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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3.25~

by 이성근 2024. 3. 24.

1. 생명평화운동우리 안의 탐욕과 모순부터 물어야 2. 지방 소멸을 신자유주의로 해결하겠다는 거대 양당에 말한다   3. 내가 심은 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4. 부산시, 도로변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   5. 삼중수소를 해양투기해도 된다? '과학적 권위'로 조작되고 있다

6. 케이블카 확대 약속서 생략된 것 7. ‘한국의 허파’, 생태 보전-경제 활성화 두 토끼 잡기  8. 기후 공약 살펴보니... “? 국힘이 달라졌나?”  9. 동탄~기흥동탄 나들목 지하화 후 개통상부엔 도심공원  10. 개발 공약 뒤의 숫자정치인과 토건 마피아

11. ‘빙하 위 북극곰발전소 노동자들이 위태롭다  12. 시니어 기후유권자들 농사 지으며 몸으로 위기 체감”   13. 세계가 외면하는데... 대한민국 볼모로 한 윤 대통령의 집착  14. 탄소중립 기본계획 세운 부산시 실천 지켜본다  15. 기후 위기 대응···전북 80개 학교 저탄소 환경급식’   16. “산단 미끼로 동의 얻고 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농촌 곳곳 복마전”  17. 가덕도신공항 반대 시민 1천여명 "건설 기본계획 취소" 소송

18. 금융회사 기후 리스크측정손실 따져 경영에 반영”  19. “온실가스 메탄, 위험해한국 17개국 중 가장 잘 알아  20. 윤 대통령 지시에...국토부 개발사업 머리 맞댄 환경  21. 문경새재 옛 과거길 위 하늘길 열린다" 주흘산 케이블카   22. 도시 심은 데 도시 나고, 촌 심은 데 촌 난다

23. 바람을 닮은 화초 '풍란멸종위기종  24. 역사상 최고 더운날 온다..."굶는 사람만 2배 증가"   25. 소란을 찾는 소란

생명평화운동우리 안의 탐욕과 모순부터 물어야

총선, 자성과 한계 극복 계기로

총체적 재생산 위기 마주하고 있는 한국사회

한반도 짓누르는 생명·불평등·전쟁 위기 삼중고

최악의 무기력에 빠진 진보적 생명평화운동

성찰하기 : ‘생명평화운동의 무기력

2024 총선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난리다. 하지만 보수 기득권 양당 외에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 선거에서 대중의 선택지로 등장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존립의 정당성을 상실한다. 이번 선거에서 소위 진보로 표현되었던 소수 정당들은 기득권 양당 세력에게 포섭되었거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 탓도 아니고, 우리는 그 답을 진보운동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 근본문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진단과 처방, 실천이 시민의 참여와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1987년 이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진보의 부재, 특히 생명평화운동의 무기력은 고통스럽다.

생명평화운동은 글자 그대로 생명과 평화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여기는 운동이다. 생명평화운동에 대한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특히 생명평화운동은 개인 차원의 영적 수양과 에너지·자원 절약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전환운동이라는 오해가 존재한다. ‘생명평화운동이 사회 구조 안에 놓여 있는 자신의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한 개인적 자각과 성찰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명평화운동은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실천, 생명질서의 회복, 비인간 자연과의 공존, 불평등 해소와 평화를 추구한다. 당연히 생명평화운동은 우리 사회의 생명평화에 반하는 여러 모순과의 긴장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 모순을 가장 근본적으로 천착할 때 정치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다. 진보운동의 부재와 무기력을 절감하는 시기, 우리의 생명평화운동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생명평화운동은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한 개인적 자각과 성찰만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사회적 실천, 생명질서의 회복, 자연과의 공존, 불평등 해소와 평화를 추구한다." 소양강. 정범진 쵤영

직시하기 : 우리 안의 탐욕, 그 모순과 역설

한국 사회는 총체적 위기, 지속 가능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오늘의 재생산 위기는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0.6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거둔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 상황을 관통하는 핵심고리는 불평등이다. 개선의 여지는 없고 날로 심화만 되어 가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는 재생산의 단절은 물론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한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자조를 넘어 확신으로 갖기에 이른 세대에게 그 다음 세대와 공동체가 자리할 여지는 없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청년세대가 그 진입 장벽 때문에 재생산을 포기하는 현실은 받아들인다. 생태계 훼손은 물론 기대이익이나 타당성 모두 낙제점인 각종 개발사업을 남발하며 여당과 야당은 앞다퉈 표를 구걸한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순회하며 모든 규제를 풀어버리겠다는 대통령 앞에서 청중은 환호작약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익에 대한 기대에 생태계 파괴와 혈세 낭비 주장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분단 70년 동안 국방예산 1200조 원(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이 넘는 돈을 남의 나라 무기를 사는 데 쓰다가 이제는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언론은 그 무기 수출의 경쟁력이 약화될까봐 우려한다(“K방산 경쟁력 갉아먹는 전 안보실장의 처신” , 민들레2024312). 대한민국이 개최한 역대급 대규모 무기 박람회에서 인명을 살상하는 총알에 중금속이 들어가 있지 않아 친환경 ESG라는 기업체의 홍보문구는 아연실색케 한다.

탐욕에는 휴전선도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편입시켜 흡수통일하고, 경제성장의 방편으로 삼겠다는 전략은 김정은 위원장의 교전 중인 두 개의 국가 관계 간주와 국토 완정발언으로 보듯 조선과 정면 충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국내 최저임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초저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던 개성공단 재개를 노래 부른다.

이런 비판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기업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대한민국 정부의 반헌법적 행태를 정당화하려는 뜻은 물론 추호도 없다.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득권 구조에 대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국가에 대해, 생명을 살상하는 무기를 팔아도 돈만 벌면 된다는 군산복합체에 대해, 개성공단 노동자의 초저임금과 인권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안의 탐욕에 대해 생명평화운동은 무엇을 물었는가?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연습을 하루 앞둔 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이륙하고 있다.한미 군 당국은 FS 연습 기간 지휘소 훈련과 함께 북한 순항미사일 탐지 및 타격 훈련, 연합공중강습훈련, 연합전술실사격훈련, 연합공대공사격, 공대지폭격훈련, 쌍매훈련(대대급 연합공중훈련) 등 실기동 훈련도 한국 전역에서 실시했다. 2024.3.3. 연합뉴스

진단하기 : 한반도 짓누르는 생명·불평등·전쟁 위기 삼중고

현시기 지구공동체는 기후위기로 대변되는 생명의 위기가, 인류공동체는 양극화로 대변되는 불평등의 위기가, 그리고 이에 더해 한반도에는 분단 지속으로 인한 상시적 전쟁 위기가 짓누르고 있다.

당연히 한반도 공동체의 성원이라면 이 3중고의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에 매진해야 하나 정작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 이유를 여러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핵심은 생명평화운동이 현재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정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응도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정치가 거세된 주류 환경주의의 기후위기 대응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라이프 스타일 전환 환경교육에 머무르고, 기후위기를 불러온 주범인 자본과 기업, 개발과 성장을 모든 것에 우선하는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노동자, 농민 등 생산자 대중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제도적 노력은 지속적으로 좌절당하고 있다.

입으로는 분단구조를 허물고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겠다고 외쳤지만, 역대 극우 보수정부를 무색케한 군비증강과 참수부대 창설, 외국 군대와의 군사훈련 재개와 정례화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였다. 정권교체들이 있었지만 기획재정부 관료가 주도하는 경제정책에서 자본 중심의 성장전략 외에 약자를 보듬는 공동체 대안경제는 여전히 설 자리가 없다.

총선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졌다. 지난 선거에서 그토록 위성정당을 비판하던 시민사회와 진보의 이름을 내건 정당들은 이제 그 위성정당의 주축이 되어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작 자신들이 선출한 후보자마저도 지켜내지 못했고, 이런 행태에 대해 그 많던 민주당 민주인사(?)들은 단 한마디의 자기비판도 없다. 자신의 생존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극복 대상인 보수야당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면서 대중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구차하고, 비루하다. 이것은 운동도 아니고, 지난 겨울 촛불로 추운 광장을 지켜냈던 시민에 대한 도리는 더더욱 아니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취소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연대는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두고 선거 후 연대를 약속했던 그 집단에 의해 곧바로 무너질 수도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5'일요일 의무휴업 사수 마트 노동자 300인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2024.3.5. 연합뉴스

넘어서기 : 극복해야 할 남과 북의 한계와 신화

생명평화운동은 보수야당과의 연대를 통해 한국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환상과 헛된 희망고문을 멈춰 세워야 한다.

지금 한국 보수야당의 과오와 한계를 지적하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당시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여 국민적 좌절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불러왔던 장본인이다. 오늘날 더욱 기승을 부리며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되었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남북의 신뢰를 흔들고, 전 국토를 개발대상으로 만들어 부동산 폭등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그리고 남의 나라 전쟁터에 군대를 파견한 당사자는 노무현 정부였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합의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개헌만 빼고 다할 수 있는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 수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의 자구 하나 바꾸지 않고 극우 검찰독재정권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문재인 정부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총선 공약에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고,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를 확장·심화시킬 공약은 반윤석열구호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이북으로 시야를 넓혀보자. 연말을 거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과 평화를 추구하던 한반도공동체 구성원의 지난 시기 노력을 부정하고, 그 흔적을 지운다고 해서 남과 북, 한반도공동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조선(북한) 사회 역시 조선의 인민에 의해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의 한계와 신화를 넘어서야 하듯, 북은 북대로 김정은 신화를 넘어서야 한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매표정치ㆍ색깔정치 중단 촉구 각계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20. 연합뉴스

희망 만들기 : 생산현장과 마을에서의 생명 평화 가치 연대

생명평화운동은 남과 북에서 공히 생명질서의 회복, 비인간 자연과의 공존, 불평등 해소,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새로운 대안사회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분단 극복과 통일은 그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최소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국제 질서의 정립, ‘생명평화민주주의 공동체의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혁명이고 체제 전환이며, 새로운 생명과 평화의 문명 건설이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강대국 중심의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하며, 부족한 빵을 민주적으로 나눠먹을 수 있는 탈성장 호혜의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돌봄과 보호에서 배제된 여성과 소수자가 생산현장과 마을에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고,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연대할 때 그 전망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기성 시민운동과 진보정당 앞에 놓인 절망의 벽은 높다. 그러나 지난 2월 초 23일 동안 연인원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2024 체제전환 포럼의 열기에서 확인되듯이 우리 사회의 모순이 가장 응축된 현장에서 운동가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우리 안의 탐욕과 모순을 직시하고, 역설과 신화를 넘어 생명과 평화,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생명평화운동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지방 소멸을 신자유주의로 해결하겠다는 거대 양당에 말한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사회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

착취수탈파괴학살을 공약으로 내놓는 후보들

내가 사는 청주에는 총선 후보들이 내놓은 이색(?)공약이 화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후보는 청와대를 이 곳 청주로 이전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소속 후보는 삼성의 바이오산업 투자 계획을 청주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본 지역민들은 헛된 공약이라는 걸 뻔히 안다. 그럼에도 내심 기대하는 마음을 접기 어렵다. 거대한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들어서고 곳곳에서 부동산 붐이 다시 일어나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특히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지역이 사라질까 두려운 데,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장밋빛 성장을 약속하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공약들이 다름 아닌 착취와 수탈, 파괴와 학살의 약속이라는 것을 안다.

거대 양당은 상대를 심판하기만 하면 한국 사회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라도 하듯 떠들고 있지만, 그 둘이 그려내는 세상의 차이는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는다. 20년이나 반복된 일이다. 이걸 이번에도 또 하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지방 소멸을 신자유주의로 해결하겠다는 거대 양당

정당들은 당선만 되면 모든 게 쉽게 해결될 것처럼 공약을 내놓는다. 그러나 지역에서 겪고 있는 삶의 위기는 심각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는 곳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높은 물가, 불안한 주거, 불안정한 일자리로 도시 주변을 난민처럼 맴돌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하다고 떠들지만 산부인과는 사라지고 있고, 병원은 멀기만 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자살율은 늘어만 가고 있고, 주민들이 사는 인접지역과 농촌지역에 산업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소멸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삶이고 살아있는 생명체들이고 농촌이다. 산업단지,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은 늘어가고, 농지를 뒤덮는 태양광패널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

물론 지역은 지방소멸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은 51, 소멸 위험에 진입한 지역은 67곳으로 전국 시··243곳 중 118곳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이에 대한 거대 양당의 해법은 뻔하다.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유입을 늘리는 것이고, 여기에 행정과 재정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야심차게 나오는 전략이 바로 메가시티. 메가시티의 다른 이름은 바로 자본주의 성장과 개발의 종착지이다.

지금껏 서울·수도권을 중심에 놓고 지역의 노동력과 자원을 수탈하고 착취하면서 자본주의 이윤체제를 유지해왔다. 한편, 메가시티는 지역 광역거점 도시를 중심에 두고 인근 소도시와 농산어촌을 연결해 인구와 자원을 집중시켜 각종 개발 사업을 통해 자본의 이윤 창출 기회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고유의 문화와 공동체성은 깡그리 무시되고, 생태계는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될 뿐이다. 여성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다뤄진다.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재정은 자본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을 오가는 교통수단은 많아질지 몰라도 지역 내 공공교통 인프라는 축소된다. 지역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유치전쟁에 나서니 당연히 각종 규제는 철폐되고 유인용 지원책만 남는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노동권을 제약하는 협약들이 난무하고 불안정 노동자들은 넘쳐난다. 메가시티의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해 이리저리 지역민을 동원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을 파괴한다. 이것이 메가시티다.

