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P28 합의 이틀 만에…의장국 “화석연료 계속 투자하겠다” 2. 한국 정부, 재생에너지 용량 3배보다 훨씬 더 늘려야” 3. 기후붕괴 남은 시간 많아야 7년, 또 기회 날렸다 4. COP28, 30년만에 방 안의 코끼리를 해결하다 5. 尹정부 환경정책, 기후위기시대를 역행하다 6. 과학자 2700명 환경운동가로…BMW 전시장서 연행까지 7. 아아 서울민국! 정치인은 표 얻고 토건족은 떼돈 버는… 8. "말이 안 된다" 전문가도 절레절레...더 강력한 기상현상 가능성 9. 순천만 흑두루미, 7천800마리 월동…고흥·보성·광양도 서식 10. 청량리역 일대에 최대 규모 시립도서관 생긴다…지붕 전체가 공원
11`. 기후위기가 ‘지역 성장률’ 떨어뜨린다…국내 최대 피해는 어디? 12. 정부, COP28 성과 ‘자찬’…떠안은 숙제엔 “논의하겠다”고만 13. 볏짚으로 만든 집, 얼마나 대단하기에 상까지 받았나 14. 난개발과 강남스타일에 넘어진 부산 엑스포 15. "가덕신공항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할 것"
15. 독일 소비전력 52%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사상 최초 16. 태양광업계 고사시키는 윤 정부…“태양광 ‘태’ 자도 꺼내지 말라” 17."기후변화로 전 세계 자연 생태계 서비스, 금세기 내 9% 감소" 18. 기후위기 피해 부산·경남 예외 없지만 대책 너무 빈약 19. 윤석열의 '엑스포 폭망', 총선에서도 반복될까
20. 34년 동안 한반도 해수면 10㎝ 높아져…상승 속도도 빨라져 21. 한국 반도체 최대 위기... 대통령이 바뀌든지, 대통령을 바꾸든지 22. 정부는 거꾸로 가도…지자체는 일회용품과 작별한다 23. 탈화석연료’ 합의 며칠 됐다고…석유 시출권 경매하는 미국 24. 한전이 민간에 송전망 사업을 개방하려는 이유
25. 일본 곰의 잠 못 이루는 겨울 26. 허위 환경 평가로 삽 뜬 개발 사업에 을숙도·노자산 생태 훼손됐다 27. 24시간, 모두에게 공평할까…식량 생산 시간 1.5시간 vs 5분 28. 부산시 국비 확보 ‘사상 최대’ 29. 온난화로 사라져가는 빙하 30. '기후책임' 돈으로 따져보니...한국 517조, 포스코 64조 31. 가장 많은 야생동물 해치는 포유류, 그 정체는? 32 '3도 오르면' 세계 최고층 두바이 빌딩은 이렇게 됩니다
COP28 합의 이틀 만에…의장국 “화석연료 계속 투자하겠다”
‘화석연료에서 전환’ 합의 무색하게 만드는 방침에 비판 쏟아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합의한 총회 직후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총회 합의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술탄 알자베르 당사국총회 의장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해 기록적인 규모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의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국영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가 화석연료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접근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저탄소 에너지의 책임 있고 안정적인 공급자 구실을 계속해야 하며 세계는 가장 낮은 가격에 가장 탄소가 적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석유회사는 화석연료를 효율적으로 채굴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보다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 누출도 적다고 주장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는 앞으로 7년 동안 1500억달러(약 195조6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알자베르 의장은 이 투자가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5위의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자원을 (모두)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제28차 당사국 총회가 폐회 예정일을 하루 넘긴 지난 13일까지 협상을 벌여 역사상 최초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문서에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를 넣는 데 합의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기후 운동가들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의 투자 계획을 비판했다.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의 국제협력 책임자 하지트 싱은 “아랍에미리트는 28차 당사국 총회 의장국으로서 선례를 세워야 한다”며 “부유한 나라들은 (2015년 지구 온난화 억제에 합의한) 파리협정의 정신을 존중하는 가시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두바이 총회에서 어렵게 타결된 결의안에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의 산업 담당 책임자 데이비드 통은 “알자베르 의장은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며 “이제 그는 자신이 이끄는 회사가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석유와 가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한국 정부, 재생에너지 용량 3배보다 훨씬 더 늘려야”
COP28이 던진 과제’ 전문가에 물어보니
“미래세대 생존 위해 말과 행동 맞춰야”
“원전 확대·CCS 의존 대응은 오판될 것”
지난 13일 그린피스 회원들이 당사국총회 현장에서 ‘화석연료를 종식시킬 것이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한국에 던진 중요한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라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총회에서 198개 협약 당사국들은 에너지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폐막일 채택된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에는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및 에너지효율 2배 증대 △원자력 및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 합의 내용 가운데 특히 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3배 확충’으로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이 목표는 지구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한국에는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최소 평균 이상의 기여를 요구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6명의 기후 전문가의 답변을 들었다.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한 정부, 언행일치를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증가시키는 것은 세계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한 국가가 3배로 증가시키는 것이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9위, 경제 규모 13위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턱없이 낮은 한국의 현재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에서는 평균인 3배가 아니라 그 갑절로 확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서약한 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는 지적도 나왔다. 장 위원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는 세계적으로 그 정도 늘리자는 선언적인 의미”라고 전제한 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으로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데 워낙 발전량이 많아 절대량으로는 거의 10위권 안에 든다. (국가별 세 배라고 하면) 한국도 엄청난 점핑(설비량 확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한 한국. 기후솔루션 제공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또한 비슷한 의견으로 “정부가 이번에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는 약속과 완전히 반대로 행동해 중소기업이 많은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다 깨어지게 생겼다”며 “총회에서 한 국제적 합의를 지킨다는 차원을 넘어 산업과 미래 세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이제는 말과 행동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운 한양대 글로벌기후환경학과 교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이고, 필요하다면 3배가 아니고 더 증가시켜야 된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화석연료와 수출 중심으로 돼 있는 경제구조로 보면 우리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건은 굉장히 안 좋다”며 “지금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장애요인이기도 하지만 저탄소 경제로 가는 핵심요소를 가지고 있는 산업계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과 CCS로 기후위기 해결하겠다면 크나큰 오판
당사국총회에서 한 약속에 부합하게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수정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잡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0.2%를 21.6%로 낮추면서 2030년 설비용량 목표를 72.7GW(기가와트)로 잡았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연료전지와 석탄액화가스(IGCC) 설비를 제외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69.8GW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전력이 집계한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 25.1GW가 3배가 되려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제시된 것보다 5.5GW 많은 75.3GW까지 더 늘어나야 한다.
홍 교수는 이번 합의문에 ‘원자력과 탄소포집저장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가 포함된 것을 지적하며 “원전 확대는 핵폐기물 저장소 구축 등 강력한 전제조건이 있고, 탄소포집저장도 전문가들로부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런 것들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크나큰 오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설비 3배 확충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재생에너지가 여전히 강조됐지만, 원자력을 3배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주도로 합의가 되는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국가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점도 국내 정책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 결과가 한국에 주는 중요한 함의는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과 함께 에너지 효율 2배 증대 부분에 있다고 본다”며 “재생에너지를 실제로 확산하기 위해서 이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배전) 계통 등 구체적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 2배 증대에는 너무 정치적으로 눌려 있는 전기요금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후행동의 시작은 에너지 요금 정상화(로 인한 전력 소비 감소)에 있는 만큼 이제 하루빨리 에너지 요금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5년 NDC 최신 기준, COP28 반영해 준비해야
이번 총회에는 기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파리협정 전지구 이행점검(GST) 결과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이런 결과를 반영해 내년 말까지 엔디시 이행 관련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를, 2025년까지 ‘2035년 엔디시’를 유엔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는 당장 한국이 서둘러야 하는 과제다.
김소희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통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1996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이것을 2006년 기준으로 바꿔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하면 지금은 빠져 있는 불소계 냉매들과 우리가 천연가스를 수입해 오는데 따른 메탄 배출까지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운 교수는 “투명성 보고서에는 개별 정책과 조치 별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다 써 내야 하는데 조금만 실수해도 유엔의 전문가 검증에서 다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올해 글로벌 이행점검 결과를 반영해 내년부터 새 엔디시 작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기후붕괴 남은 시간 많아야 7년, 또 기회 날렸다
[결산] 취약국에 사형 선고 내린 제28차 유엔기후총회... 한국은 '핵발전 3배 확대'에 주력
▲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2.13.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총회(COP28)가 12월 13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는 그동안 각국 정부가 1.5℃ 상승 저지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에 따른 진전을 검토하고 장기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과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지원할 기금 설치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민사회 내에서는 COP28이 파리기후총회(COP21) 이후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국들이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치열한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한 COP28의 최종 문서는 1.5도 상승을 저지할 이정표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초안 문서에 등장했던 '화석연료 퇴출(phase out of fossil fuels)'은 온데간데없고, '탈화석연료 전환'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합의문에 대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end of fossil fuels)'의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했다. 세계 주요 매체들도 유엔기후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합의문에 온실가스나 이산화탄소가 아닌 '화석연료'가 언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COP28은 성공적이고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속력도 구체적인 시점도 없어
그러나 '화석연료의 퇴출'이 아닌 '탈화석연료 전환'을 합의문에 포함했다는 것은 석탄과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안고 있는 마셜제도의 대표단은 이 합의문을 두고 '사형선고(death sentence)'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마셜제도와 같은 기후 취약국에 현재 기후 적응 기금이나 손실과 피해 기금 지원이 우선순위이지만, 화석연료 퇴출을 통한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은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생계권과 생명권을 보장할 핵심 수단이다.
화석연료의 생명 연장이라는 회의 결과는 COP28 개최국 UAE의 국영 석유기업(ADNOC) CEO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가 올해 초 COP28 의장으로 지명되었을 때 예견되었다. 술탄 알 자베르는 COP28 기간 중 한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해 COP28 의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을 했다는 비난과 함께 빈축을 샀다(관련기사: 두바이서 날아온 '사망진단서'... 세계 경악시킨 석유공사 CEO https://omn.kr/26qoe).
지난해 이집트에서 개최된 COP27보다 4배 가까운 2456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가 COP28에 참석했다는 점도 기후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 대표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 지 30년 이상 경과했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세계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1℃ 상승했고, 전 세계에 기후 재난이 만연해졌으며 기후위기에 책임이 많지 않은 작은 도서국과 저소득을 포함한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기후 손실과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전 전망과 달리 10년 앞당겨진 2030년대 초반에 1.5도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할 정도로, 우리가 기후 붕괴를 막는데 남은 시간은 최대 6~7년이다. 따라서 COP28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의 구체적인 시기에 합의하고, 이에 대한 강제성과 구속성을 마땅히 부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구속력이나 강제성,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할 정도의 긴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지수가 수십 배 이상 강력한 메탄 감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합의문 제28조에는 2030년까지 상당량의 메탄을 감축하자고 되어 있지만 2030년까지 얼마나 줄일 것인지 언급되어 있지 않다.
1.5℃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2배 개선"이 합의문에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더 강력해지는 기후재난 상황에서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핵발전과 더불어 감축 용량과 실효성 측면에서 제한적인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하 CCS) 기술이 감축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CCS 기술은 화석연료 경제에 기반한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주요 산유국, 석탄 수출국들이 암암리에 화석연료의 채굴과 소비를 지속하기 위해 강조해 온 기술 가운데 하나다.
IPCC 6차 종합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 재생에너지보다 CCS와 같은 탄소 제거 기술(CDR)이 더 많이 포함되도록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9명이나 넘는 정부 대표단을 IPCC 회의에 파견한 전례도 있었다. 그들 대표단의 대다수는 국영 석유기업 관계자들이다.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손실과 피해 기금의 경우, 총회 첫날부터 기금 설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이 기금을 수십 년 전부터 제안해 온 작은 도서국을 비롯한 기후 취약국들의 지지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COP28에서 약속된 기금은 UAE 1억 달러, 독일 1억 달러 등 총 7억 9200만 달러에 그쳤다. 현재 기후 취약국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액은 연간 4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기에 현재까지 약속된 기금만으로는 손실과 피해기금을 운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북반구 산업국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큰 만큼 손실과 피해 기금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들 산업국은 글로벌 남반구에서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원 탈취를 통해 쌓은 자본으로 기후위기를 초래했고, 남반구의 수많은 민중들을 기후재난의 위험에 처하도록 했다. 따라서 산업국은 손실과 피해기금은 물론이고 남반구 개도국의 기후 적응을 위한 기금 지원과 역량 강화, 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엔기후총회는 기후위기 책임이 큰 산업국의 배출량 기준 기금 지원 규모를 정하고 강제성을 부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COP28의 합의문은 산업국의 기금 지원이 '자발적(voluntary)'원칙을 따르도록 명시했을 뿐이다. 합의문 전문(前文) 말미에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중요성에 주목하자는 표현이 있으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취약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재원 조성 등에 기후 정의 원칙 또는 공동의 차별화된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COP28 사실상 실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9일(현지 시각) UAE 두바이 엑스코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 수석대표로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2.9
한편, 예상은 했지만 COP28에서 보인 한국 정부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한국 정부는 '코리아 파빌리온(Korea Pavilion)'을 설치해 한국 산업계의 탄소 중립 현황과 탄소 감축 실천 사례 등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리아 파빌리온을 기업 홍보와 핵발전 전시관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핵발전 3배 확대'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데 이용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기후위기비상행동은 IPCC 6차 보고서를 인용해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나 비용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국가로서 그만큼의 책임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기후 취약국에 지원할 기후기금을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기금에 포함하는 방식이 아니라 ODA와는 별도의 기후기금을 책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COP28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어쩌면 국제 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저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이제 공은 내년 기후총회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으로 넘어갈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또한 UAE와 같은 석유 수출국인 데에다 인권을 억압하는 국가라는 평을 듣고 있어서 COP28에서 못다 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마이뉴스 l민정희(mujin21)
COP28, 30년만에 방 안의 코끼리를 해결하다
인류는 '지옥'의 문을 다시 닫을 수 있을까
올여름 전 세계 기온이 최고기록을 뛰어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9월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지난 수요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2주간의 험난한 회담을 끝내자 대표단을 환영했다. 그는 "처음으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라며 "화석 연료의 시대는 끝내야 하며, 정의와 형평성을 지키며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요일 아침 190개 이상의 국가가 전 세계에 화석 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촉구하는 합의문를 수락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가스, 석유, 석탄의 종말을 알리는 역사적인 합의일까? 아니면 지옥으로 가는 길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일까?
COP28에서 이 두 가지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수요일 아침에 발표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으로 알려진 문건은 각국이 사실상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처음으로 동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작은 섬나라들은 이것이 강제성도 없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을 방해할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회의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OP28 의장은 수요일 오전에 채택된 합의문 핵심 문구에 대한 환영을 밝히며 이를 "아랍에미리트 합의"라고 불렀다. 합의지, 만장일치는 아니다. 작은 섬나라들을 대변하는 사모아는 마지막 회의에서 협상을 막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세계는 여전히 1.5℃ 목표 달성에 먼 상태며 회담 결과가 이를 바로잡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들 국가와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지적했듯이 이번 합의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가난한 국가들이 석탄, 석유,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 천억 달러의 돈이 더 필요하다. 선진국과 석유 생산국들은 기후 과학계가 촉구하는 것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가난한 국가들을 위해 2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새로운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 및 가스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이번 COP28에서 가볍게 빠져나갈 것이다. 중국은 재생에너지만큼 석탄도 계속 캐낼 것이고, 인도의 석탄 산업계도 별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완전한 이 협상은 세계 산유국들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요일 아침 이른 시간까지 화석 연료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고, 자신들이 선호한다고 하면서도 희안하게 투자는 하지 않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대한 언급도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막후에서 진전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며, 내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에서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모든 다자간 유엔 협정과 마찬가지로 이 협정 역시 취약하며 산유국들은 내년에 이를 되돌리려고 시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이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그토록 노력한 것은 이 합의가 말뿐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합의는 투자자, 은행, 금융 기관, 정부, 민간 기업이 내리는 결정에 실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화석 연료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담은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30년 동안 거의 매년 기후 정상회의가 열렸다.
