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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철거 vs 활용 의견 달라도 “여론 수렴 거쳐야” 한뜻 9. 늦어지고 색감도 안좋은 단풍…“기후변화 영향” 10. 주민 지키고 기후도 살리는 오래된 지혜…해안숲을 되살려 11. 국가습지 상류에 카누장? 영산·황룡강 개발안 발표 ‘시끌’ 12. 기회의 땅’ 극지 개발이 미래 먹거리다 13. 서울시-생명의숲,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 업무협약 14. 댐 10개 더 지어 가뭄 해결? 환경부의 무책임한 계획 15. '원전·난개발' 등 쏟아지는 부산시의회 행감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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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효모 음료서 방사성 물질 세슘 검출…전량 폐기·반송 예정
일본산 수입 효모 음료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5㏃/㎏(㎏당 베크렐·방사능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 검출돼 제품 수입 업자가 수입 물량 전부를 반송 또는 폐기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인용한 연합뉴스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일본산 수입 식품 방사능 검사에서 한 일본산 효모 음료 제품에서 1㎏당 5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수입 물량은 약 300㎏이었다.
식품의 방사능 기준치는 1㎏당 100베크렐이지만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식약처는 추가 핵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해당 제품 수입 업자에게 추가 핵종 증명서를 요구하자, 수입 신고를 자진 취하하고 일본으로 반송하거나 폐기하겠다고 했다. 현재 제품은 보세창고에서 있으며 반송이나 폐기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과 4월에도 각각 일본산 된장, 가다랑어 추출물 가공품 등에서 세슘이 미량 검출돼 반송 처리한 바 있다./ 연합뉴스
“40년간 괜찮았다”며 원전 6개? “후쿠시마 사고도 예측 못했다”
원전 유치 희망’ 울주군 서생면
2기 가동, 2기 공사 중…“있는 곳에 더 짓겠다는데 뭐가 걱정?”
신규건설 확정도 안됐는데 윤 정부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 들썩
원전 최고 밀집 울산…부산·경남도 영향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야
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새울원전 모습. 왼쪽부터 새울원전 1~4호기로, 1·2호기는 가동 중이고 3·4호기는 건설 중이다. 현재 서생면 주민들은 이곳에 2기의 원전 신규 유치를 희망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시골 마을은 평화로웠다. 지난 19일 찾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은 동해안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간절곶을 품은 지역이다.
이달 초까지 서생면 마을 공동체는 반쪽으로 쪼개진 상태였다. 서생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새울원전으로 가는 도로엔 원전 신규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내건 펼침막이 들어차 있었다. “원전산업 부흥신호탄 새울원전 5·6호기 건설하자”라는 찬성 펼침막 옆에는 “어업인은 새울원전 5·6호기 자율유치를 반대한다”라는 반대 펼침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다섯째·여섯째 원전 유치를 둘러싸고 격렬한 격문을 토해내던 수십개의 펼침막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현재 서생면엔 새울원전 1·2호기가 각각 2016년·2019년부터 가동 중이다. 문재인 정부 때 공사가 중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를 재개한 새울원전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2024년,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원전 2개가 추가로 유치되면 이 어촌마을에 모이는 원전은 모두 6개가 된다.
주민 7600명 중 4042명 찬성 서명
이날 저녁 서생면 진하리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40대 최아무개씨에게 주민 갈등이 마무리됐는지를 물어봤다. “가관이지예. 그거 ‘쇼’ 아입니까. 이장들과 어민들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 거라카이. 요즘 애들이 말하는 거처럼 ‘어그로’(관심) 끌어서 지원금 더 받으려 한 거 아인가 싶습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예, 뭐.”
다음날 만난 임영환 서생면 이장협의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민들이 신규원전 유치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에요. 새울 1·2·3·4호기 건설과 관련해 어업 보상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 먼저 보상을 마무리한 뒤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이었죠.” 임 회장은 이어 “원전 자율유치에 어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며 갈등을 풀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진곤 서생면 어업인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임 회장은 지난 5일 서생면 주민 20여명과 함께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신규원전 유치를 희망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서명지를 울주군에 전달했다. 서생면 주민 7600여명 가운데 4042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전 앞 서생면 새마을협의회에서 붙인 신규원전 희망 펼침막. 이곳 이장협의회와 어업인협의회는 신규원전 유치를 놓고 의견을 달리했으나, 결국 이달 초 신규원전 유치 희망에 뜻을 모았다. 이정용 선임기자
마을 주민들이 자율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임 회장은 “바로 옆 마을(부산시 기장군)에 고리원전이 들어선 이래 서생면은 50년 가까이 원전과 함께 살아왔다. 다행히 그동안 큰 사고는 없어 안전성이 검증되고 있다”며 “원전 유치 지원금을 통한 지역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리 1호기(2017년 폐쇄)는 1978년부터 가동됐다. 이어 2호기는 1983년, 3호기는 1985년, 4호기는 1986년부터 가동됐다. 설계수명이 40년으로 정해진 고리 2호기는 지난 4월 가동이 정지됐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수명 연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3·4호기 역시 수명 연장 절차를 밟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내건 문재인 정부 때도 2017년 10월 공론화 과정 끝에 서생면에 새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 원전의 공사를 중단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폐기를 논의했으나 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공사 재개였다. 서생면의 면적은 36.9㎢다. 서울 강남구(39.49㎢)보다 약간 작은 어촌마을에 2025년이면 무려 원전 4개가 가동되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울주군의 한 공무원은 “그동안 원전 건설 등 국책사업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강행하는 국책사업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 어차피 진행될 거라면 오히려 찬성해 인센티브라도 챙기자는 여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자율 유치’ 땐 특별지원금 0.5% 더
원전 유치를 놓고 서생면이 들썩거렸지만 정작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 서생면 주민들이 신규 유치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전력 수요와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만들고 있다. 신규원전 건설을 위해선 ‘전기본’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의 밑그림으로 2년마다 마련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5년 초에 수립될 ‘11차 전기본’은 신규원전 건설 논의를 앞당기기 위해 내년 7월로 일정이 당겨졌다. 이원주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11차 전기본’ 수립 절차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생략하고 새울원전을 찾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생면주민협의회 건물 2층. 이곳에서 만난 손복락 서생면주민협의회장 역시 신규원전 유치에 기대감을 보였다. “이런저런 언론 보도나 마을 주민들의 얘기를 접하다 보면, 현 정부는 새 원전을 짓는 데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서생면은 부산과 울산에 ‘낑겨’(끼어) 있어 제대로 지역 발전을 못 해 왔어요. 신규원전이 건설되면 일자리도 생기고, 젊은이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죠. 그렇게 사람이 드나들면 식당 같은 자영업에도 좋은 거고.”
신규원전이 들어설 경우,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지원금과 일반지원금을 받는다. 특별지원금은 원전이 들어서는 지자체에 지원하는 일회성 지원금이다. 일반지원금은 전기 발전량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가동 기간 60년 동안 매년 지원한다. 특별지원금은 원전 건설비의 1.5%다. 여기에 원전을 자율적으로 유치할 때는 건설비의 최대 0.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일반지원금의 70%는 원전 반경 5㎞ 이내인 서생면과 온양읍에 돌아간다.
앞서 자율적으로 유치된 새울 3·4호기에 책정된 특별지원금은 1182억원이다. 이 지원금은 에너지융합산업단지, 울주해양레포츠센터, 간절곶 드라마세트장 건설에 쓰였다. 이와는 별개로 주민에게 1500억원의 상생협력금이 지급됐다. 서생면 주민협의회를 통해 집행되고 있는 이 상생협력금은 목욕탕 건립사업과 노인장기요양지원 사업 등에 쓰였다.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에서 본 새울원전 모습. 왼쪽부터 차례로 새울원전 1~4호기로, 1·2호기는 가동 중이고 3·4호기는 건설 중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우리나라에 원전 위험성을 각성시킨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였다. 이에 대한 이곳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0일 서생면 신암경로당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나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명을 해줬다. 주민들 100%가 찬성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환경’, ‘환경’ 하는데, 우리는 원전이 있는 곳에서 40년 넘게 살아왔어. 없는 것도 아니고 2개 더 짓겠다는데 걱정은 무슨 걱정. 우리가 괜찮다는데, 왜 따지는지 모르겠네.” 서생면과 인접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의 존재를 감안하면 서생면 노인에게 원전은 ‘40년 넘게 아무 일도 없었던 발전소’다.
서생면주민센터 옆에 있는 새울원전 환경감시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원전 주변 지역의 환경 및 방사선 안전 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울주군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원전민간환경 감시위원회와 방사선 자료를 측정·분석하는 감시센터로 이뤄져 있다. 최영훈 센터장은 “센터는 주기적으로 식수·지하수·흙·어류·해조류 등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과 주민의 방사선량을 측정해 주민에게 공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탈핵울산행동)은 “최고 기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 일어난 게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며 원전 추가 건설에 강하게 반대한다. 탈핵울산행동은 지난 5일 서생면 주민의 기자회견 뒤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한국수력원자력 등 핵마피아 세력과 윤석열 정부의 산업부가 ‘11차 전기본’에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포함하기 위해 주민을 ‘명분 쌓기용’으로 내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산업부가 ‘11차 전기본’에 신규 건설을 포함하지 말 것과 울주군이 공개적으로 신규핵발전소 자율유치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에 의견을 물었으나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주민 박아무개씨는 “울주군엔 6개의 읍과 6개의 면이 있다. 울주군으로선 원전 건설에 따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내심 반기겠지만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읍과 면에선 신규원전 유치에 냉랭한 분위기”라며 “지자체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울주군수 역시 대놓고 찬성하기 힘들 거다. 울주군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활성단층 14개
탈핵울산행동은 5·6호기 원전 추가 건설을 위해선 ‘방사선 비행계획구역’에 포함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시민들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란 원전에서 방사선 노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 물품, 대피로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을 말한다. 미국은 원전에서 반경 16㎞, 벨기에·독일·헝가리 등 유럽 국가는 20~30㎞, 일본은 30㎞까지 설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다.
고리·새울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30㎞ 기준)을 보면, 부산의 9개구(금정·해운대·수영·연제·동래·남·동·북·부산진)와 1개군(기장)이 포함돼 있다. 인구로는 235만명이다. 경남은 양산시(35만명)가 포함된다. 110만명 울산은 모든 지역이 포함된다. 울산은 월성·신월성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기도 하다. 복수의 원전단지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울산 전 지역과 경주시(24만명), 포항시(49만명) 지역 인구를 합하면 453만명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 30㎞ 반경에 살던 주민은 20만명이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원자핵공학 박사)은 “고리·새울 원전과 월성·신월성 원전에만 10여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원전 반경 30㎞ 이내에 수백만명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원전 사고 영향 평가를 해보면,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인구 밀집 지역인 울산에서 시민 대피 시간이 약 33.1~37.2시간으로 매우 길게 나타난다”며 “이는 시민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십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번의 징후가 나타나는 ‘하인리히 법칙’이 원전 사고에서도 소환되는 이유다. 2020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기록된 자료 조사를 보면, 1978년부터 2020년 9월11일까지 42년(약 504개월) 동안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고장’은 모두 760건이었다. 한달에 한번 이상 문제가 생긴 셈이다. 원전별로는 고리원전의 사고·고장이 313건(41.2%)으로 가장 많았다. 한 소장은 “고리 2호기에서 중대사고 발생 시 1주일 안에 죽음에 이르는 조기 사망자가 약 9.22명에서 최대 165명(부산 96명, 울산 69명)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는 큰 지진이 없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그래서 쓰나미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는데 규모 9.0의 거대 지진과 쓰나미가 와서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를 초래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당시 양산지진대층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는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지진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짚었다.
지난 1월 공개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1단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동남권엔 활성단층이 14개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활성단층이 곧바로 지진 위협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지각 변동이 있었다는 의미인 만큼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2016년 울산과 경주 지진이 계기가 됐다. 이 일대에서 규모 5.1과 5.8의 고강도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활성단층 분석에 나선 것이다.
1965년 미국의 클리퍼드 벡 박사는 21년 동안 미국 원전 246기의 원자로 및 원전 사고 기록을 분석한 뒤 ‘벡의 법칙’을 정리했다. 원전에선 △상상할 수 있는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며 △사고가 났을 때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시기·원인·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상상할 수 있는 사고’란 원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 사고를 말한다”고 했다.
바다 마을은 조만간 ‘원전 르네상스’와 ‘탈원전’이 충돌하는 ‘진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월의 바다 마을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울산/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G7, 일 수산물 수입금지 “즉시 철폐” 공동성명…중·러 겨냥
오사카서 무역장관회의 개최
일본 오사카에서 28일 개최된 주요 7개국(G7) 무역장관 확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외무성 누리집 갈무리.
주요 7개국(G7) 무역장관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의 대항 조치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중·러를 겨냥해 “즉시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주요 7개국 무역장관들이 29일 오사카에서 회의를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불필요하게 무역을 제한하는 어떠한 조치도 즉시 철폐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명시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두 국가를 염두에 두고 이 조처를 해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뒤 국제회의 성명에서 ‘수입규제 철폐’가 담긴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성명은 최근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를 활용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엔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사실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한 것과 관련해 즉각 철폐를 요구하는 반론 서면을 이 기구에 제출했다. 또 중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협력 틀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을 근거로 중국에 토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알셉에서는 수입 금지 등 무역 갈등이 생기면 당사자 사이에 토의를 요청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8월24일 도쿄전력이 오염수 바다 방류를 시작하자, 이에 대한 대항 조치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22.5%(2022년 기준)로 가장 크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이달 16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또 경찰로... "거짓부실 고발"
27일 고발장 제출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부산시·작성업체 대상
▲ 부산시의 대저대교 건설에 반발하는 환경단체.ⓒ 김보성
환경단체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낸 부산시와 작성 업체 2곳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원안 노선을 담아 환경부에 제출한 부산시의 평가서가 거짓·부실로 작성됐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전국 6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27일 부산경찰청을 찾아 "부산시가 재접수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 여부를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는 지난 11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평가서 자진 철회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지 2주 만이다.
재접수한 평가서 놓고, 환경단체의 법적 대응
시민행동은 부산시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박중록 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후속 조처가 없다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아무 대답이 없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모두 26장에 달하는 고발장에는 환경영향평가서의 여러 문제점이 언급돼 있다. 관통 지점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대모잠자리가 대거 분포하는데도 이와 다른 결론이 내려져 있고, 다른 희귀종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시민행동은 국립대 교수 등 전문가 조사 내용을 별도로 첨부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됐다면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라며 "경찰이 이를 철저히 수사하고, 환경청은 제대로 된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낙동강하구 새떼(큰고니와 오리들)ⓒ 오마이뉴스
지난 2019년에도 시민행동 등은 거짓부실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논란 끝에 이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부산시, 시민단체가 함께 대안 노선을 찾는 수순을 밟았지만 무위에 그쳤다. 4가지 안 도출에도 부산시가 경제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면서다.
이 때문에 대저대교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부산시는 여러 검토 끝에 원안 노선이 최적이라며 다시 이를 밀어붙이려는 태도다. 앞서 부산시 관계자는 "조속한 착공을 바라는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보호 대책도 검토해 평가서에 반영했다"라며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철새 서식지 파편화 우려에 대해선 애초 계획보다 교량의 높이를 낮추고, 대체서식지 조성과 보호구역 지정 등 대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단 반응이다. 시민행동은 "대시민 사과, 라운드테이블 개최를 통한 최적대안 노선 채택 약속이행"을 요구했다.
조만간 행정사무감사가 열리는 만큼 대저대교 사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공공성연대, 부산참여연대 등은 부산시의회 행감 의제 제안에서 대저대교를 난개발 분야의 네 번째 사안으로 제시했다. 시가 환경영향평가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지난 합의 파기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성(kimbsv1) 오마이뉴스
차오르는 지하수보다 쓰는 지하수가 더 많다···“돌이킬 수 없는 위기”
인도 펀자브주에서 지난 5월 한 남자가 지하수 시추기 뒤에 서 있다. UNU-EHS 제공
지구에서 지하 저수지 역할을 하는 ‘대수층’은 20억명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취수량의 70%는 농업에 사용된다. 그런데 세계 주요 대수층 37개 중 21개에서는 퍼가는 물의 양이 다시 차오르는 물보다 많다. 다른 자원도 아닌 물이 고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수층이 다시 차오르는 데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유엔 대학 환경·인간 안보 연구소(UNU-EHS)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3’ 보고서를 냈다. 올해 보고서는 인류와 생태계가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수 있는, 특히 파괴된다면 되돌리기 매우 힘든 ‘극적 전환점(티핑포인트)’이 될 재난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런 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70년대 세계 최대 대수층을 이용해 사막에서 작물을 키웠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세계 6위 밀 수출국이었다. 2016년, 사우디 정부는 밀 수확을 멈췄다. 사우디에서는 지하수가 ‘과잉 추출’되면서 대수층 80% 이상이 고갈된 것으로 추정된다. 14억 인구의 곡창지대인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 우물 78%는 과잉개발됐다는 연구도 있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날씨가 불규칙하게 변하는데 지하수까지 고갈되면 인류는 당장 식량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위험은 식량 시스템, 경제·의료시스템, 생태계까지 번진다.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강과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의 ‘멸종’이 빨라진다.