메가시티 성공을 위해 유포되는 논리는 오직 성장개발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우리 지역이 성공하는 것이다. 청주의 이익을 위해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고, 세종-청주 시민의 불편함을 고려해 KTX 오송역을 비판하는 청주시민은 적이 된다. 거점 도시 주변은 개발로 투기 바람이 불고, 지역은 헛된 욕망이 넘실거린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치는 살아남을 수 없다. 거대한 도시의 출현은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공동체와 주민자치의 실험들을 모조리 허사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성장과 개발의 종착지 말고, 다른 세상의 출발점이 되고 싶다

거대 양당이 내놓고 있는 성장과 개발 담론으로는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분노와 무기력을 반복하면서 삶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작은 실천이라도 쌓아가고 싶다. ‘지역은 생산과 재생산이 교차하는 곳이며 인간의 보편적 삶의 권리라는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운동 주체와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세계를 재창조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거점이 지역인 것이다. 이곳에서 인구감소로 힘을 잃은 지역공동체를 재창조하고, 공공성과 생태성이 민주주의 속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른 세계의 상상력을 펼치고 싶다.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공성의 강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지키는 생태적 전환, 파괴와 학살로 떨어지는 부스러기 같은 불안정 일자리가 아닌 보편적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상상하고 싶다. 지역에 발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우리가 숨 쉬는 곳을 지켜내고, 존엄하게 살 방법을 함께 토론하고 싶다. 이에 필요한 지방 재정을 투입하고 운영을 가능케 하는 자치의 강화를 실험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정치다.

이를 위해 거대 양당의 낡고 게으른 정치와의 결별을 다짐한다. 거대 양당 정치에 절망하면서도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일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앞으로는 우리의 이름을 숫자로 치환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거대 양당 정치와 개발과 성장 담론으로 메가시티를 앞세우고 또 다시 착취하고 파괴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을 고민할 것이다.

물론 삶의 위기 속에서 이에 맞선 저항은 분노만으로 힘이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위한 상상, 공동의 모색과 실천을 통해 그 힘은 완성될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의 삶을 조각내놓은 자본에 맞서 저항하는 힘을 상상하는 것, 존엄과 평등이 가능한 사회관계와 삶을 상상하는 것, 사회운동이 이뤄낸 그 힘을 권력자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이를 체제전환의 힘으로 모아내는 것, 이런 상상을 안내하는 체제전환 운동에서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는 체제전환 정치대회로 간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의 경험을 나누고 공동의 전망을 궁리할 것이다.

선지현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 프레시안

 

내가 심은 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 Druker)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 측정과 계산을 통한 계량화된 정보가 매우 중요함을 뜻한다. 자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결국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만 우리는 자연의 가치는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뉴욕시장은 뉴욕시의 나무를 심을 때 나무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했다. 2006년 미국 산림청 데이비드 노왁 박사(David J. Nowak)는 뉴욕시의 나무 현황을 분석하고 수목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했다. 520만 그루의 나무로 된 숲지붕(Urban Tree Canopy)이 뉴욕시 전체 면적의 20.9%를 덮고 있었다. 뉴욕시 도시숲은 2006년 기준 약 135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249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다. 또한 이 나무들은 연간 약 42300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약 2202(연간 1060만 달러)의 대기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뉴욕시 도시숲의 모든 가치를 더하면 약 52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가치의 추정은 i-Tree(inventory of trees economically and ecoloigcally)라는 도구가 있어서 가능했다. i-Tree는 도시숲 조성과 관리를 위한 정책적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무료 분석 도구로 나무와 숲이 제공하는 편익(benefits)을 계산한다. 미국 산림청은 1989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숲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발전시켜 20068i-Tree 도구를 웹사이트로 공개했다. 이후 전 세계 다수의 커뮤니티, NGO, 컨설턴트, 토지관리자,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나무 한 그루, 지역, 도시 및 국가 수준에서 나무와 숲의 구조, 생태계 서비스, 나무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i-Tree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 기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산림 자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i-Tree는 나무가 가진 다양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여러 하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MyTree는 가장 사용하기 쉬운 도구로 웹사이트에서 각 지점의 한 그루의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빠르게 알 수 있다. i-Tree Design은 나무 한 그루를 심을 경우 건물과의 관계 등을 예측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고 i-Tree Eco는 기존 나무 조사 자료 또는 새로운 현장 자료를 입력해 개별 나무의 경제적 편익을 추정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국형 i-Tree를 개발하기 위해 2018, 2020, 2022년 데이터셋(수목 생물량, 대기 오염원 정보, 기상 정보)i-Tree 모듈에 탑재했다. 한국의 공간 위계별(1 국가, 17 ·광역시, 227 ··, 2820 ··)로 자료를 구득해 기상 정보 자료의 공간 규모는 시, 군 단위로, 대기오염원 자료는 서울시는 구 단위에서, 그 외 지역은 읍···리 단위로 입력했다.

한국형 i-Tree의 특징은 우리나라 공간 위계별 데이터와 관측자료를 입력했기 때문에 한국의 지리적, 환경적인 특성이 반영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형 i-Tree는 국내 다양한 도시숲, 가로수 등의 경제가치 평가에 활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횟수는 연 300건을 상회하고 2023년 말까지 총 1610건이 사용됐다. 향후 한국형 i-Tree는 도시숲 평가 및 관리계획 수립, 기업 ESG 수립 및 지역사회 환경인식증진 자료로 활용가능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3년 한국형 i-Tree를 사용해 창경궁숲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 ha당 약 2500만원으로 추정했고 산림청 미세먼지 차단숲 사업지인 평택일반산업단지는 ha당 약 1400만원으로 평가했다. 2023년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시 내 신사동, 효자동, 연세로, 노원구 가로수길 현장에서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 ha당 노원구는 2186828, 신사동은 964618, 연세로는 1036040, 효자로는 2652681원으로 추정했다. 한국형 i-Tree를 활용한 경제적 평가는 환경생태적 가치(대기오염물질저감량, 탄소저장·흡수량, 유수유출방지량)를 포함하고 있다.

과다하게 가지치기를 한 아파트 단지 내 수목. 경제적 가치가 감소한다.

아파트숲이 전선과 경합해 관리하고 있는 모습. 재해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나무 심는 봄에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를 한번 활용하길 권한다. 이를테면 1m 크기의 소나무를 약 15000원에 구입해 서울시청에 심고 20년이 지난 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보니 약 16만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나무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인 편안함, 휴식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의 나무를 매년 싹둑 자르는 것은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줄이는 관행적 예산 지출이다. 바람에 쓰러지거나 전선때문에 정리할 필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대로 둬 숲으로 가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롭다. 때로는 측정을 통해 우리가 관행처럼 해온 가지치기 사업 등은 재고될 수 있으며 세상을 좀 더 이로운 방식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박찬열 구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 연구관 / 아파트관리신문

부산시, 도로변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

부산시가 부산 시내 상업지역의 건축물 높이 규제를 완화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부산시는 가로구역별 건축물 기준 높이·최고 높이 지정 변경안에 대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다음 달 9일까지 주민 공람을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2015년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를 재정비한 이후 9년 만에 건축물 기준 높이와 최고 높이를 정하는 용역을 진행했다. 시는 1·2·3단계와 재정비 구역으로 나눠 제각기 기준 높이를 정하고 최고 높이를 변경한다.

1단계 남포동, 중앙동, 범일동, 서면권역은 건축물 최고 높이가 기존 24126에서 65180로 변경된다. 2단계 양정, 연산, 교대, 온천, 토곡, 재송, 수영, 해운대, 기장 등의 권역은 24150에서 70180로 상승한다. 3단계 온천장, 동래교차로, 부산대역, 용호동, 반송동, 장산역, 중동역, 좌동·중동 등의 권역은 30120에서 70180로 올라간다. 센텀, 중동1, 송정, 송정해수욕장, 서동2, 서금사, 예림, 매학, 방곡 등 재정비 구역은 4090에서 55180로 바뀐다.

시는 주민 의견수렴 이후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5월에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건물 고층화 등 지역 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상업지역의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보행자 공간을 확보한다. 회랑형 공간 등을 조성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공공성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부산시 김종석 주택건축국장은 지역 경제 여건 변화와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조성, 주민 요구사항 등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주민공람 때 제시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시 미관 저해역효과 막을 정교한 도시계획이 숙제

부산 주요 상업지 대부분 대상 포함돼

북항 재개발 인접지는 최대 180m 가능

주거형 시설 밀집 땐 삶의 질 크게 저하

상권별로 치밀한 인센티브 전략 세워야

상업지역 건축물 높이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와 난개발 우려가 상존한다. 부산진구 한 도로변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상업지역의 건축물 높이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부산시가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세심한 중장기적 도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건물 높이만 높였다가는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없고, 도시 미관 저해와 삶의 질 저하 등 역효과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부산시의 가로구역별 건축물 기준 높이·최고 높이 지정 변경안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 지역과 인접한 중앙로사거리~좌천삼거리 일대의 최고 높이는 기존 24~84m에서 65~180m로 대폭 높아진다. 이 일대에 북항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서면권역 역시 기존 24~126m이던 건물 최고 높이가 70~180m로 늘어난다. 해운대 신시가지, 동래교차로, 부산대역 일대, 연산교차로, 하단역 등 부산의 주요 상업지역이 대부분 규제 완화 대상이 된다.

가로구역은 도로로 둘러싸인 하나의 구역을 일컫는데, 지자체는 쾌적한 환경과 도시 미관·효율 향상을 위해 구역별로 건축물 제한 높이를 정해놨다. 상업지역과 경관지구는 부산시가,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의 경우 일선 구·군에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다. 이번에 시가 예고한 규제 완화 대상은 상업지역에 국한되며, 5년마다 재정비를 하도록 권고한다.

그간 주요 상업지역의 높이 제한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나왔다. 주변 개발 여건이나 상황 변화에 맞지 않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동 인구에 비해 건물이 낮았던 원도심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컸다.

시는 고층화 추세를 반영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조성 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복잡한 방식의 계산으로 건축물의 건립 가능한 높이를 산출했던 기존 지침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건축물 높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준 높이와 최고 높이를 동시 지정하는 것으로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섬세한 도시 계획 없이 건축물 높이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본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 기업 유치 등 경제가 부진한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산업단지는 물론이고 센텀시티에서도 공실이 속출하는 게 부산의 현실이다.

나아가 상업지구의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등 주거형 시설이 빽빽이 들어선다면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우려한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도록 숙고와 논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상업지구의 고층 규제 완화가 일부 부동산 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형식으로 작용한다면 동과 동 사이 간격이 숨막힐 듯 가까운 오피스텔만 늘릴 수도 있다상업지구 규제 완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한다면 상권별로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삼중수소를 해양투기해도 된다? '과학적 권위'로 조작되고 있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물질이며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도 널리 존재하며, 각국의 원자력시설로부터 방출되고 있지만 삼중수소가 원인으로 생각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 기본방침을 발표할 때 삼중수소에 대해 '위험성이 없다'는 식으로 공식적으로 내놓은 논조이다. 과연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무시해도 될 만큼 위험하지 않고 그냥 해양투기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월간 <식품과 생활의 안전>(20214월호 No384)(바로가기 : 클릭)'도쿄전력의 거짓말-위험한 삼중수소를 바다에 흘려보내지 말라'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오염수처리와 관련해 도쿄전력의 3대 대죄로 삼중수소의 특이성과 위험성 은폐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을 의도적으로 혼동 저장탱크 건설 가능 부지의 허위를 들었다.

첫째, 삼중수소의 특이성과 위험성 은폐와 관련해서는 '변환자재(変幻自在)인 삼중수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중수소는 통상 1개의 양자로 구성된 수소 원자핵에 중성자 2개가 추가된 것으로, 약한 β(베타)선을 내면서 헬륨(He)3으로 바뀐다. 화학적 성질이 수소와 같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는 그 대부분이 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물이기 때문에 ALPS(다핵종제거설비)로도 제거할 수 없어 오염수로 저장탱크에 저장돼 있다. 또한 물이기 때문에 고체, 액체, 기체로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 지구상에 널리 퍼져 버린다. 바다에 투기했을 경우에는 어패류의 체내에 흡수될 뿐만 아니라, 수증기로서 공기 중에 부유하여 이동함과 동시에 빗물이 되어 광범위하게 쏟아지게 된다. 도쿄전력은 방사선농도를 규제기준 내로 희석해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희석해 투기해도 삼중수소의 '절대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삼중수소의 '변환자재성'을 생각하면 중요한 것은 방출량이라는 것이다.

