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방법? 금융 리터러시가 중요하죠
”美 '대북 맞대응 훈련’ 거절···“윤 당선인에게 보낸 메시지”
이제 마스크 벗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수치 확인하세요
당은 달라도... 이준석 '혐오정치' 제동 건 세 여성 의원
천안함 침몰사건 12년 지났는데도 논란 해소되지 않은 이유
의전비 논란’ 김정숙 여사…시민단체, 경찰에 고발
법원 “윤석열 장모 ‘모해위증 의혹’ 불기소 정당” 재정신청 기각
반대 많지만 역사가 평가? 대통령이 빠지기 쉬운 도그마
조중동의 “이명박 사면” 신념인가 이권인가
"땅값 떨어질라, 민간인학살 희생자 위령비 건립 반대“
용산 이전, 하라면 하겠지만 터무니없다
물러서지 않는 푸틴 답답해진 미국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질문 던진 기자들
돈 버는 방법? 금융 리터러시가 중요하죠”
승우 ‘미국주식 사관학교’ 대표
미국 주식 맥락 제공 “돈 버는 정보 간극 없애고 싶어”
유료구독 1350명 달성…‘자동차’ ‘암호화폐’ 등 확장 계획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리딩방, 유튜브 콘텐츠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민원은 3442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2배 가량 늘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주식에 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유료구독 매체 ‘미국주식 사관학교’가 등장했다. 네이버 유료구독 플랫폼인 ‘프리미엄 콘텐츠’ 전체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승우 미국주식 사관학교 대표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구독자들도 미국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구독 서비스’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금융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돈벌이 관련 모든 분야에 대한 정보의 간극을 없애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나 ‘주식투자 업계’ 출신이 아니다. NC소프트에 재직 중인 연구원이다. 평소 금융, 기업, 경제 관련 ‘잡지식’은 많았지만, 전문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투자자들이 ‘뭘 모르고 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누군가가 한 미국 기업의 주식을 상장폐지 전날 사는 모습을 볼 땐 마음이 좋지 않았고, 주식 리딩방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를 보고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시장과 개인 모두의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회사 일과 사업을 겸하고 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업무가 끝난다’는 개념이 잘 없지만, 회사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엔 틈틈이 콘텐츠를 제작한다. 매일 원고지 20장 분량의 글을 작성해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콘텐츠 제작은 신 대표와 그의 친구까지, 단 2명이서 전담한다.
‘미국주식 사관학교’의 월 구독료는 월 3900원이고, 현재 유료 구독자는 1350명이다. 서비스는 ‘지난주 실적과 이슈’ ‘시장경제의 이해’ ‘신기술과 테마’ ‘개별회사 소개’ ‘SEC공시분석 강좌’ ‘투자방법론’ 등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오픈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자동차’ ‘암호화폐’ ‘부동산’ 등의 사관학교도 열 계획이다. 신승우 ‘미국주식 사관학교’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나 서비스 전략을 들었다.
-유료구독 서비스 ‘미국주식 사관학교’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금융 리터러시’ 교육을 하자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저와 유료구독자 모두가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금융 교육’ 자체가 많이 부재하다고 느껴서 이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식 투자자들이 리딩방같은 곳에 낚여서 돈을 날리는데 이는 시장과 기업, 개인 모두의 입장에서 좋은 게 아니다. 시장에 왜곡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여러 주제 가운데 미국 주식을 하게 된 이유는, 미국 주식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국내와는 달리 족보가 없었다.”
-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유료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나.
“지인 중에 기자분들이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를 알게 됐다. 처음엔 언론사만 입점할 수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추가 모집할 때 신청했고, 같은 해 9월1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회사에는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씀을 드렸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미국주식 사관학교’의 콘텐츠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는 콘텐츠가 아닌 맥락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1년에 8번의 브리핑을 했을 경우, 브리핑 내용만 말해주는 게 아니라, 브리핑 이후마다 나스닥 시장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맥락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미국주식 사관학교 콘텐츠.
-예를 들면 어떤 식일까.
“NVDA(엔비디아)와 AMD(암드)라는 두 그래픽카드 회사가 있다. 둘 다 매우 유망하지만, NVDA 칩에서만 딥러닝 학습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딥러닝, 혹은 현대 인공지능의 성장에 투자하고 싶다면 NVDA를 사는 것이 맞다. 이러한 디테일을 챙기지 않으면 둘 다 그래픽카드고, 그래픽카드가 인공지능에 필요하다는 생각만으로 잘못된 투자를 할 수 있다. 실제 두 종목은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 사이 각각 396%, 221% 성장해 100%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디테일과 맥락을 잘 챙기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가져온다. 우리는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
”유상증자의 경우 한국에서는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악재라고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상증자도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알려준다. 또 GTT라는 미국 기업이 상장 폐지됐는데, investing.com에서 누가 상장폐지 전날 ‘10년 묵힌다’(장기 투자를 한다)는 말을 써놨다. 사실 이 기업은 1년 동안 공시를 하지 않았기에 상장폐지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사실 아는 사람이면 100% 상장폐지에 베팅했을 것이다.”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286개 유료 채널 중 4위다. 경제 채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순위가 높다.
“우리 콘텐츠는 돈을 낼만 하다고 자부한다. 서비스 시작 전부터 여러 유료구독 채널을 살폈는데,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수준의 콘텐츠가 많았다. 검색해보면 다른 데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도 있다. 특히 언론사 유료구독 채널을 보면 기사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도 볼 수 있다. 주식 투자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운영하고 있다. 고수들이 정말 많다. 10% 정도는 관련 업을 하는 사람들이 입장해있다. 여기서 정보를 교환한다. 이 카톡방에 먼저 들어왔다가 유료구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준 높은 지식을 교환하는 방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286개 중 미국주식 사관학교는 구독자 수 랭킹 4위를 기록했다.
- 독자들의 유의미한 반응이 있었나.
“오픈채팅방에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그중 고등학교 교사분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콘텐츠를 고등학교 경제 교육 시간에 자료로 쓰겠다고 했다. 제 기본 마인드가 ‘금융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흔쾌히 허락해줬다. 교육 자료로 쓰기에도 적합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콘텐츠당 길이가 길고 많은 내용이 집약돼 있다. 이런 콘텐츠를 거의 매일 한두 편씩 쓰는 것 같다.
“저와 친구가 함께 2명이 매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절박하게 쓰고 있다. 저희가 전업으로 하는 분들보다 훨씬 절박할 수도 있다. 돈을 벌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저와 동업자 모두 어렸을 때부터 잡지식에 관심이 많았다. 국제 정세와 금융 지식 등에 관심이 있었다. 제 직업이 개발자라 정보 검색에 능하기도 하다.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보통 5시간, 동업자는 보통 2시간 정도를 쓴다.”
-언제부터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었고, 주 독자층은 어떻게 되나.
“꾸준하게 는 것 같다. 9월 100명으로 시작해 11월에 600명, 12월 800명, 2월 1000명, 3월에 1350명까지 늘었다. 남녀 성비는 70:30 정도 된다. 유료구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MZ세대를 타깃으로 삼는데, 우리는 35살 이상 구독자가 상당히 많다. 40대가 가장 많고, 60대도 있다.”
-월 구독료가 3900원이다.
