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선 앞두고 예타 `무용지물`… 면제사업규모 22조 넘는다 2. 재원·효과 불투명한 ‘철도망’ 구축, 총선용 급조 아니어야 3. AI보다 더 위험한 ‘기후’ 4. '기승전핵'만 외치는 윤 정부, '핵 판매장'으로 전락한 '기후총회' 5. 대구 '버스전용차로' 승용차에 점령 제 기능 못한다 6. 1년에 한 번 열리는 광릉숲, 올해는 9월 28∼29일 개방 7. 미역·톳이 사라지고…제주 앞바다가 '사막화' 되고 있다 8. 양산시 통도사,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절대 반대" 9. 부산엑스포 유치 재도전?…공론화 과정 거쳐 하반기 결정 날 듯 10.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산림 경영‧제도 기반 갖춰야”
11. 탄소감축’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석탄→LNG 전환 제동, 왜? 12. ‘RE100’ 요구 커지는데…“납품 비중만큼 재생에너지 쓰면 된다”는 정부 13. 가덕신공항 건설에 지역업체 참여 늘리겠다" 14. 도로 막고 불 지르는 佛 격렬 시위... 89%가 지지하는 이유 15. 경남 거제시 무인도에서 희귀식물 '덩굴옻나무' 군락 발견
16. 한반도 자생 생물 6만종 돌파…16년만에 2배 늘어 17. ‘국내 CEO 10명 중 4명, "기후행동 위해 '수익 감소' 감내하겠다“ 18. 무엇이 문제인가' 남산 곤돌라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
19. “현대차·기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 축소해 보고” 20. 불빛에 곤충이 모이는 이유는…"곤충 감각에 혼란 유발한 탓“ 21. 부산 2035엑스포 재도전, 이르면 상반기 시민 공론화 22. ‘가족 배려 주차 구역’ 부산 전역에 생긴다
23. 세계 습지의 날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정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을 규탄한다. 24. 농민시위 확산에 놀란 EU “우크라 농산물 긴급 수입제한 25. 스마트폰과 맞바꾼 목숨들 26. 지구 종말 90초 전...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위험한 이유27. 153만명 다녀갔다는 산천어 축제에 드러난 동물학대 문제점 5가지 28. 기후위기에 벚꽃 초고속 개화…진해군항제 62년 만에 가장 일찍
총선 앞두고 예타 `무용지물`… 면제사업규모 22조 넘는다
달빛·TK신공항 등 국회 '야합'
가덕도사업, 편익비율 기준이하
타당성 없어도 추진… 미래 부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의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선심성 입법이 반복되고 있다. 2020년 5월말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 규모를 헤아려보면 22조원을 넘는다.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수십조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건전재정 기조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법은 모두 예타 면제 조항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고, 총 사업비를 합산하면 최소 2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 공약인 달빛철도 특별법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철도 사업으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발의 단계부터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는데, 본회의에서도 재적 216명 중 찬성 211명으로 이견 없이 의결됐다.
달빛철도 사업의 예상 사업비는 단선 기준으로도 최소 6조원에 이르고, 수요조사 과정에서 노선이 추가되거나 할 경우 사업비가 최대 11조원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이처럼 대규모 사업을 면밀히 사업성 검토 없이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시해왔지만, 여야가 합의하면서 결국 예타 면제가 결정됐다.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달빛철도의 비용·편익(B/C)값은 0.483에 그친다. B/C값은 1.0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대구에 소재한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이전해 이른바 'TK신공항'을 건립하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민간공항 이전에 2조 6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재석 254명 중 찬성 228명으로 압도적 표차로 의결됐다. 당시 여당이 원하는 TK신공항과 야당이 내세운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동시에 처리하는 '야합'이 있었다.
2021년 2월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업비 13조 4900억원 규모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짓는 사업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58 이하로 기준치(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석 의원 229명 가운데 181명이 찬성했다. 당시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다수도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밖에도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예타 없이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해당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가결됐다.
예타를 아예 받지도 않는 자잘한 사업이 늘어나 재정 누수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예타 면제 기준을 두 배로 상향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면서다.
예타 면제 총사업비 기준을 기존 500억원(국비 지원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비 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포퓰리즘 논란이 빗발치며 논의를 연기하기는 했지만, 논의가 재개될 경우 여야 간 이견 없이 통과될 것이란 예상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에도 선심성 예타 면제가 잇달았다. 총 사업비 4조 6000억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 사업과 평택~오송 복복선화(3조 94억원), 대구산업선(1조 1072억원), 충북선 고속화(1조 4518억원), 도봉산 포천선(1조 391억원) 등 지역 균형발전 명목으로 수조원대 사업이 연달아 사업성 검증 절차를 패싱했다. 또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구실로 사업비 8077억원의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타를 면제받기도 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예타 안에는 경제성 분석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는 항목도 들어 있다"며 "정치적 논리로 무작정 예타를 면제하게 되면 국가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재원·효과 불투명한 ‘철도망’ 구축, 총선용 급조 아니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로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고, 지방 4개 도시권에서도 GTX급 철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정부시청에서 ‘교통격차 해소’를 주제로 열린 여섯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은 대규모 교통망 구축 계획 규모는 134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재원도, 효과도 불투명하다. 국토의 핏줄이자 치밀한 설계가 필요한 철도·도로 개발이 총선용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올해 안에 1기 GTX A노선 일부를 개통하고, B·C노선을 착공키로 했다. 지자체가 비용 부담에 합의할 경우 평택·춘천·아산까지 각 노선을 연장한다. 2기 GTX 신설도 추진된다.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D·E노선과 외곽순환 F노선 1단계 구간을 2035년 개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촘촘한 철도망으로 하루 183만명이 수도권에선 30분, 충청·강원권까지 1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광역경제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 세계 최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등 국가 자원과 인구가 쏠리는 마당에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지방에도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이 사업비를 50% 이상 투자하는 민자철도 방식이라 현실성은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철도 지하화’ 사업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분진·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재정 투입은 않겠다고 한다. 민간사업자더러 지상을 개발해 얻은 이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라는 것이다. 서울 도심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사업성이 높지 않다. 정부는 약 15조원 규모의 ‘도로 지하화’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목표와 달리 고속도로 정체 해소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이 추진하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난 게 한 달도 안 됐다. 국토균형발전이나 사업 실현성이 고려되지 않은 민원성 개발정책은 총선을 석 달 앞둔 시점에 ‘아니면 말고’식으로 쏟아지고 있는 감세와 규제 완화책과 다를 게 없다. 책임 있게 추진될 정책을 내놓으려면 최소한 재원 마련 고민이 따라야 하나 그마저도 안 보인다. 이런 ‘떴다방’식 정책은 정치혐오만 부추길 뿐이다./경향
집값’이 아닌 ‘집’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학벌’이 아닌 ‘상식’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드높은 ‘명예’보다 드러나지 않는 ‘평범’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소수의 풍요’보다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독점과 지배’보다 ‘공유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 앞에 경배하는 인간종이 되게 하소서
-시 ‘사람값’, 송경동 시집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AI보다 더 위험한 ‘기후’
1970년대 흑백TV로 연속극을 함께 보던 할머니는, 아까는 이 남자와 살던 저 여인이 지금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린 드라마 속 현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셨다. 2000년에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방한하여 했던 연설을 기억한다. 앞으로 수년 내에 인터넷을 수돗물처럼 쓰는 시대가 올 거라고 했다. 벽돌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때라 인터넷과 수돗물을 연관지을 수가 없었다. 그때의 예상을 넘어 인터넷은 이제 수돗물이 아니라 공기처럼 우리 삶 그 자체가 된 지 오래되었다. 보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만난 여인이 옛날 생각이 나게 해주었다.
지구 반구처럼 동그란 외벽 전체로 영상을 보여주는 공연장 ‘스피어’도 새로웠지만 로비에 많은 사람들이 에워싼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아우라’라는 이름의 여성 용모를 한 로봇이다. 관람객들에게 무엇이든 질문하라면서 질문자와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눈다. 아우라의 얼굴에는 표정이 있고, 괴상한 질문을 던진 사람은 약간 책망하듯 바라보며, 옆에 서 있던 보조원과 무례한을 소곤소곤 욕하는 모습을 보고 아우라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종류를 질문하려던 손을 내려버렸다.
짧은 일정으로 처음 찾은 라스베이거스의 휘황찬란함에 시골쥐 심정이 되었고, 스마트가전 안에서 대활약 중인 우렁각시들이나 자율주행 모빌리티나 건설기기들을 보자니, 앞으로 내 손자는 ‘어머 할머니, 어떻게 사람이 운전을 해요?’라며 나를 놀릴 것 같았다. 굴착기 제조업체가 무인 건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장애를 해소하는 인공기기들을 창조해내며, 하늘로 날아다니는 차들을 보자니 CES는 우리가 알고 있던 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류가 가진 문제를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경연장이자 미래 사회의 모델하우스 같았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물에 스며든 AI란 전기 먹는 공룡들인데,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시대에 그 많은 에너지는 어떻게 충당할까?
지난 15일부터 개최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대규모 연산으로 작동되는 AI 시대에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므로 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 없이는 AI를 실현할 방법이 없다”며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AI의 자발성(?)을 제어할 윤리적,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 그만큼 AI는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포럼에 참여한 학계·재계·정부기관·국제기구 관계자 등 1490명 중 66%는 AI보다 ‘극한의 날씨’가 더 위협적인 글로벌 리스크라고 답했다.
이처럼 전 세계 리더들은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둘러싸고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과거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4·10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상대편을 바라보지 말고 거대한 세상의 흐름을 읽어라. 상대를 죽이려는 경쟁 대신 혁신 산업으로 경제도 살리고 고단한 국민의 울타리가 되는 정책으로 경쟁하라. 너무 신박하고 창의적인 정책이 흘러넘쳐 고민 끝에 투표하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 꿈인가!/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기승전핵'만 외치는 윤 정부, '핵 판매장'으로 전락한 '기후총회'
COP28 '기후 카지노'와 도박사들
만약 어떤 시리즈물이, 시즌 28까지 지겹도록 연재되는데 아무런 진전도 없고 오히려 매 시즌마다 상황이 악화되기만 한다면 그 콘텐츠를 끈기 있게 지켜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하자면 COP28이 그런 지독한 예다.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이행방안을 국제사회가 논의한 게 벌써 스물여덟 번째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수십 년간 총회를 열고도 2022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파리협정의 목표가 지켜지기는커녕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최고 2.9℃ 상승할 추세라는 전망이 나온 탓일까? 어쩌면 산유국 UAE가 개최한 COP28이 비즈니스와 그린워싱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참담한 외신 보도가 줄 잇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본격적인 기후악당 행동대장이 되어가는 설상가상의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 제28차 두바이 기후변화회의는 화석연료 퇴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기후파국을 막을 1.5℃ 기후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 ⓒCOP28
야바위꾼이 된 한국 정부
COP28에서 그나마 기대되었던 성과를 몇 가지 꼽자면 '손실과 피해 기금'의 조성과 '화석연료 퇴출' 협약, '재생에너지 확대' 협약 등이었다.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개발도상국이 기후위기로 인해 입는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함으로써 전체 협약 당사국들이 최소한의 형평에 맞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합의문에 내실 있게 반영된 적이 없었던 까닭에, 이번에는 반드시 포함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 사안들 모두 겉으로는 구색을 갖추었다. 기금이 턱없이 모자라고 화석연료는 '퇴출'이 아니라 '전환'으로 완곡하게 표현되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허한 선언만 답습되었다는 한계가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무엇보다 참담한 것은, 한국 정부가 이 핵심 흐름에 기여하기보다 허튼소리들만 해가며 COP28가 빛바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COP28에서도 지난 9월 유엔총회부터 운을 띄운 CF100(무탄소 연합) 확산을 주장했다. CF100이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지향하는 민간·산업계 흐름인 RE100에 사실상 대립하는 개념이다. 은근슬쩍 핵발전을 RE100이 주도하는 전환의 수혜자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흐름 속에 핵발전을 무리하게 끼워 넣으려는 것은 일종의 무임승차이자 RE100 캠페인 본질을 훼손하려는 행위다. 운영 중 탄소배출량이 없다는 것만으로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핵발전소처럼 복구 불가능한 중대사고 가능성도 없고,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에너지원에도 '염치'를 물을 수 있다면, 핵발전소가 재생에너지와 동류의 취급을 받으려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폐기', '원자력 최강국'이라는 위험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매몰되어 있는 터라, 분별없이 '기승전핵'만 외치고 있다. 때문에, 기후위기 현황을 살피고 온실가스 감축 이행 점검과 계획의 진전에 애써야 할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본질을 벗어난 얘기를 늘어놓으며 담대한 전환을 발목 잡는 꼴이 되었다. 핵발전이 마치 친환경 에너지인 것처럼 눈속임을 시도하고, 그 현실적·잠재적 위험성과 온실가스 감축 기여의 실효성 등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야바위꾼이 된 것이다.
