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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4.3.18~

by 이성근 2024. 3. 18.

1. 남녀노소·여야 구분 없는 '기후유권자'격전지 당락 가른다 2. 녹색정의당 "기후위기 대응, 국정 최우선 과제로3.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해하지만 '대책'이 필요합니다 4. 기후악당 정치를 위한 변론  5. 탈산업화 시대 지방소멸 대책프레임부터 바꿔라 6. EU, 농민 시위에 환경규제 대폭 완화 방침  7. ‘300년 영주 순흥 소나무함양서 발견  8. "화석 빼고 다 동원해야" 2050탄소중립 위한 마지막 수단 9. 기후위기는 문명사적 전환 알리는 시그널-기후선거가 돼야 할 4월 총선

10.  부산 환경단체·종교·시민사회, 총선서 황령산 개발반대 공약채택 촉구  11. ‘후쿠시마 오염수’ 없는 총선   12. 북항 봄나들이 갔더니

13. 바다 온도, 지난해 4월부터 매일 역대 최고치다  14. 여야 기후위기 대응 공약 평가   15. 후보들만 모른다, 총선 격전지 당락 뒤집는 기후유권자의 힘  16. 속이 텅 빈 6백 살 은행나무의 비밀  17. 끔찍했던 6년의 악몽, 나는 '좀비보' 해체에 투표한다  18. 믿고 보는 현대미술관 기획전, 로컬리티·관종·환경을 짚다

1. 이 얼음마저 녹으면북극곰은 어디로 가야 하나

2. 서울시의 기후동행녹색이라 쓰고 그린워싱이라 읽는다

3. 정부도 나몰라라하는 종이빨대자발적 사용하는 카페·편의점은 왜?

4. 양재생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윤 대통령 최대한 속도내겠다

 

 

 

남녀노소·여야 구분 없는 '기후유권자'격전지 당락 가른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기후유권자가 3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를 전해드렸는데요.기후유권자는 남녀노소 모든 계층에 고루 분포하고 있고 정치 성향이나 지지 정당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격전지에서는 이 기후유권자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기후정책 경연대회에서 탄소중립활동을 하면 아파트 청약 가점을 주도록 하는 정책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대학생 신승아 씨.

전례 없는 극단적 기상현상과 치솟는 물가 등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앞날을 살아가야 할 청년들에게 더욱 위협적입니다.

[신승아/20·경기도 수원시]"기후 위기에 따라서 내 미래가 좀 불확실할 것 같다. 이게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거기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실제로 기후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 장년층들의 위기감은 20대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신재교/60·서울시 은평구]"우리 세대가 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보면 자초한 세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떤 그런 책임의식 같은 게 있죠. (기후 위기 대응에) 저희가 좀 일조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당연히 있습니다."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후의제에 민감한 기후유권자 비율은 만 60세 이상에서 35.2%로 가장 높았습니다. 18세에서 29세 기후유권자 비율인 30.8%를 앞서는 결과였습니다.

[이관후/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또 나이가 많은 분들은 기후재난 같은 것들을 많이 경험하셨기 때문에 또 그 중간 세대들은 일자리에 또 기후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지정당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았습니다. 서울은 국민의힘 지지자 중 36.3%,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37.0%가 기후유권자로 나타났는데 불과 0.7% 포인트 차이였습니다. 특히 수도권 최대 격전지라는 이른바 '한강벨트'의 유권자들 중에는 기후유권자들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그 지역의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 공약에 대해서 말씀하시라, 표가 된다'라는 얘기를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후유권자들은 구태의연한 선심성 개발 공약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후대응 공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승아/20·경기도 수원시]"기후 위기에 대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제시한 후보자가 있다면 저는 그곳에 투표할 것 같습니다."

[신재교/60·서울시 은평구]"우리의 삶을 좀 잘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내세우는, 공약하는 그런 당에 투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MBC뉴스 김민욱

 

녹색정의당 "기후위기 대응, 국정 최우선 과제로"

5대 기후공약 발표... 탄소세와 기후배당 연동,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

녹색정의당 5대 기후공약 발표 기자회견녹색정의당

녹색정의당 녹색본부(본부장 허승규 녹색부대표·비례후보)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을 돌보고, 기후를 살리는' 5대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탄소세와 기후배당 연동,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녹색 지역일자리 100만개 창출, 녹색주택 100만 호 공급, 취약계층과 함께하는 정의로운 전환 등 5대 공약과 세부정책을 소개했다.

서울 은평을 총선 후보인 김종민 정책위의장은 기후위기는 여러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의 위기"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 최우선목표와 과제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기후경제부 신설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구상을 밝혔다. 이어 총선 후보들이 나서 5대 공약과 세부적인 정책 내용을 발표했다.

영입 인재 1호로 국립기상학원장을 역임한 조천호 비례후보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추진''탄소세와 기후배당 연동으로 탄소배출 감축-기후불평등 해소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탄소저감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산업전환지원법 제정, 연기금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 녹색 금융 지원 및 활성화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비례대표 2번 허승규 녹색부대표는 "재생에너지, 그린리모델링, 녹색공공교통 구축으로 녹색 지역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유지 재생에너지 확대 법제화와 모든 가구 태양광 발전 지원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1만 원 교통패스, 적자 공항 통폐합과 공항부지에 대한 태양광 발전 시설 조성 등 교통정책을 강조했다.

마포갑에 출마한 김혜미 대변인은 건물에너지 효율 등급제 의무화, 적정주거주택기준 상향, 노동자·농어민·중소상공인과 함께 달성할 정의로운 전환 등을 포함한 기후재난 취약 주거지 개선과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끝으로 비례후보인 정유현 공동사무총장은 "녹색정의당의 5대 기후공약은 우리 모두를 '기후시민' 당사자로 만들 수 있는 생활 속에 스며드는 정책"이라고 소개하며 "우리가 사는 일상공간을 '기후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정의당 녹색본부는 오는 22일에 녹색 정책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뭇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치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일웅(skkiop95) 녹색정의당 강북구 지역위원장/ 오마이뉴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해하지만 '대책'이 필요합니다

실업 위기에 떨고 있는 노동자들...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여야

기후위기 뒤에 노동자의 위기가 있다

나는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는 발전노동자다. 충남의 화력발전소는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5년부터 순차적인 폐쇄에 들어간다. 기후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탄소배출 줄이기가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탄소배출국이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탄소는 발전소에서 배출된다. 기후위기라는 환경문제 앞에서 탄소중립은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이고,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이다. 365일 뜨거운 열기와 소음 그리고 석탄과 분진 속에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발전소 안의 유해물질과 각종 화학물질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또한 충분히 이해하며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노동자로서 개인의 생존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와 동료 노동자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닥치게 될 확실한 불안이며, 당장 먼저 폐쇄가 진행된 삼천포, 보령, 울산, 여수석탄화력발전소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발전소 문이 닫힘과 동시에 그 곳에서 일하던 수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정의로운 전환과 노정교섭을 요구하며 충청남도 도청 앞에서 피켓팅 중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정의로운전환을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자와 지역 자영업자들

여수발전소의 한 노동자는 여수고용노동청과 발전사, 하청 업체가 고용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하청노자들을 받아줄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대로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에게 대책이 없으니 알아서 살라는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한 셈이다.

이런 문제는 비정규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하청노동자들의 해고가 끝나면 정규직들의 구조조정을 가장한 정리해고도 시작될 것이다. 또한 임시로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이동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인력은 남아도는 상황에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게 될지 모른다. 현재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계획만 있고 폐쇄 과정이나 폐쇄 이후에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금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여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닌, 지역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인구 6만명 남짓한 태안 지역의 일자리는 그나마 태안화력발전소밖에 없는데, 그런 발전소가 없어지는 건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손님을 모두 잃는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전노동자 고용보장 책임을 묻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정의로운전환을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정의로운 전환, 정치권과 정부는 대책 내놔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남겨지는 이', '사라지는 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이나 폐쇄 이후에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전소노동자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법"을 만들어 입법하려고 했지만 보수정당들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우리는 다시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 그 시작이 바로 3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 행진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싸우고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박종현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 오마이뉴스

 

기후악당 정치를 위한 변론

시민단체들이 올해 총선을 맞이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기후정치바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인 1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이른바 기후 유권자33%가 넘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가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진 자원과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피해를 받고 그 해결에도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거대한 자원과 제도를 잘 활용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할 때, 정치야말로 그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3분의 1이나 된다는 기후 유권자는 기쁘기 어렵다. 아무리 기후를 걱정한다 하더라도 이 총선 공간에서 그들이 투표할 기후 후보를 국회의원 수의 6분의 5를 차지하는 지역구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례의원을 뽑는 정당 투표마저 위성정당의 홍수 속에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니 기후 투표의 기회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유독 정책 선거가 실종된 총선이지만 주요 정당들이 내놓는 기후 정책마저 한심하고 태만하기 그지없다. 여권 정당들은 어떻게든 원전을 앞에 내세우면서 탄소중립을 포장하기에 바쁘고, 1야당은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정부의 일원이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함량과 의지 미달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것이다. 권력에 가까웠던 정당일수록 지금의 기후 역행 정책을 스스로 만들거나 방관해왔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목표와 부담을 다배출 기업들의 사정을 봐주며 낮추어주고, 석탄화력발전을 지속하고 신공항과 각종 개발 사업을 통과시켜준 정당과 정치인들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기후 목표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어 있지만 지난 국회의 죄목도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기후재난을 가속화하는 굵직한 사업과 예산을 통과시켜준 행위들은 좋게 봐주면 배임이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자연과 우리 모두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

이렇듯 기후악당의 정치를 확인하는 선거 국면에서, 오히려 변론의 논지를 떠올려본다. 첫째,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자기 임기 이후의 일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앞으로 몇년 사이에 지역구에 그럴듯한 랜드마크라도 세워야 표가 되는데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이나 2100년의 멸종 사태를 알 게 뭐란 말인가. 둘째, 국회의 구성 자체가 기후위기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장 저렴하게 쓰고 편의를 누리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선출되는 의원 숫자가 70%가 넘고 기후위기의 피해를 떠안는 농어촌은 인구 감소로 인해 거대 선거구가 되고 있으니 기후 기득권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해방 이후 줄곧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성장주의 아래에서 정치인들은 예외가 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무분별한 성장에 앞장서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 정상참작을 요구해보지만 참으로 궁색한 변론이다. 그래도 맑은 눈으로 기후에 진심인 후보와 정당을 찾고, 동료들과 기후악당 정치에 대해 분노라도 나누어보자. 총선이 지나고 또 다른 기후악당들이 국회를 채워도 우리는 살아가고 싸워야 할 것이다./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경향

 

탈산업화 시대 지방소멸 대책프레임부터 바꿔라

경기도 한 군 지역의 빈집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10월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인천의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도의 가평군과 연천군 등 4곳을 제외한 85곳이 비수도권 지역이다.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는 해당 지역을 지도로 보여준다. 수도권과 동남권 해안지역 그리고 광역시 일부를 제외하면 비수도권 지역의 상당 부분이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한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지원받는다. 2022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이 기금은 매년 1조원 규모로 10(2022~2031) 동안 지원될 계획이다.

