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김건희 불기소’…검찰인가 변호인인가?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왼쪽 둘째)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맨 오른쪽) 등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수사내용을 발표하기 전 자리정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검찰이 4년 반을 끌다가 어제(17일),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매우 내용이 복잡해 검찰의 주장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도이치모터스 사건 개요
-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 간 도이치모터스 임직원, 주가조작 세력,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이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하여 101건의 통정매매 및 기장매매 등을 통해 2000원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린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주가조작에 사용된 계좌에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씨의 계좌가 포함돼 있고, 김 여사와 최은순씨는 이 과정에서 23억원의 매도차익을 얻었습니다. 도이치모터스의 어제 종가는 4775원입니다.
- 도이치모터스(회장 권오수)는 국내에서 독일 BMW를 판매하는 법인 중 하나입니다. 2009년 1월 도이치모터스는 상장을 시도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김건희 여사 모녀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그런데 상장이 되고 난 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급락합니다. 검찰은 권 회장이 기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주가조작을 ‘꾼’들에게 의뢰했다고 봤습니다.
-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다만, 김 여사는 비상근·무보수직이었다고 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관련 인물 중 한 명이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씨인데,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등장한 인물입니다.
2. 23억원 버는 피해자도 있나?
-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통장이 주가조작 과정에 사용되기는 했으나, 김 여사와 어머니는 이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이들 모녀는 주가조작의 피해자였다는 겁니다.
- 주가조작은 1차와 2차로 나눠지는데, 2010년 10월부터 2011년 3월 김건희 여사는 최소 40차례, 20억원어치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합니다. 이 시기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2011년 3월부터 2012년 말까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모두 매도해 정리합니다. 그 결과, 김 여사의 총 매매 차익은 13억 9천만원, 어머니 최은순씨는 9억135만원으로, 두 사람의 매매 차익을 합하면 약 23억원이 됩니다.
3. 검찰인가, 변호인인가?
1) ‘7초 거래’ => “주가조작 모른 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 주가 조작 2차 주포 김아무개씨는 2010년 11월1일 공범 민아무개씨에게 ‘12시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란 문자를 보냈고, 20분 뒤 ‘매도하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 7초 뒤 김 여사 대신증권 계좌에서 이들이 말한 가격과 수량이 일치하는 매도 주문이 나왔고, 민씨 명의 계좌 등에서 이를 사들입니다. 주가조작의 전형으로, 자기들끼리 사고팔아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모르고 개인투자자들이 들어오면 높은 가격에 팔고 나가는 방식입니다.
-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이 핸드폰을 맡기고 경호처 사무실에서 조사를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증권사 직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매매를 결정하고, 개별 거래를 할 때 권 전 회장에게 물어본 기억은 없다”
2) 블록딜 거래 => “직접 증거 없다”
- 주포 김씨가 2011년 1월 김 여사 계좌를 통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실행해, ‘왜 싸게 팔아 손실을 보게 했느냐’는 김 여사의 항의를 받자, 김씨는 김 여사에게 ‘권 전 회장과 이야기하라’고 했고, 권 전 회장으로부터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브리핑에서 “항의를 했다는 건 시세조종 인식의 반대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그러나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항의를 멈췄다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2023년 1월 뉴스타파 보도 등을 보면, 이 거래가 진행된 1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종가는 604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400원이었고고, 12일 종가는 607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200원이었습니다. 블록딜은 원래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게 마련입니다. 당시 김 여사는 “먹은 것도 없는데 할인해서 넘겨줬다”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 그런데 김 여사가 이 주식을 매수한 건 2010년 10월28일~11월9일로, 15억5474만원 어치를 평균 단가 3616원에 매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은 2011년 1월10일 이전에 장내 매도하고, 나머지 절반을 1월10일과 12일에 ‘블록딜’ 매도한 것입니다.
- 종합하면, 1월 두 차례 거래를 보면, 김 여사는 주당 평균 3616원에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6천주를 두 달만에 평균 5289원에 팔았습니다. 금액으로 7억4489만원을 투자해 3억 4470만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두 달만에 수익률 46.3%입니다. 그런데도 ‘먹은 게 없다’고 하면, 애초에 얼마를 기대했던 것이고, 어떻게 그 정도의 기대를 하게 됐을까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언지도 듣지 않았을까요
- 검찰은 이런 게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10억원이 넘는 돈을 맡기고, ‘알아서 하겠지’라며 그냥 내버려두는 건가요.
3) 김 여사 “기억 안 난다” => “10년 전 일이라 그럴 수 있다”
- 김 여사는 검찰 대면조사에서 “기억 안 난다”, “내가 이런 대화를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 검찰은 이에 대해 “10년 전 기억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 김 여사는 굳이 돈을 써서 변호인을 둘 필요가 있었을까요.
4) ‘김건희 엑셀파일’ 발견 => “잘 모르겠다”
- 주가 조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자산운용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문제의 블록딜 상황이 담긴 ‘김건희 엑셀파일’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 이에 대해 검찰은 왜 그게 거기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5) ‘BP패밀리에 김 여사 포함’ => “BP패밀리가 뭔지 모르겠다”
- ‘2차 주포’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비피(BP, 블랙펄인베스트) 패밀리의 일원’이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다 이 BP패밀리에 포함돼 있습니다.
- 이에 대해 검찰은 “비피패밀리가 (무엇인지 의미를)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라고 말했습니다.
6) 다른 사람은 방조 유죄 => “그 사람은 전문투자자, 김 여사는 일반투자자”
- 지난 9월12일 주가 조작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돈줄’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에 대해 방조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알고서 내버려뒀다는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 혐의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 그런데 검찰은 “손씨와 달리 김건희는 주식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 투자자”라고 말합니다.
- 그리고 이에 대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를 설명(변호)합니다. 김 여사가 죄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 PPT 자료까지 만들어 손씨와 김 여사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합니다.
- 근거는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른다’는 주가 조작 ‘1차 주포’ 이아무개씨와 증권사 직원들의 진술입니다.
- 그런데 일반투자자가 친분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도이치파이낸셜(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전환사채(CB)를 매수하고, 자신의 주식이 블록딜에 사용되도록 하는 건가요. 이런 일반투자자도 있나요.
중앙일보 4면 그래픽
4. 잘 했다는 검찰
- 서울중앙지검은 어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4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점심도 거르고 오후 2시까지 이어졌습니다.
- 작정을 하고 나선 것입니다.
- 조상원 4차장검사가 카메라 앞에 섰고 비공개 전환 뒤에는 조 차장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가 답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질문이 왜 4시간 동안 이어졌을까요. 납득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검찰은 “현직 대통령 부인을 조사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특검에서) 수사기록 다 까질 각오로” 열심히 했다고 말합니다.
- 수심위 열지 않은 이유 => “증거와 법리로만 판단해야 하는데, 수심위 열리면 오히려 공정성·객관성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레드팀’은 연 이유 => “날카로운 의견 줬고, 그 의견 바탕으로 오늘 기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질문 많았다”
(서울지검은 발표 전날인 16일 서울지검 1∼4차장 검사와 증권·금융 사건 관련 부장·부부장·평검사 등 15명이 모인 ‘레드팀’ 회의를 열었습니다. 자기식구들끼리 모여, 발표 하루 전날 여는 회의를 ‘레드팀’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까요. 레드팀이란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임무를 부여받는 것을 말하는데 말입니다. 이는 ‘내일 발표 대책회의’로 이름을 붙였어야 합니다.)
- 대면조사 왜 (일찍) 안 했나 => “솔직히 우리도 답답하다. 대면조사도 어렵사리 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대면조사는 처음이다. 저는 거기에 의미 부여하고 싶다. 굉장히 노력했고, 수사 왜 안 했냐고 하면 억울한 마음이 있다”
(검찰은 어제 ‘솔직히’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솔직히’라는 단어를 버릇처럼 쓰는 사람을 그리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도 가급적 그런 말을 안 쓰려고 노력합니다)
- 특검에서 새로운 게 나오면 => “나중에 누군가 말을 바꾸거나 하면 어쩔 수 없다. 그때 가서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한겨레 4면 그래픽
한국일보 3면 그래픽
5. 사설
한겨레 = 검찰은 끝났다
경향 = 김건희 모녀만 '도이치 면죄부', 검찰개혁 불 댕겼다
한국 = '김건희 변호인'처럼 해명하며 도이치 불기소한 검찰
동아 = ‘디올백’ 이어 ‘도이치’도 불기소… ‘산 권력’ 앞에선 작아지는 檢
중앙 = 셀프 검증 뒤 '도이치'도 불기소 … 여론 역풍 안 불겠나
조선 = 金 여사 문제 검찰 떠나 정치로, 결국 국민이 결정
한겨레 뉴스브리핑
누가 왜, 여성 착취의 역사를 지우려 하는가
미군 기지촌 여성들 강제 수용한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역사 보존 아닌 철거 시도에 시민들이 50일 넘게 농성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에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 수풀로 뒤덮이고 팻말도 없어 바깥에선 이곳에 성병관리소 건물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혜리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소요산역에서 불과 400m 떨어진 이곳엔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라고 불리는 2층짜리 건물이 있다. 수풀로 뒤덮이고 팻말도 없어 멀리서는 이 건물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그런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두천시에 성병관리소 건물이 남아 있다.
성병관리소는 1960~1990년대 한국 정부가 미군과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조장·방조하면서 성병 치료 명목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하던 장소다. 한국전쟁 이후의 남북 분단, 가난 속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앞세워 여성들을 착취했다. 2022년 9월 대법원은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처음 인정하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성병관리소 건물은 지금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동두천시는 ‘흉물을 없애고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한다. 시민들은 “국가 폭력으로 여성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상징적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50일 넘게 천막 농성을 하고, 건물을 부수러 온 굴착기를 몸으로 막으며 싸우고 있다. 지난 10월 13~14일 현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한·미 동맹 위해 희생된 여성들
동두천시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 이후 30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지난해 2월 동두천시가 성병관리소 건물·부지를 매입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경관을 저해하고 흉물로 방치돼온 폐건물에 대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고, 관광객들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소요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4월 철거 반대를 표명했고, 이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만들어졌다. 공대위 시민들은 토론회를 열고 동두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월 25일부터는 시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24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철거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시의회는 철거를 위한 추경예산을 의결했다. 공대위는 지난 9월 18일부터 성병관리소 바로 앞 길목에 천막과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철거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순번을 정해 자리를 지킨다.
지난 10월 8일 경기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앞에서 철거를 위해 진입하려는 굴착기를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연좌농성을 하며 막고 있다. 공대위 제공
왜 성병관리소를 보존해야 할까. 최희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와서 만들어진 이 동네에서 한국의 여성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하고 역사적인 장소”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한 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지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상업지구, 이른바 ‘기지촌’이 형성됐다. 한국 정부는 법적으로는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실제로는 허용·조장·관리했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할 무렵인 1957년 한국 정부는 전국에 미군 위안시설을 지정해 위안부들을 집결시키며 성병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어 성매매를 강하게 금지하면서도, 이듬해 성매매 영업이 가능한 ‘특정지역’을 설치·관리했다. 박정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논문을 보면 1963년 전국의 특정지역에 등록된 위안부는 1만3947명이나 됐다. 이중 75%인 1만1044명이 경기도 거주자였다.
공무원들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라며 위안부들을 치켜세우는 한편, 성병 관리라는 명분으로 강제 연행했다. 경찰과 보건소, 미군이 합동 단속을 벌여 검진증 없는 여성을 잡아가는 ‘토벌’,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한 여성을 지목하는 ‘컨택(추적조사)’과 같이 폭력적인 방식이 행해졌다. 그렇게 여성들이 끌려간 곳이 바로 성병관리소다. 의사의 정확한 진단도 없었지만 여성들은 곧바로 격리됐고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다.
이런 정책은 ‘한·미동맹’, ‘국가안보’, ‘외화벌이’ 때문이었다. 법원 판결 내용이다. “위법한 성병 치료가 행해진 데에는 (정부가) 원고(위안부)들을 국가안보나 외화 획득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즉 외국군들이 성매매 과정에서 성병에 걸려 건강이나 사기가 저하되면 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안보 또는 성매매 활성화를 통한 외화 획득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위안부들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등한시한 채 성병 근절과 감소에만 치중했다.”
경기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2층에 있는 방의 모습. 위안부 여성들이 잠을 잔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침상이 좌우로 설치돼 있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다. 이혜리 기자
경기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건물의 2층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미군 위안부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혜리 기자
굴착기 진입 시도 시민들이 저지
공대위는 국가가 참혹하게 여성을 착취한 현장인 성병관리소를 보존해 문화·교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장소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의 일환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미국의 그라운드 제로가 다크 투어리즘의 예로 꼽힌다. 한국에선 일제가 독립투사를 가둔 감옥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있다. 아픈 역사지만 옥사 원형과 투사들의 자료를 전시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최 활동가는 “동두천시가 오랜 시간 군사도시로 있으면서 서로를 갈라놓고, 가부장적인 정서가 많다”며 “성병관리소를 잘 보존하고 가꾸면 평화·치유·위로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동두천시가 철거를 강행하면서 굴착기와 이를 막는 공대위 간 충돌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8일 굴착기가 농성장 쪽으로 진입하면서 공대위 시민들과 대치했다. 일요일인 지난 10월 13일엔 오전 4시쯤 농성장의 반대쪽으로 굴착기가 진입을 시도했다. 공대위 시민들이 급하게 현장으로 달려갔고, 온몸으로 굴착기를 막으며 옥신각신하다 겨우 세웠다. 이날 기자와 만난 김대용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일요일 새벽에 포클레인(굴착기)이 들어올 줄은 전혀 몰랐다”며 “역사적 아픔인 성병관리소를 보존해야 다음 세대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병관리소 건물은 군데군데가 낡고 부서졌지만, 위안부 여성들이 수용됐던 2층 창문의 쇠창살은 여전히 단단한 모습이었다. 진료실, 식당이 있는 1층은 홑창이지만 2층은 겹창으로 돼 있었다.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다.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다치는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쇠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여성을 표현한 듯 성병관리소는 ‘몽키하우스’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방 7개에 20명씩 총 140명이 수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13일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에 있는 무연고 묘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시신이 이곳에 묻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혜리 기자
지난 10월 13일 오후 6시 넘어 농성장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굿을 한 만신 이지녀씨와 임진강 풍물패의 문화제가 열렸다.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씨는 성병관리소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추모하는 치성을 올렸다. 시민들이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렸다. 이씨가 읊었다. “국가 폭력으로 한이 맺히고, 원이 맺혀서 가신 영혼이여. 오늘 다 모여서 한 풀고, 원 풀고 가시오. (…) 저 여성들, 남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족이요, 이웃이요, 언니요, 할머니요.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한 것이지. 미군의 성 노리개로, 달러벌이로. 외화벌이하는 게 민족을 위해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저들의 속엔 아직도 반성이 없습니다. 이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분들의 한을 풀고, 원을 풀어야 우리도 편하게 살지 않겠어요.”
자신을 재미교포라고 소개한 한 여성 청년은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문화제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다른 여성 청년은 “국가 폭력에 의한 상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라며 “이 참상이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밤이 깊어지자 시민들은 농성장의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은 거의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 조금만 큰소리가 들리면 ‘혹시 굴착기인가’ 싶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던 것이다. 날이 밝고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오늘 굴착기가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토론이 이어졌는데 이날 굴착기는 오지 않았다.
동두천시는 “철거 입장 변동 없어”
미군 위안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가 배상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공식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계속되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의 강조 속에서 미군 위안부 문제가 주목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대적·구조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돈벌이로 성매매를 했다며 여성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낙인·차별의 시선도 있다.
