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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4.29~

by 이성근 2024. 4. 28.

1. 올라가는 온도, 치솟는 밥상 물가  2.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 가덕도신공항, 진화된 '마녀사냥' 판 친다  3. 2024, 기후소송 불붙는다  4. 사라지는 동해 오징어···갈치·고등어보다 기후변화 영향 더 받는 이유는  5.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 또 제동착공 하세월 6. 차도 날려버린 초강력 토네이도

7. “피부가 타는 것 같아체감온도 50도 육박동남아 덮친 폭염   8. 제비   9. 플라스틱, 91%는 폐기물기후 위기와 '플라스틱'은 한몸통   10. 우리 숲도기후 스트레스, ‘저출산 고령화’  11. 가덕신공항 건설공사 앞두고 대항동 문화재 실태·발굴조사  12. 남부권 관문공항 위계, 법적 명문화 필요”  13. “미래세대에 염치 있다면 삼척화력 가동 말라”  14. ‘부산 엑스포 참사’, 최소한 국정조사 감이다   15.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

16. 파타고니아코리아 직원은 지역 환경운동가다  17. 미생물 생태계 고려하는 건강한 건축  18. 산 깎고 골프장 지어 자연 살리겠다는 모순  19.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윤석열 제쳐두고, 이젠 거대 야당 책임 묻자  20. 기후정치가 남긴 숙제  21. 자동차 보유율 전국 1위 제주69만명 사는데 차는 70만대 넘는다22. 경남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23. 광주 백운광장에 공중 보행로 '푸른길 브릿지' 개통  24. 영축산 구상나무 개체수 절반 사라져기후변화 탓  25.  양극화된 날씨에 사과도 전복도 사라졌다  26.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 목포시 삼학도 호텔 무산 환영

27. 현대인의 야만 드러낸 통계, 두렵지 아니한가 28. 석유화학계 '로비스트' 몰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29.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5월 통과될까  30. 감사원 북항 주거난립 시정 않을 땐 손배 청구  31.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말하는 일하는 사람과 기후위기

32. 눈부셔서 못살겠네" 부산 빛공해 민원 3년간 1800-    33.인구 80% 빛공해 얻은 것은 빛, 잃은 것은 별-  34.빛 공해 심한 지역 살수록 수면제 처방일수 두배 높아  35.간신히 보이는 별, 빛 공해로 밤하늘 밝기 매년 10%씩 증가

올라가는 온도, 치솟는 밥상 물가

미국 워싱턴 타이달 베이슨 호숫가에 벚꽃이 만개했다. /언스플래시

미국의 수도 워싱턴 중심에 있는 내셔널몰(National Mall)미국의 앞뜰이라고 불리는 공원이다. 길이 3, 483m에 달하는 거대한 직사각형 잔디광장으로, 중앙에는 워싱턴의 가장 높은 건축물인 워싱턴기념탑(169.3m)이 우뚝 서 있다. 그 동쪽에는 연방 의사당이, 서쪽에는 링컨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고 북쪽으로는 백악관과도 연결된다. 미국 수도의 한복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 광장에서는 역사적인 집회와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196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그 유명한 연설이 있었던 곳이 바로 이 광장이다.

워싱턴기념탑 남쪽의 인공호수 타이달 베이슨(Tidal Basin)은 포토맥강과 연결돼 있는데, 이 주변에는 벚나무가 줄지어 있다. 매년 이맘때쯤 이 호수 주변으로 국가 주관 화려한 벚꽃 축제가 열린다. 1912년 일본이 기증한 벚나무를 옮겨 심은 날을 기념하는 축제다. 미국 동북부의 봄을 알리는 이 축제는 연날리기, 폭죽, 가장행렬 등 다채로운 행사로도 유명하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약 150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 계절의 변화와 흩날리는 벚꽃잎을 즐긴다.

화려한 벚꽃 사이에 볼품이 없어 유명해진 벚꽃이 있다. 타이달 베이슨호 남쪽 호숫가에 있는 이 벚꽃은 나무속은 비어 있고, 줄기 몇 가지만 남은 못생긴 그루터기(Stump)지만, 지역주민들은 스텀피(Stumpy)라는 애칭도 붙여주었다. 소금기가 있는 호숫물이 뭍으로 밀고 들어와 많은 벚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스텀피는 달랐다. 그리고 다른 화려한 벚꽃 사이에서 자신의 소박한 분홍색 꽃을 매년 만들어냈다. 스텀피의 끈질긴 생명력에 지역 시민들은 열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고난을 이기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 찾아가 아직 스텀피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며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이제 스텀피를 더 보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수위가 상승하면서 포토맥강과 연결된 타이달 베이슨호의 수위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호수의 방조제가 지어진 이후 한 세기 동안 호수 수위가 30넘게 솟아올랐다. 호수 주변의 제퍼슨기념관 등 중요한 문화유산에도 침수 위협이 생겼다. 이에 국립공원관리청은 호숫가에 가까운 벚나무들을 올여름이 오기 전 베어 내고, 방조제 개축을 결정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이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스텀피의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손편지를 적으며 스텀피에게 이별을 고했다.

세계기상기구 지구 현황 보고서

스텀피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의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변화의 정도가 빈번해지고, 강해진다. 세계기상기구(WMO)2022년 지구 대기 중의 주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농도가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인 1750년쯤과 비교해 50% 높아졌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1750년 이전보다 각각 164%24%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9ppm, 메탄 농도는 1923ppb, 아산화질소는 335.8ppb를 기록했다.

WMO는 이 같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45도 높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산업화 시기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자 노력한다고 합의를 했다. 이제 기후 마지노선에 0.05도 차로 근접했다.

육지 못지않게 바다도 뜨거웠다. 해수면 온도와 해양열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4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해양 열용량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렇게 바다가 달궈지면서 남극과 북극의 해빙은 무서운 속도로 녹았다. 특히 남극의 해빙 면적은 지난해 2월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남극과 북극 해빙이 사라지면서 지구 전체의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9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3~2002년의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연평균 2.13였고, 2003~2012년에는 연평균 3.33, 2014~2023년에는 연평균 4.77로 계속 증가 중이다.

2023년에는 산불 피해도 극심했다. 캐나다는 산불 피해 면적이 1490(헥타르), 평균 대비 무려 7배가 넘었다. 20238월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56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사건으로,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라붙는 가격표

지구온난화는 또한 주변에 가격표를 새로 붙인다. 지난해 9월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은 기후위기가 가져온 경제적 손실을 밝힌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후의 전 세계 비용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저자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과 홍수 등 기후위기로 인해 연평균 1430억달러(200조원)의 피해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20년 동안 12억 명에 달했으며, 인명 피해에 따른 비용이 가장 큰 비중(63%)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극한기후 중 특히 폭풍(64%)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은 기후 비용을 발생시켰으며, 폭염과 홍수·가뭄 피해에 따른 비용도 각각 16%, 10%였다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는 가깝게는 국내 장바구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과의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하며, 사과를 비롯한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을 이끌었다. 사과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56.8%, 271% 올랐다. 기온 상승으로 국내에서 사과 재배가 가능한 면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국내 사과 재배는 장기적으로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초콜릿 한 조각의 여유도 부담스럽다. 최근 로부스타 커피의 선물가격은 1년 전보다 60% 넘게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가격 폭등의 주원인은 주요 공급처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량 감소 때문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가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를 덮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부터 가까운 장바구니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곳곳마다 새로운 가격표를 붙인다. 안타깝게도 기후위기에 맞서 변할지, 안 변할지는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미 기후 마지노선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지, 아니면 기후위기의 피해와 희생을 (스텀피처럼) 그대로 맞으며 변화에 끌려갈지만 남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일지 모른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겸임교수 주간경향 1576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 가덕도신공항, 진화된 '마녀사냥' 판 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14세기부터 광적으로 불어 닥친 '마녀사냥'으로 대략 20~50만 명이 처형당했다. 마녀사냥은 자본의 축적과 화폐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마녀를 감별하는 방법은 매우 극단적으로 진화(?)하였는데, 몸을 단단히 묶고 깊은 물에 빠뜨려 만약 살아남는다면 마녀이고, 죽는다면 마녀가 아니게 된다. 기적적으로 물속에서 살아 빠져나온들 그 기적 뒤에 기다리는 것은 축복이 아닌, 화형이다.

마녀재판의 잣대에 의해, 재판을 받은 사람이 마녀가 아니라고 판결되어도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한 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재판을 진행하는 이들에게는 일말의 죄의식조차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재판을, 사냥을 진행한 것일까? 단순한 집단적 광기? 전체주의? 이런 것들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 이면에는 화폐경제의 성장에 따른 부의 축적에 대한 탐욕이 있을 뿐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돈이 많은 미망인이 마녀사냥의 핵심 타킷인 이유이다. 죽은 자의 재산은 사냥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런 집단적 광기는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된다. 아니,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한 지금 더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을 뿐, 목적은 같다. 막대한 부를 차지하려는 자와, 그 부를 나눌 수 있는 소수의 자들이 벌이는 돈잔치이다. 과거 마녀사냥을 통해 빼앗는 부는 마녀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일부 자산가의 돈에 불과했지만, 현대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낸 세금을 손쉽게 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의 자산을 빼앗는 것은 범죄의 영역으로 강력한 제동이 이뤄지지만, 집단적 광기를 부추겨 공공의 자산을 사유화하는 방법은, 사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중세시대 마녀가 아닌 사람이 죽어도 아무런 죄의식이나 사회적 비판이 없는 것과 같다.

마녀사냥의 달콤한 꿀을 따기 위해 일부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소수의 특정 집단은 맹목적 신념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자들에 무차별적 탄압을 하게 된다. 언론이라는 첨단 공격시스템은 이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률은 가뿐히 무시된다. 법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수의 몇몇은 아예 문제가 있을 법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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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3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녹색성장과 청정생태환경의 '글로벌 명품 새만금'의 건설이다. 현재까지 약 23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이다. 사업 시작 이후 무려 한 세대나 지난 지금,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라고 얘기할 동북아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다. 투입된 23조 원 대부분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 아니 바다의 수많은 생명체의 무덤을 만들어 준 것이 성장이라면 성장일 뿐이며, 청정 생태환경이라는 허울 좋은 목표는 썩어가는 바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지금은 사라진 생명들이 대변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지구상에서 독보적인 희소성과 아름다움을 가진 갯벌이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이다. 이들 중에서도 핵심인 이곳 새만금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황무지가 되었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 23조 원으로 얻은 결과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닌 아름다움을 없앤 것과 사회적 갈등의 악화, 그리고 썩은 내 진동하는 황무지뿐이다.

이런 과정이 30년 이상이나 지속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낸 세금은 매년 조 단위로 투입되고 있다. 이미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사업을 위해 들인 세금이 과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조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과연 이 세금을 한 곳에 집중하여 퍼 부은 결과가 사회적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일으키고 있는가를 말이다. 우리 국민이 기억하는 새만금은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인된 '새만금잼버리'밖에 없다. 23조 원을 들여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긴 했으니, 그나마 기뻐해야 할 듯하다.

새만금은 잼버리로라도 기억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대표적 사업이 하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강원도가 전 세계 동계스포츠와 겨울관광의 메카가 될 것이라 광분하며 국민을 몰아간 언론과 재계, 지역 정치인은 과연 지금도 그 주장을 굳건히 믿고 있을까? 자신들이 주장했던 결과가 실현되었노라고?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14조 원이 넘는다. 그래서 벌어들인 수입은 5000억 원 남짓이다. 참으로 대단한 수익성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된 후에도, 인구 44000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지자체인 평창군은 지금까지 더 많은 국고지원을 해 달라고 부단히 로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올림픽을 위해 사전에 약속한 '가리왕산 복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리발을 내밀기에 급급하다. 오리발만 내밀면 그나마 낫겠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어 더 큰 훼손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세계 관광의 메카가 될 것이라 호도하며 건설했던 강릉선 KTX는 적자에 허덕이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적자노선과 겹치는 고속철도 노선을 또 건설하려 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이제 약과에 불과하다.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은 무안, 양양, 청주는 공항이 들어선 후에 과연 세계의, 아니 동북아의, 아니 우리나라의 물류중심지가, 관광중심지가 되었는가? 과연 이 지역 주민의 삶은 공항의 시너지효과로 인해 윤택해졌을까?

이런 일들은 왜 끊임없이 반복되며 일어날까? 뭔가 개발이 잘못되면, 더 큰 개발계획으로 해당 문제를 덮으려 한다. 언제까지 이런 토건부흥의 마녀사냥이 통할지 암담하기까지 하다. 아마 우리나라 전 국토가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모든 지하가 그물망처럼 도로가 놓여도 끝나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이제는 식상한 초대형건물이나 대심도터널, 산을 깎는 공항건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바다를 메워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에까지 이르렀다. 전 지구인이 외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지구 밖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오직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더 거대한 토건계획만이 자극에 둔감한 지역주민을 마녀사냥의 일원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신념에 찬 듯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이런 마녀사냥의 획기적 전환을 보여준다. 공항이 부울경을 잘 살게 할 것이라는 그 어떠한 검증도 없고, 오히려 투자대비 효과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검증결과만 있을 뿐임에도 더욱 빠르게 이 적자사업을 추진하겠노라고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경쟁의 끝판으로 결국, '특별법'이라는 법치국가에서는 대적할 상대를 찾기 어려운 폭력이 자행되었다. 이 법으로 인해 합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모든 안전장치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대표적인 안전장치가 '전략환경영향평가'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여부 및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보전방안은 과학적으로 조사예측된 결과를 근거로 해야만 한다.

이 제도는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검토가 핵심으로서, 반드시 대안을 마련하여 비교하고 살펴봐야만 한다. 그런데, 계획의 적정성을 살펴보기도 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도 전에 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해야 한다고 위치까지 못을 박고 있는 법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다. 이 법으로 인해 대규모 개발계획에서 반드시 검토해야만 하는 '타당성''적정성'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결국, 타당성이 없어도, 부적절한 계획이라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국토교통부 추산 28조 원(2021, 현재는 약 14조 원이라 하고 있지만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단일토건사업이 될 이런 사업이 타당성과 적정성도 검토되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을 과연 이성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심각한 문제로 인해, 대형개발을 환호하는 국토교통부조차 2021년 검토보고서에서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 우려도 있다',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 등의 용어로 이 사업의 문제를 적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은 통과되었고, 허울뿐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또한 '사뿐히' 법을 즈려밟고 통과되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할 환경부는 위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들에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 스스로 자신들에 주어진 권한을 어떻게 무력화할 수 있는지 그 끝판을 보여준 행위이지만, 아무도 문제되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아주 조금만 살펴보자.

공항계획의 목적은 '세계박람회 유치 등을 적기에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이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업의 목적이 사라졌는데, 사업은 해야 한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안의 검토는 확정안을 미리 선정한 후에 다른 몇몇 안들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덧붙여 진행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미 시작에서부터 공항건설을 위한 안은 확정되어있었고, 여기에 합리적으로 대안이 검토될 여지는 없었던 것이다. 아울러, 과학적이어야만 하는 본 평가서에서 '과학'적 분석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해양을 매립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해양에 투입되는 토석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이 전혀 분석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울경 일대는 청년이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지역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청년이 돌아오는 부울경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공항 건설에 28조 원을 쏟아 붓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와 합리적 계획은 뒤로한 채로 오직 공항만 건설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청년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과연 타당한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런 사업이 목표를 이루었다면, 우리나라에는 동북아 허브도시가 수두룩 빽빽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어디가 그렇게 되었는가?

청년이 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청년이 오도록 하는 아이디어는 제발 청년이 생각하도록 하자. 이미 구시대적 공항이 아닌 기성세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랄한 아이디어를 말이다. 28조 원은 원금을 쓰지 않고도 부울경 모든 청년들에게 미래를 구상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제공할 만큼의 거대한 금액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미래를 계획하는 청년들에게 공항이 아닌, 그들이 미래를 펼칠 '청년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이 공간에서 그들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분명 부울경은 동북아를 선도하는 아이디어도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단지 지역의 청년이 머무는 곳이 아닌, 글로벌 청년들이 모이는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기성세대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아이디어로 무장해서. 청년만을 위한 편파적인 포퓰리즘이라 주장할 기성세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이 이렇게 사용하는 돈은 대부분 기성세대들의 경제활성화 명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세대 청년들에 물어보자. 28조 원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 28조 원으로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인지를 말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목적은 지역경제활성화도, 젊은 도시로의 전환도, 아무것도 아니다. 오직 몇몇 대기업과 지역 토호세력에 부를 집중시켜주는 블랙홀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 토건사업은 새만금의 역사가, 양양공항의 역사가, 평창올림픽의 역사가 증빙하는 것과 같이 현대사회 들어 고도화된 마녀사냥일 뿐이다. 그것도 합법을 가장해서다. 합리적 의문을 제시하고, 과거의 사례를 검토하여 분석하는 자는 '마녀'가 되어 사냥된다. 과연 이 속에서는 사냥꾼의 광기에 탑승하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래에 이 광기의 결과에 대한 이자 붙은 청구서를 받아 들 청년들은.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프레시안

2024, 기후소송 불붙는다

얼마 전 지인이 SNS에 활짝 핀 조팝나무 사진을 올렸다. 평년보다 훨씬 빨리 개화해 만개한 꽃을 보며 지인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각자 목도하고 있는 자연의 심상치 않은 변화 등에 대해 증언하는 댓글을 달았다. 체감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이미 기후변화를 감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하는 <2023 글로벌 기후소송 리포트>에 따르면, 20221265개 관할권에서 2180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2017884건에 비하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2024년이 기후소송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한 반증처럼 4월 한 달은 기후소송으로 국내외 언론이 들썩거렸다.

지난 4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2400여명의 스위스 여성 노인들의 청구에 대해 스위스 당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기후 정책 및 전략을 계획 및 시행하지 않아 유럽인권협약 제8조가 보호하고 있는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평의회의 사법기구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적 조처로 인권 및 법치주의에 대한 유럽 공동의 감시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재판소 설립 기반인 유럽인권협약을 국가가 위반한 경우 개인도 직접 제소할 수 있으며, 각 나라 최고법원의 판결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이 막강한 것은 그 결정에 대해 유럽평의회 각료회의가 집행 및 감독권을 갖기 때문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는 기후변화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복지를 보호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유지하는 것이 인권 보호의 핵심 부분이라고 보았다. 앞으로 유럽인권재판소에 계류된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423일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그간 2020년부터 제기된 기후소송을 포함해 헌법재판소에는 4건의 헌법소원 청구가 계류돼 있는데, 이날 이 4건의 청구를 병합해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는 많은 어린이를 비롯한 인파가 몰려 헌법재판소의 유의미한 결정이 부진한 국내 기후 정책을 견인하기를 기원했다. 2022년 유엔총회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접근권을 인권으로 선언했다. 유럽평의회는 이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와 인권은 법의 영역이 됐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주간경향 1576

 

사라지는 동해 오징어···갈치·고등어보다 기후변화 영향 더 받는 이유는

지난해 12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오징어 조업 어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딱히 할 것도 없고, 벌어놓은 돈만 까먹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 구룡포 연근해에서 4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아온 황우철씨(64)는 오징어 관련 뉴스를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황씨는 최근 몇년 간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자 지난해 10월 조업을 포기하고, 47톤짜리 채낚기 어선을 감척(어선 폐선)했다. 한때 오징어 어획량 1위를 자랑한 구룡포에서는 채낚기 어선 50여척 중 절반 정도가 감척됐거나 감척을 신청한 상태다. 황씨는 오징어 주어기(9~2)에도 오징어가 잡히질 않는다조업을 나가도 기름값이나 인건비도 못 건지는데 무슨 수로 버티겠냐고 했다. 감척으로 받은 폐업지원금은 빚 갚는 데 거의 다 썼다. 황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육지에서 일용직이라도 하지만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동해 오징어···갈치·고등어보다 기후변화 영향 더 받는 이유는

동해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23343톤으로 전년 대비 36.2% 감소했다.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216880톤에서 202236578톤 등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직접적 원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최근 55(19682022)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1.36도로,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에 비해 약 2.5배 이상 높았다. 이 중 동해 표층수온 상승률은 1.82도로 국내 해역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8월에서 10월 초 동해의 평균 표층수온은 25.8도였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표층에 주로 서식, 저층에 서식하는 어종들에 비해 수온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오징어 주 서식지인 연근해 동해 남부해역의 수심 50m 평균 수온(12~18)과 표층수온(15~23)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산란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동해에 서식하던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지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남획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이전엔 주로 중국 어선들의 북한 해역에서의 오징어 남획이 두드러졌고, 최근엔 최대 산란장인 동중국해를 끼고 있는 일본, 북한, 대만 등도 경쟁적으로 오징어 어획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자원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징어를 제외한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늘었다. 멸치 148000(전년 대비 11.8%), 고등어 12만톤(8.3%), 갈치 6만톤(12.2%), 삼치류 46000(28.2%), 꽃게 27000(24.5%) 등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기후변화 영향을 동일하게 받는 어종 간에 어획량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종의 생태학적 특성과 해류 변화 등 때문이다. 따뜻한 물에 사는 갈치의 경우 수온상승과 함께 발달한 동중국해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해역에 개체 수가 늘면서 어획량이 증가했다.