재생에너지 3배, 핵발전도 3배?
COP28에 참가한 130여 개국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초안에서는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3배 늘려 약 1만1000GW에 도달하겠다는 구체적 목표 시점과 수치까지 있었으나, 최종 합의문에서 이 내용이 모두 빠졌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 시사한다.
재생에너지가 어떤 윤리적·생태적 문제도 없는 완전무결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개선됨에 따라,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빠르게 시장에서 자연 도태시킬 것이라고 불성실한 청사진(전반적 경향은 사실이지만, 기후위기의 시간표로 보면 이 '시장의 전환'은 느리다)을 제시하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재생에너지의 한계들 탓에 국제사회가 더 강력한 정책 추진에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이므로.
COP28에 참여한 당사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끝내 재생에너지 확대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현재의 국제 정치가 화석연료라는 낡은 체제의 기반을 청산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이 도래하는 시점이 구체화 될수록 화석연료 시대의 종식도 자연히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COP28이 끝내 화석연료의 '퇴출'이라는 목표에 합의하지 못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도리어 이번 COP28에는 처음으로 대표적 화석연료 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이 참석해 화석연료 입장에서의 항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CF100 같은 한국 정부의 무리수는 마치 부산 엑스포처럼 세계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핵 산업의 농성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을 비롯한 22개국은 핵발전 용량을 3배 늘리는 것에 합의했다. 재생에너지도 3배 늘리면서, 핵발전도 3배 늘리겠다는 건 일국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보면 과잉된 공약이다. 단적으로 프랑스는 현재도 핵발전 비중이 70%인데, GDP 성장이나 에너지 소비량 증가가 멈춘 국가에서 에너지 설비를 세 배나 늘리겠다는 건 황당한 소리다. 한국 역시 핵발전을 지금보다 세 배로 늘리면 그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좁은 국토에 70~80기 이상 핵발전소를 밀집시키는 꼴이 된다. 비현실적 얘기다.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풀어보면 이 말은 이들 나라가 핵발전을 수출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그런데 하필 COP28에서 이런 결의가 감행된 것은 핵산업계와 그 기업 소재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극복 과제가 아닌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손실과 피해 기금'도 제대로 모금이 안 되는데, 미·영·프·일·한 같은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선의로 개발도상국에 공짜 핵발전소를 지어줄 거라 기대할 수는 없다. 기후총회가 핵발전 판매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핵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그 격차가 벌어졌고 가장 값싼 에너지원도 태양광과 풍력이 되었다. 재생에너지가 매년 꾸준히 신규 설치량이 늘어 석탄을 제치고 최대 에너지원이 되면서 빠르게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있는 반면, 핵발전은 새로 지어지는 것보다 노후화로 문을 닫아야 하는 발전소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 3배를 외치는 것은 그저 퇴조해가는 핵산업의 억지일 뿐이다. 이 억지가 재앙인 것은 힘 있는 나라들이 부리는 억지인 까닭이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회의(UNCCC)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3배 증대론에 대해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IAEA
COP의 실패. 구조적 결함?
COP28은 실질적으로 만들어 낸 성과는 적지만 선명한 교훈을 남겼다. 화석연료와 핵산업의 생명 연장에 골몰하는 낡고 후진적인 자본과 정치를 먼저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고, 기후재난은 현실이 되어 수십억 명의 생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회의장에서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기후범죄자들이 도박성 해법과 상품 카달로그를 늘어놓는 형국이다.
COP28을 '기후 카지노'로 만드는 건 가령 이런 것들이다.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불투명하고 시장성이 줄어드는 신규 핵발전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 상용화되지도 않은 SMR(소형원자로)을 선택지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 역시 기술 수준이 낮고 탄소 감축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의 활용을 전제로 화석연료의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것.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구체화하지 않고 시장에만 내맡겨두는 것.
이 위험한 대안들은 마치 어떤 카드놀이 같아서, 이 중 한 장의 카드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다. 현재도 전 세계의 감축 계획으로는 1.5℃는커녕 2℃ 목표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게 유엔 환경계획(UNEP)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COP의 도박사들이 위험한 해법을 늘어놓는 이유는 전통적 자본·정치 권력이 화석연료와 핵산업에 상당 부분 저당 잡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거나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목줄을 차고 있을 수도 있고, 그들의 직조한 경제·생태 질서로부터 간접적 수혜를 받고 있어 시스템을 바꿀 용기와 의지가 거세된 상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도박사들이 현란한 말로 주의를 돌려가며 기후위기 대응의 유구한 실패 역사를 이끈 장이 COP다.
기후협약체제 넘어서는 체제전환을 고민하자
환경문제가 이렇게나 한 시대의 강력한 화두가 된 적이 있었을까. 그러나 현대의 자본주의와 정치체제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소비'하고자 한다. '미래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기후위기시대에 돈이 되는 건 이런 것이다.', '탄소중립, ESG, SDGs. 이제 모든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다.' 이런 정치적 메시지들은 끊임없이 대중들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누군가는 지레 안심해 버리고, 누군가는 포기해 버리고, 또 누군가는 지갑을 연다. 기후위기를 유발한 체제는 아주 능란하게 이 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포섭하고 있다.
타자의 생명과 미래로 도박을 벌이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주도하는 협약, 기후정치, 환경경제는 가능한 것인가, 허상일 뿐인가. 이 체제가 진실로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퇴출할 수 있는 것일까. COP28의 결과가 그 대답이다. 이제 환경운동이 새 국면을 열어야만 할 것이다/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 [함께 사는 길]
대구 '버스전용차로' 승용차에 점령 제 기능 못한다
통행위반 빈번 작년 8694건 적발
총구간 118㎞ 중 단속 5.8㎞ 뿐
전용차로 단절 많은 점도 문제
25일 출근길 차량들이 대구 동구 화랑로 동구시장 앞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한 채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5일 오전 8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구청 앞 버스전용차로. 시내버스만 다닐 수 있는 차로를 뜻하는 푸른 점선이 무색하게 도로는 승용차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중·고교생 통근 차량, 학원 지입차량 등은 수시로 정차하며 버스를 가로막았다. 바로 위 무인 단속카메라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 차량을 피하려고 버스가 무리하게 차로 변경을 하는 위태로운 광경도 펼쳐졌다.
시내버스 기사 김모씨는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 시행 이후 정체가 더 심해졌다. 시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대구 버스전용차로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운영 및 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출·퇴근길 시내버스 정시성 보장이라는 기존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제 기능을 하려면 단속 강화와 함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 적발 횟수는 모두 8천694건이다. 하루 평균 35건가량(주말·공휴일 제외) 적발된 셈이다. 이로 인한 과태료로 43억5천800여만 원이나 부과됐다.
현장의 우려는 더 컸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속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이처럼 버스전용차로가 무력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가로변 방식 때문이다. 현재 대구의 버스전용차로는 21개소 117.8㎞에 달한다. 이 중 극히 일부 구간(동대구역~뉴대구맨션 0.56㎞)을 제외한 전 구간이 우측 1차로만 버스 전용으로 활용하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다. 서울의 경우 전체(197.8㎞)의 64.4%(127.4㎞)가 중앙버스전용차로다. 가로변 방식은 교차로 통과 시 진·출입 차량과 버스의 상충(서로 부딪힘)이 필연적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도 차로 정체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버스 차로의 단절이 많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체 버스전용차로 21개소 중 10㎞ 이상 연결된 구간은 팔달로(태전교~원대오거리 10.4㎞) 1곳뿐이다. 대부분 20~30년 전 조성된 탓에 도로, 신호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지만, 단속은 무용지물이다. 전체 버스전용차로(117.8㎞) 중 단속 장비가 설치된 구간은 4.9%(5.8㎞)에 불과하다. 현재 대구시는 구간 단속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정 거리(148~410m)를 두고 2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2곳에서 모두 위반해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 번 위반해도 골목으로 새거나, 주·정차하는 차량은 잡아내지 못한다.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도 이럴진대, 없는 나머지 95% 구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전용차로 확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급한 대로 버스에라도 불법 주·정차 및 주행을 단속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나채운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버스전용차로의 문제점은 파악하고 있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1년에 한 번 열리는 광릉숲, 올해는 9월 28∼29일 개방
경기 남양주시는 9월 28∼29일 광릉숲 축제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남양주시는 최근 해당 축제 추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정하고 다양한 친환경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기로 했다. 이 축제는 매년 가을 조계종 봉선사 주차장과 광릉숲 비공개 지역에서 열린다.
광릉숲 길 입구 '웃는 눈썹 바위'
특히 광릉숲 비공개 지역은 생태·환경 가치가 높아 평소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1년에 단 이틀, 축제 기간에 개방된다. 광릉숲 축제는 방문객들이 잘 보존된 자연경관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매년 인기를 끌고 있다.
주광덕 시장은 "시민 중심 축제로 준비할 것"이라며 "광릉숲이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만큼 전 국민의 축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광릉숲은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정부에 걸쳐 2천238㏊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림 보고(寶庫)다. 소리봉(해발 536.8m)을 중심으로 한 1천200㏊는 천연림이다.가장 오래된 활엽수는 수령 200년의 졸참나무로 직경이 113㎝에 이른다. 침엽수 중에는 전나무가 직경 120㎝, 높이 41m로 가장 크다.
광릉숲은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정해진 뒤 560년가량 보호·관리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미역·톳이 사라지고…제주 앞바다가 '사막화' 되고 있다
지도를 반 바퀴 돌려보자! 제주도, 특히 제주 바다는 태평양을 향한 '맨 앞'으로 한반도에서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고 수온 변화가 가파른 곳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 경관을 찾던 우리의 시선을 제주의 해안과 물속으로 옮겨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징후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두 달 전, '기후 위기의 맨 앞, 제주 바다의 증인들'이라는 타이틀로 기상학자, 언론사 기자, 생활사 연구자, 어촌계장과 해녀, 해양생태학자, 생태예술가가 제주 바다의 현재를 증언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제주 바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바다사막화, 갯녹음
가장 여러 차례 언급된 위기의 징후는 바다 사막화, 즉 '갯녹음 현상'이다. 다큐멘터리 '할망바당(할머니 해녀들이 주로 물질하는 수심 5미터 내외의 얕은 바다)' 제작팀의 김용원 KCTV 기자는 미역, 톳,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하얀 석회조류만 남은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어 해녀 공동체 역시 소멸 위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펼쳐지는 조간대 해역부터 수심 7미터의 얕은 조하대 바다는 제주도 내 어촌계 100여 곳이 물질하고 조업하고 관리하는 마을 어장인데, 갯녹음 현상으로 제주 마을 어장 1만 4천여 헥타르 가운데 36%인 5천여 헥타르의 바다가 하얗게 변했다. 2019년 기준 해조류 생산량은 1,800여 톤으로 30년 동안 92%나 급감했고, 특히 얕은 바다에서 자라던 우뭇가사리나 톳 수확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소라 생산량도 지난 10년 사이 32.5%가 줄어드는 등 해양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산방산 아래 사계 해안에 드러난 갯녹음 모습 ⓒ파란
가파도 어촌계장이자 해녀인 유용예 님 역시 낭떠러지같이 급격한 바닷속 변화에 대해 증언했다. 모슬포에서 배로 10~15분이면 도착하는 나지막한 지형의 가파도에는 130명의 주민들이 사는데, 어업인은 78명(해녀 46명)이다. 해녀들이 물질하다가 발에 감길까 걱정할 정도로 무성했던 미역이 지금은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단다. 2019년, 가파도 서쪽 지역을 제외하고 미역이 자라지 않았고, 2020년에는 전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모자반이 사라지고, 가파도 어디서나 자라던 톳이 2020년부터는 채취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상태에서 자라질 못한다. 미역, 톳, 모자반이 사라지자 연쇄적으로 성게, 소라, 전복, 어류까지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며 가파도의 바다 생태계와 해녀들의 삶이 흔들린다. 가파도 해녀들 46명은 아직 남아있는 뿔소라 채집에만 의존하여, 경쟁하는 상황이다. 마라도에서 가파도로, 서귀포 모슬포로, 그리고 제주 전역으로 확산된 바다 사막화, 갯녹음 현상의 주요 원인은 수온 상승과 연안 오염으로 지목된다.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그 종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이루던 관계된 종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멸종은 파급력이 크다. 해조류는 여러 해양 생물의 먹이원이자 은신처, 산란장 역할을 하기에 산호 군락과 더불어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해서 최근에는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갯녹음 원인에 대한 규제와 복원 대책이 필요할 텐데 현실은 어떠할까.
