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 식량가격 사상 최고…2021년보다 14% 상승
밀 자급률이 자란다, 소득이 자란다, 환경이 자란다
그린벨트 및 대규모 부산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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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 식량가격 사상 최고…2021년보다 14% 상승
1961년 식량농업기구 자료 작성 이후 최고
밀·옥수수 등 곡물값, 한해 사이 18% 올라
“최근 차츰 떨어지지만 여전히 위험 많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의 안드리우카의 밀밭 근처 가스 처리 시설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해 불타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 전쟁 여파로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드리우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해 국제 식량 가격이 196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6일(현지시각) 지난해 연평균 ‘식량 가격지수’가 143.7을 기록해, 2021년에 비해 18포인트(14.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가격지수는 곡물·육류·유제품·식물성 기름·설탕류의 2014~2016년 수출 가격 평균치를 100으로 삼아 산출한 지수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는 식량농업기구가 1961년 이 지수를 산출한 이후 최고치였다고 전했다. 국제 식량 가격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급격하게 치솟았다가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지수는 2021년보다 23.5포인트(17.9%) 상승한 154.7을 기록함으로써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식량농업기구는 설명했다. 옥수수와 밀의 평균 수출 가격은 한해 전보다 각각 24.8%와 15.6% 상승했고, 쌀의 수출 가격도 한해 전보다 2.9% 높았다.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의 가격지수는 187.8로, 한해 전보다 22.9포인트(13.9%) 상승한 사상 최고치였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2021년보다 23.3포인트(19.6%) 오른 142.5를 기록해 1990년 이후 최고였고, 육류 가격지수 또한 1990년 이후 최고치인 118.9(2021년 대비 10.4% 상승)로 집계됐다. 설탕류 가격지수는 114.5(2021년 대비 4.7% 상승)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막시모 토레로 식량농업기구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식량 가격이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세계 식량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식량 불안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식량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쌀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며, 미래 식량 공급에도 여전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량농업기구의 식량 가격지수는 2016년 91.9를 기록하면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보인 이후 2020년까지는 2014~2016년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에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 차질 여파 등으로 한해 사이 28%나 폭등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식량농업기구는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국가들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우려가 여전히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류의 주요 식량원인 밀 생산량 감소 우려가 날로 높아지면서 과학자들이 품종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 보도했다. 영국의 주요 식물학 연구 기관인 ‘존 인스 센터’는 최근 병충해에 저항력이 크고 염분에도 잘 견디며 고온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유전자(Zip4.5B)를 발견했다. 이 연구소의 밀 유전학 학자 그레이엄 무어 교수는 이 유전자의 변형 50가지를 발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에서 여러 품종의 개량 밀 재배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89개국의 25억명이 주 식량원으로 밀에 의존하고 있으니, 밀이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실험의 목표는 어떤 품종이 고온을 가장 잘 견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밀 자급률이 자란다, 소득이 자란다, 환경이 자란다
제2의 주식이지만 자급률 0.7%에 불과,
식량안보·농가소득 보장·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특한 작물
2022년 12월15일 전북 부안군 백산면 금판리 밀밭이 새싹으로 파랗게 물들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이 시 ‘나그네’를 읊은 풍경 같다. 파릇파릇 새싹이 뒤덮은 밑밭이 지평선까지 이어졌다. 여느 황량한 겨울 농토가 아니었다. 2022년 12월15일 호남평야 서쪽에 있는 전북 부안군 백산면 금판리 들녘에 파종 한 달여 된 밀밭이 펼쳐졌다. 이렇게 겨울을 나야 늦봄에 알곡을 맺는다.
“좋지 않아요? 저 지평선까지가 전부 밀밭이에요. 고속도로 타고 가다가 사람들이 (밀밭을 보고) ‘우리나라에 저런 데가 있었냐’고 그래요. 금판리에만 11월 150㏊(150만㎡)에 (밀을) 파종했어요. 여름에 쌀·콩을 키운 땅에 심으면 1㏊에 400만~500만원을 더 법니다. 그뿐입니까. 밀이 잎을 틔워 열심히 광합성을 하니 탄소는 잡고 산소는 내뿜습니다. 씨 뿌릴 때 한 번 골을 파고는 땅도 거의 안 건드려요. 자연스럽게 무경운(농토를 갈지 않는 재배법)까지 되는 거예요.”
유재흠 부안군 우리밀영농조합법인(부안조합) 대표가 말했다. 부안은 국내 최대 밀 산지 가운데 한 곳이다. 조합 소속 190여 농가가 한 해 밀 3200t을 생산했다. 2022년 전국 밀 생산량(약 3만5천t 추정)의 10%가량이다.
밀은 쌀만큼 친숙한 먹을거리다. 국수·수제비·만두 등 오래전부터 한국 음식에서 밀은 ‘제2의 주식’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주요 통계’(2021년 기준)를 보면 한국 사람이 1년에 먹는 곡물은 모두 123.9㎏으로, 이 가운데 밀이 29.8%(36.9㎏)다. 쌀(56.9㎏·45.9%)에 이어 두 번째다. 콩(6.4㎏·5.2%)과 옥수수(3.6㎏·2.9%)까지를 ‘4대 곡물’이라고 한다.
농산물 수입 확대가 식량안보 대책?
그러나 자급률은 암담한 수준이다. 밀의 곡물자급률은 0.7%. 국민 100명 중 1명이 먹을 것조차 우리 땅에서 못 키운다. 사료용을 뺀 식량자급률도 1.1%다. 이 때문에 2021년 밀 수입량은 443만5997t(약 1조7528억원)에 이른다. 쌀(84.6%)을 제외한 옥수수(0.8%), 콩류(5.9%)의 곡물자급률도 미미하다. 2021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더욱이 최근엔 기후위기로 세계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일이 잦아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에 이은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발표(5월)에 국제 밀값(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6% 급등하기도 했다. 주요 곡물 생산국들은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싼값에 사 먹으면 된다’는 기조를 유지한다. 2022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때 ‘농산물 수입 확대’를 식량안보 주요 대책이라고 발표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자급률을 높이기보다 식량문제 해결 방안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하락의 핵심 원인”이라며 “정부는 밀가루값 급등 등으로 음식값이 뛰어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건 외면한다”고 꼬집었다.
우리 땅에서 키운 농작물을 먹지 못하는 일은 기후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됐다. 수입밀의 이동거리는 트럭·기차·선박 등 화석연료 운송수단을 이용해 1만㎞ 이상이나 되지만, 국산밀은 멀어야 300㎞ 정도다. 더구나 운송거리나 운송기간이 길어지면, 부패하거나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농약을 추가로 더 써야 한다.
국산밀을 키우는 게 환경에도 좋다. “밀 등 겨울작물은 다른 작물이 재배되지 못하는 늦가을이나 봄의 풍부한 일조 조건하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동화해 저장하는 동시에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대기 정화에 큰 역할을 한다.”(농촌진흥청 ‘밀 재배의 공익적 기능’)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는 1㏊ 밀밭에서 밀을 재배하는 기간에 배출하는 산소가 4.46t,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6.13t으로 ㏊당 경제적 가치가 165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최우정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국산밀 재배가 늘면 안정적 식량생산이 가능하고, 화석연료로 운송되는 수입밀을 대체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겨울에 농토를 밀로 덮으면 바람에 의해 먼지가 생기는 것도 막고 온실가스도 흡수하는 등 효과가 추가로 생긴다”고 말했다.
‘밀 포기 정책’에 대항해 시민운동 성장
국산밀의 역사를 톺아보면 국산밀의 명맥이 이어지는 것만도 ‘기적’이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1970년대까지 미국의 무상공급 등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1980년 초까진 10만t 가까운 생산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1982년 밀 수입 자유화와 1984년 밀 정부수매 중단 조처 이후 1985년 1만517t, 1990년 889t으로 곤두박질쳤다. 밀 포기 선언이었다.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국산밀 농업을 지킨 건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발족으로 대표되는 ‘시민운동’이었다. 김경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국산밀 산업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와 같다. 키우기 위해선 해결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국산밀의 종자개발·재배·저장·제분·가공·유통에 이르는 산업 인프라는 걸음마 단계다. ‘보급 종자’는 금강·새금강·조경·백강 등 국수용(중력분) 4종에 불과하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주요 밀 생산국이 1천~5천 종의 종자를 심어, 지역·재배 방법별로 구분한 뒤 가공업체의 요구에 따라 알곡을 섞어 공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도 100여 종의 밀 종자를 재배한다.
저장·건조 시설도 마땅치 않다. 국산밀 전용 제분시설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특품사업단우리밀가공공장영농법인(광의면 영농법인) 한 곳뿐이고, 대부분 인근 대기업 제분시설에 위탁한다. 밀가루는 용도에 따라 크게 빵으로 쓰이는 강력분(단백질 함량 13% 이상), 국수를 만드는 중력분(10~13%), 과자로 쓰는 박력분(8~10%)으로 구분한다. 국산밀은 제분량이 너무 적어 기본 용도 구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정부수매(2022년 기준 1만7천t) 외 2만t가량의 국산밀은 소규모 민간 수매처들이 사들이고 있다. 부안조합, ㈜우리밀, 한국우리밀농협, 천안우리밀영농조합 등이 1천~6천t 정도씩 사들인다. ㈜농심 신라면에만 한 해 7만t가량의 수입밀이 사용된다고 하니, 국산밀 소비량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밀은 한 해 250만7천t(사료용 제외, 2021년 기준) 소비량의 95% 정도가 가정이 아닌 식품제조사나 빵집·식당 등 업소에서 대량 소비된다.
국산밀 농가와 소비처들은 스스로 ‘지혜’를 짜내고 있다. 2년 전부터 국산밀을 사용하는 부안 ‘우리밀해물짬뽕’ 조영훈 대표는 “오래전에 국산밀로 반죽하면 퍼석퍼석해서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라 쓸 수 없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다. 밀만 반죽하면 쫄깃쫄깃한 맛은 떨어지지만 감자전분을 조금 섞는 등 개발한 방식으로 좋은 면발을 뽑아낸다”고 말했다.
부안군 하서면 청호리의 저장창고에 밀 알곡이 담긴 포대들이 쌓여 있다.
3~4년 전부터 종자별·지역별 데이터 축적
이날 둘러본 부안군 하서면 우리밀영농조합의 밀 저장창고에는 800㎏ 포대가 수십 개 쌓여 있었다. 포대 위엔 국산밀을 생산한 지역과 품종, 생산 농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재흠 대표는 “같은 금강밀이라도 해남과 부안에서 생산된 것의 단백질 함량이 2% 차이가 난다. 이걸 다 같이 섞으니까 품질이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국산밀을 종자별·지역별로 단백질 함량 등을 구분하고 데이터도 축적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밀을 가공·유통하는 아이쿱생협은 강력분에 글루텐을 첨가하고 박력분엔 전분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밀가루 품질을 관리한다.
정부도 2018년 국산밀 생산·유통·가공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35년 만에 밀 수매를 재개했다. 2019년 제정된 ‘밀 산업 육성법’을 바탕으로 △국산밀 품질관리 강화 △공공기관 국산밀 우선구매 요청 등의 내용을 담은 5년 단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장밋빛 구상을 믿는 사람이 드물다. 정부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네 차례 걸쳐 ‘밀 자급률 10% 목표’ 등을 내걸었지만 모두 빈말에 그쳤기 때문이다. 밀 자급률은 1%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 국산밀 6200t을 수매한 한국우리밀농협의 김태완 상무는 “정부 계획에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종자 보급이 늘어나 2023년 밀 생산량이 6만5천t가량으로 추정되는데도 정부가 계획한 수매량(2만t)을 더 확대하려 하지 않는다. 자급률을 높인다고 했으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국방부 등과 어떻게 협의해서 늘리겠다는 소비 쪽 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국산밀 산업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수입밀 시장을 치고 들어가려면 국산밀이 수입밀보다 뛰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그 고민을 하고 있나? 국내 밀 산업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국산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격을 어떻게 끌어내릴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읍 우리밀 전문판매장에 우리밀 가공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일본밀이 수입밀보다 싼 비결은 화끈한 직불금
국산밀은 2022년 국제 밀값이 급등했음에도 수입밀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일본은 자국산 밀 가격이 수입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싸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2022년 밀 수급 전망 발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이바라키 지역의 사토노소라 품종의 경우 수입밀보다 8.8% 저렴했다. 일본은 밀농사에 대한 직불금을 ㏊당 800만원가량 지급한다. 한국의 밀 직불금은 50만원이다. 일본의 2021년 밀 자급률은 17%다. 김경아 사무총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가격경쟁력 향상은 국산밀의 자급률을 올리는 필수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일본만큼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도 “민간 소비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 그쪽으로 많이 투자하려 한다. 또 밀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후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외에 국산밀의 강점은 뭘까. 2016년 문을 열어 한 해 국산밀을 100t가량 소비하는 전남 구례 ‘목월빵집’ 장종근 대표는 “제빵성은 수입밀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신선하고 풍미가 살아 있으며 통밀빵으로 만들면 그 향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국산밀을 쓰는 부안 ‘슬지제빵소’ 김종우 대표도 “누가 생산했는지, 어떻게 재배했는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안전해서 국산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 ‘우리밀진미칼국수’ 김복례 대표는 “수입밀로 만든 짜장면과 칼국수는 더부룩하고 소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국산밀 칼국수는 밀가루 못 먹는 사람들까지 배불리 먹는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천안 호두과자에 수입밀 대신 국산밀이 쓰이는 데 기여한 이종민 천안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산밀이 품질이 나쁜 게 아니라 특성이 다르다. 수입밀엔 없는 개성이 있다”며 “우리는 밀가루를 팔 때 특성에 맞게 수분량을 어떻게 하고 발효할 땐 뭘 주의해야 하는지 등 가공법까지 알려준다. 그랬더니 ‘천안 국산밀은 빵이 되네요’라고들 한다. 국산밀 가공법을 전파하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맨논에 씨 뿌려 이모작 가능
밀은 겨울철 노는 논밭에 심는 이모작 작물이다. 소비처가 충분히 확보되고, 가능한 모든 논밭에 밀을 심을 수 있다면 완전 자급도 가능하다. “요즘 쌀값이 떨어져 농가 저소득이 문제인데 밀농사를 지으면 농민 소득이 2배가 됩니다. 맨논에 씨앗을 뿌려놓고는 수확 때까지 인력이 많이 안 들어가고 경비도 별로 안 듭니다. 농민들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그 돈이 어디로 가나요? 비료도 사고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지역경제가 삽니다. 그래야 농촌에 청년들이 오겠지요.” 우리밀살리기운동 1세대인 최성호 구례 광의면 영농법인 대표의 말이다.
한겨레21 김양진기자
JTBC '세 개의 전쟁' 1월 25일부터 3일간 저녁 8시 50분 방송
1부 "겨울 전쟁"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세계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특히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을 꾀하는 일본, 그리고 더욱 강고한 핵무장 전략을 다지는 북한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늠했다.
2부 "투키디데스의 함정"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화의 종말, 그리고 그 이후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다툼에 주목했다. 지금 한국 정부가 택하고 있는 '미국 일변도의 정책'은 적절한 것인지,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지까지 짚었다.
3부 "최후의 날, 스발바르"
21세기의 최대 난제인 기후 위기. 특히 앞에서 살핀 대로 각각의 전쟁을 통해서 국제연대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류가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인간이 사는 가장 북쪽의 땅인 스발바르 제도가 3부의 주무대다.
