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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7.10~

by 이성근 2023. 7. 10.

 

 

오염수 비판괴담몰이2년 새 말 바꾼 '구미호 언론'

조중동 2021년 오염수를 '공포''위협''독극물'로 보도

조선 '방사능, 우리 식탁 영향 가능성 배제 못해'

동아 '일 정부 오만생선 먹어도 되나' 의혹 제기

중앙 '안정성 담보 어렵고 국내에 상당한 영향 예상'

자신이 한 말, 이제는 '괴담'으로 돌변이유 설명해야

지난 4IAEA 최종 보고서 공개 이후에도 우리나라와 중국,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5일자 숨죽이던 일본 여론도 방류 반대로 흐른다’ ‘중국 외교부 보고서가 통행증 아니다”’ ‘바다는 생계...태평양 섬나라 주민들도 불안 호소등의 기사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IAEA가 일본이 제공한 자료만으로 조사한 일방적 조사 결과인데다, 일본이 IAEA측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이런 우려와 반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를 ‘IAEA가 권장하거나 보증하는 것은 아니오염수 방류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는 최종보고서의 문구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우려와 반대를 괴담또는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면서 전 국민적 반발을 은폐하고 찍어누르고 있다. IAEA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그야말로 신속하게구성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관련 괴담가짜뉴스를 퇴치하겠다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커녕 편들기와 홍보를 주로 해온 일부 매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괴담몰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여론을 조작해왔다. 조중동과 이 매체들이 운영하는 종편방송들은 오염수 괴담’ ‘우럭 괴담’ ‘오염수 인질극’ ‘괴담 손실괴담을 키워드로 하는 기사와 칼럼, 사설, 방송뉴스를 쏟아냈다.

 

뉴스검색 전문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조중동 3개 매체의 최근 한달 뉴스를 괴담 & 오염수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약 180개의 기사가 나온다. 한 개 매체가 한달 간 60개의 괴담몰이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이 정도면 여름밤 심야괴담을 따로 들을 필요가 없을 만하다.

 

후쿠시마 괴담은 우리 자신을 때릴 부메랑, 믿는다면 정말 미친 짓’(조선일보, 6.24), ‘세계서 한국만 방류수 괴담’(조선일보, 6.17) ‘세슘 우럭 한국 온다 괴담에 불가능정부가 자신한 근거’(중앙일보, 7.4), ‘오염수 괴담, 내 횟집 손님 끊길 판’(중앙일보, 6.29), ‘오염수 괴담 국힘의 대응법상임위별로 횟집 회식한다’(중앙일보, 6.23) ‘오염수 괴담 여기도 난리났다천일염값 두달새 3배 껑충, 당정 야 오염수 괴담 공포조성’(동아일보, 6.18)

 

그러나 사실, 조중동 등 정부 홍보매체의 오염수 괴담몰이의 유래는 조중동 자신이다. 자신들의 보도를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2년전인 20214월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조중동은 지금과는 정반대로 인류 위협’ ‘방사능 공포’ ‘바다의 독극물’ ‘인접국 불안’ ‘철회해야’ ‘일본산 생선 먹어도 되나’ ‘한중우려 무시와 같은 무시무시한 괴담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때다. 정권이 바뀌니 똑같은 사안에 대해 목소리가 바뀌고 얼굴이 변한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구미호의 얼굴이 여우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한여름밤의 심야괴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정부에서 가장 극렬히 괴담몰이를 펼치는 조선일보의 기사·칼럼을 몇 개 보자. 조선일보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가 나자 41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사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면서도 후쿠시마 보관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 왔다. (중략)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중략)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현재 오염수 방류 반대론자들의 주장(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괴담’)과 일치한다.

 

같은 날 조선일보의 과학전문기자는 방사능 논란에도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나 주변국에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을 거쳐 방류의 영향이 우리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썼다. 이것이 현재 국민들의 우려 - 윤 정부가 말하는 괴담인 것이다.

 

동아일보도 413한중 우려 국내반발 싹 무시한 일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제목의 사설에서 주변국과의 협의나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의 방류는 해양 환경과 주변국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제법상 이를 최소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오염수 방류 결정을 서둘러 강행했다면서 일본 정부를 무책임을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ALPS로 처리해도 인체 내부에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해 배출한다지만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2년전 동아일보의 이런 간절한 '걱정과 불안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괴담이 되었다.

414원전수 안전하다면 의회 식수로 써라일 내에서도 방출 결정 반발기사와 415일본산 가리비··멍게먹어도 되나요제목의 기사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말하는 전형적인 괴담기사다. 윤 정부 총리와 장관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요즘 원전수가 안전하다며 수산시장에 가서 횟집 회식’ ‘수조 바닷물 마시기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430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철회돼야라는 단독기사도 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8선 베테랑야마모토 다쿠 중의원을 단독 인터뷰했는데,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 중진 정치인의 말을 전한 것이다. 이 신문은 요즘 이런 말을 하는 국내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괴담론자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는 2년 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기사를 조중동 가운데 가장 많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공식 발표가 있기 며칠 전인 49, 끝내 바다에 오염수 방류키로방사능 공포 커지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 일찌감치 공포조장에 나선 바 있다. 13바다에 독극물 쏟아부어한반도 침략, 제주 울산 강원 분노기사에서도 독극물과 같은 무시무시한 표현을 그대로 옮겨 국민들의 공포를 조장했다. 19일에도 당시 충남교육감의 교육청 회의석상에 한 발언을 방사능이 농약 중금속보다 심각한 유해물질이란 무서운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13일자 ‘Q&A,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그럼 동해서 잡은 오징어는요?’라는 문답식 기사에서 중앙일보 기자는 수산물 안전에는 영향이 없을까?후쿠시마 어민들은 후쿠시마 어업에 궤멸적인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에 충분히 희석되기 때문에 수산물을 거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안전성을 100% 담보하긴 어렵다라는 괴담을 전하고 있다. 또 한 연구원의 말을 빌려 일본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할 경우 자국 내 주변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양생물 체내 축적 및 폐사 등이 발생하고,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연안으로 유입되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전달했다.

 

15일자 후쿠시마 방류 결정, 정부는 그동안 뭘했나제목의 사설과 일본 오염수 유출, 정부 어떤 노력했나 분통 터져(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적극 반대하지 않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2년 뒤인 지금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감싸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고 있다.

 

조중동 3개 매체는 2년 전 4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공식 발표 이후 제주, 영호남, 충청 등 전국 어민들의 우려와 반대, 그리고 일본 정부 규탄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다. 426일 국내 어업인들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자 이순신공원 배 200척 모였다...2한산대첩’(중앙일보), ‘2한산대첩의 각오...통영서 일 규탄 어선 200척 모였다’(조선일보), 부산, 경남 거제, 전남 여수, 충남지역 어민들의 일본 규탄대회...“핵공격 같은 파멸적 행동” (조선일보) 괴담을 조장하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은 올해 또 이런 대대적인 해상시위를 벌였으나 조중동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의 걱정과 우려는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풀지 못하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정부와 정부 홍보매체로 전락한 일부 언론들이 괴담으로 몰아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괴담으로 몰고 있는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겨우 2년 전 바로 그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었다면, 이것이야말로 괴담이 아닌가?

 

구미호가 얼굴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면 미담이 될 수도 있다. 일본 핵 오염수가 공포’‘위협’‘독극물이어서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던 2년 전을 기억하길 바란다. 언론이 겨우 2년 만에 딴소리하는 이유를 설명 못하면 그것이 바로 괴담이다. 언론이 구미호 괴담으로는 세계 꼴찌 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

 

 

과학'이라는 이름의 미신 믿으라는 한국언론

IAEA 결론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야말로 반과학적

과학의 근간과 본질은 끊임없는 반증의 제시 허용

과학이 아닌 유사신앙, 맹종적 미신이라 해야 마땅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과학적 결론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한국 정부와 언론이 절대진리처럼 내세우고 있는 '과학'은 얼마나 '과학적'인가. 아니, 그 이전에 과연 '과학'인 것인가.

 

정부는 그 결론에 대해 반론이나 의문을 제기하면 괴담이라며 유언비어 대하듯 단속령까지 내리고, 가짜뉴스 신고 센터까지 설치해 처벌하려고까지 하며 다수의 언론은 이를 충실히 보도하면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결론이니 오로지 믿으라는 바로 그 주장이야말로 사실은 진짜 '괴담'이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7. 연합뉴스

 

IAEA의 최종보고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 IAEA라는 기구의 성격 자체가 제기하는 한계, 그로부터 비롯되는 이번 보고서 결론에 대한 의문이 크지만 그런 점들은 일단 차치하자. 다만 정부와 언론이 떠받드는 과학’ '과학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만 따져보자.

 

'과학'이라는 것에 대한 권위의 부여는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이지만 '과학'이라는 말이 씌우는 주술과 후광은 한국에서 특히 완강한 수준이다. 이는 과학 중에서도 특히 과학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자연과학이 이른바 '근대화'와 함께 서구로부터 유입돼 온 한국의 최근세기 역사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과학'이 전문가적 영역이라는 믿음과 함께 한국인들에게 오랫동안 굳어진 결과이다. 특히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에서 이는 더욱 맹렬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종보고서 발표에 대해 여당의 대변인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겸허하게 라는 말부터가 '과학'이라는 이름의 권위 앞에 고개를 숙이는 태도가 온당한 듯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자 국민들에게 그같은 순응을 과학에 대한 바른 태도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과학적'이라는 말을 빌려 되돌려 준다면 이같은 인식이나 행태들은 과학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 오히려 반과학적이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작성한 최종보고서를 믿지 않으면 문명국가가 아니다"라는 무모한 주장이 기반하는 과학관은 실은 과학의 본질적 성격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과학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것이며, '문명적'이 아닌 오히려 과학 문맹(文盲)’적인 태도다.

 

과학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사실 검증의 과정이다. 반박과 반증 제시의 기회가 열려 있지 않다면, 과학적 과정이랄 수 없다. 하나의 사실에 대한 끊임없는 가설과 이설(異說) 제기를 통해 처음에는 가설이었던 것이 이론으로, 확증적인 진리로 더욱 근접해가는 과정이 곧 과학의 과정이다. 어떠한 과학적 사실도 그것은 잠정적 사실, 유보적 사실이며 임시적 진리일 뿐이다. 항상적으로 확정된 진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유력한 진리, 유력한 과학적 사실이 있을 뿐이며,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사실, 진리에 가까운 임시적 진리가 있을 뿐이다. 과학철학자 포퍼가 '반증 가능성'을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구획기준으로 삼은 것에 그같은 과학의 본질적 요건이 담겨 있다.

 

그것이 과학에 요구되는 절차에서의 '과학적인 것'이며, 이는 단지 과정적 절차로서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절차 자체가 사실은 곧 과학이며 과학을 과학으로 만드는 근간이며 본질이다.

 

이번 최종보고서가 과학적인 요건에서 결여한 또 다른 결함은 이번의 최종보고서에 참여한 이들이 제대로 '과학자로서 참여했느냐'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11개 국의 과학자들이 1년에 서너 차례 며칠씩 회의와 참관에 참여해 보고서를 검토한 것을 과연 '면밀한 검증'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부분의 과학'일 뿐이다. 즉 원자력 분야 학자들이라는 한 분과의 과학에 불과한 과학자들일 뿐이다. 원전 오염수의 대량 해양 투기 시 해양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종합적이고 다층적 분석은 해낼 수 없는 반쪽의 과학 검증에 지나지 않는다. 원전 과학을 넘어선 생물학, 의학 등의 통합적 검증, 현재의 영향을 넘어선 미래의 장기적 영향까지를 포괄하는 분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일부분의 과학적 사실(주장)로써 과학 전체의 결론인 듯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과학으로서의 결격이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정부와 한국언론 다수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위와 같은 이유들로 과학이라기보다는 신앙에 가깝다. 그것도 종교다운 종교가 아니라 맹목적 신앙이다. 신앙과 종교에서도 의심을 통한 믿음이라야 높은 가르침으로서의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급한 신앙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은 과학의 영역에 정치가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은 발생하는 것이면서 또한 발견되고 해석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 유일한 해석이 있을 순 없다. 이 점에서 과학은 정치와 근본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과학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끊어야 한다는, 불가능한 봉쇄와 차단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제대로 해석하고, 그 사실이 일정한 한계 내에서의 사실일 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느냐인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과학적인 사실' '잠정적 사실'일 뿐인 최종보고서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 정치의 불순한 개입인 듯 몬다면, 실은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정치적인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참된 의미의 정치가 객관적으로 갖춰야 할 것, 무엇보다 의견과 의견 간의 논의와 경쟁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가 아닌 비()정치이며, 비정치를 넘어 정치를 막는 반()정치가 될 뿐이다.

 

이는 그와 같은 논리를 펴는 다수의 언론들이 거의 같은 이유에서 언론 아닌 비()언론, 비언론을 넘어 반()언론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보도에서 한국의 언론은 다른 어느 사안들보다 더욱 뚜렷하게 이같은 정치의 종교화와 유사한 '언론의 종교화'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유력언론들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에 과학적이라는 수식은 붙일 수는 없다. '신앙의 이름으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확히는 한국적인 신앙, '신앙이라는 이름의 미신으로' '맹목적 신앙의 이름으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정부와 언론에 의한 과학이라는 이름의 반()과학, 유사신앙에 대해 진짜 과학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지방 아파트값+10억원=서울 아파트

서울 아파트값 13vs. 기타 지방 2.7

서울과 비서울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비서울 아파트값보다 최대 10억 원가량 비쌌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구 한 채당 평균 매매가격은 129490만 원이었다.

 

반면 5개 광역시는 이 가격이 44135만 원이었고 기타 지방 아파트값은 26557만 원이었다. 서울 아파트와 비서울 아파트값 차이가 최대 10억 원 이상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방 아파트의 5배가 넘었다.

 

부동산R114는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에는 서울 아파트 2382만 원, 지방 6551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둘의 차이는 13831만 원이었다.

 

최근 장기 호황이 시작된 2017년 당시는 둘 간 차이가 52189만 원으로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결국 10억 원이 넘는 차이가 발생했다. 가장 큰 격차가 벌어진 때는 2021년이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 가격 차가 11984만 원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 장기 호황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이 지방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후, 최근 부동산 조정이 시작되자 지방 아파트값이 서울에 비해 더 급락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서울과 비서울 아파트 간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이 비서울에 몰린 가운데,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은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영향으로 최근 웃돈이 붙어서 거래될 정도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김건희는 어디 가고 또다시 민주당 탓... <조선>의 눈물겨운 물타기

[분석] 본질은 '6번국도 교통정체 해소'... 정권 교체후 바뀐 과정 해명해야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휩싸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 산으로 가고 있다.

 

'18000억 원가량이나 투입되는 큰 사업의 종점지가 정부 교체 후 어떤 논의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변경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사라진 채 "땅의 존재를 그 전에 알았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민주당이) 완전히 괴담을 만들어서 헛발질하다가 양평군민들로부터 지금 지탄을 받고 있다"(1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자극적인 발언만 난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혜 노선, 2년 전 민주당도 요구했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언론 보도가 있다. 그 중 <조선일보><'김건희 특혜'라던 양평고속도 노선, 2년전 민주당서도 요구했다>(7.7)<민주당 전 양평군수 일가, 고속도 원안 종점 일대 대지주였다>(7.9) 기사 등을 두고는 '왜곡과 비약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노종면 전 YTN 앵커는 자신이 양평군 강상면 거주자라며 해당 기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조선일보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기사.조선일보 갈무리

 

7일 발행된 기사 <'김건희 특혜'라던 양평고속도 노선, 2년전 민주당서도 요구했다>"올해 들어 국토부가 김 여사 선산 땅값에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급작스럽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2년 전부터 기존 노선이 아닌 대안 노선의 필요성을 요구해 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노 전 앵커는 9일 올린 글에서 "종점 변경과 무관한 지역 민원 중 하나였던 강하IC 설치 요구를 종점 변경 요구가 있었던 것처럼 비약했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2021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 통과 직후 정동균 전 양평군수는 <양평시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있는 노선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새로 하는 건 어렵지만, 기존에 우리가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던 원안을 중심으로 양평군의 이익과 어떻게 부합되느냐를 생각하는 건 가능하다""가령 강상~강하로 이어지는 채널이 있어야 하기에 강하면으로 들어올 수 있는 IC가 있어야 한다. 당초안이 신원역과 국수역 사이인데, 저희가 주목하는 건 국수리다"라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강상면 종점안'은 양평군 민선 8(현 전진선 군수, 국민의힘)들어 변경된 안이다.

