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깎았더니, 지방재정 2조6천억 이상 급감…지역이 운다
한병도 의원실 자료…작년 감면 영향, 부동산교부세 줄어
비수도권엔 필수 재원 해당…“세수 감소 대책도 마련해야”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대폭 감면 결과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2조6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세수는 전액이 지방재정인 부동산교부세 재원으로 쓰인다. 종부세를 폐지하면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지방재정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16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교부세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액은 2022년 대비 2조6068억원 줄어든 4조9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부동산교부세 감액 규모가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초지자체는 부산 중구(감액 비율 -4.8%, 감액 규모 -115억원), 경북 울릉군(-3.8%, -98억원), 인천 동구(-3.7%, -13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교부세 감액 절대 규모가 큰 지자체는 부산 영도구(-154억원), 대전 동구(-149억원), 경기 고양시(-146억원), 전북 김제시(-145억원), 인천 미추홀구(-143억원) 순이었다.
부동산교부세액이 줄어든 이유는 정부가 종부세를 대폭 깎아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종부세 최고세율이 6%에서 5%로 내려갔고,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감세정책으로 2022년 6조7000억원이던 종부세 결정세액은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37.6% 줄었다.
조세형평성 강화, 자산불평등 완화와 함께 지역균형발전 도모는 종부세를 과세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경향신문이 정성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시도별 종부세 세수 실적 및 부동산교부세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동산교부세액 4조9601억원 중 24.8%(1조2294억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75.2%(3조7307억원)는 비수도권에 배분됐다. 서울시에서만 지난해 전체 종부세수의 49.5%인 2조3000억원가량이 걷혔는데, 서울시가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은 4750억원이다. 종부세가 폐지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폐합되면 서울은 2조원 가까이 세수가 늘고 지방은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도가 납부한 종부세액보다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이 많았다. 전남에서는 종부세 979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으로 5078억원을 받았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종부세로 1257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은 5280억원을 받았다.
부동산교부세액이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도 있다. 강원 화천·양구·인제군, 전북 진안·무주·장수군, 전남 구례군, 경북 청송·영양·울릉군 등이다. 울릉군은 부동산교부세액(180억원)이 지방세 수입(90억원)의 두 배였다.
한 의원은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재정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종부세 폐지 논의에 부동산교부세 감소에 따른 지방재정 대응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정부·여당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세가가 계속 급등하고 있다고요?
숫자는 자주 우리 눈을 가린다. 잘못된 통계의 생산과 해석은 정책을 바꾸고 나아가 우리 삶을 바꾼다. 통계를 볼 때는 수많은 변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2024년 1월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욕을 하면 더 들기가 쉬워진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한번 해보기를 권합니다. 진짜 가볍게 느껴집니다). 영국 킬 대학(University of Keele)의 실험을 바탕으로 했는데, 실험에 참여한 52명은 욕설을 하면서 무거운 것을 들고, 29명은 욕설을 하지 않고 무거운 것을 들어서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표본이 너무 적고 또 연구진은 두 실험집단을 바꿔서 실험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과학적이었다면 우리는 TV 중계를 볼 때마다 욕설을 하면서 공을 던지는 프로야구 투수들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엉터리 통계에 포위돼 있습니다. 통계 제작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통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또 누군가는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합니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 결혼은 해마다 늘어납니다. 그런데 통계청 통계를 보니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결혼도 급증세입니다. 10년 만에 283건에서 79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한국 여성이 베트남 남성에게 ‘급호감’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은 95%(752건)가 재혼입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출신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재혼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한 해 30만6000쌍이 결혼하는데 같은 해 14만5000쌍이 이혼한다는 자료가 통계청에서 나왔습니다. 기자들은 결혼 부부 47.4%가 이혼한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결혼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 ‘한국 이혼율 세계 최고 수준’ 같은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해 이혼한 부부 수를 같은 해 결혼한 부부의 수로 나누면서 생긴 착각입니다. 사실은 그해 이혼한 부부 수를 국내 총 혼인 부부 수로 나눠야 합니다. 당시 총 혼인 부부가 1101만 쌍이고 그해 이혼한 부부는 14만5000쌍이었습니다. 그러니 1.3% 정도입니다. 보통은 우리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을 씁니다. 2023년 기준 조이혼율은 1.8%입니다.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엉터리 기사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줬을까요.
눈치 채셨겠지만 통계 왜곡의 주인공은 단연 기자들입니다. 몇 해 전 일부 독감백신이 보관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날이 추워지는데 어르신들 사이에서 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83세 노인, 백신접종 후 또 사망’ 같은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불안감은 더 커졌고 접종을 포기하는 어르신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얼마 안 돼 사망한 110명 중 독감접종과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0’건이었습니다. 같은 해 국내에서 사망한 65세 이상 어르신은 총 23만여 명입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독감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그럼 ‘지난해 노인 10만2000여 명, 독감백신 맞고 사망’이라는 표현은 맞을까요.
상관관계만 있을 뿐 인과관계가 없는 엉터리 통계 해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자 거의 매일 포털에 등장했습니다. ‘술 담배 안 하는 아빠, 모더나 백신 맞더니 위암 재발.’ 이 기사가 맞다면 ‘프로야구 관람 후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프로축구 관람 후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보다 3배나 높아!’ 기사는 어떠세요? 국내 프로야구 관중은 한 해 800만명, 프로축구 관중은 한 해 300만명입니다.
숫자는 이렇게 우리 눈을 가립니다. 문제는 잘못된 통계의 생산과 해석이 정책을 바꾸고 나아가 우리 삶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조간신문을 보니 ‘또 전세대란, 전셋값 52주째 상승’이라는 기사가 이어집니다. 전세 가격은 진짜 1년째 급등하고 있을까. 실제 지난해 5월과 비교해서 1년간 서울의 전세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는 5.19%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이전 1년 동안 전세 가격은 19.0% 하락했습니다. 그러니 ‘단기간에 많이 내린 전세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는 정도의 표현이 맞습니다. 그럼 실제 전세가는 장기적으로 얼마나 올랐을까요. 우리는 이 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시사IN 이명익
통계에 투영된 인간의 마음
정부(한국부동산원)가 발표하는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100’으로 봤을 때 지난 3월은 ‘88.8’입니다. 그러니 지금 전세가는 2021년보다 낮습니다. 정부 통계가 맞다면 2015년과 2019년에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8’ 수준이었습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은 1년 동안 꾸준히 올랐지만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급등하는 전세 가격, 아파트 분양시장까지 들썩’이라는 기사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이렇게 언론이 ‘서울 송파구의 전세 가격이 지난달 3000만원 또 올랐어요’라고 보도하면, 오늘 전세를 내놓은 송파구에 사는 집주인은 자연스럽게 전세 가격을 조금 더 올려서 내놓을 거라는 점입니다. 전세는 이렇게 의도치 않은 일시적 담합이 가능한 시장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2021년 6월=100’으로 봤을 때 2009년 의 전세가격지수는 ‘59’ 수준, 10년 뒤인 2019년의 전세가격지수는 ‘88’ 수준입니다. 10년간 전셋가는 약 1.5배 올랐습니다. 그런데 2009년의 전세대출 가중평균 이자율(한국은행)은 4.5%입니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5억9000만원인 아파트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연 2655만원입니다. 10년 후 전세 가격은 8억8000만원으로 올랐지만 2019년 전세대출 가중평균 이자율은 2.9%입니다. 연 이자부담은 2552만원으로 오히려 100만원 이상 줄었습니다. 전세가는 높아졌지만 이 기간 세입자가 부담하는 돈의 무게는 감소했습니다. 사실은 당시 낮은 이자율이 전세가를 밀어 올린 것입니다. 통계는 이렇게 수많은 변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 1분기에 1.3%나 깜짝 성장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더 높게 수정했습니다. 노동자의 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4.9%, 지난해에는 2.5%가 또 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갑은 왜 이렇게 가벼울까요.
