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외교 결과는 참담... 부디 총탄 난무하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 전&후-외교안보]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 사회 각 부문에서는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탄압으로, 또는 퇴행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각계 우려가 깊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그 나라가 이전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반도 정세는 이전보다 더욱 안전해졌습니까? 여러분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저의 답은 분명합니다. 한반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대화 배제하고 '강대강' 치닫는 한반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일 준동맹 체제를 확립한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뒤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를 놓고 '안보가 위험하다'라는 주장이 있다"라며 "3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습니다. 3국이 협력함으로써 안보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경제도 우리 기업과 국민이 진출할 수 있는 더 큰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정치학 용어로 '안보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나라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려고 군사력을 증강하면 불안해진 상대국도 덩달아 군사력을 늘리기 마련입니다. 양쪽이 작용-반작용의 군비 경쟁을 벌이게 됨으로써, 서로 안보가 이전보다 더욱 취약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바로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 용어가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뿐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9월 13일 전격적으로 열린 북러 정상회담입니다. 이 회담에서 무엇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안갯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가 일으킨 반작용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한미일 군사 압박에 처한 북한이 서로의 장점을 맞교환하며,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정찰위성, 대륙간 탄도 미사일, 잠수함 발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우주·군사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훨씬 가팔라질 것입니다.
2018년 12월 14일 남북 체육회담 개최 이후 4년 9개월 이상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단절돼 있습니다.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한 이래 역대 최장기간 남북대화 단절입니다. 1970년대 이래 남북관계가 가장 험악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은 윤 정권이 내세우는 '힘에 의한 평화'가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인가를 잘 보여줍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9월 19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인사말에서, "지금 남북 관계가 매우 위태롭다"라면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문 정권과 윤 정권 대북 정책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3국 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미일 대 한중러' 부활과 동북아 신냉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한의 반발과 긴장만 불러오는 게 아닙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면서 동북아시아 판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준 군사동맹과 비슷하게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 실시도 수면 위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준 군사동맹에 맞선 북중러 군사협력이 가능성에서 현실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을 보면서도 한반도가 이전보다 더욱 안전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입니다.
▲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및 정상회담 비교 ⓒ 오태규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에 비해, 한미일 군사협력에 얼마나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횟수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 정권은 임기 5년 동안 단 두 차례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것도 모두 임기 1년 차 때였고, 주제도 북핵 대응에 한정됐습니다.
▲ 2021년 5월 2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지난 2022년 6월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기념촬영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나토 정상회의 사무국 제공
하지만 윤 정권은 임기를 시작한 뒤 1년 반 만에 3차례나 3국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한미일 세 정상은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한 뒤,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협력의 내용도 북핵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 비판으로 강도를 높였습니다. 급기야 올해 8월에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의 준 군사동맹을 방불케 하는 내용의 '캠프데이비드 정신'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군사와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결 자세를 취하면서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을 축으로 한 신냉전의 바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전격적인 북러 정상회담과 다음 달로 예정된 중러 정상회담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윤 정권은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중러를 결속시키는 역풍을 불러일으키자, 부랴부랴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갈라치기가 그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윤 정권은 중국에 대해서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고리로 중국 끌어당기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윤 정권의 중러 갈리치기 외교가 과연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강화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 신냉전의 큰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봉인' 대일정책 전환의 결과
윤 정권이 북한과 대결 자세를 분명하게 하고, '가치 외교'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 일본과 강력한 연대의 형성입니다. 윤 정권은 한미일이 단단하게 뭉쳐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고, 또 중국을 통해 북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 있는 역사 갈등이 한미일 3국 연대의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역사를 먼저 청산하지 않으면 좋은 미래를 구축할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한 문재인 정권과 달리, 윤 정권은 서둘러 역사 갈등 해소에 나섰습니다.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이루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윤 정권의 갈등 해소 방법은 너무 굴욕적이었습니다. 국가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채 일본이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인 굴종적인 해결 방안이었습니다. 일본의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제3자 변제'로 대신하는 것으로 매듭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런 굴욕적인 대일 외교의 결과로 얻은 것이, 한일관계 개선입니다. 한국이 완전한 저자세로 나오자 일본의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22년 9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장소에 찾아가 겨우 만난 것을 '간이 간담'이라고 냉소하던 일본이, 한국이 저자세로 나오자 윤 대통령을 칙사 대접하고 나섰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6번 한일 정상회담을 했는데, 윤 대통령은 1년 반도 안 돼 7번이나 일본 총리와 회담했습니다.
▲ 지난 9월 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의 정상회의장인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것은 '역사'와 '안보'를 교환하며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1965년 한일협정 체제로 한일관계가 되돌아간 것을 뜻합니다. 더 나아가 일본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자신의 지배 아래 뒀던 1905년 체제의 부활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대결이라는 지정학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역사를 포기하고 이룬 한일관계 개선의 종착역이 '캠프데이비드 원칙'이라는 한미일 준 동맹체제, 더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와 한반도 신냉전으로 귀결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구도가 그때와 달리 총탄이 난무하는 전화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오마이뉴스 오태규(ohtak)
‘한국 사회 신뢰도 조사’를 통해 본 ‘신뢰의 위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뢰의 양극화’가 확연합니다.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정부의 대응 등을 보는 시각차가 큽니다. 국가기관을 불러주고,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보통이면 5점, 매우 신뢰하면 10점을 기준으로 해서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답해달라고 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민의힘 지지자는 6.71점을 주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1.11점을 주었습니다. ‘보수’ 응답자는 5.67점을, ‘진보’ 응답자는 1.16점을 주었습니다. 대통령실,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응답에서 비슷한 ‘신뢰 양극화’가 나타났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 문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자(6.11점), ‘보수’ 응답자(5.36점)는 신뢰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0.59점), ‘진보’ 응답자(0.79점)는 불신합니다.
주관식으로 신뢰하는 언론인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1.5%가 ‘없다/모른다/응답 거절’을 선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질문에 59.5%가 그랬습니다. 1년 새 언론에 대한 불신·무관심이 늘어난 듯합니다.
시사인 차형석 기자
한국 '지공거사' 이야기가 뉴욕타임스 1면에?
NYT 주말판, '무료승차' 한국 노인 삶 조명…"지하철 타는 게 낙"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지하철 무료 승차 이용 혜택을 늘그막의 낙으로 삼고 있는 한국 노인들이 이야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1면에 실렸다.
NyT는 이날 토요일자 지면 중앙 하단에 실은 '나이 든 지하철 승객들이 여행의 기쁨을 찾다' 제하 기사에서, 지하철을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 자체로 대하는 은퇴한 시민들의 사연을 다뤘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열차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종점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지하철 공짜'라는 말에서 나온 '지공거사'라는 한국어 표현도 기사에 그대로 실렸다.
▲미 <뉴욕타임스> 23일자 뉴욕시판(版) 1면. 중앙 하단(빨간색 실선 안)에 한국 지하철 무료탑승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nytimes.com
신문은 찌는 듯한 8월 여름날 한복에 흰 운동화, 밀짚모자 차림으로 집을 나선 이진호(85) 씨가 집 근처 4호선 수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호선 종점 소요산역까지 가는 '여행'을 하며 "집에 있으면 지루해서 누워만 있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다 은퇴했다.
NYT는 많은 노인들이 이 씨처럼 그저 종점까지 지하철을 타거나,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갈아타고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이 잘 나오는 지하철이 소일하기 좋다는 것이다.
NYT는 수학교수로 일하다 은퇴한 전종득 씨, 공사 감독관으로 일했던 박재홍 씨 등의 사연을 전하며 이들이 지하철 여행을 "오아시스", "여름 휴가지"라고 예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른 승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러시아워는 피하는 등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NYT는 다만 지하철 적자로 노인 무료승차를 폐지하거나 기준연령을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헌재, ‘국가보안법 7조’ 또 합헌 결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2조·7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헌법소원 심판 등의 선고를 내린다. 연합뉴스
이적단체를 찬양·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의 소지·반포 등을 금지한 국가보안법(보안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26일 재차 판단했다. 1991년부터 해당 조항에 대해 7차례 합헌 결정한 헌재의 판단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보안법 7조 1·5항에 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5항은 반국가단체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하는 행위 등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와 이적단체 가입 처벌조항인 7조3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7조 1항에 대해선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고, 5항에 대해선 구체적 행위별로 판단을 달리했다. 5항 중 ‘제작·운반·반포’ 부분은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소지·취득’ 부분은 4대 5 의견으로 각각 합헌 결정을 받았다. 위헌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6명이다.
여덟번째 합헌 결정··· 헌재 “북한은 여전히 반국가단체”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2013년 온라인 사이트에 북한 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찬양하는 글을 총 26차례 게시하고 김일성 회고록을 본인 주거지에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12월 제주지법의 1심에서 징역 8개월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에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이듬해 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A씨 등 청구인 측은 지난해 9월 열린 공개변론에서 이들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적행위나 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해 국가의 형벌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조항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사상·학문의 자유 등도 침해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헌재에 “7조 1·3·5항은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하고,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법무부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보안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이전과 같은 오남용의 소지도 없다고 했다.