710일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종점 인근 땅 관련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9일치 기사 <민주당 전 양평군수 일가, 고속도 원안 종점 일대 대지주였다>(신문은 10일자) 역시 전형적인 물타기 내용이다. 강상면 종점안(변경안)'김건희 특혜'라면 양서면 종점안(원안)'전직 군수 특혜'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정 전 군수와 일가 친척들은 양평 옥천면 아신리에 총 14개 필지 168제곱미터(3051)에 달하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라며 '원안 종점 인근'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노종면 전 앵커는 "해당 땅이 맹지에다 접근도 어렵다는 당사자 해명과 별개로 그 땅이 있는 아신리는 원안이든 변경안이든 별 차이가 없다. 가까이에 이미 있는 양평IC는 원안 종점과 변경안 종점 중간"이라며 "양평IC 진입해 방향만 다를 뿐 거리는 비슷하다. 여권이 강조하듯 고속도로 혜택은 분기점이 아니라 IC가 좌우하는데 아신리는 원안이든 변경안이든 양평IC를 이용하니 유불리가 갈릴 리 없다"라고 지적했다.

 

혼탁해지는 형국... 언론은 무엇을 검증해야 하나

문제의 핵심은 '예타를 통과한 노선이 어떤 절차와 이유로 변경됐는가'인데 대통령실은 국토부에서 다룰 문제라며 한 발 빼고, 여당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해 논평하면서 논란의 방향을 틀고 있다.

 

10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7명의 발언자 중 3(윤재옥 원내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전임 민주당 양평군수의 땅을 거론하며 흡사 '민주당게이트'의 전환을 시도했다. 대중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이 쏟아지니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언론이 이를 논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이 사라지는 신공(?)을 발휘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9일 경기도 양평군청 근처에 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본래 목적은 두물머리와 6번 국도 교통체증 해소다. 원인인 양서면 종점의 경우 교통량을 양평 외곽으로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는 반면, 강상면의 경우엔 교통정체 해소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외부차량 유입으로 체증을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정권교체 이후 예타를 통과한 안이 왜 바뀌었는지, 영부인 일가 소유 토지와 관련한 특혜는 있었는지'에 대한 정부여당의 책임있는 설명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신 '국민의힘이 문제라는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너희(민주당)도 문제야'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내로남불'은 언제나처럼 등장하는 양념이다. 그 사이 십수 년 고속도로 건설 착공만 기다려온 양평군민들은 갈라져 싸우고, 사건은 정쟁화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세력은 누구일까?

오마이뉴스 임병도(impeter)

 

폭염에 죽고, 엘베 고치다 추락사... 6월에도 70명이 퇴근 못했다

[이달의 기업살인] 떨어짐 16, 깔림 12, 끼임 12... 같거나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고들

 

오마이뉴스

 

 

한 해 수천 명, 고독사 하는 남성들

고독사는 오늘날 한국의 주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과의 인간관계며 사회활동이 끊긴 상태로 지내다가 아무도 모른 채 죽음을 맞는 일을 이미 많은 이들이 당면한 위기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번영을 누리는 이 때, 너무나도 많은 구성원이 기본적인 존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2021년 처음으로 고독사 예방과 관련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지난해는 역시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어떠했나. 2017년엔 2412, 2018년엔 3048, 그리고 2021년엔 3378명이 고독사했다는 통계가 작성됐다. 사망자 100명 중 한 명은 고독사하고, 특히 은퇴 직후의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2030 젊은 남성의 고독사도 한 해 수백 명에 달해 관계가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처한 위협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외신이 한국과 일본 남성의 고독사를 주제로 몇 번이나 심층보도를 냈다는 건 이 사회가 특정한 계층과 집단의 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음을 일깨운다.

 

며칠, 몇 주 씩이나 제 죽음이 알려지지 않고 마침내 시체 썩는 냄새로 그 비극이 알아차려지는 죽음을 어떻게 존엄하다 하겠는가 말이다.

호이스트 포스터 BIFAN

 

 

부천 찾은 관객들의 선택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30분짜리 짧은 영화 한 편을 주목했다.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관객상을 받은 <호이스트>가 그 주인공으로,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장비인 호이스트 속에 갇힌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영화로는 드물게도 두 줄기 이야기를 교차로 편집한 영화는 주인공인 사내의 현재와 과거를 담는다. 현재는 호이스트라 불리는 장비, 뼈대만 있는 거칠고 불친절한 승강기에 갇힌 상황이며, 과거는 그가 지금 이 곳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20대 청년이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십 곳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 그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고시원 방값을 내는 것만도 힘에 부쳐서 끼니는 편의점 세일품목이나 고시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밥으로 때우기 일쑤다. 고시원 벽에 걸린 양복은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지만 그걸 입고 나서는 면접에 언제나 통과할는지 기약 없는 취준생 생활이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호이스트 스틸컷 BIFAN

 

 

누구도 찾지 않는 고립된 곳에서

 

그가 호이스트를 타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돈에 쪼들리는 상황은 그를 공사장 인부로 이끌었다. 이 시대 가진 것 없는 사내들이 막노동에 이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처음 막노동에 나서는 청년은 시멘트가루 날리는 현장에서 막내 잡부로 일하게 마련이고 종일 선임들의 일을 도우며 땀방울을 흘린다.

 

그렇게 일하던 중 문자 하나를 받으니, 어느 기업에서 서류전형 합격을 통보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그러나 바쁜 일터에서 면접 참석여부를 묻는 문자에 답장을 할 수조차 없어 그는 일이 끝나기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로부터 일은 꼬여나가고 그는 마침내 모두가 퇴근한 공사장에서 홀로 호이스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명절 연휴 동안 아무도 찾을 일 없는 숲 속 공사장이다. 호이스트에 갇힌 청년에겐 휴대폰조차 없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 청년의 모습을 <호이스트>는 관객들 앞에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감독 "고독사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영화 <호이스트>의 국형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며 고독사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한다. 고독사로 숨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그 고립된 공간을 나오지 못하고 홀로 생을 마쳐야 했는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홀로 생을 꺼뜨리는 비좁은 방이 외딴 공사장의 호이스트와 마주 닿는다. 분투해도 혼자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그 차고 불편한 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을 해치는가를, 그 안에서 죽어가는 이들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를 이 처절한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호이스트>가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오늘의 관객에게 결코 멀리 있지 않은 위협을 장르적 재미를 가진 한 편의 재난 스릴러로 만들어낸 솜씨가 충분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형 감독은 상영이 끝난 자리에서 관객들을 향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약했다. 그가 그럴 수 있기까지 열어내야 할 호이스트의 문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가 그 모든 문을 열어 제 다짐을 지키기를 바란다. 또 그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제 앞의 문을 열어젖히고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바란다.

글김성호 평론가 오미이뉴스

 

독일 극우 급부상 뒤엔 '극우 흉내' 기성 우파 기회주의

AfD 연이은 단체장 당선·지지율 창당 이래 최고극우 주도 '반이민 정치' 영향 네덜란드 연정 붕괴

지난달 25(현지시각) 독일 동부 튀링겐주 존넨베르크에서 지역 단체장으로 선출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로베르트 제셀만. AP=연합뉴스

 

독일에서 극우 후보가 시장으로 선출되고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이 지지율 20%를 기록하는 등 극우가 다시 득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극우의 급부상은 독일 정부의 기후 관련 난방 정책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보이지만 기저엔 기존 우파 정당이 극우의 수사를 차용하면서 극우에 정상성을 부여한 것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이하 현지 시각)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라군예스니츠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한네스 로트가 시장에 당선됐다. 동부 튀링겐주 존넨베르크에서 AfD 소속 로베르트 제셀만이 지역 단체장으로 선출된 지 일주일 만이다. AfD에서 지역 단체장이 배출된 적은 이전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연이은 당선은 독일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번에 AfD 단체장을 배출한 지역들은 작은 선거구지만 이들 지역 뿐 아니라 구 동독에 속했던 독일 동부 주에선 AfD에 대한 공감이 유독 강하다. 독일 도이치벨레(DW) 방송은 독일 라이프치히대가 독일 인구 5분의 1이 거주하는 동부 5개 주(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를 대상으로 해 지난달 말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무슬림 이민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외국인들이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독일에 온다는 혐오 발언에 동의했으며 3분의 1의 응답자가 유대인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가 "극우 정당과 그들의 메시지가 이 지역 인구의 대다수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6일 발표된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Infratest Dimap) 조사에서 AfD2013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지지율 20%를 획득했다. AfD2주 전 같은 조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소속된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꿰찬 지지율 2위 정당 자리도 유지했다. 해당 조사에서 AfD가 정당 지지율 2위를 기록한 것은 20189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었다. 6일 발표에선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기독민주당(CDU·28%)과의 지지율 격차도 2주 전보다 2%포인트(p) 좁혔다.

 

도이체벨레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9일 독일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AfD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극우 정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유권자들의 공포를 이용해 세를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겐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fD의 최근 지지율 급상승은 올 봄 독일 정부가 발표한 인기 없는 기후 위기 대처 난방 정책의 반사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가구의 절반이 석유와 가스 난방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년 1월부터 신규 석유 및 가스 난방 시스템 설치를 금지하고 기존 건물과 신규 건물 모두에서 65% 이상 재생 에너지를 통한 난방을 해야 한다는 계획은 야당인 기민당은 물론이고 자유민주당(FDP) 등 연정 내부에서도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연정 구성 정당인 녹색당은 탄소 중립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난방비 상승을 우려한 시민들은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이 이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중도 좌파 사민당, 신자유주의 성향 자민당, 친환경 정책을 추구하는 녹색당의 연정으로 구성돼 있다.

 

도이치벨레는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의 반대가 큰 상황에서 AfD가 정부의 에너지 및 기후 정책에 대한 가장 큰 반대자로 자처했다고 설명했다. AfD는 이번 정책을 "난방 대학살"로 부르며 "(난방비가) 감당이 안 돼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고 시민들의 두려움을 부채질했다.

 

매체는 AfD가 이민에 관용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시절엔 반이민을 내세우며 세를 불렸고 최근엔 녹색당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연료비 및 물가 상승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 연정에서 제외되며 실제 통치 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극우의 순조로운 지지율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극우의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엔 이들의 포퓰리즘적 수사를 차용하는 우파 정치인들의 기회주의가 깔려 있다. 기성 정치와 언론에 박해받는 피해자로 자처하며 변두리에 머물던 극우 정당의 수사를 기성 정당이 가져오면서 극우의 정상화 및 주류화에 기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지난해 9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복지 관광"을 하고 있다는 혐오 발언을 내뱉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민당 원로 정치인들이 이런 발언을 내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기성 정당이 극우의 수사를 차용하는 것은 극우의 메시지를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는 크게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이민 혐오 주장을 극우 정당이 낸 것으로 알았을 땐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연구 참여자들만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사한 주장을 중도 우파 정당 명의로 제시할 경우 더 광범위한 공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연구의 저자 중 하나인 비센테 발렌팀 옥스포드대 정치학 연구원이 "때로 '누가' 말하는지가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중요하다""이 연구는 민주적 정당이 극우의 특정 입장을 채택하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성 우파 정당들이 극우 메시지를 차용해 지지율을 높였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메시지를 받아들인 이들이 이를 차용한 우파 정당을 지지하기보다 '원조'인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는 이미 유럽 전역에서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10월 극우 정당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취임했고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단일 정당으로 2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선 극우 마린 르펜이 약진했다. 이달 말 치러질 스페인 총선에서도 극우가 세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의 메시지 또한 유럽 정치를 좌지우지할 만큼 커졌다. 8일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마르크 뤼터가 이끄는 연정이 이민 정책에 관한 논쟁 끝에 붕괴했다. 직접적으론 뤼터 총리가 제안한 이민자 가족 입국 제한에 대한 강경책이 연정의 지지를 받지 못한 탓이지만 외신들은 극우가 주도해 온 이민 담론이 유럽 정치에서 큰 영향력을 휘두르게 됐다는 데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뤼테 총리가 이번에 이민에 관한 강경책을 내놓은 것도 극우 정당이 이민에 관한 담론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었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 프레시안

 

 

종전선언 주장하면 반국가세력? 부시도 트럼프도 반국가세력인가

[현안진단] 헌법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은

종전선언이 반국가세력의 합창?

 

윤석열 대통령은 628일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에서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고 비판했다.

 

북한 침략 시 유엔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라는 논지다.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라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이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종전선언을 처음 언급한 것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11월 베트남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종전협정 체결의사를 밝히고 남··미 정상이 서명할 것을 비공개로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79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서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해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2018년의 남북, ·미 정상회담에서도 종전선언은 주요 화두였다. 4.27 판문점 선언에는 2018년 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전환, 그리고 이를 위해 3자 또는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으며, 2018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20191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흔드는 반국가세력이 주장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 것인가?

 

'대북지원부'로 전락한 통일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 차관, 그리고 통일비서관 등 통일·대북 정책을 이끌어가는 핵심라인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으며, 이들은 모두 통일부 내부 출신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72일 그동안 통일부가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달라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향후 통일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장관과 통일비서관 내정자는 학자이며, 차관 내정자는 외교관으로 통일부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과거 김정은 정권 타도를 강조하고, 흡수통일론에 해당하는 '1체제 통일'을 주장한 바 있다. 통일부 장관 내정 직후 과거 입장에 변함없느냐는 질문에도 "통일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권영세 장관이 강조해 온 '통일정책 이어달리기'에 대해 남북 간 합의의 선별적 고려 입장과 아울러 북한의 도발을 전제로 9·19 군사분야합의서의 파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외교부 출신 통일부 차관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당할지 의문이며, 통일비서관 내정자의 통일 분야 경력도 풍부하다고 보기 힘들다. 기존 통일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한 불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북지원부' 역할은 정부조직법에 의한 통일부의 기본적인 업무의 영역이며, 진보와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견지되어온 기조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124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에는 "순수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지속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 발 더 나가 국정과제 95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에는 "인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실시"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강조했는데 그 같은 헌법정신을 관철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안에 통일부를 두어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도록 임무를 부여했고, 대북지원도 그 범위 안에서 작용하는 가능한 수단이었다. 통일부의 본연의 역할은 바로 이 헌법정신을 구현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통일부 창설 이래 반세기 넘도록 대북지원이 자유민주적 평화통일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 정부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자가당착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라면 미국의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한국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종전선언을 노래한 반국가세력이며 허황된 가짜평화를 부르짖은 셈이다. 종전선언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장기성과 복합성,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분리하자는 실용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다. 종전선언은 정치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입구로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포함한 한반도 정전체제의 주요 요소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종전선언은 70년을 끌어온 한반도 전쟁의 비정상성을 종식하고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종전선언 도출을 위한 노력이 반국가세력의 작태라면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말인가?

 

통일부는 엄연히 북한이라는 실체적 대상을 마주하는 정부기관이다. 통일부의 수장이 김정은 정권 타도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부처의 존재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안보 현실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타 부처의 임무이며, 국제사회에서의 남북관계는 외교부가 맡으면 될 일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헌법에는 엄연히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되어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7·4 남북공동성명이 강조한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해야 한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며, 국제적으로는 남북관계도 외교관계에 해당한다. 헌법과 국제법상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가 남북 특수관계의 설정이며, 이를 부정할 경우 남북관계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윤 정부는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남북합의를 선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 역시 위험하다. 남북 간 합의는 사실상 국가 간 합의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남북 간 합의사항을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합의의 무효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다.

 

남북 간 합의사항은 냉전체제에서도 남북 간 긴장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했으며, 아직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남북 간 합의사항을 유지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수 없으며, 통일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맞대응

지난 6월 노동당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이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복귀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하게 챙겼던 스승 현철해 전 인민군 차수의 마지막 직함이 국방성 고문이었다는 점에서 김영철의 직함은 예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 시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북한 외무성이 입장을 밝힌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71일 담화에서 남측 인사의 방문에 대하여 검토 의향이 없으며, 그 누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으며, 이러한 원칙과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 북측 상대편이었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물론 그동안 남북관계를 관리해온 대남기구들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남북 특수관계를 반영해 사용해온 입경, 출경이 아니라 입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외국과의 관계를 암시한 점도 눈에 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규정한 것은 그동안 현대와 체결된 양측 간 합의사항의 무효화 의도로 볼 소지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극악무도한 동족 대결 정책과 사대 매국"이라고 비난했으며, 8월에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측을 "절대로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하순 이후에는 대남 모의 핵공격까지 공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20213월 담화에서 존재 이유가 없다며 '정리'를 경고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후 활동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북측 나름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기구이고 우리 쪽 통일부의 북측 상대기관이다. 남북 강대강 대치국면에서 양측의 남북관계·통일 관련기관의 위상이 추락하는 양상이다.