2022년에는 물가가 5.1%, 지난해에는 3.6% 올랐습니다. 그러니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며칠 전 나온 지난 1분기 명목임금은 –1.1%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3%나 오른 소비자물가를 반영했더니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3.9%나 떨어졌습니다(통계청 가계동향조사). 2006년 정부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뒤 가장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생선을 사려다 다시 내려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통계를 정확하게 알려면 숫자를 뒤집어보고 뜯어보고 다시 조립해봐야 합니다.
통계를 조립하는 숫자에는 인간의 마음이 들어갑니다. 우리는 코끼리의 평균수명이나 라면의 끓는점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정작 이번 주말 동물원에 몇 명이 찾아올 것인가는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동전을 여덟 번 던졌는데 일곱 번 앞면이 나오면 우리는 또 앞면이 나올 것이라고 믿기 쉽습니다(증권사는 이걸로 먹고삽니다). 하지만 동전은 앞에 던진 결과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은 늘 시장의 예측을 바꿔놓습니다.
설령 과학적으로 조립된 통계도 우리는 마음대로 해석해버립니다. 크다는 것은 무엇이고 중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태양의 지름은 지구의 109배입니다. 태양이 더 클까요,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더 클까요.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측정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있다고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8명이 죽은 사건은 한 명이 죽은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일까요. 그 한 명이 나의 가족이면 8000명이 죽은 사건보다 더 큰일이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컴퓨터와 다르게 숫자를 인식합니다. 통계는 숫자로 조합됩니다. 모든 합리적 결정은 과학적인 통계의 조합이지만 우리는 사실 그렇게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시사인 김원장 (경제평론가·전 KBS 기자)
종부세 깎았더니, 지방재정 2조6천억 이상 급감…지역이 운다
한병도 의원실 자료…작년 감면 영향, 부동산교부세 줄어
비수도권엔 필수 재원 해당…“세수 감소 대책도 마련해야”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대폭 감면 결과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2조6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세수는 전액이 지방재정인 부동산교부세 재원으로 쓰인다. 종부세를 폐지하면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지방재정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16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교부세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액은 2022년 대비 2조6068억원 줄어든 4조9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부동산교부세 감액 규모가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초지자체는 부산 중구(감액 비율 -4.8%, 감액 규모 -115억원), 경북 울릉군(-3.8%, -98억원), 인천 동구(-3.7%, -13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교부세 감액 절대 규모가 큰 지자체는 부산 영도구(-154억원), 대전 동구(-149억원), 경기 고양시(-146억원), 전북 김제시(-145억원), 인천 미추홀구(-143억원) 순이었다.
부동산교부세액이 줄어든 이유는 정부가 종부세를 대폭 깎아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종부세 최고세율이 6%에서 5%로 내려갔고,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감세정책으로 2022년 6조7000억원이던 종부세 결정세액은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37.6% 줄었다.
조세형평성 강화, 자산불평등 완화와 함께 지역균형발전 도모는 종부세를 과세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경향신문이 정성호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시도별 종부세 세수 실적 및 부동산교부세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동산교부세액 4조9601억원 중 24.8%(1조2294억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75.2%(3조7307억원)는 비수도권에 배분됐다. 서울시에서만 지난해 전체 종부세수의 49.5%인 2조3000억원가량이 걷혔는데, 서울시가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은 4750억원이다. 종부세가 폐지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폐합되면 서울은 2조원 가까이 세수가 늘고 지방은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도가 납부한 종부세액보다 받은 부동산교부세액이 많았다. 전남에서는 종부세 979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으로 5078억원을 받았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종부세로 1257억원을 거두고 부동산교부세액은 5280억원을 받았다.
부동산교부세액이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도 있다. 강원 화천·양구·인제군, 전북 진안·무주·장수군, 전남 구례군, 경북 청송·영양·울릉군 등이다. 울릉군은 부동산교부세액(180억원)이 지방세 수입(90억원)의 두 배였다.
한 의원은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재정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종부세 폐지 논의에 부동산교부세 감소에 따른 지방재정 대응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정부·여당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경향 김윤나영 기자
결혼 어려운 이유 알아봤더니…'적령기' 남성, 여성보다 20% 더 많아
보사연 조사, 남녀 성비 불균형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이 더 심각
한국의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20%가량 많아 결혼도 어렵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남녀 성비 불균형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이 더 심각했으며, 특히 경상도 지역은 성비가 가장 불균형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17일 발표한 '출생성비 불균형에 따른 혼인 특성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남녀 출생성비가 1970년부터 30년 이상 자연성비를 넘어서는 불균형이 지속해 이때 태어난 남성이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어서도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사연은 2020년 시점에서 1970~2020년 사이 출생자 집단의 미혼 인구, 미혼율, 성비를 산출해 분석한 결과, 1985년생 집단(35세) 남성의 절반 수준인 46.5%가 미혼이라고 밝혔다. 이 연령대 여성 미혼율은 29.1%로 남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같은 남녀 불균형은 이전 연령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1970년생의 경우 남성 16.4%가 미혼이었다. 이 연령대 여성 미혼율은 7.2%였다. 남성 미혼율이 여성의 두 배가 넘었다.
1975년생 남녀 미혼율은 각각 23.6%, 11.6%였으며 1980년생은 30.4%, 17.3%였다.
대체로 최근 집단으로 올수록, 즉 출생 연도가 최근일수록 남녀 미혼율 불균형 차는 줄어들었다. 1990년생 남녀 미혼율은 각 79.7%, 61.3%였고 1995년생은 98.5%, 93.3%였다.
▲1970~2000년생 남녀 미혼율. 1985년생(오렌지색 하이라이트)의 경우 남성 미혼율은 46.5%였으며 여성 미혼율은 29.1%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사연은 남녀 간 실제 결혼이 동일 연령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혼인 남녀 연령 차를 3세로 설정해 현재의 미혼 인구가 일대일로 모두 만난다고 가정하고, 이들의 매칭 이후 남는 인구 상태를 추계해 지표로 산출했다.그 결과 1985년부터 1990년은 남성보다 여성 미혼자 수가 많았으나 1990년 이후부터는 남성이 많았으며 홀로 남는 남성의 증가 속도도 매우 빨랐다. 즉, 현재의 대체적인 결혼 연령 차를 고려해 미혼 남녀가 전부 1대 1로 혼인한다고 가정해도 혼인하지 못하는 남성 미혼 인구가 매우 많이 남는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사연은 미혼 인구의 성비와 연령별 결혼구조를 고려해 산출한 지표인 S지표를 이용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남성 인구의 10% 이상이 결혼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91년에는 S 지표가 거의 0에 가까웠으나 2005년에는 -0.13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미혼 인구가 여성 미혼 인구보다 13%가량 많아 그만큼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불리하다는 의미다.
▲2021년 기준 수도권(상단 그래프)과 비수도권(최하단 푸른색 그래프) S지표 차이. 이 지표가 떨어질수록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 지표는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2021년 기준으로 S지표를 산출한 결과, 전국적으로는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많았다. 즉 전국 평균 S지표는 -0.196이었다.
서울시의 S지표는 -0.025로 성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서울은 S지표가 -0.0대 이하, 즉 미혼남녀 성비 격차가 10% 미만인 유일한 지역이었다.
반면 경상북도는 S지표가 -0.349에 달했고 경상남도는 -0.332였다. 경북의 경우 미혼 남성 인구가 미혼 여성보다 35%가량이나 많은 심각한 남녀 성비 불균형이 나타난 셈이다.
경상도 다음으로 남녀 성비가 불균형한 지역은 충청북도였다. S지표가 -0.317이었다. 전라북도는 -0.295, 전라남도는 -0.269, 충청남도는 -0.260, 강원도는 -0.253이었다.
