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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12.11~

by 이성근 2023. 12. 11.

1. “화석 연료 퇴출 못해산유국들 반대에 기후총회 합의문 도출 진통  2. 기후위기시대 대중교통 방향성은3. 가짜 정책과 오늘의 화석상’  4. 식물 광합성사람 쉬는 주말에 64% 더 활발해지는 이유  5. ‘1% 천연림늙었다고 벤 산림청눈이 한쪽만 쌓인 이상한 숲  6. 부산, 동해선 주요 역사 테마별 숲 생긴다  7. 글로벌 허브 도시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8. 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9. 두바이 기후회의와 한국의 역주행 10. 기후위기 피하려면 부자 나라 육류 소비 줄여라”  11. 지반 침하 우려 해운대수목원, 완공 4년 더 늦어진다 12. 밀 자급률 5%? 이거 다 사기인 거 아시죠?”  13. 탄소배출 줄이고 나무 심고누구나 앱 하나면 친환경 동참 [2023 사회공헌대상]

14. “OPEC 말 받아썼나화석연료 퇴출사라진 COP28 선언 15. 북극 기후변화로 올여름 가장 더웠다"인류, 미지의 영역 진입" 16. 가자 전쟁, 기후변화에도 끔찍한 재앙포격에 온실가스 펑펑17.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빠진 초안에사망진단서 서명 안 할 것18. 외래종 퇴치 왜 안 될까? 오락가락·주먹구구 환경정책  19. 70년후 여름배추재배적지 자취 감춘다

20. COP28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극적 합의 21. ‘거대한 후퇴극적 합의됐지만한계도 뚜렷”   22. 탄소 포집이 기후위기 해결책이라니  23. 남산 곤돌라 '다시 삽질'?...득실계산 해볼까24.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25. 이재명, 부산 방문해 "엑스포 실패로 기반사업 중단? 안 돼“  26. 낙동강 하류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안, 문화재청도 거부  27.  기후위기 사다리 걷어차기’, 선진국의 위선

28. 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 시작한 COP28, 문제는 한국이다 29.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30. 스페인 초겨울에 30도 육박호주 시드니는 43.5도 이상 고온  31. 범천기지창 이전 본궤도부지는 혁신파크 변신  32. 울산,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올해 피해목 44000그루, 25%↑  33. '민주 영입 1' 기후변호사 "윤석열 정부 환경정책은 빵점34. 크리스마스트리의 비극... 지금 한라산에 가보세요  35. 겨울 제철 물고기 도루묵이 사라졌다수온상승·통발 남획 탓

 

화석 연료 퇴출 못해산유국들 반대에 기후총회 합의문 도출 진통

기후활동가들이 2023129(현지시간)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석 연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핵심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합의를 두고 참여국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퇴출과 관련한 선언이 이번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주요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합의문 도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9(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COP28 정상회담에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둘러싸고 각국이 충돌하며 석유와 가스 사용 종식 합의를 이행하려는 시도가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했다.

오는 12일 폐막을 앞둔 COP28에서는 최종 공동선언문에 화석연료 감축안이 어떤 형태로 담기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1COP26에서는 합의문 발표 직전 인도와 중국 등의 반대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감축’(phase down)으로 조정된 바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저개발국과 기후변화 취약국 등 80여개국은 최종 합의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명시하는데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이에 반발하며 화석연료 퇴출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최근 회원국들에게 공문을 보내 탄소배출이 아닌 화석연료 형태의 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어떤 문구나 해법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가이스 총장은 공문에 화석연료 사용 중단 압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계획이 우리 국민들의 번영과 미래를 위험에 빠르린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9(현지시각) ‘기후정의를 위한 세계행동의 날을 맞아,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최지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엑스포 시티 두바이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지구를 대체할 행성은 없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이날 전 세계 53개국에서 300개 이상의 시위와 집회가 열렸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공문은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OPEC+ 회원국에 발송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기후총회는 회원국 만장일치에 의해 합의가 성사된다.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합의가 무산된다는 점에서 OPEC의 압력은 합의문 도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와 관련한 내용이 아예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유럽 기후 싱크탱크 E3G의 알덴 마이어 연구원은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OPEC가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OPEC)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요 산유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논의하되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퇴출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탄소포집 기술 등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UN기후과학패널 등 환경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파티 비롤 대표는 현재 상태라면 CCS(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석유 및 가스 부문의 배출량을 감당할 만큼 규모가 커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것은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기후환경단체들과 저개발국들 대표단 사이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결국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회원국인 사모아의 세드릭 슈스터 환경장관은 올해 COP28이 화석연료 퇴출 반대 논쟁으로 인해 수렁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바이에서의 남은 한정된 시간을 감안할 때 협상의 속도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도 현재까지 화석연료 퇴출 합의에 대한 명시적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조정해야 할 이슈가 너무 많다총회 참가국들이 화석연료의 미래에 관해 합의하지 못한다면 올해 기후 정상회의는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경향 노정연 기자

 

기후위기시대 대중교통 방향성은?

8일 제7차 부산대중교통미래포럼이 기후위기시대, 대중교통의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김준현 기자 joon@

기후 위기 시대에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 대중교통을 발전시키기 위해 보행자 중심 교통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부산대중교통미래포럼은 8일 오후 3시 부산상공회의소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후위기시대, 대중교통의 방향을 주제로 제7차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맞춰 대중교통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우선 생태 친화적 교통수단이 정착하려면 도심 교통 환경이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제 발표자인 수원시정연구원 김숙희 선임연구위원은 승용차 중심 기존 교통 정책에서 벗어나 버스, 자전거 등 보행자 편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이 교통 정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프랑스 파리는 자전거 친화 도시를 조성하고자 공공자전거 1만여 대를 배치하고, 길이 500km 이상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개인형 교통수단(PM), 자전거 등 마을 외곽에서 내부까지 효율적으로 연계할 교통 수단이 필요하다“‘차 없는 거리를 정례화하는 등 승용차 통행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부산 중앙버스전용차로(BRT)를 중심으로 녹지 공간을 늘리고, 자전거 이동 통로를 개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RT 정류장 유휴공간 일부에 녹지공간을 조성해 도심 속 허파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내용이다.

이 이사는 부산 BRT 4개 축을 조사한 결과 정류소마다 최대 절반 수준의 면적을 녹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부산 곳곳에 있는 BRT를 하나의 녹지 축으로 가꾼다면, 기후 재앙 시대에 대중교통 기여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 뒤 토론에서는 대중교통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부산 BRT를 비롯해 대중교통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 진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평지가 많은 파리 도시와 급경사지가 많은 부산 지형을 비교하면서 지역 특색에 맞는 교통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부산연구원 이은진 선임연구위원은 부산형 MaaS(Mobility as a Service·통합 교통서비스) 도입 등 대중교통 체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산시도 대중교통 분야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가짜 정책과 오늘의 화석상

두바이에 도착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OP의 배경은 이렇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가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대책을 위해 설립한 협의체가 IPCC이다. 1990IPCC가 발표한 1차 보고서를 근거로 1992년 리우회의에서 온실가스 방출을 규제하기로 채택한 것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매년 이 협약 내용대로 국가별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바로 COP이다. 벌써 28회차를 맞이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최근까지도 기후변화가 사실이네 아니네 논란이 무성했지만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평균 지구 온도를 2도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파리협정도 채택했고(2018년에 1.5도로 변경), 올해는 피해국을 위한 기후기금까지 조성하고 있으니 유엔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국가 간 연합이라는 느슨한 조직이 이 정도로 단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국제적인 추세에 우리는 얼마나 보조를 잘 맞추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아직 손실과 피해 기금을 내겠다는 의지표명도 안 했다. 이뿐만 아니라 COP28에서 노르웨이, 캐나다 앨버타주와 함께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로부터 기후악당에게 주는 오늘의 화석상까지 받게 됐다. 한국이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탄소 폭탄을 터뜨리게 될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하여 원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한 과오 때문이다. 1999년 이 상이 만들어진 이래 우리나라가 올해 처음 이 불명예를 안았으니 비행기 배출 탄소량에 더해져 COP로 향하는 심정이 편치 않았다. 특히 최근에 읽은 <가짜 노동>이라는 도발적인 책이 환경운동이라 불려왔던 나의 노동이 과연 진짜였을까 의심들게 하여 연말이 심란하기만 하다.

생산활동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활동들, 형식적인 회의와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 작성, 빔의 불빛이 꺼지면 기억조차 되지 않는 파워포인트 같은 것들을 이 책을 공동 저술한 덴마크의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가짜 노동이라 불렀다. 인터넷 같은 디지털 신문물은 일을 편리하게 해주었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들기는커녕 가짜 노동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만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용하자면 선거용으로 일회용컵을 허용하거나 그린벨트 풀기 같은 선심성 정책들이야말로 표만 훑어가려는 가짜 정책이고, 이런 정책을 내는 이들은 가짜 정치인이 아닌가.

이 지점에서 나야말로 진짜 환경운동을 했는지 자문해 본다. 가수 이효리씨가 최근 보컬학원에 등록해 발성연습부터 새로 배우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연습생 시절 없이 데뷔해서 롱런하기엔 기초가 부족하다는 자각에서다. 이효리씨 같은 스타가수에게도 발성 연습이 기본이라면 늙은 내가 지치지 않고 더 혁신적으로 환경운동을 지속할 발판은 무엇일까. 기후환경문제의 현장을 더 보고, 현장을 지켜온 환경운동가들에게 더 배우련다. 비상하는 비행기 엔진처럼 신념이 요동치는 진짜 환경운동,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진짜 노동을 향해 청룡처럼 나아가련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경향

 

식물 광합성사람 쉬는 주말에 64% 더 활발해지는 이유

주말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 영향 추정

식물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적어지는 주말에 더 활발히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물질, 포도당을 만든다. 광합성을 하기 위한 재료는 주변 환경에서 얻는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땅 속의 물, 그리고 햇빛이 광합성에 필요한 재료다. 광합성의 결과 배출되는 노폐물이 산소다.

생존을 위해 산소를 마시고 에너지 물질(ATP)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노폐물로 내뿜는 인간과 정반대의 과정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시스템이 바로 지구 생태계를 떠받치는 근본 가운데 하나다.

식물에서 광합성이 이뤄지는 곳은 세포 내의 엽록체다. 먼 옛날 숙주 세포에 기생했던 박테리아에 기원을 두고 있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라는 점에서 인체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기관이다.

엽록체엔 빨간색과 파란색 빛을 흡수하는 엽록소가 가득 차 있다. 햇빛이 식물에 닿으면 식물은 이 색상을 흡수한다. 그러나 녹색은 흡수하지 않고 반사한다. 대부분의 식물이 녹색을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미국 과학자들이 유럽 지역의 식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물들은 주말에 광합성을 더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주말엔 사람과 교통수단 통행량이 적고 사업체도 쉬는 곳이 많아 대기 오염이 낮아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엽록소는 광합성에 쓰고 난 나머지 빛 에너지는 다시 형광의 형태로 방출한다. 그대로 놔둘 경우 에너지가 과다해져 광합성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광이란 빛을 받은 물질이 내는 새로운 빛으로, 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반사광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받은 빛보다 에너지가 적은 긴 파장의 빛(빨간색)을 낸다.

식물이 광합성 과정에서 내는 형광에는 엽록소 형광(ChlF)과 태양 유도 형광(SIF) 두 종류가 있다. 엽록소 형광은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태양 유도 형광은 식물의 광합성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사람들이 쉬는 틈을 타 열심히 에너지 생산

연구진은 공기의 질이 광합성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17년 발사된 유럽의 지구관측위성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에 탑재된 분광계 측정 데이터에서 2018~2021년 기간 중 태양 유도 형광 수치를 뽑아냈다. 이어 같은 기간 위성의 대기 오염 측정 자료와 형광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나 연기 같은 대기오염 입자 수치가 낮았을 때 광합성이 활발해진다는 걸 발견했다. 대기오염 입자들은 햇빛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식물의 광합성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지역의 64%에서 주말에 광합성이 더 활발했다. 연구진은 교통량과 산업 활동이 적은 주말보다 주중에 대기 오염도가 더 높은 뚜렷한 주간 단위의 순환 주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쉬는 틈을 타 식물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시행됐던 2020년에는 다른 해보다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감소하면서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똑같이 광합성이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기오염 수준이 2020년 수준으로 다시 떨어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연간 4100만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대기오염의 감소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대기 질 개선은 사람들의 건강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농작물 수확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306507120

The weekly cycle of photosynthesis in Europe reveals the negative impact of particulate pollution on ecosystem productivit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1% 천연림늙었다고 벤 산림청눈이 한쪽만 쌓인 이상한 숲

강원 인제군 원대리 천연림 벌목 현장

관광객 위해 자작나무로 온 산 덮을 기세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조성된 채종원’.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벌목이 이뤄진 왼쪽이 채종원이다. 류석우 기자

밑동만 남은 굴참나무에 날이 박혔다. 쓰임을 다한 쇠붙이는 녹이 슬었다. 코르크 마개 원료로 쓰이는 두꺼운 수피에 꽂혀 1년 넘게 눈비를 맞았을 터다. 비슷한 처지의 소나무, 물박달나무 밑동들이 옆에 늘어섰다.

바둑판 위에 올려진 흰 돌처럼 밑동마다 눈이 소복이 쌓였다. 초록색 나무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속 한가운데 이곳만 하얗다. 그 사이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들어섰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조성된 자작나무 후계림'이다.

“60년도 못 사는 자작나무 위해 몇백 년 숲을

원대리 원대봉 자락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138헥타르() 규모로 조성된 자작나무숲이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하얀색 수피를 뽐내는 이 숲을 보러 연간 수십만 명이 원대리를 찾는다. 특히 겨울철 흰 눈으로 덮인 자작나무숲은 절경이다. 남한에 자생하는 종이 아니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조림이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을 본 이들은 그 이국적인 신비로움에 감탄한다. <닥터 지바고> 같은 외국 명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수명이 길지 않다. 평균 40~50년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부터 심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제 끝을 바라보는 나이인 셈이다. 산림청은 후계림을 조성하기로 했다. 2021~2022년에 걸쳐 지금의 자작나무숲 인근 두 곳에 후계림을 만들었다. 각각 4.9규모, 합치면 약 10. 축구장 14개가 들어갈 만한 면적에 자작나무를 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천연림을 베어냈다. 조용하게 사업을 진행한 탓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벌목되고 남은 굴참나무 밑동에 녹슨 날이 박혀 있다. 류석우 기자

<한겨레21>20231128일 후계림이 조성된 원대리를 찾았다.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빽빽한 나무들 사이 작은 임도를 따라 한참 들어갔다. 사람 키를 아득히 뛰어넘는 나무로 한낮에도 어두웠다.

30여 분 지났을까. 울창한 숲이 이어지다 공터가 나타나며 주변이 갑자기 밝아졌다. 후계림이 조성된 지역만 포격을 받은 듯 황폐화한 것처럼 보였다. 칼로 경계선을 그은 듯 양옆으로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둘러쌌다. 대비됐다.

여기가 원래 참나무나 소나무가 우거졌던 곳이에요. 봄에는 나물도 나고 지역 주민들도 나물 캐러 자주 왔는데 자작나무 심겠다고 아름드리나무를 다 잘라버렸어요. 몇백 년 걸려서 만들어진 숲이잖아요. 60년도 못 사는 자작나무숲 만들기 위해 이 좋은 숲을 베어버리고 자작나무를 심는 게 맞나요?” 함께 현장을 찾은 원대리 주민 이광열(55)씨가 말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로선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난 자작나무숲을 유지해야 한다.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한겨레21>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조성된 지) 30년이 지났기 때문에 몇 년이 더 지나면 (수명이 다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자작나무숲이 유명해진 상태에서 계속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숲이 없어지면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 그래서 계속 유지하려고 후계림을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

자작나무를 조림해서 숲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는 딴지를 걸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특정 수종을 위해 자생하는 나무들이 피해를 본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의 말이다. 후계림 조성 당시 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자작나무숲 인근 노령·불량림을 대상으로 수종을 갱신해 사업을 진행한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실제로 벌채는 나이 들고, 불량한나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을까.

전국 1%도 되지 않는 희소성 높은 숲

후계림 조성지에 남은 굴참나무 밑동 사진을 찍어 전문가 네 명에게 보여줬다. 한 명은 수령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세 명은 최소 50년에서 70년 정도로 판단했다. 소나무의 경우 70~80년 정도 수령이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이 숲은 60년 이상 된, 우리나라에선 1% 안에 들어가는 희소성 높은 숲으로 판단된다훌륭한 숲을 이렇게 벌거숭이산으로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2021<산림임업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6영급(51~60) 숲은 5%에 불과했다.(1영급에서 6영급까지만 집계) “사실 60~70년 나무도 노령림이 아니죠. 우리가 흔히 카페에서 보는 우드슬랩(두꺼운 나무판)100년이 지난 원목을 쓰거든요. 이렇게 60년이 넘은 나무를 노령이라고 잘라내니까 없는 거예요.” 홍 교수가 덧붙였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산속 한가운데 조성된 자작나무숲 후계림. 잘린 밑동 사이사이로 어린 자작나무들이 서 있다. 류석우 기자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자작나무를 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참나무과랑 물박달나무, 소나무가 섞여 있으면 국립공원 정도, 1등급 수준의 식생대라고 볼 수 있어요. 이걸 자작나무를 심기 위해 벤다? 정말 욕먹을 얘기예요. 경제적 목적으로 목재 수급을 위한 거라면 모를까 생물다양성의 기초조차 모르는 거죠.”

