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재건축 활성화 괜찮나
꿀벌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사망... 무서운 연결고리
지구 죽음의 날(doom's day)이라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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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늘어나는 극단 날씨
가야대로 서면~사상 5.4㎞구간 BRT 28일 개통
도쿄서 2025년부터 새집 지을 때 태양광 패널 의무 설치
유럽연합, 2027년부터 자동차·난방에도 탄소 배출 비용 부과
지구 자연 30% 보전에 매년 260조…생물다양성 총회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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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재건축 활성화 괜찮나
“전면철거 그린 리모델링 비해 반환경적”
재생에너지 난방 의무 도입 필요성 지적
이르면 내년 1월 중에 재건축을 희망하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안전진단을 받을 때 적용되는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진다.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2배 높인다. 설비 노후 비중도 25%에서 30%로 상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8일 이런 내용이 담긴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12월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준공 후 30년이 넘어선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을 위한 첫 관문에 해당한다. 그간 안전진단은 일종의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활용됐다. 구조 안전성 비중이 작아지면서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배수·전기·소방시설이 취약한 경우에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이번 규제 완화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를 비롯한 대단지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항목의 배점 비중이 바뀌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점수가 기존 30~55점에서 45~55점으로 축소되면서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범위가 기존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넓어졌다. 조건부 개건축 판정을 받을 경우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도 선택사항으로 바뀌면서 기간(평균 7개월)과 비용 소모(통상 1억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재건축이냐, 그린 리모델링이냐
개정 사항을 반영할 경우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완료한 46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유지보수 판정(55점 초과)을 받는 곳이 25곳에서 11곳으로 크게 줄어든다. 재건축 판정은 0곳에서 12곳으로, 조건부 재건축은 21개에서 23개로 늘어난다. 국토부는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진단기준을 합리화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의 재건축이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철거와 자재 투입, 건설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월 8일 발표한 논평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세계적 흐름과 정반대되는 전면철거 개발방식을 권장하는 반환경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해당 재건축 안전진단 방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충분히 고쳐쓸 수 있는 건축물은 철거보다 수선 개량하는 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건물 분야는 발전과 수송, 산업 부문과 함께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4대 분야의 하나다. 건물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1억8000만t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24.7%를 차지한다. 지난 3월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건축물의 동수는 731만동으로, 전년에 비해 3만동 가까이 증가했다.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은 전체 건물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신축 건물은 제로에너지화, 기축 건물은 그린 리모델링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다만 재건축과 그린 리모델링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새 건물을 짓는 게 나을지, 에너지효율을 높인 그린 리모델링이 좋을지 선택이 쉽지 않다. 다만 영국의 권위 있는 건축상인 ‘스털링상’을 받은 건축가 14명을 포함한 영국의 일부 건축가들은 2020년 철거보다 리모델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신축 건물에 쓸 철강과 시멘트, 벽돌을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에너지 효율적인 신축 건물을 짓더라도 건설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을 상쇄하려면 수십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토지·부동산·건축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영국 RICS는 당시 상업용 건물이 건설, 운영, 철거 등 수명주기 동안 배출하는 탄소의 35%가 건설 과정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 이 수치가 51%였다. 지난 5월 영국 하원 환경감사위원회는 정부에 철거·재건축이 기후위기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철거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정부가 철거 관련 규칙을 완화한 데 따른 우려를 표한 것이다.
건물 전 주기 탄소배출량 알아야 판단 가능
독일의 에너지정책 분야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선임연구원은 “독일에서 200년 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모습을 보니 크레인으로 외벽을 붙잡고, 안을 현대적으로 고쳐 옛 외관에 안은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한다”면서 “왜 부수지 않냐고 물어보면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더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결국 유럽에서 우리와 같은 전면철거 방식을 보기 어려운 건 고밀도로 개발할 만한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사정을 국내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작동방식도, 건설 자재를 생산할 때의 에너지 소비 정도나 건물의 구조, 주거환경 등 많은 게 다르기 때문이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수도권의 밀집도가 높고,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 비중이 높아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세대수를 늘리려는(투자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강하다. 그래서 재건축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국내 통계를 보면 노후건물이 새로 지어질 때 재건축 비중이 91.3%, 재개발이 7.7%를 차지하고 있어 재건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노후건물의 단열, 성능을 개량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은 0.4%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노원구의 에너지제로주택 ‘노원이지하우스’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 주영재 기자
그린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불확실한 효과와 비용을 생각하면 노후건물을 재건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임현지 부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철거하고, 더 높이 지을 경우 경제적 유인이 많으니 건물 분야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빠르게 하려면 재건축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건물운영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큰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3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건물운영단계의 에너지를 줄이고 미래 폭염과 혹한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에 준하는 수준의 재건축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통한 운영단계의 에너지소비량 감소가 건설 과정에서 사용하는 자재, 시공공법 그리고 건물 철거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 하기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건축물 운영단계 이전과 운영 이후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이 교수는 구조 안전진단처럼 주거환경을 평가할 객관적이고 투명한 지표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또한 30년 미만의 공동주택이라도 기후변화로 잦아질 폭염과 혹한에 견딜 수 있는 주거 환경인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건축을 할 경우 건축물의 수명과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다양한 인증제도 간의 정합성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효율 기준에선 세대 내 기밀이 중요한데, 장수명 주택 인증 기준에선 정기적 정비를 위한 점검구 설치를 중요하게 보는 상반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향후 건물 생애주기를 고려한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공동주택 구조를 벽식구조에서 라멘구조로 바꾸는 방식이 필요하다. 벽식구조는 건물 꼭대기부터 1층, 지하벽까지 벽이 똑같은 자리에 있어야 구조적으로 하중을 지중까지 전달할 수 있다. 벽식구조는 오랜시간이 흘러 리모델링을 해야 할 시기에 시대의 요구에 맞춰 중간에 벽을 허물고 세대의 면적을 조절할 수 없다. 반면 건물의 하중이 기둥을 따라 지중으로 전달되는 라멘구조는 먼 미래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세대 면적을 융통성 있게 넓힐 수 있고, 폐기물도 합판이나 방 사이의 단열재 정도만 나오기 때문에 콘크리트와 같은 구조적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또한 “콘크리트 바깥에 단열재를 붙여 사용하면 태양 복사열에 의한 콘크리트 구조체의 수축팽창현상을 막을 수 있어 구조체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고, 실내 온도를 콘크리트가 머금고 있을 수 있어서 에어컨이나 보일러 사용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결국 콘크리트를 쓰냐 안 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설계와 시공방식의 변경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실내 열적 쾌적감을 더해주는 콘크리트 구조체로 건물의 구조와 환경안전성까지 확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스 난방 아닌 히트펌프 확대해야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자체 충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건축물 단열기준이 강화되면서 30년 전 건축물에 비해 신축 건물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43%까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의 비중이 높은 게 문제다. 주거 부문 에너지의 약 70%가 난방 용도로 쓰이는데, 화석연료 비중이 84%를 차지한다.
유럽과 미국은 난방 탈탄소화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35년부터 모든 신축 주택의 가스 연결을 금지하고, 저탄소 난방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미국 뉴욕시도 2023년부터 7층 이하 신축 건물의 가스관 연결을 금지한다. 2013년부터 신축 건물의 석유·가스 보일러 설치를 금지한 덴마크는 2016년부터 이 정책을 기존 건물로 확대했다. 오스트리아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모든 주택에 가스공급 의무화를 규정하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예산 편성도 탄소중립에 역행한다. 유럽연합은 2027년부터 화석연료 보일러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면 금지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으로 연탄과 등유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당장은 필요한 정책이나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게 만들 로드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유럽의 경우 외부 공기에서 얻어지는 온도차를 활용하는 공기열 히트펌프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면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기체가 액체로 변할 때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해 냉방을 하고,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열을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해 난방한다. 임현지 부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난방 의무 비중을 도입하고, 최소 효율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공기열 히트펌프도 재생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린 리모델링 지원 예산도 공공건축물에 편중돼 있는데, 민간이 그린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지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간경향 주영재 기자
꿀벌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사망... 무서운 연결고리
[ESG 세상] 꿀벌의 죽음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
미국 바이오 회사 시드(Seed)와 요리 그룹 게토 가스트로(Ghetto Gastro)는 2019년에 꿀벌이 멸종한 상황을 가정해 아침 식사를 선보였다. 꿀벌의 수분이 필요 없는 뿌리채소 위주의 식단이 식탁에 올랐다. 유제품과 육류는 찾기 어려웠다. 먹이작물이 감소해 소를 키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생선은 꿀벌 감소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개체수가 줄어 캐비어만큼 비싸졌다. 꿀을 포함한 아몬드, 아보카도, 과일, 커피 등 대부분의 메뉴에는 주문이 불가하다는 의미로 줄이 그어졌다.[1] 꿀벌이 사라진 가상의 상황에서 인간의 식단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소해졌다.
▲ 꿀벌 ⓒ 픽사베이
사라진 꿀벌의 날갯짓 소리
올봄 전국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양봉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 2일까지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를 조사한 결과 4159개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협회에 등록된 전체 양봉 농가(2만 3582곳)의 17.6%가 피해를 봤다. 평균적으로 벌통 하나당 2만 마리의 꿀벌이 사는데, 이를 통해 추산하면 최소 77억 809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벌통 수로 보면 전남(10만 5894개), 전북(9만개), 경북(7만 4582개), 경남(4만 5965개) 등의 순으로 피해가 컸다. 전남에서는 협회에 등록된 전체 농가(1831곳)의 74.3%(1360곳)가 피해를 봤다. 1월 말부터 전남·경남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확인되던 꿀벌 실종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확인된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자료를 취합한 3월 2일 이후에도 피해 신고가 있었다"며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양봉 농가 피해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2] 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개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민관 합동 조사를 진행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은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특정한 원인을 지목하지 못했다.[3]
꿀벌 감소 징후는 전 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2006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꿀벌이 갑작스럽게 집단으로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 처음 보고됐다. CCD는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4] 다음 해인 2007년 캘리포니아에서도 벌통의 50~90%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CCD 사례가 보고됐다. 플로리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같은 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독일,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역시 CCD로 진통을 앓았다.[5]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나타난 가을과 겨울 꿀벌 개체수 감소치는 정상적인 감소로 여겨지는 10~20% 수준을 훨씬 웃돈다.[6]
▲ 미국의 봉군 감소 추이 ⓒ UNEP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1880년대, 1920년대, 1960년대에도 꿀벌이 사라진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밖에 1903년 유타주 캐시 밸리에서는 2000개의 봉군이 겨울과 봄이 지난 후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피해를 입었다.