30년 동안 전 세계는 방 안의 코끼리, 즉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파괴의 근본 원인인 화석 연료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산유국들은 많은 선진국들에 이끌려 마지못해 기후에 대한 논의에 동의했지만, 화석 연료와의 연관성을 명시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 체결을 거부했다.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의장국인 영국은 석탄의 단계적 감축 필요성을 언급하는 형태로 처음으로 화석 연료 하나를 최종 결과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 약속 자체가 단계적 감축의 마지막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추가 언급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산유국이 처음으로 당사국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넣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의장국이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 회사 애드녹(Adnoc)의 최고 경영자라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총회에서 이런 강력한 내용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알 자베르는 개인적으로도 비난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본회의를 열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사이먼 스티엘 유엔 기후 책임자의 포옹을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포옹과 박수, 기쁨과 안도의 표정 속에서 우리는 다른 석유 회사 및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애드녹이 여전히 대규모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알 자베르는 그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 즉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글로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도록 사우디아라비아를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수요일 아침 COP28 폐막 총회의 분위기는 분명했다. 이번 합의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진전을 가져왔다. 전 세계는 지옥의 문이 닫히기 전에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는 영국 가디언지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기후위기 저널리즘 기구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CBS, PBS, 알자지라 등 전 세계 500여 개 매체사가 파트너사로 활동하며, 한국에서는 프레시안, TBS, 한겨레21, 동아사이언스, 조선사이언스, 뉴스트리 등이 파트너사로 활동한다.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 전홍기혜 기자(번역) | 프레시안
尹정부 환경정책, 기후위기시대를 역행하다
환경정책 세워야 하는 정부가 논란의 중심에?
지난 7월,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그 결과로 폭염이 일상화되는 악순환을 언급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2021부터 2040년 안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에 1.5℃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2018년 IPCC의 예상보다 10년 이상 빨라진 전망이다. 지구평균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이며, 이를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은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출범 당시 설정한 120개 국정과제에서 환경 분야 과제는 4개에 그쳤다. 과제 목표 설정에 따른 세부 추진사업도 생활쓰레기(일회용품 등) 감량 외에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적인 사업이 드물었다. 오히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여 기존의 환경정책에 반하는 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취임 2년 차인 2023년의 환경정책은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도외시하며,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축소했다. 환경부는 토목개발사업을 허용하기 위해 국립공원 구역을 해제하고, 기업활동을 우선하여 규제를 면제했다. 환경부는 본분으로부터 길을 잃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를 정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제40조에서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환경 가치를 세우고, 이를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반영시켜야 할 환경부가 나서서 환경 가치를 지우면서 그 존재에 대해서 의구심을 들게 만들고 있다. 시간순으로, 올해 발표시행된 주요 환경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전국 321개 시민 환경단체가 지난 11월 21일 전국 곳곳에서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일회용품 쓰레기로 죽어가는 인류의 영정 사진을 들고 퍼포먼스하는 참가자들. ⓒ함께사는길
보호지역 포기
먼저, 개발사업에 따른 보호지역의 포기다. 11월 20일, 설악산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착공됐다. 지난 2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해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의 사업불가 의견을 무시하고 내세운 조건부는 '지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이다. 토목개발사업에 대해 '산양'의 서식지인 국립공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40년의 노력이 환경부에 의해 무너졌다. 비단 설악산만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흑산도국립공원은 공항 건설 예정지에 편입되면서 일부 지역이 해제됐고, 제주 서귀포 지역은 제2공항 건설지로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로 결정되면서 공항 건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민환경연구소가 5월에 실시한 '환경기후에너지정책 전문가 평가'에서 보호지역 해제와 관련하여 응답한 열 명 중 여덟 명이 '환경부의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례행사된 녹조, 포기한 국가 물 관리
과거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4대강사업 이후 보로 갇힌 하천에서의 녹조 대발생은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녹조류 특히, 남세균으로 인한 독성은 상수원 수질을 위협했고, 수돗물에서의 독성물질 검출 논란까지 이어졌다. 2016년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환경부는 이미 수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강하천의 자연성 회복 원칙을 철회했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삭제했다. 국가계획이 수립되고 의결된 지 2년 만에 내용을 바꿀 때는 적어도 그에 따른 사전 검토나 민주적 절차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계획변경은 '급하게' 처리됐다. 말 그대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하는 물 관리 분야 최상위 계획이 환경부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국가 물 관리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위상은 '희망'에 그치고, 환경부의 자문위원회 정도로 추락한 현실을 방증했다. 환경부의 물 관리 분야 업무는 2016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토부에서 맡았던 수량 업무를 이관받았다. 당초 수량과 수질의 이원화된 관리를 넘어선 생태까지 포함한 통합관리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물 관리 규제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견제가 사라진 아이러니한 '공룡' 부처만이 남았다.
일회용품 규제, 연기 거듭하다 백지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백지화'와 관련하여 언론은 '거꾸로 가는', '나 몰라라', '두 얼굴', '신뢰를 제 발로 걷어찬 ', '헛발질', '과거 환경부와 현재 환경부' 등으로 환경부의 모순을 지적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과 일회용품 사용 감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쓰레기 문제는 일상에서 체감하는 가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하는 생활환경 문제로 대두되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환경기후에너지정책 전문가 평가'에서도 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탈플라스틱 사회 목표 강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 등을 꼽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일찍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더니, 지난 11월 24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일회용품 사용규제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편의점과 음식점에 사용하는 비닐봉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에 대해 규제하고자 했지만, 현장 혼란을 이유로 일 년간 계도기간 두고 실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계도기간이 끝나갈 즈음, 환경부 장관은 소상공인 간담회 개최(11월 3일)로 일회용품 규제 연기를 암시했고, 이어서 바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 시행을 백지화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1년간의 준비는 '소상공인 비용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내세운 환경부의 변심으로 무용해졌다.
ⓒ함께사는길
'탄소감축목표 못 높여!' 의견서 낸 환경부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래세대는 이 감축목표가 기후위기로부터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 '기후 소송'이 진행 중이다. 11월 13일 자 <국민일보>에 의하면, 환경부는 '기후위기 헌법소원' 심리 중인 헌재에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으로도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며,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을 좇을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정책 중 '국가온실가스 배출 및 관리'의 주무관청으로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가 현행 감축목표가 기후위기에 비해 너무 미온적이라 위헌이라는 청구에 '반대'한 것이다.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낮아 미래세대가 많은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탄소중립기본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원전 지원 16배 늘리고 재생에너지 예산 반으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공개한 산업통산자원부의 2024년 원전·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현황자료에 의하면, 내년 원전 지원 예산은 1420억 원으로 올해(89억 원)보다 16배 늘어났고, 재생에너지 예산은 올해 1조1092억 원에서 내년 6330억 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관련 연구개발 예산도 원전은 262억 원 늘었지만, 재생에너지는 269억 원 삭감됐다.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전을 선택한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3년 차에 더 분명히 목도하게 될 전망이다.
올 한 해에 주요 논란이 된 환경정책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환경보전의 의지를 살펴봤다.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의 실종이라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환경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의 실종이 우려스럽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계의 무시는 곧 민주주의의 퇴보를 의미하며, 환경정책에 있어 가장 중심에 놓여 할 국민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없는 정부,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환경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현 정부 취임 2년 차가 지나는 지금 환경정책에 있어 정부의 존재 의미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함께 사는 길]
과학자 2700명 환경운동가로…BMW 전시장서 연행까지
프랑스 사회가 과학자들의 기후행동을 반기고 있다
2023년 9월18일 미국 뉴욕에서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 거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프랑스 과학계가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과학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과학자 스스로 질문하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글로벌 정유회사 토탈(Total)의 주주총회가 열린 2023년 5월, 이 회사의 화석연료 추출 사업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활동가 사이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은 무리가 눈에 띈다. 과학자들이다. 과학자가 과학자로서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기도 한다.
그날 시위에 참여한 과학자는 모두 ‘시앙티피크 앙 레벨리옹’(에스이알)의 회원이다. 에스이알은 전세계 과학자 모임인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의 프랑스 지부다. 2020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실린 논평이 조직 창설의 계기가 됐다. “기후위기에 무위로 대응하는 현실”에 “기후운동가가 이끄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에스이알은 법적 지위가 없는 비공식 조직이다. 지도부가 따로 없이 수평하게 운영된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 1500여 명이 에스이알의 여러 대화 창구에 가입해 활동한다. 회원들은 프랑스에서 운동을 주도하거나 다른 활동가가 벌이는 운동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프랑스 아브르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건설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외국에서는 독일 뮌헨 베엠베(BMW) 전시장에 전시된 자동차에 손바닥을 붙이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과학자반란이 벌이는 환경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과학자반란은 세계 30여 나라에서 돌발 운동을 벌인다.
‘과학자 반란’ 시작됐다
또 다른 프랑스 과학자 모임인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각자가 가진 역량을 지역의 생명보호 활동에 쓴다. 연구실,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과학자 1천여 명이 회원이다. 2023년부터는 단체가 마련한 온라인 창구로 회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얼마 전 프랑스 되세브르 지역 이탄지(Peatland)에서 물을 빼가는 배수관을 막았다. 단체는 이 운동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보다 더 최근에는 프랑스 북부 루앙 근교에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무산시켰다.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함정을 놓고 웅덩이를 파서 보호종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 회원인 막심 쥐카는 “자연을 파괴하는 시설물과 사업이 우리 목표물”이라고 말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무장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환경을 향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정부가 제도적 대화에 관한 묵시적 계약을 파기한다. 이에 우리는 다른 행동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국가자연보호위원회 의견마저 거의 묵살되는 형국”이라고 단체는 설명한다.
에스이알 회원인 파스칼 바이앙 연구교수(정보통신학)는 “공적 결정이 나태하게 이뤄짐에 위급함을 느꼈다. 우리의 행동방식은 그런 위급함에서 비롯됐다. 과학자들은 위기를 가장 먼저 본다. 1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한을 넘길 위험이 있다. 공적 논의에 직접 뛰어들고 사람들을 목격자로 내세울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충격을 주는 소통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에스이알 회원인 물리학자 이레네 프레로는 그런 소통 방식이 “과학자들이 얼마나 진중한 자세로 기후위기를 얘기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과학자 신분으로 시민불복종운동을 주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존 방식대로 하는 발언의 전달력을 높이고 환경운동을 지지하기 위함이다. 바이앙은 “과학자들에게 엉뚱한 짓을 한다고 비판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과학자는 다른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체포당하거나 구금될 위험이 있다. 실뱅 퀴펠(수리학자)은 독일 베엠베(BMW) 전시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치소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다. 그는 “(환경운동에 참여한) 대가는 사태의 중대함에 견주면 별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금된 퀴펠을 지지하는 논평에 장 주젤, 크리스토프 카수를 비롯한 여러 기후학자가 서명했다. 두 사람은 그런 시위 방식을 택하지 않아도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과학자 공동체에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있었던 기후이민 전문가 프랑수아 즈멘은 과학자들이 공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시위에서 “과학이 정치 행동주의로 이탈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그런 시위가 “기후행동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최근 아브르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건설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2022년 6월 프랑스 생나제르 인근의 LNG 터미널. REUTERS
연극 형식의 시위는 대중의 관심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다.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ENS Lyon)에서 기후학자의 사회참여를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아나 코트레는 “대중에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시위는 과학자들이 벌이는 운동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활동도 있다. 그런 활동은 사람들 눈에 덜 띈다”고 말했다.
갇힌 과학자 “기후 사태에 비하면 구금 아무것도 아니다”
2018년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의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아테코폴’(정치환경아틀리에)에서는 고등교육·연구 분야 종사자 2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단체 설립에 참여한 역사학자 로르 퇼리에르는 “기후위기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배경이 무엇인지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고 함께 행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테코폴은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세미나를 열거나 기후문제에 관한 강연을 한다. 논평과 책을 내어 항공교통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고발하고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반대하는 활동도 했다. 현재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와 카스트르를 잇는 고속도로 A69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의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로르 퇼리에르는 “고등교육·연구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과학연구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단체 ‘라보 1포앵5’ 역시 그 물음의 답을 찾고 있다. 이 단체는 연구기관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하는 도구(GES 1point5)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연구기관 800곳에서 이 도구를 썼다. 또 다른 도구인 세나리오 1포앵5(scénario 1point5)는 연구기관이 탄소발자국 측정치를 바탕으로 탄소감축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
아나 고트레는 “과학자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과학자 공동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는 해묵은 논쟁이다. 독일 사회학·경제학자 막스 베버는 1919년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에서 ‘가치중립’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과학자가 연구활동 등을 하면서 과학사실과 가치판단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자의 사회참여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에스이알 회원이 된 엘자 압은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미 중립성이 배제됐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는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활동가에게 시위 같은 활동은 지식을 전달하는 또 다른 방식이자 의무이다.
실뱅 퀴펠은 “아테코폴에서 활동하며 내가 하는 연구활동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지 고민하고 싶었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이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 전체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과학자반란 회원으로 활동하는 로즈 아브라모프는 학회 참석자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다가 학회를 중단시켰다. 이 일을 계기로 일하던 연구실에서 해고당했다.
프랑스 활동가들은 소속 기관이 아닌 개개인의 이름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해고 위험을 피한다. 파스칼 바이앙은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어느 정도 관용을 베푼다. 물론 몇몇 연구실에서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과학자가 일터에서 자신의 활동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보 1포앵5의 협력회원인 앙드레 에스트베-토레는 “과학자가 자신이 맡은 일의 발자국을 줄이거나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 데 바치는 시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인정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래도 변화가 보인다. 라보 1포앵5와 아테코폴은 모두 과학자 개개인이 모여 만든 단체다. 현재 두 단체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를 비롯해 여러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23년 6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윤리위원회는 성명에서 “연구원의 공적 참여 활동과 연구활동에 적용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규범 사이에서 양립 불가한 원칙은 없다”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연구원의 시민불복종 활동을 “사전에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이다. 기후와 환경 위기 사태에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0월호(제439호)
Face aux crises écologiques, les scientifiques montent au front/번역 최혜민 위원/ 한겨레
아아 서울민국! 정치인은 표 얻고 토건족은 떼돈 버는…
일본은 왜 '철도 지하화' 하지 않을까
지난 10월 말, 일본 철도 JR 관계자 만남과 현장 실사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 중 우연히 본 뉴스 하나가 일본 답사 일정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성동구, 송파구, 광진구 구청장이 지상 구간으로 운행되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역 – 잠실역, 성수역 – 신답역 구간의 지하화 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기사였다. 기사는 도심을 관통해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도시철도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기 위한 공동의 첫걸음이라고 추켜세웠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 수십 년간 철도가 지나는 모든 곳의 정치인들이 한 번쯤 내세웠던 공약이었다. 주민 불편 해소와 지역 개발 논리를 앞세워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살아났다. 지하화 공약에는 여야의 구분도 없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간조선>은 21년 10월 17일자 기사를 통해 이재명 후보의 지하화 공약은 주변 교통에 미치는 악영향과 막대한 재원 마련 논란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대형 토목 공약이라며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도가 그려진 도판을 준비해와 직접 철도 지하화 공약을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보다 더 광범위한 전국적 철도 노선을 대상으로 했다.
철도 지하화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뜻을 모았고 국토부가 나서 '철도시설 지하화 및 상부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예산인 22조가 투입됐다는 4대강 사업의 두 배가 넘는, 45조로 예상되는 대규모 토목 잔치가 열리게 되는 판이다. 국토부는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은 막대한 비용과 낮은 경제성, 복잡한 규제 때문에 추진이 어려웠으나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 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설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막대한 비용과 낮은 경제성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지만 특별법으로 어쨌든 실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어느새 지상 철도는 정치인들이 주민을 위해 개선해야 할 혐오시설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거대한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상 철도가 사라진 공간은 거대한 부동산 개발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재원의 상당 부분은 민간투자 유치다.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민자사업들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합법적 장치로 기능해왔다. 지상에서 철도가 사라지면 시민들은 행복해질까?
45조의 예산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집행된다. 집권 여당은 서울 주변의 경기도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호를 서울민국으로 바꿔야 하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반 지방 정책들이 구사되고 있다. 서울을 거대 블랙홀로 만들고 있다.