올해 4월 열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34‘22대 국회에 제안하는 7대 혁신성장 어젠다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첨단 녹색 사회를 국가 성장 비전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관심을 두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 13개를 제시했다. 발표문에는 국회는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복수의 대립 세력에 의해 공동 운영되는 기관이므로 22대 국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견을 가진 정치 세력 간에 보다 풍부한 논의와 합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7개 어젠다는 (1)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및 신뢰성 제고 (2)국가전략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세제도 고도화 (3)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산업 부문 전략성 제고 (4)녹색전환을 위한 자원안보와 순환경제 (5)고령사회 친화적 노동복지 정책 (6)개인과 지역의 다양한 잠재력 실현을 위한 교육의 질 제고 (7)지역균형발전 등이다. 여섯 번째 어젠다까지는 각각 2개씩의 정책과제가 제시됐고, 마지막 일곱 번째 지역균형발전 어젠다에는 마을공동체수당 신설제안 하나가 들어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마을공동체수당에 관한 설명을 들어보자. “마을공동체수당은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활동자금이다.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의 풀을 깎거나 영농폐기물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일, 독거노인들의 집수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 수당을 신설하면, 전국에 48000개의 읍·면별 단위의 마을에 해마다 300만원을 지급해 총 1440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정부가 해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1조원을 쓰는 것에 비교하면 해볼 만하다.”

혁신성장 어젠다에 지역균형발전을 포함한 것은 다행이지만, 제안 과제로 마을공동체수당 신설 하나에 머물러 버린 점은 대단히 아쉽다. 보고서는 제안 배경으로 산업화와 도시 확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개발정책으로 농업과 농촌 삶의 질은 지속해서 악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진단은 초점이 매우 협소하고 논점이 잘못 잡혀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탈산업화와 축소 도시 문제를 도외시하고 농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시 중에서도 부산시와 대구시에서 각각 세 기초지자체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대전 동구·중구·대덕구, 인천 동구, 광주 동구, 강원 강릉시, 경북 경주시, 전북 익산시 등 18개 지역이 관심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관심 지역은 인구감소지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에 있어서 근본적인 도전과제는 도시 대 농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건 산업화 이후를 이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떻게 창출하는가의 문제다.

인구감소지역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농촌지역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많은 도시가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는 (저출생과 함께) 탈산업화와 맞물려 있다. 산업화 이후 성장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많은 지역이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생산구조는 지식기반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지역은 이런 전환을 수용하고 선도할 여건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할 때다.

지역경제를 지금까지 지탱한 제조업 기반 산업경제와 새롭게 재편되는 지식기반 디지털 경제 사이에는 발전 방식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산업경제의 성장 동인은 자본투입을 통해 창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 효과적인 지역에 발전 기회가 제공된다. 자본투입은 누적될수록 한계 생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산업경제에서 부는 평균을 중심으로 분포하게 된다.

지식기반 디지털 경제에서는 이런 제한이 풀린다. 지적 활동의 산물인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무한하게 복제가 가능해 한계 생산성의 누적 감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지역은 비용효과 측면이 아니라 모이면서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집적의 이점 측면에서 경쟁우위가 결정된다. 무한한 복제 가능성과 집적 이점은 부의 분배에서도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탈산업화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는 한국의 어떤 지역도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경제의 발전 기반이었던 산업화 모델이 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지역은 저출생과 맞물려 인구감소를 먼저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기왕에 22대 국회에 제안하는 혁신성장 과제라면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프레임을 크게 잡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을공동체수당은 그 자체로는 실험해볼 만한 과제다. 보고서가 언급하듯 지역 정부가 주민에게 하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오랜 관행 탓에 마을 주민들은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지에는 더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국회의 싱크탱크가 차기 국회에 제안하는 균형발전전략으로 마을공동체수당에 한정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상명하달 방식이 아닌 새로운 거버넌스로 어떻게 지역발전체제가 이행할 것인지, 지식기반이 취약하거나 거의 부재한 지역의 발전 대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국가 전체로 새로운 성장체제로의 이행과 균형발전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 등 여러 질문이 산적해 있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은 프레임 자체에 관한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반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상당 기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 모습이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산업화 시대를 지배했던 성장 담론은 유효하지 않다. 축소 도시와 축소 경제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지역경제가 당면한 이들 근본과제에 22대 국회는 어떤 비전과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서중해 경제학자/ 경향

 

EU, 농민 시위에 환경규제 대폭 완화 방침러 곡물 수입제한도 검토

지난달 29(현지시간) 스위스 에샬렌에서 농부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SOS’ 조난 신호를 보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최근 수개월간 유럽 전역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이어지자 농가에 대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EU 집행위원회는 15(현지시간) 2023~2027년 시행 공동농업정책(CAP)’의 일부 조항을 변경하는 방안을 27개 회원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1968년부터 수립된 CAP는 회원국 공동의 농업정책 방향을 담은 EU의 법적 가이드라인이다. 2021년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2023~2027CAP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농업에 초점을 맞춰 농가들이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집행위는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CAP휴경 의무지침을 사실상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올해 말까지 휴경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제안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집행위는 휴경 여부를 농가 선택에 맡기고 따로 제재하지 않는 대신, 기존 방침대로 계속 휴경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추가 재정 지원을 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뭄, 폭우 등에 영향을 받는 농가에 대해서는 윤작 관련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10미만 규모 소규모 농가는 CAP에서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더라도 페널티를 면제하기로 했다. 집행위의 이같은 제안은 27개국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농민 시위로 각 회원국들의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무리 없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의 이번 조치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농업분야 환경 규제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민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스트리아 녹색당 소속 토마스 와이츠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조치는 포퓰리즘이라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EU ‘녹색 딜(Green deal)’의 일부인 농업 정책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집행위는 농민들의 분노를 녹색 딜에 반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EU는 최근 폴란드 농민들이 불만을 표출해온 러시아산 곡물 수입 제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집행위는 러시아산 농산물 수입 제한 문제를 평가 중이며, 이 평가를 바탕으로 곧 새로운 제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경향

 

‘300년 영주 순흥 소나무함양서 발견

영주 순흥지역의 자랑, 최소 수령 300년의 영주 순흥 소나무가 지난해 1010억여 원에 서울의 조경업체에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소나무는 경남 함양에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잇따라 행정당국이 나무 행방을 파악하고 나섰다.

14일 영주시와 시민제보등에 따르면 순흥 소나무는 생산확인표에 기재된 서울 서초구가 아닌 경남 함양 안의면 용추계곡 저택에 식재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소나무는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바느레골' 순흥향교 인근에 있던 수령 300년의 반송(盤松.높이 3m.6m)이다. 주민들은 이 소나무를 마을 이름을 따 '바느레 소나무'로 불렀다. '6억 소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수년 전 현지를 둘러 본 한 관광객이 6억원에 이 소나무를 사기로 하고 굴착기로 캐내려던 중 갑자기 소나무 잎이 마르고 고사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구매를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말 조경업자 A씨가 소나무 소유주인 문중 대표로부터 매입한 다음 서울로 반출하면서 불거졌다. 매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반출을 막기 위해 주민 10여 명이 천막을 치고 24시간 교대로 소나무 지키기에 나섰다. 영주시청 전직 고위 한 공무원은 소나무를 운반할 트럭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마을 주민과 영주시, 조경업체 간에 팽팽한 대치가 며칠간 계속되던 가운데 야밤을 틈타 주민들이 1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소나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 순흥 소나무는 서울 조경업체 앞마당에 식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소나무가 현재는 경남 함양 안의면 용추계곡 저택에 식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장을 방문한 제보자는 순흥소나무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방문했던 제보자는 "현장에는 3동의 저택과 수천평의 정원에 40여 그루의 특수 분재목과 억대가 넘는 바위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면서 "이 저택의 소유자는 재미동포 사업가이며, 고향 함양 안의면에 고향이다"고 전했다.

소나무가 경남 함양으로 간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소나무를 찾아오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개인간의 매매가 이뤄져 반환이 쉽지만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게 현장을 방문했던 제보자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소나무 반환이 불투명해지자 영주 주민 50여 명은 소나무 반환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소나무 반환을 위한 모금운동에 민사소송, 국민청원, 1천명 서명운동 등을 추진 중이다.

앞서 영주시는 300년된 문중 소유의 소나무를 허가 없이 파낸 뒤 다른 곳으로 빼낸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등)로 조경업자 A(65)씨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시 관계자는 "소나무가 서울 서초구에 식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경남 함양에서 소나무가 식재돼 있다는 제보가 있어 어떤 경로로 이동되었는지 조경업자와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매일신문=권용성기자

 

"화석 빼고 다 동원해야" 2050탄소중립 위한 마지막 수단

지구온도 1.5위한 첫걸음 CFE]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무탄소에너지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2050년까지 1.5()"

전세계가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모여 설정한 지구 기온 상승 억제 목표다. 그로부터 8년여간 지난 2023년 확정된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올랐다. 6년 안에 '1.5' 목표를 넘을 것이란 경고도 담겼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선 현재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다. 지난해 12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도 참가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과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 CFE)를 포함한 에너지 믹스를 탄소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했다.