1995~1996년 펜실베이니아의 양봉농가들은 특정한 이유 없이 봉군의 53%를 잃었다.[7]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봉군 수는 195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7년에는 1950년대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럽도 1965년 이후 봉군 수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 특히 1998년을 기점으로 유럽의 양봉농가들은 봉군의 비정상적인 약화와 폐사를 보고하고 있다.[8]
꿀벌과 함께 식물의 수분을 책임지는 야생벌 역시 위기에 처해있다. 북미와 유럽의 호박벌 66종을 조사한 2020년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1901년에서 1974년까지 호박벌은 북미 지역에서 46%, 유럽에서 17% 감소했다.[9]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유럽 야생벌의 9.2%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이중 5.2%p는 가까운 미래에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2015년 진단했다. IUCN은 더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는데, 유럽 야생벌 종 가운데 56.7%가 데이터 부족으로 멸종 위험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전했다.[10]
꿀벌은 왜 모습을 감췄나
1. 서식환경의 악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수십 년 안에 전 세계에서 2만 종의 꽃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는 화분매개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로 진드기의 일종인 꿀벌응애는 전 세계 양봉업계의 큰 위협 중 하나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체액을 먹으며 바이러스성 질병과 박테리아를 퍼뜨린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3년 안에 벌통이 폐사한다. 1904년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확인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토착종인 작은벌집딱정벌레의 유충은 벌집, 저장된 꿀, 꽃가루에 피해를 입힌다. 꿀벌을 노리는 외부 위협요소가 증가하는 가운데 먹이공급원은 줄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충분한 영양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식물의 감소와 더불어 대기오염이 꿀벌의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 공기중에 퍼진 오염물질은 꽃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생성하는 화학물질의 확산을 방해하고 냄새의 흔적을 지워 곤충의 먹이활동을 어렵게 한다. 1800년대에 꽃의 향기는 식물이 있는 위치에서 800m 이상 전달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200m 이하로 전달된다. 인위적으로 생성된 전기장과 자기장도 꿀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11]
▲ 꿀벌의 죽음 ⓒ 픽사베이
2. 기후 변화에 따른 꿀벌의 활동변화
국내외 연구자들은 꿀벌 폐사 및 실종의 주요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12] 기후 변화는 온도에 민감한 꿀벌의 행동양식을 크게 좌우한다. 꿀벌에겐 발육정지 온도, 늦가을 월동봉군 형성 온도, 월동봉군 내부 온도, 여왕벌의 산란 온도, 먹이활동 및 자유비행가능 온도 등의 기준과 범위가 정해져 있다.[13]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월별 기후 변수와 꿀벌의 겨울철 사망률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겨울 막바지인 2월달에 급작스럽게 낮은 기온이 발생하면 꿀벌의 폐사율이 상승했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꿀벌의 사망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 기후 현상이 극한의 한파, 온화한 겨울 날씨(1~2월 5℃ 이상) 순이라고 밝혔다. 3월의 서리일수도 겨울철 꿀벌 폐사율과 상관성이 높다. 연구는 여름이 길어지는 '오버섬머 over-summer' 현상이 발생하면 꿀벌들이 식량 비축만 하고 채집활동을 하지 않아 겨울철 꿀벌 실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는 꿀벌 사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꿀벌응애나 병해충에 의한 피해를 증가시킨다.[14]
3. 식물에 대한 살충제 사용
다양한 종류의 살충제가 농경지, 주거용 정원, 휴양지, 숲 등에 사용된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살충제는 식물의 뿌리, 줄기, 꽃에 흡수돼 해충뿐 아니라 익충까지 독성에 노출시킨다. 살충제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꿀벌은 면역 체계가 약해지고 채밀 능력에 이상을 겪을 수 있다. 이미다클로프리드(IMI),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등 널리 쓰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살충제가 높은 독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 물고기, 쥐, 토끼, 새, 지렁이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살충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방향감각 상실, 기억력과 뇌 장애 등을 유발하며 심하게는 개체를 폐사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는 특정 살균제와 결합하면 전신 살충제의 독성을 1000배 이상 증가시켜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15]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지목돼 유럽연합(EU)은 2018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3종(CLO, IMI, THM)에 대해 실외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2022년 2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57개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16]
▲ 대량으로 살포되는 농약 ⓒ 픽사베이
4. 양봉의 자체의 폐해
2010년까지 양봉 분야에 알려진 병원균은 바로아병, 노세마병, 부저병 등과 관련한 29개이다. 그 중 일부는 봉군 폐사에 관한 최근 연구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석고병(stone brood), 편모충류(flagellates) 등과 같은 벌과 관련된 일부 미생물과 병원균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새롭고 더 치명적인 병원균 변종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양봉농가들은 방제를 위해 항생제와 화학 물질을 벌집에 사용한다. 적용 빈도와 방법은 다양하다. 꿀벌응애가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양봉농가들은 벌집에 살충제를 사용했다. 쿠마포스와 플루발린에이트 등 다양한 종류의 살충제가 벌집에서 검출됐다. 이중 많은 살충제가 꿀벌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일부 연구는 꿀벌응애 방제와 꿀벌 폐사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살리려고 노력해도 죽고 내버려둬도 죽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동양봉도 꿀벌 폐사율을 높인다. 미국은 작물 수분을 위한 이동식 양봉이 발달해 있다. 트럭 한 대당 2000만 마리 이상의 벌이 실리며, 매년 200만 개 이상의 벌통이 미국 대륙을 이동한다. 장기간 이동으로 인한 활동 제한과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벌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또한 이동식 양봉은 벌집의 위생관리가 어렵고 외래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꿀벌 폐사율을 높일 수 있다. 보고에 따르면 이동 후 봉군 폐사율이 종종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7]
5. 꿀벌의 수명 단축
미국 메릴랜드대학 데니스 반엔겔스도르프 교수(곤충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농약이나 기생충, 질병 등 환경적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에서 자란 꿀벌의 수명이 절반으로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표준화 절차에 따라 꿀벌 봉군에서 24시간이 안 된 번데기를 수집해 부화 장치를 거쳐 실험실 우리 안에서 사육했다. 실험결과 197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34.3일에 달했으나 현재는 17.7일에 그쳤다. 50년 사이에 꿀벌의 수명이 절반으로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
실험실 환경이 자연 봉군 상태와 크게 다르지만, 실험실 사육과 관련된 기록은 실험실 꿀벌의 수명이 자연의 꿀벌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꿀벌의 수명이 50% 단축된 것이 봉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팀이 컴퓨터 모델로 분석한 결과 약 33%의 손실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지난 14년간 양봉업계가 매년 평균 30~40% 벌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18]
생태계와 세계경제가 흔들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여 종의 농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돕는다. 유럽에서만 농작물 264종의 84%가 화분매개동물에 의존하며, 4000여 품종의 야채가 벌의 수분작용을 필요로 한다. 동물매개의존 작물 1톤의 생산 가치는 그렇지 않은 작물보다 대략 5배 높다. 전 세계 식량 생산에서 벌을 포함한 화분매개동물의 기여는 1530억 유로(약 274조 원)로 추정되며, 전 세계 식량 생산 총 가치의 약 9.5%에 해당한다. 벌은 이중 228억~570억 유로(약 32조~80조 원)의 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돼 화분매개동물 중 가장 경제적 가치가 높다.[19]
우리나라의 100대 농작물 중 38~42종이 화분매개의존 작물로 파악된다. 그 중 상당수가 높은 의존도를 보이며 오미자, 다래 등 일부 작물은 수분 과정이 필수적이다. 범위를 주요작물 75종으로 좁히면 39종이 화분매개의존 작물에 해당돼 그 비중이 더 커진다. 화분매개의존 작물 39종은 전체 농경지 129만ha 중 28만ha(20.2%)와 농작물 총생산액 24조7000억 원 중 9조9700억 원(40.2%)을 차지한다. 이중 화분매개곤충의 경제적 기여는 5조 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5조원 중 약 4분의3이 꿀벌에 의한 기여로, 나머지 4분의 1은 야생벌에 의한 기여로 평가된다.[20] 2010년을 기준으로 과거 50년에 수분과 무관한 작물은 세계시장에서 2배로 성장한 반면 수분이 필요한 작물은 4배로 성장했다. 농업의 화분매개곤충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꿀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21]
식물의 수분은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필수적이다. 수분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붙는 일로, 식물이 열매와 씨앗을 형성하도록 한다. 수분이 잘된 식물은 발아 능력이 향상돼 더 크고 좋은 형태의 열매를 맺으며 많은 씨앗을 퍼뜨린다. 특히 수분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꽃에서 열매로 발달하는 시간이 줄어 열매가 해충, 질병, 악천후, 농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아몬드나 블루베리와 같은 일부 작물은 수분과정이 필수적이다.
특정 과일, 씨앗, 견과류 작물은 화분매개곤충이 없으면 수확량이 9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분매개곤충의 해부학적 구조와 꽃의 구조는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한 진화방식은 한 종의 위기가 필연적으로 다른 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분을 책임지는 화분매개곤충의 활동성은 생태계 보전과 세계 경제 유지에 핵심적이다. 꿀벌은 여러 화분매개곤충 중에서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22]
사무엘 마이어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제학술지 <란셋>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23]
꿀벌은 화분매개기능 외에 벌꿀, 프로폴리스 등 양봉 산물을 생산한다. 2017년 전 세계 벌꿀 생산량은 240만 톤으로 그중 중국이 전체 생산량의 22.6%인 54만3000톤을 생산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다음으론 터키 11만4000톤(4.7%), 아르헨티나 7만6000톤(3.2%), 이란 7만톤(2.9%), 미국 6만7000톤(2.8%)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만5000톤을 생산해 세계 생산량 중 0.6%를 차지했다.[24][25]
세계적 생물학자 스티븐 굴드는 진화를 '다양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과정'으로 정의했다.[26] 지구는 10년마다 생물 다양성의 1~10%를 잃고 있다. 많은 과일, 견과류, 채소, 콩류, 씨앗 작물이 수분에 의존한다. 벌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물 수분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종이다.[27] "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4년안에 멸종할 것"이란 말은 흔히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누구의 경고이든 그 말의 무게가 아인슈타인만큼 다가오는 건, 벌의 분주한 움직임이 사라지는 건 한 종의 위기가 아닌 생물 전체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봄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이다.
오마이뉴스 안치용(carminedraco)이은서(euntto0123)현경주(ju11009)이윤진(jinnylove)
지구 죽음의 날(doom's day)이라는 용어.
남극의 빙하는 중앙의 고지대를 경계로 서남극과 동남극 빙상으로 구분합니다.
남극의 얼음 두께는 동남극은 평균 2.6 km. 서남극도 1.8 km입니다. 가장 높은 곳은 동남극에서 5 km나 됩니다. 이 얼음 무게 때문에 남극대륙은 1 km 정도나 바다 밑으로 침강해 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 지반이 다시 융기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 서남극빙상이 더 빨리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빠르면 수년 이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함). 물론 동남극 빙상도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서남극 빙상은 낮은 지대를 따라서 미끄러져 내리고 있는데, 바다로 빙상이 흘러 내릴 입구가 스웨이츠 빙하입니다.
이곳이 녹아내리면 포도주 마개가 열리는 꼴이 됩니다. 서남극 빙상이 모두 쏟아져내린다면 해수위 상승이 5.6 m 쯤 된다는 말이고, 그날이 지구 죽음의 날이라는 말입니다.
IPCC에서는 금세기말까지 해수위 상승을 1 m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남극 빙상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파탄은 우리가 잠들어 있는 날 불쑥 찾아올 겁니다/.김해동
-기후위기는 차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입니다.
