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간선도로 양재~한남 지하화…상부에는 7㎞ 선형공원
경부 동탄터널 지하화로…갈라진 생활권이 하나로 ‘동고동락 동탄’
독일 내달 중순에 최종 탈원전‥"핵폐기물 3만세대동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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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간선도로 양재~한남 지하화…상부에는 7㎞ 선형공원
경부간선도로 상부공간 활용구상 대상지. 서울시 제공
지하화가 추진 중인 경부간선도로 서울 양재~한남 구간에 7㎞에 이르는 선형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오공원. 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에 공원을 조성한 사례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따른 상부공간 활용방안에 참고할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일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에 따른 상부 공간의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용역을 통해 경부간선도로 양재∼한남 구간에 최장 7㎞ 규모의 선형 공원 ‘서울 리니어파크’(가칭)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로 마련된 지상 공간에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서초나들목(IC)과 양재나들목 등 대규모 가용지를 경쟁력 있는 거점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한다. 롯데칠성 부지 등 주변 개발 사업지와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본다.
서울시는 올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 타당성 조사, 서울시 투자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26년 양재∼반포 지하도로 사업에 착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970년 경부간선도로 최초 개통 이후 50년간 단절됐던 강남 도심 내 동서 지역이 연결되면서 도시 공간 재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급격히 추진된 개발로 녹지공간이 늘 부족했던 강남 도심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쉼터가 생길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경부 동탄터널 지하화로…갈라진 생활권이 하나로 ‘동고동락 동탄’
‘경부고속도 지하화 사업’ 3월 서울 방향 개통…연말 부산 방향도 뚫려
상부 공간에 2026년까지 축구장 12개면 크기 랜드마크 공원 조성 계획
동탄 1·2신도시 잇는 도로 6곳 추가…광역환승센터 등 핵심 요충지로
경부고속도로 직선화 사업 서울 방향 일부 구간(동탄터널)이 지난달 24일 개통됐다. 부산 방향은 오는 12월 개통 예정이다. 2026년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를 통과하는 경부고속도로의 상부공간에 동탄신도시 랜드마크 공원이 조성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서 남은 경부 동탄터널 1.2㎞ 상부에는 그동안 고속도로로 단절되었던 동탄1·2신도시를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 공원’과 광역교통의 핵심적인 기능을 할 ‘교통광장’이 들어선다. 공원은 연장 1.2㎞, 너비 92~105㎡ 규모의 장방형으로 만들어진다.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지상공간은 축구장 12개면 크기(9만3995㎡)에 달한다.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8만여㎡)보다도 넓다. 광역환승센터가 위치하는 동탄역 광장이 상부 구간의 중심에 자리 잡고, 남북으로 각각 2개씩 5개 구역에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상에는 공원이, 하부에는 경부고속도로 동탄터널이, 동탄터널 아래에는 동탄 광역환승센터와 SRT·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철로가 자리 잡는다. 주민들은 지상공간을 자유롭게 누리면서 지하는 도로와 철로 등이 중첩된 구조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동탄터널 서울 방향이 지난 3월24일부터 개통되면서 지상의 동탄공원 조성계획은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현재 공원에 대한 기본설계가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으며, 4월부터는 세부설계에 들어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착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을 가르며 지나가는 고속도로를 지하로 내리고, 남은 지상공간을 공원과 택지로 활용한 것은 이번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국내에서는 최초 사례다.
■ 동탄1·2신도시 하나로 연결
앞서 LH는 2001년 12월~2010년 12월 약 9년에 걸쳐 경부고속도로 서편에 동탄1신도시를 조성했다. 또 동편에 자족기능을 강화한 동탄2신도시를 만들었으나 두 신도시는 고속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분리된 생활권이 됐다. 동탄2신도시는 인근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기흥사업장, 화성사업장,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 등 여러 기업이 입주해 있어 직주근접의 자족도시로 성장했다. 동탄1신도시에는 다양한 생활문화 인프라가 풍부하게 조성됐다. 하지만 두 신도시는 고속도로로 단절되면서 양쪽의 장점을 함께 누리지 못했다. 동탄1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주민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경부고속도로 북측과 남측 각각 2개씩 총 4곳에 횡단 가능한 지하차도가 있지만 분리된 생활공간을 하나로 통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작업이 완료되면 동탄터널 상부에 5개 구역의 공원이 들어선다. 동탄1·2신도시 동~서를 지상에서 잇는 도로 6곳도 추가 개통돼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LH 관계자는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도시 생활권 단절의 경계였다면, 지하화로 만들어지는 상부 공원은 두 신도시를 통합하는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의 지하 부분은 SRT·GTX 동탄 광역환승센터 설치와 인근 상업·업무시설과 연계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경부 동탄터널 상부 공원의 콘셉트는 ‘한국적인 미를 품은 동탄’이다.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출발점으로 해 동탄신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열린 공간으로서의 문화적·기능적 의미를 설계에 담았다. 공원은 산수화의 붓놀림과 힘을 모티브로 설계하고, 공간은 전통적인 건축공간 배치를 차용한다. 공원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블록별로 ‘맞이와 전이’ ‘소통과 활동’ ‘자연’ 등 특정 테마를 정해 조성된다. ‘맞이와 전이’ 공간은 옛 동탄의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연중 공연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365그라운드(야외 잔디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소통과 활동’ 공간에는 한국의 넓은 마당을 모티브로 동탄역 광장을 만드는 한편 전통누각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동탄루와 도시를 비추는 거울연못이 조성될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 지상구간에 조성될 테마공원 ‘365 그라운드’ 조감도. LH제공
■ 지상공원, 가장 한국적인 ‘테마공원’
도로로 나누어진 5개의 공원구역은 보행다리로 연결해 차량 이동의 방해를 받지 않고 주민들이 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다. 약 1.5㎞의 자유로운 곡선 형태의 보행다리는 공원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보행로가 끊기지 않고 연속되도록 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동시에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LH는 “조망, 휴게, 운동 등 기본적인 공원 기능에 더해 색다른 입체적 경험과 커뮤니티 증진을 위한 워터스크린과 네트놀이터, 디지털 갤러리 등 테마형 복합시설을 보행다리와 연계해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부고속도로 지상공원은 경부고속도로, SRT, GTX 등 지하 교통시설 상부에 위치하는 만큼 대부분의 공간이 흙을 쌓아 만든 인공공원이다. 지하구조물로 인한 얕은 토심과 흙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원 조성 과정에는 신기술이 적용된다. LH는 이를 위해 4월 중 시공책임형 CM 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시공책임형 CM이란 우수한 기술력과 공법을 적용할 수 있는 시공업체를 설계 단계부터 선정해 실시설계를 하고, 완료 후 시공계약을 체결하는 발주 방식이다. 선정된 시공사는 실시설계부터 LH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며, 최종 공원 설계안은 내년 초 확정된다. 내년 1분기 내에 착공해 2026년 준공 예정이다.
신경철 LH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은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건설되는 상부 공원은 그 동안 고속도로로 분리됐던 동탄1·2신도시를 하나로 잇는 가교가 될 것”이라며 “동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이 바쁜 마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독일 내달 중순에 최종 탈원전‥"핵폐기물 3만세대동안 위험“
독일이 다음 달 중순에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최종적으로 중단하고 원자력 발전에서 손을 뗍니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현지시간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5일 독일에서 현재 가동 중인 이자르2, 네카베스트하임2, 엠스란드 등 원전 3곳의 가동이 중단돼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전 이용에 따른 핵폐기물은 앞으로 3만세대 동안 위험요소로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탈원전을 약속했던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총리 직권으로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4월 15일까지 연장했습니다.
그는 "향후 수년간 우리는 원전 철거라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독일이 원자력발전을 한 지난 60년간 완전히 해체된 원전은 3곳뿐이고, 앞으로 30곳이 남아있다, 원전 해체에는 10~15년이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핵폐기물을 중간·최종 처리해야하는데, 당장 중저 방사성 폐기물만 올림픽 규격 수영장 기준 100개가 넘는다며, 고방사성 폐기물은 최종처리장을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은 2031년까지 핵폐기물 최종처리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볼프람 쾨니히 핵폐기물안전처리청장은 "깊은 지질 지층에 안전한 최종처리장 장소를 찾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 원전은 전체 전력생산의 5%를 담당해왔습니다.
조효정 hope03@mbc.co.kr
보스턴·스페인·청송군등 전세계 대중교통 무상화 배우라
전세계 대중교통 무상화 실험, 반향 일으켜
대중교통은 필수 공공재라는 단순한 이치
“대중교통은 공공재입니다. 공원, 도서관, 학교, 공교육만큼 필수적이며 우리는 이에 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대중교통 무상화는 우리가 경제적 평등, 인종적 형평성, 그리고 기후정의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조치 중 하나입니다.”
2022년 미국 보스턴 시장에 당선된 미셸 우의 최우선 정책은 대중교통 무상화였다. 보스턴 역사상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최초의 어머니로 시장에 당선됐다는 화려한 수식어들을 뒤로 하고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보스턴 외곽을 순환하는 세 개 노선의 버스 요금을 무료화하는 것으로 시정의 첫 씨앗을 던졌다. 저소득 노동자와 가난한 유색인종이 분포한 외곽 지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23, 28, 29번 버스가 그 대상이었는데, 2024년까지 무료 운행의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 보스턴시가 '2022년 3월1일부터 23, 28, 29번 버스가 2년 간 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 트위터 갈무리
미국 보스턴 일부 버스노선, 에스토니아는 기차 전면 무료
현재까지의 결과가 놀랍다. 2021년에 비해 승객이 두 배로 껑충 뛰었고, 요금 내는 시간이 사라지자 노선당 21% 정도 운행 속도가 빨라졌으며, 탑승객들은 적지 않은 생활비를 아낄 수 있었다. 또한 저소득층의 시내 접근성과 교육과 취업 가능성을 제고했다. 대중교통이라는 필수 서비스 강화로 유색인종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올리고 자동차를 줄여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포부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보스턴 시의원이었던 미셸 우는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매일 애면글면 버스로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대중교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걸 몸소 절감했다. 요금 인상과 서비스 삭감 문제가 터지자 그녀는 대중교통 운동의 최전선에서 내내 목소리를 높였고, 끝내는 시장 선거 공약의 일순위로 대중교통 무상화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 성공담은 즉시 파장을 일으켰다. 먼저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 주 차원에서 2022년 연말 37일 동안 일부 노선의 버스 무상화가 전개됐다. 향후에도 요금을 인하할 방침인데, 그 재원을 위해 주 의회가 ‘백만장자 조세’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연간 소득 1백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자들에게 4%의 추가 세금을 징수해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하자는 것이다. 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하원의원 아야나 프레슬리,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주지사인 마우나 힐리에 이르기까지 진보적 색채가 두드러진 지역인 데다 무상화를 꾸준히 요청하던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이런 풍경이 연출되었을 테다.
▲미국 보스턴시에서 부상화된 28번 버스. 미셸 우 보스턴 시장 트위터 갈무리
보스턴 실험은 최근 미국 대중교통 정책의 미묘한 변화 기류를 예증하는 상징적 사례다. 2015년 무료 요금 프로그램이 도입된 몬타나가 그 기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제도가 도입된 이래 승객 수가 거의 70% 증가했다. 2018년에 노동자와 주민들을 위한 무료 요금제를 시도한 콜럼버스는 역대 최고 승객 수를 갈아치웠고, 궤도 전차를 신설한 켄자스시티도 2019년부터 무상화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이 도래하면서 무상화 요구가 더욱 커졌다. 줄어든 탑승객을 늘리기 위해, 또 운전자와 승객 간의 거리두기를 위해 요금을 인하하거나 무료화한 것이다. 여기에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 형평성을 올리자는 인식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올림피아, 리치몬드와 알렉산드리아, 로스앤젤레스 일부, 유타, 투손, 앨버커키, 워싱턴 D.C등이 무상화를 시행하거나 시행 예정에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관련 의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대중교통 서비스를 뒷전으로 미뤄둔 채 고속도로 건설과 보조금 등 자동차 위주의 일방적인 교통 정책을 고수해왔던 미국에서 ‘필수 서비스로서 대중교통’이라는 인식이 이렇게 퍼져나가는 과정은 기존과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팬데믹,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 도시 공공성에 대한 요구,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압력이 이와 같은 급격한 변곡점을 형성한 원인들이다.
▲대중교통 내부 ⓒUnsplash
▲스페인 기차. ⓒunsplash
부자증세로 재원 채운 미 매사추세츠·스페인…청송군 무상버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최근에 대중교통 무상화 실험을 시도한 도시는 전 세계에 100개 정도가 된다. 유럽의 경우 그 목적이 보다 명료하다. ‘불평등 해소와 탄소 배출량 감축’. 2013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 세계 최초로 탄소와 오염을 감축하기 위해 기차와 버스를 무료화했다. 뒤이어 2018년 프랑스 덩케르크가 버스를 무상화했는데, 승객이 늘고 도시 상권이 활성화되었으며 자동차 이용이 감소했다. 국가 단위로는 룩셈부르크가 처음으로 이 대열에 끼어들었다. 또 오스트리아는 아예 ‘기후티켓’이라고 적시한 저렴한 이용권을 발매했다. 덴마크와 이탈리아 일부 도시, 몰타 등 50여개 도시들에서 무상화와 인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시행된 독일의 ‘9유로 티켓’ 실험은 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시민들의 필수 생활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3개월 동안 9유로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용객이 늘고, 대기질이 좋아졌으며, 18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 이는 9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스페인은 훨씬 더 파격적이다. 2023년까지 기차 무상화 정책을 시행 중인데, 기업에 대한 ‘횡재세’로 그 재원을 충당한다. “저는 이 나라의 노동계급을 위해 뼛속까지 일할 것입니다.” 이 정책에 대한 스페인 총리의 코멘트다.
▲버스 안. ⓒUnsplash
어느덧 ‘대중교통 = 필수 서비스’라는 인식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물결치는 모양새다. 심지어 영국에서조차 ‘2파운드 상한제’가 시행 중이다. 한때 ‘25살 이상의 성인이 버스를 타면 루저’라고 할 정도로 대중교통을 푸대접하고 공공재를 닥치는 대로 신자유주의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던 민영화의 왕국 영국마저 대중교통을 필수적 공공재로 대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를 재건하라(Bus Back Better)’라는 프로젝트 하에 요금 인하와 서비스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요컨대, ‘공공성’이 여러 위기를 경유하며 다시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공공재정 ‘적자’에 대한 공포를 부채질하며 무덤에 파묻었던 바로 그 공공성 말이다. 부자와 기업을 위해서는 보조금을 밤낮으로 퍼주고 여러 감세로 이익을 증가시키면서도 시민 삶을 위한 공공성 확대는 끝없이 죄악시했던, 부자들에게만 철저히 유리했던 불평등 시대의 단층에 생긴 어떤 균열의 조짐일 것이다. 하긴 이 와중에 한국처럼 거꾸로 질주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공기업 ‘적자’ 이야기만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일부 환경단체들. 대중교통과 난방 같은 필수 서비스의 요금을 올리자는, 신자유주의에 강박된 그 지겨운 성화들.
▲올해부터 무상화된 청송군 시내버스. ⓒ청송군
물론 한국에서도 ‘3만원 티켓’, 또는 ‘1만원 티켓’ 같은 대중교통 캠페인이 서서히 분기하고 있다. 그중 청송군의 버스 무상화는 단연 돋보인다. 한 지역의 혈관이랄 수 있는 대중교통을 무상화함으로써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이야기다. 시행 3개월만에 이용객이 20% 이상 늘었다. 중노년 군민들의 활동성도 부쩍 증대시켰다. 우리는 청송군으로부터,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서 꽃피는 저 다양한 실험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대중교통이 필수 공공재라는 그 단순한 이치를 공유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된다는 것을, 공공성을 확대하면 미처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이송희일 영화감독 / 미디어오늘
핵발전 전기는 요금과 기후 둘 다 잡을까?
화석연료가 보낸 경고장 ②
이 정부 임기 내에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뒤늦은 정쟁이 간헐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스 요금 변동은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 크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논쟁의 핵심 축은 에너지 요금 인상이 어느 정부의 책임인가, 그리고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문에 에너지 수급 불안이나 전기 요금 폭탄이 초래된 게 아닌가 하는 곳에 형성되어 있다.
먼저 팩트체크부터 하자면 최근의 전기 요금 인상은 핵발전 증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탈원전을 표방한 문 정부 때에 핵발전 전기가 줄어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원전을 천명하고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전력 그리드에서 빠진 것은 노후하고 발전량도 많지 않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뿐이었고, 신고리 5,6호기도 건설이 재개되었다. 문 정부에서 핵발전의 가동량이 줄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핵발전소 설비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들 때문이었지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굳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기 요금을 연결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면 신고리 5,6호기(새울 3,4호기로 이름 변경)의 건설이 지연되어 공사비가 1.2조 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론화 절차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것은 5개월뿐이며, 주 52시간제 도입과 경주 지진으로 인한 내진 설계 강화 때문에 추가로 지연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핵발전소 건설 지연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핵발전 국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 고리원전 3·4호기 ⓒ함께사는길(이성수)
두 정부 모두 핵발전 비중과 전기 요금은 무관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핵발전과 전기 요금이 관련이 있을까? 이 역시, 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거의 관련이 없을 것이다. 윤 정부는 지금 가동 중인 25기의 핵발전소를 크게 줄일 생각이 없으며, 원전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를 신규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 임기 중에 그리드에 추가로 들어가는 핵발전 전기의 양은 억지로 늘려도 3~4 기가와트, 즉 총 전력 공급의 2~3%를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당분간 핵발전과 전기 요금은 무관하다고 말해도 좋다. 게다가 핵발전은 난방에 쓰지 못하고 오직 전기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탈원전과 전기 요금을 연결하는 주장은 그야말로 주장일뿐이다.
그렇다면 핵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거의 유일한 논거인 경제성과 기후위기 대응 측면의 효과를 잘 따져볼 차례다. 윤 정부는 올해 1월에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0년까지 핵발전 32.4%, 석탄발전 19.7%, LNG발전 22.9%,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21.6%의 비중으로 확정했다. 핵발전은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줄인다는 문 정부의 정책 방향을 뒤집어서 핵발전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20% 초반으로 하향하도록 목표를 수정한 것이다. 모든 에너지 정책은 큰 비용이 투입되고 긴 시간이 지난 후 영향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 선택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인가?