제주의 연안 오염원인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가축 분뇨, 양식장 배출수, 넘치는 오폐수, 해안 매립 및 개발사업에 대한 지적은 반복되지만, 규제와 복원 대책은 갈 길이 멀다. 갯녹음 대책으로 수심 15m에서 20m 사이 바다에서 인공어초 및 바다숲 조성 사업이 시행 중이지만,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정작 갯녹음 현상이 가장 심각한 수심 7미터까지의 얕은 바다에는 복원을 위한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해결의 실마리, 보호구
수질, 염분, 퇴적층, 광량, 해류 등 바닷속 생태계 변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헤아리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복잡하다. 원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전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기상학과 해양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는 물론이고 정책과 재정, 산업과 문화 등에 대한 분석, 논의도 함께여야 한다. 기후생태 위기 속 적응과 전환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보자.
2021년 6월,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 정책 플랫폼)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생물다양성과 기후 변화에 관한 공동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각각의 문제로 생각했고, 정책 대응 역시 분리되어 있었는데 '기후 문제와 자연생태계 붕괴'는 서로 긴밀히 얽혀있어 통섭적 시각과 국제적 노력으로 다룰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 빈번해지는 재난과 재해, 15분에 한 종씩 멸종하는 이 세계가 위기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그리고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에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문섬 앞 모자반으로 울창했던 모습 ⓒ파란
전 세계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1.5도'라는 목표처럼 자연생태계 분야에도 전 세계의 합의된 목표가 있다. 바로 30By30! 2022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합의한 2030년까지 육상·해양 전체 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자는 약속이다. 생물종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자 자연을 지키는 보루인 보호구역!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아직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란 2.46%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연말 국토의 30% 수준으로 보호지역을 확대 '2030 국가보호지역 확대 이행계획'을 의결하였다. 이 목표치는 규제가 적용되는 '보호지역'과 규제는 없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역 관리하는 '자연공존지역'도 포함하는 수치이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제주에도 해양보호구역 관련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운항 불허 조치가 된 것과 오조리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는 소식이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는 연산호 군락을 포함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처와 생태, 경관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에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문섬 암반과 산호 군락이 훼손된 사실을 환경활동가들이 기록하여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훼손 사실이 공식 확인되어 운항 불허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앞으로 대폭 확대 지정될 '해양보호구역'의 주요 과제를 시사한다. 해양생태계 보호라는 가치와 수산·양식·관광 등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경합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텐데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끌어낼지 말이다. 수온 상승, 연안 오염, 갯녹음,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 ㅡ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바다의 위기의 징후 앞에 이제는 정말 방향의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센터장 | 프레시안
양산시 통도사,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절대 반대"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 최근 연석 대책회의 갖고 반대 천명
환경부에 이어 유네스코에도 공문 보내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 지켜달라 호소
양산녹색환경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도 반대 성명
울산 신불산 정상변에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사업지 인근 양산 통도사와 지역 환경 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통도사 스님과 지역 환경단체가 27일 울산시 울주군 등억온천에서 신불산케이블카 설치 사업 반대 행사를 마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7일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울산시 울주군은 오는 6월까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이행한 뒤 7월에 실시계획승인을 받아 오는 2025년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를 끝낼 계획이다.
군은 총 644억 원을 들여 전액 민자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선은 울주군 등억온천지구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신불산 군립공원 일대 2.48㎞ 구간이다.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가 최근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통도사 제공
이에 대해 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27일에는 케이블카 설치 구간인 울주군 등억온천 관광지변에서 통도사 스님 20여명과 지역 환경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사업반대를 촉구하는 행사를 가졌다.통도사 영축환경위원회는 “사업지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연결돼 케이블카 설치로 많은 사람이 왕래하면 지반이 자극을 받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대형 재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통도사 사회국장 현범 스님은 “사업지가 가까워 사찰에서 케이블카를 바로 볼 수 있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도사의 수행환경을 크게 해친다. 10년 전 추진하다 무산된 케이블카 설치 장소에서 통도사쪽으로 2㎞ 더 가까운 곳에 설치하다니 어이가 없다 ”고 밝혔다.
통도사 환경위원회는 환경부에 반대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낸데 이어 최근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에도 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협조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유네스코를 통해 국제적인 지지와 연대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역환경단체인 양산녹색환경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양산단층대에 얼음골케이블카도 모자라 신불산 케이블카라니 이는 청정자연환경인 영남알프스를 두번 죽이는 처사다. 천년 고찰 통도사와 주변 산림은 물론 습지도 육지화 되는 등 자연환경 훼손은 시간 문제다”고 규탄했다.
박철문 양산녹색환경연합 회장은 “케이블카 설치 지점 인근인 양산 영축산에는 단조늪 등 희귀 동·식물 서식지가 산재해 신불산 케이블카가 가동되면 주변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부산엑스포 유치 재도전?…공론화 과정 거쳐 하반기 결정 날 듯
자유의여신상 차림을 한 시민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염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권현구 기자
부산시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고배를 마신 이후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할지 주목된다. 부산시의 2035년 엑스포 재도전 여부는 올 하반기쯤 결정될 전망이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35년 엑스포 부산 유치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토 용역을 내달 시작할 계획이다시는 우선 연구용역을 통해 2030엑스포 유치 과정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전문가와 시민 의견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용역은 부산연구원이 수행할 예정이다.
부산연구원은 이르면 3월부터 2030엑스포 유치 과정을 심층 분석하고, 패인 요인 분석 연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용역은 2035년 엑스포 추진 타당성을 들여다보고, 숙의 공론화 방안도 수립한다.
시는 관련 연구가 마무리되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2035엑스포 재도전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 등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엑스포 유치 백서도 발간한다. 올림픽과 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행사로 평가받는 등록 엑스포 유치에 처음 나섰던 부산시가 유치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도 이번 기회를 통해 집대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2030엑스포 성과와 부산발전을 위한 2035 엑스포의 가치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재도전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열린 2030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당시 부산은 165개국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29표를 받는 데 그쳤다.
시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친 결과 부산이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조기 완공이 확정됐고 부산형 급행철도(BuTX) 건설도 구체화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시 내부는 엑스포 재도전 기운이 감돌지만,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라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근거도 없이 유치할 수 있다고 입찬소리하던 시와 정부의 호들갑에 더 이상 놀아나고 싶지 않다는 반감도 감지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5 엑스포 재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용역을 통해 2035엑스포 유치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가질지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유치에 다시 도전하게 되면 실패가 없도록 관련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산림 경영‧제도 기반 갖춰야”
국내 숲, 경제적‧공익적 가치 연간 총 420조원 가치 창출
“산림 가꾸는 임업 종사 경영인에 대한 적절한 대안 필요”
제7회째를 맞은 ‘산림‧임업 전망’ 행사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산림‧임업 전망’ 행사가 제7회째를 맞았다.‘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대한민국’은 국토의 63%인 숲과 우리의 과학기술을 활용해 숲을 지혜롭게 이용하고 보전하며, 이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의미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핵심 이슈 네 가지와 임업인과 목재산업 종사자를 위한 경제임업 이슈 두 가지를 선정해 주제 발표와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이날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산림과 임업 분야의 장기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우리 산림과 임업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전했다.또 배 원장은 “폭염과 미세먼지의 피난처로 큰 역할을 도시숲의 가치도 제시할 것”이라며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적인 도시숲 연구결과와 그 활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의 남성현 청장은 우리 숲은 연간 161조원의 경제적 가치와 259조원의 공익가치를 제공해 총 420조원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산림과학연구와 빅데이터에 기초한 기술행정, 종합행정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ICT, 빅데이터 등 지원 체계 구축”
산림청은 대형화되고 있는 산림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소중한 숲을 지키기 위해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산불, 산사태 등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산림정책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산림을 정밀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 산림 빅데이터에 기초한 의사결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산림생명자원을 활용한 산림의 첨단 산업도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 산촌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2.6%인 약 135만명, 전체 산촌의 90.3%가 소멸고위험 단계에 있다. 2023년 2028년까지 연평균 1.23% 감소해, 2028년 약 127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단기소득임산물 수급에 있어 2023년 생산량은 봄철 이상기온 현상, 병해충 피해, 노동력 부족 등으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24만4000톤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국내 목재수요량은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경기 침체로 전년 대비 3.7% 감소한 2698만7000m3 정도다.
이와 더불어 2023년 원목 생산액은 건설경기 침체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6696억원, 임산업 생산액은 총 9305억원 수준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생태계‧산불‧임산물 전반적 타격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자원 및 생태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림은 감소하고 신갈나무 등 참나무림은 증가 추세로, 대표적인 한 대수종인 잣나무림의 생육적지가 점차 북상하고, 편백과 가시나무류 등 난대수종의 분포면적도 온대지역으로 북상 중이다.
산불에서도 1.5℃ 상승 시 1971년-2000년 대비 산불위험 지수 8.6%가 증가하고, 2.0℃ 상승 시 13.5% 증가 및 봄철보다 겨울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임산물 생산에서도 봄철 표고버섯 생산은 빨라지고 길어지며, 가을철 생산시기는 짧아지고 늦어질 전망이다.
이시혜 국립산림과학원 미래산림전략연구부 부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을 확인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해 수종 갱신, 임령구조 개선 등 산림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특별강연을 진행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욱준 원장은 “사회 발전에 따른 자연환경 중시로 산림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산림녹화로 자원이 축적돼 산림경영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산림의 공익가치, 국가발전과 환경보전 기여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가치는 259조원으로 산림으로부터 다양한 편의 제공으로 국가발전과 환경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유 원장은 산림경영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져 있으므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해 목재 생산을 비롯한 산림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 산림산업이 발전하고 나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봤다.
산림청에서는 ‘제6차 산림기본계획 변경 방향’에 대한 내용을 본 행사에서 공개했다.
산림기본계획은 ‘산림기본법 제11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제6조’에 근거해 20년(당초 10년→2017년부터 20년 주기로 조정)마다 전국의 산림을 대상으로 산림청장이 수립하는 산림정책의 비전과 장기전략을 제시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해당 계획의 취지는 지역산림계획 등 하부 계획의 수립 기준을 세우고, 산림자원, 산림산업, 산림복지, 산림보호, 산림생태계, 산지 및 산촌, 국제산림협력 등 산림행정 전반에 관한 종합전략을 세우는 데 있다.
제6차 산림기본계획, ‘10대 추진전략’ 내세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제5차 산림기본계획에서는 ▷목재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산림관리계획제도 도입 ▷국제산림협력범위 확대 ▷산림복지분야 개척 등의 성과를 냈다.
이번 제6차 산림기본계획 비전 및 추진전략(안)에서의 비전은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숲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다.10대 추진전략, 40대 핵심과제를 내세웠으며 추진전략에서는 ▷산림분야 탄소중립을 주요 전략화 ▷국가안보차원에서 산림재난 대응력 강화 ▷임업인 지원을 단독 전략으로 신설 ▷첨단 과학기술 기반 산림관리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핵심전략에서는 ▷기후위기 적응‧회복 능력 강화로 대응 전략 확장 ▷산림분야 ESG 비즈니스 활성화 ▷청년‧여성임업인 육성 지원 ▷산촌을 국가균형발전 거점으로 대전환 ▷정원 산업 활성화 및 정원 문화 확산 등을 내용으로 한다.이에 따른 ‘2037년 기대효과’로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기여율을 6%에서 15%로 증가시켜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산림산업매출액 161조원을 210조원으로 증가시켜 산업을 성장시키되, 산림재난 피해는 줄이는 산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인성 기자 blue0318@hkbs.co.kr 2024.01.20
탄소감축’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석탄→LNG 전환 제동, 왜?