“현재 월 수입은 500만 원이다. 두 명이 생활 가능한 금액을 벌고는 있다. 구독료 기준은 커피 한 잔 값으로 정해놓긴 했다. 사업 측면에선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킹알파(미국주식 관련 정보 제공 사이트, 일부는 유료) 같은 서비스도 만들고, 장기적으로 이 콘텐츠를 베이스로 교육하는 재무설계사를 양성하고 싶다. 학습지 선생님이 진입 장벽이 낮다. 표준화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무설계사들은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고 보험을 소비자에게 팔아 커미션을 받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재무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으니 고객과 재무설계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콘텐츠가 먼저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입증이 되면 재무설계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 소개글에 ‘프리미엄 콘텐츠’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카레라 4 GTS’ 차를 뽑겠다는 확실한 꿈을 갖고 있다고 썼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자동차’ ‘암호화폐’ ‘부동산’ 분야의 사관학교도 만들 것이다. ‘자동차 사관학교’는 이미 콘텐츠는 거의 다 만들어 놓은 상태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서비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동차 사관학교’는 중고차를 살 때 어떻게 하면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상품끼리 객관적인 비교를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인터넷에 나온 매물 중 매일 가장 싸고 괜찮은 매물은 무엇인지 소개해주고, 개인의 재무 구조와 현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를 소개하는 콘텐츠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사관학교’는 필진은 이미 섭외가 됐는데, 어디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이다. 부동산은 아직 준비 상태다.”
-유료구독 시장 얼마나 성장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처럼 하면 택도 없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이 270개나 있는데 돈 내고 볼만한 게 정말 없다. (남형도 기자가 운영하는) ‘소소소설’은 남형도의 체헐리즘을 좋아하기도 했고, 기부의 목적도 분명해서 구독해왔다. 또 매달 기부금 정산액을 보여주시는데 과거 후순위에 있을 때 바로미터로 삼기 위해 구독한 면도 있다. ‘픽쿨’의 미국 기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유료구독 서비스도 볼만하다. ‘삼프로TV’도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꼭 봐야하는 정보를 요약해서 올려주는데 영상보다 시간을 아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의 채널은 본인이 쓰고 싶은 블로그 형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우린 돈을 받고 글을 제공한다. 3900원의 구독료라 해도 다른 채널과 비교했을 때 싸다는 의미이지,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비교했을 때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한 정보 제공이 아닌 더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하면 다 망할 수밖에 없다. 쓰는 분들이 더 영혼을 갈아서 콘텐츠를 작성해야 한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美 '대북 맞대응 훈련’ 거절···“윤 당선인에게 보낸 메시지”
북에 보낸 강력한 경고 메시지 반감
미, ‘윤 선제타격’ 안보정책에 선 긋기
북과 협상 여지 남겨 훈련 거절한 듯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에서 현무 2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미군이 한국군의 연합훈련 요청을 이례적으로 거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발사에 대한 맞대응 실사격 훈련에서다. 합참 관계자는 28일 “한국 측이 주한미군 측에 당초 계획한대로 맞대응 실사격을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펜타곤(미 국방부) 지시를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 ICBM ‘화성-17형’(한·미는 화성-15형으로 판단)을 발사하자 한국군은 지상·해상·공중 합동 타격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이날 동원된 화력은 현무-II 지대지 미사일 1발, 에이태킴스(ATACMS·전술지대지유도탄) 1발, 해성-II 함대지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정밀직격탄(JDAM) 2발 등이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서욱 국방장관의 현장 지휘로 F-35A 28대를 동원한 ‘엘리펀트 워크’ 훈련으로 맞대응 수위를 높였다.
두 맞대응 훈련은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됐다. 5년 전인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때 한·미가 연합타격훈련을 실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에이태킴스를 발사했다. 당초 주한미군 에이태킴스 전력은 이번 맞대응 실사격훈련에도 5년 전처럼 참여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미측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ICBM 발사 보름 전부터 한·미 연합전력이 맞대응 실사격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대기했는데, 막상 실제로 사격한 날에는 미측이 빠져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한미군사령부, 인도태평양사령부, 펜타곤 간에 조금씩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간에 이견이 있거나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흔들리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며 “아직 미국 내부에서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끼리 행진에 비유되는 ‘엘리펀트 워크’ 역시 마찬가지다. 엘리펀트 워크는 다수의 전투기가 짧은 간격의 밀집 대형으로 잇달아 이륙하기에 앞서 열을 지어 활주로를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참여하지 않아 비행장 활주로 위에서 단독으로 ‘코끼리 걸음’을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도발에 한국군 홀로 맞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빛샐 틈 없다’던 동맹인 미측의 연합훈련 참여 거부는 실사격과 엘리펀트 워크 등 북한에 공개적으로 보낸 강력한 군사적 경고메시지의 효과를 크게 반감시켰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측 단독으로 하기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 ICBM 발사에 맞대응한 시간도 논란거리다. 북한의 ICBM이 발사대를 떠난 시각은 지난 20일 오후 2시 34분이었고, 한국군이 맞대응 미사일을 쏘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4시 25분으로, 북이 ICBM을 발사하고 1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5년 전 한·미가 6분 만에 대응 사격한 것과 견주면 시간적으로 크게 늦다. 이는 아마도 북한이 5년 전과는 달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ICBM인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지를 구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북의 MRBM 발사일 경우 굳이 맞대응 실사격을 할 이유가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군 F-15K 전투기가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에서 발사한 합동직격탄이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국방부
미국의 맞대응 훈련 거절은 미측이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정책과 관련해 주장했던 것을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18일 내놓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 제목 보고서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이슈에서 미국과 더 강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윤 당선인이 말한) 한국의 선제타격 주장은 미국의 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는 “미국은 과거 남북 군사 충돌이 있으면 종종 한국에 군사 대응은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는 윤 당선인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읽혀진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인터뷰에서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과 맞바꿀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대북제재 완화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판단 착오가 발생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는 북한에 “포용성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를 모라토리엄 ‘파기’라고 말했으나, 미국 등 외국 언론은 모라토리엄 ‘종료’ 또는 ‘철회’라는 결이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경향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이제 마스크 벗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수치 확인하세요
속지 마세요, 지난 2년 K방역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싱가포르가 드디어 마스크를 벗습니다. 3월 29일부터 코로나 방역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기로 한 겁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다섯 명까지로 제한되던 식사 모임 인원을 열 명으로 늘렸고, 오후 10시 30분까지였던 술 판매 제한 시간도 없앴습니다. 그동안 완전히 사라졌던 라이브 공연도 가능해졌고, 각종 행사나 공연의 인원 제한도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입국할 때 하던 코로나 검사도 없앴습니다.
싱가포르, 마스크를 벗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최고의 방역모범국가로 여러 번 입길에 올랐던 나라입니다. 2020년 12월 말에 아시아에서는 가장 빠르게 백신을 들여왔고, 부스터샷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4월에는 <블룸버그>가 발표한 코로나 회복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방역모범국"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여러 번 소개가 되었습니다.
방역모범국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기업의 문을 닫는 셧다운을 실시했고, 확진자가 늘어날 때면 외식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이번 완화 발표 전만 해도 재택근무 의무화와 5인 이상 식사 금지를 시행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반드시 QR코드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마스크, 산소포화도 측정기, 자가진단키트 무료 배포 등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지원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종이 발생하여 마스크를 다시 쓰게 만들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싱가포르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거의 다 돌아왔습니다.
