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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10.2~6 동서고가로 운명 공론에 부치자

by 이성근 2023. 10. 3.

철거 vs 활용동서고가로 운명 공론에 부치자

"동서고가로, 일부 구간이라도 그대로 두면" "북항과 연결하는 재미난 공간으로

동서고가로 활용 제안, 왜 나왔나

독일·미국·중국은 같은 길 가는데, 한국만 '역주행

이순신 국제공항 생기나? 13조 가덕신공항, 첫 인명 공항 꿈꾼다

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일본 옹호 위해 자국 국민과 싸우는 윤석열 정부

국책 연구기관의 경고 “CF연합, 원전 강조하는 정책 방향 피해야

교수, 지식 장사꾼인가

세계기상기구 달력에 '한국 기후 재난 사진

고가도로와 주변 공장 건물, 높이 비슷해 연결 가능한 구조

경부선 철도 지하화·철도시설 재배치·숙원 사업 해결 속도

, 국내 철강회사에 상계관세값싼 전기료, 사실상 보조금

일본 오염수 2차 방류 시작7800t 또 버린다

홍수 위험 주거지 30년 새 122%↑…·저소득 국가 쏠려

부산 인구, 예상보다 빠른 이달 '330만 붕괴' 유력

원전 최강국 건설' 외치는 윤석열 정부 빼면 '오염수'도 없다

철거 vs 활용동서고가로 운명 공론에 부치자

대심도 중복 7구간 폐쇄는 결정

전체 구간 철거 땐 1조 원대 비용

시민단체, 활용 아이디어 등 제안

시민 여론 수렴 절차 필요성 대두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활용안을 검토해 부산 발전의 새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 너머로 보이는 부산항 북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부산 동서고가로의 활용 방안 마련에 공론화 과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관 협치를 통해 역사의 유산을 남긴 부산시민공원처럼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도시 자산이어서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와 노선이 겹치는 약 7km 구간(사상~진양)은 도로 기능이 폐지된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부터 우선협상대상자(가칭 사상해운대고속도로())와 실시협약 협상을 진행 중인 대심도 도로의 준공 예정 시기는 2030년이다. 시 임경모 도시계획국장은 도로 기능 폐지 후 남은 고가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방안은 대심도 도로 개통 2~3년 전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환경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3월 동서고가로를 단순히 철거하기보다는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낙동강에서부터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지는 전체 14km 구간을 자전거 도로나 보행로, 공중공원 등으로 재생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추진 중인 도시답게 기후위기 시대에 어울리는 도시재생 사례로 동서고가로를 활용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대 정주철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능을 다한 고가도로를 도시를 가로지르는 보행 고속도로로 생태화하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북항의 엑스포 부지까지 이어지는 그린웨이를 만들어 도시의 숨통을 터주고, 인근 상권과 도심을 활성화 하는 공간 전략을 시가 수립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그동안 각종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동서고가로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로운 정책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시민에게 철거와 활용의 장단점, 각각 투입될 예산과 향후 파급효과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여론을 반영해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사상~진양 7km 구간의 철거비는 2016년 기준 1025억 원이었는데, 재산정할 경우 1200~1300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비용은 대심도 도로 사업비에 합산돼 향후 시민들이 지불할 통행료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 잔여 구간인 우암고가교 구간의 철거비(1397억 원)와 대체도로(지하도로) 건설 비용을 합칠 경우 소요 예산은 9000~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구간의 경우 비용이 막대한 만큼 2030월드엑스포 유치 성공으로 국비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철거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일보>는 총 8회에 걸친 기획취재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를 통해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에 따른 예산과 교통, 안전 문제 등을 집중 점검한다. 국내외 고가로 재생 사례를 통해 동서고가로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서울로 7017’, 뉴욕 하이라인,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현장도 직접 다녀왔다.

지난 8월에 열린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 아이디어 콘서트에 참석한 경성대 박훈하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민도 모르는 사이에 7km 구간의 도로 기능 폐지가 결정된다는 건 시민 권리의 훼손이라며 만약 동서고가로가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서 사람 중심의 길로 전환된다면 부산의 강과 바다가 다시 만나는 기회이자 자치력 회복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영·서유리·변은샘·손희문 기자 2young@busan.com

"동서고가로, 일부 구간이라도 그대로 두면" "북항과 연결하는 재미난 공간으로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1. 전문가 8인의 발칙한 상상

<부산일보>와 도시건축포럼B가 공동 주최한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콘서트가 8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영국인 건축가 제이슨 찬이 구간별 활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재생한다면 어떤 활용 방안이 있을까. 어느 구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도시 발전과 경제, 시민 생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부산일보>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동서고가로 활용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도시건축포럼B’와 함께 지난 817일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아이디어 콘서트를 진행했다. 포럼 소속 건축가와 학계 전문가들은 고가로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스케치와 이미지로 펼쳐 보였다.

트램과 고가 하부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 스케치.

트램과 PM이 달리는 공간

루가건축사사무소 공부성(도시건축포럼B 회장) 대표는 대심도 개통 후 기능을 다한 동서고가로의 사상~진양램프 구간을 일단 그대로 좀 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고가로 상부 공간은 한동안 녹지로 남겨두는 방안도 괜찮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너무 높은 현재 고가로의 높이를 보완하려면 중간층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고가로에 중간층을 두어 카페나 팝업 스토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경우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접근로를 만들 수 있다.

공 대표는 서부산권의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트램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는 부산에도 1968년까지 시내에 전차가 다녔던 적이 있다서면~학장 구간이라도 트램을 다니게 한다면 도심에서 서부산권으로 편리하게 이동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현재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인 남구 용호동은 도로가 넓지 않아 반대 의견이 나온다동서고가로는 이미 도로 기반 시설이 다 돼 있는 상태이니, 빈 도로를 시범구간으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 상부의 경우 트램과 함께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M)을 자유롭게 타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게 공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들어 이동 수단의 변화가 가속화 하면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나 도심항공교통(UAM) 승강장이 향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도로 기능을 다한 동서고가로 구간을 이 같은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시티 아이콘으로 상상한 부산하이웨이팜’.

기후변화 대비 도시농장

가가건축사사무소 안용대 대표는 도시농장을 구상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고가로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아이디어다. 안 대표는 부산시가 최근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인 ‘15분 도시를 구현할 중심축으로 고가로를 재활용하자소음과 분진 피해를 감수해 온 주민들에게 싼 가격이나 무상으로 농장을 제공하면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옥상농장 형태로 오래된 건물의 루프톱 등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안 대표는 프랑스는 파리 엑스포를 열었던 공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루프톱 농장을 만들었다. 덴마크에서는 자동차 경매장 위에 옥상농장을 만들고, 레스토랑을 운영해 새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구조물을 따로 만들지 않고 상자를 놓고 농작물을 기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오래된 고가로에 하중 부담을 크게 주지 않을 수 있다. 안 대표는 또 태양광 패널 파고라를 만들어 전기 생산도 하고 그늘도 제공하고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도시농장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를 활용한 공유 주방과 함께 채소 가게, 카페 등도 운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구간에는 과일나무 등을 심어서 따먹을 수 있게 하고, 가운데 구간은 시민 산책로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잔디와 벤치가 있는 획일화된 공원의 모습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농장을 그려봤다기후위기와 먹거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시티 아이콘으로 상상한 부산하이웨이팜’.

기후변화 대비 도시농장

가가건축사사무소 안용대 대표는 도시농장을 구상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고가로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아이디어다. 안 대표는 부산시가 최근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인 ‘15분 도시를 구현할 중심축으로 고가로를 재활용하자소음과 분진 피해를 감수해 온 주민들에게 싼 가격이나 무상으로 농장을 제공하면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옥상농장 형태로 오래된 건물의 루프톱 등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안 대표는 프랑스는 파리 엑스포를 열었던 공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루프톱 농장을 만들었다. 덴마크에서는 자동차 경매장 위에 옥상농장을 만들고, 레스토랑을 운영해 새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구조물을 따로 만들지 않고 상자를 놓고 농작물을 기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오래된 고가로에 하중 부담을 크게 주지 않을 수 있다. 안 대표는 또 태양광 패널 파고라를 만들어 전기 생산도 하고 그늘도 제공하고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도시농장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를 활용한 공유 주방과 함께 채소 가게, 카페 등도 운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구간에는 과일나무 등을 심어서 따먹을 수 있게 하고, 가운데 구간은 시민 산책로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잔디와 벤치가 있는 획일화된 공원의 모습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농장을 그려봤다기후위기와 먹거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로 변신한 동서고가로 사상 구간.

