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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10.10~13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평균월급 1627만원 받은 18세 고등학생

by 이성근 2023. 10. 9.

이게 무슨 말이야"한글 파괴 무관심한 정부·지자체

하마스, 이 시기에 이스라엘 기습 게릴라전 감행한 이유

광화문 '조선어학회 한글수호 기념탑' 옆 친일파 시비

아이들과 영어 없는 물건 찾기 내기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일제강점기 목숨 걸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킨 사람들

지방교부세 가장 많이 깎인 지자체는 경북···17000억원 줄어

역대 최고 고용률? '빛 좋은 개살구'취업자 절반이 '단기 근로자

빈곤가구 59% “저축 못해91%만성질환자 있다

101주 여론조사

빚투·영끌로 진 국민 빚 연간 476조원···20·30대 부채도 133조원 웃돌아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평균월급 1627만원 받은 18세 고등학생어디서 일하나 봤더

상반기 500대 기업 평균 이자보상배율 1.16

이어지는 해외언론의 '윤석열 정부 조롱과 비판

정치하는엄마들,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언론사 19곳 고발

닭장에 갇힌 이스라엘 어린이? "전쟁 전 촬영, 거짓 영상

오세훈표 '신통기획',부동산 투기판만 더 조장한다

10조 기부하고 떠난 억만장자, 2칸 소형 아파트에서 눈 감다

민간인 고의적 학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진짜 이유

촛불집회 극좌” “주사파로 말미암아이념 공세 전쟁터 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

동아일보, 보궐선거 여당 참패에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세계지도자 연령분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풍전등화 정의당

'이재명 구속 기각' 판사 비난 현수막까지... 검찰 "고발 각하

미국사회 흔든 하버드대생들의 당찬 '이스라엘 비판

김행의 '부끄러운 황색언론'에 기여한 '큰 언론사들

언중위 '잘못된 보도' 판정률 1위 채널A, 2TV조선

BBC는 왜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지 않는가

정부 '가짜뉴스 몰이'국산 네이버·다음 '벼랑끝

 

 

이게 무슨 말이야"한글 파괴 무관심한 정부·지자체

신조어·줄임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져 우리말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서울시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 지적 건수. 서울시 국어 사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검토보고

2022 서울시 공공언어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용 문서, 정책 용어 및 제목 등에 등장하는 공공언어 관련 지적 644건 중 70% 가량인 449건이 외국어와 외국문자 사용에 관한 지적이었다. 또 국어 단체 쉬운 우리말을 쓰자에 따르면 20231~7월 기준 중앙정부기관의 보도자료의 표기 남용지수 평균은 5.4, 보도자료의 표현 남용 지수는 6.3였다. 표기 남용지수와 표현 남용지수는 각각 1000개 낱말을 기준으로 외국 문자와 낱말을 쓴 정도를 나타낸다. 중앙정부기관 보도자료에서 사용된 외국어 다빈도 표기는 K, AI(인공지능), TF(전담조직) 등이었고 표현에서는 글로벌, 포럼, 모니터링, 규제 샌드박스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어기본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어책임관들이 공공기관 별로 지정돼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지정된 국어책임관이 전문성을 띈 공무원들이 아닌 겸직 형태로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본인이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돼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홍보 담당하시는 분들이 국어책임관을 겸임 하고 있다 보니 홍보가 주 업무고 보통 연 단위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서 이런 업무를 하는 개인들에게만 말할 것이 아니라 단체장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의 경우 시도 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울산시의 경우는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울산시는2022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보도자료에서 외국어 용어 대신 우리말을, 외국 글자 대신 한글을 사용하려고 가장 노력하며 성과를 유지하는 자치단체로 꼽혔다.

누구나 쉽게 이해해야 할 공용 문서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려운 외국어 표기 및 표현을 우리말로 변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야'한글 파괴 무관심한 정부·지자체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 조사 결과. 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문화연대 등 국어 단체와 언론단체들이 20237월 성인 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 조사' 결과 총 16개의 국제 조직 중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제외한 12개 조직의 인지도 평균은 12%에 불과했다.

보통 로마자 약칭으로 표기하는 이들 기구를 단번에 인지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드러났지만 기구 명칭을 보건기구, 경협기구, 무역기구 등 우리말 약칭으로 바꿨을 때의 수용도는 71.2%에 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71.5%의 인지도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차 무리말 약칭인 보건기구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7.6%를 기록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어려운 공공언어, 감수성에 맞지 않는 표현, 전문어를 가장한 외국어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공공 언어는 시민과의 소통인 만큼 쉽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과 잘 소통될지 검토하는 사람으로서

국어책임관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재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이승령 기자

 

하마스, 이 시기에 이스라엘 기습 게릴라전 감행한 이유

분쟁 만들고 참상 외면한 서방 비난자격 없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8(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대적 공세를 가한 뒤 발생한 이번 충돌로 지금까지 양측에서 1100명 이상이 숨졌다. 2023.10.09. AFP 연합뉴스

7일 새벽 안개 속에서 감행된 하마스의 기습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에 거듭돼 온 유혈충돌들 가운데 최대 최악의 경우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제1당이 된 뒤 극우 정파들과 연합해 재집권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른쪽으로 기운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기습 직후 전쟁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흔히 제몇차 중동전쟁으로 일컫는 그런 전쟁과는 양상이 전혀 달라 보인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온 이슬람 정치조직이자 무장세력 하마스의 육해공을 통한 기습공격과 공습까지 감행한 이스라엘군의 반격 속에 8일 밤까지 이스라엘은 40여 명의 군인을 포함해서 700여명이 죽고 21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이스라엘 미디어들은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도 적어도 20여 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해 413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지고 23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8(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모스크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날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가한 뒤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양측에서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10.09. 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중동전쟁들과는 다른 전쟁

또 하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 군의 총격으로 7명이 사망했으며, 하마스는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인들을 볼모로 잡아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마스쪽은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는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인들과 맞교환할 수 있는 인질들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8일 현재까지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1단계 충돌은 일단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규모의 철저한 보복전을 공언했지만, 시나이 반도나 골란고원 등 이스라엘 외부에서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 아랍국들 군대와 이스라엘이 충돌했던 예전의 중동전쟁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통치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 내부에서 감행한 기습적인 대규모 게릴라전이다. 따라서 향후 사태전개도 과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마스가 다수의 이스라엘인들을 인질로 잡아간 것도 전투 위주의 통상적인 전쟁보다는 기습의 충격효과와 선전, 협상을 통한 목적 달성을 노린 전술로 보인다. 요란한 2천여 발의 로켓 공격은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한 방패막이일 뿐이라고 하마스쪽은 밝혔다.

8(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건물이 붕괴한 모습. 이스라엘을 겨냥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지금까지 양측에서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10.09. EPA 연합뉴스

이미 목적을 달성한 하마스

그런 면에서 하마스는 목적의 상당부분을 이미 달성했다.<이코노미스트>8일 하마스의 이번 기습작전으로 2000년대 초에 일어난 제2차 인티파다(이스라엘 지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들의 대규모 봉기) 이후 이스라엘 우익 집권세력이 유지해 온 통치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2차 인티파다(2001~2005)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대신 높은 장벽을 쌓아 가자지구를 철저히 분리, 봉쇄했다.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는 전투적인 하마스가 지배하는 이스라엘 서남단의 가자지구와 온건한 파타당이 지배하는 북쪽의 예전 사마리아땅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철저히 분리됐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우익 집권세력은 이런 분할통치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은 지금 바이든 정부와 네타냐후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아랍 간의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정상화를 통한 중동질서 재편 구도에 유리한 토대를 제공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이런 방식의 외교전략에서 아예 국외자로 배제해 버렸다. 2020년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국교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고, 모로코와 수단까지 동참했다. 이번 주 말쯤에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대열에 공식적으로 가담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있었다. 하마스가 기습공격 일자를 7일로 잡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19(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며 이스라엘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시위로 팔레스타인인 1명이 사망했다. 2023.09.20. UPI 연합뉴스

수정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통치전략

하마스의 기습은 이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할통치와 우파 유대인들의 입식지 확장을 통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사실상의 통합, 그리고 친서방적인 비적대적 질서로의 중동 재편 외교전략 모두가 이스라엘 극우 집권세력의 계산대로 진행되진 못할 것이라는 점을 확고히 각인시켰다. 설사 아랍과의 관계 재설정이 결국 미국의 뜻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을 배제하려는 이스라엘 극우세력 구상대로 가진 못할 것이라는 게 이번 사태로 분명해졌다.

2002년에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1967)으로 점령한 땅(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는 하지 않겠다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그것을 주도한 나라가 사우디였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으로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내버려 둔 채 이스라에과 손잡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불가능해졌다. 이번 기습을 통해 하마스가 노린 가장 중요한 표적 중의 하나가 이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쨌든 지난 20여년 간 이스라엘 우익세력이 추구해 왔고 성공하는 듯 보였던 팔레스타인 분할통치와 배제전략이 이제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새로운 전략, 팔레스타인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공생하는 쪽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20(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열린 시위 도중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친구의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최근 요르단강 서안지구과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군과의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6명이 사망했다. 2023.09.21 AFP 연합뉴스

하마스는 왜 자금 공격했나?

하마스는 왜 이 시기에 공격을 감행했을까?이스라엘 주재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직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제사업기구 직원 등을 지낸 일본 방위대학교의 다테야마 료지 명예교수(인문사회과학군 국제관계학과, 중동정치)7<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에 가자지구애서 하마스를 비판하는 주민들의 데모가 일어난 매우 이례적인 사태에 주목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최근 실업률은 46%, 15~29세 젊은층의 실업률은 무려 59%에 이른다. 이스라엘로부터 철저히 봉쇄, 배제당하고 있는 365km²의 일개 군만한 면적에 가난한 230만 명의 인구가 차별받고 사는 열악한 환경에서 앞으로도 이런 극한상태를 면할 가망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온건파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비판하며 하마스를 지지했다. 그런데 네타냐후 극우정권 집권 이후 그들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팔레스타인 상황 속에서도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하마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1996년 첫 총리가 된 뒤 6차례 집권하다 2019년에 불거진 뇌물수수 부패사건으로 2021년 사퇴했다가 지난해 말 재집권한 네타냐후는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연정을 꾸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더욱 극우로 기울었다. 그 결과 면적 5860km²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공세적인 입식확장 정책을 펴면서 반테러전쟁명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혹독하게 억압하고 탄압했다.

지난 6~7월에 유대인 극우 정착민들이 조직적으로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고 집과 땅을 빼앗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이스라엘 군경은 입식자들 편에 서서 주민들의 저항을 테러로 몰아 잔혹하게 탄압했다. 그 결과 올해에만 적어도 24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숨졌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1(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대법원'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12일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심사를 개시했다. 2023.09.12. 로이터 연합뉴스

오래된 전쟁

일방적이긴 하지만 전쟁은 하마스의 이번 기습 이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2021년에도 하마스는 4천발이나 되는 로켓을 11일 동안 이스라엘을 향해 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반나절만에 2500발 이상의 로켓을 쏘고 적어도 수백명의 하마스 무장 전투원들이 10미터 높이의 가자 분리장벽을 폭약, 블도저 등으로 무너뜨리거나 치안부대가 지키는 관문을 장악한 뒤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전면적인 기습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수십년 전부터 압도적인 무력과 정보력을 지닌 이스라엘이 벌인 전쟁한가운데서 살아 왔다.

네타냐후 재집권 이후 그런 상황이 주민들이 더는 견뎌낼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한 것이고, 하마스도 자신들의 존재증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렸다.

하마스는 이런 상황에서 기습을 팔레스타인을 사실상 내버리는 정책에 동조한 이스라엘과 아랍세계에 수백명의 목숨을 걸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세계의 여론을 자신들 편으로 돌리고, 요르단강 서안까지 포함하는 전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통치 주도권을 쥐려고 하지 않았을까.

기습을 감행한 107일은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73106일을 의식하고 정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기습의 외부적 요인

하마스가 지금 기습을 감행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고 사우디까지 가담하고 있는 중동질서 재편이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것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막아야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한 플레이어로 인정받아야 그들에게도 미래가 있다.

미국은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대사관까지 옮기겠다며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고, 이스라엘 우익은 환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정상의 회담은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9개월 만에 이뤄졌으며 백악관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됐다. 2023.09.21. AFP 연합뉴스

기습의 이스라엘 국내정치적 요인

그리고 네타냐후 재집권 이후의 이스라엘 국내정치의 혼돈과 분열도 기습을 감행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극우정권의 권력남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대법원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네타냐후 정권이 강행한 사법개혁은 대규모의 대중저항을 불러 이스라엘 사회를 준내전상태로 몰아갔다. 정보분야 예비역 장병들까지 들고 일어나 군부까지 흔들렸다. 게다가 극우파들이 점령지구 입식 확장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면서 조성된 요르단 서안지구 내의 충돌과 혼란도 가자지구와 하마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 기습 때 아이언 돔등으로 무장하고 하마스와 자치정부의 모든 통화내용까지 감청하는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들이 하마스의 기습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자만한 이스라엘이 설사 그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했다 할지라도 하마스가 그런 대규모 기습을 감행할 능력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회담하는 사이 친민주주의 성향의 이스라엘인들과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이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한 참가자는 네타냐후 총리를 "이스라엘의 파괴자"라고 비난하는 팻말을 들었다. 2023.09.21. 로이터 연합뉴스

오슬로 합의, 분단으로 역행한 역사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하고 두 지역을 장차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로 만들기로 하고 잠정적인 자치기간을 두기로 합의한 것이 1993년의 오슬로 합의였다. 이는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제1차 인티파다로 무수히 희생당한 팔레스타인인들 목숨의 대가였다. 양쪽 간의 대립이 그대로는 통치가 불가능할 정도의 위험 상태가 돼서야 이스라엘은 점령지에서 한 발 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치를 허용한다는데 동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인 19942월에 자치지구 헤브론의 이슬람 모스크를 과격파 유대인들이 습격해 주민 29명을 살해했고, 그 다음해인 199511월에는 아라파트 팔레스타인민족해방기구(PLO) 의장이자 파타당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와 함께 오슬로 합의에 서명했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 과격파 청년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팔레스타인 쪽은 잇따른 자살폭탄으로 저항했다. 하마스는 처음부터 이스라옐의 팔레스타인 지배와 통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팔레스타인은 그들이 오래 터잡고 살아 온 그들의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이 하늘이 그들에게 내린 땅이라며 그런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적대했다.

한마디로 오슬로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10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역을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치안부대를 배치했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단절과 분단이 극도로 깊어졌다.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선거에서 압바스가 이끄는 파타의 자치정부가 패배하고 하마스가 승리한 뒤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장악하면서 되면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단절과 분단도 본격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예프 알-수다이리 주요르단 대사 겸 비상주 팔레스타인 대사가 26(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중심도시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인 사우디는 이날 이스라엘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30년 만에 외교단을 파견했다. 2023.09.26. AFP 연합뉴스

-팔 분쟁은 유럽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어두운 유산

팔레스타인 땅은 영국이 위임통치를 하면서 분쟁의 땅이 됐다. 19세기에 유럽에서 민족주의가 발흥하자 유럽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시오니즘 운동을 시작했다. 조상의 땅에 나라를 세우자는 운동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대인의 시오니즘을 이용하려 했던 영국이 1948년 철수하면서 그 땅에 이스라엘이 들어섰다. 팔레스타인인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폭거였지만, 오히려 그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난민 신세가 됐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원한과 폭력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비극은 유럽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유럽 역사의 어두운 유산이다.