 

남북 양측이 특수관계에 대한 합의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국제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 간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책무를 잊지 말아야

20237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다. 한반도는 아직 국제법적으로 전쟁 중이며. 유엔군과 공산군 양측의 사령관이 체결한 정전협정과 이에 기반을 둔 정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 제4'쌍방 관계정부들에의 건의'에는 정전협정 효력 발생 3개월 내에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니 70년 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정전협정기념일을 전승기념일로 포장해 요란한 행사를 준비 중이고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파들로 대북·통일 진용을 구성했다. 정전 70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같은 민족 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훈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이 아닌 대화와 외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이 강경한 대치국면을 지속할 경우 그 끝을 알기 어려우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원치 않는 우발적 충돌이다. 당장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 마지막 보루인 9.19 군사분야 합의마저 위태로운 양상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가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때이다. 일촉즉발의 첨예한 냉전의 시기에 왜 7.4 남북공동성명이 도출되었으며,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해야 한다는 점에 남북이 합의했는지를 직시할 일이다.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기보다 부끄러워할 일이며, 이제라도 다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진정한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문제 피로감을 이용한 갈라치기로 진영 내 지지기반 강화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의 평화와 통일을 책임진 통수권자로서 국내외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일 통일을 포함해 세계사에서 보수정권이 평화를 향한 결실을 거둔 사례는 적지 않다. 통일부가 그 존재이유에 맞게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평화와 통일로 가는 바른 길이다. 윤석열 정부가 보수 프리미엄을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동력으로 활용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평화재단 /프레시안

한국전쟁, 내전도 국제전도 아닌 세계내전이었다

한국전쟁의 본질과 성격

전쟁 의지는 김일성이 먼저 표명했지만 결정의 주도권을 쥔 것은 스탈린이었다. 스탈린의 동의는 승인에 가까웠다. 둘 중 하나가 없었어도 한국전쟁의 최종 결정과 실제 발발은 불가능하였다. 사진은 김일성이 19493월 박헌영 부수상 등 6명의 각료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군사 원조와 무기·장비 지원을 요청하고 남침 전쟁허가를 간청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보면

전후 정전체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축을

남북관계와 민족주의

중심으로 보게 된다

 

반대로 국제전으로 보면

·미 동맹과 미·중관계에

매몰된다

 

결국 한국전쟁에 대한

두 개의 오랜 기존 해석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본질과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 한국과 세계에 이 문제는 단순히 지나간 사건을 탐구하고 규명하는 작업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오늘의 한반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출발점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은 한반도 문제의 전형이자 오늘의 한반도 문제가 형성된 원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전쟁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오독과 오해는 현재의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오판과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부터 말해 한국전쟁에 대한 두 개의 오랜 기존 해석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전쟁에 대해 내전과 국제전으로 이해하는 두 시각은 그 사건의 실질과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전쟁은 내전도 국제전도 아닌 세계내전(global civil war. Weltburgerkrieg)이었다.

 

공산진영 내전론은 시작부터 오류

내전적 시각은 한국과 조선(북한), 우파와 좌파, 이승만체제와 김일성체제 사이의 정통성과 우열 대결이 한국전쟁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내전론은 최초에는 전쟁을 시작한 공산진영, 즉 소련-중국-조선 쪽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승만 괴뢰정부와 괴뢰군대의 ‘38이북 지역에 대한 전면적 진공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내란’ ‘내란도발’ ‘조선내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조선인민군의 결정적 반공격이 곧 이 무력충돌의 본질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내전이라는 공산진영의 주장은 시작부터 오류였다. 그들은 왜곡된 북침주장에 더해 한국과 한국군대를 괴뢰정부요 괴뢰군대로 규정했으나, 전쟁 시점에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누구를 대리하지 않았고 괴뢰가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한국과 한국군대를 괴뢰정부와 괴뢰군대로 규정한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북침전쟁은 대리전이어야 한다. ‘내전괴뢰규정은 서로 맞지 않는 모순적 주장인 것이다. 조선과 중국은 오늘날에도 한국전쟁이 내전이라는 애초 잘못된 국가 공식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나아가 조선은 미국 참전 이후부터는 이 전쟁의 성격을 무력침략에 맞서는 민족해방전쟁·조국해방전쟁으로 규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급진주의의 해석들도 유사하다. 물론 한국전쟁이 민족해방전쟁일 수 없다는 점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주장의 뿌리가 소련이라는 점은 그동안 철저하게 간과되어왔다. 한국전쟁을 내전으로서 미국의 남북전쟁에 비유하면서 외부의 무력개입을 비판한 첫출발은 학문적 내전론이나 수정주의, 또는 실천적 민족주의나 통일주의가 아니라 소련정부였다(195074일 성명). 그러나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남부와 북부의 분할선을 그은 외국도 없었고, 전쟁 개시 결정에 소련과 중국처럼 깊숙이 개입한 외국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같다는 것인가?

 

한국과 조선이 괴뢰와 대리가 아니었듯, 국제전론 역시 옳지 않다. 이 전쟁이 다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또는 미·-·중의 국제전이었다면 김일성과 박헌영을 포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의 선제 결정과 침략 행위의 역할과 책임은 실종된다. 조선 공산지도부의 역할과 책임의 배제는 실제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전쟁 시작의 발단은 이들의 무력통일 의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역할과 책임을 방면하는 것은 정전체제 등장 이후의 심각한 남북 대결을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나아가 미래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주체의 설정과 과제 추출에도 맞지 않는다. 즉 한국전쟁을 국제전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평화와 공존, 관용과 화해를 추구하더라도 진실의 외면과 왜곡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

 

강조컨대 한국전쟁은 내전도 국제전도 아니었다. 그것은 둘 중의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과는 또 다른 세계내전이었다. 그것은 나폴레옹 전쟁, 1차대전, 2차대전과 함께 가장 전형적인 세계내전이었다. 고전 고대 시기에 한국전쟁에 근접한 전쟁은 페르시아전쟁이었다. 근대 진입 시점은 30년전쟁과 동아시아 7년전쟁이었다(이에 대해선 후술한다). 물론 한국전쟁은 국제화한 내전도, 내전화한 국제전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전쟁의 표면적 양상과 형태일 뿐 본질과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후자가 본질에 더 근접하였으나, 그것도 세계내전과 같지는 않았다.

 

이제 내전론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

먼저 그것의 핵심 논지인 일제강점기의 토지구조 온존과 항일-친일 대립구도는 한국전쟁 당시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내전론의 한 중심 근거는 지주들이 장악한 남한의 토지제도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로서 한국전쟁을 설명한다. 즉 남한은 전쟁 이전에 토지개혁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한국전쟁은 남한 농민의 해방을 위한 혁명적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전혀 말이 안 된다. 우선 2차대전 종전 이후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남한과 북한의 토지개혁을 비교하면, 내전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농민의 관점에서 볼 때 당시 더 우월한 토지개혁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었다. 북한은 농민들에게 소유권을 주지 않고 단지 경작권만을 준, 사실상 국가지주제로의 전환이었다. 허위의 토지개혁이었다.

 

그러나 남한의 농민들은 북한과는 달리 토지개혁을 통해 자기 땅의 소유권을 제공받았다. 토지개혁의 방식 역시 지주와 농민의 요구를 절묘하게 타협한 제3의 길로서 중도주의였다. 이것은 건국헌법의 근본 정신의 반영이자,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에 대한 국가-지주-농민 사이의 대타협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토지개혁은 한국전쟁 이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이는 농민들이 대한민국을 지지한 근본 이유의 하나였다. 국제적으로 오늘날까지도 한국은 2차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토지개혁 사례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한국전쟁 기간 동안 북한의 토지분배는 분배의 양과 방식에 있어서 남한에 비하여 전혀 더 낫지 않았다. 농민 해방은 허구였던 것이다. 이 점은, 그토록 거대한 폭력과 유혈을 통해 얻으려 한 근본 목표를 뿌리부터 의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념·체제 위해 경쟁한 무력투쟁

이제 친일 문제를 보자. 친일 행위를 한 일부 사람들이 한국 군대와 경찰과 관료기구에 존재하였으나 그들이 두 한국의 체제 성격을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없었다. 그들 소수를 제거하기 위해 가공할 폭력과 전체주의를 강요하려는 전쟁 시도는 자유시민들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국정부 각료급 이상 중 일본 협력 세력은 없었다. 의회 역시 극히 일부만이 일본에 협력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당시 침략자들이 주장한 친일 대 항일 구도는 자유세계와 공산세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결과 결코 대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균열이 결코 아니었다. 즉 본질이 아니었다.

 

정의의 관점에서 분명했던 인적 청산 일부의 결여를 제외하면, 경제 구조와 정치 체제의 측면에서 탈식민개혁을 성공시킨 것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었다. 남북의 체제경쟁 측면에서 당시의 민주주의 문제 역시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권위주의 체제 한국은 분명 약점이 많았다. 그러나 전체주의 체제 북한과의 비교에 관한 한 권력분립, 자유선거, 복수정당, 언론자유, 교육자치의 측면에서 크게 앞서 있었다.

 

내전론과 관련하여 전쟁의 등장 문제를 중심으로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점이 하나 남아 있다. 역시 시작은 소련과 조선의 초기 논리였다. 남한 내부의 사회·이념 및 무장 갈등 남북 사이의 38선 국경 충돌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사이의 합의에 의한 한국전쟁, 이 셋을 일련의 연결된 내전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 연장과 확장이 이고, 의 연장과 확장이 이라는 주장은 전쟁 일반에 대한 기초적 이해는 물론 당시 실제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

 

이는 식민시대에 형성된 지주-농민 계급 갈등과 좌파-우파 이념 갈등으로부터 한국전쟁의 기원을 설명하는 수정주의의 오류만큼이나 틀린 접근이다. ‘남한 내부의’ ‘사회 갈등남북 사이의’ ‘무력 충돌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국제 결정이 어떻게 같은 성격을 갖는가? 혁명이나 내전과는 달리 전쟁, 특히 대규모 세계전쟁은 아래로부터 형성되거나 도래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위로부터의 작위적·의식적인 고도의 전략과 선택, 공격과 침략 행위가 포함된다. 세계내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이 전형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이 세계내전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두 한국과 두 세계진영의 체제 대결과 이념 대결이 한국전쟁에서 하나로 결정(結晶)되고 응축되었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는 세계 자본주의 진영과 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대결을 보편적 전체로서 담지하여 표상하고 있었다. 한국과 조선은 각각 두 진영을 가르는 세계경계선·세계분할선의 전방초소 국가들이었다. 동시에 둘은 자기 체제와 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경쟁과 통일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즉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두 주체와 세계의 두 진영이 각기 자기들의 이념과 체제를 위해 경쟁한 무력투쟁이었다. 따라서 외부의 참전은 두 한국을 도와주는 행위인 동시에 각각 자신들의 가치와 이념을 위한 전쟁이었다.

 

우선 한국전쟁의 최초 기원인 한반도 분할선은 전적으로 국제 요인으로부터 주어진 것이었다. 즉 미·소의 합의의 산물로서 국제 분할이었다. 한국전쟁의 두 번째 기원인 남북 두 정부의 등장은 국제 요인 ·소 대결과 국내 요인 ·우 대결이 밀접히 연결된 과정이었다. 분단정부 등장의 과정과 요인은 후자 역시 전자 못지않게 컸다. 여기에서 연립·연합·통일정부의 수립에 실패한 두 한국 지도자들의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제적 힘의 충돌지점인 경계지대에서 분단이 내장할 세계 대결을 알았다면 연립과 연합은 필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공산주의자들은 정치·경제·교육·사회·이념·단일정당·무력 건설의 차원에서 먼저 분단정부를 수립하기에 바빴다.

당시 낙동강 교두보의 붕괴는 한반도의 공산통일을 넘어 세계 사회주의 진영이 일본열도와 직접 대면하는 것을 의미했다. 낙동강 교두보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일 뿐만 아니라 자유진영의 최후 보루이기도 하였다. 사진은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한국전쟁 당시에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경북 칠곡 다부동 전투의 한 장면. 다부동전적기념관 제공

 

 

한반도 해법서 이 둘은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는

지평이 아니다

 

한반도 문제는

한국전쟁처럼 언제나

·북 대 국제 두 축을 내장한다

바로 거기에 연결과 단절의

경계지점이 존재한다

 

그 둘을 함께 볼 겹눈 못 가지면

우리의 평화와 안온은

계속 미뤄질 것이다

 

국제 요인과 한반도 요인 맞물려

기원에 이은 한국전쟁의 원인은 두 정부의 등장 이후 통일을 향한 서로의 불꽃 튀는 열망과 의지였다. 그러나 전쟁의 결정과 발발은 전적으로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사이의 합의였다. 그들의 합의는,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이 합의한 국제경계를 무력을 통해 붕괴시키려는 최초의 국제적 공동 결정이자 공격 행위였다.

 

전쟁의지의 표명은 김일성이 먼저 했지만 결정의 주도권은 스탈린이 강하게 쥐고 있었다. 그 둘은 비교할 수 없었다. 스탈린의 동의는 승인에 가까웠다. 김일성이 먼저 제안·설득했고, 이어서 스탈린이 허락·동의를 함으로써 전쟁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없었어도 이 전쟁의 최종 결정과 실제 발발은 불가능하였다. 스탈린의 글로벌 방혈전략과 김일성의 국토완정(完整)론이 만난 산물이 한국전쟁이었다. 물론 중간 매개는 중국혁명의 성공이었고, 둘 모두 마오쩌둥을 적극 끌어들였다. 마오 역시 둘의 계획에 동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 군대 소속의 병력을 넘겨주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내전론의 심각한 논리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전제조건의 모순을 말한다. 전쟁의 결정과 준비와 발발에서는 모두 국제 요인이 이미 깊숙이 개입하고는, 그에 대한 대응행위로서 국제 요인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전연 사리에 맞지 않는다. 전쟁의 결정과 발발부터 국제 요인이 깊숙하게 개입하여 시작부터 전혀 내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략 이후 국제사회의 대응을 내전에 대한 개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기모순인 것이다.

 

전쟁의 전개과정 역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념과 무기는 물론 전략과 전황을 결정한 핵심 요소들 역시 세계와 한반도의 힘의 대치와 배분 상태를 반영하였다. 워싱턴과 모스크바, 베이징과 도쿄, 서울과 평양은 각각 세계, 동아시아, 한반도를 대표하여 한국전쟁의 전선을 향해 의지와 전략, 병력과 물자를 집중적으로 투사하였다.

 

당시 낙동강 교두보의 붕괴는 한반도의 공산통일을 넘어 세계 사회주의 진영이 일본열도와 직접 대면하는 것을 의미했다. 낙동강 교두보는 대한민국의 최후 보루일 뿐만 아니라 자유진영의 최후 보루이기도 하였다. 낙동강 교두보는 동아시아 대륙 자유진영의 최후 대롱이자 꼭지였던 것이다. 반대로 북한에 대한 점령은 2차대전 이후 세계 사회주의 진영에 대한 자본주의 군대의 최초 진주였다. 또한 한반도 자유통일은 미국 군대와 자본주의 진영이 중·소의 턱밑에서 직접 국경을 대면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전쟁의 기원으로부터 원인·결정·시작·전개·귀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검토하면 이 전쟁은 국제 요인과 한반도 요인이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된다. 전형적인 세계내전이었던 것이다. 세계의 진영 대결은 한반도로 응축되어 한국인들의 대결 속에 그들과 함께 발현되었고, 두 한국의 대결은 세계의 진영 대결을 선도하고 표상하였다. 전시 한반도는 진영 대결의 최전방이자 진앙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이 전쟁은 세계 자유주의 대 세계 공산주의,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미국 대 소련, 좌파 대 우파가, 한반도에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편대를 형성하여 맞붙은 전쟁이었던 것이다.

 

한국전쟁은 오늘날 미·중 패권대결 구도의 출발점이다

전체로서 이 전쟁은 한국과 세계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체제전쟁이자 이념전쟁이었다. 즉 세계 분할합의(1945)에서 시작하여 세계분단·민족분단(1948)과 세계전쟁(1950세계합의(1953)를 거쳐 남북균형·세계균형(정전체제)으로 나아갔던 일련의 과정이 당시 한반도 문제였던 것이다.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보면 전후 정전체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축을 남북관계와 민족주의 중심으로 보게 된다. 반대로 국제전으로 보면 한·미 동맹과 미·중관계에 매몰된다. 그러나 뒤에서 상세하게 살펴보듯 한반도 문제 해법에서 이 둘은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는 지평이 아니다. 한반도 문제는 한국전쟁처럼 언제나 한·(남북) 대 국제 두 축을 내장한다. 바로 거기에 연결과 단절의 경계지점이 존재한다. 그 둘을 함께 보는 겹눈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적극적 평화와 안온은 계속 미뤄질 것이다.

필자 박명림 교수 연세대에서 정치학/경향

 

 

민폐 하객·축의금 논란관계의 빈곤이 만든 전쟁 같은 결혼

결혼식장이 새로운 전장(戰場)이 됐다. 블라인드나 네이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축의금과 하객 등에 대한 민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 상사의 결혼식에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아내와 참석했다는 이유로 한 소리 들었다는 남자, 옷뿐 아니라 머리 끈부터 신발까지 모두 흰색 차림으로 신랑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하객,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결혼을 앞둔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마련해 주는 파티, 이하 브샤)’를 강요하는 친구. 누리꾼들은 그 사연들이 주작인지 상관없이 적절한 의례 규범이 무엇인지 치열히 고민 중이다.