러시아와 일본·중국 북부, 백두산 인근에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추운 환경에 견디기 위해 수피에 기름이 많다. 하얀색으로 유명한 수피는 이전부터 책자를 만들거나 종이로도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이광열씨 같은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한두 번 보면 멋있죠. 그런데 오로지 관광 용도밖에 없잖아요. 원래 여긴 버섯도 많이 나고 봄에는 나물도 나는 곳이에요. 산에서 부산물을 얻어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으로서 누굴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어요.”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도 천연림은 중요하다. 숲은 동물의 집이기도 하지만 먹이원 구실도 한다. 이를테면 굴참나무에서 나오는 도토리만 해도 산짐승의 먹거리 중 하나다. 이씨는 후계림 조성 이후 민가로 내려오는 동물이 많아졌지만 그 대책은 없다고 했다. 이날 후계림을 찾은 뒤 내려가는 길에도 민가 근처에서 노루와 꿩 등 야생동물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후계림 옆엔 4배 크기 채종원'얼마나 더 없어져야

원대리 자작나무숲 일대 천연림이 벌목된 건 후계림이 조성된 곳뿐만이 아니다. 자작나무숲 남쪽으로 이어진 산자락엔 2019년부터 2년 동안 축구장 56개 규모(40)로 벌목이 이뤄졌다. 산림청이 수종갱신을 통해 조성한 것은 채종원이다. 이곳은 우수한 종자를 대량생산하고 쉽게 채취할 수 있도록 산림청에서 운영·관리하는 종자 생산 공급원이다.

후계림에 이어 찾은 채종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1년 벌채가 끝났음에도 곳곳에 나뭇가지가 쌓여 있었다. 어린 헛개나무와 낙엽송들 사이로 잘려 나간 나무들의 밑동이 보였다. 참나무와 소나무 외에 물박달나무, 잣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밑동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후계림에서 봤던 참나무(50~70년 추정)보다 훨씬 굵은 참나무 밑동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5070년으로 추정되는 굴참나무 밑동. 그 주위로 어린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류석우 기자

자작나무숲 후계림과는 다른, 종자 생산을 위한 곳이지만 주민들은 이곳까지 개발될까 우려한다. “처음엔 다양한 종자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했어요. 면적도 넓다보니 주민 동의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슬슬 시간이 지나니 자작나무만 심는 거예요. 이후 전혀 설명은 없었고 나중에 물어보니 자작나무를 심는다고 하더라고요.” 이광열씨가 말했다.

산림청 품종관리센터에 따르면 원대리 채종원엔 소나무와 낙엽송, 헛개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등을 심었다. 그중 자작나무가 조림된 영역만 전체 채종원의 4분의 1(10) 수준이다. 후계림이 조성된 면적과 비슷한 규모다. 품종관리센터 관계자는 이 지역이 자작나무가 잘 자라기 때문에 심은 것뿐이지 제2의 자작나무숲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종자를 심어서 나중에 채취하면 전국에 보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종원에 조림된 자작나무가 다 자라면 관광객이 몰려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은 벌써 기존 자작나무숲과 채종원을 잇는 길을 원하고 있다. 인제군에서도 자작나무숲과 연결되는 길을 내어 상품화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자작나무숲에서 채종원으로 가는 길은 있지만, 관리되지 않은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한다. 품종관리센터 관계자는 채종원의 목적은 관광상품이 아니지만 길을 뚫어달라고 하면 우리로서는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산림청이 현재 40인 채종원 규모를 더 늘려갈 계획이라는 점이다. 산림청 쪽은 불량 활엽수가 자생하는 지역을 위주로 수종갱신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으로 벌채될 나무가 불량 활엽수만을 대상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산림청은 채종원 수종갱신을 위한 벌채작업을 하기 전 수령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계림 조성했더니 이번엔 사방댐'

후계림이 조성된 지 16개월, 채종원 조성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껏 이런 이야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조용히 사업을 진행하고 주민들도 대부분이 반대하지 않으며 넘어갔기 때문이다. “채종원은 반대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주민이 소수이기도 했고 우량종자를 생산한다고 해서 좋은 건 줄 알았거든요. (후계림은) 장사하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도움이 돼요.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이 이런 돈 있는 사람이다보니 저같이 농사짓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원주민들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죠.”(이광열씨)

그나마 일부 주민의 뜻이 모일 수 있었던 건 2022년 인제군이 자작나무숲 인근에 사방댐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인제군은 당시 산불 같은 재해 예방을 이유로 들었다. 계곡 내 친수공간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환경보호에는 관심 없던 주민들도 식수로 사용하던 계곡물이 막힐 처지에 놓이자 반대를 외쳤다. 애초 공사는 2022년 착공해 2023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로 중단됐다. 인제군은 댐 위치를 300m 정도 상류로 올려 짓겠다는 방침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작나무숲을 확대하고, 불에 잘 타는 자작나무 특성상 산불 대비를 위해 댐을 짓는다. 이왕 짓는 김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친수공간까지 조성한다. 개발이 개발을 낳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밀려나는 것은 자연과 원주민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자작나무는 산불에 취약해요. 지구온난화 시대에 (자작나무)숲이 커질수록 산불은 심각한 피해를 낳습니다. 산불에 저항성이 있는 숲을 만든다든지, 기후와 토지 환경에 맞는 자생종을 심어 관리해야죠. 한국의 산지대와는 맞지 않는 몰생태라고 봅니다.” 식물사회학자 김원종 박사(전 계명대 교수)의 말이다.

원대리 원대봉 일대 산이 모두 자작나무로 덮이면 벌목을 멈출까. “(후계림) 면적이 적다보니 앞으로도 이런 자작나무숲을 늘리려 할 거고 원대리의 자연림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길도 만들고 시설도 만들 겁니다. 그럼 산은 더 망가질 거예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이광열씨의 걱정은 계속된다인제(강원)=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동해선 주요 역사 테마별 숲 생긴다

해운대 5개 역 숲 조성 완료

10만 본 10년 후 울창 기대

'동해선 포인트숲 조성 사업'으로 녹지 조성이 된 해운대구 센텀역 광장. 해운대구청 제공

부산 해운대 철도 역사 광장에 푸른 숲이 조성됐다. 10년 후면 각 역사 광장에 제법 울창한 숲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청은 해운대구 동해선 주요 철도역 5곳에 포인트숲 조성사업을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재송·센텀·벡스코·신해운대·송정역에 각각 숲이 들어섰다. 사업비는 총 30억 원이 들었다. 사업은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도로 경관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시작해 지난 11월 완료됐다. 이번 사업으로 각 역사 광장에는 소나무 등 목본류 21737, 실새풀 등 초본류 79580본이 식재됐다. 또 해운대 도심에는 총 6000여 녹지공간이 늘어났다.

사업은 구청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역사 부지는 한국철도공단 소유지만 구는 경관개선을 위해 공단 측에 활용을 요청했다. 구청 측은 해운대 동해선의 배차 간격이 길어 역사의 광장 기능이 사실상 떨어진다빈 공간으로 방치하지 말고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충해 보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각 도시 숲의 테마는 역사의 특성을 고려해 정해졌다. 각각 재송소나무숲, 센텀사계숲, 동백광장숲, 오색정원숲, 단풍물결숲이다.재송역은 재송소나무숲으로 꾸려졌다. 역 이름에 포함된 ’()이 테마의 근거가 됐다. 소나무 47그루를 중심으로 느티나무, 대왕참나무 등이 들어섰다. 센텀역의 테마는 센텀사계숲이다. 백목련, 백합나무, 청단풍, 이팝나무 등 계절마다 개화하는 수종들을 이식해 계절성을 강조했다.벡스코역은 동백나무가 부각되도록 동백광장숲으로 조성됐다. 동백나무 42그루를 비롯해 금목서, 황칠나무, 느티나무 등이 식재됐다. 신해운대역에는 진달래, 고로쇠 나무 등 산림수종 위주로 심었다. 오색의 장산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테마를 오색정원숲으로 정했다. 송정역은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붉은 단풍을 수놓았다. 파도에 맞춰 단풍 물결이 돋보이게 조성해 단풍물결숲을 테마로 삼았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글로벌 허브 도시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산 방문때 지원 약속 후 전역 규제 푸는 특별법 시동

이번주 실무진과 구체화중앙정부 TF 발족 나서기로

2030세계박람회 유치가 좌절된 이후 정부가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조성하는 특별법을 추진한다. 가덕신공항 개항 예정 부지. 국제신문DB

지난 6일 부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에 월드엑스포를 전 세계에 보여주려고 한 것은 여기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되고 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조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이라는 목표를 향한 과정의 하나였다는 의미다. 부산엑스포라는 기회를 놓친 지금, 부산은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이라는 두 번째 기회를 잡아 퀀텀 점프를 성공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글로벌 허브 도시는 스마트 물류가 갖춰진 물류도시와 이에 기반한 금융도시, 디지털과 친환경 기반의 신산업,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가 융합되는 문화도시와 다시 찾고 싶은 국제 관광도시 등의 개념을 모두 아우른다.

부산시 관계자는 10일 국제신문에 공항과 항공은 서부산과 원도심에, 신산업은 동부산과 북항 등 원도심에 있어서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다 풀고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두바이 뉴욕 홍콩 등과 같은 도시로 부산을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부산은 공항·항만이 있는 물류거점이자 금융중심지로,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다 갖추고 있다부산에서 획기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법인세 상속세 관세 등 세금 혜택을 지원하면 부산에 투자가 이뤄지고 부산으로 기업이 몰려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규제 및 특례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제주도지사가 해외의 우수교육기관의 유치 권한을 갖는 것도 특별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외 기업을 부산에 유치할 경우, 외국인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고 거주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 시는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의 사례를 기본으로 연구하되, 물류 금융 부분의 규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 부산의 상황을 고려해 싱가포르 모델도 주목하고 있다. 특별법안은 시가 지방행정연구원 등에 용역을 발주하고 초안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시는 이번주 초 부산연구원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산테크노파크 경제자유구역청 등 관련 기관 실무진들과 함께 킥오프 회의를 갖고 실무작업에 착수한다. 세제 및 인프라, 산업, 문화 등 전 부처에 걸쳐 규제 혁신과 특례 부여가 특별법의 핵심인 만큼, 중앙부처에서도 전 부처가 나서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계획으로, 중앙정부 TF도 이르면 이번주 중에 발족할 전망이다.

전 부처에 걸친 사안이기 때문에 총리실이 중앙부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제신문에 획기적인 규제혁신과 특례가 주어지는 만큼 타 지역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부산에서 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논리를 개발해 특별법 통과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세계 엑스포 개최지 발표 하루 전인 1128일에 방영된 KBS 특집 9시 뉴스 <부산 엑스포 유치하면, 경제 효과는?> 보도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관련 연구기관들이 예측하는 부산 엑스포의 경제 유발효과는 61조 원. 생산 유발 효과 43조 원, 부가 가치도 18조 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50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됩니다. 앞서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110조 원, 2015년 밀라노 엑스포는 63조 원의 경제 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엑스포는 행사 종료 이후에도 경제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엑스포를 위해 조성될 각종 인프라가 부산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과 부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 역시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 무형의 효과입니다."

 

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시민의 발' 부산 시내버스 60<> 준공영제 개막과 BRT

- 자가용 보급에 버스 승객 반토막 - 가 노선권 갖고 손실 보전하는

- 준공영제 시행해 대중교통 혁신  - 수익성 낮은 강서 등 노선 확충

- 환승제 한달만에 승객 20% 늘어 - 2016년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

- 정시성 확보하고 교통편의 높여

1980년대 이후 도시철도 개통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부산 시내버스는 2000년대 들어 준공영제를 도입하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버스 운송사업의 골격을 통째로 바꾼 준공영제는 환승할인과 노선 확충 등으로 시민 이동권 확대와 요금 절감에 이바지했다. 이어 2016년에는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시대가 열렸다.

원맨버스와 버스전용차로 도입

2000년대에 접어들어 준공영제 시행으로 시민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로 환골탈태한 부산 시내버스는 2016년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며 한층 더 시민 교통편의를 높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개통한 서면~주례 구간의 중앙버스전용차로. 국제신문DB

직영화에 이은 시내버스 교통사고의 피해 보상 업무를 위한 공제조합 출범과 함께 1980년대 부산 시내버스는 운영체계와 인프라 모두에서 큰 변화를 맞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여성 차장, 즉 안내양 제도의 폐지와 버스전용차로의 도입이다. 먼저 1980년대 초반에는 안내양 제도가 폐지되며 기사 1인으로 운행하는 원맨버스시대가 시작됐다.

직할시 출범 이전부터 버스에는 차장이 있었다. , 초창기에는 흔히 기억하는 여성 차장이 아니라 남성 차장이 승차했다. 이들 남성 차장은 매일 미어터지는 버스 밖에서 승객을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차를 출발시켰다. 심지어 승객으로 넘쳐나 문을 닫지도 않고 오라이~”를 외치곤 했다. 완력을 자랑하던 남성 차장은 부산직할시가 출범하던 무렵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1959년 서울에서 여성 차장 제도가 시작됐고 부산에서도 몇 년간 남성과 여성 차장이 공존하다가 차츰 완전히 여성 차장으로 대체됐다. 이후 여성 차장이 일반화하면서 안내양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그러나 안내양 구인난과 경영난에 동시에 시달리던 버스 업계가 승무원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시민이 요금을 직접 내도록 하는 시민자율버스를 도입하면서 안내양도 1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열악한 부산의 도로 사정에 비해 차량이 급증하며 도심의 교통혼잡이 극에 달하자 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종일 시내 주요 지점에서 차량이 정체하자 시민 불편은 물론이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부산시는 승객 수송을 늘리도록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우선 정책을 실행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버스에 통행우선권을 부여하는 버스전용차로제였다. 1987년 충무동과 남포파출소 간 약 1의 일방통행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한 데 이어 교차로 구조 개선과 신호 개선 등 준비 과정을 거쳐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시내버스 환골탈태준공영제 도입

20051월 부산 지역에서 처음 도입돼 운행에 나선 저상 시내버스. 국제신문DB

도시철도 확대와 자가용 승용차의 보급으로 더 느리고 불편한 시내버스는 한계에 직면했다. 승객은 반토막나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불편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시기에 시내버스 운송 사업의 합리적 운영과 시민 교통편의 증진이 이슈로 떠올랐다. 연구자들과 연구기관에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한다. 준공영제는 기존 시내버스 운영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업체가 보유한 노선권을 시가 가져가고 버스업체는 운행을 맡는 한편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스업체의 경영 손실분을 시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버스조합은 준공영제 시행의 전제조건과 같은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을 결의했다. 이를 시가 받아들여 2006513일 시작한 무료 환승제는 대성공을 거뒀다. 시행 초기 한 달간의 하루 평균 시내버스 이용 승객은 110만여 명으로 시행 이전의 93만여 명보다 18.48%(172000)가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환승 통행 증가량을 제외한 순수 승객 증가 규모가 하루 평균 91000명에 달했다.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의 성공을 바탕으로 준공영제 도입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200612월 교통개선위원회는 168개 노선 중 40개를 폐지하고 6개를 신설하는 한편 도심 교통 혼잡을 줄이도록 서면과 남포동, 부산역, 동래 내성교차로를 지나는 노선을 줄이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환승 요금 체제 개편 등을 거친 뒤 마침내 2007515일부터 준공영제 도입과 시내버스-도시철도 환승, 버스노선 개편이 동시에 이뤄지며 대중교통 체계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이전에는 수익성이 없어 시내버스가 운행을 꺼리던 강서산업단지, 정관단지, 산복도로 등에 시내버스 15개 노선을 확충해 시민의 이동권 확대에 이바지했다.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과 도시철도·마을버스의 환승할인에 이어 김해·양산과의 광역환승제 확대로 시민은 연간 1200억 원의 요금을 절감했다. 공영차고지 조성과 버스전용차로 활성화, IT를 접목한 교통정보 제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고 업계 경영을 돕는 방안도 잇달아 시행됐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시대 활짝

준공영제 도입으로 공공 운송 체계로서 역할을 강화한 부산 시내버스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으로 한층 더 시민 교통편의를 높인다. 부산시가 도심 혼잡을 줄여 통행속도를 높이고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률을 늘리는 방안으로 BRT 도입을 추진한다. 버스 정시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1단계 중 원동IC~올림픽교차로 구간이 201612월 개통했고 1단계 나머지 구간인 내성교차로~원동IC20181월 개통했다. 2019년 올림픽교차로~우동 구간과 내성교차로~광무교 구간이 개통해 해운대구 중동에서 서면까지 17BRT로 연결됐다.