동두천시 성병관리소가 철거 위기인 것에 더해 동두천시 상패동에 있는 무연고 기지촌 여성들의 공동묘지도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름도, 가족도 없는 기지촌 여성들의 시신이 묻힌 비극적 역사의 공간이지만 동두천시는 여기에 ‘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해보니 ‘분묘 연고자는 신고하라’는 팻말만 곳곳에 꽂혀 있었다. 기지촌 여성들의 쉼터인 의정부시의 두레방은 시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는 보호·지원을 위한 법이 있어 정부가 실태조사와 역사교육을 시행하지만, 미군 위안부는 법이 없다. 19·20·21대 국회 때 법안이 발의됐지만 족족 폐기됐다.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농성을 하는 안김정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는 “미군 위안부는 한·미동맹,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생명, 인권, 존엄성을 억압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과 환상, 한·미동맹과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병관리소는 국민의 생명·존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그것을 내팽개치고 ‘위안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해도 좋다’는 식의 제물로 삼은 것”이라며 “최근 딥페이크 논란과 같은 폭력의 뿌리도 이런 가부장 사회, 군사주의에 있다는 점에서 성병관리소 보존은 자라나는 세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 10월 13일 경기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앞에서 시민들이 천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철거 반대 농성을 47일째 벌이고 있다. 이혜리 기자
지난 10월 14일 경기 동두천시청에서 성병관리소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들의 인권과 존엄을 회복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혜리 기자
경기도와 국회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경기도는 2020년 5월 전국 최초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간담회에서 “이제라도 국가기관에 의한 방조·조장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고, 피해 실상이나 객관적 실태들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대위는 성병관리소를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정도만 철거 중단 촉구 성명을 냈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9시쯤 공대위 시민들은 동두천시청으로 가 박형덕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박 시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동두천시 전체면적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미군이 평택으로 빠져나간 뒤 지역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성병관리소 문제는 시민 간 충돌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날 한 고령의 시민은 공대위를 향해 “너희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 개발을 한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졌다. 다른 시민은 “어르신들이 근대화의 역군인데, 이분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위안부는) 득과 실이 있었다”고 했다.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성병관리소가 그렇게 좋으면 너의 별장 앞에다 보존하라”는 플래카드를 길에 내걸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개발·발전이란 무엇인지가 성병관리소 문제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공교롭게도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서 터져 나왔다. 지난 9월 2일 한 시민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미군 위안부 기지촌에 대한 국가의 사과 촉구와 동두천시 기지촌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글을 올렸다. 그러자 엑스(X·구 트위터)에선 청원 동의 독려 운동이 벌어졌다. 민주당·국민의힘 등 각 정당에 철거 반대를 촉구하는 ‘문자 총공’, 굴착기 진입 상황을 언론에 알려 달라는 ‘제보 총공’이 이어졌다. 청원 글은 5만3414명 동의를 달성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됐다. 성병관리소는 보존될 수 있을까. 동두천시는 ‘철거 입장에 변동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주간경향]
“내가 성병관리소의 산증인···정부가 그걸 부수면 되나요”
성병관리소 피해 여성 “성병 아닌데도 주사 맞혀” 증언
“국가 책임” 판결에도 사과 없어…역사 증거로 남겨야
2022년 9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미군 기지촌 여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국가가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를 조장·관리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한 데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문재원 기자
“지옥 같았다.” 45년 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의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던 일주일의 시간을 여성 A씨(66)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0월 15일 기자와 만난 A씨는 동두천시가 국가 폭력과 여성 착취의 현장인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그곳에서 있었던 것도 억울한데 하나 남은 성병관리소를 왜 없애느냐”며 “달러벌이를 해준 미군 위안부를 이제와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A씨는 스물한 살 때인 1979년 지인과 동두천시에 놀러갔다가 성병관리소에 끌려갔다. 갑자기 남성들이 다가오더니 검진증을 요구했다는 게 A씨의 말이다. A씨가 검진증은 없고 신분증은 집에 두고 왔다고 하자 남성들은 그를 승합차에 태워 성병관리소로 데려갔다.
A씨는 당시 미군과 결혼해 아기가 있었고 성병에 걸린 상태가 아니었지만 성병관리소에서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검진도 안 했어요. 성병이 없었는데 페니실린을 놨어요. 왜 주사를 놔주는지 몰랐지만 다들 주사를 맞는 거예요. 기운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게 아기 낳을 때라고 하죠. (고통이) 그것보다 더한데, 그렇게 몇 시간을 아팠어요.”
A씨는 “언니, 이모들이 많았다”며, 그중에서도 특히 페니실린을 맞고 기절했던 한 언니가 기억난다고 했다. A씨는 “(정신이 없는 듯) 이마를 계속 (쇠에) 찧어서 죽는 줄 알았다”며 “달걀과 콩나물국이 있어 이거라도 먹으라고 했는데 조금 먹더니 막 울어서 같이 울었다”고 했다. 1995~1997년 보건소에서 근무한 한 의사는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낸 국가배상 소송 재판에서 페니실린 투약의 위험성을 증언했다. 이 의사는 “(페니실린은) 저렴하고 효력이 강력해 각광을 받기는 했지만 갖은 쇼크의 원인이 되는 부작용도 있는 약이었다”며 “그때도 이미 쇼크사 때문에 의사들로서는 회피하는 약이었는데, 그 약을 썼다”고 했다.
군사동맹·외화벌이 위해 도구로 활용된 위안부
일각에선 위안부 여성들이 돈벌이로 성매매한 것 아니냐며 인권 침해를 부정하는 주장도 편다. 그러나 법원은 설령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조장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강제 성병 치료를 한 것이 위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군사동맹의 공고화, 국가안보 강화, 성매매 활성화를 통한 외화 획득이라는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위안부 여성들은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과거 논문에서 “기지촌 형성 과정은 식민지배자의 피식민지 여성에 대한 지배, 군대 위안소의 유지, 남성 성욕의 안전한 배출과 성병 통제, 외화벌이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었다”며 “단순한 성인의 성적 거래 관계나 성적 자기 결정권의 논리로 접근하기 힘들다”고 했다.
A씨는 성병관리소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힘들지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성병관리소 철거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다. A씨가 말했다. “제발 성병관리소 안 없애게 해주세요. 다음 세대에 또 모르는 거예요. 이스라엘도, 러시아도 전쟁을 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전쟁 안 난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러면 또 여성들은 그런 일을 당할 수가 있어요. 절대로 잊지 못해요. 제가 성병관리소의 증인이에요. 예전의 젊은 여성들이 성병 주사를 맞고 죽었다는 것을 증거로 남겨놔야죠. 정부가 그걸 때려부수면 되나요?”
[주간경향] 이혜리기자
중국의 조선인 군 위안부, 나는 돌아가고 싶다_MBC 2005년 3월 1일
https://www.youtube.com/watch?v=PZbNC82VNUQ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ㅣ시대의 초상 - 위안부라 하지마라 이용수 (2007.06.12)
https://www.youtube.com/watch?v=oof-YIP-HAk
전쟁과 여성 1부 일본군 성노예, 전쟁의 도구였다! / #YTN다큐 2015년 8월 12일
https://www.youtube.com/watch?v=sB6p9l43cqM
일본군에 의한 성범죄 피해를 증언하는 아시아 생존자들 (KBS 20130808
https://www.youtube.com/watch?v=bUMbqYFT8bU
타파 목격자들 47회 “슬픈 귀향 1부 ‘북녘 할머니의 증언’”' 2016. 3. 5.
뉴스https://www.youtube.com/watch?v=azQj4ktgA0k
뉴스타파 목격자들 48회 "슬픈 귀향 2부 '북녘 할머니의 증언'" Sorrowful Homecoming Part 2: Witness of a North Korean Victim 2016. 3. 11.
https://www.youtube.com/watch?v=gRIdR-3S5TA
일본군 위안부 다큐멘터리 | 1부 모리카와의 진혼곡 2020. 8. 16
https://www.youtube.com/watch?v=rZQ8pVFEDcs
대구MBC보도특집] 일본군위안부 | 2부 ‘길 잃은 위안부운동’
https://www.youtube.com/watch?v=NHafFTgJOOw
전쟁범죄...심문받는 일본군 포로 육성 첫 공개, 그들이 증언한 위안소(2018.08.15.
https://www.youtube.com/watch?v=jMTv-Yq3MUo
국가는 그들을 버렸다...연합군에 체포된 20명의 조선인 위안부. 그들의 귀국길(2018.08.21.
https://www.youtube.com/watch?v=z-P2SXmB7u8
일본인에게 들려주는 식민지 대한민국. 위안부 이야기... [대구총국 특집다큐 - 박필근 프로젝트] (KBS 20220301
https://www.youtube.com/watch?v=PRv_2CCk5Vk
▶ 경북 유일의 위안부 할머니 박필근. 1943년 16세 일본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갖은 어려움 끝에 탈출에 성공, 부산항을 통해 고향 포항까지 걸어서 오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그동안 방송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는 이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당신의 이야기를 일본인 특히 일본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전쟁, 여성을 기억하다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t9fq6-KcB78
전쟁 여성을 기억하다 제2부 전쟁의 무게 #한국전쟁 #미망인 #한국군위안부2021. 2. 25.
https://www.youtube.com/watch?v=cUAWuxA9KmI
전쟁,여성을 기억하다 제3부 전쟁의 이름
https://www.youtube.com/watch?v=cq-PpnTEu9c&t=2304s
기지촌 할머니 그들에게 남은 것은_MBC 2009년 6월 23일
https://www.youtube.com/watch?v=tCe-2P91mi8
'양공주'라 천대받던 기지촌 여성노인들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4년의기록 [the American Dream1] (KBS 20170824
https://www.youtube.com/watch?v=YguTGQfp4OU
전쟁과여성]혼혈아입양, 기지촌여성의 아픔이 묻어 있는 연극과 4년의 기록[the American Dream2] (KBS 20170824
https://www.youtube.com/watch?v=tiJWB2Vir0k
'깨끗한 몸'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했던 '건물'은 왜 존재해야 하나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말하다]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야기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동두천 소요산 입구에 낡은 건물이 하나있다. 기지촌 여성(미군위안부 여성)들이 '낙검자수용소'로 부르던 곳이다.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나서서 미군위안부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민간외교관'이라 추켜세우며 성매매를 독려했다. '깨끗한 몸'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기관의 정식명칭은 '성병관리소'이다. 1973년에 이곳에 세워져서 1993년까지 운영되다가 1996년에 폐쇄된 채, 30년 가까이 방치되었다. 전국의 미군부대가 있는 곳에 모두 설치되었지만 다 없어지고, 동두천의 성병관리소 건물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이 건물의 철거를 막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는 50일이 넘는 기간동안 농성을 하며, '포크레인'을 몸으로 막고 있다.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아픈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는 소중한 국가유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병관리소가 보존되어 평화와 인권을 배우며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장소로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지촌 여성에 대한 심각한 국가폭력의 증거가 사라질 위험에 놓였기에 온몸으로 철거를 막고자 온힘을 다하는 것이다.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와 함께 의정부시 빼뻘마을에 또 하나 위기의 건물이 있다. 38년동안 기지촌여성들을 지원하며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두레방 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과거 성병관리소로 가기 직전, 기지촌 여성들이 1주일에 2번 성병검진을 했던 보건소 건물로, 2000년부터 두레방이 의정부시로부터 임대하여 2024년까지 24년동안 지켜 온 건물이다. 그런데 20024년 1월, 의정부시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고, 6월까지 건물을 비우라고 했으나, 의정부시장과의 면담으로 2025년 6월까지 유예된 상태이다. 두레방은 이 건물을 지키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의정부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럼 38년간 기지촌여성운동을 펼친 두레방은 어떤 곳이며, 두레방 건물은 왜 중요한 것일까?
▲ 경기 동두천시가 관광 개발사업으로 소요산의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이 성병관리소를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병관리소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수용하는 곳이었다. 정부가 관리하던 시설로 1996년 폐쇄된 후 현재까지 소요산 주차장 인근에 흉물로 남아 있다. 사진은 동두천시가 지난 5월 촬영한 시설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두레방의 출발과 활동
두레방(My Sister's Place)은 1986년 문혜림이라는 미국여성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당시 문선생의 눈에 들어온 여성은 미군들과 결혼했거나 기지촌에서 살면서 미군들을 상대로 성매매하는 한국여성들이었는데 이들은 세상 사람들 밖에 버려진 사람들이었다. 나라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겠다' 라는 생각으로 미국장로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여신도회전국연합회 프로젝트를 통해 두레방을 창시하셨다.
기지촌 여성들에게 상담, 영어교육, 공동식사, 한글교육, 요리교실, 야유회, 탈성매매를 위한 빵만들기, 카드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하면서 '서로 도와가면서 일하는 공동체'라는 '두레'의 뜻으로 '두레방'이라 이름 지었고 이는 '여성들이 서로 돕고 모여서 쉬며 이야기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후 두레방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지촌 여성들이 함께 모여 자존감을 회복하며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불법 성매매 문제, 군사주의로 인한 폐해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투쟁했으며 기지촌에 나날이 늘어나는 혼혈아들을 위한 놀이방, 공부방을 운영했으며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전문상담, 의료·법률지원, 치유 프로그램, 자활사업, 출판·영상자료 제작 등을 하면서 기지촌 여성들의 실태를 알려왔고,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에도 힘써왔다.
아울러 '기지촌'이라는 공간이 매우 정치적이고 군사화된 영역으로서, 이들의 진정한 인권회복과 현실적인 지원체계의 마련을 위해서는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과 민관의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초기부터 여성들의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뿐 아니라 기지촌 여성의 인권침해 피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교육 및 홍보 등의 목표를 내걸고 2012년 발족한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함께 기지촌 여성을 위한 조례제정, 기지촌을 조성하고 관리하여 성매매를 조장했던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가손해배상소송, 특별법, 국제연대 등 눈부신 활동을 해왔다.
두레방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로 지정 받아 2006년부터 '두레방상담소' 운영을 시작했다. 한편 90년대 중순부터 우리나라(기지촌)로 유입되는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들을 돕기 위해 2009년 '두레방쉼터'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평택여성인권센터 '품' 상담소를 설립하여 반성매매 활동을 확장해 가고 있다.
두레방 활동의 주요 성취와 역사적 의미
한국 최초로 기지촌 미군 '위안부' 운동의 공식적인 역사는 두레방으로 시작된다. 첫째 기지촌 여성들을 둘러싼 착취구조와 인권 침해적인 상황들을 처음 인식한 초대 원장 문혜림은 두레방을 세운 목적을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라고 선언했다. 두레방은 지난 38년 동안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정부시 안에, 빼뻘마을 안에 존재해 왔다. 둘째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을 피해자로 위치시켜 미군 성매매가 범죄임을 명확히 했다. 셋째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속에서 기지촌 미군 '위안부'에 대한 낙인을 제거하고자 노력했다. 넷째 두레방은 반 성매매 운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80~90년대 반 성매매 활동이 미약한 당시 한국 상황에서 성산업은 성착취라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다섯째 성매매방지법의 제정(2004,2)에 앞장섰으며, 결과물로 2005년 성매매피해상담소로 등록(2006,운영), 외국인여성지원시설로 등록(2009), 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 품 등록(2021)되어 국가예산을 받게 되었다. 여섯째 의정부 역사상 여성단체 최초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했으며, 38년간 꾸준히 반성매매운동을 해왔다. 일곱째 2020년 4월 29일은 기지촌 여성 운동의 역사적인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날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되었다. 두레방이 7년 동안 헌신한 성과이다.