이날 헌재는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이 합헌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다. 헌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노선의 본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이적행위나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 등으로 인한 위험은 언제든지 국가의 안전이나 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헌재는 2015년 보안법 7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가급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해야 하지만, 남북은 아직도 휴전상태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선 2015년 결정 이후 상황까지 살폈다. 그러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온 전통적 입장을 변경해야 할 만큼 국제 정세나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본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2016년과 2017년 지속적으로 핵실험을 한 점, 2020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점 등을 들어 2015년 결정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런 잠재적 위험을 고려하면 이적행위 규제에 따른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 또한 크지 않다고 했다. 8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국민의 생존과 자유라는 공익에 비해 제한되는 사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요소로서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불가결한 기본권”이라면서도 “이적행위 및 이적표현물의 소지·반포 등을 규제하는 것은 공권력을 시의적절하게 발동해 국가의 안전과 존립, 국민의 생존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헌재는 또 정보기술 발전으로 이적표현물 소지·취득을 금지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봤다. 헌재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표현물의 전파는 소지·취득과 전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으며, 전파 범위나 대상이 어디까지 이를지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적표현물이 정보통신망에 전파되고 난 후에는 다양하게 편집·가공돼 완전히 회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적표현물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구시대적 악법 청산 실패··· 시민단체 “헌재, 보수적 현실 옹호”
보안법이 합헌 결정을 받은 건 이번이 여덟번째다. 1990년 헌재가 보안법 7조 1·3·5항에 대해 한정합헌 결정을 내린 뒤 법이 일부 개정됐고, 이후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여섯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2015년에는 재판관 한 명이 7조 1항의 ‘동조’ 부분이 위헌이라며 반대의견을 냈고, 2018년에는 7조 5항 중 ‘소지’ 부분에 대해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보안법이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 위의 보안법’이라는 말도 나왔다.
시민단체인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제 순응적인 헌재가 극히 보수적인 현실을 옹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민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국제 인권기준에 맞게 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헌재의 합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명을 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 놓은 한계 안에서 질식당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가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경향 김혜리 기자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 보안법에 헌재는 또 ‘합헌’···국회가 해결할까
시민 탄압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 속
몇 차례 개정· 폐지 시도 보수진영에 막혀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국가보안법 7조 합헌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가보안법은 남북 분단 상황을 빌미로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줄곧 받았다. 국회에서도 몇 차례 법 개정 또는 폐지 시도가 있었으나 보수진영의 반발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자유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1948년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 특히 7조가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워 형사처벌을 하고 표현·사상·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군산 제일고 교사들이 모임을 만들어 4·19혁명 기념행사를 하고 김지하의 시를 낭송한 것을 이적활동으로 조작한 ‘오송회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고 김근태 의원은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출범식장에서 결의문을 낭독·배포했다가, 신학철 화백은 북한 농부가 평화로운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가 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1990년 7조에 위헌성이 있다면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하면 위헌성을 피할 수 있다는 한정합헌 결정을 했다. 이에 국회가 해당 조항을 일부 개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엔(UN)은 1992·1999·2006·2015년 등 수차례 보안법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폐지를 권고했다. 1998년 대법원이 보안법 7조 위반 사건의 유죄를 확정하자 유엔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도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인권이사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때 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2004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식으로 권고했다. 같은 해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보안법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며 “낡은 유물은 폐기하고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이제 드디어 문명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보안법 폐지를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정해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법개정은 끝내 무산됐다.
21대 국회에선 2020년 10월 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이 보안법 7조 삭제법안을 냈다. 2021년 5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 같은 해 10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각각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냈다. 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정권 안보 유지 수단이자 정치적 반대 세력과 의견을 처벌하는 도구로 악용됐다”며 “냉전체제라는 법 탄생의 기반이 이미 해체된 21세기에 국가보안법이라는 냉전적 구시대의 유물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1991년 국회의 법 개정 이후에도 7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 7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헌재는 2017년 이후 청구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모아 다시 심리했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합헌이었다.
경향 김혜리 기자
금리 1% 오를 때 20대 소비 감소, 60대 이상의 8.4배
금리 인상시 소비 감소폭. 통계청 제공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2030 청년층의 소비가 60대 이상의 8배가 넘는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은 축적한 자산이 부족한데다 추가 대출여력도 부족해 채무상황 부담이 커지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단기 상환부담 경감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의 ‘청년부채 증가의 원인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저금리 시기 폭증한 부채는 최근 금리인상기 부채상환 부담으로 돌아와 전세대에 걸쳐 소비를 감소시키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증가는 전 연령대에서 20·30대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20대와 30대의 DSR은 각각 3.2%포인트, 3.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0대(2.6%포인트), 50대(2.1%포인트), 60대 이상(1.2%포인트)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DSR 증가폭은 줄었다.
상환부담 확대에 따른 소비 감소 금액 역시 청년층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신용평가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20대 연간 소비는 약 29만9000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30대의 경우 이보다는 적은 20만4000원이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은 3만6000원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20대와 60대 이상의 소비 감소액은 8.4배나 차이 난다.
보고서를 쓴 김미루 통계개발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이 부족한 청년의 경우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늘 때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감소는 청년층 내에서도 부채의 정도에 따라 달라졌다. 부채보유 상위 50%에 해당하는 청년층의 연간 소비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으로 26만4000원(1.1%) 감소하는 반면, 부채가 없는 청년층의 연간 소비는 2만4000원(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또 소득 수준이 낮은 취약 청년 차주일수록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라 부채 상위 50% 청년 가구 중 저소득층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27만9000원(1.2%)에 달했지만, 고소득층은 9만2000원(0.3%)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에는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의 후생이 큰 폭으로 감소함을 의미한다”며 “청년층의 신용이 추락하고 이로 인해 향후 제반 경제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면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층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넓혀 단기 상환 부담을 경감하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청년층 차주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택시총 6209조, GDP의 3배···가계·기업 빚 경고음 커졌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지고 있는 빚(신용)이 올 2분기 기준 나라 경제규모의 2.26배 수준으로 불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나라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주택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주택시가총액이 명목국내총생산(GDP)의 3배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정책대응이 없다면 대출 규모가 연간 4~6% 불어나고, 전체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5.7%로 집계됐다. 올 1분기 말(224.5%)보다 1.2%포인트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분기 101.7%로 전분기(101.5%)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 회복 등에 따른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계신용 비율은 선진국(올 1분기 말 73.4%)과 신흥국(48.4%)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기업 부문빚도 계속 늘면서 올 2분기 말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24.1%까지 상승했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와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외환위기(113.6%)나 글로벌 금융위기(99.6%) 당시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한국은행 제공
이에 따라 금융의 안정성과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조금씩 다시 오르고 있다. 2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3.6으로 1분기(43.3)보다 0.3 포인트 올랐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다. 단기적 관점에서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 역시 올해 8월 16.5로 7월(15.3)보다 1.2포인트 올라 2개월 연속 오름세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확대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보고서는 “부채의 디레버리징(축소)와 자산가격 조정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증할 경우 자산가격 급락시 금융 및 실물경제를 동시에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가계 및 기업의 늘어난 채무상환부담은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와 금융시스템의 대응여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나라경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주택 등 자산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택시가총액은 6209조원으로 명목GDP 2162조원의 3배 수준이었다. 주택시총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명목GDP의 2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계속해서 격차를 벌렸다. 주택시가총액만 보면 1995년 832조 수준에서 2000년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에 2000조, 2010년 3000조, 2016년 4000조원을 돌파한 뒤,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환경을 거치며 2021년 6552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특히 한은은 특별한 정책대응이 없다면 가계대출은 매년 4~6%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택가격 상승폭이나 대출금리 수준 등에 대출 수요를 추정해봤을때 이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명목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은은 세부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담보대출)의 공급 속도 조절에 이어 장기 주택담보대출, 인터넷은행 대출 등 최근 크게 늘어난 부문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정착시키고 경기대응 완충자본 부과와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관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도 필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7년 이상 번 돈으로 이자도 못갚는 ‘좀비기업’ 903곳 달해
한계기업 비중 추이. 한국은행 제공
7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900곳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부실위험이 높아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중 ‘장기존속 한계기업 현황·특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903개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외감기업)의 15.5%에 달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하는데,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사로 전체 한계기업의 23.1%를 차지했다. 영업손실이나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이런 상태가 만성화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금융기관에 총 50조원의 차입금을 보유해, 전체 한계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차입금의 29.6%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업종별로는 부동산, 운수(항공·해운 포함), 사업지원 등 서비스업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나 영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부문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과 같은 부도 상태에 빠질 확률을 뜻하는 부실위험(중위값 기준)은 5.67%로, 전체 외감기업과 한계기업의 부실위험(0.88%, 3.26%)을 크게 웃돌았다. 또 2021년 신규 취약 기업(취약 1년)의 36.6%, 신규 한계기업(취약 3년)의 22.6%가 지난해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반면,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9%만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은 1291억3000만원, 매출은 648억6000만원으로 비한계기업의 각각 0.67배, 0.4배수준에에 불과했다. 반면 부채(1127억1000만원), 차입금(645억2000만원), 이자 비용(35억3000만원)은 각각 비한계기업의 1.23배, 1.47배, 2.3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에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자산 규모, 업종에 따라 현금흐름 양상에는 차이를 보였다.
중견·대기업(자산 1000억원 이상)은 차입을 늘려 영업손실을 보전했지만, 중소기업들(1000억원 미만)은 주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대응했다. 특히 자산 1조원 이상의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영업손실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규모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영업현금흐름 수지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 수준에서 차입을 통한 투자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산규모, 산업에 따라 장기존속 한계기업 간에도 부실 위험 등 건전성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취약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과 같은 정책을 판단하고 실시할 때 한계기업 여부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 자산규모, 산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향 이윤주 기자
"미X 여자", "부검해야"... 강남 학부모들의 충격적인 단톡방
[고발] A초 학부모 등 300여 명 가입된 단톡방서 교사 조리돌림... "매일매일 불안해“
▲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초를 사랑하는 모임'에 올라온 글.ⓒ 교육언론창
"저는 이 A초 익명(단톡)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 많은 샘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
지난 9월 5일 A초 학부모 익명 단톡방 'A초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A사모)에 'A초 학부모'란 닉네임을 가진 이가 올린 글이다. A초는 한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월 1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와 가까이 있는 서울 강남의 공립초등학교다.26일, 교육언론[창]은 A사모에 이 학교 학부모 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올린 글들을 살펴봤다.
이날 현재 366명이 가입된 A사모가 개설된 때는 지난 2021년 9월 3일이다.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임시 조립식) 교실' 반대활동을 벌일 때 이 단톡방을 만든 것이다.
"교장선생님 몸 안 좋아졌나보다, 부검해야“
2021년 9월 7일 이 단톡방 한 참여자는 당시 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글을 적어놓았다. 이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은 듯하자 또 다른 참여자는 같은 날 다음처럼 적었다.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해봐야 할 듯한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명의 답변이 이어졌다.