‘멸종 가속’ ‘우주 쓰레기’ ‘보험 못 드는 미래’라는 재앙을 겹쳐보면
보고서가 제시한 극적 전환점은 대수층 고갈만이 아니다. 생명의 그물이 끊어지고 있다. 지난 100년간 멸종된 척추동물은 400종이 넘는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손실된 숲은 3200만㏊로 추정된다.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수십 년 내 멸종될 생물 종은 100만에 달한다. 종을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한 종이 사라지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해달은 성게를 먹는다. 성게는 다시마를 먹는다. 다시마 숲을 은신처, 먹이 등으로 이용하는 동물은 상어, 거북이, 물개 등 1000여 종에 이른다. 해달이 멸종 위기에 이르면, 성게가 번성해 다시마 숲이 사라지고 1000여 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알래스카주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의 다시마 숲에 사는 해달. UNU-EHS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사라지는 빙하도 극적 전환점으로 꼽았다. 빙하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670억t씩 사라졌다. 보고서는 이집트 대피라미드 4만6500개와 맞먹는 양이라고 표현했다. 2100년까지 현재 빙하의 최소 50%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꼭대기에 얼어 있는 빙하는 ‘담수 창고’ 역할을 한다. 빙하가 단기간에 녹으면 하류에서는 홍수 위험이 커진다. 쓸 수 있는 담수도 꾸준히 줄어든다.
보고서는 이런 되돌릴 수 없는 극적 전환점 중 다수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근본 원인을 공유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세계의 소비 수요 압력을 ‘대멸종’, ‘지하수 고갈’, ‘우주 쓰레기 증가’의 공통 원인으로 봤다. 국제 협력 부족, 성장주의 등도 주요 원인이었다.
히말라야 지역의 산악 빙하. UHU-EHS 제공
공통의 원인으로 연결된 재난, 해결책은
재난은 또 다른 ‘사회 재난’을 만들 수 있다. 폭염이 과도해지면, 지역을 피해 이주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 지하수가 고갈돼도 이주가 늘 수 있다. 보고서는 “여러 재난은 공통의 원인을 통해서도, 유사한 영향을 통해서도 서로 연결된다”라며 “특히 재난에 대응할 수 없는 취약계층은 이런 위험을 온전히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순환’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고,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의 손실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오존층 파괴를 막아냈던 ‘몬트리올 의정서’처럼 구속력 있는 세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성장주의’ 신화를 벗어나 ‘웰빙’을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시민사회’와 ‘청년’의 역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권력이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시스템을 혼란에 빠트리기 쉽다”라며 “체제에 도전하고 변화를 외치는 시민사회나 청년들에게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확립된 시스템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티핑포인트’를 피하려면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이다.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간단하지만 심오하다.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경향 강한들 기자
바보야, 문제는 기업의 탄소배출이야
기후위기 강연을 마치고 나면, 청중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고기를 적게 먹고, 전기를 절약하며,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게 정말로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란하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애써 노력하고 있는 개인들에게 실상을 전달하는 게 괜스레 미안하기 때문이다. 지면을 빌어 고백하겠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개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국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탄소배출 상당 부분이 개인이 아닌 기업의 산업활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이 대기업들에서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배출량은 전체의 80%를 훌쩍 넘긴다. 환경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전기플러그 뽑기, 텔레비전 시청 및 컴퓨터 사용 줄이기, 물 절약 등 저탄소 생활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배출량의 약 1% 정도라고 한다. 환경부는 개인이나 가정에서의 저탄소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냈겠지만, 필자는 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1% 수준밖에 줄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경부 보도자료를 곱씹어 보면 문제 해결의 열쇠가 가정이 아니라 기업에 있음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의 실천으로 국가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근거 없이 말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런 캠페인은 의도했든 아니든 책임 있는 탄소배출 주체의 책임을 은근슬쩍 희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후위기 인식 수준과 해결 의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개인들의 넘쳐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열망과 에너지가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데 쓰일 수 있다면 당면한 기후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를 개인들의 눈에 더 잘 띄게 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핵심인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더더욱 그러하다. 일단 보여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집중하다 보면 결국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저탄소 인증’ 제도라는 게 시행되고 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 저감 노력을 기울이면 인증마크를 붙여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취지는 좋으나 인증기준이 너무 느슨하여 그린워싱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고, 또 무엇보다 홍보 부족으로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노력이 필요하다. 사실은 인증마크조차 너무 밋밋해 보였다. 왜 항상 친환경 마크는 눈에 띄지 않는 밋밋한 녹색에 평범한 디자인으로 표시되어야 할까? 친환경, 저탄소 제품들에도 사람들이 혹하는 멋진 디자인의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으면 안되는 걸까? 일단 눈에 띄어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이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들이 얼마만큼의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지 명확해질수록 미래를 위한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고, 선택받은 기업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숨어있는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으로 노력하는 기업들을 칭찬해 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우리 정부가 힘써 주길 바란다./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한겨레
‘정율성 공원 논란’ 보도가 불편한 이유
광주광역시가 올해 말까지 조성할 예정인 ‘정율성 기념공원’이 논란에 휩싸였다. 10월11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항일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의 북한·중국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광주시 등에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정율성 공원 논란이 중앙일간지 지면을 장식할 때, 나는 이인성 화백에 대해 공부 중이었다. 1912년생 대구 출신인 이 화백은 조선총독부에서 문화통치 일환으로 추진한 ‘조선미술전람회’ 수상 경력 등으로 인해 친일 논란이 있다(향토색이란 시골 경관에 담긴 고유의 정서를 말하는데, 조선을 아직 문명화되지 못한 곳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일본이 더 발전하고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이용되곤 했다). 대구 중구청에서 이인성 화백을 기리는 기념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동시대 화백인 이쾌대·이상춘 등을 함께 조명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다. 대구·경북의 독립언론 〈뉴스민〉은 역사적 사실과 기념관 건립의 효과를 과거 보도, 논문, 시민 반응을 통해 취재했다.
광주 남구 정율성로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이 한 보수 단체 회원에 의해 훼손됐다.ⓒ연합뉴스
지역언론은 과거사를 다룰 때, 기록자 역할에 충실한 태도를 취하려 노력한다.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역할 때문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지역언론 〈매일신문〉은 2013년 이쾌대 화백을 기획보도로 다뤘다. 이인성과 동시대 화백이지만 월북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인물이다. 그를 기리는 사업이나 활용에 대한 논의는 열어두면서, 인물의 행적을 짚고 유족을 인터뷰해뒀기에 10년이 지나 다시 그가 언급됐을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수도권도, 광주 주민도 아닌 처지에서 최근 정율성 논란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정확히는 서울에 본사를 둔 10대 일간지 등 중앙언론이 ‘정율성’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태도가 불편하다. 중앙언론은 역사 논쟁이 생길 때마다 이념 다툼과 정쟁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특히 〈조선일보〉는 자매지 〈월간조선〉과 함께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을 빌려 적극적으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율성뿐 아니라 김원봉, 윤이상 등의 인물과 관련된 지방정부 시설을 언급하고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꺼내 들었다.
지역의 역사 논쟁,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논의가 해당 지역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앙언론의 영향력이 월등히 큰 언론 환경에서 지역이 오랜 시간 한 걸음씩 밟아온 논의는 지워지고 좌우 흑백논리만 남는 게 문제다. 〈광주일보〉 〈전남일보〉 〈무등일보〉 등 지역언론은 논란이 일기 전부터 정율성에 대한 평가, 시민사회 활동, 유족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2005년 광주 남구청이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내에 찬반 여론이 있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정율성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지역 자원으로 활용하기까지 여러 논의가 이뤄졌다는 증거다.
정율성이 공산주의자였든, 국적을 변경했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광주시가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일도, 대구 중구청이 이인성 기념관을 만드는 일도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합의를 이뤄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할 일은, 갈등 중계나 조장을 지양하고 정파 저널리즘에서 탈피해 지역의 맥락과 논의를 함께 전하는 것이다. 중앙언론 입장에서 지역 뉴스를 꾸준히 취재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언론의 보도를 참고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지역에서 역사적 인물을 기념할 때 논쟁의 초점은 ‘이념’보다는 ‘생존’에 더 가깝다. 이인성 기념관 건립을 두고 인근 상인과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하는 반문이 대부분이었다. 공론장을 열어 논의의 폭을 넓히고,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념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역언론도 더 끈질기게 천착해야 한다. 대구에서도 훗날 이인성 기념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생각을 어깨에 얹고 ‘더 많이 읽고 만나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여전히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앙’의 역사 논쟁에 대응하는 일은 지역언론에 기회이자 의무이다./김보현 (〈뉴스민〉 기자/ 시사인
철거 vs 활용 의견 달라도 “여론 수렴 거쳐야” 한뜻[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8. 동서고가로 시민 토론회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인근을 지나는 동서고가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일보〉는 부산 동서고가로의 활용 여부를 놓고 시민이 참여하는 첫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부산 동구 부산일보사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부산진구청과 사상구청의 추천을 받은 동서고가로 인근 주민들을 비롯해 20~60대 10명이 참여했다. 철거와 활용을 주장하는 학계 전문가가 각각 발제를 하고, 이어 질의 응답과 토론이 자유롭게 오갔다. 참여자들은 “시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토론 과정을 최대한 거쳐서 결론을 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서고가로 인근 주민·전문가 등 10명 참석… 시민 참여 첫 공론화 자리
철거 찬성 주된 이유 ‘도심 단절 해소’… 존치 땐 관리 비용 눈덩이 우려도
“인근 사는 사람 생각이 가장 중요… 공원되면 조망권 침해·소음 어쩌나”
공원 활용 주장 전문가 도심 속 새로 생기는 10만 평 가능성에 주목
“경부선 지하화 해도 공원 생길지 의문… 동서 연결 새 구심점 기대”
■철거 측 “축소도시·주민 피해”
철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 발제는 동의대 신병윤 건축학과 교수가 맡았다. 신 교수는 “출퇴근을 위해 하루 최소 두 번은 동서고가 밑으로 다닌다. 고가도로가 하늘을 가리는 방해물이고, 답답하다는 걸 느낀다”며 “도심 단절 요인 제거를 위해 철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구가 감소하는 부산의 도시계획 방향으로 ‘축소도시’를 제시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공공시설물을 관리할 여력이 안 돼 붕괴된 터널이나 도로, 다리 등을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서고가로를 공원으로 만든다고 하면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도시의 밀도를 채우기보다 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구 주례동에 사는 강해원 씨는 “그동안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를 많이 받았다”며 “공원으로 만들면 빛 공해, 음주와 고성방가 등 소음 공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당감동에 거주하는 박정석 씨는 “중요한 건 주민 생각이다. 햇볕도 안 들어오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도심을 단절시키고 있는데, 굳이 그 위에 공원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철거를 주장했다.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안도영 씨는 “고가를 존치시켜 활용한다면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그 기한이 궁금하다. 그에 따라 철거나 활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질문했다.이에 대해 신 교수는 “콘크리트의 내구성은 100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사례를 봐도 100년 넘게 튼튼하게 유지 중”이라며 “동서고가로도 복잡한 설비가 따로 없고, 100년은 충분히 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활용 측 “명소화·재개발 도움”
활용이 필요하다는 쪽의 전문가 발제는 부산대 우신구 건축학과 교수가 맡았다. 우 교수는 “14km 구간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면 10만 평 정도 된다. 가용용지가 부족한 도심에 폭 20m의 넓고 긴 땅을 갖게 되는 건 엄청난 가능성”이라며 “산책로, 자전거도로, 개인형 이동수단(PM) 전용도로 등 뭐든 할 수 있는 빈 땅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가를 철거하면 미관이 개선되는 데에서 그치겠지만 이를 활용하면 지역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당감동과 주례동 일대는 노후 주거지로 인식돼 있지만, 고가가 개발되면 현재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간이 생기면 주변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사는 전선민 씨는 “부산에서 유아차를 끌거나 자전거를 탈 공간, 휠체어를 타는 교통 약자가 마음 편히 이용할 공간이 없다”며 “고가가 철거된다 해도 보행자 중심의 공간이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공원이 되면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도영 씨는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해도 과연 인근 주민을 위한 공원이 얼마나 생길까 의문”이라며 “고가를 공원으로 활용하면 동서를 연결하는 새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제구에 사는 김상희 씨는 “14km 길이의 거대한 고가 구조물이 자전거도로나 공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상상이 즐거웠다”며 “신 교수의 축소도시 방향에도 공감하기 때문에 끊임 없는 재개발, 재건축보다는 시민이 사는 공간이 안락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동서고가로 시민 토론회’가 지난 19일 부산일보사 4층 회의실에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대심도 도로 개통 이후 14km에 달하는 동서고가로 활용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이 이런 공론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찬 기자 chan@
■“공론화 필요”엔 한목소리
사하구 주민 이동혁 씨는 두 전문가에게 재치 넘치는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고가도로에서 떨어져 사는 입장에서는 존치해 활용하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를 비우는 것 또한 우리의 숙제라는 말에도 공감한다”며 “두 전문가는 각자 어떤 말을 들으면 철거와 활용이라는 기존 입장이 바뀔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고가를 살려 놓으면 부산이기에 가능한 재미있는 공간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절충안이 가능하다고 하면 서면에서 북항까지 이어지는 곳은 보행길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우 교수는 “만약 주례동과 당감동 일대 주거지가 재개발 없이 현재 상태로 유지된다면 일조권 피해 등을 고려해 철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러나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공원화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철거냐 활용이냐를 결정하기에 앞서 충분한 토론과 시민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부산진구에 사는 대학생 임수정 씨는 “가장 중요한 건 인근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철거에 손을 들겠다”면서도 “부산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인 만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정구에 사는 대학생 박수현 씨도 “굳이 공원을 만든다면 주변에 피해 주민이 없는 구간을 활용하면 어떻겠냐”며 “공론화를 통해 주민과 소통 기회가 늘어가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해원 씨는 “다른 공청회에 가보면 공청회 자체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라며 “철거를 하든 공원화를 하든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선민 씨도 “도시계획에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게 있다. 전문가와 공무원, 시민이 참여해 최상의 플래닝을 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해 부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 동서고가가 가지는 특성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볼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늦어지고 색감도 안좋은 단풍…“기후변화 영향”
올해 단풍은 9월 말 설악산에서 시작했는데 붉은 가을 빛을 볼 날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갈수록 단풍 시기가 짧아지고, 색감도 예전만 못해서 아쉽다는 분들 많은데 이것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리포트-속리산에 깃든 단풍이 화려한 비경을 자아내고 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나들이객들이 북적입니다.
[양동자·정보경/인천시 가정동 :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릴때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왔었는데, 그 기분이 다시 드는 느낌?"]하지만 숲길에서는 색감이 옅은 단풍 뿐 새빨간 단풍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을 초입새 건조한 날씨속에 단풍이 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잎들도 많습니다.
[고향숙/대전시 어은동 : "단풍나무가 한 10그루가 있으면 거의 6그루 이상이 말라서 그냥 비틀어져 버리더라고요. 어릴 적에 봤던 단풍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달라진 기후 탓입니다. 단풍이 잘 들기 위해서는 한 두 달 전후로 서늘한 기온이 가장 중요한데요. 하지만 폭염의 여파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산 풍경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달 속리산이 위치한 충북 보은 지역의 평균 기온은 21.4도로, 평년보다 2.4도나 높았습니다.
덩달아 단풍 시작일과 절정 시기 모두 평년보다 5일 더 늦어졌습니다.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유명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1990년에 비해 최대 13일 늦어졌습니다. 10월 막바지지만 속리산을 비롯한 주왕산, 무등산 등 일부 유명 산들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김현주/속리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 : "작년보다는 단풍이 늦고요. 아직 단풍이 물이 들고 있어서 돌아오는 주말에 가장 예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잦은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에 이어 단풍까지, 기후변화가 주는 경고음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소영입니다.
