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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4.1~

by 이성근 2024. 4. 1.

1. 나무가 성장을 멈추는 까닭  2. 폭설에 무더기로 쓰러진 금강소나무...원인은 기후 스트레스3. 기후변화에 감귤 피해주는 새로운 해충 속속 등장  4. 지구 구할 특급열차 등장수소 먹고 무정차 2800주파 성공  5. 빨라진 몽골 사막화매우 나쁨’ 5배 미세먼지 불렀다  6. 커피 재배지 2050년 반토막'1등 쌀'은 생산급감·위상 흔들

7. 도시개발 전문가들이 꼽은 현 정부 최악의 사업8. 1, 3, 6, 10... 6개 정당 기후공약 뜯어봤더니  9. 신규 원전 건설“RE100 강화탄소 감축 동상이몽  10. 천연기념물 산양 537마리 떼죽음···“환경부 방치탓 현장은 공동묘지11. AI, 큰 것이 아름답다고? 기후를 망치고 있다

12. 정치를 바꿔야 기후를 바꿀 수 있다  13. 생명력에게 권력을14.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민 안전에 등 돌리려나   15. 부산시설공단,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시민공원 생태·정원체험 무료 운영  16. 베네수엘라, 올해만 화재 3만건극심한 가뭄에 아마존 활활  17.건축용 단열재를 버려지는 옷감으로 만들었다  18. 기후유권자의 총선  19. 부산 초미세먼지 주범은 자동차

20. 한국 재생에너지, 해가 뜨긴 할까요  21. 부산 세계적인 수변도시로 탈바꿈 나선다   22. 개통 한 달 앞둔 창원 원이대로 S-BRT버스 이용객 체감 변화는?    23. 장낙대교 이어 대저대교 또 표류, 부산시 무기력

24. 케이블카 엎어지자 대신 아파트 추진? 아이에스동서 논란  25. 던지고 보는 부동산 개발 공약, 십중팔구는 뻥   26. '에코' 델타시티 땅 밑 다이옥신 오염기준치 3.6배 초과  27. 한국 나랏돈 화석연료 지원 세계 21위 될 듯 28. 국민의힘 '메가시티 서울' vs 민주당 '부울경 메가시티' 29. 2030년 세계 인구 전환점이 온다

나무가 성장을 멈추는 까닭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투표를 고려하겠다는 유권자가 무려 60%. 산업화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경제발전만 우선시하다가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면서 사회문제에 차차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경제발전 지수가 높다고 해서 선진국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 유권자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이제 한 걸음 나아갔다는 방증이다. 친환경으로 포장한 그린워싱 정책들 사이에서 진짜 기후공약을 찾아내기 위해 기후 유권자들은 조금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 기후공약을 포함한 전체 공약에 대해 따지고 물어야 각 정당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진위를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후공약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는지 확인하자. 기후공약을 우선순위의 어디쯤에 두었는지를 확인한다면 표를 의식해 짜깁기한 가짜 기후공약을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함께 제시한 다른 정책들과 기후공약을 비교해보면서, 과연 그 공약들이 나란히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인지 판단해보자. 기후위기는 오로지 경제발전만을 우선시한 결과다. 성장과 개발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했다면 흐름에 대충 맞추어 기후공약을 곁들인 비빔밥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녹색사회경제체제로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변화의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자. 문제 해결에 급급한 사후대처가 아닌 새로운 상상력과 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진짜 녹색의 공약인지. 재난 피해자들에게 각 정당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살피기 바란다.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대처하지 못했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해낼 역량 또한 갖추지 못했을 테고, 피해자들을 제대로 위로하고 보상하지 못한 정당이 전 지구적 거대한 재난에서 우리를 구해줄 리 만무하다. 기후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재난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무엇보다, 현혹되지 말고 근본을 보자. 기후공약은 공존의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명의 가치를 아는 철학에 기반하고, 자연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멸종위기 동물을 이야기하지 않는 기후위기 정책은 인스턴트다. 500년 된 설악산 금강송이 쓰러져 나가는데 개발사업에서는 여전히 손 뗄 생각 없는 공약도 가짜다. 최하위 소득층의 2000배나 되는 공해를 일으키는 최상위 소득층에 대한 제재와 분배정의를 말하지 않는 기후정의는 거짓이다. 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지 않은 이들도 기후위기를 논할 자격 없다.

나무가 성장을 멈추는 이유는 혼자서 숲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만 높이 자라 하늘에 닿지 않고 옆자리 나무들의 공간을 넘어서지 않으며 어느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고 멈추어야,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소수정당이 씨앗을 틔우지 못하는 척박한 정치토양 또한 성장제일주의가 낳은 우리 사회의 비극 아니었는가?

이제 잠시 성장을 내려놓자. 죽어가는 생명의 편이 되어주자. 그것이 지금 비명을 지르는 날씨를 되찾는 일이고 위험천만의 나락에 던져진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는 길이다.

최정화 소설가/경향

폭설에 무더기로 쓰러진 금강소나무...원인은 기후 스트레스?

태풍도 못 건드린 금강송 262그루 뿌리째 뽑혀 누워 있다

2024319일 오전 경북 울진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에서 발견된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녹색연합 제공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경사면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 가지엔 아직 푸른 잎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데 뿌리만 붙어 있어야 할 곳을 붙잡지 못했다. 뿌리가 뽑혀 제자리에서 넘어진 소나무, 뿌리째 뽑혔지만 옆 나무에 기댄 소나무, 도로 위로 쓰러진 소나무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에 들어왔다. 나무가 쓰러지며 직격한 전신주는 이쑤시개처럼 부러졌다.

전선에도 쓰러진 소나무가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차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 바로 위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소나무도 있었다. 20242월 경북 울진에 내린 폭설로 도복(쓰러짐) 피해를 본 금강소나무의 모습이다. 폭설로 가지가 부러지거나 휘어진 피해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뿌리째 뽑힌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푸른 잎 빽빽하게 붙인 채로 픽픽

<한겨레21>2024318~19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를 찾았다. 봉화군 소천면을 지나 36번 국도에 들어서자 도로 옆으로 군데군데 쓰러진 금강소나무들이 보였다. 국도를 빠져나와 소광리에 들어서니 피해가 더 심각했다. 계곡을 따라 난 십이령로엔 쓰러진 나무들을 베어내고 남은 잔재가 쌓여 있었다. 조선 숙종 때 세워져 이곳이 보호구역임을 알렸던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앞도 예외는 아니었다. 표석 앞 계곡 경사면에 있는 금강소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경북 울진 소광리 십이령로에서 발견한 금강소나무. 뿌리째 뽑히면서 경사면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 류석우 기자

소나무가 천근성(뿌리가 지표면 근처에 얕게 분포하는 성질) 수종이긴 하지만 보통은 눈이 많이 와도 가지가 부러지지 이렇게 뿌리째 뽑히진 않거든요. 뿌리가 잡아주는 힘이 약하니까 훅 넘어간 거 같아요. 1990년대부터 산을 다녔는데 일부 고산지대를 빼고는 이렇게 뿌리째 뽑힌 피해는 처음 봐요.” 취재에 동행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말했다.

흔히 금강송이라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경북 울진, 봉화, 영덕 등 영동 지방에서 곧게 자라는 수종이다. 줄기가 곧고 튼튼해 조선시대 때부터 궁궐을 짓는 목재로 사용됐다. 재질이 강하고 나무 속이 짙은 황갈색을 띠어 황장목이라고도 불린다. 임금과 왕후의 관인 재궁을 만들 땐 아주 크고 오래된 금강송이 쓰이기도 했다. 이런 쓰임새 덕에 조선시대 숙종 때인 1680년 처음으로 황장봉산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봉화군 춘양면이나 소천면 등의 금강소나무들이 대규모로 벌채됐다. 소광리 등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했던 지역의 금강소나무들만 살아남았다.

해방 이후 정부는 꾸준히 금강소나무 자생지를 관리해왔다. 1959년엔 농림부에서 육종림으로 지정했고, 1982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했다. 현재 소광리 일대 3705(서울 여의도 면적 약 13)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자 자연생태 보전지역으로 묶여 있다. 가장 중요하게 보호하는 지역이므로 나무 한 그루 쉽게 베지 못한다. 소광리로 들어가는 길목에만 소나무류 이동 단속 초소가 여러 곳 있을 정도다. 그렇게 귀하게 여기던 금강소나무가 곳곳에 쓰러진 것이다.

산림청은 폭설 직후 소광리 진입도로와 등산로, 숲길 사면 등을 위주로 피해를 조사한 결과 262그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금강소나무는 어린나무부터 고목까지 다양했다. 소광리 금강송 에코리움 인근에선 약 200년 된 금강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도로 위에 쓰러져 있기도 했다. 금강소나무숲길에서 가장 유명한 ‘500년 소나무도 쓰러질 뻔했다고 한다. 김영훈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장은 “500년 소나무도 저희가 당김줄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쓰러졌을 것이라며 나무가 조금 기운 상태라 작년 겨울에 당김줄을 설치해놨는데 그 덕에 피해를 안 보고 잘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소광리 내 탐방로가 무너진 모습. 경사면에 있던 금강소나무가 뿌리째 뽑히면서 탐방로를 덮쳤다. 녹색연합 제공

다만 산림청 조사는 진입이 가능한 도로변 위주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319일 오전 대광천 소광리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금강소나무숲길 중 하나인 가족탐방길을 따라 약 5안쪽까지 들어갔다. 폭설 이후 아무도 진입하지 못했던 곳으로, 관리센터에서도 이날 처음 들어간다고 했다. 탐방로 옆 계곡을 따라 5~10m마다 쓰러진 금강소나무가 보였다. 능선에서 드론을 띄워보니 20m가 훌쩍 넘는 금강소나무들이 곳곳에서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10여년 전부터 늘어난 고사목

소나무숲길에서 내려와 소광천 쪽 임도로 들어갔다. 이곳도 폭설 이후 눈이 녹지 않아 산림청에서 조사하지 못했다. 소광천 계곡을 따라 들어간 지 100m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금강소나무가 길을 막았다. 키가 20m는 족히 넘을 듯했다. 한 팔로 두르지 못할 정도로 두꺼웠다. 이 나무를 시작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직 치우지 못한 소나무들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길이 나지 않은 안쪽 계곡엔 피해가 더 심했다. 계곡 곳곳에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 소광천 지역을 500m 남짓 걸으며 맨눈으로 확인한 피해 나무만 100그루가 넘었다. 서 위원은 아직 조사되지 않은 지역과 안쪽까지 다 합치면 피해 규모는 수천 본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이번 폭설로 인한 도복 피해는 소광리와 왕피리 등 금강송면 곳곳에서 발생했다. 김 소장은 눈 때문에 임도나 숲길, 탐방로 중심으로 조사한 상태라며 눈이 다 녹으면 깊숙한 곳이나 안쪽은 인력을 더 투입해서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금강송면 소광천 임도에서 만난 금강소나무. 길 한가운데로 쓰러졌다. 류석우 기자

소광리 주민들은 금강소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결혼한 뒤 50년 넘게 소광리에서 살았다는 이순녀(75)씨는 이전에도 눈이 많이 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뿌리째 뽑힌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눈이 비하고 섞여가지고 찰눈이 왔거든. 이게 나무에 붙어서 쌓이니까 그런 거지요. 태풍도 많이 왔지만 태풍 가지고는 나무가 이렇게 안 넘어가요. 눈도 마른눈이었으면 괜찮은데 이번엔 찰눈이 오니까 못 이긴 거 같아요. 이렇게 많이 넘어간 건 처음이에요.”

왜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까. 서 위원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라고 봤다. “최근 10년 사이 울진 인근 금강소나무들이 기후 스트레스로 계속 죽고 있었거든요. 기후 스트레스를 입은 금강소나무 자생지와 이번에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지역이 거의 일치하는 거 같아요. 경사면에 있거나 가장 약해진 나무를 중심으로 이번에 피해를 본 거죠. 기후위기로 인해 지속해서 이 지역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소나무처럼 뿌리가 옆으로 퍼지는 나무들이 뽑히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실제 울진에선 2008년부터 금강소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표한 울진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 금강소나무 고사 지역의 지형 환경 특성 분석을 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관찰된 고사목은 1956본이었다. 고사목은 고온 및 건조 조건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해온 녹색연합도 2022년 금강소나무 고사 실태 자료를 내어 “2010년 전후부터 겨울철이 따뜻해진 것은 물론이고 눈도 적게 내리고 있다최근 몇 년 사이 겨울철 가뭄, 봄철 더위, 여름 폭염 등이 겹치면서 소나무의 고사가 이어지고 있고, 2022년 들어 고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피해 모습. 뿌리째 뽑힌 금강소나무 옆으로 하얗게 변한 고사목이 보인다. 녹색연합 제공

사우나에 오랫동안 갇힌 상태와 같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설로 인한 도복 피해가 이례적인 일이고 새로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소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보통 눈이 많이 오더라도 가지가 부러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뿌리째 뽑히는) 피해는 처음 들었다면서도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소나무가 약화하고 쇠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우나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사우나에 들어가면 처음엔 좋지만 오래 있으면 못 견디고 나오잖아요. 지금 소나무는 사우나에서 나와야 하는데 못 나오는 상황인 거예요. 이미 저지대에선 소나무 피해가 많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점차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에요. 저도 연구를 계속해왔지만 소나무가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10년 전, 20년 전의 상태와 비교해보면 쇠약해져 있거든요. 가지나 잎뿐만 아니라 뿌리도 약해져요. 그렇게 되면 물리적으로 쉽게 쓰러질 조건이 갖춰진 거죠.”