 

이 논쟁의 배경으로 주로 팬데믹 이후 급증한 결혼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대 인상과 가계 부담이 꼽힌다. 하지만 물가야 과거에도 계속 올랐다. 결혼식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경제적 물가보다도 관계적 물가의 상승 때문이다. 서울 기준 기본 예식장의 최저보증인원이 평균 250명인데, 양가 부모와 신랑 신부 쪽을 합해도 그 정도 규모의 관계망이 확보되는 현대인은 점점 줄고 있다. 그 틈을 인당 45천원 꼴로 형성된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 업체가 메꾼 지 오래다. 전통적인 가족 결속에 대한 신용의 곗돈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더 살피려 한다.

 

민폐 패션하객과 브샤 인생샷

민폐 하객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땐 일반인보다 외모가 돋보이는 연예인을 칭찬하기 위한 수식어였다면, 지금은 민폐에 대한 낙인찍기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

 

논란이 되는 민폐 패션 하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젊은 여성이라는 것이다. 젊은 남자도 중년 여성도 아니다. ‘여성에게 결혼식날이 최고로 아름다운 날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신부의 의무임을 뜻한다. 결혼식장에서 여성의 외모는 하객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주요 주제다. 외모, 그러니까 성적 매력은 여성의 생산성과 맞물린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적 생존은 남성의 선택에 의존한다.

 

이제 신부는 충분히예뻐서는 안 되고, ‘완벽히예뻐야 한다는 역할 부담이 커졌다. 사방에 견제해야 할 메기’(경쟁자들을 긴장시키는 매력적인 사람)가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의 보편화로 여성의 외모가 전세계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된 환경도 있지만, 관계의 취약성이 높아진 탓도 크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일수록 외모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다른 매력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부장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사회자본도 부족하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우정을 지키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하객대행업체에서 신부 쪽 하객 인원을 남성보다 적게 잡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브샤는 그 드높아진 여성의 의무를 벌충하기 위해 부상한 의례다. SNS에 남기는 브샤 인생샷은 신부화장이나 드레스, 스냅사진으로 충족되지 않는 완벽한외모 수행을 보완한다. 더불어 브샤를 열어줄 만큼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인증함으로써 날로 부족해지는 관계 자본을 메꿔준다.

 

NS에서 브라이덜샤워로 검색한 화면. 인스타그램 갈무리

 

남편 되기어려움 보여주는 산후조리원 논쟁

남성 역시 전통적 가부장 생계부양자 모델이 해체되면서 남성다움에 위기를 겪고 있다. 주목할 것이 남초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산후조리원 논쟁이다. 출산 후 산모가 전문시설에서 2주간 200만원가량의 케어(보살핌)를 받는 것이 필수냐, 사치냐는 의견 대립이다. 산후조리원이 필수라는 입장은 산후조리원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만 두드러지는 것은 서구와 달리 골반이나 자궁 등 신체 구조상 출산 후 몸조리가 더 필요하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거나, 출산 후 부부 모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때라는 효용을 주장한다. 사치라는 입장은, 부모 세대는 굳이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아도 육아를 했으며, 산후조리원이 지급 비용 대비 서비스가 적은데 남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토로한다.

 

산후조리원은 우리나라에서 출산휴가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육아를 모두 부부(특히 아내)가 떠맡는 현실에서 돌봄이 더 외주화되는 현상의 일부다. 그럴수록 남성다움은 더더욱 경제적 능력으로 환원된다.

 

이 논쟁에서는 남성끼리의 갈등 구도가 형성된다. 이전에도 똥차 vs 벤츠처럼 남성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문화는 있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논쟁에서 사치라는 입장은 옹호하는 쪽을 여자에게 호구잡힌 퐁퐁남으로 비하하고, 유용하다거나 필수라는 쪽은 반대쪽을 아내와 자식도 없는 도태남으로 비난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누리던 남성다움이 희귀해지자 소비의례가 그 수행을 점점 더 떠맡으면서, 남성 청년 세대 내부에서 계급 갈등으로 더욱 노골화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 그리고 여성(아내)다움, 남성(남편)다움의 위기가 가족 관련 의례를 만들어낸다. 2000년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데이 마케팅이 유행한 이유는 이제 막 자유연애가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었을 때, 이전과 달리 선택지를 열어둔 관계를 결속하기 위한 의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높은 이혼율이 보여주듯, 식을 올렸다고 해서 안정적인 가족 되기, 아내와 남편 되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식이 이렇게 소비의례성격이 강화되면서, 아예 혼인신고만 하고 식은 생략하는 (No) 웨딩트렌드까지 나타나고 있다.

 

(No) 웨딩지향의 의미

나는 노 웨딩을 경제적 부담이나 여타 수고로움을 절약한다는 의미보다, ‘정상 가족정상 신부패러다임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다른 가족관계를 보장하는 생활동반자법 같은 제도 도입과 더불어, 돈으로 해결하는 소비의례만으로 보장할 수 없는 다른 관계와 삶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한겨레

 

 

KBS 앞에 놓인 보수 단체의 근조 화환’, 흔들리는 공영방송

공영방송 KBS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공영방송 KBS를 압박하고, KBS 앞으로 보수 단체와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모여들고 있다.

KBS 앞에 놓인 보수 단체의 근조 화환’, 흔들리는 공영방송 [포토IN]

공영방송 KBS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공영방송 KBS를 압박하고, KBS 앞으로 보수 단체와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모여들고 있다.

 

630일 오후 한 보수 단체 회원이 태극기를 두른 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을 촬영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630일 오후 한 보수 단체 회원이 태극기를 두른 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을 촬영하고 있

너희들도 이제 시청료 구걸하러 다녀봐라!” 지난 6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민주노총이 장악한 KBS 때려잡자고 쓰인 손팻말을 든 보수 단체 회원들이 KBS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그를 향해 카메라를 고정했다.

지난 6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보수 단체 회원이 '민주노총이 장악한 KBS 때려잡자'라고 쓰인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KBS 주변에선 보수 단체 회원들과 극우 성향 유튜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보수 단체인 ‘KBS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가 벌이는 공영방송 정상화 조화 투쟁때문에 KBS 주변에는 근조 화환 수백 개가 들어섰다. 이 화환에는 김의철 사장 사퇴’ ‘언론노조에 장악된 KBS를 구하자’ ‘수신료 분리 징수하라등 다양한 문구가 쓰여 있다.

 

너희들도 이제 시청료 구걸하러 다녀봐라!” 지난 6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민주노총이 장악한 KBS 때려잡자고 쓰인 손팻말을 든 보수 단체 회원들이 KBS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그를 향해 카메라를 고정했다

 

이들이 KBS 앞으로 모인 건 보수 성향 노조인 ‘KBS노동조합의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낸 이 아무개 기자의 농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530일 보도본부 사무실에서 김의철 사장과 보도본부 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이 기자가 농성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하자 그동안 KBS가 언론노조에 장악돼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아왔다고 비난하던 보수 단체와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몰려든 것이다.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되고 보수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한 방송통신위원회는 75KBS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통과시켰다. 공영방송 KBS가 흔들리고 있다.

시사인 조남진 기자

 

 

국힘 의원이 콕 집은 '김건희 여사 가짜뉴스 리스트' 14

현지 주민·공인중개사 취재 '음모론' 공격..."민형사상 책임 법적 조치"...지도부 "공식입장 아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오른소리 갈무리

 

"음모론과 가짜뉴스만을 생산하는 좌편향 언론매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오마이뉴스>를 포함해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등 언론사 보도를 '좌편향'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며 "각오하라"라고 겁박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11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좌편향 매체들은 윤석열 정부와 보수진영을 '악마화' 시키기 위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건의 팩트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허위·날조를 통해 사악한 음모론과 가짜뉴스만을 생산해 내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편향 매체, 일부 양평군민 인터뷰 인용해 국민 여론인 양 왜곡"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연합뉴스

 

박성중 의원은 관련 기사들 제목이 적혀 있는 패널을 들어보이면서 "악의적인 허위·날조 및 왜곡보도 습관이 고쳐지기는커녕 이번 양평 고속도로 사건을 마치 기회인 양 날뛰고 있다"라며 "아주 상습적이다 못해 민주당 홍보국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일부 기사의 제목을 인용하며 "좌편향 매체들은 팩트와 상관없이 '김건희 여사'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윤 정부가 최종안을 급하게 조작한 것처럼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생산하기에 바쁘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대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원희룡 장관과 국토부 설명으로 인해 진실이 드러나자 좌편향 매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댓글을 발췌하거나 공신력 없는 일부 양평군민의 인터뷰를 인용해서 마치 국민의 여론인 양 왜곡 보도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을 통해서 가짜뉴스와 허위·왜곡 보도로 일관된 좌편향 매체들과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현재 좌편향 언론매체들의 가짜뉴스 데이터를 모두 수집 중에 있으며, 해당 데이터를 전부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제소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분명히 밝혀 드린다"라고도 덧붙였다.

 

주민과 공인중개사 취재가 "공신력 없는 일반인 인터뷰"라 문제?

 

박성중 의원실에서 이날 모두발언과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들이 "음모론과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보도는 <오마이뉴스> 4, <한겨레> 4, <경향신문> 2, <국민뉴스>·<노컷뉴스>·MBC·JTBC 1건 등 총 14건이었다.

 

매체명 / 제목

한겨레 / [현장]"김건희 일가 땅, 강남까지 20..양평 땅부자 휘파람"

오마이뉴스 / 양평 두물머리 사이로 쩍 갈린 민심, 아른대는 이름 '김건희'

오마이뉴스 / 돌연 사라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의심이드네"

노컷뉴스 / "원희룡 권력 남용!""버릇 잡기용?"들끓는 양평군 온라인민심

경향신문 / 국토부 변경안, 구간 2km 늘고 비용 966억 더 들어

 

경향신문 / '김건희 라인 논란'통째 덮은 원희룡

한겨레 / [단독] 예타 후 노선 변경 역대 2건뿐..'김건희 일가 땅쪽 변경'20년만의 일

국민뉴스 / 전국민에 거짓말한 원희룡, 탄핵감?.."이미 김건희 땅 노선으로 사업 진행"

MBC / '김건희 특혜 의혹'양평고속도로에 야당"예타 이후 무리한 종점 변경"

오마이뉴스 / '김건희 특혜'논란 고속도로 종점 변경, 양평군 "어떻게 8일 만에?"

 

JTBC / '김건희 일가'땅 포함된 노선 변경안대로 진행해 온 국토부

오마이뉴스 /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땅 의혹마다 같은 인물이?

한겨레 / 김건희 일가땅 고속도로 특혜 의혹..시뮬레이션 거친 하남시 변경요청은 묵살

한겨레 / 고속도로 급하게 튼 국토부, 근처에 김건희 일가 땅

지난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소중한

 

박성중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양평 두물머리 사이로 쩍 갈린 민심, 아른대는 김건희' 기사를 언급하면서 "일부 주민의 인터뷰"라고 지적했다. 보도자료에도 '팩트체크'라고 쓰인 비고란을 통해 "일부 주민의 인터뷰를 이용하여 허위·날조 보도"라고 기재됐다. 한마디로 "공신력이 없는 일반인 인터뷰"를 보도한 게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가 지난 6, 경기도 양평군 현장을 직접 찾아 '다섯 마을을 돌며 주민 10여 명'을 취재해 작성한 르포 기사다. 기사의 취재원 중에는 고속도로 노선의 원안을 지지하며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주민도 있었지만,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혜 의혹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당 소속 양평군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실렸다(관련 기사: 양평 두물머리 사이로 쩍 갈린 민심, 아른대는 이름 '김건희' https://omn.kr/24p2i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분노한 강상면 주민의 인터뷰를 실었다는 이유로 "일반인 인터뷰"이니 "허위·날조 보도"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다른 기사에 대한 공격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박 의원은 <한겨레>'김건희 일가 땅, 강남까지 20... 양평 땅부자 휘파람' 보도를 두고서는 "일부 부동산 업자의 인터뷰"라고 지적했다. 보도자료에는 "일부 부동산 중개업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김건희 여사'의 땅값이 폭등한 것처럼 유도"라고 적어놨다.

 

해당 보도는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입을 빌려 도로 개발 이후 지가 상승 추정치를 제시하는 한편, 원희룡 장관의 사업 전면 백지화 입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실렸다. 이를 두고서도 박 의원은 "공신력이 없는 일반인 인터뷰"라고 규정했다.

 

윤재옥 "당 지도부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남소연

 

박성중 의원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제 제기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적 대응과 같은 강경 조치에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윤 원내대표는 "워낙 악의적인 선동들이 많고, 언론이 그대로 보도를 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과방위 간사로써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를 했다"라며 "당 지도부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 상임위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곽우신(gorapakr)

박원순 친구김수진 나도 제자 격려하고 기쁨 나눠...성추행은 중상모략

지난 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박 전 시장과 경기고 동기인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3주기 추도사에서 "너의 마지막 결단을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과 비난과 중상모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도사 내용과 관련한 어떤 토론도 사양한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박 전 시장 3주기 추도식에서 "(하지만) 네 삶의 중요한 굽이마다 네가 내렸던 결단은 오로지 너 자신의 냉정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너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또 이런 일로 니 가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는 것을 난 잘 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나도 여학교 교수직을 수십 년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여제자를 가르치고 길러냈는데, 나를 스승으로서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당연히 많았다""이들과 손목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도 하고, 또 국내외에서 학위도 받고 취업도 하게 되면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여기에 무슴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천수만 지지자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너에 대한 저열한 주홍 글씨"라고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돈 잘 버는 변호사 일을 팽개치고 인권 변호사의 험한 길로 들어섰을 때, 영래 형(조영래 변호사) 타계 후 홀연히 해외로 떠나버렸을 때, 수년 후 돌아와 용산 허름한 사무실에서 시민운동이란 걸 시작했을 때, 참여연대를 훌쩍 떠나더니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고 이어서 희망을 제작하겠다고 팔 걷어붙였을 때, 마침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고 백두대간을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을 때, 이 모든 결단은 오직 박원순이었기 때문에 단행할 수 있었던 과감하고 단호한 결단이었고 원순이, 너는 그 결단들이 가져온 결과 앞에 항상 당당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서는 "그러므로 3년 전 네가 내렸던 최후의 결단 역시 오직 너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과 결단이었다""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하고 또 당당하려 했던 인간 박원순 평생에 걸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단,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주저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고 평했다.

 

김 명예교수는 "너를 에워싸고 계신 문익환 목사님, 백기완 선생님, 김근태 선배, 조영래 형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너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 시대의 사표요 선구자"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도사 전문을 게재했다. 그는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글을 올려달라는 요청들이 좀 있고 또 페이스북 다른 곳에 공유도 되고 있길래 직접 올린다"고 밝혔다.

문화 조성진 기자

 

단독] 정부 5년간 '눈먼 돈' 방치민간단체 보조금 일제감사, 한 번도 안 했다

윤석열정부서 최근 3년간 보조금사업 일제감사정부는 한 번도 안 해

11000억원 규모 사업서 부정·비리 1865건 적발수사의뢰 등 조치키로

"세금으로 마련한 보조금정부 이권 카르텔에 집행됐나 조사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국고보조금 비리 엄단을 지시한 가운데, 문재인정부 5년간 국무조정실이 총괄한 전 부처의 민간보조금 일제감사가 전무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윤석열정부가 최근 3(2020~22)간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들여다본 결과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런 '눈먼 보조금' 문제가 방치된 것이다.

 

정부 5년간 국무조정실 총괄 국고보조금 일제감사 없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추진 현황과 관련 "최근 3(2020~22)간 보조금사업과 관련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이전 사업에 대해서는 전 부처 일제 자체감사를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김 의원에게 문재인정부 5년간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전 부처를 대상으로 한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관련 자체 감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 중 1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8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일제감사를 벌인 결과 총 1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 윤 대통령이 민간 보조금을 투명하게 해 각종 사회약자를 위한 복지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직후다.

 

대통령실이 현재까지 파악한 부정사용 금액은 314억원으로, 보조금 3000만원 이하 등은 제외돼 부정사용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감사는 대통령실의 지시로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사업을 들여다본 것이다.