-적어도 몇세대 뒤에 일어날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코앞까지 닥쳤네요.
핵·기후변화·플라스틱…‘인류가 자연 지배’ 새 지질시대
지구 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자연을 지배하고 바꿔 놓는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30여명의 각국 지질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워킹그룹(AWG)가 조만간 인류세의 시작점을 포함한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AWG는 “46억년의 지구 역사동안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처럼 지구의 자연에 종속되거나 지배돼 왔다”면서 “그러나 20세기 폭발적 산업화 시기를 거쳐 21세기에 돌입하면서 정반대로 인간이 자연을 장악하고 지질 기후 자연환경 등을 바꿔놓는 시대, 즉 인류세에 돌입했다는 데 저명학 지질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AWG가 조만간 인류세의 공식화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투표에 붙여진 세부내용은 인류세 특성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지질 표본을 폴란드의 이탄지, 남극반도의 빙하, 일본 해안의 만(灣) 등 후보지 9곳 가운데 어디로 할지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AWG는 이달 인류세의 단위를 홀로세와 같은 ‘세(epoch)’로 규정할지, 세에 속한 ‘절(age)’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도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AWG의 투표 결과와 향후 진행될 투표 내용 등은 권고안이 최종 완성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NYT는 AWG가 모든 내부 투표가 마무리되는 내년 봄쯤 지질학 위원회 3곳에 권고안을 제출해 인류세를 공식화할지 판단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각 위원회 60% 이상의 승인을 얻으면 인류세는 지질시대 중 하나로 인정되지만, 반대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등재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19년 AWG가 전체 34명 회원 가운데 29명의 찬성으로 인류세 시작점을 20세기 중반으로 잡는 데는 합의한 바 있어 이번 투표에서도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20세기 중반은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오염,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가 급격해지기 시작하고, 핵무기 실험에 따른 폭발과 각종 핵관련 사고, 비료나 발전소에서 발생한 물질들이 지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시기다.
콜린 N. 워터스 AWG 위원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20년대였다면 ‘자연은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거대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난 세기 그런 관점은 완전히 뒤집혔다”며 “소행성 충돌과 맞먹는 충격적인 일이 그때부터 일어났다”고 밝혔다.
지구의 46억년 역사는 가장 큰 시간 범위인 ‘누대(eon)’를 시작으로 ‘대(era)’-‘기(period)’-‘세(epoch)’-‘절(age)’ 단위로 구분된다. 현재는 ‘현생누대 신생대 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이다.
다만 신문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지질시대 전환을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20세기 중반으로 보는 관점을 다소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핵무기 사용을 기점으로 삼는 게 편리하긴 하지만, 그 이후 일어난 거대한 변화들, 즉 기후 변화나 인류에 의한 다른 형태의 자연 변화 영향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NYT는 “인류세가 이미 많은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보다 느슨한 잣대를 활용해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지구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늘어나는 극단 날씨
해마다 경신되는 극한의 날씨에 우리 사회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전례 없는 날씨가 경제와 건강을 할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권원태 박사는 “사회기반시설도 과거에 경험했던 기후에 맞춰져 있어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에서 영하 18도는 놀랍지 않지만 텍사스에서 영하 18도는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존재보다 중요한 경제’도 위협받아
“‘기후 변화가 이그지스턴스(존재·existence)를 위협한다’고 할 때는 사람들이 다 졸다가, ‘기후 변화가 이코노미(경제·economy)를 위협한다’고 얘기하면 다 깬다.”(권원태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극한의 날씨 변화는 경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준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세계 GDP의 50%가 기후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람이나 시설에 직접 피해를 줄뿐 아니라 유관 산업에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뜻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먹거리다. 반복되는 더위로 인한 고온스트레스는 1차 산업 전반의 생산량을 감소시킨다. 지난해 정부가 발간한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2000년 250만톤이던 원유(젖소에게서 짜낸 우유의 원료) 산유량은 2019년 200만톤으로 급감했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에는 가축 900만 마리가 더위로 폐사하기도 했다. 특히 쌀은 등숙(수확될 수 있을 만큼 익는 것)되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 중 하나다. 국립식량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지역이나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년 기온에서 벗어나면 그 온도에 따라 등숙이 바뀐다”며 “높은 온도에서 등숙되면 식미가 감소하고, 낮은 온도에서는 등숙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오락가락하는 기온이 주식인 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노인은 더위로 앓고, 아이는 꽃가루에 시달리고
극단적 날씨 변화는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역대급 더위’에 온열질환이 속출했다.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31일을 기록한 2018년에는 질병관리청에 4526건의 온열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10만명당 발생자 수는 80대에서 7.6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 김규랑 기상연구관은 “폭염이 최근 들어 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폭염에 의한 보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 따르면, 미래 폭염으로 서울 전연령 하절기 사망률은 2011년도 100.6명에서 2040년에는 230.4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인구 구성이나 냉방시설 보급률, 경제력에 따라서도 온열질환 발생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온열질환 신고현황에 따르면, 10만 명당 온열질환자는 제주(9.6명), 전남(6.0명), 전북(5.2명) 순이다. 고령층 비율이 높은 비도심지에서 온열질환 발생 확률이 높았다. 그는 “특히 저소득 독거노인 등 냉방시설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온열질환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환자들의 고통도 길어졌다. 오재원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 예전에 비해서 실제로 많이 늘어났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청소년 나이대 환자가 많이 찾아왔는데, 요즘 환자 중에는 10대 미만 아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꽃가루라는 게 생물체에서 나오는 거라서 온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1998년에만 해도 3월 15일 정도는 돼야 꽃가루가 날렸는데 지금은 2월 말만 돼도 날리기 시작한다. 꽃가루가 사라지는 시기도 6월 중순이었는데 지금은 6월 말까지도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로 사람들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꽃가루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극한이 일상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2040년 지구 기온 1.5도 상승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산업화 이전보다 1.5도가 오르면, 극한 기온 발생 빈도는 8.6배, 가뭄은 2.4배 늘어난다. 권원태 전 원장은 “일단 1.5도 올라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회 기반 시설이나 기후변화 문제에 적응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민경연 손지연 최현빈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한겨레
가야대로 서면~사상 5.4㎞구간 BRT 28일 개통
도쿄서 2025년부터 새집 지을 때 태양광 패널 의무 설치
일본 도쿄도 의회가 15일 신축 단독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본 지자체 중 최초로 도입됐으며, 2025년 4월부터 시행됩니다.
도쿄도는 4㎾ 용량의 태양광 패널 설치에 초기 비용 98만 엔(약 942만 원)이 들지만, 보조금을 활용하면 6년 만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 고문을 맡은 '도민 퍼스트회'와 공명당, 공산당, 입헌민주당은 조례 개정에 찬성했으나, 도의회에서 의원이 가장 많은 자민당은 반대했습니다.
자민당은 "도민들이 태양광 패널 의무화를 충분히 납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고이케 지사는 "앞으로 모든 사람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교도, 연합뉴스)SBS 뉴스
유럽연합, 2027년부터 자동차·난방에도 탄소 배출 비용 부과
탄소배출권 개편 합의…2030년 감축 목표, 19%P 상향
유럽연합이 18일(현지시각) 2030년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ETS)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잘츠기터의 철광소 모습. 잘츠기터/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 0을 실현하기 위해 자동차 같은 도로 교통수단과 건물 난방도 탄소배출권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획기적인 탄소배출권 개편에 합의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유럽의회는 18일(현지시각) 2030년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ETS)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합의안에는 2024년부터 해상 운송에 대해서도 탄소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도로 교통 수단과 건물 난방도 2027년부터 탄소배출권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합의안은 조만간 회원국들의 최종 합의를 거쳐 공식 확정될 예정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일정한 탄소 배출 권리를 할당한 뒤, 할당받은 권리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 할당분을 넘겨 배출한 이에게 잔여 권리를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유럽연합의 거래 제도는 2005년 처음 도입됐으며, 현재 철강, 정유, 시멘트 생산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계와 발전소, 항공사 등 약 1만개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 배출량을 더 빨리 줄이기 위해 2024년에 배출권을 9천만개(1 배출권은 탄소 1t에 해당) 줄이고, 2026년에 다시 2700만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 허용량은 2024~27년 연평균 4.3% 줄고, 2028~30년에는 연평균 4.4% 감축될 것이라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설명했다.
유럽연합은 또 도로 교통수단과 건물 난방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규제하기 위해 2027년 별도의 배출권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다만, 2027년 에너지 가격이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이 될 경우 제도 시행을 1년 미루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제도 도입에 따른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제도 시행 이전까지 650억유로(약 89조원)의 ‘사회 기후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럽의회의 협상 대표 페터 리제 의원은 “2027년 이후에는 고도의 긴장이 요구되는 때가 될 것”이라며 “이 때까지는 모두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지난주 합의한 역외 기업에 대한 ‘탄소 국경세’ 도입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역내 기업에 대한 배출권 무료 할당분을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도 합의했다. 유럽연합은 현재 대외 경쟁력을 고려해 철강·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계에 일정 배출 수준까지는 탄소배출권 구매를 면제해주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주 합의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방안의 세부 사항도 확정했다. 이 제도는 2026년부터 철, 철강제품, 시멘트, 화학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를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기업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역내 기업에 대한 배출권 무료 할당 감축 계획과 형평성을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유럽의회가 설명했다.
파스칼 캉팽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 따라 현재 t당 80∼85유로 수준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100유로(약 13만8천원) 정도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다른 어떤 대륙도 이렇게 야심찬 가격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유럽연합 정책 전문 매체 <유락티브>가 전했다. 도로 교통과 건물 분야 배출권 가격의 목표치는 45유로 수준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현재 t당 탄소배출권 가격은 우루과이(137.36달러)와 스위스·스웨덴(129.86달러)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18.75달러) 중국(9.2달러) 일본(탄소세 2.36달러) 등은 탄소 배출 가격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 가운데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지구 자연 30% 보전에 매년 260조…생물다양성 총회 타결
개도국에 연 200억~300억달러 지원
개도국들, 선진국 지원 적다고 반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6개 참가국이 2030년까지 지구 자연의 30%를 보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로운 생물다양성 협약에 합의했다. 몬트리올/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가 2030년까지 지구 자연의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자연 30%를 회복하며,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매년 2000억달러(약 260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차원의 새 생물다양성협약이 타결됐다. 환경단체들은 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자연과 인간 간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지난 8일(한국시각)부터 20일까지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23개 보전 목표를 담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96개 참가국은 2030년까지 육지·내수면·해양의 30%를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이 훼손된 자연의 30%를 복원하는 걸 목표로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전세계가 매년 2000억달러를 배정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매년 200억~3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자연보호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권리와 그들의 거주지 보호 조처를 강하게 요구하는 내용도 더해졌다. 특히 민간 기업들이 회사 경영이 생물다양성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분석해 보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재정 기여가 너무 작다고 반발했다. 세계 2위 규모의 열대우림을 보유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선진국이 자연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며 끝까지 협약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총회 의장국인 중국이 이를 무시하고 타결을 선언했다. 카메룬은 강행 통과를 비판했고, 우간다는 통과 과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유감을 표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탄소중립위의 반란…윤 정부 재생에너지 축소 방침 제동
산업부에 “무탄소 전원 비중 확대하라” 의견 제시
“위원 대다수 공감…인수위 출신 인사들은 반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8월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부산역 광장에 설치한 북극곰 조형물인 ‘열받곰’ 앞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30.2%)은 이번 정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1.6%로 줄었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축소하기로 한 윤석열 정부 방침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겨레>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전기본) 관련 탄녹위 검토 의견’과 관련 취재를 종합하면, 탄녹위는 지난 10~11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냈다.
