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섬 걸쳐 완전 매립’ 확정
지금 괜찮아 보여도…젠가 무너지듯 생태계 붕괴한다
모두의 밭,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산공원
“3년째 라니냐…동남아 위쪽 건조해져”
메뚜기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GS건설,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 '우선협'으로 지정
윤석열·김진태 공약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 허가됐다
다가올 우크라이나 전차전,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한다
300만년 진화가 맞이한 위기
노인을 위한 공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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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 후... 결국 이런 기사 쏟아졌다
구례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다시 추진
사람에 의한 기후변화가 불러온 제주 나무들의 '흥망성쇠’
제주 모인 전국 농어민 "핵 오염수 방류 코 앞, 정부 뭐하나“
부산시민 87% “일본 핵오염수 심각하게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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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환경이 무슨 상관인가요?
자연공원법 허용 시설에 케이블카 삭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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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친환경이 경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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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파괴 주식회사②] 친환경 연료 만든다며 동남아 환경 파괴..공급망 추적
엉터리 '환경 인증'이 그린워싱 돕는다
가덕신공항, ‘섬 걸쳐 완전 매립’ 확정
국토부, 엑스포 전 개항에 초점
부유식 등 탈피 매립 방안 전환
해상 공사 면적 줄여 공기 단축
내달 중순 공법·개항시기 발표
가덕신공항 건설공법과 공사기간 단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매립식 건설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2030년 엑스포 개최 전 개항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완전한 해상공항으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가덕도에 걸쳐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토부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방한하는 4월 이전에 가덕신공항 건설공법과 엑스포 전 개항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일은 3월 중순 쯤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먼저 건설공법은 매립식이 확정적이다. 부산시에서 부유식과 하이브리드 방식 등 활주로를 바다 위에 띄우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 내에선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공법인데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부유식 공법은 처음 하는 것이어서 시공상 방법과 성능, 자재의 품질과 치수, 완공 후 기술적 관리 등 사양을 완성하는 데 많은 기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건설공법은 사실상 매립식으로 정해졌다. 관건은 매립식으로 하되 얼마나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느냐다. 국토부와 전문가들은 가덕도에 걸쳐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순수 해상공항을 가덕신공항의 최적 방안으로 발표한 바 있다.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하는 방안은 예전에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가덕수도와 부등 침하 우려 등 두가지 장애가 있었다. 가덕수도는 부산신항 컨테이너선박이 통행하는 해상로인데 2만 4000TEU급 초대형컨선의 경우 마스트가 높아 항공기가 착륙할 때 장애물제한표면(고도제한)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초대형컨선은 한 달에 불과 2.4회 운행해 회피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초대형컨선은 이동식장애물이어서 장애물제한표면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육상과 해안에 걸쳐 건설하는 방식은 가덕수도와 부등 침하 때문에 100% 완전한 방식은 아닐지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사항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부등 침하는 활주로 건설 후 육상과 해상에서 불규칙하게 침하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거가대교 침매터널 등 부등 침하가 우려된 국내 건설공사가 많았지만 아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부등 침하는 국내 건설기술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가덕도에 걸쳐 공항을 건설하면 성토량이 줄어 공기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도 ‘엑스포 전 개항’이라는 공기를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매립토사 조달 방법, 성토량 재분석, 호안공사 단축 등 공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엑스포 개최 전에 가덕신공항을 개항할 수 있도록 현재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지금 괜찮아 보여도…젠가 무너지듯 생태계 붕괴한다
나무 블록으로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나씩 번갈아 블록을 빼는 젠가 게임을 떠올려보자. 몇 개를 뺐을 때는 무너지지 않지만, 핵심적인 블록이 빠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아마존강 등 열대우림에서 농경지와 방목지를 위한 토지개간으로 수많은 종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다. 아마존강 유역의 원주민 지구가 불에 타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한겨레
지구 생태계도 어느 순간 특정 지점에 이르면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약 2억5200만년 전에 있었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PTME) 사태를 연구한 결과,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붕괴는 더 파괴적인 생태계 붕괴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특히, 약 2억5200만년 전에 있었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시베리아의 초화산이 분출하면서 지구 생명체의 95%를 날려버린 최대의 멸종 사건이었다.
과학자들은 ‘제6의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생물다양성 손실 속도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때보다 빠르다며, 이 지질시대의 멸종 양상을 연구해왔다.
유안젠 후앙 중국지리과학대 교수와 마이클 벤턴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전후의 중국 지역의 해양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26일 학술지에 실었다.
연구팀은 “먹이그물 모델과 해양 고생물군 데이터 세트를 분석해봤더니, 생물종 다양성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첫 번째 멸종 단계에는 군집 안정성이 약간 감소했지만, 각 종이 생태계 내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 역할을 맡은 마지막 종이 멸종하자, 생태계는 급속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두 번째 멸종 단계 때에는 군집 안정성이 극적으로 감소하며,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의 피터 루프나린 박사는 영국 일간지에 “지구온난화나 해양 산성화 같은 환경 교란이 발생했을 때 저항력을 강화하는 생태계가 사라져 갑작스러운 생태 붕괴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벤턴 교수는 “이번에 분석한 중국의 화석 발견지는 과거의 먹이그물을 재구성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라며 “암석을 통해 정확한 연대 측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열파와 해양 산성화, 해저 산소 부족 등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위기를 단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종이 사라지다가 어느 지점(티핑 포인트)에 이르면 생태계가 붕괴한다는 가설을 과거 최대 멸종 사건인 페름-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시대의 화석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또한, 야생보전 정책이 특정 종의 멸종을 막는 데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한 종이 다른 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생태계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주저자인 유안젠 후앙 교수는 “현재 우리는 과거 어떤 대멸종 사태 때보다 빠른 속도로 종을 잃고 있다”며 “대멸종의 첫 번째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하는 티핑 포인트를 예측할 수 없지만, 생물다양성 손실을 되돌리지 않으면 티핑 포인트는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모두의 밭,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산공원
뭐하농의 심장 공간인 팜가든. 동반 식물을 생태적으로 경작하는 생산공원이다. 뭐하농 제공
아까운데. 6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원에 근무하던 제자가 귀농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든 첫 느낌이다. 공감과 응원의 박수를 보냈지만 내심 안타까웠다.
그는 조경가로 활동하던 남편과 함께 충북 괴산군 감물면으로 내려가 유기농 표고버섯 농사를 시작했다. 낯선 농사일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버섯 품질에 대한 호평도 얻었다. 서울의 고된 일상과는 다른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왔다. 하지만 너희가 아깝다는 지인들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귀농 3년을 넘어선 2020년, 청년농부 여섯명이 힘을 합쳐 농업문화플랫폼 ‘뭐하농’을 창업했다. 농사의 가치와 농촌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을 알리고 나누기 위해.
농업 문화 플랫폼 ‘뭐하농’의 여섯 농부. 왼쪽부터 정찬묵, 김진민, 김지영, 임채용, 이지현(대표), 한승욱(이사). 뭐하농 제공
겨울 끝자락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 새봄의 활력이 꿈틀대는 충북 괴산 뭐하농에 다녀왔다. ‘뭐 하는 농부들’을 뜻하는 뭐하농은 농업회사법인 명칭이지만, 팜가든, 채소디저트 카페, 로컬 디자인 편집숍, 농부도서관, 공유창작소, 공유주방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의 이름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뭐하농은 농업의 가치를 교육과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정말 뭐든지 다 했다. 카페와 공간운영, 귀농·귀촌교육, 농촌축제 기획, 농업문화프로그램 컨설팅, 굿즈 디자인과 제작, 폐기된 과일을 활용한 비누 생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돼 두달 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예비 농부들을 길러내는 성과도 거뒀다. 종횡무진 펼친 활동의 중심에는 “함께 살아가는 일에 가치를 둔다.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농부의 영역을 확장한다. 사람과 자연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는 원칙이 있었다.
‘뭐하농하우스’는 충북 괴산의 제철 채소만 쓰는 디저트 카페이자 농업문화공원이다. 뭐하농 제공
언론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시그니처 공간은 ‘뭐하농하우스’다. 괴산의 농부들이 기른 제철 채소와 과일만 쓰는 디저트 카페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카페보다는 공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ㄷ’자로 지은 투명한 건물 사이로 바깥 들판을 그대로 들여왔다. 건물과 자연의 경계가 흐릿한 이 공간은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사랑방이자 청년농부들의 교실이며, 파티와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이자 도시 아이들의 일일 놀이터이기도 한 멀티플레이어 공원이다. 내가 방문한 날은 몹시 추웠지만 예리한 겨울 햇살이 넓은 천창으로 쏟아져 꼭 작은 식물원 온실에 온 것 같았다.
뭐하농 농부들은 “뭐하농의 심장은 팜가든”이라고 말한다. 뭐하농 단지 한가운데 조성한 팜가든은 자연순환 농법을 기반으로 한 정원형 농장이다. 채소, 허브, 꽃을 함께 심어 생태적으로 상생하면서 아름다운 경관도 연출하는 식재 디자인 모듈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동반 작물’을 심기 때문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비트와 루꼴라를 함께 심으면 루꼴라의 매운 향기가 달콤한 비트 잎을 감춰줘 야생동물로부터 보호받는다. 잎의 생장 시기와 속도가 다르고 뿌리의 크기도 달라 서로 생장에 방해되지 않는다. 비트 잎의 망간과 철 성분이 거름 역할을 해 루꼴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바질과 토마토를 같이 심으면 바질의 향이 토마토를 괴롭히는 벌레를 쫓고, 바질 향에 지지 않으려고 토마토는 당도를 높인다. 바질은 잉여 수분을 잘 흡수해 비에 약한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있다”고 한다.
한해의 새로운 경작과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 팜가든을 거닐며 정원의 원형적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세컨 네이처>의 저자 마이클 폴란이 말하듯, 정원은 문화적 자연이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자연을 정복하거나 신비화하는 행위가 아니라 노동을 통해 문화를 경작하는 활동이다. 정원은 자연 소품의 장식장이 아니다. 생태적 순환과 상생을 바탕으로 식물을 경작하는 뭐하농의 팜가든에는 생산경관의 미학이 짙게 배어 있다.
뭐하농의 공간 구성 다이어그램. 한가운데 팜가든은 올봄부터 ‘모두의 밭’으로 전환된다. 뭐하농 제공
뭐하농 시즌 2의 목표는 “모든 이들이 ‘간지나는 농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의 회사원도 일상의 어느 때엔 즐거운 농부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봄부터 팜가든을 1천평 규모로 확장해 ‘모두의 밭’으로 전환하고, 언제든 와서 함께 경작하고 수확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고 한다. 밭에 모여 신나게 땀 흘리며 놀아보자는 것. 나는 모두의 밭을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산공원이라고 부르고 싶다. 참, 괴산을 넘어 전국을 무대로 멋진 농부의 삶을 알리고 있는 그의 이름은 이지현이다.
배정한 |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환경과조경> 편집주간
“3년째 라니냐…동남아 위쪽 건조해져”
정지훈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
“우리가 토양수분, 즉 땅이 얼마나 말라 있는지 그 정도를 갖고 가뭄 예측을 하는데요. 여기 갈색이 보이죠. 딱 (남부지역) 여기만 갈색이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거예요.” 지난 2월 20일 정지훈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가 연구실 모니터 앞에서 가뭄 예측 자료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가 최근 3개월의 표층 토양수분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 표층 이하(10㎝~1m)의 토양수분은 남부지방, 특히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3개월 동안 평년 이하의 수준을 보였다. 가뭄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표층에서 깊이 내려갈수록 남부지방 쪽이 말라 있죠. 이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중국 남부지역과 연결된 현상이에요.”
지난 2월 20일 정지훈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가 연구실 모니터 앞에서 가뭄 예측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기상청이 대기의 흐름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가상의 대기를 구현해 기상예보를 하듯, 땅속 수분을 수치모델로 만들어 가뭄을 예측할 수 있다. 기상청이 6개월간 누적강수량을 보고 평년보다 적을 경우 기상가뭄으로 정의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뭄에 접근한다. 땅속 수분을 직접 관측하기도 하지만, 모든 곳을 파악할 순 없으니 미국의 그레이스(GRACE) 위성의 중력자료를 활용해 수자원변화량을 파악하고 있다. 지하수가 마르면 그 무게가 빠지면서 중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남부 가뭄, 초여름 돼야 해소될 듯
정 교수는 2015년 출범한 기상청 가뭄 특이기상연구센터의 센터장이다. 기상청의 가뭄 연구과제를 받아 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 세종대 등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 가뭄 발생의 원인을 파악하고, 기후예측기술을 적용해 가뭄을 장기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정 교수는 “지금 예측성은 3~4개월이 최대치이고, 엘니뇨나 라니냐의 경우 1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조사결과를 보면 호남지역의 표층 토양은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25일에 약하게 강수가 내리면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깊이 3m 깊이까지 고려한 전체 토양수분은 평년에 비해 최대 20% 가까이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중간에 비가 오면 잠시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만, 곧 증발하거나 강으로 흘러가면서 다시 내려갔다. 정 교수는 최근 센터 자체 조사결과와 미국 기상청의 조사결과를 종합해 올해 3~6월 사이의 토양수분을 예측했다. 호남지역 표층 이하의 수분이 늘어난다면 가뭄이 해소된다는 뜻일 텐데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좋아질 줄 알았는데 지금 예측은 6월까지도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요. 6월까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토양 수분이 평년 이하를 보이고, 강수는 남해안 중심으로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5~6월에 중부, 동부 지역에서는 토양수분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남부지방의 토양수분 건조화가 다시 심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4월을 전후해 이동성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비가 내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확신하긴 어렵다.
기후예측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의 기상청은 기후예측 자료를 우리나라에 있는 APEC기후센터(APCC)에 보낸다. 이 자료의 전체 평균을 내서 미래 예측값으로 활용한다. 이 APCC 자료로 올해 6월까지 예측하면, 2월은 평년 이하의 강수, 3월 이후엔 평년과 유사한 강수가 예측된다. 그래서 5월 정도엔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좀더 희망적인 시그널이죠. (APCC 자료로) 3~4월이 되면 평년으로 돌아가면서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우리 통계 모델로도 비슷하게 나옵니다.” 결국 긍정적 시나리오로는 3월, 부정적 시나리오로는 5월은 지나야 어느 정도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리플 딥’ 라니냐가 한 원인
남부 가뭄은 기후 현상을 다루는 관점에서는 너무나 지역의 크기가 작다. 지난해 여름 강우벨트가 너무 좁게 나타났는데 하필 남부지방 위쪽에만 머물면서 비가 오지 않았고, 태풍도 남부지방 왼편으로 비껴가면서 상대적으로 강수가 적었다. 남부 가뭄은 이런 불운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라니냐(La Nina)다.