 

대통령실은 모 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이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보조금을 받아 주류 구입, 유흥업소 등에 1800만원을 사용했다 적발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또 모 협회 연맹 사무총장의 경우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사업을 수행하며 3건의 해외출장비 1344만원을 받았으나 2건은 개인 국외여행으로, 한 건은 허위출장으로 판명나기도 했다.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매년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감시 소홀

이러한 문제점이 곳곳에서 벌어졌음에도 국고보조금 규모는 201737325억원 20184367억원 201945067억원 202048543억원 202153347억원 202254446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국무조정실은 국정의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기관으로 주요 정책을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년간 약 28조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됐으나, 문재인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 총괄로 전 부처를 대상으로 한 일제감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눈먼 돈'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부처별 자체 감사는 있었겠지만, 각 부처가 자신들이 지급한 보조금과 관련한 조사는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5일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와 관련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정부서 이권 카르텔에 집행됐는지 철저한 조사 필요"

국무조정실은 김희곤 의원에게 "개별 사안별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분을 내리고, 해당 단체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문제가 발견된 민간단체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명확히 소명하지 않을 경우 수사의뢰 등을 한다는 방침이다. 수사의뢰나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해야 하는 사안도 다수 있다고도 국무조정실은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다만 아직 소명 절차가 진행 중으로 확정되지 않은 감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국무조정실은 2020~223년간이 아닌 전 정부 전체 기간의 국고보조금사업을 대상으로도 추가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혈세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과 관련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곤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어렵게 마련된 민간단체 보조금이 문재인정부에서 '이권 카르텔'에 부정하게 집행되지 않았는지 철저한 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이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집행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데일리 이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발언에 숨겨진 것들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서비스 시장화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닥쳐올 돌봄의 위기에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531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보수 정부이니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어딘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이날 논의된 안건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 방향이다. 사회서비스란 시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말한다(사회보장기본법).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것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민 모두가 사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인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 돌봄이 있다. 아동과 노인, 장애인은 형태는 다르지만 어떠한 종류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이때 돌봄의 편익이 각각의 아동과 노인, 장애인이나 그 가족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면, 고용주는 커서 노동자가 된 아동을 통해 이윤을 얻고 노인들은 젊은 세대의 세금으로 노후를 보낸다. 마찬가지로 노인과 장애인이 양질의 삶을 영위할 때, 그 이득은 공동체 전체에 퍼진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 소속 박정순 요양보호사(왼쪽)621일 한 중증 치매 노인에게 방문요양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그런데 이런 편익은 돌봄의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돌봄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편익을 얻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직접 지불하지는 않아서다. 이처럼 의도치 않게 제3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제3자가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표현한다. 이런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두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아무도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설명과 별개로, 너무 어리거나 늙어 병들거나 장애가 생겨 취약한 상태에 놓인 시민은,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가의 스포츠카를 갖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안 타면 그만이다. 국가가 그런 사람을 위해 차를 사주지는 않는다. 돌봄은 다르다. 누구에게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의료나 교육과 비슷하다. 어느 나라나 사회서비스를 온전히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관여하는 이유다.

한국의 사회서비스, ‘시장 실패경험 중

한국도 정부가 사회서비스에 관여한다. 다만 그 방법은 대체로 재정 지원관리감독에 그쳤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시설을 짓고 사람을 뽑아서 운영하는 일, 즉 사회서비스 공급은 민간에 맡겨왔다. 2021년 기준 한국 사회복지시설 6594곳 중에서 민간이 설치해 운영하는 시설이 51920곳으로 전체의 85.7%에 달한다. 지방정부가 설치한 복지시설(14.3%)이라도, 그 가운데 직접 운영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13.7%는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한다(2022 보건복지통계연보, 그림 1참조).

 

과거에는 민간 중에서도 비영리 조직인 사회복지법인이 사회서비스를 주로 제공했다. 이게 달라진 건, 노무현 정부 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하고 2008년 이를 시행하고부터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에 대한 돌봄 수요가 급증했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려야 했고, 정부는 사회복지법인 같은 비영리 조직뿐 아니라 영리 개인사업자와 영리 법인에게까지 장기요양 공급을 허용했다. 제도 초기에는 사실상 건축 요건을 갖추고 신고만 하면 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집에 있는 노인을 방문해 요양·목욕·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在家) 요양기관99.3%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6.4%는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다.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기관 중 국공립은 0.7%에 그친다(2020년 말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림 2참조).

다시 윤 대통령 발언으로 돌아오자. 그는 사회서비스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서비스 중에서 노인장기요양은 앞서 보았듯 개인사업자들이 대거 진입했다. 2000년대 이후 무상보육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크게 늘어난 어린이집 역시 민간 개인사업자 운영 비중이 73.7%에 이르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16.4%에 불과하다(직영은 0.5%). “사회서비스 산업화 정책이 본격 추진된 것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이다. 이미 더 이상 시장화될 수 없을 만큼 시장화되어 있다. 역대 정부들은 민간의 영리 공급자가 들어와 경쟁하면 사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우리 사회서비스가 실패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산업화·시장화가 만들어낸 실패다.” 남재욱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어떤 실패인가?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공급 과잉이다.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기관 한 곳의 적정 수요는 40명이지만 실제로는 24~26명에 불과하다(석재은 외, ‘초고령사회 대비한 장기요양제도 발전방향 연구’, 보건복지부, 2020). 이러면 서비스 질로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할 것 같지만, 본인부담금(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개인이 내는 돈)을 면제해주는 등 불법적 방법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거나 공단에 비용을 과다 청구해 손실을 메운다. 반면 농어촌 지역은 수요가 있는데도 공급이 부족하다.

 

왜 민간 영리 공급자가 들어와 과당 경쟁이 벌어졌는데도 서비스 질 향상이 아닌 비용 절감 경쟁으로 귀결되었을까? 이는 돌봄 서비스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책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 돌봄 노동의 질을 측정하거나 그 효과를 계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일은 신체적 부분만이 아니라 중요한 감정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돌봄은 극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일대일의 접촉과 개인별 맞춤 지식이 필요하다. 표준화되거나 객관화될 수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5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런 돌봄 서비스의 특성 때문에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돌봄의 가격(예컨대 장기요양보험의 수가)을 짜게 매긴다. 이 가격과 비용의 차이로 이윤을 얻는 영리 사업자들은,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어차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중 정규직은 33.6%에 불과하다. 전일제 계약직이 13.4%, 시간제 계약직이 53%. 방문요양서비스 제공자의 월급은 50~100만원 미만이 53.6%로 가장 많고 50만원 미만이 20.2%, 100~150만원이 17.3%로 뒤를 잇는다(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

 

사회서비스 비용 대부분이 인건비다. 서비스 질을 올리기 위해선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가 정한 단가를 초과해 사람 수를 늘려서는 수익성이 안 나온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인건비를 후려치는 방법뿐이다.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가 비용 절감 경쟁을 하고 있는데 혼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망한다. 낸시 폴브레가 말한 착한 사람의 딜레마.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이용자의 손 한 번 잡고 웃고 싶겠나? 서비스 질은 떨어진다. 악순환이다(남재욱 교수).”

 

몸통이 절실한데 곁가지만 진흥하겠다?

윤석열 정부도 지금의 사회서비스 시장이 민간 주도임을 모르지는 않는 듯하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착한 민간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또는 민간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난립하는 영세 기관들을 규모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 방향은 묘한 표현을 쓴다. 그동안은 정부 재정에 의존해 취약계층 중심으로 사회서비스가 확대돼 보편성이 없었으므로, 중산층도 일부 자부담 비용을 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가장 큰 덩치를 차지하는 노인장기요양(133000억원), 영유아 무상보육(48000억원), 장애인 활동지원(17000억원) 사업은 이미 이용자의 소득이 얼마인지 따져 묻지 않고 있다. 합쳐서 20조원 규모인 이 사업들은 중산층을 포함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보편적 사회서비스다. 2021년 기준 이 세 사업의 이용자는 200만명이 넘고 제공 기관은 6만 개소이며 제공 인력은 약 93만명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가 소득에 따른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하겠다는 사업들은 따로 있다. 예컨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중 일부이다. 2007년 도입된 이 사업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복지 기관이 아니라 수요자에게 직접 사회서비스 이용권(바우처)을 준다. 이 중에서 신청과 이용에 소득 기준을 적용하는 네 종류 사회서비스 전자 바우처 사업의 정부 예산은 약 1800억원, 이용자는 약 40만명, 제공 기관은 약 7000개소, 제공 인력 약 4만명이다. 적용되는 소득 기준이라고 해도 기준 중위소득(시민들의 소득을 일직선으로 쫙 폈을 때 가장 중간에 오는 값)120~150% 수준이다. 복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정도를 취약계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중산층을 포괄한 서비스라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방문·통원 서비스인 노인 맞춤돌봄 사업소득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기초연금 수급자(노인 하위 70%)도 포함된다. 대상을 확대한다면 그 혜택은 상위 30% 노인이 받는다. 이 사업 예산 규모는 2022년 기준 4366억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중산층에게 개방해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어떤 복지사업도 20조원짜리 3대 돌봄 서비스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정부가 고도화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사회서비스는 실은 매우 주변적이고 협소한 영역이다.

북유럽은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사진은 스웨덴 양로원에 거주하는 한 노인.EPA

 

사회서비스와 관련해 개념의 오류가 있다. 학계에서는 노인장기요양과 영유아 무상보육, 장애인 활동지원 등 3대 서비스를 사회서비스의 핵심으로 본다. 예산상으로도 그렇다. 반면 보건복지부에서 생각하는 사회서비스는 사회서비스정책과가 관할하는 바우처 사업 플러스 알파 정도다. 이번에 나온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 방향도 그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랑 정책이 똑같다. 용어도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가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가격정책을 완화해 중산층도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제공 기관 규모를 키우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도 ‘10대 유망 사회서비스를 발굴해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바우처 제공 기관은 크게 늘었지만, 3대 돌봄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제공 기관의 규모는 영세하고 일자리의 질도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부 보조금 없이도 중산층 시민들이 100% 자기 돈을 내고 구매하는 시장이 유의미하게 창출되지 못했다.

 

안 해본 게 아니다. 왜 안 됐는지 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건강보험이라는 강력한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정부 보조금이나 수가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구매력이 뒷받침된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 없이 창출되지 않았던 수요가 (가격을 차등화한다고 해서) 갑자기 형성될 리 만무하다라고 김형용 교수는 말했다. “반면에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한 돌봄 욕구가 충족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정작 이런 사회서비스 몸통의 혁신에 대해선 뚜렷한 방향이 안 보인다. 지난 수년간 인구 고령화로 돌봄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었는데, 정부는 10년 전과 똑같이 절실한 수요의 변방에서 산업 진흥만 외치고 있다.”

 

사회서비스 공단은 왜 무산되었나

노인장기요양·영유아 무상보육·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등 3대 돌봄 서비스 고도화는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전문가들은 난립하는 영세 기관들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규모화 자체가 정책 목표일 수는 없다. 미국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데, 최근 수년간 미국 법무부가 이 5개 기업을 기소했다. 계약된 서비스 미제공, 부당 청구, 사기, 서비스 남용, 적정 인원 미배치, 품질 위반 등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의 모니터링 결과 상위 5개 프랜차이즈에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 품질 결함이 발견됐다. 요양기관이 대형 프랜차이즈로 규모화한다고 해서 저절로 서비스 질이 상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김형용 외,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 성과분석’, 보건복지부, 2021).

한국의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20%를 넘지 않으며 대부분 민간 위탁이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다.시사IN 포토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는 나라마다 다르게 형성되어왔다. 노인요양시설을 보면, 독일 같은 유럽 국가는 절반을 비영리 민간이, 절반을 영리 민간이 공급한다(여기는 사실상 비영리 민간이 정부 역할을 한다). 같은 서유럽 국가인 프랑스는 공공과 민간이 절반씩 담당하는데, 민간 중에서도 영리와 비영리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는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비중이 80~90%로 매우 높다.

 

위 연구에 따르면,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특히 한국 노인요양시설의 영리 민간 비중은 압도적이다. 심지어 돌봄 서비스가 가장 시장화된 나라 중 한 곳인 미국의 노인요양 서비스에서도 영리 민간 공급자의 비중은 2019년 기준 성인주간보호의 44.7%, 방문간호 80.6%, 호스피스 62%, 요양시설 69.3%, 노인주거복지시설 81% 수준이다. 한국 노인요양시설의 영리 개인 공급자 비중(유형에 따라 66~91.2%)이 미국보다 더 높다는 얘기다. 미국 노인요양에서도 비영리 민간이 유형별로 14.8~50.8%, 공공이 1.3~14.1%를 차지한다. 한국 노인요양 서비스에서 공공의 공급 비중은 0.3~2.8%에 그친다. 노인요양시설이 미국보다 더 시장화된 영국에서도 공공이 공급하는 비중이 6%는 된다(2014년 기준).

 

사실, 병원도 대학도 한국만큼 압도적으로 민간이 공급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한국에서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모델이 국공립 어린이집 정도인데, 비율이 20%를 넘지 않으며 그 또한 대부분 민간 위탁이다. “돌봄이라는 휴먼 서비스는 제공 인력의 질이 곧 서비스 질을 좌우하며, 좋은 일자리에 좋은 인력이 지원한다. 특히 방문 요양보호사처럼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면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 숙련에 따라 임금이 오르지 않는 시급제 일자리에서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불가능하다. 그런 반성에서 중앙·지방 정부의 공적인 책임을 강화해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바로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원이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보육과 노인장기요양이 민간 영리 중심으로 확대되자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사회서비스공단에 주목했다. 보육과 요양시설을 공공이 직접 설치해 운영하고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좋은 일자리도 확대하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했고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중 17만 개가 이 공단에서 나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계속 미뤄지다 문재인 정부 임기 8개월을 앞둔 20218월에야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안이 통과되었다. 추진 과정에서 명칭이 사회서비스원으로 바뀌었다. “‘공단이라는 명칭이 서비스 제공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복지부 설명에서 보듯,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기존 비영리법인과 영리 개인사업자들의 반발이 컸다. 중앙정부의 의지도 높지 않았다. 당초에는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국공립 시설을 대거 확충하자는 대담한 아이디어였으나, 각 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보조금을 국고로 지원하는 선에 그쳤다. 무엇보다 각 지방정부들이 산하기관을 독립채산제, 즉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게 했다.

KB손해보험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가 2021년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에 연 요양시설. KB손해보험 제공

 

사회서비스 제공 인력을 지방정부가 직접 고용해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델에서 핵심은 재원이었다. 이를 독립채산체로 운영하게끔 하니, 국공립 돌봄 시설 확충도, 인력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0193월 서울·대구·경남·경기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충북과 경북을 제외한 지방정부 15곳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었으나, 서비스 제공 인력을 월급제로 직접 고용한 것은 이전부터 자체 재원을 투입하며 지방정부 차원의 돌봄 시스템을 준비해온 서울시 사회서비스원뿐이다.

 

돈 쓰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가 될까

윤석열 정부는 공공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공급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영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사IN과 만나 사회서비스원에서 인력을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러 공단이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종사자 처우를 위한다고 해도 국가가 급여를 얼마나 올려줄 수 있을까? 재원은 한정돼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모두가 원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이용자 만족도는 높지 않다.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방법으로 중산층 이상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공 직접 제공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겠다.”

 

윤석열 정부 복지정책 설계자는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다(김영미 부위원장은 안 수석의 제자다). 안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고용복지 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안 수석은 이른바 사회투자국가론을 주창해온 인물이다. 사회서비스에 투자하면 사회서비스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일자리가 창출되고 여성의 고용률도 높아지며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복지-고용-성장의 선순환 전략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안 수석은 북유럽을 든다. 그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돌봄·요양·교육·고용·건강 등 분야에서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는 안 수석의 구상은 스웨덴의 그것과는 다르다. 일단 스웨덴에서 사회서비스는 민간 주도가 아니다. 물론 1992년 개혁(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민간 공급자와 서비스 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 이후 민간의 역할이 확대되어오고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인 돌봄 서비스에서 공공의 공급 비중은 70~80%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의 예로 일반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들기도 하는데, 노인 돌봄 서비스 제공의 약 20%를 담당하는 스웨덴의 민간 주체는 영리 기업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스웨덴은 공공에 맡겨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듯하니 시장에게도 기회를 줘보자는 차원이었다면, 한국은 이미 사회서비스가 시장화된 상태에서 (아마도 대기업에 문을 개방해) 규모를 키우자는 접근인 것 같다. 출발점도, 목적도 스웨덴과는 전혀 다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도 어디까지나 공공을 지원하는 차원이지 돌봄 서비스의 주된 행위자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스웨덴 돌봄 서비스에서 민간 공급 비중이 늘어났지만, “서비스 질 관리는 공공영역에서 맡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청(Socialstyrelsen)이 서비스 제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서비스 질에 대한 전국적인 비교 데이터 수집을 담당한다. 20136월에는 보건사회돌봄조사국(IVO)을 신설했다. 스웨덴 전국에 6개 지사를 둔 이 기구는 직접 기관들을 방문해 종사자들의 직업 능력을 감독하고, 서비스 수준에 문제가 있으면 시정 역할을 한다. 민간업체들의 서비스 제공 허가도 심의한다. 서비스 질만 체크하는 게 아니다. 노동환경청이 종사자들의 육체·정신 건강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물론 스웨덴에선 사회서비스 제공 인력이 보건의료 전문직 노동조합, 공공부문 노조나 교사 노조, 지방자치단체 노조 등에 가입되어 거의 대부분 산업별 단체협약의 포괄 대상에 포함되며, 따라서 공공과 민간 사이 노동조건에 큰 차이가 없다.