17CF연합(CFA)에 따르면 전세계의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200080.5%에서 202180.3%로 불과 0.2%p(포인트)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의존도는 12.8%에서 14.7%1.9%p 늘었다. 하지만 원전 의존도가 6.7%에서 5%로 줄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우리나라 사정은 조금 낫다. 한국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200183.8%에서 202182.6%1.2%p 줄었다. 재생에너지에 원전과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16.2%에서 17.4%로 끌어올린 결과다.

문제는 감축 속도다. 2050년까지 1.5도가 아니라 2030년 이전에 1.5도를 넘을 만큼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이 빠르다. 지금까지 노력보다 더 혹독한 '탈탄소'에 매진해야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탈탄소 수단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과 같은 무탄소에너지로 탈탄소 수단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COP28에서 주요 국가들이 인정했듯이 기후 에너지 분야 전문가도 무탄소에너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F연합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무탄소에너지 잠재력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기업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CFE의 잠재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태양광·풍력을 늘리면서도 비용효과적인 무탄소·저탄소전원의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탄소 배출량이 비슷하다면 국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는 전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창출 기여도와 전력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블루수소, 원전, CCS(탄소포집저장) CFE 전원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핵심인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비해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가 65% 늘어났다.

제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며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만 60%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산업부문 노력이 각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철강·석유화학산업 같은 경우 수소환원제철, 전기가열분해로 도입 등 공정을 완전히 바꿔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탄소다배출 업종이 탄소 저감을 위해 전기화되는 과정에서 무탄소에너지 기반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기후위기는 문명사적 전환 알리는 시그널

기후선거가 돼야 할 4월 총선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3가지의 자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3가지가 있다. ‘지하자원’, ‘지상자원’, ‘천상자원이다. ‘지하자원은 익히 알고 있듯이 철, 구리, 주석 등의 광물자원 외에 에너지자원으로 석유, 석탄, 우라늄, 천연가스 등이다. ‘지상자원은 나무나 물 처럼 땅 위에 있는 에너지원이며, ‘천상자원은 태양과 바람이다.

지하자원은 지구 행성적 한계로 무한하지 않다. 파내어 쓰면 고갈된다. 복원이 된다고 해도 수만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나무와 물 등의 지상자원은 복원속도를 넘어서지 않고 소비한다면 끝없는 재생산이 가능하다. 나무를 베면 이듬해 다시 나무가 자라고 물도 자연의 순환적 질서를 잘만 이용하면 끊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천상자원은 태양이 존재하는 한 무한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산업문명 이전에는 주로 지상자원을 사용했다. 그때까지 인류의 생산성은 자연의 복원력, 정화력, 회복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규모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석유,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 등의 에너지와 광물자원 등 지하자원을 캐내어 쓰기 시작했고 그 채굴 속도와 규모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확대되고, 자연 개조능력 또한 급격하게 커지면서 결국 오늘과 같은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

기후위기는 문명사적 전환 시그널

결국 지하자원 중심의 산업사회를, 재생 가능한 지상자원을 사용하거나 태양광이나 바람 같은 천상자원 에너지를 쓰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오늘날의 위기가 모두 해결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거나 탄소만 줄이면 지구 생태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기후환원주의' '탄소환원주의'로서 비판받고 있다. 기후위기는 오늘날 수많은 위기 징후의 맨 앞에 있는 한 현상일 뿐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현재와 같은 인류의 삶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거짓정보 위에 구축된 문명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며, 따라서 문명사적인 전환을 강제하는 시그널이다.

자연은 산불, 홍수 등의 자연재해나 메르스, 사스, 코로나 등의 감염병을 통해 계속 인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가 잘못 살고 있으니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그동안 발전이나 진보라고 생각해온 모든 페러다임을 폐절하고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822일 그리스 북동부 에브로스 지역의 알렉산드로폴리스 마을 근처 디켈라 마을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유럽 환경청은 지난 11일 유럽이 점점 커지는 기후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2023.8.22. AP 연합뉴스

채굴자원 이용한 성장 더는 불가능

대표적으로 오늘의 산업사회는 자원무한주의라는 거짓 정보를 토대로 구축된 문명이다. 자원무한주의는 무한채굴주의의 토대가 되어 무한성장주의 발전을 지탱해온 현대판 천동설이다. 명백한 사실은 하나뿐인 지구(Our Sole Earth)”라는 행성적 한계가 모든 인류의 진보와 진화 행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엄정한 사실이며, 이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 바로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더 이상 채굴 자원을 이용한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토대로 한 북반구 국가들의 풍요는 가난한 나라들이 함께 평등하게 나눠 써야 할 자원을 빼앗아 쓰면서 누린 풍요이며, 미래 세대가 써야 할 자원까지도 빼앗아 쓰면서 누린 풍요다. 20%의 부국들이 화석연료의 83%를 소비해서 기후위기가 발생했지만, 그러나 그 피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이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국들은 누적적으로 가난한 나라와 미래 세대에게 생태적 부채(Ecological Debt)를 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발전과 풍요는 그 오염의 피해를 자국 내에서는 가난한 지역에, 국제적으로는 가난한 나라에. 생물학적으로는 약한 생명에게, 시간적으로는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며 누려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산과 강, 바다 등, 비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멸종하든 말든 아무 고려 없이 그들을 단순히 식량이나 이용 대상으로 지배, 정복해 온 인간중심주의 또한 기후위기 원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를 반성하며 동물들의 권리를 존중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에콰도르나 볼리비아, 뉴질랜드 등에서는 자연도 권리의 주체임을 헌법으로 인정하는 자연권이 점차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생명평화운동의 문명사적인 전환 구상

1992년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속가능한 개발(ESSD)’, 그것을 이루려는 세계적 차원의 발전 기조인 ‘SDGs(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도 결국 성장주의를 기조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단절적인 전환이 강조되기보다는 구멍난 것을 메우고 갈라진 틈을 때우는 수준의 대응정책으로, 결국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싶어 하는 열망에 포섭되고 오염되었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거대한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 국가수준의 혁명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변혁이 돼야 한다. 생명운동이 개벽이라는 표현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다.

이것은 성장주의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 포스트 성장주의탈성장이 논의되는 이유이고, 인간중심주의에 대항하여 동물권과 자연권을 포함한 신유물론이나 포스트 휴머니즘이 논의되는 이유이다. 그것은 또한 국가주의를 넘어 행성적 사고로서의 글로벌리즘과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소비, 폐기가 이뤄지는 로컬리즘으로서 풀뿌리 자치와 지역순환사회를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세계를 구분하고 나누는 이분법적 구획을 토대로 한 데카르트적 페러다임과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지배와 정복이라는 사회진화론적 인식을 폐절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우주 모두가 서로 연결되고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과 사회가 연결된 존재인 만큼, 성장사회의 구조 변화만이 아니라 개인들의 성장주의적 인식과 사고의 변화, 즉 외부와 이어진 인간 내면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영성과 깨달음, 정신성의 전환 또한 필수불가결하다.

224일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티에라 봄바 섬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영향을 받은 주택의 항공 사진. 매년 해수면이 상승하여 카르타헤나만을 삼키고 있어, 이번 세기 안에 이 지역이 부분적으로 바다에 잠길 수 있다. 파도에 휩쓸려간 묘지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도시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2024.2.24. AFP 연합뉴스

환경운동에서 생명운동으로

생태위기 앞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특히 대의민주주의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자연의 이용과 개발에 관한 의사결정이 그 지역에 사는 현세대 인간만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연을 이용할 때 항상 7세대 이후를 기준으로 하는 전통이 있다. 현재의 결정이 200년 뒤에도 이로와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원은 미래세대의 것이며 우리는 단지 그것을 빌어 쓰고 있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정의에 비추어볼 때도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비인간 생명체들의 의사를 반영하지도, 미래세대의 이해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위기는 새롭고 더 깊은 민주주의로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현세대가 결정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에 자연적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1980년대의 반공해운동은 인간의 공적 피해를 반대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92년 리후 환경회의 이후 반공해보다 더 확대된 의미의 환경이라는 용어가 정착됐다. 그 후 환경이라는 용어도 주체와 주변을 분리하는 용어로서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모두 연결되어 순환한다는 의미로 생태주의’ ‘생태주의운동이라는 말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청색)를 극복하겠다는 사회주의(적색)마저도 결국 생산력주의, 물질적 풍요 지향의 진보를 추구하는 한, 결국 그놈이 그놈으로 동일한 위기의 원인제공자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청색과 적색을 동시에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녹색’ ‘녹색운동이 등장했다. 하지만 녹색이라는 용어도 외부 사회구조와 연결된 내부 인간의 욕망과 정신성, 영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어서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생명운동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야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 생명평화운동이 생겨났다.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중앙)가 동료들과 함께 지난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3.11. 로이터 연합뉴스

마땅히 기후선거가 돼야 할 4월 총선

지금은 2030년까지 1.5기후 붕괴를 막기 위해 불과 5~6년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4월 총선을 포함하여 2024년 올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60여개 국의 40억 명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에 참여한다. 다양한 쟁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문제에 관한 사활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선거들이라는 점이다.

생태위기의 관점에서 볼때 오늘날의 선거 시스템은 단기간의 이해만 고려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다. 정치인들은 50~100년 뒤의 미래 세대보다는 자신의 이해가 걸린 4~5년밖에 책임지지 않는다. 진정 인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 기후문제에 관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정치적인 판단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 위기상황이자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정치와 시민운동 진영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독재 청산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고, 그 한편으로 기후선거를 강조하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평화나 통일 등 과거의 사회적 과제는 보수와 진보로 갈렸지만 기후 환경 문제는 좌우로 갈릴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해결해야 마땅한 책임이 있다. 앞서 강조했지만 생태정치는 단순한 기후위기를 넘어선 위의 모든 전환 과제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그 해결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후위기 대응도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불과 1~2년 전 인류는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 대응이라는 초유의 세계사적인 체험을 거쳤다. 모든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야 했고, 해외여행을 비롯한 국제적인 이동이 제한되었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 대응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받으며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차량통행이 급격히 줄고, 출근도 하지 못한 가운데 온라인 화상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우리의 삶과 생활양식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달라졌다. 그 사이에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이던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이 한때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던 경험도 했다.