라니냐는 엘니뇨(El Nino)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적도 태평양의 가운데 있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온도가 3개월 평균 해수면의 온도보다 5℃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본다. 엘니뇨는 5℃ 이상 높을 때를 뜻한다. 지난 2월 12~18일 해수면 온도 현황을 보면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26.2℃로 평년보다 0.5℃ 낮은 상태에 있다. 라니냐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라니냐가 나타나면 필리핀 등 동태평양은 수온이 올라가 비가 많이 내린다. 파키스탄에서 지난해 6월 기록적 폭우가 발생해 국토의 3분의 1이 홍수 피해를 입은 게 그 예다. 반면 스펀지를 짜면 양 끝으로 물이 빠지고 가운데는 마르듯이 라니냐로 비가 내리는 지역 위쪽으로는 건조해진다. 그런 건조벨트가 남부지방에 오랫동안 걸쳐 있다. 라니냐는 일반적으로 2~7년에 한 번씩 발생해 1년 이내에 끝나는데 이런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고 3년째를 맞았다.
토양이 건조한 상태를 고동색으로 표시한 예측 지도에 정 교수의 손이 갔다. 그 아래는 파란색이다. “지금 라니냐 현상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은데 기후역학적으로 그 위 지역은 건조하게 돼 있어요. 하필이면 그 가장자리에 남부지방이 딱 걸쳐 있는 거예요. 작년 내내 그랬어요. 재작년에도 그랬고요. 라니냐가 지금 트리플 딥을 보이고 있습니다. 3년 연속 이어지는 건데 한 세기에 한두 번 정도 있는 드문 현상입니다.”
“라니냐는 올여름부터 비활성 상태가 되고 그 이후 소멸할 것이라고 전 세계 기관들이 비슷하게 예측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죠. 평년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끝날 것 같은데 문제는 4~5월에 물이 제일 많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 이전에 끝나야 좋은 거죠. 괜찮을 것 같다가도 전체적으로 말라 있어서 산불 등 여러 가지로 걱정입니다.”
라니냐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강해질 수 있다는 학설도 있다.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 앞으로 이런 형태의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2월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는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해류 흐름의 변화가 강화되고 라니냐 현상이 점차 증가해갈 것”이라면서 잦은 라니냐 현상으로 20세기에 비해 가뭄 발생이 10배 정도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란선은 최상의 시나리오, 맨 밑의 진한 갈색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정지훈 교수가 미국 기상청 등의 자료를 종합해 예측한 결과는 초록색 실선으로 5월 이후 토양수분이 평년 수준(가운데 검은 실선)을 회복했다가 6월 이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PCC의 예측값은 좀더 긍정적이고, 3~4월 중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정지훈 교수 제공
폭염과 가뭄 동시 발생 가능성 높아
정지훈 교수는 2020년 11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서 지난 20년 동안 전례 없이 나타난 폭염·가뭄 동시 발생 현상을 분석한 논문이다. 관측 기록이 없는 과거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260년 동안의 나이테를 분석해 폭염의 정도와 토양수분의 변화를 파악했다. “과거엔 더워지면 비가 많이 오는 형태였습니다. 땅에서 증발이 일어나면서 더위를 상쇄했죠. 그런데 강한 더위가 연달아 몇 년 지속되면, 그 지역의 토양이 쫙 말라버립니다. 어느 정도 이상 말라서 사막처럼 되면 더 뜨거워지는 거죠. 최근 이 지역 고기압이 엄청나게 강해진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정 교수는 폭염이 가뭄을 부르고, 가뭄이 다시 폭염을 부르는 이런 되먹임 현상으로 동아시아의 폭염·가뭄 동시 발생 추세가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매년 군을 동원해 이곳 사막 지역에 나무를 심지만 한 해만 지나면 다 말라 죽는다고 했다. “내륙의 극한 가뭄은 아직 우리가 겪지 않았을 뿐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험입니다. 조금만 확장되면 한반도를 덮치니까요. 이런 메커니즘은 기후변화에 의해 더 강해질 것 같고요. 결국 동아시아 내륙에서 폭염·가뭄을 일으키는 힘과 라니냐에 의한 가뭄의 가능성이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인 거죠.”
한반도와 같이 삼면이 바다인 곳은 원래 지구온난화가 되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하지만 남부 가뭄처럼 좁은 지역에서 극한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리나라의 온난화 시나리오를 보면 비가 많아지는 쪽으로 예측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가뭄을 대비 안 해도 되잖아요. 그래선 안 되는 이유는 이런 극한 현상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요즘 기상예측의 핵심 주제가 이 극값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폭염과 가뭄, 산불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클라이밋 컴파운드’ 현상도 우려스럽다. “전 세계가 연결돼 있잖아요. 유럽에서 폭염이 일어나면 일주일 있다가 동아시아에도 폭염이 일어나곤 하죠. 그래서 이런 걸 예측하는 작업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폭염형 급성 가뭄도 지난 10년 사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서울을 보면 온도가 40℃까지 올라간 후 한 달 만에 급성 가뭄으로 토양 수분이 쫙 마릅니다. 원래 여름에는 산불이 안 나는데 급성 가뭄이 늘면 여름철 산불이 나타납니다.”
몽골의 사막화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찬란했던 문명도 기후의 변화를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정 교수는 “옛 기록을 보면 중동지역도 엄청나게 비옥할 때가 있었어요. 기후변화로 완전히 사막화가 됐죠. 돌이킬 수 있는 메커니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가뭄의 가능성을 늘 잊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 가뭄도 봄철에 이동성 저기압이 들어와 비가 많이 한두 번만 와도 해결되거든요. 그럼 또 관심이 싹 사라집니다. 홍수 대비로 물을 다 빼놓을 수도 있죠. 물관리 측면에서도 기후 예측은 더 관심을 두고 보강해야 할 분야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메뚜기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영화 <더 스웜>으로 본 기후위기와 메뚜기
메뚜기도 한철'이란 우리 속담이 있다. 생물의 짧은 전성기를 뜻하는데, 우리의 오랜 농경문화와 연관돼 있다. 시골에서 만나는 메뚜기는 반갑다. '메뚜기 쌀'이란 쌀 브랜드에서 알 수 있듯이 농약의 영향이 덜 미치는 자연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하는 게 바로 메뚜기이다. 메뚜기란 한 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방아깨비·풀무치 등 메뚜깃과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이다.
죽음의 메뚜기 떼
사실 메뚜기 관련 이미지는 동서고금에 따라 천양지차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중국, 아메리카 등에서 메뚜기는 재앙의 또 다른 말이다. 1878년 미국 서부 개척 당시 로키산맥 부근에서 거대한 메뚜기 떼가 출현했다. 2004년 제작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퍼펙트 스웜: 죽음의 메뚜기 떼(Perfect Swarm)>에 따르면, 당시 수조 마리에 달하는 메뚜기가 살아 있는 토네이도처럼 서부 지역을 휩쓸었다. 소설 <초원의 집>의 작가 로라 잉걸스는 "우박처럼 갑자기 쏟아져 내렸다. 이들이 해를 가려 사방이 컴컴해졌다"라고 할 정도였다. 당시 메뚜기 떼 피해 금액을 현재로 환산하면 1160억 달러, 우리 돈 약 143조3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정사 삼국지엔 조조가 여포에게 패할 당시 거대한 메뚜기 떼가 출현해 인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승패를 가르는 중대 변수였다. 2003년 아프리카에 등장한 사막 메뚜기 떼는 그 무리의 길이가 500km에 달했다(서울~부산만큼의 길이로 메뚜기가 뭉쳐서 날아다닌다고 상상해 보라). 1987~1988년에도 사상 최대의 사막 메뚜기가 아프리카를 궤멸할 정도로 피해를 주기도 했다.
메뚜기는 엄청나게 먹어 치운다. 갓 부화한 메뚜기 유충은 자기 몸무게의 3배에 달하는 먹이를 매일 섭취하는데, 청소년으로 치면 매일 180kg을 섭취하는 꼴이라고 한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가 "중간 규모 메뚜기 떼가 하루에 케냐 전체 인구의 식량을 먹어 치울 수 있다"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메뚜기 떼는 녹색에 집착하면서 사람이 입은 녹색 옷도 갉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날개 달린 성충은 하루 150km를 날아다닐 수 있기에 아프리카 빈곤을 부추기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우리도 사례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고구려 8번, 백제 5번, 신라 19번의 대규모 메뚜기 피해가 <삼국사기>에 기록될 정도였다. 역사학자 김덕진은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푸른역사 펴냄)에서 조선시대인 1670~1671년에 일어난 경신대기근 때 메뚜기 재앙을 겪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대 이집트에선 메뚜기 날개에 있는 독특한 문양이 히브리어로 '신의 형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메뚜기는 한자로 '황(蝗)'으로 쓰는데, '벌레 훼(虫) + 임금 황(皇)'의 조합이다. 곤충의 황제라는 의미다. 메뚜기 한 마리씩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들이 뭉치면 가혹한 폭군이 된다. 메뚜기 재앙은 성경과 꾸란에 기록될 정도였고, 황해((蝗害) 또는 황재(蝗災)라는 한자어도 있다. 세계 각지의 곡창 지대에선 반드시 메뚜기와 연관된 잔혹사가 있었다. 지역에 따라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FAO는 메뚜기 떼 발령 현황 위성 지도를 관리하면서 '메뚜기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스크린에 비친 메뚜기 재앙
프랑스의 한 메뚜기 방제 연구기관이 보유한 영어와 프랑스어 메뚜기 관련 논문만 무려 2만 편이 된다고 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메뚜기 관련 피해가 상당했다는 걸 반증한다. 현실 세계와 사람들의 무의식을 반영한 영화에서도 메뚜기 떼가 등장한다. 1937년 개봉한 영화 <대지(The Good Earth)>는 미국 소설가 펄벅의 동명 소설(1931년 작)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20세기 초 중국 농촌지역에서 가족 간 갈등을 핵심으로 다루면서 갈등 증폭의 외적 요인으로 대규모 메뚜기 떼를 등장시켰다. 1979년 개봉한 영화 <엑소시스트 2(Exorcist Ⅱ: The Heretic)>와 2007년 <리핑-10개의 재앙(The Reaping)>은 성서적 관점에서 메뚜기 떼를 사탄의 헌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과학기술의 오남용에 따른 돌연변이 메뚜기를 등장시킨 작품으로 2005년 작 <로커스트 토네이도(Locusts: The 8th Plague>와 함께 2022년 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이란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이런 허구적 상상은 메뚜기의 신체적 능력과 연관돼 있다. 메뚜기는 최대 2m까지 점프를 할 수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100m 이상 점프하는 수준이다. 사람이 메뚜기의 능력을 얻는다면 100m를 3초에 주파하고, 한쪽 다리로만 자기 몸무게의 10배를 들어 올릴 수 있다. 또 물만 있으면 먹이를 먹지 않고도 1주일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이 메뚜기다.
▲ <더 스웜>(저스트 필리포 감독, 2021) 포스터.
이번에 다룰 영화 <더 스웜(The Swarm)>은 2021년 개봉한 프랑스 독립영화다. 싱글맘 비르지나(술리안 브라힘)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딸과 어린 아들과 산다. 그는 생계 수단으로 식용 메뚜기를 키우며 "생강과 파프리카 맛이 나는 메뚜기”라고 선전하지만, 서툰 실력에 메뚜기 사육도, 판매도 시원찮다. 메뚜기 농장을 위해 빚을 계속 지면서 아들의 축구 캠프 비용 마련도 버겁다. 사춘기 딸은 학교에서 메뚜기 냄새가 난다는 놀림을 받고 엄마에게 차라리 메뚜기 농장을 접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자며 갈등한다. 신산한 삶에 괴로워하던 비르지나는 메뚜기 하우스를 때려 부수다가 넘어진다. 쓰러져 의식이 없는 동안 그는 자기 피를 먹은 메뚜기들의 상태가 하루아침에 놀랍도록 달라진 것을 보게 된다.
이전에 비해 크기도 커졌고 왕성한 번식으로 개체 수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덕분에 딸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하고 아들의 축구 캠프 비용을 치르는 등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비르지나는 메뚜기 성장의 '특별한 조건', 즉 피를 구해 공급한다. 이게 어려워지자 그는 자기 피와 몸을 메뚜기 떼에게 공급하는 광기를 보인다. 피 맛을 알게 된 메뚜기는 급기야 사람마저 해치게 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앞선 할리우드식 재난과 공포영화에 익숙하다면 CG 사용이 별로 없어 낯설 수밖에 없는 영화 <더 스웜>은 정적인 공포를 담고 있다. 영화는 <대지>처럼 가족의 갈등과 인간 광기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덕분에 2020년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2021년 제라르 메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비평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메뚜기의 상태를 변화시킨 '특별한 조건'은 실제로도 있다. 메뚜기는 영어로 그래스호퍼(Grasshopper)와 로커스트(Locust)로 구분한다.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 메뚜기를 연구한 일본인 마에노 울드 고타로는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김소연 옮김. 해나무)에서 이를 면밀하게 나누고 있다. 고타로에 따르면, 메뚜기는 저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개체를 고독상이라고 하고, 고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무리를 군생상이라고 한다. 이들은 다른 종으로 인식했다. 색상은 물론 크기와 날개 길이도 확연히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고독상 메뚜기가 무리에 들어가면 군생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상변이라고 하는데, 상변이 하는 메뚜기를 로커스트, 그렇지 않은 종을 그래스호퍼로 구분한다.
기상이변, 메뚜기 떼 출연 조건
메뚜기가 상변이 해서 대규모 무리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한 조건은 무엇일까? 고타로는 "역사적으로도 큰 메뚜기 떼가 출현한 해는 예외 없이 가뭄 후에 큰비가 내렸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시대 경신대기근 당시 발생한 메뚜기 떼도 가뭄 이후 폭우의 영향이었다.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다. 7~8월 우기에 얼마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느냐에 따라 이듬해까지 초지가 남아 있는 비율이 결정된다. 건기는 메뚜기는 물론 메뚜기의 천적도 사라지게 한다. 우기 이후 풀이 돋아날 시기 가장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종이 바로 메뚜기다.
2019년 10월 동아프리카 케냐, 소말리아 등에선 이례적으로 두 달 동안 폭우가 쏟아졌다. 약 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그 뒤 바로 대규모 메뚜기 떼가 출현했다. 4000억 마리의 메뚜기는 축구장 면적 10만 개에 달아는 농경지를 초토화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극단적 기상이변과 메뚜기 떼 출현을 "기후관측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2도 온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 사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양 서쪽에 위치한 호주에서 2019년 발생한 대규모 산불도 같은 이유였다.