'드로다운(drawdown)'은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2017년 발표된 '플랜 드로다운'은 환경 경제학자 폴 호켄이 주도한 다국적 연구팀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해법들이 갖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존재하고 투입할 수 있는 80가지 해법의 감축 기여량과 비용을 측정했는데 여기서 핵발전은 20위에 올라가 있다. IPCC의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도 핵발전은 탄소 감축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핵산업계는 쾌재를 부르겠지만, 드로다운의 저자들은 그렇다고 핵발전을 탄소 감축의 대안으로 꼽는 것은 후회막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설명은 핵발전은 사고의 위험성과 폐기물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뿐 아니라, 탄소 감축 수단으로는 너무 느리고 비싸다는 것이다. 1.5도 티핑포인트까지 겨우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예상이지만, 핵발전소는 짓는데 평균 12년 이상이 걸린다. 2~3년이면 가능한 풍력발전이나 수개월도 걸리지 않는 태양광에 비하면 핵발전은 너무 느리다. 세계 에너지 시장과 지금도 핵발전을 늘리거나 신설할 의향이 있는 국가들의 계획을 종합해 보아도 추가되는 핵발전소와 노후하여 폐쇄하는 핵발전소의 총합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상승 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또한, 저자들은 핵발전은 다른 모든 발전원과 달리 개발이 시작된 이래 발전량 대비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유일한 에너지 기술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핵발전소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를 고려하여 더 두꺼운 격납용기와 높은 방벽, 더 많은 비상 발전기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만큼 건설 비용이 늘어나고 공기도 지연된다. 이에 비해 과거에 크게 비쌌던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원의 비용은 기술 혁신과 시장 확대에 따라 비약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추가적인 지원금 없이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때를 '그리드 패리티'라고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 모두 2030년 이전에 이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하자면 에너지 시장에 투자할 민간 사업자조차 더 비싸고 골치 아픈 핵발전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나 차세대 원자로, 핵융합 같은 기술에 기대를 걸지만, 상업적으로 확대하거나 실용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 20여년 전부터 설계도와 제안서만 오고 가는 기술들이다. 즉 앞으로도 연구 개발 단계를 벗어나기 어려우며, 이미 제작과 시공 경험이 있는 (3세대) 핵발전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때문에 드로다운의 저자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보강하여 도출하여 업데이트한 2021년의 평가에서 핵발전은 시나리오1에서는 51위,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역할을 더 많이 가정한 시나리오2에서는 61위로 밀려났다.(오른쪽, 2021년 '드로다운 리뷰'에서 평가한 에너지원 전환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그림 참조)
ⓒ함께사는길
프랑스와 중국의 선택이 보여주는 것
핵발전이 전체 주기 평가를 통해 볼 때 태양광이나 풍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저탄소 에너지원인 것은 맞지만, 결국 우리는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거나 핵발전의 가교 역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핵발전은 그 자체로 재생에너지에 들어갈 투자와 정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핵발전이 갖는 경직성, 즉 거대한 발전량과 출력 변동의 곤란함은 그리드 운용에서 변동성이 심한 재생에너지와 충돌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중심으로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의 동향은 어떠할까? 전통적으로 핵발전에 우호적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전기시장 보고서는 재생에너지가 2025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을 합치면 3년 이내에 세계 최고의 전력 공급원이 되리라 전망한다. 그러나 IEA도 핵발전 증가를 기대하는 부분은 프랑스와 일본의 원자로 재가동과 중국과 인도의 신규 건설 정도다.
세계 원전 최강국 프랑스는 지난해에 심각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핵발전소 절반이 기술적 문제 등으로 멈춰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의회는 지난 2월 9일 재생에너지 배치를 가속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채택했는데 2030년까지 100GW의 태양광을 증설하고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단지를 배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재생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프랑스 핵발전의 주역인 전력회사 EDF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하나를 인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EDF는 해상풍력 분야에서 이미 10년 이상의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7개의 해상 풍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핵발전 해외 수출에 매달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의 행보와는 다르다. 한편 중국의 현실은 더욱 극적이다. 중국에서 핵발전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약 243TWh의 신규 발전량을 추가하는 동안, 풍력 에너지는 매년 약 711TWh를, 태양광은 약 474TWh를 추가했다. 엄청난 격차이며 이런 추세는 계속된다.
간단한 설득 논리보다 풍부한 토론을
핵발전은 폐기물 처리 등 공식 통계에서 잡히지 않는 상당한 숨은 경제적 비용이 있을 뿐 아니라, 주민 갈등과 심리적 피해, 민주주의의 훼손 등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하지만 단지 핵발전이 이렇게 위험하고 비싸다는 것만으로 시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 재생에너지도 어느 정도 환경 피해가 발생하고, 저장 배터리나 양수 발전 같은 백업 전원을 확충하는 데 비용과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방향을 잘못 잡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필요한 변화를 요구하는 한편, 우리는 동료 시민과 어려운 토론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개인에게 맡겨지는 탈원전이 사실상 실패했던 것에서 우리는 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모두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함께 사는 길]
사상누각 핵발전소
오늘날 원전에 대한 (한국)언론의 시각은 천편일률적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피와 땀으로 이룩한 세계 최고기술이며, (국내에서) 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세계 최고 안전한 원전이며, 수출해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효자 기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기능별로 나뉘어 있다. 설계회사는 평생 자기 분야의 설계만 하며, 정비회사는 평생 자기 분야의 정비만 하며, 연구기관은 평생 현장과 무관한 연구만 하며, 설비를 운영하는 회사는 평생 운전과 운영만 하고,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는 평생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를 수행한다. 80년대 후반 서로 인력 빼가기 없기를 국내 유관기관장끼리 모여 협약하고 분야별로 독립된 자기 분야를 서로 침범하지 않고 연구개발, 설계, 정비, 폐기물 및 해체 등 각자 분야를 알아서 하는 독점 수행체제를 만들었다.
이로써 우리 원전업계는 전체에 대해 제대로 된 통합된 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생기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이 자기 분야 이외에는 잘 알 수가 없게 됐다. 이는 외국 기술을 습득하기에는 적합할 지 모르겠다. 규제는 이미 진흥의 한 부분으로 스스로 만족한 지 오래다. 국가 원자력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원전마피아는 합리적인 에너지정책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다.
모두가 흩어져 자기 이익만 챙기는 원전마피아
이러한 체계는 전 세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은 원전을 민간회사가 소유한다. 적게는 몇 개 많게는 수십 개의 소유 원전을 설계회사에 발주하여 건설하여 운전하고 있다. 설계회사는 자체 연구개발한 원전으로 구매발주 시공 전체를 주관하며 건설하고 가동 중에는 정비를 위한 장비개발, 정비 및 검사 용역을 수행한다. 설계회사가 설비에 대한 특성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운전 중 발생하는 긴급 사항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즉, 구매시공 등 모든 분야에 설계회사가 주도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기술에서 기준이 나오고 이에 따라 운영을 위한 법과 절차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계, 정비, 연구개발이 독점 발주자인 한수원 중심으로, 모든 것이 관료적으로 돌아간다. 법령과 절차는 형식적이고 설계자는 발주자가 원하는 결과를 생산하는 단순 용역하청업자에 불과하다. 이런 사업체계는 권력에 민감하고 비효율적이며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경주, 울산 지역에서 활동성 단층 5개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활동성 단층은 3만 5천년 이래 1번 이상 지진이 왔거나 50만 년 이래 2번 이상 지진이 온 경우이며 원전부지의 내진설계에 반영하도록 규제 요건화 되어있다. 2016년 6월 신고리 5, 6호기(새울원전 3, 4호기) 건설승인 당시 확인이 되지 않았던 단층이 건설공정률 85%가 넘는 이제야 발견되었다. 당초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음에도 무시하고 건설을 승인했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부지반경 8km 내 길이 300m 이상의 단층에 대한 활동성 단층 확인 의무를 하지 않았다. 신고리 5, 6의 경우 부지 내에 원자로 건물 밑으로 지나가는 추정 길이 1.5km, 폭 30~45m의 파쇄대(비학단층으로 추정)가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 기재되어 있음에도 시추조사를 하지 않고 1~3m 도랑만 파서 확인했다. 이러한 파쇄대는 지진운동 아니면 형성될 수가 없으며 깊이 50m에 위치하여 도랑으로 확인될 수도 없다. 지진연대를 확인하는 시료측정에서도(40km 이내 지역 포함) 연대를 확인하는 적절한 측정방법이 동원되지 않았고 시료채집도 충분하지 않아서 단층길이와 발생연대를 측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두 번째는 부지암반 탐사조사를 위한 시추공 간격을 3m 간격으로 배치하는 규정을 어겨 5~7m 탐사간격으로 탐사해서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결과였다.
세 번째는 부지 인근 활동성 단층인 상천1단층과 상천2단층은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고, 웅상단층, 원원사단층 등은 활동성 단층에 해당하는 연대가 측정되었지만 단층 길이 조사도 없이 설계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부지 증폭효과나 역사지진을 감안하지 않는 등 엉터리 지질조사에도 규제기관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보란 듯 승인했다. 이러한 중요한 사실은 그린피스, 지역주민 등과 함께 신고리 5, 6 건설승인 취소소송을 주도한 탈핵 법률가모임 김석연, 김영희 변호사에 의해 밝혀졌지만 결과는 “건설허가는 위법했지만 건설취소는 안 된다”는 판결이었다.
조사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조사결과, 원전 안전 장담할 수 있겠는가
설계 고려 단층이 무려 5개나 새롭게 발견된 것을 최초로 기사화한 3월 2일자 한겨레신문 인터뷰에 응했던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과거 조사는 우리가 열심히 찾으려고 해도 한수원 쪽에서 진짜 위험한 게 안 나오기를 바라며 했고, 이번 행안부 조사는 목적이 찾는 거여서 꼭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수원 원전 부지조사 때 투입된 인원이 20명 수준이라면 이번 단층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100여 명 수준”이라며 “지금 인원만큼 투입했으면 (설계 고려 단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수원의 자체 지질조사는 단층을 찾지 않으려는 형식적인 조사였다는 것이다. 역사지진으로 봐도 우려되는 지진대인 고리, 월성, 울진 지역에 우리나라 전체 원전의 4/5가 있지만, 활동성 단층이 안 나오길 바라는 지질조사만 했으니 그야말로 우리나라 원전은 모래 위에 지은 사상누각인 것이다. 이러한 원전을 대안도 모색하지 않고 단지 이해관계 때문에 계속 건설하고 가동해야 한다면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철거냐, 공원화냐…부산동서로 폐선 이후 활용법은?
2029∼2030년 사상∼해운대 대심도 완공되면 중복 노선 폐선
시민사회단체 공원화 요구 vs 부산진구청·주민은 반대 입장
부산동서고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 동서고가도로는 1994년 개통된 부산의 두 번째 도시고속도로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수송량을 늘리고, 시내 차량 정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에서 출발해 도심인 부산진구 서면을 거쳐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사상구)까지 연결되는 총길이 14.8㎞의 도로다.
부산시는 동서고가로 전체 구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상∼진양램프까지 7㎞ 구간을 2029∼2030년 폐선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이 구간은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건설' 사업과 운행 노선이 겹쳐 폐선이 결정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서고가로는 왕복 4차로인데 사상∼해운대 대심도는 왕복 6차로로 건설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는 동서고가로와 달리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이 가능해 교통량 처리에 문제없다는 판단에 따라 폐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심도 사업으로 폐선이 결정될 당시, 동서고가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비도 함께 편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관할 구청인 부산진구청은 폐선과 철거를 동일한 의미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폐선되는 동서고가로를 철거하지 말고, 하늘공원으로 만들어 부산의 랜드마크로 가꾸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 등 시민단체는 해외나 국내의 '고가도로 공원화'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부산도 논의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동서고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달 30일 첫 토론회를 열며 여론 모으기에 나섰다.
미국 뉴욕에 조성된 '하이라인'은 최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두 번째 명소가 됐고,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도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는 게 부산그린트러스트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2017년 조성한 고가도로 공원 '서울로 7017'도 지금은 훌륭한 시민들의 도심 휴식지와 보행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측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활용할 때는 어떤 기대효과가 있는지, 또 공원화가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검토하고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고가로 인근 주민들과 관할 부산진구청은 '폐선은 곧 철거'라며 폐선 후 활용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동서고가로 소음과 분진, 지역 단절로 인한 슬럼화 등 피해를 참아왔다"면서 "시민단체에서 예로 들고 있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서울의 '서울로 7017'의 경우 주변이 대부분 상업지역이지만 이곳은 주거지라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구는 주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서명운동, 궐기대회 등을 벌이고, 주민의 반대 의견을 부산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동서고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시는 정책의 방향은 시민들이 정하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은 나올 수 있어 최대한 여론을 듣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인다. 다만 불필요한 갈등이 지속되지 않도록 연내 정책 방향을 확인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도 매우 중요하고, 동서고가로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시가 일방통행식으로 결정을 할 수는 없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갈등 있다면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폐선이 예정된 동서고가로 7㎞ 구간 이외 나머지 구간은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확정된 바는 없다. 지난해 부산시 도로 건설관리 기본계획에 '대체 도로망이 만들어 지면 나머지 구간도 폐선할 수 있다'는 정도의 계획은 포함됐으나, 이는 부산 엑스포가 결정되고 국비 지원계획 등 재정지원이 따라야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합뉴스 차근호 ready@yna.co.kr
순천만정원박람회 첫 주말 이틀 관람객 25만명 몰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 후 첫 휴일 이틀간 2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3일 순천시에 따르면 개장 첫날인 1일부터 휴일인 2일까지 관람객은 25만1천161명으로 집계됐다.
일자별 관람객 수는 1일 15만24명, 2일 10만1천137명이다. 첫 운항을 개시한 '정원드림호'는 3대의 배가 지난 2일 하루 동안 각 13차례 운행, 총 356명이 탑승했다.
정원에서 하루를 머무는 '가든스테이 순천, 쉴랑게'는 이틀간 모든 객실(총 35동)이 매진됐으며 4월 한 달 예약률은 85%에 이른다. 사계절 잔디 광장인 '오천그린광장'·'그린아일랜드', 식물원 '국가정원식물원'·'시크릿가든'에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인파 속에 순천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띠었다.
이틀 동안 입장권, 기념품점, 관람차 등의 매출만도 5억4천만원에 달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여수, 광양 등 인접 도시까지도 박람회 낙수효과를 누렸으면 한다"며 "순천은 수도권 일극 체제가 낳는 모든 부작용을 해결할 남해안 벨트 허브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cbebop@yna.co.kr
부산 ‘미월드’ 부지, 생활숙박시설 조건부 승인 개발 청신호
부산 미월드 부지에 설립될 레지던스 조감도]
부산시가 지난 30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옛 미월드 땅에 고급 생활형숙박시설을 짓는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날 부산시는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어 기부채납하는 민락유원지 규모를 확대하고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라는 조건을 주문하고 사업 시행사 티아이부산PFV(이하 티아이부산)가 낸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타아이부산은 이번 심의에 42층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 2개동 484실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는 민락유원지 내 뒷산 일부를 부산시에 기부채납하고 용지 내에 무궁화동산을 대체하는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부산시는 공적 기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추가하라는 단서를 달아 이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단계인 건축위원회 심의에서는 구체적인 기부채납 규모 등이 명시될 예정이다.
한편, 미월드는 지난 2013년 폐장 이후 10년간 그 부지가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광안리해수욕장과 가까워 해안가를 누릴 수 있음은 물론, 광안대교 조망이 가능한 알짜 관광 입지인데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돼 속히 개발하자는 민원이 거셌다. 지난 2019년 티아이부산이 이곳을 매입하면서 망가진 부지를 회복하고 민락동의 관광 기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났다.
개발 난항을 겪기 시작한 건 인근 아파트 주민이 조망권 확보 및 무궁화동산 존치 등을 요구하며 사업을 반대하면서부터다. 티아이부산은 이들 민원을 적극 수용해 기존 무궁화동산 부지를 공개공지로 계획하고 시설 내 휴게공간과 연결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파트 측에서 요구한 이격거리를 기존보다 27m 늘렸다. 이외에도 주민들의 조망권 확보를 위해 기존 3개 동 1,400실에서 2개 동 484실로 설계를 변경하는 등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월드 부지가 오랜 기간 방치된 만큼 금번 가결에 대해 대다수 시민은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공원조성계획 열람공고에서는 2,946명의 시민이 개발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미월드 부지가 긴 시간 흉물로 방치됐는데, 번듯한 레지던스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월드 인근의 한 거주민은 “이 동네 사람들은 저기(미월드 부지)가 빨리 개발되길 바라고 있었다”며 “우리나라엔 없는 6성급 시설의 호텔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럼 관광객도 늘어나면서 동네가 전보다 활력이 생길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고 표현했다.
티아이부산은 과거 미월드가 유희시설로 인한 소음 민원이 많았던 데다가 편법주거 악용을 우려하는 일부 주민의 걱정이 큰 것을 이해하고, 해당 부지를 고급 레지던스와 정적인 휴양 공간이 버무려진 글로벌 6성급 호텔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티아이부산은 공적 기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는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사업지 내 주민 휴게 공간을 넓혀 레지던스와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티아이부산 관계자는 “폐허로 방치돼 경관을 크게 해치고 지역경제에 전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민락동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일부 주민의 걱정을 잠재우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민락유원지를 넓히고 공원을 조성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amosdy@fnnews.com 이대율기자
제주도 곶자왈 풍경, 포천 국립수목원에 등장…국내 첫 ‘지의류 정원’ 조성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전경. 사진 국립수목원
숲속의 땅과 돌이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한 제주도 곶자왈의 이채로운 풍경이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에 재현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난대온실에 국내 첫 ‘지의류 정원(Lichen Garden)’을 조성해 지난달 31일 개장했다고 3일 밝혔다.
지의(地衣)류는 땅옷, 돌옷이라는 뜻을 가진다. 돌과 드러난 땅을 덮는 생명체다. 지의류(Lichen)는 곰팡이(Fungi)와 광합성을 하는 조류(Algae)가 공생을 유지하는 독특한 복합생명체다. 지의류는 극지, 고산, 사막 등 극한의 환경에 잘 적응해 사막화 방지 활동에 토양을 안정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환경오염에 취약해 대기오염 지표생물이기도 하다. 지의류는 우리나라에 1000여종, 전 세계에 2만여종이 자생한다.
