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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12.26~31

by 이성근 2023. 12. 26.

1. 세계 핵산업의 암울한 미래 2. 빈대·러브버그·미국흰불나방2023년 우리를 괴롭혔던 벌레들  3.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소멸 막는다? 오래된 적금은 깨는 게 아니다  4. 과소비에 맞서, 덜 쓸 권리를 선언하자  5. 재정 정책은 기후위기에 응답할 수 있을까6. 설마 다시 팬데믹?전세계 코로나 확진자 ‘4주간 52% 증가’   7. AI가 인간 살상 결정?유엔, ‘치명적 무기시스템대응 결의  8. 남부권 ‘K-관광 휴양벨트 구축정부, 10년간 3조 원 투입  9. “미세먼지 줄이면 지구온도 되레 올라탄소중립더 강화해야”  10. 오염수 방류로 중국 수출 막힌 가리비, 한국으로 쏟아진다  11. 밀실이 좌우한 예산심의, 총선 앞둔 민심·부산 달래기?   12. 메가시티 논의는 어떻게 오염되었나?

13. 30만 년 전 공기를 품은 빙하 14. 전국 국립공원 면적 2032년까지 33% 늘린다  15. 스마트 쉼터형 버스쉘터’, 복지일까 세금 낭비일까  16. 테크기업 기후대응 성적표꼴찌는17. 올해 한반도 찾은 겨울철새는 몇 마리일까  18. 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19. 커피 한 잔에 스민 탄소중립  20. 경제적 관점에서 본 2023년 최악의 기후재난은 하와이 산불  21. "장관에게 성명 전달했다고 경찰 출두? 공산전체주의냐22. 개금동 반지하 철길 덮어 공원·다목적 공간 조성

23. 가덕신공항 얼개 만들어졌다202912월 말 개항 못박아 24. 낙동강하구 포함 가덕도 신공항 개발 203조 원 수입, 220만개 일자리 창출"   25. 재벌 앞에서 작아지는 공정위규제 완화는 일사천리  26. 곤돌라 대신 자연을 더 허하라

27. 산업단지·주거지역 사이 숲 만들었더니...미세먼지 40% 차단 28. 부산 용두산공원, ‘실감형 미디어파크로 변신내년 1월 정식 개장  29. 온 나라가 생태 무시 공사판이 됐다  30. 축구장 7663개 크기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완화   31. 기후변화로 아열대 잠자리 서식지 25배까지 늘어날 수도

세계 핵산업의 암울한 미래

지난 1212일 종료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화석연료 퇴출을 사실상 유예하고 오히려 여러 정부와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장이 되면서 다시 한번 실망을 남겼다. 세계 원전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22개국의 선언도 이번 총회의 혼란스러운 말잔치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탄소 감축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원전 산업 진흥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현 한국 정부도 크게 환영하며 선언에 참여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과 정부들의 후속 반응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올리겠다는 서약에 120개국 이상이 동참한 소식에 묻힌 꼴이다.

물론 원전 선언을 주도한 프랑스와 미국 등의 정부는 자국 에너지 산업 일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정치적인 승리라고 자평을 했다. 세계 원전 산업계도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국제 기후대화에서 발언권조차 얻기 어려웠던 시간들과 비교하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선언이 속 빈 강정이 아닐지 의심한다.

대표적인 친원전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의 테드 노드하우스부터가 그렇다. 그는 국제문제 전문지인 포린폴리시 1211일자 기고에서 실제 원자로를 건설하려는 정책가들의 중대한 규제 개혁과 확고한 약속이 없다면 기후과학자와 에너지 분석가들이 필요하다고 믿는 규모의 원전 확장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들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는 주문이지만 원전 산업이 스스로를 크게 확대할 역량과 조건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126일 공개된 ‘2023년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수치로 분명하게 보여준다. 원전 산업은 르네상스는커녕 10년 만에 가장 큰 침체를 보였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수는 가장 많았던 2002년의 438개에서 지금은 31개가 적은 407, 용량으로는 365GW로 줄었다. 새로 가동되는 원전보다 영구 폐쇄되는 것이 더 많으며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8.2%로 감소했다. 2022년 세계 원전 발전량은 4% 줄었는데, 중국이 3%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 외 지역에서 5% 감소했다는 뜻이다.

사실 중국의 데이터는 세계 원전 산업에 더욱 암울하다. 올해 중국에서는 3GW의 원전이 추가되었지만 210GW의 태양광, 70GW의 풍력, 7GW의 수력이 늘어났다.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중국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배 증가는 고사하고 현재의 원전 설비용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신고리 3호기만 한 원전이 두 달에 1기씩 계속 건설되어야 한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라면 2050년까지 수백, 수천 개가 필요할 것이다. 현황 보고서의 책임자 마이클 슈나이더는 앞으로 7년 내에 재생에너지 생산량 3배의 약속이 이행된다면 이는 원전 확대 선언의 관에 박는 마지막 못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원전 산업의 최후의 불꽃이 스스로 타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경향

 

빈대·러브버그·미국흰불나방2023년 우리를 괴롭혔던 벌레들

사랑벌레는 비행 중에도, 벽에 붙어 있을 때도 암수가 내내 붙어 있는 모습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늘(22)은 어둠이 가장 깊어 겨울 끝에 이르렀다는 동지(冬至). 밤사이 내린 눈으로 발목이 푹푹 빠지고, 새하얀 눈이 세상을 덮어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겨울왕국처럼 아름다운 깊은 산속 연구소의 겨울 풍경이 동지답다.

지난주 최고 기온은 영상 20, 12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눈이 아닌 비가 장마처럼 내렸다. 이례적으로 내린 겨울 호우가 그치자, 오늘은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쳤다. 고작 보름 사이 12월 기온이 고온에서 한파로 급변하며 널을 뛰고 있다. 따뜻하다 갑자기 추워진 한파는 더욱 매섭다.

벌레 출현으로 느끼는 기후재앙

예측하기 어려운 추위와 더위가 매년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계절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으면서 기상이변과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일상화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때늦은 가을 더위에 이어 12월 중순까지 영상 20도를 넘나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가, 16일 주말부터 맹추위가 들이닥쳤다. 한반도에도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이미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에도 기후가 변하며, 생태계를 바꾸고 생물의 존재를 위협하며 끊임없이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전혀 눈치 못 채거나 혹시 낌새를 알아차려도 절실한 생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건너뛸 수 있었다. 하지만 먼 나라의 홍수나 북극곰의 멸종이 아니라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자 이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엉망진창이 된 세상을 낯선 벌레를 맞닥뜨리고서야 재앙으로 느끼고 있다. ‘벌레는 왜 항상 무섭고, 징그럽고, 안 좋은 이미지로 등장하는지 곤충학자로서 속상하지만, 싫다는데 할 수 없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벌레들을 만났을 때는 두려움이 극에 달해 더욱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자연 생태계 파괴로 많은 변화를 실제 체험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곤충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 폐해를 보여주고 있으니 어찌 보면 반면교사인 셈이다.

빈대를 없애겠다고? ‘미션 임파서블

2023, 그렇게 세간의 관심과 공포증을 일으킨 벌레는 단연 빈대. 완전히 박멸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빈대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빈대 퇴치를 위해 야단법석이었다. 빈대퇴치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주가들이 덩달아 급등세를 보이고, 빈대를 잡겠다고 질병관리청과 환경부가 맹독성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방역용으로 사용 허가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저질렀다. 국민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독한 살충제 이외에 사람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본다.

빈대는 암컷에 기생해 살아간다. 빈대가 기생하는 관박쥐(왼쪽)와 암컷 빈대의 모습.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다시 출몰했다고 난리가 났지만, 사실은 눈에 띄지 않았다뿐이지 멸종될 놈들이 아니다. 빈대는 주로 박쥐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박쥐들이 건재하므로 기대어 살 곳도, 먹거리도 충분한데 빈대가 왜 없어지겠나. 게다가 인간이 없애겠다고 뿌리는 살충제는 빈대가 보기에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도 아니어서 몇 세대가 지나면 살충제를 무력화시키는 내성이 생긴다.

빈대가 살아온 세월이 무려 35천만 년이다. 자연의 시간을 겨우 100년 사는 인간의 시간에 투영하면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버텨온 그들이 쉽게 무너질 리 없다.

사랑벌레는 식물의 사랑도 돕는다

2년 연속 우리를 찾아온 곤충도 있다. 사랑벌레(러브버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떼를 지어 나타났다. 비행 중에도, 그냥 벽에 붙어 있을 때도 암수가 내내 붙어 있는 모습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전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는 낯선 파리의 출현에 사람들에겐 오히려 미움을 받았다. 사랑벌레는 낙엽이나 동물 사체, 배설물 등 땅에 쌓여있던 각종 유기물을 모두 분해하여 흙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분해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징그럽다’ ‘빨리 없애달라는 시민들의 민원 급증에 지자체 보건소와 방역단은 살충제를 살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TJAcTn5Os&t=32s

사랑벌레 애벌레.

사랑벌레는 분해자 역할뿐 아니라 식물의 열매를 맺게 해주는 중매자이기도 하다. 꼭 필요한 생물인데 혐오스럽다거나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오판으로 지레 겁을 먹고 없애려 한 것이다. 가장 손쉽고 극악한 처방인 살충제 살포는 또 다른 환경 재앙을 부를 수 있는데 예방적, 친환경적 방제 방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쉽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곱지 않은 미국흰불나방

서울 한강공원·청계천 등에서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대거 출몰했다. 지난 10월 말까지는 송충이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국내에 유입된 나방으로 추정되는데, 65년 동안 한반도에서 살았으므로 외래종이라 부르는 것보다 토착종으로 정리하여 방제해야 한다. 보기에는 징그러워도 익충이었던 사랑벌레와 달리 미국흰불나방은 하는 짓도 흉물스럽다.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는 지난 10월 말까지 사진 속 송충이(솔나방 애벌레)로 오해받기도 했다.

송충이와는 다르게 생긴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미국흰불나방의 성체 모습.

하얀 거미줄을 쳐 천적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며 도심 공원과 가로수에서 나뭇잎을 갉아먹는다. 시민들로서는 이런 애벌레들이 나무에서 우수수 비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미국흰불나방은 지속해서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노린재, 거미, 사마귀 등 천적을 활용하고, 월동곤충의 은신처인 잠복소(潛伏巢, 나무기둥에 짚이나 거적을 감아 만든 해충의 월동처)를 설치하여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5월의 집단 비상동양하루살이

하루살이는 영어로 메이플라이(Mayfly)라고 한다. 5월경 짝짓기를 위해 암컷과 수컷이 떼를 지어 비상하는 생태적 특성을 잘 나타낸 단어다. 오뉴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동양하루살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고 올해도 컸다. 하루살이 무리의 출현은 대략 10년 전부터 올해까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강남과 압구정 인근 상권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다. 물에 사는 곤충이므로 강변에만 제한적으로 발생하고, 불빛으로 날아드는 야행성 곤충의 특성으로 조명이 있는 곳에 떼로 출몰하므로 선택적 방제가 필요하다.

동양하루살이의 영명(英名)은 메이플라이(Mayfly). 5월경 짝짓기를 위해 암컷과 수컷이 떼를 지어 비상하는 생태적 특성을 잘 나타낸 단어다.

이렇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원치 않았지만, 삶 속에서 곤충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곤충은 오랜 세월 지상, 지하, 민물, 바닷물 등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환경 적응 능력을 자랑하므로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빈대, 사랑벌레, 미국흰불나방이나 동양하루살이뿐만 아니라 어떤 놈들이 장차 불쑥 나타나 우리를 괴롭힐지 모른다. 그러나 생태계 내에서 폭발적이거나 돌발적인 곤충 발생은 비교적 흔한 사건이다. 객관적 추론과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근거 없는 섬뜩한 공포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맞물려 벌레가 점점 더 인간의 문명에 들어오고 있을 뿐이다./ ·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한겨레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소멸 막는다? 오래된 적금은 깨는 게 아니다

아쉬울 때마다 그린벨트 빼먹는다? 부작용 생각해야

국가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현실에서 일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공간이나 국토 관련 정책은, 좋게 말하면 패러다임의 변화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유행을 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상당한 일관성을 보인 국토 정책이 있는데 개발제한구역, 바로 그린벨트이다. 1971년 도시의 무분별하고 급속한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그린벨트는 급조된 정책이 가지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잘 지켜졌다.

몇 차례의 해제를 거쳐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최초 전 국토의 5.4%가 지정된 그린벨트는 현재 서울과 광역시, 창원특례시에 남아있다. 정확히 말하면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절대 해제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이 작용해왔던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서 전광석화로 추진된 정책인 그린벨트는 역설적이게도 지도자의 사후에 일종의 유훈이 되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금기가 작동해온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단녹지' 즉 현재의 분당과 판교 신도시 지역을 둘러보며 "앞으로 중요하게 사용될 땅이니 개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라는 도시계획계의 야사는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고, 필자 역시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목소리를 통해 여러 차례 듣기도 했다. 이러한 '남단녹지' 이야기는 박정희 대통령의 놀라운 '혜안', '예지력'과 그린벨트의 필요성이 결합되어 있으며, 적어도 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있어 학술적 평가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 같아도 그린벨트의 필요성을 설득하라고 하면 숫자나 표보다는 '남단녹지' 일화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린벨트 해제, 정확히는 대폭 해제라는 기사를 접했다. 아직 문서화된 발표는 찾지 못했지만, 여러 언론에서 소위 '단독 보도'의 형태로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 '50년만의 규제개혁'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는 기사는 대체로 지방소멸을 걱정해야하는 시대에 그린벨트라는 오래된 규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 많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폭 해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가?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기사에서 강조하는 첫 번째 해제 이유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춘천, 청주, 전주, 진주 등 도청소재지급 도시의 그린벨트는 이미 IMF 금융위기 직후 해제되었다. 그러므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그린벨트 해제의 정책 대상은 정확히 말해 광역시와 창원특례시가 된다.

최근 지방 광역시의 인구도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인구의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로 도시 외곽에 대규모의 주거지역이 조성되면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그린벨트의 대폭 해제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목적으로 그린벨트는 지속적으로 해제되어왔다.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는 지가가 낮고, 인구 밀도가 낮아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되어왔다. 주택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주택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책은 늘 대도시 외곽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었다.

