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3.21~3.26 웃고 넘기기 어려운 윤비어천가와 개딸

by 이성근 2022. 3. 21.

남아메리카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알파부터 스텔스 오미크론까지역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특징은?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4%라는 기사? 잘못된 표현

국정원에 신고했습니다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은 수도권 직장인

'국방부 강제퇴거 사건', 그 총체적 난맥상

풍수지리설, 전쟁준비설, 누가 호출했는가

국가교육위 설치하니까 교육부 폐지? 그런 나라 없다

일반 감기랑 비슷하던데요” “죽다 살아났어요'극과극' 코로나 증상, ?

알박고, 까내고, 낙하산고연봉 꽃보직 보은에 행정 부실 악순환

윤석열이 찜한 용산 언덕, 원래 공동묘지였다

사이버 레커유튜버와 언론, 비극과 혐오로 돈을 번다

코로나 걸리면 슈퍼면역?전문가 변이 생기면 효과 없어

절규' 나오는 의료계 "오미크론 맞춤 방역? 노인들 죽어간다

모두 기분 나쁘게 만든 부동산, 엉망으로 계속 놔둘 건가?

병상가동률’ 65%는 말장난 현장은 이미 의료대란

부동산 부자는 지하철 역을 만들지 않았다

 

"러시아의 고립, 핵 전쟁 위협 키운다

미국 '주류 언론'들이 말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

우크라이나, 모든 계획은 3년 전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있었다

 

윤석열 당선자 집무실 이전 입싸움중계보도, 쟁점 사라지고 갈등만 확대

보다 이마 빛나 당선 예감웃고 넘기기 어려운 윤비어천가

국정농단책임자 박근혜, ‘보수결집아이콘으로 띄우는 언론

장제원 일가가 억대 세금 안 내고 고급아파트에 사는 법

개딸? 잼칠라? '부유하던 심판자' 2030 여성의 변신

 

남아메리카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우루과이·칠레·아르헨티나

가난하지만 행복지수 높은 나라

아이와 노약자를 위한 배려

학교에선 장애 구분 없이 함께

아침 급식을 먹는 페루 초등학교의 아이들. 노동효 제공

 

양놈들은 예의도 모르는 것들이야!”

아직 후진국이던 시절, 주한 미국 대사나 서양인 교수가 경험한 한국의 미덕이 신문에 실린 날엔 교사들이 칼럼 내용을 전해주며 저 말을 내뱉곤 했다. 심심찮게 전해 들었던 경험담은 대동소이했다. “한국 버스나 지하철에 노약자가 승차하면 젊은이가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심지어 어린이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내 나라에선 결코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기에 감동받았다.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일상에 배어 있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내 나라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본받으면 참 좋겠다.”

우리는 뿌듯했고, 사연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엄마,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미국에선.” 가난하지만 선진 국민이 본받으려는 문화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란 게 자랑스러웠다. 그랬던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국이 되었다. 이젠 우리가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배울 차례가 된 셈이다. 지난 세기 한국 문화를 본받고 싶다던 선진 국민처럼.

민들레 홀씨를 불어서 날리는 아르헨티나 아이. 노동효 제공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노동효 제공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남아메리카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없다. 2021년 기준, 대략 우루과이 17천달러, 칠레 16천달러, 아르헨티나 1만달러, 브라질 8천달러, 페루 7천달러, 콜롬비아·에콰도르 6천달러, 파라과이 5천달러. 가장 높은 우루과이도 한국의 2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지수(1~10점으로 나뉜다)가 우루과이·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는 6점 이상으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5.845)보다 높다. 국가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5점 중후반대로 한국과 엇비슷하다. 정신승리였을까? 2년여 남아메리카를 둘러본 경험으론 포용의 문화가 이끈 값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다.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볼리비아 여행 중 비자 만료일을 놓치는 바람에 범칙금을 내야 할 사정이 생기고 말았다. 담당 관청은 은행에서 해당 금액을 낸 뒤 납부증을 받아 오라고 했다. 온라인뱅킹이 일상화된 한국과 달리 은행 밖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오늘 비자 연장 서류를 내야 하는데.’ 조급했다. 어쩔 수 없이 줄을 섰는데 청원경찰이 뒤에 도착한 사람 중 몇몇을 자꾸 입장시켰다. 부정부패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데서 부정을 저질러도 되는지 화가 났다. 저들을 먼저 들여보내면 내 시간이 지체될 건 뻔한 일이었다. 1시간쯤 지나 객장으로 들어섰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그 와중에도 청원경찰이 사람들을 정중히 모시며 들어오곤 했다. 귀빈(VIP) 고객이라도 되는 걸까? 번호표도, 대기도 없이 바로 일을 보게 하다니! 근데 귀빈 고객이라기엔 너무나 평범했다. 궁금해져 새치기(?) 고객들을 관찰했고 여덟명째 이르러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이와 함께 온 이였다.

 

여기도 그래요!” 쿠스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와 식사를 하다가 볼리비아에서 겪은 얘길 했더니 페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은행과 우체국 포함 다른 관공서에서도 아이와 함께 온 사람과 임산부는 기다리지 않고 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했다. 새 생명이, 새 생명을 낳은 어버이가, 새 생명을 양육하는 이가 그 사회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귀빈이었다.

 

여긴 아침 급식도 있어요. 집이 멀거나 식사를 거르고 등교한 아이를 위한 배려죠.” 그 얘길 들으며 고국을 떠올렸다, 아이를 미래 노동력 제공 대상으로 여기며 출산율을 걱정하는 모습을, 매년 신생아를 위한 국가지원금은 늘지만, 출산율은 하락 일변도인 모습을. 어쩌면 지원금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새 생명을,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이를 존중하지 않는 시선과 언행이 모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산율 최하위 국가를 만든 게 아니었을까? 브라질의 버스터미널 매표소 앞에 줄을 섰는데 한쪽엔 줄 서지 않은 사람들이 도착 즉시 표를 구매했다. 아이를 동반한 이와 노약자를 위한 별도의 매표소였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3조는 말한다. ‘정부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딸과 어머니. 노동효 제공

광장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에콰도르 아이들. 노동효 제공

 

잔소리할 때도 내 사랑

에콰도르의 장수마을 빌카밤바에서였다. 광장에서 떠돌이 악사의 노래를 듣고, 수공예품을 파는 히피로부터 목걸이를 사고 호스텔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를 해 먹을까, 하고 조그만 가게에 들렀다. 진열대 사이를 오가는 동안 가게 주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미 아모르, 숙제부터 하고 티브이(TV) 봐야지!” “미 아모르, 엄마 머리끈은 또 어디에 뒀니?” 토마토·파프리카·마늘은 찾았는데 스파게티 면이 보이지 않았다. “스파게티 면은 어딨죠?” 진열장 사이로 나타난 아주머니가 선반 아래를 가리키다가 바닥에서 뒹구는 장난감을 발견했다. “미 아모르, 장난감은 치워야지!” 아이를 꾸짖는 말이었다. 근데 미 아모르, 내 사랑으로 첫마디를 떼선지 미 아모르를 두운으로 한 시를 낭송하는 듯했다. 계산하며 아이 얼굴을 보았다. 티브이를 더 보고픈지 행동이 느릿했지만 얼굴에서 심술을 찾을 순 없었다. 하긴 내 사랑이라고 부르는데 모를 리 있겠는가, 엄마가 지금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는 사실을.

 

한국 아동이 부모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잘했어, 2위는 항상 사랑해라고 한다. 에콰도르 가게 주인뿐 아니라 볼리비아인 친구 넬슨도 딸에게 말을 걸 때면 항상 내 사랑이라고 불렀고, 훈육할 때도 내 사랑이라고 먼저 불렀다. 잔소리할 때도 내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여유로운 사회였던 걸까? 한국뿐 아니라 모든 아이는 잘했든, 못했든 항상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사랑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기에.

파라과이 여행 중 소도시의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건축가 유현준의 조언대로 지은 듯 1층 교실로만 이루어진 학교였다. 아이들이 교실 문을 젖히고 나오면 바로 운동장이었다. 특수학급 교사가 학교를 안내해줬다.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실이 일반교실 가운데 자리했고, 다양한 연령의 발달장애 학생이 그림을 그리고 퍼즐을 풀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일반학급에서 나온 아이들이 발달장애학급으로 뛰어들어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구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퍼즐을 맞췄다.

 

이건 이렇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냐, 이게 맞다니까!”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는 동안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교실 안 풍경이 매우 낯설었지만, 장애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퍼즐을 풀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수업이 끝나고 키 작은 아이와 덩치 큰 발달장애 학생이 손잡고 정답게 얘기 나누며 교문 밖을 나가던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행복지수는 포용의 문화로 올라간다.

손끝에 꽃으로 고깔을 씌우고 활짝 웃는 파라과이 아이. 노동효 제공

브라질 해변에서 아버지와 노는 아이. 노동효 제공

발달장애 학생이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 파라과이 특수학급 선생님. 노동효 제공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나라

만약 한국이 2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10명이 장애인이고, 10명 중 1명은 발달장애인이다. 수도권의 장애인 인구비는 20%에 이른다. 그에 비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접하는 횟수는 적다.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나라에 살지만 동떨어져 산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을 늘리자는 요청엔 무심하고,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를 통합하지도 않은 채 제 주거지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건 거부하면서 특수학교와 통합교육관련 논의를 하는 걸 들을 때면 영화 <원더>의 대사가 떠오르곤 했다.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아이가 처음 일반학교에 갔던 날, 교사는 칠판에 오늘의 격언을 적고 학생들에게 전한다. ‘옳음친절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

 

대다수 비장애인이 소수의 장애인과 함께가 아니라 따로살려는 정서가 팽배해 있는 사회에선 어떤 부모도 마음 편히 출산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이다. 장애뿐 아니라 성별, 피부색, 출신지, 가족형태, 학력, 성적지향 등으로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일 때, 모든 이가 마음 편히 새 생명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차별금지법은 인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양놈들은 예의도 모르는 것들이야!” 이제 선진국이 되어선지 더 이상 그런 비난을 하는 선생은 없다. 비난의 근거를 채워주던 칼럼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기 드물어졌다. 대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 3만달러가 넘는 국가가 되었다. 그런 한국이 만약 유럽 대륙에 있다면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이다. 유럽연합의 가입 조건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나라이기 때문에.

노동효(<남미 히피 로드> 저자·여행작가)

알파부터 스텔스 오미크론까지역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특징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는 가운데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도 국내 검출률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섞인 '델타크론' 변이가 확인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첫 알파벳을 차지한 알파 변이부터 스텔스 오미크론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역대 변이 바이러스를 정리했다.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살펴보면, 20214월에는 알파 변이가 13.7%로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많이 검출됐다. 하지만 20214월 국내에서 델타 변이가 처음으로 확인된 뒤 7월부터는 59.6% 검출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202111월에는 델타 변이가 100% 검출되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 셋째주부터는 국내 확진자의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50.3%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첫 번째 우려 변이로 지정된 알파 변이는 20209월 영국에서 보고됐다. 알파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1.5배가량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중증도, 사망 위험도, 입원 가능성도 증가한다. 백신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베타 변이는 백신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알파와 다르다. 중증 감염에 대한 보호 효과는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제한적인 근거에 한해서다. 전염력은 일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1.5배로 알파와 유사하다. 감마 변이는 202011월 브라질에서 보고됐다. 감마 변이는 알파, 베타 변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의 2배에 달하고, 백신 효과도 떨어뜨린다. 입원 및 중증도도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높다.

 

델타 변이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기 위해 활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16개가 변이된 종이다. 인도발 델타 변이는 국내 유입 후 곧바로 우세종이 될 만큼 높은 감염력이 특징이다. 전세계 170개국에 전파되며 세계적인 코로나19 재유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보다 감염력이 1.6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감염·입원 위험성이 크고 백신 효과도 감소시킨다.

 

델타에서 한 번 더 변이가 일어난 '델타 플러스' 변이도 있다. 인체 세포로 이어지는 관문 역할인 단백질 돌기 '페플로머'에서 변이가 일어난 종이다. 방역당국은 델타 플러스 변이의 백신 무력화 능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최대 5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202111월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보다도 2~3배 더 높은 전파력을 지닌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델타보다 16개 더 많은 32개이기 때문이다. 반면 입원·중증화 등 위험성은 델타 변이의 5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텔스 오미크론(BA.2)은 오미크론의 네 가지 세부유형 중 하나다. 일부 국가의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검출이 어려워 스텔스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WHO 및 해외 보건기관에 따르면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BA.1)보다 30% 높은 전파력을 보이지만 중증도·입원률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국내에서 스텔스 오미크론의 점유율은 11.5% 217.3% 326.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4%라는 기사? 잘못된 표현

비는 상대적 비교, 비중은 전체의 지분을 표현

삼성전자 지나치게 띄워주거나 과장한 잘못된 예들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3.8%”, “삼성전자, 지난해 베트남 GDP 4분의 1 차지

몇몇 언론들의 뉴스 제목을 보면, 삼성전자 매출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 헤럴드경제의 매출이 GDP14%삼성전자 이정도였나라는 기사의 그래프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헤럴드경제 110삼성, 코로나 후 어깨 더 무거워졌다기사 그래프

 

그러나 삼성전자 매출액으로 우리나라 GDP14%나 오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매출액과 GDP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규모를 짐작하게끔 비교는 할 수는 있지만, 그 비중을 구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GDP 대비 14%”라는 제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GDP 대비 비중이라는 기사 내용과 그래프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일단 GDP(국내총생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 GDP는 약 2000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2000조원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합이 2000조원이라는 뜻이다. 내가 2000원어치 밀가루와 1000원어치 버터로 빵을 만들어서 1만원에 판다면 나의 부가가치는 1만원이 아니라 7000원이다. 내가 만든 부가가치 7000원과 우리나라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만든 부가가치를 다 합쳤더니 GDP2000조원이 되었다는 얘기다. GDP는 매출합계가 아니라 부가가치합이다.

 

작년 삼성전자 매출액은 약 280조원이다. 여기에 매출원가 166조원을 제외한 수치가 부가가치와 비슷하다. 113조원이다. 결국 우리나라 GDP 대비 삼성전자 부가가치 비중은 약 5.7% . 연결기준이 아닌 삼성전자 단일 기업의 부가가치는 64조원으로 우리나라 GDP 대비 비중 3.2% 수준이다. 물론 한 기업의 부가가치가 우리나라 GDP5.7%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중이 14%는 아니다.

 

GDP의 개념을 알았으니 이제는 비(, ratio)와 비중(proportional share)의 차이를 알아보자. 비와 비중은 같은 말일까? 비는 특정 수치의 상대적인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삼성전자 매출액이 280조원이라고 말하면 280조원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GDP와 비교하면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 매출은 “GDP 대비 14%”라는 제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선일보 33일 기사

 

그런데 기사 내용과 그래프를 보면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중은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의미한다. , AB를 비교할 때, A/B로 나타내는 것은 . 그러나 전체에서 A의 비중을 구하고자 한다면 A/(A+B)로 나타내야 한다. 이것이 A의 비중이다.

 

GDP와 비의 개념을 알았으니, 왜 삼성전자 매출액은 GDP와 비교한 는 구할 수 있지만 비중을 구할 수 없는지는 명확해졌다.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숫자를 GDP와의 상대적인 차이를 비교해서 그 규모를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한나라의 부채를 GDP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역시 GDP 대비 비중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약 50%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GDP와 국가부채는 다른 개념이라 비중을 구할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130%240%처럼 100%를 초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매출도 우리나라 GDP 대비 100%를 초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매출이 우리나라 GDP100%가 되는 날에 삼성전자 매출액, 우리나라 GDP100% 차지또는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 우리나라 GDP100%”라고 기사를 쓰면 대단히 어색하다. 삼성전자 말고 다른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매출은 GDP 84%인데고용 영향력은 겨우 10%”라는 기사 제목이 틀린 것도 설명해 준다. 매출이 GDP 대비 84%라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부가가치가 모두 삼성전자처럼 우수하다고 감안을 해도 그 부가가치는 약 30%가량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 전체가 삼성전자처럼 높은 부가가치율을 보이지는 않을 테니 대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대 이하일 테다. 20% 이하와 고용영향력 10%를 비교해야 한다.

 

비교를 할 때는 비교 대상과 같은 단위를 쓰는지 꼭 점검해야 한다. 이는 최근 재벌총수 평균 수명은 76.8세라며 국민 기대수명인 83.5세보다 낮은 수치라는 기사가 어색한 이유이기도 하다. 명지대 김두얼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총수들의 사망한 연도는 1960년대부터 2022년까지다. 그동안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상승했는데 이를 2022년 기대사망률과 비교했다. 또한, 기사의 언급된 총수는 모두 남자인데 이를 우리나라 남녀를 포함한 기대사망률과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평균사망률과 기대사망률은 다른 개념이다.

 

삼성전자를 지나치게 띄워준 기사, 지나치게 비판한 기사, 총수의 고난을 과장한 기사(?) 모두 비교대상과 다른 단위를 써서 잘못된 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디어오늘

국정원에 신고했습니다.

오늘 있었던 윤석렬 대통령 당선자의 군사기밀 보호 위반에 대해 국가보안 항목으로 국정원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신고하였습니다.

 

국정원 홈페이지 기관 소개 직무/비전 항목중 01. 다 항목을 보면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에 관한 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03 항목을 보면 '0102 의 직무수행에 관련된 조치로,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북한, 외국 및 외국인ㆍ외국단체ㆍ초국가행위자 또는 이와 연계된 내국인의 활동을 확인ㆍ견제ㆍ차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취하는 대응조치' 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각해 보건데 아무리 봐도 오늘 20대 대통령 당선자 윤석렬씨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밝힌 내용은 군사기밀 보호법위반으로 보입니다. 브리핑중 대통령 당선자 윤석렬씨는 국방부 지하 벙커의 정확한 위치와 연결 통로에 대한 정보를 아무런 고민없이 발설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지하 벙커에 대한 정보는 군사기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저는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20대 대통령 당선자 윤석렬씨를 국정원에 신고하는 바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과거 우리가 길에서 흔하게 살 수 있고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일간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은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중차대한 범죄행위입니다. 모쪼록 국정원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이라고해서 무서워서 비겁하게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윤석렬 당선자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자기 필요하다고 저렇게 함부로 군사기밀을 마음대로 발설하고 유포하다니 이래서야 어디 우리 국민들이 마음편히 살 수 있겠습니까?