전략을 바꿔야 산다

영국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번 하마스의 폭력적 유혈 기습을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이 정당하다는 성명들을 일제히 발표했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기적 욕망을 뒤쫓다가 이-팔 분쟁 비극을 만들어내고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참상을 외면해 온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이번 하마스의 기습으로 50년 전 체결된 오슬로 합의는 완전히 종언을 고했다. 단절과 분단, 폭력을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면서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이스라엘은 차제에 지난 수십년 간 집착해 온 억압과 폭력의 분할통치 지배정책을 버리고 팔레스타인과의 상생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그들과 닮은 역사를 지닌 채 갈수록 더 꼬여가는 한반도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시민언론 민들레

광화문 '조선어학회 한글수호 기념탑' 옆 친일파 시비

국가공인 친일파 주요한 시비, 1993년 이래 친일행적 기록 없이

세종로공원에 자리한 국가공인 친일파 주요한 시비. 바로 옆에 조선어학회한글수호기념탑이 자리해 있다.김종훈

9일 오전 10, 역사강사 박지혜(45)씨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자리한 '조선어학회 한글수호 기념탑' 앞에 섰다. 한글날 577돌을 맞아 한글의 유래와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초등학생 제자들과 함께 역사탐방을 온 것. 그는 이날 오전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살핀 뒤 인근에 자리한 기념탑을 찾았다.

"킹받는다, 어쩔티비, 저쩔티비, 안물안궁, 개맛있어 등이 요즘 학생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에요.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었던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한 일이죠. 고운 우리말부터 제대로 알자는 의미로 한글날인 오늘 시간 내서 왔습니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기념탑 앞에 새겨진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투쟁기'를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조선어학회는 일제 식민 통치 시대 한글학회의 이름이다. 나라의 운세가 막다른 고비에 이르자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것만이 겨레를 지키고 끝내 독립을 쟁취하는 유일한 길임을 굳게 믿고 1908년 한힌샘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이 '국어연구학회'를 창립하였다. 1921'조선어연구회'로 이름을 바꾸고 '한글날'(1926)을 제정하고 동인지 <한글>(1927)을 간행하면서 국어 연구와 한글 보급 운동을 힘차게 펼쳐나갔다. 1931'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다시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1942<조선말 큰사전> 출판에 착수하였다. 일제는 주동 인물들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구금하고 더할 수 없이 모진 고문을 가하였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역사강사 박씨도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한글날을 제정하고 일제강점기 우리 한글을 지키고 전승한 조선어학회 학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탑 바로 옆에 국가공인 친일파 주요한을 기리는 시비가 자리했다는 사실이다.

시비 어디에도 남지 않은 친일기록

국가공인 친일파 주요한자료사진

주요한은 노무현 정권 당시 발족해 이명박 정권까지 이어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인반민족행위자로 선정해 발표한 인물이다. 위원회가 밝힌 주된 이유는 매우 구체적이고 방대하다. 주요한이 일제를 위해 징병·지원병·학병 선전 활동을 했고, 선동 연설을 했으며, 임시특별지원병 경성익찬위원회 실행위원이자 국민동원총진회 발기인, 상무이사로 활동했고, 친일단체인 조선문인보국회 이사이자 시부회장, 평의원으로도 활동했다는 것. 무엇보다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이 본격화되자 주요한은 대동아공영권과 침략전쟁 찬양, 침략전쟁 지원, 국민훈련후원회 일본어 보급운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주요한의 시비 어디에도 기재돼 있지 않다. 시비 뒤편에 새겨진 약력에는 주요한이 1900년 평양에서 태어났고, 3.1운동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 상해로 탈출해 임시정부의 기관지 <독립>을 편집했으며,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편집국장을 맡았고, 흥사단 활동을 하며 수양동우회사건으로 1937년 투옥됐다는 기록만 새겨졌다.

해방 후에는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반독재 투쟁을 했고, 1958년 정계에 투신해 4, 5, 6대 국회의원과 제2공화국 부흥부 장관과 상공부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했다고 강조됐다.

'일본어 보급'에 앞장선 한글을 사랑했던 시인

세종로공원 주요한 시비김종훈

조선어학회 한글수호 기념탑' 옆에 자리한 주요한 시비에는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라고 시작되는 1923년 주요한이 쓴 <빗소리>가 새겨졌다.

스물셋에 청년이었던 주요한이 중국에서 활동하며 한자어를 배제하고 순수한 우리말의 율감을 살려 밝고 서정적으로 빗소리에 의탁해 조국 해방의 꿈을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시다.

그러나 한글을 사랑하고 조국 해방을 꿈꿨던 청년의 모습은 십여 년 뒤 수양동우회사건을 거치며 바뀐다. 종로경찰서에 검거된 뒤 그는 전향을 선언했고 조선신궁 참배를 시작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인 친일 인사로 변모한다.

구체적으로 193812월 열린 시국유지원탁회의에서 주요한은 "이 비상시에 있어서는 우리는 일본이 승리를 얻어야 하겠다는 입장에서 황군의 필승을 위한 총후의 적성에 전력을 바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어 일제에 국방헌금 4000원을 헌납하기도 했다. 1945년 광복 즈음 서울 중급 한옥 1칸이 98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0년대 들어 주요한은 국민훈련후원회 등 친일단체에 발을 담그며 본격적으로 일본어보급운동에도 참여한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19418월에는 전쟁협력단체인 임전대책협의회 결성식에 참여해 준비위원으로 선출됐다. 이후엔 공개장소에서 "무적황군의 일분자가 됨을 욕되게 아니하려면 국체에 철저하고, 충절을 다하며, 사생을 초월하고, 곤고(困苦)를 견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요한은 1944년경 친일파 박흥식이 이끄는 주식회사 화신이 안양에 비행기 공장을 짓는 데 관여해 해방될 때까지 이 공장의 운영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과 언론뿐 아니라 군수분야에서도 일제의 침략에 직접 기여코자 한 것이다.

하지만 광복 후 우리 사회는 주요한이 197911월 사망할 때까지 그의 친일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못했다. 19491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창립된 후 친일반민족행위자 박흥식, 이광수, 최린, 최남선, 노덕술 등과 함께 반민특위 특경대에 체포됐지만 이승만 정권의 노골적인 방해 공작으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주요한은 오히려 사망 직후인 197912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받았다. 1993년에는 급기야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세종로공원 중앙에 주요한의 '빗소리가' 새겨진 시비가 설치됐다. 시비 하단엔 "그가 평생 지낸 당주동과 사직동에 접한 세종로공원에 유족 최OO 여사, 44녀와 그를 따르던 이들이 뜻을 모아 14주기에 맞춰 시비를 세웠다"라고 적시됐다.

오마이뉴스

아이들과 영어 없는 물건 찾기 내기 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이들은 나의 스승] 영어 영역 지문보다 국어 영역 지문 어렵다는 호소, 방법 있을까?

오래전 아이들에게 과제 삼아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하루 동안 한 대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지도, 보지도, 먹지도, 타지도, 쓰지도 않으면 도서상품권을 선물하기로 했다. 당시 대한민국이 이 기업의 '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여서, 아이들에게 그 의미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식은 죽 먹기라며 너도나도 5000원짜리 말고 1만 원짜리 도서상품권으로 하자고 했다. 또 자기가 실패하면 한 달 동안 아침 교실 청소를 담당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내가 이겼다. 아이들은 휴대전화에서부터 가전제품, 아파트, 신문, 방송, 식품,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이 대기업 제품이 아닌 게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어 써 있지 않는 물건, 있을까?

종대왕픽사베이

최근 아이들과 비슷한 내기를 했다. 이번엔 영어다. 등교할 때 입는 옷과 가방, 문방구 등에 영어가 단 한 군데 적혀있지 않다면 '11피자'를 쏘겠다고 통 큰 제안을 했다. 과거 삼성 제품을 피하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여겨서다.

이번엔 아이들도 쉽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휙 훑어보더니 대부분 지레 포기했다. 대신 개수를 늘려달라며 흥정을 걸어왔다. 아예 없을 순 없으니 5개 정도까지는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내심 그마저 불가능하다고 여겨 흔쾌히 수락했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아이들의 포기 선언까지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걸치고 있는 재킷과 가방 속 필통 하나만 열어봐도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한 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영어 철자가 적혀있지 않은 건 단 하나도 없었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애초부터 잘못된 내기였다며 역제안하는 아이도 있었다. 차라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중에 한글만 적혀있는 걸 5개 정도 가져오면 되는 걸로 하자는 거다. 그마저 어렵다고 여겼는지, 약삭빠른 한 아이는 아무런 글자가 박혀있지 않은 것도 허용해달라고 떼쓰듯 했다.

그 또한 수용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연신 자기 옷과 가방, 책상, 사물함 등을 수색하듯 샅샅이 뒤졌다. 모두 허사일 걸 알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기실 제품의 라벨 끝에 예외 없이 적혀있는 'Made in Korea' 하나로 끝날, 뻔한 승부였다.

아이들과 내기를 건 이유가 있다. 우리글과 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태부족하다는 안타까움에서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낱말의 맞춤법이 틀리는 건 예사이고, 사자성어는커녕 속담이나 낱말의 뜻조차 몰라 되묻는 아이가 적지 않다. 분명 고등학생인데 초등학생을 보는 느낌이다.

한자어로 된 낱말은 의미를 모르다 보니 무작정 영어 단어 외우듯 암기한다. 내신 성적이 1~2등급인 최상위권 아이들조차 한자는 아예 젬병이다. 한자로 된 제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자가 익숙지 않으니 한자어가 영어 단어처럼 느껴지는 거다.

영어 영역 지문보다 국어 영역 지문이 어려워?

한글픽사베이

국어 영역 지문이 영어 영역의 그것보다 더 해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특히 고전 문학에 등장하는 고어나 국한문혼용체 문장을 두고선 차라리 외국어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나아가 지금 쓰지도 않는 글과 말을 왜 굳이 배워야 하는지를 따져 묻기도 한다.

그 시간에 영어를 공부하는 편이 더 낫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이도 있다. 우리글과 말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거다. 옛 고전과 역사 등을 읽어야 한다면 전문 번역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필요한 사람만 공부하자는 뜻이다.

의사소통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요즘 아이들의 국어 실력을 잠깐 소개한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수능이나 모의평가의 성적을 말하려는 게 아니거니와 교사로서 내가 만난 아이들의 사례로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기성세대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다.

우선, 자음 ''을 제대로 읽는 아이가 많지 않다. '티긑'이라고 읽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종이 위에 발음 나는 대로 적어보라고 하면 '티긑'에서 '티긋', '티귿'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틀렸다고 말하면, 대번 굳이 이걸 알아서 어디에 쓰냐며 되레 반문한다.

'넓다(널따)''밟다(밥따)'를 정확히 읽는 아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묻는 의도를 유추해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맞히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 '넙따''밥따'로 읽는다. 이 또한 교정하려 들면, 발음법도 표기법도 세월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요즘 아이들은 '맞히다''맞추다', '다르다''틀리다', '가르치다''가리키다' 등도 헷갈려 하며 마구 혼용한다. 그들 말마따나, 잘못 사용돼도 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대화 도중 쓰는 표현이 적확한지 따져보며 말하는 아이도 없고, 상대방에게 지적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 숙제를 숱하게 했을 텐데도 맞춤법 또한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받침이 틀리고, 한자어의 경우엔 의미를 잘 몰라 '배열'이 뒤죽박죽인 경우가 허다하다. 무늬를 '무니'로 적고, 반대로 잔디를 '잔듸'로 쓴다. 빼앗다를 '빼았다'로 적는가 하면, 맞서자를 '마써자'로 쓰는 황당한 경우마저 있다.

교과서 속 '낭중지추''천의무봉'과 같은 사자성어를 '낭지중추''천봉의무' 등으로 적어 헛웃음을 짓게 한다. 한자에 서툴다 보니 맹목적으로 외운 결과다. '동분서주''오월동주'처럼 잘 알려진 표현조차 '동서분주''동주오월'처럼 뒤집기 일쑤여서 딱히 놀랍진 않다.

이는 교사가 서술형 시험 출제를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오답 처리하면, 몇몇 아이들은 찾아와 국어 시험도 아닌데 너무 엄격한 채점 기준이라며 하소연한다. 심지어 교과목의 성취 기준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며 문제 삼는 학부모도 드물게 있다.

하긴 맞춤법까지 갈 것도 없다. 당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든 '악필'이 태반이다. 시험 답안이야 어쩔 수 없지만, 글자의 판독이 어려워 과제물을 인쇄된 출력물로만 받는다는 동료 교사가 많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재는 '펜글씨 교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교사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은 한결같다. 요즘 아이들이 책 읽기를 멀리하고, 짧고 자극적인 스마트폰 영상에 길들어져 있다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여전히 막강한 사회적 위상을 지닌 영어 능력에 대한 선망에 애꿎은 우리글과 말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도 있다.

내수용 물건에 영어 이름을 붙이고 죄다 영어 철자로 된 디자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더니, 아이들은 대뜸 "세련돼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옷과 가방 등에 우리 이름이 붙어있다면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거다. "영어로 꿈을 꿔보는 게 소원"이라는 마당이니 더 말해서 무엇 할까.

요즘 아이들끼리 사용하는 단어의 가짓수가 나날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어휘력은 사고력과 정비례한다는데, 그만큼 아이들의 사고력이 퇴화하고 있다고 한다면 나만의 억측일까. 부족해진 '한글식 사고력''영어식 사고력'이 벌충하게 될까. 공교롭게도 오늘은 한글날이다.

서부원(ernesto) 오마이뉴스

일제강점기 목숨 걸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킨 사람들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조선어학회 사건 33명 중 10명이 대전현충원에 안장

해방 후 다시 모인 조선어학회 구성원들. 19451113일에 촬영된 사진에서 앞줄 왼쪽 두 번째가 이병기, 네 번째부터 이극로, 이희승, 정인승. 한 명 건너 정태진, 가장 오른쪽이 김윤경이다.한글학회

"오늘 국어를 썼다가 선생님한테 단단히 꾸지람을 들었다."

1942101일에 시작된 '조선어학회 사건'은 위와 같은 어느 조선 여학생의 일기장에 적힌 한 줄의 문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기장의 주인은 함흥영생고등여학교 학생 박영희. 당시 '국어''일본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일제는 19383월 제3차 조선교육령 개정에 즈음하여 조선어 교육 폐지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학교에서는 조선어 사용을 금지했고, 황국신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가 '황국신민서사'를 발표한 것도 이 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국어(일본어)'를 썼다고 야단친 교사가 있었다니... 경찰은 박영희를 비롯해 일기장에 자주 등장하는 동급생들까지 홍원경찰서로 연행해 일어 사용을 못하게 한 자들의 이름을 대라며 이들을 취조하고 고문했습니다. 극심한 고문 끝에 이들은 교사 정태진, 김학준, 최복녀의 이름을 대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현직에 있어 도주의 우려가 적은 김학준과 최복녀의 신문은 뒤로 미루고, 학교를 그만둔 정태진에게 먼저 출두명령서를 발부했습니다. 정태진은 11년간 근무했던 영생고등여학교를 19405월에 떠나 서울로 가서 조선어학회 사전편찬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194295일에 홍원경찰서로 연행되어온 정태진은 20여 일 간 계속된 고문으로 조선어학회가 독립운동단체라고 허위자백하고 말았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비화되어 101일에 이극로·이중화·장지영·최현배·한징·이윤재·이희승·정인승·권승욱·이석린 등 11명의 조선어학회 간부의 검거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19433월까지 이우식, 김법린 등 전국 각지에 있던 조선어학회 회원 및 사전편찬 후원회원들까지 총 33명에게 치안유지법의 내란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그동안 작업해놓은 원고들도 압수당해 사전 편찬 작업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왼쪽부터 조선어학회가 간행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1941)한글학회

홍원경찰서는 이들을 19433월 중순 검사국에 송치했고, 함흥지방법원 검사국은 1943912일에 33명 중 병으로 누워있어 잡아오지도 못했던 권덕규, 안호상을 비롯해 불구속 상태에 있던 신윤국, 김종철과 불기소 처분을 받은 안재홍을 제외한 28명을 함흥형무소 구치소로 이감시켰습니다. 이감 다음날부터 피의자들은 함흥지방법원 검사국에서 심문을 받기 시작했고, 김윤경, 정인섭, 이병기 등 12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918일 석방되었습니다.