이런 현상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의해 벌어진 기후위기 때문이다. 지난 2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했다.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이 1초에 4개씩, 하루 34만5600개 터지는 수준의 열에너지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1초에 5개씩 터지는 수준의 에너지가 지구 전체에 흡수되고 있다"라는 것이 남성현 교수의 지적이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위험이 크지 않은 개별 사안이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지구 가열화와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과 홍수는 퍼펙트 스웜(Perfect Swarm), 다시 말해 대규모 곤충 습격을 일으킨다. 인간이 만든 자연 재난은 생태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이 재난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대규모 메뚜기 떼 피해 방제를 위해 중국에선 오리와 닭을 투입하고, 메뚜기 떼가 모이게 하는 호르몬을 제어하는 등의 여러 방법을 적용해 실험하고 있지만, 실제 아프리카 등 현장에선 살충제 사용이 보편적이다. 살충제는 식수 오염과 농작물 축적 등 인간과 생태계에 2차, 3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자연에 의해 초래된 '신의 영역'의 위험(Danger)과 인간의 결정 행위(decision making)에 따른 위험(Risk)을 구분한다. 현재 기후위기는 인간이 만든 위험이라는 점에서 이를 완화하고 적응하는 것 역시 인간이 해야 한다. 그것이 생존 필수 조건이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함께 사는 길]
GS건설,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 '우선협'으로 지정
국토교통부가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GS건설 컨소시엄(가칭 사상해운대고속도로)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GS건설,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 '우선협'으로 지정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은 부산 서부의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과 동부의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를 연결하는 총 길이 22.8km의 손익공유형 민간투자사업이다.
국토부는 작년 9월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3자 제안공고를 실시했으며 최초로 이 사업을 제안한 GS건설이 단독으로 신청했다.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사업수행능력, 사업계획(가격·기술 등)의 적정성 등을 평가한 결과 적격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토부는 다음달 GS건설 컨소시엄과 사업의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상 과정에서는 사업비, 운영비 등 제안된 사업계획의 적정성 검증 등이 논의된다. 대부분 구간이 대심도 지하도로인 만큼 안전에 중점을 두고 사업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이 사업을 통해 국가간선도로망의 한 축인 부산경남권 순환망이 완성돼 교통 효율성은 물론 이용객의 편의가 크게 개선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산시의 동서고가도로 일부가 철거되면서 주변 생활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MoneyToday이소은 기자
윤석열·김진태 공약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 허가됐다
환경부, 전문기관 '부적절' 의견 뒤집어…이은주 "환경파괴부 전락"
40년간 논란이 이어진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 사업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하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 '조건부 협의' 의견을 내려 이를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김진태(가운데) 강원지사와 김진하(왼쪽) 양양군수,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이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환영 담화문을 발표한 뒤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끝청 하단 간 3.3킬로미터(㎞) 길이의 케이블카(삭도)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5년 8월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가 공원계획변경 안을 '조건부로 가결'한 이후 장기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는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3차례 제출됐다(본안, 보완, 재보완).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2019년 입지 부적정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에 '부동의' 협의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그러나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이 작년 12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검토한 결과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충분히 제시됐다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원주지방환경청은 군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해 무인센서카메라 및 현장조사를 병행해 서식 현황자료를 추가 제시"했고 "보완 시 누락된 일시훼손지(공사 후 원상복구되는 지역) 등에 대한 추가 식물조사 결과도 제시"됐다고 밝혔다. 또 당초 해발고도 1480미터이던 상부정류장 위치를 1430미터로 하향 조정해 기존 탐방로와 이격거리를 추가 확보한 점,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방안으로 가설삭도를 활용해 헬기운행을 줄이고 디젤발전기를 대신해 중청대피소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방안이 제시된 점도 재보완 사례로 제시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다만 이번 사업이 시행될 경우 상부정류장 구간에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무장애시설(Z형식)이 설치됨에 따라 탐방로가 연장돼 토공량 등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이미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추가 설치가 결정됐다. 케이블카 추가 설치 논의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장장 40년간 논의가 이어졌으나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장기간 반대 의견이 거셌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최종적으로 설치가 전면 결정됐다. 케이블카 추가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거공약이다.
하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이 당초 환경 파괴를 이유로 '부동의'한 설치 사업이 이번에 뒤집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식이 나온 후 이은주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발논리에 휘둘린 환경부가 결국 백두대간 핵심보호지역을 스스로 파괴해 버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환경부를 두고 "환경부인가 환경파괴부인가" 질타했다. 이 의원은 "환경부는 지난 부동의 사유와 더불어 국립공원위원회 7개 부대조건 이행여부, 새로운 보완사유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며 "지난해말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검토한 5개 환경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은 케이블카 설치시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의원이 공개한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전문기관 의견서에 따르면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케이블카 설치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해당 사업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전문기관의 부적절 의견이 현 정부 들어 뒤집힌 셈이다.
이 의원은 "환경부가 이 모든 검토의견들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하나만을 검토했을 뿐"이라며 "핵심 보호지역을 개발업자에게 내어준 환경부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버렸다"고 비판했다.이 의원은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 핵심보호지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 등 다양하고 중첩된 보호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오색케이블카 총 사업비는 최초 추진 당시인 2015년 587억원이었으나 물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현재 1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의 경우 국비 지원을 받지않더라도 사전에 정부로부터 사업계획과 경제성, 재무성, 정책성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심사에는 통상 2개월 정도가 걸린다.
심사를 통과하면 오는 10~11월 중에는 오색케이블카의 행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며 내년 봄 착공, 2026년 운영이 가능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끝청 해발 1430m 지점, 3.3㎞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상·하부정류장과 산책로, 중간지주 6개가 건설된다. 8인승 곤돌라 53대가 초속 4.3m 편도 15분의 속도로 운행하며 시간당 825명의 관광객을 수송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국내 여러 지자체가 지역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국립공원에 대대적인 개발 붐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다가올 우크라이나 전차전,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지난 24일(현지시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긴급 특별총회를 열었다.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원칙 관련 결의안'이 찬성 141표·반대 7표·기권 32표로 가결됐다. 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을 위해 러시아에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심이 돼 추진한 이 결의안 명단에 한국 정부도 공동 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정부는 총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 침공 법적 책임까지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가 이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북한과 시리아, 니카라과,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말리도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과 이란, 인도 등은 기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1주년을 맞아 "2023년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정전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승리가 보인다"며 "기다리는 모든 이들, 점령지에 있는 우리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크라이나는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잊지 않았다. 어떻게든 우리는 모든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 수훈자들에게 국가상, 특히 우크라이나 영웅이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반대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승리를 자신하며 폴란드 국경까지 진격하겠다는 호전적인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와 러시아와 서방의 느슨한 일종의 합의로 끝날 것인데, 그 합의가 실질적인 영토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기에 현재 더 적극적으로 영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D타워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반대 집회에서 노동자연대와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적대적인 국가들의 국경을 가능한 멀리 밀어내는 것이라고 썼다. 적대적 국가들의 국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의 국경을 의미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동쪽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북동쪽으로는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약 200㎞ 닿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연설에서 "공격받는 나토 영토 1인치라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관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를 통해 "오늘날 50개 국가가 러시아를 지구 표면에서 쓸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적 제국이 러시아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그들보다 강하다는 것은 이제 명백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영티비 로시야1(Rossiya1)에 미리 녹화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서방의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의 생존을 지키는 실존적인 전쟁이며, 우리는 NATO의 핵 능력을 고려해야만 한다. 서방은 러시아를 분열하고 결과적으로 러시아 민족을 파괴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지 1년 후, 푸틴은 점점 더 전쟁을 러시아 역사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속적으로 러시아와 국민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련의 핵무기를 물려받은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두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이 대(對) 러 추가 제재안을 공개했다. 23일 백악관에 따르면 다음 날인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G7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이 회의에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은 물론,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들을 제재해 대러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 위한 회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전 G7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전례 없는 대가를 부과하고자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모였다"면서 "G7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 장치가 돼 왔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미국은 예고해온 대러 추가 제재 방안을 공개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은 푸틴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주요 부문 전면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이 제재는 "더 많은 러시아 은행과 방위 및 기술 산업, 그리고 우리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제3국의 행위자들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주지사 다수와 정부 관료 가족, 국방 관련 자재와 기술 회사, 기존 제재를 회피하는 조직 등 200여 개인과 독립기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주 중 미국과 동맹들의 대러 추가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오는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로 전 세계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하는 마당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수요 불균형으로 전 세계가 경제활동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은 가뜩이나 물가 인상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시장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앞서 1, 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 현대전은 대규모 폭격, 파괴 및 복구, 화석 연료 사용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폭격 등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로 인한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식량 공급망 교란 문제, 러시아의 국제 기후 협력 중단 등의 문제를 낳으면서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이번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탄소배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가 지난해 여름 이후 모아둔 전력으로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선을 방어하기 위해 수백 대의 탱크를 요청했다.
CNN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레오파드1 탱크 178대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승인했다. 신형 레오파드2 탱크 지원 결정 후 2주 만에 승인됐다. 독일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은 올해 레오파드1 20~25대 정도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지원이 결정된 레오파드2 14대가 3월~4월 사이 전달되고, 레오파드1 물량은 올여름부터 내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산악 지형이나 엄폐물이 거의 없는 평원지대 국가다. 전면적인 전차전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탱크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와 미사일과 탄약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부품 및 에너지 등 군용장비 준비로부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軍)의 모든 군용장비 운용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군사 분야의 경우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배출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평화롭게 종식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긴 여정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철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위원 /프레시안
300만년 진화가 맞이한 위기
2.27 북극곰의 날
녹아 사라져 가는 사냥터 위에 선 북극곰. 2월 27일은 북극곰의 날이다. polarbearsinternational.org
곰들이 겨울잠에서 슬슬 깨어나는 3월 23일은 ‘세계 곰의 날(World Bear Day)’이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야생보존단체 레인코스트(Raincoast)는 곰들이 모두 굴에서 나올 즈음인 4월 4일을 ‘곰의 날’로 기념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생일에 맞춘 ‘테디 베어의 날(1월 27일)’이 있고, '곰 인형 껴안는 날(National Hug a Bear Day, 11월 7일)'도 따로 있다. 3월 16일은 ‘팬더의 날’이고, 6월 첫째 주 토요일은 ‘흑곰의 날’이다. 한국의 일부 환경단체는 단군신화에서 착안해 10월 3일 개천절을 ‘곰의 날’로 명명, 곰 사육 실태 등을 고발하는 등 행사를 벌인다. 저 수많은 곰의 날들은, 곰 인기의 방증이다.
2월 27일은 ‘북극곰의 날’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극곰의 장래를 걱정하는 기후환경의 날. 북극곰은 육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지닌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면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이자 가장 인기 있는 홍보대사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최근 속도로 해빙이 녹으면 2050년이면 북극곰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300만~100만 년 전, 먹이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유난히 진취적인 불곰 일부가 극지로 북상하면서 진화한 게 북극곰이다. 다른 곰들과 달리 북극곰 발바닥은 빙판에 적응해 ‘논슬립’ 기능을 갖추었고, 면적도 넓어져 해빙 위에서 효과적으로 체중을 분산한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도 장착해 아예 ‘해양 포유류’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무엇보다 북극곰은 겨울잠이 없다. 아니 해빙이 넓어지는 겨울이야말로 북극곰의 가장 바쁜 사냥철이다. 일부 굴을 파고드는 북극곰은 새끼를 밴 암컷들이다. 갓 태어난 새끼 북극곰 몸무게는 약 700g. 인간 신생아보다 훨씬 작은 그 몸집을 불과 몇 년 새 750㎏(수컷 기준) 안팎으로 키워주는 주된 먹잇감이 물개나 바다표범이다. 그 사냥터인 해빙이 사라지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도로변·중앙분리대를 ‘가로숲’으로…미세먼지 저감·폭염 완화 기대
서울시, 10만㎡ 조성 추진…나무크기 다양성 높여
서울 용산구 용산중학교 통학로 가로숲길.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미세먼지·폭염 등에 대비해 가로숲 10만㎡를 조성한다.
서울시는 1일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고 가뭄·폭우·폭염 등 이상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변과 유휴지에 숲 10만㎡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심 보도엔 가로수 밑 작은 녹지인 ‘띠 녹지’ 1만㎡를 만들고, 오래된 띠 녹지 2만8천㎡는 입체적인 다층 구조의 녹지로 재조성한다. 또 녹지 아래에는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한다.
특히 교차로 유휴공간인 ‘교통섬’과 중앙분리대 등에는 총 6만3천㎡ 규모로 꽃 피는 다년생 지피식물 등을 심는다. 서울시는 “중부지방에서 생육이 양호하고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 ‘미세먼지 저감 권장 수종’을 심을 예정”이라며 “같은 높이 나무가 일렬로 있는 녹지가 아니라 높이가 다른 여러 나무를 혼합한 다층 구조의 가로숲길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무 크기가 다양한 가로숲길은 크기가 일률적인 숲길에 견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와 표면 온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가 소개한 미세먼지 저감 권장 수종은 느티나무 등 교목 48종, 회양목 등 관목 38종, 능소화 등 지피식물 27종 등 총 113종이다.
서울 중구 광희초교 등 초등학교 통학로 6곳에는 산림청과 함께 ‘자녀 안심 그린 숲’이라는 이름의 총 2.9㎞ 규모 가로숲길을 만든다. 서울시는 “어린이들을 미세먼지와 폭염으로부터 보호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로수 사이사이 키 작은 나무(관목), 중간 키 나무(아교목), 지피식물을 촘촘하고 두텁게 심겠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 후... 결국 이런 기사 쏟아졌다
윤 대통령 공약이라서? 환경파괴부 자처한 환경부
환경부가 기어이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을 열었습니다. 40년 논란 끝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아래는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과 함께 잇따른 기사 제목입니다.
"설악산은 되고 우린 왜 안 돼?"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에 지리산 케이블카도 관심"
"팔공산 갓바위는?"
"설악산 허가…광주·전남 케이블카도 탄력받나"
"다음 타자 지리산·북한산"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 지리산, 멸종위기종 붉은 여우가 서식 중인 소백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무등산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 산악 개발의 요구가 들끓고 있는 지금, 환경부의 결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설악산 개발은 설악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대로 아름다운 설악산 여름 풍경
▲ 그대로 아름다운 설악산 여름 풍경ⓒ 녹색연합
설악산은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입니다. 5중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지역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희귀식물의 터전,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환경부도 자연생태계의 질을 보전관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지역이라고 밝히며 2019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업자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전문기관 검토 의견은 2019년 '부동의'와 궤를 같이 합니다.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방향을 정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결론은 '조건부 동의'였습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책연구기관의 판단마저 무시한 환경부 결정 뒤엔 정치적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책 과제 중 하나입니다. 강원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2월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과 규제 완화에 앞장 서겠다는 윤석열 정부, 한화진 장관 환경부는 산업부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를 통해 '환경파괴부'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운영 중인 케이블카는 20곳이 넘습니다. 대부분 적자입니다. 흑자로 운영 중인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도 주변 상권 침체는 오랜 숙제입니다. 지역 숙원 사업을 명분으로 추진되어 온 오색 케이블카의 지역 발전에 대한 장밋빛 기대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정치권과 개발 세력은 40년 동안 지역 발전과 환경 보전을 갈라치기해 왔습니다. 환경과 개발 사이의 갈등으로 문제를 축소시켜온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설악산 생명도, 미래 세대도, 주민도 아닙니다. 진정한 공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를 되찾아야 합니다. 설악산을, 국립공원을, 자연을, 결국 우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부동의를 촉구하는 시민들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부동의를 촉구하는 시민들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오는 3월 3일은 제3회 국립공원의 날입니다. 공단은 국립공원의 대자연속에 담겨 있는 인류의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전달하여 국립공원의 희망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국립공원, 자연을 담다! 사람을 품다!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이 내려진 지금 이 슬로건은 다시 쓰여야겠습니다.