 

법 앞에 평등하다 했으니 수사를 통해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윤석렬 당선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정의와 공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당선된 사람인 만큼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 조사를 하고 처벌을 하자면 괜히 시끄럽고 껄끄러워 질테니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윤석렬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전에 서둘러 합당한 처벌을 받을수 있도록 국정원에서 빠른 조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신호등이다 조회 7536 추천238 비추천-2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은 수도권 직장인

국세청 광역자치단체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

김회재 의원 본사 이전 등 지역균형발전 추진해야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가운데 75명은 수도권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광역자치단체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자료를 보면 2020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소득 상위 1% 근로소득자는 19495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 145322명으로 74.5%를 차지했다. 서울에 직장을 둔 상위 1% 근로소득자가 86716(44.5%)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는 52651(27%), 인천은 5955(3.1%)이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이 상위 1% 근로소득자 8447(4.3%)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6340(3.3%), 경북 5444(2.8%) 등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상위 1% 근로소득자 수를 보면 서울이 89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392, 울산 287, 부산 249, 대전 223명 등 순이었다. 반대로 인구 10만명당 상위 1% 근로자 수가 적은 지역은 강원(124), 전북(129), 세종(145), 전남(151), 제주(172) 등이었다.

김회재 의원은 고소득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과 수도권간 불균형이 심각하다수도권 기업 본사를 지역으로 이전하는 지역 본사제를 추진하는 등 균형발전을 위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국방부 강제퇴거 사건', 그 총체적 난맥상

윤석열 당선인이 3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510일 취임 전에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 496억 원은 정부 예비비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이 사안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가 된다. 만약 비어있는 건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면, 그 성격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 건물을 비우라고 요구하고 그 건물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방부 강제퇴거가 우선이고, 그다음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기관인 국방부에 갑자기 건물을 비우라고 할 수 있는지,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렇게 할 권한이 있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은 직권남용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3조 제2항은 대통령 당선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 대한 강제퇴거 결정은 대통령직 인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이 있고 행정부를 총괄하는 현직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결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권한 범위도 벗어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7조는 인수위원회의 권한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7(업무)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1. 정부의 조직ㆍ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4.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5.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7

그야말로 현황 파악과 준비 업무이다. 그러니 인수위원회가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권한 범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14조와 제15조에 있다.

14조는 “(인수)위원회의 위원장ㆍ부위원장ㆍ위원 및 직원과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그 직무와 관련하여 -----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인수위원회는 직권을 남용했다.

 

그렇다면, 민간인 신분인 인수위원들에게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공무원이 주체인 경우에만 직권남용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서는 위원회의 위원장ㆍ부위원장ㆍ위원 및 직원과 그 직에 있었던 사람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하여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라는 공무원 의제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민간인 신분인 인수위원들에게도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

예비비를 쓸 수 있나?

 

윤석열 당선인은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드는 비용이 496억 원이고, 정부 예비비를 신청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예비비를 신청할 법적 권한이 없다.

 

예비비에 관한 국가재정법 제51조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51(예비비의 관리와 사용) 예비비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관리한다. 각 중앙관서의 장은 예비비의 사용이 필요한 때에는 그 이유 및 금액과 추산의 기초를 명백히 한 명세서를 작성하여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대규모 재난에 따른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20조의 규정에 따른 피해 상황 보고를 기초로 긴급구호, 긴급구조 및 복구에 소요되는 금액을 개산(槪算)하여 예비비를 신청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예비비 신청을 심사한 후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조정하고 예비비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한 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51

예비비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중앙관서의 장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앙관서가 아니다. 그러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예비비를 신청할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인수위원회가 예비비를 신청했다고 얘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 인수위원회 예산에 관한 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 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여 대통령 당선인이 지정하는 자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비비 등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의한 예산은 당선인 예우경비인수위원회 운영경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경비는 아예 이 조항에 따른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 중 "예비비 편성 현황

 

실제 18대 인수위(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비 219,400여만 원을 배정받았다. 사무용품비, 공공요금 등으로 사용하는 관서 운영비로 68천여만 원, PC 및 음향 장비 등의 임차료로 58천여 만원이다. 인수위 분과 운영비, 활동비, 정책개발비 등으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는 92천여만 원을 배정받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관련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사용을 신청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밖에 없다. 관련 부처가 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해야 한다. 인수위원회가 이렇게 일을 만들었다면, 이것 역시 직권남용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예비비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심사를 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비공식적으로 소요 예산을 계산해줬다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신청서가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신청서류를 작성해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게다가 예비비를 신청하려면 산출기초를 명백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주장하는 496억 원은 전혀 명백하지 않은 계산이다. 이처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절차는 현행 법령에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선인 측의 눈치를 보는 관료들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굳이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한 다음에 일을 진행하면 될 것인데, 이렇게 무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무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이렇게 이미 절차상 하자와 법적인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앞으로의 일은 국무회의 심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 절차상의 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을 승인하지 않으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한 일들은 불법이 된다. 직권남용죄도 성립되고,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문재인 대통령이 추인하고, 예비비 사용에 대해서도 국무회의를 거쳐서 대통령이 승인해 주면 절차상 하자는 있었지만, 일단 상황은 정리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법형식적으로는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한 셈이 된다. 법적으로는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한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도 하고 책임도 져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하고 대통령이 승인해 달라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시작부터 무리수와 권한남용을 하는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무척 우려된다.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풍수지리설, 전쟁준비설, 누가 호출했는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하신다는 말씀이신데 그것은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한 뒤 질의응답 시간에 모 기자가 이전 부지 결정을 제왕적으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당선자는 결단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제왕적 결정''결단'의 차이는 설명되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기 위한 제왕적 결정. 그것이 결단이라고 불리려면 최소한이라도 민주적 절차와 민의를 총화하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했다. 하지만 그런 절차와 과정은 생략되었다.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결정. 독단이고 제왕적 권력의 남용이다. 결단이라는 건 미사여구일 뿐이다.

 

지난 20201124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하여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같은 달 27일 낸 성명에서 '합법을 가장한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성토했다.

 

지금 그때와 같은 잣대로 윤석열 당선자를 '결단을 가장한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억측이라 할 수 있을까.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국가 안보 심장부인 국방부 청사를 개편하는 데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여된다. 또 수천 명의 공무원과 장병과 부서가 이동해야 한다.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가 결단해서 될 문제인가. 인수위 법에도 없는 월권 행위다.

 

'결단'이라는 미사여구

소문도 많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17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을 풍수지리설을 믿는 것이라 주장했다. 전시 컨트롤타워가 되는 국방부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후보 시절 말한 선제 타격 주장과 맞물리는 이른바 전쟁 준비설이다.

 

모두 믿고 싶지 않은 소문이고 확인할 수도 없는 억측이다. 국민의힘이나 대통령 인수위 처지에서 보면 펄쩍 뛸 만한 모함이라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소문의 단초는 졸속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당선자가 제공했다.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았다면 풍수지리설, 전쟁준비설 등의 억측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민심을 동요시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 하루아침에 용산 이전으로 바뀐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군사보안 구역인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건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으니 억측이 소문으로 바뀌는 것이고, 소문이 산불처럼 번지는 것이다.

 

지난 18일 당선자 김은혜 대변인은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한국 역사에서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것이고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듣기 좋은 말의 반복일 뿐 속내는 '절대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고집 같은 의지(?)의 재천명이었다.

 

취임식이 불과 40여 일 남았다. 40여 일 만에 국방부 청사 일부를 비우고 리모델링하고, 국방부 부처들이 도미노처럼 이사짐을 싸야 한다. 국민에게 청와대 봄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데, 이 이유로 납득이 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당선자는 청와대에서 임기를 시작하면 다시 광화문이나 용산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전 준비위'라도 꾸려서 예산 계획 세우고 국회 동의받아 차분히 옮기는 게 그렇게 어렵고 불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사람 장막 걷는 게 우선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된 이유는 비단 지리적 여건 때문만은 아니다. 보안과 폐쇄성 때문에 청와대가 민의의 통로가 막힌 구중궁궐이 되었다면, 절대적 보안과 국민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방부 내의 대통령 집무실 설치는 청와대보다 더한 구중궁궐이 됐으면 됐지 소통의 광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한다는 것은 드나드는 시민을 위해 주민센터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이전 대통령들의 구상조차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고? 그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군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는 비판이 이유 없어 보이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을 넓힐 의지라면 청와대 담장을 탓하기보다는 사람의 장막을 걷는 게 우선이다. 대통령에게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갇힌 이유는 청와대 담장이 높아서가 아니라 대통령 주변에 능력 없고 욕심 많은 사람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청와대 측근들의 전횡이 도마에 오르지 않은 적이 별로 없다. 보수 정권에서는 친이·친박, 진보 정권에서는 586 운동권 세력이 성토의 대상이었다. '윤핵관'이라고 과거 친이·친박 세력과 다른가. 586 운동권 세력보다 능력과 도덕성이 더 앞서는가. 국민에게 비난받았던 사람들이 당선과 더불어 중용되고 과거 흠결 인사들이 다시 중용되는 당선자 인수위. 제왕적 대통령과 소통의 부재는 이렇게 생겨나고 강화되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에 공약을 지킨다는 박수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임기도 시작하지 않는 당선자가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국방부를 내쫓듯해도 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넘쳐난다. 국민은 청와대 봄꽃 구경 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코로나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유가·곡물가 급등에 너나 할 것없이 죽을 맛이다.

 

좀 차분히 취임을 준비할 수 없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이리도 급하고 중차대한 일인가 말이다. 전두환은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불렀다. 당선자의 진의를 그렇게까지 곡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선자는 낮춤말이니 당선인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억지 주장만큼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단'은 제왕적이고 권위적이다.

 

청와대 봄꽃, 당선자가 즐기시고 국민에게 돌려줘도 비난할 국민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국가교육위 설치하니까 교육부 폐지? 그런 나라 없다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 보고서 살펴보니... 핀란드·프랑스·영국 교육부 그대로 유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내주 정부 조직개편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부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연합뉴스

 

7'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이유로 교육부 폐지가 언급되고 있지만, 비슷한 기구를 가지고 있는 핀란드, 프랑스, 일본 등 어느 나라도 교육부를 폐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후보 시절 국가교육위 출범을 이유로 교육부 폐지에 대해 '검토' 또는 '찬성'한 가운데, 관련 내용이 담긴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정책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관련기사 : 교육부, 통합이냐 격하냐... "폐지?" 질문에 윤석열 답변 이랬다 http://omn.kr/1xvv2, 교육부 폐지? 이런 기막힌 일들이 생길 수도 http://omn.kr/1xweg)

 

국가교육회의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20188월에 받은 정책연구보고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 연구'(책임연구원 김신일)21일 살펴봤다. 이 보고서 내에 '해외 유사기구 분석' 내용을 보면, 곧 출범할 국가교육위와 비슷한 기구를 갖고 있는 핀란드, 프랑스, 영국 사례가 나온다. 이 세 나라 모두 별도로 교육 관련 위원회 설립했지만 교육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교육선진국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국가교육위 설립 주창론자들에 의해 최고 모범사례로 꼽혔던 핀란드의 경우 교육문화부 산하기구로 국가교육청 이사회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교육위와 비슷한 국가교육청 이사회가 교육문화부 산하기구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올해 7월 출범할 국가교육위의 법적 지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이다.

 

보고서는 "상설조직인 국가교육청 이사회는 과거 1970년대 교육개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그 역할이 집행기능으로 축소됐다"면서 "주요 정책결정은 교육(문화)부에서 이루어지고, 국가교육청 이사회는 세부집행에 관한 전략, 이행과정 점검 등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가교육청 이사회는 15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정당 추천위원, 학생 대표, 교원노조 대표, 경제인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와 국가교육청의 관계에 대해 보고서는 "두 기관은 기능상으로 한국식의 교육부가 이원화되어 있는 상태"라면서 "국가교육청의 실질 기능 또한 한국 교육부의 기능과 매우 중복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최고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여전히 국가교육부는 존재하고 있다. 이 교육최고위원회 자체가 프랑스 교육부 산하에 존재하는 자문기구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 대표 등 모두 98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최고위원회 임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공공교육 서비스 기능과 목적, 교육과정 등에 관한 규칙 등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가이익과 연관된 모든 교육문제에 대해 의사 개진 및 자문을 실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는 중앙교육심의회가 있는데, 이 기구 또한 우리나라 교육부와 비슷한 문부과학성 소속 자문기구다.

 

보고서는 "일본에서는 중요 정책을 추진할 때 문부과학성이 중앙교육심의회에 자문을 구하고 중앙교육심의회가 이에 응해 자문을 한 후 정책을 추진하는 관행이 있다"면서 "문부과학성의 정책 추진에서 신중을 기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것이 중앙교육심의회 설치의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나라마다 이름은 차이가 있었지만, 유초중고 책임 정부부처는 엄존

20147월에 나온 교육부 보고서 '교육부 중장기 조직발전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오헌석)에서도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모두 국가 유초중고교육을 담당할 교육부를 두고 있다. 이름은 연방교육부(미국), 교육부(영국), 문부과학성(일본), 연방교육연구부(독일), 국가교육부와 고등교육연구부(프랑스) 등 차이가 있지만 국가와 연방 차원에서 기초, 기본 국민교육을 책임질 정부 부처를 없애는 경우는 없었다.

오마이뉴스 윤근혁(bulgom)

일반 감기랑 비슷하던데요” “죽다 살아났어요'극과극' 코로나 증상, ?

연령·기저질환·백신 접종력 등 따라

통증 정도·종류 등 달라질 수 있어

노출된 바이러스 양도 증상에 영향

절기상 춘분이지만 꽃샘추위로 아침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진 21일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통증이었어요. 목 감기 걸리면 칼칼하잖아요. 그런 칼칼한 느낌이 아니라 목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었고 침 삼키거나 물을 마시면 귀까지 아플 정도였어요.” 지난 16일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 중인 윤지희씨(33)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며칠 전까지 이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목 통증 때문에 잠도 자지 못할 정도였다는 윤씨는 이틀 정도는 거의 누워만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7일 확진된 윤모씨(56)증상이 생각보다 경미했다고 했다. 윤씨는 보통 감기를 앓으면 하루 종일 기침을 하는데, 감기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잠깐 앓고 지나갔다. 기침도 별로 안 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확진자마다 각기 다른 증상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쏟아져 나온다. 똑같이 기저질환이 없고 60세 이하 연령이더라도 일반 감기처럼 지나갔다는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있는 반면, 극심한 인후통과 근육통 등으로 죽다 살아났다는 확진자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 이후 짧은 시간에 수 백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양한 증상의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증상의 정도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르다. 이달 초 먼저 확진된 두 아이와 함께 지내다 감염됐다는 임모씨(41)는 열과 인후통은 심하지 않았지만 극심한 근육통을 앓았다. 임씨는 정말 온몸이 아팠다. 일반 감기몸살보다 훨씬 더 심했고 아기를 낳고 수유할 때 앓는 젖 몸살만큼 아팠다고 했다. 3차 접종까지 한 후 지난 7일 확진된 30대 이모씨도 독감과 신종플루 다 걸려봤는데 (오미크론이) 가장 아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3일 확진된 한모씨(27)는 가벼운 두통과 오한, 몸살 기운을 겪었다고 했다. 격리 해제 후 3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기침이 나온다는 한씨는 몸살이나 감기보다 더 심하지는 않은데 좀 오래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에 수십만명씩 나오면서 약국에서 감기약이 동나 구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늘고 있다. 21일 서울의 한 약국. 연합뉴스

 

이 같은 증상의 차이는 연령과 기저질환 여부, 백신 접종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3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보다 2차 접종까지만 한 사람들이 더 심하게 앓았다는 경우가 많았다. 쉐어하우스에서 다른 동거인들과 함께 감염됐다는 이모씨(26)“2차 접종을 한지 오래됐는데 침을 못삼킬 정도로 목이 아파서 5분에 한 번씩 잠에서 깼다면서 “3차를 최근에 맞은 사람들의 경우 한 명은 감기마냥 지나갔고 다른 한 명은 앓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경우 백신을 맞아도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을 수 있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이 부족해서 더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인들은 폐렴에 걸려도 열이 나지 않는 것처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젊은 사람들은 급히 항체 공장을 가동하는데 노인들은 항체 공장이 낡았으니까 가동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에 따라서도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를 많이 뿜는 사람과 2시간 동안 좁은 방에서 대화를 나눴다면, 감염자와 잠깐 스쳐 감염된 사람보다 바이러스 양이 더 많아 증상을 심하게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면역 차이도 있다. 정 교수는 발열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얼마나 만드냐에 따라 열이 나고 안 나고의 차이가 있고, 항염증 사이토카인과 오히려 염증을 유발하는 염증 사이토카인이 둘 다 있는데, 개개인에 따라 어떤 게 발현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비슷한 증상과 통증이어도 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라는 건 주관적인 것이라 각 사람이 느끼는 증상과 통증을 경험하는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 민서영·김향미 기자

 

 

알박고, 까내고, 낙하산고연봉 꽃보직 보은에 행정 부실 악순환

그들은 왜 공공기관 인사에 집착하나

기관장 연봉, 부총리·장관보다 여권 정치인·고위 관료들이 꿰차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 이후 공공기관장에 사직 강요 불가능

정권 말 알박기인사 반복으로 새 정부 공약 추진 차질 불가피

기관장 임기, 대통령과 같게낙하산 논란에 제도 보완 목소리

파벌싸움 때문에 직원들이 윗선 눈치보면서 사내 정치만 한다.”