보사연은 1970년 즈음부터 이어진 남녀 출생 성비 불균형이 이때 태어난 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이르러서도 유지돼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남아선호사상이 가족계획사업, 초음파 검사 등으로 인한 자녀 성 선택 등에 영향을 미쳐 이 같은 불균형이 초래했다고 보사연은 밝혔다.
조성호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출생성비 불균형 상황에서 태어난 이들이 재생산 연령에 이르면 결혼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 따라 이 연구를 수행했다"며 "수도권은 전국 평균보다 결혼성비 불균형이 작고, 비수도권은 크다"고 밝혔다./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등골 서늘한 부동산 거품 붕괴 경보음이 들린다
부동산업 대출 4년새 65% 늘고 비중 배가
비정상적 대출 증가 무분별한 개발 부추겨
"일본과는 다르다"만 되뇌는 무책임한 정부
일시적 금융규제 완화 되레 위기 키울 수도
경제 통계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에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보이고 경보음이 들린다. 이런 신호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는 찾기 어렵고 마치 주택 구입을 권하는 듯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만 넘치고 있다. 전세 가격이 오르니 곧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리라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전문가들이 나와 공급 부족론과 부동산 불패론을 주장한다.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책임·무감각하기만 하다.
주택값 상승과 부동산 불패 조장하는 보도만 난무
최근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연이어 나왔다. 최근 나온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대출은 지난 4년 간 56.4%가 늘었다. 그 중에서 부동산업 대출이 2023년 말 459.8조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약 65%가 증가했고,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말 13.2%에서 2023년 말에는 24.3%로 증가하면서 한국의 기업대출이 부동산업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업과 별개로 건설업 대출 역시 액수는 작지만 지난 4년 간 약 72.8%가 증가하여 2023년 말 103.3조 원에 달하고 있다.
금융권 부동산업 대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과다한 가계대출의 위험에 대해 주목하는 동안 어느 사이 기업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그 중에서 부동산과 건설에 관련한 대출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조 원이 늘어났다. 이어서 보고서는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이자보상비율과 부채비율을 비교했다.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은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말하는데, 부동산업의 경우 44.2%, 건설업은 46.6%가 상환능력 취약기업으로 조사되었다.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의 비중도 부동산업은 63.0%, 건설업은 49.7%에 달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부채 상환능력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악화되었다고 평가했다.
신용배분 효율성 떨어뜨릴 부동산업 대출 급증
최근 발간된 한국은행의 기업부채 관련 보고서 역시 부동산업 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별 비교를 통해 최근 한국의 부동산업 대출의 급증이 이상 현상임을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업 중에서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대출은 2017년에 비해 두 배 수준인 339.5조 원이며,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대출은 같은 기간 3배 수준이 되어 179.7조 원에 달한다. 특히 비은행 금융회사의 부동산 개발업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비은행 금융회사에 집중된 원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서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 전반적인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와 신용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업에 대한 비정상적인 대출 증가로 인해 커졌다.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은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졌다. 이자율의 상승으로 이들 기업들은 부실화되었고, 일부 부동산 PF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업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관리 부실로 대출이 급증했으니 정책 당국의 책임이 매우 크다.
국가별 GDP대비 부동산업 대출 현황. 자료 : 한국은행
"일본과 다르다"지만 눈앞에 닥쳐온 일본식 거품 붕괴
일본은 부동산업 관련 기업부채가 거품을 크게 조장했고, 그 결과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침체를 맞았다. 그동안 한국은 부동산업 관련 기업부채는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식 거품 붕괴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가계부채만 잘 관리하면 된다며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업과 관련한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부동산업과 관련한 통계는 등골을 서늘하게 할 만큼 긴박한 경보음을 보내고 있다.
거품 붕괴가 다가왔다는 경보음이 여기저기서 울리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금융위나 금감원은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대책회의를 연달아 열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책당국은 점진적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충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정부가 대응 능력이 있을 때 부실 PF사업장을 정리하고 부실 건설사와 금융회사를 사전에 정리하면 대형 참사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가별 부동산 대출 증가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 금융위 결정에 어른거리는 관료주의
지난달 말 금융위는 정반대의 조치를 발표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관련 한시적 금융 규제완화 1차 방안’이 그것이다. PF대출이나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등의 6개 방안을 내놨다. 나아가 6월말까지 4개 방안을 추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실 PF 사업장이나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조치를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 준다는 정책인데,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건전성 통계를 신뢰할 수 없는 깜깜이 구간으로 진입하게 됐다.
불확실성은 경제 위기를 증폭시킨다. PF사업장, 건설회사, 금융회사의 옥석을 구분할 수 없다면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를 드러내 놓고 풀 수 없는 정책 당국의 고민도 있겠지만, 왠지 작은 문제를 감추려고 급급하다 큰 경제위기를 초래한 관료주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과거 위기 시 목격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대로 한국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걸까 ?
시민언론 민들레
18억 넘는 강북 대표 아파트의 1주택 종부세는 얼마일까
실거래가 28억 넘어야 종부세 납세 대상
1주택 실거주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고도 하고, 종부세가 성역이 아니니 폐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도 한다. 서민 정당 꼬리표도 떼버리자고 한다. 모두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꺼낸 이야기들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곧바로 받아서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하고 상속세는 "최고세율 30%까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신중하다. 여당의 세제특위는 세수 감소를 걱정했고, 기재부 역시 1주택자 종부세를 없애주는 것보다 세수에 영향이 적은 다주택자 중과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세수 펑크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 7월에 정부가 2025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제 세법 개정의 주도권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 있다. 그리고 그 야당이 어느 때보다 부자감세에 관심이 크다. 여야가 다투는 척 하다가 주고받기를 통해 종부세, 상속세, 대주주 할증과세를 모두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부세 폐지 꺼낸 고민정에 "떠나라"…의견제시도 막는 민주당 [사설](24.05.26 매일경제)
[사설] 종부세·상속세, 국제 기준과 경제 살리기에 초점 맞춰 개편하라(24.05.31 서울경제)
[사설] 종부세 폐지·상속세 완화, 국회에서 제대로 붙어보라(24.06.02 한국경제)
종부세 폐지론 나오자...강남 '똘똘한 한 채' 역대 최고가(24.06.09 중앙일보)
[기획] 종부세 완화 혹은 폐지 시 '세수 펑크' 우려(24.06.12 매일일보)
[사설] '폐지'까지 거론하는 종부세, 누더기 만들어선 안돼(24.06.03 한겨레)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에 경제신문들은 열렬하게 호응했다. <한국경제>는 "국회에서 제대로 붙어보라"며 고민정 의원을 응원하는 듯한 사설을 실었다. <매일경제>도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잘못된 사안들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막지만 말고 숙고해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 재정수지 적자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간데없다. <중앙일보>는 종부세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일보>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폐지가 "중장기적인 국고 부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부자감세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인 사설을 내보냈다.
종부세 폐지론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팩트와 의견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을 또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종부세를 낼 정도의 자산을 소유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그만큼 민감하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래서 실제 산식을 가지고 종부세 계산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공시가격-기본공제액) × 공정시장가액비율 = 종부세 과세표준
당연히 주택가격이 필요하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의 주택가격은 실거래가가 아니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 공시가격은 윤석열 정부가 이미 시행한 감세 4종세트 중 1번이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고,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이 69%라고 주장하지만, <연합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64.4%밖에 안 된다.
감세 4종세트의 두 번째는 기본공제액 상향이다. 2022년 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하에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상향 조정했다. 그래서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공제액은 12억 원이 되었다. 그런데 부부 등 가족 2인의 공동명의인 경우 1인당 9억씩, 18억 원까지도 공제가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종부세 공동명의'라고 쳐보면 정보가 한가득 나온다.
어쨌든 공시가격 12억 원 미만(2인 공동명의인 경우 공시가격 18억 미만)인 주택은 종부세 계산식에서 이미 탈락이다. 공시가격이 12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공시가격-기본공제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100%를 목표로 올리고 있었던 것을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로 낮춰버렸다. 감세 4종세트 중 3번째에 해당한다. 0.6을 곱하니 금액은 팍팍 줄어든다.
