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곳 다 녹으면 전지구적 재앙”...해수면 6m 이상 높아진다 2. 양양군, 설악산케이블카 적자를 흑자로 포장···경제적 편익 1200억 넘게 부풀려 3. 일회용컵 전면 사용? 尹대통령, 국민과 약속 또 어겼다 4. 해양오염 주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설치 못 한다 5. 기후변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6. 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오염수 반대가 괴담? 정부 주장이 괴담!” 7. 너도나도 맨발로 '꾹꾹'…"자제해달라" 8. 멸종된 줄 알았던 '긴코가시두더지' 60년 만에 발견 9. 수위 높은 주남저수지 때문에 재두루미 배회하다 날아가" 10. 쇠는 녹슬지만 손톱은 자란다 11. 태평양 도서국의 '핵오염수 성명서' 왜 미지근했나
12. ‘핵무장’ 가능한 일본…30년째 이곳 건설 붙들고 있는 이유 13. 눈앞 수백억보다 750만 안전 먼저… 숙의 후 결정해야14. 초연결 사회에 빈대가 돌아오다 15. “숲 보전·복원 땐 미국 연 탄소배출량 50년치 가둬두는 효과” 16. 17일부터 부산 곳곳 파란빛으로 물든다 17.
“이 곳 다 녹으면 전지구적 재앙”...해수면 6m 이상 높아진다
온난화에 그린란드 빙하 감소폭
연간 5m에서 25m로 5배 확대
“온실가스 방출 최소화 노력 필요”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는 그린란드 빙하. [AFP연합뉴스]
지난 20년간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의 녹는 속도가 5배나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의 방대한 빙하들이 완전히 녹아내릴 경우 전세계 해수면이 최소 6미터 가량 높아지는 ‘전지구적 재앙’이 닥치게 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지구과학과 연구진은 그린란드 지역 빙하 1000여 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연구진들이 위성 사진등 20만장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130년간의 빙하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는 20년 전 연간 5~6m 수준에서 현재 25m로 5배나 빨라졌다.
안드레스 앵커 비요크 코펜하겐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구에서 우리가 느끼는 기온 변화와 빙하가 녹는 속도 변화 사이에는 매우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린란드에는 2만2000여 개의 빙하가 있는데, 이는 기후 변화가 대륙 빙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자주 사용된다. 그린란드의 빙상은 2006년부터 2018년 사이 관측된 해수면 상승요인의 17.3%를 차지했으며, 그린란드의 빙하는 21%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학자들에 따르면 세계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보다 섭씨 1.2도 이상 오른 상태인데, 올해는 12만 5000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한해가 될 것이 확실시 된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기후변화 연구소 요르겐 아이빈드 올레센 소장은 “우리는 빙하가 사라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며 “온실가스 방출 최소화를 위한 전세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양양군, 설악산케이블카 적자를 흑자로 포장···경제적 편익 1200억 넘게 부풀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부풀려지고, 재무 분석 역시 적자를 흑자로 뒤바꾸는 식으로 조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환경훼손 외에도 경제성 조작 측면과 관련해 사업시행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삭도 투자심사의뢰서를 분석한 결과 투자심사의뢰서 작성지침을 지키지 않고, 사업에 유리한 항목을 사용하면서 경제성 관련 편익은 부풀려진 반면 비용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재정투자사업의 타당성조사 관련 지침에는 편익을 산정할 때 “평가대상과 직접 관련된 수요나 시장 자료가 존재할 경우 우선적으로 이를 활용”하도록 돼있다. 케이블카의 경우 승객 1인당 객단가 자료가 기존의 다른 케이블카 자료 등을 통해 추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 4월 녹색연합이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보호지역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비율. 국민 58.1%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 제공.
하지만 양양군은 승객 1인당 객단가 추산액인 1만7547원이라는 수치를 경제성 분석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설문조사를 통해서 계산된 지불용이 의사에 따른 수입인 2만4926원이라는 금액을 사용해 편익을 부풀렸다. 시민들이 케이블카를 탈 때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이때 30년간 오색케이블카의 편익은 4092억원이 된다. 이는 객단가 1만7547원으로 편익을 계산한 금액보다 약 1280억원가량 부풀려진 것이다. 지침에 맞게 객단가로 계산한 편익은 양양군에서 30년간의 총비용으로 추산한 2851억원보다 더 적은 금액이 된다.
게다가 양양군이 비용 산정에서 경관훼손 및 소음, 대기오염과 교통체증 등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양군은 비용 산정에서 건립비와 운영비만 포함시켰다. 또 양양군은 연간 57만명 정도로 산정한 이용객이 30년간 그대로 유지된다고 계산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승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적자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모습.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앞서 장 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양군이 작성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의뢰서를 분석한 결과 적자사업이 흑자사업으로 둔갑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재정투자사업 평가를 위한 설치사업 의뢰서를 검토한 결과 양양군은 총사업비 1172억원(강원도 224억원·양양군 948억원)을 누락시키고, 연도별 수익과 비용을 단순 계산해 ‘연간 약 42억76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서술했다.
이는 총사업비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으로, 의원실에서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및 타당성 조사 매뉴얼에 따라 총사업비와 할인율을 적용해 수익성 지수를 계산한 결과 372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양양군 관계자가 케이블카 사업의 수익성 지수가 ‘1 미만’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해당 사업의 총수입과 총비용으로 계산하는 수익성 지수가 1 미만이면 보통 경제성, 재무성이 없는 적자사업으로 본다.
장 의원은 “양양군은 재무 분석에서는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고, 경제성 분석에서는 편익을 부풀리고, 비용을 누락시켰다”며 “양양군은 타당상 조사보고서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안전부도 부실, 봐주기심사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양군은 오는 20일 오후 양양군 오색리 케이블카 하부정류장 예정지에서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양양군은 당초 착공식 예산으로 5억원을 잡았으나 예산 낭비 논란이 일자 2억원을 삭감했다. 양양군의 내년 예산은 설악산 케이블카에 투입되는 양양군 예산 972억원의 5배 정도인 4348억원 규모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춘천지법에 국립공원공단을 상대로 공원사업 시행허가 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에서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양양군에 제시했던 산양 보호 대책 수립 등의 부대조건 7가지가 충족되었는지와 장 의원이 제기한 경제성 부풀리기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경향 김기범 기자
일회용컵 전면 사용? 尹대통령, 국민과 약속 또 어겼다
환경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환경부가 또다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포기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12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에 맡긴다…전국 시행 철회 등)에 대해 지자체가 여건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발의에 맞추어 "지자체·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1회용컵 보증금제 추진 경과와 향후 운영계획을 밝히면서 현행 고시한 대로 3년 내에 제주·세종 등 선도 지역 성과를 확인하고 전국 확대 시기를 정하겠다고 발표한 모습과 180도 다르다. 이는 사실상 전국 시행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을 전면 허용한다'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편집자)
ⓒ서울환경연합
1회용컵 보증금제 유예와 후퇴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이미 한 차례 유예되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되었어야 하는 제도이다. 2002년에 자발적 협약으로 추진했다가 2008년에 폐지한 지 12년 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제도 시행 전까지 보증금 관리를 위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설치, 1회용컵 회수를 위한 시스템(△무인회수기, 수거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국회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2년 6월 10일부터 제도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원안대로였다면 2022년 6월 10일 시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직전인 2022년 5월, 환경부는 돌연 시행을 유예하였다.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행 전,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환경부는 또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뒤늦게 라벨 비용, 컵 회수 및 보관 등 제반 비용 부담 지원 방안을 검토했지만, 제도 시행 직전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2년이라는 기간이 있었음에도, 제도를 집행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환경부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면서까지 2022년 12월 시행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9월, 환경부는 또다시 법 집행을 연기하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은 하되, 전국 시행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확대 일정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환경부는 제주도와 세종시 선도 사업을 진행한 뒤 현장 의견과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 및 평가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컵 보증금제를 두 지역에서만 시행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선도 시행 지역 내 교차반납이 금지된 것이다. '교차반납'이란, 브랜드에 관계 없이 1회용컵 반납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A 브랜드에서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포장한 후, 다 마신 음료 컵을 같은 브랜드가 아닌 B, C 브랜드 매장에 반납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와 보증금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도, 환경부는 이를 금지한 것이다.
시범 시행 중인 제주도·세종시에 있는 커피전문점 중 이 제도의 대상 업체는 10.8%에 불과하고, 대상 매장 중 매장이 1개인 브랜드가 제주는 37%, 세종은 23%이며 2개 이내는 40%가 넘는다. 교차반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같은 브랜드 매장 수까지 적다면 높은 반환율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로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시행 성과를 분석·평가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직후 3개월 동안 세종시와 제주시의 반환율은 평균 19.3%에 불과했다.
"전국 확대 미시행은 부적절"
이번에 환경부가 전국 시행 유예 근거로 언급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권명호 의원이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다. 대상사업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규모로 지정한 것에 대해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또는 시군구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과 지역으로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상황에 맞게 알아서 설계해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 개정안을 환경부가 언급한 것은 이 개정안을 토대로 1회용컵 보증금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상 전국 시행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여러 환경단체와 언론은 환경부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환경부가 제도 시행과 관리·감독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규탄하였다.
여러 정부 관련 기관에서도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은 환경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였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환경부가 전국 시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환경부에 촉구하였다. 지난 8월 2일 감사원은 감사 발표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주요 반발 사유가 호전된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지 않은 것은 환경부의 적절한 업무 처리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감사 결과를 무시하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10월 10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제도 대상 매장을 확대하고 매장 간 교차반납을 허용해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자율 시행은 한계가 존재한다. 당장 시범 시행 지역인 두 지역도 상이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제주' 선언으로 1회용품 감량, 폐기물 재활용 등을 통해 2020년 대비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50% 감축하기 위해 1491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제주도는 1회용컵 보증금제 정착을 위해 이행 매장 이용하기 및 공공반납처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공공반납처를 300개소 설치하는 등의 지원을 할 방침이다. 또한 도입 이전부터 환경부 공무원 1인을 제주도청에 파견하여 컵보증금제 현장 중심 운영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종시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특징으로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크고, 미시행 지역과의 관계 특이성으로 컵보증금제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강한 규제 시행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에도 차이가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23년 6월 7일부터 컵보증금 미이행 매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회용컵 보증금제 미이행 수가 5월에 223개소에서 7월 8개소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세종시의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미이행 매장은 5월에 44개소, 7월에 61개소로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이번 환경부의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도정 현안 공유회의에서 이번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와 환경부가 명확히 반대해야 한다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시키려는 시도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제주도는 1회용컵 보증금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일부 가맹점에만 제도가 적용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지자체 조례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월 21일 전국 지역 연합과 함께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환경부의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규제하는 공동 행동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에서 진행된 규탄 행동. ⓒ환경운동연합
대통령도 장관도 약속을 지켜라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1회용컵 보증금제 제도 전국 시행을 꼽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한화진 장관도 여러 차례 시행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1회용컵 보증금제를 유예하고 후퇴시켰다. 작은 약속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정부에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1회용컵 보증금제는 5%에 불과한 1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한 자원순환 과제이다. 나아가 다회용컵 시스템을 마련하고 길거리에 방치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 시행된다면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1회용컵 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 마련의 선례를 남기고 자원순환 사회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우리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 | 프레시안
해양오염 주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설치 못 한다
전북도, 13일부터 적용···어기면 최대 200만원 과태료
수거된 스티로폼 부표.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온 스티로폼 부표 신규 설치가 오는 13일부터 모든 양식장에서 금지된다. 12일 전북도에 따르면 ‘어장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해조류와 조개류, 어류 등 모든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신규 설치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양식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는 쉽게 파손돼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장환경을 훼손하고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이유로 환경단체와 국제 해양 관련 기구 등에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거나 자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거나 환경 유해성, 내충격성 등 일정 기준을 통과한 인증 부표로 교체할 경우 구매비의 70%를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했다.
하지만 구매비가 스티로폼 부표보다 2800원~5600원가량 높아 보조를 받아도 양식 어가에서 선뜻 교체하기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전북도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도비를 추가 지원해 인증 부표 구매에 대한 양식 어가의 부담률을 30%에서 20%로 낮추고 사업량도 확대해 7205개를 보급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체한 인증 부표는 1만9362개로 파악됐다.
최재용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스티로폼 부표 신규설치 금지는 해양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뿐 아니라 안전한 수산물 생산을 위한 해양환경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기후변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대책 덕분에 몇 년 전 고사 위기를 겪었던 우리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젤보다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이 훨씬 적은 LNG연료 추진 선박 수요가 급증하자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건조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 3사에 주문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 방역 수칙 실천에 힘입어 우리나라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었고,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해운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음으로써 조선산업은 세계 1~2위 해운산업은 세계 6~7위로 복귀했다.
보다 강화되는 기후 대책으로 인해 우리 조선업계는 친환경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글로벌 물류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해운산업에서 3%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1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에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100% 감축을 잠정 합의하였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하지 않으면 지구 환경은 제어가 어렵게 된다는 과학자들의 무서운 경고에 따른 것이다. 2030년까지는 20% 감축해야 하며, 2040년까지는 70%를 감축해야 한다.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한 상황이다.
약 3만 척에 달하는 5000톤 급 이상의 디젤연료 추진 선박은 모두 퇴출되고, LNG연료 추진 선박도 2050년까지 모두 퇴출되는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해운시장의 85%를 좌우하는 덴마크의 머스크를 포함한 글로벌 10대 선주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선박 건조의 글로벌 시장 변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암모니아, 전기,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 친환경·무탄소 선박 및 기자재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전통적 조선 기술 강국인 미국과 유럽 등은 친환경 분야 미래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해운 산업에서 탄소 배출의 90%가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나, 무탄소 선박 시대에서도 고부가가치 원천 기술을 계속 지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2050년에 친환경 선박의 3분의 2를 차지할 유망 원천 기술로서 암모니아 터빈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추진 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수소의 경우 디젤연료 및 LNG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싸며 안전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경제성 확보 과제가 남아 있다.
원자력 추진 선박 도입 움직임이 유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유럽 조선 해운 전문가들의 지지 속에 영국 해양수산청은 원자력 선박을 인허가하기 위한 제도의 초안을 발표하였고, 프랑스 선급은 이미 원자력 선박의 안전성을 검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추진 선박의 개발이 유럽 중심으로 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재의 디젤연료 추진 선박보다 훨씬 저렴한 경제적 대안이라는 점과 둘째,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는 국가가 최근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 셋째, 수천 년 이상 쌓여 온 인간의 항해 경험을 기반으로 핵잠수함, 핵항공모함 그리고 원자력 쇄빙선에 이미 적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60년 이상 북극해에서의 원자력 쇄빙선 운영 경험으로, 20% 이하의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상용 소형가압경수로(PWR)를 대형 쇄빙선과 부유식 발전소에 탑재하여 운영을 시작하였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PWR 방식의 부유식 원전을 건설 중이며, 프랑스와 협력으로 PWR 방식의 쇄빙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PWR 방식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SMART 소형원전이 개발되어 상용 선박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유럽은 핵연료 교체 없이 선박 수명 동안 쓸 수 있는 제4세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위기로 세계 선박들은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한 환경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영구 퇴출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가 원자력계와 융합하여 무탄소 선박 시대의 원천 기술 확보에 전력투구한다면, 세계의 소형원자력 추진 선박 주문이 한국으로 쇄도하게 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위기가 새로운 위기를 만들지만, 새로운 기회도 동시에 만들고 있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부산
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오염수 반대가 괴담? 정부 주장이 괴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한국 시민의 자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일본인 스즈키 아유미씨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오른쪽)와 스즈키 아유미 한살림 수원 생협 이사가 11월 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8월 24일 오후 1시 5분, 방류가 시작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약 12년 만이다. 도쿄전력이 밝힌 하루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방류량은 200~210t. 도쿄전력이 밝힌 방류계획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1㎞의 해저터널을 거쳐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한다.