주민 지키고 기후도 살리는 오래된 지혜…해안숲을 되살려라
완도금일 명사십리 해안선. 녹색연합
견고한 푸른 벽은 아름다웠다. 소나무 숲이 큰 대열을 이루어 바다를 가로막아 섰다. 국내의 해송림 중 가장 잘 자란 숲을 찾았다. 전남 완도군의 월송리 해송림이다. 이 숲은 선조들이 재해·재난에 대한 경험과 지혜를 응축하여 키워낸 숲이다. 해안을 따라서 아름드리 해송림이 생태축처럼 연결되어 있다.
월송리 해송림은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태풍, 해일, 풍랑 등 바다로부터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하였다. 100~200년 내외의 우람한 곰솔(해송)은 약 1km 가량 해안을 따라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하듯 버티고 서 있다. 월송리 해송림은 국내의 해송림 중 수목의 나이가 가장 오래된 숲이다. 남해안을 비롯하여 동해안과 서해안의 해송림 중 면적이 더 넓은 곳은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해안 숲의 경관을 유지한 해송림 중에는 월송리 해송림이 가장 오래된 곳이다.
1980년대 후반 즈음엔 관광객의 증가로 일부 훼손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해안림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면서 완도군과 지역주민들이 보전에 나섰다. 마을청년회를 중심으로 여름철 방문객이 많을 때는 적절한 관리를 하면서 보호하고 있다.
방재를 위해 숲을 가꾸는 것은 도서 연안을 터전으로 삼은 조상들의 생존전략이자 지혜였다. 2000년 이후 태풍을 비롯하여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등 국내외 해안 지역의 재해 피해가 늘어나면서 도서 연안 해안숲의 가치와 기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도의 월송리 해송림과 약 700~2000m 가량 떨어진 인근에 금일 ‘명사십리 해변’이 있다. 이 곳은 해안사구가 크고 넓게 발달한 해변이다. 이곳은 2010년 전후엔 이름난 해수욕장으로도 각광받았다. 이 곳에서도 기존 해안림의 훼손된 곳을 중심으로 도서 연안 산림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작년인 2022년까지 15년 동안 도서 연안 산림복원 사업이 이뤄졌다.
완도금일 명사십리 해안선. 녹색연합
금일 명사십리 해안의 길이는 약 2km이며, 폭이 넓은 곳은 250m 가량 되는 곳도 있다. 파도가 이어지는 바닷부터 사빈, 사구, 해안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서남해안의 해안의 전형적인 생태적·지형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70~1990년대까지 무분별한 이용과 개발 등으로 인해, 기존 해안림 중간중간 훼손되어 방치된 곳들이 눈에 띈다. 2008년부터 3년간 해안 숲 복원 사업이 진행됐다. 과거 1960~70년대 해안방재림 개념으로 소나무를 심었던 현장을 중심으로, 바닷가쪽 사구 일대에 다시 해안림을 복원한 것이다. 모래 침식과 유실로 사라져가는 해안에 난대림의 대표적 자생수종인 해송, 해당화, 동백 등 8종을 심었다. 전체 심은 나무는 약 11천여그루 가량이었다.
이후 관리를 하면서 2022년에도 연안 산림복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동백나무, 가시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난대수종을 식재했다. 기존 해송림에서 난대림으로 복원의 방향을 개선하는 접근이었다. 해안숲을 곰솔(해송) 즉 소나무과의 수종으로 조성할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피해에 취약하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취약하다. 그래서 주변의 자생수종인 난대수종을 중심으로 해안 숲의 복원을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남해 물건리 어부림. 녹색연합
도서 연안의 산림생태복원은 오랜 시간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태풍의 최일선 남해안에는 과거부터 해안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노력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남해 물건리 어부림이다. 한국의 대표적 해안림으로 1959년에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었다. 조상의 지혜로 바다의 노여움을 지켜낸 대표적 현장이다. 물건리는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자 쉼터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기후위기 기록단이 영상을 찍기 위해 찾아갔던 지난 늦여름, 오후 2~3시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면 60~70대 주민들이 한 두분씩 물건리 해안림 안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건 어부림은 길이 750m이며 너비는 40m 내외로 키큰 나무, 즉 교목의 높이는 15m내외다. 낙엽 활엽수인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무환자나무 등과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바다를 보면서 난대수종과 활엽수종이 어우러진 숲터널을 거닐 수 있는 곳은 물건리가 거의 유일하다.
1933년 큰 폭풍이 닥쳤을 때, 이곳의 피해는 이웃 마을에 비해 아주 적었다. 그 이후 물건리 주민들은 열과 성을 다해 어부림을 지키고 있다. 물건리 어부림은 300년 된 숲으로 도서 연안 산림의 보호와 복원에서 현장의 교과서이자 지침서가 되는 곳이다.
해안에 숲을 잘 조성하면 재해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재해 방지의 기능은 숲의 높이와 길이에 따라 10배에서 25배까지 나타나는 것을 알려진다. 해안숲 배후의 보호되고 있는 농경지의 수확량도 20%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로부터 날아오는 염기와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부산 녹산산단 앞 전경. 녹색연합
대도시에서도 도서 연안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오션시티다. 이 곳은 부산 강서구의 해안지역으로 재해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2010년 전후부터 해안 숲 복원이 진행되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극심한 피해를 입어 부산시와 지역주민들과 협력하여 해안 숲을 조성했다. 재해 방지와 함께 도시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은 태풍 해일, 풍랑, 염해 등으로부터 생활공간을 지키기 위한 숲으로 조성됐다. 10.3ha 규모로 길이 2.3㎞에 폭 50m 규모. 해안 매립지역 내부의 택지를 바다에서 감싸는 형태로 숲을 일구었다. 해안을 따라서 생태축처럼 해안림을 복원한 것이다. 2012년 태풍 덴버로 강서구 해안가인 명지오션시티와 신호단지 등지에서 많은 나무가 쓰러졌다. 하지만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 복원 지역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부산 강서구의 명지오션시티 해안림. 녹색연합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은 생태공원과 근린공원 기능을 동시에 구현 하고 있다. 숲속과 숲 둘레를 따라서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주민들이 걷고 뛰면서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다. 국내 주요 대도시에서 평지 숲속을 2㎞이상 거닐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도서 연안의 숲은 해양생태계와 산림생태계가 만나서 양쪽 생태계를 연결하는 생물다양성의 거점이다. 독특하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가 된다. 그간 각종 개발로 도서 연안의 해안 숲이 많이 훼손되었다. 이제라도 재해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생활공간을 지키는 해안숲의 보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부산 강서구의 명지오션시티 해안림. 녹색연합
서재철 기후위기영상기록단/ 한겨레
국가습지 상류에 카누장? 영산·황룡강 개발안 발표 ‘시끌’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 새로운 미래 비전”
환경단체 “장록습지 주변 환경훼손 우려”
2018년 4월 찍은 장록습지 모습. 뒤쪽으로 광주공항이 있다. 환경부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영산강·황룡강 권역 와이 프로젝트’가 용역안이 나온 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영산강 수질개선 방안과 강변 숲길 구상이 담긴 것에는 반응이 긍정적이지만, 장록국가습지 상류구간의 카누장 등 수상레저시설 설치 계획에 대해선 불필요한 토목사업이란 비판이 만만찮다.
30일 광주시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주 처음 공개한 ‘영산강 100리길, 와이 프로젝트’에는 영산강 물관리와 생태관광 거점 조성 등의 구상과 20개의 구체적인 사업이 담겨 있다. 와이 프로젝트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광주 미래 비전을 그리겠다”는 민선 8기 핵심 공약 사업으로, 영산강과 황룡강 합류 지점의 모양이 영문 와이(Y)자 형태인 것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
와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광주시는 영산강 수질 개선과 체험형 레저시설, 황룡강 수상레저시설, 걷고 싶은 강변 100리길 등을 추진하기 위해 2026년까지 3785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집라인 등 관광레포츠 사업엔 민자 유치도 검토한다는 게 광주시 구상이다.
하지만 생태·환경전문가들은 “와이 프로젝트는 생태가 빠진 사실상 토목사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는 2030년까지 영산강 광신보~덕흥보(2㎞) 구간에 하상 여과시설과 습지 9곳을 추가로 보강해 수질을 2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과 함께, 상류인 북구 산동교 구간에는 1만㎡ 규모의 자연형 물놀이장과 인공서핑장을 짓는 등 대규모 놀이시설 등을 조성하려고 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생태 무늬를 띤 개발사업 위주인 점이 아쉽다. 물 이용계획 중심의 개발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 중심의 미래도시 광주’라는 비전을 제시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필순 광주시의원은 “영산강 수질 개선과 강변 숲길 조성, 마한문화권과의 연계 등 다층적으로 기획한 점이 눈에 띈다”면서도 “영산강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번영의 미래도시 비전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군공항 부지에 대한 구상이 빠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장록국가습지의 상류 구간에 각종 시설을 설치할 경우 하천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2008년에 4대강 사업으로 장록국가습지가 원시성을 상실한 뒤 자연성을 회복하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배후습지로 남겨둬야 할 하천 둔치에 물놀이장, 카누선착장, 클라이밍장과 하천 양안에 자전거도로, 테마정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은 생태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신활력추진본부 쪽은 “산동교의 각종 시설에는 수돗물을 공급할 예정이고, 시설에 사용된 물은 여과장치를 통해 배출하기 때문에 하류의 영산강 수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장록국가습지 인근에 있는 송산유원지에는 과거 오리배를 띄웠는데, 카누는 오리배보다 훨씬 환경훼손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기회의 땅’ 극지 개발이 미래 먹거리다
자원의 보고로 중요성 커져…정부, 연구개발비 오히려 삭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극지연구소 제공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寶庫)’, ‘기후변화의 최전선’, ‘인류 생존의 열쇠를 품은 공간’….
남극과 북극 등 극지의 가치와 중요도를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극지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노력에 따라 미래 극한 기술을 개발하고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동시에 세계 각국의 기술 패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한국도 오래전부터 잠재적 미래가치가 풍부한 극지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내년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연구개발 활동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 삭감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극지 연구개발 예산, 얼마나 깎였나
내년도 극지 연구개발 예산은 당초 정부 계획 대비 70% 가까이 삭감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11일 과기정통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극지 연구 중기재정 계획 및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당초 1058억원으로 계획됐던 내년 극지 연구개발 예산은 최근 정부 부처 조정을 거친 후 710억원(67%)이 삭감돼 348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예산(691억원)과 비교해도 절반(49.6%) 수준에 그친다.
주요 항목별로 보면, 극지 생물에서 항생제나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을 찾아내 실용화까지 추진하는 ‘극지 유전자원 활용기술 연구개발’ 사업이 당초 61억원에서 4억원으로 57억원이 삭감됐다. 극지연구소가 단독으로 입찰에 응했다는 이유에서 93%를 깎은 것이다. 해수부는 예산 삭감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비효율적 요소를 줄이고 투자를 강화한 차원”이라며 “극지연구소는 극지의 유용한 물질을 확보하고 그 기능을 규명하되, 실용화 단계는 전문성 있는 유관기관에서 추진하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극지에서 확보한 자원을 활용해 치매 치료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역할만 하고, 독성 실험과 생산공정 확보 등 실용화 추진은 유관 전문기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극지 연구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찬대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20년 2차 재공고까지 진행됐음에도 전문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문턱이 높아 어떠한 기관도 신청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 극지 연구를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단독 선정됐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극지 연구활동은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기본으로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삭감된) 극지 유전자원 활용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극지연구소는 2021년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극지에서 연구활동을 진행했고 실용화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연구개발을 진행한 국내 연구소가 최종적으로 실용화 결실을 보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삭감 조치는 상당히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과학기지 전경 / 극지연구소 제공
장보고과학기지 전경 / 극지연구소 제공
내년 741억원으로 계획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은 정부안에서 560억원이 삭감돼 181억원으로 편성됐다. 2번째 쇄빙연구선을 만드는 것이 골자인 이 사업은 2027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북극점을 포함한 북극해 국제공동연구를 주도하기 위해 계획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극지 활동 진흥 기본계획’에서 2774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1만5000t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본계획은 남극과 북극 등에서의 과학연구, 경제활동, 국제협력, 인력양성 등 극지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첫 법정 기본계획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당시 기본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 나설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극지 활동의 세계적 선도국가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보유 중인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6950t급)로는 얼음이 두꺼운 고위도 북극해까지 진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그러나 1.5m 두께의 얼음을 3노트(5.6㎞/h)의 속도로 깰 수 있어 아라온호가 진입하기 어려웠던 북위 80도 이상의 북극해까지 운항할 수 있다.
해수부는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고 연차 투입 계획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쇄빙선 건조 계획을 밝힌 지 1년도 안 돼 편성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사실상 사업의 백지화를 의미한다”며 “해수부 주장대로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고 연간 투입 계획을 조정했다고 해도 사업 차질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지 연구개발이 중요한 이유
극지 기후변화는 전 세계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북극의 찬 공기를 막고 있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폭염과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 2018년, 한반도는 사상 최장의 여름철 폭염일수(39.3일·평년 14일)를 기록했다. 남극 빙하가 전부 녹았을 때 전 지구 해수면이 약 58m 상승해 한국의 서울이 침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거 기후 변천사를 확인하는 일도 극지에서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빙하와 해양퇴적물에 담긴 온실기체, 미생물 등의 과거 기록을 통해 수천, 수만년 이전의 기후변화를 분석·확인할 수 있다.
극지가 품은 자원량은 방대하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많은 어종이 이미 서식처를 북쪽으로 옮기고 있다. 2050년에는 북극해 주변 어획량이 전 세계의 39%를 차지할 정도로 늘고, 어종도 2.5배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현재 전 세계 미발견 천연가스 30%와 가스하이드레이트(불타는 얼음) 20%, 석유 13%가 북극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극항로 선점 여부도 중요하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다얼음이 녹아 이전에 없던 북극항로가 새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해수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동항로(NSR) 이용 시 한국에서 유럽까지 운항일수가 최대 15일 단축(7000㎞)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주요국은 극지를 선점하기 위해 과학연구와 기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남극에 기지를 둔 국가는 모두 30개국이다. 주요국 중 미국은 연간 평균 5000억원을 남극 연구개발 활동에 투입한다. 중국은 극지 연구를 국가 7대 전략 과학기술로 선정하고, 매년 7% 이상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 1986년 남극의 평화적 목적 사용 등을 골자로 한 남극조약 가입을 기점으로 극지 연구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988년 2월 세계에서 18번째이자 한국 최초의 남극기지인 세종과학기지를 서남극 킹조지섬에 건설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2002년 4월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 니알슨(북위 78도)에 북극 현지 연구소인 다산과학기지를 건립했고, 2009년 11월엔 헬기와 바지선, 각종 장비 등을 탑재하고 항해할 수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건조했다. 2013년 5월엔 북극 개발을 주도하는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해 북극 개발과 관련된 북극이사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게 했다. 2014년 2월엔 동남극 테라노바만에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제도 정비도 진행됐다. 2021년 10월 극지에서의 과학연구와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극지활동진흥법’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해수부는 5년마다 극지 활동 기본 방향과 연구 목표, 재원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극지 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행계획을 매년 마련해 수행한다.
