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보다 전력 더 쓴 삼성전자,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9% 뿐 2. 올림픽 위해 대중교통 무료화·차 없는 거리 검토 중인 파리…3. ‘죽음의 시장’ ADEX를 멈춰라 4. 유엔 기후변화총회 앞두고 선진·개도국 ‘기후기금’ 충돌 5. 비자림로 150년 팽나무의 호소 "저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요? 6. 자연재해 급증하는데 예방은 뒷전‥'사후약방문' 대책 7. "이기대공원,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 거듭날 것"… 부산시 계획수립 본격화 8. 기업 생존 걸린 '탄소 무역장벽'…공장 지붕 빌려주는 '태양광 렌털' 뜬 9. 한국 재생에너지 단가 비싸...태양광·해상풍력 미국의 두배 넘어 10.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 상승… 20년 내 국내 원전 일부 중단 우려
11. 후쿠시마 앞바다 삼중수소, 또 최대치 경신···20베크렐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 12. 오염수 방류 이후 고수온이 덮쳤다···전복이, 꿈이, 마을이 무너지는 완도 13. “남획 아닌 수온 상승에 굶어 죽었다” 몇년간 개체 급감한 알래스카 대게 14. 쓰레기장에서 결혼사진 찍은 예비부부...결혼식 피로연 대신 해변청소 15. 기후변화와 육류의 연관성 모르는 사람 74%...재활용 문제는 과대평가돼 16. ‘용호 씨사이드’ 소송전 마무리 수순…관광개발 물꼬 트이나 17. 한반도 118배 구멍 뚫렸다…회복되던 오존층에 뜻밖 새 위협 18. 전남도, 전국 최다 기후 대응 도시 숲 조성
19. “가덕도 나무 지키자” 후계목 종자 채취 행사 20. 과도한 ‘개발주의’와 부족한 ‘계획 역량’ 21. 친환경 사업 하려고 ‘심해저 광물자원’ 손댄다? 22. 서울시, 세운상가에 광화문광장 3배 규모 공원 만든다 23. 도서관이야, 숲속이야? 정원을 품은 도서관 24. 독일 탈원전으로 에너지위기?… 슈뢰더 전 총리 인터뷰에 쏟아진 의문 25. 핵무기는 되돌려도, 1.5도 이상 오르면 되돌릴 수없는 기후위기
26. 유럽서 성공가도 ‘자전거 고속도로’ 동서고가로에 조성한다면 27 파리의 자랑 공중 정원, ‘15분 도시 부산’ 실현 녹지 축 모델로-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28. 남극서 조류인플루엔자 첫 발견…펭귄들 어쩌나 '비상 ㅜ 29. 건물 있는 자여, 지붕을 놀리지 말라 30. 제2 가덕도 안돼 달빛고속철 '예타면제' 제동 31. 민주당 최인호 “가덕신공항, 2단계 확장안 조기 마련해야”…인천공항은 5단계 확장 추 32. 경북도 신공항·영일만항 Two-Port 구상 등 신공항교통 허브 발전 방안 마련
33.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독일인 관광객의 탄식 34. 임도밀도 기준 논란 계속... 환경단체 "확대 정책 폐기해야"35. 이거아나- 탄소국경세 36. 지역경제 나르던 폐철도, 지역민 산책로 변신 37. 활력·매력 갖춘 정원테마파크 조성···'꿀잼도시' 광주 실현되나 38. [긴급 성명서]녹조 잡겠다고 하더니 발암물질(THMs) 놓친 환경부 국민은 불안하다 39 日, 원전 오염수 내달 2일 3차 방류...2차 때보다 ‘방사성 물질’ 농도 높아 40. “3만 명 희생 ‘군사독재의 기억’ 이으려 나무 심어요” 41. 축구장 4개 크기 오름에 불 놓는 들불축제가 세계의 자랑거리?42. “누군가 하겠지” 넘어 “우리가 한다”가 만든 기적의 공원
부산보다 전력 더 쓴 삼성전자,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9% 뿐
2050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2022년 쓴 전력량이 서울시 전체 전력 사용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전력 사용량 1위인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부산시보다 많은 전력이 들어갔다.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시설을 지으며 계획대로 RE100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량 구축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홍정민 의원실을 통해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국내 32개 기업은 지난해 56.338테라와트시(TWh) 전력을 썼다. 이는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547.932TWh)의 10.3%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연간 전력 사용량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삼성전자(21.731TWh)가 국내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부산시(21.493TWh)보다 더 많은 전력이 들어갔다. 상위 2~5위 기업이 쓴 양을 합쳐도 삼성전자보다 적다. 주력 분야인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돌려야 하는 데다 첨단 공정일수록 전력이 더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RE100 가입 기업 연간 전력사용량. 그래픽=강준구 기자
2위는 역시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다. 지난해 10.041TWh를 썼는데 이는 대전시 전력 사용량(10.016TWh)보다 많다. 3위는 삼성디스플레이(6.146TWh)로 제주(6.045TWh)보다 더 들어갔다. 4위는 고려아연(2.421TWh), 5위는 현대차(2.204TWh)였다. 통신사인 KT(1.997TWh)와 SK텔레콤(1.769TWh)이 각각 6, 7위를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1.743TWh), 삼성SDI(1.213TWh), 기아(1.007TWh)의 연간 전력 사용량도 1TWh를 넘었다. 반면 대규모 데이터센터(IDC) 운영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0.176TWh, 0.0036TWh를 쓰는 데 그쳤다.
올해 1~8월까지 쓴 전력량도 삼성전자(15.611TWh), SK하이닉스(5.649TWh), 삼성디스플레이(3.679TWh) 순으로 많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삼성전자 전력량은 조금 늘어난 반면 SK하이닉스는 1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전력 사용량은 5% 늘었다.
국내 기업들의 전력 사용량 공개는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지속경영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연간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알렸지만 국내에서 전력을 얼마나 쓰는지는 밝히지 않아 정확한 RE100 달성률을 알기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2022년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고 글로벌 전체 달성률은 31%라고만 했다. 그러나 연간 전력 사용량과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인증 자료를 비교하면 지난해 국내 RE100 달성률은 9%에 그쳤다.
김경만 의원은 "정부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100%를 사용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왜 9%만 쓰는지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들은 보여주기식 RE100 가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그룹은 RE100 가입사에 늦어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쓰되 그 중간 과정으로 2030년 60%, 2040년 9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라고 권고했다. 설사 RE100 가입 기업들의 국내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와 똑같다'고 해도 이를 실천하려면 최소 부산시와 대전시의 전력 사용량을 합친 33.803TWh만큼 재생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시설이 본격적으로 지어지면 필요한 전력량은 훨씬 늘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SMC가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쯤인데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으로 2025년이면 두 배 이상인 12.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50년까지 용인 클러스터에 10GW 규모의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전체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반대로 많이 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당근과 채찍' 정책을 통해 기업들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더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내수 시장 규모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안은 재생에너지를 많이 쓰는 유럽, 미국에 비해 값싼 산업용 요금, 배출권 거래 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이 좀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늘고 있지만 여기서 만든 전력을 필요한 곳까지 전달하는 전력망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최근 봄, 가을에 발전 시설 가동을 멈추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지역에도 발전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한편 전력송배전망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별 스토리 •
올림픽 위해 대중교통 무료화·차 없는 거리 검토 중인 파리…실행될 수 있을까?
프랑스 파리 녹색당은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차 없는 거리와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제안했다. 타임아웃 등 외신에 따르면 파리 녹색당은 올림픽 전날부터 패럴림픽이 끝나는 6주 동안 파리와 인근 도시에서 차 없는 거리를 시행을 제안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약 15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금지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1.58메가톤 가량의 탄소 배출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녹색당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도보와 자전거를 장려하고 기간 중 대중교통 무료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자 중 한 명인 벨리아드 파리 부시장은 “오염 없는 올림픽을 위해 자동차 없는 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파리에서 매월 첫째 주 일요일마다 자동차 없는 날을 시행하고 있는데,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다.
위원회는 돌아오는 주에 이 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이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 있는 올림픽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죽음의 시장’ ADEX를 멈춰라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앞에서 ADEX 개최 등 무기거래 및 전쟁에 반대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이 호텔에서는 ADEX 공식 환영 만찬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아덱스저항행동 제공
지난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기박람회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평화활동가가 충격을 받았고, 무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지금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또 다른 전쟁을 막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이 열리고 있다.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부터 ADEX라는 이름으로 2년마다 개최된다. 항공우주 무기체계뿐 아니라 지상 무기체계도 전시되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무기박람회다.
전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무기박람회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는 무기와 군사 기술의 과시다. ADEX에는 매번 수십만명이 방문해 전차, 장갑차부터 전투기, 미사일까지 각종 첨단 무기체계를 구경한다. 이 점에서 ADEX는 지난 9월 26일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가행진 및 열병식과 맥을 같이한다.
무기박람회의 두 번째 기능은 무기 거래와 무기 산업의 촉진이다. 사실 이것이 무기박람회의 주된 기능이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무기 거래 상담과 계약이 일어난다. 외국에서 열리는 무기박람회는 아예 대중에 공개되지 않고 업계와 정부 및 군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ADEX 2021은 17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했고, 총 230억달러(약 27조480억원)의 수주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무기박람회가 무기 산업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전 세계 여러 평화단체는 무기박람회 중단을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아 활동한다. 무기박람회 반대 운동은 미국, 영국, 벨기에, 호주,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몰아내거나 취소시켰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시민단체들이 모여 ‘아덱스저항행동’을 조직해 활동 중이다.
ADEX를 통해 촉진된 무기 거래는 전 세계 평화와 인권,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 스쿨 세계평화재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무기 거래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조장하고 무력 분쟁의 가능성과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무기는 독재자와 권위주의 국가들이 국내의 민주화 열망을 억압하고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데도 쓰인다.
무기 거래는 민간인이나 범죄조직, 허가되지 않은 제3국으로 무기 확산을 촉진한다. 무기 거래는 본질상 불투명하기에 부패를 수반한다. 의료나 교육, 기후위기 대응처럼 더 시급한 곳에 쓰일 자원의 오용을 가져온다. 무기의 개발과 생산, 시험, 사용을 포함한 모든 군사활동은 심각한 탄소 영향을 낳는다.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앞에서 무기거래 및 전쟁에 반대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 아덱스저항행동 제공
어떤 무기가, 누구에게 팔리는가
올해 ADEX에 참가한 국내 기업 중 LIG넥스원, 풍산,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는 확산탄 생산 기업이다. 확산탄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성과 광범위성, 분쟁 후에도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된 대표적인 비인도 무기다. 그런 이유로 이들 기업은 해외 많은 공적 기금과 투자 기관에 투자 제한 대상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화, 록히드 마틴, RTX 등 많은 참가 기업이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 불리는 예멘 내전에 깊이 개입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무기를 수출한다. 예멘 내전에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 한국산 무기가 사용된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라파엘, 엘빗 시스템즈 등의 이스라엘 무기 회사는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사용되는 무기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이를 “전장에서 검증된” 제품이라 강조하고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ADEX에 무기를 사러 오는 구매자들과 각국 국방장관, 육군·공군 총장, 획득청장 등 ‘VIP’들도 문제다. 2019년 행사에는 해외 54개국에서 일반 구매자가 방문했는데 러시아, 이스라엘, 미얀마를 비롯해 절반에 가까운 24개국이 무력 분쟁에 개입된 국가였다. 무기 회사들의 설명과 달리 거래된 무기는 “평화를 지키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실제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
분쟁과 고통에 기생하는 K방산
최근 격화된 이스라엘-가자지구 분쟁이 수많은 파괴와 죽음, 고통을 낳고 있다. 하지만 끔찍한 비극의 가운데서도 이득을 보고 미소 짓는 이들이 있다. 지난 10월 10일 한 매체는 미국의 방산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쟁은 악재가 아닌 비정한 호재”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를 신흥 무기 수출국들에 다시 오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기회라 표현했다. 실제로 한국은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한 해에만 이웃한 폴란드와 124억달러 상당의 대규모 무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유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2014년 가자지구를 폭격한 ‘50일 전쟁’ 이후 한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에 탄약을 수출했다. 현 상황의 뿌리가 된 돈바스 전쟁이 일어난 2014년부터 침공 이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위산업이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라며 한국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방산 수출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거짓말까지 보태면서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기 거래는 국제사회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불안정에 기여한다. ADEX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진다.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전쟁에 불쏘시개를 제공하며 돈벌이를 계속할 텐가. 무기박람회 ADEX는 국제 무기 거래의 허브이자 전쟁범죄자와 전쟁수혜자의 교류의 장이다. 이런 행사가 경제 성장의 미명아래 우리 세금으로 개최된다. 천박한 죽음의 시장 ADEX를 당장 중단시키자.
아덱스저항행동 홈페이지: www.stopadex.org <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경향
유엔 기후변화총회 앞두고 선진·개도국 ‘기후기금’ 충돌
기금위원회 회의 결렬…“선진국, 지원금 규모 논의 거부”
11월말 두바이 총회까지 규모·운영 방안 합의 불투명
큰 물난리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에서 사람들이 물바다가 된 들판을 가로질러 구호품을 운반하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다음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벌어진 기후변화 대응 기금 구성 논의가 실패로 끝났다. 이번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 차이가 거의 좁혀지지 않아,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새벽 이집트 아스완에서 끝난 유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위한 이행위원회 회의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6~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기후 기금의 구체적인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4차 회의였다.
이행위원회는 20일까지로 예정됐던 회의를 21일 새벽까지 연장하면서 막판 합의를 시도했지만, 개도국과 선진국의 견해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행위원회는 다음달 3~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5차 회의를 열어 합의를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 기금 운영 주체와 선진국의 자금 지원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선진국들은 운영 주체를 세계은행으로 할 것을 요구한 반면 개도국들은 세계은행이 기금을 맡으면 선진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독자적인 운영 구조 마련을 요구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77개 개도국들과 중국은 세계은행을 주체로 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면서 회의장에서 퇴장할 움직임도 보였다고 전했다. 개도국들이 한발 물러나 세계은행이 기금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걸 인정하고 협상을 재개했으나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아비나시 페르사우드 기후 특사는 개도국들이 운영 주체 문제에서 양보했으나 재원 확보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이상 기후와 이에 따른 인명 피해 등을 겪은 뒤 선진국들은 기금 마련 책임 문제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 기후정의 네트워크의 세계 정치 전략 책임자 하르지트 싱은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합의 실패는 부자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선진국들은 세계은행을 기금 운영자로 밀어붙이고 자금 지원 규모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는 등 염치없는 시도를 한 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중국·인도·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경제국들도 재원 마련에 기여할 것을 주장해왔으며, 특히 중국의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전했다.
28차 당사국총회 의장 지명자 술탄 알자베르는 “개도국들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손실과 피해 기금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면 28차 총회의 전체 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지난해 이집트 당사국총회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기금은 해수면 상승, 폭염 증가, 사막화 등에 시달리는 나라들을 돕기 위한 것이며, 기금 규모와 운영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은 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재 개도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의 5분의 1 내지 10분의 1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며 2030년까지는 3000억달러(약 406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비자림로 150년 팽나무의 호소 "저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요?"
[현장] '비자림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 소송' 기반으로 열린 모의 재판
"쑥쑥 잘 큰다며 방풍림으로 쓸 때는 언제고, 이제는 삼나무가 너무 쑥쑥 잘 자라니 다른 생명들이 살 수가 없다나요? 사실은 나를 자르고 길을 넓혀야 땅값이 올라가기 때문 아닙니까?"
"삼나무를 다 베는 것도 아니고 일부만 베는 건데 '삼나무가 아파요, 비자림로가 아파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던데 우리가 쓰는 종이도, 우리가 입는 옷도 다 자연물로 만든 것 아닙니까?"
지난 21일 제주도립미술관 중앙정원에서 진행된 모의재판에서 자연과 인간의 논리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비자림로에 살고 있는 황조롱이, 팔색조, 애기뿔소똥구리, 으름난초, 팽나무, 고사리, 삼나무가 도로 확장공사를 집행한 제주도정을 상대로 비자림로 공사 무효소송을 냈고 제주도정은 공사에 찬성하는 제주도민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이날 모의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비자림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 소송'에 기반하여 짜여졌다. 비자림로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이 원고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과는 반대로 이 재판에서는 동식물들이 원고 자격을 획득하고 당당하게 주장을 펼친다.
비자림로 동식물들의 목소리
▲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삼나무 .▲ 흐느끼는 고사리 .▲ 팔색조의 경고 .ⓒ 김선
비자림로에서 2천그루 정도 베어진 삼나무가 일갈한다.
"이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연을 '자원'이라 부르면서 숲을, 강을, 바다를...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마치 물건인양 사고 팔며 부자가 되겠다고 날뛰고 있습니다!"
고사리가 애처롭게 호소한다.
"인간들은 자기 거주지에서 보호받고 부당하게 침탈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왜 다른 생명체들은 이 오랜 서식처에서 대책도 없이 쫓겨나거나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 하나요? 강자의 위치에 있는 인간이 우리같이 작고 힘없는 생명체에게 휘두르는 무자비한 횡포와 폭력 앞에 우리가 같이 힘을 모아 저항하고 되찾을 권리를 주장하면 안 되는 건가요?"
팔색조가 준엄한 목소리로 배심원들을 향해 주장한다.
"어차피 결정은 당신들이 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더 큰 힘이, 보다 작은 당신의 힘을 억압하며 모든 숲과 바다를 하나씩 정복한 후 당신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겠습니까? 우리만 살겠다고 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욕망을 무시할 힘도 우리에겐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환경파괴와 난개발의 상징으로 '매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넓은 도로를 만들기 위해, 더 큰 공항을 만들기 위해, 더욱 많은 당신을 스스로 죽이는 군사기지를 만들기 위해, 당신이 당신의 땅을 모조리 정복한 이후, 당신은 파괴된 세계, 난도질당한 땅 그 자체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으름난초가 자신의 위태로운 생존에 대해 알린다.
"제가 살아가는 숲이나 얕은 계곡이 최근 얼마나 많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제주에서 사라졌는지 재판장님도 배심원 분들도 알고 계실 겁니다. 정말 저는 어렵게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요즘, 제 삶의 근거지인 천미천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넓히는 공사 중 하나인 다리 확장 공사로 인한 변화 입니다.
다리 기둥을 세우느라 종일 하천 바닥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뿌리가 흔들리고, 공사 중장비 소음이 끊이질 않고 시멘트 역한 냄새가 주위를 에워싸는 등 제 삶의 등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다리를 넓히는 공사로 제 옆으로 흐르는 물길이 사라질지 좁아질지 제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이 다 쓸려갈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 불안을 호소하는 으름난초 .ⓒ 최성희 ▲ 분노한 애기뿔소똥구리 .▲ 홀로남게 될 팽나무 .ⓒ 김선
애기뿔소똥구리가 인간들을 향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우리 삶터를 얼렁뚱땅 조사하고 평가한 후 마련한 법정보호종 보호대책이, 강제이주라고? 게다가 우리 애기뿔소똥구리는 공사가 시작되면 주변 목장으로 저절로, 알아서 이동할 테니 공사 영향이 미미할 거라고? 소똥, 말똥만 옮겨두면 우리가 거 가서 잘 살 거란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완? 잘 살고 있던 천 마리의 애기뿔소똥구리를 쫓아가 마구 쥐어잡고 우리에 가뒀다가 낯선 똥 속에 처박아 두면 우리가 그저 잘 살 수 있냐고?"
날아가던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목소리를 낸다.
"얼마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놀러가서, 거기 사는 알락쇠오리들 한테서 들었는데, 1995년 2월, 그러니까 거의 30년 전에 진행된 법정공방에서 캘리포니아 주 법원이 자기들을 원고로 인정해줬더라고요! 그래서 한 벌목 회사가 회사 사유지인데도 불구하고 알락쇠오리들이 사는 곳에서는 함부로 벌목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운 좋게 비자림로에서 살아남게 될 150년 수령의 팽나무가 말한다.
"왜 저희들은 당신들의 편리에 의해 터를 뺏기고 옮겨져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합니까? 당신들보다 더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제가, 당신들에게 아낌없이 주기만 했던 제가, 우리가, 우리가 살고 죽고 살면서 만들었던 숲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베어져야 합니까? 숲의 가족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도로 옆에서 저는, 저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요?"