"환경부, 정치를 담다! 콘크리트를 품다! 개발을 열다!"
녹색연합(greenkorea) 오마이뉴스
구례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다시 추진
설악산 사례에 탄력…환경 보호 강화
노선 단축 고려, 올해 안에용역결과 제출
남원·산청·함양과 노선 협의 노력 병행
‘갈등 없게 환경부가 노선 지정’ 목소리도
지난해 구례군이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도. 기사와 관련 없음. 무등일보DB.
구례군이 지난해 반려돼 재추진이 불투명했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추진키로 해 환경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구례군은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허용되면서 지리산 케이블카의 제한도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권 4개 지자체 간 합의를 통해 한 개 노선을 결정하라'는 환경부의 요구는 실현이 쉽지 않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구례군에 따르면 군은 조만간 용역을 통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할 계획이다. 구례군은 용역을 통해 케이블카 노선 길이 단축과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최신 공법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 용역을 의뢰한 뒤 연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올해 안에 환경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구례군이 산동면 온천관광단지부터 지리산 노고단 종석대까지 3.1㎞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제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에 공익성과 환경성, 기술성이 미진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구례군은 환경 파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최신 공법을 통해 환경성과 기술성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한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역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반려 원인 중 하나였던 '공익성'은 요원해 이를 해결할 묘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동안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은 서로 자기 지역에 유치하겠다며 경쟁을 벌이는 등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2년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 당시 지리산권 4개 지자체 간의 합의를 통해 단일 노선을 만들라며 '공익성'을 요구했지만 이후 10년 넘게 합의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립공원 계획 변경 용역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환경훼손을 우려한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도 작용했지만, 실제로는 4개 지자체 모두 자기 지역에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등 대립과 갈등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례군의 재추진에 맞서 경남은 도 차원에서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리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전남과 경남 간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최근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외국 사례 등이 이야기됐다"며 "경남도에서도 과거에 추진해왔던 케이블카 설치 사업 중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부분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둘러싸고 인근 지자체들의 합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례군은 지난해 재신청이 반려된 이후 산청군과 협력을 통해 케이블카 설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 해 7월 이승화 산청군수를 만나 지리산 케이블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구례는 노고단 코스를, 산청은 천왕봉 코스를 각각 추진키로 하고 남원시와 함양군과 이익 공유 방안 등을 마련하는 등 최적의 방안을 환경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지자체 간 갈등의 원인이 된 케이블카 노선을 환경부가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구례를 방문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민과의 대화를 통해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B/C 1.054로 경제성이 높아 추진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가 직접 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노선을 선정하도록 군과 함께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이후 환경부에 이같은 내용을 건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설악산 케이블카 허용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발목잡았던 환경 파괴는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4개 지자체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자체간의 합의를 끌어낸 후 환경부의 구체적인 지침을 타진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
사람에 의한 기후변화가 불러온 제주 나무들의 '흥망성쇠'
제주 나무가 말한다…"다르게 살라"
제주의 겨울은 푸른 나무들로 가득하다. 가로수는 상록수가 대부분이며 저지대 곶자왈은 아예 상록수림 지역이다. 겨울은 앙상한 나무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주도는 딴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한라산은 물론이고 조금 높은 중산간 오름만 올라가도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만난다. 이처럼 제주에는 난대성 나무와 온대성 나무가 공존한다. 난대성 나무에서 온대성 나무까지 수직분포를 이루고 있다.
총 320여 종의 나무가 다양하게 자란다. 제주에서는 집을 나서면 바다고, 곶자왈이고, 오름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라산을 다녀올 수도 있다. 이런 지리적인 조건으로 인해 제주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나무를 볼 수 있다.
▲ 팽나무. ⓒ이성권
녹음 짙은 여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무들이 갈색으로 채색된 황량한 겨울에는 뚜렷하게 들어온다. 제주도 가로수는 어디를 가도 난대성 나무인 후박나무, 담팔수, 먼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줄을 잇는다. 서귀포시로 들어오는 토평동 길가에는 귤나무의 노란 귤이 멋스럽다. 하지만 서귀포 시내에는 외래식물인 워싱턴야자가 대부분이다. 워싱턴야자는 관광객 유치와 맞물려 정책적으로 심기도 했으나 서서히 제주의 토종 나무로 교체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 가장 많이 심는 가로수는 낙엽수인 왕벚나무이다. 왕벚나무는 봄철에 피는 꽃이 화사하고, 가을까지 달리는 잎이 풍성하여 가로수로 제격이다.
▲ 왕벚나무 가로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이성권
제주의 곶자왈은 겨울임에도 난대성 상록수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나무가 도토리가 달리는 상록성 참나무인 종가시나무이다. 종가시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예로부터 도토리묵 등 식재료였고, 지금도 조천읍 선흘1리 동백동산에서 진행되는 도토리칼국수 체험프로그램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과거 종가시나무로 만든 숯은 으뜸이었다. 주민들은 농한기를 이용하여 곶자왈에서 며칠을 살면서 숯을 구워서 소득을 올렸다.
오름의 겨울은 제주의 바람 때문에 사납다. 나무도 상록성 나무보다 온대성 나무인 낙엽수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팽나무는 바람 많고, 땅이 깊지 않은 제주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는 나무이다. 봄에 올라오는 새잎의 기운, 여름철 넓게 퍼지는 그늘, 겨울철 잎이 떨어져 더욱 도드라진 줄기가 팽나무의 매력이다. 제주의 마을 중심에는 어김없이 팽나무가 자리 잡았고, 지금도 주민들은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팽나무는 아이들에게는 오르내리는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마을 소식을 공유하는 사랑방이었다. 육지에 느티나무가 있다면 제주에는 팽나무가 있다.
▲ 팽나무. ⓒ이성권
제주를 1만8000의 신이 있는 신들의 고향이라 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올레 입구에서부터 부엌, 고팡(곡식창고)까지 신이 없는 곳이 없다. 이렇게 제주의 신은 큰 바위, 크고 멋진 나무가 아니라도 자리한다. 신당의 당목도 신이 깃든 나무가 아니라 할망·하르방신이 앉아 있는 나무일 뿐이다. 그래서 제주의 당목은 어떤 나무인가보다 그 자리에서 자라는 나무가 중요하다. 물론 제주의 당목은 팽나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천읍 신흥리 할망당에는 보리밥나무, 구좌읍 종달리의 돈짓당에는 우묵사스레피가 당목이다. 또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천에 있는 냇길이소당의 당목은 하천가에서 잘 자라는 담팔수이다.
겨울철 제주의 저지대는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나 한라산에는 봄이 오는 4월까지도 눈이 쌓여있다. 한라산 겨울 등산은 구상나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맑은 날 하얀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구상나무의 녹색 잎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그리고 눈 내린 날에는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40% 이상이 고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폭설, 폭우 등 기후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100년 이내 멸종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 구상나무 고사목. ⓒ이성권
시로미는 암매, 들쭉나무, 한라솜다리 등과 함께 빙하기에 제주까지 내려왔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기온이 낮은 한라산 백록담 주변으로 피신하여 사는 유존종이다. 시로미는 줄기를 땅에 바짝 붙여서 추위를 피하고, 꽃은 6월에 절정을 이뤄 8월에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제주조릿대가 넓게 퍼지면서 시로미의 삶터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로미 열매는 진시황의 불로초라 불릴 만큼 제주 사람들도 귀하게 여겼다. 열매를 따다 직접 식용하기도 하고 술로 담가 먹기도 했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선작지왓, 윗세오름, 진달래밭 등에서 시로미 열매를 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 시로미. ⓒ이성권
기후변화가 불러온 제주 나무들의 흥망성쇠는 자연력에 의한 것이기보다 사람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제주 나무들의 변화하는 삶이 우리에게 '다르게 살라'는 변화의 요구로 읽히는 까닭이다.
▲ 우묵사스레피(구좌읍 종달리 생개남 돈짓당). ⓒ이성권
▲ 워싱턴야자 가로수(서귀포시 보목로). ⓒ이성권
▲ 종가시나무. ⓒ이성권
▲ 팽나무(동회천 새미하로신당). ⓒ이성권
이성권 작가 [함께 사는 길]
진천 백곡저수지 상공을 뒤덮은 가창오리 떼 -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를 찾은 가창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저수지 상공을 뒤덮고 있다.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들은 가끔 떼지어 날며 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해질 무렵의 군무(群舞)는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이다./김성식 : 중부매일
제주 모인 전국 농어민 "핵 오염수 방류 코 앞, 정부 뭐하나"
28일 제주도청 앞 대회... 이정미 정의당 대표·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 연대사
CPTPP가입저지 제주 범도민 대책본부는 2월 2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도민·전국농어민 생존권사수, 후쿠시마 핵 오염수방류 반대 전국대회”를 열었다.
ⓒ 전농 부경연맹
"국민생명 위협하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 무능외교 굴종외교 윤석열정부 규탄한다. 온 국민 총단결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방류 막아내자. 국민 생존권 외면하는 윤석열정부 규탄한다. 우리 어민 다 죽는다, 핵 오염수방류계획 중단하라."
2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 모인 농민·어민들이 이같이 외쳤다. CPTPP가입저지 제주 범도민 대책본부가 28일 오후 개최한 '제주도민·전국농어민 생존권사수, 후쿠시마 핵 오염수방류 반대 전국대회'에서다.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김덕문 농단협회장, 고송자 해녀협회 사무국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노병남 영광군농민회 회장, 박석운 일본방사성오염수방류저지 공동행동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발언을 통해 핵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또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가 연대사를 했고, 김상흥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 부회장과 한경례 전국여성농 민회총연합 부회장이 결의문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정근효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대표는 투쟁사를 통해 "일본이 핵 오염수를 투기한다면 제주도가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거라고 하는데 제주도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반대 전국대회 참가자들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범국민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정부에 요구한다.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라", "일본 정부에 요구한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방류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설마설마했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 13일 일본 정부가 밝힌 내용대로라면 빠르면 4월 늦어도 7월에는 해양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핵오염수의 제주해역 유입은 2년 안에 이루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이 핵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어떠한 것도 검증된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어민과 국민들 자체에서도 핵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그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일어나 싸울 것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어민을 위한 농민을 위한 투쟁, 민중을 위한 투쟁이며 우리 국민을 위한 투쟁이다"라고 선언했다.
대책본부 등 참가자들은 "오늘 우리의 행동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늘 우리가 쏘아올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분노는 더욱 타올라 부산에서 광주에서 세종에서 나아가 서울에서 거대한 불길이 돼 더욱 타오를 것이다. 나아가 태평양의 근거로 삼는 모든 국가의 시민들이 불같이 일어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이어 제주도청 앞을 출발해 일본총영사관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 CPTPP가입저지 제주 범도민 대책본부는 2월 2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도민·전국농어민 생존권사수, 후쿠시마 핵 오염수방류 반대 전국대회”를 열었다.
ⓒ 전농 부경연맹
윤성효(cjnews) 오마이뉴스
부산시민 87% “일본 핵오염수 심각하게 인식”
市, 전담 TF 꾸려 대응 방침
올여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산 시민 대다수가 이에 대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TF’를 꾸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28일 시와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연구원이 지난 1월 25일~지난달 3일 부산 시민 18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위험도에 대해 52%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심각하다’고 답한 이가 35%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7%가 이 문제에 대해 위험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산식품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일본산의 경우 ‘구매하지 않는다’가 80%를 차지하는 등 대체로 사지 않거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답했다. 또 해양레저·관광 활동에 대해서도 ‘매우 줄일 것’ 25%, ‘줄일 것’ 30%로 줄이겠다는 답이 50%를 넘었다.
이에 시는 이 문제에 대응할 전담 TF를 꾸리고 시민 불안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TF는 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시민 생활과 밀접한 4개 반 13개 과가 참여하며, 필요할 경우 대책본부로 격상하기로 했다. 또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무인감시망 2기와 식품 방사능 분석장비 2기를 추가 설치하는 한편, 시민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부울경은 물론 제주도와 전남 등 동남해 연안 도시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시 김경덕 시민안전실장은 “시민 불안이 큰 만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사회·경제적 타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고리·월성 16개 원전 설계 때 ‘지진 우려 단층’ 고려 안했다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설계고려단층) 5개가 부산·울산의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정부 용역 단층조사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 활성단층은 과거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아, 원전 설계 때 고려되지 않았다. 월성과 고리에는 원전 14기가 건설돼 있고, 현재 2기가 건설 중이어서 내진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6년 9월 경주 지역에서 잇따른 지진으로 안전점검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최근 발표된 2017~2021년 행안부의 단층조사 결과 월성원전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원전 설계에 고려되지 않은 5개의 ‘설계고려단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1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리·월성원전 인근에 ‘설계 때 고려해야 하는 설계고려단층이 5개가 있다’는 설명자료를 제출했다. 원자력 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필요한 대책 등을 마련하는 조직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시를 통해 50만년 이내에 2차례 이상 또는 3만5천년 이내에 1차례 이상 움직인 단층을 ‘활동성 단층’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원전 반경 32㎞ 안에 위치하면서 길이가 1.6㎞를 넘거나 반경 80㎞ 안에 있으면서 길이가 8㎞ 이상인 경우 ‘설계고려단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설계고려단층을 따로 분류한 것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특히 이를 고려해서 원전 내진 설계 등을 하라는 취지다.
고리·월성원전 주변에 설계고려단층이 있다는 사실은 애초 행정안전부 연구용역을 통해서 밝혀졌다. 행안부는 지난 1월 소속 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누리집에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최종 보고서를 올렸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이뤄진 연구용역의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동남권(경남·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신생대 제4기(258만년 전 이후)에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돼 가까운 미래에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분절은 활성단층의 일부 구간을 말한다. 이들 14개 활성단층 분절 가운데 5개가 원전 반경 32㎞ 안에 있으면서 길이가 1.6㎞ 넘는 설계고려단층인 것이다.
이 5개는 울산 삼남읍 상천·방기·신화리의 삼남분절(2.0~10.5㎞), 경주 암곡동 왕산분절(2.1~5.9㎞), 울산 북구 창평동 차일분절(2.8~4.2㎞), 경주 외동읍 말방·활성리 말방분절(3.5~4.3㎞), 경주 천군동 천군분절(2.0~4.0㎞)이다.
고민정 의원실과
가 이들 5개 활성단층 분절의 좌표를 구글 지도에 입력해보니, 이 가운데 원전과 가장 가까운 단층은 차일분절로 월성원전까지 불과 12㎞ 거리에 있었다. 천군·왕산·말방분절은 월성원전 반경 13~21㎞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남분절은 고리원전 반경 26㎞ 안에 위치했다.