이러한 노력 덕에 거둔 성과들이 많다. 2014년 9월 북극 해빙 감소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냈다. 또 2020년 2월 남극 빙하의 (얼음이 녹는) 용융 현상을 늦추는 빙붕의 역할을 규명했다. 남극대륙은 수백m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빙붕이 따뜻한 바닷물의 남극 유입을 막아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극지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단순히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도 하락과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지 연구개발에 참여해온 한 관계자는 “극지는 각국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는 곳이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곳이다. 예산 삭감으로 연구개발 경쟁력이 저하되면 국가적 신뢰와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예산을 줄일 게 아니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서울시-생명의숲,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 업무협약
서울시는 사단법인 생명의숲과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30일 체결했다.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는 올해 5월24일 시가 발표한 '정원도시 서울' 정책과 관련해 시민 참여를 통해 녹색 활력이 넘치는 정원도시 서울을 함께 만들기 위한 대표 캠페인이다. 시가 직접 부지를 찾아 제공하며 시민이 희망하는 대상지와 수종을 선택해 직접 심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 도시숲(정원) 조성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 지원 ▲ 시민참여 등 녹색문화 확산을 위한 정보 교류와 대외 홍보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시는 생명의숲과 함께 내 나무 갖기 신청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민 참여 식재 행사 등을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을 하반기 추진한다.캠페인은 이날부터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우선 참여할 수 있고 추가 대상지는 차례로 안내될 예정이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양 기관은 나무 심기의 공익적 가치를 공유하고 정원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찾고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진정한 정원도시 서울에 한 발짝 나아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eun@yna.co.kr
댐 10개 더 지어 가뭄 해결? 환경부의 무책임한 계획
신규 댐 건설 추진 중인 환경부... 가뭄 해결 위해선 '해수담수화' 등 근본적인 대안 찾아야
▲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주암댐. 댐 건설 더 한다고 물이 채워질까?ⓒ 강제윤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따른 물 부족 대응책으로 다시 또 대규모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환경부는 향후 신규 댐 10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 신규 댐 수요 조사 때 댐 건설을 신청한 지역도 15곳이나 된다. 그런데 물 부족 해결에 과연 댐 건설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이어진 완도, 신안 지역 섬들을 비롯한 광주 전남 내륙지방의 극심한 가뭄과 올 8월 수도권 집중호우의 원인이 기후위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온 뒤, 환경부는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원도 지난 8월, 2031년부터는 매년 최대 6억2600여 만 톤의 물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 부족 예측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긴급히 전국 10곳의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리모델링을 위한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에 93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지 5년 만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댐 건설은 "토건이 아니라 물복지"란 주장까지 나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토목공학과)는 "그동안 '토건 사업'이란 비판에 신규 댐 건설이나 보 사업이 주춤했지만 기후위기를 맞아 이제는 복지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물 관리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많은 언론들도 댐 건설을 추진 중인 외국의 사례를 들며 더 많은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섬 물 부족은 기후위기 탓이 아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따른 물 부족 사태 해결이 신규 댐 건설로 가능할까? 최근 필자는 인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열린 '기후 위기 시대 섬지역 지속 가능한 물공급 및 관리 방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바 있다. 필자가 제시한 섬 지역 물 문제 해결 방안은 상수도, 관정 등 기존의 물 공급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되 보조 수단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론회는 '기후위기 시대 섬 지역 물 문제 해결 방안'이란 제목이 달렸지만 실상 섬은 기후위기와 무관하게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려 왔다. 기후위기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이 더 큰 이유였다. 우리나라 전체 463개의 유인도 중에서 120개나 되는 섬이 아직도 상수도 시설이나 해수담수화 시설도 없이 관정이나 샘물, 빗물, 개울물 등에 의존하고 있다. 식수 운반선에 의지해 물을 공급받고 있는 섬도 23개나 된다. 이런 열악한 섬의 물 공급이 어찌 기후위기 탓이겠는가? 그냥 섬 소외 탓일 뿐이다. 어떤 지자체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섬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해주겠다고 해도 거부한다. 운영비를 대기도 싫고 관리도 귀찮기 때문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고장 났는데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같은 이유에서다.
▲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소안도 댐ⓒ 강제윤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전남 내륙지방과 남도의 많은 섬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다. 광주, 여수, 순천, 광양 등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총 저수용량 4억 5700만 톤의 주암댐마저 바닥을 드러내 저수율이 21%로 떨어지기도 했다. 화순 동복호도 저수율이 18%까지 떨어졌다. 광주시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히 영산강 물을 하루 3만 톤씩 끌어와 활용했다. 완도의 섬 넙도는 올 3월 31일까지 317일간이나 제한급수를 했다. 그 밖에도 완도와 신안 지역 많은 섬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1일 급수 6일 단수까지 가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 많은 섬과 내륙의 댐들이 바닥을 드러내자 댐이 있어도 속수무책이었다.
기후위기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 저수용량 4억 5700만 톤이나 되는 대규모 댐도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다시 신규 댐 건설과 댐 규모 확장을 물 부족 해결 대책이라 주장하는 환경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내륙이든 섬이든 아무리 댐이 크고 많아도 극심한 가뭄이 찾아오면 대체 댐의 물은 어디서 끌어다 채울 셈인가? 채울 물이 없는데 댐이 무슨 소용인가? 전 국토를 다 댐으로 만든다 해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댐은 결코 물 부족 사태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댐을 채울 빗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물공급 시스템은 그대로 활용하되 부족분에 대해서는 댐 건설이 아니라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댐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보완재가 있는 것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는가?
기후위기든 아니든 지구상의 물 총량은 변함이 없다. 홍수가 나도 극심한 가뭄이 들어도 지구상의 물은 늘 같은 양이 존재한다. 그저 같은 양의 물이 순환할 뿐이다. 그런데 지구의 물 거의 전부는 바다에 있다. 지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는데 이중 97%가 바닷물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담수 중 2%는 빙하나 빙산 등으로 있어 활용가능하지 않다. 인류가 활용 가능한 담수는 전 지구상 물의 단 1%에 불과하다. 담수에만 의존하면 기후위기가 아니라도 인류는 이미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후위기 전에도 지구에서 식수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한 해에 340만 명 이상이었다. 또 UN 세계수자원개발 보고서는 벌써 20년 전인 2003년에 이미 2050년까지 적게는 48개국 20억 명, 많게는 60개국 7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런 전지구적 물 부족 사태가 댐을 만든다고 해결되겠는가? 지구상 물의 1%에 불과한 담수만을 고집한다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지구 물의 97%나 되는 바닷물 사용만이 궁극적 해결책이다. 불안한 바닷물을 어찌 먹느냐고? 담수 또한 바닷물의 증발과 순환으로 형성된 것이다. 바닷물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담수 또한 안전할 수 없다. 한국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3면이 바다임에도 우리는 그동안 해수담수화를 등한시하고 그저 주야장천 댐 건설만을 해왔다. 해결 가능한 방법을 두고 불가능한 방법만 따라다녔다. 이제는 인식도 정책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기후위기든 아니든 우리가 물 부족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국내최초 해수담수화 선박ⓒ 강제윤
세계 담수화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200만 명이 하루 사용 가능한 1일 60만 톤 물 생산 가능한 해수담수화 시설 건설 중이다(2025년 완공 예정). 이스라엘 소렉(Sorek) B플랜트는 연간 생산능력 2억 톤의 해수담수화 설비를 통해 하루 75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남 서산시 대산 산업단지에 GS건설이 1일 10만 톤 규모의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뜨거운 맛을 본 전남도에서도 완도군 넙도·소안도·금일도(평일도)와 신안 증도 등 4개 섬 지역에 긴급하게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 중인데 넙도는 2023년 6월 완공됐다.
기재부가 인용한 글로벌워터마켓(GWM)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수처리 시장은 2025년이면 약 100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런데 환경부는 대체 언제까지 댐 건설만을 유일한 해결책이라 주장할 셈인가? 극심한 가뭄이 들자 채울 물이 없어 무용지물이 됐던 댐들을 보고도 신규 댐 건설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환경부는 더 이상 댐 건설이라는 낡은 해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기존 댐을 파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의 댐은 적극 활용하되 극심한 가뭄이면 무용지물이 되는 신규댐 건설보다는 더 안정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구상 물의 97%나 되는 해수의 담수화가 가장 유력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보험보다는 두 개가 더 낫지 않을까? 표층수와 섞이지 않아 안전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데다 채취 과정에서 오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매장량이 무제한인 해양 심층수 개발에 더 적극적인 투자도 또 하나의 해법이다. 댐건설과 유지 예산을 이런 대안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물 부족 사태의 더 근본 해법이 되지 않겠는가?/강제윤(bogildo) 섬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원전·난개발' 등 쏟아지는 부산시의회 행감 의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도 기자회견 열어 6개 분야 15개 제안
▲ 본회의를 열고 있는 부산시의회 모습.ⓒ 김보성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룰 6개 분야 15개 의제를 부산시의회에 제안했다. 부산참여연대·공공성연대 등에 이어 두 번째인데 기후위기와 노후원전 대응 문제, 부산시 시책, 난개발, 지역화폐 등 현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국힘 다수 부산시의회 두번째 행감... 제안 의제만 48개 https://omn.kr/264gn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산YMCA, 부산YWCA, 부산민예총,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지역의 11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아래 부산시민연대)는 30일 부산시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 관련 의제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주 23일 시민사회·공공·교육·여성·탈핵 등 7개 단체가 이번 행감에서 11개 분야 48개 의제를 제시했고, 이어 지역의 대표적 연대체 중 하나인 부산시민연대도 운영위 회의를 거쳐 행감 대응에 나섰다.
20여 쪽이 넘는 자료의 맨 앞에는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 등 기후위기 대처와 오페라하우스 건립 지연 논란 등이 자리했다. 시민안전 분야로는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 저지, 일본 오염수 문제 등이 언급됐다. 도시개발에서는 황령산 유원지 철회, 공공기여협상제 개선 등의 요구를 담았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제고, 동백전 예산 확대, 부울경경제동맹 법적 지위 확보, 시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 등은 교통과 지역경제·노동 사안 의제로 포함했다. 부산항 1부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선 역사성과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보름 부산경실련 의정평가팀장은 이번 행감이 의회의 역할을 다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주 내로 각 상임위에 제안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 의회 다수라고 해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분명히 따져 물어야 한다"라고 제대로 된 견제, 감시를 주문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316회 임시회에서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 결정의 건'을 네 번째 안건으로 올려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내달 7일 317회 정례회를 연 뒤 8일부터 올해 박형준 부산시장 행정 전반에 대한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추경 예산과 2024년도 예산안 심의도 진행한다.
국회의 국정감사와 닮은 꼴인 시의회의 행감은 지방의회가 가지는 강력한 권한이다. 지방자치법 49조 등은 지방의회가 매년 1회 14일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시정 요구는 지자체장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김보성(kimbsv1) 오마이뉴스
재앙적 기후변화 임박…“지구 온도 1.5도 상승, 6년도 안 남아”
1800년대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 시기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학자들 “2029년 초”
2021년 유엔 IPPC 전망보다 3년 앞당겨져
미국 인디애나 주 피터스버그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3년 10월 25일 촬영. AP 연합뉴스
지구의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넘게 올라가는 데 앞으로 6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로빈 램볼 등 기후학자들은 30일 저널 ‘자연기후변화’에서 “온실가스가 지금 추세로 배출되면 지구 온도가 2029년 초를 전후해 1800년대보다 1.5도 이상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전망은 지구온도가 1.5도 상승의 문턱을 넘어서는 시점을 과거 예상보다 3년 남짓 앞당긴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PC)는 지난 2021년 이 시점을 2032년 중반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구온도가 산업화가 시작된 1800년대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재앙적인 기후변화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엔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은 온도 아래로 묶어놓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지구 온도는 지난 10년 동안 1800년대보다 1.14도, 지난해엔 1.26도 올라갔고,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구온도 상승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 빨라진 건 역설적이게도 대기질의 향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석연료 등을 태우면 그을음이나 분진 등 이른바 ‘에어로졸’이라고 부르는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이들 미세먼지는 태양빛을 가려 지구를 덜 뜨겁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대기질 개선이 이뤄져 에어로졸의 대기 농도가 줄어들면서 이런 지구냉각 효과가 감소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올 초 기준으로 남아있는 ‘탄소예산’이 2500억톤이라고 추산했다. 탄소예산이란 지구온도를 50%의 확률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은 수준에 묶어두면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말한다. 현재 대기에 배출되는 탄소는 1년에 400억톤 정도이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탄소예산이 모두 소진되기까지 올 초부터 따져 6년 조금 더 남았으며, 지금부터 기산하면 6년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이런 추산은 지난 2021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탄소예산을 5000억톤으로 추산한 것에서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로빈 램볼 교수는 “이는 6년 뒤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는 뜻이 아니지만, 우리가 이미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추세에 있지 않다면 지구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막는 건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탄소예산이 2029년 소진되더라도 곧바로 지구온도가 1.5도 넘게 올라가는 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은 이보다 더 빨리 올 수 있고 몇 년, 심지어 10년 이상 지체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지구온도 상승 한계를 2도까지 허용하면 탄소예산이 1조2200억톤으로 늘어나며 앞으로 30년 더 여유가 있게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또 다른 공동저자인 리즈 대학의 기후학자 크리스토퍼 스미스는 “지구를 구할 시간이 6년 남았다고 해석하지 않길 바란다”며 “우리가 지구온난화를 1.6도나 1.65도 상승에서 막는다면 그건 2도 상승보다는 더 좋은 일이다. 우리는 소수점 이하 온도를 위해서도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낙동강 수돗물에서 발암물질 검출, 영남인들은 2등 국민인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수돗물 안전 대책 마련과 4대강 보 개방 촉구 "강의 자연성 회복해야“
▲ 낙동강네트워크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돗물의 안전한 대책을 촉구했다.ⓒ 조정훈
대구와 경북 고령에 공급하는 일부 수돗물에서 기준치(0.1ppm)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 검출 논란)
낙동강네트워크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대책기구 마련과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맹승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지난 8월과 9월 대구와 경북 고령군 수돗물 일부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최대 1.7배까지 넘어섰다고 밝혔다. 맹 교수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A정수장의 경우 수돗물을 공급받는 8개 지점 중 4개 지점에서 기준치(0.1mg/l)를 초과한 0.105~0.129mg/l가 검출됐고, 고령군의 C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8개 지점 모두 0.106~0.17mg/l가 검출됐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 8월 매곡정수장을 통한 관말(가정집 수도꼭지) 수치가 0.085ppm이었고 문산정수장을 통한 관말 수치는 0.082ppm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장에서 미생물과 같은 유기물 억제를 위한 염소 투입에 따른 소독 부산물로 잔류염소 반응 시간이 늘어날수록 소독 부산물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수장에서는 기준치 이내라도 가정집 수도꼭지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가 발표한 해명자료에서는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국내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미국(0.08ppm), 독일(0.05ppm), 네덜란드(0.025ppm)보다 기준치가 넘어섰다"며 "4대강 사업 이후 대규모 녹조 창궐에 따라 수돗물 불안은 더 가중됐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 낙동강네트워크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가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돗물의 안전 대책을 촉구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깨끗한 물을 먹고 싶어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조정훈
이들은 특히 정부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이 개선되고 올해는 녹조가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대구와 경남, 부산권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캘리포니아 임시 가이드라인을 초과하고, 올해는 유난히 잦은 강우로 녹조 현상이 줄어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녹조 창궐 등 극단적 수질오염은 고도정수시스템과 같은 기술 관리주의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4대강 보를 개방해 고인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산가리 6600배의 녹조 독에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까지 고농도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사태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주는 것이 녹조 문제와 소독 부산물 문제를 완화하는 지름길"이라며 "민관학이 함께하는 대책기구를 마련해 낙동강의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낙동강에 의존하는 식수에 대해 정부와 환경부는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준치 안에 있다거나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총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은 결국 우리 국민들의 식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낙동강 유역의 국민은 발암물질을 먹어도 된다는 말이냐. 우리가 이등 국민인가"라며 "종합적인 조사와 근본 대책을 통해 수돗물에 대한 안전한 대책을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정훈(tghome) 오마이뉴스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예타 첫 관문 진입, 2030년 조성
기재부 31일, 예타 후보 선정 동부면 일원, 사업비 1986억
남해안 관광산업 거점 역할 순천만·태화강과 차별화 숙제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들어설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 거제시 제공
기획재정부 몽니에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부산일보 7월 20일 자 11면 등 보도)이 기사회생했다. 재수 끝에 예비타당성조사 막차에 오르며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예타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쪼그라든 사업 규모론 그저 그런 동네 정원이 될 공산이 커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기재부 제5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예타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대상지는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 64만 3000㎡다. 사업비는 최소 29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계획대로라면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탄생한다. 특히 1·2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데 반해, 거제는 계획부터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전담한 최초의 국가정원이 된다. 예상 방문객은 연간 최대 228만 명.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남해안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800만 부울경 주민에게 질 높은 산림복지 서비스와 아세안 10개국 고유의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7월 대상지를 확정한 산림청은 12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완료하고 올해 2월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했다. 애초 예상대로라면 4월 중 개최될 1분기 예타 대상 사업 심사를 거쳐 연내 본 조사까지 마칠 수 있다. 산림청은 이를 토대로 2024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 설계를 마친 뒤 이듬해 상반기 첫 삽을 뜨기로 했다. 그래야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 방문객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기재부에 발목이 잡혔다. 기재부는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비 지원 당위성과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며 산림청이 제출한 예타 요구서를 반려했다. 때문에 5월 예타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급해진 경남도와 거제시는 조성 면적과 사업비를 각각 40.4ha, 1986억 원으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림청은 여기에 지방 정부 재원 분담 방안 등을 담아 지난달 재심사를 요청했다.