원고들에게 고소당한 제주도청의 사업 담당자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비자림로는 교통량이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곳입니다. 2020년 하루 7843대로 나왔는데 빨리 도로를 확장하지 않으면 서비스 수준이 아주 나쁜 단계인 D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건설 경기도 침체되어있고 해서 2018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기발주 대상사업으로 넣어서 신속하게 공사하려 한 것입니다... 공사하다가 법정보호종들이 발견되는 바람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따라 오랜 기간 공사가 멈췄는데 제주도는 두 번이나 생태조사를 해서 법정보호종들의 보호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제주도 주민들의 목소리
▲비자림로 모의재판 . 공사 반대는 환경지상주의라는 찬성도민 ..ⓒ 김선
제주도가 요청한 증인으로 나선 도민은 동식물보다 인간이 먼저 살아야 한다며 육지에서 내려온 환경지상주의자들을 향해 분을 터뜨린다.
"비자림로 도로확장공사는 오래된 주민숙원사업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길을 넓히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마치 자연파괴 주범으로 몰아갔습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고하고 정의로운 척했지요. 비자림로로 맨날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 좀 생각해봐 주십시오.
그 길로 경운기나 트랙터가 다니면 뒤에서 꼼짝할 수가 없어요. 거기다 렌트카들이 몰리면 엄청 막혀요. 겨울철이 되면 삼나무숲이 너무 울창하고 도로폭도 좁고 햇볕이 안 들어서 오랫동안 녹지 않으니까 블랙아이스가 엄청 심해서 사고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 아실까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정신 좀 차립시다. 곤충이나 새나 나무보다 사람이 먼접니다."
이날 모의 재판에는 14명의 배심원이 참여해 원고와 피고, 증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공사 무효라는 원고 측 주장의 타당성을 토론했다. 배심원들은 토론이 끝난 후 10명의 배심원이 공사무효라는 원고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4명의 배심원은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내려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반영하여 공사 계획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이 모이재판을 기획한 이유진 작가는 방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루앙삭 아누왓위몬(Ruangsak Anuwatwimon)과 협력한 신작 <우리가 _______하는 한(As long as we _______)>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며 비수도권 정체성과 공동체 형성에 대해 고민 하며 '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s)'의 언어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작가는 "현재 전 세계에 2,365건의 기후 위기 소송이 진행 중이며 그 중 무려 200여 건이 지난 12개월 사이에 제기되었다. 올 여름에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헌법을 근거로 한 기후소송 재판에서 청소년 원고 16명이 승소하였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주 정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화석연료 정책을 강행하여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제주도에서도 비자림로 도로 확장공사에 대한 무효화 소송이 제주도민들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재판을 통해 삼나무, 맹꽁이, 으름난초 등 생태학살의 당사자가 된 시민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원고 부적격이라는 법률적 무기를 공생적 상상력으로 전복시켜 보려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모의재판은 2018년부터 비자림로에서 공사 반대 활동을 벌여온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협력해서 참여했다.
오마이뉴스 김순애(soonae70)
자연재해 급증하는데 예방은 뒷전‥'사후약방문' 대책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집중호우나 태풍에 의한 자연재해가 늘고 있죠. 지난 10년간 경제 손실은 3조 7천억 원에 이르고, 복구 비용까지 포함하면 10조 원이 넘는다는 보고서도 나왔는데요. 그래서 최근 정부가 재해를 예측할 수 있게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업비가 전액 삭감됐습니다.
리포트-지난해 8월, 시간당 110mm가 넘는 폭우로 도로가 침수돼 3명이 숨졌던 서울 강남 일대를, 3D 가상현실로 재현한 모습입니다. 인근 건물 지하층의 침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시간당 강우량이 100mm일 때는 외벽을 타고 비가 스며드는 정도였는데, 200mm로 증가하자 배터리 실이 물에 잠기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현실세계를 똑같이 구현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릅니다. 실시간 날씨 정보와 결합하면 침수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김재호/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부교수] "수위 센서들만 가지고는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트윈'으로 모델링 된 상태에서 실시간 데이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죠."
'디지털 트윈' 기술은 쾌적한 교통, 주거환경을 갖춘 미래도시를 만들 핵심 기술로도 꼽힙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021년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까지는 충남 아산의 하천 홍수 예측 사업, 경북 울진의 해안도로 침수·침하 시뮬레이션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으로 진행됐고, 내년부터는 예산 50억 원을 들여 중앙 정부 차원으로 확장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업비 전액이 깎여,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습니다.
[김영선/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기상청이라든지 또 경찰이라든지가 일이 일어난 다음에 사후약방문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거예요. 시뮬레이션에 따라서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 좋은데…"
중대본이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기상청 등 유관기관의 내년 사업 계획에도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난재해 예방 사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이기대공원,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 거듭날 것"… 부산시 계획수립 본격화
남구 이기대공원 사유지 보상 완료에 따라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 수립' 본격 추진
부산시가 남구 이기대공원 사유지 보상 완료(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2면 보도)에 따라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20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자연환경을 가진 이기대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는 예술문화공원으로 가꾸고자 한다”며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가 구상 중인 이기대 예술공원 내 조성될 아트센터. 부산시 제공
‘이기대 예술공원’은 ▷이기대 자체가 예술이 되는 공원 ▷자연환경 속에 녹여진 품격 있는 미술관 ▷숲속 길을 따라 마주하는, 예술문화 콘텐츠가 축적되는 공원 등 3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자연과 생태,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4년 말까지 문화예술인과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기대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 산책로, 해안 절경 등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생태관광 명소다. 1997년 정부의 해안선 군 주둔지역 개방정책에 따라 군사시설 보호지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2005년 이기대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이 진행됐고, 2013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됐다.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오른쪽 테이블 검정 의상 여성)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로 공원이 사유화될 뻔 했으나 지난 2019년부터 지난 6월까지 시가 5년에 걸쳐 보상비 737억 원을 투입, 총 71만2000㎡를 매입했다. 여기에는 삼성문화재단 소유 부지 약 32만5000㎡도 포함됐다. 이기대공원 면적은 125만㎡, 오륙도에서 동생말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는 4.7㎞ 거리다.
시는 이기대 예술공원에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일본 나오시마 미술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독일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은 바다와 자연 생태가 조화를 이룬 세계적인 명소”라며 “우리 시도 심도 있는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기대만의 타당성을 찾고 자연 생태환경과 문화예술이 접목된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박 시장은 기자회견 직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를 만나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부산을 방문한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박 시장 접견 후 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주관 초청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박 시장과 만난 후 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주관 초청특강에 참석한 세지마 가즈요는 “전날 부산에 와서 이기대를 직접 방문하진 못했지만, 사진으로 봐선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 공간으로 다양한 건축이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산시가 이기대공원이 아시아 대표 예술 작품과 문화가 있는 장소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이곳에서 가능성을 봤다. 부산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소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기업 생존 걸린 '탄소 무역장벽'…공장 지붕 빌려주는 '태양광 렌털' 뜬다
태양광 패널 넓히는 지자체·산단
값싼 재생에너지가 경쟁력 된 시대
멀쩡한 공장 지붕에 구멍 내는 기업들
'여당 텃밭' 대구시도 태양광 투자 지원
경남 창원시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부지 및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창원=나주예 기자
경남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동전산단)에는 6월 '특별한 기관'이 문을 열었다.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관리하는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다. 이곳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짓고 관리하는 창원국가산업단지의 프로젝트에서 허브 역할을 한다.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단 입주기업들이 전력 일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에너지 자급자족 사업'을 시작했고 창원산단이 1호로 뽑혔다. 권정일 센터장은 20일 "입주 기업들의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놓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급자족 사업이라지만 입주 기업이 직접 태양광 발전 시설을 관리하진 않는다. 지붕을 전문 업체 SK에코플랜트에 빌려주고 이 업체가 2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패널로 만든 전력을 4개 기업에 공급한다. 이는 SK에코플랜트와 산단 입주기업이 한국전력을 통해 장기계약을 맺은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은 보통 킬로와트시(kWh) 당 200원가량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140원대에 싸게 살 수 있다.
자발적 캠페인? 안 하면 수출 길이 막힌다
경남 창원시 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권정일 센터장이 계통관리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창원=나주예 기자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까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RE100 이니셔티브1 를 비롯해 탄소 감축을 화두로 한 새로운 환경 질서가 만들어지고 이를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KDI 공공정책대학원 등이 2021년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봤더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으면 2040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이 3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대기업들에 RE100 컨설팅을 해 온 A씨는 "2, 3년 전부터 지붕형 태양광을 직접 챙길지 전문 업체에 맡길지 고민하던 대기업들은 실행에 나섰다"며 "올 들어 중견기업들로부터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구 스마트산단에서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홍태화 SRS(주) 대표는 "산단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의 20%는 중견·중소기업이 활용한다"며 "주로 RE100에 가입한 국내외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라고 전했다. RE100 가입사들이 자신들의 협력업체에 재생에너지를 쓰도록 요청해 조금이라도 싼 재생에너지를 찾는 게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A씨는 "애플, BMW, 볼보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현장 실사도 나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도레이와 독일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1월 독일에서 '공급망 실사법'2이 통과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해 말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지침 최종안이 나오면 이런 요구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PPA...정수기처럼 빌려쓰는 태양광 발전소
LG전자가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 옥상에 2025년까지 설치할 태양광 발전소 조감도. LG전자는 공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특히 지난해 9월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기업들끼리 사고팔 수 있게 한 '직접 PPA'를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RE100 대처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업체 GS EPS는 LG전자로부터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 지붕을 빌려 태양광 전력을 만든 뒤 LG전자에 다시 판다. 이전까지 네이버 등 사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단 기업들은 직접 챙겼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자동차 전자장치·電裝) 사업본부(VS)가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썼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수기처럼 태양광 시설을 빌려 쓸 수 있게 되면서 지붕에 다는 태양광 패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아모레퍼시픽, SK스페셜티, LG이노텍, 현대모비스, GC녹십자, 한국바스프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쓰겠다고 발표한 기업 모두 직접 PPA를 택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해 12월 RE100과 관계 있는 164개 기업에 물었더니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수단이 직접 PPA(27.4%)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태양광 수요 늘려
1월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력수급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전기료 폭등이 기업들의 PPA 수요를 더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년 사이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오르면서 PPA 요금이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과 비슷하거나 더 싸진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직접 PPA 계약 단가는 kWh당 140~150원으로 알려졌는데 올 겨울 산업용 전기요금은 추가 인상이 없을 경우 kWh당 최대 부하 기준 186~204원(산업용전력 '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 우리 회사의 직접 PPA 금액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싸다"며 "전기료를 (태양광 패널 설치 전보다) 매달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단들도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한화자산운용(주) 등과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내 산단 지붕과 남는 땅에 최대 3조 원 규모의 민간 자본을 들여 1.5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놓고 발전사나 산단 입주 기업에 판다는 내용이다. 경기도는 7월 8개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자로 컨소시엄을 꾸렸다. 역시 발전 사업자가 4조 원을 투입해 경기도 내 50개 산단의 공장 지붕과 남는 땅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2.8GW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쓰는 기업에 인센티브 줘야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PPA는 20년 이상 운영해야 수익을 내는데 현행법으로는 공장 소유주가 바뀌면 설비 유지를 강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기준 국가산단의 연간 태양광 전력 생산량은 자체 전력 소비량의 1%도 안 된다. 그러자 대구시는 신규 입주 기업이 태양광 발전소를 넘겨받을 수 있게 산단 관리 기본 계획을 만들었다.
최근 들어 위축된 태양광 사업 투자와 높은 금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원전 생태계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가 고금리 기조로 인해 태양광 투자시장은 침체된 상태다. 홍태화 대표는 "대규모 태양광 설비 설치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고시하는 태양광 전력 장기계약 입찰 상한가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어 PF를 모으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직접 PPA 가격은 에너지공단의 태양광 장기 계약 입찰 상한가보다 낮게 마련인데 kWh당 △2019년 180.6원 △2020년 172.5원 △2021년 161.6원 △2022년 160.6원 △올해 153.5원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1 RE100 이니셔티브-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민간 캠페인. 현재 국내 32개 기업을 포함해 400곳이 가입했다.
2 '공급망 실사법'-독일 내 3,0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내 환경·인권 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법. 공급망 내 기업 실사 의무와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창원=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한국 재생에너지 단가 비싸...태양광·해상풍력 미국의 두배 넘어
재생에너지 마련 4개 대응 방법과 비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마련하는 건 네 가지 방법이 있다. ①자가발전 ②녹색프리미엄 ③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④전력구매계약(PPA) 등이다.
20일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자가발전이든 PPA든 사옥이나 공장 지붕에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지어 충당할 수 있는 전력은 전체 사용량의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6년 RE1001을 달성한 애플도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의 14%만 직접 발전으로 확보했고 녹색프리미엄과 비슷한 '녹색요금제'로 18%, PPA로 63%를 채웠다. 기업들이 RE100을 여러 방법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부 재생에너지는 산업용보다 더 비싸더라도 100%를 달성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한다.
①자가 발전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짓고 전력을 만들어 쓰는 방법이다. 한번 지으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지만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고 직접 쓸 경우 REC를 인정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 패널과 발전소를 짓는 데에 1메가와트(MW)당 2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②녹색프리미엄은 한국전력에 웃돈을 주고 인증을 받는 제도다. 공공 발전사들이 석탄, 천연액화가스(LNG) 발전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례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로부터 REC를 사야 하는데 이 비용의 일부를 다시 녹색프리미엄 판매로 보전한다는 취지다. 올해 하반기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0.7원으로 산업용 전기료에 5~10%에 달한다.
③발전사들이 사고 남은 REC는 기업이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다. 지난해 20년 장기 계약 기준 kWh당 입찰 상한가 74.7원, 올해 현물가 기준 70원대로 재생에너지 구매 방법 중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④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력을 사는 제도다. 발전사업자와 기업 사이의 중계업자가 한전이면 제3자 PPA, 일반 기업이면 직접 PPA라고 부른다. 가격은 계약 조건마다 다르다.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단가가 가장 비싼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5년마다 펴낸 '전력생산 비용전망(2020·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에너지균등화비용(LCOE)2은 메가와트시(MWh)당 태양광 96.6달러, 육상풍력 113.3달러, 해상풍력 161달러로 원자력발전 53.3달러, 석탄 75.6달러, 가스(복합화력) 86.8달러보다 훨씬 비싸다.
반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LCOE는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보다 쌌고, 원전보다도 싼 경우가 비싼 경우보다 많았다. 인도의 태양광 LCOE는 35.5달러로 석탄(70.5달러)은 물론 원전(66.1달러)보다 쌌다. 미국도 육상풍력 LCOE가 39달러, 태양광 LCOE가 44달러로 가스복합발전(45달러)보다 쌌다. 다만 해상풍력은 65.6달러로 더 비쌌지만 원전(71.3달러)보다는 쌌다. 중국의 태양광, 육상풍력 LCOE는 각각 50.7달러, 58.4달러로 석탄(74.7달러), 가스복합발전(84달러)보다 쌌다. 유럽은 해상풍력이 89.8달러(프랑스)로 발전원 중 가장 비쌌지만 태양광(63달러‧이탈리아), 육상풍력(56.1달러‧프랑스)은 가스복합발전(69.5달러‧이탈리아)보다는 쌌다.
원전 LCOE는 비교 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쌌다. 반면 인도, 미국, 중국 등에서 원전 LCOE는 태양광보다 비쌌고 유럽의 경우 해상풍력 다음으로 가격이 높았다.
해당 보고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나온 만큼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LCOE 격차는 최근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태양광, 육상 풍력 발전 단가는 각각 MWh당 45달러, 43달러로 신규 석탄 및 가스 발전 단가(71달러, 78달러)의 60%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왜 유독 높을까. 연구원은 같은 제목의 2021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태양광 설비 비용은 해외 주요국보다 10%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 기자재, 설치, 시공 비용은 주요국 평균 18% 낮은 반면 이윤, 금융비용, 인허가 등 간접 비용은 68% 더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1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세계적 민간 캠페인
2 에너지균등화비용(LCOE)-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비용을 합한 발전 단가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 상승… 20년 내 국내 원전 일부 중단 우려
지구 온난화로 원전의 최종열제거원으로 쓰이는 해수(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향후 20년 내에 일부 국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는 원전 열교환기(CCW) 성능 개선 등을 통해 셧다운을 예방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전발전 비용과 전기요금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을 위해 원전별로 설계해수온도를 설정하고 있다. 원전 발전과정에서 과열된 원자로를 식혀주는 해수가 일정 온도를 넘을 경우 제대로 된 냉각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28기(준공 예정 포함)의 설계해수온도는 31~36.1도로 각각 다르게 책정돼 있다. 원전 주변 바닷물 기온이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하면 원전을 멈춰야 한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 탓에 설계해수온도는 한수원 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빛 3·4호기 주변 바닷물 온도는 2042년 설계해수온도(35.5도)에 도달할 전망이다. 2019년 한빛 4호기 주변 해수온도는 31.1도였지만 올해 측정 결과 31.8도까지 올랐다.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 근처 해수도 2047년에는 설계해수온도(31도)까지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한수원은 바닷물 기온이 오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해 원전 설계해수온도를 올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새울 1·2호기와 고리 2~4호기, 한울 1~6호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최고 해수온도가 변경됐다.
한수원은 해수온도 측정과 열교환기 성능 시험, 정비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안위에 제출한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원전안전 종합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열교환기 교체 등을 통해 설비의 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열교환기 증설 등을 위해선 원전 내 공간도 필요하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 것”이라며 “한수원이 체계적인 해수 모니터링 시스템과 대응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수온도 상승으로 향후 원전 발전 비용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원전의 가성비가 높다는 이유로 원전산업 육성 기조를 밝혀 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더 심화되면 원전 열교환기 교체나 증설에 추가로 돈이 더 필요하고, 전력 가격 상승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후쿠시마 앞바다 삼중수소, 또 최대치 경신···20베크렐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
“제대로 못 걸러낸 오염수 유출 가능성”
도쿄전력 “이상치 기준 이하···문제 없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방류구 인근에서 지난 21일 리터(ℓ)당 20베크렐(㏃)이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지난 8월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이 부근에서는 최근 삼중수소의 검출 횟수와 농도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오염수가 방류돼도 해류를 타고 퍼지기에, 특정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다른 것이다.
도쿄전력은 22일 방류구로부터 약 200m 떨어져 있는 ‘T-0-1A’ 모니터링 지점에서 전날 채취한 바닷물을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2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이후 삼중수소가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 가장 높았던 수치는 지난 16일 채취한 해수에서 나온 16㏃였다.
앞서 도쿄전력이 지난 7일부터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한 뒤, 방류구 인근의 삼중수소 농도는 심상치 않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1차 방류 당시에는 속보치 기준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례는 단 한 차례였으나, 2차 방류 이후 약 보름간 삼중수소가 검출된 빈도는‘T-0-2지점’을 포함해 8차례에 달한다. 농도 최대치도 계속 경신되고 있다. 7일 채취한 바닷물이 9.4㏃를 기록한 뒤 9일 채취분에선 11㏃를 기록했으며, 16일엔 16㏃까지 오른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퍼지기 때문에 특정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것이다. 도쿄전력 측은 “해당 해역은 해류 흐름이 주기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수치에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중수소가 검출됐어도 이상치 판단 기준인 ℓ당 700㏃에 크게 못 미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오염수를 바닷물로 얼마나 희석했는지에 따라 방류구 인근 삼중수소 농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다”며 “또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오염수가 유출됐을 가능성이나, 분석방법에 있어서의 변수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백 교수는 “만약 이같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삼중수소가 바다에 농축되고 있는 현상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삼중수소가) 해류를 타고 퍼져나간 뒤에도 바닷물에 미미하게 남아있고, 거기에 다시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농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쿄전력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명확한 원인 파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안전할 것이라 섣불리 추정하는 것은 사고를 일으킨 주체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면 시간을 들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원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전 폐로에 관한 안전감시협의회’도 지난 17일 회의에서 최근의 삼중수소 추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도쿄전력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구 인근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만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국민 우려 해소를 위해 이번 2차 방류 기간에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에 대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에 질의를 보내 보다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지난 5일 시작한 오염수 2차 방류는 23일로 완료됐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두 차례 더 방류를 실시, 총 4차례에 걸쳐 오염수 3만1200t을 처분할 계획이다. 3차 방류 대상인 오염수의 시료에서는 최근 삼중수소 이외에 탄소-14와 코발트-60, 스트론튬-90, 이트륨-90, 아이오딘-129, 세슘-137 등의 유해 방사성 물질들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T-0-1A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 분석 속보치. 연두색으로 메워진 점이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례로, T-0-2지점까지 합하면 지난 7일 이후 검출 사례는 최근까지 8차례 이어지고 있다. | 도쿄전력 ‘오염수포털’ 자료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오염수 방류 이후 고수온이 덮쳤다···전복이, 꿈이, 마을이 무너지는 완도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서 청년 어민들이 폐사한 전복을 치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남 완도군 금일읍 도장항에서 1㎞쯤 떨어진 한 전복 양식장. 한명근씨(43)가 지난 16일 오후, 어선의 크레인을 움직여 가두리 양식장을 들어 올렸다. 양식장 한 칸에는 미역과 다시마를 먹여 2년 반을 꼬박 키운 600미의 전복이 살았었다. 늘 설렘과 반가움으로 길어 올리던 전복을, 요즘 한씨는 괴로움과 미안함으로 끌어올린다. 한씨가 직사각형 칸이 나뉜 양식장을 배 위에 올리고 직각으로 들어 올리자 후드득, 전복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아 있는 전복은 빨판으로 단단히 그물에 붙어,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반은 죽었네. 반은 죽었어.”