산업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제10차 전기본 초안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6%로 낮추고,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높이기로 했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력 설비와 전원 구성(에너지 믹스)을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 원전 비중을 23.9%로 잡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탄녹위는 검토 의견서에서 “탄소중립 진전에 따라 전기화 수요가 증가했고 무탄소 전원 필요성이 확대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녹위는 이어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 재조정 등을 할 때 정부는 명확하게 확인된 과학적 근거를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10차 전기본 초안 성안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빠졌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탄녹위는 또 내년 3월 탄녹위가 확정할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에서 도출되는 전원 구성 등의 내용을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문구를 10차 전기본에 표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산업 분야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민간 공급 중심 재생에너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상협 민간위원장이 지난 10월2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수위 출신 인사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딴지
이번 의견서는 9명으로 구성된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분과위원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가 작성했다. 지난달 1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위원들은 ‘아르이(RE)100’ 참여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재생에너지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10차 전기본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전량 재생에너지로 구매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납품∙협력업체도 이를 달성해야 해서 삼성∙엘지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수출 중견기업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르이100은 원전을 재생에너지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결국 지난달 9일 3차 회의에서 이 분과 위원들은 무탄소 전원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논쟁 끝에 확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대다수 위원들은 아르이100 등을 볼 때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으니 (정부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극히 일부 위원들이 ‘재생에너지만이 (탄소중립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용어인 ‘무탄소 전원’이라고 의견서에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토 의견에 이의를 제기한 위원들은 원자력계 인사이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들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반대한 이들 가운데 한 위원은 “탄소중립을 할 때 에너지 믹스에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달라는 대통령 요청이 인수위 때도 있었고 탄녹위 출범 때도 있었다”며 “어느 전원을 확대할 것인지 대해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탄녹위는 내년 3월 △연도∙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전원별 비중 등이 포함한 2050년 탄소중립기본계획을 확정한다. 탄녹위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계획은 개념상 전기본 위에 있는 탄소중립∙에너지 최상위 계획으로, 탄녹위가 심의·의결한 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내년 탄소중립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높아질까?
현재 환경부 산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작업반은 탄녹위와 함께 부문별 전력수요 결과를 토대로 수요 적정성과 전원 구성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위 회의에 참여한 또 다른 인사는 “제10차 전기본을 (내년도 탄소중립 기본계획 내용에 맞게) 바로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전기본이 2년 주기로 개정 기간이 짧은 만큼 차기에 맞추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계획은 5년마다, 전기본은 2년마다 작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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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정부 안에서조차 소통과 근거 제시 없이 10차 전기본이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첫 탄소중립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아니라 △1.5도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검토 △과감한 에너지 수요 감축 계획 △기업에 대한 감축 책임 부과 등이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차 전기본은 국회 산자위에 보고된 뒤 연말께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동주 의원은 “10차 전기본은 상위계획인 탄소중립계획과 정합성을 맞추어야 하는 만큼 탄녹위의 검토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상임위에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부산시, 대저대교 기존노선안 추진…환경단체 “약속 깼다” 반발
환경평가 수정 제출… 행정 재개
- 부산시 “환경저감안 충실 보충
- 대체 습지 등 협의 내용도 반영”
- 운동본부 “대안 노선 도출 무시
- 큰고니 서식지 파괴 우려” 반발
부산시가 낙동강 횡단 대저대교를 기존 노선대로 건설하기로 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유역청)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 행정절차를 재개하자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환경영향평가서에 공동조사협약에 따른 환경저감방안을 보충해 최적이라는 입장인 반면, 환경단체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평가서에 따른 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저대교 기존안 환경영향 평가서 재접수 부산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환경단체. 여주연 기자
대저대교최적노선추진범시민운동본부는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저대교 기존안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낙동강유역청에 다시 제출해 건설을 강행하려는 부산시를 규탄했다. 시는 지난 9일 낙동강유역청에 대저대교 기존안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운동본부는 “시의 기존 노선안 고수는 3자 협약과 공동조사를 통해 최적의 대안노선을 도출하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앞서 낙동강유역청은 2020년 6월 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일부 내용의 허위 기재를 이유로 반려 결정을 내렸다. 당시 A 용역 업체는 현장조사 없이 대저대교 건립 예정지 주변 동식물 개체 수를 임의로 작성하고 조사에 투입된 인력과 시간을 부풀렸다. 환경영향평가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지자 시는 같은 해 11월 낙동강유역청·환경단체와 겨울철새 공동조사에 나섰다. 아울러 환경단체는 허위 환경영향평가서로 도출된 시 노선을 폐기할 것을 주장해 왔다.
공동조사를 거쳐 대안노선 4개를 도출했지만 시와 환경단체의 입장 차는 여전했다. 시는 서부산 개발과 교통량 증가에 대비해 교량 건설이 시급하고 겨울 철새에 미칠 영향도 대체 습지와 먹이터 조성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교통량 증가 근거가 부족하고 철새 도래지를 지키기 위한 최적 노선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는 지난 9월 환경단체를 제외한 전문가 패널로 구성된 토론회를 열어 대저대교 기존안이 최적안이라는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무엇보다 이번에 다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공동조사협약에 따른 환경저감방안 등을 충실히 보충했다고 강조했다. 현장 조사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교체해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귀이빨대칭 등 서식지 전면 재조사를 거친 것은 물론 환경영향 저감 방안으로 교량 높이를 500m 정도 낮춰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추가 대안 노선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겨울 철새 영향 저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체 습지 조성 등 환경청과 환경단체 협의 내용을 초안에 반영했다. 초안 협의 과정이라 세부 내용은 변경될 수 있고 평가 결과에 따라 앞으로 방향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중록 대저대교범시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존 노선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먹이터와 잠자리가 위치하는 핵심 지역을 관통해 서식지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며 “특히 시가 대안노선 4개 중 1개를 선정해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기존안 고수로 이 같은 약속이 모두 거짓임을 만천하에 알렸다”고 비판했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가야대로 서면~사상 5.4㎞구간 BRT 28일 개통
‘무장애 공원’ 만든다더니… 장애인 ‘접근금지’ 명장공원
입구에 매립식 차량 차단봉
경사 가팔라 휠체어 진입 불가
동래구, 주차 공간마저 없애
명장공원 진입로가 보행약자의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동래구의회 제공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보행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 공원’을 만들겠다던 부산 동래구청이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없애거나 공원 입구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오히려 장애인 이동권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명장공원은 출입구부터 경사가 가파른 탓에 휠체어로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장애인이 갈 수 없는 ‘무장애 공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0일 동래구청에 따르면 동래구는 2019년 명장동 일대에 2만 2226㎡ 규모의 명장공원을 조성했다. 2016년부터 추진된 명장공원 건립 사업에는 시비 등 약 40억 원이 투입됐다.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동래구청은 약 540m 길이의 친환경 산책로를 건립해 유모차나 휠체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무장애 숲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례에 걸친 실시설계 변경 과정에서 당초 계획됐던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2곳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산책로 길이는 당초 540m에서 487m로 줄어들었고, 공원 진입로부터 숲길로 가기까지 경사도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장애인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보도 중 적어도 하나는 장애인이 통행할 수 있도록 유효 폭, 기울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해당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동래구의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동래구의회 전경문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동래구의회 본회의에서 무장애 숲길 조성으로 보행자를 배려하겠다던 구청이 오히려 장애인, 노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동래구청이 보행로에 집중하기보다 나비 조형물에 3900만 원, 파고라 조형물에 1900만 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동래구청 측은 당초 장애인 주차 공간 마련을 추진했지만 인근 주민 민원 탓에 설계를 변경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명장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과정에 장애인 주차 공간이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독도 생태계 교란 '집쥐'…천적 없어 박멸 골머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 독도에서 커다란 '집쥐'들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번식은 빠르고 천적도 없는 상황에서 박멸 작업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어른 팔뚝만 한 크기에 두 눈을 반짝이며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동물.
15년 전 독도에 유입된 '집쥐'입니다. 어업인 숙소 앞을 제집 마당처럼 뛰어다니고 포획틀 주변은 집쥐 가족의 상봉 장소가 됐습니다.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가 집쥐 제거를 위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독도 내 주요 이동 경로에 설치한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입니다. 4년 동안 200마리 가까이 잡았는데, 150마리 정도가 동도와 서도 전역에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적이 없는 독도 환경에서 번식력이 강한 데다 선박을 통해 계속되는 외부 유입 등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김용기 박사/생태정보연구소장 : 집쥐 자체가 번식력이 강하고요. 회복력도 강합니다. 그래서 90% 이상 방제를 했다 하더라도 몇 개월 안에 다시 개체 수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 4년 동안 집단 폐사한 국제 멸종보호종 바다제비 81마리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집쥐 공격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괭이갈매기를 비롯한 철새 알과 새끼를 포식하며 번식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수년째 쥐덫을 활용한 포획 외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영석/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 (문화재청과 환경부가) 사실 똑같은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어요. 국민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정부 기관은 선의의 경쟁이라는 좋게 말하는 그런 포장 속에서 세금을 이중으로 막 쓰고 있는 거죠.]
천연보호구역 독도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집쥐 제거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2050년 식량 공급 4% 감소…농업 세대 간 지속가능성을”
기후변화로 작물의 재배 적지가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은 점점 북상하다가 2070년대가 되면 강원도 산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귤과 단감 재배지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이 기후변화로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다.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 밀 수입국이었던 러시아는 이제는 밀 수출 대국으로 변신했다. 기후가 좋아지고, 자본을 투자한 결과다.
기후조건이 유리해지면서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밀 생산량은 17% 증가하지만, 재배 가능 지역이 줄어드는 옥수수는 24%까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예상 시나리오가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10월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발표된 ‘온난화로 인한 수확 빈도와 수확량 감소가 세계 농업 생산을 감소시킨다’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체 식량 공급이 4%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대 지역에서의 재배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더운 지역에서 발생한 생산 손실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가격 폭등은 일시적이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는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국내 곡물 소비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0.8%를 차지합니다. 마이너스 4%면 크다고 못 느낄 수 있지만 한국 규모의 나라 다섯 곳에서 먹을 곡물 전체가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17%가 유통되고 나머지는 자국 내에서 소비가 되는데, 감소량은 유통 물량의 45%에 달하는 양입니다. 시장 자체가 완전히 교란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소비량 5배만큼 식량 생산 감소 예상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지난 12월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기후변화로 가시화된 식량위기가 갖는 심각성을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 6월 출간한 <식량위기 대한민국>으로 화제를 모은 남 소장은 이날 농업의 미래 연속 강연의 마지막 순서를 맡았다. 식량위기가 수시로 나타날 미래에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의 첫 번째 목적은 칼로리 제공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죠.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되는 산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농업입니다. 농학자 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상관없이 양적인 건 무조건 맞춰야 합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건 소용없어요.” 지금까진 성공적이었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61년에서 2017년 사이 4배 증가했고, 곡물 재배 면적은 13% 가까이 늘었다. 그사이 인구는 30억7000만명에서 80억명 가까이 늘었다. 종자 개량과 화학비료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농약과 관개시설 투자의 덕도 봤다. 농업 기술의 위대한 성과였다.