지상철도 지하화의 문제는 정치인들은 표를 얻고 토건족들은 떼돈을 벌지만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은 지옥철로 불리는 교통 환경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접근성을 기준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아직도 상당 거리를 마을버스에 의지하는 등 적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이 철도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많은 노선들은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혼잡도를 보이고 있어 용량 증대나 대체 노선 확보가 필요하다.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하화 공약은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한다. 지금 존재하는 지상 철도를 그저 지하로 넣겠다는 것이다. 45조나 쏟아붓는데 교통 여건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민주공화국의 공약이요 정책인가?
철도지하화 공약의 이면에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부동산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하화로 확보된 철도 부지 개발을 통해 너도나도 한 몫 잡고 말겠다는 욕망이 지하화 공약을 미는 거대한 추진체가 되었다. 철도 관련 최신 뉴스를 보려면 부동산 커뮤니티를 찾는 게 가장 빠르다. 서울 철도 구간의 지하화가 시도되면 주변 땅값과 집값의 고삐가 풀리게 된다. 서울의 자치구가 모두 서초, 강남구가 되겠다는 욕망을 갖는 순간 서민들이 살 자리는 사라진다.
대통령과 서울시장, 지자체장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하나로 묶는 철도 지하화는 신념체계를 넘어 신앙이 되었다. 한정된 자원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민주공화국 정신이 사라진 그만큼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도쿄 도심을 질주하는 지상 전철은 시민들의 삶에 녹아든 일본의 아이콘이 되었다ⓒ박흥수
나리타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도교 시내 숙소에 도착한 곳은 우에노 역 근처였다. 우에노 역은 도쿄에서 일본 동북지역으로 향하는 고속열차 신간센과 재래선 열차 노선의 주요 기점이다. 서울역이 14번 승강장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우에노 역은 지하 신간센 승강장을 비롯해 지상과 고가까지 22번 승강장을 갖고 있는 거대 역이다.
우에노 역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선로는 도쿄역으로 향한다. 이 선로는 도쿄 도심을 관통하는 고가철도다. 서울의 3개 구청장이 혐오시설이라며 땅에 묻겠다는 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 – 잠실역 구간의 고가철도는 선로가 2개인 복선이다. 반면 우에노 역에서 도쿄 도심을 뚫고 달리는 고가철도는 3복선이다. 게이힌 도호쿠선, 우에노 도쿄선, 도호쿠 본선, 야마노테선이 쉴 틈 없이 달린다. 사실 이 3복선은 우에노 전 역인 오카치마치 역까지는 신간센이 붙어 있어 4복선으로 운영된다.
10개의 선로가 있는 고가철도는 한국의 철도 지하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쿄도지사나 일본 총리, 도쿄도 지역구 의원들이 도쿄 곳곳의 지옥 같은 지상철도를 지하로 넣겠다는 공약을 내지 않는다.
철도 지하화론자들은 지상 철도가 지역을 갈라놔 발전을 저해한다고 한다. 도심 철도가 지역을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이런 문제로 철도 주변이 낙후되거나 발전이 저해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도심 철도 주변 지역의 발전은 철도를 그대로 놔두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도시에서는 철도 주변이 낙후되는 것이 아니라 역세권 효과를 타고 더 세밀한 개발로 철도가 파생시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4~5복선의 거대 고가철도를 보는 도쿄 시민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상 철도는 도쿄시를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일본, 특히 도쿄의 일상을 상징하는 장면은 도쿄 타워가 아니라 고가철도 위를 달리는 전철이다. 회사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신주쿠 거리 위 철교를 통과하는 열차는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우에노 역에서 고가철교 밑을 따라 차도를 하나 건너면 재래시장 아메야요코초를 만난다.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는 이 재래시장은 고가철교 구조물 아래 형성된 상점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확장됐다. 저녁이면 퇴근길 회사원과 전 세계에서 몰린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시장을 가득 메운다. 시장통을 걷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머리 위 고가철도에서 굉음을 날리며 달리는 열차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달리는 열차는 그저 일상에 녹아든 풍경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심 지상 고가 구간을 달리는 신간센과 관영 전철 ⓒ박흥수
▲선로와 건물이 닿을 정도로 밀착해 도쿄 시내를 달리는 신간센 고속열차 ⓒ박흥수
도쿄 지상을 달리는 철도 노선이 특이한 점은 선로가 주변 건물이나 거리에 바짝 붙어있다는 것이다. 중년 남자가 퇴근길 전철에서 역에 붙어 있는 건물의 댄스 교습소 창문을 보고 춤을 배우러 다니면서 삶이 변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셀위댄스>이다.
지난해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철도 로드무비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인공 시골 소녀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기차 타고 도쿄까지 가게 된다. 이때 위험에 빠진 도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은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 구간이라는 오차노미즈 역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엔딩 크레딧 배경 화면을 장식하는 오차노미즈 역은 지하철과 지상 전철의 3개 노선이 운하를 끼고 교차하는 곳이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교차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힐링 타임을 갖곤 한다.
전철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면 아파트 발코니에 널은 빨래를 걷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밀착해 달리는 도쿄 전철 선로에는 그 흔한 방음벽도 보이지 않는다. 철도가 시민들의 삶과 나란히 존재하고 있는 일본의 풍경과 혐오대상이 된 한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도쿄 노면 전차 ⓒ박흥수
▲도쿄 번화가를 관통하는 오차노미즈 역 풍경 ⓒ박흥수
도쿄 시내에는 한국에서는 진즉에 사라진 노면전차가 아직도 달리고 있다. 일부 구간은 지역을 가르는 전용노선이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차도 위를 자동차 속에 섞여 함께 달리기도 한다. 도쿄 사쿠라 트램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노면전차는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자 도쿄 교통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라면 효율성에 밀려 사라졌을게 분명한 노면전차가 지금은 더 큰 효용을 발휘하며 건재하고 있다.
45조로 예측되는 지상 전철 지하화라는 수도권 중심 거대 토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 예산의 절반 이상은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지역 철도망 구성에 투자되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일이다. 나머지 예산은 수도권 철도망의 유기적 구성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하철 혼잡률이 극심한 노선에 대한 보완 노선 건설이나 용량증대가 우선이다. 이른바 '헬'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1, 2, 4, 5, 7, 9호선과 경의 중앙선, 김포 골드라인 같은 교통환경을 그대로 두고 멀쩡한 철도를 땅속으로 밀어 넣는데 돈을 쏟아붓는 일은 세기적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프레시안
"말이 안 된다" 전문가도 절레절레...더 강력한 기상현상 가능성
◆공항진> 보통 겨울철 눈은 추워지면 쏟아지는 현상이 서해안에 나타나요. 그런데 어제는 중부지방에도 눈이 왔잖아요. 중부지방에도 눈이 왔는데 이렇게 서해안에 눈이 오는 이유는 찬 공기가 내려올 때 바다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따뜻한 바다를 지나면 거기 눈구름이 생기죠. 그래서 그 눈구름의 방향 바람이 북서풍이기 때문에 서해안 쪽으로 이렇게 영향을 주거든요.서해안이라고 하면 충청도도 있고 전라북도 이쪽도 있잖아요. 이쪽에 눈이 많이 쌓이는데 제가 들어올 때 잠깐 보니까 현재 군산의 선유도라는 곳에 32cm의 눈이 쌓였어요. 그러니까 상당히 많은 눈이 쌓였다고 볼 수 있고요. 제주도 산간, 제주도 일부 공항이 뜨고 내리는 데 지장을 주고 있는데 제주도 산간에도 한 20cm의 눈이 쌓여서 밤새 이런 눈이 이어진 곳들, 중부 내륙이라든지 또는 서해안이라든지 이런 곳은 교통사고도 있었고요. 그래서 상당한 피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주 수요일, 목요일 비가 많이 왔잖아요. 수도권에 비가 많이 오고. 또 동해안에는 눈이 많이 왔잖아요.◆공항진> 제가 지난 일주일을 한번 봤어요. 지난 일주일이 워낙 극적이라서 저도 60년 이상 살았지만 제가 이런 겨울을 경험해봤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까 실제로 경험이 없어요.
그러면 제가 한번 볼게요. 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봄 같은 겨울이 있었어요. 이때는 서귀포 기온이 22.4도까지 올라갔고 광주 기온이 20도를 넘었어요. 그래서 12월 최고기온을 깼거든요. 바로 불과 일주일 전 얘기입니다. 그다음 날은 겨울철에 폭우가 쏟아졌어요.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틀 동안 계속 비가 왔잖아요. 하루 오는 것도 신기한데 이틀 동안 비가 왔으니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강릉에 기록된 강수량이 91.2mm. 하루에 91.2mm 왔다, 역시 12월 최고입니다. 왜냐하면 12월 한 달 동안 내리는 비는 보통 30mm 안팎이에요. 왜냐하면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공기가 갖고 있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비가 쏟아져도 많이 쏟아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찬 공기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뜻한 공기가 머물렀기 때문에 이렇게 큰 비가 온 거고요.
그리고 삼척시 원덕면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이틀 동안 비가 234mm가 왔어요. 장마철, 여름철에도 나오기 어려운 비가 쏟아진 거죠. 겨울에 내린 거죠. 이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다음에 12일에는 폭설이 내렸는데 물론 강원도 강릉에서는 올라가면 산이잖아요. 산이 높으니까 눈이 많이 내리는데 향로봉에서 74cm 정도의 눈이 쌓였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11일, 12일 겨울 폭우, 폭설이 오니까 기상청에서 호우주의보도 내고 대설주의보도 냈어요. 그러니까 호우주의보도 내고 대설주의보를 한꺼번에 낸 것은 1999년, 25년 전인데. 99년 이후에 처음 나오는 얘기입니다. 물론 주의보라는 게 주의보를 내서 결과가 같아지면 좋지만 주의보를 내서 꼭 주의보를 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주의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상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가능성이 이제 막 보여지고 있다는 것, 이게 굉장히 문제인 것이죠.
왜냐하면 우리가 대응을 하려면 그동안에 있던 경험치를 가지고 대응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동안 겪지 못했던 현상들이 나타나니까 이게 두려운 겁니다. 그리고 나서는 또 15일에 겨울철에 또 비가 왔는데 대전에 47mm가 왔는데 이것도 역시 12월 최고 기록이에요. 지난 일주일 동안 이렇게 최고의, 그동안에 볼 수 없었던 기상현상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만큼 지구가 바뀌고 있다. 그만큼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YTN 뉴스와이드]
순천만 흑두루미, 7천800마리 월동…고흥·보성·광양도 서식
낙동강 하구에는 왜 안 오나
11월 초 도래, 3월 말 북상…서해안 거쳐 중국, 러시아로 이동
순천 갯벌 흑두루미
전남 순천만 습지를 찾는 흑두루미가 7천800마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인근 전남 고흥, 보성, 광양까지 이동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전남 순천시의 흑두루미 서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순천만에서 월동한 흑두루미는 지난해 11월 9일 도래하기 시작해 올해 3월 30일까지 5개월간 머물렀다.
첫 달인 지난해 11월 1천694마리가 순천만을 찾았고 다음달인 12월 가장 많은 7천841마리가 서식했다. 이어 올해 1월 5천423마리, 2월 6천203마리, 3월 3천4마리 등 5개월 동안 월평균 3천여마리가 순천만에 정착했다.
흑두루미는 시가 조성한 보호지역(보호뜰)과 갯벌을 중심으로 서식했는데, 논은 먹이터로, 갯벌은 잠자리로 주로 이용했다. 월동 중 일부는 순천만을 떠나 40㎞ 떨어진 고흥, 광양까지 이동했다. 처음에는 순천만에 정착했다가 2∼3월 고흥, 보성, 광양으로도 이동했고 3월 말 북상 시기가 다가오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순천만에 집결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식지가 확인된 곳은 순천만 습지와 고흥군 안남·송강리, 보성군 벌교읍, 광양시 세풍리다.
흑두루미는 올해 3월 25일 모두 북상해 한반도 서해안을 거쳐 이동했으며, 이후 중국의 내륙습지와 농경지를 거쳐 33일 만인 4월 27일 최종 번식지인 러시아 하바롭스크 추미칸 습지대에 도착했다. 국내 중간 기착지는 새만금, 천수만, 대호만 등 하구에 위치한 간척 농경지로 1일 이내에서 최대 7일간 머물렀다.
남하 시기는 8월 하순으로 북상 경로와 비슷했으며 남하를 시작하고 81일 만에 순천만에 도착했다. 철새들은 번식을 마치고 남하할 때 어린 새와 동행하기 때문에 경험이 미숙한 어린 새를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북상에 비해 이동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순천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흑두루미에 적합한 서식지로서 순천만 습지를 유지·관리하고 서식 조류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15종의 두루미가 서식한다. 왼쪽부터 회색관두루미, 쇠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관두루미, 청두루미, 검은꼬리두루미,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재두루미, 브롤가, 미국흰두루미, 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볼망태두루미, 큰두루미. 이중 11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청량리역 일대에 최대 규모 시립도서관 생긴다…지붕 전체가 공원
2029년 준공 목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에 들어서는 서울시립도서관 설계 공모 당선작 이미지. 서울시 제공
2029년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 대규모 공공도서관이 들어선다. 서울시청 앞 서울도서관의 2.5배 규모다.
서울시는 동대문구 전농동 691-3 일대에 추진 중인 서울시립도서관 건립 설계안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8월부터 서울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를 진행해왔는데, 소솔건축사사무소 콘소시엄의 설계안을 최종 선정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계약을 맺은 뒤 2025년 하반기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도서관은 부지만 1만6899㎡에 달하고, 건물 전체 바닥면적은 2만5000㎡, 야외마당은 1만㎡규모다. 옛 서울시청사를 활용한 서울도서관의 전체 바닥면적이 1만8711㎡, 순면적이 9499㎡임을 고려하면 대규모 프로젝트인 셈이다. 서울시는 예정 설계비 87억원, 공사비 164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선정된 설계안을 보면, 서울시립도서관은 목조가 가미된 건축기법으로 지어지며 지붕을 온전히 공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서울시는 “도서 열람뿐 아니라 연중 문화예술 행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문화·커뮤니티’ 기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기후위기가 ‘지역 성장률’ 떨어뜨린다…국내 최대 피해는 어디?