둘째,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을 의도적으로 혼동하게 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방사선이 세포의 유전자(DNA)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수소동위체로서 유전자 자체의 구성원소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유전자의 4염기를 연결하고 있는 것은 수소결합력이다. 이 경우 β선을 방출하는 헬륨변환에서는 유전자 자체가 붕괴, 손상돼 버린다. 유전자는 외부에서 받은 방사선의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만, 자기붕괴된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발암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생식세포의 유전자 손상은 자손에게 이어져 내려간다. 삼중수소는 조용히 달라붙어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침묵의 살인귀'이다. 도쿄전력과 원자력 관계자는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원전에서 40년 이상 계속 방출하고 있지만, 방사선도 매우 약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볼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을 완전히 혼동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내부피폭에 의한 극미량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체르노빌 오염지에서, '식품과생활안전기금'이 계속하고 있는 '일본 프로젝트'의 실태조사에서도 밝혀져 있다. 임산부에 대한 X선 검사 금지를 호소한 영국의 앨리스 스튜어트 박사(1906-2002)'핀포인트 방사선'이라고 부른 것처럼 지근거리에서 직접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내부피폭에 방사선의 강약은 관계가 없다. 특히 지방이나 단백질 등과 결합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는 체내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영향이 크며, 미국에서는 원전가동지역과 유방암 이환율(罹患率)의 상관성이 실증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원전에 가까운 지역에서의 백혈병이나 암 사망자 수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말은 일본정부와 소위 전문가들의 '과학적 권위'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간 <식품과 생활의 안전>(20205월호 No373)'해양방출-풍문피해 아닌 실해(實害), 미 원전 삼중수소 방출로 심각한 피해'라는 기획기사에서 미국에서의 저농도 삼중수소에 의한 중대한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남서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드레스덴원전(19601호기 가동 현재 폐로, 2호기 1970, 3호기 1971년 가동)과 블레이드우드원전(19871호기, 19882호기 가동)은 지금까지 운전정지와 같은 중대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990년대부터 대량의 삼중수소를 몰래 계속 누출해 주변의 지하수와 호수를 오염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원전 운영사인 엑셀론이 이러한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주민들이 정보공개로 정보를 입수할 때까지 지역 수돗물과 물고기, 수영장의 물이 삼중수소로 오염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누출 사실을 주민이 알게 된 계기는 2001. 두 원전 근처에 사는 7세의 사라 사우어양에게 뇌종양이 발병했다. 1년 반 동안 화학요법을 계속한 결과 목숨은 건졌지만, 2년 동안 학교를 쉬어야 했고 보통으로 걸을 수 없고,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등 다양한 증상이 있었고 키도 140cm에서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력 끝에 목소리는 낼 수 있게 되었고, 자력 보행도 가능해졌으나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사라양 가족이 진실 규명에 나서고 반원전 시민단체 등이 협력해 확인한 사실은 엑셀론이 2006년까지 10년 이상 수백만 갤런(1갤런=3.785리터)의 삼중수소를 환경 중에 흘러 보냈으며, 놀랍게도 지자체도 이 사실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엑설론이 지역 정재계에 영향력이 컸기에 이들은 지역병원이나 지역 연방의원으로부터도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끈질긴 조사 결과 사라양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가 많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드레스덴·블레이드우드원전 주변에서는 1997년부터 200610년간 백혈병이나 뇌종양이 10년 전에 비해 1.3배로 증가했고 소아암 어린이 수는 2배로 뛰어올랐다. 사라양 가족은 국가와 지자체에 조사를 요구했으나 국가·지자체 모두 원전 주변의 환경 중 삼중수소농도가 국가기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일본 불매운동 제안 퍼포먼스. 함께사는길(이성수)

반면 미국의 의사 및 대학교수 등에 의한 민간 학제팀이 1987년부터 1997년 사이에 원자로를 폐쇄한 9개 지역의 1세 이하 영아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폐쇄 전과 비교해 폐쇄 후 사망률이 평균 17.3%포인트 낮아졌으며, 개중에는 42.9%나 사망률이 개선된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미 과학아카데미는 2005, '방사선피폭에는 이것 이하라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양은 없고, 저선량이라도 발암 리스크가 있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저선량피폭 피해자는 아직까지 구제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예는 원전에 관해 아무리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해도 원전이권에 의한 은폐·조작의 위험이 항상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에츠지(渡辺悦司), 엔도 준코(遠藤順子) 등 방사선과학자들은 <오염수해양방출의 쟁점-상중수소의 위험성>(2021, 료쿠후출판)에서 방사성물질로서의 삼중수소의 '특별한' 위험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β선은 에너지가 낮고 비정(飛程)거리가 짧은 '약한' 방사선이라고 하는 일반적 인상과는 정반대로 '매우 높은' 세포침습(侵襲)·세포독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수소의 방사성동위체인 삼중수소는 수소로서 환경 중에 방출돼 생태계와 그 순환 속에 들어가며, 인체의 체내에 들어가 수소로 활동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수의 63%, 체중의 10%는 수소이다. 삼중수소는 삼중수소수로서 생체 내에서 물로서 활약한다. 신체의 60~70%는 물이다. 삼중수소는 환경 중에 식물 및 식물성플랑크톤이나 미생물에 의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로부터 DNA전구(前驅)물질에 이르는 광범한 유기물질로 합성된다. 동물은 이것을 먹음으로써 생명유지에 필요한 유기물질을 체내에서 합성한다. 이처럼 수소는 환경 및 생체 중에 '편재성(ubiquity)'을 갖고 있는데 이 사실이 수소의 방사성동위체인 삼중수소에 특별한 위험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방사선과학의 일반인 대상 입문서에도 명확히 나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삼중수소 β선의 에너지는 단지 19keV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어떤 방사선보다도 작은 에너지여서 이러한 약한 방사성물질에 특히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무서운 수소동위체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 다다 쇼(多田將) 준교수, <방사선에 대해 생각해보자>, 2018, p.278).

'인체 등 생물에 대한 삼중수소의 독성은 특별하다. 직접 DNA 등 유기물에 결합해 치명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염려해온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등 내부피폭하는 다른 핵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위험하다. 백혈병 등 발암을 비롯해 최기성(催奇性; 태아에 기형이 생기는 작용), 생식 등 사람의 건강에 크고 넓은 독성의 최종영향을 가진다고 생각된다'(구로다 요이치로(黑田洋一郞), 기무라(木村구로다 준코(黑田純子), <발달장애의 원인과 발병메커니즘 제2> , 2020, p.312).

일본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은 삼중수소가 수소의 방사성동위원소이라는 것부터 방사선과학상 특별한 존재이라는 이 명확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뿐만이 아니라 삼중수소의 '특별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게 위험성을 강조해 소문피해를 흘리고 있다'고 되레 비방한다. 실제로는 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이야말로 '허위주장을 하고' '선동을 하고' '거짓을 퍼트리며' 과학적인 논의를 방해해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의 눈을 덮고자 하고 있다고 일부 방사선과학자와 뇌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중수소의 형체와 생물학적 반감기의 차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중수소(T)는 화학적으로는 수소(H)이며 '삼중수소수(HTO)' 형태로 물이 돼 통상의 H2O의 물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또한 생체 내에서는 체내의 HTO에 있어 삼중수소농도가 환경에서의 농도와 평형이 되도록 삼중수소는 흩어지게 된다. 생물은 물과 수증기를 통해 삼중수소를 세포 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환경 중의 삼중수소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생체에 위험하다. 또 삼중수소가 유기물과 결합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를 식사 등을 통해 체내의 세포로 받아들이면 OBT로 세포 내의 구성요소가 돼 쉽게 체외로 배출되지 않는다.

즉 체내에서는 OBTHTO보다도 훨씬 위험성이 높다. HTO는 생체 내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온몸에 균일한 피폭이 돼 손상도 드문드문 생기는데 비해 OBT는 세포 내에 장기로 머물고 β붕괴시 방출전자의 비정(飛程)이 세포 내에 한정돼 DNA에 흡수됐을 때는 물론이지만 흡수되지 않은 경우도 특정 세포나 세포기관, 세포질 등에 집중적으로 손상을 주게 된다.

이안 페어리(Ian Fairlie) 박사에 의하면 'HTO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 전후이지만 탄소와 결합한 OBT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200~550일에 이른다'는 것이다. 삼중수소에 의한 피폭을 생각할 때 HTO의 거동에만 주목하는 것은 중대한 상해를 놓치는 것이 된다. 결국 OBT에 의한 만성적인 피폭을 확실히 고려하지 않고는 안 된다. 가령 동물실험에서 콤머포드(S.L.Commerford) 등이 마우스에 HTO를 장기 투여하고 투여 중지한 2~3일 뒤의 삼중수소방사선량이 거의 OBT성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1977년에 밝혀진 바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삼중수소에 의한 DNA 손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DNA는 수소결합이나 수소를 가지기 때문에 그 수소가 삼중수소로 치환됐다면 β붕괴에 의해 DNA는 중대한 손상을 입는다. 또 삼중수소가 β붕괴하면 헬륨(He)으로 변하기 때문에 거기서 결합이 절단됨으로써 유전정보가 상실·변환될 가능성이 있다. 피폭과 원소변환효과로 이중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령 동물실험에서 콤머포드 등(1982)은 마우스에 대한 일과성 HTO 폭로(暴露) 후에 잔존하는 모든 삼중수소가 폭로 8주간 후에 DNA와 히스톤(DNA가 붙어있는 단백질)에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또한 삼중수소의 β붕괴에 의해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는 최대 18.6keV(킬로전자볼트)=18600eV, 평균 5.7keV(5700eV), 사정거리 1~10μm 정도로 매우 국소적으로 집중적인 피폭을 주게 된다. 이 삼중수소의 에너지가 다른 방사성원소에 비해 낮기 때문에(가령 세슘137의 에너지는 100eV)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 학자가 있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라는 것이다. 내부피폭과 관련해 '에너지가 낮은 쪽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미 방사선과학자 칼 모건(Karl Z. Morgan, 1907-1999)은 설명한다.

'저에너지 β입자가 인간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용하지만 오싹한 유사성을 아래에 기술한다. 테러리스트가 기관총을 발사하면서 차로 집 주변을 지나갈 경우 만일 테러리스트의 차가 시속 80마일로 달릴 경우 10발 이상의 탄환이 그 집에 맞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차가 시속 약 5마일로 이동한다면 수천발의 탄환이 그 집에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천히 움직이는 β선 방출핵종인 삼중수소는 몇 천의 전자를 조직의 원자에서 쏘아대면서 조직을 이동한다'(칼 모건, <원자력개발의 빛과 그림자>, 2002, p.154).

셋째,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생물농축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삼중수소가 생물농축을 일으키는지 아닌지 종종 논쟁이 되지만 OBT를 고려하면 생물농축은 당연히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아베트 실비아(Diabete Silvia) 등은 199312<건강물리학(Health Physics)> 논문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rganically Bound Tritium)' 가운데 이렇게 결론짓고 있다. '환경 중에 방출된 삼중수소는 유기물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경우 OBTHTO에 비해 훨씬 긴 생태 잔류시간을 보인다. OBT의 가장 중요한 생성공정은 양적인 점에서는 녹색식물의 광합성이며, OBT는 몇 가지의 경로를 거쳐 동물로 들어오는데 동물실험에서 OBT의 섭취는 같은 투여량의 가스 상태 또는 액상의 HTO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이토 마히로(齊藤眞弘) 교토대학 명예교수는 마우스실험에서 얻어진 유기결합형 삼중수소에 관한 결과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더욱이 삼중수소수를 투여 받은 어미 마우스에 길러진 새끼 마우스의 체 내에서는 특히 뇌에 삼중수소가 지질성분으로 오래 남는다. 모유를 매개로 새끼 마우스의 뇌지질로 이행하는 것을 보여준 실험결과였다'. 이것은 결국 삼중수소가 먹이연쇄를 매개로 생물농축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삼중수소가 먹이연쇄에 의해 축적돼 간다는 사실을 보여준 논문도 다수 있다는 것이다(Jaeschke and Bradshaw 2013, McCubbin et al. 2001, Turner et al. 2009 기타).

넷째, 삼중수소는 환경 중을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핵실험에서 방출된 삼중수소는 환경 중을 순환하고 있다. 일본 산업성의 삼중수태스크포스팀에 보고된 프랑스의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의 자료는 핵시설에서 방출된 삼중수소가스(HT)나 삼중수소수증기(HTO) 등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가 대기중으로 확산되며, 비가 돼 토양으로 침투, 식물에 흡수돼 광합성에 의해 OBT가 된다. 한편 바다로 방출된 액체 삼중수소수(HTO)는 바닷물 중 생물에 흡수돼 삼중수소자유수(TFWT) 또는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를 형성해 그것을 포식하는 생물이 특히 OBT를 섭취한다. 결국 핵시설에서 방출된 삼중수소는 환경 중을 순환해 생물에 섭취돼 생물농축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01912네이처지에 삼중수소의 환경 중 거동에 관한 중요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는데 과거 핵실험에 의해 방출된 삼중수소가 댐·호수 퇴적물 중에 유기결합형의 형태로 수십년 간 잔존해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방사선과학자는 삼중수소는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말은 원전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거짓이라며 원자력 안전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방사선피폭방호의 기준이란 핵·원자력개발을 위해 피폭을 강제하는 측이 그것을 강제당하는 측에 피폭은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참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 과학적 허울을 씌워 만든 사회적 기준이며, 원자력개발의 추진책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지하는 행정적 수단인 것이다'(나카가와 야스오, <증보 방사선피폭의 역사>, 2011, p.225).