여덟째 2014년 6월 25일 시작된 122명의 기지촌 미군 '위안부'여성 집단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하고 여성들을 성매매하게 방조, 묵인, 관리한 책임이 있으며, 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1심에 이어서 항소심 판결에서도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고 불법 성병진료와 강제수용 및 토벌과 컨택 등이 인정되어 원고 전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22년 9월29일, 마침내 대법원은 원심확정판결로 기지촌 성 산업 제도를 국가폭력으로 인정했다. 8년 3개월에 걸친 두레방 기지촌 여성 운동의 쾌거였다. 아홉째 19대, 20대, 21대 국회에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발의에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함께 하였으나 임기만료로 법안은 차례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도 '기지촌 여성 특별법'은 발의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레방은 기지촌 여성 관련 또 다른 커다란 과제를 안고 힘쓰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여성이 떠나간 빈자리가 이주여성들로 대체 되었다. 이는 빈곤의 여성화와 이주의 여성화로 인신매매성 이주로 이어진다.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을 위해 법률, 의료, 각종 노동 인권침해 관련 지원과 상담뿐 아니라 이주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안정적인 숙식, 귀국지원까지도 두레방이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상황과 이슈
현재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은 70~80대의 고령으로 주택난과 의료난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해서 '애국자'로 명명되었던 그녀들은 기지촌 쪽방에서 독거노인으로 외로움을 안고, 만성질환 및 빈곤과 싸우며 고단한 삶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황은 '두레방 이전'이다. 두레방 건물은 1979년에 준공됐고, 기지촌 여성들이 1주일에 두 번씩 검진받았던 시청 소유 '옛성병보건소'이다. 이런 아픔의 장소인 건물을 두레방은 2000년부터 평화교육의 장, 국제인권운동의 장, 기지촌 여성운동의 장으로 탈바꿈하여 현재까지 의정부시청에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신규 사업대상지 68개소를 선정한다. 일명 새뜰마을 사업이다. 의정부시는 현 두레방 건물을 부수고 그곳에 커뮤니티센타를 짓는 것을 계획서에 넣어 빼뻘마을(고산동)이 선정받게 된다. '새마을운동'의 전신인 '새뜰마을사업'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새마을'이름을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엣것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어 보인다.
두레방에 불똥이 튀었다. 2024년 1월 11일 시청 여성보육과 과장과 팀장이 두레방을 방문한다. 빼뻘마을은 더이상 기지촌이 아니므로 두레방이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시내로 가야 한다면서 사무실 이전 문제를 종용한다. 1월 22일 균형개발추진단 도시재생과 과장, 재생정비사업팀장 외 주무관 2인이 두레방을 방문한다. '두레방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보강하여 사용할 계획이다. 건물을 활용하여 빼뻘마을 라이프 푸드 팝업스토어(쿠킹클라스-통닭만들기 등)를 진행하고, 등산객도 유치하려 한다'는 뜻을 밝힌다. 이들에게 두레방 건물은 이미 커뮤니티센타 건물이다.
빼뻘마을이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로 거듭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램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약자의 역사가 무시되어 고스란히 삭제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쟁 이후 스스로 거름이 되어 도시의 경제를 일으키고 가족과 나라를 먹여 살린 기지촌 여성들, 국가폭력에 희생된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역사의 가치를 지우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노년이 되면 아파트를 주겠다고 속여왔던 정부가 아파트는커녕 기지촌 여성들의 보금자리요, 사랑방이요, 최후의 공간인 두레방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에 언니들은 분노했고, 만나주지 않는 시장을 만나기 위해 시청 앞 거리로도 나섰다. 시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었으나 결론적으로 "1년간(25년6월) 유예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 시장의 답변이다.
공간 보존의 정당성과 활용 대안
두레방은 왜 '빼뻘마을'에 계속해서 있어야만 할까? 첫째 캠프스텐리가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빼뻘마을은 아직도 기지촌이다. 둘째 두레방 건물은 기지촌 여성들의 '옛성병보건소'이다. 두레방은 기지촌 여성들의 고통과 상처로 가득한 장소를 치유와 회복의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시는 두레방 공간 보존으로 기지촌 역사와 기지촌 여성들의 삶, 두레방 역사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셋째 두레방이 빼뻘마을인 기지촌 현장에 있으면서 군사주의의 폐해와 기지촌에 대해서 전 세계와 대중들에게 홍보하는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넷째 두레방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상담소이기도 하지만, 기지촌 여성들의 공동체 조직이므로 공동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다섯째 두레방 건물을 보존하여 아픈 역사도 후대에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여섯째 한국에 하나뿐인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의정부 두레방 '옛성병보건소' 건물과 동두천 '옛성병관리소' 역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 시켜 보존해야 한다. 일곱째 의정부시는 내년까지 빼뻘마을 내 새뜰마을 사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사업 기한에 밀려 두레방을 내보내고, 엣성병보건소 건물을 허물거나 고쳐서, 커뮤니티 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사료된다. 역사적 건물이 짧은 기간에 대안으로 내놓은 등산객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나 마을주민 대상의 '쿠킹클라스-닭튀기는 곳'으로 쓰여서는 않된다. 여덟째 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두레방 이전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사안이 아니다. 두레방을 옮기는 것은 기지촌 여성들의 보금자리요, 사랑방이요, 최후의 공간을 빼앗는 인권의 문제이다.
두레방의 공간활용 대안?
2021년 11월 9일 평택시 안정리에서 세계최초로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가 개관했다. 박물관 조성에는 한명의 기지촌 피해여성 할머니의 큰 후원으로 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20여년간 기지촌 여성을 지원한 (사)햇살사회복지회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평택 미군 기지촌에서 생활했던 미군 위안부 7명이 거주한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였다. 평택시와 경기문화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성과이다. 경기도 안에 있는 같은 지자체인데 지원이 이토록 다를 수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살아계신 기지촌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외면받았던 고립된 시간에서 벗어나 사회와 다시 만나고 기지촌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며 다음 세대를 비롯한 시민사회,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평화인권교육의 공간으로 조성돼 기지촌 피해여성 지원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법적지원 체계를 만들고 피해여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24년 5월 25일~6월 5일 두레방×ㅃㅃ보관소 연대로 '거품·소음·웅성거림' 전시 프로젝트가 있었다. 기지촌 여성들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행했던 미술치료 결과물, 공예작품, 사진자료, 인터뷰 영상을 바로 두레방 건물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존과 공생의 마을재생을 제안하다' 포럼을 열어 두레방이 왜 빼뻘마을에 있어야 하는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를 경험으로 가장 현실적인 공간활용 대안은 역시 경기북부의 '기지촌여성 박물관' 혹은 '여성평화 인권박물관'이다.
두레방은 우리 사회 여성 인권을 둘러싼 이야기의 집이다. 따라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옛 성병보건소'를 보존, 기록하여, 여성들의 삶을 알리고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그 공간에 여전히 기지촌 여성들의 공동체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생태와 사람 그리고 시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도시재생은 있을 수 없다. 1년 유예가 아닌 60년의 성찰로 함께, 다양하게 숙의해야 한다. 두레방 공동체를 시민들이 함께 축적하고 의미화하는 커뮤니티아트센터 형태면 좋겠다." <24.06.05 '공존과 공생의 마을재생을 제안하다' 포럼 토론 시 이원재 문화연대위원장 제언>
앞으로 두레방의 행보는 열려있다.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두레방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9월에는 경기여성정책컨퍼런스 주제로 '공존과 공생의 마을재생을 제안하다' -두레방을 기지촌여성박물관으로 포럼이 열렸다. 지금껏 기지촌을 알리기 위해 행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기지촌 평화기행, 경기도조례 – 다크투어)을 통해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기지촌여성 운동은 결코 멈출 수 없다. 두레방 공간은 부끄러운 장소, 감추어야 할 역사가 아니다. 두레방은 갑자기 '쫓겨' 나서는 않된다. 두레방의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만으로 제한되어서도 않된다. 두레방 활동의 사회적, 역사적, 지역적 가치와 의미는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공유되고 해석돼야 한다. 두레방은, 두레방 언니들은, 두레방 활동가들은 목숨걸고 두레방을 빼뻘마을에서 지키고자 한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와 함께 의정부 '옛 성병보건소'도 함께 지켜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두레방의 행보에 계속 관심 가져 주시고, 용기 내어 함께 참여해 주기 바란다.
김은진 두레방 원장 | 프레시안
부자감세’ 축소한 숫자의 마술···상속세 등 ‘기타’가 74%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정부, 경제·재정·조세정책 총제적 실패’ 팻말을 들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 10~11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가 ‘부자 감세’를 감추기 위해 작위적인 기준을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재부는 올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서민·중산층 감세효과(-6282억원)가 고소득층 감세효과(-1664억원)보다 4배 가까이 크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수치에 고소득층 감세효과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숫자의 마술’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74.1%, 이런 ‘기타’ 본 적 있나?”
첫 번째 논란거리는 기재부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속세 개편 효과를 ‘기타’로 분류했다는 것입니다. 기재부는 매년 세법 개정안과 함께 ‘세 부담 귀착효과’를 발표합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민·중산층, 고소득층, 중소기업, 대기업 등 각 주체들이 받는 세수 증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상한 수치입니다.
올해는 정부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5년(2025~2029년)간 고소득자는 1664억원, 서민·중산층은 6282억원의 감세 효과를 거둔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민·중산층의 세수 감소 효과가 고소득자보다 4배 가까이 많습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기타’ 항목으로 3조2260억원의 감세 효과가 생긴다고 분류했습니다. 전체 세수 감소액(-4조3515억원)의 74.1%에 달하는 금액을 ‘기타’로 분류한 것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화면이 국회방송에서 중계되고 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기재부는 4조565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감세 효과 전액을 ‘기타’로 분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속세는 상위 5% 내외의 고액 자산가들이 사망할 때 내는 세금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야당 의원들은 상속세를 ‘고소득층 감세 효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기재부 국감에서 “74%가 기타입니까? 메인(주요내용)이지”라며 “나라 재정도 좋지 않은데 초부자 감세로 욕 먹을까 봐 꼼수를 쓴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재부는 “세 부담 귀착 효과는 자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서 “상속인이나 피상속인(사망인)의 소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기타로 분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거액의 자산을 상속받더라도 소득이 낮다면 고소득층이 아닌 서민·중산층으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기재부는 큰 감세 효과가 예상되는 가업상속공제의 세수 감소 효과도 기타로 분류했는데, 어떤 가업주가 언제 사망할지 모르기에 추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속세는 100% 고액자산가가 내는 세금이기에 상속세 인하가 고소득층뿐 아니라 고자산층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상속세제 개편안의 세 부담 귀착 효과 계산을 누락한 것은 부자 감세 효과를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중산층 기준, 중위소득이냐 평균소득이냐
기재부가 세수귀착 효과를 분석할 때 중산층의 기준을 ‘평균소득의 200%(근로소득 연 8400만원)’로 삼은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평균임금의 200%라는 기준은 다른 통계에서 거의 쓰지 않는 자의적인 기준”이라며 “결론을 정하고 통계를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이 연 8400만원인 사람은 소득 기준 상위 10%에 해당합니다. 소득 상위 10%가 중산층으로 분류된 겁니다.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고소득층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려 ‘통계적 착시’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가구 중위소득은 연 5362만원, 가구당 평균소득은 6762만원입니다. 평균소득이 중위소득보다 1400만원이나 높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 200%를 중산층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중위소득의 150%를 중산층으로 봤다가 2019년부터 200%로 상향했습니다. 중위소득은 국민소득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입니다.
기재부는 “부자감세를 숨기려고 중산층 기준을 조작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 세수효과의 서민·중산층 귀착을 발표해 왔으며 ‘평균임금’을 일관된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기재부는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별 중위소득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기재부는 “세수귀착 분석에 필요한 근로자 개인 단위 중위소득 통계는 공표되지 않고 있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세부담 귀착을 분석하기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이 개인별 중위소득을 파악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재부의 해명이 과거 발표와 모순된다는 점입니다. 경향신문이 기재부의 2011~2024년 세법개정안 보도자료를 전수 조사해보니, 기재부는 2021년까지 일관되게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세부담 효과를 발표해왔습니다. 일례로 기재부는 2021년 세법개정안 보도자료에서 세 부담 귀착효과를 발표하면서 서민·중산층 기준을 “중위소득의 150% 이하인 자(총급여 7200만원 이하인 자)”로 명시했습니다.
기획재정부 2021년 세법개정안 보도자료. 세부담 귀착 효과에서 중산층을 ‘중위소득의 150%’를 기준으로 분류했다고 명시돼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는 ‘보도자료에는 중위소득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평균소득이 기준이었다’고 다시 해명했습니다. 보도자료상의 중위소득은 평균소득을 잘못 표기했다는 것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도자료에는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이 기준이라고 써놨지만 브리핑할 때는 평균소득을 쓴다고 설명해왔다”며 “보도자료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첫 해인 2022년 보도자료에서부터 중산층 기준이 ‘중위소득의 150%’에서 ‘평균소득의 200%’로 바뀝니다. 기재부는 OECD의 중산층 기준이 중위소득 150%에서 중위소득 200%로 바뀜에 따라, 기재부도 평균소득 150%에서 평균소득 200%로 기준을 바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보도해명 자료.
경향 김윤나영 기자
국내서만 요란한 '북한군 파병' 뉴스…미국-나토 침묵
백악관-나토-러시아 모두 "아직 확인된 사실 아니다"
"파병 규모 적은데다 전세 뒤집을 변수가 되지 못해"
국정원 대대적 홍보에도 유독 우크라 정부만 동조해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특수부대원 선발대 1500여 명이 러시아에 도착,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18일 오후. 미국은 그러나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중동사태와 함께 미국이 최우선적인 외교안보 사안으로 다루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결된 사암임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소한 북한군 우크라 파병을 보는 한미 양국의 안보 위협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19일 현재 국내에서만 요란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1일 북한군 특수부대를 방문해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특수부대 훈련 참관이 지난 2일에도 있었다면서 잇달은 방문이라고 18일 밝혔다. [국정원 보도자료] 시민언론 민들레
소란스런 한국, 조용한 세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18일(현지시각) 전화 브리핑에서 다룬 핵심 주제는 우크라 전쟁에 대한 지원 문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이날 베를린을 방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태머 영국 총리 등과 '고별 회동'을 한 것과 관련해 연 브리핑이었다. 커비 조정관은 미 영·프 독 정상 회동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승전 계획'을 논의했다고 전하면서도 북한발 악재를 거론하지 않았다. 36분 동안 진행된 브리핑 도중 우크라 전쟁 관련해 숱한 질문이 제기됐지만, 북한군 파병 문제는 없었다.
숀 사벳 NSC 대변인도 연합뉴스의 관련 문의에 "우리는 러시아를 대신해 싸우는 북한 군인들에 관한 보도를 매우 우려(highly concerned)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보도가 정확한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국정원의 공식 발표 전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을 전한 '보도'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읽힌다. 역시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키이우를 방문,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 외교장관과 회동한 장 노엘 프랑스 외무장관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라면 위기를 심화시키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해 파병 사실 자체를 확인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나토 "확인 안 된 사안"
전날 김명수 합참의장과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 사무엘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한미 양국 군 수뇌부가 화상으로 연 제49차 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도 한반도 안보 정세가 논의됐지만, 북한군 우크라 파병이 거론됐다는 발표는 없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벨기에 나토 본부 기자회견에서 역시 연합뉴스의 질의에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이다"라면서 "이 입장은 바뀔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도 아직 북한군 파병이 확인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스타노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확인 시 추가 제재 등의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이 간파된 건 지난 8일부터다. 국정원은 북한군 병사 1500여 명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 등 7척의 군함을 타고 연해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파병 규모를 총 1만 2000명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자산은 대규모 병력 수송이 가능한 러시아 함정의 이동 궤적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한미 간 정보공유 관행에 따르면 미국 측이 정보 획득에 협력했거나, 역으로 국정원이 미국 측에 전달했을 내용이다. 그런데도 MCM 회의에서 거론하지 않았다면 의문을 남긴다. 현재까지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발표한 나라는 한국과 우크라 정부뿐이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방에 진출한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다연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9월 26일 배포한 사진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8월 초부터 쿠르스크 지방을 전격 공격한 우크라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EPA 연합뉴스
북한군, 러시아 피침당한 쿠르스크 전선에?