"부검합시다."
"부검 ㅋㅋㅋㅋㅋ"
부검은 '사람이 죽은 원인을 알려고 시신을 해부해서 검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남편 권력'을 내세우는 글을 통해 학교를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해 9월 17일 B씨가 올려놓은 글이다.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이 글에 다음과 같은 반응 이어졌다.
"진짜 이런 분들(점잖은 아빠들)이 나서면 무서운 것 아셔야할 텐데요."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이에 단톡방 한 참여자는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라면서 "(모듈러 사업을 철회해)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겁박성 글을 올렸다.
같은 해 10월 14일에는 교장을 향한 더 심각한 인신공격성 글이 올라왔다. "미X 여자"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1월 1일에는 교장 실명을 거론하며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라고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결국 이 무렵 모듈러 사업은 이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며 취소됐다. 올해 현재 이 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5학년의 경우 34.2명이다. 이는 서울 강남 지역 5학년 학급당 학생 수 25.7명보다 8.5명 많은 수치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뒤 A사모 단톡방 참여자들은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2021년 11월 29일), "민원은 사랑입니다"(2022년 2월 12일), "오늘 아침도 모닝민원과 함께 시작해보아요"(2022년 2월 24일)와 같은 이른바 '민원 자랑'이나 '민원놀이' 글을 심심치 않게 올렸다.
이 같은 비꼬는 투의 말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19일 한 교사가 병가를 내자 한 참여자는 "코로나? 식중독?"이라고 적었고, 이어 또 다른 참여자는 "마음이 아파서 그러신 건가요?"라고 말했다.
이 단톡방 참여자들은 지난 9월 4일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날 무렵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교육언론창
"선생님들 파업하기로 하셨으니 소풍은 다시 예정대로 가주시는지요. 권리만 내세우면 주장하시는 것들의 의미는 퇴색될 것입니다."(2023년 9월 1일)
"(9월) 4일에 집회하시고 복귀하셔서는 교사의 임무를 다하시면 좋겠습니다. 5일에 학생들과 만나시면 교실을 비워서 미안하다고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2023년 9월 2일)
'A초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톡방 이름과 달리, 이 방에 올라온 글 상당수는 '교원 저격'이라는 게 이 학교 교원들의 증언이다. 다만, 올해 6월 한 참여자가 "C교사는 친절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곧 "친절한 것이 더 무서운 법"이란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학부모들이 단톡방을 만들 수 있고, 학교에 관해 논하는 것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 단톡방의 경우 익명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사에 대한 비방도 무분별하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도 이같은 단톡방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A학교 교원 상당수는 "이 단톡방이 개설된 뒤인 2021년 말 교원전출서류를 작성할 때 이 학교 정규직 교원 70여 명 가운데 33%인 23명가량이 비정기 전보전출을 신청했다"고 증언했다. 5년 근무 기한을 채우지 않은 채 지방파견, 휴직과 전업, 원거리 내신 등의 방법으로 학교를 떠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불안에 떠는 교사들, 최악의 학교 탈출 시도?
▲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교육언론창
교육언론[창]이 직접 만난 이 학교 교원 10여 명은 "단톡방의 감시와 민원 때문에 교사들이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한 교사는 "우리는 교원 실명까지 거론되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사는 "이것이야말로 마녀사냥이고, 교사사냥이다. 그게 아니고 무엇이냐"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 교장은 이 단톡방에 민원 글이 올라오자마자 학부모들에게 올해에만 두 차례 사과문을 보내야했다고 알려졌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교원사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A사모' 단톡방 고발 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교육언론창 윤근혁(educhang)
-똥치와 양아치는감빵으로! 이 니언들 미쳤네. 강남 2찍녀들인가보네.
학교와 교사가 지들 노비인가? 저런 것들 밑에서 자란 자식들 뻔하다.
-nnm**** 정말 더러운 짓거리들 하고 앉았네. 다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했으니, 나중에 늙어서 자기 자식들에게 혹독하게 당하리라 봅니다. 어디 이런 사람들 자식이 똑바른 인성 갖고서 부모 모시겠어요. 나중에 꼭 늙어 괴로워하시길 바랍니다. 모든인은 인과응보가 따릅니다. 그래서 모든 갖잖은 문제의 근원인 강남이 없어졌으면 하는겁니다.
-야생화한 강남사는 학부모란 것들은 인성 폐기물들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성 폐기물 일베의 70%가 강남 거주하는 경북 출신의 부모를 둔 아이들이라는 통계가 말해주는 것이다.
-snowball 강남구...북한에서 공금 횡령하고 도망친 아무개를 국회의원 당선시킨...위대한 분들...
-곽대희 여자들은 자신은 능력도 없으면서 남자 능력보고 결혼해서 강남 살면 자기가 무슨 샐럽인줄 착각한다 머리에 든게 없기에 선거때도 2찍 했을거고 이런 2찍 부모에게서 자란 자식들도 2찍이 되는거다
-우주최강결 니 새끼들도 니들이랑 똑같이 크겠지 ... 개념 말아처먹고 시건방진 쓰래기처럼 ... 니들이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니 ? 얼마나 있어 ? 응 ? 쪼다 같은 것들이 처 모여서 주둥이는 살아가지고 망할년들 ...
-Nemesis 우와..저 천박함과 무지성에 입이 딱 벌어진다. 제발 평생 저런 종족들과 부대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안 자식들의 인성이 훤히 보입니다. 부모님들이 인성은 자녀가 고스란이 이어받는다는걸 왜 모를까요.. 참 안타깝네요
-wook 윤석열이 왜 대통령인지 저런것들 보면 이해가 갑니다. 많이 배웠자만 잘못배운 무식한 것들.
-새로운길 인간이기를 포기한 미친 집단이네 극단적 이기심을 기르치는 학부모 믿에서 어떤 선생이 견딜수 있겠습니까 ? 괴물 교육을 받는 강남 학생들의 인성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부동산 위기에 돈 푸는 정부…건설사 대출 보증 25조원으로 확대
6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주택공급 활성화에 초점,.중도금대출 보증도 100%로 확대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10조원 증액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 비율은 90%에서 100%로 완화한다. 내년까지 100만호 이상 공급하고, 현 정부 목표치인 270만호를 초과 달성할 여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정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질의 주택이 필요한 곳에 충분히 공급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번 대책을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은 현행 90%에서 100%로 확대한다. 은행권 심사 기준도 느슨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간 심사 때 분양 6개월 내 초기 분양률을 70~80%로 높게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관행이 합리화하도록 지속 점검할 예정이다.
청약 무주택 간주 기준도 확대한다.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 주택 기준 가격을 수도권의 경우 1억3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올리고, 지역의 경우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다. 적용 범위 역시 민영주택 일반공급에서 민영·공공주택 일반·특별공급으로 완화한다.
청약 무주택 간주 기준 확대...전매 제한 1년간 한시적 완화
HUG,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기관의 PF 대출 보증 규모도 모두 25조원으로 확대하고, 심사 기준 등을 개선한다. 애초 HUG 10조원, 주금공 5조원으로 계획돼 있던 보증 규모를 각각 15조원, 10조원으로 확대한다. HUG의 보증 여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출자 등 자본 보강도 병행한다.
PF 대출 보증의 대출 한도도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확대해 사업자의 추가 자금 확보를 지원한다. 또 PF 보증 심사 기준 역시 완화한다. 시공사 도급순위 700위 기준을 폐지하고, 신용등급별 점수도 상향한다.
공동주택용지 전매 제한은 한시적으로 1년간 완화한다.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 후'로 제한돼 있던 규정을 '계약 후 2년부터 1회에 한해 최초 가격 이하'로 허용한다. 다만 이른바 '벌떼입찰' 차단을 위해 계열사 간 전매는 계속해서 금지하고, 이면계약 등에 대해선 지자체에 조사 요청한 뒤 엄중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설사가 추첨을 통해 분양받은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는 부도 등 특별한 사유 외 택지 전매를 금지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사내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과 계열사 간 택지 전매가 공급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이 PF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공공택지 미분양이 늘자 이 같이 규제를 완화한 것.
신규 공공택지 물량 2만호 확대..."공급 측면 대책, 가계부채 관리 중"
공공주택 공급물량도 늘린다. 토지 이용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물량을 3만호 이상 추가한다. 물량을 확충할 경우 조성원가 감소로 분양가가 85㎡ 기준 약 2500만원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 쪽 설명이다. 또 미매각 용지, 사업 미진행 부지 등 기존 민간 추진 예정이던 공공택지를 공공주택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미매각 공동주택 용지 1만4000호 가운데 입지, 면적, 수요 등을 검토해 약 5000만호 규모의 공공주택 용지로 변경한다.