한국마사회 노조 관계자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에서는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정기환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전 마사회 상임감사)이 제3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마사회는 2019년 마사회 비리를 고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문중원 기수 사망사건, 코로나19 확산 이후 악화된 경영, ·노 갈등으로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특히 전임 김우남 회장의 직원 폭언 등까지 겹치면서 대외적인 위상도 추락했다.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회장 자리에 내려앉으면서 경영 정상화는커녕 전 정권에서 벌인 사업과 사람들이 적폐로 내몰리고, 표적감사와 보복인사가 난무하면서 내내 파벌싸움만 벌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가톨릭농민회 출신의 정 회장 취임 이후에도 내부 동요와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문재인 사람이 정권 말 알박기논란에도 불구하고 3년간 마사회를 이끌 회장으로 임명됐다내홍이 꺼지지도 않은 상황인 데다 향후 마사회 운영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직원들의 걱정과 동요가 크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기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놓고 신구 권력 간 벌어지던 줄다리기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며 알박기논란을 키웠다. 문제는 전문성과 공정, 능률과는 무관한 정실인사로 인해 조직 내부 와해, 공공기관 부실화, 행정력 낭비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기관장 평균 연봉 18000만원

공공기관장, 이사, 감사 등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과 처우는 대체로 고위직 관료보다 좋다. 21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올해 공기업(36준정부기관(94기타공공기관(220) 등 공공기관은 총 350개다. 이 중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130개 기관은 기관장, 이사, 감사 등 3명의 상임 임원이 있다.

 

기관장 평균 연봉(2020년 기준)179975000원이다. 구체적으로 공기업 기관장은 21512만원, 준정부기관 기관장은 184852000, 기타공공기관 기관장은 171965000원의 평균 연봉을 각각 받았다. 이는 올해 장관 및 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 연봉(137189000)뿐 아니라 부총리와 감사원장(141145000)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관장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투자공사(KIC)465316000원이다. 이어 한국예탁결제원(415911000), 중소기업은행(413724000),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388795000) 등 대체로 금융권 공공기관장 연봉이 높다. 급여와 처우가 좋다보니 유독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사 때 낙하산 논란이 잦았다. 한 금융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거나 출연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전문성과 무관한 전직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이 와도 잠깐 논란이 될 뿐 낙하산 관행이 바뀌는 구조가 아니어서 요즘은 처우나 위상이라도 좋아지려면 차라리 힘 있는 인사가 최고경영자(CEO)로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4·6조에 따라 적용 및 관리 대상이 되는 기관을 매년 신규 지정하거나 해제하고 있다. 기관장들은 최소 3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1년 단위의 연임이 가능하다. 정부 경영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추가로 받으면서 별도의 업무추진비와 집무실, 차량, 비서, 운전기사 등을 지원받는다.

기관장을 견제하고 임직원의 부정부패와 회계 업무를 감시·감독하는 상임감사도 혜택이 좋다. 기관장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과 차량, 비서 등을 지원받는다. 기관장과 달리 외부의 감시와 노출도 적어 낙하산 보직 중에서도 꽃보직으로 통한다. 이렇다보니 역대 정부마다 정권에 충성한 여권 정치인, 고위 관료 등이 자리를 꿰차는 일이 많고 임기 말 알박기 논란이 반복된다.

 

알아서 사퇴강요 불가능해져

과거에는 공공기관 임원들이 관행적으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알아서 물러나기도 했으나 이젠 양상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 이후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이 최근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맞는 인사를 실행조직에 앉혀야 정책 추진에 동력이 생기게 마련인데, ‘알박기인사로 공약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기를 보장한 것은 공공기관이 특정 정권의 산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 취임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이 인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59일까지로 3월과 4월의 공공기관 인사권은 여전히 현 정부에 있다.

신구 정권 간 공공기관장 임명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국정 방향에 적합한 공공기관장을 임명하되 퇴진할 때는 함께 물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방정부의 약 9000개 주요 직위의 명칭, 현직자 이름, 임명 형태를 수록한 미국의 플럼북(Plum Book)’ 사례를 참고해 공기업 인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책연구원의 경우 같은 국책사업을 놓고도 정권 입맛에 따라 결론이 바뀌는 일이 많다정치적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국은행 총재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들은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과 같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역대 정부마다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강조할 뿐 실행하진 않은 만큼 반복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내용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 안광호 기자

 

윤석열이 찜한 용산 언덕, 원래 공동묘지였다

국방부 청사 땅의 역사

 

일 방위성의 강점기 자료 보면

국방부 일대 무덤터표시 뚜렷

밀어버리고 일본군 주둔지로

 

근처 데라우치 총독 관저 설치

원래 사령관 관저 터인데 바꿔

국방부대통령실현재와 닮아

1906년 일본 군부가 기지 조성을 위해 지금의 서울 용산구 일대에 있던 조선인 마을과 무덤 등의 현황 등을 조사해 만든 한국 용산 군용수용지 명세도’. 용산 지역사 연구자 김천수씨가 2017년 일본 방위성 문서고에서 확인한 희귀자료다.

 

거긴 불과 100여년 전까지도 무덤들이 산을 이룬 곳이었어요.”

뜻밖의 증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민다고 장담한 새 집무실 터가 원래 무덤산이었다니! 외세와 권력자가 탐냈던 서울 용산벌. 그곳 용산동3가 삼각지 바로 옆 들머리 언덕배기의 국방부 청사 땅은 집단 묘역이었다. 100여년 전 성 밖 백성들이 고단한 삶을 마치고 영원한 안식의 거처로 삼은 영역이었던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용산기지 100년사를 추적해온 소장 연구자 김천수씨는 국방부 땅 역사에 얽힌 비장 자료들을 꺼내 조목조목 짚었다. 그가 2014년 일본 방위성 자료실에서 발굴해 2017년 일부 공개한 한국 용산 군용수용지 명세도가 핵심 자료다. 이 지도를 보면, 국방부가 있는 언덕 일대가 용산의 원산인 둔지산 자락의 공동묘지로 표기돼 있다. 무덤터를 의미하는 요철 표시()가 뚜렷하다.

1906년 일본 군부가 기지 조성을 위해 지금의 서울 용산구 일대에 있던 조선인 마을과 무덤 등의 현황을 조사해 만든 한국 용산 군용수용지 명세도의 일부분. 중간에 톱니 모양의 굵은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삼각지 옆 지역이며 그 오른쪽으로 등고선이 표시된 지역이 새 대통령 관저 터로 결정된, 현재 국방부 청사가 있는 언덕이다. 살펴보면 이 등고선 일대가 모두 무덤을 뜻하는 요철 표시()로 가득해 무덤떼가 밀집한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용산 지역사 연구자 김천수씨가 2017년 일본 방위성 문서고에서 확인한 희귀 자료다.

 

일본군은 당시 대한제국을 강점하면서 둔지산 자락 주민들을 몰아내고 무덤떼까지 밀어버렸다. 근처에 조선군 사령부와 조선총독 관저를 설치했다. 국방부 부지 자락 언덕은 사방이 무덤 자리로 음택이지만, 사실은 양지바르고 탁 넓게 펼쳐진 곳이다. 일본군 장교들은 사방이 잘 보이는 언덕이란 뜻의 사방견산이란 이름을 멋대로 지어 불렀다. 1909년 작성된 경성 용산 시가도를 보면, 산자락에 먼저 일본군 음악당과 군악대를 설치한다. 군악대 막사와 음악당은 일본군 편제 개정으로 폐지되고, 음악당은 1916년 경성 도심 탑골공원으로 옮겨간다. 이 음악당 시설은 1967년까지 공원에 남아 있었다.

 

이후 언덕배기 땅은 조선 주둔 일본군 상설 2개 사단 중 하나인 경성 주둔 20사단 40여단 주둔지가 된다. 40여단 사령부와 관사들이 흩어져 있었다. 당시 여단장 관사는 지금도 육군참모총장 서울사무실 건물로 남아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게 용산 아방궁으로 불린 네오바로크 스타일 건축 양식의 조선총독 관저다. 새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다는 언덕배기에서 불과 수백여미터 떨어진 남서쪽에 1910년 건립돼 50년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호화로운 건물이라 유지비가 많이 드는 까닭에 실제 총독이 집무한 적이 없었다. 간간이 외국 사절단이나 총독부 고관대작의 연회, 경로잔치가 열리는 이벤트용 유령 건물로 전락했다.

1930년대 용산 총독 관저. 정문에서 바라본 광경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해방 뒤 삼각지 언덕의 40여단 사령부와 관사들은 미군이 수용해 쓴 것으로 보이지만, 후암동 양조장 건물을 쓰던 국방부가 1970년 들어올 때까지 25년간 역사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없다. 미군 시설 혹은 미국 정부 대외원조기관 사무실, 관사로 쓰지 않았을까 추정하는 정도다. 국방부가 들어온 뒤 기존 시설들을 갈아엎고 청사를 신축했고, 2003년 들어 신청사를 다시 세우면서 과거 흔적들을 찾기 어렵게 됐다.

 

윤 당선자가 20일 이곳으로 집무실 이전을 발표한 것은 따지고 보면, 1939년 경복궁 후원, 지금의 청와대 자리에 기존의 용산 관저와 남산 왜성대 관저를 대신해 경무대 총독 관저를 지어 이전한 역사를 후대에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 용산 총독 관저는 원래 조선주둔군 사령관 관저 터였다. 초대 조선총독이자 일본 정부의 육군대신으로 세도가 극에 달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강을 바라보는 전망을 보고 욕심을 냈다. 1912년 후배인 조선군 사령관 하세가와(그도 2대 조선총독이 된다)한테 압박을 넣어 사령관 관저 자리를 총독 관저로 바꿔버린다. 이 때문에 사령관 관저는 국방부 청사 언덕의 동쪽 미8군 부대 영내 드래곤힐호텔이 있는, 옛 신촌, 원래 이름은 둔지미인 조선인 마을을 몰아낸 터로 옮겨간다. 원래 군 장성 시설이던 것을 굳이 최고통치자가 자기 관저로 삼겠다 해서 몰아낸 것이다. 지금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바꾸려는 것과 닮은 셈이다.

현재 용산 국방부 청사 언덕 위에 있었던 일본군 20사단 40여단 사령부 건물의 모습.

 

용산 총독 관저는 후일담도 개운치 않다. 근대사적 연구자 이순우씨가 지난달 펴낸 <용산, 빼앗긴 이방인들의 땅>에 실린 총독 관저 내력에 대한 글을 보면, 경주 서봉총을 발굴했던 스웨덴의 구스타브 황태자, 일본의 만주 침략 사실을 조사했던 영국 리턴 경과 조사단 일행 등 외국 귀빈들을 접대했던 연회장으로만 주로 쓰였다.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는 1930년대 후반부터 조선 각지의 장수하던 어르신들을 여기로 불러 경로잔치를 벌였고, 중추원 참의 등 친일파 인사들을 수련시키는 조선총독부 지도자 연성소로도 활용했다. 집무 공간으로 구실하지 못하고, 허울 좋은 이벤트만 하다가 해방을 맞은 뒤엔 미군 장교 숙소와 연회장으로 쓰였다. 그러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용산 대폭격 당시 건물이 박살 나면서 처참한 몰골로 7~8년 방치되다가 1959년 미군 병원이 들어서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겨레 노형석 기자

사이버 레커유튜버와 언론, 비극과 혐오로 돈을 번다

사이버 레커유튜버는 특정인을 낙인찍고, 혐오·조롱하며, 내용을 짜깁기한 콘텐츠로 의혹을 확산시키고 혐오를 선동해 돈을 번다. 적지 않은 인터넷 언론, 신문·방송 매체도 마찬가지다.

시사IN 윤무영

 

이 거북이의 생명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요. 거북이를 살리고 싶으면 거북이를 살려주세요를 외쳐주세요.” 유튜버이자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고 조장미씨·27, 이하 잼미)가 평소 자신이 아끼던 거북이 인형을 들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있던 구독자들이 채팅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죽여 그냥” “당장 죽여” “필요 없어 죽여. 잼미는 채팅창을 지켜보다가 거북이에게 말했다. “네가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이미 저 사람들이 포기했어. 이 자그마한 생명의 불씨가 저 채팅 하나 때문에 꺼지는 거야.”

 

잼미는 거북이 상황극을 했던 122일의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끝으로 이틀 뒤인 124(추정) 사망했다. 25일 잼미의 트위치 게시판 잼게더에는 안녕하세요 장미 삼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 알려드리지 못했지만,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이 남긴 부고에 따르면, 잼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악플과 루머에 의한 심각한 우울증이었다.

 

잼미는 20193,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Twitch)’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는 온라인 개인 방송인(스트리머)이 실시간으로 다수의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달 평균 방문자가 14000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경 기존 아프리카TV BJ들이 트위치로 다수 이적하면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게이머 페이커, 대도서관, 우왁굳, 풍월량, 이말년, 양띵 등이 트위치에서 방송을 한다. ‘알잘딱깔센(알아서, , , 깔끔하고, 센스 있게)’ ‘잼민이(초등학생을 일컫는 말로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같이 인터넷 공간에서 널리 퍼진 신조어들도 트위치에서 만들어졌다.

 

잼미는 눈에 띄는 신인이었다. 트위치 데뷔 두 달 만인 20195월 국내 최대 규모의 MCN(개인 방송인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작권을 관리해주는 기획사) ‘다이아TV’와 계약을 맺었다. 유튜브 채널 예스잼미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데뷔 석 달 만에 구독자 20만명을 넘겼다. 트위치 채널 구독자도 16만명에 이를 만큼 스타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데뷔 넉 달 만에 따라붙은 메갈논란이 3년 내내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여러 차례 해명과 사과를 했음에도 잼미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22일 유튜버이자 인터넷방송 스트리머인 잼미가 거북이 상황극을 하고 있다().대표적인 사이버 레커중 한 명인 뻑가가 잼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아래).유튜브 갈무리

 

시작은 꼬카인이었다. 201978, 잼미는 생방송 중 남성들이 바지에 손을 넣은 뒤 손 냄새를 맡는 일명 꼬카인흉내를 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부터 잼미의 행동을 두고 남성 비하라는 의견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됐다.

 

이슈는 유튜브로도 넘어갔다.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유튜버 뻑가2019710지금 한창인 사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잼미 논란을 다루었다. 잼미가 이전 방송에서 썼던 몇몇 단어들이 저쪽(극단적 페미니스트) 애들이 항상 쓰는 말이라며 논란의 판을 키웠다. 잼미의 사망 이후 해당 영상은 삭제됐지만 이미 조회수는 100만을 넘긴 후였다.

 

다음은 인터넷 언론사들이 몰려들었다. 뻑가의 잼미 저격영상이 업로드된 2019710일은 인터넷 유사 언론 위키트리〉 〈인사이트에서 이 논란을 보도해 관련 기사량이 급증한 날이기도 하다. 중소 인터넷 언론사와 연예 매체 등이 가십성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지만, 주류 언론사들도 적극적으로 이슈 확산에 가담했다. 아주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같은 경제지를 비롯해 세계일보〉 〈국민일보등 종합일간지도 잼미 논란을 다뤄 기사 조회수를 올렸다. 모두 별도의 취재나 분석 없이 커뮤니티나 유튜브 속의 반응과 댓글만 받아쓰기한 전형적인 어뷰징기사였다.

 

욕먹어도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

2020510, 잼미는 어머니가 자신에 대한 악플과 루머로 괴로워하다 몇 달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방송을 통해 알렸다. 잼미는 당시 방송이 끝나면 맨날 먹고 토하고 우울증 약 먹고. 내가 솔직히 정상적인 것 같지 않다라고 말하며 무기한 방송 중단 선언을 했다. 올해 1월 방송을 재개한 잼미는 부쩍 살이 빠져 있었다. 자신의 팬 게시판에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다. 방송에 복귀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던 122, “죽여라는 댓글이 채팅창을 채웠던 거북이 상황극방송은 결국 그의 마지막 방송이 됐다.

 

잼미의 사망 이후 잼게더게시판에 잼미님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년 전부터 이슈 유튜버들이 특정 인물들의 논란을 다루는 영상들을 봐왔고 자신 역시 잼미의 라이브 방송 중 논란이 됐던 단어들로 채팅창을 도배하다 강제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며 죄책감을 갖고 살겠다고 적었다. “이슈 유튜버들이 하는 말을 사실 여부도 파악하지 않고 굳게 맹신했습니다. 사람들을 매장하는 유튜브 문화를 계속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같이 조롱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시사IN과 연락이 닿은 그는 잼미 괴롭히기에 가담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이슈 채널을 다루는 영상에서 일방적으로 잼미님이 페미니스트라고 몰아가고 욕을 하는 분위기여서 페미니스트인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슈 유튜버들이 다룬 논란들을 보고 여론을 살피면서 잼미님은 욕먹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조롱에 가담했습니다.”

 

4년간 트위치 방송을 시청해온 한 이용자는 잼미가 겪었을 피해가 상상 이상이었을 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잼미씨는 살해 협박까지 당했을 거라고 본다. 여성 스트리머가 방송을 하고 있으면 뜬금없이 군 가산점제 어떻게 생각하느냐사상검증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여성 스트리머들에게 페미냐 아니냐는 예민한 문제다. 그런데 내가 도네이션(후원)까지 한 여성 스트리머가 알고 보니 메갈이다? 아마 나랏님이 부정을 저지른 양 심하게 반응했을 거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러한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의 특징을 깨진 유리창 이론에 빗댔다(2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토론회 방치된 혐오: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그곳은 그래도 되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돼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고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도 되겠지라는 도덕적 해이를 설명할 때 쓰이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사이버불링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확산된다. 유명한 유튜버가 특정인을 낙인찍고 혐오와 조롱을 당해도 되는 사람으로 호명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 같이 돌을 던져 더 많은 유리창을 깬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담하면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된다. 김 교수는 우리 내면의 하면 안 된다는 규범적 빗장이 유머와 결합될 때 더 쉽게 풀린다고 강조했다. 편견과 혐오가 온라인상의 드립 개그’ ‘(meme)’과 같은 문화와 만나면서 빠른 속도로 특정인 괴롭히기가 재밌는 놀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현재 깨진 유리창이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이버불링 구도에서 피해자는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희미하다. 이 점 때문에 무책임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또한 공격할 대상의 좌표를 찍은 뒤 악플 혹은 개인 메시지를 퍼부어 총공()’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인증하며 효능감을 느끼는 과정은 마치 전쟁 게임과 비슷하다.