예타 통과 여부는 내년 7월 나온다. 이후 기본·실시설계, 토지매입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면 2026년 하반기엔 착공해 2030년 이전 완공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축소된 사업 규모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다. 바다를 메워 조성된 산천간척지는 입지나 형태 면에서 순천만과 유사하다. 반면, 사업비는 총 1조 3000억 원이 투입된 순천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 밑그림대로 만들면 순천만 미니 정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주변 섬과 연계한 비치해안 등 거제만의 특색있는 요소들을 접목해야 한다는 게 거제시 판단이다.
서일준 의원은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 등과 함께 세계 최고 관광도시 도약에 핵심 동력이 될 사업이 마침내 첫발을 내딛게 됐다”면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조속한 예타 통과를 비롯해 2030년 개원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시, 낙동강 국가정원 추진 주민설명회 개최
부산시(시장 박형준)는 지난 30일 오후 4시 부산도서관에서 낙동강 국가정원 추진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민설명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국내 최대, 부산 제1호 지방정원인 '낙동강 지방정원'의 등록·운영사항과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그동안의 추진사항을 지역 주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설명회에는 지역주민, 국회의원, 부산시 행정부시장, 사상구청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낙동강 지방정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2009.12∼2016.10)을 통해 자연수로, 습지, 보호숲, 자연초지, 산책로 등을 조성된 250만 제곱미터(㎡) 규모의 국유지(환경부)로, 사상구 삼락동 29-61번지 일원에 위치한다.
시는 이 일대를 철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낙동강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지난 8월 부산 제1호 지방정원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원으로 3년 이상 운영해야 국가정원 지정을 환경부에 신청할 수 있다.
시는 이날 설명회에서 자연자원과 철새도래지 등의 장점을 살린 기존 지방정원의 4개 주제(철새,사람,공유,야생) 정원에서 물의정원을 추가해 5개 주제를 가진 국가정원 기본구상(안)을 마련해 국가정원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야생의 정원에는 탐방습지로를 설치해 기존 생태습지를 보전하면서 시민들이 걷고 탐방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철새의 정원에는 겨울철에는 철새먹이터를 조성해 정원을 철새들에게 내어주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계절별 다양한 꽃밭을 조성해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한다. 또, 철새먹이터 수로를 활용해 철새 탐방을 할 수 있게 하고, 보호숲 녹지대를 시민참여정원, 국내·외 작가정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람의 정원에는 감전야생화단지를 활용해 정원의 중심으로 계절꽃, 야생화 등을 조성해 체험·정원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공유의 정원과 물의 정원에는 대저대교 건설과 연계해 대규모 습지, 서식지 정원, 갯버들정원 등을 조성하고, 삼락둔치 상단부에 있는 강변을 따라 샛길 생태문화탐방로를 조성해 걷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물의정원에는 국내 최대 연꽃단지를 조성하고 그 주변을 산책하고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생식물로 조성할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국가정원 지정 추진을 위한 기반시설(인프라) 사업을 연계 추진해 서부산권 균형발전도 함께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에서 낙동강생태관광센터, 삼락생태공원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보행교인 사상리버프런트를 조성하고 친환경이동수단을 도입해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에 도움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저대교 건설과 연계한 전망대, 다양한 접근로를 조성하며, 국가명품하천살리기 사업으로 친수공간에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이번 주민설명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면밀히 검토해 국가정원 기본구상(안)에 반영한 다음, 이를 산림청, 환경부, 문화재청 등 중앙부처와 계속해서 협의, 보완해나가며 국가정원 지정을 차질 없이 추진해갈 계획이다.
이근희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은 “부산 제1호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낙동강 지방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마련한 기본구상(안)에 대한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이번 주민설명회를 통해 들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낙동강 국가정원 지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시는 낙동강 지방정원을 3년 이상 내실 있게 가꾸고 운영·조성하는 등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과정들을 앞으로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제주엔 ‘껍질 없는 밤’ 후드득…330m 가로수길 사라질 위기
제주구실잣밤나무 ①
60살 된 거목들 330m 숲길, 4차선 확장에 위태
“관광객 위주 행정…경치 가린다며 가로수 없애”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공항 남쪽으로 6㎞ 떨어진 제주시 오라동 월정사 앞길을 걸었다. ‘두둑’ 작은 알갱이가 머리와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0.8g가량에 1.5㎝ 남짓 모양새는 작은 도토리 같지만 힘들여 묵 쑤지 않아도 생것을 바로 먹는다. 밤과 같다. 가시투성이 껍질도 없어 수고를 던다. ‘(구실)잣밤’, 제주말로는 ‘조밤’(저밤·제배)이다.
우리나라 참나무 일가 중 생으로 먹는 건 밤과 구실잣밤이 유일하다. 우리말 ‘밤’의 어원은 ‘밥’이다. 길거리에 ‘밥’이 주렁주렁 달린 셈이다. 축복받은 섬이다. 줄기와 가지에 이끼와 일엽초 같은 양치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도 즐겁다.
■ 걷고 싶은 길도,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도…
구실잣밤나무는 구슬(구실) 같은 자잘한(잣) 밤이 열리는 나무라는 뜻을 담았다. 라틴어 이름도 카스타놉시스(Castanopsis)로, 즉 ‘밤(Castana)을 닮았다(-opsis)’는 뜻이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성격 급한 일부 느티나무가 노랗게 붉게 물든 이날도 구실잣밤나무는 한여름처럼 짙푸른 잎이 무성했다.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해 후박나무·녹나무·먼나무·담팔수 같은 ‘늘푸른 넓은잎 키큰나무’(상록활엽교목)가 이룬 숲이 이따금 내리는 눈에도 푸르디푸른 것은 제주도와 한반도 남부 해안 지역 등 난대성 기후에서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소중한 풍경이다. 단풍과 낙엽 그리고 나목(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으로 가을과 겨울을 떠올리는 서울 등 중부지방 사람들에게는 영 생소한 풍경이다.
몇 알 주워 먹어봤다. 잘 익은 건 까만 껍데기가 살짝 벌어졌다. 하얀 속살이 보였다. 엄지손톱으로 약간 벌렸다. 알맹이가 쏙 빠진다. 고소하고 달콤했다. 제주 사람들은 잣밤을 가을에 모았다. 겨울과 이듬해 봄까지 식구들과 함께 생으로 먹고, 밥 지을 때 넣어 먹고, 구워 먹었다. 고마운 양식이다.
월정사 앞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330m 정도 이어진 2차선 찻길 양옆엔 60살 된 거목 구실잣밤나무 75그루가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가슴높이 둘레 1~2.5m, 키 10~15m였다.(제주참여환경연대 ‘가로수 모니터링단’ 조사) 잎과 가지를 사방으로 10~15m가량 넓게 뻗어 만들어낸 터널(찻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둑어둑 하늘이 보일락 말락 한 것이 장관이었다. 2020년 제주시가 ‘걷고 싶은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한 이유다.
그런데 이 길이 위태롭다. 제주도청은 2022년 10월에 2023년 착공을 목표로 이 길을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량 통행 증가”가 이유였다.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전반적으로 검토 중”(도청 도시계획과 담당자)이라며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긴장은 계속됐다. 똑같은 이유로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 삼나무 2천여 그루 벌목 계획도, 제주도청은 환경부 제동이 풀리자 2022년 12월 재개했던 터다. “나무와 숲을 보전하는 일을 차량 통행의 걸림돌로만 인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0년대 심어 수십 년을 키운 이 나무들이 만든 아름다운 숲길을 없앤다고 해요. 시민들이 반발하니 옮긴답니다. 2017년 제주여고 구실잣밤나무들이나 2022년 서광로 담팔수들도 옮겼지만 처참합니다. 이렇게 큰 나무는 옮길 때 편하게 하려고 뿌리와 가지를 대부분 잘라냅니다. 옮긴 나무들은 다 죽어가고 있어요. 옮긴다는 건 사실상 갖다버리는 거죠.
시민들이 아끼는 길이라고 하니 고민하는 모습이지만, 이미 토지 매입까지 다 끝냈어요.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죠. 교통량 문제는 일방통행으로 바꿔서 해결하거나 이런 숲길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오히려 완전 보행길로 바꾸는 게 맞죠.” 이날 현장에 나온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말했다.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
■ ‘차가 먼저’…제주는 가로수 식재율 전국 최하위
화려한 터널 숲이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달랐다.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메마른 아스팔트 길에서 물을 찾아 발버둥 치며 내뻗은 뿌리에 보도블록이 들려 있었다. 썩은 부위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찻길 쪽으로 뻗은 뿌리가 뭉텅 베어지고, 보행길 쪽으로 뻗은 굵은 가지는 전깃줄에 닿을까 마구 잘라낸 탓이다. ‘차가 먼저다’가 제주도청 기조일까. 이 아름다운 터널이 찻길 위만 덮어줬다. 보행길은 대부분 볕에 휑뎅그렁 나와 있었다.
홍영철 대표는 “제주도 행정은 관광객, 차를 타고 다니는 관광객의 관점으로 돌아가는 게 다른 지역과 달라요. 가로수 행정도 그래요”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4차로인 일주도로엔 가로수가 없어요. 관광객이 차창으로 경치 구경을 한다는 이유예요.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아요. 기후위기 시대에 거주자를 위해 가로수로 녹음을 만들고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고 탄소를 흡수하고 이런 걸 생각하지 않아요. 관광객에게 이국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죠. 그래서 기후에 맞지 않는 워싱턴야자수 같은 걸 심는데, ‘기능’보다는 ‘관광객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죠.”
그는 이어서 말했다. “악순환이에요. 제주도는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이에요. 차가 막힌다고 길을 넓히면 그 길을 따라 개발되고 금세 교통이 늘어나서 다시 차가 막힙니다. 결국 자연은 훼손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만 잇속을 챙기고 시민들은 힘듭니다. 대중교통을 늘려야 하는데, 이용객이 많은 곳에만 버스가 집중되는 문제도 버스회사 눈치 보느라 풀지 못하고 있어요. 손쉬운 도로 확장에만 치중하죠. 가로수는 환경문제일 뿐 아니라 행정·자치 문제고 민주주의 문제더라고요.”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료를 보면 서울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 ‘제주’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전국 시도 중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가 1.309대로 가장 많고, 가로수 식재율은 전국 최하위(0.7%)다. 그 결과 대중교통 이용 횟수는 꼴찌(전남)에서 둘째(1주 7.83회)고, 제주도민의 비만율은 전국 1위다. 반면 제주 시내 노형동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서울 뺨치는 수준이다. ‘제주답다’는 건 뭘까.
제주=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가덕신공항 10㎞ 밖' 창원·거제 배후지역 개발 길 텄다
‘신공항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해상공항 특수성 고려 10㎞ 이상도 지정 가능
주변개발예정지역 지정 근거 마련 시너지 기대
가덕신공항과 인접한 경남 창원과 거제 지역이 국가 지원을 받아 각종 기반 시설 건설과 지원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신공항특별법 시행령이 통과해 해상공항의 지리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공항개발예정지역 반경 10㎞ 밖에서도 주변 개발 예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됐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 조감도.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지난 30일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가덕신공항 주변개발예정지역을 반경 10㎞ 이상에서도 추가로 확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덕도신공항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31일 밝혔다.경남도는 2021년 11월 5일 ‘가덕도신공항법’이 개정된 이후 1년 6개월 동안 지속해서 해상공항의 지리적 특수성 등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16일 공항개발예정지역 반경 10㎞ 범위 밖에서도 주변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신공항특별법이 제정됐으며, 세부적인 지정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한 바 있다.
이후 가덕신공항 주변 지역인 창원시, 거제시가 주변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되도록 경남도의 건의 사항을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이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안 통과는 경남도가 지난 2년간 지속해서 추진한 가덕신공항 배후 지역 개발을 위한 관련 법의 개정이 마무리되고, 트라이포트 배후 지역의 개발을 위한 기초 법령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남도는 이번 법령 개정에 따라 주변개발예정지역 지정을 위한 절차를 단계별로 이행할 계획이다. 우선 주변개발예정지역 지정을 위해 신공항 건설에 따른 어업피해영향조사를 1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부산시와 공동으로 추진해 공항 건설이 도내 지역에 미치는 피해영향범위를 파악한다. 이후 피해영향범위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추진 중인 배후도시 개발구상 용역과 연계해 수립한다.
창원과 거제 지역이 공항 주변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기반시설 건설과 지원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또, 국가 지원을 받아 지역 개발이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도 김영삼 교통건설국장은 “가덕도신공항법과 시행령 개정의 마무리는 그간 트라이포트 배후도시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경남도의 성과다”며 “개정된 법령을 바탕으로 실제적 개발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창원·거제시 등 지자체,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신공항 배후 지역이 경남 발전을 견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가덕신공항 건설 ‘착착’…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동백군락 이식, 동식물 지속 관찰, 조류 보호구역 관리 등 요구
국토부, 남은 일정 신속하게 진행해 올해 말 기본계획 확정키로
2029년 12월 개항 ‘청신호’… 20일에는 업체 대상 설명회 열어
환경부가 가덕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협의)를 했다. 2029년 12월 말 완공 예정인 가덕신공항 건설에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9일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일부 사업지에 대해 동·식물 보호 대책 수립을 전제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들였다. 환경부는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666만8947㎡)에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무계획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생태계 파괴가 뒤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이어 환경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가덕신공항 건설과 운영 때 ▷동백군락 이식 등 보전대책 ▷동식물 지속 관찰(모니터링) ▷저소음·저진동 장비 투입 ▷조류 보호구역 관리 방안 ▷지형변화 최소화 대책 등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가덕신공항 광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나팔고둥·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붉은수지맨드라미·구렁이·대흥란·둔한진총산호·유착나무돌산호·해송, 해양보호생물 붉은바다거북·상괭이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지에는 해식애·시스택(파랑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작은 바위섬)·해안단구 13곳과 동백군락,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류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건설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입지의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제도다. 반드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를 함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 재해영향평가, 해상교통안전진단 등 앞으로 남은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까지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덕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환경성 검토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또 환경단체 등은 여전히 가덕신공항 건설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서 열린 주민설명회와 공청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대규모 매립이 해양환경을 파괴, 막대한 어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자연 파괴와 조류 충돌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대한 환경을 보호하는 선에서 가덕신공항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인 만큼 사업에 지장을 줄 큰 요인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수시로 협의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3500m 활주로 1본, 계류장 58면 등을 갖춘 가덕신공항은 2029년 말 개항한다. 국토부는 오는 11월 말로 예정된 2030 세계 박람회 개최지 선정 결과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20일에는 민간 업체를 대상으로 최적의 건설 공법을 찾기 위한 사업 설명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지난달 25일 국토부가 내놓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담긴 공항·도로·철도시설 규모, 공사 물량, 사업 기간 등이 소개된다. 아울러 공기 단축을 위해 업계의 창의적인 의견도 수렴한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2023-09-19
지구가 권리를 가지는 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확장되는 자연의 권리…인간중심 딜레마 넘어서기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자연의권리연맹(Global Alliance for the Rights of Natur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미국, 캐나다 등 총 22개 국가에서 자연의 권리에 대한 법제가 여러 수준에서 존재한다(헌법, 법률, 판결, 조례 등). 논의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고, 관련 쟁점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연의 권리 논의를 '지구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인간의 책무' 문제로 확장하여 생각해본다.
자연의 권리와 인간중심성에 대한 반성
인간은 자연세계에 존립을 의존하고 있는 동시에 독창적인 인공세계를 창조해냈다. 인간은 자연의 순리대로 퇴적되어 있는 화석들을 파헤쳐서 '연료'로 활용하고, 과학, 법률, 문화, 기술, 사회제도 등을 창조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한 때 이러한 변화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가 인간을 더 버틸 수 없다'는 반성이 담긴 목소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 가부장제, 공장식 농축산, 추출주의(extractivism) 등 인간세계에서 창조된 생활방식은 특히 자본과 권력자들을 배불리면서 지구를 파괴해왔다는 것이다.