땅과 돌이 옷 입은 듯한 이채로운 숲 모습
국립수목원은 난대온실 내에 ‘숲의 옷, 지의류 정원’을 조성했다. 난대온실은 1987년에 조성돼 남부 지방 도서 및 남해안 지역에 자생하는 난대식물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오순옥 연구사는 “난대온실 조성 당시 식물과 함께 유입된 지의류가 30여년 세월이 지나면서 자라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곶자왈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조성돼 개장한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지의류 정원’ 내 사슴지. 사진 국립수목원
제주도 곶자왈에서는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엽상지의류인 청엽지의속을 포함, 69종의 지의류가 자생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지의류 정원에서는 곶자왈에 서식하는 사슴지의, 가지지의 등 10종의 지의류를 볼 수 있다. 또한 자연환경에서 쉽게 보기 힘든 ‘송라’ ‘석이’ 등 지의류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숲의 개척자인 지의류를 눈으로 즐기고, 알아갈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의류 연구자인 오 연구사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숲을 시작한 생물, 지의류에 대한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지의류 정원이 있는 곳은 지의류 연구가 시작된 영국의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과 국립 웨일스 식물원이다. 핀란드 헬싱키와 호주 시드니에서도 식물원·수목원 내 다양한 지의류를 이용한 지의류 정원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엑스포, 기후위기·양극화…인류문제 해법 부산서 찾는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 2030부산엑스포 슬로건
- 부산이 미래 이끌겠다는 의미 담아
- 탄소중립·도심항공·ODA 확대 등
- 3가지 부주제에 구체적으로 제시
- 비전 공유하는 ‘소통의 장’ 목표
190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는 물직적 풍요를 안겨준 반면 전세계적으로 빈부 격차, 환경 오염, 자원 고갈 등 각종 문제를 불러왔다. 최근에는 이 같은 변화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누적된 환경 오염은 기후 위기를 불러왔고 좁은 의미에 국한됐던 빈부 격차는 사회, 국가 나아가 전세계의 양극화로 확대됐다. 인류가 더 편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격차를 부추기는 실정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위기를 경험하면서 격차의 문제는 당장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대응은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인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는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구 전체를 덮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부가 아닌 전체가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 그리고 인간과 사회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 불균형과 부조화를 해소하고 더 나은 미래,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데 부산세계박람회가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에는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를 항구도시 부산이 이끌어가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부산세계박람회는 이 같은 주제를 완성할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세 가지 부제를 제시했는데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 with Nature) ▷인류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Humanity) ▷돌봄과 나눔의 장(Platform for Caring and Sharing)이다.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를 넘어 극단적인 날씨로 인한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지구 곳곳은 이 같은 기후위기에 처해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세계박람회는 이 같은 상황에 맞춰 녹색에너지를 통한 탄소중립시대 구현, 녹색순환경제시스템 도입을 위한 그린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40%로 상향 조정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수소경제 산업 육성·순환경제 활성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해양도시로, 이번 박람회에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해상도시를 선보임으로써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계획이다. 또 박람회 현장에 수소차와 전기차를 도입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탄소중립을 직접 실천한다.
■인류를 위한 첨단 기술
‘인류를 위한 기술’은 첨단기술 개발에 따른 양면성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 행복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및 산업고도화와 함께 인간을 중심에 둔 풍요로운 기술사회, 폭넓은 기술을 활용한 인류·사회문제 해결이 주요 키워드다. 즉,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람회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드론 등 인간 중심의 혁신 기술을 도입해 방문객들의 편의를 보장하고, 메타버스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직접 부산을 찾지 않더라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엑스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AI, 자율주행 등 첨단 ICT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가동되는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을 부산세계박람회에 도입하는 것도 박람회 부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첨단 기술과 친환경에너지가 결합한 새로운 교통 모델을 현장에서 구현함으로써 전세계에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우리나라, 부산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돌봄과 나눔의 장
‘돌봄과 나눔의 장’은 더불어 사는 인류를 지향한다. 개인 기업 국가간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공유 가치를 설정하고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부산은 제1의 항구도시로서 이 같은 과정을 함께 겪어온 만큼 이 같은 주제를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로 꼽힌다. 실제로 공여국으로 변신한 우리나라의 2010~2019년 ODA 연평균 증가율은 11.9%로 세계 1위 수준으로,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ODA 규모를 2019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부산은 한국의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로 울산·경남과 함께 미래 신산업을 주도하는 지역으로서 이 같은 박람회 주·부제를 구현할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우선 친환경 모빌리티, 조선·수소에너지 기술 중심지로 그린스마트시티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전통적인 항만이었던 북항이 박람회를 계기로 미래기술 이니셔티브 중심지로 대전환 한다는 의미도 있다. APEC정상회의 등을 개최하며 아시아 4위, 세계 9위 MICE도시인 점도 강점 중 하나다.
부산시 관계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2030년까지 발생할 무궁무진한 대전환의 성과와 문제해결을 위한 비전, 방안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한국 관문공항, 첫 해상도시…꿈꿨던 삶이 현실로
부산의 미래가 바뀐다
- 북항發 원도심 개조 프로젝트 시작
- 남부권 발전 축 ‘24시간 가덕공항’
- 수소 기반 친환경 BuTX 교통망도
- 시민 편의성 글로벌 수준 높아질 것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은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와 연결을 위한 획기적인 교통망 확충부터 세계박람회 개최 장소인 북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대개조, 세계 최초로 선보일 해상도시 등 부산을 획기적으로 바꿀 ‘도시 개조 프로젝트’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일 해상도시 조감도. 1만2000명이 살 수 있는 해상도시는 UN해비타트(인간정주계획) 시범 모델로 건설된다. 출처=오셔닉스 홈페이지
■동북아 물류 허브의 핵심, 가덕신공항
전 세계와 부산을 이어줄 ‘가덕신공항’ 건설이 본격화됐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 보고회를 열고 2030엑스포 유치에 맞춰 가덕신공항의 2029년 12월 개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항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 400만 ㎡ 일대에 활주로 1본(길이 3500m) 규모의 국제선 공항을 짓는 것으로, 김해국제공항보다 규모와 위상을 높여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조성한다. 사업비는 13조 원대로 추정되며 공항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14조1260억 원, 부가가치는 6조87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가덕신공항이 만들어지면 부산을 비롯한 남부권은 김해국제공항의 한계를 극복한 국제적인 공항을 가지게 된다. 활주로 길이와 24시간 운영을 통해 대형 여객기와 화물기의 장거리 직항 노선을 운영할 수 있고, 전 세계와의 연결도 가능하다.
특히 국내 최대로 꼽히는 부산신항과 인접해 공항 항만 철도 등 트라이포트 물류 체계가 구축돼 국내를 넘어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연계한 비즈니스 중심의 공항복합도시 개발과 남부권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남부권의 새로운 발전 축이 만들어지는 부분도 기대가 크다.
한국철도기술원이 시범 운영 중인 수소 철도 모습. 부산시 제공
■공항~북항을 15분 만에 ‘BuTX’
가덕신공항과 함께 2030엑스포에서 선보일 획기적인 교통망으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꼽을 수 있다. 일명 ‘부산 어반루프 트레인 익스프레스’로 불리는 BuTX는 가덕신공항에서 동부산 오시리아까지 대심도(지하 40m 이하 깊이에 건설한 도로)를 뚫어 운행하는 급행철도로, 국내 최초로 수소철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BuTX는 총길이 47.9㎞에 6개 정거장(가덕신공항·명지·하단·북항·센텀·동부산(오시리아))을 만들며, 총사업비는 2조5860억 원이다. BuTX가 도입되면 가덕신공항에서 북항까지 15분, 오시리아까지 26분 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돼 공항과 도심을 잇는 획기적인 교통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시는 가덕신공항의 개항에 맞춰 BuTX 역시 2030년에 개통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소철도의 성능 개발을 위해 차량 제작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간 자본 참여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사업화 전략 용역’을 발주했다. 시는 용역을 통해 정거장 복합 개발 등으로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해 구체적인 사업비 확보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원도심 대개조-55보급창 이전
엑스포 유치에 맞춰 개최 장소인 북항을 중심으로 원도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중 핵심 프로젝트로 ‘55보급창’ 이전을 꼽을 수 있다. 55보급창은 동구 범일동 일대에 있는 미군 부대시설로, 총면적만 21만7755㎡에 달한다. 55보급창은 동구와 남구를 잇는 도심 한가운데 있어 그동안 꾸준히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9년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전 논의가 시작됐고, 지난해 정부 국정과제에 선정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국방부와 미군이 55보급창 이전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 역시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이 문제를 협의 중이다.
55보급창이 이전하면 군사시설로 단절됐던 도심의 연결이 가능해 원도심 일대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북항과 도심의 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서면~문현금융단지~북항으로 이어지는 문화·경제벨트 조성과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 확보도 실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항 배후도시의 도시기능 회복을 위해 수정축(중앙로~망양로)과 우암축(우암부두~우암도시숲) 개발도 진행하고 있어 이와 연계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전경.
■세계 첫 해상도시 조성
시는 2030엑스포 유치에 맞춰 전 세계 최초로 해상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명 ‘세계 최초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시범사업’ 프로젝트다. 시는 엑스포 개최 장소인 북항이 육지와 바다가 연결된 지형인 점을 최대한 활용해 박람회 기간 해상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시가 구상하는 해상도시는 바다 위에 부유식 모듈을 연결해 그곳에서 에너지 물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수상도시로, 총 6만 ㎡에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사업비는 7200억 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2021년 11월 세계 도시정책을 관장하는 최고기구 UN해비타트(인간정주계획), 오셔닉스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상도시 시범 모델을 건설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해상도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하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가능 범위 등 해상도시 건설을 위한 근거 마련에 나섰다. 시는 올해 말까지 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인허가 절차 및 기본·실시계획 설계 등의 절차를 거쳐 2028년에는 해상도시를 선보일 계획이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파리지앵, 전동킥보드 싫어해”…주민투표로 퇴출시켰다
프랑스 파리시는 2일(현지시간) 주민 투표를 통해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 앞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는 시민들. 게티이미지
AFP·dpa 통신에 따르면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이날 파리 20개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지속할지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시행한 결과, 반대표가 90%에 달했다.
투표율은 유권자 130만명 가운데 7%에 불과하지만, 시 당국은 투표율과 관계없이 투표 결과를 구속력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유럽 주요 도시 중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금지하는 유일한 도시가 된다.
오는 8월 만료되는 ‘라임’, ‘도트’, ‘티어’ 등 주요 전동 킥보드 업체 3곳과의 계약도 갱신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파리시에서 전동 킥보드 약 1만5000대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언덕의 한 거리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들. 게티이미지© Copyright@국민일보
프랑스 200여개 도시 전체로는 전동 킥보드 대여는 매일 약 10만건 이뤄지고 있다.
파리에서 전동 킥보드는 2018년 도입돼 차량을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됐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단하게 대여할 수 있어 차량 소유나 지하철 이용을 원하지 않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난폭 운전, 음주 운전, 무분별한 주차 등이 이어지고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이날 투표 결과에 전동 킥보드 반대론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동 킥보드 사고 피해자를 대변하는 단체 ‘아파코비’(Apacauvi) 공동 설립자 아르노 킬바사는 “우리가 4년 넘게 싸워온 결과”라면서 “모든 파리지앵은 보도에서도, 길을 건널 때도 긴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고 시장도 “전동 킥보드 비즈니스 모델은 10분에 5유로(약 7100원)로 매우 비싸다”면서 “(전동 킥보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많은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킥보드 대여 업체들은 전동 킥보드 자체를 금지할 게 아니라 규제 강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트 측은 “물론 (전동 킥보드) 운전 위반과 위험한 행동은 존재한다”면서도 “이는 전동 킥보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 적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라임 측도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에서는 전동 킥보드가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파리의 정책이 시류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날 투표 결과는 개인 소유의 전동 킥보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서울 시내 자전거도로 ‘실시간 지도’ 검색해 달린다…위치기반 경로 서비스 도입
찻길과 걷는 길처럼 서울 시내 자전거도로 역시 실시간 위치를 기반으로 한 경로 검색이 가능해진다.
서울스마트맵에서 제공되는 자전거 도로 노선 정보. 서울스마트맵 회면 캡처
서울시는 자체 지도 서비스인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주요 자전거도로를 추가해 스마트폰에서 경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개편한다고 3일 밝혔다. 지도에는 일반 도로변에 설치된 1265개 노선(1048㎞)과 한강·지천을 따라가는 50개 노선(267㎞) 등 서울시 도로사업소·자치구·한강사업본부 등에서 관리하는 총 1315개 자전거 노선이 모두 포함된다.
그동안 서울의 자전거도로는 이미지 파일로 길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 디지털 지도를 통해 위치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차로, 도보 길찾기처럼 실시간 이용자 위치를 바탕으로 노선 등 상세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제공 중인 자전거 거치대, 공기주입기, 수리시설 등 정보와 연계해 편의시설 위치와 코스의 출발점과 도착점도 한 번에 볼 수 있다.
스마트서울맵에서는 자전거도로와 자전거 편의시설 주제를 함께 클릭(혹은 QR코드)하거나 서울시 홈페이지 내 ‘자전거도로 및 편의시설 함께 보기’에서 검색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 정보는 오픈API와 공간 정보 파일(shp, gml 등) 형태로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생활 지도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서울맵’에서 자전거도로의 상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로 변경 사항을 신속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지도의 활용도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서울시 내부 자전거 정책 부서와 지도서비스 부서 협업해 별도 예산 없이 만들었다. 서울시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등 민간 지도 플랫폼, 자전거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가 제공되도록 기업들과 협업해 자전거 길찾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자전거도로의 디지털 지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이번 서비스로 손쉽게 자전거 경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의 안전수칙 준수도 당부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토지세와 환경보호세로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 가능하다
보편적 교통복지는 기본적 인권이다
▲대중교통 완전 무료화를 보편적 교통복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단말기에 도착 및 혼잡도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보통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나 기회가 제한된 사람들을 교통약자라고 알고 있다. 신체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특수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버스나 전철 등 공공 교통수단 활용이 제도적으로 불편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큰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들은 교통편의를 확장하기 위한 인권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교통약자의 개념을 더 광범위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목적지에 바로 못 다다르고 길에서 시간을 낭비한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지 않았는가? 성능 좋고 근사한 승용차를 타고도 이동에 필요한 시간보다 실제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내야 한다면 교통 시스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지는 정체 상황으로 인해 낭비되는 건 개인 시간뿐만이 아니다. 비용혜택(cost-benefit) 분석 관점에서 쓸데없이 차에 쓰이는 추가 연료와 그로 인해 생기는 공기 오염, 차 안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영향도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환경문제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도시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크다. 과학 영화에서처럼 하늘 길로 빠르게 다니는 첨단 이동수단이 대거 출현할 때까지 자동차는 길 위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기동력을 대신하는 땅 위의 이동수단일 뿐이다. 기막힌 일은 사람이 걸어야 할 인도에 버젓이 차가 주차되어 있다거나 차도를 건널 때 성급한 운전자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등 사람보다 차가 우위를 차지하는 행태이다.
자동차나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은 현대생활에 필수적인 신속한 기동성과 함께 독립된 생활 중심의 개인주의 삶의 패턴을 인류에게 주었다. 고급 자동차는 신분 상승을 가시화하는 사회적 효과까지 일으킨다. 80년대 미국의 신자본주의 경제정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으켰고, 그 결과 더 큰 부를 누리게 된 상류층에서 최고급 개인 비행기가 일반 경비행기보다 훨씬 많이 팔리기도 했다. 비교적 값싼 소형 비행기 대신 훨씬 호화로운 개인 비행기를 선호한 졸부들이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키운 것이다.
교통수단은 사회적 인간관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다. 교통문제 관련 크고 작은 정책 결정은 공동체 의식 형성이나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그와 반대로 보편적 복지효과를 확장하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공공 자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마땅히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자동차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앞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개인의 경제 능력이나 선호도와 무관하게 누구나 무상으로 누려야 할 자원이 있다.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 된 것은 산업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물은 자연의 선물이 아닌 상품 가치를 갖게 됐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대사회에 몸담고 사는 인류에게 적어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건강한 삶을 위해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고 살아야 할 삶의 기본조건이 되어야 한다. 물과 공기뿐이 아니라 토지의 소유권에 관해 깊이 통찰할 필요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백인의 침공을 받을 당시 그들의 전통가치관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점 중 하나가 어떻게 지구 어머니인 땅을 개인 소유물로 보느냐는 것이었다.
공기나 물과 함께 토지를 개인 자산이 아닌 공공 자산으로 보는 경제체제는 현대 사회에도 있다. 가까운 예로 북한과 대만이 있다. 오늘날 대만 경제의 성공 배경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토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제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대만 정부는 토지세와 건물세를 따로 분류하여 지방세를 부과한다. 건물에 해당하는 부동산 소유권과 달리 그 부동산이 자리 잡은 토지는 물이나 공기처럼 공적 자산으로 보는 개념이다. 대만에서는 토지의 유형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유형별로 지방세가 적용되는 것과 같다.
진보적인 사회 비전을 고민하는 정부라면 토지세를 강하게 부과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필자는 토지세로 재원을 마련해 대중교통 요금을 완전히 무료화하는 보편적인 교통복지에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이동권과 삶의 질이 보장된 세상을 꿈꾸는 독자들은 계속 이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자유로운 통행권
선별적 복지제도의 본산인 미국은 시민에게 교통 바우처를 제공한다. 교통비가 부족해 실업 상태에서 새 직장을 찾기 위한 취업 인터뷰도 힘든 극빈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나 중소기업에서 취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동행바우처' 제도를 실행한다. 한 달에 5만 원의 교통비가 바우처로 지급된다. 경기도는 지역 청소년에게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6만 원씩 지급하는 선별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 미미한 교통비 지급을 위해 자격조건을 갖춘 청년수혜자를 선별하는데 드는 행정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갈 것 같다.
