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안에 ‘이것’(도시숲) 세우자…소음도가 8.5dB 낮아졌다
가로수가 도심 에어컨?…여름 폭염사망률 낮춘다
한국인의 주식이 고기로 바뀌었다…“밥심으로 산다”는 옛말
MZ테크]①화분에서 복리로 돈이 돋아난다…식테크의 세계
도시 14곳 선정 '스마트시티' 조성한다…1040억원 지
세계 식량가격 10개월째 하락...유지류·육류·유제품↓
미 동부, 체감온도 영하 78도...따뜻해진 북극 때문?
한국 기후위기 대응 ‘낙제점’…기술경쟁력 중국보다 낮아
탈석탄법 제정 하세월…초등생 일침 “미래의 저희는 어떡해요”
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10여년 만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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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조율만 남았다…55보급창 이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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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타령한 UAE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탄소중립은 정치적 권력관계의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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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연평균 기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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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 만드는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
도시 안에 ‘이것’ 세우자…소음도가 8.5dB 낮아졌다
‘도시숲’ 열·환경소음 저감 효과 입증
인천 송도의 한 공원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도시숲’ 조성사업이 도시열섬현상 완화와 환경소음 저감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5~10월 자유공원 등 지역 내 도시숲 8곳에 대한 기능성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5일 밝혔다. 매달 피톤치드 8종, 음이온, 환경소음도, 온·습도를 측정한 결과, 도시 숲 8개 지점 피톤치드 평균 농도(259pptv)가 도시숲이 없는 대조지점보다 3.1배 높았다.
온·습도의 경우 대조군 지점 대비 온도는 평균 2.9℃ 낮고, 습도는 12.3% 높았다. 도심의 열 환경개선에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음이온수와 환경소음도는 대조지점 대비 각각 평균 2배 높고 8.5dB 낮았다. 원도심에 있는 산림공원은 신규 조성 숲보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하고 환경소음도와 기온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 도시숲 조성. 인천시 제공
월별 피톤치드 농도, 음이온수 분석 자료. 인천시 제공
도시숲은 국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과 학교숲, 가로수 등을 포함한다. 시는 2019년부터 올해 말까지 모두 13곳(17.68ha)에 도시바람길숲을, 25곳(42.05ha)에는 도시숲을 조성한다. 올해 도시바람길숲 3곳, 도시숲 4곳 등 7곳을 조성하면 모두 마무리된다. 이와 별도로 올해 초·중·고교 7곳에 수목식재·야생원·자연학습공간 등 학교 숲을 조성하고, 실외에 마땅한 장소가 없는 산업단지 내 32곳에는 실내에 소규모 녹지 공간(스마트가든)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가로수가 도심 에어컨?…여름 폭염사망률 낮춘다
유럽 도시 나무 비중 30%까지 늘리면
기온 0.4도 낮춰 사망률 39.5%로 감소
도시에 나무를 심을수록 여름 폭염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1일(현지시간) 타마라 이웅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세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93개 유럽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도시 내 나무 비중을 유럽 평균인 14.9%에서 30%로 높이면 도시 기온을 0.4도까지 낮춰 폭염사망률을 3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2015년 사망률 데이터를 사용해 나무 비중을 늘렸을 경우 당시 폭염 사망자 6700명중 2644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나무를 늘렸을 때 여름 기온이 가장 높고 나무 비중이 비교적 적은 남유럽과 동유럽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는 2015년 인구 10만 명당 32명꼴로 가장 많은 폭염사망자를 냈으며 도시 나무 비중이 7%에 불과하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3.6%, 바르셀로나는 8.4%로 이는 런던의 15.5%, 오슬로의 34%에 대비된다.
이웅만 연구원은 "도시의 고온이 심폐기능 부전, 입원 및 조기 사망과 같은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기후변화로 기온변동이 극심해지면서 이는 긴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열 관련 질병 및 사망이 향후 10년간 의료서비스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연구가 기후파괴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도시를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이며 건강하게" 만들도록 정책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길 원한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저자 마르크 니우웬후이센 바르셀로나세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연구팀이 조사한 모든 도시에 나무를 심을 공간이 충분해 굳이 건물을 파괴하고 공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 사이에 고르게 분포시켜야 하며 "자동차가 너무 많은" 도시는 열을 흡수하는 아스팔트 도로를 나무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니우웬후이센 연구원은 "도시의 나무는 열 질환을 줄이는 것 외에도 심혈관질환, 치매, 정신건강 완화 등 건강에 큰 이점을 가져다줘 우선순위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드빈더 말리 영국 옥스포드대학 생태학 교수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나무는 도시를 기후변화에 탄력적이게 만들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키고 나무를 보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되는 등 기후적응 이상의 큰 공동이익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의 나무는 주로 부유한 지역에 집중돼있어 빈곤지역을 중심으로 이 비중을 늘리면 불평등을 줄이고 특히 빈곤층의 기후취약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뉴스트리 김나윤 기자
한국인의 주식이 고기로 바뀌었다…“밥심으로 산다”는 옛말
1인당 고기 소비량, 지난해 쌀 추월
고기 증가보다 쌀 소비 감소세 더 커
10년 뒤 쌀 소비량 50공기 이상 줄고
연간 고기 소비량은 20인분 이상 늘듯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로 63%였다. 픽사베이
그릇 위로 수북하게 높이 담은 밥을 고봉밥이라고 부른다. 농업사회 시절 우리 조상들은 이 고봉밥을 먹고 들판에 나가서 일할 힘을 얻었다. ‘밥심으로 산다’는 옛말은 이 고봉밥에서 나왔다. 그러나 서구화의 물결과 함께 한국인의 식습관이 그때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제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사라져야 할 모양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고기 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 장구한 세월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쌀이 고기에 주식의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농업전망 2023’에서 3대 육류(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의 1인당 소비량이 2022년 58.4kg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56.1kg보다 2.3k 늘어난 것이다. 2002년 33.5kg과 비교하면 20년새 74%가 늘어났다. 연평균 2.8%씩 증가한 꼴이다.
보리, 밀 등 다른 곡물 소비량도 줄어
반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5.6kg으로 고기 소비량에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과 함께 먹거리 다양화, 빵이나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 선호 증가를 쌀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서도 1인당 쌀 소비량은 2021년의 56.9kg보다 0.2kg이 줄어든 56.7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2년 112.9kg과 비교하면 30년 사이에 1인당 쌀 소비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한국인의 하루 쌀 소비량은 하루에 밥 한 공기 정도에 그친다.
쌀 뿐 아니라 다른 곡물의 소비량도 줄었다. 쌀을 포함한 보리, 밀, 콩, 옥수수, 감자, 고구마 7대 곡물의 1인당 소비량은 2002년 167.2kg에서 2021년 137.9kg으로 연평균 1.0%씩 감소했다. 2022년에는 감소폭이 1.8%로 더 커져 135.3kg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한국인의 하루 쌀 소비량은 하루에 밥 한 공기 정도로 줄었다. 픽사베이
채소류 소비는 늘어…고기와 보조 맞춘 듯
쌀 소비 감소와 육류 소비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밥을 대체할 식품이 다양해지고 있어 육류 소비 증가세보다 쌀 소비 감소세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3대 육류의 1인당 소비량은 연평균 0.8%씩 증가해 2027년엔 60kg을 넘어서고, 2032년엔 63.1kg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쌀 소비량은 2023년 54.4kg에서 2033년 44.9kg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2%씩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곡물류 소비량 감소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인분 고기와 밥 한 공기 분량이 각각 200g이라고 치면 2032~2033년께엔 한 해 동안 고기는 지금보다 20인분 이상을 더 먹고, 쌀은 50공기 이상을 덜 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채소류는 육류 소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연구원은 배추, 무, 마늘, 고추, 양파 5대 채소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1.1kg에서 2032년 111.6kg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육류 소비가 늘면서 고기와 곁들여 먹거나 고기 양념 재료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등 국산 과일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픽사베이
과일 소비, 국산은 줄고 수입산은 늘고
과일의 경우엔 국산 과일 소비는 줄고 수입 열대과일 소비는 증가하는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6대 과일 소비량은 2002년 1인당 47.1kg에서 2021년 35.3kg으로 연평균 1.5%씩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열대과일 소비량은 3.2씩 증가했다. 과일 소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다. 지난해의 경우엔 국산 과일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량이 7.2% 증가한 반면 수입 열대과일은 8.3%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곡물과 과일의 1인당 소비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수입과일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MZ테크]①화분에서 복리로 돈이 돋아난다…식테크의 세계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재테크는 투자이자 문화이다.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지만, 또래 사이에 주목도가 높아지면 너도 나도 '인증'에 나선다. 리셀테크(희소성 있는 물건을 확보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나 조각투자(한 자산에 여럿이 같이 투자하고 이익을 나누는 투자)가 활성화 한 이유다. 기성세대는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재테크에 나선 MZ세대들의 투자법을 탐구했다.
화분에서 한 달마다 돈이 솟아난다. 한두푼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식(2월3일 종가 6만3800원)을 2주는 살만한 돈이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MZ세대들이 식물로 돈 버는 법. '식테크'다.-편집자주
식테크가 뭐야?…"잎 1장 사서 기르고 번식시켜 잘라서 판다
© 제공: 아시아경제
식테크는 '식물'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화원도 아니고 식물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되묻는다.
구조는 간단하다. 희소성,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고 거래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여느 시장경제와 다를 바 없다. ①희귀한 식물을 저렴하게 사서 ②잘 길러 여럿으로 번식시킨 후 ③일부를 잘라 비싸게 되파는 것이다.
보통 식테크는 잎 1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2개가 되고, 다시 4개가 된다. 화분에서 생겨나는 복리의 마법이다. 기대 수익률 또한 여느 투자와 같이 초기 투자금, 목표 수익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초보자도 넉 달 만에 수익…식테크는 '복리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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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K(24)씨는 지난해 초 유튜브에서 '식테크' 관련 영상을 보게 됐다. 그가 보기에 식테크는 "쉽게 편안하게 용돈벌이할 수 있는 힐링적 재테크"였다.
그가 고른 식물은 '몬스테라 알보'다. 씨앗이나 조직 배양으로는 번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입하기에는 검역이 까다롭고, 비용 대비 이익이 적은 편이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나온다. 또한 희귀 관엽식물 시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환금성이 좋다. 부동산계의 아파트이자, 가상화폐계의 비트코인인 셈이다.