나머지 16명은 1943년 겨울 유례없이 찾아온 한파를 견뎌야 했는데, 결국 모진 고문과 혹한으로 인해 이윤재가 그해 128일 옥사하고, 이듬해인 1944222일에 한징도 옥사했습니다. 1944930일에 열린 예심공판에서 장지영과 정열모가 면소 처분을 받아 석방되고 12명이 정식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표준말 사정 제1독회를 마치고 나서 현충사를 참배한 위원들의 기념사진. 이중에 옥사한 한징과 이윤재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1935.01.06.)한글학회

재판은 194210월 조선어학회 사건이 있은 후 2년여 만인 194411월 말경부터 함흥지방법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라는 함흥지방법원의 예심종결 결정문에 따라 '치안유지법'의 내란죄가 적용되어 1945118일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극로에게 징역 6, 최현배에게 징역 4, 이희승에게 징역 36개월, 정인승와 정태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법린·이중화·이우식·김양수·김도연·이인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장현식은 무죄를 선고해 7명은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5명 중 정태진은 복역을 마치는 것이 오히려 상고보다 빠를 것이라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고 71일 출옥했습니다. 이극로·최현배·이희승·정인승 4명은 판결에 불복해 바로 상고했으나 813일자로 기각되었습니다. 이들은 이틀 뒤인 815일에 일제가 패망하면서 817일에 풀려났지만, 실질적으로 3년간의 옥고를 치룬 것이었습니다.

한글학자들은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193310'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마련하고, 1936년에는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완성하여 발표했습니다. 1941년에는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까지 간행하면서 조선어 사전 편찬 작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발생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상당수 조선어학회 구성원이 투옥되고 모진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윤재와 한징, 2명이 옥사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 투쟁이었습니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자 10인의 묘. 위쪽 왼편부터 신현모(신윤국)(독립유공자1-173), 한징(독립유공자1-397), 이윤재(독립유공자1-1-499), 이석린(독립유공자2-0775), 이강래(독립유공자2-0926), 서민호(독립유공자3-093), 정인승(독립유공자3-359), 최현배(독립유공자4-144), 이인(독립유공자4-566), 김양수(독립유공자7-147).임재근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고초를 당한 33명 중 10명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옥사했던 이윤재 선생과 한징 선생은 1962년에 독립장을 추서받았고,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1-1묘역 499번과 독립유공자 제1묘역 397번에 각각 안장되어 있습니다. 1990년 애국장을 추서받은 신윤국(신현모) 선생도 독립유공자 제1묘역 173번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독립유공자 제2묘역에는 이석린(775), 이강래(926) 선생이,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는 서민호(93), 정인승(359) 선생이 잠들어 계십니다. 4묘역에는 최현배(144), 이인(566)이 모셔져 있고, 7묘역 147번에는 김양수 선생이 안장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선생들은 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고향 등 국립묘지 밖에 안장되거나 묘소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해방 후 월북 또는 납북되어 북녘에 묻혀 있습니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글 학자들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편찬하려 했던 조선어 사전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인해 완성시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원고가 해방 후 서울역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47109일 제1권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2권은 194955, 3권은 195061, 4권은 1957830, 5권은 1957630, 6권은 1957109일에 발행해 <우리말 큰 사전>1929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가 조직된 지 28년 만에 6권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조선어 큰 사전 편찬원고국가기록원

조선어학회 회장 장지영이 새 사전을 학무국장 오천석과 을유문화사 사장 민병도, 학무국 고문 깁슨(Robert E. Gibson)에게 보여주는 모습.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에 이런 극적 장면이 담겨 있으니 한글날을 맞아 영화 <말모이>를 감상해보거나, 대전현충원을 찾아 목숨을 걸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했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편, 조선어학회는 한글 연구를 위해 주시경 선생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 모여 만든 학술모임 '국어연구학회'1908년에 시작했습니다. 1919년 가을에 '조선어연구회'로 이름을 고쳤다가 1931110일부터 '조선어학회'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1949102일에는 '한글학회'로 이름을 고처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정재환, 나라말이 사라진 날, 생각정원, 2020.

한글학회, 한글학회 100년사, 한글학회, 2009.

공훈전자사료관(https://e-gonghun.mpva.go.kr/)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http://archive.history.go.kr/)

박광종, 조선어학회사건과 조선인 형사들, 민족사랑, 20173월호. (https://www.minjok.or.kr/archives/87611)

지방교부세 가장 많이 깎인 지자체는 경북···17000억원 줄어

정부가 재정수입이 부족한 농어촌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세가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자체별로 보면 경북이 17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세금 감면 정책으로 591000억원의 세수가 줄자 지방교부세에서 116000억원을 줄이면서 나타난 결과다. 교부세가 줄면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재정난을 피하기 어려워 세수 부족 피해가 지역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별 교부세 감소 전망 이형석 의원실 제공이형석 의원이 2022년도 각 지자체별 교부세 배정액, 2023년도 행안부 교부세 예산액 및 기재부 발표 세수 감소액 등을 비교 분석해 각 광역단체별 교부세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경향신문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지자체로 이전되는 교부세는 지난해 대비 116000억원 정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53000억원이었고 올해는 63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5.4% 정도 감소한 수치다.

세목별로 보면 보통교부세는 666000억원에서 56조원으로 약 106000억원이 줄고, 부동산교부세는 57000억원에서 47000억원으로 약 1조원 줄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보통교부세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지자체는 경북이다. 17637억원이 준다. 이어서 전남 13684억원, 경남 11845억원, 강원 11396억원, 충남 9342억원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부동산 교부세는 경북 1113억원, 경기 1107억원, 전남 1076억원, 서울 1007억원이 감소될 걸로 전망된다.

지자체별 재정격차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지방에 주는 재원인 지방교부세에는 보통·특별·부동산 교부세 등이 있다. 보통교부세는 지자체 일반 재원으로 사용되는 재원이고, 특별교부세는 재해 발생 등 특정 재원으로 용도가 제한된다. 부동산교부세는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교부한다.

교부세가 줄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예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농어촌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3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은 28.7%, 전북 27.9%, 강원 29.4%, 경북 29.7% 등이다. 교부세에 의존하는 지자체로선 마이너스 운영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총계예산 규모 기준) 평균은 50.1%에 수준이고 기초지자체의 경우는 평균 27.7%에 불과하다.

오마이뉴스

역대 최고 고용률? '빛 좋은 개살구'취업자 절반이 '단기 근로자

빈곤가구 59% “저축 못해91%만성질환자 있다

보사연 빈곤층 결핍 실태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9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에 사는 ㅈ(60)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생계급여로 근근이 생활을 하면서 수급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치 않는 생활인이다. 하지만 예순살이 되는 즈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노후를 대비한 통장 잔고가 거의 없는 데다, 아픈 곳도 점차 늘기 때문이다.

ㅈ씨처럼 생계의료급여를 수급하는 빈곤 가구의 열에 여섯가량은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거나 사보험에 가입하는 등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열에 네 가구는 옥탑방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등 주거와 관련해서도 박탈을 경험하고 있으며, 열에 아홉 가구는 만성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9일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2023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연구보고자료(실태 보고자료)박탈(결핍) 실태를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 및 의료급여를 받는 가구의 59.1%가 미래에 대비해 저축하지 못하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차상위계층(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가난하나 기초수급자가 아닌 가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이 기준중위소득의 40~50%인 가구의 경우, 55.8%저축 결핍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기준중위소득 60~75% 비수급 저소득층에서도 51.7%로 이르렀고, 전체 가구에서는 22.9%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는 보사연이 2021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7개 시도 18천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이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것이 바로 실태 보고자료. 보건복지부는 이를 기초로 최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제3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23~2026)을 마련해 발표했다.

연구진이 중생보위에 보고한 실태 보고자료에는 빈곤층의 생계 욕구와 관련한 박탈(결핍) 실태조사 결과가 담겼는데, 많은 빈곤 가구가 미래 대비 저축과 주거, 식생활 등에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박탈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탈은 생활용품, 식생활, 의생활, 주거, 의료, 저축, 자녀교육 등 7개 영역에서 필요하나 갖지 못한 경우를 가리킨다.

조사 결과, 저축 다음으로 박탈을 많이 보이는 욕구 영역은 주거 영역으로 나타났다. 수급 가구의 38.7%가 옥탑방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등 주거 결핍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은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40%~75%에 이르는 비수급 저소득층에서도 30%대의 비율을 보였다. 전체 가구에서 이 비율은 17.7%였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또 의료비 부담과 관련한 의료 욕구조사도 이뤄졌는데, 기초수급가구 가운데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구가 9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빈곤가구가 이런 상황인데, 이들 빈곤가구의 27.8%는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빚투·영끌로 진 국민 빚 연간 476조원···20·30대 부채도 133조원 웃돌아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 제공

최근 1년간 주식 투자와 주택 마련 등으로 국민이 진 빚이 4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 대출금도 133조를 웃돌면서 청년 부채 및 가계 경제 건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간 5대 은행 및 6대 증권사의 담보·신용대출·주식융자 신규 취급액은 476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5대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6대 증권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메리츠증권이다.

신규 부채는 작년 대비 올해 100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과 주식 신규 취급액은 작년 하반기 1863494억원이었으나 올해 17월 동안 2897444억원으로 불어나 103조원4000억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607759억원에서 101694억원으로 증가했고, 주식 신용거래 또한 1025914억원에서 1512781억원으로 신규 차용금이 늘었다.

신규 부채 중에서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빚 내서 투자)’293조원 넘게 몰렸다. 증권사에서 현금이나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신용거래 취급액은 2538695억원, 주식 대금 결제일까지 시차를 활용해 외상으로 투자하는 미수거래도 391561억원이었다.

주택 관련 자금 대출도 크게 불어났다. 작년 7월 이후 1년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1618453억원이었는데 여기에 신용대출 212230억원을 포함하면 1년여간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183조원이 넘는 대출금이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청년층인 20·30세대도 1338093억원에 달하는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청년층은 한 해 동안 75460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84888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주식 신용거래는 46890억원, 미수거래 37709억원으로 빚투를 위한 부채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신규 대출액이 늘면서 연체액도 함께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11764억원이었던 연체액은 올해 717474억원으로 571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4069억원의 연체액이 늘었고 주식 신용융자에서 779억원 증가했다.

20·30세대에서도 같은 기간 연체액이 1416억원 늘었다.

김 의원은 영끌과 빚투의 여진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가계준칙과 같이 가구 경제의 건전성을 짚어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경향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서울 일자리 30%가 강남3구에우리는 여전히 강남 간다

<1> 오가다: 일자리와 교통 집중

서울 직장인 29%가 강남3구에 일터

모든 이벤트는 강남 중심으로 열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바라본 강남대로. 왕복 10차선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빌딩 숲이 빼곡이 솟아 있다. 인구와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강남 집중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 10명 중 3명은 강남의 일터에서 일한다. 서울에 사는 인구는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줄었지만, 일터로서 강남의 입지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달 13일 오전 730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인근 빌딩에 자리 잡은 회의실. 이른 아침부터 20명가량 앉을 수 있는 공간이 가득 찼다. 캐주얼한 맨투맨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사람부터 칼정장에 서류가방을 든 사람까지, 차림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하는 테헤란로 커피 클럽풍경이다.

2주마다 열리는 커피 클럽의 이날 주제는 식음료 분야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의 만남이었다. 배달음식 묶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스톤김민준 대표와 무인 커피 스테이션을 개발하는 플랜즈커피최준혁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대학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어떻게 아이템을 구상했는지부터 시작한 설명은 사업 단계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넘어 향후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팀원들과의 의견 조율 과정, 코로나19 직격탄 극복기 등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가 나오자 참석자들도 분주해졌다. 노트북에 뭔가를 타이핑하거나 수첩에 메모하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찍었다.

다음 순서는 네트워킹이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눴다. “우리 회사 기술을 색다른 분야에 접목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개발자, “스타트업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싶다는 변리사, “창업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는 대학생까지 진지한 표정이었다. 악수와 담소, 토론이 오가는 강남의 회의실에선 저마다의 포부와 야망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스타트업 성지 마포·성수떠오르지만여전히 강남이 답

인구와 일자리의 서울 및 수도권 집중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강남으로 일자리가 쏠리는 현상은 갈수록 도드라진다. 현대·삼성 등 대기업 본사 이전을 계기로 강남 시대 열린다는 기대가 쏟아진 게 1990년대였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며 수도권 내에서도 강남으로의 쏠림은 양적·질적으로 심화했다.

2021년 말 기준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 10명 중 3명은 강남이 일터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종사자 5771226명 중 강남3’(강남·서초·송파)에서 일하는 사람이 169176(29.3%)에 달했다. 사업체 수를 봐도 강남3구는 총 256496개로 서울 전체의 20%가 넘었다. 20년 전 139300개와 비교해보면 두 배가량 늘었다. 강남구가 1위였고, 서초구·송파구도 상위 5위 안에 자리 잡았다.

이는 서울시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간 사실과 대비하면 의미심장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줄었는데, 일터로서 강남의 입지는 오히려 팽창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협력업체와 벤처캐피털까지 사실상 모든 업종이 강남에 몰린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지금은 사람은 나면 서울로, 서울에서도 강남으로 간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직원 중에 서울 사는 사람은 절반도 안 돼요. ‘빨간 버스’(수도권 광역버스)가 얼마나 자주 오는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가 관건이죠. 그 조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곳이 강남역이었고요. 강남에 있으면 판교 사람이나 수원 사람도 출근할 수 있지만, 판교에 있으면 서울 노원구나 인천 사람은 절대 못 오죠.”

1960년대 말부터 본격 시작된 강남 개발은 1970년대 이후 건물 취득세와 재산세, 등록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 빠르게 진행됐다. 서울시청과 을지로, 광화문 등 도심 업무지구의 과밀을 해소하고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었다. 1980년대 후반 금융기관들이 밀집하며 빠르게 성장한 테헤란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벤처와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지로 발돋움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판교 신도시 개발로 테크노밸리가 생겨났고, IT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강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판교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테헤란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성공의 기대감은 더 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을 찾도록 했다. 대기업의 주력 업종이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로 바뀌는 상황에서 정부가 테헤란로와 가까운 판교에 업무지구를 조성하자 강남권의 기업 집중이 오히려 심해졌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바라본 강남대로. 조태형 기자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간한 ‘2022 서울 오피스 테넌트 프로파일보고서를 보면 강남은 IT기업 비중이 전년 대비 4.6%포인트 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도 이 권역에서 규모를 확장했다. 코로나19 때 잠깐 늘었던 상권 공실률은 최근 1%대로 내려가며 오피스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임씨는 모든 이벤트는 강남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할 때 항상 바빠서 분초 단위로 시간을 배분해 써요. 그런데 강남은 교통이 좋으니까 이 안에 있으면 시간을 아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강남 소재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경기 안양에 있는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변리사 이준영씨(가명)는 내년에 역삼역 근처에 사무소를 개업할 계획이다. “특허 분쟁이나 권리 측면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려면 당연히 많이 모여 있는 데로 가야죠. 강남은 미팅을 잡기에 수월하고, 동향을 알아보기도 편하니까요.”

최근엔 판교뿐 아니라 서울 마포, 성수 등이 스타트업 성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집적 효과를 기대하는 대부분은 여전히 강남이 답이라고 말한다. 인적자원 관리 기술 기업 원티드랩이 지난 1월 개발자 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판교보다 강남을 선호하는 근무지로 꼽았다.

강남구에 있는 IT회사에서 근무했던 조상현씨(31·가명)비슷한 업종이나 규모의 회사라도 다른 지역에 있다고 하면 평가가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구직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임대료 아끼겠다고 투자도 안 하나싶은 생각이 들고, 근무환경이 별로일 것 같아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왕복 10차선 대로를 따라 늘어선 높은 빌딩숲, 그 안에서 느껴지는 활력과 생동감. ‘이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 또는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사람들을 강남으로 계속 빨아들인다.