물론 이러한 신도시는 대부분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위치해있다. 빠른 시일 내에 엄청난 양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개발이 유보된 대규모의 토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정확히는 부동산 가격 폭등 때마다 곶감 빼먹듯 그린벨트를 주거지역으로 바꾸어온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지방 광역시에 그린벨트의 대규모 해제로 인한 신도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둘째, 이러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지방이 아니라 주로 수도권에서 이루어져왔다. 현재 지방 광역시 중에 주택 가격의 급등으로 도시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해서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대폭 늘려야 하는 곳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원도심 쇠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1980~90년대 완공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 논의되는 와중에 도시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할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현재의 건설경기가 공기업이나 건설회사가 해제된 그린벨트에 대규모 택지지구를 조성할만한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전경. 그린벨트 규제가 허물어지며 도시가 생겼다. 연합뉴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있지도 않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라니

그린벨트 대폭 해제의 필요성에 대한 기사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이유는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첨단산업단지 정책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언론보도가 많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고 자료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야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지역에는 그린벨트가 없기 때문이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용인시 남부는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다. 용인시 그린벨트는 의왕시와 인접한 서북쪽 백운산 광교산 지역 4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발 500m가 넘는 백운산과 광교산을 산업단지나 공단 배후지역으로 개발할 것이 아니라면 반도체 클러스터와 그린벨트 대폭 해제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렇다면 지방 대도시는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의 대폭 해제가 필요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산업단지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1000개 정도의 산업단지가 이미 조성되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150곳이 넘는 산업단지에 미분양이 발생했다.

물론 지자체의 일반산업단지와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는 국가 산업단지의 선호도는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각 도시별로 수요와 개발계획을 개별 검토하면 될 일이다. 즉 전국의 그린벨트 대폭 해제와 같은 '소 잡는 칼' 보다는 개별 사안을 검토하고 해제하는 '닭 잡는 칼'이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만 꺼내쓰는 지혜

그린벨트 제도의 개선방안이나 해제 지역의 토지 이용 등 그린벨트에 대한 연구는 많다. , 어떻게 하면 그린벨트를 잘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이용해왔고 이용할 것인가? 그린벨트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들은 계속 답해왔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그린벨트 대폭 해제, 제도 철폐 등에 대한 논의가 발생하는 것은 그린벨트가 개발에 용이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미 개발된 지역과 인접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개발 압력이 큰 지역, 개발하면 큰 이익이 나는 지역이다. 그래서 IMF 직후에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지방 중소도시 그린벨트 전면 해제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그린벨트 대폭 해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있는 답이 없다. 지방소멸과 반도체 클러스터 이야기를 하는데, 지방 광역시 외곽 지역에 대규모의 아파트 건설이 지방소멸의 대안인지 의문이며, 그린벨트가 없는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지 이야기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한 지역이 있다.

광역시는 기존 대도시 외측의 농촌지역을 통합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울산이나 부산은 도시 중앙부에 그린벨트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며, 대구는 군위를 통합하면서 군위와 대구 사이에 그린벨트가 위치하게 되었다.

대전과 세종 사이에도 그린벨트가 있어 메가시티로 발전하려면 그린벨트가 장애물이 되기는 한다. 또한 광주와 대구는 군공항 이전과 그린벨트 문제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든 사안에 대해 그린벨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 각 도시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나 개발 수요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으로 접근하면 된다. 그린벨트 해제 조건은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왔다.

국책사업이 필요한 경우, 이미 보존가치를 상실한 경우, 주민 편의시설의 설치 등 해제 조건은 다양하며, 해제의 권한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많이 이전되었다. 지자체의 권한을 벗어나는 규모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심의하고 해제해주면 될 일이며, 이전에도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심의·검토의 과정 없이 규제가 대폭 해제되면 누구에게는 큰 편익을 제공해주지만 그 부작용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아쉬울 때마다 그린벨트를 조금씩 해제하여 이용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린벨트 대폭 해제의 기사를 읽으면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인생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잔소리를 생각하게 된다. 오래된 적금과 보험은 깨지 말라고. 요긴하게 쓸 일이 있으니 조금만 참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

지상현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프레시안

 

과소비에 맞서, 덜 쓸 권리를 선언하자

과소비하지 말라는 프랑스 공익 광고

검은 금요일이라는 뜻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블프')는 미국에서 유통업체들이 1년치 물건을 80~90퍼센트(%) 수준의 파격 할인으로 재고떨이를 하는 날이다. 연중 가장 많은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몇해 전부터 '해외직구'가 널리 확산하면서 블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블프는 11월 넷째주 금요일부터 새해 시즌까지 열리는데, 올해는 어떤 브랜드가 파격 세일을 할지 미리미리 알아보고 좋은 물건들은 일찍 선점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1124일 블프 하루동안 미국 온라인 쇼핑 매출은 128000억 원으로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2015년부터 블프를 내수 진작의 기회로 보고 관제 한국판 블프를 만들어 정례화했다. 2023년 올해도 한국판 블프 행사를 했지만 소비자나 유통업체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반면 올해 프랑스 정부의 공익 광고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프랑스 생태전환부는 블프 시즌을 맞아, 구매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책임감 있는 소비를 하라는 공익 광고를 내보냈다. 산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경제부는 유감을 표했다. 논란은 크게 일었지만, 생태전환부 장관은 블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과소비 모델임을 다시금 비판했다. 대신 과소비 대신 빌리고, 수리하고, 잘 관리하는 법이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작은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나는 정부라는 주체가 정말로 지속가능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사회는 반 세기가 넘도록 '성장이 아니면 죽음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세계에서 13번째 부자 나라가 되었는데도 그 외침은 반복되고 있다.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더 소비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고루한 주장은 언제쯤이 되어야 그 효력을 다할까.

과소비하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 산업에서도 '성장이 아니면 죽음뿐!'이라는 외침은 반복된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하는 15년짜리 법정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정부의 에너지사업, 특히 전력산업 계획이다. 법정기한에 따르면 제10차 전기본과 제11차 전기본은 각각 2022년 말, 2024년 말 수립되어야 했지만, 정부는 제10차는 뒤늦게 20231월에 수립했고, 11차 전기본은 일정을 반년 당겨서 20247월 중 수립한다고 한다. 전기본은 향후 발전소를 어떻게 허가하고 지을 것인지가 포함되는 계획이다. 계획의 근거는 수요예측이다. 얼마나 전력이 필요할지 예측하고 그것에 따라 공급하기 때문에 과도한 수요예측 자체가 반복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에너지원별 비중에 앞서,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경제 성장이 가파른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전기가 필요할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과 같은 일부 반가운 증거들도 있지만, 과연 필수적인 전력 수요인지 의심스러운 것들도 있다. 특히 최근 제10차 및 제11차 전기본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니 발전소도 더 많이 지어야한다는 논리가 눈에 띈다. 데이터센터는 IT서비스에 필요한 통신기기들을 모아놓은 건물이다.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 부동의 1위는 서울대학교이지만, 나머지 상위권 자리를 대학병원들 대신 데이터센터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 겨우 최근 몇 년이다.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전력소비량은 57.2기가와트시(GWh)이며 20217.9테라와트시(TWh)의 전력소비량을 기록했고, 2030년에는 19.4TWh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IT 강국 한국에 데이터센터는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세련된 그 이름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인프라다. 올해 한국어로 번역된 기욤 피트롱의 책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녹색 디지털'이 얼마나 위험한 환상인지 밝힌다. 바로 옆의 친구에게 좋아요를 누르면, 그 신호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인터넷 인프라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익히 알려져있듯 에너지 인프라 시설은 국내외로 사람의 터전과 환경을 파괴해왔다. 저자는 디지털 산업이 녹색이 경제성장도 가져오면서 친환경적이라는 매혹적인 이미지는 국제적으로 편향되게 기획된 것임을 폭로한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내로라하는 세계 초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고싶어한다. 낮은 전기요금과 고품질의 통신 인프라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원인이 아니라, 반성적 고찰없이 반복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결과이다.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해온 낮은 전력요금과 고품질의 전기에너지 서비스는 글로벌 대기업의 자원이 된다. 한국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기후악당의 악명에 맞게 디지털 산업의 보조를 맞추어 주는 역할을 자임한다.

과소비 하지 말자는 프랑스 생태전환부의 공익 광고. 영상 캡처

(https://epargnonsnosressources.gouv.fr/actualites/nouvelle-campagne-communication/ 에서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기본권의 하나로 덜 쓸 권리를 요구하자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사회적인 '에너지 과소비' 극복으로 보고 접근하는 연구는 찾기 어렵다. 공급에서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수요에서부터 그 전환을 이끌어내는 아이디어도 중요하다. 이에 에너지기본권이나 에너지시민권과 같은 개념들은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기본권이라는 말은 에너지 빈곤층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하는 에너지복지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이러한 에너지기본권이 사회권적 권리라면, 자유권적 권리도 존재한다. 예컨대 에너지 산업을 운영하거나 프로슈머(prosumer)로서 에너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의 권리란 시민적 사회적 책임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법치국가들이 폭넓게 공유하고 있는 상식이다. 따라서 에너지기본권 역시 마찬가지로 개인주의적 자유와 사회적 제약 사이에 존재해야하고, 더불어 환경적 제약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 에너지는 지구환경과 생존과 긴밀히 결부된 권리로 해석되어야 하고, 돈이 있다고 마음껏 살 수 있는 시장적 성질은 제한되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제 지구의 행성적 한계 내에서 인간들이 택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과소비에 민감해질 용기, 자원과 에너지를 덜 쓸 권리를 요구할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의 지속불가능한 시스템을 당장 멈추기가 정 어렵다면, 최소한 아이들 교과서 수준에서 나오는 덜 쓸 권리 정도는 더 크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반 블프' 공익광고가 주는 울림은 단순히 에피소드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젠가 정부가 성장에 대한 신화를 벗어나는 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선아 인류세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 프레시안

 

재정 정책은 기후위기에 응답할 수 있을까?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지 않으려면

201511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기점으로 기후 '변화'가 아니라 '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하더니 2019년 기후 대중행동을 기점으로 기후위기 비상 행동이 결성되며 이제는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접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되었기 때문에 정치인, 기업가, 정부, 시민 등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위기를 막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기후위기의 주요 이해관계자 중 하나는 정부다. 정부 정책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가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30~50퍼센트(%)를 차지하는 만큼(OECD, 2022) 정부의 재정 활동이 기후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2050 탄소중립 선언에서 더 나아가 탄소인지예산제도를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다.

탄소인지예산제도는 정부 예산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추적하여, 그 결과를 정부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반영하는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는 프랑스의 녹색예산제도(Green budgeting), 오슬로의 기후예산제도, 리우마커(Rio Marker)에 기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후예산, 유엔(UN)의 환경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며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어 20215월 국회 본회의에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도의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이 일부 개정되어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부터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와 온실가스감축인지 기금운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종 계획의 수립과 사업의 집행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도의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재정법과 지방회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에 있어 선도적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던 지방자치단체의 동력 저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국가 재정사업임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중앙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 운용 현황 평가

2023년 중앙정부는 전체 8435개의 세부 사업 중 3.41%288, 639조 원의 정부 총지출 중 1.86%11.9조 원만 대상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작성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신규사업의 3.6%(16), 일반회계 사업의 0.8%(41), 특별회계 사업의 3.2%(54), 기금사업의 13.4%(193)를 대상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정부의 2023 회계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가 우리나라 정부 재정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서 작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 운영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평가는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첫해라 단계적 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제도가 안착한 후에 다배출 감축 유도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넓힐 예정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외국의 기후 예산 및 녹색 예산 사례나 정부보다 앞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를 시행하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의 사례를 볼 때 설득력이 없다.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인 사업은 평가에서 제외하고 온실가스 감축 사업만 나열한 것은 재정 운영이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날 뿐더러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이성현, 2022, 나라살림연구소).

2024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또한 2023년과 마찬가지다. 감축사업만을 평가하고 배출사업을 제출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량 측정이 가능한 정량사업 비중은 줄고 감축량 측정이 어려운 정성사업 비중이 늘어나 감축 예산 및 감축 효과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정부 기후예산제도 운영 현황

서울시는 2021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예산 편성부터 온실가스 감축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예산제 도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보도자료와 달리 2022년도 회계연도의 기후예산서는 시행 첫해라는 이유로 3개의 소관 국실의 사업만을 대상으로 작성되었으며, 예산의 편성 절차와 부서별 현황 등 총괄자료가 부재한 상태로 발표되었다. 이같은 문제는 2023년 기후예산서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났다. 그 외 사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감축, 배출, 혼합, 중립으로 분류하는 것에 있어 일관되지 않은 부분과 배출원 단위의 비일관성, 배출 사업에 대한 과소평가, 지나친 개별 사업 단위 접근의 문제 등은 중앙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와마찬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미흡하지만 지난 20237월 광역지자체 최초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곧바로 경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공개했다. 2020년 전국적으로 그린뉴딜 열풍이 불 때부터 전국 최초로 탄소인지 예산제 분석을 3번에 걸쳐 시범 사업을 실시하면서 나름의 경험을 축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회계연도 2024년 예산안과 더불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출된 예산서에 의하면 경기도 예산사업의 총대상 사업수가 세부 사업 기준으로 12977개에 달한다. 하지만 제출된 대상 사업수는 528개로 약 4%이며, 전체예산이 361425100만 원인데 반해 분류제출된 예산은 358879600만 원으로 약 10%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경기도는 기후환경정책과 주관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작성 운영지침에 의해 대상사업을 선정한 후 해당 부서가 예산서를 작성하고 이를 실무검토반이 검토하며, 실무검토반 의견에 대한 해당 부서 최종 검토를 거쳐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2024년 회계연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나 해당 제도의 제정 취지에 비춰 얼마나 심도 있게 검토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경기도의 의지 문제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로 예산 수립 과정에서 현재 방식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재구조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시민들의 눈높이로 작성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운영 시 탄소중립을 주요 요소로 고려하도록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또는 기후인지 예산서는 큰 설득력을 주고 있지 못하다. 이는 지자체 출연기관이 분석작업을 진행한 한계이기도 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기존의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중립사업에 대한 분류 지표를 반영해 진행하다 보니 일반 대중의 시선과 평가가 서로 다른 지점이 보이는 까닭이다.