읊조리며 뱉은 한숨이 대수롭지 않은 듯 동료 어민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에이, 반절 아니다. 30%다. 이 정도면 양호하네.” 골라서 뜯어 낸 ‘산 전복’ 십여미를 한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썰어 냈다. “남의 전복이 제일 맛있더라.” 웃자고 건넨 농담인 줄 알기에 마주 웃었지만, 한씨 입가에 걸린 씁쓸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아는 동료 어민들의 농담 사이사이에서 한숨이 비죽비죽 새어나왔다.
올해 들어 완도의 전복 어가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생산지 전복값은 폭락했다. 28도 이상 고수온에 취약한 전복은 여름이 오기 전인 7월 말쯤 다 팔려야 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고 양식장에 남았다.
결국 지난달 완도의 전복 양식장 곳곳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7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되면서 연안 수온이 평년(최근 30년)보다 1~3도 높게 유지됐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전복 도맷값은 완도 전복 줄폐사 이후 최근 반등했다. “다 죽어버리니까 가격이 오르데요.” 어민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서 청년 어민들이 걷어 올린 가두리 양식장. 해당 칸은 30%정도의 전복이 폐사한 상태로 파악됐다. 한수빈 기자
경향신문이 지난 16~18일 찾은 완도 금일도에서는 적게는 30%, 많게는 90%까지 전복이 폐사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6·25 전쟁 때도 전란을 피해 평화로운 섬이라는 별칭 ‘평일도’로 불려온 금일도에는 위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전복 폐사는 특히 터를 잡기 시작한 청장년 양식업자들을 더 세게 할퀴었다. 금일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코로나19를 가까스로 넘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터졌고, 이젠 전복들이 다 죽어버렸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폐사 원인 합동조사단조차 꾸려지지 않고 있다. 막막하다”고 했다.
풍운의 꿈 안고 터 잡은 청년들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서 청년 어민들과 서광재 완도금일수협 조합장(왼쪽에서 네번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일읍은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가격 하락 등으로 최근 전복 양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금일도 도장어촌계에는 40여명의 30~50대 청장년 전복 양식업자가 살고 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전에 귀어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실은 완도 금일읍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다. ‘섬 밖으로 나가 살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광주 등 섬 밖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서울과 천안 등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귀향한 이들도 있었다.
9년 전 귀어한 한병훈씨(41)는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양식업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전복 양식을 시작할 때는 정부자금 지원도 잘 돼 있었고, 전복 가격 자체가 좋았다”며 섬으로 돌아오던 때를 회상했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의 지난 16일 모습. 금일읍은 최근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가격 하락 등으로 전복 양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수빈 기자
작은 배 한 척에 2억원, 큰 배는 15억원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양식업에 이들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젊은 수산인력 양성 사업’ 덕택이었다. 만 50세 이하의 후계어업인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수산업 경영인’ 정책 등에 힘입어 이들은 희망을 안고 섬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게 이제 다 빚이네요.” 11월에 치패(새끼 전복)를 사들여 몇 해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올해 입은 경제적 타격으로 치패 살 돈 없는 이들이 마을에 수두룩하다고 했다. 특히 정책자금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다들 대출 5억~10억원은 기본이에요. 이자만 월 300만~500만원인데 원금 상환하려면 1년에 생활비 빼고 1억원을 갚아야 해요.” 한씨가 말했다. 정책자금을 받은 이들은 수산업 이외에 4대보험에 가입되는 직종에 종사할 수 없어, 다른 출구도 없다.
완도금일수협이 자체적으로 보험 가입 대상자들의 양식장을 조사한 결과 감목, 구동, 도장, 동백, 생일, 신평, 척치 어촌계의 양식장 4031칸 전복 중 3만6986미(약 55%)가 고수온으로 폐사 피해를 입었다. 피해 추정금액은 29억여원에 이른다. 아직 사고조사가 진행 중인 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어민이 상당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완도금일수협 측 설명이다.
청년이 무너지면, 마을이 무너진다
부모의 양식장을 물려받아 4년 전 귀어한 한선호씨(50)는 마을 청년 중 맏형님뻘이다. 그는 마음이 더 무겁다고 했다. 한씨는 “어린 동생들을 보면 ‘접고 마을 떠나라’고 자꾸 말하게 되더라”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려 돌아온 데다 처자식이 있는 자신은 앞으로 20년, 30년이고 눌러앉아야 할 팔자지만 ‘홀몸인 청년들은 아직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청년들이 떠난 ‘마을의 미래’에 대해 한씨는 “다른 도서 지역이 그렇듯 금일도에서도 젊은이는 사라지겠지”라고 했다. 금일읍에 거주하는 청소년(현재 금일초 70명, 금일중 51명, 금일고 32명) 대부분이 전복 양식으로 먹고사는 집의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나마 귀어·귀촌한 청년들이 있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다 떠 버리면 문제가 되겠죠.” 한씨는 ‘섬을 떠나 살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에 요즘 공감한다고 했다. “우리가 시작할 때는 전망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내 자식들에게 ‘어업하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서 청년 어민들이 양식 작업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한씨로부터 ‘마을을 떠나라’는 잔소리를 자주 듣는 임국빈씨(31)도 지친 마음을 꺼내보였다. 5년 전 귀어한 임씨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모아 전복을 길러놓으니 코로나19에 오염수가 터졌다”며 “죽은 껍질만 보면 화가 나서 바다에 나가기도 싫다”고 했다. 그는 올해 양식장에 종자를 넣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임씨 주변에는 양식업을 접은 이도, 개인 파산신청을 고민하는 이도 있다. “저희끼리는 앞으로 어떻게 사냐, 모이면 매일 이런 얘기 뿐이에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섬 안에서 메아리만 치는 기분입니다.” 임씨가 말했다.
완도 금일도의 어민들이 무너지는 모습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어민들이 파산 신청을 하면 90%를 농림수산업자신원보증기금(농신보)이, 10%를 수협이 책임지는 구조다. 완도금일수협이 어민 개인회생파산으로 떠안은 ‘연도별 대손판정 대위변제 현황’을 보면 10월15일 기준 243건, 141억여원이다. 지난해 한 해를 통틀어 떠안은 241건, 143억원과 비슷한 수치다. 이진영 완도금일수협 상무는 “아직 올해가 두 달 남았는데 지난해 수치에 도달하는 등 부실 수치가 오르고 있다”며 “청년 어민 한 사람이 포기하게 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수온 줄폐사 이어져도, 관청은 “기준 미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우리 정부는 다방면으로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민들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하다. 완도읍에서 전복 유통업을 하는 황인중 경영수산 전무이사는 “정부 노력을 느끼긴 하지만, 결국 그건 나 같은 유통업자 배 불려주는 것이지 어민들에게 돌아가는 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는 “겨우 ‘(2.5t 트럭) 한 차 ○○수산에 팔았다’‘다행이다’ 정도로 생각하지 정부 역할이 체감되는 건 없다”고 했다.
금일도 청년 어민들은 폐사의 원인을 찾는 ‘행정합동조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된 어민은 폐사가 ‘고수온 피해로 인한 것’임을 증빙하는 공문서가 있어야 보험금을 탈 수 있다. 폐사율를 측정하려면 양식장 안에 죽은 전복을 남겨둬야 한다. 새끼 전복을 넣어야 하는 11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행정합동조사는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에 위치한 전복 양식장에서 청년 어민들이 양식 작업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해양수산부가 정한 전복 한계 수온 기준은 28도인데, 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해야 고수온 경보가 발령되고 피해 보상 조사도 이뤄진다. 완도군청 관계자는 “(지난 여름에) 신고 들어온 몇 곳을 동향 파악차 점검했지만 28도 평균수온을 넘은 해역이 없었고, 가두리마다 폐사율이 달랐다. 한 칸을 조사하는 데 6명씩 30분이 걸리는데, 기준치 도달이 안 되니 저희로서는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어민들은 ‘28도 고수온’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본다. 황 이사는 “평소 전복이 안 죽던 동네도 올해 많이 죽었다”며 “28도는 고수온, 27도는 고수온이 아니란 말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서광재 금일수협 조합장은 “수온이 28도로 올랐다가도 해류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데, 3일 연속 28도 이상은 누구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기준”이라고 했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어민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10년차 양식업자 조재근씨(41)는 “출하를 제대로 못 하고 고수온 피해 보상도 못 받아 생계가 위급해 죽겠는데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알아서 버티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수협 관계자들은 대출금리 인하와 납부기한 유예 등 어민 숨통을 틔울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완도군청 측은 “재정 지원은 지금 당장 힘들지만 늦어도 올해 안까지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자 지원이나 감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아직 완도 바다에 오지 않았다 해도
위기에 직면한 어민들은 전복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도 막막함의 원인 중 하나다. 임형찬씨는 “정부는 과학이니 안전하다고 믿으라는데, 혹 전복이든 해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면 어민들은 진짜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전복 먹어도 괜찮아요?” 완도에서 전복으로 먹고 산다는 이유로 오염수 방류 이후 이들은 친구·친지 또는 손님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되풀이해서 받는다. 한명근씨는 “우리 같은 청년 어민들이 사라지면 다음 세대는 없다고 본다”며 “아직은 어떻게든 이 섬에서 버텨보려 하지만 지금 (포기하고픈 마음이) 목끝까지 차오른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황인중 이사의 유통업체는 지난 7월부터 자체적으로 방사능분석센터에 매달 방사능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그는 “제가 설득을 한다고 몇 명이나 설득될지 모르겠지만 의문 갖는 사람들에게 우리 전복이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만에 하나 방사능이 검출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묻자 그가 답했다. “사업 접어야지. 그땐 접어야지.”
“남획 아닌 수온 상승에 굶어 죽었다” 몇년간 개체 급감한 알래스카 대게
최근 몇년 동안 미국 알래스카 주변에서 대게 수십억마리가 사라진 원인은 바다 온도 상승으로 인한 ‘아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알래스카 대게가 남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알래스카를 둘러싼 베링해 동부의 해수 온도 상승과 대게의 실종에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냉수성 어종인 대게는 2도 이하의 수온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게의 신진대사를 방해해 대게가 훨씬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수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2017년에 비해 2018년 대게가 소모한 에너지는 4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해양 온도가 변칙적으로 따뜻할 때 발생하는 해양 폭염이 산호와 해양 생물을 취약하게 만들면서 대게의 먹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국 대게가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확보하지 못해 굶어 죽게 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북극의 기온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알래스카 베링해 등 북극 지역 해빙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해양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억5000만달러(약 2029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게가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경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베링해의 대게는 2018년 80억마리에서 2021년 10억마리로 급감한 상태다. 알래스카 어업위원회와 북태평양어업관리위원회(NPFMC)는 베링해의 대게 개체수가 어로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며 알래스카 남서부 베링해 연안 지역인 브리스틀만의 붉은 킹크랩 어로작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지시켰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대게 급감은) 해양 폭염으로 인해 해양 동물이 대량 손실된 가장 큰 사례 중 하나”라며 “현재 데이터로 봤을 때 대게 아사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 노정연 기자
쓰레기장에서 결혼사진 찍은 예비부부...결혼식 피로연 대신 해변청소
타이베이 거주 환경단체 활동가 부부
"쓰레기 양 매년 증가" 배출 문제 지적
두 손 꼭 잡고 쓰레기장 앞 사진 촬영
결혼을 앞둔 대만의 한 예비부부가 환경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 앞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아이리스 슈에 페이스북 캡처
대만의 한 예비부부가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결혼 사진을 촬영해 화제다. 환경운동가인 이들 부부는 내년 '친환경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아이리스 슈에와 이안 시오우는 최근 대만 난터우현 푸리향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쓰레기장에는 꽉 찬 종량제 봉투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산처럼 쌓여 있다. '쓰레기 산' 꼭대기에는 굴착기 한 대가 작업 중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배경으로 부부는 흰색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인 두 사람은 대만의 쓰레기 배출 문제를 지적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타이베이에 살고 있지만 특별한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3시간 떨어진 푸리향 쓰레기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50톤의 쓰레기가 모이는데 이는 1980년대(20톤)보다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슈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쓰레기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에는 사진 촬영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쓰레기 산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사진작가가 농담인 줄 알았다더라"면서 "30년 동안 일을 하면서 우리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대만에 매년 쌓이는 대규모 폐기물 문제를 모두가 알아차리길 바란다"면서 "쓰레기 줍기보다 쓰레기 줄이기가 여전히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부부는 내년 1월 20일에 열릴 결혼식도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부부는 식사로 채식을 준비하고, 하객들에게는 가능하면 재사용할 수 있는 개인 식기와 머그잔 등을 가져오라고 안내했다. 결혼식이 끝나면 다 같이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이동해 1시간 동안 해변 정화 활동을 할 계획이다. 부부는 청첩장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결혼식에 오기를 권장한다"고도 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기후변화와 육류의 연관성 모르는 사람 74%...재활용 문제는 과대평가돼
홍수, 폭염,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식단인 채식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기후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변화와 동물성 식품과의 연관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려를 높인다.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 ‘비건FTA’는 메릴랜드 대학과 워싱턴포스트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미국인 중 소수만이 자신의 행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어떤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미국에 거주하는 1404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실천해야 할 활동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74%는 육류 섭취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77%는 유제품 섭취 역시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앞서 언론사 뉴스위크(News Week)가 진행한 여론조사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1500명의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40%가 붉은 고기를 덜 먹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인식은 최근 발표된 여러 기후 전문가들의 조언과는 상반된다. 지난 9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는 2050년까지 육류와 우유 소비의 절반을 식물성 대체품으로 바꾸면 탄소배출량을 31%까지 대폭 줄이고 숲과 자연 지형의 황폐화를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옥스퍼드 대학은 2050년까지 4분의 3의 사람들이 채식이 풍부한 식단을 채택하면 100기가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비건 식단은 고기가 많은 식단에 비해 배출량을 최대 7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인들은 온실가스 배출과 식습관 사이에 연관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재활용 등 폐기물 배출에 대한 인식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재활용이 기후변화를 막는 핵심 조치라고 믿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재활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의 보고에 따르면 전체 폐기물의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며, 플라스틱 폐기물의 경우 그 수치가 9%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설문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식습관 변화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다른 조치로 태양광 패널 설치, 전기 자동차 운전, 비행 횟수 감소, 작은 집에서의 생활 등을 꼽았다.
앤 보스트롬(Ann Bostrom) 워싱턴 대학 환경 정책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모른다면 자신이 무엇을 성취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라면서 실제 기후변화에 도움이 되는 실천방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권광원 kwang@vegannews.co.kr
‘용호 씨사이드’ 소송전 마무리 수순…관광개발 물꼬 트이나
금룡조겅 청구 대법서 파기 환송
유치권 분쟁 재상고 절차 밟더라도
법조계 안팎 “4개월 내 최종 결론”
공사대금·이자지급 등 협상 관건
법원이 부산 남구 ‘용호 씨사이드’ 사업 유치권 분쟁 2라운드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A 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자 금룡조경 측은 대법원에 재상고할 방침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4개월 내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룡조경이 법정 분쟁이 끝난 후 유치권을 해결하고, 17년간 표류해 온 사업을 정상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 오륙도 씨 사이드 조감도. 국제신문DB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민사2-2부(주심 박운삼)는 용호 씨사이드 관광지 사업자 금룡조경 측이 A 사를 상대로 낸 토지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A 사의 유치권을 인정했다. 이 사업은 남구 용호동 산205 일대에 광장 호텔 콘도 상가 등을 지어 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부지면적 14만3626㎡, 연면적 12만2506.84㎡고, 민자 4381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원래 사업을 추진했던 곳은 건설업체 B 사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해 그해 부산시가 관광지로 지정 고시했고, 이듬해 관광지 조성계획이 승인됐다. 2007년에는 남구가 B 사의 관광지 조성사업을 허가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2011년 B 사가 부도나면서 사업 허가가 취소됐다.
이후 2016년 협성건설이 자회사인 금룡조경 명의로 부지를 395억2000만 원에 인수하면서 재개됐다. 그러나 B 사의 하청업체 A 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 행사에 나섰고, 금룡조경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진행된 선행 소송에서는 금룡조경 측이 일부 승소하면서 총 55필지 중 9필지를 인도받았지만, 후행 소송에서 법원이 A 사의 유치권을 인정했다.
금룡조경 측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한다는 방침이다. 금룡조경 측 관계자는 “대법원 판단이 확정될 때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소송은 1심과 2심 모두 원고인 금룡조경 측이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결과를 뒤집고 원소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조계에서는 금룡조경이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관측한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미 검토한 사건이라 오래 끌지는 않을 거다. 특별하게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 상고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적 분쟁은 4개월 내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재개는 또 다른 문제다. 금룡조경이 재판에서 진다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A 사에 공사대금과 이자를 지급하며 유치권 해제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금룡조경이 지급해야 할 원금은 144억 원이지만, 이자까지 포함하면 460억 원까지 올라간다.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금룡조경 측 관계자는 “원래 채무자는 B 사다. 우리는 토지소유자로써 개발행위를 위해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When A Woman Loves A Man - Ketty Lester
Eva Carboni - Love Me Tonight
한반도 118배 구멍 뚫렸다…회복되던 오존층에 뜻밖 새 위협
지난달 성층권 오존층의 두께를 위성으로 측정해 시각화한 모습. 남극 상공에 큰 오존 구멍이 뚫려 있다. 유럽우주국
인류의 노력으로 메워지고 있던 오존층에 다시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과거 오존층을 파괴한 주범으로 지목된 프레온 가스는 금지됐지만, 새로운 요인들이 오존층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으로 측정한 결과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이 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다고 발표했다. 구멍의 크기는 지난달 16일에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118배에 이르는 2600만㎢에 달했다. 유럽우주국은 “오존 구멍의 크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가장 커지는데 올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자외선 막는 오존층…인류 노력으로 메웠지만
지표면에 존재하는 오존(O3)은 호흡기를 자극하는 대기오염물질로 분류된다. 반면, 성층권(지표면으로부터 10~50㎞ 사이)에 있는 오존층은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오존층이 얇아지면 자외선이 지구 표면까지 도달해 백내장과 피부암 등을 유발한다.
1980년대 후반 남극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오존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훼손된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은 올해 초에 오존 파괴 물질 감소 정책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해저화산 폭발로 수증기 유입…오존 파괴 유발”
그렇다면 무엇이 다시 남극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을 낸 걸까. 과학자들은 지난해 1월에 남태평양 통가 해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화산은 분화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가 넘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2년 훈가 통가-훈가 하파이 화산 폭발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성층권에 주입해 오존의 급격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화산이 만든 기둥은 해발 57㎞까지 치솟았고, 화산 폭발이 해저에서 발생한 탓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성층권에 유입됐다. 수영장 6만 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기록적인 양의 물이다. 연구팀은 “성층권의 습도 증가와 복사 냉각 등으로 인해 열대 성층권에서 단 1주일 만에 오존이 5%나 급격히 파괴되는 이상적인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의 수석 과학자인 안트예이네스도 “통가 화산이 폭발하면서 성층권에 많은 수증기가 주입됐고, 이 수증기는 지난해 오존 구멍 발생 시기 이후에야 남극 지역에 도달했다”며 “수증기는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형성을 증가시키고 염화불화탄소(CFCs)와 반응해 오존층 파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인공위성이 남긴 금속들, 오존층 악영향 우려
오존층을 위협하는 건 또 있다. 우주로 발사되는 수많은 로켓과 인공위성의 잔해들이다. 현재 우주에는 7000여 개의 인공위성이 떠 있는데 2030년까지 5만 개의 위성이 추가로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에서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퍼듀대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성층권의 에어로졸(대기 중 미세입자)에서 알루미늄, 리튬, 구리와 같은 상당한 양의 금속 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는 로켓과 인공위성이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마찰열로 인해 표면의 금속이 벗겨져 성층권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금속 물질들이 에어로졸에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잠재적으로 오존층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댄 치초 퍼듀대 교수는 “우주 비행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아직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며 “안정된 대기 영역인 성층권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전남도, 전국 최다 기후 대응 도시 숲 조성
전라남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도시 숲 조성에 나섰다.