앞에서 싱가포르를 두고 "아시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최고의 방역모범국가로 여러 번 입길에 올랐던 나라"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 코로나 사망 하루 429명은 세계 4위... 인구 1억 이하 국가 중엔 1위"라고 한 <조선일보> 보도를 못봤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그 수많은 날 가운데 그 날 하루 데이터만 가지고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입니다. 지난 2년 간 싱가포르 코로나 상황을 조사하고 기사화하는 동안 함께 지켜봐온 한국의 전체적인 코로나 방역 상황은 분명 아시아 최고, 나아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습니다.
▲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인구 100만명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확인했습니다. 뉴질랜드 등과 함께 가장 적은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Our world in data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4천 명으로 OECD 국가 중 26위이지만, 누적 사망자 수는 284명으로 34위입니다. 미국에 비해서는 10분의 1도 안 되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는 5분의 1 수준입니다. 치명률은 세계 평균이 1.28%인데, 한국은 0.13%입니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치명률이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86.68%, 부스터샷 접종률 63.53%로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의 치명률이 이렇게 낮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건 코로나 확산 시기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나라 가운데 확산 시기가 다른 네 나라를 비교하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치명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이 : 언제 확진자가 늘었는가
▲ 위) 인구 백만명당 누적 확진자수 / 아래) 인구 백만명당 누적 사망자수 ⓒ 이봉렬
미국과 프랑스는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중반부터 이미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도 않고,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았던 때라서 치명률이 높았습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2021년 10월부터, 한국은 2022년 들어서야 확진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이미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망자 수가 따라 늘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한국과 싱가포르가 미국이나 프랑스 대비 사망자 수가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제까지는 잘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결과는 통계가 말해줬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감염병 전문가도 아닌 제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국과 가장 비슷한 추세를 보였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조해서 조심스럽게 전망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매우 잘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 싱가포르 케이스 통해 전망하는 한국
▲ 한국과 싱가포르의 오미크론 변이 이후 일일 확진자 수 추세. 싱가포르가 먼저 정점에 도달했고, 한국은 이제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 Our world in data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올 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초기에는 싱가포르의 증가폭이 좀 더 컸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2월 말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여 3월 2일부터는 한국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3월 9일의 대통령 선거의 영향이었는지 그 후로도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다 3월 16일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에야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월 초 1.89까지 치솟았던 감염재생산지수도 이제는 1.1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싱가포르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확산의 정점을 찍은 지 한달 만에 방역 완화를 발표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개선되었습니다. 이에 비춰 본다면 한국의 경우 4월 중순이나 늦어도 4월 말에는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람들도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5월의 햇살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이봉렬 in 싱가포르] 오마이뉴스
당은 달라도... 이준석 '혐오정치' 제동 건 세 여성 의원
'장애인 혹은 장애인 가족' 김예지·장혜영·최혜영... 이 대표가 폄하한 장애인 시위 적극지지
국민의힘 김예지, 정의당 장혜영,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가나다 순).
장애인들의 시위를 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혐오정치' 행보에 서로 다른 당이지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세 의원은 '여성'이자 '장애인' 혹은 '장애인 가족을 둔' 국회의원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 최혜영 의원은 척수장애인이고, 장혜영 의원은 동생이 중증발달장애인이다.
최혜영·장혜영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단체 시위 폄하 발언이 나온 지난주 금요일(25일) 즉각 국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의원은 "장애인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며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를 운운하며 서울경찰청에까지 조치를 요구하는 모습에 새로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님,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품위와 존중으로 사람을 대할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더 이상 갈등 조장을 멈추고 곧 집권여당이 될 정당대표의 말의 무게를 깊이 상량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도 "차기 여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자각이 있다면 지금은 교통약자를 공권력으로 진압하라는 경솔하고 위험천만한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라는 과잉된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차기 여당대표의 공감능력 '제로(0)'의 독선이 참으로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지적을 이어갔다. 장 의원은 "이준석 대표님, 지금은 장애인과 싸울 시간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싸울 시간"이라며 "시위를 멈추는 방법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장애인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 본인이 장애인권리예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만나 사진 찍고 생색내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을 뿐 정작 교통약자법의 조문은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약화됐다"라며 "또 '할 수 있는' 예산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 수수방관하다 이제는 활동가들과 시민들을 매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시위의 핵심 요구사항은 한사코 외면한 채 엘리베이터 설치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시위대 흠집내기에 집착하는 이준석 대표의 직무태만과 적반하장이야말로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시위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라도 그런 불편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시위다. 많은 시민들이 이 점을 알기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시위에 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혜영 의원도 "무엇보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성별, 지역, 이념의 갈등과 혐오를 조장한 데 이어 또다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고 있다"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과거를 숨긴 채 (이 대표는) '인질' '볼모' '부조리'를 운운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갈등 조장을 멈추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타기 출근 선전전에 동참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유성호
이준석 대표와 같은 당인 김예지 의원은 28일 오전 직접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정치권을 대신해 제가 대표로 사과드린다"면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관련 기사 보기 http://omn.kr/1y0q9 ).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정말 큰 사고가 있어야, 누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해야 그제야 언론에서 주목하고 그래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왔다"라며 "저는 국회의원으로 오긴 했지만 그 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이다. 혐오와 눈초리를 감수하면서 장애인들을 대변해주심에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적절한 소통을 통해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라며 "출근길 불편함을 토로하신 국민들에게도 죄송하다. 당사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말씀드린다. 대통령 인수위에 여러분(장애인단체)의 입장을 설득하고 잘 전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같은 당 의원까지 나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상황에도 "전장연에는 사과할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예지 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대해 평가할 일도 없다"라며 "전장연이란 단체는 투쟁 방식이 강력한 것이지 5개 법정 단체에 비해 대표성이 약하다. 그곳의 의견을 꼭 항상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소중한(extremes88)/ 오마이뉴스
천안함 침몰사건 12년 지났는데도 논란 해소되지 않은 이유
창작과 비평 진단 ‘군사비밀 영원히 비공개’, ‘한국 민주주의 수준못미쳐’
이태호 어뢰추진체 북한제로 입증안됐다, 천안함만 남아있을 뿐
“패잔병 비국민 모두 안전한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1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정부발표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 몇몇 지식인들은 한국의 군사비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방개혁 수준, 믿음의 강요 등을 꼽았다. 천안함의 진실은 반드시 끝까지 가서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창작과비평은 2022년 봄호에 ‘국방개혁과 한국사회 대전환’ 좌담회에서 천안함 사건 논의과정을 분석한 목소리를 실었다. 1월27일에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진실의길 대표),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한 좌담회 내용이다.