몇 가지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와 간접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입장에서 북한군 파병이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우 양측 수십만 명이 교전하는 전장에 총 북한군 1만 2000명의 북한군의 참전이 군사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치적 이유도 있다. 퇴임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로서 우크라 전쟁의 '현상유지'를 기대할 수 있다. 우크라 정부가 나토 회원국들의 참전을 거듭 촉구해 온 만큼 나토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일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도 침묵하고 있다. 유리 슈비트킨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관련 정보가 없다"라고 밝혔고, 알렉세이 즈라블료프 국방위 제1부위원장도 "우리는 어떤 나라의 도움도 환영하지만, 북한군이 전선 상황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19일 자 러시아 매체 '가제타.루'를 인용, 보도한 내용이다. 주라블료프는 특히 "그들(북한군)은 러시아군보다 전투 경험이 충분치 않고 신병 훈련을 거쳐야 전선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군사평론가 미하일 호다레노크도 "최신 군사력과 정보력을 갖춘 나토도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지 않았고, 중국도 침묵하고 있다"라면서 "아직 추측의 영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같은 매체에 "북한군 파병 규모가 러시아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국제적으로 러시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19일 밤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18일 베를린의 독일 총리 관저에서 키어 스태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아메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과 고별 정상회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10.18.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베트남 파병처럼 북한엔 경제적 기회"
국정원이 공식 발표한 북한군 파병이 허위 정보일 가능성은 극히 작다. 아직 북-러는 물론 미국과 나토가 침묵하는 것은 그만큼 이에 대한 체감 온도가 다름을 입증한다. 국내에서만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군사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도 <시민언론 민들레>에 "국내에선 엄청난 이슈이지만, 전체 전쟁 국면에서 보면 북한군 1만 명이 간다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북한군 파병 규모도 공교롭게 당시 한국군 파병 규모와 비슷하다. 이 소식통은 "우리의 베트남 파병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됐듯이 북한으로선 연해주 지역 인력 진출에 이은 파병으로 경제 회생의 기회를 잡게된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군 파병이 우리에게만 '대형 뉴스'라면 이쯤에서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 평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군사기술 분야의 협력이다. 아직 이 부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크라군이 서방 지원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를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한 바 있다. 또 한국의 대우크라 살상무기 지원을 한-러 관계 파탄의 신호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여론의 과도한 관심이 부를 '역풍'
북한군의 파병은 외화 획득의 수단을 넘어 지난 6월 양국이 체결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북-러 신조약) 상의 의무일 수도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5일 '한국의 북한 무인기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침략당하면 러시아가 군사지원을 할 것"이라며, 조약상 일방이 피침 시 상호 군사지원 의무를 강조한 바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는 11월 중 비준할 예정지만, 북한으로선 파병의 근거와 명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이후 우크라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역으로 러시아가 침략받는 상황이어서다. 북한군의 우크라 전선 참전은 근거와 명분이 없지만, 침략당한 쿠르스크 전선이라면 적어도 북러 신조약에 어긋나지 않는다.
'북한군 우크라 파병'과 관련해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파병 자체가 아니다.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과 나토조차 관심을 덜 두는 대목에 한국 여론이 대대적으로 나설 이유도 없다. 정부가 대대적인 북한군 파병 홍보에 이어 이를 빌미로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자초하게 된다.
시민언론 민들레
北특수부대 실어나르는 러 함정 우리 위성으로 포착
30만명 넘는다"는 무당… 정부엔 '없는 사람들'
방치된 믿음 : 무속 대해부>
경찰·교사보다 많다는데... 실태 조사는 전무
무속인 상당수 사업자 등록 안 해 과세 공백
문화유산 차원에서만 무속인 인정하고 지원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
"한국에는 무속인 30만 명이 있으며, 한국인 160명 중에 1명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007년 '최신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무속이 부흥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NYT는 이 수치의 출처로 '한국 예배자 협회'(Korea Worshipers Association)를 들었는데, 국내 최대 무속인 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경천신명회)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경천신명회는 최근까지도 국내 무당 규모가 30만 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당이 경찰관(13만여 명)이나 초등학교 교사(19만여 명)보다 많다는 얘기다.
지난 8월 충남 계룡산 연화당에서 감고당 김연옥 만신이 서울새남굿을 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정다빈 기자
문제는 해외 유력 언론까지 보도하는 '무당 30만 명 주장'을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무속 관련 정부 통계는커녕 최소한의 실태조사 결과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속인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다. 도심 곳곳에서 점집 간판을 볼 수 있고, 온라인 공간은 물론 방송에서도 무당 콘텐츠가 쏟아진다. 무속인 사기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무속을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기본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것은 물론, 무속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
"의사 연봉 안 부럽다"는 무당도 사업자 등록 X
무속인 규모는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전국사업체조사를 통해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기타 개인 서비스업'에 속하는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이고, 종사자 수는 1만194명이다. 무속 단체가 주장하는 30만 명과는 차이가 크다
게다가 무속인 상당수가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실제 규모는 더욱 파악하기 어렵다. 본보가 무당 1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1.4%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무속인은 음식점이나 숙박업 사업자 등과 달리 지자체에 영업 신고를 할 필요도 없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세금 탈루로 이어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점이나 사주를 봐주는 분들은 영세해 대부분 면세 대상"이라며 "억대 수익을 내는 일부 무속인이 과세 대상인데, 이런 분들은 사업자 등록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당들 얘기는 국세청 설명과 달랐다.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무당은 "하루에 10명씩 손님을 받으면 한 달에 3,000만 원을 번다. 의사, 변호사 연봉 부럽지 않다"면서도 "사업자 등록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점집뿐 아니라 굿당과 기도터 역시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본보가 지난 8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굿당에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기사 나가면 세금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 인왕산 등에는 국유림을 점유해 무속인들에게 기도 공간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기도터도 있었다. 서울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유림은 공익용으로 사용되거나 보존돼야 해, 그런 (기도터 등) 용도로는 허가가 날 수 없다"며 "(미허가 시설물을) 적발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무속인 협회 "종교로 인정"... 정부 "정교 분리 원칙"
무속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정부 방침도 명확하지 않다. 경천신명회의 이성재 이사장은 8월 본보 인터뷰에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에 가입한 점을 들며 "무교(巫敎)가 종교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민족종교협의회는 '7대 종단'으로 불리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소속으로, 경천신명회 외에 천도교, 원불교, 대순진리회, 증산도 등 12개 단체가 민족종교협의회에 속해 있다.
정부는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특정 종교를 승인하거나 인정하는 절차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민족종교협의회는 문체부가 허가한 법인이지만, 종교를 허가하거나 인정해 준다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특정 교단의 가입 여부는 (정부가 아닌) 법인 정관에 명시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믿음 체계를 '정식 종교'로 인정할지 여부는 정부 역할 밖이란 얘기다.
그래픽=강준구 기
하지만 기존 종교와 무속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종교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체부 측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기성 종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많다"며 "민족종교 중에선 천도교, 원불교 정도가 지원 대상"이라고 말했다. 2018년 문체부가 발간한 '한국의 종교 현황' 보고서에도 무속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종단 규모나 조직화 정도에 따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법원에선 무속 의식을 통상적인 종교 행위로 보기도 한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수감 중인 딸을 가석방으로 빼주겠다며 굿을 하고 피해자로부터 3,18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된 무당에게 지난 6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화유산 차원 '전통 의식' 관리... 오히려 "돈 안 돼"
정부는 문화유산 차원에선 무속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강릉단오제 △하회별신굿탈놀이 △진도씻김굿 △동해안별신굿 △남해안별신굿 △서울새남굿 등 12개 무속 의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무형유산마다 보유자(과거 인간문화재)에게는 한 달에 200만 원, 전승교육사에게는 90만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무형유산은 이미 거대한 사회 현상이 돼버린 무속 행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가 지원을 받는 무당 자체도 매우 적다. 본보가 국가유산포털에서 확인한 결과, 무속 관련 무형유산 보유자이면서 무속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빈순애 강릉단오제 예능보유자가 지난 9월 9일 강원 강릉시 강릉단오제전수교육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무형유산 보유자가 손님에게 점사를 봐주고 굿을 해주기도 한다. 강릉단오제 보유자인 빈순애(65) 강릉단오제보존회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강릉단오제 전수교육이 주된 일이지만, 일이 없을 때는 개인사업으로 손님도 받는다"며 "돈 차이가 많이 난다. 손님을 받는 무당은 먹고사는 데 문제없고, 전통의식을 주로 하는 무당은 문화행사나 공연이 아니면 빛을 못 보고 산다"고 토로했다.
무속 전문가인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장은 "정부는 무교인들을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면서도 무형문화제로 지정하는 이중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며 "무속인 관리와 연구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7eF9D4pi8&t=537s
하늘과 땅, 신과 사람을 잇다 : K-샤먼의 귀환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① 굿판을 걷어차다
• 귀신같이 알아맞힌 그 말, 삶을 저당잡는 미끼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190005377 )
• 가족들 위해 신내림 받았지만... 두 딸은 차례로 정신병에 걸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2410010004985 )
• 달나라 가는 AI 시대에 무속이 공존하는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2316280000067)
② 사람 잡는 무속
• "굿하면 다 낫는다" 고통을 먹잇감 삼아…귀신 대신 사람 잡은 무당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220004372)
• "유튜브 영상 속 무당 점사는 짜고 치는 쇼"… 대역 배우의 폭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2910270005517)
③ 기도터 가는 이유
• '기도발' '복' 그리고 '쩐'... 무당 70명이 그날 대관령 오른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240005656)
• K샤머니즘 전문 이스라엘 교수 "한국은 교인도 점 보는 나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0213390005760)
④ 산업화된 점집
• 미아동 떠나 논현동서 수억 수익… 점집도 '강남불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300003815)
• 진로·취업·결혼… '초고속 온라인 점술' 호황… 신뢰성은 의문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310002722)
• "30만명 넘는다"는 무당… 정부엔 '없는 사람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310280001981)
다주택자 상위 1천 명, 무슨 돈으로 4만 1721채 구입했나
늘어난 세입자 전세자금대출, 다주택자와 전세사기 양산...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놀라운 숫자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5년간(2019∼2023년) 아파트, 연립, 다세대, 단독 다가구 등 주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1000명을 조사해 봤더니 약 4만 2000 채, 평균 42채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돈은 얼마나 썼을까? 무려 6조 1475억 원이나 썼다. 1위 매수자는 5년간 793채를 사들였고 매수액은 1157억 9000만 원, 2위 매수자는 1150억 8000만 원을 투입해서 710채를 사들였고, 3위 매수자는 1080억 3000만 원을 써서 693채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44%에 달하는 무주택 가구 혹은 주거 취약계층엔 충격이다. 그럼 질문해 보자. 왜 자기가 살지도 않을 집을 저렇게 많이 사들인 걸까? 수백 채를 일년내내 순회하며 하루씩 머무르려는 걸까? 물론 아니다. 직접 사용할 집은 아무리 많아도 3채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일까? 우리는 알고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위 1000명은 고민 끝에 '기대'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을 한 것임을. 그 기대란 비트코인, 주식, 채권, 달러 등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 다시 말해서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다. 물론 보유하고 있을 때는 세입자에게 계속 늘어나는 임대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세입자의 전세금과 전세대출이 주된 매입 자금
그러면 6조 원이 넘는 돈은 모두 자체 조달한 걸까? 아니다. 자기 돈은 일부일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자금은 은행에서 빌린 걸까? 그것도 일부일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에는 한도가 있다. 금융기관은 갚을 수 있는 능력, 즉 소득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 더구나 다주택자에겐 주택담보대출이 더 어렵다. 부모님에게서 받거나 친척에서 빌린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일 것이다.
상당한 자금은 세입자의 전세금이다. 세입자의 전세금은 다주택자들에게 '무이자 대출'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 부담이 있지만, 전세금은 이자 부담이 없다. 다주택자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 즉 갭(gap)만 메울 수 있는 돈만 마련하면 된다. 그러므로 다주택자에게 갭이 줄어들수록 좋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 갭은 점점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전세대출 때문이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처음에는 전세가 1억 원까지 대출해 주더니 점점 올라 지금은 수도권은 7억 원(지방은 5억 원) 전세의 90%까지 대출해 주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전세대출 한도를 올릴 때마다 전세가가 따라서 올라갔다는 것이고, 따라서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은 계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세입자에게 쉽게 대출해 준 이유는 뭘까? 세입자는 집이 있는 사람보다 신용도와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말이다. 그것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사고를 대비해서, 은행의 관점에서 보면 전세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고를 대비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라는 제도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로 은행은 전세대출금 미회수 염려가 사라졌고 그런 까닭에 은행은 안심하고 가능한 대출을 후하게 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세대출자인 세입자의 연 소득이 얼마인지 따질 필요도 없다. 전세자금 대출액은 은행이 세입자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 통장으로 보내고, 전세 계약 만료 시 만약 세입자에게 대출금을 못 받으면 보증해 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으면 된다. 전세자금 대출만큼 은행에 안전하고 좋은 대출 상품은 없을 것이다. 사고가 나면 HUG가 책임지니 말이다.
▲서울 시내의 주요 은행 ATM 기기 2024.10.1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2008년 0.3조 원이던 전세대출 잔액, 2023년 10월엔 161.4조 원
다주택자와 공인중개사는 또 어떤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수월한 전세대출을 내세워 세입자에게 고가 전세 계약을 유도한다. 전세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세입자도 전세대출을 받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전세가는 올라가게 되고 전세가가 매매가에 붙으니, 즉 갭이 줄어드니 내 돈 얼마 안 들이고, 심지어 내 돈 한 푼도 안 들이고 세입자의 전세금만으로 집을 사는 게 가능해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니 전세대출 잔액은 급격히 늘 수밖에 없었는데,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대출이 시작되던 2008년 0.3조 원이었던 전세대출 잔액이 2023년 10월에는 무려 161.4조 원까지, 그러니까 15년 동안 무려 538배나 늘어난 것이다(경실련 2024년 3월 20일 '전세자금대출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또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 사건도 급증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상위 1000명이 4만 2000 채를 사는 데 투입한 돈 6.1조 원의 상당 부분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빌린 전세대출금인 것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명목으로 대출해 준 전세금이 결국 다주택자들의 투기 자금으로 쓰이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주택가격 폭등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으니 생각해 보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지난 5년간(2009~2023) 다주택자 상위 1000명이 4만 2000채를 사들였다는 통계를 발표한 민홍철 의원이야 다주택자의 주택투기 현실을 고발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생산·제공했을 테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전세대출 비중을 높이고, 다시 말해서 전세대출 규모가 폭증하는 법과 제도를 만든 정권은 문재인 정부다. 요컨대 상위 1000 명이 4만 2000 채를 사들일 수 있었던 원인의 최소한 절반은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매매가가 떨어지면 전세는 크게 줄어든다!