통폐합 위기에 처한 서울 성동구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직원들이 620일 월례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가장 최소화하려는 것이 재정 투입이라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 모순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것들이 몇 개 있다. 공공부문의 인력을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증세가 아니라 감세를 표방했다. 서비스 질 관리를 하려 해도 사람이 필요하고,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선 관리감독을 전제로 수가를 올려야 한다. 사회서비스 문제를 해결할 선택지들을 정부 스스로 막아버렸다.” 남재욱 교수가 말했다.

 

돈을 쓰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를 하려니, 남는 것은 시장화와 이를 위한 진입장벽 완화다. 2016년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2019년과 2021년 요양시설을 세운 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토지나 건물을 소유해야 하는 현행 규제를 완화해 초기 투자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 중이다. “본인 부담을 늘려 양질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공적으로 갖춰져 있는 싸구려 서비스는 중산층 이하만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리되는 순간 해당 서비스는 급격히 정치적 힘을 잃어버린다. 사회서비스의 이중화(남재욱 교수).” 발전경제학 거장인 앨버트 O. 허시먼은 1970년에 출간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에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나뉜 미국 교육서비스 이중화의 문제를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사립학교로의 이탈이라는 대안이 없어야만 학부모들은 공립학교에 남아 부실해진 교육에 대항하면서 열심히 싸울 것이다.”

 

대기업의 크림 스키밍만 남게 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 진흥기관으로 개편하려 한다. 공공이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울산과 대구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 통폐합되었다. 최전선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다. 최근 3년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평균 예산은 191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전 예산의 35%에 해당하는 68억원을 배정받았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올해 210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산을 올렸지만 서울시가 42억원, 서울시의회가 100억원을 삭감했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은 국민의힘이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추가 편성이 없다면 올해 8월까지만 운영 가능한 예산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예산을 깎은 이유는 비효율로 요약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26일자 뉴스1인터뷰에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조직이다. 14일 이상 병가 사용 비율이 26개 투자출연기관 평균 4.15%인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9.44%1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회에서 경고성 예산 삭감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현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장은 29노컷뉴스인터뷰에서 능률과 효율이 안 오르는데 시민 세금을 자꾸 지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민간보다 서비스 직접 제공시간은 적은데 임금은 2~3배 받아간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예산 지원 조건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걸고 있다.

 

이에 대해 10년 차 장애인 활동지원사인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이동시간과 교육훈련 시간, 회의 시간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직접 서비스 제공 시간만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런 노동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민간과 달리 노동법을 지키고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월급제 노동자를 고용한 것 아닌가. 또한 많다고 하는 월급이 서울시 생활임금(서울에서 3인 가족 기준 생활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돌봄 노동자는 생활임금을 받으면 안 되는지, 병가도 쓰면 안 되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물론 민간 부문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어떻게 확보해갈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운영상 여러 개선점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현재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산하에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지원사, 간호사 등이 속해 있는 종합재가센터’ 12곳과, 보육교사들이 속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7곳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당장 종합재가센터가 12곳에서 4곳으로 통폐합될 예정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국공립 어린이집 7곳에 대해 위탁 운영을 종료한다. 이 시설들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시민들에게 이런 상황은 당장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무력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419일 국회에서 열었다.연합뉴스

 

예산 삭감으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성동종합재가센터 소속 박정순 요양보호사(53)는 한 중증 치매 노인(82)에게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자녀가 민간 센터에 의뢰했지만 거부당했다. 주민센터를 통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으로 연결됐다. 처음 만났을 때 이 노인은 우울증이 심해 내내 울었다고 한다. “하루는 어르신이 이동 변기와 바닥을 세 시간 동안 계속 왔다 갔다 하시는 거예요. 바닥에 대변이 다 묻고.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울었어요. 안면 신경마비가 올 정도였어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루 4시간씩 방문요양을 제공하고 있다. 박씨가 앞치마를 두른 뒤 믹스커피와 '카스타드'를 천천히 대접했다. “어르신! 커피 더 드시겠어요?” “노래 틀어드려요?” “졸리세요?” 이전에는 박씨와 함께 고스톱도 치고,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호랑이를 본 이야기도 들려주곤 했던 이용자는 치매가 심해지면서 말이 거의 없어졌다. “만약 제가 센터를 옮기게 되면 출퇴근만 4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회사가 유지되어서 어르신 살아계실 동안 편안하게 모시고 싶어요. 우리 오래오래 봐야죠, 그쵸 어르신?” 이용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남우섭씨(65)도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방문간호 서비스를 3년 가까이 받고 있다. 그는 1999년 공사장에서 추락해 부상당한 이후 지금까지 전신마비 환자로 지낸다. 이전에 민간 센터 방문간호사는 주사 바늘을 잘못 꽂는 등 실수가 잦아 응급실에 자주 가야 했다. 반면 성동종합재가센터 방문간호사는 병원에 근무하다 오셔서 깔끔하게 해주신다라고 남씨는 말했다. 남씨처럼 소변줄 교체를 하는 30분 미만 방문간호 서비스는 민간 센터에서는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을 더 조성하지 못할망정 있는 걸 없애지는 말아야지. 대기업이 들어오면 좋아진다고 하는데, 있는 사람 위주로 비싸게 하려는 거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해주세요.” 남씨는 민간의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이용하고 있는데, 약속한 서비스 시간에 자꾸 지각해도 다른 남성 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 속만 끓인다고 했다.

 

크림 스키밍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들이 소위 돈이 될 만한시장에만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거나 진입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현상을 말한다. 원유 중에서 맛있는 크림만 먹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한 번에 1~2시간이거나 일주일에 1~2회만 필요한 단시간 서비스이용자, 중증 치매 환자, 고체중이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2명 이상의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아 냄새가 많이 나는 이용자, 기저귀 케어가 필요한 이용자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이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상당 부분 감당하고 있다. 이곳 산하 어린이집들은 장애아동반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비장애아들과 통합교육하거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제공한다. 공공이 제공한다고 해서 더 공공성이 있다는 명제에는 많은 논란이 따라붙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취약한 이들일수록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자원이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방문요양 등 재가서비스는 가장 중증 등급을 인정받아도 하루 4시간이 최대다.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시설보다 더 저렴하다)을 선택하게 하는 구조다.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노인들이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하는 이유다.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복지 구조조정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이를 상쇄할 투자 의지는 모호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부양을 받게 될 향후 10년 뒤면 한국 사회 돌봄의 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용 교수는 돌봄의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장기적 비전이 절실한데, 3대 돌봄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게 하고 수가를 얼마로 정할지, 어떤 서비스를 어느 계층에게 분배하며 여기에 얼마를 투자할지, 그러니까 국가가 뭘 할지가 안 보인다. 전임 정부에 대한 안티 테제로 시장화·산업화하면 해결될 거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면 각자도생하란 얘기밖에 안 된다. 우리가 정부를 조직한 것은 다름 아닌 사회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국가의 역할을 생각할 때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윤 정부, 10억 써 오염수 안전광고세금으로 일본 홍보

문체부 과학 기반한 사실 정확히 알릴 필요

오염수 방류는 우리 정부 정책 아니다비판

대한민국 오늘정책계정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 영상. 유튜브 갈무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유튜브 광고를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산에 10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12<한겨레>가 확보한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광고 추진문서를 보면 수산물 안전 관리정부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7~8월 사이 10억원을 들여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광고를 추진한다고 나타나 있다. 광고 형식은 영상·카드뉴스, 유튜브 채널 협찬 등이다.

앞서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7일 올라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425) 영상과 대한민국 오늘정책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 영상을 활용해 유튜브 영상 광고를 해 논란이 됐다.

유튜브 무료 이용자가 영상을 재생할 때, ··중간 등에 광고 영상이 붙는데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지 않다정부 광고가 나온 것이다.

유튜브를 재생하면 본 영상이 나오기 전 나오는 광고에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영상물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겨레> 취재 결과, ‘정책광고 추진문서에 명시된 대로 수산물 안전 관리명목으로 유튜브 광고를 제작·송출 하는 데 10억원의 문체부 예산이 배정됐다.

영상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삼중수소는 토양이나 채소는 물론 공기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 먹어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 “커피 한 잔을 드셔도 그리고 우유 한 잔을 드셔도 계란 하나를 드셔도 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체에) 피폭을 받는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는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된다등의 발언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산물 안전 관리정부정책 홍보 관련 문서.

 

이에 왜 우리 정부가 나서서 오염수 방류 정당성을 홍보하냐” “세금으로 왜 오염수 방류 광고를 하나” “각종 복지 줄여놓고 그 돈으로 오염수 광고는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왔다.

정수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겨레>보통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홍보물을 제작할 때는,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왜 여기에 해당돼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이건 우리나라 정부정책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방류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오늘정책계정에 지난 10일 올라온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1) 영상. 유튜브 갈무리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의 유튜브 광고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이 회 먹방, 수족관 물 먹방쇼에 국민 세금을 들여 (후쿠시마 오염수) 광고까지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대한민국 예산으로, 이 정권이 유튜브에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하는 유료 광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문체부에 있는 정책 홍보비를 활용해 해당 영상의 제작과 송출을 했다. 최종적으로 사용된 돈은 광고 집행이 끝난 뒤 정산해야 알 수 있다문체부는 정부 정책을 국민들께 정확히 알리는 게 의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 수산물 안전과 관련해서 정부 정책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영상 광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상물은 과학에 기반한 사실을 국민께 정확하게 알리는 내용이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변함없고, 앞으로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광고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IAEA ‘알프스성능 검증 0윤 정부 허위주장 들통

정부 “IAEA 2020년 검증 보고서 냈다지만

알프스 검증은 당시 검토 임무 범위도 아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원전 사고 오염수 133t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2013년 설치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실제 성능 검증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프스 성능 검증이 이뤄졌다는 정부의 그간의 설명과는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정부 일일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알프스의 성능은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관련해 알프스에 대한 검증 내지 평가 작업은 훨씬 전에 이미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가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가 20204월 발표한 알프스 소위원회 관련 검토 보고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7일 우리 정부의 검토보고서 발표 브리핑에서 이 보고서를 언급하며 알프스 성능과 관련된 부분은 국제원자력기구가 2020년도에 검토를 해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래서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상세 내용을 기술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겨레11알프스 소위원회 관련 검토 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27쪽짜리 이 보고서에는 알프스 성능과 관련해 단 두 문장만 기술돼 있다. 그러나 안정적이면서 신뢰할 만하게 계속 작동한다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작동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배출규제 기준 이하로 제거할 수 있다는 이 대목은, 원자력기구가 실제 일본에서 알프스 성능을 검증한 결과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보고서에서 당시 원자력기구 직원 6명으로 구성된 검토팀이 20202~3월 사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본에 있는 도쿄전력 관계자 등과 3차례 화상회의를 한 것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알프스 성능 검증은 원자력기구가 일본 경제산업성의 요청으로 구성한 검토팀의 임무 범위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당시 검토팀의 임무 범위는 알프스 처리수 관리 상태 변화 검토 알프스 처리 옵션 분석의 기술적·과학적 근거 검토 일본 정부 조처와 원자력기구 자문 사항과의 일치 여부 검토 등 3개 항목으로 한정돼 있었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 방사선수송폐기물안전국장은 11일 정부 일일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검토 범위에 해당한 내용만 검토한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와 관련해 수행한 또 다른 검토 임무 보고서들을 살펴봐도, 알프스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한 대목은 없었다.

 

한겨레20133월부터 20218월 사이에 5차례 수행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해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 대한 원자력기구의 검토 결과 보고서들을 전수 조사했지만, 알프스 성능 검증이 검토 범위에 포함된 보고서는 없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20142월 발표된 2차 검토 보고서부터 알프스가 언급되지만 성능이나 신뢰성 검증과는 무관한 일반적 내용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알프스로 오염수 속의 64개 방사성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할 수 있어 해양 방류를 해도 안전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의 70%가 배출 기준치를 맞추지 못한 상태인데다, 부식과 필터 손상 등에 의한 잦은 고장으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 현장 시찰단이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아온 알프스 주요 고장 사례자료에 따르면, 알프스에서는 설비가 안정화됐다고 알려진 2019년 이후에도 해마다 주요 고장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흡착탑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설비를 통과한 오염수 속 스트론튬-90 농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하려면 그 속에 있는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알프스의 성능을 평가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그런 평가도 없이 어떻게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일본-IAEA 거래' 의혹 보도, 한국 언론은 세 번 외면했다

[분석] 주요 매체, 핵오염수 관련 내용 외면... 일본·중국 공식 반응도 무시

<시민언론 민들레><시민언론 더탐사>6월 말부터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의 핵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검은 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놨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 정부로부터 100만 유로(142150만 원)를 받고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전후 맥락으로 볼 때 매우 개연성이 큰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두 매체는 621(더탐사)22(민들레) 일본의 '외무성 간부 A 메모'라는 제목의 문서 3장을 입수해 처음 보도한 이래, 74일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관련 보도를 거의 날마다 이어갔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주요 매체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두 매체의 보도를 그림자 취급했습니다.

 

'더탐사''민들레'의 연일 보도... 주요 매체는 그림자 취급

622<더탐사>[긴급 단독 속보-요약본] 일본외무성 간부, IAEA 간부에 뇌물줬다! 증언.<더탐사> 유튜브 갈무리

 

국내 주요 매체들이 이 보도를 외면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테고, 작은 신생 매체의 존재를 무시하는 언론계의 못된 버릇도 작용했을 겁니다. 35년 전 <한겨레> 창간 당시에도 기존 매체들은 <한겨레>의 수많은 특종 및 단독 보도를 아무 일도 없는 양 거들떠보지도 않곤 했습니다. 아직도 그런 기억이 생생합니다.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심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마는, 자기 매체의 논조나 '내러티브(이야기 구조)'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해 꿰맞추는 탈진실 보도 풍조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보도에 대해 즉각 보복과 탄압으로 대응하는 윤석열 정권의 야만적 언론 정책도 위력을 과시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문화방송(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 정순신씨 아들 학교폭력 단독보도 등 불편한 보도 이후 <한국방송(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를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는 윤 정권의 반민주적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작부터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용인하기로 작정한 윤 정권의 뜻에 정면으로 거슬리는 사안을 취재하고 보도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중대한 내용이라도 취재원의 신뢰성 약하면 보도 못할 수도

제가 다른 미디어의 편집 책임자였다면 과연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널리즘을 옥죄고 있는 정치 환경을 배제하더라도, 즉 사실에 기초해 투명하게 진실을 찾아가는 저널리즘의 정신에 기초한다고 해도 판단이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떤 기사를 보도할 때, 취재원의 신뢰성(투명성)과 내용의 중대성이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두 기준을 짝짓기하면 모두 4가지 경우가 나오는데,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중대한 내용''신뢰할 수 없는 취재원-중대하지 않은 내용'의 경우는 누구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취재원은 신뢰할 수 있으나 중대하지 않은 내용도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어려울 경우는 취재원의 신뢰성은 부족하나 내용이 중대할 때일 겁니다. 자칫 악의적인 꾐에 걸려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민들레><더탐사>의 보도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점에서 <민들레>628, '후쿠시마 오염수 익명 제보, 민들레는 왜 보도했나'라는 기사를 내보낸 것은 보도의 책임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첫 보도가 매우 중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 보도를 다른 매체가 그대로 받아쓰기는 무리였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두 매체는 나름대로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도했을 테니 두 매체에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겠거니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두 매체에 그런 문의를 한 매체는 한 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 외무성-중국 외교부 논평' 무시, 언론 역할 방기

622일 일본 외무성이 낸 '외무성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ALPS 처리수 취급에 대한 면담에 관한 보도에 대하여' 입장. '관련 링크'를 누르면 <더탐사>의 유튜브 영상이 나온다.일본 외무성 누리집 갈무리

 

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한국 미디어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외무성과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반응을 했는데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있다고 봅니다.

 

<더탐사>의 첫 보도가 나온 다음날(622), 일본 외무성은 이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고 허위 유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그 자료에는 <더탐사> 보도의 링크까지 붙어놨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부가 다른 나라 작은 매체의 보도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까지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통은 '괜히 건드려 덧낼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못 본 체하고 지나칩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일본 외무성은 이 보도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겠죠. 제대로 된 기자라면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일본 외무성이 이례적으로 반응했는데도 한국의 주요 매체들은 무시했습니다. 첫 보도의 내용이 중대하지만 취재원의 신뢰가 낮아 기사를 쓸 수 없었다면, 외무성의 반응은 보도의 좋은 기회를 제공해줬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가 대응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다룰 수 있었을 겁니다.