인권은 인간이 주체적으로 세상을 이끄는 시대, 즉 휴머니즘(humanism)과 함께 발전해왔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진보에 대한 믿음에는 인권 담론의 진보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분명 존엄한 존재이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역량을 가진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의 특성이 인간을 마치 자연세계로부터 분리되어 홀로 위대한 예외적 존재로 간주하는 세계관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지구상 존재들은 인간이 구축한 세계와 자연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고관을 인간 우월주의(human supremacy)나 인간 예외주의(human exceptionalism)라고 부른다. 인간의 가치와 경험을 세상을 해석하는 중심기준으로 둔다는 측면에서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라고도 한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생태계와 동식물과 달리 '예외적으로' 인간만의 기준과 방식을 창조하며 살아갈 수 있기에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우월한 존재인 셈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특히 서구의 종교와 문화, 경제, 정치에 만연해 있었다. 그 속에서 발전한 전통적인 인권이론은 오로지 인간만이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중심적 사고관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하는가?
'자연의 권리'는 지구상에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등장한 대안적 인권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늘날 전 세계에는 헌법이나 법률, 지방자치조례 등 여러 방법으로 자연의 권리가 법제화된 사례들이 있다.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곳에서도 자연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환경운동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권리를 인정받는 '자연물'도 굉장히 다양하다. 강, 산, 숲, 바다 등 자연생태계를 비롯하여 특정 동식물종에 권리를 부여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동물권(animal rights)처럼 자연의 권리와 비슷하게 인간중심적인 인권론을 넘어서는 시도를 하는 흐름도 있다. 동물권과 자연의 권리 사이 차이는 동물권은 동물로 분류될 수 있는 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반면, 자연의 권리는 생태계 전체를 중심으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의 권리'는 크게 ①생태계 그 자체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 ②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 ③인간을 통하여 조력·대리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중심으로 그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황가누이 강(Whanganui River)이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족이 구성하는 신탁관리위원회에서 권리를 부여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황가누이 강의 통일성을 해치는 국가개발사업을 실행하지 못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폐기물 투기로 인해 오염된 강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정부에게 원상회복 조치를 결정한 판결도 존재한다.
자연의 권리는 자연을 더 이상 인간중심적 발전을 위해 소모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치환할 수 없도록 보호한다는 의의가 있다. 즉, 자연 자체에 대한 존중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좀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는 의의가 있다.
자연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돌보는 인간들이다. 이들은 여러 위협을 감수하면서 자연의 이름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이나 전쟁(준비)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은 그저 경멸적인 의미에서 "시위대(protestors)"의 소란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자연의 권리가 인정될 경우 자연을 돌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지구 생태계의 "보호자(protector)"로서 한층 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권 보호 및 증진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독일, 영국, 한국 등 '민주국가'에서도 환경운동가와 기후단체들을 감시하거나, 수사하거나, 해산을 압박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날만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는 경우 환경보호 목소리가 위축되고, 결국 인간이 누려야 하는 환경권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권리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인도에선 기록적인 폭우로 타지마할의 북쪽 성벽을 끼고 흐르는 야무나 강의 수위가 크게 상승, 세계적 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이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The swollen Yamuna river rises to the periphery of the Taj Mahal, the first time in 45 years, in Agra, India, Tuesday, July 19, 2023. (AP Photo/Aryan Kaushik)
자연의 권리가 가지는 딜레마
이처럼 '자연의 권리'는 인간중심적 인권론을 넘어서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반드시 인권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인권과 충돌하는 지점은 물론 딜레마가 여러모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딜레마들은 자연의 권리란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질문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연의 권리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권리가 인권과 충돌하는 지점 중 하나는 소유권 문제이다. 근대 인권이론에서 소유권은 인간이 자연상태에서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권(natural rights)"으로 간주된다. 그만큼 소유권이 가지는 지위는 상당히 높다. 그리고 지금까지 각종 개발사업은 소유권 행사를 이유로 정당화되어 왔다. 예를 들어 국가는 국가 영토에 귀속된 자연자원에 대해서 배타적 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기업과 개인은 사유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할 경우 소유권보다 자연의 권리가 우선시되어야 하는가? 특히 사적 소유권을 둘러싼 쟁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경우 권리를 인정받은 황가누이 강에 대해 정부는 주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해서까지 막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환경보호 관점에서 볼 때 사유재산권과 자연의 권리가 양립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모습에 비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자연생태계의 권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도 있다. 인권은 '인간'이라는 특정한 종에게만 권리를 부여해왔다. 인간중심성을 넘어선 인권론은 이 기준을 대체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입장이 산발적으로 존재한다. 현재 자연의 권리가 법제화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개 특정한 산이나 강처럼 생태계 일부가 권리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지구를 하나의살있는 생명체로 보고서 지구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백두대간, 점박이물범, 도롱뇽, 산양, 제주 남방돌고래 등 생태계와 동물들을 중심으로 자연의 권리가 언급되어 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생물종은 약 5만 2628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인간 외에 5만 2628종의 동식물에게도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그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가?
권리를 인정받은 자연을 인간세계에서 누가 어떻게 대표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5만 2628종의 동식물이 모두 권리를 인정받는다면, (결국 인간 중에서) 누가, 어떻게 이들의 권리를 대표할 것인가? 어떠한 근거로 이들의 권리를 얼마나 주장할 수 있는가? 등 여러 난제들이 존재한다.
▲ 6월 7일(현지시각) 캐나다 동부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 곳곳을 뒤덮어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뿌옇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돌고 돌아 문제는 '인간의 조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게 되면 인간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무담지자가 된다. 그래서 자연의 권리는 인간중심성을 넘어서고자 하는 동시에 여전히 인간중심적인 측면이 있다. 인간이 권리를 부여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무를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의 권리를 탐구하다 보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하지는 않지만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할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즉, 21세기 '인간의 조건'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증진하는 삶의 방식이다. 지금까지 자연의 권리는 어떤 생태계나 동식물종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의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
※ 본 연재에서는 한국인권학회·인권법학회에서 공동 발간하는 학술지 『인권연구』에 실린 시의성 높은 논문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논문은 아래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개논문> 황준서. 2023. “Building Sustainable Peace through the ‘Rights of Nature’ in Western Societies: Case Studies of New Zealand and Northern Ireland”. 『인권연구』 6(1): 149–188.
http://journal.kci.go.kr/jhrs/archive/articleView?artiId=ART002973281
황준서 성공회대학교 강사 | 프레시안
두 반달가슴곰의 죽음
'콜럼버스 곰'이라 불리던 반달가슴곰 오삼이(KM-53)가 8세의 나이로 숨졌다. 국립공원야생생물종보전원 제공
한반도에는 반달가슴곰이 산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반달가슴곰이 목격되었다.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에 1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만약 이들이 이전부터 살고 있던 서식종이라면 한반도 남쪽에 존재하는 야생 토종 반달가슴곰 무리가 확인된 것이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달가슴곰은 한때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설악산과 오대산 등지에서 곰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종종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야생 곰 서식현황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 국립공원공단은 생태적으로 안정적인 개체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지역의 야생 곰을 도입해서 방사하는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79마리로 수를 불린 야생 곰이 지리산과 주변 산지로 서식지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전문가와 지역사회는 야생곰이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서식지와 이동로를 보전하고, 곰과 마주친 주민이나 등산객, 군인의 위험을 줄이는 방책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부터 한반도에는 다른 무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동남아와 북미대륙에서 1,000여 마리가 넘는 반달가슴곰을 수입해서 웅담 채취용으로 농장에서 사육했다. 살아 있는 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아 쓸개즙을 채취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허가 없이 도살할 수 없도록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들은 말 그대로 농장에서 살았다. 2021년까지도 369마리의 사육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2010년 이전에 태어난 곰이 324마리이니 이들은 10년이 넘게 농가의 철창에 갇혀 있는 셈이다. 10년이 지나면 웅담 채취를 위한 도살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키워진 곰의 웅담을 원하는 소비자는 더 이상 찾기 어렵다. 시민단체의 곰사육 폐지 운동이 지속되면서 사육곰을 중성화하고, 매입해서 동물원이나 보호시설로 보내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구례와 서천에는 대규모 보호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죽었다.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사고를 당했던 이력이 있었다. 올봄, 오삼이란 애칭을 가진 이 곰은 인가에 접근했다가 마취총을 맞고 결국 계곡에 빠져 생을 마감했다. 반달가슴곰 봄바는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보호하던 사육곰이다. 봄바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심한 고통을 받다가 결국 가을을 넘기지 못하고 안락사되었다. 우리가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애도를 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장소에 보내져 제한된 삶을 살다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생명에 대한 동정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에 의해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반달가슴곰 무리가 겪는 불행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들의 안녕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의 표현이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한국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오체투지환경상 '환경상' 수상
세상과함께, 제4회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발표... 총 1억 2500만 원 상금 수여자 선정
▲ 제4회 오체투지 환경상의 ‘환경상’ 부문 수상 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활동 모습.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스님)가 주관하는 2023년 제4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아래 오체투지 환경상)의 '환경상' 부문 수상자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 선정됐다. '삼보일배상'은 '에너지정의행동', '오체투지상'은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가 수상했다.
국내외 빈곤층의 지원 활동을 해 온 (사)세상과함께는 지난 2020년부터 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해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환경에 기여한 교육자, 언론인, 풀뿌리 지역단체, 환경활동 연구기금 등 폭넓고 다양한 방면에서 환경상 공모를 진행해 왔다. 또 매년 순수 민간기금으로 마련된 상금과 지원 기금 총액만 해도 1억 원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철수)에 따르면 2023년 4월 7일부터 9월 22일까지 제4회 오체투지 환경상을 공모한 결과, 전국에서 총 41건의 개인과 단체가 참여했다. 이에 대한 심사결과, 총 11건의 개인과 단체를 제4회 오체투지 환경상과 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이들에게는 상금과 기금 총액 1억 2500만 원이 수여된다.
'삼보일배상' 에너지정의행동, '오체투지상' 생태평화공원 조성 위한 용산시민회의
▲ ‘삼보일배상’ 수상단체로 선정된 '에너지정의행동'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각종 환경파괴에 맞서왔다. ⓒ 에너지정의행동
올해 '환경상'으로 선정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지난 30여 년간 우리 국토 환경의 최후의 보루인 국립공원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힘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환경상에는 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삼보일배상' 수상자는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각종 환경파괴에 맞서온 '에너지정의행동', '오체투지상' 수상 단체는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의 개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가 선정됐다. 또 '사람상'은 가덕도의 아름다운 자연 유산을 파괴하는 신공항 건설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해 온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에게 수여된다. 이들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 ‘사람상’으로 선정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가덕도의 아름다운 자연 유산을 파괴하는 신공항 건설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해왔다. ⓒ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사람상'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생명상'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
'생명상'은 지역사회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및 연대활동을 벌여온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공로상'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진실의 목소리를 내어 온 이희택 박사와 환경보건 문제 전문가인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에게 돌아갔다. 또 '언론상'은 기사를 통해 환경의 가치를 알려온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와 환경친화적인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제작해 온 황윤 감독이 수상한다. 이들에게도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20년 동안 동물보호에 앞장서 온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행강'의 박운선 대표는 '나모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된다. '환경 현장 활동 및 현장 연구 지원기금' 대상자로는 농촌의 난개발과 환경오염에 대한 지역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자체 조례 제·개정 연구 활동을 진행할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선정됐다. 농본은 3000만 원의 기금을 지원받는다. / 김병기(minifat) 오마이뉴스
가짜 거미줄, 사탕봉지…핼러윈 데이는 왜 환경에 재앙적인가
가짜 거미줄에 희생당하는 동물들, 넘쳐나는 사탕봉지 쓰레기에 "핼러윈 기념 방식 바꿔야"
미 백악관이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매년 핼러윈 파티를 열고 있는 가운데, 핼러윈 데이가 환경에는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로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를 목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핼러윈 풍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각) <야후뉴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알렉산더 나자리안은 '핼러윈이 생태학적 재앙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핼러윈 데이를 기념했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쉽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핼러윈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어린이들 식단에 설탕도 많이 들어가서 공중 보건의 재앙이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것은 할로윈이 지구에 끼치는 피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핼러윈 데이에 사탕을 나눠주는 문화와 관련 "미국인들은 핼러윈에 약 6억 파운드의 사탕을 소비하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포장지에 낱개로 포장돼 있다"며 "이 쓰레기는 매립지와 수로로 흘러 들어가는데 플라스틱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데이의 상징으로 여기는 호박의 처리 방법도 문제가 됐다. 그는 핼러윈 데이를 위해 사용된 호박이 대부분 음시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매립되는 양이 13억 파운드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다량 생산되기도 한다.
미국 내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미 동북부와 서부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다른 많은 지방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핼러윈 데이를 전후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다.
▲ 10월 30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에서 핼러윈 데이를 맞아 기념 행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미국 가정집이나 공공장소에서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가짜 거미줄 장식을 비롯해 각종 소품들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새를 비롯한 동물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9일 가짜 거미줄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들이 가짜 거미줄 장식과 진짜 거미줄을 구별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가짜 거미줄이 진짜 거미줄보다 더 끈적하고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갇힐 경우 굶주림이나 부상으로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병원과 자연 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야생동물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 '와일드케어'의 엘리슨 허머스 씨는 매년 핼러윈 데이를 전후로 동물들이 가짜 거미줄에 엉켜 구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들 뿐만 아니라 주머니쥐, 다람쥐, 심지어 사슴까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허머스 씨는 "천연 섬유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무언가가 환경에 놓여질 때마다 동물들이 얽히게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이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곳에 가짜 거미줄이나 줄로 된 전등을 설치할 경우 동물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 거미줄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동물들이 다니는 길에 가로질러서 설치하지 말고, 설치한 곳에 하루 두 번씩 동물이 갇혀있지 않은지 확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동물보호 단체 '와일드케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전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설치한 가짜 거미줄에 부엉이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와일드케어
신문은 "더 좋은 방법은? 아예 가짜 거미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연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장식품들이 많이 있다. 결국 장식품들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는 또 다른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 장식품들이 새나 짐승을 잡지 않더라도, 그것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환경에 엄청난 해를 끼치면서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서의 긴 '사후세계'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나자리안 기자 역시 "핼러윈이 야기하는 생태적인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며 "의상을 만들거나 장식을 다시 사용하는 등과 같은 방법은 분명 지구를 구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집 뺏긴 멸종위기종…'대체서식지'마저 관리 허술
금개구리와 맹꽁이, 모두 멸종 위기 생물입니다. 그런데 사람 욕심 때문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주택개발 때문에 계속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건데요, 대신 살라고 마련해준 곳도 관리가 엉망입니다.
[기자]등 뒤에 금색 줄이 두개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입니다. 원래 이 땅에 살고 있었는데 곧 개발이 된다고 해서 대체서식지로 옮기기 위한 포획작업이 한창입니다. 맹꽁이도 보입니다. 모두 멸종위기 2급 생물입니다.
인천 청라지구에 살고 있었는데 LH가 개발을 시작하면서 근처 대체서식지로 옮겨졌습니다.
억새를 해치고 들어와 보니 바닥은 메말라서 육지화가 되어 있습니다. 또 아래에는 이렇게 모포나 플라스틱 같은 폐기물들도 그대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쪽에는 풀어놓은 금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한 그물망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널브러져서 아예 바닥까지 달라붙었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볼까요? 이곳에도 플라스틱 망으로 된 보호벽이 있는데요. 오래돼서 이렇게 구부리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서집니다. 금개구리는 습지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습지가 사라지면 살기가 어렵습니다.
[노중선/인천 서구생태하천위원회 정책위원장 : 제대로 관리를 안 하다 보니까 물이 고갈된 상태죠.] 2007년부터 이곳에 금개구리 1500마리, 맹꽁이 453마리가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1년에 조사해 보니 금개구리 18마리, 맹꽁이 129마리로 확 줄었습니다. 제대로 관리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LH는 "동면기가 시작되는 이달부터 한강유역환경청 허가를 받아 대체서식지를 정비하고 모니터링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파주 운정지구에 살던 금개구리들이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8년 동안 벌써 이사만 두 번 했다고 하는데요. 원래 살던 곳의 택지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에 김포로 옮겨진 금개구리는 올여름으로 부지 사용기한이 끝나 다시 파주의 한 습지로 왔습니다. 하지만 곧 세번째 이사를 가야할 지 모릅니다. 2026년 이후에 이 곳도 개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천 제곱미터 정도의 대체서식지를 만든다고 하지만, 넓이가 금개구리 1800마리가 사는 임시서식지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이승한/LH 파주사업단 차장 : 김포에서 운영했던 것들을 토대로 봤을 때 2000㎡가 적절한 면적인지 저희가 검토를 해볼 필요가…]대체서식지를 어떻게 관리할지 법령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명희/DMZ 생물다양성연구소장 : (지금 지침대로면) 대체서식지 조성하고 사업모니터링 3년 하면 끝이거든요. 근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대체서식지에서 관리를 안 하면 도루묵이에요.]