'방사선의 인체영향이라는 것은 ICRP(국제방사선방호협회)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리스크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들은 먼저 종래의 ICRPIAEA가 주장해온 안전신화를 철저하게 의심하는 것부터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나가야마 준야, <태아와 유아의 내부피폭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꼼수>, 2013, p.255).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프레시안

 

개발 공약 뒤의 숫자정치인과 토건 마피아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582922_28993.html

 

[스트레이트] 개발 공약 뒤의 숫자‥정치인과 토건 마피아

지난주 목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도 원주를 방문했습니다. 22번째 민생토론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강원도 원주, 3월 21일)] "실버타운 건설이 활성화되도록 하겠습니다." ...

imnews.imbc.com

 

케이블카 확대 약속서 생략된 것

2014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 정부 부처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들이 모이는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문체부와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서울시, 강원 양양군 공무원 등 참가자 면면만 보면 다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국책사업에 대한 회의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이 거창한 회의는 이른바 국정농단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주도로 열린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목적의 회의였다. 회의 내용을 담은 문서들을 보면 관계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강원 양양군과 서울 남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만들기 위해 전국 실태와 희망 지역 조사를 실시하고, 설치에 장애물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이처럼 10년 전 다수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추진하면서 국정농단의 산물이 될 뻔했던 설악산 케이블카와 남산 곤돌라 사업은 무산됐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최근 다시 부활했다. 두 사업이 국정농단을 통해 추진됐으며 10년 넘게 무산되고, 재추진되는 것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 사업은 환경 악영향과 자연 파괴 우려 등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켰다. 해당 사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특히 근거가 미약한 장밋빛 전망만으로 사회 전체에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안 그래도 우후죽순처럼 여러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바로 지난 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2026년 본격 운영되면 13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지역경제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1개의 관광용 케이블카 가운데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그나마 흑자인 곳도 탑승객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은 도외시한 전망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지자체들에 선물처럼 제시한 케이블카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약속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바로 너희들 돈으로라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원도 1호 공약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약속했고 바로 그 약속을 이행했다고 자랑했지만,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국비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한 해 예산이 약 4000억원에 재정자립도가 10%를 겨우 넘는 양양군이 1172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972억원을 대고, 나머지는 강원도가 부담한다.

이처럼 지자체가 케이블카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행태는 최근 양양군민들이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강원도에 감사를 청구한 주민들은 양양군 예산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다면서 추진 과정의 위법성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케이블카 사업비로 인해 복지 예산, 재난 대응 예산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케이블카 사업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아닌 재앙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까 두려워지는 지점이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경향

 

한국의 허파’, 생태 보전-경제 활성화 두 토끼 잡기

영국 케임브리지대 파르타 다스굽타 교수는 세계적인 환경경제학 석학이다.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전 세계 공공재라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브라질 대통령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길 바란다면 당신은 큰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을 소목장으로 바꿀 것입니다.”

11일 열린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고, 국유림 규제를 대폭 풀어 관광열차 등을 설치한다는 산림 활용계획이 발표됐다. 도의 산림자원이 관광자원으로 더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경우 총사업비 1172억 원이 국비 지원 없이 전액 지방비로만 추진되고 있다. ‘원하는 지역마다 케이블카를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지역이 원하면 자체 지방비로 추진하라는 말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난개발의 우려다. 지방비로 대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개발할 경우 난개발로 강원지역의 자연자산이 망가질 수 있다. 강원지역 정치인들이 여야 없이 공을 들였던 강원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규제 권한을 강원지역에 이양했지만, 경제 기여는 불투명하고 난개발 우려만 투명해졌다.

, 여기서 다스굽타 교수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자. 그의 제안을 한국 상황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한국의 공공재인 강원과 경북 지역 산림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풀씨행동연구소가 서울대 이동근 교수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전국적으로 산림 면적이 줄어들었으며 특히 경기 남부, 충남, 충북 등에서 많이 줄었다. 하지만 전남과 경북처럼 오히려 산림이 늘어난 곳도 있었고, 강원처럼 비교적 보전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면적만 놓고 보면 백두대간이 지나는 강원과 경북은 대한민국 산림 면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면 강원과 경북 지역 산림은 한국의 허파인 셈이다.

환경보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함께 풀어나가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원과 경북이 산림 면적이 넓다는 것은 전 국민이 이 지역들로부터 혜택을 받는 생태계 서비스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림은 탄소 저장 및 흡수, 수질 개선, 홍수 완화 등의 조절 서비스와 생물다양성의 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생태계 서비스를 정량화하고 화폐화해 생태보전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연구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개념을 담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였는데 예산이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른다. 생태계 서비스 중 일부인 수질 개선만으로도 연간 1조 원 규모의 수계기금을 조성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다양한 조절 서비스를 보전하고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도의 예산 규모는 수계기금 이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카 대신 보호구역 관리 강화와 연동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강원과 경북에 우선적으로 추진하면 어떨까. 최근 화제가 된 화천군의 돌봄 예산에 생태계 보전 인센티브라는 재원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생태계 보전과 지역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동아

 

기후 공약 살펴보니... “? 국힘이 달라졌나?”

이번 총선은 최초로 기후가 본격 의제에 오른 선거다. 국민의힘이 괄목상대할 만한 공약을 내놓은 반면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다. 보수 정치 진영이 기후 이슈에 본격 뛰어든 첫 무대가 됐다.

이번 총선은 역대 최초로 기후가 본격 의제에 오른 선거다. 2022년 대선 때 ‘RE100’이 공론화되면서 처음 기후 정책의 물꼬를 튼 이래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등 주요 정당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민의힘이다. 말 그대로 괄목상대할 변화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했다. 미세먼지 저감이나 탈원전 정책 철회,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정도를 관련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라기엔 매우 부족했다.

20203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각 정당에 국제사회가 목표로 삼은 ‘2050년 온실가스 제로정책에 대해 질의했을 때 미래통합당은 목표 수치를 정해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7개월 뒤인 202010월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했다.

공약으로만 보면 이번에 국민의힘은 확실히 달라졌다. 1, 2차에 걸쳐 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2271차 공약에서는 22대 국회에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특별회원회가 설치되었지만 기한이 한시적인 데다 입법권이나 예산심사권이 없었다. 그 결과 기후위기 대응 시늉만 한 맹탕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녹색정의당은 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 국민의힘이 상설화를 공약하고 나선 것이다. 입법권 등 실질적 권한 부여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물량 공세도 있다. 기존 교통세, 환경세, 에너지세의 전입 비율을 조정해서 기후대응기금을 현행 24000억원에서 2027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모은 돈은 탄소 다배출 기업에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비용 등으로 쓰인다. 기업에 공짜로 나눠주고 있는 탄소배출권의 유상 할당을 늘리되 이들 기업에 탄소감축 설비 설치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민관합동으로 녹색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는 산업계 이해관계를 주로 반영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29일 발표한 2차 기후 공약에서는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재 전기료 절감, 텀블러 이용 등에 주어지는 녹색생활실천 탄소중립 포인트제도를 확대한다. 텀블러 이용, 재활용품 배출 등에 주는 포인트를 늘리고 자전거 이용 등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7만원인 탄소중립 포인트를 50만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 논의 초기부터 기후 공약에 공을 들였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홍석철 공동본부장은 “1월 중순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시작한 공약 발표를 2월 말 기후 공약으로 마무리한 것도 처음부터 계획된 일정이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이 기후 이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 공약 추가로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7일 기후환경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후 공약을 발표한 뒤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는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 나라들도 원전 폐기 정책을 후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약에서도 원전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있다. 다만 그동안 비용과 건설 시간 등을 따졌을 때 과연 효율적인지를 두고 반론이 끊이지 않았던 대형 원전 대신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을 들고나왔다. SMR의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SMR을 실제로 상용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SMR 역시 타 에너지원에 비해 건설 비용이 비싼 데다 무엇보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미국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SMR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오른쪽)와 이재명 대표. 시사IN 조남진

더불어민주당은 312일 총선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후 공약을 내놓았다. 전반적으로 이미 내놓은 원론적 공약을 되풀이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 시대 구현, 탄소중립형 산업 전환 추진으로 산업경쟁력 향상(한국형 IRA 제정),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등이 그것이다. RE100을 누차 언급하면서 전력망 인프라 확충(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강조한 대목은 지난 대선과 큰 차별점이 없다. 총선 국면에서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거의 없었다.

10대 공약 발표 전 알려졌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이번에 빠졌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때부터 주장해온 사안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후 정책의 전면 전환을 촉구하며 제안한 내용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편 사안이므로 이번 총선 공약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빼게 되었다. 공천 갈등이 커지면서 기후위기 공약을 정리하는 시점이 좀 늦었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업을 탄소중립 전략산업으로 키운다거나, 농촌을 재생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공약은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농촌을 재생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돈 버는 에너지 마을을 조성해 농민에게 햇빛·바람·바이오에너지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이 공약의 골자인데 지금 농촌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 시설 조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부에서 온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농지를 점유하면서 정작 농민은 피해만 입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다. 좀 더 상세하고 정교하게 농촌 공동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첫 번째 과제인데, 이번 공약은 지난 대선 공약을 재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후 재난에 대비한 시민 안전 문제를 강조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 같은 도시 침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하수도 정비 중점관리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빗물터널 및 방수로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AI 홍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사태 사전 예측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있다.

총선 10대 공약을 발표한 지 8일이 지난 320일 더불어민주당은 기후 분야에 대한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다. 312일 발표한 공약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한층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우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다시 등장했고,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국회 기후특위를 상설화하기로 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2035년까지 52%(2018년 대비)로 설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 2040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탈플라스틱 대책 추진을 위한 콘트롤타워 설치, 녹색투자금융공사 설립 등이 추가됐다.

25일 녹색정의당 인재 영입 1호인 조천호 박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으로 탄생한 녹색정의당은 기후위기 의제를 중시하는 정당답게 가장 앞선 공약을 내놓았다. 우선 월 1만원에 대중교통(따릉이 포함)을 무제한 이용하는 기후패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 중인 기후동행카드가 65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파격적이다. 독일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9유로 티켓(13000원으로 근거리 대중교통 무제한 탑승)’과 대등한 수준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도 매우 급진적이다. 이는 유럽연합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42.5%)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22%, 한국은 10% 이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세웠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30%에서 21.6%+α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녹색정의당은 농촌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공약을 내놓았다. 우선 농촌에 지급하는 공익직불금을 기후생태직불금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녹색정의당은 이 제도를 기반으로 친환경농업 비율을 50%로 끌어올리고, 쌀은 100% 친환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농업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을 농어업 재해보상제도로 개정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특정 품목에 제한된 현 제도를 손보고 어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라도 가입케 해 보상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보상해주고 있지만, ‘자연재해성 병충해는 일부 품목(·복숭아·감자·고추 등)을 제외하고는 보상하지 않는다.

기후 의제 건드린 보수 정치 진영

각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기후·환경 분야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국민의힘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심성훈 사회적기업 패밀리파머스 대표, 임형준 농업 스타트업 네토그린 대표, 정혜림 SK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 펠로 등 4명을 기후·환경 분야 인재로 영입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1호 영입 인재로 기후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데려왔다. 박 변호사는 기후·환경 단체인 플랜 1.5’에서 탈석탄 캠페인 등을 주도해왔다. 박 변호사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후보와 경선을 치른 끝에 경기 의정부갑 지역에 공천됐다.

'더불어민주당(312일 발표 공약 기준)'

녹색정의당은 국립기상과학원장 출신인 대기과학자 조천호씨를 1호 영입 인재로 데려와 비례대표 순번 8번에 배치했다. 청년 정치인으로 비례대표 순번 2번을 받은 녹색당 출신 허승규 후보 역시 기후·환경 분야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이번 총선은 보수 정치 진영이 기후 이슈에 본격 뛰어든 첫 무대가 됐다. 국민의힘 기후 공약이 먼저 발표되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등 보수언론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후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의제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122일 환경단체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17000명 대상의 대규모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달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응답자가 62.5%로 나타났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동탄~기흥동탄 나들목 지하화 후 개통상부엔 도심공원

경부고속도로 동탄JCT~기흥동탄IC구간이 지하화 공사를 마치고 오는 28일 개통한다. 상부에는 동탄 1·2신도시를 잇는 연결도로와 도심 공원이 들어선다.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20173월부터 20243월까지 7년간 총사업비 4906억원을 투입한 해당 구간 직선·지하화 공사를 마쳤다고 25일 밝혔다.

경부고속도로 직선화 사업 서울 방향 일부 구간(경부동탄터널).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부고속도로 직선·지하화 사업은 도로 선형을 곡선에서 직선으로 개선(4.7)해 주행성을 높이고, 도심 구간 고속도로(경부동탄터널)를 지하화(1.2)하는 것이 골자다. 터널 내부에는 자동·전연 제연시설, 분무시설, 고온 내화보드, 70간격의 촘촘한 피난연결통로 등 방재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지하화구간 상부에는 동탄 1·2신도시를 연결하는 동서간 연결도로 6개소를 추가 개통해 동탄역 접근성을 높였다. 두개 생활권으로 분절돼있던 동탄 1·2신도시의 도시 간 이동도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선 2개 도로는 오는 6, 보조간선 4개 도로는 오는 12월 개통 예정이다.

지하화구간 상부 일부는 도심 공원으로도 활용된다. 축구장 12배 규모(89729)의 도심 공원 조성공사는 오는 5월부터 202511월까지 진행된다. 동탄역 이용객은 물론 지역주민 간 교류와 소통이 활발한 친환경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게 정부 구상이다.