도쿄전력이 밝힌 바에 따르면 1차 방류분 7800t은 모두 바다에 흘려보냈으며, 10월 5일부터 시작한 2차 방류도 1차와 같은 7800t이다. 3차 방류는 11월 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자세
백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특히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과 비판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면서 오염수 방류가 과학이고 측정·예측이 가능하며 방사능 오염 문제도 미미한 정도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원인도, 결과도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희석한 다음 투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희석한다고 방사성 핵종이 변화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오염된 후쿠시마 앞바다, 지금도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어류 서식지와 이동 경로의 변화, 또한 먹이사슬로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의 취약성에 따른 불확실성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평가되지도, 밝혀지지도 않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괴담’ 카드뉴스 중 하나를 제시하며 “괴담이라는 정부 발표야말로 괴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들어 배포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를 보면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라는 주장을 대표적 괴담이라고 단정한다.
정부의 카드뉴스는 일본은 오염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기준치보다 훨씬 적은 1ℓ당 1500베크렐 이하로 떨어뜨려 바다로 배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양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방사성 물질보다 적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에는 삼중수소 4900베크렐만큼의, 바나나 하나에는 삼중수소 6000베크렐만큼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으니 “처리된 오염수에는 커피, 바나나보다 방사성 물질량이 훨씬 적다”는 것이 이 카드뉴스의 주장이다. 백 교수는 말한다.
“커피 한 잔에는 삼중수소가 아니라 포타슘40에 해당하는 10베크렐, 바나나 하나에는 15베크렐이 들어 있다. 사람 몸 안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포타슘이 들어 있어 바나나 한 개나 커피 한 잔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포타슘은 다른 말로 칼륨인데 우리가 포타슘을 제일 많이 접하는 건 겨울에 눈이 왔을 때 뿌리는 염화칼륨이다. 칼륨은 바나나와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 시금치에도 있다. 심지어 후쿠시마 오염수에도 있다. 바닷물에도 칼륨이 있다. 그런데 그걸 삼중수소로 바꾸면 이만큼 된다는 건데, 결국 커피를 마시거나 바나나도 먹지 말라는 소리다. 완전히 이상하게 환산해서 이상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셈이다. 우리 몸의 필수 전해질인 포타슘과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인공방사능인 삼중수소와 단순 비교하고 심지어 바나나와 커피를 위험하게 보이게 할 정도로 정부가 진짜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무엇이 “괜찮은 것”일까
‘바닷물로 희석하니 괜찮다’는 논리도 정말 그런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백 교수의 주장이다. ‘괜찮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흔히 통용되는 방사선 연간 허용량이라는 것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와 같은 단체가 임의로 정한 양이지 그 수치 이하면 안전하다는 절대적인 안전치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후 당시 일본 정부는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기준에 따라 연간 20밀리시버트(m㏜)를 주민대피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들에게 연간 허용량은 250밀리시버트였다. 다시 말해 이 허용량이라는 것은 행정적 관리수단일 뿐, 그 이하는 안전하다는 수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제한치’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이 개념은 동물실험을 통해 나온 그래프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실험동물이 높은 농도에서 죽는지 사는지 보는 방식이다. 실험실에서는 한꺼번에 짧은 기간, 예컨대 1주일 동안 집중 노출하는 반면, 실험실 밖의 실재에서는 저강도로 일생 영향을 받는 것이니 그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오염수 방류 후 ALPS가 처리 못 하는 삼중수소 문제가 불거지자, 오염수 방류가 문제가 없다는 쪽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반박한다. 그는 “중수로 방식의 원전에서 삼중수소 배출이 경수로보다 10배 정도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경우 경주 옆 월성원전이 바로 이 중수로 방식으로 배출 삼중수소 농도가 문제 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월성 주변 거주 주민들의 소변을 측정하면 삼중수소가 상당히 높게 나오는데 그것이 문제인지 아닌지 아직 논란은 진행 중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의 염색체가 많이 깨져 있고, 손상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오래 살아서인지 삼중수소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삼중수소의 유해성은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 됐을 때 나타난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포도당을 만든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그때 사용되는 물에 삼중수소가 끼어들어 일반수소(H) 대신 삼중수소가 결합하면 삼중수소당이 되고 더 합성이 되면 지방도 되고 식물성 단백질도 된다. 그게 몸에 들어와 대사 작용을 하면 그때 만들어지는 DNA 염색체에 삼중수소가 들어갈 수 있다. 예컨대 난자 DNA에 삼중수소가 섞여 들어가면 세포분열 하면서 DNA 손상으로 난자가 죽거나 태아에 이상이 생기는 생식독성, 유전독성, 소아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뿐 아니라 걸러낸 뒤에 남는 저선량 방사선도 문제가 된다.
“앞으로의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 생각해야 하는 것이 기후변화 문제다. 얼마 전 동해에서 참치가 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참치는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으로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닌다. 해류도 바뀔 수 있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바뀔 것이 예상되는데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것은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인권과 평화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일본 지바현 출신의 스즈키 아유미씨는 2011년 3월 11일 지진이 났을 때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공원에 놀러 가던 중이었다.
“땅이 엄청 흔들렸다. 병이 생겨 어지럽나, 싶어 다리를 바닥에 댔는데 그렇게 해도 흔들렸다. 일본은 단독주택이 많은데 기와집 기와가 두루룩 떨어져 깨지고 안에 있던 할머니가 나와 울면서 ‘이런 것은 처음이고 너무 무섭다’고 말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TV에선 쓰나미 영상을 반복해서 틀었다. 동일본 대지진 영향권에 후쿠시마 원전이 있다는 건 그 이전부터 알았다.
“대학을 가기 전에는 부모님들이 원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고 엄청 무서웠다. ‘아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까’ 생각했다. 요코하마에서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그날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2012년, 그는 한국인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아유미씨는 일본에 있을 때도 ‘생활클럽 생협’이라는 48년 역사의 일본에서 제일 큰 생협에 참여했다. 아이들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생활클럽 생협은 ‘먹거리와 에너지·복지가 정방향으로 가게끔 노력하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이다.
믿을 만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와서도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을 기치로 1986년부터 80만 세대가 조합원으로 참여 중인 한살림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한살림 수원생협 이사와 자연의벗연구소 국제협력위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전국의 한살림 매장엔 “생명의 바다에 아무것도 버리지 마라!”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에 대한 “우리도 반대한다!”는 의지 표명인 동시에 조합원들이 같은 시민으로서 알고 있어야 하고, 계속 요구하고 연대하며 개선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비자로서 안전한 먹거리만 먹고 싶다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라는 것이 투표와 같다.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활동하면서 뭔가 물품을 제공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돈을 써야지, 그분들도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지 않겠나.”
스즈키 아유미 한살림 수원 생협 이사/문재원 기자
투표는 ‘투표권 없는 미래세대’ 위한 것
“시민이 동료 시민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 강좌의 큰 전제는 ‘내년, 2024년 총선’이었다. 2024년 총선에서 큰 이슈가 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대하는 시민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아유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본 사람이고, 국적이 일본이어서 투표권이 없다. ‘한국인인 당신께’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생각해봤다. 투표를 한다면 탈핵·탈원전을 지향하는 후보에게 했으면 한다. 또한 정보공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 미래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 대규모 생산보다 지역, 수입보다 국산으로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하면 좋을 것 같다. 나 혼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이 있다고 알리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백도명 교수는 아유미씨가 활동하는 한살림이란 단체의 이름은 ‘식구’를 뜻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구(食口)를 풀어쓰면 같은 입으로 먹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한 식구라는 것이다. 먹는 게 살아가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먹는 것에 대한 정보, 알권리가 중요하다. 알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표가 중요하다. 투표는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 앞으로 올 사람들, 미래세대를 위해 행해져야 한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요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알권리”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무턱대고 괴담으로 몰 것이 아니라 차분히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방사능 기준치가 나라마다 다 다르다면 각 나라가 나름대로 가진 논리가 있을 텐데,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뭔지, 자료는 뭔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게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다르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어떤 나라들이 합의한 것인지, 그 상식의 근거는 정부가 제시해줘야 한다. 투표를 통해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대표를 제대로 뽑는 일이 중요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너도나도 맨발로 '꾹꾹'…"자제해달라"
요즘 날이 쌀쌀한데도, 산이나 갯벌을 찾아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게 건강에는 좋을 수 있어도, 자연한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기자>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울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와우산인데 최근 곳곳에 '샛길 폐쇄' 안내 표지판이 붙었습니다.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산책로가 아닌 곳으로 걸으면서 생긴 샛길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보라매공원 '맨발걷기' 이용객 : 맨발걷기를 못하게 하는 거예요. 아니 맨발걷기를 걸어 다니려면 저기로 다녀야 돼. (산책로) 계단으로. 그전에는 흙으로만 다녔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노유진/기자 : 여기 길을 일단 다 막아놨네요. 나무로 길을. 원래 길이 좀 있었던 게 보이긴 보여요. 이렇게.] 이런 샛길들 때문에 식물에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표토가 비가 오면 쉽게 쓸려나갈 정도로 얇아져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윤석환/보라매공원 관리팀장 : 한 번 샛길이 일어나면요. 이게 또 다른 샛길이 또 늘어나고, 거미줄처럼 이렇게 막 퍼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밟게 되면 흙이 지지력이 없어지잖아요. 비가 오게 되면 아무래도 침식, 토양 침식이 (일어나고요).]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도 맨발걷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생물 보호를 위해 맨발걷기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 뒤로 수십 명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갯벌을 밟으면 펄에 압력이 가해져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소래습지생태공원 관계자 : 갯벌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으니까 자제해달라고, 사실 통제를 하려고 딱 했는데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요). 맨발걷기는 통제가 안 되는…통제가 완전 불가능이에요.] 실제 갯벌에서 짧은 시간 동안 60번을 밟고, 한 시간 뒤 관찰했더니 활동하는 농게의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맨발걷기가 자연 생태계 건강을 해치는 행위가 되지 않게 정해진 장소에서만 진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입니다./노유진 기자 SBS 뉴스
멸종된 줄 알았던 '긴코가시두더지' 60년 만에 발견
11일, 뉴 사이언티스트 등 과학 매체는 파푸아 지방의 사이클롭스 산맥에서 인도네시아에서 60년 만에 살아있는 데이빗경 긴코가시두더지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긴 부리를 가진 긴코가시두더지는 오리너구리처럼 알을 낳는 '단공류 포유류'로 성체 무게가 5kg에서 10kg 정도 나간다. 데이빗경 긴코가시두더지는 긴코가시두더지속에 속하는 3종의 가시두더지 중의 하나로, 저명한 박물학자 데이비드 아텐버러 경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동물은 1961년,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사이클롭스 산맥의 열대 우림에서 발견된 이후로 공식적으로 포착되지 않았다. 이들은 굴에서 사는 야행성으로,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일 년에 한 번만 짝짓기를 하러 외부로 오래 나오기 때문에 이들을 관찰하려는 수십 년의 시도가 수포가 됐다.
옥스퍼드 대학의 제임스 켐프와 그의 연구팀은 데이빗경 긴코가시두더지의 사진을 포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사이클롭스 산 주변에 80대가 넘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4주 후, 그들은 긴 부리가 있는 두더지가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캠튼 박사는 "이 발견은 많은 노력과 3년 반이 넘는 계획의 결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와 NGO 단체 등의 도움으로 사이클롭스 산맥 인근 마을과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런 신뢰는 이번 탐사의 성공에 기반이 됐다. 그들이 이 험난한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지식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TN 정윤주
수위 높은 주남저수지 때문에 재두루미 배회하다 날아가"
11월 중순에도 물 차 있어... 경남환경연구소 "수위 낮춰야" - 창원시 "물 빼고 있다“
▲ 11월 12일 창원 주남저수지 내 갈대섬.ⓒ 임희자
귀한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창원 주남저수지를 찾아왔지만 내려앉지 못하고 배회하다 더 남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13일 경남환경연구소는 지난 주말 주남저수지 모니터링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물 높이(수위)를 빨리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1일 주남저수지에서는 재두루미 200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시베리아에서 지내던 재두루미는 월동하기 위해 지난 10월 말부터 주남저수지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개체가 낙동강하구 뿐만 아니라 일본으로 날아 가버렸다. 재두루미가 주남저수지에 내려앉지 않는 이유는 '수위 때문'이다. 재두루미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깃털이 물에 닿으면 동사할 수 있어 수심이 발목 정도여야 한다.
지난 겨울 동안 재두루미가 휴식하거나 잠을 잤던 주남저수지 내 갈대섬은 현재 물에 잠길 정도로 수위가 높다. 이에 재두루미는 갈대섬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천적을 피해 잠을 잘 수 있는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주남저수지를 떠나고 있다.
경남환경연구소는 "월동을 위해 한반도를 찾은 재두루미들이 지난 10월 20일 이후부터 주남저수지를 찾았지만, 잠자리와 먹이터가 되는 주남저수지 안의 갈대섬이 물에 잠겨있다"라며 "이에 주남저수지를 배회하다 연달아 떠나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희자 경남환경연구소 정책실장은 "지난 주말에 주남저수지를 찾아와 철새를 관찰하기도 했던 많은 사람들은 해가 저물어 잠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재두루미가 지난해 잠자리로 활용했던 갈대섬 주변에 물이 차 있어 그곳으로 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내었다"라고 아쉬워했다.
창원시,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는 매년 11월부터 주남저수지 수위를 낮추기 위해 어민들과 보상협약을 맺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재두루미 무리가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임희자
임희자 정책실장은 "창원시의 주남저수지 관리제도는 재두루미 잠자리 확보 등 안정적인 철새서식환경을 위하여 매년 11월부터는 주남저수지 수위를 내려 주변 모래톱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하여 겨울 동안 어민들과 보상협약을 맺었다"라며 "그런데 올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 정책실장은 "재두루미 등 철새가 주남저수지에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 떠나버리는 상황이 오래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라며 "창원시 담당 부서는 습지 식물상 변화 등 주남저수지 생태변화에 대한 정밀 조사와 평가를 통하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주남저수지에는 큰기러기 1만 1730개체, 재두루미 210개체를 포함해 총 1만 6000개체의 철새가 도래해 있다. 그런데 예년 주남저수지 10월과 11월의 우점종을 차지하였던 청둥오리, 흰죽지, 물닭, 청머리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가 수십, 수백 개체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현재 우점하고 있는 큰기러기 개체를 제외하면 주남저수지에 도래한 오리류는 4000여 개체 뿐으로 매우 심각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분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수위가 내려가다 최근 비가 오면서 다시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계속해서 물을 빼고 있다"라고 밝혔다./윤성효(cjnews) 오마이뉴스
쇠는 녹슬지만 손톱은 자란다
나희덕 시론집 「문명의 바깥으로」
겪어보지 못한 이상 고온으로 전 지구가 타들어 간 21세기 ‘인류세(Anthropocene)’의 여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었다.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이 내려갔다. 그 사이, 누군가는 ‘과학적으로’ 해로움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명백하게 해롭지 않을 리 없는 핵 폐기물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졌다. 어떤 정치인들은 끝없이 법의 공격을 받았고, 그들의 정당과 정치는 무력했다. 인류세의 종말과도 같은 기후 위기와 사회적 재난,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자본세(Capitalocence)의 그늘 속에서 노동자, 소외 계급의 죽음과 몰락은 당연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에 뛰어든 20대 청년은 뜨거운 8월의 오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건물 6층에서 추락했고, 주야 맞교대를 하던 60대 쿠팡 물류배송 노동자는 싸늘한 10월 새벽 4시 무렵에 어느 빌라 복도에서 택배박스를 안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자본은 그들의 죽음에 사과하지 않았고, 정부는 공공의 성장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이는 세금마저 빼앗으며 어디론가 질주하고 있다. 그곳은 어디인가.
