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 바다 30% 보호구역화’ 국제해양조약 만든다
‘플라스틱 질병’ 바닷새에서 첫 발견…위에 염증·섬유화 유발
부산, 1인당 공원면적 배 늘리고 ‘15분 내 녹지 즐기는 도시’ 만든다
부산시, 전국 첫 ‘준공원제’ 도입 추진
‘멸종위기종 영향 없음’…환경부, 제주2공항 검토서 왜곡 의혹
개발 공약 거수기 전락한 환경부, 존재 이유 잊었나
“핵폐기장 강행에도 눈치만 보는 부산시의회” 비난 확산
물고기 씨 말랐다고 치어 방류는 부작용만…생태계 조성이 답
원희룡 장관은 왜 이렇게 공항에 집착할까?
늑장 부리다 ‘국제표준 식민지’ 될라…세계는 ‘ESG 공시’ 전쟁중
기후변화에… 남해까지 온 열대 달팽이
기후변화로 두꺼비 산란 빨라지고 성비 불균형 심해져"
산동채잎과 유채잎
‘실종’ 꿀벌 살리는 첨단 농업의 힘… 원원여왕벌 150마리 첫 증식
늑대와 늑대인간
온실가스 안 줄이면 2100년까지 국내 해수면 높이 82cm 오른다
전세계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입자 개수 세 봤더니…
"숲세권이 하루아침에…" 신축 아파트 공사 인근 주민들 뿔났다
무등산 케이블카 찬반 논란 재점화됐다
“후쿠시마 핵 사고는 진행 중”…사고 12주년 앞두고 ‘탈핵 행동’
유엔, ‘세계 바다 30% 보호구역화’ 국제해양조약 만든다
지난해 11월13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 인근 바다에서 바다거북이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년 가까운 협상 끝에 국제사회가 전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에 합의했는데, 이번 조약은 이를 이루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는 이번 결정을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시엔엔>(CNN)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5차 비상회의에서 레나 리 유엔 해양·해양법 대사는 회원국들이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조약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2030년까지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해에 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목표에 이번 조약은 법적 구속력을 더하는 의미를 지닌다. <가디언>은 “이번 조약은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보호하겠다는 목표 이행에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법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조약이 없으면 이 목표는 확실히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선박의 항로나 어획량, 심해 광물 채굴 등 인간 활동에 제한이 생긴다. 조약이 시행되기까지는 채택과 비준 등의 과정이 남아 있다.
공해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인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은 해역을 말한다. 공해는 세계 바다의 60% 이상이고 지구 표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공해는 천연 탄소흡수원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해는 특정 국가가 관할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어업과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현재는 공해의 약 1.2%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들은 기후 변화와 남획, 선박의 이동 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세계 해양생물종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0일 시작해 애초 지난 3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해양 유전자원을 통해 얻은 금전적 이득의 공정한 공유가 쟁점이 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하루 연장됐다. 2018년부터 이번 회의까지 5차례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고, 관련 논의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이뤄졌다. 유엔에서 해양 관련 조약에 합의한 것은 1982년 체결된 유엔 해양법 협약 이후 40여년 만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어 “조약 체결을 통해 기후위기 완화, 어족 자원의 회복, 해양동식물의 서식처 보전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은 공해에서 어업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국가인데, 이번 회의에서 기후 위기와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세계 국가들과 적극 협력하고 관련 정책 방안을 충실히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플라스틱 질병’ 바닷새에서 첫 발견…위에 염증·섬유화 유발
지난해 3월26일 북해에 있는 독일의 섬 헬골란트에서 바닷새 가넷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어망 잔해로 뒤엉킨 둥지에 앉아 있다. DPA 연합뉴스
플라스틱 때문에 발병하는 새로운 질병이 바닷새에게서 발견됐다. 호주와 영국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질환을 ‘플라스틱증(플라스티코시스)’이라고 명명하고, 야생동물에서 플라스틱으로 유발된 섬유증의 처음 기록된 사례라고 밝혔다.
5일 국제 과학저널인 ‘위험물질저널’에 최근 발표된 ‘플라스틱증: 바닷새 조직에서 큰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관련 섬유화 특성 규명’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아닌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고, 지속적인 염증으로 인해 조직이 상처를 입고 변형돼 바닷새의 성장, 소화,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 플라스틱의 피해를 입은 바닷새는 붉은발슴새로 호주 해안에서 동쪽으로 600㎞ 떨어진 로드하우섬에서 서식한다. 10년 넘게 로드하우섬의 바닷새를 조사해온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바다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고, 또 (새끼들도 이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아) 새끼들에게도 먹이로 준 것으로 본다.
연구팀은 붉은발슴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한 양과 위의 조직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새가 더 많은 플라스틱을 섭취할수록 위 조직에 더 많은 흉터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부상 후 생기는 일시적인 흉터 조직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과도한 양의 흉터 조직이 형성돼 조직의 유연성이 감소하고 구조가 변경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붉은발슴새 위 내부에 있는 관 모양의 분비선을 점진적으로 파괴했다. 분비선을 잃게 되면 새들은 감염과 기생충에 더 취약해진다. 또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흡수하는 능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임을 분명히 하며 이를 ‘플라스틱증’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증’이라는 용어는 거의 30년 전에 잠깐 소개됐는데 금속 접합 교체 장치 내 플라스틱 구성품의 고장으로 정의돼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플라스틱증이라는 용어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염증과 섬유증으로 더 적절하게 정의돼야한다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우리가 아는 한, 이것은 야생 유기체에서 플라스틱으로 유발된 섬유증을 문서화하고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현재 플라스틱증은 붉은발슴새에게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전지구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의 양을 감안할 때 다른 종들도 이 질병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전세계 해양 플라스틱을 15조~51조 조각으로 추정한 한 연구를 인용하며 “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감지와 수집의 한계로 인해 현재 플라스틱 추정치는 크게 과소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2040년까지 약 10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육지와 바다에 버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175개국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파리협정 이후 가장 큰 기후 합의”라는 평가가 나왔고, 다음 회의는 오는 5월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부산, 1인당 공원면적 배 늘리고 ‘15분 내 녹지 즐기는 도시’ 만든다
2040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안
도시공원 1028곳 → 1458곳 확충
하천·해안·산지, 공원으로 추가 지정
등산로 등 ‘준공원제’로 지정 운영
노인·반려동물 친화공원도 확대 방침
의견 조율 과정 거쳐 10월 공고 예정
이동흡 부산시 파크시티추진단장이 지난 3일 ‘2040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안 수립 시민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미군 55보급창이 있던 곳은 인근 동천과 함께 하구 숲을 이루고, 경부선 철길이 지나다니던 곳에는 숲길이 이어진다. 북항에서부터 도심을 가로질러 낙동강까지 ‘녹지회랑’이 이어지는 부산. 부산시가 그리는 2040년의 녹지 모습이다.
시는 지난 3일 ‘2040년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안 수립 시민공청회’를 통해 2040년 부산의 녹지 미래를 제시했다. 시는 녹지공간 추가 확보를 위해 지역별로 파편화된 공원을 산림·하천·해안 축으로 연결하고, ‘15분 도시’와 발맞춰 어느 곳에서든 15분 안에 녹지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녹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최초로 ‘준공원제’를 도입해 시민이 마음 편히 산림의 주민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 변화에 발맞춰 노인친화공원, 반려동물공원, 방재공원 등도 다양하게 마련키로 했다. 시가 그리는 2040년 부산의 녹지 미래를 들여다봤다.