 

 

이 게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논란이 확산될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먼저 사이버 레커라고도 불리는 유튜버들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차량을 끌고 가는 견인차(wrecker·레커)처럼, 인터넷에서 여론의 호기심이 모이는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내용을 짜깁기한 콘텐츠로 조회수 수익을 얻는다. 도로 위 레커는 그래도 교통사고를 키우지는 않는 반면, 사이버 레커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혐오를 선동하기도 한다.

 

이들뿐 아니다. 이슈몰이를 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를 언뜻 지상중계하는 척하면서 이슈들을 짜깁기해 어뷰징 기사로 돈을 버는 집단이 있다. 언론사들이다. 적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 온라인 이슈 대응팀을 운영하는 신문·방송 매체들도 이 사이버 레커의 산업 안에서 돈을 번다.

 

이들은 논란의혹이라는 추측성 표현을 써서 허위사실 유포·모욕 등의 혐의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일부 유튜버는 선글라스나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자신의 신상을 보호하기도 한다. 실제 이들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타격은 크지 않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으면 최대 벌금은 5000만원이다. 대표적인 사이버 레커 중 한 명인 뻑가는 벌금보다 더 많은 유튜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구독자가 119만명에 이르는 뻑가의 경우 월수입이 2500만원에 이른다(33일 기준).

 

비극을 재료로 또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좌표를 찍어 피해자를 만들며 돈을 벌다가,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지면 그 일을 재료로 또 수익을 창출한다. 뻑가는 잼미 사망 이후 잼미님 관련 영상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명 영상을 올려 471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영상 하나로 발생한 수익만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트리〉 〈인사이트등 유사 언론과 한국경제〉 〈머니투데이등 기성 언론사도 2019잼미 메갈 논란기사를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잼미 자살단순 어뷰징 기사로 수백만 조회수를 올렸다.

 

유튜버 ㄱ씨는 2021년 초, 6개월간 사이버 레커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ㄱ씨는 레커채널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규 유튜버가 빠른 속도로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방법은 레커밖에 없는 것 같아요. 화제가 되는 이슈를 선점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면 구독자가 한 번에 수백 명씩 늘어나니까요.” ㄱ씨는 처음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위주로 키워드를 뽑아 콘텐츠를 만들었다. 역사 왜곡부터 운동선수 학교 폭력 논란,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 조작 등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는 모든 분야의 주제를 다루었다.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겸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던 그는 현재 유튜버로 전직한 상태다.

 

ㄱ씨는 화제가 되는 이슈를 빠르게 수집해 정리하는 사이버 레커라는 형식 자체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선점해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것이 사이버 레커잖아요. 사실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많은 구독자를 확보해 영향력이 생긴 채널에서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짜깁기하거나 의혹을 사실처럼 말하며 누군가를 공격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라고 말했다. “채널을 구독한다는 것은 시청자가 채널 운영자를 신뢰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유튜브 운영자가 누군가를 좌표 찍고 이 사람 혼나야 하지 않아?’라고 하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는 구독자들은 그 말을 믿고 자신의 생각도 바꾸게 돼요. 잼미 사건이 그랬어요. 뻑가가 여러 차례 잼미가 페미라는 의혹을 제기하니까 그 영상을 본 상당수 구독자들이 사이버불링에 참여한 거죠.”

202191일 해외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하루 동안 방송 파업을 하며 방송인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이버 레커 시장이 계속 유지될 거라고 전망했다. “레커 영상이 곧장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슈몰이를 통해 자신의 채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니까요.”

 

수년간 사이버불링에 시달린 잼미 같은 피해자를 보호해줄 안전망은 없는 걸까? 잼미는 다이아TV라는 대형 MCN 소속이었다. 하지만 기획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처를 하거나 방송인으로서 안전을 보호받지는 못했다. 8년간 MCN 업계에서 일한 홍보 담당자 ㄴ씨 설명에 따르면 MCN은 연예기획사와 달리 소속 방송인과 비즈니스 파트너십 계약만을 맺는다. 콘텐츠 홍보나 유통, 행사 등을 통해 업무적인 협력은 하지만 명예훼손 등 방송인 개인의 신상에 관한 부분은 공조하지 않는다.

 

ㄴ씨는 과거 자신 역시 사이버불링으로 고민하는 한 스트리머에게 일을 키우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실시간 소통을 하며 친구 같고 이웃 같은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인터넷 이용자나 같은 업계의 유튜버를 고소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는 방향은 구독자들이 많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고 해서 그다지 권장하는 편이 아니다.”

 

인터넷 스트리머들의 수익은 구독자에게서 나온다. 구독자들은 스트리머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팬이 되었다가도 언제든 마음에 안 들면 구독을 취소할 수 있고 바로 돌변해 스트리머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스트리머들은 구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개인 방송인의 취약성을 구독자들 역시 잘 알고 있다. 스트리머와 구독자들 사이에 갑을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대부분의 유튜버나 BJ, 스트리머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개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악플, 협박, 신원 노출, 심한 경우 스토킹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아프리카TV에서 자신을 차단한 여성 BJ에게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한 시청자가 BJ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BJ의 전화번호와 주소 모두 그 시청자에게 노출된 상태였다.

 

심양홍씨는 아프리카TV와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게임 스트리머다. 그는 유명한 스트리머의 경우 성별과 관계없이 스토킹의 위험에 놓인다고 말했다.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의 경우 한 번에 5~6시간씩 생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생활이 노출될 기회도 잦다. 방송 중 스트리머에게 걸려온 전화의 통화 내용을 통해 그의 집 주소가 노출되거나 스트리머가 게임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는 중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먹방을 할 때 배달 음식을 받는 과정에서 전화번호가 알려져 폭탄 문자를 받기도 한다. 심씨는 수천 명 되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뻔한 적이 있는데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인기 방송인들은 이사를 몇 번씩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심씨는 이용자나 스트리머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플랫폼 역시 좀 더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91일 해외에서는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하루 동안 방송 파업을 했다. 이들은 #twitchdobetter(트위치의 더 나은 행동)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트위치가 방송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SNS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91일 파업 날, 평균 접속자 수가 1만명가량 감소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머들의 요구에 응답하며 혐오 표현을 더 잘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악의적 행위를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라며 그 한계를 호소하기도 했다.

 

여성현실연구소 권김현영 교수도 플랫폼의 규제만으로 큰 변화를 얻기는 힘들 거라고 말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에서 스트리머와 구독자는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말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전에 없던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고맥락화된 대화와 반응들을 기계적인 모니터링만으로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그는 정부기관 내에 명확한 책임을 지닌 규제의 주체는 필요하다고 보았다. “타이완의 디지털장관처럼 우리도 디지털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통합된 부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모두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시민이고, 시민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잼미가 처음이 아니었다. 끝도 아닐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폭력은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공격해 로그아웃시키는 일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다. 누가 깨어진 유리창을 치울 것인가?

시사인 김다은 기자

 

코로나 걸리면 슈퍼면역?전문가 변이 생기면 효과 없어

감염 후 회복하면 다양한 항체 생겨

하지만 변이 있는 한 안심할 수 없어

슈퍼면역, 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개인위생 수칙 철저히 지킬 수밖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이날 발표된 코로나19 신규 확진과 누적 확진자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퍼항체는 실제로 존재할까?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약 30%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중에선 백신접종 만으로도 한번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백신을 맞았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된 돌파감염자까지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면역이 원래부터 강한 경우가 있겠지만, 코로나에 감염돼 회복하는 과정에서 혈액뿐 아니라 코점막에서도 이중으로 항체가 생겨 10~14배까지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적할 면역력이 생기는 것으로 봤다. 의학적 용어는 없지만 현실에서 이른바 슈퍼면역자가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22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120만명을 대상으로 감염위험을 분석한 결과,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에 걸린 적도 없는 사람의 코로나 감염 발생률은 최대 12.85%로 가장 높았다. 백신을 1번이라도 맞았을 경우 감염 위험은 1.55~1.82%로 급격히 떨어졌는데 자연감염이 된 적이 있는 사람은 0.5~0.62%로 더 낮았다. 특히 백신도 맞고 자연 감염이 된 경우, 추후 코로나 감염 위험은 0.36~0.49%로 가장 적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신과 자연감염을 통해 얻는 면역 사이에 다른 종류의 항체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혈액에만 항체가 생기지만, 코로나(오미크론)에 감염되면 회복하는 과정에서 코점막 등에도 관련 항체가 생기면서 1, 2차 방어막이 생긴다면서 인위적으로 높여준 면역에 자연면역력까지 더해지면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슈퍼면역 체계를 갖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세히 보기

백신을 맞고 감염 후 회복된다면, 인위적으로 높여준 면역에 자연면역력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강력한 면역체계가 생길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으로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늘리고, 자연 감염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막 단백질 등 다채로운 면역 반응을 더 유도하게 된다돌파감염을 통해 얻은 중화항체가 부스터샷(3차 접종)으로 얻는 중화항체만큼이나 효과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델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다시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천은미 교수는 개인 컨디션과 면역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델타의 주요 증상은 근육통·발열 등 전신반응이 오는데 따로 코, 목 점막에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다이 때문에 상기도감염(인후통)을 일으키는 오미크론에도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감염은 코, , 목구멍, 후두 등 상기도와 기관, 기관지, 허파 등 하기도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는데, 변이 바이러스에 따라서 항체를 얻는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변이가 있는 한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면역이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백신을 맞은 뒤 감염될 경우 항체 수준이 높다는 얘기일 뿐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특히 앞으로의 유행 과정에서 새로운 변이가 나오면 아무 소용 없는 얘기다라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돼야 감염을 예방하는지 기준 자체도 없다고 말했다.

조선 전효진 기자

 

절규' 나오는 의료계 "오미크론 맞춤 방역? 노인들 죽어간다"

의료 현장 곳곳 혼란, 중환자실·요양시설 '아비규환'... "정부 통계로 의료붕괴 현실 호도 말라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시민 40여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오마이뉴스

 

"1시간은 기다리셔야 해요."

지난 21일 오전 11,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남짓한 공간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접수한 40여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40번째로 도착한 이가 "얼마나 대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간호사는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인구가 밀집한 도심, 특히 호흡기 병원이 적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람들의 발길은 정부가 지난 14일 병원이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거리 선별진료소에서 병원으로 향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종로 3가로 이어지는 구역엔 PCR 검사까지 가능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은 1,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의원은 3곳이다. 공공기관, 기업 등이 특히 밀집한 이곳에선 점심시간 전후로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직장인들이 대거 몰려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21일 오전 나머지 병원 3곳에도 10~20명씩 줄 지어 선 행렬을 볼 수 있었다.

 

팍스로비드 부족... 약국도 북새통

병원 밖까지 늘어선 신속항원검사 대기 줄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 앞에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확진자에 대한 약 처방이 늘면서 약국 현장도 덩달아 혼란스럽다. 확진된 이가 바로 약국에서 약을 받아가면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한 공간에서 접촉할 위험이 일상화되고 있다.

 

강서보건약국의 정수연 약사는 "대책없이 또 물밀 듯 (정부 지침 변경이) 이뤄지면서 지난주 약국 손님들 동선분리를 하느라 아비규환이었다""나도 손님과 얘기를 나누다 '? 확진자세요?' 하고 놀란 뒤 다시 밖으로 나가 복약지도를 하곤 했다. 약국 외부에 '확진자시면 밖에서 전화를 주시면 나가겠습니다' 포스터를 걸고, 직접 왔다 갔다 하면서 약을 전달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부족도 문제다.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먹는 치료제 처방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정 약사는 "원래 8(8명분)가 일주일치로 공급되곤 했는데, 14일 이후 이틀 만에 처방전이 70장이 쌓였다""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증상 발현 후 5일 내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급한 약이다. 지난주에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은 애가 탔다. 정 약사의 설명이다.

 

"증상 발현 5일이 지났는데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고위험군을 모니터링하는 전담 병원 지정까지만 2~3일 소요된다. 돌보는 자녀가 있거나 정보력이 빠른 고령 확진자면 보건소를 쪼든, 어떻게 하든 자신을 돌볼 방법을 찾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가만히 집에 격리된다. 그러다 악화되면? 고위험군은 조기 치료가 안 되면 위험하다. 하루 내 전담병원이 지정되도록 어떻게든 빨리 행정절차를 개선하는 게 너무 시급하다."

 

"요양원, 그냥 '다같이 감염돼라' 방치"

화이자사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오마이뉴스

 

실제로 고위험군을 돌보는 현장에선 '절규'가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지난 1월부터 시작됐으나 3월 정점에 진입하며 상태가 심각해졌다. 지난 220일부터 한 달 간 요양병원·요양원 523곳에서 2204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주(311~17) 사망자 1835명 중 요양시설 사망자수만 647(35.3%)이다.

 

"여기 70명 정도 어르신들이 계신데 90% 넘게 확진됐다. 시설 종사자 45명 중 40명이 확진됐다. 여유 공간이 없어 겨우 물리치료실을 확진자방으로 격리해도,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번진다. 요양원은 완전 무방비상태다. 그냥 다 같이 감염이다. 이러다 누가 사망하면 어쩔 거냐 해도 보건소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정부가 어르신들을 적극적으로 구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울산 동구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A씨의 설명이다. 지난 39일 요양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며 순식간에 90% 넘는 입소자와 종사자가 감염됐다. 종사자들이 격리되면서 평소 4명이 하던 일을 2명이 나눠서 해 업무는 2~3배로 늘었다. 한 눈 판 사이 누가 중증에 빠질지 모르니 긴장감도 높다. A씨는 "다행히 입소자 모두 3차 접종을 끝내 고열에 시달린 환자가 2명 정도 발생해 병원에 옮겨졌다""그러나 병원도 이미 환자가 넘치니 입원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김철주 신천연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나온다? 그건 재택치료 환자(요양시설 환자는 재택치료자로 분류)가 치료 못 받고 죽어간다는 뜻이다. 의료붕괴 수준"이라며 "정부가 통계로 현실을 호도하며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사지로 몰았다"고 평가했다.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하는데도 전체 중증화 비율이 낮다거나 병상가동률이 60%대라며 의료 붕괴 문제를 은폐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비판했다. 정점을 지나기도 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확진자 급증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기준 2년 간 누적 사망자 수 12757명 중 7063(55.4%)1~3월 동안 발생했다. 사망자의 93.6%60세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5~11) 하루 평균 57명이던 사망자는 이달 셋째 주(14~20) 309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김 과장은 "지금은 병상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해 사망이 발생했던 델타 변이 때와 다르게,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환자가 중등증 병상이나 일반 병상에서 치료받으면서 사망이 발생한다""어떻게 하면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 절대 절명의 위기인데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거리두기를 풀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선 확진된 의료진들이 자가격리 3일 후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김 과장은 "의료진 3일 격리 후 복귀는 정말 의료 현장이 막판까지 온 것"이라며 "방법이 없으니 다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의사, 간호사, 영상기사,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인력이 풀가동,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노에 찬 의료계 "대체 왜 정점 전 방역 완화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이 전날 대비 22만여 명이 늘어 621328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119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감염병 전문 병동으로 이송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북 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B 간호사는 "1월 요양병원 확진이 늘면서 환자들이 정말 물밀 듯 들어왔다. 심할 땐 병원 듀티(오전·오후·야간 근무조)마다 10명씩 받았다""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르신이 확진돼 중환자 병상을 찾으며 경북 시내를 돌아다니다 119 구급차에서 사망한 것도 봤다"고 말했다.

 

이 병원도 지난 일주일 새 의료진 1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B간호사는 "그러나 누구도 불평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내가 격리될 때 다른 사람이 고생한 걸 뻔히 안다. 간호사 6명이 보던 50명 환자를 2~3명이서 보는 상황"이라며 "간호사 인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2년 간 인력충원은 없었다. 내부 인력을 빼 파견하며 수술실 1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델타 때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유행 정점은 고위험군에겐 '극한'과 같다. 일부 요양원에선 대다수가 확진된 입소자에게 산소 공급을 하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산소 탱크 하나를 몇 명이 나눠서 쓰고 있다.

 

김 과장은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 고위험군을 보호해야 한다. 팍스로비드는 정말 필수적인 고위험군에 집중하고, 보건소 일을 줄여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 전면 대응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영(gayoung) 오마이뉴스

 

모두 기분 나쁘게 만든 부동산, 엉망으로 계속 놔둘 건가?

[주장]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이유... 새 정부는 '가격 양극화' 문제에도 집중해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20대 대선의 승패를 가늠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5월부터 20222월까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62% 상승, 전국 아파트 가격은 38% 상승했다.

 

급등한 주택가격은 무주택자, 1주택자, 다주택자 모두를 불편하고 기분 나쁘게 만들면서 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에 힘을 싣도록 만들었다. 임기 동안 집값이 급등했던 200717대 대선과 202220대 대선 모두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야 모두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닌 파괴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하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도 보유세, 양도세 모두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선진화를 위한 장기 과제인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를 여야 모두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어설픈 반성은 목욕물 버리려다 애까지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핵심요인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30회 가까이 정책을 내놓으며 부단히 노력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잡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라는 변수가 컸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도 한계가 많았다. 집이라는 재화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았지만 가장 중요한 뇌관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재화는 건축물과 건축물을 떠받치는 토지로 구성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이 들어간 건물은 낡아가면서 가치가 떨어지지만, 건물이 서 있는 땅의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땅의 가치는 해당 지역에 교통, 교육, 문화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인구 집중 및 상업 활성화의 결과로 상승한다. 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하고 인구가 집중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한다.