건국 기념일인 개천절, 일군의 사람들은 그날 하루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 접속을 거부했다. 홍범도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상징물을 지켜야 한다는 글을 ‘혐오 표현’이란 이유로 검열하고 삭제한 것에 대한 24시간의 저항이었다. 그런다고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그림자가 후퇴할 것인가, 누군가는 회의하고 의심했다. 그러나 세상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되돌려야 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아직은 버릴 수 없다. 무기 든 자들의 약탈과 학살과 점령에도, 어린 자식의 연한 몸을 찢는 포탄의 공포와 죽음의 순간에도, 백 년이 흐르고 오백 년이 지나도,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갉아 끝내 끊어내던 것이 인간이었다. 수많은 식민지 민중이 그랬고, 자연과 노동력 착취를 위해 벌인 잔혹한 침략 전쟁 속 피압박 민중이 그랬다. 쇠는 녹슬지만 인간의 손톱은 자란다. 녹슨 쇠붙이를 뚫고 풀이 자라고, 인종과 이념과 종교로 둘러싼 장벽에도 꽃이 피어난다.
개천절 24시간 저항의 시간, 나는 나희덕 시인의 시론집 「문명의 바깥으로」를 반복해서 읽었다.
“오늘날 문명의 바깥, 자본주의의 바깥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불타오르고 녹아내리는’ 자본주의 말기적 증상과 전지구적 심각한 생태위기 속에서 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론집은 자본세(Capitalocence)의 디스토피아를 증언하고 몸의 언어로 맞서 싸우며 저항하는 시인들의 시와 이 어둠의 바깥을 향해 눈을 두고 나아가자는 저자 나희덕 시인의 다급하고 간절한 호소로 가득하다.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이름 없는 것들이지요?//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않나요/이름 없는 세월을 나는 이렇게 정의해요//아님, 말 못하는 것들이라 영혼이 없다고 말하던/근대 입구의 세월 속에/당신, 아직도 울고 있나요?”- 허수경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부분
이제는 세상을 떠난 시인은 ‘이름 없는 것들은 죽여도 좋다고 명령하는 빌어먹을 차가운 세상’에서 죽어가는 존재를 애도하고, 저 멀리서 울고 있는 것들의 안부를 묻는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아 나의 사랑을”- 나희덕 「뿌리에게」 부분
뿌리와 대지의 생명력에 대한 사랑의 서정시로 등단한 시인은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파헤쳐지고 착취당한 병든 흙과 함께 앓으며 오늘에 이르러 인류세의 퇴적물을 직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주 가볍고 단단하고 질기고 반짝이고 게다가 값이 싼/새로운 물질에 인류는 열광했지//눈비에도 새지 않고 썩지도 않는 이 화합물에/녹을지언정 쉽게 부서지지 않는//(중략)//깊은 바닷속의 산호초도 미세 플라스틱을 삼키고/창백해져가고 있어 죽어가고 있어//(중략)// 결국 플라스틱 지층으로 발굴될 우리의 세기, 제기럴 썩지도 않고 불멸할"- 나희덕 「플라스틱 산호초」 부분
그러나 이름 없는 것들을 죽이는 차가운 심장들의 세월 속에서도 내가 태어나 당신이 죽고 죽은 당신의 단백질과 기름으로 나는 말하는 짐승으로 자라나고 있으며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지층으로 발굴될 세기에도 누군가는 바다 쓰레기를 녹여 플라스틱 산호초를 만들고, 누군가는 모여 앉아 실로 산호초를 짜고 있고, 누군가는 플라스틱 만다라를 그리며,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죽음을 알리고 있다. (「플라스틱 산호초」) 끝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존재들.
문명의 바깥, 지구를 약탈하고 생명을 죽이는 자본주의의 바깥은 ‘말하며 자라나는 나’, ‘모여 앉아 산호초를 짜고 만다라를 그리는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으리라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쇠는 녹슬어도 손톱은 자라고 꽃이 피어날 테니까.
이수경 소설가/ 민중의 소리
태평양 도서국의 '핵오염수 성명서' 왜 미지근했나
나라마다 '독자적 주권 있다'며 어정쩡한 태도 보여
'일본의 방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회원국은'?
10일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이 쿡제도에서 개최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PIF 홈페이지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쿡제도에서 개최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이 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왔다.
11일 교도통신 기사를 인용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명에는 “정상들이 태평양에서 잠재적인 핵 오염 위협의 중대성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음에 유의한다”는 입장이 담겨 있다. 교도통신은 성명에 “일본의 방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회원국을 배려하는 문구도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바로 “정상들이 각각 독자적인 입장을 결정할 주권이 있다”는 부분이다.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이유가 뭘까? ‘일본의 방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회원국들’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국내 일부 언론은 ‘일본 정부의 외교 노력’을 이유로 든다. 참으로 단순하고 표피적인 분석이다.
태평양 도서국 일부는 ‘친일본’ 뿌리
‘정상들이 각각 독자적인 입장을 결정할 주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들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크로네시아 3국(미크로네시아연방, 마셜제도, 팔라우)일 가능성이 높다. 세 나라는 전통적으로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도서국들과 태평양을 공유하는 일본에게 “태평양 도서국은 친일 국가군(群)이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다양한 노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 모체이며, 일본 외교에 매우 중요한 나라들”이다. 일본 외무성이 발행한 <일본의 국가별 개발지원 데이터북>(2013년)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일본의 강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일본은 1919년부터 국제연맹의 위임통치령으로 미크로네시아 3국을 통치한 역사가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구의 약 20%가 일본계다. 일본계는 3국의 정·재계는 물론 사회 각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친일본의 토양이 굳건하다.
게다가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1997년부터는 3년에 한 번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일본에 초청, 태평양 섬나라 정상회의(Pacific Islands Leaders Meeting, PALM)를 개최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비키니섬의 핵폭발…1946년 7월 1일 09시 00분 1초, 미국의 두번째 핵실험이자 세계 최초의 수중 핵폭발 실험 장면이다.
‘일본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나라들
나라 별로 보자.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초대 대통령은 일본인 아버지와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 2세 토시오 나카야마였다. 그의 형은 주일본 미크로네시아대사관의 대사를 지냈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거의 없다. 일본의 ‘말빨’이 먹힐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점령지였던 팔라우는 20세기 말까지 ‘세계 최후의 신탁통치령’이었다. 그러다 1994년 10월 1일 독립국의 지위를 획득했다. 일본인 2세 대통령인 나카무라 쿠니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남양군도에서 복무했던 일본군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원주민 부족장의 딸이었다. 1938년의 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일본인은 1만 5669명, 원주민은 6377명으로 2배 이상 많았다. 일본인 중 약 7500명은 오키나와 출신이었다. 팔라우는 일본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유일한 비일본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은 1946년 신탁통치령이던 마셜 제도의 비키니 환초에서 핵실험을 실시한 뒤로 1958년까지 수폭실험까지 모두 23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래서 마셜 제도 주민들은 핵에 대한 ‘원초적 공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친일본 성향은 매한가지다. 초대 대통령이 일본계 아마타 카부아이고, 현 대통령 데이비드는 그의 아들이다.
미크로네시아 연방 지도. 나무위키
일본의 군사, 재해구호 지원도 영향
산케이신문은 지난 3월 26일 “태평양 도서국 가운데 해양경비대만 보유한 국가도 일본 자위대의 지원 활동 대상에 포함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군대가 없는 태평양 섬나라와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태평양 섬나라 14곳 가운데 군대 보유국은 파푸아뉴기니, 피지, 통가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안보 관련 3개 문서에 ‘도서국에 대한 지원 확충’ 등을 명시한 바도 있다.
태평양의 섬나라들은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어업자원을 지키기 위한 해양감시와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에 맞설 수 있는 재해구호 능력 등도 미약한 편이다. 현실적으로 태평양 도서국들 중에는 외국의 원조나 지원 없이는 어려운 나라들이 많다.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친일본 정책’을 버릴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 이승호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핵무장’ 가능한 일본…30년째 이곳 건설 붙들고 있는 이유
일 ‘핵연료 사이클 정책’ 핵심축 플루토늄 추출시설 파탄 위기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모습. 일본원연 누리집 갈무리
일본 혼슈 북동쪽 끝에 도끼 모양을 한 아오모리현 시모키타반도에는 ‘롯카쇼무라’라는 마을이 있다. 바람이 강하고 기온이 낮아 농사짓기가 어려운 척박한 땅이다.
일본 변방의 한적한 이 마을이 이따금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1956년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일본 원자력 정책의 핵심인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떠받치는 ‘롯카쇼 재처리 시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핵연료 사이클 정책이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만든 뒤 이를 특수 원자로인 ‘고속증식로’에 넣고 발전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영원히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꿈의 에너지 계획’을 뜻한다. 기술적 결함 등으로 26번이나 연기된 롯카쇼 재처리 시설은 내년 상반기에 또다시 완공이 예고된 상태다.
도쿄전력 등 일본 원전 대기업들이 투자한 일본원자력연료주식회사(일본원연)가 운영하는 ‘롯카쇼 재처리 공장’은 이 정책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인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내는 시설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일본은 매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핵연료 사이클 정책이란 ‘방패막이’가 있기 때문에 일본이 플루토늄을 보유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이 정책의 또 다른 기둥인 ‘고속증식로’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해 핵 보유가 허용되는 5개국을 제외하고 상업용 재처리 공장을 가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현재 일본원연은 도쿄돔 160개 크기인 약 750만㎡의 광활한 부지에서 5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최종 처분(1992) △우라늄 농축(1992)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임시 보관(1995) 시설은 이미 완공돼 가동 중이고, 핵심 시설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산화물(MOX) 연료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여전히 공사 중이다.
한겨레는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해 재처리 시설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일본원연의 ‘홍보(PR)센터’를 살피고, 지역 주민들을 두루 만났다. 센터 3층에서 본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공장 곳곳에서 여러 대의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이 이 시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바다 방류 문제다. 지난 8월 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공장이 돌아가면, ‘사용후 핵연료 저장→절단 뒤 질산으로 용해→우라늄·플루토늄 분리·정제→고준위 폐액 유리고체화’ 등의 작업 과정에서 1년에 약 9700조베크렐(㏃: 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의 삼중수소가 방류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연간 22조베크렐)보다 무려 440배 이상 많은 양이다. 크립톤85, 탄소14, 요요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다른 방사성 물질도 같이 나온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20년 7월 재처리 공장의 안전대책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생긴 새로운 규제 기준에 적합하다는 ‘합격 결정’을 내리긴 했다. 실질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선 앞으로 또 다른 심사가 남아 있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핵연료 재처리의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심사 대상이 되는 건물 수만 20동가량 된다. 안전상 중요한 기기도 1만개가 넘어 내년 상반기 완공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원연의 부실한 준비도 공사를 늦추고 있다. 야마나카 신스케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지난 3월 “재처리 공장 관련한 서류 6만 페이지 가운데 3천 페이지 정도가 내용이 잘못됐거나 누락됐다”며 공개 경고했다.
두번째 이유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핵연료 사이클 정책이 가동되려면, 재처리 공장뿐 아니라 플루토늄을 이용해 만든 혼합산화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특수 원자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꿈의 원자로’인 고속증식로 ‘몬주’(후쿠이현 쓰루가시)는 2016년 12월 폐로가 결정됐다. 1조엔(약 8조7천억원)이 투입된 몬주는 1995년부터 가동됐지만 잦은 고장·사고로 실제 발전기간은 250여일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후속 증식로를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플루토늄을 일반 원전에서 소비하는 ‘플루서멀’(Plu-thermal)도 한계가 많다. 재처리 공장이 가동되면 매년 원자로 10여기가 사용할 수 있는 혼합산화물을 만들 수 있지만,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10기 가운데 이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4기’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이 완공되면, 아직 분명한 사용처가 없는 플루토늄이 쌓이게 된다. 일본은 이미 재처리 시설이 있는 영국·프랑스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위탁 계약을 맺어 지금까지 약 46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수천발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인 만큼,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아오모리에서 만난 아사이시 고지(82) ‘핵연료 사이클 저지 1만명 소송 원고단’ 대표(변호사)는 “롯카쇼무라 재처리 사업은 사실상 파탄이 난 상태다. 다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지역에선 재처리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아오모리현을 포함한 일본 전역의 시민들은 1993년에 이어 2021년엔 새 규제가 적용된 재처리공장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 역시 2021년 9월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핵연료 사이클은 빨리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겨레 그래픽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재처리 공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안보상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88년 7월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 권한을 ‘포괄적’으로 인정했다. 일본은 이 권한을 활용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협정은 30년 뒤인 2018년 7월 한차례 자동 연장된 상태다. 이에 견줘 한국은 2013년 2월 말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플루토늄 추출이 쉽지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 권한이라도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2년간의 치열한 협상 끝에 2015년 4월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포기하는 순간, 일본은 미국이 허용해준 재처리 권한을 빼앗길 수 있다. 아사이시 ‘1만인 소송 원고단’ 대표는 “재처리시설이 막히면 ‘핵연료 사이클’이라는 국책 사업은 끝이 난다.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어렵게 따낸 재처리 권한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1993년 첫 삽을 떠 애초 1997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장은 반복적인 기술적 결함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26번이나 완공이 연기됐지만, 사업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설비는 애초 7600억엔에서 3조2100억엔(약 28조원)으로 커졌고, 가동 뒤 40년간의 운영비 등 총사업비는 약 14조7천억엔(약 128조원)까지 늘었다.