살던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셋방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개발을 피하기 어렵다면, 멸종위기종이 제대로 살아갈 곳이라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요./ jtbc 권민재 / 사회2부 기자
“공청회 망쳤다” 환경단체 관계자에 벌금 명령
고리2호기 공청회 파행에 고소
2명에 100만 원씩 약식명령
단체 “재판서 억울함 밝힐 것”
지난해 부산 남구에서 열린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공청회 현장. 부산일보DB
속보=지난해 진행된 ‘고리2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 주민공청회’ 과정에서 한수원 측과 마찰을 빚다 형사고소(부산일보 1월 19일 자 5면 등 보도)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에게 벌금 100만 원을 납부하라는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환경단체 측은 한수원의 형사고소는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부산 시민에게 재갈을 물린 셈이라며 정식재판 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풀겠다고 호소했다.
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부산지법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 2명에게 벌금 100만 원을 납부하라는 내용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부산상공회의소 1층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리2호기 계속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청회’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절차를 반대해 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한수원의 공청회 개최를 막기 위해 단상에 설치된 책상을 옮기고 책상에 부착된 공청회 관계자의 이름표를 떼어냈다. 이후 ‘일방적인 공청회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수원은 이들의 항의가 3시간가량 이어지자 이날 공청회가 무산됐음을 알렸고, 이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에 나섰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남구 대연동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환경단체 관계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부산 시민의 이익을 위한 공적 측면에서 패널토론 형식의 공청회 개최를 통해 절차를 강화하라고 항의한 것인데 결국 형사고소로 돌아왔다”며 “울산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청회가 파행됐는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지역을 차별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월 7만원에 대형 벤츠 타고... 한국은 왜 독일처럼 못하나
도로는 누구의 것인가 ① '자동차 독점 도로'는 이제 그만
▲ 독일의 공공버스. ⓒ 위키피디아 공용
독일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동료는 "딱정벌레 차를 몰겠네요"라고 말했었다. 그로 인해 폭스바겐 비틀을 잠시 상상해 보긴 했으나, 독일에 머문 7년 내내 난 벤츠만 탔다. 자동차가 없었던 내 일상의 이동 수단은 버스였는데, 그 버스에 떡 하니 붙어있는 마크가 벤츠였다(그도 그럴것이 독일 버스의 대부분은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벤츠를 타고 다녔다. 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은 우리나라보다 비쌌고, 나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한 달권을 구매해서 이용했다. 한 달권 티켓 구간 범위 밖으로 나가려면 기차를 타야 했는데, 최소의 비용으로 생활해야만 했던 내게 기차 요금은 망설임 없이 탈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특별히 비싼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동권'이란 의미를 재정 상황, 지불 능력과 연관 지어 심각하고 꼼꼼히 따져야 했던 기간이었다고나 할까? 독일 사회에서 이동권이란 개념은 장애로 인한 이동의 제한 문제를 다루는 개념이라기보다, 지불 비용 능력의 문제로 더 많이 이야기되었다.
독일의 49유로 티켓이 위기?
독일은 휠체어를 타고 버스나 전철, 기차를 타는 것이 어렵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 편이다. 휠체어를 탄 이용자가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으면 평소 타기 쉽게 인도 쪽으로 기울어지던 버스는 아예 운전기사나 다른 승객이 내려서 문 앞에 놓인 휠체어 디딤판을 깔아주고 휠체어 승객이 버스에 오르면 원상 복귀시키고 출발한다.
귀국 후 독일에 머문 기간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오랜만에 기회가 생겨서 다시 독일을 방문한 것이 지난해였다. 마침 '9유로(약 1만 2000원) 티켓'을 판매하던 시기이기도 해서, 냉큼 구매하며 '진작에 이런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어! 이동권 제약 없이 맘껏 다녔을 텐데!'라며 신나게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콤팩트(Compact)라는 독일 사회운동단체에서 보낸 메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FDP(자유민주당. 사회민주당, 녹색당과 현재 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한 축이다)가 49유로(약 7만 2000원) 티켓을 없애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메일 내용인즉슨 이랬다.
<49유로 티켓이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1월초부터 교통부장관(FDP 자유민주당 소속)이 이 티켓 제도 유지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 입장을 고집한다면, 49유로 티켓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49유로 티켓을 구하자! 서명하러가기!>
'서명하러가기'를 클릭해보니, '지불가능한 대중교통티켓'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문제를 야기하는 자동차 대신 버스와 전철, 기차 이용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티켓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이 아니며, 오히려 14세 미만은 무료 이용을 보장하고, 청소년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더 저렴한 (예를 들면 29유로) 티켓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이 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공정성을 담지한 기후친화적 이동수단의 위상을 갖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한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도 잊지 않았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야 자동차에서 이 티켓 이용자로 갈아타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편의상 대중교통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대중교통이란 용어가 아니라 공공교통이란 단어를 쓴다).
49유로 티켓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지속된 9유로 티켓이 성공을 거둔 후, 독일에서 올 5월 1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티켓이다. 9유로 티켓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이 티켓 하나면 독일의 모든 대중교통(고속철도를 제외한 버스, 트램, 지하철, 기차)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지역의 대중교통 월 이용권에 비해 저렴함은 물론, 다소 복잡한 구간 요금제로 운영되는 독일 대중교통 요금제도에서 어떤 티켓을 구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수고도 덜어준다.
약 1100만 명이 구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연간 이용권으로 판매되지만 월 단위로 해지가 가능하다. 일단 2025년까지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49유로 티켓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의 절반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도 교통부 예산이 올 예산보다 증액 편성되었음에도 교통부장관이 필요한 추가 지원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서명은 50만 명이 목표인데, 이미 45만 명 이상이 서명을 했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도로는 누구의 것인가? 질문을 던지며 "모두를 위한 티켓" 운동을 각 지역에서 벌였던 곳이 독일 아닌가. 앞으로 더 진일보할지언정, 정책이 후퇴하지는 않겠거니 생각해본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카드'와 '패스'인가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대중교통비 환급지원사업 (일명 K-패스)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월 21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다음 달에 돌려 준단다.
경기도는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 예정으로 더(The) 경기패스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민이면 연령 제한 없이 어떤 교통수단이든 이용할 수 있는데,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정책으로 정부의 K패스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한국판 49유로티켓(금액이 비슷하다)을 제시했다. 월 6만 5천원 짜리 교통카드로 서울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반발을 샀다. 수도권이 통합환승제를 도입하면서 협의체를 구성해 요금 관련 내용을 협의해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같은 생활교통권에 속하는 경기도, 인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도권은 광역버스 등의 교통수단이 연계되어 있는데 서울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경우 카드 이용이 제한적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318만 대나 되고,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도 4700만 톤(2018년)이나 된다. 이 중 수송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950만 6000톤으로 전체 에너지 부분의 19.2%를 차지하는데, 기후동행카드로 연 3만2000톤을 감축한다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수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가 아닐까 싶다.
연간 3백만 대가 넘는 자동차 중 1만3000대 가량의 승용차 이용 감소 효과라는 것도 홍보할 것은 못된다. 게다가 서울시는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해 버렸다. 자동차 유류세는 수년 째 인하된 채 있는데,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다니.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인 정책을 펴고는 느닷없이 면피하듯 기후동행카드를 내미니 비판할 수밖에 없다.
무상교통이나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제도는 이미 대세
▲ 지난 8월 13일 서울 시내 한 버스에서 시민이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스토니아 도시 탈린은 무상대중교통을 실시한 지 10년이 되었고, 룩셈부르크 또한 전국 차원에서 무상대중교통을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2025년부터 무상교통 정책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 원 패스 도입 요구, 1만 원 교통패스 연대 활동에 이어 얼마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모두의 티켓'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을 대중교통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여러 제안들이 들썩이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줄이고, 자동차에게 내주었던, 어쩌면 자동차가 점령했던 우리 모두의 공간을 공공적으로 재편하는 상상력이다.
자동차 중심 도로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끌어내는 것, 대중교통 요금 제도를 운임 요금으로 회수하고 환원시키는 접근법이 아니라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가져올 사회적 효과와 그것이 제공할 비용을 재산정하며 정책을 펼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 공간을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임성희(maydaygreenkorea)
수령 300년 명물 소나무가 서울에 왜?…
조경업체가 사들여 지난달 27일 서울로 반출
영주시 “편법적인 산림전용신고…관련자 조사”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바느레골 농로 인근에 지난 1일 ‘6억 소나무’로 알려진 수령 300년의 영주 명물 소나무가 뽑힌 흔적이 남아있다. 김현수 기자
“이만큼 큰 소나무를 밤에 몰래 그냥 확 뽑아갔니더. 10억원도 넘게 팔렸다 카데예.”
지난 1일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바느레골. 취재진이 수확한 사과를 트럭에 싣고 있던 마을 주민 김모씨(50대)에게 ‘6억 소나무(반송)’가 있던 곳이 어디인지 묻자 그는 커다란 구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생긴 구덩이는 성인 5명이 들어갈 만큼 컸다. 바위가 벌어진 틈 사이에 있었던 소나무의 뿌리가 얼마나 굵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사라진 소나무의 수령은 약 300년. 뒤틀린 나뭇가지로 오랜 세월을 버텨낸 덕에 그 모습이 아름다워 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출사를 올 정도였다. 사과밭과 고추밭 등이 즐비한 농로 사이에서 우뚝 솟아있어 마을 주민들의 그늘이 되어준 존재다.
사라진 소나무는 ‘6억 소나무’로 불렸다. 수년 전 소나무를 구경하러 온 한 사람이 6억원에 이 소나무를 사기로 하고 굴착기로 캐내려 했는데, 갑자기 소나무 이파리가 시들해지면서 고사하려고 하자 구매를 포기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씨는 “마을 사람들은 그때 소나무가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마음에 시름시름 앓았다고 생각한다”며 “바느레골 보호수가 사라진 셈이니 허망하고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6억 소나무’로 알려진 수령 300년의 영주 명물 소나무의 지난해 모습. 영주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영주시 등에 따르면 소나무는 지난달 27일 서울로 반출됐다. 조경업체가 소나무 소유주인 A 문중 대표로부터 소나무를 사들여 반출 작업을 벌이자 마을 주민들이 막아서며 대치한 지 사흘만이다.
이에 영주시는 소나무를 옮긴 조경업체 등이 관련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무단반출’ 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4월 A 문중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은 농업용 창고를 짓겠다는 산지전용신고를 영주시에 접수했다. 당시 소나무 보전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 영주시는 소나무보전계획을 요구했고, 기존 위치에서 50m 떨어진 곳에 옮겨 심겠다는 계획서를 받은 후 신고를 수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4일 조경업체는 소나무 반출을 위해 필요한 소나무재선충 확인증을 영주시에 제출하면서 소나무를 서울로 옮기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영주시는 10차례가 넘는 사업중지 명령과 산지전용신고 취소통지를 했지만, 조경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소나무를 서울로 반출했다.
영주시는 산지전용신고가 접수될 때부터 A 문중 대표와 조경업체가 소나무를 반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신고는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 할 수 있다. A 문중의 대표는 농업인이 아니라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의 경우 주변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보전 가치가 높은 수목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
‘6억 소나무’로 알려진 수령 300년의 영주 명물 소나무의 지난해 모습. 영주시 공식 블로그 갈무리
영주시 관계자는 “A 문중이 허가를 통해서는 수목 반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편법적인 산림전용신고를 통해 산지관리법 규제를 피해가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영주시 특별사법경찰이 관련자를 조사한 뒤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경업체 측은 지난 8월 영주시로부터 발급받은 생산확인표에 나무를 옮길 곳이 서울로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표에는 수요처가 서울시 서초구 신원동으로 표기돼 있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는 “생산확인표는 말 그대로 소나무 생산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에선 재선충병 감염 여부만 확인하는 정도”라며 “수요처는 재선충 감염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기재하는 것이며, 해당 부서는 산지전용허가를 다루는 부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 김현수 기자
학살당하는 팔레스타인 올리브 나무
매일 나무 죽이는 이스라엘 정착민들, 기소 9년에 단 4건
뽑으면 팔레스타인 영토가 사라지고, 다시 심으면 복원된다
“지금 팔레스타인에는 올리브 시즌이 왔습니다. 항상 일년 중 가장 행복한 시기였는데 올해는 가장 슬픈 시기가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며칠 전, 트위터에서 가자 소식을 보다가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쓴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녀의 말처럼, 가자와 서안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10월과 11월은 가장 빛나는 계절이다. 풍요의 올리브 수확철. 그렇기에 매년 10월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올리브 열매를 딴다. 또한 미처 다 수확하지 못한 이웃에게 손을 빌려주기도 한다. 팔레스타인의 오랜 상호부조 전통인 ‘알 우나(Al Ouna)’가 여전히 살아 있어, 이웃과 자원활동가들이 올리브를 함께 수확하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배고픈 과수원 노동자들과 함께 넉넉히 음식을 나눠먹는 것도 이 계절이 빚는 풍경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올리브란 모든 것을 의미한다.
▲김태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올 리브 올리브 All Live, Olive’(2016) 포스터
김태일 감독의 <올 리브 올리브 All Live, Olive>(2016)는 팔레스타인에서 올리브 나무가 품고 있는 가치의 사슬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이스라엘의 분리 정책 때문에 통행증이 있어야만 자신의 올리브 농장으로 애면글면 갈 수 있고, 그것도 인티파다에 참여한 사람들은 허가는커녕 농장에 일거리조차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올리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올리브 나무, 팔레스타인의 정체성
올리브 나무가 곧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땅에서, 수백년 된 올리브 나무를 가꾸며 삶을 재생산해온 이력이 억척스러운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많이 닮았다. 가물고 척박한 땅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낸다. 올리브 나무는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2000년까지 산다. 베들레헴의 알 왈라자 마을에 있는 올리브 나무는 수령이 무려 4000년으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13미터, 뿌리는 지표면 아래로 25미터 이상 뻗어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점령하기 훨씬 이전부터 대부분의 올리브 나무는 그렇게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땅을 지켜왔다.
실제로도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재의 뿌리를 이룬다.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의 거의 절반의 면적(48%)에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다. 천만 그루다. 팔레스타인 전체 과일 생산의 70%를 차지하며, 전체 농업 소득의 25%에 기여한다. 또한 대략 10만 가구의 주 수입원이자 80만여 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올리브, 오일, 피클, 비누 등 팔레스타인의 두 번째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집안에 올리브 나무가 있으면 굶어 죽지 않는다’는 오랜 속담이 예증하듯, 수천 년부터 지금까지 올리브 나무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렇게 더불어 공생하며 살아온 것이다.
식민 지배자 이스라엘의 눈에 당연히 올리브 나무는 들보처럼 성가신 존재였다. 1967년 이래 점령군과 정착민들이 8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닥치는 대로 뽑아냈다. 그 덕에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생계를 잃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서안 지구에서 최소 9300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이 서안 지구 내 올리브나무 2000 그루를 뽑았다’고 밝히는 미들이스트아이 기사 갈무리. 팔레스타인 주민이 서안지구 마르다 마을의 밭에서 이스라엘군이 파괴한 올리브 나무들을 살피고 있는 사진.
미국 백인의 들소 학살,
유럽의 식민지배 진행형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하기 위해선 그들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올리브 나무를 뽑아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정착민들이 불도저로 나무를 밀어버리거나, 기름을 붓고 불태우거나, 뿌리까지 고사시키는 독한 제초제를 뿌린다. 마치 19세기 미국 백인들이 아메리카 토착민을 쫓아내기 위해 수천만 마리의 야생 들소를 학살했듯이, 틈만 나면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나무를 학살한다. 미국 평원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스포츠를 하듯 백인들이 들소를 향해 총을 갈겼다면,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자동차를 타고 선글라스를 낀 채 올리브 농장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2005년에서 2013년까지 베거나, 불태우거나, 훔쳐간 방식으로 올리브 나무가 파손된 사건이 이스라엘 NGO 단체에 수백 건 보고되었는데, 그중 경찰에 기소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했다. 정착민들은 유엔(UN)이 ‘제도적, 조직적 면책’이라고 부르는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처벌을 피해간다.