한 식물분류학자는 고산지대에 있는 침엽수 수종이 뿌리째 뽑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울진 금강소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건) ‘새로운 현상’”이라며 나무가 수세가 약해졌거나 뿌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눈까지 많이 와서 도복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아직은 가설이고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기후변화로 소나무가 점차 쇠퇴하면서 뿌리가 약해졌을 수 있다“(이번 피해와 관련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길 옆 계곡 모습. 금강소나무 여러 그루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져 있다. 류석우 기자

이번 폭설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의 대응은 2차 피해를 막는 수준의 방안이 전부다. 김 소장은 당장 도로변은 (금강소나무가) 넘어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베어내는 등 조처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한겨레21>의 질의에 도로변 나무 제거와 제설 작업을 실시했으며, 6월 말 이전까지 계곡부 등 2차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금강송 사이사이 누비던 산양도 살지 못한다

이번 폭설은 금강소나무에만 피해를 주지 않았다. 금강소나무숲길 안쪽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들 사이에 걸려 있던 산양을 발견한 건 나무를 관찰한 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취재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탐방로 곳곳에 있던 산양 똥을 유심히 관찰하다 우연히 죽은 산양을 발견했다. 태어난 지 5년 정도 된 수컷 성체였다. 폭설 이후 눈이 녹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안쪽까지 들어오지 못한 탓에 구조가 늦었다. 서 위원은 먹이를 찾아 점차 밑으로 내려오다가 눈 속에 갇힌 것 같다. 산양은 다리가 짧아 눈이 많이 오면 이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은 전국에 1600여 마리(2020년 기준) 남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 중 100여 마리가 울진·삼척 인근에 산다. 그런데 올겨울 들어 벌써 울진에서만 7마리의 산양이 목숨을 잃었다. 6마리는 숨진 뒤 발견돼 국립생태원으로 옮겨졌고, 1마리는 소광리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발견해 산양보호협회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발견된 산양들이 대부분 눈 때문에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도 많이 빠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견된 산양은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가 곧바로 현장으로 와 수습했다. 산양을 수습하는 동안 비가 내렸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금강소나무도, 수년 동안 금강소나무 사이를 누비던 산양도 더 이상 제자리에 없었다. 기후붕괴의 현장이다.

국립생태원의 우동걸 박사가 금강소나무숲길에서 발견한 산양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올겨울에만 경북 울진 지역에서 7마리의 산양이 목숨을 잃었다. 류석우 기자

울진(경북)=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기후변화에 감귤 피해주는 새로운 해충 속속 등장

최근 3년간 조사결과 5종 새로 확인

산둥날개매미충은 친환경 감귤원에 등장

감귤나무에 피해를 주는 새로운 해충인 산둥날개매미충. 제주도 제공

기후변화로 감귤나무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 새롭게 등장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제주도농업기술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감귤 해충 종류와 발생 시기, 피해 등을 조사한 결과 새로운 해충 5종을 포함해 60종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새로 발견한 해충은 두줄민달팽이, 식나무가루이, 산둥날개매미충(임시명칭), 귤큰별노린재, 시골가시허리노린재다.

도농업기술원은 특히 최근 친환경 감귤원에 피해를 입히는 산둥날개매미충에 대한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린재목 큰날개매미충과의 산둥날개매미충은 2012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2017년 산림에서 첫 발견된 후 2019년 친환경 감귤원에서 확인됐다.

산둥날개매미충의 성충과 약충은 식물체의 즙액을 빨아먹는다. 배설물은 그을음 증상을 유발한다. 성충은 톱니 모양의 산란기관을 이용해 가지와 잎맥을 파내고 산란한다. 산란으로 인해 가지마름, 고사, 부러짐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현재 제주에서의 발생과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나 일부 관리가 소홀한 과수원과 친환경 감귤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농업기술원은 황색끈끈이트랩을 1.5m 높이에 설치해 성충의 예찰과 방제에 이용하고 산란한 알은 전정 등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삼, 님 추출물 등의 유기농업자재를 어린 약충시기인 4, 8월에 살포해 방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희정 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매미충류는 과거 산림에서 서식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나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농경지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산둥날개매미충의 발생정보와 방제방법이 담긴 리플릿을 배부하고, 누리집에도 게재하는 등 신속한 방제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경향

지구 구할 특급열차 등장수소 먹고 무정차 2800주파 성공

스위스 기업, ‘수소연료전지 열차시험운행

서울~부산 7배 거리, 정차 없이 46시간 달려

최고 시속 130㎞…고속 운행도 가능

온실가스 배출 제로가장 큰 장점

전동 열차처럼 전력선건설 부담 없어

스위스 기업 슈타들러가 개발한 수소 연료 열차가 운행하는 모습. 최근 이틀간 총 2803를 쉬지 않고 시험주행한 기록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슈타들러 제공

차체 전체에 파란색 도색을 한 열차가 철길을 부드럽게 달린다. 열차의 겉모습은 평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근 열차다. 창문이 잔뜩 설치된 객차 2량이 이어 붙어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열차는 어딘지 이상하다.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불분명하다.

일단 석유로 돌아가는 내연기관, 즉 엔진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연기 같은 배출가스가 차체에서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디젤 열차는 아니라는 뜻이다.전동 열차도 아니다. 전동 열차라면 철로 위에 응당 설치돼 있어야 할 전기 공급선이 보이지 않는다.이 열차의 정체는 수소 동력 열차다. 수소를 연료로 쓰는 연료전지를 탑재했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만든다. 그렇게 생긴 전기는 기차 바퀴를 돌린다.

스위스 열차 개발기업 슈타들러가 만든 이 수소 동력 열차는 최근 중요한 기록을 세웠다. 수소를 딱 한 번 충전한 뒤 쉬지 않고 서울과 부산 거리의 약 7배인 2803를 연속해 달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어떤 수소 동력 열차도 세우지 못한 장거리 운행 기록이다. 이 기록은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종전 최고 기록(224)10배가 넘는다.

그런데 이 열차의 의미는 단순히 신기하거나 새로운 운송 수단 이상이다. 온난화에서 지구를 구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틀 밤낮 연속 주행

슈타들러가 최근 발표한 공식 자료를 보면 수소 동력 열차의 특별한 세계 기록이 시작된 날짜는 지난 20(현지시간) 저녁이다.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에 설치된 시험용 철길에서 운행 준비를 마친 수소 동력 열차는 천천히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번 시작된 운행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출발부터 이틀이 경과한 지난 22일 저녁에서야 수소 동력 열차는 멈춰 섰다. 열차가 밤낮 없이 달렸기 때문에 승무원도 지속적으로 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운행 시간은 무려 46시간이었다.

이번 운행은 수소 연료 열차 차체에 달린 탱크에 수소를 딱 한 번 주입한 뒤 수소가 바닥날 때까지 이뤄졌다. 수소 재보급 없이 어디까지 달릴 수 있나 확인해 봤더니 무려 서울과 부산 거리의 7배인 2803를 달린 것이다.

수소는 열차에서 동력을 생성하는 원천인 연료전지에 공급돼 산소와 반응한다. 그러면 전기가 생성된다. 이 전기를 동력 삼아 열차는 달린다.

수소 동력 열차의 장거리 주행 능력은 한국처럼 비교적 국토가 좁은 국가는 물론 지역마다 시간대가 다를 만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 특히 유용하다. 연료 재보급을 위한 정차 횟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수소 동력 열차는 속도도 빠르다. 이번 시험운행에서는 평균 시속 약 60를 유지했지만, 최고 시속은 130까지 낼 수 있다. 최신 디젤 열차 또는 전동 열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수소 동력 열차는 모두 2량으로 편성됐다. 2량 통틀어 108명이 좌석에 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운행 지속 시간과 속도, 수송 능력 면에서 빠지는 데가 없다는 뜻이다.

수소 연료 열차의 내부 모습. 2량에 총 108명이 앉을 수 있다. 슈타들러 제공

온실가스 배출 제로

그런데 디젤 열차와 전동 열차가 있는 마당에 왜 굳이 수소 연료 열차까지 개발하려는 걸까. 무엇보다 수소 연료 열차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열차에 실린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들고 배출하는 물질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반면 디젤 열차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를 태워 동력을 얻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얘기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디젤 열차에 가득히 주유를 하면 2500~3000를 달릴 수 있어 수소 동력 열차와 최대 주행거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수소 동력 열차는 이 먼 거리를 이산화탄소를 한 모금도 배출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동 열차도 친환경 교통수단이기는 하다. 하지만 운행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열차에 전기 동력을 공급하려면 철길 위에 전력선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인프라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전동 열차에 공급되는 전기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구에는 석탄으로 돌아가는 화력발전소가 아직도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확실한 기후변화 억제 능력을 지닌 수소 연료 열차의 쓰임새가 각광받고 있다.

슈타들러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일은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빨라진 몽골 사막화매우 나쁨’ 5배 미세먼지 불렀다

몽골, 지난 80년간 평균기온 2.25도 상승

세계 평균 갑절로 기온상승황사 심해질 듯

전국에 황사가 덮친 29일 오후 인천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두번째 몽골에서 날아온 황사에 29일 전국이 나쁨이상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갇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30일에도 전일 잔류 황사의 영향으로 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전국 미세먼지 농도 최고값은 698/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 기준상 매우 나쁨은 세제곱미터당 151이상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99/로 전날 평균 30/에 비해 10배가량 높았다.

이번 황사는 내몽골 고원지대에서 강풍에 떠오른 흙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국내로 이동해 오면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29일 새벽 3시 수도권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단계가 처음 발령된 것을 시작으로 충남, 강원, 충북 등으로 경보 발령 지역이 확대됐다. 황사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나뉜다. 주의 단계는 미세먼지(PM-10) 시간당 평균 농도가 300/이상인 상태가 2시간 지속된 경우에 내려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황사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환경단체 푸른아시아의 고재광 사무처장은 몽골 평균 기온이 타 지역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며 사막화 진행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2년 낸 자료에 따르면 몽골은 지난 80년간 평균 기온이 2.25도 상승해 세계 평균 기온 상승률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황사가 발생하는 건 또다른 차원의 얘기다. 황사 발원, 이동, 국내 상공에서의 하강이라는 3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원지에서 흙먼지가 떠올라도 바람 등 다른 조건이 맞지 않으면 국내까지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 29일 황사는 국내 발생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진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은 이번 황사가 토요일인 30일까지 이어지고, 31일은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아 있던 황사가 기류 방향이 바뀌면서 다시 올라와 영향을 줄 수 있어 토요일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커피 재배지 2050년 반토막'1등 쌀'은 생산급감·위상 흔들

전 세계를 덮친 이상기후로 주요 작물의 생육 부진이 이어지며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물론, 재배 면적 감소·소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염·폭우·병충해 등 매년 사상 최고’ ‘사상 최악의 기록을 새로 쓰는 환경 탓에 기후에 강한다른 종()으로의 전작도 활발해지며 주식을 둘러싼 생산 지도 변화역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31일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인스턴트용 커피 원두인 로부스타 가격은 27일 기준 1톤당 359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스페셜티용인 아라비카 원두 가격도 지난해 121파운드당 209달러를 넘기며 1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28일에도 장중 191달러까지 뛰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6개월간 14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이 같은 상승은 잇따른 기상 악화로 커피콩 흉작이 이어지는 한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중산층 확대로 원두커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 농무성의 지난해 12월 수급 보고를 보면 로부스타종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의 2023~2024년 예상 생산량은 이전 보고서(20236) 전망 대비 12% 줄었다. 세계 3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2023~2024년 생산량도 전년도 대비 20% 줄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콩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특히 커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종은 병충해나 기온 변화에 약한 것이 특징이다. 아라비카종은 밤낮의 일교차가 있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고온 현상과 폭우·가뭄 같은 기상 변수로 농사를 망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작물이 자랄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면서 재배 적합지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영국의 비영리 자선단체인 크리스천 에이드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상승하는 기온과 예측 불가의 상황으로 커피 재배에 적합한 세계 토지는 2100년까지 54.4%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로 제한한다는 국제 합의 목표를 준수한다는 전제하의 추산이다. 지금처럼 매년 최고 기온 경신’ ‘기록적인 폭염의 상황이 이어지면 재배지 절반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4년 미국 커피 연구기관인 월드커피리서치(WCR)는 기상 문제 때문에 현재 아라비카 커피 생산에 적합한 토지 절반이 2050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브라질·인도·중앙아메리카 일부 지역처럼 건기가 길고 더운 지역의 경우 현재 커피 재배 지역의 80% 가까이가 부적합지로 바뀐다고 봤다. 이렇다 보니 일부 농가는 안정적인 생산 및 수입을 위해 커피 대신 기후변화에 강하거나 수요가 더 많은 다른 작물로의 전작을 진행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동남아에서는 엘니뇨에 따른 날씨 리스크 때문에 커피콩 농가가 주 생산 품목을 천연고무·두리안으로 바꾸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때 ‘1등 쌀로 손꼽혔던 고시히카리가 기후변화에 그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 17곳이 올봄 모내기에서 고시히카리 재배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폭염으로 품질 저하를 겪은 탓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품질 저하에 따른 공급 및 가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위에 더 강한 품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닛케이 조사 결과 지난해 대비 경작 면적을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17곳으로 평년 수준’ 5, ‘증가’ 2, ‘재배 안함 또는 미정23곳이었다.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56년 탄생한 고시히카리는 처음 병충해에 강한 품종으로 보급됐으며 이후 단맛과 찰기까지 인정받으며 각지로 재배가 확산했다. 고시히카리의 경작 비율은 2022년 기준 전국 33.4%로 압도적이며 품종 개량 계통까지 합쳐 시장점유율이 80% 이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쌀알이 변색(백탁)되는 등 피해가 나타났고 1등급부터 규격 외까지 총 4단계로 평가되는 품질 평가에서 1등 비율이 61.3%로 전년(2022) 대비 17.3%포인트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2등급 이하 쌀은 싼 가공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 1등급 아래 평가를 받은 고시히카리 농가는 피해가 상당했다. 최대 쌀 산지인 니가타현은 지난해 고시히카리의 1등급 쌀 비율이 불과 5%로 전년의 80%에서 급감했다. 이에 니가타현과 도야마현 등 상당수 지역은 고온에 내성이 있는 새로운 품종 경작을 확대하는 등 대안 찾기에 나섰고 고시히카리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서울경제

 

도시개발 전문가들이 꼽은 현 정부 최악의 사업?