이에 대한 대안점을 제시하고자 서울과 경기에서는 올해 봄과 가을에 걸쳐 시민 버전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하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을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2023년 서울시 본청 사업 4123개 중 1억 원 규모 이상의 사업 3247개를 대상으로 3주에 걸쳐 기후인지 예산서에 포함 여부와 분류 기준 초안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후 여름 동안 시민들을 모집하여 기후인지 예산서에 포함되어야 할 사업으로 선정한 1200여 개의 사업에 대해 당해연도 사업 효과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빨강), 감축(초록), 중립(노랑)을 표시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기준에 따라 비슷한 유형의 사업임에도 배출, 감축, 중립의 판단이 달라진 경우가 있어 운영진에서 아직까지 최종 자료 정리 중에 있으며 올 연말 안으로 최종 결과물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지역은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을 중심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도입에 따라 시민사회가 탄소중립기후정의에 기초한 예산서 작성, 시민공론화를 통한 기후예산 수립 제안, 이를 반영한 지자체 예산서 작성 및 제안, 법제도적인 기반 확산을 위해 예산분석팀을 운영했다. 예산분석 지자체는 우리의 역량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경기도 수원시와 남양주시를 선정했고, 예산은 2023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 중 1억 원 이상 세부 사업으로 선정했다.

서울과 경기도 모두 지방재정365와 빅카인즈, 정보공개 등을 통해 확보한 예산명세서와 사업설명서를 바탕으로 지자체 홈페이지와 언론보도 등을 참조해 분석팀이 분류기준과 지표를 적용하려고 했으나 예상처럼 쉽지 않았다. 먼저, 분류기준에 대한 한계가 분석작업을 진행하면서 도출되었다. 분석작업에 참가한 사람들의 인식 또는 인지하는 분류기준이 서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설령 분류가 되었더라도 분석지표를 적용하는 것도 차이를 보였으며, 기준과 지표에 가치를 반영하면서 치열한 논쟁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공동작업을 통해 분류한 중간결과물을 가지고 지역별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이 현재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가 가지는 시사점일 것이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기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예산이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발생하는 사업보다는 이를 촉진하거나 유지하는 인프라에 배정되는 예산이 대부분이기에 이를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정량적으로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더 깊은 곳에서 시민의 눈높이가 중요한 이유이다.

인지예산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지 않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는 갈 길이 멀었다. 제도 시행 단계 초기라는 것을 감안하고 볼지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또는 기후인지 예산서는 온실가스감축목표에도, 기후위기 대응에도 응답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시민들과 같이 기후위기 대응의 측면에서 재정사업을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자체 출연기관이 분석 작업을 진행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기존 관점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온실가스를 감축 또는 배출하는 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분류지표에 반영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소산업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전기차 보급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이다. 이를 통해 분류하고 그럼에도 일정 기간 해당 사업을 유지하는 동안 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변화의 지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제시하여, 제도가 무사히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김수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 [함께 사는 길]

 

설마 다시 팬데믹?전세계 코로나 확진자 ‘4주간 52% 증가

하위변이 JN.1 급속 확산

감기처럼 보이다 엄청난 고통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엔데믹 선언 이후 전세계가 첫 크리스마스 명절과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23(현지시각) ‘코로나19 역학 최신 업데이트 자료를 내어 전세계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28일간) 신규 확진자수가 이전 28일간과 견줘 52% 증가하며 새 확진자 85만건 이상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기간 사망자는 8% 감소한 3천여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2019년 겨울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4년여간 전세계에서 77154만여명이 확진됐고, 각국 정부 공식 통계 집계를 더한 사망자는 697만여명이라고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정부 통계가 아닌 실제 사망자 수를 2천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 BA2.86(피롤라 변이)의 하위변이로 지난 9월 첫 발견된 제이엔원(JN.1)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보건당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2일 현재 프랑스,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영국 등 41개국에서 확인된 제이엔원 바이러스는 이달 초 전체 코로나 확진자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11월초(44주차) 3.3%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한달새 8배 이상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도 바이러스 3단계 분류법 가운데 최근 제이엔원을 중간단계인 관심 변이로 끌어올렸다.

감염 속도가 빠른 변종의 확산 시기에 엔데믹 뒤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것도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연말연시에 인구 40%가량인 1억여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아시아권 언론 연합체인 아시아 뉴스 네크워크인도네시아에서 연말 휴가를 준비하는 시기에 제이엔원이 발견됐다확진자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이지만, 고위험군은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50% 가량 증가(32천여명)했고, 말레이시아도 2배 이상(6796) 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면역 인구가 줄고, 연말 모임과 여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영악해지는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는 가장 교활한 질병의 하나이며, 최근엔 감기처럼 보이다가 엄청난 고통을 주는 코로나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가 후각 쪽에, 독감은 강한 근육통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둘의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코로나 환자들은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열이 나더니 피부가 아프고 턱이나 치아, 안구 통증까지 오면서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고 토로하고 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24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그린치(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동화책 속 악당)처럼 명절을 망치려고 돌아왔다손씻기와 환기,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이미 익숙해진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AI가 인간 살상 결정?유엔, ‘치명적 무기시스템대응 결의

러시아는 반대, 중국은 기권

지난 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에 참석한 이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표적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선택까지 내리는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의 위협에 국제사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통과됐다.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을 규제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유엔 총회는 22일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이 국제사회에 불러올 수 있는 도전과 우려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결의안을 152개국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대한 국가는 러시아·인도·벨라루스 등 4개국이었고, 중국·이스라엘·이란 등 11개국은 기권했다. 이 결의에 따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내년 9월 열리는 총회 때까지 이 무기 시스템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도적·법적·안보적·기술적·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유엔 총회에서 150개국 넘는 압도적 다수가 이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한발 뒤져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이 기술로 인한 전쟁 확대의 위험성을 공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상대의 핵심부를 공격하는 작전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체온이나 영상 분석을 통해 인간 등 표적을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간을 살상하는 결정까지 내리는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더해 그동안 기술 개발을 우선시하며 규제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지난 2월 인공지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어 국제적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무부는 당시 발표한 정치적 선언의 초안에서 인공지능의 군사적 사용은 윤리적이고, 책임 있어야 하며, 국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인공지능의 능력은 국제법, 특히 국제인권법 규범들에 부합해야 하고 핵무기의 사용과 관련한 주권적 결정을 알리고 실행하는 데 꼭 필요한 모든 움직임에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해야 하며 인공지능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고위 당국자들의 감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12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내년까지 보고서를 완성해 이를 토대로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을 금지할 수 있는 조약 제정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날 확인되듯 러시아(반대중국(기권) 등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남부권 ‘K-관광 휴양벨트 구축정부, 10년간 3조 원 투입

문체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계획 발표부산 등 5개 시도 단체장과 업무협약

3개 권역, 해양·휴양·문화예술 등 특화 관광지로내년 예산 278억 원 반영

정부가 부산, 광주, 울산, 전남, 경남 등 남부권 5개 시도의 관광자원을 개발해 ‘K-관광 휴양 벨트를 구축한다. 이를위해 내년부터 2033년까지 국비, 지방비, 민간비용 등을 합쳐 총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5개 시도 단체장은 22일 경남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남부권을 세계적인 K-관광 중심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영·호남을 연계한 광역관광을 개발해 지역관광 활력을 높이기 위해 국정과제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을 추진한다. 이번 계획의 목표와 비전을 하루 더 머무는 여행목적지 조성남부권 케이(K)-관광 휴양벨트 구축으로 정하고 수요자 중심의 계획을 수립, 남부권 관광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K관광 휴양벨트를 구축하기 위한 대상 공간은 남동권(거점-부산·울산·창원·통영), 남중권(거점-순천·여수·진주), 남서권(거점-광주·목포) 3대 권역과 2대 활성화 축(내륙 소도시 관광 활성화, 바다·육지 순환 관광 활성화)으로 나뉜다. 권역별 9개 거점에서 8개 강소도시(고성·거제·남해·합천·신안·담양·해남·강진)로 관광객 수요를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3대 권역별 특화 전략사업.(자료=문화체육관광부)

남동권은 해양문화·휴양 관광지대, 남중권은 한국형 웰니스 관광지대, 남서권은 남도문화예술 관광지대로 만드는 전략사업을 추진한다. 부산, 울산, 경남을 이은 남동권은 매력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관광 이야기 구현, 메가 관광권 창출 관광진흥 등의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K테마 관광섬 활성화, 아웃도어 해양레포츠 특화, 바다가 있는 산악관광 연출, K컬처 융합상품 고도화 등을 위한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전남과 경남을 이은 남중권은 한국판 웰니스 관광 활성화, 산촌·산림관광 매력자원 확충, ()활력 증진 관광진흥 전략 등을 바탕으로 한국형 웰니스 관광 테마 강화, 해양치유관광 클러스터 조성, 웰니스&워케이션 및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가치여행 상품화 등을 위한 사업계획을 추진한다.

광주와 전남이 있는 남서권은 남도형 아름다운 예술섬 연출, 이야기가 있는 관광길 특화, 남도다움 리브랜딩 창출 등을 추진전략으로 삼았다. 여기에 섬 테마 관광 거점 조성, 한국 음식 관광 기능 확대, 이야기 접목 관광 치유 연계, 이색 야행관광공간 조성, 생태·예술·야간·미식여행 상품화 등이 추진된다

남서권, 해남-땅끝 수상복합공연장 조성.(사진=문화체육관광부)

남부권만의 새로운 관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5대 관광매력 특화사업도 추진한다. 관광만(The Bay) 구축 관광경관명소(The Landscape) 연출 관광스테이(The Stay) 확충 수변관광공간(The Waterfront) 조성 관광정원(The Garden) 전환이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미래 모빌리티(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유람선 등)를 접목해 이동성과 접근성을 강화하고, 도로변 해안·해양·산림 같은 우수 경관 지점을 랜드마크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제별 휴가지 원격근무 공간과 하루 더 머무는 체류 공간을 조성해 일상을 관광화하고 수변공간을 자연 친화적 복합관광 공간으로 만든다. 폐광산, 환경 훼손지 등 유휴·쇠퇴 공간도 관광자원화한다.

이음·채움·키움 공동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남부권 관광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5대 관광매력 특화사업과 연계한 공동 진흥사업이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 남부권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촉진하고, 대표(시그니처) 콘텐츠로 지역관광을 채우며, 시도 간 협력, 민간과의 협업을 확대한다.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문체부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에 62개 사업의 설계실시 등을 위한 예산 278억 원을 편성했다.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남부권 사업 초기부터 지자체 사업 추진을 적극 지원하고 성과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은 대한민국 미래 관광을 선도하고, 남부권이 광역관광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미래 관광의 튼튼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5개 시·도가 ‘K관광 휴양벨트를 위한 관광 기반을 갖추는 데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문의 :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 관광개발과(044-203-2897)

 

미세먼지 줄이면 지구온도 되레 올라탄소중립더 강화해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대기에 발표한 논문

태양빛 산란질산염 감소기온 상승 유발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를 없애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구온난화를 더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도 인류 생존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인 만큼, 대기질 개선 노력과 함께 더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정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등은 15일 한국기상학회의 학술지 대기에 발표한 탄소중립과 대기질 개선 정책이 동아시아 근 미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대기질 개선 정책이 실현됐을 때 지구와 동아시아의 기온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기오염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유기탄소, 블랙카본(화석연료의 불완전연소로 생기는 분진이나 그을음), 오존, 메탄 등은 주로 배출 직후 10년 이내에 지구복사 균형에 영향을 미치기에 근기 기후변화유발물질’(NTCFs)로 불린다. 이들 가운데 질소산화물의 일종일 질산염이나 황산화물의 일종인 황산염 등은 태양 빛을 산란해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대기오염 물질을 없애게 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5년의 2배가 되는 시나리오(고탄소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대기질 개선이 되지 않았을 때와 강력히 이뤄졌을 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기질 개선이 없는 경우 지구와 동아시아의 평균 기온은 각각 10년당 0.3, 0.36도가 상승한 반면, 대기질 개선이 강하게 이뤄졌을 때는 0.33, 0.41도로 기온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일도 대기질 개선이 없을 때 10년당 4.01(동아시아)이던 것이, 대기질이 개선되면 5.03일로 늘었다. 대기질이 개선되면 그만큼 온난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는 지구 온난화를 약화하는 데 있어 대기질 개선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이 양립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대기질이 개선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온난화가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기후변화만큼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대기오염이 직간접 원인이 된 뇌졸중, 심장병, 폐암,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전 세계에서 170만명(2016)이 사망하는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인구가 권고 농도 이상의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돼 있다. 연구진은 국민 건강을 위해 대기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오염수 방류로 중국 수출 막힌 가리비, 한국으로 쏟아진다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시장에서 판매 중인 일본산 가리비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자국산 가리비의 중국 수출이 막히자, 그 대신 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농림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각료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략을 내놨다.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의 가리비 수입 금지가 일본 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처를 다각화하고, 관련 업체들의 해외 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2025년 가리비 수출 목표를 656억엔(6000억원)으로 잡고, 국가·지역별 목표를 신설했다. 특히 수요가 높은 한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방침이라며, 총수출액의 6.3%에 해당하는 41억엔(375억원)어치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에는 45억엔, 태국에는 24억엔, 베트남에는 5억엔어치를 각각 수출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응해 8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이에 일본산 가리비의 중국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가리비 수출액 약 910억엔 중 중국 수출은 약 467억엔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그 뒤 일본 정부는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 등과 협력해 수출 다각화를 시도해왔다. 당초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이 주요 수출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JETRO는 지난 911일 경향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을) 한국으로 추가 수출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20139월부터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인 지역 이외에서 잡힌 가리비는 수출이 가능하다./경향

 

밀실이 좌우한 예산심의, 총선 앞둔 민심·부산 달래기?

나라살림연구소,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분석

소소위가 좌우, 지역 및 종교예산 증액 두드러져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증액·감액 대부분을 회의록 없이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을 앞둔 국회가 총선 득표 전략’ ‘현수막 예산등을 다수 증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4일 리포트(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문제점·개선방안)에 따르면 국회는 증액 예산 45000억 원을 모두 비공식 소소위에서 결정했다. 감액된 예산 47000억 원의 90%에 달하는 42000억 원 역시 소소위에서 결정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원회의 소위원회를 말하는 소소위는 논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예결위원장과 교섭단체 정당 간사,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며 회의록 등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식 협의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의 공식 예산안 심의 과정에선 약 9000개의 세부사업 중 661건에 대한 심의만 이뤄졌고, 그 중에서도 원안 유지 및 수정 합의를 이룬 세부사업은 약 350(5000억 원)에 그쳤다.