이어 광무교~충무동이 2021, 서면~사상 구간이 2022년 개통해 사실상 부산 전역의 주요 도로가 BRT로 연결됐다. 초기에는 교통사고와 무단횡단 우려, 일반 차로의 정체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BRT는 빠르게 시민에게 익숙해졌다. 동서와 남북 축을 잇는 BRT 교통체계가 구축돼 시내버스 운행 속도는 이전보다 5~19% 늘고 정시성은 15~25% 향상됐다. 버스 이용의 편의성을 크게 높여 시민의 발로서의 역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공동기획 :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국제신문,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두바이 기후회의와 한국의 역주행

2023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에 이어 9월과 10월 기온마저도 최고치를 경신한 해가 되었다.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3올랐으며 이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인 1.5에 거의 근접한 값이다. 이와 더불어 해수면 온도, 남북극의 해빙 면적 등에서도 역대 최악의 수치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기후 붕괴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최악의 기후 혼란을 피할 수 있으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아랍에미레이트(UAE)두바이에서 28차 유엔기후협약당사자총회(COP28)1130일부터 1212일까지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산유국에서 개최되는 기후 회의에서 의장국 UAE가 자국의 석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산유국의 영업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파리협약에 비해 얼마나 진전된 합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COP28에서 중요한 의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이다. 그런데 온실가스 9위 배출국이자 OECD 재생에너지 비중 꼴찌인 우리 정부가 이 회의에서 보이는 행보는 절망적이다. 이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 되었고 전 세계 400개가 넘는 기업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기업 간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CFE(무탄소에너지) 연합결성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CFE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RE100에서 인정하지 않는 원전, 수소도 포함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행사장 밖에서 시위대가 우리의 하늘과 물, , 숲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두바이/연합뉴스

실제 CFE의 공식 명칭은 ‘24/7 CFE’.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전력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미 2017RE100을 달성한 구글이 여러 우회적 수단이 있는 RE100을 보완하는 더 강력한 방식으로 제시한 캠페인이다. CFERE100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 것이다. 이를 빗대어 “RE100을 건너뛰고 CF100(무탄소100%)부터 생각하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매는 격이라든지 걸음마도 못 하는 아이가 100m 달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다.

즉 감당할 수도 없는 CFE를 내세워 원전을 늘리기 위한 꼼수임이 분명해 보임에도 이를 COP28에서 버젓이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꼼수가 오히려 RE100에 대한 경쟁력을 낮춤으로써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몇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얼마 전 있었던 엑스포의 참패가 재연될 수도 있어 보인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CF 협약에 동조하는 국가 간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며 몇 개 국가가 연대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느니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하는 국가는 없다는 말은 오히려 더 불안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CF100을 정면으로 비판한 기사는 우리의 주장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WP한국은 무탄소 계획을 밀어붙이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느려졌다는 제목으로 CFE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은 산업부 관계자의 엄살과 달리 해상풍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WP는 파리 협약을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이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하며 끝을 맺는다.

한국은 거대한 경제 규모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기후위기 극복에 있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국가가 되었다. 기후위기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할 기금 조성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국제사회는 여전히 미온적 수준에서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역주행 한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공멸일 뿐이다. /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국제

 

기후위기 피하려면 부자 나라 육류 소비 줄여라

FAO ‘식량난-기후위기 동시해결 청사진첫 제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파리기후협약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유한 국가의 육류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자 나라의 음식물 쓰레기와 비료 남용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저소득 국가는 양질의 영양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식량 소비 방식의 형평성을 도모하는 일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28년 역사의 기후총회에서 식량난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농식품 분야 청사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축사에서 소들이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10(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보고서 ‘1.5도 문턱을 넘지 않는 기아 종식 등을 위한 지구적 청사진(로드맵)’을 발표했다. 유엔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 중인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식량, 농업, 세션을 마련해 재생 농업, 도시 수자원 회복, 식품 폐기물 시스템 등에 관해 집중 조명했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식품을 과도하게 소비해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쪽에서는 소비자(의 잘못된) 행동이나 비효율적 공급망으로 상당한 양의 식량이 낭비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805천만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의 9% 이상을 차지하는 73890만명(2022)이 기아에 시달린다. 세계 인구 37%에 달하는 30억명 이상은 건강한 음식에 접근하기 어렵다. 또 다른 쪽에선 인류의 절반 이상인 42억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과체중, 비만을 유발하는 해로운 음식을 먹고 있다.

식량농업기구가 제시한 청사진은 2030년까지 기아를 해결하고, 2050년 모든 인류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식량 생산 체제를 탄소 순배출원에서 흡수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는 “‘모두를 위한 건강한 식단에 집중하면 고소득 국가는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고, 저소득 국가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 기후 대응과 건강 양쪽 모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식량농업기구의 ‘1.5도 청사진은 향후 해마다 한 번씩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될 예정이며, 202530차 총회에서 국가별 행동 계획이 공개된다.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CGIAR)의 기후변화 영향 책임자인 아디티 무커르지 박사는 이와 관련 블룸버그에 기후변화는 대체로 불평등의 이야기라며 식량 소비의 형평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지반 침하 우려 해운대수목원, 완공 4년 더 늦어진다

전면 개장 2025년서 2029년 연기

쓰레기매립장 특성상 불안정 확인

필수시설 대체부지 협의도 걸림돌

체육공간 우선 개방해도 불편 예상

무리한 건립 계획 등 비판 목소리

부산 해운대수목원이 당초 목표보다 4년 늦어진 2029년 전체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중단된 해운대수목원 2단계 구역과 지난해 5월 개방된 1단계 구역.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국내 최대 규모 공립수목원으로 조성 중인 해운대수목원의 전체 완공이 결국 연기됐다. 수목원 주요 시설이 들어설 부지 지반 침하가 우려되면서 애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어졌기 때문인데, 시는 결국 수목원 완공 목표 시기를 당초보다 4년 늦어진 2029년으로 제시했다. 수목원은 일단 202510월 일부 시설만 우선 개방하지만 핵심 시설이 빠진 반쪽 개방이어서 불편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오는 202912월 수목원 내 필수시설 건축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당초 수목원 완공 목표는 20255월이었으나 지반 침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공기가 늦춰졌다. 수목원 이용시설은 202510월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시는 이달 초 필수 시설이 들어설 대체부지 3곳을 선정해 국토부 협의를 앞두고 있다.

해운대수목원은 해운대구 석대동 쓰레기 매립장 628275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도시형 수목원이다. 부산시는 2017년 예산 약 840억 원을 들여 해운대수목원 1단계 조성 사업을 마무리했고 2021년에는 전체 부지 중 414000를 임시 개장했다. 임시 개장 구역에는 치유의 숲구간과 주차장 655면 등이 포함됐지만 건물 등 시설물은 빠졌다. 당시 시의 계획은 2025년까지 체육시설과 연구소, 관리시설 등 수목원 주요 시설물을 나머지 구역에 지어 전면 개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5월 진행된 지반조사 용역 결과에서 지반 침하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조사 결과 지반 침하 우려로 해당 구역에 건물을 올리기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부지 특성상 지반이 불안정해 시는 예정된 부지에서 건물을 건립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대체부지 확보에 나섰다.

시는 이달 초 필수 시설이 들어갈 대체부지 3곳을 찾았지만 중앙부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2029년 완공조차 기약은 없다. 내년 중 해당 부지에 대해 국토부 협의, 낙동강 유역청 협의, 공유재산 심의와 건축공모 등 행정절차가 이뤄진다. 승인이 거부되거나 절차가 길어질 경우 공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게 되면 사업비도 커진다. 시는 대체부지 매입에 추가로 약 9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수목원에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1131억 원에 달한다.

핵심시설 건립이 늦춰지면서 수목원은 결국 반쪽짜리로 문을 열게 됐다. 문제가 된 부지에는 연구실, 전시 온실, 방문자 센터 등 핵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핵심시설 건립은 공립 수목원으로 등록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공립 수목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실 등의 관리시설과 전시 온실을 포함한 전시시설을 갖춰야 한다. 핵심시설 없이 개방되는 해운대수목원은 완공 전까지 공립 수목원으로 등록하지 못한 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시는 일단 202510월 건축물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수목원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까지 2단계 구역에 생활체육시설과 파크골프장, 꿈의 놀이터 등 녹지공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지반 침하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 시는 2025년 전면 개장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계획이 틀어졌다. 이 때문에 수목원 건립 계획을 무리하게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목원 조성 계획을 둘러싸고 식물 고사, 지반 침하, 침출수 등 잡음도 이어진다. 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시민 이용 시설은 2025년 개장할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 대체부지를 확정해 단계적으로 건축물 건립도 완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밀 자급률 5%? 이거 다 사기인 거 아시죠?”

20231128일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서 한 농부가 밀을 파종하기 위해 밭을 갈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벼 수확을 마친 202311월 전남 구례군 광의면은 갈색·초록색·노란색 세 가지 색이다. 드문드문 젖은 흙색은 갈아엎은 밀과 보리를 심은 농토다. 보름 뒤가 되면 파릇파릇 초록으로 덮일 것이다. 한쪽으로 벌써 보이는 초록은 10월에 벼가 서 있을 때 파종(입모종살포)한 조사료(라이그래스 등 가축사료)용 농토다. 절반 넘는 농토에는 베어낸 벼의 메마른 밑동이 그대로 남아 누렇다. 이 노란색은 겨우내 그대로일 것이다. 각각의 색에 농부들 저마다의 사정이 담겼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밀 자급률 10%(25t)를 달성한다는데 달성 못합니다. 100% 장담합니다. 밀 심으면 농사를 한 번 더 짓는 겁니다. 소득이 늘어납니다. 심고 싶죠. 그런데 밀이고 조사료고 생산해놓아도 팔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렇게 그냥 땅을 묵힙니다.”

2023117일 오전 밀밭 두둑에서 세 가지 색의 풍경을 바라보던 최용범 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 총괄본부장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구례 우리밀가공공장은 유일한 하루 처리량 10t 이상의 중급 규모 국산밀 제분시설이다.

백중밀사태를 아십니까

2022년 기준 구례군 논면적 2207(667만 평) 중 겨울철 농사를 짓지 않는 비율은 53.7%(1185.5)였다(구례군청). 충청 이남에서 ·밀 이모작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농토가 겨우내 방치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경지이용률은 107.2%, 산술적으로 7.2%의 농토만 1년에 두 번 쓰인다는 의미다.

구례군의 밀농사 면적(171.5·7.8%)도 얼마 안 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경지면적(1528237·2022) 대비 밀 재배면적(11600·2023)0.8% 수준이다. 민간 수매처가 버티고 있는 전남북과 경남이 주생산지다.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18.5%(2022년 기준)인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국민 1인당 36.0을 먹는 2주식밀의 자급률은 1% 수준이다. 한 해 밀 수입량만 2578646t(식용 기준)에 이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국산밀(우리밀)을 팔 곳이 없다. 뭔가 잘못됐다는 농업계·정부의 공통된 문제의식 아래 20198월 밀산업육성법이 제정(20202월 시행)됐다. 식량자급을 목표로 농업정책을 펼치는 정부 부처(농림축산식품부)가 법의 수행기관이다. 그런데 국산밀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우리나라 식량정책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풍년이 들면 밀농가의 근심이 깊어진다. 손주호 국산밀산업협회 이사장은 “42t보다 더 생산되면 국산밀은 창고에서 썩어가고 가격이 폭락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42t은 실제 소비되는 22t, 정부가 수매하는 2t을 합친 양이다. 당장 2023년 봄 생산량이 한 해 전(35t)보다 48.6%(52t, 농식품부 추정) 늘어나자 대란이 일기 직전까지 갔다. 정부가 세운 2023년 목표치인 ‘8t’에 크게 밑도는 수확량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2017~2018백중밀 사태까지 가지 않았다. 두 해 연속 밀이 37~38t가량 생산됐는데 밀농가들은 팔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정부가 보급한 백중밀 종자를 대대적으로 심은 것이 화근이었다. 생산량은 다른 품종에 비해 30~40% 높지만 글루텐 함량이 낮았다. 혼합제분이 불가피한 국산밀의 사정은 전체 국산 밀가루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사태는 국산밀은 국수 만들기도 힘들 정도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남겼다.

이때 결국 농식품부가 한국주류산업협회를 소방수로 투입했다. 주정(희석식 소주의 원료) 용도로 국산밀을 사들이게 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주정용 타피오카 등의 농산물 수입물량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정업계 쪽에는 이다. 2023년에도 5년 만에 주류산업협회가 국산밀 13600t을 주정용으로 사들였다. 2019년 정부 수매제 부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밀농가와 밀 유통·가공업계에 충격이 컸다. 정부 수매로 이뤄지는 비축물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 4t 이상 창고에서 묵히고 있다. 2020~2023년 보관료만 33억여원이 투입됐다.

농부는 근심하는데 농식품부만 해맑다

밀의 생산과 소비까지 담당해야 할 농식품부는 농민의 근심과 상관없이 해맑다’. 밀 생산량 증대에 대한 보도자료(2023629일치)를 내어 밀 자급률이 2%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환영했다. 밀산업육성법(17)은 농식품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급식에 국산밀이나 국산밀가공품의 우선 구매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그런 요청도, 국산밀 사용 사례도 드물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농민들과 달리, 국산밀 소비 확산 현장에 농식품부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최강은 우리밀살리기운동 광주전남본부장은 실제 빵·국수 등으로 이용되는 밥상용 밀만 치면 밀 자급률은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목표를 설정했으면 달성하려고 수입밀을 국산밀로 대체해서 수요를 늘려야 하는데, 밀 수입하는 대기업들 눈치만 봅니다. 소비 확대를 어떻게 할지 유통과정에서 뭘 할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생산량) 수치만 늘려놓고 보여주기식이에요. 2025년 밀 자급률 5%? 203010%? 이거 다 사기 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정부가 국산밀을 살릴 의지는 있을까.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기본계획은 수첩수준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기본적인 생산·소비 전망도 나오지 않아요. 생산이 제분과 연결해서 상품으로 이어져야 품질도 오르고 소비가 늘어날 텐데 (농식품부는) 품질 향상을 위해 생산에만 치중하고 있어요.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는 하는지 몰라도 소비가 실제 촉진되도록 하는 (수입밀·국산밀) 가격 차이 지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밀산업육성법(6)은 정부가 밀산업 종사자에게 현재 수입밀 업체의 수익률 생산비 투자처 등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정부가 이런 정보를 요청한 적이 없다. 정부 기본계획이 빈 껍데기라고 지적되는 이유다.

김태완 한국우리밀농협 상무는 세부 실천 계획이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자급률 3%면 학교급식용 밀은 국산밀로 대체한다든지, 5%일 땐 공공기관 급식까지 가고, 7%면 군부대까지 공급한다는 식의 세부 실천 계획이 나와야 하지만 기본계획에는 이런 구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

국산밀을 사료 취급

경남도의 경우 초··고교 급식으로 기존 친환경 쌀을 공급하는 국비보조사업 예산 43억원에 더해, 친환경 농산물 예산 28억원을 추가해 국산밀을 일부 포함하도록 생산자단체와 ‘2024년도 예산안편성을 협의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전액 삭감됐다. 허태유 경남우리밀생산자협의회 사무국장은 기존 예산도 줄이는 판국에 신규는 안 된다는 말을 도청에서 들었다고 한다.

경남교육청 관할 학생들이 학교에서 우동·소면·자장면 등으로 한 해 먹는 수입밀이 1840t입니다. 경남에서 생산되는 우리밀의 50%가량이에요. 밀가루 기준으로 우리밀 가격은 수입밀보다 불과 1.8(3410원 차이)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수입밀 대신 학생들에게 안전한 우리밀을 먹게 하고, 그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면 건강도 챙기고 국산밀 생산에 큰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자들을 만나보면 지원이 어렵다고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밀은 다른 농산물처럼 원형이 아니라 제분을 통해 가공됐다고, ‘농민한테 도움이 되는 것 맞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우리밀 가공업체가 살아야 농민이 사는 거 아닌가요. 이제 법적 근거도 있으니 각 시·도에서 우리밀 지원 조례를 만들어서 지원하도록 농식품부가 나서면 좋을 텐데.”

손주호 이사장은 농식품부의 지원을 질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쥐꼬리만 한 농업예산에서 가루쌀에 쏟아붓고 나니(상자기사 참조), 국민이 세끼 중 한 끼 먹는 밀은 사료 취급합니다. 2017년 백중밀 사태를 겪으면서 하도 안 팔리니까 농민들이 자청해서 밀 수매가격을 42천원에서 201839천원으로 낮췄어요. 그런데 이게 6년째 같은 값이에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소농들은 인건비도 잘 안 나옵니다. 2022년 초 농민들과 문재인 정부가 식량안보직불금 200만원() 책정을 논의하다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하더니 다 없던 일이 되고 갑자기 가루쌀 얘기를 꺼냈어요. 날벼락이었죠.”