아오모리현 주민들 “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들어서나” 불안
지난 1일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있는 일본원연이 운영하는 ‘홍보(PR)센터’에서 바라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공장 곳곳에선 여러 대의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롯카쇼무라/김소연 특파원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또 다른 근심거리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시설(영구저장시설) 문제다. 일본 정부가 최종처분시설을 이 지역에 짓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롯카쇼 재처리 공장’에는 전국 원전에서 옮겨온 핵연료 폐기물 약 3천t이 보관돼 있다. 저장 용량을 거의 꽉 채운 상태다. 일본원자력연료주식회사(일본원연)는 1998년 롯카쇼무라와 “재처리 사업이 곤란해질 경우 사용후 핵연료의 시설 외 반출을 포함해 신속하게 조처를 강구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즉, 재처리 공장을 포기하면 여기에서 보관하고 있던 핵연료 폐기물 3천t을 각 원전으로 되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 전역의 원전에서 자체 보관 중인 핵연료 폐기물의 저장 능력 역시 약 80%에 이르고 있다. 롯카쇼무라로 보낸 폐기물을 돌려받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아오모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고무라 가즈오(76) ‘핵쓰레기로부터 미래를 지키는 아오모리현민회’ 공동대표는 “아오모리에 최종처분시설이 생길 우려가 있어 올 4월 이 모임이 만들어졌다”며 “시모키타반도 주변에 원전 관련 시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하나를 받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굉장히 쉬워진다”고 우려했다. 아오모리현 시모키타반도엔 롯카쇼 재처리 공장뿐 아니라, 오마 원전(심사 중), 무쓰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공사 중), 히가시도오리 원전(공사 중단) 등 원전 시설이 모여 있다.
그는 “지역에선 롯카쇼 재처리 공장의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이 사업이 시작되거나 혹은 중단되더라도 아오모리에 최종처분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원연과 아오모리현은 롯카쇼무라에 일시 보관 중인, 영국·프랑스에서 반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2045년까지 최종처분시설로 빼기로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엔 아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시설이 없고, 지금부터 만든다고 해도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 고무라 대표는 “방사성폐기물을 반출해야 한다는 약속이나 각서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도 봤지 않냐. 도쿄전력 사장이 어민들과 문서로 약속했지만 무시됐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카나이 히로시(75) 아오모리현의회 의원은 “원전으로 전기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곳은 대도시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대도시엔 관련 시설이 없다. 보조금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구조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전 정책과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라 전체가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카쇼무라/한겨레 김소연 특파원
부산 신규 원전 건설 논란
고리원전 인근 발전 기금 1년 100억대 전기료 할인·한수원 채용 가산점 혜택
발전소 건설 땐 사업비 1.5% 특별지원도
고리원전 비상계획구역 내 인구 228만 사고 나면 부울경 지역 전체가 영향권
일부 주민 의견만으로 신설 경고 목소리
정부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매년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울산 울주군 서생면 등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신규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매년 받는 대규모 지원에 더해 특별지원금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규 원전 건설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뿐 아니라 부울경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에 100억 원… ‘황금알’ 낳는 원전
14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사용되는 원전지원금은 매년 10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전소 주변 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지자체에 발전 기금을 지원한다. 고리원전의 경우 기장군 일광읍, 장안읍 주민 9298명이 지원 대상이다. 사업자인 한수원도 기장군 주민의 복지를 위해 장학생 선발 사업, 지역 축제 지원 등 사업자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올해 기장군에 지원된 금액은 77억 5100만 원이다. 한수원 고리본부가 사용한 80억 2000만 원을 포함하면 올해에만 157억 원가량이 지원금으로 쓰였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발전소 주변 주민을 위해 사용된 금액은 총 1082억 73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지원사업에 더해 전기요금 할인, 경제적 파급효과, 한수원 채용 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은 신규 발전소 유치에 눈독을 들인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실시되는 특별 지원사업도 신규 원전 건설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신규 원전 건설이 진행되면 원전 건설비의 1.5% 수준으로 특별 지원사업이 진행된다.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상업 운전에 돌입한 새울 원전 1·2호기 건설 당시 기장군에는 장안산업단지 조성, 장안산업단지 부지 매입 비용을 포함해 257억 9900만 원이 투입되는 특별 지원사업이 실시됐다. 서생면 종합운동장 조성 비용 등 울주군에 지원된 금액을 합하면 특별지원금은 1146억 원에 달한다.
■혜택은 주민 9298명에, 피해는 750만 명
원전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신규 원전을 유치하더라도 안전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지역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소수의 의견만으로 유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전 등 원자력시설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주민보호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고리원전을 기준으로 반경 30km 이내를 기준으로 한다. 방사능 누출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는 기장군을 포함해 금정·동래·해운대·수영·연제구 전체가 포함된다. 또 남구, 북구, 동구, 부산진구 일부 지역도 포함돼 해당 구역에 거주하는 인구만 228만 명 수준이다.
사실상 사고 영향권에 있는 부울경 주민 전체를 고려하면 서생면 주민, 장안읍 주민 등 원전 인근 일부 주민에 의해 7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영향을 받을 수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의 찬성 의견만으로 섣불리 원전 유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당장 원전 지역은 지원금을 받아 이득처럼 보이지만 원전 사고의 위험 부담이나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고려하면 오히려 지역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단순히 인근 주민의 의견만 고려할 게 아니라 부산 시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 강언주 활동가는 “원전 유치를 공론화하는 과정 자체가 원전을 짓고자 하는 쪽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원전이 부산에 발을 디딜 틈이 없도록 다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초연결 사회에 빈대가 돌아오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용산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빈대 박멸을 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
전국이 빈대 공포에 사로잡혔다. 당국에서 방역을 강화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이어지고, 지하철에서 빈대가 기어다니는 모습이 목격되어 사람들이 아예 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21세기에 빈대가 웬 말인가?
알고 보면 우리는 후발주자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선진국 대도시에서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빈대로 몸살을 앓은 지 20년쯤 되었다. 지금 프랑스 파리에서는 숙박업소와 영화관, 지하철에서 빈대가 출몰해 내년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나오는 빈대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을 괴롭혀왔으며,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유기염소 계열 살충제 디디티(DDT)가 널리 사용되면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살충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큰 반향을 일으켜 디디티 사용이 금지되면서 다시 나타났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듯, 원래 끈질기기도 하려니와, 디디티를 이겨내고 재등장한 빈대는 신경계 돌연변이가 생겨 살충제로 쓰는 신경독소에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다. 이런 살충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빈대가 재창궐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해외여행과 국제운송이 급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싸구려 숙소에 들었다가 온몸을 빈대에 물어뜯긴 이야기는 배낭여행족의 무용담이 된 지 오래인데, 최근 공유숙박의 등장도 한몫했다. 예전에도 민박은 있었지만 지금은 숙박업의 개념이 바뀔 정도로 공유숙박이 보편화하였다. 예컨대 호텔 체인과 임시로 개인 집을 내주는 경우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위험이 클지는 자명하다. 초저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싼 맛에’ 불필요한 물품을 자주 구매하는 것도 해충 유입 가능성을 높인다.
빈대를 구제(박멸)하기 힘든 이유는 번식력이 왕성한데다, ‘얇기’ 때문이다. 흡혈하지 않은 빈대는 두께가 매우 얇아 종이 서너장 정도에 불과하다. 문틈은 물론 갈라진 벽 사이, 환기관, 심지어 콘센트와 벽 사이 좁은 틈새도 쉽게 통과한다. 살충제로 구제하려 해도 이런 곳으로 들어가 피하거나, 옆집으로 건너가면 그만이다. 대규모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빈대가 한번 자리 잡으면 ‘빈대 청정국’으로 돌아가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책이나 기사를 읽다 보면 빈대가 성별, 인종,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심각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본다.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 청결과 위생을 유지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피해야 한다는 뜻은 좋지만, 반쪽의 진실이다.
빈대는 어느 집에나 터 잡고 살 수 있지만, 빈곤층과 부유층의 대응 여력은 크게 다르다. 광범위한 살충제에 내성을 갖고 어디에나 숨을 수 있으며 쉽게 도망치는 해충을 근절하려면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서비스는 당연히 비싸다. 외국에서도 빈대에 가장 심하게 시달리는 이들은 대개 빈곤층이며, 그중에서도 빈혈이 생길 정도로 심하게 피를 빨리는 경우는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다. 결국 보편적인 구제책이 필요한데, 빈대 자체는 심각한 전염병을 일으키는 등 공중보건상 위협이 되지 않기에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는 나라는 거의 없다. 결국 바퀴벌레처럼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이 작은 벌레가 일으킨 소동은 21세기 초 인류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전례 없이 연결된 세계에서 살며, 인간과 물자의 빈번한 이동은 항상 예상치 못한 청구서를 내민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지나치게 자연을 지배하려 들면, 자연은 반드시 반격을 가한다. 그 결과는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에게 훨씬 큰 부담을 안긴다. 빈대조차 우리를 깨우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라고/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한겨레
“숲 보전·복원 땐 미국 연 탄소배출량 50년치 가둬두는 효과”
다양한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숲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황폐해진 숲을 복원할 경우, 226기가톤(Gt)의 탄소를 가둬두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머스 크라우더(스위스 취리히 공대 크라우더 연구소)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 200여명이 협력해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수천년 동안 형성된 숲이 자연스럽게 유지·성장할 수 있도록 보전(61%)하거나 황폐화된 숲이나 개간된 지역을 복원(39%)함으로써, 산림의 탄소 잠재력(대기 중 탄소를 흡수·저장)을 226기가톤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무려 미국의 탄소 배출량(2022년 약 47억톤)의 50년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생태학자 니컬라 스티븐스는 “우리가 가진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17일부터 부산 곳곳 파란빛으로 물든다
세계어린이날 기념 행사 다채
광안대교·부산타워 등 8곳 점등
2020년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행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광안대교·부산타워 등 부산의 랜드마크가 유니세프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물든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이하 유니세프)는 세계어린이의 날을 기념해 ‘유니세프블루 in 부산’ 행사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11월 20일로 지정된 세계어린이의 날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기념일로 역사상 가장 널리 비준된 인권 조약이자 어린이의 모든 권리를 천명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일이다.
유니세프는 2017년부터 세계어린이의 날을 기념해 세계 주요 건축물을 유니세프 상징색인 파란 빛으로 점등하며 아동권리에 대한 관심 제고와 존중을 촉구해 오고 있다. 2020년에는 서울에서 행사를 진행했으며 부산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2019년 5월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으며 현재 6개 구(금정구, 부산진구, 사하구, 서구, 수영구, 연제구)가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로 등록돼 있다. 이번 행사에선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일몰시간 이후 부산의 랜드마크 8곳(광안대교·누리마루·부산시청·부산은행 본점·부산타워·영화의전당·황령산 송신탑·해운대 엘시티)이 유니세프 상징색인 파란색 조명으로 밝혀지게 된다.
특히 18일 오후 6시부터는 광안대교 점등과 더불어 광안리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축하공연과 어린이의 권리를 주제로 한 대형 드론쇼가 계획되어 있다. 이번 드론쇼엔 600대의 드론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를 어린이를 위한 메시지로 가득 채운다는 게 유니세프의 계획이다. 또한 유니세프블루 점등 장소 5곳 이상을 방문하고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유니세프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유니세프 신대겸 부산사무소장은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곳”이라며 “부산에서 진행되는 세계어린이의날 기념 행사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 철거 명령에 동물단체 절대 반대
“(고양이 급식소를) 없애면 이 아이들은 굶어 죽어요. 없앨 수 없습니다.”
을숙도에 설치된 ‘고양이 급식소’. 2016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 철새와의 공존을 취지로 설치했다. 사진=오미래PD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을숙도는 매년 수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입니다. 섬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인 이곳에는 ‘고양이 급식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문화재청이 이 고양이 급식소를 모두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관리기관인 부산시·사하구·낙동강관리본부에 보내면서 여러 단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그간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해 온 동물단체가 크게 반발한 건 물론이고, 환경단체 사이에서도 무엇이 옳은지 갑론을박이 벌어진 겁니다.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는 철새와 고양이를 동시에 보호하자는 취지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 2016년부터 운영해왔습니다. 그 무렵 을숙도는 자동차극장의 음식물쓰레기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먹이로 고양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상태였죠. 불어난 수에 비해 먹이가 부족해진 고양이들이 새를 공격하거나 둥지의 새알을 먹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많은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던 부산시도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TNR) 사업을 진행하고 고양이 급식소를 동물단체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재청은 고양이 급식소가 무단으로 운영되고 있어 철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재 구역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는 겁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거기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문화재 구역이거든요. 거기에 급식소와 같은 그런 시설을 운영을 하려면 현상 변경 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요. 동물학대방지연합에서 2016년도에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는데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가지고 불허가 됐어요. 거기서는 그걸 통보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급식소를 운영을 해서 저희가 원상복구 조치를 한 거예요.”
동물단체는 고양이와 철새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고양이 급식소 철거에 반대합니다.
[권세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국장] “아니요. 없애면 이 아이들은 굶어 죽어요. 없앨 수 없습니다. 일단 아이들은 우리가 주는 사료에 이미 이제 길들여져 있는 익숙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다른 데 가지고 먹이를 구하지 못합니다. 고양이들 아사 되기 전에요. 얘네들도 아마 최대한 먹을 거를 찾아다닐 거예요. 당연히 철새에 대한 공격 횟수가 더 많아질 겁니다.”
반면 환경단체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한 환경단체는 문화재청의 통보를 반겼는데요. 문화재구역인 을숙도만이라도 고양이를 없애고 철새와 고양이 모두를 위한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백해주 초록생활 대표가 발견한 고양이에게 공격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물닭 시체들. 사진=백해주 초록생활 대표 제공
[백해주 초록생활 대표] “차라리 새들을 잡아서 배를 채우고 먹으면 저희가 알 수가 없는데 강가에 오리나 물닭 같은 경우도 그냥 죽여가지고 놓아두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을숙도에는 급식소 자체를 없애는 게 맞고 다른 제3의 지역이나 을숙도에 꼭 해야 된다면 어느 지역을 특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시하고 협의를 통해서 관리 지역을 따로 만들어서 야생에서 다니는 녀석을 데려다가 거기서 키우든지 해야지 밥만 준다 해가지고 케어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을숙도는 운동 및 편의시설 등이 있는 ‘교육·이용지구’, 습지가 조성된 ‘핵심·보전지구’, 그 두 곳이 접한 ‘완충지구’ 세 곳으로 나눠 관리되고 있는데요. 또 다른 환경단체는 급식소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이용지구에만 마련돼 있어 철새가 공격받을 일은 없다고 반박합니다.
[전시진 부산환경운동연합 고문] “고양이 급식소를 없앤다는 거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처사 같아요. 동물단체에서 먹이를 주면서 (고양이를) 한 곳으로 모아놓는 계기가 돼서 먹이에만 의존을 하고 새들을 공격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게 예전에 이곳에 들쥐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들쥐들은 쯔쯔가무시라는 병균의 매개체잖아요. (고양이로 인해) 그곳에 오는 들쥐들도 자취를 감춰버리는 이런 이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괜히 급식소를 섣불리 없애버렸다가는 사람들에게 병균이 옮을 수도 있고요.”
문화재청 통보에 따르면 현상변경허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된 이 고양이 급식소는 90일 이내 철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는 을숙도 내 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가 확고합니다. 이대로 90일이 지나버릴 기세인데요. 을숙도를 관리하는 낙동강 관리본부의 대응 계획은 아직 미비했습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 “시 농축산유통과하고 또 사하구청하고 연계가 돼 있어가지고 같이 얘기를 해서 문제를 풀어야 될 것 같은데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기존에 설치된 26개 급식소 중 2016년 부산시에서 지원했던 12개는 지난 3일 시가 직접 수거해갔습니다. 이제 주어진 철거 기한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을숙도 길고양이와 철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오미래 기자 ofuture@kookje.co.kr
회의 4번 하고 문 닫는 국회 기후특위 시한·권한 늘려야
환경의날인 지난 6월5일 국회 앞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청년환경단체들이 탄소 감축 책임을 짊어진 청년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며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 등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이달 말로 활동 기한이 종료된다. 기후특위는 지난 6월까지 4차례 회의하고, 이후 5개월은 개점휴업 상태다. 기후재난은 현실이지만, 특위는 무엇 하나 제대로 토론한 것 없이 문을 닫는 지경이 됐다.