출근시간 전철 혼잡도 150%철창 안에 갇힌 닭 같아

좁은 지역에 기업들이 밀집되면 각종 시너지 효과를 낸다. 빠른 정보 공유와 의견 교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혁신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과도한 쏠림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기업과 사람들이 강남 지역에 쏠릴수록 비강남, 비수도권은 기업과 인구의 분포가 엷어진다. 이른바 지방소멸현상이다.

강남 초밀집은 그 자체로도 개인과 사회에 고통과 비용을 안긴다.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포개지는 곳, 도로가 사실상 주차장이 되는 곳, 어디든 줄을 서고 기다려야 하는 곳, 밤낮없이 시끄럽고 혼잡한 곳, 비싼 곳. 도시의 성장과 함께 팽창하는 강남의 다른 얼굴이다.

경기 부천에서 강남구 역삼동으로 출근하는 보험설계사 김명훈씨(60·가명)의 매일 아침 일과는 휴대폰 지도 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선거리로 약 25, 오전 9시에 도착하려면 730분에 출발해도 빠듯하다. 매일 아침 고민의 연속이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쭉 갈지, 훨씬 붐비지만 약간 빠른 9호선으로 환승할지, 이번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는 언제 탈 수 있을지. 그는 휴대폰 앱을 계속 새로고침하며 플랫폼을 향해 달린다.

당연히 회사와 집이 가까우면 좋겠죠. 하지만 회사 근처 집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집 주변 일자리 중엔 마땅한 게 없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23년째 같은 집에서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도 적응이 안 되네요. 매일 버거워요.”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 됐다. 2023.7.4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무렵, 서울 강남대로를 통과하는시내버스에 시민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이준헌 기자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가 분석한 지난해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보면 가장 혼잡한 지하철역은 강남역으로 하루 평균 승차 건수가 71598건이었다. 하루 평균 대중교통 이용량은 944만건인데, 강남에 이어 잠실역(68635), 홍대입구역(57426) 등 다른 노선이나 버스로 갈아타기 쉬운 역사 순으로 하루 승차량이 많다. 강남 지역을 통과하는 지하철 4·7·9호선은 가장 붐비는 출근시간대(오전 8~830) 평균 혼잡도가 150%였다. 매일 수십만명이 일터로 향하며 ·이 아닌 루즈·루즈 게임에 몸을 내맡긴다.

최서영씨(28·가명)는 강남구 삼성동의 로펌에서 비서로 일한다. 판교에서 다른 회사를 다니다가 일터를 옮긴 지 3년째다. “소개팅할 때 주선자가 상대방에게 저를 삼성동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보통 자신의 일터를 뭉뚱그려 말하는데 강남에선 삼성동, 역삼동 하면서 동 단위로 말하는 게 웃기고 신기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특별한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도시적인 느낌, 도도한 전문직 같은 느낌이랄까.”

최씨가 이 회사에 다니는 건 이미지가 주는 특별함보다는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집에서 1시간 안에 출퇴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광화문 쪽에도 로펌이 많은데, 도저히 거기까지 출퇴근할 엄두가 안 났어요. 지금도 지옥철에 끼어 있으면 철창 안에 갇힌 닭이 된 기분이에요. 사람들도 다 예민해지니까, 한 달에 한두 번은 싸우는 걸 봐요. ‘밀지 마세요’ ‘왜 쳐놓고 사과를 안 하세요하면서.”

삼성동 직장인같은 이미지는 기업에는 분명 큰 장점일 테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 최씨의 회사가 있는 코엑스 인근 지역은 오피스텔과 원룸 월세가 6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달한다. 전세 보증금은 최소 2억원이다. 하지만 3년차인 그의 연봉은 4000만원 초반대다. 야근수당을 합해도 월 300만원이 안 되는 수입으로는 비싼 동네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남들은 삼성동에서 일한다면 부러워해요. 돈도 잘 벌 것 같고 번지르르해 보이니까. 그런데 막상 일터로서 여기는 별로거든요. 점심 먹으면 최소 2만원인데 비싸기만 하고 맛은 없고,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항상 스트레스 받고요.”

30년째 배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문정운씨(52·가명)는 강남을 “‘부자인 듯하는 동네라고 표현했다. “부자 동네가 아니고 부자인 듯하면서 돈을 버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음식 배달 자체가 직접 밥해 먹을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잖아요. 번쩍번쩍해 보이지만 여유 없이,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동네죠.”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시민 생활 데이터를 보면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강남구 역삼1(16130가구)이었다. 회사 가까이 사는 40~501인 가구가 주로 분포하는 이 지역의 월평균 배달서비스 접속 횟수는 17.6. 이틀이 멀다 하고 음식 배달 앱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문씨 역시 부자인 듯하고 싶은 마음에 강남으로 왔다.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옛날부터 강남은 음식 불패’ ‘식당 불패라고 했어요. 워낙 유동인구도, 식당도 많으니까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죠. 관악구에서도 일했는데, 그때랑 비교해보면 지금 수입이 1.5배는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관악구에 사는 그는 오는 12월부터는 아예 강남에 5~6평짜리 고시원을 구해 생활할 계획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출퇴근길에 막히는 게 너무 아깝거든요. 그 시간에 콜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는데.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중심가에 있으면 그만큼 기회가 생기니까요.” 돈 버는 동네에서 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주 5, 하루 12시간씩 오토바이를 몬다. 그렇게 몸이 지칠 정도로 달리고 달려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 떨어지는 게 월 300만원 남짓이다.

그럼에도 문씨는 강남을 하는 만큼 벌 수 있는 곳이라고 믿는다. 어차피 이곳을 벗어나면 이마저도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화려한 강남의 낮과 밤을 점점이 수놓으며 달린다. 더 많이 벌고 싶다, 더 성공해서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안고.

경향 김정화 기자

평균월급 1627만원 받은 18세 고등학생어디서 일하나 봤더니

미성년 사장 390연봉3억 중학생도

"편법 증여 등 실정법 위반여부 확인해야"

미성년자 사장이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부동산임대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명의 평균 연봉은 15000만 원에 달했다. 최고 소득자인 만 13세 중학생은 연간 28000만 원을 벌었으며 월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8세 초등학생 임대업자도 있었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18세 이하 미성년자 사업장 대표자는 총 390명이었다. 2018(305)과 비교하면 85명 늘어났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임대업이 344명으로 대다수(88.2%)를 차지했다. 숙박·음식점업(13)이 뒤를 이었고 나머지는 제조업·운수·창고통신업·교육서비스업 등이었다.

미성년자 부동산임대업 대표는 2018267, 2020319, 2022333명으로 증가세다. 미성년자 사장 중 상위 소득 10명은 모두 부동산임대업자였고 이들의 평균 연 소득은 15000만 원이었다. 최고 소득자는 만 13세 중학생으로 연간 28000만 원을 벌었다.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8세 초등학생 임대업자도 있었다.

근로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 중 고액 소득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근로자 상위 10명의 월평균 소득은 898만 원이었다. 최고 연봉자는 부동산임대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18세 고등학생으로 평균 월급이 1627만 원이었다.

미성년자 부동산임대업 대표는 2018267, 2020319, 2022333명으로 증가세다. 미성년자 사장 중 상위 소득 10명은 모두 부동산임대업자였고 이들의 평균 연 소득은 15000만 원이었다. 최고 소득자는 만 13세 중학생으로 연간 28000만 원을 벌었다.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8세 초등학생 임대업자도 있었다. [사진=아시아경제]

현행법은 미성년자의 사업장 대표 등록을 허가하고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나 업무 영역 등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10세 이하의 초등학생 임대업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이수진 의원은 "미성년자가 사업을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편법 증여·상속, 국세기본법 14조의 실질과세 원칙 위반 등과 같은 탈세 행위가 없었는지를 상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방제일기자

 

상반기 500대 기업 평균 이자보상배율 1.16

영업이익 42% 줄고 이자 비용 122% 늘어나

2분기 자영업자 실질 가처분소득 19.5% 줄어

원자재값 급등에 고금리 등 겹쳐 4분기 연속 악화

기업들은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 갚기 바쁘고, 자영업자들도 비용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크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자 비용 대비 영업수익의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이 작년 동기보다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의 올해 2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10일 기업 경영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47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1.16으로 작년 상반기의 4.42 대비 3.26p(74%) 떨어졌다. 이 기간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497959억 원에서 873986억 원으로 41.7% 줄어든 반면, 이자 비용은 338807억 원에서 75694억 원으로 121.6%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이 비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산업별로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1.5 이하이면 이자 비용 감당 능력이 의심된다.

500대 기업 이자보상배율 현황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 전체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1.16이라는 것은 기업들 대부분이 영업해서 번 돈으로 겨우 이자 내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수는 작년 상반기 47개에서 올해 상반기 98개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0 미만인 기업도 37개나 됐다.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에 해당한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발전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지역난방공사 등과 이마트, 롯데쇼핑, 호텔롯데, 컬리 등 유통 기업들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코리안리로 1810.2에 달했다. 이어 한전KPS(666.5), 롯데정밀화학(364.6), BGF리테일(326.4), 삼성화재(313.9), 대한제강(215.1), LX세미콘(187.6), 현대엔지니어링(185.6) 순이었다.

21개 업종 중 조선 및 기계설비 업종만 작년보다 이자보상배율이 1.3에서 5.2로 상승했고 나머지 20개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업종은 제약(10.8), 보험(8.3), 자동차 및 부품(6.5), 통신(5.3)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약과 보험 업종도 작년 상반기의 47.414.7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공기업(-2.5), IT 전기전자(-0.5)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 원으로 작년 2분기 668만 원에서 19.5% 감소했다. 고용원이 없는 가구도 343만 원으로 작년 2분기 410만 원보다 16.2% 줄었다.

자영업자 실질 처분가능소득 증감률 추이 (20232분기)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 소득에서 이자 비용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소득으로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수치다.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율은 지난해 3분기 -1.8%, 4분기 -8.2%, 올해 1분기 -10.0%, 2분기 -19.5% 등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감소율도 지난해 3분기 2.6%에서 4분기에는 0%로 개선되는 듯하다가 올해 1분기 7.5%, 2분기 16.2%로 다시 추락했다.

이처럼 자영업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가구 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실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가 지난 2분기에 지출한 이자 비용은 월평균 41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0%나 급증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2분기 이자 비용 부담액도 313000원으로 35.4% 늘었다 이는 이자 비용이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신용·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부담한 가계대출 이자 비용만 계산한 것이어서 사업용 대출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김회재 의원은 "고금리·경기침체가 닥쳐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가구의 어려움이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민생·경제 재정투자를 위기 극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이어지는 해외언론의 '윤석열 정부 조롱과 비판'

<네이처> "한국 R&D예산 삭감대통령이 말바꿔"

<디플로매트> "한국 돈만 내고 미국에 할 말 못해"

<뉴요커> "한국 민주주의 침식인도·베트남과 비교"

이념전쟁·잼버리 망신그래도 국내언론은 '입꾹닫

지난주 과학저널리즘 잡지인 네이처(Nature)가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기사를 인터넷판(105일자)에 게재했다. 네이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이자 전 세계에 300만명 이상의 온라인 구독자(2012년 기준, 위키백과)를 보유한 과학계의 권위지다.

네이처는 ‘R&D 예산 삭감에 대한 한국 과학자들의 항의(South Korean scientists’ outcry over planned R&D budget cuts)’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2024년 연구 예산의 대폭 삭감을 제안한 이후 한국의 과학자들이 큰 충격에 빠졌으며 연구자들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R&D 예산은 1991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1998년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에도 연구 예산은 꾸준히 유지되었으며,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R&D 지출을 5%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과학기술 예산 삭감은 일종의 모순"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전례 없는 일이며,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해외 언론의 비판은 조롱처럼 들린다. "한국에서 연구의 질과 과학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는데, 과학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들어도 자존심 상하는 말이다. 정부가 스포츠체육 예산을 삭감해 올림픽 경기에서 한국 운동선수의 수준과 사기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다면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네이처와 디플로매트 인터넷판 갈무리.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디플로매트(The Diplomat)도 최근(102일자) 한국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한국: 미국의 잊혀진 동맹?(South Korea: America’s Forgotten Ally?)’ 제목의 기사는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꺼려하기 때문에 다른 동맹국에 비해 상당한 기여를 하고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워싱턴에서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반도체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친미 외교노선에 집착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디플로매트는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매체인데, 이 매체가 한국을 미국의 잊혀진 동맹으로 부른다면 이것은 조롱이 아니고 무엇인가? 디플로매트는 작년 9윤석열 대통령이 거짓말 때문에 물러날 수도 있다(South Korea’s President Yoon Could(But Won’t) Be Removed From Office for Lying)’는 제목의 칼럼을 실은 바 있다.

역시 미국의 뉴요커에 실린 930일자 칼럼은 자괴감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다. 저널리스트 태미 김이 쓴 칼럼 한국의 걱정되는 민주주의 침식(The Worrying Democratic Erosions in South Korea)’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언론사 압수수색, 노조 탄압,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사례로 한국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있다는 걱정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칼럼은 한국을 인도·베트남과 비교하면서 ‘80년대로 돌아가는 한국을 미국 정부가 그대로 둘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고 미국 지식인층이 주로 읽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외신 보도가 항상 정확하며 신뢰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와 경제적 이해에 따라 지나치게 한쪽(주로 수구보수 진영과 자본)에 치우친 한국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편향적인 해외 언론의 시각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외신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그렇다. 만일 해외언론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잘못된 보도를 한다면 국내 언론이 바로잡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프랑스 르몽드가 김건희씨를 콜걸(call girl)’이라고 쓰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빨래건조대(clotheshorse)’라고 쓰고,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문에서는 윤 대통령을 ‘Yoon’이 아니라 ‘Loon’으로 표기한 적이 있다. 국민들은 부끄러울 뿐이다.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이런 보도와 표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 수 없다. 해외 언론의 계속되는 한국과 한국 정부에 대한 조롱과 비판, 부정적 보도를 보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가짜뉴스 때려잡기에 능숙한 한국 방통위와 검찰이 나서주시든가.

시민언론 민들레

정치하는엄마들,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언론사 19곳 고발

용인 장애학생 학대사건아동학대 관련자 인적사항 보도한 언론사 대상

정치하는엄마들 특정인 심판대 올려 조리돌림하듯 보도, 제재 받지 않아

한 시민단체가 용인 장애학생 학대사건관련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신고인 등 인적 사항을 보도한 언론사 19곳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용인 장애학생 학대사건은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며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고발한 사건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6지난 7월부터 용인 장애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신고인의 인적 사항을 공공연하게 언론에 노출한 것은 명백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이라며 일부 언론이 학대사건과 무관한 피해 아동과 그 부모의 사생활에 대해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보도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이유로 19개 언론사 책임자와 기자 등을 고발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는 누구든 신고인의 인적 사항 등을 타인에게 알려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52항은 언론이 아동학대행위자·피해아동·고소인·고발인·신고인 등의 인적 사항을 보도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623항에 따라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기존 제휴 언론사에 지급하던 뉴스 전재료(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지급하는 뉴스 사용료)를 폐지하고 기사로 생기는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방법으로 각 언론사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피고발인들을 포함한 여러 언론사가 기사 트래픽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기 위해 언론 존재와 가치를 이루는 주된 요인들(공정 보도, 품위 유지, 올바른 정보 사용, 사생활 보호, 갈등과 차별 조장 금지 등)을 무시하면서까지 자극적인 뉴스 양산에 나섰다여러 명예훼손, 모욕적 보도가 있어 개별 피해자들이 해당 언론사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더라도 실제 대부분 사건에서 언론의 공익적 목적’,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 아래 피해자가 피해를 치유하기는커녕 개별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언론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경험의 축적을 통해 더 자극적인 보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사회적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 관련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한 이민경 정치하는엄마들 미디어감시팀장은 모니터링 결과 다수 언론사는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장애아동 통합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심판대에 올리고 조리돌림하듯이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노출해 수많은 잘못된 정보와 악성댓글, 장애인 비하·혐오 표현 등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난무하게 만들었다며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일부 언론사는 특정 장애의 행동 특성을 장애 이해의 맥락을 배제하고 단지 현상만 보도하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조회 수 올리기에 급급했다이로써 피해아동 가족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인권이 침해됐고 헌법상 보장된 장애아동의 교육권을 위축시켰다고 했다.