영국, 미국 등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주요 참가국들이 폭염 및 미흡한 환경 등으로 조기 퇴영을 결정한 가운데 지난해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 일부가 비어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도시개발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도시개발·공공사업 중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잼버리)최악의 사업으로 꼽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시개발·건설 실패 사업 전문가 설문조사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15~25일 한국도시설계학회·대한교통학회 등 도시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졌고, 전문가 108명이 참여했다. 설문은 경실련이 내부전문가들과 함께 정리한 40개 사업 중 각 전문가가 실패 사업이라고 보는 5개 사업을 고르고, 각 사업에 대한 세부 설명을 남기는 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참여자 108명 중 절반 이상인 55명이 지난해 열린 새만금 잼버리가 실패한 사업이라 봤다. 주된 이유는 관리 부재·운영 미숙에 의한 인재였다. ‘세계 대회 유치 = 지역 발전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지방자치단체·중앙정부의 역할 분담도 모호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개발 시대에 통용됐던 행사 유치 후 지역 개발이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김포 통합 계획에 부정적 의견을 남긴 전문가는 52명이었다. 수도권 집중이 강화돼 국토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수도권 과밀 억제를 지양해왔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이유였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전문가 50명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줬던 레고랜드도 재원 마련 불확실성문제가 지적됐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전문가 35명이 정치 논리로 만들어졌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안·청주·양양공항, 대구신공항, 제주신공항, 울릉도 공항 등의 부정적 평가를 한 경우를 합치면 공항 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전체 사업 중 가장 많았다. 제주신공항 등에서는 자연환경 보존 문제가 다수 지적됐다.

경실련은 선거 시기 전문성 없는 정치인의 표 얻기 수단으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사업이 활용돼왔다건설 대기업의 영리 추구 수단으로 악용된 공약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됐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1, 3, 6, 10... 6개 정당 기후공약 뜯어봤더니

[기후위기시대] '재생에너지 확충' vs. '원전 중시' 다시 형성된 전선

사과·대파 가격 폭등은 예고된 기후변화의 결과

오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난 29일 단비뉴스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등 6개 정당의 기후 관련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 식량안보와 농업 관련 공약은 녹색정의당이 가장 상세히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재난 관련 공약은 새로운미래가 가장 촘촘

기후재난 관련 공약을 제시한 4개 정당 중 가장 상세하게 정책을 제시한 당은 새로운미래였다. 새로운미래는 침수 우려 가구 전수조사, 침수 우려 전 가구에 차수판 설치, 재난 피해 국민에 안정적인 생활 지원 체계 마련, 재난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공약했다. 또 대규모 재난 상시 조사 시스템 구축, 재난조사에 관한 법률 제정, 법정재난구호기금 신설 등을 약속했다.

탄소중립 한목소리, 발걸음은 'RE100''CF100'으로 갈려

에너지 전환은 6개 정당이 모두 공약을 발표했지만, 방향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원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놨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 위해 '기후패스' 등 도입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여 자가용 운행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구체적으로 내놓았다. 기후패스 도입, 취약 지역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 등 공약의 내용은 비슷하고, 지원 대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권별로 대중교통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 3만 원 청년패스, 5만 원 국민패스와 노인을 위한 무상 어르신패스를 제시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민주당과 녹색정의당만 관심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전면에 내건 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등이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탈석탄발전법을 제정해 '정의로운 전환 특구'를 지정하고 총괄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5일 토론회에서 이태성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는 "녹색성장법이 지금 제정이 됐고 제7장에 정의로운 전환이, 48조에 특별지구 지정에 대한 것들이 있지만 이 법을 통과시킨 후 어떤 정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민주당 공약이 재탕임을 비판했다.

시급한 환경교육,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만 관심

올바른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공약에 포함한 정당은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뿐이다. 국민의힘은 '전 생애 기후환경교육'을 내걸고 청소년 기후동행 플랫폼 구축, 국립 기후변화홍보체험관 건립, 국민참여형 탄소중립 실천프로그램 개발 등을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아동 친화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기후위기 극복 생태교육 등을 약속했다.

단비뉴스 전나경 기자/ 오마이뉴스

 

신규 원전 건설“RE100 강화탄소 감축 동상이몽

석탄발전 축소에도 온도차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기후위기 극복.’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건 에너지 공약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 전력수급 체계를 크게 흔들어야 할 만큼 추구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발전을,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여야 모두 효과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른다.

국민의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공약은 대부분 원전에 치중돼 있다.

우선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혁신형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방향이 같다.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가량의 미니 원전SMR은 정부가 육성하는 차세대 산업으로, 이미 올해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9배 증액했다. 신규 원전 건설도 정부의 올해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무탄소 에너지 인증 체계를 국제표준화하고, 관련 사업의 투자·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사실상 원전 역할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탄소 에너지는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에만 국한하지 않고, 원전과 청정수소 등도 폭넓게 허용하자는 개념이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함께 지난해 무탄소(CF) 연합을 발족해 주요국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SMR과 무탄소 에너지 인증 체계 모두 초기 논의 단계에 그쳐 실제 탄소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신규 원전은 부지 마련이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신규 원전은 건설하더라도 실제 가동까지 15년이 걸린다“SMR도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를 제시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를 목표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RPS)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거나 후퇴한 정책이다. 한국형 FIT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20년간 고정으로 가격 계약을 맺는 제도로, 태양광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 이바지했지만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폐지됐다.

500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토록 하는 RPS 제도도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며 연도별 목표치를 완화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이들 모두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했던 정책이라며 향후 정부가 임의로 폐지하지 못하도록 법안에 관련 내용을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경기 남동부에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에 RE100 전용단지를 조성하는 등 기업들의 RE100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의 발목을 잡는 전력망 확충 문제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탄화력발전 축소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석탄화력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한 반면, 민주당은 석탄발전 가동 중단 시점을 2040년으로 못 박는 등 온도 차이를 보였다./경향 박상영 기자

 

천연기념물 산양 537마리 떼죽음···“환경부 방치탓 현장은 공동묘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체로 발견된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의 수가 537마리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내 산양의 4분의 1이 넘는 수가 죽어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를 방치한 환경부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경향신문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입수한 천연기념물 산양 멸실 신고 목록을 보면 지난 11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폐사한 산양의 수는 537마리로 집계됐다. 문화재청이 지난 2월말을 기준으로 집계했던 277마리에서 260마리가 더 희생된 것이다. 537마리는 국내 전체에 서식하는 산양 약 2000마리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연도별 산양 폐사 통계를 보면 2019년에는 6마리의 폐사가 확인됐던 것이 2020년에는 97마리로 폭증했다. 이후 202146마리, 202250마리, 202385마리 등의 폐사가 확인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가 강원도 등에 집중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폐사한 개체 수는 805마리에 달한다. 산양 전체 개체 수의 40%에 달하는 숫자다.

연도별, 지역별 산양 폐사 수. 문화재청 제공.

지역별로는 주로 민통선 부근 강원 산간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일원에서 많은 폐사체가 발견됐다. 가장 많은 폐사체가 확인된 곳은 225마리가 발견된 강원 양구였고, 화천이 211마리, 고성이 57마리로 뒤를 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는 62마리가 죽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올겨울 폭설이 내린 데다 이번 산양 대량 폐사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가 매우 촘촘하게 설치된 곳이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세운 2중의 울타리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좁은 구역 안에 고립된 곳이기도 하다.

강원 화천의 민통선 부근 도로에서 농막 비닐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산양 사체. 김기범기자

환경단체들은 지난겨울 전체 개체 수의 26.9%에 달하는 산양 폐사가 확인된 것에 더해 조사가 어려운 민통선 내 지역과 산불통제기간 중이라 확인이 힘든 설악산국립공원 내에 추가로 죽어간 개체들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등의 모니터링 결과 눈이 녹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폐사체 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산양의 대량 폐사가 확인된 2월 이후에도 환경부가 수수방관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월말 기준 277마리가 폐사했음이 확인된 뒤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의 선별적 개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에 11~2월 사이 죽은 개체 수와 비슷한 수가 더 죽어갔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방치 속에 민통선 부근과 설악산국립공원 등이 산양의 공동묘지가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가 산양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편화시키고, 동물들을 고립시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울타리 설치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환경부의 용역 연구 보고서와 올해 환경단체의 현지 모니터링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들어서야 산하기관에 개방이 필요한 울타리를 조사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지난달 21일 강원 양구 민통선 부근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에 가로막혀 헤매고 있는 천연기념물 산양 두 마리. 김기범기자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국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 중일뿐 아니라 예산을 들여 증식 사업까지 진행 중인 야생동물이 대량 폐사하도록 방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환경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태 선진국 같으면 환경부장관이 사퇴해야할 일이라며 환경부장관이 직접 사과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도록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점들의 울타리를 즉시 개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큰 것이 아름답다고? 기후를 망치고 있다

“AI 개발로 기후문제 해결표방 불구

전기 먹는 하마 기후위기 가속논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 투모로우’(2004년 개봉)의 한 장면.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는 빅테크와 기후 위기로 반대하는 주민간 충돌이 불거지고 있다. 제공. 20세기 폭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다.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에이아이(OpenAI)소라’, 엔트로픽의 클로드3’ 등 더 인공지능이 속속 출현하면서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전 지구적 차원의 기상 예측과 기후 모델링, 탄소 감소 기술을 탐색해 지구 온난화 대책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거대 기술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되레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개발·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한지 구체적 데이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거대언어모델 훈련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 정보 공개를 기업들이 꺼렸기 때문이다. 최근 그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 하나를 만들려면 스마트폰을 완전히 충전하는 정도의 전기가 소요된다. 지피티(GPT)3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을 훈련하는 데는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뉴욕에서 런던으로 600번 비행할 때 나오는 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기술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리뷰에 소개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카네기멜론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특히, 더 크고 강력한 모델을 향한 거대 기술기업 간 경쟁이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힌다. 앞의 연구를 주도한 허깅페이스의 연구원 사샤 루치오니는 현재의 인공지능 경쟁은 큰 것이 아름답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전보다 훈련용 데이터와 매개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에너지 소모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대언어모델 경쟁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이어져 전기·물 등 에너지 소비도 급증하게 된다.

탄소 배출의 책임과 피해의 딜레마

전력소모가 많은 거대언어모델이 부각될수록 인공지능 기업 및 연구에서 불평등이 커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자원을 지닌 거대 기업에는 자금·지원이 몰리지만, 중소기업이나 연구자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하기가 어려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부의 불평등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개인은 더 많은 부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일자리와 소득 불안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탄소 배출도 양극화되어 중소기업, 기술에서 소외된 개인들에 견줘 거대언어모델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독점한 기술 대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압도적이다.

소득 불평등과 탄소 배출 불평등이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여러 데이터로 확인된다. 한국의 경우, 인구 절반인 하위 50% 서민들의 1년 탄소 배출량은 6.6톤이지만, 상위 1% 부자들의 탄소 배출은 180톤으로 약 27배나 많다. 세계불평등랩이 2021년 발표한 자료인데, 부유층은 넓고 쾌적한 주거 환경 유지와 비행기와 자가용 사용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책임은 부유층이 훨씬 크지만, 막상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 파괴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집중된다.

생성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용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개발과정에서 얻는 이익은 기술 대기업이 사유화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화되어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딜레마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거대언어모델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 불안이 커지면서 주민들과 거대 기술기업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7, 구글이 우루과이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다 기후위기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축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과 기후위기 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면 거대한 인공지능 모델과 작고 민첩한 모델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더 크고 센 인공지능을 향한 무한 질주를 멈추고, ‘작고 효율적인인공지능 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본질적 해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글의 인공지능 윤리팀 리더로 일하다 내부고발이유로 해고당한 팀닛 게브루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언어 모델은 규모는 작지만, 특정 작업이나 커뮤니티를 위해 섬세하게 설계된 언어 모델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거대언어모델에 맞서는 대안으로 분산형 연구소인 민주적 인공지능연구소(DAIR)’를 설립했다. ‘큰 것이 아름답다는 기존의 개발 흐름에 대한 성찰과 변화에 요구가 점점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정치를 바꿔야 기후를 바꿀 수 있다

각 정당의 마지못한, 그만큼 허술한 기후공약

정당 선택 통한 기후운동의 정치세력화 고민해야

흔히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를 바꿔야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기득권 체제에 녹아있는 기후 체제를 바꾸려면 권력관계를 바꿔야 하고 그걸 바꾸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권력을 둘러싼 제도와 사람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기후정치로서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방앗간이 아니다. 깊어가는 기후위기 앞에서 기후운동이 4·10 총선을 맞아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

정당의 공약에 기후 의제를 삽입하거나 기후정치인을 국회로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후정치가 지향하는 바는 이보다 넓다. 본래 정치화(politicization), 특정 이슈를 사회적 갈등으로 점화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샤츠슈나이더의 말을 빌면 기후정치는 기후 이슈를 둘러싼 갈등의 사회화를 지향한다고 할 수도 있다.

기후운동, 저항에서 정치로

애당초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었다. 정책이나 미래 비전이 자리할 공간은커녕 서로가 상대방을 퇴출해야 할 으로 규정짓는 전쟁판 아닌가. ‘한 줌도 안되는기후운동이 얼음처럼 단단한 기득권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위성정당을 둘러싼 기형적 선거제도에다 심판론역심판론이 맞부딪치는 진영대결의 국면에서 기후 의제란 생뚱맞은 명함일 수도 있다. 이기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빠른 길이라면 기후정치는 판을 깨는 아웃라이어가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정치의 현장에서 기후 의제를 흘려보내기엔 기후 상황이 워낙 절박하다.

남풍이 불듯 조금씩 기후정치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뭇잎 정도나 흔들 미풍. 선거가 대중 참여의 공간을 송곳 구멍처럼 열면서 그 비좁은 공간, 돌 틈 사이로 꽃다지가 조그만 노란 꽃대를 올리듯, 기후정치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노년층 인권위원회 기후 진정 후속 기자간담회참석자들이 "나는 기후 유권자입니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대학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앞줄 오른쪽), 그리고 한상훈 상임대표(중앙)를 비롯한 60+기후행동 대표단 및 운영위원들이 참석했다. 2024.3.26. 기후솔루션 제공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정책이 실종된 선거 지형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것은 이번 기후정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유권자가 1/3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기후정치바람),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기후정치라며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했다(기후정치시민물결). 기후단체의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씨앗 1.5%’의 조직화를 내걸며 기후운동의 정치세력화에 나섰고 기후정의동맹은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운동에 나섰다.