설사 보편적 복지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져도 선별적 복지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자가용 사용이 불가능한 이나 독립적인 활동이 어려운 이는 교통 욕구를 채우기 어렵다. 신체가 부자유하거나 다른 어떤 이유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이는 언제든 사회복지시설이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병자, 노인, 빈곤 구직자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기본적으로 공공 교통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 신체의 자유가 있다한들 교통비가 부족해 이동할 자유가 제한된 이라면 그 역시 교통약자다. 이동권은 선별적으로 인지되는 교통약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교통서비스에 들어가는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으로서 필자는 토지 주인에게만 적용되는 토지세를 제안한다. 또한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제공할 교통서비스 확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항공기와 선박에 부과하는 환경보호세를 강화해야 한다. 기득권층이 이에 반발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보편복지 개념이 널리 안착돼야 한다. 무상급식의 도입 덕분에 예전보다 복지제도의 효용성이 더 널리 알려졌다. 무상급식제도에 이어 아동수당, 노인 기초연금 등이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아직 교통서비스는 그에 이르지 못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가 시행하는 대학 등록금 무료화 제도처럼 한국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하는 공공 교통권이 안착하려면 우선 대중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자유로운 이동권과 지속가능한 교통정책
필자는 외국의 도시를 여행할 때 일부러 차를 타지 않고 걷는 습관이 있는데 그 도시 분위기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발달하지 않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주변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의 행렬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 보행자를 보기가 매우 어려운 미국 대도시 외곽에서 차를 타고 가는 사람과 걸어서 가는 사람으로 상징되는 불평등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남녀 불평등, 지역 간 차이, 강대국과 빈곤국 사이 세력싸움 등 여러 유형의 불평등이 있지만, 도시 생활의 경우 불평등한 인간관계는 개인 교통수단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모습에서 극렬하게 나타난다.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에 일상생활에서의 이동권과 분리해서 삶의 질을 논할 수 없다. 우리나라 도시 어디서나 좁은 골목을 꽉 채운 자가용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골목까지 메운 자동차로 인해 동네 길을 걸으면서 안전감이나 평안한 기분을 못 느끼는 경험을 한 이들, 자동차가 차지한 도보에서 밀려나 사람이 오히려 찻길로 걸어야 하는 경우를 체험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신생 도시에서도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차공간을 충분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웃지못할 현상이다. 사람보다 자동차 먼저인 세상에서는 사람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신적 평안함과 사회 심리적 안정감이 희생되기 마련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공동체에서 안전한 도보를 사용하여 산책하거나 쇼핑할 수 없다면 일상에서 삶의 질이 높다 할 수 없다.
보편적 복지로서의 무료교통서비스는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사회적 소외감을 줄이고 평등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시민 모두 자유로운 공공교통 이용이 가능해진다면 노인층과 젊은이층 사이에 괴리감을 없앨 수 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도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집단심리 면에서 사회통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연대의식이 고양되고 계층 간 사회적 분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스마트한 교통정책인가?
전 세계 도시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교통은 매우 중요한 사회 간접자본 부문에 속한다. 미래도시의 교통정책을 설계할 때 전체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특히 기술을 인간 삶의 다른 영역과 의미 있게 연계할 가능성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말, 마차, 배 등 이동수단은 소유권이 있거나 그 비용을 감당 가능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다. 가난한 일반 대중은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통사회와 달리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통신기술과 함께 교통수단은 누구나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 자원이다. 인공지능의 영향력 아래 신속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공공 교통수단은 일반 대중이 필요로 하는 보편적 삶의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 살면서 경험한 부자 나라의 모순은 많다. 그중 하나는 풍요 속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결핍 현상이다. 대지면적이 넓은 관계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빈곤층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택시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모순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잘 발달해 있어서 가히 대중교통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노인층뿐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 교통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좀 더 만족할만한 삶의 기회를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이동권을 보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한 사회로 진보할 수 있다. 아울러 구성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공공복지로서의 혁신적인 교통정책을 추구하는 논의에서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 삶의 질 등 개념이 단순한 도시계획이나 경제성장 지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측정지수로 쓰여야 하겠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스마트한 사람들이 만든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상의 안녕을 누리고 있다. 다른 한편 인간이 해친 자연과 복잡한 사회환경으로 인해 안전한 식생활조차 위협받고 있다. 친환경 위주의 소비문화로 삶의 패턴을 바꾸는 일에 모두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공공 교통비를 완전 무료화하는 혁신적인 교통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동권과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스마트한 삶을 살려면 공공복지로서의 보편적인 교통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도영인 전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프레시안
공영주차장 새로 지으면 지방소멸 막을 수 있나요
행안부, 매년 1조씩 10년간 지원
지자체 인프라 건설에 혈세 펑펑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지방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난해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 10년 동안 매년 1조원씩 지원을 시작했으나 지자체들은 이 돈으로 주차장, 공중화장실, 반려동물 시설 등 애초 목적과 동떨어진 사업만 벌이고 있다.
2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동구는 송현근린공원에 99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총사업비 102억원 중 20억원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구의원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주차장 건립에 사용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지역개발·지역경제·정주환경·생활편익 등 행정안전부의 4대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북 부안군은 지난해 말 추가경정예산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5억원을 반영했다. 격포항 수산시장 외관 리모델링에 10억원, 격포항 회센터 앞 공중화장실 시설 개선에 5억원을 쓰기로 했다. 부안군 관계자는 “연간 30만~50만명의 관광객이 채석강을 찾고 있지만 잠깐 들렀다가 떠나고 있어 이들을 격포항으로 끌어들여 오래 머물게 하는 ‘정주 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1722억원을 확보한 충남 각 시군들이 내놓은 사업도 연관성이 떨어진다. 보령시는 지방소멸 대책으로 반려동물 위탁 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36억원 투자 계획을 충남도에 제출했다. 논산시도 대응기금 15억원과 시비 3000만원을 들여 강경 금강변 야경관광 랜드마크 조성을 지방소멸 대책으로 제시했다.
.태안군은 기금 53억원에 군비 7억원을 더해 실내서핑 안전교육 기반 조성 계획서를 내놓았다.
대구 남구는 138억원이 투입되는 ‘앞산 레포츠산업 활성화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 70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앞산에 왕복 2.8㎞ 모노레일을 조성하고 300m짜리 스마트 모빌리티를 설치하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계획에 관광 활성화 사업이 포함돼 있어 기금 용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방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남구 인구는 2021년 기준 14만 3175명으로, 대구에서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인구감소지역(89개 기초단체) 또는 인구관심지역(18개 기초단체)으로 분류된 107개 기초단체와 서울·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1조원씩 10년 동안 총 9조 7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예산에 7500억원을 신규 편성했는데, 심사를 통해 정부가 선정한 사업은 주로 교통시설이나 학교, 문화시설, 주택개보수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대도시에 비해 낙후된 인프라로 인한 청년 인구 유출 가속화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나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 천문학적인 돈이 쓰이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저출생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단체장 임기 내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하드웨어 건설’에만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록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출생 극복에 효과가 있는 정책에 예산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테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지원 확대처럼 지속가능한 맞벌이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출산·난임 지원과 양육, 보육, 가족복지, 초등돌봄, 영유아보육, 아동수당 등 저출산과 직접 관련 있는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이 투입되도록 지방정부의 발상 전환과 중앙정부의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지방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기금을 받아 당장 급한 숙원사업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원이 곧 바닥나는 인프라 건설 사업보다는 지역 일자리 확충 사업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펴낸 ‘지방소멸 위기지역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낙후지역의 인프라 구축 사업만으로는 지방소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를 생산할 기업 유치까지 포괄하는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한상봉 기자·
서울역 주변 확 바꾼다…‘서울로 7017’는 철거?
[앵커] 혼잡했던 서울역 일대가 확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개발 방법으로 서울역 고가에 조성된 보행로인, 서울로 7017 철거 얘기도 나오는데요. 2017년에 지었으니 6년만입니다. 김단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역 앞. 89개 버스 노선이 오가고 택시들까지 어우러져 있습니다. 명동과 남대문시장이 있는 맞은편으로 걸어가려면 횡단보도 다섯개를 건너거나 지하도로 빙 돌아가야 합니다. [이준우 / 서울역 이용객] "지하로 다니는 것도 어중간하고 띄엄띄엄 건너가는 것도 어중간하고 워낙에 복잡해서."
[김성숙 / 서울역 이용객] "이리저리 가도 건널 때가 없으니까 불편하죠." 서울시는 이런 서울역 일대를 새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GTX 신설 노선과 버스, 택
시 등 환승체계를 고려하고, KTX 선로 지하화 등으로 생긴 유휴부지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서울역 일대가 어떻게 되어야하는지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고 보행이 불편하니 보행체계 개선하자는 방향을 잡았고." 서울역 광장을 비롯해 서울로 7017도 개편 대상으로 검토됩니다. 서울로는 박원순 전 시장이 45년된 고가 도로의 차량 통행을 막고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김숙자 / 회현역 상인] "왔다 갔다 하면서 사먹으니까. 이런 것(서울로)이 있어서 좋긴 한데…" 서울시는 서울로를 새로 꾸밀지, 폐기할 지 등을 포함해 종합개발 용역을 거친 뒤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ichannela.com
화마 이겨낸 지리산…비밀은 ‘빼곡한 활엽수림’
건조한 날씨 탓 전국 곳곳에 산불
큰불에도 ‘피해 최소’ 지리산 주목
국립공원 지정 이후 자연적 조성
“다량의 물 함유, 침엽수보다 강해”
홍성 산불 이틀째…쉴 새 없는 진화작업 충남 홍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오후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전날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난 산불로 인근 주택 30채를 비롯해 창고와 기타 시설 등 건물 62채가 소실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들은 봄을 맞아 푸른 잎을 틔우고 있었고, 진달래와 벚나무 등은 만개한 꽃을 자랑했다. 불과 19일 전 축구장 127개 면적에 해당하는 삼림을 태운 산불이 일어났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리산 낙엽활엽수림의 생명력은 이미 산불을 이겨내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국시모) 사무국장과 함께 찾은 경남 하동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대성골의 산불 피해지역은 언뜻 보면 대형 산불이 났던 곳 같지 않았다.
피해지역을 휩쓴 산불이 수관화(樹冠火)가 아닌 지표화(地表火)였던 때문에 주로 활엽수로 이뤄진 숲의 구성원들은 하룻밤 새 100㏊ 넘는 면적을 태운 대형 산불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한 모습으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무성한 잎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 지표화는 땅에 가까운 잡초·관목·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이번 지리산 산불의 피해가 적었던 이유로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자연적으로 조성된 활엽수림을 지목한다.
실제로 이날 탐방로를 따라 광범위한 피해지역을 돌아본 결과 참나무 등 활엽수들은 아래쪽 껍질만 그을린 정도로 피해가 그쳤던 반면, 피해지역 능선부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은 모두 산불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에 탄 채 죽어 있었다. 소나무에서 불과 몇m 떨어진 곳에서는 참나무가 신록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어 대조적이었다.
지난달 29일 현장을 둘러본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규모는 컸지만 활엽수 윗부분까지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으며 지표화 형태로 조릿대 등 아래쪽의 풀을 태우면서 진행된 산불이라고 설명했다. 능선부의 침엽수림에서 일부 강한 산불로 인한 피해도 있었지만 대부분 낙엽이 타는 정도로 활엽수 피해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도 통한 진화 한계, 자연림 통한 예방이 우선
화마 이겨낸 지리산 가보니
지난달 11일 일어난 산불은 민가, 도로변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시작돼 능선을 타고 번져갔지만 계곡을 만나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다음날 내린 비로 완전히 꺼졌다. 소나무 위주 침엽수림이었다면 줄기나 가지 등이 타면서 계곡물을 넘어가 피해면적이 더 넓어졌을 텐데 활엽수 위주의 숲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에 피해면적이 생각보다 적었고, 산불 강도도 높지 않았다.
홍 교수가 위성 영상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산불 강도가 낮은 지역이 전체의 80%를 차지했고, ‘매우 높음’ 지역은 없었다. ‘높음’에 해당하는 지역은 전체 산불 피해면적의 3%에 불과했다. 홍 교수는 “산불 강도가 낮았던 것은 해당 지역의 사면부 식생 대부분이 자연적인 숲의 발달에 의해 소나무림이 쇠퇴하고 낙엽활엽수림으로 발달하는 과정의 숲으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위적 간섭이 없어 활엽수의 밀도가 높은 덕분에 숲 내부 바람이 세지 않아 산불이 지표화가 돼 서서히 이동하다가 능선부의 소나무숲에 다다라서야 수관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소나무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빠르게 낙엽활엽수림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리산 산불이 ‘활엽수림이 산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논문이나 학술서적 속 지식을 실제 증명한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다량의 물을 품어 ‘물기둥’이나 다름없는 활엽수가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에 비해 불에 강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그래도 자연적으로 조성된 활엽수림이 대형 산불마저 이겨내는 사례는 드물다. 수십년 동안 사람이 숲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활엽수림이 조성된 국립공원에서는 큰 산불이 일어난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주민들의 실화로 추정된다.
지리산 산불을 계기로 ‘국립공원 임도 설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뒤 산림청은 국립공원이라 임도가 없는 탓에 야간 진화작업이 어려웠고, 피해면적도 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지난달 8일 발생한 경남 합천 산불은 임도 덕분에 신속한 진화가 가능했다며 국립공원에도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리산 현장을 돌아본 뒤 방문한 합천 산불 피해지역의 소나무숲은 잘 갖춰진 임도가 무색하게도 전멸에 가까운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산림청 주장과 달리 지리산과 합천 산불은 불이 난 뒤 임도를 통한 진화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을 통한 예방이 더 우선임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산사태 위험 등을 이유로 지리산 피해지역 복구작업과 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반대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박석곤 순천대 조경학과 교수와 최윤호 백두대간숲연구소 소장은 공통적으로 “표층부만 불에 탔을 뿐 조릿대 등의 뿌리가 토양층 내에 잘 보전돼 있어 산사태 우려는 적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 살펴본 피해지역 토양 내에는 빽빽하게 얽히고설킨 조릿대 뿌리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지리산 산불은 최근 10년 사이 국립공원에서 난 산불 가운데 최대 규모다.
과학자들은 ‘감축’이 아니라는 CCU를 계획에 넣어도 될까요?
독일 페이츠에서 한 여성이 2021년 10월 29일 유럽에서 가장 큰 단일 이산화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얀슈발데일린탄 화력발전소를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국제감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대체로 비싸고 불확실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1120만t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중에서 탄소 포집·활용(CCU)은 아직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봐도 2030년까지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국회 보고자료를 보면, 정부는 CCUS 중 구체적으로 CCU(탄소 포집·활용)에서 640만t, CCS(탄소포집·저장)에서 48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산업 공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 드라이아이스 등에 활용된다. 이렇게 활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나가는 시점을 늦출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없다.
2024년부터 적용될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가이드라인에 CCS는 포함돼 있지만, CCU 분야는 산정 방식이 없다. 영국은 CCS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2000만~3000만t 감축 목표를 수립했지만, CCU는 고려하지 않는다. 권경락 플랜 1.5 활동가는 “IPCC는 CCS는 이산화탄소를 영구 격리하지만, CCU는 활용 방식에 따라 연소 및 자연분해를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어 감축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CCU 감축 인정 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CCU를 주요한 감축 수단으로 포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생물학적으로 전환하거나 광물화하면 ‘감축’으로 볼 수도 있다. 화학적 전환은 화학반응의 원료로 사용해 기초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생물학적 전환은 미세조류를 배양하거나 바이오 기반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광물화는 건설 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물로 바꾸는 일이다.
정부가 2021년 냈던 CCU 광물탄산화 R&D 로드맵에서 예상하는 CCU 기술의 상용화 시점. 플랜 1.5 제공
그런데 정부가 2021년 낸 ‘CCU 기술혁신 로드맵’을 보면 화학 전환 부문 18개, 생물 전환 부문 9개, 광물화 부문 7개 기술 중 2027년 이전에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은 없다. 2030년쯤에는 절반 정도인 16개 기술이 상용화를 시작한다. 가장 활용량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탄화수소류 화학 전환도 2030년쯤 상용화돼 연 20만t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권 활동가는 “정부 계획대로 CCU 기술이 발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027년까지 CCU를 통한 실질적 감축은 없다”라며 “상용화 초기 단계의 기술을 통해 실행 가능한 감축 잠재량도 매우 제한적이라서, 2030년까지 640만t을 감축한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라고 지적했다.
강한들 기자 박상영 기자
3일 오후 12시20분께 함평 대동면 연암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나무 306그루 뎅강뎅강…숲 만든다고 1만㎡ 벌목한 은평
지난 주말 찾은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산93-8 봉산 비탈면에선 지름이 한뼘에서 두뼘 정도 되는 나무 그루터기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밑동의 굵기와 분포 상태로 미뤄, 베어내지 않았다면 여름철엔 숲이 제법 울창할 것 같았다. 그루터기 사이로 성인 허리 높이가 채 되지 않는 어린 편백나무들이 버팀목에 의지해 간신히 서 있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나무가 잘려나간 그루터기 사이로 어린 편백나무가 식재된 모습. 손지민 기자
이 일대는 무참히 잘려나간 나무 밑동과 아무렇게나 방치된 줄기, 이제 막 식재한 편백 묘목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은평구는 지난 2월 말 봉산 내 편백나무숲 구간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1㏊ 안팎의 산림을 벌목하고, 지난달 말부터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문제는 벌목된 나무들이 산에 자생하던 멀쩡한 나무들이었단 점이다. 지역 환경단체 연합기구인 기후행동은평전환연대는 지난달 14일 자료를 내어 “3월1일과 3일 이틀에 걸쳐 현장을 조사한 결과, 참나무류 100여그루, 팥배나무 80여그루, 아까시나무 72그루, 기타 소나무, 잣나무, 일본잎갈나무, 벚나무류, 밤나무, 단풍나무류, 리기다소나무 등 55그루를 포함해 306그루가 무참히 잘려나간 것이 확인됐다”며 “나무 수령은 10살부터 56살까지 다양했다. 참나무와 팥배나무는 평균 30살 이상 큰 나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나무를 베고 새로 편백나무를 심은 모습. 손지민 기자
은평구는 2014년부터 봉산 일대에 편백나무숲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만2400그루가 식재됐다. 은평구가 지난달 발주한 ‘봉산 편백나무 힐링숲 기본계획 수립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구는 편백나무숲을 추가로 조성하고 서울 둘레길 등과 연계해 ‘내를건너숲길 문화거리’ 등 지역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식생 보전이나 종다양성 확보보다는 인위적 시설물 조성과 관광자원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봉산 일대는 대규모 팥배나무 군집이 발달해 2007년 서울시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서울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인위적 훼손, 오염 등으로부터 보전·관리하기 위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편백나무숲을 조성하는 지역은 생태경관보전지역과 근접한 구간이다. 서울시는 2018년 펴낸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 정밀 변화 관찰 연구보고서’에서 이 지역에 팥배나무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며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잘린 나무 잔해가 방치된 모습. 손지민 기자
은평구는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에 따라 숲을 가꾸고 있다는 입장이다. 은평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나이가 있는 ‘4영급’ 이상인 나무들이 방치되면서 숲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종 갱신과 영급 개선으로 탄소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편백숲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영급’은 31∼40년생 사이의 나무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은평구의 설명은 산림청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산림청은 2021년 산림분야 탄소중립 전략에서 기존의 ‘벌목 기준연령 하향’ 등의 내용을 삭제하고 ‘산림의 순환경영과 보전·복원’으로 선회한 바 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산림의 질을 개선한다며 숲에 서식하던 새들까지 한꺼번에 쫓아내버린 꼴”이라며 “원래의 자연림을 없애고 인공림을 만드는 것은 생태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자연이 일하게 하는 스마트시티 ‘로얄시포트’
스웨덴 스톡홀름 로얄시포트에 있는 쓰레기통 안에는 쓰레기가 지하로 들어가는 구멍이 있다. 강한들 기자
‘프스스~~’ 스웨덴 스톡홀름 로얄시포트(Royal Seaport)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이 ‘숨’을 쉬었다. 로얄시프토 지하에서 처리되고 있는 쓰레기 때문이었다. 가끔은 꽉 찬 쓰레기를 비우며 ‘뽕’ 소리를 내기도 했다. 길을 따라 2분쯤 걸으니, 맨홀 뚜껑에 적힌 ‘SOP’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스웨덴어로 쓰레기라는 뜻이다. 로얄시포트의 쓰레기는 지하의 ‘쓰레기관’을 따라 집하장으로 이동한다.