살구뉴스 지난 82일자 보도 갈무리

해당 단체가 고발한 신문사는 조선일보(727일자), 중앙일보(727일자), 동아일보(728일자), 한겨레(730일자), 경향신문(727일자), 매일경제(727일자), 한국일보(82일자), 살구뉴스(726·27·27·29·29·30·81·1·2·2·3·22·28일 등 총 13), 뉴스어몽(731일자), 아티브뉴스(727일자) 10곳이다. 고발한 방송사의 경우 MBC(727일자), SBS(731일자), KBS(81일자), JTBC(727일자), MBN(727일자), 채널A(81일자), TV조선(82일자), 연합뉴스TV(730일자), YTN(727일자) 9곳이다.

한편 언론이 아동학대 관련자들의 인적 사항을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아동학대처벌법 제352항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JTBC20199월 아동학대범죄사건 가해자 실명 등 인적 사항을 보도하자 가해자 측(대리인 강용석 변호사)에서 해당 조항으로 취재 기자를 고소했다. 취재 기자가 약식명령을 받자 해당 기자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지난해 10피해아동 측이 자발적으로 제보해 보도하는 경우에는 피해아동 보호의 필요성이 축소되거나 그 목적이 이미 달성돼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 금지의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 금지는 아동학대 및 2차 피해로부터 피해아동을 특별히 보호해 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보도 여부를 전적으로 피해아동 측의 의사에 맡길 수는 없다며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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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닭장에 갇힌 이스라엘 어린이? "전쟁 전 촬영, 거짓 영상"

[팩트체크] 하마스 공격 전 이미 틱톡에 올라와... BBC 기자 사칭 등 전세계에 허위정보 범람

이스라엘 팩트체크 매체인 '페이크 리포터'는 지난 8SNS로 확산된 우리에 갇힌 어린이 영상이 전쟁 발발 이전부터 틱톡에 올라왔다고 밝혔다.페이크리포터

최근 틱톡이나 트위터('X') 등에 번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어린이를 납치해 철창에 가두고 조롱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면서 전세계 팩트체크계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의 영상은 3~4살 또래 아이들이 닭장 같은 철창에 갇혀있고 사람들이 낄낄대며 조롱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국내 한 일간지도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 어린이를 닭장에 가두고 조롱했다며 "인권 유린의 현장"이라고 사진과 영상을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기도 전인 지난 104일쯤 SNS 틱톡(Tiktok)에 올라왔던 영상으로 드러났다. 하마스가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 민간인과 어린이를 납치한 건 지난 107(현지시간)이다.

이스라엘 팩트체커 "우리에 갇힌 어린이는 거짓... 전쟁 전 영상"

이스라엘 팩트체크 매체인 '페이크 리포터(FakeReporter.net)'는 지난 9(이스라엘 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우리에 갇힌 납치된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영상은 거짓"이라면서 "이들은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아니며, 해당 영상은 나흘 전, 즉 현재 전쟁이 일어나기 전 게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8일부터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틱톡 영상에는 '4일 전'이라고 표시돼 있다. '@user690306825128'이란 틱톡 이용자가 지난 104일 이전에 틱톡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전 세계 팩트체커가 검증에 나섰다. 스페인 팩트체크 매체인 '말디타(Maldita.es)'9일 동일한 틱톡 사용자가 업로드한 다른 동영상에는 일부 어린이가 철창 밖으로 나와 연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영상에 나온 목소리는 팔레스타인의 전형적인 언어가 아닌 아랍어 방언이라고 지적했다.

덴마크 팩트체크 매체인 Tjekdet(tjekdet.dk)10"해당 영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된 지난 며칠간 촬영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영상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제작되었으며 오랫동안 인터넷에 게시되었을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가짜 BBC 기자도 등장... 전 세계 '허위정보' 주의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트위터(현재 'X')나 틱톡 등 SNS를 통한 허위정보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팩트체커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분쟁과 직접 관련 없는 과거 영상이나 사진이 현재 상황인 것처럼 SNS에 퍼지고 있고, 가짜 BBC 기자 계정까지 등장해 양측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BBC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는 사얀 사다리자데 기자는 지난 9이스라엘인들이 공항을 통해 도망가고 있다는 영상 등을 트위터에 올린 베로나 마크(Verona Mark)’BBC 기자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라고 지적했다.@Shayan86 영국 BBC뉴스 기자를 사칭한 '베로나 마크(Verona Mark)'는 최근 트위터에 이스라엘인들이 공항을 통해 도망가는 듯한 허위 영상 등을 올렸고, 일부 영국 정치인이 이를 사실로 알고 인용하기도 했다.

영국 BBC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는 사얀 사다리자데 기자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BBC 기자인 척 하며 현재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분쟁과 관련이 없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영상을 게시한다"면서 "BBC 뉴스는 베로나 마크(Verona Mark)라는 기자를 고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팩트체크팀도 지난 8일 최근 SNS에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인 것처럼 퍼진 영상은 지난 5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 영상이었고, 이스라엘 남부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 공군기 2대를 육상으로 옮기는 영상 역시 하마스의 기습 공격 2주 전인 지난 919일 유튜브에 처음 올라온 영상이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팩트체크 기관인 '포인터연구소'에서 미디어 활용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알렉스 마하데만 미디어와이즈 이사는 지난 9"소셜 미디어에 사용자들이 이스라엘이나 가자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맥락을 벗어난 비디오와 이미지가 넘쳐난다"면서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우리에 갇혀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전쟁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가짜 BBC 기자'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알렉스 마하데만은 "갈등으로 인한 허위사실은 대부분 오래된 영상이나 사진, 오해 소지가 있는 자막이 포함된 영상"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그래픽과 감정적인 영상,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정치적 갈등, 신뢰할 수 없는 출처로 인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 김시연(staright)

 

오세훈표 '신통기획',부동산 투기판만 더 조장한다

지금 재건축·재개발 심리 자극하는 정책이라니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4월 보궐선거에서 임기 1년 남짓의 시장직에 당선됐다. 이듬해인 20227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오 시장이 주력하는 부동산 정책이 있다. 바로 오세훈 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모아타운'이라 불리는 재건축·재개발 정책이다. 신통기획 대상은 오세훈 시장 취임 2년 만에 44개로 늘어났다. 지난 5월부터는 매년 한차례 공모로 진행했던 것을 수시 신청으로 변경하여 매월 후보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710일에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압구정 25구역이 신통기획 대상으로 확정됐다. 압구정 재건축단지를 12000가구 이상, 50층 이상 초고층 단지로 개발한다고 한다. 서울시가 재건축 자산투기의 상징 압구정을 전면에 내세워 용적률 완화, 한강수변구역 연계 개발과 같은 전폭적인 혜택을 부여한 셈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압구정이 신통기획의 홍보를 위하여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압구정동 아파트 소유자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큰 폭의 자산 상승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 곧 신통기획 대상이 될 만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나 주택 소유자들의 지지를 결집할 수 있는 달콤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압구정동 아파트의 재건축으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은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시 발표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압구정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대감을 키우는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 압구정의 한양4 아파트(전용208)가 종전 최고가 527000만 원(211)보다 113000만 원이 오른 64억 원(236)에 거래됐다는 기사는 집과 돈 있는 사람들의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투기 심리에 불을 붙인다. 1억짜리 재개발구역의 지하층 다세대주택 소유자들도 64억 압구정동 아파트의 재건축뉴스를 보며 동조화되고 그들과 같은 꿈을 꾸게 된다.

어차피 52억이든 64억이든 주택 가격이라고 믿기에는 비현실적인 금액임에도 부동산 추가 상승 기대감이 번지게 된다. 신속한 사업추진과 사업성 개선을 위한 용적률과 층수완화 등은 기존의 자산소유자들의 자산 기대가치를 더욱 높이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정상화되는 것을 방해하는데 기여한다. 결국 이런 소식이 이어지면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는 내 재산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정치인으로 인식된다.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이라는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그래서 위험하다. 부동산과 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정상적인 자기 책임과 자원 배분 절차를 통해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소유자들의 극단적인 이기심과 탐욕, 투기 심리만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최근 한 소송절차에서 자체적으로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구역에서 현금청산 대상이 된 몇몇의 주민들을 만났다. 1980년대 초반에 건축된 낡은 연립주택, 개발이 완료된 소규모 아파트 단지, 재래시장과 저층주거지가 혼재한 서울의 변두리 지역 거주민들이다. 재건축 이슈로 인해 아파트 가격과 분양가격이 치솟다보니, 건설 시행사가 붙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소유자들이 연립주택을 내놓고 새집을 받아가는 조건이었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중 일부는 자신의 주택이 신통기획 재개발에 편입될 때 더 큰 폭의 자산가치 상승이 기대되므로 소규모 재건축사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개발로 인하여 자산소유자와 개발시행사가 누리게 되는 자산가치 상승은 제로섬 게임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반드시 누군가의 부담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기존 자산소유자의 이익이 커지지만,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는 경우에는 개발비용과 미분양 위험이 기존 소유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전가된다. 기존 자산 소유자의 이익이 커질수록 자산을 갖지 못한 아래 세대에게 더 큰 위험과 부담이 전가된다. 투명한 절차, 적절한 책임과 부담이 전제되지 않은 개발사업,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은 부동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우리 모두를 불행에 빠트린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관료, 언론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 이유가 '공급 부족'이라 소리 높여 외쳤다.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폭등하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여 대폭적으로 공급을 늘려야한다고 하였다. 공급 확대는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한 마법의 황금열쇠였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경제상황에 큰 변동이 생겼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 긴축 기조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거래량이 급속히 축소됐다. 미분양 확대와 부동산 경기위축으로 인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졌고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위기를 염려해야하는 국면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경제 흐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여전히 '신속한 주택공급'을 강조하며 신통기획을 추진 중이다.

기성 언론들은 주택 인허가와 착공 건수가 감소했다면서 향후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주택가격이 다시 폭등할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런 기성언론들의 지적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적보증기관 HUG, 주택금융공사 등을 통한 보증규모·대출한도 확대, 심사기준 완화, 적극적인 금융공급 지속 등의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가격 폭등기의 부동산 대책도 공급 확대였으며, 부동산 경기 위축기의 부동산대책 또한 공급 확대이니, 공급 확대는 이 나라 부동산 정책의 만병통치약이다.

이미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하여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조차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착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가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 건설사의 PF대출을 지원하는 대책이 나오는 국면인데,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을 통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리 만무하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압구정, 여의도, 용산과 같이 한강 인접 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강주변 개발과 재건축사업을 연계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공유공간인 한강을 주변 특정 아파트 개발과 연계해 용적률, 층수제한 완화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된 신통기획은 합법적으로 공공의 가치를 고스란히 한강변 아파트 소유자들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정책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기존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용적률 상향 혜택까지 주어가면서, 신속하게 재건축을 추진해야만 하는지, 이런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서울시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시급한 정책이 50억 아파트를 60, 70억으로 올리는 정책인지 말이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가 아니다. 이 와중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명목으로 특례보금자리론,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등 가계대출을 더욱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방치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자산불평등이 심해진다고 우려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여 자산소유자들의 투기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신속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해야할 사회적 필요가 있을까. 재건축·재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은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개발사업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수록 사업성이 확보된다. 부동산 공급확대는 사업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며, 사업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분양가, 높은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부채의 확대로 이어진다. 공급확대는 결국 개인에게 폭탄 돌리기 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신속한 재건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하고 자산소유로 인한 양극화와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압구정 재건축 현장에서는 공공기여 부분에 대한 불만, 개선 요구가 많아 이들을 설득하고 조율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신속하게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주택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사익과 조율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핵심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고급 주택에서 거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큰 돈을 벌어 좋은 집에 거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누구나 압구정동의 50억 아파트에 거주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의 노력을 통하지 않고 사회 경제적 변화와 공공인프라 확대로 발생하는 이익에 그에 맞게 과세하면 된다. 보유세, 초과이익환수금 등의 제도를 통하여 자신이 누리는 혜택만큼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자산쏠림을 완화하고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이다. 이를 재원으로 정부는 최저주거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었거나, 수해 피해에 취약한 지하층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정책을 펼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그마저도 소홀히 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폭우로 인한 지하주택 침수로 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지하주택을 매입하고 지하주택 거주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시행하는 반지하 주택 매입실적이 저조하다.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신통기획과 모아타운 정책으로 인하여 재개발구역의 지하주택은 누군가의 거주공간이 아니라 재개발 입주권을 받기 위한 투자수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하주택을 공공매입하려면 재개발로 인한 프리미엄을 포함한 높은 금액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유자들은 개발이익이 반영된 프리미엄을 포함하지 않고서는 매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세대와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빚더미에 나앉게 만드는 정책, 위험천만한 부동산 투기판에 뛰어들지 않고서는 미래를 준비할 방법이 없게 만드는 정책, 주거취약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세금이 또다시 집값을 올리는데 사용되는 정책이 바로 신통기획과 모아타운과 같은 재개발·재건축 정책이다. 지금은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 한 켠에 방치된 토지임대부주택을 광범위하게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일이 신통기획보다 훨씬 더 시급하다.

우리 시대는 자산 소유자들의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신통기획이 아니라, 자산소유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산의 보유와 사용, 처분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누군가가 더 큰 부담을 해야 한다. 이것이 공급 확대의 목표여야만 한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프레시안

10조 기부하고 떠난 억만장자, 2칸 소형 아파트에서 눈 감다

면세점 업체 DFS 창립자 척 피니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이 훨씬 재미 있다

10(현지시각) 대서양 자선재단은 세계적인 면세점 업체인 디에프에스(DFS)의 공동 창립자인 찰스 프랜시스 척 피니(92)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자선재단 페이스북 갈무리

80억달러(107000억원)가 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프랜시스 척 피니가 9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0(현지시각) 대서양 자선재단은 세계적인 면세점 업체인 디에프에스(DFS)의 공동 창립자인 피니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대서양 자선재단은 그가 설립한 재단이다. 재단은 누리집에 평생 전 재산을 글로벌 자선 활동에 바친 설립자 피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 전까지 수년간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칸짜리 소형 아파트를 임대해 부인과 함께 노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니는 20209월 재단을 해산할 때까지 미국, 아일랜드 공화국, 영국, 북아일랜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버뮤다, 쿠바에 80억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부인과의 노후 생활을 위한 200만달러(26억원)5명 자녀에게 남긴 유산을 뺀 재산 전부였다. 앞서 20112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과 함께 생전에 반드시 기부하지 않더라도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던 서약을 지킨 것이다. 피니는 그의 전기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에서 “(살아있는 동안 기부를) 한번 해보면 당신도 좋아할 것이라며 죽었을 때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공개하는 자선가들과 달리 피니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대학, 병원, 과학 연구, 인권 단체 등에 기부했다. 그가 27억달러(36000억원)를 기부한 5개 대륙의 1000여개 건물 가운데 그의 이름이 새겨진 건물은 한 곳도 없다. 단체와 개인에게 전달한 기부금은 출처를 감추기 위해 자기앞수표로 지급했다. 수혜자들은 익명을 원하는 관대한 의뢰인이 기부한 돈이라고만 전해 들었다.

10(현지시각) 대서양 자선재단은 세계적인 면세점 업체인 디에프에스(DFS)의 공동 창립자인 찰스 프랜시스 척 피니(92)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자선재단 페이스북 갈무리

19314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피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전역한 뒤에는 장학금을 받아 미국 코넬대에 입학했다. 1956년 코넬대를 졸업한 뒤 1950년대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어 유럽에서 귀국한 미군을 대상으로 주류, 담배, 향수를 판매했다.