2010년대에 오면서 이런 성공스토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구가 늘면서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71% 많은 식량이 필요한데 오히려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이동수단의 전기화는 이미 의심의 여지 없는 대세가 됐다.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나 2차전지에 들어가는 광물 자원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농업에서 그런 속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물과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농업, 식량을 어떻게 (인구증가에) 맞춰 생산할 것이냐는 것이죠.”
농업 자생력과 지속가능성 높여야
전 세계 85%의 국가는 식량 순수입국이다.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미국·호주·브라질 등 몇나라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남 소장은 “식량은 석유보다 더 편중된 자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작정 자급률만 강조하는 건 대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곡물만 생산해서는 농가의 소득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는 마당에 소득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면 농업을 더 이상 지속하긴 어렵다. 대량생산으로 값이 쌀 수밖에 없는 곡물만 생산할 경우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선진국형으로 도약하기란 요원하다.
따라서 급한 건, 우선 농업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남 소장은 “농업은 환경적·생태적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할 거냐가 지금은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한 10년 전엔 청년회장이 65세였다면 요즘엔 75세 정도로 올라갔다”면서 “농촌에서도 가끔 강의를 하면 10년 후에 이 동네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농사일을 하기 힘든 이들이 늘면서 노는 농지가 많이 생기고 있고, 기계화된 벼농사 외에 고추나 딸기처럼 손이 많이 가는 농장 일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존속하기 어려워졌다. 1960~1970년대생이 은퇴하면서 귀촌해 1인 가구가 늘어 농가 수 자체는 줄지 않고 있다.
남 소장은 우리 농촌의 어려움이 딜레마 상황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농촌을 유지하려면 농촌에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데 경지면적에 비해 농가 인구가 많으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전체 농가의 70%가 1.0ha 미만의 영세농이고, 한해 농업 소득이 1000만원이 안 된다. 규모의 효율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려면, 농업법인을 중심으로 대농화를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의 분화,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도 활성화해야 한다. 일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아프리카의 우버’로 불리는 트랙터 임대 플랫폼 ‘헬로 트랙터’가 인기몰이 중이다.
영농형 태양광 등 토지 이용 고도화도 필요하다. 농업은 환경에 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농토를 넓히기보다 기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료와 농약 등 외부 농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순환농업을 확대해야 한다. 저탄소 사료를 개발해 소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이고, 가축분뇨를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가스도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에선 축산분뇨가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7월 영국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는 뱅가드 리뉴어블을 7억달러에 인수했다. 남 소장은 “이 회사가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에 스마트팜을 세우면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한 히트펌프로 에너지 비용을 확 낮추는 데 성공했다”면서 “농장의 생산비용이 낮아지니 그 전엔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수입하던 오이나 토마토도 자기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스마트팜으로 발전한다면, 재생에너지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느냐가 미래 농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경향 주영재 기자
BGT 환경뉴스 2022년 12월 22일 (목) 제 1078호
사무처 오늘의 주요 일정
2022 협치사업 결과 보고 정리 시작
2. BRT 현장 방문
오늘의 환경뉴스
1. 목포도 울산도 눈 오는데…소백산맥이 원망스러운 부산
2. 세계 석탄 사용량 80억톤 넘어섰다, 또 ‘역대 최고’
3. 美멸종위기 야생화 서식지에 리튬광산..공존 방법 모색
4. 부산 최고 ‘공감시정’에 ‘2030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등 13개 선정
목포도 울산도 눈 오는데…소백산맥이 원망스러운 부산
017년 11월 26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등산객들이 눈 쌓인 백두대간을 촬영하고 있다. 같은 날 부산 해운대 장산 등산로에는 봄꽃인 개나리가 계절을 잊은 듯 꽃망울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21일 새벽부터 수도권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대구·경북지역에도 아침부터 눈이 내렸죠. 하지만 이번에도 부산에는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부산은 올해 한차례도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2021년엔 이틀, 2020년에는 하루, 2019년 이틀 관측된 게 전부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왜 부산에는 눈이 오지 않는가’하는 장탄식이 온종일 이어졌습니다. 부산은 왜 눈이 오지 않을까요. ‘눈이 올 수 없도록 신이 설계한 도시’, 부산의 비밀을 알아보겠습니다.
■ 눈 내릴 수 없는 곳, 부산
기상청은 ‘눈일수’를 제공합니다. 눈, 소낙눈, 가루눈, 눈보라 등 어떤 형태로든 눈이 목격된 일수입니다. 부산의 30년(1991~2020년) 연평균 눈일수는 4.1일입니다. 최근 10년은 2.9일, 최근 5년은 2.2일에 불과합니다. 귀하디귀한 눈이 그마저도 줄고 있습니다.
부산처럼 바닷가 도시면서 위도가 비슷한 전라남도 목포시는 어떨까요? 목포의 30년 연평균 눈일수는 26.1일입니다. 최근 10년은 25.6일, 5년은 24.4일입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참고로 서울의 눈일수는 30년 연평균 23.9일이었습니다. 최근 10년은 25.4일, 최근 5년은 24.4일이었네요. 부산보다 한참 남쪽에 있는 제주시도 30년 평균 눈일수 18.1일(최근 10년 17.3일, 최근 5년 15.2일)로 부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 목포에도, 울산에도 눈 오는데
겨울철 충청·전라도 지역에는 해기차로 인한 눈이 잦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를 지나면서 온도 차이로 눈구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눈구름은 육지에 닿으면 약해집니다. 태풍이 육지에 상륙하면 힘을 잃는 현상과 같은 원리입니다. 힘이 빠진 눈구름은 충청·전라도와 부산 사이에 가로 놓인 소백산맥을 넘지 못합니다. 목포에는 눈이 오는데 부산에는 눈이 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가 개마고원과 백두산 등 고도가 높은 지역을 우회해 동해로 유입되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눈구름이 형성됩니다. 눈구름을 품은 북동풍은 강원도 산간 지방에 많은 눈을 내리곤 합니다.
부산에서 눈을 보기 힘든 이유는 소백산맥이 눈구름을 막기 때문이다. 눈구름이 포함된 동풍도 부산까지 오기는 힘들다.
문제는 부산이 동해안에 위치했다고 보기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부산은 한반도 동쪽 끝머리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살짝 들어간 지점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풍이 닿기가 어렵습니다. 동풍이 닿는 울산에는 눈이 오는데, 부산에는 눈이 안 오는 이유입니다. 설혹 부산에 닿는다해도, 부산 동쪽에 자리한 장산, 운봉산 등이 눈구름을 막습니다.
저기압이 통과할 때 기온이 낮아도 눈이 내립니다. 800m 상공의 기온이 0도 이하이면서 지상 습구온도(일반적인 대기 온도인 건구온도보다 낮은 온도를 보임)가 1.5도 미만이면 보통 눈이 내립니다. 부산은 따뜻한 남서풍 등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평년 평균기온이 5.0℃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 눈이 와도 부산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곤 합니다.
2010년 3월 10일 부산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이 눈에 뒤덮였다. 연합뉴스
부산에는 눈이 오지 않습니다. 통계에 기록된 30년 연평균 눈일수가 4.1일이니 ‘그래도 나흘 정도는 눈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눈이 쌓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눈이 왔다’는 체감이 어렵습니다. 눈사람을 만들 수도, 눈싸움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한겨레 김원철 기자
세계 석탄 사용량 80억톤 넘어섰다, 또 ‘역대 최고’
독일 하이덴 무연탄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세계 석탄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3년 안에 선진국 석탄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개발도상국 석탄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펴낸 ‘석탄 2022’ 보고서를 보면, 아이이에이는 “올해 전세계 석탄 사용량은 지난해에 견줘 1.2% 증가해 처음으로 80억톤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고, 세계는 2025년까지 비슷한 석탄 소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큰 영향을 받은 유럽의 석탄 소비가 향후 2년 연속 증가하지만, 2025년에는 2020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석탄 사용을 계속 늘려 세계 석탄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美멸종위기 야생화 서식지에 리튬광산..공존 방법 모색
미국 네바다주에서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티엠 메밀' (Tiehm's buckwheat)의 서식처에 리튬 광산 개발을 허용하는 안을 두고 미 연방 당국이 최근의 개발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튬 광산 개발로 위기에 처한 네바다주 서부의 멸종위기종 식물인 티엠 메밀 꽃. 미연방 어류야생생물보호국은 지난 주에 이를 멸종위기종으로 선언했지만 전기차 생산에 필수품인 리튬 채굴을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리노 ( 미 네바다주)=AP/뉴시스]
이에 반해 리튬광산 개발업체인 호주 광산회사는 광산과 야생화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며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리튬광산 개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 연방 내무부의 토지관리국은지난 주 내무부의 어류야생동물보호국이 이 곳 티엠 메밀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보고서를 올린데 대해서 이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20일에 밝혔다.
이 문제는 환경보호와 이른바 그린에너지( 녹색에너지) 개발 중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를 놓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안고 있는 정치적 논란의 한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네바다 주 북부의 건조한 구릉지대에서 2020년 9월 이곳에서만 군생하는 현지 식물학자의 이름을 딴 희귀식물 티엠 메밀( 마디풀과 메밀 속 꽃 )은 몇 년 전 하루아침에 의문의 고사를 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꽃 밑의 땅속에 있는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재료 리튬 광을 채굴하고 싶어 하는 호주 기업 아이오니어를 의심하면서 그 희귀 메밀이 “반복적으로 (식생이)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그 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이오니아에게 이 꽃은 두통거리다. 미국 당국이 멸종 위기종 목록에 포함시키는 일이 확정되어 광산개발 계획을 포기하는 사태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부터 채굴할 계획으로 공사를 시작한 이오니아는 이미 절반쯤 공사가 진행됐다면서 꽃을 손상시킨 것을 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 십년 동안 연간 약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리튬광산의 명운에 대한 논쟁은 계속 되고 있다.