2024년도 국회 예산심의 결과 중 총수입-총지출 증감 현황 및 비공식 소소위에서의 증감 현황. 자료=나라살림연구소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문제점·개선방안' 리포트

나라살림연구소는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국가 기밀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기밀에서 해제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비공개 밀실 협의체는 추후에 공개될 수 있는 속기록 자체를 아예 작성하지 않는다. 공개의 수준과 범위는 사회적협의가 필요 하더라도 속기록 작성은 즉시 시행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예산심의의 효율성 등을 위해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 하더라도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을 필요는 전혀 없다비공식적 밀실협의체인 소소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예산안 심의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기국회는 9월부터 시작하나 국감이후 실질 예산안 심의는 11월부터 시작한다. 이에 국감시기를 6월 등으로 옮기거나 상시국감 체계로 전환하고 예산안 심의는 9월 정기국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교육부가 교육청에 교부하는 디지털교육혁신 특별교부금’(5333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 비율을 조정하면서 나타난 재원 조정 결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예산 증액 규모가 큰 사업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3000억 원), 소상공인 전기요금 한시 특별지원(2520억 원), 보라매 최초양산 사업(2387억 원) 등 지역 관련 예산으로 나타났다.

증액 내역 중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관련 사업이 눈에 띈다. 국제선명상 대회(6억 원), 코리안크리스천필하모닉콘서트(3억 원), 생활속에 공감하는 수행문화(27000만 원) 종교문화활동지원사업 예산이 20억 원 증액됐다. 서울, 경기, 대구, 광주, 울산,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남, 제주 등 지역의 종교문화시설 건립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치며 77억 원 증액됐다. 전통 사찰 보수 정비 예산 등이 책정된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 세부사업은 69억 원 증액됐다.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실제 사업 수행여부와 직결되지 않는 타당성 조사 용역 사업예산이 21건 증액되고, 도로 등 지역개발 사업이 증액되는 등 총선을 앞두고 홍보성으로 활용될 우려가 높은 증액 사례도 지적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타당성 용역 금액을 증액한 국회의원은 대형 사업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으며, 기획재정부도 수억 원 정도의 타당성 용역 증액으로 예산 제약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특히 총선이 있는 2024년은 수억 원의 타당성 용역 금액 증액으로 특정 대형사업의 국비예산을 확보했다는 홍보가 더욱 필요 할 수 있다고 봤다.

지역개발 사업 관련해선 중장기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 아니라 단순 민원성 사업 증액은 전체 국가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규모와 성격이 각각 다른 다수의 지역 도로 사업 증액 금액이 30억 원, 20억 원, 10억 원으로 동일하게 증액되었다는 점에서 면밀한 평가에 따른 요청이라기 보다는 일정 금액을 나눠먹기식으로 분배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추가되거나 증액된 사업은 특히 부산지역에 집중됐다.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 개최지원(5억 원), 부산국제보트쇼(23000만 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개최 지원(3억 원), 부산 국제마케팅 광고제(1억 원), 마부산 마리나비즈센터건립(20억 원),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유통시설개선(14억 원), 부산도지철도 오륙도선 건설(30억 원) 등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민심달래기로 해석하며 최소한 지역배분에도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메가시티 논의는 어떻게 오염되었나?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핵심은 서울의 속내다. 서울은 경기·인천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를 꿈꾼다. 메가시티 논쟁이 공허한 이유다.시사IN 이정현

20215, 시사IN과 만난 자리에서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는 한 바버숍(남성 전용 미용실)’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창원에서 자란 이 청년 디자이너는 진로 고민 과정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서울이냐, 부산이냐.’ 관련 기술을 익히려면 둘 중 한 곳에서 학원에 다녀야 했다. 문제는 어딜 선택하든 자취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창원에서 미용학원이 몰려 있는 부산 서면은 35떨어져 있다. 수도권으로 따지면 서울 강남역에서 경기도 화성 동탄역까지의 거리다.

같은 직선거리라도, 수도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통근 가능 여부가 갈린다. 동탄신도시에 사는 사람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10분이면 강남역을 오갈 수 있다. 그러나 창원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부산 서면에 가려면 편도 2시간30분이 걸린다. 환승만 세 번 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이쯤 되면 당사자인 청년은 고심한다. ‘학원 통학은 불가능하다. 부산에서 자취할 돈이라면, 차라리 곧장 서울로 가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지역에서 청년의 인구 유출은 이렇게 인생의 어떤 한 국면에서, 개인의 진로 고민 끝에 비롯된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무산된 부울경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은 이런 고민에서 비롯됐다. 당초 부울경 메가시티의 목표는 부산·울산·경남을 통합한 초거대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동탄신도시에서 필요하면 서울로 오가고,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과 남양주 다산신도시 주민이 저녁 약속을 잡는 게 가능한 것처럼, 부울경 권역 거주민들이 자동차 없이도 교류가 가능한 생활권역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행정 통합은 그 이후에나 논의할 이야기였다. 여기에는 절박한 함의가 깔려 있다. ‘그냥 두면 공멸한다. 청년들을 서울로 보낼 바에야 부산에 오갈 수 있게 하자.’ 비수도권 지역사회에서 일기 시작한 메가시티구상의 핵심은 적어도 서울과 경기도만큼의 연결고리(광역화)를 지역에 만들어 '인구 댐'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울경 지역에서 대두된 메가시티는 태생부터 내부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 광역권 외곽 지역이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득과 합의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부산의 영향력이 강해지더라도 서울에 더 이상 미래 자원을 빼앗길 수 없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이 지역 정치권에서 지속되어야 했다.

118일 김포시 한 건널목에 서울 확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박미소

20226월 지방선거 이후 부울경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중단된다. 연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메가시티의 당위성을 여전히 강조했지만, 신임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은 각각 경남 서부 지역의 반대빨대 효과로 인해 상권이 부산에 집중된다라는 이유를 들며 부울경 특별연합을 반대했다. 결국 지난해 1215일 경남도의회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근거 조항이던 특별연합 규약안폐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지역 정치권의 메가시티 논의는 여기서 좌초되었다.

죽은 줄 알았던 메가시티는 1년 뒤 엉뚱한 곳에서 되살아난다. 서울에 대항하기 위해 대두됐던 메가시티라는 표피를 오히려 서울이 뒤집어쓰고 나왔다. 10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기도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김포-서울 편입을 공론화시켰다. 여당은 뒤이어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위원장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를 꾸리고 김포 외에 고양·구리·하남·부천·광명·과천을 서울에 편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메가시티 서울’ ‘메가 서울같은 말이 부유한다. 비수도권 지역이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내세운 생활권역 만들기가 오히려 서울의 범주를 넓히고 강화하는 용어로 변한 것이다.

메가시티는 본래 인구 1000만명 규모의 초거대 도시를 뜻한다. 용어가 지칭하는 범주가 명확하진 않다. 대도시 밀집 광역권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이 명확한 행정 경계를 설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밀도 높은 도시권이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메가시티다. 서울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메가시티 중 하나다.

서울은 왜 김포의 요구를 받아들였나

그래서 여권의 서울 확장론메가시티를 메가시티로 만든다는 모순에 직면한다. 서울은 이미 대외적으로 스스로를 메가시티라고 소개해왔다. 지난해 48일 서울시는 세계도시정상회의(WCS)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의 연설을 소개하는 영문 보도자료에서 메가시티라는 도시 특성을 바탕으로(based on the characteristics of the city as a megacity)”라고 설명한다. 서울은 해외에 스스로를 메가시티라고 소개하면서, 동시에 국내 정치권에서는 메가시티가 되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은 김포시 지역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이걸 받아준 두 축, 서울시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결정이다. 무엇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게 컸다. 118일 오 시장은 행정구역 개편에 관해 선거 전략으로 폄하시키는 경향이 있다. (어제)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나 총선 후까지 논의하자고 얘기했다라며 서울 확장이 일회성 떠보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의중은 무엇일까? 당장 눈에 띄는 서울의 이익은 김포시에 일부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 활용이다. 그러나 단순히 매립지 하나 때문에 서울의 지리 경계를 기형적으로 넓히는 것은 비합리적인 듯 보인다. 이번 서울 확대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서울이 사실상 독자적인 도시행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여기서 독자적이라는 것은 인천·경기와 협의할 필요 없는 도시행정을 의미한다.

서울은 자족 기능이 없는 도시다. 노동력은 경기도에서 끌어와야 하며, 시민들의 합계출산율이 0.59에 불과해 인구 재생산도 불가능한 도시다. 전력은 충청남도에서, 수자원은 경기도 팔당댐에서 끌어온다. 도시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시설도 인근 수도권 도시에 외주를 맡긴다. 쓰레기는 인천시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 의존하고, 4대 하수처리 시설 중 하나인 난지물재생센터와 서울시립승화원(화장시설)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해 있다. 시내버스나 도시철도 차고지도 경기도에 일부 의존한다. 경기도나 인천의 협력 없이 서울은 도시의 필수 시설을 가동할 수 없다.

인구밀도가 높아서 각종 필수 시설을 지역 내에 추가하는 게 쉽지 않다. 도시 안에서 기피 시설을 해결하려면 수년 동안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두 시설이 서초구 양재2동에 있는 서울추모공원(화장시설)과 마포구 상암동에 신설하려는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이다. 서울추모공원은 오세훈 시장에게 속 끓는 과거다. 2001년 고건 전 시장 시절 부지 선정을 완료한 이곳은 오랫동안 인근 주민 반대와 각종 소송으로 사업이 중단되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에야 건립을 재개할 수 있었고,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1년에 준공돼 시설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오 시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울추모공원 추진) 당시 오세훈 너부터 태워주마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화장시설은 지금도 확장 문제를 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22년 오미크론 확산 당시 화장시설 대란을 겪었다. 향후 고령인구 급증으로 화장 수요가 늘 경우 시설 증설 또는 신설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자원회수시설은 현재 오세훈 시장이 직면한 가장 민감한 이슈다. 지난 8월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소각시설을 짓기로 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불가능해지면서, 이후 서울 지역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장소로 이곳을 선정한 것이다. 그러나 마포구 일대 주민들이 졸속 선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서 실제 운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개별 도시 핵심 시설들은 각각 정치적 리스크가 된다. 밀도 높은 지역을 피해 이 같은 시설물을 지으려면 결국 서울 외곽 경기도-인천시와 시설 외주를 두고 협상해야 한다. 서울시가 일정한 자원(지원금·사용료 등)을 내놓아야 가능한 구조다.

자족 불가능한 서울은 어쩔 수 없이 경기·인천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대표적 논의 기구가 수도권 광역도시계획협의회. 2018년에 시작된 이 협의회는 2019년부터 공동 연구를 시작해 현재 ‘2040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준비 중이다. 교통·환경 등 각종 도시문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한 결과가 여기에 담긴다. 이미 큰 틀은 완성된 단계이고, 각 시·도의회의 의견 청취 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서울시의 행정 경계 확장은 서울·경기·인천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광역 단위 협상 테이블의 카운터파트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 확대에 반발하는 이유다.

서울 확대를 통해 대규모 유휴 부지가 생긴다는 것은 오세훈 시장에게 자율성을 준다. 번거롭게 광역 거버넌스에 참여할 필요 없이, 도시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메가시티의 이름을 내걸고 대두된 서울 경계 확장은 그 자체로 광역화된 행정을 벗어던지려는 시도다. 여기서 메가시티의 또 다른 모순이 발생한다. 지금 서울시는 메가시티(광역화)를 원한다면서, 실제로는 광역화(메가시티)에서 벗어나려 한다.

시설 확충을 위한 서울 확대는 이미 2009년부터 논의되었다. 서울시정연구원(현 서울연구원)20099월 발표한 서울시 자치구 행정구역 개편방안보고서에는 쓰레기 처리, 수자원 확보, 교통기반 건설, 화장장 설치, 물재생 처리, 신산업 입지 확보(를 위해) 행정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서울시의 관할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던 당시 서울시의 수장 역시 오세훈 시장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입장에서 경계 확장은 14년 전부터 흘러나온 의제다.

인천 서구 왕길동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2026년 매립 종료 예정이다. 시사IN 조남진

인천시와 경기도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화를 내는 이유는 약간 다르다. 인천은 단기적으로 매립지 문제를 경계한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공개적으로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장기적으로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장기 비전 문제와도 부딪친다. 유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김포·부천·시흥·안산 등 인접 도시와의 광역화를 주장했다. 이른바 서부도시권 연합 구축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서울 확장이 이뤄질 경우, 여기서 김포와 부천이 빠지게 된다. 이런 유정복 시장의 광역화역시 개념적으로는 메가시티 전략(광역화 전략)’이다. 메가시티 때문에 메가시티를 반대하는 셈이다.

여당 내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메가시티 개념

경기도는 인적·물적·공간적 자원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서울 인접 경기도 도시의 땅과 사람, 그리고 이 지역 주민들이 내는 세금은 그 자체로 경기도 지역의 핵심 자원이다. 당장 지방세 수입의 상당액이 줄어든다. 서울은 땅을 조금얻지만 경기도는 사람을 많이잃는 구조다. 광역 단위 협상 테이블에서 서울에 필요한 자원을 내어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었던 경기도 입장에서 서울 확대는 곧 협상력 약화를 의미한다.