낙동강 물 부산 공급 강행에 경남 주민들 강력 반발
8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창녕함안보 입구에 강변여과수 개발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수십 개가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정부가 최근 주민동의 없이 낙동강 하류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착수하면서 경남 창녕·합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지역소통 민관협의체’를 해체하는 한편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8일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창녕함안보 입구에는 강변여과수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렸다. 현수막에는 ‘창녕군민 단결해 강변여과수 개발계획 저지하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는가…당장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농민 김모씨(54)는 “하루 45만t 강변여과수를 부산에 주면 지하수 고갈로 농사도 못 짓고 농지가 사막화되는데, 왜 자꾸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을 들판에는 고추·오이·토마토·가지 등 지하수를 이용한 온실하우스 특수작물 재배가 한창이었다.
환경부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창녕 낙동강변여과수(45만t)와 합천 황강변 복류수(45만t) 등 하루 90만t을 개발해 부산과 동부경남으로 공급(관로 102.2㎞)하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입 예산은 1조4000억에 달한다.
8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창녕함안보 입구에 강변여과수 개발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수십 개가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이 사업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를 계기로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형태로 추진됐다. 그러나 지하수 고갈과 상수도 보호구역 지정 등을 이유로 사업 백지화와 사업 추진이 반복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경남도가 ‘주민 동의 우선’이라는 조건을 달아 동의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환경부·주민은 지난해 11월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착수 단계에 해당하는 실시설계비(총 76억8000만원) 중 19억2000만원이 올해 정부 예산에 확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예산 확보는 지난달 24일 부산시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수 강변여과수 개발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을 할지 안 할지 결정지을 타당성 조사 용역도 안한 상태에서 실시설계비를 통과시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타당성조사 용역에 이어 실시설계비까지 확보한 정부는 주민 의견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8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창녕함안보(왼쪽)와 낙동강변여과수 개발 예정지역(오른쪽)이 보인다. 김정훈 기자
8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창녕함안보에서 하류 쪽으로 바라 본 낙동강변여과수 개발 예정지역. 김정훈 기자
정봉훈 합천황강취수장 반대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책위원장도 “주민동의 없는 사업에 실시설계비를 왜 반영하냐”며 “사업 강행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는 17일 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민관협의체의 해체를 예고했다. 다음달에는 대대적인 단체행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경남도 역시 “주민동의 없이 사업을 강행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시설계비는 원활한 사업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확보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시행하는 타당성 용역조사는 주민동의를 얻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며 “실시설계비는 정부 예산안에 잡혀 있던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신규로 확보한 예산으로 연내 사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경향 김정훈 기자
부산 5월 기후변화박람회를 CES급으로”
국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논의
“엑스포 유치 역량 보일 디딤돌”
“대학 재산처분 특례 방안 추진”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교육부의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 추진방안,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대책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5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후변화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5월 개최되는 기후변화 박람회를 미국 라스베가스의 CES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적극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오는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범부처 공동으로 개최된다. 단일 행사로는 국내 최대 행사가 될 이번 박람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기후환경, 에너지 분야의 최신 기술과 정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박람회를 CES급으로 개최해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당정은 또 2030엑스포와 관련 “교통수단·전광판 등 민·관 인프라와 홍보매체들을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홍보를 실시하고, 국내외 지지 열기를 확산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당정은 특히 2030엑스포와 관련,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도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대변인은 “정부에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개항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면서 “가덕신공항이 난공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2030엑스포에 맞춰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지역 맞춤형 교육개혁’ 문제에는 대학 지원과 관련된 권한의 지방 이양을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 지원 권한 이양은 올해는 일부 시·도에서 시범 추진된다. 지방에 이양되는 권한은 학과 신설, 정원 조정 등이며 학사 운영, 재산 처분, 평가 등에 대한 규제 개혁도 추진된다.
정부는 부실 위험이 높거나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구조개선과 퇴로 마련을 위해서는 재산처분·사업양도·통폐합에 관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학 해산 시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등으로의 잔여재산 출연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폐교나 유휴 학교부지에 지역에 필요한 문화·체육·복지시설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서관·수영장·국공립어린이집·주차장 등 복합시설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이날 당정에서 국민의힘은 지방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자녀의 중·고등학교 재학률을 조사해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즉각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양 대변인은 “실제 혁신도시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 혁신도시를 지역발전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온난화 1.5℃ 억제 실패…우린 망한 걸까? 아직 아니다”
과학적으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멸종은 자연환경이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멸종의 빈자리를 새로운 종이 채우기도 전에 계속해서 멸종이 이어진다면 생태계는 불안해지고, 결국 모든 종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 대멸종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였던 ‘대멸종’의 예측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암울한 분석이 잇따르면서 인류의 생존이 절박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본다”라면서도 “그렇다고 망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이며 정책과 법의 문제인 만큼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관장은 “시민들은 준비가 돼 있고 과학기술도 준비가 돼 있다.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법을 만들고 투자를 하는지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2020년 2월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립과천과학관장으로 임명된 이정모 관장은 오는 2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21세기 ‘과학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과학 문해력은 과학적인 지식을 쌓자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내가 좀더 안전하게 안심하면서 돈과 세금을 절약하면서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다섯 차례 대멸종이 있었고, 지금이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라고 했다.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은 결국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지구가 갑자기 얼음덩어리가 되거나 운석이 부딪치거나 대륙이 합쳐지거나 화산이 터졌다. 그 결과 기온이 5~6도 올라가거나 떨어졌고, 산소 농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다섯 차례 대멸종이 발생했다. 1950년쯤부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 대멸종의 전조는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1950년대만 해도 우리는 기후가 크게 변한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이미 생물 다양성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공룡은 지구에 운석이 부딪치면서 멸종했다. 하지만 운석이 부딪치기 한참 전에 인도에서 데칸고원이 만들어지는 화산폭발로 공룡의 생물 다양성이 감소했다. 종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불안한 생태계, 아픈 생태계를 의미한다. 그 상태에서 운석이 부딪치자 기후가 확 바뀌었고 끝장이 난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왜 중요한가.
“생물 다양성은 먹이 그물이 얼마나 촘촘한가를 보여준다.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면 먹이 그물이 느슨해진다. 그물이 촘촘하면 한 군데 정도 찢어져도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미 느슨해서 숭숭 새어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그물이 찢어지면 물고기들이 확 빠져나가게 된다. 산업혁명 때부터 생물의 종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육상에서 척추동물의 종이 확 줄었다. 1만년 전에는 육상 척추동물의 99.9%가 야생동물이었고 0.1%만이 인간과 가축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니 야생동물이 3%대로 떨어졌고 인간과 가축이 97%가 됐다. 그중 32%가 인간이고 65%가 가축이다. 32%를 차지하는 인간은 1종밖에 안 된다. 가축은 수십 종에 불과하다. 그만큼 종의 다양성이 확 떨어졌다.”
-인간은 멸종할 수밖에 없나.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보면 그 당시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또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명도 반드시 멸종했다. 인간은 최고 포식자이면서 지구에서 생물량이 가장 많다.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피할 수 없다. 원래 사람 같은 생명체는 한 100만년은 존재해야 정상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지 30만년밖에 안 됐다. 과학자들은 이 여섯 번째 대멸종까지 짧으면 500년 길면 1만년쯤 걸릴 거라고 말한다. 25년 전쯤부터 멸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1만년은 터무니없이 길고 500년은 과학자들이 겁주려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500년도 충분히 길게 본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한다. 500년이든 1000년이든 2000년이든 사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큰 차이는 없다. 이왕이면 조금 더 버텨봐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만큼 훌륭한 생명체가 지구에 없었다.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많은 생명체가 이름을 갖게 됐고, 우주도 자기 나이가 137억 살인지 알게 됐고 꽃도 예뻐졌다. 다 사람이 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람은 좀더 살아남을 필요가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가 앞당겨진 이유는.
“마지막 한 방은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겠지만, 그 원인은 화산폭발이나 운석 충돌이 아닌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1도 오르는 데 100년밖에 안 걸렸다. 과거를 보면 1만년 동안 온도가 4도 오르면서 빙하기가 끝이 났고, 그후 인간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1만년에 4도 올라가는 속도를 시속 100㎞라고 한다면 100년 동안 1도 상승한 건 시속 2500㎞가 된다. 우리가 100㎞로 운전할 때는 주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2500㎞로 운전하면 경치 구경을 못 한다. 1만년에 4도 오를 때는 생태계도 적응을 할 수가 있다. 100년에 1도 오를 때는 생태계가 적응하지 못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온도가 이렇게 오르면 생태계가 적응하지 못하고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면서 대멸종의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기온 2도 상승이 분기점이다.”
-왜 2도가 분기점인가.
“2도까지는 천천히 상승하기 때문에 사람이 변하면 된다. 평균기온 상승이 2도에 도달하게 되면 사람이 변해도 사실 소용이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에서 산불이 나면 한 달씩도 난다. 산불이 나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국부적으로 2도씩 올라간다. 평균기온이 2도가 올라가면 국부적으로 5~6도씩 올라가는 지역도 많아진다. 사방에 산불이 나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도 더 많이 배출된다. 또 태양빛의 상당 부분은 만년설이나 빙하에 반사돼 나가버린다.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면 그 태양에너지가 그대로 땅과 바다에 흡수된다. 평균기온 2도가 상승하는 데까지는 천천히 가는데 2도가 되는 순간 거침없이 쭉 올라가게 된다. 롤러코스터를 생각하면 된다. 롤러코스터가 처음에는 꼭대기까지 차곡차곡 올라가다가 꼭대기에 이르러 확 떨어진다. 세울 수가 없다. 2도까지 올라가면 늦어버린다. 1.5도에서 멈춰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1.5도 이내로 막는 것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끝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관여하는 과학자들 모두가 실패했다고 이야기한다. 1.5도 상승까지 6~7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우리가 망했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평균기온 상승 2도가 되기 전에 또 다른 목표를 세우면 된다. 지금까지는 ‘기후위기’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 이제 설득은 다 돼 있다. 지금부터는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세우면 된다. 인간이 이렇게 무너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의 문제면 어려울 수 있는데 이미 기술의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에너지전환의 기술은 다 있다. 이제 의지의 문제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자할 것인가, 또 얼마나 빨리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에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에너지전환이 되겠냐고 했지만 이미 태양광과 풍력으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그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생산비도 원자력발전보다 더 싸졌다. 그래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때문에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 등이 타격을 받게 됐지만, 따지고 보면 되게 좋은 법이다. 그 결과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예상 감축량을 2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아직 에너지전환율이 낮다.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에너지전환율을 높일 때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다. 온갖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많이 주어지리라고 본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거다. 이 정도면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는 기후위기 문제에 지체된 것처럼 보인다.
“급하긴 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보폭을 확 늘렸다. 좋은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국회에 많이 있어야 한다. 에너지전환도 지속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 빠르게 전개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많이 해왔다. 지자체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 공무원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있고 추진력이 있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조직에 20%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공무원들을 신뢰한다. 문제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빨리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너무 더디다. 우리가 해야 하는 미션들이 있고, 그 미션들을 달성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시민들은 준비가 다 돼 있고, 과학과 기술도 준비가 다 돼 있다. 문제는 거기에 얼마나 투자할지에 대한 의지와 법이다.”
-과학기술이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모든 걸 과학과 기술로 해결할 수 없지만,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과학기술에 매몰돼서는 안 되지만 빼놓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태양광과 풍력이 이렇게 효율이 높아지고 값이 싸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동안 원자력발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운 가장 큰 논리는 가격이었다. 지금은 풍력과 태양광이 더 싸다. 4년 전만 해도 1년 안에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과거에는 백신 만드는 데 수십 년씩 걸렸다. 그런데 코로나19 때 1년 만에 백신 여러 개가 나왔다. 풍력·태양광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다른 기술도 어느 순간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변곡점이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경향
"한반도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복합 위기가 몰려온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이번 겨울은 우리나라가 대한제국 시절부터 기록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역대 5번째로 춥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가 더이상 '이상' 수준에 그치지 않는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여름엔 폭우, 올 겨울엔 강추위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비교적 탄력성이 좋아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를 가장 마지막에 느끼게 될 지역에 속한다. '기후 변화'가 '기후 재앙'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은 세계 각국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확인된다. 최근 미국에서 혹한과 눈보라가 동반된 '폭탄 사이클론'으로 8개주에서 최소 60명이 사망했다. 반면 새해 첫날 눈으로 유명한 알프스는 낮 최고 기온이 20도까지 치솟아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 지난 여름은 파키스탄은 홍수가 발생해 1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프레시안과 2023년 신년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올 것"이라며 "향후 20~30년 제일 중요한 문제가 식량위기"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인간의 '욕망'에 기반한 시스템의 전환과 관련된 문제인데 현재 한국 사회가 이를 직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당시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주징하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던 것처럼 현재를 부정하고 철 지난 경제 성장 신화에 집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크게 우려를 표명했다. 조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전환의 시대', '변화의 시대'라고 하는 시대 인식 자체가 없다"며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신화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던 과거의 성공에만 집착한 채 샴페인에 취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개인 텀블러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시민 한명 한명의 각성과 실천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문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착한 소비자 운동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어디에다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소 하나 짓는다고 하면 개인은 또다시 무력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욕망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기후위기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선출하고 이를 요구하는 시민들간의 연대"가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등 몰려오는 "복합적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제언이다.
탄력성 좋은 한반도, 기후변화는 마지막에 찾아올 것"
프레시안 : 겨울 추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일찍부터 추위가 찾아온 느낌이다. 이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나?
조천호 : 우선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한파가 기후변화 때문이냐?'가 아니라 '지구가 가열되고 있는데도 한파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지구가 가열되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지구 전체의 온도가 똑같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바다와 육지 간, 적도를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 온도 차이가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패턴이 드러나는 것이다.
한반도의 한파 역시 지구가 가열되면서 일어난 불균형으로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다. 북극의 제트기류는 공기를 가두어두는 효과가 있는데, 이 효과가 약화하면서 한반도까지 찬 공기가 내려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기 입장에서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뜬금없이 생각지도 않았던 충격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진자운동의 진폭이 커졌다. 충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변동성이 커지게 되고,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진폭이 커지면서 홍수‧가뭄‧폭염‧한파 등 예전의 경험치와는 다른 극단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인간이 지구의 온도를 단 1도(℃) 올렸다. 달리 보면, 1도밖에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198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변동의 폭이 커진 만큼 극단도 빠르게 증폭하고 있다.
프레시안 : 변동의 폭이 커진 만큼 이상기온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인데, 한반도 역시 지난 여름 유례없는 폭우를 경험했다.
조천호 : 여름은 30도가 넘게 올라가고 겨울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반도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자연적인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신호를 잡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적인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탄성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서부지역, 호주와 남유럽 등 기온이 항상 일정한 곳 또는 늘 여름인 열대지방처럼 자연적인 변동 폭이 작은 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폭우도 산불도 몇 달씩 이어지지 않나. 자연적인 변동 폭이 작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기후가 아니야' '세상에 이런 기후가 있을 수가 있나?' 정도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지구는 멸망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한반도는 탄성력이 좋은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게 되는 기후변화는 제일 마지막에, 즉 제일 늦게 느끼게 될 것이다.