(종부세 과세표준 × 세율) - 재산세 중복분 = 종부세 산출세액
이렇게 구한 '종부세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종부세 산출세액이 된다. 감세 4종세트 중 4번째가 세율이다. 지난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세법을 개정해서 세율도 낮췄다.
세율을 곱하고 나서는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한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둘 다 부과하게 되는 구간의 세금을 빼주는 것이기 때문에, 종부세가 '이중과세'라는 일부 언론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종부세 산출세액 – 고령자 공제 – 장기보유특별공제 = 종부세 납부세액
종부세 납부세액 + 농특세(종부세 납부세액의 20%) = 종부세 합산금액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1주택자의 경우 고령자 공제(20~40%)와 장기보유특별공제(20~50%)가 세액공제로 들어간다. 고령자들은 보통 주택을 장기보유한 사람들이므로 두 공제를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서 많이 걱정하는 '고가의 집 한 채만 있고 소득이 없는 고령자'는 최대 8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7월에 정부가 2025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제 세법 개정의 주도권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 있다. 그리고 그 야당이 어느 때보다 부자감세에 관심이 크다. 여야가 다투는 척 하다가 주고받기를 통해 종부세, 상속세, 대주주 할증과세를 모두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종부세는 이처럼 각종 공제 및 감면 장치가 많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4종세트 덕분에 2024년 현재 웬만한 집은 종부세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광진 래미안파크스위트를 한번 보자. 107동 111㎡의 경우 지난 4월 14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기록이 있지만, 공시가격은 최고 9억500만 원이다. 이 집을 소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를 계산해 볼까? 계산할 것도 없다. 공시가격이 12억 미만이니 종부세는 0원이다.
강북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알려진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로 가보자. 전용 84㎡ 실거래가가 지난 3월 기준으로 18억4500만 원이다. 광진 래미안파크스위트보다 비싸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11억6400만 원이므로 1주택자 종부세는 역시 0원이다.
그럼 어떤 집이어야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낼까? 역산을 해보자. 정부의 발표를 인정해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69%라고 치더라도 다음과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2,898,550,000
즉 아파트 기준으로 실거래가가 28억 원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종부세를 내게 된다. 아무리 봐도 전 국민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지난 5월 33억 원에 거래된 반포동 반포자이 116㎡. 1주택자 기준으로 이 정도는 되어야 종부세를 낸다. 이 평형의 공시가격은 24억300만 원이다. 부부 공동명의가 아니라고 가정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억2180만 원. 세율 표에 따라 "360만 원 + 6억 초과분의 1%"를 구하면 종부세 산출세액은 481만8000원이다. 여기서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한 종부세 산출세액은 351만8760원이다(12억3000만 원×60%×45%×표준세율 0.4%=129만9240원을 뺀다).
5년 보유한 주택이라고 치면 산출세액의 20%가 공제되므로 70만3752원을 또 빼야 한다. 이렇게 구한 종부세 납부세액은 281만5008원. 농특세 20%를 합친 종부세 합산금액은 337만8010원이다(세부담 상한은 고려하지 않음). 그런데 이 주택의 실거래가는 2017년 10월에 18억5000만원이었던 것이 2022년 38억원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33억원으로 조정된 상태다. 7년간 시세차익만 14억 원이 넘는다.
종부세가 이미 "누더기"라는 고민정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서 주택을 100채 가진 '빌라왕'도 종부세를 내지 않게 만들었고, 윤석열 정부는 감세 4종세트를 통해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을 1년 만에 3분의 1토막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주택분 종부세는 납부 인원이 40만8000명(전년 대비 66% 감소), 결정세액이 9000억 원(71% 감소)이었다. 정부는 종부세가 납부 인원과 세액 양 측면에서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2023년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한 40만8000명은 전체 인구의 0.8%에 해당하며, 가구 수로 따져도 전체 가구의 1.8%밖에 안 된다. 이런 세금을 더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일까?
▲기재부가 2023년 11월 29일자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수록된 그래프. "종합부동산세 과세인원과 세액 모두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하였고, 특히 금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액은 '20년 수준(1.5조원)으로 환원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제시되었다. ⓒ기획재정부
이번에는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이야기를 해보자.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에 종부세에 손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부세 납세자들의 저항을 부담스러워했다. 김수현 전 수석은 종부세가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누진 구조로 징수하는 세금이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고, 부동산 시장은 이런 기류를 놓치지 않고 반응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임대개시일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 원 미만의 주택을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라는 혜택이 주어졌다.
신호를 감지한 투자자들은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주머니 속에 대책이 많이 들어 있다"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다 집값이 폭등한 후에 '핀셋 규제'와 증세를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이, 법인이 보유한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낮은 세금 부과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종부세제를 개선하고 보유세 전반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세제개혁의 좋은 기회는 날아갔다.
그렇다면 어느 지식인의 주장처럼 종부세가 정권 교체를 '촉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주택가격 폭등이 원인이고 종부세 인상은 그 결과였다. 개개인이 자기가 사는 집의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닌데 갑자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그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가주택 소유자들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청년과 무주택자들이었다. 무능이든 다른 어떤 이유든 간에 문재인 정부가 불평등을 끝없이 확대하고 희망을 빼앗았기 때문에 지지층이 떠나갔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금은 원래 내기 싫은 법이다. 지금 종부세가 싫다는 계층과 세력은 보유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문제점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서 종부세를 누가 얼마나 많이 냈는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중 누가 억울한가라는 논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큰 틀에서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2022년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24를 기록했지만 순자산 지니계수는 0.606에 달했다. 또 2023년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으로 10분위에 속하는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43.5%를 보유하고 있다. 1분위 가구는 평균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되어 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이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수록된 순자산 10분위별 점유율 표. ⓒ한국은행
정상적인 사회라면 시장소득의 축적이 자산이 되고, 자산소득의 격차를 시장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런 메커니즘이 멈췄다. 자산에 공평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도 합의하지 못한다. 종부세 납세자와 잠재적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노동으로 얻은 소득을 더 우대하는가, 아니면 투자나 투기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의 이익을 더 우대하는가? 세제를 보면 후자인 것 같다. 땀과 노동의 가치가 위에 있는가, 아니면 토지와 콘크리트가 위에 있는가? 토지와 콘크리트가 확실히 위에 있다. 그래서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제조업이 무너지고 지방이 소멸하는데도 정치인들이 재건축과 부동산 감세를 위해 열심히 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프레시안
혼자 벌어선 힘들어…맞벌이 ‘역대 최다’
유배우 가구 중 절반 육박
1인 가구 임금 격차 더 커져
혼자 벌어선 힘들어…맞벌이 ‘역대 최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취업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임금 격차가 커지고 10명 중 1명은 월급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혼인 감소세의 영향으로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가구 수는 처음으로 감소했고, 맞벌이 가구 비중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1인 가구는 총 738만8000가구로 전년 대비 16만4000가구(2.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취업가구는 467만5000가구로, 1인 가구 중 취업 가구 비중은 63.3%였다.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하면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을 보면 유배우 가구는 1268만7000가구로 전년 대비 4000가구 감소했다. 유배우 가구가 감소한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맞벌이 가구는 611만5000가구로 전년 대비 26만8000가구 증가했다. 60세 이상 맞벌이 가구는 12만1000가구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48.2%)도 전년 대비 2.1%포인트 높아져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유배우자 가구, 역대 최초로 감소…'자녀 어려도 맞벌이' 증가
작년 하반기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전년 대비 4000가구 줄어든 1268만7000가구였다. 유배우 가구가 줄어든 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 중 맞벌이 가구는 611만5000가구로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은 48.2%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맞벌이 가구는 50대 191만9000가구, 40대 162만9000가구, 60세 이상 158만7000가구 순으로 많았다. 30대는 90만3000가구, 15~29세는 7만7000가구였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30대 58.9%, 50대 58.0%, 40대 57.9% 순으로 컸다. 맞벌이 가구 611만5000가구 중 동거 가구는 530만2000가구였고 비동거 맞벌이 가구는 81만2000가구였다.