■1인당 21.8㎡의 공원 누린다
시는 2040년까지 현재 1인당 공원면적을 12.6㎡에서 21.8㎡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시공원은 현재 1028곳에서 430곳을 늘려 1458곳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시는 우선 공공시설 이전 등을 통해 대형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범천동 차량기지, 미군 55보급창, 부산진역, 동서고가로, 경부선철도 이전 부지, 개금 예비군훈련장 부지 등이 이전할 경우 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구도심 지역에 밀집된 빈집 등도 공원화해 생활밀착형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시는 이전 적지와 빈집 등을 활용하면 공원 203곳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천과 해안, 산지 지역도 공원으로 추가 지정한다. 보전 가치가 높거나 활용도가 높은 지역을 공원으로 지정하면 36곳 추가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지정된 문화재나 보호수 등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해 지역 역사·문화자원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도시의 유휴지도 입체적으로 적극 활용한다. 터널 상부를 공원으로 지정하거나, 차도를 줄여 보도와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방식이다.
또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환경정비사업 시 녹지공간을 자투리 땅에 생색내기식으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또 현재 등산로, 약수터, 운동시설 등으로 사용되는 산림의 공간을 시민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준공원’ 제도도 마련한다. 준공원으로 지정되면 시는 토지 소유주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운영·관리 책임을 맡는다.
■변화하는 공원의 역할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공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시는 부산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곳인 만큼 노인친화공원을 새롭게 모색한다.
노인친화공원은 노인의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노인의 삶의 질과 정서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보호수나 빈집 등 노인생활권에 위치한 소규모 공원을 적극 활용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원도 확충한다. 부산의 반려동물 가구는 약 40만 가구로 추산된다. 서울·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지만 부산의 반려동물 놀이터는 3곳(연제구·동래구·기장군)에 불과하다. 시는 반려동물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자유로운 여가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공원을 확충할 예정이다.
여가문화가 변함에 따라 다양한 레저·스포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공원도 조성한다. 젊은 세대가 클라이밍, 골프, 캠핑 등을 즐기는 만큼 시민이 공원에서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기후나 재난·재해에 대응가능한 방재공원도 조성된다. 현재 부산에는 방재공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시는 긴급상황 발생 시 도시공원이 시민 피난처로 활용될 수 있도록 2040년까지 26곳의 방재공원을 확충한다. 또 대형 공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소규모 어린이 공원에 모험·예술·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갖춘 어린이공원도 조성해 나간다.
시는 이날 공원녹지기본계획안을 두고 전문가 토론을 진행해 의견을 수렴했다. 시는 오는 10일까지 추가 의견을 받은 뒤, 구·군 관련기관 협의, 부산시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오는 10월에 2040년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할 예정이다.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부산의 문화, 환경과 삶의 가치를 높이고 공원 녹지 보전, 확충 등 이용 방안에 청사진을 제시하는 2040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이 내실 있게 수립될 수 있도록 시민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시, 전국 첫 ‘준공원제’ 도입 추진
사유지 매입 대신 준공원 지정
시가 사용료 지급, 시민이 이용
2040년까지 95곳에 도입 목표
사진은 부산 영도구 봉래산 전경.부산일보DB
부산시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준공원제’ 도입을 추진한다. 사유지에 조성된 산림 약수터 등의 공간을 준공원으로 지정하고 시가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갈등을 해결할 대안이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부산시는 지난 3일 준공원제 등이 포함된 ‘2040 부산공원녹지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준공원은 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개념이다. 도시공원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도시공원에 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녹지를 일컫는다. 시는 2040년까지 영도구 봉래산, 사하구 옥녀봉, 강서구 구곡산, 기장군 삼각산 등 95곳에 준공원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준공원으로 지정하기 전 토지 소유주와 협의한 뒤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할 계획이다. 준공원으로 지정되면 토지 소유주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민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맡는다. 준공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산림에 별도의 개발 제한 규정은 없다고 시는 설명한다.
지난 3일 부산시청에서 2040년 부산공원녹지기본계획안을 설명하는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부산시 제공
사유지 산림 등에 조성된 약수터나 운동시설, 등산로 등을 두고 사유재산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시민 편의를 위해 지자체가 매입하기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매입 비용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는 준공원 도입을 통해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시민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동흡 시 파크시티추진단장은 “현재는 사유지에 조성된 주민편의시설의 경우 관련 법이나 조례가 없어 사용료를 지급하는 곳, 지급하지 않는 곳이 제각각이다”라면서 “전국 최초로 준공원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제도 안에서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조례를 개정해 준공원 제도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전국에서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우려의 시선도 따른다.
양건석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는 “부산 갈맷길이나 제주 올레길은 사유지 관련 문제로 중간에 끊기거나 돌아가는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준공원제도 결국 남의 땅을 쓰겠다고 하는 것이어서 사유지 소유자가 충분히 공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유자가 도중에 지정 취소를 원하거나 반대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멸종위기종 영향 없음’…환경부, 제주2공항 검토서 왜곡 의혹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지난해 8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환경부가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내면서 ‘공항 건설에 따른 항공기 소음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해양수산부 산하 고래 전문 연구기관인 고래연구센터는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언론 설명회 자리에서 ‘고래연구센터도 영향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혀,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를 임의로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6일 기자 설명회에서 “2021년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소음 영향 시뮬레이션 등이 과학적으로 인정 가능한 수준이었고, 최악의 조건에서도 남방큰돌고래에 소음 영향이 없다는 예측이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소음 영향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고래연구센터에도 결과를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의견 없음’이라고 했다. 이는 평가서 내용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제주2공항과 관련해 “남방큰돌고래는 소음으로 회피할(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전문가의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최근 환경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래연구센터가 평가서 내용에 동의하기 때문에 환경부에 별도 의견을 회신하지 않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래연구센터 등 여러 산하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해수부가 의견을 작성해 환경부에 보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관련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임의로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수부 의견을 협의 의견에 반영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의사소통의 오류일 뿐”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법정보호종의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활주로 위치 등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라”는 전제를 달아 제주 제2공항 사업계획을 허가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을 제외한 해수부 등 4곳의 전문기관이 제출한 검토의견서 원문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립생태원은 맹꽁이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의 입지 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하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은 “환경부가 흑산도공항 부지의 국립공원 해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제주2공항 동의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며 과거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개발 공약 거수기 전락한 환경부, 존재 이유 잊었나
환경부 산하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이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전날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사업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지난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과정과 판박이다. ‘답’을 정해놓은 채, 전문기관 의견 검토는 요식행위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국립생태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보면, 국립생태원은 공항 건설 예정지 전역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살고 있어 환경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업 입지 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하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지형인 숨골(지하 암반 틈 지하수 길)과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이 불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전문기관 검토 결과 입지 타당성이 인정됐다며 조건부 동의를 해줬다. 전문기관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밝히지도 않았다.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5곳의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를 내준 바 있다. ‘답정너 환경영향평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조건부 동의’를 설명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환경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산하 고래연구센터도 ‘공항 건설이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행정 절차상 해수부를 통해 의견을 내야 하는 걸로 이해했던 고래연구센터가 환경부에 ‘의견 없음’이라 회신했을 뿐인데 이를 ‘동의’로 왜곡한 것이다. 이 센터는 해수부에 ‘항공기 이착륙 때 남방큰돌고래에게 소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두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과거에는 모두 환경부가 ‘부동의’ 등으로 제동 걸었던 사업들이다. 환경부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흑산도공항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개발 공약 뒤치다꺼리나 할 생각이라면 환경부 간판을 ‘국토난개발부’로 바꿔 달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핵폐기장 강행에도 눈치만 보는 부산시의회” 비난 확산
범시민운동본부 강력 반발
한수원 ‘설명회’ 개최 무산
시의회 미온적 태도 질타
울산시의회는 “설치 반대”
고리2호기핵폐기장반대범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저지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 중단과 고리2호기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고리원전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부산일보 2월 8일 자 8면 등 보도)를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시의회에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부울경 지역의 영구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저장시설 설치를 강행하는 한수원과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시의회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한수원은 7일 오후 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로드맵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부산시의 요청을 받은 한수원은 이날 안성민 시의회 의장,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 시의원 등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포화 시점, 원전별 건식저장시설 설치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개최 30여 분 전부터 대회의실 앞을 점거한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시의회는 설명회 개최를 취소했다.