편집주간 이남주 교수는 “군에서 일어나는 상식밖의 놀라운 상황들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바로 천안함 사건”이라며 “여러 의문들이 제기됐음에도 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막는 기제가 작동해 아직 논란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에서는 천안함 폭침설에 대한 의문을 계속제기해왔지만 무엇이 천안함 침몰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확증적 결론이 제시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논의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사건 직후 자신이 언론에 썼던 글을 회고하면서 “정부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실 논란이 분명 있을 것인데, 이런 류의 사건에서 모든 사안의 인과관계가 100% 입증되기란 어렵기 때문에 조사 절차 자체의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며 “투명한 조사과정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을 가지고 정상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했는데 지금까지도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태호 참여연대 소장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그동안의 활동을 두고 “정부의 주장이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된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결정적 증거라고 했던 어뢰의 ‘1번’ 표기부터 어뢰 프로펠러 설계도까지 북한 것임이 입증된 바가 없고, 당시 증거라고 내놨던 어뢰설계도도 실제 설계도가 아니라 개념도임이 드러났다”며 “해당 프로펠러는 여러 나라에서 복제도 많이 된 것이고, 더구나 국제조사단은 1번 어뢰를 조사한 적이 없더라. 에클스 천안함 미국 조사단장은 1번어뢰를 즈거로 인식해서 가져가 분석한 게 아니고 몇가지 데이터만 보고 어뢰에 가깝다는 가설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상철 대표도 “에클스 단장이 ‘선체 하부 1~3미터에서 비접촉 폭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상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날짜가 4월15일인데, 이날은 함미가 인양된 날”이라며 “제대로 조사도 시작하기 전에 언급한 내용이 모든 사고 원인 분석의 가이드라인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소장은 “과학적 토론에서 가설은 얼마든지 세울수 있고, 정부의 추론을 존중할 의사도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인정해야 할 건 정부의 발표도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그런 면에서 “진실이 완전히 밝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진실이 감춰지는 미국의 경우를 두고 “미국도 베트남전 통킹만사건, 이라크전 문제, 각종 군사범죄 등 많이 감춰왔으나 그것을 드러내는 절차가 있다”며 “비밀이 풀리고, 전쟁중에도 군과 국회간 청문회 조사위원회 등에서 정부 실패가 있었다는 보고서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어떤가”라며 “군사기밀은 무기한이다. 진실이 어떤 방식으로든 밝혀져도 군이 입을 딱 닫아버리면 그 자체로 진실공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시민들이 대강의 진실을 알아도 진실의 끝까지는 못 들어가는 구조를 타개하자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도 만일 왜곡됐다면 어느 정도로 왜 왜곡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개선 논의가 확실히 진행돼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과,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창작과비평 편집주간). 사진=창작과비평 2020년 봄호 사이트 갈무리
신상철 대표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는 데서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수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도 논란이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정치화되는 현실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정부와 군당국”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사고 원인을 특정한 결론으로 몰아갔고, 그 과정에서 과학적 합리적 추론과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억압했다”며 “졸속으로 결론을 내리고 믿음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태호, 천안함 어뢰 북한제로 입증되지 않아 …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
이를 두고 이태호 소장은 지난해 9월말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 내용의 오류들을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당시 ‘천안함, 아직 인양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글에서 △어뢰설계도가 북한제인지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수중폭발의 버블제트 효과 주장이 스스로 모순을 일으키며 △함미 프로펠러가 휜 원인에 대한 합조단 설명을 재판부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함미프로펠러에 걸린 그물에 대해 조사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어뢰설계도를 두고 이 소장은 “설계도면이 아닌 외부 수치를 중심으로 한 개념도” “어뢰 내부의 (…) 추진모터의 제원이 도면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재판부 설명을 들어 “재판부의 설명대로라면 측정 결과 내부 부품 크기가 도면과 확연히 달랐지만 외형이 동일해 북한제라 판단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왜 꼬리모양이 동일한 소련제나 중국제의 경우는 배제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소장은 “어쨌거나 이미 증거능력을 잃은 종잇조각(어뢰설계도)을 바탕으로 일치 여부를 다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결과적으로 어뢰추진체가 북한제인지는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입증된 것은 오로지 ‘어뢰설계도’를 가지고 있다는 군의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제트 효과를 두고 이 소장은 “열 흔적이 없고 탄약 냄새가 없는 까닭이 버블제트 효과탓이라는 군의 주장을 재판부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이는 군 자신의 시뮬레이션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수중근접폭발 시뮬레이션에 따르자면, 버블이 선저에서 붕괴될 때는 이미 1차 충격파와 버블의 1차 팽창과 수축으로 선저가 찢겨 있는 상태여야 한다”며 “수축한 버블의 온도는 3000도로 추정되는데, 파열된 선체로 초고온 버블이 붕괴되면서 파고들었다면 천안함 파단면이나 전선피복, 내장재 어디에도 열 흔적이 없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생존 장병들은 탄약 냄새 대신 주로 기름 냄새를 맡았고, 물기둥 발생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현 스크루 끝이 회전방향 반대로 S자로 휘고 일부 절단 등 손상이 발생한 것을 두고 신상철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관성으로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좌초의 흔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장은 “합조단과 재판부는 스크루 축에 인양 당시 걸려 있던 그물 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국방부가 제시한 연어급 잠수정이 중어뢰인 CHT-02D를 발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 소장은 합조단이 유엔에 보고한 어뢰 발사체는 ‘소형 잠수정’인데 이는 70~80톤이라며 이는 중어뢰를 발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현재 남아있는 증거는 “추론과 비밀로 가득한, 네 쪽으로 절단되고 파괴된 천안함이 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천안함을 격침시킨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추진체 설계도와 어뢰 잔해 및 1번 글씨.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8년 만에 법정에 공개됐던 천안함 생존장병의 진술서 원본을 두고 재판부가 내린 판단에 대해서도 이태호 소장은 여지를 둔 해석으로 봤다. 신상철 피고인은 생존자 58명의 진술서 중 폭발 주장은 14명인데 반해 충격이라고 한 진술을 24명에 달해 충돌의 정황을 제기해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재판장)는 지난 2020년 10월31일 판결문에서 “위 각 진술서의 기재 내용을 살펴보면, 폭발로 판단한 승조원보다 충격으로 판단한 승조원의 수가 더 우세하기는 하다”며 “그러나 폭발인지 충격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승조원이 20명에 달하고, 판단은 각자의 사전지식이나 경험의 영향에 따라 상이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위 승조원 58명의 진술서 기재 내용이 천안함이 수중폭발로 침몰하였다는 합조단의 분석결과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이태호 소장은 “비록 군의 결론을 수용했으나 재판부조차도 당시 충돌로 인식한 장병 수가 더 많았으며 어뢰가 아니라고 확신한 장병들도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천안함 함수 절단면에 여전히 파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형광등. 사진=조현호 기자
특히 이태호 소장은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억압된 시선을 향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폭침이냐 아니냐? 서해 수호냐 포기냐? 남북관계가 교착되거나 변곡점을 지날 때, 남한 내에서 대선 같은 선거가 있을 때 이런 질문은 더 집요해진다”며 “정부와 거대 여당은 이런 뇌관만이라도 제거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다친 천안함 희생자 가족과 생존 장병들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그들에겐 치유받고 회복될 권리가 있다”면서도 “‘패잔병’으로 몰려온 이들뿐만 아니라 ‘비국민’으로 낙인 찍혀온 이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1차 조사에서 미진했던 몇몇 검증 과제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과학적 분석을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썼다. 이 소장은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패잔병’으로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와 ‘종북음모론자’로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공론장이 필요하다”며 “특히 언론, 탐사언론의 책임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의전비 논란’ 김정숙 여사…시민단체, 경찰에 고발
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면서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가 김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8일 김 여사를 강요,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교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의전비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가 특활비 담당자에게 고가의 의류 등을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청와대 특활비가 영부인 의류나 장신구, 구두 등 구매에 사용됐다면 횡령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청와대는 한국납세자연맹의 대통령과 영부인 의전비용 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의전비용은 예산에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국가원수, 영부인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은 행사 부대 경비이므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납세자연맹은 이에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당시 부장판사 정상규)는 지난달 10일 영부인 의전비 등이 비공개 대상이라는 청와대 판단이 위법이라며 의상, 액세서리, 구두 등 영부인 의전비용을 공개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비공개 사항’이라는 청와대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은 물론 김 여사 의전 비용과 관련된 예산 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 내용까지 개인 정보를 뺀 대부분 내용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같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가 오는 5월9일 종료되는 문 대통령의 임기 전에 결론이 나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해당 기록은 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15년간 비공개될 전망이다./국민일보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법원 “윤석열 장모 ‘모해위증 의혹’ 불기소 정당” 재정신청 기각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장모 최모씨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불기소한 검찰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30부(재판장 배광국)는 지난 25일 사업가 정대택씨 등 2명이 최씨를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신청인들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면,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수긍할 수 있고 달리 위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고소·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공소제기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앞서 최씨는 2003년 서울 송파구의 한 스포츠센터 채권투자 이익금 53억원을 두고 동업자였던 정씨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정씨는 건물 거래에 따른 이익금 절반을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최씨는 강요에 의한 약정이었다며 이익금 지급을 거부하고 그를 고소했다. 