주종완 국토부 도로국장은 교통시설과 도시공간의 조화로 도로 이용자들은 보다 안전하고, 지역 주민들은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도로 지하화를 통한 도시 공간 이용 효율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경향 심윤지 기자

빙하 위 북극곰발전소 노동자들이 위태롭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후정의동맹 등 참석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북극곰보다 못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 2022, 녹색연합 활동가와 석탄발전 노동자가 만나는 자리에서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했던 말이다. 그는 국민 삶에 필수적인 전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평생 몸 바쳤던 일터는 미세먼지의 주범’,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시민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기에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릴 처지가 됐다. 발전소 건설과 가동이 나라의 결정으로 시작된 것처럼, 문을 닫는 것도 정부 정책의 결과다. 하지만 대화와 대책이 전무한 정부와 회사, 그리고 먼 나라 북극곰은 걱정하면서도 가까운 노동자의 삶에는 무관심해 보이는 환경단체를 향한 서운함과 답답함에서 나온 말이었다.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발전소 28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이미 6기가 문을 닫았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특히 비정규직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빙하 위 북극곰 만큼이나 발전소의 노동자는 위태롭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원인 석탄은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구 온도 1.5도 제한 목표에 비춰볼 때 한국의 탈석탄 계획이 충분하진 않지만, 석탄발전소를 빨리 줄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탈석탄은 당장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탈석탄의 과정과 결과 모두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 기후운동과 노동자들이 함께 정의로운 전환을 말하는 이유다.

놀랍게도 한국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중 74%가 석탄발전소의 폐쇄에 동의한다. ‘고용이 보장된다면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이런 선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단지 일자리 문제만은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으로의 전환이다. 노동자와 기후·환경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생산이어야 한다. 지금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위해 기꺼이 일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발전 공기업들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은 기후위기 시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 중 공기업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은, 국가와 공공이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증거다. 발전 공기업은 이제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 그럴 때, 석탄발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 최근 공공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등장한 배경이다.

당장 내년부터 충남 태안의 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오는 330일 전국의 발전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가 태안을 향한다. 1천여명의 행진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기후재난으로부터 모두의 존엄과 안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더라도 노동자와 주민의 삶이 폐쇄될 수는 없기때문이다.

선거 시기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관권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전국을 다니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재개발 규제 완화, 철도 지하화, 그린벨트 해제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개발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실효성 있는 기후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민생안에 조만간 문 닫는 석탄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삶은 없다. 선거는 기후위기 너머 어떤 세상으로 나갈지를 논의하고 토론하는 장이 돼야 한다. 북극곰도 발전 노동자도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 기후위기를 넘어선 세상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말을 쏟아내기 전에 먼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330일 태안에서 들려올 발전소의 북극곰, 빙하 위 노동자의 목소리를.

황인철 |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한겨레

 

시니어 기후유권자들 농사 지으며 몸으로 위기 체감

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노년층 인권위 기후진정 후속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째가 한상훈 60+기후행동 공동대표. 기후솔루션 제공

“20년 가까이 시골에 살면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많이 느낍니다.”

2006년 귀촌해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마을에서 18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상훈 60+기후행동 공동대표는 기후 변화를 체감한다. 한 대표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년층 기후환경단체인 60+기후행동과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주최한 노년층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진정 후속 기자 간담회에 참여해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진 생활상에 대해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가 되면 (더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 해가 떨어질 때쯤 나가서 일한다이런 식으로 노동시간이 밀리는 게 10여년 전부터 계속돼왔다고 전했다. 마을의 7080대 어르신들이 이 지역에 한 번도 수해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했는데, 지난 2020년에 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우리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골짜기에 있는 집은 도심보다 서늘해 선풍기조차 필요 없었지만, 몇 년 전부터 여름 폭염을 견디기 힘들어 에어컨도 설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한 대표의 생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계속된 기온 상승으로 갈색날개매미충이나 미국선녀벌레 등 해충들이 늘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기온 상승으로 열매 작물의 생육 기간이 짧아졌다고도 했다. 그는 오이나 토마토는 10월까지 수확해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했는데, 2~3년 전부터는 거의 8월 말에서 9월이면 수확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엘리자베스 스턴 스위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이사가 연대 메시지를 전했다. 이 단체는 65살 이상 여성 2500명으로 구성된 환경단체로 세계 최초로 시니어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세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이에 단체는 유럽인권재판소에 스위스 정부를 제소했고, 올봄 중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스턴 이사는 한국 시니어 단체가 도전하는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여러분의 활동이 많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전국 국민 17천 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인식 조사를 했을 때 60살 이상 고령층이 기후위기 문제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고령층은 한국에서 기후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직접 겪어, 이 문제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세계가 외면하는데... 대한민국 볼모로 한 윤 대통령의 집착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여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일뿐,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또한 세상을 구할 신기술인 양 SMR(소형모듈형 핵발전소) 연구개발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강남에 SMR을 지을 수 있겠느냐?'는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던진 'RE100(재생에너지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RE100이 뭐죠?'라며 되묻고, EU 택소노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해 논란을 빚었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김보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전기본)에는 2036년까지 원전을 비중 22%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38%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완전히 정반대로 돌려놓았다. 원전 비중을 35%10% 이상 증가시키고, 재생에너지는 30%로 줄여 10차 전기본을 확정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총 26기의 원전이 설치되어 있고, 영구정지 2, 건설 중 2, 건설 예정 2기를 포함하면 총 32기의 원전을 갖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올해 발표 예정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신규 원전 3~ 4기의 추가 건설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으로 원전 최강국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울진 지역에 건설 예정인 신한울 3·4호기까지 생각하면, 모두 9기의 원전이 모여 있게 되어, '원전 밀집도' 세계 최대가 될 것은 확실하다.

원전 밀집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 총 24기 중 고리2(2024), 고리3(2024), 고리4(2025), 한빛1(2025), 한빛월성2(2026), 월성한울1(2027), 한울2(2028), 월성4(2029), 한빛3(2034) 11기의 원전이 줄줄이 설계수명만료가 다가와 있다. 원전 비중을 확대하려면 필연적으로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잘못된 탈원전 정책을 바로잡는다며,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최대 5년 앞당기기로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수명 연장 가능성이 있는 원전이 현행 10기에서 최대 18기로 늘어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2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웹사이트에 '원전 사고·고장' 정보로 분류돼 있는 모든 사건 보고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리 1호기'에서 1979124일 증기발생기 수위 저하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정지한 사건부터 20231213'한빛 2호기' 출입통제건물 전열기 제어판이 화재로 손상된 사건까지 45년간 원자력 안전규제 당국에 보고된 사건은 모두 776건이라고 한다.

원자력 사건 등급은 경미한 고장인 0등급부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7등급까지 8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1등급은 '기기 고장, 종사자의 실수, 절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태', 2등급은 '사고를 일으키거나 확대시킬 가능성은 없지만 안전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으로 정의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국내 원전에서 고장 발생이 1990년대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 상태' 혹은 '안전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1·2등급 고장은 증가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원전의 노후화'1·2등급 고장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중대사고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원전 수명연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해 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원전 안전에 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일례로 가동원전의 고장과 사고 최소화를 위한 혁신 예측 기술과 피해 최소화 대응 연구개발 등의 안전 예산을 30% 이상 삭감했고, 원전 안전 부품 기술개발 관련한 예산은 94%나 삭감시켰다.

현재 원전 부지마다 고준위핵폐기물이 꽉 차있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에 관한 연구와 공론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더 이상 원전을 가동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이는 원전 확대 정책을 위해 원전 지원 관련 예산을 15배 가까이 증액한 상황과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다. 원전 가동 정지 같은 안전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SMR 개발 등 원전 안전에 대한 부분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원전 정책,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가는 대한민국

2023년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보고서(WNISR)에 따르면, 원전 투자 규모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확대되다가 그 이후로는 증감을 반복하며 연간 500억 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22년 기준 재생에너지 투자는 태양광 3000억 달러, 풍력 약 1700억 달러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2023년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 용량이 507GW에 달하며, 이는 2022년 보급용량보다 50%가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2025년 초에는 역사상 최초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전 건설 추이를 보면, 1979년 최고치(234)를 찍은 후에 급격히 감소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늘어났으나,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전 세계 원전 발전량 비중도 1996년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20229.2%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차 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2.1%)이 가장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는 낮추고 원전 발전량 비중 목표는 높였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파격적인 에너지 전환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원전은 대안이 될 수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참사 13주기인 지난 11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탈핵, 안전, 기후정의 투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보성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각 국가들은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산업화 이후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이번 세기말까지 1.5도씨 이내로 억제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과학 자문단에 따르면, 현재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은 이미 1.4도씨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기에 축적되어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의 온실가스는 주로 화석 연료의 생산과 연소에서 발생하고, 이미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인 가뭄, 홍수, 폭염, 혹한, 산불 등 기후재난이 심각해졌고, 빙하와 영구동토층에 얼어있는 메탄층이 녹아 나오면 지구온난화는 예측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이에 '1.5도 목표'는 기후위기를 막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밖에 없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를 모두 지킨다고 하더라도 2100년에는 기온 상승이 최소 2.8도씨에 달해 수십억 인구와 지구 생태계에 재앙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전은 일단 석탄이나 가스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보인다. 그래서 기후위기의 대안이 원자력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으나, 그 속 내용을 살펴보면 원전은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도 없고, 청정에너지도 아니다. 연료에 사용되는 우라늄 채굴부터, 핵연료로의 가공과정, 마지막 고준위핵폐기물 영구 처분까지 생각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원전 노동자들이 입던 차폐복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을,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핵폐기물은 방사능이 낮아지는데 10만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지하수 오염 가능성 등이 없는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는 모두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현재 핀란드밖에 없을 정도다.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원전 사고는 삶의 터전을 완전히 파괴하고 만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정책은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며 기후위기와 경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다. 2023년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로 이는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2002년에 438기였지만, 2023년에는 407기로 줄었으며, 지금도 새로 가동되는 원자로보다 영구 폐쇄되는 원전이 더 많은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온실가스 순배출량 감소에 대한 잠재적 기여도는 더 적고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은 원전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2018년 기록적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는 냉각수로 사용하던 강물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페센하임 원전 4기를 가동 중단시킨 적이 있다. 핀란드 로비사 원전도 냉각수로 사용하던 발트해의 수온 상승으로 원자로 출력을 낮춘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폭염 등의 기상 이변으로 해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해양 생물로 인해 원전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해양 생물 '살파' 때문에 두 차례나 한울 1,2호기의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2021.3.22/4.6) 살파가 원전의 취수구에 대량 유입되며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살파는 독도 주변과 남해에 서식하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해수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쉽게 나타난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심화될수록 살파와 같은 해양 생물이 유입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전, RE100,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총 622조 원이 넘는 민간 투자를 통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필요한 전력 규모를 감당하려면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산업부는 2050년 완공 목표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LNG 가스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 등의 전력을 장거리 송전선로를 신설하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마존, 애플, 구글, BMW, GM, 등 다국적 기업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RE100 채택을 필수로 선택하고, 납품 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경우, 비관세 무역장벽의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2026년부터 철강 등 6개 품목은 탄소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 명운이 걸렸다고 주장하는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는 RE100이 없다.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도 화석 연료 기반과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에너지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형성된 대량생산과 소비, 무한 성장 중심의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기후 적응과 정의로운 전환 방안이 촘촘하게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오로지 '원전'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정말 답답할 따름이다.

에너지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지금처럼 원전만 앞세우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현실로 만들 수 없다.

원전은 기후 위기의 대안이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진흥 정책은 당장 멈춰야 한다.

최경숙(incorona)/ 오마이뉴스

 

탄소중립 기본계획 세운 부산시 실천 지켜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 줄여야

해양 분야 지원 등 특화정책 힘쓰길

부산시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5% 줄이겠다는 탄소중립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시는 26일 박형준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이 지난해 4월 확정됨에 따라 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8개 부문 101개 과제로 구성된 기본계획안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기후 위기 없는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실현을 비전으로 세웠다.

국제 사회는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6년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거쳐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EU), 2020년 중국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수립하게 됐다. 탄소는 산업화가 지속될수록 배출이 늘어나는 화석연료 사용 부산물이다. 탄소는 지구 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골칫거리다. 이런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어 기후 위기를 막자는 게 탄소중립이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하지만 경제 산업 분야에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시가 기본계획에서 탄소중립과 함께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다.

부산에는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조선 자동차부품 철강생산 등 제조업체가 많다. 이들 중 99.8%는 탄소중립에 취약한 중소기업이다. 제조업체 대부분이 해당 분야 준비가 안 된 셈이다. EU가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2026년 본격화하면 부산 울산 경남 기업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철강과 시멘트 등 대상품목 업체들은 친환경으로 제조공정을 바꾸거나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이 부담스러운 선박 출입이 잦은 항만도시라는 점도 부산이 탄소중립 도시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산업 건물 수송 등 각 부문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정책을 발굴하는 등 제도 개선과 재정적 지원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신축 건물의 제로 에너지화, 기존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지원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친환경차 보급에 앞장설 계획이다. 수소클러스터 구축, 수소 활용 확대 및 인프라 구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개발 및 실증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해양 분야 녹색산업·기술 지원, 폐기물 집적단지 조성 등 부산 특화 탄소중립 정책도 수립해 기대가 크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정책 방향 제시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긴요하다. 감축 목표만 세우고 세부적 달성 방안이 없다면 허울뿐인 환경대책이다. 시는 최종보고회에서 나온 의견은 물론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실행 가능성을 한번 더 점검해야 한다. 또한 부산 기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 투자를 적극 도와야 녹색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마땅하다.국제신문

기후 위기 대응···전북 80개 학교 저탄소 환경급식

20237월 김제영양교과동아리 소속 영양교사들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잡곡밥, 채개장, 생선 강정, 카레크림우동, 오이무침, 과일공동 채식 식단을 개발해 학교 상황에 따라 식자재나 조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저탄소 환경급식 실천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과정에서 메탄가스 등을 뿜는 육류 대신 채식으로 학교 급식을 제공한다고 21일 밝혔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80개 유···고에서 다음 달부터 저탄소 환경급식을 한다.