어쩌면 코로나 팬데믹은 앞으로 닥칠 긴박한 재난상황들을 위한 예행연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체험과 기억을 기후위기 전환을 위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소장 / 시민언론민들레

 

부산 환경단체·종교·시민사회, 총선서 황령산 개발반대 공약채택 촉구

무분별한 개발 막기 위해 보전녹지로 계획 변경 촉구...정책 제안 질의서 송부 예정

'부산의 허파' 황령산 정상 등 유원지 개발 사업 반대를 부산 22대 총선 후보자 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부산지역 환경단체, 종교계, 시민사회 등이 연대한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18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시당과 후보는 보전 중심의 황령산을 위해 도시계획시설 유원지에서 보전녹지로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부산시가 추진중인 황령산 봉수전망대 조성 사업이 민간기업 제안을 받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 조건부 의결되자 지난 19일 황령산 봉수대에서 출범식을 가진 바 있다.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 프레시안(박호경)

이날 기자회견서도 범시민운동본부는 "황령산이 끊임없이 개발위기에 노출되면서 업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시계획시설 유원지로 정해졌기 때문이다"라며 "황령산이 유원지 족쇄를 벗지 못하는 이상 우리 당대의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갈등의 뿌리로 남을 것"이라고 정책 제언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황령산은 시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흉물로 불리기 시작한 스키돔 정비를 명분 삼아 정상부 봉수전망대를 비롯해 케이블카 건설에 호텔 건설까지 통으로 역이는 대규모 개발에 직면했다"라며 "과연 부산시는 누구의 이익을 우선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황령산의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곤란하다"라며 "황령산은 더는 건드려서는 안될 도심 정중앙의 보전 산지가 되면서 시민을 치유하고 동식물의 서식지로 거듭나고 있다"라고 천혜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혹자는 말한다. 개발업자가 자기 돈을 들여 관광을 활성화하면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 셋은 모르는 것"이라며 "송도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서고 서구와 송도 지역민의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황령산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22대 총선 부산 후보자들에게 개발사업 반대 공약 채택 의제 질의서를 발송할 예정이며 오는 46일에는 개발 대상지인 봉수대 인근에서 '도토리알박기 시민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호경 기자(=부산) | 프레시안

부산지역 신문들의 태도를 볼 일이다. 방송카메라는 오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더이상 다룰 언론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싣지 않는다는 것은 내락을 의심하게 만든다.  언론과 자본의 유착 같은 거 ....

후쿠시마 오염수없는 총선

조용하다. 한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온갖 이슈가 터져 나오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방류에 관한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처음 바다에 방류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에는 이 문제가 올해 총선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일례로 첫 오염수 방류를 한 주 앞둔 시점에 한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방류를 빨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당시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에 조기 방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당 보도를 적극 부인했다. 지난해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야당과 과학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여당의 대립 전선은 한국의 삼복더위보다 뜨거웠다.

이랬던 상황이 무색하게도 지금 국내 정치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얘기를 꺼내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이유가 뭘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생기는 한국 정치 풍토 속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총선 국면에서 다룰 핫이슈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총선 공약집을 보면 주요 정당 가운데 녹색정의당, 더불어민주연합, 진보당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오염수의 해양 투기 금지를 위한 국제법상 요구를 한다거나 국내 어민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부족하다. 해당 공약의 순위도 전체 공약 가운데 꽤 뒤로 밀려 있다. 하지만 그나마 이 정도도 다행이다. 다른 대부분의 정당에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관심을 찾기 어렵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만성적인 위험 가능성 때문이다. 과학계가 현재 가진 방사능 위험 평가체계의 기준은 급성 피폭이다. 급성 피폭은 인체가 강한 방사능을 짧은 시간에 쪼인 상황을 말한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현장에서 수일 동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낮은 강도의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 만성 피폭에서 인간 신체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정확히 알아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실험은 불가능해서다. 방사능에 노출된 수산물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무슨 문제가 있을지는 확실히 모른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섞일 태평양이 넓기는 하지만, 그것이 오염수로부터의 안전을 보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가 금세기를 넘길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오염수를 생성하는 근원인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성물질을 신속하고 깔끔하게 치울 만한 기술이 현재로서는 없어서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향후 30년 방류조차 너무 낙관적이라는 시각이다. 한국 등 주변국에서 언제까지 만성 피폭을 걱정해야 할지 불확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후쿠시마 오염수의 4번째 방류가 끝났다. 1차 방류부터 지금까지 총 31200t의 오염수가 바다로 나갔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미래 세대가 살아갈 한국을 위한 주제를 선거에서 제기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아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의 태도가 아닐까.

경향/ 이정호 산업부 차장

 

북항 봄나들이 갔더니, 보이는 건 휑한 공원뿐

지난해 11월 말 개방 북항 공원

시민 즐길 볼거리·먹거리 부족

보트 체험 등 단기성 축제만 예정

콘텐츠 보강 시급한 북항친수공원

국내 첫 항만재개발로 만든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이 올봄 본격적으로 시민 맞이에 나서지만, 방문객을 위한 상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닌 공간임에도 사실상 무색무취한 공원에 불과해 콘텐츠에 대한 사전 고민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지 내 조성이 완료된 친수공원은 모두 18규모다. 올해부터 개발이 시작되는 옛 수미르공원 부지 등 잔여 친수공원(16000)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11월 말 부산항만공사에서 부산시로 관리권이 이관돼 개방됐지만, 시민과 본격적으로 대면하는 건 올봄이 처음이다. 겨울 추위가 물러간 데다 1단계 사업지를 관통하는 이순신대로도 올 131일 개통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상부 덱을 통해 부산역에서 바로 진입이 가능하고 넓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도 갖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북항 친수공원은 부산항축제,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레이스 등 단기성 축제만 계획돼 있을 뿐 주말이나 상시로 즐길 콘텐츠가 거의 없다. 보트, 카약체험도 지난해 부산항축제 때 한시적으로 운영됐으며 부산항 역사를 기반으로 한 기획 전시, 문화행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크닉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 대여나 먹거리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인근 오페라하우스, 부산항기념관 등 굵직한 집객 시설이 건립되기까지 수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북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북항 친수공원이 주변 상권과 다소 거리가 있어 푸드마켓, 푸드트럭 등도 한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공원에서 만난 김서영(43·부산 기장군) 씨는 시민공원처럼 피크닉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파라솔을 설치해 그늘을 마련해 준다든지 돗자리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나라면서 공원을 낀 대규모 (랜드마크) 부지도 야생화 단지로 활용돼 드넓은 공원 일대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과거 용역이나 포럼을 통해 플리마켓, 팝업스토어 등 상시 콘텐츠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7일 북항 활성화 전문가 포럼에서도 부산항 역사와 직결된 우키시마호 추모 공간 마련, 미니 선박·곤돌라 운행 등의 방안을 나오기도 했다.

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 관계자는 오페라 콘서트, 버스킹 등 공원과 수로를 활용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현장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당장은 관련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건축사사무소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는 공원이 된 3부두는 과거 월남 파병을 나갔던 이별의 항구로,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웰컴존이나 야외음악회 등을 만들 수 있다면서 콘텐츠를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항 북항재개발 1단계 구역의 북항친수공원이 주말인 17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317

 

바다 온도, 지난해 4월부터 매일 역대 최고치다

WMO ‘2023년 전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이례적인 온난화에 엘니뇨·해양 열파까지

전 세계 바다 온도가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4월부터 매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세계 기상의 날을 나흘 앞둔 19(현지시각) 이런 내용 등이 담긴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해수면 온도는 4월부터 연말까지 매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치는 201631621였다. 특히 7, 8, 9월의 경우, 세 달 모두 각 달의 역대 최고 기온을 0.210.27정도의 매우 큰 차이로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는 북대서양 동부와 멕시코만, 카리브해, 북태평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례적인 해양 온난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북동 대서양의 경우, 적도 및 중동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와 같은 전형적인 온난화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온난화가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전 세계 바닷물에 흡수돼 축적된 열량인 해양 열용량역시 지난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바다 표면의 온도를 넘어 바닷물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얼마나 데워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심과 밀도, 비열 등을 종합해 계산한 지표인 해양 열용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하루 평균 전세계 해양 32% 정도에서 해양 열파가 발생했다. 종전 기록인 26%를 훌쩍 뛰어넘어선 것이다. 보고서는 해수면 온도가 과거 30년 평균보다 높게 지속되는 폭염 현상인 해양 열파 현상이 더 자주, 강하게 벌어지면서 해양 생태계와 산호초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봤다.

해수면 온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비롯한 다른 기후 지표들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2023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 평균 대비 1.45상승하며, 174년 관측 기록 중 가장 따뜻한 해가 됐다고 밝혔다. 이전의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상승 온도 최고치가 1.29(2016), 1.27(2020)임을 감안할 때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2022년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0% 증가했고, 메탄은 264%, 이산화질소는 124% 늘었다. 이 수치는 2023년에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 남극의 해빙 범위는 179, 1979년부터 관측된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9월 해빙 범위는 16962023년 중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1~2020년 평균 9월 해빙 범위 보다 약 150적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국힘 원전 대 재생’, 민주 기승전 RE100’산업에 갇힌 기후공약

여야 기후위기 대응 공약 평가

20239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진보정당의 어젠다로 여겨졌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총선에선 보수정당까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고 유권자들에게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야 주요 정당들이 내놓은 기후 공약들은 대체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2022년 대선부터 시작된 탈원전-탈원전정책 대결 흐름을 타고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기후 미래 택배공약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균형적 확충기조 아래 기후대응기금규모를 24천억원에서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비롯한 기후산업 육성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시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 미명하에 현재를 포기할 수도 없다고 발언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앞으로의 탄소중립 달성보다 현재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데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기업의 알이100(RE100) 이행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인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탄소중립형 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이 출범한 선거연합 정당인 녹색정의당은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위해 탄소세와 기후배당을 도입하고 기후경제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세 정당이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대체로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불평등하게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을 보호하는가 여부 등을 담은 정의로운 전환관점에서 볼 때, 녹색정의당 공약이 가장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명시적으로 내걸고 탈석탄지역지원 특별법과 농어업 재해보상법 등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을 꼽은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국민의힘의 석탄화력발전 특별법 제정, 민주당의 농촌 재생에너지 산업 거점 육성 등에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일부 들어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산업 부문 지원 외에 공공 인프라 마련 등이 부족해 균형점이 떨어져 아쉽다고 밝혔다.