김 박사는 단년생(12~14개월)이면서 (동중국해와 러시아 해역 등) 회유 경로가 긴 오징어와 달리 삼치와 방어 등은 다년생이면서 회유경로가 짧고 덩치가 커서 오징어에 비해 수온 상승이나 수온의 급격한 변동 등에 대해 내성이 강한 편이라며 이러한 어종 특성이 개체수 증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 또 제동착공 하세월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지난 4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엄궁대교 건설계획 철회 및 공정 환경영향평가 실시 촉구기자회견을 열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제공

고질적인 서부산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부산시가 추진하는 엄궁대교 건설사업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가 제출한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 요청을 내렸기 때문이다. 시는 이른 시일 내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제출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지부진한 엄궁대교 건설사업이 또 한 번 차질을 빚으면서 서부산 주민들의 시정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엄궁대교 건설사업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 요청을 받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시가 건설을 추진 중인 대저·장낙대교와 엄궁대교가 상관관계에 있는 만큼, 이를 연계한 생태계 환경 영향 저감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특히 시에 겨울철새 대체 서식지를 구체화하고, 교량 일대 대모잠자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구체적인 분포 범위와 생태계 모니터링 방안 등에 대해 상세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궁대교는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길이 2.9km 교량으로 사업비 3455억 원이 투입된다.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1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갔지만 입지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고 겨울철새 조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엄궁대교 노선을 침매터널 형식으로 지하화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결론이 났다.

이처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차 반려하면서 엄궁대교 착공은 또 미뤄질 전망이다. 엄궁대교 건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돼야 실시계획승인 등 착공을 본격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위한 첫 단추인 환경영향평가를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20296월 준공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서부산권과 도심을 잇는 핵심 연결축인 교량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이동 불편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서부산낙동교와 하굿둑 교량 등은 교통량이 포화 상태다. 여기에 에코델타시티 등 서부산권에 대규모 주거 단지가 조성되면 강서구 일대 하루 교통량이 20만 대가 넘어 교통 혼잡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부산 교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낙동강을 횡단하는 장낙대교와 낙동강 본류를 지나는 엄궁대교가 서부산 단지 개발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교량 사업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서부산권 주민들의 원성도 쏟아지고 있다.

시는 이르면 2개월 내로 엄궁대교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낙동강 횡단 교량 건설 사업이 더는 늦춰지지 않도록 문화재청 문화재 현상 변경 승인을 위한 철새도래지 대체서식지 마련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요구한 사항들은 충분히 보완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다시 제출할 방침이라며 사업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차도 날려버린 초강력 토네이도

엿가락처럼 늘어진 송전탑웨이보 캡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초강력 토네이도가 휩쓴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옌청의 푸닝(阜寧)현 일대와 둥펑위에다(東風悅達)로 옌청 푸닝현 일대의 사망자 보고는 현재 78명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중상 20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이 부상했다.

토네이도에 휘말려 하천에 떨어진 자동차웨이보 캡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재난 현장의 목격담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당시 토네이도는 자동차를 날릴 정도로 강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 이처럼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은 196633일 이후 50년만에 처음이다.

운전기사 장()모씨는 "차를 몰고가던 중 전방 멀리서 큰 나무가 이상하게 쓰러지는 것을 보고 즉각 차를 멈추고 멀리 피했는데 차량이 토네이도에 휘말려 높이 치솟는 것을 육안으로 봤다"고 전했다. 장씨의 차량은 부근 하천에 떨어졌다.주민 리()모씨는 당시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져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엄청난 비바람 소리와 함께 돌풍으로 지붕과 천장이 뜯겨나가고 벽돌이 사방으로 튀면서 순식간에 집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붕괴된 집안에 갇혀있던 그는 벽돌을 헤치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계란 크기 만한 우박이 쏟아져내리며 인명피해를 키웠다.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우박을 맞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생생히 전해졌다.

토네이도에 뜯겨나간 가옥 주변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웨이보 캡처

짧은 시간에 폭우, 우박, 천둥번개, 강풍 등이 섞인 대류성 기후가 순환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한 목격자는 "20여분동안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서는 옌청시의 경찰, 소방대가 총동원돼 무너진 공장 등지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인근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창저우(常州) 등지의 소방대도 구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했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태스크포스를 현장에 파견해 재난구호를 지휘토록 하는 한편 인명손실과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인명 구조와 부상자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사고 발생후 장쑤성 지도부도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재난구조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재난현장에 떨어진 우박웨이보 캡처

jooho@yna.co.kr

피부가 타는 것 같아체감온도 50도 육박동남아 덮친 폭염

필리핀, 휴교 등 대책 마련

태국서도 30명 열사병 사망

폭염이 덮친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난 26(현지시간) 한 남성이 자신의 딸을 물로 씻겨주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염이 동남아를 덮치며 온열 질환과 모기가 번져 각국이 휴교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교육부는 29~30일 전국 공립학교 대면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원격 수업을 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교육부는 교실 대부분에 에어컨이 없어 기록적인 폭염 예보에 온라인 전환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필리핀 체감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며 일부 공립학교와 수도 마닐라의 일부 지역 학교는 이미 대면 수업을 중단한 상태다. 한 고등학생은 견딜 수 있는 일반적인 열기가 아니다. 열기가 피부를 태우는 것 같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한 교사는 현지 라디오에 지난 며칠 동안 학생과 교사의 고혈압, 현기증, 실신에 대한 보고가 이미 있었다고 밝혔다.

필리핀 기상청에 따르면 마닐라는 지난 2738.8도를 기록했다. 19155월 이후 최고 기온이다. 필리핀 기상청은 앞으로도 체감 온도가 최고 46도에 달하는 등 5월 중순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폭염 탓에 전력 공급에도 부하가 걸렸다. 필리핀 전체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루손섬에서도 예비 전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필리핀은 물론 주변 동남아 국가도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태국에선 올해 열사병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수도 방콕은 최고 기온 40도를 넘겼고 체감기온이 52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7일 최대 전력 수요가 36356에 달해, 지난 22일 세웠던 기록을 경신했다. 미얀마도 한때 기온이 45.9도까지 치솟았다.

통상 동남아는 3월부터 5월까지가 건기에 해당해 폭염을 겪는데, 올해는 특히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중부와 동부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인도네시아는 모기를 매개로 퍼지는 뎅기열 발병 사례가 전년 동기 15000건에서 지난달 35000건으로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엘니뇨 기후 패턴으로 인해 건기가 길어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모기의 수명도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현지 안타라통신에 밝혔다.

제비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모습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진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던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제비는 조영남의 히트곡이다. ‘딜라일라’ ‘내 고향 충청도’ ‘물레방아 인생’ ‘최진사댁 셋째딸등과 함께 조영남이 불러 히트시킨 번안곡 중 하나다. ‘조영남은 남의 노래로 먹고산다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딜라일라의 히트 이후 TV 쇼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이 원곡을 주면서 번안곡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잦았다는 게 조영남의 증언이다. 대개 2~3일 만에 원곡에 노랫말을 붙여 완성했다.

이 곡의 원곡은 멕시코 민요인 라 골론드리나(La Golondrina, 제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애절함을 담은 조영남의 노래와 달리 원곡은 뜨거운 조국애를 담고 있다. 1862년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멕시코를 침공했을 때 포로로 프랑스에 잡혀갔던 의사이자 작곡가인 나르시소 세라테르가 만들었다. 여러 가수가 번안하여 불렀는데 카테리나 발렌테와 나나 무스쿠리의 곡이 유명하다.

모델 출신 여가수 윤승희(사진)1977년 발표한 제비처럼도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래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라는 가사처럼 밝고 흥겨운 노래다. 윤승희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가창력도 뛰어났지만, 결혼과 함께 가수 생활을 접었다.

제비는 음력 삼짇날(33)이면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여름 철새다. 동화 행복한 왕자흥부와 놀부에 등장하는 친숙한 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전에 그렇게 흔하던 제비가 요즘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제비는.

 

플라스틱, 91%는 폐기물기후 위기와 '플라스틱'은 한몸통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정부·국회의 과제

우리는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150만톤에서 201946000만톤으로 70년 동안 약 306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다. 누적된 플라스틱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2000년 이후에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고, 2000(23400만톤)부터 약 20년 동안에도 연간 생산량은 두 배나 급증했다. 또한 약 40년 후인 206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9년보다 3배가량 증가한 1230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중 절반가량은 이른바 선진국(OECD 회원국)에서 만들어졌다. 1인당 연평균 플라스틱 사용량은 미국이 221kg으로 가장 많고, 유럽 국가들이 114kg, 한국과 일본은 각각 69kg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선진국 중심으로 생산·소비된 플라스틱이 앞으로는 신흥경제국에서 사용량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6, 아시아 국가들은 3배 더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류 역사에서 플라스틱은 철(3500), 종이(2200)에 비해 사용된 역사는 짧지만, 뛰어난 특성으로 철, 목재, 유리, 종이, 면화 등 천연자원을 빠르게 대체했다. 플라스틱은 44%가 포장재로 사용되고 있고, 건축재 18%, 자동차 부품 8%, 전기·전자제품 7%, 가정·레저·스포츠제품 7%, 기타 12%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서 플라스틱이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에 이어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 과도한 생산·소비 후 91% 폐기물인류세 특징

플라스틱의 과도한 생산과 소비는 폐기물 급증으로 이어진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200015600만톤에서 201935300만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플라스틱은 사용된 뒤 대부분(91%) 버려진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19%는 소각되고 50%는 매립되며 나머지 22%는 통제되지 않는 쓰레기장에 폐기되거나 노천 구덩이에서 소각되거나 환경으로 누출된다. 2019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610만톤이 수생환경에 침투했고, 이 중 170만톤은 바다로 들어갔다. 현재 바다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약 3000만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은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어 분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토양, 하천, 바다 등을 오염시킨다. 또한 잘게 부서져 인체의 혈액 속, 모유, 우리의 공기 중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의 손실이 닿지 않는 야생 동물의 분변에서부터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와 가장 높은 산, 북극 공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인 인류세의 특징을 나타내는데 플라스틱이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플라스틱층이 화석 기록에 이미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관찰 결과를 발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어구·어망 성분의 플라스틱이 녹아 다른 암석과 결합한 플라스틱 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기후 위기 막으려면 플라스틱 생산 46~70% 줄여야

플라스틱은 기후 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플라스틱은 석유 원료를 통해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가공하는 과정은 물론 소비, 수거, 처리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플라스틱 생산단계에서 매년 약 10억톤, 가공단계에서 약 5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플라스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의 3.4%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플라스틱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918억톤에서 206043억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태평양 환경(Pacific Environment)’의 연구에 따르면, 1.5도 이하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대비 46~70% 감축해야 한다. 여기에 생물다양성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2040년까지 최소 7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내놓은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톤으로 2010년보다 약 2.5배 증가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대비 1.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플라스틱 중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배출량은 2021년에 하루 평균 1292.2톤으로 2019(715.5/)보다 80.6%나 급증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생수 페트병 109(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5.3kg)를 사용하고 버렸다. 2017년과 비교하면 생수 페트병은 14%,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57%, 일회용 비닐봉투는 16% 증가했다. 네 가지 일회용품만으로 1인당 1년에 약 19kg의 플라스틱을 써버린 셈이다. 이를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2020년 기준 생활계 폐기물의 약 20%에 달하는 양이다.

한국, 일회용품 사용량 급증'탈플라스틱' 정책, 나홀로 역주행

한국도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3%에 달한다. 세계 평균(9%)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의 플라스틱 재활용률(32.5%)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재활용 범위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U는 폐기물을 에너지화한 에너지 회수를 재활용에 포함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이를 재활용 범주에 포함한다. EU의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7%로 크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탈플라스틱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대형매장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 이후, 202211월부터 일회용품 규제책으로 종이컵·플라스틱빨대·젓는막대, 비닐봉투 등의 사용을 금지하되 비닐봉투, 플라스틱빨대, 젓는막대, 종이컵에 대해서는 1년간 계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7일 계도 중이던 해당 일회용품의 사용 금지를 철회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 세계 120여 개가 넘는 국가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EU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지침을 제정하고 2021년부터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를 확대 시행했으며 플라스틱 포장세를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는 2022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법안을 시행했고, 호주도 2021년 플라스틱 감축법을 제정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판매·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최초의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

지난 423~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내용을 결정하는 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열렸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에 관한 국제 협약을 제정함으로써 폐기물 처리 위주였던 기존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플라스틱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도모하는 협약이다.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 참석한 175개국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간협상위원회(INC)’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세부 규제와 이행 및 재원 방안에 대해 국가간 이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통해 최초의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만들어진다. 국가별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 vs. 재활용 우선, 법적 구속력 지닌 협약 vs. 자발적 목표 수립 등으로 이견이 있지만, 어떤 수준의 내용과 방식으로든 신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순환경제사회를 고려한 탈플라스틱법 제정 필요

한국 정부도 플라스틱 오염 종식 및 순환경제 전환을 선도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강력한 협약이 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경부는 2022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고 2024년부터 본격화할 유엔 플라스틱 협약에 대비하고 탈플라스틱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철회하고 미세플라스틱 규제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202411일부터는 자원의 생산·소비·유통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원순환기본법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전부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순환경제 전환 촉진법은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폐지, 폐금속, 폐유리 등 순환자원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플라스틱에만 필요한 정책 방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한국의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과 유사한 순환형사회형성추진기본법이 있음에도 탈플라스틱 법이라 불리는 플라스틱의 자원순환 촉진 등에 관한 법률20224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말에 채택할 예정인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모든 회원국이 순환경제를 고려한 플라스틱 생산·소비 관련 조치를 포함하는 국가 법령 체계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도 주요 정당이 일제히 '탈플라스틱' 공약을 발표했던 만큼 오는 530일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제안하는 '(가칭)플라스틱 자원순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프레시안

우리 숲도기후 스트레스, ‘저출산 고령화

탄소흡수량 점점 줄어숲 최대한 넓히거나 유지해야

산림 조성과 보호 및 목재 단계적 사용 등 순환경영 필요

경북 경주 월아산의 소나무숲 / 산림청 제공

전 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409t(±32t)으로 추정된다. 2013~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88%(연간 353t)가 화석연료 연소에서, 12%(연간 47t)는 산림 등 토지이용에서 나왔다.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바다가 26%(연간 104t), 숲이 31%(123t)를 흡수했다. 흡수되지 않은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쌓여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량을 추적하는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가 지난 10년간 이산화탄소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흡수되는지 과학적으로 추정한 결과다.

GCP 자료가 제시하는 결론은 명쾌하다. 배출량과 흡수량의 차이를 없애 균형을 이루려면 화석연료 사용,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흡수 측면에선 육상 생태계에서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있도록 숲의 면적을 넓히거나 그게 어려우면 최소한 유지하기라도 해야 한다. 핵심 탄소흡수원인 숲을 잘 가꾼다면 2050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보루, 산림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에 햇빛을 반응시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광합성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생화학반응이다.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광합성을 통한 산림의 탄소흡수는 기후변화의 자연기반해법이라고 불린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로 저장하고, 생산된 목제품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콘크리트와 철강을 대체하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숲의 탄소흡수량은 정점을 지나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연간 6000t에 이르렀던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20214040t으로 줄었고, 2030년에는 2250t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침엽수림의 생장이 현격히 둔화한 것이 한 원인이다. 구상나무와 금강소나무의 고사,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은 기후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을 보여준다. 한국 숲의 저출산 고령화현상도 흡수량에 영향을 준다. 한국은 1970~1980년대에 대규모로 나무를 심었는데 이때 심은 나무가 이제 40~50세에 이르렀다. 사람과 비슷하게 숲도 노령기(50년 이상)에 접어들면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 2050년대에는 노령기에 접어드는 숲이 전체 산림면적의 76.2%를 차지할 전망이다.

경남 진주시 월아산의 소나무 숲으로 난 등산로 / 산림청 제공

이상기후로 산불과 산사태 등 산림 재난은 대형화하고 있다. 산불의 건수와 피해면적은 2010년대 440, 857에서 2020~2023년 사이 580, 8367로 늘었다. 건수와 비교해 피해면적이 크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2016년 이후 산사태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산불과 산사태는 숲에 저장된 탄소가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산림청이 지난해 710일 발표한 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9100t) 11%3200t(국내 2700해외 500t)을 산림 기여로 달성할 계획이다. 산림을 핵심 탄소흡수원으로 적절히 관리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려면 산림 면적을 유지 및 증대해야 하고, 산림 관리로 흡수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탄소흡수와 생태 다양성의 균형 찾기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산림 분야 탄소중립에서는 광합성에 의한 흡수 외에 목재 제품 이용, 바이오매스를 통한 화석연료 대체 효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나무에 저장된 탄소가 수확된 목재 제품을 통해 인간 사회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새 나무로 채워 다시 저장고 역할을 하게 하는 순환 임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손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배출량을 줄이는 게 첫 번째고, 그다음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해야 한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포집(DAC)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더 발전해야 하고, 그다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자연기반해법이다. 육지의 식물과 바다의 조류를 활용해 최대한 흡수하는 건데 산림의 면적을 늘려야 하고, 늘릴 수 없다면 최대한 줄어드는 걸 막고 기존 산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나무도 사람처럼 나이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서 빠른 성장의 시기를 지나면 여전히 탄소는 흡수해도 증가폭은 줄어든다. 그래서 많이 흡수하는 시기가 지나면 베는 게 좋다. 그게 숲의 단위면적당 흡수량을 늘릴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이 가진 탄소를 가공해서 오랫동안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나무를 가공해 가구로 쓰면 그 수명 동안은 탄소가 나무 안에 저장된다. 건축물에 목재를 쓰면 콘크리트와 철강을 가공할 때 나오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가공이 어려우면 팰릿으로 만들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 생물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산림을 경영·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목재의 탄소저장 능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탄소나무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목조 주택 1동은 철근 콘크리트 주택보다 탄소배출량은 4분의 1이고 탄소 저장량은 4배 많다. 단열 성능도 뛰어나 냉난방비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 목재 사용으로 인한 대체효과는 탄소흡수량으로 인정받는다. 김관호 산림청 산림정책과장은 “‘목재 제품에 저장된 탄소의 양에 콘크리트, 철근을 대체하는 효과까지 포함하면 국내 생산 목재로 국내에서 지은 100면적의 목조 주택 한 동은 약 40t 정도의 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서 목조 건축이 목재를 가장 장기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보니 최대한 늘려나가려고 추진하고 있고, 건축 분야라 국토부와도 연계해서 목조 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이 험하고, 목재로 쓸 만한 나무가 부족해 산업적 벌목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반론도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고령기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는 접근법이 상대적으로 탄소흡수를 강조하고, 숲이 가진 다른 기능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나무에 저장된 탄소도 있지만 잎이 떨어져 썩지 않고 땅에 쌓여 토양유기물 형태로도 저장된다. 나무를 자르고 나면 이 토양유기물이 빨리 분해돼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나무만이 아니라 토양의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변할지 정확한 정보를 먼저 얻어야 한다. 덧붙이면 숲을 가꾸는 이유로 탄소 저장도 있지만 다른 목적도 있다. 숲은 하류의 홍수나 가뭄을 줄이는 기능이 있고, 동물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서식처가 된다.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고, 관광지도 제공한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하는데 그런 걸 다 고려하지 않고 탄소 흡수만 살피는 건 부분적 시각이다. 나무를 심는다면 숲에 있던 나무를 자르고 다시 심기보다는 원래 없던 곳에 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위험한 선택, 숲 복원해야

숲에서 얻은 목재로 경제적 이득을 보거나 탄소를 흡수하는 건 숲의 크고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탄소 흡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벌채를 진행한다면, 새 숲이 들어서기까지 20~30년 동안은 숲이 제공하는 이런 서비스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 숲이 다시 울창해져도 이런 서비스가 이전처럼 충분히 제공될지는 불확실하다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강 교수는 현재 전국 단위로 그린벨트를 풀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그린벨트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폭넓게 해제를 허용하고, 그린벨트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비수도권에서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대체지 확보를 조건으로 해제를 허용할 방침이다. 강 교수는 숲은 도심의 온도 상승을 막고, 그늘을 제공하고 물순환을 건강하게 한다. 녹지를 원하는 수요도 많다는 점에서 그린벨트를 녹지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특히 농경지가 줄어드는 데 농지를 녹지로 가꾸는 방안과 헌법상 우리 국토이기도 한 북한의 헐벗은 산에 숲을 조성하는 방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발표된 유럽연합의 ‘2030 신산림전략이나 독일의 ‘2050 숲전략은 모두 기후변화 극복·적응을 위한 잠재적 산림 증대, 산림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 조성과 보호·복원의 확대, 목재의 단계적 사용, 생물 다양성 증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방향에서 2017년 제6차 산림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탄소흡수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산림의 순환 경영을 강조했다.