그는 온라인 유명 식물스토어에서 몬스테라 알보 잎 2장, 물조리개 1개, 토양 습도계 그리고 인공조명을 위한 식물 등을 샀다. 모두 합해 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식물의 생장은 빛과 온도, 수분, 비료에 달렸다. 물 주는 때, 비료 주는 때 등은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웠다. '화분에 소금을 뿌리지 않는 한 잘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돈을 벌려면 결국엔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이 시장이다. "최근 일주일간 시세를 검색해 보고 거기서 80~90% 가격으로 내놓으면 이틀 안에는 다 팔려요." 그는 지난달 잎 1장을 12만원에 팔았다고 했다. 한 달, 두 달 후 수익으로 돌아올 새잎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익 월 2000만원 '식테크 전설'의 조언…"최대한 쪼개서 파세요"
© 제공: 아시아경제
최근 자산시장이 주춤하면서 식테크 시장도 다소 침체를 겪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몬스테라 알보 잎 1장은 50만원을 넘나들었으나, 지금은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익률 관리가 쉽지 않은 시점이다.
식테크 전문 유튜버 박선호씨는 월 2000만원 이상의 기록적 수익을 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 지난해 4월 '식테크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 역시 식테크에 관심있는 초심자에게는 일단 몬스테라 알보를 추천한다. 키우기가 쉽고, 잎 1장당 100만원 500만원이 넘는 고수익 식물에 처음부터 접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최대한 작은 단위로 나눠서 판매하라"고 조언했다. 가령 잎 5장짜리가 100만원에 팔린다면, 1장으로 떼어 팔 경우엔 25만원이 아니라 30만원대에서 팔린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증권 시장의 격언은, 식테크 시장에서 '겨울에 사서 봄에 팔아라'로 변주된다. 박씨는 "겨울은 전문가에게도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시기"라면서 "식물 구매량(수요)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다 새봄이 오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어난다. 농원들이 그간 키워온 물량을 내놓긴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관엽 식물 시세는 봄철에 가장 높았다가 초겨울에 낮아지는 흐름을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도시 14곳 선정 '스마트시티' 조성한다…1040억원 지
국토교통부는 기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서비스를 발굴하는 '스마트시티 조성·확산사업'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 14곳을 선정해 총 1040억원을 지원한다. 스마트시티 조성·확산사업은 △우수솔루션 확산사업 △거점형 스마트시티 △강소형 스마트시티 등 크게 세 가지다.
거점형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솔루션을 개발·구축해 스마트시티 확산을 이끌 수 있는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역특화 및 첨단산업 관련 스마트 인프라 구축, 혁신적인 도시서비스 보급을 지원한다. 올해는 스마트 거점 역할이 가능한 도시 2곳을 선정한다. 지원 규모는 지역별로 3년간 국비 200억원(지방비 일대일 매칭)이다. 이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을 실증·사업화할 수 있도록 스마트시티 규제 샌드박스와 기업·지자체 공간규제 특례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새로 도입한 강소형 스마트시티는 중소도시들이 기후위기·지역소멸 등 최근의 환경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성과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도도시 조성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인구 100만명 이하 도시 대상이다. 올해는 친환경·탄소중립 특화도시, 기후재해·제로 선도도시 등 기후위기 대응형 2개소와 인구변화 대응 도시, 지역산업 활력지원 도시 등 지역소멸 대응형 2개소 등 총 4개소를 지정한다. 지원 규모는 2년간 국비 120억원(지방비 일대일 매칭)이다.
솔루션 확산 사업은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버스 쉘터 등 효과가 검증된 스마트 솔루션들을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인구 30만명 미만의 지자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총 8곳의 사업지를 선정하고, 1곳당 1년간 20억원의 국비를 지원(지방비 일대일 매칭)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스마트시티 조성·확산 사업 공모를 진행하고 오는 4월 중 최종 사업지를 선정한다. 길병우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은 "지자체별로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MoneyToday이민하 기자
세계 식량가격 10개월째 하락...유지류·육류·유제품↓
세계 식량 가격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옥수수·쌀 등 일부 곡물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나머지 품목군은 모두 하락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1.2포인트로 전월(132.2) 대비 0.8% 하락하면서 2022년 3월 최고점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0.1% 상승했다. 밀은 호주와 러시아에서 예상 대비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옥수수의 경우, 미국산 옥수수 수출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산 옥수수 수요 강세와 아르헨티나의 가뭄 관련 우려가 영향을 미쳐 가격이 상승했다. 쌀 가격은 일부 아시아 수출국에서의 국내 수요 증가와 환율의 영향을 받아 상승했다.
유지류 가격은 전월(144.6포인트) 대비 2.9% 하락한 140.4포인트를 기록했다. 팜유는 주요 수입자들이 최근 재고를 다량 확보해 수입 수요가 둔화돼 가격이 하락했다. 대두유는 다른 유지류의 가격 하락 및 아르헨티나에서의 기후 여건 개선에 따라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는 전월(113.7포인트) 대비 0.1% 하락한 113.6포인트를 기록했다. 소고기는 특히 호주, 뉴질랜드에서 도축용 소의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했다. 가금육은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에도 주요국의 수출 가능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돼지고기는 브라질과 미국에서의 공급량이 충분했고, 중국의 춘절용 수입 수요는 예상보다 저조해 가격이 하락했다.
유제품은 전월(138.2포인트) 대비 1.4% 하락한 136.2포인트를 기록했다. 버터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시장의 수요가 둔화됐고, 호주, 뉴질랜드에서의 공급도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전지분유는 주요 수입국의 수요 약화와 뉴질랜드의 공급 증가에 따라, 탈지분유는 전반적인 수요 둔화에 따라 가격이 하락했다.
설탕은 전월(117.2포인트) 대비 1.1% 하락한 115.8포인트를 기록했다. 태국에서 수확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과 브라질에서 양호한 기후 영향으로 생산 여건이 개선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다만 인도의 수확량 저조 관련 우려, 브라질의 휘발유 가격 상승과 에탄올 수요 증가, 브라질 헤알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한편 FAO는 2022~2023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억6470만t으로 2021~2022년도 대비 1.7%(475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량 전년 대비 전망치는 쌀 5억1160만t(2.6%↓), 잡곡 14억5940만t(3.3%↓), 밀 7억9370만t(2.0%↑)으로 예상됐다.
자료: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농식품부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미 동부, 체감온도 영하 78도...따뜻해진 북극 때문?
미국, 한국, 대만 등 이상 기온 하락으로 인한 피해 이어져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 기록적 한파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7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4일(현지 시각) <AP> 통신은 북극 한파가 미국 동부 지역에 내려왔다며, 뉴햄프셔주 워싱턴 산 정상의 체감 온도가 섭씨 기준으로 영하 78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지역에 기록적인 돌풍이 불었다며 이러한 기온과 바람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북극 한파가 밀어닥치면서 노숙자들을 상대로 한 긴급 조치가 시행됐다. 통신은 매사추세츠 주 당국이 노숙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차역의 환승 구역을 밤새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 동부 지역의 노숙자 관련 민간단체인 보스턴의 '파인 스트리트 인'은 사람들을 대피소로 이송할 수 있는 차량의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추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로비를 열어뒀다.
이같은 추위에 보스턴 등 일부 지역의 공립학교 수업이 중지됐고 뉴햄프셔주 노스 우드스톡에서 매년 열리던 얼음 성 축제의 경우 방문객의 방문 일정을 단축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보스턴,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 코네티컷의 하트포드, 매사추세츠의 우스터, 뉴욕의 올버니, 뉴욕의 글렌스 폴스 등의 지역에서 4일 기록적인 최저기온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파에 따른 피해도 나타났다. 통신은 3일 매사추세츠주 사우스윅에서 바람에 의해 쓰러진 나뭇가지가 차량을 덮치면서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동승했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실은 저체온증 및 동상 환자 다수를 치료했다.
▲ 4일(현지 시각) 뉴햄프셔주 워싱턴 산 정상의 관측대 모습. 이날 체감기온은 섭씨 영하 78도로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과 같은 한파가 닥친 이유에 대해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국립기상청의 도널드 듀몬트 기상학자는 통신에 "북극의 대기가 돌발적인 저기압이 발생한 (캐나다 동부의) 래브라도와 뉴펀들랜드 상공에 도달하면서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이 지역(북미 동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는 지난해 12월에도 북극에서 차가운 대기가 내려오면서 시카고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 섭씨 영하 50도가 넘는 한파가 덮치기도 했다. 당시 추위로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에도 지난달 중순 영하 20도가 넘어가는 한파가 들이닥쳤고, 지난달 말에는 평소 아열대 기후를 보이며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기록했던 대만도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146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처럼 북극 한파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유를 두고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난 2010년대 이후부터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북위 30°~ 60°, 지표면으로부터 8~10km 떨어진 상공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한 편서풍이 부는데 이것을 제트기류라고 한다. 이 제트기류는 북극 한파를 막아주는데, 북극이 따뜻해질 경우 이 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한국 기후위기 대응 ‘낙제점’…기술경쟁력 중국보다 낮아
한눈에 보는 한국 ‘기후 성적표’
국회예산정책처, ‘기후위기 대응’ 분석 보고서
멀어져가는 ‘2030 목표’…기술 경쟁력도 낮아
지난해 9월24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400여개 단체로 구성된 ‘9월 기후정의행동’이 주최한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더디기만 합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를 감축하기로 한 약속’도 점점 멀어지고, 코로나19 덕택에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마저 반환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회 예산정책처는 매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보고서를 냅니다. 국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조감하는 좋은 참고 자료로 이용되죠.
지난달 25일 발간된 ‘2023년 경제 현안 분석’에선 물가∙재정∙인구 등 7개 현안 가운데 하나로 기후∙에너지 위기가 꼽혔습니다. 6일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봤어요. 원문은 예산정책처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매년 온실가스 5.4%씩 줄여야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성과 및 전망_2021년까지 배출량은 실적치, 2022년 배출량은 예산정책처의 전망치다. 단위는 백만t(이산화탄소환산량).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이 기조는 변함없어요.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2%를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봐선 성적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예산정책처는 “2022년까지 배출량이 연평균 1.6%만 감소한 것으로 예상한다”며 “남은 기간의 연평균 감축률을 5.4%로 높여야” ‘203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에서 배우지 못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2018년)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소비량, 국내총생산(GDP) 추이_2018년을 100으로 봤을 때, 각 연도의 증감률(%)을 의미한다. 단위는 %.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에너지통계월보
‘2018년이 정점이다. 앞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간 정부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에 정점을 찍었다고 밝혀왔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듬해인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9.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덕이었죠.