문제는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이 원전 근처에 있지만, 지난 40여년간 고리와 월성에 들어선 원전 14기는 물론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설계에도 설계고려단층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고민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원전 설계에 고려된 단층은 5개 단층과 별개인 경주시 양남면의 읍천단층 하나 뿐이다. 읍천 단층은 행안부 단층조사 결과 길이가 1.5㎞에 불과해 원안위 기준에 따른 설계고려단층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행안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평가를 수행 중”이라면서도 “국내 원전은 밝혀지지 않은 단층으로 인한 최대 잠재지진까지 고려해 충분한 내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리·월성의 원전 16기 가운데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6.5 이상 지진의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신고리 3~6호기 4기뿐이다. 행안부 단층조사에 부산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손문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에 대해 “평가할 때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마다 조금 달라도 최대 7 정도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고리·월성원전 대부분이 노후 원전으로 접어들고 있어 활성단층 발견이 더욱 우려스럽다”며 “각계 전문가들이 붙어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과거 원전 부지 조사에서 설계고려단층을 찾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단층조사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과거 한수원의 원전부지 조사와 최근의 행안부 단층조사에 모두 참여한 전문가는 조사기술 부족보다 조사 의지 부족을 근본적 이유로 꼽았다. 이 전문가는 “과거 조사는 우리가 열심히 찾으려고 해도 한수원 쪽에서 진짜 위험한 게 안 나오기를 바라며 했고, 이번 행안부 조사는 목적이 찾는 거여서 꼭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수원 원전 부지조사 때 투입된 인원이 20명 수준이라면 이번 단층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100여명 수준”이라며 “지금 인원만큼 투입했으면 (설계고려단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대표변호사는 “원전은 지을 때마다 새로 지진지질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했다면 과거엔 몰랐더라도 최소한 신고리 3~6호기 지을 때는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찾아내 위험을 평가하면 원전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원전 설계고려단층을 포함한 14개 활성단층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원전뿐만 아니라, 학교, 아파트 등 모든 건축물과 교량, 터널, 송유관 등의 구조물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각 관계기관에 통보해 기존 시설물에 대해 내진 보강 여부를 확인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진 설계 보완 검토를 하도록 했다”며 “올해 수립할 제3차 지진방재종합계획에도 보완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은 원전에 가장 위협적인 자연재해라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정부 태도를 두고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행안부는 지난해 1월 단층조사 결과 최종보고서를 제출받고도 발표를 미루다 올해 1월 소속 기관 누리집에 올리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고민정 의원은 “정부가 15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해 활성단층을 대거 찾아내고도 흔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것은 원전확대정책에 끼칠 영향을 우려한 조처였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활성단층이 원전 뿐 아니라 원전 부지의 고준위 방폐물 저장에 끼칠 영향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인간의 존엄과 환경이 무슨 상관인가요?
인권과 환경을 잇는 '공존'의 가교, 자연의 권리
3월 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환경단체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2012년 국내 대표적인 양서류 서식지였던 세종 장남평야에 중앙공원 조성이 확정되면서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의 집단 서식처가 파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계획된 공원 조성계획에는 복토와 인공식생을 조성하는 조경방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에 필자는 주민들과 현장 모니터링에 나섰고, 단체 차원에서도 LH세종사업본부, 환경부 등과 수차례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2014년, 다행히도 약 30만 평의 금개구리 서식지 원형보전이 결정되었다.
개구리들은 해가 지면 활동한다. 보존지역 이외에 서식하던 금개구리들의 이주를 돕기 위해 필자는 저녁 7시부터 습지로 들어가 새벽까지 개구리를 잡아야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뿌듯한 성과였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인간을 위한 녹지와 금개구리를 위한 녹지는 다른 것인가?
세월이 흘러 인권학을 전공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의문은 인권과 환경의 관계를 다루는 필자의 핵심 강의 주제가 되었다. 수강생들은 묻는다. "인권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것과 환경이 무슨 상관이에요?"
▲세종시 장남평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의 모습. ⓒ김민성
인권과 환경? 잃어버린 연결고리
인간이 환경을 이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자연과학적 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학, 지구과학, 물리학, 생물학이 여기에 속한다. 주로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과학만으로 자연현상의 모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에 둘째, 사회과학적 방법이 등장했다. 이 방법의 목적은 자연현상 발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려는 데 있다. 사회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환경보건학 등 응용과학이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자연과학의 성격을 넘어선 종합학문으로서의 환경과학은 국제적으로 1960년대부터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1973년 최초로 서울대학교에 환경대학원이 창설되었다.
자, 환경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분명히 알게 된 점이 있다. 바로 환경은 굉장히 다층적이고도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환경과 인권을 따로 구분하여 인식하려는 태도에는 위와 같이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환경과학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나아가 이러한 태도로부터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담론'이 무엇인지를 유추해 낼 수도 있다. 가령 한국처럼 짧은 기간 많은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의 경우 '개발'은 많은 것을 용인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된다.
근대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 초, 심각한 공해문제가 발생하자 일부 자연 과학자들은 오염도를 측정하여 그 위험성을 대중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우선주의를 고수했던 국가 정책 기조 속에서 환경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체제에 반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따라서 생태계 보전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을 연구하려는 사회과학의 발전은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성장과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환경은 도시 및 산업 공간 구축과 관련된 환경, 즉 '건조된 환경'(built environment)과 연관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발전된 도시일수록 사람이 살기 좋다'라는 생각이 공감 받는 사회다. 개인의 재산, 건강, 안전과 연관된 권익이 지켜질 때 인권이 존중되는 것이라는 인식도 견고하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생태계는 아주 쉽게 인간에 의해 변형된다. 사람이 걷기 좋은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숨 쉬는 토양이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멀쩡한 습지가 메워진다. 개발 담론은 사람에게'만'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어왔다.
인간과 환경의 가교, '자연의 권리'
이제 사막화, 해양오염, 대기오염, 기후위기 모두 인간이 초래한 것이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과학자들의 견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걱정을 넘어 '기후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모두 좋은 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까? 최근 인권학계에는 오래된 성장 담론을 환기하고 사람과 생태계를 밀착시킬 새로운 담론이 논의되고 있다. 바로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다.
2022년 11월, 한국인권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황준서 정치학 연구자는 생태계의 일부로서 인간의 지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인간 행위에 대한 생태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은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행위를 전환하려는 태도를 갖출 때 가능하며, 이를 위해 자연생태계의 지위와 존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풍경으로만 생각했던 숲과 나무에 권리가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굳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필요는 없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북아일랜드의 사례에서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최근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시민들의 운동이 활발하다.
1998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까지 북아일랜드에도 우리와 유사한 과거사 문제, 공동체 갈등이 존재했다. 평화협정 이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한 사안은 환경문제였다. 분쟁 동안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총 499㎞에 달하는 (남)아일랜드와의 접경지역에 엄청난 쓰레기가 쌓였던 탓이다.
북아일랜드 시민들은 민족과 종교라는 기존의 분열 기제를 초월해 '자연의 권리 인정'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이들은 과거 아일랜드 독립 저항을 넘어서 '녹색국가를 위한 저항'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경지대 생태계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자연을 통해 평화를 위한 관계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국가들도 존재한다. 2018년 콜롬비아 최고법원은 아마존을 권리주체로 보고, 정부에 아마존 보호 조치를 명령했다. 2017년 뉴질랜드 정부는 황거누이족이 신성시하는 자연물인 황거누이강 등의 자연물을 법인으로 인정했다. 강 유역이 자체적인 권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 시민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만 5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서울에서 진행한 기후정의행진. ⓒ프레시안
기후붕괴 해결의 첫걸음, 자연과의 공존을 성찰하기
인권이 불평등과 억압에 맞서 인간 고유의 존엄함을 나타내는 단어라면, 자연의 권리는 인간의 착취로부터 자연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만 자연이 인간의 말을 구사할 수는 없으므로 자연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리인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 가능성이 열린다. 편리한 생활 뒤에 감쳐진 억압된 자연을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태도로부터 사람과 생태계는 비로소 연결된다.
그런데 인간만의 편의를 위해 이루어지는 개발과 파괴에 대항한다면 경제발전이 멈추고 빈곤해지게 될까? 답은 '아니오'다. 오히려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등 환경조건이 악화되면 사회적·정치적 경쟁과 갈등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증진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환경훼손과 남용을 전제로 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여성, 노약자, 취약계층 등의 삶에 필요한 복지재원을 후순위로 놓음으로써 인권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자연의 권리는 기후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개념이다. 이제 인간을 위한 환경 조성에 대한 구상을 멈추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해야 한다. 평화와 생태적 사회를 위한 전환은 지구별에 대한 겸허한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김민성 한국인권학회 이사
자연공원법 허용 시설에 케이블카 삭제해야
지난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승인한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환경부는 법정보호종인 산양의 서식지 기능 향상이나 소음·진동의 저감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환경부가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승인하면서 그 불똥이 지리산으로 옮겨 붙을 거라는 우려가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리산권 개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특정 정당이 일당독재를 하다시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걱정은 단순한 기우로 보이진 않는다. 경남의 함양·산청·하동은 물론 전라도의 남원·구례 등에서 케이블카 건설 사업을 앞다퉈 추진한 전력은 이미 있다. 지난해 7월 환경부는 구례군이 신청한 성삼재 일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반려하였다. 또한 2012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리산 권역 4개 지자체(구례·남원·산청·함양)가 개별적으로 신청한 케이블카 설치 사업 을 '단일화 노선'으로 할 경우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이 합의한 사업이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이른바 막개발과 소지역 이기주의를 방지하려는 고육지책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개발바람으로 말미암은 추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한다. 또한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득표에만 몰두하여 각종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워 온 것도 사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마치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연구용역이나 행정력에 시간과 돈이 낭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쉽게 말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지역 개발과 환경보호를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 보아선 곤란하다. 둘 중의 하나라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시간, 장소, 환경에 따라 결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리산 케이블카 논의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현재 '자연공원법'이 허용하는 공원시설에서 케이블카를 삭제하면 된다는 점이다.
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기후위기 시대에 공항 난개발? 홀로 역주행하는 한국
공항, 기후위기로 가는 기항지
근거리 항공노선을 이용하기 전에 '당신은 킬로미터 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라는 기후의 경고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2021년 프랑스는 고속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국내선 항공 노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환경 자문위원단은 4시간 이내에 이동 가능한 국내선 운항을 제한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항공업계의 저항이 거세었고 결국 기준은 완화되었다. 프랑스 국내 노선의 12%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비행금지가 유럽연합 법규와의 상충되는지 여부를 검토했고, 파리 오를리 공항과 낭트, 보르도, 리옹을 잇는 구간에 3년간 한시적 적용을 허용했다. 오스트리아에는 2020년부터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당시 파산 위기에 처했던 오스트리아 항공은 3시간 이내 노선을 기차로 대체하는 것을 조건으로 구제 금융지원을 받았다. 기차로 2시간 35분 거리인 비엔나-잘츠부르크 구간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에서의 비행 금지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제주 구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내선 노선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유사한 법안이나 조치가 벌어지는 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다. 국토부는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해 흑산도, 백령도, 울릉도 등에 공항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환경부 장관은 근거리 비행금지 법안 표결에 앞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뿌리 깊은 습관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통과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후의 일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사업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영향평가라는 것을 우선 실시하기로 했으니 공항 건설은 앞으로 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나마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우선 시행하기로 한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에서 공항 건설은 적용 시기를 1년 늦추어주기까지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공항건설사업에 기후변화영향평가 적용 시기를 늦춘 이유는 공항 건설을 위한 시간벌기였을까? 공항 건설 추진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해버리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국립공원 내 공항 건설 사업부지를 아예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항 건설을 위해 공공재로서의 자연자산, 국립공원 구역이 순식간에 해제될 수 있다면, 국립공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 국립공원을 보전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경제성도 없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흑산 공항 사업을 위해 사라진다는 것이 납득이 될 일일까? 타 공항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안개 일수와 기상에 취약한 비행 기종, 활주로 평탄화 작업에 따른 재해 영향 등의 취약 요소가 있다. 제대로 된 환경부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야 정상이다. 정부는 해제한 공원구역보다 더 넓은 지역을 공원구역으로 지정한다지만 문제는 공원구역 면적의 규모에 있지 않다. 공원계획을 변경한 이유, 본래의 구역 지정 목적이 상실·변경된 이유가 사업적 타당성도 없는 공항을 건설하기 위함이라는 점이 문제다.
갯벌 복원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나?
새만금 사업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새만금신공항건설사업도 문제다. 새만금 사업지역은 '사업예정지 및 인근에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철새의 도래지 및 경유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이 지역에 공항을 건설할 경우 '생물서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한반도 중부서해안 권역의 생태적 거점 권역으로서 생태계안전성과 지속성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등 자연환경정책 및 관련 계획과 부합되도록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사업예정지와 인근이 법정보호종과 조류의 서식지로서 환경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항공기 안전운행과 더불어 생태환경 보전 측면에서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와 계획수립이 추진'될 수 있는지, '환경영향저감 측면에서 항공기 및 활주로 운영방안을 강구하여 환경영향 최소화가 가능한 방안의 도출이 가능한지' 자못 의심스럽다.
주요 탄소흡수원으로서 갯벌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세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갯벌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기후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악화하는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 공항을 보면서도 갯벌을 없애고 과연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 경제적으로도 비용 편익이 0.5도 안되어 적자가 자명해 보이는 공항건설사업을 지속하여 기후 붕괴를 가속화해야 하는지 납득 불가하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싼 갈등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자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찬반 여론 조사를 실시하기로 협의했다. 여론조사 결과 사업반대가 우세했으나 도민들의 사업계획 철회 요구를 제주도는 무시했다. 항공기-조류 충돌영향 및 서식지 보전방안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의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반려되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더니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접수하여 협의를 재개했고,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권, 제대로 구사해야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시행되는 제도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 역시 그 영향을 분석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개발부처의 난개발에 맞서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발휘되고, 환경부의 존재 이유도 빛이 난다.
며칠 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협의(동의)되어 환경부가 지탄을 받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환경부는 또 어떤 결정을 할지, 이미 협의(동의)로 진작 결론을 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 프레시안
이제는 친환경이 경제의 핵심이다
작년 캐나다 토론토에 있을 때, 도시의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주변 공원들을 찾곤 했다. 북미 도시의 특성상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넓은 초원과 들판 그리고 농부들이 심은 농작물이 끝없이 펼쳐진다. 토론토에서 북서쪽으로 약 한 시간 정도 차를 운전하면 200메가와트(㎿)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Amaranth Wind Farm)가 나온다. 광활한 평원 사이로 우뚝이 서 있는 133개의 하얀색 풍력발전기는 주변의 자연과 묘한 대비와 조화를 보여준다. 100m에 달하는 풍차 한 대의 높이와 80m에 달하는 날개가 마치 움직이는 거인을 닮았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잎의 군무에 맞춰 하얀색 거인들도 날개를 흔들며 같이 춤춘다.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 있는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 / 정봉석 제공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섭씨 1.1도 올라간 상태다. 기후위기의 가능성이 치명적이라고 말하는 임곗값 1.5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재해의 규모와 빈도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온실기체를 내뿜는 활동을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끓이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지 않고 전기를 만들 방법이 있다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수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생에너지다.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도 바람의 힘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다. 하얀색 거인이 많아질수록, 거인들이 날갯짓을 많이 할수록 화석연료에 의지해 생산하는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목표에 좀더 가까워진다.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청정에너지
청정에너지 연구그룹 블룸버그 NEF (New Energy Fina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의 두 가지 지표가 나타난 원년이었다. 첫 번째 지표로 친환경 청정에너지 투자가 처음으로 연간 1조달러를 넘어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거나 감소된 기술을 사용한 에너지를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원자력, 탄소포집, 수소 등이 있다. 이 수치는 2021년 대비 2500억달러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증가량이다.