이 기본계획은 지난 1월 공청회 등을 거쳐 현재 개정 작업 중이다. 탄소흡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와 벌채로 인한 생물 다양성 훼손, 생태계 서비스 중단을 우려하는 시각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관호 과장은 기본계획 변경의 이유 중 하나는 (기본계획이 수립된) 2017년 이후 이뤄진 2050탄소중립 선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산림정책에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한꺼번에 다 베는 방식(개벌)을 줄여나가고, 생태계의 건전성을 지켜가는 방식으로, 중간중간 나무를 남겨두는 친환경 벌채를 늘려나가고자 한다. 경제림 활용을 높이기 위해 임도(숲에 낸 길)도 지속해서 늘려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가덕신공항 건설공사 앞두고 대항동 문화재 실태·발굴조사

일대 패총·포진지 등 다수 분포

- 건설 앞 정확한 조사 지속 제기

- 정부 1순위 낙찰자 조율 뒤 착수

2029년 말 개장 예정인 가덕신공항 건설에 앞서 공사가 진행될 지역에 문화재가 얼마나 분포돼 있는지를 살피는 작업이 이뤄진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국제신문DB

28일 국토교통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매장 문화재 표본 및 시굴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용역 수행 업체 공모에서는 88개 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국토부는 1순위 낙찰자와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끝나면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용역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240일이다.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건설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반드시 살피도록 규정되어 있다.

해당 작업은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12곳에서 이뤄진다. 전체 면적은 34034(표본 조사 329948·시굴조사 186). 학계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지역에는 신석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패총과 토기가 발견됐다. 이는 오래전부터 가덕도에 사람이 거주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로 거론된다. 또 외항포 등에는 일제 강점기 때 설치됐던 포진지와 막사, 엄폐물 등 일본군의 군사시설도 다수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향토 사학계 등에서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앞서 유적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제기했다.

이에 국토부는 우선 그동안 개략적으로 확인됐던 유적의 정확한 분포 실태와 매장 범위, 성격, 중요성 등에 대한 조사를 용역사가 이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가치가 있는 매장 문화재가 확인되면 전문가 회의를 거쳐 발굴 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고고학적 판단이 필요할 경우에는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발견·발굴된 매장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방안 검토 및 국가 귀속 여부 등을 결정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표본 및 시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 토지나 가옥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용역사가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조사가 끝난 뒤 주변 정리 및 원상복구도 계약서상 의무 조항으로 명시한다.

가덕신공항건립추진단 측은 이번 용역은 표본 및 시굴조사를 통해 훼손이나 유실될 가능성이 있는 유적의 처리 방안을 합리적으로 결정, 가덕신공항 건설과 문화재 보존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추진됐다과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남부권 관문공항 위계, 법적 명문화 필요

가덕도신공항 비전포럼

29일 오후 부산 벡스코서 개최

건설법 시행 후 첫 전문가 토론

가덕도신공항 비전포럼이 열린 29일 이강석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숙원이자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가덕신공항 건설이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출범과 함께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을 지향하는 가덕신공항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복합물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국제공항이라는 하드웨어를 탄탄히 갖추는 한편, 운영 관리 체계나 연관 산업 연계 전략 수립 등 비전을 구체화할 실행 계획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의 성공적 개항을 위한 당면 과제를 진단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공항 정책·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부산일보와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가 주최하는 가덕도신공항 비전포럼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지난 25가덕도신공항건설법이 시행된 후 처음 개최된 신공항 관련 전문가 토론이다. 이날 포럼에는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과 이헌승 전재수 국회의원,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 정현민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신공항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재각인시켰다.

김광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가덕신공항이 지역 경제 활동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공항 건설과 운영에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중앙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관광 비즈니스와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의 역할과 가치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선 이강석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으로 건설, 운영돼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공항 위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덕신공항 공항 위계에 대한 법적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객·물류 중심 남부권 관문공항이라는 가덕신공항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 중추 공항인 인천공항과 차별화되는 명확한 기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가덕신공항 위계 상향에 대한 국토교통부와의 협의와 정책적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부산시의 공항 운영 참여를 통한 공항 분권확보 방안, 공항복합도시 구축 전략 등 여러 신공항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김진수 부산일보사 사장은 국토부가 주축이 돼 진행되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지역 업체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오늘 포럼에서 나온 지역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중앙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공항, 지자체 참여 증가세

글로벌 허브 공항을 보유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공항 운영과 소유에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미국 뉴욕 JFK 공항과 LA·샌프란시스코 공항 등은 지방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운영은 공기업이 맡는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 허브 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히드로 공항(영국 런던) 샤를 드골 공항(프랑스 파리) 스키폴 공항(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공항(독일) 홍콩 공항(홍콩) 등은 공기업이 소유와 운영을 모두 맡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경우 공항이 있는 헤세주가 공항 소유권의 31.31%를 확보해 운영·관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일본 역시 2008년 공항법 개정을 통해 28개 거점공항과 54개 지방관리공항에 대한 지자체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와 공기업이 공항 운영 권한을 전담한다. 지자체 참여는 아예 막혀 있었다. 국내 15개 공항은 정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양분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을 포함한 14개 지방공항 내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을 담당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의 중장거리 국제선을 맡고 있다. 때문에 국내 지자체의 공항 운영 참여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 공항 운영 참여는 필수

항공 분야 전문가들은 가덕신공항 건설을 현행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양분된 공항 운영 체제에서 벗어나 공항 소유·운영 체제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도 공항 건설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덕신공항의 운영·소유에서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연구원 이상국 선임연구위원은 가덕신공항은 국내선은 정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국제선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전담하고 있는 체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맡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출자함으로써, 부산국제공항공사 설립 때 공항 운영 참여 권한을 선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공항 소유·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 등 관련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어 부산시의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참여는 공항 분권을 실현할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후 가덕신공항운영공사 설립에도 부산시가 독립적인 운영권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항 운영 전문성도 키워야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소유·운영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항 운영 분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역 기반 항공사를 확보하고 이용객 친화적인 공항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통대 박성식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부산시는 가덕신공항을 바탕으로 국내 항공 수출 전체 물량의 1%인 항공·물류 특화 기능을 키워나가야 한다그 기능을 수행할 특화 인력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진서 항공우주교통연구본부장은 가덕신공항이 인천국제공항에 버금가는 관문 공항으로 성장하려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와 이용객 친화적인 공항이 돼야 한다부산시가 공항 운영의 전문성을 키우고 항공 관련 업체 지원과 항공 전문 인력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미래세대에 염치 있다면 삼척화력 가동 말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마지막 화력발전소상업운전 계획 중단 촉구

국내 온실가스 배출 1포스코 자회사가 건설탈석탄 흐름 역행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420일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에서 탈석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420 삼척집중행동 제공

편리는 대가를 원합니다. 그 대가가 우리 미래세대의, 자식들의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그랬다면 미래세대에게 미안함과 염치를 가져야 합니다.”(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동해삼척 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지구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420일 강원도 삼척에서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1호기의 상업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애초 삼척블루파워 1호기는 419일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봄철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운영이 연기됐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의 자회사가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는 1호기가 5월 중, 2호기가 9월 중 완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척블루파워의 가동은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을 줄이자는 기후위기 시대의 국제사회 흐름에 반한다. 환경부는 지난 47일 총선을 앞두고 핵발전 정책을 강조하며 전력 부문에서 약 1000t(2022~2023)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삼척블루파워가 가동되면 연간 내뿜는 온실가스양은 약 13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발전소 하나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수포가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한국은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삼척블루파워의 수명은 30년으로 2054년에야 가동을 마친다. 그럼에도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될 삼척블루파워 건설을 허가했고,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사업계획을 그대로 뒀으며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겠다던 윤석열 정부에서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사회의 피해도 크다. 포스코가 삼척 맹방해변에 유연탄 하역장을 지으면서 해안침식이 진행되는 등 해변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재킷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던 바로 그 해변이다. 이 발전소가 내뿜을 대기오염물질도 문제다.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일반적인 미세먼지보다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터와 삼척 시내 중심부는 불과 5떨어져 있다.

이날 집회는 기후위기비상행동, 석탄을넘어서,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했고, 전국의 시민들과 삼척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역장 공사로 훼손된 맹방해변을 돌아보고, 삼척블루파워 본사 앞에서 집회한 뒤 삼척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들은 삼척블루파워 사업 중단과 1.5도 목표(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자는 국제기후조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고착화된 화석연료체제를 유지하려 하는 이들의 흐름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부산 엑스포 참사’, 최소한 국정조사 감이다

윤석열 정권의 집권 2년 성적은 참담합니다. 나라 안팎에서 모두 낙제점입니다. 윤 정권이 내·외정에서 거둔 ‘3대 참패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시간순으로 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20231011) 참패,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결정(20231120) 참패, 22대 총선(2024410) 참패가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 참패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3대 참패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무지오만’, 그리고 무반성입니다. 미리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 무지와 오만이 윤 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바람에 폭풍처럼 들이닥쳤습니다. 모두 그가 자초한 화입니다.

앞의 참패를 교훈 삼아 제대로 반성이라도 했다면 뒤의 참사는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반성 없는 태도가 제2의 참사, 3의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정책 방향은 옳았는데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버티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제4, 5의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서로 연결된 강서구청장 보선·부산 엑스포·총선 ‘3대 참패

윤 대통령의 실정에 명확하게 아니오판정을 내려 준 3대 참사 중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참사가 가장 기억에서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죽음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명품 가방 수수-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로 표현되는 내정 실패의 그림자가 워낙 짙어 그에 파묻힌 감이 있습니다. 긴급하게 추궁해야 할 내정 실패가 한둘이 아니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부산 엑스포 참사는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 사안은 내치과 외정의 실패가 함께 섞여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준엄하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 엑스포 참사는 윤 정권이 한국 외교의 방향과 목표를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 State, GPS)’로 삼은 것이 얼마나 허황한 꿈인지도 잘 보여줬습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추구한다고 간판을 걸어놓은 채 친미-친일 추종 외교로 일관한 양두구육외교의 결정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9119라는 당시 표결 결과는, ‘심리적 G7’ 또는 ‘G7 플러스를 운운하다가 올해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도 받지 못한 윤 정권의 허장성세 외교의 민낯을 미리 까발려 준 선행 지표였습니다.

그럼, 왜 엑스포 참사 추궁이 꼭 필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짚어보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양두구육 외교물밑 거래였나, 12개국 공관 설치 발표

외교부는 2030 엑스포 유치국을 결정하는 투표를 3주 앞둔 2023117, 느닷없이 24년까지 12개국에 재외공관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마셜제도, 보츠와나, 수리남, 슬로베니아, 시에라리온, 아르메니아, 에스토니아, 자메이카, 잠비아, 조지아가 그들 나라입니다. 한꺼번에 12개국의 공관을 신설하는 것은, 건국 이후 최초입니다.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각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공관 늘리기 경쟁을 맹렬하게 벌였던 냉전 시대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국제박람회기구(BIE) 누리집을 살펴보니, 이들 12개국 중 룩셈부르크를 뺀 11개국이 모두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이면서 한국의 공관이 없는 나라들입니다. 룩셈부르크도 회원국은 아니지만 한국의 박람회 유치 행사에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리가 자주 얼굴을 내민 것으로 봐, 엑스포 유치 활동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관 설치 약속을 미끼로 부산에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물밑 거래를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국제적으로는 매수 행위이고, 국내적으로는 국고의 낭비입니다. 공관 하나를 추가로 설치하고 운영하려면, 공관과 공관장 관저, 직원 인건비를 포함해 아무리 작은 공관이라도 한 해에 수십억 원은 족히 들어갑니다. 지금도 외교부는 세계 곳곳에 모두 188개 공관을 유지·운영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12개를 더 늘려 200개를 채워 공관 수 분야 금메달을 딸 요량인 줄 모르겠지만, 지금도 적은 인원에 많은 공관을 운영하느라 질 높은 외교를 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입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참담한 실패 하루 뒤인 29일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렸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공관장에 보낸 충격의 비밀전문, ‘2차에서 뒤집을 수 있다

또 외교부는 엑스포 유치 결정 일주일 정도를 앞두고는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 공관장들에게 투표 때까지 교섭에 활용하라면서, ‘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을 보냈습니다. 공관장에게 마지막까지 유치에 힘쓰라고 독려하는 것이야 무슨 문제겠습니까마는 그 내용이 자못 충격적입니다. ‘본부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가 120표 이상을 얻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고 1차 투표에서 약간의 표 차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이 2차 투표에서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표를 확보하고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특히, 대다수 국가도 2차 투표에서 유치국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고 1차 투표에서 사우디를 지지했던 나라들도 2차에서는 태도를 바꿔 한국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투표 결과가 보여줬듯이, 모두 거짓된 내용입니다. 외교부가 정말 그렇게 판단했다면 정보 수집 및 판단력이 제로였다는 걸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이런 판세가 거짓임을 알고도 비밀전문을 공관장에게 발송했다면 더 문제입니다. 한국 외교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공관장을 바보로 만든 처사니까요.

이 전문은 재외 공관장, 외교부 본부의 장관, 1차관, 2차관, 경제조정관, 차관보 등 주요 간부뿐 아니라, 대통령실의 미래전략관실과 국가안보실까지 공유됐습니다. 이제까지는 외교부가 실상을 알고 있었으나 대통령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었지만, 이 전문은 외교부도 한 배에 타고 있었다는 걸 말해줍니다. 물론 외교부 자체 판세 분석은 달랐는데 대통령실에서 내려온 모종의 압력에 굴복해 이런 거짓 내용의 전문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진상을 파헤쳐야겠지요.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한통속 외교 실정, 국회가 바로잡아야

3대 참사 중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사과를 한 것은 부산 엑스포 참사가 유일합니다. 윤 대통령은 유치 실패가 결정된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시민뿐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라면서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상한 건,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후속 문책 인사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전부 승진 또는 우대를 받았듯이, 부산 엑스포 참사의 주역들도 모두 후대를 받았습니다. 외교 수장이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총선에서 서대문을 후보로 단수 공천됐고, 외교부 안에서 실무 책임을 맡았던 오영주 제2차관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승진·발탁됐습니다. 대통령실에서 호가호위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했던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도 문책은커녕 총선에서 안산갑 후보로, 전략 공천됐습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한답시고 총리 역사상 가장 빈번하게 해외순방 놀이를 즐겼던 한덕수 총리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다가 총선 패배 뒤에야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도 실무자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대통령실과 실무자들의 생각이 똑같았다는 것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더욱 더 외부의 감시와 견제, 추궁과 신상필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내치뿐 아니라 외정도 준엄하게 심판했습니다. 이런 결과에 따라 탄생할 새 국회는 방향을 잘못 잡은 채 헤매고 있는 한국 외교를 바로잡을 책임도 지고 있습니다. 청문회를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더욱 강한 다른 무엇을 하든, 그것을 위한 첫걸음은 부산 엑스포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파헤치고 따져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태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실장/ 시민언론 민들레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

캄캄한 북보다 환한 남 야경이 더 걱정

일전에 한반도의 야경을 위성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밤의 한반도는 남과 북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남한은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들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이었고, 군사분계선의 북쪽은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마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한의 경제적 자부심만큼 북한의 어둠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또는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생명사회를 고민하는 나의 눈에는 불 끄고 자야 하는 밤을 화석연료를 태워 저렇게 환하게 밝히는 남쪽의 소비문명이 더 걱정되었다.

필자는 2000년 초에 23년간의 전쟁이 끝난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약 4년간 긴급구호와 개발협력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국제기구와 외국의 개발협력기관 및 한국의 NGO(비정부기구)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이 가난한 나라가 어서 빨리 발전하여 우리 나라처럼 잘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염원한 점이다.

남북한의 야경을 찍은 위성 사진

벼랑끝을 향해 달리는 동물떼 같은 무한성장주의

그런데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는 독자라면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과연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모두 이른바 선진국처럼 산다면 어찌 될까? 오늘날 20%의 잘 사는 북반구 국가들이 세계 83%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80%의 가난한 나라가 18%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는데, 이들이 만일 20%선진국수준으로 산다면 어찌 될까.

지구는 벌써 끝장났을 것이다. 실은 가난한 나라의 그 가난이 기후 위기의 잘 사는 이들의 풍요로운 삶을 지속시켜주는 토대가 돼 있는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GNP(국민총생산), GDP(국내총생산)라는 척도를 중심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했고, 앞선 선진국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사회주의도 역시 생산력의 고도화가 바로 진보라고 천명했다. 그들도 오늘날 기후위기의 쌍둥이 원인 제공자일 뿐이며, 절멸을 초래한 과거의 진보 또한 더 이상 진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 모두 죽는 줄 모르고 벼랑 끝으로 달리는 동물들 무리와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침몰하는 타이타닉 배 위에서 서로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으려고 싸우거나 선상에서 의자 배열을 놓고 다투는 것과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일대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4.4.16. 연합뉴스

평화와 통일세력은 개발주의, 성장주의, 반환경주의자인가?

2012년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며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보수보다 진보 쪽에서 더 강조해 왔던 내용이었다. 또 그것은 통일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통일의 당위를 설득하는 매력적인 논리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실제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고급 노동력과 결합되고, 여기 남쪽에서 시작하여 몽고를 가로지르는 대륙 관통 철도 TCR, 러시아 내륙을 가로지르는 TSR이 연결되면, 한국은 그 동안 북한으로 막혀 있던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장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돼 획기적인 물류혁명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부푼 꿈들을 꾸었다. 결국 성장주의 대박 통일이다.

생명, 생태위기의 본질은 지구라는 행성적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그동안 자연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무한성장을 도모했다. 그 어리석음이 필연적으로 전지구적인 기후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거대한 전환을 강제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무한성장주의는 무한채굴주의이며 곧 무한팽창주의이다. 기후위기는 산업사회 이후 기계론적 패러다임에 근거한 물질성장주의를 발전이며 진보라고 인식한 근대적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무한성장주의에 근거한 통일과 평화 논리는 북한주민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북을 남한처럼 만들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개발주의이다. 남한의 야수같은 자본은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채굴하려 할 것이며, 건설자본들은 북한의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하려 할 것이고, 핵 폐기물을 비롯하여 온갖 쓰레기와 오염물, 혐오시설을 보내 식민지화하려 할 것이며, 북한주민들은 그저 자본의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여 이등국민화하려 할 것이다.