전문가 5명의 평가가 가장 극단적으로 엇갈린 부분은 국민의힘이 내놓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확충공약이었다. 지 부소장은 미래에서 온 택배인 줄 알고 풀어봤더니 과거에서 온 택배, 녹색 성장 및 원전 프레임을 고집하고 있다고 혹평했고, 장 위원도 “‘원전 대 재생이라는 정쟁적 프레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 부소장은 그 이유로 원자력 등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에 최적화된 송배전 시스템은 소규모 분산형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도입을 저해하고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균형적 확충을 한다면서 전력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부재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고, 장 위원은 전력 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무엇으로,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과)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이 기대보다 더디고, (시설을 짓기 위한) 원자재 값도 올라, 온실가스 감축을 쉽게 할 수 있는 (원전 확대 등) 부분은 합리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기후 공약에 대해 장 위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주 에너지원이 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에 집중하는 것은 주요 선진 산업국과 글로벌 시장 흐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더 중요한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 향상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기후 공약에 대해선 기승전 알이100”(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위원은 민간 부분의 투자 확대 유도 방안 등의 구체적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전략으로 좁게 바라보고 있다”(지 부소장)는 평가가 나왔다. 지 부소장은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전략으로 좁게 바라보고 있다재생에너지 대전환은 기업의 전력 부문 전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기타 산업, 수송, 폐기물, 건축 등 모든 부문의 탈탄소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창회 이화여대 교수(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는 이와 관련해 단기적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술 개발 투자 비용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제도 지원과 경제적 보조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탄소중립산업법제정 및 신규 전력망 인프라 확충 공약과 관련해선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대한 규제와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없으면 탈탄소 사회경제체제로의 전환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장 위원)도 있었다.

전문가 평가에서 비교적 미래지향적으로 평가받은 건 녹색정의당의 공약이다. 지 부소장은 기후위기대응을 산업, 지역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기후 적응 등 폭넓게 포섭하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미래에 기후위기가 보건·식량·경제 위기 및 국가 실패, 무력 분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것은 적절한 접근이라며 미래 지향성 면에서 비교적 앞서 있다고 평가를 했다. 그런 한편 추진 방법, 이해관계자 설득 방안, 재원 확보 등에 대한 세부 전략 및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돼야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지 부소장)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정의당의 재생에너지 100% 추진 공약에 대해 한국은 섬처럼 떨어져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할 때 급하게 전기를 받아올 수 없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정 교수)는 평가도 있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후보들만 모른다, 총선 격전지 당락 뒤집는 기후유권자의 힘

물난리 겪은 동네, 빈그물 뱉는 바다기후위기는 내 삶의 위기

기후유권자: 기후 관련 정보를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투표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 국내 유권자의 33.5%가 기후유권자로 조사됐다. 기후유권자는 (주관적 이념 성향 기준) 진보층에서 가장 많고(41.7%), 성별로는 남성, 연령별로는 60살 이상에서 많다.

서울 동작구 주민들이 지난 15일 오후 동작구 동작신용협동조합 성대시장점 회의실에서 열린 ‘2024 총선 예비후보 기후위기 간담회'를 마친 뒤 건물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의 어부 심치만(58)씨는 지난 13일 바다의 조류가 느려지는 조금때인 오후 4시에야 배를 띄웠다. 물살이 빠르면 그물이 말린다. 5월 이후 본격적인 꽃게 철이라면 모를까, 요즘엔 가까운 바다에서 간자미(가오리) 같은 잡고기를 잡아 말려 판다. 시간이 갈수록 어업 소득이 줄어 낮엔 다른 일을 한다.

어획량이 줄어 그렇죠. 꽃게가 산란을 제대로 못 하니. 수온에 문제가 있어요.”

구명조끼를 입고 초록색 그물 사이사이 걸린 간자미를 걷어내며 심씨가 말했다. 심씨는 한 8년 전쯤부터 바다가 이상해진 걸 몸으로 느낀다. 대를 이어, 아주 어려서부터 어부 일을 해온 심씨의 어획량은 그즈음부터 해마다 줄었다. 이전에 두세번 그물질로 충분했을 양을, 이제 쉰번, 예순번 던져야 겨우 맞춘다. 꽃게 상태도 전 같지 않다. 들쭉날쭉한 수온 탓에 꽃게들이 아무 때나 산란하면서 껍질이 물렁해지기 일쑤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바다의 표층 수온은 오르지만, 꽃게가 사는 깊은 바다는 더욱 차가워진다는 연구가 있다. 수온이 변하면 꽃게가 성장하는 시기도 달라진다. 심씨는 지난해엔 90%가 값어치 없는 물렁게였다십여년 뒤면 서해안에서 꽃게 보기 힘들지 모른다고 했다.

심씨는 반갑지 않은 바다의 변화가 인근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1~6호기) 탓이라고 여긴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이 발전소가 바다로 뜨거운 배출수까지 뿜어내 수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을 어촌계장인 심씨와 소이작도 어부들은 영흥화력발전소를 서둘러 폐쇄하길 바라고 있다. 심씨는 몇달 전 지역 환경운동단체에도 가입했다. 심씨는 이번 총선에서 화력발전소 폐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있으면 그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기후유권자. 기후의제를 잘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투표를 고려하는 사람이다. 로컬에너지랩과 더가능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 전국 17개 광역시·17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3명 중 1(33.5%)은 심씨와 같은 기후유권자였다. 이 가운데 14.9%는 이번 총선 ‘1순위 관심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꼽는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에서 만난 청과물 상인 윤혁(60)씨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엄마 따라 과일장사 시작한 큰아들 집이란 가게 이름이 보여주듯, ‘과일은 윤씨의 삶 그 자체다. 그는 요즘 핫해진 비싼 사과도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지난해 요맘때 갑자기 추위가 오면서 꽃망울 폈던 게 다 얼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추운 지역 맛있는 사과 과수량이 확 줄었어요.”

날짜도 잊지 못하는 202288, 윤씨는 기후 재난을 처절히 경험했다. 서울의 하루 최대 강수량을 102년 만에 다시 쓴 그날, 동작구에선 성대시장과 남성시장 등 전통시장들이 삽시간에 물에 잠겼다. 새벽까지 물을 퍼냈지만, 물난리 통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성대시장 상인회 쪽은 당시 물난리로 7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 모습.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윤씨는 점포 100여개가 다 물에 잠겼다. 배수구 제때 열고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데도 감당이 안 된 거다. ‘(기후위기가) 진짜 심각하구나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시청·구청이 차수막을 지원하고 안전 맨홀을 설치하고 배수관 용량을 늘리고 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그날 이후 비어 있는 점포를 볼 때마다 윤씨는 찾아올 여름을 걱정한다.