‘로얄시포트’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안에 있는 일종의 계획도시다. 넓이는 236㏊로 과거 가스 산업 공장 등이 있던 지역을 재개발했다. 주택 1만2000채와 일자리 3만5000개를 2030년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집 3160채를 지어 7000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달 16일 찾은 로얄시포트는 계획도시답게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가 돋보였다. 스웨덴 기업 엔백의 기술로 쓰레기 배관을 땅 아래 묻었고 그렇게 늘어난 공간은 녹지로 채웠다. 해수면 상승을 대비해 지대는 높였다. 5분 이내에 생활 필수 공간에 도달하는 ‘5분 도시’ 개념도 녹여냈다.
SOP는 스웨덴어로 ‘쓰레기’
스웨덴 스톡홀름 로얄시포트에 ‘SOP’이라고 적힌 맨홀 뚜껑이 있다. 강한들 기자
건물마다 쓰레기통 대신 투입구
로얄시포트의 한 건물 벽에는 꼬리가 불타는 ‘소각 괴물’ 캐릭터가 붙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손에 플라스틱 제품을 든 캐릭터가 귀여운 표정으로 웃고 있다. 자세히 보니 캐릭터의 입은 쓰레기를 버리는 구멍이다. 소각 가능한 일반 쓰레기 투입구와 플라스틱 투입구를 캐릭터로 구분해 놓았다. 패트릭 해랄드손 엔백 북유럽지역 본부장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니 보호자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투입구 열쇠는 주민들만 갖고 있다. 각 투입구 아래에는 저장 공간이 있다. 폐기물이 모이면 투입구에 들어간 쓰레기는 공기압으로 지하의 배관을 따라 집하장으로 간다. 엔백에 따르면 폐기물을 지하 배관으로 운송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폐기물 수거 차량의 통행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
패트릭 해랄드손 엔백 북유럽지역 본부장이 지난 16일 엔백 시스템이 적용된 건물의 쓰레기 투입구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쓰레기가 모인 집하장에는 은은한 냄새가 났다. 땅 위로 올라온 배관은, 일반·플라스틱·종이 폐기물로 나뉜 수거함으로 연결되어 있다. 패트릭 본부장은 “밀폐된 관으로 폐기물이 이동하니 주거지에서도, 집하장에서도 냄새가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배관을 만드는데도 철강 등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공기압을 만드는 펌프를 가동하는데 에너지도 필요하다. 패트릭 본부장은 “미래에는 다른 소재로 파이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를 놓고 개발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쓰레기 수거 횟수를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엔백이 설치한 집화장 모습. 강한들 기자
“자연이 일하게 하는” 기후 적응 도시
길거리의 쓰레기통뿐 아니라 각 건물의 분리수거도 지하 배관을 통한다. 이렇게 확보한 공간은 ‘녹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스톡홀름시는 로얄시포트 내 최소 20%를 녹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건물 한 채당 최소 15㎡의 녹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카밀라 에드빈손 스톡홀름시 담당자는 “스톡홀름에서는 사람이 큰 공원까지 200m 이내로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로얄시포트는 ‘모든 곳’에 녹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시는 로얄시포트의 녹지를 ‘녹색 오아시스’라고 부른다. 과거 가스 생산단지였던 이 지역에는 2021년에만 14만㎡의 녹지가 새로 생겼다.
녹지는 로얄시포트를 관통하는 ‘생태통로’ 역할도 한다. 로얄시포트는 800종 이상의 다양한 식물, 1200종 이상의 딱정벌레, 100종 이상의 새가 사는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국립공원에는 동물들이 서식지로 좋아하는 떡갈나무가 유독 많다. 스톡홀름시가 2021년 이곳에 심은 나무 590그루 중 120그루가 떡갈나무 종류다.
로얄시포트 곳곳에 곤충이 서식할 수 있도록 모아둔 나무 더미. 강한들 기자
로얄시포트 내 양서류를 위한 생태통로. 스톡홀름시 제공
곳곳에 녹지가 생기면 ‘빗물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2011년 스톡홀름에서는 3시간도 안 되는 시간동안 152㎜ 넘는 비가 내리면서 지하실, 거리, 주요 도로가 침수됐다. 홍수를 경험한 스톡홀름시는 로얄시포트에 홍수 대비책을 만들어놓았다. 빗물이 배수구를 통해 토양으로 흡수되고, 연못·습지 등이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카밀라는 “스웨덴의 기후는 변화했고, 더 예측 불가능해져 극단적인 홍수, 가뭄의 위험도 늘어나므로 도시 계획에서 고려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자연이 일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로얄시포트를 설계할 때 기후 위기는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였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아예 전체 지역을 해수면보다 3m 위에 뒀다. 나무를 심을 때는 기후변화로 높아질 기온에도 잘 살 수 있는 종을 골랐다. 스톡홀름시가 2019년 진행한 조사에서 로얄시포트 주민 87%가 지역 생태 환경에 만족했고, 84%는 매일 또는 일주일에 여러 번 공원 지역을 찾았다.
스웨덴 스톡홀름 로얄시포트 모형. 곳곳에 나무가 심겨 있다. 강한들 기자
로얄시포트는 물보다 3m 높은 지역에 있다. 스톡홀름시 제공
5분 도시 개념에, ‘에너지 효율’ 건물도
지난 16일 로얄시포트 일대를 한 시간 남짓 걷는 동안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3번이나 볼 수 있었다. 로얄시포트에서는 개인 차량이 자주 다니지 않는다. 놀이터·식료품점 등이 모든 지역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도 가까이에 뒀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 카밀라는 “도시 곳곳에는 공유 차량을 위한 주차장이 있고, 주차 공간은 건물 두 채당 한 곳만 있다”라며 “시민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로얄시포트 건물 곳곳에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스웨덴은 지열 난방을 이용하고, 수력·바이오매스·원자력발전 위주로 에너지를 생산해 아직 태양광 시설이 낯설다. 항구 도시에서는 전체 전력 수요의 5~6% 정도를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다. 이 지역의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스웨덴 규제보다 26% 낮다.
스톡홀름 로얄시포트에 있는 ‘플러스 에너지’ 건물은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생산하는 에너지가 더 많다. 강한들 기자
스톡홀름시는 로얄시포트를 지을 때 토지 할당을 놓고 건축사들을 경쟁하게 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짓도록 유도했다. 주로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폐수에서 잔열을 회수에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스톡홀름시는 로얄시포트가 스웨덴 사회에 ‘지속가능성’을 가르치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카밀라는 “스톡홀름시는 녹지·에너지 효율 등 지속가능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로얄시포트의 건설 전문가 55명과 세미나 등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전문가는 물론 주민도 서로 배우고 있는 학습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천안시, 첫 민간 공원 노태공원 개장…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20년간 방치되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새 단장
노태공원 조감도
충남 천안에서 첫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진행된 서북구 성성동 일대 노태공원이 새 단장을 마치고 4일 임시 개장에 들어갔다.
노태공원은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5만㎡ 이상의 공원에 대해 민간 사업자가 공원 전체를 매입해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미만은 비 공원시설을 조성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됐다.
1993년 시 최초로 도시관리계획 상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사업이 집행되지 않아 20년간 방치됐으나, 민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기존지형을 최대한 보존한 산지형 공원으로 시민에게 되돌아왔다.
노태공원은 총 사업면적 25만4천41.1㎡ 중 17만8천41㎡에 공원을 조성했다. '숲속에서의 치유'라는 구호 아래 한들 숲마당, 숲정원뜰, 놀이숲, 정상숲의 4가지 테마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축구장 25개 넓이인 노태공원에는 진입광장, 디지털 영상이 송출되는 첨단 조경 시설물인 미디어벽천, 숲 놀이터, 발 물놀이장, 전망쉼터, 건강마당과 공원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로 화장실과 주차빌딩이 조성됐다.
산책로는 총 4.8㎞, 메인 둘레길은 1.3㎞ 구간으로 조성됐으며 숲마루 쉼터와 숲길 쉼터, 전망쉼터 등을 통해 노태산 주변의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유통·산업단지, 공동주택으로 둘러싸인 노태공원이 편안한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엑스포 실사단’ 환영 구남로 엑스포 정원
2030세계박람회 현지실사단의 4일 부산 방문을 맞아 실사단이 이동하는 곳곳에서 시민들의 유치 염원과 열망을 담은 환영 행사가 펼쳐졌다.
구남로 엑스포 정원./제공=해운대구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실사단이 가는 곳마다 환영 인파로 넘칠 것이고 이러한 유치 의지가 실사단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라면서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하나된 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실사단으로부터 반드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실사단이 떠나는 7일 오전 김해공항 입구에서는 강서구에서 거리 환송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천연기념물 한라산 나비, 더위 피해 점차 고지대로 이동
한라산에 서식하는 나비들이 더위를 피해 점차 고지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해 서식지 이동이 한라산의 기후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나비들이 더욱 높은 고지대로 이동하면서 서식지와 개체 수가 줄고 있다.
한라산 깃대종 산굴뚝나비.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제공
최근 5년(2018∼2022년)간 한라산 13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비의 서식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멸종위기종인 산굴뚝나비 등 30여 종의 서식지와 개체 수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북방계 나비인 산굴뚝나비가 5년 전에 비해 200m 정도 높은 해발 1700m 이상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개체 수도 2019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국내에서는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종이다.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8호,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깃대종은 유엔환경계획이 만든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을 뜻한다.
한라산 영실지역부터 백록담 일대까지 해발고도별 조사에 따르면 저지대의 따스한 지역에 서식하는 남방계 나비인 굴뚝나비, 배추흰나비, 소철꼬리부전나비 등은 해발 1700m 윗세오름 지역을 중심으로 고지대에서 새롭게 관찰됐다.
산꼬마부전나비,> 가락지나비 ∨은점표범나비 <함경산뱀눈나비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한라산 고산지역에 적응해 살아온 북방계 나비는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라산 환경이 달라지면서 한라산에 서식하는 나비군집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군 한라산연구부장은 “한라산 고지대에는 백록담을 중심으로 깃대종인 산굴뚝나비를 비롯해 30여 종의 나비가 서식한다”면서 “수십년 간의 기후변화와 서식지 환경변화로 고지대 나비들의 개체군 변동과 함께 서식지를 더욱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종 보전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의인화한 동물 이미지를 제멋대로 소비하는 ‘뻔뻔함
한 정치인이 개인 SNS에 자신의 정치 행보를 알리면서 “얼룩말 세로처럼 훨훨 활보하겠다”는 말과 함께 세로의 탈주를 패러디한 이미지를 올렸다. 그 이미지 안에서 세로는 인간처럼 두 발로 서서 어깨를 당당히 편 채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이걸 본 순간,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서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인간이 동물에 빗대어 스스로를 설명하는 역사는 유구하다. 특히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는 인간의 자기 이해와 지혜가 고여 숙성되는 향기로운 술통과도 같은 장르다. 실제로 동물은 인간과 다양한 속성을 공유하므로, 그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우화는 인간이 설정해 온 동물들 간의 위계를 뛰어넘는 동류의식을 품고 있을 때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쉽지 않은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그에게 매우 인간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내가 함께 사는 고양이를 묘사할 때 종종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컨대 “가을이 되면 길에서 지낼 때가 생각나는지 많이 울어요” 같은 식이다. (우리 고양이는 길에서 왔다.) 이 문장에서 대체 얼마만큼이 진실인지 나는 영원히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내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끔 생각한다. 그에게도 나라는 존재를 소화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지 않겠냐고.
그러므로 나는 모든 의인화된 동물의 이야기가 문제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호주의 에코 페미니스트 발 플럼우드 역시 <악어의 눈>에서 의인화란 동물을 재현함에 있어 “인간의 불순함이 침입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사례가 제시하거나 방지하는 통찰, 그리고 그 재현에 담긴 도덕적 질이라는 측면에서 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플럼우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를 비교한다. 전자는 동물의 실존을 지우고 그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중심주의에 기여하지만, 후자는 이를 교란하는 의인화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질적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먹을 쥔 채 두 발로 걸어가는 세로의 뒷모습은 자못 비장해 보이지만, 세상 우스꽝스러운 비유였다. 세로는 도심을 “훨훨 활보”한 것이 아니었다. “세로의 반항” “세로의 봄소풍” “세로의 슬픈 사연” 등 온갖 통속적인 말로 세로에게 인간적인 서사를 부여해 봐야, 그 어떤 것도 정확하지 않다. 넓디넓은 대초원에서 뜯겨져 나와 좁은 우리에 홀로 갇혀 있다가, 인간의 관리 부실로 아스팔트 위에 고립되어 있었던 비인간 동물. 팍팍하지만 이 문장이 조금은 더 사실에 가까운 묘사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 표현 역시 바로잡아야겠다. 세로의 의인화된 이미지를 한국의 정치적 맥락 안에서 전시하는 건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비유”가 아니라 “뻔뻔하고 고통스러운 도둑질”이다. 비단 그 정치인뿐 아니라 세로를 대상화한 수많은 ‘우리’는 얼룩말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훔친 뒤 지워버리고 인간의 이야기만 살아남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 이야기 도둑질이야말로 ‘이국적’인 동물들을 잡아다 창살 뒤에 가두어 돈을 벌고, 즐기며, 연구 대상으로 삼아 지식을 확장해 온 동물원의 역사를 가능하게 한 기본 조건이다. 정치인은 같은 게시물에서 이런 표현도 썼다. “정부와의 싸움에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 인간이 동물을 길들여 통제할 때 사용하는 기구인 ‘고삐’만큼은 이 게시물에 딱 어울리는 비유였다.
세로가 동물원으로 돌아간 후, 문제의 해결책으로 암컷 얼룩말과의 합사, 관리 철저, 동물원 폐쇄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세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며칠째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게 뭐가 되었든 세로의 이야기에 씌워놓은 고삐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경향
MB 논리 빼닮은 윤 정부 ‘물그릇론’…다시 둑터진 4대강 논쟁
지난해 8월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 경계에 있는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녹색 물감을 푼 듯 녹조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3일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대책 중 하나로 ‘4대강 보 물그릇 활용론’을 들고나오면서, ‘4대강 보 존치-해체’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하며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극단적인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여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보 수위 상승으로 4대강 본·지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이를 통해 70개 취수·양수장과 71개 지하수 사용지에 생활·공업·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발표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해체’ 정책 뒤집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4대강 보 물그릇 활용’ 계획은 이명박 정부가 홍수기와 가뭄기의 재해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금강·영산강·낙동강·한강에 16개 보를 만들었던 4대강 사업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해체’를 뼈대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금강과 영산강 보 상시 개방, 해체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전남 주암댐을 방문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뒤 이런 대책이 나와,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전망을 부추겼다.
특히 환경부의 이런 대책은, 감사원이 2021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금강·영산강 보 상시 개방, 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공익감사를 진행하는 중에 나왔다.
한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가뭄 대책은 보 처리 방안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은 보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하천시설을 가뭄 대응에 다 동원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며, 4대강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정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 능력을 과거 최대 가뭄과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으로 나눠 예상되는 생활·공업 용수 부족량을 산정한 뒤 각각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을 내놨다. 1단계 기본대책에는 장흥댐과 주암댐 사이에 도수관로를 건설해, 장흥댐에서 광주·목포·나주·영광 등 6개 시·군의 용수를 담당하는 주암댐으로 하루 10만톤의 물을 보내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루 10만톤의 용수 가운데 여유 물량은 이사천 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45.7㎞의 도수관로를 추가 설치해 공업용수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비상대책’으로는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에 있는 비상 용량을 활용하고,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해 여수·광양산단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시로 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섬 지역에는 지하수저류댐 설치, 해수담수화 선박 활용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이달 안으로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과 보를 재활용하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국의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1개 도시에도 못 미친다
'이동권' 보장 법률과 정책에 따른 변화
"장애로 인한 불이익 제거" … 독일 '기본권 개정'이 대중교통 시설에 미친 영향
독일의 장애인 운동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장애인 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됐다. 장애인은 더 이상 '자선'의 대상이 아니고, 사회는 장애인을 자기결정권과 참여권을 가진 동등한 일반 시민으로 바라봐야 하며,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들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동일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1990년 7월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ADA) 제정, 1993년 12월 유엔(UN)의 '장애인의 기회균등에 관한 표준규칙' 제정과 같은 세계적인 분위기가 통일 독일의 개정 헌법(기본법)과 개별 법령에 반영되었다.
1990년 10월 통일한 연방독일은 기본법(Grundgesetz) 개정에 착수했다. 4년간 연방하원과 상원으로 구성된 헌법개정공동위원회가 기본법 심사와 재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신체장애인을위한연방자조협회(BSK e.V.)를 비롯한 여러 장애인 단체는 인종, 성별, 종교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인 기본법 제3조 2항에 장애인 범주를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기민당(CDU) 헬무트 콜 정부는 전반적인 평등 대우 조항을 확대하고자 하는 기본법 제3조 개정에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곧 있을 연방선거를 의식해 결국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문장이 해당 조항에 새로 포함되면서 독일 기본법엔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가 명시되었다.
기본법 개정 이후 장애인 단체들은 기본법에 나와 있는 차별금지를 구체화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정치적 압박을 계속했다. 1998년 독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사민당(SPD)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이 적록연정을 통해 연방정부를 구성하면서, 이들은 연정 합의문에 장애인평등법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이로써 2002년 4월 연방차원에서 '장애인의동등취급에관한법률(BGG)'이 제정되었으며, 16개 주에서 각각 의회 의결을 통해 2005년 바덴뷔르텐부르크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주에서 장애인평등법이 제정되었다.