부울경에 거점을 둔 146개 시민단체가 모인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범시민운동본부)는 설명회에 앞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한수원의 건식저장시설 설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안을 통과시킨 한수원이 부산시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의회에서 설치 로드맵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나섰다”면서 “부산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행태를 보이겠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시의회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일 안 의장을 만나 건식저장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 채택 등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시의회는 결의안 채택에 즉답을 피한 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울산시의회는 지난달 9일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 금지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울산시의회 의원 22명 중 2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결의안이 통과됐다"면서 시의회와 부산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은 정부 눈치만 보면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차성환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부산이 영구핵폐기장으로 전락하는데도 부산시의회와 부산 국회의원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울산시의회만 울산 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부산시의회는 한수원의 일방적인 설명회를 들을 게 아니라 지역민을 위해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시의회의 ‘정치 실종’을 지적하고 나서자 시의회는 뒤늦게 결의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안재권 위원장은 “이날 설명회는 다양한 의견을 듣자는 취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민들이 이렇게 반발한다면 재개최 여부 등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면서 “회기가 끝나는 오는 17일 반대 결의문을 상정할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7일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리원전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수원 측은 설계, 인허가 등 약 7년의 건설 과정을 거쳐 2030년 운영을 목표로 고리원전에 2880다발 규모의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탁경륜 기자(takk@busan.com)
물고기 씨 말랐다고 치어 방류는 부작용만…생태계 조성이 답
호수 20곳 장기연구, “어종 아닌 생태계 차원 관리를”
‘산란·양육장 구실’ 연안 얕은 곳 늘리니 어류 늘어나
물고기가 사라지면 흔히 인공증식한 치어를 방류하는 것이 상식적인 방법이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산 좌광천에서 시 직원들이 증식한 어린 은어를 방류하는 모습. 연합뉴스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강이나 호수에서 물고기의 씨가 마르면 줄어든 어종을 인공증식해 새끼를 대량으로 방류하곤 한다. 일반인이나 수산당국이 늘 채택하는 상식적인 대응이지만, 물고기 방류가 어족자원을 늘리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대규모 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는 호수 2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해 “어류 보전과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어류의 단일종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호수에서 벌인 다양한 현장. 실험 왼쪽부터 연안에 얕은 구역 확장, 목재 어초 투입, 전통적인 어류 방류. 요하네스 래딩어 외 (2023)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평균 7㏊ 면적의 호수 4곳에는 포식자와 먹이 종을 포함한 5종의 물고기를 ㏊당 97㎏씩 이식했다. 다른 8곳에는 일종의 어초인 나무로 만든 성긴 구조물을 투입했고, 이 가운데 4곳에는 연안에 얕은 구역을 넓히는 공사를 병행했다. 호수 8곳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는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자들은 실험이 이뤄진 니더작센 주 낚시인 협회의 도움을 얻어 실험 개시 2년 전과 실험 뒤 4년 등 모두 6년에 걸쳐 이들 호수에서 포획 모두 15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를 기록해 분석했다.
그 결과 물고기가 가장 많이 늘어난 호수는 연안에 얕은 구역을 넓힌 곳으로, 연안 면적이 12.5% 늘었는데 물고기는 2.71배 늘었다. 얕은 연안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린 고기가 자라는 곳이며 먹이터와 포식자로부터 피난처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호수의 얕은 곳을 늘리기 위한 공사. 얕은 수역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토마스 클레포트 제공.
특히 어린 물고기는 5배 이상 늘었다. 얕은 수역이 늘어난 혜택을 가장 크게 본 물고기는 유럽에 흔한 잉어과 어종인 로치였다. 나무로 만든 어초는 호수 연안의 21%에 뿌렸는데 그 자체만으로는 물고기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논문은 “어초가 유럽농어 등 포식자를 늘렸지만 이는 다른 물고기에게 ‘생태계 덫’으로 작용했다”고 적었다.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투입하자 포식 어종인 유럽농어는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물고기는 늘지 않았다. 플로리안 묄러스 제공.
물고기 이식은 전혀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일부 호수에서는 물고기가 줄어들기도 했다. 물고기가 숨을 곳을 늘리지 않고 방류만 하면 먹이와 서식지를 둘러싼 경쟁을 격화시킨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풀어놓은 물고기가 고스란히 잡히거나, 호수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한 형질의 인공증식 어류가 야생 어류를 대체하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주 저자인 요하네스 래딩어 이 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로 핵심적인 생태과정과 서식지를 복원하는 생태계 기반 관리방법이 종에 초점을 맞춘 대책보다는 어종과 어족자원을 회복하는데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df089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원희룡 장관은 왜 이렇게 공항에 집착할까?
국토부는 지난 2019년 6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고, 환경부의 검토의견을 반영해 지난 2019년 9월 본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어서 같은 해 9월과 2021년 6월에 각각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여러 번 보완되었다는 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2021년 7월에 반려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제주도에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시민들과 함께 협의하여 사회적 공론의 장인 여론조사를 열어 도민들에게 제주의 두 번째 공항에 관한 '찬성반대'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조사기관 모두에서 반대가 나왔습니다. 사실상 제주도민은 제주의 두 개의 공항을 반대하는 것으로 결정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은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토부 장관이 되자마자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환경부 반려 의견에 보완이 가능하다며 보완 가능성 검토용역을 진행했고, 과정은 전격 비공개 했습니다.
얼마전 설악산케이블카 '조건부 동의'가 나왔고,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해 국립공원이 해제 되는 등 환경부와 국토부에 의한 '환경 갈등'과 그로 인한 아픔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공항 건설은 한 지역의 미래를 바꿀만한 사업이고, 그 영향은 후대와 이웃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미칩니다. 그 경로에서 많은 정치적 이해와 비전이 경합하고 다툽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의 결정들은 그만큼 크고 무거운 것이며, 공항 반대 운동 역시 공항이라는 교통 시설 공사 반대라기 보다 반생명의 위기에서 모두가 해방되기 위한 실천적 투쟁의 하나입니다.
전국의 신공항 계획을 반대하고 저지하려는 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공항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책임감 있는 인류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엄중한 이 때에 함께 바라보고 말할 책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연속 기고는 그 시작입니다. 기획자주
제주 제2공항 문제가 다시 제주 섬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환경부에 제출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법정 처리기한에 따라 요청일로부터 최대 40일 이내 즉, 3월 6일 까지 답변해야 한다. 정말 기한이 코앞이다. 만일 환경부에서 ‘동의’로 결정을 내린다면 제주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시간이 되돌아간 듯하다. 제주도지사 시절처럼 다시 원희룡(현 국토부장관)과 제주도민의 시간이 되었다. 도민사회의 갈등은 그때처럼 극에 달할 것이고 애써 지켜낸 사회적 공론의 결과와 약속마저 공권력 맘대로 파기할 수 있음을 모두가 학습하게 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2021년 2월에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여론조사기관 2곳을 통해 도민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자. 그 결과 ‘반대’로 결론이 나왔다. 이 과정은 찬성과 반대 도민사회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엄연한 사회적 합의였고 공론의 장이었다. 그런데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고 도민의 결정을 무시했다. 이후 국토부로 자리를 옮긴 직후 부터 제주 제2공항을 회생시키는데 열을 쏟고 있지 않나?