동거 맞벌이 가구는 전년 대비 17만8000가구 증가했으나 맞벌이 가구 중 동거 맞벌이 가구 비중은 86.7%로 1.5%포인트 하락했다. 비동거 맞벌이 가구는 전년 대비 9만1000가구 증가했다. 비중은 13.3%로 1.0%포인트 증가했다.
동거 맞벌이 가구 530만2000가구 중 가구주와 배우자가 동일 직업에 종사하는 가구는 198만5000가구였으며 그 비중은 37.4%였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409만5000가구였다. 이 중 맞벌이 가구는 232만6000가구였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56.8%였다. 이는 역대 최대다.
유배우 가구 중 막내 자녀 나이가 7~12세인 맞벌이 가구는 87만6000가구, 6세 이하는 81만8000가구, 13~17세는 63만2000가구였다. 막내 자녀 나이가 13~17세인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은 62.6%였다. 7~12세는 58.6%, 6세 이하는 51.5%였다. 이 지표에서 6세 이하 맞벌이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녀가 어림에도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409만5000가구였다. 이 중 맞벌이 가구는 232만6000가구였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56.8%였다. 이는 역대 최대다. ⓒ통계청
1인 가구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 가구 수(738만8000가구)는 전년 대비 16만4000가구 증가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청년층의 가구독립도 활발해진 영향이다. 이 중 취업 가구는 467만5000가구로 12만가구 늘었다. 1인 가구 중 취업가구 비중도 63.3%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1인 가구 내 임금 격차는 커졌다. 1인 취업가구 중 월임금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 비율(11.1%)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월임금 400만원 이상 가구(20%)와 300만~400만원 가구(24.8%)도 같은 기간 각각 2.5%포인트, 1.1%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맞벌이 가구는 경기도 157만4000가구, 서울 92만1000가구, 경상남도 44만1000가구 순으로 많았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제주(60.5%), 전라남도(57.9%), 전라북도(57.1%), 세종(54.8%) 순으로 컸다
OECD 국가 평균의 1.6배…의식주 물가 더 비싼 한국
통화정책으로 대응 불가" 한은 "고물가 배경에 구조적 문제 있어" 지적
사과 2.8배·의류 2배·주거 1.2배
한은, 대책으로 ‘수입 확대’ 제시
한국인들의 의식주 비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보다 1.6배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과는 약 3배, 의류는 2배 더 비쌌다. 한국은행은 농산물처럼 구조적 원인으로 가격이 오르는 품목은 수입과 유통구조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한국의 높은 물가 수준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세부적으로 한국의 물가 수준을 나눠 보면 의식주 물가는 주요국 평균의 1.6배에 달하지만 공공요금은 주요국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18일 한은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자료에서 한은은 한국의 현 물가 수준을 우선 평가한 후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논했다.
한은은 우선 한국의 전체 물가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195개국 민간소비지출 자료(2021년 기준)를 바탕으로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다만 품목별로 개별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반대로 현저히 낮은 품목이 많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더 구체적으로 품목별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할 때 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18일 한은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서 OECD 평균(100) 대비 한국의 의류·신발은 150이 훌쩍 넘었고 식료품도 150이 넘었다고 밝혔다. 즉 OECD 평균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한국은
한은의 연구 결과를 보면, OECD 평균(100) 대비 한국의 의류·신발은 150이 훌쩍 넘었고 식료품도 150이 넘었다. 즉 OECD 평균의 1.5배를 넘을 정도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다.
가전제품과 주거비도 100을 넘겨 OECD 평균보다 비싼 편이었다. 특히 한은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세계 생활비 비교 데이터베이스인 넘베오(Numbe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PIR은 상하이, 호치민, 마닐라, 베이징, 방콕, 홍콩 다음으로 높았다.
더 구체적으로 세부품목의 OECD 평균 대비 가격수준을 보면, 사과는 3배 가까이 비쌌고 돼지고기와 감자는 두 배를 넘었다. 티셔츠, 남자정장 가격, 골프장이용료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쇠고기, 오렌지, 오이, 원피스 가격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의약품, 대중교통요금, 통신비, 외식비도 OECD 평균 이하였다.
한은은 "이러한 가격격차가 과거에 비해 더 확대했다"며 "식료품·의류가격 수준은 1990년대 이후 더 상승하였으며 공공요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식료품가격은 1990년 OECD평균의 1.2배 수준에서 작년 현재 1.5배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공공요금의 경우 1990년 OECD평균의 0.9배 수준에서 최근 0.7배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세부품목의 OECD 평균 대비 가격수준을 보면, 사과는 3배 가까이 비쌌고 돼지고기와 감자는 두 배를 넘었다. 티셔츠, 남자정장 가격, 골프장이용료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쇠고기, 오렌지, 오이, 원피스 가격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까웠다. ⓒ한국은행
한은은 이처럼 개별 품목에 따라 OECD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로 생산성과 개방도의 차이, 거래비용, 정책 지원 유무 등을 꼽았다.우선 한은은 국내 식료품 가격 급등세를 견인하는 과일과 채소가격이 비싼 원인으로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인구당 경작지가 매우 작고 영농규모도 영세해 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에서 27위에 머무를 정도로 하위권이라는 설명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 수입이 어렵고 운송비가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과 채소 공급이 어렵다는 점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생산농가는 영세한데 반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는 시장지배력이 강해 이들로 인한 유통비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농수산 도소매업의 일부 기업 독과점은 실제 식료품비를 끌어올리는 최근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돼 왔다.
의류가격이 비싼 주요 이유로는 고비용 유통구조에 더해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도 꼽혔다.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가격차별화를 취하는 점 등이 해당 사례로 제시됐다.반면 공공요금은 정부의 물가정책 영향으로 인해 주요국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이처럼 한국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며 한은의 통화 정책만으로 이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충격에는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완화시키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와 같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농산물의 경우 영농 규모화를 추진하는 한편 수입선을 확보하는 등 공급채널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고 가격투명성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도 한은은 지적했다.
공공요금의 경우 단계적인 정상화, 즉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전했다. 다만 그로 인해 부담이 커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선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한은은 조언했다.
프레시안
"담배처럼 SNS에도 경고문을"…미 SNS 규제 탄력 받나
영국 연구 "알고리즘 추천 추적 결과 5일 새 여성혐오 콘텐츠 4배로"
소셜미디어(SNS)에 횡행하는 혐오 발언, 허위 정보, 성적 착취 등이 미성년자에 미치는 악영향이 부각되며 미국 공중보건 책임자인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SNS)에 담배와 같은 경고 문구를 표시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이러한 콘텐츠 확산 책임을 플랫폼 기업에 묻는 법이 시행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관련해 상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지난 4월2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젊은층의 정신건강 위기는 비상 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며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명시된 의무총감 명의 경고 표시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촉구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연구 결과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 증상을 겪을 위험이 두 배로 커지는데 2023년 여름 기준 이 연령대의 평균 사용 시간은 4.8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고에서 의무총감 명의로 담배에 표시되는 경고 표시 관련 연구 결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행동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담배에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가 표시되기 시작한 1965년 미국 성인 흡연율은 40% 이상이었지만 2005년엔 절반인 20.9%로 떨어졌고 2021년엔 또다시 거의 반토막 난 11.5%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이러한 흡연 감소가 관련 건강 위험 경고와 공공장소에서 흡연 금지 조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기고에서 "경고 표시 자체가 소셜미디어를 안전하게 만들진 않는다"고 강조하며 의회, 기업, 학교 및 가정에서 함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의회가 입법을 통해 온라인에서의 괴롭힘, 학대, 착취 및 알고리즘에 의해 너무 자주 등장하는 극단적인 폭력·성적 콘텐츠로부터 젊은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플랫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든 자료를 학자와 대중에 공유해야 하며 안전성에 관한 독립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휴대폰 없는 수업 및 사교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는 취침 전, 식사 및 사교 모임 때 휴대폰 금지 시간을 만들며 자녀의 소셜미디어 접속 시기를 중학교 이후로 미루도록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자녀에 대한 감독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소셜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의지와 양육의 실패가 아니라 적절한 안전 조치, 투명성 혹은 책임감 없이 강력한 기술을 허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해에도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안전하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고 젊은층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늘고 있다며 의회가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경고 문구 표시를 노출하기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머시 의무총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데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에만 기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이런 상태로) 20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리처스 블루먼솔 미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내 "미국 보건 수장인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가 우리 아이들에게 끼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이 필리버스터를 넘어 초당적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KOSA)을 가결할 때"라고 촉구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괴롭힘, 학대, 성적 착취 등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은 상원에선 초당적 지지를 모았지만 공화당 다수인 하원 통과는 불투명하다. 다만 17일 미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하원 격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응답자의 약 80%가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미 상원에선 지난해 소셜미디어 앱 사용에 나이 제한을 부과해 13살 미만은 사용 금지, 13~17살은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며 18살 미만 이용자엔 알고리즘을 이용한 콘텐츠 추천을 금지하는 또 다른 어린이 이용자 보호법도 발의된 바 있다.