서울·경기·인천의 이 묘한 대립은 이들이 이미 수도권 메가시티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주장은 그래서 공허하다. 서울 확대를 주장하는 여권 내부에서도 메가시티가 그래서 무엇이냐에 대한 합의가 없다. 여권에서 예시로 내세우는 도시가 계속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도쿄, 파리, 런던을 언급하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등장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119일 서울 확대에 찬성한다며 자카르타 인구는 2000만명이다.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서 면적, 규모, 문화적 내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의 수도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동칼리만탄(East Kalimantan) 지역에 누산타라라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네시아는 새 수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종시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람들이 꾸준히 이동하며 교류하는 서울-경기는 그 자체로 이미 거대한 메가시티다. 사진은 117일 사당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경기도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인파. 시사IN 이명익

오염된 메가시티 논의는 왜곡된 형태로 다시 지역으로 흘러 들어간다.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경남 양산·김해 통합론이 대표적이다. 1년 전 지역에서 엎어진 메가시티가 서울을 거쳐 인근 도시 합병이라는 형태로 재탄생하는 모습이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보자. 광역시의 몸집(행정구역)을 키우기만 하면 수도권에 인구를 빼앗기지 않을까? 보장할 수 없다. 김해와 양산이 부산에 병합되더라도 부산이라는 좁은 댐만 형성 가능하다. 인구 유출을 막는 핵심이 생활권역 확보라면, 행정구역 확대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광역 교통망이다. 시의 경계를 넓힌다고, 교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도시철도는 광역철도보다 국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메가시티가 공허한 이유는 정책에 사람의 이동과 교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주거이동과 통행이동으로 분석한 수도권 광역화 패턴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0년대 이후 수도권 인구이동의 핵심은, 서울로 들어왔던 인구가 경기도 인접 도시로 나가고, 이들 인접 도시와 서울 특정 지역의 교류가 활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기도에 이미 수많은 서울 사람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몸은 경기도에 있지만 원래 서울에 살았고, 빠져나온 이후에도 원래 있던 동네와 교류하며 오간다. 만약 서울 확장 논의가 사람들의 교류와 이동에 따라 요구되었다면 이처럼 반발이 크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 여권에서 내놓는 서울 확장론과 메가시티라는 허울은 사람의 교류와 생활권은 무시한, 정략적인 선 긋기에 가깝다. 이것을 일종의 행정구역 게리맨더링으로 보는 것은 과한 비판일까./시사인 김동인 기자

30만 년 전 공기를 품은 빙하

남극 엘리펀트 모레인 지역에서 시추한 빙하의 단면. 형형색색의 조각은 얼음결정이고, 투명한 방울은 수십만 년 전의 공기 방울이다. 편광필터를 덧대어 빛을 투과해 촬영했다. 시사IN 박미소

안진호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빙하·()기후연구실에서는 빙하 속에 있는 공기를 추출해 과거의 온실가스를 연구한다. 온실가스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과거 특정 기간의 온실기체를 분석하고, 이 기체들이 어떤 요인에 반응했는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연구한다. 이를 토대로 미래의 온실기체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일지 예상해본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래 기후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이 연구의 주목적이다. 실제로 안 교수는 2021년에 발간된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 6차 보고서에 주 저자로 참여했다.

빙하 조각에 얼음이 얼었던 당시의 공기 방울이 보인다.시사IN 박미소

그런데 왜 빙하일까. 빙하에는 얼음이 만들어질 당시 대기 정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극지방에서 캐온 빙하 기둥(코어)은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나이가 많아진다. 수십만 년 전부터 눈이 차곡차곡 쌓여 얼음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틈새에 당시의 공기도 함께 압축된다. 깊은 곳에서부터 시추한 빙하 코어를 분석하면, 수십만 년 동안 기후변화의 내력을 연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길게는 수만 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 변화하기 때문에, 수십만 년 동안의 기후 정보가 보존된 빙하 코어는 온실가스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연구에 쓰이는 빙하 코어는 남극, 그린란드 등에서 왔다. 직접 시추하거나 극지연구소에 요청해 승인받아 확보한다. 몇 미터 깊이에서 특정 연령대의 빙하를 요청하는 형식이다.

노랗게 물들기도 전에 떨어지는 은행잎들과 예측할 수 없는 폭우·폭염·폭설이 일상화된 지구의 한 지점에서, 어떤 이들은 얼려진 과거를 보며 미래를 내다본다./시사IN 박미소

 

전국 국립공원 면적 2032년까지 33% 늘린다

환경부, ‘2030 국가보호지역확대 로드맵

국립공원 4029에서 5351로 늘리고

보호지역 비율 17%에서 30%까지 확대

1967년 한국의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의 천왕봉과 구름 위로 보이는 노고단. 연합뉴스

정부가 생물다양성 보존 등을 위해 생태계와 자연경관 우수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적극 지정하는 등 2032년까지 육상 국립공원 면적을 2022년 대비 33% 늘리기로 했다.

환경부는 2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30 국가 보호지역 확대 로드맵을 보고했다. 이 로드맵은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이행하기 위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7개 부처가 함께 마련한 것이다.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2030년까지 지구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육상과 하천·호수 등 육수 지역을 포함한 내륙 보호지역은 2022년 기준으로 전체 내륙의 17.3%17351, 해양 보호지역은 관할 해역(EEZ)1.8%7968에 불과하다. 정부는 보호지역을 늘리기 위해 관련 부처들이 전국 내륙습지 정밀조사, 국가 산림자원조사, 문화재 기초조사 등을 통한 후보지 발굴에 적극 나서 신규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우선 2022년 기준 4029인 육상 국립공원 면적을 2032년까지 535132.8%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규제를 동반하는 보호지역은 아니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면서 관리되는 지역(OECM)을 적극 발굴·지정해 2030년까지 30% 목표를 맞추기로 했다.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서는 무인도서와 갯벌 등 우수지역에 대한 지정 면적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양보호구역 비율을 2025년까지 10%, 2028년까지 20%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보호지역 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 협력을 유인하기 위해 보호지역 내 사유지 매입 확대,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단가 상향 등의 다양한 지원책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스마트 쉼터형 버스쉘터’, 복지일까 세금 낭비일까

'과도하다' '세금낭비' 지적도 있지만

"서민을 위해 꼭 필요해" 긍정적 반응도 보여

부산 서면과 센텀시티에 시범 도입을 준비 중인 스마트 쉼터형 버스쉘터’. 기존에 각 구에서 설치한 배리어프리 정류장에 휴대폰 충전·공기청정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해 더 큰 규모로 지어졌다.

둥근 직사각형 공간에 온열의자와 냉·난방기가 설치돼 있어 요즘처럼 추위가 극심하거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버스를 기다리기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8일 언론 등을 통해 버스쉘터 설치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이용자는 냉난방·휴대폰 충전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한 것을 두고 바람을 막는 시설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세금을 쓸 데 없는 곳에 쓴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밤 되면 노숙인들 숙소 되겠다며 치안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기 아깝다” “세금이 남아도네등 버스 쉘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서면역·롯데호텔 정류장(서면부속상가 방향)에 지어진 버스 쉘터. 이달 말 운영을 앞두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버스쉘터를 설치 중인 서면 버스 정류장 일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부산에 거주 중인 시민 A 씨는 다른 구에서 설치한 비슷한 정류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잘 만든 것 같다추위를 녹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 낭비 지적에 대해선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을 위한 시설이다. 쉘터에 5분정도 들어가 쉴 수 있어 너무 좋다이용을 안 해봐서 세금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RT 정류장에서 일행과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시민 B 씨는 단 몇 분이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시원하거나 따뜻하게 기다릴 수 있어 좋다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추위에 조금만 서 있어도 위험한데 쉘터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한 시민은 BRT 등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에 더 확대하기를 촉구했다. 북구 구포에 거주 중인 C 씨는 “BRT(도로 중앙에 정류장을 설치한 간선급행 버스체계)에는 비가 오거나 요즘처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엔 버스를 기다리기 너무 힘들다이런 공간(버스쉘터)이 더 많은 정류장에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청 버스운영과 김덕진 주무관은 쉘터 내부 CCTV로 관리·감독이 가능해 노숙인 문제 등을 관리할 것이라며 전문 보안 업체에 위탁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성 안내장치로 경고도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CCTV 확인 후 자동문을 원격으로 잠그거나 관리자를 파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이달 말부터 서면역·롯데호텔백화점 정류장(서면부속상가 방향)과 센텀시티역·벡스코정류장(올림픽교차로 환승센터 방향) 두 곳에 버스 쉘터를 운영한 뒤 다른 정류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홍정민 기자 hong1225@kookje.co.kr 1220

 

테크기업 기후대응 성적표꼴찌는?

2021년과 2022년 기업별 기후위기 대응 점수 변화.

주요 테크기업들의 기후대응 성적이 공개됐다.

그린피스는 동아시아 주요 전자제품 공급업체 11곳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 및 평가한 보고서 '2023 공급망의 변화'21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 조립 부문 주요 공급업체 11개사를 대상으로 전년 대비 기후대응 진전 사항을 분석했다. 평가 항목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증감 및 조달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4곳이 포함됐다.

삼성전자 성적표.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분석 결과 2022년 삼성전자, 인텔, TSMC, 폭스콘, 입신정밀 등 5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최하위 성적인 D+에 머물러 기후대응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한국 내 재생에너지 100% 전환 일정이 2050년으로 매우 늦고,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역시 효과가 미미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 구매나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99% 가량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C,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C-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높은 성적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전년 대비 25.6% 상승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배출량을 24.7%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6% 증가해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진전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3%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지난해 배출량을 2020년 대비 15.6% 감축했다.

평가 대상 기업의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중국 입신정밀과 인텔 아시아 사업장은 C+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공급업체인 입신정밀은 지난해 PPA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약 70% 활용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사용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기업인 인텔은 평가 대상 중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곳이다. 지난해 인텔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은 93%에 달했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다음으로 높은 성적인 C 등급을 받았다. TSMC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기존보다 10년 앞당긴 2040년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지난해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44.1%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삼성전자와 TSMC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성과 비교.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 양연호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비록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경쟁사인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TSMC는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2030년까지 60%로 늘리고 RE100 달성도 2040년으로 10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간 로드맵도 없이 2050RE100 목표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삼성전자가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 11개 업체 중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업체는 한곳도 없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최소 2030년까지 현재 수준 보다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올해 한반도 찾은 겨울철새는 몇 마리일까

쇠기러기.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올겨울 얼마나 많은 겨울철새가 한반도를 찾았을까? 환경부는 국립생물자원관과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총 3일간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한반도를 찾은 겨울철새는 103종 총 136만여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2023(156만마리), 2021~2022(152만마리) 등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2.8%, 10.3% 감소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이어 전라남도, 경기도, 경상남도 순이었다. 장소별로는 금강호, 금호호, 임진강 순으로 겨울철새가 많이 관찰됐다.

종별로는 가창오리가 약 33만마리로 가장 많았고 쇠기러기(22), 큰기러기(14), 청둥오리(13)가 뒤를 이었다.

12월 전국 오리과 조류(오리류, 기러기류, 고니류) 분포지도.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달 실시한다. 겨울철새의 전국적인 분포 경향을 상세히 파악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곽충신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장은 "12월부터 야생조류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예방을 위해 철새도래지 출입통제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시민의 발' 부산 시내버스 60<> 준공영제 개막과 BRT

- 자가용 보급에 버스 승객 반토막

- 가 노선권 갖고 손실 보전하는

- 준공영제 시행해 대중교통 혁신

- 수익성 낮은 강서 등 노선 확충

- 환승제 한달만에 승객 20% 늘어

- 2016년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

- 정시성 확보하고 교통편의 높여

1980년대 이후 도시철도 개통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부산 시내버스는 2000년대 들어 준공영제를 도입하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버스 운송사업의 골격을 통째로 바꾼 준공영제는 환승할인과 노선 확충 등으로 시민 이동권 확대와 요금 절감에 이바지했다. 이어 2016년에는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시대가 열렸다.

원맨버스와 버스전용차로 도입

직영화에 이은 시내버스 교통사고의 피해 보상 업무를 위한 공제조합 출범과 함께 1980년대 부산 시내버스는 운영체계와 인프라 모두에서 큰 변화를 맞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여성 차장, 즉 안내양 제도의 폐지와 버스전용차로의 도입이다. 먼저 1980년대 초반에는 안내양 제도가 폐지되며 기사 1인으로 운행하는 원맨버스시대가 시작됐다.

직할시 출범 이전부터 버스에는 차장이 있었다. , 초창기에는 흔히 기억하는 여성 차장이 아니라 남성 차장이 승차했다. 이들 남성 차장은 매일 미어터지는 버스 밖에서 승객을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차를 출발시켰다. 심지어 승객으로 넘쳐나 문을 닫지도 않고 오라이~”를 외치곤 했다. 완력을 자랑하던 남성 차장은 부산직할시가 출범하던 무렵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1959년 서울에서 여성 차장 제도가 시작됐고 부산에서도 몇 년간 남성과 여성 차장이 공존하다가 차츰 완전히 여성 차장으로 대체됐다. 이후 여성 차장이 일반화하면서 안내양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그러나 안내양 구인난과 경영난에 동시에 시달리던 버스 업계가 승무원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시민이 요금을 직접 내도록 하는 시민자율버스를 도입하면서 안내양도 1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열악한 부산의 도로 사정에 비해 차량이 급증하며 도심의 교통혼잡이 극에 달하자 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종일 시내 주요 지점에서 차량이 정체하자 시민 불편은 물론이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부산시는 승객 수송을 늘리도록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우선 정책을 실행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버스에 통행우선권을 부여하는 버스전용차로제였다. 1987년 충무동과 남포파출소 간 약 1의 일방통행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한 데 이어 교차로 구조 개선과 신호 개선 등 준비 과정을 거쳐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준공영제 시행으로 시민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로 환골탈태한 부산 시내버스는 2016년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며 한층 더 시민 교통편의를 높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개통한 서면~주례 구간의 중앙버스전용차로. 국제신문D

시내버스 환골탈태준공영제 도입

20051월 부산 지역에서 처음 도입돼 운행에 나선 저상 시내버스. 국제신문DB

도시철도 확대와 자가용 승용차의 보급으로 더 느리고 불편한 시내버스는 한계에 직면했다. 승객은 반토막나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불편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시기에 시내버스 운송 사업의 합리적 운영과 시민 교통편의 증진이 이슈로 떠올랐다. 연구자들과 연구기관에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한다. 준공영제는 기존 시내버스 운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업체가 보유한 노선권을 시가 가져가고 버스업체는 운행을 맡는 한편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스업체의 경영 손실분을 시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버스조합은 준공영제 시행의 전제조건과 같은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을 결의했다. 이를 시가 받아들여 2006513일 시작한 무료 환승제는 대성공을 거뒀다. 시행 초기 한 달간의 하루 평균 시내버스 이용 승객은 110만여 명으로 시행 이전의 93만여 명보다 18.48%(172000)가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환승 통행 증가량을 제외한 순수 승객 증가 규모가 하루 평균 91000명에 달했다.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의 성공을 바탕으로 준공영제 도입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200612월 교통개선위원회는 168개 노선 중 40개를 폐지하고 6개를 신설하는 한편 도심 교통 혼잡을 줄이도록 서면과 남포동, 부산역, 동래 내성교차로를 지나는 노선을 줄이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환승 요금 체제 개편 등을 거친 뒤 마침내 2007515일부터 준공영제 도입과 시내버스-도시철도 환승, 버스노선 개편이 동시에 이뤄지며 대중교통 체계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이전에는 수익성이 없어 시내버스가 운행을 꺼리던 강서산업단지, 정관단지, 산복도로 등에 시내버스 15개 노선을 확충해 시민의 이동권 확대에 이바지했다.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과 도시철도·마을버스의 환승할인에 이어 김해·양산과의 광역환승제 확대로 시민은 연간 1200억 원의 요금을 절감했다. 공영차고지 조성과 버스전용차로 활성화, IT를 접목한 교통정보 제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고 업계 경영을 돕는 방안도 잇달아 시행됐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시대 활짝

준공영제 도입으로 공공 운송 체계로서 역할을 강화한 부산 시내버스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으로 한층 더 시민 교통편의를 높인다. 부산시가 도심 혼잡을 줄여 통행속도를 높이고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률을 늘리는 방안으로 BRT 도입을 추진한다. 버스 정시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1단계 중 원동IC~올림픽교차로 구간이 201612월 개통했고 1단계 나머지 구간인 내성교차로~원동IC20181월 개통했다. 2019년 올림픽교차로~우동 구간과 내성교차로~광무교 구간이 개통해 해운대구 중동에서 서면까지 17BRT로 연결됐다.