그 뒤 국외 관광이 급증하며 면세점은 유럽, 아시아, 미주 전역의 공항과 주요 도시에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피니는 이미 50살에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콜로라도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리비에라 등에 호화로운 저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피니는 즐겁지 않아했다고 한다. 그는 성대한 연회, 요트 등 호화로운 생활에 괴로움을 느꼈다. 코너 오클리어리는 2007년 펴낸 피니의 전기 억만장자가 아니었던 억만장자에서 그는 많은 돈을 가질 권리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돈, 보트를 사는 것, 모든 치장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피니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그만뒀다. 리무진을 팔고 대신 지하철이나 택시를 탔다. 비행기도 일반석을 탔다. 옷은 기성복으로 샀고 고급 레스토랑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익명으로 기부하기로 결심한 피니는 1982년 영국령인 버뮤다에 재단을 설립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그의 정체는 1997년 그와 디에프에스의 또다른 공동 설립자가 면세점 지분을 루이비통모엣헤네시에 매각한 뒤 공개됐다.

피니에게 10억달러(13000억원)가 넘는 기부금을 받은 코넬대는 2012년 그에게 업계의 아이콘이라는 상을 수여했다. 당시 코넬대는 15달러(2만원) 안팎의 저렴한 시계를 차는 것으로 알려진 피니에게 일부러 13달러(17000)짜리 카시오 시계를 선물했다. 이에 피니는 이베이에 팔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해줘 감사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0여년 전 피니는 기부 서약서에 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고, 인간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에 개인적으로 헌신하는 것보다 더 개인적으로 보람되고 적절하게 부를 사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민간인 고의적 학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진짜 이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이틀째인 8(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전의 위험을 부르고 있다. 이틀째인 8일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정보가 공공연해지고 있다. 최대 전투능력을 갖춘 미국의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전단이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소요 기간 대비 팔레스타인 지역 현대사 최대의 군사분쟁이 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을까? 분명한 것은 극단주의자들은 늘 폭력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폭력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더 큰 폭력을 잉태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은 배신자 낙인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되는 통한의 역사가 이 지역에서 반복돼 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을 전격 침략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다. 이스라엘에 탄압받는 팔레스타인의 봉기(1차 안티파다)에 즈음해 1987년 처음 설립됐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팔레스타인 쪽 역할의 단골 주역을 맡아왔다.

팔레스타인은 원래 현재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위치한 지역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오스만제국 지배하의 이 지역은 1차대전에서 오스만제국이 패한 후 승전국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아라비아반도 북부에서 튀르키예 동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2차대전 후 한반도가 그랬듯,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잘려 분할 점령됐다(사이크스-피코 조약).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북부는 국제사회의 공동 통제영역으로, 남부는 영국 영향 하의 광활한 영역으로 복속됐다. 이전까지 이 지역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믿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여기에는 히브리족과 팔레스타인족도 포함된다. 이들 두 민족은 종교와 언어는 다르지만 종족 차원에서는 아랍인들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진짜 비극은 러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의 시오니즘 신화와 함께 시작된다. 민족국가 의식이 태동하던 19세기, 유럽의 반유대주의 정서에 분노하는 유대인들은 시온(예루살렘의 한 언덕)의 땅에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벨푸어 선언에 자극을 받은 이들은 본격적으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벨푸어 선언은 오스만제국에 맞서는 영국이 유럽의 유대인 자본을 전쟁에 끌어들일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독립국가를 약속한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국은 같은 지역에 아랍민족의 독립국가를 약속하는 후세인-맥마흔 협정도 체결한다. 앞서 언급한 사이크스-피코 조약까지 하면 영국은 서로 모순되는 세 개의 사기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이 거대한 사기극의 주인공 영국은 결국 문제 해결을 못 한 채, 2차대전 후 국제사회로 공을 넘겼고 이 문제를 떠안은 유엔은 팔레스타인지역에 '두 국가' 건설을 보장하는 결의를 하게 된다.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은 기존의 땅을 빼앗기는 결과에 분노했고, 유대인들은 온전한 영토를 보장받지 못한 결과에 분노했다. 1947년 유엔의 결정 이후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스라엘 극우세력

10(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축물 잔해 가운데 서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기존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과 자신들의 국가를 원해 대거 이주해온 시온주의 유대인들은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유대인들은 이미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한 지역의 다양한 민족과 혈통적으로, 문화적으로 섞인 이들이다. 반면 시온주의 유대인들은 유럽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민족과 혈통적으로, 문화적으로 섞인 이들이다.

현재 이스라엘을 이루는 '주류' 유대인들은 결국 혈통적 정체성보다 시온주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국가 구성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무의식에는 필연적으로 토착 이민족들과의 화합과 융합보다 배타적 고립주의에 근거한 민족주의 국가관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시온주의 유대인들이 처음부터 극단적 고립주의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했던 이들은 오히려 팔레스타인 지역의 토착인들을 자신들과 같은 유대인의 후손으로 생각해 융화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종교적으로는 그들에게 유대교 사상을 전파하려 했고 이러한 시도는 아랍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그들이 꿈꾸는 가나안의 복지는 '키부츠'라고 불리는 유대인 특유의 공산주의적 농업 공동체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좁은 의미로 '노동 시온주의'라 불리는 이 이념은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들' 모두가 몸담았던 사상적 기반이었다. 실제 이 이념에 근거한 정치인들이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부터 17대 이츠하크 라빈까지 30여 년간 연속 집권을 하기도 했다.

시온주의 국가를 건설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및 아랍국가들과 평화적 관계를 꿈꿨던 이들의 소망은 25대 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암살로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된다. 라빈 총리는 아랍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지지한 인물이다. 시몬 페레스 총리와 함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끝없이 그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는 흔히 '오슬로 협정'이라 불리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2년에 걸친 평화공존 프로젝트로 연결된다. 1947년 유엔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강요된 '두 국가 해법'이 이제는 당사국 스스로 방법을 찾기 위한 협상을 이뤄낸 것이다. 그 공로가 인정돼 1994년 라빈 총리는 이스라엘 페레스 외무장관과 아라파트 PLO 의장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간혹 오슬로 협정을 팔레스타인 분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는 목소리도 있다. 그 이후 이 지역 평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이유다. 물론 협정 내용만 보면 목표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설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은 대화의 시작이었고 앞으로 이뤄야 할 결과지향적 합의의 큰 틀이었다. 이것 때문에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이 심화됐다는 주장은 극단주의 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1995114, 라빈 총리는 유대인 극우파 청년의 총격에 암살당하고 만다. 노동 시온주의의 노력 또한 여기서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후 양측 간의 평화 협상은 지지부진을 거듭하다 사실상 소멸하게 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서로를 향한 증오의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라빈 총리를 제거한 이스라엘 극우세력은 점차 팔레스타인을 향한 공격적 대응 수위를 높였고 이스라엘을 점차 우경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21세기 들어 이스라엘의 노동 시온주의는 점차 세력을 잃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이스라엘 건국의 주동세력 노동당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8대 에후드 바라크 총리를 마지막으로 집권은커녕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국제관계 사각지대

10(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피란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와 전쟁은 상호적이다. 이스라엘의 평화적 제스처가 1인극이 아니듯, 증오는 허공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증오에 대한 대응적 행동이다.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을 향한 증오 역시 자신들을 향한 증오에 대한 본능적 방어기제다. 평화와 전쟁은 국가 간 커뮤니케이션의 양극단 지점이다.

무장단체 PLO가 외교무대로 올라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대화 상대로 삼았던 것은 이스라엘의 노동 시온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슬로 협정 등을 거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거듭난 PLO는 파타(Fatah)라는 정당을 만들고 선거를 통한 정상적 정부를 지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곧 나락의 길을 걷게 된다. 내부적 요인이 파타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라면 외부적 요인은 이스라엘 사회의 근본적 변화다.

이스라엘의 극우화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국민 정서 역시 점차 극우화의 길을 향하고 있다. 줄곧 집권당 자리를 유지해 온 파타는 이스라엘의 우파 리쿠드당이 주요 정당으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2006년 선거에서 하마스 무장세력에게 제1당 자리를 내주고 만다.

현재 팔레스타인의회(PLC) 132석 가운데 하마스가 74석을 보유하며 제1당 자리를 유지하고 파타는 45석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사실상 서로 고립된 상황에서 파타는 서안지구의 다수당파를 이루고 있지만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독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압박이 커질수록 이들의 강경 목소리는 점점 거세진다.

이 배경 속에서 중동지역의 국제관계 또한 최근 급변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2020)으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는 역사적 합의를 한 이후 수단, 모로코 역시 이스라엘과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이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 판단한 이란은 일거에 판을 뒤흔들 한 방을 노리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자신들의 국가수립 목표에 버팀이 되어주던 아랍 국가들이 하나둘 이스라엘의 수교국이 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의 외교적 차원의 희망은 이란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역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내부 사정도 팔레스타인에 점점 불리해져만 갔다. 현 이스라엘 정권에는 샤스당을 포함, 극단적 극우세력들이 리쿠드당과 함께 연정을 꾸리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떨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사법처리로 연결될 수 있는 연정 붕괴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그럴수록 소수파 극우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렇게 이스라엘 정치는 광기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7일 하마스의 자살에 가까운 전면적 이스라엘 공격의 배경이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 민간인을 향한 고의적 학살과 인질포획을 일삼았다. 더 이상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극단적 대결로 가겠다는 메시지다. 온건파의 입지를 없애면서 이 기회에 서안지구까지 포함한 팔레스타인 전역을 수중에 넣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2023년 가을, 세계는 중동의 데탕트를 말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 국가들, 즉 미국과 원활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보이는 착시였다. 소집단과 국가 차원에서도 그렇듯, 국제관계에서도 늘 소외되고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는 있다. 이곳의 관리가 국제정치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침략과 민간인 학살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고 국제법 위반이다. 당연히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화를 관리해야 하는 국제정치의 시각에서는 죄를 벌하는 차원에만 머물 수 없다. 그러기에는 벌어진 결과가 너무나 잔혹하기 때문이다. 죄와 악을 벌하기 전에 그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국제관계의 최선이다. 그것이 또한 사법과 정치의 차이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임상훈(anarsh)

 

촛불집회 극좌” “주사파로 말미암아이념 공세 전쟁터 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

교육위 국감] 국민의힘 정경희 태극기집회보다 폭력적인 촛불집회 나가면 당연히 극좌

김주성 국가교육위원 영상 발언 논란가정의 본질은 폭력” “전태일·이한열 죽고, 좌파 죽음의 미학 굉장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질의 대신 대한민국은 우파 나라로 출범해 좌파가 준동하는 게 문제”, “태극기집회보다 폭력적인 촛불집회 나가면 극좌등 발언으로 야당 의원을 비판했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 문재인 정부 5년을 주사파로 규정하거나 가정의 본질은 폭력”, “전태일 죽고 이한열 죽고, 좌파는 죽음의 미학이 굉장하다등 발언을 한 김주성 국가교육위원 임명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판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지난 11일 교육부 등을 상대로 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 질의를 들어보니 질문하는 게 아니라 이념 공세하는 측면이 있어서 말씀드린다며 지난 8월 임명된 김주성 국가교육위원이 극우 인사라는 야당의 평가를 반박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정 의원은 김주성 국가교육위원을 극우로 매도했는데 태극기 집회에 나가면 극우냐폭력에 의지하는 게 극우인데 평화적 시위를 하는 사람들(태극기 집회)을 극우로 매도한다면, 훨씬 더 폭력적이었던 촛불집회에 나가는 사람은 당연히 극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뉴라이트가 뭐가 문제냐, 올드라이트가 아니어서 문제냐대한민국은 원래 자유민주주의 국가, 우파 국가로 출범했고 현재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질서에서 자유를 빼버리려 했고 실제 교육 과정에서 자유를 빼버렸데도 엄연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우파 국가라며 거기서 좌파가 준동하는 게 문제지 우파가 뭐가 문제냐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왜 사람들에게 뉴라이트라고 딱지를 붙이냐그렇게 질의하는 본인들(야당 의원들)은 뉴레프트냐, 올드레프트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위원회 국감장에서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이념 공세로 밀어붙이는 건 교육위원으로서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앞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김주성 위원 발언 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도 의원은 김 위원의 과거 발언 영상을 국감장에서 재생했다. 이배용 위원장에 따르면, 김 위원은 대통령실에서 추천한 인사다. 도 의원은 김 위원 발언이 담긴 영상 세 개를 국감장에서 재생했다. 첫 번째 영상 속 김 위원 발언이다.

우리가 지난 5년간 주사파로 말미암아 나라에 자유민주적인 정신을 많이 잃고, 공산주의 아니면 전체주의적인 생각이 우리 국가를 많이 흔들었기 때문에.”

이에 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이) 공산주의, 전체주의가 흔들었던 5년이냐, 지나치다고 본다태극기 집회에 가서 이렇게 말하는데 국가교육위원회처럼 사회적 합의를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적합하다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생한 영상 중 김주성 국가교육위원 발언 장면. 사진=국회방송

두 번째 영상 속 김 위원 발언이다공공의 세계는 뭐가 지배하냐면 말이 지배하는 세계고, 사적인 세계는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 가정의 본질은 폭력이라는 거예요. 쟤들은 그걸 창출하기 위해 사람까지 죽였지 않습니까. 전태일 죽고 이한열 죽고 많이 떨어져 죽고, 얘들은 죽음의 미학이 굉장하죠.”

이에 도 의원은 좌파가 전태일·이한열을 죽였다고 말하는, 극단적인 사람을 어떻게 임명했냐고 지적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생한 영상 중 김주성 국가교육위원 발언 장면. 사진=국회방송

다음은 세 번째 영상 속 김 위원 발언이다. 교육의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주고 거기 전부 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스웨덴도 어떻게 경쟁시키냐면, 유치원에도 바우처를 주고 국립유치원하고 사립유치원을 똑같이 경쟁시킵니다.”

도 의원은 유치원에서부터 경쟁 교육하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느냐보수 교육계에도 이성적인 분들 많지 않나. 교육 정책을 만드는데 극단적인 사람은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동아일보, 보궐선거 여당 참패에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김순덕 대기자 윤 대통령에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 할 수 있나

조선일보 민심의 경고한겨레·경향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당부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를 100% 완료한 결과 진교훈 후보는 56.52%(137065)를 얻어 39.37%(95492)를 기록한 김태우 후보를 약 17%포인트 앞서며 압승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7%였다.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궐선거 중 가장 높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살펴볼 가늠자로 여겨진 선거였던 만큼 아침 신문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표가 진행됐음에도 12일 자 1면에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은 사설도 작성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자 페이스북.

조선 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경향·한겨레 민주당 잘해서 이긴 거 아냐

조선일보는 1<여당의 완패 민심의 경고> 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완패했다. 민심의 경고에 여권 내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할 전망이라며 반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 친명 지도부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용산의 패배라고 했다. 한겨레는 1<용산의 패배> 기사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고 이번 선거 승리까지 거머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당분간 안정적인 당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12일 조선일보 1.

12일 한겨레 1.

한겨레는 이어 윤 대통령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후보를 지난 8월 사면·복권해 출마의 길을 터줬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다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수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달라지면 전화위복, 아니면 설상가상> 사설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으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이 누적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또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를 내부 고발한 김 후보를 형식 논리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해 구청장직을 박탈한 법원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김 후보 때문에 생긴 선거에 김 후보를 재공천한 국민의힘도 국민적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12일 조선일보 사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승패는 계속 바뀐다. 문제는 이긴 쪽과 패한 쪽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잘 받아들이면 전화위복이 되고 잘못 받아들이면 설상가상이 된다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고작 구청장 하나의 선거 결과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선 더욱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보선 패한 여권, 독선적 국정운영 아니었나 돌아봐야> 사설에서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참신한 인재를 선보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자격 미달 시비가 잇따르는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내세우는 등 독선적이거나 독주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민주당을 향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선거 민심, 윤 대통령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고다> 사설에서 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여겨 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혁신과 통합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이라고 민심의 회초리가 피해가진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강서구청장 보선 민주당 압승, 엄중한 국정 심판이다> 사설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에 회초리를 들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는 게 옳다. 민주당은 자만할 게 아니라 쇄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의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총선에서도 이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 총선 여당 또 지면 윤 대통령 바로 레임덕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칼럼에서 이번 보선의 의미는 애써 깎아내려도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총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여당이 또 질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총선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보다 대통령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문우진 아주대 교수 2022년 논문).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줄고 야당 후보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 주기가 짧아지면서 정권 피로도 역시 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고 했다.