기후특위는 2020년 9월 통과된 ‘국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에 따라 설치됐다. 기후위기 정책들이 정부 여러 부처와 국회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어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 것이다. 특위는 기술연구 지원, 에너지 세제 개편, 취약계층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범국가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결의안은 여야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지만 지난해 12월에야 1년 기한의 특위가 설치됐다. 그마저도 첫 회의가 지난 2월 열렸고, 정부 업무보고를 빼면 논의다운 논의는 없었다.
‘9개월 시한부’ 특위가 기후 대응을 깊이 있게 다루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특위에 법률안 심사·처리권이 없는 게 문제였다.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만 해도,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는 산업계와 어업 활동 지장을 우려하는 어민단체 간 입장이 충돌한다. 이 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런데도 기후특위엔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법안을 심사할 권한 자체가 없다. 기후특위를 설치하고도 파행적 운영을 방치한 여야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4월 제1차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여주고, 2030년까지 감축분의 75%가량을 윤석열 정부 뒤로 돌린 것도 문제다. 그것도 기후특위는 가타부타 하는 존재감이 없었다.
국제 연구기관들이 이달 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14일 ‘2023년 기후행동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석탄 화력발전 폐지는 7배 더 빠르게, 저탄소 투자 비율은 10배 이상 빠르게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42개 지표 중 실질적 효과를 내는 분야는 3배 이상 늘어난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유일했다. 한국 상황도 다를 게 없다.
기후위기는 손 놓고 있다간 오늘보다 내일이 더 심해진다. 기후특위가 이대로 해산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활동 기한을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로 연장하는 일이 시급하다. 차제에 특위 상설화를 고민하고, 법안 심사·처리권을 부여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경향
온실가스 농도 ‘역대 최고’ 찍었다, 산업화 이전보다 1.5배
세계기상기구 ‘온실가스 연보’ 발표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전지구 온실가스 농도가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5일(현지시각) ‘온실가스 연보’를 배포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다시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증가 추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연보를 보면, 2022년 전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2.2ppm 늘어난 417.9ppm으로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시기인 1750년 추정치보다 50%나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 증가량은 2020~2021년 증가치인 2.46ppm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WMO는 이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개선 효과보다는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여러 해 동안 유지되면서 육상생태계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라니냐의 반대 현상인 엘니뇨가 강화되고 있어 이후 온실가스 농도 변화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외에도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 농도는 1923ppb로 전년 대비 16ppb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 연간 증가율(10.2ppb)에 비해 많은 양이다. 메탄은 대기 중 열기를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의 80배에 이른다. 이산화질소는 335.9ppb로 전년 대비 1.4ppb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과학계의 수십 년간의 경고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수십 차례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탈라스 총장은 또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농도로는 이번 세기말까지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며 “이는 폭염, 강우, 해빙, 해일, 해양 온난화 및 산성화 등 극심한 이상 기상을 동반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에 화석연료 소비를 시급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미-중, 기후변화 공동 대응 합의…최대 난제 ‘석탄 퇴출’은 빠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중국 외무부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각) 기후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의 재생에너지 생산 용량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는 노력을 공동으로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발표됐다.
미국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날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즈 성명’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 성명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의 지난 7월 16~19일 베이징 회담과 지난 4~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랜즈 회담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성명은 “미국과 중국은 기후 위기가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에 점점 더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식한다”며 “석탄·석유·가스의 대안을 촉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세계의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3배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에는 중국의 석탄 사용 단계적 폐지 방침이나 새로운 석탄 발전소 건설 중단 등의 조처는 포함되지 않았다. 석탄 퇴출 문제는 그동안 두 나라간 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로 제기된 것이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두 나라의 이번 합의는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2주일 앞두고 이뤄져, 당사국총회의 협상 전망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두 나라는 “기후 위기에 의미 있는 대응을 하는 데 있어서 이번 당사국총회가 중요함을 강조한다”며 이번 총회의 성공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은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중국은 현재 탄소에 대해서만 감축 목표를 제시한 상태이며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두 나라는 이밖에 두 나라 기후 특사가 공동으로 주재하고 양국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2020년대 기후 행동 강화 워킹그룹’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워킹그룹은 에너지 전환, 메탄, 순환 경제, 자원 효율성, 저탄소, 삼림 훼손 문제 등 그동안 두나라가 공동성명과 공동선언을 통해 확정한 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워킹그룹은 온실가스 배출 통제와 감축에 관한 정책과 조처, 기술에 대한 정보 교류 사업도 맡게 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처치곤란’서 새 먹거리로 떠오른 ‘폐플라스틱’…사업 전환에 속도
한 자원순환센터에 가득 쌓여있는 플라스틱. 연합뉴스
그동안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처치 곤란’해 쌓여가던 폐플라스틱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정유·화학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전환에도 도움되자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가 되면서 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다. 유럽연합(EU)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고, 미국은 일회용 제품 제조 시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를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화학물질 부문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15일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서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의 기공식을 개최했다.
1조8000억원이 투입된 울산 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단지로 구축된다. 이들 기술을 활용하면 비닐이나 복합재질 플라스틱, 오염된 소재, 유색 페트(PET)병 등 기존에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도 원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또 재활용 가능 횟수도 제한되지 않아 플라스틱을 사실상 무한하게 재활용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SK지오센트릭은 설명했다.
상업생산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이 재활용된다. 이는 국내에서 1년간 소각·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10% 수준이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72년 국내 최초의 납사 분해설비(NCC)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8월 삼화페인트와 폐플라스틱 기반의 화학적 재활용 원료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친환경 재활용 페인트 원료를 공급하면 삼화페인트에서 모바일용 코팅재를 만들어 휴대폰 제조사에 공급한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제품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 충남 당진에 2만t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에코시드’ 브랜드로 통합해 론칭했다. 2030년까지 리사이클소재(PCR) 100만t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페트(PET)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을 34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성민 국회의원 (왼쪽 여섯번 째부터 순서대로) 이 15일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열린 울산 ARC 기공식을 기념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이들 기업이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열분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원재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방식이다.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의 선별·세척·파쇄 등의 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물리적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플라스틱 종류나 불순물 유무 등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공정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추진여건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의 기계에 넣고 400~600도 사이의 중고온에서 가열해 기름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고체인 폐플라스틱이 석유 유사물질로 바뀐다.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방식은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플라스틱 처리와 석유화학 원료 대체물질 확보, 소각 대비 온실가스 감축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복합 재질의 혼합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쓰레기 분리 수거도 용이해진다. 앞서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비율을 2020년 기준 0.1%에서 2030년 1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독성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1일 스웨덴 예테보리대 베타니 알름로트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데이터 요약(Data in Brief)’에서 13개국에서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에서 살충제와 의약품 성분 등 독성 화학물질 수백 가지가 검출됐다고 밝혔다.알름로트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돼 왔지만,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은 재사용과 폐기를 복잡하게 만들고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플라스틱 제조에는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플라스틱 사용 중에도 다른 화학물질을 흡착하기 때문에 안전하거나 순환 가능한 플라스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은 대부분의 용도에 적합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업계가 재활용을 통한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보다 먼저 유해 화학물질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안전성에 대해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물리적 재활용은 독성이 남을 수 있지만 열분해 등을 통한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의 독성과 불순물이 모두 사라지고 플라스틱의 기초 성분만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경향 이진주 기자
이것만 있으면 전기보일러도, 에어컨도 필요치 않습니다
[ESG 세상]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열쇠 '히트펌프' 다시 보기
▲ 독일 아이벨하우젠의 '보쉬' 공장에서 히트펌프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2023.10.25 ⓒ EPA/연합뉴스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난방 기술로 히트펌프(Heat Pump)가 주목받고 있다. 펌프는 유체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보내는 기기를 의미한다. 히트펌프는 물 대신 '열(Heat)'을 온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쪽으로 보낸다. 히트펌프는 에어컨과 마찬가지로 압축기, 응축기, 팽창장치, 증발기 등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히트펌프는 냉난방 밸브를 이용해 히트펌프에 최적화한 냉매의 흐름을 변환한다. 냉매는 히트펌프를 돌면서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액체와 기체 상태를 오가며 서로 다른 지점에서 열을 모았다가 방출한다.[1]
추운 겨울에는 실외의 냉매가 열을 흡수해(냉매의 끓는 점이 -25°C 이하로 매우 낮아 액체 상태의 냉매는 실외의 열을 흡수한다) 실내로 흡수한 열을 방출하여 실내를 덥힌다. 여름에는 반대로 실내의 열을 흡수해 실외로 방출함에 따라 냉방기능을 한다. 필요에 따라 난방 혹은 냉방을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2]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50년까지 냉난방이 필요한 지역에 거주하게 될 인구는 26억 명이다. 이들에게 히트펌프만 있으면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3]
▲ 히트펌프 개념도 ⓒ 이윤진
히트펌프는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 건물 난방기기보다 효율적이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열로 바꾸는 '발열' 방식과 달리 열을 모아 이동시키는 열 '전달'에만 전기를 사용한다. 히트펌프의 효율은 냉매와 시스템의 종류,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에 달라진다.[4] 일반적으로 효율(열효율)은 획득한 전기나 동력 등의 에너지를 소비한 연료량으로 나누면 구해진다. 효율이 높다(좋다)는 것은 같은 연료의 양으로 얻는 에너지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열 흡수/방출을 반복하므로 기존 난방기기와는 다른 '에너지 소비효율' 즉 'COP(성능계수, Coefficient of Performance)'라는 효율 지표를 사용한다. COP는 냉난방기기에 일정량의 일(W, Work)을 가했을 때 기기가 생성(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열(Q)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전기히터의 열효율이 100%일 때 COP는 1이다.[5] 히트펌프의 COP는 실행하는 냉난방 온도에 따라 변하지만, 보통 COP 평균이 5(3~7)로 전기히터보다 5배 정도의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6]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히트펌프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난방장치이다. 노르웨이에서는 건물의 60%에 히트펌프가 설치되어 있고 스웨덴과 핀란드에는 40% 이상 설치되어 있다. 미국 워싱턴주는 2021년부터 신축 주택과 상업용 건물에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했다.[7] 북미는 히트펌프 설치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대륙이며, 신규 설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8]
지역 냉난방을 위한 히트펌프 도입
독일 히트펌프 제조 기업인 '맨 에너지 솔루션(Man Energy Solutions)'의 '해저 HOFIM(Subsea High-Speed Oil-Free Integrated Motor)'은 최초의 해저 설치 가스압축설비로 해수를 이용한 대용량 히트펌프인 'MAN 히트펌프'에 적용됐다.[9] 이 히트펌프는 바닷물 외에 주거지역과 산업단지의 오폐수, 하천 및 호수의 용수, 발전소의 온배수를 활용하기에, 설치할 수 있는 장소 선택 범위가 넓다. 독일 함부르크는 폐수를 열원으로 60MW 용량의 열을 공급하는 히트펌프를 가동할 예정이다. [10]
덴마크 림피요르드 해협 북쪽 제방에 위치한 덴마크 지역난방 발전소는 대용량 히트펌프로 해수를 열원으로 사용하고 올보르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소요 전력(전달)으로 사용해 연간 16만 톤의 CO2 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기대한다.[11]
여러 개의 대형 히트펌프를 통합해서 용량을 극대화한 설비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히트펌프 7대를 연결하여 215MW의 열을 공급받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빈에 설치 중인 주거지역용 히트펌프는 55MW의 열을 공급하는데 조만간 같은 설비를 추가해서 110MW로 용량을 확장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의 지역난방용 히트펌프 설비는 MW당 1000세대 이상의 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 110MW 용량으로 약 12만 세대, 30만 명 이상의 시민에게 연간 약 55만MWH의 냉난방을 제공할 수 있다.[12]
▲ 히트펌프를 이용한 냉난방기 형태 ⓒ 아피스
히트펌프 시장 전망과 장단점
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히트펌프 판매량은 2021년 대비 11% 증가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2022년 한 해 300만 개 이상 히트펌프가 판매되어 2021년 대비 매출이 거의 40%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히트펌프 구매량이 가스난방시스템 구매량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히트펌프 시장인 중국에서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도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2022년 20% 이상 성장률을 보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인 데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히트펌프 시장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전 세계 국가의 에너지 및 기후 공약에 부합하려면 2030년까지 히트펌프가 건물 난방 수요의 약 20%를 감당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년과 비슷한 속도로 신규 설치가 계속 증가한다면 이 목표에 거의 도달할 수 있다. 2050년까지 CO2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15% 이상 판매가 증가해야 한다.[13]
히트펌프는 설치 시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한 유닛 설치비용은 3000~6000달러에 달하며 건물의 크기에 따라 유닛 수가 증가할 수 있다. 장점은 수명이 15년 이상으로 길며, 연교차가 커 난방과 냉방을 모두 사용하는 가정에 유리하다.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에서 히트펌프 사용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이나 고효율 장비 구입 시에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건물 개조 공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비용의 최대 110%를 세액 공제 혜택으로 돌려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따라 히트펌프 구매 비용의 30%를 세액 공제해 준다. 저소득 및 중위소득 층에는 추가로 지원해 일부 가구에서는 정부의 지원정책만으로 비용의 100%를 충당할 수 있다.[14]
국내 히트펌프 보급 현황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등의 요인으로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이 저조하다. 국내 4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 304㎾h에 히트펌프 전력사용량이 추가되면 전력사용량이 400㎾h를 넘어서게 되면서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이 크게 오른다. 이런 문제로 LG전자는 국내 생활용 히트펌프 보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내 사업을 접었다. 다만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히트펌프를 함께 설치하는 방식으로 히트펌프 시장 조성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15]
히트펌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냉매 누출이다. 냉매란 넓은 의미에서 냉각작용을 일으키는 모든 물질을 말하며 냉동장치, 공기조화장치, 히트펌프 등에서 사용되는 유체이다. 오랫동안 냉동공조분야에서 냉매로 사용된 R-22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몬트리올 의정서 상 5년 단위 감축 목표를 근거로 2013년부터 생산 및 소비량 감축을 시작하여 2030년이면 완전히 사용이 금지된다.[16]
오늘날 히트펌프에 사용하는 냉매로는 오존층 보호를 위해 R-22의 대체 냉매로 개발된 'R-410A'이나 'R-32'가 있다. 대체 냉매는 과거보다는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탄화수소인 프로페인(propane), 뷰테인(butane) 같은 종류는 더욱 친환경적이지만 이 중 일부는 가연성이 매우 높으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등 취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고 제조 과정에서 더 정확성이 요구된다.[17]
▲ 지열 히트펌프 개념도 ⓒ 이윤진
전기차와 산업 열공정에도 적용되는 히트펌프