‘기후대응 도시숲’은 도시열섬과 폭염 완화, 탄소 흡수, 미세먼지 저감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심 생활권과 도시 주변 지역에 대규모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2025년 생활권 주변 쾌적한 녹지공간 조성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후 대응 도시 숲 조성 사업비 359억 원을 확보, 대규모 숲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기후 대응 도시 숲’ 산림청 공모에 선정된 지역은 목포 대앙산단 2ha와 여수 웅천지구 1ha, 순천 백강로 7ha, 광양 익신-초남산단 등 2ha, 보성 조성농공단지 1.9ha, 화순 남산공원 등 7ha, 장흥 바이오식품산단 2.8ha, 영암 서호IC 1ha, 무안 남악신도시 2ha, 완도 원동교차로 2.2ha, 신안 자은지구 7ha 등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광양시 폐철도부지에 조성된 기후대응 도시 숲.
전남도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선정된 대상지에 대해 수종 선정과 식재 방법 등의 전문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 특히 매년 초 산림청 공모사업의 심사 절차 및 대상지 선정 등에 대해 시군 교육을 통해 매년 가장 많은 대상지가 선정되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 주관 전국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2022년 ‘광양 폐철도 미세먼지 차단숲’ 최우수상, 2021년 ‘순천 도시숲, 신안 가로수’ 2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남도의 도시숲 성과와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은 미세먼지(PM10) 농도를 25.6%,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40.9% 낮추고, 1ha의 숲은 경유차 27대가 연간 내뿜는 168kg의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
문미란 전남도 산림휴양과장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실현에 숲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며 “앞으로 탄소 흡수, 미세먼지 저감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생활권 대규모 숲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2019년부터 여수 국가산단, 순천 율촌산단, 광양 명당산단, 목포 대양산단 등 총 66개소에 1293억여 원을 들여 129.1ha의 기후대응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가덕도 나무 지키자” 후계목 종자 채취 행사
부산그린트러스트 등의 환경단체가 21일 부산 가덕도 국수봉 일원의 거목 아래에서 도토리와 솔방울 등의 종자를 채집하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터전을 잃게 될 수령 100년의 나무들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환경회의 등의 환경단체는 21일 부산 가덕도 남쪽 국수봉 일원에서 ‘가덕도 터줏대감 나무의 후계목 보전을 위한 종자 채취 행사’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단체들은 신공항 건설 공사로 가덕도에 뿌리내린 거목이 베어지고 뽑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거목과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종자를 확보하고 적당한 공간에 싹을 틔운 종자를 이식해 많은 시민이 오랫동안 가덕도 나무를 기억하게 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 국수봉 근처의 굴참나무와 소나무 같은 12그루의 거목 아래에서 솔방울과 도토리 등의 종자를 채집했다.
가덕도 국수봉 숲은 100년 넘게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바닷가 숲으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군사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훼손이 적었다.
가덕도 숲은 지난해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21회째를 맞은 이 공모전은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행사로 시민들이 보존 가치가 높지만 훼손될 위기에 처한 자연유산을 선정하는 행사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조사 결과 사람 가슴 높이(흉고) 둘레가 2.5m가 넘는 참나무와 느티나무 같은 거목이 가덕도에서 80그루 넘게 발견됐다. ‘국수봉 터줏대감 나무 1호’로 불리는 수령 108년의 졸참나무 둘레는 2.6m이며 가슴 높이 3m 이상의 나무도 적잖다고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올 연말 기본계획이 확정돼 신공항건설공단이 설립되며 이르면 내년 12월 착공해 2029년 12월 공사를 마치고 개항한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과도한 ‘개발주의’와 부족한 ‘계획 역량’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올해 3월 부산시의 미래 20년을 계획하는 ‘2040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도시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고, 이를 반영한 스마트한 도시 성장을 계획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영되지 못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부산시의 계획안에 대해 과도한 인구 예측을 지적한 데 반해, 시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도시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주장이 여전한 가운데 기존 관행대로 인구 증가를 가정하였다.
390만 명에 다다랐던 부산시 인구는 최근 30년간 감소해 330만 명이 무너지고 있다.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는 무리한 인구 증가 예측에 기반한 도시계획은 과도한 개발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어떤 언론인의 지적대로 “도시기본계획이 주택 건설을 위한 알리바이용 계획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2040 부산 도시기본계획’ 수립
인구 증가 예측 기반, 개발 전략 여전
도시 부활 위한 정책·역량 부재 실망
통계청은 2040년 부산시 인구를 대략 300만 명으로 예측했는데, 시는 350만 명을 계획했다. 50만 명가량 외부 유입을 가정한 것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재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을 보면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찾기 어렵다. 한발 더 나아가 ‘그린 스마트시티’라는 시정 목표가 무색하게 얼마 남지 않은 녹지 지역을 줄이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에 주거 지역은 여전히 확대하고 있다.
대학생 1, 2학년을 상대로 하는 ‘도시계획개론’ 수업 중에 전국의 도시계획가에 대한 인터뷰 과제를 낸 적이 있다. 한 학생이 수도권 지역의 한 사람을 인터뷰했다. “부산은 날씨가 좋아 살기 좋은 도시”라며 “은퇴자 중심의 관광중심도시”를 추천하였다. 다음 말이 충격적이었다. “기업은 수도권에만 있으면 된다”면서 “부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분노했지만, ‘부산의 상황은 아니다’라고만 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다. 시는 언제나 기업 유치로 산업을 일으키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이에 역행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논의되던 준공업지역을 재활성화하려는 사전협상제(현재는 공공기여 협상제)가 부산에서 드디어 시행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해운대 한진CY 부지에는 87%의 공동주택, 다대 한진부지에는 84.9%의 공동주택이 계획됐다. 도시의 심장이 되어야 할 공업지역을 주거지로 바꾸며 기업 대신 공동주택을 지으려는 무리한 주택개발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이미 30년 전 서울시에서는 보전용지와 공업용지를 보전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밝혔다. 과도한 아파트 건설로 인한 도시 환경과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반면 급격히 쇠퇴하는 부산은 이번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도 몇몇 공업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보전용지를 공업용지로 변경하는 역행적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모두 과도한 주택개발주의에 도시가 휩싸여 있다는 것과 동시에 부족한 도시계획 역량을 보여 준다. 기업 유치와 인구 성장, 친환경적 삶의 질 증진 등 선순환하는 도시성장을 유도하고 촉진해야 할 도시계획이 잘못된 인구 예측을 기반으로 한 주택건설에 목을 맨 결과다.
1960년대 정부의 과도한 역할을 비판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티부(Tiebout)는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강조했다. 이는 시장 내 이해관계자의 자유로운 경쟁으로 지방도시의 발전을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부각돼 지역 내 도시계획 역량 강화가 중요함을 상기시켰다.
우리의 자치역량은 어떻게 되었나.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부산시 도시계획 역량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전 중앙 정부에 의지하던 행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으며, 주택허가 증가가 도시성장의 바로미터인 줄 알고 있다. 지역 문제 해결책의 수립과 실행을 위한 도시계획의 전문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 공무원 1만 2000명 중 도시계획직 공무원은 겨우 0.1%인 12명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도시계획학 대학원을 나온 300명 이상의 인재가 근무하는 뉴욕시 도시계획 부서 등과 경쟁하기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가덕신공항 배후 물류도시 구상, 엑스포 이후 부산 도심 대개조, 15분 도시 생활권 구상 등 할 일이 태산인 부산은 이런 도시계획 업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2040 도시기본계획에 혁신기업을 어떻게, 어디에 유치할 것인지, 시민의 녹지·공원 접근성은 어떻게 개선할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계획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 스마트 시티를 도시 곳곳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에 대해서는 주요 현안 발굴과 실행 전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택개발주의라는 허상적 이념이 아닌 도시의 부활과 재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정책과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일보
친환경 사업 하려고 ‘심해저 광물자원’ 손댄다?
채굴 규정 두고 논의 활발
공해상에 분포한 심해저 광물을 둘러싸고 국가 단위의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망간이나 코발트, 구리 등 심해저에 매장된 광물자원이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나 풍력발전 등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상업적 광물 채굴 규정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채굴 규정이 만들어지면 각국은 정해진 틀 내에서 심해저 광물을 자원화할 수 있다.
다만 각국은 자신들이 앞장서 심해저 광물을 개발하겠다는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다. 광물 채굴이 심해저 해양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개발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차산업 육성 등이 걸려 있는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국제 채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1년 태평양 나우루 제정 요청 ISA, 2년 시한 내 규정 마련 못해 당장 회원국들 채굴 신청 가능해져
■ 심해저 채굴 ‘출사표’ 던진 작은 섬
23일 국제해저기구(ISA)에 따르면 ISA 회원국은 지난 7월 열린 총회에서 2024년까지 심해저 광물 채굴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구조)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ISA는 유엔 산하 해양규제기관으로, 공해상 해저 자원을 인류 공동유산으로 관리해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1994년 설립됐다. 한국 포함 36개국이 이사국이며 회원국은 유럽연합을 포함해 168개국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 중에는 미국만 빠져 있다.
심해저 채굴에 관한 논의는 1960년대부터 있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법 규정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각 국가는 공해상 심해저 자원을 탐사만 할 수 있을 뿐 상업적 목적으로 채굴할 수 없다.
채굴 규정을 만들자는 논의는 2021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가 캐나다의 광물 기업 더메탈스컴퍼니(TMC)와 함께 자국 인근 해역 자원을 개발키로 하면서, 2021년 7월 ISA 이사회에 관련 규정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해양법상 ISA 이사회는 심해저 자원 채굴에 대한 규율과 절차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2년 내에 이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이사회는 기존 규범에 따라 심해저 채굴 계획을 고려하고 잠정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ISA는 2년 기한이 만료되는 올해 7월에도 논의 끝에 합의된 채굴 규정을 내놓지 못했고 공을 내년으로 넘겼다. 국제해양법이 규정하는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나우루를 포함한 회원국들은 ISA에 심해저 자원 채굴을 신청할 수 있으며, 회원국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법적으로 채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선진국들 ‘생태계 우려’ 중단 입장
삼성·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 동참 정부 “4차 산업에 필요” 개발 무게
■ 심해저 개발, 득일까 독일까
하지만 나우루가 실제 올해부터 심해저 채굴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 ISA 회원국 사이에서 채굴 반대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상’ 선뜻 채굴에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국들은 7월 총회에서 규정이 제정될 때까지 상업 채굴을 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개발 규정 제정을 포함해 심해저 광물 채굴 논의를 중단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칠레나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피지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심해저 광물 채굴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심해저 광물 채굴이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점을 들어 섣부른 개발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굴 규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국가나 기업의 자원 채굴 행위가 어떤 후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NGO) 역시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인 시민환경연구소는 입장문에서 “과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충분한 지식과 근거가 모일 때까지 (채굴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현재의 규율 공백으로 인해 심해저 채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및 보호 조치는 효과적으로 이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글로벌 대기업은 이 같은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삼성SDI와 구글, BMW, 폭스바겐, 볼보, 르노 등 기업은 심해저 광물 채굴의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자원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 한국 정부 개발에 무게..."환경도 고려"
심해저 개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설득력이 있다. 현재까지 심해저에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는 자원은 망간과 코발트, 니켈, 구리 등인데, 이는 모두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배터리)의 필수 소재다.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과정에 향후 이들 자원의 수요가 급증할 것을 고려하면 결국엔 해당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각국이 내놓은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된다면 2050년 기준 망간과 니켈, 코발트, 구리의 수요량은 2022년에 비해 각 12.4배, 6.7배, 4.3배, 2.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양자원연구부장은 “전기차 배터리 등 4차산업 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심해저 광물이 투입된다”며 “특히 북유럽 지역에서 활발한 풍력발전에 가장 필요한 광물이 구리”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심해저 자원 채굴 규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심해저 광물자원은 꼭 필요한 미래 자원인 데다 다른 국가에 비해 탐사 광구를 선점한 측면도 있다”며 “현재까지 정부는 해양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잘 고려해 개발 규칙을 만들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NGO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개발 이익보다는 환경 보호 쪽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36개 이사국은 오는 30일부터 개최되는 ISA 이사회에서 심해저 채굴 규정 제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입장문에서 “심해저 환경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광물 채굴은 해양 환경, 생물다양성 등 광범위한 영향 차원에서 면밀한 조사와 규범 설정 후에 재고돼야 한다”며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을 지지하는 것이 현재의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경향을 바탕으로 볼 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경향 이창준 기자
서울시, 세운상가에 광화문광장 3배 규모 공원 만든다
43만㎡ 부지에 녹지·문화시설 조성
남산 쪽에서 바라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종묘 앞 세운상가부터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7개 노후 상가를 광화문광장 3배 규모의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청사진이 나왔다. 공원 주변엔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지하에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긴다.
서울시는 24일 이런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대해 25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주민 공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계획안에는 종묘~퇴계로 일대 43만㎡ 부지에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용 건물, 문화·상업시설을 함께 조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세운지구 내 노후 상가군은 단계적으로 공원화한다. 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현 피제이호텔)·인현(신성)·진양상가를 공원으로 만들어 약 13.9만㎡에 이르는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북악산에서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우선 삼풍상가와 피제이호텔을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상업·업무공간인 을지로와 인접해 있으면서 세입자가 많지 않은 2곳을 도시계획시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상가 2곳은 협의매수(공공이 공익사업 등에 사용할 토지를 소유주와 협의해 사들이는 것) 대상이 된다. 서울시가 의뢰한 감정평가에선 상가군 하나당 매입비용이 1천억원 정도로 나왔다고 한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서울시가 토지 강제수용을 결정할 수도 있다.
나머지 세운상가군 전체는 존치정비구역(공원용지)으로 지정한 뒤 주변 개발과 연계해 기부채납을 받거나 통합재개발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한다. 7개 상가는 이미 건폐율과 용적률 한도를 초과해 지금 위치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이번 계획안에는 인현상가와 중구청 일대인 6-4-1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안도 담고 있다. 통합개발을 하면 서울시가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재개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을지로 일대는 업무·상업시설 개발 때 용도지역을 상향해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한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이 일대는 벤처창업 회사들에 일정 비율을 임대하도록 의무화하고, 산업교류공간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새로 만드는 공원과 청계천 일대에는 1만가구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고, 공급 주택의 10%를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만들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을지로 일대 공원 아래에는 12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도 건립할 예정이다. 충무로 일대는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이란 점을 반영해 민간 재개발 시 공연장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들어설 공원의 예상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민간 개발업자가 영세 사업자에게 법적 보상을 하는 것 외에 임시상가 설치, 우선 분양권·임차권 제공 등의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지금 영업 중인 영세 사업자들이 재개발 뒤에도 세운지구에 재정착할 수 있게 공공임대상가도 단계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손지민 기자 sjm@hani.co.kr
도서관이야, 숲속이야? 정원을 품은 도서관
인천시 주안도서관, 생활밀착형 숲 '실내 정원' 조성
도서관이야, 숲속이야? 숲속에서 책을 읽는 것 같은 인천 주안도서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시(시장 유정복)는 주안도서관 안에 생활밀착형 숲인 실내 정원을 조성한 데 이어 오는 연말까지 미추홀도서관에도 실내 정원을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생활밀착형 숲은 다중이용시설에 공기정화 능력이 높은 식물로 실내 정원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등 쾌적한 이용 환경을 만들어 가는 사업이다. 인천시에서는 올해 처음 시작했다.
주안도서관 실내 정원은 공기정화식물 52종 6535본을 이용해 꾸몄다. 그 가운데 3층 열람실에 설치된 탁자식 정원은 이용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바닥과 벽면에 식물생육 자동화 관리시스템과 공기 질을 측정하는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식물관리도 용이하도록 했는데, 산림청에서 국비 50%를 지원받아 총 사업비 5억 원으로 조성했다.
현재는 미추홀도서관에도 실내 정원 조성이 한창이다.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도수 인천시 도시균형국장은 "연말까지 생활밀착형 숲인 실내 정원 2개를 조성하고, 내년에도 3곳에 실내 정원을 추가로 조성해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녹색 쉼터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기(hanki) 오마이뉴스
독일 탈원전으로 에너지위기?… 슈뢰더 전 총리 인터뷰에 쏟아진 의문
한국경제 슈뢰더 인터뷰하며 “섣부른 탈원전”, “유럽의 병자 전락”
“비싼 에너지 때문에 독일기업 프랑스 간다” 했지만 전기 독일이 더 싸
“에너지 가격 급등 탈원전 아닌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가 원인”
한국경제 슈뢰더 전 총리 인터뷰 기사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지고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문일답 형태로 슈뢰더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인터뷰 형식인데 일부 발언만 가지고 탈원전 때문에 독일에 에너지 위기가 온 것처럼 잘못 묘사했다는 것이다.
▲ 18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한국경제는 지난 18일 1면에 슈뢰더 전 총리를 인터뷰한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 기사를 냈다. 온라인 제목은 <“섣부른 탈원전 독 됐다”…다시 ‘유럽의 병자’ 전락한 독일>이다.
기사 제목을 통해 부각됐지만 인터뷰 본문엔 탈원전 관련 문답이 한 문단에 불과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위기 원인으로 △높은 수출 의존도 △양질의 노동력 부재 △디지털·교육 인프라 부족 등을 꼽았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연합뉴스
의도적으로 ‘탈원전’을 부각했다는 지적이다. 기사의 소제목은 “제조업 강국이었지만 비싼 에너지값에 기업들 해외 떠나”, “잇단 정책실패로 역성장… 25년 만에 다시 ‘유럽의 병자’로”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기사 앞부분에서 “독일은 제조업 강국인데 너무 섣부르게 탈원전을 추진하는 바람에 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며 “비싼 에너지 가격 때문에 독일 기업이 하나둘 미국 프랑스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원전 친화 국가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탈원전을 내세운 독일보다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의 도매 전기요금이 프랑스보다 오히려 더 싸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독일의 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발전 및 송배송)은 EU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독일 추세랑 전혀 안 맞는다. 기본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도매 (전기) 가격이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도매 요금은 오히려 독일이 더 쌌다. 가격 때문에 기업이 프랑스로 간다는 건 유럽 상황과 전혀 맞지 않다. 원전을 부각시키고자 프랑스를 끼워 넣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실제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독일의 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발전 및 송배송)은 EU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진=EUROSTAT
독일 에너지 관련 싱크탱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A전문가는 통화에서 “전년동기 대비 가격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면 독일 변화폭은 오히려 프랑스보다 낮다. 기사대로 (탈원전이) 문제가 되려면 독일이 전년대비 요금이 더 비쌌어야 하는데 프랑스보다 인상폭이 낮은 것”이라며 “정책적인 지원책도 있지만 (독일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천연가스 발전소 가동시간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에서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건 천연가스”라고 말했다.
즉, 탈원전으로 인해 에너지가격이 올랐다는 것 자체가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독일의 에너지 위기를 불러온 건 전기가 아닌 ‘천연가스’였기 때문이다.
A전문가는 “독일이 에너지가격 때문에 사회 전반이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 급등 원인을 봐야 한다. 러시아 전쟁이 나면서 도매시장 천연가스 값이 10배 이상 뛰었다. 에너지 위기 원인엔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절대적”이라며 “독일에 남아 있던 원자력발전소 3개는 요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탈원전 때문에 에너지가격이 올라 에너지 위기가 왔다는 것처럼 읽힌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전문위원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혹은 원료로 사용하는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탈원전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스는 전쟁 영향인 게 확실하다. 원전과는 무관”이라고 말했다. 석 위원은 “오히려 프랑스가 지난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서 가장 많이 수입(약 600만톤)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스페인, 벨기에에 이어 세번째로 가장 많이 수입(약 200만톤)한 국가”라고 했다.