하지만, 코로나19가 회복세를 보인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다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 통계에서도 전년 대비 0.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꾸물꾸물 꿈틀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대로 가다간 ‘2018년 정점론’이 거짓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한국은 ‘2030 약속 달성률’ 낙제점
주요 나라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률_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정리했다. 왼쪽 단위는 백만t(이산화탄소환산량), 목표달성률 단위는 %.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다른 나라 성적표와 비교해볼까요?
2020년 기준 영국은 2030년 감축목표의 72.3%를 달성했습니다. 유럽연합은 62.7%, 일본은 39.8%, 미국은 38.1%를 달성했어요. 그런데, 한국의 달성률은 27.4%로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2021년 이후 배출량이 상승하고 있어, 2030년 목표 달성까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 사우디아라비아 제쳤다고?
일차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중_단위는 %.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입니다.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2.3%로, 상대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늦은 일본(6.3%)의 3분의 1 수준이죠. 주요 20개국(G20) 중에선 사우디아라비아(0.03%), 러시아(2.9%) 다음으로 꼴찌에서 3위입니다. 음… 산유국을 겨우 제쳤네요. 석유가 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게으름 피울 이유가 있나요?
원전 포함해도 한국은 하위권
주요 나라의 2020년 에너지원별 전원 구성_아래 수치는 수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단위는 %. 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국회 예산정책처
재생에너지에 수력을 포함하면, 캐나다는 총 발전량의 66.3%가 무탄소 전원입니다. 이탈리아(39.7%), 독일(35.3%), 영국(33.5%), 중국(25.5%)도 무탄소 전원 비중이 꽤 높아요. 반면, 한국은 7.4%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유럽연합과 한국 등은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저탄소 전원’으로 규정하고 있죠. 재생에너지와 수력 그리고 원전까지 저탄소 전원으로 보면, 캐나다∙스페인∙영국∙프랑스에서 저탄소 전원 비중은 이미 총 발전량의 절반을 넘습니다. 한국은요? 34.6%입니다.
한국은 독일을 따르라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제조업 비중과 에너지집약도_점선은 G20 중간값. 출처: 세계은행, 국회 예산정책처
그럼, 한국은 어떡해야 할까요?
예산정책처는 먼저 한국이 에너지집약도와 탄소집약도가 높은 나라라는 점을 유념하라고 합니다. 에너지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당 에너지소비량’을 뜻하는 지표죠. 한국은 5.6으로, 미국 4.51, 일본 3.3, 독일 2.76보다 높습니다. 탄소집약도는 에너지원별 공급 비율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보여줍니다. 높을수록 저탄소 에너지원 사용이 적다는 거예요. 한국의 탄소집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함께 가장 높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두 수치가 높은 이유는 산업 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디기 때문입니다. 예산정책처는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 경로는 에너지집약도가 낮은 나라 중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의 성장 경로를 추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예로 독일과 일본을 들었습니다. 특히,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35%대에 달해 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나라죠.
예산정책처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한편 국내 에너지·자원 분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녹색채권 등 금융 투자를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에너지·자원 분야 평가지수가 80.2로, 유럽연합(98.2)은 물론 중국(81.6)보다도 낮아요.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액도 약 14조8000억원으로, 전체 채권 발행잔액의 1% 미만인 형편입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탈석탄법 제정 하세월…초등생 일침 “미래의 저희는 어떡해요”
10년 전이라면, 멀쩡하게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하고 취소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존이냐 멸종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입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6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탈석탄시민연대-정의당 긴급 간담회에서 “(새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서 30년 동안 가동하게 되면 우리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활동가들이 몸으로 막으며 시간을 벌어왔는데, 국회와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시민들은 지난해 9월30일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5만명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는 당초 지난해 12월28일이었던 청원 심사 기한을 올해 2월26일까지 연장했다. 탈석탄연대는 “국회가 심사 절차를 지연하고 있는 동안 작년 11월30일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가 될 삼척블루파워는 최초 점화(시운전)하기에 이르렀다”며 “우려했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원 배출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탈석탄연대는 직접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법(신규석탄발전금지법)’을 만들며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다. 법안에는 건설 중 석탄발전 사업의 철회,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발전사업허가 금지, 발전사업자의 보상, 철회된 사업의 시설 처리와 활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법안 마련에 참여한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국회가 2021년 9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이후에 획기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떤 입법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입법성과가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반면 5만명 시민이 서명했듯, 기후위기로부터 기본권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절박하다는 각성은 더욱더 폭넓어 지고 있다”고 했다.
탈석탄연대는 이날 정의당 간담회와 7일 더불어민주당 간담회를 통해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법률 제정에 관한 정당의 공식 입장 표명 △조속한 시일 내에 청원 소위를 개최해 탈석탄법 제정 청원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하고 탈석탄법 제정 결의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은 탈석탄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법안 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새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는 우리 아이들의 폐를 망가트릴 것이다. 그들의 이윤이라는 이름 속에, 우리의 미래가 쓰러질 것”이라며 “석탄발전소 추가건설, 탈석탄법 입법으로 막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향후 △전기사업법 개정안(전기사업의 철회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고, 전기사업자에 대한 보상을 위한 탈석탄비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석탄을 연료로 하는 발전행위를 불가하도록 하는 내용) △시민사회 특별법(신규석탄발전금지법) 발의를 검토하고 발의할 계획이다.
류가람(11)양이 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탈석탄연대-정의당 간담회에서 발언하려고 했던 내용. 이 발언문은 가람이가 전날 밤새 직접 쓴 내용이라고 한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초등학교 5학교 류가람(11)양의 발언도 예정돼 있었지만, 그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간담회가 끝나고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자 “너무 떨려서”라고 답했다. 가람이가 전날 밤을 새워 직접 썼다는 발언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삼척에 석탄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이 여러분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어서 정말 좋겠지만 저나 저 같은 어린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나쁜 공기 속에서, 망가진 자연에서 산다면 어떻겠어요? 여러분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살았으면, 그 후 미래의 저희는 아무렇게나 살아가도 되는 거예요?”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10여년 만에 본격화
센텀중 ~신세계센텀시티 358m, 부산시 설계용역 착수 내년 착공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APEC나루공원을 잇는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건립사업’이 필요성 제기 10여년 만에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영화의전당과 APEC 나루공원을 잇는 지하차도 건설사업이 본격화된다. 사진은 영화의전당과 공원 일대. 국제신문DB
부산시는 올해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비 17억 원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영화의전당과 APEC나루공원 사이 왕복 6차로를 지하도로로 만들고, 지상 구간은 보행 및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 구간은 센텀중학교에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까지 358m이며, 총사업비 467억 원을 투입한다.
시는 2022년 추경과 2023년 본예산을 통해 실시설계비를 확보했으며, 올해 1년간 용역을 통해 도로 건설을 위한 설계를 진행한다. 착공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로 잡고 있으며, 완공은 2026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1년 개관한 영화의전당은 부산 대표 문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이자 부산의 랜드마크 공간이지만 6차로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보행로를 비롯해 공간이 단절돼 ‘외딴 섬’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건립사업은 영화의전당 활성화와 센텀시티 일대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개관 이후 10년 이상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하차도 건설로 일대 신호체계가 바뀌면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는 센텀시티교차로의 차량 흐름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문화관광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사업비 확보에 애를 먹었다.
시는 수영구와 해운대 센텀시티를 잇는 ‘수영강 휴먼브릿지’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영강을 통해 두 지역의 연결이 가능해지자,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건립에도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수영강 일대를 연결하며 시민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문화관광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영강 휴먼브릿지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수영구 주거지를 연결하는 보행교로, 지난달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공사에 돌입했다.
시 민순기 도로계획과장은 “이번 사업은 영화도시로서 명성을 높이고 일대를 문화관광 공간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센텀시티 공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후쿠시마 오염수 이르면 4월 방류, 먹거리 안전 어쩌나
잠정조치 신청 준비도 의지도 없어
선박 평형수 관리로 해역 침투 막고
양식장 등 어민 보호책 마련 필요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과 부지 주변의 오염수 탱크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1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도쿄전력의 방류시설 완공 시점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르면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
지구에 문명이 생겨난 이래 원전사고에서 비롯된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전례는 없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류한 역대 두 번째의 최대규모(7등급) 사고이기도 하다.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는 달리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 및 이른바 ‘피폭 생선’으로 상징되는 먹거리 안전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활성화를 넘어 핵무장까지 거론하는 윤석열 정부는 명실상부 ‘친핵(核)정부’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정부가 방류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방류 이후’ 시대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염수 방류 기정사실화, 손 놓은 정부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폭발을 일으킨 원자로는 1·3·4호기 등 세 개다. 이들 원자로에는 폭발사고로 녹아내린 뒤 굳은 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열의 연료를 식히기 위해 계속 냉각수를 붓고 있다. 이렇게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와 원자로 건물 등을 타고내린 빗물·지하수 등이 섞이면서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 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주요 핵종을 포함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한다.
오염수 처리문제는 진작부터 문제가 됐다.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에는 일본이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2013년에도 후쿠시마 앞바다로 오염수가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고,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내리면서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기도 했다.
일본은 철제 저장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보관했다. 2014년 기준 하루 평균 470t(47만ℓ)에 달하는 오염수가 쏟아져나왔다. 2018년이 되자 일본은 “저장탱크 용량이 곧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방류에 시동을 걸었다. 2019년 12월에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가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바다 방류’를 제시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시설(ALPS) 등 처리수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에서 바다 방류 방식을 확정했다. 일본은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이르면 올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은 별로 없다. 정권이 여러 번 교체됐어도 이 같은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3년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은 오염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기보단 무역분쟁에 가까웠다. 그나마 2021년 일본이 오염수 기본 방침을 확정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각 부처에 “국제해양재판소 제소(긴급 잠정조치 신청)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강력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대선 국면 등을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전국녹색연합 회원들이 2021년 6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파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조계는 잠정조치 신청이 이미 늦었다고 본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신청하려면 오염수 관련 우리 정부의 연구와 평가의 축적, 일본의 방류법에 대한 과학적 문제점 등을 수집해 제출해야 하는데 자료 준비도 안 됐고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잠정조치 신청도 불가능해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막상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잠정조치 신청을 안 한 것을 두고 전·현 정권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 변호사는 현재 민변, 그린피스 등 국내외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IAEA에 보낼 공개서한을 준비 중이다.