▲ 국립기상과학원이 예측한 2100년 7월 지구의 모습. 지구 전체가 사실상 붉은 색의 높은 기온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극도 영상권이 돼 빙하는 모두 녹는다.(국립기상과학원 제공)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올 것"
프레시안 : 한반도는 탄력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변화의 신호 없이 정말 큰 재앙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해석해도 되나?
조천호 : 한반도라는 지역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날씨로 우리나라가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지금도 폭우로 어디가 무너졌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면 거의 회복하지 않나.
위험이 없는 세상은 없다. 위험은 늘 발생한다. 다만 회복 가능한, 즉 '허용 가능한 위험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통제 가능한 위험인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서 위험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안 된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어떤 형태로 올 것인가. 식량위기로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프레시안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위기‧식량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식량안보'라는 말도 나왔다.
조천호 : 식량위기 문제는 전 세계 인구 증가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식량 생산 감소라는 두 가지 상황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만, 전문가들은 30년 후 20억 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30년 내에 20억 명을 더 먹여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 셈인데, 현 시스템인 자본주의는 인간의 먹는 욕망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놨다. 늘어난 인구수에 먹는 욕망까지 충족시키려면, 지금 곡물 생산량의 60% 이상을 늘려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 지구의 온도는 1도 이상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곡물 생산은 10%가량 줄어들 것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어든다? 전쟁에 따른 일시적 위기가 아닌 상당 기간 지속될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식량공급망을 갖출 수 있을까?
지금부터 식량위기에 대한 준비를 진지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식량의 위기로부터 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향후 20~30년 제일 중요한 문제가 바로 식량위기다.
프레시안 : 언급한대로, 우리나라는 인구증가가 아닌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조천호 : 그렇다. 인구감소‧인구절벽은 단순히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바뀌는 문제다. 젊은 사람들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사회에 굉장한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30년 지구적 차원에서는 인구가 늘어나는 문제지만, 우리는 인구절벽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인 위기가 밀려올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그런데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가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위기를 위기로 인식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말 진지한 고민 끝에 이 30년을 잘 넘기면, 다음 세대들이 또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
"윤석열 정부,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 없다"
프레시안 : 3년 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후 정책도 미흡하다며 쓴소리를 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기후 정책은 오히려 더 퇴행한 것 같다.(☞ 관련 기사 :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조천호 :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30.2%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낮추고 23.9%였던 원전 비중을 32.4%로 높였다.
현재 유럽연합(EU)은 40%였던 기존 목표를 55%로 상향했다. 이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춘 것만 봐도 에너지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산업이 재구성 되고 있다는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기준으로 볼 때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가 핵과 석탄 발전을 이용한 에너지보다 가격이 더 내려갔다. 앞으로는 핵과 석탄 발전 에너지 가격이 절대적으로 싸지 않다. 오히려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비싼 에너지가 될 것이다. 지금 에너지 시장은 하나의 전환기에 와 있으며, 이를 통한 새로운 판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재구성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과거 '잘 살아보세'를 외쳤던, 욕망의 시스템이 아주 극단화된 정치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전환의 시대' '변화의 시대'라고 하는 시대 인식 자체가 없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신화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던 과거의 성공에만 집착한 채 샴페인에 취해 있다.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보면, '기후'는 한 번 등장한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를 14번이나 언급했다.
조찬호 :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기회가 될 때마자 원전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며 원전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국제무대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한 마디도 안 한다. 유엔에서도 기후 변화와 관련해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도울 것"이라는 평범한 내용만 언급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온실가스 40%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비과학적으로 너무 많이 줄였으니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해놓고, 해외에 나가서는 '국제적으로 약속된 목표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하고 있다. 기후 정책과 관련해 아무 생각 없다는 얘기다. 조금이라도 진지하면 말의 앞뒤가 이렇게 다를 수 없다.
▲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해 9월 23일 '우리도 위기가 보여'라는 슬로건으로 기후파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행진했다. ⓒ프레시안(이상현)
"기후위기 극복 방법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한 연대"
프레시안 :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요구를 해야 할까?
조천호 : 일회용품을 안 쓰고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거나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이런 귀중한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위기 문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착한 소비자 운동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어디에다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소 하나 짓는다고 하면 개인은 또다시 무력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지 않나.
결국 주체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는 국회의원들을 뽑아야 한다. 여기에 기후위기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시장-도지사-대통령 등 선출직 공무원 역시 책임을 갖고 뽑아야 한다. 시민들 간의 이런 연대성. 저는 이런 연대만이 오늘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지금 우리 현실은 기후위기를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욕망의 시스템이 극단화된 정치 조직이 집권하고 있지만, 이들이 새로운 세계에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욕망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프레시안 : 기후변화로 인한 슬픔, 일명 '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조천호 : 젊은 세대들은 기후변화가 아닌 기존의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히 우울하다. 연애‧결혼‧출산 등 포기하는 것이 갈수록 늘고 있지 않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계급‧노동 문제와 성차별‧성소수자 문제 같은 사회적 충돌을 해결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본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하나 통과 안 되는, 이런 기막힌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기후변화‧기후위기는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와 같은 근본을 고민하게 한다. 자연 앞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 자연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위기를 위기라고 제대로 인식한다면,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인권위의 결정문, 기후위기 우려하는 시민에게 '매뉴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의 의미와 과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22년 12월 30일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표명했다. 이번 의견표명은 현재 인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외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인권위가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기후위기와 인권의 관점에서 국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6개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의 결정문과 기타 참고자료를 토대로 시사점과 과제를 검토한다.
1. 기후위기는 생명권,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직·간접적으로 인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인권위에 따르면 기후위기 상황을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자유권(생명권), 사회권(노동권, 사회보장) 및 연대권(깨끗한 환경권)과 직결돼 있고, 기후위기로 침해되는 개별적 기본권은 생명권, 식량권, 위생에 대한 권리, 건강권, 주거권, 자기결정권, 교육권 등 사실상 모든 권리이다.
국제사회는 정부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수립할 때는 인권적 접근방법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기후위기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대응하고 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 총회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할 때 젠더 평등, 여성의 자력화, 세대 간 형평성뿐만 아니라 인권, 건강권, 토착민·지역공동체·이주민·아동·장애인·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권리 및 발전권에 관한 각국의 의무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고려해야 함을 인정한다"고 명시하며 기후변화가 인권 문제임을 강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12개 결의를 채택했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와 인권 의무의 관련성, 국가의 의무, 기업의 책무, 국제적 책임을 강조했으며, 2022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계층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유엔사무총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제74차 유엔 총회에서 발표된 ‘환경과 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특별보고서’에서도 "기후위기는 마실 수 있는 물, 음식,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의 환경권 및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특히 정부는 기후 피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양상과 사회적·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여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유형화하고, 기후변화가 취약계층 고용, 노동조건, 주거, 건강, 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분석하여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차별구조인 성별, 인종, 사회적 지위, 장애, 직업, 거주지역 및 세대 등에 따라 피해 대상과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이와 같은 차별적 피해가 교차적으로 악화하고 재생산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력의 정도는 집단별로 다르고 영령, 사회적·경제적 능력 등에 따라 대처 능력도 다르므로 정부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할 때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분석과 인권침해 사항에 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
탄소중립법 제47조 제1항은 정부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제2항은 실업의 발생 등 고용상태의 영향에 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른 법 시행령 제48조에는 고용상태 영향조사 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 중 취약계층 중점 보호를 위한 정책은 폭염에 따른 쪽방촌 주민과 야외노동자 보호를 위한 과제에만 집중돼 있어 이 정책이 취약계층 보호 정책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22년 12월 30일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표명했다. 이번 의견표명은 현재 인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외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인권위가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xhere
3. 2022년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발표된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설정하고, 2030년 이후의 감축목표도 설정하여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감축 의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법 제8조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의 3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조는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의 40%로 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상향된 감축목표도 2022년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강화된 감축목표(2030년까지 2019년 배출량의 43%)에 미치지 못한다. 2021년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7배 이상 더 감축해야 한다. 국제기후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은 한국을 국제사회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에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했다.
현재 탄소중립법에서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감축량에 대한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기후보호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31년 이후 감축목표가 규정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세대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부족할수록 미래세대의 감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다음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내에서도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4건 모두 탄소중립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시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4.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는 기업뿐만 아니라 농어민,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소비자 등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실가스 배출은 산업활동 및 국민의 일상생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므로 감축목표를 설정함에 있어서도 농어민, 소비자,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소비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공론화 및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탄소중립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에 따라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변경하는 경우에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 이외에는 별도로 참여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여전히 법적·제도적 참여 통로가 미비한 상황이다.
▲ 국내에서도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4건 모두 탄소중립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시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아기기후소송단
5.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업공시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 도입을 통해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너지 및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5.7%를 차지하고, 2020년 자산총액 기준 상위 11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 총배출량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의 도입이 필수적이며,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의무화 계획에 기후변화 관련 기업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런던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38건의 소송 중 16건이 화석연료 기업 대상이었고, 나머지 22건은 식품 및 농업, 운송, 플라스틱, 금융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으로는 석유기업 '로열더치셸' 건이 대표적이다. 2021년 5월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세계 2위 규모의 초국적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일 것을 명령했다.
6.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 측정 및 평가 결과,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 등을 통합적인 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조기경보 정보, 적응 및 완화 조치, 잠재적 영향 및 자금 조달 등에 대한 투명성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정보에 기반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기후 관련 정보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환경부 기후변화홍보포털,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한국기후위기정보포털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분산되어 제공되고 있으므로, 수요자 측면에서 정보 접근이 용이하도록 이를 통합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0월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기후위기 취약주민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단열개선·에너지바우처 등으로 생활공간을 개선하며 돌봄·방문 서비스를 활용해 안전과 건강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 탄소중립법 시행에 따라 2023년까지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보완 및 세부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위 대책과 별도로 오는 3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 감수성이 결여돼 보이는 정부가 인권위의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의견에 귀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인권위의 이번 결정문은 기후위기를 우려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매뉴얼'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관련 기후소송(헌법소원)이 첫 번째로 제기된 지 2년 9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헌법재판소가 매뉴얼을 근거로 제대로 된 판결을 하길 기대한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
아마존 태운 먼지·검댕, 2주 뒤면 티베트에 도착한다
최근 40년 기후자료 분석 결과 1만㎞ 밖까지 영향 확산 확인
티핑포인트 임박 티베트 고원이 다른 급변점 촉발 우려
아마존은 사바나로 영구 변화 우려…티베트 적설량 회복 안 돼
지속적인 벌채가 진행 중인 아마존 열대림은 티핑포인트(급변점)에 임박했다. 그 영향은 도미노처럼 다른 급변점을 촉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마존 열대림이 단지 기후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후를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은 이미 1970년대 밝혀졌다. 아마존은 그 위로 지나가는 공기덩어리의 수분을 5∼6회나 재활용해 강수량의 절반을 스스로 생산한다. 비구름의 절반은 바다가 아니라 숲에서 나온다.
숲이 사라지면 당연히 기후도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벌채가 계속된 아마존 숲이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급변점)에 근접해 주목받는 이유이다.
급변점이란 작은 점진적 변화가 쌓여 마침내 크고 갑작스러우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 열대림은 75%가 복원력을 상실해 급변점에 근접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잇따른다.
그런데 아마존 열대림 감소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다른 급변점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마존의 숲을 베면 1만5000㎞ 떨어진 티베트 고원과 1만㎞ 거리의 서남극 빙상의 얼음이 줄어든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다른 곳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티베트 고원의 적설량 감소가 급변점에 이르면 눈 녹은 물을 관개용수로 삼는 수십억 인구가 고통을 받을 것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류 텅 중국 베이징사범대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1979∼2019년 동안의 지구 기후 데이터에 복잡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적용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발레리 니비나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는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학계에서 급변점을 조기경보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 하나의 급변점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른 급변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마존의 기온 상승은 티베트 고원과 서부 남극 빙상의 기온 상승으로 이어지며, 아마존의 강수량 증가는 두 지역의 강수량 감소 곧 얼음의 감소와 연관된다”고 밝혔다. 서남극 빙상의 붕괴는 지구 차원의 대규모 해수면 상승 사태를 부르며, 티베트의 빙하 감소는 얼음 녹은 물로 관개하는 수십억 인구에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 연구에서 아마존 열대림 감소의 영향은 남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티베트에 이르는 경로로 영향을 끼치며 그 기간은 2주 남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직접 영향을 끼치는 물질은 아마존에서 날아온 먼지와 검댕으로 나타났다.
지구 기후체계의 급변점은 서로 영향을 끼친다. 점선은 격변점 사이의 잠재적인 연관성을, 직선은 이번에 드러난 직접 영향을 가리킨다. 격변점은 (1) 북극 해빙 (2) 그린란드 빙상 (3) 영구 동토 (4) 침엽수림대 (5) 대서양 순환 (6) 아마존 열대우림 (7) 산호초 (8) 서남극 빙상 (9) 동남극 윌키스 만 (10) 티베트 고원 등이다. 류 텅 외 (2023)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는 아마존 열대림의 벌채와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아마존이 사바나와 같은 건조지대로 영구히 바뀌는 급변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또 지구평균보다 온난화가 여러 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티베트 고원지대도 2008년 이후 적설량 감소 추세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조너선 동게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 연구원은 영국 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이번 연구는 아마존의 급변점이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다른 지역의 급변점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Climate Change, DOI: 10.1038/s41558-022-01558-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광주 도심에서 참새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새는?
‘광주 도시 새 센서스’ 진행
총 65종 3067마리 확인
지난해 12월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한 ‘광주 도시 새 센서스’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주 도심 야산에서 야생 새를 살펴보고 있다.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 도심에 참새 이외에도 붉은머리오목눈이, 물닭 등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과 함께 지난해 12월8일부터 26일까지 광주 도심 속 새를 관찰하는 ‘광주 도시 새 센서스’를 진행한 결과 총 65종 3067마리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가장 많이 발견된 종은 참새(300마리)였다. 붉은머리오목눈이(275마리), 물닭(203마리), 까치(179마리), 직박구리(178마리), 민물가마우지(151마리) 등이 뒤를 이었따. 큰기러기, 큰고니, 흰목물떼새, 뿔종다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도 관찰됐다.
이번 조사는 조류 모니터링 사전교육을 받은 14개 팀 50여명이 참가해 광주지역을 69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하고, 전남대 성하철 교수팀(생물학)이 총괄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두 차례씩 도심에 서식하는 새를 조사해 생태환경변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4대강 사업으로 취수원 맑아졌다?…부산시 발표에 환경단체 반발
낙동강 8개 보(洑)가 부산의 취수원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부산시가 9일 발표하자 환경단체들이 4대강사업을 옹호하기 위해 부산시가 정치적 논리로 조사자료를 왜곡했다며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낙동강 보 건설기간(2010~2012년) 전후 9년씩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물금·매리 취수원의 수질이 보 건설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8개 보의 수량 및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자정작용 효과와 함께 하상 준설·하천변 비점오염원 정비 등 4대강사업의 긍정적 효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사는 법정검사항목 39개 항목 가운데 20년간 검출되지 않은 중금속 21개 항목, 보 건설 이후 신설돼 비교 대상 자료가 없는 7개 항목을 제외한 11개 항목에서 비교·평가가 이뤄졌다. 부산시는 이중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부유물질 등 9개 항목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첨부자료를 보면 개선된 항목은 5개, 더 나빠진 항목은 3개였다. 나머지 3개는 수질 기준이 없는 항목이었다.