농촌진흥청 농산물 소득자료집을 보면 0.1(302.5)당 밀농가의 소득(총수입-생산비)2018+23320, 2019-6705(적자), 2020-73413(적자), 2021+104970, 2022+77946원 등으로 나타났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농민들은 자기 인건비를 빼고 이익을 계산하는 경향이 있어서 분명히 적자인데도 계속 농사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문제인데 생산 타령만 하는 정부

개인 소비자 대상소비 촉진에만 매달리는 정부 정책의 방향 설계를 기초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2022년 가공식품 세부시장 현황을 보면 국내 유통되는 밀의 95%가 라면·제빵·제과 등 대기업 식제품제조사(60%)와 마트·프랜차이즈식당 등 중소기업(30%) 같은 가격에 민감한기업을 통해 소비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밀타령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소비자 역시 가격에 민감하다. 2022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국민 2578명 조사) 결과를 보면 국산 농산물이 비싸면 수입 농산물을 사먹겠다는 응답이 40.4%였고, ‘그래도 국산을 사먹겠다는 응답은 28.6%였다. 2010년 같은 조사의 결과(28.3% 45.1%)와 정반대였다.

일본의 경우 농가에 대해 600만원대 지원 등 재정을 투입해 자국산 밀 가격을 수입밀과 비슷하게 맞춘다.(38쪽 기사 참조) 이에 대해 김보람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일본은 직불금을 엄청 많이 지급해 농민이 싸게 밀을 팔도록 해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취하는데, 결국 재정적 부담 등의 문제로 우리도 똑같이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농식품부도 기업들과 만나서 국산밀 소비를 조금씩 늘려가도록 하고 있는데, 농민이 원하는 만큼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기후위기로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 문제를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의 밀농업이 전멸하는 계기가 된 1950년대 미국의 밀 원조도 남아도는 자국산 밀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70%가 산지이면서 농업 강국들로 둘러싸인 스위스는 농업 공공성을 국민투표(19966)로 헌법에 못박았다. 스위스헌법(104)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유경제의 원칙에서 벗어나 농민의 토지 경작을 지원한다.’ 2018년 기준 스위스의 곡물자급률은 45.0%로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이다.

식량은 국가의 존립 근거입니다. 식량자급률은 경작지 문제, 인구제도 등이 연계돼야 지켜질 수 있습니다. 통제가 어려운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가 식량자급을 포기하는 순간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가는 식량을 공공재로 인식해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백혜숙 지속가능국민밥상포럼 대표)

송동흠 위원장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접근이 국산밀 소비를 ‘2t 트랙에 갇히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우리의 수요 수입국은 수천 개의 밀 품종을 대량으로 블렌딩해서 라면회사들이 원하는 품질을 세세하게 맞춰 균질하게 제공하는데, 우리는 4종 정도 되는 밀 품종을, 그것도 3~5t을 열 번에 나눠 제분한다. 강력·중력·박력 구분도 잘 안 되는 이유다. 저쪽은 팬텀기로 덤비는데 활로 맞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밀산업의 특성상 최소 20~30t은 돼야 기본을 맞출 수 있다. 전년 대비 예산을 얼마 늘리는 식으로는 대응이 안 된다. 국가 무제한 수매제 도입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산밀 관련 생산자와 가공·유통업체 쪽은 이미 가격경쟁력을 위한 직불금 규모를 250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밀 재배면적(202311160)을 고려하면 290억원의 재원만 있으면 된다. 김태완 상무는 지금 정부 직불금은 국산밀 가격을 1~2천원 떨어뜨리는 정책인데, 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친다. 밀 직불금이 가루쌀처럼 250만원이 되면 18천원가량 인하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밀과 가격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허용된 농업보조금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2009~2018년 허용된 WTO 농업보조금은 826388원 가운데 111686억원(13.5%)만 사용했다.

전북 부안군우리밀영농조합법인 유재흠 대표가 밀알을 손 위에 올리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수출 1조원 ‘K라면’? 사실은 미국·호주산

국산밀 가공·유통 회사 네니아의 문영진 대표는 정부의 밀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신라면에 투입되는 밀이 한 해 7t인데,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52t을 생산한다는 건 사실 창피한 일 아닌가요? 밀 관련 세미나 등에 가면 정부 쪽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국산밀이 품질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댑니다. 주변 원인이 본류인 것처럼 포장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밀 특성도 있고 이미 품종 등도 많이 따라왔다고 봅니다. 2019년 저희가 광화문에서 서울시 협조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국산밀 식품에 대한 호응이 더 좋았습니다.” 문 대표는 최근에 라면 수출 1조원 돌파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케이(K)푸드 수출용 라면이란 게 전부 미국·호주산 수입밀을 쓰는 것 아닙니까. 기가 막힌 일입니다. 케이푸드라고 이름 붙이는 라면에라도 국산밀을 넣게 해야 하지 않나요?”라며 농식품부가 자신의 정책 실패를 반성하진 않고 농민 탓만 하는 것 같아 참 비정하고 비열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며칠 전 파종한 한 이웃의 밀밭을 이날 확인해보니, 이틀 전 내린 큰비로 물이 차 있었다. 최용범 본부장은 아침부터 작업한 배수로를 확인했다. 오래 지었다고 거저 지을 수 없는 게 농사다. 농부는 매일 작물과 농토를 확인하고 고민해서 대처한다. 최 본부장이 말했다. “지금은 괜찮은데, 5~6월에 저렇게 물이 차면 뿌리가 썩습니다. 물이 잘 빠지게 배수로 파는 법 같은 걸 연구해서 공유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벼 베고 바로 파종했는데,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져서 12월 초까지도 파종해도 됩니다.” 우리밀가공공장은 밀 파종 뒤 밑밭을 적절히 밟아줘서 밀 수확을 늘리는 밀 밟기를 개발해 전국적으로 퍼트리기도 했다.

사실 1982년 밀 수입 자유화, 1984년 밀 정부 수매 중단으로 자급률이 0%(1990년 국산밀 생산량 889t)에 수렴할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국산밀 농업을 살려낸 것은 시민이었다. 1966년 만들어진 ()가톨릭농민회의 ‘1세대 회원들이 1989년 국산밀 종자 14씩을 들고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등 3곳에 파종하면서 일어난 우리밀살리기 운동이 무덤까지 갔던 국산밀을 살려낸 유일한 동력이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박목월 나그네’) 같은 그 흔했던 겨울철 푸른 밀밭을 되살리려는 농민운동이 있었다.(36쪽 기사 참조)

2023112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장종근 목월빵집대표를 만났다. 목월빵집은 우리 농촌의 밀밭 풍경을 노래한 나그네를 쓴 박월목 시인의 이름에서 딴 상호다. 구례에서 생산된 밀의 전립분(밀알을 통째로 빻아 만든 가루)으로 구수한 풍미의 빵을 만들어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그 흔한 푸른 밀밭, 다시 볼 수 있을까

같은 날 점심은 우리밀가공공장 근처 식당 돌담에서 팥칼국수를 먹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밀을 수확하면 동네 방앗간에서 밀을 찧어 이웃들과 꼭 팥칼국수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밀이라는 표시가 어디에도 없었다. “구례에서는 우리밀이 기본이라는 게 구덕순 식당 사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구례에선 우리밀 찾기가 어렵지 않다.(42쪽 기사 참조)

구례읍으로 이동해, ‘목월빵집에 들렀다. 역시 우리밀 표시는 없었다. 이곳은 밀기울(껍데기)과 씨눈까지 몽땅 제분한 전립분 국산밀을 활용한 제빵법으로 유명하다. 2016년 문을 열어, 지금은 줄 서서 빵 사는 명소가 됐다. 직원만 24. 장종근 사장은 밀이 원래 우리 것임을 말하고자 박목월 시인 이름을 따서 목월빵집이라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밀농업 자체를 장려해도 1%밖에 안 되는 자급률이 오를지 의문인데, 가루쌀로 지원이 이분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우리밀 고유의 풍미를 살려 차별화한 게, 가격은 다른 빵집보다 비싸도 손님이 많이 찾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격에 대해 정책적 지원만 있다면 대기업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밀살리기운동 33, 비정하게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농민들은 올해도 찬 바람에 맞서 밀 파종을 마쳤다.

구례(전남)=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탄소배출 줄이고 나무 심고누구나 앱 하나면 친환경 동참 [2023 사회공헌대상]

신한카드는 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슬로건인 'Do the Right Thing for a Wonderful World(멋진 세상을 위한 올바른 실천)'에 발맞춰 차별적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해 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6일 주최한 2023 사회공헌대상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상을 수상한 신한카드는 ESG 성과보고서 발간, 에코존 조성, 신한 '그린인덱스' 서비스 오픈, '아름인 도서관' 개관 등 여러 분야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는 향후에도 포용금융과 성장금융, 공익·공공 프로젝트 지원,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대표되는 '상생 경영'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11일 신한카드는 지난 6월 광주 북구 한새봉농업생태공원에 세 번째 에코존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오픈행사에 참석한 배종환 광주 북구청 안전생활국장(왼쪽부터), 김남준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장, 김영태 한새봉두레 상임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 제공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연간 ESG 경영 활동 내역에 대한 'ESG 성과보고서'를 국문 및 영문판으로 발간했다. 특히 '2022 ESG 성과보고서'데이터거버넌스 체계 수립, 친환경 디지털 고도화, 고객중심 AI 윤리 등 '데이터 책임' 디지털 및 AI 전환, 혁신금융서비스 등 '디지털 혁신' '고객 중심 디지털을 통한 온리원(Only1) 생활·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내용과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상세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검증 기준인 'AA1000'(AccountAbility 1000)'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물론, 'SASB'(미국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의 기준 등 ESG 관련 최신 글로벌 스탠다드를 참고해 작성됐다.

업권 특수성 활용한 '친환경 경영'

신한카드는 자사 디지털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신한 그린 인덱스(Green Index)'를 신한카드 앱에 오픈해 금융권 최초로 소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탄소배출 측정을 상용화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소비데이터 분석을 통해 월별 개인 탄소배출량을 산출, 고객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한 탄소배출량을 일상생활과 밀접한 8개의 소비영역별로 구분해 확인할 수 있는 월별 '그린리포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매월 '신한 그린인덱스'로 소비를 통한 탄소배출량을 확인한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소비(카드사용)를 통해 축적된 포인트를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친환경 도시숲을 조성하는 '에코존(ECO Zone)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서울숲, 부산 APEC공원, 광주 생태공원 등에 에코존 오픈을 통해 도심 속 건강한 공원 가꾸기에 나섰다. 에코존은 신한카드가 그린 캠페인 기금을 활용해 도시공원 내에 지속가능한 친환경공간을 만들어가는 ESG 프로젝트다. 신한카드는 산림청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백두대간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한 멸종위기식물 보존'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금강초롱꽃, 산개나리 등 6종의 멸종위기 식물의 복원 및 증식을 추진 중에 있으며, 이러한 친환경 경영활동을 기반으로 국제표준 'ISO 14001'을 인증, 갱신 받기도 했다.

김남준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 부사장은 "신한카드는 사회 공헌 대상을 계속 확장시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파이낸셜뉴스.

 

외래종 퇴치 왜 안 될까? 오락가락·주먹구구 환경정책

외래종에 의한 토종 생태계의 위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배스나 블루길, 더 나아가서는 브라운송어와 같이 새로 유입된 외래종 포식자가 내수면을 잠식하면서 토종 물고기들을 먹어치우고,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이미 너무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퇴치와 복원 작업도 진행되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검증 없이 돈만 '들이붓는' 토종 물고기 방류사업

내수면의 외래종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대응책은 두 가집니다. 토종 물고기 치어를 대량으로 하천과 계곡에 풀어주고, 또 하나는 외래종을 잡아서 퇴치하는 겁니다.

이 중 토종물고기를 풀어주는 '어족자원방류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해 봤습니다. 전국의 광역·지방 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치어 방류사업 자료를 받아 사업 규모를 파악해 봤습니다. 모두 취합해 보니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 동안 전국의 내수면에, 어패류를 포함해 물고기 28종류, 29억 마리가 방류됐습니다. 사업비는 740억 원이 들었습니다.

수백억 원을 들여 물고기를 풀었는데 어획량은 늘었을까? 통계를 보니 2016년 연간 9,000톤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내수면 어획량은 20187,300톤까지 줄었다가 서서히 회복돼 지난해엔 16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돼 있습니다. 통계만 보면, 방류 사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계를 곧이곧대로 믿긴 힘듭니다. 내수면 어획량 통계의 경우, 100% 비계통 조사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다 어업은 수협을 통해 거래가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거래량과 금액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죠. 하지만 내수면 어업은 생산자와 상인이 직접 물고기를 사고, 파는 사매매를 통해 대부분 이뤄집니다.

자료가 취합되는 채널이 없다 보니 어촌계마다 표본 어가를 몇몇 선정해 어민들에게 생산량이나 판매 금액을 다달이 물어보는 방식으로 자료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비계통 조사' 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 제출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났던 어민들은 전화나 방문으로 이뤄지는 어획량 통계 조사에 대해 기억력에 의존해 응답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치어 방류사업이 내수면 어족자원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본 어민들은 "방류한 치어의 10~20%만 살아남아도 성공"이라고 표현합니다. 외래종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 다 잡아먹힌다는 겁니다. 효과 분석이 절실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광역 지자체별로 3~4년에 한 번씩 한 가지 어종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강원도 수산종자방류효과조사 사업보고서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한국 수산자원공단에 의뢰해 춘천의 한 하천에서 동자개의 방류 효과를 조사했습니다. 들인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B/C라고 불리는 수치인데요. 이게 0.14로 나왔습니다. 물고기 100원어치를 방류하면, 소득은 14원어치만큼 거둔다는 얘깁니다. 결론은 경제성이 없다였습니다.

그래도 어민들은 물고기 방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족 자원이 계속 줄고 있는 만큼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치어 방류사업은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1,000마리 하면 진짜 100마리에서 200마리 정도 사는 거야. 얘네들(외래종들)이 다 잡아먹는 거야, 이거." [기자: 그렇게 외래종이 다 잡아먹으면 치어 방류도 소용이 없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래도, 그나마도 자꾸 넣고, 우리가 외래어종을 잡아내니까." - 내수면 어업인

“‘작년보다 더 나왔습니까?’ 그러면 더 나왔다.’ 그러면 거기서 1% 증가 5% 증가 이런 식으로 해서 (어획량 신고를) 자꾸 늘립니다. 왜 그러냐면, 그게 줄어들면 정책적으로 소홀해지기 때문에 이 어부들이 이제 12년이 아니라, 1020년 지나니까, 자연적으로 약간 부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그래야 방류도 있고, 그래야 지원도 있고, 이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완옥 /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 전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연구소 연구관· 전 한국어류학회 회장

교란종 잡아서 퇴치한다더니어민 소득 보전사업으로 변질 된 '수매사업'

외래종 퇴치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강원도와 각 지자체는 내수면의 생태교란종 수매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어민들이 잡아낸 생태 교란 생물에 대해 1kg5,000원씩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수매 대상은 처음엔 배스블루길’, 교란종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 방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수매 대상에 2019년부터 강준치누치’, ‘끄리가 추가됐습니다. 이들은 전부 토종 물고기 입니다. 많이 잡히지만 시장에서 잘 팔리지는 않는, 소위 말해 '돈이 안 되는' 어종입니다. 수매 대상에 이렇게 토종 물고기를 끼워 넣고 사업명에도 무용 어종이란 단어가 붙습니다.

결국, 생태교란종 수매 사업이 지금은 교란종 퇴치라는 본래 목적을 잃고 어민 소득 보장 사업으로 변질 된 겁니다. 최근 20년 동안 이런 외래종 수매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51억 원에 이릅니다.

강원도내 한 지자체의 교란종, 무용 어종 수매내역 - 포획 어종은 모두 확인 불가로 기재되어 있다.

사업 집행 과정에서 허술한 처리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바로 위에 제시된 사진은 KBS가 입수한 강원도 화천군의 물고기 수매 실적 기록 입니다. 이 장부를 보면, 올해 물고기 12,000Kg 샀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어종은 하나같이 '확인 불가'라고 돼 있습니다.

일부 시군의 경우 어민들이 가지고 오는 물고기들이 수매 대상 어종이 맞는지, 혹시라도 물고기 이외의 이물질이 섞이지는 않았는지, 확인도 없이 수매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왜 확인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한꺼번에 꽁꽁 얼려서 갖고 오기 때문에 일일이 녹여서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담당 공무원은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폐기물 처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면서 측정한 어민들의 트럭 무게만을 근거로 수매대금을 지급했습니다. 토종 물고기도 다 섞어서 사주는 데다, 현장에서 어종별로 일일이 확인도 하지 않다보니 오랫동안 수매사업을 해왔음에도 교란종을 얼마나 퇴치했는지 실적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동안 잡힌 교란종 어종은 무엇이고, 잡힌 양이 얼만큼인지 그 자료를 차곡차곡 누적해 왔다면, 환경정책을 세우는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줄 소중한 자료가 됐을 겁니다.

[기자] 어민들이 직접 트럭으로 갖고 와서 매립장에 갖다 놓고, 트럭 무게 재서 매립하고, 그리고 수매 대금 지급하고. 그럼 어떤 물고기인지는 확인이 현실적으로 좀 어려우신 거네요?