▲난산리 농지에 형성된 숨골. 이 구멍을 통하여 많은 양의 강우는 지하로 배수된다. ⓒ강순석
제주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과 관련된 논의는 수차례 있었으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도민들은 대정읍 신도리에 신공항이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 제주시 시내에 있는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에 도민사회는 비교적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15년 11월 원희룡 도정 당시 공항예정지가 느닷없는 성산으로 발표되었다.
예상을 벗어난 지역이었다. 다수 도민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업명도 ‘신공항’이 아닌 ‘제2공항’이었다. 이것은 제주 섬에 공항이 두 개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예정지가 된 성산지역의 공항 입지 조건은 지질학적으로도 건설되어선 안 되는 지역이다. 다수의 숨굴과 동굴이 위치한 곳에 비행기 이착륙 활주로가 놓이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게 뻔하다. 지역 당사자인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용역수립에 반대하며 많은 도민이 도청 앞에서 원희룡을 기다렸으나 그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도민들의 질문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보고서 역시 조작된 것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항 입지를 성산으로 몰아가기 위하여 자료를 엉터리로 만들었다. 조작된 사전타당성보고서가 알려지자 제주도민들은 동요했다. 결국, 도의회 주관으로 도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여론조사를 어렵게 합의하여 실시한 것이다. 결과는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반대였다. 그러나 원희룡은 애초에 구조에 들지 않았던 성산지역 여론을 뒤늦게 들먹이며 사전 논의에도 없던 사항을 핑계로 공론화 결과를 뭉개버렸다. 만약에 당시 찬성 여론이 높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2021년 여름,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국토부 장관은 보완하여 다시 제출했다. 아니 어떻게 환경적으로 불가능하여 반려된 지역을 공항 건설이 가능한 상태로 고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원희룡 장관은 꿋꿋하게 추진하고 있다. 성산, 그리고 제2공항이라는 구상에 원희룡이 공공으로서의 책무 선을 넘어 구체적인 입장이 있다는 개입했다는 의심이 도민사회에 일어났다. 이러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의식해선지 제주도민 가운데서 ‘제주 제2공항’을 ‘원희룡 공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제2공항의 군사공항 활용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국토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지시하여 제2공항 배후 도시에 스마트 혁신도시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음도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한마디로 제주도는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과 투기와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말았다.
크지 않은 나라에 왜 이렇게 공항이 많은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불필요한 공항으로 전락한 사례는 넘친다. 현재 15개 공항 중에서 대부분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무안 한화갑 공항, 예천 유학성 공항, 울진 김중권 공항, 양양 김영삼 공항에 이어 부산 가덕도 문재인 공항까지 합세했다. 국가공권력의 힘이 막강한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지역마다 섬마다 곳곳에 공항에 건설되어 97곳이나 된다. 역시나 적자 운영으로 실패한 토목공화국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실패를 왜 반복하고 있는지 질문해 볼 일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말로만 공항이지 맞닿아 있는 군산공항과 함께 미군이 사용할 예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잖은가. 두 곳 모두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도 그렇고, 이 공항들은 앞으로 두고두고 재난 상징이 될 것 뻔하다.
원희룡 장관은 왜 이렇게 공항에 집착할까? 아무리 정치적 언설로 포장해봤자 결국은 기후재난 시대를 역행하고 정치를 퇴보시켜 얻어낸 환경파괴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건 누구인가? 두고두고 원희룡 공항이라며 비아냥 들을 불필요한 공항을 포기할 순 없는 것인가?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오마이뉴스
늑장 부리다 ‘국제표준 식민지’ 될라…세계는 ‘ESG 공시’ 전쟁중
인터뷰ㅣ유엔사회개발연구소 이일청 박사
IFRS·EFRAG, 공시표준 제정 앞장
중국 독자적 ‘그린 택소노미’ 내놔
한국, 글로벌 평가지표 베끼기 수준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공시)에 관한 표준 제정을 둘러싸고 ‘조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일청(56)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연구조정관은 “지속가능성 국제표준이 무엇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이 어떤 걸 보고해야 하는지, 어떤 산업을 죽이거나 살려야 하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큰 영향을 주다 보니 각국이 경쟁적으로 표준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선임연구조정관은 “국제표준 논의장에 초대받으려면 자기만의 표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제표준에) 따라갈 수밖에 없고, 평생 국제표준의 식민지가 되어 자주권이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한국정부는 2021년 말 글로벌 이에스지 평가지표를 벤치마킹해서 ‘케이-이에스지(K-ESG)’ 가이드라인를 발표했지만,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산하기관으로 개발 관련 문제를 연구한다. 이 선임조정연구관은 기업의 기후·책임·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에스지(ESG)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소가 4년간 개발해온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SDPI)의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이 선임조정연구관과 만나 지난해 가을 발표한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의 내용, 글로벌 화두인 지속가능성 보고에 관한 국제표준 제정 동향, 한국의 과제에 관한 생각을 들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2월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의 직접 만남과 3월 3~4일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이번 방한 목적은?
“한국법제연구원, 국제개발협력학회 등 여러 정부·공공기관, 민간단체들과 만나 우리의 성과지표를 설명하고, 유엔사회개발연구소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법제연구원과는 2월17일 이에스지와 지속가능한 개발 관련 융복합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돼 있다. 연구소가 성과지표를 개발한 이유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목표이다. 빈곤과 질병 같은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 지구환경 문제, 노사와 고용 등 경제사회문제에 관한 17가지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뤄져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국가의 실천에 관한 내용으로, 국가 단위에서 측정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민사회나 기업의 동참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엔은 지방정부와 기업에 실천을 권장한다. 그동안 기업은 사회책임(CSR)이나 이에스지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전시효과만을 노리고 잘한 것만 보여주고, 잘못한 것은 가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없다. 이에스지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한 결과가 61개 성과지표이다.”
―성과지표는 2018년부터 4년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보았다. 연구소는 독립된 연구를 위해 유엔사무국의 지원을 받지 않는데, 어디서 지원을 받았나?
“에스케이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1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지원할 때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에스케이는 특이하게도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에스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우리는 다섯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했다. 첫번째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주요 이슈 영역’이 무시되는 문제다. 돌봄영역이 대표적이다. 북유럽에서는 성평등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스지에는 그 지표가 없다. 또 최저임금 지표는 있지만 생활임금은 없다. 최저임금을 받아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북유럽에서는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생활임금은 노동자들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부천시를 시작으로 일부 지자체가 조례로 시행 중이지만,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지자체의 생활임금 평균 시급은 1만8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117% 수준이다.)
―이에스지의 두번째 문제점은?
“자본주의에는 여러 경제 섹터가 있다. 영리부문도 있고 비영리부문도 있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도 있다. 이에스지 평가지표는 영리기업에 맞춰져 있고, 사회적 경제에 관한 부분은 없다. 협동조합은 이에스지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협동조합에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지, 위기에 처했을 때 회복력이 있느냐이다. 또 취약계층을 얼마나 고용하는지, 실업자를 위한 훈련과 일자리를 얼마나 제공하는지에 관한 평가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자체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 성과지표 중에서 55개는 영리기업과 사회적 경제 단위 모두를 위한 지표이고, 6개는 비영리기관과 사회적 경제 단위에 특화된 지표이다.”
―이에스지 평가지표가 지나치게 단기실적에 매몰되는 ‘근시안’ 문제도 지적된다.