지난 229일에 촬영된 인도 동부 오디샤주 간잠 지구의 포담페타 해변. 해수면 상승으로 파괴된 해변의 집터 근처 바닷가에 나와 있는 마을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벵골만을 따라 해안 정착지에 살고 있는 오디샤는 특히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침식에 취약하다. 2024.2.29. AFP 연합뉴스

탈식민지적 과제와 탈근대적 과제의 통합

생명평화의 사상은 위기의 원인이 명확히 성장주의라고 보며 이를 반대하는 세계관이다. 그래서 모든 기후 위기론자나 녹색 생태주의자들은 탈성장이나 포스트 성장사회를 지향한다. ‘성장사회가 아니라 성숙사회로의 전환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치유의 해법은 그 길밖에 없다. 또한 이 거대한 일은 한 국가의 변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 지구적이고 총체적인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문명사적 전환을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한 이유로 1992년에 지속 가능한 발전(ESSD)”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대로 가면 끝장나는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지속 불가능한 발전 방식과의 단절, 폐절이 요구된다. 여기서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생태적 지속 가능성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건대, 우리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도 전에 지구적 위기를 먼저 맞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남북의 평화와 한반도의 미래는 기후 위기 및 생명, 생태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명확히 생태적 지속 가능성과 순환사회를 지향하는 녹색 한반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나아가 남북의 평화를 이루는 거대한 과정과 문명사적, 생태적 전환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평화를 이루고 사회적 전환을 달성하려면 2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과거 동서냉전의 잔재들이 분단이라는 형태로 남아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력을 끼치는 식민지적 지배체제를 극복하는 탈식민지 과제. 또 다른 하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성장주의라는 근대적 과제의 극복탈근대적 과제.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이 두 과제의 통합적 해결이라는 비전 속에 자리잡고 있다. ‘분단모순을 해결하는 거대한 과정에 문명모순의 해결과제를 장착시키거나, 반대로 문명전환이라는 거대한 과제 속에 분단 모순을 통합하여 한꺼번에 극복하는 해법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의미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5일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마운 외곽 오카방고 삼각주 마을 근처의 말라버린 수로에 갇힌 하마들의 처참한 모습. 남부 아프리카 전역은 엘니뇨 현상으로 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2024.4.25. AFP 연합뉴스

생명생태적 순환사회를 위한 녹색 한반도 만들기

통일이라는 용어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합치는 것, 같아지는 것이며 커지는 것, 강해지는 것이라는 긍정의 기대와는 별개로, ‘상대를 없애는 것으로 인식되어 남북간의 갈등과 적대, 남한 내부 분열의 원인이 되어 왔다. 그래서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되 평화롭게 살면서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나중에 조건이 되면 굳이 통일하지 않아도 사실상 통일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을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통일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평화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런 주장이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높다.

그럼에도 사람은 분단되어 있지만 자연은 분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생태위기는 남북한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모두가 동시에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다. 그래서 생태적 순환사회를 위한 녹색 한반도만들기라는 문명 전환의 과제를 통해 실질적인 평화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몇 가지 상상한 것을 제안해 본다.

일단 하나되는 것이 아니라 나눠지고 쪼개지는 사회를 제안한다. 생태사회의 근본은 거대한 국민국가가 아니라 분권화 풀뿌리 자치사회를 추구한다. 전환사회는 쪼개지고 나뉘어진 분권적 사회, 풀뿌리 자치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 소비, 폐기가 한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이 이뤄지는 사회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자치의 사회, 농업이 기반이 되는 자립적 사회가 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사람들간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돌봄과 협력, 호혜가 넘치는 사회를 추구한다.

당연히 핵발전소나 석탄, 석유, 가스라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권적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분권과 자립에 맞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립적 사회이다.

지역의 토착문화와 전통이 보존되고,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개개인들의 안전과 행복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쪽의 자치체와 북쪽의 자치체가 서로의 자립을 지원하면서 협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멸종 반란' 활동가들이 기후 변화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6G7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산 파올로 초고층 건물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펼침막에는 'G7 정부가 결정으로 전 세계가 불타오른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EPA 연합뉴스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 열고, 그 들판에 통일의 집을

또한 자본주의 비인간성, 사회주의 비효율성을 넘어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 공유경제, 커먼즈 (공동체 공유자원) 등이 기조가 된 협동경제를 통해 호혜사회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남과 북은 모두 협동경제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경제적 협력을 넓혀나갈 수 있는 사회다.

지역민의 숙의 과정을 통해, 무분별한 자원 채굴을 금지하고 최소한의 자연개발만을 하는 사회다. 채굴되지 않은 자원은 북한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자원수탈에 혈안이 돼 있을지라도, 자원 채굴은 미래세대를 위해 철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산이 많은 북한의 경우 조림과 산림의 관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대대적인 북한 조림을 남한 주민들이 지원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활동가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정문 앞에서 '한ㆍ미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24. 연합뉴스

남과 북의 군사력은 방어적 충분성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평화유지와 재난복구를 위한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하고, 안정적 평화유지를 통해 남북 모두 군사비를 과감하게 줄여, 그것을 기후 위기와 재난 극복, 기본소득이나 복지 등에 사용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은 남북한 공히 상대를 적대하는 마음의 분단을 극복하고, 경쟁주의 사회를 넘어 호혜적 협력과 살림의 사회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2018년 한때 희망에 부풀었던 남북관계가 현재 교착상태를 넘어 지금은 일촉즉발의 전쟁을 염려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단기적인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100년 미래의 한반도, 문명전환 이후의 한반도를 어느 한 곳에서 그려둬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준비가 축적되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야수같은 자본의 작동을 차단하고 녹색 한반도 청사진을 내밀며 이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울한 때일수록 현실감각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 더 큰 문제가 된다. 기후 위기로 대표되는 생명, 생태 위기는 인간만이 아니라 비인간 생명, 미래세대의 이익을 깊이 고려하는 가치다. 생명의 가치를 바탕으로 할 때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생명평화의 사상이다. 그래서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열고, 평화의 들판에 통일의 집을 짓는다고 한 DMZ(비무장지대) 평화생명동산의 정성헌 선생 말씀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소장/ 시민언론 민들레

 

경남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남해안 관광 새로운 중심 기대

 

-아세안국가정원 조감도. 경남도 제공

김명주 경남도 경제부지사가 최근 기획재정부와 산림청을 직접 방문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조성하는 ·아세안 국가정원의 조기 착공을 요청했다.경남도는 거제시 동부면 일원 40.4ha에 조성될 ·아세안 국가정원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에따라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산림청이 시행하는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사업은 1986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한·아세안 테마정원, 평화정원, 수생정원, 전시온실 등을 조성, 2030년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는 정원 조성 시 도민들의 폭넓은 정원문화 향유와 정원산업, 지역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남 민생토론회에서 한·아세안 국가정원의 조기 착공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도는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남해안권 관광산업의 발전을 이끌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도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과 협력을 요구하고, 지방비 연계사업 발굴에서도 박차를 가해 지난 9일 김 경제부지사는 기획재정부와 산림청을 방문해 지역민의 염원이 담긴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기 착공을 건의 하기도 했다.

한편 경남도 내 민간정원은 모두 37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등록돼 있으며 도내 대표정원인 그레이스정원은 지난해 7만명이 방문하는 등 도내 민간정원을 찾는방문객은 202024만명, 202134만명, 202243만명, 202382만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원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도는 제1호 지방 정원인 거창군 창포원과 진주시 월아산, 양산시 황산, 하동군 동정호 등 각각의 특색을 살린 지방정원을 계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문정열 경남도 산림휴양과장은 ·아세안 국가정원과 함께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지방정원과 민간정원은 지역관광 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

 

광주 백운광장에 공중 보행로 '푸른길 브릿지' 개통

광주 남쪽 관문인 백운광장에 공중보행로 '푸른길 브릿지'29일 개통했다.

광주 남구는 이날 김병내 구청장, 구의회 의원,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식을 열었다.

브릿지는 총길이 350로 진월동과 남광주역 방향의 푸른길 공원 산책로를 잇는다.

사업비 1079천여만원이 투입돼 2020년부터 4년간의 공사를 거쳤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승강기가 설치됐으며 브릿지를 통해 남구청사 2층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남구는 고가 도로가 없어진 백운광장 주변 상권 활성화, 보행 환경 개선 방안을 고심한 끝에 공중 보행로를 설치했다.

김병내 구청장은 "백운광장을 사람·문화·경제가 공존하는 광장으로 만들겠다""유동 인구 증가로 상권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aum@yna.co.kr

영축산 구상나무 개체수 절반 사라져기후변화 탓

국립산림과학원의 영축산 (대전)구상나무 성숙목 2번에 대한 지난 20146(왼쪽)과 올 4월 비교도. 흉고직경은 14.0에서 14.0로 변화가 없었고 수관 넓이는 15.9에서 9.1로 감소했다© 뉴시스

기후변화로 쇠퇴해 가는 한국 고유 침엽수종 '구상나무'의 개체수 변화가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경남 양산 영축산(1081m) 구상나무 집단지에 대한 관찰 결과, 지난 2014년도 6개체에서 2024년도 4개체로 감소하고 성숙목의 평균 수관크기는 31.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고산성 침엽수종이자 한반도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민감종이다.

10년 전에 이뤄진 첫 조사에서는 성숙목 3개체, 어린 나무 3개체였으나 올해 조사서는 성숙목 3개체, 어린 나무 1개체로 어린 나무 2개체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성숙목의 평균 수고는 4.5m에서 4.2m로 감소했고 평균 수관 넓이는 33.0에서 25.1로 줄었다. 평균 흉고직경은 19.0에서 21.2로 증가했다. 살아남은 어린 개체 또한 직경과 수고는 증가했으나 수관의 넓이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구상나무 성숙목의 수고와 수관 넓이 감소는 스트레스 증가에 따른 수종의 균형 조절과정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어린 개체의 고사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축산은 구상나무 생육지 중 가장 건조한 곳이며 구상나무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장소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신현탁 과장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중요한 산림생물종의 실제 분포변화와 생태계 영향을 측정하는 다각도의 연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뉴시스

 

양극화된 날씨에 사과도 전복도 사라졌다

역대 최장 가뭄이 끝난 직후 집중호우, 폭염과 이상저온.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해, 한반도 역시 중간이 없는 극한 기상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인명 피해는 물론 농수산물 피해로 이어지며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기상청은 국무조정실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29‘2023년 이상기후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 및 분야별 피해 현황을 종합한 결과다.

지난해 봄까지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2022년 시작된 227.3일간의 역대 최장 가뭄이 해를 넘어 계속됐기 때문이다. 산과 들이 메마른 탓에 지난해 59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537)보다 11%가량 증가한 것이다. 피해 면적도 4,991.94ha(헥타르)10년 평균(3,559.25ha) 대비 1.4배였다. 피해 면적 5ha 이상 큰 산불은 35건이 일어나 평균의 3배가 넘었고, 하루에 산불이 10건 이상 발생한 날도 17일로 평균의 2배였다.

4월에 강수량이 늘면서 가뭄은 해소됐지만, 5월 초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가 쏟아졌다. 남부지방은 5월 강수량이 191.3로 역대 3위를 기록했고, 6~7월에도 집중호우가 계속돼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712.3로 역대 1위였다. 이로 인해 50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8,071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68,367ha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1,409ha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됐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평년(12.5)보다 1도 이상 높은 13.7도로 1973년 이래 1위였다. 여름은 물론 봄과 가을에도 이상고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로 평년(6.1)보다 3.3도나 높았고, 9월 평균기온(22.6)도 역대 1위였다. 서울에선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여름철 폭염일수도 13.9일로 2022(10.3)보다 3.6일 증가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기간 중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2011~2023년 연평균(1,625) 대비 73.4%가 늘었다.

해수면 평균 온도는 17.5도로 최근 10(2014~2023) 중 두 번째로 뜨거웠다. 해수면 높이도 1993년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연안 고수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이어져 서해 연안을 제외한 대부분 해역에서 넙치, 전복 등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했다. 피해 규모는 438억 원으로 2022년 고수온 피해(17억 원)25배에 달한다.

이상저온 역시 농어민을 괴롭혔다. 지난해 3월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14개 시도에서 과수 꽃눈의 씨방이 고사하는 등 냉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과(37,864ha) 등 과수는 물론 양파를 비롯한 채소(6,900ha)도 자라지 못하는 등 농작물 피해 면적이 총 44,764ha에 달했다. 겨울철에는 저수온 현상으로 전남·경남 등에서 양식 참돔, 감성돔 등이 폐사해 48억 원 규모의 피해를 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파타고니아코리아 직원은 지역 환경운동가다

30억원 이상 투입해 환경단체와 협업지원아닌 연대지침 11년째 이어가

2022210일 경기 성남시 탄천 백궁보 해체 현장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 직원들이 보 철거를 위한 시위를 하는 모습. 오른쪽이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부장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 ‘전국 보 철거 현황.’

20244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벽에 붙어 있는 문구들이 마치 환경단체 사무실에 온 것 같다. ‘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는 신공항 부지로 논란이 된 부산 가덕도 생태 습지를 보호하자는 문구다. ‘전국 보 철거 현황은 전국 강과 하천의 미사용 보를 철거하자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사무실은 다름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사옥이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하는 업체다. ‘슬로 패션으로 튼튼하고 오래 입는 옷을 만들어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하자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세계 각지 자연환경의 복원과 보존을 위해 사용하는 ‘1% 포 더 플래닛’(1% for the Planet)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지역사회 환경단체에 기부한 금액만 14천만달러(1680억원)에 이른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본사의 ‘1% 포 더 플래닛정책에 따라 국내 매출(2022년 기준 760억원)1%를 환경 프로젝트 등에 썼다. 파타고니아코리아를 설립한 2013년부터 11년 동안 30억원 이상에 달한다.

현장 활동가의 편에 설 수 있는 기업

금전적인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인데 직원들이 지역 환경 활동가처럼 지역 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연대하기 위해 전국을 누빈다. 이런 활동을 이끄는 리더도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김광현 부장이다. 김 부장을 포함한 환경팀 구성원들은 동료들이 보기에 “(서울 사옥) 자리에 맨날 없는”(김재하 마케팅팀 부장) 사람들이다.

파타고니아 환경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활동가들과 협업하는 현장 밀착형이다. 대표적인 게 제주도 송악산 보전 캠페인에 참여한 일이다. 2013년 중국의 한 기업이 송악산 일대 땅을 매입해 호텔·콘도 등을 건설하는 개발에 나서자, 제주도민들을 중심으로 한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등의 단체는 송악산 보전 운동에 나섰다. 이 운동은 곧장 변화를 끌어냈다. 2020년 초 제주도의회는 도의회 사상 최초로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말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이 일대 땅을 다시 중국 기업에서 매입해 도립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송악산 보호 단체와 연대하고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둡서캠페인에 나섰다. 제주 농민이자 송악산을 지키는 환경운동가인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대표를 조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김광현 부장은 김정임 대표 같은 이들을 돕는 게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가의 헌신을 존중하고 연대하려는 거죠. 지역 환경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몇 명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 한분 한분의 진정성이 있기에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그분들 편에 설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지역 환경 이슈를 홍보하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다.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 김재하 부장은 에스엔에스(SNS)·유튜브 계정이나 영상, 각종 환경운동에 정기적인 콘텐츠를 포스팅하고 있다고 했다. ‘푸른심장프로젝트가 하나의 사례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버려지고 파손된 보가 강과 하천의 흐름을 막아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보 철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웹페이지 보 철거 현황에서 전국 위성사진 지도 위에 보 철거 현황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관련 영상도 제작하고 서명 페이지도 개설했다. 캠페인 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백궁보(2022) 10개 보가 실제로 철거됐다.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부장이 송악산 개발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기업 홍보 실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김광현 부장은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소규모 단체와 지역 이슈를 지원할 수 있었던 건 환경운동을 기업 홍보와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비영리 조직에 기부할 때 홍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지원 예산의 경우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서울 중심의 대규모 비영리 조직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것과는 반대로 지역 최전선 현장 활동 지원이 우선이에요. 홍보 목적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환경 프로젝트가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하거나 산출하지 않아요.”

회사는 지원하는 활동가들에게 영수증이나 많은 서류 증명이 필요 없다고 얘기한다. 복잡한 서류 처리 때문에 프로젝트가 경로를 이탈하거나 현장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김광현 부장의 설명이다. “(환경단체 협업 비용은) 저희에겐 꼭 내야 할 세금같은 거죠. 그래서 환경단체에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연대한다고 말해요.”

파타고니아코리아 구성원들이 전국 각 지역의 환경 이슈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연대할 환경단체는 지역성 활동성 긴급성 등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현금과 현물 지원으로 돕는다. 정기 후원 외에도 낙동강의 녹조 원인 분석과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낙동강 생태 습지를 훼손하는 대저대교 건립 반대 등 긴급 사안에도 예산을 배정했다.

국내에서 기업이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일은 있지만, 직접 개발 반대라는 선명한 구호를 꺼내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의 환경 캠페인은 플로깅’(조깅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이나 플라스틱 줄이기 정도가 대부분이다. 튀는 행보에 파타고니아코리아 쪽이 겪어야 했던 고충은 없었을까. 김광현 부장은 파타고니아에 4대강 등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라며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저희보고 정치적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기업도 환경 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갖는구나라고 생각해주신다고 했다.

이는 파타고니아 본사가 환경보호를 말하는 일에 거침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7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발 이익을 이유로 미국 유타주의 국립공원 베어스 이어스 면적을 4500줄이기로 결정하자, 파타고니아 본사는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The president stole your land)라는 문구를 누리집에 올리고 트럼프 행정부를 고소했다.

바위 뚫을 물방울 계속 떨어뜨리자

파타고니아코리아는 국내 환경운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목표다. 김 부장은 기존 매출의 1% 지원을 포함해 본사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홀드패스트 컬렉티브), 개방형 기금(홈 플래닛 펀드) 등을 통해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에 더 많이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환경 프로젝트들이) ‘낙숫물로 바위 뚫기같을 수 있어요. 변화가 어떻게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저희한테 중요한 건 이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게 하는 거예요.” 김광현 부장이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미생물 생태계 고려하는 건강한 건축

현대 도시 건물들은 자연환경의 미생물 접촉을 막는 차단과 항균 건축의 경향을 띠고 있으며, 이런 특징이 실내 미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을 깨어 거주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축 환경의 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외부와 실내가 적절히 통하고 순환하는 다공성건축을 대안의 해법으로 제안한다. 독일 킬대학교 킬생명과학센터(KLS) 제공

우리와 함께 사는 인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처럼 얘기된다. 20여년의 인체 미생물학 연구 덕분이다. 장내미생물은 소화와 대사를 돕는다.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장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요즘엔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북돋우는 프로바이오틱 건강식품이 많아졌다. 장내미생물뿐 아니라 피부나 입속처럼 우리 몸 곳곳에 사는 인체 미생물에 관한 연구들이 흥미로운 뉴스로 종종 전해진다.

인체 미생물을 항균의 표적이 아니라 공생자로 보는 인식 전환은 건축 분야로도 이어지는 듯하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는 건축 설계에 미생물 생태계를 고려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논문이 실렸다. 캐나다 고등연구재단과 독일 킬대, 미국 오리건대를 중심으로 미생물학, 건축공학, 의료보건학, 인류학 분야의 연구자 30여명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현대 도시 건물에 뚜렷이 나타나는 차단과 항균의 건축 철학을 우려한다. 불투수성 재료, 필터, 틈막이, 붙박이 창문처럼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건축물은 우리 안전을 지켜주고 편익을 주지만 문제점도 뒤따른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다르게 파악된다. 차단된 실내 환경에서 미생물 증식 조건은 달라지고 생태계 다양성이 깨질 수 있으며, 해로운 미생물이 증식할 새로운 조건이 생길 기회가 늘어난다.

공저자들은 건강한 다공성을 대안의 건축 철학으로 제안한다. 이들에게, 건물은 2의 피부이며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 유기체의 일부로 이해된다. 우리 피부에 사는 미생물 군집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할 때 유해균을 물리쳐 피부를 보호하고 우리 면역계에도 도움을 준다. 2의 피부와 같은 건물도 마찬가지다. 건물에서 면역은 단지 병원체를 차폐하는 게 아니라 실내 미생물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내 미생물 생태계에 다양성을 높여준다면, 인체 미생물의 다양성도 높이고 해로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인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에 어느 정도 노출되고 순환하는 다공성 건축을 위해, 저자들은 실내 공간, 이동 통로, 에어컨과 환기, 채광 같은 건축 설계, 그리고 흙, 목재, 식물처럼 미생물 다양성을 위한 인테리어 구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통 가옥은 대안의 건축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저자들은 일본 전통 가옥의 미닫이문이 미생물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미생물의 흐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우리 전통 한옥도 미생물학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다시 평가해볼 만하지 않을까?