디클로로메탄은 수질기준을 초과했으나 보 건설 이후 불검출됐다. 수소이온농도(PH),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부유물질 등은 기준치 내에서 미미하게 개선됐다.
반면 용존산소량(DO)는 보 건설 후 나빠졌는데도 부산시는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물금취수원의 용존산소는 10.5㎎/ℓ에서 10.1㎎/ℓ로, 매리취수원은 10.5㎎/ℓ에서 10.2㎎/ℓ로 감소했다. 또 총대장균군(수질기준 5000이하/100㎖)은 591개체에서 4425개체로 늘었다. 분원성대장균군(수질기준 1000이하)도 17개체에서 90개체로 늘어 개선되지 않았다.
환경단체인 부산환경회의는 “댐과 보로 막힌 강의 수질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항목인 총유기탄소(TOC)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TOC는 4대강 보로 인해 가장 악화된 지표여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표는 4대강 찬성 정치인인 박형준 부산시장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왜곡한 것”이라며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염원하는 부산시민을 저버리고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하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4대강 보 옹호 정책을 중단할 것과 함께 낙동강 수질 개선과 녹조독성 해결을 위해 낙동강 8개 보의 상시개방을 정부에 요청하라고 부산시에 촉구했다
경향 권기정
토종벼 연구는 자원주권 찾는 길”
국립농업과학원 센터장·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에게 듣는다
“하나의 품종이 (유전형질이) 고정되려면 최소 6세대 정도가 지나야 합니다. 품종만의 고유한 특성이 나올 때까지 하계에만 재배하면 무조건 6년 이상 걸리는데 이렇게 겨울에도 재배하면 그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4일 전북혁신도시에서 만난 박현수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가 과학원의 ‘세대단축 재배실’ 안에 있는 벼를 가리키며 말했다.
온실 내부는 낮에는 35℃ 정도로 덥고 습하게 하고, 밤이 되면 20℃ 정도를 유지한다. 벼 재배에 좋은 아열대성 기후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보름 전 심은 벼가 벌써 물 위로 20~30㎝씩 올라왔다. 손으로 일일이 하나씩 심었는데 포기마다 유전적 특성이 달라서인지 같은 날 심었어도 키가 제각각이다. 줄기를 조금 잘라낸 흔적도 보인다. 실험실에서 DNA를 분석해 병 저항성이나 원하는 유전적 특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대단축 재배실은 좋은 품종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심은 벼들은 4월쯤 수확하고, 다음 세대를 6월 초쯤 이앙한다. 이렇게 일 년에 두세 번 재배한다. 밀의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네 번 재배하기도 한다.
최근 육종된 품종들은 ‘참’ 자를 많이 쓴다. 품질이 좋다는 뜻으로 2020년 참동진이 나왔고, 2021년 참누리, 2022년 참진이 출시됐다. 예전에는 온누리, 황금누리 등 ‘누리’를 돌림자로 많이 썼다. 삼광·일품·일미 등 한자 이름을 쓴 적도 많다. 박 연구사는 “성격이 급한 편인데 현장에 오면 녹색을 보다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토종자원단지에서 다양한 품종의 토종벼들이 재배되고 있다. 토종벼마다 키와 모양,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 우보농장 제공
쌀 육종에 최소 15년 걸려
박현수 연구사는 벼 육종 전문가다. 16년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와 동료들이 거둔 최근의 대표적 성과가 참동진이다. 신동진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품종으로 벼흰잎마름병과 이삭도열병에 강하다. 신동진은 2003년부터 농가에 보급·재배됐다. 일반쌀에 비해 쌀알이 1.3배 크고, 수분량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낮아서 찰지며 밥맛이 좋은 게 특징이다. 국내의 화영벼와 일본의 기누히카리, 미국의 칼루즈 세 품종을 활용해 개발했다. 지금은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벼 품종이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대면적으로 오랫동안 재배할 경우 아무리 우수한 품종이라도 병해충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신동진 벼도 2021년 이후 이삭도열병 등의 병 발생이 늘면서 농가의 피해가 커졌다. 이삭도열병에 걸리면 잎이 불타듯 변한다. 이삭에 걸리면 쌀이 제대로 영글지 못해 수량 피해가 크다. 다행히 때마침 참동진 벼가 나와 대체가 가능해졌다. 같은 과의 진민아 농업연구사는 “품종을 개발하면 계속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 등에 따라서 병해충 발생 양상이 바뀌고 그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이에 대응한 품종 개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벼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려면 최소 15년 이상은 걸린다. 먼저 밥맛이 좋은 벼를 개발할 것인지, 병해충에 강한 벼를 육성할 것인지 혹은 가공성이 좋은 벼를 만들 것인지 등 이루고자 하는 육성 목표를 정한다. 그에 따라 알맞은 벼를 선발해 교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원하는 특성이 고정될 때까지 보통 6~8년이 걸린다. 이후 생산력 검증시험을 한다. 고정된 대상을 토대로 수량 안정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1~2년이 소요된다. 이후 해당 지역에서 적응성이 어느 정도인지 3년 정도 검토한 후에야 품종 개발이 완료된다. 이 과정이 빨라도 10년은 걸린다. 이후 국립종자원에 품종 보호를 출원해 심사를 받는 데 또 2~3년이 걸린다. 그리고 농가에 보급하기 위한 증식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농민 손에 새 품종이 전달되려면 최소 15년은 걸리는 셈이다.
육종 방식은 돌연변이 육종과 토종자원을 선발하는 선발 육종이 있다. 결국엔 교배육종을 거친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육종 방법도 연구 중이다. 병해충 관리나 쌀알의 크기를 조절하는 연구 등 기초 연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아직 안정성 검사 등 관련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진 연구사는 쌀을 가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을 돌연변이 육종 방식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다. “밥쌀용 쌀도 개발하지만, 밥쌀이 남아도는 수급 불균형 문제가 있어 쌀가루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도 개발 중”이라면서 “최근에는 가루쌀 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로미2’를 보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바로미2는 물에 불리지 않아도 밀과 유사하게 갈아지는 특성이 있어 제분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고, 가공특성이 좋아 쌀가루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 벼종자, 육종 활용은 아직 더뎌
식량과학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선 자포니카 계열의 쌀이 많이 재배된다. 아열대 기후로 변화가 이뤄지면 동남아시아 쪽에서 재배되는 인디카 계열 재배가 유리해진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포니카와 같은 동글동글한 단원형보다는 길면서 얇은 장립종인 인디카형이 온도가 높은 지역이 됐을 때 ‘등숙’에 유리하다고 한다. 등숙은 광합성으로 쌀알이 채워지는 과정을 말한다. 쌀알은 먼저 길이부터 채워진 후 그다음 폭이 커지는 방식으로 여문다. 박 연구사는 “형태는 다소 길어 인디카를 닮아가면서 밥맛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포니카와 비슷한 형태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동남아시아에서 먹는 인디카 품종은 푸슬푸슬한데 새로 육종하는 품종은 우리가 흔히 먹는 자포니카 쌀처럼 찰기가 있는 형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현재 벼 품종 개량은 대부분 추청(아끼바레),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 일본이 개량한 자포니카 품종을 기반으로 한다. 토종 벼 종자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이 유실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래종보다 비료를 투입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품종을 보급했고,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재래품종은 연구용만 남고 농사 현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60년대 통일벼 시대를 거치면서 유전적 다양성은 더 줄었다. 통일벼가 물러난 후엔 자포니카 품종이 들어섰고, 경기도에서 재배되는 쌀의 70% 정도가 일본 품종이다. 현재 식량과학원에서 토종벼를 일부 육종에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육성하는 단계이고 품종 단계까지 간 건 없다. 대부분의 토종벼 품종은 아직 종자은행의 창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보농장을 비롯해 소수의 농부가 토종벼를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생산량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양의 0.1% 미만이다. 토종벼를 보기 어려워진 건 평당 수확량이 떨어져 농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박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식량 증산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되면서 수량 증대를 목적으로 개발된 품종이 재배되고, 식량자급을 목표로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다양한 토종벼가 잊히게 됐다”면서 “토종벼는 내비성이 있어 비료를 흡수해 쌀 생산량이 느는 것에 비해 쓰러져 입는 피해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순환농법을 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종자은행과 종자저장고 운영
재래종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대응에 필요한 유전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종자원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주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일제강점기 우리 토종자원을 못 챙긴 건 아쉽지만 지금 기탁받은 자원에 대해서라도 주권을 찾고 거기서 병 저항성 특성을 찾아내 새 품종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 보석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주권을 확보하려면 자원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자원이 어떤 유전적 특징과 가치를 갖는지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도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올해부터 토종벼의 증식에 들어가 자원수가 부족한 경우 갱신하고, 기초형질 연구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야생종이나 오래된 재래종은 알곡이 잘 맺히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확인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국은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등으로 멸종 위기종이 늘자 ‘종자은행’를 만들어 식용작물과 야생식물 종자를 보관 중이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종자은행과 달리 씨앗을 영구 보전하는 종자저장고도 운영하고 있다. ‘시드 볼트’로 불리는데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있는 ‘국제종자저장고’와 우리나라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 볼트’가 세계 유이의 국제종자저장고다. 수원과 전주에 있는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씨앗은행과 종자저장고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이곳에 보관된 식물 유전자원은 27만2351자원(3075종)으로, 이중 벼는 국내외종을 포함해 4만2402자원에 이른다. 실제적·잠재적 가치를 가진 유전물질을 하나의 자원으로 본다.
국내 벼 유전자원의 내력별 현황을 보면, 재래종(1449자원)과 잡초형을 합한 토종자원이 7496자원이다. 이중 일제강점기인 1913년 작성된 <조선도품종일람>에 수록된 이름과 정보가 완전히 일치하는 자원은 40개다. 이주희 센터장은 “1990년대 이후 10년 정도 토종 벼종자를 기탁받았다고 하는데, 그때 할머니들이 전해온 종자 중에 이름이 있는 것도 있지만 없는 게 더 많았다”면서 “기증받은 토종종자 중 <조선도품종일람>에 나온 것과 같은 이름은 40개밖엔 안 됐다”고 말했다. <조선도품종일람>은 조선총독부 산하 농업연구기관인 권업모범장이 1911~1912년 동안 한반도에서 재배한 벼 재래종의 한글 이름을 조사해 정리한 책이다. 국내에 2권만 남아 있었다. 지난해 8월 한국어로 번역됐다. 이 센터장은 “토종벼의 이름을 찾고, 그 정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자원주권을 찾는 길”이라면서 “‘토종벼를 비롯해 토종자원에 특화된 연구 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보농장을 비롯해 토종벼를 재배하는 농가와 함께 토종벼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주간경향 주영재 기자
가덕신공항 건설 최우선 과제는… 31.5% “이착륙 안전
정부 등, 기능 극대화 논의
시민들은 ‘안전 기본’ 인식
“남부권 중추공항 건설” 27%
인천공항 대체할 위상 요구
조기 개항 15.7 신공법 7.3%
시, 국토부 설득 과제로 남아
부산의 오랜 염원인 가덕신공항 건설 문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하며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최근들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와 맞물려 2030년 이전에 조기 개항이 가능하냐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초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완공 시기를 ‘2035년’으로 설정해 한때 2030월드엑스포 이전 개항이라는 부산의 목표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부산의 오랜 염원인 가덕신공항 건설 문제는 최근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와 맞물려 2030년 이전에 조기 개항이 가능하냐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 신항 일대 전경. 이재찬 기자 chan@
이에 부산시가 최근 신기술인 플로팅(부유식) 공법과 기존 매립식을 결합한다면 공사 기간을 대폭 앞당길 수 있다는 제안을 국토부에 정식으로 요청했고 최근에는 국토부 역시 조기 개항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일보〉가 실시한 ‘신년 지역 현안 조사’에서 부산 도약의 핵심 인프라인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그 결과, 신년 지역 현안 조사에 응답한 시민들은 ‘이착륙이 안전한 공항 건설’(31.5%)을 가덕신공항 건설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았다. 본격적으로 가덕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제기된 계기가 2002년 김해공항의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요구로 풀이된다.
2년 전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이 확정된 이후 정부와 시, 전문가 등은 공항의 경제적·사회적 기능 극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가장 기본이 안전’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시민 27.0%는 ‘인천국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의 중추공항 건설’을 꼽았다.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중추공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활주로 길이와 확장성까지 감안해 건설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된다. 실제 가덕신공항 건설 논의에서 가덕신공항 위상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시민 인식을 감안하면 그동안 가덕신공항 건설 확정에 초점이 맞춰진 논의의 틀을 가덕신공항 위상 문제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시민들은 ‘엑스포 시기에 맞춘 조기 개항’(15.7%)과 ‘신공법을 활용한 건설비용 절감’(7.3%)도 중요 고려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두 과제 모두 조기 개항과 직결된 사안이다. 앞서 시는 건설 시기 단축, 건설 비용 절감, 환경 훼손 저감 등 다방면의 효과를 이유로 플로팅+매립형 병행 공법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문제는 향후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시가 국토교통부 등 관계 정부부처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문항에 대한 성별, 지역별, 연령별 답변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별, 지역, 연령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이착륙이 안전한 공항 건설’이 가덕신공항의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다만 가덕신공항이 위치하는 강서·낙동강(북·사하·강서·사상)에서 안전한 공항(34.2%) 요구가 가장 높았고, 중·서부도심권(중·서·동·부산진·영도)에서는 엑스포 시기에 맞춘 조기 개항(19.3%)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덕신공항의 쟁점으로 부상한 ‘대구경북신공항’과의 위계 정리 문제에 는 3.2%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와 함께 해당 문항 응답자의 9.1%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다소 복잡해진 가덕신공항 관련 쟁점에 대해 시 차원에서 시민 이해를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이젠 식물도 '가족'…반려식물 공감대 90% 육박
동물에 이어 식물도 함께 살아가며 교감을 나누는 반려식물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중 9명이 반려식물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반려식물 관리 모습. 농진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인지도가 1년 전보다 약 5.6%포인트 증가한 87.9%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농촌진흥청이 소비자 집단 87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다.
조사 결과, 반려식물에 대해 '매우 잘 알거나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7.9%로 나타났다. 1년 전 82.3%와 비교해 인지도가 약 5.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이로 인해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그 비율만큼 감소해 12.1%로 줄었다.
반려식물 인지도 조사 결과. 농진청 제공
반려식물로는 응답자의 45%가 '실내·외 상관없이 기를 수 있는 모든 식물' 이라고, 28%가 '실내에서 기를 수 있는 모든 식물'이라고 각각 답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소비자들은 특정한 종보다는 어떤 식물이라도 기르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면 반려식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으로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이 55%로 가장 높았으며 '공기정화' 27%, '실내장식' 14%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로 가장 높았고, '행복감 증가' 73%, '우울감 감소' 68% 순이었다.
특히 대다수 소비자들은 '나의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40%)'이나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가진 식물(24%)을 반려식물 대상으로 꼽아 반려식물 관리를 교감의 방법으로 인식했다.
가구원 수별로 조사한 생명체로서 식물 존중에 대한 공감도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69%로 긍정적으로 나타난 가운데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공감도가 가장 높은 73%로 나타나 반려식물에 대한 의미 부여가 더 컸다.