윤씨가 기후위기와 시장 물난리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된 건, 성대시장이 자리한 성대골 마을 덕이기도 하다. 성대골은 에너지 자립 마을로 알려져 있다. 김소영 성대골사람들 대표가 2010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며 시작한 마을공동체 운동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흘러가 지금처럼 자리잡았다. 마을엔 전봇대만큼이나 태양광 패널이 즐비하고,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사업을 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기후 환경을 가르치고, 시장 상인들은 비닐봉지나 일회용기 사용을 자제한다. 성대시장 소불고기집 사장 백영자(67)씨는 일회용기를 쓰지 않으려 코로나19 때도 배달을 하지 않았고 손님에게 남은 음식을 포장해줄 때도 그릇을 가져오면 더 많이 준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성대시장을 아예 차 없는 거리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대골은 마을 전체가 기후유권자인 셈이다. 2016년 총선 때 이 지역 녹색당 후보(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의 득표율은 3.05%, 녹색당의 전국 득표율(비례 0.76%)을 훨씬 웃돌았다. 동작구는 2020년 총선의 비례 투표에서 1·2위 정당의 표차가 1.73%포인트(·을 총합)에 그쳤는데, 이번 총선에서 기후유권자들이 맘만 먹는다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네 주민들이 2020년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개최하는 기후선거 간담회에 각 당 예비후보자들이 총출동하는 것도 이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성대골의 생태환경 책방 대륙서점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성대골은 2022년 수해가 있었고 반지하 문제나 주택 에너지 효율화 같은 게 급선무다. 주민들의 관심사인데 정작 그런 공약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후유권자들은 기후변화를 위기만이 아닌, 기회로 보기도 한다.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가장 많은 전남 지역 유권자들도 그중 일부다. 기후정치바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남 강진·고흥·보성·장흥군에선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산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4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22.8%)2배에 가깝다. 일조량이 좋아 이 지역에서 일찌감치 태양광 발전 사업이 시작된 영향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녹차밭에선 두가지 빛깔의 녹차나무를 볼 수 있었다. 20규모 태양광 패널이 지붕처럼 덮여 있는 500크기 밭에 있는 녹차나무 잎은 푸르렀지만, 지붕이 없는 곳에 있는 녹차나무 잎은 검붉은색이 강했다. 2020년부터 이곳에서 영농형 태양광 실증재배를 해온 안병태(64)씨는 태양광 패널이 한겨울의 냉해를 막고, 34월에는 서리 피해도 막아줘 잎 색깔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벼나 오이 같은 작물은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수확이 다소 준다고 하는데, 녹차는 오히려 상등품이 나와요. 그늘이 필요한 말차를 만들어주죠.” 안씨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뒤 태양광 수익에 더해 녹차 소득이 2배로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영농형 태양광에 적극적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태양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관심이 많다. 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은 적정 수익을 내는 주변 상황을 오랜 기간 보고 들어온 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인식이 증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유권자들이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공약에 관심이 크다 보니 정치인들도 민감하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를 다른 용도로 쓰는 일시 사용허가기간이 최장 8년인데, 이를 늘리는 법 개정안을 이곳 지역구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승남)이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의 영농형 태양광 녹차밭 실증재배 모습. 안병태씨는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녹차밭 잎은 푸르색이 많지만, 설치되지 않은 곳의 찻잎은 냉해를 입어 검붉은색이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태양광의 계통 연결도 관심거리다. 한우 70마리를 키우는 축사에 태양광 설비를 신청해놓았다는 봉산리 주민 이상진(64)씨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너무 많아지면 전력이 남지 않겠느냐“(이곳에서) 재생에너지를 쉽게 만들어내도 (계통 문제로) 팔 수 없게 된다. 출마하는 분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이들도 기후유권자를 자처하고 있다. 김기수(45)씨는 소이작도 어부 심씨가 서둘러 폐지하길 바라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이 발전소가 사라지면 김씨의 직장을 포함한 20여개 협력업체가 사라지고 1천명 이상이 생계를 잃게 된다. 영흥도 주민이기도 한 김씨는 지난 14석탄화력발전소가 향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가스터빈으로 바뀌면 원청인 한국남동발전이 직접 운영하는 본설비만 남는다. 협력업체가 위탁받아 관리하는 외곽 설비나 부대설비는 없어지는데, 그럼 여기 직원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먼 훗날 얘기가 아니다. 충남 태안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순차 폐쇄에 들어간다. 5만여명의 국내 화력발전 노동자들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올해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환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씨는 “(영흥화력 폐쇄는) 불과 7~8년 뒤의 이야기인데 인천시장이나 이 지역 국회의원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얘기하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적극적인 후보가 있다면 평소 내 지지 정당과 달라도 투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부 심씨가 사는 소이작도와 화력발전 비정규직 김씨가 사는 영흥도를 포함한 인천의 중구·강화·옹진 지역은, 직전 총선에서 1·2위 후보 간 득표 차가 2.64%포인트인 격전지’(이 지역 선거구 총합)였다. 기후위기 인식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1순위로 보겠다고 답한 이 지역 유권자는 무려 20.3%에 달했다. 인천 연수구(8.7%), 동구·미추홀구(9.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기후유권자를 분석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우리 사회는 아직 유럽 등에 비해 기후위기 대응 이슈의 정책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기후 이슈가 실질적 쟁점과 여론 형성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막상 조사를 해보니 득표 차 5%포인트 이내 격전지에선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유의미한 크기의 기후유권자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정치권에서 이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보성/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속이 텅 빈 6백 살 은행나무의 비밀

경상남도 하동 옥종면 은행나무...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향기가 발을 붙잡기도 한다. 담장 넘어 어느 집에서 흘러나온 천리향의 꽃향기가 봄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어디 꽃 뿐이랴. 메말랐던 가지에 물이 오르면 가지는 연한 분홍빛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연한 풀잎의 새순이 돋아난다.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6백 살 은행나무 어르신도 머잖아 아기의 손바닥처럼 여리디 여린 새순을 살며시 펼쳐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 어르신의 진가는 나무 전체가 청정한 푸른 은행 잎으로 덮히는 여름이 오기 전, 3월 이맘때 보아야 오히려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높이가 무려 38미터, 둘레는 어른 예닐곱 명이 둘러 서도 모자랄 만큼 넓은 10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당당히 드러내 놓고 선 모습은 용맹한 장수처럼 위풍당당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뭔가 이상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일곱 여덟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그룹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2023년 겨울 은행나무, 마치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나무는 엄연히 한 그루의 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나무의 나이테가 있는 원줄기의 3분의 2 정도가 썩어서 없어졌고, 그 빈 자리에 나뭇가지의 일종인 맹아들이 직립으로 자라 한 그루의 나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품 안에 가지들이 다시 자리를 튼 모양새로 1세대, 2세대 나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고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빗대기도 했는데 가지만 앙상한 모습은 실제 웅장한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 내부에서 하늘이 보일 정도로 나무의 내부가 텅 비어 있다.2023년 가을 촬영

오랜 세월 이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온 마을주민들은 진작부터 이 나무의 속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민들 사이에 이 나무는 동굴이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임산부가 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나무는 대체 속이 어느 정도나 비어 있는 걸까? 하동에서 나무 병원을 하는 김철응 원장에게 의뢰해 나무의 내부를 초음파로 측정을 했다. 그 결과 나무의 직경은 3미터에 달하는데 그 중 2.5미터 정도가 비어 있는 것으로 측정이 됐다. 그 비어 있는 나무 속에 맹아들이 여러 개 자라 마치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나무의 초음파 사진, 푸른 색 부분이 다 비어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 어르신은 나무의 몸통 3분의 2가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6백 년이 넘는 세월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것일까?

"나무가 쓰러지는 것은 뿌리가 제 기능을 못해서입니다. 줄기 때문에 부러져 넘어지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아요. 이 나무는 속은 비어 있지만 뿌리 쪽이 생장이 좋기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와락 감동이 밀려왔다. '그래, 중요한 것은 뿌리지.' 우리의 시선은 눈에 보이는 나무의 화려한 풍체에 머물러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 당당한 풍체를 유지하기 위해 뿌리는 물길을 찾아 사방 팔방으로 뻗어나가 흙을 붙잡고 굳건히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웬만한 비바람 뿐 아니라 벼락 조차 견디고 해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비단 나무뿐이랴, 사람도 웬만한 고난과 시련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필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아무리 화려한 잎을 매달고 있어도 뿌리가 약하면 비바람 한 번에 넘어가 버릴 수 있지만, 뿌리만 튼튼하면 어떤 고난과 시련도 견디고 새날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새삼 '나의 뿌리는 과연 얼마만한 크기일까?' 되돌아 보게 하는 6백살 은행나무 어르신이다.

202312, 잎을 다 떨구고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 마치 하나의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은행나무가 이렇게 오랜 세월 마을 중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정성도 한몫을 한다. 마을 주민들은 언제인지 헤아릴 수 없는 옛날부터 이 은행나무 할매에게 제를 모셔왔다.

해마다 음력 정월 그믐, 12시면 나무 할매에게 제를 올리는데, 산모를 품어 아이를 낳았다는 전설 때문에 제사상에는 특이하게 미역국을 끓여 올린다. 나무의 연대기는 이순신 장군과도 연결이 되는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할 때 부하들이 이 나무 아래에서 쉬어갔다는 전설도 있다.

6백 살을 잡수신 하동 옥종 은행나무에 연한 새순이 돋기 시작하면 곧 나무 전체가 푸른 잎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무의 텅 빈 속은 모습을 감추고 거대한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인다.

하동 옥종면 청룡리 6백살 은행나무 나무 높이 38미터, 둘레가 10미터에 달하는 은행나무. 경상남도 기념물 2532023년 여름 촬영  경상남도 기념물 253호. 하동 옥종면 청룡리 은행나무. 수령 600년. 2023년 가을 촬영

하동 옥종의 은행나무 자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 년에 두 번은 봐야 한다. 뼈대를 고스란히 드러내 마치 거대한 건축물처럼 보이는 지금과 화려한 금빛 드레스를 차려입은 가을의 모습이다.

경상남도에서 가장 큰 나무라는 이 은행나무 어르신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가지마다 풍성한 은행 열매를 매단다. 그 양이 수확을 하면 무려 백 가마에 달한다고 하는데... 가난한 시절에는 은행 열매를 주워 내다 팔아 생활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마을 어르신들은 지금은 은행 열매를 주워 밥을 짓기도 하고 백숙을 해서 나눠 먹기도 한다. 대부분 연세가 칠팔십을 넘은 마을 어르신들도 은행나무를 '할매'라고 부른다. 오며가며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며 마을 할머니들은 기도한다.

" 할매요, 올해도 우짜든동 건강하게 열매를 많이 많이 맺어주이소."

지난 2023년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날씨가 더워 할머니들 보시기에 최악의 단풍이었다고 하는데 부디 올해는 할머니들이 기대하는 아름답고 화려한 가을 옷을 차려입고 백가마의 은행을 주렁주렁 맺으시길 새봄에 기도해 본다.

가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해마다 백가마의 열매를 맺는다. 2023년 가을 촬영

추미전(chu815)오마이뉴스

 

끔찍했던 6년의 악몽, 나는 '좀비보' 해체에 투표한다

산 강과 죽은 강, 12년이 보여준 과학... "윤석열표 세종보는 과학을 죽였다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략이 또다시 과학을 죽였다. 최근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사업 때처럼 시뻘건 흙탕물이 금강으로 유입되는 세종보 보수 공사 현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해체 결정을 뒤집고, 보를 수리해서 오는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고 결정했다. 과학적 검증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그 결정에는 지난 12년 동안 누적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

[담수 6년의 생태계] 악몽의 6... 고인 물은 썩었다

절반은 고인 물, 나머지는 흐르는 물인 상태였다. 세종보는 2012년 완공된 뒤부터 6년간은 서있었고, 20181월 전면 개방된 뒤부터 6년간은 누워있었다. 12년이면, 세종보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실험 기간이다. 과학적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된다. 보 개방 전 20176월에 찍은 아래 한 장의 사진이 자연 과학이다.

2017년 여름,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에서 채취한 펄 속에 깔따구가 살아있었다.김병기

세종보 우안 직상류 마리나선착장. 취재 당시 선착장에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작대기로 깊이를 재니 펄층이 1m 이상이었다. 한 삽 펐더니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산소 제로 지대에 사는 최악수질 4급수 지표종이다. 시궁창 펄밭에 배가 없는 건 당연했다. 한 환경단체 인사는 "선수들이 피부병에 걸려서 사업을 접었다"는 선착장 사업자의 말을 전했다.