산업부, 발전 공기업에 양수·수소발전 전환 제시
전문가 “LNG 전환으로 탄소 감축 달성 어려워”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경향신문DB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석탄 화력보다 적지만 LNG 발전도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정부는 양수나 수소 발전과 같은 무탄소 전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기업 발전사를 대상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발전 공기업을 대상으로 노후 석탄 발전설비 대체건설 의향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LNG 대체 불가, 무탄소 전원 전환’이라는 방침을 제시했다. 산업부가 예시로 든 무탄소 전원으로는 양수발전, 수소 전소 등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을 폐쇄하고 LNG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LNG 발전은 탄소 배출량도 석탄에 비해 적은 대신,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보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석탄의 빈자리를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LNG 발전소는 건설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보다 빨리 전기공급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으로 2016년에 40.2%였던 석탄 비중은 32.9%까지 줄어든 대신, 22.0%였던 LNG 비중은 지난해 28.2%까지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노후 석탄화력 발전을 LNG 발전으로 전환하려던 기존 입장을 바꾼 데는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030 NDC에는 2030년 국내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LNG 발전의 생애 주기상 탄소 배출량은 킬로와트시(㎾h)당 490g으로, 석탄(820g) 다음으로 많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2023년에 ‘산업부문’ 탄소 감축량 몫을 줄이는 대신 발전산업 등 ‘전환부문’ 감축량은 늘렸다. 노후 석탄을 LNG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전환부문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자 무탄소 전원 확대로 돌아선 상황이다. 여기에 건설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 원전 늘리기로는 당장 ‘2030 NDC’ 맞추기가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다.
양수발전 원리.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일단 정부가 LNG 대안으로 제시한 양수·수소 발전은 그 과정에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양수 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하부 댐에 있는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을 때 하부 댐으로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다만 낙차가 필요한 산지에 짓다 보니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주민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등장했다. 최근 신규 양수 발전소 후보지 선정에 전남 구례 등 6곳의 지자체가 나서기도 했다.
또한 수소 발전도 대표적 무탄소 전원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한화임팩트와 한화파워시스템이 수소연료만으로 작동하는 수소터빈 가동에 성공했는데 당시, 배출가스 내 이산화탄소 비율은 0.04%였다.회사 측은 “공기 중에 유입된 양을 제외하면 연소 중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탄소 감축에는 긍정적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그동안 LNG 설비를 과다하게 늘린 데 따른 역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도 LNG 발전설비를 허용함에 따라 2030년 중반에는 이용률이 1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탄소 감축을 위해서라도 LNG 부문 과잉 투자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후 석탄 발전의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11차 전기본 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경향
‘RE100’ 요구 커지는데…“납품 비중만큼 재생에너지 쓰면 된다”는 정부
산업부, 29일 ‘무탄소연합(CFE)’ 관련 기자간담회
이회성 무탄소(CF)연합 회장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탄소연합 출범 이후 활동과 올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연합뉴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자’는 ‘알이100’(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해당 기업에 납품하는 만큼만 재생에너지를 쓰면 된다”는 것이라고 캠페인의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알이100 가입 기업이 날로 확산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회성 무탄소(CF)연합 회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기자간담회에서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 등에 알이100 캠페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자사에 납품하는 비중 만큼만 재생에너지를 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전력 부족으로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해당 글로벌 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만큼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 된다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의 이런 발언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기존의 재생에너지에 더해 핵발전(원전) 활용 등을 포함하자는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 추진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며 “탄소중립이란 더 큰 목표를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설명을 두고선, 지난해 알이100 동참 글로벌 기업이 400곳을 넘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이 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것이란 사실을 외면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2021년 삼성전자가 알이100 주관사에 공개한 매출이 237조원인데 이중 43%가 기업 간 거래였다”며 “삼성은 (당시) 고객사의 알이100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20%까지 매출이 줄 수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는) 알이100 가입 고객사가 더 늘어난 상황이라 관련 리스크도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탄소연합에 기대 알이100을 소홀히 하는 건 매우 안일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도 “삼성전자 고객사 대부분이 알이100에 가입했고 재생에너지 사용 요청도 점차 늘 것으로 생각된다”며 “(산업부의 설명은) 개별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몰라도 총합으론 타당한 얘기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자사에 납품하는 비중 만큼만 재생에너지를 쓰라는 건 단기간에 우리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해야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이라며 “향후 확대되는 기업의 알이100 수요를 고려해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무탄소연합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포스코 등 20개 국내 기업·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와 영향력이 큰 알이100과는 격차가 커서, 현재 무탄소연합에 국외 기업·기관이 참여한 사례는 전무하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각국과의 수차례 교류를 통해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으로부터 무탄소연합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성과를 소개하며, 올해는 무탄소 에너지 인증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초기 주요국 중심의 글로벌 규범화 단계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개발도상국으로의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가덕신공항 건설에 지역업체 참여 늘리겠다"
부산시 주택·건설경기 점검회의
관급공사 상반기 조기 발주 추진
건축위·통합심의 월 2회로 늘려
킬러정책·특단조치 부족 지적도
29일 오후 부산도시공사 12층 대강당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지역건설 위기 대응을 위한 주택·건설경기 상황 점검 회의’가 열렸다. 부산시 제공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부산지역 건설 경기가 침체하자 부산시가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부산시가 보다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는 29일 오후 2시 부산도시공사 12층 대강당에서 ‘지역건설 위기 대응을 위한 주택·건설경기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의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에 따르면 주택·건설경기 악화로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은 2021년 11월 976건이었으나, 2년 만에 2534건으로 급증했다. 주택 착공 실적은 2021년 11월 1519건이었다가 지난해 1111건으로 줄었다. 현재 부산지역 부동산 PF대출 연체율도 2021년 12월 0.37%이던 것이 지난해 9월 2.42%로 크게 늘었다.
시는 지역 건설업체와 상생하면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 이에 올해 예정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에 지역 건설업체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도급에 참여하는 지역 업체 비중이 2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지역 하도급·자재·인력을 확대하도록 기획재정부에 지속 건의할 방침이다.
올해 예정된 관급공사 2483건(1조 5486억 원) 중 72%를 상반기에 조기 발주할 수 있도록 신속 집행을 추진한다. 50억 원 이상 관급공사 중 절반 이상은 상반기에 발주하도록 하고,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인허가를 독려하기로 했다.
월 1회 개최했던 건축위원회를 월 2회 이상 수시로 개최하도록 하고 제출 서류 간소화 등으로 처리기간을 단축한다. 격월로 한 차례씩 열리던 경관·교통·개발 행위 등 통합 심의도 월 2회로 확대한다.
민간 업체가 참여하는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시와 지역 업체로 이뤄진 상생 플랫폼, 상생협의체 등을 새로 구축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하도급 홍보 세일즈단 운영과 건설업체 ‘스케일업’ 지원도 한층 강화한다.
부산도시공사 역시 신규 투자사업을 활성화하면서 지역 건설업체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기 착공해 지역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부산형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주거지원,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운영, 주택임대 사업자 모니터링 강화, 피해자 결정 신속처리, 원스톱 지원 강화 등이다.
이 같은 계획과 추진사항에 대해 ‘킬러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시와 공사로부터 보고를 받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자체가 주택·건설 시장 자체를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덜 보인다”며 “지역에서 지연되고 있는 사업을 몇 개라도 발굴해서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도로 막고 불 지르는 격렬 시위... 89%가 지지하는 이유
성난 프랑스 농민들의 봉기 "농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농업 정책에 항의하는 프랑스 농민들이 24일(현지시간) 부르주 인근 르베에서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정부의 비도로용 경유에 대한 면세 폐지와 수입 감소 등에 항의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 연합뉴스
1월 초부터 유럽 전역에서 농민들의 봉기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동쪽에서부터 불이 붙었다. 루마니아, 폴란드,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지난주에는 프랑스 농민들이 이 움직임에 합류했다.
끓어오르던 용암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은 농업용 경유 가격의 인상이었지만, 수천수만 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몰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게 한 분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농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도록 압박해온 유럽연합(EU)의 일방적 정책에 맞서 결사항전을 택했다.
농민 인구가 밀집된 남쪽에서 시작된 봉기는 순식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다. 불과 1주일 만에 80개 지역(총 100개)의 농민들이 수십 개의 고속도로를 트랙터로 점령하고, 도로 한편에 캠프를 지어 함께 숙식하며,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파괴했다. 트랙터를 몰고 마을을 다니며 시청, 경찰서, 은행에 오물을 투척하는가 하면 18%의 농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현실을 반영하려는 듯,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 돈을 내지 않고 가득 채운 카트를 밀고 나와 버리는 집단행동도 했다.
이들의 투쟁 방식은 여러모로 5년 전 반정부 시위대 '노란 조끼'를 연상시킨다. 항거에 나선 농민들은 한두 푼의 지원금이 아니라, 농업을 통해 당당히 생을 누릴 수 있는 근본적 조건을 정부가 제시하길 원한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에 가득 차 있다.
농업 강국 프랑스 농민들이 자살하는 이유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지롱드주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농민들이 분뇨를 쏟고 있다. 프랑스의 농업단체들은 과도한 금융 비용과 환경 보호 규정, 불충분한 농산물 가격 등 농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럽 최대 농업국인 프랑스의 농업 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75%에 불과하다. 40년 전에 비하면 1/4로 줄어든 숫자다. 하지만 국토의 절반이 농지인 데다 온화한 기후 조건을 가진 탓에, 식량 자급률은 130%를 넘어서고 서유럽 농수산물 생산의 18%를 차지한다. 2차 대전의 잿더미 위에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농업 강국을 건설했던 농민들이 이틀에 한 명꼴로 자살하고 1/5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끝에 거리에 나서 싸우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 번째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지난 20년 동안 EU는 수많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왔다. 그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럽에서 엄격하게 금지된 농약이나 호르몬제 등을 사용해 오염된 농축산물을 대량 생산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비용을 낮춰 저렴한 농산물을 제공한다.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이 EU가 일방적으로 주도해 온 이 자유무역협정들은 질 낮고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는 길을 활짝 열었다.
그런 가운데 EU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딜(Green Deal)을 채택하고 각 부분에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U가 제공하는 연 90억 유로에 달하는 공동농업정책(CAP)의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농부들은 이 규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를테면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감소시켜야 하므로, 휴경지를 4%에서 최대 10%까지로 늘여야 하고, 비료나 농약 사용, 축사 설치 등에서도 엄격한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부터 오염된 농수산물을 들여와 소비자들 앞에서 경쟁하게 만들면서, 자국 농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친환경적인 노력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 "농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 동영상 갈무리
EU와 자유무역 기본 협정을 맺고 프랑스 정부의 비준을 앞두고 있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의 경우를 보자. 프랑스에선 철저히 금지되어 있으나 브라질에선 사용되고 있는 농약과 성장 촉진 호르몬 등이 51개나 된다. 유럽에선 금지되어 있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다국적 기업 소유의 농지에서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기도 하다.
수입 농산물과 자국 농산물에 적용되는 이중 잣대의 모순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30년 후 EU가 다다르게 되는 지점은 탄소 배출 총량 0이 아니라, 식량 주권이 사라진 땅을 가득 채우는 오염된 수입 농산물일 것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판단이다.
또한 농축산물가공업계와 유통업계가 취하는 마진이 점점 커지면서 농부들의 몫은 끝없이 축소되는 것도 이들이 농업을 포기하고 싶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3년간 지속된 살인적 인플레의 핵심 원인은 대기업들이 과도하게 취한 이윤이라는 분석이 이미 나온 바 있다.