청정에너지 투자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가 주를 이뤘다. 재생에너지는 2021년 대비 17% 증가한 4950억달러가 투자돼 전 세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가 350기가와트(GW) 이상 신규 설치됐다. 전기차는 특히 성장세가 높았다. 2021년 대비 54% 증가한 4660억달러로 전기차가 1000만대 이상 팔렸다. 세부적으로 전기 승용차에 3800억달러, 공공 충전 인프라에 240억달러, 전기 이륜 및 삼륜차 230억달러, 전기버스 150억달러, 트럭 80억달러 등이 투자됐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로 청정에너지 투자가 석유와 가스 같은 기존의 화석연료에 대한 사업 투자액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화석연료 탐사, 개발, 정유 및 발전 등의 투자액은 약 1조1000억달러로 집계했다. 청정에너지 총 투자액이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액을 따라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의 덩치에 밀리던 청정에너지 산업이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의 주류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정에너지에 투자한 국가 중 큰손은 중국이다. 중국은 5460억달러로 전 세계 총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단연 선두를 달렸다. 미국은 141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다음 순위에 있다. 경제블록으로 유럽연합(EU)은 1800억달러를 투자했다.
급진적인 미국의 변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시스템에서 청정에너지로 탈바꿈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좀더 급진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 추가되는 전기 발전설비 용량은 54.5GW다. 이중 태양광발전이 54%로 29.1GW의 태양광발전 설비가 새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까지 태양광 설비 최대 신설로 기록된 2021년 13.4GW의 두 배 이상 되는 규모다. 태양광에 이어 배터리 저장장치(ESS)가 9.4GW(17%), 천연가스발전이 7.5GW(14%), 풍력 6.0GW(11%), 원자력 2.2GW(4%), 기타 0.2GW의 발전설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천연가스발전을 제외한 모든 신규 발전설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미국의 태양광발전은 2010년 이후 계속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에는 원자재와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23% 급감했다. EIA는 지난해 지연된 일부 태양광 사업이 올해 추진되면서 설비 증가 폭을 대폭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신규 태양광발전 규모가 눈에 띈다. 각각 7.7GW와 4.2GW의 발전설비로, 두 주의 합계는 전체 신규 태양광발전설비 용량의 41%를 차지했다.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도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태양과 바람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이지만 공급이 간헐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발전은 태양이 빛나고,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저장장치의 설치도 같이 성장했다. 현재 배터리 저장장치의 용량은 8.8GW다. 2023년 신규로 9.4GW의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신규 배터리 저장장치의 71%는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될 예정이다. 풍력발전설비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4GW 이상의 기록적인 증가세 이후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에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해 2023년 가동을 시작한다.
반면에 2023년 폐기되는 발전설비는 15.6GW 규모로, 이중 98%가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석연료 화력발전소다. 8.9GW 규모의 석탄발전소와 6.2GW 규모의 천연가스발전소가 올해 없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대부분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건설됐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고효율의 천연가스발전소나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 발전보다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1GW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폐쇄됐다. 2021년에는 5.6GW 폐쇄로 둔화한 후 지난해 다시 11.5GW 규모로 늘었다. 폐쇄되는 천연가스발전소는 대부분 최신 복합화력 천연가스발전소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형 발전소다.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산업혁명 시대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려는 기후변화 시대의 부딪힘은 필연적이다. 사회 곳곳에서 충돌음을 일으킨다.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경제성장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환경보호에 대한 규제는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경제 논리가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위협은 실존적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친환경이 이상주의자들만의 구호이고 경제발전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친환경이 경제의 핵심이 됐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 주간경향
장기미집행공원은 왜 ‘예산 먹는 하마’가 됐나(종합)
“정부 차원 지원 강화해야”
대구 수성구 황금동 상공에서 바라본 범어공원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기미집행공원 조성 사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관련 토지(사유지) 보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전체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2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을 시작할 때부터 제기됐던 사업비 증가에 따른 시 재정 부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예산 늘고, 면적 줄고
2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장기미집행공원 20곳에 대한 토지보상률은 80% 수준이다. 매입 대상 사유지 299만3천㎡ 중 239만㎡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토지보상 관련 예산 약 6천900억원(전체 사업비 7천120억원) 중 5천600억원이 집행됐다.
대구시는 지난 2019년 8월 '장기미집행공원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4천400억원의 지방채를 포함한 4천84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토지가격이 계속 올랐다. 시는 732억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고 시비 1천542억원을 더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는 4천846억원에서 7천120억원으로 47%(2천274억원) 증가했다. 도심 녹지를 지키는 데 대구 시민 한 명당 21만7천원씩 빚이 지워진 셈이 됐다. 당초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대구시 예산보다 최대 2천~3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이번 사업의 '핵심' 범어공원 계획면적은 113만㎡에서 75만5천㎡로 오히려 33% 감소했다. 시는 지난 2020년 7월 1일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공원 부지 해제를 막으려 범어·학산·침산·두류공원 등 4곳의 장기미집행공원 부지에 대해 시가 지주에게 땅을 직접 사는 협의매수와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병행했다.
그러나 협의매수는 강제수용권이 없어 범어공원 계획면적이 쪼그라들었다. 시는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끝까지 버티는 지주들의 토지를 과도한 금액으로 사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범어공원 부지 곳곳에는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사유지가 남게 됐다. 시가 매입하지 못한 땅의 지주들이 벌써부터 시에 개발 관련 문의나 민원을 넣는 상황이라 난개발이 우려된다.
시가 나머지 토지보상을 진행하면서 사업비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토지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공원은 8곳으로, 진행상황에 따라 이의재결이나 행정소송까지 가면 감정평가를 다시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비 내에서 토지보상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은 시민을 위해 도심 속 공원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지 보상비 지원 외면한 정부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2020년 7월 1일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막대한 재원을 들여 장기미집행공원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원부지로 묶인 사유지를 그대로 방치하면 난개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지난 2019년 8월 일몰제를 1년 앞두고 책정한 예산은 지방채 4천400억원을 포함한 4천846억원. '대규모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웬만한 정부사업보다도 투입되는 재정이 많았다. 토지보상이 80% 가량 완료된 현재 예산은 지방채 추가 투입분 732억원 포함 7천120억원으로 늘었고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장기미집행 공원의 대부분이 1970년대 중앙정부가 지정한 도시계획시설인 점을 고려해 토지 매입비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공원 관리의 주체는 지자체여서 매입비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 지원은 지방채 이자 일부 지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지자체가 요구한 100% 이자 지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지자체의 공원 사유지 매입 시 지원하는 이자 비율을 50%에서 70%(발행일로부터 5년간)로 늘렸다.
문제는 사유지 매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땅값이 상승하고 땅 주인들이 매각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속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방채 70% 이자 지원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 됐다. 30% 이자에 원금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안 그래도 빚 투성이인 대구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만 하더라도 약 100억원 중 정부 지원 70%를 뺀 30억원 규모다. 보상비 증가에 따라 2019년 당시 예상했던 87억원(시 부담 26억원)보다 이자부담이 더 늘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최초 발행한 지방채의 이자지원 5년이 곧 도래해 기한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해야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체 20개 장기미집행 공원 중 8곳은 아직 토지보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공원별 토지보상률은 ▷봉무공원 36% ▷천내공원 64% ▷연암공원 97% ▷불로공원 48% ▷망우당공원 21% ▷장기공원 94% ▷앞산공원 46% ▷학산공원 75% 등이다.
도시공원 일몰제 취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자체 부담을 어떻게 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규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재정절감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재정지출이 늘더라도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돈을 써야할 곳은 수익사업이 아닌 이런 공공사업이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아껴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 등에서 난 손실을 메꿔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 지자체 힘만으로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공원 일몰제=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해당 부지에 대해서는 공원 지정 시효가 해제(일몰)됐다.
채원영 기자 chae10@imaeil.com
부산시, 나무 심는 기업·단체에 온실가스 감축 기여 인증서 발급
연간 1톤 이상 이산화탄소 감축 기업·단체 대상
수목 식재 기부의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 도시숲은 환경보전과 더불어 탄소흡수원으로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손꼽힌다. (사진=unsplash)
부산시가 기부숲을 조성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부산시는 올해 3월부터 기부숲 조성 등 기업·단체의 공공부문 수목 식재 기부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해 인증하는 ‘온실가스 감축 기여 인증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이 사회가치경영(ESG) 확산을 위해 사회공헌과 기부를 확대해가고 있음에 따라 시가 이를 기후위기 극복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자발적인 수목식재 기부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시는 기부숲 조성액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하기 위해 온실가스 표준감축량을 1그루 당 이산화탄소 0.01톤으로 정하고, 1그루의 가격을 15만원으로 정했다.
이를 2021년부터 기업·단체 8곳에서 해운대수목원에 조성한 약 31억원 상당의 기부숲에 적용하면, 이들의 기부숲은 연간 0.0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약 2만 666그루를 식재한 것으로 환산된다. 이는 총연간 약 206.6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인증된다.
인증서는 연간 1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기업·단체에 발급된다. 특히 연간 6.7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업·단체는 부산녹색환경상에 우선 추천되는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 부산시가 기부숲을 조성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사진=부산시 제공)
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7%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흡수원(수목)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80만 그루의 수목을 식재해야 하는데 시는 이번 인증제 시행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시는 기부숲 조성으로 절감된 예산은 기후위기 취약계층, 중소기업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사업에 확대 투자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50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자 지역사회의 의무"라며 "기업과 단체의 자발적 참여로 사회 구성원이 다함께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번 온실가스 감축 기여 인증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숲은 환경보전과 더불어 탄소흡수원으로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손꼽힌다. 또한 기온을 낮추고 습도를 높여 여름철 폭염 완화, 미세먼지 차단 효과, 산림 치유 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지구온난화 경고음 더 커졌다… CO₂ 배출량 역대 최다·북반구 숲은 '시한폭탄’
지난해 전 세계의 에너지 생산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다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감축에 각국이 팔을 걷고 나섰다지만, 아직 인류의 노력은 기후위기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2022년 8월 인도 케랄라주 고치의 한 정유공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고치=A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극심한 가뭄과 불볕더위로 대형 산불도 잦아지면서 북반구 숲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기후위기의 경고음이 잦아들긴커녕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에서 "2022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8억 톤으로, 전년보다 0.9%(3억2,100만 톤)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6%를 넘었던 2021년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한 건 사실이지만, 마냥 손뼉을 칠 일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각국에서 시행된 각종 기후 정책의 성과로 보기엔 무리라는 얘기다.
프랑스의 에너지 연구기관 케이로스의 앙투안 할프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의 감소는 '두 가지 사건' 때문"이라고 짚었다. 먼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컸다.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관련 배출량이 13.5%나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공장이 멈춰 선 탓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0.2%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한마디로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하락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초래된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지속불가능한 성장 궤도에 남아 있다"는 게 IEA의 결론이다. 실제 심각한 기후변화 상황을 고려하면 배출량을 매년 줄여야만 하는데, 기후 목표 달성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최소 45%(2010년 대비) 감축해야 한다고 본다. 10년 동안 매년 7%씩 줄여야 하는 셈이다. 대니얼 A. 래쇼프 세계자원연구소장도 "증가율이 우려보다는 적으나 세계에 필요한 '급속한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시베리아 극동 지역인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의 북방 침엽수림 일대가 2019년 8월, 한 달 이상 지속된 산불로 불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EPA 연합뉴스
이미 진행된 지구온난화가 탄소 배출량 증가를 거드는 '악순환'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가뭄으로 수력발전용 물이 줄거나, 극한 날씨가 냉난방 수요를 늘리는 현상을 꼬집었다. 또 '탄소 저장고'로 방어막 역할을 하던 북방 침엽수림이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악당'으로 돌변할 낌새도 있다. 아한대 지역에 속하며 지구 육지 전체의 11%를 차지하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등의 숲 지대에서 대규모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미국 CNN방송은 캘리포니아 대학(UC 어바인)의 최근 연구에서 "2000년 이후 북방 침엽수림에 여름철 산불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산불은 숲의 토양층이 잡아 뒀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다량 배출하는 계기가 된다. 산불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초 전체의 10% 수준이었으나, 2021년 23%로 치솟았다. 비극적인 건 이런 대형 산불도 결국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는 점이다. 여름이 점점 덥고 건조해지면서 불이 나기 쉬워지고, 한번 난 산불은 쉽게 꺼지지도 않는다. CNN은 북반구 숲을 기후위기의 '시한 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미약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들여다보면, 재생 에너지의 성장이 석탄·석유와 천연가스 사용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재생 에너지가 없었다면 배출량 증가 폭은 3배 이상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3%보다 낮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가디언은 "최소한 정체기에 도달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한국식 '친환경' 에너지가 동남아 삼림을 파괴하는 방법
https://newstapa.org/article/fqDRb
삼림파괴 주식회사①]멀쩡한 나무로 목재 펠릿...친환경의 비밀
▲사진 : 울창하던 숲이 벌거숭이가 됐다. (충북 진천)
'석탄을 덜 태우기 위해 나무를 태운다'. 한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뉴스타파 취재진은 충청북도 진천군의 한 야산을 찾았다. 산 중턱 넓은 지역이 처참한 속살을 드러냈다. 벌목 작업이 막 끝났는지 베어져 나간 나무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사진 : 벌목된 나무를 싣고 있는 트럭
잠시 뒤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닦아 놓은 '운재로'를 따라 한 트럭이 벌목 현장에 들어왔다. 이 트럭은 통나무를 가득 싣고 어디론가 출발했다.
▲사진 : 목재 펠릿 공장으로 들어가는 통나무 트럭
취재진은 트럭을 따라갔다. 차 높이의 두 배 이상 나무를 싣고 위태하게 달린 이 트럭은 충북 진천에 있는 목재 펠릿 생산업체 A사의 공장으로 들어갔다. 목재 펠릿은 나무를 파쇄, 건조, 압축해 만든 연료의 일종이다.
▲사진 : 목재 펠릿
지난해 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의 국제 협업 취재 제안을 받았다. 기후 위기의 요인인 삼림 파괴 문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함께 취재해보자는 요청이었다. 아마존 등의 열대림과 원시림 훼손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국에는 아마존 삼림 파괴 같은 일은 없지만 삼림 벌채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편에선 국내 목재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목재와 가공품 등을 수입한다. 이는 현지 삼림 파괴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재생에너지?