이어 광무교~충무동이 2021, 서면~사상 구간이 2022년 개통해 사실상 부산 전역의 주요 도로가 BRT로 연결됐다. 초기에는 교통사고와 무단횡단 우려, 일반 차로의 정체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BRT는 빠르게 시민에게 익숙해졌다. 동서와 남북 축을 잇는 BRT 교통체계가 구축돼 시내버스 운행 속도는 이전보다 5~19% 늘고 정시성은 15~25% 향상됐다. 버스 이용의 편의성을 크게 높여 시민의 발로서의 역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공동기획 :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국제신문,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12.10

커피 한 잔에 스민 탄소중립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큰 위안이 된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고소한 커피향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커피 한 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해 일터에서 동료들과 커피를 나누며 소통을 한다.

지금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단연 커피일 것이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도 높은 편이다. 국제커피협회(International Coffee Organition)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2021년 약 15만톤의 커피 원두를 수입했다. 세계 7위의 커피 수입국으로 한국인 1인당 약 3kg 이상의 원두를 소비했다.

커피의 기원과 음용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9세기경부터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전설에 따르면, 염소가 즐겨 먹는 커피열매가 몸의 피곤함을 덜어준다는 효능을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Kardi)가 발견하면서 널리 마시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가장 애호하는 훌륭한 기호품의 자리를 지켜왔다.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유명한 커피 애호가였고, 20세기의 실존주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는 프랑스 파리의 라쿠폴(La Coupole)에서 커피를 마시며 철학을 논했다.

커피는 세계 곳곳의 중요한 역사에 흔적을 남겨놓은 놀라운 식물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커피를 접한 사람은 고종황제로 알려져 있다. 1895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는 동안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게 됐다. 그후 독일인 손탁(Marie Antoinette Sontag) 여사가 서울 중구 정동에 커피점을 차리고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명동과 충무로, 소공동, 종로 등에 유명한 커피점들이 자리 잡게 됐다. 커피가 대중화된 계기는 한국전쟁이다. 당시 참전한 미군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온 커피가 민간인에게 전해지면서 확산됐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꼭두서니과 상록성 소교목의 열매에서 얻어진다. 야생의 커피나무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 걸쳐 40종 정도가 분포하며, 이 가운데 몇 종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지역을 커피 존(Coffee Zone)이라 할 정도로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99.9%가 재배되고 있다. 특히 열대와 아열대 기후대 지역의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고품질의 아라비카종 커피나무(Coffea Arabica)가 널리 재배되고 있다. 현재 커피의 주요 수출국은 브라질, 온두라스,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의 중남미 여러 나라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와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최근 세계인들이 애호하는 커피원두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이상기후 발생으로 2050년에 이르면 세계 커피원두 생산량은 현재의 절반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이다. 미주개발은행(IDB)은 기후변화에 따라 2050년까지 커피원두 재배에 적합한 토지의 50% 이상이 사라진다고 보고했다.

더욱이 원두 품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아라비카종 재배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5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커피 생산에 연계돼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이들 중 약 80%는 빈곤층으로 생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원두 생산의 작황 부진은 저개발국 빈곤층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의 1/3을 생산하는 남미 브라질에서 20217월 예년에 없었던 서리와 한파가 몰아닥쳤다. 2020년의 극심한 가뭄에 이어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브라질의 최대 원두 생산지인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에서의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브라질 농산물공급공사(CONAB)720일 한파로 인해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재배지의 11% 면적에 해당하는 20ha 이상의 경작지 피해를 로이터(Reuters) 통신으로 보도했다. 이상기온에 의한 한파는 커피나무잎을 갈변시켜 낙엽을 유발하고, 한창 열매 수확이 왕성한 4~5년생의 어린 커피나무를 대규모로 고사시켰다.

중미에 위치하는 온두라스에서는 2012년부터 기후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커피나무 녹병으로 평년 원두 생산량의 80%가 감소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커피나무 녹병은 곰팡이에 의한 식물병으로 온두라스에서 시작돼 주변의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고 있다. 2022년 추정치로 170만명 이상이 종사하던 커피농장 일터가 식물병으로 사라졌다.

커피나무 녹병은 넓은 농장에 1그루만 발생해도 순식간에 농장 전체로 감염돼 잎이 마르고 낙엽이 지며 열매가 생장하지 않는다. 커피나무는 종자로 번식된 묘목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까지 약 4년 이상이 걸리므로 당분간의 원두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일부 커피나무 녹병 피해 농장은 아보카도와 같은 대체작목으로 전환한 농가도 있으나 이제까지의 수입에 미치지는 못했다.

중남미 여러 국가로부터 커피원두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스위스의 식품회사 네슬레는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주요 원두 생산국가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원두 재배의 위기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재생형농업을 제안했고, 2030년까지 106000만달러 상당의 자금을 지속가능한 커피나무 재배를 위해 투자한다고 밝혔다.

네슬레가 제안한 환경재생형농업이란 유실된 토양을 복구하는 재배법으로, 탄소를 토양 중에 격리해 대기 중의 탄소를 감소시키는 친환경 농법이다. 커피나무 묘목을 심기 전 콩과식물 같은 피복작물을 재배지에 식재해 토양을 보호하고, 퇴비를 사용해 토양의 성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건강한 토양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강하고 커피원두의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네슬레는 환경재생형농업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새로운 농법을 수용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우선적인 지원책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금전 제공, 기후변화 보험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의 보전이 검토됐다.

원두 생산과는 별개로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찌꺼기의 재활용에 의한 탄소감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배출된 커피찌꺼기 양은 약 149000여톤에 이른다. 이들 찌꺼기의 대부분은 매립하거나 소각되는데, 어떤 경우든 탄소발생에 의한 지구온실효과가 뒤따른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유럽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커피 소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3잔씩 1년에 1인당 약 160리터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 수도인 오슬로에서는 매일 10톤 이상의 커피찌꺼기가 발생한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하는 커피찌꺼기의 99%는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져 소각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오슬로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커피찌꺼기 재활용 방안들은 오가닉 세안 비누 제작, 버섯 재배용 비료 생산, 지렁이를 이용한 효율적인 생분해 등이다. 현재 커피찌꺼기로 만들어진 라벤더향 오가닉 비누는 오슬로 시내의 10곳이 넘는 카페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아오야마대학 연구팀은 커피찌꺼기를 가축사료에 혼입해 소나 양의 트림, 방귀, 배설물의 메탄 양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단위 물질당 온실효과가 25배 높아, 메탄가스의 감소와 커피찌꺼기의 재활용은 탄소중립 달성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탄소중립 실천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실천행동이다.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방안은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탄소 저감을 위한 작은 일에 모두가 동참하며 실천하는 것이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한 잔의 커피 속에 스민 기후변화와 위기에 전율하며, 오후의 커피 구매는 텀블러를 이용했다. 물론 영수증은 전자영수증으로 받았다/안영희(중앙대학교 생명공학대학 교수) 뉴스펭권

 

경제적 관점에서 본 2023년 최악의 기후재난은 하와이 산불

영국 비영리 자선단체 크리스찬에이드발표

저소득 국가는 1인당 소득 대비 실질 피해 더 커

하와이 산불이 2023년 일어난 기후재난 중 1인당 경제적 피해 측면에서 최악의 기후재난으로 조사됐다. 27일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그룹 기후미디어허브에 따르면 영국 비영리 자선단체인 크리스찬에이드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기후재난 피해 비용 집계’(Counting the Cost 2023: A year of climate breakdown)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후재난의 경제적 영향 평가를 조명하기 위해 올 한해 세계에서 일어난 20건의 주요 기후재난의 경제적 피해 규모 추산액을 집계해 해당 지역의 인구수로 나눠 계산했다. 이에 따라 지난 88일에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1인당 미화 4161달러(539만원)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켜 1인당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와이 산불 다음으로 1인당 손실액이 많은 괌 태풍 마와르’(5월 발생, 145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하와이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총 60억 달러(776892억원)로 추산되며, 하와이 주정부는 이 산불로 2024년 경제 성장률이 2%에서 1.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재난의 영향이 지속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 경제적 피해 규모가 재난 대응 기관 등에서 집계한 피해액을 기준으로 했기에 집계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1인당 피해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와이 산불 피해로 181명의 사망자와 769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4161달러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 보고서는 기후재난에 대비가 부족하고 회복 자원도 적은 가난한 국가에서는 기후재난의 파급 효과가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태평양에 있는 인구 30만명의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는 지난 3월 열대성 폭풍으로 인구의 66%인 약 20만명이 피해를 보았고, 이로 인한 1인당 평균 피해액은 947달러(122만원)로 전체 순위 중 3위를 기록했다. 바누아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3천 달러를 조금 넘는 중하위 소득 국가로, 피해액은 바누아투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인당 총비용은 하와이가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이를 1인당 국내총생산 비용과 대비하면 바누아투가 1위로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를 보인다.

, 동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말라위는 지난 3월 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프레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해 몇 주 새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주택이 유실되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말라위에서 수 주에 걸쳐 1년 치 비가 내려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2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도로와 교량은 물론 전력 공급 관련 인프라 등이 물에 쓸려나갔다.

말라위의 1인당 피해 비용은 17달러로 전체 순위 가운데 18위를 차지했지만,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 드는 68천만 달러(8800억원)는 말라위 총 경제 규모 130억 달러 가운데 5%에 해당한다. 말라위는 세계은행(WB)이 분류한 26개 저소득 국가 가운데 한 나라다.

보고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후 관련 재난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별 소득에 따라) 재난을 불균형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쉬라트 초두리 크리스찬에이드 기후정의 정책고문은 부유한 국가들은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손실과 피해 기금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장관에게 성명 전달했다고 경찰 출두? 공산전체주의냐"

보철거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27일 세종 남부경찰서 앞 규탄 기자회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27일 세종 남부경찰서 앞에서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의 경찰 출두에 앞서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김병기

"공주보 담수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려고 매일 두세 번 이상 환경부 담당부서에 전화했습니다. 3개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참다못해 환경부 민원실을 찾아갔습니다. 민원을 접수하면서 실무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마침 환경부 장관이 세종보 재가동 점거 현장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고 갔었는데, 그 뒤 경찰에서 출석신고서가 날아왔습니다.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한 것뿐인데... 무자비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7일 세종 남부경찰서 앞에서 열린 '윤석열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임도훈 간사가 한 말이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의 경찰 출두에 앞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장남들보전시민행동, 정의당 대전시당 등의 활동가들이 참석해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박 처장은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1129일 세종보를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차량을 잠시 막아서서 성명서를 전달한 바 있다. 장관은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고 환경부 직원이 대신 성명서를 수령한 뒤 현장 시찰을 마쳤다. 이와 관련, 경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미신고집회'로 인지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죽은 세종보 좀비처럼 되살린다? 장관님 정신 차리세요" https://omn.kr/26kuc).

태욕근치... "더 이상 욕된 일하면 치욕을 당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성명서 전달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경찰과 환경부 장관을 성토했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유대인을 모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열차수송의 최종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1961년 나치 전범재판에서 "단지 상급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정권의 지시에 따라 4대강과 설악산, 새만금, 가덕도에서 환경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부 장관은 아이히만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문 대표는 이어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태욕근치'(殆辱近恥)라는 사자성어를 추천했다. 총애를 받는다고 욕된 일을 하면 머지않아 위태함과 치욕이 올 것이라는 뜻이다. 문 대표는 "더 늦기 전에 그간의 욕된 일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찾아간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수사를 받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환경단체에 족쇄를 채우고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생명의 강 4대강을 위해 전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 탄압 대상이 되다니..."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외치고 있는데, 대체 누가 공산주의자고, 누가 전체주의자인가,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공산주의이고 전체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처장은 이어 "우리들은 그동안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열어서 그 안의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해왔고 이처럼 생명을 지키는 일이 탄압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박 처장님이 조사를 받지만 앞으로는 환경부 장관이 반드시 조사받고 수사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박은영 사무처장은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공권력이 '미신고집회'를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게 어이가 없다"면서 "오늘 조사를 잘 받고, 환경부 장관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날이 올 때까지 새해에도 가열차게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정권 앵무새, 한화진 장관은 자격 없다"

이날 시민행동의 기자회견문은 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이 대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했던 취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환경부는 지난 720일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 보 처리방안을 졸속으로 취소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위법적으로 변경했다. , 민관협의체의 협의 사항을 무시하고 대백제전 공주보 담수를 강행하고, 5년간 개방으로 자연성을 회복한 세종보를 재가동하기 위해 중장비를 투입했다. 이는 수년간의 논의와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물정책을 수십 년 전으로 회귀시키는 정권의 폭거다."

이들은 특히 "시민환경단체는 합의 이행과 정책 결정 과정에 준하는 논의 과정과 주민 의견수렴 과정 등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했지만 환경부는 보 운영 민관협의체 등 거버넌스의 명분만 유지한 채, 어떤 논의 구조도 작동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주보를 담수, 세종보 재가동 추진 등의 정책을 강행했다"면서 "이 과정에 있어 환경부는 전화 연락은 물론, 공식 공문에조차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5년간 개방된 공주보 수문을 기약 없이 닫아놓고, 매년 유지 보수만 반복하면서 단 1년도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는 죽은 보인 세종보까지 다시 가동하겠다는 환경부 장관에 우리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들고 세종보를 찾아갔다"면서 "어떤 물리력의 행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환경부 장관은 차량에서 내리지도, 입장문을 받아가지도 않았다, 한화진 장관의 이런 오만한 태도에 우리는 되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우리 강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본연의 책무를 잊고, 정권의 뒤에 숨어서 떨어지는 콩고물만 바라보는 자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권의 앵무새 노릇을 반복하는 한화진 장관은 당장 장관직을 놓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김병기(minifat)

 

개금동 반지하 철길 덮어 공원·다목적 공간 조성

개금1·3동 주민 생활권 단절돼 주변 저층 상권·주거지도 노후

부산진구청, 공원화 용역 실시 6800상부 편의시설 등 활용

국토부·철도공단에 제안 예정

상부 공원화를 추진하는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280-3번지 일대 반지하 철로.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 부산진구청이 개금동에 있는 가야선 반지하 철길 위쪽을 공원이나 다목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반지하 철길로 단절된 양쪽 지역을 잇고 상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청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계획부터 마련한 후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제안해 사업 추진에 동력을 얻으려 한다.