이스라엘은 또 교묘하게 토지법을 바꿔 팔레스타인에 강요했다. “일정 기간 경작하지 않으면 그 땅은 이스라엘에 귀속된다.” 이 토지법은 정확히 유럽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던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 형태의 자연법을 모사한다. 경작되지 않는 땅은 미개간지이기 때문에, 먼저 선점하고 그 땅을 개발하는 인간에게 토지의 권리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악착같이 올리브 나무를 뽑아내는 이유다. 매년 팔레스타인 농부들과 평화운동가들이 파괴된 지역에 1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심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매일 나무를 죽인다.
정착민들이 올리브 나무를 가장 많이 공격하는 때가 바로 10월과 11월, 한창 올리브를 수확할 때다. 무장한 정착민들이 과수원과 농기계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으로 건물을 불태우며, 사람들을 쫓아내는 폭력이 곳곳에서 빗발친다. 하마스의 공격이 있기 직전 한 달 동안에만 서안 지구에서 수백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불태워지고, 건물들이 파괴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격당했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 평화활동가들이 서안 지구에 가장 많이 오는 때 역시 이즈음이다. 타국의 활동가, 평화를 염원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농부들과 올리브 열매를 함께 수확하면 공격이 줄기 때문인데, 이마저도 최근 들어 복면을 쓴 정착민들의 공격이 점차 늘어나며 무색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노인이 올리브 농장에 남은 마지막 올리브 나무를 이스라엘 점령군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끌어안고 있는 장면. 2005년 아베드 알라힘 쿠시니(Abed Alrahim Qusini) 사진작가의 사진.
올리브 나무는 일종의 움직이는 국경이다. 나무의 존재 여부에 따라 영토가 결정된다. 나무를 뽑아내면 팔레스타인 영토가 사라지고, 다시 심으면 영토가 복원된다. 이 올리브 전쟁은 지난 60년 동안 자행된 ‘인종 청소’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느린 폭력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네타냐후 극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폭력의 속도가 가빠지고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유엔에 따르면, 서안 지구에서는 2022년 매일 3건 이상의 정착민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1100명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 뿔뿔이 흩어진 채 난민이 되었고, 팔레스타인 공동체 다섯 곳이 붕괴됐다. 올리브 나무 파괴, 양 방목, 총격, 방화, 건물 파손 등 매일 매순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가자 지구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숨통을 짓눌러왔다면, 서안 지구에서는 60년 넘게 올리브 나무를 뽑아내며 천천히, 느리게 숨을 질식시켜온 것이다. 지상에 남은 마지막 아파르트헤이트. 이게 이스라엘 시온주의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는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가 그 동안 벌여온 짓이다.
한창 농부들이 올리브 열매를 따야 할 이 가을, 가자 지구에서는 제노사이드가 벌어지고 있다. 20일 동안 폭탄을 쏟아부어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중 어린이가 300여 명. 덩달아 서안 지구에서도 점령군과 정착민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수십 명이 사망했고, 최근에는 공중 폭격도 벌어졌다. 단 며칠 사이 올리브 나무 1000 그루 이상이 뽑혀나갔다. 사람과 올리브 나무들이 대책 없이 학살당하고 있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올리브 나무를 지키며 살아가는 게 그토록 나쁜 짓인가. 이스라엘 점령군으로부터 농장의 마지막 남은 올리브 나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저 팔레스타인 노파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던 말인가. 땅을, 그들의 삶을, 존재의 의미를, 그리고 평화를 뿌리 뽑는 게 과연 누구인가. 저기 가공할 만한 폭력이 쏟아지는 팔레스타인을 방관한 채, 뿌리 뽑히는 올리브 나무를 외면한 채 과연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이송희일 영화감독 / 미디어오늘
11월에 반소매 꺼냈다, 전국 곳곳 30도 육박…내일은 흐려져
경남 김해 한낮 30.7도… 이렇게 뜨거운 11월은 없었다
전국 11월 일 최고기온 극값 경신
3일 흐려지며 햇볕 의한 기온 상승 주춤
주말엔 전국 비…6일 찬바람에 기온 떨어질 듯
역대 11월 중 가장 포근한 기온을 보인 2일 오후 서울 조계사를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 가족이 반소매 차림으로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2일) 전국 곳곳에서 한낮에 25도를 훌쩍 넘기며, 서울 등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11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2일 낮 최고기온이 23∼29도로 평년(15∼19도)보다 6∼10도가량 높게 올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강원도 강릉이 29.1도로 지난해 11월12일에 기록한 26.5도를 경신하며 30도에 육박하며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경북 울진(28.5도), 포항(28.0도), 경남 진주(27.8도), 울산(27.6도), 밀양(27.4도), 대구(27.3도), 충남 금산(26.7도), 충북 보은(26.0도), 전북 임실(25.8도) 등은 1979년 11월 이후 44년 만에 11월 신기록을 세웠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한국은 ‘탄소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가 될 것인가
2023년 10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타국에 무역 압박을 가하는 제도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기후 정책이 지구촌 힘겨루기의 중심이 되었다(Climate policy has become central in the fight for global power)”라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의 기후 정책이 산업 목표와 얽히면서 ‘새로운 분쟁 전선’이 열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그리고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그것이다. 이 낯선 제도가 공통의 목표로 내세운 것이 기후위기 대응이다.
EU CBAM은 서막에 불과하다. 탄소 제국주의 시대가 막을 올렸고,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10월16일 추경호 부총리(가운데)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EU CBAM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 10월은 인류사에서 꽤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타국에 무역 압박을 가하는 제도가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유럽연합이다. 10월부터 유럽연합(EU)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비용’을 매기는 시스템을 시행했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전력·비료·수소 등 6개 품목이 대상이다.
이 사상 초유의 제도 이름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다. 줄여서 CBAM이라고 부른다. 낯설고 복잡한 이름이지만, 나라 간에 사고파는 상품에 ‘탄소세’를 매겨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오랜 염원이 마침내 현실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시사IN〉 제801호 ‘느슨한 규제 국가에 관세를, 한국 정부 ‘탄소국경세’ 준비되어 있나’ 기사 참조). CBAM에 대한 EU 측의 설명에는 ‘관세(Tariff)’라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유럽 언론은 이미 녹색 관세(Green Tariff)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당장 비용을 물어야 하는 건 아니다.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는 ‘전환기간’이다. 전환기간에 해당 기업은 자기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탄소를 배출했는지 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해야 한다. 첫 번째 분기별 보고서 제출 기한은 2024년 1월31일까지다.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 벌금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본격적으로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 2026년까지는 2년 남짓 남았다.
그럼 어떻게 관세를 물린다는 것일까? 탄소총량 등을 계산하는 CBAM의 세부 이행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외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수입업자(바이어)에게 책임을 지운다. 수입업자는 수입품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에 따라 그만큼 ‘CBAM 인증서’라는 것을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에 연동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나라마다 다 다른데, 한국의 경우 t당 1만원 안팎, EU는 10만원을 훌쩍 넘는 추세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2005년 EU가 가장 먼저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어떤 기업이 정부가 정한 배출량 이상 탄소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서 이를 상쇄하는 제도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경우 기업에 공짜로 탄소배출권을 나눠주고 있다. 현재 ‘무상 할당’ 비율이 90%에 이른다. 반면 EU는 발전부문은 100%, 산업부문도 70% ‘유상 할당’이다. 2034년까지 CBAM 대상 업종에 대해 아예 100% 유상 할당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결과 EU의 배출권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공짜로 나눠주는 국내 배출권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만약 국내 기업이 철강 1t을 생산하는 데 탄소 2t을 배출했다면, 철강 1t을 EU에 팔기 위해서는 EU의 배출권 가격에 맞춰 20만원 이상 배출권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CBAM 등에 대비해 무상 할당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산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제도를 손보지 못한 채 ‘탄소국경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더욱 큰 문제는 EU CBAM이 탄소배출량을 따질 때 간접 배출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간접 배출’은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외에 열과 전력으로 인한 배출량까지 계산에 넣겠다는 것이다. 즉 국내 기업이 쓴 전력이 화력발전인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인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적으로 한참 낮은 한국으로서는 날벼락이다.
한국 정부는 단기적 대응에 급급한 분위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16일 EU CBAM에 대해 “유럽연합과 협의를 긴밀히 진전시켜 나가고, 대응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컨설팅, 유럽연합 보고사례집 배포 등을 통해 밀착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과의 협의, 그리고 국내 기업에 대한 컨설팅 및 교육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보고하는 방법과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제작해 배포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다. 중소기업 등을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움창구’(1551-3213)도 10월5일 개소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300개 제조 중소기업 가운데 EU CBAM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21.7%에 불과했다. 도움창구를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밝은 인력 세 명이 상주하며 하루 평균 세 건 정도를 상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장의 보고서 작성에는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지만, 기업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자료: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절박한 포스코의 최후 수단은?
EU CBAM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국내 탄소 배출 업종 1위인 철강이다. 철강업계는 2021년 기준 43억 달러(약 5조3700억원)를 EU에 수출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기업 순위에서도 포스코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그림〉 참조). 국회미래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라는 보고서는 2030년을 기준으로 EU CBAM이 전면 도입될 경우 국내 산업계의 총부담액이 8조2456억원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그림〉 참조). 다만 이 보고서는 올해 10월부터 적용될 6개 품목만이 아닌, 국내 전체 산업계를 대상으로 했기에 다소 앞서 나간 면이 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김희 탄소중립담당 상무는 최근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9월25일 미국의 경제 매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김희 상무는 친환경 철강 제조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생산업체가 해외 국가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대다수 철강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가 EU CBAM 등 높아지는 관세 장벽을 피해 친환경 인프라가 마련된 해외에서 철강 생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희 상무는 이를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EU CBAM과 비슷한 무역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의회가 발의한 ‘청정경쟁법안(CCA:Clean Competition Act)’이 그것이다.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 1t당 55달러씩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EU CBAM은 탄소배출권 가격에 따라 관세를 물리고, 미국 CCA는 탄소의 무게에 따른다는 점이 다르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무역시장의 질서가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끔 바뀌어가는 중이다.
이것은 ‘협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든 싫든 유럽과 미국 등 강한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게임 체인저로 삼고 전 세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이런 행보를 ‘탄소 제국주의(Carbon Imperialism)’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IT 등 신산업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뒤지고 있는 유럽은 녹색산업을 무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 CBAM은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탄소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인가. 한국은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느슨한 규제 국가에 관세를, 한국 정부 ‘탄소국경세’ 준비 되어있나 2023.02.03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497
윤 대통령에게 기후위기는 몇 순위일까
지난 9월20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무탄소에너지 플랫폼인 ‘시에프연합’을 제안하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정국 구상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몇번째일까.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선순위라는 단어는 기만일 정도지만, 대통령의 내년도 우선순위에 기후위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기후’ ‘탄소중립’ ‘온실가스’ 같은 단어들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원전’(원자력)은 세번 등장했지만, 가장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국정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담긴 정부의 예산안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후’는 배제됐다.
내년도 구상에서 기후를 배제해놓고도 우리 정부는 이번달 3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국가 정상, 장관, 기후활동가들이 모이는 기후 대응에 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회의다. 앞서 윤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원전을 중심으로 하는 무탄소에너지 플랫폼인 ‘시에프연합’(CFA∙Carbon Free Alliance)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시에프이(CFE∙Carbon Free Energy) 이니셔티브’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는 우리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국가라는 상징성도 있다.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이 두바이에서 직접 ‘시에프이 이니셔티브’를 홍보할 가능성도 있겠다 싶다.
우리 정부가 ‘원전 영업’만 할 것이 아니라면,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성도 보여줘야 한다. 올해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전임 정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6%로 대폭 줄고, 화석연료(석탄+엘엔지) 비중은 41.3%(21.8%+19.5%)에서 42.6%(19.7%+22.9%)로 비슷했다. 원전 비중을 8.5%포인트 올리는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희생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후위기가 중요해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모순이 생기는 지점이다. “기후위기를 핑계로 원전 확대에만 나선다”는 기후·환경 단체들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제11차 전기본 수립을 앞두고 화석연료 감축을 대폭 강화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6일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 정책 심의·의결 기구인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출범에 맞춰 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회에 어떤 회의를 가도 기후변화, 환경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는 어떠한 얘기를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가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가 됐다.” 윤 대통령은 그 이후 올해 네번 열린 탄녹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과 이행을 각 부처와 당에 각별히 챙기라고 지시했다는 소식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기후위기는 ‘취임 1년 반 동안 93개국과 142회 정상회담’을 하거나 ‘원전 영업’을 할 때만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의제가 아니어야 한다.
기민도 기후변화팀 기자 key@hani.co.kr
부산 버스 승객 BRT '좋아요'... 확대 필요 목소리도
부산발전시민재단 승객 845명 대상 조사
만족 60.2%로 불만족(8.1%)에 비해 월등
부산지역 버스 이용자들은 버스전용차로제(BRT)에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RT 구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발전시민재단은 4일 버스 승객 845명을 대상으로 한 BRT 구간 노선버스 승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BRT 구간을 이용하는 데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60.2%로 불만족·매우불만족 답변(8.1%)보다 7배 이상 많았다.
BRT 구간 이용에 만족하는 이유는 ‘차량정체 없는 이동’이 65.7%로 가장 많았고 유류비 절약 등 경제적 이유(15.8%), 편리한 이용 환경(10.1%), 안전한 운행(6.2%), 환경오염 개선 도움(2.1%)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이 BRT를 이용하며 가장 불만족한 부분은 더위나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정류장(35.8%)이었다. 다음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26.3%), 도시철도와 환승 불편(15.8%), 정류장 협소(14.7%), 무정차 차량 증가(7.4%) 순이었다.
BRT 구간 확대 여부 질문엔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부분·지속적인 확대(64.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부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5.0% 였으며, 29.2%가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8.8%였다. 현행에서 축소해야 된다는 응답은 3.2%,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3.8%에 불과했다.
시행된 지 약 3개월째인 동백패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2%가량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동백패스를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27.9%였으며,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은 31.4%, 들어봤다는 응답이 23.4%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혀 모른다는 답변은 5.2%였다.
하지만 동백패스를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버스 이용자 중에서 동백패스를 실제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27.7%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용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33.6%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백패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6% 였지만, 이용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6.2% 수준에 머물렀다.
부산발전시민재단 측은 “동백패스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고, 이용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도 높았다”며 “동백패스 환급제대로 계기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늘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선진국부터 개도국까지…세계 29개국, ‘AI 위험’ 공동 대응키로
영국에서 첫 ‘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 개최
영국 블레칠리파크에서 1일 열린 제1회 ‘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블레칠리파크/EPA 연합뉴스
미국·중국·한국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이 인류에 제기하는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뿐 아니라 이들에 맞서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는 중국도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영국 런던 인근 도시 블레칠리파크에서 1일 열린 1차 ‘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에서 세계 28개국과 유럽연합이 ‘블레칠리 선언’을 채택하고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갖가지 위험 대응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이날 공개한 선언문을 보면, 참가국들은 “인공지능이 전세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인류의 복지·평화·번영을 변형하고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기본 인식 아래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인간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성 있는 방향으로 설계·개발·배치·사용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했다. 하지만 “사이버보안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분야나 허위정보(가짜뉴스) 등의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잠재적 위험은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심각하고, 재앙적이며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국들은 나아가 “이런 위험들은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국제 협력을 통해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유발하는 위험 파악과 이에 대응할 정책 개발 등 두가지를 국제 협력의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위험 대응 방법과 인공지능 규제 방안 등은 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
이날 선언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치열한 전략 경쟁 중인 미·중과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과 한·일 등 아시아의 주요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케냐·나이지리아·르완다 등의 개도국들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주도로 2일까지 이어지는 정상회의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우자오후이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AI) 최고경영자 등이 함께했다. 한국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선언 채택이 “인공지능 강국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을 이해하는 게 긴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성과”라며 “이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런던의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각국에 인공지능 규제법 마련 등을 포함해 더 신속하고 폭넓은 대응을 촉구했다. 우자오후이 중국 과기부 부부장은 “모든 국가는 규모와 관계없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며 지식 공유와 인공지능 기술의 공개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인공지능의 여러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국가 안보, 건강, 안전 등을 위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자는 안전 시험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도 지난 6월 인공지능의 위험 수준을 네단계로 나누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다음 회의는 내년 5월 한국에서 ‘미니 정상회의’ 형태로 한국과 영국이 공동 개최한다. 다시 6개월 뒤에는 프랑스에서 2차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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