 

국민의 세금 또는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 낸 토지가치 상승분을 개인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가는 것은 '지대추구'라고 한다. '지대추구'라는 싹에 '공급부족저금리경기호황'이라는 비가 내리면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치솟는다.

 

택지개발부터 주택공급까지 수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부동산개발의 특성상 부족한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란 쉽지 않다. 기준금리 조정은 부동산 너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기를 침체시킬 수도 없다. 공급부족, 저금리, 경기호황이라는 비를 정부가 통제하기 쉽지 않다면 '지대추구'라는 싹을 잘라버리면 된다.

20178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이희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지대추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1주택자의 지대추구는 용인하고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의 지대추구는 근절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지대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가격별, 지역별, 보유주택수별로 '지대추구' 기준을 달리 관리하면서 과도한 지대추구자를 막겠다는 '핀셋'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주택자는 법인 및 부동산관리신탁 활용, 증여 등을 통해 1주택자로 변장하고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투자 등 다종다양한 변칙으로 정부의 '핀셋'을 피해 부동산 투기를 이어갔다.

 

'다주택=투기꾼, 1주택=실수요' 프레임으로 짠 핀셋 방식의 그물은 부동산 투기를 잡기에는 그물코가 너무 크고 헐거웠다. 기민한 시장참여자들은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금세 파악해 그리로 몰려가 지대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수십 차례 부동산정책을 낼 정도로 시장참여자들과 쫓고 쫓기는 싸움을 했지만, 결국 집값은 폭등했고, 정부를 믿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하거나 일찍 아파트 한 채 산 사람들이 최종승자가 되고 말았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고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관점에서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인 조치를 부과하고 가급적 1주택자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려 했던 정부의 선한 의도가 결국 부동산 시장을 지옥으로 만들고 말았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이 현실화되었더라면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할 당시 참여정부는 당시 0.17% 수준이었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0.61%까지 올리겠다는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을 제시했다. 서슬이 퍼렇던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지대추구 근절'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물을 짰다면 어땠을까? 2017년 정권 초나, 20187월 재정개혁 특위에서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할 때 참여정부 시절 제시했던 보유세 실효세율 0.61%를 장기로드맵으로 다시 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장기로드맵대로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 0.61%를 달성했다면 부동산투기가 이토록 극성을 부려 집값 폭등의 기폭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0.61%는 다주택자·고가주택에만 높은 보유세를 매겨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도 함께 높여야 가능한 수치이기에 굳이 여론을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보유세 강화를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조용히 공시가격을 현실화시켜 보유세를 차츰 높여가겠다는 복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보유세 강화를 하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뜻이 없다는 사인을 주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는 대다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개혁에 대한 지지를 전폭적으로 보내던 시절이다. 문 정부는 국민들의 정의감이 고양되었을 때, 부동산시장의 선진화와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유세 강화 장기로드맵을 제시하고 오르는 세금에 대한 부담을 소득공제·세액공제 등으로 완충시키며 국민들의 협력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다주택자·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투기심리가 일어나며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한 후에는 보편적인 보유세 강화는 어려워진다. 집값 오른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게 해야지 왜 집값도 오르지 않은 나에게 세금을 걷느냐는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뒤늦게서야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투기심리를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보편적인 보유세 강화가 아닌 고가·다주택자 중심의 선택적 보유세 강화, 핀셋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시장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정부는 지고 정권을 잃고 말았다.

 

대한민국 장기 발전에 유익한 것이 뭔지 고민해야

2021년 하반기부터 미국 연준을 필두로 금리 상승 등 경제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그간 누적된 부동산 규제 정책, 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인해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상승장은 주춤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부동산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시민들 역시 현재의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매수 심리가 가라앉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시장 관리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공약을 놓고만 본다면 부동산투기 심리를 부추길 만한 공약들이 대다수이다. 임차인을 위한 공약보다는 임대인, 유주택자에게 유리한 공약이 대다수이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자는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로벌 경제 전반적인 기조가 금리 상승 등 긴축에 들어가고 있어 자산가격에 조정이 올 가능성이 크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금리 인상 속도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높다면 다시 자산가격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 사이클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정책 방향을 선택하기를 당부한다.

 

특히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투명화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부동산정책은 2020년에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제시이다. 정권 후반에 몸에는 좋지만 입에는 쓴 인기없는 정책을 하기란 쉽지 않지만 국민부담의 형평성, 복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한민국 장기발전에 필요하기에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부담스러운 계획을 발표했다.

 

행정권력은 국민의힘이 가져갔지만 입법권력은 민주당에 남아 있기에 재산세종부세 통합,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추진 등 보유세 완화 공약을 국민의힘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2020년 수준으로 1주택자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현재 0.16%인 보유세 실효세율도 여야합의로 더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도세 중과 유예, 취득세 감면 등 거래세 부문은 경기 상황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단기정책이지만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는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의 장기 발전을 위해 힘들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다.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일 뿐 아니라 상위 20% 아파트 가격과 하위 20% 아파트 가격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면서 주택가격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향후 10년 간의 부동산 주요 이슈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1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총인구 감소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양극화, 유주택자 간의 양극화,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등 부동산을 둘러싼 양극화를 지금보다 더 심화시킬 것이다.

 

부디 윤석열 당선인과 민주당은 자기 진영의 지지율이 아닌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 장기 발전에 무엇이 유익한지를 근거로 정책을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지역균형발전, 세대간 양극화 해소, 생산적인 투자처로의 자본 이동 등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의 장기 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정책의 옥석을 가늠하고 취하는데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영(daybreake) 오마이뉴스

 

병상가동률’ 65%는 말장난 현장은 이미 의료대란

뉴스분석] 60~70%대 병상가동률에 언론·정부 풀이 엇갈리지만

정부가 코로나 환자를 코로나 병상에서 치료 안하는 이상 의미 없어

30~40% 여유분 허수정부, 위기 제대로 알리는 소통부터 시작해야

 

병상가동률 65.1% 등 주요 방역지표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운영 중이다.”(1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

이제는 확진자 지표에서 위증증과 사망자, 치명률 그 다음에 병상 가동률 이런 (지표가) 의료체계 역량 안에 있는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고 제안하지 않나.”(21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YTN 인터뷰)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67.6%까지 차올랐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중환자 병상 4개 중 3개 병상이 이미 사용 중”(21KBS)

전국의 중증 병상 가동률도 64.2%로 위험수위다.”(17일 서울경제)

 

코로나19 병상 현황을 놓고 정부와 언론이 내놓은 서로 다른 풀이다. 11~17일 한 주 사망자가 2000명에 이르는 등 사망자 숫자가 연일 치솟고 있다. 정부는 병상 가동률이 60~70%대라며 델타 변이 유행에 비해 관리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언론은 요양시설 집단감염과 한계치에 다다른 의료 현장을 조명하고 이를 반박한다. 그러면서도 병상 가동률을 지표로 들며 의료대란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의료진은 정부가 발표하는 병상 현황으로 의료여력을 가늠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입 모은다. 정부가 진료체계와 집계 방식을 바꾼 탓에, 코로나 병상 현황은 물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치도 실제 코로나 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의료대란은 보도처럼 코앞에 다가온 게 아니라 이미 현실화했다.”

코로나10 전담치료병상 의료진. 노컷뉴스

 

방역당국은 코로나 위중증 환자 통계를 매일같이 발표하지만, 여기서 다수가 제외된다.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 중환자가 확진 판정받은 지 7일 뒤면 일반병실로 옮기도록 하면서, 원칙적으로 코로나 환자에 합산하지 않고 있다. 김철주 신천연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은 “(코로나 중환자실 여유분에 따라 사망자가 늘던 것은) 기본적으로 델타 때의 프레임이라며 정부는 델타 말기인 지난해 말부턴 코로나 병동 사용기한을 20일로 제한했고, 이 기간이 현재는 7일로 줄었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 환자 숫자는 물론 가동 병상도 실제보다 축소됐단 얘기다. 김철주 과장은 위중증 환자 통계도 마찬가지다. 원래 간과 신장 등 중환자들이 코로나에 걸려도 (코로나로 인한 중증으로 판단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 중증환자로 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16일부터 방역당국이 코로나 확진자의 기저질환을 일반병상에서 치료하도록 입원진료체계를 조정했다. 확진자라도 감염 증상이 없거나 가벼우면 코로나 병상에 입원시키지 않는 것이다. 김민정 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간호사는 정부가 코로나 환자를 코로나 병상에 보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만든 이상 병상 가동률로 코로나 병상 여유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중 1명만 숨져도 단독기사나는데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 병실. 민중의소리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베트남 29~320100만명당 사망자 수. 출처=아워월드인데이터

 

실상은 코로나 중환자실로 가야 할 환자들이 입원실을 찾지 못해 무더기로 숨지고 있다.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된 이들이다. 김철주 과장은 예전 같으면 코로나 중환자실로 전원했을 환자들인데, 코로나 병실을 찾지 못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죽는 것이라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응급한 요양원 환자들도 입원이 어렵다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1~17일 사망자 1835명의 35.3%(647)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숨졌다.

 

특히 요양원 사망은 그야말로 재택치료 중 숨진 경우다.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료인이 상주하지 않는다. 김 과장은 재택치료하다 한 명만 죽어도 단독으로 뉴스에 뜨지 않나. 그런데 요양원에서 수십 명이 죽어나가도 뉴스는 그 같은 무게로 나오지 않는다병상가동률을 근거로 (의료대란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했다.

 

여유있다는 병상 대다수도 허수’, 의료진 감염으로 여력 더 줄어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여유분이라 주장하는 나머지 30~40% 병상은 무엇일까. 언론이 병상 가동률을 언급할 때마다 독자들 입장에선 여유분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이것이 착시라고 설명한다. 이들 병상은 애초 간호인력이 부족하거나 고난도 치료가 어려워 사실상 중증환자를 돌보기 어려운 곳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김민정 간호사는 정부가 말하는 병상 가동률은 총 확보한 병상 수와 입원환자 수를 기준으로 한다. 실제 담당할 수 있는 간호사가 없는 병상도 여기에 잡힌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병원 병상은 인공호흡기까진 사용할 수 있어도 위중증자가 필요로 하는 에크모나 투석이 안 되는 곳들이 있다현재 남은 병상 다수가 이런 곳들이다. 한 수도권 거점전담병원에서도 중증 병상 수십곳이 이런 이유로 비어있다고 했다.

 

손영래 반장은 지난 21KBS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병상이 모자라 600명의 환자가 입원을 대기했지만 현재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당시에도 중증병상 가동률은 100% 아닌 79%였다.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사진=국민소통실

 

의료진까지 감염되면서 진료 여력은 더 줄어들었다. 행동하는간호사회에 따르면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간호사의 절반이 확진되며 병동이 폐쇄됐다. 방역당국은 지난 13일부터 감염 의료진도 접종완료·무증상이면 4일차에 출근시킬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현장에선 이마저 지켜지지 않는다. 서울의 B정형외과 병원에선 간호사의 80%가 확진됐지만, 병원 측이 추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면서 출근을 지시하고 있다. 수도권 C종합병원, 대구 D 요양병원 등 곳곳에서 양성 판정 받은 간호사에게 즉시 근무를 지시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실상 지금이라도 알려야 피해 줄여

의료인들은 정부가 이런 실상부터 제대로 알리고 대처하는 위기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교수는 정부가 오미크론과 관련해 접종률 높고 치명률이 낮다는 점에 몰입하면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 피해도 커지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방역 완화를 했다. 지금은 방역 성과를 강조할 때가 아니라 대책 마련에 나설 때라고 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취지의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21일 공개해 논란이 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도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의료시스템이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어 붕괴하는 상황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인력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사태 심각성을 축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지금이라도 간호사 1인 담당 환자수를 제한해 인력확보를 의무화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등 대책을 내놓으라고 밝혔다.

 

김 간호사는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는 현실에 걸맞은 언론보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수의 시민들이 오미크론이 금방 낫는다, 감기가 됐다고 하지만 하루 400명이 죽어간다. 특히 기저질환이나 노인분들 같은 취약한 이들에게 집중되는데, 이 탓에 위험성과 위기는 그만큼 전달되지 않고 있다거리두기 완화의 위험성과 현장의 의료대란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보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부동산 부자는 지하철 역을 만들지 않았다

[소셜 코리아] 시민이 생산한 부, 시민에게 돌려주자

나는 순서 운이 참 없다. 국민의 절반은 신명이 나고, 또 절반은 중증 우울에 빠져버린 집단적 조울의 시기에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표방한 <소셜 코리아> 논평을 써야 한다니 말이다. 글쓰기 파업을 하고 싶지만, 공무원인 필자는 파업이 불법이다.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이래저래 어렵다.

 

판단이 어려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근원부터 다시 따져보는 것, 그게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혹은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국제 순위와 수치로 표현하면 상반되어 보이는 것들로 점철돼있다. 20201인당 국내총생산(GDP) 31497달러, 세계 경제 규모 10, 30-50 클럽(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 가입 등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준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가 중 자살률 1, 노인빈곤율 1, 행복지수 35, 연간 근로시간 2, 아동행복 공동 꼴찌라는 오명도 짊어지고 있다.

 

도식적으로 요약해보면 대한민국은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로 매우 잘 사는 국가임에도 빈곤한 사람이 많고, 근로는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불행한 국가가 된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부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여러 후보들과 학자들은 지난해 12월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발간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World Inequality Report 2022)>를 많이 인용했다. 세계불평등연구소는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했으며 피케티, 주크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한국이 연구 대상 국가로 포함됐다. 한국의 구매력평가(PPP)로 환산한 성인 인구의 평균소득은 33천 유로(3840만 원)로 서유럽 잘사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은 서유럽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하다. 하위 5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16%에 불과하고, 상위 10%46%를 차지한다. 평균소득 상위 10%가 하위 50%14배에 이르는 부를 점유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국이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아시아 4룡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약한 사회보장 환경에서 자유화와 탈규제 경제정책을 동반한 결과 1990년 이후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35%에서 46%로 증가했고, 하위 50%의 점유율은 21%에서 16%로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소득점유율 추이(세계불평등보고서 2022) 세계불평등연구소

 

 

불평등의 원인

한국의 불평등 심화가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빈곤 해소 정책을 확대하자고 한다. 공공부조의 확대, 사회보험의 포괄성 확대, 일자리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불평등의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근본 원인부터 주목하고 해결하는 것이 그 원인이 야기한 부정적인 결과를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텐데 말이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 부동산 소득

남기업의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토지에서 실현된 자본이득(부동산 판매에 의한 양도소득)2138천억 원이고, 임대소득은 1391천억 원이다. 이 둘을 합친 부동산 소득은 3529천억 원으로 한국 GDP18.4%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상위 1.2%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43.5%이고, 전체 세대 중 38.7%는 토지를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 토지를 소유한 세대 중 상위 10%가 전체 토지 가액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니계수로 계산하면 0.8111로 극단적인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의 수치로 표시되는데 소득분배가 완전평등한 경우가 0, 완전불평등한 경우가 1이다.

건물의 가치는 입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입지 조건이 좋아진 이유는 공공의 자산으로 그 지역을 편리하고 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익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귀속될 뿐 모두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셔터스톡

 

특히 토지에 의한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소득은 전체 소득 불평등 지니계수에 33.5%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동일 브랜드라도 '낡은' 32평 아파트가 강남에서는 25~30억 원에 거래되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군산의 동일 브랜드 '신축' 32평 아파트는 5억 원 안팎에 거래된다.

 

같은 구조의 같은 평형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다른 이유는 건물의 가치가 아니라 토지의 위치성에서 기인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건물의 가치는 사람들이 역세권, 숲세권 등으로 부르는 입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입지 조건이 좋아진 이유는 공공의 자산으로 지하철을 놓고, 공원을 조성하는 등 그 지역을 편리하고 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역을 만들지도, 숲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공공 재원으로 입지 조건을 좋게 만들어서 상승한 부동산의 가치는 그 위치에 존재하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 모두가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소득이 생길 때마다 낸 세금으로 각 지역의 입지 조건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익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귀속될 뿐 모두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 빅데이터 활용한 이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동의하듯이, 빅데이터 구축은 일반 시민들이 개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빅데이터는 인간 활동의 전 영역에 대한 디지털 기록물이고, 매 순간 갱신되고 새로 생성된다. 플랫폼 기업은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를 추출하여 이윤을 창출한다.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가치 증식 활동에 기여했으나 빅데이터 자체를 생성시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약칭)라 불리는 거대 플랫폼 기업은 일반 시민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한 부를 독점한다. 세계적인 거대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빅데이터로부터 나온 이윤, 플랫폼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 이윤을 그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 모두에게 나눠주지는 않는다.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빅데이터는 일반 시민들이 개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은 일반 시민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한 부를 독점한다. 셔터스톡

 

- 지식, 특허, 제약

데이비드 볼리어를 비롯한 많은 공유지(commons)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지적하듯이, 지식에 기반한 가치 생산 역시 상당 부분이 공공의 재원으로 이뤄진다. 생의학 분야, 의약품 개발, 공학 분야의 기술 특허 등의 주된 부분은 공공 자금의 연구비 지원을 통해서 그 가치가 생성된다. 예를 들어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특허는 기업과 대학이 소유한다. 그 의약품은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주로 기업과 주주들에게 귀속된다. 국민들에게는 극히 일부만이 판매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환수될 뿐이다.

 

지식에 기반한 부의 창출은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일찍이 주장했던 것처럼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서 축적된 지식의 외부효과로 발생한다. 세상의 공유부(common wealth)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이미 축적되어 있다.