농진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 식물도 정서적 안정을 주는 반려식물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생물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이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손경식
지구에 드문 희소식…"오존층, 2040년까지 1980년 수준 회복“
몬트리올 의정서 등 국제사회 노력의 결실 "인류가 바꾼다…기후변화 대응의 좋은 선례"
지구
날로 악화하는 지구 환경이 인류의 노력으로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 국립해양대기국(NOA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9일(현지시간)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오존층 감소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22'에서 파괴된 오존층의 복원 전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정책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오존층이 2040년까지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극 지역은 훼손이 심했던 만큼 회복 속도가 달라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해당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지구 대기에 있는 오존층은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이 지표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과학계는 1980년 후반부터 오존층에 구멍이 생긴다고 경고하며 그 원인으로 냉장고나 에어컨 냉매, 스프레이, 용제, 발포제 등에서 나오는 프레온 가스(CFCs·염화불화탄소)를 지목했다.
세계 각국은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체결해 CFC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도 이 국제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1992년부터 오존층보호법을 시행했다.
몬트리올 의정서가 1989년 발효된 이후 세계 각국의 CFC 사용은 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한 오존층 파괴 가스와 오존층의 복원 전망
인류의 노력에 따른 오존층 회복은 당면 과제인 기후변화 위기에 시사하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오존층 보호를 위한 대응은 기후변화 대응의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탈라스 총장은 "우리가 오존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데 성공한 것을 보면 화석연료를 그만 쓰고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도 상승을 반드시 시급하게 제한해야 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산업화 이전과 대비한 지구표면 온도의 상승 폭을 섭씨 1.5로 제한한다는 목표까지 세워 노력의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각국의 단기적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협약의 구속력도 느슨한 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급격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표면 온도는 벌써 섭씨 1.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이번 보고서 결과와 더불어 주목되는 점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기체들도 온실가스라는 사실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2021년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CFC가 규제되지 않았다면 현재 지구온도가 섭씨 1도 더 올랐을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는 섭씨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홍수나 가뭄, 폭염, 혹한, 산불 등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높아져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 보고서는 오존층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발간돼왔으며 2022년 보고서는 10번째다.jangje@yna.co.kr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보험사, 자연재해로 142조원 보상
지지난해 허리케인과 홍수 등 기후변화가 불러온 자연재해로 글로벌 보험업계가 1200억달러(약 142조원)에 이르는 손실액을 감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그간 보험업계가 지난 10년간 부담해 온 연평균 자연재해 손실액(311억달러)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회사인 독일의 뮤닉리(Munich Re) 는 지난해 자연재해로 보험업계가 떠안은 피해보상 손실액이 12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해 수출액(1221억1000만달러, 2021년7월~2022년6월)과 맞먹는 액수다. 지난달 3일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발표한 손실액 규모인 1150억달러를 상회하는 액수기도 하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기후 재난으로 발생한 손실액은 총 2700억달러까지 불어난다.
손실액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9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으로 발생한 피해에서 발생했다. 이 밖에도 뮤닉리는 호주와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40억달러의 보험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보험손실은 불과 16년 만에 비약적으로 급증했다. 뮤닉리에 따르면 2005년 이전에는 보험업계가 자연재해로 떠안는 피해보상 액수가 연간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경우는 없었다. 재보험회사 스위스리는 10년간 보험업계의 연평균 자연재해 손실액이 311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앞으로도 기후변화가 불러온 자연재해로 보험사들이 연간 1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상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자연재해 피해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보상 받는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국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뮤닉리는" 지난해 파키스탄을 덮친 대홍수로 17000여명이 사망하고 콜레라 등 다양한 수인성 질병이 발생해 15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재산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파키스탄이 가입해뒀던 보험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험사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재해 규모가 커지고 개발도상국들은 이마저도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국제사회는 공조를 통해 손실액을 메꾸는 새로운 보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에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로 손실을 입은 취약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기금 조성안과 관련해 "자선을 베풀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라며 "각국이 우리들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벌목 인한 숲의 상처, 벌목 멈춰도 10년 이상 이어진다
벌목을 중단하면 숲이 회복된다. 나무가 빠르게 다시 자라면서 숲이 탄소를 흡수 및 저장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리란 기대가 크다.
(사진=임페리얼런던칼리지)
그러나 벌목을 멈춰도 숲은 10년 이상은 흡수하는 탄소보다 배출하는 탄소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에 따르면, 벌목을 멈춰 삼림이 되살아나도 뒤집어진 토양과 죽어 썩어가는 나무에서 나오는 탄소가 새로 자라나는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탄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학술지 PNAS에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진은 인간 행동이 삼림 생태계와 생물다영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변화한 삼림 생태계의 안정성(SAF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삼림 지역의 탄소 농도를 수년에 걸쳐 측정했다.
이들은 2011년에서 2017년까지 보르네오섬 벌목지 곳곳의 상태를 이산화탄소 측정기로 관측하고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52m 높이의 탑도 세웠다. 관측 결과 벌목이 심하지 않은 정도로 이뤄진 지역은 1헥타르당 1.75톤, 벌목이 심했던 지역은 1헥타르당 5.23톤 안팎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림에 대한 벌목이 중단되어도 벌목 작업 때문에 피해를 입어 죽은 주변 나무나 파헤쳐진 토양에서 여전히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벌목으로 인해 사라지는 나무뿐 아니라 벌목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나아가 지구 전체에 결쳐 전반적인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효과를 보려면 벌목이 중단된 숲을 무조건 탄소 저장소로 간주하는 통념도 극복해야 한다. 논문 제1저자인 마리아 밀스는 "연구 결과 벌목지는 벌목이 중단돼도 10여년 후에도 배출하는 탄소가 더 많은 탄소 배출원이었다"라며 "지구 전체의 탄소 균형을 맞추는데 있어 이들의 역할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
인천 강화도 해안 침식 심각"…해변 방풍림 나무도 '풀썩’
인천 강화도 해안 침식이 빠르게 이뤄져 인근 방풍림 나무까지 쓰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쓰러진 인천 강화군 볼음도 영뜰해변의 방풍림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4일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영뜰해변을 조사한 결과 동·서쪽 100∼200여m 구간에서 심각한 해안 침식 현상이 관찰됐다고 11일 밝혔다. 서쪽 해변에서는 돌로 쌓은 제방 아래쪽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제방 일부가 무너지고 인근 방풍림 나무가 쓰러지기도 했다.
모래가 많이 유실되면서 동쪽 해변도 정자와 망원경이 설치된 곳 바로 앞까지 흙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녹색연합 측은 제방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흔적으로 미뤄봤을 때 이곳 해안선이 예전보다 5m 이상 후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모래 채취로 인한 영향 등 자연·인위적인 요인이 골고루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해안 침식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에서 퍼낸 모래량은 공식적으로 3억㎥가 넘는데 그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한 적이 없다"며 "막대한 모래 채취는 해안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해안 침식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오늘 산림청 측과 함께 영뜰해변을 찾아 현장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오존층 회복
2040년까지 지구 오존층 대부분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세계기상기구·유엔환경계획·미 항공우주국 등의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기상기구 유튜브 갈무리
지구를 곧잘 사람의 몸으로 비유한다. 더워진 지구의 기후재난(홍수·가뭄·폭염·혹한·태풍·산불)을 늙어가는 인체(혈관·오장육부·이목구비·뼈·치아) 질환으로 설명하면 쉽다. 둘 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빈발하고, 되돌리기 쉽잖은 퇴행성인 까닭이다. 그 반전이 지구 성층권에서 일어났다는 희소식이 10일 세계를 흥분시켰다.
세계기상기구(WMO)·유엔환경계획(UNEP)·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2040년까지 대부분의 지구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거라는 공동 보고서 ‘오존층 감소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22’를 내놓았다. 심각하게 훼손된 극지방 오존층도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복원될 걸로 봤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는 냉장고·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발포제 등에서 나오는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1989년 프레온가스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세계 각국에서 이 가스 발생량을 99%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10~55㎞ 상공에 있는 오존층은 햇빛 속 자외선을 차단해준다. 연간 200만명이 발생하는 피부암이나 백내장 환자가 줄 수 있고,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 성장은 촉진된다. 2021년 과학저널 네이처 보고서는 프레온가스 규제로 지구 기온이 1도 오르는 걸 막았다고 분석했다. 지구 생태계 복원과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 것이다. 오존층 복원에 따른 무형의 효과는 더욱 크다. 인류가 집단지성과 노력으로 지구를 되살려낸 첫 결실이 오존층일 수 있다.
다음 차례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탄)다. 2020년 4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노려보았던 뉴욕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용어는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후 1.2도 올라 1.5도로 묶자는 기후협약 목표까지 이제 0.3도 남았다. 올해부터 시범운용돼 2026년 적용되는 유럽의 탄소국경세는 기후가 관세장벽이고 돈임을 일깨운다. ‘탄소제로’ 발걸음이 더딘 한국도 머잖아 맞닥뜨릴 미래다. 줄이지 못한 온실가스는 미래세대 재앙으로 돌아온다. 오존층을 살린 지구인의 노력이 온실가스로 향해야 한다.
경향 이기수 논설위원
열 받은’ 바다…1년간 1초당 1.5ℓ 주전자 7억개 끓일 열 추가
미·중 등 세계 16개 연구기관 참여 분석결과
“지난해 지구 바다에 열 10제타줄(ZJ) 늘어나
탄소중립 도달 때까지 바다 가열 계속될 것”
지난해 수심 2000미터까지의 지구 바다에 증가한 열 용량이 10제타줄(ZJ)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0제타줄은 초당 1.5리터짜리 물주전자 7억개를 끓일 수 있는 에너지다. 리징 쳉(중국 과학원) 제공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지난해 전 세계 바다에 초당 1.5리터짜리 물 주전자 7억개를 끓일 수 있는 열이 추가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중국 과학원(CAS)과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세계 16개 연구기관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11일 과학저널 <대기과학 어드밴시스(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에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1950년대부터 해양의 열 용량을 지속적으로 관측해 온 중국 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IAP)와 미국 해양대기청 환경정보센터(NCEI)의 데이터 세트를 종합 분석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해양 열 용량의 기록적 증가가 이어져 지난해 수면에서부터 수심 2000미터까지의 지구 해양에 10제타줄(ZJ)의 열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줄(Joule)은 일과 열의 단위로, 제타줄은 줄 뒤에 0이 21개 붙은 것이다. 지난해 증가한 해양 열 용량 10제타줄은 쉽게 말해 1테라줄(TJ), 즉 1조줄의 100억배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 소개 자료에서 이 열 용량이 2021년 세계 전력 생산량 2만8466테라와트시(TWh)와 같고, 1년 동안 매 초 1.5리터짜리 물 주전자를 7억개 끓일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바다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아내는 곳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1년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과학적 근거 편)에서 지구 기후시스템 온난화 가운데 해양 온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91%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렇게 해양 열 용량이 증가하는데 따른 바닷물의 열 팽창이 1971~2018년 이뤄진 해수면 상승 원인의 50%를 점유한다고 밝혔다. 빙하와 빙상이 녹아 바다로 흘러든 것이 해수면 상승에 기여한 부분은 각각 22%와 20%에 불과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케빈 트렌버스 박사는 논문 소개 자료에서 “(해양 열 용량의 증가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더 잦은 가뭄으로 산불 위험이 증가하고, 다른 지역은 종종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량이 늘면서 폭우에 따른 대규모 홍수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또 해양 열 용량 증가가 이처럼 극한 기상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문 순환의 강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바다에서 산소 손실을 유발해 생태계에도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양 열 용량의 증가는 염도 증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바다에서 물이 잘 섞이지 않는 층을 형성해 해양과 대기 사이의 탄소와 산소 교환 방식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이른바 ‘하키 스틱’ 그래프로 유명한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도 이 연구에 참여해 “인간의 탄소 배출로 인한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며 “우리가 ‘순 배출 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할 때까지 바다 가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소가 자동차보다 ‘기후 악당’?…주먹구구식 셈법 ‘억울하다’
소는 억울하다
①성긴 통계·강한 주장에 갇힌 소
‘자동차, 비행기보다 온난화 효과 더 크다’?
소들이 정말 ‘기후변화 주범’ 맞나 따져봤다
소∙양 같은 반추동물에서는 장내미생물이 풀을 소화하며 메탄을 생성한다. 이렇게 발생한 메탄은 다시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식물에 흡수되는 탄소 순환 과정을 거친다. 클립아트코리아
소가 인간의 세계로 들어온 지 8천년이 넘었다. 그동안 농가의 일꾼으로,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지냈다. 고기는 최종적인 부산물이었을 뿐 농업 경제를 이끄는 노동이 소의 핵심 역할이었다.
이런 계약 관계가 깨진 것은 비인간동물이 대량 생산되는 식품으로 전락한 현대에 들어서다. 19세기말 세계 최대의 도축장인 미국 시카고의 유니언 스톡 야드가 문을 열면서 공장식 축산 시대가 개막했고, 소는 귀한 일꾼에서 단숨에 길러져 한순간에 팔리는 고기로 전락했다.
기후위기 시대, 소의 운명이 다시 바뀌고 있다. 소는 실험실에 진입하는 중이다. 15년 전부터 ‘기후변화의 주범’이자 ‘메탄 발생 기계’로 낙인 찍힌 소는 지금 ‘개량돼야 할 신체’로 취급받는다. 소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합당할까?
앞으로 다섯 차례 이상 이어질 이 기획은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다. 침착하고 균형감 있게 주위를 둘러보고, 모든 종에 ‘정의로운’ 기후변화 담론을 위한 작은 돌 하나를 쌓는 것이다. 8천년 동안 우리가 소를 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기계가 아닌 동료로 대하며 기후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없을까? 편집자주
소는 기후위기 시대에서 ‘기후 악당’ 취급을 받고 있다.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동차 한 대보다 많다’,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자동차, 비행기를 타는 배출량보다 많다’ 등등.
우리가 흔히 듣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산정하는 세계는 복잡하다. 어떤 분야는 연구가 진척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무엇을 배출 항목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축산업·임업 등이 속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통계의 회색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직 과학적으로 논란이 된 부분이 많고, 개발도상국은 배출량 산정이 힘들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한다. <한겨레>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그동안 나온 통계를 분석해봤다.
소 온실가스 배출량 : 숲 벌목부터 슈퍼마켓 트럭까지
소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소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나오는 메탄이다. 이 메탄 가운데 트림과 방귀의 비중은 각각 95%, 5% 정도다. 둘째,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소의 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가 있다.
이 둘을 가축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라고 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농업·수송·에너지 전환 등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데, 소의 트림과 분뇨는 각각 ‘장내발효’와 ‘축산분뇨’로 농업 부문에 포함된다. 좁은 의미에서 소가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은 일련의 복잡한 공급망에서 생산된다. 위의 배출량을 ‘부문별 직접 배출량’이라고 한다면, 한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죄다 합한 것을 ‘전주기 배출량’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개간하는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가축을 방목하거나 소가 먹는 사료용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숲을 베어낸다. 이렇게 만든 농경지에서 수확한 대두를 짜 식용유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대두박으로 가축 사료를 생산한다.
숲은 탄소 저장고다. 숲이 사라지면 온실가스는 추가된다.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토지 개간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배출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온실가스는 농업 부문 ‘토지 변화’(LUC) 항목에 속해 산정된다.