청년들이, 노인들이, 노동자들이, 그리고 종교인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기후정치를 선언했다. 지역에서는 지역의 기후 쟁점을 중심으로 정치화가 이뤄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 원전 수명연장 반대, 새만금 갯벌 지키기, 케이블카 반대 등이 그것이었다. 조금씩 기후정치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기후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언어들이 호명되고 사회적으로 통용된다는 사실도 기후정치의 존재를 말해주는 지표다. 기후총선, 기후국회, 기후시민, 기후유권자, 기후정치원년, 기후정치 세력화 등 기후를 돌림자로 하는 언어들이 그것이다. 언어의 사회적 출현은 새로운 담론의 출현을 말한다. 기후운동이 저항에서 정치로, 항의에서 정책으로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삼척시청 앞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각 후보에게 기후공약과 탈석탄,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 시민에게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20. 연합뉴스

각 정당의 마지못한, 그만큼 허술한 기후공약

언론이 먼저 반응했다. 이어 정당들이 기후공약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류 정당들은 왜 그간 기후위기를 외면했는지, 지난 대선에서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들의 반응은 더디고 공약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기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아래로부터의 압박에 마지못해 반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으레 하는 말 수준을 넘지 못한다.

원전에 대한 말은 쏙 뺀 채 연평균 5조 원(!)의 예산으로 RE100과 탄소중립형 산업전환,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농림축산업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RE100은 언급도 않은 채 원전·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게 자신들이 말하는 기후위기 대응, 함께하는 녹색생활공약이 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느 당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 토건 개발이라도 자제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전국 철도 및 주요 고속도로 지하화는 국힘의 공약이고 철도, GTX, 도시철도 도심구간의 예외 없는 지하화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다.

그나마 녹색정의당이 첫 번째 공약으로 탄소중립경제로 전환하겠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정의로운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포괄적이고 담대한 계획에 비해 정책 간 연계나 주요 이행방안도 빠져있고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진다. 들어갈 돈은 천문학적인데 재원 조달방안은 ·제도 개선, 일반회계 등으로 조달하겠다는 일반론에 그치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공약 정도가 눈에 띈다.

326일 서울 광화문에서 '60+기후행동' 회원들이 '기후약자를 위한 기후정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함깨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3.26. 60+기후행동 제공

지지 정당 선택을 통한 기후운동의 정치세력화 고민해야

결과적으로 기후정치의 성과는 옹색할 것이다. 절망스럽기도 하겠지만 기후정치가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두 가지만 질문하면 이렇다. 먼저 기후단체는 아래로부터의 동원을 바탕으로 정당에 대해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협조를 모색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시민들에게 기후투표를 하라고 독려하지만 막상 어느 후보, 어느 정당에 투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이는 흔히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지지 정당을 특정해 정책협약을 맺고 조합원을 동원하는 것과는 대비된다(이번 선거에선 달랐다). 선거 정치는 궁극적으로 정당을 향한다. 기후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대안을 갖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길을 보여주는 것이 기후운동이 추구하는 정치세력화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가 특정 정당과 연계하는 것이 논란이 될 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정치를 한다면서 정당을 배제하고 외면하는 일은 절반의 기후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정당정치랄까 제도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깨끗한 손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반정치의 정치에 그칠 수 있다. “기후단체가 특정 정당을 선택해 지지할 수는 없을까라는 것이 내가 묻는 첫 번째 질문이다. ‘정치화한 기후운동에 대한 비판은 물론 기후운동 내부에서도 다양한 이념적 갈등이나 노선대립이 드러나겠지만 그게 반드시 회피할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체제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까이다. 기후위기는 지금부터 2050년 혹은 그 후에도 인간의 사회적 삶과 경제적 생활, 그리고 지구의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기후위기는 혼자 오지 않는다. 인구감소와 지정학적 갈등,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불평등과 장기침체 등 다른 위기 요인과 겹치면서 다중위기(polycrisis)로 발전한다.

선거 거듭될수록 체제전환 큰 그림도 가능해질까?

가령 이런 식이다. 출산율은 한번 하락하면 다시 상승하기 어렵다. 인구 성장세가 둔화하면 경제 성장세도 둔화한다. 기후위기 역시 성장세를 둔화시킨다. 그리하여 앨런 말라흐(2024)인구든 경제든 성장은 끝났다라고 단언한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다고 해서 인구감소나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오히려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가 하면 증대된 사회 갈등은 신파시즘이나 포퓰리즘의 확산을 낳아 민주주의의 위기로 전화할 수 있다. ‘암울한 예언자누리엘 루비니의 말대로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의 합류 지점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그칠 일이 아니라 앞날을 내다보며 체제 전반에 걸친 그림을 그릴 때다(체제전환이 반드시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체질 개선도 중요한 변혁전략의 하나다).

가장 강력한 글로벌 대응이 이뤄지더라도 지구가 기후위기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기후위기가 정치적 해법을 절실히 요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맞으면서 기후정치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우리가 계속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결국 정답을 찾게 될 것이다.”(앨런 말라흐, 2024, 축소되는 세계)/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생명력에게 권력을!

총선 계기로 생각하는 한국 생명정치

인구를 생명이 아닌 생산으로 보는 사회체계의 붕괴

전쟁영화의 대회전(大會戰)’ 장면이 떠오른다. 410일 총선 이야기다. 진보/보수 양 진영 외엔 보이지 않는다. ‘3지대가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혹시나했으나 역시나였다. 양대 진영 사이에 낀 녹색정의당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고, 생태파국을 경고하는 기후정치는 존재감이 희미하다. 그렇다면, 4.10 총선 역시 진영정치로 끝날 것인가?

총선 정국에 대한 무기력과 치욕감

4.10 총선에 대한 나의 감정 언어적 키워드는 치욕감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기 이전, 정치판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자의 무기력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었다는 생각은 욕되고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감정’, 치욕감을 일으킨다.

우선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전라북도 정읍. 1987년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민주당 독점체제다. 항상 예선이 본선인 민주당 경선과 후보들의 면면, 그리고 경선 후 무의미해진 소도시의 선거운동 풍경이 쓸쓸하다. 이미 강고한 이익결사체가 된 민주당의 지역 내 정파들이 풀뿌리 정당 민주주의의 역설적 후과(後果)라니 더욱 씁쓸하다.

중앙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신선함이라고는 일()도 없고, 오로지 당내 패권과 이합집산으로만 관찰되는 정당 민주주의의 왜곡과 고착이 절망스럽다. 부동산과 코인 투기에, 변호사 개업 후 전관예우까지 마음껏 누리고 또 누릴 예정인 그들이 이번엔 검찰혁명의 투사가 되어 공천을 받는다(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아주 많다. 그러나 요사이 내 눈엔 그런 인물들만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과 양당의 대표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당의 대표까지 이른바 법조인들이다. 이제 우리는 법의 지배뿐 아니라, 서로에게 쓰레기를 투척하며 정치적 혐오를 부추기는 법조인들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이런 감정들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진영정치’, ‘심판정치’, ‘패권정치식으로 짐짓 냉정한 듯 뻔한 논평을 늘어놓거나, ‘기후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캠페인에 참여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은 것은 정신승리밖에 없는 것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광장에서 안삽갑 장성민, 안산을 서정현, 안산병 김명연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29. 연합뉴스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

그렇다. 길은 이론적 정신승리뿐이다. 나에게 심판정치를 비롯한 오늘의 정치적 양태들은 생명정치의 표현일 뿐이다. 현 정치체계의 여/야 구도와 패권쟁투 역시 생존(生存)’생계(生計)’, 나아가 생성(生成)’의 한 양태일 뿐이다. 기후정치 역시 생태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생명정치의 또 다른 주제일 뿐이다.

요컨대,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이라는 것이다(놀랍게도 이 문구는 라틴아메리카의 학자 엔리케 두셀에게서 발견된다). 정치체계는 생각이념과 연동되어 있기보다는 신체정념에 연동되어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성적 판단력이 아니라, ‘살려는 마음이라는 정동적 생명력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욕의 감각자체가 생명정치를 증거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모든 정치가 생명세계와 연동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또 정치의 최종심급이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정치라는 이름이 붙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와 구분되는 새로운 정치형식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은 이미 수많은 생명정치들이 있었다.

22대 총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인천 계양구 가나안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린 후 교인과 인사하고 있다. 2024.3.31. 연합뉴스

푸코의 생명권력다시 보기

생명정치는 이미 보통명사다. 푸코와 아감벤을 비롯해 서유럽의 수많은 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나름의 생명정치론을 펼쳐 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생명정치는 더욱 활발하게 논의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미셸 푸코다.

푸코의 생명정치는 생명관리권력을 의미한다. 인간생명은 권력에 의해 관리되고 규율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 국가라는 치밀한 생명관리권력은 생명정치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증명했다. 권력은 인간생명을 길들이고 장악한다. 정동이론가들에 따르면, 더욱이 오늘의 생명정치는 산업화시대와는 다르게 권력의 장악력을 개별적 주체에서 생명 자체로 전환한다.

한편, 또 다른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는 푸코의 생명권력론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저항을 강조한다. 들뢰즈가 푸코에 관해 쓴 책에서 언급한, “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라는 말은 들뢰즈의 저항의 생명철학을 절묘하게 표현한 경구이다.

그러나 나에게 생명의 신체적 형식은 무엇보다 굴신(屈身)’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스스로 굴신하는 신체를 문득문득 자각한다. 반려동물 고양이가 먹고 살기 위해 집사에게 복종하듯, 인간생명은 살기 위해 줄을 서고 마스크를 쓴다. 사실 사회체계는 인류의 특별한 성취였다. 인간생명은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사회체계를 발명했고, 스스로 사회체계에 복종해왔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인간생명의 만남에 의해 유지되는 결혼제도에 굴신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정치체계가 민생(民生)’을 강조하며 돈을 뿌릴 때, ‘생민(生民)’인 우리들은 살기 위해 정치적 인물들에게 굴종한다. 그것은 정치사회적 태도 이전에, 신체의 작동이다. 시인의 표현을 빌어 말하면, ‘생명은 바람보다 빨리 눕는다’.

그러나, 생명이 굴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은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 들뢰즈가 말하는 저항의 생명’, ‘탈주하는 신체가 그것이다. 권력이 강대해서 감히 넘볼 수 없게 되는 경우, 저항의 형식은 몹시 비루해진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아 이번 4·10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24.3.31. 연합뉴스

굴종하며 저항하는 생명의 이중성

중국 청년들의 퍼포먼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탕핑족이라는 이름이 붙은 죽은 척하기퍼포먼스, 최근 보도가 되고있는 역겨운 복장 출근퍼포먼스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굴종하면서 저항하는 생명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35억 년 생명의 시간동안 형성된 생명의 문법앞에 5만년 사회의 논리새 발의 피아닌가?

이제 우리는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생명과 신체의 잠재성에 주목한다. 나에게 생명은 고통이고, 분열이고, 혼돈 그 자체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명은 우상화된 기존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초월적 돌파의 우주적 잠재력이다.

그렇다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착취되고 규율되는 근대성의 진실은 전혀 다르게 기술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생명정치학자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언급은 그 일단을 보여준다.

근대성이 생명의 자기보존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명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총체로서의 근대성을 창출(실현)하고, 이른바 발명한것이다.“

생명정치의 코드: ‘파멸의 지속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68혁명의 상상력에게 권력을에 빗댄 생명력에게 권력을이라는 슬로건은 어떠한가? 앞에서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이라고 말했거니와, ‘상상력을 소환하거나 격발하는 것은 생명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지하를 빌어 말하면, 민중, 혹은 국민은 무엇보다 생명의 담지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명력을 권력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형식으로의 번역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생명정치는 생명력의 고양을 구현할 가능성이 된다. 예컨대, 우리는 신경역사학(neurhistory)이 주장하는 기분을 전환시키는 제도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경역사학자 스메일(Smail, Daniel Lord)에 의하면 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분을 변화시키는 실천들, 행동들,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고안해내고 갱신해왔다.

이제부터 생명정치는, 그 유명한 링컨의 민주주의론을 빌어 말하면, ‘생명력의, 생명력에 의한, 생명력을 위한 정치이다. 생명정치는 생명의 활력과 창조적 고양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고, 그 자체로 정치과정인 정치를 의미하게 된다. 생명정치가 가치판단이 아닌 기쁨, 슬픔 활기, 우울, 감동 등의 생명감각과 생명경험을 정치화하는 것이라면, 이제 우리의 구호는 생명력에게 권력을혹은 생명력의 정치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멸종 반란(XR)의 환경 운동가들이 2024323일 프랑스 낭트 근처 동즈에서 에너지 기업 토탈레너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이 회사 정유소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3.23. 로이터 연합뉴스

인구를 생명이 아닌 생산으로 보는 사회체계의 붕괴

생명정치의 출발점은 생명감각이다. 정확히 말하면, ‘생명에 의해 구성된 감각이다(그것은 초월적 주체를 전제하는 주관적 감각과 구별된다.) 우리는 생명정치적 신호들에 유의해야 한다. 기후격변 자체와 그로 인한 재난도 치명적인 생명정치적 신호들이지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보다 직접적인 것은 기후격변과 그것의 후과를 감각하고 예감하는 신체들의 감응이다. 출산률 감소, 자살, 우울감, 외로움 등이 그것이다. 은둔과 자발적 고립과 같은 탈사회화 경향들도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생명력은 날 것 그대로 권력이 될 수 없다. 정치적 형식과 문법을 통해, 정치체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학적 체계이론을 빌려 말하면, 인간생명은 생존을 위해 권력이라는 사회적 매체를 사용할 수 있다.(생명력의 고양을 위한 사회적 매체 중 가장 탁월한 것은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보수의 구도가 그렇듯이 하나의 이진법적 코드로 창발되어야 한다. 진보/보수를 대체하는 새로운 선택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생명정치의 코드가 유권자들에게 각인되어야 한다. 예컨대, ‘파멸의 지속인가? 새로운 시작인가?‘도 그것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멸의 위기를 극복(?)해가며 시간을 끌 것인가‘, ’기존 사회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체계를 구성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오늘의 정치체계를 비롯한 현대의 사회체계는 생명의 지속을 작동 불능상태 빠뜨렸다. 파국적인 기후격변과 극단적인 저출산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생명의 거처인 현대 사회체계의 무능력에 대해 생명이 발신하는 최후의 저항적 신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명정치는 종말론적이다. 인구를 생명이 아니라 생산의 관점에서 보는 기존의 사회체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정치체계의 무능력과 무기력은 위기가 아니라 체계 붕괴의 증후인 것이다. 이때 파국이나 붕괴는 세계의 종말이 아니다. 현존하는 사회체계의 종식을 의미한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본 4.10 총선 관전 포인트 세 가지

그렇다면,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4.10총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본 4.10 총선 관전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기존의 보수/진보의 구도를 넘어서 차원변화의 신호와 변이가 출현했는가? 둘째 정동(情動)의 생명정치는 어떻게 작동되는가? 셋째, 양대 진영정치 사이 녹색정의당은 생존할 수 있는가?