저탄소 환경급식은 채식 위주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육류 소비를 줄여 학생의 건강을 지키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시키기 위해 추진된다. 채식 급식 횟수는 주 1회를 원칙으로 하며, 해당 학교에는 관련 시설비 200만원씩을 지원한다.

앞서 전북교육청은 채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식단도 개발해왔다. 저탄소 중점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저탄소 환경급식 프로그램과 수업자료를 개발·적용하고, ‘저탄소 채식의 날을 월 2회 이상 진행했다.

이들 학교는 매주 고기 없는 월요일과 학교 텃밭, 채소 자율배식대 운영, 제로웨이스트 실천, 학부모와 교직원 연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김제영양교과동아리 소속 영양교사들이 초등학교 9곳과 중학교 1, 고등학교 3곳이 참여하는 저탄소 환경급식 실천 캠페인을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13곳 학교에서는 김제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의 기호도와 만족도를 반영한 잡곡밥, 채개장, 생선 강정, 카레크림우동, 오이무침, 과일공동 채식 식단을 개발·적용했다. 공동채식 식단은 학교 상황에 따라 식자재나 조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식자재 공급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과 학생 건강을 위한 학교급식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 지속해서 대상을 확대하고 환경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단 미끼로 동의 얻고 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농촌 곳곳 복마전

농본대표 하승수 변호사 기업이 돈 벌고 떠나면 지자체가 세금으로 사후관리

한국에서 농촌은 식민지와 다름없는 처지다. 주민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자본과 권력을 쥔 기업의 개발 앞에 속수무책이다. 산을 깎아 돌과 모래를 건설자재로 팔고, 그 땅 위에 산업단지나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는다. 산업단지 분양이 어려워지면 통째 산업폐기물 매립시설로 변경하는 곳도 있다. 지역소멸을 막자고 하면서 아무도 오지 않을, 있는 이마저 떠나게 만드는 농촌을 만들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각지의 농촌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이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은 비영리 공익법률센터 농본이다.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으로 잘 알려진 하승수 변호사가 충남 홍성에 귀촌해 꾸린 단체로,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농촌 주민에게 법률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한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지난 320일 주간경향과 만나 농촌에서 벌어지는 폐기물 매립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발생지 책임 원칙과 공공성 강화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 중이던 20213월 농본이 문을 열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잘 해결되지 않고 누적된다. 그래서 하는 일의 가짓수가 많아지고 있다. 도시에 살 땐 생활폐기물만 신경 썼는데 농촌에 귀촌해 살다 보니 산업폐기물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기업이 농촌을 앞으로 살아야 할 공간이라기보다 투기하고, 이윤을 뽑아낼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를 정부는 방조한다. 지금 농촌은 산업폐기물만이 아니라 온갖 난개발과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기후위기를 말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농업과 농촌은 별로 이야기가 안 된다. 지금 문명 전환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 바탕은 농촌과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농지와 마을이 수용되고,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충북 진천의 관지미마을이 대표적이다. 주민 절대다수가 반대해도 마을을 없애고, 농지를 수용해 산단을 조성하던 태영건설이 지금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전국에 산단 자체가 모자라지 않고, 산단에 실입주해 실제 가동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또 산단을 만들면서 농지와 임야를 대거 수용해 훼손하는 건 환경적으로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요즘 산단과 폐기물매립장을 패키지로 같이 추진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늘고 있다. 산단에서 손해를 봐도 매립장에서 이익을 얻으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단 개발이 아니라 매립장 건설이 본래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산단을 가동하면 폐기물이 나오니 어쩔 수 없이 매립장이 들어오는 논리여야 하는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됐다.”

산업단지를 통째로 폐기물 처리 단지로 바꾸면 수천억원대 특혜라 정경유착 의심될 정도. 특히 위험한 산업폐기물은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감량도, 관리도 가능하고 과도한 산단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SK·태영 같은 대기업이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산단에 (폐기물매립장을) 끼워서 편법으로라도 인허가를 받으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천의 대진산업단지의 경우 SK에코플랜트가 시공사였는데 지금은 전면에 나서서 사업 시행자가 됐다. 처음 주민들은 우주항공 관련 제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찬성했지만 지금 분양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이곳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를 만들려고 한다. 계획변경허가를 받아 산업폐기물단지로 바꾸려고 한다. 산업단지를 통째로 폐기물 처리 단지로 바꾸면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받는 셈인데 주민으로선 황당할 뿐이다. 농촌 곳곳이 복마전이 됐다.”

-충남 당진 고대부곡매립장이나 경기 화성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 업체 부도로 지자체가 사후관리 부담을 떠안고 있다. 수익성이 높다는데 부도가 날 수 있나.

매립을 할 땐 돈이 되는데 매립이 끝난 후 30년간 사후관리할 때는 비용만 든다. 그러니까 업체가 나쁘게 마음먹으면 돈 벌 때만 벌고 사후관리할 땐 껍데기 예산만 남기고 부도를 낼 수 있다. 당진의 경우 매립으로 돈을 번 업체가 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고 부도가 났다. 매립장으론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엉뚱한 데 투자했다가 날리고 나자빠졌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가 그래서 중요하다.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는데 더 위험한 산업폐기물은 민간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이나 국토계획법은 행정관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그러면 환경영향이나 폐기물 처리시설의 적합성, 주민에게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판단해야 하는데 지자체도, 환경부도 그렇게 안 한다. 행정의 부실이 아니라 정경유착이 의심될 정도다. 주민들은 이미 절차가 진행되고, 건축되는 중에 관련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불법 폐기물 문제도 심각하다.

산업폐기물은 유해성이 강할수록 처리단가가 높은데 불법 폐기물로 유통돼서 매립하면 비용이 안 드니 굉장히 수익성이 높은 환경범죄 사업이 된다. 종량제나 음식물 쓰레기는 다 관리 범위 안에 있어서 불법 폐기물은 사실상 산업폐기물이다. 돈 벌기 딱 좋은 사업이라 조폭과 연결돼 있다는 말이 있다. 불법 폐기물 문제도 따라가다 보면 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맡긴 게 가장 큰 이유다. 환경부는 사회적 문제가 되면 단속할 뿐 이후엔 흐지부지된다. 구조적으로 산업폐기물 전반을 공공이 관리하지 않으면 불법 폐기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

-발생지 책임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 구역을 없앴다고 하는데, 폐기물은 눈에 안 보이는 순간 자기 문제가 아닌 게 된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 산업폐기물이 우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면 그걸 다 우리 지역에서 떠안아야 한다. 산단도 없는 엉뚱한 농촌 지역에 가져와 매립·소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감량도, 관리도 가능하고 과도한 산단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 환경 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환경부에서 공공폐자원시설법을 마련해 공공매립장·소각장을 시범적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지원금을 준대도 신청한 곳이 없다. 발생지 책임 원칙을 먼저 세우면 각 광역지자체가 처리 부담을 지니 논의에 참여할 텐데 전국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으니 아무도 신청 안 했고, 결국 법이 사문화됐다.”

-정부는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환경범죄는 장기간 사회적 피해를 주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복구하거나 사후처리해야 한다. 다른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굉장히 약하다. 불법 폐기물도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피해에 비하면 너무 약하다. 수사해야 하는 주체도 모호하고 서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규제를 약화하려고 한다. 지금 있는 환경영향평가도 주민들은 왜 하냐고 말할 정도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 업체는 온갖 꼼수를 부려 인허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하루 100t 이상 소각하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업체는 하루 99t만 소각하기로 한 후 인허가를 받는다. 일단 인허가받으면 증설은 쉽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규제도 회피하는 상황에서 그걸 강화하지 않고 규제라는 이름으로 완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평가 과정 중 주민 정보 공유도 안 된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공개하면서 정작 중요한 본안은 협의가 끝날 때까지 공개가 안 된다. 주민들이 환경부·환경청을 불신하는 이유다.”

-향후 계획은.

검찰 특활비 소송은 작년 4월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검찰이 일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2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문제는 총선 후 22대 국회에서 법 개정 운동을 벌일 텐데 국가적 법 개선만 기대할 수 없어 각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자구적 노력을 병행하려 한다. 대도시에는 대부분 환경영향평가 조례가 있지만 정작 필요한 도 단위에는 없는 곳이 많다. 있어도 내용이 미흡한 곳이 많아 하반기에는 환경이나 농촌 난개발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조례를 제·개정하는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

주간경향 주영재 기자jyj@kyunghyang.com>

가덕도신공항 반대 시민 1천여명 "건설 기본계획 취소" 소송

서울행정법원서 회견 "용역도 안 끝낸 상태에서 기본계획 고시"

절차적 오류와 부실, 기만으로 점철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지금 당장 철회하라!”, “기후위기 대응 역행하고 멸종 앞당기는 가덕도신공항 백지화하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326일 오후 3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가덕도신공한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장 접수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멸종반란 회음 활동가의 사회로 국민소송인단 대표 하계진의 발언, 법무법안 자연 최재홍 변호사, 멸종반란 랑 활동가의 연대발언, 습지와새들의친구 강성화 국장,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이나경 수녀,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의 기자회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1229일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허나 이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무시한 행보다. 이 기본계획의 수립 용역이 완료되지도 않은 채 이를 고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위법성은 기본계획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법 제 86항에 의하면 국토교통부장관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 기본계획을 변경하였을 때에는 (···) 그 내용을 고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118일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일시 중지상태였다. 수립 용역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한 것이다. 이는 분명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하는 위법 행위다.

또한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만들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로 33일부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밝힌 이번 환경영향평가의 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20개월로, 완료 시기가 202510월로 예상된다. 그런데 실체 없이 던져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건설 착공 시기는 202412월이다. 생태계와 자연 파괴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 착공 전 반드시 완료되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절반도 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이 모든 행보가 명백한 절차적 오류이자 국민, 부산 시민에 대한 기만임을 거듭 밝혀왔으나 국토부장관은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이를 막고자, 지난 2월부터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인단을 모집해왔다. 그 결과 1천 명이 넘는 국민들이 이에 참여해 가덕도신공항 건설 반대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힘을 받아 326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정부를 상대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 들어갔고, 같은 시각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이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송을 대리하게 될 변호인 중 한 사람인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무리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결함과 모순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파리공단엔지니어링(ADPi)으로부터 '11개 항목 중 8개가 꼴찌'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안전성 부분에서도 가장 심각한 평가를 받았고, 특히 외해와 인접해 있는 입지 조건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어 태풍과 지진, 해안 매립에 따른 연약지반으로 활주로 부등침하의 위험까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정치적 이해타산을 고려하여 정상적인 공항 시설법상의 절차로서는 도저히 가덕도에 공항을 설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발의라는 위헌적 발상을 재개했다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재홍 변호사는 특히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위헌 사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평가 항목에 대안이 누락되어 있고 토지 이용 계획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해, 밀양과 같은 지역들을 원천적으로 검토할 수 없게 만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환경법을 무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치명적인 위법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소송인단의 하계진 시민 대표는 아름다운 산과 강, 바다, 그리고 거기에 기대어 살던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부산이 지금 도처의 폭력적인 개발로 망가지고 있고 악착같이 살아오던 사람들마저 떠나고 있다. 아파트에, 도로에, 수많은 터널을 만들고 있지만 모두가 떠날 수밖에 없는 개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럼에도 이 무분별한 개발이, 특히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의문을 가지는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건설자본과 정치권의 야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음을 꼬집었다.

하 대표는 만인을 일시적으로 속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만인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소송인단 대표로서 광기에 휩싸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사법부의 이성에 기대어보겠다고 덧붙였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다룬 기사는 2건 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멸종반란의 다른 다섯 명의 활동가와 함께 민주당사에서 이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는 불복종 직접행동을 감행했던 랑 활동가는 이에 대해 9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진 데 대해 개탄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신공항 짓지 말라고 외친 것이 주거 안녕을 해치는 죄로 처벌받는다면, 기후재난을 가속화하는 신공항 짓는 사람들은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인데, 그 특별법을 통과시킨 생태학살자들은 뻔뻔하게도 자신들에게 아무 죄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국회는 자신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특별법을 졸속 통과시키는 암울한 시대다. 그렇다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끝까지 힘 모아 신공항 건설 막아낼 수 있도록 멸종반란도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끝으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에 속한 단체 구성원이자 이번 국민소송의 주체이기도 한 습지와새들의친구 강성화 국장,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이나경 수녀,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지금 인간과 비인간 동물, 생태계는 기후붕괴와 대절멸의 위기 속에 생존과 삶의 안녕을 위협받고 있음을,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신공항 건설 계획은 이 엄중한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비민주적이고 반시대적인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의 과제는 신공항 사업을 비롯한 거대 토목사업과 난개발이 아니라,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통해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생존과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금융회사 기후 리스크측정손실 따져 경영에 반영

서울 중국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회사들이 기후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연내 시행한다. 이상 기후로 인한 담보 가치 하락이나 고탄소 기업의 재무적 위험에 따른 손실 등을 측정해 금융 정책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27일 국내 탄소중립 정책 및 기후변화 전망 등을 반영한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해 15개 국내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저탄소 전환이나 자연재해 대응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해 거시경제나 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여신 및 투자 손실로 이어지는 과정을 계량화 한 기후 리스크 측정 수단이다. 예컨대, 이상 기후로 인한 침수나 화재로 금융회사가 보유한 담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화석연료·고탄소 기업의 주식·채권, 채무상환능력 등이 하락해 입게되는 손실 등을 계량화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기업별 탄소배출 정보 등을 활용해 대출·보증·투자 위험과 손실,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게 된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는 케이비(KB)·신한 등 7개 은행과 삼성·교보 등 8개 보험사가 참여한다.