장애인평등법은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 참여와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며,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법과 제도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이 외부의 도움 없이 건축물 등 시설물, 교통수단, 기능적 도구, 정보처리체계, 청각 및 시각적 정보원, 의사소통 수단 및 기타 그 이외의 생활시설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 및 공공 기관들부터 선행할 것을 명시했다.
이 법을 근거해 장애인이 공공시설 또는 교통시설을 이용할 때 적절한 배리어프리 시설의 부재에 따라 사회참여권을 제한받는 경우, 본인이 직접 또는 동의하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교통시설 및 대중교통 수단이 배리어프리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은 독일 철도건설 및 운영규정(EBO)을 변경하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장벽이 없는 철도교통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새롭게 지정됨에 따라, 독일철도(Deutsche Bahn)는 2002년 7월 여객운송 부서에 장애인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새롭게 설치했다. 이 부서는 전체 승객, 장애인 협회, 정치 및 행정 그룹 간의 요구사항들을 조정하고, 장애인이 가능한 장벽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2005년 6월, 독일철도는 향후 5년간 철도시설에 배리어프리를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첫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매년 100개 이상의 배리어프리 기차역이 생기는 것을 목표로 할 것 △새로 건설되는 기차역에 배리어프리 시설을 갖추고 △1000명 이상 이용객이 있는 역에 엘리베이터 또는 긴 경사로를 설치해 개조할 것 △배리어프리로 만들어진 현대식 지역열차와 고속열차(ICE)를 구입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신체장애인을위한연방자조협회(BSK e.V.)가 오는 5월 5일 '장애인 평등을 위한 유럽 시위의 날'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 '장벽의 가시화' 캠페인. 이들은 스프레이 등을 통해 시설물에 배리어프리 문양을 남기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접근성 부족 인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BSK e.V. 홈페이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 … 일상의 차별을 실질적으로 금지할 것
장애인평등법은 분명 장애인의 평등한 사회참여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성과였다. 다만 이 법은 민간 부분을 포함하지 않고 있었고, 때문에 막상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의 평등권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후 2006년 8월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AGG)을 제정해 '인종, 민족, 출신, 종교와 세계관, 연령, 장애,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 차별금지법은 특히 고용관계 및 일상생활 및 사적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했는데, 이는 장애인에게도 적용되었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은 기존 노동법에도 새롭게 들어갔다. 이 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은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차별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방차별금지청(Antidiskrminierungsstelle des Bundes)에 신고해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006년 12월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모든 국가가 △사회 각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진했다. 특히 장애인의 존엄과 권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정책 영역에 해당 협약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독일을 포함해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환영받았다. 독일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평등법에 따라 연방정부와 지자체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들의 동등한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벽과 장애인들을 고립시키는 특수구조(대형 거주시설, 특수 어린이집 및 유치원, 특수 작업장 등)는 여전히 존재했다.
독일 정부는 이 협약을 2008년 비준하고(2009년부터 효력), 2011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실현을 위해 국책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10개년 계획으로서 장애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부분에서 200개 이상의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에 나오는 '이동성 및 접근성' 확대 조항에 따라 대중교통, 철도, 항공, 도로, 선박 영역에 배리어프리를 갖춘 설비를 보강하는 정책들이 포함됐다. 독일 정부와 각 지자체는 당시까지도 대중교통 수단 및 시설을 배리어프리로 갖춰왔으며, 이에 매년 독일 내 100개 이상의 철도역이 배리어프리로 갖춰지고 있었지만 여기에 추가로 장애인 맞춤형으로 설비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3년 독일은 여객자동차운수법(PBefG)을 개정하면서 거동에 제한이 있거나 모든 유형의 신체 및 감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이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는 대중교통을 배리어프리로 만들도록 규정했다.
또한 독일은 각 지자체의 교통 당국으로 하여금 '최대한의 접근성 목표'를 추구하는 철도 시설 및 차량 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의무화했다. 기술적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의무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예외로 두었지만, 목표 기간을 명시하도록 했다.
향후 지자체에서 지역 교통을 계획할 땐 장애인 대표, 장애인 자문위원회 외에 장애인 협회도 참여하도록 했다. 버스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월 1일부터 모든 장거리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이 2개 이상 설치되도록 했고, 해당 탑승 보조장치(리프트)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2016년부터 운행되는 신규 버스부터 적용되었다.
독일 전역 81% 철도역에 장애인 엘리베이터·경사로 설치 … 100%를 위한 노력
2022년 9월, 독일연방의회는 지자체와 독일철도가 제출한 배리어프리 현황을 바탕으로 독일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현황을 발표했다. 먼저 철도의 경우 2021년 기준 독일에는 기차역 약 5400개, 승강장 약 9300개가 존재하고, 승차 정보 전광판이 약 6800개, 엘리베이터가 약 2500개, 에스컬레이터가 약 1000개가 설치되어 있다.
승강장으로 가는 길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식이 아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로 마련한 역이 81%다. 승강장까지 동선 안내용 점자블록이 설치된 역과 열차 운행 전광판과 음성 알림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역이 각각 98%와 99%, 대비 색으로 계단이 표시된 역은 74%에 해당한다.
독일철도는 이 밖에도 '유럽연합 교통약자를 위한 호환성 기술 기준'(TSI PRM)에 따라 해당 역들을 조사했고,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기준으로 전체 역의 81%(승강장 기준 86%)가 접근성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2021년 5월 제4차 배리어프리 확장 프로그램을 발표한 독일철도에 따르면, 독일철도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배리어프리 사업에 약 47억 유로(약 6조 3146억 원)를 투자했다. 2022년에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투자 지원으로 약 18억 유로(약 2조 4184억 원)를 들여 독일 전역의 기차역에서 배리어프리를 포함한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156억 유로(20조 9,591억 원)가 투자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모든 기차역에서 한 개 이상의 승강장을 완전한 배리어프리로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서부역 사례(관련기사 ☞ "독일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배리어 프리'의 실현")와 같이 배리어프리 확장 사업이 미뤄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실 독일철도는 2012년부터 프랑크푸르트 서부역에 배리어프리 확장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장애인 단체에서 요구하는 모든 배리어프리 시설 마련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미뤄왔다.
그사이 장애인들의 요구가 계속됐고, 프랑크푸르트시는 2022년 1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2200만 유로(약 296억 원) 프로젝트에 880만 유로(약 118억)를 지원할 것을 승인했다.
해당 계획에는 3개의 새로운 엘리베이터와 배리어프리 공중 화장실 설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2024년까지 공사 완료, 2025년 하반기 시운전이 예정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요구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면, 이 계획은 또 언제 미뤄질지 모르는 일이다.
지자체 대중교통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주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체 장애인 중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 베를린의 경우 2021년 기준 버스, 전철, 트램 차량을 모두 배리어프리로 갖추고 있다. 베를린은 여기에 추가적인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2021년 500만 유로(약 67억 원)를 더 사용했다.
독일 16개 주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우 버스는 96%, 트램은 87%가 배리어프리로 운행되고 있으며, 최근 4년 사이 매년 4200만 유로(약 563억 원)를 배리어프리 확장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년 최대 5600만 유로(약 751억 원)를 대중교통 배리어프리로 사용하고 있는 바이에른주의 경우, 모든 대중교통 수단 중 94%가 배리어프리를 갖추고 있고, 2020년에만 약 700대의 버스가 배리어프리로 추가 교체 및 개조됐다.
이밖에도 독일 지자체 대부분의 주에서 '기차를 포함해 모든 대중교통 시설에 배리어프리를 확대'하고자 '나름의 목표를 수립하고 해마다 실행'해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올해 공개한 수도권 지하철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사고일지. 서울시는 이명박,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전 역사에 대한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지만, 울시 내엔 아직 21곳의 역사가 승강기 미설치 지역으로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시정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 상의 승강기 설치 시점을 2024년까지 다시 미뤄놓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배리어프리, 여전히 부족" … 독일 장애인들, '100% 완전한' 이동권 요구
하지만 현실은 역시 차이가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찌알헬덴(Sozialhelden)은 오픈 소스 기반의 휠맵(Wheelmap)을 개발해 독일 내 주요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 시설 배리어프리 현황을 지도로 표시하고 있다.
휠맵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공공장소의 약 40%가 배리어프리가 아니거나 부분적으로만 배리어프리가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의 경우, 175개 U반(U Bahn) 역 중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이 34개다. S반(S Bhan) 역의 경우는 168개 중 7개 역이 배리어프리를 갖추지 않고 있다. 고장으로 작동이 안 되는 엘리베이터는 약 30대에 달한다.
정류장의 경우, 803개 트램 정류장 중 273개와 약 6500개 버스 정류장 중 대부분이 배리어프리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특히 버스 정류장의 경우, 동선 안내용 점자블록과 버스 승차 시 입구 높이와 정류장 턱 높이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운전기사나 발판의 도움 없이 저상트램과 저상버스를 승차할 수 있는 ‘완전한 배리어프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2020년 1월 최초로 베를린 슈판다우(Spandau)구의 한 버스정류장이 버스가 정차하는 위치에 맞춰 정류장 턱을 기존보다 6cm 더 높인 22cm로 만들어, 해당 역에선 휠체어 이용자들도 발판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확대 사업은 지자체장과 연립 주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지연될 수도 있고, 배리어프리 시설을 만들었더라도 해당 시설이 계속적으로 관리되고 보수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장애인 단체들은 지금도 '완전한 이동권'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2022년 5월 5일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European Equality Day of Protes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에도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비롯해 장애인 평등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작년으로 30주년을 맞이한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 모토는 "목표는 배리어프리! 포용을 위해 속도를 높이자"였다. 이날 베를린 시위에는 독일자기결정적인삶(Selbstbestimmt Leben in Deutschland), 소찌알헬덴 등의 크고 작은 장애인 그룹들이 함께 했으며, 그들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은 이동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2년부터 매년 5월 5일 기념하고 있는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 매년 이날엔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모여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5월 베를린 연방 총리실 앞에서 열린 집회다. 참여자들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현수막 문구를 통해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했다. ⓒBerliner Behindertenverband e.V.
한국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한 도시에도 못 미쳐 … 당사자 관점 정책 필요
작년 말 한국 기획재정부는 2023년 정부예산을 결정하면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일부 법률 개정안에 해당하는 예산으로 237억 원을 편성했다. 이것은 2022년 인구 74만 명의 프랑크푸르트시에서 시의회와 독일철도가 서부역 한 개역의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편성한 예산보다 더 적은 금액이다.
국회에서 통과한 237억 예산안은 정부안 대비 106억8000만 원 증가한 것이지만, 전국장애인파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한 증액안의 0.8%에 불과하다. 전장연은 이 예산이 차량 관리비(유류비, 유지비)만 포함하고 있고 운전원 인건비는 빠져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대폐차 저상버스 도입을 포함한 특별교통수단 도입 보조 운영비 지원을 위해 1437억 증액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1월부터 서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다시 장애인 이동권 행동에 도입했다. 이에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고, 실제로 경찰, 서울도로교통사 보안관들이 시위를 하려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을 무력으로 막고 있다.
독일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선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하는 법이 제정됐고, 이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정책엔 정부와 지자체의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다.
장애인을 비롯해 모든 교통약자를 포함하는 대중교통을 위해 여전히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이것이 모든 시민의 복리를 위해서,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최소한 이곳에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을 가리켜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독일에서, 변화는 일상의 평등권이 비장애인 시민에게만 맞춰져야 한다는 시각이 바뀔 때 일어났다. 리프트를 이용해 장애인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버스 바닥을 낮출 때, 그때서야 ‘정책’은 모두를 위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프레시안 손어진 자유기고가
부산 해안가 점령한 ‘생숙’…조망권 독식 심화
시세 차익 꾀하는 수익형 부동산, 해운대·광안리·부산항 일대 난립
- 절반만 숙박업 등록돼 혼선 예고
부산시가 최근 옛 미월드 용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을 공공 기여분을 늘리는 조건으로 허가해준 가운데, 부산 생숙 대부분이 바닷가를 따라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층 아파트에 이어 다수의 주거용 생숙까지 앞다퉈 부산 해안가를 점령하면서 일부 특정계층의 조망권 사유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동구 한 빌딩에서 본 생활형숙박시설 공사 현장. 김영훈 기자
4일 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전체 생숙은 지난해 12월 기준 86동 7856호실 규모이고 앞으로 21동 8107호실이 더 지어져 지금보다 100%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시 자료를 토대로 하면 80% 이상이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과 부산항 북항 일대 등 바다를 따라 밀집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뒷편에는 약 30개 생숙이 있고 동구는 북항 일대에 들어서 있다. 생숙의 형태는 다양하다. 수영구 관계자는 “관광도시 특성상,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 일반 숙박시설에 취사 시설을 더해 생숙으로 바꾸거나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처럼 거주하는 등 여러 용도가 뒤섞여 있다”고 밝혔다.
부산은 경기도 강원도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생숙이 많다. 인허가 면적은 2016년 3만5000㎡에서 2020년 77만5500㎡(누적)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했으며, 이는 축구장 109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전문가들은 느슨한 법 규제로 사업자와 매입자 모두에게 유리한 부동산 상품이라고 분석한다. 사업자는 사업계획 승인 절차 등이 없고, 초기 자금이 부족해도 분양을 통해 자금 확보가 쉽다. 매입자 또한 주택 수 미포함에 따른 다주택자 과세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전매 제한 또한 없어 단기간 시세 차익을 꾀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애초 용도인 숙박시설이 아닌 주거용 생숙이 난립하면서 부동산 난개발이나 교통 혼잡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주거용으로 쓰는 생숙을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도록 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를 오는 10월 14일까지 2년간 늦추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 건축법 등 여러 이유로 전체 생숙 중 숙박업으로 등록한 곳은 53%에 불과해 10월 이후 생숙과 관련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
몽골 사막, 미세먼지 150톤 빨아들이는 숲으로...韓 기업 작품
한국 기업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무를 심어 왔다.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 한반도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도, 산불 피해로 황량했던 산을 복원해 산사태 위험을 낮추기도 했다.
몽골 사막, 미세먼지 150톤 빨아들이는 숲으로...韓 기업 작품
5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03년부터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숲을 조성했다. 2014년까지 심은 나무가 약 1000만 그루다. 조성된 인공 숲 면적은 여의도의 10배 수준이다.
토진나르스에도 30여년 전에는 천연 숲이 있었다. 토진나르스의 몽골어 뜻이 '끝없는 소나무 숲'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불이 크게 두번 나 천연 숲이 소실됐고 이후 사막화가 진행됐다.
유한킴벌리는 몽골 정부 요청을 받아 숲 조성에 착수했다. 토양이 비옥하지 않아 묘목은 쉽게 죽었다. 현지 주민들이 조림 개념을 잘 몰라 벌목, 유목 등으로 숲 일부를 훼손하는 일도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나무를 심으면서 현지 주민들 교육도 했다. 숲이 되살아나자 사막화가 멈추고 사슴, 노루 등 야생 동물이 돌아왔다. 숲은 몽골 현지 학교들의 생태관광 코스, 신혼부부의 웨딩사진 촬영 명소가 됐다. 숲은 한해 약 150톤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2015년부터 심은 나무들을 꾸준히 관리하는 '숲 가꾸기' 사업을 하고 있다. 숲이 안정화하면 사막화방지 연구림을 조성해 숲 조성을 성공한 지역과 실패한 지역을 비교 연구해 앞으로 숲 조성에 필요한 자료들을 만들 계획이다.
몽골 숲 조성은 유한킴벌리가 1984년부터 한 나무심기 캠페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일환이다. 지난 1일 유한킴벌리는 산불 피해로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탄 강원도 동해시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했다. 신혼부부 110쌍과 임직원 300여명이 동참했고 내년까지 나무 1만6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한솔홈데코는 1996년 뉴질랜드 북섬 기스본 지역에 1만 헥타르 규모 라디에타 소나무 조림지를 조성했다. 면적이 여의도 30배 수준이다.
한솔홈데코는 조림지 조성·운영에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을 채용했다. 한솔홈데코는 숲이 맺어준 인연으로 2014년 뉴질랜드 최대 탄소배출권 업체 NZFLC와 탄소배출권 리스 계약을 맺고 탄소배출권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산림청과 '탄소중립의 숲'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산업활동, 임직원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탄소중립의 숲이라 붙였다. 2027년까지 나무 약 3만 그루를 심어 5만평 규모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브자리는 2014년부터 '한강 탄소 상쇄 숲' 조성 행사를 했다. 8년간 서울 한강공원 일대에 2만1901평 규모, 경기 양평군에 7만평 규모 숲을 조성했다. 이날 식목일을 앞두고 지난 1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 일대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나무심기는 기업에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산림청은 산림탄소상쇄제도로 기업이 나무를 심어 흡수한 이산화탄소 양을 인증해준다. 제도는 거래형과 비거래형으로 구분된다. 거래형은 1톤당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비거래형은 보상 없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이브자리는 가꾼 탄소 상쇄 숲에서 1615톤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인증받아 기부했다.
ESG 경영 강화 측면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게자는 "고객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각도로 ESG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며 "숲 조성처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oneyToday
‘기후정의파업’ 이후의 길을 밝혀주는 이름, 치코 멘데스
'빈자(貧者)의 환경주의'를 위하여
작년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노동자당 룰라 후보가 승리하길 염원한 지구인들의 가슴 속에는 검붉게 타오르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처참한 모습이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야금야금 파헤쳐지던 숲을 기후위기 와중에 더욱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한 보우소나루 정부는 단지 먼 타국의 미친 극우 정치 세력만은 아니었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을 위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재앙이었다.
다행히 대선 2차 투표에서 룰라가 승리했고, 새 정부의 첫 번째 약속은 열대 우림 보호였다. 그리고 이 역사적 순간에 브라질 안팎의 많은 이들은 새삼 벅찬 감회로 한 이름을 떠올렸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역사와도 긴밀히 얽힌 그 이름은 치코 멘데스(Chico Mendes)다.