히트펌프는 전기차의 난방 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히트펌프는 기본적으로 기체 상태 냉매의 액체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구조이다. 엔진 열을 통해 뜨거워진 냉각수로 난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없어 전기히터와 같은 추가 난방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게다가 엔진의 열을 품을 냉각수도 없어 정차 중에도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따뜻한 공기를 계속해서 주입해야 한다. 인위적 난방시스템 작동에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에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난방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전에는 전기차의 겨울철 난방을 위해서 세라믹질의 반도체 소재를 사용한 PTC히터(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Heater)를 주난방 장치로 사용했다. PTC히터는 수명이 길고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지 않으며 CO2를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외온도가 영하인 상태에서 전기차의 히터를 작동하면 배터리의 최대 40%가 난방에 사용되어 주행 거리가 최대 40% 정도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서울시 전기택시 기사들은 동절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최대 주행거리 135km의 약 60%에 해당하는 80km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히트펌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2년 닛산 리프에 최초로 탑재된 히트펌프는 기아차의 2014년 쏘울 EV(1세대)와 2021년 테슬라 모델3 등까지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적용됐다. 기존 전기를 이용한 PTC히터의 에너지 효율은 0.9~0.95임에 비해 히트펌프 탑재 모델의 에너지 효율은 1.5~4로 높으며 고효율의 전기차 히트펌프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18] [19] 건물 난방뿐 아니라 산업 열공정 분야에서도 히트펌프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소비의 62%를 차지하는 산업공정에서 사용하는 열에너지의 90% 이상이 석유, 석탄, LNG와 같은 화석연료로부터 공급되고 있어 산업공정의 열에너지 소비 패턴 변경이 필수적이다. 히트펌프는 이 분야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산업 열공정 수요의 상당 부분이 300°C 이상 고온 히트펌프 기술이 요구되나 현재까지 고온 히트펌프의 열공급 온도는 200°C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에 의해 1960년대에 개발된 히트펌프 기술은[20]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기술패권 다툼이 이뤄지는 가운데 부하 평준화와 고효율화를 목표로 다양한 히트펌프 제품이 개발되고 있어[21] 고온 히트펌프 기술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과 히트펌프 확대로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
▲ IEA의 ‘발표된 서약 시나리오’의 히트펌프 전환에 따른 탄소배출 감소량 예측 ⓒ IEA
IEA의 '발표된 서약 시나리오(APS, Announced Pledges Scenario) 2021-2030'에 따르면 히트펌프 수요 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2021년 1000GW에서 2030년 2600GW으로 증가하며 같은 기간에 건물 난방 용량 비중은 10%에서 20%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른 CO2 누적 배출 절감량은 2030년까지 4억89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22]
영국 정부는 '난방 및 건축물 전략(Heat and Building Strategy)'을 통해 2035년부터는 보일러 교체 시 반드시 저탄소 보일러로 교체하도록 하였다. 이 정책으로 2025년 이후 완공되는 건축물에 히트펌프가 대거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23]
미국 뉴욕주는 이르면 2026년부터 7층 이하 신축 건물에 화석연료 연소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9년부터는 7층 이상 신축 건물에도 규제가 적용된다. 단 대형 상업 공업용 건물과 기존 건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환경단체 RMI는 이 법안으로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대 610만 톤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동차 130만 대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규모다.[24]
화석연료 보일러의 탄소 배출량이 0.2㎏CO2eq/㎾h를 웃도는 데 반해 히트펌프는 0.07~0.08㎏CO2eq/㎾h에 불과하다. 기술 발전과 함께 2050년 히트펌프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0.01㎏CO2eq/㎾h까지 줄어들 전망이다.[25] 히트펌프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면 건물 냉난방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이론상 0이 된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강은철, (2014.12.10), 히트펌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투데이에너지
[2] Casey Crownhart, (Feb.14.2023),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wild world of heat pumps, MIT Technology Review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3/02/14/1068582/everything-you-need-to-know-about-heat-pumps/
[3] IEA,(Nov.30.2022), The Future of Heat Pumps report, IEA
https://www.iea.org/reports/the-future-of-heat-pumps/executive-summary
[4] Casey Crownhart, (Feb.14.2023),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wild world of heat pumps, MIT Technology Review
[5] 강은철, (2014.12.10), 히트펌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투데이에너지
[6] Understanding COP: Coefficient of performance
https://learnmetrics.com/wp-content/uploads/coefficient-of-performance-for-air-conditioners-and-heat-pumps.jpg https://learnmetrics.com/coefficient-of-performance/
[7] https://www.popsci.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0
[8] Casey Crownhart, (Feb.14.2023),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wild world of heat pumps, MIT Technology Review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3/02/14/1068582/everything-you-need-to-know-about-heat-pumps/
[9] HOFIM compression solution, Man Energy solutions, MAN energy Solutions
Raymond C. Decorvet, R. C. (2021). MAN ETES Electro Thermal Energy Storage [PowerPoint slides]. MAN Energy Solutions.
[10] Santos, B. (2023, June 1). Hamburg to deploy large-scale heat pumps in wastewater heat project. PV Magazine.
[11] (Oct.06.2023.), MAN Energy solutions to provide climate-neutral district-heating to Aalborg, Foundry-olanet
[12] 박훈, (2023.7.27.), 전기 히트펌프, 인구밀집지역과 산업단지의 탄소중립에 기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3] Yannick Monschauer, (Mar.30.2023),Global heat pump sales continue double-digit growth,IEA
https://www.iea.org/commentaries/global-heat-pump-sales-continue-double-digit-growth
[14] Casey Crownhart, (Feb.14.2023),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wild world of heat pumps, MIT Technology Review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3/02/14/1068582/everything-you-need-to-know-about-heat-pumps/
[15] 이재덕, (2023.3.13.) 유럽서 급성장한 냉난방기 '히트펌프'…국내선 쓰기 어렵다 왜?, 경향신문
[16] (Aug.13.20185), Why has R22 refrigerant been banned?, Macair FMI Ltd
[17] IEA,(Nov.30.2022), The Future of Heat Pumps report, IEA
https://www.iea.org/reports/the-future-of-heat-pumps/executive-summary
[18] 한국에너지공단, (2016.2.5.). 주간 에너지 이슈 브리핑, 한국에너지공단
전기택시 대중화... '결국 주행거리와의 싸움' (에너지경제, 2016.1.25.)
[19] 이호중, 전기차 효율 개선의 또 다른 무기, 히트펌프, 산업동향 43, 한국자동차연구원
[20] 한국산업기술진흥원, (2014), 친환경 냉매 이용 고효율 다중열원 히트펌프, 에너지기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21] 강희정, (2023.7.6.) 히트펌프 산업, 기술, 정책 현황,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22] 전과 같음
[23] 조무현, (2023.3.9.) 영국 히트펌프 시장동향, 냉동공조저널
[24] 조무현, (2023.5.6.), 미국 뉴욕주, 신축건물서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금지, 냉동공조저널
[25] 조무현, (2023.3.9.) 영국 히트펌프 시장동향, 냉동공조저널
탄소발자국 무역장벽 시대, RE100 전환 위한 구체적 방안은?
기후위기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당초 파리협정 당시 인류의 목표였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의 시한이 2029년으로 앞당겨지리라는 뉴스까지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위기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격변하는 기후 상황에 발맞춰 세계 경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탄소배출제로 목표가 각국 기업에 사명처럼 주어지면서 RE100(재생에너지 백퍼센트 사용)은 현실화한 무역 장벽이 됐다. RE100 조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길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현실이다.
한국은 이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자리한 나라다. 수출 의존도가 크고 제조업이 국가 주요 부의 원천이다. RE100 달성은 거창한 구호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독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경고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경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한국 기업과 정부에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한국의 탄소 중립 전환 움직임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 RE100 달성을 위해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당장 시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 같은 물음에 지침이 되어 줄 '2023 경기탄소중립포럼'이 14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컨퍼런스홀에서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경기도는 RE100 전환의 주축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지역이다. 2020년 현재 경기도의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은 전력 소비량 기준 6314만 톤에 달한다. 2위 충남(2562만 톤)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경기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이후 연평균 3.2%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2.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가 한국 제조업의 중추 지역임을 보여주는 통계 지표다.
그만큼 RE100 전환 필요가 큰 기업도 경기도에 몰려 있다. 경기도에는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본사 기준 7개사, 사업장 기준 17개사, 공장 기준 57개사가 자리했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자, 네이버, KT,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이 주인공이다. 공통적으로 막대한 전력 소비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다.
경기도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소비 전환을 위한 도 차원 목표를 세웠다. 도는 2026년까지 공공 부문 RE100을 달성하고 수출 기업의 무역 장벽 돌파를 지원하기 위해 경기 내 산업단지에 RE100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 내 50개 산단을 한국 RE100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 원을 투자 유치해 2.8기가와트(GW)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게 경기도의 목표다. 이를 통해 연간 151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관련 일자리 4만 개를 신규 창출하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전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인 기조다.
하지만 전환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주요 선진국 중 기후 위기 대응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이다. 정부 차원의 전환이 특히 더디다. 이 같은 태도는 선진국 중 두드러질 정도로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에 그치는 한국의 오늘 현실을 낳았다. 연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 홍보 부족, 지자체와 민간 기업 간 협력 부족 등의 장벽으로 이어졌다. 이는 그만큼 RE100 전환을 위한 구체적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미도 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첫 번째 기조 발제를 했다.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제 탄소발자국까지 규제하는 현실이 소개됐다. ⓒ프레시안
RE100은 이미 시작된 무역 규제
김 원장의 발표에 이어 발제자들의 본격적인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우선 이유진 소장이 '국제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첫 강연자로 나섰다.
이 소장은 현재 기후 위기 상황부터 짚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북극 해빙이 완전히 소멸하고, 1.5도 목표 데드라인이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이 소장은 소개했다. 관련해 최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등에서 참여한 연구진은 기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까지의 기후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2030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전망치를 냈으나, 당시 기후 모델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고려해 1.5도 도달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아울려 연구진은 국제 사회가 1.5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중립 목표 시기는 2050년이 아닌 2034년으로 앞당겨진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인류 생존을 위한 결단의 시간이 촉박하다.
오늘날 현실은 부족하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1차 에너지 사용량의 77%가 화석에너지다.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해야만 넷 제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절박함을 바탕으로 전 세계 151개국의 매출액 기준 상위 2000개 업체 중 1007개 기업이 탄소중립, 즉 글로벌 넷 제로 목표를 선언했다. 이 중에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있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더딘 한국 정부와 달리, 세계의 RE100 규제 강도는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의 녹색산업법상 전기차 보조금제도 개정안을 이 소장은 그 사례로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기업의 제품에 단순히 최종 생산물의 탄소배출량만을 따지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탄소발자국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총 80점의 규제 척도에서 탄소발자국이 길어져 60점에 미달하는 기업은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 소장은 이처럼 "무역 규제 장벽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특히 제조업 의존도가 큰 한국은 더 절박한 전환 요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철강의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탄소배출계수는 1.4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1.7이었다. 가공 조립 에너지 부문을 보면 독일의 탄소배출계수는 0.83, 프랑스는 0.58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이 계수가 1.43에 이르렀다. 그만큼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한국 기업의 탄소발자국이 더 길다. 그만큼 탄소발자국이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동할 경우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악화한다.
이 같은 규제는 전 산업에서 강화되고 있다. 볼보와 머스크, 지멘스 등 세계 38개 기업이 '스틸 제로(Steel Zero)' 전환에 나섰다. 미국은 EU와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인 '그린 스틸 클럽' 발족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의 13.5%에 달하는 346만여 톤이 EU로 수출된다. 직접적인 타격이다. 고로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수소환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으로 한국의 중요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는 배터리 부문 역시 탄소발자국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앞으로 배터리 제조에 소요된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리튬과 니켈 등 광물은 재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해운, 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도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이기도 하다. 중국은 화석에너지 사용량 정점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기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웠다.
실제 한국 기업에 RE100은 이미 실존을 위한 과제가 됐다. 애플은 2030 탄소중립을 목표로 자사 공급망에 들어온 업체들에도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한 기업만 애플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소장은 경기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경기도 기업 절반 이상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인 또는 RE100 달성 요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탄소중립에 나서는 게 국가적 과제가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석 전문위원은 한전의 수직계열 전력 공급 체계를 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재생에너지 전환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현 상태로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석광훈 전문위원은 "지금 상태에선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7.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이 26.0%에 달한다. 이미 전체 소요 전력의 8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덴마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일, 영국,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등 유럽 주요 국가가 소요 에너지의 40% 전후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늦었다'는 말로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더디다.
이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기존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을 뒤집고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 전력 믹스를 구성했다. 이 같은 선택이 얼마나 큰 오판인가를 석 전문위원은 최근 한국 원자력 업계가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실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SMR 설계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가 진행한 첫 번째이자 세계 유일한 SMR 프로젝트가 미국 아이다호에서 추진됐다. 당초 오는 2029년까지 원자로 제작을 완공한다는 게 목표였다.
이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발전단가가 너무 비싸 시장성이 없다고 판명났다. 이 사업에 한국 SMR 관련 기업 7~8개사가 참여했다. 이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1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 전문위원은 "사실상 국제 원자력계의 희망이 꺾인 사건"이라고 이 사건의 의의를 설명했다.
원전은 발전단가가 싸다는 점이 그간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현실성을 비판하고 원전을 대안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거의 핵심이었다. 이에는 우라늄 채광으로부터 핵 폐기물 보관에 이르는 기나긴 탄소발자국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허상이 '원전이 발전단가가 비싸 좌초되는' 현실로 미국에서 확인됐다.
석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서 지난 3년 중 (윤석열 정부) 2년이 갉아먹은 셈"이라며 "이제 문제는 사실상 총선 이후, 다음 정부가 과연 에너지전환을 이행할 수 있느냐가 됐다"고 개탄했다.
석 전문위원은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논쟁 거리를 던졌다. 과연 지금의 한국전력 수직독점 체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석 전문위원의 답은 "전력 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석 전문위원은 한전 독점 체제는 '개도국 계획경제의 잔재'라며 이제 한국 경제 수준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평가했다. 그 폐해는 미국의 테네시전력공사(TVA)의 투자 실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석 전문위원은 주장했다.
미국의 발전 체제는 1990년대까지 지역독점 체제였다. 이 같은 체제는 1996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REC)의 경쟁촉진조치인 '명령 888(Order 888)' 발표로 깨졌다. 전기 도매 시장을 경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부분 미국 지역의 전력 사업모델이 특히 송·배전과 발전 부문이 분리되는 체제로 전환했다. 반면 TVA는 수직독점체제를 유지했다.
석 전문위원은 2020년 현재 텍사스(ERCOT)와 캘리포니아(CAISO) 대비 TVA의 풍력,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실적을 비교하며 수직 독점 체제의 폐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ERCOT의 설치 실적이 4만4000여 건, CAISO는 3만3000여 건인데 반해 TVA는 1035건에 불과했다.
석 전문위원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를 사례로 들며 "전기, 가스는 저장이 어려워 유류보다 가격변동성이 훨씬 큰 시장재"라며 "자유화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경쟁 체제로의 전환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 석 전문위원은 영국의 사례를 예시로 지역별 차등화한 송·배전요금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최대 11.7%가량 차이가 난다.
수도권이 전국 에너지 수요의 절반가량을 소비하면서도 에너지 발전은 지역으로 미뤄 불공정 논란을 낳는 한국에서 참고할 대목이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수도권과 기타 지역의 송전혼잡비용을 투명하게 요금에 반영하도록 시장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 에너지 소비만을 하는 수도권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개발을 유인하는 긍정적 변화를 낳을 수 있다는 평가다.