한은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
“건설·부동산업, 제주·경남 예상”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기온이 점차 올라가고 폭우·폭설이 잦은 국내 기후 변화가 이어지면 산업에서는 건설·부동산업이, 행정구역별로는 제주·경남의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또 기후 변화의 경제적 피해를 측정하면 온도 상승보다 강수량 증가의 부정적 영향이 국내에서는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18일 발표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위험)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를 보면, 특정 지역의 연간 총 강수량이 한 단위(1m) 증가할 경우 성장률은 2.54% 떨어졌다. 기후 변화가 해당 지역의 연간 부가가치 생산이나 소득을 그만큼 감소시키는 영향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분석은 국내 기상 관측 자료에서 가져온 강수량과 기온의 변동 누적치 등을 활용해 기후 변화가 1인당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성장률에 미친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연 총강수량 증가에 따른 장기 추정 영향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의 성장률(-9.84%)이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석회석이나 규사 등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과 금융·보험업(-3.62%) 등도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기온 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도소매업과 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강수량과 기온 변화의 산업별 영향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누적되는 상황을 가정해 국내 산업·지역별 실질 부가가치의 예상 증감도 추정했다. 각 행정구역에서 발표한 1985년 이후 2021년까지 기상 관측 자료와 함께 향후 연도별 예상 강수량과 평균 기온 변화분의 중간값을 적용한 추정이다. 이에 따르면 산업별로는 건설업(-4.9%)과 부동산업(-4.37%)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다. 건설업은 조업 중단이나 원자재 수급 차질 등 기상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부동산업은 건축물 손실이나 거래 중단 또는 거래 당사자 간 탐색 기간 지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 특성을 보여준다. 이어 섬유·의복·가죽제품 제조업(-2.53%),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1.76%), 금융·보험업(-1.13%)의 차례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로는 제주(-3.35%)와 경남(-2.39%) 등 위도상 남쪽일수록, 또 단위 면적당 도시화 및 산업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인천(-0.93%) 등이 기후 변화에 따른 누적 피해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보고서의 추정치는 홍수, 가뭄, 산불 등에 따른 직접적 손실은 반영하지 않아 이를 고려할 경우 실제 경제적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국내 기후조건이 다변화하고 있어 지금까지 관측된 중간값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균기온과 총강수량 증가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산업과 지역별 기후 변화의 영향과 취약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선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정부, COP28 성과 ‘자찬’…떠안은 숙제엔 “논의하겠다”고만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 여부 “국내서 논의”
‘탈석탄’ 대해선 “최대한 감축” 모호한 답변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협상 결과 공유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폐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정부가 ‘받아든 과제’인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 문제와 탈석탄 계획에 관해서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18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화석연료 문구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는데 그럼에도 동료 산유국을 설득해서 합의안을 만든 것은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성공적인 당사국총회였고, 의장국(아랍에미리트)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대사는 “화석연료 문안이 들어간 것 자체로 큰 성과”라며 “화석연료 관련 언어들이 또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전향적인 언어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당사국총회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진 못했으나, ‘10년 이내’란 시기를 명시해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transitioning away)이란 타협안으로 합의가 도출한 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국가별로 격년투명성보고서(BTR)를 제출하도록 했고, 보다 도전적인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하도록 했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우리는 격년보고서를 내년 말까지 제출하는데, 그 국가별 평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압력과 평판이 상당히 중대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한국의 구체적 기여 여부 등에 대해선 진전된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김 대사는 ‘손실과 피해 기금 기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실과 피해 기금에 한국이 언제쯤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이냐는 저희가 또 국내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번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에 총 7억9200만달러(약 1조280억원)가 조성된 바 있다. 한국도 손실과 피해 기금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나왔지만,
한국은 이날도 기금 공여를 국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에너지효율 2배 향상 서약(130개국 참여)’, ‘2050년 원자력 발전 3배(22개국 참여) 서약’에 참여한 바 있다. 두 서약의 핵심 취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자는 데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방안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개 서약에 모두 참여한 미국과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탈석탄동맹’에도 합류했다. 탈석탄동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 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현재 오이시디 38개 회원국 중 탈석탄동맹에 합류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터키 등 4개국에 불과하다.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전력지원관은 관련 질문에 “탈석탄을 더 빨리하면 좋지 않겠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저희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2050년(이) 기준”이라며 “다만 석탄발전에 대해서도 최대한 감축한다는 입장은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자
지난 6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하고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집 근처에 아름다운 개울이 있다. 산꼭대기에서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흘러내린다. 물길 따라 걷는 산책로가 6㎞ 이상 이어지는데, 주변으로 숲이 울창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지난여름, 여느 때처럼 개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산책로 입구로 이어지는 다리 위에서 노인 한분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다가서다 얼어붙고 말았다. 아름답던 개울은 물이 말라 거대한 진흙탕처럼 보였고, 악취마저 풍겼다. 날벌레들이 잉잉거렸다. 한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고 목쉰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태어나 70년 넘게 살았소만, 이런 꼴은 처음 보는구려.”
난생처음 보는 모습에 익숙해진다. 100년 만의 폭우가 내리고, 역대급 태풍이 줄지어 찾아오며, 여름 기온은 매년 사상 최고를 경신한다. 우리나라 넓이만 한 산불이 나서 숲과 야생동물을 집어삼키고, 빙산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바람에 작은 섬나라들이 아예 없어지게 생겼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 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지금 겪는 대재앙조차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지구 기온은 1880년 대비 1℃ 올랐다. 온도 상승폭을 1.5℃로 묶자는 목표를 절박하게 추구하는 이유다.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그 이상 오르면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 지구가 점차 사람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그때까지 수많은 목숨이 희생될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13일 198개국이 참여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막을 내렸다. 당사국총회는 거의 모든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자리이니, 사실상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다. 28차 총회의 가장 큰 결실은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에서 전환하기(transition away)’에 합의한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위기를 유발했으며, 인류의 미래는 청정에너지에 있다는 데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가 뜻을 같이했다.
28차 총회 의장 아흐마드 자비르가 자평한 대로 “역사적 패러다임의 전환”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사항은 물론 대원칙조차 너무 늦고 너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고 비난했듯,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물 건너갔다. 빌 게이츠나 버락 오바마의 예상대로 금세기 말 지구 온도는 2℃에서 3℃ 상승할 것이다.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는 섬나라 대표단이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최선이라면 그나마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서너명만 모여도 뜻이 맞기 어려운데, 전세계가 합의하기 쉬우랴. 일각에서 석탄 감축을 밀어붙이지 못했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여기에 반대한 것은 파키스탄 등 저개발국가였다. 스스로 기후위기 때문에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것을 알면서도, 주에너지원을 석탄에 의존하는 저개발국가는 재정과 기술 지원 없이 석탄 사용을 줄일 수 없다. ‘화석연료에서 전환’만큼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도 중요한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 마당에도 돈벌이에 여념이 없다. 일방적으로 석탄 감축을 주장할 뿐, 재정지원은 하지 않는다. 자국산 천연가스를 청정연료라고 마케팅하지만, 천연가스 역시 메탄을 발생시켜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결국 화석연료를 완전히 버리는 것만이 답이다.
우리나라 역시 천연가스에 활발히 투자한 탓에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선정 ‘오늘의 화석상’ 3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세번째 가는 기후악당국가라는 뜻이다. 경제로는 세계 10위권이요, 비티에스(BTS)와 봉준호와 손흥민을 자랑하는 우리는 어느 모로 보나 선진국이다. 대통령까지 ‘영업 뛰는 것’을 내세우는 경제동물보다는 모두 함께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듬직하게 해내는 ‘모범 세계시민’이 더 자랑스럽겠다.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한겨레
볏짚으로 만든 집, 얼마나 대단하기에 상까지 받았나
[ESG 세상] 쌀겨로 만든 100% 친환경 건축자재...이탈리아서 벌어지는 '쌀 혁신’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30% 이상, 에너지 및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의 40%가 건물 및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다.[1] 기업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건축자재보다는 건물 운영 측면의 감소 전략에 집중했다. 건물 설계, 단열, 냉난방을 위한 패시브솔루션, 가전제품 및 시스템 개선, 유지관리 등 특히 운영에너지 효율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2]
건축물 전과정 탄소배출은 운영탄소(Operation carbon)배출과 내재탄소(Embodied carbon)배출로 구분되며[3] '운영' 대 '내재'의 비율이 약 3:1로 운영 부문 비중이 훨씬 높지만 건물 및 건설 부문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재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제27차 기후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한 '2022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Building GSR)'에 따르면 2021년 건물 및 건설 산업의 '건축자재'와 관련한 에너지 사용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5%(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4%, 유리·벽돌 등 기타 1%)에 이르고 CO2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9%(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6%, 벽돌·유리 등 기타 3%)를 차지한다.[4]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유엔환경계획(UNEP)의 국제자원패널(IRP, International Resource Panel)이 2020년 발간한 "자원효율성과 기후변화: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보고서는, G7 국가만이라도 주거용 건물 부문에서 이 보고서가 제시한 재활용 자재 사용 등을 포함한 '자재 효율성 전략'을 따른다면 전 세계 주거용 건물 부문의 자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16년 대비 80~10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재효율성 전략'은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리모델링,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건축자재 재활용 등의 '건물의 전수명주기를 고려한 전략'으로 건물운영의 에너지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5]
전 세계 건축 원자재 수요는 206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에 지속가능한 건축자재와 설계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6]
오늘날 사용되는 건축자재의 40%는 이런저런 위험성을 갖고 있다.[7] 건물에 들어가는 석면, 납, 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 염화불화탄소 및 방사성 물질과 같은 건설 자재는 환경과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건설 노동자의 위험 노출, 주민 건강, 건물 오염, 폐기물 등 인간과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8]
쌀에서 친환경 건축자재의 답을 찾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 건축 원료를 '쌀'에서 찾은 회사가 있다. '라이스하우스(RiceHouse Benefit Corp.)'는 쌀 생산 부산물인 볏짚과 왕겨를 원료로 만든 100% 천연 건축 자재를 개발했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티지아나 몬테리시는 지질학자인 알레시오 콜롬보와 혁신 기술 연구를 통해 전통적 건축자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속가능한 자재를 만들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표로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이탈리아 송전시스템 운영회사인 터나(Terna S.P.A.)와 파트너십을 맺고 순환경제발전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9]
그들은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전통적인 건축 재료인 석회 혹은 점토를 연구해 왔다. 석회는 건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이고 물에 강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점토는 오랜 세월 동안 5개 대륙 모두에서 전통 건축에 사용됐으며 왕겨와 볏짚은 18세기 이탈리아 전통 농촌 주택에서 단열재로 썼다. 이러한 전통 재료를 연구한 끝에, 습기와 화재에 내성이 높은 물질인 '실리카'가 벼에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이스하우스가 이탈리아 쌀의 90%가 생산되는 지역인 이탈리아 비엘라에 둥지를 튼 것은 운명이었다. 그들은 대도시인 토리노와 밀라노에서 100km나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주변 환경과 생태계의 잠재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매년 논 1헥타르당 쌀 7톤과 볏짚과 왕겨 등 폐기물 10톤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쌀 수확이 이루어지는 매년 가을에 쌀 부산물을 없애느라 논이 불타 CO2가 생성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Problem)'를 '가치(Value)'의 원천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의 논을 태우는 모습 ⓒ 라이스하우스
볏짚은 우리에게 친근한 재료이다. 볏짚을 이용한 자연주의 건축공법으로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 House)'가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1870년대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농부들이 발명한 건축공법이다. 소먹이로 만들어 놓은 압축사각밀짚(사각베일)을 벽돌처럼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려 그 무게로 압축한 후, 볏짚 벽 양면에 흙 미장을 하는 공법이다. 사각베일은 보통 가로x세로x높이가 80x49x35cm정도에 무게가 20kg 이상 나간다. 스트로베일은 천연적인 건강한 소재로 뛰어난 습도조절 능력, 탈취력, 방음력, 단열 성능에 안정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단 20% 이하 습도의 볏짚만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10][11]
라이스하우스는 볏짚뿐 아니라 쌀겨 등 쌀 생산 부산물과 천연석회 등 100% 친환경 천연 재료를 원료로 단열재 외 다양한 건축 자재를 만든다. 라이스하우스가 내놓은 건축자재 모델인 RH시리즈는 단열용 식물재료, 볏짚 단열 패널, 왕겨 천연석회를 기본으로 한 베이스플라스터, 바닥재, 마감재, 데크용 시스템, 왕겨 블록 등이 있다.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 라이스하우스 RH시리즈의 원료 모음 ⓒ 라이스하우스
▲ 라이스하우스의 RH-H 볏짚 블록(좌), RH시리즈 제품의 원재료들.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역 등 짧은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산업 파트너는 회사를 중심으로 300km 범위에 있다. 향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과 같은 인접 국가로 배송이 이루어지더라도 철도와 같은 최대한 지속가능한 운송을 고려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회사를 공익법인(Società Benefit 영어로는 Benefit Corporation)으로 전환했다.[12] 이탈리아 법령에 "공익법인의 설립 목표는 이윤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13] 라이스하우스는 다른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매년 사업보고서에 '사회적 영향 보고서'를 첨부해 발행한다.[14]
공익목표 추구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국제 외부 평가 표준인 BIA[15]를 기반으로 한다.[16]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공익법인의 연례 사회적 영향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표 외에 환경(4), 커뮤니티(1), 거버넌스(1) 분야의 추가 핵심성과지표(KPI) 6가지를 설정했다.
추가된 핵심성과지표 중 환경 영향 목표 2가지는 'CO2 배출 감축과 에너지 소비 감소'이다. 2022년에 CO2를 1138톤을 저감한 데 이어 2023년에 1190톤 저감 목표를 세웠고, 에너지는 2022년 48만5267kWh 절감한 데 이어 2023년 97만 533kWh 절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자연재료에서 건축까지 폐기물 없이 순환경제를 촉진함으로 이뤄진다. 벼의 성장 주기 동안 많은 CO2가 내부에 저장되며, 쌀 생산 자체로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단열 성능이 높은 자재를 사용한 라이스하우스 건물은 전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순 절감효과를 얻는다.
또 다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탄소 절감'이다. 기존 벽돌 및 콘크리트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자재 사용 건축물의 내재탄소 절감량을 2022년 1만3530 kg CO2/eq에서 2023년 1만6236kg CO2/eq으로 목표를 올렸다. 네 번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에너지 혹은 가상에너지(Embodied Energy or Virtual Energy)' 절감이다. 내재에너지는 건축물 혹은 건축자재의 생산(추출, 처리), 운송, 설치, 폐기 등 전수명주기 동안 필요한 에너지로 정의된다. 기존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건물의 내재에너지 감축분을 2022년 10만6887MJ에서 2023 12만8264MJ로 상향 조정했다.
커뮤니티 영향 목표는 2022년 농부 1인 소득 10만5000유로를 2023년에도 유지하는 것이다. 쌀 생산 시 먹을 수 있는 첫 번째 제품인 쌀은 물론 먹을 수 없는 두 번째 제품인 볏짚, 쌀겨 등 부산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두 가지 쌀 생산물 사슬에 농민을 직접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농민에게 추가 소득을 보장하여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거버넌스 영향 목표는 '천연재료 사용, 재활용,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의제 확산'이다. 목표는 이벤트 개최, 행사 참여, 라이스하우스 관련 출판물 및 인용 등 라이스하우스 의제 활동을 2022년 730개에서 2023년 745개로 늘리는 것이다. 라이스하우스는 대중의 의견을 모으고 행사를 개최하고 의견을 알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17]
▲ 라이스하우스의 건축자재로 만든 건축물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6월 디자인 및 건축 산업 부문의 '비콥인증(Certified B Corp)'을 받았다.[18] 비콥(Benefit Corporation) 인증은 '비랩'이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서 B임팩트 평가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에게 미치는 기업의 긍정적 사회 영향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주어진다.[19]
▲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 건축자재의 수명은 50~90년이며 수명이 다했을 때 퇴비로 100%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의 수명이 다하려면 수십 년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계획에 그치고 있지만, 라이스하우스는 향후 제품의 전수명주기(Life Cycle)을 고려해 자재를 회수해서 재활용하거나 직접 퇴비화하는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다.[20]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은 쌀이다. 라이스하우스의 혁신을 통해 다 태워질 운명에 처한 세상의 모든 왕겨와 볏짚이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자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은 피부, 옷에 이은 제3의 피부로 불린다. 이제 제3의 피부에도 눈을 돌릴 때이다. 인간과 지구에게 모두 유익한 선택지가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치용(carminedraco)이윤진(jinnylove)/ 오마이뉴스
[1] 2019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
2019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2] Newsroom. (Mar.15.2020). Changes in building and construction have great potential to slow global warming, ModernDiplomacy.
[3] http://www.kharn.kr/mobile/article.html?no=22030
[4] UNEP, (Sep.09.2022), '2022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UNEP, p.41-42.
유엔환경계획 홈페이지(UNEP)
[5] (Jun.25.2020) .Resource Efficiency and Climate Change: Material Efficiency Strategies for a Low-Carbon Future, UNEP
[6] 전과 같음
[7] 지속 가능한 건축 사례 연구: 건축을 위한 쌀 사용 (forestvalley.org)
[8] Terracon컨설팅그룹 홈페이지
https://www.terracon.com/2017/01/03/hazardous-building-materials-101/
[9] Terna S.P.A. 홈페이지
https://lightbox.terna.it/en/challenges/innovation-ricehouse-electric-station
[10] 정기석. (2008.9.7.), 짚으로 지은 집, 튼튼하고 값싸…이만한 집은 없다, 오마이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74535
[11] Green Building tips for straw bale houses, Building with wareness.
https://www.buildingwithawareness.com/greenbuildingtips/
[12]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3] 이탈리아 공익법인 관련 법령
NORME DI FUNZIONAMENTO DELLA SOCIETA'
영어 설명 페이지 https://www.societabenefit.net/english-information/
[14]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15] BIA: Business Impact Analysis, 기업 비즈니스 연속성 보장을 위한 사업영향평가.
[16]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7]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p.24.