건강에 이로운 실내 미생물 군집은 어떻게 구성할지, 그것을 건축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이다. 그렇더라도 병원, 학교, 사무실, 주택 같은 건축 환경의 미생물 군집을 다뤄온 그간의 연구들은 이들의 제안이 그저 이상적인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앞으로 건축과 미생물학의 협업이 건물 설계에 실제로 어떤 대안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산 깎고 골프장 지어 자연 살리겠다는 모순

무산된 골프장 증설 재추진하는 경기 고양 산황산골프장 바로 옆엔 정수장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의 무연고 묘터. 석물이 기울어져 있다. 김양진 기자

저게 뭐로 보이세요?”

20244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능선에서 조정(69)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이 우거진 숲속을 가리켰다. 흙을 둥글게 쌓아올린 무덤이었다. 아니, 한때 무덤이었던 흙더미였다. 그 위로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은 물론 가슴높이 둘레 5080참나무류와 산벚나무 등이 이미 15m 이상 장대같이 자라, 잎과 가지로 하늘을 나눠 가졌다. 이날 수십 곳에서 이렇게 자연으로 되돌아온 무덤 흔적들을 확인했다. 동쪽 비탈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름난 집안이었을까. 넘어질 듯 기울었지만, 문인석·무인석 등 석물들이 놓여 있었다. 나무 나이로 볼 때 자손이 발길을 끊은 지 50년은 넘었을 테다. 둘레 1m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거목으로 커가는 신갈나무가 무덤 한복판에 똑바로 섰다. 문인석·무인석의 눈··잎은 마모돼 있었다. 해발고도 56m 나지막한 산황산 숲은 꽤 깊었다. 겉보기와 달랐다.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의 무연고 묘터. 1030년 된 참나무들과 산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 북쪽의 스프링힐스 골프장. 골프장은 잔디 한 종만 키우는 녹색사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양진 기자

골프장 VIP 회원권 받은 고양시 공무원

사실 면적 499(15만 평)의 산황산 북쪽 절반(244)은 골프장(스프링힐스·2010년 준공)이 차지하고 있다. 북쪽 절반은 마을이 없는 쪽이다. 주민 임충만(70)씨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근 주민 누구도 (골프장 공사를 위한 절차의 진행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2011년 골프장 쪽이 총 100여 가구 마을들이 분포해 있는 산황산 남쪽 자락으로 골프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양시는 골프장 쪽 요청에 도시관리계획을 변경(20147)해주며 화답했다. 산황산이라는 산 자체를 통째로 없앤다는 계획에, 그간 골프장 농약 사용, 야간 조명 문제로 불만이 고조돼 있던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도 문제 제기에 나섰다. 골프장 경계가 안방 벽에 닿는 위협이 주민들 앞에 주어지기도 했다. 산 면적이 18홀을 수용하기에는 좁아서 무리하게 주택 벽에 닿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20151월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꾸렸다. 201812월 고양시청 앞에서 36개월 천막 농성을 벌였다. 조정 의장은 17일간 단식투쟁을 하며 맨 앞에 섰다.

그러던 중 2016년 골프장은 투자 실패 등으로 부도를 맞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아무개 골프장 대표와 조아무개 고양시 과장이 뇌물 1750만원(6년치 회원권)을 주고받은 일이 밝혀졌다.(2019년 뇌물 공여·수수 모두 유죄 확정) 대형 토착 비리로 불거질 조짐도 보였다. 조 과장이 자신 외에 돈 받은 공무원들이 더 있다고 법정에서 폭로했지만 수사는 거기까지였다. 20237월 고양시는 자금조달 능력 의심 등 이유로 골프장 증설 관련 실시계획인가에 대해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10년 시민 저항 운동의 승리였다.

그런데 20243월 골프장 쪽이 다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했다. 고양시는 법대로 한다는 방침이다. 시계는 10년 전으로 되돌려졌다. “여기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예요.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곳이잖아요. 그런데도 어떻게 숲을 없애고 골프장 공사를 한다는 줄 아세요?” 조정 의장이 이어 말했다. “산황산이 훼손돼 보존 가치가 낮아서 그린벨트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골프장을 만들어서 도시 내 녹지기능 유지 및 훼손된 기존 자연경관 복원’(골프장 쪽이 20243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한다는 거예요. 그게 골프장 쪽이 밝힌 사업 목적이에요. 이 숲이 골프장을 만들어야 할 만큼 훼손됐다고 보이세요?”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의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가슴높이 둘레가 2m 넘는 거목이다. 김양진 기자

골프장 지어 훼손된 숲 보존하겠다는 지자체

안정적으로 발달한 숲이라는 증표인 참나무류가 무리 지어 자라 하늘을 덮었다. 방석처럼 폭신한 낙엽층이 바닥을 덮었다. 그 아래 곤충과 곰팡이가 살아 숨 쉬는 비옥한 부식토가 어린 풀과 나무를 부지런히 키워낸다. 기초가 탄탄하니 최상위 포식자인 솔부엉이·황조롱이·새매가 산황산을 찾아준다. 이날 가슴높이 둘레가 2m를 훌쩍 넘는 상수리나무 등 어머니 나무들도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었다. ‘훼손됐다는 서류상의 활자가 발붙일 곳은 없었다. 골프장 쪽 서류에 도장을 찍어준 관료들은 이 숲을 다녀봤을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와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범대위 의견서를 통해 산황산 계곡부 등에 분포한 갈참나무·상수리나무 군락은 자연성이 매우 높은 3050년 된 식생이다. 함부로 길을 내거나 일부러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있지만 이런 훼손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지역은 좋은 토양을 기반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우수한 도시 숲으로 판단된다. 이런 곳을 거의 잔디로만 이뤄진 골프장으로 개발하도록 용인하는 건 고양시장이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제한구역법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의견서 말고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700여 명의 시민이 각자 의견서를 써서 힘을 보탰다. 별다른 알림도 없이 동사무소 한편에 비치해 놓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시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보고 골프장 건설의 문제점을 한땀 한땀 적어서 범대위로 보내왔다.

하지만 골프장 공사의 시작점이었던 훼손된 그린벨트라는 꼬리표는 10년째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서류와 행정의 힘이다. 핵심 근거는 무덤들이었다.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에 대해 20136양호한 산림”(불승인)이라고 판단했다가 6개월 뒤 훼손된 산림”(승인)이라고 결정을 바꾼 핵심 근거 중 하나가 골프장 쪽이 낸 산황산에 약 700개의 무덤이 있다고 한 의견서였다.

원점부터 잘못됐어요. 범대위와 주민들이 산황산을 샅샅이 뒤져서 무덤을 셌어요. 모두 127개가 있고 대부분 산자락에 있어서 산림훼손과 관계없는 문중묘들을 제외하면 대개 지금 보신 것처럼 3050살 된 나무가 자라는 등 재자연화되고 있는 무연고 무덤이었어요. 자손들이 돌보는 묘는 20여 기밖에 안 되더라고요.” 조정 의장이 말했다.산황산 중턱에 1.5m가량 높게 돋아놓은 무덤 6기가 모인 한 가족 묘터 앞이다. 상석에 지금의 차관급 정도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동중추(同中樞·2) 벼슬을 지낸 사대부 집안이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상수리·신갈·산벚·단풍나무가 어우러진 숲의 일부분이었다. “귀족 가문 같은데 자손이 끊겼는지 어떤 사정이 있는진 모르지만, 참 무상하죠. 이런 어린나무들(둘레 2030정도)10년 전에 왔을 땐 안 보였는데, 이렇게 컸어요.”

산황산의 북쪽·서쪽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가까운 단지는 불과 600m 거리다. 병원·학교 등 공공시설이밀집해 있는 중앙로(일산동구)와도 1.8거리다. 특히 남동쪽에는 고양·파주시민들의 마실 물을 제공하는 노천고양정수장이 있다. 계획된 골프장까지 거리는 불과 296m.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골프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50높이 아래로 뿌리는 농약이 어떻게 그렇게 멀리 날아가나. 그 사이에 고속도로(수도권제1순환도로)까지 있다. (범대위가) 억지 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의 아름드리 갈참나무. 가슴높이 둘레가 1.5m가량 되는 거목이다. 김양진 기자

150만 명 식수 공급하는 정수장까지는 296m

전문가 설명은 다르다. 독성생태학 권위자인 한광용 박사가 설명했다. “설사 농약을 물에 섞지 않고 고체로 써도 휘발되기 때문에 분산되기 쉬워요. 건조할 땐 기포 형태가, 습할 땐 물방울 형태가 만들어져서 공기 중을 떠다니다 내려앉게 됩니다. 정수장은 밀봉된 상태가 아니잖아요. 특히 이 지역은 하천(도촌천)과도 가까워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아주 안 좋습니다. 더욱이 도로들이 이 지역을 포위하듯 돼 있어 공기가 돌면서 정수장으로 농약 성분이 떨어지기 아주 좋은 조건이에요. 가까이 사는 주민들은 매일 이런 성분을 들이마시거나 빨래를 밖에 널면 침전된 성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어요. (이미 지어진 골프장이 있으니) 인근 주민들 조사해보세요. 골프장이 들어서고 암 발생, 기관지염, 소화기 문제, 피부 쪽 질환, 심혈관 쪽 문제 등이 늘었을 겁니다.”

한 박사는 골프장을 녹색 사막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놓고 고민하면서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가장 나쁜 것이 잔디 같은 모노톤(Monoton)으로 한 가지 식물만 키우는 거예요. 우리나라 기후·토양과 안 맞는 외국 잔디를 키우려면 비료 주고 농약 듬뿍 뿌릴 수밖에 없어요. 바닥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보다 못하죠.” 스프링힐스는 2020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농약을 많이 치는 골프장으로 지적되기도 했다.(20229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 자료)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 입구에 있는 690살 용뿔 느티나무. 김양진 기자

골프장의 사업적 가치는 지나치게 높게 계산하면서 숲의 공익적 가치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법·제도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산림과학)가 말했다. “도심에 녹지가 많지 않은 고양시의 경우 산황산을 그냥 뒀을 때의 가치는 골프장으로 얻는 가치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합니다. 나무의 뿌리가 발달해 있는 숲은 토양 속에 물을 저장했다가 도심 열섬 등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생물 다양성 보존 기능과 교육 기능도 중요합니다. 도심 가까이 있는 숲속에서 체험을 통해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기회를 배울 수 있는 건 큰 가치가 있습니다. 고양시에서 산황산을 살려서 생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 가치를 연구하고 그에 맞는 토지이용계획을 세워야 하죠.” 산림청 산림과학원도 산림의 공익기능 가치를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499만원으로 추정한다.

이런 생태·윤리적 우려 때문에 범대위는 이동환 고양시장에게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한 고양시 도시관리계획을 직권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골프장 인근 중앙하이츠아파트 동대표 윤판중(69)씨는 이렇게 말했다. “숲을 밖에서 봐도 그렇고, 들어가 봐도 알게 됩니다. 산황산은 고양시 한복판에서 허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스프링힐스는 산을 없애고 골프장을 짓는 게 공익시설인 것처럼 포장하는데, 정수장 문제가 공익 아닌가요? 아무리 골프 하는 사람이 늘었다 해도 고양시에는 이미 골프장이 11개나 됩니다. 이런 숲은 일부러 만들 수도 없는 거잖아요. 고양시장은 신규 골프장뿐 아니라 나아가 기존 골프장도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에 고양시는 적법하게 하겠다는 원칙만 강조한다.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가능하다. 국토부 도시계획 파트 담당자는 일반론이라고 전제한 뒤 고양시가 생태적 가치가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심의를 요청하면 내용에 따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얼마든지 심의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라고 말했다. 직권 취소도 가능하다. 2012년 송영길 인천시장은 생태적 가치 등 공익을 근거로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공사 관련 도시관리계획을 직권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쪽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대법원은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숲을 빠져나오고 보니 상수리·갈참·신갈 등 참나무류의 노란 꽃가루가 붙어 노랗게 물든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하이킹 나온 서울 주민들을 만났다. 김순조(80)·손재순(76)씨다. “산황산은 역(곡산역)하고 가깝고 북한산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숲이 좋아요. 자주 와요. 여기에 왜 골프장을 세워요?”(김씨) “어휴, 농약 많이 칠 거 같은데.”(손씨)

산황산(山黃山)이라는 이름의 연원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참나무 일가 중에서 단풍이 유독 노랗게 멋스러운 갈참나무가 많은 이 산의 가을 색을 표현한 게 아닌가 짐작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주 오랫동안 주민들은 산황산에 신이 산다고 여겼다. 산황산 서쪽 입구에는 당젯말(당점말)이라는 마을이 있다. 음력 시월 보름 산황산 산신에게 당제(마을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모시는 마을이라 붙은 이름이다. 690살 된 웅장한 느티나무도 이 마을에 버티고 있다. 조선조 개국 때 무학대사의 지팡이가 변해서 된 나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굽이치며 가지를 뻗은 모양이 용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용뿔나무로 불린다. 산황산과 함께 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가슴높이 둘레 11m에 키 11m. 수관(가지와 잎)은 남북으로 30m 뻗어 있다. 60년 전 결혼해 당젯말에 온 이옥순(78)씨는 이렇게 돌이킨다. “그때는 뭐 산에 나무도 많고 동네는 조금 작아도 사람들 인심이 좋았죠. 지금은 골프장 문제로 갈려서 옛날하고는 딴판이지. 산한테 양보해야지.”

20244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을 걷고나니 참나무 꽃가루가 구두를 노랗게 물들였다. 산황산이라는 이름도 가을이면 노랗게 단풍 드는 갈참나무 숲 때문에 지어진 게 아닐까. 김양진 기자

2024419일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숲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안았다. 가슴높이 둘레가 2m 넘는 거목이다. 김양진 기자

봄가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갈참나무의 운명은

산황산 지키기 운동’ 10년간 가장 달라진 건 주민들이 산황산을 다시 보고 더 아끼고 존중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날 산황산 사람길곳곳에서 명찰을 단 산딸나무·주목·라일락 등과 마주쳤다. 마구잡이로 나 있어 숲을 훼손하는 사람길을 좁히고 줄이고자 해마다 시민들이 심은 나무들이다. 함께 운동을 벌여온 일산나들목교회의 유형석 목사가 말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지구 환경을 물려주는 건 절실한 문제지요. 주변의 작은 산 하나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교인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개발로 생명을 죽이는 일에 반대하고, 나무를 훼손해 숲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이익을 얻는 일에 저항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골프장을 만드는 건 숲에 깃든 모든 생물을 전부 죽이는 일임이 명약관화하잖아요. 10년 가까이 걸린 싸움을 다시 시작하게 된 셈인데,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시민과 다른 교회와 연대하려 합니다.”

마른 가지마다 새의 혀처럼 켜지는 연둣빛 불꽃들아 오라 () 봄아, 죽기로 이 산을 살려보자!’(조정 시인, ‘춘분의 갈채)

고양(경기)=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윤석열 제쳐두고, 이젠 거대 야당 책임 묻자

"윤석열 대통령은 제쳐두고, 이제부터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야권에 그 책임을 물어야하지 않을까요?"

패자에 대한 질책을 기대했는데,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총선 승자인 거대 야당부터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이었던 그는 "촛불 혁명으로 정권교체를 한 시민들은 '이제는 잘 하겠지'하고 (민주당을) 믿어줬는데, 저도 책임이 크지만 끝까지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 퇴행을 막을 막강한 의회권력을 야당에게 부여했으니,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은 환경주의자를 ''으로 규정... 멘탈 구조 이해할 수 없다"

지난 426,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에서 김 전 장관을 인터뷰했다. 이날 그는 금강에서 활동해 온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임도훈, 김성중 환경운동가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의 문제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가지고 온 작은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를 했다.

약식 간담회를 마친 김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환경정책 기조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짧고 단정적인 어투로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방향은 맞다' '공직기강부터 잘 잡아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선거에서 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 멘탈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정부가 퇴행적 환경 정책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겠죠."

김 전 장관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환경부장관이 환경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명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 한마디만 들어도 그가 생태적인 인식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소위 환경주의자들은 국가정책에 반대만하는 ''으로 설정해놓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은 "환경을 보존하는 이유는 생태적인 것이 없어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운동이 인간에 대한 반대행위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이고, 두 번째는 환경보존이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즉 경제가 발전하려면 환경훼손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방문해 금강에서 활동해온 환경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노트에 메모하고 있다.김병기

거대 야당 압박해야 하는 까닭... "문재인 정부 때의 학습효과"

이날 김 전 장관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야당의 견제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포함 175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기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에 달한다.

"저는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등 야당에 표를 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환경 가치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에 시민사회나 국민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죠. 우리가 촛불 위에 세웠던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해보지 않았나요? 정부를 바꾸면 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 그랬잖아요."

결국 야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지원을 하고, 때로는 채찍도 휘둘러야 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제기된 퇴행적인 환경 정책 중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11, 세종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해체 등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5개 보의 처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8,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빌미로 전 정권의 결정을 취소했다. 오는 5월부터 6년여 동안 수문을 전면 개방했던 세종보를 재가동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해 "대표적인 현안이기에 대표적으로 뒤로 갈 것"이라고 우려한 뒤 이같이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어떤 제도나 주장이 있으면,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를 생각해보거나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환경정책이 만들어진 건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환경 전체를 망가뜨리고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가 환경부장관으로 재임했을 시기, 환경부는 과학적인 4대강 모니터링 자료를 발표했었다. 2018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보도자료에는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도 15개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인 2008~2009년과 보 설치 후인 2013~2016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가동... 정책이 아니라 몽니"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김병기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채 '댐 건설' '하천 준설' 등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4대강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근 <오마이뉴스>가 올렸던 세종보 공사 사진(위 사진)을 보면서, 저기 어느 구석에서 자연생태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수문을 열어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해서 실제로 한 개 보도 해체하지 못하고 (정권이) 끝나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친 뒤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서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려야만, 환경인식을 가진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세종보 재가동 문제에 대해 "물은 갇히면 썩고, 그 썩은 물은 물이 아니라 오염수"라며 "(세종보 재가동은) 정책이 아니라 몽니라고 봐야 한다. (물정책) 역사적으로도 토건세력들이 배를 불리던 3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며 이론적으로도 전혀 이점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정책을 재자연화로 잡은 것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정책이 자연생태계 전체를 구하는 길이고, 수십 년 동안 세계의 많은 집단 지성이 만들어놓은 물정책 방향을 수행하는 길이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히 진영 논리가 아닌 환경 정책의 오랜 방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노점상 정비해 자연환경 살린 추진력 기대"

이날 김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거대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산골짜기(남한산성 내 도립공원) 노점상을 정비해서 그곳의 자연환경을 복원했을 때 감동을 받았습니다. (4대강 문제도) 올바른 방향으로 당시의 추진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후정치가 남긴 숙제

4·10 총선을 앞둔 지난 칼럼에서 녹색정의당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정당 득표율 2.14%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 최소기준(3%)을 채우지 못해 한 석도 못 얻었고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지역구 도전자 17명도 모두 낙선했다. 이 결과는 2004년 민주노동당으로 처음 원내 진출했던 정의당의 역사적 후퇴로 평가되며 진보정치의 모호한 정체성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낳았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노동, 기후, 성평등 정치를 내건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으로 좌절의 원인을 정의당의 누적된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녹색정의당이 전면에 내건 기후정치 측면에서의 복기도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선 기후 문제에 민감하고 평소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기후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기후유권자가 33.5%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광범위하게 인용되었다. 이에 부응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신생 조국혁신당까지도 기후후보와 기후공약을 내세웠지만 녹색정의당은 처음부터 선명하게 이 문제에 승부를 걸었다. 그렇다면 33.5%2.14%의 격차는 무얼 말하는가? 기후정치란 구호는 총선 구도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친 찻잔 속 태풍이었을까? 몇분들과 나눈 의견은 이렇다.