4대강사업으로 강을 살리겠다고 주장했던 이명박 정부는 이걸 알고도 국민을 속였다. 아래 문건은 20092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의 한 페이지다.

20092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문건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국토해양부

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으로 활용 곤란. 특히 중하류는 대도시, 공단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 악화가 우려.

준설로 물그릇은 증가하나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는 없음.

한화진 장관의 4대강 이력... 'MB 망령' 부활에 앞장

15년 전 사망한 국토해양부 한 관료의 캐비닛에서 발견된 이 문건은 묵살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당시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이었다. 그 때 MB의 지시를 받았던 그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4대강 사업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가까스로 되살아나고 있는 금강에는 치명적이다.

그 후과는 그간 금강이 말해주었다. 20124대강사업 때 맨 처음으로 완공된 세종보의 12년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보편적 자연법칙을 입증하는 시간이었다. 이 기간에 누적된 데이터도 많다. 아래 표는 1년여 동안 금강과 영산강의 4대강 보를 개방한 뒤인 2018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2018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다국무조정실

지난 1년간 수질수생태계 등 11개 분야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물 흐름이 회복되어 조류 농도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회복되는 등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어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산강 승촌보도 지난 4월 완전개방 이후 조류농도가 37% 감소했습니다.

- 2018 보도자료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발췌

이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15개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인 2008~2009년과 보 설치 후인 2013~2016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이런 구체적 수치는 한 장관 휘하의 공무원들이 수없이 모니터링한 과학의 결과물이다. 수치만 악화된 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은 세종보 수문을 닫은 금강의 6년을 직접 경험했다. 가령, 인근 아파트에서는 악취와 발전소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지낼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루살이가 기승을 부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말도 회자됐다.

[개방 6년의 생태계] 흐르는 물... 산 강의 귀환

금강의 귀환을 가장 먼저 알린 건 시궁창 펄에서는 살 수 없는 재첩이었다. 아래 사진은 세종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한 뒤인 20186월에 세종보 직하류의 하중도에서 찍었다(관련기사: 금강에서 발견한 재첩, 신대륙을 발견한 듯 기뻐한 까닭 https://omn.kr/rtqj).

2018년 세종보 수문이 전면 개방하던 해에 직하류에서 발견한 재첩

펄이 씻겨나간 뒤 쌓인 모래 위에는 주먹만 한 펄 조개 사체들이 즐비했다. 죽은 강의 생태계가 산 강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였다. 맨손으로 모래 속을 파헤쳐 보니 맑은 물에서 사는 재첩 새끼들이 숨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문 개방 이후 가장 두드러진 이곳 생태계의 변화는 멸종위기종의 귀환이었다.

환경부는 2019418"'4대강 보 건설 이후 최초로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이듬해인 2020622일에는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백로가 세종보 인근에서 최초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문개방 이후 "모래톱과 하중도가 잘 형성된 금강 중류 구간은 백로류가 머물기 좋은 환경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세종보 수문 개방으로 이곳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2021118,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등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된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종보 등) 완전 개방 보를 중심으로 물흐름 개선, 녹조 감소, 멸종위기 야생생물 재출현, 수생태 건강성 향상 등 자연성 회복을 확인했다"는 모니터링 자료를 제시했다.

2021118,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모니터링 자료물관리위원회

2021118,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보 모니터링 자료국가물관리위

[세종보의 경제성] 해체하는데 331억 원, 편익 비용은 972

문재인 정부 때 세종보 해체를 결정한 건 단지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9222,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 보 해체, 2개 보의 수문 상시 개방 방안을 제시했던 근거는 경제적인 이유였다.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전문가 합동회의, 수계별 연구진 회의 등 총 40여 차례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의 결과였다(관련기사: 경제적으로 입증된 4대강의 허구... '물그릇론' 붕괴 https://omn.kr/1hig4)

2019222,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경제성 분석 결과 표4대강조사평가기획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전신)'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멀쩡한 보를 왜 해체하냐'고 반발했지만, 해체하는 게 혈세를 보존하는 길이라는 게 과학적 평가였다.가령 세종보 해체에 114억 원(114.67)이 든다. 해체에 따른 물이용 대책 비용은 86억 원(86.08)이다. 보의 경제성 수명인 2023년부터 2062년까지 40년간 소수력 발전을 운영할 수 없어 발생하는 131억 원의 손실 비용도 있다.

하지만 수질과 수생태 개선비용으로 867억 원의 이득이 생기고, 유지관리비 83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2062년까지 세종보 해체에 따른 비용은 친수효과와 홍수조절 편익 등을 포함해서 총 331억 원인데, 편익 비용은 972억 원이었다. 결국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세종보 해체시 B/C 값은 2.92으로 100원을 투입하면 292원의 이윤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히 2012년 완공 이후 7년간 인건비와 보수비용 등 총 1167000만 원이 세종보에 투입됐다. 이 기간, 유압전도식 보가 10여 차례 고장이 나서 '고물 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세종보의 하자보수 기간은 이미 지났다. 최근 환경부는 30여억 원을 들여 세종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매년 막대한 혈세가 고장 수리비용으로 투입될 것이 불 보듯하다.

[무도한 정권] 총선, 세종보 해체 위해 한 표

'좀비 보'.

'고물 보'에 이어 최근 세종보에 붙은 별명이다. 20211, 문재인 정부 때 사망선고를 받은 세종보를 윤석열 정부가 일으켜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 출신인 한화진 장관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지난 12년간의 과학적 모니터링 결과를 뒤집은 건 지난해 7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였다.

당시 감사원이 환경부 장관에 주문한 조치 사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였다.

앞으로 4대강 보 해체와 같이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주의),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통보)

20237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사업 감사 결과 중 발췌

환경부 장관에게 상당 기간 실험이 불가피한 과학적 검증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 때의 결정을 뒤집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한 장관은 그날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검토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12년의 과학을 뒤집으려면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마땅하지만 과학적 검증을 강조해 왔던 과학자 장관은 그걸 생략했다.

결국 그해 84, 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등의 결정을 취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4년여가 걸렸지만, 윤석열 정부는 단 15일이었다. 과학이 아닌 정략적 결정이기에 가능했던 속전속결이었다. 그나마 MB정권은 국민을 속이려고 애를 썼는데, 윤석열 정권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도했다.

2019년에 개봉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포스터

4월 총선을 앞두고 금강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금강과 낙동강 등을 누비며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https://omn.kr/27uj7)을 만들었던 기자가 세종보 근처로 이사 온 뒤 두 번째로 맞는 봄이다. 2019년 다큐 영화를 개봉했을 때에는 그래도 희망이 보였다.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금강의 보 수문을 개방한 상태였다.

재현될 끔찍한 악몽의 6, 세종시민인 나는 브레이크 없는 정권 앞에 벽돌 한 장 얹는 심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세종보 해체'에 소중한 한 표를 찍겠다.

김병기(minifat)오마이뉴스

 

믿고 보는 현대미술관 기획전, 로컬리티·관종·환경을 짚다

#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 지역소멸 위기 해법 머리 맞대기

- 작가 63명 총 149점 작품 선봬

- 1~2층 전시장과 야외까지 활용

# 능수능란한 관종

- 이 시대 다양한 주제 관심 호소

- 조영남·신민 등 32명 작품 눈길

부산현대미술관(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상반기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전시마다 수십 명 작가가 참여하는 대형 기획으로, 다채로운 주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부산시립미술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문을 닫아, 더 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세 전시는 모두 오는 77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생태에 주목하다

소장품 상설전에 참여한 스튜디오1750‘LMO3116’.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의 상시 전시인 소장품섬의 올해 첫 전시는 마크 리의 나의 집이었던 곳과 미래 유전자 변형 생명체에 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구현한 스튜디오1750‘LMO3116’이다. 단채널 실시간 데이터를 시각화한 영상 작품인 나의 집이었던 곳은 지구생물 관찰정보 공유 플랫폼인 아이내추럴리스트와 레드리스트, 국제자연자원보전연맹의 자료를 구글 어스 위에 얹은 방식을 시도한다. 관람객은 멸종된 생물종에 관한 정보와 세계 각지 관찰 장소를 동시에 보며 지구 생물다양성에 대한 경외심과 경각심을 체험한다. ‘LMO3116’은 민들레홀씨 모양 설치 작품이다. 막대형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민들레홀씨는 미래에 나타날 돌연변이를 의미한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이 얼음마저 녹으면북극곰은 어디로 가야 하나

유엔·세계기상기구 적색경보, 이것은 실제 상황

 

2021816일 프란츠 요제프 랜드 군도의 영국 해협 빙원에 북극곰 한 마리가 앉아있다. 유엔은 19일 지난해 폭염이 바다를 덮치고 빙하가 기록적인 얼음 손실을 겪으면서 전 세계 기온이 더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고 2024년은 더 더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유엔은 19(현지시각) 폭염이 대양을 데우고 빙하가 기록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지구의 온도가 가장 높았으며 2024년은 더욱 더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기상기후청의 연례 기후 현황 보고서는 2023년이 지금까지 기록된 해 중 가장 더운 해였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4년이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가 위기에 처한 행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지구가 조난 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화석연료로 인한 오염이 상궤를 벗어난 기후혼란을 불러왔으며 기후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셀레스트 사울로가 19일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년 지구 기후 보고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엔은 2023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10년을 마무리하면서 폭염이 바다를 덮치고 빙하가 기록적인 얼음 손실을 겪으면서 지난해 전 세계 더위 기록이 깨졌음을 확인했다. AFP 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의 사무총장 셀레스테 사울로도 나는 지금 전 세계에 적색경보를 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임계온도 1.5는 사실상 넘었다. 202312개월 평균은 1.451.5보다 낮았지만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청에 따르면 20233월부터 20242월까지 12개월 평균은 1.5를 이미 초과해 1.56에 달했다. 올해는 시작부터 기록적으로 더웠기 때문이다. 20241월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세계기상기구는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는 현상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이 있음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2023년의 풍력, 태양열 그리고 수력을 이용한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용량이 2022년보다 거의 50% 증가하여 총 510기가와트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사울로는 기후 행동의 비용이 많이 들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비용이 훨씬 많이 들다. 가장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악의 기후 대란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강조하며 지도자들이 지금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620일 프랑스 남부 생아나스타시에의 생니콜라스 드 캄파냑 다리 근처 가르동 강바닥이 폭염으로 메마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은 19일 지난해 전 세계 기온이 더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서울시의 기후동행녹색이라 쓰고 그린워싱이라 읽는다

고밀도 개발 정당화 수단오세훈 치적광장숲 외 환경 예산 대폭 삭감

 

서울시가 지난 25일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통해 최대 100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설 용산 정비창 부지 / 연합뉴스

 

서울 시내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겠다.”