미국에선 2000년부터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가 13살 미만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기 전 부모에게 이를 직접 알리고 승인을 얻도록 한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이 시행돼 이미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기업이 13살 미만의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이를 쉽게 우회하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혐오 콘텐츠 확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켄트대 연구팀이 짧은 영상 플랫폼인 틱톡에서 일반적인 소년과 남성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여러 타입으로 설정된 계정의 추천 콘텐츠를 5일간 추적한 결과 초기 제안된 콘텐츠는 설정한 관심사와 일치했지만 5일 뒤엔 모든 타입에서 추천 콘텐츠 중 여성혐오 콘텐츠가 늘었고 늘어난 정도는 13%에서 56%로 4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 아동 학대와 괴롭힘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해당 콘텐츠가 게재된 플랫폼 등 기술 기업에 지우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엔 전세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금을 물도록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경고 문구 표시 도입이 본격 논의될 경우 기술 기업들이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미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러한 반발은 담배 경고 표시 관련해서도 나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머시 의무총감은 관련해 기고에서 "내가 의대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비상 상황에선 완벽한 정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 가능한 사실을 평가하고 최선을 판단을 내린 뒤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효진 기자 | 프레시안
질문 못한 기자들이 20일 만에 받은, 노골적인 선물
대통령실 김치찌개 만찬과 해외연수 언론인 160명 확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김치찌개 파티 이후, 한국언론진흥재단(아래 언론재단)이 지난 17일 언론인 해외연수 규모를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언론인 장기 해외연수 규모를 10명에서 20명으로 늘리고, 단기와 중기 해외연수 과정을 신설해, 내년 해외 연수 언론인 규모를 160명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4일 김치찌개 파티 이후 불과 20여 일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식이 끝날 무렵, 기자들에게 "언론인 연수를 대폭 늘리겠다"라고 말했고 김건희 특검 등 현안에 대해 질문 하나 제대로 못하고 음식만 받아먹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물개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회식에서 나왔던 유일한 기삿거리였던 해외연수 확대가 속전속결로 확정된 셈이다.
언론재단의 언론인 해외 연수는 '폐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말이 많았던 사업이다. 장기해외연수 대상자는 보통 1년 정도 회사를 쉬면서 연수를 가야 한다. 반대로 보면 기자에게 1년 정도 휴직을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언론사에 소속돼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장기간 휴직이 불가능한 대다수 언론인들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이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이란 이야기다. 실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자 선정 현황을 보면, <한국경제> 3명, <조선일보> 2명, <중앙일보> 2명, <서울신문> 2명, <연합뉴스>(연합뉴스TV 포함) 2명을 비롯해,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KBS, JTBC, YTN, MBC, CBS, <이데일리>가 각각 1명씩으로 일부 중·대형 언론사다.
해외연수 지원에 투입되는 재단 예산은 적지 않다. 해외연수 대상자들에게는 최대 4250만 원이 지원된다.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 10명에게 4억 2500만 원(최대한도 지원시)이 투입되는 것인데, 재단이 올해 취재 역량 강화를 위해 편성한 예산(23억 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그들만의 리그인 '언론인 해외 연수'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반면, 소수 언론사 소속 기자들만 대상자가 된다는 문제가 지속되면서,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수 년 전 재단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해외연수를 없애고 지역 언론 등 역량 강화가 필요한 언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했다.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던 언론인 해외연수 제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인 당근책'으로 활용되면서 규모가 더 커진 셈이다. 재단이 확정한 언론인 연수 대상자 160명은, 언론인 해외연수사업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언론재단 측은 대통령과 출입기자 회식 이후 연수 대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란 지적에 적극 반박하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대통령과 회식 이후 급작스럽게 계획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그렇게 본다면, 그게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해외연수 등의 과정을 확대하고자 하는 재단의 노력들은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이어 "(외부에서) 갑자기 확대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재단이 아주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흐름을 감안할 때 김치찌개 회식 당시 대통령 곁에서 질문 하나 없이 시간을 보냈던 중대형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내년 언론재단 해외연수대상자 명단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왜 부끄러움은 모든 언론인의 몫이 돼야 하나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력자에게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못하고, 김치찌개, 해외연수 등 온갖 당근만 받아먹으면서 공개적인 권언유착을 서슴지 않는 이들 언론인들을 보면, 이 대표의 말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어렵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현장에서 '권력 감시'라는 공적 책임감을 갖고 취재하다가 때로는 고초를 겪는 극소수 언론인들마저도 싸잡아서 여론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근에 목을 매는, 기자라고 칭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느껴야 할 부끄러움은 왜 항상, 모든 언론인들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신상호(lkveritas) 오마이뉴스
한국 언론의 타락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
[진단] 검찰의 애완견, 신학림 구속영장,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증원 발표가 의미하는 것
최근 며칠 사이에 '한국 언론, 이대로 괜찮은가?'를 준엄하게 묻는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제1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애완견 언론' 발언(14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증원 발표(17일)가 그것들입니다.
언뜻 보면, 세 사건은 전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입니다. 상호 인과관계라든가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건의 배후를 감싸고 있는 공기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세 사건은 뚜렷한 하나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언론의 타락'입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따져봅시다.
애완견 발언의 본질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월 1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이재명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은 희대의 조작사건으로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뒤 언론에 향해서도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 하고 있지 않느냐.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우성
이재명 대표가 그냥 '애완견 언론' 발언을 한 게 아닙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을 기화로 '검찰이 흘리는 것을 또박또박 받아적기만 하는 법조기자들의 보도 행태'를 '검찰의 애완견'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린 겁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들이 검찰이 이 대표를 옭아 넣기 위해 피의자를 한데 불러놓고 세미나를 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의 주장, 쌍방울이 주가조작을 위해 북과 접촉했다는 국정원의 보고서, <뉴스타파> 등의 쌍방울 비리와 조작 행위 보도 등을 깡그리 무시·외면·축소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보도 태도를 언론계의 관행어를 사용해 꼬집은 게 본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계는 제1야당 대표의 지적에 답을 하기보다 떼를 지어 반격에 나섰습니다. 진보와 보수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똘똘 뭉쳤습니다. '또 하나의 신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 한국 언론계의 고질인 권언유착을 비판하며 출범한 <한겨레>마저 비판 대열에 가담한 것은 충격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깃발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조롱' '비하' '협박' '저급' '부적절' 등 다양한 용어를 동원해 난타하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도 급기야 18일 자신의 발언이 "언론계 전체로 오해하게 했다면 유감"이라고 한 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일까요. 이 대표가 유감이라고 한다고 해서, '애완견'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국 언론이 자동으로 '감시견'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치우게 했다고 달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한국의 언론계가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 발끈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그것을 기사로 보여주면 됩니다. 최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4>가 보여주듯이, 시민들은 한국의 언론보도를 매우 불신하고 있습니다. 진실과 공정 보도를 통해 권력을 감시한다는 언론의 역할을 방기한 채, 비판은 참지 못하겠다고 으르렁대는 한국 언론을 '타락'이라는 말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신학림 구속영장 청구가 의미하는 것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2023년 9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이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 검사)는 17일, 김만배과 신학림 두 사람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재 및 증재, 청탁금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혐의는 거창하고 여러 가지지만, 핵심 혐의는 이들이 모의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무려 10개월 만입니다. 배후를 찾는다고 수사를 착수했으면서, 영장에는 배후를 김만배씨로 적어놓은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첬으나, 뛰어나온 것을 쥐 한 마리뿐)'의 결말입니다.