10월 들어서 거래가 줄고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결과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징후가 뚜렷한 지금, 4만 2000 채를 사들인 1000명의 맘은 어떨까? 타들어 갈 것이다. 후회가 마구 밀려올 것이다. 전세가도 동반 하락하니 계약이 만료되어 더 낮은 전세가로 세입자가 들어오면 차액만큼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자기 돈을 써야 한다.
그렇다. 4만 2000채를 사들인 상위 1000명이 노리는 것은 매매차익이다. 그들에겐 지금 가계부채가 GDP의 100%가 넘는 것, 그래서 소비가 위축되어 문을 닫는 가게가 느는 것은 관심 밖이다. 오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더 많이 내리고 시중은행은 더 낮은 금리에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해주고 전세자금 대출도 더 쉽게 해줘서 소유한 집값이 계속 올라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은 망국의 길이다. 수도권 과밀 현상이 더 심해지는 길이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길이다.
한편 매매차익이 기대되지 않으면, 즉 집값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안정되면 전세제도는 어떻게 될까? 점차적으로 월세 혹은 보증부 월세로 전환될 것이다. 임대인은 매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임대소득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다주택자들의 수는 어떻게 될까? 줄어들 것이다. 왜냐면 임대인이 되려면 전보다 자기 돈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고 기대되는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 다주택자가 선진국보다 많은 이유는 전세제도 때문이고 전세제도가 계속 유지된 까닭은 집값이 계속 올라갔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확대, 무주택 서민들에게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이후부터 계속 늘려온 전세대출 확대가 서민들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전세가를 올리고 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아 자신들의 주거 불안을 더 가중한다. 전세대출 확대는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 성격이 짙고 지금 전세대출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현재의 주택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차원이 크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값이, 전셋값이 오르지 말아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갈 길은 분명하다.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리면서 민간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료를 규제하는 동시에 주거비 보조를 늘리는 방향에서 주거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이것과 동시에 집값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금융정책과 세제 정책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 물론 현 정부에서 이걸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오직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진 유능한 정부가 들어섰을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다. 상위 1000명이 4만 2000 채를 매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하기보다 어떻게 그 돈을 마련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리고 연결고리를 추적하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간파해야 한다고.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 전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주거 문제의 본질과 해법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남기업(namgiup) 오마이뉴스
부산일보·국제신문의 이 칼럼, 광고였다
광고 표기 없는 칼럼형 광고… 신문윤리위, 부산·국제 주의 제재
부산·경남 지역 일간지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일반 칼럼과 유사한 형태의 광고를 지면에 게제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국제신문은 지난 7월16일 8면 기획면에 <한효섭칼럼 477-A 장학사의 죽음이 주는 교훈>, 지난달 2일 8면 국제면에 <한효섭칼럼 495-문화라는 미명으로 국혼을 망각한 노예근성>을 게재했다. 한효섭 박사의 기고문 형식의 이 글이 실제로는 광고였다. 국제신문이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부산일보는 지난 8월29일 14면 경제면에 <한효섭칼럼 493-금 중에 제일 가치있는 금은 지금>을 게재했다. 이 글에도 광고라는 표기가 없었으며, 글 우측에 있는 이미지 하단에 “<광고> 한효섭칼럼은 NGO한얼공동체후원회 지원으로 게재합니다”라는 문구만 있었다.
▲8월29일 부산일보 8면 광고와 9월2일 국제신문 8면 광고 갈무리. 광고임에도 국제신문 광고에는 별도 표기가 없다.
신문윤리위는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신문광고윤리 실천요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지난달 10일 회의에서 주의 제재를 내렸다. 실천요강에 따르면 신문광고는 기사와 혼동되기 쉬운 표현이나 편집체제를 사용해선 안 되며, 광고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
신문윤리위는 지난 2일 공개한 소식지에서 “국제신문·부산일보 광고는 상품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지적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얼핏 보기에 광고가 아닌 호소문처럼 읽힌다”며 “무엇보다 한효섭 박사라는 이의 얼굴 사진과 함께 약력 등을 싣고 지면과 비슷한 서체로, 마치 일반 지면 칼럼처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윤리위는 결정문에서 “독자들은 이를 칼럼으로 오인할 수 있다. 신문의 이 같은 행태는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사들이 설립한 언론 자율규제 기구로 신문윤리강령을 바탕으로 심의한다. 제재는 가장 낮은 수위인 ‘주의’가 가장 많으며 그에 따른 강제성은 없다.
미디어오늘
"여행하려면 돈 내" 관광세 징수하는 유럽.. 한국은 '깜깜'[관광세 도입 재점화]①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들, 관광세 도입 열풍
도시 인프라 개선, 환경 보호, 지역 복지 도모
제주도 환경부담금 도입 10년 넘게 진행 안돼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관광세’ 도입 열풍이 재점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관광·여행 수요가 완전히 되살아나면서 과잉관광, 관광인프라 투자 등 늘어난 관광 재정 탓에 앞다퉈 관광세 징수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다만 기존 관광세의 세율을 높이는 것에 더해 새로운 항목의 관광세를 추가 신설하면서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관광협회(ETOA)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방문객을 대상으로 관광세 징수를 시작한 유럽 내 도시가 150곳으로 늘었다”고 공식 집계해 최근 발표했다. 국내 상황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997년부터 공항, 항만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부과하던 출국세(출국납부금)를 1만원에서 7000원으로 감면하면서 관광진흥개발기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정부 관광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보완 대책이 없는 상황. 일각에선 관광진흥기금의 빈 곳간을 숙박세 등의 관광세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광 외에도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지역 정책사업의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관광객에게 세금 부과하는 국가·도시들
관광세는 국가와 도시에서 내외국인 방문객에게 부과하는 일회성 세금이다. 입·출국세, 도시세, 숙박세 등 부과하는 방식과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주로 관광객 유입으로 훼손된 관광지 등 도시환경 정비와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시 마케팅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같다.
코로나 이후 관광세 열풍 재점화는 유럽 도시들이 주도하고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올 4월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방문하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5유로(약 7440원)의 도시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012년 관광세를 도입한 바르셀로나는 지난 4월 기존 2.75유로(약 4090원)였던 관광세를 3.25유로(약 4830원)올린 데 이어 이달 4유로(약 6000원)로 한 차례 더 인상했다.
재점화한 관광세 열풍은 아시아 도시들로 번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이달 1일부터 35뉴질랜드달러(약 2만 9000원)였던 관광세를 100뉴질랜드달러(약 8만 3000원)로 인상했다. 지난해 2월부터 1인당 15만루피아(약 1만 3000원)를 징수하기 시작한 발리섬은 1년 만에 관광세를 75만루피아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5년 만에 세계 엑스포를 여는 오사카는 2017년 도입한 숙박세 외에 관광세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관광세 도입을 국가가 아닌 도시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관광세를 신규 도입한 25곳 도시 가운데 22곳이 지방 정부 주도다. 영국 맨체스터, 본머스, 폴, 인도네시아 발리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출국세를 도입한 일본도 이보다 앞선 2002년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등이 지방세 성격의 숙박세를 도입했다.
관광객으로부터 거둬들인 관광세는 지역에서 관광 분야 외에도 교육, 복지 등 사업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관광세 부과의 명목상 목적은 관광지 관리, 관광 마케팅을 위한 것이지만, 활용도는 다양하다는 얘기다.
오스트리아 빈은 숙박세 수입 일부를 공공주택 건설 등 지역민 주거 복지사업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오렌지 카운티는 컨벤션센터, 아트센터 건립비를 숙박세로 조달하고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네바다주도 숙박세를 지역 노숙자(홈리스) 지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관광세를 배 가까이 인상하면서 늘어난 약 2000만유로(약 300억원) 세수입으로 지역 학교에 에어컨 설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준비 중이다.
특별자치시·도, 특례시에 과세권 우선 부여해야
반면 국내는 정부가 관광세(출국납부금) 과세권을 가지고 있어 지자체 관광세 도입 시도는 물론 활용도도 뒤처지고 있다. 그나마 관광세로 운용 중인 출국납부금은 올해부터 30% 감면 조치가 시행되면서 정부 관광 재정도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출국납부금은 연 1조 3000억원이 넘는 문화체육관광부 한해 관광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관광진흥기금 주 수입원 중 하나다.
제도 여건상 지역 주도 관광세 도입이 쉽지 않지만, 설령 도입하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06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도는 2012년부터 관광세(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지역 여행업계 반대로 10년 넘게 답보 상태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새로운 친환경 관광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번번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산되기 일쑤”라며 “지속가능한 관광환경 조성에 들어갈 재원 확보를 위해 환경세와 같은 관광세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선 지방세로 관광세를 도입하려 해도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특별자치시·도, 특례시를 대상으로 국세인 관광세 과세권을 지방으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은 2000년 지방분권법 제정을 통해 지자체가 독자적인 법정 외 목적세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2002년부터 도쿄, 오사카, 교토 등이 자체적인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행정학 박사)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특별자치시·도 자치모델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원 발굴이 필요한 만큼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관광세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광객 부담을 늘려 수요를 줄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이중과세, 지역 형평성 논란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명예교수는 “관광세가 관광 재정을 늘리는 정책적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여행자의 자유여행 권리를 침해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윤석열에 줄 섰던 언론인들...이렇게 잘 삽니다
] 폴리널리스트들만 우글우글, 역대 최단기 레임덕 정권의 비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검사 시절 윤석열(대통령)은 스스로를 정의의 편에 서서 진실을 재단하는 심판자로 규정하고, 언론은 언제나 받아쓰기만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윤석열의 언론관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첫째, 우리는 검찰 권력을 제대로 비판한 적 없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검찰은 과연 늘 옳은가. 검찰이 이렇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돼도 괜찮은가.
둘째, 우리는 진보의 위선과 싸운다는 윤석열의 상징 자본을 검증하지 않은 채 대선을 치렀다. 권력을 잡은 검찰이 만드는 정의를 누가 감시하고 통제할 것인가.
언론이 만든 두 가지 허상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맞닿아 있었다. 검찰 수사는 밀어붙이면 어쨌거나 결과가 나오고 재판으로 넘어간다. 평가는 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다르다. 윤석열이 좋아하는 해리 트루먼(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 책임을 떠넘길 곳이 없고 최종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비판은 윤석열이 감당해야 한다.
▲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기자회 발표를 슬로우뉴스가 재가공.
격노와 불통
윤석열 정부가 실패한다면 여러 가지 요인을 짚을 수 있겠지만 언론 정책과 철학의 부재가 가장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봐야 한다. 툭하면 격노로 치닫는 윤석열 주변에 목을 내걸고 조언할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언론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정신 승리로 포장하는 게 실패한 대통령들이 빠지는 함정이었다.
윤석열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출근길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시도하는 등 잠깐 언론 접점을 늘렸지만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로 문을 닫아걸었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게 했고 <미디어오늘>과 <뉴스토마토> 등 일부 언론의 기자실 출입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내세워 언론을 겁박하고 제재를 남발하는 것도 정확히 이명박 정부의 수법이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고 기자들에게 형사 고발을 남발하는 건 15년 전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뉴스타파 기자들을 끝내 법정에 세웠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이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는 62위로 추락했다. 순위는 박근혜 정부 때 70위가 바닥이었지만 그때보다 점수는 더 낮다.
불통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수석보좌관회의에 풀기자가 참석해서 주요 발언을 스케치하던 관행도 사라졌다. 수석비서관회의로 축소한 뒤 비공개로 진행하고 대변인이 몇 줄 요약만 기자들에게 던져주는 식이다. 그나마도 윤석열 혼자 59분 동안 떠든다는 그 회의가 정권을 망치고 있다는 걸 윤석열만 모른다. 2년 반 동안 기자회견은 세 차례에 그쳤다.
▲역대 정권 분기별 지지율.갤럽리포트 자료를 슬로우뉴스가 재가공.
적대적인 언론관이 만든 '정신 승리' 세계관
이명박 정부도 이렇게 여론과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았다. 이명박은 집권 초반 광우병 촛불 집회로 지지율 분기 평균이 21%까지 떨어지자 미국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했고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등 최소한의 시늉이라도 했다. 대국민 담화에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명박은 류우익(비서실장)을 비롯해 참모진을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윤석열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다. 처음 디올 백 사건이 터졌을 때 김건희(대통령 부인)가 나서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고 총선 패배 직후라도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었다. 디올 백 사건은 형사 처벌이 어려운 사안이고 주가조작 사건은 잘하면 집행유예 정도로 그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정반대로 갔다. 수사팀을 갈아치우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봉합했다.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집권 3년 차 지지율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는데도 여전히 친윤 측근들을 끼고돌면서 침몰하는 중이다.
우리가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질문이 있다. 윤석열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 치고 윤석열 주변 참모들은 왜 하나 같이 이 모양인가.
조선일보가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쓴 느낌"이라고 한탄하고 중앙일보가 "윤석열 정부에 필요한 것은 냉정한 자기 객관화"라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김건희 주변의 '일곱 간신'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급기야 "아내와 나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조선일보에 실릴 정도다. 윤석열 주변에 직언을 하는 사람이 왜 없을까.
권력의 품에 안긴 '폴리널리스트'들
▲이동관 방통위원장직 자진 사퇴국회 탄핵표결을 앞두고 자진사퇴를 밝힌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1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이정민
윤석열 주변에는 폴리널리스트들이 넘쳐났다. 2022년 1월 윤석열이 대선 캠프를 꾸렸을 때,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한 언론인 출신이 무려 73명이나 됐다. 주요 인사들의 지난 2년 5개월 행적을 추적해 봤다.
- 이동관(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공보실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기사 삭제를 요청하고,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언론 장악의 첨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랬던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을 맡아 석 달 만에 KBS 사장을 갈아치우고 탄핵안 가결 직전 사퇴했다. 전략적인 후퇴였을 뿐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이동관의 뒤를 이은 이진숙(방통위원장)도 언론 특보 출신이다.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있었지만 임명을 강행했고 한 달 만에 탄핵안이 가결돼서 직무 정지 상태다. 5명 위원회 체제인 방통위에서 부위원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선임을 강행했다가 법원에서 집행 정지가 받아들여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슬로우뉴스
-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은 YTN 경영기획실장 출신이다.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보수 성향 언론단체인 미디어연대 대표를 지냈다. 방통심의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족 등을 동원해 MBC와 뉴스타파 등과 관련된 민원을 넣으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판 언론에 징계를 남발하는 등 언론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 단장을 지낸 황상무(전 KBS 앵커)는 대선 직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있다가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으로 임명됐다. 올해 3월 회칼 테러 논란으로 사퇴하고 백석예술대 부총장으로 갔다.
- 후보 특별고문을 지낸 박보균(전 중앙일보 편집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2023년 9월 퇴임했다.
- 박용찬(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은 '모두가 미래인재 정책특별본부' 소속 문화미디어컨텐츠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영등포을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 공동 공보특보단장을 지낸 정흥보(전 춘천MBC 사장)는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상근 부회장으로 옮겨갔다.
- 공보특보와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고주룡(전 MBC 논설위원)은 인천시장 대변인을 거쳐 유정복(인천시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 홍보특보를 지낸 임현찬(전 조선영상비전 대표)은 나스미디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 후보 비서실 정무위원을 지낸 손지애(전 아리랑국제방송 사장)는 외교부 문화협력대사를 맡고 있다.
- 총괄특보단 소속 공보특보를 지낸 김환열(전 대구MBC 사장)은 도로교통공단 상임이사와 TBN 한국교통방송 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 총괄특보단 소속 기획특보를 지낸 박강수(시사포커스TV 회장)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마포구청장에 당선됐다.
- 선거대책위 공보특보를 지낸 채일(전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뉴스국장)은 국방홍보원 원장을 받았다.
- 언론자문위 위원장을 지낸 황희만(전 MBC 부사장)은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으로 갔다.