당시 약정 체결에 입회했던 법무사 백모씨는 “강요로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 맞는다”며 최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최씨로부터 대가를 받고 위증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씨는 백씨가 말을 바꿨음에도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2008년 최씨와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씨를 모해위증교사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백씨가 위증을 했고, 최씨 등이 이를 교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고, 오히려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정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0년 정씨는 최씨 등을 같은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이번에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서울고검도 항고를 기각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7월 수사과정에서 일부 판단이 누락됐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으나, 또 한 번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재기수사란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청이 추가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그 검찰청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절차를 뜻한다. 정씨 등은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정신청을 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반대 많지만 역사가 평가? 대통령이 빠지기 쉬운 도그마
역대 대통령, 박정희 신드롬·역사와의 대화·엘리트주의 빠지기 십상
윤 당선인, 용산 논란에 "여론조사 의미 없다" … "불통·독선" 우려도
역대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은 대통령이 빠지기 쉬운 대표적 도그마(신념·학설)로 '박정희 신드롬'을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이명박청와대 출신 인사는 27일 "대통령이 되면 박정희 시절 경부고속도로 얘기에 쉽게 빠진다. 여론과 야당은 경부고속도로를 반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강행한 덕분에 대한민국 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을 역사가 재평가해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대통령이 불통과 독선에 빠질 위험 신호로도 읽힌다. 여론에 귀닫고 '나만 옳다'는 인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도 그런 점에서 걱정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 =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은 대통령이 쉽게 빠지는 도그마에 윤 당선인도 벌써 발을 들인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대통령이 되면 빠지는 대표적 도그마는 앞서 언급한 '박정희 신드롬'이다. 임기초 자신의 공약을 놓고 찬반이 팽팽할 때 곧잘 경부고속도로 사례를 앞세워 돌파하려 한다는 것. 비슷한 논리로 '역사와의 대화'도 꼽힌다. 임기말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여야 모두로부터 멀어진 대통령은 곧잘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지금은 다들 나를 비판하지만 훗날 역사는 내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줄 것인만큼 내 소신대로 국정을 마무리 하겠다"는 논리에 빠진다는 것. 또 비슷한 논리로는 '엘리트주의'도 있다.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최고급 정보가 집중된다. 박근혜청와대 출신 인사는 27일 "대통령은 자신이 국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 십상인데다, 당선 뒤 숱한 정보가 집중되면 '나는 옳다' '대중은 잘 모른다'는 식의 엘리트와 대중을 구분하는 이분법에 빠지곤 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신드롬' '역사와의 대화' '엘리트주의'에 빠지면서 불통과 독선의 국정이 시작된다는 비판이다.
이명박청와대 출신 인사는 "이 전 대통령도 집권초 '지금은 국민이 반대하지만 나중에 성과를 보여주면 여론도 바뀔 것'이라고 곧잘 얘기했다. 참모들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임기내에 여론을 바꾸기는 어렵다. 국민이 찬성하는 일만 해도 나라는 잘되고, 대통령도 성공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귀담아 듣지 않더라. 자기 뜻만 고집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이같은 인식 속에 이뤄졌다는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반대가 더 많은 용산 이전 =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용산 집무실 이전을 고수하는 장면을 놓고도 연장선상에서 걱정이 나온다. 한국갤럽(22∼24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집무실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청와대 집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53%,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좋다' 36%로 나타났다. 용산 이전 반대가 많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4일 기자들로부터 '용산 이전 반대가 많다'는 질문을 받자 "지금 여론조사를 해서 몇 대 몇이라고 하는 거는 의미가 없고. 국민들께서 이미 정치적인, 역사적인 결론은 내리신 거라고 저는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 측근으로 꼽히는 윤한홍 인수위 청와대 이전 TF 팀장은 26일 JTBC 인터뷰에서 "청계천 사업도 오픈하기 전까지 반대 여론이 70∼80%였다. 근데 청계천 오픈하고 나서 어땠냐. 정확한 정보가 국민 손에 가 있지 않다. 홍보를 해 나가다 보면 국민께서 아!하고 박수를 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청와대 출신인사는 27일 "(윤 당선인이) 역대 대통령이 빠졌던 '박정희 신드롬'에 벌써 발 담근 것 같다"며 "대통령은 여론에 맞설게 아니라 여론을 좇아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조중동의 “이명박 사면” 신념인가 이권인가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에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
기회 있을 때마다 ‘MB사면’ 요구한 보수신문, 진짜 이유는
보수신문은 16일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MB사면’을 의제로 올렸다. 동아일보는 15일자 사설 <이명박 사면, 文대통령이 마무리해야>에서 “윤 당선인이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퇴임 하루 전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사면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면서 “퇴임 전 사면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게 새 시대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 주장했다. 이명박씨를 두고선 “만 81세로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16일자 사설 <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 사면해야>에서 1997년 김영삼 대통령-김대중 당선자 회동에서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논의한 것을 “국민 화해·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신구 권력의 의지와 배려”로 평가한 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MB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도 같은 날 “가장 주목되는 의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며 “초박빙 대선 이후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해 문 대통령이 잇달아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사설에선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생각하는 상당수 국민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사면을 단행하면 국민 통합 취지가 퇴색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회동이 무산되자 동아일보는 17일자 사설에서 “당선인 측은 사면 결정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공개 압박한 건 따지고 보면 언론이었다.
▲‘이명박 사면’과 관련한 보수신문 지면 일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21일자 칼럼에서 “마지막에라도 문 대통령이 내 편의 지지율보다 역사의 평가를 중시하는 대통령다움을 보였으면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24일자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갑에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품고 다녔다. 그 유서를 볼 때마다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면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건강 상태’를 이유로 사면하면서 열한 살 더 나이가 많은 80대 이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28일자 1면에서 다시 잡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 소식을 전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추가경정예산 문제 등 쟁점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 보도했다. 사면 문제는 어느샌가 언론에 의해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신문은 “여권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만 사면한 채 임기를 마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면’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월2일자 사설에서 “수감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것에 무슨 의미를 둘 수 있는지를 국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 여론은 반대 54%, 찬성 37%였다. 이들 신문은 지난해 12월에도 박근혜·이명박씨의 ‘성탄절 특사’ 가능성을 띄웠다.
여론은 지난해 초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한국갤럽의 지난 22일~24일 여론조사에서 이명박씨 사면은 반대 50%, 찬성 39%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69%가 사면에 찬성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이명박씨 사면 여론은 찬성 39.1%, 반대 53.9%였다. (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보수신문이 MB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2008년 임기 첫해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에 맞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등을 특별사면·복권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횡령 및 세금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고,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은 증여세 44억여 원 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0억 원 판결을 받았으며,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장부 파기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보수신문은 힘을 얻게 되었다.