애초 6만5000호로 계획했던 신규 공공택지 물량은 8만5000호 수준으로 2만호 확대하고, 발표 시기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1월로 앞당긴다. 정부는 올해 주택공급 목표 47만호를 최대한 달성하는 한편, 내년까지 100만호 이상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 현 정부 목표 270만호를 초과 달성할 여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가계부채 증가 관리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대책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의 대책"이라며 "주로 PF 사업의 건설 자금이나 건설사의 운용 자금 쪽"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 요인인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고, 안정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계열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혜(tjsgp7847) 오마이뉴스
尹대통령 "북한, 핵 사용하면 정권 종식시킬 것"
10년만에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행사…"北 추종세력, 가짜평화 속임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식이 26일 열렸다.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차량을 타고 육·해·공 각 부대들을 사열한 열병식을 진행한 뒤 기념사에서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우방국들과 긴밀히 연대하여,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핵 사용 협박을 노골적으로 가해오고 있다"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주민에 대한 북한 정권의 수탈과 억압, 인권 탄압은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가 발표한 '워싱턴선언'을 언급하며 "이제 한미동맹은 핵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고도화됐다"며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국의 핵 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반도 역내에 수시 전개될 미 전략자산은 북핵 억지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아울러,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우주와 사이버 영역으로 확대하고 연합연습과 훈련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아울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는 북핵 억지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한미일 군사 공조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방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 등 미래의 전장을 주도할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또한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은 여기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확고한 대적관"이라며 "평소, 엄정한 군기를 통해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장병들의 복무 여건과 병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최고 수준의 전투역량을 이끌어내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장병의 보수, 보급, 급식, 주거, 의료, 모든 부분에 있어 전투 역량 증진을 위한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념식에는 6700여 명의 병력과 340여 대의 장비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기존에는 주한미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참가하는 수준이었으나, 이번 행사에는 전투부대 병력과 장비도 참가했다"고 했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국산 차세대 소형무장헬기 등 등 최신 국산 개발 장비도 선보였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TBS라디오 진행자 추천 강행 논란, 누가 누굴 추천했길래
TBS, 서두원 전 SBS 본부장 라디오 진행자 선임 계획
편성위원회 반대했지만 강행 움직임… “편성권 침해”
TBS가 서두원 전 SBS 보도본부장을 라디오 진행자로 선임할 계획이다. 또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되던 오전 7시에 ‘공보’ 성격의 서울시 관련 정보 프로그램을 배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TBS PD협회는 편성위원회에서 반대 뜻을 밝혔지만 회사가 결정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방송편성권 침해행위”라고 비판했다.
TBS PD협회에 따르면 라디오제작본부는 최근 △서두원 전 본부장 MC 기용 △오전 7시대 공보 프로그램 편성 관련 안건으로 편성위원회를 열었다. 편성위에 참여한 PD들은 이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했으나, 사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서두원 전 본부장은 SBS에서 시사초점, 전망대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TBS.
문제는 박노황 이사장이 서두원 전 본부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고, 편성위원회에서 반대 의사를 보였음에도 사측이 이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거졌다. TBS PD협회는 25일 성명에서 “TBS 이사장은 방송편성에 간섭할 수 없다”며 “이사장은 물론 그 누구든 새로운 출연자나 진행자에 대해 방송편성권자에게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PD들을 중심으로 하는 편성위원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이사장의 입맛에 따라 편성이 강행된다면 이는 방송편성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방송법 위반이며, 이사장에 굴복한 편성권자의 모습 또한 TBS를 사랑하는 애청자를 우롱하는 처사일 것”이라고 했다.
TBS는 현재 외부 진행자를 대폭 축소하고 내부 직원 중심으로 라디오를 꾸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PD협회는 “가내 수공업으로 제작하는 지금의 TBS에서 새로운 외부 진행자는 대표 진행자로서의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체적으로 편성을 결정할 수 있어야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는 TBS를 만들 수 있다”면서 “편성위원회의 논의에 반하는 낙하산 MC 선정과 낙하산 프로그램 런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TBS 사측은 서두원 전 본부장·공보 프로그램 신설과 관련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서두원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SBS 출신인) 정태익 사장과 고민석 본부장은 잘 알고 있다”며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는데, 정 사장과 고 본부장 그리고 박 이사장이 협의하다가 내 이름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또 박 이사장이 자신을 추천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3자 협의에서 내 이름이 나온거다. 추천은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부동산에 맛들인 대기업들…제조업 기반 급속붕괴
50대 그룹 10년간 제조업 진출 줄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2년 연속 하락
대기업 제조업 외면에 고용 부진 심각
그런데도 정부는 "세제지원 확대" 엇박자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제조업은 뒷전이고 부동산과 임대업 같은 비제조업 계열사만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의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뒷걸음질하게 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에는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투자에 소극적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각종 세금 공제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자산 상위 50대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계열사들의 참여 업종을 분석한 자료를 26일 발표했다. 50대 대기업집단의 2177개 계열사의 참여 업종을 46개 분류표에 따라 분석했는데 부동산·임대업이 301개 사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건축업(292개)과 유통업(285개), 에너지업(233개), 서비스업(201개), 콘텐츠·엔터테인먼트업(181개) 등이 뒤를 이었다. 계열사 상위 10개 업종 중에 제조업은 유일하게 참여 기업이 줄었다. 제조업으로 분류된 기업은 10년 전 185개 사에서 현재 179개 업체로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업종별 증감 추이를 보면 부동산·임대업이 지난 10년간 193개 사(165.0%)가 증가하며 가장 많이 늘었다. 10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부동산·임대업 진출이 많았다. SK 계열사가 17개 사로 최다였고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16개 사로 뒤를 이었다. 한화 계열사도 13개 사에 달했다. 10그룹 외에는 DL(14개 사)과 넷마블(10개 사)의 부동산업 진출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임대업 등 비제조업에 눈을 돌리면서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기업들이 보유한 설비와 노동력, 작업환경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였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제조업가동률지수나 산업생산·출하·재고지수와 달리 구조적 측면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자료 : 리더스인덱스. 50대 기업 참여업종 개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50년 가까이 상승하기만 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사상 처음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GM대우 공장 철수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 특별한 요인 때문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역주행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주도했다. 역대 정부도 제조업 육성을 위해 이들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국가 차원의 육성 정책이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대기업의 제조업 참여가 줄어든 것은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2분기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5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69만명의 15.5%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1975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 취업자 추이 비교. 연합뉴스
대기업이 제조업 대신 부동산을 비롯한 비제조업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대기업집단 국세 감면액은 6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1% 늘어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3배가량 증가했다. 국세 감면 대상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세 감면 대상 중 대기업 비중은 10.9%였고 올해 전망치는 16.9%다. 경기침체와 부자 감세 정책이 겹치면서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세금을 아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내세워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경제단체 등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친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정부가 지원을 줄여도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투자하게 마련이다. 제조업 진출에는 소극적이면서 부동산·임대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도 이런 변화에 맞춰 대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시민언론민들레
한미일 동맹... 마침내 지옥문이 열렸다
[주장] 가장 좋지 않는 시기, 가장 좋지 않는 세 사람의 만남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하루가 다르게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한미일 3각동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땐 학술논문으로 정리하고 싶었으나 써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학문적 정합성보다 생생한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더 정밀한 분석과 실천적 과제를 담아 릴레이로 써주기를 바란다.
세상에 모든 일은 반드시 시작이 있으면 마지막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는 이것을 자주 망각한다. 오로지 눈앞의 현상만 쳐다보면서 일희일비하고 때로 말도 되지 않는 선동에 놀아나기도 한다.
북과 러시아의 만남, 그 함의를 둘러싸고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가 아니다. 그동안 미국과 우리 정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이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마냥 호들갑을 떨어대니 하는 말이다.
지난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별장에서 바이든, 기시다, 윤석열 한미일 3국의 정상은 노타이 차림으로 반갑게 얼싸 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황당하고 음습한 죽음의 골짜기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신 냉전의 한미일 3각 동맹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라고 하지만 본질은 미국의 지휘아래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는 전쟁동맹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미국은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를 벗어나 군사적으로 결탁하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한미일 3국정상은 캠프데이비드 원칙, 정신, 공약이라는 세 가지 문서를 채택하였다.1)
북핵을 비롯한 역내 안보위기에 3국 협의를 제도화하고 공동 대응키로 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그 핵심이다. 이 협력은 인도태평양 전체를 위한 것으로 기존 오커스, 쿼드2)와 함께 동북아와 인태지역 안보정세의 핵심축으로 스스로 규정지으며 정보공유, 메시지 동조화, 대응조치 조율, 3국 정상회담의 연례화 및 외교장관, 국가안보보좌관간 협의, 아울러 3국 재무장관회의, 상무산업장관 연례협의출범 등 다양한 합의를 하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안보체제 수준은 아니지만 사실상 공동 위협에 즉각적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사실상 준 동맹을 나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무엇보다 위험하고 또 가슴 아픈 것은 바로 얼마 전 평화롭게 공동번영하자고 그렇게 여러 차례 약속했던 북을 3국 공동위협의 명시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미일 3국은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 가동을 결정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재확인하며 3국 공동훈련을 연단위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북에 머물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더 본질적일 것이다. 중국의 남중국해에서 해상 영유권 주장을 불법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어떤 현상변경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을 직접적 위협대상으로 언급하고 특히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3국은 '잔혹한 침략자'로 러시아를 지목함으로 북, 중국, 러시아를 사실상 안보위협의 핵심대상으로 분명하게 명시하였다. 이로써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를 확고히 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것이 갖는 심각한 의미를 제대로 아는 걸까? 한국이 중국을 직접 거명한 공동성명에 참여하여 신 냉전구도의 한복판에 훅 다가서게 되었다는 그 엄청난 의미를 말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인태지역 안보지형의 중대한 변곡점이 분명하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 중 러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대한민국은 북 문제를 넘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위기발생시 미국 일본과 공동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를 가리켜 '한반도 압력솥'이라는 표현을 썼다.3)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가장 안보의 압박을 받을 것이며 이는 미국의 소위 확장억제력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수십년 경험에서 이미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무역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일 기업들이 지게 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관영통신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은 진영대결을 부추겨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디딤돌로 삼으려는 노골적인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미 일본은 작년 국가안보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개 문건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된 국가 안보 전략을 살펴보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안보 환경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언급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GDP 2%의 방위예산조치 및 반격능력도입 등 재무장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재무장의 목적은 적기지 타격의 반격 능력 강화를 의미하는데 반격 능력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곧 전쟁 능력을 일컫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판을 펼친 신냉전의 시작과 실전 상태로 접어든 한반도 상황을 명분 삼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전통적 결합양식이었던 창과 방패의 역할에서 이제 일본이 창의 역할을 분명히 맡아 나선 것이다.4) 마침내 패전국의 멍에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타국을 침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 일본의 숙원을 드디어 풀었다고 할까.