충북 진천의 벌거숭이 산지와 트럭의 통나무 운반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후 위기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짧은 설명이 필요하다. 오늘날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꼽혀왔다. 전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 등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목재 펠릿은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이 깊다. 석탄 화력발전 감축을 위해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 원료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 '바이오매스'가 주목받았다. 바이오매스는 포괄적으로는 식물이나 미생물 등 유기물을 활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현실에서는 나무를 가공한 목재 펠릿이 이 바이오매스의 주를 이룬다. 발전소에서 석탄 대신, 목재펠릿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목재 펠릿이 바이오매스 연료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인다.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건 나무의 미이용 부산물을 활용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예컨대 나무를 벌채하면 몸통을 제외한 잔가지는 버려진다. 목재 가공 과정에서도 잘라서 버리는 부분이 생긴다. 이렇게 쓸모없는 부분을 그냥 폐기하지 않고 재가공해 에너지 원료로 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정책이 이런 개념에서 나왔다. '미이용', 즉 가구나 합판, 종이 생산 등에 사용하지 못하는 나무를 연료로 쓴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산림청은 ▲수종갱신·목재수확을 통해 나온 원목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산지개발과정에서 발생된 산물 중 원목생산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숲가꾸기를 통해 나온 산물 등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진은 그 이면에서 전혀 다른 현실을 포착했다.
멀쩡한 통나무가 발전소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의 설명대로라면 목재 펠릿은 원목을 수확할 때 나오는 부산물, 즉 나무의 잔가지 등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 최대 규모 목재 펠릿 제조사인 A 업체 역시 홈페이지에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숲을 건강하게' 한다며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일까? 취재진은 지난해 12월 이 업체가 운영하는 충북 진천의 목재 펠릿 공장과 경남 고성의 목재 펠릿 공장을 찾았다. 그리고 멀쩡한 통나무를 가득 실은 트럭이 이들 공장 안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공장 내부에는 이렇게 어딘가에서 벌목된 통나무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충북 진천 공장과 경남 고성 공장에서 모두 통나무를 확인했다.
▲사진 : 공장 내부의 통나무
나무의 부산물로 목재 펠릿을 만든다면서 버젓이 공장으로 들여온 통나무들은 뭘까?
취재진은 벌목 작업이 끝난 진천의 한 산지를 찾았다. 이곳은 원목을 '펄프(종이)·제재' 용도로 쓰겠다며 벌채 허가를 받은 산지였다. 그러나 허가 내용과 달리, 이 원목은 목재 펠릿 제조 공장으로 갔다.
목재 펠릿은 나무의 용도 중 가장 저부가가치의 산물이다. 원목 건축재나 가구재처럼 한 번 만들어지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에서 연소되면 더 이상의 쓰임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사실 우리가 귀중한 삼림 자원, 목재 자원을 활용할 때 정 활용을 해야 한다고 하면 주로 가구나 건축용 같은 긴 수명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활용을 하는 게 가장 이치에 맞다"며 "그런데 좋은 나무들을 다 펠릿으로 갈아버려서 발전소에서 태워버린다는 것은 우리 삼림 자원의 엄청난 낭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목재 펠릿은 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활용되고 있고, 산림청 역시 목재 펠릿을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라고 홍보하는 건 문제다. 산림청의 주장처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멀쩡한 원목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이는 재생 가능한, 청정 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위 산지에 벌목 허가를 내준 진천군청 관계자도 "원목 자체가 미이용으로 쓰이면 안 된다. 원목 자체는 원목은 다 원목 제재나 용재로 나가야 되는 게 맞고 가지나 잎은 미이용 산물로 가는 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 산지에서 벌목된 원목이 목재 펠릿 공장으로 들어갔다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원목이 펠릿 공장으로 갔다는) 제보가 있었던 거냐"고 반문했다.
A업체는 뉴스타파에 "주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목재펠릿을 생산하고, 일부 일반적인 목재펠릿도 생산한다. 원료재(저부가가치 ·저품질)급 원목은 건조용 연료와 일반적인 목재 펠릿 생산에 활용한다"며 "지속가능한 원목을 이용한 목재펠릿 제조는 합법적이고 당연한 제조사의 권리"라고 해명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
목재 펠릿에 원목이 들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의 부산물이나 잔가지만으로는 발전 효율이 높은 고품질의 목재 펠릿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로 목재 펠릿을 만든다고 해도 에너지 효율상 원목을 함께 써야 하는 구조다.
이는 A 업체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청에서 공개하는 목재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목재 펠릿에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가 54%가 사용된 반면 원목은 41% 사용됐다. 목재 펠릿 제조에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못지 않게 통나무가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 : 산림청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2021)에 따르면 목재펠릿에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가 약 54% 사용된 반면 원목은 약 41% 사용됐다.
목재 펠릿이 탄소 더 많이 배출
목재 펠릿에는 문제가 더 있다. 바로 목재 펠릿을 연소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다. 이미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목재 펠릿 등 바이오매스의 탄소 배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산림 기후 관련 해외 전문기관인 PFPI((Partnership for Policy Integrity)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나무는 천연가스와 역청탄(석탄의 종류)보다 열량 단위당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국내 기후환경 전문기관인 기후솔루션은 실제 국내 발전소의 바이오매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바이오매스 만으로 에너지를 발전하는 영동 1호기의 탄소배출량이 석탄 발전을 하는 영흥 5,6호기보다 높았다. 목재펠릿을 만드는 전 과정, 즉 벌채부터 가공, 운송, 발전까지를 고려하면 탄소 배출은 더 많아진다.
그런데 이렇게 석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내뿜는 목재펠릿을 왜 사용하는 걸까?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을 만드는 국제기구 IPCC(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가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 때문이다.
IPCC는 국가별 탄소배출량 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국제 기구다. 그런데 이 IPCC가 산림 에너지의 탄소를 산정하는 방식은 석탄과는 다르다. 석탄과 달리, 나무는 태울 때가 아니라 벌목할 때 탄소 배출량을 산정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탄소 축적 변화량(Carbon Stock Change)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고 있다. 이런 나무가 벌목이 되면 그만큼의 탄소 축적량(저장량)이 감소한다. 이는 탄소가 배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기 때문에 벌목시에 탄소 변화를 책정하고 산정하는 것이다.
대신 발전소에서 에너지로 태울 땐 탄소배출량을 산정하지 않는다. 이미 벌목할 때 한 번 계산했기 때문에 중복 산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방식에 따라 IPCC의 가이드라인상 바이오매스의 탄소배출량은 '0'이 된다.
하지만 이는 단지 탄소배출량 산정 상의 이유일 뿐이지 목재 펠릿이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말은 아니다. IPCC의 홈페이지에도 "바이오의 경우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량을 계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속가능하다거나, 탄소중립 에너지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적혀있다.
또 탄소배출량에는 산정하진 않지만 목재 펠릿을 태울 때 실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적시하고 있다. IPCC의 2006 온실가스 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목재펠릿 연소 때 온실가스 배출 계수는 석탄이나 석유보다 높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 목재 바이오매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지난해 9월 산림 바이오매스에 대한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제한하는 재생에너지지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석탄 발전소보다 탄소를 더 많이 내뿜는다는 주정부 용역 결과에 따라, 새로 생기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법안(Act Driving Clean Energy and Offshore Wind)을 지난해 8월 통과시켰다.
거꾸로 가는 한국...산림 바이오매스 확대
하지만 산림청은 바이오매스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산림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목재펠릿 통계자료(2018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산림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산림바이오매스 확충사업으로 약 1460억의 예산을 집행했다. 2021년 12월에 작성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분 추진 전략>에는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 활성화", "탄소저장능력이 인정된 소재인 목재 이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산업부에서 책정하는 '신재생에너지 가중치'는 발전사들이 산림 에너지를 더 이용하도록 이끈다. 정부의 RPS제도(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에 따라 대형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일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공급인증서(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받아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이행 사실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 공급인증서는 에너지원마다 각기 다른 가중치를 부여한다. 환경 영향, 발전 단가 등을 고려해 가중치가 책정되는 것이다. 가중치가 높으면 신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한 것으로 계산된다. 현행 REC 가중치는 목재 펠릿에는 0.5,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에는 최대 2.0이 적용된다. 가중치는 최대 2.5(해상 풍력)까지 부여된다.
신재생에너지를 의무 공급해야 하는 발전사들은 가중치가 높은 에너지원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 국내 발전소 관계자는 "국내산 목재 펠릿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가중치가 높은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고 말했다.
목재 바이오매스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가중치가 처음 도입된 2012년 이후, 국내 목재 펠릿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목재펠릿 생산량은 2009년과 비교하면 2021년 기준 약 77배, 수입되는 양까지 계산하면 약 186배 늘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목재 펠릿이 태양광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재생 에너지다.
▲사진 : 벌목된 나무.
재생 에너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그러나 멀쩡한 나무를 벌목해 목재 펠릿으로 만들고 이를 석탄 대신 태우는 것을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산업부는 목재 펠릿 이용 확대와 산림 훼손 우려에 대한 뉴스타파의 질의에 "산림청에서 관련 기준을 마련해 관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목재펠릿 제조 과정의 원목 사용에 대해 "(원목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재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서면 답변을 통해 "앞으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제도를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법령 정비 등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목재 펠릿의 대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가장 많이 목재 펠릿을 수입해오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한편 바이오매스에는 목재 펠릿 뿐 아니라 '바이오 중유'도 있다. 이는 주로 인도네시아 팜 나무에서 나오는 팜유에 의존한다. 동남아시아 임업계에서는 환경 파괴, 삼림 벌채,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김지윤
삼림파괴 주식회사②] 친환경 연료 만든다며 동남아 환경 파괴..공급망 추적
탄소배출 감축은 전 세계 공통 과제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따라 기존의 일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 원료라는 목재 펠릿을 사용한다. 또 디젤화력발전소에서 디젤에 바이오디젤 또는 바이오중유를 일부 섞거나, 완전 대체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원료 납품 기업은 자신들이 목재 펠릿과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를 사용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원료를 정말 '친환경', '청정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수입 재생에너지 원료, 현지 환경파괴 산물
국내에서 건축 자재, 가구, 종이 원료 등에 쓰이는 목재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목재 펠릿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산림청에서 발간한 2021년 기준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목재 펠릿 78.5%는 수입산이다. 이 중 62.6%는 베트남에서, 나머지는 말레이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발전사가 사용하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70% 이상이 수입산 팜유와 그 유래물질로 생산된다. 이 팜유는 전량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들어온다. 정부에서 정한 바이오 디젤 의무혼합 비율이 지난해 3.5%로 상승함에 따라 팜유 수입량도 증가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 '친환경' 연료로 사용되는 목재 펠릿과 팜유는 생산 과정에서 동남아 지역 삼림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바이오에너지 원료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져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지 추적했다.
취재진은 우리나라가 목재펠릿과 팜유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무역통계 데이터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공익법센터 어필’을 통해 입수해 분석했다. 베트남이 한국으로 목재 펠릿을 수출한 데이터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수출한 팜유 및 부산물 데이터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기록이다.
베트남 목재 펠릿,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 심각
데이터 분석 결과, 안비엣팟 에너지(An Viet Phat Energy)라는 베트남 업체가 3년간 한국에 52만톤 가량의 목재 펠릿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글로벌이라는 한국 무역업체가 안비엣팟 목재 펠릿 수입물량의 27%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이 약 22%로 2위, GS글로벌, 지바이오텍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안비엣팟은 목재 펠릿을 합법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들고 유통한다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국제 인증을 지난 2016년에 받았다. 그러나 인증 기관에 관련 내용을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9월 인증을 박탈당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펠릿을 덮개 없이 야적하고, 오폐수와 산업폐기물을 투기하는 등 환경법을 위반해 벌금 3500만 동과 함께 사업장 운영 중단 조치를 받기도 했다.
안비엣팟 공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푸토성 푸닌에 있다. 주변은 주택가다. 주민들은 여전히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소음도 상당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FSC 인증을 박탈당하고 당국의 처벌도 받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MJ 베트남아그리컬쳐’(MJ Agri Vina)라는 회사는 목포도시가스를 통해 목재 펠릿을 한국으로 수입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 인근에 있는 MJ 베트남은 목포도시가스가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한 자회사다. MJ 베트남은 환경당국 실사 결과 기준치의 1325배가 넘는 분진을 배출하다 적발돼 지난 2021년 벌금 처분을 받았다.
문제의 목재펠릿, 발전 공기업 5사에도 흘러가
동남아 목재 펠릿 공장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는 국내 환경단체도 보고서를 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 오염을 일으키며 생산된 베트남 목재 펠릿이 한국으로 수입돼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파악된 적이 없다.
뉴스타파는 국회 협조로 국내 발전 5개 공기업이 2019년에서 2022년까지 바이오에너지 원료를 납품받은 데이터를 확보해, 같은 시기 무역 데이터와 대조했다.
삼성물산은 신흥글로벌에 이어 베트남 안비엣팟이 제조한 목재 펠릿을 두번째로 많이 수입했다. 삼성물산은 이 기간 동안 5개 발전 공기업 가운데 남부·남동·서부·중부발전 등 4곳에 9.5만톤 가량의 안비엣팟 목재 펠릿을 납품했다. 신흥글로벌이 발전 공기업 5사에 납품한 실적은 없었다.
▲국내로 수입된 베트남 문제 기업 '안비엣팟'의 목재펠릿
지바이오텍은 한국남동·남부·서부발전에 22만여 톤을, 준글로벌은 한국남동·남부·중부발전에 14.6만여 톤을 납품했다.
베트남 현지 자회사가 만든 목재펠릿을 국내로 수입한 목포도시가스는 한국남동·동서발전 두 곳에만 3년간 30만 톤 넘게 납품했다.
▲베트남 문제 기업 '안비엣팟'에서 수입돼 국내 발전공기업 5개사로 납품된 목재펠릿
발전 공기업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원료, 목재 펠릿이 환경 오염으로 FSC인증도 박탈된 베트남 회사에서 생산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FSC 인증이 박탈된 베트남 업체의 펠릿을 사지 않기 시작했으나 한국은 계속 수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도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를 지난 2018년 도입해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료가 되는 목재가 불법적으로 채취되지 않았다는 증명을 하는 정도라 이후 가공과 유통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없었다는 것을 보증하지는 못 한다.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 과정의 환경 파괴도 심각
인도네시아에서도 삼림파괴와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생산된 팜유가 재생 에너지 원료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국내산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는 70% 넘게 수입 팜유와 그 유래물질로 제조한다. 한국은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한다.
팜유는 목재 펠릿과 달리 공급망이 훨씬 복잡하다. 먼저 오일팜 농장에서는 팜 열매를 채취해 착유까지 한다. 팜오일 원유는 인도네시아나 인근 국가의 정제 공장에서 탈취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정제한 팜유와 그 유래물질은 한국 등 전 세계로 수출돼 연료용, 또는 식용 제품으로 재가공된다.