대기업들이 저지르는 행패를, EU가 계속 지르고 다니는 자유무역협정을 아무 생각 없이 수락만 해온 정부를 향해, 농민들은 이제 국민을 위해 일해줄 것을, 국가가 공적인 힘을 발휘해서 농민 소득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좌우 성향의 모든 농민단체가 참가한 이번 농민 투쟁에서 좌파 성향인 농민동맹(Confédération Paysanne)은 ▲ 자유무역협정의 전면 폐지 ▲ 농수산물 가격 원가 이하 지불 금지 법안 채택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우파성향의 농민단체(FNSEA, JA)가 ▲ 농민들의 수입 개선 ▲ 행정 절차 간소화 ▲ 그린딜 규정의 현실화 ▲ 농업용 경유 면세 유지 등의 구체적 요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농민동맹 대변인은 "물론 행정 절차나 그린딜 규정에 부적절한 것들이 많이 시정되어야 마땅하나, 시위에 참여하는 농민 대다수는 환경과 기후 문제를 부정하거나 우리의 빈약한 사회적 권리를 더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존엄하게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압도적 지지 여론, 이어지는 연대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지롱드주 청사 앞에서 열린 농민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불타는 건초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에 따르면, 이번 농민들의 봉기는 국민 89%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처음부터 격한 모습으로 시작된 이들의 행동에 국민적 지지가 모이는 것은 농민들의 주장이 옳을 뿐 아니라,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어야만 시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꾸준히 공급받고 식량 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민들에게 요구되는 농작물 재배 기준을 수입 농산물에도 똑같이 요구해야 한다'는데 정치 성향과 세대를 막론하고 시민 94%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 추위를 뚫고 나온 농민들의 절규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 속에서 경제적 불안을 겪고 있는 대다수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들의 투쟁이 곧 우리 모두의 투쟁이며, 그들의 승리는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많은 시민들이 믿는 분위기다. 프랑스공산당 파비앙 루셀 대표는 농민들의 투쟁을 100% 지지하고 정부를 향한 모든 분노가 집결되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그의 말대로 화물차 노조에 이어 어민과 택시노조가 연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농민들의 저항에 모두가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활발하게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굴종하지 않는 프랑스'당 프랑수아 뤼팡 의원은 "자유 무역의 이름으로 우리의 모든 공장을 외국으로 쫓아냈던 정부가 이제는 농업을 우리 땅에서 뿌리 뽑으려 하는 것이냐"고 정부를 향해 꾸짖으며 프랑스가 자유무역협정에서 '문화적 예외'를 주장해 프랑스 영화산업을 비롯 다른 나라들도 자국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원칙을 관철시켰듯 농업에 있어서도 '농업적 예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어나라 프랑스'당 뒤뽕 애냥 의원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최대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라며 환경 보호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반생태적, 반윤리적인 자유 무역을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의 EU 집행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에 봉사하는 EU를 탈퇴해 전쟁 직후 드골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식량주권, 환경주권, 경제주권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자고 제안했다.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여러 농민 단체 대표들을 총리실에서 차례로 만나 논의했지만 아직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좌우 농민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가 모든 회원국에게 같은 씨앗을 뿌려왔기에 유럽 동시다발 농민 저항이라는 열매를 거두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목수정 오마이뉴스
경남 거제시 무인도에서 희귀식물 '덩굴옻나무' 군락 발견
경남 거제시 특정도서 덩굴옻나무 집단군락지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작년 5∼9월 특정도서 정밀조사를 한 결과 경남 거제시에 있는 특정도서에서 덩굴옻나무 집단군락지를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에 서식하는 유일한 덩굴성 옻나무인 덩굴옻나무는 전남 여수시 광도와 백도 등 일부 섬에만 분포한다. 암석과 바위를 타고 올라가며, 햇빛이 잘 드는 능선에 주로 산다. 독성이 강해 만지면 피부 발진이 생길 수 있어 미국에서는 '포이즌 아이비'(poison ivy)로 불린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덩굴옻나무 자생지는 해발고도 180m의 경사면에 형성된 너덜지대의 덤불식생 내 약 70㎡의 면적을 점유하고 있었다.
덩굴옻나무 자생지 /사진제공=국립수목원
기존 자생지에서는 모두 큰 바위에 붙어 자라는 것에 비해 새로 확인된 곳에서는 덤불 내 관목상으로 자라고 있었다.
덤불 내 생육으로 인해 정확한 개체수 파악은 어려웠으나 관찰된 꽃차례의 수는 15개이다(12개는 결실이 진행, 관찰된 가장 큰 줄기의 직경은 8㎝).
덩굴옻나무의 신규 자생지를 확인한 국립수목원 광릉숲보전센터 이동혁 객원연구원은 “우리나라에 주로 식재된 미국 덩굴옻나무류는 암그루만 있어도 열매를 맺는 것에 반해 이번에 발견된 덩굴옻나무의 경우 높은 결실률을 고려해 추가적인 생태 특성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특정도서 정밀조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흑비둘기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2006년부터 모든 특정도서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정밀조사를 통해 생태 현황을 파악하고 훼손 요인을 분석해왔다.
작년에는 통영, 거제, 창원, 마산, 부산 일대에 있는 특정도서 21곳을 조사했고, 덩굴옻나무 외에도 수달, 매, 섬개개비, 벌매, 흑비둘기, 솔개, 해송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7종이 관찰됐다.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도서생태계법)에 따라 지정되는 특정도서는 작년 말 기준 총 257곳이다. 무인도 중에서도 생태계가 우수하고 지형과 지질이 특이한 곳이 특정도서로 지정된다.
작년 특정도서 정밀조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달
연합뉴스) 홍준석 기자/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한반도 자생 생물 6만종 돌파…16년만에 2배 늘어
2009년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발견된 고유종인 ‘신안새우난초’.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에 자생하는 생물이 6만종을 넘어섰다.
국립생물자원관은 30일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된 생물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 10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 개관 전 2만 9916종이던 생물종이 16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환경부의 자생생물조사발굴을 통해 1만 2000여종, 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각 부처의 사업을 통해 1만 8000여종이 추가됐다.
종별로는 곤충을 포함한 무척추동물이 3만 1603종으로 가장 많았고 조류(6653종), 균류(6291종), 식물(5759종), 원핵생물(5039종) 등의 순이다. 척추동물은 2090종으로 집계됐다.
2014년 최상위 분류체계인 원핵생물의 미기록 ‘계’인 고세균계를 국내 최초로 확인해 분유연구의 위상을 높였다. 2009년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발견된 고유종인 ‘신안새우난초’은 2017년 멸종위기종(2급)으로 지정됐다. 2015년 섬진강과 낙동강 중상류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참쉬리’는 신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의 잉어과 민물고기로 확인됐다.
2015년 섬진강과 낙동강 중상류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참쉬리’는 신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의 잉어과 민물고기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학자가 발견해 이름붙인 자생종은 2006년까지 2294종이었으나 2007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 이후 5234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독도(dokdoensis)가 들어간 40종과 제주(jejuensis)가 포함된 175종 등 우리나라 지명이 반영된 생물종도 늘고 있다.
생물산업 소재 등 다양한 활용도 이뤄진다. 2022년 지리산 산수유 열매에서 분리한 효모는 전국 전통주 제조업체 32곳에서 막걸리 제조에 사용 중이다. 2017년 신종으로 발견된 ‘울릉구멍장이버섯’은 항산화 물질로 2022년 특허 등록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내 자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 10만종 중 60%를 확인했다”며 “생물주권의 초석이 될 종 발굴을 위해 미개척 생물군 인력 양성과 해외 전문가를 활용한 공동 채집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 박승기 기자
국내 CEO 10명 중 4명, "기후행동 위해 '수익 감소' 감내하겠다“
일부 국내 CEO들이 기후행동을 우선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더 낮은 수익을 용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105개국 4702명의 CEO를 대상으로 시행한 '제27차 연례 글로벌 CEO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생성형 AI 기술과 기후위기의 압력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사업성을 우려하는 글로벌 CEO 비율이 6% 증가해 45%에 달했고, 국내 기업의 경우 75%까지 치솟았다. 특히 2023년이 역대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되면서, 기후위기를 큰 위협이자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이들도 관찰된다.
글로벌 CEO 약 3분의 1은 기후위기가 향후 3년간 비즈니스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며, 30%는 그 변화가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CEO 30%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글로벌 CEO 41%는 기후친화적 투자를 우선하기 위해서라면 단기적으로 더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경우 이보다 많은 약 43%가 투자 대비 낮은 수익률을 용인할 의지를 내비쳤다. 또 글로벌 CEO 75%는 에너지 효율 개선 조치를 취하는 중이거나 완료했고, 58%는 기후친화적인 신제품, 서비스, 기술 혁신을 이룩하는데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효율 개선을 끝마친 기업은 없으나 68%가 개선 중이며, 58%가 기후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 기술적인 혁신을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글로벌 CEO 중 기후 리스크를 재무계획에 반영하려는 회사는 단 45%에 그치며, 31%는 그럴 계획이 없다. 한국은 기후리스크를 재무계획에 포함하려는 곳이 34%에 그쳤고, 40%는 반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물리적 자산과 인력을 기후리스크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치도 글로벌은 47%, 한국은 46%로, 이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9%, 33%에 달했다. 이 밖에도 자연 기반의 기후솔루션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글로벌은 36%, 한국은 47%다.
CEO들은 '규제 환경(54%)'과 '기후친화적 투자로 인한 수익 감소(51%)'를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탈탄소를 장벽으로 꼽는 이는 26%에 그쳤다. 한국 역시 74%가 규제 환경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응답했다.
PwC 측은 "기후위기는 CEO가 스스로 혁신하도록 압박하는 핵심 추세이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CEO 수는 적다"며 "리스크를 완화하고 재무 수익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펭귄
무엇이 문제인가' 남산 곤돌라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
무엇이지난 23일 남산 프로젝트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 박연정 기자)
남산 곤돌라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팽팽하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남산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400억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학습권 침해, 생태훼손, 샛길 등의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생명의숲 등 13개의 시민사회단체는 23일 남산 프로젝트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었다. 토론회에선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이 '남산 생태보전의 역사와 지속가능한 관리방안'을,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이 '남산 프로젝트와 곤돌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은 "남산은 주변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공원이자 서울 생태 축을 연결하는 핵심 녹지다. 서울의 상징이자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의미를 갖는 공간"라고 말했다.이어 '남산 제 모습 찾기', '남산 르네상스 사업', '남산은 숲, 함께 가꾸는 숲 캠페인' 등 시민 주도의 남산 회복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개발이나 관광 사업으로는 남산을 보전할 수 없다. 시민 주도의 숲 관리 활동으로 남산을 지켜야 한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캠페인이 남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남산 곤돌라 관련 여론조사 문제를 지적했다.서울시는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이 곤돌라 도입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를 내세우며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곤돌라 여론조사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곤돌라의 긍정적 측면을 설명할 뿐 곤돌라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박 팀장은 "곤돌라 도입의 장점만을 나열한 채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기 때문에 응답자가 이슈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산 곤돌라 여론조사 결과 및 질문지.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발제에 이어 △최진우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의 토론이 이어졌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이하 녹색위) 생태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진우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절차적 오류를 지적했다.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비오톱유형평가 1등급 및 개별 비오톱평가 1등급 대상지 전체는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또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건축물 및 그 밖의 공작물은 설립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개발 등을 할 때도 녹색위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최 연구위원은 "생태·경관보존지역에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녹색위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는 거치지 않았다. 이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곤돌라 설치에 필요한 삭도가 공중으로만 통과하기 때문에 행위 제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향후 설계나 공사가 구체화된다면 행위 제한 여부를 판단해 심의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은 "삭도가 공중으로만 지나가도 공사나 운영과정에서 식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생태·경관보존지역에 인접한 경계부에 지주(기둥)가 설치되면 대규모 토공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로 인한 소음, 진동 등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 부연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관광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김 정책센터장은 "서울시는 관광객 확보를 위해 곤돌라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연의 용량에 맞춰 적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도시관광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또 곤돌라가 설치로 인한 교통량 증가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의문을 표했다. 김 센터장은 "곤돌라 설치 후 관광버스 등 교통량이 증가하면 명동의 도로는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서울시는 남산 예장공원에 총 600억원을 썼고 곤돌라 사업에 400억원을 쓸 계획이라 밝혔다. 곤돌라 관련해 총 1000억원을 쓰는 것인데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 국장은 "서울시는 훼손 면적보다 복원 면적이 20배 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핵심 생태구역을 훼손하고 이미 훼손된 곳을 몇 배로 복원한다고 해서 친환경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녹색위 심의를 받으려면 지주 위치가 특정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 지주 위치를 특정하고 있지 않다. 사업자에게 생태 훼손을 최소화하는 지점에 지주 위치를 특정하라고 말하며 녹색위 심의를 빠져나갈 방편을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남산 곤돌라 설치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이사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후 많은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남산 곤돌라 설치는 많은 지자체에 케이블카 설립 동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 우려했다.이어 그는 "반려동·식물이라고 이름 짓는 것처럼 우리가 서식하는 생태계도 반려생태계라고 이름 붙여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4년 전 총선 당선자들의 공약을 나열해보니 19개가 케이블카 설치였다"며 "자연 복원 사업을 일부 끼우고 거기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얹어 마치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는 1980년대의 한강종합개발 사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 캠페이너는 "한국 사회가 고속 성장을 해왔고 그 과정을 함께한 세대가 행정과 학계에서 가장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남산 곤돌라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른 관점을 모색하기 굉장히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이어 "서울시는 더 이상 훼손할 수 있는 자연이 남아 있지 않은 걸 잘 알고 있다. 2020년도 많은 지자체에서 공원을 개발하던 당시 서울시는 '우리에게 남아있는 공원을 지킨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전국 지자체에 모범이 됐다. 그동안 서울시는 모범사례를 잘 보여왔지만 이번 남산 곤돌라는 서울시의 실책이라 생각이 든다. 시민들의 삶에 가까운 생태계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펭권 박연정 기자
“현대차·기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 축소해 보고”
카본트래커 등 유럽 연구기관 분석 보고서
글로벌 9사, 수명 주기 전 과정 배출량 27% 축소
현대차·기아, 축소 폭 혼다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
20022년 9월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완성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제품의 사용과 폐기에 이르는 수명 주기 전 과정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7%가량 낮춰 공개했다는 유럽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자체 공개한 배출량과 연구기관이 재산정한 배출량 사이의 격차가 9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두번째로 큰 것으로 평가됐다.