독일의 전기요금이 그나마 상승한 건 프랑스의 ‘원전’ 때문이다. 2021년 이후 부식, 균열 등의 문제로 절반에 가까운 프랑스 원전이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웃나라 독일이 전기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프랑스 원전은 100% 회복되지 않았지만 관련 내용은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석광훈 위원은 “프랑스가 많을 때는 30개 넘게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도매 전기요금이 지난해 8~9월에 폭등했는데, 독일도 거기에 (전기를) 수출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니 요금이 같이 올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프랑스가 (전기가) 더 부족했으니 (요금이) 더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5개의 인터뷰 문답 중 슈뢰더 전 총리가 탈원전을 언급하는 건 하나에 불과하다. 올라프 숄츠 행정부에서 완성된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슈뢰더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구상한 탈원전 계획은 실제 이행된 것과 조금 달랐다. 당시 행정부에선 원자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제조업 국가로서 산업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언제가 가장 적절할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후임 정부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앞당겨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A전문가는 “슈뢰더 전 총리의 기억이 잘못된 건지 기자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슈뢰더 총리 시절의 원자력법도 원전 폐쇄 시점을 2020년 전후로 뒀다”며 “폐쇄 시점이 명확하진 않았지만 원전 수명을 약 30년으로 설정하였는데, 독일 원전들이 80년대 가동이 시작됐다. 예방정비 이런 것을 고려하면 2020년 전후로는 탈원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전문가는 “메르켈 총리가 기존 30년 운전을 뒤집고 가동 기한 연장 법률을 통과시켰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문 닫기로 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 폐쇄 시기를 정확히 표현했냐 안했냐만 차이가 있을 뿐 시기는 이전과 비슷했기 때문에 당시 독일 언론이 ‘돌고 돌아 똑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메르켈이 앞당겨버렸다는 건 팩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관련 보수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이 이전부터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석광훈 위원은 “원전을 몇 개월 정도 연장하면 전기요금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은 독일에서 일부 있었다. 탈원전 전체를 놓고 반대하는 의견은 높지 않았지만 한국 보수신문과 경제신문은 이를 독일 국민들이 탈원전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이번 인터뷰도 프랑스가 갑자기 나오는 게 맥락이 전혀 안 맞는다”고 말했다./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핵무기는 되돌려도, 1.5도 이상 오르면 되돌릴 수없는 기후위기
이 글에서 '전쟁'은 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의미한다. 물론 이 전쟁 이외에도 지난 10년간 세계 도처에서 무력충돌의 빈도수와 이에 따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면서 중동 정세도 크게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우 전쟁이 전 세계에 걸쳐 지정학적·경제적·이념적 파장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유라시아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에 남한은 우크라이나를,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전쟁의 파장이 한반도로도 뻗치고 있다. 또 '신냉전'은 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을 일컫는다. 양국 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반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1970년대 초반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경쟁과 대결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양국과 그 동조국들이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우면서 치열한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냉전이라는 표현을 최초로 사용한 조지 오웰의 통찰을 호출한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자신과 동맹국들의 생존을 절멸의 무기인 핵무기에 의존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미중 역시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적인 힘에 의한 생존과 권력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글의 핵심어인 '게임 체인저'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게임 체인저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 집단, 사건, 사고, 제품 등"이다.
여기에는 결과나 흐름을 좋은 방향으로 뒤바꿔 놓는 것도 있지만 그 반대도 존재하고, 결과나 흐름을 더더욱 예측 불허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또 예견된 게임 체인저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것도 있고, 이미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지만 외면·무시당하는 것도 있다. 아울러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것이 '나비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전쟁과 신냉전의 시대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고 여기에 헤즈볼라, 이란, 미국도 가세하면서 확전이 일어나면 글로벌 지정학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또 내년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과 중간선거도 중대 변수이다. 트럼프의 승리 여부, 상하원 의석의 변화, 선거 이후 미국의 정치사회적 대혼란의 수습 여부 등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제정세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냉전 시대 비동맹운동에 비해 영향력과 위상이 더욱 커진 '글로벌 사우스'가 제3지대를 형성해 러-우 전쟁 및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이다.
'자유주의 연대'를 주창하고 있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반미 연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의 선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남북한 상호간의 적대성과 한반도 군비경쟁이 역대급으로 치닫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의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도 남북한의 갈라치기 외교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동맹에 '다 걸기'를 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선택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선택은 미중 전략 경쟁과 러-우 전쟁의 향방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이 이미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올라섰고, 북한 역시 핵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쟁과 기우에서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신냉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는 존재할까? 돌이켜보면 냉전 시대의 게임 체인저는 핵무기였다. 핵무기의 등장과 경쟁은 냉전을 격화시킨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절대무기에 생존을 의지할수록 모두를 파멸시킬 위험도 커진다는 자각도 일어났다. 이러한 자각은 '핵무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는 각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총성 한방 울리지 않고 냉전을 종식할 수 있었던 지혜로 작용했다.
이제는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경쟁의 위험을 직시하면서도 '기후위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강대국과 주요국을 향해 갈수록 거주 불능의 땅이 되고 있는 지구를 둘러싼 허망한 경쟁과 대결을 멈추고 살만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전쟁과 군비경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여러 국가들이 상대를 위협이자 적으로 삼아 전쟁과 군비경쟁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이 진짜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기후위기다.
그런데 전쟁 및 군비경쟁과 기후위기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군사 활동 자체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또 전쟁은 물론이고 지정학적·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후위기 대처에 필수적인 국제협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가 국제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전쟁과 신냉전 시대에 기후위기를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순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나날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보다 못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화석연료 중독이야말로 상호확증파괴(MAD)에 해당된다"며 인류가 "몽유병자처럼 기후재앙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올해 7월에 전 세계 곳곳이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폭염으로 몸살을 앓자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쟁과 신냉전, 그리고 이 와중에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군비경쟁은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각종 군사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이것들을 운용·연습·훈련·작전하는 과정에서, 지구촌 곳곳에 퍼져 있는 군사 시설과 부대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또 분쟁과 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각국의 군사 활동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6% 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민간 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 세계의 군사 활동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된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자동차의 연비는 30mpg(휘발유 1갤런 당 운행할 수 있는 마일) 정도이다. 이에 반해 전투용 지프차(험비)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다량의 탄소 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 kg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F-35는 27,800 kgCO2e, B-2는 251,400 kgCO2e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또 폭등하는 군사비는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수반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미 많은 탄소를 배출했고 또 현재도 그러한 선진국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개발도상국들의 동참도 반드시 요구된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저탄소형, 혹은 탄소 제로형 인프라와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자체적으로 이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0-2016년까지는 500억 달러 안팎을 맴돌았고 그 이후에도 8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처럼 기후 기금 재원 조달은 크게 미달된 반면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주도해온 세계 군사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세계 군사비의 흐름을 보면, 2020년 화폐 기준으로 2000년대 후반에 1980년대 후반기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사상 최초로 2조 달러를 돌파했다.
또 2022년 세계 군사비는 2조 24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 군비지출이 가장 높았던 1980년대 후반보다 약 6000억 달러가 많다. 그런데 앞으로 세계 군사비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세계 양대 군비지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국방비를 늘리고 있고, 주요 국가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50여 명의 사람들은 2021년 12월 "인류를 위한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이 5년 동안 매년 2%씩 군사비를 줄이고 이 가운데 절반을 전염병, 기후변화, 극한 빈곤 해결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에 호응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군비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고 장기화·확전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협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대표적으로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이자 군비지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쟁하고 대립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처에는 협력을 다짐했지만 아직까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과 군비경쟁은 양립할 수 없다. 인류가 '냄비 속의 개구리'로 전락하는 신세를 모면하려면 냄비를 가열시키고 있는 군비 활동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단 속에서는 지금까지 사각지대로 존재해온 국가안보와 군사 분야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축은 기후위기 대처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대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폭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섭씨 1.5도, 혹은 2.0도는 이를 대표하는 수치이다. 이 수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인류의 안전 및 생태 보전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선'으로 제시한 수치이다. 각국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와 그 이후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한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84%를 줄어야 하고 이에 앞선 2030년까지는 43%를 줄어야 한다.
또 하나는 변화되는 기후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초창기 적응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영향이 선진국을 포함하여 전 지구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적응에 대한 논의 또한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홍수, 가뭄, 태풍 등 극한 기후가 빈번해지고 빙하와 만년설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 빨라지면서 변화된 기후환경에 대한 적응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군비통제와 군축은 이러한 기후위기 대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우선 군사 활동의 축소는 탄소 배출의 감축으로 이어져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게 된다. 2022년 기준으로 군사 분야의 탄소 배출이 전체 탄소 배출의 5.5%를 차지한다면, 이는 연간 약 27.5억 톤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얼마 남지 않았다. 탄소예산은 상승하는 지구의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하는데, '1.5도 이하'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은 2500억 톤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380억 톤을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7년 이내에 바닥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군사 활동은 나날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를 감안해 2023년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30억 톤이라고 가정해보자. 또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군사 부문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2023년 가정치(30억 톤)에서 10%를 줄인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하면 7년 동안 군사 부문에서만 21억 톤을 줄일 수 있다. 20%를 줄이면 감축량은 42억 톤이 된다. 42억톤은 전체 탄소예산의 6%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은 기후위기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군사 활동은 국방비 책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국방비 감축과 감축한 예산의 기후위기 대처 투입은 '완화'와 '적응'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국방비 감축은 해당국의 탄소 배출 감축 및 기후 위기 적응 예산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또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하는 기후금융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이들 나라의 탄소 배출 저감형 산업구조로의 재편 및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2020년에 책정된 기후 재원(완화와 적응 포괄)과 실효적인 대처를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 그리고 글로벌 국방비 감축 효과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산하 재정상설위원회의 <5차 기후재원 흐름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기후 재원 규모는 8170억 달러이다. 이는 2020년 세계 GDP의 약 1% 수준이다. 이에 반해 지속가능발전 국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ISD): IISD는 기후 완화 및 적응에 필요한 금액을 세계 GDP의 약 5%에서 7%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예산을 늘리고 있어 이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부족한 부분은 매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세계 국방비의 절감을 통해 상당 부분 채울 수 있다. 가령 세계 국방비를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 동안 연 2조 달러 수준으로 묶어두고, 이를 예상되는 국방비 증액과 비교해보자.
2022년 세계 국방비가 2조 2400억 달러였고 올해 세계 국방비 증액을 감안하면 2023년 세계 국방비 총액은 2조 3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다. 또 2024〜2027년 세계 국방비 증가율을 2%로 가정해보면, 7년간 세계 국방비의 합계는 17조 4410억 달러가 되고 7년간 순 증가분은 3420억 달러가 된다.
이에 반해 2024년부터 7년 동안 세계 연 국방비가 2조 달러로 동결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7년 동안 절약할 수 있는 재원은 3조 44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절약한 재원의 절반을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불가능한 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복기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 중후반 세계 군사비는 1조 6000억 달러였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1조 1000억 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군비 축소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도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군비통제와 군축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기후위기 등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그 당위성에 비해 현실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군사 분야 탄소 배출량 보고를 제외키로 했고 2015년 파리협정에선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담겨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안보 예외주의는 기후위기 대처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군비 축소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 국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명확하다. 기후위기 대처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군축을 통해 평화와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민의 역할과 분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핵 운동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핵무기를 '금기의 무기'로 만들고 냉전을 촉발·격화시킨 무기를 냉전을 종식시킨 무기로 둔갑시킨 데에는 세계 시민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핵무기를 만든 핵물리학자들 가운데 일부가 반핵 투사로 변신했고, 의사와 과학자들이 핵실험과 핵무기 사용이 얼마나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 밝혀냈으며, 평범한 시민들이 핵전쟁의 공포에 맞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반핵의 물결로 넘실거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글로벌 시민의 힘이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미국의 레이건 등 국가 지도자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발판으로 삼아 이제는 '기후위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를 결집해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 대한 설득과 압박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군축을 통한 기후정의 실현에 나설 수 있는 행위자들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단번에 군비 축소에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선도국의 역할을 떠올려볼 수 있다. 우선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이자 경제대국이며 군비지출국가인 미국이나 중국의 솔선수범에 나서야 한다. 2023년 미국의 국방비는 약 9000억 달러이고, 중국의 국방비는 약 3000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10%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 재원으로 전환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미중 가운데 어느 나라가 먼저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상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냉정하게 볼 때, 이상론에 가까울 수 있다.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고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대중 견제심리가 매우 강한 미국이 솔선수범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은 역대 탄소 배출량이 미국보다 현저하게 적은 반면에 국방비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먼저 나서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대한 설득과 압박의 수위는 계속 높여야 한다. 군축을 통한 기후위기 대처의 선도국이 되는 것이 배타적이고 악의적인 경쟁을 선의의 경쟁으로 전환시키고, 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이라는 점을 설파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의 민심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나은 방법은 미중이 협력해서 두 나라가 함께 나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이 군비경쟁을 벌이면서 기후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조지 오웰이 말한 '이중사고'(double-think)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비통제와 군축 협력과 기후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때마침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경 미중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미가 협력해야 할 이유는 천 가지가 넘는다"며 양국의 협력에 인류운명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미중 정상회담을 촉구하면서 핵심 의제로 양국이 군비통제를 통해 긴장완화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일국적, 양자적 차원을 넘어 다자적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포함된 다자주의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룹과 G20을 떠올려볼 수 있다.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G20이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총량의 75-80% 수준이다. 또 G20 소속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에 있어서도 대부분 상위권에 들어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G20이 군사 활동 축소를 통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국방비 감축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마련키로 결의하면 큰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해 '군축을 통한 평화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결의'를 채택하는 방법도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크게 두 가지 특권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나는 공식적인 핵보유국이라는 지위이고, 또 하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이다.
이러한 지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킬 책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국제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임이사국들은 이에 눈감고 있다.
더구나 이들 5개국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다. 5개 상임이사국들은 1750년부터 2021년까지의 탄소 배출에 있어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1위이고, 중국은 2위, 러시아는 3위, 영국은 5위, 프랑스는 8위이다. 또 이들 5개국의 2022년 국방비 합계는 약 1조3,7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국방비 총액의 60%에 육박한다.
이러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특권과 현황, 그리고 책무를 고려할 때, 군비 조절을 통한 기후위기 대처 기여에 P5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령 P5가 2022년 대비 국방비를 10% 줄이면, 연간 1370억 달러를 기후위기 대응 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영국·프랑스와 중국·러시아가 군비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의는 상호호혜의 맥락도 품고 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의 동참도 이끌어내는 데에 효과적이다.
인류는 전쟁과 신냉전, 그리고 이 와중에 격화되고 있는 군비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상호간 경쟁심, 적대감, 배타성을 품고 있다. 그런데 서로 싸우고 다투다가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고 한다.
오늘날 외계인의 침공에 해당하는 실존적 위협은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기후위기이다. 실마리는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위기이기에 인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흐름과 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핵무기를 호출해본다. 핵무기와 기후위기는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공통점이 이를 대표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다. 핵전쟁은 통제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다. 반면 기후위기는 '1.5'를 넘어서는 순간 통제할 수도 억제할 수도 없다. 하여 이제는 서로를 겨냥한 총을 내려놓고 1.5도라는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군축의 종말 시대를 딛고 군축을 통해 평화와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장정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끝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함의도 언급해보고자 한다. 한반도는 기후변화 취약 지역 가운데 하나이자 군비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또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군사 문제에 있고 그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남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매우 희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비통제와 군축을 통한 평화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지구적 차원의 노력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비경쟁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지구적 차원의 각성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실천이 힘을 얻으면, 한반도에서도 '쌍중단', 혹은 '쌍축소'를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프레시안
유럽서 성공가도 ‘자전거 고속도로’ 동서고가로에 조성한다면
덴마크·독일·중국 등 전 세계 확산
사상~진양 구간 충분히 활용 가능
도로 폭 넓어 남는 공간엔 녹지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지역 자전거 고속도로 모습. 덴마크 ‘Super Cykelstier’ 제공
부산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일부 구간을 ‘자전거 고속도로’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는 녹색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 건설이 활발하다.
유럽 도시들은 기후 위기에 대비하고 주민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동차 중심의 기존 교통체계를 도보와 자전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자전거 고속도로는 차량과 분리된 별도의 전용 도로로, 빠르고 편리하게 장거리 출퇴근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2012년부터 자전거 고속도로를 도입한 덴마크는 현재 18개 노선 286.6km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운영 중이다.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을 정도다. 덴마크의 자전거 보급률은 90%,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32%에 달한다.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덴마크에서는 2045년까지 코펜하겐을 포함한 29개 지자체가 60여 개 노선, 총 850km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덴마크 정부가 2009년부터 자전거 기반 시설에 투입한 예산은 2억 유로(약 2868억 원)이며 2035년까지 5억 유로(약 7170억 원)를 더 투입한다.
자전거 고속도로는 2003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해 성공을 거둔 후 독일, 영국, 벨기에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도 출퇴근 때 런던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이용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중국의 샤먼, 베이징 같은 아시아 도시도 자전거 고속도로를 조성해 활용 중이다.
2030년 이후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가 개통하면 도로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될 동서고가로 사상~진양(약 7km) 구간도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수단(PM) 전용 도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부산시가 추구하는 ‘15분 도시’의 핵심 인프라 역할도 기대된다. 가가건축사사무소 안용대 대표는 “덴마크의 자전거 고속도로 사례를 봐도 폭이 2.5~4m로 그리 넓지 않다. 동서고가로는 왕복 4차로로 넓어 자전거 도로 밖 나머지 공간에 보행로나 녹지 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 모빌리티연구실 지우석 선임연구원은 “공원이 부족한 부산에 동서고가로를 활용한 선형 공원이 생기면 주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인근 집값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2young@busan.com)
파리의 자랑 공중 정원, ‘15분 도시 부산’ 실현 녹지 축 모델로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7.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방치된 고가철도→ 잘 가꾼 산책로 인근 주민 내 집 앞마당처럼 즐겨
일대 상권 형성되며 경제적 활기 뉴욕 하이라인 등 폐선 복원 영향
동서고가로 도시 녹지 축 조성 땐 부산 주요 지역 연결성 크게 강화
15분 내 공공 서비스 접근 쉬워져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는 도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광용 작가 제공
버려졌던 도심 고가가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한 세계 최초의 사례는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15분 도시’의 모델이기도 한 파리는 30년 된 이 공중 정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고가 인근 상권이 활성화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동서고가로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세계 최초 공중 정원
지난달 12일 오전 10시. 파리 12구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남쪽 센강 방면으로 약 500m를 걸어가니 적갈색 벽돌 구조물이 나타났다. 외벽에 새겨진 ‘비아뒤크 데 자르(예술고가도로)’라는 글자가 눈길을 끈다. 프롬나드 플랑테 산책길이 시작되는 입구다.
폭 9m의 공원 양옆으로는 성인 키를 웃도는 큰 나무와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졌다. 마치 잘 꾸려진 수목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이른 아침부터 유모차를 끌고 산책에 나선 시민, 조깅을 하고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40대 시민 바티스트 파투르노 씨는 “처음 찾는 사람들은 파리 시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를 잠시 잊게 할 만큼 큰 휴식과 안정을 주는 곳”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바스티유와 뱅센을 잇는 길이 4.5km, 총면적 6만 5000㎡에 이르는 선형 공원이다. RER(지역고속전철망)이 도입되면서 기존 도시철도가 운행을 중단한 때가 1969년이었다. 이후 남겨진 고가철도를 활용해 1993년 세계 최초의 공중 정원이 탄생했다. 이후 미국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 등 폐선 복원 사업의 모델이 됐다.
처음에는 고가철교 윗부분을 산책로로 조성하자는 의견과 철거를 통해 일대 도심지를 연결하자는 의견이 대립했다. 그러나 이 구간을 철거하고 건물을 지으면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산책로를 조성하자는 쪽으로 여론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60대 시민 에블린 수이에 씨는 “프롬나드 플랑테가 조성될 때만 해도 버려진 철도 부지를 활용하는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다”며 “지금은 과거 산업유산의 역사성을 보존해 알맞게 재활용했다고 평가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관리가 잘 되고 있어 시민들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지상 10m 높이인 산책길에서는 파리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인근 건물에는 창밖을 보며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테라스 정원을 가꾸는 주부 등이 눈에 띄었다. 커튼이나 가림막 같은 사생활 보호 장치를 설치하기는커녕 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원 조성 이후 케이크를 절반으로 자른 듯 들어선 주거 시설. 손희문 기자
■연결성 높여 도시 활성화
파리시가 흉물로 방치된 고가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일대 지역도 활력을 되찾았다. 지역 연결성 회복에 도움을 주고 경제적 활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원 중간중간 어린이 놀이터, 체육시설, 잔디밭, 광장 등이 조성돼 있고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파리 시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췄다.