이 사건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공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특파원 사건과 닮은 꼴입니다. 당시 가토 특파원은 결국 재판에서 무죄가 됐고, 그 사건으로 일본에서 언론자유 투사 대접을 받았습니다. 덤으로 '한국은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평판을 얻었습니다. 김만배-신학림 사건도 그런 전철을 따라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김만배-신학림 사건은 가토 특파원 사건 못지않게 정권이 언론자유를, 자신의 입맛에 거슬리는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수사가 벌어진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는 득달같이 덤벼드는 언론 현업단체들도 대선후보 검증 보도에 칼을 들이댄 검찰의 전대미문의 언론탄압에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주요 미디어들도 문제의식 없이 아주 담담하게 검찰의 영장 청구 사실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겨레>만 언론탄압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언론 스스로 발등을 찍는 방관 행위이자 타락입니다.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증원, 까칠한 질문 안 한 대가?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5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세 번째는 내년에 언론인의 해외연수, 교류 인원을 160명으로 늘리겠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발표입니다. 무려 올해보다 100명이나 늘어난 파격적인 숫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를 초청한 '김치찌개, 계란말이 만찬'에서 약속한 지 25일 만에 나온 '대통령의 하사품'인 셈입니다. 그것도 '내돈내산'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생색내기입니다.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참석 기자들 앞에서 "(기자들 해외연수의) 선발 인원을 내년부터는 세 자리로 만들어 보자"라고 말했고, 기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환영했다고 합니다. 당시 참석 기자들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거부, 채 상병 사건 때의 격노 문제, 물가고 등 긴급한 국정 현안에 관해서는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의 해외연수 대폭 증원이 그때 까칠한 질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답례품이라는 비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까닭입니다.
마치 전두환 정권 때 한쪽에서 수백 명의 언론인을 내쫓으면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는 각종 감세 및 지원 혜택을 했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사 데이터베이스 '빅카인즈'로 검색해 보니 주요 언론사들은 이런 점이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널리 알려져 경쟁자가 많이 생기게 될 것을 걱정했는지 이와 관련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더군요. 이 또한 한국 언론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공산당선언은 이런 유명한 문구로 시작합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 문장을 빌려 지금 한국 언론계의 현실을 표현하자면, "하나의 유령이 한국의 언론계를 배회하고 있다. 타락이라는 유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태규(ohtak)오마이뉴스
‘낳지 않을 결심’ 못 바꾼다…고용불안·사교육비·성평등 뒷전
‘삶의 질 제고→출산 장려’ 정책목표 과거 회귀
정부가 19일 내놓은 저출생 대책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위기를 강조한 것에 비해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육아휴직·출산휴가 등 기존 대책을 강화해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담겼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또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람에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면 주로 일·가정 양립과 양육 등에 방점이 찍혔다. 남성 출산휴가 기간을 확대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단축 급여 상한을 늘리고 유치원·어린이집의 돌봄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근 저고위는 기존 저출생 예산 중 ‘저출생과 직결되는 예산’은 부족했단 주장을 펼쳐왔는데, 이를 반영해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공을 들인 모양새다.
이를 두고 과거의 ‘출산율 회복’ 패러다임으로 회귀했단 지적이 나온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저고위는 지금까지 네번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다. 출범 초기인 1차(2006∼10년), 2차(2011∼15년) 기본계획은 목표를 ‘출산율 회복’에 뒀다. 육아휴직 확대 등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고, 정부는 3차(2016∼20년)부터 일자리 등 사회구조로 눈을 돌렸다. 4차(2021∼2025년) 계획에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출산·양육 지원 대신 전반적인 ‘삶의 질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이미 효과를 보지 못한 ‘저출생과 직결되는’ 정책 중심으로 되돌아갔다.
박진경 전 저고위 사무처장은 “4차 기본계획에서 이미 출산 장려가 아닌 삶의 질 제고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바 있는데, 다시 출산 장려에 조급함을 보이는 정책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1·2차 계획 당시 출산·육아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려서 유배우자 가구의 출산율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출산율은 계속 낮아졌기 때문에 반성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지금은 과거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환경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사회구조 개혁은 ‘추후 과제’로 밀렸다. 저고위는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으로 좋은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이중구조, 수도권 쏠림, 사교육비 부담 등을 언급하면서도 구체 대안 없이 “지속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보험 제도 밖에 있어 육아휴직 기회 등을 얻기 어려운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및 자영업자에 대한 개선 방안도 “연구용역 중”이라고 저고위는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취업자(2891만5천명) 대비 고용보험 상시가입자(1539만3천명) 비율은 53.2%로 고용보험 밖에 있는 나머지 노동자들은 이번 대책에서 비켜난 셈이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정책으로 새로 결혼·출산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고, 기존에도 결혼·출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사람들이 혜택을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도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응이 있어야 하는데,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없고 기존 정책들을 조금 더하는 방식으로 해선 판을 바꾼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저출생 문제 해결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성평등 역시 양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 확대, 직장 내 성차별 방지 위한 컨설팅 지원 등 효과가 불분명한 ‘맹탕’ 정책만 담겼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4차 기본계획에는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성평등이 목표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그런 내용이 전부 빠졌다”며 “지금은 돌봄 문제를 여성에게서 (돌봄노동자, 이주민 등) 다른 여성에게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축소사회’에 대한 대응도 빠졌다.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장인 최영준 교수(행정학)는 “상황 진단은 비상사태인데 내용은 매번 반복적으로 나오는 기존 대책 강화 수준”이라며 “저출생 대책은 인구감소 사회를 대비하는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활발히 적용되도록 기업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방안도 부족하단 비판도 나온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자율 공시 기준에 일·가정 양립 경영지표 반영,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고용 시 지원금 지원, 대체인력 지원금 120만원으로 상향,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20만원) 신설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늘었지만, 제재 방안은 ‘철저한 근로감독’ 정도에 그쳐 아쉽다는 평이다. 송다영 교수는 “기업 대상 정책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법적 근거를 만들어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한국 언론, 애완견과 '광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은 애완견’ 발언이 있고 나서 며칠간 언론의 반응은 그야말로 파상 공세였다. 이 대표는 ‘애완견’이라는 말은 언론 전체가 아닌 일부 언론에 대한 발언이었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지만 그가 과연 사과 해명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그의 발언은 언론이 자기성찰을 할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이 발언은 그에 대한 동의와 반대 여부를 떠나 언론에 하나의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의 언론에 대한 작심 발언은 그것을 정당한 비판으로 보든 반대로 부당한 주장이며 도발로 보든 간에, 그 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언론 스스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론의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노는 컸지만 자성은 보기 힘들었다. 발언자에 대한 공격과 비방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시비로 흘렀다. 공격은 그 발언자에 대해서만 행해졌을 뿐 왜 언론이 그 같은 지적을 받게 됐으며, 적잖은 국민들이 왜 그 발언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는지를 살펴보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의 발언은 두 번 놀라움을 안겨준 말이었다. 첫 번째는 언론에 밉보여서 유리할 게 없는 정치인이 언론을 적으로 돌리는 것을 자초하는 듯한 발언을 스스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게 한 또 하나는 모든 언론들이,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일제히 그 발언을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선 것이었다. 언론계의 자기개혁 운동을 벌이는 언론운동단체들까지 나서서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전 언론계가 일치단결해 공세를 펼쳤다.