영국의 비영리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와 이탈리아의 컨설팅업체 ‘노미스마’는 31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변장한 석유 기업들, 2024 에디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변장한 석유 기업’은 자동차 제조기업을 지칭한 것으로, 자동차가 유발하는 간접 배출까지 고려할 때 자동차 기업이 석유 기업 이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메르세데스 벤츠, 혼다, 포드, 현대차·기아, 베엠베(BMW), 스텔란티스 등 9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2022년 기준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연례 재무 보고서 등을 분석해 자동차 1대당 ‘스코프3’까지의 평균 배출량을 추산한 뒤, 이 값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공개한 배출량 자료와 비교했다. 스코프3은 부품업체 등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한 배출량은 물론 자동차 구매자들이 차량을 운행하면서 연료를 사용한 것에 따른 배출량까지 포함한다.
비교 결과, 2022년 기준 9개 자동차 제조사가 보고한 차량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49.43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이었으나, 연구기관들이 추산한 배출량은 이보다 26.9% 많은 평균 62.74tCO2eq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보고한 배출량은 평균 26.66 tCO2eq이었으나 연구기관들이 추산한 배출량은 56.69tCO2eq로 2배 이상 많았다. 기업이 보고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구기관들이 재산정한 배출량 사이의 격차가 현대차·기아보다 큰 곳은 혼다 한 곳 뿐이었다.
보고서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의 배출량을 합치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며 “(자동차 기업들의) 배출량 축소 보고가 여러 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9개 업체가 누락시킨 배출량은 2022년 주요 7개국(G7) 전체 배출량 100억tCO2eq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산정된 것은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스코프3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잡힌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스코프3 배출량 공개가 유럽연합에서 활동하는 모든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필수 사항이지만 방법론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기업들이 발표하는 결과에 상당한 부정확성을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자동차 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석유 기업에 대한 투자보다 더 탄소집약적인 투자”라고 결론지었다.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석유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투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벤 스콧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배출량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환경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라면 석유와 가스 회사보다 탄소 집약도가 높은 자동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보고된 것보다 실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훨씬 더 많다는 이런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불빛에 곤충이 모이는 이유는…"곤충 감각에 혼란 유발한 탓“
英·美 연구팀 "불 향해 날아드는 것 아냐…인공조명에 의한 이상 행동"
나방과 초파리 같은 곤충이 불빛 주위에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곤충이 불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 아니라 인공조명이 곤충의 감각에 혼란을 일으켜 광원 주위를 맴도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새뮤얼 파비안 박사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야시 손디 박사팀은 31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고속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자연환경과 실험실에 설치한 다양한 조명 조건에서 나방과 잠자리, 초파리, 매매 등 곤충의 3차원 비행을 추적,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불빛 등 인공조명이 날아다니는 곤충을 유인한다는 사실은 로마 제국 기록에 곤충을 잡기 위해 빛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로는 곤충이 나뭇잎 틈새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빛이 있는 곳을 탈출구로 여긴다는 것부터 달빛을 비행 방향을 찾는 신호로 사용하는 곤충이 실수로 인공조명에 끌린 것이라는 주장, 곤충이 광원에서 나오는 열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가설, 어두움에 적응된 곤충의 눈이 인공조명에 멀어 비정상적 비행을 하게 된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실험실에서는 고해상도 모션 캡처 카메라로, 자연환경에서는 스테레오 비디오 촬영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인공조명 조건에서 나방, 잠자리, 초파리, 매미 등 다양한 곤충의 3차원 비행을 재구성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곤충들은 비행할 때 등을 광원 쪽으로 향하는 반응(dorsal light response)을 보이면서 이를 통해 비행경로를 수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태양이나 달빛 같은 자연 광원 아래에서 곤충이 지평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행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광원 주위에 불규칙하게 나는 곤충들 Sam Fabian 제공.
연구팀은 그러나 인공조명은 곤충의 비행경로를 불규칙하게 만들고 계속 수정하도록 해 현기증을 유발함으로써 곤충이 인공조명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즉, 곤충이 광원을 향해 날아가거나 광원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닌데도 광원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실에 광원을 설치하고 실험한 결과 대부분 곤충은 단거리에서는 광원을 향해 직접 비행하지 않고 광원에 직각으로 비행해 광원 주위를 회전하거나 뒤집힌 상태로 비행하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결과 등 쪽을 광원으로 향하는 곤충의 반응은 조명 근처에서 실제 곤충들이 보인 불규칙한 비행경로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날아다니는 곤충이 인공조명 주위에 모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모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먼 거리에 있는 인공조명이 곤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연구가 밤에 불필요한 인공조명을 줄여 곤충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Samuel Fabian et al., 'Why flying insects gather at artificial light',/연합뉴스
부산 2035엑스포 재도전, 이르면 상반기 시민 공론화
시, 이달 중 정책연구용역 발주
2030박람회 유치 실패 등 분석
부산이 2035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할지 여부를 결정 지을 시민 공론화 절차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진행된다. 부산시는 시민 여론이 재도전으로 몰리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종합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한 뒤 ‘2035 부산월드엑스포’가 국가사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35년 엑스포 부산 유치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절차로, 이달 중 부산연구원에 정책연구용역 과제를 발주할 계획이다. 부산연구원은 2030엑스포 유치 과정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성과와 패인 등을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엑스포 재도전 여부의 결정적 요인이 될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숙의 공론화 방안도 수립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11월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직후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은 합리적 검토와 시민들의 뜻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상공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반드시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시는 공론화 방안이 설계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시민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공론화는 전문가 정책토론회와 시민사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대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시는 시민 의견이 재도전으로 모이면 외부 전문연구기관을 통해 엑스포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용역에서는 엑스포 유치에 따른 정책 효과와 경제성 분석, 유치 가능성 등 전반을 다룰 예정인데,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연구가 마무리되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추진 방안과 전략을 마련하고, 2035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국제박람회기구는 2년 뒤인 2026년부터 전 세계 도시들로부터 2035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접수한다. 시는 엑스포 도전 과정 전반 등을 담은 ‘2030엑스포 유치 백서’도 발간한다.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가족 배려 주차 구역’ 부산 전역에 생긴다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 대체
조례 개정안 1월 시의회 통과
여성·임산부·영유아 동반 대상
출산 양육 지원으로 정책 전환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가족 배려 주차 구역’ 표지판. 정종회 기자 jjh@
여성과 임산부뿐 아니라 영유아를 함께 배려하는 주차 구역이 부산 전역으로 확대된다. 부산시가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대체하는 부산 기초지자체 움직임(부산일보 1월 24일 자 2면 보도)에 발을 맞춘다.
다만 부산시 ‘가족 배려 주차 구역’은 일부 기초지자체와 달리 노인까지 적용 대상을 넓히진 않았다.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두고 주차 구역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향후 주차 구역이 늘어나면 노인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제318회 임시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정채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산시 임산부전용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은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에 장려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명시한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조례 이름부터 ‘부산시 임산부·영유아 가족배려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 조례’로 변경됐다. 여성과 임산부를 넘어 영유아와 동반한 운전자까지 적용하도록 범위도 확대됐다.
정 의원은 “부산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특·광역시 중 두 번째로 낮은 심각한 수준이며 부산시는 ‘출산 장려’에서 ‘출산 양육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려 한다”며 “임산부에 더해 영유아 동반자까지 이용 대상을 넓히는 게 정책 방향과 맞다고 판단해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조례 개정으로 공공기관 주차 구역부터 변화를 줄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753면으로 파악된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전환한다. 부산시청, 부산시 직속 기관과 사업소, 공사·공단, 구·군청 관할 일부 주차장 등이 대상이다.
설치 기준은 주차면 20~50면 주차장은 1면, 50면 이상은 2~4% 범위로 정했다. 주차면 바닥에 분홍색으로 ‘임산부·영유아 가족 배려 주차장’이라 표시하고, 임산부와 영유아 픽토그램(그림 문자)도 그린다.
부산시 이현정 출산보육과장은 “임산부와 영유아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주차 면수를 점차 늘리겠다”며 “조례에 명시했듯 백화점, 마트, 병원, 은행 등 여성과 영유아 가정 이용이 많은 시설에도 주차 구역 설치를 권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산시가 추진하는 ‘가족 배려 주차 구역’은 적용 대상에 노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 일부 기초지자체는 임산부, 영유아뿐 아니라 노인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 주차 구역을 만드는 추세다.
부산 동래구청은 이달부터 4개 공영주차장 15면을 임산부, 영유아, 노인, 이동이 불편한 사람과 동반자를 위한 구역으로 운영 중이다. 구역 안내를 위해 바닥을 주황색으로 구별한 데다 임산부, 아이를 안은 사람, 지팡이를 든 노인 등을 그린 픽토그램도 설치했다. 연제구청은 올해 10면 정도를 전환할 예정이고, 부산진구청도 8개 공영·부설주차장에 최대 10%까지 신설을 추진하려 한다.
정 의원은 “노인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주차면이 줄어든다”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향후 주차면을 확대하면 노인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https://www.youtube.com/watch?v=oSFzni-wDqI
자연자원총량제' 입법 촉구, 왜?
https://www.youtube.com/watch?v=Vib09RrKIlg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정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을 규탄한다.
오늘은 세계습지의날이다. 습지는 우리 생존의 토대인 자연의 다른 이름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습지보호, 자연보호의 절실함을 되새기건만,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난개발로 인한 극심한 자연 파괴와 기후붕괴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지속불가능한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
더는 정상적인 기후로 돌아갈 수 없는, 하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소위 티핑포인트로 알려진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이 불과 5년 5개월 남은 시점. 더 이상의 자연파괴는 파멸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우리 사회의 운명을 위임받은 정부는 앞장서 자연파괴, 난개발에 모든 힘을 쏟아 붇고 있다. 필요성도 타당성도 검토되지 않은 신공항과 교량과 도로, 신도시 건설 등이 온 국토에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런 난개발을 막고 지속가능한 국토조성을 위해 존재하는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마저 난개발 면죄부 구실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7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통과시킨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큰고니 핵심서식지 관통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는 그 제도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통량까지 속여가며 무조건 개발을 밀어붙이는, 개발 당사자인 부산시가 업체를 고용해 직접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다. 어느 개발자가 자기가 하는 개발사업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니 개발을 하면 안된다고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겠는가? 그뿐 아니다. 도로나 교량이 건설되면 서식지가 사라지고 서식지가 파편화되어 생물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생물학의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해당사자인 부산시 고위공무원이 직접 쓴 그 기본상식을 부인하는 논문이 버젓이 실려 있다.
더 가관은 이런 환경영향평가서의 심사를 맡은 환경부와 환경청이다. 이들은 거짓부실환경영향평가를 묵인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는 전직 환경청장과 담당자들이 고심하여 만들어 놓은, 공식적으로 당사자들에게 통보된 결정마저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렸다. 장관과 환경청장 한 사람의 독단, 정치적 외압이 법과 상식을 압도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기후붕괴로 우리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시대. 경제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정부와 지차체의 난개발과 유명무실한 환경영향평가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파멸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기성세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세계습지의날을 맞아 우리 정부와 사회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지를 전한다.