오염수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TF)를 주관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오염수에 핵종이나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섞여 방류되면 안 된다는 게 정부 기조”라며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식품 안전이나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계속 점검 중이고 2월 중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류 흐름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방류 방법은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정화한 뒤 바다에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오염수가 인체나 해양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일본 정부)가 된다는 주장이다. ALPS로도 처리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대량의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게 된다. 현재 계획된 방류량은 저장탱크에 모인 125만t이지만 최종 폐로가 될 때까지 오염수가 얼마가 더 방류될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선 “안전”, 해외 전문가들 “우려”
방류까지 남은 ‘최종관문’은 IAEA의 조사 결과다. IAEA는 “방류 전 오염수 처리 등이 적절하게 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지난 1월 16~20일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뒤 IAEA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3개월 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는 시점은 일본이 방류 시작을 예고한 시점과 겹친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내내 “과학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주변국 중 미국은 진작부터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다. 중국의 경우 매번 “방류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일본 정부를 제소하는 등의 구체적인 ‘액션’에는 나선 바 없다.
국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5월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전문가는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갈치, 고등어, 멸치, 삼치, 꽃게 등 연근해 어업 주요 어종의 산란 및 이동 경로 등 생태 현황과 조업 구역을 고려했을 때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2013년 후쿠시마 수산물 사태 당시 국내 수산물 소비마저 크게 감소할 만큼 파문이 일었던 국민의 정서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반대로 지난 1월 26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토론’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표본 데이터는 문제가 되는 64개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에만 집중돼 있어 매우 편향되는 등 데이터가 오류투성이”라며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체 조사 결과 등을 들어 일방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르준 마키자니 에너지환경연구소 대표는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의 방사성핵종에 대해서도 ALPS를 통해 적절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 아니라 저장탱크 확충을 통한 저장 연장, 처리수의 콘크리트 제조 활용, 생물학적 정화 등의 대안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학 교수는 “식품 안전과 보건, 문화적 정체성 보호, 청정 생태계 보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서도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투기하는 정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경우 확산 예상도. 7개월 뒤 제주도 근해에 다다르고(위), 18개월 뒤에는 동해 대부분으로 퍼진다. /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제공
‘원전 마피아’들이 만들어낸 ‘이상한 조합’
주변국을 의식하지 않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과 이를 대놓고 지지하는 미국. 방류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 한편에선 이 같은 ‘이상한 조합’을 ‘원전 마피아’의 산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원전(핵) 강국이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원전 마피아(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서로 공격해봐야 본인들의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한국 모두 과거 혹은 현재 핵폐기물 무단 폐기나 삼중수소 유출 등 크고 작은 방사성 물질 방류 전력이 있다. 여기에는 본래 오염수 처리문제에 있어 수십 년간 바다 방류에 의존해온 원자력 발전의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그는 “국내만 해도 전문가 대부분이 원전 사업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오염수에 대해 99%가 문제없다는 견해를 내놓는 게 현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친원전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원전’이라는 이해관계로 묶이는 동안 오히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쪽은 피지·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 지역 17개 도서국가의 연합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다. 대부분 관광이나 레저 등 해양 자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 나라에 오염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이상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오염수 방류가 해양생태계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와 해류의 움직임과 관련된 그간의 연구들을 보면 방류 후 짧게는 6개월 이후부터, 길게는 4~5년 이후에 오염수가 국내 바다에 흘러든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시급한 것은 선박의 평형수 문제”라며 “현재 조사 방식을 변경해 미야기현 등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평형수 전수조사 및 관리체계를 구축해 오염수가 곧바로 우리 해역으로 침투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계속될 것이므로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한수원, 주민 동의 없이 ‘고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의결
7일 방폐물 계획안 이사회 통과
경주 월성 유사 시설 2030년 운영
“특별법 제정 전 밀어붙이기식”
기장군·의회·시민단체 강력 반발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부산시와 기장군 등 원전 인근 지자체가 ‘지역주민 동의 없는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상황(부산일보 7일 자 1면 등 보도)이어서 안건 통과 이후에도 법적 분쟁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7일 오후 2시 서울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한수원이 의결한 기본계획안은 고리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다는 내용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들과 사외이사의 반대로 안건 상정을 보류한 바 있다.
계획안 통과에 따라 한수원은 설계, 인허가, 건설 등 약 7년의 건설 과정을 거쳐 경주 월성원전내의 ‘맥스터’와 같은 건식저장시설을 고리원전에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2031년께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가 가득 찰 것으로 보고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필요 최소량인 2880다발 규모의 저장시설 건설을 2030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기장군의회는 7일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찾아가 건식저장시설 건립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장군의회 제공
한수원 측은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지체없이 반출하는 조건하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식저장시설의 법적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 건립을 추진해 원전 인근 지역주민과 마찰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기장군청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동의 절차 없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청은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을 원자력안전법상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관계시설’로 간주해 밀어붙일 우려가 있다면서 건식저장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이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은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명확한 용어 정의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설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절차적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장군의회도 이날 이사회가 열린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항의 방문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기장군의회는 지난해 11월 임시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는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한수원이 법적 근거도 없는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원자력안전법상 위법 여부 등을 살핀 뒤 법적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한수원은 지역주민 반대 의견을 묵살한 채 근거도 없는 건식저장시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고 했지만 부지 선정 등이 지체되면 부울경 지역은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 한국 환경문제에 18억 쓴 미국 회사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 낙동강하구 환경포스터 등 35개 프로젝트 지원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비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보성
지난 3일 부산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자 반가운 글자가 눈에 띄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다섯 종류의 포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부산과 밀접히 관계가 있는 낙동강하구 내용으로 채워졌다. 화려하게 전시된 등산 의류 사이에서 접한 어색한 풍경이지만, 그 매장의 이름이 파타고니아라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달부터 파타고니아는 서울과 부산 주요 매장 한쪽에 '제작-습지와새들의친구, 지원-파타고니아'가 적힌 환경 포스터를 고객들이 가져가도록 비치했다. 새가 그려진 종이 태그에는 "철새들의 터전, 낙동강하구를 대교 건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유롭게 가져가서 많은 곳에 붙여달라"라는 글귀가 달렸다.
이 중 하나인 노란색 포스터는 큰고니와 관련이 돼 있다. 천연기념물 201호라는 이름표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어느새 큰고니가 사라질 처지에 놓였단 내용이다. 파란색 포스터는 낙동강하구에 27개의 교량도 모자라 추가로 16개를 더 지으려는 논란을 비판했다. 분홍색, 하얀색 포스터는 멸종위기종 새들의 등의 보전 호소와 고니들의 상승비행 조건인 교량 4km 간격 필요성을 담았다.
환경 문제에 유별난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회장 일가가 보유한 4조 원 규모의 회사 지분을 지구환경 문제에 쓰겠다고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모든 이익을 재투자 비용 외엔 환경위기 해결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파타고니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입장 역시 크게 화제가 됐다.
사실 파타고니아는 '1% FOR THE PLANET'이라는 기금을 통해 각국의 여러 환경 사안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다. 이 기금은 쉽게 말해 지구에 내는 정기적 세금과 같다. 해마다 매출의 1퍼센트를 환경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단체에 쓰겠다는 방침이 바로 그것이다. 비영리 환경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의 참여를 늘려왔다. 누적 지원금액은 4억여 달러, 우리 돈 5천억여 원을 넘어섰다.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의 모습.ⓒ 김보성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보성
파타고니아 "낙동강하구 지키는 건 중요한 환경문제"
지난해와 올해에는 낙동강하구 철새 이야기도 그 지원 대상 중의 하나가 됐다. 파타고니아의 원칙에는 "직접 행동하고, 대담하게 대응하며 변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전제가 있는데, 부산의 철새 문제가 이런 기준에 적합하다고 봤다. 이번 포스터는 이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낙동강하구의 철새 상황은 악화일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보면, 낙동강하구의 조류 개체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06년 1월엔 6만여 마리였지만, 10여 년 뒤인 2020년·2021년 1월에는 4만여 마리로 줄었다.
여름을 대표하는 쇠제비갈매기는 2013년 이후부터 거의 볼 수가 없게 됐고, 겨울의 상징인 큰고니도 그 숫자가 최대 4천 마리에서 평균 1천 마리대로 감소했다. 달라진 환경에 과거만 해도 흔히 듣던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환경단체는 자연이 주는 경고라며 대책을 세우자고 호소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더 파헤치고 자동차가 다니는 교량을 추가하는 게 아닌, 오히려 생태계를 놔두고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세계습지의날 부산 행사에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부산시를 향해 "대저대교 등으로 하구 생태계를 위협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내세워 부산엑스포 유치를 말할 자격 있느냐"라고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파타고니아의 한국지사는 35개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전체 규모는 161개(18억여 원)에 달한다. 여기엔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중단, 철새 보호뿐만이 아닌 4대강 보 개방 촉구나 재자연화, 녹조 독성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도 파타고니아는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약속했다. 주요 철새 이동경로이자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낙동강하구에 함께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은 "다리 건설로부터 낙동강하구를 지키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환경 문제"라고 응답했다. 덧붙여 "이번 포스터는 서울 직영점과 김해, 부산 매장 등 5곳에서 만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지원하고,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가 만든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철새 관련 포스터. 서울, 부산 등 주요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김보성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가져가서 부착해달라는 안내글이 인상적이다. ⓒ 김보성
오마이뉴스 김보성(kimbsv1)
면적 조율만 남았다…55보급창 이전 속도
주한미군 신선대行 긍정적…쟁점은 부지 33만㎡ 요구해
해수부 "30만㎡ 제공 가능"…엑스포 개최지 확대 청신호
남구 주민 반대 여론 ‘난제’
부산 동구 도심지에 위치한 미군 55보급창의 신선대 부두 이전이 ‘부지 면적 조율’이라는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부지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8월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과 인접한 55보급창 이전지로 신선대 부두 옆 준설토 투기장을 결정한 바 있다.
55보급창과 북항 전경. 국제신문DB
오는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다음 달 중으로 가덕신공항 공법을 결정하기로 한데다 55보급창 이전의 가시적인 청사진까지 나오면 부산 유치 활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55보급창 이전을 두고 주한미군과 협상 중이다.