보수신문이 이명박씨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이처럼 과거에 대한 ‘보은’의 성격도 있겠으나 MB계 인사들이 ‘미래권력’을 갖게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친이계로 200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 출신이고, 장제원 의원도 MB계로 통한다. 김은혜 윤석열 인수위 대변인도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이동관 당선인 특별고문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이다.
그리고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 개정으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했다. 덕분에 2011년 12월1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가 종합편성채널 개국에 성공했다. 때문에 ‘국민 통합’이라는 사면의 명분 뒤에는 이명박정부 시절 ‘사면’과 ‘종편 선물’ 그 이상의 이권과 특혜를 위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담겼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현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보수정부와 보수신문은 한 몸이다. 특히 이명박은 보수신문에 큰 힘을 줬던 인물”이라며 “MB가 사면·복권돼야 그 세력이 완전히 부활하고 그 세력이 힘을 얻어야 보수신문도 힘을 얻게 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신문은 이권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논평에서 “일부 언론이 340억대 횡령 및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압박하고 나섰다”며 사면 주장 배경에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친이명박계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기에는 ‘2기 이명박 정부’라는 낙인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결국 보수언론이 해결사로 나선 격”이라 내다봤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땅값 떨어질라, 민간인학살 희생자 위령비 건립 반대"
공주 상왕3통 주민 집단행동에 사업 '위기'...
▲ 1950년 7월, 왕촌 살구쟁이로 끌려가는 희생자들의 집단학살 직전 모습ⓒ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6.25 전쟁당시 충남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비 건립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반대 이유로 이미지 훼손과 주변 땅값 하락을 들고 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호소한다.
용산 이전, 하라면 하겠지만 터무니없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방부·합참 이동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불과 며칠 사이에 기획·발표되었다. 국방부 내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인 대규모 속도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군의 심장’을 통째로 옮기는 일이다. 주어진 시간은 넉넉히 잡아도 3주. 확정된 계획안과 촘촘히 짠 로드맵 대신 속전속결이라는 주문만 붙었다. 대통령직에 당선된 차기 군통수권자가 공개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의 군통수권자가 하루 만에 제동을 걸면서 초유의 사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혼란의 씨앗은 이미 싹을 틔운 뒤였다. 불과 일주일(3월15~21일) 사이에 국방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에 현직 국회의원과 예비역 3성 장군이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들려온 건 3월15일 늦은 오후였다. 이들이 영내를 둘러보고 국방부 기획조정실장과 만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군에서는 ‘VIP(대통령)가 국방부로 집무실을 옮긴다’는 내용, 그리고 국방부, 합동참모본부(합참) 등 각 부서들의 예상 이동 장소를 담은 정보들이 퍼졌다. 국방부와 합참이 이날 관련 회의를 열었고, 일부 부서에선 사무실 면적과 현황 파악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조만간 이전 계획에 따라 사무실 철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이날 공유된 정보들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방부는 청사 전체를 비우고, 떠나는 부서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긴급 이전과 재배치 2단계로 나눠 국방부 장차관실과 기획조정실 등 핵심 부서는 합참 청사로 옮기고, 다른 50여 개 부서는 국방부 구청사로, 나머지 부서는 국방부 영내·외 부속 건물로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부서들은 밀어내기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였다. 합참 일부 부서는 시설본부로 옮기고, 시설본부는 다시 구 방사청 건물로, 이 건물을 쓰는 부서는 기상청으로 밀려나는 방식이다. 추산된 이동 인원만 약 2900명. 주어진 시간은 3월 말, 늦어도 4월 첫째 주까지였다. 국방부 내부에선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속도전”이라는 불만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3월15일 국방부를 방문한 현직 국회의원과 예비역 3성 장군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었다. 윤 의원과 김 전 본부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국방부 방문 직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라는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탔다. 다른 인수위원들(3월18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3월19일)가 차례로 국방부를 찾았다. 3월20일엔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윤 당선자가 이날 직접 밝힌 이전 계획은 앞서 국방부 내부에서 돌았던 정보들과 같았다.
국방부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복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전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들이 집무실 이전 관련 정보를 처음 들은 날은 3월14일이었다. 윤한홍 의원과 김용현 전 본부장이 국방부를 방문하기 바로 전날이다. 이날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윤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방부·합참의 연쇄 이동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496억원은 ‘이사비’에 불과하다
인수위 측은 대선 공약 수립 시기부터 국방부 이전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22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를 보면, 인수위는 3월14일 처음으로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전제로 국방부 본관동을 비울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인 3월15일엔 국방부 방문 계획과 함께 “민간 임차와 청사 신축 없이 최대한 기존 건물을 활용해 3월31일까지 이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 1순위로 지목된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청사에서는 인수위 관계자들이 국방부를 방문한 이후부터 대책 마련, 이전 계획 수립 작업이 중단되었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 인수위가 국방부를 방문한 3월15일 전후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장소가 확정되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국방부로서는 ‘위에서 확정 지침이 하달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속도와 절차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크다. 차기 대통령과 국방부 모두에게 ‘초대형 프로젝트’이지만 실무적 고민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불거진 ‘안보 공백’ 논란은 국방부 이전에 따라 예상되는 실무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국방부가 이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우려한 사안 중 하나는 안보 전략 관련 시스템들의 이전, 업무 네트워크 연결 등이다. 각 부서들이 흩어지고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군사 행정·작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 및 네트워크들을 짧은 시간에 문제없이 재구축해야 한다. 평시에도 안보 태세에서는 찰나적인 중단 가능성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 같은 군과 안보 시스템의 특성상 면밀한 검토 없이 짧은 시간에 이전·재배치하는 것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비용 문제는 가늠조차 어렵다. 확정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언제, 어떤 곳에서 청구서가 날아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 3월20일 윤석열 당선자가 공개한 ‘이전비 496억원’은 사실상 국방부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사용되는 ‘이사비’에 불과하다. 바로 다음 날 인수위가 새롭게 “합참 청사 신축비에 1200억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것처럼 실제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비용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인수위, 국방부가 각각 추산한 이전 비용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제3의 기관에 연구용역을 부과해서 사업 타당성 및 비용을 추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공식적인 행정절차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지도 못했는데 일단 실행부터 하겠다는 뜻이다.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 안팎에선 이번 이전만으로 재배치 작업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부터 군 안팎에선 국방부와 합참을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져왔다.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이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수위 측은 합참의 경우 단계적으로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남태령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합참은 남태령 B1 벙커를 전쟁지휘본부로 쓰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국방부로의 이전은 기정사실이다”
국방부를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예전부터 나왔다. 3군 본부는 이미 30여 년 전에 계룡대로 이전했다. 그러나 각 군의 행정·지휘·지원 역할을 맡고 있는 국방부는 서울에 있다. 다른 영관급 장교는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있는 건 ‘전시 수도권 사수’라는 상징성 때문이지만 그동안 이전을 두고 여러 가능성과 방안이 논의되어왔다. 이전을 감행한다면, 한국군 전반을 위한 장기 계획 수립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인수위가 국방부를 ‘정부 부처’ 시각으로만 접근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부는 정부조직법상 군부대가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으로 분류된다. 정부 부처 관점에서 보면 용산의 국방부는 인수위가 물색한 이전 후보지 10여 곳 가운데 최선의 장소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최대 걸림돌인 보안·경호 문제 역시 이미 수십 년간 촘촘한 보안 인프라를 갖춰온 국방부로 옮기면 해소된다. 민간 임차 또는 청사 신축을 통해 옮겨야 하는 다른 후보지들과 비교해 이전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 기능의 양대 축인 ‘군정(군 작전에 필요한 군수지원과 인력 보충 등 살림을 담당)’과 ‘군령(군사작전 지휘)’은 각각 국방부와 합참으로 나뉘어 있다. 또 다른 국방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한 울타리에서 군사시설로 연결되는 두 기관(국방부와 합참)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고 ‘합참은 그대로 두고 국방부만 움직이면 문제없다’는 식의 논리로는 이번 논란과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 다음 날인 3월21일 “안보 공백 우려가 있어서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제공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4월 초 이전 완료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청와대는 “안보 공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라며 여지를 남겼다. 현재 조율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간 회동을 통해 이전 계획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5월10일(취임식) 이후에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못 박고 국방부 청사로 이전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인수위 측 관계자는 “국방부로의 이전은 기정사실이다.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취임 전이든 후든 예산이 통과되는 대로 최단시간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명문상현 기자
https://www.youtube.com/watch?v=Zvyyb3ulPI8
"아직은 노무현 정부거든요. '이명박 인수위'는 지시·명령 권한이 없습니다"... 14년 전 노무현, 이명박 인수위에 '폭발' 2008년 1월 OhmynewsTV 2022. 3. 28.