- 언론자문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정옥(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은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 임명됐다.
- 역시 언론자문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유식(전 뉴스1코리아 대표)은 언론중재위 중재위원으로 위촉됐다. 언론자문위 위원인 김명호(전 국민일보 편집인)도 함께 중재위원으로 위촉됐다.
- 역시 언론자문위 부위원장을 지낸 송태권(전 한국일보 상무)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맡았다.
- 언론자문위 위원을 맡았던 김경중(전 MBC 정치부장)은 SPC 부사장으로 갔다.
- 언론 자문위원들도 모두 잘 나갔다. 박경아(전 동아일보 기자)는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 자문위원 출신의 백현주(서울신문NTN 대표)는 국악방송 사장으로 갔다가 사임했다.
- 역시 자문위원 출신인 원만식(전 MBC 예능본부장)이 백현주의 뒤를 이어 국악방송 사장을 맡고 있다.
-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내기대위)'에도 언론인 출신이 많았다. 공동 부위원장을 지낸 김종혁(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고양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지명으로 최고위원에 선임됐다. 한동훈의 측근으로 꼽힌다.
- 문화트랜드선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세원(전 동아일보 기자)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으로 갔다.
- 홍보미디어총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최재혁(전 MBC 아나운서)은 KTV 방송기획관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 비서관을 맡고 있다.
-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상록(전 동아일보 법조팀장)은 한국TV홈쇼핑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캠프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김기흥(전 KBS 기자)은 대통령 비서실 부대변인을 지냈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인천연수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 캠프 공보팀장을 지낸 우승봉(조선일보 기자)은 한국벤처투자 감사로 있다가 LG전자 홍보 상무로 옮겨갔다.
- 이 밖에도 지난 총선에서는 박정훈(전 TV조선 기자)과 신동욱(전 TV조선 기자), 유용원(전 조선일보 기자), 김장겸(전 MBC 사장), 이상휘(전 데일리안 대표) 등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 호준석(전 YTN 앵커)은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입당해서 서울 구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금은 국민의힘 대변인을 맡고 있다.
- 전광삼(전 서울신문 기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방통심의위 위원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시민소통비서관을 지내다 총선 출마를 노렸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다시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으로 임용됐다.
윤석열 정부의 비극
▲펜을 꺾은 기자들CC0.
폴리널리스트들은 공통점이 있다. 언론인 경력을 팔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아서 적당한 '꿀 보직'을 하나씩 꿰찼지만, 정권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었고 쓴소리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론을 찍어 눌러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고 조언할 사람이 없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비극이다.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3만 개라고 한다. 윤석열 주변의 전직 언론인들은 평생의 경력과 신뢰, 평판을 팽개치고 저널리즘의 영혼을 팔아치우면서 적당한 자리를 골라잡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대통령과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
이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윤석열 정부의 순장조로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윤석열의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말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남은 임기를 지킬 것이고 선거 시즌이 되면 또 적당한 캠프에 발을 걸칠 가능성이 크다. 이동관이나 이진숙, 류희림처럼 손에 피 묻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돌격대장 스타일도 일부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사람들의 말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비판을 뭉개고 여론을 걷어차면서 고립을 자초했다. 정치 초짜 윤석열 주변에 넘쳐났던 얼치기 폴리널리스트들의 책임이 크다. 민주주의의 기본 철학도 모르는 사람들이 언론인 간판을 내세워 논공행상을 했고 그 결과가 사상 최단기 레임덕 정권이다.
정치 이정환(slownews)
한강 노벨상 수상 폄훼·왜곡, 비판 없이 전한 언론이 더 문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10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극찬하며 선정사유를 밝혔는데요. 이번 수상으로 출판업계가 활기를 띠고 한국 문학의 저력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많은 고초를 겪은 바 있습니다. 외신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하며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재임 기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비난하며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 우리 사회 가슴 아픈 현대사를 폄훼하고 일부 언론은 이를 방조하거나 확산을 거드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한강 소설은 역사왜곡"
▲소설가 김규나가 SNS에 올린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왜곡·폄훼 발언(10/10~10/11) ⓒ 소설가 김규나 페이스북관련사진보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비난하며 역사왜곡에 나선 대표적 인사가 소설가 김규나입니다. 김규나 작가는 <조선일보>에서 칼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을 연재 중이며, 인터넷매체 <스카이데일리>에 소설 '최초의 당신'을 싣고 있습니다.
그는 10월 10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수상 작가가 써 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소년이 온다'는 오쉿팔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라며 '오쉿팔'이란 막말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했습니다. 더불어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제주 사삼 사건이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썰을 풀어낸 것"이라며 2003년 정부가 확정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규명된 역사적 진실마저 '썰'로 폄훼했습니다.
10월 13일에도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젊은 군인이 목숨 바쳐 진압하고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라며 '가짜유공자설'과 '군 자위권 행사'로 5·18을 왜곡‧폄훼하고 "남로당 잔당 세력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며 제주4.3사건을 폄훼했습니다. 그러더니 "5·18과 4‧3 모두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판 없이 폄훼 주장 '복붙'한 언론
▲소설가 김규나의 역사왜곡 주장 그대로 실어 나른 언론(10/10~10/18) ⓒ 민주언론시민연합관련사진보기
5‧18민주화운동법 제8조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김규나 작가의 역사왜곡‧폄훼를 지적 또는 비판하기는커녕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단순 전달하며 확산시키기에 바빴습니다.
<일요시사>, <스카이데일리>, <이데일리>, <아시아타임즈>,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대전일보>,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문화일보>, <매일신문>, <쿠키뉴스>, <아이뉴스24>, <뉴시스>, <더팩트>, <위키트리> 등은 김규나 작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노벨상 수상 비난과 5·18과 4.3 왜곡‧폄훼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뉴시스>, <서울신문> 등은 김규나 작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조카에게 절연당했다는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까지 전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역사왜곡 문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그의 작품이 역사왜곡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몰고 올 화제성, 조회수에만 매몰된 언론의 이른바 '따옴표저널리즘' 폐해를 고스란히 내보인 것입니다.
채널A 한강 자택 앞 '뻗치기', 취재인가 파파라치인가
▲채널A ‘뻗치기’ 취재 모습(왼쪽)과 한강 자택 보도(오른쪽)(10/12) ⓒ 채널A관련사진보기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 직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및 기자회견을 모두 고사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채널A는 10월 12일 이른바 '뻗치기' 취재를 통해 당일 저녁종합뉴스 <대문 앞 꽃다발 수북… "이사 올 때도 책만">(김세인 기자)에서 한강 자택 앞은 물론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과 자주 들르는 식당까지 세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앞서 동아일보도 당일 오전 지면에 <동네 주민들 "너무 소박해 유명작가인 줄 몰랐다">(김소민‧김기윤‧주현우 기자)를 싣고 자세한 자택 사진과 함께 그가 운영하는 인근 서점 근황을 소개하며 주민이나 음식점 주인 등을 발언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뉴스1>, <더팩트>, <이데일리>, <세계일보>, <중앙일보>, <노컷뉴스>, < SBS > 등에서 한강 자택이나 운영하는 서점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물론 연합뉴스가 10월 11일 가장 먼저 축하 화환들이 놓인 한강 작가 자택 앞을 담은 사진을 내보냈으나 집의 위치가 노출될 만큼 구체적으로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특히 인터뷰를 고사한 작가의 자택 앞에 카메라를 설치한 채 노트북을 켠 기자가 장시간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방영한 채널A 보도는 마치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파파라치를 연상시킬 뿐인데요. "기어코 자택을 공개해버렸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른 이런 보도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2024년 10월 10일~1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소설가 김규나의 2024년 10월 10일‧10월 13일‧10월 15일 소셜미디어 게시물 관련 기사 전체, 2024년 10월 12일 채널A <뉴스A> <대문 앞 꽃다발 수북… "이사 올 때도 책만">
"러-우 전쟁, 우리 전쟁도 아닌데 어쩌자고…윤 정부의 북풍, 재앙될까 우려"
미국도 확신 못하는 북한군 파병에 '긴급회의'이어 NSC까지…야당 의원들 "윤 정부, 전쟁 필요할 만큼 정치적 위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야당 국회의원들은 확실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북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돌파해보려는 소위 '북풍'을 시도하고 있는 데에 우려를 표명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대해 "도대체 뭘 어쩌자고 이런 소동을 벌이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을 우리 국가정보원이 받아 쓴 정보"라며 "당사국인 북한은 부인하고, 미국과 NATO(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이들은 "북한이 보냈다는 병력이 살상을 위한 전투병인지 재건을 위한 비전투병인지, 혹은 정말 군인이 맞는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작 북한군의 동향을 시시각각 파악했어야 할 우리 국방부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긴장을 키우는 것은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정부는 북한군 파병에 관한 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라며 "설령 북한이 실제 파병했더라도, 우리가 나서서 우크라이나전에 개입하는 것은 '최악의 수'"라고 지적했다.이들은 "게임과 스포츠 앞에서는 흥분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앞에서는 냉철해야 한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 동맹인 미국이 공격받는 전쟁도 아니다. 러시아가 우리를 적대시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흥분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북한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북풍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전에 없이 경솔하고 이기적인 독재 정권"이라며 "전쟁을 바랄 만큼 무지하며, 전쟁이 필요할 만큼 정치적 위기다. 윤석열 정권이 불러올 북풍이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이들은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영화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승부를 건 노름꾼의 손만 다쳤다"라며 "전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일이다. 윤석열 정권은 불확실한 정보에 국민의 생명을 건 전쟁노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8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됐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고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가정보원 핵심 관계자가 모인 긴급 안보회의를 개최했다. 회의가 끝나자 국정원은 이날 오후 여러 장의 사진이 포함된 9쪽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국정원의 보도에 대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각)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에 한미 간 협의가 있었음에도 국정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는 "북한이 군대를 파견했으며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인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이며 북러 군사 관계를 명백히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이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로 본격화된 북한군 파병 보도와 관련,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우리는 이런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신속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우리는 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한미 간 온도차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 정부 정책결정자들의 입장과 정보의 객관성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 관계자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미국 입장과 관련해 "우리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공개됐던 사실들은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기타 우방국들과 긴 시간에 걸쳐 함께 모으고 공유하며 만든 정보 결과"라며 "미국 정부가 정책라인에서 현재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정보의 객관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공표하려면 앞으로 조치나 대책까지 다 준비된 상태에서 발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조만간 미국도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 프레시안
북 유엔대표 “근거 없는 소문”…“우크라 격전지에 북 인공기”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첫 공식 반응인데요.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언급할 필요도 없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했습니다.
[주유엔 북한 대표부 관계자 : "북한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북한 당국이 국정원이 발표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해 공식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러시아 당국도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국제 사회가 오히려 파병 의혹으로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실리 네벤자/주유엔 러시아 대표 :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괴담'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격전을 치르는 전장에 북한 인공기가 러시아 국기와 나란히 게양된 사진이 친러 진영 SNS에 공개됐습니다.현지 시각 21일, 해당 사진이 실린 계정은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주장했습니다.그러면서 "전투원들의 행동은 적에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류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 전선은 북한군이 파견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지만, 실제 북한군이 활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에 대한 결단력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며, 연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보도에 비춰 파트너들의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군 파병 의혹에 대해 며칠 안에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은 5천5백억 원 규모의 탄약과 군사 장비 등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KBS 뉴스 이화진
‘북·러 군사 야합’ 규정… 살상무기 카드로 맞대응 경고
정부는 22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상군 파병과 관련, 공격용 무기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검토 지원 무기에는 탄도미사일·항공기 상대의 방공무기인 천궁과 보병용 지대공 무기인 신궁, 적 드론을 공격하는 휴대용 ‘드론 재밍건’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명태균 리스트' 27명 폭로에 나경원·이언주 등 "
나경원 "명백한 허위사실"
이언주 "본질 흐리지 마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보한 강혜경 씨가 명태균 씨와 함께 일한 사람들이라며 전현직 정치인 27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야권 인사 중 이름을 올린 이언주 민주당 의원 등도 “관계없는 정치인을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된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자신은 명씨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명씨의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 측은 명씨와 거래했다는 27명의 정치권 인사 명단을 공개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국민의힘 나경원·윤상현·안철수·김은혜·조은희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이 포함됐습니다.또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광역단체장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균택/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어제)]
"명태균 씨에게 도움을 받거나 이런 거래관계를 형성했던 정치인이 국민의힘 의원중에 여권의 정치인들 중에 25명 정도에 이른다는 그런 말들이 돌고 있는데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까?"
[강혜경(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어제)]
"저도 알고 있는 의원들이고, 당적을 이동한 위원들도 계십니다. (실제 25분이 맞습니까?) 더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중으로 이름을 적어서 제출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야권에선 민주당 이언주 의원, 김두관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정의당 여영국 전 의원이 포함됐습니다.그러자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대선 여론조사 의혹, 김건희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아닌가"라며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지난 2021년 9월 명씨와 차담을 한 적이 있지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명씨를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명씨와 대학 동기라고 밝힌 여영국 전 의원은 10년 전쯤 도의원 시절 미공표 여론조사를 맡긴 적이 있지만 논란이 될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반면 강씨 측 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해당 명단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여론 조사를 한 차례라도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JTBC]
윤 "힘든 상황 업보로 생각, 좌고우면 않겠다…돌 맞고 가겠다
범어사 방문 "좋은 말씀과 글 받아 간다"
스님들 "적당히 비우겠단 마음 도움 될 것“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금정구에 있는 범어사를 방문했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계기에 들른 것이다. 범어사는 영남 3대 사찰 중 하나로 불리며, 6·25 전쟁 당시 야전병원 역할을 하며 호국에 앞장서 지난해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어 주지실로 이동해 정여스님, 정오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정오스님은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말씀과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대통령이 되신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셨다"고 했다. 또 "코로나 시국에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사용돼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구무애(無垢無碍·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족자를 선물했다.
[부산=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 정오스님이 쓴 무구무애(無垢無碍) 족자를 선물 받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은 정여스님, 오른쪽은 정오스님.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0.22.
정여스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또 "동산스님의 가르침 중에 '감인대(堪忍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이 있다"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는 말처럼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감인대'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아울러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나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적당히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은 "좋은 말씀과 글을 받아 간다"며 "진작 왔어야 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kime@newsis.com
김어준 24억 원 출연료 때문에 TBS 무너졌나
[기자수첩] ‘기승전 김어준’이 된 TBS 국감, 구성원 절규는 외면
2년 전 종영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국정감사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 15일 TBS·YTN을 대상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TBS가 김어준씨에게 24억 원을 지급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관련 보도가 포털 네이버 기준 40건 넘게 쏟아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온갖 편파방송과 정치적 오인 방송을 쏟아낸 김어준씨가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뱃속을 불렸다”고 비판했다. 이 멘트가 들어간 기사에는 서울시 세금을 김어준에게 퍼준 TBS의 폐국은 당연하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러니 TBS 폐국 위기...김어준에 세금으로 24억 줘>와 같은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김어준씨에게 막대한 세금을 지출해 TBS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으로 김어준씨 뱃속을 불렸다’는 주장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4억 원은 큰 돈이지만 김어준씨가 장기간 진행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어준씨는 2016년 9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작해 2022년 12월까지 진행했다. 하루 출연료는 2020년 4월까지는 110만 원, 이후에는 200만 원 씩 받았다. ‘뉴스공장’이 꾸준히 청취율 1위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다고 보긴 어렵다.