▲정규창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사업지원팀장은 현재 한국 기업의 RE100 대응 현황을 소개하고 효과적인 RE100 달성을 위해 기업이 고민해야 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프레시안
태양광 설치는 이제 기업에 필수
마지막 발제자로는 기업 현장에서 RE100을 체감하는 정규창 사업지원팀장이 나섰다.
한화큐셀은 지난 2021년과 22년 두 해 동안 약 28만 달러를 투자해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6%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2050년에는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은 RE100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직접 전력 거래 계약(PPA), 신재생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건설, 녹색전력 구매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RE100 전환이 비현실적'이라는 반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과 달리, 이제 화석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도 한국 기업이 감내해야 할 변수임이 최근 유가 급변동을 통해 확인됐다. 한전의 누적된 적자로 인해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기존 에너지 체제만이 능사는 아님을 이제 기업 현장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료가 꾸준히 인상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이 기업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은 "2020년, 21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RE100을 그저 마케팅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심각하게 RE100 이행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2년여 사이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실질적으로 2년 전 국내 제조공장은 킬로와트(kW)당 100원 대의 전기료를 부담했으나 이제 150원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즉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기료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만큼,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도" 기업이 RE100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떠오르는 건 REC 구매다. 기업이 에너지 솔루션 공급자와 전기 소비자-발전사업자 간 REC 구매계약을 체결해 단발성으로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키우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 큰 투자 없이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얻는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현재는 킬로와트당 70~80원 수준에 이르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문제가 있다.
PPA는 장기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수단이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한전의 중개를 바탕으로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발전사업자는 한전에 재생에너지를 판매하고, 기업은 한전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전력을 구매하는 2단계 계약이 이뤄진다. 최근 3년여 사이에 도입된 방안이다.
정 팀장은 "최근 전기료가 오르는 와중에 태양광 설비료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역사적 저점에 이르렀다"며 "지금 PPA 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20년간 전기료가 점차 인상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이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소비자인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해 PPA나 REC 계약을 체결하는 지분투자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전력 소비자인 기업이 주도적으로 RE100에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장기 운영에 따르는 운영 위험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건설해 에너지를 자가소비하는 방안이 궁극적으로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전력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니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도 수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고려돼야 한다.
정 팀장은 "궁극적으로는 자가소비가 전력 소비자가 전기료를 아낄 최적의 수단"이라며 "망 비용이 들지도 않고 결국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여러 기업이 자가 태양광 설치에 나서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도 있다. 전기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따로 구매하는 제도다. 단기적 차원에서 경제성이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 등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 일부는 이를 RE100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정 팀장은 "우선 추천할 건 자가소비"라며 "시설 주변에 유휴부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한다면 실제 전기료가 얼마나 절약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를 직접 설치하지 않는다면 그 효용을 절대 알 수 없다"며 "경영진이 확신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정 팀장은 강조했다.
다음으로 장기적인 위험 헤지 차원에서 PPA 역시 적극적으로 기업이 검토해야 할 RE100 달성 수단이라고 정 팀장은 거론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장기 차원의 RE100 수단을 확보한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REC 등의 대안을 고민하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프레시안
상용화 무산에도…윤 정부, SMR 예산 780% 증액
R&D 삭감에도 살아남은 소형 원자로 예산
SMR타당성 의문있는데 원전 노래부르는 윤
'친윤 예산' 배경엔 원전 카르텔과 여야 의원
스마트원전도 봉이 김선달식 사업하다 실패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꼽지만 관련 예산 삭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11월 29일 오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1.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차세대 원전'으로 선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MR 분야를 선도하는 1위 기업의 상용화 사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SMR 사업에 참여한 미국 지자체들은 이미 발전 단가가 싸고 안전한 신재생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등의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 폭풍 속에서도 내년 SMR 연구 예산은 780%나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예산의 타당성과 적정성에 대한 원점 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SMR 세계 1위 뉴스케일의 사업 무산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과 국내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 자료(석광훈 전문위원, 황수민 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 SMR 업체 뉴스케일사(Nuscale Power Corp.)와 미국 유타주 50개 군소지자체로 구성된 비영리 전력협동조합 UAMPS는 SMR 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철회의 주요 이유는 경제성 문제다.
뉴스케일은 아이다호에 77메가와트(㎿) 소형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총 462㎿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잦은 설계 변경과 발전 비용이 53% 폭등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36개 지자체 가운데 10개 지자체가 이탈했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왼쪽)과 뉴스케일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오른쪽). 두산에너빌리티 자료
애초 뉴스케일은 지자체 모집 개시 당시였던 지난 2015년 50㎿ 소형 모듈 원자로를 통해 메가와트시(㎿h)당 55달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경제성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설계를 변경해 77㎿로 용량을 늘렸음에도 발전 단가가 오히려 ㎿h당 89달러로 상승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3배 가량 발전 단가가 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대체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발전 비용이 53% 폭등하고 설계 변경(50→77㎿)으로 또다시 2년의 인·허가 과정을 밟아야 하는 SMR 사업을 굳이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또한 이들이 체결한 협약에는 전력구매 약정용량을 2024년 1월까지 사업규모(462㎿)의 80%인 370㎿로 늘리지 못할 경우 투자비를 환급하고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뉴스케일이 확보한 약정 용량은 지난 2월 120㎿이었으며, 그 뒤로 추가 용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마감 기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케일이 추가로 약정 용량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향후 무더기 사업 탈퇴와 환급 요구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용 SMR 사업이 무산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7일 에너지전환포럼 석광훈 전문위원, 황수민 연구원이 분석한 뉴스케일 CFPP사업(카본 프리 파워 프로젝트, SMR 사업)의 약정용량 진행 경과. 내년 1월까지 370메가와트(㎿)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뉴스케일은 지난 2월 120㎿를 확보한 뒤 추가 약정용량이 전무하다. 2023.11.15. 출처 에너지전환포럼
예견된 SMR 경제성 문제…안전성도
폐기물 문제, 주민 수용 문제도 산적
SMR 경제성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됐다.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는 소형 원전은 기본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분산형으로 여러 개로 구성되는 SMR의 높은 건설 단가는 자연스럽게 발전 단가를 높이게 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뉴스케일은 원자로 용량을 지난 2003년 30㎿에서 2015년 50㎿, 2018년 60㎿, 2020년 77㎿로 늘렸지만, 같은 기간 건설단가는 1㎾당 2003년 1241달러, 2015년 5078달러, 2018년 4200달러였고, 2020년에는 8500달러까지 상승했다.
정치권과 보수 언론 등은 SMR을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 문제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SMR을 인구밀도가 낮은 유타주에서 추진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상용화 관점에서 가장 앞선 뉴스케일의 경수형 SMR에 대해 "사고가 나면 오히려 다중사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분열에 의한 방사성 물질은 동등하게 발생되며, 복잡한 내부 구조물 진동 등은 모듈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12일자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 참고).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건물 내부. 두산에너빌리티 자료
아울러 SMR은 분산형 원자로인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핵 폐기물이 발생한다. 핵 폐기물은 운반, 저장, 관리가 까다롭다. 현재 국내 원전도 고준위 방폐장이 없어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옆에 적재하며 이조차도 공간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다. SMR을 상용화하더라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제도와 실질적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언론에서 이상적으로 그리는 것과 달리 SMR은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은 주한규 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윤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3월 SMR을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지으면 된다고 언급했다가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문가의 언론 인터뷰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인수위 차원에서 전혀 검토되거나 고려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고, 주 원장 본인도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지만, 소형 원자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윤 정부, SMR 개발사업 일방 통행
원전 카르텔과 한 배 탄 국회의원
이처럼 SMR의 경제성, 안전성, 타당성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됐지만, 윤석열 정권의 세계 추세를 역행하는 친원전 기조와 원전수출 만능주의 정책으로 인해 SMR 개발 사업은 제대로 된 공론화 작업도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지만, 당시 예타보고서 외부자문단과 검토위원은 원자로 설계 전공자가 전무했다. 이정윤 대표는 "보고서 결론이 나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헌정 사상 유례없는 R&D 예산 대폭 삭감에 과학계가 뒤집힌 가운데서도 SMR 개발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부의 i-SMR 기술개발사업 예산은 올해 31억 1000만 원에서 내년도 273억 3000만 원으로 무려 242억 6000만 원(780.1%)이 증액됐다. 다른 연구개발 사업 예산이 줄줄이 깎여나간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액 폭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4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 2023.11.15.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료
정부가 SMR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데엔 정치권도 한몫 거들고 있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소 출신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은 예산 심의 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와 '원전 카르텔'을 이으며 SMR 사업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원욱·김영식 의원이 공동주최한 '제4회 혁신형 SMR 국회포럼'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등 원전 사업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기술개발과 산업 생태계 조성, 수출 기반조성, 법·제도 개선 등을 패키지로 논의했다.
포럼에는 국민의힘 주호영·성일종·김미애·박성중·서정숙·양금희·이인석·최연숙·최재형·최형두·한무경, 민주당 김병욱·이용빈 의원, 무소속 양정숙·양향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SMR 사업과 관련해 국회에서 일종의 '후원자'로서 활동하고 있음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포럼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 5월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도 SMR 국회포럼을 이끄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 진입, 원자력 위험성을 보다 낮출 수 있는 SMR 기술을 확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SMR과 재생 에너지의 공존은 의무이고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4회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 국회포럼'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행사에는 포럼 공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 정책위원회 의장인 성일종 의원과 김미애 의원, 박성중 의원, 서정숙 의원, 양금희 의원, 이인선 의원, 최연숙 의원, 최재형 의원, 최형두 의원, 한무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이용빈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양향자 의원 등 17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유관부처 주요 인사와 산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2023.11.15. 한수원 자료 사진
스마트원전도 실증 못하고 실패
'봉이 김선달'식 사업 성공할까?
원전 업계는 SMR을 '장밋빛 미래'처럼 그리고 있지만 개발 자체도 전망이 밝지도 않다. 뉴스케일사의 사업 무산으로 다시 불거진 경제성, 안정성, 타당성 문제와 별개로, 개발 과정에 있어서도 난관이 예상된다. 이는 과거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100㎿급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원전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업계는 SMR로 눈을 돌렸지만, 한국은 그 이전부터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전을 개발했다. 그러나 스마트 원전 상용화를 위한 국내 실증로(실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원자로) 건설에 실패하면서 수출 길이 막혔다. 실제 모델도 없는데 물건을 팔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스마트 원전 건설을 타진했지만, 실제 건설을 통해 실증도 하지 못한 설계만 있는 원자로는 결국 지어지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며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확장한 것도 스마트 원전을 '캐비닛' 속에 넣어두게 한 원인이 됐다.
SMR 역시 스마트 원전 실패 사례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SMR 예타보고서에는 "스마트 원전 사례가 답습되지 않도록 노력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 "실증로 건설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i-SMR 실증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앞서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의 '당진 건설'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실증로 건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한국일보>가 원자력연구원이 SMR 기술 개발을 위해 경북 경주에 실증로 건설 후보지로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가, 과기부가 "SMR 실증로 건설 계획은 없으며, 따라서 후보 부지에 대해 논의된 바도 없다"고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원자로 문제에 민감한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반박 자료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케일 포기한 유태주, 태양광으로
반대로 가는 윤석열, 재생E 대폭 삭감
그렇다면 SMR의 대안은 없을까. 뉴스케일 SMR 사업에서 탈퇴한 미국 지자체들의 에너지원 전환은 우리에게도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 지난 7일 발간한 에너지전환포럼의 이슈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뉴스케일 불신으로 2020년 SMR 사업을 탈퇴한 로건, 리하이, 에버 등 1만호 이상이 거주하는 유타주 지자체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를 포함한 15개 지자체는 '나바호 전력'과 유타주 남부 '레드메사'(Red Mesa) 태양광발전소로부터 ㎿h당 37달러 고정가격에 25년 공급계약을 체결해 지난 5월부터 공급을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을 포함한 21개 지자체들은 올해 12월 준공되는 유타주 북부 스틸솔라(Steel Solar) 태양광발전소로부터 고정가격 34.7달러에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들 태양광 사업은 2019년 하반기부터 논의가 됐지만 인·허가 2년과 건설 기간 1년 4개월 등을 포함해 불과 4년 만에 사업이 완료됐다. 발전 단가도 SMR의 절반 이하로 책정됐다. 지난 2015년 지자체 모집을 시작한 뉴스케일의 SMR 사업이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인허가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고 발전 가격이 폭등(89달러)한 것과는 대조된다.
일본 도쿄시 도심 대형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이터=연합)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와 단체들도 재생 에너지를 가장 확실한 대안 중에 하나로 꼽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SMR 개발 예산이 780.1% 폭증하는 것과 반대로 정부의 재생 에너지 지원 예산은 급감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이 분석한 재생 에너지 신규 설비량은 2021년 21.9%, 2022년 16.7%였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9.7%(2023년)까지 하락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재생 에너지 포기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국가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원전 지원 예산은 1498%가 폭증한 1332억 원이 증액된 반면, 재생 에너지 지원예산은 4762억 원(-43%) 감액됐다. 전체 재생 에너지 예산의 78.7%를 차지하는 보조금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재생 에너지 보급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 에너지 R&D 예산도 마찬가지다. 전체 원전 R&D 예산은 261억 5000만 원 증가한 반면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신산업 R&D 예산은 1138억 원이 삭감됐다. 에너지 신산업에는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ESS), 분산에너지, 그린수소, 녹색철강 등 미래산업 경쟁력과 관련한 예산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윤 정부가 원전에 올인하면서 국내 에너지 산업 경쟁력은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다"며 "재생 에너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탄화력과 함께 대표적인 레드오션 산업인 원전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경제의 원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설악산케이블카’ 시공사도 안 정하고 3억짜리 착공식부터
총선 앞두고 보여주기식 대대적 행사
부채 눈덩이 ‘제2의 알펜시아 될까’ 우려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이 지난 8월 양양군청 앞에서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환경을 파괴하는 설악산케이블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김진태 강원지사가 ‘첫눈 오기 전’ 첫 삽을 뜨겠다던 설악산케이블카 착공식이 20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제2의 평창 알펜시아’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가 건설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는 분양 저조로 부채가 1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을 줬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20일 오후 2시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케이블카 사업 착공식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케이블카 착공은 1982년 사업계획이 처음 수립된 뒤 41년 만이다. 2026년 초 상업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아직 어느 업체에 공사를 맡길지도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달청과 협의 중인 양양군은 본공사 돌입 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일단 성대하게 착공식을 해 여론부터 일으켜보겠다는 식이다. 양양군이 이날 착공식에 쓴 돈은 3억원.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도 않은 기초자치단체가 1시간짜리 보여주기 행사에 거액의 혈세를 쏟아부은 것이다.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전액 지방비다. 총사업비가 1172억원에 이르지만, 국비 지원 없이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분담하는 구조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조기 통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해 12월 지방비 투입 계획을 밝히며 “사업이 40년 지체되다 보니 사업비가 많이 늘었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받게 되면 2∼3년 내 착공이 어렵다. 오색케이블카는 1년이라도 먼저 건설하면 연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3년이면 6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지방비를 투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설악산케이블카 노선도. 강원도 제공
하지만 김 지사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양양군이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적자 사업을 흑자 사업으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양양군이 연도별 수익과 비용만 단순 계산해 연간 42억76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이는 총사업비 1172억원을 회수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으로 실제로는 372억원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이용 수요를 부풀리기 위해 해마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용 수요를 30년간 동일하게 잡은 것도 문제다. 케이블카 설치는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추진하고 있어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누리집에 등록된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는 41곳(2023년 1월 기준)이다. 지역별로는 경북과 경남, 전남이 6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강원이 5곳, 부산·대구 3곳 등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4곳은 2007년 ‘케이블카 사업의 모범’으로 불리는 통영케이블카 개통 이후 생겨난 것들이다.