1. 정부와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대규모 자연파괴와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는, 필요성과 타당성도 입증되지 않은, 가덕도신공항·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1. 엉터리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로 난개발 면죄부를 남발한 한화진 환경부장관과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 그리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파괴하는데 부역한 이들의 책임을 끝까지 묻을 것이며, 자연파괴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난개발을 우리는 가능한 방법을 다해 막아낼 것이다.
1. 기후위기 해결, 생물다양성의 보고 습지파괴 중단, 지리산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중단, 그린벨트 전면해제반대, 자연파괴 난개발 골프장 중단, 댐건설 반대, 4대강자연성회복,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등,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공약을 다가오는 총선에서 후보 선택의 첫째 기준으로 삼기를, 그리고 각 지역에서 금요일마다 펼쳐지는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함께 해 주시기를 시민 여러분께 당부드린다.
2024년 2월 2일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준), 한국습지NGO네트워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지리산사람들,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 시민탐조그룹, 순창금산골프장반대대책위원회,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창원기후행동,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창녕환경운동연합,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 대구환경운동연합
농민시위 확산에 놀란 EU “우크라 농산물 긴급 수입제한”
프랑스·이탈리아 ‘트랙터 시위’ 유럽연합(EU)의 농업 정책에 반발해 트랙터를 타고 수도 파리로 향하던 프랑스 농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리 남쪽 10여㎞ 떨어진 칠리 마자린 부근 고속도로에서 병력수송장갑차(APC)를 앞세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위 사진). 같은 날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농부들이 트랙터에 EU를 상징하는 푸른 소 조각상을 매단 채 시위를 하고 있다. AFP·EPA연합뉴스
“환경규제 완화”도 발표 회원국 농민 불만 달래기
‘제한’ 여부 투표로 결정기후대응 후퇴 비판도
유럽연합(EU) 및 자국 농업 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EU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도입하고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등 농업 정책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EU 시장 전체 또는 특정 회원국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집행위가 시장 가격 왜곡 여부 등을 평가해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또 닭고기, 설탕, 계란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이들 품목의 수입량이 2022년과 2023년 평균치를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자동 면세 중단’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U가 2022년 6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수입 할당량을 폐지하자 회원국 농민들은 이로 인해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손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집행위는 다만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는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함으로써 회원국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농업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방침도 발표했다. EU는 생물다양성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경작지 4%를 휴경지로 두지 않으면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내용의 자연복원법을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회원국들에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위가 제안한 긴급 수입제한 및 환경규제 완화 등의 조치들은 EU 27개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집행위가 이날 이 같은 조처들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말부터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농민 시위가 최근 서유럽과 남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오늘 발표한) 안정화 조치를 통해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농민들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 느끼는 압박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EU 집행위에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는 우리 농민에게 좋지 않다”며 “이 협정에 서명할 수도 없고, 서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날 집행위의 환경규제 완화 방침 발표가 EU 차원의 기후대응을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변화 관련 싱크탱크 E3G의 피터 드푸는 가디언에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마크롱과, 집행위원장 연임을 노리는 폰데어라이엔은 (규제 완화 압력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는 ‘그린래시’ 움직임이 오는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의회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EU 환경 정책 전반이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경향
유럽의 농민시위
프랑스 농민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스트라스부르 이근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정부에 농업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연합뉴스
유럽 최대 농업국가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29일(현지시간) 수도 파리행 간선도로를 트랙터로 무기한 점거했다. 벨기에 농민들은 30일 유럽 무역통로인 제브뤼헤 항구를 봉쇄했다. 독일 베를린에는 농업용 트랙터 5000여대가 지난달 15일 집결했다. ‘못살겠다’는 농민들의 절박한 분노가 유럽 각지에서 터져나오는 중이다.
이 시위가 촉발된 공통분모 하나는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다. 농업 부문은 EU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 이유로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유가 급등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진 농민들에게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부담을 떠넘긴 격이니, ‘정의로운 전환’과 거리가 멀다. 또 다른 원인은 세계화 이후 밀려든 값싼 수입 농산물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모로코산 방울토마토 수입량은 1995년 300t에서 2022년 7만t으로 급증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흑해 운송이 막힌 우크라이나산 밀이 유럽 육로로 들어오면서 밀 가격도 반토막 났다.
‘알디’로 대표되는 대형 소매업체도 시위대의 표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농산물을 ‘가격 후려치기’로 매입하며 그 부담을 농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EU 환경규제에 맞추려면 생산비용은 더 늘어날 텐데 농가소득은 이미 최저임금을 밑돈다고 한다. 농민들은 물러날 곳이 없다. 프랑스 국민 약 90%도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가 농민 지원책을 내놓으며 시위대에 강경 대응하지 않는 이유다.
농민들의 분노를 달래지 못하면,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이 약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책 풍향계’로 꼽히는 네덜란드에선 축산농가에 질소 감축을 요구했던 집권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극우성향 농민당에 참패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롭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시위는 일깨운다. 아무리 좋은 목표더라도, 함께 가야 할 시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없다면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탄소 감축이나 에너지 전환 시 약자 피해가 속출하는 국내의 ‘정의로운 전환’도 되짚어봐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스마트폰과 맞바꾼 목숨들
스마트폰은 뭘로 만들까? 플라스틱, 유리, 그리고 60여종의 금속이다. 볼리비아의 세로리코산은 무분별한 광물 채굴로 인해 무너져 내릴 위험에 처했다. 무너져 내릴 경우 시 전체가 없어질 거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규소폐증이라는 폐질환을 앓고 있는데, 평균수명이 40세에 불과하다. 공기가 희박한 해발 4600m 고도에서 어린아이들 3000명이 일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가장 좁고 깊은 곳으로 간다. 콜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비지 광산에서 채굴하는데, 이 작업으로 인해 고릴라의 90%가 사라졌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무장집단의 통제를 받으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애플 본사는 편집증에 가까운 엘리트주의에 의해 굴러간다. 개발 노동자들은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지나친 보안과 휴일과 휴가가 허락되지 않는 마라톤 근무로 20㎏이나 더 늘고, 이혼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마비와 암으로 죽는다.
2016년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하청업체에서 노동자 7명이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뇌손상을 입었다. 2023년 베트남의 삼성전자 하청업제에서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37명의 노동자가 실명하고 1명이 사망했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은 1년을 채 못 버틴다. 휴무 없이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릴뿐더러 모욕과 굴욕적인 처우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공장의 관리자들은 동물원의 조련사에게 노동자를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2010년에 자살한 노동자만 14명에 달하는데, 이 공장에서는 기숙사에 그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판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저임금을 받는다. 2014년, 매장의 노동자들은 휴식시간 부족, 업무에 밀려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 등 노동법 위반 사례들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국의 구이유에는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70%가 모인다. 이곳에서는 맨손으로 기기를 분해하고 회로기판의 납땜을 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고 아이들의 80%가 납중독에 걸려 있다. 케냐의 단도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폐기장이다. 3000명의 사람들이 여기서 일하는데, 세균과 독성물질, 콜레라의 위협에 노출된 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스마트폰을 줍는다.
송신탑을 급하게 많이 설치한 탓에 2003년 이후 사망한 노동자만 130명이라고 한다. 기술과 혁신의 아이콘 스마트폰은 사실 무수한 죽음과 맞바꾼 무시무시하고 께름칙한 기기다. 누가 죽든 병들든 상관하지 않고 매해 12억대씩 새로 만들어진다. 올해 버려질 스마트폰의 개수만 53억대다.
우리는 왜 멀쩡한 폰을 버리고 신제품을 구매할까? 잠을 잘 때조차 스마트폰을 끄지 못할까?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듣고도 기기에서 손을 뗄 수 없을까? 우리 역시 병들었기 때문이다. 노모포비아(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중독 현상)에 걸려 통제력을 기기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이 다 무너져 내린다는데도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가 진짜 현실을 살고 있기는 한 건가? 당신은 정말 편리함과 생(生)을 맞바꿀 생각인가?
최정화 소설가/경향
지구 종말 90초 전...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위험한 이유
기후위기 핑계로 '원전 르네상스' 노리는 국가들
▲ 1월 2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행인들이 지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시카와현 당국은 새해 첫날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최소 6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다고 전해지지만, 연초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3년.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당당히 추진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노토반도 지진은 일본 사회는 물론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 나아가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상기시켰다.
노토반도 지진 당시 일본 기상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는 지진보다도 쓰나미가 더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지진으로 외부 전력 공급이 중단된 후 쓰나미로 비상 발전설비마저 침수되면서 냉각 펌프가 정지해 노심용융(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시카와현과 인근 지역에는 다수의 핵발전소가 몰려있다.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시카 원전에서는 이번 강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이 흘러넘쳤고 냉각 펌프가 일시 정지했다. 호쿠리쿠 전력과 일본 정부는 넘친 물이 외부로는 누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많은 이들이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 관심은 오로지 원전 산업
평범한 시민들의 이러한 걱정과는 달리,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민생토론회' 세 번째 주제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 탈원전은 반도체 산업 포기"라는 논리가 등장했다.
대통령의 친원전 행보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년 한 해 거의 매달 떠났던 해외 순방길마다 윤 대통령은 '원전 협력'을 내세웠다. 12월 네덜란드, 11월 영국, 7월 폴란드 방문 때도 원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홍보했다.
대통령뿐만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은 '새로운 원자력' 세션에 발언자로 나섰다. 한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원전이 중요하다"라며 "한국은 원전 선도국으로서 전 세계 탈탄소 실현과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경제에 관한 모든 것을 논의하는 다보스 포럼이지만, 원전 세션이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X(트위터) 계정에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원자력에 초점을 맞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한 경제지는 "최근 유럽에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번 세션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지만, 관심이 커져서 마련된 것인지, 관심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원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는 한 줌
기후위기 대응, 탄소배출 감축을 핑계로 핵발전을 내세우는 국가가 한국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국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이 핵발전을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포함한 것도 사실이다.
작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렸던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결의하는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지만, 총회 기간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 3배 확대'를 촉구하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를 따로 발표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아랍에미리트, 스웨덴 등이 서명국에 이름을 올렸다.
▲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Rove Expo 2020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이들 국가의 핵발전 산업과 전력 소비 현황을 보면 그 속내를 알 수 있다. 원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국가별 핵 발전량(산업)이다. IAEA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단 13개 국가가 전 세계 핵 발전량의 91%를 차지한다. 1위는 미국(31.5%), 2위는 중국(16.1%), 3위는 프랑스(11.5%), 4위는 러시아(8.6%)다. 한국이 6.8%로 5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국가별 전력 구성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소비)이다. 1위 프랑스(62.6%), 12위 스웨덴(29.4%)을 포함해 유럽 국가들이 상위 15위 중 14곳을 차지한다. 유일한 비유럽 국가는 11위 한국(전체의 30.4%)이다. 미국(18.2%, 16위), 영국(14.2%, 18위), 아랍에미리트(12.4%, 20위)도 소비 전력의 상당량을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연구소(EI)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전력 생산량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9.18%로, 전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체의 29.55%를 차지한다. 2000년대 이래 핵발전은 내리막길을, 재생에너지는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 수백 개 국가 중 원전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는 한 줌이며, 이들이 기후위기를 핑계로 '원전 르네상스'를 노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영국의 기후단체 카본브리프는 영국·네덜란드·프랑스 등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에 이들이 과거 지배했던 식민지에서의 배출량을 고려한 수치를 발표했다. 기후정의 관점을 보다 엄격히 적용한 것이다.
한때 대영제국의 일부였던 46개국(인도, 미얀마, 나이지리아 등)의 배출량을 고려하면 영국의 누적 배출량은 2배 증가하고,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한 네덜란드는 3배,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를 식민지배한 프랑스는 배출량이 1.5배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순위는 1위 미국(530기가톤), 2위 중국(308기가톤), 3위 러시아(239기가톤), 4위 영국(130기가톤) 순이었고, 1인당 누적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네덜란드가 1위(2014톤), 영국이 2위를 차지했다(1922톤).
핵발전, 기후위기·에너지위기 대안 될 수 없다
이들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 가속화 필요성과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로 인해 핵발전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은 최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발표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기존의 원전 감축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1986년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90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실행한 이탈리아조차 원전 재개를 논의하고 있다.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부의 집권이 탈원전 폐기 도화선이 됐다.