고가 하부는 아치형 교각 형태를 보존하면서 상점가와 보행 통로를 조성했다. ‘예술고가’로 이름 붙은 1.5km 거리의 구역에는 장인의 공방,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다. 파리 시민 미노 누와 씨는 “파리에 공원이 많지만 이 공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일자로 길게 뻗은 공원이어서 특히 조깅이나 운동에 최적화돼 있고, 번잡한 도로와 횡단보도를 걷지 않고 쾌적하게 산책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롬나드 플랑테 아치형 교각 아래 조성된 상점가와 보행로. 손희문 기자
프롬나드 플랑테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관광객 유치 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파리 시내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키 리보 씨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대상으로도 프롬나드 플랑테를 테마로 한 생태 체험이나 투어가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 전문가들은 동서고가로 역시 철거에 앞서 프롬나드 플랑테와 같은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파리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15분 도시’를 구현하는 데도 동서고가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산과 경사지가 많은 부산의 경우 주요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가로를 새로운 도시 내 녹지 축으로 조성하면,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통해 15분 이내에 공원, 병원, 편의시설 등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쉬워진다. 부산대 우신구 건축학과 교수는 “동서고가로를 연결의 측면에서 잘 활용한다면, 녹지도 확보하고 부산의 실정에 맞는 ‘15분 도시’ 실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남극서 조류인플루엔자 첫 발견…펭귄들 어쩌나 '비상'
남극에 사는 펭귄과 물개에 조류인플루엔자 공포가 몰려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남극에서 치명적인 고병원성(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가 펭귄이나 물개 등 취약 개체군의 폐사를 일으켜 번식을 막는 재앙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는 남대서양의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와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의 일부인 버드아일랜드에 있는 도둑갈매기과 조류(브라운스큐어) 개체군에서 발견됐다.
남극 펭귄 가족
이 철새들이 남미에서 이곳으로 조류인플루엔자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미 지역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칠레와 페루에서만 50만마리의 바닷새와 2만마리의 바다사자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전염성이 매우 강한 H5N1 변종의 발생으로 지금까지 수백만마리의 야생조류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남극에서 처음 발견된 이 같은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할 경우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남극연구소(BAS)의 버드아일랜드 담당 애슐리 베니슨은 "이곳에 있는 종(種)들을 계속 모니터링하겠지만 현재로선 (조류인플루엔자의)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드아일랜드는 지구상의 대표적인 야생동물 서식지 가운데 하나로 5만쌍의 번식기 펭귄과 6만5천쌍의 물개는 물론 멸종 위기 조류종이 있다.
민간 국제학술기구인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가 남극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을 평가한 결과 물개, 바다사자, 바닷새 등에 가장 컸고 그다음이 펭귄이었다. 이 평가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미건 듀어 박사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남극에서 많은 야생동물 종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면서 파국적인 번식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kms1234@yna.co.kr
건물 있는 자여, 지붕을 놀리지 말라
태양광, 전기요금 절감에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건물형 태양광 설치 전문업체인 아이솔라에너지가 LS전선 인동공장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설비의 전경 / 아이솔라에너지 제공
“오염물질 저감 투자 없이 사업을 운영할 경우의 2025년 배출권 구매액, 과징금 등에 의한 재무적 손실액은 최대 5230억원으로 추정되었습니다.”(현대제철 2023 통합보고서)
정부가 탄소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는 비율을 높이고, 국내외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높아질 경우 감축의무가 있는 기업의 재무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무상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하면 그 초과한 양만큼 배출할 권리를 배출권 시장에서 사야 하는데,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 철강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석유화학,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제조업은 대부분 에너지 집약적이다.
탄소 배출에 따른 부담은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BAM은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본격 시행된다. 전환기간인 2025년 말까지 보고 의무만 있지만, 이후엔 유럽연합 탄소 배출 비용과 원산지국에서 지불한 탄소 배출 비용의 차이만큼을 관세 형태로 내야 한다. CBAM과 비슷한 제도를 미국과 영국 외에 캐나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탄소중립 경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첫 단추는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일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산이나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 공장의 지붕, 주차장의 지붕 등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땅만 잘 활용해도 상당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지난해 국감 때 양이원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14.46GW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2021년 기준) 대비 10.8%에 달하는 규모다.
공장을 비롯해 모든 건축물로 범위를 넓힐 경우 2050년 시점에서 건물에 설치 가능한 태양광 설비는 145GW(옥상 면적 25% 사용 가정)로 평가된다. 평균 이용률을 15.38%로 가정하고, 2050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모듈 효율 34%를 적용하면, 발전량은 연간 177TWh로 예상된다. 현시점의 태양광 모듈 효율(20%)을 적용하면 연간 발전량은 104TWh 정도다. 국토의 1.5%에 불과한 옥상 면적의 일부만 활용해도 2022년 국내 총발전량 594TWh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건물의 지붕은 이미 개발된 곳이라 환경 파괴 문제가 없다. 특히 공장 지붕은 기존에 사용 가치가 없던 곳이었는데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전력 판매 수입이나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 역시 전력의 탈탄소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건물형(지붕형) 태양광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경기도 평택의 포승 산업단지에 입주한 티센크루프머티리얼코리아의 고석규 이사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한다는 방향에서 지붕에 700㎾ 규모의 태양광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단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지붕형 태양광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안전진단을 거친 후, 공장의 오래된 지붕 위에 새 지붕을 덧대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철거가 필요 없어 공장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 관련 공법을 개발한 전문업체인 아이솔라에너지 윤석규 대표는 지붕의 수명을 3~5배 늘리고, 방수·단열 효과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이 회사가 귀뚜라미 아산 공장에 설치한 지붕형 태양광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바래고 녹슨 슬래브 지붕이 깔끔하게 변신했다.
“아파트단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미관이 개선되니 주민 반대가 없었죠. 디자인만 예쁘게 잘한다면 얼마든지 수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업체는 서울 은평구 불광천 공영 주차장의 지붕 태양광 사업에도 참여했다. 태양광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결합해 낮에 태양광으로 충전하고, 밤에 전기차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형태이다. 밑에서 보면 그냥 지붕인지, 태양광 패널인지 알 수 없도록 마감처리해 주민 민원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현재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전기와 REC(재생에너지구매인증서)를 판매하는 두 경로로 수익을 얻는다. 전기 판매가는 계통한계가격(SMP)으로 결정된다. REC 가격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50만㎾ 이상 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한 제도로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이행)와 관련된다.
최근 1㎾h당 SMP 가격은 140원, REC는 82원 수준인데 지붕형 태양광은 REC 가중치 1.5(123원)를 적용받는다. 결국 지붕형 태양광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1㎾h당 263원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2년 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발전단가는 2022년 기준 142원/kWh(지상형 1㎿ 기준)로 추정된다. 일반 부지에 설치하는 지상형이든 (가중치를 더 높이 받는) 지붕형이든 태양광의 수익성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아이솔라에너지의 경우 자체 기준으로 1㎿ 규모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때 1㎾h 생산에 드는 비용이 96원(20년 수명·대출 80%·하루발전시간 3.6시간 가정)으로 나온다. 자사가 소유한 땅(공장 옥상)에 설치하기 때문에 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대해 설치비용 13억원(1㎾당 130만원)이라는 큰돈이 초기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할인율을 적용한 균등화발전단가(LCOE·발전시설 총비용의 현재가치를 총발전량의 현재가치로 나눈 값) 기준으로 볼 때 100원 초반을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표는 태양광발전을 택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시기에 왔다고 강조했다. 상업용은 물론, 가정용 에너지원으로도 마찬가지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kWh당 상업용·가정용 전기평균요금은 각각 166.5원과 160.9원이다. 전기요금과 국내 태양광발전단가(142원)를 단순 비교하면 한전에서 사는 것보다 직접 설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특히 최대부하시간(11:00~12:00, 13:00~18:00) 동안 상업용 전력요금은 203~204원 정도라 차이가 더 크다. 가정에서도 한 달 400kWh 이상을 쓰면 기존 201~400kWh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 기본요금은 1600원에서 7300원으로 오르고, 1kWh 요금은 214.6원에서 307.3원으로 올라간다.
일시적 가격 상승에도 경제성은 높아 발전단가의 경우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태양광 업계에선 대략 10㎿ 이상 대규모 태양광의 LCOE가 1㎾당 100원 정도라고 보고 있다. 에너지 IT 플랫폼 기업 엔라이튼의 경우 기업이 소유한 건물 지붕에 자가소비 태양광을 설치하면 LCOE가 120~130원/kWh 내외 수준일 것으로 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가소비 태양광은 한전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가 높은 최대부하 및 중간부하 시간대에 주로 운영되며, 태양광이 운영되는 시간대에 기업이 한전에 납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평균단가는 150~160원/kWh 내외 수준”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 자가소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경우 태양광발전량만큼 현재 기준으로 20~30원/kWh 수준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절감과 함께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한전 전기요금 인상 위험도 대비할 수 있다.
지난 3월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광(85%), 풍력(55%), 리튬이온 배터리(85%)의 단위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0년간의 큰 폭의 가격 하락 덕분에 태양광의 경우 10배 이상, 전기차의 경우 100배 이상으로 보급이 늘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많은 지역에서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보다 저렴해졌다. 대규모 전력저장장치로서의 배터리의 효용성도 커졌다.
하지만 가파른 하향세는 최근 상승 반전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말 보고서(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태양광발전단가는 전년 대비 13.5%, 글로벌 육상풍력은 6.7% 상승했다. 국내 태양광발전의 경우 설비 규모에 따라 130만5000~161만7000원(㎾당) 수준으로 전년 대비 8~13% 올랐다.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공급망 경색이 초래됐고, 이에 따라 주요 원자재 가격과 화물 운임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상승세는 2년 정도의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은성 넥스트그룹 부대표는 “시장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단가가 떨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라 계속 상승할 것 같진 않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예측 못 한 충격이 있거나 고금리가 계속 유지될 경우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시간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시적 가격 상승에도 국내 태양광발전은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SMP를 결정하는 천연가스를 비롯해 화석연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윤창열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처럼 SMP와 REC 가격이 많이 상승한 시기엔 태양광 설치의 경제성은 누가 봐도 문제가 없다”면서 “발전단가가 문제가 아니라 설치공간을 확보하기까지의 민원 비용과 더 큰 문제로 부상한 계통연결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력망이 전국적으로 포화상태라 재생에너지를 설치해도 여유 용량이 생길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 공영주차장 지붕에 태양광발전 설비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 아이솔라에너지 제공
대기업 솔선수범·정부 지원이 활로 만들어
국내 기업들이 비싼 한전 전력을 사는 대신 값싼 태양광을 자가 소비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선택지다. 초기에 큰 투자비를 들여 설치한 후 20년 이상 장기간 한전의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방식인데, 본업이 아닌 태양광발전에 이런 투자비를 자체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엔라이튼 관계자는 “(자기 자본이 없다면 대출을 택할 수 있지만) 전기와 REC를 한전과 RPS 공급의무자에게 판매하는 발전사업과 달리, 자가소비 태양광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돼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RPS 시장에서 지붕형 태양광발전사업을 대상으로 실행되는 금융 지원이 자가소비 지붕 태양광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자가소비 태양광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부대표는 부지와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선순환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토지와 금융비용을 뺀다면 LCOE는 1kWh당 110~130원으로 단순히 전기요금과 비교해도 괜찮지 않나. 앞으로 전기요금은 올라갈 것이 자명하니 계속 이득을 볼 수 있다.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점에서 건물도 소유하고 자금도 소유한 대기업이 먼저 빨리 설치해 긍정적인 사례를 많이 확산하면 다른 기업도 뒤따라가지 않을까. 선도 기업이 시장을 만들면, 사업자들이 계속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RPS 의무비율 축소와 같은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14.5%로 예정돼 있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비율을 13%로 하향 조정했다. 연도별 의무비율을 대폭 줄인 데다 법정 상한인 25%를 달성하는 시기 또한 2026년에서 2030년으로 4년 늦췄다. 김 부대표는 “앞으로 이 시장이 성장할 거라는 장기 플랜을 보여줘야 기업도 투자하고 가격도 내려갈 텐데 지금은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축소되고 RPS 의무비율도 축소되면서 시장에 투자하라는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어떻게 투자에 뛰어들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에만 존재하는 이격거리 규제와 같은 재생에너지에 차별적인 제도도 대폭 손봐야 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한화큐셀을 비롯한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유출과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서 재생에너지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것만 봐도 IRA를 비롯한 정부 정책 역량이 큰 변수임을 알 수 있다”면서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확대, 수출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력히 펼치고, 계통 연계를 위한 전력망 투자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제2 가덕도 안돼 달빛고속철 '예타면제' 제동
◆재정당국, 與野 261명 발의 특별법에 '반대' 표명
기재부 동의 없으면 착공 못해
총선앞 정치권 거센 압박 예상
정부가 광주송정역과 서대구역 간 198.8㎞ 길이의 고속철도를 놓는 이른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정치권은 올 8월 헌정 사상 최대인 여야 의원 261명의 명의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권고하는 내용의 관련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예타 면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예타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동의가 없으면 달빛고속철도의 착공이 어려워 지역 민심을 등에 업은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박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인프라 사업이 우후죽순 추진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최근 광주시와 대구시 측에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의 핵심 조항인 예타 면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입장을 전달했다. 기재부는 광주·대구시 행정부시장과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관련 비공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예타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2026년 착공해 2030년 완공될 예정인 달빛고속철도는 국비만 4조 5158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미 발의된 특별법을 통해 이번 사업을 예타 없이 졸속 추진하려는 데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등 공항 건설 특별법에 이어 철도 건설 특별법이 제정되면 전국적으로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특별법을 통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공항 외 SOC 사업의 예타 면제를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달빛고속철도가 처음이다. 기재부는 광주·대구시 측에 달빛고속철도의 인적·물적 수요예측치 등 구체적인 추가 자료 제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의 반대로 달빛고속철도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특별법은 예타 면제를 권고할 뿐 의무 조항은 아니다. 한 전직 국책연구원장은 “지역 공항도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며 “영호남 화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경제성도 없는 사업에 혈세가 낭비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가덕신공항, 2단계 확장안 조기 마련해야”…인천공항은 5단계 확장 추진
민주당 최인호 의원,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덕신공항 확장안 조기 검토 촉구
“인천공항은 사업 초기에 4단계 확장안 마련…활주로 5개로 늘리는 5단계 추진”
25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기술원, 국립항공박물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대표들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대성 항공안전기술원장,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 연합뉴스 제공.
가덕신공항 건설과 관련, ‘2단계’ 사업 계획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사업 시작에서부터 ‘4단계 확장안’을 마련해 확장 사업이 중단 없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가덕신공항도 제2활주로 등을 건설하는 2단계 확장 계획의 조기 완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덕신공항의 2단계 (확장) 계획이나 활주로 2본 계획 등을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용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아직 1단계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2단계 사업은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고 (사업 계획 수립의) 적정 시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3단계 확장 사업이 완료돼 3개의 활주로와 2개의 여객터미널 운영 중이다. 제4활주로와 제2여객터미널 등의 4단계 확장사업도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4단계에 이어 제5활주로 등을 건설하는 5단계 확장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날 국감 답변을 통해 “5단계 확장 계획을 공항 내부적으로는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의 5단계 최종확장이 완료되면 연간 여객은 여객 1억 3000만 명, 화물 1000만t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인천공항의 지속적인 확장은 가덕신공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토부 측도 인천공항의 5단계 확장에 대해 “지방공항의 활성화라는 측면도 같이 검토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국가 전체적으로 공항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적 조율이 필요한 시기”라며 “가덕신공항은 관문공항으로 위계에 맞게 인천공항처럼 사업 초기에 2단계 계획을 세워야 하고 활주로 2본 계획 등을 구체화 시켜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김해공항의 장거리 노선 확대 요구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김해공항이 활성화 돼야 향후 가덕신공항의 성공적인 개항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중장거리 노선확대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특히 “부산의 중장거리 노선을 증대시키기 위해 운수권 협상에서 국가 대 국가가 아닌 지역 대 지역으로 지정해, 부산과 상대국 지역이 포함된 운수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전적으로 공감하며 현재 협상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 김해~헬싱키, 김해~쿠웨이트 구간이 신설되고 있는만큼 지속적으로 (장거리 노선을) 발굴하겠다”고 답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경북도, 신공항 연계 주요 경제산업권 접근성 향상 연구용역 착수
경북도, 의성군, 포항시, 구미시, 교통연구원 참석 착수보고회 개최
신공항·영일만항 Two-Port 구상 등 신공항교통 허브 발전 방안 마련
대구경북 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경북도가 대구경북신공항과 도내 주요 거점 경제산업권 간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특히 도는 하늘길인 신공항과 바닷길인 영일만항의 투 포트(Two-Port)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복안이다. 도는 25일 도청에서 의성군, 포항시, 구미시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신공항과 도내 주요 거점 산업권과의 교통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한국 교통연구원이 주관해 내년 7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연구용역은 경북도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을 주요 산업단지와 관광지 등 경제산업권의 교통망을 대구경북신공항 중심으로 새롭게 바꾸고, 신공항을 주요 교통 허브로 발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용역에서는 신공항과 포항, 구미 등 도내 주요 경제산업권 교통망을 진단한다. 또 신공항과 영일만항 시대에 맞춘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장래 교통 수요를 예측하고 연결 교통망 문제점을 분석해 상생발전을 위한 접근성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을 키우는 산업단지, 관광지 등 주요 경제산업권 교통망을 신공항 중심으로 새롭게 바꾸고 신공항을 교통 중심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영남일보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독일인 관광객의 탄식
고성 오호리 해변-죽도에 추진되는 해양관광단지 사업...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두면 안 될까
▲ 공사현장 죽도와 오호해변을 잇는 공사현장(2023/10/24) ⓒ 진재중
"왜 이렇게 해야 합니까, 이 아름다운 해변을 왜 망가트리지요?"
강원도 고성 송지호해변 공사 현장을 두고 터져나오는 한숨 섞인 말들이다. 공사 현장은 흉물스럽게 해변을 따라 콘크리트로 덮이고 있다. 이 해변에 고성군이 사업비 410억 원을 투입, 오호리 해변과 죽도를 잇는 780m 길이의 해상 산책로, 해상 전망대, 수중공원 등을 설치하는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 송지호해변은 고성군에 있는 해변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힌다. 송림이 우거져 있고 갯그령, 갯방풍, 갯메꽃, 해당화 등 다양한 염생식물이 분포돼 있어 학습의 장으로도 불린다.
길 건너에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석호인 송지호가 있어 경관으로도 빼어난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앞에는 동해안에서는 울릉도 다음으로 큰 섬이고 무인도로는 가장 큰 섬인 죽도(竹島)가 있다. 죽도(竹島)는 '대나무가 자생을 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면적이 5만 292㎡에 달한다.
▲ 송지호와 송지해변 송지호와 죽도 ⓒ 진재중
섬은 온통 화강암으로 돼 있어 파란 대나무와 하얀 바위가 조화를 이룬다. 죽도는 생태자연도 지질 경관 1등급으로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야광나무, 참싸리, 해당화, 갯방풍, 갯메꽃, 갯쇠보리 등이 자란다.
고성 죽도 일원은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태계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2018년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됐으며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 사업지로도 선정된 섬이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오호리 해변과 죽도 사이는 1년에 한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해변 모래가 섬 쪽으로 쌓이면서 모래톱이 형성된다. 이때는 걸어서 섬까지 갈 수가 있다. 동해안에서는 육지와 섬이 이어지는 장면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섬과 해변 사이가 다른 해역보다 수심이 얕고 모래의 퇴적이 일어나 죽도 쪽으로 모래가 쌓이기 때문에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랫길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 죽도 섬이 화강암으로되어 있으며 생태자연도 지질경관 1등급으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 ⓒ 진재중
고성군 사업비 410억 투입... 관광수입에 집착하는 지자체
그런데 이 섬에 고성군이 사업비 410억 원을 투입, 오호리 해변과 죽도를 잇는 780m 길이의 해상 산책로 등을 설치하려고 한다. 해상 전망대, 수중공원 등을 설치하는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고성을 해양관광의 메카로 성장시키고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관광시설 확충하기 위한 사업으로, 2023년 준공해 2024년 개통이 목표다.
해상 산책로는 해수면에서 9m 위를 지나는 다리 형태로 바닥 곳곳에 투명 유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상 산책로를 건너면 죽도의 자연경관을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와 송지호 해변의 바다·파도를 느낄 수 있는 해상전망대도 건설될 예정이다.
문제는 해변과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관광수입에 집착하는 자치단체다. 동해안을 자주 찾는 한 여행객은 "자연 그대로가 더 큰 관광자원인데 각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개발만 해서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이곳에 자주 온다는 김금렬씨(69)는 "고성군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원을 훼손하면서 근시안적으로 개발하는 게 문제다. 죽도와 같은 섬은 최대한 사람이 접근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 섬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연자원은 우리 후손에게 남겨 주어야 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죽도가 좋아서 이곳을 여행 온 박금자씨(67)는 "죽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그대로 두면서 이상향을 그리게 할 수는 없을까"라고 반문하며, 인위적인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동해안에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곳이 해안 관찰로, 해안 경관로, 해중공원 등의 명목으로 개발되거나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안을 걷다가 인터뷰에 응한 독일 여행객은 "한국에는 해안가에 너무 많은 인공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바다 옆에는 산책로, 해안 도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이런 시설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아쉬워했다.