팜유 정제 공장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있는 오일팜 농장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정제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 이른바 '공급망'을 명확하게 추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속가능 팜오일산업 협의체’(RSPO), ‘산림파괴·이탄지파괴·주민착취 없는 팜유생산’(NDPE) 등의 국제 친환경 인증 기준에 따라, 원유를 어떤 농장에서 받고 어디로 유통했는지 공개하는 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도 많은 게 현실이다. 정제 업체가 친환경 인증이 있다고 해도 현지 환경법과 삼림법을 위반한 농장에서 원유를 납품받는 경우도 많다.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은 이렇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팜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뒤 발전공기업 5사로 납품한다.
뉴스타파는 한국 수입회사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인도네시아 현지 팜유 업체를 추적했다. 또 한국 회사들이 어떤 국내 발전소에 납품했는지도 조사했다.
▲환경리스크가 있는 인도네시아 기업에서 수입한 팜유가 국내에서 가공돼 발전공기업 5사로 흘러들어간 공급망
단석산업과 애경케미칼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 ‘투나스 바루 람풍’(PT. Tunas Baru Lampung)에서 팜유 2만3천톤을 수입했다. 이 팜유는 국내에서 가공돼 바이오중유를 쓰는 한국남부·동서·중부발전에 납품됐다.
환경단체 ‘체인리액션리서치’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투나스 바루 람풍은 현지법을 어기고 이탄지를 개간해 팜유 농장을 조성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법으로 무분별한 이탄지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이탄지는 탄소를 효율적으로 많이 머금을 수 있어 탄소배출량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습지로, 탄소 함유량이 높아 한 번 불이 나면 잘 꺼지지 않고 쉽게 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5개 발전공기업에 바이오 중유 납품 실적 1, 2위 업체인 단석산업과 제이씨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인탄 스자티 안달란’(PT. Intan Sejati Andalan)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팜유 1만 톤과 4.7만 톤 가량을 수입해 가공했다. 인탄 스자티 안달란이 같은 기간 한국에 수출한 전체 팜유의 60% 넘는 양이다.
같은 기간 발전 5개사에 바이오 중유 납품 실적 3위인 SK에코프라임(전 SK케미칼)도 이 기간 인탄 스자티 안달란’ 팜유 부산물 약 1만 톤 가량을 수입했다.
인탄 스자티 안달란은 다양한 야생동물과 탄소보존량을 자랑하는 보호지역에 위치해 있다. 환경단체 ‘글로벌포레스트워치’는 2016년 보고서에서 이 회사를 산림벌채 고위험 업체로 분류했다. 인근 원시림을 베어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환경을 훼손하며 생산한 팜유를 한국 회사가 수입해 가공하고 발전 공기업에 납품하면, 친환경 재생에너지 원료로 인정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 원료 생산 과정 검증 없이 재생에너지 ‘친환경’이라며 장려
한국은 이렇게 수입된 팜유나 목재 펠릿도 친환경, 재생에너지 원료라면서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불법 벌채된 나무는 수입하지 말자는 취지로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를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국에서 발생하는 원료 채취, 가공, 유통 과정의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제19조 2와 이에 대한 산림청 고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목재 수입 과정에서 국제 친환경 인증, 또는 현지 정부에서 발급한 합법 벌채 증명서 중 하나만 확인하도록 해 사실상 현지 증명서만 내면 된다. 팜유 수입 때는 그 정도도 없다. 국내 재가공 이후 바이오연료 품질검사, 제조·수출입판매업 등록 의무 외에는 규제가 없다.
원료 생산 과정에서부터 유통, 수입 과정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공급망 실사나 윤리적인 구매는 개별 기업의 의사에 달린 셈이다.
뉴스타파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지 기업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에 현지에서 벌어지는 환경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물었다.
발전공기업에서 사용한 목재 펠릿 주요 납품 업체였던 삼성물산은 안비엣팟이 "국제산림인증인 PEFC 인증을 유효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당사는 국내 제반 법적 기준과 주요 수요처인 발전사의 요구 품질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납품 업체 목포도시가스는 "(베트남 환경 당국의) 벌금 조치 후 습식 분진 방지장치, 창고 주변 가림막 설치 등으로 관계기간의 설치 검사를 받고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당 공장 철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혀왔다.
발전공기업 바이오중유 납품 상위 단석산업, 제이씨케미칼, SK에코프라임은 답하지 않았다. 애경케미칼은 "2022년 통관 기준 98%는 NDPE 정책 채택 업체에서 수입하고, 2%는 비채택 업체의 원료가 들어왔다"며 "'NDPE 정책 채택 업체와 우선 거래' 원칙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판매상에도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알려왔다.
한국남동발전은 “목재 펠릿 구매 시 산림청장이 고시하는 서류 없이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은 물품을 구매한 바가 없다”며 “향후에도 산림청의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에 따라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동서발전은 “국내에 제품화된 바이오중유를 국내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하여 해당 내용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원료 생산 과정도 확인하는 ‘공급망 관리’가 글로벌 스탠다드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원자재의 합법성만 따질 게 아니라, 원자재가 완성된 제품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공급망 관리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지난 2011년 UN 가입국들은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을 채택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체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통해서 연결된 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하게 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독일은 2021년 6월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종업원 3000명 이상의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법이지만, 법을 어기면 전세계 매출의 최대 2퍼센트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도 늘려갈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이 같은 지침이 발의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기업에 문의하면 공급망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하므로 단순히 이런 리스크가 발생하는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급망 관리의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구매) 회사들이 공급 업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공급 업체가 직원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식으로든 능력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율리아 하트만 / 독일EBS경영대학원 교수
우리 정부도 지난해 12월 공급망 실사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했다.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성격의 법적 강제성이 없는 지침서일 뿐이다.
사실상 EU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미 이 같은 ‘수출 규제’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FSC, RSPO, NDPE 등 지속가능 인증서를 획득했다. 이 같은 인증서는 공급망 투명화, 윤리적 구매, 인권 경영 등을 일정 수준 이상은 지키고 있다는 확인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증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소수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 또 인증을 보유했다고 해서 납품받는 원료 전체가 인증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급망을 관리할 수 없다면 합법성을 추적할 수 없게 됩니다.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합법성을 증명하는 정보 수집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니까요.푹쑤언토 박사 / 호주국립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위원
근데 공급망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은 그걸 억울해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얼마나 싼 재료를 살까’라는 고민은 되게 많이 하잖아요. 근데 내가 ‘공급망에서 정말 이게 인권 침해 없이 산림 벌채 없이 만들어진 원유일까’라는 고민은 아무도 안 하는 거예요. 정신영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이제 한국 정부나 기업도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뉴스타파 취재 강혜인 이명주 김지윤
엉터리 '환경 인증'이 그린워싱 돕는다
https://newstapa.org/article/kWTke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매년 피해를 입자 탄소배출 감축, 지속가능 경영 등의 개념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덩달아 기업의 재무 회계 감사나 컨설팅을 하던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의 환경 리스크 또는 지속가능성 경영 여부를 평가 관리하는 ‘환경 인증 검사’ 또는 ‘환경 컨설팅’ 서비스로 발을 넓혔다.
환경 인증 검사로 유명한 주요 회계법인들은 벌목 업체와 지속가능성 인증을 보유한 고객들이 일으킨 명백한 환경 피해를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산림 파괴와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정교한 글로벌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39개 파트너 언론사의 협업 취재에 따르면, 회계법인과 친환경 인증 기관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삼림 벌채, 분쟁지역 벌목 등이 관련된 업체에 환경감사 보고서와 친환경 인증서를 남발하고 있다. 이들이 발행한 인증서는 고객들이 티크목으로 만든 요트 데크, 고급 가구 및 기타 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서 생산하고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국제협업 프로젝트 ‘삼림파괴 주식회사’(Deforestation Inc.)는 기업들이 결함이 있는 환경 감사 보고서를 활용해 제품과 운영이 환경 기준, 노동법 및 인권을 준수하는 것으로 광고하고, 주주와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행으로 인한 손상은 파괴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ICIJ 국제협업팀 취재 결과, 다수 임산물 업체들은 스스로 내세워 온 환경 및 지속가능성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활동하는 브라질의 한 목재 회사는 합법 서류 없이 목재를 비축하고 운송한 혐의로 1998년부터 현재까지 37차례 벌금을 부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칠레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일본 목재 회사는 목재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한 문서를 제출한 업체로부터 목재를 공급받았다.
ICIJ 국제협업팀은 최소 50개국 기업에 대한 당국의 조사 기록, 환경법 위반 데이터, 법원 판결문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48개 인증 기관이 토종 산림과 보호보전지역 벌목, 불법채취 목재 수입 등 환경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목재 기업들을 지속가능한 업체로 인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998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지속가능 인증을 보유한 340여개 임산물 회사들이 지역 사회, 환경 단체, 그리고 정부 기관들에 의해 환경 범죄 또는 기타 부정 행위로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약 50개 업체는 정부 기관에 의해 벌금이나 유죄 판결을 받을 당시에도 지속가능성 인증서를 가지고 있었다.
임산업 컨설턴트 그레고어 제이콥은 협업취재팀 ‘라디오프랑스’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증에 의존하는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ICIJ와 국제협업 파트너에 현재의 인증 기준이 부적절하고 절차가 비효율적이라고 말한 전현직 환경인증 분야 임업 감사 및 컨설턴트 6명 중 한 명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인증을 부여하는 권위를 가진 글로벌 ‘환경 인증’ 업계는 지난 2020년 기준 100억 달러 규모로 현재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을 구성하는 감사인들은 고객의 운영 및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위험 신호를 무시하거나 누락한 책임을 거의 지지 않는다.
환경 감사는 규제가 심한 전통적인 재무 감사와는 다르며, 훨씬 적은 양의 규칙과 지침에 의해 관리된다. 실제로 기업 책임 및 기후 위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의 조나단 화이트 변호사는 환경 감사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화이트는 "규제되지 않은 영역이니 [감사인들이] 책임감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검증 기관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엄격한 기준으로 기업의 주장을 확인해야”하며,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 이래 유럽연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삼림 지역이 사라졌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숲들이 의문의 ‘지속가능’ 꼬리표가 붙은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마케팅
지난 20년 동안, 다국적 기업, 소규모 공급업체 및 투자 회사들은 고객과 주주들에게 그들이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ESG) 지침을 준수하고 그들의 경영 관행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속가능' 삼림 인증을 이용해 왔다.
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소위 지속 가능성 인증은 법적으로 요구되지 않지만, 삼림 벌채와 관련된 목재 및 기타 상품을 거래, 생산 또는 사용하는 기업에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 자율규제 시스템의 중심에는 산림관리위원회(FSC), 산림인증 승인 프로그램(PEFC), 지속가능한 팜유 라운드테이블(RSPO) 등의 국제기구가 있다. 그들은 고객들을 조사하고 목재 제품 회사들, 팜유 생산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수확하고 불법 벌목과 다른 환경 범죄와 관련된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3의 인증 기관에 의존한다. (지난 2007년 J.K. 롤링이 계약한 미국의 한 출판사는 FSC 인증을 받은 종이가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사에 동의했다.)
환경 인증 산업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시험, 검사 및 인증 산업의 일부이다. KPMG와 PwC와 같은 회계감사 법인의 전문 부서, 스위스 다국적 SGS 와 같은 대규모 상장회사, 인도네시아의 PT Inti Multima Sertifikasi와 같은 소규모 기업이 포함된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고객을 위해 위험 평가를 수행하고, 공장을 검사하고, 회사 삼림 관리원과 인터뷰하며, 운영 및 제품이 민간 인증 기관이 설계한 자발적인 환경 표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감사 회사의 마케팅 자료 중 일부는 "지구의 숲 보호",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숲 개발", "산림 벌채 완화"와 같은 목표를 자랑한다.
농업이나 도로 건설과 같은 다른 용도로의 삼림 전환과 충분히 자생한 일차림의 벌목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일부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행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에 책임이 있다고 추정한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숲 파괴는 또한 홍수와 야생동물 서식지의 손실을 악화시키고, 그것은 인간의 전염병 급증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COP26 기후정상회의에 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00명 이상의 세계 지도자들은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로, 정부들은 보다 엄격한 규제를 승인하기로 약속했고 일부 정부는 실제 승인했다.
민간 환경 감사 회사들은 갱신된 산림 보호 운동을 고객들이 전 세계 산림 손실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피해 규모
지난 9개월간 ICIJ ‘삼림파괴 주식회사’ 국제협업 프로젝트 취재에 전 세계 기자 14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핀란드 보호림부터 한국의 벌채 현장,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자생림에서 벌어진 무분별한 벌목 현장까지 전 세계 숲을 누볐다. 그곳에서 주민 공동체 구성원들, 삼림 보호 옹호자들, 임업 감사인들,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수백 건의 법원 서류와 환경법 위반 자료, 십여 개 언어로 된 유출 문서를 분석했다.
루마니아는 광대하고 오래된 원시림으로 유명하다. 2022년 4월, 한 환경 인증 업체는 이곳에서 벌목활동을 벌인 한 오스트리아 대기업의 목재 제품이 환경 기준을 준수한다고 인증했다. 인증을 받은 지 몇 달 만에 루마니아 당국은 거대 목재 공급업체 중 일부에 대한 불법 벌목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이탈리아, 뉴질랜드의 요트 데크 제조업체와 목재 무역업자들은 군사 정권이 지배하는 미얀마에서 티크를 수입한다. 그러면서도 이들 업체는 마케팅 자료에 그들의 친환경 지속가능성 인증서를 계속해서 자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보고르 시에 본부를 둔 독립 삼림 감시 네트워크의 환경운동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환경 인증 검사 회사들이 적어도 160개 회사의 환경법 위반 사례를 놓쳤다고 말한다.
산림 감시 네트워크의 연구원 다니알 디안 프라와다니에 따르면, 위반자들이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삼림과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에 따른 피해에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해결책을 찾아서
세계 각국 정부는 친환경적이라는 기업들의 주장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일부만 조치를 취했다.
2021년 영국과 네덜란드의 소비자보호기관은 수백 개 회사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친환경 관련 주장의 40%가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주의 반경쟁 위원회도 지난 가을 비슷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잘못된 친환경 주장'에 의존하는 마케팅, 소위 ‘그린워싱 관행’을 대상으로 한 입법을 고려하고 있다. 위원회는 여러 경제 분야에 걸쳐 그런 주장의 절반가량이 "거짓이거나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결과에 대응하고 있다.
감사회사들이이 유럽연합이나 반그린워싱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관할권에서 정밀 조사를 받을지는 현 단계에서 명확하지 않다.
한경 인증 시스템을 조사한 그랜트 로소만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산림 문제 선임 고문은 환경 인증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많은 나쁜 관행이 걸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은 삼림 벌채가 땅에서 계속되도록 하고, 인권[학대]가 계속되도록 하며, 불법이 계속되도록 한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타파ICIJ 국제협업 취재팀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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