12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 칼럼.

김순덕 대기자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세상이 다 안다. 그러나 국힘에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말할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민심을 살피고 인사검증을 꼼꼼히 해낼 민정수석은 없앴으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두지도 않고, 참모가 무슨 말을 하면 화부터 버럭 내는 것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말고 누가 감히 할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쉽게 올리자면 대통령이 민족주의 카드를 휘두르거나 반대세력이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부에 맞설 때 강하게 맞대응하는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민심을 반영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대통령 자신이 정적을 포용하고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 국민에게 감동을 줄 때 지지도는 올라간다지금처럼 돌진만 하다가는 무도한 전() 정권 심판마무리도 못한 채 대통령이 된 뜻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풍전등화 정의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단 1.83% 득표... 지도부 사퇴, 노선 전환 요구 거세질 듯

출정식을 마치고 송화벽화시장을 찾은 권수정 정의당 후보정의당

내리막길은 어디가 끝일까.

정의당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권수정 후보 1.83% 득표'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3~5% 수준인 정당 지지도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결과다. 시야를 넓히면, 지난해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가 2.37% 득표에 그친 데 이어 3개월 뒤 지방선거에서 단 9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던 흐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존립 자체'를 판단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처하는 등 나빠지기만 했다.

이정미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12일 당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좋은 결과를 드리지 못해 송구하고 죄송하다"라며 "이번 선거의 패배는 모두 정의당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뼈를 깎는 성찰과 근본적 변화가 없이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라며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의 책임은 선거를 이끈 당 대표에게 있다. 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체제로는 안 돼... 근본적으로 노선 바꿔야"

이 대표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 만큼 지도부 사퇴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의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의 존립을 판단해야 하는 시기"라며 "지금 이 체제를 유지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가 많았던 화곡동에서조차 진보당과 차이가 없었다"라며 "심상정 의원이 나름 민주당보다 더 분명한 입장과 대안을 내놓고 논의를 주도했는데... 정의당이 5석이나 더 많은데 효능감이 없다는 것이고, 선거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선거 기조는 어쨌든 현 지도부가 지난 1년간 당을 이끌어 온 '자강'의 틀에서 있었다"라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라고 봤다. 이어 "정의당으로도 안 되고, 지금까지 당이 밟아왔던 재창당 논의 등도 유효하지 않다. 제대로 노선 전환을 해야 한다"라며 "그간 민주노동당 10, 정의당 10년 동안 해온 걸 더 해왔을 뿐이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이날 새벽 KBS '더라이브'에서 "정의당이 분명히 어려운 선거임에도 이번 선거를 치른 이유는 존재감을 확인하고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는 당의 태세를 정립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 중심 구도가 너무 세다 보니까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가 유권자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고, 크게 의미 없는 표를 기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소수정당들이 지금 정도의 준비로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돌파를 찾긴 굉장히 어렵다"고 봤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SK브로드밴드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정의당 권수정 후보. 2023.10.2연합뉴스

류호정 의원 역시 선거 당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정의당은 선명하게 '아주 하얀 맛있는 흰 쌀밥을 국민들께 담아드릴게요' 하던 정당이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 국민들께서도 흰 쌀밥 말고도 다른 거 먹고 싶다 하는데 약간 눈치가 조금 부족해서 '왜 갑자기 인기가 없어지는 것 같지? 흰 쌀밥을 더 많이 담아드리면 되나?' 하고 더 열심히 밥을 짓던 정당이란 말이다. 이제 메뉴 자체를 바꿔야 된다. 김밥으로 바꿔야 되지 않나. 쌀밥도 있지만 김, 단무지, 김치 이렇게 (국민들이) 원하시는 것들로 잘 모아서 새로운 메뉴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선거는 그런 전략은 아니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의당은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았다"라며 "(그럼에도 미련이 있던) 사람들은 (과거 기조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성적표를 받아서야 인정하겠구나 싶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의당이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한 게 문제"라며 "3당으로서 민주당과 협력해야 한다/독자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모두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든 신뢰를 주지 못하고 부유하다가 이제는 당으로서의 가치마저 잃어버린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당의 진로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부터 정확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과는 '지금 이대로 가면 아무도 정의당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죽자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점을 너무 확연히 보여준다"라며 "변화의 방향이 '전통적인 진보정당 간의 연대냐, 아니면 좀 더 넓게 판을 짜냐' 두 가지 흐름으로 당내에 있는 상태인데, (둘 중 하나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너무 나쁜 성적표'엔 이견 없어... "생각이 복잡하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정의당이 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어쨌든 이번 선거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이 서로 결집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양당이 아닌 공간은 5%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도 "정의당 지지율 3%도 지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고, 진보당을 앞서긴 했지만 거기에다가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우리가 3당의 지위를 지켰다'고 평가할 건 아니다"라고 돌아봤다.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제3당이 설 공간이 점점 쪼그라드는 현실도 장벽이다. 정 위원장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하다. 윤석열 정권을 저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민주당의 행태에 진보정당이 다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라며 "진보 진영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열어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다만 "어쨌든 매우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았고, 지금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게 확인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박소희(sost)

 

'이재명 구속 기각' 판사 비난 현수막까지... 검찰 "고발 각하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반포대로변에 유창훈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이병한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판사에 대한 비난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12일 해당 판사 개인을 고발한 사건을 두고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며 각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이날 오후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구속영장 직무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하여, 고발장 내용만으로는 범죄 구속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혐의없음이 명백하여 각하 처분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보수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구속영장 기각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유 판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이후 검찰과 여당,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기각 다음날 검찰은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라고 했고, 지난 10일과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또다른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반포대로변에 유 판사를 비난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여기에는 커다란 얼굴 사진과 함께 "정치판사 유창훈", "정치하냐?ㅋㅋㅋ", "공천하나 받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강 성진-할일 없으면.. 주가조작녀 양평비리나 고발해라..

dydwls00- 토착왜구의 내시들과 알바견들이 용 쓴다,,,이런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아프다..

궁이 빈 줄리마마- 나라에 조현병 환자들이 너무 많다 나라가 정권이 지지자들이 미처 돌아 간다

 

미국사회 흔든 하버드대생들의 당찬 '이스라엘 비판'

폭력은 이스라엘의 책임" 팔레스타인 연대위 성명

동문 정치인들 소나기 비판, 대학 당국의 개입 촉구

하마스 폭력 비난하면서 이스라엘 국가폭력은 외면

게이 총장, 하마스 비난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존중

대학당국, 대기업 대표들의 학생명단 공개 요구 거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개시한 지난 7. 한 대학의 34개 학생단체가 가입한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PSC)'"폭력을 일으킨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버드 교직원은 물론, 동문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지면서 대학 당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1일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가자 폭격을 중단하라'​​는 구호가 보인다. 2023.10.11. 로이터 연합뉴스

대학 총장은 성명 발표 사흘 만에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민간인을 향한 하마스의 잔혹한 테러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성명 내용은 비난하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어떤 학생단체도 우리 학교와 그 지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총장 성명마저 "학생들의 성명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미국 하버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친이스라엘 여론이 우세한 미국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나마 최근 취임한 클로딘 게이(53) 총장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PCS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성명은 이번 사태를 낳은 과거와 예측되는 미래의 폭력 문제를 짚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당일의 폭력 사태에만 집중했다. 애당초 접점을 찾기 힘든 대화였다. 성명은 "오늘의 사태는 진공상태에서 일어난 게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은 '지옥의 문을 열어주겠다'"이스라엘 당국자들의 약속대로 지붕 없는 감옥에서 살도록 강요받았다""가자지구의 대학살은 이미 (이스라엘에 의해) 시작됐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향후 며칠 동안 이스라엘 폭력의 피해를 전면적으로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 단락으로 된 짧은 성명은 이스라엘 비판에 집중했다. "유일하게 비난받아야 할 것은 인종차별 정권이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75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모든 존재의 측면에 구조화했다"고 짚었다. 구조적으로 강요한 폭력의 내용으론 "체계적인 토지 점유에서부터 일상화된 폭격과 자의적인 구금은 물론 군 검문소, 강요된 가족의 분리 및 표적 살인에 이르기까지"라고 들었다. 성명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때론 느리게, 때론 갑작스러운 죽음의 상태에서 살도록 강제됐다"고 본 근거다.

9일 영국 런던에서 하마스의 공격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유대인공동체 집회 참가자들이 하마스를 비난하고 있다. 2023.10.9. AP 연합뉴스

성명이 마지막으로 동료 학생들에게 연대를 제안한 것은 더 큰 폭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오늘 팔레스타인의 시련은 전대미문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 절멸을 중단토록 행동을 취할 것을 하버드 공동체에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젊은 학생들답게 애매한 양비론을 펼치지 않고,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언급하지 않은 채 더 구조적이고, 더 체계적인 이스라엘의 국가폭력에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이 지적한 내용은 역사적인 사실이자,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지적이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성명에 담긴 내용은 외면한 채 생략된 내용에만 확대경을 들이댔다. "하마스의 폭력을 묵인하고 이스라엘의 책임만 물었다"는 이유에서다. 성명의 결론인 이스라엘의 구조적인 대학살에 대한 우려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비난에 앞장선 사람은 재무장관과 하버드 총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였다. 그는 8일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이스라엘만을 비난한 학생그룹의 성명이 광범위하게 보도되는 가운데 하버드 대학 당국이 침묵하는 것은 하버드가 이스라엘 유대인 국가를 겨냥한 테러 행위에 대해 기껏 중립적으로 비치게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당원인 그는 "대학 당국이 학생 성명과 학교를 분리하지도, 성명을 비난하지도 않은 게 역겹다"라고도 썼다.

인스타그램을 관리하는 메타 측은 성명 원문을 한동안 삭제했다가 다시 올렸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최고경영자(CEO)인 빌 애커만을 비롯한 일부 기업체 대표들은 하버드대에 성명을 발표한 학생들의 명단을 요구했다. 기업체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하버드대 당국은 명단 공개를 단호히 거부했다.

10(현지시간) 공개된 위성 사진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거 지역의 모습이 담겨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건물들이 새까맣게 타 있다. [상업위성업체 막서(Maxar) 제공] 2023.10.11. 로이터 연합뉴스

PSC 성명은 지난 주말 보수단체들의 뉴스 사이트에 확산되면서 특히 공화당 동문 정치인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9"대체 하버드가 왜 잘못된 것인가"라고 썼고,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하버드 학생단체가 이스라엘인 700여 명을 살해한 하마스의 야만적인 테러 공격에도 이스라엘을 비난한 것은 혐오스럽고 가증스럽다"고 자신들의 X계정에서 각각 지적했다.

게이 총장은 비난 여론을 무작정 수용하지 않았다. 10일 성명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잔혹한 테러를 비난한다는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면서 "해묵은 분쟁의 원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무엇이건 그러한 비인도적인 행위는 혐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하버드가 홀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광범위하게 상이한 의견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환상은 없다. 그러나 배움의 공동체로서 더 넓은 세상에서 고통스럽게도 명백하고 뿌리 깊은 분열과 증오를 확대하기보다 공통의 인류애와 공유된 가치를 토대로 조절할 조치를 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총장 성명은 끝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 격분케 하기보다 (사실을) 규명하는 말로 이토록 어려운 시기를 넘겼으면 한다. 우리 배움의 공동체 모두에게 호소하건대 앞으로의 대화에서도 이를 명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929일 하버드대 총장 취임연설을 하고 있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누리집

교내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비난이 거세지면서 PSC에 참여했던 34개 단체 중 5개 단체가 연대 서명을 취소했다. 바이든은 미국인 14명이 숨지고 일부는 인질이 됐다면서 하마스의 공격을 '순전한 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사회의 압도적인 친이스라엘 여론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피해는 늘 비대칭이었다.

2014년 이스라엘 103명 납치 사건 뒤 발생한 50일 분쟁에서 이스라엘인 73명이 숨졌지만, 팔레스타인 측의 사망자는 2000명이 넘는다. 가장 최근의 전면전인 202111일간의 무력 충돌에선 이스라엘 민간인 14명과 군인 1명 등 15명이 숨졌지만, 가자지구에서는 250여 명이 희생됐다. 대부분 민간인이다. 지난 929일 제30대 총장에 취임한 게이는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368년 역사상 첫 흑인 총장이다.

김진호 에디터

 

김행의 '부끄러운 황색언론'에 기여한 '큰 언론사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김행랑(김행과 줄행랑을 합친 말)’이란 망신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청문회에서 한국 언론을 향해 의미있는말을 남겼다. ‘부끄러운 한국언론의 현실에 관해서다.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터넷매체 위키트리의) 혐오 장사로 주식을 79배 급등시켜 100억대 주식 재벌이 됐다. (선정적 제목의 위키트리 기사들을 언급하며) 황색언론으로 만드는데 혁혁하게 기여했다고 추궁하자 김 후보자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부끄럽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 (언론중재위원회) 지적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추궁을 모면해 보려고 다른 언론사들까지 다 싸잡아 황색언론이라고 한 것이다. 선정적 표현, 성폭력 2차 가해, 혐오 표현은 다른 언론사들도 다 마찬가지인데 왜 위키트리만 갖고 그러냐, 특히 큰 언론사는 더 심한 것 아니냐며 화살을 큰 언론사로 돌렸다.물귀신 전략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줄행랑후보자의 이 주장은 드라마틱한 엑시트를 위한 가짜뉴스였을까?

지난해 125일 언론중재위원회가 주최한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운용의 성과 및 개선과제토론회에서 발표된 시정권고제도의 이해와 개선방안보고서를 보면 2019에서 2021년까지 3년간 언중위 시정권고를 가장 많이 받은 10개 언론사가 나온다.

김행 후보자가 말한 큰 언론사를 전국단위로 종합일간지나 경제지를 발간하는 언론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19년 시정권고 10위 내에 포함된 큰 언론사로는 국민일보(인터넷 국민일보, 2), 세계일보(인터넷 세계일보, 4), 동아일보(동아닷컴, 7), 중앙일보(인터넷 중앙일보, 8) 등이다. 1위는 인사이트, 3위는 위키트리였다. 통신사인 뉴스1, 뉴시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2020년에는 국민일보(3), 세계일보(4), 헤럴드경제(헤럴드POP, 7), 조선일보(조선닷컴, 8)였다. 1위는 인사이트, 2위는 위키트리였고 뉴스1, 뉴시스는 또 10위권에 들었다.

2021년에는 조선일보(2), 세계일보(5), 한국경제(6) 등이 큰 언론사10위권 내에 들었다. 인사이트는 역시 1, 김행의 위키트리는 조선닷컴보다도 낮은 3위였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전체 시정권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0%였다. 전체 시정권고 대상 매체가 2,682(2022)이라고 할 때 상위 10개 언론사에 시정권고가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25일 언론중재위원회가 주최한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운용의 성과 및 개선과제토론회에서 발표된 시정권고제도의 이해와 개선방안보고서 갈무리

이 보고서는 조선·중앙·동아 미디어 그룹별로도 시정권고 건수를 분석했다. 이른바 신문시장의 3’라고 하는 조중동 매체의 자매지까지 포함해 시정권고 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2019년 조선일보 미디어그룹(조선일보, 조선닷컴, 스포츠조선, 인터넷 여성조선, 인터넷 주간조선, 월간조선, 헬스조선 등 10개 매체)은 총 36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같은해 동아일보 미디어그룹( 동아일보, 동아닷컴, 인터넷 스포츠종아 등 8개 매체)30건이었다. 중앙일보 미디어그룹(중앙일보, 인터넷 중앙일보, 인터넷 일간스포츠 등 3개 매체)22건이었다.