주한미군 측은 기존 55보급창 부지 22만 3000㎡에 비해 160% 확대된 36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5보급창 부지를 부산엑스포에 활용토록 협조해 주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넓은 부지로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미국 국무부로부터 55보급창 이전에 관한 협상 권한을 넘겨받아야 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반면 해수부는 최대 30만㎡까지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선대 준설토 투기장은 현재 15만㎡인데, 제2준설토 투기장 계획 부지 9만㎡ 가 있는 상황이다. 두 부지를 더하면 24만㎡인데, 30만㎡ 까지 확보하려면 6만㎡ 부지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방부나 관계 부처가 55보급창 이전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한 뒤 구체적인 사항을 제시하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해수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남구 주민의 반대 여론을 극복하는 것이다. 55보급창이 신선대 부두로 이전하면 남구로서는 숙원사업인 철도 시설 이전이 불가능하게 돼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당장 보급창 이전 부지의 관할 지역구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55보급창 이전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신선대가)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보급창이)또다시 이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못 마땅하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최근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그는 “신선대 외에 이전 부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신선대 주민의 입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염창현 haorem@kookje.co.kr, 조원호 기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초읽기... 산악계 “탐방로 다 막힐라”
팔공산이 올해 상반기 안에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지난 12월 29일 경북지역 주민공청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제 2월 중 대구지역 주민공청회만 남겨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지역 주민들은 그간 경북지역에 비해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에 호의적이었기에 큰 난항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공청회가 끝나면 2월 9일까지 주민의견을 받고,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해 검토한 후 2023년 상반기내로 최종 고시 절차가 마무리된다.
10년 전부터 국립공원 지정 노력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시도는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구 경북지역 60여 개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2012년 7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팔공산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불안으로 반대에 나서면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당시 팔공산도립공원의 28% 면적인 대구 방면 주민은 찬반이 5:5로 갈렸고, 나머지 경북지역 주민들은 거의 반대했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팔공산국립공원 내 사유지 비율은 71.3%로 추산된다고 한다. 소유자는 모두 2,531명이다.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4년 전이다. 2019년 대구 달서구 병 당협위원장이었던 강효상 전 국회의원은 환경부 조명래 당시 장관에게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촉구했다. 이에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팔공산국립공원 승격을 검토했고, 3년에 걸쳐 관계부처가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안을 마련했다.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공원계획안에 따르면 팔공산은 전국 최상위 수준의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22개 국립공원의 평균 생물종 수가 4,892종인데 팔공산은 8번째 수준인 5,296종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연경관은 77개소로 7번째(평균 66개소), 문화경관은 91개소로 2번째(평균 42개소)로 많다. 연평균 탐방객 수도 392만 명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북한산국립공원에 이어 3번째로 많다. 2015년 국립공원공단 자체 연구에서 팔공산이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1순위로 꼽힌 이유다.
팔공산 공원구역 내 법정보호종인 삵, 수달, 담비, 붉은박쥐, 하늘다람쥐 분포 현황.
국립공원 되면 사유지 매수 수월해져
국립공원공단의 대구 및 경북 시·도민 대상 인식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2.3%는 찬성 의견이었다. 또한 이해당사자인 지역거주민은 58.1%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단 사유지 소유자들은 반대 비율이 더 높았다. 반대가 49.1%, 찬성은 37.9%였다. 국립공원이 되면, 도립공원이던 때에 비해 더 많은 제한이 따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국립공원 지정 시도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건 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더라도 어차피 도립공원 시절과 똑같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관리되기 때문에 규제가 더해지진 않는다는 점, 도립공원 상태에선 못 하는 사유지 매수 정책이 국립공원이 되면 수월해진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국립공원 지정 후 공원구역 확대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원 구역은 현 도립 경계와 동일하게 추진하며 일부 공유지만 편입하고, 오히려 보전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은 공원구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란 사실도 알렸다고 한다.
팔공산국립공원 공원시설계획안. 기존 30개의 탐방로와 12개의 등산로가 국립공원이 되면 탐방로로 명칭이 통일되면서 미조성 탐방로 1개는 제외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있다.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반대위원회에 따르면 2,500여 명의 지주 중 200명 내외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승격에 관한 내용에 대한 공유도 미흡했고, 반대 의견과 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도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대구 산악계에서도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산악운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식 대구산악연맹 이사는 “먼저 국립공원이 되면 탐방로가 다 막힌다. 20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도 기존에 있었던 많은 등산로들이 비법정탐방로로 묶였다”며 “또한 아무 제한 없이 등반할 수 있었던 팔공산 암장들도 다른 국립공원 암장처럼 허가제가 되면 이용이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이 고시한 공원계획안의 공원시설계획에 따르면, 기존 도립공원탐방로 30개, 등산로 12개 총 42개가 국립공원으로 바뀌면 탐방로 41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최 이사는 “지역 산악인들이 개척해 다니던 리지 코스나 능선 워킹 코스도 못 가게 막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및 경상북도로 구분된 2개의 공원관리청에 의해 이원화되어 관리되고 있어 체계적인 공원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국립공원 승격을 통해 선도적인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립공원 지정 의의를 설명했다.
월간산 마운틴뉴스
산림 훼손이냐, 보존이냐…민간공원 특례사업 딜레마
부산 5곳 24만㎢ 비공원 부지…일부 아름드리 나무 잘려 나가
- 환경단체 “수목 살릴 방안 필요”
7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 한 야산의 곰솔나무 숲.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상공원 비공원 시설 부지인 이곳에 직경 40~70㎝짜리 아름드리 소나무 50여 그루가 ‘댕강’ 잘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 길이가 20m는 넘어 보이는 소나무도 다섯 토막으로 나눠 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옆을 지나던 등산객 A(64) 씨는 “신당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어서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처참한 꼴을 당한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7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 사상공원 내 곰솔나무 수십 그루가 벌목된 후 방치돼 나뒹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산에서 민간공원 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공동주택이 지어지는 비공원 부지 내 산림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난개발 위기를 맞은 공원부지를 지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지만, 환경 보호 취지에 맞게 비공원 부지 수목도 최대한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진행되는 민간공원특례사업지는 총 5곳(▷동래구 온천·사적·명장공원 ▷북구 덕천공원 ▷사상구 사상공원)으로 전체 사업 부지 규모는 225만㎡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대안인 민간공원 사업은, 사업자가 부지를 사들여 전체의 80~85%를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비공원 시설 부지에 공동주택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발과 보존의 절충으로,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에서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원 시설 부지는 보존이 가능한 반면, 비공원 시설 부지 산림은 훼손되고 있다. 5개 공원 전체 부지 중 비공원 시설 부지는 24만 ㎢로, 일부 경작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산림이다. 사업 시행자가 실시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허가하는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보호수종 등 일부는 이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은 폐기된다.
시는 나머지 공원 부지 산림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자체가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한 난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사업자에게 이식을 권고하지만 비용이 들고 자연 고목은 이식 후 생존율이 높지 않다 보니 비율이 높지 않다. 추가적인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최대한 존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근 부산그린크러스트 이사는 “민관합동 조사로 존치 가치가 있는 수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다. 부산이 민간공원 사업을 시작한 곳인 만큼 관련 방안을 선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원전 타령한 UAE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중동의 산유국들이 새로운 먹을거리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원전 비중을 올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려는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볼 책임이 있다.
1월16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가 요즘처럼 한국 사회에서 뜨겁게 회자된 때가 있었던가. 그러므로 ‘2023 기후경제 전쟁’의 두 번째 이야기는 UAE에서 시작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UAE 방문에서 두 가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 문제가 불거진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겠다”라는 발언이었다.
두 발언은 공통점이 있다. ‘남의 나라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이란 외교부가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히 무지하다”라고 밝혔다.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라는 발언은 해설이 필요하다. 이 발언은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기조연설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소개하며 “양국 우정의 상징인 원전 협력에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협력”까지 나아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우정의 상징인 원전 협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UAE에 한국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두 나라가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할 테니, 앞으로 UAE도 원전으로 함께 먹고살자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글쎄. UAE가 윤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 나라의 에너지 이슈를 살펴봐야 알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짓고 있는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 ‘마스다르시티’ 조감도.
UAE가 에너지 전환을 하려는 이유
화석연료가 풍부한 UAE는 놀랍게도 ‘에너지 수입국’이다. 두바이, 아부다비 같은 지역의 경제 개발과 인구 증가로 에너지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료가 너무 싼 것도 원인이다. 사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과 비교해 가정용 전기료가 적게는 10분의 1 수준이다. 두바이 에어컨은 365일, 24시간 내내 돌아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UAE는 전력의 80% 이상을 천연가스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천연가스는 석유나 석탄에 비해 발전량을 조절하기 쉽고, 탄소배출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UAE의 천연가스 상당 부분이 처리 공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워가스(Sour Gas)라는 점이다. UAE 자체적으로는 천연가스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근 카타르 등에서 꾸준히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그만큼 천연가스 외 다른 발전원이 필요하다. 2009년 한국의 원전 수출은 그런 배경 속에 이루어졌다. 그 전까지 UAE에 원전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UAE가 원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전 등을 통해 에너지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맞지만, 원전 산업 확대가 목표는 아니다. 오일머니로 막대한 부를 쌓으며 ‘중동의 허브’로 발돋움한 이 나라의 최대 관심사는 오히려 ‘에너지 전환’이다.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공급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넓은 사막, 많은 일조량 등 태양광발전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춘 UAE로서는 해볼 만한 도전이다.
UAE 정부는 2017년 ‘에너지 전략 2050(Energy Strategy 2050)’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72억 달러(약 33조 5000억원) 규모의 ‘두바이 그린 펀드(Dubai Green Fund)’를 조성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에는 한 발짝 더 나갔다. 중동 국가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1630억 달러(약 200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더해 목재 등을 태워 만드는 바이오매스, 수소에너지까지 합친 것) 산업 규모가 25조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UAE의 에너지 전환 드라이브를 상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마스다르시티(Masdar City)’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살만이 짓겠다고 해 화제가 된 친환경 도시 ‘네옴시티’의 모델이 바로 마스다르시티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 건설 중인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 도심에서 17㎞ 떨어진 사막에 인구 4만~5만명 규모로 들어서는 신도시다. ‘탄소, 폐기물, 내연기관 차량’이 없는 ‘3무(無) 도시’를 지향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내연기관이 아닌 궤도차(PRT:Personal Rapid Transit)나 전기차만 다닐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계획이 늦어지면서 현재 공정률은 30%에 미치지 못하지만, 마스다르시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의 삼성물산이 최근 마스다르시티에 수소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UAE 측과 체결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도 마스다르시티 내에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에서 마스다르시티를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라고 추어올렸다.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UPI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로 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37조2000억원) 투자 약속을 받았다는 점을 꼽는다. 대통령실은 1월24일 순방 성과 브리핑을 통해 재차 “원전과 방산, 에너지 등 첨단기술로 수출 활로를 모색해온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탈석유로 새로운 계기를 모색하는 UAE의 지향점은 맞아떨어진다”라며 원전을 ‘맨 앞에’ 내세웠다.