첫째, 기존의 보수/진보의 구도를 넘어서 차원변화의 신호와 변이가 출현했는가?

역시나 이번 총선에서도 새로운 신호나 변이를 관찰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구도가 강화된 느낌이다. 3지대 정당들 역시 양대 진영의 중간지대일 뿐 차원변화를 예감케 하는 새로운 비전과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를 넘어선 초월적 구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정치의 변방 지리산 실상사에서 2021년부터 3년여간 문명전환의 정치를 모토로 정치교육을 시행했다. 지리산정치학교가 그것이다. 하지만, 3의 정치적 흐름을 기대했던 지리산정치학교도 20244.10 총선과 관련해서는 가시적인 정치활동을 조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동의 생명정치는 어떻게 작동되는가?

사람들이 흔히 감성정치라고 말하는 것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생명정치는 정동개념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정동적 생명의 활력이 정치적 선택과 연결될 때, ‘정동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은 판단에 대한 몸의 반응인 감정과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생명력(vital forces)’에 가깝다. 나에게 정동정치는 조국혁신당열풍의 배경이고, 진보당 홍보전략의 핵심으로 읽혀진다.

강력한 헤게모니 기표 ”3년은 너무 길다!“

최근 서유럽의 저명한 좌파이론가들의 최종 도착지도 정동이다. 샹탈 무페와 프레데리크 로르동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 의하면, 정치는 정치적 신체의 문제이고, ‘정동의 문제이다. 이들의 정동정치론에 의하면, 합리적인 숙의과정을 통한 사회계약으로는 정치적 집단화를 형성하지 못한다. 개개인들을 대중이라는 정치적 신체로 묶어내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정동이다. 그러므로 결정적인 것은 대중을 형성하기 위해 정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헤게모니 기표는 무엇인가?“이다. 예컨대, 조국혁신당의 경우 조국이라는 인물 자체의 정동적 활력이 대중을 묶어내고 있으며,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은 강력한 헤게모니 기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동정치가 원한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향한 정동을 키우는 방식으로 우리/그들이라는 대립을 그려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녹색정의당은 생존할 수 있는가?

/야 이항코드의 현대 정치체계에서 진영 논리는 제도 의존성에 따라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강력한 양대 진영의 구도 아래서 탈-진영은 곧 죽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녹색정의당의 경우 생존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독자적 가치의 추구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선거연합의 한 주체인 녹색당의 경우, ‘정당의 존속이라는 체계 합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보통 사람들은 두루뭉수리하게 정치현실이라고 말한다.).

또한 초록 빛깔 선명한 녹색정의당 정책공약도 의미가 적지 않다. “기후를 살리다, 사람을 돌보다를 슬로건으로 하는 정책공약집에서 녹색정의당은 살림을 키워드로 생태·생명·생계·생존·생활의 다섯 가지 살림살이를 제시하고 있다. ‘살리는 생태’, ‘돌보는 생명’, ‘평등한 생계’, ‘평화로운 생존’, ‘풍요로운 생활이 그것이다.

그러나,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진보와 녹색은 연대할 수는 있으나,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 ‘양립할 수는 없다. ‘탈성장체제전환론을 주장하면서 진보주의이념적 목적론을 포기하지 않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녹색그 자체도 아쉽다. 유럽적 전통에서 녹색은 청색이나 적색과 구별되는 정치적 이념적 방향성을 지시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녹색은 청색과 구분되지 않으며 청적황백흑의 오방색 중 하나일 뿐이다. 더욱이 오행은 순환한다.

생명엔 진보/보수의 우열이 없다. (진보/보수의 이중성은 논의할 수 있다.) 정동이론을 빌어 말하면 생명의 정동에는 기쁨과 슬픔이 있을 뿐이다. 혹 고-활력과 저-활력으로 구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생명에서 좋은 정치의 척도는 생명의 활력이며, 활력의 결과인 복잡성과 창발의 능력이다.

3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지구 시간'을 기념하기 위한 조명 끄기 행사 직전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모여 있는 생태환경보호 활동가들. 들고 있는 표지판에는 '기후 보호'(왼쪽)'민주주의 강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24.3.23. EPA 연합뉴스

​​​​​​​손가락을 보라

사회는 너무 빨리 바뀌어서, 보수 세력들은 기회주의자로서만 버틸 수 있는 반면, 좌파들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이상들에 집착하는 보수주의자가 된다.”

니클라스 루만이 68혁명 직후 언급한 말이다. 루만의 관찰이 통렬하다. 1960년대말 독일과 유럽의 정치는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과 다르지 않았나 보다. 진보/보수의 구도가 성립한 이후 시간이 지나고 사회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진보나 보수 양 진영 모두 그들이 천명한 가치를 추구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진보주의자들은 여전히 옛 가치를 붙잡고 있는 보수적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획득을 위한 쟁투다.

보수주의적인 진보, 기회주의적인 보수

오늘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보수주의적인 진보기회주의적인 보수를 관찰한다. 그들의 생존을 위한 쟁투를 목격한다.

루만에 따르면, 권력은 정치적 의미소통을 위한 매체이다. 그리고, 그것의 사용 권한은 찬/반 코드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진실은 투표용지 안에 존재할 수 없다. 몇 개의 선택지에 가둘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정치체계는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문제들과 인물들과 마음들을 투표장의 손가락 몇 개에 위임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잘 작동해왔다.

불가에서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달은 지시될 수는 있으나 인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손가락이다. 나에게 손가락은 직접적으로는 투표용지의 어느 칸을 지시하는 손가락이지만, 그것은 코드화된 신체. /반의 이항 도식으로 선택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배경에는 알 수 없는 정동적 신체의 흐름이 있고,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믿음에 따라 우연적으로 투표한다. 조국에 대한 짠한 마음, 대통령의 얼굴에 대한 거부감,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좌파에 대한 적대감 등의 정동정치와 나름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념정치 혹은 진리정치가 작동하고, 그 결과물은 여/야 이항도식으로 환원된 투표용지를 통해 표현된다.

생명력에게 권력을”, “손가락에게 권력을

우리에게 달은 너무 멀리 있다. 우리는 진리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진리가 있다고 믿을 뿐이다. 그러므로, 진리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없으면 달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손가락에 대한 자각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혹 생명력이 달이라면, 손가락은 권력과 그 작동으로서의 정치체계 아닐까.

생명정치의 본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구성되는 것이라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손가락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손가락들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치밀한 분석, 그리고 손가락들의 활동과 소통들일 것이다. 그렇다. “생명력에게 권력을”, “손가락에게 권력을

주요섭 ()밝은마을 생명사상연구소대표/시민언론 민들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민 안전에 등 돌리려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원안위법)> 1조에 정의된 원안위 설치 목적은 원자력의 생산과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이다. 원안위에 부여된 규제 권한은 온전히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원안위가 규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소 사업자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체계에서 원안위는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장인 총리 산하에 편제되어 있다. 원천적으로 안전진흥의 밑에 속한 셈이어서 그 기능 위축이 우려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원안위 운영 주체의 철학과 자세다.

원안위는 현재 원전 수명연장을 포함, 14건의 인허가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추가로 전국 원전 중대사고 문제를 다루는 트럭 한 대분의 방대한 사고관리계획서가 2019년에 제출되어 2022년까지 3년의 심사 기간을 목표로 심사해 왔다. 하지만 기한이 지난 지 2년이 다 가도록 심사가 종료되지 못하고 있다. 그 속사정도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와 원자력안전기술원 간에만 심사가 진행 중인데 사업자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강력한 원자력안전소통법이 통과되는 바람에 더더욱 철통같은 안전정보의 은폐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원자력안전소통법에 따르면 원안위는 사업자가 목록으로 제출하는 모든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 사업자에게 불리한 안전정보까지 포함시켜 목록을 제출해도 영업비밀이라는데 할 말이 없다. 원자력안전소통법은 이 때문에 사업자 편의만 지원하고 시민 안전은 저버린다는 말을 듣는다. 미국 규제기관은 사업자가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모든 정보를 극소수만 제외하고 공개하고 있다.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는 안전정보를 왜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가.

안전정보를 투명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원전을 도입한 미국 규정(10CFR100.11)에 따르면, 핵연료가 녹는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이 전신 피폭 25 Rem, 갑상샘 피폭이 300 Rem 이하로 사고를 관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원전 중심으로부터 900m 전후의 주민소개지역(제한구역)이 설정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처럼 다수기가 동일 부지에 존재하여 사고 시 서로 연관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들 호기에서 전부 방사능이 배출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런 다수기의 경우 기존의 제한구역(EAB, Exclusion Area Boundary)을 확대 재설정, 검토해야 하지만 원안위는 이에 관한 안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공개적인 논의를 수행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 원전은 표준화를 시행하여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여러 호기가 나란히 동일부지에 설치된 특징이 있다. 고리가 그렇고 월성, 한빛, 한울 모든 부지에 원전이 나란히 설치되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다수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다수기 문제를 목격한 미국은 연방법(10CFR100.11)에 다수기 규정을 추가하여 사고 시, 주변 원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모든 원전에서 방사능 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다수기가 동시 배출하는 방사능 전부를 합하여 주민 소개지역과 비상대책 수립을 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한 기 원전사고 시 반경 914m 거리를 제한구역으로 할 때, 동일부지에 있는 3개 호기가 방사능을 동시에 배출한다는 가정으로 기존의 제한구역을 훨씬 확대하거나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추진하면서 수명연장 주기적안전성평가서, 방사선환경평가서에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는 등 다수기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8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처음으로 "처리수"(핵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자가 위촉한 안전 전문가 패널은 2024213일 그 전 주에 발생한 오염수 누출과 같은 사고에 대해 대중과 좀더 신속하게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2024.2.13. AP 교도 연합뉴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둥근 지붕의 4기의 원자로 중 맨오른쪽이 폐로가 결정된 월성1호기다. @이원영

원안위의 <원자로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원자로 시설의 기술 기준에 관한 49개 조항이 있다. 최근 원전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기 위해 한수원은 시설의 구조, 설비 및 성능에 관한 요건을 다루는 11조부터 49조까지만 검토하여 수명연장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서를 작성, 제출했다. 문제는 원자로 시설의 위치에 관한 최신 기준을 담고 있는 제3조부터 제10조까지 마땅한 이유 없이 적용을 제외한 것이다. 현재 수명연장이 진행 중인 원전은 전부 동일하다. 따라서 시설의 위치 규정이 담고 있는 지진, 지질, 기상, 위치 제한, 수문 및 해양, 인위적 사고, 비상계획의 실행 가능성, 다수기 문제 등 후쿠시마 이후 개선되어야 할 규정 요건들이 검토되어야 하는데 제외되었다. 원안위는 수명 연장을 검토할 때 위치 기준을 포함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여 철저히 대비할 것을 사업자에게 엄중히 요구해야 한다. 이미 가동 승인되어 가동 중인 원전일지라도 안전 관련 국제기준이 개정되면 그 적용을 위해 시민에게 묻고, 필요한 조치를 위해 일시적인 가동 중단까지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설비가 과잉된 상태이므로 안전규정을 제외하면서까지 원전을 가동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원안위가 사업자 편익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모습이 아니다. 안전 수준을 낮추면 사업자는 이득을 본다.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원안위는 주어진 규제 권한으로 시민 안전 눈높이에 부합되도록 안전시설 보강 등을 사업자에게 요구하고 그 이행 여부를 공개, 확인해야 한다. 최신 안전기준 적용을 제외하려면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 공청회다. 오로지 사업적 이해와 목적에 충실한 형식적인 규제와 형식적인 공청회는 시민 안전을 역행하는 것이며, 사회적 책임성과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핵의 폭력적인 본성만 드러낼 뿐임을 원자력계는 알아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시/민언론 민들레

부산시설공단,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시민공원 생태·정원체험 무료 운영

2023년 생태체험(숲해설) 프로그램 현장(부산시설공단 제공)

부산 대표 도심공원인 부산시민공원에서 매주 주말 친환경 체험의 장이 무료로 열린다. 부산시설공단은 이달부터 11월까지 주말마다 부산시민공원 일원에서 생태체험 프로그램과 정원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공원 숲속을 걸으며 공원에 서식하는 나무, , 곤충들의 계절별 특성 해설과 숲속놀이, 자연물 만들기 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5대 숲길 등 부산시민공원 일원에서 총 30회 이어진다.

어린이 정원 체험 프로그램은 공단과 부산그린트러스트 협력사업이다. 공원 일원의 정원 해설과 공기정화 식물심기, 카네이션 리스만들기, 물속 정화 식물심기, 덩굴식물 행잉볼 만들기, 미니 화분 만들기 등으로 구성된다. 체험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동안 기억의 숲 등 부산시민공원 일원에서 총 30회 열린다. 다만 혹서기인 8월에는 열리지 않는다.

두 프로그램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 공단 부산시민공원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1인당 3명까지 동반가능하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부산시민공원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뉴스1) 손연우 기자

 

베네수엘라, 올해만 화재 3만건극심한 가뭄에 아마존 활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난 화재로 자욱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1월부터 3월까지 베네수엘라에서 32백여 개의 화재 발생 지점이 관측돼 역대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1999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 수준으로,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조사 결과를 로이터가 2(현지시각) 전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화재 기록은 29천여 건으로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지난해 화재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데이터를 보면, 베네수엘라 남쪽 아마존 지역에서만 3월 말 기준으로 569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아마존에 있는 베네수엘라 최대 도시인 과야나는 이 기간 온통 연기로 뒤덮이고, 인근 이베리토 마을은 맨해튼 면적의 약 6배인 360가 불에 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15가구를 대피시켰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인 엔리 피티에르 국립공원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부활절(올해는 331) 연휴 베네수엘라 국립공원관리청은 대형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400명이 넘는 소방관을 투입했다.