인더스트리 하이웨이로

라움건축사사무소 오신욱 소장은 동서고가로 일부 구간을 부산 인더스트리 하이웨이로 변신시켰다. 그는 상대적으로 주거지보다 공장이 많은 사상구 특성에 주목했다. 감전램프와 학장램프 사이 2km 구간에 지식산업센터와 주차 전용 건물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오 소장은 사상의 부족한 산업 공간 확보를 위해 동서고가로를 수평으로 확장해 연결하면 상부 공단 조성이 가능하다기존 램프를 존치시켜서 접근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산은 유휴 부지가 없어 공장들이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확장성이 없는 기존 공단을 대신해 수직적으로 상부에 도시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가로 상부 공간을 업무나 생산, 창업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소장은 자신의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고가로에 3층 이하의 상부 건축물을 올리고 이를 테라스로 연결해 녹지와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공단 지역의 부족한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 전용 건물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2km 구간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세운다면 현재 사업성을 찾지 못하는 부지들이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공장은 사상에 있고 사무실은 센텀시티에 있는 일부 기업들의 불편을 고가 위 지식산업센터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가 위 사무실 개념으로 2km 구간 전체 1만 평의 면적에 연면적 6500평의 가용 공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 건축가 제이슨 찬의 아이디어 스케치.

·바다·산과 만날 기회

영국인 건축가인 스튜디오팝팝 제이슨 찬 대표는 “14km에 걸친 동서고가로를 활용하면 부산의 자연 자산인 강과 바다, 산을 다시 연결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고밀도 개발로 도심에서 볼 수 없게 된 자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각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구간별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동서고가로가 지나는 구간이 공업지역과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으로 다양하다지역별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하고, 야간과 주간의 이용 방식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찬 대표는 동서고가로 인근 지역을 5개 구간으로 나눠 각각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먼저 사상구 감전동과 학장동의 경우 사상 스마트시티와 연계한 인큐베이팅 공간을 고가로 중간층에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거지역인 사상구 주례동과 부산진구 개금동, 당감동의 경우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가장 필요한 곳으로, 수영장과 문화공간 등을 포함한 스케치를 그려왔다.

이어 부산진구 전포동과 부전동 일대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방과 상가, 남구 문현동과 동구 범일동 일대는 디자인, 레저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대관람차와 고가 연결 통로를 상상한 스케치.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에 성공할 경우 엑스포 행사장이 될 부산항 북항 인근 지역은 마이스 지구와 연계한 랜드마크 도입도 가능하다. 찬 대표는 특히 북항 바다와 만나는 우암고가교 위에 대관람차를 얹고,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회전형 접근로를 만들어 연결하는 유쾌한 상상을 스케치로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북항을 조망하는 우암고가도로 인피니티 풀.

우암고가교에 수영장을

()에이컴퍼니 김승남 대표는 동서고가로의 우암고가교 구간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차량 통행이 적고, 주변에 주거지가 적어 철거 요구 주민도 많지 않아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봤다. 김 대표는 우암고가교 구간은 북항재개발, 해양클러스터 개발과 같은 호재가 있는 곳이라며 부산시가 2030엑스포 유치 때 우암고가교를 철거하고 싶어 하지만, 비용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항 바다를 볼 수 있는 경관이 아름다운 만큼 해양클러스터를 개발할 때 우암고가교를 포함한 동서고가로를 활용하라는 지침만 주면 된다이 일대를 엑스포까지 연계한 도시의 어메니티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암고가교에 접근하는 방안으로는 부산시민회관 부설 주차장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도시철도 2호선 문현역과 이어지는 부산시민회관 부설 주차장은 동서고가교 하부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진입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바다가 보이는 스카이 덱을 만들면 동천과 북항이 만나는 지점을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김 대표는 또 도시고속도로 번영로와 연결되는 지점은 북항을 타고 가면서 천혜의 바다를 품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 인피니티 풀을 만들면 북항을 보면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엑스포 전시장을 도시와 연계할 강력한 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항재개발지역과 55보급창, 신선대와 감만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게 우암고가교라며 이곳을 중심축으로 하면 전시장을 오가기 좋고, 차양막만 설치해도 더위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고가도로와 범천기지창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북항 잇는 야외 전시장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전을 추진 중인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부지에서부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서고가로 구간 중 해당 3.7km 구간이 가장 활용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범천기지창 부지와 55보급창을 직접 연결하고, 북항재개발 2단계 부지와의 입체 통합 장치로 활용하면 좋겠다이 구간에 단순 보행을 넘어서는 복합 입체 연결의 개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범천기지창의 경우 재개발을 하더라도 철도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몇 개 건물은 남겨 박물관과 미술관 등으로 리모델링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미국 뉴욕 하이라인 공원과 연계해 휘트니미술관이 들어선 후 죽어있던 주변 창고들이 화랑으로 변신했다“55보급창 부지에도 부산근대미술관 같은 의미 있는 문화공간이 생긴다면, 인근 지역이 살아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암고가교를 포함한 동서고가로를 재활용하면, 서면 도심부터 북항 바다로 이어지는 야외 전시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뉴욕시가 하이라인을 남긴 이유에 철거비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포함됐다부산시도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 새로운 도시 발전을 이끌 가능성을 품고 있는 동서고가로를 먼저 헐어내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획일화된 지역 개발은 한계에 다다랐다역사성과 장소성, 차별성을 가진 개발, 지역성을 파괴하지 않는 개발이 도시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라인 공원이 관통하는 뉴욕 더 스탠다드 하이라인호텔. Grace Park 제공

고가로에 루프톱 명소를

()에이컴퍼니 손명균 대표는 미국 뉴욕에 있는 더 스탠다드 하이라인 호텔은 허드슨강과 휘트니미술관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명소로 유명하다동서고가로에 이런 명소 하나만 들어서도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더 스탠다드 하이라인 호텔은 하이라인 공원이 건물 중심을 관통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손 대표는 부산은 아직 제대로 된 루프톱 명소 하나 없는 실정이라며 이런 건물 하나만 생겨도 고가로 주변으로 개발 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동서고가로가 부산 전역에 걸쳐 있어 존치, 개발할 경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서면 주변으로 이어지는 도심 구간은 재밌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Park·공원)세권효과를 활용하는 것이 개발 호재로 작용해 좀 더 높은 가치 상승을 담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인근 주민에게 더 나은 환경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계획과 섬세한 시공으로 정말 공간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고가로로 인한 유무형의 불편을 감수해 온 인근 주민의 의견은 당연히 우선순위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손 대표는 고비용의 철거만이 해답인지, 잘 활용하는 게 인근 주민을 포함한 모두에게 긍정적일지 시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볼 필요도 있다여론조사 역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부산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동서고가로 활용 제안, 왜 나왔나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 개통 시점에 맞춰 도로 기능이 폐지되는 동서고가로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은 부산의 환경단체에서 나왔다. 단순히 철거라는 손쉬운 방식보다, 시민을 위한 자산이 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시작은 가칭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이었다. 민관협치기구인 부산그린트러스트를 중심으로 조경, 도시계획, 건축, 관광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였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하늘숲길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서 시작했지만, 활용 가능성이 모색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굳이 공원이 아니라도 시민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미래에 이익이 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고가로 활용 논의가 진행되자 반발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특히 노선 폐지가 결정된 사상~진양램프(7km) 인근 주민들은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30년 동안 동서고가로로 인해 많은 피해를 겪었다는 이유였다. 부산진구청과 사상구청은 일부 주민 뜻에 따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대심도 도로 개통 예정 시점인 2030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동서고가로 사상~진양램프 구간의 철거 비용은 총사업비에 반영돼 있으나, 철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동서고가로 철거를 요구하는 입장, 존치 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에 대해 듣고 있다.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독일·미국·중국은 같은 길 가는데, 한국만 '역주행'

[에너지 전환, 그 중심에 가다] 독일 에너지 전환의 상징, 쇠나우의 오늘 이야기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쇠나우 시민들은 1997년부터 전력망을 사들여 전기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쇠나우 전력회사(EWS)21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전력회사로 성장했다. 1987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 모임(Eltern für eine atomfreie Zukunft)'이 원전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 현재의 EWS로 발전된 것이다.