김어준씨에 대한 지출이 많아 TBS가 무너진 게 아니라 외려 김어준씨가 TBS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이들 보도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어준씨가 출연료로 받은 돈과 벌어들인 돈을 비교하면 후자가 월등히 많다. 2021년 TBS는 “(‘뉴스공장’이) 라디오 협찬, TV·유튜브·팟캐스트 광고를 통해 연간 7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는 TBS 라디오와 TV의 1년 제작비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의 질의는 ‘김어준 탓에 TBS가 무너졌다’로 귀결된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TBS의 몰락은 김어준의 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같은 당의 최형두 의원은 TBS 폐국에 관해 “서울시의회가 무면허 난폭 교통 운전방송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특정 정치적 이익에 봉사했다는 이유로 폐국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어준씨의 방송이 편파성 문제가 심각했다지만 특정 방송사의 문을 닫게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정치권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구현하는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었다면 이날 국감은 김어준씨에 비판적이면서도 생산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초점은 주로 지엽말단에 쏠렸고, ‘김어준 때문에 무너졌다’는 주장 이상의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TBS는 지난 9월부턴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파수 반납은 물론 인적·물적 청산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이미 2년 전에 하차한 김어준씨를 전면에 내세우며 ‘김어준 국감’으로 만드는 사이 구성원들의 절규는 묻혔다. 김어준씨 하차를 전후한 구성원들의 노력은 무시됐다. 지난 15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어떻게 해야 TBS를 살려주겠느냐”고.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남북, 긴장 높일수록 쓸데없는 비용만 늘어난다
[현안진단] 북한의 '헤어질 결심'이 가져온 군사 충돌 위기
북한 헌법 개정과 헤어질 결심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전쟁관계로 전환하고,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며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을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서 북한 지역을 영토로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후 북한은 평양 남쪽 관문에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으며, 애국가에서 '3천리 금수강산' 표현을 삭제하는 등 통일·민족과 관련된 상징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통일·민족 관련 기구들을 정리했으며, 남북합의도 폐기했다.
이와 같은 일은 북한 정권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며, 북한 이데올로기의 근간을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매체는 관련 보도를 일체 전하지 않았으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재교육이나 선전·선동 징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북한에서 헌법 개정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루어지며, 금년의 경우 전례대로라면 4월 전후 개최되는 것이 통상이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는 1월 15일에 열렸으며 헌법 개정 문제는 다루지 않고 넘어가 이번 10월 7~8일 열린 제11차 회의가 자연히 주목받게 되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개헌을 통해 노동 연령과 선거 연령 수정이 반영됐다고 보고했지만 관심의 대상이었던 영토 규정과 통일·민족 개념 폐기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최고인민회의 직후 북한 매체 역시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개헌 사실만 간략하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7일 김정은군사종합대학을 방문해 한국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과거 "남녘 해방과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다"며 '두 개 국가' 선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김 위원장은 10월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육로 폭파가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해 헌법에 남북 적대관계가 명시된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북한이 개헌을 통해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을 공식화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영토 규정 반영과 통일·민족 개념 삭제가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는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북한 이데올로기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리일환 선전선동 비서, 그리고 조용원 조직담당 비서 등 노동당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참했다. 개헌을 통해 북한만의 영토를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하는 중요 행사에 북한의 주요 인사들이 불참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통일·민족 개념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자 북한 체제를 지탱해온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한반도 적화통일을 가장 중요한 국시로 내세워왔다.
집권 초기 민족보다 계급을 우선했던 김일성 주석이 1991년 "나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공산주의자"라고 선언한 이후 민족은 북한 이데올로기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치켜세우고, '민족과 운명'이라는 대표적 다부작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의 통일·민족 개념 폐기 선언은 선대에 대한 북한판 '파묘'에 가까우며, 장기간 민족주의적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통일 담론에 익숙해진 북한주민들에게는 충격에 가깝다. 북한이 개헌을 통해 북한만을 영토로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폐기했다면 북한의 역사,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 각급 교과서와 이론 서적, 그리고 모든 상징물들을 삭제 또는 철거해야 하며, 조국해방전쟁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김정은 정권이 개헌 여부를 두고 사실관계 확인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느 경우든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김 위원장이 제기한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과 통일·민족 개념 폐기는 북한 내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자초한 셈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18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뉴스1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의 여파
무인기 평양 상공 침투 사건은 북한의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 주장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중대성명을 통해 10월 3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남측이 보낸 무인기가 평양 중구역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일반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노동당 본부청사 상공의 무인기와 전단살포 장면을 공개했다. 노동당 본부청사는 북한 정권 최고 심장부이며, 소위 '최고 존엄'으로 간주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북한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기 침투는 국제법적으로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달리 국제법적으로 남북은 유엔에 가입한 별개의 국가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2022년 12월 북한이 서울 상공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을 당시 우리 군도 대응차원에서 무인기를 북한지역에 투입시켰지만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이 이 사건의 주범은 '대한민국 군부'라며 비난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10월 18일 국방성 대변인이 추락된 무인기 잔해를 발견하고 기술감정 및 조사를 한 결과 대한민국이 보낸 무인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목적이 삐라 살포인지에 대한 결론은 미정이며, 행위 주체가 군부인지 민간단체인지는 관심 없고 여하튼 주권침해 도발행위인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일단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소위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10여 차례 무인기를 남측 지역으로 투입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측 주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의 무인기 침투 공방은 우발적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북한의 매체들은 즉각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을 보도하고, 대남 적개심 고취에 나섰다. 이미 140여만 명의 청년 학생들이 입대, 복대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전선 8개 포병여단에 명령을 하달해 추가 무인기 투입 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격추 및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무력충돌 상황에 대한 대비까지 주문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 고취와 적대적 2국가론의 정당성 확보 및 김정은 정권 강화에 좋은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남측에서 날아오는 무인기에 대해 사격을 가하면 우리 측에 낙탄이 되며, 우리 군은 응사로 대응하게 된다. 이 경우 양측의 무력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무인기 평양 상공 침투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에 군사적 대결국면 몰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남북 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19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공개한 무인기 사진. 위쪽이 북한에서 공개한 평양 침투 무인기 사진이며 아래쪽이 남한에서 공개된 무인기 모습이다. ⓒ로동신문=뉴스1
한반도 긴장고조 요인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과 윤석열 정권의 원칙적 대북정책 간 강대강 대치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종합군사대학 연설에서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한국이 공격해 올 경우에만 핵무기를 포함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 역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선제적 무력사용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는 있다.
그러나 현재 남북 간 모든 대화채널이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 대북전단 풍선, 쓰레기 풍선 등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양측 간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고 확인할 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우발적 상황과 오해로 인한 무력충돌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남북 간 군사 분야의 대화채널을 개설해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일이다. 전쟁 중에도 교전 당사자 간에 대화채널을 통해 휴전, 포로교환 등 다양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을 선언했다고 해서 군사 분야의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북은 시급히 군사채널을 개설해 당장의 현안을 협의하고 갈등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민간차원에서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협력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접경지역에서의 공개적 전단살포와 무인기 침투와 같은 사안이 재발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대응과 이로 인한 무력충돌 가능성이 무엇보다 우려되기 때문이다.
▲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좌), 로동신문=-뉴스1(우)
김정은 정권은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은 남북을 평화적 공존이 아닌 전쟁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준수해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강대강 대치와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남북 양측의 고비용구조를 형성할 뿐이다. 당면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혜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당장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평화재단 | 프레시안
가계부채 관리보다 부동산 부양책? 이 정부, 믿을 수 있나
가계대출 급증, 전세대출-디딤돌 대출 축소하겠다는 정부... 모순된 정책 기조
대출이 막혔다고 전국에서 아우성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의 결과다. 가계부채 우려에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심각한 혼란이 따른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부른 결과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왜 정부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을까?
10월 현재
대출 정책 관련 가장 최근의 이벤트는 전세대출과 디딤돌 대출을 축소하겠다는 정부 발표였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세입자가 전세금 대출을 신청하면, 집주인의 신용도를 평가해서 대출 여부와 액수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집주인이 신용도가 낮거나 이미 많은 대출을 받고 있다면, 세입자는 전세금을 대출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만큼 대출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디딤돌 대출도 축소하겠다고 한다. 디딤돌 대출 프로그램은 무주택 서민이나 (저소득) 신혼부부가 생애 첫 주택(5억 원 이하)을 매입할 때 시중의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시중 금리와 낮은 정책 금리의 차이는 정부가 대신 내준다.
정부는 10월 14일 이 정책대출의 축소를 발표했고, 일주일 후인 10월 2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 불평이 쏟아지자 시행 사흘 앞두고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7~9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9월) 초에는 더 큰 혼란이 있었다. 7~8월 가계대출이 급등하면서부터 사달이 시작됐다. 8월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들에 대출 억제를 요구했다.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7월부터 적용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의 시행도 시작 일주일 전에 갑자기 2개월 연기했던, 즉 대출 증가에 무심했던 금융당국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은행들은 감독과 규제 권한을 갖는 금융당국의 말을 매우 잘 듣는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방법은 가격(금리)을 올리거나, 대출 총액을 제한하거나, 혹은 둘 모두를 시행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장이 구체적인 대출 억제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은행들은 보통의 경우처럼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자 소위 '실수요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언론 또한 실수요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볼멘소리를 적극 보도했다. 대출할 수 있는 액수와 금리를 미리 확인하고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정부 정책으로 갑자기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며칠 뒤 다시 은행장들을 불러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방식은 너무 쉬운 방식"이라며 은행을 탓했다. 이 말은 금리 인상 대신 대출 총량을 제한하라는 말로 들리는 게 상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선별적으로 대출하는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이를 '대출 할당'이라 부른다. 대출 목표액을 정해 놓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아예 대출하지 않는 방법이니, 가장 효과적인 대출 억제책이다. 하지만 이 방식의 문제는 대출 수요 중 무슨 기준으로 누구에게 대출할 것이냐는 점이다. 은행들은 이런저런 복잡한 규정들이 제시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암묵적 전제를 반영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미 주택을 1채라도 보유하면서 또 집을 사려는 사람은 무조건 투기수요자일까? 가령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도 대개는 당분간 2주택자가 된다. 또는 더 크고 비싼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실수요자인가, 투기수요자인가?
이런 문제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대출 할당에 격한 분노를 표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이복현 원장이 사과하기는 했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대규모 신축단지 입주금의 경우, 대출하는 은행도 있고, 거부하는 은행도 있다. 어떤 대출은 은행에서는 안 되는데, 제2금융권에는 되고 등등.
지난 봄
혼란의 더 깊은 원천은 그 이전부터, 어쩌면 이 정부 출범부터 내재돼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안 그러다 갑자기' 돌변한 정책 운영 방식 때문이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는 대출을 억제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대량으로 직접 대출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대출 억제 결정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 여름 동안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에 있다. 그럼 왜 지난 여름 가계대출이 급등했을까? 결로부터 말하면,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급증해서였다.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같은 시기 주택 거래량과 가격도 급등했다. 그래서 정부가 진정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바라지 않았더라면,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에 집중했어야 한다. 그랬었나?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2021년 말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이 추세는 반전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의 일부 지역, 특히 가장 비싼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반등했다. 그래서 이 지역의 평균 매매 가격과 건당 주택담보대출액도 크게 상승했다. 이것이 최근 가계대출 급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여기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줄곧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사람들에게 아파트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몇 가지 큼직한 정부 정책만 떠올려보자. 올해 초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은 전국을 순회하며 20여 차례의 '민생토론회'라는 것을 개최했다. 대통령이 가는 지역마다 지역 맞춤 정책을 약속했다. 지역 인프라 건설과 부동산 개발 정책이 대부분이었다(이 약속을 모두 지키려면 거의 1000조 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또한, 올해 정부 재정도 상반기에만 65%를 집행하기로 했고, 실제로 1분기에만 41.9%, 상반기에 63.6%나 집행했다.
1월 초(1.10 대책)에는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어 2만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고도 했다가, 8월에는 이를 8만 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었는데, 팔리지 않게 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대 3만6000채까지 매입해 주겠다고도 했다.
부동산 개발 정책은 여기에 끝나지 않았다.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중 2만6000호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용적률 인상과 같은 특혜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도 안정될 것이란 게 이 정책들의 명분이지만, 현실은 정 반대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안다. 거의 모든 부동산 개발과 재건축 소식은 가격 상승으로 결과한다.
정부의 아파트 가격 부양책의 백미는 정부가 직접 저리의 정책대출을 확대한 사실이었다. 지난해의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올해 초부터는 신생아특례대출을 신설해 '빚 내서 집을 사도록' 독려했다. 최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기재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73%가 정책대출이었다. 나아가 정부는 내년에도 이 정책대출을 55조 원 제공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파트 공화국
정부는 진정 가계부채를 관리할 의도가 있을까? 다른 말로,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사례를 보면,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막고, 가계부채의 증가는 억제하는 것이 정부의 마음인 것 같다.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빚 없이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불가능하다.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첫 번째 목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 방지였다고 평가함이 합당하다. 여기 소개한 모든 정책은 누가 봐도 부동산 부양책이다. 그것도 짧은 기간 동안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왜 그랬을까? 총선 때문이라는 의심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또는 집주인들을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고 싶은지도 모른다. 문제는 국민 모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와 정책 과정에 부동산 부양책을 끌어들인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정치적 인질'이라는 사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모순적 정책 기조를 추진하고 관리할 능력을 현 정부가 갖고 있냐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목표가 일관되지 않다는 사실이 정책적 혼란의 근본적 원인이다. 또한 조직적 차원에서 보면, 일관되게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기구와 지도자, 즉 사령탑 자체가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무정부성이 금융위기로 번질까 나는 두렵다./ 오마이뉴스
일본 유엔서 '위안부 부인', 한국은 침묵‥"2015년 합의" 핑계
최근 여성 인권 문제를 논의한 유엔 회의에서, 일본 대표가 "위안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했던 게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당시 북한 대표는 일본 대표와 날선 공방을 벌였는데, 우리 한국 대표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외교부에, 왜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지 물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 여성 인권을 주제로 한 이날 회의에서 북한 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진실한 사죄와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김 성/유엔 주재 북한 대사]
"20만 명에 달하는 한반도의 여성과 소녀들이 이 (일제 강점기) 일본 정부와 군대에 의해 성노예가 됐습니다."
그러자, 일본 대표는 즉각 "근거 없고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모든 나라는 겸손하게 역사를 직시해야 하고 일본은 그렇게 해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카미야 마사코/일본 특별고문]
"일본에 대한 북한의 앞선 발언은 잘못됐고 근거도 없습니다."
북한 측이 황당하다는 듯 거듭 반박했고, 일본 측도 재반박에 나서면서, 양측은 세 차례 발언을 통해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단]
"일본 범죄 사실은 지워질 수도, 변경될 수도 없습니다."
[유엔 주재 일본 대표단]
"북한이 방금 말한 주장과 수치는 오류에 근거했고 모두 근거 없습니다."
일본은 거듭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한국 대표도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지만, 한 번도 나서지 않았고 침묵을 지켰습니다.
유엔 회의는 모두 영상으로 공개되지만, 국내에선 이 회의가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외교부는 왜 발언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국회 질의에, 국제무대에서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라고 답했습니다.
[권칠승/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일본이 역사적 사실인 위안부를 부인하는 발언에 대해 한국이 침묵한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참하는 꼴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2년 뒤 합의 내용을 검토한 정부TF는 "이 합의가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문제로 다루는 것까지 제약하는 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유엔 근무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국제 인권적 측면에서 사실관계만 밝혔으면 될 일"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숨가쁘고 촘촘한 ‘김건희 여사 의혹 타임라인’
‘한국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적 통제가 가능한가’는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민주주의 핵심에 가닿는 중차대한 질문이다. 〈시사IN〉이 거의 모든 기자를 동원해 ‘김건희 통권 특집호’를 내며 윤석열 정권의 명실상부한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여사를 들여다본 이유다.