약간 어려운 부분도 있죠. 그분들이 얼려 갖고 오니까.”

[기자] 그러면 다른 물고기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다른 이물질도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얼음 무게도 있을 수 있고.

그거는 저희가 들었다고 생각을 안 한 거죠. 저희는 어부들을 믿으니까요.” - 외래종 수매 담당 공무원

원칙 없이 오락가락휘둘리는 환경정책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브라운송어'를 비롯해 '배스' '블루길' 모두 수입, 사육, 운반 등이 법으로 금지된 '생태계교란생물'입니다. 낚시로 잡았던 것을 다시 물에 놔 주는 것도 불법으로,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생태계교란생물 지정의 기준이 되는 것이 국립생태원이 실시하는 '생태계위해성평가' 입니다.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외래 생물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위협의 정도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겁니다. 브라운송어는 2020년 생태계위해성평가 1급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브라운송어와 마찬가지로 생태계위해성평가 1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이 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인 '왕우렁이'의 경우, 상황이 좀 다릅니다. 전문가들에 의해 생태계 위해성이 입증되고, 퇴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자 환경부는 2019, 왕우렁이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행정예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결정을 번복했습니다. 이미 친환경 논의 90%가 이 왕우렁이를 이용해 잡초 제거를 하고 있어 대체 수단이 없다며 농업계가 반발한 탓입니다.

결국, 환경부는 왕우렁이의 교란종 지정을 철회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왕우렁이를 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치고, 추수가 끝난 뒤 수거해서 폐기하라는 지침을 농민들에게 전달하고 있지만 이미 곳곳에 퍼진 왕우렁이는 어린잎을 갉아먹으며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외래종 물고기인 무지개송어와 떡붕어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토종 생태계를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둘 다 식용과 어업 소득 증가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됐습니다. 떡붕어는 이미 토종과의 교잡종이 나왔을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 생태계 위해성 2등급 평가를 받았지만, 2009년 환경부가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려다 무산됐습니다. 무지개송어는 브라운송어와 같은 습성을 가진 외래종 연어과 물고기이고, 또 마찬가지로 IUCN‘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이지만 양식업 등 산업 규모가 커지다 보니 퇴치 대상 외래종이 아닌 산업자원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왜 교란종으로 지정된 것은 브라운뿐일까요? 전문가들은 토종 생태계 보전 정책이 '생태계 보호'보다는 '산업적 가치'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과학적으로는 분명히 이 종이 생태적으로 굉장히 유해하고 유전적 교란이 심할 거로 예상되지만, 정책적으로 본다면 산업 규모가 너무 커져서, 산업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이럴 때는 그걸 지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무지개송어라든지 떡붕어 같은 경우는 10년 이상 조사도 하고 여러 가지 요건들을 갖췄지만 그래도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반대 때문에 지정을 못 하고 지금도 있는 실정입니다.” -이완옥 /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 전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연구소 연구관· 전 한국어류학회 회장

지금 우리가 외래종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환경일까요, 인간이 일구어 가는 산업일까요? 고순정 기자 (flyhigh@kbs.co.kr)

1. 생태교란종 판치는 소양강낯선 어종 DNA까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7909

2. 교란종 수매 주먹구구줄줄 새는 혈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7911

 

교란종 수매 ‘주먹구구’…줄줄 새는 혈세

[앵커] 이처럼 넘쳐나는 외래 교란종 퇴치를 위해 여러 자치단체에서 물고기 수매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news.kbs.co.kr

“OPEC 말 받아썼나화석연료 퇴출사라진 COP28 선언

전지구적이행점검 합의문 초안 내용 논란

비굴한 초안, 산유국 요구 받아썼나비판

인도의 어린이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난입해 화석연료를 중단하라.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지켜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혀온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공동선언문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대신 소비와 생산 축소’(reduce)라는 물타기된 문구로 합의문 초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요구를 받아쓰기 한 문안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28차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공개한 전지구적이행점검(GST) 합의문초안을 보니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인다’(reducing·감소)는 것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당사국들이 취해야 할 8가지 촉구 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가지 촉구 사항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가와 에너지 효율 2배 개선 배출가스 저감 없는(unabated) 석탄화력발전의 폐기와 신규허가 제한 원자력이나 탄소포집, 저탄소 수소 같은 화석연료 대체 노력의 가속화 2030년까지 메탄 배출 대폭 감축 도로 운송에서 배출량 감축 가속화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등이 포함됐다.

전지구적이행점검 합의문은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 계획(NDC)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사국들이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처 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합의문이 최종 채택된다면 해당 내용들은 12일 최종 발표될 당사국총회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21쪽으로 구성된 이 합의문 초안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거센 반발 속에 애초 예정된 일정보다 10시간이나 늦게 공개됐다. 이런 진통을 입증이나 하듯 초안에는 석탄과 석유, 가스를 포괄하는 화석연료란 표현이 당사국총회 사상 처음 포함되긴 했으나, 유럽연합(EU)과 기후변화 취약국 등 80여개국이 요구해온 퇴출대신 감소’(줄인다)란 문구가 포함됐다. 당사국총회의 최종 합의문이 198개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만큼, 합의 불발 사태를 막기 위해 물타기한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초안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전세계 약 30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하르지트 신 글로벌 정치전략 책임자는 “(당사국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소비와 생산을 줄인다는 막연한 약속을 택했다화석연료 산업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운동가로 활동 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오펙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이번 총회는 완전히 실패 일보 직전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유럽연합 협상위원인 에이먼 라이언 아일랜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초안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합의 결렬은 세계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겠지만 유럽연합이 협상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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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바닷물에 연어 급증해 도매가 폭락캐나다 산불 등 인류도 직격타

녹고 있는 북극해 얼음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북극이 기후 변화로 올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12(현지시간) 발표한 '북극 성적표'에서 북극의 올해 79월 평균 지표면 기온이 6.4도를 찍었다. 기록이 시작된 1900년 이후 최고였다고 밝혔다.

1년간 전체로는 북극 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해 역대 6번째로 '덜 추운' 해였다.

이는 19912020년 평균보다 0.7도 올라간 것이다. 1940년 이후부터는 10년마다 0.25도씩 상승한 셈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북극에서 점점 추위가 약해지면서 해빙이 녹고, 비가 많이 내리며,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륙 빙하인 그린란드 빙상이 녹고, 눈으로 덮인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계속됐다.

이는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 때문으로, 생태계와 인류가 이제껏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됐다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NOAA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이자 공동체로서 이같은 변화를 부르는 온실 가스 배출을 확연하게 줄여야 한다"면서 "올해 성적표가 주는 최우선 메시지는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올해 18번째를 맞은 북극 성적표에는 세계 13개국에서 82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북극은 특히 지구 다른 곳보다 거의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해빙이 사라지는 데 따른 악순환인 '북극 증폭' 현상 때문이다.

올해 해빙 면적은 1979년 이후 6번째로 좁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패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처럼 북극이 점점 '축축한' 겨울을 맞는 사이 주변에서도 이상 기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라시아 서부와 캐나다 북부에서는 건조한 봄과 여름을 맞았다"면서 특히 캐나다 북부에서는 눈이 일찍 녹은 데 이어 건조하고 무더운 여름이 겹치면서 지난 8월 옐로나이프 산불로 주민 2만명이 대피했던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북극 생태계 변화는 자연에 의존해 살아가던 인류에게도 직격타를 미쳤다.

미국 최대 연어 산지인 알래스카 브리스틀만에서는 20212022년 따스한 바닷물로 연어가 급증하면서 도매 가격이 수십년만의 최저로 급락했다.

또한 북극에서는 극지답지 않게 점점 눈이 줄어들고 녹지가 늘어났다.이에 따라 툰드라 지역에서는 키가 작은 나무를 포함해 생물체가 불어나면서 연쇄 반응을 부를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되면 먹이사슬이 뒤바뀌면서 이끼를 먹고사는 순록과 밀접하게 살아온 원주민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얼음 녹는 그린란드

newglass@yna.co.kr

 

가자 전쟁, 기후변화에도 끔찍한 재앙포격에 온실가스 펑펑

전쟁 한 달 만에 총 6304만톤COe 배출

북유럽 국가들 1년치 배출량의 1.5배 넘어

11(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 활동가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적은 전쟁이라는 엄정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웃한 가자지구에선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전쟁이 이어지는 모순을 꼬집는 분석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르단 야르무크대 연구자들은 지난달 20가자전쟁 탄소 배출량 보고서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 107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뒤 첫 35일 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총 6304만톤COe(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집계하는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통계에 견줘보면, 이는 지난해 노르웨이(4100만톤스웨덴(3800만톤핀란드(3600만톤) 등 북유럽 선진국들이 1년 내내 배출하는 탄소량의 1.5배가 넘는다. 또 전쟁 전 이스라엘(5600만톤)과 팔레스타인(350만톤)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요르단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투입한 전투기·장갑차·전투차량 등이 작전 과정에 쓴 연료에서 192만톤COe,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해 포탄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259만톤COe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포탄을 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은 이스라엘군이 하루에 쏜 포탄을 최대 6만발로 보고 여기에 35일을 곱해 어림잡은 수치다.

전투 행위 자체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부서진 건물이었다. 집을 부수거나 짓는 건설 산업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할 만큼 큰 영향을 준다.

요르단 연구진은 이스라엘 공습 등으로 가자지구 내 건물 상당수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2750만톤COe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분출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평균 500크기의 건물 5만여채가 파괴된 것을 가정해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완파된 5만채 외에 부분 파손된 집들이 25만채 더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배출량은 보고서 예측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무너진 건물(5만채 기준)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보고서는 전쟁이 끝난 뒤 건물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2825만톤COe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식으로 전쟁이 1년 정도 이어지면, 전체 탄소 배출량은 무려 62900만톤COe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영국 시민단체 분쟁과 환경 관측소가 전문가들과 함께 내놓은 최신 통계를 보면, 2019년 한해 동안 전세계 군대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275천만톤COe로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5.5%에 달했다. 전세계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치면, 이들이 내뿜는 탄소량은 중국(1139700만톤미국(505700만톤인도(283천만톤)에 이은 세계 4위였다. 지구 온난화를 위해선 전쟁을 막고 군사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위기에 끼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빅토리야 키레예바 우크라이나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차관은 지난 4일 이번 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5천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땅, , 공기를 오염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도 역사상 최대 기후오염자가운데 하나다. 영국 더럼대와 랭커스터대 공동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펜타곤은 20205200만톤COe의 탄소를 배출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빠진 초안에사망진단서 서명 안 할 것

앨 고어 오펙 요구 또박또박 받아쓰기비판

일부 당사국 등 반발에 폐막식 미루고 협상중

11(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종식이라고 쓴 팻말을 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

11(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종식이라고 쓴 팻말을 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기후운동가로 활동 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난 11(현지시각)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전지구적이행점검(GST) 합의문초안을 공개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온도의 상승 1.5도 제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 시급한데 초안에 이 문구가 빠진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번 총회가 완전히 실패 직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2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폐막식을 미루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고어 전 부통령의 말마따나 합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초안이 공개된 직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수 나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라들까지 나오고 있다.

작은 섬나라 국가연맹의 의장인 사모아의 세드릭 슈스터는 공개된 초안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에 대한 사망진단서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사망진단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약속이 없는 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크리스 보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기후변화부 장관도 그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우리는 그 사망진단서에 공동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언 장관이 미국과 노르웨이, 캐나다 등 비유럽 선진국 모임인 엄브렐러 그룹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만큼, 이대로라면 최종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당사국들이 이처럼 반발하고 있는 건, 전날 예정보다 10시간이나 늦은 오후 430분께 공개된 전지구적이행점검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인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다. 그간 국제 기후 협상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phase-out)할 것인가, ‘단계적으로 감축’(phase-down)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는데, ‘감소’(reduce)란 새로운 문구가 등장하며 기존 논의들보다 더욱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일단 퇴출은 먼 미래 어느 시점에선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가 아예 ‘0’(중단)이 되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고, ‘감축은 일단 줄여보자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다. 김소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초안은 (그 어떤 의무화 조항도 없이) 화석연료 생산·사용을 줄이라(reduce)촉구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 기후위기 대응을 각국의 선택사항에 불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초안이 나오게 된 건, 산유국들의 강한 반발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펙은 지난 6일 이례적으로 회원국 등에 “(온실가스) 배출이 아닌 화석연료를 대상으로 한 어떤 (합의) 문구나 해법도 적극적으로 거부하라고 촉구까지 한 바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그간 단계적 퇴출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화석연료가 아니라 화석연료 배출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고까지 주장해왔다. 산유국의 주장은 온실가스를 포집해 지층 깊숙이 저장하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 등을 사용하면,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 방점이 찍힐 경우, 시시에스를 동반한 신규 가스전 사업 등에 대한 지원이 도리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사국총회 합의문 초안에 처음으로 석탄·석유·가스를 포괄한 화석연료란 문구가 들어갔음에도, ‘감소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유럽연합의 봅커 훅스트라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요구하는 국가가 대다수라며 지금이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할 10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70년후 여름배추재배적지 자취 감춘다

기후변화로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배추의 재배 가능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키위, 난지형 마늘과 같이 제주·남해안에서 주로 재배되는 작물과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배추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여름배추의 과거 30(19912020) 평균 재배 가능지 면적은 95918로 전체 농경지 면적의 6.3%였으나 2030년대에는 15044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배 가능지보다 더 좁은 개념인 재배 적지는 여름배추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14803에서 1261로 감소해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됐다. 심지어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90년대엔 남한에서 재배 적지는 없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키위와 난지형 마늘의 재배 적지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키위는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급격히 늘어 2090년대엔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키위의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합친 총재배가능지2090년대 1195989에 달할 것으로 농진청은 내다봤다.

난지형 마늘도 키위와 비슷한 추세로, 2100년대엔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에 농진청이 발표한 시나리오에서 난지형 마늘의 2090년대 총재배가능지는 1514021에 달한다.

농진청은 이번 자료를 정책 수립이나 재배 작물 선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말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생육·품질관리 시스템 홈페이지(fruit.nihhs.go.kr)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분석에 활용한 농진청의 재배지 예측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지난달 기상청으로부터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로 인증받았다.김대현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인증 취득으로 원예작물 재배지 예측에 공신력과 실용성을 확보했다주요 원예특용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계속 확대 제작해 농업분야 기후변화 적응 대책 등에 선제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남산 곤돌라 '다시 삽질'?...득실계산 해볼까?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첫 당선된 직후 추진했다가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접은지 14년만이다. 고 박원순 전시장 재임시절 추진 이력으로 따지면 8년만이다.

서울

시는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총 공사비 400억원 규모의 설계·시공 일괄 입찰공고를 지난 6일 게시했다.

명분은 시민 불편해소. 남산 생태보호를 위해 관광버스의 남산진입을 전면 통제한 탓에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는게 이유다. 생태보호를 위해 관광버스의 진입은 전면통제하고선 생태보호에 역행할 수 밖에 없는 곤돌라를 설치하겠는 논리가 얼마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곤돌라 설치 '엎치락 뒤치락'

남산 곤돌라는 오세훈 시장 첫 재임 시절 '남산 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처음 추진됐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성, 시설의 적정성·접근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회의 반대로 2011년 흐지부지됐다.

이후 2015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에 따라 곤돌라 건설이 재추진됐으나, 한양도성 남산구간의 경관을 해쳐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다시 무산됐다.

이번에 서울시가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시민의 불편 해소다. 서울시는 남산 생태보호를 위해 20218월 관광버스의 남산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관광버스가 실어 나르던 연인원은 200만명에 달했다. 이는 남산 정상 이용객의 약 20%나 되는 수치다.

서울시는 관광버스 통제에 따른 불편해소를 위해 남산01번 순환버스 등 2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지만, 곧바로 남산에 도착하지 않고 경유 노선이 길다는 이유로 이용자가 적은 편이다. 서울시는 "관광버스 진입 제한 이후 편리하게 이동할 만한 교통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곤돌라를 통해 시민, 외국인 관광객 등이 편리하게 남산을 즐기도록 할 필요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남산 지역은 옛날 서울시청 남산청사가 철거된 이후 예장공원이 조성돼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지리적 여건은 마련됐다""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주제가 당초 경관 위주에서 방어시설 중심으로 변경돼 곤돌라 사업을 중단시켰던 위험 요소가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남산 케이블카.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진짜 이유는 '이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 삭도 사업허가를 받아 1962년 케이블카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0년째 독점 운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남산 내 산림청 소유의 땅을 일부 이용해 영업중이다.

한국삭도공업이 매년 벌어들이는 매출은 백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알려졌지만 서울시에 납부하는 금액은 국유지 사용료 3000여만원이 전부다. 실제 한국삭도공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136566만원, 2020497092만원이다. 이에 2015년 서울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와 정부에 한국삭도공업의 독점 운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독점 운영은 계속됐다.

그 사이 케이블카 안전성 문제 또한 끊이지 않았다. 실제 남산 케이블은 1984년 구동축 절단사고, 1995년 음주운전 사고, 2009년 강풍 정지 사고, 2019년 충돌 사고 등 많은 사고가 있었으나 경미한 행정처분만 받았다.