 

공유부는 모두의 몫

 

'생산의 공공성, 독점적이고 비대칭적 사적 소유'. 현 사회가 누리는 부의 특징이다. 생산과 부의 사회적 성격이 강하고, 개인의 기여뿐만 아니라 공동의 기여로 부가 생산되는데, 그 부의 상당 부분이 일부 소유자에게 독점적으로 분배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회가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모두에게 지급하는 분배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공동으로 창출하는 데 기여했거나, 천연자원 또는 생태환경처럼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거나,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할 수 없는 부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분배 시스템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정관에서 기본소득을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정의한다. 또한 기본소득의 목적을 "모든 사회구성원의 자유와 참여를 실질적이고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유부(common wealth), 사회가 생산한 부 중에서 성과의 원리에 따라 특정 주체의 몫으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몫, 다시 말해 모두의 몫을 말한다. 기본소득은 그 정당성과 원천을 공유부에서 찾는다.

 

공유부는 자연적 공유부와 인공적 공유부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 공유부는 인류 모두의 것인 자연적 기초에서 나온 생산물이며, 인공적 공유부는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할 수 없는 생산물이다. 이는 역사적, 사회적 효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기여하고 함께 물려받은 공유부를 소수가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모두가 그 부를 함께 향유할 수 있으려면,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동등하게 분배하는 기본소득이 가장 정의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의 모든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전액 배당하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공유부의 일부는 노동과 연계하지 말고, 빈곤해지기 전에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몫이므로.

 

기존에는 구제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실제로 사회적 위험에 빠져 피해를 본 사람들이 그 조건과 피해를 입증해야만 사후적으로 일부 구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른 방식의 분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위험에 봉착하기 전에 각자의 삶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적인 보상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사전에 적절한 소득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구체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고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일부에게 독점적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기본소득을 도입해보자. 그래서 시민들이 비루한 방식의 노동은 거부하고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혹은 진정으로 원하는 활동과 노동, 여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보자.

 

피터 반스는 저서 <모두를 위한 시민배당>에서 "각각의 모델을 생각하다 보면 세부사항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모델 각각의 특징이 아니라 그 기본을 이루는 철학적, 정치적 선택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모두의 공유부를 현재의 구조대로 둘 것인가?

서정희(soko)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러시아의 고립, 핵 전쟁 위협 키운다"

[해외 시각] 유럽의 만장일치 대응,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유혹 키울 수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전례 없는 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까지 감수하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마저 상황을 예의주시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고립이 심화될 경우 러시아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영 부대에 특별 전투 임무를 시달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에 대해 "한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핵전쟁이 이제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며 핵 전쟁을 경고하는 등 핵무기 사용 위험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고립만이 상황의 해결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로 50개국 이상을 취재했던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킨저 브라운대 왓슨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스턴글로브>(310) 기고문에서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푸틴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게끔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의 제재들이 "푸틴에게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핵무기 사용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을 직시하고 그 가능성을 줄일 대책을 모색해야 하며 현 상황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티븐 킨저의 기고문을 번역·정리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편집자주

 

11(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세계는 (1962년 쿠바 핵위기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어느 때보다도 핵전쟁에 가까워졌다. 러시아와 미국은 전투 현장(battlefield)에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전술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1945년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소각해버린 원자폭탄의 3분의1 수준이다.

 

지난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린 직후 군에 "고도의 핵전쟁 경계태세" 선포라는 매우 무책임한 조치를 취했다. 만약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빨리 이기지 못한다면, 특히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게 된다면, 그는 핵무기를 포함한 그의 모든 무기 역량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애당초 그가 우크라이나를 실제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의 핵 위협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인들은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사담 후세인을 반대했던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특히 러시아의 폭격과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은 분노와 복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런데 이는 우리에게 닥칠 정말 끔찍한 위험을 놓치게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러시아를 때리는 것은 우리가 핵전쟁이라는 궁극의 악몽을 향해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는 (‘핵무기 사용 불가라는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오랜 금기를 깨는 것이며 이에 따라 그는 히틀러 이후 가장 경멸받는 세계 지도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의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결과는 항상 똑같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쪽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대방 역시 전술 핵무기로 방식으로 대응하며, 그 결과 양쪽의 도시들 모두 잿더미가 된다.

 

워싱턴 퀸시연구소의 핵 전문가 조셉 시린치온 선임연구원은 "일단 핵무기 사용이 시작되면 양측은 계속 더욱 강력한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며, 중도에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양측 모두 자신의 핵 공격이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피할 방법은 없다. 특히 푸틴이 자신이 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위험은 더 커진다. 러시아의 핵전쟁 교리인 '전쟁 확대를 막기 위해 공격을 강화한다(escalate to de-eacalate)'는 원칙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위해 특별히 고안됐다. 러시아가 전투에서 밀리고 있다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부는 이 원칙을 믿고 있으며 푸틴이 핵공격 명령을 내리면 복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의 마을을 파괴하기 위해, 또는 적의 전투 진영을 없애버리기 위해, 심지어 단순한 무력시위를 위해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단 한 발 발사하더라도 이는 급격하고 참혹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서방세계의 반응은 강력했고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그 중 일부는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강력한 서방의 반감을 드러냈다. 예컨대 뮌헨 필하모닉과 밀라노 라스칼라 오페라의 러시아 출신 지휘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종류 외의 다른 서구의 대응은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러시아에 대한 가혹한 경제 제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세계화 사회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삶의 형태를 바꿀 것이다. 주요 석유 회사들은 러시아가 세계 유수의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철수를 감행했다. 독일은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고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스위스는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중립국 정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강력한 제재에 동참했다. 이같은 대응은 타당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푸틴에게 자신이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2008, 네 명의 저명한 지정학 전문가들인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샘 넌, 그리고 윌리엄 페리는 핵전쟁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치들이 "위험을 다루는 데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위험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들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는 매우 높은 산꼭대기를 올라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지금 우리는 산을 계속 내려가거나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 위험은 너무도 무시무시해서 우리는 경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핵전쟁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러시아와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은 핵전투를 전쟁의 사용 가능한 수단으로 상정하고 있다. 비밀공작, 제재, 사이버 공격, 재래식 전쟁에 이은 위협 연속체(threat continuum'의 하나로, 즉 강압적 수단의 (마지막) 한 단계일 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핵전투를 전쟁 수단에서 제거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핵 홀로코스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핵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며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핵전쟁은 아득한,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임박한 핵전쟁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미국과 나토가 먼저 우크라이나에서의 핵사용 포기를 분명하게 선언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같은 서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위기를 안전하게 벗어나게 된다면 모든 핵무기 보유 국가들이 핵전쟁 방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 책임은 세계 핵무기의 90%를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에 있다. 만일 두 나라가 핵 선제 사용 포기에 합의할 수만 있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번역) / 프레시안

 

미국 '주류 언론'들이 말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

[해외 시각]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책임이 없나?

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은국제법을위반한불의한일이다.그러나이것만가지고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을설명할없다.우크라이나의정치상황과1990년대소련해체이후러시아와서방의관계라는맥락속에서전쟁을짚어봐야한다.부당한침공이라는현상과우크라이나인들의죽음,러시아군인들의죽음들을눈앞에두고있는상황이다. 그럴수록 이전쟁을빨리 끝내고,다시는전쟁이발생하지않도록하기까지많은논의들이있어야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 상황들이 어떠했는지 알아야 한다. '전쟁 반대'라는 당위성이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이 비극이 발생한 맥락을 정확히 짚어 내야, 앞으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서구 주류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견해를 여기 소개한다. 특히 미국의 주류 언론이 전쟁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을얼마나 비정하게 다뤄왔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냉정해져야때다. 독립언론인브라이스 그린이지난34FAIR(Fai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 1986년 설립된 미 언론감시 단체)에 실은글을번역해소개한다.편집자

 

많은 정부 인사와 언론인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침략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224일 연설에서 푸틴의 공격은 근거 없는(unprovoked)" 침공이라고 말했다. 즉 외부의 도발이 없었는데도 일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이후 근거 없는이란 말은 (미국) 언론생태계 전반에 걸쳐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근거 없는 침공 나흘째, 푸틴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에 진입”(액시오스, 2. 27)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근거 없는 침공이 2주째로 접어든 오늘”(CNBC 3. 4)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우크라이나와 근거 없고 불필요한 전쟁을 시작한 푸틴의 결정“(Vox 3.1) 등등

 

그러나 근거 없는이란 형용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주도한 수많은 도발적 행동의 오랜 역사를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다 세계가 이 지경이 됐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이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다

이야기는 냉전 종식으로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가가 되면서 시작된다. 동서독 통일을 마무리 짓는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동쪽으로 단 1인치도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정책가들 사이에서는 나토 확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1997년 수십명의 대외정책 전문가들이(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과 스탠스필드 터너 전 CIA 국장 등) 클린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나토를 확대하려는 미국 주도의 시도는...역사적 규모의 정책 실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모든 정파들이 나토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나토 확대는 반민주적 야당 세력을 강화시키는 반면 개혁과 서방과의 협조를 원하는 세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러시아인들로 하여금 탈냉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19985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냉전 전략의 설계자이자 저명한 외교관인 조지 케난에게 나토 확대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당시 미국 상원이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는 등 동유럽에 대한 나토 확대가 추진되고 있었다). 52일자에 실린 케난의 답은 다음과 같다.

 

나토 확대는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러시아는 점진적으로 적대적 태도를 취할 것이며 이는 그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토 확대는 비극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나토를 확대할 어떤 이유도 없다.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위협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나토 확대에 대해 러시아는 나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 나토 확대 추진 세력들은 거봐, 러시아는 언제나 저렇거든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나토에 가입했고, 2004년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가입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이 논의되던) 2008년 미국의 전략가들은 다시 한 번 경고를 보냈다. 당시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였던 윌리엄 번스(현재 CIA 국장)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비밀 전문(“아니라면 아닌 것 : 나토 확대는 러시아의 레드라인”)에서 번스 대사는 다음과 같이 예언적 경고를 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모든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지역 안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는 (나토 확대로 서방측에) 포위되고 나아가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사태 전개에 따라 러시아의 안보 이익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는 특히 나토 가입에 대한 우크라이나 내부의 심각한 찬반 대립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러시아계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 가입이 강행된다면 폭력사태, 최악의 경우 내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거대한 균열이 발생할 것이다. 그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개입해야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러시아는 그러한 선택에 직면하기를 원치 않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난 316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 만남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미국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NATO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사실상의 나토 동맹국

러시아가 그러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반면 나토의 핵심부는 동맹의 문호 개방 정책의 유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거듭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버그 장군은 우크라이나 가입에 관한 2008년도 나토의 결정이 실천돼야 한다고 고집했다(뉴욕타임스 ‘21, 12. 16) 바이든 행정부는 보다 우회적 방식을 택했다. “자신의 안보와 동맹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키이우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식의 추상적 표현으로. 그러나 그 의미는 명확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나토의 동맹국이 됐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러한 사태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202112월 푸틴은 군 고위관리들에 대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수년간 우크라이나 영내에서 군사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나토 가맹국들의 병력 전개가 거의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미 지휘 통제 측면에서 나토에 통합된 상태다. 이는 나토 지휘부가 우크라이나 군에 대해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이우는 오랫동안 나토 가입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주장해 왔다. 물론 어떤 나라든 자신의 안보 체제를 선택할 수 있고 군사동맹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 여기에는 하나의 단서가 전제돼야만 한다. 안전보장의 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즉 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안보를 약화시키면서까지 자국의 안보만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모든 국제조약들이 명확하게 표명하고 있는 대원칙이다.

 

다시 말해 자국의 안보 강화를 위한 선택이 다른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

 

224일자 뉴욕타임스 해설 기사는 나토 확대를 전쟁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신문은 나토가 동쪽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이후 이 약속을 파기하는 과정의 핵심적 맥락을 빠뜨렸다. 미국 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과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미국의 외교관과 대외정책 전문가들이 나토 확대에 대해 수많은 경고를 발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014년의 마이단 쿠데타

2014년 폭력적이고 위헌적 방법에 의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은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관계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2010(동부의 압도적 지지와 서부의 압도적 반대 속에) 선출된 그는 2014년 초 부분적으로 극우 극단주의세력이 주도한 수개월의 반정부 시위 끝에 실각했다. 그의 실각 수 주일 전, 누군가가 미국 관리들 간의(빅토리아 눌란드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전화 통화 녹음을 유출했는데, 그 내용은 우크라이나 신정부에 누구를 참여시키고 누구를 저지할 것인지 등을 논의한 것이었다. 야누코비치 실각 후 당시 미국 관리들이 그 친구라고 지목한 인물이 새 정부의 총리가 됐다.

 

이러한 미국의 개입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 이 나라를 러시아 세력권에서 떼어내 미국 세력권으로 끌어들이려는 공작의 일환이었다. 야누코비치 실각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불법적으로 합병했다. 부분적으로 이는 친미적인 우크라이나 신정부로부터 크림반도의 주요 해군기지를 빼앗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2. 24)와 워싱턴포스트(2.28)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 역할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즉 미국 언론에는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대한 미국의 영향이 완전히 제거됐고 따라서 현재의 전쟁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한 단계를 삭제해 버린 것이다.

 

내전을 지속시키다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야누코비치 실각에 대한 반응으로 저항운동이 일어나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과 자신들의 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내전이 발생, 수천명이 희생됐으나 2015년 민스크2 협정에 의해 내전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참여한 이 협정은 분리 독립 선언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다시 통합시키는 대신 이들 지역에 일정한 자치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자치 조항의 이행을 거부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아나톨 리벤(‘책임 있는 국정을 위한 퀸시 연구소연구원)은 잡지 네이션에(‘21. 11. 15) 다음과 같이 썼다.

 

이러한 이행 거부의 주요 원인은, 키이우 중앙정부의 권력을 인정한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돈바스 지역에 영구적 자치가 허용된다면 이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및 유럽연합 가입을 저지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즉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헌법상의 지위를 이용해 나토 및 유럽연합 가입을 끝내 반대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행정부와 정계, 주류 언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 이행을 거부했고, 미국 정부는 협정 이행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것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은폐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에 자치를 허용하는 대신 이 지역의 갈등을 지속시켰고,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를 위해 어떠한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 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민스크협정이 부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안보책임자 올레크시 다닐로프는 서방에 대해 평화협정을 이행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민스크협정의 이행은 이 나라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AP 1. 31). 심지어 그는 8년 전 협정이 체결될 당시에도 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협정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리벤은 민스크협정에 대한 러시아 측의 이행 의지도 아직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푸틴은 민스크협정을 지지했고 224일 침공 이전까지는 돈바스 지역의 자치 공화국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228일자 뉴욕타임스 해설기사는 민스크협정 실패의 원인이 협정 이행에 관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의회의 (돈바스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돈바스 지역에 특수 지위를 부여할 법안이 그동안 유보돼왔다고 슬쩍 지나가듯이 인정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전의 해결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했음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 위기

이번 위기와 관련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측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토 국가에 배치된 미국 미사일의 역할이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푸틴을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그가 옛 소련 공화국들을 재점령해 자신을 차르로 하는 러시아제국을 다시 세우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주류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의 221TV연설에 대해 소련 제국의 부활 기도이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주류언론은 최근 몇 달간 푸틴의 다른 공적 발언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푸틴은 최근 국방부 확대회의에서 미국/나토의 우크라이나로의 확대가 러시아로서는 주요한 군사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국의 지구방위시스템이 러시아 인근에 배치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현재 루마니아에 배치돼 있고 앞으로 폴란드에 배치 예정인 MK41 발사대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용이다. 이 발사시스템이 계속 전진 배치된다면, 다시 말해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다면 여기서 발사된 미사일이 7-10분이면 모스크바에 도달 가능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5분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러시아, 러시아 안보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다.

 

미국은 아직 극초음속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갖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고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 주변 국가의 극단주의자들을 무장시킨 다음 적절한 때가 되면 러시아연방의 특정 지역, 예컨대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저들은 우리가 이러한 위협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에 대한 이러한 안보 위협을 우리가 그저 방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인접지역에 (미국/나토의)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냉전 시절 핵전쟁을 방지했던 상호확증파괴(MAD)의 억지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조치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전진 배치가 미국에게 자신은 핵보복을 받지 않은 채 적을 선제 핵타격 할 수 있는 제1격 능력을 허용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의 전진 배치를 방치할 경우)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이 겨눠진 채 핵시대를 견뎌야 하는 신세일 수밖에 없다. 어떤 나라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미국 언론은 이처럼 핵심적인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는 않으면서 푸틴을 전쟁광으로 공격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기와 나토 기 NATO홈페이지

 

긴장 완화를 거부하다

202112월부터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푸틴은 긴장 완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서방에 대해 나토 확대를 중단하고, 동서 대립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협상하며, 비핵국가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철수하고, 러시아 인근에 배치된 미사일, 병력, 기지들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아마 미국이 러시아의 처지에 있었다면 반드시 이런 요구를 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러시아의 핵심 요구들에 관해 협상하기를 거부했다. 물론 미국은 보다 광범위한 군비통제를 위한 진지한 제안을 내놓기는 했다(Antiwar.com 2. 2).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그 진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나토의 군사 활동이나 동유럽 국가에의 핵무기 배치 문제 등은 묵살했다.(Antiwar.com 2. 17)

 

나토 확대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나토의 문호개방 정책은 협상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시 말해 나토 확대라는 자신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상대방인 러시아의 금지선(red line)은 무시한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유보한다는 비공식 협정은 맺을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는 명백히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러시아인들에게는 탈냉전 당시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허망하게 무산된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나토 관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신 수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서 푸틴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 긴장이 고조되던 순간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을 시사한 것이다.

 

푸틴이 분리 독립 지역에 대한 외교적 승인을 발표한 직후 블링큰 국무장관은 푸틴과의 대화를 취소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이었다. 미국이 전쟁 방지에 진정 관심이 있었다면 긴장 해소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미국은 모든 측면에서 그 반대 방향의 조치를 취했다.