4년 전인 2008년 1월 당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월초 경제계 신년하례회와 월말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 등에서 강도 높게 '이명박 인수위'를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측에서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 서명 압박 요구가 부당하며 불합리하다는 걸 지적했다. 14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겪는 일이 묘하게 닮았다.
(기획 : 이한기 기자, 제작 : 김상미 PD)
[정정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발언 영상 자막 중에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바라는 법안에'는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의 잘못된 표기입니다. 영상에서의 수정
물러서지 않는 푸틴 답답해진 미국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중단하고,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독립시키며,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면 전쟁을 중단할 것이다.” 반대하던 우크라이나가 유연해졌다.
3월15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기차역. 폴란드행 기차를 타려는 피란민으로 가득하다.
ⓒREUTERS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째 접어들고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협상은 물론 주변국들의 중재까지 난항을 보이자 핵심 이해 당사국인 미국이 당장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갈수록 높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마지막 담판을 벌인 건 지난 1월21일.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이상의 병력을 집중한 가운데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는 “신속하고 혹독한 경제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를 포함해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접수한 미국의 답신에서 명시적인 안전보장책이 없음을 확인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이란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을 명령했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공식 대화를 중단한 채 유럽연합(EU)과 함께 일련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취해왔다. 총력 제재를 통해 푸틴의 전쟁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유럽연합과 별도로 가장 최근엔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함으로써 미국을 포함해 서방국가에 예치된 외환보유고 약 6400억 달러의 접근을 차단했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까지 중단시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병력 파병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역시 같은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나토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확대되면 핵무기를 동반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럽연합뿐 아니라 전 세계 우방들과 함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총력을 기울이는 까닭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면 제재에도 전쟁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인적·물적 피해는 갈수록 태산이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국민 300만명 이상이 피란길에 나섰고, 수도 키이우는 물론 남부 주요 도시들이 러시아군의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교전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최근까지 네 차례나 휴전 협상을 했고, 프랑스와 독일·이스라엘·터키 등 미국의 우방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푸틴의 ‘복심’으로 통하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헌법 수정으로 나토 가입을 중단해 중립국 지위를 추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지역인 도네츠크 및 루간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며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면 즉각 전쟁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이 문제에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3월1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및 중립국 지위 추구, 러시아군 철수를 골자로 한 15개항의 평화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 창구는 활짝 열려 있다. 실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 다양한 외교 채널을 열어둔 채 푸틴의 정확한 의중을 탐색해왔다. 미국은 프랑스·독일·이스라엘·터키 등 우방이 러시아 측과 중재에 나서기 직전 및 직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미국 측 의사를 전달했다. 그럼에도 현시점에서 미국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한 돌파구 마련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속전속결을 기대했다가 낭패를 본 푸틴이 우크라이나 점령을 원하는지, 아니면 향후 어느 시점에 소모전을 중단하고 철군할 의향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중단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는데도 이처럼 끔찍하게 사태를 악화시킨 장본인은 푸틴이다”라고 비난했다. 푸틴이 전쟁을 중단할 의지를 명백히 보이지 않는 한 정상급 대화를 제안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무부의 고위 관리도 〈워싱턴포스트〉에 “우크라이나가 헌법을 개정해 나토 가입을 금지하고 비무장화할 때까지 계속 공격하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이 최고위급 대화를 제안하긴 힘들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철회 전제한 전쟁 중단?
미국이 언제까지 제재만 고집하며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인근의 우크라이나 군기지를 폭격하면서 확전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일각에선 푸틴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몰도바와 조지아까지 넘볼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스콧 베리어 국장은 의회 증언에서 “러시아군의 포위망이 수도 키이우를 점점 좁히고 있다. 수도로 향하는 보급품이 끊기면 2주를 못 버틸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미군 당국도 러시아군이 향후 최대 2주간 키이우를 포위한 뒤 한 달 정도 무차별 폭격과 시가전을 통해 결국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관측한다. 즉 향후 수주일이 우크라이나의 명운을 가를 결정적 시기이고, 그런 만큼 다른 어느 나라보다 미국의 중재가 시급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럽대외관계위원회 제러미 샤피로 연구국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협상 중재국인 프랑스·터키·이스라엘과 마주 앉는다고 해서 절대 양보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사실상 러시아 경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전면 제재를 취한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랜드 연구소의 새뮤얼 채럽 선임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과 직접 협상에 나서 그의 전쟁 목표를 바꾸거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휴전 협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협상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는 대가로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완화 카드를 내밀 수도 있고, 러시아군의 철군을 골자로 한 광범위한 협상안이 타결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장하는 등 외교적 양보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해법을 미국이 모색하겠다면 그에 상응한 제재 완화의 뜻을 러시아에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터프츠 대학 외교대학원의 대니얼 드레즈너 교수는 유력 인터넷 매체 VOX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협상이 열리면 러시아의 양보를 대가로 어느 선까지 제재를 완화할 용의가 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협상 요구에 미국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휴전 혹은 철군에 따른 제재 철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면 제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해서 친러 정권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미국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푸틴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도 결국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벌여서 모종의 ‘양보’를 전제로 전쟁을 중단하고 러시아군의 철군을 이끌어낼 경우 미국도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물론 그 양보란 다름 아닌 대러시아 제재 철회다.
시사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질문 던진 기자들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획한 한국일보 마이너리팀
‘혐오 메일 보낸’,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시민들에게 재차 답한 기자들
기자들은 세대도, 성별도 각기 다른 10명의 비(非) 페미니스트를 만났다. “당신은 페미니즘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싫어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졌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팀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라는 기획으로 “성평등에 가장 뒤처진 국가이면서도, 여성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에 대해 진단했다. 특히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의 ‘적폐’로 통하는 사실에 주목, 페미니즘이 왜 이런 취급을 받게되었는지 살폈다. 오랜시간 자연스러웠기에 미처 깨닫지 못하는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을 향한 오해도 짚었다.