6년 간 이어져 온 ‘김건희 여사 의혹’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주요한 것들만 뽑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봤다.
시사인 정리 이은기· 디자인 이정현 기자
비수도권 청년들 빨아들인 일자리 ‘블랙홀’은?
〈시사IN〉은 고용보험 경력직 노동 이동 데이터를 입수했다. 비수도권 청년들이 서울의 어떤 지역, 어느 업종으로 이직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다. 한국 노동시장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3년 11월2일 서울역 플랫폼. 부산발 서울행 KTX에서 짐가방을 들고 내린 승객들. ⓒ시사IN 조남진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문제라고들 말한다. 일자리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일자리일까? 남녀 차이는 없을까? 〈시사IN〉은 이 질문에 실마리가 될 만한 자료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력직 노동력의 월별 이동 현황’이다. 이미 공개된 자료에는 빠져 있던 성별과 연령이 포함된 데이터로, 첫 직장이 아닌 ‘이직’의 패턴을 통해 한국 청년 남녀가 어느 지역, 어떤 업종으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다.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의 도움을 받아 분석했다.
■ ‘상경 이직’의 대표 주자, 여성 청년층
첫 번째로 도출되는 키워드는 ‘여성 이직 증가’다. 20~34세 인구 자체는 2011년 약 1070만명에서 2023년 960만명까지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고용보험에 신고된 20~34세 이직자 수는 188만명에서 219만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20~34세의 연간 이직자 수는 원래 남성이 더 많았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여성이 더 많아졌다(〈그림 1〉, 1~12월 합산, 월별 중복 포함).
청년 인구가 줄었는데 왜 이직자가 늘었을까?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가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2011년 7월에서 2023년 7월 사이에 20~34세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남성이 6만5000여 명, 여성은 24만명이 늘었다. 이는 최근 특히 3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이 급등하면서 경력 단절을 의미하는 소위 ‘M 커브’가 완화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나 이직자 수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취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 대상인데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수고용직이나 예술인처럼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고용보험이 점점 포괄하게 되면서 이들의 이직이 숫자로 잡힌 영향도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고용보험이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 일자리를 잘 커버하지 못했는데, 최근 한국에서 늘어나는 일자리가 주로 서비스업 일자리이고 여기에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여성 고용보험 가입자와 이직자 수 증가에)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고려하더라도 이직자 비율은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여성의 이동 패턴이다. 남성의 경우 ‘같은 시군구 내’에서 이동하거나 ‘같은 광역시·도 내’에서 이동하기보다 ‘다른 광역시·도’로 이동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하다. 여성은 같은 광역시·도 내에서 이동하는 이들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지난 10여 년 사이에 다른 광역시·도로 이동하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었다(〈그림 2〉 참조).
다른 시·도로 이직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경’ 인구, 그러니까 서울로 일터를 옮기는 청년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그림 3〉을 보면, 비수도권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이직한 20~34세는 2015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2019~2020년 제외), 2023년에는 여성의 연간 상경 이직자 수가 남성을 따라잡았다. 특히 여성은 비수도권에서 경기·인천으로 가기보다 곧바로 서울로 직행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최근의 수도권 인구 집중이 ‘2015년 이후’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가속화되었다는 인구이동 데이터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다(〈시사IN〉 제843호 ‘청년의 서울 집중 핵심은 20대 여성’ 기사 참조).
■ 비수도권 청년, ‘파견직’이 빨아들였다
상경 이직이 완전히 대세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옮긴 노동자 수에서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직한 노동자의 수를 뺀, 서울로 ‘순이동’한 노동자 수 추이를 나타낸 게 〈그림 4〉다. 통념과 달리 2011년부터 2021년까지는,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이직한 숫자보다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직한 숫자가 꾸준히 더 많았다. 이게 달라졌다. 2022년과 2023년, 서울의 일자리는 비수도권에서 온 20~34세를 빨아들였다. 역전을 추동한 것은 역시 20~34세 여성이다.
이것은 첫 직장을 서울에서 점점 더 많이 얻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르바이트든 본격적인 직장 생활이든 간에, 비수도권에서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있었던 청년들이 서울에서 일자리를 다시 얻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계약기간 1년 이상 기준). 이들이 왜 서울로 향했는지 알려면 어떤 일자리로 이직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가장 많이 이직한 ‘예전 (재직) 업종→현재 업종’을 추린 결과가 〈그림 5〉와 〈그림 6〉이다.
남성은 상위 20가지 이직 패턴 중 12가지, 여성은 11가지 패턴이 일자리를 옮길 때 ‘인력공급업’으로 이직한 경우다. 인력공급업이란 흔히 ‘아웃소싱’ ‘파견’이라 불리는 업종이다. 다수 청년들이 서울로 이직해 얻는 일자리 대다수가 비정규 파견직인 것이다. 인력공급업체에 속한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은 파견업체와 맺지만 고객사에 보내져서 그곳의 업무 지시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파견으로 최장 2년까지만 일할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기준 파견 노동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무는 ‘사무 지원(27.6%)’이다. 파견 허용 업무를 하는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232만원 수준이다(고용노동부, 2023년 하반기 근로자 파견사업 현황).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주거비 등 지출을 더 많이 감당해야 한다. 많지 않은 월급에 굳이 서울의 인력공급업으로 이직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점프’하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게 하나의 가설이다. 경남 창원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정주원씨(27)는 취업을 준비할 때 ‘모로 가도 서울’ 유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정씨는 “지역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니, 서울의 대기업 파견이라도 일단 가서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는 게 낫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돈다”라고 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이 원하는 주된 일자리를 찾기 전 일정 기간 소득을 벌어들이기 위해 잠시 몸을 담그는 일자리로 비수도권 청년들이 서울의 파견직 이동을 생각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남자는 경호, 여자는 병원으로
인력공급업 외에 주요 이직 업종으로는 남녀 공히 ‘음식점업’이 꼽히는 가운데, 성별에 따른 차이도 발견된다. 20~34세 남성은 상대적으로 ‘경비 및 경호 서비스업’으로의 이직 비중이 높다. 취업시장 내 청년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주주야야비비’로 불리는 3교대 근무를 하면 월 280만원(세전) 정도를 받을 수 있고, 하루 8시간씩 3일간 경비원 신임교육을 듣고 이수증을 발급받으면 취업할 수 있어 진입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보안·경비 아르바이트를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편돌이(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낮잡아 이르는 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016년 한 해에는 비수도권에서 ‘선박 건조업’에 종사하던 20~34세 남성 703명이 서울의 ‘인력공급업’으로, 296명이 서울의 ‘경비 및 경호 서비스업’으로, 287명이 ‘기타 음식점업’으로 이직했다. 해양플랜트로 촉발된 조선업 위기가 절정에 달한 시기, 비수도권을 떠나 서울에 온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로 흩어졌는지 보여준다.
반면 2011년에서 2023년까지 20~34세 여성이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가장 많이 이직한 업종은 ‘병원→병원(9903명)’이다. ‘의원→의원(6135명)’뿐 아니라 비수도권 ‘병원’에서 서울의 ‘의원’으로 이직(4209명)하기도 한다. 병원이나 의원은 비수도권에서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 중에서 질이 나쁜 일자리라고 하기 어려운데,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 여성마저도 비수도권을 등지고 서울로 향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격증이 있고 주거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처지에 있는 여성일수록, 같은 병원이라도 비수도권보다 서울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할 수 있다. 문화적인 인프라뿐 아니라 일자리 전망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 취약지에서 의료 인력을 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일부 의료기관 경영난이 악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향후 병의원 여성 인력의 서울 유출이 더 가속화될 여지도 있다.
2023년 4월29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들이 대기 환자 차트를 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 조선소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까지는 서울로의 이직이 어느 정도 자발적 선택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은 사회구조적 변동 속에서 이뤄진다.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종사자 수를 꾸준히 10명 이상 유지한 업종들을 추려서 지자체 단위로 들여다봤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5만1000여 명이던 경남 거제의 조선업 종사자는 불과 8년 만인 2022년 2만9000여 명으로, 울산 동구의 조선업 종사자는 4만9000여 명에서 3만200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조선업 위기 이후 이 산업에 종사하던 청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 어떤 업종으로 갔을까? 조선업 고용 위기가 정점에 달한 2016년 한 해 동안 울산 동구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던 34세 이하 남성들이 타 지역으로 이직한 결과를 살펴보면, 경남 거제(1158명)·울산 남구(185명)·울산 울주군(157명)의 같은 ‘조선업’ 일자리로 옮겨간 이들이 많다. 업종을 바꾼 경우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의 ‘자동차용 엔진 제조업(288명)’ ‘자동차 차체용 부품 제조업(94명)’ ‘자동차 제조업(62명)’ 등 인근 지역 제조업체로 이동했다. 같은 해 서울 강남구의 ‘경비 및 경호 서비스업(48명)’으로 이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전과 비슷한 업종인 조선업이나 제조업 일자리를 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보다 한 해 앞선 2015년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의 34세 이하 남성 조선업 종사자들 역시 울산 동구(861명), 전남 영암(319명), 경남 통영(197명) 등 인근 조선소로 다수 이동했다.
그런데 이렇게 청년들이 각기 흩어진 뒤,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 위기가 다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노동시장에는 청년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울산 동구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세대별 구성을 보면, 2015년에는 30~34세가 888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2024년에는 이 숫자가 2725명으로 내려앉았다. 그 대신에 40~44세가 6251명으로 꼭짓점을 형성하게 되었다(〈그림 7〉 참조).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이후 조선업 위기가 발생하면서 청년층은 조선업 진입 자체를 회피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에는 고용보험상에서 34세 이하 가입자의 빈도가 낮게 관찰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조선업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확대한 배경에도 청년 인력의 진입 감소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병락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울산 동구에서는 지금 20~30대 내국인 노동자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올해 7월 말 기준 동구에 거주지가 등록된 외국인이 약 9000명이라고 한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예전에 그나마 조선소에 20대 후반~30대 초반 노동자가 있었던 건, 현대중공업이 자체 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여기서 교육받은 뒤 하청업체에서 2년 넘게 일하면 정규직에 지원할 수 있다’고 희망 고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젊은 노동자들도 안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정규직은 잘 채용하지도 않고 뽑더라도 10명, 20명에 불과하다는 걸. 이주노동자까지 합하면 하청 노동자가 2만5000~2만8000명인데 그중에 10명 뽑는다면 누가 오겠나.”
2016년 4월26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사외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경남 거제시 연초면 오비일반산단의 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 울며 겨자 먹기로 한다고요, 상경
“‘블루’에서 ‘블루’로 이직하려고 서울에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가 일자리가 더 많기도 하지만, 단가를 웬만큼 올려주지 않는 이상 블루칼라들은 살던 지역에 정주하려는 정서가 강하다.” 서울의 콘텐츠 회사로 이직했다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돌아와 다시 생산직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용접공 천현우씨(34)의 말이다. 그는 얼마 전 난생처음으로 조선소 현장직 공채 면접을 봤다. 면접을 기다리던 한 지원자가 “여기 정규직 되면 뭐가 좋아요?”라는 다른 지원자 질문에 “정규직 작업복 입는다 아입니꺼”라고 말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천씨가 2주 뒤 회사로부터 받은 문자는 짧았다. “귀하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 취업시장의 청년 노동자들이 느끼기에 지역의 일자리는 ‘매우 소수의 정규직’ 그리고 ‘절대다수의 (질 낮은) 하청’으로 양분되어 있다. 하청으로 일하면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돈은 적게 벌고, 고용은 더 불안하다. 정규직으로 상승시켜주는 계단도 거의 없다. “지역 제조업 일자리 중에 화장실 물이 안 내려가고 불 안 켜지고 밥이 맛없는 등 기초적인 것들이 안 갖춰진 곳도 너무 많다. 하다못해 그런 낙후 시설만 경기도 신식 공장처럼 바꿔도 달라질 거다. 저희같이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처럼 흔히들 생각하는 루트의 취업 경쟁이 불가능하고, 그저 ‘어떻게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가 생애 목표인데, 지역에서 그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천현우씨).”
흔히 청년 문제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청년 집단은 하나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직 취업을 희망하는 비수도권 여성에게 ‘상경’은 점점 불가피한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공학계열 학과를 졸업하고 경남 창원에서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에 겨우 성공했다는 정주원씨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원래 서울에 가서 살 자신이 없었는데, 구직 활동을 하며 ‘서울에 가서 살기 싫다’는 말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알게 됐다. 구직 사이트에서 지역별 일자리를 검색했을 때, 수도권 일자리는 17만 개인 데 비해 경남은 약 5000개밖에 없었다. 그나마 지역에 있는 일자리인 생산직이나 영업직은 회사에서 남성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서울로 간 친구들은 대부분 좁은 원룸에서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최대한 지역에 남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정착해서 지내고 싶은데, 현실은 일자리를 찾아 다들 ‘메뚜기 떼’처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운이 좋아야만’ 지방에 남아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높은 임금과 더 많은 기회를 위해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떠나는 건 개인 입장에선 합리적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이동은 대단한 리스크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수도권 청년들은 부모님 집에 살든 경기도에 살든 일정한 네트워크와 자원을 가지고 출발하는데,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가는 지방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지 못하면 취약계층을 형성하기 쉽다. 자칫하면 출신 지역이 계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0월4일 HD현대중공업 이상균 대표이사에게 ‘정규직 채용 확대 요청서’를 전달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동구)은 “청년들이 지역에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해서 서울로 이직하는데, 정작 불안정성이 크고 처우가 좋지 않은 일자리로 옮겨갔음을 고용보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자료를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위계 구조에 개입하고,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며 재능을 쏟으면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앙정부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푸틴 ‘북 파병’ 부인 안 했다…우크라 “전투지역에 북한군 배치”
러 외무부 “파병은 가짜뉴스” 입장과 차이
북한군 이송 추정 위성사진엔 “무언가 반영”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가 작전 중인 러시아 본토의 쿠르스크 지역 “전투 지역”에 배치됐다고 우크라이나군이 24일(현지시각)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파병 관련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며 러시아 하원이 북-러 조약을 비준한 것을 들어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려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받은 첫 북한군 부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투 지역인 쿠르스크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총국은 지난 23일 쿠르스크에서 이들의 모습이 포착됐다고도 덧붙였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처음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통제한 일부 지역으로, 러시아는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정보총국은 또한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한 1만2천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됐고,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예카테리노슬랍스카 등 러시아 극동의 5개 군사 기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들이 전쟁에 배치되기 전 수주간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미국도 북한 병력 3천명이 러시아 동부 훈련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보총국은 러시아가 유누스베크 예브쿠로프 국방차관을 북한군 훈련과 적응 등의 감독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군은 탄약과 침구, 방한복, 위생용품 등을 지급받았고, 러시아군 규정에 따라 개인당 휴지 50m와 비누 300g을 보급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총국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및 서방과의 글로벌한 대결에서 북한이란 요소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공개했던 북한 병력의 러시아 이송이 의심되는 위성사진에 대해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이러한 이미지가 존재한다면 이는 무언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파병 문제에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제기한 뒤 러시아 외무부는 줄곧 이를 “가짜뉴스”라며 부인해 왔지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존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러시아 하원이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한 것과 관련해 “(북-러 조약엔) 4조가 있다. 우리는 북한 지도부가 우리의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의심한 적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그 조항에 따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일이다. 우선 우리는 4조 이행에 대해 적절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 조약 4조는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군사개입 조항을 의미한다. 이날 러시아 하원은 북-러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상원의 비준을 거쳐 대통령이 비준서에 서명하고 조약 당사자가 비준서를 교환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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