현행법상 남산 케이블카사업을 제한할 별다른 장치가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서울시가 곤돌라사업을 통해 남산케이블카 독점 운영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감도.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남산 곤돌라 조성계획.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서울시의 곤돌라사업 '3'에 담긴 내용

서울시는 202511월 정식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에 하부 승강장을 두고 남산 정상부(상부승강장)까지 총 804m를 운행한다. 캐빈 25(10인승)를 운행해 시간당 약 1600명의 남산 방문객을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하부승강장은 이미 설치돼 있는 예장공원 버스환승주차장과 승객 대기 장소를 활용할 예정이며, 명동역에서 곤돌라 탑승장까지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무()장애 동선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환경단체 및 전문가와 함께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를 구성, 6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녹색서울시민위원회와 2차례 걸친 안건공유를 통해 남산 생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주, 승강장 등 시설물 설치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 수익금 전액을 다양한 생태보전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남산 생태여가 기금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 말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곤돌라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승강장에 도착해 남산 정상부까지 도심 경관을 즐기며 도착할 수 있어 시민들의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연 ''''보다 많을까

문제학습권 침해

남산 곤돌라 공사 예정지 인근은 숭의여자대학교부설유치원, 리라초등학교, 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숭의여자대학교 등이 위치해 있는 학교 밀집 지역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학부모연대·한국청소년환경단·전국환경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남산곤돌라설치반대 범국민연대'는 지난달 리라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남산곤돌라 설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남산 곤돌라는 아동학습권과 학생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하부 승강장 인근에 리라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샛노란색 지붕이 리라초등학교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머리 위로 곤돌라 수십대가 왔다 갔다 하면 주의력이 산만해질뿐더러 공사 과정 이후 2000명이 곤돌라로 이동하는데 카메라로 확대하면 학생들이 다 보일 것이다. 이것은 아동 인권까지도 문제가 된다"며 반발했다.

이에 서울시는 "주변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했고 현장점검을 거친 결과 곤돌라 설치로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문제생태 훼손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남산은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다.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엔 서울시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신갈나무가 북측사면에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남측사면엔 자생 소나무를 포함한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또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소나무, 병꽃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고 있다.

굴뚝새, 직박구리 등 텃새부터 밀화부리 등의 여름 철새,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새호리기 등의 다양한 조류가 발견됐다. 양서류와 파충류, 포유류 등이 관찰돼 동물 생태의 보고임도 확인됐다. 환경단체 측은 "방문객이 늘어나면 생태 훼손과 교란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샛길

곤돌라 설치로 생태·경관보전지역 내부 이용자가 많아지면 샛길 이용에 따른 답압 피해가 심화될 수 있다. 답압은 인간이 야외활동을 통해 기질을 밟는 행위를 의미한다.

답압으로 지속적으로 토양에 압력이 가해지면 초본층이 훼손되고 표토(토층의 가장 윗부분) 유실로 세근(잔뿌리)이 노출된다. 기자가 남산 둘레길을 방문해 본 결과, 토양 위로 훤히 드러난 나무뿌리가 쉽게 관찰됐다.

나무뿌리가 토양 위로 훤히 드러나 있다.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사람이 많아지면 토지에 가해지는 부하가 크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방문하면 다양한 경로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숲이 많이 훼손될 수 있다. 실제 샛길로 이동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우려했다.

샛길 금지 표지판.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실제 남산에선 무분별한 샛길을 막는 표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뉴스펭귄>이 남산 관리를 담당하는 중부공원여가센터 조경지원과 측에 문의한 결과 이들의 입장은 달랐다.

중부공원여가센터 측은 "샛길에 따른 환경 훼손 정도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 하층식생의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심한 훼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샛길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훼손 정도가 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전국으로 번질 가능성

케이블카 설치가 전국으로 번질 계기가 될 것으로 환경단체 측은 우려한다. 김동언 정책국장은 "곤돌라가 설치되면 곤돌라가 굳이 필요 없는 다른 곳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착공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도 중단했던 케이블카 사업을 재가동했다. 국내 1호 국립공원 지리산에 추진되는 케이블카가 대표적인 예다.

전남 구례군은 케이블카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번번이 환경부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이후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재논의되고 있다. 보은군은 2016년 속리산 케이블카 기본 구상과 타당성 용역까지 마쳤지만 환경보호 논란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뉴스펭귄(http://www.newspenguin.com)박연정 기자 2023.12.11

COP28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극적 합의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 참가국들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했다. 기후총회가 시작된 지 28년 만에 화석연료 감축을 합의문에 공식 기재했다. 그러나 당초 100개국 이상이 요구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세계 평균 연간 에너지 효율 향상률을 2배로 늘리는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했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최종 합의에서 화석 연료에 관한 문구를 포함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알 자베르 의장은 파리협정에 따른 사상 첫 전 지구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정문을 전체회의에서 채택한 뒤 세계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했고, 지난 2주간 우리는 총체적인 전 지구 이행 점검을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옳은 방향을 설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온난화 1.5(상승 제한) 목표를 지키기 위한, 과학에 따른 강력하고 균형 잡힌 행동 계획을 냈다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적응 격차를 줄이고, 손실과 피해에 대한 세계적 재정을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전 지구 이행점검 결정문은 사실상 COP28의 주요 합의들을 포괄하는 대표 합의문이다.

결정문은 지구 온난화를 오버슈트(일시적 상승)가 없거나 제한된 상태로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35년까지 60%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심층적이고, 신속하며, 지속해서 감축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지난 11일 공개된 전 지구 이행점검 결정문 초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UNFCCC13일 공개한 전 지구 이행점검 결정문에는 화석 연료라는 문구가 2번 언급된다. 결정문은 각 당사국이 파리협정과 국가별 다양한 상황, 경로 및 접근 방식을 고려해 국가에서 결정된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세계적 노력에 기여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정의롭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행동을 가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빈곤이나 정의로운 전환 대응에 쓰이지 않는 비효율적인 화석 연료 보조금을 가능한 한 빨리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석탄과 관련해서는 저감 조치가 없는 석탄 발전 감축이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COP28 참가국들은 협상 막바지에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에 극적 합의했다. 앞서 지난 11UNFCCC가 공개한 초안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문구가 사라지고, “과학에 따라 정의롭고 질서 있게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 모두를 감축해 2050년쯤 탄소 중립에 도달하자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수의 당사국 대표단과 환경단체 들은 거대한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이에 더해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실과 피해 기금 가동’, 사상 첫 재생에너지 설치량 3배로 증가, 연간 에너지 효율 두 배 향상합의 등을 언급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모든 결정 사항은 더욱 공정한 번영을 위하고, 더 나은, 더 깨끗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라는 존재는 행동으로 드러나지,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합의를 가시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각국에 촉구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세계는 ‘UAE 합의라는 새로운 길을 따라 나아갈 것이라며 각국이 같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점을 다시 말한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경향

 

거대한 후퇴극적 합의됐지만한계도 뚜렷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이 13(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고 있다. EPA

13(현지시간) 아랍 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막을 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산유국에서 진행되는 기후 정상회담인 데다 국영 석유회사 사장이 의장을 맡으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의장국인 아랍 에미리트는 이번 기후회담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거래하려다 들통났고, 의장은 화석연료 퇴출이 과학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게 뒤늦게 드러났다. ‘고양이에 생선 가게 맡겼나라는 의구심에 호응이라도 하듯, 지난 11일에는 크게 후퇴한전 지구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정문 초안을 공개했다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 합의했지만, 전문가들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나온 결정문은 지난 11일 나왔던 초안보다는 진전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8일 나왔던 초안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후퇴한 부분이 많다.

지난 11일 나왔던 초안에는 지난 8일 초안에는 들어 있었던 화석연료 퇴출’, ‘석탄 퇴출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조건도 완화됐다.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에너지 효율 2배 증가목표에도 구체적 기준 시점과 목표 수치가 모두 빠졌다. 군소 도서국 연합(AOSIS) 등은 이를 사망 진단서라고 비판했다.

13일 나온 결정문은 저감 조치 없는 석탄 발전의 감축 노력을 가속하는 데 그쳤다. 지난 11일 초안에 포함됐던 저감 조치 없는 신규 석탄 발전 허가 제한내용도 사라졌다. “전환 연료(transitional fuels)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한다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통상 화석연료 업계에서는 액화 천연가스(LNG) 등을 전환 연료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구를 보면 화석 연료의 생산, 소비를 위한 기존 인프라의 수명 동안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5도 목표(달성 확률 50%)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이미 넘어서 있다. 보고서 갈무리(자체 번역)

앞서 지난 3일 과학자들은 기후 과학의 10가지 새로운 통찰 2023/2024’ 보고서를 내면서 화석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설치된 화석연료 생산, 소비 인프라 양쪽 측면을 모두 살펴봐도 지구평균 온도 1.5도 상승 제한 목표(달성확률 50%)를 지키기 위한 탄소 예산을 초과한다. 예정된 화석연료 생산 단계 신규 프로젝트까지 고려하면 2도 목표(달성확률 50%)도 초과한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부교수는 매년 자연 변동성의 영향이 있지만, 올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1.46도 올랐고, 개별 해를 기준으로는 1.5도를 넘기는 해가 가까워져 오고 있어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지금 나온 합의문으로는 2030년까지 각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도 쉽지 않을 것 같고, 2050년 탄소 중립으로 향하기에는 너무 불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애초 서약수준에 머물러 강제성이 없던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량 3배 증가, 평균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증가목표를 결정문에 넣은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이다. 다만 지난 8일 초안에는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2022년 대비 3배 늘려 2030년에 11000GW에 도달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2배 늘려 4.1%에 도달한다는 기준점, 목표 수치가 명시됐으나 결정문에서는 기준점과 구체적 수치가 빠졌다. ‘청정 기술에 원전이 포함된 점도 한계다.

의장이 치켜세운 서약, 이니셔티브, 선언등의 실질적인 추가 감축 효과도 미미하다. 국제 기후변화 독립 연구단체인 기후 행동 추적등 연구진의 ‘COP28 UAE:이니셔티브의 효과보고서는 주요 5개 서약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내용 보완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봤다.

 

탄소 포집이 기후위기 해결책이라니

‘abated’.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 등장한 낯선 영어 단어다. 맥락상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적용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의 의미다. ‘abated fossil fuels’(저감된 화석연료) 등으로 쓴다. 총회 의장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탄소 포집을 주요 의제로 만들려 했다. 참석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가 탄소 포집이었다는 보도(지난 7일 미국 뉴스위크)도 있다.

탄소 포집은 화석연료에서 대기로 배출된 탄소를 다시 잡아내 땅속이나 해저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당장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에 적용할 실험적 기술인데, 갈수록 이 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리라 착각하는 이가 많아진다. 급기야 저감된 화석연료는 퇴출 대상이 아니란 취지의 문구가 버젓이 기후총회에 등장한다.

이 기술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의 전환 노력을 소홀히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매우 비싸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술 자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 효과도 그만큼 적다. 고체(석탄)나 액체(석유)를 태워 기체(온실가스)로 만드는 일이 쉬울까, 그 반대가 쉬울까. 이달 초 영국 옥스퍼드대가 낸 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 포집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전기화를 기반으로 한 경로보다 최소 30조달러의 비용이 더 드는, 막대한 손실이라는 게 요지다.

기후책에서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쓴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과학자 롭 잭슨은 솔직히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이라며 오늘 온실가스가 대기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비용이 내일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비용보다 당연히 적게 든다고 썼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도 기후총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탄소 포집만으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순수한 환상이라고 혹평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기업인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늘리겠다고 한 탄소 포집 설비 용량은 연간 1천만톤 규모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계산한,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배출할 이산화탄소 추정치는 342천만톤이다. 아부다비석유공사의 설비로도 이걸 다 포집하려면 340년 이상 걸린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xeno@hani.co.kr

온돌의 아이러니바닥난방 애착이 기후를 위협한다

 

온돌은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프랑스 남부 해변 코트다쥐르는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니스, , 모나코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와 영화제, 자동차경주 같은 이벤트도 많아 사시사철 인파로 북적인다. 이렇게 멋진 곳을 전세계 부호들이 내버려둘 리 없다. 니스와 칸 사이 해변 따라 러시아 에너지 재벌이나 중동 왕족의 고급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부자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좁은 해변도로뿐인 지역에 몰리는 인파로 인한 고질적인 교통체증이다.

그러나 필요가 있는 곳에 기회도 있는 법. 수완 좋은 이는 부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헬기 택시였다. 아무리 고급승용차이더라도 공항에서 집까지 몇시간씩 길에 버려야 했던 부호들에게 몇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나는 택시는 매력적이었고, 이 사업은 금세 성공을 거둔다.

처음에는 잦아진 헬기 운행에 주민들이 소음이나 공해문제로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가 다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헬기업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명목으로 사업허가를 내준 지방정부마저 말문이 막히게 됐다. 아무리 부자라도 같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탄소를 200배 더 배출할 권리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결국, 2023년 당국은 이 교통수단의 허가를 유지할지 검토 중이다.

지난해 책 보이지 않는 도시를 출간했을 때, 유독 항의성 반론을 많이 받았던 내용이 있다. 우리의 온돌문화에 내포된 불합리성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여태껏 온돌의 위대함만 들어봤지 단점을 접한 것은 처음이라 신선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항의는 소중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왜 비판하느냐였다.

팩트만 이야기하면, 온돌은 한민족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다. 로마시대에 이미 뜨거운 공기로 바닥을 데우는 히포카우스트(Hypocaust) 난방법이 있었고, 중세유럽(글로리아)과 중국(디강)에도 사용됐다. 반면 입식문화권이었던 한반도에 온돌이 보급된 것은 16세기에 들어서였다. 수많은 미사여구가 있지만, 온돌이 이 땅에서 유난히 성공을 거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에너지효율때문이다. 요리를 위해 땐 불의 열기를 바닥 구들로 통과시켜 진흙으로 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라 땔감 구하기 어려운 겨울,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극단의 효율성 덕분에 민가에 급속히 퍼졌다. 바로 그 지점이 전통 온돌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그런데 그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자리 잡은 온돌은 한국인의 감각을 독특하게 변형시킨다. 아무리 실내가 따뜻해도 열원과 직접 접촉이 없으면 감각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른바 열접촉 중독으로 해석 가능한 체질로 변화한 것이다. 맨발에 바닥의 냉기가 느껴지면 서늘한 기분에난방온도를 올리게 되고, 발에 온기가 전해질 정도로 바닥이 데워졌을 때는 여지없이 과다난방 상태가 되어 실내온도는 30도를 넘는다. 외부는 영하 20도인데도, 결국 얇은 반팔옷으로 실내 더위를 난다. 에너지 효율 때문에 도입된 난방이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된 아이러니다.

패러다임은 바뀐다. 대류식 난방보다 4배 이상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바닥 난방만을 고집하는 한국인은 연료가격이 몇배는 오를 20년 뒤에도 한겨울 집에서 맨발로 지내는 습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천연가스와 석유가 고갈될 30년 뒤에도 우리는 온돌을 위대한 유산이라 고집하며 반팔옷을 입은 채 한겨울을 보내며 지내고 있을까.

임우진 프랑스 국립 건축가/ 한겨레

 

이재명, 부산 방문해 "엑스포 실패로 기반사업 중단? 안 돼"

"국토부, 가덕신공항 계획안 대폭 축소"민주당, 국회 부산엑스포특위 단독소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아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부산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 확보 사업이 혹시 중단되지 않을까 많은 부산시민이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투자, 정책적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13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인구가 계속 유출되고,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이 염원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도 사실상 중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가라앉은 지역 민심을 달래는 동시에, 유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특히 "부산 최대 현안인 가덕신공항에 대한 국토교통부 기본계획안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신공항 사업마저 국내공항 정도로 대폭 축소해서 땜질하는 게 아닌가 우려가 제기된다""엑스포 때문에 시작했던 기반시설 사업들도 혹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우려도 매우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한 것처럼 신공항이 온전한 글로벌 공항으로 개항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북항 재개발, 광역 교통망 확충 같은 현안 사업들이 중단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좌절하고 잇는 것 같은데, 실패했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투자, 정책적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부산엑스포 특위, 정부·여당 불참으로 파행민주당 "협조 안 하면 국정조사"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체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았고 정부 관계자들도 불참했다.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정부·여당의 불출석 사실을 알리며 "출석해 자기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인데, 참석을 안 한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일이고 역대 정권에 이런 식으로 여당 모든 관계자가 참석 안 한 사례가 있는지 저는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비참함을 느낀다"고 했다.

야당 간사를 맡은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정말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무책임에 급급할 뿐 아니라 국민 무시의 대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치 실패를 했으면 당연히 경과에 대해서 국민들께 보고를 하고 그 사유에 대해서 점검을 한 다음에 앞으로 이런 국가적 대사에 대해서 어떻게 그러면 교훈을 얻을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도대체 윤석열 정부는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조차 특위에 출석시키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 여당은 앞장서서 회의를 방해하는 모습"이라며 "도대체 국민들께서 정말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참담하기 그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만약 또다시 여당이 회의 개최를 반대하고 방해하거나 회의를 못 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다면 저희들은 국정조사 등을 포함해 다른 방식으로라도 명확한 상황 평가와 문제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 도대체 누가 책임자인지 등에 대해 따로 조사하고 국민께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여당에 다시 한번 거듭 촉구한다. 다음 번 회의를 여는 데 협조하라"고 했다.