버나드 로위 이오니아 전무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과 탄소배출 저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국내산 전기 배터리의 생산을 위해 이 리튬광산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생물보호국은 노란 꽃을 피우는 약 20cm의 이 연약한 야생화가 이 곳에서만 유일하게 군락지를 이뤘고 그 동안에도 도로건설, 방목하는 가축들, 외래종 식물의 침입과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보호 운동가들도 이오니아의 광산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고, 혹시 허가가 나더라도 절반 쯤 공사가 진행된 이 광산에 대해 멸종위기 식물 보호를 위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9년 처음으로 티엠 메밀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신청했고 지난 해에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따라 다시 보호를 신청했던 환경단체 생물다양성센터의 패트릭 도넬리 지부장은 "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의 내무부 안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화석연료 금지와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두고 당장 부처간의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도넬리는 이처럼 정부 부처간에 서로 헐뜯고 대립하는 것은 리더십의 부재 탓이라며 네바다주가 이달 초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네바다 두꺼비의 경우도 리노 동쪽 160km지역의 습지를 서식지로 신청해 보호에 나섰다고 말했다.
야생화든 두꺼비든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안에서도 서로 사업 목적이 달라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종들을 다시 재검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 연방 어류야생생물 보호국은 지난 주에 티엠 메밀이 이 지역에 1만6000주 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보호종으로 지정했지만 그 서식처 대부분(7.8평방 킬로미터)은 리튬광산 개발 지역인 토노파 서쪽의 리올라이트 릿지와 실버 피크 레인지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
생물다양성 센터는 멸종위기 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사장 부근의 1.6 km 이상 거리에서 지면 발굴 공사와 흙먼지 등 악영향을 줄만한 요인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튬 광산이 허가될 경우 이 예민한 메밀 꽃 식물을 "메밀꽃 랜드"로 만들어 보겠다는 이오니아의 주장은 죽음의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라고 도넬리 지부장은 AP통신에게 말했다.
부산 최고 ‘공감시정’에 ‘2030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등 13개 선정
부산시는 부산시민 38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부산시의 성장과 시민의 행복을 이끈 ‘시정 베스트’를 21일 발표했다. 미래비전, 시민행복, 현안해결, 도시브랜드 등 4개 분야·13개 시정성과가 선정됐다.
미래비전 분야에서는 미래 100년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성과를 도출한 시정을 ‘공감시정’이라고 시민들은 선택했다. 내년 현지실사와 최종결정을 앞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속도를 높여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역대 최대 3조원 규모 기업 투자 유치 등이다.
시민행복 분야는 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교통 및 생활환경을 개선한 성과들이 선정됐다. 서면~사상 버스중앙차로(BRT) 개통, 부산을 걷기 명소로 변화시킬 욜로(YOLO) 갈맷길 출범, 유료도로 연속통행 할인 도입 등을 꼽았다.
현안해결 분야는 지역발전을 위한 숙원사업과 장기간 시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한 사업의 해결 물꼬를 튼 성과들이다. 30년 숙원을 해결한 생곡 쓰레기 매립장 확보, 서부산권의 고질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고 가덕도신공항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할 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의 국가 사업화 확정, 지역현안의 국정 과제화 등이 선정됐다.
도시브랜드 분야에서는 부산의 상표 가치를 높인 성과들이 뽑혔다. 디지털 중심 경제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통한 ‘부산 스마트도시 평가 세계 22위’ 및 ‘한국 1위’ 달성,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와 체험장소 25곳’에 부산 선정 등을 부산시민들은 높게 평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22년은 부산에서 일어난 혁신의 물결을, 부산을 넘어 한국 전역으로 확장할 기틀을 마련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더 자주 소통하는 시정을 펴겠다”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시대적 요구 된 기후위기 극복, 언론은 무엇을 해야하나
2월6일 ‘기후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를 주제로 개최된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발제자들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저널리즘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당장 모두의 눈앞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위험을 정확히 알아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대기과학자)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미래 기후를 두고 총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더는 자연이 미래의 기후를 결정할 수 없다. 인간이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지고 미래의 기후가 결정된다. 유엔 차원에서는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SSP2 시나리오’, 우리가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21세기 말 지구 온도가 3℃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2030년대에 1.5℃, 2050년대에 2℃를 돌파한다. 기후위기가 가까이 와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30년까지 현재의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IPCC는 우리가 백지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남은 건 그러한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 기후위기에 맞서 인간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에르베 켐프 (프랑스 〈르포르테르〉 편집장)
〈르포르테르〉는 ‘어떻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취재하고 보도한다. 월평균 150만명 이상이 〈르포르테르〉를 구독하고, 수익의 98%가 구독자들의 후원에서 나온다. 프랑스에서도 예외적 사례다. 우리는 비영리 매체로 독자에게 100% 무료로 정보를 전한다. 15년 전에 비해 많은 과학자들이 더 단호하게 기후위기를 경고한다. 하지만 언론은 기후위기에 대해 충분히 보도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언급하길 꺼리는 만큼, 기후위기 문제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매체의 재정적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더욱 실질적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홍수·가뭄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비극적 장면만을 보도해선 안 된다. 지구 파괴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더 잘, 더 많이 보도하고 싶은 동료들에게 올해 9월 프랑스 언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작성한 ‘환경 및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 읽기를 권한다.
김다은 (〈시사IN〉 기자)
〈시사IN〉은 2022 신년 특집으로 기후위기에 관한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1000명에게 290개 문항을 물었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세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기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이들이 강력하게 결집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들의 욕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없다. 한재각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구름이 모여 있는 것만으론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위해선 응결핵이 필요하다’라고 빗댔다. 지금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다. 응결핵처럼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줄 정치세력이 나타나야 비로소 비가 될 수 있다. 〈시사IN〉도 계속 그 변화를 지켜보고 관련해 열심히 보도하겠다.
마크 허츠가드 (〈더 네이션〉 환경 전문기자)
지금은 기후변화도, 기후위기도 아닌 기후 비상사태다. 언론인들도 기후 문제를 비상사태처럼 다뤄야 한다. 2018년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나와 동료 언론인들은 다양한 매체와 언론인을 한곳에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해 기후위기를 보도하는 전 세계 언론 협력체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CCNow)’를 설립했다. 현재 CCNow엔 전 세계 500여 개 언론사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껏 CCNow의 파트너사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을 공동으로 인터뷰했다. CCNow는 기후위기 보도를 위한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언론인들에게 전달한다. CCNow 소속의 언론인들은 세미나, SNS를 통해 COP27·기후 정의 등 기후위기 관련 의제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어떻게 제대로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록 기후위기 보도가 이 시기에 해야 할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CCNow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탄소중립은 인간이 지구 대기에 추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A안)’에서는 2050년까지 한국의 화력발전소가 모두 문을 닫는다. 전체 전력의 약 70%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이러한 사회가 상상이 가나? 한국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총 다섯 번 발표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면 이를 위해 에너지·건축·농업·교통 등 다양한 영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목표와 실행력과 정책이 필요하다. 언론도 방관자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당사자로서 기후위기 보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기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언론은 기후위기로 영향을 받는 구체적 현장의 이야기, 지역과 산업과 사람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시사인 이은기 기자
타당성 조사 낙제점… 이기대~해운대 케이블카 사업 접나?
이기대~동백섬 4.2km 케이블카
용역서 경제성 평가 0.1에 그쳐
환경·공공재 훼손 논란도 더해
사실상 건립 사업 백지화 전망
내년 1월 최종 용역 보고 뒤 결정
부산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과 해운대구 동백유원지를 잇는 해상관광케이블카(이하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시가 정부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결과, 경제성과 비용 편익 등이 매우 낮게 분석됐기 때문이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리맥)에 지난해 10월 의뢰해 진행한 해상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경제성(B/C)은 0.1로 매우 낮고 비용 편익 또한 1보다 훨씬 낮게 분석돼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손태욱 관광진흥과장은 “통상 리맥이 도출한 비용 편익이 1을 넘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해상케이블카 건립 사업을 추진했던 민간사업자 (주)부산블루코스트는 지난해 5월 사업 제안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들은 사업제안서에 민간 경제연구소 조사 결과를 근거로 비용편익이 1.1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부산블루코스트는 앞서 2016년에도 이 사업을 최초 제안했으나 시는 반려했다. 이어 5년 뒤인 지난해 5월 총 사업비 6091억 원으로 이기대공원과 동백유원지 사이를 해상으로 잇는 4.2km 구간에 케이블카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제안했다. 국내 최장 규모의 해상 연결 구간에 35인승 캐빈 91대와 해상 지주 3곳, 정류장 2곳을 건설하는 안이었다.
당시 시는 이 사업을 놓고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등 3개 구청과 부산연구원 등 33개 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교통과 환경, 공공성, 지역 여론 등에서 걸림돌이 많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운대지역 교통 체증 해결책이 부족한 점과 이기대 공원 부지가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된 점, 옛 동국제강 부지 토양 오염 처리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해상케이블카가 단순한 여가·문화시설이 아닌 부산을 대표할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찬성론과 광안리 바닷가와 이기대, 해운대 동백섬 등 자연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는 반대론이 첨예하게 부딪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시는 사업 대상지에 사유지 등 공유재산이 포함될 경우 리맥의 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한다는 2015년 개정된 지침에 따라 허가 등의 결정에 앞서 지난해 10월 리맥에 용역을 의뢰했다.
시는 지난 17일 열린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사업 타당성이 매우 낮게 분석돼 사실상 사업 추진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내년 1월 말 최종 용역 보고서가 나오면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부산시 유규원 관광마이스국장은 “경제성 등이 매우 낮게 나와 사업자도 이 상태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성 외에 공공재 훼손이라는 문제도 있어 시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블루코스트 관계자는 “리맥의 용역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전해 들어 알고 있다”면서 “시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miso@busan.com)
“높은 경제성” vs “사고 분석 부실” 접점 없는 고리2호기 수명 연장
22일 부산시 주관 시민토론회
계속운전 찬반 4명씩 나와 논쟁
안전성 둘러싼 견해 차이 여전
22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시민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계속운전)을 추진하는 한수원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시민 반대(부산일보 12월 12일 자 1면 보도 등)에 부딪힌 가운데 부산시 주관으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찬반 토론자들이 팽팽한 논쟁을 이어갔지만 안전성을 두고 견해 차이가 커 갈등이 봉합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
22일 오후 2시 부산시청 국제 회의장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시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찬성 측 패널 4명과 반대 측 패널 4명이 참석해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절차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찬성 측 패널로는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 등이 참여했다. 반대 측 패널로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등이 참석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은 시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패널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면서 중대 사고 시나리오 누락,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누락 등을 지적했다. 찬성 측 패널은 고리2호기가 지난 40년 간 사고 없이 운영됐고, LNG 발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매우 높다면서 수명 연장이 합리적이라고 맞섰다.
정 교수는 “미국, 독일의 경우에도 원자로 계속운전을 추진할 정도로 보편화된 절차”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성, 기술력 등이 검증돼 계속운전 절차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토론자는 한수원이 발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경우 미국의 과거 지침을 준용해 최신 기술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고,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는 우회 사고, 지진 영향, 항공기 추락 대비 등 중대 사고 분석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미국의 경우 1979년까지 중대 사고가 반영되지 않은 NUREG-0555 기준을 적용하다 NUREG-1555로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대 사고를 고려한다”면서 “하지만 고리2호기의 경우 NUREG-0555와 NUREG-1555을 혼용해 기술 기준이나 중대 사고 대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은 중대 사고 발생 시 원자로 건물 밖으로 방사능이 전혀 누출되지 않고, 원자로 건물을 우회하는 방출 경로는 없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면서 “40년 된 노후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반대 측 패널은 다수 호기 동시 사고 시 주민 보호대책,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공청회 파행 문제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고리2호기의 경우 현재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포화 때문에 고리원전 내 다른 호기로 사용후핵연료를 이송해 보관하고 있지만 수명 연장이 이뤄질 경우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검토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탁경륜 기자(takk@busan.co
올해 산타 보따리엔 태양광 대신 핵발전이 들어있다는데?