도시계획의 목표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요즘 서울시 주요 개발사업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는 녹색’, ‘환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일수록 친환경이 따라붙는다. 사업 계획만 보면 친환경 미래도시 서울시가 눈앞에 바로 다가올 듯하다. 오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정치에 입문하며 환경변호사이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실은 어떨까. 서울시의 환경정책과 예산을 뜯어보면 친환경’, ‘녹색은 개발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행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린워싱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면 그린워싱이란 의심이 무리도 아니다. 서울시는 환경정책 담당 부서의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0% 이상 깎았다. 초고층 업무지구를 새로 개발한다면서 친환경을 내세웠는데 실상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도심 고밀도 개발의 명분을 위해 도입한 도심녹지는 안정적인 사후 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 최근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그린벨트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로수 예산 37% 깎고 광장숲 예산 신설

올해 서울시의 환경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기후환경본부의 예산은 전년 대비 13.4%, 푸른도시여가국 예산은 18.3% 감소했다. 서울시는 세입 감소 여파로 예산안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전체 예산 감소율(전년 대비 3.1%)보다 환경 예산 감소율이 훨씬 더 가파르다.

 

환경 예산 중에서도 특정 항목의 감소폭이 유독 크다. 푸른도시여가국의 하천생태 복원 및 녹화예산으로는 올해 3784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1273400만원)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생태경관보전지 내 생태통로 등 환경을 관리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및 관리예산도 231200만원에서 절반이 안 되는 103700만원으로 줄었다. 공원을 유지·관리·보수하는 예산도 4142033만원으로 전년 대비 776267만원 감소했다.

 

길가에서 흔히 보이는 가로수 예산의 삭감폭도 컸다. 서울시의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 및 가로변 녹지량 확충예산은 지난해 219473만원에서 37% 줄어든 1387469만원이 편성됐다. 주로 병충해·고사 위기에 놓인 가로수를 살리고, 빗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가로수를 관리하는 데 쓰인다.

 

이 예산이 40% 가까이 줄면서 서울시가 각 구청에 교부하는 가로수 관리 예산도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에 지원해야 가로수 생육이 원활해질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반면 오 시장의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광장숲예산은 늘었다. 서울광장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 올해 266250만원이 새로 편성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의 30% 면적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도심에 나무를 심으면 도로변 가로수 유지·관리보다 치적을 드러내기 좋다도시 가로수 유지·관리예산은 지금도 부족한데, 빗물 유입 등 도시 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가로수를 등한시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크다. 서울시의 환경·생태 분야 담당자들은 예산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깎였다추경을 통해서라도 다시 증액하고 싶은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

 

고밀도 개발하며 친환경 수직도시홍보

서울시가 수조원씩 투입하는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도 녹색은 반복된다. 서울 세운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홍보와 달리 녹색’, ‘환경은 최우선순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고밀도·고층 빌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친환경과 고밀도·고층 선물을 한 데 묶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공지를 활용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개발 방식에도 의문이 따른다.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을 내걸고 세운지구 고밀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지 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건폐율)을 줄여 남은 면적은 공개공지로 녹지를 조성한다. 대신 건물의 높이는 올라간다. 세운지구에선 건물을 용적률 1500%, 최고 높이 200m 안팎까지 올릴 수 있다.

 

공개공지는 사업지별로 모양과 위치가 제각각이다. 여기에 녹지를 만든다고 해도 통합된 도심녹지 기능을 보장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녹지 가이드라인 심의기준은 5개 부문 29개 항목, 녹지 조성 이후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97개 항목에 이르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현재 건축주가 지침을 어겨도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정도로밖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개공지 활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은 한번 올려받으면 사업시행자 입장에는 막대한 이익인데 (그 반대급부로 주어진 의무를) 공무원을 둬서 단속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다현재 서울 시내 공개공지 가운데 시민이 실제로 이용 가능한 공간은 거의 없다. 이는 민간에 관리를 맡겼다가 실패한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도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2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녹색을 강조했다. 100층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개발계획과 함께 사업부지 면적 100%를 녹지로 확보한 친환경 수직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홍보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하겠다는 녹지의 30%는 세운지구와 같은 공개공지 형태다. 또 절반의 녹지는 건물 테라스·옥상·벽면녹화로 조성한다. 조성 녹지의 50%가 시민들이 걸어 다니며 일상적으로 느끼고 누리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서울시도 옥상에 만드는 녹지, 벽면에 조성한 녹지가 녹지 공간이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가이드라인에서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는 입체 녹지공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옥상녹화는 가로변에서 직관적으로 인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고, 상시 개방에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했고, 벽면녹지는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썼다. 구호로만 친환경을 외쳤다고 자인한 셈이다.

 

한강 리버버스, 그 자체가 생태계 위협

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운영하는 한강 리버버스는 하이브리드 선박 도입 등을 내세워 친환경을 강조한다. 그런데 리버버스 자체가 한강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현재 한강에는 유람선 2대가 1일 평균 10회 운항한다. 리버버스는 평일 기준 15~30분 간격으로 하루 68회 다닌다. 기존 유람선 운항 횟수보다 7배 가까이 많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항주파, 선박의 소음 등으로 한강 생태계가 훼손되고 철새의 안식처가 사라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목표종인 큰 고니가 지하철 3호선 옥수역 근처에 등장했다. 옥수역 인근은 리버버스 선착장이 들어설 곳이다. 서울시는 올해 철새보호구역 지정·관리 예산도 86565만원에서 36500만원 깎아 565만원만 배정했다.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분담률도 0.02%에 불과해 대중교통으로서의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 간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 또한 여럿 발견된다. 서울시는 지난날부터 남산 1·3호 터널의 일부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승용차 운행을 부채질하는 조치다. 또 남산 곤돌라는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환경 관련 심의를 건너뛰었다는 절차적 시비에 놓여 있다.

 

62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청년교통카드로 불리는 게 타당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기후동행카드의 성격이 탄소저감 효과보다 교통복지에 가깝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이용자의 절반이 20~30대다.

 

40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할 때만 기후동행카드가 이득인 요금 구조는 승용차 이용자에게 높은 문턱이다. 많이 이용할수록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커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정기권의 성격이 더 강하다. 탄소 배출 감소를 강조하는 기후동행의 이름 붙이기에는 정책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36일 개발제한구역 제도와 지정현황 등을 검토하는 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나 친환경 정책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행보다. 서울은 197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역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정부도 나몰라라하는 종이빨대자발적 사용하는 카페·편의점은 왜?

 

종이 빨대 제조 업체에서 직원이 빨대를 생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 배달 앱 플랫폼이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에도 종이빨대 사용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 세계적인 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앞으로도 종이빨대를 계속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1일 소상공인연합회와 종이빨대 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연합회에 1억원을 기부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해당 기부금에 자체조달 기금 1억원을 더해 총 2억원 상당의 종이빨대를 구매해 소상공인에게 배포한다.

 

종이빨대 업체를 지원하는 동시에 소상공인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취지라고 양측은 설명했다.

 

편의점 CU도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방침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종이빨대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CU는 종이빨대 사용 등에 따른 플라스틱 저감량을 2022년 연간 54.2t, 지난해에는 약 80t으로 추산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플라스틱빨대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객의 편의를 위해 종이빨대의 내구성 등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이 빨대 제조 업체 사무실에 종이 빨대가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1월 환경부는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와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및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들 업체는 일회용품 사용 감축에 자발적으로 나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협약에 참여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당장은 종이빨대를 사용하면 비용 부담이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추세인 만큼, 플라스틱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에상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 17개 커피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드점, 2개 제과업체 등 총 24개사가 협약을 체결했지만 모든 업체가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대부분 가맹점주가 플라스틱빨대를 주문하기 시작했다플라스틱빨대보다 종이빨대 단가가 비싼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카페 등 매장 내 종이컵 등의 사용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여 앞두고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도 무기한 연장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달라진 정부 정책에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대량 생산한 소상공인인 종이빨대 제조사가 타격을 입었다.

 

종이빨대를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플라스틱빨대 생산으로 돌아섰다플라스틱빨대를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 환경 부담금을 적용하거나 종이빨대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올해 11월 부산에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열리는데 그동안 준비해온 플라스틱 규제 정책들이 현 정부에서는 실종됐다협약은 실효성이 없는 만큼 국회에서 플라스틱 규제와 관련해 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 이진주 기자

 

양재생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윤 대통령 최대한 속도내겠다

상공의날 기념식서 의견 교환, 식수원 확보 문제도 긍정 답변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덕신공항 조기개항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이 속도를 내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20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등 기업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양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대통령,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통령실 제공

21일 부산상의에 따르면 양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 공식행사에 참가, 윤 대통령에게 이 같이 건의하고 답변을 받았다. 지난 19일 부산상의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한 양 회장은 다음날인 20일 오후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상공인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덕신공항이 2029년에 조기개항할 수 있도록 정부가 끝까지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것보다 초과해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은 또 부산시민 건강을 위해 식수 문제도 꼭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환경부에 좋은 물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이미 지시했다. 앞으로도 챙겨보겠다고 대답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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