 

일본 외무성의 첫 반응 이후에 '조르세티(Jorseti)'라는 외무성 내부 인사 또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으로 짐작되는 익명의 인물이 첫 보도가 맞는다면서, 외무성의 움직임과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 정부의 거래를 엿볼 수 있는 보고서 초안 등을 몇 차례 연이어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두 매체는 조르세티라는 인물의 신빙성을 여러모로 확인해가며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본 외무성은 조르세티의 더욱 구체적인 폭로에 관해서는 무대응 방침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지켜만 보고 있던 중국 외교부가 입을 열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조르세티의 제보에 근거한 보도가 두 차례 더 나간 뒤인 629, 정례 브리핑에서 <민들레> 보도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는 심각하게 그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라면서 "일본 정부는 신뢰할만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그리고 IAEA 사무국도 답변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또한 중국 외교부의 매우 이례적인 반응입니다. 이때도 국내 주요 매체가 기사를 쓸 좋은 기회였지만 외면했습니다. 73일에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재차 돈거래를 통한 보고서 작성 의혹을 해명하라고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에 촉구했습니다. 이때도 한국 언론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629일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정례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선택적, 자의적 보도로 자멸하는 '한국 저널리즘'

<민들레><더탐사>의 보도가 일본과 중국의 대응과 함께 점차 국제적인 문제로 번져갔지만, 국내 주요 매체의 철저한 무시로 국내 대다수 시민은 실제 벌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한 의혹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국내 주요 매체들이 독자적으로 일본 정부나 국제원자력기구를 상대로 취재를 한 흔적도 없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하려는 움직임도 없습니다. 일본 정부에 보고서를 전달한 뒤 우리나라를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누군가로부터 '선택받은' 조중동을 비롯한 매체들이 인터뷰했으면서도 이런 의혹에 관해 한 마디 질문도 하지 않은 것이 많을 것을 보여줍니다.

 

자기 의도에 맞는 기사는 근거가 약해도 마구 부풀려 떠벌이면서, 의도에 맞지 않는 기사는 아무리 중요해도 파헤치려는 시늉은커녕 아예 입구에서부터 문을 닫아거는 국내 주요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시대에 저널리즘은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의 저널리즘은 자멸하고 있고, 이번 사건은 그것을 더욱 재촉하는 촉매제 노릇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태규(ohtak)

 

 

"윤석열 퇴진 촛불행동 포스터에 북 인민군 복장" <조선> 보도

윤석열 정부 퇴진 촛불문화제를 진행해온 '촛불행동'을 향해 <조선일보>가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인민군이 주먹 불끈? '퇴진 촛불' 포스터 보니'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촛불집회' 주도 단체가 1만 회원 달성을 기념한 포스터에 북한 인민군 복장한 인물 사진을 사용했다는 네티즌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71일 서울 시청역 주변에서 열린 46차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 겸 촛불문화제에서 극단 경험과 상상이 공연한 노래극 갈 수 없는 고향한 장면. 독립군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다. 촛불행동TV

 

[검증결과] "촛불행동 포스터에 인민군복" <조선> 보도 '거짓'

<조선일보>는 촛불행동 포스터에 북한 인민군복이 등장한다는 의혹을 보도했지만, 해당 사진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군이 등장하는 노래극 한 장면이었다. 또한 당시 독립군이나 광복군은 일관된 복제가 없었고 중국 국민당군 군복과 군용 장구를 착용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국보법 위반자' 김영호는 어떻게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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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김영호의 동지들은 여권도 못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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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저서에 노재봉 선생님께 커다란 지적 영감을 받았다

박근혜 탄핵 부정김영호, ‘박근혜 탄핵 세력과 손잡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1일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후보자는 통일문제 및 국제관계 전문가로서의 학문적 지식, 현 정부 통일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통일 정책과 남북관계를 책임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음.”

 

또 이렇게도 썼다.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통일정책 및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전략 및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한편,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위협에 대해서는 원칙있고 일관된 입장으로 대처함으로써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했음.”

 

김영호 내정자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한 건 남북관계가 역대 최악이던 이명박 정부때였다. 그가 통일비서관이던 2011년의 남북관계는 특히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20112,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종료됐다. 5월에는 북한의 국내 금융기관 전산망 해킹 의혹이 불거져 남북관계가 경색됐다. 6월에는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 비공개 접촉사실을 공개해 이명박 정부를 국제적으로 망신줬다. 북한은 “201159일부터 북남이 비밀접촉을 진행했는데, 남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만들자고 북한에 애걸했고, 장관급회담과 정상회담도 구걸했다고 했다.

 

그 해 7월에는 북한이 금강산국제관광특구 내 모든 남한 자산을 처분한다고 선포했고, 다음 달 관련 법률 시행 사실을 발표했다. 10월에는 대북방송 문제가 터져 갈등이 커졌다.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뒤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2주쯤 후인 1230,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이명박 역적 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통일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 ‘소임을 다했다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립서비스와는 하나같이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었다.

 

통일부장관에 내정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위반자에서 뉴라이트로 전향

김영호 후보 관련 지금까지 나온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극우적 대북관음주운전 전력이다. 김영호는 일단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영호는 오랫동안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 체제 파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남한 자체 핵무장론 등을 주장해 왔다. 20194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기고 내용은 그의 대북관을 잘 보여준다. 그는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북한이 주장한 현실성 없는 ‘1국가 2체제연방제 통일방안에 휘둘려왔다. 2000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한의 국가연합제안이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었다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 (‘펜앤드마이크기고문 중 일부 / 2019. 4. 18)

 

김정은 정권 타도북한 자유화’, 사실상의 강압적 흡수통일론이다. 김영호는 2000년대 중반 뉴라이트 학자 모임인 뉴라이트 싱크넷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식민지 근대화론등을 골자로 한 대안 교과서집필 세력인 교과서포럼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1980년대 20대 청년 김영호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다.

 

1984, 김영호는 사회과학출판사 녹두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녹두는 세계철학사, 그람시의 혁명 전략, 계급론, 그리고 무크지 녹두서평등을 내던 진보 성향의 출판사였다.

 

19874월 김영호는 제주 4.3항쟁을 다룬 시 한라산’(시인 이산하)을 녹두서평 1호에 게재하고, 소련 과학원철학연구소가 발간한 세계철학사 일본판을 번역해 출판한 용공이적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됐다. 세계(대표 윤후덕), 동녁(대표 이건복), 사계절(대표 김영종), 거름(대표 강경철) 같은 사회과학출판사 대표들과 함께였다. 같은 해 10월 김영호는 징역 3, 자격정지 3,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28일 좌경서적에 대한 일제 수사에 나서 도서출판 <세계>사 대표 윤후덕 씨(30) 5개 출판사 대표 또는 편집인 등 5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제작배포)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자 윤후덕 이건복(33, 동녁대표) ᐃ김영종(32, 사계절출판사대표) ᐃ김영호(27, 녹두출판사대표) ᐃ강경철(26, 기획출판거름사 편집인)동아일보 / 1987.4.29.

 

서울형사지법 박병휴 판사는 19<세계철학사>, <녹두비평> 등 이념 서적을 출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녹두출판사 대표 김영호 피고인(28)과 전무 신형식 피고인(28)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적용, 각각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과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에 집행유예 3년씩을 선고했다. 경향신문 / 1987.10.20

19871020일 김영호 녹두 출판사 대표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선고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김영호는 미국으로 출국해 보스턴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버지니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귀국해 세종연구소 상임객원연구위원(1998~1999), 성신여대 교수(1999~현재)를 지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출판·사상의 자유가 없던 시절, 국가보안법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영호는 어떻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미국 유학을 떠나다

지금도 그렇지만, 1980년대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에게는 자격정지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사회생활을 못 하게 손발을 묶는 형벌이었다. 이 처분을 받은 사람은 기업의 임원도, 공무원도 될 수 없었고, 선거에 나갈 수도 없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들에게는 이 조항이 더욱 가혹하게 적용됐다. 공무던 여행이던 해외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1987년 김영호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 갈 당시 출입국관리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출국을 금지할 수 있었다.

 

4(출국의 금지) 법무부장관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1. 그 출국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2.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그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출국심사를 함에 있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국이 금지된 자를 출국시켜서는 아니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항의 1. ‘대한민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출국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고무줄이나 다름없었다. ‘해할 염려’, 즉 예측만으로 누구든 출국을 금지할 수 있어 도깨비 방망이나 다름없었다. 용공 이적 표현물을 출판한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김영호에게 유학이나 출국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던 이유다.

 

뉴스타파는 김영호와 같은 시기 사회과학출판사를 운영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 갔거나 출판사 허가 취소 등을 당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당시 상황을 물었다. 모두 전두환 정권 때인 1985~1987년 사이 김영호 후보자와 같은 고초를 당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가보안법으로 실형을 받은 뒤 오랫동안 해외 출국을 못했고, 여권을 만들 수도, 비자를 받을 수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영호의 동지들은 여권도 못 만들었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기조실장을 지낸 신형식 씨는 1987년 당시 녹두출판사의 전무 겸 편집장이었다. 김영호와 함께 구속됐다. 김영호와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였다. 신형식은 같은 해 10월 징역 2, 자격정지 2,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출판사 대표였던 김영호보다 조금 낮은 형량이었다.

 

출소 이후 신형식은 김영호와 달리 외국에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게 걸린 출국금지 조치는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풀렸다. 신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북페어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나갈 수 없었다. 1995년에야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독일에 갈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출국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출판사로 유명한 동녁 출판사의 이건복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복 대표는 19874월 김영호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징역 3, 집행유예 3년에 자격정지 처분도 받았다. 이 대표 역시 출소 후 여권을 만들 수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가 여권을 내 주지 않았다.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에 들어가 각서를 써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단수 여권만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검찰에 가서 꼭 귀국하겠다. 과거 범죄를 반성하고 뉘우친다. 북한에 넘어가지 않겠다.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겠다.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등이 적힌 각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단수여권을 내줬습니다. 난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각서는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외국에 못 나갔습니다. 1995~1996년이 되서야 그런 게 없어졌습니다.” (이건복 동녁출판사 대표)

 

이건복 대표는 1980년대 녹두출판사를 운영하던 20대 청년 김영호를 이론적 근거를 잘 대던 사람, 맹장, 아주 강건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김영호 신임 통일부장관 후보자(왼쪽)와 김홍일 신임 권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노재봉이 김영호 신원보증을 섰다는 말이 돌았다

1987929일 동아일보에 피고는 아끼던 제자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녹두출판사 대표 김영호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을 중계한 기사였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19879) 28일 오후 서울형사지법 제111호 법정. 스승과 제자가 법정의 증언대와 피고인석에 앉아 마주보고 있었다. 증언대에 나온 스승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인 김학준 서울대 교수. 증언대 바로 밑 피고인석에는 김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파리한 모습의 김영호 피고인(28,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이 앉아 있었다.” (동아일보 / 1987.9.29.)

 

김학준이 속했던 민정당(민주정의당)은 전두환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만든 정당이었다.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김학준은 전두환 정권에서 민정당 국회의원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과 대변인을 지냈다. 2000년대 이후엔 동아일보 대표와 회장, 인천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879월 김학준은 김영호 재판에서 피고인 김영호의 선처를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통일논문 현상모집에 당선된 김 군이 인사를 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군이 남북관계와 민족의 평화적 통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음을 알게 된 뒤 졸업때까지 격려해 주며 절친하게 지냈습니다. 김 군은 남북의 평화공존과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강조했었고 저도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학준 법정 증언 / 동아일보, 1987.9.28.)

 

국가보안법 위반자이자 좌경 용공 출판인이었던 김영호가 출소 직후 어떻게 미국 유학길에 올랐는지는 미스터리다. 앞서 소개한 신형식, 이건복 같은 출판계 동지들은 누리지 못한 혜택을 그는 어떻게 받았을까. 혹시 재판에 나와 선처를 요구해 준 은사, ‘전두환의 비서 김학준의 덕이었을까. 하지만 ‘1980년대 출판인 김영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였던 노재봉 전 국무총리다. 노재봉은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보좌관(1988), 대통령 비서실장(1990), 국무총리(1990~1991)를 지냈다. 김영호가 유학을 떠난 건(1989) 노재봉이 청와대 보좌관을 하던 때였다.

 

이건복 동녁 대표는 노재봉 교수가 소개하고, 신원보증을 해 줘서 김영호가 미국에 유학갔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했다. 김영호와 함께 녹두출판사를 운영한 신형식도 노재봉이 김영호의 은사다. 노재봉이 게런티(신원보증)해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닌가, 노재봉으로 인해 (김영호의 사상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노재봉 교수가 배후에서 활약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영호와 비슷한 시기 사회과학출판사 이삭을 운영해 여러차례 고초를 겪었던 소병훈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영호가 노재봉의 수제자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 노재봉 교수가 김영호를 설득한다, 김영호가 노재봉 교수 주선으로 유학을 갔다는 말이 있었습니다.”(소병훈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출판사 이삭대표)

 

좌파 용공 소리를 듣던 진보 지식인’, ‘진보 출판인이 느닷없이 극우 뉴라이트로 변신한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로부터 탄압받아 구속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에 부역한 교수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는 것도 역시 기이하다.

 

노재봉 선생님께 커다란 지적 영감을 받았다

김영호와 스승 노재봉의 인연은 깊다. 대학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난 것 외에도 김영호의 생애 전체에 관여돼 있다. 노재봉과 김영호는 책도 여러 권 같이 냈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2008), ‘정치학적 대화’(2015),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2018)이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면서 동시에 사상적 동지인 것이다. 김영호는 여러 학자들과 공저한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2015)에서 스승 노재봉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노재봉 선생님으로부터 커다란 지적 영감을 받았다. 항상 격의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저자는 노재봉 선생님과 함께 지난 2년여 전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는 다스림 세미나에서도 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김영호 /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서문, 2015)

 

뉴스타파는 우익 지식인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노재봉 전 총리에게 전화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김영호는 어떻게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나”, “혹시 김영호의 유학을 도왔나등을 물었다. 노재봉은 다 지난 일이다. 말할 것이 없다고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참고로, 노재봉은 20211030일 노태우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이어진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었다.

 

“(전두환, 노태우 등 정규 육사 1기생들에 대해) 국민의 문맹률이 거의 80%에 해당하던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현대 문명을 경험하고 한국에 접목시킨 엘리트들이었다. 이들에게 한국 정치는 국방의식이 전혀 없는 난장판으로 인식됐다. 이것이 그들(육사 1기생)로 하여금 통치기능에 참여하는 계기였다. 이는 이 1기생 장교들의 숙명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르겠다.”(노재봉 '노태우 장례식 추도사' / 2021.10.30.)

 

지난해 대선 전후엔 조선일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을 계승하는 측이 승리하면,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이 좌파 혁명에 대해 투쟁하는 최전선에 스스로 나섰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나가기 위해선 (야당 등과) 협치를 하면 안 된다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무총리 시절 노재봉 모습 (1991.1.25.)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탄핵 부정김영호, ‘박근혜 탄핵 세력과 손잡다

통일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김영호의 대북관, 통일관, 역사관은 이미 논란거리로 자리잡았다. ‘흡수통일론’, ‘북한 체제 붕괴론등을 대 놓고 설파해 온 것을 불안해 하는 목소리다. ‘평화통일이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스타파는 어제 김영호가 그간 낸 책을 분석해 그의 위험한 대북관과 통일관을 자세히 분석, 보도했다.

 

김영호의 대북관, 통일관, 역사관은 몇 개의 키워드로 분석된다. 이승만과 박정희, 북한=(), 흡수통일 같은 것들이다. 김영호는 자신이 낸 책에서 북한은 우리의 실존적 적", "김구는 김일성에 역이용 당해1948년 민주혁명을 이끈 지도자는 이승만", "남북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게 낫다", "박근혜 탄핵은 '국회 독재' 정당화시켜 준 잘못된 판결"이라 주장했다.

아래는 김영호가 자신의 책에서 박근혜 탄핵를 평가한 내용이다.

촛불 든 국회의원들의 행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고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국회 독재'를 정당화 시켜 주는 잘못된 판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 2018)

 

김영호의 사상 전향만큼이나 놀라운 건 그가 지난 정부 당시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던 탄핵 세력이 중심이 된 정권에서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에 마중물을 댄 박근혜 특검의 수사 책임자였고, 그를 떠받쳐 줄 국민의힘과 내각 역시 박근혜 탄핵에 힘을 보탠 사람들이 현재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박근혜 특검검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박근혜 탄핵 찬성),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박근혜 탄핵 찬성), 장제원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박근혜 탄핵 찬성),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박근혜 탄핵 찬성),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박근혜 탄핵 찬성) 등이다.