쇠나우 전력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독일 정부는 2002년 탈핵을 선언했고, 마침내 2023415일 남아있던 3기의 원전을 멈추어, 탈원전 국가가 되었다. 독일에서 전력 중 원전 비중은 2000년만 하더라도 30%였는데, 지금은 '0'이 되었다. 2022년 말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기는 46%로 증가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가 원전을 완전히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생산한 것이다.

지역독점 전력회사와의 싸움에 나선 시민들

패시브 건축물로 지어진 쇠나우 전력회사 본사안병철

'쇠나우 전력회사(EWS)'199771일부터 1700가구에 전기를 공급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거대 지역독점 전력회사와 싸워 전기 공급을 위한 전력망을 확보하는 데만 두 번의 주민투표와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첫 전력 공급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쇠나우 전력회사는 249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21만 가구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는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가 되었다.

EWS는 전기와 열 판매, 에너지 공급망 건설과 운영, 풍력발전소를 포함한 분산형 발전소 계획·건설·운영 등 종합적인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5억 유로(7068억 원). 인구 25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의 전력회사가 베를린과 프라이부르크에 지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시민들이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1998년 전력시장 자유화로 여러 전력 공급회사가 서로 다른 요금체계를 놓고 경쟁한다. 전력회사는 전기를 어떤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는지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다르게 책정한다. 쇠나우 전력회사는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 지난 12, 쇠나우에 있는 EWS 본사에서 알렉산더 슬레덱 이사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이 독일 사람들을 각성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력 부분은 높지만, 열은 15.2%, 수송은 7.3%밖에 안 된다. 지난 12년 동안 메르켈이 진전시킨 것이 없으니 지금 독일이 심각한 상황이다."

슬레덱 이사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EWS는 수익보다 핵발전 폐쇄,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지원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설립 목표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전력회사가 벌이는 절약지원 프로그램과 선센트(Sun-cent) 기금이다.

EWS 이사 알렉산더 슬레덱녹색전환연구소

우크라 전쟁 반대 가스 절약 캠페인과 선센트 기금

EWS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고객의 평균 전력 소비량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로 전기와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절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에너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6672명이 절약에 참여했다. 그렇게 총 13000유로를 모아 저소득 가정의 에너지절약을 돕는 '전기절약체크(Stromspar-check)'프로젝트에 기부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전쟁에 반대하는 가스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EWS는 참여를 신청한 1750가구에 대해 가구당 20유로를 모아 총 35000유로를 우크라이나에서 오래 활동해온 의사단체에 기부했다.

EWS는 독일 전역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력소비자로부터 전기요금에 킬로와트시당 0.5유로센트의 '선센트 기금'을 조성해 재생에너지와 교육에 지원한다. 기금을 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선센트 기금은 독일 전역 5600개의 시민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지원되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발전소 규모는 약 25000명이 거주하는 마을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EWS가 재생에너지발전소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지분을 갖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독일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EWS의 전기요금표와 선센트 기금녹색전환연구소

토마스 요르버그 EWS 이사회 의장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환에서 시민은 언제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생산에 기여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슬레덱 이사도 "시민들이 기후위기 해결에 더 많이 직접 참여할수록 더 빠르고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라며 "재생가능한 전력 시스템은 훨씬 더 분산된 방식으로 시민 생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참여하면 발전소의 수용성을 높이고, 필요한 토지에 대한 접근성을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토지 소유주로부터 부지를 임대하는 것과 프로젝트 개발자로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소유하고 투자하는 것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WS 성장의 의미... 에너지시민과 독일재생에너지법

시민들이 만든 전력회사 EWS는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핵심은 정부의 역할이었다. 정부가 시민들이 만든 전력회사가 경제성을 갖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EWS는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해도 도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독일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 염광희 박사도 "재생에너지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제도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독일 정부는 2000년 재생에너지법(EEG) 제정을 통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우선 구매하며, 재생가능에너지를 고정가격에 구매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로 인해 독일에 시민협동조합 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났다.

독일 에너지 협동조합연합회 산하에 약 900개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있고, 에너지 생산 및 공급부터 전력망 운영, 에너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약 20만 명의 시민들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 시민참여와 정부 정책이 연결되어야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아무리 시민들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더라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없이는 EWS 같은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전력 소비량과 전력 믹스 비교녹색전환연구소

독일과 한국 : 2030년 재생에너지 80% vs. 21.6% 사회

독일의 전기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6%에서 202243%로 증가했다. 한국은 같은 시기 0.03%에서 9.2%로 늘었다. 한국도 늘긴 했지만, 같은 시기 독일의 전력 소비량은 2000572.3TWh에서 2022582.28TWh로 유지됐지만, 한국은 272.52TWh에서 606.51TWh2.2배가 늘었다.

독일 면적이 한국보다 3.6배가 크고, 인구는 1.6배가 많고, 1인당 국민소득도 1.5배 많은데, 한국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려야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있어 수요관리와 효율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더 속도를 낼 예정이다.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설정했다. 한국의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는 21.6+알파이다. 두 나라가 목표를 달성하면 독일은 한국의 4배 정도의 재생가능한 전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은 더 암울하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력기금 예산에서 원전 지원은 전년 대비 141% 증액된 2603억 원으로,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에 1000억 원, 수출보증에 250억 원을 새로 지원한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올해 1489억 원에서 내년 6054억 원으로 42%나 줄였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국내 태양광 시장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1년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4.2기가와트였는데, 20223.0기가와트로 줄었고, 올해는 더 줄어 2.5기가와트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100킬로와트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제도도 연장 없이 폐지했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만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51개국에 달한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시대를 30년 이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의 산업전환 정책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향후 30년간 가장 큰 시장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EU, 독일, 미국, 중국 모두 재생에너지를 산업전환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42.5%로 높이고,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태양광 등 탄소중립 기술 제조역량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 지난 829일 독일 연방정부는 독일 경제 회생을 위한 10가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독일 경제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경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프라법을 통해 전력망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산업과 설비에 있어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원전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에도 137개의 태양광협동조합이 등록되어 있다. 현재 시민참여 에너지협동조합은 110개가 넘었고 발전소 개수도 220여개, 27메가 규모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척박하고 심지어 배척받는 상황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모여있는 시민들이 버티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시민들은 얼마나 버티며, 활동해야 '에너지전환' 정부를 가질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이유진(green2013)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이순신 국제공항 생기나? 13조 가덕신공항, 첫 인명 공항 꿈꾼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많은 시민이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서 자부심을 느낄 겁니다.”

박춘덕 경남도의회 의원은 지난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순신 장군 모습을 한 관제탑이나 거북선 형태 터미널 등을 만들면 랜드마크 공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덕신공항, 이순신 공항으로정부 건의한다

30일 경남도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가덕도신공항 이름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결정해달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지난 21일 가결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의안엔 도의원 45명도 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이순신 장군 이름을 딴 명칭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가 올라가면 공항 건설과 운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1380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되는 가덕도신공항은 내년 말 공사를 시작해 202912월 개항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은행 지역 간 산업연관표를 활용, 분석한 결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라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생산 유발효과가 16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 유발효과는 103000여명에 달할 거란 게 국토부 추산이다.

지난 20일 민간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토부 설명회에선 개항 직후 가덕도신공항 총활동 인구가 145000여명에 달하며, 승객은 20355669명에서 206572546명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박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경남과 부산엔 조형물과 기념사업회·아카데미 등 이순신 장군 관련 콘텐트가 많다고 했다.

“‘박정희 공항도 고민했지만, 지역 통합 뜻 담아

처음엔 박정희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고민했던 박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은 20여년간 추진 과정에서 숱한 굴곡을 겪었다.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이견 없이 동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남도와 부산시·전남도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추진하는 남해안 해양레저관광벨트조성 사업을 소개하며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통해 지역 화합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를 지냈고, 여수 등지엔 '이순신 광장' 등 그의 이름을 딴 지명이나 콘텐트가 많다.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엔 가덕도신공항이 고추나 멸치를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자는 뜻도 담겼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미국 뉴욕 F. 케네디 공항등 외국엔 인명 공항이 있지만, 국내엔 아직 없다. 법규상 불가능한 건 아니다. 국토부 공항명칭 관리지침은 인접 지역의 이름을 따 공항 명칭을 짓는 걸 원칙으로 하되,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이 건립되던 1992년 신공항건설본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공항 명칭을 공모했다.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세종 공항이었고, ‘인천 공항득표는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인천시민이 결성한 인천국제공항 명칭 제정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주장했다. 추진위는 시민 60여만명에게 '인천공항 명칭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자 국토부는 이를 수용했다.