“그렇다. 대개의 이에스지 리포트는 지난해 대비 올해의 성적만 본다. 재작년에는 무엇을 했는지, 그 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 성과지표는 5년 단위로 보고하는 ‘추세 분석’을 한다. 네 번째는 부분적으로 좋지 않은 점을 전체 평균으로 감추는 ‘평균의 마술’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여성 비율이 40%라고 하면, 매우 좋아 보인다. 하지만 간부층에는 여성이 없다면 성평등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맥락 기반 지표’이다. 등산할 때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특정구간만이 아니라 전체 산의 높이, 거리, 경사도 등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이에스지 지표는 전체적인 목표나 강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지난해 물 1000ℓ를 쓰고 올해 800ℓ를 썼다면, 이에스지 리포트에는 200ℓ 감축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기업이 위치한 지역에서 최대로 사용 가능한 물이 500ℓ라면 아직도 300ℓ를 더 줄여야 한다.”
―그럼 기업의 물 사용 한도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나?
“우리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다. 기업의 위치정보가 담긴 위성사진과 고용인원, 부가가치, 지역인구 등을 입력하면 최대로 허용되는 물 사용량이 계산된다. 기업의 반경 100km, 200km로 나가면 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반경 50km 안에는 물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반경 50km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성과지표는 기업의 물 사용량을 포함해서 최고경영자와 노동자 간 임금격차, 직급별 성비의 허용한도와 같은 ‘임계점 및 표준 기반 지표’를 17개 제시한다.”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와 직원 간 임금격차는 2021년 기준 139.7배이다. 정의당은 최고경영자의 보수한도를 법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금격차의 허용한도는 얼마인가?
“우리는 역사적 방법으로 접근했다. 자본주의 황금기인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유럽 모범기업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30대 1(평균이 아닌 중앙값 기준)로 제시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준다고 생각한다.”
―직급별 성비 허용한도는 어떻게 산출했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08년 세계 최초로 모든 국유기업에 이사회 내 여성 비율 40%를 의무화했다. 또 2021년에는 여성 비율 30% 미만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성과지표도 이를 참고해 목표를 40%로 정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72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2021년 기준 19.7%이다. 한국은 4.2%로, 최하위권인 68위에 그쳤다.)
―성과지표는 티어1(경제·환경·사회·지배구조) 20개, 티어2(환경·사회경제·지배구조) 41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69개 세부목표(타깃) 중에는 기업들에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권장하는 내용이 있는데,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수가 평가지표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지속가능보고서로 보는가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속가능보고로 인정하는데 필요한 30여개의 ‘일반 핵심지표’를 만들었다. 티어1은 이를 20개로 압축한 것이다. 티어2는 이에스지 평가지표의 다섯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지표들이다. ‘임계점 및 표준 기반 지표’ 17개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성과지표를 보다 많은 기업과 기관이 이용하는 게 중요할텐데.
“지난해 11월 온라인 플랫폼을 베타버전으로 선보였다. 사용자가 로그인하고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결과 리포트가 나온다. 베타버전은 ‘맥락 기반 지표’ 중에서 16개만 공개한 ‘맛보기용’인데, 벌써 영리기업 127개와 사회적 경제 조직 147개가 등록했다. 3월 중에 풀버전이 공개되는데, 목표는 2000개이다. 이를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과 협력하고 있고, 회원기업이 25만개인 전미지속가능비즈니스네트워크(ASBN), 유럽의 사회적 경제를 관할하는 ‘유럽사회적경제’(ESE)와 웨비나를 열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이나 유럽국가 중에서 아직 지속가능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나라를 타깃으로 우리의 성과지표를 알리려고 한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해 이에스지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했고, 2024 회계연도부터 적용을 위해 최종안을 논의 중이다.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공시)에 관한 표준 제정을 둘러싸고 ‘조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제회계기준과 유럽재무보고자문단(EFRAG)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만드는 표준에는 차이점이 있다. 영미 전통이 강한 국제회계기준은 강제력이 없다. 반면 유럽의 독자성을 지키려고 하는 에프락은 유럽연합 법령에 기초해 강제력이 있다. 에프락에 기반한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은 종업원 250명 이상 등 일종 조건을 충족한 기업에 대해 2025년부터 지속가능성 보고를 강제한다. 국제표준을 둘러싼 전쟁의 수면 아래에는 이에 부합하는 평가지표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전 세계 평가지표가 4천개 이상이고, 등급체계만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 성과지표는 기본적으로 이들 평가지표와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앞으로 미래 지향적이고 진보적인 국제표준이 주목을 받는다면 우리 성과지표가 사용될 확률이 높다.”
―유럽과 거래하는 한국기업의 상당수는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더욱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가치사슬에 있는 거래기업까지 모두 공시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회계기준만 신경 쓰는데, 한국기업이 유럽에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에 이에스지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2021년 말에는 주요 글로벌 평가지표를 벤치마킹해서 ‘케이-이에스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국제표준이 무엇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기업들이 어떤 걸 보고해야 하는지, 어떤 산업을 죽이거나 살려야 하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다 보니 각국이 자신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유럽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를 정한) 그린 택소노미를 내놓자, 중국은 자신만의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어디까지 그린으로 보느냐에 따라 보조금, 세금 등이 달라지니 중요하지 않겠는가. 미 증권거래소도 최근 자기들 나름의 ‘온실가스 정보공개 기준’을 내놨다.”
―국제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말하면, 모든 나라가 국제표준에서 자신들에 맞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특수성을 고려한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표준 논의장에 초대받으려면 자기만의 표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무기(표준)가 없으면 (국제표준에) 따라갈 수밖에 없고, 평생 국제표준의 식민지가 되어 자주권이 없어진다.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만드는 것과 이에스지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표준이나 택소노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령으로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 전쟁에 끼어들어 글로벌 논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하다 보면 ‘한국형 민주주의’처럼 본질과는 거리가 먼 사이비로 전락할까봐 걱정된다.
“국제표준에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되, 한국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만든 것이 국제회계기준에서 만든 것과 똑같으면 한국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은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한국 표준에는 산업재해 관련 항목을 더 넣을 수 있다. 한국의 특수한 문제들을 감추는 게 아니라, 고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과 에프락 중에서 어느 것이 국제표준이 될까?
“세계 주요 20개국이 모인 G20는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G20 중에는 유럽연합 국가들도 많다. 에프락은 유럽 연합 중심이어서 엄격히 보면 글로벌은 아니다. 반면 국제회계기준은 매우 글로벌한 조직이지만, 정부기구는 아니다. 각국 정부가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기업들의 이에스지 수준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는?
“삼성에스디아이, 엘지화학, 에스케이텔레콤 등 일부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 전체 한국기업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무적인 것은 에스케이가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히 경영진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시도이다. 한국의 재벌구조에 문제가 있지만, 기업의 변화는 총수가 얼마만큼 이에스지에 관심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궁극 목표는 불평등 해소다. 문재인 정부는 불평등 개선을 위해 포용성장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오히려 중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속가증발전성과지표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강조하는데, 어떻게 보나?
“개발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성장과 분배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 사례는 1950~1960년대의 스웨덴이다. 당시 사민당 정권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연대임금제(동일업종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적용)를 결합한 ‘렌-마이드너 모델’을 적용했다. 사회주의자들이니까 연대임금제를 우선시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성장에 중요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더 중시했다. 경제는 항상 성장(생산)과 분배라는 두 발로 걷는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할 것이 없고, 분배하지 않으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한 원인에는 소득에 우선점을 두다 보니, 성장은 못해도 된다는 잘못된 프레임도 있다고 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내수에 기반해서 성장을 하자는 정책인데, 수출과 내수를 모두 중시하는 ‘균형경제’를 목표로 잡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내수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다가, 수출이 안되면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득을 줄이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자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올해 예산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축소해 논란이 됐다. 인플레 때문에 금융 긴축을 하는 상황에서는 경제 위기로 인한 복지 수요 확대에 재정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비판이 많다.