뉴스타파

 

 

"메시, 이강인 무시한 중국 기자에 일침"알고 보니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유명 축구 선수나 감독들의 몇몇 인터뷰 영상을 보면 정말 이런 말을 했나, 싶을 정도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희 팩트체크 사실은 팀이 확인해 봤더니 대다수가 조작된 영상이었습니다.

 

<기자>이강인 선수의 파리 생제르맹 입단설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올라옵니다. [(근데 파리에서 당신의 대체자로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를 대체자로 영입한다는데 메시 선수도 (이강인) 마케팅용이라 생각하죠?) 와우. 중국은 정말 존중이라고는 없는 나라네요.]조회수 360.

하지만 엉터리 자막을 입힌 조작 영상입니다.

 

메시가 지난달 호주와 친선 경기를 위해 중국을 찾았을 때 인터뷰로, 원래 질문은 이랬습니다. [중국 CCTV : 코파 아메리카와 피날리시마, 월드컵 우승, 이 세 가지 타이틀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당시 메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에는 리버풀 FC 위르겐 클롭 감독의 기자회견 영상입니다. [(이번에 소니(손흥민) 선수가 돈만 보고 사우디 리그로 간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죠? 글롭씨?) 지금 그딴 질문을 나한테 하다니. 당신. 무슨 대답을 원하는데 대체?]조회수 590.

일본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클롭 감독이 버럭 화를 내는데, 역시 조작 영상입니다.

지난해 9, UEFA 챔피언스리그 당시 나폴리와의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발언을 교묘히 바꾼 겁니다.

 

원래 질문과 답변은 이렇습니다.[위르겐 클롭/리버풀 FC 감독 (지난해 9) : (이 도시(나폴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당황스러운 질문이군요. 기사 헤드라인을 만들고 싶은 모양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군요.] 영상의 일본 기자 질문은 음성 생성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가짜 음성입니다.

사실은팀은 유튜브에서 이런 식의 축구 관련 인터뷰 조작 영상을 3~40편 가까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음성 생성 프로그램으로 허위 질문을 만들고 거짓 자막을 달아 유포하는 식입니다. 내용을 보면, 반일, 반중 감정을 자극해 조회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실제 영상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이들 나라에 대한 적대적 표현 일색입니다.

수백만 명이 조작 영상을 봤지만, 유튜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경원 기자: SBS 뉴스

 

 

'김건희 양평 타운'의 완성공흥지구에서 강상 분기점까지

탈법·비리·특혜의 복합체 '김건희 양평 타운'

양평읍·강상면 알짜배기 땅 요소요소 보유

분기점 위치 따라 개발이익 하늘과 땅 차이

공흥지구 뛰어넘는 병산리 땅 불법·특혜

공 들인 '양평 타운'남은 것은 분기점 변경

'김건희 양평 게이트'에 대해 여권과 보수언론은 사업 백지화라는 적반하장식 대응과 민주당에 대한 덮어씌우기와 물귀신 작전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 주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김건희 씨 땅값에는 영향이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이고 있다. 본질을 왜곡하고 희석시키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건희 씨 일가가 양평에 보유하고 있는 땅의 규모와 그동안 들인 공에 비춰본다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분기점의 위치는 김건희 씨 일가 땅의 가치를 죽이고 살리는 사활적인 관계에 있다. 서울과의 거리를 30분 안으로 단축시키는 강상면 분기점은 김건희 씨 일가 땅의 개발가치를 최고치로 올리는 '김건희 양평타운'의 완성을 의미한다.

김 씨 일가 땅 전국 20만 평양평에 가장 많아

민주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씨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전국 17개 지역의 토지 49필지, 주택·상가 7, 건물 1개 등 총 57개로 1913000(632,39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양평군의 토지는 필지 수로는 30필지로 가장 많고, 면적으로는 총 42,327,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성남시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성남시 도촌동 땅은 '위조 예금잔액 증명' 사건과 연루된 토지로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토지다.

 

김건희 씨 일가의 양평 토지는 이번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김건희 씨 명의가 포함된 12필지 등 강상면 병산리 21필지와 교평리 3필지, 양평읍의 백안리 2필지, 양근리 3필지, 공흥리 3필지 등 양평군 강상면과 양평읍 일대에 산재해 있다.

 

가장 넓은 땅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바로 접해있는 병산리 18필지로서 면적은 24,063. 부동산 전문가인 연세대 정경대 한문도 겸임교수에 따르면 300가구 정도의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면적이라고 한다. 김건희 씨의 어머니 최은순 씨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었던 양평 공흥지구 개발이 22,411357가구를 지어 분양했던 사업이었다. 면적이나 조건이 매우 유사하다.

 

이 땅은 임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흥지구도 사업 승인 당시 전체 부지의 절반 이상이 임야였고 비탈진 산지에 지어져 있다. 아파트 개발에 경사도나 지목은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고속도로에 바로 인접하고 있어 분진과 소음으로 개발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 교수에 따르는 분진과 소음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2228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TF에서 작성한 윤석열 당시 후보 처가 토지 보유 현황

 

김건희 일가 양평 땅, 모두 즉시 개발 가능

이 땅에서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같은 병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3필지는 10,895로 위의 18필지 부지의 절반 규모다. 이곳은 최소 100가구 이상의 소형 아파트 단지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이곳 역시 지목은 임야지만 지형이 고속도로 건너편 18필지에 비해 훨씬 얕고 평탄한데다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개발이 수월하다. 남양평IC로 진입하기도 가장 좋다.

 

양평읍 백안리(3,341)와 강상면 교평리(4,872)는 규모가 전원주택단지 개발에 적격이다. 게다가 둘 다 지목이 대지 전환이 쉬운 '()'인데다가 백안리 땅은 최은순 씨가 개발했던 공흥지구의 바로 옆, 교평리 땅은 2021년부터 공흥지구보다 조금 큰 규모(29,687, 공동주택용지 23,445)2021년부터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교평지구의 바로 아래 자리를 잡고 있어 즉시 개발이 가능한 땅이다.

 

이들 땅에 비하면 짜투리 땅이라고 할 수 있는 공흥리와 양근리 땅은 이미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된 공흥지구와 양근지구 인근이어서 훨씬 규모가 큰 백안리와 교평리 땅보다 공시지가·시가표준액 합이 더 높다. 4,872의 교평리 땅이 4억원인데 100평 남짓한 337의 양근리 땅은 63000만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김건희 씨 일가는 양평읍과 강상면에서 돈 되는 땅은 크게 작게 모두 한 자락 씩 잡고 있는 셈이다. 이 땅들은 모두 여러 형태로 즉시 개발이 가능한데다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분기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옮겨와 양평읍이 서울과 바로 연결되면 김건희 씨 일가 땅의 가격과 개발이익은 몇 배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원외위원장 협의회 소속 원외위원장들이 2021121일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앞에서 '윤석열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뒷편에 보이는 아파트가 최은순 씨가 개발한 공흥지구 한신휴아파트. 2021.12.1. 연합뉴스

 

편법·불법·비리·특혜 체질화된 김건희 일가

문제는 김건희 씨 일가가 막연한 기대로 땅을 사놓고 개발 호재를 가만히 기다리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지가 상승과 개발을 위해서라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을 것까지도 기필코 편법을 동원하고, 행정기관으로부터 악착같이 특혜를 받아내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는 가족이다.

 

따라서 김건희 씨 혹은 그 일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분기점 변경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국정조사와 수사 등으로 밝혀내야 하겠지만, 만약 수단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서면으로 예정되어 있던 분기점을 강상면으로 끌어내릴 유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양서면에 분기점이 생겨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가 올라가겠지만, 강서면을 통해 30분 안쪽으로 서울에 닿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공흥지구에 동원된 편법과 특혜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습관성' 편법과 특혜는 다른 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김건희 씨 일가의 땅들은 기본적으로 농지법 위반이 아니면 부동산실명제 위반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최근 '허위 영농계획서'로 농지법 위반이 문제가 된 땅은 공흥지구 바로 아래의 백안리 땅이고, 교평리 땅은 타인 명의의 땅에 최은순 씨가 가등기를 설정해놓아 최 씨의 차명 부동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10

 

공흥지구 뛰어넘는 병산리 땅 불법·특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은 공흥지구 땅과 비슷한 크기인 중부내륙고속도로 바로 옆 병산리 땅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임야였던 이 땅이 대지로 지목이 변경되는 과정에 갖은 편법과 특혜가 동원됐다고 국정감사와 상임위 회의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김건희 씨 명의의 땅 중 대지는 극히 일부이며 몇 백 평에 불과하고, 대부분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마치 지금 당장 대지가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려 드는 것이다.

 

개발에 있어 절대농지나 문화재 보호구역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김건희 씨 일가 땅에 있어서 불법 지목 변경이 특별히 중요한 것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수용 예상 토지를 보상 직전에 일제히 대지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땅들은 고스란이 수용되어 고가의 보상을 받았거나,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정부에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놨다. 그러니 현재의 땅에 대지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임야를 대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산지전용형질변경지목변경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수용 직전 대지로 변경된 필지 중 단 한 필지만 산지전용 허가를 얻어 이후의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나머지는 산지전용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형질변경이 이루어졌는데, 그 이유가 '전필'이라는 독특한 절차였다.

 

'전필'"인근의 임야가 등록전환되어 나머지 토지를 임야로 놔두는 것이 불합리해 등록전환을 해주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임야가 대지로 전환되고 짜투리 임야가 남았을 때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아도 전환을 해주는, 일종의 '묻어가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김건희 씨 일가 땅의 경우는 변경 대상 4개 필지 중 달랑 하나만 산지전용 절차부터 밟아 지목이 변경됐는데 나머지 3개의 필지가 이 필지에 '묻어서' 전환된 것이다.

김건희 씨 일가의 병산리 땅으로 향하는 진입로. 보상 직전 필지 쪼개기와 지목 변경으로 고액의 보상을 받은 뒤 도로공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김건희 일가 땅 전용도로다. 왼쪽이 중부내륙고속도로. 오른쪽은 김 씨 일가의 땅(대지, 병산리 100-23번지). 2023.7.6. 김성진 기자

 

공 들인 '양평 타운'남은 것은 분기점 변경

특히 형질변경을 통한 등록전환 이후에는 필지를 잘게 쪼개는 필지분할이 이루어졌다. 지목 변경과 함께 보상가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토지들은 보상시기로 지정된 20041월 직전에 모두 지목이 변경되어 2억원 가까운 금액을 보상받았다. 20년 전의 일이다.

 

거기에다가 원래가 맹지인 땅에 창고를 지어놓고 "고속도로로 인해 통행이 불가능하다"며 민원을 제기해 도로공사는 141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콘크리트 도로를 개설해줬다. 이 도로는 김건희 씨 일가 외에는 쓸 일이 없으므로 도로공사가 예산을 들여 김건희 씨 일가 전용도로를 놓아 준 셈이다. 보상 직전 필지를 쪼개고 불법과 편법으로 지목을 변경해 높은 보상금을 받은데다가 전용도로라는 특혜까지 기필코 얻어낸 것이다.

 

불법 행위를 눈감아준 데 이은 대단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불법과 특혜는 윤석열의 여주지청장 시절 김선교 당시 군수와 인연을 맺기 훨씬 전에 이루어졌다. 즉 김건희 일가는 윤석열이나 김선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불법을 저질러도 무사하고 갖은 특혜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노하우를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가족이다.

 

이처럼 김건희 씨 일가는 땅을 사놓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불법이든 편법이든 가리지 않고 뭐라도 한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남편이나 사위가 대통령이 됐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그들이라면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만사 제쳐놓고 국토부를 찔러 고속도로 분기점을 당겨올 생각부터 했을 것 같다.

고일석 에디터 시민언론민들레

 

정의구현 사제단 오늘 '부산 시국기도회' 취소?

부산교구 사정으로 취소'알고보니 뒤에 부산교구장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부산 시국기도회가 돌연 취소됐다. 사제단은 지난 1일 오전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를 올려 신자와 시민들에게 취소를 알렸다. ‘교구 사정으로 취소되었음이라는 짧은 설명만 있었다.

 

사제단은 지난 410일부터 매주 월요일 전국 각 교구에서 돌아가며 <친일매국 검찰독재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개최해왔다. 지난달 26일 제주 시국미사회까지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시국기도회를 기다리던 부산 지역의 신자들과 시민 등은 난데없는 취소에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뒷얘기가 교회 밖으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부산교구장인 손삼석 주교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부산 시국미사가 취소된 이유>라는 글을 올려 그 전말을 알렸다.

국민들의 여망과 천주교의 양심적인 신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용기있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결단으로 진행되어온 시국미사가 일시 좌절된 것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전횡에 침묵하고, 친일숭미 매국외교와 반평화 수구냉전 기득권세력의 눈치를 보는 부산교구 손삼석 주교의 비겁하고 보수반동적인 행태 때문이다.”

 

김 명예교수는 또 손삼석 주교는 매 주말 길거리에서 외치는 "윤석열 퇴진!"이라는 민주시민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손삼석은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발표한 후쿠시마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거역하자는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페이스북

그러면서 누구보다 겸허히 깨인 시민들과 양심적인 신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뜻을 받들어야 할 주교가 민심을 거스리고 하늘의 뜻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다른이들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비판에 나섰다. 가톨릭 신자인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주교가 교회를 개인 회사처럼 통치하는 독재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가톨릭 현실과 미래는 어둡다선출 방법, 임기, 권한, 재신임, 탄핵 등에서 변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호 전 인천대 교수는 시국미사를 막는다고 당신이 교황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의 하느님은 도대체 어떤 분 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성렬 일러스트레이터도 주교라는 위치에 걸맞는 타당한 사유를 말씀하셔야 합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시민언론 민들레

17천 국책사업 돌연 백지화 장관에게 화환 릴레이"굳세어라 원희룡"

17000억 규모의 국책사업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돌연 백지화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지하는 화환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 줄지어 늘어섰다.

 

"굳세어라 원희룡" "원희룡 장관님 힘내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은 지난 10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청사 6동 국토부 앞으로 배달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종점 변경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일가 특혜 의혹이 일자, "고속도로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주무 부처 장관의 갑작스러운 백지화 선언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원 장관은 "거짓선동에 의한 정치공세에 민주당이 혈안이 돼 있는 한 양평군민이 안타깝고 국토부도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지만 추진할 수 없다"며 재추진 불가 의사를 거듭 밝혔다.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입구에 원희룡 장관 응원 문구가 적힌 화환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훈준파파-올바른 제정신 갖고 살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 국민은 힘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국힘은 정말 국민들이 정치를 혐호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어!!! 그런데도 지지하는 저런 개잡것들은 도대체 뭔지!!!

 

 

오염수 저지 단식농성 현장에 '식사중 자리비움' 합성사진 논란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 민주당 거제지역위 "기가 찰 일, 고발 검토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거제시청 앞에서 핵 오염수 방류 저지를 내걸고 단식농성 이어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인터넷 사이트에 '식사중 자리비움'이라는 글자를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올라왔다.인터넷 사이트 캡쳐

 

더불어민주당 경남 거제지역위원회(위원장 변광용)가 거제시청 앞에서 진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농성 현장에 '식사중 자리비움'이라는 글자를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다. 이에 민주당 거제지역위는 "기가 찰 일이다"면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15일 변광용 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이런 일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누군가 (거제)시청 앞에서 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반대 단식농성장을 악의적으로 합성, 편집해 유명 사이트에 올렸다"고 했다.

 

전날 한 인터넷 사이트에 "(혈압주의) 거제 찢주당 단식 대참사 '식사중 자리 비움'"이라는 제목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 친 부분의 글씨에 주목. 이것들은 단식을 먹으면서 하냐? 지금 장난하냐?"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하나가 게재됐다.

 

해당 사진을 보면 거제시청 앞에서 민주당 거제지역위가 하고 있는 천막농성장 모습이다. 이 사진 오른쪽에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투쟁 일차"라는 위치에 하얀색 바탕에 "식사중 자리 비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민주당 거제지역위는 지난 6일 이곳에서 단식농성 이어가기를 시작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14일과 15일을 제외하고 변광용 위원장을 비롯한 당원들은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단식농성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한 명씩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오후 9시경 마무리할 때는 바닥에 깔아놓은 장판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탁자와 의자를 바닥에 눕혀 놓고, 아침에 다시 펴서 농성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변광용 위원장은 "해당 사진의 현장은 거제시청 앞 단식농성장이 맞다. 우리는 한 사람씩 단식농성장을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고, 매일 12시간씩 단식을 해오고 있다""그런데 '식사중 자리 비움'이란 있을 수 없다. 해당 사진은 우리가 단식농성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 아침 일찍 와서 종이를 붙이고 사진만 찍었거나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청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나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우리가 단식농성 하는지 안하는 지에 대해서는 보는 눈들이 많다. 그런데 '식사중 자리 비움'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못된 짓을 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고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의 글.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