사실관계만 본다면, 핵발전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수급 위기의 대응 수단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먼저 탄소배출 감축 잠재력이다. 2023년 3월 발간된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지구온도 1.5℃ 상승 억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 부문에서의 수단별 잠재력은 태양열 > 풍력 > 화석연료에서 메탄 감축 > 바이오 전력 > 지열 및 수력 > 핵발전 > 화석연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순이다.
한국 정부가 집중하는 양대 정책인 핵발전과 탄소 포집·저장은 효과가 가장 낮은 기술이라는 의미다. 기술의 전 주기 순 비용을 고려하면, 태양열이나 풍력에 비해 핵발전과 탄소 포집·저장은 감축량 대비 비용 역시 비쌌다. 효과는 물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에너지 자급 가능성이다. 핵발전 연료는 농축 우라늄이다.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생산의 40%를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산 석탄·석유·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도,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은 금지하지 못했다. 핵발전을 위한 농축 우라늄의 23%를 러시아로부터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더욱 높아 33%를 차지한다.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은 달리면서 세계 우라늄 가격 역시 두 배 이상 급등했고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핵발전은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공급망 위기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선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 자포리자 원전이 처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더라도 핵발전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전쟁 직후부터 러시아군 점령하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그간 양측 교전 과정에서 8차례나 외부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냉각 펌프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노심용융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전 포격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핵발전은 자연재해는 물론 무력 충돌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 2023년 6월 15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사절단이 도착하기 전 러시아가 장악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 검문소에서 러시아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에너지 수급 위기 대응을 위한 대안으로 원전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독일 괴테대 직업·사회·환경의학 연구소팀이 작년 9월 <에너지와 환경 학제 간 리뷰>(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Energy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 '건강과 환경 위험이라는 맥락에서 핵발전에 관한 전 세계 연구 현황: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는 핵발전에 관한 '과학적' 연구조차 국가별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핵발전에 관한 연구 발표 건수는 국가별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 수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핵발전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포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과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대체 효과는 미래 에너지 지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여러 국가에서 탈원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스웨덴과 이탈리아, 한국의 사례는 극우 정부의 집권이 이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외부의 여러 요인이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적 논의를 조성하고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몫이다.
한국의 정치는 어떤가. 정부의 친원전 행보를 견제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는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라며 대선 토론회 당시부터 이어진 RE100(기업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팩트체크에만 열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RE100도 모르는 바보라는 식으로 공격해 봤자 정치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과거 국내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국외 원전 수출을 놓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 과오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깨치지 못한 걸까.
마지막 희망은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
▲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 방송센터에서 미국 핵과학자회보가 지난해와 같이 자정까지 '90초'를 유지한 '운명의 날 시계'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핵과학자회보(BAS)가 올해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자정은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작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1947년 첫 설정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운 수준이기도 하다. 작년 '90초 전' 설정의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핵확산 위험 증가, 그리고 기후위기였다. 올해도 변함없는 상황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 이유다.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핵과학자회보가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 핵과학자회보는 미국의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자를 비롯한 핵과학자들이 1945년 결성한 단체다. 더 많은 살상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정부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핵폭탄을 투하한 뒤의 참상을 목격한 이후다. 2007년부터는 핵으로 인한 절멸에 더해 기후위기를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추가했다.
<과학의 민중사: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끈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이자 뉴욕시립대 과학사 연구자 클리퍼드 코너는 작년 말 급진과학운동을 표방하는 <민중을 위한 과학> 잡지에 기고한 글, '또 시작인 원전 르네상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원전 르네상스 선전의 가장 일반적인 결함은 정치경제적 문제를 공학적 문제로 축소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에는 분명 기술 투입이 포함될 것이지만,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기술적 해결'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화석연료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며,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석유·석탄·가스 산업은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입니다. 이 산업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수조 달러의 재산을 그냥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벌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전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의 이익보다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출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이란 우리의 사회 시스템, 경제 시스템, 생산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런 정부는 저절로 출현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가진 자들은 평범한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그저 수단으로 간주한다. 지구 종말, 인류 절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결국 기후위기도, 핵발전도 거부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에 있다./오마이뉴스 김선(sunkimskorea)
153만명 다녀갔다는 산천어 축제에 드러난 동물학대 문제점 5가지
동물을 위한 행동, 산천어 축제 보고서 발간
화천산천어축제에서 낚아 올려지고 있는 산천어. 화천=연합뉴스
지난달 6일 강원 화천군 일대에서 열린 화천산천어축제가 28일 폐막했다. 올겨울 행사에는 153만1,000여 명이 찾아 15년째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 주최 측은 자랑하지만 동물학대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은 1일 '2024년 산천어 축제 현장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축제에 드러난 동물학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열리고 있는 산천어축제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관람객들이 산천어를 잡고 있는 모습. 화천군 제공
①맨손잡이 시 산천어의 공포 반응 이용
하루에 6번 실시하는 맨손잡이 행사의 경우 입으로 산천어를 물게 하거나 경품으로 준다며 산천어를 던지는 행위는 사라졌다. 반면 짧은 시간 내 표면이 미끄러운 어류를 맨손으로 잡는 원리를 관찰한 결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산천어가 보이는 일종의 공포 반응인 '몸이 얼어붙는(freezing) 행동'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낚아 올린 산천어를 미끄러워 잡기 힘들자 바닥에 내리치는 행위도 발견됐다.
②얼음낚시 이후에는 질식사
얼음낚시의 경우 한 사람당 3마리를 잡게 하는데 보통 먼저 잡힌 산천어는 얼음 바닥에 그대로 노출돼 질식사하게 된다. 주최 측은 잡은 산천어를 얼음 바닥이 아닌 비닐봉지에 넣어달라고 관람객에게 전달했지만 비닐봉지 안에는 물이 없어 질식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질식사를 막을 수 있는 아이스박스는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얼음 위에 방치돼 있는 산천어.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③낚시터 바닥에 있는 사체들
낚시터 바닥에는 이미 죽어 있는 산천어가 다수 관찰됐다. 단체는 좁은 얼음 구멍에 많은 산천어를 쏟아부어 이 과정에서 부딪혀 죽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스트레스에 따른 면역력 약화, 낚시 상처로 인한 수생균 감염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④낚시터 안 쓰레기 투척
낚시터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았다. 이는 낚시터의 생태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와 별도로 낚시와 수거를 피해 살아남은 개체들은 결국 올라가는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산천어 사체와 오염물질로 수질은 오염된다.
낚시터 아래 죽어있는 산천어(왼쪽)와 좁은 얼음 구멍으로 쏟아부어지는 산천어의 모습.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강원 회천산천어축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산천어를 잡아 들고 있는 모습. 화천군 제공
⑤외상 입은 산천어들
이미 죽은 산천어의 외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얼음 구멍으로의 투입, 맨손잡이, 낚시 과정에서 산천어가 서로 부딪히고 낚싯줄에 걸리면서 지느러미, 눈 등에 난 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마리 조사에서 발견된 외상은 총 84개로 등지느러미(19개), 가슴지느러미(23개), 배지느러미(7개), 뒷지느러미(10개), 꼬리지느러미(23개) 등에서 찢김 현상이 있었다. 특히 2마리는 생식선이 없었는데, 빠르게 성장시킨 데 따른 부작용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양식하는 어류에 대한 복지 지침을 이미 제정했다"며 "국내에는 양식 어류에 대한 복지 지침이 부재한 데다 산천어축제의 경우 어류를 가지고 놀다 죽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윤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또 "먹는 동물이라고 해서 학대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식, 운송, 죽이는 모든 과정에서 어류가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국립수목원, '낙엽 안 떨어지는 이유' 국제 공동 프로젝트 참여
국립수목원은 북반구 온대활엽수림 나무에서 나타나는 특이적인 생리 기작인 '낙엽 발생 지연'(leaf marcescence) 현상을 연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1일 밝혔다.
낙엽 발생 지연은 겨울 동안 나뭇가지에 죽은 잎들이 떨어지지 않고 늦겨울이나 이른 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하며 많은 이론과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영국 큐왕립식물원, 미국 미주리식물원, 독일 베를린식물원 등 세계 대표 수목원·식물원 18곳이 참여하는 국제 네트워크가 구성됐다.또 저명한 보전생물학자인 리처드 프리맥((Dr. Richard B. Primack) 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주도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은 중국 북경식물원, 인도 캐쉬미어대학식물원 등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참여하며 동아시아 지역 낙엽 활엽수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한다.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지난해 바닷물 1990년 이후 가장 뜨거웠다
표층 수온 19.8도…20년 평균치보다 0.6도 높아
“기온 상승과 대마난류 유입으로 동해 1도 이상 상승”
노아위성이 1월 31일 관측한 한국 근해 수온
지난해 한국의 바닷물 수온이 1990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국립수산과학원은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온은 관측을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1일 밝혔다.
평균 수온은 19.8도였으며 지난 20년(2001~2020년)의 평균 수온 19.2도에 비해 0.6도 높은 수치였다. 특히 지난해 6월, 9월, 11월의 경우 가장 높은 수온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20년 평균 수온보다 1.0도, 1.3도, 0.9도 높은 수온이었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온에 대해 수산과학원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에 따른 기온 상승과 대마난류 수송량 증가로 서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주된 영향을 받은 동해가 서해나 남해보다 표층 수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년간 평균치와 비교하면 동해는 1.3도 상승했고, 서해는 0.7도, 남해는 0.5도 상승했다. 선박을 이용한 해양관측에서도 2023년 한국 근해의 평균 수온은 지난 30년(1991~2020년)에 비해 0.8도 상승했다.
지난해의 기록적인 고수온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구기후보고서에서 2023년이 근대 기상관측 시작 후 지구의 평균 표층 수온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4~12월 지속적으로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해양의 급격한 물리적 환경변화는 식물플랑크톤 등 소형 해양생물이 감소와 수산생물의 서식지 환경변화, 양식생물 대량 폐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우려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지난해 높은 수온은 해양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피해 최소화 및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향 권기정
기후위기에 벚꽃 초고속 개화…진해군항제 62년 만에 가장 일찍
얼음 안 얼고 개화도 들쑥날쑥…계절축제들 휘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의 지난해 모습. 올해는 3월22일 개막한다. 창원시 제공
지역의 계절 축제가 휘청이고 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마저 들쑥날쑥해지면서 행사 일정을 미리 잡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경남 창원시는 1일 “올해로 62회를 맞는 진해군항제를 3월22일 개막해 4월1일까지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해군항제는 1963년 시작된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데, 3월22일 개막식은 62년 군항제 역사에서 가장 이른 것이다. 1963년 제1회 군항제는 4월5~16일 열렸다. 하지만 개막일이 1980년대부터 앞당겨지기 시작해 2020년엔 3월26일(코로나19 때문에 취소), 지난해엔 3월24일 열렸다. 지구온난화로 벚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개막일도 함께 앞당겨진 것이다.
1회 행사 때에 견주면 올해 개막일은 14일이나 빨라졌다. 창원시는 올해 폐막일인 4월1일엔 벚꽃이 거의 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군항제 초기이던 1960년대에는 4월1일은 벚꽃이 아예 피지도 않았던 시기다. 창원시 관광과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벚꽃이 3월21일에 개화해 꽃이 만개한 상태에서 축제를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올해 개막일을 지난해보다 이틀 앞당겼다”고 밝혔다.
역사가 비교적 짧은 지역 축제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2000년 시작된 경기도 부천시의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는 불과 20여년 만에 개막일이 열흘 이상 앞당겨졌다. 안미선 부천시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진달래 축제는 초기에는 4월 중순에 개막했는데, 진달래 개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지난해에는 4월1일에 개막식을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틀 빠른 3월30일 개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지역 대표적 겨울 축제인 ‘안동 암산얼음축제’의 지난해 모습. 올해는 얼음이 얇게 얼어서 취소됐다. 안동시 제공
행사가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1월10일 경북 안동시는 “1월20~28일 열 예정인 ‘안동 암산얼음축제’를 시민 안전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낙동강 지천인 미천에 조성한 암산유원지에서 얼음낚시·썰매타기 등을 즐기는 겨울 축제다. 한번에 1천명이 넘는 관광객이 얼음판 위에 올라가려면 얼음 두께가 25㎝ 이상 돼야 하는데, 올해는 미천 가장자리 얼음 두께가 3㎝ 정도에 불과했다. 안동시는 겨울이 갈수록 따뜻해질 것으로 보고, 얼음이 얼지 않아도 열 수 있게 축제 성격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식량 위기, 인류 생존위기를 알리는 신호”라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김규현 이승욱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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