이대건 한은 지속가능성장연구팀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들은 2~3년 전부터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금융 정책과 기후 공시 등에 반영하고 있다중장기적으로 금융기관들은 기후 리스크 측정 결과를 활용해 저탄소 금융 비중을 늘리는 등 경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올해 상반기 중에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하반기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연말께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온실가스 메탄, 위험해한국 17개국 중 가장 잘 알아

글로벌 메탄 허브국제 설문 조사 결과

한국 응답자 92% “메탄감축 행동지지

석탄과 석유에 포함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화석 연료의 부산물인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농축되기 시작하면서 기후위기를 자초했다. 픽사베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세계 17개국 시민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는 메탄 감축을 추진하는 단체들의 국제 연합체인 글로벌 메탄 허브가 한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독일, 인도, 이탈리아 등 6개 대륙, 17개 국가의 18세 이상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27일 발표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대기 중에 존속하는 기간이 짧으면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82배나 돼, 감축에 따른 온난화 억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온실가스다. 이에 따라 메탄 감축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정책으로 꼽힌다.

글로벌 메탄 허브의 설문조사에서 메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메탄이 기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국인 응답자 비율은 54%, 조사 대상 17개 시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시아태평양(APAC) 국가 평균은 40%였다.

설문에 참여한 약 800명의 한국 시민 가운데 메탄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행동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도 92%나 돼 17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 응답률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평균 보다 6%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기후 위기 최소화를 위한 행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93%,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두번째로 높았다. 이 질문에서 1위는 95%가 긍정 응답한 중국이었다.기후변화가 개인에게 강하게 미치고 있다는 데 대한 한국 시민들의 긍정 답변률은 49%,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인도(58%)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이전에 메탄 배출량을 30% 줄여야 하는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하고, 지난해 11월 메탄 감축 계획을 담은 ‘2030 메탄 감축 로드맵도 발표했다. 하지만 로드맵에 연도별 감축 목표량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 메탄팀 이상아 연구원은 설문 결과로 확인하듯 우리나라 국민들의 메탄 감축 정책에 대한 지지는 분명하지만 정책이 이러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국민들이 원하는만큼 메탄을 효과적으로 감축시키기 위해 메탄 관련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윤 대통령 지시에...국토부 개발사업 머리 맞댄 환경부

대통령 전략적 인사교류후속 조처

환경부-국토부 정책협의회구성

용인 반도체산단 신속 조성첫 목표

환경단체 환경부 역할 망각우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용인시 제공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환경 보전국토 개발등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상호 이해 확대와 협업을 하겠다는 취지로 환경-국토 정책협의회를 발족했다. 두 부처는 28일 오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용지에서 반도체 국가산단 신속 조성을 핵심 목표로 내건 첫 회의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정책협의회는 지난달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시된 전략적 인사교류의 후속 조처다. 두 부처의 경우, 환경부 자연보전국장과 국토부 국토정책관이 자리를 맞바꿔 일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전에 방점을 둬야 할 환경부가 개발 논리에 밀려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8일 열리는 정책협의회 킥오프회의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환경영향평가와 토지보상 등 신속한 행정절차 추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기업의 투자 적기 지원을 위한 용수 공급 사업 추진 상황 등에 대해 발표한 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지원하는 17600억원 규모의 용인 국가산단 용수공급사업은 지난달 27일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확정된 바 있다. 환경부는 2031년부터 팔당댐과 동탄·오산 지역의 하수재이용수 대체 물량으로 하루 20의 용수를 공급하고, 2035년부터 화천댐의 발전용수를 이용해 하루 60의 용수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 사업의 대규모 수도 공사 예타 면제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2031년에는 산단이 실제 가동되어야 하니 절차를 역순으로 따져봤을 때 일정이 가능하도록 면제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정책협의회 회의에 앞서 양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동 성과 창출에 나설 계획이라며 산단 조성에 따른 환경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발 공사에 대해 신속 조성을 강조하는 정부 움직임에 환경부가 힘을 보태는 모양새에 환경단체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용수공급사업 예타 면제에 대해 하수 재이용 등 물을 재생해서 사용하는 취지는 좋으나 그것이 실질적으로 경제적인지, 이로 인해 에너지를 더 쓰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경제적 효율성과 함께 환경적 효율성도 고려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환경부 자연보전국은 국민이 자연환경과 공존하고 미래세대가 국토를 잘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드는 곳이라며 환경부가 총선 시기에 이렇게 대대적으로 양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환경부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문경새재 옛 과거길 위 하늘길 열린다" 주흘산 케이블카

백두대간 중심 국민 관광지 경북 문경새재와 옛 과거길을 둘러싼 주흘산 위로 하늘길(?)이 열린다. 문경시는 오는 420일 문경새재도립공원 4주차장에서 문경새재주흘산케이블카 기공식을 열고 본격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문경새재와 대한민국 명산인 주흘산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는 내년 말쯤 설치돼 문경 관광객 증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광도시 문경시는 문경새재에만 연간 250만명이상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 제대로 관광하려면 많이 걸어야 하고 힘이 들어 관광객들이 아쉬워 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문경새재 주흘산 관광 이제 케이블카로

문경시는 케이블카 사업의 전제조건인 타당성 조사와 환경부 당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예산 490억원을 들여 2025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후에는 문경관광진흥공단에 위탁 또는 직영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4주차장 인근에 하부승강장을 설치해 주흘산 1100m 정상 관봉 부근에 상부승강장을 설치한다. 직선거리 1.86km10인승 38대가 운영,시간당 최대 1500명 수송이 가능하다.

문경시는 케이블카가 운영되면 문경새재 관광객들의 접근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흥미와 스릴만점의 관광체험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객 및 관광객 체류시간 증가로 지역주민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 연말이면 서울에서 1시간 7분이면 도착하는 고속철도가 완공돼 수도권 관광객의 빠른 유입효과도 기대된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 설레이는 주민 기대감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주흘산은 해발 1106m인 백두대간 중심이자 문경새재를 거쳐 올라가는 문경의 진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산성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자태가 매우 웅장하다. 마치 스핑크스가 누워 있는 것 처럼 신비스럽기도 하다.

케이블카로 정상을 오고가면서 문경새재 1관문 등 옛과거길을 하늘에서 조망할 수 있으며 문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변의 백두대간 능선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대단한 풍광이다.

문경시민을 비롯해 문경새재 주변 상인, 관광객 등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민 김영국(61)씨는 "아름답지만 광활한 문경새재와 주흘산의 경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경새재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69)씨는 "단풍철과 축제 등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문경을 찾고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에 케이블카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자체조사결과 문경 관광객이 1년 통틀어 400~500만을 다녀가는 등 숫자적으로는 많으나 평균체류시간이 4시간 밖에 되지 않고 1인당 쓰는 돈이 평균 3천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문경 관광이 체류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속에 케이블카를 추진하게 됐고 문경새재와 주흘산의 경관에 너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도 많았다"고 말했다.

고도현 대구 매일신문

 

케이블카 예정지 환경평가위해 1등급 나무 벤 문경시?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016.html

 

도시 심은 데 도시 나고, 촌 심은 데 촌 난다

김현권, 임미애 두 후보의 건승을 기원하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당신이 행한 대로 거둘 것이다. 인과응보다. 대략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발표된 이번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고 생각 난 말이기도 하다. 비례대표로 선출될 것 같은 순번의 후보에 농민 후보는 딱 한 명이다. <더불어민주연합>13번 순위 임미애 후보다.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1992년 남편의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귀촌해 농사를 지으며 풀뿌리 정치를 실천해 온, 내가 얘기하는 공정귀촌의 한 모습으로 살아온 후보다. <더불어민주연합> 30명의 후보 중 22번 조원희 후보도 농업인 후보지만, <조국혁신당>비조지민선거 전략으로 인해 이번에 선출되기는 힘들 것 같고 22대 국회 회기 동안에 순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총선 비례대표에서도 홀대받는 농민, 농촌, 농업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35명의 후보 중에는 농업인이 한 명도 없다. <녹색정의당>14명의 비례대표 중 5순위 김옥임 후보가 유일하다. 그러나 당선을 기대하기는 역시 어렵다. <새로운미래> 11, <개혁신당> 10, <자유통일당> 20,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 25명 중에도 농업인은 한 명도 없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38개 정당 중 농어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2023년 창당한 <한국농어민당>이 김보경, 김도건 두 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지만, 두 후보가 국회의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란 힘들다. 소수자를 대변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직능대표를 뽑는다는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 농민, 농촌, 농업은 각 당에서 소수로도, 직능적으로도 홀대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구에서는 농업인 출신이 있을까? 선거 결과를 아직 알 수 없으니 21대 국회의 상황을 살펴봤다. 중앙선관위 당선인 통계를 보면 농··수산업 직업의 당선인은 지역구, 비례대표 통틀어 1명도 없다. 아래 표는 올해 초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21대 국회의원 직업배경이다.

위 표를 보면 도시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촌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20대 국회 때는 어땠을까? 지역구는 1명도 없다. 비례대표로 딱 1명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현권 의원이었다. 앞서 소개했던 <더불어민주연합> 임미애 후보의 남편이기도 하다. 김 후보도 이른바 386운동권 출신으로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다가 고향인 경북 의성군으로 내려가 마늘 농사를 지으며 지역 일꾼으로 살았다. 그도 역시 내가 얘기하는 공정귀촌인이다. 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험지로 여겨지는 경북 의성에서 2004, 2012년 출마해 낙선하고 2016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순위 6번으로 당선됐다. 그는 의정활동 중 공익형 직불제, 소농직불금 등의 제도화에 기여해 농업ㆍ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촌 심은 데 촌이 난 것이다.

지식인 출신 정치인이 투명인간소농 살릴 수 있을까?

도시 지식인 출신 국회의원이 촌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열심히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다. 지난 정부 시절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한다며 태양광 패널을 논과 임야에 마구 건설한 게 그 단적인 예다.

위 표에서 보듯 농지 면적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내가 사는 마을은 산지가 많은 가평군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논이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농업진흥구역이고 보전관리지역이다. 그런데 이 논을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을 이 지역 선거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자랑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가평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최근 사과 값이 올라가자,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수입 과일·농산물·가공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풀겠다" 라며 그 방안을 제시했다.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에 익숙한 도시민들에게 반도체, 자동차 팔아 농산물 수입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그리 낯선 발상도 비합리적인 해법도 아닐 것이다. 민주적이라는 이름으로 문자 폭탄을 날리는, 정보화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의 의견을 다수의 민심으로 해석한다면, 직업군 중 정보화 역량이 가장 낮은 농업인 그리고 초고령화된 촌의 주민들은 대한민국에서 투명인간이 될 뿐이다. 기후위기가 식량위기가 되고, 식료품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어도 도시민들은 이번의 사과 파동을 과거의 배추 파동’, ‘고추 파동처럼 종종 겪는 불가피한 또 하나의 파동쯤으로 간주하며 또 힘들고 팍팍한 도시 생활에 몰두할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의 농민, 농촌, 농업은 지금까지처럼 뒷전일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우리 농민의 대다수는 소농(小農)이다.

필요한 농산물은 수입해서 먹고, 국내 농업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공장식 생산과 이를 위해 한 농경지에 한 작물만 심는 단작(單作) 위주의 농사를 밀어붙여 왔던 것이 이제까지의 주류 농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농민의 대다수는 소농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내는 소농이 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후위기,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팜(Smart Farm)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산업계의 지원을 받아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자본력이 없는 소농에게 스마트 팜은 그림의 떡이거나 부채의 늪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보는 산업자본의 힘과 도시 중심의 행정을 농민 출신 국회의원 딱 1명이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

제국의 식민 침략 논리 닮은 농사의 산업화 패러다임

이제 농촌에 사람 한 명 안 살아도 스마트 팜으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한 시대다. 2023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최고혁신상을 받은 업체는 자율주행 농기계를 출품했던 미국의 농기계, 농업로봇 업체 존디어였다. 줄어드는 농촌 인구를 스마트한 기계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에 첨단산업계가 열광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였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다량의 농지를 사들여 미국 제1의 땅 부자가 된 일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어느 재벌 총수가 이런 땅 부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식의 이전 농사는 인제 그만두고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문명화된 방식으로 농사를 짓자는 얘기는, 동학농민군에게 근대화를 해주겠다며 침략을 자행한 일제의 논리나, ··주에서 자립한 농촌 마을에 근거해 펼쳤던 간디의 비폭력 평화운동을 허물어뜨린 대영제국의 침략 논리와 얼마나 다를까? 그때의 패러다임이 지금도 계속 유효한 것인가? 우리는 물어야 한다. 농사가 산업인지 생명인지. 그리고 농사를 생명으로 생각지 않고, 농촌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생명의 공동체로 여기지 않는 패러다임을 이제 끝내야 한다.