가덕도신공항 명칭이 결정되기까진 시일이 남았다. 공항 명칭은 개항 1년 전 결정된다. 박 의원은 경남은 물론 부산 등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받아들여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시즌2 <5>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 1990년대 도시 개발 움직임 속- 시민사회 요구로 공원법 첫 제정

- 궤적 비슷한 부산도 주목해 볼 만- 뉴욕 센트럴파크의 8배 크기

- 스웨덴 동·식물 75% 규모 서식- 연간 1500만 명 찾는 최고 명소

- 여론 형성해 민간개발 압력 막아- 공공이 대자연 선점 좋은 사례

- 트램 등 지속가능한 관광 노력도

스웨덴 스톡홀름 사람에게 공원은 일상이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가까워요. 제 아이도 공원과 함께 커가겠죠.”

지난달 27일 낮 12시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벤치에 앉아 8개월 된 딸에게 이유식을 먹이던 라테 파파헨리크 스베뎅 씨는 이같이 말했다. 스웨덴에는 누구나 자연을 이용하고 즐길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바로 알레만스래텐(Allemansratten)’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훼손하거나 땅 소유자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휴양과 운동을 위해 개인 사유지에도 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톡홀름 시민에게 공원과 녹지는 소중한 일상의 일부다.

지난달 27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전경. 공원 북쪽 하가브룬스바겐 지역으로 호수와 삼림, 넓은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정지윤 기자

시민사회서 출발한 첫 국가도시공원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Royal National City Park)은 연간 15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명소다. 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8배에 달하는 28규모로 울릭스, 하가브룬스바켄, 유르고르덴 3개 자치구에 걸쳐 있다. 내부에는 왕궁, 박물관, 야외 민속촌 등 역사 문화 시설부터 대학교와 기술 연구소까지 다양한 시설이 있다. 거대한 규모지만 이동은 편리하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니, 15분 만에 공원까지 갈 수 있었다. 같은 경로를 저상 전기버스도 운행한다. 이날 오후 며칠 동안 흐렸던 날이 풀려 공원에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부모와 보행기 등을 끌고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내부에서 관광객들이 중앙역 방향으로 출발하는 트램을 타고 있는 모습. 정지윤 기자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의 시작은 시민사회다. 1990년대 초반 울릭스달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고층 빌딩을 짓자는 도시 개발 움직임이 불었다. 이미 1970년대와 1980년대 도시 개발로 인해 스톡홀름 녹지의 15%가 사라졌다. 이에 22개의 비정부기구(NGO)와 학계가 모여 스톡홀름 녹지를 지키기 위한 공원 지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당시 스톡홀름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했으나,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에 스웨덴 환경부 장관과 여당인 사회민주노동자당이 적극 응답하며 유리한 여론을 만들었다. 의회는 199412월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국가도시공원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다.

부산과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시민사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부산 시민사회도 1999년 부산공원녹지마스터플랜을 짜 부산 100만 평 공원을 부산시에 제안했다. 2009년에는 강서구 둔치도 땅 일부를 매입해 시에 기부하며 공원 조성을 촉구했다. 100만 서명 운동을 전개해 2012년 국회에서 공원녹지법을 개정하는 밑거름이 됐다.

생물 종 다양성 보존의 국제적 역할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생물 종 다양성을 지키는 녹색 쐐기역할을 한다.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에는 100종의 새와 800종의 식물, 1200종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스웨덴 동·식물의 7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유럽에서 도시 개발로 개체수가 급감하는 참나무 종이 스톡홀름 공원에 1500종 이상 보존돼 있다.

풍부한 생태계는 국가도시공원법을 지키는 스톡홀름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법에 따르면 자연적·문화적 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시설을 조성할 수 있지만 주택 도로 또는 상업적 건축물은 금지다. 공원이 포함된 3개 자치구에서는 법 제정 이후 27년 동안 민간 건설업자의 개발 압력이 이어졌지만, 엄격한 상위법에 의해 지켜졌다. 또 시민사회가 집회 포럼 등을 통해 개발 저지 여론을 형성해 자치구가 섣불리 민간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여건을 조성했다.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보존 가치가 큰 자연을 민간 개발의 손이 뻗치기 전에 공공이 선점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시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생물 종 다양성 보존으로 국제적 위상까지 높였다. 스톡홀름 공원은 지난해 세계 지속 가능 관광 협의회의 상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관광 분야의 기후 행동에 관한 글래스고 선언의 서명자로 합류했다. 이는 풍부한 기수생태계를 바탕으로 겨울철 한 해 약 21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와 맥도를 국제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생태 보존과 지속가능한 관광 조화

스톡홀름 공원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원 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트램과 전기 버스를 운행하고 로열워크라는 앱을 활용해 공원 내 보행로를 안내한다. 20곳에 달하는 식당과 카페 모두 2019년부터 의무적으로 다회용 용기만을 사용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재배한 음식을 판매한다.

공원에 가니 호수와 숲, 초원 등 빼어난 경관과 역사·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남쪽 유르고르덴섬 공원에는 노르딕 박물관, 아바 뮤지엄 등 역사·문화 시설과 예전 왕실 전용 정원이었던 로젠달스 정원이 있다. 이날 정원 카페에는 스웨덴의 중요한 삶의 태도인 피카를 즐기는 이들로 만석이었다. 피카는 잠시 멈춘다는 의미로 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족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날 카페에서 40년 지기 친구와 피카 시간을 갖던 조지아 데스토우니(60) 씨는 날씨가 화창하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공원이 집 근처에 있는 건 행운이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일본 옹호 위해 자국 국민과 싸우는 윤석열 정부

[어쩌다 한국이] 30년 전 페놀보다 더 독한 게 지금 뿌려지고 있다

지난 824, 일본 도쿄전력이 20113월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134만 톤)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동안 바닷물 색이 변하는 걸 보면서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상황과 비슷한 대목이 꽤 많거든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배경은 지금부터 약 30년 전인 1995, 주인공 이자영(고아성)'커리어 우먼'을 꿈꾸며 삼진그룹에서 일하지만 실상은 입사 8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재떨이를 비우고, 실내화를 가지런히 정리한 후 다른 직원들의 커피를 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말단 사원입니다.

대졸 남성인 같은 부서 대리에게 조언을 해 주고, 보고서도 대신 써 줄 정도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 주지만 고졸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일해도 진급이 안 됩니다.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진급을 위한 조건을 내겁니다. 토익 600. 공고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점수라며 불평을 하는 것도 잠시, 8년 만에 찾아온 진급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영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은 함께 영어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런 어느 날, 새로 온 상무의 짐을 대신 정리해 주기 위해 공장을 찾은 자영은 공장에서 몰래 폐수를 방류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함께 간 대리를 설득하여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로 인해 회사에서는 팀을 꾸려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죠.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게 방류된 폐수에 문제가 없다는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 주민들을 입막음하는 것뿐임을 알게 된 자영은 친구들과 함께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일에 나섭니다.

영화는 회사측의 악랄한 방해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영과 친구들이 끝내 승리하고, 폐수 방류를 지시하고 은폐한 이들이 벌을 받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1991, 두산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는 문제 해결 과정을 판타지스럽게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1990년대를 제대로 그려낸 미술과 주연배우의 맞춤 연기,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연대로 사회 부조리를 이겨내는 모습을 경쾌하게 담은 장점들로 인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작품상도 받았습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 영화의 실제 사건,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하 '페놀 사태')에 대해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오래된 사건이지만 <대구시 수돗물사태 시민단체 대책회의 진상조사 위원회>에서 '대구시 수돗물 페놀 오염사태 백서'를 발간해 둔 덕에 당시 상황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는 1991314, 경상북도 구미시의 두산전자에서 파이프 파열로 인해 페놀 원액 30톤이 대구시의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1984년 영국 리버풀 근처의 디 강 (Dee River)에서 페놀 1톤이 유출되어 근처 주민들이 위장 장애를 호소한 적이 있을 정도로 페놀은 독성물질인데 낙동강에는 그 30배에 달하는 페놀이 유출된 겁니다.