연이은 화재의 원인은 농업용 토지 개간을 위해 지핀 불이 기후변화로 인해 높아진 기온과 적은 강수량과 맞물려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퍼지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호세 라파엘 로자다 로스안데스대 교수(산림공학자)열대우림에서는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인간이 농장이나 목장으로 개간하기 위해 숲에 화재를 일으키는 건 예나 지금이나 관행처럼 시행됐지만, 가뭄이 더 극심해지면서 작은 화재가 엄청난 크기로 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3월 베네수엘라 강수량은 평년의 10~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마노엘라 마차도 옥스퍼드대 교수는 정부는 건기에 농업인들이 화재를 일으키는 것을 금지하고, 단기가 아닌 연중 내내 소방관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건축용 단열재를 버려지는 옷감으로 만들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여인환 박사팀이 안정화 섬유와 폐섬유를 혼합해 건축용 단열재 시제품을 만들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여인환 박사팀이 버려지는 옷들과 자투리 원단을 재가공해 건축용 단열재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폐섬유를 이용해 건축용 단열재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는 연간 86000t의 폐의료나 원단을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단열재 생산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물에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단열재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단열성능이 높은 재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열전도율이 낮으나 발열량이 높은 유기 단열재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사용되는 단열재의 두께가 두꺼워짐에 따라 화재에 대한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단열재는 크게 유기단열재와 무기단열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기단열재는 단열성능은 좋지만, 화재안전성이 떨어져 대형화재 시 화재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반면, 무기단열재의 경우 화재안전성은 좋지만, 시공성과 단열성 및 내구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폐원단과 함께 사용한 안정화 섬유는 일반 섬유보다 뛰어난 내열성, 화학적 안정성을 가진다. 때문에 자동차, 내열 소재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안정화 섬유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기반 탄소섬유 제조 과정에서 섬유를 200~230의 산화 분위기에 노출시키는 안정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안정화 섬유의 탄소함량은 약 90%까지 증가해 강도가 높아지고, 난연성이 향상된다. 또한, 탄소섬유는 생산효율이 약 50%인데 반해 안정화 섬유는 생산효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뛰어나다.

다만, 안정화 섬유는 기존 단열재와 비교하여 아직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진은 폐섬유를 혼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생활폐기물 중 폐의류 및 원단류는 2021년 기준 연간 86000t으로 대부분을 소각하거나 야적장에 쌓아두고 있다. 이러한 폐섬유를 건축자재인 단열재에 혼합해 안정화 섬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원장은 "개발된 단열재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안정화 섬유와 폐섬유를 활용한 건축용 단열재로, 기후변화와 화재 안전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기후유권자의 총선

강원도 속초시가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벚꽃이 안 핍니다. 그래서 영랑호 벚꽃축제 두 번 합니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제 기간인 지난달 30, 31일 벚꽃이 예상과 달리 개화하지 않자 벚꽃축제를 오는 6, 7일 또 열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이상고온이 연일 이어지면서 올해 개화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자체들이 봄꽃 축제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긴 이유다.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는 개막일을 역대 가장 빠른 지난달 23일로 정했다. 하지만 축제 초기엔 꽃이 피지 않았다. 평년보다 꽃샘추위가 심했고 봄비도 잦아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다행히 지난 주말 벚꽃이 만개하며 상춘객들이 진해의 봄을 만끽했다.

우리나라 사과값이 주요 95개국 중 가장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배경에도 이상기후가 있다. 국가·도시별 통계비교 사이트 넘베오가 얼마전 사과 1가격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6.82달러(9200)1위를 기록했다. 물가가 높은 일본 미국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꽃이 필 무렵 냉해가 발생했고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오면서 사과 수확량이 급감했다. 특히 온난화로 사과 산지가 계속 북상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다.

기후위기가 우리 생활을 위협하면서 정치인이 나서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1월 전국 1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1명 꼴인 33.5%가 기후위기 민감도가 높고 실제 투표 의향도 있는 기후유권자였다. 기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사천남해하동 기후유권자연대는 지역 출마자들에게 탄소세 신설 등 기후 관련 공약 채택과 실천을 당부했다.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후단체 ‘60+기후행동기후위기에 적극적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정치권이 기후유권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호응하는 까닭이다. 주요 정당들은 빠짐없이 10대 공약에 기후 의제를 포함 시켰다.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대폭 확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확충 등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2040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을 약속하며 기후 분야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정당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기후정치를 실행할지 지켜봐야겠다.

이은정 논설위원국제신문

부산 초미세먼지 주범은 자동차

보건환경도심·신항 등 조사이동오염원, 33~50% 차지

- 선박배출 기여율도 소폭 증가

부산지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관련 오염원이 주요 발생 원인으로 확인됐다. 부산신항 선박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1‘2023년 초미세먼지 성분분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2018년부터 상업지역(연산동) 공업지역(장림동) 항만지역(부산신항) 3개 지점에서 초미세먼지 자동성분분석시스템을 구축해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이온성분 8항목 탄소성문 2항목 금속성분 23항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지역별로 장림동과 부산신항이 각각 17wg/m, 연산동이 16wg/m로 나타났다. 성분분석 조사 결과 유기탄소 21.5% 황산이온 17.0% 질산이온 15.0% 암모늄이온 10.7% 등이 주성분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 관련 이동오염원이 전체 33.2~50.2%(5.6~8.6wg/m)로 가장 높은 기여율을 나타냈다. 특히 부산신항 내 선박배출(중유연소)에 의한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국제해사기구(IMO)2020년 선박연료의 황 함유랑 상한선을 규제하면서 201936.0%(9.6wg/m)에서 20215.9%(1.3wg/m)로 급감했지만, 20229.3%(1.4wg/m) 202311.5%(1.9wg/m)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원은 조사결과에 따라 지역과 주요 발생 원인별로 초미세먼지 저감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업지역에는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를 강화하고 소규모 사업장 방지시설 지원 등이, 항만지역에는 선박 연료 사용량 감축 등 1차 배출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요 발생 원인으로 자동차 관련 오염원이 꼽히면서, 시내버스의 전기버스 전환과 노후 공해차 단계적 운행 제한 등을 제안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한국 재생에너지, 해가 뜨긴 할까요

일본 홋카이도의 풍력발전단지 /픽사베이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 주요 섬 중 하나인 홋카이도(북해도)는 일본 북단에 있다. 크기는 남한 면적의 약 80%에 달한다. 그에 비해 인구는 일본 전체인구의 4% 정도인 약 510만명에 불과해 인구밀도가 낮다. 농수산 및 낙농, 관광산업의 비중이 크고 제조업의 비율은 낮다. 이 넓은 땅이 한적한 상태로 남아 있는 이유는 일본에서 가장 혹독한 겨울이 이곳에 찾아들어서다. 겨울이 되면 상상 이상의 눈이 내려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오호츠크해의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홋카이도에 눈을 쏟아내 대표 도시인 삿포로의 연평균 강설량은 600에 이른다.

최근 한적한 홋카이도가 분주해지며 새로운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공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홋카이도에 웬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까? 이는 기후위기와 함께 변화하는 미래 시장과 관련이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홋카이도는 풍력태양광발전량이 풍부해 관련 규제를 피해 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구촌 공통 과제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국가의 경계를 넘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협력하고 세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맞춰 RE100으로 대표되는 녹색 규제가 지구촌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을 선언했고, 관련 협력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과 자국 산업 보호라는 산업정책을 융합시키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책이 산업정책 및 공급망 재편과 결합하면서 보호주의 성격의 무역 장벽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2022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하자 지난해 프랑스는 녹색 산업법을 도입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확정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이 2년 앞(2026)으로 다가왔다. 이 제도는 유럽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유럽 내 생산 동일 제품보다 많으면 초과 배출량에 대해 인증서를 사도록 강제한다. 저탄소 제품이 아니면 유럽의 국경을 넘기 어려워진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태양광발전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확대 시장의 중심에 재생에너지가 있고, 특히 태양광이 가운데 있다. 세계 태양광발전이 2022228GW(기가와트)에서 2023420GW84% 늘어났다. 풍력발전 역시 202274GW에서 2023117GW58% 증가했다. 원자력발전은 태양광풍력발전 대비 미미한 수준이고, 20227.9GW에서 20235.5GW로 줄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설치되는 자국 신설 발전 용량은 모두 62.8GW로 태양광, 배터리 저장소, 풍력, 천연가스, 원자력의 발전 예상 용량은 각각 36.4GW, 14.3GW, 8.2GW, 2.5GW, 1.1GW라고 발표했다. 가장 큰 비중(58%)을 차지하는 태양광을 포함해 재생에너지는 94%를 차지했다. 특히 태양광은 작년 발전 용량(18.4GW) 대비 2배에 이른다.

글로벌 태양광발전 분야는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NEF의 최신 보고서는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용량이 574GW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며 작년 대비 130% 성장을 예상했다. 그리고 이 추세는 향후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 꼴찌인 한국 재생에너지

이에 반해 한국 상황은 암울하다. 2022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7.7%, 38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수자원이 풍부한 북유럽 등 국가들을 제외하더라도 주요 선진국인 독일(43.5%), 영국(41.4%), 프랑스(24.5%), 미국(22.3%), 일본(22.0%)과도 큰 차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은 3.8GW로 전년도(4.5GW)보다 16.9% 줄었다. 세계 각국이 경쟁하며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줄었고, 그 감소율도 상당하다. 동시에 한국에너지공단의 발표 시점은 재생에너지의 국내 위상을 보여준다. 2021년 대비 2022년의 증감률을 1년이 지난 2023년 말에야 발표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한국은 자국의 현 위치를 바로 알지 못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를 밑도는 한국이 국제사회 압박을 피하고자 꺼낸 비장의 카드가 있다. ‘CF100(Carbon Free 100%)’ 또는 ‘CFE(Carbon Free Energy)’라는 무탄소 에너지 캠페인이다. 무탄소 에너지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청정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만을 100% 사용하자는 RE100과 다르다. RE100은 원전이나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CF100이라는 작명에서 느껴지듯, RE100의 대항마 성격을 띠고 있고, 실질적으로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지향한다.

한국이 제시한 새로운 표준이 국제사회에 잘 먹힐까. 유럽 기업의 RE100 준수 요구로 인해 한국 기업의 수출(납품)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 기업)“2040년까지 고객 업체들을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최근 연간 보고서에서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국내 낮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석탄 화력이나 원전, LNG 발전으로 만든 반도체는 앞으로 외국에 팔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칫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왕따가 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옆 나라 일본은 거품 경제시절 최고치 주가 기록을 34년 만에 갈아치웠다. 일본 반도체 관련주들이 시세를 끌어올리며 잃어버린 30으로 불리는 장기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동안 죽어 있던 일본 반도체가 기후변화로 바뀌는 시장 분위기 속에 RE100이라는 새 옷을 입고 살아나는 모양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경제·사회 구조의 기본 축이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며 경쟁하고 있다. CF100이라는 낯선 깃발을 들고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를 국제사회는 따를까.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이미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기업과 국가가 RE100을 포기할까.

RE100은 기업, 국가,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겸임교수/경향

 

부산 세계적인 수변도시로 탈바꿈 나선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 해안, 하천 등 수변공간

혁신 디자인 입힌 수변 중심 도시 공간 재편

전체 면적의 절반이 수변인 부산의 특성을 고려해 국제적인 수변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시는 이를 통해 부산의 매력과 도시 브랜드를 높여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부산 수변 현황 및 부산시 관리 계획. 부산시 제공

시는 부산 수변관리 기본계획수립을 통해 수변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2월 도시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변공간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체계적인 수변 개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자 수변관리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다. 시는 내년 2월 용역 완료를 앞두고 수변관리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부산지역 해안과 하천의 총길이는 약 670, 길이 400의 해안에는 해운대와 광안리 등 7개 해수욕장이 있다. 길이 270의 하천은 6개 국가하천과 45개 지방하천으로 구성된다. 수변지역 총면적은 약 370로 부산 전체 면적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부산은 수변도시. 그러나 부산의 수변공간은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며 산업 기반 시설 등으로 경직됐고, 시민 일상 공간과 단절돼 수변공간의 활용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시는 수변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열린 수변 활기찬 수변 안전한 수변 건강한 수변 등을 목표로 수변을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시민 중심 열린 수변 조성을 위해 공원, 공지 등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을 확보하고 창의적 스카이라인과 건축 디자인 등 부산 만의 특화 경관을 형성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여기에다 주거 상업 업무 복합공간 등 미래 활력 거점을 조성해 거점 간 연계성을 강화한다. 여가·문화 특화공간 조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또 새로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는 건축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시는 총괄 디자이너인 나건 홍익대 교수와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를 이번 기본계획에 대폭 적용해 수변도시로서의 부산의 매력과 도시 브랜드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은 매력적인 바다와 강이 형성돼 있다.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는 수변은 도시의 매력과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 공간이자 유·무형의 자산이라며 뉴욕 싱가포르 등 세계적인 수변도시와 같이 부산도 수변 중심으로 도시구조를 전환하고 혁신적인 도시 디자인을 입혀 글로벌 허브도시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개통 한 달 앞둔 창원 원이대로 S-BRT버스 이용객 체감 변화는?

양방향 중앙에 전용차로·정류장 설치

급행·간선 등 45개 노선·339대 운행

비접촉식 결제·쉼터형 정류장 등 도입

경남 창원시 원이대로 S-BRT(고급 간선 급행버스 체계) 개통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 체감하는 교통체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창원시 원이대로 S-BRT 운영 상세도. 창원시 제공

3일 창원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 초순 운영을 목표로 도계광장가음정사거리(9.3) 1단계 사업 구간에서 도로 포장 등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률은 이날 기준 84%이다.

해당 사업이 완료되면 편도 3, 4차로 구간 양방향 각 1차로에 버스전용차로가, 기존 2차로에 해당하는 도로 중앙에 길이 8~23, 2.5규모의 길다란 정류장이 설치된다. 버스전용차로에는 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원이대로를 오가는 시내버스 45개 모든 노선, 339대가 통행한다.