UAE가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해 한국과 원전 협력을 맺기로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원전은 태양광, 수소, 바이오, 방산 등 UAE가 약속한 여러 투자 분야 가운데 하나다. 원전이 최우선 투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UAE 에너지인프라 장관 사이에 맺어진 ‘수소 협력 MOU(양해각서)’이다.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에 대한 투자, 연구개발, 교역 협력 등 전 분야에 걸쳐 양국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앞서 삼성물산이 마스다르시티에 진출하기로 한 사업 역시 수소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다. 이번 UAE 방문에 참여한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UAE 측이 관심을 보이는 협력 분야는 바이오,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등이다. 모두 미래산업의 먹을거리다.
윤석열 대통령 방문 직전 UAE에서는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 ‘사건’이 있었다. 올해 말 UAE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으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회장이 지명됐기 때문이다. COP28 의장은 매년 개최국에서 지명한다. 환경단체들은 석유회사 회장이 기후위기 회의 의장이 될 수는 없다며 일제히 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은 담배회사 대표에게 금연 정책을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의장으로 지명된 술탄 알 자베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회장. ⓒAP Photo
석유회사 회장이 어쩌다 전 세계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회의 의장으로 지명됐을까. COP28 의장으로 지명된 술탄 알 자베르 ADNOC 회장은 사실 그리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 UAE 기후변화 특사를 오랫동안 지냈고, 현재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다. 마스다르시티 개발을 총괄하는 국영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술탄 알 자베르에 대해 가스와 석유에서 탈피해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조차 친환경으로
ADNOC는 물론 악명 높은 탄소배출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다르다.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에 집중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 청정에너지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청정에너지와 탄소포집 및 저장(CCS) 등에 150억 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린워싱(친환경인 척 가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에는 행보가 매우 과감하다. ADNOC 홈페이지는 언뜻 봐서는 석유회사인지 친환경 에너지 회사인지 모를 정도다.
화석연료 국가 UAE가 이렇게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소배출로 기후위기를 일으킨 과거를 반성하려고?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영국의 BP는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으로 인류의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석유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석유 소비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UAE의 변신은 기후위기 시대에 사활을 건 몸부림이다. 화려했던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그들도 절감한다. UAE뿐만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 중동의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새로운 먹을거리에 쏟아붓고 있다(〈그림〉 참조).
물론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의 에너지 전환이 당장 이루어질 리는 없다. 전 세계의 석유 소비가 하루아침에 멈추지 않는 한 그들은 석유를 지렛대로 삼고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UAE 방문을 마치고 스위스로 건너간 윤석열 대통령은 1월19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또 원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뿐 아니라 전 세계의 탄소중립 목표 국가들과 원전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수출과 협력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연합(EU)은 ‘그린딜 산업 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공개했다. 유럽을 녹색산업의 본거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월부터 발효되는 ‘EU 탄소국경세’에 이은 강수다(〈시사IN〉 제801·802호 ‘기후위기의 무서운 얼굴, 탄소국경세가 온다’ 기사 참조). 한마디로 돈을 쏟아붓고, 규제를 풀고, 세금을 감면해가며 청정에너지 산업 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을 끌어올리고 재생에너지는 낮추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을 국내 최대 전력원으로 만든 것이다. 해외 순방 때마다 무성한 뒷말을 낳는 윤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볼 책임이 있다.
참고한 자료:〈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 ‘UAE 주요경제 동향’(주UAE 대사관, 2022.12), ‘UAE, 신규 가스전 발견으로 천연가스 자급시대 열리나’(KOTRA, 2020.4)
시사인 이오성 기자
탄소중립은 정치적 권력관계의 변화에 달렸다
탄소중립을 하겠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이상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2기와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1기가 그것이다. 이들 발전소가 합법의 절차를 거쳐 건설되는 만큼 건설을 중단시키려면 역시 합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단체들이 ‘탈석탄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해 9월,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입법을 청원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결국 정치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탈석탄법 제정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국회가 입법에 나서고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제반 활동은 정치로 수렴된다. 정치란 법과 정책, 그리고 제도를 만드는 일과 거기에 개입하는 실천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조율하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그리하여 정치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수립한다. 질서가 권력관계의 표현이라면 정치는 권력관계를 바꾸려는, 혹은 바꾸지 않으려는, 실천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탄소중립 목표와 로드맵을 세우는 한편 규제와 지원을 통해 이행전략을 수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동원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뿐이다. 요즘 들어 뒷걸음질 치는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기업의 탄소배출에 대한 눈감기, 건물이나 교통에 대한 기후정책의 부재는 국가의 오작동을 빼놓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탄소중립기본법) 일도 국가의 몫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생태적 현대화를 지향하든 탈성장, 나아가 생태사회주의를 목표로 삼든 국가의 중심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민주화’하거나 자본주의의 ‘다음 단계’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면 이 역시 자본주의 체제 내의 투쟁을 전제로 한다(단절적 혁명을 통해 체제를 전복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기후정치는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자본주의 내부의 파워엘리트 구조를 민주화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법과 정책을 개선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오늘날 기후위기를 말한다면 그것은 기후정치의 위기에 다름아니다.
기후운동의 탈정치화와 기후정치의 실종
윤석열 정부에 들어 기후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일 외에도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이나 핵폐기장 건설 시도 중단, 송전선 건설 반대, 양수발전이나 케이블카 건설 반대, 수라(새만금)나 가덕도 등 신공항 건설 반대, 그리고 각종 기후소송이나 일상 속의 소소한 기후실천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9·24 기후정의행진에는 3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저마다의 요구를 걸고 서울 시내를 누비기도 했다.
기후운동은 시민이 주체로 나서 정부의 정책에 다른 목소리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구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열정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기도 하다. 기후운동의 대부분이 집회와 시위라는 형태를 띠며 산발적이고 현장대응적인 저항에 머무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법과 정책이라는 권력관계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이는 기후정치, 그중에서도 미시적인 기후정치를 구성한다.
정부는 오불관언, 제 방식대로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이는 기후운동이 거시적인 기후정치에는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거시기후정치가 국가 차원에서 기후정책의 큰 틀과 이행 로드맵을 결정하는 과정이라면 미시정치는 거시정치의 자장(磁場)을 벗어나지 못한다. 산불을 잡으려면 큰불부터 잡는다. 헬기 조종사가 불 머리를 쫓는 이유다. 거시정치에서 비롯되는 정상정책(peak policies)은 기존 권력의 손아귀에 맡겨놓은 채 잔불이랄 수도 있는 미시적인 기후투쟁에 매달리고 있는 꼴이다.
제도권 내의 기후정치가 실종되면서 기후운동이 탈정치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후정치는 제도권 바깥의 투쟁과 함께 제도권 내의 투쟁을 포함한다. 체제 안으로 들어가 싸우는 싸움도 필요하다. 기후운동이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나 정당 및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를 외면한다면 이는 제 발목잡기에 다름아니다. 정치를 외면하고서 기후투쟁에서 결정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후정치의 복원은 민주주의에 가닿는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없는 한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시행할 리는 없다. 정치적 권력관계를 바꾸어내는 것도 풀뿌리의 역할이다. 그 핵심이 정치에서 시민의 주체성,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일이라면 기후정치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로 귀결된다(달, 2021).