전혼잎, 최나실, 최은서 기자가 속한 한국일보 마이너리팀은 사회의 소수자나 약자라고 판단되는 계층들 이야기를 두루 다루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달 28일 최은서, 전혼잎 기자를 통해 기획배경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획 주인공 ‘페미니즘 거부하는 시민’ 섭외해 인터뷰
20대 대선은 ‘여혐’을 공식 선거전략으로 쓴 초유의 선거로 기록됐다. 가장 이슈가 된 ‘성평등 의제’는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다. 윤석열 당시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했고, ‘성별 갈라치기’는 또다른 성차별로 이어졌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 기자들은 더 이상 반페미니즘이 하나의 공고한 세력이 되면 안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기자들은 페미니즘에 관한 특정 논의를 하기에 앞서 “당신은 페미니즘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싫어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고 봤다. 질문하기에 앞서 기자들은 먼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한국의 성차별 현실을 설명했다. 19대와 20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여성·성평등 공약을 비교해 성평등 의제가 후퇴한 대선 국면을 짚었다. 법에 명시된 ‘남자 성씨 우선’, 성차별적인 채용 환경 등 성평등 후진국으로서 한국의 모습을 정리했다.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갈무리.
특히, 기사 ‘“여자도 군대 가”란 말도 페미니즘입니다’에서는 기획의 주인공인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시민들’ 10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섭외 기준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개인의 주관이었다. 다만, 주관식 문항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정의를 물었고,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본인만의 정의가 있는 사람들을 선별했다. 10·20대를 섭외한 최은서 기자는 특히 설문에 응할 10대를 찾는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10대 남성은 ‘자기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10대 여성은 ‘나는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설문을 할 수 없다고 한 경우가 많았다.
기자들은 설문을 통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실제 성평등 의식은 높지만, 성평등 정책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설문에서, 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과거 성평등 의식을 측정하려 개발한 단축형 성인지력척도 검사 결과 10명 모두 가정생활과 직장생활, 이성관계, 사회문화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성인지력을 보였다.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갈무리.
반면, ‘양성평등정책들은 남성의 입장은 무시하고 여성의 입장만을 대변한다’(그렇다 30%·그저 그렇다 60%), ‘정부나 기업 등에서 여성을 위한 많은 제도가 있음에도 여성들은 끊임없이 요구만 한다’(그렇다 50%·그저 그렇다 20%)에 수긍 비율이 높았다. 기자들은 이를 “페미니즘을 오해하고 거부하는 ‘페미니즘 백래시’의 영향이며, 임금·승진에서 여성차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지만 제도적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성차별은 이제 없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최은서 기자는 “예상보다 사람들의 평소 성인식,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낮지 않았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로 오인하게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보여졌다”고 말했다.
‘언론은 여성혐오의 확성기’ 반성에서 출발한 미러링 기사
여성혐오 기사의 성별을 바꾸는 ‘미러링’을 시도한 2화 기사 ‘“남경 무용론이” “남성BJ 선물공세로”…이런 기사, 어색한가요?’는 ‘언론은 여성혐오의 확성기’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언론에서의 혐오표현은 대중을 향해 ‘이 정도 표현은 괜찮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러링 기사를 담당한 전혼잎 기자는 미러링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유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러링은 모순을 드러내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혐오를 혐오로 맞받아 결국 끝없는 혐오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전혼잎 기자는 어떤 기사를 미러링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를 깊게 고민했다. 전혼잎 기자는 “살인이나 성범죄 등 사건 기사는 실제 피해자가 있기에 이런 미러링에 쓰이는 일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서 미러링을 할 경우 ‘억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이미 존재하는 기사의 성별만을 바꾸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기사 미러링이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문제를 깨닫는 계기를 지나 또 다른 혐오로 읽히지 않도록 혐오표현 연구가나 여러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표현 수위나 방식 등을 두고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말했다.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갈무리.
미러링한 성차별 보도 사례 중, 기자들이 가장 중점을 둔 사례는 ‘여성 경찰 무용론’이다. 기사는 “남성의 실수는 개인의 문제가 되고, 여성의 잘못은 성별 전체의 비하로 이어지는 게 ‘경찰’ 기사의 특징”이라며 “다른 사건에서도 경찰의 초동대응 부실을 꼬집는 기사는 흔히 나오지만, 성별을 언급하고 문제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경찰의 성별이 여성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는 “언론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조차 혐오라고 여기지 않고 당당히 혐오를 전시하고 제기하는 지경이기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들은 기자들에게 혐오 메일로 답했다
기획의 마지막 기사인 ‘혐오 메일 보내주신,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답합니다’ 기사는 본래 예정에 없던 기사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5회까지의 기사에 대한 반발 반응은 거셌다. 기자 개인에게 온 혐오 메일은 10통, 반박 댓글은 한 기사당 약 500개씩 달렸다. 이에 기자들은 시민들의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직접 대답했다.
최은서 기자는 “페미니즘을 아는 시민들끼리 아는 얘기하고 끝내는 기획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해 잘못 알고있는 시민 한 명에게라도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 당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페미니즘이 사실은 실체가 그렇지 않다고 마지막으로라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마이너리팀이 받은 혐오메일.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마이너리팀이 받은 혐오메일.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갈무리.
한국의 페미니즘은 ‘뷔페미니즘(뷔페+페미니즘의 합성어)’라면서 뷔페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먹는 모습에 빗대 이득만 취하려고 한다는 메일, 여성은 신체적 한계를 이유로 ‘의무병역’을 하지 않기에 남성 중심의 집단인 군인, 경찰 등이 됐을 때 비판을 받는 일은 당연하다는 메일 등에 기자들은 전문가와 구체적인 통계와 사실관계, 해외 사례를 들며 답했다. 별 다른 내용 없이 대뜸 장애와 질병을 뜻하는 혐오 욕설을 내뱉는 반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는 “어느 순간부터는 ‘기자가 여자’라는 댓글이 추천수를 많이 받으면서 베스트댓글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주관적 멘트라든지 개인적 사례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부로라도 더 객관적 수치, 통계를 많이 가져왔는데, 아무리 객관성을 담으려해도 보지 않으려는 독자들은 기자가 여자인지 아닌지로만 판단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자가 여자’ 그 다섯 글자가 좀 속상했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댓글 갈무리.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댓글 갈무리.
▲ 한국일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기사 댓글 갈무리.
이어 “다른 의제들과는 달리 유독 페미니즘 기사 경우에는 기사 안에 내용을 다 써놨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모습이 많았다”며 “그들을 당장 페미니스트로 바꿀 순 없었지만, 기사는 계속 남을테니까, 페미니즘에 대해 오인하거나 무작정 거부감을 갖게되는 사람들이 우연히라도 발견해서 생각이 바뀌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명이라도 인식이 개선됐다면 유의미한 기사라고 생각한다’라는 댓글이 기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젠더보도, 기자 개인 의지 넘어 조직 차원에서 활발해야”
최은서 기자는 언론사 조직 전체에서 젠더 보도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의 젠더 이슈 보도는 아직까지 기자 개인의 영역에 있다. 젠더 이슈 안건이 거부되지 않고 기사로 다룰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지금까지는 기자 개인의 의지로 젠더 보도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조직 전체에서 젠더 보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젠더보도는 특정 팀·기자 담당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 다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젠더 이슈는 더 필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젠더 이슈를 다루는 기자들은 필수적인 일을 당연히 하고있는거고, 젠더 이슈에 달리는 회사 차원의 악성 댓글 관리 등 그에 대한 보호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를 좀더 활발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인 윤유경 기자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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