일본의 다음 수순은 군사력의 증강과 헌법 개정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일본은 작년 방위력 강화방침을 세우고 1조 5천억엔에 달하는 미국 무기 구매예산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예산에 미사일 공격을 받기 전 적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선제공격 무기인 토마호크 미사일 구매가 포함되어 있다. 반격이 아니라 선제공격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수방위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일본 헌법이 무용지물로 되어 버렸다.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면 할수록 그들의 침략적 본성은 더욱 드러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일본이 군사적 강국을 지향한 후 한반도를 침략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 문제는 이를 말리고 항의를 제기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가 도리어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11일 외교부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반격 능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하며 사실상 일본 움직임을 정당화하며 재무장화와 헌법개정에 날개를 달아주는 발언을 하였다.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라는 미명아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자위대 무장과 북 침공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윤석열 정부 외교부는 2022년 12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고 2023년 3월 국방부는 국방전략서, 6월 대통령 안보실은 국가안보전략서를 발표함으로 한국 안보 3문서를 책정하였다.
일본의 안보 3문서와 발을 맞춘 이 문서에 따르면 대중포위망의 전위부대로 대한민국이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핵협의 그룹(NSG)에 일본의 참가를 열어놓겠다고 발언하여 이제 한미일 연합훈련의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연합사로 발전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5)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그토록 원하는 한미일 동맹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선 일본과 관계회복을 최상의 목표로 하고 과감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24일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터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 "100년 전 일로 인해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게 설명하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강제징용도 그렇다. 100년이 다 지난 옛날 일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과거 프랑스와 병인양요, 미국과 신미양요도 과거사 아닌가? 일본과 임진왜란으로 올라가지 말라는 법이 있단 말인가? 중국과 병자호란도 사과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미래를 보고 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매일 과거사 타령인가? 그러기에 너무 시기가 급박하다.
지금 오염수 문제로 일본과 낯을 붉힐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정부보다 더 앞장서 "괴담"운운하며 일본의 후안무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를 두둔하고 나선 것도 모두 큰 뜻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너무 거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고 북은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는데 일본과 과거 역사 때문에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 한가하고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의 반대파들에게는 온갖 사기꾼, 반국가세력 등의 딱지를 부치고 야당대표가 오랜 단식으로 사경을 헤매도 단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잔인하게 체포 구속하려는 그가 일본에게 왜 이리 관대한 것일까? 왜 이렇게 일본과 손잡지 못해 안달일까? 누구보다 큰 형님 미국이 강력하게 이를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것이 본질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미국무부 차관 웬디셔면의 망언6)과, 하버드대학 램지어교수의 논문7)을 기억하는가? 최근 강제동원 제 3자 변제안에 대한 미국의 열렬한 환영은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보여준다. 미국은 과거사문제로 발목이 잡혀 한일이 손잡고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안타까움을 표시해왔다. 이제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J)은 8월의 캠프 데이비스 정상회의를 가리켜 "이 회의의 핵심목표는 한국과 일본의 결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며 "한일의 화해덕분에 미국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그들의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이 공을 들여 만든 윤석열 정부는 정말 미국의 숙원을 풀어준 것이다.
이는 결코 실수가 아니다. 형님 미국이 원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향해 얼마든지 받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아시아에서 근대화에 성공하고 러시아를 이겨버린 일본에게 조선을 넘겨주는 것이 밝은 미래를 안아오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던 이완용을 비롯한 많은 친일 정치인들이 걸어갔던 길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까지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 목표와 추진 형태가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추진 중인 인도 태평양 전략은 북을 압살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정치군사경제 각 분야에서 철저히 대결적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편승은 곧바로 중국의 반발과 대규모 경제적 압박, 북중러의 결집, 불필요한 대결을 불러올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쟁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미국이 공을 엄청나게 들인 것에 비한다면 신 냉전추구는 기대한 것보다 동력이 크게 붙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토국가들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전통적인 친미 국가들 역시 중국과 경제협력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8) 대다수의 국가들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는 레토릭과 다르게 러시아와 천연가스공급 등 여러 형태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 냉전 동력의 약화, 탈미 다극화 경향의 강화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은 일본의 재무장화 적극지원과 한미일 군사동맹 완성이었다. 그리고 이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은 갈수록 북과 중국을 향한 적대적 군사훈련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가장 예민하게 읽어야 하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한미일 동맹은 미국의 전쟁주의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때로 중국과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며 밀고 당기며 가겠지만 본질은 군사패권의 유지에 있다.
한동대 김준형 교수는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은 오랫동안 미국의 숙원사업이었던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주객관적 요소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한미일 3각 동맹은 세 번 추진되었다. 첫 시도는 80년대 전두환 시절, 레이건과 나까소네가 추진했다. 세 대통령의 극우적 공통점으로 잘 진행되었으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더 진행할 동력을 상실했다.
두 번째는 부시와 고이즈미가 추진했으나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자론에 막혀 더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향해 치닫는 미일동맹을 한반도에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마침내 바이든과 기시다 그리고 윤석열이 만들어 낸 한미일 동맹이다. 삼세판에 성공한 것이다. 가장 좋지 않는 시기, 가장 좋지 않는 세 사람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9)
원래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와 있는 미군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주둔하며 우리 군대는 미군과 함께 한반도 방위를 담당한다. 그런데 한미일동맹이 이루어지면 우리 군대가 일본을 방위하는데 동원되고 심지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욱일기를 흔들며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일본과 손잡고 같은 민족인 북을 공격하고 대만상륙작전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이것도 괴담이라고 할 것인가?
작년 프놈펜 선언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이 한미일 동맹의 흐름에 대해 샌프란시스코체제를 넘어 완벽하게 포츠머스 체제의 부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대 남기정 교수가 그렇게 말했다.
미국의 루즈벨트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포츠머스 조약11)은 러시아의 퇴장과 일본의 한반도 점령 기득권 인정을 통해 대륙침략의 발판을 만들어 준 체제이다. 이에 따라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일본은 동북아의 패자가 되었다. 연이어 가쓰라 태프트 밀약12)을 통해 미국과 일본은 완전히 서로의 이익을 지켜주는 동맹이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그 체제가 완벽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슴 섬뜩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대한민국이 그 밑에 기어 들어가는 형태야말로 '과거보다 조금 힘세진 식민지' 꼴이 아닌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온통 시끄럽기 그지없다.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온통 관심이 국내 정치문제로 쏠려 가고 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1)경향신문. 윤석열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이 '3국 협력의 지속력 있는 지침'이며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3국 협력의 비전과 그 이행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 협의에 대한 공약'은 '역내 도전과 도발, 위협이 발생했을 때 3국 간 협의, 정보공유, 메시지 조율, 대응 조치 등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2023.8.19
2) 4자 안보 대화 또는 4개국 안보 회담(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약칭 쿼드(Quad)는 미국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동맹국인 일본과 호주, 미국의 동맹국은 아니지만 일부 안보 사안에서 협력하는 인도를 합한 4개국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가지는 정기적 정상 회담, 또는 그러한 회담을 통해 구현되는 체제를 말한다. 형성 초기에는 외교장관급 회담이었으나,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되었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의 일환으로, 사실상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3) [환구시보사설]"일본과 한국이 미국에 '보초' 서는 대가는 엄청날 것." 2023.8.19
4) 남기정,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윤석열의 망국외교 이대로 좋은가" 2023.8.16
5) 남기정, 외교광장, "국제질서 대격변기 대한민국의 운명"
6) 웬디셔먼 미국무부차관 "(동북아에서) 민족주의 감정이 여전히 이용될 수 있으며, 어느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 WP2015.2.27
7) 램지어 교수. 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태평양 전쟁에서의 성적 계약)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IRLE; 한국어 번역: 국제법경제리뷰)》학술지 제65권 3월호. 2020년 3월. "위안부 피해자들은 자발적인 성노동자였으며, 위안부는 성노예나 전쟁 범죄가 아니라 매춘이다."
8) 신화망 한국어판 "中 시 주석, '제1회 중국-아랍 국가 정상회의' 기조연설서 중국-아랍 운명공도체 구축 강조"2022.12.11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모하메드 울드 엘-가자우아니 모리타니아 대통령,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 아지즈 아칸누쉬 모로코 총리, 아이만 베납데라흐마네 알제리 총리,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 등 21개 아랍연맹(AL)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9) 김준형,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이 온다. 크레타편집
10) 남기정,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대토론회 "윤석열의 망국외교, 이대로 둘 것인가?" 2023. 8. 16
11) 한국민족문학대백과사전. 포츠머스조약 1905년 8월 9일부터 미국 뉴우햄프셔주에 있는 조그마한 군항 도시 포츠머스주에서, 미국의 중재로 러일전쟁의 종전협상을 벌여 1905년 9월 5일 크게 다섯 가지 사항을 합의한 강화회담이다. 사실상 일본의 승리를 확인한 조약이었다.
12) 한국민족문학 대백과사전. "가쓰라-태프트협약은 1905년 7월 일본 수상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도쿄에서 대한제국과 필리핀에 대한 이해를 놓고 상호 구두로 양해한 합의이다.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통치상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 확립을 인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러일전쟁 후 한국에 대한 보호권 확립이 불안정한 상태의 일본과, 전후 필리핀 군도에 대한 일본의 야심을 우려하던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성립된 일종의 '구두 양해'였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탈취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 나갔다."
오마이뉴스 김창현(ch515)
'내 새끼 지상주의'를 넘어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형 학교를 향해
이제 성인이 된 우리 애의 왼쪽 볼에는 아주 작은 상처가 있다. 유치원 때, 친구와 싸우다가 긁힌 상처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미안해하셔서, 아내가 괜찮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다. 언젠가는 유치원 선생님께서 아내에게 전화하셔서 하소연하시기도 했다. '아이가 너무 활발해서 힘들다'는 말씀이었다. 아내는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집에서도 장난이 심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벌써 30여 년 전 이야기다. 당시엔 나뿐만 아니라, 대개 이런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은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인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생각도 강해졌다. 피해나 권리침해에 대해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고, 전투적으로 대응하는 정서도 강해져 있다.