부산진구청은 지난달 도심지 반지하 철로 공원화 마스터플랜 용역을 맡겼다고 27일 밝혔다. 가야선이 지나는 개금동 280-3 일대 반지하 철길 6800상부 부지 활용 방안을 내년 7월까지 마련하는 내용이다. 구청 측은 아래쪽 반지하 철로는 유지하고, 복개 공사 등으로 상부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활용할 방안을 찾으려 한다.

개금1동과 개금2동에 걸쳐 있는 가야선 반지하 철길은 그동안 이 일대를 두 쪽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며 주민 생활권을 제한해왔다. 당연히 발달도 늦어져 주변 상권이나 주거지도 노후화했다. 하지만 최근 인근 개금2주택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문화·여가 공간이 필요해졌다. 구청 측은 반지하 철길을 덮은 뒤 공원이나 다목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부산진구청은 2030년까지 반지하 철로 상부를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지하 철로는 지상에서 11.4~13.3m 아래에 있고, 폭은 최대 67m에 달해 상부 공간 조성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비슷한 사례로는 부산진구 가야동 수정터널 입구 감고개공원, 남구 대연동 문현터널 입구 연포하늘공원 등이 있다. 두 사례 모두 상부 공간을 공원이나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다. 구청 측은 이번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향후 상부 공원화 사업 단초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철길 복개에 따른 안전 확보 방안, 주변 개발 방향까지 계획에 담긴다. 이 일대는 노인교실, 어린이집, 주차장 등이 부족한 곳이다. 또 상부 공원화로 KRX 통통꿈 놀이터, 행복문화센터, 한국신발관 등 주변 시설 연계도 가능하다.

구청 측은 마스터플랜 수립 후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등과 협의를 하거나 사업비 확보를 위한 공모 신청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대상지 일대 6031는 국토교통부가 소유한 국유지이고, 1147는 한국철도공사 등 법인이 소유한 부지다. 부산진구청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제시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등을 설득할 계획이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최근 열린 용역 착수보고회에서 부산진구는 철도로 도심이 단절돼 불편을 겪은 주민이 많았다상부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 타당성이 있어도 지금껏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국가철도공단에 의견을 제시하고자 용역을 시작하게 됐다국토교통부에도 설명하려고 하는데, 오랜 숙원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청은 개금동 철길 활용 계획을 수립하면 국가철도공단 등에 사업 제안서를 넣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검토를 거쳐 국가철도공단에서 심의를 진행하면 사업 여부가 확정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오염수는 계속 새고 있습니다"..국감장 뒤집은 연구원 증언

https://www.youtube.com/watch?v=khR8mDTavbM

가덕신공항 얼개 만들어졌다202912월 말 개항 못박아

국토부 기본계획 고시일부에서 나온 지연 우려 불식시켜

‘24시간 운영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공항건설을 목표로 제시

부산신항과 연계한 국제 물류 거점으로 키운다는 방침도 담겨

가덕신공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나왔다. 당초 목표인 202912월 말 개항에 속도가 붙게 됐다. 28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수립, 29일자로 고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 세계 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와 관계없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이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본 계획에는 1349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는 요건이 분명하게 담겼다. 이에 따라 가덕신공항은 대형 화물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3500×45) 활주로 조성 등 심야시간대에도 운영이 자유로운 국제공항으로 건설된다. 74대의 항공기가 머물 수 있는 계류장은 1006431, 여객터미널은 20680규모로 정했다. 주차장(276330)은 차량 1718대 수용할 수 있게 만든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가덕신공항 시설 배치도. 국토교통부 제공.

가덕신공항 접근 교통망(도로·철도) 계획도. 국토교통부 제공

또 가덕신공항을 부산신항 등과 연계한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화물터미널(건축 연면적 17200)과 화물 관련 시설 부지(98000)가 들어서며 장래 화물 수요 증가에 대비해 시설 확장 부지(47000)도 확보했다. 항공복합물류 활성화를 위한 특화 단지 등의 입주가 가능한 지원시설부지(126) 역시 별도로 조성한다.

안전한 스마트 공항 건설이라는 원칙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우선 가덕신공항에는 활주로 중심선, 착륙 각도, 활주로에서 항공기까지 거리 등의 정보를 제공해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밀계기접근체계’(Cat-)가 설치된다. 또 해상에 건설되는 만큼 태풍(해일) 등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0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를 적용해 방파호안을 설계한다.

특히 정부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첨단 ‘BIM 방식’(Building Information Modeling:3D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전 생애주기 동안 적용되는 정보를 생산·관리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 과정 중 안전·품질 향상 도모, 이용객 동선에 대한 신속한 분석, 이용자 편의 증진 제고 방안 마련 등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덕신공항 이용객의 이동 편리성 확보를 위해 가덕대교~신공항까지의 접근도로(연장 9.3), 부산신항 배후철도에서 신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연장 16.5)를 건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상을 통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연안여객터미널 설치를 추진한다. 미래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 기반설 구축을 위한 부지도 기본계획에 반영했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여객터미널 건축설계 공모, 부지조성 공사 발주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사전에 환경 저해 요인을 검토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사업으로 인한 분진, 수질 등 환경오염 유발 피해 최소화 대책도 실시계획 수립 단계에 맞춰 시행한다. 가덕신공항의 항공 수요는 2065년을 기준으로 할 때 국제선 여객 2326만 명, 국제 화물 335000으로 예상된다.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2024년부터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이 본격화된다건설 업무를 전담할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도 내년 4월까지 설립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덕신공항은 남부권의 하늘길을 확대하는 한편 부산·진해신항과 연계한 글로벌 물류 거점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안전과 품질이 확보된 공항이 적기에 건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가덕도 신공항 개발 203조 원 수입, 220만개 일자리 창출"

81간척, 여의도 28배 낙동강 준설 22조 원 수입

세종과학기술원(SAIST) G2 프로젝트

"가덕도 신공항 개발 203조 원 수입, 220만개 일자리 창출"

가덕도 신공항 개발 계획

세종과학기술원(SAIST)은 지난 20일 대양AI센터에서 국토개조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국토개조전략은 우리나라가 G2국가로 진입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현재 동서로 계획된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를 남북으로 변경하고 가덕도와 쥐섬(다대포)을 연결하는 방조제 건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재 계획으로는 가덕도 공항 건설에만 15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조금만 수정하면 오히려 203조 원 수입을 거둘 수 있다. 또한 평지 면적이 부족한 부산을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이사장은 "여의도 면적 약 28배에 달하는 총 81(2,500만 평)의 부지에 낙동강에서 준설한 토사를 매립함으로써 부산광역시 도시면적 17%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부산과 경남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100% 간척지다. 네덜란드는 국토 25%가 간척지이며 일본, 홍콩 등 많은 국가에서 간척사업으로 국토를 넓혔다. 가덕도 신공항을 방조제로 건설하면 220만 일자리가 생기며,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릴 수 있다. 203조 원 부가가치를 포함하면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 백조 원이다"고 말했다.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 노준성 교수는 "가덕도와 다대포를 연결하는 연안은 수심이 20미터 이내로 얕아 총길이 12의 방조제를 건설하고 내륙 부분을 매립하면 광활한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고, 낙동강 하구의 수로를 가덕도 방향으로 이동해 방조제 주변을 '신부산 마리나' 지역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권현한 교수는 '낙동강 수계 하류 준설 및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인 1,294중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바다로 유입되는 수자원이 중국의 산샤댐 저수용량과 비슷한 399억 톤"이며, "하천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면 홍수대비뿐만 아니라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낙동강 바닥을 준설하면 약 27의 준설토를 얻을 수 있고, 이들 중 골재는 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토사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매립용(2.7)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종대 경영학부 신니나 교수는 '가덕도/낙동강 유역 활용 경제성 분석'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주변 지역의 매립 부지에 대한 토지매각 수익이 198조 원이다. 신공항 건설, 방조제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인 18조 원을 제외하면 총 180조 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 교수는 "낙동강 준설을 통해 얻어지는 준설토를 매각하면 약 22조 원의 추가 수익도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연소연기자 dtyso@dt.co.kr

 

재벌 앞에서 작아지는 공정위규제 완화는 일사천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경련)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부터 시행하는 공정거래법 고발지침은 기존 원안과 다름없는 개정안이다. 당초 개정안에 담으려던 핵심조항인 사익편취 관련 총수 일가에 대한 원칙 고발방침이 빠졌다.

반면 대기업기준 완화 등 규제 완화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규제완화에만 의욕적인 공정위의 행보를 두고 본 업무인 대기업 경제력 집중에 대한 감시마저 느슨해 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공정위가 공개한 고발지침 개정안에는 고발 여부 결정과 관련한 고려 사항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중소기업 또는 소비자 등에 미친 피해 정도가 추가됐다. 원안의 고려사항 중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과 무관한지 여부조사 협조 여부는 각각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 ‘조사·심의 협조 여부로 수정됐다.

몇몇 표현에 손을 댔을뿐 개정안에서 다루려던 핵심 내용은 빠졌다. 지난 1019일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며 강조했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법인의 사익편취 행위에 지시·관여한 특수관계인(총수 일가)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한다는 내용은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총수 일가 관련 내용이 제외되면서 중대한 사익편취 사건에서 총수 일가만 고발하지 못하는 맹점을 바로잡겠다는 개정안의 취지도 무색해졌다.

공정위 고발지침은 사익편취 행위를 이행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발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이에 관여한 총수 일가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기준만 정해놓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사익편취 행위를 한 법인을 고발하면서도 사익편취에 관여한 총수 일가는 직접적인 지시 등 관여 정도를 명백히 입증하기 못해 고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익편취행위를 한 법인을 고발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 행위라면, 총수 일가의 지시나 관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밝혀내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라고 지적했다.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에 대한 원칙 고발을 담았던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은 최근 법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최근 법원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관여 행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고, 고발지침 개정안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 취지를 담아 마련됐다.

하지만 재계는 총수 일가의 원칙 고발은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위배되고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반발했고 공정위는 재계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당초 취지를 오해해 특수관계인의 지시·관여 사실을 입증하지도 않고 무조건 고발하려고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이러한 오해는 지침 예고안의 문언상 표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서 지침 개정보다는 법 집행을 통해 당초 취지를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오해라면서도 재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을 전면 철회한 공정위의 판단은 석연치 않다. 특히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개정안을 수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백지화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이번 고발지침 개정 불발은 공정위가 재계 압력에 불복한 것이라며 향후 사익편취 사건에 있어서 정당한 법집 행을 하는지 지켜 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대기업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부터 추진해 온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완화 작업은 관련 연구 용역을 마치고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다. 공정위는 공시기업집단 기준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거나 기준금액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기준 완화를 통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계열사 간 주식 소유현황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공정위가 지난 27일 입법예고한 동일인 판단 기준에 관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도 규제 완화에 속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 총수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대기업집단 역시 개정된 기준을 악용해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경향 반기웅 기자

 

곤돌라 대신 자연을 더 허하라

남산이 위기다. 2009년 서울시가 남산 정상부 접근성 개선을 이유로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회가 생태계 훼손 우려와 기존 남산 케이블카와 중복 문제 등으로 해당 사업을 부결시킨 바 있다. 다시 7년이 지난 2016, 급격하게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을 이유로 재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무산되었다

그리고 또 7년이 지난 2023년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꺼내들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양양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되었다면, 남산 곤돌라는 명동 상권 활성화가 주요 명분이다. 케이블카는 관광 수요가 많으면 많은 대로 관광객 편의를 위해 추진되고, 수요가 적으면 적은 대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된다.

14년 전 서울시의회가 지적한 남산 곤돌라로 인한 생태계 훼손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 없던 스카이워크 사업까지 추가되어 피해 규모와 악영향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가 남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곤돌라와 스카이워크가 모두 생태경관보전지역과 비오톱 1등급, 개별비오톱 1등급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거대도시 서울에서 남산이 여러 제도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는 황폐한 도시 생태계에서 동식물들의 피난처(Refugia)이자 서울의 핵심적인 생태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곤돌라 사업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 듯 남산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고, 인공구조물을 복원하고, 샛길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서울시가 남산 관리계획을 통해 추진해온 행정의 연장선이다. 이런저런 복원계획을 버무려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라 부른다고 남산 곤돌라가 친환경 사업이 될 수는 없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배포한 보도자료 말미의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은 남산 정상부 접근이 힘들지 않고, 남산의 생태환경과 여가공간이 좋은 편이라고 느끼며, 남산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생태환경 복원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남산이라는 조각난 숲을 복원하고, 동시에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온 것에 대해 시민들이 격려하고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애써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시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선택은 남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도 개발사업 추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지자체들은 설악산과 남산의 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선례가 생기면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공원일몰제 대응 등 공원녹지 정책에서 우수한 사례를 많이 만들어왔다. 이는 회색도시 서울에서 시민들에게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의 과정이었다. 서울시의 건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든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등 거버넌스의 힘도 컸다. 부디 서울시가 남산 개발의 빗장을 열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을 비롯해 우리의 도시에는 앞으로 더 많은 자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경향

 

온천천 하류 국가하천 승격빗물저류시설 청신호

부산 온천천 하류가 국가하천으로 승격된다. 애초 부산시가 신청한 온천천 전 구간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부산시가 추진하는 온천천 대심도 빗물저류시설구간이 포함돼 앞으로 이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시는 온천천 부전교회(온천2호교 인도교)~수영강 합류점을 잇는 3.79km 구간이 국가하천으로 승격이 결정됐다고 28일 밝혔다. 내년 2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온천천 하류부는 국가하천이 된다. 국가하천이 되면 하천공사를 할 때나 평소 유지관리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어서, 재해예방을 비롯해 온천천 관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앞서 시는 환경부에 온천천을 1순위로 동천과 수영강 상류, 조만강 등 4곳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부산일보 지난 11일 자 8면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온천천 하류부는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온천천 대심도 빗물저류시설 구간과 겹친다. 온천천 지하 3.5km 구간에 4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재 이 사업은 부산시 자체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과했다. 4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대규모 사업으로, 국가하천 승격으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내년 시는 환경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온천천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2026년 착공해 2029~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시 하천관리과 권재섭 과장은 빗물저류시설은 온천천 상습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시설이다국가하천 승격 구간이 저류시설 추진 구간과 겹쳐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산업단지·주거지역 사이 숲 만들었더니...미세먼지 40% 차단

인천시 서구 석남동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조성한 미세먼지 차단숲.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조성한 미세먼지 차단 숲이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인천시 서구 석남동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조성한 미세먼지 차단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 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미세먼지 차단 숲은 생활권으로 미세먼지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하는 일종의 도시숲을 말한다. 이 숲은 인천 서구가 2017년에 조성했다.