첫째, 기후유권자는 지역구에서 마땅한 기후후보를 찾기 어려웠음은 물론 비례투표에서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기후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원전을 더 짓고 SMR(소형모듈원자로)을 도입하는 게 탄소중립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 샤이 기후유권자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후 문제에 대응하면서 신산업도 키운다는 거대 양당의 녹색성장론은 기후유권자를 안심시킨다. 그렇기에 녹색정의당을 지지한 2.14%는 원래 정의당과 녹색당의 지지자이거나 기후운동에 참여해온 소수 기후시민에 그칠 것이다.

둘째, 녹색정의당은 다른 정당들에 비해 일관되고 앞서나가는 기후공약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50%, 2050100%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비율이 10%인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지는 알아도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는 아직 인식과 공감대가 부족한 유권자들 앞에 뜬금없이 던져진 모범답안에 가깝다. 실천을 위한 공약이라기보다 정치적 지향점과 선명성을 보여주지만 이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협소한 한국 현실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운동단체가 아닌 정당은 경로를 제시할 책임 또한 있다.

셋째, 우리에게 선거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더군다나 이번 총선은 역대 최강의 정권심판론으로 점철된,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유권자들은 녹색정의당이 제시한 미래보다는 두 당의 과거를 본다. 그러니 소수정당이 발붙이기 힘든 정치현실에서 업적보다는 부족함이 두드러진다. 기후위기 대응은 장기적인 미래 과제이므로 이런 선거 관행과는 맞지 않는다. 더구나 전 세계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문제조차 대립으로 끌어가는 퇴행적 정치로 인해 정쟁과 심판의 대상이 되는 형편이다.

넷째, 공론장 역시 기후정치를 논의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있다. 기후총선 기사(300여건)가 기대 이상으로 쏟아졌으나 분석보다는 신조어에 집중하는 캠페인성 보도였고, 각 정당이 막바지에 쏟아낸 기후공약을 나란히 싣는 데 그쳤다. 비싼 사과값, 대파값이 논란이 되었지만 물가와 민생이 초점이고 그 근본 원인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기후가 어떻게 안전, 보건, 경제, 교육, 안보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고 각 정당은 어떻게 대응하려는지 분별할 방법이 없다.

그 결과 녹색정의당의 기후정치는 38개에 이르는 길고 긴 비례정당 투표용지에서 변별력이 없었다. 총선 이후 정의당도 그렇지만 녹색당 역시 후폭풍이 적잖다. 정의당이 떨어진 동력을 녹색이라는 외부수혈로 채울 수 없었듯이 녹색당도 기후, 생태, 환경, 동물권 등 고유의 이슈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물론 녹색정의당의 실패가 기후정치의 실패는 아니다. 주요 정당과 많은 정치인이 기후를 입에 올렸고 어느 때보다 많은 기후후보가 국회에 입성했다. 그렇지만 정권 저격수라는 원포인트로 일약 12석을 얻은 조국혁신당을 보면서 기후정치는 왜 원포인트가 되지 못했는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형성, 지금부터 시작할 숙제이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경향

자동차 보유율 전국 1위 제주69만명 사는데 차는 70만대 넘는다?

[제주의 녹색분칠] 제주도, 도로를 줄이고 녹지를 늘려야

도로개설이나 확장을 생활 편익의 증대와 지역발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후보들은 도로와 주차장의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다. 20244월 총선에서 서귀포 지역구에 출마해 3선 국회의원이 된 위성곤의 8개 지역 공약 중 6개 지역에 도로와 주차장 확충 약속이 포함됐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동홍-서홍 구간 조기 준공을 약속한 건 물론이다. 도로 관련 언급이 없는 나머지 2개 지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주차장, 체육센터, 복지회관, 유통센터 등 콘크리트 건물을 짓겠다는 약속이 들어 있었다. 공약이 실현되면 서귀포에 그만큼 녹지가 사라지고 땅이 숨 막히며 온열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지구는 물질적으로 닫힌계라서 인류가 끝없이 팽창하며 개발을 계속할 수는 없다. 1만 년 전 신석기 농업혁명이 시작되기 전 지구상 인구는 5천만이었다. 지금의 80억으로 늘어나기까지 자연을 착취해 온 결과가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다. 3년간의 팬데믹을 겪으며 플라스틱 사용량과 일회용품 쓰레기가 더욱 늘었다. 그만큼 탄소배출이 늘고 지구가 더워졌다. 20242월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직전 1년간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2도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20301.5도 이하 유지 목표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빙하가 녹고 벚꽃 개화가 빨라졌다. 이 추세면 21세기 안에 지구가 온열 지옥으로 변하고 생물 대멸종에 이를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한··일과 동남아는 여전히 석탄발전소를 지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 유럽연합 가입국들의 탄소 배출량이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0%가량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탄소배출이 줄어든 이유는 석탄 발전 감소,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에너지 효율성 개선 덕분이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으로 기후재앙과 생물 대멸종을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 인류의 삶이 지속되려면 녹지 보호와 숲의 복원이 필수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 탄소를 포집·저장해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니 그렇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거둬내고 재자연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인류의 생존이 가능하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자연의 복수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나 생물다양성 보존이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아진 인류와 그 인류의 과잉 육식을 위한 가축 사육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의 한 축을 이루는데도, 2024년 총선 공약에서 국힘당이나 민주당은 출산 장려 대책을 강조했다.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면 탄소 감축에 효과적이건만, 인구감소가 노동력 감소라서 자본의 성장이 위협받기에 자본가 정권은 저출생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를 가중할 도로와 비행장 건설을 밀어붙인다. 서귀포의 양당 국회의원 후보의 도로·공항·관광지 등 개발·건설 공약이 시민 편익을 위해서인 듯 포장돼도, 이는 토건 자본의 탐욕을 대변하는 것이다.

)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서홍동구간 20228월 공사 모습. 사진제공 : 황용운 / )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서홍동구간 20243월 공사 모습. 사진제공 : 서신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애초에 호근동 용당삼거리에서 토평동 삼성여고사거리까지 전체 4.2km, 35m , 6차선을 예정했었다. 2023년에 3구간을 100m 늘려 4.3km가 되었다. 1965년에 처음 계획됐다고는 하나, 2012년까지도 착공계획이 없었던 것은 해당 도로가 필요 없어서였다. 우회도로와 비슷한 시기에 계획된 중산간도로가 1992년도에 완공됐기 때문이다. 서귀포 신시가지의 제2시청사에서 동홍주공아파트, 서귀포오일시장으로 이어진 중산간동로가 현재 도시우회도로 기능을 이미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우회 차로가 필요 없다고 여겼기에, 도로예정지에 인접하여 교육시설들을 속속 세웠다. 1993년에 서귀포학생문화원을 제일 먼저 개관했다. 1995년에는 서귀포도서관을 문화원 바로 곁으로 확장이전했다. 2009년에는 외국문화학습관이 문화원 옆에 들어섰다. 2012제주유아교육진흥원을 도서관 옆에 지을 때까지도 도시우회도로 사업계획은 폐기가 유력했다. 설사 도로를 개설하더라도 학생문화원 일대 녹지 부분은 지하차도로 내면 된다고, 당시 서귀포 지역구 의원들과 당시 제주도 교육의원이던 이석문 전 교육감이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1

)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 멀리 서귀포도서관 솔숲이 보인다. 사진제공 : 서신심 / ) 서귀포학생문화원 잔디광장에 위치한 나무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황용운

도로예정지 바로 곁에 유아교육진흥원까지 들어선 2012년 이후, 제주도 유입인구와 관광객, 렌터카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도로개설 요구가 고개를 들었다. 지역구 도의원이 앞장서 요구했다. 제주도는 2013년 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고, 2014년에 도로예정지의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이후 학생문화원 일대 잔디광장과 소나무 숲을 뺀 90% 이상의 토지매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동홍동 학생문화원 일대 토지는 교육부 소유이다. 그 사용권을 위임받은 도교육청이 그 일대 녹지를 도로부지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서홍동과 동홍동의 지역구 도의원들은 2012년부터 우회도로 개설과 학생문화원 이전 요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김광수 현 교육감이 20226월 지방선거에서 도로개설과 문화원 이전을 공약하고 당선되었다. 2023년 교육청은 동홍동 서귀포학생문화원을 서홍동 삼매봉공원으로 이전하고 문화원 앞 녹지를 없애며 도로를 내는 데 제주도와 합의했다. 기관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도로개설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회도로라 이름 하지만 실상은 원 도심지 한가운데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이다. 학생문화원 앞 녹지를 없애고 도로나 건물이 차지하는 불투수층이 늘어나면 집중호우 시 이중섭거리 아래 태평로가 침수될 위험이 생긴다. 교육문화벨트를 이룬 도심지 교육환경권이 침해되고 교통안전이 위협당한다.

녹지를 잠식한 자리에 도로나 건물이 들어서면 도시 열섬화가 일어난다. 시민들이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날이 늘어난다. 이는 도시민의 거주환경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냉방기 가동, 더 많은 전기에너지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추긴다. 풍부한 녹지의 토양이 수분을 저장하고, 토양의 수분이 수증기로 증발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해야 여름철 열섬화를 막고 기후재앙을 예방할 텐데, 도로개설을 비롯한 도시개발은 이에 역행한다.

2019951차 시민토론회 때 김형훈의 발제자료에서 옮겨옴

더욱이, 우회도로가 지나가는 서홍천변 수풀은 맹꽁이의 서식처다. 맹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보호종 생물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흙과 수풀을 덮으면 맹꽁이가 서식처를 잃고 사라진다. 지구 생태계는 치밀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그물의 올이 빠지면 그물 전체의 올이 풀려버리듯, 어느 한 생물 종이 멸종하면 생태계의 복잡미묘한 먹이사슬이 끊겨 생물 종 전체의 멸종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지금 맹꽁이의 몰락을 방치하다가는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인간이 계속 살기 위해서라도 멸종위기 생물을 필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2022625일 본헤르형남4차아파트 옆의 서홍천 물웅덩이에 떠있던 맹꽁이알들. 사진 제공 : 서신심

도로개설을 비롯하여 인간의 편의를 추구하는 모든 개발은 생물 대멸종으로 다가서는 길이다. 얼핏 쓸모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듯한 모기조차 카카오의 수분을 담당하는 종이 있다. 이들을 박멸하면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된다. 벌이 사라지면 대부분의 농작물이 수분을 못해 인류의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 바다의 고래를 잡아 괴롭히거나 죽이면 고래가 감당하는 막대한 탄소 저장과 식물성플랑크톤의 산소분출이 줄어 지구온난화로 연결된다. 인간 중심적 개발을 멈추고 비인간 존재들의 영역을 회복시켜, 생물다양성 보존에 총력을 기울여야 인류도 산다.

제주에선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운송수단들이 차지한다. 2024년 현재 제주에 69만여 인구가 사는데, 등록 차량 대수는 70만 대가 넘는다. 가구당 자동차 보유율이 전국 1위이고 전국 평균의 2배이다. 차량이 이렇게 많아서는 아무리 도로를 개설하고 넓혀도 교차로에서의 정체를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차량이 밀린다고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 뚫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도로를 개통하면 처음엔 교통흐름이 원활해지나 이내 차량이 몰리며 정체와 주차난을 다시 겪게 된다. 그러므로 유일한 대책은 차량수와 차로와 주차장 줄이기이다.

탄소배출을 가중하는 도로개설과 주차장 확충에 정부예산을 쓰는 건 인류 자멸의 길이다. 대중교통 이용으로 전환하는 데에 예산을 써야 마땅하다. 2022년에 독일은 월 9유로(12천원) 티켓을 시범실시한 데 이어 2023년엔 월 49유로(72000) 티켓으로 독일 전역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다. 독일을 본떠 서울은 기후동행카드(한달 65000)를 기획했다. 2023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심에서 1000개의 주차장을 없앴다. 20242월 프랑스 파리는 스포츠실용차(SUV)의 도심 주차 요금을 3배로 올렸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개인 승용차 보유세를 대폭 올리고 유류비 지원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확보한 예산을 도로 다이어트와 녹지 늘리기에 써야 한다. 정치인은 토건 자본의 대변자 노릇을 그치고 지구 생태와 미래세대를 걱정해야 마땅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최대한 거둬내어 땅이 숨 쉬게 해야 한다. 땅 위에 비인간 동식물이 번성하게 놔두고 인간 동물이 조금 깃들어 사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 인류의 규모는 축소되어야 하고 과잉 육식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바로 생태 문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영영 없어질 것이다.

서신심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에서 활동/ 프레시안

 

https://youtu.be/oPfPVkLb_9E

Caterina Valente

https://youtu.be/fjLwK3bMcK0

어머니 마음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 목포시 삼학도 호텔 무산 환영

목포시 삼학도는 생태형 테마 공원으로 공익적 발전 미래비젼 모색

삼학도 호텔사업 무산 전방위 활동...“삼학도를 복원하고, 생태숲으로

목포시 삼학도 전경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가 목포시의 삼학도 호텔 건립 민간사업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고,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기자회견을 두고 환영 입장을 공식 밝혔다.운동본부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목포시의 삼학도 호텔 건립 포기를 목포시민의 이름으로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목포시는 앞선 오전에 삼학도 5성급 호텔 건립사업이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박홍률 목포시장은 앞으로 삼학도는 시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생태형 테마 공원이 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겠다시의회, 언론, 시민사회 단체 등과 소통하면서 삼학도를 공익적 차원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 비전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이와 관련 “2021년부터 시작된 삼학도 호텔사업이 포함된 목포 삼학도평화누리유원지 조성 사업이 무산되었음을 알린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목포시는 시민에게 약속한 대로 온 가족이 함께 찾는 생태형 테마공원과 휴식처로 만들어 삼학도를 시민의 품으로꼭 돌려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라며 시민들에게 돌려줄 공원과 휴식처는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삼학도의 정신을 복원하고 자연 그대로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건강한 숲, 생태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함도 한 번 더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유달산과 더불어 목포의 얼이 담긴 삼학도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삼학도 호텔 건립이 다시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삼학도를 복원하고, 생태숲으로 지켜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아울러 김원이 목포 국회의원은 시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에 더욱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할 것을 당부하며,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삼학도 호텔 무산은 삼학도를 시민의 품으로 지켜내고자 한 시민의 승리이자 도시민의 생태문화적 삶의 질을 고양시키며, 기후, 생태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이다목포시는 공언한 바와 같이 삼학도를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만들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는 민선 720215월 께 민자를 유치해 호텔 등을 짓겠다고 추진한 삼학도 평화누리 유원지 조성사업이 강력히 반대, 삼학도를 지키기 위해 목포를 사랑하고 삼학도를 아끼는 70여 개 조직으로 구성해 20219월 출범했다.

이후 삼학도의 복원과 생태적 가치, 경관적 아름다움을 알리고, 삼학도 호텔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목포시의 삼학도 호텔 건립 포기를 목포시민의 이름으로 환영한다

목포시(시장 박홍률)는 오늘 삼학도 호텔 건립 민간사업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고,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2021년부터 시작된 삼학도 호텔 사업이 포함된 목포 삼학도평화누리유원지 조성 사업이 무산되었음을 알린 것이다.

삼학도를 지키기 위해, 목포를 사랑하고 삼학도를 아끼는 70여 개 조직으로 구성된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는 20219월 출범하여, 삼학도의 복원과 생태적 가치, 경관적 아름다움을 알리고, 삼학도 호텔사업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는 오늘 이와 같은 목포시의 현명한 결정을 존중하며, 환영한다. 목포시는 시민에게 약속한 대로 온 가족이 함께 찾는 생태형 테마공원과 휴식처로 만들어 삼학도를 시민의 품으로꼭 돌려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시민들에게 돌려줄 공원과 휴식처는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삼학도의 정신을 복원하고, 자연 그대로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건강한 숲, 생태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함도 한 번 더 강조한다.

우리는 유달산과 더불어 목포의 얼이 담긴 삼학도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삼학도 호텔 건립이 다시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삼학도를 복원하고, 생태숲으로 지켜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김원이 목포 국회의원은 시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에 더욱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할 것을 당부하며,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원이 되기를 바란다.

삼학도 호텔 무산은 삼학도를 시민의 품으로 지켜내고자 한 시민의 승리이자 도시민의 생태문화적 삶의 질을 고양시키며, 기후, 생태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목포시는 공언한 바와 같이 삼학도를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만들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2024. 4. 29

삼학도지키기국민운동본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미경.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이성근 . 전남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영관. 여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진옥스님. (사)목포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곽재구  .전남광주NCC 총무 황현수 목사 인권운동가 박래군)

.(전남=NSP통신) 윤시현 기자

 

현대인의 야만 드러낸 통계, 두렵지 아니한가

기후위기와 군사활동 대신 기후정의와 평화

2023425‘4대강 또 죽이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 생명의강3천인선언대회조직위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던 철학자 헤겔과 '첫번째는 비극으로, 두번째는 희극으로'라는 말을 덧붙인 사회과학자 마르크스. 이 둘의 말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차용했던 적이 있다. 공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첫번째는 개발사업으로, 두번째는 복원사업으로.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을 망가뜨린 개발사업을 보면서, 언젠가는 다시 복원 될 4대강을 생각하면서 두 번 반복된다는 문구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 반복은 전쟁을 두고도 변용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군수산업으로, 두 번째는 재건사업으로. 돈벌이는 그렇게 두 번 반복된다.

과연 이성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전쟁을, 우리는 과거 역사나 세계사가 아닌 현재 시점에서 목격하고 경험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댄 스미스 소장에 따르면 2022년 공개적인 무력 충돌을 빚었던 국가가 56개국이나 된다고 한다. 2010년에는 이보다 적은 30개 국가에서 무력충돌이 있었고,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인원은 그 전 10년간에 비해 두배라고 한다. 난민의 수 역시 두배 늘었고, 군사비 지출도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이쯤되면 야만이나 미개함은 과거의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넘어선 것은 무엇이었나 하는 회의가 든다. 물론 전쟁을 통해 이익을 보는 세력, 전쟁을 불사하는 것을 넘어 전쟁이 필요한 세력에게 그런 질문은 세상의 이치를 덜 깨달은 순진해 빠진 상념쯤일지도 모르겠다.지금도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유지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며 군대가 유지되고 무기가 만들어지고, 전쟁으로 충돌한다. 생명을 살상하고 폐허로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다.

지금 이순간에도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력으로 대립하고 있고, 그 사이에 각 나라들이 개입한다. 무기로, 파병으로, 평화 유지 혹은 재건 사업이란 명분으로. 그러나 전쟁은 참혹과 폐허를 넘어 또 한번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 넣는다. 전쟁으로 인한 탄소배출도 반복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무기 생산과 파괴로, 두 번째는 복원사업으로. 이 반복된 배출 역시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429(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건물이 불타고 있다. 이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연합뉴스

군사분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라는 관점에서 군사분야 방위산업을 특히 문제삼는 것은 이 분야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SGR, 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CEOBS(The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2022년 산출)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소비의 주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군대를 하나의 나라로 비유한다면, 탄소발자국이 중국과 미국, 인도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나라라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까지 군사 및 방위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그리고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체결된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는 군사 분야 탄소배출량을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2015년 파리협약에서도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국가들이 군사활동 및 군비 소요가 높은 편임을 볼 때, 배출량 보고를 의무로 두지 않은 것은 문제다.

그 많은 군비를 기후기금으로 쓴다면?

당연하게도 군사활동과 국방비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2022년 세계적으로 소요된 군비는 22천억 달러를 육박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G20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 세계의 ¼ 수준인데, 국방비 지출 역시 상위권에 들어있는 이 나라들의 군사활동이 축소된다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됨은 물론 기후재원 마련에 더 많은 여지가 생긴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덜한, 그러나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의 기후기금이나, 탄소감축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기후 금융 규모로의 전용이 가능하다. 군비 감축, 평화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를 넘어선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국방예산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재정 대비 국방비는 200415.8%에서 202312.8%로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실제 비용은 18.9조원에서 57조원로 증가했다. 무기 산업도 호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173억 달러의 방위산업 수출 수주 실적을 세웠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렇게 방위산업 성장이 수출 실적으로 평가되고,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방비와 군수산업을 둘러싼 군축 논의는 안보 논리와 맞물린 채 진전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첨예한 여러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가운데 군사분야 축소에 대한 저항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를 팔아서, 그것도 살상 무기를 팔아서 경제를 부흥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 그것으로 복지를 누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전국 783개 공공기관이 배출한 양보다 많은 388만톤(국방부)이나 된다는 점도 상기해봄 직 하다. 국방부가 정확한 산출 근거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이 역시 대단히 보수적으로 집계된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량과 간접배출량으로 구분되고, 연료 연소로 인해 직접 배출되는 것과 해당 기관이 구입한 열이나 전력 등의 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 조달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로 나눈다.

