 칠산도는 무인도 7개로 이뤄진 섬이다. 국내 최대의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입도를 할 수는 없었지만 새들로 빼곡해 섬이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그야말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였다. 문제는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남해에 해상풍력발전이 대거 들어설 전망이라는 점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의 낙월면 송이리에 속하는 칠산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약 17km 떨어진 7개의 무인도다.
4일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해상풍력발전은 하되 자연과 에너지의 공존을 어떻게 하면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에너지전망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매년 13%씩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전력 공급 3%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할 거라는 분석이다. 또한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실린 논문 ‘해양구조물의 생태학적 역할’에 따르면 해상풍력 구조물은 빠르게 늘어나 최근 전세계 해양에 있는 석유 및 가스 구조물의 수(약 9000개)를 넘어섰다.
전라북도 부안 및 고창군 해역에 있는 풍력발전 실증 단지.
◆서남해에 쏠리는 재생에너지로 전환 = 지난달 31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풍력 설비용량은 2022년 1.9GW에서 2038년 40.7GW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육상풍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적 제약이 적어 대규모 건설이 용이하고 소음공해 등 우려가 덜한 해상풍력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 덩달아 수심이 얕고 섬이 많아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서남해에 관심이 쏠리게 됐고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저어새.
하지만 이 지역의 경우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이기도 하다. 생물은 서식환경이 변화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택하지만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한국환경생물학회지에 실린 ‘바닷새 및 해양어류의 이동 연구동향:위치추적 기법과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바닷새와 해양어류는 서로의 이동과 분포에 직·간접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친다. 바닷새의 공간이용은 이들의 먹이원인 해양어류의 공간이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해상풍력발전 건설 시 사전에 이러한 변화들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성은 물론 생물다양성에 영향이 적은 해역을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납대기.
해상풍력발전 입지선정 지원을 위한 환경공간정보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2010년 이후부터 해상풍력발전단지 입지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동반경이 넓고 집단이 큰 갈매기류를 중심으로 입지 제한 거리에 대한 제안도 이뤄졌다. 해양성 조류의 집단번식지와 이동 형태를 사전에 파악해 조류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입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아가 해외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등 해양 인공 구조물이 수명이 다했을 때 처리 방안에 대한 고민까지 이뤄지고 있다. 폐기를 할지 아니면 자연 암초의 일부 기능을 모방하면서 의도적으로 해저에 건설되거나 배치된 수중 구조물처럼 활용할지 등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다각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칠산도는 괭이갈매기 저어새 등의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유기체 변화 예측 어려워 =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4일 전북 고창군 한 항구에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었다. 선박과 차들이 오고 가는 한복판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 살고 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는 평평한 땅을 약간 움푹 파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마침 해당 지역은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평평하게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공사 지연 등으로 작업을 잠시 쉬는 기간에 검은머리물떼새가 둥지를 튼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이 새들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볼 수는 없다. 다른 곳에 더 좋은 서식지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서식지 간의 안전한 이동 경로를 보장하는 건 필수다.
이 연구위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개발을 하고 해당 서식공간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대체서식지를 함께 만들어 줘야 한다”며 “철새 등에게 더 나은 서식지가 인근에 있다는 정보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려주는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랑부리백로.
게다가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해양생물들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어디로 이동하거나 분산할지 사전에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행동 및 진화 생태학’에 실린 논문 ‘글로벌 어류 이동 과학, 보존 및 정책의 미래에 관한 100가지 긴급 질문’에 따르면, 철새 등과 같은 이동성 종은 온난화 등과 같은 지구 변화에 불균형적으로 더 영향을 받는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변화하는 지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서식지에 의존하는 이동성 종 특성 때문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일대 송전탑.
◆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끌어와야 = 우리가 풍력발전으로 에너지전환을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풍력발전으로 인한 변화가 기휘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최대한 생물다양성 영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을 차치하고라도 해당 지역에 풍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다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앞바다에는 한국해상풍력 실증단지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1년 이명박정부 주도로 시작된 이 실증단지의 사업자인 한국해상풍력이 발전허가를 받은 게 2016년이다.