우리는 또 2, 3천 년, 심지어 4천 년이 지난 후에도 어떻게 땅이 수많은 사람을 변함없이 먹여 살릴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우리는 이들 나라를 살펴보는 동안 거의 매일 어디를 가든 이들의 농업 환경과 관련 기술을 보고 배웠는데, 그럴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나중엔 경이로워지기까지 했다. 수십 세기 동안 자연 자원을 사용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땅에서 난 것을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그 위대함에 놀랐으며

윗글은 미국 농림부 토양관리국장을 지낸 프랭클린 히람 킹 박사가 1909년 중국, 일본, 한국을 여행하면서 이들 나라의 유기농법을 직접 보고 쓴 답사 보고서의 일부다. 킹 박사는 기계와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서구식 농법의 한계를 느끼고, 지속 가능한 농업 대안을 수천 년 동안 수억 명을 먹여 살렸던 동아시아의 농법에서 찾은 것이다. 근대화의 이름으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우리의 전통 농법이 100여 년 전 미국의 한 농업전문가에게는 미래의 농법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킹 박사의 답사 보고서는 <유기농업의 원류 중국·한국·일본, 4천 년의 농부>라는 이름으로 출간됐었다.

극소수 농민 정치인과 <민들레>에 거는 생명·생태의 염원

우리가 모두 다 알듯이 우리 농업의 역사는 킹 박사가 극찬한 우리의 전통농법을 없애는 역사였다. 비록 전통농업, 유기농업을 지키고 보전하는 농민들이 아직 소수 남아있지만, 이 역시 노령화와 4차 산업혁명 앞에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다. 농민 출신 국회의원 딱 1명이 예견되는 22대 국회에서 그 사라진 등불을 지킬 수 있을까? 킹 박사가 위대함마저 느꼈던 수천 년 지혜의 역사를 복원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일단 검찰 독재를 조기 종식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단계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지 않겠는가<시민언론 민들레>에서 최근 생명, 생태, 평화에 관한 칼럼 필자 여섯 분을 새로 모셔서 우리 시대 이 분야 담론의 중심축을 만들고자 하니 이에 그나마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민주당 계열 후보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 험지에서 21대 총선의 멋진 패배에 이어 이번에도 용산 대통령실 출신의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 또다시 민들레 홀씨 같은 도전을 하는 공정귀촌인 김현권 후보에게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척박한 토양에서 화학비료로 키운 꽃이 되기보다는 기꺼이 밑거름이 되는 삶을 살아 온 김현권, 임미애 두 후보의 건승을 기원한다./신동진 마을활동가시민언론 민들레

바람을 닮은 화초 '풍란멸종위기종

풍란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김새 및 생태특징: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 식물이다.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바위나 나무에 착생하여 산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재배가 비교적 쉬워 예부터 원예식물로 재배했다. 10, 5~10, 0.6~0.8이다. 잎은 가늘고 긴 창모양이며 활처럼 잎 끝부분이 휘어진다. 짧은 마디에 2줄로 어긋나게 달려 브이(V)자 형태를 이룬다. 7~8월이면 3~5개의 흰색 꽃이 달린다. 꽃 향이 진하다. 꽃자루는 밑부분 잎집 사이에서 나온다. 2개의 꽃잎과 3개의 꽃받침이 있으며 꽃잎과 꽃받침이 비슷하게 생겼다. 꽃잎이 긴 꼬리처럼 생겨서 꼬리난초라고도 부른다. 10월이면 열매가 익는다. 안에 먼지와 같은 작은 종자들이 많이 들어있는 삭과다.

서식지: 착생란(着生蘭)이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고 공중 습도를 얻기 쉬운 곳에서 서식한다. 주로 남쪽 지방 해안가 절벽이나 나뭇가지 등에서 착생한다. 국내에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분포한다. 세계적으로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멸종 위험요소: 야생 원종 취득을 목적으로 무분별한 채취, 유전적 다양성이 낮음.

그래서 멸종위기종을 왜 지켜야 하는데요?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지켜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려면 어렵다. 멸종위기종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양심과 같은 윤리적인 이유가 아닌, 인간과 지구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안 지키면 사과·딸기·당근 못 먹는다

양봉장 꿀벌. 최근 월동 이후 꿀벌들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 올겨울에만 200억마리에 달하는 꿀벌이 죽었다. (사진 clipartkorea)

꿀벌이 없어지면 사과를 못 먹는다. 사과는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100대 작물 중 71종이 꿀벌에 의해 수분된다. 100종의 작물은 전세계 식량의 90%를 담당한다. 사과, 딸기, 양파, 호박, 당근 등은 꿀벌에 의한 수분 의존율이 90% 이상이고 아몬드는 꿀벌에 100% 의존한다.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2021년부터 3년째 월동 후 꿀벌들이 폐사하고 있는데 올겨울엔 200억마리가 죽었다. 한국양봉협회는 월동 이후 벌 무리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원인으로는 이상기후가 지목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은 기온 변동폭이 가장 컸다. 온난한 날씨에 밖으로 나간 꿀벌들이 다시 한파를 맞아 폐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가 4년 안에 멸종한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로 유명하다. 사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인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꿀벌 개체수 감소가 인류 식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늑대를 지키니 비버가 늘었다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복귀한 회색늑대. (사진 wikipedia)

멸종위기종을 지키는데 왜 비버가 많아질까? 1995년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례를 보자.1914년부터 약 10년간 옐로스톤 관계자들은 공원에 살던 회색늑대 136마리를 모두 죽였다. 다른 생물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당시엔 늑대의 부재가 생태계에 주는 심각한 혼란을 몰랐던 것이다.

늑대가 없어지니 포식자가 없는 엘크(와피티사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엘크의 개체수 증가는 그들의 식량인 버드나무 등 식물들의 감소로 이어졌다. 또 나무가 줄어들자 그곳에 살던 새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버드나무로 집을 짓는 비버들은 살 곳을 잃었다. 나무 그늘이 없어지자 수온이 상승하며 물고기에게 부적합한 환경이 됐다.

미국은 1973년 멸종위기종법을 통해 개체수가 줄고 있는 회색늑대를 보호했다. 이후 1995년에는 옐로스톤에 늑대를 재도입했다. 그러자 통제할 수 없었던 엘크의 수가 조정되고 엘크들이 늑대를 피해 돌아다니면서 버드나무와 식물들이 다시 풍성해졌다. 강도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고 1개 밖에 없었던 비버 군락은 현재 9개까지 늘어났다.

옐로스톤 늑대의 사례는 단 한 종만 멸종돼도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체감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옐로스톤국립공원은 늑대 생태관광으로 연간 3500만달러(470억원)을 번다.

암을 방지했다

살충제 DDT 때문에 수가 줄은 흰머리수리. (사진 wikipedia)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환경과 인류가 함께 지켜지기도 한다. 미국 국조 흰머리수리는 20세기 중반 개체수가 급감했다. 18세기 초만 해도 30~50만마리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1950년대에는 미국 48개주 둥지 412개가 전부였다.

미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던 흰머리수리의 개체수 감소 원인은 DDT라는 살충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DDT는 새의 알을 얇게 만들어 깨지기 쉽게 했다. DDT가 사용금지된 이후 흰머리수리는 개체수가 복원되며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났다.

이후 이 DDT가 환경과 인류 모두에게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DDT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로 해양생물에 독성이 있다. 심지어 사람에게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DDT 사용금지는 흰머리수리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인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뉴스펭귄

역사상 최고 더운날 온다..."굶는 사람만 2배 증가"

4년만에 전세계적으로 식량 불안정이 급증했다. 현재 '급성 식량 불안정' 상태 분류는 33300만명에 이른다. WMO에 따르면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식량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세계기상기구(이하 WMO)가 기후위기에 적색경보를 울렸다. 기후위기로 굶주리는 사람 수가 지난 4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

WMO2023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2024년에는 이 기록을 깨는 더위가 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3년 세계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5상승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위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1.5의 임계값을 정했다. WMO는 세계 평균온도가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그래프 WMO)

WMO 보고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4년만에 전세계적으로 식량 불안정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인구 14900만명이 급성식량불안정자로 분류됐다. 급성식량불안정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숫자는 2배 이상 증가해 현재 급성식량불안정 상태로 분류된 사람은 33300만명에 이른다. WMO에 따르면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식량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특히 농업에 큰 타격을 줘 작물의 성장과 수확을 방해한다.

WMO는 기후위기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농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저하해 식량 불안정을 초래하는데, 이에 제일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동아프리카에서 장기간 지속된 가뭄은 여러 차례의 수확 실패, 대규모 가축 폐사로 이어졌다. 이는 수백만명을 식량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었다. 짐바브웨에서는 인구의 절반인 8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처해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농업이 식량 공급의 주요 수단이고 많은 사람이 생계를 위해 농업에 종사한다.

WMO는 기후위기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농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저하해 식량 불안정을 초래하는데, 이에 제일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다.

WMO지난 10년 동안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위기 자금이 2배로 증가했다그러나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자금이 6배 정도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란을 찾는 소란

침묵에도 여러 얼굴이 있다. 관객 모두가 첫 음을 막 누르려 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는 순간의 고양된 침묵이 있다. 싱잉볼이 울리고 명상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의 차분한 침묵이 있다. 웅장한 대성당에 들어갔을 때 한순간 바깥의 소음이 옅어지며 다가오는 정갈한 침묵이 있다.

3월의 한 금요일 아침 나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제련소의 침묵 앞에서 그만 말을 잃었다. 이곳의 침묵은 죽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동에서 차를 타고 2시간,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문자 그대로 산이 겹치고 또 겹친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자, 산과 산 사이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3월에도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곳, 길 하나를 건너면 강원도 태백시와 맞닿아 있는 곳. 그곳에 제련소가 있었다. 제련소 1공장 앞에 갔다. 건물 외벽에는 세계 1등 아연 우리가 만든다라고 붙어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제련소 공장 주변의 풍경이 보였다. 공장 뒤편의 산이 갈색이었다. 잎이 고사해 갈색인 나무,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무너져 내리는 흙 때문에 기울어진 나무. 허물어지는 중인 산에는 살갗에 생긴 생채기처럼 선들이 나 있었다.

수많은 나무의 죽음을 보고 내가 잠시 말을 잃었을 때, 옆에 있던 활동가가 말했다. 이상하게 이 근처에 오고 나서는 새가 안 보이고 새소리를 듣기가 어렵다고. 원래 이런 산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게 나지 않냐고. 그제야 나는 파이프와 구조물과 갈색 산으로 압도되었던 시선을 거두고 귀를 열었다. 바로 앞에 너무나 큰 공장이 있는데도 사방이 조용했다. 이따금 들리는 둔탁한 기계음이나 광석과 아연을 운반하는 기차의 움직임 외에는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제련소와 주변 마을에서 경험한 정적과 소나무의 죽음을 보며, 나는 일찍이 레이첼 카슨이 말하고자 했던 침묵의 봄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느꼈다. 침묵의 봄첫머리 내일을 위한 우화에서 묘사된 죽음의 적막은 머지않아 다가올 인류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DDT와 같은 합성살충제의 무차별적 살포로 나비가 사라지고, 꽃이 피지 않고 지저귀던 새들이 떠나자 봄도 오지 않는다. 어떤 생명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음이 주는 낯섦 속에서 나는 침묵했다.

석포면에는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다. 내가 본 산과 나무의 죽음뿐 아니라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연구와 조사가 말해주는,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활동가가 경험하고 목격한 죽음이 있었다. 금강소나무, 다슬기, 열목어, 산양, 노동자광석에서 필요한 금속을 추출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는 카드뮴과 같은 다른 중금속이 나오기도 하고, 이산화황이라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강한 독성의 가스가 배출되기도 한다. 중금속과 가스는 주변 산과 물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 12월 제련소 안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다 비소에 중독되어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진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올 3, 또 다른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생명의 활기와 소란 대신 거대한 시설의 차가운 적막만이 감도는 이곳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죽음을 애도하며 제련소의 장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312일 광화문 광장에서 안동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및주민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등의 단체는 노동자와 환경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련소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제련소에서 숨진 노동자를 모신 상여를 메고 광화문 광장을 두 바퀴 돌았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병들고 죽고, 얼마나 더 많은 자연이 파괴되어야 하는가를 물었다.

이들의 소동을 보며 침묵의 봄을, 죽음의 얼굴을 한 침묵을 생각한다. 레이첼 카슨이 책을 세상에 내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소란한 여름(noisy summer)이 되었다고 말했다. 앞장서 소동을 만들며 나아가는 사람들은 때로 손가락질받는다. 괜한 문제를 얘기하지 말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침묵을 경험하고 목격했다면, 그 침묵을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적막을 비집고 나온 소란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왔다. 그렇게 바뀐 세상은 소란스럽다. 석포에 다시 새소리가 돌아올 수 있을까. 푸르름으로 뒤덮인 산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다슬기와 열목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에게는 더 많은 소란이 필요하다.

| 박진영(환경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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