토지 변화는 소를 포함한 축산 부문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세계축산환경측정모델’(GLEAM 3.0)을 보면, 2015년 축산 부문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62억톤(tCO 2eq·이산화탄소환산량, 이하 같음) 가운데 토지 변화와 목장 확장(Pasture Expansion)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은 약 7억톤으로 11%를 차지한다.
가축이 먹는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다. 작물에 뿌리는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인 이산화질소가 나온다. 농기계를 운전하고, 작물을 가공하고, 사료를 농장으로 수송하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도축한 소를 식품으로 가공, 수송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든다. 여기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송, 산업 등 비농업 부문에서 산정된다.
소는 어쩌다 기후악당이 됐나?
2006년 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 보고서에서 육류를 생산하는 데 나오는 (축산 부문) 온실가스가 세계 일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에 이른다고 밝혔다. 언론은 ‘육식을 하는 데 필요한 온실가스가 자동차∙비행기 등을 타는 수송 부문 배출량(약 14%)보다 많다’며 이 보고서에 주목했지만, 엄밀히는 정확한 비교가 아니다. 보고서는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모두 합하는 전주기 분석을 한 반면, 언론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수송 부문 배출량은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순히 자동차, 비행기 등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기 분석은 우리가 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지만, 이를 다른 것과 비교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그래픽_<한겨레> 소셜미디어팀 .
미국의 환경변호사 니콜렛 한 니먼은 2021년 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가축의 긴 그림자> 보고서 이후 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서사가 공고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이 보고서가 공장식 축산으로 운영되는 닭·돼지 고기로 식량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보고서라며, 맥락을 살피지 않고 마구잡이로 인용돼 소고기의 기후변화 영향이 과장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소는 여전히 공장식 축산이 아닌 방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감금 사육의 경우에도 닭, 돼지에 견줘 밀집도가 덜하다.
7년 뒤인 2013년 식량농업기구는 <축산업의 기후변화 해결>(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 보고서에서 ‘축산업의 전주기 배출량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4.5%로 낮췄다. 사료 생산에 33억톤, 가축 사육에 35억톤, 농장 밖의 수송∙가공 활동 등에서 2억톤 등 총 71억톤이 배출된다고 봤다.
그래픽_<한겨레> 소셜미디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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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식량농업기구는 세계축산환경측정모델을 공개한다. 이는 소·돼지·닭·염소·양·아메리카들소 등 가축 6종을 2015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것이다. 이 모델에서 전주기 배출량을 보면, 가축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2%의 비중인 62억톤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트림과 방귀, 똥 등 가축이 직접 배출한 양은 36억톤으로 58%였다. 축종별로 보면, 소가 38억톤(62%)로 가장 많았고, 돼지가 8억톤, 닭이 6억톤이었다. 소의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 때문이다.
그래픽_<한겨레> 소셜미디어팀
학계에서도 배출량을 산정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개 식량농업기구 자료를 이용하는데, 이 또한 분석 모델의 종류와 온실가스 배출 행위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장 최근 분석은 2021년 아툴 제인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캠퍼스 교수 등이 <네이처 푸드>에 쓴 논문이다. 2007~2013년 200개국 171개 작물과 16개 동물성 식품을 분석했는데, 동물성 식품 생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한해 99억톤(전체 배출량의 20%)으로, 2015년 식량농업기구 추정치의 1.5배였다. 기존의 연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기존에 포함하지 않았던 밭갈기나 가축의 호흡 등을 넣었기 때문이다.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앞으로도 바뀔 것
정리해보자. 전주기 분석에서 육류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의 11~2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개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 따라서,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보다 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주장은 비교의 범주도 잘못됐을뿐더러 그 자체로 틀렸다.
목장에 방목되는 소는 토질을 향상해 탄소 격리에 기여한다. 이러한 효과까지 감안하면, 소의 기후변화 기여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립아트코리아
물론 소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풀을 뜯어 먹고 사는 반추동물은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온실가스 효과가 높지만, 수천∼수만 년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몇 년 혹은 십여 년 안에 사라진다. 이런 이유를 들어 소의 메탄 배출 우려가 과장됐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토양’이라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토양은 식물을 통해 얻은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 풀밭에 방목한 소는 땅을 밟고 배설물을 뿌려줌으로써, 토양의 질을 높이고 종국적으로는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한다. 학계 또한 이를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치 않아 공식 배출량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2018년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소 방목지 1만㎡당 연간 약 3.75톤의 탄소를 격리한다. 니콜렛 한 니먼은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격리량”이라고 주장한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방목 형태의 소 사육이라면, 적어도 소가 기후악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유럽연합 탄소 규제 정부·산·학·연 본격 대응
유럽연합(EU)의 탄소규제에 대해 우리 철강업계의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 작업반이 출범한다.
유럽의회 홈페이지 캡처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에서 철강업계와 학계·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대응 작업반' 출범식을 연다고 밝혔다.
작업반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이 가시화되는 등 세계적인 탄소규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철강산업의 대응역량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해당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소관세라고도 불리며 EU는 오는 10월부터 2025년까지 '보고 의무 기간'으로 정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한국철강협회 이재진 통상협력실장은 "EU CBAM을 시작으로 글로벌 탄소규제가 심화·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민관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배출량 산정 방법과 국내 배출권 구매의 인정 여부 등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 EU시장 진입이 제한된 철강제의 제3국 선회에 따른 경쟁 심화로 철강무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봤다.
서울과기대 이상준 교수는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품 내재 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시스템을 완비하고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저탄소 제품 중심의 탄소 경쟁력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주영준 산업정책실장은 "그동안 CBAM 도입 논의에 우리측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통상대응에 주력해왔으나 도입이 가시화된 시점에서는 산업 차원의 대응을 보다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철강업계의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로 효율 향상과 수소환원제철 기초 설계 등에 모두 2097억원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CBS노컷뉴스 조근호
부산 시내 22곳에 도시숲 조성
부산시가 올해 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해 시내 22곳에 총 2만9000㎡ 면적의 도시숲 조성에 나선다.
▲수영구 팽나무 보호수 쉼터 예정지. /사진=부산시
도시숲은 도심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경관을 향상하기 위해 조성, 관리하는 숲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접근성 때문에 이용 시민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12일 시에 따르면 올해 도시숲 조성 계획에는 점·선·면·구조물 등 도시공간 형태별 다양한 녹화방안을 도입해 녹색쉼터, 가로수조성, 화단녹지조성, 고가하부녹화, 옥상녹화 등 5개 유형으로 나눠 추진한다.
주요 도시숲 조성 예정지는 △수영구 팽나무 보호수 쉼터 등 녹색쉼터 유형 4곳 △북구 만덕1동 마을산책길 가로수 등 가로수 유형 3곳 △해운대구 좌동 사잇길 가로화단 등 화단녹지 유형 11곳 △중구 영주고가하부 도시숲 등 고가하부녹화 유형 2곳 △강서구 명지노인종합복지관 등 옥상녹화 유형 2곳이다.
특히 조정 예정지 중 수영구 팽나무 보호수 쉼터는 이미 지난해 보호수 주변 사유지 보상을 완료해 도시숲이 조성되면 인근 지역 공동체의 휴식을 위한 녹색공간을 제공하며 지역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가하부녹화와 옥상녹화 유형 등을 통해 도시 생활권 주변 공유지와 도심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소규모 정원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숲도 조성해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시민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나아가 시는 도심 도로와 같이 나무가 부족하고 녹지공간 확보가 어려운 곳은 도시 인공구조물과 주변 녹화방안을 지속적으로 도입해 도시숲 간 연결성도 높여나갈 예정이다.
이근희 시 환경물정책실장은 “이번 도시숲 조성으로 시민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녹색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심 내 열섬현상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잦은 가뭄·홍수에 댐 바닥 침전물까지…전세계 물 부족 경고
기후 변화로 전 세계에서 심각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늘고 있는 가운데 물을 관리하고 식수를 공급하는 댐의 저수 용량이 침전물 때문에 빠르게 줄어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유엔 연구기관이 경고했다. 전 세계에서 2050년까지 줄어들 저수 용량은 현재 인도·중국·인도네시아·프랑스·캐나다가 한해 사용하는 전체 물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유엔 연구기관이 침전물 증가에 따라 댐의 저수 용량 감소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싼샤댐이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이창/EPA 연합뉴스
유엔의 물 관련 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유엔대학 물·환경·보건 연구소’(UNU-INWEH)는 11일(현지시각) 전세계 150개 나라의 대규모 댐 약 5만개를 분석한 결과, 침전물 증가로 저수 용량이 애초 건설 당시보다 13~19%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고
연구소는 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의 추세대로 침전물이 계속 쌓인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댐들의 저수 용량은 23~28%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까지 줄어드는 저수 용량은 1조6500억㎥ 정도이며 이는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캐나다 등 5개국의 한해 물 사용량에 맞먹는 규모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세계 6만개의 거대 댐들 가운데 건설 연도와 설계 용량이 정확하게 확인된 4만7403곳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대상 댐 가운데 2만8045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는 것들이었으며, 1만358개는 미주 대륙에 있는 댐들이다.
보고서는 댐의 저수 용량이 가장 많이 줄어들 나라로 영국, 파나마, 아일랜드, 일본, 세이셜 등 5개 나라를 꼽았다. 5개 나라의 댐 저수 용량은 2050년까지 설계 용량보다 35~50%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저수 용량 감소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 나라들은 부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기니, 니제르 등 아시아·아프리카 나라들이었다. 5개국의 저수 용량 감소 규모는 15% 미만으로 분석됐다.
전세계의 주요 댐들은 대부분 193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건설됐으며, 설계 수명은 50~100년 정도다. 거대 댐들은 홍수 때 물을 저장함으로써 수해를 완화하는 한편 식수 등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구실도 하는데, 저수 용량이 줄면 물 관리·공급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두민다 페레라 박사는 “전세계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댐의 저수 용량이 줄고 있다”며 “이는 농업용수 공급, 수력 발전, 식수 공급 등을 포함한 경제의 여러 측면에 큰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 예정인 댐만으로는 침전물 증가에 따른 물 부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서서히 커지고 있는 세계적인 물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이 연구소 소장인 블라디미르 스마흐틴 박사는 “전세계적인 저수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며 침전물의 증가가 하천 상류 지역에서는 홍수 위험을 높이면서 야생 생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도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홍수와 가뭄을 더 자주 유발하는 온난화는 물 부족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침전물이 많이 늘어나는 홍수철에 대비한 우회 수로 설치를 주요 대응책으로 권고했다. 또 댐의 높이를 높여서 저수 용량을 늘리거나 댐을 철거해 하천의 자연적인 흐름을 회복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페레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각 지역 당국이 지역별 특성 등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신기섭
2030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11%, 산림이 책임진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12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2030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기여 등의 내용을 담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산림청이 '2030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1%를 산림이 충당할 수 있도록 오는 2030년까지 총 11조4000억 원을 투입, 국내·외 산림활동 강화에 나선다. 또 현재 24시간 전에 제공하는 산사태 예측정보를 다음달부터는 48시간 전까지 제공, 재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12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1%인 3200만t을 산림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2030년까지 11조4000억원을 투입, 국내외 산림 활동을 강화한다.
임업경영 산림에 체험, 숙박 등의 시설설치를 허용해 임업인 소득증진을 모색하는 '숲경영체험림'도 6월부터 도입한다. 산지 연금의 매수기준 단가 상한선과 공유지분 제한을 삭제하고 매입 면적도 371㏊에서 3700㏊로 확대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국민이 일상에서 숲을 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도 추진한다. 장거리 탐방로 수요를 위해 울진과 태안 안면도를 잇는 동서트레일(총 849㎞ 중 316㎞)을 조성한다. 난·아열대 산림식물 보전을 위한 ‘난대수목원’을 2031년 개원목표로 조성한다. 생활 속 원예(홈가드닝) 확산을 위해 버스를 개조한 이동형 반려식물 진료실(클리닉)도 운영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림재난 예측,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접목한 지능형(스마트) 산림복지 및 산림경영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임업의 첨단화를 도모한다.
지난해 10월 시행해 2만 임가에 5.9%소득증진 효과를 준 임업직불제 지급요건을 농업 등 수준으로 개선, 3만여 임가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산림의 공익기능 확보를 위해 재산권 제한을 받는 사유림 산림보호구역 산주(3만명·9만㏊)를 보상하는 '산림 공익가치 보전지불제'도입을 추진한다.
대형화하는 산림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주민 강제 대피, 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 설립 등을 담은 '산림재난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탄소배출권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림 공적개발원조(ODA) 국가를 확대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와 기업지원으로 임산물 수출액 5억 달러를 달성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본격적인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선진국형 산림관리로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을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라면서 "숲으로 잘사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산천어처럼 괴롭히다 죽이는 동물축제 “이대론 안돼”
고래, 산천어, 나비, 낙지 등 전국 각지에서 동물을 내세우는 지역 축제가 늘고 있다. 3년 만에 개막한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는 지난 주말만 26만여명이 찾는 등 성황을 누리고 있다. 과연 이 축제들에서 동물은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
지난 7일 3년 만에 개막한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는 얼음낚시, 맨손잡기, 밤낚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화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물살이가 무슨 죄…축제 절반은 ‘맨손잡기’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 연구팀은 2018~2022년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 보고서’(생명다양성재단)와 ‘지역 축제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환경부·한국연구재단)를 잇따라 발표했다. 시민 인식조사 논문은 지난해 12월 농업환경윤리저널에 실렸다.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 보고서. 그래픽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축제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축제 1214개 가운데 동물을 이용하고 있는 축제는 86개로 전체의 약 7%를 차지했다. 다양한 동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맨손잡기, 낚시, 채집, 싸움 등 직접적이고 단순한 1차적인 형태(84%)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축제가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이 극심했다는 점이다. 86개 축제에서는 총 12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는데 프로그램의 84%가 ‘동물이 죽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을 주는 방식이었다. 축제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동물은 어류(60%)로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가 ‘맨손잡기’(46.5%)를 시행하고 있었다. 또한 이렇게 포획된 송어, 빙어, 산천어, 낙지, 돼지 등은 먹는 행위(78.3%)로 이어졌다.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 보고서. 그래픽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 보고서. 그래픽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이런 동물축제에 대한 시민의 생각은 어떨까. 연구팀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동물축제 이용경험, 동물축제를 찾은 이유, 재방문 의사, 동물복지 인식 등을 설문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동물축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66%였다. 이들이 축제를 찾은 주된 이유는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축제에 참가한 시민 중 절반(47%)은 낚시, 맨손잡기, 먹이주기 등에 참여했는데, 이들 중 80.5%는 재참가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 지지”
그렇지만 대체로 시민들은 축제의 동물복지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77%는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 행사 주최와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이 비윤리적’(71%)이며 ‘동물을 무분별하게 다루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62%)이란 의견이 때문이었다. 잔인한 동물체험 방식에 대한 사회적 비판 때문에 참가가 꺼려졌다고 답한 시민도 59.6%에 달했다.
지난 주말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 낚시터에서 산천어 낚시를 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논문 주저자인 주설아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는 시민들이 동물축제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사 주최 측이 동물복지를 강화한다면 방문객의 윤리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동물축제의 윤리적 문제, 동물학대 논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계속 강화될 거라 내다봤다.