그 같은 언론의 '혼연일체'는 일부 언론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이 대표의 해명과 달리 그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이 아닌 언론 일반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또 역설적인 것은 언론이 이번에 '감시견'의 속성과 역할을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동안 참았던 감시견의 역할을 다하려는 듯 맹렬하게 애완견 발언을 공격하는 기세에서 언론은 모처럼 매서운 감시견의 면모를 드러냈다. 다만 감시견의 역할은 극히 선택적으로, 일방적으로 나타났다. 다른 무엇보다 언론 자신에 대한 비판 앞에서 언론은 다른 사안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감시견의 역할을 보여준 것이었다.
언론은 어떠한 권력을 감시하는 것 이상으로 언론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성난 표정으로 맹공을 가했다. 그런 언론을 애완견이라고 한다면 더욱 문제는 애완견이어서가 아니라 그 애완견이 대상에 따라서는 도사견, 광견이 된다는 것에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공격에 대해 언론이 취하는 태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은 한국일보의 논설위원의 칼럼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이었다. ‘얻다 대고’라는 표현은 '감히 언론에 대고 무엄하게'라는 의식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걸 오만이라기보다 애써 언론으로서의 ‘자존’이나 ‘긍지’라고 해 두자. 그러나 자존과 권위는 언론 자신을 성역으로 드높이거나 특권화하는 것으로써는 결코 얻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한국의 언론들이 언론인으로서의 동업자의식, 동료의식을 보여줬다면 그것은 성역의식과 특권의식의 동료애였다. 언론사에 대한 무차별 수사와 압수수색기소 등 언론에 대한 권력의 탄압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동료애이며 동지의식의 표출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이 있고 나서 며칠 뒤 한국 언론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조사하는 신뢰도 지수에서 한국은 올해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 11개 주요국 가운데에서는 꼴찌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뉴스를 전하는 언론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언론의 자존과 긍지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 중에서 위의 '얻다 대고' 논설위원 칼럼이 실린 신문에서는 이를 <전 세계 '뉴스 회피' 시대>라는 제목과 요지로 보도했다. 전 세계 10명 중 4명은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지루하고 우울한 뉴스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내용은 아예 빠져 있다. 이런 식의 반쪽 보도야말로 한국민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큰 이유에 다름 아니다.
한국일보 6월18일자 지면 칼럼 '이대표,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
<얻다 대고> 칼럼은 재판부의 판결이 ‘들쭉날쭉’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기만에 가깝다”고 단언하면서 “나라 꼴을 생각해서라도 이젠 그 말의 옳고 그름을 엄정히 짚어야 할 때가 됐다”고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망국적인' 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 같은 비장함과 결연함은 언론에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고 있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 그 이전에 자신의 ‘들쭉날쭉 보도’에 대해서 먼저 필요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마땅할 것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기자윤리강령>은 취재와 보도에서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그 독립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침해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을 우선 얘기하는 것이지만 그와 함께, 아니 오히려 그 이전에 독립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편견과 무지로부터의 독립이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자신의 편견과 무지로부터의 독립보다 외부의 비판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의 애완견 발언 사태는 여실히 보여줬다. 애완견이든 감시견이든 한국의 언론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을 광견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목에 스스로 거는 자기비판, 자기반성의 '목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중산층도 상속세 부담 가중”이라는 새빨간 거짓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서울의 집 한 채를 물려주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제 상속세는 부유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강남 3구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도권 다른 지역 주택까지 관련되는 중산층 문제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며 개편해야 할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다. 물가 상승으로 재산 가치가 올랐는데도 상속세 제도가 3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아 세율과 공제 한도 등을 손보지 않으면 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국세청이 20일 공개한 상속·증여세 국세 통계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상속세 과세 대상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은 1만 9944명에 달했다. 2022년보다 4000명 넘게 늘었고 3년 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많아졌다. 결정세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지난해는 12조 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결정세액이 7조 원 줄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하락으로 상속재산 가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피상속인과 결정세액만 보면 “상속세도 중산층이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주장이 타당한 듯하지만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상속세는 여전히 상속재산 가액이 100억 원 이상인 부유층이 집중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총 신고인원의 2.46%인 초부자가 전체 상속세액의 절반 가까이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체 상속세액 6조 3794억 중 3조 1000억 원을 납부했다.
세액이 가장 많은 구간은 상속재산 가액 100억~500억 원 구간이었다. 신고인원은 428명(2.3%)으로 세액은 2조 2000억 원으로 전체 세액의 34.1%를 차지했다. 500억 원 초과 구간에서 상속세를 신고한 사람은 2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이 낸 상속세는 9000억 원에 육박했다. 총세액의 14.1%에 해당하는 액수로 1인당 평균 310억 2000억 원을 낸 셈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 규모별 신고인원이 가장 많은 구간은 10억~20억이다. 신고인원은 7849명으로 42.9%에 달했으나 이들이 낸 상속세액은 6000억 원에도 미치지 않았다.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7448만 원이다. 나머지 신고인원은 10억 원 미만 구간으로 전체 상속세에서 점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상속세 신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 작년에는 해당 통계가 발표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2022년 1만 9506명에서 1만 8282명으로 감소했다. 상속재산 가액도 56조 5000억 원에서 39조 1000억원으로 줄었다. 상속세 납부자의 평균 재산은 21억 4000만 원이었다.
자료 : 국세청. 상속세 신고 현황.
국세청은 자료를 발표하며 가업을 승계하며 상속세를 공제받은 기업이 27.9%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승계가 힘들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업을 승계하며 공제받은 금액은 8378억 원으로 2022년(3430억 원)과 비교해 약 2.4배 증가했다.
국세청은 “2022년부터 가업승계를 희망하는 우수 중소기업이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무 컨설팅을 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그 결과 2022년과 지난해 가업승계 공제 건수는 168건으로 직전 3년 평균에 비해 66.3%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규모를 2019년과 비교하면 건수는 2.1배, 공제액은 3.5배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재산 종류별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건물이 18조 5000억 원(47.6%), 토지가 8조 2000억 원(21.2%)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이 상속재산의 70%가량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 중 건물 비중은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상속세 자금 준비를 위해 상속세 납부를 연기하는 연부연납은 4425건(24.2%), 세액은 3조 1000억 원(48.9%)이었다.
상속세 과세표준별 세율. 연합뉴스
지난해 증여세 신고 건수는 16만 4230건, 증여재산 가액은 27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신고 건수와 증여재산 가액 모두 줄며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유세 부담이 감소하며 부동산 증여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종류별 증여세 신고 현황을 보면 건물이 7조 9000억 원(29.0%)으로 가장 많고 토지가 5.0%(18.4%)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이 증여재산의 47.4%로 조사됐는데 부동산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미성년자의 증여세 신고 건수는 1만 3637건, 증여재산 가액은 2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모두 줄었다. 미성년자가 받은 재산 가액은 50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다. 30억 원 이상 증여는 63건(0.5%)이었다. 미성년자는 금융자산(32.2%)을, 성인은 건물(32.4%)을 주로 증여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자료가 보여주는 것처럼 부유층이 상속·증여세 대상이 확실하고 가업승계 공제 지원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 부담이 줄었는데도 정부와 국민의힘은 상속세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20일에도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 세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속·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주요 의제는 상속세 과표구간 조정, 가업승계 대상 확대, 최대주주 할증과세 재검토 등으로 초부자의 세금 감면을 위한 것이었다.
시민언론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