대구시 수돗물 페놀 오염사태 백서에 포함된 당시 영남일보의 보도. 영남일보

페놀이 섞인 수돗물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대구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취수장 측은 원인 규명 대신 여름철에 흔히 나는 악취로 여기고 염소를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페놀이 염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악취와 독성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퍼져 나간 페놀은 부산의 상수원에서도 검출이 되어 영남지역 전체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두산전자는 이 사건으로 30일 영업정치 처분을 받았으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20일만에 조업 재개가 허용됐습니다. 그로부터 2주 후 같은 공장에서 2차 유출이 발생해 페놀 1.3톤이 추가로 낙동강으로 흘러 갔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감춰져 있던 우리 기업들의 탐욕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일처리, 그리고 수돗물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는 무능을 모두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두산전자는 1차 유출사고 발생 이전에도 페놀이 다량 함유된 악성폐수 325톤을 무려 5개월 동안 무단 방류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를 단속해야 할 환경처 직원들은 현장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허위로 단속서류를 작성했고, 대구시 상수도 당국은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도 부족한 시설과 인원을 핑계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페놀 유출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일 이뤄져야 하는 수질검사를 실제로는 평일에만 형식적으로 했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생략했습니다. 페놀에 대한 검사는 한달에 한 번만 실시했는데 그것도 취수 단계가 아니라 정수 단계에서 이뤄져 페놀이 유출되더라도 정상적으로 발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 대구시는 정확한 원인 파악과 신속한 대응 대신 가장 적게 측정된 페놀 농도만을 공개하며 '페놀 농도가 음용수 기준치 이하로 악취가 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만 반복했습니다. 시청 직원은 하지도 않은 비상근무 지시를 한 것으로 일지를 조작하여 직무유기를 감추려 했다가 이후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두산전자에게 내려진 조업정지 조치가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기간을 줄여 주기도 했습니다.

유출사고 당시 측정한 페놀 농도. 317일 옥계천 하류 하수에서는 0.8659ppm이 검출됐는데, 대구시는 다사수원지 원수에서 측정한 0.0035ppm을 근거로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대구시 수돗물 페놀 오염사태 백서

이러한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두산 제품에 대한 불매와 정부에 대한 비판 시위로 표출됐고 정부는 뒤늦게 환경처 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민심을 달래야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 7, 두산전자 관계자 6명이 구속됐고, 관계공무원 11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64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도 이 사건으로 사임했습니다.

이 사건은 환경문제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문제를 준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으로 녹색연합에서는 1999"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1위로 선정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유해물질을 고의로 배출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 등이 제정됐으며, 공장 설립 시의 환경 기준도 강화됐습니다.

페놀 사태 이후 30년이 더 지난 지금, 기업들의 폐수 무단 방류 사건은 더 이상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129,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몇 달간 산성 폐수가 유출돼 강으로 흘러가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의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팹에서 산성 폐수가 유출돼 인근 지류에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Bloomberg 보도 화면

또한 올해 316, <뉴스타파>는 삼성전자가 베트남 박닌 공장에서 휴대전화 제조공정에 사용된 각종 유해물질을 대기로 무단 방출하고 공장에서 사용된 폐수를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은 채 무단 방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폐수 무단 방류와 같은 환경 오염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다만 감시가 느슨한 곳으로 이전된 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의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이 정도이니 다른 기업들의 경우는 찾아볼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비만 오면 중금속이 섞인 폐수를 무단방류하다 적발되는 기업들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할 수가 있습니다.

폐수 방류 최대 빌런 도쿄전력

누가 뭐래도 오늘날 폐수 방류의 최대 빌런은 일본 도쿄전력입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방사성 오염수 134만톤을 지난 824일부터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두산도, 삼성도, 낙동강변의 영세기업들도 폐수를 몰래 방류하거나 사고로 인해 실수로 방류를 하긴 했지만, 일본 도쿄전력은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당당히 드러내며 방류를 시작한 게 다른 점입니다.

태평양으로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우리 바다로 흘러드는 건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이건 두산의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두산의 경우 공장을 멈추고, 페놀 정화 시설을 갖춘 뒤 더이상 추가 방류를 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앞으로 30년간 계속 방류할 계획이고, 그 이후에도 방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국민들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방류하는 방사성 오염수가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방사능 제거에 대한 검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류 과정에 제3의 기관에 의한 감시는 이뤄지는지, 우리 정부는 거기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후쿠시마 이외의 일본 근해에서 잡힌 수산물은 먹어도 안전한지…… 등을 계속 묻고 있습니다.

지난 97일 서울역에서 출발 대기 중인 KTX 열차 내에 정부가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책자 홍보물이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을 펴내고 국민들의 우려를 '괴담'이라 몰아붙이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삼중수소 오염수를 배출 기준에 맞게 희석해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처리방식"이라며 일본의 결정을 옹호합니다.

그건 정상 원전일 경우고 일본의 경우는 폭파되어 사람이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원전이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희석이 중요하지 어디서 나온 건지는 상관없다고 답을 합니다. 30년 전 두산이 이 발언을 들었다면 페놀을 그냥 방류하지 않고 낙동강물로 희석해서 버리지 않았을까요? 장마철에 공장 폐수를 무단 방류하면서 그게 곧 빗물에 의한 희석이라는 주장도 나올 법합니다.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고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이 지나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하는 자해마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포함된 도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연간배출량은 214조 베크렐(TBq), 일본은 175조 베크렐로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는 기준 연도가 2022년이고, 일본은 2019년입니다. 같은 해 자료로 일대 일 비교가 안 되면 통계로서 의미가 없어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게다가 일본은 파괴된 원자로고 다른 모든 나라는 정상 가동중인 원자로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여섯번째 괴담을 소개하면서 국가별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을 표시하면서 한국은 2022년 수치를, 일본은 2019년 수치를 이용하여 한국이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한민국정부

30년 전 페놀로 인해 오염된 낙동강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수를 사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수돗물의 수질이 제대로 관리가 된 이후에도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생수를 찾고 있습니다. 페놀 방류가 없었다면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될 추가 비용입니다.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로 인해 향후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자마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국내에 유통되는 수산물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을 텐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우리 공직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수산물을 먹는 쇼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일본에게 방류 중단 및 피해 배상을 요구해도 부족할 판에 도리어 "괴담"이니 "선동"이니 "반국가 행위"니 하는 말로 우리 국민하고만 싸우려 들고 있습니다.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영화 속 대사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회사에서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던 이자영이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된 후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회사가,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30년 전 두산에서 페놀을 방류할 때 있어야 했습니다. 지금 평택이든, 오스틴이든, 베트남이든 삼성전자의 폐수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도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를 계속 방류하고 있는 도쿄전력의 직원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꼭 나타나 더 이상의 파국을 막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이봉렬(solneum)

국책 연구기관의 경고 “CF연합, 원전 강조하는 정책 방향 피해야

에너지경제연구원 ‘CF(카본프리·무탄소) 연구용역 보고서

국제사회 인정받지 못한 무탄소 에너지 정책 혼란만 야기

기존 원전 활용보다 청정수소·SMR·CCS 기술 개발에 초점

지난달 20(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탄소 중립을 실현방안으로 제시한 ‘CF(카본프리·무탄소) 연합에 대해 원자력발전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4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 탄소 중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조사·분석을 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정책과 제도를 새롭게 설계한다면 기존 원전 활용을 강조하는 식의 정책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그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수단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국내 원전은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의 잠재적 대안인 청정수소, 소형모듈화원전(SMR),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등 미래 기술을 개발·확대하는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무탄소 전원을 내세워 원전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와 막대한 건설비용, 상대적으로 긴 공사기간으로 원전이 탄소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CF연합을 추진 중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로 작성됐다.

CF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달리 원전이나 수소, CCS 기술 등 전기 생산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포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CF포럼은 이달 공식 출범했다.

다만, CF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인증제도 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구글이 주도하는 24/7 CFE (무탄소 에너지 실시간 수급)’ 시스템을 한국이 도입한다면 다른 국가와의 협력은 쉬울 수 있지만 RE100보다 달성하기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24/7 CFE는 모든 전력을 매일, 매시간, 어디서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에서 충당한다는 의미로, 2021년 구글과 UN 주도로 출범했다. 전력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점검해 RE100보다 더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RE100을 달성한 기업이라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68%만 무탄소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도 기업으로서 실현할 수 있으면서도 탄소중립 달성에 도움이 되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24/7 CFE 도입에는 부정적이다.