치코 멘데스는 아마존 밀림의 고무 채취 노동자였고, 동료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해 고무 채취 노동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열대 우림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숲을 태워 기업형 농장이나 목장을 만들려 하는 대지주들에게 이런 멘데스와 동지들은 눈엣가시였고, 결국 총탄으로 답했다. 1988년 12월 22일 멘데스는 자기 집에서 부인과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암살당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낯설기만 하지도 않다. 미국 영화감독 존 프랑켄하이머가 연출한 멘데스의 전기영화 <버닝 씨즌(The Burning Season)>(1994년)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치코 멘데스'라는 이름까지는 몰라도 유명한 배우 라울 줄리아가 맡았던 고무 채취 노동조합 지도자의 이미지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만이 아니다. 노래도 있다. 폴 매카트니는 때로 존 레논도 깜짝 놀랄 법한, 직설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곡을 내놓곤 했는데(예를 들면, 1972년에 발표한 '아일랜드를 아일랜드인에게 돌려줘라(Give Ireland Back to the Irish)'), 1989년에 낸 앨범 <쓰레기 속의 꽃들(Flowers in the Dirt)>에 실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How Many People)'도 그런 곡이다. 매카트니 특유의 밝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노래이지만, 가사는 바로 1년 전에 살해당한 멘데스의 삶을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벨기에의 트로츠키주의 혁명가, 이론가 에르네스트 만델은 1992년에 잇달아 사망한 독일 사회민주당의 전설적 지도자 빌리 브란트와 녹색당 창당 주역 페트라 켈리를 기리는 글을 뜻밖에도 멘데스 이야기로 끝맺는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와 녹색 정치의 한계를 짚으면서 만델은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운동과 숲을 지키는 운동을 하나로 결합시켰던 멘데스의 삶이 대안의 실마리를 보여준다고 적었다(“Petra Kelly and Willy Brandt”, <New Left Review> 1992년 11-12월).
그리고 이제는 우리말로도 이런 찬가와 풍문의 주인공을 생생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멘데스 자신의 회고를 동지였던 토니 그로스가 기록한 <나, 치코 멘데스: 숲을 위해 싸우다>(이중근, 이푸른 옮김, 틈새의시간)가 최근에 출간된 것이다.
▲<나, 치코 멘데스 - 숲을 위해 싸우다>(치코 멘데스토니 그로스 지음, 이중근이푸른 옮김) ⓒ틈새의시간
노동자의 삶과 숲을 동시에 지키다
<나, 치코 멘데스>는 멘데스가 초등학교도 못 다닌 평범한 농촌 노동자에서 사회운동 지도자로 성장한 과정을 상세히 전한다. 그런데 멘데스의 유년 시절을 고백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어떤 기시감이 든다. 어디에선가 이미 본 듯한 이야기. 그렇다. 룰라의 전기도 첫머리가 거의 비슷했다. 이것은 룰라와 멘데스만의 묘한 인연은 아니다. 둘이 속한 브라질 민주화운동, 사회운동의 한 세대가 살아온 공통의 삶이다.
태어난 해도 거의 비슷하다. 멘데스는 1944년생이고, 룰라는 1년 뒤인 1945년에 태어났다. 멘데스는 아마존 밀림 깊숙이 자리한 아크리 주에서 났고, 룰라는 대서양 연안인 페르남부쿠 주 출신이다. 거리로 따지면, 페루와 인접한 아크리와 동부 해안 지역인 페르남부쿠는 대륙의 양 끝이라 해도 좋을 만큼 멀다. 그러나 두 주 다 가난한 저개발 지역과 동의어인 '북부'로 분류된다. 고무를 채취하던 멘데스 가족, 빈농이던 룰라 가족 모두 브라질 사회의 최빈층이었다.
다만, 룰라 가족이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남부 대도시로 이주한 것과 달리 멘데스 가족은 고향에 남았다. 그리하여 청년 룰라가 상파울루 인근 공업지대에서 금속 노동자로 일하게 된 그 무렵에 멘데스는 아버지를 이어 고무 채취 노동자가 됐다.
고무 채취 노동자는 노동자이기는 하되 참으로 특이한 형태의 노동자였다. 겉으로만 보면, 이들은 산림 자원을 채취하는 자영업자에 가까웠다. 본래는 거대한 고무농장들이 있었고, 노동자는 농장주에게 부채 노예 형태로 예속돼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국제 시장에서 동남아시아산 고무에 밀리자 농장주들은 고무농장을 직접 경영하길 포기했다. 더 이문이 남는 작물을 재배하거나 육우를 사육하는 목장으로 전업하려 했고, 이를 위해 숲을 불태웠다. 지금도 계속되는 밀림 파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고무농장은 사라지더라도 고무 채취 노동자는 남았다. 그들은 농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밀림을 떠나지 않고 고무나무들과 함께 남았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고무를 채취한 뒤에 중개상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정 지역에서 고무를 채취하는 대가로 해당 지역의 지주(대개 전업을 추진 중이던 예전 고무농장주)에게 지대를 바쳤다. 중개상과 지주는 도시의 고용주와 별반 다르지 않게 체계적으로 고무 채취 노동자의 피를 빨아 부를 축적했다.
1990년대 어느 때에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했다면, 아마 금속 노동자 룰라의 투쟁담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만큼이나 이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마존 밀림의 고무 채취 노동자가 살았던 삶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플랫폼 노동자가 살아가는 삶과 무척 닮았다.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 겉은 자영업자에 가깝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플랫폼 소유업체가 직접 고용주와 다를 바 없이 이들을 착취하고 감시, 억압한다. 멘데스와 동지들의 투쟁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고무 채취 노동자와 아마존 선주민의 관계도 흥미롭다. 고무농장에서 일하던 시절에 고무 채취 노동자는 농장주와 마찬가지로 선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고무 채취 노동자들이 가족 단위로 작업하게 된 뒤에도 한 동안 둘 사이의 관계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교류가 늘고 문화가 섞였으며 함께 가정을 꾸리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따지고 보면, 둘 다 숲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간 공동체였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숲은 이 성가신 잡음조차 품어 화음으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보다도 멘데스야말로 이런 만남과 대화, 연대를 평생의 원칙으로 삼아 사회운동을 일군 인물이었다. 그는 도시에서 도망쳐온 좌파 활동가들과 만나며 운동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서며 공업지대에서 새롭게 성장하던 노동운동과 발맞춰 농촌 노동자들의 운동을 조직했고 그 일부로서 고무 채취 노동자들의 조직을 결성했다. 1980년에는 노동자당 창당에 참여하여 노동조합운동과 정당 활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선주민과 연대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숲을 불태우며 기존의 모든 생명을 제멋대로 추방하려 드는 지주의 공격 앞에서 그들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종국에 연대의 품은 열대 우림 자체로까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사회가 한창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며 헌법도 새로 만들고 1년 뒤에는 오랜만에 대통령 직접선거(이 선거에서 룰라가 처음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도 실시하기로 한 격랑의 해 1988년에 멘데스는 대지주들에 맞서 숲을 지키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투쟁에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둘은 하나였다.
이 무렵 멘데스의 비전은 공유지(커먼스)로서 고무 채취 보존 지역을 확보하고 고무 채취 노동자들을 협동조합으로 조직하여 보존 지역의 관리를 맡게 하자는 데까지 나아갔다. 단지 중개상과 지주에게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는 수준을 넘어 노동자와 선주민 그리고 숲이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질서를 건설하려 한 것이다.
기득권 세력이 도저히 참아줄 수 없었던 게 바로 이런 구상이었다. 그들은 브라질 우파가 빈민가의 으슥한 곳이나 밀림에서 즐겨 사용해온 해결 방식, 즉 암살을 선택했다(불과 5년 전인 2018년에도 사회주의자유당 소속 시의원이며 성소수자인 마리엘 프랑코가 암살당했다). 대지주 일가가 고용한 총잡이들이 치코 멘데스를 쓰러뜨렸다. ― 이것이 <나, 치코 멘데스>에 실려 40여 년만에 우리에게 도착한 아마존의 거대한 서사시다.
가난한 자들의 환경주의를 위하여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많겠지만, 노르웨이 정부가 2004년부터 시상하는 홀베르그상은 인문사회과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만한 권위 있는 상이다. 위르겐 하버마스, 고(故) 브뤼노 라투르, 마사 누스바움 등이 역대 수상자다.
올해 이 상은 스페인의 생태경제학자 호안 마르티네즈-알리에르에게 돌아갔다. 마르티네즈-알리에르는 1960년대부터 선구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파괴의 긴밀한 연관 관계를 파헤쳐온 학자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펼치는 탈성장 연구 그룹(요르고스 칼리스 외, <디그로쓰>, 우석영 외 옮김, 산현재, 2021)이 대개 그의 제자뻘 되는 인물들이다.
그런 그의 대표작 제목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개념이 '빈자(貧者)의 환경주의'다. 마르티네즈-알리에르는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저서 <빈자의 환경주의Environmentalism of the Poor>(2002년)에서, 가난한 이들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하는 일이 환경 보호와 충돌하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결합될 수밖에 없는 과제임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난개발에 맞서는 '빈자의 환경주의'야말로 가장 완강하며 효과적인 환경운동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빈자의 환경주의는, 말하자면 치코 멘데스가 걸었던 그 길이다.
이제 2주일 뒤면 4월 14일(금), 기후정의파업의 날이다. 각지에서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릴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수만 명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던 작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이어 이번에도 각성한 기후 시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더 많이, 더 활기차게 확인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위가 끝난 그 다음부터일 것이다. 기후 시민들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기후재앙의 가장 심각한 잠재 피해자들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 스스로 구상하고 추진하며 관리하는 재생에너지 협동조합들이 곳곳에서 생겨나야 한다. 한 여름 폭우가 지나간 뒤에야 눈길을 받는 기후재앙 피해자들을 미리 조직하여 대책을 요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운동들이 가시화되어야 '기후악당' 대한민국 정부도 꿈쩍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빈자의 환경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한국 풍토에 바탕을 둔, 가난한 이들의 기후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수많은 '치코 멘데스'들이 아마존 열대 우림만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도 부활해야 한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신현재 기획위원 . 프레시안
윤통 엉뚱 ‘가뭄 처방’에 영산강 물 1160만톤 끌어온다고?
‘방치’된 4대강 보 적극 활용하라는 윤 대통령 말에
“4대강 물 펌핑해 10km까지”…설익은 대책 내놓은 환경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4대강 보를 활용해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함께 겪고 있다”며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31일 주암댐을 방문한 가뭄 현장에서 한 발언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엉뚱한 ‘가뭄 처방’을 내리니, 일부 언론은 관계없는 근거를 내세우며 박수를 치고, 환경부는 구체적 조사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4대강 물을 펌핑해(끌어올려) 최대 10㎞ 거리의 양수장까지 보낼 계획”이라고 했으나, 대상이 되는 양수장 수조차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① 4대강 보는 정말로 ‘방치’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승촌보 상시 개방 그리고 금강의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결정을 내렸다. 현재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영산강은 수문을 일부 열어두는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문을 열어뒀으니(방치) 물이 없고, 그래서 가뭄 대응이 안 된다’는 4대강 사업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럴듯한 논리다.
그런데, 영산강을 비롯한 4대강 16개 보는 정말로 ‘방치’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한 곳에서 강물을 끌어들이는 취수장과 양수장의 운영이 중단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산강은 보의 수문을 여닫으면서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를 막고, 강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양수장 물 공급이 지장을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양수 최저수위’를 지키며 수위를 조절한다.
오히려 문제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취∙양수장 99곳을 이설∙보강하면서 취수구 높이를 일괄적으로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 끌어올렸다. 관리수위는 가동보(수문을 여닫는 보) 수문을 닫아 고정보(수문이 없는 보) 상단까지 물이 차는 수위다.
이렇게 되자, 보의 수문을 열면 물이 빠지면서 양수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상과 수질에 따라 수문을 개폐하자는 취지에서 보를 ‘가동보’로 만든 것이었는데, 취∙양수구를 높이면서 수문을 열 수 없는 ‘반쪽짜리’ 시설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등 분분한 해석이 있다.
2018년 감사원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당시 보 수위에 대한 운영계획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관리수위만 제시한 상태에서 양수장 보완 대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162개 양수장을 조사한 결과, 5곳을 제외한 157개 양수장은 보의 수위를 낮추면 양수장 운영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사업은 보에 물만 가두는 데 집중했을 뿐, 취∙양수장은 거의 신경 쓰지 않은 무책임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② 조선일보, 영산강 보 열어둬 1560만톤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치된 4대강 보 활용’ 발언 사흘 뒤인 3일 <조선일보>는 영산강의 보 개방 후 광주시민이 40일간 쓸 수 있는 물(1560만톤)이 손실됐다고 주장했다. 보를 전부 다 닫았을 때 관리수위와 보 부분 개방 후 저수량을 비교해 이 같은 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호도한다. 왜냐하면, 강물을 용수로 활용하는 취∙양수장은 앞서 말했듯 줄곧 정상 가동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영산강 취·양수장의 운영은 중단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를 닫아서 ‘보기에 물이 많은 것’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많은 것’은 다르다. 보를 닫아 저류량이 늘더라도 이를 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영산강 보 개방 때문에 마치 당장 사용 가능한 물이 없어진 것처럼 썼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장단을 맞춘 것일까.
③ 영산강서 1160만톤을 정말 확보할 수 있을까?
3일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장흥댐~주암댐에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등의 2단계 기본대책 말고도 4대강 보를 언급했다. 환경부는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장관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에 저류된 물이 2308만톤 정도 된다. 이를 관리수위까지 상승시키면 1160만톤 정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1160만톤을 정말 확보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불가능하다. 기존의 취∙양수장은 평상시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 말은 영산강 최근접 지역은 물이 평시대로 공급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먼 거리의 가뭄 지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도수관로 공사를 벌여 먼 거리의 가뭄 지역까지 강물을 보내야 한다.
이런 방법이 시도된 적이 있긴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백제보 하류의 물을 22㎞ 떨어진 보령댐으로 보내는 도수관로가 설치됐다.
692억원이 든 보령댐 도수관로에 대해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익성 지수(PI)를 0.02로 평가했다. 수익성 지수가 1 이상일 때 재무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0.02라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생활∙공업용수 공급량도 운영 전에 견줘 1.1~4.4%, 농업용수는 1.8~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돈은 많이 드는데,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15년 4대강 강물을 활용하기 위해 ‘4대강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을 짰다. 수리시설을 보강∙신설하는 데에만 1조913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혜택을 받는 지역은 전국의 물 부족 농경지 42만2296ha에서 2.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저수지 둑을 높이는 등 지역적인 방식이 더 경제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와 관련한 계획은 축소되거나 백지화됐다.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지난달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영산강 10㎞ 이내 거리에 있는 양수장에 양수 펌프를 이용해 4대강 물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영산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올리는 기존의 취양수장은 예정대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번 목표는 그보다 조금 먼 지역에 4대강 물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단 펌핑(양수)을 하면, 최대 10㎞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양수장이 몇 곳인지에 대해서 환경부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수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현재 (영산강의) 가용 구간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4대강 물의 수혜를 입는 양수장이 몇 곳인지 추리지 않은 채, 설익은 대책을 장관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설사 10㎞ 멀리 보내도 그 지역 물이 부족하지 않으면 굳이 보낼 필요가 없다.
이번 환경부의 4대강 물 활용 정책으로 직접 가뭄 해갈에 도움 줄 수 있는 양은 아주 적을 것으로 보인다. 1160만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관의 말에 비해 환경부의 계획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고성능 3단 펌프로 강물을 배수해서 10㎞ 멀리 보내는 게 대책의 전부라니? ‘4대강 보 살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장관이 나서 힘주어 발표조차 할 필요가 없는 계획이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국가원수급 경호에 열정적 환대… 실사단 "눈물 나도록 감동"
실사단 버스 앞뒤로 경찰 차량
가는 곳마다 환영 인파 몰려
스위스 대표 “부산역서 깜짝 놀라”
뜨거운 유치 열기 고스란히 전달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은 5일 부산 동구 아스티 호텔에서 시민단체와 오찬을 하고 2030세계박람회 개최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들었다. 기념 촬영을 하는 실사단과 시민단체 대표들(위). 인사말을 하는 박은하 2030부산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장. 김종진 기자 kjj1761@·부산시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을 환대하며 극진히 맞이하는 모습에 매우 감동하며 “고맙다”를 연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단은 부산의 환영 물결에 “팝스타가 된 기분”이라고 밝혔는데, 경찰의 경호만 놓고 보면 ‘국가 원수’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5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BIE 실사단은 규정상 ‘국왕·대통령·국가원수 등’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 경호를 받는 경호등급이 부여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 경찰은 내부 검토를 벌인 뒤 사실상 최고 수준의 신변보호를 결정해 시행하고 있다.
실사단이 부산 일정 내내 타고 다니는 수소버스 앞뒤로 항상 사이드카와 교통순찰자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동선인 주요 간선도로나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는 정복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 실사단의 입장에서는 사고나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은 물론 부산에서 상당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사단 방문지에는 지역 경찰서 서장이 직접 나가 도착 전부터 현장을 통제한다. 현장에서 발생한 주요 사안은 즉각 경찰청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실사단 경호에서는 ‘비노출·사복’ 경호 인력 비율이 상당히 높다. 사복 경호 인력이 많으면 경호에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정복 경찰이 많아지면 자연스러운 환영 분위기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역할이 가장 중요한 순간은 6일 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벌어질 ‘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불꽃쇼’다. 100만 명 집결이 예상되기 때문에 치안은 물론 대규모 행사 안전 통제 등에서도 부산의 저력을 보여 줘야 한다.
안전관리를 위해 경찰과 부산시 공무원 등 역대 최다 인원인 6100명이 현장에 배치된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불꽃축제에서 선보인 ‘혼잡안전관리차량’(일명 DJ폴리스), 70cm 높이의 사다리에 오른 ‘키다리 경찰관’ 등을 배치한다. 아무리 큰 행사라도 부산에서라면 안전하고 질서 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는 게 경찰의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당연히 안전, 치안이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면서 “실사단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줘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경찰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경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성대한 실사단 환영 행사와 국빈급 대우를 대체로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시민이 불편을 겪으면서까지 과도하게 환영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올 법하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인 환영이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4일 부산역 환영식을 봤다는 박주연(32) 씨는 “정말 많은 사람이 손을 흔들고 환영하는 모습은 어쩌면 좀 올드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직접 보니 웅장하면서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며 “누구라도 감동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장인 노민규(43) 씨는 “부산과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적극적으로 환영해 좋은 기억과 이미지를 줘야 한다”면서 “주위에서도 엑스포에 거는 기대가 커서인지 더 격하게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사단을 직·간접적으로 만난 지역 인사들은 실사단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했다.