이에 마산·진해 권역을 오가는 급행버스와 도심 구간을 운행하는 간선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환승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시는 전세버스 통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공단 출근버스 등이 많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한 상태이다.

시는 일부 정류장에만 정차하는 급행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이용객이 적은 구간 정류장 10곳에 추월 차로를 확보했다. 또 버스 모양의 BRT 전용 신호등을 설치해 일반 차량의 혼선을 줄일 예정이다. 양방향 운행으로 교통체계 변경이 검토됐던 창원광장 구간은 당분간 기존 회전교차로 형식을 유지한다.

버스 이용객은 건널목를 통해 2, 3개 차선을 건너 정류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해당 구간 42개 정류장 중 30개는 쉼터형 정류장으로 조성된다. ·온열 의자 등 온도 유지 장치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충전, 공기 정화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다.

종전과 달리 버스가 차선을 바꾸지 않고 정차할 수 있어 정확한 위치에서 승·하차할 수 있다. 버스 탑승 높이와 정류장 높이를 수평으로 맞춰 휠체어 탑승자 등을 배려했다.

오는 6월부터는 비접촉식 요금 결제 시스템이 도입된다.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면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지 않아도 블루투스 인식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제종남 시 교통건설국장은 “S-BRT가 개통하면 버스가 교통 혼잡에서 분리돼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일반 차량도 버스의 무분별한 차선 변경 등으로 인한 교통 흐름 방해에서 벗어나게 된다통행체계 변경에 따른 시민 혼란이 없도록 홍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장낙대교 이어 대저대교 또 표류, 부산시 무기력

문화재 보호구역 현상변경안 부결

유사 잘못 반복해 행정불신 키웠다

낙동강 횡단도로인 부산 대저대교(8.2) 건설이 또 늦춰질 판이다. 문화재청이 최근 부산시의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신청을 부결했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 환경훼손 최소화와 철새 대체서식지 확보 노력 부족이 그 이유다. 대저대교의 기·종착지인 사상공업단지와 강서구 식만동은 개발 수요가 높고 제조업체가 밀집해 늘 정체가 심하다. 교통난을 풀 해법 중 하나가 대저대교인데 부실 환경영향평가논란에 휩싸여 지난 7년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현상변경마저 장기 지연되면 2029년 준공 목표는 물 건너간다. 대저대교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장낙대교도 진척이 더뎌 서부산의 한숨이 크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국제신문DB

대저대교는 부산의 흑역사다. 부산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2016년부터 사실상 허송세월을 했다. 2020년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라는 의혹이 제기했다. 경찰 수사에서 현장조사 누락과 데이터 오염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무능 행정이란 시민사회 비판이 빗발친 건 당연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부산시는 2021년 대안 노선 4개를 검토한 끝에 최종안을 확정하고 올해 1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그동안 날린 시간이 7년이다. 이쯤 되면 과거를 반성하고 환경보존 전략을 치밀하게 짜는 게 마땅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부산시의 현상변경 신청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문화재청이 보완도 아니고 부결이란 퇴짜를 놨을까.

더 큰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장낙대교(강서구 생곡동~에코델타시티) 현상변경도 올해 1월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저대교처럼 자연유산 보전에 악영향철새 대체서식지 부족이 원인이었다. 불과 두 달새 비슷한 잘못을 지적받았으니 부산시 행정력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상··강서구민들 몫이다. “장낙대교의 문화재청 심의 통과가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진작 제기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부실 행정으로 2028년 준공하는 에코델타시티의 정체 우려는 더 커졌다. 하루 평균 20만 대로 추정되는 순증 교통량을 분산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부산시는 철새서식지 보호대책을 문화재위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변명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담지 못했다는 환경단체 비판이 더 와 닿는다.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케이블카 엎어지자 대신 아파트 추진? 아이에스동서 논란

주차장 위해 매입한 부지 포함, 용호동 일대 319세대 건립 계획

- 주택사업 심의 조건부 통과

- 용호만, 친수시설 재개발 본격화

- “자연경관 사유화 부적절지적

아이에스동서가 낮은 경제성 등으로 좌초된 부산 남구 용호만 일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지 인근 땅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인다. 용호만 일대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해양문화관광지구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해당 용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에스동서가 지하 2~지상 31, 3개 동,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부산 남구 용호만 일대(노란 점선) 전경. 전민철 기자

4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이에스동서는 이달 중 남구청에 용호동 일대에 지하 2~지상 31, 3개 동,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위한 사업승인 및 건축허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인근 용호만 매립지에 건립한 주상복합 더블유(W)와 같은 더블유 브랜드를 이 아파트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에스동서는 연내 건축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이 사업은 앞서 지난 2월 말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다. 위원회는 심의에서 ‘1층부(아파트 1) 계획은 용호만 재개발 및 이기대 예술공원화 계획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축물 3개 동의 높이는 사업지 동쪽 이기대 공원 능선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조화로운 계획이 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해상케이블카 사업 주차장 조성을 위해 인수한 엠엘씨를 통해 지난해 일대 땅 매입을 완료했다. 아이에스동서는 2015년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하며 이 땅의 일부를 매입했고, 2022년 말 케이블카 사업이 좌초한 뒤 나머지를 사들였다. 당시 지역 개발업계에서는 아이에스동서가 매입한 땅의 용도가 2종 일반주거지역인 점을 고려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땅은 인근 주상복합 더블유와 비교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바다와 광안대교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아이에스동서가 아파트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 전문가들은 인근 용호부두 재개발과 연계해 관광 관련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에스동서가 매입한 땅의 입지는 더블유와 달리 인근 용호부두가 친수·수변시설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이와 연계한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시와 남구도 올해 초 해양문화관광지구 조성사업협약을 맺고, 이기대 일대의 해안 절경과 용호만 지역 특성을 활용해 자연·관광·문화가 어우러지는 관광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신라대 장희정(호텔의료관광학부) 교수는 민간기업인 아이에스동서가 케이블카 추진을 위해 매입한 땅을 사업 좌초 이후 용도가 불분명해졌다는 이유 만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일대 자연경관을 사유화하겠다는 의도라며 용호만과 이기대 공원 일대는 부산에서도 주거공간과 자연경관이 가장 잘 어우러지는 곳으로 남구는 물론 부산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공재인 자연경관을 사유화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던지고 보는 부동산 개발 공약, 십중팔구는

여야 쓰레기통 직행할 개발 공약 남발

2239개 중 실현가능한 공약 36%

재원 조달 계획 제시된 것은 16% 불과

철도 연장·지하화 공약의 67%뻥카

철도 노선 연장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상투적인 개발 공약이라고 보면 된다.” 한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사석에서 귀띔해준 말이다. 과거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개선 등을 내세우며 부동산 개발 공약을 쏟아냈으나 실제로 추진됐거나 완성을 본 사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후보자들은 오지도 않을 기업을 유치한다며 산업단지와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고, 철도와 전철을 지하화해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큰소리친다. 주택 공급이 넘치는 지역에서 부동산 규제를 풀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후보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재원 조달 계획이 빠져 있고 기존 도시기본계획이나 도시관리계획과 상충하는 사업도 적지 않다.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인데 임기 내 끝내겠다며 공수표를 날리기도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22대 총선 개발공약 분석 및 전문가 평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22대 총선에서도 여야 후보들은 수천 개의 개발사업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재원 조달 계획과 구체적인 사업 방식 등을 제시한 후보는 많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게 뻔한 개발 공약도 부지기수다. 표심 공략을 위해 개발 공약을 가장 많이 쏟아낸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온 개발 공약의 절반 이상을 국민의힘이 내놓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시사저널과 공동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의 개발 공약 전수조사와 전문가 평가 결과를 4일 공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진보당 등 6개 정당의 지역구 254곳 후보 608명의 개발 공약과 필요 재원,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들 후보가 내놓은 개발 공약은 총 2239개에 달했다. 국민의힘이 1136개로 전체의 약 51%를 차지했다. 민주당이 893개로 40%, 나머지 4개 정당은 9.4%였다. 후보 1인당 평균 3.7개의 개발 공약을 발표한 셈이다.

문제는 개발사업의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 재원 조달 계획을 공개한 후보는 개발 공약을 내건 537명 중 153(2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공약 자체로 보면 총 2239개의 16%357개만 재원 조달 계획을 담고 있다. 재원도 국가와 지방재정으로 충당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개발 공약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의미다.

자료 : 경실련. 22대 총선 정당별 개발공약 건수

자료 : 경실련. 지역별 개발공약 재원 추정액.

개발 공약에 투입해야 하는 재원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재원 규모를 밝힌 개발 공약의 전체 재원을 추정한 결과 최소 554조 원에서 최대 563조 원이 필요하다. 재원 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았거나 미정인 1882개 공약을 모두 조사하면 그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게 분명하다. 전체 개발 공약 16%의 필요 재원 규모가 554~563조 원이니 단순 계산해도 3000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 평가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은 36%에 불과하다. 공약별로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 공약의 실현 가능성 평점은 1.8점이었다. 도시부동산 전문가들이 필요 재원과 재원 조달 방안, 이행시기, 이행 방법, 예비타당성 조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각 공약을 평가한 결과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하위 30위 공약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철도(전철) 노선 연장이 16건으로 가장 많다. 역사 신설과 지하화까지 합하면 철도 관련 공약이 67%를 차지한다. 도로 건설이 4, 도시개발이 3, 기업 유치와 특구 지정, 문화 체육시설 건설이 각각 1건으로 뒤를 잇는다.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어 공약별 순위는 공개하지 못했다.

자료 : 경실련. 실현가능성 하위 공약 30개 유형별 현황

자료 : 경실련. 실현가능성 하위 공약 30개 현황.

전문가들은 개발 공약의 가치성도 평가했다. 평점은 5점 만점에 2점에 그쳤다. 사업 효과가 떨어지거나 환경파괴 등 공익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개발 공약이 많아 점수가 낮았다. 가치성이 낮은 하위 30건 중에 도시개발 유형이 10건으로 가장 많고 철도(전철) 역사 신설 5, 노선연장 4, 도로건설 3건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비슷한 개발 공약을 쏟아내다 보니 공약 간 조정 실패 상황이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실현된다면 그로 인한 시장 충격 여파가 지역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서민 주거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전이 없고 실현 가능성 떨어지는 단기 부동산 개발 공약의 남발을 중단하고 지역 풀뿌리 기업들이 해당 지역 내에서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실련은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 후보자들이 지하화’ ‘복합개발’ ‘민자’ ‘기업 유치’ ‘00타운 조성과 같은 어구가 담긴 부동산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대부분 허황된 주장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최소 수조 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러한 개발이 만약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로 인한 물리적 환경 변화가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인지, 예상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더 이상 이런 도시 대재앙 사업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내 심판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언론민들레

 

'에코' 델타시티 땅 밑 다이옥신 오염기준치 3.6배 초과

재활용업체 있었던 3단계 용지252걸쳐 맹독성 물질 확인

- 수공 오염토 반출해 정화 추진

- 민관협의체 “2차피해 우려된다

- 방식 두고 이견 상당갈등 점화

친환경 친수도시를 표방하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의 토양에서 유류·중금속에 이어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검출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오염토 정화에 착수했지만 정화 방법을 놓고도 논란이 인다.

에코델타시티에서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의 정화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3단계 용지에서 법적 기준치의 최대 3.6배를 초과하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최고 오염농도는 1239pg-TEQ/g(피코그램 독성등가환산농도·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으로 법적 기준(340pg-TEQ/g)의 약 3.6배다. 전체 오염 면적은 252(부피 163) 규모로, 전체 평균 오염 농도는 354g-TEQ/g으로 법적 기준치를 웃돈다.

다이옥신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국제적으로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인체에 노출되면 생식 이상, 기형아 출산, 암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로 염소 성분을 함유한 유기화합물이 태워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국내에선 그동안 다이옥신 토양오염에 관한 정밀조사와 정화 기준이 없었으나 2019년 토양환경보전법 하위 법령 개정으로 마련됐다. 그에 따른 전국 최초 정화 사례가 부산진구 개금동에 위치했던 미군 군수물자재활용유통사업소(DRMO).

에코델타시티 용지 내 다이옥신 오염토는 지난해 12월 기존 유류·중금속 오염토 정밀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정밀조사 결과 전체 오염토는 92필지 13000규모로 나타났다.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 토양오염 정밀조사 보고서(2022)에 따르면 발암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240배 이상,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독성물질 크실렌이 기준치의 3.7배 이상 측정됐다. 수공은 과거 재활용처리시설(고물상)에서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장기간 토양에 축적된 걸로 추정한다.

이에 수공은 전문가와 부산 환경운동연합 등이 포함된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공은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염토가 나온 곳이 문화재보호구역(철새도래지)이어서 정화 장치를 설치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고 이미 유류·중금속 오염토의 85%를 반출정화 방식으로 정화하고 있다는 이유다. 수공 관계자는 오염토의 2.5배 이상 토양을 정화하고 사후검사도 5.5배 이상 하는 등 다중 안전장치를 마련해 정화 작업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다이옥신 오염토도 철저히 정화하겠다도 말했다.

하지만 정화 방식을 놓고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관협의체 내부에선 다이옥신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해 정화하는 과정(반출정화)에서 맹독성 물질이 비산먼지 형태로 흩어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금껏 다이옥신을 반출정화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수공은 경북 지역으로 오염토를 옮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협의체 관계자는 오염물질은 오염지에서 정화하는 게 원칙이다. DRMO 용지의 다이옥신도 반출 없이 정화했다외부 반출했다가 앞으로 다이옥신 정화 방법의 선례로 굳어지는 것도 위험요소라고 주장했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한국 나랏돈 화석연료 지원 세계 21위 될 듯

캐나다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데 캐나다는 화석연료 지원 중단 밝혀

한국이 나랏돈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은 한국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화석연료 사업에 매년 평균 100억달러(125천억원)를 공적금융 형태로 지원했다며 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캐나다 110억 달러에 이은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런데 캐나다는 2022년 말 내놓은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을 통해 사실상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이 추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20~2022년 한국이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공적금융의 84%는 천연가스 사업에 지원됐다. 이외 석유·가스 혼합 사업(8%), 석탄(6%), 석유(2%) 사업 등이 지원을 받았다. 화석연료 금융의 대부분(72%)은 생산된 석유나 가스를 운송하고 정제·액화하는 과정인 중류부문에 사용됐다.