2020년에는 조선일보 미디어그룹이 28, 중앙일보 미디어그룹 13, 동아일보 미디어그룹 12건이었다. 2021년에는 조선일보 미디어그룹 61건으로, 중앙 33건과 동아20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조중동 미디어그룹에 대한 시정권고가 전체 대상 매체(2,682)의 시정권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대였다. 시정권고가 3개 미디어 그룹에 집중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김행 후보자의 주장 -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큰 언론 1~3에 해당하는 조중동 그룹이 다른 매체에 비해 시정권고를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1~3위는 아니지만 큰 언론사로 볼 수 있는 전국단위 일간신문(경제지 포함)들도 매년 10위권 안에 다수 포함됐다.

김행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다음날 조선일보는 저질보도가 언론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제목의 뉘앙스는 김행 후보자의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쪽이다. 김 후보자가 지칭한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김 후보자 발언을 부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팩트는 조선일보를 포함해 1~3위의 큰 언론사가 언중위 시정권고 톱10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다른 언론사에 대해 시정권고한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보도 정보 누락’ ‘무죄 추정 원칙에서 벗어난 범죄사건 보도등이 대부분이다.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지적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조선일보 1066면 갈무리

언중위 사이트에 공개된 2021년 조선일보의 인터넷신문 조선닷컴이 받은 29건의 시정권고 내용을 보면, 사생활 침해 등(13)이 가장 많았고, 폭력묘사 4, 자살관련 보도 3, 충격·혐오감 3, 피의자 피고인 신원공개 1, 성폭력 가해자 범행수법 등 묘사 1, 성관련보도 1, 기사 제목 3건 등이었다.

같은해 스포츠조선닷컴도 총 20건 시정권고를 받았는데 사생활 침해 등이 역시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관련 보도 3, 기사형광고 2,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 1, 충격·혐오감 1건 순이었다. 조선비즈 시정권고 총 8건 중에는 사생활침해 2, 자살관련 2, 피의자 피고인 신원공개 1,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 1, 여론조사, 1, 기사형 광고 1건 등이었다.

, 조선일보와 자매지들이 받은 시정권고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이 사생활 침해였다. ‘폭력묘사’ ‘자살관련 보도’ ‘충격·혐오감 보도가 그 뒤를 이었고 성폭력 가해자 범행수법 등 묘사’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도 있다.

다른 언론사에 대한 시정권고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보도 정보 누락, 무죄 추정 원칙에서 벗어난 범죄사건 보도 등이 대부분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조선일보가 위키트리의 선정성을 비난할 바는 아닌 것이다.

김행 후보자가 결국 줄행랑드라마틱 엑시트를 했지만, 한국언론의 부끄러운 황색언론 현실을 만드는 데에 조선일보와 같은 큰 언론사들이 더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고맙다.

시민언론 민들레

 

언중위 '잘못된 보도' 판정률 1위 채널A, 2TV조선

조정비율 채널A 79.5%, TV조선 61% ,그 외 40%미만

민형배 의원실 '2020~23.8 언중위 조정신청·결과 분석

TV조선·채널A는 올해 '불신 방송매체' 순위에서도 1, 2

참여연대는 나라의 보조금을 받는 정치단체’(채널A 뉴스TOP10 김종석 앵커, 2023510일 방송) 언론중재위원회 사실 아님. 정정보도 판정

북한 지령 받은 민주노총 제주본부 출신 간부,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지지 기자회견 주선’(TV조선 이정연 기자, 2023126일 방송) 언론중재위원회 사실 아님. 정정보도 판정

위의 두 종편방송사가 보도한 내용은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이 각각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언중위가 이를 받아들여 모두 정정보도를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두 개의 보도는 여전히 포털과 유튜브 등에 남아있어서, 정정보도를 모르는 시청자들은 보도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널A 보도 갈무리

TV조선 보도 갈무리

신문(인터넷신문 포함)과 방송, 통신 등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이를 바로잡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언중위에 조정·중재를 신청하는 것이다. 1981년 창립되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잘못된 보도에 대한 피해배상액을 높여 실질적인 보상과 피해 예방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언중위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기자협회·언론노조 등 언론인 현업 단체와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방송(지상파 3사와 종편채널 4)에 제기된 언중위 조정신청·결과 자료를 분석해보니, 조정 비율이 가장 높은 방송사 1, 2위는 채널A, TV조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과 채널A는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불신 매체중 방송매체로 각각 1, 2위였다. 신문매체 1, 2위는 각각 조선일보, 동아일보였다. ‘불신 매체’ 1~4를 조선·동아의 신문과 방송이 휩쓴 것이다.

채널A의 조정비율이 79.5%로 가장 높았고, TV조선은 61.4%로 뒤를 이었다. KBS, SBS, MBC, JTBC, MBN40% 미만이었다. 채널A는 반론보도 비율이 47.7%로 다른 방송사에 비해 크게 높았다. TV조선은 반론보도 비율은 22.7%로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 직권조정이 18.2%로 월등히 높았다. 잘못된 보도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채널A는 반론보도를 적극 수용했고, TV조선은 정정·반론보도보다는 언중위의 직권조정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는 의미다.

조정 비율은 조정 신청 건수 대비 정정보도·반론보도·직권조정 판정이 난 보도 건수다. 정정보도·반론보도 결정은 언론사의 보도가 잘못됐으니 정정보도를 내거나 피해자 반론을 보도하라고 언중위가 결정하고 이를 양쪽 당사자가 받아들여 분쟁조정이 성립된 경우다. 직권조정은 문제 보도에 대해 언중위가 직권으로 조정을 결정하는 경우다.

이 기간 동안 조정신청 건수는 MBC 249, SBS 208, KBS 163, JTBC 135, MBN 58, TV조선 44, 채널A 44건 순이다. 조정신청 건수만으로 잘못된 보도가 많고 적음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시민언론 민들레

 

BBC는 왜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지 않는가

영국정부 각료들 그런 BBC 일제히 비난하자

우린 사실만 전한다판단은 시청자의 몫"

"나치도 이라 했지만 사악하다고 하지 않았다"

"그게 세계 5억 시청자가 BBC를 신뢰하는 이유다"

영국 런던의 BBC 본부건물. 2023.09.19. EPA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영향력 있는 방송사 중의 하나로 알려진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영국방송공사)가 최근 이스라엘에 잔혹한 기습공격을 가한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를 테러리스트집단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부 각료들로부터 일제히 비판을 받고 있다.

BBC는 이에 대해 그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우리는 어느 한 편을 들지 않는다”, “BBC는 창립 때부터 지켜 온 그런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맞받았다.

영국정부 각료들 일제히 BBC 비판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 9애매모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표현으로 불러야 한다BBC를 비난했다. 외무장관 제임스 클레벌리와 국방장관 그랜트 샵스, 문화장관 루시 프레이저도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쓰지 않는 BBC를 비판하며 정책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샵스는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않고, “언제나 양면이 있다고 얘기한다수치스러운일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까지 나서서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는 분명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BBC에게 그런 말을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9(현지시간) 런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가한 뒤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상 캡처] 2023.10.10. 로이터 연합뉴스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어느 한 편을 들겠다는 것

이에 대해 지난 50년 간 중동지역 사태를 취해, 보도해 온 BBC 존 심슨 세계문제 편집자(World Affairs editor)11X(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영국 정치인들은 BBC가 왜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피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지난 세월 많은 이들이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했다. 누군가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당신이 한쪽 편을 들고 상황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그만두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BBC의 임무는 청중에게 사실을 제시해서, 호언장담 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국과 전 세계에서 거의 5억 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듣고, 읽는 이유다. 우리가 호언장담을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미안하지만,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10(현지시간) 사람들이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 마련된 음악 축제장 기습 공격 희생자의 무덤 앞에서 애도하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동남부 레임 외곽의 음악 축제장에 난입해 젊은이들을 공격한 후 행사장 주변에서 시신 260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2023.10.11. 로이터 연합뉴스

나치도 이라 했지만 사악하다고 하진 않았다

심슨은 또 이날 BBC에 이 문제와 관련한 자신과 BBC의 입장을 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밝히는 글을 기고했다.

“BBC는 왜 하마스 무장세력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가라는 제목이 달린 이 글에서, 그는 그 이유를 BBC 창립 때 천명한 원칙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면서 X에 올린 것과 같은 논지의 글을 더 자세하게 피력했다.

그는 BBC가 테러리스트, 테러리즘이라는 말을 쓰는 게스트나 기고자들을 인터뷰하고 인용도 하지만 그것을 BBC의 입장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청중에게 사실을 제시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나치를 이라고 불렀지만, 그들이 악하다거나 사악하다는 말을 쓰진 않았으며, 그것은 BBC가 방송인들에게 명시적으로 내린 지시사항이었다고 했다. 그는 마거릿 대처 총리 암살 폭탄공격까지 벌인 IRA(아일랜드 공화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런 높은 객관적 기준을 지킨 것이 지금의 BBC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BBC의 편집정책 및 표준 담당국장 데이비드 조던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청중이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BBC가 갈등의 한쪽 편에서 다른 쪽에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며, 우리 저널리즘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 사실에 입각하고 정확하며 공정하고 진실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 한다."

존 심슨 에디터가 BBC에 기고한 글의 전문을 번역해서 싣는다.11(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여성 참가자가 '지금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폭격해 사망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3.10.11. AFP 연합뉴스

BBC는 왜 하마스 무장세력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가

정부의 장관, 신문 칼럼니스트, 일반 사람들 모두 왜 BBC가 남부 이스라엘에서 끔찍한 잔혹 행위를 자행한 하마스 무장괴한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않는지 묻고 있다 그 대답은 바로 BBC의 창립 원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러리즘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집단에 대해 사용하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에게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은 BBC의 책무가 아니다.

우리는 영국과 다른 정부들이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비난했다는 사실을 자주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말이다. 우리는 또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게스트들과 기고자들을 인터뷰하고 인용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청중에게 사실을 제시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11(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시작된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3.10.11. 로이터 연합뉴스

물론,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를 공격한 사람들 중 다수는 우리의 사진을 보고, 오디오를 듣고, 이야기를 읽고, 우리의 보도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본 것과 같은 일에 대해 경악할 것이다. 그 사건들을 "잔혹행위"라고 부르는 것은 전적으로 합당하다. 실제로 바로 그랬으니까.

민간인, 특히 어린이, 심지어 유아들의 살해를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음악 축제에 참석한 무고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취재하면서 이번에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공격의 여파를 직접 목격해 왔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의 민간 목표물들에 대해 감행한 폭격과 포격의 여파도 지켜봤다. 그런 일에 대한 공포는 영원히 당신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지자들이 저지른 테러 때문에 우리가 그 조직을 테러 조직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BBC에서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BBC 방송인들은 나치를 ""이라고 부를 수 있었고 또 불렀을지언정 나치를 악하다거나 사악하다고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았다. BBC 문서는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호언장담할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의 톤은 차분하고 아주 침착해야 했다.

IRA(아일랜드 공화군. 독립파 무장조직)가 영국을 폭격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했을 때 그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다. 이와 관련해 마거릿 대처 정부는 BBC와 나와 같은 기자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 특히 그녀는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지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브라이튼 폭탄공격(1984IRA가 브라이튼의 그랜드 호텔에 시한폭탄을 설치해 대처 총리를 암살하려 한 사건) 이후 그러했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10(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격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2023.10.11. 신화 연합뉴스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우리는 "사악하다"거나 "비겁하다"와 같은 함축적인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만 이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사들 중에도 우리와 똑같은 정책을 지닌 곳들이 있다.

그러나 BBC가 특별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정치와 언론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당연하게도 BBC가 특히 높은 기준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한 한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영국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매일 말하는 것을 보고, 읽고, 듣는 이유다.

시민언론 민들레 한승동 에디터

정부 '가짜뉴스 몰이'국산 네이버·다음 '벼랑끝'

다음, 공론장 댓글 창 없애자 점유율 4%이하로

'아시안게임 응원 여론조작' 혐의까지 씌워

네이버, 좌편향 억지에 팩트체크 서비스 중단

그 통에 '외국산' 구글·유튜브로 이용자 이동

한때 국내 간판 포털로 명성이 높았던 다음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과거 위상을 회복하겠다며 사내 독립기업으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나 이용자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더 궁지에 몰렸다. 다음의 위기는 다른 포털에 비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도 있으나 정부 눈치를 보며 댓글 창을 폐지하는 등 스스로 서비스 질을 떨어뜨린 탓도 크다. 네이버 역시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보며 팩트체크 서비스를 중단하며 퇴행적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68일부터 기사 댓글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인 '타임톡'을 도입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공론의 장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홈페이지 갈무리.

5일 인터넷트렌드의 웹사이트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다음의 국내 포털시장 점유율이 4%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MAU(한 달에 1번 이상 서비스를 쓴 이용자 수)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다음 점유율은 3.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57.5%, 구글이 32.9%인 것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다음을 보는 이용자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8041760명이었던 다음 모바일 MAU67854547명으로 80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에도 7월과 8월 각각 7842000명과 7839630, 97624265명으로 이용자가 계속 이탈하고 있다.

다음 운영업체인 카카오는 지난 5월 다음을 사내 독립기업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 독자 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점유율은 5.1%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사내 독립기업 전환을 계기로 이용자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 부족한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MAU 점유율은 6월과 74.5%로 되레 떨어졌고 8월과 9월은 4.1%까지 추락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4% 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카카오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조직 개편 효과는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이용자 유입의 주요 채널이었던 댓글 창을 지난 6월 폐지한 게 결정적 악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댓글 대신 도입한 타임톡은 이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도 한계가 있어 이용자 만족도가 떨어진다. 다음카페 등 다른 서비스도 개편했으나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다음이 댓글 창을 없앤 사정에는 정부와 여당의 가짜뉴스 몰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네이버와 다음에 올라오는 댓글이 여론 조작과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네이버는 기사 댓글 수를 제한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댓글을 달 수 있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 다음은 아예 댓글 창을 없애고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사라지는 타임톡을 도입했다. 정부와 여당 눈치를 보느라 공론의 장인 포털의 활발한 의사소통 기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서비스를 개악한 것이다.

그 결과 두 포털 모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 점유율이 70%가 넘었으나 지금은 60% 밑으로 떨어졌다. 이용자들이 네이버와 다음을 떠나 구글과 유튜브로 가고 있다. 구글은 오랜 기간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였으나 지금은 30%가 넘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이용자 조사' 뉴스 및 시사정보 주 이용경로 자료 갈무리

국내 포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가짜뉴스 몰이에 여념이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다음의 응원 메시지 여론 조작 의혹을 보고받은 뒤 범부처 대책 전담팀(TF) 구성을 지시했다.

지난 1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중국의 8강 경기가 진행되던 중 중국 응원이 비정상적으로 압도적인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다음의 실시간 응원페이지에 중국 응원을 클릭한 비율이 한때 91%에 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IP(인터넷주소)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국민 75% 이상이 포털에서 뉴스를 접하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 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을 포함한 국내 포털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털의 응원 메시지는 스포츠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인데 여론 조작으로 몰아가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번 사건을 빌미로 포털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네이버와 다음의 정부와 여당 눈치 보기도 도를 넘었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뉴스 홈에서 제공했던 팩트체크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 이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SNU팩트체크센터와 30여 제휴 언론사가 참여해 기사의 사실 여부를 검증해왔던 서비스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팩트체크 서비스가 좌파 편향적이라며 네이버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이는 억지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를 많이 생산한 탓이다. 네이버 팩트체크 서비스는 근거 자료를 명확하게 밝히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더욱이 이 서비스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좌편향이라고 비난하는 건 누워서 침 뱉는 꼴이나 다름없다.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더 강화해야 할 서비스를 네이버가 폐지한 셈이다.

네이버는 또 고침·정정·반론 보도만 추린 정정보도 모음페이지를 상단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변경했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 등 관계 기관의 심의 최종 결과뿐 아니라 진행 상황에 대한 안내도 개별 기사 페이지 본문 최상단에 노출하도록 했다. 네이버는 정정보도 기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나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으론 포털의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어 언론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도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보며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이용자의 급속한 이탈은 이런 행태에 경고장을 보내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장박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