[18] B corp. 비콥인증 회사 목록 참고
https://www.bcorporation.net/en-us/find-a-b-corp/company/ricehouse-srl-societ-benefit/
[19] B코퍼레이션 홈페이지.
https://www.bcorporation.net/en-us/
[20]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난개발과 강남스타일에 넘어진 부산 엑스포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때 이후 13개월 만이다. 2023년 11월29일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 대기업 총수가 지구 수백 바퀴를 돌았다고 홍보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엑스포에 배정한 예산은 5744억원. SOC 조성, 해외 협력 사업, 국내외 홍보 등에 들어갔다. 부산시 곳곳에 홍보대사 이정재씨의 광고물이 붙었다. 언론은 “51:49” “박빙 승부” 따위 유치위 관계자들의 말을 받아썼다. 결과는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압승.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유치 경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17표)와 별다른 격차가 없었다. 결과만 봐도 참담한 외교 실패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과정은 그 이상으로 나빴다.
사우디가 어려운 경쟁 상대인 점은 모두 아는 바였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갖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2017년 실권을 잡은 빈 살만 총리는 정적과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한편,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고 여성 운전과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사회개혁 프로젝트도 꾀하고 있다. ‘네옴’을 필두로 한 엄청난 규모의 도시 건설 프로젝트도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사우디로서는 2030년 엑스포가 자국의 번영과 변화를 동시에 선전할 기회인 셈이다. 왕족과 정부 각료들이 적극 유치 활동을 벌였고, 이미 2022년 여름께 사우디 언론은 “리야드가 70개국 이상의 지지를 약속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유치 경쟁 과정에서 부산이 유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권 정치인들은 이전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탓했다. 그러나 유치 실무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부산이 ‘후발 주자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은 절반만 사실이다. 전임 정권 때 엑스포 유치 경쟁이 그리 힘을 받지 못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태도에서 찾았다. “2012 여수엑스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명예 위원장을 맡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적극적으로 뛰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은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이 맡았다. 김 회장 선임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주요 대기업에서 맡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유치위의 협조 요청도 원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차기 정부 태도에 따라 엑스포 유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본 거다.”
2023년 11월29일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AP Photo
윤석열 후보는 부산엑스포 유치 적극 지원을 공약으로 걸었다. 판세가 불리하지만 일단 뛰어들고 역전을 노린다는 게 이 정부의 전략이었다. 당선자 신분이던 2022년 4월22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대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직접 챙기고, 새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2022년 2516억원, 2023년 3228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해 합계 5744억원을 엑스포 유치 활동에 썼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직접 나서는 유치 활동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2023년 6월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직접 엑스포 부산 개최를 역설했다.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회장을 필두로 대기업에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국의 지지를 모으려 했다.
돈’뿐 아니라 화제성도 밀렸다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투표는 무기명이다. 투표가 끝난 지금도 구체적 표심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의 전략이 틀렸는지, 어떤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평가하기가 어렵다. 정부와 대기업의 공격적 설득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일각의 주장도 검증할 수 없다. ‘유치 활동 덕에 29표라도 건졌다’는 반론도 마찬가지다.
일단 ‘돈에서 밀려서 졌다’는 게 정부와 유치위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는 해석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리야드가 선정된 후 파리 현지에서 “오일머니를 앞세운 경쟁국의 유치 활동에 대응이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위 자문단의 김이태 교수(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는 이날 “(사우디가)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저개발 국가에 천문학적 개발 차관과 원조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금전 투표가 이뤄졌다”라고 주장했다. 어떤 이들은 ‘오일머니’라는 말에 외부의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쓰이는 쌈짓돈이라는 뜻까지 넣어 쓴다. 2022년 한 유치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우디는 수십억, 수백억, 수조 원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단 한 푼도 통제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어느 나라 가서 ‘이거 줄게, 이렇게 해줄게’ 쉽게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교섭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사우디가 부국이고, 자금 운용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졌지만 잘 싸웠다’고 평가해도 될까? 유례없는 자금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독재자가 상대였기에 불운했을 뿐,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한국경영자총협회의 평가)를 성과로 보고 위안 삼아도 괜찮을까.
금권 선거만 탓하기엔 걸리는 대목이 있다. 부산은 화제성에서도 졌다. 종교가 공통분모인 중동 국가나 자금력이 급한 저개발국뿐만 아니라, 서구 언론의 관심이 리야드에 더 쏠렸다. 유치 경쟁 기간 사우디가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기에 적절한 장소인지,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가 어떤 의미인지 등을 두고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부산의 엑스포 캠페인에 대해서는 보도량 자체가 무척 적었다.
2023년 8월 영국 인터넷 매체 〈디 아티클〉의 ‘세 도시 이야기:2030년 엑스포’는 엑스포 개최 후보지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쓴 몇 안 되는 기사 중 하나다. 리야드·로마·부산이 어떤 도시인지, 각국은 어떤 장단점이 있고 그 지도자들은 어떤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 다뤘다. 〈더타임스〉 편집장 출신인 영국 언론인 대니얼 존슨이 썼다. 기사 논조는 중립적이지 않았고 분량도 세 도시에 불평등하게 할애됐다. 존슨은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엑스포는 “재앙”이라며, 11문단에 걸쳐 비판했다. 사우디에 대해 알려진 사실 거의 모두를 도마 위에 올렸다. 세계 5위까지 올라간 국방비 지출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의미한다고 썼다. 사형과 고문 등 야만적 사법제도와 2018년 암살된 반정부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일을 꼬집었다. 사우디 문화는 여전히 여성혐오적이며 네옴 건설 계획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반면 부산에 대해서는 단 3문단만 썼다. 모두 잼버리 이야기였다. 파행으로 끝난 2023년 여름 잼버리 사건을 설명한 뒤 이렇게 적었다. “스카우트 단원 4만3000명도 관리하지 못한 한국이 그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막대한 인파를 수용하길 기대할 수 있을까?”
2023년 12월6일 윤석열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 등 기업 총수들과 함께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잼버리로 깨진 국제사회의 신뢰를 만회할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로마 역시 최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망가져 도시가 붕괴된 수준이라고 기사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독특한 역사를 살려 인문학적 가치의 등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라고 썼다. 엑스포는 상업적 행사이지만 동시에 “인권과 인간적 가치, 실용적 경험과 기술적 역량, 윤리적 진실성과 미적 상상력 등이 모두 중요하다. (중략) 로마는 리야드·부산과 대조적으로 고대와 근대의 인간성을 대표한다”라고 썼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이나 재벌의 해외 영업 외에, 국가 이미지를 살려 오일머니에 대적할 방법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은 소프트파워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유치 과정에서 문화적 자원은 허비되었다.
“부산에서 하는데 강남스타일 웬 말”
정부와 유치위의 ‘미적 상상력’은 연예인을 동원하는 데 머물렀다. 2023년 11월28일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배경음악은 가수 싸이의 2012년곡 ‘강남스타일’이었다. 아이돌그룹 멤버들과 배우 이정재 등이 돌아가면서 “유일한 선택(Only one choice)”이라고 말하며 영상은 끝난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은 길었다. 연사 5명 중 4명(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60~70대 남성이었다. 사우디는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사 2명을 여성으로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영상과 지난 6월 4차 프레젠테이션 영상 제작에 총 53억원을 들였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이보름 간사는 “표 차이가 너무 커서 허탈해하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기 전 광고 영상을 접할 때부터 ‘부산에서 하는데 강남스타일이 웬 말이며 연예인으로 이렇게 계속 홍보를 하는 게 맞느냐’는 반응들은 꾸준히 나왔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일각에서는 ‘연예인이 아니라 부산 홍보를 우선시했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부산의 현실을 잘 아는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부산엑스포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부제는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이다. 그러나 부산은 ‘엑스포 관광객이 찾을 랜드마크’라는 이유로 개발 계획을 밀어붙여왔다. 황령산 정상 전망대와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일례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엑스포 주제와 부산의 현실이 상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엑스포 유치위는) 지속 가능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엑스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그렇지 못하고, 부산도 전혀 그와 일맥상통한 정책이나 사업이 없다. 건축 규제를 풀고 난개발이 이보다 심할 수 없다. 설득력이 안 생긴다.”
12월1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 실패를 사과한 뒤 “공론화를 통해 시민 의견을 모으고 2035년 엑스포 재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6일 정부·지자체 관계자와 기업인 100여 명과 함께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유치 경쟁으로 전 세계에 ‘부산 이즈 레디(부산은 준비됐다)’ 구호가 알려졌다. (중략) 부산을 글로벌 거점도시로 키우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가덕신공항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할 것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방문을 통해 가덕신공항 등 부산지역 주요 현안의 신속한 추진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2030년 가덕신공항 개항에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후보자의 의견은 무엇인가’에 대한 서일준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무너지는 녹색경제-윤석열 정부와 한국의 역주행 -
https://www.youtube.com/watch?v=ssQounv_lIw
스트레이트 236회 (23.12.17)
독일 소비전력 52%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사상 최초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독일에서 소비된 전력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전체 전력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는 약 5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18일(현지시각) 독일 연방 에너지·물 산업 협회(BDEW)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태양에너지·수소 연구 센터와 함께 발표했다.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포인트 늘어났다. 한 해를 기준으로 할 때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도 최초다.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이 특히 높았던 시기는 지난 7월(59%), 5월(57%), 11월(55%)이다. 6월에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해 낸 전력이 98억킬로와트시(㎾h)에 달해 신기록을 썼다. 육상 풍력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연간 1135억킬로와트시로 역시 새 기록을 달성했다.
유럽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이어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탓에 최악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에너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했고 올해 그 양은 약 2670억㎾h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협회 케어스틴 안드레아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한때 많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가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믿었지만 오늘 우리는 기존 에너지원보다 재생에너지에서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100%라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태양광업계 고사시키는 윤 정부…“태양광 ‘태’ 자도 꺼내지 말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18909.html
"기후변화로 전 세계 자연 생태계 서비스, 금세기 내 9% 감소"
美 연구팀 "각국 GDP도 평균 1.3% 감소…저소득국가에 더 큰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 변화 등으로 자연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서비스 혜택이 2100년까지 9%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같은 기간 식생·강우 패턴 변화와 이산화탄소 증가로 분석 대상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3% 감소하고, 감소의 90%는 하위 50% 국가·지역에서 발생하며 상위 10% 국가·지역의 피해는 전체의 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베르나르도 바스티엔-올베라 박사팀은 19일 기후변화에 수반되는 육상 식생 변화로 인한 국가 차원의 경제 생산 및 비시장 생태계 편익 가치 변화를 추정하는 모델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다양한 식생을 가진 멕시코 이즈타치우아틀-포포카테페틀 국립공원
자연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은 숨쉬기 좋은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숲, 생물 다양성 등으로 모두 정량화하기 어렵다. 과학자와 경제학자, 정책입안자들은 세계 자연 자원이 인간에게 주는 현재와 미래의 혜택을 계산할 때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숲과 초원이 접해있는 멕시코 이즈타치우아틀-포포카테페틀 국립공원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전 세계 식생 모델, 기후 모델 및 세계은행의 자연 자본 가치 추정치를 사용해 기후변화가 각국의 생태계 서비스, 경제생산 및 자연자본 재고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했다.
바스티엔-올베라 박사는 이 연구에서는 주로 숲과 초원 등 육상 시스템만 고려하고 산불이나 곤충으로 인한 나무의 고사 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 추정치가 보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육상 생태계의 재분배로 세계의 자연자본이 감소, 2100년까지 생태계 서비스의 9.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자연자본 감소는 각국의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2100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강우 패턴 변화와 이산화탄소 증가로 분석 대상 국가 전체에서 GDP가 평균 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전체 GDP 감소의 90%가 소득수준 하위 50%의 저개발국가에서 발생하고 상위 10% 국가의 손실은 2%에 불과해 기후변화의 영향에서도 심각한 불평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저소득 국가일수록 경제 생산을 천연자원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부의 상당 부분이 자연자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티엔-올베라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전 세계 경제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Bernardo Bastien-Olvera et al., 'Unequal Climate Impacts on Global Values of Natural Capital',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769-z
기후위기 피해 부산·경남 예외 없지만 대책 너무 빈약
해수면 매년 3.03㎜씩 상승 터전 위협…정부, 탄소배출량 목표 하향 ‘엇박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하층부가 물에 잠긴다. 쿠바 아바나의 명소 카테드랄 광장은 침수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일본 후쿠오카의 일반주택은 간신히 지붕만 보인다. 기후변화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이 최근 예측한 인류 미래상이다.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세계 인구의 10%(8억 명 이상)가 보금자리를 잃는다고 경고장까지 날렸다. 국내에선 부산·경남과 제주가 온난화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19일 나왔다. 매년 3.03㎜씩 해수면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엔 해상도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판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34년(1989~2022년)간 연안 해수면이 10.3㎝ 높아졌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울릉도는 매년 5.31㎜ 상승해 최고를 기록했다. 바닷물의 ‘육지 침공’ 속도는 한층 빨라져 우려를 키운다. 1993년부터 30년간 평균 해수면 상승률(연 3.41㎜)보다 최근 10년간 상승률이 약 1.3배 더 높다. 세계 인구의 40%는 해안가에 거주한다. 해수면 상승은 경제 터전의 상실로 연결된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기후변화와 실물경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간 강수량이 1000㎜ 늘면 1인당 총생산 증가율이 2.54% 하락했다. 실외 생산활동이 많은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금속제품업(-6.78%)의 부가가치 성장이 특히 타격을 입었다. 지역별로는 제주(-3.35%) 경남(-2.39%) 대전(-1.54%) 부산(-1.31%)의 피해가 컸다.
기후위기로 재난은 일상화됐다. 초량·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대표적이다. 잦은 자연재해는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약자를 때려 사회안전망을 흔든다. 그런데도 국내 기후정책은 너무 한가하다. 국제연구단체들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대한민국은 67개국 중 64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산유국인 UAE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참담한 성적표다. 윤석열 정부의 ‘무탄소 에너지(CFE) 구상’도 비판 받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CFE 구상이 재생에너지원만으로 세계를 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담았다고 꼬집었다. 화석연료 의존 현실을 바꾸기에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2100년이면 부산과 서울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유일한 해결책은 탄소 배출 감축이다. 애플은 2030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쓰는 기업만 거래한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030년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낮췄다. 이런 엇박자가 없다. 윤 대통령은 “녹색성장 종주국에서 이탈했다”고 한탄하는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 부문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가 없다. 내 집이 물에 잠긴 뒤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인가.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윤석열의 '엑스포 폭망', 총선에서도 반복될까
지난달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실체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줬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족벌언론들은 ‘49 대 51로 박빙’이라는 식의 예측을 했지만, 결과는 119 대 29라는 압도적 참패였다. 뒤늦게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왕권 승계와 강화를 위해 오일머니를 뿌린 결과’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예측 실패와 변명을 보면 누군가를 표적으로 정해서 공격하고, 족벌언론들이 그것을 열심히 받아 써주고, 검찰이 수백 번 압수수색을 하며 먼지 털기를 하고, 그러면 권력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풀리는 방식은 국내에서나 통하지, 국제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윤석열 정부의 비극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런 방식이 국내에서는 통해 왔다는 말이고,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총선 170석 기대’를 말해 온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일부 사람들처럼 ‘엑스포도 박빙이고 대역전할 수 있다고 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폭망했듯이, 총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대회 유치 경쟁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툭하면 압수수색하는 정치검찰, 사냥과 몰이에 앞장서는 족벌언론, ‘영장 자판기’이면서 필요한 때 유리한 판결까지 내려줄 때가 많은 법원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동맹 세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중앙지검장까지 했던 이성윤 검사장도 이것이 얼마나 그 반대편을 무력화하고 공포로 몰아넣는 강력한 무기인지 증언한 적이 있다.
수사를 사냥하듯이 한다는 것은, 특히 언론을 많이 활용하고,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가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수사한다. … 내가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막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는데 … 토끼몰이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 나를 믿었던 지인들이 의심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에는 관계가 단절된다. 심지어 내 아내도, 당신 큰 죄 저지른 거 아니야?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 아, 이래서 이런 수사를 당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구나.”