같은 당 김정호 의원도 "유치 실패, 충분히 예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민들께 희망고문을 하고 결과적으로 기망을 했다""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부··경 시도민들이 흔들린다고 하니까 겨우 유감 표명, 그게 사과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500억 원 들여 29개국 득표를 했는데, 한 나라당 200억 원 가까이 된다"면서 "아시아, 아프리카나 이제 지원하겠다고 ODA(공적개발원조) 공약을 많이 했다. 그 재원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고 성토했다.

곽재훈 기자/서어리 기자 | 프레시안

 

낙동강 하류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안, 문화재청도 거부

서식 불가능 비닐하우스논란강서구, 또 심의 불가 판정 받아

부산 강서구가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 조정안과 함께 제시한 철새의 대체서식지를 둘러싼 논란(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0면 보도)이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강서구의 제출안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강서구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하면서 제시한 대체서식 후보지를 놓고 논란이 인다. 사진은 대체서식 후보지 중 한 곳인 신안치등섬이 10일 비닐하우스로 덮혀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

국제신문 취재 결과 13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 강서구의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 조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대체서식지 조성과 관련해 사전 생태환경 분석이 미흡하고 종합 세부계획 등 전반적인 준비 부족으로 보완 지시를 내렸다고 조정안 미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구는 지난달 시에 낙동강 하류에서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된 87.2중 서낙동강·평강천·맥도강 등 19.4를 문화재구역에서 해제해 달라는 조정안을 제출하며 철새 대체서식지로 신안치등섬 수안치등섬 치등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가락동 농경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철새 서식이 불가능한 비닐하우스 섬등과 대체서식지가 조성된 대저·맥도생태공원이 여기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구는 사전 환경분석 등 최소한의 자료 조사도 없이 논란의 대상이 된 대체서식지를 타 부서의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로부터 추천받아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지난해에도 조정안을 신청했지만 문화재청은 철새 대체서식지 마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 등으로 수용 불가의견을 냈다. 구는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를 구체화해 재신청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사유로 심의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구 관계자는 지정구역 조정안에 관한 전반적인 보완 지시가 떨어져 구체적인 수정안 제출 시점은 계획한 바 없다최소한 예산 확보와 용역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제출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조정안을 제출할지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버스 대기시간 단축...부산에도 도심스테이션 생길까

부산시 내년 중순께까지 관련 용역 진행

부산버스조합은 후보지역 발굴 나서기도

부산시 도심스테이션 추진 <>

코로나19 기간 침체한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내버스 도심스테이션을 만드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도심스테이션은 버스 환승센터가 확장한 개념으로 이용자의 승·하차 운전 기사의 교체·휴식 버스 차량의 대기 등의 기능을 포함하는 시설이다. 부산시와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 등은 도심스테이션 설립 사업을 통해 부산 일부 지역의 대중교통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시내버스. 국제신문DB

부산시는 내년 중순께까지 도심스테이션 설립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내용은 부산시의 빅데이터 기반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 용역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포함됐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도심스테이션 후보지를 추린 뒤 예산 확보, 각종 인허가 등 본격적인 설립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심스테이션의 핵심 기능은 긴 노선을 중간 지점에서 잘라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운행거리 100의 시내버스가 차고지에서 출발하면 노선 가운데에 있는 도심스테이션에서 동시에 버스를 추가로 내보내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증차 없이 배차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도심스테이션을 중심으로 1개의 긴 노선을 2개의 짧은 노선으로 나누는 등의 운영도 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이상용 공공교통정책연구팀장은 운행거리가 긴 노선의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추가 버스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시내 곳곳으로 버스를 빠르게 뿌려줄 수 있다는 게 이 시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산에는 현재 강서구 화전동과 금정구 노포동, 기장군 청강리 3곳에 시내버스 공영차고지가 설치되어 있다. 연제구에도 1곳의 차고지가 있지만 이곳은 민간이 설치했기 때문에 일부 회사의 시내버스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버스가 이용하는 차고지가 시내 외곽에 퍼져 있기 때문에 버스 운행거리가 길어지고, 특히 회차지 승객의 대기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진다는 게 시와 버스조합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 시내버스(일반·좌석·급행) 144개 노선 중 3개 노선(급행 3)의 운행거리가 10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 시간은 17개 노선(일반 12·급행 5)3시간(21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차간격이 40분 이상인 노선도 7개 노선(일반좌석급행1)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버스조합은 지난 3월 자체용역을 통해 부산의 도심스테이션 후보지 장단점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버스조합의 자료를 보면 부산도시철도 역 기준 북구 덕천역 동래구 동래역 동구 부산역 사상구 사상역 해운대구 벡스코역 부산진구 서면역 중구 남포역 서구 서대신역 연제구 거제역 주변 등이 주요 후보지로 선정됐다.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이 뛰어나고 시내버스 노선이 집중됐고, 중앙부처··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너른 부지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버스조합은 도심스테이션을 기본(Basic)’ ‘기준(Standard)’ ‘복합(Complex)3개로 구분해 적합한 지역을 선정하기도 했다. 회사시설과 승객·버스대기시설 등의 기능만 갖춘 기본형도심스테이션 건립은 남포역 거제역 인근이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형에 이용자 편의시설과 버스 운영 사무시설 등을 갖춘 기준형도심스테이션은 덕천역 서대신역 서면역 벡스코역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고지와 상업시설 등의 기능까지 포함한 복합형도심스테이션의 후보지로는 동래역 부산역 사상역 등이 꼽혔다.

버스조합 이준명 부이사장은 이미 후쿠오카 등 외국에서는 도심스테이션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배차시간 축소로 버스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심스테이션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기후위기 사다리 걷어차기’, 선진국의 위선

지난해 여름 큰 홍수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집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캄바르/AP 연합뉴스

지난해 파키스탄은 국토 3분의 1이 잠기는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평년의 2~3배에 이르는 이례적인 강수량과 폭우로 3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피해가 300억달러(39조원)를 넘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추정했다. 파키스탄의 홍수는 무엇 때문일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지만, 19세기에 불과 280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해 420ppm을 넘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적절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탄소순환시스템이 엉망이 됐다.

누가 지구를 고장 냈을까? 지난해 한겨레 기후변화팀은 기후불평등 그래픽 리포트를 통해 나라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는데,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이 가장 많았다. 중국은 세계 배출량의 대략 3분의 1을 차지하고, 그 절반을 미국이, 또 그 절반을 유럽연합과 인도가 각각 배출했다. 한국(1.7%)10번째다.

이것만으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은 불공평하다. 중국, 인도 같은 후발 산업국은 최근에야 배출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9750~2020년 누적 배출량은 미국(24.6%)과 유럽연합(17.1%)1, 2위를 달린다. 여기에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따지면, 파키스탄 같은 나라는 통계를 내는 150여개국 명단 끝부터 세는 게 빠르다.

세계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섰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제시된, 환경사에서 아주 중요한 회의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55ppm까지 오르자 당시 각국 정상은 이거, 큰일 나겠다며 기후변화협약을 맺는다.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바로 이 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하지만 그 뒤 달라진 건 없었다. 2001년 미국이 탈퇴하면서 선진국이 1990년 배출량 대비 5.2% 줄이기로 한 교토협정은 유명무실해졌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과학자들이 미래를 장담 못한다던 400ppm을 훌쩍 넘어버렸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을 1.5~2도로 묶어두자는 목표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파리협정은 각국에 몇%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어서 매년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 눈이 쏠린다.

오랫동안 기후변화 협상에 참가했던 정내권 전 기후변화대사는 기후담판이라는 책에서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 협상이란 한마디로 전 세계가 미국 상원의 버드-헤이글 결의안 하나와 싸운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헤이글 결의안은 1997년 미국 상원이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이 동등한 법적 의무를 수락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는 어떠한 기후협약상의 의무도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안이다.

이로 인해 기후협상 30여년 동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미국 등 선진국은 개도국에 자기들과 똑같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라고 요구한다. 개도국이 불공평해. 그건 못하겠어라고 하면, “그럼, 우리 선진국도 못해하는 식이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기후변화는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돌파구로 나온 것이 기후변화로 입은 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선진국이 부담하는 방안이었다. 지난해 당사국총회 때 기금마련 원칙이 합의된 데 이어 올해 기금과 운영안에 관한 결정문이 채택돼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 피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자율적인 기금적립 방식을 관철했다. 하지만 선진국이 공여를 약속한 액수가 한심할 지경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정된 기금액은 8억달러(15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이 약속한 금액은 달랑 1750만달러(230억원).

39조원과 1500억원. 파키스탄이 입은 손실과 피해액과 선진국의 기금 약정액의 차이다.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들의 화석연료 퇴출 주장에 무게가 실리려면, 손실과 피해에 관한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남종영 | 환경논픽션 작가/ 한겨레

정원도시, 공원의 미래를 바꾸다

https://www.youtube.com/watch?v=2eJ6TgXAxaM

https://www.youtube.com/watch?v=HjZwEBxkGh8

신냉전시대 에너지위기를 높여라

겨울 제철 물고기 도루묵이 사라졌다수온상승·통발 남획 탓

국립수산과학원, 어획량 급감 발표

1~10월 어획량, 전년 대비 62% 줄어

통발에 잡힌 도루묵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겨울철 동해안 대표 어종인 도루묵 어획량이 급감해 관련기관이 대응에 나섰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올해 1~10월까지 도루묵 어획량이 29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2.3% 줄었다고 밝혔다. 수과원은 도루묵 어획량 감소 이유를 동해 수온 상승에 따른 산란기간·장소 감소와 도루묵 산란기 통발 활용 어획 등을 꼽았다.

최근 5년 동안 도루묵 산란기인 11~12월 강원도 고성·양양·강릉 등 동해 연안 평균 수온이 15.2도로 도루묵 산란 적합 수온(6~11)보다 높았고, 도루묵이 산란할 때 해조류 등에 알을 붙이는데 수온 상승으로 해조류 군락이 줄어들어 도루묵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수과원은 분석한다.

도루묵 산란기에 항구 안, 포구, 갯바위 등지에서 통발을 이용한 어획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도루묵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17년 강원도 고성군 대진·거진·아야진항에서 통발을 활용한 도루묵 어획량은 540t이었다. 그해 도루묵 전체 어획량의 10.9%.

수과원 등은 도루묵 자원 회복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수과원은 도루묵을 자원회복 중점연구종으로 선정해 자원량을 파악하고 버려지는 알을 수거한 뒤 부화시켜 종자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 자치단체와 해양경찰은 불법 통합어획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관련기관과 협력해 도루묵 자원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주민이 심은 나무 군이 매입... 3천만원 벌어요"

신안군 정원수 사회적협동조합 호평, "지역경제·기후위기 대응 효과

전남 신안군 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 수목 재배 모습.목포시민신문

"주민이 심고 군이 매입해 3000만 원씩 벌어요."

출범 6개월을 맞이한 전남 신안군의 '정원수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 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주민들이 재배한 경관수목 등을 신안군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급받으면서 주민소득과 예산절감은 물론 일자리창출, 지역소멸·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6월 신안군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이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진흥원 심사를 거쳐 신안군 1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원수협동조합에는 14개 읍면에서 현재 3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내년 1월까지 400~500여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140농가에서 경관묘목 등을 생산하고 있다.올해의 경우 지도읍 썸머라일락 20만 주, 압해읍 조팝나무 13만 주, 비금면 배롱나무 3만 주 등 6개 읍면에서 57만 주의 정원수를 재배하고 있다.

신안군은 조합으로부터 26만본의 경관식물을 공급받아 서남해안 섬숲 복원사업과 미세먼지 차단숲, 11정원 조성사업지에 식재했다. 이를 통해 경관수를 납품한 조합원은 1인당 5000만 원의 수익과 3000여 만 원의 순소득을 올렸다. 신안군도 외지에서 입찰 등을 통해 구입할 경우 108억 원에 달하는 경관식물 비용을 조합으로부터 직접 조달해 예산절감 효과가 78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 출범한 정원수사회적협동조합의 효과는 직접적인 주민 소득증대와 군의 예산절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민소득은 인구유입을 통한 지역소멸을 막고, 1년 수십만그루의 나무와 꽃 식재는 탄소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또 임자 홍매화, 도초의 수국, 비금의 해당화 등 꽃과 나무를 활용한 관광활성화는 물론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등 연쇄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군은 이번 사업이 공유자원을 활용한 햇빛연금·바람연금에 이어 주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신안군은 정원수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주민참여형 양묘소득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내년 6월까지 230억 원 상당의 수종 30여 종 200만 주를 발주했다.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매년 230억 원, 5년간 1000여 억 원을 투입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박우량 군수는 "조합을 통한 경관식물 재배와 체계적인 관리·공급은 신안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계절 꽃피는 1004섬 정원화사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조합은 농외소득 창출, 예산절감, 지역소멸과 기후위기 대응 등 14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조합의 적극적인 양묘사업은 청·장년·노인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해 인구감소 위기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목포시민신문 유용철(bjynews)/ 오마이뉴스

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 시작한 COP28, 문제는 한국이다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 13일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99개국 정부가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는 행동을 가속화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정부들은 13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폐막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 문서를 채택했다. 줄일 대상에 석탄·석유를 의미하는 화석연료를 명시한 것은 19951차 총회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감축만 언급했다. 진작 했어야 할 최소한의 합의가 이제 이뤄진 것이다.

 

핵심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3배 확대하고,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멀어지기로 한 것이다. 당초 기후활동가들이 기대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은 빠졌다. 과도한 피해를 입는 국가들을 지원할 손실과 피해기금 출연액도 기대엔 한참 못 미쳤다. 원자력이 저탄소 수소, 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과 함께 저탄소 기술에 포함된 것도 문제다. 원자력은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지만, 방사능 오염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43%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실망스럽다. 이런 결정은 미국·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의 미온적 태도, 산유국들의 저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전 세계 국가가 화석연료와 멀어지기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은 이 부족한 합의문을 달성하기에도 문제가 많다. 2021년 이후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규 건설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석탄화력 의존도를 낮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석탄 관련 산업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탈석탄법이 처리될 가능성도 낮다. 이런 식으로는 2030년까지 한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번 총회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과 원자력 3배 확대 서약에 동시에 참여한 것도 문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동시에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양립할 수 없다. 한 에너지원을 늘리면 다른 하나는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마련도 못하면서 원전을 더 늘리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경향 사설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윤핵관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심김기현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까지 해외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충격이 크긴 큰 모양이다. 정부·여당이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을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유치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개편하면서 유치전에 가세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33년 만에 삭감하면서도 대외원조(ODA) 예산은 45%나 늘렸다. 3세계 표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정상외교에는 올해 책정된 249억원에 예비비 329억원을 더해 578억원을 썼다.

 

기업도 총동원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업인들은 180여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1600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부산 엑스포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SK 회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뛰었다. 기업인들이 이 기간 출장한 거리를 합하면 지구 495바퀴인 1989나 된다고 한다.

 

그 결과가 29 119의 참패였다. ‘박빙’ ‘2차 투표에서 역전같은 전망들은 근거가 전혀 없는 허풍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뒤 대국민 담화에서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했다. 그걸 이제 알았나 싶다. 며칠 전 방한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윤 대통령에게 “‘아메리칸 파이가 미국인들 사이에 다시 유행하게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인사치레를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곧이곧대로 믿어온 것 아닌가 싶다.

 

뒤늦게나마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상황 파악이 잘못된 것이 어디 엑스포 유치전뿐이겠는가. 이번 기회에 모든 정책을 재검토해볼 것을 권한다. 특히 에너지정책부터 살펴보면 좋겠다.

 

지금 세계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화두다. 2014년부터 영국의 비영리기구 클라이밋그룹주도 아래 각국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애플·구글·볼보 등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대기업 400여곳은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 목표를 협력기업에도 요구한다. 애플은 최근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들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로 생산한 제품만 납품하라고 통보했다.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7.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인 31.3%에 비해 턱없이 낮다.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바쁜데도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7월 소형태양광 우대제도(한국형 FIT)를 폐지했고, 내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기금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예산을 전년 대비 42%나 줄였다.

 

윤석열 정부는 대신 RE100의 대항마로 무탄소에너지(CFE)’ 캠페인을 밀고 있다.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으로도 부르는 캠페인이다.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해야 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탄소포집·수소 등에 기반한 전기도 사용할 수 있어 한국에 유리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며칠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한국이 국제사회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낯선 캠페인을 주창하고 있다며 비판 기사를 보도했을 정도다. RE100이 한국 정부 제안에 따라 원전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수정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참패로 끝난 엑스포 유치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가 거꾸로 가는 사이 국내 태양광 산업은 무너지고 있다. 국내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인 한화솔루션은 며칠 뒤 음성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희망퇴직도 받는다. 중견기업인 신성이엔지의 태양광 제품 매출액은 반토막이 났다.