애플이나 BMW RE100 참여기업들이 국내 부품 생산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CF연합이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끌어낼 지도 미지수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주관으로 배정환 전남대 교수와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작성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RE100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액은 31%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RE100에 참여하더라도 예상되는 반도체 수출 감소 폭(9%)보다 가파르다. 배 교수는 재생에너지 단가가 높아 RE100에 참여할 경우, 수출에 타격이 있지만 RE100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 큰 폭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제도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대내적으로 국내 현실을 반영한 무탄소 에너지 정책과 제도 설계도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가 간 협력 방안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경향

교수, 지식 장사꾼인가

침묵하는 대학이 대다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8개국 15개 도시에서 215만명이 반대 서명하고 대응을 촉구할 때도 한국의 대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가 죽은 지식인의 사회라 한다. 지식인은 누구이며,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를 다시 불러본다. 그가 본 지식인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중간자적 위치다. 지배계급은 지배와 통제를 위해 효율적 수단을 개발할 중간자의 지식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국가 권력에 봉사하고, 체제 옹호자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즐비한 곳이 교수 사회다. 지식을 무기 삼는 그들은 특권 의식이 강하고, 지배계급에 가깝다. 교수들은 왜 지식인 위치에서 멀어졌을까?

체제 옹호자의 지식 품팔이에서 벗어나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피지배 계급의 고통을 실천적 운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 사르트르가 본 지식인의 의무는 지배계급의 착취를 폭로하고,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지식인은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부정과 부패를 질타하고, 인권탄압과 환경위기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박노자는 인성을 황폐화하는 사회 정치적 구조에서 환경과 인간을 더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탐색하는 사람을 지식인으로 보았다. 노엄 촘스키는 정부의 허위를 폭로하고, 문제점과 감춰진 의도를 분석하는 이들이 지식인이며,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을 지식인의 도덕적 과제로 보았다. 한국의 교수 집단에서 이런 지식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왜일까?

이름난 대학을 나와야 교수 집단으로의 편입이 쉽다. 2022년 서울대 신입생의 64.6%가 수도권 고교 졸업자이며, 이 중 강남과 서초구 출신 학생 비율은 서울대의 10.4%, 서울지역 전체 신입생의 28.8%를 차지한다.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못하면서 지식층의 생산은 가진 계급에 치우쳐 기형적으로 성장한다. 이들이 교수가 되는 경우 피지배계층의 고충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사회를 개혁할 의지는 크지 않다. 사회불만이 별로 없는 계층 사람들이니, 피지배계층의 문제가 내 문제로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만 그 존재가 도드라지는 폴리페서는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를 지칭한다. 대선 5년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국정에 펼치려는 정도전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만을 탐하는 불나방일 뿐이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자의 캠프에만 득실거린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한국처럼 장차관의 고위직을 단번에 꿰차는 경우도 드물다. 권력 로또에 대한 기대가 그들을 지식인이 아닌 장사꾼으로 만든다.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마지막 강연은 지식인으로서 작가의 위치를 조명한다. 작가는 자기 체험이라는 특수성을 통해, 세상의 보편성을 글쓰기로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정보전달을 위한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지식 전문가와는 달리 작가는 소통 불가능한 것의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전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기관으로 올해 연간 예산은 97000억원 규모다.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는 이 기관이 정한 학술지에 연구 결과가 실리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학술지에 실린 많은 글은 그들만의 언어로 포장돼 있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대중과 소통해 대중에게 진보적 세계관을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면 교수 아닌 작가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치·경제·언론 권력 모두에 지식 장사꾼이 몰려 있다. 교수가 진정한 지식인으로 돌아오려면, 문제를 짚어내는 날카로운 눈과 애정 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심장을 지녀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식인의 요람이 대학이라면 말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경향

세계기상기구 달력에 '한국 기후 재난 사진

태풍 힌남노 피해,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모습을 담은 국내 사진 2점이 내년 세계기상기구 달력에 실린다.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 2024년 달력 사진 공모전에서 국내 작품 2점이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은 태풍의 흔적’(위쪽 사진)케이-버스(K-Bus)’(아래), 각각 4월과 11월을 장식한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19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다음해 달력 사진을 공모한다. 올해는 기후행동의 전선에서라는 주제로 총 14(표지 2, 월별 각 1)을 선정했다.

조은옥씨의 작품인 태풍의 흔적은 지난해 96일 힌남노가 덮친 뒤 종잇장처럼 부서진 경북 경주의 해파랑길 도로와 거센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을 함께 담았다. ‘케이-버스는 지난해 8월 경기 광명에서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긴 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담은 윤성진씨의 작품이다./경향

고가도로와 주변 공장 건물, 높이 비슷해 연결 가능한 구조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2. 구간별 현장 직접 가 보니

소음·분진 피해 시달린 주민들

공원화 비용 따지면 철거가 답

철거보다 활용 기대하는 주민들

텃밭 가꾸고 자전거 타고 싶어

서면~우암고가교 둘러본 전문가

주변 시설과 연계 가능성 많아

<부산일보> 취재진이 지난달 26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동행해 서면에 있는 부산글로벌빌리지 인근 동서고가로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4km에 이르는 부산 동서고가로(우암고가교 포함)는 이름 그대로 부산의 동서를 가로지르고 있어 구간별 성격이 다양하다. 사상공단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사상구 주례동, 부산진구 개금동·당감동 일대의 주거지, 서면과 남구 문현동의 상업지역, 우암동 인근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진다.

주민들 철거 찬반 엇갈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부산일보취재진은 사상구와 부산진구 일대 공장과 상가, 아파트 등을 돌며 지역 근로자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사상구에 직장을 둔 조영석 씨는 그동안 소음과 분진 등 인근 주민 피해를 생각하면 철거가 나을 것 같다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유료도로라고 해도 빨리 지나갈 수 있어 지상의 도로를 이용하기보다는 지하로 많은 차량이 통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동서고가로 인근 공장들의 경우 동서고가로와 높이가 비슷해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활용하면 옥상 높이에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경우 인근 직장인의 휴식 공간이나 자전거 출퇴근길로 활용할 수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자전거 도로나 전동 킥보드 전용도로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20대 박준현 씨는 동서고가로 철거비로만 1000억 원이 넘는 큰 돈이 드는 상황에서 활용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특히 부산은 자전거나 킥보드 등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아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거지 인근 주민들은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사상구 주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공원화에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보이고, 향후 관리 비용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된다철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 김 모 씨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만 봐도 공원과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옥상 공원 등도 잘 돼있지 않냐부산은 공원도 부족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동서고가로 위에 자전거가 다니고, 텃밭을 조성해 도시농장을 만든다면 미래 세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학생들은 동서고가로 활용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동서대 재학생 김가은 씨는 부산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녹지 공간이 생기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미래가 생기지 않겠냐고가도로 위에서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같은 각종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은 ‘2030세계박람회부산 유치 때 엑스포 행사장으로 쓰일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 이전 예정인 55보급창과 이어진다. 김종진 기자

동천~북항 잇는 새 명소 될까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전문가와 함께 서면에서부터 우암고가교 구간까지 현장을 둘러봤다. 상업지역인 서면 일대는 고가도로를 남겨 활용할 경우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해 볼 수 있는 구간으로 꼽힌다. 도심 하천인 동천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남구 문현금융단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고가도로 높이도 낮은 편이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부산대 김동필 조경학과 교수는 현재 조성된 자전거 도로가 있다가 끊어지기도 하고, 구불구불 꺾여진 구간도 있어 이용자 불편이 커 보인다고가도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하면 편리할 것 같고, 주변 건물과 연계하면 서울로7017’과 비슷한 형태로 상가 활성화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부산시민회관 부설주차장의 경우 동서고가로 하부 공간을 주차 편의시설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면, 고가도로까지 연결로 조성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동천의 경우 광무교 주변에서는 악취가 심한 편이었지만, 부산시민회관을 지나 북항에 가까워질수록 수질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바닷물에 희석돼 그나마 북항 인근 동천의 수질이 나쁘지 않다향후 55보급창 일대 공원과 연계해 새로운 보행축,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면 지역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서고가로의 다릿발이 동천을 따라 마구잡이로 박혀있는 모습을 보니, 고가도로 조성 당시 하천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짐작되지 않냐친환경적인 하천 이용과 보행 환경이 중요해진 만큼 고가도로의 활용 방식도 달라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암고가교의 경우 ‘2030 세계박람회부산 유치 때 엑스포 행사장으로 활용될 북항 재개발 지역과 맞닿아 있다.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면 기후위기 시대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장소로서 상징성도 높은 곳이다. 부산대 우신구 건축학과 교수는 엑스포가 열리면 서면 일대까지 관람객들의 이동이 많아질 것이라며 우암고가교를 보행로로 활용하거나 트램을 놓아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면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경부선 철도 지하화·철도시설 재배치·숙원 사업 해결 속도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주변 개발 계획은

부산 동서고가로와 인접한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김종진 기자

동서고가로 주변 지역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특히 경부선 철로로 오랫동안 도시의 단절을 경험해온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 주민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정부가 최근 도시 지상철도 지하화를 국정 과제로 채택돼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부산뿐 아니라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 내년 초 국가 선도사업에 선정되느냐가 관건이다.