어린 괭이갈매기.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러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계통 연계다. 해상풍력의 경우 생산한 전력을 육지까지 끌고 와서 계통에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5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해상풍력의 경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도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해상풍력을 한다고 말이 나온 지 약 10년이 넘었는데도 제자리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풍력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 확충특별법 등이 논의 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4일 기후솔루션 등 기후·청년단체는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전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발휘해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어업인 수용성이 확보된 발전 지구에 대해 각종 인허가 등 사업 지원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영광·고창=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건설사들 등돌렸다…가덕도 신공항 건설 '빨간불
'10조 부지건설 공사 유찰, 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비 13조4913억원이 투입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공사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5일 마감된 ‘공항 부지 건설 공사’ 입찰에선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의 78%(10조5300억원)를 차지하는 대규모 공사가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오는 24일까지 입찰 서류를 다시 받는다”며 입찰을 재공고했다. 그러나 조건 변경이 없어 또 다시 유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사 진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건설 업계에선 “공사 기간, 방식, 비용 등 가덕도 신공항 계획 전반에 심각한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말이 나왔다.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난도 높은 공사를 당초 계획(사전 타당성 검토) 대비 절반인 5년 만에 끝내려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 초기부터 제기돼 온 안전, 재해 등 변수를 검토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 사회에서 나온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검토 지시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 폐기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재부상하며 특별법이 발의됐고 그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 계획을 고시했다.
그래픽=이철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공사 시작 전부터 외면받는 건 리스크(위험)는 큰데 정부의 요구 사항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엔 앞당겨진 개항 시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이에 따라 기본 설계(150일)와 실시 설계(150일)를 포함한 설계는 10개월 내에, 공사는 5년 내에 마쳐야 한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획기적 공법을 통해 공사 기간은 줄이라면서도 설계 기간부터 너무 짧다”며 “졸속 설계 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해 리스크 등 공사 지연 요소가 많은데 고려되지 않는다”며 “하자나 사고 등이 발생하면 건설사가 휘청일 정도의 위험을 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업비가 가덕도 신공항의 20분의 1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은 5년이고 인천공항도 1단계 건설에 9년이 걸렸다.
정부가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2개사까지만 공동 도급을 허용한 것도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하는 이유가 됐다. 업계에선 공사가 한창인 시점에 기술 직원 수백 명이 투입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최소 대형 3개사 이상이 컨소시엄을 이뤄야 한다는 게 건설 업계 주장이다. 자재값, 인건비 등 늘어나는 공사비를 감당하고 각종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도 공동 도급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공사 방식 결정 때부터 공사 기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국토부가 2022년 진행한 사전 타당성 검토에선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을 예정이었지만,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해상 매립량을 줄여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는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전 타당성 검토 때 배제된 방안이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이착륙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경제성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2022년 사전 타당성 검토 조사 때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41~0.58을 기록했다. 이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뜻인데 한참 못 미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2016년 조사 때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그런데도 특별법이 통과되며 대규모 국책 사업을 벌일 때 통과해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추진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민간 공항이 15곳 운영되고 있는데 11곳이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해 10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 검토 중이다. 국토부 측은 “준공 목표 시점이 도전적인 건 맞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조선 김아사 기자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yeongnam/2024/01/11/AIA4XZVMLRCZJC3O3Z4RMELBAE/
가덕도신공항, '아시아복합물류 허브'로 키울 것"…부산시 비전 선포식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3/03/15/DSYPFGRGPRFRLGFZGJXKBY7XAE/
가덕도신공항 6년 앞당겨 2029년 개항
“불닭볶음면 급성 중독 위험. 폐기하시오”…덴마크, K매운맛 리콜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맛’ 등 3종
“캡사이신 너무 많아 급성 중독 위험”
네티즌들 토론…“덴마크인은 후추도 맵대”
전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매운맛’을 수출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2023년 국외 매출액만 8천억원이 넘는다. 연합뉴스
덴마크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삼양식품의 인기 제품 ‘불닭볶음면’ 3가지 맛을 리콜하기로 했다. 덴마크 정부가 11일(현지시각) 삼양라면의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Buldak 3x Spicy & Hot Chicken)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맛’(2x Spicy & Hot Chicken and Hot Chicken Stew) ‘불닭볶음탕면’(Hot Chicken Stew)에 대해 리콜을 발표하고, 소비자들에게도 해당 제품을 폐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덴마크 수의학·식품청 누리집 갈무리
덴마크 수의학·식품청 누리집을 보면, 관계 당국은 “단일 봉지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의 함량이 너무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덴마크 수의학·식품청은 “제품을 갖고 있다면 폐기하거나 구매한 매장에 반품해달라”며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어린이에게 해롭다고 알렸다. 비비시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덴마크 당국이 이런 조처를 하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비비시는 해당 공지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덴마크인들로부터 토론 거리가 됐다며 “많은 이들이 덴마크인들이 향신료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토론 사이트인 ‘레딧’의 라면 포럼에 이 내용이 공유된 뒤 “나는 맛없는 빵가루를 입힌 새우에 약간의 후추를 뿌리는 것이 너무 맵다고 생각하는 덴마크 친구가 있었다. 그들이 이 라면을 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는 댓글이 올라와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비비시는 삼양식품의 해당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 이런 내용의 ‘안전 경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삼양식품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의 비중은 올해 1분기 75%로 지난해 1분기(64%)보다 11%포인트나 뛰었다. 삼양식품은 이날 입장을 내어 “해당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 리콜 조치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매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덴마크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리콜 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해당 제품들은 전세계에 수출 중이나, 이런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관련 규정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이번 리콜 조치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핵발전소·핵폐기장 용산에 짓는 건 어때요?