동해안에는 해수면 상승과 각종 인공시설로 인해 연안침식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안에 인위적인 시설물 설치로 해안침식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안침식을 연구하는 장성렬 박사는 "해안은 바람과 파도와 조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이어서 작은 환경 변화만 있어도 민감하게 반응해 연안침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해안에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 해안까지 연결한 바다 부채길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으로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국내 유일의 해안 단구지역이다. 부채길은 동해바다의 비췻빛 해변과 기암괴석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형으로 암반 위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생대가 펼쳐진 곳이다. 해안에는 다양한 바다 나물, 미역부터, 톳, 지누아리, 고르매까지 살아 있는 해조류의 박물관이었다.
그러나 방문객의 증가로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나 바다에 버려지는 오염물 투기로 인해 소중한 자연은 사라지고 있다. 이 해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각종 해조류는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임도밀도 기준 논란 계속... 환경단체 "확대 정책 폐기해야"
경남환경운동연합 "임도 늘어나 산불 취약"... 산림청-경남도 "산불진화 기여 효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임도 확대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윤성효
임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임도밀도의 기준이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오스트리아 등 임업선진국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에 이어 환경단체들도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 여름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20낸 자료를 낸 데 이어,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창원 쌀재터널 산사태를 언급하며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도를 늘리려는 조작된 계산, 산림청은 이제라도 산림복원에 나서라"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과 환경단체는 산림청이 임도밀도 기준을 임업선진국과 다르게 적용해 우리나라 임도밀도가 적게 나오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산림청이 산에 낸 길인 임도만 기준으로 삼는 반면, 임업선진국은 임도는 물론이고 산에 나 있는 국도, 지방도, 공도, 농도 뿐만 아니라 사유도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정진영 사무국장은 "오스트리아의 경우 산림경계 75m까지의 모든 도로를 임도로 계산에 넣지만 우리나라는 산림청이 만든 것만 계산에 넣어 임도 길이 자체가 적은것 처럼 보인다"라며 "기준을 달리 계산해서 우리나라의 임도밀도가 낮은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산림청과 경남도는 우리나라 평균 임도밀도가 3.97m/ha, 경남은 4.39m/ha로 독일 54.0m/ha, 오스트리아 50.5m/ha, 일본 23.5m/ha, 미국 9.5m/ha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산림당국은 임도 밀도를 높이려면 매년 지속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 오스트리아의 경우 모든 공용도로와 사유도로, 산림경계 밖 75m까지의 도로도 임도밀도에 포함하여 계산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간선임도, 산불진화임도, 작업임도, 이 세 가지 도로만 포함하여 계산한다"라며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임도의 필요성에 대한 개념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도가 산불을 진화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개념이 중심이 아니라 산림경영을 위해 활용된다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는 작은 트럭이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길은 임도가 된다"라며 "오스트리아에서 임도는 산불을 끄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도가 없으면 산불을 끄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도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산림청 관할 국유임도뿐만 아니라 공공도로, 사유도로 모두를 임도 계산에 포함한다"리며 "이렇게 계산한 미국의 임도 밀도는 1.9m/h로, 산림청의 주장처럼 우리의 2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미국의 2배로 임도가 많은 수준임을 확인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남환경운동연합은 "한국과 같은 기후대인 일본과 중국은 산불이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한국만 산불이 증가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임도 예산이 주범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업 경영인들의 경영 이익을 위해 소나무가 대량 식재된 상태에서 임도가 바람길로 작용하면서 대형산불로 번질 적정한 조건을 형성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임도의 확장이 목표가 되어버린 산림청 정책에는 숲과 나무, 인간의 삶에 대한 지속가능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라며 "산림청은 묻지마 살인 흉기가 되어 버린 임도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는 산림 복원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올여름 산사태는 임도와 벌목, 숲 가꾸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라며 "산림청은 엉터리 자료로 임도를 늘릴 일이 아니라 산림복원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경남도는 산림청 자료에 근거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임도밀도는 23.5m/ha로 발표했고, 공도라도 산림 경영의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임도에 포함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반박했다. 또 경남도는 "미국은 임도밀도에 국도, 지방도, 사유도로를 포함하지 않고 국유림에 신설된 임도 거리를 국유림 면적으로 나눈 값인 9.5m/ha를 사용함이 타당하며, 오스트리아는 임도밀도 산정 자료가 아니고 산림의 생산 활동을 위해 트럭 접근 가능 도로를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산불 확산은 산지경사와 바람의 세기에 영향을 받고, 임도는 산불진화 기여 효과가 크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이거아나] 탄소국경세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있어요. 이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극단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래서 나라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는데요. 이런 대책들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을 우리나라에서 우려하는 이유인데요.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입니다. 탄소의 이동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말하죠. 수입품을 대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실상 추가 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U 내 기업들은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ETS)에 따라 탄소를 기준치 이상 배출할 시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생산 비용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외국 업체는 동일하게 탄소를 배출해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생산 비용으로 가격 경쟁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EU는 2021년 7월 14일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함과 동시에 탄소국경세 입법안도 공개했습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자국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한 것이죠.
EU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 전 계도기간을 가졌습니다. EU는 얼마 전 2025년 말까지 탄소국경세 준비 기간으로 정하겠다고 발표했죠. 다른 나라들이 바뀐 정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인데요. 이 기간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물품을 유럽에 판매하려는 기업은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물건을 만들 때 탄소가 얼마나 나오는지 조사하고 이를 EU가 제시한 기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매년 100억 유로를 거둬들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6년까지 탄소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ETS 기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탄소국경세를 내야 하는 품목으로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등 6개입니다. 유기화학물질과 플라스틱 등도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죠.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EU의 탄소국경세 소식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제품 중에 탄소국경세를 내야 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인데요. 2026년부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1년에 약 1800억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對) EU 수출액 681억 달러 가운데 탄소국경세 대상이 되는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EU 총 수출액의 7.5%를 차지합니다.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 달러로 가장 크고, 알루미늄 5억 달러, 비료 480만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등입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대유럽 철강 수출국 중 5위로 탄소국경세 영향에 흔들릴 10개국 중 하나로 꼽히죠.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 인도 튀르키예 호주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화석 연료 소비가 많고 수출 중심의 중공업이 중심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국가들이 똑같이 관세로 보복해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지역경제 나르던 폐철도, 지역민 산책로 변신
2014년 운행 종료후 방치된 화순선, 맨발걷기길로 거듭나
뒤늦은 조성 지적, 화순광업소 부지 개발에 따라 활용할 것
28일 오전 화순선 폐철도부지에 조성된 맨발걷기길.
과거 화순광업소에서 석탄을 나르던 화순 폐철도가 수년째 방치돼 오다 최근 산책로로 탈바꿈하면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화순역과 복암역을 잇는 11.4km의 화순선은 지난 2022년 1월1일 폐선되면서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도가 됐다. 이후 화순군은 정비사업을 거쳐 맨발길을 조성하면서 폐선로를 찾는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화순읍 덕촌경로당 인근. 선로 양옆으로 맨발로 걷기 좋은 흙길이 조성되면서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기찻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산책을 나선 노모(76·여)씨는 "열차도 다니지 않는데 집 주변에 철로가 있어서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렇게 산책로로 꾸며 주니 보기도 좋고 걷기도 좋고 해서 자주 길을 걷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물열차가 다니던 시기를 기억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문모(76·여)씨는 "기찻길 옆이라 시끄러울 것 같은데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우리에겐 익숙했다"며 "지금은 이렇게 산책로도 생기고 노인 일자리로 소일거리 하면서 이곳을 깨끗이 가꾸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뒤늦은 활용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손모(52)씨는 "지금 산책로가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열차도 안 다니고 광업소 폐광도 몇 년 전에 예견됐는데 왜 더 일찍 활용할 생각을 못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화순선은 6월 폐광한 국내 1호 탄광인 화순공업소에서 생산한 석탄을 나르는 목적으로 세워진 철도로 화순공업소 부지 개발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선로를 유지 중이다. 화순군은 현재 선로를 유지한 채 흙길로 조성, 산책로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향후 화순광업소 부지와 연계한 활용 방안도 고심 중이다. ㅡ화순군 관계자는 "광업소 부지에 개발방향에 따라 폐선부지도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어 군에서 자체적으로 철도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찾다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맨발길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순군은 화순광업소 부지를 향후 복합 관광단지와 지역특화산업시설로 조성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조기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해 내년 10월 완료할 예정이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활력·매력 갖춘 정원테마파크 조성···'꿀잼도시' 광주 실현되나
[광주시 Y프로젝트 발표안 살펴보니]
친수성 높여 '시민 접근성' 대폭 향상3~4등급 수질→2등급 개선해 식수로
인공서핑장·물놀이장·캠핑장 등 조성 송산유원지엔 '어린이테마정원' 특화
영산강·황룡강 100리길 연결로 완성
광주시가 26일 발표한 Y프로젝트 중 황룡강 에코랜드
광주시가 26일 발표한 Y프로젝트 중 영산강 익사이팅 파크
광주시가 용역 착수 후 오랜 기간 검토 끝에 26일 내놓은 Y프로젝트의 핵심은 시민들의 친수성을 높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광주시는 영산강과 황룡강이라는 두 강을 보유하고도 낮은 수질과 접근성·연결성 부족, 체육시설에 한정된 친수공간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민선8기 광주시는 대부분의 도시경쟁력이 높은 도시들이 '친수성'이 높은 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관광객들을 끌어와 도시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Y프로젝트를 통한 광주 공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광주시가 이날 발표한 Y프로젝트 구상안을 살펴보면, 선결 과제로 수질을 '먹는 물'(생활용수) 수준까지 끌어올려 안심하고 영산·황룡강의 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가뭄 때는 식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어 수질 개선을 바탕에 두고 물을 활용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테마공원을 영산강과 황룡강 각각에 핵심 거점으로 조성한다. 특히 영산강(70리)과 황룡강(30리)의 100리를 연결하는 길(보행·자전거 등)을 통해 생태의 보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구상이다.
광주시가 26일 발표한 Y프로젝트 리버라인 100리길
◆"3~4등급 영산강 물을 먹는 물 수준으로"
우선적으로 광주시는 농업용수로 활용되면서 수질 관리가 안 된 영산강의 물을 2030년까지 먹을 수 있는 2등급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질을 개선해 하상여과공법으로 하루 10만톤의 맑은 물을 취수해 가뭄 등 위기에는 먹는 물로 활용한다. 평상시에는 영산강 유지용수로 사용하는 1석2조의 순환형 공급체계 구축할 계획이다. ㅡ또 영산강 오염원을 저감하는 신규 습지 8곳, 기존 습지 9곳을 보강해 하천 고유의 자정기능을 강화한다. 하수도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하수관로 분류식화(오수·우수 분리) 사업, 점오염 개선사업, 비점오염 개선사업, 황룡강 수질개선사업을 지속 추진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Y프로젝트의 출발은 무엇보다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광주의 생명수인 영산강 물을 먹는 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26일 발표한 Y프로젝트 중 기후위기 대응과 맑은물 공급체계 구축 방안
◆영산강엔 익사이팅 파크, 황룡강엔 어린이테마파크
영산강은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활용한 '익사이팅 파크'를 조성해 광주시민들의 '꿀잼 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우선 도심 한복판에 있는 산동교 일원에는 1만㎡ 규모의 자연형 물놀이장을 조성한다. 젊은 층들의 수요가 높은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인공 서핑장'과 '실내 클라이밍장', 약 1만2천㎡ 규모의 '수변 잔디마당'도 만들어 시민들이 야외공연·피크닉을 즐기고 축제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영산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과정을 디지털로 체험할 수 있는 '아시아 물 역사 테마체험관'을 건립한다. 정부예산에 사업비가 반영된 테마체험관은 내년에 5개 시설의 설계공모를 추진해 2026년 완공한다. 또 억새와 습지로 유명한 서창포구 일원에는 생태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를 설치한다. 조망대를 비롯해 덕흥동 하중도에 서식하는 원앙의 사랑과 소망을 상징화한 생태 조형물이 조성된다. 승촌섬에는 반려동물 캠핑장, 글램핑장, 오토캠핑장 등 170면의 힐링캠핑장을 조성해 '캠핑 메카'로 만든다. 물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극장인 '빛고을 수상 공연장'도 조성한다.
황룡강에는 송산유원지로 알려진 송산섬을 중심으로 '황룡강 에코랜드'를 조성한다. 황룡강의 생태자원과 어우러진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황룡강 생태여가 레저라인'으로 탈바꿈한다.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 테마정원, 플로팅수영장, 집라인, 카누 수상레저 시설을 갖춘다. 특히 송산섬에는 500㎡의 플로팅 수영장, 어린이 테마놀이터, 잔디마당,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스트원을 조성해 '어린이 테마정원'으로 특화한다. 또 어등산에서 황룡강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집라인을 설치해 다이나믹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광주시가 26일 발표한 Y프로젝트 중 승촌섬 일원 계획.
◆마지막 퍼즐 관건은 '연결성'
영산강과 황룡강에 물길, 숲길, 사람길을 연결해 광주를 보행중심도시로 회복해 가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도심 생태숲길 영산강 리버라인(River Line)을 따라 단절된 자전거길, 강변 산책로를 연결한 영산강 리버라인 100리길을 '광주 RE100 걷고 싶은 길'로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광주시는 100리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는 이미 있는 길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으로 예산 투입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전거와 보행 외에도 가족 단위나 여행객들이 주요 장소를 이동할 수 있도록 모노레일과 같은 대중이용수단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이날 나왔다.
특히 영산강과 황룡강 두 강이 만나는 합류부에 'Y브릿지'를 조성한다. Y브릿지는 군공항 이전과 맞물려 '새로운 광주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는 기획디자인 공모를 통해 독특한 디자인의 새로운 '시그니처 명소'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다만, 군공항 이전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시민의 즐거움과 쉼이 있는 활력 넘치는 영산강·황룡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Y마라톤, 자전거 그란폰도, 듀애슬론, 물축제, 걷기대회 등 시민이 직접 만들어가도록 할 방침이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긴급 성명서]녹조 잡겠다고 하더니 발암물질(THMs) 놓친 환경부 국민은 불안하다
▲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긴급 성명서]녹조 잡겠다고 하더니 발암물질(THMs) 놓친 환경부 국민은 불안하다
4대강 보를 열어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주는 것이 녹조도 막고, 발암물질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구와 고령의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경향신문>이 26일 관련 사실을 대서특필했다.(관련 기사 ---> 대구·경북 수돗물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낙동강 ‘먹는물 위협’ 현실화) 놀라운 사실이요. 분노가 치미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페놀 사태를 겪은 우리 대구시민이기에 더욱더.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니 도대체 환경당국과 대구시는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말인가? 수질 안전을 앵무새처럼 반복해놓고선 정작 발암물질을 놓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잘 알려진 대로 정수 부산물로서 염소 소독 과정에서 물속에 든 유기물과 염소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두 가지 가능성이 상존한다. 원수에 유기물이 너무 많거나, 염소를 과다 투입했거나. 정수장이 하루이틀 가동된 것이 아니니 특별히 염소를 일부러 과다 투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수에 유기물이 너무 많아졌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녹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녹조의 원인물질인 인과 질소도 유기물지만 녹조 자체도 유기물이다. 녹조가 심화할수록 염소 투입량이 늘어나 총트리할로메탄이 증가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이는 4대강사업 전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바이기도 하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면서 이 사업을 벌이면 이런 위험성이 상존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올해는 장마의 영향으로 녹조가 크게 심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면 녹조가 심했을 때는 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따라서 대구시와 환경당국은 녹조가 심화했을 당시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공개해야 한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진실로 녹조와 총트리할로메탄과의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로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대구시와 환경당국이 수질 안전을 그렇게 자신한 신무기인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총트리할로메탄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고도정수처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사실 올 6월부터 시작된 올해 녹조는 심상찮았다. 6월 당시 벌써 예년 8월 수준의 녹조가 창궐했다. 그 사태를 보고 마음이 다급해진 환경당국은 녹조 때려잡겠다고 축산농가 탓을 하면서 애먼 축산농가들을 때려잡았지만 정작 발암물질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은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총체적 무능의 결과다. 이 사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원인 진단을 잘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조의 원인은 축산농가 때문이 아니라 강이 막힌 사실 즉 강의 유속이 사라진 때문으로 4대강 보가 그 주요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4대강 보를 열어 강을 흐르게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새로운 위험성이 더 따를 수밖에 없다. 애물단지 4대강 보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녹조의 원인이자 발암물질의 창궐의 원인인 4대강 보를 하루빨리 철거하든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든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환경당국은 애먼 축산농가 탓만 하지 말고, 4대강 보를 열어 하천의 자연성을 되찾아주는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국민은 마루타가 아니다. 더이상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과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로 국민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민이 봉기하기 전에 환경당국은 서둘러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젖힐 것을 거듭 촉구한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안전하다. 2023. 10. 27. 대구환경운동연합
“3만 명 희생 ‘군사독재의 기억’ 이으려 나무 심어요”
25일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성스러운 나무’ 자카란다 심기 행사
76~83년 군사정부 희생자 추모하려 2021년부터 나무 3만그루 심기 운동
인권침해 대표 공간 ‘에스마 추모관’ 지난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아르헨티나가 민주주의를 되찾은 지 40주년이 되는 올해, 여기 심는 자카란다 묘목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25일 오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30여명의 방문객이 서울 용산구 아르헨티나 대사관저 마당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모였다. 에밀리아노 와이셀피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는 직접 삽을 들고 인사말을 마친 뒤 양지바른 마당 한켠에 키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흙을 다졌다. 와이셀피츠 대사는 “자카란다 묘목은 남미 원주민이 신성시하는 나무이자 잎보다 먼저 보라색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나무”라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카란다가 활짝 피는 계절은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열린 ‘기억을 심자’ 식수행사는 2021년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1976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육군 참모총장이 일으킨 쿠테타 발생 45년이 되던 2021년 아르헨티나 인권단체들은 군부독재정권 아래서 억류되고 실종된 3만여명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나무 3만 그루를 심는 ‘기억을 심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아르헨티나 각 가정에서 작은 화분에 나무를 심어 당시의 고통을 기억하자는 시민 운동으로 발전했다.
쿠데타로 들어선 군부독재정권은 1983년 무너졌지만, 이들이 자행한 잔혹한 고문·납치·살해·성폭력 등을 일컫는 ‘더러운 전쟁’의 아픔은 아직 여전하다. 당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루이스 푸엔조 감독의 영화 ‘오피셜 스토리’(1985)에 잘 묘사돼 있다. 이날 행사에는 마르시아 도네르 아브레우 주한 브라질 대사와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관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5일 서울 용산구 아르헨티나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억을 심자’ 식수행사에서 에밀리아노 와이셀피츠(왼쪽)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와 이진경(오른쪽) 아르헨티나만영문화재단 이사가 자카란다 묘목을 심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사관 제공.
특히 이날 행사는 ‘에스마(ESMA) 추모관’이 지난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인류에게 뛰어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유적 목록에 에스마 박물관 및 기억의 터를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는 1976년 쿠데타 이후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주요 인사들을 납치해 전국 500여개의 비밀수용소에 가둬두고 고문과 살인을 자행했다. 특히 사관생도들의 군사훈련소 에스마에서 비밀수용소를 운영하며 납치·고문·살해를 일삼았다. 이곳에서만 약 5천명이 불법 납치돼 고문에 시달린 뒤 바다에 던져지거나 살해된 뒤 묻혔다고 전해진다.
특히 에스마 수용소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임산부 살해와 영아 유기이다. 군부독재정권은 임산부 수십명을 납치해 에스마 비밀수용소에서 출산하게 한 후 아이들을 살해하거나 친정부 인사의 가족에 불법 입양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에스마(ESMA) 추모관의 모습. 에스마추모관 누리집 갈무리
아르헨티나 정부가 현재 인권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 등으로 활용되는 에스마 추모관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것은 민주주의를 되찾은 지 40주년을 맞아 당시 참상이 결코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유네스코의 발표 후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르헨티나의 그 누구도 에스마에서 경험한 공포를 잊거나 부정하지 않도록 기억은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3년까지 이어진 군부독재정권의 악행으로 인한 희생자는 약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군부 쿠테타가 발생한 3월24일을 ‘진실과 정의 기억의 날’로 지정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올해로 민주화를 이룬 지 40년이 된 아르헨티나는 지난 22일 대선을 치렀다. 아르헨티나 국민 100명 중 74명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처럼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겪은 한국은 지난 1월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에 가입했다. 국가 권력에 의한 감금·납치 등 범죄를 방지하는 국제사회 연대에 뒤늦게나마 참여한 것이다. 와이셀피츠 대사는 “인권 존중과 수호를 위해 아르헨티나와 한국이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축구장 4개 크기 오름에 불 놓는 들불축제가 세계의 자랑거리?