이것은 당장 최근에 ‘윤핵관’ 장제원의 불출마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은 원래 ‘인요한 혁신위’에게 불출마 압박을 받을 때도 “불출마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출마한다”며 세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한 언론에서 쪼개기 후원 문제를 건들자마자 일주일 후에 갑작스럽게 출마를 포기하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검찰 캐비닛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장제원 의원 다음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였다. 김기현 대표 또한 ‘인요한 혁신위’의 압박에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하고 전화까지 받으며 강한 압박을 받은 후에 결국 물러났다.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걸면 걸릴 게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장제원 의원은 여러 대학교와 교육기관을 거느린 대표적 사학재단인 동서학원 설립자의 아들이다. 장제원 의원의 형이 대학 총장, 어머니가 재단 이사장인 동서학원은 이미 여러 차례 횡령 혐의와 특혜, 비자금과 비리 등으로 시끄러웠다. 또 래퍼인 장제원 의원의 아들은 음주운전, 경찰 폭행 등으로 장제원 의원의 골치를 아프게 해 왔다.
김기현 대표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부동산 개발과 임대업자가 아닌가’라는 비판받을 정도로 아파트와 상가건물 3채와 임야 수만 평을 가진 땅 부자인데, 또한 부동산 투기와 토건 비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더불어서 김기현 대표의 아들은 가상화폐와 코인 투자 업체 간부였고 수억 원의 NFT와 게임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첫 번째 지독한 역설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가 문제가 됐을 때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이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부패한 코인 투기꾼” “위선의 끝판왕”, 심지어 “이재명 대선자금용 돈세탁”이라고 맹비난하며 ‘의원직을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는 데 있다.
두 번째 지독한 역설은 전 사회적 비난 속에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김남국 의원은 지금까지도 그 어떤 의혹도 사실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반대로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는 이런 의혹들 때문에 족벌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받거나, 검찰 수사 대상이 되거나 이러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지독한 역설과 이중잣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돈봉투’ 사건들이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살펴보자. ‘국회의원들이 이권과 공천을 대가로 돈봉투를 주고받다가 걸린다. 녹취록과 리스트가 나온다. 당 지도부에서는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적당히 덮으려고 한다. 일단은 문제가 된 의원들은 탈당시키면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여기까지 보면 또 송영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하는 그림을 예상할 수 있다. 탈당에 대해서 ‘더불어도마뱀이냐’라는 조롱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에서 묘사한 것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벌써 세 번째로 비슷한 일이 벌어져 왔다. 김현아 전 의원, 하영제 의원에 이어서 황보승희 의원이었다. 더구나 단위도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에서 제기된 것이 몇십~몇백만 원이라면 국민의힘에서는 단위가 기본으로 몇천~몇억 원이다. 그런데도 대대적이고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거나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하는 일은 거의 보기가 어렵다. 그나마 <뉴스타파>같은 곳에서나 외롭게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 왔다.
황보승희 의원이 기자들에게 수시로 접대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전 남편의 폭로까지 감안하면 많은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가 더 의심스러워진다. <뉴스타파>의 취재로 드러난 비리에서 더 기막힌 것은 ‘황보승희 리스트’에 등장하는 “원희룡 500만 원” 부분이다. ‘건폭, 갈취, 비리’ 운운하며 건설노조를 탄압해 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신검부’ 정권에서 검사 출신에 친윤 실세인 원희룡 장관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황보승희 의원의 탈당으로 꼬리를 자르고 나서는 언론과 검찰이 이것을 더 깊게 파헤치지도 않고 있고, <뉴스타파>는 정권의 지독한 탄압을 당하고 있으니 더욱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묻혀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의 ‘돈봉투’ 의혹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다수 언론이 보여 준 선택적 태도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에서 검찰과 언론이 민주당을 ‘파렴치한 부패 집단’으로 몰아간 주요 근거들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진술과 노트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정근 노트’에는 민주당에서 대표적인 반명계인 이원욱 의원과 설훈 의원도 돈을 거래하거나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이원욱 의원 등은 자신들에 관한 의혹은 극구 “사실무근”이라면서 ‘돈봉투’ 사건을 오로지 이재명 지도부를 공격하는 데만 활용하고 “민주당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해 왔다. 대부분의 언론은 국민의힘이나 이러한 반명계 의원들의 목소리를 받아쓰면서 ‘돈봉투’ 사건을 주로 이재명 대표와 그 측근들의 비리로 몰아가는 데 주력해 왔다.
지독한 이중잣대는 ‘코인’을 빌미로 김남국 의원을 마녀사냥하고 쫓아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였던 ‘이해충돌’ 프레임에서도 볼 수 있다. 코인에 투자하면서 가상화폐 과세 유예 법안에 찬성한 것이 문제라는 논리였다. 여기서도 더 큰 ‘이해충돌’은 아들이 가상화폐와 코인 투자 업체 간부였고 수억 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상화폐 과세 유예에 앞장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문제였다.
더불어서 유력한 코인 발행 업체인 위메이드가 국회에 찾아가 직접 3번이나 만난 것은 막상 김남국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허은아 의원은 나중에 P2E(게임 머니로 돈 벌기) 합법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허은아 의원의 보좌관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야말로 전형적인 이해충돌이었다.
그 밖에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넷플릭스 주식 수천만 원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실이 넷플릭스와 25억 달러 투자 유치를 발표한 것,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현대차 부사장으로 영입돼 간 것, 금융정책에 관여하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가족 회사 주식을 20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것 등이 전형적인 이해충돌의 문제였지만, 어느 누구도 김남국 의원처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비판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극단적 이중잣대는 정치인의 말실수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대응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 최강욱 전 의원은 광주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동물농장> 소설에 빗대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를 비판하다가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을 해서 ‘여성 비하’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결국 민주당에서 출당당했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 부인과 화기애애하게 셀카를 찍는 주류언론사 기자들
큰 효과를 맛본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은 그다음에 추미애 전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함세웅 신부가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자 하나보다 못하다”고 발언한 것을 또 꼬투리 삼아서 “여성 혐오와 비하 가득한 저급한 막말은 놀라움을 넘어 그 심각함이 경악할 수준”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공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 한 톨의 여성 비하도 참을 수 없는 여성 인권을 위한 열혈 투사들'로 떨쳐 일어나서 목에 핏대를 세우던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은 그 직후에 게임업계에서 손가락 모양만으로 페미니스트로 낙인찍고 하청업체와 외주 노동자의 밥줄을 끊는 야만적인 마녀사냥이 벌어지자 철저한 무관심과 침묵으로 반응했다.
이어서 김석기 의원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취임하면서 2009년 용산 철거민 화재와 6명 사망 참사를 “도심 테러”라고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 김석기 의원은 당시에 서울경찰청장으로 진압을 지휘한 참사의 핵심 책임자였다. 또 윤석열 대통령실은 “나이롱 환자”들 때문에 혈세가 센다며 “산재 카르텔”을 척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동권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향해서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했다.
이런 발언이 용산참사 유가족과 산재 피해자와 유가족,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상처와 고통을 줬을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것들은 단순한 말실수나 부적절한 표현 정도가 아니었다. 실제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있고 앞으로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책임자이며 권력자들의 막말과 폭언이기에 더욱 심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치인들이 ‘어떻게 이런 막말과 폭언을 할 수 있냐’며 주요 언론의 십자포화와 같은 비판을 받다가 당이나 정부에서 징계받고 자리나 지위에서 쫓겨나고 이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경악할 만한 저급한 막말과 폭언이냐’에 대한 주요 언론들의 철저한 선택적 시각과 이중잣대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 팬덤에 대한 평가와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특정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현상은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하고 상식을 벗어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악성팬덤의 대표적인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 속에서 볼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쫓아다니며 “시체팔이”라고 극악한 막말을 하며 괴롭히고, KBS 로비까지 몰려가서 오가는 기자와 PD들을 향해서 욕설하면서 위협하고,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의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해서 인신공격하는 플래카드를 길거리에 게시하는 등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족벌언론만이 아니라 주요 언론에서 광기 어린 비이성적 집단으로 낙인찍혀서 사회 병리적 현상인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이재명 지지자들이다.
그래서 지금 “개딸”이라는 용어는 혐오스러운 주홍글씨와 낙인으로 변해 버렸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서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를 대부분 기정사실처럼 “사법리스크”, “무너진 원칙과 도덕”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극단적 팬덤정치”라며 매우 부정적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한겨레나 경향같은 개혁언론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검찰의 표적 수사와 탄압을 "방탄"으로, 민주당의 당원 증가는 "일극체제 가속화"로 보도한 개혁언론들
대표적으로 지난 9월에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정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자 이런 언론들도 “방탄” 프레임으로 보도를 이어갔다. 또 당 대표를 검찰의 표적 수사와 탄압에서 지키려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것처럼 묘사하거나, 나아가 그런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당원이 늘어나는 것은 “‘이재명 일극체제’ 가속화”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지도부의 반대편에 서 있는 반명계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이 곧 ‘혁신과 통합’이라는 논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논조에 따르면 당에서 기층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은 ‘혁신’이 아나라 ‘통합을 저해하는 길’이 되고,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며 공천을 보장해주는 것은 ‘인적 쇄신의 포기’가 아니라 ‘통합을 위한 바람직한 길’이 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과연 윤석열 정권을 속 시원히 심판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쉽게 판단할 수 없다. 특정 기관의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면서 낙관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과 검언카르텔 세력은 국제사회에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쓸 수 없는 무기들을 국내 정치에서는 여전히 가지고 있고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이 총선을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끝없는 압수수색과 막 던지는 기소로 야당을 ‘사법 리스크’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개딸몰이와 종북몰이로 그 지지자들을 갈라치고 옥죄면서, 김건희 씨의 2보 후퇴 속에 ‘윤핵관’ 토사구팽과 ‘검핵관’ 전진 배치로 화장을 고치며 간판도 바꾸려는 것 같다. 어지럽게 등장하는 정체가 모호한 제 3지대 신당들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속셈도 보인다. 실제로 지금 ‘제3지대 신당’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윤석열 정권과 검언 카르텔 내부의 균열과 불협화음이 커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갈등과 분열이 더 커지면 서로 손발이 안 맞으면서 뜻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기득권 우파와 검언 카르텔에게 더 유리한 이 나라의 권력과 언론 구조는 여전하기에 안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선거를 최악의 네거티브 구도로 만들어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정서와 중도층의 환멸 속에 0.73% 차이로 권력을 가져갔던 검언 카르텔의 수법을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 9월에 국정원이 선관위의 보안시스템을 점검하고 철수한 이후에 해킹툴로 의심되는 프로그램이 15개 이상이나 남아있는 게 발견됐다는 보도는 매우 찝찝하고 불길하기만 하다.
따라서, 총선 승리만 기다리면서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는 실질적인 투쟁과 연대를 더 크게 건설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반윤석열 야당 진영을 지지했을 때 과연 어떤 의미 있는 개혁과 진보가 가능할 것인지 분명한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전지윤 시민언론 민들레
정부는 거꾸로 가도…지자체는 일회용품과 작별한다
경남 거창군이 지난달부터 지역에 있는 3개 장례식장과 협업해 일회용품 대신 사용 중인 다회용기. 거창군 제공
장례식장과 청사 안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음식점 일회용기 사용 금지 방침을 철회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경기도는 지난달 13일 ‘배달음식 일회용기 퇴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도청 직원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 포장을 요청하고, 식사 후에는 청사 안에 설치된 수거함에 용기를 반납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해 12월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한 뒤 청사 안 일회용 컵 반입 금지 등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다회용기에 담긴 떡볶이와 튀김 등 음식. 경기도 제공
경기도의 일회용기 퇴출 조처는 지난달 7일 환경부가 매장 안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전정순 경기도 자원재활용팀장은 “이번 결정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경기도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참여 매장도 늘고, 일회용기에 담긴 뜨거운 음식에 대한 건강 악영향 우려도 없어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남에서도 ‘도청발 일회용품 퇴출’ 바람이 거세다. 충청남도는 지난 6월 ‘청사 안 일회용품 사용·반입 전면 금지’를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도청뿐 아니라 도의회, 직속기관·사업소·출장소 등도 동참했으며, 지난 9월1일부터는 15개 시군과 산하 공공기관 등도 가세했다. 충남도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해 6~7월 206.4㎥에서 올해 같은 기간 98.2㎥로 52.4%나 급감했다.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 충남도경찰청이 지난 9월 ‘일회용품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모습. 충남도 제공
지난 9월엔 충청남도가 충남교육청·충남경찰청과 ‘일회용품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도교육청과 도경찰청 본청은 물론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일선 경찰서에서도 청사 안 일회용품 반입이 금지되고 청사 안 커피전문점도 다회용컵 전용 매장으로 전환됐다. 충청남도는 19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지역에 있는 사업장 14곳과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약’을 하는 등 민간 영역까지 일회용품 퇴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김미선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정부와 정책적 충돌이 있더라도 그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충청남도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했다.
공공청사뿐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시키려는 지자체의 노력도 눈에 띈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다음달부터 지역 모든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진다. 앞서 춘천시는 지난 4일 장례식장 4곳과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했다. 장례식장 4곳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매월 20t 정도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춘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는 다회용기 제작 등에 2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경남 거창군에서도 지난달부터 지역에 있는 3개 장례식장이 모두 동참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파는 일회용품뿐 아니라 상조회 등의 일회용품 사용도 금지했다. 노치원 거창군 자원순환담당은 “일회용품을 사는 대신 다회용기 대여·세척 비용을 내면 된다. 일회용기를 쓰는 것과 비용 차이도 거의 없다”고 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참여단체 활동가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부가 지난 7일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에 관한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경남 김해시의 한 공원묘지에서 버려진 조화들을 트럭째 폐기하는 모습. 조화는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되고, 재질도 합성섬유·플라스틱·철심이어서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에 따른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김해시청 제공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 근절 사업도 경남 김해시가 출발점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경남 18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전국 지자체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조화는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되고, 재질도 합성섬유·플라스틱·철심이어서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에 따른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제주에서는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1일 열린 임시회에서 ‘일회용품 보증금제 형평성 해소를 위한 시행령 개정 및 전국 시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강경문 제주도의회 미래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환경부가 종이컵 등 일회용품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정책에 대한 매장과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2025년으로 예정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탈화석연료’ 합의 며칠 됐다고…석유 시출권 경매하는 미국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 시추선. 게티이미지
미국에서 멕시코만 석유 시추권 경매가 진행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미국에선 지난해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2025년부터 석유 시추가 제한되는데, 이번 경매는 그 이전 열리는 마지막 경매다. 미 내무부는 이후 이 지역 경매를 2025년과 2027년, 2029년 단 세 차례만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해마다 두 차례씩 해왔다.
입찰 대상은 필리핀 국토 면적과 비슷한 29만5420㎢(7300만에이커)로, 입찰엔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과 영국 석유회사 셸 등이 참여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낙찰자는 이곳에서 10년 간 시추권을 보장받는다.
미국은 세계 석유 10분의 1을 생산하는 핵심 산유국이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도 여전히 새 유전을 개발하는 등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전이 민간에 송전망 사업을 개방하려는 이유
송전망 사업 민간 개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공통된 의견은 있다. 이번 결정이 전기요금 인상을 걸어 잠근 정부 때문에 손발이 묶인 한전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서해안 HVDC 프로젝트'는 호남권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전력망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민간기업이 송전설비 건설에 참여하는 1호 프로젝트가 될 예정이다.ⓒ시사IN 이명익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독점했던 전력망 사업이 민간에 개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12월4일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에서, 송전사업자인 한전의 전력망 건설 방식을 다양화하고자 민간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송전망 건설사업 진행 방식은 이렇다. 한전이 자금을 조달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사업 공고를 띄우면, 민간 건설회사가 하청을 받아 망 건설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발표의 요지는 송전망 건설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는 데 있다. 재무 상황이 악화된 한전보다 자금 확보가 용이한 민간사업자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며 송전망 건설사업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송전망은 민간이 짓되 운영권은 한전에 넘긴다. 투입된 자본은 한전을 통해 송전망 준공 이후 회수한다.