경부선 철도지하화 사업은 부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경부선 화명~가야차량기지 10.7km 구간과 부산진역~부산역 2.3km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구간 철도 유휴부지와 역세권 일대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연내 국토부에서 발의할 ‘(가칭)도시 지상철도 지하화 특별법에 발맞춰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8월 부산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내 관련 특별법 발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는 특별법안이 발의되면 법안 내용에 맞는 실행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시는 올해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 실행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다만 특별법 발의 시점에 맞춰 계획을 짜기 위해 용역을 잠시 멈춰둔 상태다. 시 물류정책과 관계자는 경부선 지하화는 여야 정치권에서도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만큼, 특별법안이 발의되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화명~가야차량기지 구간 1단계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이다. 1단계 구간이 지하화했을 때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철로를 지하화한 이후에는 사상과 구포 일대 도심 역세권 개발안을 구상 중이다. 현재 2곳인 구포역과 덕천역을 한 곳으로 모아 도시철도 2·3호선과 경부선KTX를 탈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지상 철로 구간은 서울의 경의선 숲길과 같이 선형 공원으로 바꾸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2단계 구간은 시의 용역에 포함되지 않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여부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경부선 지하화와 함께 시내 철도시설 이전과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범천동 일원에 자리잡은 차량정비단(21)을 부산신항역 일원으로 이전하는 사업은 현재 기본계획 수립 단계다.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전문가, 시민단체는 이 같은 개발 계획 때 동서고가로와 연계하는 도시계획을 추진하면 부산도 일본 같은 입체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국내 철강회사에 상계관세값싼 전기료, 사실상 보조금

미 상무부, 현대제철·동국제강에 1.08% 부과

한국 정부, 다른 업종에도 파급될지 예의주시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말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값싼 전기료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유보가 통상 문제로 번진 것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달 관보를 통해 2021년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철강 후판에 각각 1.08%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특정 상품에 보조금 등의 혜택을 줘 수입국 제품의 경쟁력을 영향을 끼칠 때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수출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미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가 한국 철강업체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몇해 전부터 한국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철강업체 보조금 구실을 하고 있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지난 2월 미국 수출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 이후 이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종 확정을 바꾸지 못했다.

이번 상계관세는 미 상무부가 2021년 이후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묶여 있자 최종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1년 이후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원가 대비 판매가 비율)100%를 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전의 전기요금 총괄원가회수율은 2020101.3%에서 202185.9%, 202264.2%로 크게 낮아졌다. 국제 연료값 상승으로 전기 원가가 높아졌는데 정부가 이를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이번 최종 판정을 앞두고 지난달 미 상무부는 한국전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흑자를 낼 때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적자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정부 보조금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 상무부의 결정이 다른 업종에도 파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한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은 4t으로 전체 생산량의 2% 수준이지만, 전기료가 원가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면 지속적으로 통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국제무역법원(IT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계관세로 인한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제철은 최종 판정에 있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서 차후 대응을 구상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대미 후판 수출 물량은 크지 않아서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크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고한솔 기자 honesty@hani.co.kr

 

일본 오염수 2차 방류 시작7800t 또 버린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2차 방류가 시작됐다.

도쿄전력은 5일 오전 1020분께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과 섞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오염수를 약 1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쏟아냈다. 2차 방류는 이날부터 17일 동안 진행되며 1차와 마찬가지로 약 7800t의 오염수가 방류된다. 하루 방류량은 약 460t이다.

도쿄전력은 2차 방류되는 오염수에서 탄소-14, 세슘-137, 코발트-60, 아이오딘-129 4종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나 모두 법정 고시 농도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알프스로 아예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의 경우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측정한 결과, 리터당 63~87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로 기준치 이하라고 덧붙였다.

도쿄전력은 방류 시설에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4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1차 방류를 마친 뒤 진행한 점검 작업을 통해 희석설비의 상류 수조 4곳에서 도료를 바른 도장 부분이 10정도 부푼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관계자는 도장에 균열이 없고, 수조의 방수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2차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824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오염수 7788t을 처음으로 바다로 방류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뒤 원전 주변에서 정기적으로 바닷물과 물고기를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해 보니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 말까지 오염수 31200t을 총 네 차례로 나눠 바다로 방류할 방침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오염수가 1338천여t이 보관돼 있다. 오염수 방류가 8월부터 시작됐지만, 원전 안으로 빗물과 지하수 등이 스며들면서 매일 90~140t의 오염수가 새로 생기고 있다. 올해 새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의 양만 약 2t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3월까지 31200t을 버리지만, 실제 줄어드는 양은 11200t 수준이 될 전망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홍수 위험 주거지 30년 새 122%↑…·저소득 국가 쏠려

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 특히 취약

큰 홍수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집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홍수 발생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홍수 위험이 아주 큰 지역 내 주거지가 지난 30년 사이에 약 122%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인류의 주거 환경이 날로 홍수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과 독일 항공우주센터 등의 연구자들은 4(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1985년 이후 홍수 위험 지역 내 주거지 건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매년 고해상도의 위성 사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주거지 변화를 추적했다. 홍수 위험 등급은, 홍수 피해 가능성이 없는 0등급부터 100년에 한번 수심 1.5m 이상의 홍수 발생 위험이 있는 4등급까지 모두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의 인간 주거지는 85.4%(128) 늘었다. 홍수로부터 안전한 주거지는 79.7%, 홍수 위험 3등급과 4등급 주거지는 각각 112.1%, 121.6%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홍수 위험이 큰 지역(3등급)과 아주 큰 지역(4등급)에 건설된 주거지는 전체 주거지의 11.3%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세계은행의 스테판 알레가트 선임 기후 자문관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과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생활하기 나쁜 땅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라며 이는 좋은 주거지를 구할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5년 이후 새로 건설된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의 82%는 저소득·중소득 국가에 몰려 있었으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이 특히 나빴다. 논문은 이 지역은 도시화 속도와 홍수 위험 주거지 증가 속도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에서 홍수 위험 0등급 주거지는 30년 사이 100% 늘어난 반면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는 160% 확대됐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유럽, 중앙아시아도 안전한 주거지보다 홍수 위험이 아주 큰 주거지의 증가 속도가 더 높았다.

30년 사이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가 많이 늘어난 나라로는 아랍에미리트(412.7%), 남수단(333.9%), 베트남(289.5%), 중국(226.2%) 등이 꼽혔다. 지난달 10일 대홍수가 발생해 4천여명 이상 숨진 리비아는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가 82.7% 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0년 사이에 전체 주거지가 113.5% 늘어난 가운데 홍수 위험 3·4등급 주거지는 각각 119.1%, 118.5% 늘었다. 홍수 위험 0등급 주거지의 증가율은 114.3%였다. 논문은 충청·전라 등 한국 서부 지역에서 홍수 위험이 큰 주거지가 특히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전체 주거지 가운데 홍수 위험이 큰 곳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들로는 네덜란드, 베트남, 라오스, 방글라데시, 피지가 꼽혔다. 북한은 홍수 위험 지역의 비중이 11번째로 높은 나라였고, 한국은 18번째였다.