한편 환경부는 2020년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연구를 맡겨 ‘동물 이용 축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으나, 축제를 여는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독일 탄광마을 둘러싸고 경찰과 기후활동가 충돌 독일 경찰이 서부 작은 탄광 마을을 2년째 점거 중인 환경 운동가들에 대해 강제 퇴거 조처에 착수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갈탄을 채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환경 운동가들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갈탄 채취를 반대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 AP연합 >
독일 환경 운동가들이 버려진 탄광마을로 몰려간 이유는?
경찰, 기후 활동가 집결 뤼체라트 철거…툰베리 방문 예정
11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의 작은 탄광마을 뤼체라트에서 점거 시위하는 기후활동가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경찰이 서부 작은 탄광 마을을 2년째 점거 중인 환경 운동가들에 대해 강제 퇴거 조처에 착수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갈탄을 채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환경 운동가들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갈탄 채취를 반대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독일 경찰은 서부 뤼체라트에서 갈탄 채취에 반대하며 2년째 마을을 점거 중인 기후 활동가들에 대한 강제 퇴거조치를 시작했다고 이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뤼체라트는 서부 도시 쾰른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마을로, 독일 에너지 대기업 아르베(RWE)는 이 지역 탄광에서 갈탄을 채굴할 예정이다. 갈탄은 석탄 중에서도 저렴하고 독일 내 매장량이 많지만, 탄화도가 낮아 발열량이 적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등 각종 유독성 물질을 내뿜는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은 갈탄이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이라며 갈탄 채굴에 반대해왔다.
이날 일부 활동가들은 마을로 진입하려는 경찰에 돌과 폭죽을 던지며 반발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독일 경찰은 활동가들 200여명은 자발적으로 마을을 떠났고, 300여명이 남은 상태다. 이날 이미 마을 입구에서는 철거가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와 아르베는 현재 독일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갈탄 채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2030년에 사용을 끝내는 조건으로 지난해 아르베가 갈탄을 채굴하는 데에 합의했다.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기후 활동가들의 점거 시위를 비판했다.
경찰이 퇴거조치에 들어갔지만 환경 운동가들의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여러 환경단체들이 연대 차원에서 이 지역을 방문하고, 14일에는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 마을을 방문할 계획이다.
베를린/ 한겨레 노지원 특파원
말레이, 유럽연합의 산림훼손 제재에 “팜유 수출 중단” 경고
유럽연합, 산림훼손 농산물 수입 금지 움직임
말레이 부총리, “수출 그냥 중단할 수도”
인도네시아도 팜유에 대한 “부당한 차별” 반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농민들이 팜유 생산에 쓰이는 팜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델리세라당/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산림을 훼손하고 생산된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자, 주요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가 유럽연합에 대한 팜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딜라 유소프 말레이시아 부총리 겸 농장·상품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이 자국의 팜유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경우 수출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산림 훼손 농산물 수입 금지법 제정 결정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팜유 수입 지역이며,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전세계 팜유 수출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파딜라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연합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전문가들의 개입이 필요하다면 이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유럽연합)이 팜유 수출을 어렵게 만든다면 유럽에 대한 수출을 그냥 중단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파딜라 장관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가 주요 회원국인 ‘팜유 생산국 협의회’(CPOPC)가 단결해 유럽연합과 미국 등이 제기하는 팜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팜유에 대한 ‘차별’에 맞서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유럽의회는 지난달 6일 산림 훼손과 관련된 농산물과 가공품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규제 대상 품목은 콩, 소고기, 팜유, 코코아, 커피 등 주요 농산물, 목재와 고무 같은 원자재, 그리고 초콜릿, 가구 같은 2차 가공품들이다. 유럽연합은 조만간 정식 법률 제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유럽연합 내 수입·유통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이 2020년 12월말 이후 산림 지역의 나무를 베어내고 조성된 농지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유럽연합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농산물의 지속가능성 인증 표준을 마련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여전히 동남아시아의 팜유 업계가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칼리스 로카스 말레이시아 주재 유럽연합 대사는 파딜라 장관 발언에 대해 “(이 법은) 유럽연합 회원국을 포함해 전세계 전체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고, 상품 생산을 통한 산림 훼손을 막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파딜라 장관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팜유는 식물성 기름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으며, 식품이나 세제류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인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팜유 생산량의 68% 정도는 마가린·초콜릿 등 식품 생산에 쓰이고 27%는 비누·세제·화장품 등의 생산에 쓰인다. 나머지 5%는 교통수단 등에 쓰이는 연료로 가공된다. 유럽연합은 산림 훼손 농산물 수입 금지 조처와 별도로 팜유로 생산한 바이오 연료의 사용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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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초원도 규제 대상 넣어야”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나무를 베어 내고 조성된 콩 재배 농지. 벨테라/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산림에서 나무를 베어 내고 생산된 커피나 소고기 같은 농산물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산림 보호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단체들은 산림 훼손과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했지만, 일부에서는 나무가 상대적으로 적은 초원 지역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가 산림 훼손과 관련된 농산물과 가공품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 품목은 콩, 소고기, 팜유, 코코아, 커피 등 주요 농산물, 목재와 고무 같은 원자재, 가죽, 초콜릿, 가구 같은 2차 가공품들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번 조처는 산림 훼손과 관련된 전세계 첫 수입 금지 조처다.
유럽연합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법률 제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수입·유통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이 2020년 12월말 이후 산림의 나무를 베어 내고 조성된 농지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유럽연합에서 물건을 팔 수 있다.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는 유럽연합 내 총 매출액의 4%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법 시행 이후 18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중소기업들에는 추가로 6개월의 유예기간이 더 주어질 예정이다.
유럽의회 쪽 협상 대표 크리스토프 한센은 “이 혁신적인 규정이 전세계의 산림 보호 노력을 자극하고 (7일 시작되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다른 나라들에도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0%는 산림 훼손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막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환경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획기적인 조처”라고 평가했고, 그린피스의 존 하일랜드 대변인은 “이 법이 (나무를 잘라내는) 톱들을 멈추게 하고, 기업들이 벌목으로 이익을 얻는 걸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일부 환경 단체들은 나무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초원 지역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비영리 환경 단체인 세라도스 연구소는 최근 브라질에서 농지 개간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세라두 사바나 지역이라며 이 지역도 추가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소의 유리 살모나 소장은 “유럽은 지구 최고의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세라두 사바나) 지역을 훼손하며 얻은 물건은 괜찮다는 건가? 이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은 법 시행 1년 뒤 ‘기타 산림 지역’도 보호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처로 타격이 예상되는 브라질, 캐나다 등은 앞서 유럽연합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 규정이 시행되면 유럽연합에 대한 수출 비용이 증가해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기후 재앙에 '초대형 토목 건축'으로 맞서는 인류는 똑똑한가, 멍청한가?
폭염이 닥치고, 빙하가 녹고, 홍수가 터진다. 기후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국가가 흔들리는 ‘기후 재앙’의 시대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엔 재난위험감축국(UNDRR)은 2030년엔 대형 기후 재난이 하루 최소 1.5건씩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몰디브의 수도 말레 앞 바다에 떠오를 수상 도시의 예상 전경. 2027년 완공 예정이다. Waterstudio 홈페이지 캡처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가 스스로를 치유하기를 기다리기 전에 당장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힌트는 ‘노아의 방주’에 있다. 초대형 건축과 토목을 통해 극한 기후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바다로부터 구하소서”... 항구도시 코펜하겐 지켜줄 인공반도
207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인공반도 '리넷홀름'의 청사진. 건축사 Tredje Natur 홈페이지 캡처
최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인공반도(대륙에서 바다로 돌출해 3개 면이 강이나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 ‘리넷홀름’ 착공식이 열렸다. 축구장 약 370개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반도 위에 3만 5,000가구 수용이 가능하다. 약 26억 유로(약 3조5,000억 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완공까지 50년이 걸린다.
코펜하겐엔 운하가 길게 가로지르고 있어 물난리에 취약하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운하의 범람이 예상되자 2020년 정부가 방파제 역할을 할 인공반도 건설을 구상했다. 해일을 막기 위해 반도에 댐을 짓고, 가장자리엔 인공 해안선을 만들어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키기로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올레 슈뢰데르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높낮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구조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앞바다 인공군도를 설치하는 것도 방파제 역할 보강을 위해서다. 2018년엔 ‘CPH-Ø1’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섬이 완성됐다.
코펜하겐 앞바다에 방파제 역할을 할 인공군도가 완성됐을 때의 예상 모습. 건축회사 MAST 홈페이지 캡처
◇“기후 난민에서 기후 혁신가로”... 몰디브 해안엔 수상도시
몰디브를 이루는 섬의 약 80%는 100년 안에 상승한 해수면에 잠길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에서 지표면이 가장 낮은 나라’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몰디브를 구성하는 1,190개 섬 중 약 80%가 해발 1미터 아래에 있다.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2100년 해수면이 1m 이상 올라가면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몰디브 정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떠오르길 택했다. 혁신적인 수상 도시 건설을 통해서다. 수도 말레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몰디브 플로팅 시티(Maldives Floating City)’가 2027년 완공된다. 해저에서 서로 강철로 연결된 약 5,000개의 '부유 구조물'을 띄우는 프로젝트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주택, 상점, 학교도 들어선다.
도시는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내리쬐는 인도양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고, 하수는 식물의 거름으로 쓴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대신 심해에서 냉수를 끌어올려 열기를 식힌다.
2027년 완공될 몰디브 플로팅 시티의 예상 모습. 출처 Waterstudio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워터스튜디오’가 프로젝트를 맡았다. 20년간 수상 농장·공원 등 전 세계적으로 300개 이상의 수상 시설을 만든 경험이 있다. 설립자 코엔 올투이스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수상 도시는 이상기후로 가라앉는 나라와 섬들에 새로운 희망”이라며 “몰디브인들은 기후 난민에서 기후 혁신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빗물 모아 ‘물과의 공존’ 꿈꾸는 ‘홍수의 도시’ 방콕
물에 취약한 나라 태국도 토목과 건축으로 기후 위기와 싸우고 있다. 수도 방콕은 삼각주 저지대에 있는 데다 평균 해발이 1.5m에 불과해 우기(8월~11월)마다 수해가 발생한다. 2011년엔 하루에 40억 톤의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2017년 완공된 방콕 출라롱콘 대학 센테니얼 공원. 땅 밑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가 마련돼 있다. Landprocess 홈페이지 캡처
태국의 건축가인 코차콘 보라콤은 2011년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는 “홍수, 해수면 상승, 극심한 가뭄이 매년 악화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건축으로 고향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은 2017년 완공된 방콕 출라롱콘 대학 캠퍼스의 센테니얼 공원이다. 정원 경사를 타고 흐른 빗물은 인공 습지와 1,800톤 규모의 저류 연못에 모인다. 공원 바닥에는 600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여분의 물탱크가 있다. 최대 3,800톤의 물을 저장했다가 가뭄에 대응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옥상 농장인 시암그린스카이. 저장한 빗물로 작물을 재배하고, 건물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쓰는 '순환 구조'를 갖췄다. Landprocess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작품인 시암그린스카이 역시 물과의 공존을 위해 만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옥상 농장으로, 태국의 계단식 논을 닮았다. 노출되는 토양 면적을 넓혀 빗물을 저장한다. 이 구조물의 핵심은 ‘순환’이다. 모인 빗물은 채소, 허브, 과일, 쌀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고, 옥상 밑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식물 비료로 사용한다.
"기후변화에 또 다른 개발로 대응?"...회의론도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 변화를 초래한 인류가 그 기후 변화에 또 다른 개발로 대응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토목과 건축이 장기적으로는 환경을 더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설계를 해도 "자연의 원리를 인공적으로 바꾸는 인공 구조물"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흙 8,000만 톤을 바다에 매립해 만드는 덴마크의 리넷홀름은 발트해 염분 균형을 깨 해양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준공이 확정된 2021년 덴마크 기후 단체가 유럽의회에 덴마크 정부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알프스에서 스키 못 타나…"눈 70% 더 감소“
올겨울 따뜻한 날씨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알프스산맥 스키장들.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프스산맥은 정상조차 눈 덮인 면적이 크게 줄고 있다. 지리학자 마갈리 레게자-지트는 "7~17년 뒤에는 중턱 높이에서 스키를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지구과학총회(EGU)도 금세기 말이면 알프스산맥 눈이 30~70% 더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이 지역에선 지난해 말부터 고온 현상이 계속된다. 스키 리조트 곳곳이 문을 닫거나 운영을 축소했고, 겨울 스포츠 대회도 줄줄이 취소됐다. 프랑스 오트사부아에 있는 레제 스키 리조트가 대표적인 예다. 1월이 되면 눈이 수북이 쌓였으나 올해는 있던 눈마저 녹으면서 진창이 됐다. 인근 스키 대여점 사장은 "평년 기온이 영하 5도인데 15도까지 올랐다"라며 "이보다 추운 날은 여름에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스키는 알프스산맥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1960~1970년대에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됐다. 특히 프랑스에선 계절 임시직을 포함해 일자리가 50만 개에 달한다.
리조트들은 인공눈으로 슬로프를 채워 겨우 사업을 이어간다. 그러나 설질이 좋지 않아 스키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인공눈은 제설(製雪)에 많은 물이 사용돼 비판받기도 한다. 환경단체 마운틴 윌더니스 프랑스의 피오나 밀 회장은 "인공눈으로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환경학적으로 리조트 운영 모델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흰눈 아닌 초록…우리가 알던 알프스가 사라졌다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쾌청한 하늘 아래 따뜻한 볕이 쏟아졌다. 산맥을 이루는 근육질 바위 능선 아래 연두색 풀밭이 펼쳐진 풍경이 제법 멀리까지 보였다. 1월만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알프스 프랑스 남동부 도시 그르노블 인근 베르코르 자연공원에서 12일(현지시간) 올려다본 베르코르산의 스키장 모습. 사흘 전 내린 눈이 얕게 쌓여 있지만, 마을과 산의 초목들은 예년과 달리 푸르게 드러나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눈이 부족해 이 지역의 스키장은 문을 닫은 상태이다. 그르노블 | 박은하 파리 순회특파원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론알프스의 베르코르 지역 자연공원을 찾았다. 지역 자연공원은 한국의 도립공원에 해당한다. 베르코르 자연공원은 연간 3만5000만명이 방문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겨울철 스키 여행지로 꼽힌다.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때 노르딕 스키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 레지스탕스의 무대가 될 정도로 넓고 험준한 산 곳곳에 계곡과 동굴, 호수가 형성돼 있으며 있으며 스키장 4개를 갖추고 있다.
그르노블 도심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달려 오전 10시쯤 자연공원 입구 관광안내소에 도착했다. 안내소에는 등산객 두어명 뿐, 평소라면 북적거렸을 가족 단위 스키 여행객이나 스키 캠프에 참가하는 단체 학생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연공원의 스키장들은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가 일주일 만에 순차적으로 다시 닫아야 했다. 기온이 너무 따뜻해 스키장을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마지막 슬로프가 운영을 중단했다.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 크로스컨트리 대회도 취소됐다. 자연공원 관광안내소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지난 9일 눈이 내렸지만 안전하게 스키장을 운영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알프스 프랑스 남동부 도시 그르노블 인근 베르코르 자연공원에서 12일(현지시간) 올려다본 베르코르산의 스키장 모습. 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푸르른 초목이 드러나 있다. 그르노블 | 박은하 파리 순회특파원
예년 겨울 스키시즌 때의 빌라르 드랑스 리조트 스키장 모습. | 빌라르 드랑스 홈페이지
스키장은 해발 1400m 지점부터 있다. 정오 무렵 빌라르 드랑스 리조트 스키장 입구에 도착했다. 이 리조트는 숲 전체가 눈으로 덮여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걸어놓는다. 다른 도시에서 온 관광객이 겨울철 베르코르 자연공원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이다. 희끗희끗한 눈과 연두색 초목이 공존하는 지금의 풍경은 사진과 거리가 멀었다. 휴대전화 날씨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기온은 영상 4도였다.