G20 국가 중 상위 5개 화석연료 공적금융 제공국의 청정에너지 금융 제공액 비교. (2020-2022 연 평균, 단위: 10억 달러) 기후솔루션 제공

보고서는 한국이 2021년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석탄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가스 등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줄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석탄 투자 배제로 늘어난 자금을 청정에너지 투자로 옮기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석유와 가스 사업 확장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2020~2022년 한국의 청정에너지 공적금융 지원액은 연평균 8500만달러로 화석연료 지원액인 100억달러에 비하면 13분의1 수준이다. 반면, 일본의 청정에너지 공적금융 지원액은 같은 기간 23억달러로 한국보다 약 3배 더 많고, 화석연료 지원액은 한국보다 적은 70억달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화석연료의 운송과 처리에 많은 공적금융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청정에너지로의 정의롭고 공정한 전환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청정 에너지전환 파트너십에 가입하고 공적금융의 신규 석유, 가스, 석탄 사업에 대한 직접 및 간접 투자를 즉시 중단하기 위한 범정부 정책을 시행할 것, 투명성과 시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 보고 시스템을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국민의힘 '메가시티 서울' vs 민주당 '부울경 메가시티'

양당 부동산·경제 공약은?정의당 "녹색공공임대주택" 주장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주거비 부담이 높은 한국에서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부동산 공약에 공을 들여왔다. 22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지역개발과 관련 국민의힘은 '메가시티 서울', 더불어민주당은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대형 공약을 꺼내 들었다. 국회 세종 완전 이전, GTX(수도권 광역급행열차), 철도·도로 지하화에는 양당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거 관련 공약을 보면, 국민의힘은 공공분양과 대출 지원 강화, 민주당은 기본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방점을 뒀다. 다만 시민사회로부터는 양당 부동산·개발공약에 대해 "사업성 없는 공약들을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대형 지역개발 공약'메가 서울' vs '부울경 메가시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대표적 승부수 공약은 지난해 10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꺼내든 '메가시티 서울'이다. 경기 김포, 하남, 부천, 광명, 고양, 구리 등 서울 인접 도시를 서울에 편입시킨다는 구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3일 김포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있을 것"이라며 이 공약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또 지난달 27일 한 위원장이 발표한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를 통해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여의도와 그 주변 등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충청의 부동산 개발 욕망을 동시에 겨냥한 셈이다.

2018년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한 뒤 탄력을 받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도 여권이 치적으로 내세우려 애쓰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선대위 회의에서 "GTX A구간, 수서에서 동탄 노선이 개통되고 수도권 교통 격차 물꼬가 트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GTX 40분 출퇴근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25일 민생토론회에서 "올해 본격적인 GTX 시대를 열겠다"며 사실상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철도 지하화와 상부 부지 개발도 공약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31일 경기 수원을 찾아 "육교와 철도 부분을 덮고 공원, 산책로,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생긴다고 생각해보면 대단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구도심 구간의 모든 철도가 지하화 검토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용산, 구로 노량진, 경기 안양, 경의중앙선 도심 구간, 대전역 부근 등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통행용량 확대를 위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지하 고속화도로 건설도 약속했다.

'메가 서울'의 맞상대격으로 민주당이 꺼내든 카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부활이다. 교통망 강화 등을 통해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만들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을 찾아 "경남의 주력산업은 쇠퇴하고 청년이 계속 빠져나가는데도 집권 여당은 수도권 일부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만 주장한다""지역균형발전"을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 위원장이 발표한 '국회 세종 완전 이전' 공약에는 민주당도 찬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해당 공약을 발표한 날인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유세 중 "대통령 선거 때 여야 모두 공약했던 것 아닌가"라며 "그런 약속을 할 게 아니라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이 그냥 신속하게 해치우면 된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 이기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오히려 역공을 폈다.

GTX에는 김병욱 경기 분당을 후보가 GTX 성남역 개통식에 참석하고, 박지혜 경기 의정부갑 후보가 의정부 GTX 조기개통을 약속하는 등 민주당 수도권 후보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신도림역을 찾아 GTX 노선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그 대상은 GTX-A(운정~동탄), GTX-B(인천대입구~마석), GTX-C(덕정~수원) 등이다. 경원선~GTX-C 통합 노선 구축도 민주당 공약에 포함됐다.

이 대표는 또 같은날 "전면적으로 철도·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GTX가 아닌 다른 철도의 지하화와 상부 부지 개발 공약을 함께 발표했다. 후보지는 지하철 2호선, 3호선, 4호선, 7호선, 8호선 등 수도권 도시 철도의 지상 구간과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경부선, 호남선, 광주선 등 일반 철도의 도심 구간 등이다. 민주당은 교통체증 없는 쾌적한 한강도시를 만들겠다며 올림픽대로 전 구간 지하화도 지난 3일 공약했다.

주거 공약 '공공분양 확대' vs '공공임대주택 확대'

부동산 문제를 다루며 주거 정책을 빼놓을 수는 없다. 관련해 양당 공약집을 보면, 국민의힘은 구도심 재개발 등과 연동한 공공분양 확대를 강조했다. GTX 역세권 중심 주택공급 확대 및 청년·신혼·출산가구에 일부 공공분양 철도지하화·재개발 부지에 청년·신혼·출산가구에 공공분양 지방광역권 개발제한구역 입지규제 개선으로 청년·신혼·출산가구 주택 공급 등이다. 청년 청약통장 가입 대상 확대 예비·신혼부부 디딤돌·버팀목 대출 소득요건 완화 등 주택 대출 지원 강화와 다주택자 세제혜택 강화도 약속했다.

민주당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주택자가 적정임대료를 내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100만 호 공급 2030년 공공임대주택 300만 호 확보 6080세대 복지주택 10만 호 공급 청년·신혼부부 반값아파트 25만 호 공급 등이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 비수급 무주택 청년 월세 30만 원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 선보상 입법 등 세입자 대책도 공약에 담았다.

건설현장과 관련 국민의힘은 건설사 불법하도급, 부실시공 처분 강화 건설노조 부당 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 제재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통한 노사 불법행위 단속 강화 등을 공약하며 "부당이득" 발생을 막겠다는데 방점을 뒀다. 반면 민주당은 건설공사 안전대책 강화 건설산업 적정임금제 도입 건설근로자 불법고용 방지, 부실시공 사망사고 예방대책 강화 등을 통한 "건강하고 안전한 건설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양당 밖으로 눈을 돌리면, 녹색정의당이 기후위기와 연동한 주택 정책을 낸 점이 눈에 띈다. 1가구 3주택 보유 금지 후 단열, 재생에너지 냉난방 시스템 등이 시공된 녹색공공임대주택 100만 호를 무주택 서민에게 저렴하게 공급 종합부동산세·개발이익환수제 강화로 녹색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보 기후재난 대비를 위해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에너지효율 증대하는 그린리모델링 실시 등이다.

녹색정의당은 이밖에 저소득층 주거 임차료 지원 및 임대료 인상 제한 강화 정부 재정을 통한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 구제책 도입 및 깡통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 혼인 가구에 10년 간, 아이 출생 시 10년 간 공공주택 또는 월 60만 원 주거지원비 제공 중위소득 140% 이하 3자녀 가구 무상매입임대주택 제공 등 서민 지원 및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거 공약에 집중했다.

각 당 부동산 공약에 대한 시민사회 평가는?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서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의 평가를 눈여겨볼 만하다. 경실련은 지난 3'22대 총선 원내정당 공약 전문가 평가 결과 종합발표'에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다주택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 등 투기장려정책이 주를 이뤘다. 청년을 위한 주택공급 공약은 분양, 대출 정책에 치우쳤다. 주거약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건설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인식 등은 매우 아쉽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 수단이 없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하고 회피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녹색정의당의 녹색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급에 대해서는 "장기적 주택 공약은 개혁정책으로 환영할만 하다"면서도 "3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은 실현가능성이 적다. 또 주택공급을 민간사업구조에 맡기는 한 개발이익환수가 강화될수록 공급은 축소될 수박에 없는데, 개발이익환수와 부동산 실효세율 강화 등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외에 재원과 예산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이번 총선에서 원내 6개 정당 후보자들이 제시한 개발공약과 필요재원, 재원마련 방안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도 별도로 발표했다. 경실련은 "22대 총선에서 후보자들이 내놓은 개발공약은 모두 2239"라며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이 1136, 전체의 51%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이 893개로 40%, 나머지 4개 정당은 9.4%로 적었다"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국토 균형개발을 무시한 사업성 없는 공약들을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하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 가운데 재원조달 계획을 공개한 후보자는 개발공약을 제시한 후보자 537명 가운데 153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재원 규모를 밝힌 6개 정당 후보자들의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개발공약 전체 재원은 최소 554조 원이다. 이마저도 재원 규모가 비공개되거나 미정인 1882(84%)까지 셈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로 인한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인지, 발생가능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도 질타했다.

경실련은 "비전 없고 실현 가능성 없는 단기 개발 공약의 남발을 중단하고 지역 풀뿌리 기업들이 해당 지역 내에서 자생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의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도시 대재앙 사업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내 심판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재벌개혁 사라졌다"경제 분야 양당 공약 평가도 눈길

한편 경실련은 지난 3일 각 당의 경제분야 정책 공약도 재벌개혁, 재정세제, 금융 등으로 나눠 평했다. 양당을 중심으로 보면, 먼저 재벌개혁 항목에서 경실련은 국민의힘에 대해 "개혁공약 자체가 없다", 민주당에 대해 "경제민주화, 공정경제, 재벌개혁 같은 단어 자체를 아예 삭제해 개혁성을 잃었다"고 혹평했다.

재정세재 분야 공약과 관련, 경실련은 국민의힘 주요 공약으로 근로소득세 경감 세제개편안 금융소득투자세 폐지를 꼽으며 "56조 원 이상의 세수결손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개선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재벌대기업에 대한 부자감세 원상복구 조치도 없다""금투세 폐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을 훼손해 개혁성과 서민감세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재정공약에 대해서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내 성과평가위원회 구성 국가재정운용계획 심의 국유재산 매각 등 민영화에 대한 강화 근로소득세 세액공제 기준 범위 상향 등을 꼽은 뒤 "코로나19 위기에서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보여준 재정권력 독점·남용에 따른 폐해를 개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며 실현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과도한 부자감세를 견제할 공약은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금융 분야 공약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 단체는 국민의힘의 주요 금융 분야 공약으로 서민종합금융플랫폼 ·저신용자 대출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시스템 확대·개선 예금자보호한도 1억 원 상향 등을 선별, "시의적절하고 적실성이 높다"고 일면 긍정 평가면서도 "현 정부 정책을 베낀 것에 불과해 개혁성 면에서 새로운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가상자산법 제도 도입 재형저축 재도입 소상공인대출 확대 불법사금융 방지 공약 등에 대해서는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민주당의 주요 금융 분야 공약인 가계대출 부담 경감 채무자 중심 보호체계 구축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부담 경감 소상공인은행 도입 먹튀·시세조정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소액주주 권익 보호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근절 등에 대해서는 "일부는 다소 반시장적 조치를 포함하거나 도덕적 위험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최용락 기자 | 프레시안

 

2030년 세계 인구 전환점이 온다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 예상보다 빨라

6년후 인구 유지선 아래로 떨어질 듯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이르면 2030년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dele Morris/Unsplash

장기적인 인구 흐름을 예측하는 데 주요하게 이용하는 지표로 합계출산율이 있다. 여성이 가임기(15~49)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말이다.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도 부른다. 합계출산율이 이보다 높으면 인구가 증가하고, 낮으면 감소한다.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2023년 말 현재 0.72명으로 인구 유지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한 인구 감소를 예고하는 수치다.현재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인구 대체 수준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2030년에는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세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온 세계 인구의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이 불과 6년 후로 다가왔다는 걸 뜻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1950~2021년 전 세계 204개국 인구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2.23명인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2030년부터 인구 유지 수준(2.1)을 밑돌기 시작해 20501.83, 21001.5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고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한국,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전망

이번 예측은 유엔인구국이 2022년 인구보고서에서 제시한 2056, 올해 초 오스트리아의 비트겐슈타인센터가 예측한 2040년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연구진은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맞춰 적절한 교육과 피임 정책을 시행하고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은 20501.65, 21001.62명으로 인구 대체 수준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이번 예측을 위해 기존의 학력, 피임약 접근성 외에 거주지 인구 밀도, 5살 미만 사망률 등의 변수를 추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번 예측조차도 보수적으로 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에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내준 중국의 경우 예상보다 10년 빠른 2022년 첫 인구 감소 사태를 맞았다.

연구진은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을 웃도는 나라는 2021년 현재 94개국에서 205049개국으로 떨어지고 2100년에는 사하라 이남 저개발국 3개국을 포함해 6개국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한국의 합계출산율 전망은 가히 충격적이다. 2050년은 물론 2100년에도 합계출산율 0.82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21000.95명으로,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이 1.0명을 넘기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다. 조사 당시인 2021269천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5018만명, 21006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23만명이다.

저출산과 고출산이 초래할 위험은?

물론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을 밑돈다고 해서 곧바로 인구가 감소하는 건 아니다. 줄어든 출산율이 반영되려면 인구 재생산 기간, 30년의 시간이 더 흘러가야 한다.

유엔 인구국의 인구 추정 및 전망부문 책임자인 패트릭 겔랑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의 문제점으로 이런 추세가 세계를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국과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고출산국가로 나누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 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고출산국이 주로 사하라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 나라의 인구 증가는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드렉셀대의 알렉스 에제 교수(보건학)전환점이 언제 오든 출산율의 격차가 커지면 다른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고소득 저출산 국가의 경우 노동력 부족과 의료 시스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압박한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저소득 국가는 늘어나는 인구를 떠받쳐줄 건강, 복지, 교육 투자 재원이 부족해 세계 경제 무대에서 더욱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550-6

Global fertility in 204 countries and territories, 19502021, with forecasts to 2100: a comprehensive demograph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2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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