기후학자인 클라우스 제이컵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논문이 보여준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지 격차는 아주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부산 인구, 예상보다 빠른 이달 '330만 붕괴' 유력

9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 330836

320만 명대 진입 눈앞애초 12월 예상

부산·경남 인구 격차도 갈수록 줄어

부산 인구(주민등록 기준)가 애초 예상보다 두 달가량 앞선 이달 중 330만 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주민등록 인구는 33083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3302740, 이하 월말 기준)보다 1904명 줄어든 수치다.

최근 1년간(지난해 9~올해 9) 부산 인구가 월평균 2354명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 달 초 공시되는 10월 지역 인구는 ‘330만 명 붕괴가 유력하다.

부산시 인구정책팀이 애초 예상한 320만 명대 진입 시점은 올해 말(국제신문 지난 69일 자 1면 보도)이었다주민등록 인구는 지역 거주자는 물론 재외국민이나 거주 불명자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통계청이 ‘3개월 이상 해당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집계하는 총인구보다 범위가 넓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서는 부산 총인구가 지난해(3296000) 이미 330만 명을 하회한 것으로 나왔지만, 실질적 부산 전체 인구인 주민등록 인구는 이달 안에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부산 인구는 201612(3498529) 처음으로 35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4년 만인 20209(3399749) 340만 명선도 무너졌다. 이달 중 330만 명 아래로 내려가면 3년여 만이 된다.

부산과 경남 인구 격차도 갈수록 준다. 지난달 경남은 3257009명으로 부산보다 43827명 적었다.

지난 8월 격차는 44431명이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https://www.youtube.com/watch?v=LZEq-dZQ9S4

한국은 결국 세계를 바꿀 것지금 부족한 건 단 하나 MBC

 

원전 최강국 건설' 외치는 윤석열 정부 빼면 '오염수'도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끝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824일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수 K4 탱크 중 B 탱크 군에 대한 방류가 911일 끝났다고 밝혔다. 1차 방류를 통해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는 약 7763톤으로 여기에 하루 바닷물을 34만 톤 정도 섞어 방류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3차례 추가 방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06일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7일간에 걸쳐 약 7800톤 가량을 방류할 계획이다. 편집자)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2차 해방방류를 개시한 105일 오전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2차 해양투기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핵산업국가 모두가 해양투기 중이다

필자는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히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은 1차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 3차 방류 계획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를 모두 합하면 30년에 이르는 계획이다. 방류가 계속될수록 바다로 나가는 오염수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생물농축으로 인한 방사능오염 정도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다와 공기 중에 액체·기체 방사성 물질을 버려온 핵산업계의 오랜 관행을 끝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으로 지난한 싸움이 필요하다. 주류 언론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종종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외면하고 있지만, 바다에 방사성 폐기물을 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6년 미국이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있는 파라론 제도에 핵무기 실험실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버린 이후 1993년까지 바다에 고체 핵폐기물을 버리는 일은 '관행'이었다. 드럼통에 담긴 핵폐기물은 물론이고, 원자로나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도 포함되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핵폐기물 해양투기 지역이 대서양과 북극해, 태평양 등 전 세계에 50곳이 넘는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흐름을 막은 것은 일본 정부였다. 1993년 러시아가 소련 시절 핵폐기물 동해 투기 내용을 백서로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고 그해 열린 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 내용을 담은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핵무기와 핵시설을 갖고 있던 선진국들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소련의 핵폐기물 해양투기가 갖고 왔던 충격이 너무 컸기에 일본 정부는 이를 설득해냈고, 이후 '핵폐기물 해양투기 금지'가 국제협약에 담겼다.

1997년 대만 핵폐기

물 수출 기도를 비판하는 환경운동연합 항의방문단 활동가들. 현수막의 '자국 발생 핵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 국제원칙'1993년 러시아의 동해 핵투기 사건 발생시 '방사성폐기물 해양투기 금지조항'의 런언의정서 삽입 기반이 됐다. 당시 이 조항의 명문화에 큰 역할을 했던 일본은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자기 배반과 모순에 빠졌다. 환경운동연합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박 등에서 바다로 던지는 '투기'가 아니라, 터널 등 시설에 따라 '방류'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30년 동안 방류할 삼중수소의 양보다 한국과 중국이 한 해 동안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양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사고가 일어나 핵연료를 직접 식히거나 발전소 지하를 거치면서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가 일반적인 발전소 오염수에 비해 더 많은 핵종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서 일부 핵종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ALPS 가 처리할 수 있는 핵종은 62개에 불과하여 핵분열 시 나오는 1천여 개의 핵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방류하고 있는 오염수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2022년 우리나라 5개 핵발전소에서 방류한 삼중수소의 총량은 216.3TBq(조베크렐)이다. 일본 정부가 매년 방류하겠다고 밝힌 삼중수소량 22TBq10배 가까운 양이다. 우리나라 역시 삼중수소 말고 다른 핵종도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다른 핵종은 액체보다 기체가 많은데, 2022년 한해에만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도 32TBq이나 된다.

이나마 바다와 대기로 방출되는 핵폐기물의 양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2007년 삼중수소 제거 장치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경주 핵발전소는 중수(중수소를 이용해 만든 물)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핵발전소에 비해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다. 이로 인한 주민 건강상 피해도 크고, 삼중수소는 1g당 가격이 35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물질이기 때문에 2007년 삼중수소 제거 장치가 설치되었다. 이에 따라 2004년 한 해 배출량이 402.4TBq이나 되던 기체 삼중수소 배출량이 202290.1TBq77.6%나 감소하였다. 그런데도 경주 월성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여전히 높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쟁점이 되자, 다른 나라의 오염수 방류 반대운동 사례도 폭넓게 보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뉴욕주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 해체 과정의 오염수 방류가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간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는 해체 과정에서 오염수를 허드슨강에 방류할 예정이었다. 이에 뉴욕주는 지난 8'세이브 더 허드슨(Save the Hudson)' 법안을 제정했다. 오염수 방류를 막아 허드슨강을 구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를 방문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국가·사회 외면 속 월성핵발전소 피해자들

반면 국내 핵발전소 삼중수소 문제는 이처럼 폭넓게 다뤄지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고 밝힌 기자회견 역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것으로만 보도될 뿐 그래서 우리나라의 오염수 배출량이 얼마나 되고 그것이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보도되지 않는다. 설사 국내 삼중수소 문제를 다루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국내 오염수는 다르다"라며 국내 오염수 위험을 애써 낮추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은 수년째 국내 핵발전소에서 나온 삼중수소와 각종 방사성 물질로 인한 암 문제로 싸우고 있다. 20152,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하며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환자 618명과 그 가족 2882명이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끊임없이 액체·기체 핵폐기물이 방출되고 있다. 수차례 검사를 통해 인근 주민들의 소변과 혈액 등에서 다른 지역보다 높은 삼중수소가 발견되었고, 역학조사를 통해 핵발전소 인근지역의 갑상샘암 발병의 상대 위험도가 다른 지역보다 2.5배 높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 피해 소송이 그렇듯 피해의 인과관계를 주민들이 밝히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지난 8, 부산고등법원은 주민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내 몸이 증거다"라는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는 재판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날 기각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렇게는 더 못 살겠다며, 벌써 9년 넘게 농성하는 월성 핵발전소 이주대책위 소식이나, 국내 액체·기체 핵폐기물 방출 문제는 이번에도 폭넓게 다뤄지지 못했다.

중수로 핵발전소인 경주 핵발전소(월성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갑상생암(갑상선암) 등 암 발생률은 타 지역 대비 2.5배 이상 높다. 그러나 법원은 2(831일 부산고등법원, 원고 패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주민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오염수 방류 반대 넘어 한국탈핵운동으로

전 국민이 '방사능'이나 '오염수'라는 생경한 단어를 알게 되고, 이를 우려해 전국적인 시위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막상 국내 '방사능''오염수'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원전 최강국 건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핵발전소 증설 계획에 앞장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정책을 언급하지 않고 '오염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끝난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오염수 방류 반대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바꿔 말해 액체·기체 핵폐기물을 오랫동안 방출해온 핵산업계의 관행에 맞서지 못한다면, 오염수 반대운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30년 전 일본 정부가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막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액체·기체 핵폐기물 방출'을 막아야 할 순서이다. 미세플라스틱과 수은,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이 바다에 가득한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당장 현세대를 살고 있는 이들도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었다고 오염수 반대운동이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까지 오염수 반대운동이 부족했던 점을 평가하고 새로운 운동으로 나아갈 방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함께 사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