오래전 학교폭력의 기억은 이렇다. 아이가 반에서 친구하고 싸웠는데, 머리에서 피가 약간 났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생긴 것이다. 그 당시에는 가해 학생이 집에 오면, 부모님들이 "이 녀석아, 친구를 때리다니"라며 호되게 야단을 쳤다. 반대로, 피해 학생이 울면서 집에 오면, 부모님이 "친구하고 싸우기도 하고 조금 다치기도 하는 게지, 그만한 일로 울고 그러느냐"라고 하곤 했다.
물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돼 있던 옛날이야기다. 실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학교폭력 사건도 많았다.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꾸준히 높아진 것은 한국이 더 나은 사회가 됐다는 방증이다.
이젠 다른 측면도 살필 때가 됐다. 실제 학교 폭력 사안 가운데는 아이들이 감당할 만한 경미한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까지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때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라떼는 말이야'라며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세태에 따른 새로운 문제도 살펴야 한다. 서이초 사태로 드러난 일부 학부모들의 공격적 민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합리적 행동이 낳은 비합리적 결과
▲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일부 학부모들은 1~2명뿐인 '금쪽이 같은 내 새끼'가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에, 또 너무도 안전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그리고 가끔 들려오는 심상찮은 학교폭력과 학대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아주 작은 사건에도 공격적 항의로 대응한다. 일단 공격적 대응을 기본으로 한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일견 '합리적' 행동이 그들의 의도와 달리 교사가 정당한 교육과 생활지도마저 포기하는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물론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화문에 모인 수십만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외쳤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른바 '내 새끼 지상주의'가 내 아이는 '금쪽이'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극단적 자기중심주의로 이어지고, 결국 교사의 교육 포기를 낳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인의 일견 합리적 행동이 결과적으로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 역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소가 오늘의 학교 교실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제 아이가 남을 배려하는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집단적 관계에서 소통 능력과 사회성을 갖춘 사회성 좋은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부 악성 민원인 학부모가 신고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교사들이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포기한다면, 학부모들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다.
물론 구조적 배경도 있다. 요즘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 돌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학교는 좁은 의미의 교육 외에 급식, 돌봄, 방과후학교, 위(Wee) 센터, 위(Wee) 클래스 등 심리 정서적 지원까지 다양하게 그 역할이 확대되어 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다르지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학부모는 좁은 의미의 교육뿐 아니라, 돌봄과 심리 정서적 지원까지 아우르는 모든 것을 교사에게 요구한다. 더구나 예전에는 가정의 역할이었던 인성교육이 요즘은 가정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에, 학교와 교사의 부담은 더욱 증폭돼 있다.
그 때문에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불만을 표할 영역이 확장돼 있다. 학부모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받던 지원을 초등학교에서도 받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따라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생긴다. 최고의 역량을 가진 지금의 교사들이 예전 교사보다 쉽게 소진되는 이유다. 또 악성 민원에 희생당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전국교대생연합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80명 가운데 51.1%가 "서이초 사건 후 무력감과 불안감으로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의 무리한 민원 역시 대개 선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젊은 교사들의 의욕 상실이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이 입는다.
교육청도 반성할 점이 있다
나도 교육행정책임자로서 자성하는 부분도 있다. 학부모 민원 처리 방식이 교사들의 무력감을 키웠다는 자성이다. 통상적인 교육청의 방식은 이렇다.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민원이 없는 상태, 즉 민원의 조용한 해결을 최고의 기준으로 두고, 민원을 조사하고 처리 방식을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민원 자체는 일단 정당하다고 전제하고, 민원을 일으킨 교사를 잠재적 '죄인'으로 설정한다. 애초 민원이 없는 상태가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이런 전제하에서 조사와 점검을 진행한다.
물론 교육청의 역할 역시 과거처럼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민원 처리 행정에 관한 한, 교사를 잠재적 죄인으로 전제하는 행태가 유지돼 왔다. 여기서도 일종의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물론 이는 시대적 변화의 반영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화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관(官)의 고압적 태도를 불식하고 주민 친화적 행정을 강조하게 되고, 그것이 공공기관의 민원 서비스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반영됐다. 예컨대 민원인이 얼마나 만족하는가, 반복 민원이 얼마나 적은가, 민원을 얼마나 더 많이 해결했는가 하는 등의 기준이 설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 민원의 질적 성격이나 정당성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민원의 조용한 해결, 민원 발생 빈도의 축소 등을 지향하게 된다. 당연히 학교 민원에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교사가 옥죄게 된다.
민주화 이후 관의 긍정적 변화를 악용하는 악성 민원인은 사태를 더욱 악화한다. 얼마 전 자녀의 '부회장 당선 무효'에 불만을 가진 한 학부모는 8건의 행정심판, 국민신문고 제출 민원 24건, 정보공개 29건을 제출했다. 관의 군림하는 태도를 불식하고 주민친화적 행정을 촉진하고자 마련된 법 제도가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민원과 항의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다.
광화문에서 한 교사는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인격 모독, 인격 살인을 적극적인 고발을 통해 처벌까지 이뤄지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공격적 문제 행동을 둘러싼 교실 풍경
▲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후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와 시민들이 교실과 가까운 곳에 마련된 추모장소에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권우성
교사의 위기를 만들어내는 교실의 또 다른 풍경을 보자. 공격적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 학생의 학부모는 그 모든 것이 관용되고 문제적 행동을 하더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자녀가 존중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고 느낄 때, 강력한 민원 제기자와 항의자가 된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한 아이의 폭력적 행위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시퍼렇게 질려 공포에 떨게 된다. 이때 두려워 떠는 학생의 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가 부당한 문제행동에 노출돼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가"라며 정반대 방향의 민원과 항의를 제기한다. 한 민원이 또 다른 민원의 출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한 관용은 다른 아이들의 유사한 문제행동 및 방종으로 이어져 교실에서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는 지난 20~30년 동안 독재하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자각 위에서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것을 선으로 생각해 왔고, 그것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반면에 나의 자유와 권리를 향한 행동이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혹여 침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 나의 자유와 권리가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위치 지워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바로 이런 모순적 상황에 교실과 교사가 처해 있음을 학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만을 중심에 놓는 행동이 결국 돌고 돌아 다른 학생들에게 그리고 궁극적으로 돌고 돌아 자신의 자녀 교육에도 피해로 돌아오는 악순환 말이다.
물론 모든 교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협력적이며, 많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이 일상이 되면서, 교실이 서서히 붕괴되고 그 부정적 효과가 다른 교실로 전염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날의 교실 붕괴는 경쟁적 대입 환경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개인의 작은 행동이 모여 완성된다는 점에 우리가 시선을 둬야 한다.
새삼 되새기는 문장.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육이 자녀의 성장과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역설적인 모순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광화문의 절규는 그런 현실이 단지 특수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말을 새삼 상기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수업할 권리가 보장돼야, 교사의 권위와 교육권이 온전히 보호되어야, 자녀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한 성찰적 인식과 전환이 필요하다. 자신의 합리적 행위가 초래하는 비합리적 결과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어렵게, 과거의 권위주의적 학교를 민주적 학교로 변화시켜 왔다. 민주적이라고 할 때는 학교 내 모든 주체들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여러 주체들의 권리가 상호충돌하고, 어떤 극단적 주체는 법제도를 자신의 권리만을 위해서 악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법제도를 명분삼아 교권을 침해하는 '내새끼 지상주의' 역시 하나의 선명한 사례다.
이제 이 민주적 학교 원리를 유지하면서도 더 나아가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어가야 한다. 본시 학교는 교육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모두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면서도 그 핵심에 선생님의 권위 그리고 교육권이 철저히 보장되고 그 권위가 살아있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나는 우리 사회 역시 권위주의적 사회를 넘어 민주적 사회로 전환돼 왔다면, 이제 그 성과 위에서 공동체형 사회를 만드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새삼스러운 표현이지만, 교육은 사랑이고 상호존중 위에 피어나는 꽃이다.
다양한 균열에도 상호 존중하는 협력적 문화를
민주적 학교의 또 다른 풍경도 있다. 학교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균열들이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학교가 단일한 세계인 듯싶지만, 그 안에는 여러 직종들이 있다. 관리자격인 교장, 교감도 있고, 행정실에는 행정실장을 포함한 다양한 직원이 있다. 공무직이라 불리는 직원들도 있다. 민간기업의 비정규직과 달리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이 보장된 학교 공무직은 50-60개의 직종이 있다. 보통 3~4가지 종류에 그치는 다른 민간 기업과 대조적이다.
그리고 이들 직종은 대부분 잘 조직화돼 있고, 노동조합도 활발하다. 선생님들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 급별로 차이가 크다. 가르치는 과목에 따른 차이 역시 크다. 이런 차이는 다양성인 동시에 균열이기도 하다. 작은 일의 분담을 가지고 일상적인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집단화 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과거 권위주의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이런 균열과 차이를 억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차이와 다양성으로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을 과업으로 삼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모두가 존중받고 또 그 기초 위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협력하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드는 과제가 중요하다.
학부모가 '내새끼 지상주의'에 충실하듯, 학교의 다른 주체들과 그 집단들은 '내 집단 지상주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당연히 학부모에게 호소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자기중심주의를 넘어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학생 인권을 둘러싼 논쟁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식의 과거 회귀가 아니라, 민주적 학교 시대에 이뤄진 발전을 전제하고, 그 위에서 교사의 교육권이 존중받고 더 나아가 모든 주체들이 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미래로 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세계가 부러워하듯,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변화하였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후진국을 탈피하여 선진국이 된 아주 드문 사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예외적인 나라다.
그런데 이런 성공은 '문제의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로 이어진다. 빈곤, 결핍, 권위주의적 억압, 인권 경시 등 후진국형 문제의 소멸인 동시에, 우리가 지금 직면하는 것과 같은 선진국형 문제의 도전이다. 서이초 사태 이후 드러난 학교의 위기는 우리가 바로 이런 새로운 문제에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대면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선진국형 학교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선진국의 그늘을 직시하면서 한국적 독창성을 결합한 한국적 선진국형 학교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다시 한 번 호소하고자 한다. '선생님을 믿어주세요'라고. 지금이라도 선생님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대전환의 여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부심을 갖듯,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나라다. 교육으로 나라를 세운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그 교육의 흔들림은 선생님의 권위와 교육권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것이다.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을 지금이라도 학부모들이 가져주시기를 소망한다.