산림과학원의 이번 분석은 미세먼지 계절제시기인 202112월부터 20223월 사이에 진행됐다. ‘미세먼지 계절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평소보다 강화된 배출 저감 및 관리 조치를 시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산림과학원이 미세먼지 차단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121일 중 84(69.4%) 동안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거지역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5.59/로 산업단지(42.48/)에 비해 39.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역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20.23/) 역시 산업단지(34.76/)보다 4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열 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주거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단 숲에 의해 막혀 침강(가라앉아 내려가는 것)하는 것은 물론 숲속의 나무에 흡착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거지역과 산업단지의 평균 풍속이 비슷할 때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높지만, 주거지역의 풍속이 산업단지에 비해 느릴 때는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풍속이 빠를 때는 미세먼지가 잘 확산·배출되지만, 풍속이 낮아 대기가 정체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시 외곽 숲의 찬바람을 도심으로 끌어들여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을 확산·배출할 수 있도록 도시숲의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 윤희일 선임기자

부산 용두산공원, ‘실감형 미디어파크로 변신내년 1월 정식 개장

부산 용두산공원 미디어월. 부산시 제공

부산 용두산공원이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미디어파크로 재탄생한다.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용두산공원을 용두산미디어파크로 새로 단장하고, 내년 1월 정식 개장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원 전망대 건물 벽에 가로 20m, 세로 4m 크기의 대형 전광판(미디어 월)을 설치해 각종 공공 홍보 영상물 등을 상영한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오후 1~10하늘 날기’, ‘용두산 둘러보기등 가상세계(메타버스)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가상세계 영상물인 메타월드는 선사시대, 조선시대, 현대의 용두산공원을 배경으로 각각의 시대상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제작했다.

4곳에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을 구축해 벽천폭포, 종각, 전통담, 전통정원 등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7~10시 도자기 제작 관련 영상과 산복도로, 해양·물류 발전상 등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다.

이밖에 무인단말기의 인공지능 챗봇서비스에서는 챗지피티와 연동해 음성기반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촉화면을 통해 주변 맛집과 관광지의 정보를 제공한다. ‘용두산 AR’앱을 내려받으면 증강현실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용두산 미디어파크에서 다양한 기술 기반의 실감 콘텐츠를 즐기기 바란다용두산 미디어파크는 부산시가 진행하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과 함께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향 권기정

 

온 나라가 생태 무시 공사판이 됐다

환경영향평가 자료로 본 개발사업과 보호종의 현실

헌법 35조에 규정된 시민의 환경권을 지켜줄 것만 같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실제로 시민의 환경권을 얼마나 보호하고 있을까? , 각종 법령으로 지켜져야 할 생태계는 어떤 상황일까? 환경운동연합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을 통해 2023년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와 대상지의 보호종 처리 현황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데이터는 올해 9월 기준으로 총 55건으로 정부가 협의한 환경영향평가의 항목은 관광단지 개발, 도로의 건설, 도시개발, 산업단지, 체육시설, 에너지 개발, 토석모래광물 채취 등 다양했다.

협의가 끝난 사업의 규모와 내용, 위치와 보호종 후속 조치를 함께 보면서 환경영향평가가 적절하게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독자와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2023년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중 보호종 처리 현황이 확인된 주요 사업 지점을 표시한 지도. 환경운동연합

대형 개발사업의 반생태적 민낯

55개의 개발 사안 중 가장 개발 면적이 큰 사업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일원에서 진행되는 인천대공원 조성사업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근린공원, 하천(저촉)으로 지정된 장수동 일원에 진행될 개발 면적은 약 2.6에 달한다. 관람석을 포함한 축구 경기장의 면적이 약 2678라고 생각한다면, 축구 경기장 1000개가 건설되고도 공간이 남는 광범위한 면적이다. 축구 경기장으로 가늠하기 힘들다면, 골프장 18홀의 면적이 약 0.9이기 때문에 골프장 2개 반이 들어서는 엄청난 면적임을 알 수 있다.

인천대공원 조성 사업 대상 부지에서 발견된 보호종은 총 10종으로 참매, 맹꽁이, 대모잠자리, 오색딱따구리, 도롱뇽, 곤줄박이, 줄장지뱀, 늦털매미, 톱사슴벌레, 큰주홍부전나비다. 지도를 열고 인천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에 건물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 도시화와 산업단지 등으로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비율은 약 21%에 불과하다. 전국 9개 도와 8개 시의 1등급 비율을 비교했을 때 16위다. 이렇게 개발이 많이 진행된 도시의 개발 대상지에서 많은 보호종이 나온다는 건 대상 부지가 가진 녹지 생태와 생물다양성이 주변에 비해 풍부하다는 방증이다.

안타깝게도 인천시는 시가 보유한 가장 큰 녹지의 생태적 가치보다 개발을 선택했다. 인천시는 시가 진행한 보호종에 대한 보전 조치 사항에 대해 '단계별 공정 시행, 야간공사 지양, 미소(작은)서식지 조성 등'이라고 기재했다.

인천대공원 개발 대상 부지 일부. 환경운동연합

두 번째로 규모로 큰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대상은 청주그랜드CC 9홀 증설사업이다. 면적은 1.97를 넘어선다. 골프장 18홀 면적이 약 0.9라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청주그랜드CC9홀을 증설할 계획을 세우고서 어떻게 실제로는 36홀 규모의 엄청난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된다. 지도상으로 확인한 청주그랜드CC의 면적은 약 1.4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증설할 9홀의 면적을 1.97로 보고했다는 것은 규모 면으로 9홀 이상이 증설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지도에서 단순 규모 비교를 하면, 청주그랜드CC를 맞대고 있는 산지에 대한 훼손까지 가능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청주그랜드CC 골프장 증설 협의 내용에 표기된 보호종은 ', 수달, 큰기러기, 참매, 흰목물떼새' 5종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 종인 삵, 큰기러기, 참매, 흰목물떼새에 대한 보호종 후속 조치 사항으론 '소형동물 이동통로 조성, 야간조명 관리 등'으로 표기해 놨다.

세 번째는 산업입지 및 단지 조성의 분류에 포함된 진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중부고속도로와 17번 국도 사이에 있는 산지에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부지는 1.4규모로 수달, , 하늘다람쥐와 같은 포유류와 원앙, 독수리, 새매, 새호리기, 황조롱이와 같은 조류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후 생태자연도 2등급지인 이 지역에 서식하는 보호종에 대한 후속 조치로 '단계별 공정 시행, 저소음(진동) 장비 사용, 야간공사 지양, 미소(작은)서식지 설치 등'으로 기재했다.

청주그랜드CC 사업부지. 환경운동연합

말뿐인 보호종 후속 조치

55건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중 면적 규모의 총합은 7, 거리는 약 159. 이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는 면적이다. 지난 9개월간 협의한 대상지엔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넓은 대상지에서 시행된 보호종 처리 조치와 비율은 어떻게 될까?

55개 대상지에선 총 163건의 보호종 후속 조치가 진행됐다. 저소음(진동) 장비 사용(21%, 35) 야간공사 지양(13%, 21) 단계별 공정 시행(12%, 19) 보호교육 시행(6%, 10) 대체서식지 마련(5%, 8) 생태측구 설치(4%, 6) 등의 후속 조치가 전체 비율의 61%에 달했다.

과연 이런 정도의 보호종 후속 조치로도 충분한 것일까?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포유류, 조류, 양서류가 과연 위에 제시된 방법만으로도 새 서식지를 찾아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이미 전국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84%에 달하는 골프장이 존재하고 앞으로 더 많은 골프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 15개의 국제국내선 공항이 존재하지만, 앞으로 10개의 공항을 더 건설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개발의 권한을 지자체장의 판단에 맡겨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발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55건이 끝이 아니다. 아직 2023년이 저물지 않은 현시점에도 협의 완료된 모든 환경영향평가의 합이 3000여 건이 넘는다. 20231117일 기준,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서 2023년 협의 완료 조건으로 검색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총 785, 환경영향평가는 280,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2247건에 달한다. 3000건이 넘는 협의 완료 환경영향평가는 목적과 주체에 따라 재협의, 약식평가, 변경 협의 등의 조건을 모두 포함했다. '협의 완료'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수치만 확인해도 우리나라 개발사업이 생태 파괴를 넘어 생태 학살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해당 사업이 환경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진행하게 된 '절차'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2023년에만 최소 3000건의 환경 영향 개발사업이 진행됐으므로 협의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의 내용 분석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의 목적, 위치, 면적 등에 대한 전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그간의 개발 경험을 통해, 그리고 상식으로도 인간 활동이 넓어지는 만큼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마지노선인 환경영향평가를 실효성 있고 효과적으로 만들려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개발 사안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진행됐는지, 신중히 관찰·분석해 과오를 바로잡고 나아가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대상 사업조건과 협의요청 대상의 구분

환경영향평가는 대상 사업조건에 따라 2가지로 나눠 시행된다. 먼저, 전략환경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법' 9조에 의거)는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도시 및 군 관리계획이나 도로 기본계획, 경제자유구역지정 등의 행정계획을 대상으로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택지개발, 산업단지, 에너지개발, 항만, 도로 등 하위 행정계획(실시계획)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한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법' 43조에 의거)는 주택, 공장, 체육시설 등 5000이상이나 국토계획법상 계획관리지역 1이상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환경영향평가는 협의요청의 대상도 차이가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 수립의 행정기관장이며, 환경영향평가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협의요청 대상은 개발사업 승인기관장이다. 그런데, 지난 5월 통과한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 개정안처럼 지자체장인 강원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할 수 있게 됐고, 국회가 발의한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 개정안에서도 지자체장이 환경영향평가의 승인 권한과 국립공원 및 도립공원 등 보호구역에 대한 개발 해제 권한을 이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지금도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다고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인데 지자체장이 스스로 원하는 사업을 자체 감독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어 앞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환경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 | [함께 사는 길]

 

축구장 7663개 크기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완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연합뉴스국방부가 국정과제인 군사시설 보호구역 최소화를 통한 국민권익 증진을 위해 축구장 면적의 7663개 크기인 54718424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29일자로 해제·완화 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 일부 구역과 접경지역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해제되는 보호구역은 서울 두 곳을 포함해 47곳에 이른다. 면적으로 보면 통제보호구역이 28005㎡ △제한보호구역이 37932236㎡ △비행안전구역은 15785152이다. 통제보호구역에서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되는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36배인 973031이다.

특히 수도권의 대규모 부지가 보호에서 풀려 관심을 끈다. 서울에서는 통제보호구역이었던 종로구 소격동 일대(27303)와 제한보호구역이었던 중구 정동 일대(1054)가 해제됐다. 소격동 대상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부지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이전하고 미술관이 들어선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일부 부지는 보호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상 보호구역은 통제보호구역, 제한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통제보호구역은 가장 강한 수준의 규제구역으로 건축물의 신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제한보호구역은 중요군사시설 외곽 500m이내에 지정되고 협의 하에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또한 이번 조처에 따라 세종시 조치원비행장은 비행안전구역 15785152가 해제되고, 헬기전용작전기지에 맞춰 비행안전구역 3224342가 새로 지정된다.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화천과 같은 접경지역도 군사시설이 없고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지역 3377805가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 또한 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어려운 경기도 양주시·연천군 9093491에 대해서는 개발 등에 대한 군 협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해 일정 높이 이하에서는 보호구역이 해제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도록 했다.

이번 조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관할부대합참국방부 등 3단계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이번 보호구역이 해제 또는 완화된 지역의 지형도면과 세부 지번은 해당 지자체와 관할부대에서 열람할 수 있다. 각 필지에 적용되는 보호구역 현황은 인터넷 토지이(e)음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는 주민의 재산권 보장, 불편 해소 및 지역개발을 위해 파주철원화천 같은 접경지역도 군사시설이 없고 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지역은 해제 대상에 넣었다고 설명했다./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기후변화로 아열대 잠자리 서식지 25배까지 늘어날 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분포범위 예측탄소배출 줄여도 10

남색이마잠자리

기후변화로 아열대 출신 잠자리의 서식지가 2050년대면 25배 이상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남색이마잠자리의 분포범위는 위도상으로 제주도 제주시(3332)부터 경기 여주시(3737)까지 형성돼 있다. 이는 2019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남색이마잠자리 유충 서식지를 직접 관찰한 자료와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도출한 결과다.

남색이마잠자리는 몸길이가 3540이다. 등과 꼬리는 청회색이고 옆 가슴은 연노란색이다. 고향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고온다습한 아열대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 제주도에서 처음 채집됐고 2019년 전남 나주시와 광주 영산강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작년 경기 여주시에서도 유충이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자리류는 대체로 환경변화에 민감한 데다 소형 동물 입장에서는 포식자이고 조류와 어류 등에게는 먹이원인 먹이사슬의 중간자라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적합하다.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분포범위를 예측해보면 남색이마잠자리 서식지는 2050년대까지 9.825.2배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내륙·산지를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남색이마잠자리를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남색이마잠자리는 관찰 기록이 있는 제주, 전남, 광주, 경기 일부 지역 외에 경남, 전북, 충북 일부 지역에도 분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면적은 1328로 전체 국토(10284)1.3%.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경우'(SSP1-2.6) 2050년대 기준 서식 예상 지역은 1394(13.3%)로 늘어난다.

한국습지학회지 논문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를 위주로 한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SSP5-8.5) 서식 가능성이 큰 지역은 같은 시기 33407(전 국토의 34.0%)에 달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한국습지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한 이번 연구논문에서 "남색이마잠자리가 가까운 미래에 서식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높게 예측됐다"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서식지를 공유하는 토착종을 보전·관리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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