“모든 정치가는 좌우 정치적 스펙트럼과 상관없이,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 재분배를 통한 사회보장 등 각자가 신뢰하는 방법이 다르다. 코로나 위기의 정점을 지나면서 많은 국가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복지예산을 동결·축소하는 대신 그린 예산을 늘려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신자유주의+그린’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논란이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원자력을 그린으로 간주한다면 (최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원자력을 그린으로 정의했다)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가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낙수효과를 현실화하기가 그리 쉽지 않고, 취약계층이 낙수효과를 느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규슈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유엔사회개발연구소에 합류했는데.
“이론만 공부하다 보면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장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규슈대학은 교직원이 유엔 같은 곳에서 일하면 휴직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외국인에게 적용한 전례가 없었다. ‘매뉴얼 사회’인 일본답게 대학에서 결정하는데 1년반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교수를 아예 그만두었다. 원래는 3년간 연구소에서 일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재미있고,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오다 보니 15년이 흘렀다.”
■ 주류 담론 맞서 대안 내놓는 유엔의 ‘야당 연구소’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는?
개발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1963년 성장과 진보를 경제지표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사회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군나르 뮈르달과 네덜란드의 얀 틴베르겐은 개발을 경제개발로 좁게 접근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이 “개발에 수반되는 사회적 문제를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사회개발로 시야를 넓히기 위한 연구소를 만들 것을 제안하자, 유엔이 받아들였다.
연구소는 태생적으로 주류 담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 연구소’ 역할이 주어졌다. 주류가 녹색혁명을 이야기할 때 생산량이 늘더라도 지주가 모두 가져가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류가 경제개발 지표를 얘기할 때 사회개발 지표를 만들었다. 주류가 개발도상국에는 사회정책이 사치품이라고 말할 때, 개발도상국도 사회정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주류가 이에스지(ESG)를 강조할 때 그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선보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하는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의 개발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연구소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주류 담론을 얘기하는 유엔사무국으로부터는 한푼도 지원받지 않는다. 최초 설립자금도 네덜란드가 지원했다.
기후변화에… 남해까지 온 열대 달팽이
열대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두점긴주둥이놀래기’ 등이 우리나라 자생생물 목록에 올랐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내까지 서식지를 넓힌 영향이다.
국가생물종목록에 새로 등재된 두점긴주둥이놀래기 수컷.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두점긴주둥이놀래기를 비롯해 국내에서 확인된 자생생물 1802종을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1802종 가운데 국내에 서식한다는 기록이 없다가 서식이 확인된 ‘미기록종’은 1237종이다.
화려한 색과 마름모꼴 꼬리지느러미가 특징인 두점긴주둥이놀래기가 대표적이다. 두점긴주둥이놀래기는 동아프리카에서 동쪽으로 하와이와 마르키즈제도, 북쪽으로 남일본과 우리나라, 남쪽으로 바누아투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에 분포하는 어류다. 홍콩과 인도네시아 열대 해역이 원산지인 ‘노랑꼭지갯민숭달팽이’와 ‘갈색꼭지갯민숭달팽이’도 제주 해역과 남해안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돼 목록에 올랐다.
1802종 가운데 나머지 565종은 세계적으로 처음 확인된 ‘신종’이다. 소백산에서 채집된 ‘소백털털이맵시벌’과 ‘한국털털이맵시벌’, 독도 동도에서 발견된 원핵생물 ‘슈와넬라 독도넨시스’, 동해 연안에서 찾아낸 홍조류 ‘필마토리톱시스 동해엔시스’ 등이 새로 목록에 담겼다.
기후변화로 두꺼비 산란 빨라지고 성비 불균형 심해져"
전남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과학적 증거는 아직
포접 중인 두꺼비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두꺼비 산란 시기가 앞당겨지고 암수 성비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전남녹색연합이 2016∼2023년 조사해 작성한 '광양 비평저수지 두꺼비 산란이동 및 로드킬 현황'을 보면 두꺼비들은 2020년에는 1월 24일, 2021년에는 1월 22일 산란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두꺼비가 2∼3월 산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란 시기가 적어도 열흘 빨라진 것이다. 전남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발생한 결과로 보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2020∼2021년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했다"라며 "산란 시기가 빨라지면 올챙이 성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꺼비가 겨울잠에서 깬 이후에 한파가 와서 동사하는 일도 있다"라며 "두꺼비는 먹이사슬 중간부에 위치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종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은 두꺼비 암수 성비(암컷 100마리당 수컷 수)도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2016년 465마리였던 두꺼비 암수 성비가 작년 569마리, 올해 980마리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암수 성비가 불균형해지면서 암컷이 산란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게 된다"라며 "암컷 한 마리에 포접하는 수컷이 여러 마리라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해 질식하는 경우도 발견됐다"라고 했다.
다만 학계에 기후변화가 두꺼비 산란 시기와 성비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고 한다. 양서류 전문가인 국립생태원 장민호 박사는 조사 지역과 시기·두꺼비 개체 수 변화 등에 따라 관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산란 시기가 빨라진 게 팩트더라도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보기엔 학문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꺼비알
(광양=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유채꽃, 산동채꽃, 배추꽃.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제공
산동채잎(왼쪽)과 유채잎.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제공
‘실종’ 꿀벌 살리는 첨단 농업의 힘… 원원여왕벌 150마리 첫 증식
꿀벌 실종에 세계 경제 손실액 247조
국내 벌 화분매개 의존도 67% 증가세
자동 온도·습도에 환기가능 스마트벌통
꿀벌 활동성 60% 쑥…생존도 두 달 더
토마토·딸기 수익 1천㎡당 100만원↑
말벌집 탐색 칩 드론 레이더도 개발
▲ 7일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공원에서 꿀벌들이 활짝 핀 매화에서 바쁘게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꿀벌이 귀한 몸이 됐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6년 기후변화 등으로 꿀벌 등 세계적인 화분매개자가 감소하면서 국가적인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연간 최대 1900억 달러(247조원)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는 농작물의 벌에 의한 화분매개 의존도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꿀벌 ‘실종’ 사태를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범부처(환경부, 산림청, 기상청,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가 뭉쳤다.
올해부터 8년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꿀벌이 최적의 상태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을 비롯한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부처들이 기상 이변에 대응해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작물 생산을 위해 작물 수정용 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않고서는 식량 안보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는 꿀벌 사회의 기둥이자 핵심인 여왕벌에서 증식한 보급용 ‘원원여왕벌’ 150마리가 처음으로 농가에 전달된다.
꿀벌 사육 봉군 수 247만…8.2% 감소
올해 스마트벌통 200개 농가 보급
내부 카메라 벌 상태 실시간 앱상 확인
벌 초보자도 신속 점검·대응 가능
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토마토, 딸기와 같이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서 재배하는 과채류의 화분매개벌 의존도는 2010년 48.4%에서 2015년 59.4%, 2020년 6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247만 봉군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봉군은 여왕벌이 있는 벌통을 의미한다.
이경용 농진청 연구사는 “정부 조사로 실질적 피해가 확인된 꿀벌 해충 ‘응애’를 비롯해 꽃 필 때 비가 내리거나 온도 급변 등 기후 변화, 농약 과다 사용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특히 꽃가루가 많지 않은 딸기는 반드시 벌의 수정으로 작물을 생산해야 해 벌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의 경우 12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꿀벌을 넣어줘야 하지만 온도가 급변하는 척박한 하우스 내부에서 대부분 얼어죽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지난달 스마트기술로 작물의 수정을 돕는 꿀벌과 뒤영벌 등 화분매개 벌을 위한 스마트벌통을 개발해 올해 8개 시군에 200여개를 시범 보급하기로 했다. 이 스마트벌통에는 내부에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와 연동된 환기팬이 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팬이 돌아 온도를 내려주고 열이 오른 벌이 내뿜은 탄산가스를 환기까지 시켜준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가온 장치가 스스로 작동하면서 적정 온도로 높여준다.