이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처절하게 선생님의 교육권을 다시 세우는 노력에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그러나 교육이 중심에 서는 공동체적 학교를 향해 함께 가자고, 나는 간곡히 호소한다.
돈 받고 하는 일 외에, 돈 내고 하는 일을 아이들이 갖게 하자
지난 9월 23일에는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사)한기범희망나눔'이 주관하는 '희망농구올스타' 자선경기가 열렸다. 전 농구스타 한기범 선생님이 주관해서, 심장병 어린이, 다문화 학생들을 후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다. 현 농구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다. 이날 환영사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드렸던 말씀이 있다. 학부모들에게 당부 드리는 말씀이다.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돈 많이 받는 직업을 갖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십니다. 그에 더해서 우리 학생들이 '돈 내고 하는 일'을 하나 갖도록 해주십시오."
내가 대학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종종 했다.
"여러분들은 이제 대학을 떠나 직장을 잡을 것입니다. 그것은 돈 받고 하는 일입니다. 가급적 돈 많이 받는 직업을 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것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동시에 돈 내고 하는 일을 하나 찾으십시오. 돈 내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고 헌신할 때 여러분은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왜냐고요. 신이 인간을 그렇게 창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산업화 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더 잘 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고 미덕이었다. 민주화 시대에는 독재 하에서 억압된 자유, 권리 그리고 부당하게 침해된 개개인의 이익을 되찾고 확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당연히 우리는 모두가 잘 살고,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국가에 의해 보장받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대되고, 개개인이나 소속 집단이익이 극대화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을 위해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서, 때로는 자기 것을 희생하는 미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의 권익만이 아니라 타인의 권익을 위해 양보하는 미덕, 나와 가족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생각하는 미덕이 필요할 수 있다. 본시 사회는 모든 개인이 모여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체적 학교와 사회는 아마도 그런 미덕 위에서 꽃피울 것이다.
광화문 1차 집회에서 한 선생님은 이렇게 외쳤다.
"교육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제 우리 모두 공동체적 학교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자. 모두가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이 새로운 과제를 위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으자. 정답이 없는 이 여정 위에서 말이다.
오마이뉴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유창훈 판사가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한 이유 [전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검찰에서 청구된 구속영장을 28일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800자가량인 장문의 기각 사유에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소명된다고 판단했고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전문
1. 피의자명 : 이재명
2. 피의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3. 결과: 기각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담당법관 :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가난도 지역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1인 가구 빈곤율 비교해보니
농어촌의 1인 가구가 도시 1인 가구보다 빈곤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는 청년과 중년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더 높았고, 농어촌은 장년과 노년층의 빈곤율이 더 높은 차이가 있었다.
최근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도농 1인 가구 빈곤 특성 비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도시의 1인 가구가 26.6%, 농어촌 1인 가구가 5.2%다. 도시 1인 가구는 2021년까지 24~25%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최대 26.7%까지 늘어났다. 농어촌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대비 5% 초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1인 가구 증가 역시 농어촌보다는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연령은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농어촌의 경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지난해 4분기 42.7%로 가장 많지만, 도시는 19~34세의 1인 가구가 32.9%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도시 지역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1.6%로 농어촌의 절반 수준이었다. 농어촌의 19~34세 1인 가구는 12.1%로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층이 농어촌으로 귀촌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빈곤율은 전체 가구 빈곤율보다 높다. 시장소득이 중위 30% 미만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지난해 4분기 28.8%로 같은 시기 전체 가구 빈곤율보다 11.6%포인트 높았다. 특히 농촌 1인 가구 빈곤율이 도시 1인 가구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중위 50% 미만을 기준으로 보면 농촌 거주 1인 가구의 절반(50.1%)은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처분소득으로 보면 정부의 공적이전 효과로 빈곤율의 격차가 줄어든다. 가처분소득이 중위 30% 미만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지난해 4분기 15.1%로 시장소득 기준보다 10%포인트 넘게 낮았다. 도농 간의 격차도 적다. 농촌 1인 가구의 중위 30% 미만 빈곤율은 18.9%, 도시 1인 가구의 빈곤율은 14.3%로 4.6%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연구진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도시 거주 1인 가구보다는 농어촌 거주 1인 가구에 좀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과 지역을 함께 비교해보면, ‘청년’(19~34세)과 ‘중년’(50~64세)의 경우 농어촌보다 도시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더 높았다. 도시는 농촌에 비해 소득을 창출할 기회가 높지만 취업 전까지 생활이 어렵다는 점에서 1인 청년층의 빈곤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도시의 50대 노동자는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 후 불안정한 직업에 참여하는 시기라 빈곤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35~49세 등 장년층과 65세 이상 노년층은 농촌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더 높았다. 35~49세는 한참 일을 통해 사회 기여와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는 세대인데, 연구진은 이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것으로 빈곤을 경험한다는 것은 농촌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지역소멸 현상을 의미한다고 봤다. 65세 이상의 경우 도시와 농촌 모두 빈곤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지역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귀농·귀촌이 늘어나고 있지만, 2022년 기준으로 귀농인의 75.3%, 귀어인의 77.3%, 귀촌 가구의 77.6%가 1인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경향
MZ가 바꾼 변화...명철 차례 없이 해외 여행 간다
추석 연휴 해외 여행 예약 건수 전년대비 560% '껑충'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제사와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차례상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식이다.
29일 여행 이커머스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한국의 해외여행 상품 예약건수는 전년 대비 568% 증가했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미주·유럽 여행 상품 예약건수는 283% 성장했다.
차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46.0%는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도 30.0%로 적지 않았으며, 여행을 가겠다는 응답은 22.4%였다.
추석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이용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760여명에게 추가로 설문해보니 국내 여행 일정은 평균 3.4일, 해외여행 일정은 평균 5.3일을 잡고 있었다. 실제 하나투어 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가 포함된 9월 29일~10월 8일 출발하는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올해 여름 성수기(7월 27일~8월 5일)보다 약 30% 많았다.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부담으로 명절 가족 간 만남마저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등 3개 유교문화 단체는 올해 1월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고 ‘제사를 간소하게 지낼 것’을 권고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이다. 이외의 구성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사계전서’ 등 예법 책에 의하면 전, 튀김 등 기름이 들어간 음식은 오히려 예가 아니라고 나오는 등 차례상 필수 음식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사회로 진입하고 코로나19 이후 차례와 제사가 간소화된 영향 등으로 추석 풍경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유시민 비판 받으며 정치판에 소환된 '펨코 이대남'
'펨코'로 살펴본 '이대남 현상'…국내 첫 분석 논문
'김치녀' 조롱 '일베'와 달리 정치세력화 된 '이대남'
"신자유주의·시장주의 기반한 공정성…혐오 정당화"
페미니즘이 불공정하다고? '공정의 가치' 알려줘야
다시 정치판으로 소환된 ‘이대남’
‘이대남’이 다시 정치판으로 불려왔다. 유시민 작가가 지난 22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서 ‘이대남’과 ‘펨코’를 비판한 게 계기였다. 유 작가는 방송에서 ‘이대남’ 세대에게 “불평만 하지 말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 요구를 표출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대결하라”는 취지의 ‘충고’를 했다. 펨코 비판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보수언론 등 일부 매체들은 유 작가의 특정 워딩을 꼬투리 잡아 비난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김종혁 전 비대위원 등 여권 인사들이 비난에 가세했다. 최근의 선거 때마다 이슈로 떠올랐던 ‘이대남’이 다시 정치판으로 소환된 모양새다.
펨코(에펨코리아)는 ‘혐오 양산’으로 유명한 초대형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다. 이들의 혐오 대상은 여성은 물론 난민·흑인·무슬림·조선족·중국인·성소수자 등으로 무차별적이다. 언어도 거칠어 성소수자를 XX충으로 부를 정도다. 한 시기 ‘친 이준석’ 성향을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펨코는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 학자들의 연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일베에 대한 논문이나 단행본이 종종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펨코' 게시판 이용자들의 주요 단어 가중치(표)
흥미로운 논문…‘펨코’로 살펴본 ‘이대남 현상’
이런 가운데 시민언론 민들레가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찾아냈다. 김선영(경남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로 살펴본 ‘이대남 현상’>(한국언론정보학보, 2023년 4월호)이다. ‘이대남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저자는 2021년 4월 1일~2022년 3월 31일 펨코의 정치·시사 게시판에 올라온 6만 3030건의 글을 분석하여 ‘이대남’의 머릿속을 들여다 봤다. 저자는 무엇을 보았을까.
‘이대남’의 페미니즘 비난은 과거 ‘일베’들의 ‘김치녀’ 비난과 달라
페미니즘은 핵심 키워드였다. 페미니즘은 ‘여성’ ‘민주당’ ‘반대’ ‘안티’ ‘정책’ 등의 키워드와 연계돼 나타나는 현상을 보였다. 페미니즘은 ‘이대남’ 관련 핵심 키워드이기도 했다.
핵심 키워드 간의 연결망 구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페미니즘’과 ‘여성’이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으며 ‘여성’은 ‘페미니즘’ ‘혐오’ ‘가족부’ ‘할당제’ ‘정책’ ‘인권’ 등 키워드와 연계돼 있었다.
특히 ‘여성’→‘가족부’→‘폐지’→‘공약’의 연결망이 강하게 나타났다. 펨코 커뮤니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관련 이슈가 많이 언급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결과에서 두 가지를 주목했다. 우선 ‘이대남’(펨코 게시판 이용자들)의 페미니즘 비난은 여성 친화적 제도 및 정책 문제와 결부돼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일베의 ‘김치녀’ 비난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김치녀’ 비난은 여성 개인에 국한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남’은 페미니즘을 비난하며 제도와 정책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었다.