스키장비 대여점에는 직원 외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날씨 이야기를 꺼내자 직원인 아샤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눈은 내릴 때도 있고 안 내릴 때도 있어요. 1989년에는 단 3일만 스키장 문을 연 적도 있습니다. 통상 알프스산맥 북사면에 눈이 많이 오면 남사면에는 적게 오고, 남사면에 많이 오면 그 반대입니다. 올해는 남사면에 눈이 많이 왔어요. 문제는 올 겨울 눈이 안 온다는 사실이 아니라 몇년째 극단적이고 이상한 기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샤르는 지난 여름 가뭄을 특히 충격적인 경험으로 꼽았다. 지난 여름 유럽은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프랑스의 원전은 냉각수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했고, 독일은 라인 강 수위 저하로 화물선 운송이 일부 중단됐다.
이 무렵 알프스 깊은 산속도 가마솥 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아샤르가 전했다.“그는 해발고도 1400m에서 여름 낮 기온이 영상 40도, 밤 기온이 영상 30도를 기록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원한 여름철 기후로 유명한 강원 태백 해발고도가 902.2m이다.
프랑스 그르노블 인근의 알프 뒤 그랑제르 스키 리조트의 숙박시설이 12일(현지시간) 텅 비어 있다. 스키장은 이상고온으로 적설량이 부족해 운영을 못하고 있다. 그르노블 | 박은하 파리 순회특파원
그르노블에서 더 멀리 떨어진 에크리스 국립공원의 스키장 알파 뒤 그랑제르 스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숙박시설은 텅 비어 있었고 주차장도 한산했다. 기념품 가게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만 연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주초에 눈이 내려 설경을 볼 수 있었지만 눈의 질감은 뽀송뽀송하지 않고 끈적했다. 기념품점 직원 마리 노엘 뱅상은“월요일에 눈이 와서 스키장을 개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화요일에 비가 오는 바람에 연기됐다”고 말했다.
뱅상은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이곳에서 오래 일했다. 그런 그에게도 최근의 변화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 리조트는 올 겨울 처음으로 바이크 하이킹 프로그램을 개장했다. 원래 여름철에만 운영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해발 2300m 지점에서 폭설이 아닌 폭우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최근 겪는 현상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고온의 바람이다. 뱅상은 “스키장을 운영하려면 땅이 얼어서 단단해야 하는데. 산 너머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녹여버린다”면서 “이 바람은 스키장 리프트를 뒤흔들 정도로 강풍이라서 밤에 들으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겨울 이상 고온은 알프스 지역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파리의 아파트 단지와 공원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역 공영방송 TF3에 따르면 프랑스 동부 프로슈 콩테의 식물원에서는 박하와 바질의 새 순이 돋고 데이지가 피었으며, 라일락과 개나리가 개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이나 개화한 식물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그만큼 또 다른 이상기후가 닥칠 때 쉽게 죽을 확률이 높다. 과수원의 경우 일찍 깨어난 벌레들에 의해 병충해를 더 빨리 입는다. 프랑스의 농업 기상학자 세르주 자카는 “지금의 겨울 고온은 1세기 동안 벌어진 일 가운데 최악의 일 중 하나”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스키장비 대여점 직원인 아샤르(왼쪽)과 기념품 가게 직원인 마리 노엘 뱅상. 그르노블 | 박은하 파리 순회특파원
특히 알프스의 고온은 ‘스키의 죽음’으로 표현된다. 스키의 죽음은 곧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생계수단과 전통문화, 레저를 한꺼번에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ENS)의 지리학자 마갈리 레게자지트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앞으로 7∼17년이면 알프스산맥 중턱 높이에서는 스키 타기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눈으로 덮이는 면적은 알프스 정상에서도 매우 큰 비율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WP는 금세기 말이면 알프스의 눈이 30∼7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일부 추산치도 전했다.
그르노블 지역 관광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경제적 피해는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크지 않다. 스키강사들은 눈이 많이 내리는 다른 지역에 가서 일하고, 휴점한 가게 직원들은 실업급여를 받는다. 브리스 베이라 베르코르 자연공원 관광안내소 공보담당자는 무엇보다 지역 관광업계는 4~5년 전부터 스키에 의존하지 않도록 프로그램 다양화에 매진해왔다고 말했다. 바이크하이킹, 동굴탐사, 트레킹, 야외요가 등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늘려 왔다. 새로 내놓는 프로그램은 최대한 자연과 밀착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탈탄소를 위해 카풀 서비스 제공도 고려하고 있다.
베이라는 “이 지역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산 중 하나가 레지스탕스 활동”이라며 “산 주민들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눈치채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레지스탕스 활동에 비유한 것이다.
스키장 운영을 위해 인공강설에 기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공눈으로 스키장 면적을 덮을 수 없을 뿐더러 가스 가격이 올리 비용도 크게 올라 비용 부담도 커졌다. 호수의 물을 끌어다 인공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지역 수자원 낭비 논란도 크다. 베이라는 “변화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샤르도 “어머니 지구가 변화하는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알프스에서 기후 레지스탕스 활동은 역설적으로 극복보다는 순응에 가까워 보였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포스코 행사장서 시위한 기후활동가들, 판사가 벌금 깎아준 까닭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 즉 1.5도 정도 이내로 지구 온도의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전 세계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활동가의 말이 아니다. 최근 법원에서 나온 판결문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등을 상대로 기후행동을 한 녹색당 활동가들이 이날 벌금을 감형받은 데 대해 “기후재판 승리”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제공
이 재판부는 또 판결문에서 인간의 산업활동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지구 온난화에 인간의 산업활동 등이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표면의 온도가 그 이전에 비해 급속도로 상승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로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호우, 가뭄, 열대성 저기압, 광범위한 산불 등 이상 기후 내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시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가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녹색당 활동가 총 4명 중 2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 150만원, 나머지 2명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활동가 4명은 지난 2021년 10월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포스코 주최로 열리고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수소환원제철포럼’ 행사장에서 기후행동을 벌였다. 당시 이은호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이상현 활동가는 갑자기 단상에 올라 1분간 산업계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뒤 직원에게 끌려 나왔다. 김영준, 문성웅 활동가는 현장에 동행해 이를 촬영하고 발언문을 배포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한 목표(‘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적어도 50%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게 인당 300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약식명령한 바 있지만, 활동가들은 이에 불복하는 의미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이번에 선고 공판에서 벌금이 3분의1~3분의2만큼 줄었다.
재판부는 활동가들의 주장의 타당성과 기후행동을 한 목적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 등에 나타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산출된 전 지구적 허용 온실가스 배출량에 국가별 인구 비율 등을 적용하면,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비하자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기후위기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매우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계와 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측면에서 목적의 정당성 역시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시에 대해 녹색당 활동가들을 대리한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사법부가 현재 상황이 기후위기 상황임을 인정하고 판시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판례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나아가 재판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미흡하다고도 판단한 것”이라며 “현재 목표가 충분하다고 봤으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현정 정의당 부대표도 “판사가 기후위기 심각성을 이야기하는데 ‘법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날이 드디어 왔구나’ 싶어 굉장히 감격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회의장 인근에서 집회·시위 신고를 한 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점 △이들이 사전에 회의 참석을 신청할 기회가 배제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당일 등록·참석이 불가능함을 통지받고도 몰래 회의장에 진입한 점 △회의를 중단시켜 업무를 방해할 만큼 법익균형성, 긴급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법치주의에서 결과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절차·과정의 적법성 역시 존중돼야 하는 점 등을 들어 벌금을 부과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한겨레 김윤주
"다보스포럼 참석자들 개인제트기, 자동차 35만대 분량 탄소 배출" 그린피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지난해 1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스키휴양지 다보스의 한 호텔 옥상에서 중무장한 스위스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린피스는 13일 보고서에서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지난해 개인제트기를 타고 포럼에 참석하면서 이들이 내뿜은 탄소 규모가 일반차량 35만대의 1주일치 탄소배출 규모와 맞먹는다고 비판했다. AP연합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이 개인제트기를 이용하는 참석자들로 인해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고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비판했다.
더힐은 13일(이하 현지시간) 그린피스가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포럼 참석자들이 개인제트기 1000여편을 타고 참석하는 바람에 다보스 지역의 주간 항공기 탄소배출 규모가 이전 평균의 4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는 네덜란드 컨설팅업체 CE델프트에 용역을 줘 오는 16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앞서 지난해 포럼에 따른 환경피해 규모를 추산했다.
유럽 그린피스의 교통캠페인 담당자 클라라 마리아 솅크는 성명에서 "유럽은 역대 1월 기온으로는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전세계 각 공동체는 기후위기로 심각하게 증폭된 기후사건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부자들과 권력층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보스에 몰려들면서 극도의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솅크는 "이들은 다보스에서 (역설적이게도) 외부인의 출입이 차단된 비공개 회의를 통해 기후와 불평들에 대해 논의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동원한 개인제트기 운항편수는 모두 1040편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가 750km 미만의 거리를 비행했고, 38%는 500km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에서 그린피스는 개인 제트기가 교통편 가운데 여행객 1인, 또 거리(km) 당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이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올해 다보스포럼에 또 다시 개인제트기를 타고 참석하려는 이들은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는 척하는 위선자(ecological hypocrisy)'라며 WEF가 지구온도 상승을 1.5℃ 미만으로 낮추기로 한 글로벌 목표를 준수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럼 기간 다보스 공항을 들락거린 개인 제트기들이 뿜어낸 탄소배출 규모는 일반적인 자동차 약 35만대가 1주일 동안 뿜어내는 탄소규모와 맞먹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계속되는 이상기후,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말, 전례 없는 추위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뉴욕에 있었다. 12월 23일부터 일주일가량의 날씨는 놀라웠다. 단지 추워서뿐만이 아니었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기온이 급강하한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12월 23일 점심 때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는 영상의 기온이었다. 그래서 민소매 운동복에 패딩만 걸치고 운동을 다녀와도 괜찮을 정도였다. 그러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급격히 반전했는데 단지 추운 것이 아니라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폭설 및 혹한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미국을 강타한 지난 달 27일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시에서 한 남성이 높게 쌓인 눈더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저녁에 외출을 했는데, 다행히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보았기 때문에 니트에 패딩, 부츠와 장갑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단지 몇 시간 만에 체감 기온이 영하 18도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에 내가 미국에 가져온 그 어떤 옷으로도 대응이 되질 않았다.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몰아쳤고, 잠깐 사진을 찍기 위해 장갑을 벗었는데 그 찰나만으로도 동상에 걸릴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심지어 비둘기는 얼어서 건물에서 떨어졌다. 미국 전역에서 뉴스가 들렸다. 평소에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 폭설이 내려서 도로가 마비되었으며 어떤 주는 체감기온이 무려 영하 59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이 한파로 목숨을 잃었는데, 어떤 이는 퇴근길에 폭설에 갇힌 뒤 강추위 때문에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재난 상황이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진 것은 지구 온난화로 기류가 요동치면서 북극의 제트 기류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제트 기류가 물러가자 이번에는 봄날씨가 펼쳐졌다는 사실이다. 뉴욕 기온이 영상 18도로 올라서 어떤 이들은 상체 탈의를 하고 러닝을 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전례 없이 따뜻한 겨울이라는 뉴스가 들리고 스키장에는 눈이 녹아버렸다. 이런 기후는 계속해서 추운 것보다 더 위험하다. 날씨가 일관되게 추우면 적응할 수라도 있다. 하지만 따뜻했던 기온이 단 몇 시간 안에 급강하하거나, 기록적으로 추웠다 따뜻했다를 반복하면 대응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나 동물 사육 측면에서도 혼란스럽기 때문에 식량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도 재난 수준의 기후변화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제트 기류 이동 영향권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롱패딩 열풍을 일으켰던 지난 2019년의 강추위나, 최근의 폭염과 홍수도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이미 '방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많이 들었지만 계속되는 이상기후를 겪고 나자 이제는 정말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전례 없는 한파와 폭염, 홍수가 뉴노멀이라면 이 조건에 대응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이나, 봄처럼 따뜻한 겨울, 영상 40~50도에 육박하는 폭염, 일상적인 홍수에 대한 대응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나 사회 이슈 같은 '긴박한' 이슈들 앞에서 환경 이슈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올라야 하고 지금이라도 최악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한국
포항 철길숲, ‘철의 도시에 길과 숲을 더하다’
포항시는 13일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건축공간연구원에서 개최된 ‘2022 아시아 도시 경관상’ 국내 시상식에 참석해 본상을 받았다.
아시아도시경관상(ATA ; Asian Townscape Awards)’은 UN 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 외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며, ‘아시아인들에게 행복한 생활환경을 구축해 가는 것’을 목적으로 다른 도시의 모범이 되는 성과를 이룬 도시와 지역, 사업에 수여하는 국제적 권위의 상이다.
올해는 총 11개 작품이 아시아도시경관상에 선정됐으며, 국내에는 ‘포항철길숲’과 서울시 ‘한옥보전·진흥정책’, 부산시 ‘영도 근대역사흔적지도’가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ATA 국제행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국내 수상작에 대해 시상식을 개최하고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포항시는 100여년간 철도로 사용된 부지를 도시숲으로 조성하고, 자연과 문화·사람이 어우러진 도시경관으로 변화시킨 과정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를 설명하며 주목받았다.
철길숲은 포항시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녹색도시 정책인 ‘GreenWay 프로젝트’의 대표사업으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에서 남구 연일읍 유강 정수장까지 총 9.3㎞의 긴 선형의 도시숲이다.
도보로 15분 거리 내에 포항 인구의 약 43%인 21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어 접근성과 활용도가 높고, 낙후됐던 인근 주거지가 카페와 음식점 등으로 변모하면서 자발적인 도시재생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차량 대신 걷는 것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친환경 탄소중립의 시민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여가와 산책을 즐기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포항의 녹색 랜드마크’로 우뚝 선 것을 홍보했다.
이날 ATA 수상식 참석자들은 포항철길숲에 스틸아트의 공공예술작품이 설치돼 있는 등 철길숲이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새로운 도시경관과 문화 활동까지 창조하는 것을 큰 성과로 보며 호평했다.
포항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외 우수 경관 사례 도시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향후 시민을 위한 행복한 생활환경 조성과 발전방안에 대해 지속 논의할 계획이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남일 부시장은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대표사업인 철길숲의 아시아도시경관상 수상을 통해 그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됐다”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포항에 미래 신산업 유치를 촉진하고,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게 하는 매력적인 정주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포항철길숲은 영국의 녹색깃발상 인증과 대한민국 산림청 주관 모범도시숲 선정 등 2017년부터 현재까지 총 10회에 걸쳐 국내외 권위 있는 녹색도시·경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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