 

228일자 <워싱턴포스트> 해설기사는 러시아 핵심 우려사항에 대한 미국의 거부가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애써 축소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없다. 서방 동맹은 나토 가입의 문호 개방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은 변경 불가능하며 푸틴은 단지 이러한 서방측 입장에 자신을 맞추라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핵심인 이러한 전제, ‘나토 가입 문제는 협상 불가라는 서방의 막무가내가 미국의 언론 생태계에서는 전혀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

 

'전쟁을 감수해도 되는 전략적 이유'

바이든 행정부는 왜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만 행동했을까?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해 말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한 칼럼(2021. 12. 22)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감수해도 되는 전략적 이유라는 도발적 제목의 이 칼럼은 어틀랜틱 카운슬의 연구원 존 데니가 작성한 것이다. 이 단체는 미국 및 동맹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사실상 나토의 싱크탱크이다. 칼럼의 핵심 요지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협상 거부에 따른 어떤 결과도 미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협상 없이 푸틴이 물러난다면 푸틴은 큰 타격을 입는다.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그의 체면과 위신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반대로 푸틴이 전쟁을 벌인다 해도 미국에 해로울 것은 전혀 없다. 첫째, 푸틴의 전쟁은 유럽 전역에 걸쳐 반러시아 정서를 강화시킴으로써나토의 정당성을 높일 것이다. 둘째, 푸틴의 전쟁에 대해 더욱 강력한 경제 제재를 단행함으로써러시아 경제를 약화시키는 한편 국제사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게릴라전을 유발함으로써” “러시아 군의 힘과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며 이에 따라 푸틴의 국내적 인기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킬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나토의 두뇌집단이 제시한 것이다.

 

'전쟁보다 훨씬 나쁜 그 무엇'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스> 23일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주장의 칼럼을 실었다. 주변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권 형성을 방치하느니 차라리 전쟁이 낫다는 주장이었다. 칼럼 필자 이반 크라스테프(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인문과학연구소)유럽은 푸틴이 전쟁보다 훨씬 나쁜 그 무엇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칼럼의 제목)면서 전쟁보다 훨씬 나쁜 그 무엇이란 탈소비에트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유럽의 안보체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록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지만, 유럽의 현 안보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나토는 침공에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극단적 제재와 함께 모든 유럽 국가들이 일치단결할 것이다. 결국 푸틴은 분쟁을 심화시킴으로써 다른 유럽 국가들은 뭉치게 만드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논객들의 주장, 즉 러시아의 침공이 미국과 유럽엔 오히려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며 특히 실제 사태는 이들 칼럼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푸틴의 침공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FAIR는 러시아의 침공이 불법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단호하게 규탄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이 근거 없는(unprovoked)"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이번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은폐하는 것이다. 미국은 나토 확대 정책을 계속할 경우 거대한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러시아 및 미국 정부 관리들의 거듭된경고를 무시했다. 그 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전쟁은 전혀 뜻밖의 사태가 아니다. / 박인규 편집인(=정리·번역) 프레시안

 

이제 세계는 다시 한 번 핵절멸의 절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서방의 시민들은 인류를 현재의 위기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알고 용기 있게 저항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모든 계획은 3년 전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있었다

[해외시각]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찾아서

우크라이나사태는이미예견된것이었다는지적이곳곳에서나온다.특히러시아와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전선'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데에서 '신냉전'의 징후를 읽어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 국방부 등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과거 '냉전전략'연구해왔던'랜드연구소'3보고서내용과현재우크라이나에대한미국의'태도'놀랍도록유사하다는점은이런분석을뒷받침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왜 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악마화''미국을 포함한 서구'가 제시한 선택적 관점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이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시각과 관점, 특히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이필요하다.

 

<프레시안>은 지정학 분석가이자 지리학자이고, 이탈리아 피사에 있는 지구화 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on Globalization : CRG)' 연구원으로 있는 마닐로 디누치가 37일 글로벌 리서치(<빈곤의 세계화> 저자 미셸 초스도프스키가 운영하는 캐나다 소재 독립연구기관)기고한글을번역해소개한다. 이 글에서 마닐로 디누치는 '랜드연구소'3년 전에 냈던 '보고서'에 주목한다.편집자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대결의 심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세계를 제3차 대전으로 이끌 수도 있다. 군사 대결의 가속화를 예방할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리서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무엇보다 양자간 평화협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 등 미국의 전략적 계획은 이미 3년 전에 랜드연구소(Rand Corp)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어떻게 러시아를 무너뜨릴 것인가’ 2019521).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정책적 도전에 대한 해법 개발을 위한 세계적 연구 조직이다. 이 연구소에는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선발된 1,800여 명의 연구원 및 전문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미국과 유럽, 호주, 걸프만 지역 등의 지역 사무소에 포진해 있다.

 

랜드연구소는 스스로를 "비영리, 무당파 조직"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 국방부와 육군 및 공군, CIA를 비롯한 국가안보 기관들, 그리고 외국 정부와 강력한 NGO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자신들이 미국 냉전 승리의 전락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승리의 요체는 소련에게 가혹한 군비 경쟁을 강요해 소중한 자원을 탕진하도록 한 데 있다. 바로 이 전략이 2019년의 새로운 계획에도 적용됐다. "과도한 팽창과 균형 무너뜨리기(Overextending and Unbalancing Russia)", 즉 소련 군사력의 과도한 팽창을 유도해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려 쓰러지게 한다는 것이다.

랜드연구소(Rand Corp) 홈페이지.

 

이것이 랜드연구소가 제시한 러시아 공격의 핵심이며 최근 수년간 미국은 이 계획을 실제로 실행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선 러시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공격한다. 그곳은 천연가스와 석유의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다. 러시아 경제를 공격하기 위해 상업 및 금융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유럽 국가들에게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을 줄이고 그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도록 한다.

 

이념과 정보 분야에서는 러시아 내부의 반대를 고무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깎아 내린다.

 

군사 분야에서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반() 러시아 군사 활동을 증가시키도록 한다. 미국은 (직접 전투 대신) 러시아를 겨냥한 전략 폭격기와 장거리 공격 미사일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를 겨냥한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을 유럽 국가들에 배치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전쟁 확대의 위험성도 크다.

 

랜드연구소의 결론은,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각종 정책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결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목적에 사용돼야 할 자원들을 러시아 공격에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랜드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러시아의 외부적 약점이 가장 큰 지점을 공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것. 그러나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와 군사적 조언이 러시아로 하여금 더 큰 군사적 대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음. 왜냐하면 러시아 부근에서의 군사적 대결은 러시아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임."

 

바로 이 부분, 즉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되 "러시아로 하여금 더 큰 군사적 대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조율해 "러시아의 외부적 약점이 가장 큰 지점"을 공격하도록 한다는 데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미국과 나토의 점점 강화되는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압박 속에 모든 협상의 가능성이 무산되면서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나서 약 2천 개의 군사시설을 파괴한 것이다. 이 군사시설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나토가 건설한 것이다.

 

2019년 랜드연구소 보고서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공격 계획에 제시된 정책 제안들은 (냉전 때와) 같은 전쟁 전략의 변종일 뿐이며, 이 계획에 따른 희생과 위험 부담은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 유럽 민중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미국-나토의 전쟁 계획의 포로로 묶여 있는 한 갈수록 더 많은 희생과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다.

/ 박인규 편집인(=정리·번역) 프레시안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국토교통부 제공

 

윤석열 당선자 집무실 이전 입싸움중계보도, 쟁점 사라지고 갈등만 확대

윤석열 당선자는 3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새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용산으로 출근하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공약 실행을 위해서는 예산책정과 군 지휘부 재배치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다음날, 새 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무리이며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는데요. 언론엔 집무실 이전에 관한 청와대와 윤 당선자의 다른 생각을 부각하며 갈등을 확대하는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정면충돌, 벼랑 끝 대치, 소용돌이갈등 부각하는 보도

청와대는 MBC <NSC “촉박한 이전 무리안보 공백 우려”>(321일 최경재 기자)에서 언급된 대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윤 당선인의 뜻엔 공감하지만, 새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 등을 옮기는 건 무리한 면이 있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는데요. 청와대 입장을 두고 언론에는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자의 갈등을 강조하는 보도가 넘쳐났습니다.

집무실 이전 관련 충돌강조한 신문 1면 제목 (322, 위부터 순서대로 경향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

322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1면은 일제히 청와대와 윤 당선자의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신문은 제목에서부터 신구권력이 충돌하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은 당선 열흘 만에 촉박하게 추진돼 무리라는 의견과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 소통을 강조하려는 새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두 가지 의견이 공존합니다. 서로 다른 두 의견을 전할 수는 있지만, 언론은 제목에서부터 과도하게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자의 입장 차를 부각해 내용보다는 정쟁에 더욱 관심이 있는 듯 비춰졌습니다.

 

집무실 이전 관련 청와대-윤석열 당선자 간 갈등 강조한 신문 1면 기사 제목 (322).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 <신구권력 또 충돌청와대가 용산 구상막았다>(강태화·손국희 기자)청와대의 공개적인 반대의사“‘대통령실 용산행21일 새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그간 대통령실 이전 등은 윤 당선인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간 대립이었으나 청와대가 나서면서 신구권력 충돌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집무실 용산 이전정면충돌>(박효목·장관석 기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신구권력 간 힘겨루기가 벼랑 끝 대치로 치닫는 모양새라고 보도했고, 매일경제 <, 용산 집무실 제동윤측 통의동서 국정맞불>(임성현·박인혜·김동은 기자) 역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강대강대결 국면에 돌입한 것”, “정국이 극심한 소용돌이에 빠져”, “새 대통령이 정식 집무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양측이 극심하게 갈등하며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며 의견 충돌만 강조하고 있는데요.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언론은 이를 불구경하듯 정쟁으로 키우며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입니다.

 

기름 끼얹었다”, “전선 넓어지다방송도 마찬가지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방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BS <시작부터 꼬이더니초유 신구권력 충돌’>(321일 화강윤 기자)초유의 충돌”, “대선 이후부터 계속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그러면서 SBS첫 회동부터 엉켰는데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공공기관 등에 대한 인사권 문제를 어떻게 할지가 핵심 발화점으로 꼽히고, “여기에, 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전했습니다.

집무실 이전 관련 청와대-윤석열 당선자 간 갈등 강조한 SBS (321)

MBN <“안타깝다통의동에서 업무 시작”>(321일 박자은 기자)도 윤 당선자 측의 “5100시 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주장에 강경한 반응이라며 말 그대로 벼랑 끝 대치라는 점을 짚으면서 갈등을 부각했고, JTBC<‘회동 협상좁혀지나 했더니 갈등 전선넓어진다>(321일 김소현 기자)에서 인사와 사면,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갈등의 전선만 더 넓어지고 있다전선이 넓어지면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의 첫 단추를 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 관계자, 정치인 발언 따옴표갈등 부추기기

집무실 이전 강행 논란 관련, 이번에도 정치인 발언을 그대로 전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도 많았습니다. 중앙일보 <대통령 참석 NSC 뒤 강경 선회윤측 새 정부 출범에 흙탕물”>(322일 강태화·손국희 기자)문 대통령의 노골적 어깃장”, “당선인의 굴복을 강요”, “새 정부의 출범에 흙탕물을 뿌리는 행태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 등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TV조선 <청와대가 몽니천천히 해도 된다”>(321일 황정민 기자)한 중진 의원이라는 익명의 취재원 말을 빌려 청와대가 몽니를 부린다는 표현까지 보도했습니다. JTBC <“윤석열 정부 출범 방해하는 것”>(321일 배양진 기자)청와대 이전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는 걸로 봐야 한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등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은 정당 입장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요. 정치적인 갈등 상황마다 확인되지 않는 다양한 관계자발발언을 출처로 입싸움을 중계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행태는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윤 당선자가 추진하고 있는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언론이 따져보아야 할 쟁점은 졸속 추진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나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지 정치권 정쟁이 아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321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20223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출처 : 미디어오늘

 

 

보다 이마 빛나 당선 예감웃고 넘기기 어려운 윤비어천가

다녀간 김치찌개집 르포부터 목욕탕 목격담, “디저트는 민트초코까지

언론인권센터 일부 언론의 부실보도 사례지만, 모든 언론인 부끄러워야

매일경제 317일자 기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미담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기사들이 있다.

 

매일경제 317일자 르포 기사. <청와대 회동 무산된 날..윤석열, 번개로 찾은 김치찌개집 가보니, 가격이?>. 매일경제는 돼지고기 전문점답게 질기지 않으면서도 두툼한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 “윤 당선인이 왜 국자를 쥐려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유는 맛이었다”, “밑반찬을 먹어보니 윤 당선인이 반찬 그릇을 싹 비운 이유도 알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318일자 기사. <, 이번엔 동네 목욕탕 목격담 살 뽀얀 분이 탕으로”>. 동아일보는 “17일 오전 윤 당선인은 자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에 있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했다면서 같은 아파트 주민 이아무개 변호사가 자신의 목욕탕에서 당선자를 봤다는 내용의 SNS 게시글을 그대로 옮겼다. 동아일보는 당선인이 국민들과 소탈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대중목욕탕 목격담이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조선일보 319일자 기사.

 

조선일보 319일자 기사. <무채색 바지정장에 스카프가 돋보이는그녀는 재키 스타일’?>. 조선일보는 72년생 대통령 부인이 화제라며 김건희씨의 패션스타일을 분석했다. “김건희씨는 무채색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다”, “지난 4일 사전 투표 때는 검은색 코트와 검은 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었다.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 패션’”이라고 설명한 가운데 김건희씨의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은 스카프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의 스카프 매는 방식을 두고 매듭을 위로 묶어 예술가적 감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경제 322일자 기사. <대식가 윤석열 식사정치양념갈비 먹고, 디저트는 민트초코>. 아시아경제는 당선인 최애 맛집이 서초동에 포진해있다면서 회식자리로 양념돼지갈비가 유명한 서초동의 ‘OOO’와 된장박이 삼겹살이 유명한 ‘OOO’을 자주 간다. 여의도에서는 해초 요리와 회 등이 나오는 ‘OOO’을 자주 간다고 보도했다. “디저트로는 베스킨라빈스를 자주 이용하고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민초단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부제는 지역 맛집 찾아주변 상권 살리고 시민 소통이었다.

322일자 이데일리 기사. 현재 기사 제목은 수정됐다.

 

이데일리 322일자 기사. <삼풍백화점 무너진 땅에서 대통령이...“기운 받고 싶어요”>. 부제는 삼풍백화점 누른 당선, 호재 기대감이었다. 비극적 사건을 부적절하게 인용했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현재 기사 제목은 <대통령 나온 터...윤석열 사저 인근 부동산 들썩’>으로 바뀌었고 삼풍백화점 대목은 모두 사라졌다. 이데일리는 최근에 (윤석열) 당선인 집 매물로 나왔냐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확실히 사는 곳이 기에 영향을 준다싶은 마음이 있나 봐요라고 말한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을 기사의 첫 문장으로 담았다.

 

그리고 신동아 325일자 기사. <“보다 이마가 빛나 당선 예감”>. 신동아는 이미지 평론가 윤혜미씨 인터뷰을 통해 성공하거나 잘나가는 기업인, 정치인은 이마에서 광채가 난다고 보도했으며, 218일에 만난 윤씨가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의 이마에서 강한 빛이 난다는 이유를 들어 윤 후보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고, 예측이 적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선인의 이마가 팽팽하게 빛나는 건 부친의 영향인 것 같다고 전했다. 윤씨는 인터뷰에서 2월 말 대선후보 2TV토론 시점을 언급하며 그때부터 이재명 후보는 이마에 빛을 잃고 있었다고 말했다.

325일자 신동아 기사.

 

지금이 대통령 당선인과 언론의 허니문기간이라 하더라도, 이쯤 되면 마냥 웃고 넘기기가 어렵다. 언론인권센터는 25일 논평을 내고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선인과 관련하여 무의미한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선인을 둘러싼 가십 보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인권센터는 음식점 르포 등을 가리켜 일부 언론의 부실한 보도 사례이지만, 모든 언론인들이 부끄럽게 느껴야 할 지점이라면서 당선인과 인수위에 대해 더욱 면밀하고 심층적인 취재를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정농단책임자 박근혜, ‘보수결집아이콘으로 띄우는 언론

20년형 확정됐다 정치적 사면된 , ‘국정농단사과 없이 사저로

보수성향 종편방송사·신문사 중심으로 친박계 보수 결집론집중

 

징역 20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지난해 특별사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244개월여 입원치료를 마치고 대구 사저로 들어갔다. 퇴원 후 박씨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대구 달성군 사저 인근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2017년 이후 5년 만의 육성 메시지다. 일부 언론은 사과 없는 행보를 꼬집었지만, 일각에선 그를 보수 결집아이콘처럼 띄우고 있다.

 

박씨는 24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 냈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 출신이자 뇌물수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새누리당 공천개입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이 전부였다.

324MBN 종합뉴스 갈무리

 

이를 명확히 꼬집은 보도는 일부에 그쳤다. 24일 지상파 3(KBS·MBC·SBS)와 종합편성 4(TV조선·채널A·JTBC·MBN) 메인뉴스 중 사과 없는 박씨를 비판한 건 두 곳이다. KBS·SBS가 박씨 입장과 정치권 반응을 두 개 리포트로 전한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만이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별도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고 정치적인 발언도 담지 않았다”(박근혜, 퇴원 후 대구 사저로나라 발전에 힘 보태겠다)고 지적했다. 종편 중엔 JTBC ‘뉴스룸리포트(‘퇴원박근혜 대한민국 발전에 작은 힘 보탤 것정치행보 암시)국정농단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지만, 1심 때부터 법원 출석을 거부했고 공식 사과도 없었다고 했다. JTBC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전 대통령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MBC·JTBC사과 없다지적MBN ‘올림머리리포트도

JTBC를 제외한 종편 메인뉴스는 박씨 관련 소식에 4개 꼭지를 할애했다. TV조선(사저 앞엔 환영 인파 가득소주병 투척 돌발상황도) 채널A(지지자 5천 명 인파 몰려마을에 이사 떡인사) MBN(수천 명 모여 박근혜외쳐인재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게 돕겠다”)은 공통적으로 사저 앞에 박씨를 환영하기 위한 인파가 얼마나 모여들었는지 부각하는 리포트를 뒀다.