재생에너지 줄이고 핵발전 늘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수 탄생을 믿지 않아도 많은 이들은 크리스마스가 화이트 하길 기대한다. 덩달아 들뜨며 축복한다. 산타로 변장하고, 보따리 선물을 만든다. 그래서 열두 달 동화 속 산타 마을은 분주하다.
대장 산타 선출도 하고, 각지에서 배달된 아이들의 편지를 열심히 읽고, 장난감 씨앗을 뿌려야 한다. 꼬마 사슴들은 썰매 끌기와 하늘 나는 법을 배우고, 산타들은 체중 관리를 한다. 장난감을 수확하고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의논한다.
그러나 정부는 산통 깨듯 이런 날 기습적으로 무엇인가를, 이를테면 문제 많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같은 것을 처리하기도 한다. "산타의 선물? 그런 건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야!" 일갈해주는 셈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은 국회 보고를 의무로 하는데 한전법 부결 후폭풍으로 무산되었다. 고요하고 거룩한 크리스마스 이브 직전에 처리 가능한 시간이 확보될지도 분명치 않다.
재생에너지 줄이고 핵발전 늘리는 전기본
10차 전기본의 주 골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고, 핵발전은 늘리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 내지 소폭 감소하는 것이다. 결국 보따리 배송이 늦어도 태양광이 쏙쏙 빠진 자리에 방사성물질이 가득할 것이란 소문은 흉흉한 채 그대로이다.
지난달 28일 10차 전기본 공청회가 있었다. 지난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세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30.2%를 10차 전기본은 21.6%로 낮추고, 핵발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높여놓았다.
환경단체와 에너지전환 활동가들은 '정부의 기승전 원전 반대!', '기후위기 대응 실종 계획 규탄!', '기후위기를 방사능 위험으로 대체하는 그런 전기는 필요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탈핵 탈석탄 기후정의를 외쳤다. 기후위기 시대에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핵발전은 대안이 아니며, 10만 년 이상 독성이 사라지지 않은 핵폐기물만 양산하는 핵발전은 가능한 빨리 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과 노후 핵발전의 연장 가동으로 인해 추가 송전망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심각한 환경 훼손뿐 아니라 지역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번연함을 지적했다.
물론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햇빛과 바람으로 발전하는 재생에너지는 방사성 오염물질도 이산화탄소도, 대기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설비를 위해 채굴해야 하는 많은 자원과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희귀금속을 생각할 때, 또한 그 금속들이 대체로 지구 남반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무작정 늘어가는 전력을 확충하기 위해 설비를 늘려서는 안된다.
광물의 채굴과 공정과정에서 오염되는 수질과 토양오염, 생태계 파괴, 노동착취 등도 외면되어서는 안된다. 전력, 에너지 소비의 대폭 절감 없는 에너지전환은 지속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력 수요의 대폭 감축을 전제로 한 계획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입장이 엇박자가 날만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우려되는 것을 입증해주는 셈이랄까? 그러나 엇박자가 나는 현상이 오히려 어딘가에서는 '정상'이 일부나마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울 뿐이다.
그 엇박자의 이유가 재생에너지 확대 참여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할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명분에 힘입어, 그리고 결국은 재생에너지란 표현이 아니라 무탄소전원이라 표현되었을지라도,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안도감으로 위로해도 되는 상황이라 기대해도 될까. 아니면 며칠 후, 현실을 깨우쳐 줄 태양광은 빠지고 핵발전을 채워 넣은 산타의 보따리를 선물이랍시고 받게 될까.
아무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모처럼 걷히지 않은 눈을 반갑게 밟아본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겨울철 건조와 가뭄으로 인해 죽어가는 침엽수의 가시 바른 듯 앙상한 뼈무덤을 기억하며.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프레시안
부전천 복원, 국비 받는다
환경부 통합하천사업 대상 선정
2025년 착공, 2032년 완료 예정
부산 부전천이 환경부의 통합하천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4년 전 전면 백지화됐던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22일 환경부는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과 관련해 낙동강과 부전천 등 대상지 22곳을 선정해 관련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10월 환경부의 해당 공모 사업에 동천·부전천과 낙동강을 통합개발하는 ‘부산형 도시명품 통합하천사업’으로 참여(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1면 보도)했다.
부전천 복원 조감도. 부산시 제공
시는 공모안에 현재 복개된 서면 부전천을 ‘기능분리형 하천’(콘크리트 박스로 물길을 만들고, 박스 위쪽에 실개천을 조성)으로 복원해 공원화하고, 낙동강 일대에 친수공간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진입로 조성 등을 담아 제출했다. 예상 총사업비는 3040억 원으로 책정했고 국·시비 분담률은 50대 50이다.
대상지로 선정된 만큼 사업은 본격화된다. 시는 기재부 승인을 위해 다음 달부터 환경부와 세부사업 조율에 들어가고 내년 4, 5월 중 추경을 통해 기본설계를 위한 사업비 15억 원 확보에 나선다. 예산이 마련되면 오는 2024년 5월까지 약 1년 동안 기본설계를 진행한 후 그 해 연말까지 기재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사업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2025년부터 본격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고, 1구간(서면역 7번출구~광무교) 공사는 2년 반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2구간(동해선~영광도서 앞)을 포함해 전체 사업 완공은 약 10년으로 계획하며 완료 시기는 2032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양산에서 발원해 부산시민공원과 영광도서 앞, 서면 복개도로 아래로 흐르는 부전천은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이다. 차량 소통을 위해 1978년부터 차례로 복개했는데, 2015년 당시 서병수 시장이 동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서면 복개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복원이 논의됐다. 2016년 국비까지 확보했으나 공사 기간 영업 지장을 우려한 인근 상인과 생태하천으로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 반발이 나왔다. 이후 시는 기능분리형 하천 조성으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 생태하천 기준에 미달돼 국비대상에서 누락됐고 2018년 11월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시 이근희 환경물정책실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북항~동천~부전천~시민공원을 잇는 하천을 축으로 하는 부산 발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부터 환경부와의 사업조율, 기본설계 후 기재부와의 예비타당성 협의 등 실제 착수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소래습지 국가공원화 불통행정 있었다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보고서 보니 일부 ‘주민 신뢰 훼손’ 지적
관련자 주의 조치… 향후 벌어질 행정소송에 악영향 가능성도
소래습지생태공원.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가 소래습지생태공원 국가도시공원화를 추진하는 인근 부지를 두고 지리한 법정 다툼을 벌인다.
감사원은 22일 ‘2040 인천광역시 공원녹지 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수립·결정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논현A지주조합이 지난 5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해 진행했다. 시가 공원 계획 수립·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청취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일방 행정을 밀어붙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사원 조사 결과, 시는 2월부터 3월까지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열람·공고했고, 그 기간에 ‘인천광역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행정이다’라는 취지의 주민 의견 9건을 제출받았다. 시는 주민 의견 모두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에 반영하지 않기로 검토한 뒤 5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시가 검토 결과를 의견제출자에게 통보하지 않아 주민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열람기간이 끝난 날부터 50일 안에 검토 결과를 의견제출자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모두 끝난 7월에야 검토 결과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관련자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앞으로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시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인근 부지를 두고 각종 행정재판에 대응 중이기 때문에 이번 감사 결과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시는 남동구 논현동 66의 12 일대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 지정과 관련해 개발사업자와 레미콘 공장 토지주가 제기한 1건의 행정소송과 2건의 행정재판에 대응 중이다. 행정소송은 내년 1월, 행정재판은 내년 3월 변론일이 잡혔고, 시는 법적 대응과 별개로 국가도시공원 지정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행정소송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도시공원으로 추진하려는 부지와 현재 소송이 들어온 부지는 별도 부지이기 때문에 국가도시공원은 행정소송이 늦어진다고 해서 차질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기호일보 김유리 기자
이불’ 쓰고 외출했다…체감 영하 59도 미국 “생명 위협하는 추위”
30분 만에 기온 20℃나 급락도
북극 공기 바로 내려온 영향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22일 한 보행자가 담요로 몸을 감싼 채 길을 건너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미국인들의 대이동 기간인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한 세대 만의 최악의 한파’가 닥쳐 미국의 많은 지역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며칠간 이어질 이번 한파는 “거대하고 위험한 북극 공기”가 내려온 것이라며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각) 북극 한파가 미국 북부와 중부 지방을 거쳐 상당수 주들을 덮치면서 기온이 급강하하고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쳤다. 몬태나주 서부 엘크 파크는 이날 기온이 영하 45℃, 체감온도는 영하 59℃까지 떨어졌다. 와이오밍주 일부도 체감온도가 영하 56℃까지 떨어졌다.
대도시들도 한파에 떨고 있다. 국립기상청은 23일 아침까지 체감온도가 아이오와주 디모인은 영하 40℃, 콜로라도주 덴버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영하 37℃,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영하 3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많은 지역에서 강풍이 체감온도를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다. 북부와 중부를 강타한 한파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23일에는 뉴욕주 버펄로에 시속 112㎞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40년 만의 최악의 크리스마스 한파라는 이번 추위의 급속하고 강력한 기세는 기온 강하 속도로도 드러난다. 북극 공기를 먼저 맞은 와이오밍주에서는 21일 오후 30분 만에 기온이 20℃나 급락하며 역대 가장 빠른 하강 속도를 기록했다.