스위스 명예영사로 4일 만찬에서 실사단을 만난 정용환 서번산업엔지니어링(주) 대표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마침 옆자리에 BIE 스위스 대표가 앉았다. 스위스 명예영사라고 소개하자 크게 반가워했다”면서 “스위스 대표는 부산에 오면서 대구역에 정차했을 때 시민 환영 이벤트에 놀랐고 부산역에 내려서는 눈물이 날 뻔했다면서 전 국민의 유치 열망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매우 흥분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BIE 실사 현장에 나타난 환경단체…"가덕신공항 반대" 기습 선전전
5일 국제박람회기구 부산 북항 실사 현장에 나타나 피켓 선전전
"실사단에게 가덕신공항 반대 의견 전하겠다" 진입 시도하기도
5일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가덕신공항 사업에 반대해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습적인 선전전을 벌여 경찰과 대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BIE 실사 일정이 진행 중인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5층 하늘정원 입구에 가덕도신공항만대시민행동 등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6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손에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실사 현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 단체의 선전전은 10분가량 이어졌다. 일부 회원이 "실사단에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막아서며 무산됐다. 그 시각 실사단은 북항 시찰 일정을 마친 뒤 다른 통로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자진 해산하며 이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5일 오전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가 진행 중인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가덕 신공항 건설 반대 등을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혜민 기자
경찰은 이들이 실사 현장에 다시 나타나 선전전을 벌이거나 진입을 시도하는 등 만약의 상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실사단의 바로 다음 일정인 오찬 장소에서 또 다시 기습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나타난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가덕신공항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날 기습 시위 역시 가덕신공항과 관련한 환경 문제 등을 실사단에 전달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필수 사업으로, 최근 국토교통부는 세계박람회가 열리기 전인 2029년까지 가덕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부산CBS 송호재 기자
한강수변 전구간 ‘콘크리트 아웃’···2025년까지 흙·자갈·식물로 복원
2025년까지 한강변 전 구간이 콘크리트 대신 흙, 자갈, 큰돌 등 자연 소재로 복원된다.
서울 한강변 호안이 2025년까지 인공호안에서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된다. 서울시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한강 생태성 복원 추진 방안을 밝혔다. 사진은 자연형 호안이 조성된 광나루한강공원. 서울시 제공
강물에 의한 침식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등 인공재로 조성한 호안을 흙으로 바꿔 수변 완충지대를 만들고 생물 서식과 조류 휴식 공간도 확보하는 것이다. 강가 비탈면에는 물억새, 수크령 등 물과 친밀한 식물로 만든 매트를 깔아 하천 생태계를 형성한다.
남북 총 82㎞ 길이인 한강변 중 교량, 선박 접안시설 등이 있어 복원이 어려운 구간을 제외한 57.1㎞ 전체가 대상이다. 46.9㎞(약 82%)는 지난해까지 자연형으로 조성됐다. 올 연말까지 홍제천 합류부~성산대교, 서강대교~마포대교와 2024년 서남물재생센터~가양대교 각 2㎞ 구간을, 2025년 남은 6.2㎞를 마칠 계획이다.
서울 시내 5개 한강생태공원도 자연성 회복을 목표로 2025년까지 재정비된다. 한강에는 1997년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시작으로 강서습지, 고덕수변, 암사, 난지 한강생태공원이 있다.
조성된 지 평균 18년이 넘은 이들 공원은 시민 이용과 생태가 혼재돼 상호 간섭이 일어나거나, 간헐적인 침수로 생태 안정성이 저해된 구역이 생겨나는 상황이다. 환경 종합분석을 통해 시민 동선을 분리하고, 서식에 적합한 식물의 자생 여건 조성 등 정비를 추진한다.
한강변에 나무도 늘어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21만 그루를 심어 총 371만 그루 규모의 한강숲을 만들 계획이다.
물가 가까이에는 생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생태숲, 시민 이용 공간에는 그늘을 위한 이용숲이 조성된다. 도로 근처에는 소음과 먼지를 차단하는 목적의 완충숲이 만들어진다. 한강변 수영장들은 자연소재가 활용된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재조성된다.
주용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강에는 2025년까지 21만 그루의 나무가 추가로 식재된다. 사진은 한강 이용숲의 모습. 서울시 제공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기후변화로 100년 전 사라졌던 美호수가 다시 생겨났다
견과류 주산지 캘리포니아주 툴레어 분지 일대, 최근 폭설·폭우에 타격
지난 2월 말 캘리포니아에 닥친 겨울 폭풍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를 강타한 폭설과 폭풍우 등 이상기후로 100년 전 사라졌던 호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스카이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중간에 위치한 툴레어 분지는 한때 호수였으나 100년 전 물이 빠진 후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와 우유, 과일 등의 미국내 주요 산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발원한 '대기의 강'(대기천·atmospheric river) 현상의 영향으로 미 서부 지역에 지난해 말부터 폭우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한 세기 동안 메말랐던 이 일대엔 요즘 물이 다시 들어차 바다를 방불케 하고 있다.
계속된 강우로 한때 호수였던 유역이 다시 물로 채워지는가 하면, 홍수로 마을들이 피해를 입고, 농장이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기록적인 폭설로 이 근처 산악 지대에 눈이 잔뜩 쌓여 있는 것도 농민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눈이 녹아 흘러내리면 산 아래 마을은 수개월 동안 홍수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툴레어 유역 상수지구의 전임 책임자인 매트 헐리 씨는 "지난 75년 동안 목격하지 못한 15m가 넘는 눈이 산에 쌓여있다. 얼마나 빨리 이 눈이 녹아내릴지 모르겠다"며 더 큰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 수년 간의 극단적 가뭄에 뒤이어 올해 폭설과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한 것은 궂은 날씨와 건조한 기후 양 극단 사이를 오가는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날씨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스카이뉴스는 짚었다.
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돈 더내고 새치기 정당한가?"…놀이공원 매직패스 다시 논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정당한가."
"돈 더내고 새치기 정당한가?"…놀이공원 매직패스 다시 논란
지난 2일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과학과 교수가 놀이공원의 '패스권' 시스템을 예로 들며 이같은 주제로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패스권'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등 주요 놀이공원과 워터파크 등에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놀이기구 탑승 대기 시간을 줄이는 이른바 '패스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놀이기구의 좌석 일부를 패스권 소지자들에게 먼저 개방해 이들이 일반 대기 고객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두고 "아이들이 어릴 때 그걸 보고 어떤 가치를 배우게 되는가"라며 "먼저 줄을 선 사람들이 서비스를 먼저 받는 건 당연한 건데, 이 경우에는 돈을 더 낸 사람이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다르게 대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배우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게 정당한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다.
이에 격투기 선수 김동현은 "부모로서 아이한테 이런 상황을 보여주기가 싫다"면서 "돈이 많은 사람이 먼저 들어가는 모습은 안 보여주고 싶다"고 답변했다.
한편 아이돌그룹 NCT의 도영은 "일본에 놀러갔을 때 5만~6만원 정도를 내면 패스트 패스를 살 수 있었다. '5만원에 2시간을 살 수 있다면 돈을 쓰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패스트 트랙을 샀다"며 경험담을 밝히기도 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가격에 따라 서비스 차등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돈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이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불공정의 시작, 놀이공원 패스권. 이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글쓴이는 당시 글에서 "돈을 더 내고 정상적으로 기다리는 사람들과 달리 혜택을 받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패스권은 돈을 이용한 갑질의 공식적 허용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MoneyToday
IAEA 중간보고서 “일본 후쿠시마 방류 모니터링 체계 신뢰할 수 있다”
현장 조사 내용만 담은 4차 보고서 공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추가 설명 필요”
해양수 조사 결과는 다음 보고서에 반영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현재 오염수 약 130만t이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 제공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5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감시 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내놨다. 다만 IAEA는 방사선환경경영향평가(REIA)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AEA는 이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에 대한 4차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IAEA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 일본을 찾아 현장 조사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추가적인 현장 조사 내용이나 현지에서 채취한 해양수 샘플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은 5·6차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는 그 이후에 나온다.
4차 보고서는 도쿄전력 등 일본 당국이 해양수 방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검증·평가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보고서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 후 환경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수립한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방사선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본이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모니터링 계획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REIA와 관련된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방류 후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따져보는 계획 중 해안 3㎞ 근해에서 잡힌 물고기 섭취량을 제외한 데 대해 개선된 설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 생물체 내 유기 결합 삼중수소(OBT)의 형성 과정의 불확실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고, 환경영향 시뮬레이션 영역의 경계에 있는 해수에서 요오드(I-129), 탄소(C-14) 등 잔류 핵종의 농도 추정치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다만 이러한 보충 설명 요구는 “도쿄전력이 IAEA의 국제 안전 표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며 전문가들이 도쿄전력이 세운 계획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AEA는 일본이 올해 방류를 개시하기 전까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 내 유통 농산물 21% 방사능 오염···송이버섯은 세슘 기준치 ‘15배
“검사 건수 줄어드는데 검출률은 증가세”
시민단체,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반대
2022년 일본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와 2021, 2022년 일본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 비교.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제공.
일본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의 21%가 방사능물질에 오염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수입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농축수산물 방사능 오염실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총 3만6155건의 농수축산물을 대상으로 벌인 방사성물질 검사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이 단체들은 보고서에서 “일본 식품의 방사성 물질 검사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검출률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 정부는 자국산 식품의 방사성 물질이 잘 관리되고 있고, 안전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검사 대상 물질은 방사성물질인 세슘으로 전체 검출률은 1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검출률을 보면 2018년 1.83%에서 2019년 1.84%, 2020년 3.57%, 2021년 9.9%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종류별 검사 결과를 보면 수산물 5.3%, 농산물 21.1%, 축산물 2.6%, 야생육 29.0%, 가공식품 6.3%, 유제품 0.3% 등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2021년에 비해 대부분 증가한 수치다.
2018~2022년 사이 일본 식품의 방사성물질 검출률.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들 단체는 주로 버섯류와 야생조수의 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방사성물질 세슘이 가장 많이 검출된 품목은 송이버섯으로 1500Bq/kg(1킬로그램당 베크렐)이 나왔다. 국내의 식품 세슘 기준치는 100Bq/kg이다. 수산물 중에는 산천어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170Bq/kg의 세슘이 검출됐다. 2022년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은 1400Bq/kg의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농산물 중에서는 주로 산나물의 방사성 물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들은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그 외 지역보다 높게 나오고 있어,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 이유가 후쿠시마 원전임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강화함과 동시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경향
엑스포 주제…구호 아닌 ‘정책 실현’ 필요
엑스포 실사단의 첫 방문지로 조명된 낙동강하구 을숙도,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엑스포의 부제에 걸맞은 장소였는데요, 하지만 부산시의 실제 정책은 엑스포의 부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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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엑스포 실사단의 첫 방문지인 낙동강하구 을숙도. 엑스포의 부제인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강조하기 위한 부산시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실제 부산시의 정책은 엑스포의 부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입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보호구역을 축소한 게 대표적입니다. 문화재보호구역은 한때, 전체 면적이 200㎢가 넘었지만, 시의 재조정 건의에 따라 지금은 80여㎢로 줄어들었습니다.
철새도래지를 관통하는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등 대규모 건설 사업도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대저대교 건설의 경우, 부산시가 대안 노선을 적용하기로 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시민단체의 협약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환경단체는 부산시에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의 진정성을 정책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중록/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 : "개발계획들을 그대로 지속한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거대한 사기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아마 부산시가 그런 일을 하리라고 저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인에게 약속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이곳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 개발과 보존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엑스포 유치 도전을 계기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부제가 단순한 유치용 구호가 아닌, 부산시의 정책에 실질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
숲 위에 아스팔트, 비석도 세웠다…자연 해치는 수목장림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하늘수목장림 내 추모목 주변이 마치 민둥산 같다. 추모목 아래에 잔디를 심어 작은 묘지처럼 꾸민 곳도 있다. 사진 장례와 화장문화연구포럼
지난달 27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하늘숲추모원. 이곳은 2009년 문을 연 국내 1호 국립 수목장림(樹木葬林)이다. 수목장은 화장한 골분(骨粉)을 나무 밑이나 주변에 묻는 것을 말한다. 하늘숲추모원은 축구장 67개 넓이인 48ha에 추모목 6315그루가 있다. 추모목은 주로 소나무다.
유골 안치된 곳 묘지처럼 꾸며
겉으로 볼 땐 여느 숲과 같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 듬성듬성 자라는 추모목만 보인다. 다른 나무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추모목 곳곳에 작은 봉분(封墳)이 눈에 띄었다. 수목장림을 ‘묘지’처럼 쓰고 있어서다. 추모목엔 고인 이름과 출생·사망일 등 정보가 담긴 목재 표찰 정도만 걸어야 한다. 또 추모원 중심부는 아스팔트 포장을 하는 바람에 숲이 끊겼다.
자연 친화적인 장사시설인 수목장림이 오히려 숲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양평 국립하늘숲추모원 내 한 추모목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잎이 말랐다. 김민욱 기자
매년 여의도 면적 사라지자 수목장림 떠
을지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내놓은 ‘국유 수목장림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내 수목장림 도입 논의는 2005년 전국 화장률이 50%를 넘으면서 활발해졌다. 매장 대신 다양한 장사 시설이 생기면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자연장지 필요성이 커졌다. 화장률이 낮은 90년대엔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9㎢) 만큼 묘지가 들어섰다.
이후 자연장 도입을 골자로 한 장사법이 개정됐고, 양평 하늘숲추모원이 문을 열었다. 현재 주요 공공 수목장림은 하늘숲추모원 외에 국립기억의숲(충남 보령)·하늘수목장림(경북 경주)·보배숲추모공원(전남 진도)·자연숲추모공원(전남 장성) 등 5곳이 있다. 민간 수목장림도 여러 개 있다. 경주·진도·장성 수목장림은 산림조합이 운영한다.
수목장림 내 추모목 아래에 작은 봉분이 만들어져 있다. 사진 장례와 화장문화연구포럼
을지대 산학협력단 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재 수목장림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년 전 개장한 경주 하늘수목장림(면적 7.1ha·추모목 2991그루)이 대표적이다. 무리한 간벌·정비로 숲이 제모습을 잃었다고 한다. 일부 구역은 민둥산처럼 보인다. 또 유골을 안치한 곳에 아예 잔디를 입히거나 작고 네모난 비석을 놓기도 했다.
반면 자연장지 특성을 살린 곳도 있다. 2012년 문을 연 진도 보배숲추모공원은 인공적인 도로포장 등을 최소화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네덜란드 베르허보스 자연장지 역시 자연을 그대로 활용한다. 도로를 포장하지 않아 운구에 수레를 이용한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연구포럼 공동대표는 “수목장림이 점차 묘지화되면서 오히려 숲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목림장 내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산림이 분절돼 있다. 사진 장례와 화장문화연구포럼
"숲에 휴식 줘야...장기적으론 산림장"
전문가들은 수목장림에 안식년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공동대표는 “숲과 같은 자연의 복원에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은 휴식을 주는 것”이라며 “과거 서울 남산 숲이 황폐해졌을 때도 출입을 통제해 살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려면 유족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 사람은 추석과 설 명절 등 1년에 두 차례 묘지를 찾는다. 이때 추모목까지 가지 말고 입구에 공동 제례단 등을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추모목이란 공간에만 한정해 꼭 그 앞에서만 절하고 술을 올리지 말고 숲 자체에 영면해 계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수목장림에서 ‘산림장’으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웨덴 추모의 숲 민네스룬드가 모델이다. 이곳은 골분을 묻거나 뿌린 장소는 관리자 말고는 출입이 어렵다. 추모 길과 공용 추모공간에서만 헌화 등을 할 수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제주 곶자왈 6곳 온도·습도 차이 없는 '미기상' 특징
제주도 생태보고 '곶자왈' 6곳의 온도와 습도를 조사한 결과 지역 간 차이가 없는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6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순, 산양, 애월 등 제주지역 곶자왈 6개소의 연평균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연평균 기온은 13.5℃, 연평균 습도는 88.4%를 기록했다.
곶자왈. 2023.04.06 mmspress@newspim.com
이 같은 수치는 같은 시기 측정된 제주의 연평균 기온보다는 3.0℃ 낮고, 연평균 습도는 13.8% 높은 수치다.
하지만 곶자왈 지역간 온도와 습도는 큰 차이 없이 유사한 미기상(微氣象)의 특징을 보였다.
곶자왈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2021년 14.0℃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3.4∼13.6℃로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주변 지역보다 평균 3.0℃ 낮았다.2021년도의 경우는 제주도의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1℃ 높아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17.2℃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곶자왈의 평균 기온은 월별로는 8월이 24.4℃로 가장 높았고, 1월에 3.5℃로 가장 낮았다.
곶자왈 지역의 습도는 2018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87.2∼90.3% 범위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7월에 96.4%로 가장 높았고, 4월에 81.2%로 가장 낮은 경향을 보였다.
곶자왈 습도는 시기에 관계없이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습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주변 지역과는 평균 13.8% 높은 특성을 보였다.
제주도의 곶자왈은 난대와 온대식생이 공존하면서 양치식물이 발달된 독특한 생태적 지위를 지닌 곳으로 곶자왈의 미기상특성을 규명하는 것은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기후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가치가 높다.
뉴스핌] 문미선 기자
"자연과 공존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특별강연
이제껏 이익 위해 환경 파괴
앞으론 보호하는 것이 가치
이전까지는 자연에서 생존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자연과 공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은 6일 제민일보에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그 다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가치"라며 이 같이 밝혔다.
강 회장은 "산은 정직하다. 산의 지혜를 받아야 한다"며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쉽게 오르고, 게으른 사람은 힘들게 오른다. 그 어느 기계나 사람이 평가하는 것보다 자연이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업도 자연과의 공존으로 접어들 때"라며 "이제까지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 환경을 파괴했다면, 앞으로는 자연을 보호하고, 그 자연 아래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사랑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환경운동가와 기업은 싸우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제 환경운동가의 활동을 기업이 지원하는 세상이 됐다"며 "기업도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우리 회사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를 지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강태선 회장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홀홀단신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키워내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73년 서울에서 동진사를 설립해 등산장비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현재는 BYN블랙야크그룹을 이끌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동시에 서울특별시체육회 회장,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유엔 SDGs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의 성공비결을 '계속해서 꿈을 꾸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로도 "꿈을 가져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나의 꿈은 화성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한라산에서 태어나 백두산 정기를 받고, 에베레스트까지 갔다. 지구상 높은 데는 다 가본 것"이라며 "꿈을 이룬 뒤에 또 새로운 꿈을 꾼다. 화성에는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이 있다고 하니, 도전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지금 당장 못할 뿐이지,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언젠가 다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청년시절 '안된다' '없다' '모른다'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며 세계 곳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글로벌 기업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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