 

박씨의 정치적 활동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꼭지도 포함됐다. 채널A 뉴스 기자가 출연한 ‘[아는 기자] 5년 만에 공개 행보 정취복귀 하나?’는 유튜브 시청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박씨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윤석열 당선자와 만날까등을 이야기했다. MBN은 박씨가 입은 옷과 머리 모양을 ‘‘올림머리에 걸어서 퇴원5년 전 입은 남색 코트 그대로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전했다.

324일 채널A, TV조선 리포트들

 

이튿날 신문에선 종편사와 같은 그룹에 속한 신문들이 보수세력 결집론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 기사(수감때 입은 남색코트의 이루지 못한 꿈, 이제 다른 이들 몫”)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총리 출신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인사와 측근 40여 명이 퇴원하는 그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고, 최경환 전 부총리는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 17일 가석방됐다는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정농단수사했던 윤석열 당선자에 화해요구

윤 당선자와 박씨의 화해가 요구된다는 기사도 두드러졌다. 조선일보 기사(못 이룬 꿈은 다른 이의 몫내주 찾아뵐 것”)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로 만나서 오해가 있었던 것은 풀고, 또 서로 함께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모습 아닐까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기사(수사했던 내주라도 직접 찾아 뵙고 인사”)한때 보수 궤멸의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들은 윤 당선인과 보수 진영의 구심점이었던 박 전 대통령 간 굴곡진 관계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관련 기사(다음주 박근혜 만날 듯친박 품고 보수저변 확대 노려)에서 윤 당선자가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보수 진영 안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 당선자로서는 기반을 넓힐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정치적 입지 측면에서 윤 당선자가 놓인 현실을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던 박근혜 정부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악연이자 풀어야 할 앙금으로 표현하는 행태는 비판할 지점이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검찰총장 이미지로 대선에 출마한 윤 당선자가 공식 임기도 시작하기 전 자기 부정을 요구받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이를 지적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325일자 국민일보 사진 기사, 서울신문 사설, 한국일보 사설(위에서 아래로)

 

한편 주요 일간지 중 박씨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제목을 쓴 곳은 경향신문(박근혜 못 이룬 꿈, 또 다른 이들 몫국정농단 사과는 안 해)과 서울신문(사과도 정치 메시지도 없었다)에 그쳤다. 서울신문은 사설(박 전 대통령 사과 없는 일상복귀부적절하다)에서도 명시적인 대국민 사과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탄핵이라는 불행한 과거를 깨끗이 털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민 여망에 부합하지 않는다자연인 박근혜의 새 출발을 위해서도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통과의례는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의 경우 사설(5년 만에 사저로 돌아온 국민 화합 길 찾아야)에서 박씨 복귀가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신문은 행여 자신의 명예 회복이나 측근들의 재기를 위한 정치적 행보를 걷는다면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다방문자를 통한 사저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국민들마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탄핵에다 사법적 단죄까지 받은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남은 소명이 있다면 국민 화합의 밀알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소장은 25대통령 당선자가 보수 세력을 안고 가야 한다는 국민의힘측 프레임을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맞춰주는 보도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씨에 대해 매번 건건이 범죄자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명예롭게 사저에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논조를 지녀야 한다. 새 당선인이 그를 활용해서 자기 입지를 밝히려고 하는 걸 언론이 너무 비판없이 전하고 있다“(박씨가 화제의 인물이니) 흥밋거리로 삼는 것이 시청률 등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런 보도 하나하나가 박씨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 민주주의 학습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장제원 일가가 억대 세금 안 내고 고급아파트에 사는 법

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 일가가 자신들이 이사장과 총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소유 고급 아파트에 시세보다 싼 전세가에 입주해 10년 넘게 장기 거주해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특히 입주 초기 적어도 1년 동안, 장 의원 일가는 재단과 전세 계약도 하지 않고 공짜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 의원 일가는 10년 이상 제집처럼 살았지만, 종부세 등 관련 세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명목상 아파트가 재단 소유였기에, 재단이 전액 부담했다. 재단이 10년 동안 낸 세금은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 의원 일가가 사는 아파트는 매매가 기준으로 현재 30억 원이 넘는다. 아파트는 학교법인 동서학원이 소유하고 있다. 장 의원의 어머니가 동서학원 이사장, 형은 동서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서학원은 재단 재정의 안정을 위한 수익 사업 명분으로 교육부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샀다.

 

이 때문에, 재단 수익을 위해 아파트를 구입한 게 아니라, 장 의원 일가의 실거주 목적으로 사들인 뒤, 세금 등 부대 비용을 재단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장 의원 일가에 특혜를 주는 등 재단 소유 부동산을 재단 이사장 일가를 위해 사적으로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동서학원 측은 학교법인 명의 재산이므로 특혜가 아니고, 이후 전세 계약을 맺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뉴스타파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동서학원이 소유한 부산 해운대 최고급 아파트, 전용면적 222로 현재 시세는 30억 원 수준이다.

 

장제원 모친과 형, 학교법인 소유 고급 아파트에 10년째 거주 중

동서학원은 장제원 의원(국민의힘)의 부친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 설립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재단으로 동서대,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장 의원의 모친인 박동순 씨가 법인 이사장, 형 장제국 씨는 동서대 총장, 누나 장주영 씨도 동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 의원 본인도 정계 입문 전, 부산디지털대 부총장과 경남정보대 학장을 지냈다. 이렇듯 동서학원은 이사장 일가가 학교 운영을 독점하는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다.

사진 왼쪽부터 장제원 의원, 모친인 박동순 동서학원 이사장, 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장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해(2021) 동서학원의 감사보고서 기준, 총 보유 자산은 5,600억여 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수십 필지의 토지와 빌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액만 4,400억 원에 이르는데, 이중엔 수익용 부동산이 상당수 있다.

 

학교법인은 재단의 재정 안정을 위해 수익 사업을 한다는 조건을 달아 교육부의 허가를 받고 수익용 부동산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다. 수익용 재산이긴 하지만 엄연히 법인재산이기 때문에 사적 사용은 불가능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도 재단 회계 계정에서 관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동서학원은 201212, 수익 사업 명목으로 부산 해운대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사들였다. 구입가는 156,000여만 원이다.

 

동서학원 명의의 이 아파트는 해운대 동백사거리에 있다. 면적은 222규모다. 바다가 보여 전망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취재진이 인근 부동산 3곳에 문의한 결과, 올해 기준 같은 조건(전용면적 222)의 아파트 시세는 30억 원이 넘었다. 전세는 현재 매물이 없었는데, 호가로는 15억 원 정도다.

학교법인이 수익사업 명목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가 아닌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렇다면, 동서학원은 이 수익용 부동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장 의원 모친인 박동순 이사장과 형인 장제국 총장이 이 아파트를 구입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학원 측은 해당 아파트를 이사장 사택으로 이용해 온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실제, 박 이사장과 장 총장 이외엔 누구도 이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 동서학원은 수익 사업을 한다며 아파트를 구입해놓고, 실제론 이사장 일가에게 제공한 것이다.

동서학원은 수익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후 이사장 사택으로 이용했다.

 

동서학원 수익 목적 부동산, 장제원 일가 '싼 값'에 이용

게다가 장 의원 일가는 아파트 입주 초기 적어도 1년 동안, 동서학원과 임대차 계약도 맺지 않고 이 아파트에 무상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특혜 제공은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201312월 교육부의 동서학원 회계감사 결과를 보면 동서학원이 경동 ooo 주상복합아파트를 156417만 원에 구입하여 총장관사로 사용함에 따라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돼 있다. 당시 교육부는 재단 직원 4명을 경고 처분했다. 재단의 재정 수익을 위해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재단 측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장 의원 일가는 감사 지적 이후에도 이 아파트에 계속 거주했다. 형식상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기준 5억 원의 전세 보증금을 납부했다. 결국, 장 의원 일가는 156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수준인 5억 원만 내고 제집처럼 살 수 있었다. 이후, 2019년 당시 시세를 반영해 전세가를 75,000만 원으로 올리긴 했지만, 사실상 주인처럼 10년 이상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매입했을 때보다 훨씬 싼 값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장 의원 일가, 취득세, 종부세 등 세금 내지 않고 10년간 거주

장 의원 일가가 누린 이익은 더 있다. 최초 구입가만 15억 원이 넘는 고급아파트에 입주 초기부터 쭉 살면서 취득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명목상 재단 소유이기에 모든 세금은 재단 회계 계정에서 나갔다.

동서학원이 공개한 2016~2022년 예·결산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올해 재단이 납부할 아파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각각 420만 원, 1,450만 원이었다. 이렇게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확인된 재단의 세금 납부예산은 총 6,770만 원이다 그 이전 (2012~2015) 동서학원의 예·결산 자료는 공개 연한이 지나 확인할 수 없었다.

동서학원의 아파트 관련 세금 지출 예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을 포함해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근거로 최초 취득세를 포함해 아파트 거주 이후, 지금까지 재단이 장 의원 일가를 대신해 부담한 세금은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교재단 소유의 법인재산을 사적으로 전용해 이사장 일가에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동서학원에 전화로 질의 내용을 전달했다. 동서학원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고, 특혜를 주지 않았으며, 재단이 손해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서학원 관계자는 특정인(재단 이사장 일가)에게만 임대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결국 법인 재산이기 때문에 이사장 일가가 이득을 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고, 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뉴스타파는 장 의원에게도 휴대전화 문자로 질의서를 보냈다. 애초부터 수익 사업이 아닌 어머니와 형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급 아파트를 산 것은 아닌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단 명의를 빌린 것은 아니지, 지금까지 장 의원 일가 대신 재단이 낸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재단 계정에 반납할 의향은 있는지, 끝으로 이런 식의 특혜 제공이 윤석열 당선자가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방송이 나가는 325일 현재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른바 윤핵관의 한 명인 장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고 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윤석열 새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새 정부의 운영과 정책의 밑그림을 짜는 등 중요한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 고위공직자에 준하는 인사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윤석열 인수위원들에 대한 검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

뉴스타파 강현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 :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개딸? 잼칠라? '부유하던 심판자' 2030 여성의 변신

[2030 여성의 정치참여 ] '여초 카페' 회원 8, 왜 이재명 찍고 민주당에 가입했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국회사진취재단

 

20대 대선은 끝났지만, 2030 여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에 대거 입당하고, 선거 과정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30 여성이 막판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쪽으로 결집하면서 보여준 '정치적 힘'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들이 보여준 특징은 '역동성'이었다. '2030 여성=민주당'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상태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20대 여성에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44.0%,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0.9%, 소수 정당 후보들이 15.1% 득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0대 여성은 오 후보를 과반 이상(50.6%) 지지했다. 대선 선거 기간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2030 여성은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3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20대 여성),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더 높은 것(3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결과는 달랐다.

20대 여성의 정치적 성향을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 책 <20대 여자>(2월 출간)"2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참여에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관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효능감을 느끼는 정당을 찾지 못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이러한 경향을 견인하는 강한 페미니즘 성향의 20대 또한 아직 '부유하는 심판자'에 머물러 있다. 다만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서면 인터뷰한 여덟 명의 '여초 카페'(여성시대, 우리동네목욕탕 등) 회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유하는 심판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대선 직후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집토끼의 귀환'이 아니라, '심판자의 변신'이다. 그래서 힘이 더 세다.

 

왜 이재명을 찍었나?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8명 중 5명은 대선 직전까지 이재명 후보를 찍을 생각이 없었거나,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다.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다.

 

- 성예지(가명, 24) "이재명 후보가 여성 관련 공약을 내놓기 전까지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 김희주(가명, 22) "이재명 후보의 많은 의혹들에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중 닷페이스 채널에 나와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고,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 조금 부족한 답변을 하긴 했어도 이 사람이 윤석열 후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 이유리(가명, 25)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많이 보았고 여과 없이 믿었다. 하지만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최소한 내가 뽑을 후보에 대해서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보들의 공약을 보게 되었다. 예상외로 이재명 후보의 공약들에 국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만 낼 수 있는 세심한 내용들이 많아서 놀랐다(...) '그럼 그때 그 논란들은 뭐였지'라는 생각이 이어졌고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이 가짜뉴스거나 악질적인 날조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정지현 (가명, 24) "이재명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 영입 후 박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고도 심(상정)에서 이(재명)로 흔들리는 수준이었지, 소위 '개딸'은 아니었다.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평등·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주변 20대 여성 표심이 술렁였고 저도 그랬다. 3일 종로 여성 유세 이후로는 마음을 굳혔다."

 

- 박수민 (가명, 21) "이재명 후보들의 루머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고자 했다. 다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성별 갈라치기로 인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시 여성 인권이 많이 훼손되고 후퇴할 것이 두려워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막기 위해' 뽑는 거였지만, 제가 마음을 바꾼 후 이재명 후보의 루머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후보의 여성 관련 공약들이 긍정적으로 다가와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이들 다섯 명은 선거 과정에서 의심 비판적 지지 지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윤석열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페미니즘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한 것에서 비롯됐다.

 

8명 중 7명은 이재명 후보의 '여성 공약'이 이 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만든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3순위에 '여성안심 평등사회'를 내걸었고,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는 '여성' 관련 7가지 의제와 44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그밖에도 이들은 성평등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과 박지현 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영입 등을 이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 보니까 닷페이스 출연으로 설왕설래가 있었던 수준이었다"라며 "그런데 종로 보신각에서의 33일 여성 유세를 보면서 민주당 분위기 역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해당 유세 당시 '이재명으로 마음 돌린 2030여성 7431명의 지지선언' 행사가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후보 본인이 직접 선거 전략을 (성평등을 강조하는 쪽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차악'이거나 '비판적 지지'를 받는 것에 머물러서는 여성들의 표를 집결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지지 않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민주당 입당 러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수많은 2030 신규 여성 당원을 맞이하게 됐다. 대선 6일만에 117700(16일 기준) 신규 당원이 입당했다. 서울시당은 온라인 입당자 중 80%가 여성이고 이중 2030 여성이 절반 이상, 충북도당은 신규 입당자중 70% 이상이 20~40 여성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당 역시 "성별과 세대별 갈라치기 등으로 사회의 분열과 혐오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2030세대 여성들이 대거 입당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한 8명의 여성 중 기존 민주당 당원은 김희주씨와 정지현씨, 두 사람에 불과했다. 이들은 선거 막판까지 표를 어디에 줄지 결정 못할 만큼 '충성도가 낮은 당원'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한 사람은 당비를 납부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민주당 홈페이지 멤버십에 등록(회원가입)했다.

 

나머지 6명은 대선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윤희정(가명, 35)씨는 "당원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정혜(가명, 25)씨는 "20대 여성인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서현(가명, 31)씨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처음 입당한 이유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고, 지금은 20~30대 여성의 민심을 알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바람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민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이대로 체념하지 말고 민주당에 가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2030 여성들은 이번 대선에서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켜볼 것이며 여성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 우리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는 의견이 모였고, 저도 동참했다"라고 전했다.

 

성예지씨는 "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미약한 보탬일 수 있지만, 하나둘씩 모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고, 이유리씨는 "이번 대선 결과는 '여성혐오'의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사회적인 문제는 개개인이 모여서 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해야 한다. 거대정당을 상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개혁을 촉구하려면 그 당의 당원이 되어 관여할 권리를 얻어야 해서 기본적인 단계인 입당을 하게 된 것"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반영시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었다. 이는 세간에서 평가하듯 단순한 '열성적 지지'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이들의 입당은 민주당에 '계속 2030 여성을 의식하라'는 식의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개딸'

재명이네 마을에서 "개딸"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재명이네팬카페

 

대선 이후 개설된 이재명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나온 '개딸'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이 고문을 '아빠'라고 부르고, 이 고문의 젊은 여성 지지자들이 '개딸'(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성격이 괴팍한 딸'을 일컫는 말. 아버지와 투닥거리면서도 친하게 지낸다)을 자청하면서 나눈 일부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면서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팬덤 정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030 여성들의 정치적 열망이 정치인 개인에 대한 우상화나 무비판적 응원으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8명의 여성들은 대체로 2030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냐며, 특정한 호칭에 집중하거나 '색안경'을 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서현씨는 "요즘 주변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정치가 너무 먼 이야기인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친구들과 이재명이, 심상정이 어떻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의 '친근한 이미지'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 여성들과 소통하며, 말했던 바를 지키고자 하는 후보에게 더 정이 가고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라며 "40~50대가 특정 후보를 지나치게 지지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우리(2030 여성)의 목소리와 지지하는 방식만 팬덤 정치라고 말하는 것 또한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지현씨 또한 "팬덤 정치라는 말은 모욕적이다. 이준석 당 대표나 대선 후보를 ''이라고 부르는 20대 남성은 정치적인 주체로 호명되는데, '아빠'로 부르면 팬덤이 되는 건 기이하다"라며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씨는 "'팬덤 정치'라는 말이 2030 여성 지지자를 가벼운 이미지로 고착화하거나 여성 지지자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활동이 기성세대와 사뭇 달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개혁을 위해 이제 결집하게 된 2030 여성들을 기성세대들이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우려하는 시선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주민선), "이재명 후보를 '재명파파' '잼칠라(재명+친칠라)', 지지자를 '개딸', '냥아'들이라고 친근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정혜)등의 의견도 있었다.

 

20대 여성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담은 책 <판을 까는 여자들>의 저자 신민주씨는 "이재명 후보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직접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일정 부분 유지돼왔다"라며 "친근함을 나타내는 호칭을 온라인에서 사용하게 된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고, 이상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신씨는 "오히려 '개딸'이라는 말을 문제 삼아 '여성들이 어쩜 그러냐'라면서 비난하는 행태가 더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젊은 여성들이 마치 정치권의 팬덤문화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옛날부터 팬덤 정치는 있어 왔고, 기성세대 팬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twentyrock)