온실가스 배출량 범위를 어디까지 산정하느냐에 따라 배출량 규모의 편차가 매우 크다. 모두 합산하는 방식이어야 마땅하다. 또한 이 배출 범위 외에도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고려해야 군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범위와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국군의 배출량이 어느 범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 군사부문 예외로 두면 탄소배출제로 도달 요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탄소배출량과 유럽 국가별 비교 우크라이나 환경부

그런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1년 동안 발생한 온실가스가 벨기에가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 양에 버금간다는 통계(우크라이나 환경부)가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나 되는 군사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우선 군사분야의 탄소배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전쟁 및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제대로 집계해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국방 예산은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 예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평화와 기후, 생명을 말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대규모 학살과 파괴를 전제로 대규모 탄소배출을 동반하는 군사훈련과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내는 이유이다.

임성희(maydaygreenkorea) 녹색연합 / 오마이뉴스

 

석유화학계 '로비스트' 몰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원주민·도서국, 플라스틱 오염 취약 당사자보다 로비스트 입김 커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430(아래 현지시각) 총회를 끝으로 폐막했습니다. 예정됐던 마감시한을 하루 넘겨 끝났습니다. 4차 회의는 423일부터 약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습니다. 회의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립니다. 마지막 5차 회의(INC-5)는 오는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립니다.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175개국이 회의에 참여 중입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간 환경협약이자, 가장 중요한 협약으로 불립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협상은 지난했습니다. 국가별로 플라스틱 오염 원인에 대한 시각과 감축목표 설정 여부, 이행방식 등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을 4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4차 회의(INC-4)가 열린 가운데 회의가 열리는 샤우센터 앞에 '수도꼭지를 잠궈라'란 작품이 전시돼 있다유엔환경계획

"플라스틱 국제협약 4차 회의, 석유화학계 로비스트가 EU 대표단보다 많아"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4차 회의가 석유화학계 로비스트들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의하면, 이번 4차 회의에는 196명의 석유화학계 인사가 로비를 위해 등록했습니다.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3차 회의(INC-3) 당시 로비스트 수(143)보다 37%가량 더 늘어난 것입니다.

CIEL은 석유화학계 로비스트 수가 "유럽연합(EU) 대표단을 모두 합친 180명보다 많았다"고 꼬집었습니다. 태평양군소도서개발도상국(PSIDS) 대표단(73)이나 원주민간부회의 대표단(28)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명확합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해야 한단 국제사회의 요구가 강한 만큼, 이에 반대하는 로비스트 활동도 늘어났단 것이 CIEL의 설명입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미국지부의 그레이엄 포브스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다섯 번의 회의 중 네 번째 회의인데 화석연료 로비가 플라스틱 위기를 종식할 국제협약의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화석연료와 석유화학업계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기후대응에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에 의하면 4차 회의에 참석한 로비스트 수는 유럽연합 대표단 수보다 많았다.그리니엄

이들 업계가 각국 정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플라스틱 국제협약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적입니다.실제로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BD)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차 회의에 참석한 석유화학업계 인사들이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당시 제출한 로비 및 정치 기부금만 8500만 달러(1175억 원)였습니다. 엑슨모빌·셰브론 같은 에너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생물다양성센터 소속 변호사인 데이비드 데릭은 "치명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업계는 이익을 보호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성토한 바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에 모인 시민단체들은 신용카드 쿠키를 나누어 주는 캠페인을 통해 매주 사람들이 신용카드 무게와 같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IISD

"석유화학계 로비스트 각국 대표단과 만나 의견 피력"

4차 회의에 참석한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아래 오션)의 이유나 국제협력팀 팀장은 플라스틱의 '긍정적' 역할을 옹호하는 업계의 문구를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이 팀장은 그리니엄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옹호는 오타와 공항 내 수하물을 찾는 TV 광고에서 시작한다""(도시 내) 차량 지붕에 플라스틱 옹호나 홍보 문구를 내건 승용차가 맴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플라스틱, 코로나19 영웅(Plastic, COVID HERO)"이나 "플라스틱은 생명은 살린다(Plastic save lives)" 등의 문구입니다.

이 팀장은 "(로비스트 196명 중) 16명은 국가대표단에 포함돼 있다""이보다 더 많은 로비스트가 환경단체인 것처럼 시민단체(NGO)를 설립하여 옵서버(참관인) 자격을 가지고 참여 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들 로비스트가 각국 대표단과 접촉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있단 것이 이 팀장의 지적입니다.

그는 "(로비스트가) 가진 협상력 자체가 매우 강력하다"고 우려했습니다.

CIEL에 의하면, 4차 회의에 등록한 로비스트 196명 중 16명은 중국·튀르키예·우간다 등 국가 대표단에 등록돼 있습니다. 각국 대표단에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가 포함됐단 뜻은 해당 국가가 협상에서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고 있단 뜻입니다.아울러 해당 수치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단 것이 CIEL의 지적입니다. 해당 수치는 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하거나, 업계로부터 금전적 지원받은 인사만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NGO 등을 통해 참관인 자격으로 들어온 로비스트는 집계에서 제외됐습니다.

기관은 "회의에 참석한 일부 로비스트들은 업계와의 연관성을 은폐했을 수 있다""196명이란 수치가 보수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T, 플라스틱 국제협약서 엑슨모빌 등 석유화학업계가 반대 피력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쟁점 중 하나는 생산 자체를 감축할지 혹은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할지입니다. 해당 쟁점은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EU나 영국 등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2040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기존의 30%까지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생산 과정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같은 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이란·중국 등 산유국들은 협약 초안에 담긴 신규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석유화학 부산물이자 플라스틱의 1차 소재인 '폴리머' 규제 역시 반대합니다. 석유화학업계 이들과 같은 입장입니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FT는 그중에서도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이 업계의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엑슨모빌은 지난해에만 1,120만 톤이 넘는 폴리에틸렌(PE)을 생산했습니다. 회사 제품 솔루션 책임자이자 국제화학산업연합회 회장인 카렌 맥키는 FT"문제는 오염이지, 플라스틱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맥키 회장은 이어 "오염 관리와 환경 보호 측면에서 플라스틱 생산 제한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FT에 의하면, 엑슨모빌에서는 임원진 최소 5명이 4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의 키르티 바스타 연구원은 "플라스틱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4차 회의가 열린 회담장 인근에서는 플라스틱을 옹호하는 내용의 피켓과 간판을 든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식품 등에서의 플라스틱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플라스틱 감축 대신 관리를 촉구하는 내용이다.Dr Imogen Napper, X 갈무리

원주민·도서국, 플라스틱 오염 취약 당사자보다 로비스트 입김

그러나 석유화학업계가 로비스트로 참여한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됩니다.국제 환경·개발 연구단체인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는 한 참가자의 말을 인용해 "국제협상장에 로비스트가 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예컨대 산유국 정부 역시 자국 이익을 위한 로비스트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IISD 역시 "우려스러운 추세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힘의 불균형'에 있기 때문입니다.

원주민·도서국 등 플라스틱 오염에 취약한 이들의 목소리보다 로비스트의 입김이 더 크단 것이 이들의 지적입니다.원주민간부회의 소속 환경단체 '키퍼스 오브 워터(KOW)'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토리 크레스는 영국 <가디언>"업계가 후원하는 플라스틱 광고에 둘러싸여 있는 동안 원주민 대표는 접근이 부족하다""발언 시간도 매우 제한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델핀 레비 알바레즈 CIEL 활동가 역시 "각국 대표단에 참여한 로비스트들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국가별 전용 세션에도 접근해 로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협상장에서 모든 이가 동등한 접근권을 누릴 수 있단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5차 회의 의장국으로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올해 안에 반드시 성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윤원섭(dnjstjqw2710) 오마이뉴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5월 통과될까

총선 결과로 상황 더 안갯속... 21대 국회 처리 압박하는 부산시·시의회

지난 213일 부산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동래시장을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을 물류와 금융, 첨단 산업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글로벌허브도시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비전"이라고 말했다.대통령실

국회에 계류 중인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래 특별법)'은 부산을 싱가포르나 상하이 같은 물류·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125일에 국회에 발의됐다.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화하기 위한 전면적 규제 혁신과 특례 부여가 골자다. 여기엔 여야 의원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특별법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 현재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임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권심판 바람 속에 야당이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차지하면서 견제의 목소리가 커진 점이 부정적 요인이다. 특별법은 부산엑스포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면서 급부상했다.

부산엑스포 실패 이후 해법으로 등장

특별법에 사활을 거는 부산시의 움직임은 더 바빠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야당은 물론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하는 중이다. 최근 들어 시의회와 지역 상공계, 시민단체 등과 간담회를 열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까지 잇달아 만났다.

지난 29일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재수 의원은 박 시장과의 면담 사실을 알렸다. 특별법에 협력하기로 한 건데 전 의원은 "이번 국회 내에 처리하자는 게 두 사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시장이 야당에 협치를 요청한 장면으로 비쳤다. 전 의원은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이다.

박 시장은 2일 시의회·부산상공회의소·시민단체와 '소통'을 내건 자리도 마련해 조속한 법안 통과에 공을 들였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지역사회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태스크포스팀(TF) 구성 등 후속 조처를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민관정 차원의 공동 노력에 합의했다.

시는 동시에 시민인식조사까지 공개하며 특별법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 사는 19세 이상 시민 1천 명에게 온라인 조사로 의견을 물어보니 92.3%'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이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임시회에서 별도의 결의안을 채택해 부산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라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은 지난달 30302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 재석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지역 언론은 5월 처리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제신문>2일 자 데스크칼럼에서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유감스럽지만 객관적 진단"이라고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전략적 연대를 강하게 주문했다.

"4·10총선 이후 부산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급변했다. '부산 우선'을 공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지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총선 이전처럼 부산에 힘을 실어줄지도 불확실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소수 여당의 한계는 분명하다. 부산 국민의힘 당선인 17명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는 부산의 정치적 현실이다. 남은 방법은 좋든, 싫든 범야권 세력과의 전략적 연대뿐이다."

김보성(kimbsv1)

 

감사원 북항 주거난립 시정 않을 땐 손배 청구

D-3구역 비롯 BPA에 통보 호텔을 생숙 등 변경 안돼사업계획서대로 이행해야

관계자 파면 등 문책도 요구

검찰이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지 생활숙박시설 관련 강제 수사에 본격 착수(국제신문 4193면 보도)한 가운데, 감사원이 부산항만공사(BPA)북항재개발 D3 블록에 대해 토지 매수자가 당초 제안한 사업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관계자 파면, 해임, 경징계 이상 등의 문책도 요구했다.

동구 북항재개발 사업 1단계 상업업무지구 전경. / 이원준 기자windstorm@

감사원은 2주요 SOC(항만) 건설사업관리실태 주요 감사결과에서 이 같이 밝히며 “BPA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토지매수자가 당초 호텔·신사옥(언론사) 등을 제안하고도 이를 임의 변경, 생활숙박시설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건축하는 것을 부당하게 인정해 민간에 특혜 제공 및 난개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07년부터 국제해양관광거점 육성 등을 목적으로 BPA를 사업시행자로 해 북항재개발사업(1단계, 24000억 원)을 추진하면서 지가 상승으로 인한 평가손실(2023년 기준 2723억 여 원 추정)이 예상됐음에도 8개 블록을 조기 매각했다. BPA는 부지별 도입시설 용도를 반영한 사업계획 및 토지공급계획을 수립해 항만위원회 심의·의결을 했다. 이후 B블록은 언론사 신사옥을, D2·3는 호텔 등을 제안한 사업자를 매수자로 선정, 해당 매수자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BPA가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부지를 매도하고, 건축 인허가를 지자체가 담당하는 이원적 구조를 채택했으며 당초 매수자 계획서대로 진행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는 해수부가 부산시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요청을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지구단위계획 수립의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원 자료

아울러 D3 토지매수자는 ‘C 브랜드의 특급호텔을 86%로 짓겠다고 한 사업계획을 임의변경해 부지의 86%를 생활숙박시설로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 BPA는 이를 알고도 부산시 협의에서 이견없음으로 회신하는 등 부당처리했다는 지적이다. D3 토지매수자가 분양을 목적으로 명의변경을 신청, 개별 주거용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데도 부당 승인한 것이 적발됐다. BPA는 애초 공공기여 제안사업 6개 중 100억 원에 상당하는 5개를 삭제·축소한 것도 부당 승인했다.

생활숙박시설 건축허가가 논란이 되자 해수부가 계약해제 법률검토를 요청하고 국회의 자료요구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생활숙박시설이었다며 사실과 다르게 대응한 것도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외에도 D2 블록은 사업계획에선 생활숙박시설(45%), 호텔(15%)이었으나 건축계획에선 생활숙박시설(33%), 오피스텔(50%)로 변경됐는데, BPA는 부산시와 교통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건축계획이 사업계획과 달라졌지만 추후 변경이 가능한 것처럼 모호하게 회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D1블록도 사업계획서와 달리 건축심의가 신청됐는데 BPA의견없음으로 부당 회신한 것도 모자라 생활숙박시설 모델하우스 부지로 사용하도록 D2블록 일부를 임대하기까지 했다. B3블록의 경우, 전매요청(B3 토지매수자PFV·특수목적회사) 검토 시 명확하게 오피스텔 건축·분양문구가 있었는데도 확인 없이 부당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블록은 사업계획에선 신사옥(23%), 스마트오피스(46%), 컬쳐컴플렉스(19%), 수변상가(12%)였으나 건축계획에선 업무시설 (15%), 주거용 오피스텔(79%), 근린생활시설(6%)로 변경됐다. 이후 이에 대한 보완조치 요구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건축허가를 회신했다.

이와 함께 준공시기가 각각 2022, 2020년이던 B2, B4 블록은 20233월까지 건축계획조자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BPA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것도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BPA“D3 토지매수자가 당초 제안한 사업계획서대로 숙박시설을 ‘C호텔또는 동급의 특급호텔로 운영하고 공공기여 지원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되 사업계획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아직 착공하지 않은 B3블록에 대해서는 당초 사업자가 제안한 사업계획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정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해수부에는 B2, B4, D2블록에 대해 사업계획서 용도대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협의하는 등 적정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D3블록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지 않거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내부 보고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BPA의 북항재개발 사업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런 말은 쓰지 맙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말하는 일하는 사람과 기후위기

지난해 8월 연일 폭염이 이어지다 북상중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부근 풍경.권우성

"집배노동자들이 일하는 우정사업본부에는 노동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있대요.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달라져야 합니다. 눈 많이오고 비 많이 오면 작업을 멈추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 지켜야 해요."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의 말이다.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오늘의 기후>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기후위기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적절한 대안은 무엇인지 모색해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실장은 우선 정부 통계나 기상청 예보에서 잡히는 기후위기 수치와 실제 작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위험도 사이에 엄청난 간극을 짚었다. 지난해 건설노조가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당시 31개 사업장에서 측정한 건설 현장 체감온도는 기창청에서 제시하는 온도와 평균 6.2도 가량 높았다는 것이다.

건설, 배달, 음식조리 등 다양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목숨줄이 달린 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작업 중단 및 손실 보전 등 제도개선책이 진작 마련되어 있지만, 폭염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러지는 등 매년 비슷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인터뷰 전문을 기록한다.

기상청 폭염온도보다 6.2도 높은 건설현장... 55% "실신하는 동료 본 적 있다"

- 올해도 벌써부터 더위가 심상치 않다. 지구 열대화... 이럴 때 가장 걱정되는 게 바깥에서 장시간 일하는 분들인데 기후위기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들 피해 상황은?

"일단 정부 공식 통계로는 '온열 질환'이라고 부르는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온열질환 산재가 152명이고 사망은 52, 2023년에는 8월까지 산재가 11, 사망자가 2명이라고 발표한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이렇게 정부 통계인 '온열질환'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통신 케이블 설치 노동자가 폭염 시기에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다 땀에 젖어 미끄러져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걸 단순 추락 사고로 볼 수 있는지. 폭염 시기에 배달 노동자가 땀이 흘러 시야가 흐려져 교통 신호를 제대로 못 보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이건 과연 폭염과 상관없는 것인지. 그래서 지금 폭염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산재 통계라고 하는 정부 통계는 현장의 실질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 현장에서 느끼는 폭염의 온도차이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민주노총 소속인 건설노조가 작년에 31개 현장에서 현장 체감 온도를 조사한 바 있다. 기상청 발표 조사와 실제 현장 온도 사이에 평균 6.2도 가량 차이가 났다. 기상청이 29도라고 발표하면 건설 현장에서는 35.2도 정도로 체감된다. 왜냐하면 폭염이 발생하면 건설 현장은 철근 콘크리트 작업을 많이 하기에 상당히 온도가 올라간다. 콘크리트 양생작업을 할 때 열도 발생하기 때문에 기상청 온도와 체감온도 차이가 굉장히 크고 충청도의 한 현장은 22도까지 차이나는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폭염시기에 건설 현장에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약 55%가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염 시기에는 거의 매일 보고 있다는 응답도 10%에 달했다.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피해가 심각하다."

- 충격적이다. 이런 현실 속에 사업장은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다고 보는가?

"사실 폭염 예방 조치라고 하는 게 크게 보면 폭염 시기에 작업을 중단하고 휴식하게 하는 게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마실 물이나 휴게시설 등을 준비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험이 심각하다. 하청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같은 경우 완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건설노조에서 지난해 토목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일용 노동자 3200명 대상 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폭염 시기에도 작업 중단 없이 계속 일하고 있다 81.7%였다. 2022년에는 58%였는데 오히려 폭염이 더 심각해진 2023년에 작업 중지 조치는 훨씬 더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

-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1시간 노동에 10-15분 휴식 아닌가?

"지난해 81.7%가 작업 중단 없이 일하고 있는 현실이었고,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1시간 일하고 10분에서 15분 쉬도록 하는 권고조치를 지키는 현장은 25%밖에 안 됐다. 폭염이 심각해서 작업 중단을 노동자들이 요구할 경우 사업주들이 작업 중단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48.7%밖에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그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정말 '거의 죽겠다' '이제 살려달라' 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아침 조회 때 말로만 쉬엄쉬엄 일하라고 하고, 그래도 '너무 더워서 어지럽다'라고 하면 '그러면 내일 나오지 말라'고 한다. 바로 짤리는 거다. 이런 게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였다. 휴게실 등 휴식시설도 25% 가량은 아예 없고 폭염 시기에 최소한 마실 물은 줘야 되는데 이런 물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20%가 넘었다."

폭염에도 못 쉬는 배달 노동자들, 기름 솥 옆에서 튀김 부치는 조리 노동자들

(폭염 피해는) 건설 분야 뿐 아니다. 전기나 가스 검침, 택배, 퀵 서비스 배달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정해진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 폭염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뿐 아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조리사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 열기구를 사용한다. 폭염시기 고열 작업으로 해서 실신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 지난해 폭염 당시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20대 노동자가 주차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한 사고로 기억한다. 당시 기온이 33도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폭염 대책이 거의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해서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했고 산재가 승인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회사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휴게실같은 기본 시설도 안되어있다. 노동조합이 지금 파업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사람이 죽어도 파업을 해야 되는 게 지금 우리들 일터의 현실이다."

- 왜 이런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지 않을까?

"제도개선 대안은 진작부터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폭염 당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다 폭염이 끝나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그러다 다음해 폭염이 오면 또 반복되고 폭염 끝나면 또 관심 갖지 않고 실질적으로 개선은 안 되고 이런게 반복되는 게 가장 심각하다."

- 어떤 제도적 개선책이 있을까?

"폭염이 왔을 때 작업이 중단돼야 된다. 그런데 이게 지금 권고 수준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작업 중단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염 시 폭염 기준을 명확히 해서 외부 작업이든 실내 작업이든 사업주가 작업 중지를 하도록 하고 작업 중지 안 하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대책이 보장된다.