문재인 정부의 초기에 가까스로 싹을 틔우던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정치마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달까, 팬데믹 ‘정치’에서도 민주적 통제는 사라지고 사회적 논의는 생략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시민들에게 따르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귀환한 국가의 얼굴은, 한 마디로, 권위주의적이었다. 국가의 귀환이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의 세계를 예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억압과 착취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기후정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기후운동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천은 제도권 안팎을 포괄한다. 정당을 만들거나 가입하는 일, 그리고 기존 정당과 연대하는 일은 선거에 대한 개입과 함께 고전적인 정치활동에 속한다. 입법 로비, 정책의 결정과 집행 감시, 기후소송, 집회와 시위, 캠페인도 그 일환이다. 정부위원회나 탄소중립위원회 같은 정책 형성과정에 참여하거나 기후시민의회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실천에 속한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대전환의 시대를 건너가는 교량이 정치이며, 정치가 민주주의의 심화를 내용으로 한다면 기후정치는 ‘보다 큰 정치’의 일환을 이룬다. 그 출발점은 아래로부터 폭넓게 시민을 조직하는 일, 그러니까 기후연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환경과 노동의 만남은 그 고갱이에 해당한다. 흔히 노동은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임금, 고용 등)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동자들의 물질적 이해를 생태적·환경적 이해와 결합시킬까, 기후정치가 당면한 또 하나의 딜레마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시민언론 민들레
고리 건식저장시설 '주민 협의',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과거 정부 계획에도 명문화 안 돼 있어
현행 원자력안전법에도 '의견수렴' 없어
한수원, 여야 특별법 논의 중 의결 강행
정부가 5년 전 공표한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에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명문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2월 확정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도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지 않은 채 ‘주민 등이 요구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지난 7일 자사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밀어붙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물론, 이러한 일방 통행을 가능하게 만든 정부 모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법적 근거·명문화 조항 애초부터 없어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시됐으나 부산 울산 등 원전 지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시기는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된 2017년 6월이다. 당시 관련 자료에는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마련될 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당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6단계로 ▷위치 및 저장 방식 선정 ▷기본계획 수립 ▷사업자 선정 ▷인허가 준비 ▷인허가 심사 ▷건설 및 용기 제작을 제시했다. 의견 수렴 절차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반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과 같은 날 공개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에는 ‘주민 공청회 실시’가 명문화됐다. 2021년 12월 확정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당시 2차 기본계획에는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할 때 원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소재지 지자체장이나 주변 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는 경우’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의견 수렴 방침만 정했을뿐 이를 의무화하지는 않은 셈이다. 결국 애초부터 법적 근거나 명문화 조항이 없다 보니 한수원이 주민 의견을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 “한수원, 지역 주민은 물론 국회까지 무시”
문제는 명문화 여부와 별도로 ‘원전 사업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하는 한수원이 오히려 ‘주민 패싱’을 해가며 안건 밀어붙이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한 여야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약칭)’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속전속결로 이사회에서 안건을 처리한 것은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TF)도 이날 성명에서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을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한수원은 이사회를 통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며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까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반출 계획이 없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추진은 지역 주민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TF 단장을 맡은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현행 원자력안전법의 경우 건식저장시설 건설 시 별도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없는 헛점이 있다”며 “산업부와 한수원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에 지주들 반발
대구 동구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이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에 반대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인근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모씨는 “(팔공산이) 도립공원 구역으로 묶여 있던 수십년 동안 땅주인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땅값이 더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과 대구시·경북도 등 지자체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산인 팔공산(125㎢)의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 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이 재산권 보호와 도로 신설 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환경부가 수용 범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대구·경북지역에 걸쳐 있는 팔공산은 1980년 5월 자연공원 중 하나인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는 팔공산의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만큼 격을 높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분포나 문화재 현황 등을 살펴 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곳을 국립공원으로 정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19년에 진행한 조사에서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종 18종을 포함해 5296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보 2점과 보물 28점 등 지정문화재 91점도 팔공산 자락에 있다. 대구시·경북도는 도립공원 지정 41년 만인 2021년 5월 국립공원으로의 승격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대강당에서 지난 6일 팔공산 인근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안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환경부는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지정·공원 계획안을 공개하고 주민 공청회 및 열람 절차 등을 진행했다. 계획안에는 공원경계 및 계획 조정으로 사유지 일부가 해제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 시 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지주들은 우려한다. 공원 승격 논의가 2012년 처음 나왔다가 무산된 이유도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대구시는 현재 2300여명이 공원부지 면적의 약 63%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주들은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유재산 보호와 도로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립공원으로 묶였던 땅을 국립공원 지정을 계기로 상당부분 풀거나 시세에 맞게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락철마다 되풀이되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도로 신설도 원한다. 이들은 현재 도립공원 내 토지의 경우 3.3㎡당 20만원 정도지만 공원구역에서 벗어난 땅은 200만~3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성덕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장은 “한 사람이 소유한 여러 필지의 농경지가 공원 구역과 맞붙어 있거나, 경계에 있는 사유지에 대해선 환경부가 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토지 형태에 따라 (공원구역 해제와 관련한) 변수가 많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공산도립공원 내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3일 대구 동구 파군재삼거리 인근에서 국립공원 승격 추진 움직임에 반발해 상여를 매고 행진하고 있다. 반대대책위 제공
대구시는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환경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에서 사유지 해제 등과 관련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탐방객 수가 늘고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주민들과 소통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김진태 "설악 케이블카 반대 단체들, 쓰레기 줍는 봉사부터 해라"
김진태 강원지사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두고 "그렇게 설악산을 사랑한다면, 가을 설악산에 와서 등산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7일 강원도의회 제316회 임시회 신년 연설에서 "도지사로서 여러분과 같이할 용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사는 일부 환경 단체들이 오색케이블카를 좌초시키기 위해 또다시 환경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며 "전국에 수많은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데 왜 이토록 오색케이블카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오색케이블카는 이미 친환경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더 나아가 등산객들에 의한 산림훼손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도민들의 숙원을 일부 환경단체들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김진태 지사 ‘설악산 쓰레기나 주워라’ 발언, 환경 인식 없어”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그곳에 한 번이라도 가봤을까요? 거기 서서 바람이라도 한번 맞아봤는지,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봤는지 의문입니다. 그랬다면 ‘쓰레기나 주워라’라는 말은 못 할 텐데, 화가 납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진태 지사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향해 “그토록 설악산을 사랑한다면 설악산에 와서 등산로에서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부터 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을 두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설악산이 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국립공원은 어떤 정책에 의해 보존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며 “설악산은 그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다. 케이블카 설치는 이런 설악산을 파괴하고, 설악산에 사는 천연기념물 산양을 비롯한 야생생물의 살 곳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설악산 등산로에는 쓰레기가 그렇게 많지도 않다”며 “등산로 쓰레기 줍기가 (산을 사랑하는 행위란 것은) 언젯적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첫줄 오른쪽)가 지난달 26일 강원 양양 한계령휴게소에서 강원 인제군 가리산1교까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설악산 대청봉 인근 봉우리 사이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1982년 강원도가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환경 훼손 우려로 수차례 사업 추진과 중단을 반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오색케이블카 사업 정상 추진을 약속하면서 이번 정부 들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제출하면서 조만간 원주지방환경청이 검토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설악산 인근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이라는 펼침막이 여럿 붙어 있었다”며 “지금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을 ‘무조건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의 5%도 되지 않는 국립공원조차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줄 수 없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줄줄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끝까지 싸워 케이블카 설치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30여년간 오체투지 순례, 도보순례, 천막 농성 등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는 고등학생 때였던 1966년 혼자 설악산을 찾았다가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졌고, 1972년에는 설악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박그림’으로 개명했다. 1992년 서울에서 설악산 인근으로 이사한 뒤 지금까지 설악산 보호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도 그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양양 한계령휴게소부터 원주지방환경청까지 135㎞를 걸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탈석탄 시대는 다가오는데···아직 관련 법도 마련 못한 한국
한국서부발전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제공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문제로 ‘탈석탄’ 정책 추진을 위한 근거법과 거버넌스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생길 영향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상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국의 정책 비교를 통한 국내 석탄화력발전 부문 공정 전환 추진 방향 연구’ 보고서를 지난달 26일 국가정책연구포털에 공개했다.
2050년까지 세계에서 70% 줄어들 석탄…국내 ‘탈석탄’ 걸림돌은
보고서는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연구를 인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석탄 수요가 단기적으로 늘어났지만, 2050년까지 70%가 감소할 것으로 봤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소 평균 가동연수가 14년으로 아직 ‘젊어’ 손해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 현재 강원 삼척, 강릉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는 “세계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국가는 평균 가동 연수가 짧아서 경제적 수명 이전에 강력한 탈석탄을 추진하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분석했다. 네 나라 모두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 기금을 마련했다. 독일, 캐나다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를 구성해 이해관계자와 공동으로 지역사회를 조사했다. 영국, 캐나다에서는 탄소에 가격을 매겨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소의 경제성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보고서는 독일의 사례에 주목했다. 독일은 2018년 ‘성장·구조 변화·고용위원회(탈석탄위원회)’를 설립해, 연방의회, 정부, 탄광 지역 대표, 산업계, 과학계, 에너지 산업계, 환경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를 논의에 참여시켰다. 탈석탄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2038년까지 전기를 만들 때 더 이상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탈석탄법’, 2038년까지 탄광 지역에 최대 400억유로(약 54조1648억원)를 지원하는 게 골자인 ‘석탄지역 구조강화법’ 등 법제화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독일은 주요 항목에 대한 예산 편성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탈석탄 과정에서 외부 영향을 덜 받으며 일관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외 주요국과 국내의 석탄화력발전 부문 ‘정의로운 전환’을 비교한 이후 한국에는 탈석탄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법’과 ‘거버넌스(민관협력)’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석탄발전 폐지를 권고, 강제하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중앙정부, 노동자, 지역시민단체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를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3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노동자 고용안정방안 연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의로운 전환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
연구진이 일반 시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39.6%가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정부 계획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참여하게 하고,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28.5%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를 보상-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은 13.9%였다.
보고서는 정부가 언제까지, 어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지 명시한 로드맵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기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그 이후의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컨트롤타워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이행기구인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지역경제 영향, 일자리 영향, 사업자가 투자하고도 발전소를 닫게 되면서 회수하지 못한 비용 등 이해관계자별 영향 정도와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 범위, 규모, 책임 등을 법제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척 석탄발전 최초 점화 중단과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에 시민들이 직접 만든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법(신규석탄발전중단법)’을 제안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를 비롯한 시민들은 ‘탈석탄’을 앞당길 법률과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2020년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에는 발전사업자가 정부와 발전사업을 철회하는 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경우 정부가 그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의로운 전환’ 관련 법 3개가 계류 중이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9일 “당장 2025년부터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텐데 노동자를 어떻게 재교육, 재배치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조차 없다”며 “노동자를 포함한 여러 당사자를 논의에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 강한들 기자
하류 오염수 퍼 올려 봐야 동천 수질개선 ‘백년하청’
2010년부터 해수도수사업 시작
하류 지난해 수질 최하등급 악화
연 25만t 방류에도 개선은 미흡
취수 지점 이동 등 대책 검토 시급
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인 동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끌어오는 바닷물이 수질 5등급의 오염된 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천 해수도수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해 10여 년간의 정책이 헛돌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10년부터 동천 수질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해수도수 공급사업을 해 왔다. 동천이 감조하천(바다와 맞닿아 있어 밀물과 썰물에 영향을 받는 하천)인 만큼 바닷물을 끌어와서 상류에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끌어올린 바닷물은 동천 광무교, 범3·4호교, 성서교 등 6곳의 지점에서 방류한다. 2010년부터 5만t의 바닷물을 방류하다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하자 2021년부터는 방류량을 20만t 늘려 운영해 왔다. 총 사업비는 345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바닷물을 끌어오는 지점이다. 동천 해수도수 펌프장은 미군 55보급창 끝자락인 동천 하류에 있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해양환경측정망 수질조사에서 동천 하류의 생태기반 해수 수질기준은 지난해 2·3분기에 5등급을 받았다. 1~5등급 가운데 5등급은 ‘아주 나쁨’으로 최하등급이다.
부산 동천 일대 도심 전경. 부산일보DB
최하등급의 물을 끌어오다 보니 수질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시는 과거에 비해 수질 데이터가 확연히 개선됐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광무교 부근의 수질을 보면 12개월 중 3개월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일교는 3개월, 성서교는 1개월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방류지점이 몰려 있는 범4호교만 겨우 기준치를 충족했다. 시의 목표치 자체가 낮다는 점도 문제다. 시는 2020년 중기 목표치로 용존산소(DO) 농도를 2mg/L로 잡았는데, 이는 4등급(약간 나쁨)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질이 나아졌다는 시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오염된 물을 끌어온 탓에 10년 넘게 진행돼 온 수질 개선 사업의 효과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시의회 김재운 의원은 “수질이 좋지 않은 동천에서 흘러나온 물을 다시 상류로 끌어올려 순환시키니 수질이 개선될 수 없다”면서 “조금만 더 먼바다 쪽의 물을 끌어왔다면 이렇게까지 수질 개선이 더디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천 하류 인근인 5부두 쪽의 해수 수질은 지난해 2·3분기 2등급(좋음)이었다.