뉴욕·조지아·캔자스·웨스트버지니아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연방과 주정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난 뒤 사실상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휴가 시즌에 미국인 1억13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곳곳에서 항공편 취소 등으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2일 저녁 현재 취소되거나 연착된 항공편이 1만여편이다. 23일까지 취소 편수는 4200편으로 집계됐다. 철도와 버스도 운행 취소와 연착이 잇따르고 있다. 많은 여행객이 이용하는 승용차에 대해서도 기온이 급강하하면 작동이 멈춰 탑승자들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강풍과 폭설 탓에 정전과 도로 차단도 잇따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당신이 어렸을 때 본 눈 내리는 날 같은 게 아니다”라며 “지역 당국의 경보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한파는 북극 공기가 곧장 내려온 결과다. 극소용돌이라고 부르는 공기는 겨울에 더욱 차가워져 북극 주변을 도는데, 그 주위를 띠처럼 둘러 극소용돌이의 남하를 막는 극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 북극 공기가 미국 본토까지 밀고 내려온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북극 기온 상승 속도가 나머지 지역보다 4배가량 빠르다는 점을 이유로 온난화가 극소용돌이와 극제트기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게 한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에도 이런 현상으로 따뜻한 남부지방인 텍사스주에 한파가 닥쳐 250명 이상이 숨졌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한 시간만에 -20도 '급락'…성탄 연휴 앞둔 미국 "폭탄 사이클론" 비상
체감 영하 45도에 2억 명 이상 한파·폭풍 경보…항공편 결항 속출에 미국인들 '발 동동’
▲22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국제공항 안내판에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됐음을 알리는 공지가 게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억 명 이상이 이동하는 연말연시 연휴를 앞둔 미국에 "폭탄 사이클론"이 예보되며 비상이 걸렸다. 이미 겨울 폭풍으로 인해 일부 지역 기온이 급락했고 폭설을 동반한 강풍으로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5000편 이상의 항공편 결항이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22일(현지시각) 강풍과 폭설, 기온 급강하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거세지면서 5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되고 북서부 시애틀에서 북동부 보스턴으로 미국 북부를 횡단하는 주간고속도로 90번(I-90) 중 강풍과 눈보라로 사우스다코타주 내 300km 가량의 구간이 폐쇄됐다. 도로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캔자스주에서 관련 교통사고로 21일 3명이 숨졌고 오클라호마주에서도 도로 결빙 탓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텍사스주·미주리주·루이지애나주·미시시피주 등에선 정전도 보고됐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주 후반부터 성탄절을 낀 이번 주말에 걸쳐 "역사적 겨울 폭풍"이 북부와 동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기준 인구의 60%가 넘는 2억 명 이상이 한파·겨울 폭풍 등을 포함한 겨울 날씨 관련 주의보 및 경보의 영향 아래 놓였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풍이 한파·폭설· 결빙을 동반하며 전력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정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30개 주 이상에서 한파 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된 가운데 미 CNN 방송은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의 기온이 21일 오후 3시 58분부터 오후 5시58분까지 단 2시간 사이 7.8도에서 영하 18도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덴버국제공항의 기온은 이날 오후 3시53분에서 4시53분까지 1시간 동안 5.5도에서 영하 15도로 급락해 관측 사상 가장 큰 시간당 하락폭을 보였다. 북중부 와이오밍주 캐스퍼의 기온은 21일 오전 7시40분부터 22일 새벽 1시35분까지 18시간 동안 영하 2도에서 영하 41도로 급락했다. 북극 한파가 몰아친 남부에서 사상 최저 기온이 속출한 가운데 북중부 사우스다코타·몬태 와이오밍 일부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45도 이하로 떨어졌다. 기상청은 북극 전선이 22일 밤부터 23일 사이에 동부를 훑으며 이 지역의 기온이 24시간 동안 급강하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폭풍은 22일 저녁부터 금요일까지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 오대호 쪽으로 이동하면서 "폭탄 사이클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탄 사이클론이란 중심 기압이 24시간 동안 최소 24밀리바(mb) 이상 떨어지며 폭발적으로 강화되는 폭풍을 말한다. 20일 기상청 버팔로 사무실 예보관은 이번 폭풍이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 수준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이클론은 시간당 1.25cm의 폭설과 시속 97km의 강풍을 동반해 눈보라를 일으키며 오대호 부근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를 비롯해 중서부 북쪽과 동북부 내륙을 가시거리 0으로 만들 것으로 예보됐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 적설량이 30cm를 넘길 것으로 봤다.
연말연시 휴일을 맞아 고향에 방문하거나 휴가를 떠나려는 미국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는 23일부터 1월2일까지 1억127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집에서 80km 이상 이동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항공편 취소 및 지연이 1만 건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팬데믹 기간 동안 연휴를 즐기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여행 계획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카고에서 가족을 만날 예정이었던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매디 니먼(31)은 21일 비행편 취소에도 불구하고 23일과 24일 항공편을 다시 예약하며 한 대라도 이륙하길 바라고 있다고 썼다. 뉴욕의 주식 중개인인 마이클 래니건(31)도 시카고에서 약혼자의 가족과 연휴를 보낼 계획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는 22일 항공편 취소에도 23일 항공편을 추가로 예약했고 이마저도 취소되자 24일 비행편을 추가로 예약, 렌터카까지 수배했다. 캐시 호칼 뉴욕주지사는 주민들에게 여행 계획을 취소하라고 당부한 상태다. 지난 10월 허리케인 이언 탓에 플로리다에서의 결혼 계획이 틀어진 그는 크리스마스조차 폭풍 때문에 망칠 수 없다며 "12시간만 운전하면 된다. 크리스마스는 꼭 시카고에서 보낼 것"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혹한이 몰아치며 각 주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긴급 대피소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혹한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폭풍은 "어린 시절 눈 오는 날 같은 것이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며 만일 여행 계획이 있다면 폭풍이 더 심해지기 전에 "지금 당장 떠나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폭설이 지구온난화와 연관돼 있다고 케빈 리드 스토니브룩대 대기과학 교수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눈이 내릴 가능성 자체는 적어지지만 높은 온도 자체는 더 많은 습기를 품어 이 중 일부가 눈으로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눈이 내릴 조건이 되는 영하의 기온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상 영하 4도를 기록할 날씨에서 온난화로 영하 1도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습기를 품어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리드 교수는 얼음이 배수관을 막거나 이 상태에서 비가 함께 내리며 겨울 홍수가 초래될 위험도 지적했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체감 영하 22도에 출근했더니…하루 에너지 이미 다 썼어요
재택근무가 곧 복지” 직장인 목소리
서울지하철 3호선 화재로 운행 중단도
전국에 강추위가 이어진 23일 아침 두꺼운 복장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냉동고 한파’가 밀려온 23일 아침, 출근길 등에 나선 직장인들 사이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서울의 체감 온도가 영하 22.3도에 달하면서 “이 정도면 재난이다”,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날 중부와 전북, 경북, 경남 북부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전국적으로 올해 가장 추운 날이 닥쳤지만 시민들은 출근길에 올라야 했다.
일, 후쿠시마 참사 잊었나…“원전 새로 더 짓고 수명도 늘린다”
“탈탄소 촉진·전력 안정공급 위해 원전 필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원전을 새로 짓고, 최장 60년으로 정해진 수명도 늘리는 쪽으로 원전 정책의 틀을 바꾸기로 했다. 탈탄소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명분 삼아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유지해온 ‘사회적 합의’를 폐기하는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녹색전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녹색전환 실현을 향한 기본방침’을 결정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8월 연내에 방침을 정하기로 한 뒤 4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일본 정부는 기본방침에서 원자력에 대해 “전력의 안정공급과 (2050년) 탈탄소 실현을 위한 주력 전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장래에 걸쳐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크게 두가지가 바뀐다.
첫째, 원전의 신규 건설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보다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혁신로’라 불리는 개량형 원전을 개발·건설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폐로가 결정된 원전을 재건축 형태로 활용한다. 그밖의 지역에선 원전 재가동 상황이나 지역 여론 등을 고려해 신증설을 검토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원전의 신증설, 재건축에 대해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겨레> 자료
둘째로 ‘최장 60년’인 수명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선 꼼수가 동원됐다. 그동안엔 ‘60년’을 계산할 때 안전 심사 등으로 인한 정지 기간을 포함했지만, 이제는 제외한다. <아사히신문>은 그에 따라 “재가동 심사 등으로 10년간 정지될 경우 최대 70년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원전 규제의 핵심 정책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인 2012년 원전의 운전 기간을 40년을 원칙으로 하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최대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했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약 6%에서 2030년 20~22%로 올린다는 ‘에너지 기본계획’의 내용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원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증설과 수명 연장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 내 원자로는 모두 33기로 이 가운데 10기가 재가동 중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비율을 20~22%로 올리려면 약 30기 정도를 가동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내년 여름 이후 7기를 추가 가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회의를 열고 원전 정책의 기본방침을 결정했다. 총리 관저 누리집
문제는 33기 중 절반인 17기가 가동 30년, 4기는 40년을 넘었다는 점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030년대부터 설비 용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2040년대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기존 원전의 수명을 늘리거나 새로 짓는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선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정부는 “눈앞의 전기요금 상승이나 전력 부족을 강조하며 불과 4개월 만에 결론을 내렸다”며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 핵쓰레기 시설 등 원전을 둘러싼 과제와 논란이 많은 만큼, 국민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삶이 위태로운 야생동물의 똥이 우리에게 하는 말
트레일캠 영상에 찍힌 야생 삵의 모습.ⓒ녹색연합 제공
겨울이 완연해진 11월 중순, 예정에 없던 태백행 버스를 탔다. 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야생동물 탐사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삼척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자취를 추적하는 1박2일의 일정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만만하지 않았다. 사람을 위해 만든 길이 아니라 동물들이 다니는 길로만 가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절로 사족보행이 나왔다.
울진 삼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이 집단 서식하는 지역으로, 산양 외에도 담비와 수달 등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녹색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울진에서 로드킬 당하거나 아사한 산양이 58마리에 이른다. 올해 발생한 두 차례의 큰 산불로 서식지가 훼손되어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 울진에 살던 산양들은 대부분 삼척으로 피난을 갔다. 야생동물 탐사는 이 동물들이 보이지는 않더라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일이다.
야생동물이 남기는 가장 뚜렷한 흔적은 똥이었다. 활동가분들께 한 차례 교육을 받았지만, 산양이나 고라니 같은 초식동물은 똥의 형태가 비슷해 분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삵의 똥도 봤다. 삵은 육식동물이라 똥에 다른 작은 동물의 뼈나 털 같은 것이 섞여 있곤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 집 고양이들의 똥과 생김새가 똑같아서 신기했는데, 같은 식육목 고양잇과의 동물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똥을 그토록 자세히 들여다본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집 고양이가 아팠을 때도 똥의 상태를 관찰한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혼자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존재에게 똥은 단순한 똥이 아니다. 타인이 읽어주어야 할 소중한 생명의 정보이자 메시지다.
몇 해 전부터 활동가들은 여기저기 트레일캠을 설치해 야생동물의 모습을 시각 자료로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는 트레일캠에 찍힌 야생동물의 이미지들을 오래 들여다봤다. 어둠 속에서 나뭇잎을 야금야금 먹는 모습. 인적 없는 시간에 천진하게 뛰어노는 모습. 터전을 찾아 이동할 때 새로 생긴 국도에 가로막혀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 밤에는 텐트 속에서 집에 남겨두고 온 고양이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치해둔 웹캠을 켰다. 스마트폰 화면에 내 방 풍경이 떴다. 나의 고양이들은 벽과 지붕이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서식지에서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은 평안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을 주었다.
재난은 언제나 가장 힘없는 존재에게 가장 가혹하다. 올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피란을 떠나는 모습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와중에, 짐 보따리와 함께 개와 고양이를 들쳐 업고 가는 장면들이 이목을 끌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대피소에 함께 머무를 수 없는 국내 현행법에 대해서도 질문이 제기되었다. 반려동물의 경우도 그러한데, 농장 동물이나 한발 더 나아가 야생동물은 삶의 유지와 복구가 더욱 어렵다.
숲속의 야생동물들은 산불이 나면 피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다. 한편에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큰돈을 들이는 국립공원이 있고, 한편에는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이제는 사각지대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내야 한다.
김영글 (미술작가)/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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