5대 종단 종교인들로 꾸려진 2024생명평화순례단이 12일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에서 부산시청 광장으로 행진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가덕도신공항과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반대하며 부산에서 사흘째 도보순례에 나섰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으로 꾸려진 종교환경회의의 '2024생명평화순례단'은 지난 10일부터 부산 곳곳을 돌고 있다. 모두 환경 관련 논란이 있는 현장이다.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낙동강하구, 원전 밀집 지역을 거쳐 광장으로 이어졌다. 신공항 예정지를 찾아선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고, 노후 원전 앞에선 윤석열 정부의 핵진흥 정책을 비판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생명, 안전, 평화가 우선"이라며 개발 위주 정책의 변화를 호소했다.
순례의 끝인 12일 일정은 도심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부산진구 서면에서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까지 3㎞가량을 걸어온 천도교한울연대 정미라 대표는 "개발 중심주의의 헛된 희망들로 위급한 상황을 인식 못하고, 되레 악화시키고 있는 정부와 부산시의 행보가 너무도 우려스럽다"라고 꼬집었다.
40여 명의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한 20여 명의 지역의 환경단체 활동가 또한 2박 3일간 순례의 주인공이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하계진 집행위원, 탈핵부산시민연대의 임미화 공동집행위원장은 "광란의 질주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며 적극적인 연대를 당부했다.
종교인들은 올가을에도 다시 부산을 찾는다. 순례단의 대표를 맡은 양기석 신부(수원교구)는 <오마이뉴스>에 "공항과 원전 수명연장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면 부산에서 종교인들이 토론하는 대화마당 행사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GDP의 2%가 도로에서 사라졌다···교통사고 사회적 비용 44조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수빈 기자
교통사고로 발생한 비용이 연간 약 4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자체 중 인구당 도로교통사고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 가장 낮은 곳은 세종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도로교통사고비용’을 발표했다.
2022년 도로교통사고는 124만3627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2735명, 부상자는 193만7785명이었다.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비용은 약 43조7669억원이었다. 소득손실·의료비·물적피해 등 물리적 손실비용이 약 24조5003억원, 정신적 고통비용이 19조2666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2년 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미국 1.6%(2019년), 호주 1.6%(2020년), 독일 0.7%(2021년), 영국 1.2%(2022년) 등 주요국의 GDP 대비 도로교통사고비용 비율보다 높았다.
다만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2021년 205만7919명에서 2022년 194만520명으로 5.7% 감소하면서 사고비용도 44조971억원에서 0.7% 줄었다. 차량 총주행거리가 3564억㎞에서 3356억㎞로 약 6%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로 보면 2022년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33만67건)였고 이어 서울(21만4057건), 부산(6만9226건) 순으로 많았다. 사고비용도 경기가 약 8조9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서울(5조3000억원), 경남(2조3000억원), 경북(2조1000억원) 순이었다.
인구당 도로교통사고비용은 충남이 85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제주(83만1000원), 충북(81만1000원)도 80만원대였다. 가장 낮은 곳은 세종으로 47만5000원이었고 서울은 56만6000원, 경기는 65만4000원이었다./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