하지만 공기업이 독점하던 정부 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우회 민영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전이 기능과 자산을 민간에 넘기는 자구책(자회사 한전KDN 지분 매각 등)을 발표한 만큼 이런 주장에 힘이 실렸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에도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중점 과제로 ‘경쟁 기반의 전력시장 강화’를 내세우며 전력시장에 시장원리를 반영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민영화를 향한 우려는 비용 인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민간기업들은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결국 민간사업자의 지갑을 불리는 비용을 국민이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민간기업이 어떤 역할까지 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실무 단계가 진행되면서 결정될 것이다”라며 ‘민영화 의혹’에 선을 그었다. 특히 ‘전력망 운영권’은 한전이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자 고속도로·철도처럼 이용요금을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려의 불씨는 남는다. 그간 공공성을 명분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다.
한전이 해오던 송전망 건설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한전의 경영난이다. 전력망을 시급히 확충해야 하는데 한전은 지난 6월 기준, 총부채 200조원대의 재정위기를 겪었다. 전체 인력도 9%나 감축하겠다고 할 정도다. 돈도, 사람도 없다.
그런데 전력망은 빨리, 많이 지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민간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두 번째 이유다. 민간기업들이 건설에 참여하면 여러 구간에 동시다발로 선로를 건설하는 속도전을 할 수 있다. 육지 선로 공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주민수용성 문제해결 능력도 공기업보다 낫다고 평가받는다. 한전은 정해진 원칙과 예산에 따라서만 주민 보상 등을 진행하지만 기업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호남에서 만들고, 수도권에서 쓰고
2014년 청도에 건설 중이던 송전탑 모습. ⓒ시사IN 이명익
그렇다면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력계통 불안정성’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석탄·태양광·원자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되어(발전) 송전·배전을 거쳐 가정이나 기업에 도착한다. 이렇게 전기가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치는 연결망을 ‘전력계통’이라고 한다.
전기는 저장하기 어려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 재화다. 그래서 전력 생산과 수요의 균형을 맞춰 전력계통을 안정화(전력을 60Hz로 일정하게 송출하는 상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급과잉 혹은 수요과잉 등으로 불안정성이 심해질 경우 대규모 정전에 이를 수도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늘어날수록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간헐성(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특성) 자원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늘어나면 발전량 예측은 복잡해진다. 실시간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할 경우 발전소에서 출력을 셧다운하는 ‘출력제한’도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많은 제주도의 경우 2022년에만 132회에 걸쳐 출력을 제한했다. 막대한 출력제어는 보상 문제로도 이어진다. 제주도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전력수요량이 많은 여름·겨울이 아닌 봄철에도 전력수급특별대책을 발표하며 호남·경남 지역에서 최대 1.05GW 규모의 태양광발전의 출력제어를 실시하기도 했다.
해결 방법은 송전망을 추가로 확보하고 보강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전력 생산지와 전력 수요지의 불일치가 심할 경우, 이를 연결하는 ‘전력 고속도로’를 통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표적 사업이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 즉 ‘서해안 HVDC(초고압 직류송전) 프로젝트’다.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1호 프로젝트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호남권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송전망을 만드는 사업이다.
‘서해안 HVDC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업단지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기업 투자가 마무리되는 2050년에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 규모다. 해당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기업에서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을 선언한 상태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대규모 공급 여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와도 연관 있다. 정부가 국내에서 한 번도 적용해본 적 없는 해저 케이블 기술을 도입하고, 민간 투자까지 개방하며 ‘서해안 HVDC 프로젝트’ 착수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계통 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근본적인 전력계통 안정화 방안이 마련되면 송전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송전망 확충만큼이나 “기형적인 수도권 전력 수요를 지방에 분산시키는 정책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4월13일 진행된 전기의날 기념 특별포럼에서 이철휴 한전 계통계획처장이 말한 바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기 사용 예정을 통지한 데이터센터 중 수도권을 희망한 곳의 전기 사용이 모두 허가될 때 필요한 전력규모는 39.8GW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5기의 설비용량이 24.6GW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요다. 전 교수는 “용인 클러스터 단지는 수도권의 수요 집중을 가속화하는 사업이다. 이보다 과잉 소비지의 수요를 분산시키고,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한전의 재무상황을 개선해 송전망 사업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의 김승완 대표(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역시 송전설비 건설에 민간이 투입한 자본은 결국 한전이 정산해야 할 몫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 미래의 ‘몫’은 국민이 전기요금으로 분담할 비용이다. 김승완 대표는 ‘전기의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한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국민의 요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현 체계를 유지한다면, 탄소중립이라는 더 큰 공공성을 실현할 수 없다. 혁신을 위한 투자인 '전기요금 현실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송전망 사업 민간 개방이 앞으로 전력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 공통된 의견은 있다. 이번 결정이 전기요금 인상을 걸어 잠근 정부 때문에 손발이 묶인 한전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전력 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 해결법을 외면한 임시방편책이라는 점이다./시사인 김다은 기자
34년 동안 한반도 해수면 10㎝ 높아져…상승 속도도 빨라져
해마다 3㎜가량 올라
제주 연안.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 30여년 동안 한반도 연안 해수면이 10㎝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해양조사원은 “국내 연안에 설치한 21개 조위관측소의 해수면 높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 동안 연안 해수면이 해마다 평균 3.03㎜ 높아졌고, 이 기간 총 10.3㎝ 상승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위관측소는 조수간만의 차를 활용해 해수면의 높이를 관측하는 곳이다.
해역별 연간 평균 해수면 상승 폭은 동해안이 3.44㎜로 가장 높았고, 서해안이 3.15㎜, 남해안이 2.71㎜였다. 관측지점별로는 울릉도가 5.31㎜로 가장 높고, 군산이 3.41㎜, 포항이 3.34㎜, 보령이 3.33㎜, 속초가 3.23㎜였다. 부산은 해마다 2.8㎜, 울산은 2.62㎜, 통영은 2.26㎜ 등으로 해수면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해수면 상승의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30년(1993~2022년) 동안 평균 해수면 상승 폭은 매년 3.41㎜인데,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의 수치는 4.51㎜였다. 최근 10년의 해수면 상승 폭이 앞선 30년에 견줘 1.3배 정도 높은 것인데,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연평균 해수면 자료를 내년 상반기에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 누리집(khoa.go.kr/oceangrid)에 공개할 방침이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장기 분석자료가 연안관리와 기후변화 대응 정책 추진에 기초정보로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한국 반도체 최대 위기... 대통령이 바뀌든지, 대통령을 바꾸든지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들, 탄소 중립 실천... 한국은 정부가 걸림돌
ASML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데 미국, 독일, 대만 등에 있는 생산시설에서 장비 모듈을 제작한 뒤 네덜란드로 보내고 본사에서 조립과 테스트를 마친 후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에 판매를 합니다. 한국에도 R&D센터와 생산시설을 만들 의향은 있지만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ASML의 입장에선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한국에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들은 어떨까요? ASML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유럽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진작에 탄소배출을 규제하는데 앞장선 곳이라서, ASML이 거기에 발맞추느라 조금 더 앞서 나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회사들의 경우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5대 반도체 장비회사를 꼽으라면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AMAT)와 램리서치(LAM), KLA,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 있습니다.
세계 톱5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달성 계획
▲ AMAT의 탄소중립 목표와 지속가능한 설계의 결과물인 새로운 장비 플랫폼 "비스타라(Vistara)" ⓒ AMAT
먼저 AMAT부터 보겠습니다. 2022년 AMAT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AMAT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고, 전 세계 사업장을 모두 포함하면 69%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AMAT 자사의 운영을 위한 탄소 배출(범위 1과2)은 물론 공급사와 고객사에서의 장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범위 3)까지 배출량을 50% 이상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MAT의 탄소 중립을 향한 실천에는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 6월 AMAT의 최고경영자는 세미콘웨스트 행사에서 "넷 제로를 향한 협력적 경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는데 거기서 새로운 장비 플랫폼인 비스타라(Vistara)를 소개합니다. 특정 공정을 수행하는 여러 장비를 하나로 결합한 이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에 비해 설치 공간은 30%, 에너지 소비는 최대 35%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에너지, 화학물질, 클린룸 면적 등 세 가지를 30% 줄이겠다는 AMAT의 "3x30 계획(지속가능한 설계)"에 따라 나온 첫 작품입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핵심으로 두고 있는 화두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 LAM 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 항목별로 진행사항을 표시해 놨습니다. ⓒ LAM
LAM은 어떨까요? LAM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5%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한 계획은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 중립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한 진행 상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측정 장비를 주로 만드는 KLA가 발행한 연례보고서를 보겠습니다. KLA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2030년까지 범위 1과 2에 해당하는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 KLA는 2023년 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고 합니다. ⓒ KLA
KLA의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것은 2023년부터는 자사에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탄소 절감과 관련한 목표와 지표를 참조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 배출이 높은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하고 있고, 탄소 중립과 관련해서는 각 사가 처한 형편에 따라 별도의 목표를 정한 후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TEL은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TEL
이번에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살펴보겠습니다. TEL은 애초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초,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촌 전체가 매우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탄소 중립을 기존 목표보다 10년이 더 빠른 204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 항목 중 재생에너지 사용 100%는 2031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톱 5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모두 향후 1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고 있고, 2050년까지는 모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습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 (GHG : Greenhouse Gas)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 Greenhouse Gas)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했는데 크게 세 개의 범위(Scope)를 설정했다.
범위 1 (SCOPE 1): 기업의 소유 혹은 통제 범위 안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범위 2 (SCOPE 2): 기업이 구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범위 3 (SCOPE 3):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 가운데 1과 2를 제외한 기타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이중 범위 3은 부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협력사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에서의 탄소 발생까지 측정하기 때문에 달성이 어렵고 기업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탄소 중립 관련, 구체적인 계획 세우지 못한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메스, 원익IPS, PSK, 케이씨텍, 주성엔지니어링 같은 회사들은 한국 기업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 제조회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탄소 중립 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각 사의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계 톱5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각 사 홈페이지에 탄소 중립을 위한 목표를 공개하고 또 그와 관련된 연례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에는 탄소 중립과 관련된 장기 목표나 보고서를 밝힌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의 환경경영 게시물. 시계순으로 세메스, PSK, 케이씨텍, 원익IPS ⓒ 각사 홈페이지
세메스 : 녹색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화학물질, 에너지, 수자원 사용을 저감하고, 폐수 재이용 및 폐기물 재활용을 활성화하며, 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익IPS : 원익IPS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 정비와 미사용 시설 사용 차단 등 유틸리티 설비의 가동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계장치의 처리시설 개선을 통하여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활동으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PSK : PSK그룹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에 있어 환경경영이 기업의 필수 책임과 의무임을 인식하며,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 인증을 취득하여 국제표준 따르고 사업장 내에서 실천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케이씨텍 : 케이씨텍은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을 획득하여, 환경개선 및 모니터링 관리와 환경법규 준수를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환경개선 및 투자를 통해 환경보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통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관리 및 저감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상이 각 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환경 관련 문구입니다. 나아가 한 기업은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환경 정책 및 목표 설정' 항목에 "용지 및 잉크·토너 사용 절감", "청소용품 구매 절감", "식수예약시스템을 통한 조리양 조절로 음식폐기물 감소"등을 활동계획으로 적어 놓는 정도였습니다.
▲ 태양광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RE100 가입 계획을 세워 두는 등 다른 업체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 주성엔지니어링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와 함께 태양광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이 "탄소중립 및 환경이슈 관련 중장기 목표 및 전략"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RE100 가입 계획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밝힌 게 눈에 띕니다.
외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RE100에 가입하고 재생에너지 달성 목표를 설정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장비업체에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탄소 중립 달성 여부가 반도체 장비 판매를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해외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플랫폼 설계부터 다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왜 이렇게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에 소극적인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한국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탄소 중립을 방해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총 발전량의 7.15%입니다.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8.1%에 비하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국내 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은 약 43테라와트시(TWh)로 포스코와 삼성전자, 이 두 회사가 일년에 사용하는 전력량 보다도 적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오히려 낮춰 버렸습니다.
그러니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어디서 재생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어떻게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지난 3월 대통령께서 야심 차게 발표했던 '용인 300조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기억하시나요? 300조 원을 투자해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5개 짓고, 소재·부품·장비 기업 150곳을 유치한다고 했습니다.
그 클러스터를 운영하려면 10기가와트(GW)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측입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그 클러스터 안에 LNG발전소 6기를 신설한다는 계획입니다. LNG발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LNG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가지고 삼성반도체 팹 5개를 운영하면서 RE100을 달성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RE100을 포기하든 반도체 팹 5개를 포기하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겁니다. 삼성전자의 고객사인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에 납품하는 모든 협력업체에 RE100 조기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통령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습니까?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구하지 못하게 된 삼성전자가 용인 대신 미국의 텍사스에 신규 팹을 짓는 건 기업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삼성전자 미국지사의 경우는 진작에 RE100을 달성한 상태입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유치하겠다는 소부장업체 150곳도 클러스터에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조차 구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를 반도체 소부장업체들이라고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반도체 소부장업체들 역시 생산 거점을 재생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곳으로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최대 고객사가 있는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싶어도 재생에너지를 구하지 못해 들어오길 꺼리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외국으로 옮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RE100이 뭔지 몰라 답하지 못했던 것은 그냥 민망하고 말 일입니다. 하지만 그 후로 RE100과 재생에너지를 적대시하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가로막는 정책을 펴는 건 국익에 해가 되는 일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 산업에 대한 투자와 발전에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대통령님입니다.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통령님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바뀌지 않으면 저부터도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봉열 오마이뉴스
일본 곰의 잠 못 이루는 겨울
일본에서 곰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는 현상이 12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는 현상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동물들의 겨울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20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각지에서는 지난 가을철부터 늘어난 곰의 출몰 사건이 겨울철인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후쿠이현 가쓰야마시에서 곰이 민가에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전날에는 도야마현 구로베시 등에서 곰의 출몰이 목격됐다. 지난 16일에는 이시카와현에서 곰이 사람을 공격해 3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일본에선 지난 가을철 곰들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자, 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가 되면 피해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곰들이 겨울잠도 자지 않고 사람을 공격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시카와현의 경우 12월에 곰이 출몰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곰의 먹이가 되는 나무 열매가 최근 줄어들며 먹이가 부족해진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서둘러 동면하는 곰도 있지만, 겨울잠을 위한 영양을 충분히 비축하지 못한 곰이 잠에 들지 못한 채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2월이나 1월에 곰을 목격한 사례가 과거에도 간혹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구온난화가 곰의 동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곰들은 대개 기온이 특정 온도 이하로 떨어져야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날씨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곰 출몰 사건이 잦아진 삿포로의 경우, 11월 평균 온도가 6.7도로 평년 대비 1.5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곰을 키우는 일부 시설에서는 선풍기로 차가운 바람을 보내는 등 겨울잠을 재우기 위한 대책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
허위 환경 평가로 삽 뜬 개발 사업에 을숙도·노자산 생태 훼손됐다
낙동강하구에 토사가 쌓여 형성된 부산 을숙도 습지. 생명그물 제공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자연환경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환경 훼손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면죄부 구실을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환경영향평가서 허위 작성 혐의로 환경영향평가업체 대표와 연구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부산 등 낙동강권역에서 두드러진다.
원종태 ‘노자산지키기 시민행동’ 대표는 21일 한겨레에 “경남 거제 노자산에 골프장 등을 건설하려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 부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사업 등 논란을 빚는 많은 사업이 거짓 환경영향평가만 아니었다면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노자산지키기 시민행동’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등 낙동강권역 환경단체들은 지난 18일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단체들은 내년 1월 말을 목표로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전국연대’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낙동강권역과 제주도의 15개 환경단체가 모인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전국연대 준비위원회’(전국연대)는 일단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의 주체가 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금의 시스템은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업체에 조사를 맡겨 환경영향평가서를 만든 뒤 지방환경청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는 방식인데, 이럴 경우 평가업체는 개발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사결과와 평가서를 내놓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평가의 비용은 개발사업자가 그대로 부담하되, 현장조사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은 지방환경청 등 국가기관에 맡기는 방식이다. 환경단체들은 나아가 현장조사 과정에 시민단체 등 외부전문가 참여를 보장하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이후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검증 위원회를 운영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이런 요구를 전면에 내걸게 된 데는 최근 부산지법에서 있었던 재판 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판사 지현경)은 지난 14일 환경영향평가서와 평가기초자료를 허위 작성한 혐의(환경영향평가법 등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환경영향평가업체 ㅎ연구소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ㅎ연구소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대표의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같은 연구소 연구원 3명은 벌금 400만~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을 보면, ㅎ연구소는 더 많은 용역사업을 진행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의 환경영향평가서 심사를 통과할 목적으로 2017년 2월21일부터 2019년 9월18일까지 2년7개월 동안 122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서와 조사결과표를 거짓 작성했다. 이들이 주로 현장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조사자를 마치 조사에 참여한 것처럼 현지조사표를 허위로 꾸미거나, 현장조사를 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고도 제대로 한 것처럼 보고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차량통행권 등 조사 증빙자료를 조작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이들이 민간사업은 물론 부산도시철도 건설사업,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경남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 방사선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석유화학 복합시설 건설사업, 창원중앙역 역세권 종합개발사업, 을숙도 철새도래지 개선사업 등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도 가리지 않고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업들은 모두 환경영향평가 승인 절차를 무사히 통과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거나 이미 완료한 상태다.