뒤영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주로 토마토 수분에 쓰이며 여름 토마토 기준 벌의 활동량이 1.6배, 토마토가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진다고 농촌진흥청은 7일 밝혔다. 농진청 제공
내부 카메라로 10분의 1초 딥러닝
무게센서로 먹이 부족 여부 자동 확인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벌의 움직임을 10분의 1초씩 딥러닝해 벌의 활동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연구사는 “벌통 내부는 30도 이상을 유지해야 여왕벌이 알을 잘 낳기 때문에 가온 장치를 30도에 맞추고 넘으면 팬이 돌아가면서 내부 온도를 떨어뜨린다”면서 “내부 카메라로 벌 움직임을 실시간 학습하고 무게센서로 벌의 먹이가 부족한지 여부도 바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보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산자(사용자)에게 제공되고 벌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들도 벌 상태를 점검하고 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벌을 교체할 수 있다.
실제 이 벌통을 토마토(뒤영벌), 딸기(꿀벌) 시설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여름철 비닐온실 내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9마리에서 14마리로 60% 많아졌다. 또 겨울철 비닐온실에서는 벌의 생존 기간이 105일에서 173일로 68일 늘어났다. 이 연구사는 “여름철 토마토에 과일이 맺히는 비율도 기존보다 15%, 겨울철 딸기는 6% 높아져 각각 1000㎡당 100만원, 117만원의 수익을 더 내는 생산성 향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양봉 산업 연구는 밀원에 따른 성분인 벌꿀, 화분, 프로폴리스와 꿀벌에 따른 성분인 봉독, 로열젤리, 밀랍, 수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농촌진흥청 제공
여왕벌→윈윈여왕벌→원여왕벌
우수품종 교배로 보급여왕벌 구축시
맞춤형 품종 증식·꿀벌수급 안정화
또 자동 인식 기술을 이용해 꿀벌의 생태적 알고리즘을 분석해 꿀벌의 응애를 조기 예찰하고 일벌의 특이행동을 분석해 친환경 적기 방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다. 말벌집 탐색 위한 칩 형태의 드론 탑재 소형 레이더 활용 기술은 기존 말벌집 약제 방제형 드론과 결합해 꿀벌을 물어죽이는 등검은말벌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올해는 보급용 ‘원원여왕벌’ 150마리를 처음으로 증식해 꿀벌 농가들에 제공한다. 기존 여왕벌을 1차 증식한 ‘원원여왕벌’과 ‘원원여왕벌’을 다시 증식한 ‘원여왕벌’ 생산으로 우수품종 교배 형식을 통해 ‘보급여왕벌’ 생산 시스템이 올해 구축되면 양봉 산업 발전을 위한 맞춤형 품종 증식과 꿀벌 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걸리면 꿀벌이 죽는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한라벌 품종도 확대한다. 꿀벌 우수품종 확대 보급체계를 위한 신품종이용촉진사업 지역은 충북, 경북, 전북에서 충남까지 4개도로 확대하고 꿀벌증식장은 다른 벌이 없고 벌의 먹이인 밀원이 풍부한 충남, 전남, 경북 3곳에 설치된다.
밤나무꿀·프로폴리스 아토피 개선 시험
수벌 번데기·로열젤리 고령용 식품으로
기능성 영양분이 풍부한 국내 밤나무꿀의 기준 규격과 프로폴리스의 아토피 개선 효능 확인을 위한 인체 적용시험 추진 등 양봉 산물의 안전 품질 관리와 고부가가치 소재화 실용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수벌 번데기와 로열젤리를 함유한 고령 친화용 식가공품개발과 로열젤리 피부노화 개선 기능성 화장품 등록 추진 등도 추진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5개 부처가 공동 연구개발 사업으로 꿀벌을 살리기 위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옥살산 함유 복분자잎을 활용한 항시 방제 제제 연구 등 친환경 방제제 개발과 꿀벌 응애 저항성 품종 육성, 양봉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한 AI나 loT 기반 스마트 양봉 기술 개발로 양봉 산물의 가격 경쟁력 창출과 활용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3~2014년 꿀벌 급감으로 아몬드 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오바마 정부 때인 2014~2015년 백악관을 중심으로 펜타곤 등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꿀벌 보호 정책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농진청에 따르면 미국은 해마다 겨울철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일본은 2005년 34만 봉군에서 2020년 21만 봉군으로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봉군 붕괴 흐름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최근 벌 개체수가 줄어 농산물 생산에 대한 우려가 큰 데 스마트양봉 기술개발과 꿀벌 증식장에서 생산된 우수 꿀벌 품종의 신속한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양봉 산물의 고부가가치 산업화 지원으로 농가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늑대와 늑대인간
늑대인간을 그린 16세기 유럽 목판화. 위키피디아
고대 로마인들은 스스로를 늑대의 후예라 자부했다. 티베리스 강가에 버려진 젖먹이 로물루스-레무스 형제를 거두어 제 젖을 내어줌으로써 나라를 건국하게 한 게 암컷 늑대라 여겨서였다. 몽골 초원의 전사들도 전설의 푸른 늑대를 조상으로 섬겼고, 튀르키예인들은 회색 늑대를 민족의 상징으로 쳐 지금도 ‘회색늑대들’이라는 극우단체가 존재한다. 북미 다수 원주민 부족들에게 늑대는 힘의 상징이었다. 작가 마이클 블레이크는 백인 서부개척사의 야만을 고발한 소설 ‘늑대와 춤을’을 썼고, 케빈 코스트너는 그걸 영화화했다.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시튼 동물기’의 늑대 ‘로보’도 있고, 인간의 비열함에 짓눌리지 않고 끝내 생명 존재의 존엄을 지켜낸 잭 런던의 늑대개 ‘화이트 팽’도 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와 여우에게 밀려 상징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늑대는 사악함의 상징으로도 널리 끌려 다녔다. 그리스 주신 제우스에게 자신이 살해한 사람 고기를 먹였다가 그 벌로 늑대인간이 된 ‘리카온’ 이래 늑대인간은 드라큘라와 맞먹는 악마적 타자였고,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를 거치며 가히 세계화한 ‘빨간 두건’의 늑대도 그 변주라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늑대가 인간을 공격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나 광견병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을 가한 예가 없지는 않고, 서식지 인근 오지에서는 지금도 가끔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공격받곤 한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1878년 3월 8일 시작된 늑대 무리의 공격은 역사상 유례없이 전면적이고 엽기적이었다. 영국 관리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늑대 떼가 낮밤 없이 오지 마을들을 습격해 불과 몇 달 사이 무려 624명이 숨졌다고 한다. 그 양상과 빈도 때문에 초자연적 늑대인간의 소행, 늑대 탈을 쓴 인간들의 짓이라는 소문까지 번졌다. 정확한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온실가스 안 줄이면 2100년까지 국내 해수면 높이 82cm 오른다
시나리오별 우리 주변해역 평균 해수면 전망 그래프.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 상태가 유지되면 오는 2100년에는 국내 주변 해역의 해수면이 지금보다 평균 82cm 오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국립해양조사원과 서울대학교 조양기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국내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상승 예측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주변 고해상도(수평 약 6㎞) 해양기후 수치 예측 모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의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SSP)를 적용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해수면 상승 폭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온실가스가 현행 수준에서 저감 없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 5-8.5)에서 국내 주변 해역의 해수면 높이는 오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25cm 오르고, 2100년에는 상승 폭이 82cm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국립해양조사원은 2021년 IPCC의 제5차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를 적용해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상승 폭을 예측한 결과 해수면 높이가 2100년까지 최대 73㎝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2년 만에 해수면 최대 상승 폭이 9cm 더 커진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해수면 상승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진다는 뜻이다.