[제주의 녹색분칠] '불 없는 들불축제'라고? 기후위기 역행하는 들불축제 폐지해야
"제주에선 오름 하나를 통째로 태워야 봄이 온다"는 풍문이 있다. 제주들불축제를 소개하는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참 무섭고 마뜩잖은 말이다. 제주의 봄은 음력 2월 초하루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과 함께 온다. 영등할망은 2월1일에 제주에 와서 보름 동안 온 섬을 돌아다니며 땅과 바다에 생명의 씨를 뿌리며 봄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떠난다. 그래서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이면서 '봄의 신'이다.
그런데 생명들의 터전인 오름에 석유를 뿌리고 화약을 터뜨려 불을 지르는 들불축제가 제주의 봄의 전령사로 둔갑하다니!! 영등할망이 뿌린 생명의 씨앗을 모두 학살하는 일이 제주의 전통으로 각인되다니!!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아니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제주들불축제 ⓒ제주시청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민선 지방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는 축제와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런 문화사업화 전략은 중앙정부가 '5대 국정지표'로 문화관광의 진흥을 설정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고 1997년 제주에서도 북제주군(1946년 8월 1일부터 2006년 6월 30일까지 존재했던 제주특별자치도의 폐지된 자치군)에서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시작한다. 구좌면, 추자면, 한림면, 조천면, 애월면의 군민들이 모두 모여 정겹게 즐겼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지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북제주군이 폐지되면서 제주시가 주최하게 되었고 2013년부터는 3월 경칩이 낀 주말로 개최 시기를 옮겨 '제주들불축제'로 이름을 바꾸며 몸집을 키워갔다.
'제주의 전통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들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유망축제(2006~2014), 우수축제(2015~2018), 최우수축제(2019), 문화관광축제(2020~2021) 등 각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집행된 예산 규모도 지난 10년간 새별오름 일대에 조성한 광장,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 비용 약 100억 원은 논외로 치고도, 단 4일의 축제를 위해 2023년 기준 16억 9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며 매년 30만 명이 찾는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표축제라는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 들불축제는 환경훼손, 기후위기 역행, 오름생태계 파괴, 산불위험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2022년과 2023년에는 전국적인 산불재난경보 발령으로 최근 4년 동안 행사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며 그 지속가능성마저 위태로워졌다. 2023년 들불축제는 제주시가 첫날 행사를 치르고 나서야 오름불놓기와 달집태우기 등 불 관련 프로그램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지역사회 혼란, 관광이미지 하락, 예산 낭비, 행정력 낭비 등의 논란이 증폭되기에 이른다
기후위기를 역행하는 반생태적. 반환경적 들불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제주녹색당은 지난 4월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19세 이상 제주도민 749명의 서명을 받아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했다. 들불축제의 상징성과 논쟁성을 고려한다면,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들불축제 존폐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 200명의 도민참여단이 참여하는 '제주들불축제 도민 숙의형 원탁회의'가 열렸고, 10월 11일 제주시장은 원탁회의 결과에 따른 권고안을 받아들여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 우려가 있는 오름불놓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주의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획부터 축제 운영까지 시민 주도 축제로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 등을 위해 2024년 들불축제는 개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들불축제가 열리는 애월읍 봉성리 일대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도의원은 '원탁회의에서 결정이 나더라도 제주도가 주도하는 사업이므로 제주시장은 결정 권한이 없다, 예산을 심의하는 도의회가 결정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제주도의회가 만든 조례를 도의원 스스로가 무용지물로 만드는 자기 모순적 망언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제주도의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른바 '불 없는 들불축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지구가 불타고 있는 마당에 기름과 화약을 사용해 축구장 4개 크기의 오름에 불을 놓아 불구경하라는 들불축제는 이제 세계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웃음거리' (2023.3.8. 제주녹색당 논평)가 될 것임이 분명함에도 여전히 논란인 이유는 무엇일까? 들불축제 원탁회의에서 오고 간 주장들을 들여다보며 들불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다.
1. 환경훼손 문제보다 지역경제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2000년 새별오름으로 축제장소가 고정된 이후 새별오름의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속적인 불놓기로 인해 다년생 식물이 사라지며 식생이 단순화되고 토양건조 및 토양침식을 가속화시켜 지표면의 사막화도 발생한다(2009.'새별오름의 초지화입에 의한 색생변화 연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는 조사뿐만 아니라 특히 화약 등의 무차별 살포로 토양오염이 심각하다(2013,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주지역대학 농학과)는 결과는 땅속으로 물이 잘 스미는 제주 화산지질 특성상 토양오염이 지하수오염과 바다오염으로 이어진다는 문제를 진단하며 통합적인 조사가 시급함을 경고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새별오름훼손, 생태계파괴, 토양오염, 지하수오염, 바다오염, 발암물질로 인한 인체 영향 등에 대한 행정조사와 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10년 동안 새별오름 일대에서 30건 이상의 공사를 시행하면서 공사에 대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수차례 회피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행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행정이 법을 위반하고 환경파괴를 눈감으며 축제는 지속되었고 급기야 오직 '불'을 놓기 위해 놀라운 일들을 벌이게 된다.
정월대보름 시기에 진행되던 초기 들불축제는 강풍과 폭설로 불놓기가 연기되는 경우가 잦았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피해 2013년부터 3월 이후 경칩이 낀 주말로 개최 시기를 옮겼지만 그 이후도 불놓기가 순조롭진 않았다. 2016년 비 날씨가 예보되었으나 들불축제는 강행되었고 안개와 폭우, 강풍으로 불이 붙지 않자 석유를 쏟아부어 오름에 불을 놓았다. 이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연기만 더해갔고 듬성듬성 타다만 새별오름을 지켜보는 것이 씁쓸했다'고 전한다. 석유 사용은 축제 시작되던 해부터 이어지던 것이었고 불똥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을 놓는 주변에 락스를 탄 물을 농약 뿌리듯이 뿌렸댔다고도 한다.
석유사용 비판이 일자 화약과 폭죽을 사용해 불을 놓기 시작하는데 2019년에는 화약 2,650kg을 사용했고,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1년에는 비대면으로 차량 400대만 출입시켜 5,600개가 넘는 폭죽과 1,000kg의 화약을 사용해 오름에 불을 질렀다. 폭죽과 화약을 사용해 오름에 불을 놓았으니 그 잔류물도 오름에 그대로 남았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그 잔류물들이 바람에 날려 주변 식생과 탐방객들에게까지 날아간다. 날리는 재를 맞으며 관광객들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오름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도 진정 제주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그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지난 20년 동안 식생조사, 생태계조사, 토양오염조사, 탐방객에 대한 피해조사, 지하수오염 및 바다오염 조사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별오름 환경회복을 위해 오름휴식년제 시행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지만 제주시 관광진흥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들불축제를 진행해야 하므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 번 훼손된 환경을 회복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돈이 들까? 아니, 회복이 가능할까? 지난 20년 오름에 불을 지른 대가를 우리는 어떻게 돌려받게 될까?
2. 들불축제는 제주의 전통 목축문화를 계승?
들불축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충구제를 위해 소나 말을 풀어놓던 방목지에 불을 놓는 제주의 방애불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제주의 목축문화인 방애(들불)는 중간간 지대 목축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기 이전인 1970년대까지 유충구제 및 잔초제거를 위해 방목지에 방화선을 구축하여 불을 놓던 자연친화적 생태농법이다.
그러나 들불축제는 방애불의 자연친화적인 정신은 내던진 채 석유를 쏟아붓고 화약을 터뜨려 인위적으로 불을 지르는 반환경적, 반생태적 방법으로 진행되면서 '방애불 전통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에 더해 화산섬 제주 생성의 근원이 불에서 유래했다며 밑도 끝도 없이 올림픽 성화 채화를 흉내 내고 삼성혈에서 고위공직자들이 채화한 불씨를 제주시청까지 봉송하며 전통을 윤색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제주의 전통 목축문화를 계승하는 것이 목표 라면 새별오름을 통째로 태우는 것이 아니라 목축이 행해지던 마을목장을 개발의 광풍에서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먼저이고 자연친화적인 제주도민들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3.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즐기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는 축제?
들불축제는 1997년 1회 개최 당시 1만3000명이 찾았던 소규모 행사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애월읍과 구좌읍 중산간 마을 공동목장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치러졌고 당시는 북제주군의 군민 단합대회 느낌이 강했다. 행사가 끝나면 큰 구덩이를 파서 쓰레기들을 한 번에 묻어버렸다는 이야기가 흠으로 전해지지만 말이다.
▲제1회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들불축제 홈페이지
그러나 몸집을 키워 제주시가 개최한 후로는 제주도의회에서조차 지역주민이 즐기는 축제가 아닌 동원된 축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주시 전 부서가 일제히 동원되어 축제 부스를 운영하는 관주도 축제'(2015년 제주도의회 김용범 의원), '들불축제 찾아온 39만 명 대부분 각 읍면동에서 동원된 도민들이고 전국에서 읍면동별로 천막을 친 곳은 들불축제 밖에 없다'(2018년 제주도의회 안창남 의원)
그리고 '제주시가 들불축제 평가에서 입도관광객 4만 4천명인데 축제엔 8만4000명으로 뻥튀기하고 있다'(2012년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는 비판도 꾸준히 이어져 '들불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유망축제, 한국축제 50선에 선정될 만큼 제주시의 대표축제이지만 결국은 대다수 도민이 참여하는 도민축제에 불과하다'(2013년 제주도의회 오충진 의원)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체 문화관광축제의 경우 관광객의 비율이 70% 정도라면 들불축제는 관광객 비율이 20% 남짓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김의근, 지역축제의 특성화 발전방안 연구-제주들불축제를 중심으로, 제주관광학연구 제21집, 2018. p35)
매년 16억, 17억 원의 돈잔치를 벌이는데 관광객도 오지 않고 지역주민들조차 즐기지 못한다면 들불축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묻고 싶다.
4. 제주도민의 역사를 지워버린 들불축제, 새별오름은 고려시대 최영 장군의 전적지?
제주들불축제가 10돌을 맞은 2006년에는 최영 장군이 목호들을 무찔렀던 새별오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추자도 최영장군 사당에서 성화 채화를 한 뒤 제주도 일원을 돌며 봉송행사를 하고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불을 점화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이는 권력을 가진 승자의 입장에서만 역사를 기억하는 과오이고, 역사에서 제주도민을 지워버리는 만행이다. 당시 도민들의 무고한 희생을 안다면 감히 행정이 나서 새별오름을 전적지로 추켜세울 수도, 폭죽을 쏘아 올리며 흥겨운 축제를 열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탐라국이었던 제주는 1153년 고려에 편입된 후 150년간 지배를 받았고, 이후 83년간 원나라 지배를 받았다. 원은 제주에 1500명 가량의 군사를 주둔시켰고 제주 목마장은 원 제국의 14개 국립 목장 중 하나로 경영되며 제주 사람들은 주둔군의 한 형태인 목호(말 키우는 오랑캐)와 어울려 살았다.
그런데 원나라가 저물고 명나라가 고려에 말 2천 필을 요구하자 목호들이 이를 거부하며 결국 전쟁은 시작되었다. 당시 제주에 살던 제주 사람들의 숫자에 가까운 2만 5천여 고려군은 '몽골인의 피가 섞인 자, 변발을 한 자, 목호를 도운 자'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토벌을 자행했다. '칼과 방패가 바다를 뒤덮고, 간과 뇌과 땅을 덮었으니 말하면 목이 멘다'는 기록이 남을 정도로 무고한 많은 제주 사람들이 죽어갔다.
제주 도민의 입장에서 '목호들을 무찌른 전적지'로 새별오름을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애통하고 한스러운 일인지 행정은 진정 몰랐던 것일까? 게다가 새별오름과 그 주변 노꼬메오름, 유수암 일대는 4.3 당시 소개작전으로 모두 초토화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위령비는 못 세울망정 폭죽을 터뜨리는 축제를 여는 이 역사적 만행을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 들불축제 폐지의 또다른 이유이다.
새별오름이 다시 별처럼 빛나기를
▲2021 불놓기 후 새별오름 ⓒ 제주들불축제 홈페이지
새별오름은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금성처럼 빛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행사가 끝나면 새까맣게 타버린 새별오름을 바라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하던 원탁회의 참가가(50대 남성)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내건 "다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라는 슬로건에서 별처럼 빛나야 할 새별오름은 제외되어 있다. 앞으로 도민들이 참여해 제주의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축제를 찾아가는 과정에 '별처럼 빛나야 할 새별오름'을 다시 복원하는 방법도 꼭 찾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원탁회의 권고안대로 '제주의 생태,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시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축제'를 만드는 첫걸음은 특정 세대가 과대 대표된 도민참여단 구성, 운영위원회 운영 등 들불축제 원탁회의 과정을 점검하고 검증하는 일임을 제주도정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이다./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프레시안
“누군가 하겠지” 넘어 “우리가 한다”가 만든 기적의 공원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6. 뉴욕 하이라인의 변신
수십 년 방치 고가철도 철거 움직임
반대 시민, 단체 꾸려 공원화 제안
인근 주민·개발업자 10년간 설득
공간 활용안 나누며 공감대 형성
모금 통해 조성, 기부·봉사로 운영
관광객 몰리는 뉴욕 명물로 거듭
도심 속 흉물이었던 화물 고가철도를 뉴욕의 명물로 바꿔낸 하이라인 공원은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뉴욕 맨해튼 도심을 가로질렀던 고가 위 철도차량이 떠난 자리에는 이제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난달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는 도시락과 책을 들고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부산 동서고가로가 처한 상황과 다르긴 했지만, 뉴욕 시민의 참여와 끈질긴 노력, 그리고 시간을 두고 완성한 공원 시설 등 배울 점은 충분히 많았다.
■버려진 고가철도, 하늘공원 되기까지
지난달 12일 점심시간, 높이 9m 위에 떠 있는 공원 아래로는 차량 행렬과 거리가, 위로는 초고층 빌딩 숲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인에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쉬고 있었다. 공원의 어떤 벤치에도 돌출된 팔걸이가 없었다. 평평한 벤치에서 각자 원하는 자세로, 원하는 시간만큼 머무른다. 벤치 칸마다 노숙 방지용 팔걸이를 설치해 둔 뉴욕 도심의 벤치와는 달랐다. 적대적인 도시에서 하이라인 공원은 몇 안 되는 호의적인 공간인 셈이다.
거리를 볼 수 있도록 통창을 낸 곳에서는 다양한 높낮이의 좌석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도록 풀숲 구석에 설치된 벤치, 다리를 뻗고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긴 벤치에서 각자 도시락을 먹거나 책을 읽고 낮잠을 청했다.
하이라인은 100여 년 전 물자 수송을 위해 개설됐다. 이후 다양한 수송 수단이 도입되면서 기능이 폐지됐고, 1980년부터 소유권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30여 년 동안 방치됐다. 2009년 하이라인 공원이 모습을 갖추기 전까지 도심의 흉물로 남았다.
하이라인 공원에서 만난 시민 크리스(68) 씨, 에스더(70) 씨, 낸시(71) 씨는 그 시절을 기억했다. 모두 50년 넘게 뉴욕에서 생활한 토박이다. 크리스 씨는 “하이라인은 육류 가공 지역으로 지저분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도로 아래 홍등가가 들어섰고 노숙인이 바글거려 사람들이 기피했다”고 회상했다. 에스더 씨는 “하이라인이 방치되고 나서는 인근 지역이 모두 황폐해졌다. 하이라인을 품고 있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문화의 불모지, 공원의 불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이라인 조성 후 뉴욕에서 누리는 휴식의 질이 비약적으로 달라졌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낸시 씨는 “제대로 된 공원이 없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공원이 생기면서 도시는 거대한 녹지공간을, 시민들은 새 피난처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친구인 이들의 모임 장소는 주로 하이라인 공원이다. 주변 시선과 자릿세, 커피값을 신경 쓰지 않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떨며 오래 머물 수 있어서다.
하이라인은 한때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1980년대 중반, 하이라인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이라인 공원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다.
철거가 현실화될 무렵, 뉴욕 시민이었던 로버트 하몬드와 조슈아 데이비드가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처음에는 극소수의 주장에 불과했던 하이라인 공원화는 10여 년간 숙의를 거쳐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어나갔다. 시민 의견을 결집하는 데 두 사람이 설립한 시민단체 ‘하이라인 친구들’이 중심에 있었다.
하이라인 공원의 필요성을 절감한 뉴욕 시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이라인 1·2구역 건설을 위한 모금액이 1500만 달러 이상이었고, 3구역은 약 350만 달러가 모금돼 뉴욕시의 도움 없이 모두 시민의 힘만으로 건설했다.
‘하이라인 친구들’의 아시마 얀즈벨드 프로그램 운영팀장은 당시 크게 두 가지 노력이 시민의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우선 하이라인 조성 초기 유명 사진작가와 협업해 하이라인 위에서 보이는 뉴욕 전경, 자연스럽게 우거진 하이라인의 자연 풍경을 찍어 사진첩으로 발간했다. 하이라인의 경제적,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것이 옛날 육류 수송 철도로만 생각했던 시민의 인식을 전환한 첫 계기였다.
다음 단계로 아이디어 콘서트가 있었다. 건축가, 시민,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아이디어 콘서트에서 하이라인은 상상력을 발휘한 창의적인 장소로 거듭났다. 얀즈벨드 팀장은 “롤러코스터, 수영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새롭고 엄청난 공간이 들어설 가능성이 그제야 시민들의 머릿속에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강경한 반대론자였던 부동산업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부지 개발을 위해 공간을 비우는 설계를 하고, 공원 조성 후 경제적 이득을 제시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 모든 설득 과정에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함께 공감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하이라인 친구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현재 하이라인은 기대 이상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얀즈벨드 팀장은 “지금 하이라인으로 뉴욕시가 벌어들인 세입만 20억 달러에 달한다”며 “하이라인 방문객이 1년에 800만 명이다. 주변 호텔, 식당 등 상권이 살아난 것은 물론 일자리, 인구 증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숫자로 드러나는 효과 이상으로 도시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시민이 만든 ‘시민공원’
하이라인 성공의 주역은 단연코 ‘시민 참여’다. 조성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역할은 지대하다.
하이라인의 운영 구조만 봐도 그렇다. 현재 한 해에 200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의 절반은 시민 개인 기부금으로 채운다. 이 중 300만 달러는 모금 행사를 통해 일부 고액 기부자로부터 충당되며, 그 외 기금은 프로그램 운영, 임대료, 자본 투자 등으로 하이라인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꾸려 나간다.
시민 기부는 저절로 성사되지 않는다. 하이라인의 체계적인 기부 유도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하이라인에 1달러부터 고액까지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다.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알림 메일을 보내고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3년째 하이라인에 기부 중인 시민 그레이스 박(54) 씨는 “처음 하이라인 기부로 에코백을 받았는데, 다달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보온병을 제공한다는 알림 메일이 와서 지속적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멤버십 시스템 속에서 기부자들은 자부심을 가진 하이라인의 충성적인 활동가가 된다. 예산을 충당하고 자원봉사자와 충성 회원을 늘리는 일석이조 관리 시스템인 셈이다.
하이라인의 안내, 정원 관리, 프로그램 활동가도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공원 입구에서 안내하던 봉사자 프랭크 머레이(63) 씨는 퇴직 교사라 자신을 소개했다. 2년째 하이라인에서 하루에 2~4시간, 일주일에 2~3일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은퇴 이후 사회에서 받은 것을 환원하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뉴욕시와 하이라인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뉴욕 시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하이라인과 얽힐 수밖에 없도록 한 촘촘한 운영 체계 역시 안정적 운영의 핵심이다. 기부, 자원봉사와 같은 적극적 참여 이외에도 다양한 유·무료 프로그램을 통한 소극적 참여 방식도 있다.
하이라인 친구들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10대 이전부터 하이라인에서 활동을 경험한다. 시민들은 청소년기에는 유대 프로그램, 청년기에는 불평등 해소 프로그램을, 노년기에는 태극권, 줌바,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얀즈벨드 팀장은 “공원 안의 모든 활동을 시민들이 경험하도록 한 뒤 항상 기부 의사를 묻는다.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공간을 유지하려면 시민들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뉴욕/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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