 

애플이 얘기한 2030년이면 RE100은 무역 장벽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위기를 맞은 쪽은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 정도다. 하지만 국제 흐름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온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썩은 동아줄에 매달리지 말고, 하루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 김석 경제에디터/ 경향

 

 

스페인 초겨울에 30도 육박호주 시드니는 43.5도 이상 고온

스페인 스키장 눈 대신 풀만 가득

무섭다기후위기 우려 커져

 

12(현지시각) 스페인 말라가의 말라게타 해변에서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초겨울에 접어든 스페인이 때아닌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상기온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기후위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현지시각) 스페인 국립기상청(AEMET)은 남부 말라가의 전날 최고기온이 29.9도를 기록하며 12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앞선 12월 최고기온은 20101210일 남부 그라나다에서 기록한 29.4도다. 남부 무르시아의 최고기온도 29.4도를 넘어섰다. 노벨다(28.8) 사티바(28.7), 온띠니엔트(27.9), 알코이(26.5), 빌레나(26.5) 등 동부 발렌시아도 12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페인은 절기상 1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겨울이다. 이 기간 남부 기온은 통상 818도를 기록한다. 그러나 이를 훌쩍 웃도는 더위가 찾아온 것이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현재 날씨는) 12월 스페인을 휩쓴 가장 따뜻한 공기 덩어리 때문이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스페인에서 관찰된 기후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내년 2월까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12(현지시각)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외곽의 나바세라다 리조트는 최근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 슬로프가 눈 대신 풀로 뒤덮여 있다. 로이터 누리집 갈무리

 

때아닌 더위에 관광객들은 스키장 대신 해변으로 몰려들었다. 남부 말라가의 말라게타 해변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스키 등 동계 스포츠는 비상이 걸렸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외곽의 나바세라다 리조트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를 타지 못한 관광객들의 원성이 쏟아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리프트는 멈췄고 슬로프는 눈 대신 풀로 뒤덮였다.

 

이곳을 찾은 해양 생물학자 타니아(32)는 로이터 통신에 눈으로 덮이거나 얼어붙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푸르고 (풀이) 무성하다무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전직 교수 비센테 솔소나(66)원래 이 리조트에는 지금쯤 눈이 적어도 1쌓여 있어야 했다우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고 이를 돌이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올해 초부터 이상 고온 현상에 시달렸다. 남부 코르도바는 절기상 봄인 지난 4월 최고기온이 38.8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4월 예상 최고기온보다 1015도 높았다.

 

올해 스페인의 36월 평균 기온은 14.2도였는데 이는 19912020년 사이 같은 기간 평균 기온보다 1.8도 높다. 이전 최고 기록인 1997년 기온보다도 0.3도 높았다.

한여름을 맞은 지구 남반구에서도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호주 시드니 공항은 지난 9일 최고기온 43.5도를 기록해 1929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지난달 중순께 42.6도를 찍으며 올해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범천기지창 이전 본궤도부지는 혁신파크 변신

, 철도공사·부산진구와 협약

2026년부터 신항역 인근 이전

부지는 4차산업 융합단지 조성

 

범천기지창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도심에 자리해 주변 발전을 저해해 왔던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범천기지창) 이전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2026년 부산신항으로 이전 작업에 돌입해 2030년까지 현재 부지 개발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인데, 사업이 완료되면 범천기지창 일대가 4차산업과 문화콘텐츠 등이 융합된 도심권 혁신파크로 탈바꿈한다.

 

부산시는 14일 시청에서 한국철도공사, 부산진구와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적지 개발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부산진구 범천동에 위치한 철도차량정비단을 강서구 송정동 부산신항역 인근으로 이전하고, 이전 적지를 포함한 24만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 대상지는 범천기지창 부지와 서측 경부선, 신암로에 접한 노후 주거지를 포함해 243206규모다. 시는 이곳을 일자리, 주거,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국내 대표 4차산업 허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마련된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공공시설 11908(41.8%) 업무용지 7579(29.1%) 4차산업 허브 34725(14.3%) 문화콘텐츠 허브 3354(12.5%) 기업지원 허브 27854(11.5%) 공원 29987(12.3%) 다목적 주거와 생활간접시설 등 복합특화단지 22570(9.3%) 등으로 구성됐다.

 

이전비와 토지정화비 등 사업비 7431억 원은 한국철도공사가 범천동 용지 매각 대금과 개발사업 수익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시와 관계기관은 20206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통과 이후 지난해 8월 현 부지 등에 대한 개발 방안 기본구상을 수립했다. 현재 이전 지역인 부산신항역 일원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기본계획 고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어 내년 중 사업자 선정과 함께 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2026년 범천기지창 이전 작업에 들어가 2028년 부산신항 이전을 완료한다. 현 부지는 2028년 개발에 들어가 2030년 혁신파크로 준공한다는 목표다.

 

이번 업무협약은 사업 신속 추진을 위한 관계기관 간 기본적인 업무협력 사항을 약속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 기관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자 공모안 마련 등 사업 단계별 세부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미래 100년을 열어갈 도심권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 적지 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과 시민 숙원 사업이라며 사업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울산,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올해 피해목 44000그루, 25%

기후변화 따른 온난화로 매개충 활동 증가

소나무깍지벌레·참나무 시들음병도 비상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내광리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면서 푸르러야 할 소나무숲 곳곳이 붉게 물들어 말라 죽어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울주군 온양읍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지역에서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제공

 

한동안 주춤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울산지역에 급속도로 확산해 대규모 산림 피해가 우려된다. 여기에 솔껍질깍지벌레와 참나무 시들음병까지 맹위를 떨치면서 방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울산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44000여 그루(20225~올해 4월 기준), 1년 전 33000여 그루보다 25%가량 늘었다. 산림당국은 매년 4월 기준(지난해 5그해 4)으로 피해 나무 수를 집계한다. 울산 5개 시·군 중에는 울주군 감염목이 3만 그루에 달해 전체 68%를 차지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울산의 이 같은 피해 규모는 경북과 경남, 대구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다.

 

울산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1996000여 그루에서 202072000여 그루, 지난해 33000여 그루 등 최근 몇 년 새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감염 우려목까지 포함하면 91000여 그루에 이른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도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2021307900여 그루, 2022378000여 그루에서 올해 1065900여 그루로 급증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2.8배나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힌다. 울산시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은 크기 1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고사목에 서식하는 소나무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새로운 나무로 옮겨 다니며 확산한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과 영양분의 이동 통로가 막혀 단기간에 붉게 시들어 말라 죽는데, 벌채하는 것 외에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10월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소나무재선충병과 유사한 피해 형태를 보이는 솔껍질깍지벌레의 발병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올해 울산시가 집계한 솔껍질깍지벌레 방제 범위는 지금까지 100ha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울경을 중심으로 참나무 시들음병까지 창궐 조짐을 보인다(본보 1123일 자 12면 보도). 참나무 시들음병은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곰팡이균을 몸에 지닌 채 참나무로 들어가 병을 옮기는데, 감염된 참나무는 잎이 시들고 빨갛게 마른다. 참나무 시들음병 역시 소나무재선충병같이 완전한 방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방제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지속해서 예방 나무주사를 놓고 파쇄·훈증 등 지상방제도 병행하고 있으나 당분간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등의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자 방제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생명의숲 김우성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소나무재선충 피해목에 파쇄나 훈증 처리 작업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방제포가 벗겨져 다시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행정기관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현재 한계가 명확한 재선충병 피해목 처리방식 등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민주 영입 1' 기후변호사 "윤석열 정부 환경정책은 빵점"

박지혜 "기후 경제가 국가 경쟁력 결정... 화력발전소 줄일 '패키지 법' 만들고 싶어

"윤석열 정부 환경정책이요? 빵점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1호 인재' 박지혜 변호사의 말이다.

'기후 전문가'인 그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현 정부의 환경 정책을 혹평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과 물 관리 대책 모두 뒤로 가고 있다""일회용품 규제를 실행할 사업자를 고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 실행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아주 나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보다 근본적으로 현 정부가 환경 규제를 '귀찮고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시선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그의 눈에 기후 위기는 앞으로의 국가의 성장 여부를 결정지을 미래 산업이다.

그는 "현재 많은 나라들은 경제 전략의 핵심을 기후, 녹색 산업으로 두고 이를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하고 있다""그런 측면에서 기후 위기는 산업 전환의 이슈고 그게 곧 경제 이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누가 (녹색) 전환을 더 먼저, 저렴하게 이루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가들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제일 처음 만들고 싶은 법안도 그래서 '석탄 발전' 감축을 위한 패키지 법안이다. 박 변호사는 "하루 빨리 석탄 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면서도 "화력 발전소를 폐쇄했을 때 고용 불안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금까지 정치권은 기후 위기를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지 않았다. 왜 지금 '기후 위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 '기후 위기'라고 하면 '벙벙'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이미 판이 깔렸다고 생각한다. 전 지구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걸 21대 때,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하지 않았나. 탄소중립 기본법도 통과가 됐고. 이행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기후와 경제를 묶어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많은 나라들이 지금 경제 전략의 핵심을 기후, 녹색 산업으로 두고 이걸 어떻게 육성할까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달성해 나가는 국가들도 많다. 온실가스를 계속 감축하면서, 경제성장도 이뤄내는 거다. 영국이나 독일이 그렇다."

- 기후 이슈는 돈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지, 돈을 벌어다주는 분야라는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게 다른 환경 문제와 기후 이슈의 차이인 것 같다. 다른 쪽은 비용으로 후처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잖나. 그런데 기후는 제품부터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연료로 석유가 아닌 전기로 바꾸자는 거다. 그러려면 제품 자체를 전기차로 바꿔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이슈고 그게 곧 경제 이슈로 연결되는 거다. 누가 전환을 더 먼저, 저렴하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가 경쟁력이 결정된다."

- 현 정부의 환경 정책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0)점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환경단체들이 굉장히 절망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비롯해서 물 관리 대책 등이 모두 뒤로가고 있다. 댐을 다시 짓겠다고 하고, 일회용품 규제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완전히 후퇴했다. 법에는 '전국적으로 시행하라'고 써 있는데, 환경부는 이 정책을 시행할 사업자를 고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 실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굉장히 나쁜 방식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 규제에 대한 정부 생각이다."

- 어떤 생각이 문제라고 보나.

"정부는 '환경 규제는 귀찮은 것이고,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되도록 완화하는 게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환경 규제로 순간의 불편함이나 비용이 생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등 배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환경 규제로 친환경 사업을 키운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며 기후 소송을 진행했을 때도 법정대리인 역할을 맡았다.

"청소년 기후 소송은 20203월에 시작했다. 당시는 탄소중립 기본법 이전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대였다. 하지만 기본법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느슨했다. 2020년까지 목표로 세워놓은 것들도 잘 지켜지지 않았고, 법 내용도 굉장히 허술했기 때문에 그 세 가지를 지적하는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지금 국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헌법 소원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1년 뒤 '위헌' 판결이 나왔다.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이 정해져 있으니까 미래 세대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본 거다. 이후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목표 시점도 2045년까지로 앞당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국회의원이 되면 만들고 싶은 법안은.

"기후 정책에서 모든 국가들이 첫 번째 옵션으로 생각하는 건 '석탄 발전 감축'이다. 원자력이나 재생 에너지 등 이미 석탄을 대신할 여럿 대안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30년 된 석탄발전소는 문을 닫는다'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있고 이외 다른 정책은 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노후화 된 석탄발전소를 개조해 쓰기보다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자고 하고 있다.

또 석탄 발전소를 폐쇄한다면, 고용 불안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텐데 충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불안감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인 건데, 관련 법이 통과된 적이 있지만 부족하다. 석탄 발전을 몇 년까지 어떻게 감축할 건지 명시한 법을 만들고 싶다. 그게 조금 부담스럽다면 석탄발전소에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발생 비용 100%를 지불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그러면 발전소는 빨리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책을 구체화하는 법을 '패키지'로 만드는 게 첫 번째 과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우리 정치의 큰 숙제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였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와 같은 '미래 이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단시간에 효율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성장의 모델은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성장 모델로 바로 기후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와 경제의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박 변호사는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 환경경영 및 정책학 석사학위를 따고, 기후환경단체 '플랜 1.5',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에너지전환포럼' 등에서 활동을 하는 등 기후 관련 이력을 줄곧 쌓았다. 삼척석탄발전소 취소소송 당시 변호인을 맡으면서 대중들에게 '기후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오마이뉴스 류승연(syryou)

 

크리스마스트리의 비극... 지금 한라산에 가보세요

기후 위기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들집단 고사하고 있는 구상나무

크리스마스트리가 죽어간다. 연말이면 수려한 몸에 빛을 밝히고 작은 종과 방울을 걸고, 선물꾸러미로 장식을 하며, 소망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나무. 매섭게 바람이 불어도 온기 있는 연말로 만들어주는 나무. 우리를 잠시 동화 속으로 밀어 넣어주는 나무. 그러나 이 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트리로 친숙한 이 나무의 이름은 구상나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자생한다는 한국 특산종이다.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하고 1920년 하버드 대학교 식물연구소에 '한국의 제주도 한라산에서 서식하는 한국특산종'으로 보고했다. 정식 학명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를 부여받았고 이후 품종 개량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연말을 장식하는 나무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구상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국제멸종위기종 목록을 관리하고 1994년부터 적색목록을 발표하고 있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구상나무를 위기근접종(NT)으로 지정했다가 2010년 멸종위기종(EN)으로 위험등급을 두 단계나 상향시켰다. 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상나무 적색목록 등급.출처 :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https://www.iucnredlist.org/species/31244/9618913 IUCN

국내에서 구상나무는 아고산 생태계에 주로 분포하며,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 넓은 면적으로 군락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이들 국립공원에서 우리는 이미 살을 발라낸 가시처럼 하얀 뼈대만 남은 채 죽어있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집단 고사 현장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 육지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첫 번째 생물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제 크리스마스트리는 플라스틱 트리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고산침엽수 고사 원인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

한라산에서 백록담 정상으로 오르는 해발 1700~1800m 일대의 구상나무 고사는 처참할 지경이다.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 앙상한 뼈만 남은 구상나무는 고사목 전시장 그 이상이다. '유골이 나뒹구는 공동묘지'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지리산 구상나무의 멸종도 가시화되긴 마찬가지다.

1500m에서 1900m 아고산대에 집단서식해 온 고산침엽수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서식환경, 기후환경의 변화다. 구상나무는 1월과 2월에 내린 눈으로 4월 말에서 5월 초순까지 수분을 공급받는데, 겨울철 적설량이 부족해 봄철 수분 공급 불량에 의한 스트레스와 동결 건조에 시달리게 된다. 건조한 겨울과 봄, 적설량 부족으로 마름병을 앓는 것인데, 눈이 내린다고 해도 증발산 속도가 빨라서 수분 스트레스와 건조에 시달린다. 나아가 여름철이면 폭염과 강풍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가해진다.

침엽수 밀집지가 집단 고사하면 더욱더 빈번해진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역시 우려된다. 악재가 악재를 만나는 이유는 필연이며, 기후위기와 고산침엽수 고사, 생물다양성 훼손, 산사태 모든 것이 다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공원공단이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주요 아고산대 상록침엽수(구상나무, 분비나무) 고사 현황(2021)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리산국립공원은 거의 모든 조사구에서 구상나무 고사목이 매년 발생하는데, 특히 2014년과 2015년에 발생한 고사목 비율이 높아 평균 19%에 이르는 고사율을 보이고 있었다.

녹색연합의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 고사 모니터링 결과(2020년부터 약 26개월간 진행)에서도 정상봉인 천왕봉, 중봉, 하봉 등의 집단 서식지 중 최고 90%까지 고사가 나타난 곳도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유지 및 보전 정책에 기후위기 취약종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멸종위기종 관리에서 기후위기 대책이 함께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리산 중봉 서남면의 (대표적 고사 극심 지역) 집단 고사 현장 녹색연합

지리산 중봉 서남면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장 녹색연합

시민들도 목도했고, 기록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로 인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한국의 침엽수(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잣나무, 소나무, 전나무) 고사 실태를 사진으로 기록해서 업로드 하는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해 왔다. 아픈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증인이 되어 기록을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설악산 등에서 '기후위기 시민과학 지킴이'가 되어 백두대간의 산림보호구역과 국립공원에서 기후위기의 참혹한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는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온적인 태도, 안일한 환경부

국제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진 생물종이고, 특히 국내에서도 점차 심해지고 있는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보전대책을 수립,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인위적인 훼손에 의한 멸종위기종만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 쇠퇴나 고사'를 멸종위기종 등재의 기준과 원칙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해 말 환경부는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이 아닌 관찰종으로만 지정했다. 멸종위기종은 5년 단위로 지정 목록을 바꾸고 있고, 목록이 개정되어 다시 등재되는 시점은 2027년이다. 그사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집단고사를 제어할 수 있을지, 이미 집단 자생지가 집단 고사지로 변모한 이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정부가 주춤거려서는 곤란하다. 시간이 없다. 오마이뉴스 임성희(maydaygree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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