페미니즘이 ‘반대’ ‘안티’ ‘혐오’ 등의 키워드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대남’이 페미니즘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8년 3월 27일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저장소' 폐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시는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폐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비판 여론이 높던 시기였다. 와이티엔 뉴스 화면
“성차별은 반대하지만 페미니즘은 불공정”?
‘이대남’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문제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이었다. 현상적으로 반페미니즘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진짜 하고싶은 말은 ‘공정성’이라는 얘기다. 그 예로 ‘이대남’들은 “성차별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여성할당제나 여성가산점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성평등’과 ‘반페니즘’은 서로 모순돼 보인다. 저자는 이에 대해 “페미니즘 이슈를 단순히 젠더 문제가 아닌 ‘공정성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것은 ‘이대남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에 기반한 ‘이대남의 공정성’
‘이대남’이 주장하는 ‘공정성’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공정성’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보상이나 가치를 분배해야 한다는 능력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은 ‘이대남’이 페미니즘을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의미화하며 여성 및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또한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은 모든 사람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맞물려 있다.
이런 논리에서 ‘페미니즘=공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등식이 나온다. 이 등식은 다시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논리적 근거로 채택된다. 또 여성은 개인적 노력과 공정의 원칙이 아닌 ‘국가 찬스’를 통해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부여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대남’이 여성할당제 등을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주의와 결합한 공정성, 약자 혐오 정당화”
‘이대남’이 생각하는 공정성은 교환 가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교환 가치의 기본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환 가치 관점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양성 존중’ ‘다문화 인정’ ‘약자와 소수자 배려’ 같은 가치는 혐오 대상이 된다.
저자는 “시장주의와 결합하여 형성된 공정성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베’와 달리 정치세력 된 ‘이대남’
저자는 “일베 유저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공유되고 회자 되었던 것들이 에펨코리아 유저들에게는 특정 정당 세력의 정치적 의제로 인하여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icacy)’으로 발휘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대남 현상’은 우익 포퓰리즘과 일정 부분 공명해서 나타나고 있는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의 불만과 분노를 정치세력화하였다는 점에서는 ‘일베 현상’과는 확연한 차별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어 “언론이 이들의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에 (긍정적·부정적이든 간에 일정부분)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해 2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개최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2.9 연합뉴스
‘이대남’에게 공정의 가치 알려줘야
‘이대남’들의 사고 체계에서 ‘여성 혐오=불공정성 혐오’다. 불공정에 대한 생각이 기성 세대와 다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의 이른바 ‘대학입시 특혜 의혹’을 바라보는 세대간 시각차가 여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정치계든 학계든 간에 우리 사회에 ‘공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가 그토록 공정을 말하고 공정을 원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무엇이 공정인지를 제대로 제시한 적이 있었던가? 또한 공정사회를 열망하기 전에 공정의 가치에 대해 청년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친 적이 있었던가?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될 때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서울의 달’에서 ‘펜트하우스’까지…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의 역사
“새벽부터 한밤까지 근심 잘 날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네 우리동네 달동네”- 드라마 <달동네>의 주제가 일부
1980년부터 1981년까지 방영된 일일드라마 <달동네>는 제목 그대로 도시 고지대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합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세무서 과장으로 정년퇴직한 ‘김과장댁’을 중심으로 방앗간을 운영하는 이무기댁, 이발소집 염병권댁 등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수 있는 여섯가구의 희노애락을 다룹니다.
‘달동네’는 당시에도 최하층 도시노동자들이 모여사는 주거공간이었지만, 드라마는 이곳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박한 ‘서울살이’ 속에서도 넉넉한 고향 인심이 남아있는 포근한 공간이자, 머지 않아 ‘중산층’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의 터전으로 묘사하죠.
드라마 <달동네>의 한장면. 유튜브 채널 <옛날TV : KBS archive> 갈무리.
“너는 인간 쓰레기야. 물론 나는 너보다 더한 쓰레기고.... 우린 결국 쓰레기통에서 만난거야... 난 지금 쓰레기통에서 나가고 싶을 뿐이야.”- 드라마 <서울의 달> 중 주인공 흥식의 대사
군사독재정권이 막을 내리고 경제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던 90년대에 들어서자, 달동네에 대한 이미지는 달라집니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은 달동네를 ‘탈출’하지 못하는 도시 빈곤층들의 어긋난 욕망을 그립니다.
한탕을 꿈꾸며 달동네 탈출을 바라는 제비족 홍식(한석규), 홍식에게 속아 서울에서 상경한 고향친구 춘섭(최민식), 대학나온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려는 영숙(채시라) 등 … 이들은 도시화의 낙오자이자, 산 아래의 외부세계와 격리된 하층민들로 묘사되죠.
이는 198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강남개발과 도시재개발, 대규모 주택 공급에서 달동네 거주민들이 소외되고 분리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드라마 <서울의 달>의 한장면. 유튜브 채널 <옛드:MBC 레전드 드라마> 갈무리
“전 우리 SKY캐슬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라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드라마 중 주인공 서진의 대사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일반화된 2000년대는 어떨까요. 가난한 주인공이 비좁은 옥탑방에 사는 드라마가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80~90년대와 같이 빈곤층 밀집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SKY캐슬>과 <펜트하우스>처럼 강남 지역 상류층 거주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연이어 인기를 끌었죠.
이곳에 사는 거주민들은 변호사·의사 등 ‘엘리트 계층’으로, 부동산을 통해 부의 축적을 이루고 계층 세습을 위해 자녀 교육에 집착하는 인물들로 그려집니다. 스스로를 선택받은 특권층으로 여기는 주민들은 오윤희의 딸 배로나(펜트하우스), 강예서의 라이벌 김혜나(SKY캐슬)와 같은 ‘외부인’의 존재를 ‘침입’으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드라마 <SKY캐슬> 예고편 한장면. 유튜브 채널 ‘JTBC Drama’ 갈무리
거주지분리,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 중심으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의 특성 및 변화>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방영된 TV 드라마를 통해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 현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해냅니다. 그리고 거주지 분리의 주체가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해내죠.
뉴타운(재개발)사업 직전의 아현동 달동네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보고서가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이촌향도(도시유입인구 급증) 흐름 속에 처음 등장한 ‘판자촌’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신도시 중심의 대규모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화와 이로 인한 갈등도 표면화되기 시작합니다. 택지 개발 과정에서 달동네 일부는 강압적으로 해체됐고, 신도시와 구도시, 민영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차별이 사회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주택 가격 급상승기였던 2000년대 이후로는 이른바 ‘타워팰리스’ ‘강남 8학군’으로 상징되는 배타적인 상류층 거주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됐고요.
보고서는 이러한 양상을 실증적인 수치로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적인 소득불평등은 다소 완화됐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전국 시군구 평균 소득지니계수는 0.514였는데, 2021년에는 약 0.470으로 다소 감소했습니다. 소득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으로, 4년전보다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이 일부 완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토연이 개인소득빅데이터(KCB·Korea Credit Bureau)를 활용하여 시군구 단위에서의 거주지 분리 정도를 측정한 결과, 거주지 분리 지수는 2017년 0.013에서 2021년 0.015로 4년 전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광역시의 거주지 분리지수가 0.019(2021년 기준)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은 0.018, 비수도권은 0.013이었습니다. 소득에 따른 ‘끼리끼리’ 현상이 광역시·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죠.
보고서는 “2009년 이후 소득불평등 수준이 개선됐는데도 불구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공간 분리 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거주지의 분리가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17년~2021년 사이 신규 주택 공급이 소득 수준에 따른 공간분리를 다소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등장, 어떻게 봐야할까
최근 고소득층 중심으로 나타난 공간적 분리를 정책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한지,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계층 혼합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낙인효과 심화, 사회 갈등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게이티드 커뮤니티’(단지에 보안장치나 물리적 장벽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는 것)의 확산은 “시민 모두가 공통적으로 누려야 하는 도시 경관에 대한 접근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한강 경관’을 공공재로 인식할 것인가, 사유재로 인식할 것인가에 따라 재건축 층수 규제 이슈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교통이나 교육 등 사회서비스가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계층의 거주지 중심으로 집중되면 될수록, 저소득층의 이동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 있고요.
경향 심윤지 기자
‘공무원 중 가장 별로라고요?’ 현직 환경미화원이 공개한 연봉표
국내 채용시장의 전망이 한층 어두워진 가운데 초봉 최소 3천이라는 고소득에 준 공무원급인 한 직종이 구직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바로 환경미화원이다. 한때 기피되는 직종 중 하나였던 환경미화원은 정년이 보장된 데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연봉이 웬만한 중소기업 임원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경남 진주시의 5명 정원 환경미화원 채용공고에 무려 11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창원시 역시 17명 채용 정원에 총 727명이 지원해 무려 42.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고시 경쟁률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보여줬다.
환경미화원이 되기 위해서는 모래 마대 들고 왕복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악력 측정 등 체력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 체력 검정에서 통과한 사람은 환경미화원에게 필요한 직업적 소양인 책임감, 성실성, 대민 봉사 자세, 직업의식 등을 기반으로 면접을 치르게 된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송파구의 환경미화원의 초봉은 약 5,466만 원으로 기본금에 상여금, 명절휴가비, 각종 수당을 더하면 그 정도 안팎의 연봉을 받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환경미화원의 입사 첫해 연봉은 서울특별시는 5,000~5,500만 원(세전 기준), 6대 광역시는 4,000~4,500만 원, 일반 중소도시는 3,200~3,500만 원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이 높다는 장점 외에도 건강 등에 이상이 없는 한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환경미화원이 고용 불안정 사회에 정년이 보장될뿐더러 높은 연봉을 받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만큼 업무가 강도 높다. 한 환경미화원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차를 이용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은 힘들지 않으나 정말로 힘든 것은 매립장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그는 “생리대, 기저귀, 대변이 묻은 휴지 등을 손으로 일일이 분류해야 한다”며 “여름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매립장에서 일하다 보면 입안으로 파리가 들어오거나 옷에 구더기가 들러붙어 있는 건 일상이다”라고 말했다.
논현일보 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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