반면 온실가스 저감이 잘 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 1-2.6)에서 해수면 높이는 2050년까지 20cm, 2100년에는 47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역별로 나눠보면 동해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해수면 상승 폭과 상승률이 황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내용은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에서 이날부터 공개된다. SSP 중간 시나리오(2종, 2-4.5 / 3-7.0)에 따른 미래 해수면 상승 전망 결과는 현재 분석 중인데, 예측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같은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경향 이창준 기자
전세계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입자 개수 세 봤더니…
5대 환류대 연구소, 171조 개로 추정
“구속력 있는 협약이 전지구적 해법”
2019년 7월4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한 어선이 수면 위로 떠오른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어구, 스티로폼 등 해양쓰레기 30여t이 수거됐다. 연합뉴스
전세계 바다에 171조 개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각) 세계 바다에서 플라스틱 오염 감축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5대 환류대 연구소(5 Gyres Institute) 연구팀이 과학저널 프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증가하는 플라스틱 스모그’ 논문을 보면, 2019년 기준 171조 개의 플라스틱 입자, 230만톤이 전세계 바다에 떠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1979~2019년 사이에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의 약 1만1777개 표집 지점에서 수집된 플라스틱 입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 중 해양 플라스틱 입자의 극적인 증가추세가 이어진 것은 2006년부터다. 그 원인으로는 플라스틱 생산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기존에 있던 오래된 플라스틱의 자연 분해로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 점 등이 꼽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플라스틱,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이 급증했지만 폐기물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의 약 9%만 재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육지에서 버려진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비, 바람, 빗물 배수관 등에 의해 강으로 휩쓸려가고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해양 생물들이나 바닷새들이 피해를 입는 일들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함에 따라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한 국제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 저자들은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플라스틱이 바다에 유입되는 비율은 2016년에 견줘 2040년에 약 2.6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175개 회원국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협정을 수립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 협정의 최종 형태는 조약이 되겠지만 그 실효성은 회원국의 약속과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초점을 맞추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환경이 회복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플라스틱 배출을 제한하는 것이 우선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과 관련해) 글로벌 추세를 추적하기 위한 표준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수립하고 플라스틱 오염 배출을 방지하기 위해 구속력 있고 집행 가능한 협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지구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숲세권이 하루아침에…" 신축 아파트 공사 인근 주민들 뿔났다
광주광역시 공원특례화사업으로 신축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구 금호동 백석산 마륵공원 인근 주민들이 뿔났다. 특히 공사현장 바로 옆 금호쌍용예가아파트 주민들은 이른바 '숲세권'이라는 장점을 보고 입주해 살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마륵공원 일원에 대단지 아파트 '위파크 마륵공원'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시가 2020년 6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재정이 부족해 직접 공원을 개발할 수 없자 민간 자본을 끌어오게 되면서 허가가 난 사업이다.
지하 3층~지상 20층 15개 동 총 917가구 규모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부지조성 및 진입도로 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공원부지(22만㎡) 중에 17만㎡를 마륵공원으로 조성해 대규모 공원을 낀 자연친화 단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기존 주민들은 조망권과 공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생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들은 '마륵공원 비공원시설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광주시에 '아파트 생활 환경 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항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인근 입주민들은 광주시 공원특례화사업이 마륵공원에서 진행되는 걸 전혀 알지 못했고 갑작스러운 공사 소식에 매우 황당하다"며 "푸른숲을 지척에 두고 있다는 자부심과 애정으로 살아왔는데 공원에 위압적인 20층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설 거라는 소식은 충격과 분노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쌍용예가아파트 101동과 102동 바로 뒤편에 불과 30여m 간격을 두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백석산 조망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예상되는데 사업 시작 전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설명회도 없었다"며 "이제라도 설계를 변경해 아파트 배치를 100m 이상 간격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신축 아파트 주 출입로 방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비대위는 "해당 아파트 주 출입로는 쌍용아파트 후문과 만호초등학교 후문이 마주 보는 차선도 없는 좁은 길과 연결된 곳"이라며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교통 혼잡은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또 "시공사 측이 작업 시간을 지키지 않고 새벽부터 공사를 시작해 인근 주민들은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소음에 대한 주민 대책설명회 한번 없이 공사가 강행되고 있고, 심지어 평일 이른 새벽과 공휴일에 특정 장비를 써서 공사를 진행해 관련 규정 등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공사 측은 공휴일인 지난 1일 부지 조성 관련 공사를 강행해 소음·진동관리법 위반으로 관할구청으로부터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소음 민원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과 만나 동의를 구하는 등 절차를 거치겠다"며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작업의 경우는 오전 8시 이후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공원 지정 효과가 사라져서 난개발이 이뤄지기 전에 민간공원추진자를 모집해, 최대한 공원 부지를 확보했으며 사업 전 공람·공고를 진행했다"며 "아파트 간격 조정 문제는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심의를 거쳐 확정된 사안이라 현재로선 재논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무등산 케이블카 찬반 논란 재점화됐다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허가 이후 환경단체의 여전한 반대 속에 무등산에도 이를 운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등산 자연환경보존 케이블카설치 범시민운동본부와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케이블카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광주는 매력적 관광자원이 부족하고 문화관광 콘텐츠가 취약하다”며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이동약자를 포함해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네스코 자연문화 유산인 무등산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적인 등산장비 없이도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는 관광객 유치와 상권 형성,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뿐아니라 수많은 탐방객들이 여러 갈래의 산악 등반로를 오가지 않게 돼 생태계 보호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전남 여수의 관광명소가 된 해상 케이블카는 2014년 12월 개통 이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23㎞의 국내 최장 구간인 목포 해상케이블카 역시 2019년 9월 개통 3개월만에 58만명이 다녀가는 등 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은 무등산 정상을 더 많은 탐방객이 찾게 되면 환경훼손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케이블카 운영을 위한 도로와 부대시설이 불가피하게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조건부 동의하면서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불씨를 지폈다.
광주시는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을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무등산의 접근성을 높여 침체한 관광산업 숨통을 터주자는 찬성 의견과 후손들에게 광주의 명산을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허가에 따라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현재 이를 검토하거나 결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후쿠시마 핵 사고는 진행 중”…사고 12주년 앞두고 ‘탈핵 행동’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가 9일 탈핵 행동의 날 집회를 하며 오염된 물고기 모형을 들고 있다./한수빈 기자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이틀 후(11일)에 12주년을 맞는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한국YWCA, 기후정의동맹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 준비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핵 없는 세상을 촉구하는 집회와 퍼포먼스, 그리고 행진을 했다.
탈핵 행동의 날 집회에 등장한 방사능 페기물 저장 탱크 모형. /한수빈 기자
탈핵행진 준비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우리 정부가 “검역 강화 등의 사후관리적 태도가 아니라 더 강경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 사고는 진행 중”이라며 각자의 주장을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초읽기에 들어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한수빈 기자
정부가 “위험한 ‘핵발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탈핵행진 준비위원회의 주장이다. 이들은 울진 화재와 태풍 힌남노로 핵발전소가 피해를 볼 수도 있던 일을 언급하며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고 안전 위협을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늙고 낡은 고리2호기를 폐쇄하라. /한수빈 기자
핵폐기물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자 맙시다! /한수빈 기자
‘탈핵 행동의 날’ 집회와 기자회견은 이날 서울 뿐만 아니라 대전, 청주, 광주, 울산 등 7개 지역에서 열렸다. 오는 11일에는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안전한 세상, 고리 2호기 폐쇄부터!’ 탈핵 행진이 진행된다.
탈핵을 촉구하는 시민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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