설악산케이블카 정류장. 강원도 제공
실제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가 우후죽순처럼 늘자 전국의 케이블카 사업자들이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통영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020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통영케이블카는 2013년 탑승객 137만명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이용객을 유치하며 통영시에 30억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겼지만, 이용자가 2019년 90만명, 2020년 43만명, 2021년 42만명으로 급감했다. 2022년 55만명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올해 또다시 적자가 예상되자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지난 7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왕피천케이블카는 민간 위탁을 맡은 업체가 시설 임차료를 제때 내지 못해 지난 7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전북 군산시의 고군산군도케이블카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동이 걸렸다. 관광객 수요를 부풀리고 운영비는 축소하는 등 엉터리로 사업을 추진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2013년 개통한 경남 밀양 얼음골케이블카와 하동케이블카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빗발치는 우려에 대해 강원도와 양양군은 “공공사업은 원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란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적자니 흑자니 하는 건 민간사업일 때나 따지는 것”이라며 “설악산케이블카 같은 공공사업은 원래 적자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유발 효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반응은 싸늘하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총선이 다가오니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회피한 채 지역에 큰돈을 가져다준다는 기대감만 부풀려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평창 알펜시아 사태처럼 결국 모든 뒷감당은 강원도민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U, 메탄 과다배출 연료 2030년 수입금지…가스 의존도 확 낮추나
배출규제 법안 합의…입법화는 처음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 있는 가스전에서 폐가스를 태우고 있다. 퍼미안 분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탄소에 이어 두번째로 위험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오는 2030년부터 이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대의 가스 수입 지역이기 때문에 이 조처로 미국·알제리·러시아 등의 에너지 업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15일(현지시각)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이사회, 입법 기관인 유럽의회와 메탄 배출 규제법안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형식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전세계에서 메탄과 관련 규제가 입법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합의된 법안은 2027년 1월부터 에너지 기업에 메탄 배출 농도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거나 태우지 못하게 하는 조처를 담고 있다. 또, 메탄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한달 안에 수리를 마치고, 1년 안에 누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메탄 감축 의무는 2027년 1월 이후 계약되는 수입산 화석연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 2030년부터는 에너지 시설에 최대 메탄 농도를 설정해 메탄 배출을 억제할 계획이다. 최대 허용 농도는 추후 결정한다.
메탄은 탄소에 이어 두번째로 기후 변화에 영향이 큰 가스이며, 탄소보다 대기중에서 빠르게 분해되지만 온난화 유발 효과는 수십배 크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감축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석유·가스·석탄·바이오에너지 업계가 배출한 메탄은 1억3330만t으로 2021년보다 1.8% 늘었다. 이는 농업 배출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양이다. 또 인간 활동으로 유발된 전체 배출량의 40% 가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메탄 누출 감지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면 배출량의 75%는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에너지 분석 기업 카이로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에너지 시설에서 발생한 메탄 대량 누출 사건은 1천건이 넘으며, 이 가운데 559건은 유전과 가스전에서 발생했다.
유럽연합의 메탄 규제는 미국·알제리·러시아의 가스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1년까지 유럽에 가장 많은 가스를 공급해왔으나,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대한 공급을 줄여왔다. 유럽연합도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를 노르웨이·미국·알제리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유럽연합의 전체 가스 수입량의 27%는 노르웨이산이며, 20%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노르웨이는 세계 에너지 업계에서 메탄 농도가 가장 낮아, 유럽연합의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전망이다.
환경운동단체 ‘기후 행동 네트워크’는 유럽연합의 메탄 규제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2030년부터 본격 규제에 들어가는 건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가스 전문가 에스터 볼렌도르프는 “법 시행 3년 뒤부터 규제 목표치를 적용하는 건 너무 느린 대응”이라며 “그 때까지 유럽 밖의 에너지 생산자들이 배출하는 메탄은 위험하게 높은 수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도로는 누구의 것인가② 자동자 독점 도로를 자전거에게!
▲ 2021년 5월 6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탄 시민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람숲길'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편도 약 11킬로미터. 자전거 출퇴근으로 적당한 거리지만 험준해 보이는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리저리 우회 노선을 그려봤지만, 집을 들어 옮기지 않는 한 산만해 보이는 고개를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힘으로 넘는 수밖에! 중간에 내려서 끌고 가도 괜찮다! 위로하고 각오하며 페달을 밟았으나 어느새 홀딱 넘어버렸다. 뭐야! 되는 거였어? 스스로 대견하단 느낌도 잠시. 나를 멈추게 한 건 이젠 그깟이 된 미아리고개가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려면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곳에서는 자전거도로로,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차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13조의1). 보도에서의 자전거 주행은 금지이다. 단, 만 13세 미만 어린이나 만 65세 이상 노인, 신체장애인 그리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나 도로 파손 등의 장애로 도로 통행이 불가한 경우는 예외다.
그렇게 서울시의 야심작 따릉이를 타고 자전거 전용도로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이용하며 출퇴근하고자 했던 결기는 덧없이 접어야 했다. 이미 미아사거리부터 (미아리고개도) 성북동 사무실까지의 구간은 그 어떤 유의 자전거도로도 없었다. 결국 차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붙어서 타야 했는데, 그렇게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비자전거 전용' 차도로 인지되고 있는 그 도로에서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은 형벌과 같았다고나 할까?
'비자전거전용' 도로라는 표현을 굳이 가져온 건 우리나라 차도 혹은 차도 이용자(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에 대한 권리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자동차 운행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생각되기 때문인데, 이 점은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높은 나라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자전거에 더 많은 공간과 권리를!'
▲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인 덴마크의 코펜하겐. 자전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임성희
독일에서 거주할 당시 자동차가 없었던 난 일 년에 한두 번 차를 빌려 여행을 했다. 독일에서의 첫 운전지는 베를린이었는데, 내비게이션은 가라고 하는데, 좌회전 화살표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 파란불에서 맞은편 차량이 없을 때 좌회전하면 된다지만, 비보호 표지판도 없는데 좌회전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가슴 졸이며 긴장한 채 눈치를 보다가, 마침 좌회전하는 자전거 꽁무니를 조심조심 따라갔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앞 차량의 깜빡이를 길잡이 삼아 쫓아가듯, 1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자전거는 구세주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로 1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면 안 되고, 훅턴(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서행하면서 교차로 가장자리 부분을 이용해 좌회전)이란 것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았다.
독일에서는 자전거는 차선이 여러 개일 경우 우측 차선으로 운행하고, 편도 1차선일 경우 다른 차량과 마찬가지로 차선을 차지하고 주행할 수 있었다. 누구도 자전거 때문에 빨리 가지 못하고 늦어진다는 것에 대해 신경질을 부리거나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자전거 시위, 자전거가 차도를 점유할 당당한 일원임을 주지시키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때마침 발표된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공간정의보고서(2014)"가 산출한, 자전거 운전자보다 자동차 운전자가 도로나 주차 면적에서 19배나 많은 면적을 누리는 것은 공간 정의에 어긋난다는 내용을 밑줄 치며 읽었던 기억도 난다.
▲ 독일 도시 내 이동 수단별 평균 소요 시간 그래프. y축:시간(분), x축:거리(킬로미터). 파랑:도보, 연두:자전거, 초록:전기자전거, 주황:버스와 전철, 보라: 자동차. ⓒ 독일연방환경청
독일 도시 내 이동 수단별 평균 소요 시간을 나타낸 그래프는 거리가 짧을수록 자전거가 가장 빠른 이동 수단임을 보여준다. 독일의 도시 뮌스터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39%로, 자가용 분담률 MIV(개인승용차) 29%를 능가하고 있다.
우리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독일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공간 독점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독일 자전거 클럽(Allgemeiner Deutscher Fahrrad-Club, 회원 23만 명)은 '자전거 혁명!' (RADVOLUTION! RAD는 Fahrrad 자전거의 약칭이다)이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자전거에 더 많은 공간과 권리를!'이 슬로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이동으로 자전거 타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과 달리, 100년 전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도로법에 근거해 여전히 자동차가 최우선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으니, 이제 자동차가 우대되는 시대를 마감하고 이동 수단의 동등한 권리를 획득하자고 주장한다.
자전거 활성화에 필요한 것은 주행이 보장되는 '길'
▲ 2050 서울시 기후행동계획. 친환경 이동 수단을 위한 도로 공간 전면 재구조화를 밝히고 있다. ⓒ 서울시
서울시는 2050 기후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이동 수단을 위한 도로 공간을 전면 재구조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도로 공간 재편을 통해 차도를 줄이고 보행 및 녹색교통공간을 확보한다. 2025년까지 28.62km 길이의 22개 도로를 정비한다. 승용차 차로를 4차로 이하로 축소하고, 대중교통 및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확대한다.
또한, 서울 전역 핵심 지역에 자전거전용도로(Cycle Rapid Transit)를 구축하고,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확대한다. 2021년까지 따릉이 약 4만 대를 보급하고 대여소를 3040개소로 확충하여 도보 5분 거리 내에 따릉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자전거 통행량을 일 230만 통행을 달성하고, 자전거간선도로를 623km까지 확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계획은 자전거 수송 분담률에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일까?
서울시 수단별 분담률(2021년)을 보면, 전체 통행량 2387만 중 버스 24.9%, 지하철 28%, 승용차 38.0%, 택시 3.7%, 기타 5.5%이다. 기타는 도보 및 자전거를 제외한 오토바이, 화물차, 특수차를 말한다. 자전거는 아예 분담률 산출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 산출의 의미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전거는 여가수단을 넘어 교통수단으로, 수송분담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목표가 설정되고 그에 맞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정책의 목표는 무엇인지, 과연 도로 공간은 전면 재구조화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서울시는 2023년도 에너지 기부·라이딩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했다. 자전거를 활용해 저탄소 생활문화를 정착시키고 자전거 출퇴근을 활성화하고자 함이었단다. 출퇴근을 가장 많이 한 10명에게 최다 참여상을 주는 등 여러 증정 행사를 비롯해 참가를 독려했다.
그러나 자전거로 출퇴근할 길이 제대로, 아니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본 행사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자전거 출퇴근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품이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임은 자전거를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닐는지.
주행 중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없이 쾌적한 환경에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음도 없고 비용도 저렴하며 건강에도 좋은, 주차공간(자동차 1대당 8대의 자전거 주차공간이 확보된다)도 주행공간도 절약되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행이 보장되는 '길'이다.
5분 안에 따릉이를 탈 수 있는 것을 넘어 따릉이를 타고 원하는 곳까지 자전거 이동이 가능하도록 도로를 확충하는 일. 그래서 자전거 수송 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도로의 전면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이는 공간의 정의로운 재편과 함께 도로의 지속가능성,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열어가는 해법 중 하나일 것이다.글 녹색연합 임성희 / 오마이뉴스
"기후환경 교육예산 삭감, 꿈나무 유치원생에게 돌려줘야"
경남환경운동연합 "환경 관련 예산 복구" 요구... 경남도 "건전 재정 위해“
"생태감수성의 파괴, 시민과학자 말살. 환경 관련 예산 삭감하는 환경부, 경상남도를 규탄한다. 박완수 도지사는 꿈나무 유치원생의 기후학교 교육예산을 돌려주어야 한다."경남환경운동연합이 16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경남도가 2024년도 예산안을 짜서 경남도의회에서 심의하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환경교육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며 이를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현재 경남도의 예산 삭감은 경남녹색구매지원센터 외 일부 단체의 사업비와 운영비인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환경과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대응하며 이를 실천하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재원은 정부가 마련하고 사업추진 행동은 시민활동가들이 한다. 한마디로 민관협력형 단체들"이라고 운을 뗐다.
실제로 경남녹색구매지원센터는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경상남도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환경부와 경남도가 설치하고 진주기독교청년회가 운영하는 민관협력기구다.
환경단체는 "녹색제품의 정보제공과 교육·홍보 활동을 통하여 기후위기를 알리고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오염물질의 발생을 줄여 녹색생활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하여 운영된다"라고 소개했다. 이 센터는 친환경 소비자 양성, 친환경 생활 실천 캠페인, 지역협력네트워크, 녹색제픔 생산 지원, 녹색제품 유통 활성화, 친환경 소비문화 활성화, 환경강사 양성을 통한 환경교육을 상시적으로 벌인다.
다른 민관협력단체와 관련해, 이들은 "정부, 기업,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 네트워크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경남지역에서는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도청기후학교, 초등학생을 위한 찾아가는 탄소중립기후학교, 공동체 탄소중립 생활 실천 지원 사업을 벌여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단체는 환경교육법에 따른 법정기구로 현장체험교육, 찾아가는 환경교육, 자유학기제, 교원대상교육, 청소년 환경캠프 등 청소년 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 환경교육 활동가 직무연수, 공무원 직무연수, 도민 환경교육 등 사회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 현장탐방 활동, 체험환경 교육 등 체험환경 캠프 등을 운영한다.
2023년 관련 예산 규모를 보면, 녹색구매단체 1억원, 기후환경단체 1억 5000만원, 환경교육단체 3억원으로 모두 5억 5000만원 내외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면밀히 살펴보면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업들"이라며 "관련 예산이 만들어지기까지 10여년 이상 환경단체와 시민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경남도민들의 끈질긴 요구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도지사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려다 경남도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면서 "박완수 도지사가 유치원생들의 기후환경 교육예산을 삭감하는 것 또한 밥그릇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꿈나무 유치원생의 기후학교 교육예산을 돌려주어야 한다", "기후위기시대 적응과 대응을 위한 도민생존 예산을 복구하라", "기후환경정책 관련 도민과의 소통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환경은 인식과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 박완수 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20년 9월 23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때 6명의 기권자에 포함됐었다"라며 "기후위기는 어른들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할 수 없도록 예산을 깎으니 정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경남도 "채무 증가 없는 건전한 재정 위해 노력 중"
이와 관련해 경남도는 설명자료를 통해 "2024년 당초 예산 편성시 약 6970억원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 따라, 재정 누수 요인을 제거하는 등 강력한 세출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중에 있다. 채무 증가 없는 건전한 재정을 위해 노력 중"라고 밝혔다.이어 "국가재정 전략회의와 기획재정부 심의결과, 경남도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센터 운영방안 정비가 필요하다"라며 "앞으로 녹색제품 유통 촉진을 위한 모니터링, 녹색매장 활성화 등 시책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기후환경네트워크는 사업비의 50%가 운영비로 지출된다. 또 운영비 지원은 국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령에 근거가 없어 지방보조금사업으로 지원할 수 없다"라며 "환경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경남지역 환경교육센터는 국비 예산확보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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