이 재판에 대해 전국연대는 “이번 환경평가서 작성 업체에 대한 유죄판결은 평가업체를 관리·감독하고, 평가서를 검토 후 동의해준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대한 유죄판결이자 지금의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에 대한 유죄판결”이라고 논평했다.최상원 기자 csw@hani.co.kr
24시간, 모두에게 공평할까…식량 생산 시간 1.5시간 vs 5분
전세계 80억 인구 1920억시간 분석
식량 생산시간에서 선-후진국 큰 격차
저소득국은 1.5시간, 고소득국은 단 5분
수면·단장·식사·교류 시간은 차이 없어
세계 인구 80억명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합하면 하루 1920억시간에 이른다. 픽사베이
성별, 나이, 학력, 소득, 거주지 등에 따라 사람들이 처한 생활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전 세계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점이다.우리의 일상 행동은 시간이라는 공통의 주춧돌 위에 저마다 쌓아가는 건축물이다. 세계 인구 80억명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합하면 하루 1920억시간에 이른다. 그 엄청난 시간을 세계인들은 어떻게 배분해 쓰고 있을까?
캐나다 맥길대가 주축이 된 국제 연구진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40개국 이상의 국가 통계 기관, 국제 기구 및 연구기관이 수집한 데이터들을 모아 전 세계 인구가 평균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분석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하루는 국가별 수치를 평균한 것이 아니라 80억 인구 개개인의 시간을 평균한 것이다.
15시간의 활동과 9시간의 수면
이에 따르면 세계인의 하루는 9시간의 수면과 15시간의 활동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단일 범주인 수면시간은 평균 9.1시간(하루의 38%)이었다. 이는 성인들의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측정한 평균 수면시간 7.5시간보다 훨씬 긴 것이다. 연구진은 이는 집계에 어린이를 포함했고, 침대에 누워 있지만 잠을 자지 않는 시간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간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개인 활동과 주변 환경을 포함한 외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외부 활동, 사회인으로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이동하는 데 사용하는 조직 활동 세가지로 구분된다.
개인 활동은 식사, 운동, 연구, 학습, 종교 활동은 물론 친구와 놀거나 TV를 보는 등 온전히 자신의 뜻에 따라 활동하는 시간이다. 조사 결과 세계인들은 하루 중 9.4시간을 개인 활동을 하는 데 보냈다.
개인 활동 시간의 거의 절반(4.6시간)은 독서 등 홀로 보내거나 지인과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이어 식사(1.6시간), 학습과 연구(1.1시간), 씻고 몸단장하기(1.1시간), 레크리에이션(0.4시간), 아이돌봄(0.3시간), 종교활동(0.2시간), 건강관리(0.2시간) 차례였다.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를 모두 조사했지만 몇몇 활동 유형은 시간 배분에서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씻고 몸단장하는 시간과 식사 시간은 최저소득국이나 최고소득국이나 거의 같았다. 대인관계에 들이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저소득국가에서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식량 재배와 수확에 썼다. 이 시간은 고스란히 육체적 노동을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최상위권의 고소득국 사람들이 이 활동에 할애한 시간은 하루 평균 5분도 안됐다.
식사 시간이 식량 생산 시간의 1.8배
인간 이외의 세상에 물리적인 변화를 가하는 외부 활동에 쓰는 시간은 3.4시간이었다. 예컨대 자연에서 재료와 에너지, 식품을 얻고 물건과 건축물을 만들고 관리하며, 거주 공간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주로 경제 활동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외부 활동은 저소득국과 고소득국 사이에 가장 차이가 많은 영역이었다고 밝혔다. 저소득국가에선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식량 재배와 수확에 썼다. 이 시간은 고스란히 육체적 노동을 하는 시간이다. 최상위권의 고소득국 사람들이 이 활동에 할애한 시간은 평균 5분 정도였다. 선진국 사람들이 저소득국 사람들에 비해 1시간 이상의 여유 시간을 더 갖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조직 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은 하루 2.1시간이었다. 여기엔 쇼핑과 이동 시간, 행정 및 금융 서비스 이용 시간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동 시간은 저소득국과 고소득국 사이에 큰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하루에 약 1시간이었다. 연구진은 이동 시간이 세계적으로 거의 같다면 에너지 정책은 이동거리당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보다 이동시간당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흥미로운 건 식생활과 관련한 시간의 구조다. 요리에서 설거지, 식탁 정리에 이르는 식사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은 55분, 식품을 생산하는 농업과 어업 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은 52분으로 비슷했다. 식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실제로 식사하는 시간으로 96분이었다. 식량 생산이나 식사 준비 시간의 약 1.8배였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쓰는 시간은 단 1분,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쓰는 시간은 40분이었다. 픽사베이
경제 활동엔 2.6시간…쓰레기 처리엔 단 1분
80억 인구의 총 시간 중에서 무임금 가사노동을 포함한 경제 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은 전체의 약 11%인 2.6시간(158분)이었다. 이는 깨어 있는 시간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이는 언뜻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80억 인구의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해 합산하면 전 세계 노동자(15~64살 생산 가능 인구의 66%)가 주당 41시간 근무하는 것과 같은 수치라고 밝혔다. 경제 활동 시간의 대부분은 농업과 축산업이다.
경제 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을 영역별로 나눠 보면 약 3분의 1(44분)이 주로 농업과 관련한 것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매, 도매, 부동산, 보험, 금융, 법률 등의 배분과 관련한 것이 4분의 1(37분)이었다. 차량, 기계, 가전제품 등의 인공물 생산은 전체 경제 활동의 7분의 1(22분)이었다. 자원을 얻는 데는 4분, 연료를 추출하는 데는 2분을 썼다.
반면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쓰는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이는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쓰는 시간(40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연구진은 쓰레기 처리에 쏟는 총 시간이 상대적으로 이렇게 작다는 것은 80억 인구에 주어진 총 시간 예산을 조금만 재분배해도 폐기물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지구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인간 활동은 전 세계인의 하루 중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번 연구가 시간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지구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짜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맥길대가 추진하고 있는 인간 활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그램 ‘인간 크로놈 프로젝트’(human chronome)의 첫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파악함으로써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시간은 삶의 주화”라며 “세계가 연결된 사회에서는 그 주화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219564120
The global human da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부산시 국비 확보 ‘사상 최대’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란 두 가지 목표 아래 국비 확보에 나서면서 사상 첫 9조 원 국비 시대를 열었다. 가덕신공항 설계·보상·공사 착수비 등 2029년까지 조기 완공을 위한 예산 5363억 원을 정상적으로 확보한 점이 성과다. 또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비 1553억 원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설립 97억 원 등도 반영돼 부산을 세계적 물류 거점으로 도약시킬 발판을 놓았다고 시는 강조했다.
온난화로 사라져가는 빙하
2006년 아데바스카 빙하가 이곳까지 있었다는 표지판
지난 8월, 캐나다에서는 1,000여 곳에서 통제 불능 상태로 산불이 번지고 있었다. 피해 면적 14만㎢, 남한 면적의 1.4배. ‘지구온난화’로 인해 캐나다의 숲이 매우 건조하고 메말라서 그 ‘숲’이 불쏘시개가 돼 순식간에 번졌던 것. 지구상의 탄소를 저장하고 흡수해야 할 캐나다 숲이 산불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고, 그 연기(스모그)는 인류의 건강에 큰 재앙으로 다가온다. 당시 캐나다 산불 연기는 대서양을 넘어 온 지구로 퍼지는 중이었다. 메마르고 건조한 숲이 불에 타고, 그 산불은 탄소를 배출하고 ‘지구온난화’ 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이다.
엎친 데 덮친 캐나다 산불
컬럼비아빙원의 하늘도 흐릿했다. 캐나다 산불 연기와 구름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2006년에 빙하가 있었던 위치가 연기 자욱한 현재의 빙하와 대비된다. 컬럼비아빙원 부근의 6개의 빙하 중에 아데바스카Athabasca 빙하가 있다. 현재 폭 1㎞ 정도, 길이 6㎞ 정도인데, 상당히 뒤로 후퇴해 있다. 1971년에 촬영된 이 빙하는 현재 도로 앞부분까지 내려와 있는 것이 보인다. 그 후인 2011년의 빙하 사진과, 2021년 빙하 사진을 보면 빙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아데바스카빙하의 왼쪽에 보이는 빙하와 오른쪽에 보이는 빙하는 금방이라도 녹아서 사라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출처 : 월간산
'기후책임' 돈으로 따져보니...한국 517조, 포스코 64조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한국 정부는 517조원, 포스코는 64조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SFOC·대표 김주진)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과 이를 용인한 정부의 책임을 계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책임은 517조7704억원이다. 2020년 국가 예산보다 많은 금액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64조1882억원으로 책임이 가장 컸다. 뒤이어 2위부터 6위는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차지했으며, 이를 합치면 174조9504억원에 달한다.
이 계산은 이탈리아 밀라노 비코카대학교의 정치지리학과 교수인 마르코 그라소(Marco Grasso) 등이 개발한 방법론을 따랐다. 이들은 기후위기 책임이 화석연료를 생산한 기업과 사용한 기업, 이 구조를 뒷받침한 정부 등 3개 그룹에 동등하게 있다고 가정했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을 70억달러로 추정하고, 3개 그룹이 각각 23조 달러씩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라소 교수는 리처드 히드(Richard Heede) 박사와 공동으로 지난 5월 환경학술지 'One Earth'에 ‘대가를 치를 때: 기후피해에 대한 화석연료 기업의 배상(Time to pay the piper: Fossil fuel companies' reparations for climate damages)’이라는 논문을 내고, 지구가열화를 초래한 기업들이 보상할 금액을 계산했다. 그라소 교수는 주로 화석연료 산업에 기후책임을 묻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관련 논문 13편을 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한국 정부와 기업의 배출량을 계산해 보상액을 계산했다. 한 국가가 전체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10%를 배출했다면 23조달러 중 2.3조달러를 보상해야 한다는 식이다.
지난 30년간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국가 배출량의 1.7% 수준으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이를 환산하면 한국은 517조7704억원의 '기후 부채'를 진다.
국내 대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기여도와 부채액. (그래픽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국내 기업 중 지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는 전세계 기업 배출량의 0.21%를 차지해 총 64조1882억원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5곳이 연이어 배출량 2~6위를 달성했으며, 합쳐서 0.56%의 배출책임이 있다. 금액으로는 총 174조9504억원이다.
뒤이어 현대제철, 포스코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쌍용양회공업, LG화학, SK에너지, 현대그린파워가 순위에 올랐다. 발전5사를 포함, 분석대상이 된 15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1.01%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기후책임을 환산하면 312조원이다.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자 유엔 기후변화특사였던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은 "손실과 피해 해결은 취약한 지역사회에 기후위기가 초래한 파괴를 바로잡는 데 중요하다"며 "이 보고서는 손실과 피해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수연 기자 su@newspenguin.com
가장 많은 야생동물 해치는 포유류, 그 정체는?
실외고양이는 2000종 이상의 동물을 사냥한다. (flickr Eddy Van 3000)/뉴스펭귄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삼는 고양이가 포유동물 중 가장 다양한 종을 해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오번대학교 연구진은 '실외고양이(Outdoor Cat)'가 2000종 이상의 동물을 해치고 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실외고양이는 야생고양이와 유기된 고양이, 마당에서 키우는 '마당냥이' 등을 말한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이지만, 송곳니와 발톱이 발달해 뛰어난 사냥 실력을 자랑하는 포식자이기도 하다. 특히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와 달리, 실외고양이는 수많은 토착종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호주에선 연간 토착종 약 15억 마리가 실외고양이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실외고양이가 전세계 생물다양성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추산하고자 연구자료 530건 이상을 검토했다. 조사 결과 실외고양이는 1990년대 이후 총 2084종을 사냥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조류(981종)였으며, 파충류(463종)와 포유류(431종), 곤충(119종), 양서류(57종)가 그 뒤를 이었다.
주저자인 크리스토퍼 렙치크 박사는 "포유동물 중 이렇게 많은 종을 사냥하는 동물은 없다"며 "고양이는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주로 쥐, 집참새 등 소형동물을 사냥하지만, 에뮤, 황소개구리 등 몸집이 큰 동물도 사냥했다
고양이가 사냥한 동물 중 16.65%, 즉 347종은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A global synthesis and assessment of free-ranging domestic cat diet 논문)/뉴스펭귄
실외고양이가 사냥한 동물에는 푸른바다거북, 뉴웰시어워터 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347종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목격담 등을 제외하고 문서화된 사례만 검토했기 때문에 수치는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유류와 조류는 고양이 배설물 속에 섞인 뼈와 털을 통해 피해 규모를 추정할 수 있지만, 양서류와 곤충은 유해를 발견하기 어려운 탓에 피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호주와 북미 지역에서는 고양이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선 관련 연구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의 연구자료가 부족하면 실외고양이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남예진 기자 yejin@newspenguin.com
'3도 오르면' 세계 최고층 두바이 빌딩은 이렇게 됩니다
중국 광저후 화청광장. 왼쪽은 산업화 대비 1.5℃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미래를, 오른쪽은 3℃ 상승한 미래를 묘사한 것이다. (사진 Climate Central)/뉴스펭귄
기후위기가 지속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수많은 도시가 침수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시각 자료가 공개됐다. 비영리 기후단체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은 현재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포함해 전세계 해안 도시 196곳의 '해수면 상승' 결과를 애니메이션 모델링을 통해 제작했다.
이 단체는 2015년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을 앞두고 2℃ 상승 결과와 4℃ 상승 결과를 공개했다. 2029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금 알리기 위해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위기에 의한 빙하 용융과 열팽창의 결과로, 해수면 상승이 지속될수록 더 많은 폭풍해일과 홍수 피해를 겪게 된다. 특히 아시아, 섬, 미국 동부 해안, 걸프 해안 주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공개된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진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부터 쿠바 아바나 대성당, 대만 용산사 등 다양한 건축물이 해수면 상승 피해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클라이밋센트럴 CEO 벤자민 스트라우스는 "이번 COP28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이 도시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은 지구가열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백 년 뒤에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스트라우스는 "이 도시와 유산들의 미래는 정부와 기업이 지구가열화를 1.5℃로 억제하기 위해 탄소 오염을 급진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한편 클라이밋 센트럴은 비록 1.5℃ 목표를 달성해도 5억1000만명이 해수면 상승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산업화 대비 3℃ 이상 상승한다면 8억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공약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여파로 식량, 식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기후재난 증가, 해수면 상승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세계 평균 해수면은 1993년부터 2022년까지 9.8㎝ 상승했다. (사진 미국항공우주국 과학시각화스튜디오)/뉴스펭귄
당장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미 많은 주거지가 침식되고 농사를 짓기 어려워져 전체 인구 5분의 1이 이민을 갔다. 투발루 정부는 국토 전체가 수몰되더라도 국가를 존속하기 위해서 디지털 국가를 만들 계획이다.
해발 고도 2m에 위치한 투발루는 해수면이 매년 4mm씩 올라, 나라를 이루는 섬 9개 중 2개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지구가열화가 현재 속도로 유지된다면, 수십 년 안에 수도인 푸나푸티 절반이 가라앉고, 2100년에는 국토 전체가 수몰될 수 있다.
남예진 기자 yejin@newspengu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