특히 건설 분야 같은 경우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이다. 작업 중지가 실제로 되려면 원청이 이런 작업 중지에 대해 하청 노동자나 하청업체의 손실을 보장하도록 입법이 되어야 된다.

휴게시간이나 휴게시설 같은 경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동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런 경우 법에 적정 휴게시간이나 휴게시설이 보장되도록 명시되어야 한다. 특히 조리 노동자 같은 경우 폭염 시에 튀김이나 부침 등 열기구 사용에 대해 학교에서 메뉴를 바꾸는 등 실질적인 최소한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검침이나 배달 노동자의 경우 폭염 시기에 배정된 물량을 좀 줄이면 되는데 그 물량을 줄이면서도 임금 손실이 없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더우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분명히 대책이 있고 법제화를 하면 바꿀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한다. 22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폭염만 있는 것은 아닐 듯, 또 다른 기후위기 피해 유형은?

"폭염만큼 심각한 게 태풍이나 폭우, 폭설 같은 재해에 대한 노동자들의 피해다. 태풍으로 타워크레인이 넘어가거나, 폭우 시기에 작업하다 감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폭설 같은 경우 사업장 지붕이나 축사가 무너져서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등 굉장히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심각하게 봐야할 부분이 있다.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 일이다. 그 정도 심각한 태풍이 오고 있는데 경남 창원 지역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요금 수납하는 노동자들이 그대로 일했다. 태풍이 발생해서 교통 통제 되고 도로 위에 차는 없는데 사업소에서는 요금 수납 노동자들더러 톨게이트 나가서 요금 수납 업무를 하라고 작업 지시를 내린거다. 이런게 지금 태풍 시기에 노동자들의 작업에 대한 사업장의 태도인 것같다."

- 마치 양동이로 들이붓듯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배달하시는 분들도 문제다.

"폭우가 쏟아져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노동자들이 우편물 배달하려고 가다가 도로 위 배수관에 빠져서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 산불이 상당히 자주 발생하는데 산불 감시원이나 소방공무원 노동자들이 지금 완전히 위험에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22년에도 폭우가 쏟아지니까 가로수 정비 작업을 해야 되는데 가로수 정비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감전 장비 없이 작업을 시켜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채상병 사건은 정치 이슈가 아니라 기후재난의 현실이다

폭설과 폭우 등 자연재난 현장에서 여러 가지 복구 작업들이 진행되는데 그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방치되고 있다. 최근 채수근 상병의 애통한 죽음이 있었다. 사실 그것도 태풍으로 인해 재난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가 발생을 했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해야 되는 노동자나 복구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 사고, 이런 것에 대해서도 사실 거의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게 심각하다.

- 끝으로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얼마 전에 저희가 관련 증언대회가 있었는데 집배 노동자들께 들은 말을 소개한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집배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눈이 오면 비가 오면 작업을 멈추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제1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

(시민들께서도) 폭우가 쏟아지면 배달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 배달 주문 받지 마라고 요구하는게 우리희들의 일터나 사회 안전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모습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광준(kbsnkj)

 

눈부셔서 못살겠네" 부산 빛공해 민원 3년간 1800

가로등, 광고 조명 피해에 집중

아파트 간격 좁아 주민 갈등도

, 3차 빛공해방지계획 수립

야간에 심한 인공조명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빛공해민원이 지난 3년 동안 1800여 건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간 이격 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주거밀집 지역 내에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지만 지자체는 속수무책이다.

부산시청 전경. 국제신문DB

2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된 빛공해 민원은 1844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던 2021700건을 기록했고 이후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586건과 558건으로 비슷했다. 부산 16개 구·군별로 보면 부산진구(95) 강서구(75) 수영구(49) 기장군(46)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 빛공해 민원은 주로 침입광 피해에 집중됐다. 침입광은 가로등 광고조명 등 과도한 인공조명이 생활공간 창문을 통해 들어가 휴식 수면 등 일상에 지장을 주는 빛으로 심하면 불면증 내분비계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3년 치 유형별 민원을 보면 수면방해(985) 생활불편(403) 눈부심(267) 농작물 피해(189) 순으로 생활밀접형 민원이 대부분이었다. 부산진구 부암동의 한 신축 고층 건물 앞 아파트 주민 A(60) 씨는 맞은편 아파트 내 헬스장 조명이 24시간 내내 켜져 수개월 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했다최근에서야 블라인드를 달았지만, 답답하단 이유로 자주 걷어버려 소용이 없었다. 구에 민원을 넣어도 사유지 조명은 제재 근거가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사유지 내부 시설에서 발생한 빛이어서 구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민원인의 고충을 감안해 양측 간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오는 12월까지 예산 5000만 원을 들여 제3(2025~2029) 빛공해방지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주거지 내 공간조명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한다. 지난해 빛공해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주거지 내 공간조명(가로등·보안등) 1721개 가운데 45%(783)가 빛방사허용 기준을 초과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해 가로등과 보안등을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 시뮬레이션 등 사전 검토를 거치고 주거지 침입광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인구 80% 빛공해 얻은 것은 빛, 잃은 것은 별

미국·이탈리아 과학자들 세계 빛공해 지도 발표

한국 89%로 최고 수준캐나다·호주는 청정하늘

엘이디로 더욱 악화생태계나 사람 건강에 악영향

얻은 것은 빛이요, 잃은 것은 별이다.”

1879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뉴욕 거리에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밝힌 이후 전기 조명은 현대 인류에게 불야성의 시대를 열어줬다. 인류는 환한 인공 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집과 사무실, 야외 거리, 심지어 바다에서도 한낮처럼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오랜 세월 인류를 사색과 상상, 꿈의 세계로 이끌었던 밤하늘의 별들이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인공 조명이 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가리는 야광 안개 노릇을 하고 있는 탓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의 머리 위를 뒤덮었던 밤하늘의 별들은 도시에선 이제 더 이상 육안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별자리 구경은 마음 먹고 깊숙한 산골짜기의 천문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태어난 이후 은하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대들이 지구촌의 다수를 점해가고 있다. 이들은 우주와 우리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채 태어난 셈이다. 이처럼 인공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빛공해(light pollution)라고 부른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1제곱미터당 14마이크로칸델라 안팎)를 빛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으면 빛공해

 현대 인류가 겪고 있는 빛공해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지난 1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신 빛공해 지도를 작성해 발표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지구촌 인구의 80% 이상이 인공조명에 오염된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구의 99%가 빛공해로 오염된 밤하늘 아래서 산다.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이제 더 이상 지구를 품고 있는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60%, 북미에서는 인구의 80%가 그런 지역에 산다. 땅 면적으로 보면 북위 75~남위 60도 사이에 있는 세계 육지의 23%, 유럽 대륙의 88%가 밤하늘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서유럽에서 여전히 옛적의 밤하늘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은 주로 스코틀랜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분포해 있다.

 한국은 빛공해 순위에서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을까? 단연 톱클래스다. 선진국 그룹에서 빛공해가 가장 광범위한 나라는 싱가포르, 이탈리아, 한국으로 꼽혔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이탈리아는 전체의 90%, 한국은 89%가 빛공해 지역이다. 땅 크기가 한국의 100배에 이르는 미국은 거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댄 두리스코(Dan Duriscoe) 미 국립공원관리청 천문프로그램 매니저는 옐로스톤 같은 몇몇 국립공원만이 어둠의 마지막 피난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빛공해가 가장 적은 나라는 캐나다, 호주 순이다. 호주는 전체 땅의 0.9%, 캐나다는 2.7%에 불과했다. 인구 비율로 본 빛공해 최소국은 아무래도 저개발국들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75% 가량이 빛공해가 없는 밤하늘 아래서 산다.

달빛이 나침반인 아기 거북, 바다 찾는데 애먹어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엘이디(LED) 조명 보급이 확산되면서 빛공해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가로등을 엘이디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 엘이디에 의한 빛공해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위성 사진이 있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찍은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의 밤 사진이다. 2012년에 찍은 밀라노의 밤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노란색 빛이 난다. 그러나 2015년의 사진은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색으로 훨씬 더 환하게 빛난다. 밀라노 중심가의 가로등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엘이디 조명이 내뿜는 파란색 빛은 다른 색보다 공기 중에 훨씬 더 잘 퍼져나간다. 파란색은 사람의 눈에도 더 잘 띈다. 연구진은 세계의 도시들이 모두 조명을 엘이디로 바꾸면 밤하늘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밝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제는 빛의 효율성만 보지 말고, 빛의 질에도 관심을 갖고 좀더 부드러운 조명 개발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이탈리아 빛공해과학기술연구소의 파비오 팔치(Fabio Falchi) 박사는 생생한 밤하늘을 볼 수 없다는 건 문화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빛공해를 문제 삼는 것이 단순히 자연이 선사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강한 인공조명은 자연생태계는 물론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나무들은 인공 조명으로 광합성 작용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계절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달빛을 나침반 삼아 바다를 찾아가는 아기 바다거북은 인공 조명에서 나오는 빛과 달빛이 뒤섞이는 바람에 바다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 환한 불빛은 또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등 인간의 생체리듬과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빛공해는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임무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번에 내놓은 빛공해 지도가 그동안 다른 환경 이슈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빛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에 나온 아틀라스는 2001년에 이은 2번째다. 당시와는 다른 위성(수오미 NPP) 데이터와 3만 곳의 지상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업데이트했다. 관측 위성과 시간대가 달라 두 지도 사이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세계 각 지역의 빛공해 상태를 지도상에서 확인하려면 여기(http://cires.colorado.edu/artificial-sky )를 찾아보면 된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2016.06.14.

 

빛 공해 심한 지역 살수록 수면제 처방일수 두배 높아

환경부 2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방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세계 각국에 밤하늘 보호공원을 지정해서 밤하늘을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밤하늘은 품질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의 3등급으로 나뉘는데요. 2015년에 우리나라의 경상북도 영양에 있는 반딧불이 공원이 아시아 최초로 밤하늘 공원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양군은 공원 주변에 공장이나 상업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가로등 빛이 위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실버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는 1등성부터 6등성까지의 별을 사람의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다고 하네요.

서울대 연구진, 노년층 대상 조사

빛 공해가 불면증을 부른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인공조명이 노년층의 수면 리듬을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규모 인구 조사를 통해 입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수면의학회는 지난달 30"민경복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연구진이 도시의 빛 공해와 60대 이상이 겪는 불면증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수면의학 저널'에 실렸다.

한국의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 대도시의 빛 공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왼쪽). 오른쪽 그림은 지역별 빛 공해 정도를 색깔별로 나타낸 것으로 빛 공해가 심할수록 노란색에 가깝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한국의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 대도시의 빛 공해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왼쪽). 오른쪽 그림은 지역별 빛 공해 정도를 색깔별로 나타낸 것으로 빛 공해가 심할수록 노란색에 가깝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진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60세 이상 52027명의 수면제 처방 기록을 조사했다. 심각한 수면 장애가 있는 환자는 조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중증 환자는 환경 요인보다 인체 내부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22%는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각 지역의 빛 공해 정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빛 공해가 가장 적은 1군 지역에서는 조사 기간 중 수면제 평균 처방 일수가 19.10일이었는데, 가장 심한 4군 지역에서는 35.24일로 나타났다.

민 교수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이 촬영한 우리나라 야간 위성 영상을 토대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4개 군으로 분류했다. 위성은 야간 빛 강도를 10~63나노와트로 표시한다. 연구진은 빛 강도가 22.05 이하인 지역을 1군으로, 61.61 이상인 지역을 4군으로 분류했다. 4군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들이었다.

민 교수는 "보건 당국은 다른 환경 오염원보다 빛 공해에 관심을 덜 나타낸다""하지만 이번 연구는 빛 공해가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2018.12.06

간신히 보이는 별, 빛 공해로 밤하늘 밝기 매년 10%씩 증가

단파 LED는 더 파괴적
천문학의 문제, 빛 공해는 거의 모든 망원경에 영향 미쳐

지난 10년 동안 빛 공해가 계속해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밤하늘의 밝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9.6%씩 증가하는데, 이는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이에 대한 이유 중 하나는 더 짧은 파장의 빛을 가진 LED로의 전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세계 인구의 80%가 진정한 밤하늘을 볼 수 없고, 전 세계 천문대의 2/3가 영향을 받고 있다. 

 
▲ 빛 공해가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은하수는 점점 더 적은 곳에서 볼 수 있다. © NOIRLab/NSF/AURA, P. 마렌펠드


사람은 밤을 낮으로 만든다. 거리, 건물 및 산업 공장의 조명은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밤하늘도 밝게 비춘다. 그 결과 세상의 밤은 정말 어두운 곳이 거의 없으며 인류의 약 80%가 부자연스럽게 밝은 밤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 어둡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망원경도 이제 빛 공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은 천문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자연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번식, 많은 동물의 먹이 포획 및 이동, 야행성 곤충에 의한 식물의 수분을 방해한다. 따라서 빛 공해에 대한 조치가 이미 많은 국가에서 도입됐다. 가로등은 더 강력하게 차폐됐으며 많은 주황색 나트륨 증기 램프가 보다 경제적인 LED 램프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이전에는 전체적인 밝기 측정이 어려워 이러한 조치가 산란광을 줄였는지 불분명했다.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소(GFZ)의 크리스토퍼 키바(Christopher Kyba)와 동료들은 "현재 산란광과 관련해 지구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일한 위성은 해상도와 감도가 제한되어 있으며 파장이 500nm(나노미터) 미만인 빛을 감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백색 LED의 단파 빛은 위성을 빠져나간다.

"Globe at Night": 하늘에 몇 개의 별이 보이나요?

200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 "Globe at Night"의 구호다. 여기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밤하늘을 관찰한 다음 앱이나 온라인 양식을 사용해 하늘에서 본 것과 가장 일치하는 8개의 별 지도를 표시한다. 지도는 빛 공해의 다양한 수준과 이에 따라 별이 더 많거나 적게 보이는 하늘을 보여준다. 키바는 "개인의 기여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연구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센서 네트워크처럼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그와 그의 팀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구름 없는 하늘에서 이루어진 5만1000개 이상의 관찰 데이터를 평가했다. 그들은 전 세계적으로 1만9262개 지역을 대표하며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에 있다. 이 데이터와 글로벌 모델에서 연구원들은 하늘의 밝기와 최근 몇 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결정했다. 그 결과 야간 산란광은 감소하지 않았고 지난 10년 동안 극적으로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야간 확산 하늘 밝기가 매년 약 6.5%, 북미에서는 최대 10.4% 증가했다고 데이터가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적으로 산란광의 증가는 연간 약 9.6%이다. 이는 이전에 위성 측정으로 결정된 것보다 거의 5배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밤이 빠르게 밝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는 18세의 어린 시절 동안 밤하늘이 4배로 밝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대로 발달하면 250개의 별이 보이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18세가 될 때까지 100개의 별만 볼 수 있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 201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Globe at Night 참가 (A) 다음을 보여주는 막대 차트 시간 분포. 각 연도의 참여는 범례에 표시된 대로 대륙별로 세분화된다. (B) 동일한 면적의 Eckert IV 지도 투영에서 결합된 모든 연도의 공간 분포. 색상 표시 대수 척도에서 토지 면적으로 정규화된 참여. 검은색 점은 위치를 나타낸다. (출처: 관련논문 Citizen scientists report global rapid reductions in the visibility of stars from 2011 to 2022 / Science)


단파 LED는 더 파괴적

팀은 관측 데이터와 위성 측정 간의 차이를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고 했다. 하나는 산란된 빛의 전파 방향이다. "위성은 하늘을 향해 위쪽으로 향하는 빛에 가장 민감하다"고 Kyba는 설명했다. "하지만 밤하늘 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수평으로 방출되는 빛이다. 그래서 광고나 가로등이 더 빈번해지고, 더 커지고, 더 밝아지면 위성영상에 반영되지 않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은 나트륨 증기 램프에서 LED로의 전환이다. Kyba는 "사람의 눈은 밤에 단파 빛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LED는 하늘의 밝기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것은 또한 위성 측정과 '밤의 지구본'의 일부로 이루어진 관측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연구원들은 그들의 결과에서 두 가지 주요 결론을 도출했다. 한편으로는 LED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혹은 그 때문에) 밤하늘의 빛 공해가 계속해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데이터가 이전 측정 방법에 중요한 추가 사항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Kyba는 말했다. 

 
▲ 아리조나에 있는 대형 쌍안 망원경 관측소에서 보기: 모든 곳에서 인간 정착지와 도시의 빛이 밤을 비추고 있다. © Marco Pedani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Globe at Night"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광범위한 지역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더 가난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의 데이터는 거의 없었다. 공동 저자인 NOIRLab의 애리조나주 NOIRLab의 콘스탄스 워커(Constance Walker)는 "우리가 더 광범위하게 참여했다면 다른 대륙과 개별 주 및 도시의 추세를 식별할 수 있었다"며 "프로젝트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니 오늘 밤 확인하고 무엇을 보는지 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천문학의 문제, 빛 공해는 거의 모든 망원경에 영향 미쳐

거리, 도시 및 산업 공장의 인공조명은 주변 환경을 밝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실제 조명 원뿔을 훨씬 넘어서는 산란광을 생성한다. 그 결과 세계 인구의 약 80%가 더 이상 정말 어두운 밤하늘을 보지 못하고 전 세계적으로 빛 공해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어두운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빛 공해는 천문학에 특히 심각하다. 대형 망원경의 민감한 광학 장치는 약한 우주 광원도 볼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어두운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 램프의 미광뿐만 아니라 위성과 우주 파편의 궤도 미광이 이러한 가능성을 점점 더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 빛 공해 기술 연구소의 파비오 팔치(Fabio Falchi)와 그의 동료들은 천문대가 전 세계적으로 빛 공해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대형 망원경과 12개 이상의 작은 망원경으로 28개의 천문대에서 측정을 수행하고 천정의 밝기, 전체 하늘에 대한 평균, 수평선 위 최대 30도, 최대 10도 및 수평선 바로 위 5가지 지표로 빛의 노출을 기록했다.  

 
▲ 나미비아의 밤하늘 - 세계에서 방해가 되는 산란광이 거의 없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 Dr Fabio Falchi


6개의 전망대만 정말 어둡다.

그 결과 대부분 망원경과 천문대는 대부분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빛 공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보이는 하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천정의 밝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8개의 주요 천문대 중 6개만이 천정의 밝기가 자연 수준보다 1% 미만이다. 여기에는 칠레 파라날에 있는 유럽 남부 천문대(ESO), 마우나 케아 망원경, 남아프리카 및 호주 천문대가 포함됐다. 기이한 점은 아직 상대적으로 어두운 이 망원경 위치 중 하나는 킬로미터 떨어져 있있는데도 다른 천문 시설에서 산란광을 얻는다. Falchi와 그의 동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TAO의 어둠은 다른 천문학자들의 빛 공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3분의 2가 10퍼센트를 초과

수평선 위 약 30도 높이에서 노출된 빛을 보면 28개 대형 천문대 중 18개는 연구원들이 판단한 것처럼 산란광의 10% 임계값을 초과하기도 한다. 이러한 값은 국제 천문 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서 허용할 수 있는 최대 빛 공해에 대한 임계 한계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미국 본토의 모든 망원경을 포함하여 주요 천체 망원경 위치의 약 2/3가 이미 이 값을 초과했다. 연구원들은 "미래의 망원경을 위한 일부 사이트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상으로 방해받는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보고했다. 여기에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이 2029년까지 건설될 예정인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가 포함된다. 이 위치에 대한 주요 간섭 소스는 무엇보다 40km 떨어진 고속도로다. Falchi와 그의 팀은 "빛 공해가 매년 조금씩 증가하더라도 그러한 사이트가 운영되기 전에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종"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는 놀랍다. 연구원들은 "이 결과는 인공 광원에서 나온 것이든 궤도에 있는 인공 물체에서 반사된 햇빛에서 나온 것이든 빛 공해에 대한 심각하고 집단적이며 단호하고 타협하지 않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마지막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기반 천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
Science, 2023; doi:10.1126/science.abq7781
National Optical-Infrared Astronomy Research Laboratory(NOIRLab), Helmholtz Center Potsdam – GFZ 독일 지구과학 연구 센터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22; doi: 10.1093/mnras/stac2929 (출처: Royal Astronomical Society)

eco@ecomedia.co.kr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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