시가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로 해양수산부와 제대로 협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은 지자체가 관리하지만, 북항 등 국가항만은 정부(해수부) 관할이다.
이에 대해 시 환경물정책실 관계자는 “당시 먼바다 쪽에서 물을 끌어오려 해도 인근이 항만이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해수부와 협의도 되지 않을 뿐더러 관로를 더 길게 깔 경우 설치·유지에 드는 예산이 막대하다”면서도 “향후 북항재개발사업으로 부두가 이전하게 되면 취수지점 이전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해운대·화명 ‘노후 신도시’ 재정비, 용적률 등 파격 특례
국토교통부, 정비 특별법 발표
재건축 시 안전진단 완화·면제
종상향 통해 용적률 최대 500%
통합심의 도입 사업 신속 추진
부산 해운대1·2 화명2지구 3곳
경남 김해 3곳·울산 화봉 대상
동일 생활권 연접 구도심도 포함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그린시티·위)와 화명신도시 등 20년 넘은 노후 신도시의 재정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파격 특례를 적용하는 특별법이 마련됐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그린시티)와 북구 화명신도시 등 노후 신도시의 재정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다. 재건축 시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거나 면제되고 종상향(용도지역변경)을 통해 용적률도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으며 통합심의가 도입돼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교통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의 노후계획도시는 단기에 공급이 집중된 고밀 주거단지다. 주차난과 층간 소음이 심하고 배관이 녹스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 요구가 높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등 현재의 법으로는 신속하고 광역적인 정비가 어렵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연구용역에 착수한 뒤 이를 토대로 특별법 주요 내용을 확정했다.
■안전진단 완화하거나 아예 면제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이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말한다.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 전국에 49곳이 있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 신시가지를 일컫는 해운대1·2지구가 305만㎡에 이른다. 화명신도시 중 화명2지구가 144만㎡다. 이 두 곳은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된다.
택지를 분할해 개발한 경우 하나가 100만㎡가 안 돼도 인접·연접한 2개 이상 택지 합계가 100만㎡ 이상이거나 동일한 생활권을 구성하는 연접 노후 구도심도 하나의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화명신도시의 경우, 화명 1~4지구, 금곡 1~3지구도 함께 이번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경남에서는 김해장유·김해내외·김해북부 등 3곳이, 울산에서는 울산화봉지구가 포함된다.
특별법 적용대상이 되려면 지자체장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 49곳 모두가 무조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 신시가지는 1996년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해운대구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이며 화명신도시는 2000년대 초 입주를 시작한 북구의 신도시다. 두 곳은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등 재정비에 대한 주민 의지가 높고 부산시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건폐율 등 도시·건축 규제와 안전진단 규제 등이 완화되는 등 특례가 부여된다. 만약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과 같이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곧바로 사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용적률은 종상향 수준으로 높여 준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올리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 적용도 가능하다. 아울러 고밀·복합개발 등 새롭고 창의적인 공간이 나오도록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리모델링의 경우 현행(15% 이내 증가)보다 세대 수를 더 늘리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통합심의 도입 신속한 사업 추진
이와 함께 특별정비구역에서 진행되는 모든 정비사업에는 통합심의 절차를 적용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건축법과 경관법 등 개별사업법에서 정하는 인허가의 각종 심의·지정·계획 수립 등을 통합심의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진행될 경우 체계적인 이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특별법에서는 그간 사업시행자의 몫이었던 이주 대책 수립 의무를 지자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 대책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이주단지 조성과 순환형 주택의 공급을 추진하게 한다.
아울러 특별정비구역에는 각종 특례가 집중되므로 공공임대주택, 공공분양, 기반시설, 생활인프라, 기여금 등을 기부채납해 초과이익을 환수하도록 했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놓고 9일 열릴 예정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 간담회에서 최종 의견 수렴 등이 이뤄질 예정이며 국회 협의 절차 등을 거쳐 2월 발의될 계획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행복한 학교 만드는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
쇠락하던 밀주초등 ‘학교맛집’으로 살려낸 교육실천가
2022-08-18 07:51:42
“쓰러져 가던 학교가 바로 서면서 저를 비롯한 교사들이 감동과 보람을 함께 느끼는 최초의 경험을 하고 있는 건 물론 학생과 학부모님들도 함께 감동받고 있는 ‘이상적이고 꿈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학교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밀주초등학교 사례를 보러 몰려들고도 있죠.”
지난 10일 밀양시 가곡동 밀주초등학교 1층 복합문화공간 ‘꿈자람터’에서 만난 장운익(62) 밀주초등학교 교장은 박순걸(51) 교감을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혁명가이자 교육실천가, 교육운동가’라고 추켜세우며 “41년 교직 생활 중 박 교감과 지난해부터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영향력이 강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박순걸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만들어온 혁신이 학교와 지역을 매일 놀라게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학교를 살리는 사람’= 박순걸 교감은 1994년 교단에 발을 디뎠고, 22년 만인 지난 2016년 교감이 됐다. 밀양 송진초등학교, 예림초등학교를 거쳐 지난해부터 밀주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7년차 교감이다.
밀주초등학교는 쇠락하고 있는 밀양 구도심인 가곡동에 자리잡고 있다. 1946년 개교해 76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도시의 쇠퇴와 함께 학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밀양초등학교, 밀성초등학교와 함께 한때 밀양 빅3 초등학교로 불려왔고, 학생수도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500~600명 규모였지만 2020년 들어 120명 규모로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밀양 학부모들 사이에선 ‘보내고 싶지 않은 학교’로 여겨질 정도였다.
평교사 시절 밀주초등학교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박 교감은 학교의 쇠락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마침 그는 교육혁신의 열정이 강한 장운익 교장이 교직 생활 마지막 여정을 밀주초등학교 교장으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교감은 “여러 교장선생님을 만나봤지만 학교를 살리겠다는 열정과 뚜렷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좋은 교장을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며 “(장운익 교장과 함께 하는) 이 때가 아니면 학교를 살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니와 ‘밀주초는 내가 있어야 할 학교’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밀주초등학교로 부임한 뒤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학부모를 만나는 일이었다.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교로 불러모은 뒤 어떤 학교를 원하는지를 먼저 물었다.
“다들 ‘우리 아이가 밀주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게만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달란 말씀이었죠.”
생태운동장의 생태통로(동굴) 입구에 앉아 있는 박 교감.
◇그는 ‘공간을 살리는 사람’=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박 교감은 우선 학교 공간을 혁신하기로 마음먹고 공동체의 뜻을 모았다. 변화의 포문을 ‘공간혁신’으로 연 것이다. 밀주초는 때마침 박 교감 부임 직전해인 2020년 ‘경남형 학교 공간 혁신모델 구축사업’에 선정돼 있었다.
사업에 선정된 후 ‘어떻게’ 공간을 혁신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기서부터 박 교감의 진가가 드러났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공간 혁신 워크숍을 통해 구체화한 뒤 ‘열린 학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270㎡ 크기 1만6500권의 도서가 있는 북카페·도서관·놀이터·중앙현관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꿈자람터’다.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중앙현관과 교무실의 벽을 허문 것이다. 교실에서 바로 교실 밖 데크와 운동장을 연결해 설계한 점, 그리고 공부와 놀이 공간이 함께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특징이다. 박 교감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이용하지 못한 중앙현관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교장실 등 소수의 어른이 사용하고 있던 넓은 공간을 줄이는 동시에 외곽으로 옮겼다”며 “넓고,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창의력이 샘솟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감의 뜻과 교육철학에 공감한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학교 운동장 공간 혁신을 적극 도왔다. 6학년 남학생들이나 조기축구회원들이 점유하고 있던 운동장을 쉬는 시간 누구나 맨발로 뛰어나가 보물찾기, 술래잡기, 산책을 할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지난 10일과 16일 찾은 밀주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생태통로(동굴), 미끄럼틀, 산책로는 물론 학생과 지역민이 캠핑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숲’, 학부모들의 휴식·소통공간 장소로 이용되는 학부모회실 ‘모밀’도 조성돼 있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밀주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대전환’ 경남교육정책포럼에서 “학교 운동장은 밀양 밀주초등학교를 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학교 운동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을 살리는 사람’= 꿈자람터와 학교 운동장을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과 동시에 박 교감은 선생님들을 학생 곁으로 보내는 교육혁신 노력도 공을 들였다. 행정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계획서를 잘 만드는 교사가 아닌 교대에서 배운 것처럼 학생 수업에 집중하고 생활 지도를 잘 하는 교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노력이었다. 그는 교감이 된 이후 교무, 보건위생, 학부모회 등 업무를 교사들과 같은 비율로 나눠 직접 처리하는 한편 비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행정업무전담팀을 만들어 담임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나갔다. 소규모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교 관리자로서 그의 소신이 없었다면 애초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평가다.
◇그는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사람’= 29년차 선생님이자 7년차 교감인 그는 교육의 본질이 무너지는 순간을 볼 때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올 연말 펴낼 그의 두 번째 책 제목은 ‘학교 외부자들’이다. 학교를 관료화하는 외부자인 교육 관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그는 앞서 밀양 송진초등학교 교감 때인 지난 2018년 ‘학교 내부자들-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라는 책을 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 21세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에 대한 현직 교감의 고백과 반성’이라는 소개가 붙어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고발하는 교육현장의 문제에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회초리이자 거울로 삼았다.
박순걸 교감과 장운익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들의 하나된 노력 덕분일까. 올해 밀주초등학교는 지난해보다 10명 더 많은 32명이 1학년으로 입학하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홍보에 나서는 등 ‘살아있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박순걸표’ 밀주초등학교 혁신 사례를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고, 한국교육개발원은 밀주초등학교를 연구협력학교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10년간 학교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종단연구에 돌입했다.
공간·교육혁신으로 밀주초등학교를 전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가 앞으로 할 일도 많을 터.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살려 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학교를 물려주는 게 그의 목표다.
“교육의 본질인 ‘교사가 잘 가르치고 학생이 잘 배우는 일’이 무너지면 학교도 무너지고 교사의 존재가치도 사라집니다. 교육의 본질을 살려나가고 더 나아가 마을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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